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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양궁의 ‘맏형’ 김우진이 파리 올림픽 양궁 랭킹 라운드에서 64명의 출전 선수 중 1위를 했다. 김우진, 김제덕, 이우석으로 구성된 한국 남자 양궁 대표팀은 올림픽 3연패를 향해 산뜻한 첫 발을 내딛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과 2021년 도쿄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김우진은 25일 파리 앵발리드 경기장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남자 랭킹 라운드에서 686점을 기록하며 1위를 했다. 도쿄올림픽에서 2관왕에 올랐던 김제덕은 682점으로 2위, 생애 처음 올림픽 무대를 밟은 이우석은 681점으로 5위에 자리했다. 한국은 세 선수의 합산 기록 2049점으로 단체전에서도 1번 시드를 받았다. 3명의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순위에 오른 김우진은 혼성전 출전 자격을 얻어 대회 3관왕에도 도전한다. 지금까지 개인전 금메달이 없던 김우진으로서는 첫 개인전 금메달과 함께 혼성전에서도 금메달을 딸 수 있다. 김우진은 앞서 열린 여자 랭킹 라운드에서 세계 기록(692점)으로 1위를 한 임시현과 짝을 이룬다. 여자 단체전과 남자 단체전은 개회식 브레이크로 인해 이틀간의 공백을 가진 후 각각 28일과 29일에 열린다. 여자 단체전 결승은 29일 오전 0시 11분, 남자 단체전 결승은 30일 오전 0시 11분이다. 홍승진 양궁 대표팀 총감독은 “우리 선수들의 컨디션이 현재 최고조다. 많은 관중이 들어와 함성이 클수록 더 좋다”며 “지금처럼만 쏜다면 남녀 모두 무난히 금메달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이 단체 구기 종목 중 유일하게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딴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대회 공식 개막에 앞선 25일 오후 11시 독일과의 조별리그 1차전으로 올림픽 여정을 시작한다. 11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여자 핸드볼은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세계 정상급 전력을 자랑했다. 그동안 올림픽에서 금 2개, 은 3개, 동메달 1개를 땄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선 조별리그 통과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목표는 일단 조별리그를 통과해 8강 토너먼트에 오르는 것이다. 단판 승부인 토너먼트에선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여자 핸드볼 대표팀 주전 공격수 우빛나는 “주위에서 다들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 같은데 보란 듯이 8강에 오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파리 올림픽 여자 핸드볼엔 12개국이 출전했다. 6개 팀씩 두 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 뒤 각 조 4위까지 8강에 오른다. 한국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각각 2, 3, 4위를 한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과 함께 A조에 속했다. 11위였던 슬로베니아도 A조에 묶였다. 한국은 작년 세계선수권에서 22위를 했다. 독일은 6위였다.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 사령탑인 헨리크 시그넬 감독(스웨덴)은 “목표로 삼은 8강 진출이 쉽지 않다는 건 안다. 하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선수들 모두 승리 의지로 가득 차 있다”고 했다. 대표팀 최고참 류은희(34)도 “경기장에서 모든 걸 쏟아부어 꼭 이기는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여자 핸드볼 대표팀 중 유일하게 유럽리그(헝가리)에서 뛰고 있는 류은희는 이번이 네 번째 출전하는 올림픽이다. 앞서 이날 오후 4시 30분엔 ‘세계 최강’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 선수들이 개인전 랭킹 라운드에 나선다. 남자 양궁 대표팀은 같은 날 오후 9시 15분부터 랭킹 라운드를 시작한다. 양궁 남녀 개인전엔 각각 64명이 출전하는데 랭킹 라운드 순위에 따라 대진표가 짜인다. 랭킹 라운드 1위는 개인전 토너먼트에서 64위, 2위는 63위와 맞붙는 식이다. 랭킹 라운드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개인전 토너먼트 대진이 수월해진다. 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파리=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과 북한 탁구는 1991년과 2018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두 차례나 ‘KOREA’라는 이름으로 단일팀을 꾸렸다. 1991년에 여자 단일팀은 세계 최강 중국을 꺾고 단체전 정상에 올랐고 2018년엔 4강에 진출했다. 당시 남북한 선수들은 웃음꽃을 피우며 훈훈한 분위기에서 대회를 함께 치렀다. 26일(현지 시간)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한 공간에서 만난 남북 탁구 선수들의 분위기는 달랐다. 바로 옆 테이블에서 훈련했지만 서로 인사도 주고받지 않았다. 신유빈, 임종훈 등 한국 탁구 대표팀 선수들은 22일 오후 3시(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 마련된 탁구 경기장에서 훈련했다. 가볍게 몸을 푼 뒤 랠리를 주고받던 중에 북한 탁구 대표팀의 편송경, 김금영, 리정식이 경기장에 들어와 바로 옆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경기장엔 다른 나라 선수들이 없어 한국과 북한 선수들만 한 공간에서 훈련을 하게 됐다. 한국 선수들과 북한 선수들은 서로를 의식하지 않고 각자 훈련에 집중했다. 친근함도 없었고 긴장감도 없었다. 북한 선수들은 간간이 한국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곤 했다. 남북 탁구는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맞붙은 적이 있다. 신유빈-전지희 조는 여자 복식 결승전에서 북한의 차수영-박수경 조를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1990년 베이징 대회 이후 33년 만의 아시안게임 탁구 남북 결승전이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이후 8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복귀한 북한은 탁구 종목에 3명이 나선다. 편송경이 여자 단식, 김금영-리정식 조는 혼합 복식에 출전한다. 파리=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파리 올림픽 양궁 경기는 센강 남쪽에 있는 군사문화시설 앵발리드에서 열린다. 나폴레옹을 비롯해 군사 업적을 남긴 프랑스의 위인들이 묻혀 있는 역사적인 장소에 특설 경기장을 만들었다. 22일 찾은 앵발리드 경기장에서는 각국 선수들이 파리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막바지 담금질에 한창이었다. 선수들 사이에선 반가운 얼굴이 나타났다. 베트남 양궁 대표팀을 지휘하고 있는 박채순 감독(59)이었다. 박 감독의 지도자 이력은 화려함 그 자체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선 한국 국가대표팀 총감독을 맡았는데 당시 한국 양궁은 금메달 4개를 땄다. 2012년 런던 대회 땐 한국 여자 대표팀 코치였는데 여자부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이끌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엔 한국 남자 대표팀 감독으로 참가했다. 한국 양궁은 리우 대회에서 남녀 대표팀 모두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하며 금메달 4개를 싹쓸이했다. 박 감독이 한국 대표팀 지도자로 일하는 동안 한국 양궁은 올림픽에서 금메달 11개를 땄다. 박 감독은 지난해 1월 베트남 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다. 베트남은 남자 선수(레꾸옥퐁), 여자 선수(도티안응우옛) 1명씩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다. 베트남 선수가 올림픽 출전권을 자력으로 따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 감독은 “세계 최고 기량의 한국 선수들을 오래 지도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베트남 선수들과 말은 잘 통하지 않지만, 소통하는 데는 별문제가 없다. 재능 있는 젊은 선수들이 잘 따라와 준 덕분에 지도자로 4번째 올림픽에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파리 올림픽에서 베트남 양궁의 새 역사를 만들어 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남자 개인전과 혼성 경기에 출전하는 레꾸옥퐁은 이번 대회 다크호스로 평가받는다. 레꾸옥퐁은 5월 경북 예천에서 열린 세계양궁연맹(WA) 월드컵 2차 대회 개인전에서 베트남 양궁 선수 최초로 이 대회 4강에 올랐다. 파리 올림픽 양궁은 대회 개막에 하루 앞선 25일부터 남녀 개인전 랭킹 라운드 경기가 열린다. 파리=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6일(현지 시간)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에 한국은 21개 종목, 143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한국 서핑은 2021년 도쿄 올림픽에 이어 이번에도 출전 선수를 배출하지 못했다. 그런데 한국 서핑의 1세대라 할 수 있는 송민 서핑 국가대표팀 감독(45)은 도쿄 대회에 이어 이번에도 한 방송사 해설위원으로 시청자들을 만난다. 몇 해 전부터 불어온 서핑 바람을 타고 화면을 통해서나마 서핑을 즐기는 인구가 늘었기 때문이다. 중학생이 될 때까지 바다를 직접 본 적도 없는 송 감독은 고교 졸업 후 호주 시드니 유학 중 서핑의 매력에 빠졌다. 무작정 보드를 사서 독학으로 서핑을 익혔다. 더 오래 서핑을 즐기고 싶어 호주에 있는 대학에 진학했다. 송 감독은 “수업을 3일에 몰아서 듣고 나머지 4일은 슈퍼마켓 등에서 일하며 돈을 벌었다. 일하러 가기 전 해가 떠 있는 시간엔 서핑을 실컷 즐겼다”며 “3, 4시간씩 자면서 어렵게 번 돈으로 방학 때 인도네시아로 서핑 여행을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후 호주 영주권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부산에서 조그만 서핑 숍을 열었다. 소수 인원을 대상으로 서핑 강습도 했다. 수익이 제대로 나지 않아 가게를 접으려 할 즈음 서핑이 유행처럼 번지며 기사회생했다. 송 감독은 한국 서핑의 국제무대 진출에도 앞장섰다. 한국 서핑은 2017년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처음 선을 보였는데 ‘서핑 버전 쿨러닝’과 다름없었다. 한국 대표팀은 파리까지 비행기로 14시간을 날아간 뒤 렌터카로 1000km를 달려 겨우 시간에 맞춰 대회장에 도착했다. 선수와 코칭스태프 모두 자비로 출전했다. 유일한 지원은 지인을 통해서 받은 태극기 박힌 티셔츠 한 장이 전부였다. 이후 한국 대표팀은 세계 무대를 꾸준히 노크하고 있다. 그는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중국 서핑은 파리 올림픽에도 선수를 내보낸다”며 “우리도 2026년 나고야 아시아경기에서 메달을 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연세대 대학원에서 스포츠 비즈니스 마케팅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명지대 미래교육원에서는 서핑 강의도 한다.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바쁘게 사는 그는 걷기와 등산, 웨이트 트레이닝 등으로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에 집이 있는 그는 틈날 때마다 해운대 해변을 걷는다. 주말엔 부모님 집이 있는 서울로 올라와 매주 토요일 관악산을 오른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재활 개념으로 접근한다. 굳어 있는 근육을 깨우고 유연성을 유지하기 위해 요가와 필라테스도 해 볼 생각이다. 그가 가장 행복한 시간은 여전히 파도를 타는 시간이다. 송 감독은 “서핑을 한 시간 하면 보드 위에서 라이딩하는 시간은 1, 2분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좋은 파도가 올 때를 기다리는 것”이라며 “그렇게 좋은 파도를 잡았을 때의 짜릿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서핑의 매력은 바로 자연과의 교감이다. 더 많은 분이 이런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26일 프랑스에서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에는 32개 종목 329개 금메달이 걸려있다. 그런데 32개 종목 중 서핑은 유일하게 프랑스 본토가 아닌 다른 곳에서 열린다. 서핑 경기 개최지는 파리에서 1만5700km나 떨어진 남태평양의 프랑스령 타히티다. 역대 올림픽 역사상 개최 도시에서 가장 먼 대회장이다. 2021년 도쿄 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서핑은 이번이 2번째 올림픽이다. 한국 대표팀은 도쿄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고, 이번 파리 올림픽에도 나가지 못한다. 그런데 한국 서핑의 ‘시조새’라 할 수 있는 송민 한국 서핑 대표팀 감독(45)은 도쿄 대회에 이어 올해도 KBS 해설위원으로 시청자들을 만난다. 한국 선수가 없는 경기, 그것도 축구처럼 인기 종목이 아닌 서핑이 올림픽 기간 중 전파를 타는 것이다. 3년 전 도쿄 대회 때도 서핑은 원래 중계 계획이 없었다. 어느 날 케이블 채널을 통해 해외 중계를 번역이나 자막 없이 실시간으로 경기 화면을 송출한 게 전부였다. 그런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 화면을 시청했다. KBS에서는 급하게 서핑 전문가를 찾다가 송 감독에게 연락을 해왔다. 급작스레 맡게 된 중계였지만 송 감독의 서핑 해설은 대박을 쳤다. “똑같은 파도는 다시 오지 않는다”라는 명언을 비롯해 그가 평소 서핑에 대해 알고 있던 지식과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유튜브에서 이 중계 화면은 조회 수가 530만 명이 넘었다. 파리 올림픽 서핑 종목은 28일 오전 2시부터 시작해 오전 시간대에 주로 이뤄진다. 자신을 ‘서핑 영업 사원’이라 칭하는 송 감독은 “프랑스 본토에도 파도가 좋은 곳이 많지만 타히티는 경치가 아름답고, 파도의 힘과 각도가 좋은 곳”이라며 “더 많은 분들께 서핑의 매력을 알리고자 최선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중학생이 될 때까지 직접 바다를 본 적도 없는 그는 어떻게 ‘서핑 덕후’가 됐을까. 고교 졸업 후 호주 시드니로 떠난 유학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송 감독은 “처음엔 어학원을 다녔는데 반 친구 대부분이 서핑을 하더라. 초등학생 때 ‘노스 쇼어’라는 서핑 영화를 본 후 항상 서핑에 대한 동경을 갖고 있었는데 호주 유학이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무작정 보드를 사서 혼자 독학으로 서핑을 배웠다. 바닷가에 하루종일 있으면서 잘 타는 사람들의 서핑을 유심히 지켜본 후 이를 흉내 내곤 했다. 틈날 때마다 도서관에 가서 서핑 교본 등을 찾아보기도 했다. 더 오래 서핑을 즐기고 싶어 호주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기로 결심했다. 시드니 공대에 입학해서는 영주권을 받기 쉬운 회계학과 스포츠매니지먼트를 같이 전공했다. 송 감독은 “수업을 3일에 몰아서 듣고 나머지 4일은 슈퍼마켓 등에서 일하며 돈을 벌었다. 일하러 가기 전 해가 떠 있는 시간엔 실컷 서핑을 즐겼다”며 “돌이켜보면 서핑에 미쳐 살았다. 하루 3, 4시간씩 자면서 어렵게 번 돈으로는 방학 때 서핑 천국 인도네시아에 서핑 여행을 가기도 했다”며 웃었다. 요즘이야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부산 해운대, 송정과 강원 양양, 제주 등에서 서핑을 즐긴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국내 서핑 인구는 동호인을 중심으로 100명도 채 되지 않았다. 사정이 그랬으니 국내에서 서핑 장비를 구하는 건 쉽지 않았다. 호주에 있던 그는 서핑 동호인들을 위해 장비를 대신 구매해주곤 했다. 그러다 2010년에 그는 호주 영주권을 포기하고 국내 귀국 결심을 했다. “서핑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한국에서 서핑을 매력을 더 알려보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부산 해운대에 조그만 서핑숍을 차리고 여름에 가게 운영을 했다. 소수 인원을 대상으로 서핑 강습도 했다. 하지만 워낙 시장이 작다 보니 더 이상을 가게 운영이 쉽지 않은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렇게 문을 닫기 직전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2010년대 중반 갑자기 서핑 바람이 불더니 쌓여있던 재고가 하나도 남김없이 싹 팔려버린 것이다. 그는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강원도 양양을 가기 시작했다. 덕분에 가게도 기사회생하게 됐다”며 웃었다. 송 감독은 한국 서핑의 국제무대 진출에도 앞장섰다. 그는 서장현 전 대한서핑협회 회장과 함께 2017년 한국 서핑을 첫 세계선수권대회 무대로 이끈 주역이다. 당시 세계선수권대회는 프랑스 남부 해안에서 열렸는데 한국 대표팀은 파리까지 비행기로 14시간을 날아간 후 곧바로 렌트카로 갈아타고 1000km를 달려 겨우 시간에 늦지 않게 대회장에 도착했다. ‘서핑 버전 쿨러닝’을 연출한 한국 대표팀은 현지 미디어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고, 감독이었던 송 감독은 인터뷰도 했다. 당시 대표팀은 스폰서 없이 자비로 출전했다. 그나마 아는 지인을 통해 태극기가 새겨진 티셔츠를 한 장씩 받은 게 전부였다. 그래도 그 대회는 한국 서핑이 태극 마크를 달고 출전한 첫 세계 대회로 기록됐다. 이후 한국 서핑 대표팀은 2018년 일본 나고야, 2019년 일본 미야자키 세계선수권에 출전했다. 신종 코로라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몇 년을 쉰 뒤 지난해 엘살바도르, 작년엔 푸에르토리코 대회에도 출전했다. 송 감독은 “워낙 잘 알려져있지 않은 종목이다 보니 선수든 지도자든 대부분 자비로 출전해 왔다”며 “파도가 좋은 여러 나라를 가 보는 게 신기하고 좋긴 하지만 경제적인 부담도 만만치 않다”고 했다. 서핑에서 한참 앞선 일본과 달리 한국과 중국은 후발 주자다. 한국이 처음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2017년 대회에 중국도 처음 출전했다. 그런데 불과 7년 만에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적극적인 지원을 받는 중국은 이번 파리올림픽에 14세 선수가 출전한다. 두 대회 연속 올림픽 출전 선수를 만들지 못한 한국과 차이가 난다. 송 감독은 “어찌 보면 2017년에는 우리가 중국보다 앞서 있었다. 그런데 적극적인 투자를 받은 중국 서핑은 몰라볼 정도로 성장한 반면 우리는 여전히 제자리다. 그런 점에서 후배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며 “최선을 다해 2026년 나고야 아시아경기에서 메달을 따는 게 당면 목표”라고 말했다. 대한서핑협회 이사와 감독을 맡고 있는 그는 현재 연세데 대학원에서 스포츠비지니스마케팅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명지대 미래교육원에서는 서핑 강의도 한다. 부산에서는 생업으로 서핑 장비 유통업을 계속 하고 있다.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바쁘게 사는 그는 걷기와 등산, 웨이트트레이닝 등으로 꾸준히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가 집인 그는 틈날 때마다 해운대 해변을 걷는다. 등산은 추운 날 주로 한다. 부모님 집이 있는 서울에는 주말에 올라와 매주 토요일 관악산 등산모임에 참가한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근육을 늘리기보다는 재활 개념으로 접근한다. 처음 서핑을 배울 때 체계적인 훈련법을 몰라 양쪽 어깨를 크게 다친 그는 일주일에 2, 4차례 재활 피트니스를 한다. 굳어있는 근육을 깨우고 유연성을 유지하기 위해 요가와 필라테스도 해 볼 생각이다. 그러나 여전히 그가 가장 행복한 시간은 서핑을 하러 물속에 들어가 있을 때다. 송 감독은 “서핑을 한 시간 한다고 하면 보드 위에서 라이딩 하는 시간은 1, 2분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좋은 파도가 올 때를 기다리는 것”이라며 “그렇게 좋은 파도를 잡았을 때의 짜릿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서핑의 매력은 그런 자연과의 교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영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도 충분히 서핑을 즐길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발목에 연결된 줄이 서퍼를 보호해준다. 물 공포증으로 인해 패닉에만 빠지지 않으면 보드의 부력을 통해 물위로 떠오를 수 있다”며 “꼭 보드를 타지 않아도 파도에 몸을 맡기고 그 에너지를 느끼는 것도 큰 개념으로는 서핑이라고 할 수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서핑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8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복귀한 북한 선수들이 21일 프랑스 파리에 도착했다. 전날 오전 평양 순안 공항을 출발한 북한 선수단은 중국 베이징을 거쳐 현지 시간 21일 오후 1시경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 내렸다. 중국 국적기가 아닌 에어프랑스 편으로 이동한 게 눈에 띄었다. 북한 선수단은 수하물에 문제가 생겨 약 3시간 동안 짐 찾는 곳에 머물다 공항을 급하게 빠져나갔다. 자신을 북한 외교관이라고 소개한 2명과 미리 파리에 도착해 있던 북한 선수단 관계자 2명은 에어프랑스 탑승객들이 나오기로 돼 있던 출구에서 북한 선수들을 기다렸다. 이들을 맞으러 공항에 나와 있던 ‘조선-프랑스 친선협회’ 회원들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선수들을 열렬히 환영합니다”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선수들을 기다렸다. 북한 관계자 4명이 갑자기 여기저기로 흩어지는 사이 북한 선수들은 다른 게이트를 통해 나왔다. 미리 협조 요청을 받은 듯 프랑스 경찰도 한국 취재진의 북한 선수단 접근을 막았다. 버스에 오른 북한 선수들은 인공기를 흔드는 ‘조선-프랑스 친선협회’ 회원들에게 손을 들어 보였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참가했던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던 2021년 개최된 도쿄 올림픽엔 선수단을 보내지 않았다. 코로나19가 북한에 확산하는 걸 막고 선수들을 보호한다는 게 올림픽 불참 이유였다. 이 때문에 북한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2022년 말까지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IOC 징계가 풀리면서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지위를 되찾은 북한은 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올해 파리 올림픽에도 선수단을 보냈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 공식 정보 사이트인 ‘마이인포’에 따르면 북한은 이번 대회 7개 종목에 16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레슬링 5명, 다이빙 3명, 탁구 3명, 복싱 2명, 체조 1명, 육상 1명, 유도 1명이다. 북한이 그동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가장 많이(5개) 딴 역도는 지난해 국제역도연맹 그랑프리에 선수들을 보내지 않아 출전권을 얻지 못했다. 파리 올림픽에 나서는 북한 선수단 중 메달권에 가장 가까운 선수는 여자 기계체조의 안창옥이다. 안창옥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2관왕을 차지했고 올해 월드컵 시리즈 전체 1위에 올랐다. 올해 도하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다이빙 여자 싱크로 10m 플랫폼에서 은메달을 합작한 김미래-조진미도 메달 획득 가능성이 높다. 여자 복싱 방철미(54kg급), 원은경(60kg급)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70kg급 은메달리스트인 문성희도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다. 파리=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지난해 NC에서 뛴 에릭 페디(31)는 올 시즌을 앞두고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로 돌아갔다. 페디는 한국프로야구에서 뛸 때 독보적인 ‘슈퍼 에이스’였다. 지난 시즌 다승(20승)과 평균자책점(2.00) 탈삼진(209개) 모두 1위에 오르며 투수 부문 3관왕인 ‘트리플 크라운’을 차지했다.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로도 뽑혔다. MLB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뛰고 있는 페디는 올해 7승 3패 평균자책점 2.99로 활약 중이다.NC는 이런 페디를 떠나보내면서 고민이 많았는데 지금은 페디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새 외국인 투수 카일 하트(32)가 팀의 에이스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왼손 투수 하트는 후반기 첫 등판이던 12일 키움과의 경기에서 7이닝 2피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8승(2패)째를 따냈다. 17일 현재 다승 공동 3위다. 다승 1위인 키움의 헤이수스(10승)와는 2승 차이다. 평균자책점(2.57)과 탈삼진(119개)은 단독 1위다. 지금 추세라면 지난해 페디에 이어 트리플 크라운도 노려 볼 만하다.하트는 미국프로야구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주로 뛰었다. MLB에서는 2020년 4경기에 출전해 11이닝을 던지는 동안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15.55를 남긴 게 전부다. 이 때문에 올 시즌 개막 전만 해도 NC의 제1선발은 하트가 아닌 또 다른 외국인 투수 다니엘 카스타노(30)가 맡을 예정이었다. 역시 왼손 투수인 카스타노는 MLB에서 4시즌 동안 24경기에 등판해 2승 7패, 평균자책점 4.47을 기록했다.하트 역시 페디처럼 슬라이더보다 큰 각도로 떨어지는 구종인 스위퍼(sweeper)를 던진다. 하트는 스프링캠프부터 스위퍼를 집중적으로 연마한 끝에 자기 주 무기로 만들었다. 12일 키움전에서도 96개의 투구 중 가장 많은 24개를 스위퍼로 던지며 상대 타선을 꽁꽁 묶었다.NC가 하트를 영입하면서 또 하나 신경 쓴 것은 절묘한 제구력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해부터 일명 로봇심판으로 불리는 ‘볼·스트라이크 자동 판정시스템(ABS)’을 도입했는데 하트의 투구 스타일이 ABS와 잘 맞을 것으로 봤다. 하트는 시속 150km의 패스트볼을 비롯해 투심 패스트볼, 컷 패스트볼, 체인지업 등 여러 구종을 ABS가 스트라이크로 판정하는 곳에 쉽게 꽂아 넣는다.하트는 올 시즌 18차례 선발 등판해 112이닝을 던지는 동안 볼넷은 26개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또 18경기 모두 5이닝 이상을 던졌고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 12차례,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를 8차례 기록했다.하트와 함께 NC의 왼손 ‘원투 펀치’인 카스타노 역시 8승(5패)으로 다승 공동 3위를 달리며 마운드를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카스타노는 17일 한화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8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이날 승리로 NC는 5할 승률(43승 43패 2무)에 복귀하며 SSG와 함께 공동 5위가 됐다. 지난해엔 사실상 페디 혼자서 NC를 가을 야구로 이끌었다면 올해는 두 명의 외국인 투수가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만루홈런의 날이었다. 17일 전국 5개 구장에서 열린 5경기 중 세 경기에서 만루 홈런 4개가 쏟아졌다. KBO리그 역사상 하루에 만루홈런 4개가 나온 건 이날이 처음이다. 종전에는 7차례 하루에 만루홈런 3개가 나왔다. 가장 극적인 만루 홈런은 롯데 외국인 선수 레이예스가 때렸다. 레이예스는 제2의 안방인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연장 10회말 극적인 끝내기 만루 홈런으로 팀의 6-2 승리를 이끌었다. 2연승을 달린 롯데는 38승 46패 3무(승률 0.452)로 8위를 유지했다. 7위 KT와는 2.5경기, 공동 5위인 SSG, NC와는 4경기 차다. 양 팀 선발 투수들의 호투 속에 경기는 투수전으로 진행됐다. 롯데 외국인 투수 윌커슨은 6이닝 8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2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다. 20일만에 선발 마운드에 오른 두산 2년차 영건 최준호는 6이닝 1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의 눈부신 역투를 했다. 롯데는 최준호가 마운드를 내려간 뒤 추격을 시작했다. 0-2으로 뒤진 7회말 1사 3루에서 정훈의 2루수 땅볼 때 3루 주자가 홈을 밟아 한 점을 따라붙었다. 1-2로 뒤진 8회말에는 대타 윤동희가 두산 마무리 투수 김택연을 상대로 우중간 적시타를 때려내 2-2 동점을 만들었다. 정규이닝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팀은 연장전에 돌입했다. 10회초를 무실점으로 막은 롯데는 10회말 선두 타자 박승욱이 두산의 6번째 투수 김유성을 상대로 볼넷을 골라내며 공격의 물꼬를 텄다. 최항이 헛스윙 삼진, 황성빈이 내야플라이로 물러났지만 이호준과 고승민이 연속으로 볼넷을 골라내며 2사 만루 찬스를 잡았다. 두산은 김유성을 내리고 김명신을 구원 등판시켰으나 타석에 들어선 레이예스는 김명신의 2구째 변화구를 걷어 올려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그랜드 슬램을 쏘아 올리며 4시간 20분에 걸친 긴 승부를 마감했다. 개인 첫 번째이자 역대 24번째 나온 끝내기 만루 홈런이었다. 레이예스는 7회초 추격의 불씨를 당기는 우중간 2루타를 치는 등 이날 4타수 3안타 4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선두 KIA는 광주 안방 경기에서 나성범의 만루 홈런 등을 앞세워 삼성을 10-5로 꺾었다. 2연승을 달린 KIA는 2위 삼성과의 승차를 5.5경기로 벌렸다. 1회 김도영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얻은 KIA는 3회 최형우의 2점 홈런으로 3점차로 앞서갔다. KIA는 4회 잠시 동점을 허용했지만 4회말 김도영과 최형우의 연속 밀러내기 볼넷으로 다시 앞선 뒤 나성범의 우월 그랜드슬램으로 단숨에 승기를 잡았다. SSG와 LG가 맞붙은 서울 잠실경기에서는 양팀이 만루홈런을 주고 받는 타격전 끝에 LG가 12-9로 승리했다. LG 오지환은 3-0으로 앞선 3회말 1사 만루에서 SSG 선발투수 김광현의 변화구를 걷어 올려 우중간 펜스를 넘아가는 만루포를 쏘아올렸다. 곧이어 김범석이 연속타자 홈런을 터뜨려 8-0으로 달아났다. LG는 4회 문보경의 3점 홈런 등으로 11-1으로 크게 앞섰으나 경기 막판 SSG의 추격에 진땀승을 거뒀다. SSG는 7회초 외국인 타자 에레디아의 만루홈런 등으로 대거 7득점하며 8-11까지 따라붙었다. 이후 양팀은 한점씩을 더 주고받은 끝에 LG가 승리를 지켰다. KT는 고척 경기에서 키움을 9-2로 대파하고 최근 4연승을 달렸다. KT는 올 시즌 키움을 상대로 1패 뒤 8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KT 로하스와 강백호는 이날 나란히 시즌 23호 홈런을 기록하며 홈런 공동 2위를 유지했다.창원에서는 NC가 한화를 5-1로 꺾고 3연승을 달렸다. NC는 5할 승률(43승 43패 2무)에 복귀하며 SSG와 함께 공동 5위로 뛰어 올랐다. 9위 한화는 다시 3연패에 빠졌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지난달 메이저대회 US오픈에서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최종 라운드 마지막 5개 홀을 남기고 2위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에게 두 타 앞서 우승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이후 보기를 3차례나 기록하며 무너졌다. 18번홀을 포함해 마지막 세 홀 중 두 홀에선 1m 남짓한 짧은 퍼트를 놓쳤다. 2014년 이후 10년 만에 잡은 메이저대회 우승 기회를 날린 충격은 컸다. 대회 이틀 뒤 매킬로이는 전화번호까지 바꿨다. 쏟아지는 위로 문자와 전화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미국), ‘테니스 스타’ 라파엘 나달(스페인)을 비롯해 그와 친분이 있는 여러 스포츠 스타들이 전화번호가 바뀐 줄 모른 채 위로 문자를 보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도 문자를 보낸 이 중 한 명이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브리티시오픈(디오픈) 개막을 하루 앞둔 17일 매킬로이는 US오픈 역전패의 충격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듯 웃는 얼굴로 언론과 마주했다. 매킬로이는 이날 디오픈 대회장인 스코틀랜드 사우스 에어셔의 로열 트룬 골프클럽(파71)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여기 와서 우즈를 만난 뒤에야 그가 위로 메시지를 보냈다는 걸 알게 됐다”며 “내 인생에서 우즈는 놀라운 존재다. 기쁠 때나 나쁠 때나 항상 좋은 메시지를 보내준다”고 말했다. 뒤이어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우즈는 매킬로이에게 보낸 메시지를 공개했다. “나도 많은 퍼팅을 놓쳤다. 마이클 조던도 많은 슛을 놓쳤다. 중요한 건 계속 위닝샷을 하는 것이다. 나도 여전히 (우승을 결정짓는) 챔피언 퍼트를 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우즈는 자신의 골프 인생에서 가장 뼈아픈 패배로 2009년 메이저대회 PGA챔피언십에서 양용은에게 당한 역전패를 꼽았다. 우즈는 “그 전엔 메이저대회에서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 날 역전을 허용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양용은에게 역전패한 뒤 회복할 때까지 꽤 긴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2014년 디오픈 우승자인 매킬로이는 우즈의 위로를 안고 10년 만의 메이저대회 우승에 도전한다. 매킬로이는 지난주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에서 공동 4위를 하며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세계 랭킹 2위 매킬로이는 메이저대회 마스터스를 포함해 올해 6승을 거둔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 올해 PGA챔피언십 우승자 잰더 쇼플리(이상 미국) 등과 우승을 다툰다. PGA투어는 이번 대회 우승 후보를 예측하는 파워랭킹을 발표하면서 셰플러를 1위, 콜린 모리카와(미국)를 2위, 매킬로이를 3위에 올려놨다. PGA투어는 “매킬로이는 메이저대회뿐 아니라 모든 대회에서 우승에 근접한 선수다. 남은 건 10년간 이어진 메이저대회 우승 가뭄을 깨는 것”이라고 했다. 메이저대회 통산 4승을 기록 중인 매킬로이는 2014년 PGA챔피언십이 메이저대회 마지막 우승이다. 총상금 1700만 달러(약 235억 원), 우승 상금 310만 달러(약 43억 원)가 걸린 이번 대회엔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는 김주형과 안병훈을 포함해 8명의 한국 선수가 참가한다. 김주형은 지난해 로열 리버풀에서 열린 디오픈에서 공동 2위를 했다. 안병훈은 PGA투어 첫 우승에 도전한다. 우즈도 2021년 자동차 사고 이후 처음으로 한 해에 열린 4대 메이저대회에 모두 출전하게 됐다. 올해 우즈는 마스터스에선 공동 60위로 컷을 통과했지만 이후 열린 PGA 챔피언십과 US오픈에서는 모두 컷 탈락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양궁 천재들인데 노력까지 합니다. 이런 선수들을 어떻게 이깁니까?” 한국 남자 양궁의 ‘맏형’ 오진혁(43)이 올림픽 출전을 위해 결전지 프랑스 파리로 향하는 대표팀 후배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오진혁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선수 최초로 개인전 금메달을 땄고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선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양궁 대표팀은 1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파리로 떠났다. 홍승진 양궁 대표팀 총감독은 “금메달 최소 3개가 목표다. 하지만 행운이 더해진다면 더 좋은 성적도 낼 수 있다”고 했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남자 개인전을 뺀 4개 종목 금메달을 휩쓸었던 한국 양궁은 이번 파리 대회에선 내심 전 종목 석권(금메달 5개)도 기대하고 있다. 한국 양궁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에 걸린 금메달 4개를 싹쓸이했다. 이후 2021년 도쿄 대회 때부터 혼성 종목이 추가돼 양궁은 금메달이 5개로 늘었다. 가장 많은 관심이 쏠린 건 임시현(21) 전훈영(30) 남수현(19)이 팀을 이룬 여자 대표팀의 올림픽 단체전 10연패 여부다. 하지만 대표팀 안팎에서 ‘역대 최강의 전력’으로 평가받는 건 김우진(32) 김제덕(20) 이우석(27·코오롱)으로 구성된 남자 대표팀이다. 오진혁은 파리 올림픽에 나서는 남자 대표팀을 두고 “경험과 실력 모두 의심할 여지 없이 역대 최강이다. 경기 당일 컨디션만 잘 유지하면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진과 김제덕은 파리 대회에 참가하는 144명의 한국 선수 중 올림픽 금메달(2개)을 가장 많이 딴 선수다. 2016년 리우와 2021년 도쿄 대회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김우진은 한국 양궁 최초로 올림픽 3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한다. 김우진은 “최대의 라이벌은 우리 스스로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번에도 단체전 우승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후 개인전 금메달도 노려보겠다”고 말했다. 오진혁은 김우진에 대해 “(김)우진이는 완벽주의자다. 자기가 맡은 건 끝까지 책임지고 해낸다. 휴일에도 활을 쏘는 선수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잘 쏠 수밖에 없겠네’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고 했다. 김제덕은 17세 때 출전한 도쿄 올림픽에서 남자 단체전과 혼성전 2관왕에 올랐다. 그가 외치는 “파이팅”은 한국 남자 양궁의 활력이 됐다. 오진혁은 “어린 선수인데도 자기만의 양궁 기술과 철학이 확고하다. 파리에서도 (김)제덕이의 ‘파이팅’이 팀 사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이우석은 올림픽 무대를 처음 밟는다. 3명을 뽑는 2016년 리우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4위를 했다. 2020년 열린 도쿄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선 뽑혔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도쿄 대회가 1년 연기되면서 불운을 겪었다. 2021년에 다시 치른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것이다. 오진혁은 “포커페이스인 (이)우석이는 역경을 잘 이겨낸다. 실수하더라도 다음 번에 곧바로 10점을 쏠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도쿄 올림픽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끝”이라는 한마디와 함께 10점을 쏘며 금메달을 확정했던 오진혁은 “단체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서로 간의 신뢰다. 내가 좀 잘 못 쏴도 동료들이 잘해 줄 것이란 믿음이 있으면 좀 더 편하게 경기할 수 있다. 나도 도쿄 올림픽 때 동생들을 믿고 쐈다”고 했다. 양궁 국가대표팀은 프랑스 도착 후 파리 남서쪽에 있는 종합스포츠클럽에서 현지 적응 훈련을 하다 25일 남녀 개인전 랭킹 라운드로 올림픽 경기 일정에 들어간다. 인천=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00년만의 파리 올림픽’ D-10파리 올림픽 개막이 10일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은 1976년 몬트리올 대회(50명) 이후 가장 적은 144명의 선수가 22개 종목에 출전한다. 성적 전망은 밝지 않다. 대한체육회는 금메달 5개 정도를 예상했다. 역시 몬트리올 대회(금 1개) 이후 가장 적다. 하지만 예상을 뒤집는 승부, 승패를 떠난 감동 스토리는 늘 있다. 17일간의 ‘올림픽 드라마’가 열흘 뒤 찾아온다.》 브레이킹은 가장 ‘어린’ 올림픽 종목이다. 선수 두 명이 비트에 맞춰 일대일 춤 대결을 벌이는 브레이킹은 26일(현지 시간) 개막하는 파리 대회를 통해 올림픽 데뷔전을 치른다. 갈수록 젊은 세대가 올림픽에 대한 흥미를 잃어간다는 판단에 따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브레이킹을 올림픽 정식 종목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그런 점에서 한국 브레이킹 대표 김홍열은 역설적인 존재다. 1984년생으로 올해 ‘불혹’인 김홍열은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가장 ‘늙은’ 비보이다. 파리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단 출정식이 열린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9일 만난 김홍열은 “올림픽 예선 시리즈 1차 대회 시상대에 선 친구들을 보니 정말 어리더라. 10대 후반, 많아도 20대 초반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내가 여기 끼면 안 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며 웃었다. 이름 끝 글자 ‘열’을 숫자 10으로 바꾼 ‘홍텐’을 닉네임으로 쓰는 김홍열은 2006년 한국 비보이 가운데 처음으로 세계 최고 권위 브레이킹 대회인 ‘레드불 BC원’에서 우승했다. 김홍열과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맞붙었던 ‘시게킥스’ 나카라이 시게유키(일본)는 2002년생으로 당시 유치원생이었다. 김홍열은 2013년에는 한국 비보이 최초로 이 대회에서 개인 두 번째 우승 기록도 남겼다. 김홍열은 이렇게 한국을 대표하는 비보이였지만 올림픽 출전은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2021, 2022년 대한민국댄스스포츠연맹(KFD)이 개최한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도 하지 않았다. 김홍열은 “부상으로 왼팔에 마비가 와 춤을 계속 출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막연하게 ‘안 되겠지’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지난해 4월 상황이 바뀌었다. 세계댄스스포츠연맹(WDSF) 월드시리즈, 세계선수권대회 쿼터가 남녀 각 3장으로 늘어나면서 KFD도 원래 각 2명이던 비보이, 비걸 국가대표를 1명씩 추가 선발하기로 했다. 모든 일정을 뒤로하고 치료에만 집중했던 김홍열의 왼팔도 그 무렵 정상으로 돌아왔다. 김홍열은 “이제는 춤을 못 추나 했는데 다시 춤을 출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축복이다 싶어 도전했다”고 했다. 김홍열이 태극마크를 달고 처음 참가한 종합 대회는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이었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 파리 올림픽 직행 티켓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결승에서 패한 김홍열은 올해 5, 6월 전 세계 비보이 40명과 다시 1, 2차로 나눠 예선 시리즈를 치러야 했다. 이 중 10명만 파리행 티켓을 받을 수 있었다. 김홍열은 “기왕이면 (올림픽에) 쉽게 가고 싶어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꼭 따고 싶었는데 놓쳐서 너무 아쉬웠다. 세계 최고의 비보이 40명과 겨뤄야 한다는 것도 부담됐다. 질 것 같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이는 제일 많은데 한참 어린 친구들하고 겨루고, 근데 이상하게 또 이기고 있고…. 스스로도 ‘왜 이기지?’ 싶었다”면서 “브레이킹이 몸을 쓰는 종목이니 나이가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간의 연륜을 어떻게 하면 녹여낼 수 있을지를 고민했고 그게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했다. 김홍열은 1, 2차 예선 시리즈 종합 2위에 오르면서 비보이, 비걸 부문을 통틀어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올림픽 출전 자격을 땄다. 가장 마지막에 도전해 최후의 1인이 된 것이다. 김홍열은 “퀄리파이어(예선 통과자)라고 써진 티켓을 받고 울 뻔했다. 참 드라마틱하게 왔다. ‘이거 받으려고 1년 넘게 고생했구나’ 싶더라”면서 “이제 (올림픽) 한 번 남았다”고 말했다. 김홍열의 브레이킹 비보이 경기는 한국 시간으로 다음 달 11일 새벽 파리 콩코르드 광장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에는 전 세계 비보이, 비걸 각 16명이 참가해 초대 올림픽 메달을 놓고 ‘댄스 배틀’을 벌인다. 17세 반효진 ‘최연소’… 김우진 ‘3연속 金’ 도전한국, 22개 종목 선수 144명 출전요트 하지민, 5회 연속 올림픽행한국 선수 최다 종목은 수영 23명한국은 26일(현지 시간)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에 22개 종목, 144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최연소와 최고령 모두 사격 선수다. 파리 올림픽 한국 선수단 최연소 선수는 17세 고교생 반효진이다. 대구체육고에 재학 중인 반효진은 여자 사격 10m 공기소총에 출전한다. 도쿄 올림픽이 열린 2021년 사격에 입문한 그는 불과 3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반효진은 일곱 살 위인 박하준(24)과 함께 공기소총 혼성 종목에도 나선다. 최고령 선수는 여자 사격 트랩에 출전하는 이보나로 올해 43세다. 이보나는 반효진이 태어나기도 전인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은메달 1개와 동메달 1개를 목에 걸었다. 남녀 농구와 남녀 배구가 모두 올림픽 출전에 실패하면서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에 나서는 이승찬(30)이 최장신 선수(195cm)로 이름을 올렸다. 키가 가장 작은 선수는 여자 기계체조 신솔이(20)로 149cm다. 최중량 선수는 여자 역도 박혜정(21)과 남자 유도 김민종(24)으로 둘 다 135kg이다. 양궁 김우진(32)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2021년 도쿄 대회에 이어 3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한다. 올림픽 최다 참가 선수는 요트 하지민(35)으로 2008년 베이징 대회를 시작으로 이번 대회까지 5회 연속 출전한다. 스포츠클라이밍 서종국 감독(51)과 선수 서채현(21)은 한국 대표팀 중 유일하게 ‘가족 참가’ 기록을 세웠다. 22개 종목 중 가장 많은 선수가 출전하는 종목은 수영으로 23명이다. 사격이 16명으로 뒤를 잇는다. 단체 구기 종목으로는 유일하게 출전하는 여자 핸드볼(14명)보다 많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선수 시절 ‘복식 여왕’으로 불렸던 길영아 삼성생명 배드민턴팀 감독(54)은 올림픽에서 ‘금은동 컬렉션’을 완성한 몇 안 되는 이 중 한 명이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여자복식에서 동메달을 딴 그는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서는 여자복식 은메달에 이어 혼합복식 금메달을 수확했다. 김동문과 조를 이뤄 출전한 혼합복식은 그의 국가대표 마지막 경기였는데 말 그대로 ‘해피엔딩’이 됐다. 선수 생활을 끝낸 뒤 그는 1998년 지도자로 변신해 30년 가까이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다. 트레이너로 9년, 코치로 5년을 보낸 뒤 2011년부터 여자팀 감독을 맡았다. 2015년부터는 총감독에 오르며 한국 배드민턴 사상 처음으로 남자팀까지 지도하는 여성 감독이 됐다. 그는 “사실 좋은 선수가 있어야 좋은 지도자도 있는 법이다. 우리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다”고 했다.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은 26일(현지 시간)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에 12명이 출전한다. 그중 5명이 그가 지도하는 삼성생명 소속이다.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노리는 안세영(22)도 그의 제자다. 길 감독은 “(안)세영이를 보면 짠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다. 아무리 쉬라고 해도 쉬지 않는다. 새벽, 야간 운동도 스스로 한다”며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려 하는 선수다. 이런 선수가 정말 잘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들인 김원호(25)도 올림픽에 나간다. 정나은(화순군청)과 짝을 이뤄 혼합복식에서 모자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길 감독은 “나도 혼합복식에서 깜짝 메달을 따지 않았나. 아들도 이번 올림픽에서 최선을 다하다 보면 하늘이 어떤 선물을 줄지 모른다”고 했다. 김원호의 두 살 아래 동생 김아영(23)도 현재 시흥시청에서 배드민턴 선수로 뛰고 있다. 지도자 초기 선수들과 함께 뛰며 호흡했던 그는 10여 년 전부터 더 이상 코트에서 함께하지 못한다. 젊을 때 과하다 싶을 정도로 운동을 한 탓에 무릎이나 발목 관절이 좋지 않아서다. 그 대신 그가 고른 건 수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기 전 그는 수영장에 다니며 약해진 체력을 회복했다. 그는 “처음엔 초급반으로 시작했다. 할수록 재미가 붙어 1년 정도 지나서는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 등을 다 할 줄 알게 됐다”며 “수영은 평생 해야 할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땀을 흘릴 수 있는 운동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늦게 배운 수영 덕분에 그는 버킷리스트도 하나 이뤘다. 그는 “국제대회를 가면 외국 선수들은 호텔에서 수영을 하곤 했다”며 “내심 그게 부러웠는데 지금은 나도 호텔 수영을 즐기게 됐다”고 했다. 평생을 배드민턴과 함께해 온 그의 마지막 꿈은 배드민턴 전용 체육관을 지어 더 많은 이들과 함께 배드민턴의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그는 “(선수 생활을 하는) 아들과 딸이 은퇴하면 옆에서 날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올림픽에 출전하는 건 모든 아마추어 운동선수들의 꿈이다. 올림픽 메달은 소수의 선수들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이다. 특히 올림픽 금메달은 말 그대로 하늘이 점지하는 것이다. ‘배드민턴 전설’ 길영아 삼성생명 배드민턴팀 감독(54)은 그런 점에서 최고의 선수 시절을 보냈다. ‘복식 여왕’이라는 별명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여자 복식에서 동메달을 땄다. 4년 뒤인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는 여자 복식 은메달에 이어 혼합 복식 금메달까지 수확했다. 그는 세계 최고의 무대인 올림픽에서 ‘금은동 컬렉션’을 완성한 몇 안 되는 선수 중 하나다. 배드민턴을 시작했을 때부터 목표는 올림픽 금메달이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던 올림픽 금메달은 그의 국제무대 은퇴 경기였던 애틀랜타 올림픽 혼합 복식에서 나왔다. 당초 금메달이 유력했던 건 장혜옥과 짝을 이룬 여자 복식이었다. 하지만 중국과의 결승전에서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완패했다. 길 감독은 “너무 간절했던 금메달이었기에 전날 밤에 잠을 한숨도 못 잤다. 경기에 들어가서는 부담감 때문에 발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고 했다. 워낙 허탈한 경기였기에 길영아-장혜옥 조는 은메달을 따고도 눈물을 펑펑 쏟았다. 김동문과 조를 이룬 혼합 복식은 원래는 ‘버리는 카드’였다. 길 감독은 여자 복식과 혼합 복식 등 두 종목에 나섰는데 체력이 달릴 수 있기에 메달이 더 유력한 여자 복식에 집중하라는 게 코칭스태프의 판단이었다. 더구나 혼합 복식에는 당대 최강이던 박주봉-나경민 조가 버티고 있었다. 코트 적응 삼아 편하게 뛴 혼합 복식 1, 2회전은 거의 무사통과였다. 이제 탈락해도 누가 뭐라 할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여자 단식 방수현의 경기와 함께 혼합 본식이 한국 TV 생중계 편성이 돼 버렸다. 이제는 죽기 살기로 뛸 수밖에 없었다. 길영아-김동문으로서는 오히려 바라던 바였다. 8강과 준결승을 넘어 결승에서 마주친 건 박주봉-나경민 조였다. 어차피 잃은 게 없던 길영아-김동문 조는 몸이 가벼웠다. 금메달이 눈앞에 보이던 박주봉-나경민 조가 오히려 긴장했다. 모든 이의 예상을 뒤집고 승자는 길영아-김동문 조였다. 길 감독은 “은메달 2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국가대표 마지막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진정한 ‘해피엔딩’이 됐다”며 웃었다. 우려했던 체력 문제는 전혀 없었다. “모든 코트의 기술은 체력에서 나온다”는 신조에 따라 체력 훈련을 누구보다 많이 해 놨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때 국가대표에 선발된 후 그를 포함한 배드민턴 선수단은 경남 진해선수촌에서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소화했다. 지옥의 슈퍼 서킷, 뛰어서 산 오르기. 백사장 달리기 등이 주된 훈련이었다. 길 감독은 “얼마나 힘이 들던지 산을 다 뭉개버리고, 바닷가 모래는 다 파내 버리고 싶었다”고 했다. 당시만 해도 배드민턴이란 종목이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았을 때다. 배드민턴 라켓을 매고 택시를 타면 운전기사가 “무슨 파리채를 들고 하는 운동이 다 있냐”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하지만 전신운동인 배드민턴을 잘하려면 스피드와 순발력, 지구력에 두뇌 플레이까지 능해야 한다. 그는 “운동을 하다 보면 누구나 힘들다. 하지만 쉬고 싶은 순간 다시 일어나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는 것만큼 뿌듯한 게 없다”며 “(단식 금메달을 딴) 방수현도 그렇고 저도 그랬다. 주말에도 쉬지 않고 운동하는 우리를 보고 주변에선 ‘미쳤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에겐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다”고 했다. 누구보다 운동에 열심이었던 그는 1998년 삼성전기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지금까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트레이너로 9년, 코치로 5년을 일한 뒤 2011년부터는 여자팀 감독을 맡았다. 2015년부터는 총감독에 오르며 한국 배드민턴 사상 처음으로 남자팀까지 지도하는 여성 감독이 됐다. 그는 팀 창단 때부터 이 팀의 감독이 될 운명이었다.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트레이너는 원래 없던 자리였는데 그를 위해서 새로 만들었다. 직함만 트레이너였지 실제로 훈련 스케줄을 짜고, 훈련을 시키는 것 모두 그의 역할이었다. 30년 가까이 성공적인 지도자 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그는 “선수 때는 육체적으로 힘들었다면 지도자는 책임감이 무겁다. 눈앞의 대회를 바라보면서 한 해 한 해를 꾸준히 쫓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다”며 “사실 좋은 선수가 있어야 좋은 지도자도 있는 법이다. 우리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은 26일(현지시간) 개막하는 파리올림픽에 12명이 출전한다. 그중 5명이 그가 지도하는 삼성생명 소속이다.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바라보는 안세영(22)도 그의 제자다. 길 감독은 “(안)세영이를 보면 짠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다. 보통 선수들과 달리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려고 하는 선수”라며 “아무리 쉬라고 해도 쉬지 않는다. 새벽에도 나가 있고, 야간 운동도 스스로 한다. 이런 선수는 정말 잘 돼야 한다”고 말했다. 친아들인 김원호(25)도 올림픽에 나간다. 정나은(화순군청)과 짝을 이뤄 혼합복식에서 모자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길 감독은 “아들은 원래 운동을 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체육관에 와서 배드민턴을 쳐 보더니 너무 재미있어하더라. 결국 운동선수의 길을 걷게 됐다”며 “이번 올림픽에서도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원호는 지난해 항저우 아시아경기에서는 은메달을 땄다. 딸인 김아영(23) 역시 시흥시청에서 배드민턴 선수를 하고 있다. 처음 지도자가 됐을 때 길 감독은 선수들과 함께 뛰었다. 함께 훈련을 하고, 함께 셔틀콕을 주고받으며 호흡했다. 하지만 감독직을 맡은 이후로는 더 이상 함께 훈련하지 않는다. 하지 않는다기보다는 못한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이다. 젊을 때부터 과하다 싶을 정도로 운동을 한 탓에 무릎이나 발목 관절 상태가 썩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예전처럼 배드민턴을 치면서 뛰는 게 더 이상 안 된다. 요즘은 선수들이 몸을 풀 때 가볍게 걷고 있다”고 말했다. 숨이 차오르는 운동을 하기 위해 그가 찾은 종목은 수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 그는 수영장을 다니며 약해진 체력을 회복하려 애썼다. 그는 “처음엔 초급반으로 시작했다. 할수록 재미가 붙어 1년 정도 지나서는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 등 4종목을 다 할 줄 알게 됐다”며 “개인적으로 수영은 평생 해야 할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숨이 헉헉 차오르게 할 수 있는 운동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50살 가까운 나이에 배운 수영 덕분에 그는 버킷리스트도 하나 이뤘다. 해외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선수나 코치 시절 국제대회를 가서 보면 중국 선수들은 호텔에서 수영을 하곤 했다”며 “내심 그 모습이 너무 부러웠는데 짧게나마 수영을 배운 덕분에 나도 호텔 수영을 즐기게 됐다”고 말했다. 지금은 잠시 쉬고 있지만 이번 파리 올림픽이 끝나면 다시 수영장을 다닐 생각이다. 선수, 지도자로 40년 넘게 배드민턴과 함께 살아온 그도 이제 아름다운 마무리를 준비하고 있다. 때가 되어 은퇴를 하게 되면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다. 그는 “일단 여행을 좀 다닐 것 같다. 이후엔 그동안 못해본 취미 활동들을 해보고 싶다. 영어 공부, 중국어 공부도 하고 싶다”며 “필라테스 같이 몸에 무리가 되지 않는 운동도 배워보고 싶다. 바리스타 자격증도 따볼까 생각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 꿈은 배드민턴 전용 체육관을 짓는 것이다. 그는 “이뤄질지 어떨지는 잘 모르겠지만 배드민턴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체육관을 세워보고 싶다”며 “아들과 딸도 선수 생활을 끝내고 은퇴하면 코치 등으로 날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배드민턴은 한국에서 가장 많은 동호인들이 즐기는 생활 스포츠 중 하나다. 길 감독은 동호인들에게 준비운동과 마무리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배드민턴은 쉽게 접할 수 있는 운동이지만 신체를 과격하게 움직여야 한다. 많은분들이 워밍업 없이 곧바로 경기를 하곤 하는 게 자칫하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끝나고 나서도 마무리 운동을 해주는 게 좋다”고 했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레슨을 받고 동반자와 함께 할 것을 조언했다. 그는 “기본기 없이는 실력이 잘 늘지 않는다. 꼭 레슨을 받을 것을 추천드린다”며 “이왕이면 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게 좋다. 실력이 안 되는 상태에서 혼자 동호회 같은 델 가면 함께 어울리기 쉽지 않다. 좀 더 많은분들이 배드민턴의 재미를 느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삼성이 두산을 또 이겼다. 삼성이 두산을 제물로 후반기 3연승을 달리며 두산과의 2위 쟁탈전에서도 한발 앞서 나갔다. 삼성은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방문경기에서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한 접전 끝에 타선의 집중력을 앞세워 9-5로 승리했다. 전날까지 두산을 상대로 8승 1패의 압도적 우위를 보이던 삼성은 올해 두산과 10번 싸워 9승 1패를 기록하게 됐다. 최근 두산전 6연승 행진도 이어가며 단독 2위 자리를 지켰다. 반면 두산은 국가대표 오른손 투수이자 두산의 실질적인 에이스 곽빈을 선발 등판시키고도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선제점은 1회 삼성의 차지였지만 두산은 곧이은 1회말 2점을 뽑아내며 경기를 뒤집었다. 2사 후 라모스가 3루수 김영웅의 송구 실책으로 출루한 뒤 양의지의 볼넷으로 만든 2사 1, 2루에서 김재환의 우전 안타 때 동점을 만들었다. 여기에 삼성 우익수 이성규의 홈송구가 포수 뒤로 빠져나가면서 1루 주자마저 홈을 밟았다. 이후엔 일진일퇴의 공방이 이어졌다. 삼성은 2회 안주형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지만 두산은 곧이은 2회말 박준영의 3루타로 한 점을 다시 달아났다. 이번에 삼성이 3회 이성규의 2점 홈런으로 경기를 뒤집자 두산이 라모스의 홈런으로 다시 동점을 만들었다. 삼성은 4-4 동점이던 4회초 공격에서 상대의 빈틈을 노려 결정적인 승기를 잡았다. 삼성은 4회초 윤정빈이 볼넷, 이병헌이 좌전 안타 등으로 1사 2, 3루 찬스를 만들었다. 두산은 여기서 곽빈을 내리고 좌완 투수 이병헌을 구원 등판시켰다. 하지만 다음 타자 김지찬 타석 때 뜻밖의 장면이 나왔다. 이병헌의 2구째 평범한 패스트볼을 두산 포수 김기연이 뒤로 빠뜨린 것이다. 3루 주자 윤정빈이 홈을 밟았고, 2주 주자 이병헌은 3루에 안착했다. 대타로 타석에 들어선 이재현이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치면서 삼성은 6-4, 2점 차로 앞서갔다. 삼성은 8회 결정적인 한방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1사 1루에서 대타로 타석에 들어선 강민호가 박치국을 상대로 좌중간 담장을 훌쩍 넘기는 대형 쐐기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2타점을 더한 강민호는 개인 통산 1200번째 타점까지 작성했다. KBO리그에서 9번째 나온 대기록이었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8회 양석환의 홈런이 비디오 판독 후 3루타로 정정되자 이에 항의하다 퇴장당했다. 이 감독은 올해만 벌써 3번째 퇴장을 당했다. 이 감독의 퇴장에도 두산은 끝내 경기를 뒤집지 못하고 패전을 받아들여야 했다. 삼성 선발 투수 백정현은 5이닝 5피안타 3볼넷 4탈삼진 4실점(2자책)으로 시즌 2승째를 따냈다. 반면 두산 곽빈은 3과 3분의1이닝 6실점(5자책)으로 7패(7승)째를 당했다. 한화는 대전 안방 경기에서 최고 시속 160km의 강속구를 앞세워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문동주의 역투를 앞세워 LG를 7-0으로 완파했다.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갔다가 16일만에 복귀전을 치른 문동주는 7이닝 동안 101개의 공을 던지며 8피안타 3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LG 타선을 봉쇄했다. 이날 한화 수비진은 무려 5개의 더블 플레이를 만들어내며 문동주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문동주는 5월 28일 롯데전 이후 45일만에 시즌 4승(6패)째를 수확했다.반면 지난 주말 KIA에 충격적인 3연패를 당한 LG는 무기력한 경기 끝에 4연패의 늪에 빠졌다. 옆구리 부상에서 회복해 약 한 달 만에 선발 등판한 LG 최원태는 5이닝 5피안타 3볼넷 3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이날 한화생명이글스파크는 경기 시작 26분 만인 오후 6시 56분 매진되며 31번째 매진을 기록했다. 김승연 한화 구단주(한화 회장)은 이번 시즌에만 6번째로 구장을 찾아 팬들과 함께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창원에서는 NC가 홈런 4방을 앞세워 키움에 9-2로 승리했다. NC는 2022년 9월 27일부터 이어온 키움전 홈경기 승리를 13경기째 이어갔다. 홈런 선두를 달리고 있는 맷 데이비슨은 7회 솔로포로 28번째 홈런을 쏘아 올리며 2위 김도영(KIA)과의 격차를 5개로 벌렸다. NC 선발 카일 하트는 7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8승(2패)째를 수확했다. 하트는 평균자책점을 2.57까지 낮추며 이 부문 리그 1위 자리를 지켰다. SSG는 광주 원정 경기에서 7연승 행진 중이던 KIA를 14-6으로 대파하고 2연승을 달렸다. SSG 타선은 3회에만 10점을 뽑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1번 타자 최지훈과 2번 타자 추신수는 3회 한 이닝에만 안타를 두 개씩 때리는 진기록도 연출했다.KT는 부산 방문경기에서 롯데에 5-4로 역전승했다. KT는 6회까지 0-4로 뒤져 패색이 짙었지만 7회 대거 4득점하며 동점을 만들었고, 9회 상대 실책으로 만든 1사 1, 3루 기회에서 로하스의 희생플라이로 경기를 뒤집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군산CC오픈 조직위원회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와의 협의를 거쳐 이번 대회에 한해 선수들의 반바지 착용을 허용한다고 10일 발표했습니다. KPGA투어 56년 역사상 정규대회에서 반바지 착용을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를 가장 반긴 선수 중 한 명은 ‘디펜딩 챔피언’ 장유빈(22·신한금융그룹)이었습니다. 장유빈은 “정말 좋다. 하지만 사실 이번 주에 반바지를 챙기지 않았다. 반바지를 입을 수 있다는 소식을 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어머니께서 대회장으로 반바지를 가지고 오신다고 했다. 대회 기간 내 착용할 예정”이라고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그는 또 “아시안 투어 경기와 금메달을 획득했던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반바지를 착용한 바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11일 열린 대회 군산CC오픈 1라운드에서 장유빈은 반바지가 아닌 긴바지를 입고 라운드를 했습니다. 이날 144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11명이 반바지를 입었는데 장유빈은 11명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이지요. KPGA 관계자는 “아직도 적지 않은 한국 선수들이 한국에서 열리는 정규대회에서 반바지를 입는 것을 어색해한다. 장유빈도 고민 끝에 입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장유빈은 1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치며 공동 6위에 자리했습니다. 그리고 대회 둘째 날인 12일. 장유빈은 마침내 어머니가 챙겨온 반바지를 꺼내 입었습니다. 이날엔 전날보다 많은 17명이 ‘반바지 라운드’를 했는데 장유빈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장유빈의 어머니는 무더위 속에 치러진 이번 대회를 위해 무려 5벌의 반바지를 현장으로 가져왔습니다. 집에 있는 반바지를 모두 찾아서 들고 왔다고 합니다. 장유빈은 이날 시원한 반바지를 입고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했습니다. 장유빈은 이날 보기 없이 버디 8개를 몰아치며 중간합계 14언더파 130타로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습니다. 2위 김백준(12언더파 132타)과는 2타 차이입니다. 장유빈은 경기 후 “전지 훈련을 갔을 때도 항상 반바지만 입고 훈련을 한다. 해외투어 대회에 나가면 반바지를 입고 경기하는 게 익숙하다”면서 “하지만 아직 KPGA투어에서 반바지를 입는 것이 어색하긴 하다. 하지만 오늘처럼 덥고 습한 날에는 반바지가 너무 편하고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남은 3, 4라운드에서도 반바지를 입을 것이냐는 질문에는 “주말에 비 예보가 있어서 날씨를 확인한 뒤 입을지 말지에 대해 결정할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군산CC오픈은 장유빈에게 KPGA투어 첫 우승을 안긴 대회입니다. 지난해 이맘때까지 아마추어 신분이던 그는 이 대회에서 연장 접전 끝에 첫 우승을 따냈고, 곧바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을 획득했습니다. 이후 그는 프로로 전향했습니다. 장유빈은 지난해 이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아마추어 신분이라 우승 상금 1억 원은 받지 못했습니다. 상금은 2위를 차지한 전가람의 몫이 되었지요. 정확히 1년 만에 장유빈은 같은 대회에서 프로 첫 승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이미 실력은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올 시즌 장타 1위, 평균타수 1위,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1위가 모두 장유빈의 차지입니다. 우승컵에 입을 맞추지 못했을 뿐 준우승 3번을 포함해 톱10에 7차례나 이름을 올렸습니다. 특히 지난달 30일 끝난 비즈플레이·원더클럽오픈은 큰 아픔으로 남아 있습니다. 5타차 앞선 선두였던 그는 최종 라운드에서 허인회에게 따라 잡힌 끝에 연장전에 끌려들어 간 뒤 무릎을 꿇었습니다. 역전패 당일 펑펑 눈물을 쏟았던 그는 이번 대회에서 단독 선두에 오른 뒤 “역전패의 기억은 머리에서 싹 지웠다.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면 좀 힘들어졌을 것 같긴 하다”며 “남은 이틀도 좋은 성적이 나올 것 같다. 지금 페이스대로 최종일까지 잘 마무리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습니다. 이번 대회는 KPGA 첫 반바지 대회인 동시에 사상 첫 ‘상금 채리티’에 따른 추가 상금이 지급되는 대회입니다. 대회 총상금은 7억 원, 우승 상금은 1억4000만 원인데 군산CC 측은 갤러리 입장료와 식음료 판매 수익 등을 상금에 보태기로 했습니다. 12일 KPGA의 집계에 따르면 총상금은 1라운드 이후 8억 7140만 원으로 늘어났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대회 종료 후 총상금은 10억 원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장유빈이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다면 올해는 첫 우승 상금에 추가 상금까지 받고 그간의 설움을 훨훨 날려버릴 수 있습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1일 전북 군산시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군산CC오픈 1라운드. 오전 6시 50분 첫 조에서 첫 티샷을 한 김용태는 반바지 차림으로 티잉그라운드에 올랐다. 김용태뿐만 아니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144명 중 11명이 반바지를 입고 경기를 했다. KPGA투어 56년 역사상 정규대회에 반바지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PGA투어 규정에 따르면 6∼9월에 개최되는 대회일 경우 선수들은 프로암과 연습라운드 때 반바지를 입을 수 있다. 주최 측이 허용하면 정규대회 때도 반바지를 입어도 된다. 군산CC오픈 대회 조직위원회가 전날 “대회 기간에 습도 높은 무더위가 예상된다. 선수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이번 대회에 한해 경기 중 반바지를 입을 수 있게 했다”고 발표하면서 ‘반바지 라운드’가 열리게 됐다. KPGA투어는 반바지 착용 규정도 따로 마련해 두고 있다. 무릎 기준 위·아래로 10cm 이상 짧거나 긴 바지는 금지다. 트레이닝복 형태의 반바지도 입을 수 없다. 상의도 반드시 바지 안으로 넣어야 한다. 반바지를 허용하는 해외 투어도 적지 않다. LIV골프와 아시안투어에서는 반바지 착용이 자유다. DP월드투어(옛 유럽투어)는 날씨 상황에 따라 조건부로 반바지 착용을 허용한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일본투어는 프로암과 연습라운드 때만 반바지를 입을 수 있다. 선수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아시안투어에서 종종 반바지를 입고 나섰던 김비오는 “반바지를 입고 경기하니까 확실히 시원하고 편하다”면서 “반바지 착용을 어색해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하지만 선수들을 위한 것인 만큼 반바지를 입는 선수들이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날 긴바지를 입고 경기한 장유빈은 “대회장에 반바지를 챙겨 오지 않았는데 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가지고 오신다’고 했다. 2라운드부터는 상황에 따라 반바지를 입을지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선 KPGA 사상 처음으로 ‘상금 채리티’에 따른 추가 상금이 지급된다. 이번 대회 총상금은 7억 원, 우승 상금은 1억4000만 원인데 군산CC 측은 갤러리 입장료와 식음료 판매 수익 등을 상금에 보태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회 종료 후 총상금은 10억 원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LG의 경기는 한여름의 한국시리즈라고 부를 만했다. 선두 KIA와 2위 LG의 맞대결답게 평일 야간 경기임에도 2만 3750명의 관중들이 야구장을 가득 메웠다. 경기 내용 역시 한국시리즈를 방불케 했다. 경기 종반까지 명품 투수전이 펼쳐졌고, 정규이닝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해 연장전까지 이어졌다. 길었던 승부의 승자는 선두 KIA였다. KIA가 9회초 2사후 터진 최형우의 동점 적시타와 연장 10회 박찬호의 역전 결승 희생플라이 등에 힘입어 LG를 5-2로 꺾었다. 5연승을 질주한 KIA는 10개 구단 중 가장 먼저 50승(2무 33패) 고지에 올랐다. KBO리그에서 50승 선점 팀의 정규시즌 우승 확률은 70.6%(34차례 중 24차례)에 이른다. 8회까지만 해도 LG의 승리가 유력했다. KIA선발 투수 양현종이 2회말 문보경에게 우월 솔로 홈런을 허용해 선취점을 내줬고, 0-1로 뒤진 8회말에는 최지민이 박동원에게 좌익수 왼쪽에 떨어지는 적시 2루타를 얻어맞았다. 하지만 최지민은 계속된 1사 2, 3루 위기에서 김현수를 삼진, 구본혁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위기를 벗어난 KIA는 9회초 전날까지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던 LG 마무리 투수 유영찬을 무너뜨렸다. 선두 타자 박찬호가 좌중간 2루타로 포문을 연 뒤 소크라테스의 2루수 앞 땅볼 때 3루를 밟았다. 다음 타자 최원준은 유영찬을 상대로 좌전 적시타를 때려내며 추격의 불씨를 당겼다. 후속 타자 김도영의 유격수 땅볼 때 최원준은 2루에서 포스 아웃되면서 경기는 이대로 끝나는가 했다. 하지만 KIA에는 전날 최고령 만루홈런을 터뜨린 ‘해결사’ 최형우가 있었다. 앞선 세 타석에서 모두 범타로 물러났던 최형우는 2사 1루에서 좌중간 깊숙한 곳에 떨어지는 안타를 쳐냈고, 빠르게 스타트를 끊은 1루 주자 김도영은 2루, 3루를 돌아 홈까지 쇄도했다.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동점 적시타였다. 기세를 탄 KIA는 연장 10회초에 경기를 뒤집었다. 1사 후 서건창의 볼넷과 한준수의 우전 안타로 만든 1사 1, 3루에서 박찬호가 LG 4번째 투수 백승현을 상대로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쳐 역전에 성공했다. 소크라테스의 볼넷으로 계속된 2사 1, 2루에서 최원준은 바뀐 투수 정우영을 상대로 1, 2루간을 빠지는 적시타를 터뜨렸다. LG 우익수 홍창기의 홈 송구가 포수 뒤로 넘어가는 사이 소크라테스마저 홈을 밟으며 스코어는 5-2로 벌어졌다. KIA 전상현은 10회말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를 지켜냈다. KIA 선발 양현종은 이날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400경기 선발 등판 기록과 함께 역대 세 번째 11시즌 연속 100이닝 기록을 동시에 세웠다. 양현종은 5이닝 6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면서 팀 승리의 주춧돌을 놨다. 반면 LG는 다 잡았던 경기를 놓치고 연패에 빠지면서 전날 2위에서 3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 KT는 수원 안방경기에서 두산을 상대로 연장 10회말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일진일퇴를 거듭하던 양 팀은 9회까지 6-6으로 연장 승부에 돌입했다. KT 천재타자 강백호는 2사 1, 3루에서 두산 마무리 투수 김택연을 상대로 끝내기 중전 안타를 때려내며 길었던 승부를 끝냈다. 개인 통산 첫 번째 끝내기 안타였다. 9회말 등판한 김택연은 세 타자를 공 9개로 모두 삼구삼진으로 잡아내는 장면을 연출했으나 팀의 패배를 막진 못했다. 롯데는 부상에서 돌아온 외국인 투수 반지의 6이닝 무실점 호투에 힘입어 SSG를 6-1로 꺾었다. 한화도 외국인 투수 바리야의 6이닝 무실점 호투를 발판삼아 키움에 7-0으로 승리했다. 삼성은 대구 경기에서 장단 16안타를 터뜨리며 NC를 15-6으로 대파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골프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116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복귀했다. 당시 역사적인 1번홀 첫 티샷을 맡은 선수는 안병훈(33)이었다. 안병훈은 탁구 스타 안재형 전 한국 탁구대표팀 감독(59)과 중국 국가대표였던 자오즈민(61)의 아들이다. 안 전 감독은 1988년 서울 올림픽 탁구 남자 복식에서 동메달을, 자오즈민은 같은 대회 여자 복식 은메달과 단식 동메달을 따냈다. 리우 대회 조직위는 상징적인 첫 티샷을 올림피안 부부의 아들인 안병훈에게 맡겼다. 안병훈은 리우 올림픽에서 공동 11위를 했다. 26일(현지 시간)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는 안병훈의 목표는 메달 획득이다. “부모님의 뒤를 이어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고 말해 온 안병훈은 9일 한국 언론과의 화상 인터뷰에서도 “쉽지 않겠지만 꼭 메달을 딸 수 있으면 좋겠다. 부담 갖지 않고 내 골프에 집중한다면 충분히 메달 근처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올림픽은 3위 안에 들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며 “72홀을 잘 운영하는 게 중요하다. 찬스가 오는 홀에선 버디를 노리고, 안전하게 가야 하는 홀에서는 안전하게 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림픽 남자골프는 8월 1일부터 나흘 동안 파리 인근 르 골프 나쇼날 올림픽 코스에서 열린다. 9년 전인 2015년 이 골프장에서 열린 프랑스 오픈에 출전했던 그는 “그때 이후로는 한 번도 못 쳐봤다. 쉽지 않은 코스였던 기억이 난다. 현지에 가서 빨리 적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8년 전과 달리 이번엔 든든한 지원군도 함께한다. 안-자오 부부가 직접 프랑스로 날아와 아들을 응원한다. 리우 올림픽 당시 한국 여자 탁구 대표팀 감독직을 맡느라 아들의 경기장을 찾지 못했던 안 전 감독은 “그때 남기지 못했던 기념사진을 이번에 찍으려 한다”며 “이왕이면 병훈이가 메달을 딴 뒤 온 가족이 함께 축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프로 선수 생활을 유럽 2부 투어에서 시작한 안병훈은 유럽 골프장에 익숙하다. DP월드투어(옛 유럽투어)에서 5년 넘게 뛰었고 2015년엔 DP월드투어 메이저대회 BMW챔피언십에서 우승컵도 들어 올렸다. 올림픽 메달을 향한 첫 무대는 11일부터 영국 스코틀랜드 노스베릭의 르네상스 클럽(파70)에서 열리는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이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DP월드투어가 공동 주관한 작년 이 대회에서 안병훈은 공동 3위에 오르며 메이저대회 디 오픈 출전권을 따냈다. 안병훈은 이후 선전을 거듭하며 2022년 말 231위였던 세계랭킹을 2023년 말에는 60위까지 끌어 올렸다. 10일 현재 세계랭킹 30위인 안병훈은 “(해변가에 있는) 링크스 코스를 좋아하는 편이라 올해도 자신이 있다”며 “이번 대회를 잘 치른 뒤 이어지는 디 오픈과 파리 올림픽, 그리고 PGA투어 플레이오프까지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안 전 감독 역시 “병훈이가 올해 우승은 없지만 톱10에 5번이나 드는 등 한결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올해부터 한국 프로야구에 도입된 단기 대체 외국인 선수 1호로 SSG에서 뛰었던 시라카와 케이쇼(23·일본)가 이번엔 두산 유니폼을 입는다. 두산은 왼쪽 어깨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투수 브랜든 와델을 단기간 대체할 외국인 선수로 SSG에서 웨이버 공시된 시라카와를 낙점하고, 그를 지명하겠다고 최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알렸다. 시라카와가 웨이버 공시된 3일을 기준으로 두산보다 하위권 팀이 시라카와를 지명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그의 두산행은 확정적이다. 웨이버 공시일 기준 팀 순위 역순으로 지명권이 돌아간다. 두산은 10일 시라카와의 영입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일본 독립리그 도쿠시마에서 뛰던 시라카와는 5월 말 내복사근 부상을 당한 로에니스 엘리아스의 단기 대체 선수로 SSG 유니폼을 입었다. KBO는 올해부터 기존 외국인 선수가 6주 이상 전력에서 이탈할 경우 임시로 대체 선수를 뽑을 수 있게 했다. 시라카와는 SSG와 6주간 180만 엔(약 1547만 원)에 계약했다. 몸값은 낮았지만 활약은 기대 이상이었다. 시라카와는 시속 150km가 넘는 빠른 공에 날카로운 커브를 주무기로 5경기에 선발 등판해 2승 2패 평균자책점 5.09를 기록했다. 지난달 7일 롯데전 1과 3분의 1이닝 8실점(7자책)을 제외하고는 모두 5이닝 이상을 던졌다. 6주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 이숭용 SSG 감독은 “시라카와와 엘리아스 둘 중 누구를 선택할지 정말 많이 고민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SSG가 엘리아스와 동행하기로 하면서 시라카와는 SSG 동료들과 눈물의 작별을 했다. 하지만 곧바로 두산이 손을 내밀었다. 시라카와와 한국 프로야구 다승왕 출신 에릭 요키시(전 키움)를 두고 고민하던 두산은 결국 시라카와를 선택했다. 국내 리그에서 검증을 거쳤고, 취업비자를 새로 발급받을 필요도 없어 곧바로 경기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시라카와의 꿈은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는 것이다. 고교 졸업 후 일본 프로 팀들의 지명을 받지 못했고 이후에도 신인 드래프트에서 번번이 낙방했지만 한국 프로야구에서 쌓은 경험은 그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시라카와는 올가을에 열리는 일본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 다시 도전할 계획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