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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도난마(快刀亂麻)란 말은 6세기 중국 위진남북조 시대에 동위 효정제의 승상이던 고환의 고사에서 나왔다. 고환은 여러 아들 중 누가 출중한지 시험하려고 심하게 뒤엉킨 실타래를 나눠주고 풀게 했다. 다른 형제들이 실오라기를 푸느라 여념이 없을 때 둘째 고양은 “어지러운 것은 베어버려야 한다”며 칼을 들어 실타래를 잘랐다. 이 고양이 나중에 효정제를 몰아내고 북제를 세워 즉위한 문선제다. 쾌도난마, 또는 일도양단(一刀兩斷)과 같은 뜻으로 서구에서 쓰이는 게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다(cut the Gordian knot)’라는 표현이다.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이 기원전 4세기에 고르디우스 왕의 전차에 매달린 매듭을 잘랐다는 전설에서 나왔다. ‘이 매듭을 푸는 이는 아시아의 지배자가 된다’는 예언을 들은 알렉산더는 누구도 풀지 못하던 단단한 매듭을 한칼에 끊었다. 3일 열린 2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얽힌 실타래를 끊는 것은 고르디우스 매듭 끊듯이 해야지 조금씩 고치면 부지하세월”이라고 장관들을 타박한 뒤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란 말이 시사용어로 떠올랐다. 정부 규제개혁의 속도와 과단성에 대통령의 불만이 왜 이리 큰지 이해가 가는 사례가 적지 않다. 3월 1차 규제개혁회의에서 건의된 떡 배달판매 건과 관련해 정부는 5월에 규제를 해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떡집 주인, 종업원만 배달할 수 있을 뿐 택배, 퀵서비스 배달은 허용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시장 상인의 건의를 받고 개선을 지시한 뒤에야 11월부터 택배를 통한 떡 배달을 허용하기로 했다. 또 2차 회의에 참가한 한국메이크업협회 회장은 미용 분야에서 ‘메이크업’ 부문을 따로 떼어내 달라고 요청했다. 메이크업 가게를 내려면 헤어미용 자격증을 따도록 한 규제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었다. 1차 회의 때 ‘네일 미용업을 독립시켜 달라’는 건의와 같은 맥락이었다. 두 건 모두 공무원들이 조금만 꼼꼼히 살폈다면 한 번에 해결될 일이었다. 현 정부 ‘규제개혁의 상징’이 된 푸드트럭 문제를 꼼꼼히 살펴보면 더 큰 문제가 드러난다. 푸드트럭 규제를 풀어 달라는 건의가 1차 회의 때 제기돼 대통령이 개선을 독려하자 관계 장관들은 “곧바로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관련 법률이 금세 개정됐지만 8월 말까지 실제 혜택을 본 푸드트럭은 22대뿐이었다. 영업공간이 유원지로 한정된 탓으로 본 정부는 이달 초 도시공원 등에서도 푸드트럭 영업을 허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 기대만큼 푸드트럭이 활성화되긴 어려워 보인다. 도심에 식당이 부족한 선진국들과 달리 변두리 골목에까지 음식점이 빽빽이 들어찬 한국의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탓이다. 많은 부분은 대통령의 뜻을 축어(逐語)적으로만 수행하는 공무원들의 책임으로 보인다. 수첩에 받아 적는 일은 줄었다지만 여전히 ‘말 그대로’ 따르는 데 급급한 모양새다. 해묵은 규제를 푸는 데 과단성은 꼭 필요한 덕목이다. 해당 부처가 존재 이유를 입증하지 못하는 규제를 자동 퇴출시키는 내용의 ‘규제 단두대(guillotine·기요틴) 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새누리당의 결정은 공무원들의 과단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쾌도난마 식 해법이 항상 정답은 아니라는 점은 꼭 기억할 필요가 있다. 알렉산더의 제국은 불과 10여 년 유지됐고 문선제는 과격한 왕으로 역사에 기록됐다.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제도개선엔 철저한 원인분석과 세심함이 필요하다. 얽힌 규제를 시원스레 끊어내는 것 이상으로 하나하나 제대로 매듭짓는 일이 중요한 이유다.박중현 경제부장 sanjuck@donga.com}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경제정책 묶음에 ‘최(崔)노믹스’ 또는 ‘초이노믹스’란 이름이 붙은 건 대단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한 나라 경제정책의 작명에는 선출직 최고지도자의 성이나 이름이 쓰이기 때문이다. 레이거노믹스, 부시노믹스, 클린터노믹스, 오바마노믹스 등 미국의 역대 경제정책은 대통령의 성을 따랐다. 일본의 아베노믹스 역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이름에서 따왔다. 버냉키노믹스 같은 예외가 있지만 벤 버냉키는 ‘세계의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었다. 정치지도자 이름을 반영한 경제정책 작명법이 한국에 처음 등장한 건 김대중 정부 때였다. 외환위기와 함께 들어선 김대중 정부는 ‘DJ노믹스’를 추진했다. 이어 노무현 정부의 ‘노(盧)노믹스’, 이명박 정부의 ‘MB노믹스’가 뒤따랐다. 지난해 출범한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에도 당연히 근혜노믹스란 이름이 붙었다. 지하경제 양성화와 재정 및 세제 구조조정을 통해 확보한 재원을 복지 확대에 쓰는 게 핵심이었다. 하지만 무리한 대선 공약에 대한 경제전문가들의 우려대로 이 정책 믹스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현오석 부총리가 이끈 1기 경제팀의 무능력도 한몫했다. 결국 올해 3월 성장 쪽으로 방향을 대폭 선회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청사진이 나왔다. 여기까지는 ‘근혜노믹스 2.0’으로 불릴 만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많은 게 달라졌다. 내수가 바닥까지 추락하자 경제주체들은 답답한 상황을 타개할 과감한 정책이라면 언제라도 박수칠 준비가 돼 있었다. 역설적으로 최 부총리로서는 제일 좋은 타이밍에 등판한 셈이다. 그가 쏟아낸 정책은 전과 많이 달랐다. 적자재정을 무릅쓴 재정확대, 내수부양을 위한 금융 및 세제지원, 한국은행을 통한 금리인하 등 단기부양책의 종합판이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의 완화, 배당확대 세제 도입 방침에 부동산 시장과 증시가 뜨겁게 반응했다. 이어 7·30 재·보선에서 여당 압승의 1등 공신으로 최 부총리의 경기부양 정책이 꼽혔다. 정치적, 경제적 모멘텀을 바꾸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렇게 최노믹스는 근혜노믹스 ‘브랜드’가 빛을 잃은 타이밍에 대안으로 등장했다. ‘근혜노믹스 3.0’이 아닌 이유다. 이런 점에서 최노믹스는 경제적이라기보다 철저히 정치적 현상이다. 재정적자와 가계부채 확대에 대한 우려, 기업소득 환류세제 등의 문제점도 흐름을 막진 못했다. 고집 세기론 둘째가라면 서러운 한국은행이 어쩔 수 없이 끌려갈 정도의 흡인력도 이런 힘에서 나왔다. 정치적이란 이유로 최노믹스를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 모든 정책(政策)은 어차피 정치적이다. 인플레이션을 통한 세수(稅收) 확대와 가계부채 완화, 주가와 집값 상승을 통한 ‘부(富)의 효과(wealth effect)’ 확대 등 최노믹스의 방향은 단기적으로 맞아 보인다. 최를 영어식 ‘초이’로 읽어 만든 ‘초이노믹스’는 너무 작위적이라 개인적으로 거부감이 크지만 말이다. 물론 최노믹스는 임면권자가 따로 있는 ‘장관’ 이름의 정책이란 분명한 한계를 안고 있다. 그가 정치인이라는 점, 다음번 총선 일정 등을 고려해 최노믹스의 최장 시한을 1년 반으로 보는 이가 적지 않다. 단기부양책으로 경기를 띄울 순 있어도 경제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면 서비스업 중심의 산업구조 개선, 규제완화, 노사관계 변화 등 중장기적 노력이 필요하다. 최노믹스가 한철 반짝하고 잊혀질 정책 브랜드에 그칠지, 한국 경제의 물꼬를 바꾼 경제정책의 이름으로 역사에 기록될지는 순전히 그 지속성에 달렸다.박중현 경제부장 sanjuck@donga.com}

“KB를 보세요. 3조 원 넘게 쏟아부어 우리은행 인수하면 뭐합니까. 수익성이 바닥까지 떨어진 데다 CEO 하나 마음대로 앉히지 못할 게 뻔한데…. 우린 안 합니다.” 우리은행에 새 주인을 찾아주겠다며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최근 내놓은 우리은행 매각방안과 관련해 인수 후보 중 하나인 금융회사 고위 관계자가 한 말이다. 그의 얘기를 이해하려면 몇 달째 KB와 금융당국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일을 들여다봐야 한다. 각각 12일, 19일에 취임 1년을 맞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요즘 심기가 영 불편하다. 각종 금융사고와 집안싸움으로 금융감독원에서 중징계 사전통보를 받아 자칫 물러나야 할 수도 있는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터진 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 도쿄지점의 불법대출 사건 등으로 뒤숭숭하던 4월, KB금융 안에서 집안싸움에 시동을 건 것은 이 행장 쪽이었다. 2년 가까이 진행돼온 주(主)전산기 교체작업과 관련해 은행 이사회가 기존 IBM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 운영체제로 바꾸기로 결정하자 정병기 상임감사위원이 반대의견을 냈고 이 행장이 그의 손을 들어주면서 일이 시작됐다. 시스템 변경 반대안건을 놓고 지주회사가 선임한 이사들이 한쪽, 정 감사위원과 이 행장이 다른 쪽에서 표 대결을 벌였다. 결과는 8 대 2, 교체 쪽이 많았다. 하지만 정 감사위원과 이 행장은 결정에 불복해 금감원에 특별검사를 요청했다. 낡은 에어컨을 바꾸면서 가장이 “전에 쓰던 브랜드가 마음에 안 든다. 딴 브랜드로 바꾸자”고 결정하자 아들이 “아버지가 마음대로 에어컨 브랜드를 바꾸려 한다”며 경찰에 신고한 형국이다. 정보기술(IT) 업계발로 “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리베이트가 오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금감원이 양측 계좌를 뒤진 결과 리베이트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은 이쯤에서 빠지는 게 정상이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고 평지풍파를 일으켰다는 이유로 임 회장과 이 행장 모두 중징계 대상에 올렸다. 선생님이 싸움박질한 학생 둘을 세워놓고 불문곡직 뺨부터 때린 격이었다. 각종 금융사고의 책임이 당국에 돌아올까 봐 전전긍긍하던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결국 임 회장과 이 행장은 ‘금융계 임직원 200명 동시징계’라는 사상 초유 징계 쇼의 주연이 됐다. 임 회장은 “정상적 회사 업무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한다. 이 행장은 “문제가 있다고 신고한 쪽을 징계하는 게 말이 되냐”고 반발하고 있다. 금융권의 관전자들은 이 다툼을 ‘정치게임’으로 본다. 관료 출신인 임 회장은 이명박 정부 때 ‘금융 4대 천왕’ 중 하나인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지주회사 사장으로 영입했다. 지난해에는 자력으로 이사회 표결을 거쳐 회장이 됐다. 현 정부가 챙겨줄 이유가 없는 인물이란 뜻이다. 반면 이 행장은 현 정부의 고위층 집안과 오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국회 전문위원으로 파견 갔을 때 요즘 최고 실세로 떠오른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친분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금융권에는 “누가 진정한 강자인지 징계 결과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란 얘기가 쫙 퍼져 있다. 이게 지난 몇 달간 KB 안팎에서 벌어진 일이다. 기진맥진한 한국 경제를 살릴 혈맥 역할을 해야 할 금융회사가 정치, 권력에 얽혀 생사를 염려해야 할 정글이 돼 가고 있다. 그 금융권 관계자의 말에 공감이 많이 간다. 누가 우리은행을 사겠다면 극력 뜯어말리고 싶다.박중현 경제부장 sanjuck@donga.com}

내 기억 속 최고의 표정 연기는 단언컨대 1967년 제작된 프랑스 영화 ‘25시’의 마지막 장면이다. 제2차 세계대전 초기 순박하고 어리숙한 루마니아 농부 요한은 아름다운 아내 수잔나를 탐하는 동네 경찰서장의 계략 때문에 유대인이라는 모함을 받고 노동캠프로 끌려간다. 유대인, 헝가리인 등으로 오인받으며 유럽 전역으로 끌려 다니던 그는 엉뚱하게 인종주의자 히틀러가 칭송한 순수 혈통 ‘아리안’의 외모를 가장 완벽히 갖춘 인물로 뽑혀 독일군 홍보 포스터 등에 모델이 되는 희극적 상황에 놓인다. 전쟁이 끝난 뒤 이런 전과(前過) 때문에 전범재판에 회부된 그에게 변호사가 묻는다. “당신은 여기에 왜 와 있는지 아십니까.” 다음과 같은 어리바리한 대답이 요한을 구한다.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8년 동안 영문도 모르고 이리저리 끌려 다니기만 했어요.” “활짝 웃어 달라”고 주문하는 고향 역의 사진기자들 사이에서 전쟁 통에 낳은 소련군의 아이를 안은 아내와 재회하는 요한. 명배우 앤서니 퀸은 펑펑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 앞에서 웃는 건지 우는 건지 헷갈려 어정쩡한, 그래서 진정 비극적인 요한의 표정을 완벽히 연기했다. 루마니아 작가 게오르규의 소설을 토대로 앙리 베르뇌유 감독이 만든 영화였다. 이달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새 국무총리 후보자를 깜짝 공개한 날 기자들 앞에 선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의 표정은 고위공직 지명을 받은 여느 후보자들보다 훨씬 밝았다. ‘일인지하 만인지상’ 자리에 낙점 받고 기분 나쁜 사람 있겠냐만 “표정 관리 좀 해야겠다” “너무 웃는다”는 농담이 나왔다. T(Time·때) P(Place·장소) O(Occasion·상황)에 맞춰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일찌감치 체득한 정치인, 관료들과 달리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며 살아온 기자였던 탓일 게다. 다음 날 ‘악마의 편집’이란 비판을 받고 있는 교회 강의 내용이 공개되면서부터 표정이 바뀌기 시작했다. 여유가 넘치던 얼굴에 초조함이 묻어났다. ‘친일파’란 야권의 비판에 욱하는 감정도 보였다. “안창호 선생, 안중근 의사를 제일 존경하는 내가 어떻게 친일파일 수 있나”라고 격정적으로 토로하며 낯색을 붉히기도 했다. 이어 여권 내에서조차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그의 표정에서 억눌린 분노가 배어나왔다. 이런 와중에 그의 사퇴를 유도하려는 정부가 나서서 문 후보자의 조부가 건국훈장까지 받은 독립운동가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해주는 희극적인 사건도 발생했다. 같은 건국훈장을 받은 할아버지를 둔 필자로선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상황이지만 말이다. 청와대의 처분을 오래 기다리던 그는 24일 결국 비장한 표정으로 사퇴 의사를 밝히며 눈을 질끈 감았다. 성공한 언론인이자 주위에서 매력적인 인물로 평가받으며 살아온 개인이 인생의 절정에 섰다가 만신창이가 될 때까지 15일간의 파노라마 같은 표정 변화를 국민은 생중계를 통해 지켜봐야 했다. 청와대는 이미 문 후보자의 후임을 찾기 위해 많은 명망가에게 열심히 전화를 돌리고 있다. 후보감을 찾기 얼마나 힘든지 이런 신종 보이스피싱이 유행한다는 우스개까지 나온다. “국무총리직에 관심 있으십니까. 관심 있으신 분은 본인 확인을 위해 삐 소리가 난 뒤 개인정보를 입력해 주십시오.” 다음번에 누가 총리 지명을 수락하건 다시는 이런 인사 참극이 벌어지지 않도록 청와대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증해야 한다. 며칠 건너 한 번씩 참사, 참극이 벌어지는 한국 사회에서 천국과 나락을 오가는 개인의 표정을 낱낱이 지켜보는 건 국민에게도 감당하기 힘든 비극이다. 시대의 희비극이 함축된 남자의 표정은 영화에서 보는 것만으로 족하다.박중현 경제부장 sanjuck@donga.com}

“중국은 여전히 개발도상국이고 사회주의 국가예요. 인민들 눈이 있는데 아무리 엘리트라도 관료 월급을 선진국처럼 많이 줄 순 없거든요. 그래서 각자 알아서 치부(致富)해도 눈감아 준 겁니다. 계속 이렇게 둘 순 없죠. 부정부패 척결로 시작했지만 결국 싱가포르처럼 공무원에게 제대로 보상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쪽으로 갈 겁니다.” 세월호 참사가 터진 다음 날 베이징에서 만난 중국의 한 경제학자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추진하는 반부패 드라이브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해수부 마피아’의 민관 유착에서 시작돼 급물살을 탄 관피아 개혁 논의를 지켜보며 그 학자의 얘기가 계속 떠올랐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공직사회 개조를 약속하고 4일 뒤 정부는 5급 공무원 공채(행정고시) 선발 규모를 단계적으로 줄여 2017년에 5급 공채와 민간 경력자의 채용비율을 반반으로 맞추겠다고 발표했다. 낙하산 관행을 없애기 위해 퇴직 공직자의 재취업 제한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재취업을 제한하는 민간기업의 수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또 대가성, 직무 관련성이 없어도 100만 원이 넘는 금품을 받으면 형사처벌하는 ‘김영란법’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관료사회의 입구부터 출구까지 부패와 민관 유착의 소지를 물샐틈없이 차단하는 방안들이다. 주요 표적이 된 행시 출신 엘리트 공무원들 사이에선 한숨이 새나온다. “이젠 무조건 정년까지 버티는 수밖에 없다. 갈 곳도 없는데 후배들을 위해 용퇴하라면 누가 옷을 벗겠느냐” “평생 기업 다니는 친구들보다 적은 월급을 받았는데 은퇴 후 돈 벌 길까지 막으면 어떻게 하나. 행시 인기가 뚝 떨어질 거다” 등 볼멘소리 일색이다. 이들의 불만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인센티브’다. ‘인간은 인센티브에 반응한다’는 경제원칙은 엘리트 공무원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데다 주말에도 수시로 불려 나가고, 부처가 세종시로 옮기면 군말 없이 두 집 살림을 하면서 30여 년을 버틴 끝에 ‘공무원의 별’인 1급, 차관급이 돼 봐야 월급은 대기업 부장 수준이다. 조기 퇴직이 일상화된 민간기업보다 낫다 해도 승진 길이 막히면 정년에 관계없이 옷을 벗어야 한다. 지급액이 많고 일찍부터 주는 연금이 그나마 위안이지만 이 부분에도 곧 개혁의 칼날이 날아들 기세다. 평생 수재 소리를 듣다가 명문대에 들어가 국가고시를 통과한 엘리트들이 만족하긴 힘든 조건이다. 공직사회 개혁을 위해 민간 경력자를 뽑는 데에도 이런 조건들은 걸림돌이 된다. 유능한 민간의 인재들이 이 정도 대우를 받기 위해 공직에 입문하려 할까. 들어갔다가 다시 민간에 나갈 때 3년간 취업이 제한되는 악조건까지 붙는데 말이다. 열악한 보상에 대응해 고위 공무원들이 ‘알아서 챙긴’ 대표적 보상법이 공기업, 협회 등에 낙하산으로 취업하는 길이었다. 재직 중 손해 본 걸 은퇴 후 몰아서 보상받는 시스템이다. 이 길은 세월호 참사로 낱낱이 문제가 드러나 곧 막히거나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남는 문제는 앞으로도 우수하고 헌신적인 관료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다는 점이다. 치열하게 글로벌 경쟁을 치르는 민간부문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공무원의 경쟁력은 선진국 수준까지 높아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한국도 이제 공무원 쓰는 방법에 대해 깊이 고민할 때가 됐다. 안전비용이 빠진 저렴한 서비스의 선호가 세월호 참사로 이어졌다면 엘리트 공무원들을 제값보다 싸게 써온 오랜 관행은 민관 유착과 부패를 낳았다. 공직사회 개혁의 밑그림을 그릴 때부터 고위 공무원의 처우 등 인센티브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박중현 경제부장 sanjuck@donga.com}

“저마다 가진 소질과 꿈이 있는데 형편이 어려워서 교육을 받을 수 없거나, 이를 발휘할 수 없으면 행복할 수 없잖아요.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국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2009년 12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기자들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국민 모두가 행복한 나라’라는 기치를 들고 차기 대권 도전을 준비하던 시절이었다. 미국 심리학자 매슬로의 욕구 5단계 이론은 인간의 욕망을 다섯 단계로 구분해 아래 단계의 욕구가 실현돼야 높은 단계의 욕구로 옮겨간다는 내용이다. 최하위 1단계는 ‘생리적 욕구’, 2단계는 ‘안전의 욕구’, 3단계는 ‘사회적 욕구’, 4단계는 ‘존경받고 싶은 욕구’, 그리고 제일 높은 단계가 박 대통령이 말한 자아실현 욕구다. 대통령은 올해 2월에 일자리·복지 분야 업무보고를 받을 때에도 이 이론을 거론하며 “자기 실력과 역량을 발휘하고 싶은 것이 인간이 가진 근본적 욕구로 그걸 실현하는 게 고용과 복지”라고 강조했다. 이런 국정철학을 갖고 있는 박 대통령에게 세월호 참사는 큰 충격일 것이다. ‘국가개조’ 수준으로 나라의 전체 시스템을 싹 바꾸겠다는 얘기에서 그 충격의 강도가 읽힌다. 규제완화와 창조경제로 임기 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열고 일자리와 복지를 확대해 국민들이 5단계 자아실현 욕구를 실현하도록 하려던 계획이 2단계 안전의 욕구가 무너지면서 어긋나버렸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4월 28일 “2005년 카트리나 사태 당시 미국인이 자국의 안전 부재와 대응력 부실을 절실히 깨달았듯 한국인들이 저개발국가형 재해인 세월호 사고에서 비슷한 ‘깨달음’의 순간을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앞만 보고 ‘빨리빨리’ 달려온 우리 사회는 이번 사고로 성장의 뒤편에 방치했던 안전의 가치를 뼈저리게 깨닫게 됐다. 한국은 전형적인 ‘리스크 테이킹(위험 감수) 사회’다. 국민들은 ‘안전비용’이 빠진 저렴한 상품과 서비스를 선호했다. 효율과 속도를 높일 수 있다면 웬만한 리스크에는 눈감는 데 익숙했고, 크지 않은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비용을 치르는 데는 대단히 인색했다. 국가와 기업도 이런 국민의 기호에 맞춘 덜 안전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그동안 밀린 위험 감수의 대가를 우리 사회가 한꺼번에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 명백해졌다. 문제는 안전한 국가 시스템을 새로 구축하는 데에 막대한 비용이 들 것이라는 점이다. 당장 더 신속하고 유능한 구난·구조 서비스를 갖추려면 인력과 장비에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해운업체는 노후한 선박을 폐기하고 새 선박과 안전장비를 구입해야 할 것이다. 붕괴 위험이 있는데도 재정이 부족해 개축하지 못했던 전국의 학교 건물들도 필요하다면 모두 새로 지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정과제와 재정배분의 우선순위부터 조정해야 한다. 수십 년간 곪은 위험 감수 사회의 근간을 수리하는 일만으로도 대통령의 임기는 짧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국회가 앞장서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한 만큼 야당도 공허한 정쟁 대신 국민의 ‘안전의 욕구’를 충족시킬 정책부터 여당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 다만 그 비용은 결국 국민의 지갑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국민들은 사회 전체의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면 세금을 더 내고, 안전한 서비스에 값을 더 치를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아무리 큰 비용도 진도 앞바다에서 잃어버린 수백 명 청소년들의 목숨에 비할 바 아니다.박중현 경제부장 sanjuck@donga.com}

“내가 아는 좋은 인디언은 죽은 인디언뿐이다(The only good Indian is a dead Indian).” 19세기 후반 남북전쟁이 끝난 직후 미국의 백인들은 서부 개척에 방해되는 인디언들을 잔인하게 소탕하고 있었다. 코만치족의 추장 토와시는 이때 부족원들을 이끌고 투항했다. 더듬거리는 영어로 그가 “나 토와시, 좋은 인디언”이라며 선처를 호소했을 때 토벌작전을 지휘하던 필립 셰리든 장군은 “내가 본 좋은 인디언은 다 죽어버렸어”라고 대꾸했다. 이 말이 ‘좋은 인디언은 죽은 인디언 뿐’이란 말로 바뀌어 인구에 떠돌았다. 지난달 20일 박근혜 대통령이 ‘끝장 토론회’에서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는 우리 경제의 ‘암 덩어리’지만 복지, 환경, 개인정보 보호같이 꼭 필요한 규제들도 있다. 좋은 규제는 개선하고 나쁜 규제는 뿌리 뽑겠다”라고 밝히는 걸 보면서 엉뚱하게 미국 인디언 멸망사의 한 토막이 떠올랐다. 박 대통령은 이날 좋은 규제와 나쁜 규제에 대해 설명했지만 전체적인 무게는 ‘나쁜 규제의 혁파’에 실렸다. 다음 날부터 모든 정부부처는 규제개혁 총력전에 돌입했다. 한국의 인터넷쇼핑몰에 ‘천송이 코트’를 주문하려는 중국인들을 가로막는 공인인증서 규제, 트럭을 개조해 소자본으로 음식장사를 해보려는 청년들을 방해하는 푸드트럭 관련 규제 등 토론회에서 지적된 사안들은 벌써 개선 방안과 일정이 나왔다. ‘좋은 규제는 폐지된 규제뿐’이란 느낌이 들 정도로 각 분야의 규제들이 사회의 발전을 해치는 절대악으로 떠올랐다. 공인인증서 규제, 푸드트럭 규제는 누가 봐도 폐지돼야 할 나쁜 규제다. 하지만 조금만 다른 부문으로 가면 선악의 경계는 금세 흐릿해진다. 끝장 토론회에서 여성가족부 장관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설전을 불렀던 ‘셧다운제’는 게임산업을 활성화하고 관련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선 폐지돼야 할 나쁜 규제다. 하지만 자녀의 게임중독을 두려워하는 부모들에게 이 규제는 고마운 규제다. 문제는 선악의 중간지대에 있는 이런 규제들이 일자리 창출, 기업투자 확대의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다는 점이다. 카지노 관련 규제도 이런 종류다. ‘도덕 국가’ 싱가포르에서 카지노는 40여 년간 금단의 비즈니스였다. 하지만 2006년 취임한 리셴룽(李顯龍) 총리는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도박은 절대 허용 못한다”는 아버지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의 반대를 무릅쓰고 카지노 허용에 박차를 가했다. 활력을 잃는 경제를 살리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거센 반대에도 2010년 내국인도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 두 곳을 포함한 복합리조트의 문을 열었다. 결과는 5만 개의 일자리, 10%가 넘는 성장률이었다. 시대에 따라 규제의 선악은 바뀌기도 한다.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규제로 자주 꼽히는 영국의 ‘적기 조례(Red flag act)’는 증기 자동차가 마차 타는 사람이나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도록 붉은 깃발을 든 사람이 차에 앞장서 달리게 하는 내용이었다. 1865년 제정 당시엔 도로 사정 등을 고려한 세계 최초의 선진적 도로교통법이었다. 하지만 차의 속도를 사람이 달리는 속도 이하로 제한한 이 규제로 영국의 자동차산업은 독일, 프랑스에 영원히 뒤처졌다. 규제의 선악을 판가름하는 일은 기병대가 좋은 인디언, 나쁜 인디언을 생사로 가르는 것만큼 분명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각종 규제가 현재와 미래에 끼칠 손익을 읽어내는 눈을 갖춰야 한다. 선악의 경계에 있고, 반발이 예상돼도 국가의 미래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개혁을 추진하는 지도자의 의지가 결국 좋은 규제와 나쁜 규제를 규정한다. 그런 의지가 담긴 선택을 보고 싶다.박중현 경제부장 sanjuck@donga.com}
국민연금의 2008∼2012년 5년간 자산운용 수익률은 5.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개 회원국 국가연금 중 2위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노상윤 국민연금연구원 부연구위원은 9일 ‘글로벌 공적 연기금의 자산운용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멕시코 사회보장청(IMSS)기금의 지난 5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6.0%로 20개국 중 가장 높았다. 다음은 한국, 호주 연금펀드인 퓨처펀드(5.0%), 미국 사회보장신탁기금(SSTF·4.6%), 노르웨이 국부펀드(GPF-N·4.4%) 등의 순이었다.}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란 게 뭐 별거 있나요. 빚 탕감해주거나 경기 살려서 일자리와 소득이 늘어나길 바라는 건데….” 최근 정부가 발표한 가계부채 대책이 3년 전 발표했던 것에서 숫자만 바꾼 ‘재탕’이란 비판이 제기되자 한 정부 관계자가 이런 전화를 걸어왔다. 가계부채가 1000조 원을 넘어서 대책을 내놓긴 했지만 박근혜 정부 첫해인 지난해 저소득층 부채 탕감을 해줬고, 경기활성화를 위해 ‘경제혁신 3개년 계획’까지 내놓은 상황에서 대출만기를 늘려주는 정도 외에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푸념이었다. 하지만 경제학적으로 보면 부채 문제에 확실히 먹히는 ‘마법탄환’이 하나 있다. 인플레이션, 즉 물가 상승이다. 물가가 올라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 화폐로 표시된 빚 부담은 줄어든다. 1980, 90년대에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이 많았어도 지금처럼 부채 문제가 심각하지 않았던 건 부동산을 포함해 물가가 빠르게 올랐기 때문이었다. 요즘 한국의 물가는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안정돼 있다. 2월 중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달보다 1.0% 오르는 데 그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10월에 0.9%까지 떨어졌다가 이후 4개월 연속 1%를 간신히 넘겼다. 한국은행의 물가 목표인 2.5∼3.5%에 한참 못 미친다. 상품·서비스의 가격 수준을 보여주는 생산자물가지수는 1월에 0.3% 하락하는 등 16개월 연속으로 떨어졌다. 물가 문제는 공공기관 ㅊ 문제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최근 한국전력, 수자원공사, 철도공사(코레일), 도로공사 등은 전기, 수도, 철도, 고속도로 요금을 올려 각각 3000억∼2조 원 정도의 빚을 줄이겠다고 기획재정부에 보고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공공기관의 황당한 복리후생 관행은 바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예를 들어 전기요금에서 한전의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9%다. 한전 직원들 월급을 절반으로 깎아도 요금의 1%를 줄일 수 있을 뿐이어서 막대한 부채 감축에 별 도움이 안 된다. 이들 기관의 만성적자를 해결하려면 정치적 이유로 제때 올리지 못했던 요금을 언젠간 현실화할 수밖에 없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핵심 과제인 ‘서비스업 빅뱅’도 물가 문제와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금융, 보건·의료, 교육, 관광 등 서비스 분야를 활성화하려면 ‘고(高)부가가치화’가 필수적이다. 고부가가치화는 고급화의 동의어다. 좀더 질 좋은 서비스에 훨씬 비싼 값을 치르는 고소득층이 있어야 서비스업을 통한 내수 활성화가 가능해진다. 제대로 오르지 않는 물가 때문에 여러 문제가 불거지고 있지만 한국의 경제정책에서 물가는 ‘죽은 카드’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권 말기에 물가잡기 총력전을 편 이후 현 정부에서도 그런 기조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도 ‘물가안정’ 목표에만 매달려 재작년과 작년 초에 기준금리 인하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문제가 더 꼬였다. 물론 물가 상승이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려면 임금 상승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상승이 억제돼 기업들이 제대로 돈을 못 벌면 근로자들의 임금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은 최근 “꿈까지 꿀 정도로 규제개혁을 생각하라”며 경제를 옥죄는 규제의 혁파를 강조하고 있다. ‘가격 규제’야말로 시장경제를 해치는 가장 강력한 규제다. 경기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이기로 했다면 물가 상승에 대한 과도한 피해강박은 버리는 게 좋다. 곧 취임할 이주열 한은 총재 후보자도 ‘물가 도그마’에서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박중현 경제부장 sanjuck@donga.com}

며칠이 지났는데도 설 연휴 중 생긴 부기가 빠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한 끼에 하루 권장열량의 75%나 된다는 설 밥상을 거푸 받은 탓이다. “부은 게 아니라 살이 찐 것”이라는 아내의 입바른 소리가 고깝게 들리고 약이 오른다. 먹어도 살 안 찌는 사람들은 이해 못한다. 한국의 900만 ‘과(過)체중인’들에게 살찌는 것과 붓는 것은 절대 같은 일이 아니다. 한 달 전 사두고 놔뒀던 책에 절로 눈길이 갔다. ‘왜 뚱뚱한 사람이 더 오래 사는가’란 선정적 부제가 붙은 ‘다이어트의 배신’. 독일의 뇌 과학자이자 비만 전문가인 아힘 페터스는 이 책에서 살이 찌는 건 병이 아니라 스트레스에 대한 인체의 정당한 ‘응전’이라고 설명한다. 같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밥맛이 없고 몸이 축나 마르는 체질보다 음식을 더 많이 먹고 살찌는 체질 쪽이 더 건강할 개연성이 크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지난해 12월 말 동아일보의 ‘올해의 인물’을 선정하기 위해 열렸던 편집국 회의 때가 떠올랐다.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이들은 최종적으로 선정된 LA 다저스의 투수 류현진을 비롯해 가수 싸이, 골프 여제(女帝) 박인비 등. 하나같이 당당한 체격과 한국적인 대두단지(大頭短肢) 체형을 갖춘 인물들이다. 이 중 류현진, 박인비 선수는 승패가 갈리는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놀라운 침착성을 발휘한 스포츠맨이다. 싸이는 군대에 두 번째 가서도 밝은 모습으로 국군장병을 위해 열정적인 공연을 펼친 끝에 재기해 국제스타가 됐다. 살집 있는 낙천적 성격의 소유자가 스트레스에 강하다는 설명이 더욱 그럴듯하게 들린다. 다만 이들은 자발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란 점에서 스트레스에 수동적으로 노출된 일반인들과 차이가 크다. 페터스는 책에서 보통 사람들이 받는 사회, 경제적 스트레스와 비만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한 가지 실험 결과를 소개했다. 정기적 수입이 없고, 자녀와 함께 사는 미국 5대 도시의 빈민 거주지역 여성 4500여 명 중 일부를 추첨을 통해 생활여건이 나은 곳으로 이동시킨 실험이었다. 15년 후 중산층 지역으로 이주한 여성들의 비만도는 가난한 동네에 남은 여성들보다 하락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가 한국을 덮쳤을 때에 비슷한 일이 있었다. 갑자기 생활이 팍팍해진 사람들은 쇼핑, 여행 등 돈이 들고 에너지를 소모하는 외부 활동을 크게 줄였다. 반면 집에 들어앉아 TV 앞에서 라면, 과자류, 소주 등 칼로리는 높고 영양소는 적은 이른바 ‘공(空)칼로리’ 음식들을 많이 소비했다. 이때 ‘IMF형 비만’이란 말이 나왔다. 최근에도 비만 관련 뉴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15∼94세 한국 남성의 3분의 1, 여성의 4분의 1 정도는 복부 비만이라는 조사 결과, 10여 년간 소득수준 하위 계층 어린이 및 청소년의 비만율이 높아진 반면 같은 또래 상류층 아이들은 비만율이 떨어져 ‘비만의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기사 등이다. 비만이 스트레스 수준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면 한국 사회의 스트레스 수준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새해 들어서는 온 국민에게 스트레스를 던지는 사건들이 줄을 잇고 있다. 1700만 명이 신용카드 개인정보가 유출돼 금융범죄 등 2차 피해 우려에 떨고 있다. 여수 기름 유출이란 대형 재난도 터졌다. 두 사건의 관리 책임이 있는 장관들은 사태를 진정시키기는커녕 계속되는 말실수와 황당한 대응으로 국민들의 화만 돋우고 있다. 대외적으론 신흥국발(發) 금융위기가 다시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지금대로 가다간 올해도 한국인들의 다이어트가 연초 계획대로 성공하긴 어려울 것 같다. 사회, 경제적 스트레스로 늘어날 ‘살’의 책임은 도대체 누구에게 물어야 하나.박중현 경제부장 sanjuck@donga.com}

애니메이션과 영화에 자주 주인공으로 등장할 정도로 펭귄은 인간의 사랑을 듬뿍 받는 동물이다. 지난해 5월 영국과 중국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펭귄이 하늘을 나는 대신에 헤엄을 치는 데 날개를 사용하게 된 이유를 밝혀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펭귄과 생김새가 비슷하고 서식지가 가까우며 자맥질도 할 수 있는 바다오리를 면밀히 관찰했다. 그 결과 잠수에 능한 바다오리의 비행능력은 다른 새들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펭귄이 오래전 날기와 잠수 중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진화의 기로에 직면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황제펭귄의 경우 물속에 한번 뛰어들면 평균 5.7분간 숨을 참고 237번 날개를 퍼덕이며 먹잇감을 잡는다. 하늘을 나는 능력을 포기한 대신에 생존능력을 높이는 쪽으로 결정적인 진화론적 선택을 한 셈이다. ‘3·4·7 비전(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의 목표 달성)’이 발표된 박근혜 대통령의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와 비슷한 선택을 봤다. 80분의 기자회견 중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51차례 등장한 ‘경제’. 지난해까지 박 대통령이 경제 활성화만큼이나 무게를 뒀던 ‘복지’는 단 2번만 나왔고 ‘경제민주화’는 아예 거론되지 않았다. 특히 “3만 달러 시대를 넘어 4만 달러를 바라보는 토대를 만들겠다”는 발언과 관련해 대통령은 사전에 청와대 경제팀과 협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부처를 출입한 경험에 비춰 볼 때 경제 관료의 계산기에서 ‘4만 달러’같이 담대한 숫자는 절대 나올 수 없다. 매년 4%씩 성장해도 지난해 2만5000달러 정도로 추산되는 1인당 국민소득을 3만 달러로 끌어올리는 데는 5년, 4만 달러로 높이려면 12년 정도가 걸린다. 지난해 성장률이 2.8%였고 잠재 성장률도 3%대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원화 강세 등으로 환율이 크게 요동치지 않는 한 3만 달러도 임기 내에 달성하기 대단히 어려운 목표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4만 달러 표현을 고집한 의도는 지난해 12월 제50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했던 얘기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옛날에 ‘수출 100억 불, 1인 개인소득 1000불, 마이카 시대’를 70년에 연다고 했을 때 세상에 3대 웃음거리가 됐대요. 너무 불가능한 목표를 설정했다고…. 그런데 국민의 저력이 그것을 이뤄냈거든요.” 이렇게 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성장 청사진과 같은 도전적 목표로 ‘4만 달러’를 내놨다. 이 목표와 함께 “통일은 대박”이란 표현이 나온 배경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미국 독일 일본처럼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인구 8000만 명인 ‘40-80 클럽’ 국가가 되려면 통일은 꼭 필요한 전제조건이다. 개인적으론 박 대통령의 4만 달러 발언에서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달 탐사 계획 발표를 떠올렸다. “미국은 1960년대가 끝나기 전까지 인간을 달에 보내고 다시 지구로 무사히 귀환시킬 것입니다.” 1961년 5월 케네디의 이 발표는 ‘스푸트니크 쇼크’로 열패감에 빠져 있던 미국인들에게 지향점을 제공했다. 1969년 7월 아폴로 11호의 승무원 닐 암스트롱은 달에 첫발을 내디뎠다. 4만 달러 비전은 ‘박근혜표 달 착륙 프로젝트’나 다름없다. 한국 대통령의 임기는 5년, 그중 1년이 이미 흘러갔다. 성장과 복지 대선 공약을 동시에 달성하고, 투자 및 내수를 활성화하면서 경제민주화도 챙기기에 남은 임기가 너무 짧다. 제한된 시간 안에 더 높이 비상하기 위해 다른 한쪽을 포기한 대통령의 결정은 그래서 의미가 크다.박중현 경제부장 sanjuck@donga.com}

“정한 비율대로 잔을 채운 뒤 티슈로 덮개를 만들어 씌운다. 손목을 이용해 획 돌리면 잔 안에 ‘미니 허리케인’이 만들어진다. 티슈가 젖어도 걱정하지 마라. 한국인들이 하듯 젖은 티슈를 천장에 던져 붙일 수도 있다.” 최근 프리랜서 작가 노먼 밀러 씨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 온라인판에 ‘소주,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술’이라는 글을 통해 소주 폭탄주 중 ‘회오리주’ 제조법을 소개했다. 이보다 며칠 앞서 미국 CNN은 ‘한국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잘하는 10가지’를 꼽으면서 높은 인터넷 보급률, 스마트폰 이용률 등과 함께 ‘폭탄주가 오가는 회식문화’를 포함시켰다. 이렇게 해외 언론들이 관심을 가질 만큼 폭탄주는 맛과 재미를 겸비한 음주문화다. 외국에 체류해본 사람이라면 술자리에서 외국어가 달릴 때 폭탄주를 마는 것처럼 효과적인 소통수단이 없다는 걸 잘 안다. 이런 폭탄주 문화는 한류(韓流) 스타들의 활동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빠른 속도로 세계화되고 있다. ‘강남 스타일’ ‘젠틀맨’의 잇따른 인기로 국제스타가 된 가수 싸이는 올해 초 하이트진로 모델로 나서 소주폭탄 제조법이 담긴 코믹 동영상들을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유포했다. LA 다저스의 류현진 선수 역시 LA 한인타운에서 동료 선수들과 갈비파티를 하며 밥상 위에 소주와 맥주를 나란히 올린 사진을 찍어 소폭 마니아임을 입증했다. 영화 ‘지. 아이. 조’ 등을 통해 할리우드 액션스타로 떠오른 이병헌 씨도 “함께 일한 감독과 배우들에게 폭탄주를 전수했다”고 자랑했다. 이쯤 되면 한국 드라마, 아이돌 그룹의 뒤를 이을 유력한 차세대 한류 후보로 폭탄주 문화를 꼽을 만하다. 특히 둘 다 외국 술인 위스키와 맥주를 섞는 ‘양폭’과 달리 소주와 맥주를 탄 소폭은 전통과 외래문화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시대의 총아로 손색이 없다. 소주와 맥주라는 대중주를 섞어 부가가치가 높은 술을 만들어 마신다는 점 때문에 ‘소폭이야말로 창조경제의 정수’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소폭 혹은 소맥의 연원은 1997년 외환위기 직후로 짐작된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주머니가 얄팍해진 직장인들이 소폭을 만들어 마시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급속도로 확산된 건 2000년대 중반이다. 가장 큰 계기는 노무현 정부가 집권 2년차였던 2004년에 도입한 ‘접대비 실명제’. 기업이 50만 원 이상의 접대비를 쓸 때 상세한 명세를 적어 내도록 한 이 제도 때문에 비싼 양주를 마시기 부담스러워진 사람들이 양폭의 대체재로 소폭을 선택했다. 정권이 바뀐 뒤에도 기세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정치인, 고위 관료와 화합을 위해 공개적으로 마신 술은 언제나 소폭이었다. 그렇다 보니 정치인, 관료 사이에서 소폭은 안전한 술자리의 가이드라인이 됐다. 1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 소폭은 지위의 고하, 재산의 다과를 막론하고 한국인의 표준 주종으로 자리 잡았다. 양주 파는 술집에 가서 “다른 걸 마시면 다음 날이 힘들다”며 양주 값을 내고 소주를 주문해 소폭을 만들어 마시는 부자도 여럿 봤다. 이렇게 평등하게 사랑받는 술이 세계적으로 또 있을까 싶다. ‘좌우 합작’으로 한국의 소폭 문화를 일궈낸 두 정부의 후예, 여야는 대선이 끝난 지 1년이 다 되도록 조금도 화해할 기미가 없다. 모든 갈등을 접고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이 소폭을 돌리며 ‘러브샷’ 하는 모습을 연말에 볼 수는 없을까. 북한 숙청사태, 방공식별구역 분쟁 등으로 대외환경이 위태로운데도 극한 대립을 하고 있는 정치권의 행태가 너무 답답해 한번 해본 생각이다.박중현 소비자경제부 차장 sanjuck@donga.com}
○ 서대문캠프 서울 서대문구 이진아기념도서관 내 서대문캠프는 28일 오후 4시부터 GS Shop 관계자들이 청년 취업준비생들을 대상으로 멘토링을 진행할 예정이다. 02-330-1695○ 동대문캠프 서울 동대문구청 3층에 있는 동대문캠프에서는 28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동아쏘시오홀딩스 인사기획 담당자가 나와 멘토링을 진행한다. 02-2127-4922○ 부산 남구캠프 부산 남구 못골로(대연동) 구청 2층 민원봉사실 내 남구캠프에서는 27일 오후 4시부터 롯데백화점 관계자가 취업 관련 멘토링을 진행할 예정이다. 051-607-4294○ 김천캠프 경북 김천시 삼락동 김천과학대 청년고용센터 1층 김천캠프에는 29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유한킴벌리 인력인사팀장이 나와 멘토링을 진행한다. 054-420-9116○ 송파캠프 서울 송파캠프는 27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롯데백화점 본점 경영지원부문 회의실에서 자기소개서 작성 요령, 모의면접, 인사담당자와의 일대일 대화 시간 등의 멘토링을 진행한다. 02-2147-2531}

지난주 정부는 2017년까지 공공부문에서 시간선택제 근로자 1만6600여 명을 뽑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삼성전자가 내년 1월에 6000명을 뽑겠다고 발표하는 등 민간기업들은 앞 다퉈 관련 채용계획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몇 년간 수만 명의 경력단절 여성, 은퇴자들이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일제(全日制)보다는 적지만 근무시간에 비례한 월급을 받고, 4대 보험 등 처우 면에서 전일제 정규직과 차이가 없는 일자리다. ‘질 낮은 비정규직 일자리’의 대명사였던 기존 시간제 일자리와 전혀 다른 새로운 근로형태이다. 노동전문가들은 시간선택제 확산이 한국의 고용시스템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정규직-비정규직의 틀에서 벗어난 근로형태가 늘어나면 임금, 고용의 유연성이 높아지고 후진적인 노사관계에도 변화가 올 것이란 기대에서다. 2007년 2만 달러를 넘은 뒤 6년째 제자리에 있는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을 3만 달러대로 끌어올리는 데도 여성의 고용률 제고는 필수적이다. 여성 취업이 늘어 국민연금 가입자가 증가하면 연금기금 고갈 시기가 뒤로 미뤄져 국가재정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이 제도 도입과 관련해 정부 일자리 정책의 무게가 경력단절 여성, 은퇴자 쪽으로 실려 청년층 일자리가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저출산,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기 시작할 2017년을 3년여 앞두고 이민이라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이다. 능력을 사장(死藏)해온 경력단절 여성들을 생산현장에 먼저 돌려보내는 건 정부의 당연한 의무다. 이를 두고 야당과 노동계 일각에선 “질 낮은 비정규직만 늘릴 것”이라고 비판한다. 이들은 자녀를 돌보면서 하루 4시간 일해 월 150만 원 안팎의 월급을 받고, 해고 위협이 없는 일자리가 정말 ‘질 나쁜 일자리’라고 생각하는 걸까. “멀쩡한 일자리를 시간제로 쪼갠다”고 비판하는 민주당은 김대중 정부 시절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한 취지가 ‘잡 셰어링’에 있었다는 걸 망각한 듯하다. ‘직장에만 전념하기’와 ‘전업주부로 살기’ 중 양자택일을 요구해온 한국사회에 ‘제3의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경력단절 여성들은 시간선택제에 환호하고 있다.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다면 승진과 임금상승을 어느 정도 포기할 준비도 돼 있다. 그런 점에서 “시간이 흐르면 승진, 임금에서 전일제와 차이가 커질 것”이란 주장은 경력단절 여성들이 진정 원하는 게 뭔지 제대로 짚지 못한 비판이다. 시간선택제는 정규직-비정규직으로 갈린 고용구조를 바꾸고 ‘시간제=비정규직=질 낮은 일자리’라는 낡은 패러다임을 깰 좋은 기회다. 다만 정부가 ‘고용률 70%’를 서둘러 달성하려고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건 경계해야 한다. 정규직 1명을 뽑을 자리에 시간선택제 2명을 뽑으면 임금 부담은 같아도 기업의 간접적 부담은 커진다. 서슬 퍼런 정권 초 분위기 때문에 기업들이 억지춘향 격으로 참여한다면 이 정책은 실패할 공산이 커진다. 이런 점에서 시간선택제 도입으로 기업들이 비용 이상의 효과를 거둬 채용규모를 더 늘리고 싶어지도록 정부는 폭넓은 지원책부터 마련해야 한다. 희망적인 신호도 있다. 신세계, CJ그룹 등 이미 채용을 시작한 대기업들은 기대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인재들이 몰리자 반색하고 있다. 무엇보다 시간선택제의 성패를 좌우하는 건 한국 ‘엄마’들의 열정과 경쟁력이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믿지만 말이다.박중현 소비자경제부 차장 sanjuck@donga.com}
○ 서대문캠프 서울 서대문캠프는 14일 오후 4시부터 GS칼텍스 관계자들이 명지전문대에 나가 청년 취업준비생들을 대상으로 멘토링을 진행할 예정이다. 02-330-1695○ 고양캠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시청 일자리센터 내 고양캠프에서는 13일 오후 1시부터 농협 관계자가 멘토링을 진행하며, 오후 2시부터 취업특강도 연다. 오후 3시부터는 삼신이노텍, 마누카내추럴코리아, ㈜베이직테크 등 3개 업체의 인사담당자들이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현장 채용 행사를 진행한다. 031-8075-3664○ 성동캠프 서울 성동구 성동구립도서관 2층 성동캠프에는 14일 오후 3시부터 현대모비스 관계자들이 나와 멘토링을 진행한다. 02-2286-6395○ 포항캠프 경북 포항캠프는 16일 오전 10시부터 해도공원에서 채용박람회를 개최한다. 054-270-2832○ 마포캠프 서울 마포캠프는 13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마포구청 3층에 효성 관계자들이 나와 멘토링을 진행한다. 02-3153-8674○ 관악캠프 서울 관악구 대학동 관악문화관 1층 관악캠프에서는 16일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 삼성전자 관계자가 나와 청년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자기소개서 작성법, 취업 관련 정보 제공 등의 맞춤형 멘토링을 진행한다. 02-879-5772}

‘몇 년 쉬었는데… 다시 일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오래 해오면서도 육아, 자녀교육 등의 이유로 다시 일터에 나서길 주저해온 경력단절 여성, 재취업을 원하는 은퇴자들을 위한 일자리 축제가 이번 주말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다. 11월 9, 10일 이틀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동아일보와 채널A, 대한상공회의소 공동 주최로 열리는 ‘2013 리스타트 잡 페어 다시 일터로-좋은 일자리 페스티벌’에는 대기업, 중소기업, 공공기관과 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 등이 참석해 110여 개 부스를 마련하고 재취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일자리 정보를 제공한다. 이번 페스티벌은 한국 사회의 경직된 고용문화를 바꿔 ‘고용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여성과 고령자들을 위해 다양한 근무형태의 일자리를 확산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박근혜 정부의 대선 공약인 ‘임기 내 고용률 70% 달성’을 실현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란 하루 4∼6시간만 일하면서 임금, 4대 보험, 고용안정성 등 근로조건에서 전일제(全日制) 근로와 차별이 없는 양질의 일자리로, 기존 시간제 일자리와 차별화된다. 우선 ‘채용 설명회관’에는 대기업, 공기업, 공공기관 등이 참여해 경력단절 여성과 은퇴자들이 지원할 만한 각 기업, 기관별 일자리의 종류와 내년 채용계획 등을 소개한다. 채용 설명회관에는 CJ그룹, 신세계그룹(스타벅스), SK엠엔서비스, SK서비스에이스, LG생활건강, GS리테일, 삼성전자, 포스코, 농협중앙회, IBK기업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외환은행, 한국야쿠르트, 남양유업, 천호식품, 놀부, 강원랜드, 고려대학교의료원, 안전행정부, 농림축산식품부, 서울메트로, 한국전기안전공사 등이 참가한다. 또 우수 중소기업 등이 참가한 ‘채용관’에는 20여 개 기업이 이날 직접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취업상담을 벌인다. ㈜마음과 교육, ㈜나눔커뮤니케이션즈, ㈜주성사이버 평생교육원, 장원교육, 성심복지센터, ㈜다케어 행복센터, ㈜평생건강, 포창운수주식회사, ㈜후니드, ㈜지엠아이컨설팅 그룹, ㈜코데즈컴바인, ㈜SH리노베이션, ㈜코웨이, 서울법인 재무설계 센터, 휴민행정사합동사무소, 한울타리행정사협동조합, ㈜네트아이테크놀로지, ㈜에이케이시스, ㈜매직콘, 디자인브라인드(최재훈컴퍼니) 등이 채용행사를 연다. 재취업에 필요한 각종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관기관 정보관’도 마련된다. 취업포털인 잡코리아의 ‘좋은 일 사진관’이 무료 이력서 사진촬영버스를 운영하며 중소기업중앙회와 서울의 강동구청, 금천구청, 동대문구청, 송파구청 등이 부스를 연다. 또 한국산업인력공단, (재)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 무료유방암검진버스(맘모버스), 여성가족부 공익포털 위민넷,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서울여성능력개발원, 무료여성취업상담버스(일자리부르릉버스), 서울일자리플러스센터, 고용노동부 서울고용센터, 대한상의, 중소기업중앙회, 동아미디어그룹 등이 부스를 차린다. 재취업에 나서는 여성, 은퇴자들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컨설팅 서비스도 대거 준비된다. 입사지원서 작성, 경력관리, 면접복장, 면접이미지메이킹 등을 컨설팅해주는 코너가 마련돼 다시 일터에 나설 때 경력단절 여성들이 가장 고민하는 문제들을 해결해준다. 이와 함께 보육교사 자격증(배움사이버평생교육원), 피부미용사 자격증(MBC아카데미뷰티스쿨 종로캠퍼스), 직업상담사 자격증(엠아이티능력개발원), 컬러클레이지도사 자격증(컬러클레이문화예술협회), IT관련 자격증(더조은컴퓨터아트학원) 등을 따는 데 필요한 정보도 제공된다. 더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restart2013.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일곱 번째 ‘청년드림 도시락토크-CEO와 점심을’의 초청자는 전주페이퍼의 주우식 대표(사진)입니다. 주 대표와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는 지원자의 창의성과 도전정신 등을 고려해 7명의 점심 파트너를 선정한 뒤 14일(목) 전주페이퍼 전주공장에서 진행될 점심식사에 초대합니다. 참가를 원하는 청년 구직자는 7일까지 청년드림센터 홈페이지(www.yd-donga.com)에 ‘CEO와 점심을 먹어야 하는 이유’ 및 간단한 자기소개를 올려 주시면 됩니다. 점심 파트너의 명단은 12일 청년드림센터 홈페이지에 공개됩니다.}

일곱 번째 ‘청년드림 도시락토크-CEO와 점심을’의 초청자는 전주페이퍼의 주우식 대표(사진)입니다. 주 대표와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는 지원자의 창의성과 도전정신 등을 고려해 7명의 점심 파트너를 선정한 뒤 11월 14일(목) 전주페이퍼 전주공장에서 진행될 점심식사에 초대합니다. 참가를 원하는 청년 구직자는 7일까지 청년드림센터 홈페이지(www.yd-donga.com)에 ‘CEO와 점심을 먹어야 하는 이유’ 및 간단한 자기소개를 올려 주시면 됩니다. 점심 파트너의 명단은 12일 청년드림센터 홈페이지에 공개됩니다.}

《 22일 낮 12시 반 독일 수도 베를린에 있는 건축 자재 전문회사 ‘바우킹’. 창고에서 지게차로 짐을 나르는 근로자가 바삐 움직이는 가운데 회계업무를 담당하는 필라우 씨(50·여)는 책상을 정리한 후 PC 전원을 껐다. 이날 오전 7시 반에 출근한 그는 이렇게 매일 5시간의 오전 근무만 하고 퇴근한다. 필라우 씨는 23년 전 이 회사에 입사할 때 1주일에 40시간씩 일하는 전일제(全日制) 근무자였지만 2001년 결혼 후 아이를 낳고 시간선택제 근무로 바꿨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까지는 1주일에 10시간씩 근무하다 초등학교 입학 후부터는 주당 25시간으로 근무시간을 늘렸다. 》 필라우 씨는 “시간선택제 근무는 결혼 후에도 경력을 이어갈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바우킹에서 일하는 170명의 직원 중에 40명이 시간선택제 근로자다. 이들은 전일제 근무자와 똑같은 시간당 임금과 사회보험 혜택을 받을 뿐 아니라 노조에 소속돼 법의 보호를 받는 정규직이다. 이 회사에선 주 40시간 일하는 직원들도 모두 자율적으로 시간을 선택해서 근무하고 있다. 1년 총 연봉과 총 근무시간은 일정하지만 여름에 초과근무하고 겨울에는 절반만 일하는 등 계절 등에 따라 자율적 시간 조정이 가능하다. “예전엔 날씨, 계절에 따라 매출액이 큰 차이가 나는 건축업계의 특성상 4∼10월에 계약직을 대량으로 고용했다가 겨울시즌에 대량 해고하는 일이 반복됐어요. 2001년 노조와 경영진이 1년간 협상한 끝에 전 직원이 근무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절하도록 바꿨습니다. 이후 직원들의 신분도 안정되고, 신입사원 훈련비용도 절약할 수 있어 경영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이 회사 크리스티안 자우슈 사장의 설명이다. ○ 시간제 근로의 확대가 가져온 70%대의 고용률 독일은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2010년 유로존 재정위기에도 ‘나 홀로 호황’을 누려왔다. 특히 독일은 2004년 64.3%였던 고용률이 2008년에 70%를 넘어섰고, 지난해 말 76.7%로 계속 상승하고 있다. 유럽 전체가 높은 실업률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독일의 실업률은 올해 사상 최저치인 5.2%까지 하락했다. 실업률 하락에는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가 큰 역할을 했다. 독일은 유럽연합(EU) 내에서 네덜란드에 이어 시간제 고용비율이 두 번째로 높다. 특히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기혼 여성의 취업률을 크게 높였다. 현재 독일의 15∼64세 여성 가운데 71.5%가 경제활동에 참가하고 있다. 53.1%인 한국의 여성 고용률과 크게 차이 난다. 독일에서 경직된 노동시장에 대한 개혁조치가 본격 시작된 것은 2003년. 통독 이후 10년간 경기침체에 빠져 ‘유럽의 환자’로 불리는 상황이 되자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이끄는 사회당(SPD) 정부는 노동시장과 사회보장제도를 전반적으로 개혁하는 ‘어젠다 2010’, 일명 ‘하르츠 개혁’을 추진했다. 이때 본격 논의된 것이 시간선택제 일자리, 파견근로 등에 대한 차별 금지와 복지 개선이었다. 2005년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뒤에도 개혁은 계속됐다. 독일은 하르츠 개혁을 통해 노동참여 인구를 크게 늘림으로써 1인당 국민소득도 2003년 2만3277달러에서 2008년 3만4400달러로 1만 달러 이상 높일 수 있었다. 유연해진 근무제도는 경제위기에서 더욱 큰 위력을 발휘했다. 카를 브렌케 독일경제연구소(DIW) 선임연구원은 “독일이 2008∼2010년 경제위기를 대량 해고 사태 없이 넘길 수 있었던 것은 경기 상황에 따라 근무시간을 조절하는 제도의 덕이 컸다”고 설명했다. ○ 여성과 청년, 고령층에 확대되는 시간선택제 일자리 독일의 시간제 근로자들은 교육 수준이나 전문직 종사자 비율이 높은 편이다. 최근 조사 결과 62%는 직업교육을 이수했거나, 대입자격시험 자격증을 갖고 있다. 또 18%는 박사학위가 있거나 마이스터 기술자 교육을 받았다. 또 시간선택제 근로자들의 43%는 고급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다. 화장품 마케팅업체 ‘코스노바’에 다니는 독일 교포 홍기현 씨(40)는 오전 8시 반 아이가 유치원에 간 후 집에서 e메일과 전화를 이용해 화장품 수출입에 대한 상담을 해준다. 1주일에 12시간 일하는 홍 씨의 한 달 수입은 총 1300유로(약 189만 원). 약 45%에 해당하는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제외하면 실제로 받는 돈은 700유로 정도. 홍 씨는 “전일제로 전환할 수도 있지만, 아이를 교육시킬 동안에는 시간제 재택근무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 이후 독일의 55세 이상 고령자 노동시장 참여 비율도 2000년 10.1%에서 2008년에는 12.8%로 늘었다. 프랑크푸르트에 살고 있는 워줄라 씨(76)는 65세 은퇴 후 종합병원 방사선과에서 환자차트 정리업무를 하고 있다. 그는 병원 측과 일주일에 10시간 일하고 한 달에 400유로를 버는 ‘미니잡’ 계약을 했다. 워줄라 씨는 “생계 부담은 없지만 사회활동을 해야 더 건강해진다고 믿는다”며 “85세까지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시간선택제 근로는 청년실업 해소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EU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유럽의 청년실업률은 24% 수준. 특히 그리스는 청년실업률이 60%를 넘고 스페인은 60%에 육박하는 데 비해 독일은 7.7%에 불과하다. ▼ 월수입 65만원 이하 근로자 세금 면제 ▼초단시간 근무 ‘미니잡’ 제도 운영… 가사도우미 등 700만명 혜택일각선 “저임금 노동 확산” 비판독일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시간당 임금과 사회보험, 노동법상에서 전일제(全日制) 일자리와 동일한 대우를 받는다. 하지만 월 450유로(약 65만 원) 이하를 받는 초단시간 근로자들을 위한 ‘미니잡’ 제도는 예외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2003년 하르츠 개혁 당시 독일 정부는 청년층과 고령층의 부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식당 서빙, 가사도우미, 환자돌보미 등의 일자리에서 월 450유로 이하를 버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소득의 45% 수준인 세금 및 사회보험 부담을 면제해줬다. 이에 따라 미니잡은 선풍적 인기를 끌어 현재 700만 명 가량이 미니잡 형태로 고용돼 있다. 카를 브렌케 독일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니잡 종사자는 55세 이상이 26%, 25세 미만이 19%로 여성, 청년, 노인층 등 고용취약계층의 취업 활성화에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다만 미니잡이 저임금, 저연금 노동을 확산한다는 비판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많은 사람들이 세금 면제 혜택을 받는 미니잡을 선호해 월 450유로 이상 받을 수 있는 일자리로 쉽게 옮겨가지 않기 때문이다. 보리스 벨터 베를린시정부 노동·여성담당 차관(45)은 한국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 추진과 관련해 “기업이 단지 비용절감을 위해 비정규직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면 안 된다”며 “시간선택제 근로자에 대한 복지 혜택을 늘리는 대신 노동생산성을 높인다면 노사 양측이 이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려면 노조와 기업, 정부가 함께 지속적으로 컨트롤하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팀장 박중현 소비자경제부 차장 sanjuck@donga.com▽소비자경제부 김현진 김유영 기자▽경제부 박재명 기자▽사회부 이성호 김재영 기자▽국제부 전승훈 파리 특파원, 박형준 도쿄 특파원}
■ 동아평생교육센터 호텔리어 과정 모집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 부설 동아평생교육센터가 ‘취업보장형 호텔리어 양성과정’ 참가자를 모집한다. 10주간 호텔 취업에 필요한 이론, 실무 능력을 갖춘 뒤 3개월 안에 호텔리어로 취업할 수 있는 ‘취업보장형’ 프로그램이다. 수업은 11월 11일(월)부터 10주간(주 5일) 매일 오전 9시 반부터 오후 6시까지 서울 마포구 구수동 동아평생교육센터에서 진행된다. 전문대 졸업자 이상 만 30세 미만의 성인 지원 가능. 1661-4589 ■ 이비가푸드 ‘사랑받는 기업상’ 수상프랜차이즈 기업인 이비가푸드는 2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기업청이 공동 주최한 ‘제1회 대한민국 사랑받는 기업 정부 포상’ 시상식에서 중소·중견기업 지역사회부문 중소기업청장상을 받았다고 30일 밝혔다. 중기청은 시상 이유에 대해 “계약 재배를 통해 식재료를 확보하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해온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