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애란

한애란 기자

동아일보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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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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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8~2024-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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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디어 인플레 잡히나…뉴욕증시 일제히 상승[딥다이브]

    예상보다 낮은 물가상승률은 연준 긴축 사이클의 끝을 알리는 신호일까요. 일단 투자자들은 그렇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13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급등했습니다. 다우지수 1.14%, S&P500 1.33%, 나스닥지수 1.99% 상승 마감했네요. 이날 개장 전 나온 생산자물가지수(PPI) 보고서가 상승세를 견인했습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PPI는 전월보다 0.5% 하락했는데요. 2020년 4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입니다. 1년 전과 비교한 PPI 상승률은 2.7%로, 시장 예상치(3%)를 밑돌았습니다. 생산자물가의 상승세가 확연히 둔화된 건데요. 전날 나왔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 5.0%)은 약간 애매했거든요. 예상치를 밑돌긴 했지만 시장에 안도감을 주기엔 살짝 부족했는데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좀더 뚜렷하게 인플레 둔화를 알렸습니다. 도매물가의 하락세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 이날은 실업수당 통계도 나왔는데요. 신규로 실업수당을 신청한 사람 수가 예상치(23만5000명)보다 많은 23만9000명을 기록했습니다. 뜨거웠던 미국 고용시장이 식어가고 있다는 뜻인데요. 이 역시 월가에선 긍정적으로 해석했습니다. TS롬바드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블리츠는 FT에 “실업률은 사람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오르기 시작할 거고 그렇게 되면 연준은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이날 투자자들을 환호하게 만든 또 한가지는 앤디 재시 아마존 CEO의 주주 서한입니다. 아마존이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전쟁에 뛰어든다는 사실을 공개했는데요. 베드록(Bedrock)이란 이름의 새로운 기업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출시합니다. 개인소비자를 겨냥한 AI 챗봇을 내놓은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과 달리 기업용 AI 서비스에 집중한 건데요. 기업 고객은 베드록을 통해 복수의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아마존이 자체 개발한 LLM인 ‘타이탄’은 물론 스타트업인 AI21랩스와 앤트로픽의 LLM에도 접근할 수 있다는군요. 앤디 재시 CEO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기업들은 대규모 언어모델을 사용하길 원하지만 훈련하는데 수십억 달러가 들고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대부분 기업은 그것을 거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래서 그들은 이미 훌륭한 기본 모델에서 작업한 다음 목적에 맞게 사용자 정의를 할 수 있기를 원하는데 이것이 바로 ‘베드록’”이라고 설명했죠. 이날 아마존 주가는 4.67%나 급등했습니다. 한동안 아마존은 성장동력이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주가가 급락했는데요. AI 경쟁에서도 뒤지면서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마저 MS나 구글에 뺏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죠. 일단 아마존은 서둘러 AI 서비스를 내놓으며 치고 나가는 모습인데요. 클라우드 서비스를 둘러싼 경쟁은 더 치열해지겠군요. By. 딥다이브*이 기사는 1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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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양광, 다시 뜨거워졌다…승자는 누가 될까[딥다이브]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하면 전기차가 주로 떠오르실 텐데요. 미국 정부가 보조금 100억 달러를 지원하며 육성하겠다고 한 또 다른 산업이 있습니다. 바로 태양광입니다. 중국이 독주하던 글로벌 태양광 시장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한 건데요. 미국뿐 아니라 유럽까지 ‘리파워(REPower EU)’ 정책으로 자체 태양광 산업 육성에 나섰습니다. 중국이 쥐고 있는 태양광 시장의 패권을 일부라도 다시 되찾아 오겠다는 건데요. 과연 미국과 유럽의 전략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중국은 이에 어떻게 대응할까요. 중국산업과 기업을 담당하는 강효주 KB증권 수석연구원을 인터뷰했습니다.*이 기사는 1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태양광이 다시 뜨거워진다-태양광 산업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IRA, 유럽은 리파워EU 정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자국 태양광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왜 특히 태양광에 주목할까요?“첫 번째로는 경제학적 관점입니다. 화력 발전보다도 태양광 발전의 원가가 훨씬 낮아지는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에 도달을 했습니다. 중국이 워낙 태양광 캐파(생산능력)를 많이 늘리고 있다 보니까 매우 빠르게 발전 단가가 떨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훨씬 더 떨어질 거라고 전망되다 보니까 이걸 놓칠 수 없는 거죠. 두 번째로는 정치적 관점에서 에너지 안보가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은 전기가격이 폭등했죠. 에너지 자립률이 낮기 때문입니다. 풍력은 정부가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서 투자를 해야 하지만, 태양광은 가정에서도 쉽게 깔 수 있거든요. 그래서 유럽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열심히 하고 있죠. 미국은 그냥 중국이 싫은 겁니다. 미국이 지금 하고 있는 가스 발전으로 계속 나아간다면 구매력 자체에서 중국과 차이가 날 수밖에 없거든요. 그러니까 발전 원가가 낮은 태양광을 갖다 써야 하는데, 정치적으로 중국을 때리고 싶은 겁니다. 그 과정에서 태양광 시장은 어쨌든 커질 수밖에 없는 국면입니다.”-그럼 앞으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태양광 발전 규모가 얼마나 가파르게 늘까요?“중국∙미국∙유럽이 태양광 3대국이 될 텐데요. 각각 목표치를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유럽은 2021년부터 2030년까지 600GW를 신규로 설치하겠다고 했습니다. 2021~2022년 유럽이 깔아놓은 신규 용량이 68GW 정도밖에 안돼요. 향후 8년간 530GW 정도를 깔겠다는 거죠. 미국은 2035년까지 발전량 중 35% 정도를 태양광으로 채우겠다고 얘기합니다. 이걸로 추산하면 2030년까지 추가로 깔려야 하는 용량이 300GW 정도 됩니다. 지금 300GW 정도 태양광 발전용량을 가진 나라는 중국밖에 없거든요. 그러니까 미국과 유럽이 매우 강력한 목표치 숫자를 제시한 겁니다. 중국은 목표치 총량을 밝히진 않았지만, 정부가 하려는 대형 태양광 프로젝트는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2030년까지 500GW 정도 태양광을 만들겠다고 해요. 따라서 이 세 지역 목표치를 다 합치면 1300GW 정도가 추가로 깔리게 됩니다. 참고로 지난해 중국이 80GW, 미국 20GW, 유럽이 40GW 정도를 깔았거든요. 앞으로 성장할 여력은 매우 큽니다.”-목표대로 된다면 지금보다 태양광 발전 용량이 엄청나게 늘어나겠네요. “2022년 수준의 2배 정도를 매년 깔아야지만 달성할 수 있는 숫자라고 보시면 됩니다.”3세대 셀은 누가 만드나?-글로벌 태양광 시장은 중국으로 패권이 완전히 넘어갔는데요. 중국의 시장 점유율이 얼마나 압도적인가요?“태양광 밸류체인을 4개로 나눌 수 있습니다. 폴리실리콘-웨이퍼-셀-모듈 순서인데요. 대체적으로 다 75% 이상 중국이 차지하고요. 그 중에서도 웨이퍼 같은 경우엔 중국이 전 세계의 96%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잉곳과 웨이퍼가 없으면 결국 모듈을 못 만드니까, 어떻게 보면 전 세계를 중국이 다 장악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죠.”-중국이 태양광 시장을 지배하게 된 건 아무래도 중국 정부의 지원이 크게 영향을 미쳤을 텐데요. 기술력에서도 중국 기업이 앞선다고 볼 수 있나요?“밸류 체인별로 좀 나눠서 설명할게요. 4가지 밸류체인 중 셀을 제외한 나머지 3가지, 폴리실리콘∙웨이퍼∙모듈은 기술력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규모의 경제, 즉 얼마나 많은 양을 만들어서 가장 낮은 단가로 공급하느냐가 가장 중요해요. 그런데 아무래도 중국이 가장 공장을 열심히 지어놨기 때문에 가장 낮은 가격에 공급할 수 있어서 전 세계를 장악했고요. 셀은 조금 다릅니다. 셀은 기술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까만 체크무늬 태양광 패널은 모듈을 연결해서 만든 거죠. 이 모듈의 성능을 결정하는 게 바로 셀입니다. 셀이 결국 배터리인데요. 태양광을 받아들여서 얼마나 많은 전기로 전환할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게 셀이에요. 그렇다 보니 셀의 경우엔 기술에서 중국이 압도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셀 기술은 현재는 2세대인 ‘퍼크(PERC)셀’이 주로 쓰이고요. 이제 기술적 한계에 와서 3세대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3세대는 TOPCON, HJT, IBC라는 세가지 기술이 나와있는데요. 이 세 기술 모두에서 실제 양산을 하거나 캐파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밖에 없습니다.유럽이나 미국 기업 중 3세대 셀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기업이 다수 있어요. 하지만 그들의 양산 일정은 보통 2025년 이후입니다. 중국은 당장 2023년 말이면 나올 수 있는데 그들은 2년 뒤에나 나올 수 있는 거죠. 일단 셀 부분에선 중국 기술력이 좀 더 높다고 봐도 무방하겠습니다.”중국 따돌리기 가능할까-그럼 미국과 유럽이 자국에 태양광 산업을 육성하려면 결국 중국에서 원자재 수입을 늘리거나 중국 기업의 현지 생산공장을 유치해야 하나요?“그래서 그런 게 지금 진행되고 있습니다. 애초에 우리나라 한화솔루션 주가가 날아갔던 가장 큰 이유가 미국이 IRA를 시행하면 중국 태양광 기업이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죠. 한화큐셀이 미국에 공장을 지을 수 있는 유일한 셀 모듈 기업이라고 여겼는데요. 3월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중국은 물론 글로벌리 가장 큰 셀∙모듈 기업인 융기실리콘자재가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짓기로 했습니다. 셀∙모듈 공장 5GW를 오하이오에 짓기로 했고요. 미국도 아는 거죠. IRA를 통해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지으면 지원해주기로 한 100억 달러로는 자기네가 원하는 목표치 300GW를 도저히 충족시킬 수가 없다는 걸요. 그래서 중국 기업도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미국이 IRA를 시행하면서 미국 기업 또는 동맹국 기업만 키우고 ‘중국은 절대 안돼’라고 할 줄 알았는데, 태양광에서는 그게 먹히지 않는군요. “태양광은 쉽지 않습니다. 전기차는 중국이 (미국에 진출하는 것이) 안 될 것 같거든요. 그런데 태양광에선 지금은 중국이 주로 마지막 완성품인 모듈을 수출하는데, 앞으로 모듈은 점유율이 좀 떨어지겠지만 그 앞단계인 셀을 주로 수출하는 나라로 변하지 않을까 합니다. 미국 현지에 중국 셀 기업들이 공장을 지으면 중국산이 미국산으로 변하는 것일 뿐, 중국 기업의 셀에 있어서의 영향력이 빠지기엔 어려울 걸로 봅니다.” -유럽도 태양광을 늘리려면 미국처럼 중국에 어느 정도 의존하게 될까요? “미국처럼 유럽도 모듈은 자체적으로 생산하려고 노력하겠지만 셀은 중국 기업이 유럽에 공장을 설치하도록 하든지, 아니면 그냥 셀을 수입해오든지 하는 방법을 찾을 것 같습니다.”중국이 웨이퍼 기술 수출을 제한한다?-미국이 지난해 인권 탄압을 이유로 중국 신장에서 생산된 태양광 제품 수입을 규제한다고 하지 않았었나요?“첫 번째로 좀 오해들이 있었어요. 미국이 신장산 폴리실리콘을 제재하겠다라고 말은 했는데 실제로 제재는 한 적 없습니다. 중국산 모듈과 폴리실리콘은 거의 다 미국에 그냥 수입이 됐어요. 다만 시간이 딜레이 되긴 했죠. 모듈을 수출할 때 거기 쓰인 폴리실리콘이 신장산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라고 미국 상무부가 요구를 했다더라고요. 그러니까 미국 규제 수준이 그렇게까지 높지 않았고요. 또 다른 하나의 오해는 중국에서 생산되는 거의 대부분 폴리실리콘이 신장산이라고 알고 계시는 분이 많은데요. 사실 아닙니다. 중국 폴리실리콘의 30% 정도만 신장산이에요. 그리고 폴리실리콘 기업들이 대부분 신장 이외 지역에 공장을 증설하려고 하고 있죠. 왜냐면 미국이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을 요구할 거거든요. 친환경 제품을 만들 때 만드는 방식도 친환경이어야 한다는 건데요. 신장산 폴리실리콘이 그동안 많았던 건 신장에 화력발전단지가 있어서 싸게 폴리실리콘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인데요. 중국도 이제 화력 말고 수력이나 자체 태양광 발전으로 공장으로 돌리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고 있어요. 2025년쯤엔 중국 전체 폴리실리콘 생산량 중 신장산 비중이 25% 밑으로 떨어질 겁니다.”-최근엔 중국 정부가 웨이퍼 생산기술 수출을 제한하려고 한다는 얘기가 나오던데요? 그게 미국이나 유럽에 어떤 타격을 줄 수 있는 건가요?“별로 큰 타격은 없어요. 웨이퍼 기술을 수출하지 않겠다고 얘기는 했는데요. 대충 대형웨이퍼 기술, 블랙 실리콘 기술이라고만 알려져 있지 구체적인 게 기준이 전혀 나오지 않고 있어요. 그냥 한번 언론 플레이를 한 게 아닌가 싶고요. 두 번째로 앞서 말씀 드렸다시피 웨이퍼는 제조 기술이 어렵지가 않습니다. 지금 중국이 웨이퍼 제조 기술을 다 갖고 있는 이유는 너무 수익성이 안 좋으니까 다른 나라의 많은 기업들이 다 포기를 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웨이퍼는 반도체 웨이퍼에서 사양이 좀 낮은 것을 태양광 발전에 쓰고 있거든요. 그냥 돈이면 해결 가능하기 때문에 별로 중국의 무기가 되진 않을 겁니다.” -그럼 이것도 결국 별일 아닌 것처럼 지나갈 확률이 높겠네요? “아마도요. 저는 그 정책은 인도를 타겟팅한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 중국, 미국, 유럽 다음으로 인도가 태양광 시장에서 엄청나게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는데요. 인도가 지난해부터 수입산 태양광 셀, 모듈에 고관세를 매기기 시작했거든요(인도 현지 생산품 보호를 위해 수입산 셀 25%, 모듈에 40% 관세 부과). 인도도 자국에 태양광 밸류체인을 짓고 싶은 건데요. 그런데 인도는 돈이 없죠. 그럼 중국이 웨이퍼 기술을 수출하지 않겠다고 하면 인도엔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실제 인도가 고관세를 매기면서 중국에서 인도로 가는 수출량이 많이 줄었어요. 이걸 괘씸해했던 게 아닌가 합니다.”모듈 기업 말고 여기를 주목 -투자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중국 태양광 기업 하면 가장 큰 융기실리콘부터 떠오르는데요. 주가는 지난해 여름 이후 줄곧 내리막이더라고요?“아무래도 미국과 유럽시장에서의 영향력이 빠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잘 뜯어보면 모듈 말고 셀은 수출할 수 있다는 건 알지만, 그게 아직 숫자로 찍히지 않다 보니 우려스러운 거고요. 두 번째는 가장 적극적으로 태양광을 깔아왔던 나라가 중국이었는데요. 중국 정부가 올해 태양광 설치 목표치를 좀 보수적으로 줬습니다. 기존엔 항상 태양광과 풍력 목표치를 말도 안 될 정도로 공격적으로 줬는데요. 올해는 10%도 안 되는 성장을 제시했습니다. 그래서 ‘중국이 이제 설치할 만큼 했다는 건가’라는 투자심리가 있어요. 저는 그건 별로 우려스럽지 않다고 봅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중국이 대형 프로젝트를 통해서 깔겠다는 숫자를 이미 밝혔고요. 그 스케줄 대로만 가려해도 지금의 2배 이상 설치량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중국 정부가 이제 양보다는 좀 질적인 부분으로 넘어가려고 하는 게 아닌가 싶긴한데요.다만 융기실리콘은 매출의 거의 50%가 수출인데요. 아무래도 모듈 수출량이 셀 수출로 바뀌는 과정에 있는 지금 같은 과도기에는 주가가 안 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저도 셀∙모듈 기업을 그렇게 선호하진 않습니다.”-셀∙모듈 생산 기업이 별로라면 다른 태양광 기업 중 유망하게 보는 곳은 어디인가요?“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인버터입니다. 태양광은 직류라는 전기 종류를 받고요, 송전을 하려면 교류로 바꿔줘야 합니다. 직류로 받은 태양광을 교류로 바꿔주는 역할을 하는 게 바로 인버터입니다. 중국이 앞으로 질적 성장으로 태양광 정책을 바꿀 거라고 보는데요. 발전 양을 늘리기보다는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꽂는 쪽으로 갈 것 같아요. 중국에 엄청난 대형 태양광 발전소를 깔아놨는데, ESS가 없으면 낮에만 잠깐 쓰고 밤엔 무용지물이 돼버리거든요. 이제 대형 태양광 발전소에 ESS를 꽂게 만들 겁니다. 이렇게 가면 크게 변하는 게 바로 인버터입니다. 지금 현재 인버터는 직류를 교류로만 바꿔주면 되는데요. ESS에 저장했다가 꺼냈다가 다시 저장했다가 하려면 ‘직류→교류’뿐만 아니라 ‘교류→직류’로도 양방향으로 바꿀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ESS용 인버터는 기술력도 훨씬 높고 단가도 일반 인버터보다 높습니다. 중국에 있는 수많은 대형 태양광 발전소에 ESS인버터가 추가로 필요할 테니, 그 기업들이 득을 볼 가능성이 크죠. 다만 안타까운 건 그 기업 이름이 한국어로는 양광전력, 영어로는 선그로우(Sungrow)인데요. 한국 개인 투자자는 투자하지 못합니다. 창업판에 상장돼 있거든요. 그래서 그 종목이 담긴 ETF를 거래하는 게 방법이고요. 또 좋게 보는 게 태양광 셀 장비인데요. 셀 기술이 2세대에서 3세대로 넘어간다고 말씀드렸죠. 3세대 셀 공장을 마구 증설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거기 들어가는 장비 수요가 가파르게 올라가는 시점인데요. 문제는 그 셀 장비도 국내 개인 투자자가 투자하진 못하는 상황입니다. 장비를 담고 있는 ETF는 국내엔 없고 홍콩 또는 중국 본토에서 거래되는 ETF가 있습니다.” -태양광 셀 장비를 하는 기업들은 어디가 있나요?“세 곳이 있는데요. 가장 선호하는 기업은 마이웨이테크(Maxwell)로, 3세대 셀 중 HJT를 담당합니다. 그 다음 제자웨이촹신에너지(S.C New Energy)는 3세대 셀 중 TOPCON의 장비 포트폴리오를 가진 기업입니다. 나머지 하나가 디얼레이저(DR Laser)로 이름 대로 레이저를 담당하는 업체인데요. 2세대에서 글로벌 점유율 80%를 가지고 있었으니 3세대에서도 일정 부분 영향력을 펼칠 거라고 봅니다. 혹은 우리나라 장비 업체들에서 투자 기회를 좀 찾아볼 수 있겠죠. 대표적으로 주성엔지니어링이 태양광 셀 장비를 하는 기업입니다.” By.딥다이브요즘 미국과 유럽 언론에 태양광 산업 육성에 대한 기사가 많이 나오는데요. 대체로 ‘태양광 산업을 육성하려고 보니, 중국 기업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 되더라’라는 한탄이 주를 이룹니다. 저렴한 중국산 모듈에 너무 오래 의존하다 보니, 이제 와서 제조 역량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건데요. 전기차 시장과는 또다른 구도인 듯해서 흥미롭습니다. 태양광 시장 관련 주요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미국과 유럽 모두 태양광 발전량을 급격하게 늘린다는 목표치를 잡았습니다. 2030년까지 중국을 포함한 3대 지역에서 총 1300GW 용량을 새로 깐다는 목표입니다. -현재 태양광 시장은 중국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특히 셀 기술에선 중국 기업이 가장 앞서있다고 평가 받습니다. -최근 융기실리콘이 미국에 5GW의 모듈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이 태양광에선 중국 기업도 받아들이는 겁니다. 결국 셀 기술력에 있어서는 중국의 우위가 계속될 전망입니다. -투자 면에서 지금은 셀∙모듈 기업보다는 셀 장비나 인버터 기업이 더 유망한 국면입니다. 다만 관련 중국기업은 국내 개인 투자자가 직접 투자할 길이 없어서 ETF를 통한 간접투자만 가능합니다. *이 기사는 1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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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러다 금리 더 오르겠네… 뉴욕증시 혼조세[딥다이브]

    물가 데이터 발표가 예정된 바쁜 한 주가 시작됐습니다. 미국 뉴욕증시는 월요일을 혼조세로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0.30%)와 S&P500(+0.10%)는 소폭 상승, 나스닥은 소폭 하락(-0.03%). 장 초반 3대 지수는 7일 발표됐던 3월 고용보고서 여파로 하락 출발했습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새로 생긴 일자리는 23만6000개로 집계됐는데요. 2월(32만6000개)보다는 많이 줄었지만, 그렇다고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을 단념시킬 정도는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선물 시장에선 다음 달 회의에서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이 약 69%에 달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일주일 전(57%)보다 증가한 겁니다. 물론 많은 것은 수요일 발표될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목요일에 나올 생산자물가 데이터에 달려있겠지만요.이번주는 어닝시즌도 시작됩니다. 델타에어라인이 목요일, 웰스파고∙시티그룹∙JP모건체이스가 금요일에 분기 실적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어닝시즌에 대한 전망은 썩 좋지 않은데요. 애널리스트들은 S&P500 기업들이 2분기 연속으로 수익 감소를 보고할 걸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1분기 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6.8% 감소할 걸로 예상됩니다. 이는 코로나 여파로 전년 동기보다 32%나 이익이 줄었던 2020년 2분기 이후로 가장 큰 감소폭일 거라는 군요. 브라운 어드바이저리의 에릭 고든 주식책임자는 WSJ에 “기업 수익의 관점에선 이미 경기침체기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대형은행의 실적 발표에 주목해야 하는데요. 금융 불안의 여파로 은행들이 실제 대출을 줄이기 시작했는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알바리움티더만의 최고투자책임자 낸시 커틴은 FT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은행 수익 자체가 아니라 CEO가 대출 조건에 대해 말하는 지침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만약 은행의 대출 조이기가 본격화됐다면 이는 산업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기업의 수익 기대치를 떨어뜨려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줄 거고요. 이날 주요 빅테크 주가는 대체로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1분기에 애플의 PC 출하량이 40.5%나 급감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애플 주가가 1.6% 하락했죠. 반면 반도체주는 상승했습니다. 마이크론 8.04%, 웨스턴디지털 8.22%, 엔비디아 2.00%, AMD는 3.26% 올랐죠. 삼성전자의 감산 발표로 반도체 업황이 이제 바닥을 칠 거란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 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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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ATL은 차를 만들까? 배터리 1위 기업을 둘러싼 궁금증[딥다이브]

    요즘 증시에서 가장 뜨거운 키워드는 ‘2차 전지’입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영향으로 성장성이 부각되면서 투자자 관심이 집중되는데요. 그런데 전기차용 배터리 세계 1위 기업이 어디인지 아시지요? 바로 중국 CATL(중국명 寧德時代, 닝더스다이)입니다. 물론 중국 시장을 빼고 계산하면 여전히 LG에너지솔루션이 1위이지만, 그 격차가 좁혀지고 있는데요. CATL은 IRA 법이라는 장벽에도 포드(Ford)와 테슬라(Tesla)가 기어이 손 잡으려하는 배터리 기업이기도 합니다. 도대체 왜 그럴까요. 신경 쓰이는 중국 기업, CATL의 전략을 들여다 보겠습니다. *이 기사는 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미국 기업이 손잡는 중국 기업지난 2월 미국 포드가 CATL과 손잡고 35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까지 만들면서 배제하려고 했던 중국 기업을 선택했다는 사실에 다들(특히 미국 정치권과 한국 배터리 업계가) 깜짝 놀랐는데요. 지분을 나눠 갖는 합작사 형태가 아닌, CATL이 기술만 제공하는 라이선스 방식으로 규제를 피했습니다(지분은 100% 포드가 소유). ‘중국 배터리가 IRA 우회로를 찾았다’는 말이 나왔죠.3월 말엔 블룸버그 통신이 테슬라가 CATL과 미국 공장 건설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포드와 같은 방식이 될 거라는데요. 기술제휴란 꼼수를 통한 CATL의 미국 상륙 길이 뚫리는 듯합니다.그런데 전기차용 배터리 좀 아시는 분은 이런 궁금증이 생길 겁니다. 중국 배터리? 그거 에너지 밀도 낮고 주행거리 짧은 싸구려 아니야? 왜 미국 기업들이 그걸 못 써서 안달이지?네, 맞는 얘기입니다. CATL를 포함한 중국 기업의 주력 제품은 리튬인산철(LFP)배터리. 화학적으로 안정적이면서도 값이 싼 인산철을 씁니다. 한국 배터리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가 만드는 삼원계 배터리(니켈∙코발트∙망간 등 비싼 소재를 양극재에 씀)보다 저렴하죠. 대신 LFP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약 20% 떨어집니다. 같은 부피∙무게 배터리라면 담을 수 있는 에너지 용량이 적다는 뜻입니다. 한번 충전했을 때 차가 달릴 수 있는 거리가 그만큼 짧은 겁니다.그래서 몇 년 전만해도 LFP배터리는 값싼 중국 전기차에서나 쓰는 걸로 알았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달라진 건 테슬라 때문입니다. 2021년 테슬라가 미국 판매용 모델3에 CATL 배터리를 쓰기 시작한 거죠. 이젠 폭스바겐, 메르세데스 벤츠, BMW 같은 유럽차도 보급형 모델엔 CATL 제품을 쓰고 있습니다.왜 그럴까요? 당연히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겠죠. 짐 팔리 포드 CEO는 2월 기자회견 당시 “LFP배터리 생산 프로젝트의 핵심은 전기차 비용을 낮추는 것이다. LFP는 가장 저렴한 배터리 기술”이라고 CATL과 손잡은 이유를 밝혔습니다.그런데 그게 다는 아닙니다. LFP배터리의 최대 단점(낮은 에너지 밀도)을 극복한 CATL의 기술력도 작용했다고 봐야 하는데요. 바로 셀투팩(CTP, Cell to Pack) 기술입니다.1회 충전에 1000㎞ 간다? 전기차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방법은 둘 중 하나입니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소재를 쓰거나, 차에 배터리를 엄청 많이 넣는 거죠. CATL은 두번째 방법을 택했습니다. 최대한 빽빽하게 배터리 셀을 채워 넣기로 한 거죠.그래서 2019년 CATL이 선보인 게 셀투팩(CTP) 기술입니다. 개념은 아주 간단합니다. 원래 배터리 셀을 모아서 ‘모듈’을 만들고 다시 모듈을 여러 개 합쳐서 배터리 ‘팩’으로 만들어서 전기차에 장착했는데요. CTP는 그 모듈을 없애버린 겁니다. 그냥 셀을 모아 바로 팩을 만들죠. 모듈이 차지하던 공간을 셀로 채우니까 이전보다 배터리 용량이 늘어나게 되는데요.지갑(모듈)과 가방(팩)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5만원짜리 지폐(셀)를 여러 개 지갑에 나눠 가득 담은 뒤 가방에 넣는 것과 지갑 없이 바로 가방에 가득 담는 것. 어느 게 더 많은 돈이 들어갈지는 뻔하겠죠?한마디로 소재의 한계(에너지 밀도 낮음)를 구조(빽빽하게 많이 넣음)로 극복하는 전략입니다. CATL은 이 기술을 계속 업그레이드 시켜 지난해 ‘기린배터리’라는 이름의 신제품을 발표했는데요. 1회 충전 주행거리가 1000㎞라고 홍보합니다(주행거리 기준이 달라서 한국 기준으로는 더 짧아짐).모듈 없애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소재 특성상 삼원계 배터리는 안정성이 좀 낮아서(화재 위험) 모듈을 없애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직까진 CTP가 LFP배터리에만 적용되는 이유이죠. 참고로 LG에너지솔루션도 CTP기술을 2025년에 적용한다는 계획이긴 합니다. 삼원계 배터리에 적용하는데는 그만큼 시간이 걸릴 겁니다.“우린 자동차 안 만들어”“우리는 자동차 만드는 방법을 모릅니다.” 지난달 투자 설명회에서 쩡위친 CATL 회장이 한 말입니다. CATL이 완성차 제작에 뛰어들 거란 시장의 관측을 부인하는 발언이었는데요.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CATL의 전기차 배터리 부문 이익률은 17%에 달하는데요. 반대로 전기차 제조사들은 일부 선두업체를 제외하고는 엄청난 적자에 시달리고 있죠. 중국에선 오죽하면 ‘자동차 회사가 CATL을 위해 일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요. CATL로서는 굳이 레드오션인 완성차 분야에 뛰어들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모든 자동차 제조사를 고객으로 두는 게 더 이익이죠.그런데도 왜 중국에선 CATL이 차를 직접 만들 거란 얘기가 꾸준히 나오는 걸까요. CATL이 여러 완성차 업체(스타트업 포함)에 대한 투자를 늘려가고 있기 때문인데요. CATL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CTP 뒤를 잇는 다음 단계의 기술, 셀투샤시(CTC, Cell to Chassis) 때문입니다.셀투샤시(CTC)도 개념은 어렵지 않습니다. 배터리 ‘모듈’은 물론 ‘팩’도 만들지 않고 배터리셀을 바로 차량 샤시와 통합시켜 버리는 겁니다. 주행거리를 더 늘리고 비용은 더 줄일 수 있죠.셀투팩(CTP)을 조금 더 확장하면 셀투샤시(CTC)가 되는 것 아닌가 하실 수 있는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차원이 다른 기술인데요. 왜냐하면 샤시는 본래 배터리 기업이 아니라 차량 제조사가 만들기 때문입니다. 배터리 기업이 혼자 개발하기란 불가능하죠. 초기 연구개발 단계부터 자동차 회사와 배터리 기업이 아주 긴밀하게 협력해야만 만들 수 있습니다. CATL이 자동차 회사에 계속 지분 투자를 하고 있는 이유입니다.CATL은 이르면 2024년 말쯤 CTC 기술을 적용한 첫번째 차량이 출시될 거라고 밝혔는데요. 과연 완성차 업체들이 생명줄처럼 쥐고 있는 샤시설계 기술을 CATL과 공유하려 할까요. 배터리와 샤시가 통합되면 배터리가 고장 나도 수리할 수 없을 거란 걱정이 많은데, 극복 가능할까요.리튬 비싸다, 나트륨배터리! 셀투팩과 셀투샤시 둘다 결국 배터리를 더 싸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 기술입니다. 전기차가 대중화되면서 배터리 가격을 낮추는 게 매우 중요해졌기 때문인데요. 같은 이유로 CATL이 밀고 있는 기술이 있습니다. 나트륨이온전지입니다.지금 전기차에 쓰는 건 다 리튬이온전지이죠. 그런데 리튬 가격이 요즘 좀 내려갔다고 하지만 여전히 비쌉니다. CATL은 아예 리튬 대신 나트륨을 쓰는 2차전지를 개발했고(2021년) 올해 안에 양산에 들어갑니다.아시다시피 나트륨은 바닷물 퍼내서 거의 무제한으로 얻을 수 있죠. 배터리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소재인데요. 그래서 벌써부터 ‘나트륨이온배터리가 게임체인지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합니다.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실제 어떻게 나올지를 두고 봐야 알 수 있습니다. 나트륨은 리튬보다 풍부하고 저렴하지만 단점도 뚜렷합니다. 무겁고 에너지 밀도가 낮죠. CATL 측은 나트륨배터리와 리튬배터리를 동시에 탑재하는 방식으로 1회 충전 주행거리를 500㎞ 수준으로 만들 거라고 밝혔는데요. 한편에서는 나트륨배터리 특성상 전기차용보다는 에너지저장장치(ESS)용으로 주로 쓰일 거란 관측도 있습니다.바쁜데 발목 잡는 이들이 많다 한마디로 CATL은 ‘더 싼 배터리’를 만드는 기술에선 확실히 앞서 있습니다. 지난해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 1위(37%)를 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고요(6년 연속 점유율 1위). 그럼 CATL 미래는 밝고 희망차냐고요?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여기도 고민거리가 산더미입니다.우선 중국 내수 시장 경쟁이 보통 치열한 게 아닙니다. 경쟁업체가 치고 올라오면서 CATL의 중국 시장 지위가 흔들리고 있는데요. 지난해 48%였던 CATL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1월 44%로 떨어졌습니다. 2위인 BYD(비야디)가 34%까지 치고 올라오면서 격차가 10%포인트까지 좁혀졌죠. CALB 같은 중견업체들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요.오죽하면 CATL이 지난달 ‘반값 리튬(톤당 20만 위안)’으로 배터리 판가를 낮추면서 중국 고객사와 3년 장기계약을 체결했을 정도인데요. 자체 리튬 광산을 보유한 CATL이 경쟁업체를 누르기 위해 가격전쟁을 시작한 겁니다. 수익성은 나빠질 수밖에 없겠죠. 치킨게임의 승리자가 돼서 중국 시장을 평정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요? 그런데 그걸 썩 달가워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바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인데요. 지난 6일 쩡위친 CATL 회장이 참석한 회의에서 시 주석이 묘한 발언을 했습니다. CATL의 급성장에 대해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우려도 된다”고 한 겁니다.그는 “초기에 기세 좋게, 시끌벅적하게 일어났다가 마지막에 흐지부지되는 게 염려스럽다”고 덧붙였는데요. 시 주석 발언이 나온 지 며칠 뒤 CATL은 50억 달러 규모로 예정했던 스위스 증시 상장을 연기해야 했습니다. 중국 증권감독관리기관이 상장 규모를 5분의 1로(10억 달러로) 줄이라는 지침을 줬기 때문입니다. 중국 공산당은 기업이 너무 커져서 자신들의 통제 밖에 놓이길 원치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이죠.물론 가장 큰 위험요인은 미국의 견제입니다. FT의 최근 기사를 인용하자면 ‘CATL이 직면한 장기적인 위험은 미중 갈등이 고조돼 과거 ‘화웨이’ 사례처럼 미국 관료들이 CATL을 ‘전략적 위협’으로 간주하면 어쩌나 하는 것’입니다. 만약 미국이 CATL을 제거해야 한다고 결정한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을 테니까요. FT에 따르면 쩡위친 CATL 회장은 지정학적 위험을 항상 걱정해왔다고 합니다.이미 미국 의회에선 견제를 시작했습니다. 공화당인 마르코 루비오 미국 상원의원은 “포드의 프로젝트가 미국의 가장 큰 지정학적 적을 심장부로 데려올 것”이라며 CATL과 설립하는 배터리 공장에 IAR 보조금을 주지 않는 법안을 발의했죠.떨어지는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기에도 바쁜 와중에 중국 정부와 미국 정치권의 견제까지. 탄탄대로를 달려왔던 CATL가 예전처럼 질주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요. 배터리라는 미래 먹거리를 놓고 경쟁하는 한국 입장에서도 예의주시해야 할 이슈입니다 By.딥다이브한국 기업이 만드는 삼원계 배터리는 마치 스마트폰의 아이폰 같은 하이엔드급 고성능 제품입니다. 어찌 보면 아직 CATL과는 직접적인 경쟁관계라기보다 좀 다른 물에서 놀고 있는 건데요. LG에너지솔루션이나 SK온도 LFP배터리를 만들겠다고 밝힌 데서 보듯이 그 시장이 커지는 추세인 건 분명합니다. CATL이 값 싼 배터리로 승부한다고 해서 무시할 건 아니라는 거죠. CATL 관련 주요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포드에 이어 테슬라도 CATL과 기술제휴를 통해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만들려고 합니다. 중국을 견제하는 IRA법을 우회할 길이 생겼습니다.•가격이 저렴하다는 건 LFP배터리의 매우 큰 장점입니다. CATL은 ‘셀투팩’이라는 기술을 통해 LFP배터리의 단점을 극복하고 주행거리를 늘리고 있습니다.•CATL은 ‘셀투샤시’와 ‘나트륨배터리’라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며 업계 트렌드를 리드하고 있죠.•하지만 CATL 앞에 놓인 난관도 적지 않습니다.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중국 경쟁업체를 따돌려야 하고, 미국과 중국 정부의 견제까지 극복해야 합니다.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도전이 시작되는 거죠.*이 기사는 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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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노동시장 식어가나…커지는 경기침체 경고음[딥다이브]

    뜨거웠던 미국 노동시장이 식어가고 있을까요. 고용보고서 발표와 성금요일의 날 휴장을 하루 앞둔 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선 관망심리가 짙어졌습니다. 거래량이 많지 않지 않은 가운데 3대 지수는 강보합세로 마감했네요. 다우지수 0.01%, S&P500 0.36%, 나스닥 0.76% 상승. 이날 개장 전 나온 실업수당 지표는 미국 노동시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2만8000건이었는데요. 월가 전망치(20만)를 웃돌았습니다.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계속 청구’ 건수는 182만 건입니다. 2021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군요.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이코노미스트는 “이제 해고가 증가하고 있다는 게 명확해졌다”고 설명합니다. 좀더 분명한 신호는 7일 발표될 3월 고용보고서에서 찾을 수 있을 텐데요. 만약 비농업 신규고용 수치마저 시장 예상을 밑돌 경우엔 경기침체가 다가온다는 관측에 힘이 실릴 수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예상치에 따르면 3월 비농업 고용은 23만8000명 증가할 전망인데요. 2월 31만1000명보다 줄어들 거란 뜻입니다. 이를 두고 파이낸셜타임스의 로버트 암스트롱은 “혼란스러운 경제사이클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고 내다봅니다.좀더 강하게 경기침체 가능성을 경고한 사람도 있습니다. 바로 JP모건체이스 CEO 제이미 다이먼입니다. 이날 CNN과 단독 인터뷰를 했는데요.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사태 이후로 첫 인터뷰였습니다. 다이먼은 “우리는 사람들이 대출을 조금 줄이고, 조금 삭감하고, 조금 뒤로 물러나는 것을 보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은행 혼란이 “반드시 경기침체를 초래하는 건 아니지만 경기침체에 가깝다(it is recessionary)”라고 덧붙였습니다.그는 이번주 초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도 은행 위기의 파장을 경고했는데요. SVB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 사태가 “시장에서 많은 불안을 불러일으켰고 은행과 대출기관들이 더 보수적이 되어감에 따라 금융조건을 다소 긴축시킬 것이 분명하다”는 겁니다. 따라서 “현재의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위기가 일단 끝나더라도 그 영향은 수년 간 지속될 것”이라고도 썼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은 좀더 우울한데요. 크리스티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워싱턴 연설에서 “세계 경제성장률이 향후 5년 간 약 3%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1990년 이후 가장 느린 속도”라고 말했습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경제분열과 지정학적 긴장이라는데요. 그는 “강력한 성장으로 돌아가는 길은 거칠고 안개가 자욱하다. 우리를 하나로 묶는 밧줄은 몇 년 전보다 약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 2023-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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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도나도 ‘팁 줘!’ 미국인도 피곤해하는 팁 문화[딥다이브]

    음식점에서 식사한 뒤 서빙해준 직원에게 ‘팁(tip)’을 줘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한국이라면 팁 주는 게 어색하겠지만 미국에선 팁을 주지 않는 게 무례한 행동으로 통하죠. 팁 자체가 곧 미국 문화인 건데요.그런데 팁은 얼마가 적당할까요. 요즘 미국에선 서비스 가격의 20%가 기본이라는데, 정말 적정한 게 맞을까요? 어디까지가 팁의 대상일까요. 드라이브스루로 커피를 주문한다면 얼굴도 마주치지 못한 직원에게 팁을 줘야만 하는 걸까요.다른 나라에서는 별로 고민할 일 없는 팁 문화를 두고 미국에서는 갑론을박이 한창입니다. 이른바 ‘팁플레이션(Tipflation, 팁+인플레이션)’ 현상 때문인데요. 미국의 팁을 둘러싼 기술적, 경제적, 심리적 이슈를 들여다 보겠습니다.*이 기사는 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디지털 팁’의 넛지효과오리건주에 사는 캐시 쉬레너는 리필 제품을 파는 친환경 매장인 ‘마마 앤 하파스’를 찾아 식기세척기 세제 몇 개를 골라 계산대로 가져갔습니다. 직원이 그에게 보여준 태블릿 화면엔 ‘팁을 얼마를 남길 것이냐’고 묻는 메시지가 표시됐습니다. 결제 말고는 직원의 서비스를 받은 것도 없는데 굳이 팁을 줘야 하는 걸까요? 쉬레너는 순간 주저했지만 어색함을 피하기 위해 결국 팁을 남겼습니다. 미국 매체 복스(Vox)가 ‘모두가 지금 팁을 원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소개한 사례입니다. 과거엔 식당이나 술집 같은 업종에서나 주는 걸로 여겨졌던 팁을 이제 거의 모든 서비스 업종에서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심지어 이런 곳에서도 고객은 팁을 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합니다. 자동 세차장, 보톡스 시술, 스무디 만드는 로봇 카페. 왜 그렇게 됐을까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태블릿 결제’ 시스템의 확산입니다. 과거엔 팁을 보통 현금으로 줬죠. 식사 뒤 테이블에 지폐 몇장을 남기거나, 결제할 때 ‘Tips’이라고 쓰인 유리병에 돈을 넣는 식이었습니다. 신용카드로 결제한다면 팁을 몇 달러로 할지를 볼펜으로 따로 써넣어야 했고요. 그런데 요즘 미국에선 어딜 가든 결제할 때 터치스크린 형태 단말기나 휴대용 태블릿을 씁니다. 대부분 매장에서 스퀘어(Square) 또는 토스트(Toast) 같은 기업이 제공하는 POS(Point of Sale) 시스템을 이용하기 때문인데요. 코로나 팬데믹 영향이 컸습니다. 가급적 대면 접촉을 줄이려다 보니 터치스크린 방식을 도입한 거죠.그리고 이런 시스템은 당당하게, 그리고 교묘하고 끈질기게 팁을 달라고 고객에게 요구합니다. 결제할 때 팁을 얼마 줄 건지를 묻고, 고객이 입력을 마쳐야만 결제가 완료되는 식입니다. 결제 시스템에선 보통 고객의 선택을 쉽게 하기 위해 객관식으로 팁 비율을 제시하곤 하는데요. 레스토랑의 경우엔 그 최소비율이 일반적으로 18% 또는 20%부터 시작하고, 보통 최대 30%까지 제시합니다(업주가 비율을 설정). 만약 10%만 팁으로 주고 싶다면? 입력하는 창이 없거나, 있더라도 찾기 어려울 겁니다. 고객은 그 버튼을 찾느라 몇십 초를 허비하는 대신 그냥 18%를 누르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소비자행동을 연구하는 마이클 린 코넬대 교수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상인들은 더 많이 팁을 요구할수록 더 많이 얻을 수 있습니다. 18%에서 시작하는 팁 옵션은 이전보다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합니다.” ‘디지털 팁’ 도입으로 이전보다 팁을 주는 비율이 은근슬쩍 높아지고 있는 건데요. 일종의 넛지 효과(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라 하겠습니다. 팁이 비싸진 것보다 더 소비자들을 당황스럽게 하는 건 앞서 소개한 대로 디지털 팁을 요구하는 매장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전 같으면 웬만하면 팁을 안 주고 넘어갔을 매장에서도 디지털 결제 과정엔 팁 선택 버튼을 넣은 거죠. 테이크아웃이 주를 이루는 커피숍이나 샌드위치 가게들이 대표적입니다. 이전엔 이름을 서로 알고 있을 정도로 친밀한 사이이거나, 친절한 서비스를 받았을 때 정도에만 고객들이 ‘팁항아리’에 팁을 남겼을 텐데요. 이젠 무조건 팁 버튼을 눌러야 결제가 끝납니다. 물론 ‘팁 없음’을 선택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앞에서 웃는 얼굴로 직원이 빤히 쳐다 보고 있으니 쉽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팁을 요구 받았는데 주지 않을 때(특히 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점원이 알기 쉬울수록) 죄책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구매가가 저렴한 일부 매장은 백분율이 아닌 일정 금액으로 팁 선택지를 제시합니다. 예컨대 3.75달러짜리 초콜릿 크루아상을 사는데 팁을 ‘1달러, 2달러, 3달러’ 중 선택하게 하는 식이지요. 비율로 치면 엄청난 겁니다. ‘다크패턴(소비자를 유도하기 위해 업체가 의도한 웹 설계)’ 전문가인 해리 브리그널은 “터치스크린은 큰 팁을 주는 버튼을 강조하고, 전혀 팁을 주지 않는 버튼은 덜 강조한다”며 “어떤 소비자는 원해서가 아니라 너무 당황해서 가장 눈에 잘 띄는 버튼을 누르게 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물론 이런 경험을 하면 소비자들은 억지로 팁 주기를 강요당한 것 같은 느낌이 들겠죠. ‘팁플레이션(Tipflation)’이란 말과 함께 ‘팁 피로’라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입니다. 구에프대학의 식품경제학과의 마이크 본 마소우 교수는 “팁 피로로 고객들은 팁이 주는 상호작용에서 부정적 감정을 느끼게 된다”며 “최악의 경우엔 팁 피로로 인해 고객이 팁을 적게 주거나 완전히 멈출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팁플레이션의 부작용이 분명하다는 건데요.여기서 생각해볼 점이 있습니다. 고객이 어쩔 수 없이 팁을 주게 만드는 ‘죄책감’으로 이익을 얻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눈 앞에 있는 매장 점원이 그 이익을 온전히 취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경제학적으로 생각해보면 답은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최저임금이 시간당 2.13달러라고?먼저 미국의 팁 문화가 왜 생겼는지부터 간단히 집고 넘어가겠습니다. 17세기 영국과 유럽 상류층의 문화였던 팁은 이후 미국으로 넘어왔는데요. 특히 남북전쟁 이후 과거 노예였던 흑인들이 해방돼 서비스업에 종사하면서 팁 문화가 널리 퍼졌습니다. 그들에게 낮은 임금을 주는 대신 팁에 의존하게 한 거죠. 즉, 서비스업 종사자에게 임금을 낮게 준 것이 팁이 일반화된 이유였는데요.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은 중앙정부가 정한 연방최저임금과 각 주가 정한 주별 최저임금 중 더 높은 것을 적용하게 돼있는데요. 현재 연방최저임금은 시간당 7.25달러(약 9600원)입니다. 그런데 팁을 받는 근로자의 연방최저임금(Tipped Minimum Wage)은 그보다 훨씬 낮은 시간당 2.13달러(약 2800원)에 불과합니다.팁을 받는 근로자와 받지 않는 근로자를 명시적으로 차별하고 있는 건데요. 주별 최저임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단 8개 주에서만 팁과 상관 없이 누구에게나 똑 같은 최저임금을 적용합니다. 나머지 42개주에선 팁을 받는 근로자에겐 더 적은 최저임금을 줄 수 있게 돼있죠. 바로 이러한 ‘팁 받는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사람이 최소 550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한마디로 그동안에도 고용주가 줄 임금 중 상당 부분을 손님들의 팁으로 메워왔던 건데요. 최근 나타나는 ‘팁플레이션’ 현상도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미국 서비스업종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으로 각종 비용이 뛰는 상황에서 점주들은 임금을 올려줄 여력이 없죠. 그러자 대신 직원들이 팁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 겁니다. 예를 들면 일부 호텔에선 고객들이 쉽게 팁을 남길 수 있게 QR코드까지 도입했다고 하죠. 보스톤대학 호텔경영학부의 션정 교수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그들(호텔)은 임금을 인상할 예산이 없습니다. 그런 이유로 팁을 디지털로 지불할 수 있는 접근성을 높이고 소비자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팁플레이션은 고용주 입장에선 ‘손 안대고 코 푸는’ 좋은 방법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스타벅스입니다. 요즘 미국 스타벅스는 드라이브스루(차를 탄 채로 이용) 매장에서도 팁을 받는 거 아시나요? 지난해 9월 스타벅스가 일부 매장을 시작으로 ‘신용카드 팁 시스템’을 새로 도입했기 때문인데요. 신용카드 결제화면에서 ‘팁을 얼마 주겠냐’고 묻기 시작한 겁니다.애초에 이 ‘신용카드 팁’ 도입은 스타벅스 노조가 회사에 도입하라고 공개 요구했던 사안입니다. 바리스타 근무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거였죠. 그런데 스타벅스 측은 이 시스템을 노조가 없는 매장에만 도입해서(노조 있는 매장엔 안 해줌) 한동안 시끄럽기도 했는데요. 스타벅스가 밝힌 바에 따르면 놀랍게도 이 ‘카드 팁’ 도입 이후 신용카드 구매의 거의 절반에서 팁이 포함됐다고 합니다. 디지털 팁 압박의 효과가 상당한 거죠.팁이 차별 조장 vs. 미국 전통언뜻 보면 팁을 많이 받게 하는 건 고용주(임금을 적게 줄 수 있음)와 직원(실질 소득이 늘어남) 모두에 윈윈입니다. 잃는 건 손님뿐인 것 같죠.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오히려 불평등한 구조(서비스 업종에 대한 낮은 임금)를 공고히 하는 건 아닐까요. 미국에선 이 문제를 둘러싼 논쟁의 역사가 꽤 깊습니다. 2010년대부터 활동한 ‘하나의 공정한 임금(One Fair Wage)’ 운동이 대표적입니다. 팁을 받는 근로자에 대한 차별적인 최저임금을 없애고 누구에게나 똑 같은 최저임금을 보장하라며 입법 로비를 하고 있는데요.이를 지지하는 연구도 적지 않습니다. 미국의 진보적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소(Institute for Policy) 연구 결과에 따르면 팁을 받는 근로자는 여러 어려움에 처합니다. 팁을 받지 않는 근로자와 비교할 때 소득 변동성이 더 크고, (팁을 포함해도) 평균적으로 더 적은 임금을 받고, 성별과 인종에 따라 팁에서도 차별을 받죠(여성과 비 백인의 팁이 더 낮은 편). 따라서 팁에 의존하지 않고도 안정적인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최저임금을 인상하라는 결론입니다.2019년엔 팁 받는 근로자도 똑 같은 최저임금을 받게 하는 내용이 포함된 ‘임금인상법(the Raise the Wage Act)’이 미국 하원을 통과했습니다.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에서 결국 부결됐지만요. 반대론도 그만큼 만만찮긴 합니다.가장 큰 반대 이유는 역시 인건비 부담이 커진다는 겁니다. 소상공인 폐업이나 일자리 감소, 근로시간 감축으로 결국 이어질 거라고 보는 거죠. 팁 문화가 일종의 미국 전통이니까 지켜야 한다는 보수적인 시각도 있는데요. 팁 받는 근로자에 최저임금을 낮게 유지해야 팁 문화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참으로 미국적인 논쟁이 아닐 수 없는데요. 물가상승으로 갈수록 소비자 지갑이 얇아지고 있는 요즘, 팁플레이션까지 더해지면서 이를 둘러싼 논쟁과 갈등은 더 커질 겁니다. By.딥다이브최근 뉴욕에 사는 지인을 만났더니 “음식값의 20%나 되는 팁이 부담스러워서 가급적 투고(to-go)로 사먹는다”고 말하더군요. 게다가 이제 음식점이 아닌 곳까지 팁을 받는다니, 안 그래도 물가도 비싼데 소비자 부담이 더 커지게 됐습니다. 이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데 과연 어떤 식으로 결말이 날지가 궁금합니다. 팁플레이션 관련 주요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디지털 팁’이 도입되면서 과거보다 더 많은 매장에서 더 많은 비율의 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심리적 압박감과 죄책감 때문에 실제 지불의사보다 더 많은 팁을 남기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팁플레이션’입니다.-이는 팬데믹 이후 인력난에 시달리는 고용주들의 전략이기도 합니다. 임금을 올려줄 돈은 없지만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팁을 유도해서 근로자의 실질 소득을 늘리려는 거죠. -미국에서 팁을 받는 근로자의 연방 최저임금은 고작 시간당 2.13달러입니다. 팁으로 낮은 임금을 보충하게 하는 건 팁 받는 근로자에 대한 차별일까요? 아니면 팁 문화라는 전통을 유지하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선택일까요. *이 기사는 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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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PEC+ 감산에 정유주 랠리…유가 100달러 갈까?[딥다이브]

    OPEC+의 감산 소식이 월요일 시장에 고스란히 영향을 끼쳤습니다. 미국 뉴욕증시는 3일(현지시간) 혼조세로 마감했는데요. 정유주가 속한 다우지수는 0.98% 상승, S&P500지수는 0.37% 상승했고 나스닥지수는 0.27% 하락했습니다.전날 OPEC+는 5월부터 하루 166만 배럴의 원유 생산량을 감축한다고 밝혔는데요. 기습적인 대규모 감산 소식에 3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6% 급등한 80.24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6월물 브렌트유는 5.7% 오른 배럴당 84.45달러를 기록했고요. 오전엔 둘다 상승률이 8%대로 치솟았다가 살짝 누그러진 건데요. 그래도 거의 1년 만에 하루 최대폭의 상승이라고 합니다. 유가 상승에 에너지주는 일제히 뛰었는데요. 엑슨모빌(5.9%), 셰브론(4.2%), 옥시덴탈페트롤리움(4.4%) 주가가 모두 올랐습니다. 마라톤오일과 코노코필립스 주가는 9% 넘게 뛰었고요. S&P500의 에너지 지수 역시 4.91% 급등했습니다. 2022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입니다. 이번 감산이 국제유가를 얼마나 끌어올릴까요. 그리고 인플레이션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해석이 분분한데요. 일단 OPEC+의 실제 감산량은 공표한 것보다 적은 하루 약 70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RBC캐피털마켓 헬리마 크로프트 전략가). 이미 목표치보다 생산량이 적은 국가들이 많기 때문인데요. 그렇다 하더라도 예상치 못했던 이번 감산 조치로 국제유가가 들썩일 수밖에 없는데요. 골드만삭스는 올해와 브렌트유 전망치를 배럴당 90달러에서 95달러로, 내년은 97달러에서 100달러로 끌어올렸습니다. UBS는 당장 6월까지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로 뛸 수 있다고 전망했고요.하지만 씨티그룹의 글로벌원자재 분석가인 에드 무스는 이날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다른 얘기를 했습니다. “배럴당 100달러의 시나리오가 나오지만 나는 아직 그 근처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건데요. 배럴당 100달러까지 가려면 “훨씬 더 많은 석유가 시장에서 제거돼야 하고, 더 많은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에서 공급 차질이 발생해야 한다”는 이유입니다.증시에선 ‘유가 상승→물가 자극→중앙은행 통화긴축 강화’로 이어질지에 특히 관심인데요. 실제로는 미국보다는 유럽 물가에 좀더 영향을 미칠 거란 분석이 나옵니다. 미국은 원유 수입 의존도가 낮은 세계 1위 원유 생산국이기 때문인데요. 그레그 애보트 텍사스 주지사는 2일 밤 자신의 트위터에 “텍사스가 원유 생산량 하루 100만 배럴 증가로 대응할 수 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죠. 미 연준은 주로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 지수를 참고하기 때문에 이번 원유 감산이 통화정책 경로를 크게 흔들진 못할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반면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유럽은 물가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가뜩이나 경기침체 걱정도 큰데 말입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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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니오∙샤오펑∙리오토&BYD, 중국 전기차 기업 이야기[딥다이브]

    “니오와 샤오펑 같은 다른 중국 전기차 업체 소개도 있었으면 좋겠어요.”지난달 전기차 시장에 대한 딥다이브를 읽고 한 구독자 분이 이런 의견을 주셨습니다. 미국에도 상장된 니오(Nio, 蔚来汽车), 샤오펑(Xpeng, 小鹏汽车), 리오토(Li Auto, 理想)를 흔히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3사’라고 칭하죠. 2020~2021년에 주식시장에서 상당히 인기를 끌었던 종목들인데요. 지금은 고점과 비교하면 주가가 정말 많이 빠졌습니다. 들고 있는 주주라면 고민이 많을 텐데요.그래서 중국 전기차 3사를 포함한 중국 전기차 산업 전망을 전반적으로 물어봤습니다. 중국분석을 담당하는 정진수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와의 인터뷰입니다.*이 기사는 3월 3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보조금이 사라졌다-올해 들어 중국 전기차 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는 듯합니다. 무엇보다 중앙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됐는데요. “중국 전기차 시대가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 구간에 있습니다. 기존엔 정부 주도로 커왔지만 이젠 정부가 손을 떼고 전기차 기업들을 홀로 서게 하기 시작했죠.” -보조금 폐지 때문에 중국에서의 전기차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까요?“중국은 2016년부터 보조금 제도를 운영했는데요. 초기엔 전기차를 사면 차값의 20~30%를 지원해줬거든요. 그런데 점차 줄여서 지난해엔 5.7%였습니다. 보조금 폐지의 충격이 없진 않겠지만 그렇게 크진 않을 겁니다.그리고 교체수요가 있는데요. 과거 중국에서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서 자동차를 많이 구매했던 ‘슈퍼 사이클’이 2012~2016년이었습니다. 중국은 무상보증 기간이 보통 6년이라 교체주기도 6년인데요. 교체 수요가 아마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될 겁니다.”-전기차 완성차 업체 얘기하기 전에 배터리 얘기부터 잠깐 여쭤볼게요.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가격을 내리고 있는데요. 완성차 업체 입장에선 걱정을 좀 덜게 되는 걸까요. “긍정적인 신호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21년 공급망 충격 이슈가 있었을 땐 배터리 기업이 우위에 있어서 전기차 기업들이 애를 먹었는데요. 지금은 완전히 역전된 상황입니다. 전기차 생산 원가 중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40~50%로 알려져 있는데요. 배터리 가격이 내려가니까 전기차 업체는 그만큼 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 거죠.” -CATL은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1위 기업인데도 가격을 많이 인하했더라고요. “CATL이 파격적인 딜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배터리 가격을 절반 정도로 낮추는 대신 3년 장기 계약을 해달라고 한 겁니다. 이것 자체가 배터리가 공급 과잉이라는 걸 인정한 셈입니다. 지금의 협상 주도력은 완성차 쪽에 있죠.”불 붙은 가격 전쟁-완성차 시장에서도 가격 경쟁이 치열합니다. 테슬라가 지난해 10월 가격 인하를 시작하면서 가격경쟁에 불을 붙였는데요. “테슬라의 가격 인하가 굉장히 파격적이었어요. 가격을 내린 이유는 일단 생산성이 많이 개선됐고요. 두번째로 배터리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한 걸 적극적으로 가격에 반영한 건데요. 원자재 가격은 여전히 높은 레벨입니다. 최근 리튬가격이 급락했다는 뉴스 많이 나오는데요.중국에서 작년에 톤당 55만 위안이던 게 지금 27만 위안입니다. 하지만 급등 전 가격보다는 높은 상황이에요.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슬라가 역대 최저 가격으로 내렸거든요. 그러니까 매우 공격적인 가격 정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테슬라가 주도하는 가격 인하가 시작됐고, 이어 스타트업 기업까지 동참했는데요.기업별로 대응 방식은 다릅니다. 테슬라와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기업이 좀더 적극적으로 가격을 내렸는데요. 대표적으로 가장 많이 따라간 기업이 샤오펑입니다. 샤오펑 차량이 테슬라의 모델 3나 모델 y와 경쟁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따라간 건데요. 스타트업들은 지금 물량을 뺏기면 위험할 수도 있거든요. 니오와 샤오펑은 지난해 말 새로운 공장을 가동했습니다. 그런데 5~6개월 정도 지난 지금 가동률이 30% 정도에 불과한 상황입니다. 이렇게 저조하면 투자 회수에 걸리는 기간이 길어지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따라간 거고요. 니오는 프리미엄 시장 쪽이어서 테슬라와는 포지션이 좀 다릅니다. 그럼에도 (가격 인하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는 올해 모델 리뉴얼 계획이 있기 때문입니다. 구형모델의 악성재고를 떨어낼 필요가 있죠.리오토는 아예 방관하는 중입니다. 최근 리오토는 ‘만약 차를 구매한 지 90일 안에 판매가격이 인하되면 차액을 환급해준다’는 조건을 내걸었는데요. 사실상 가격 인하를 안 하겠다는 거죠. 리오토는 패밀리카에 특화돼 있습니다. 대형SUV나 준대형SUV인데, 이 쪽은 약간 매니아층이 형성돼 있어서 가격을 크게 신경 안 쓰는 편입니다. 그래서 굳이 가격인하를 따라가지 않는 거죠.”-스타트업 3사는 모두 적자 아닌가요?“네. 그렇기 때문에 가격인하가 사실 좀 위험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사 중에선 리오토가 유일하게 흑자 전환을 앞두고 있는데요. ‘소품종 대량생산’을 추구하다 보니까 차종이 다 비슷비슷해서 원가절감을 할 수 있기 때문이고요. 니오는 모델이 6개로 많은 편인데요. 모델을 교체하려면 투자가 많이 필요하다 보니, 니오의 경우 그 주기가 좀 늦은 편이었습니다. 2019년에 출시된 차량을 올해 리뉴얼할 계획인데요. 그동안 다른 기업들이 업그레이드된 스펙의 신차들을 내놓으면서 지금은 좀 인기가 하락했습니다.”하이브리드에 주목할 이유-샤오펑은 자율주행 기술력에서 앞선다고 홍보가 되어 있는데요. 실제로 그런 부분이 강점인가요? “스타트업 3사가 중국 전기차 시장의 돌풍을 이끈 주역이고, 각 기업마다 추구하는 전략이 있는데요. 샤오펑은 자율주행 기능에서 많이 어필했죠. 그런데 자율주행 기능이 아직은 미래를 보고 개발하는 기술이거든요. 지난해까지만 해도 당장 레벨5 자율주행이 곧 나올 것처럼 얘기하다가도, 막상 뜯어보니 아직은 개발도 어려운 환경에 있다 보니까 실망감이 있었는데요. 요즘 워낙 자율주행 기술이 상향평준화가 되다 보니, 샤오펑 기술이 정교함에서 앞서긴 하지만 그게 자동차를 구매할 때 결정적인 변수로는 작용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또 높은 수준의 자율주행을 구사하려면 많은 전자장비들이 필요한데요. 샤오펑은 중저가 엔트리급 모델 중심이라 그 가격 선에서 고도의 장비를 장착하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샤오펑이 상당히 히트를 친 게 2021년입니다. 당시 스타트업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는데요. 이후 애프터서비스 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도 요즘 부진한 이유입니다.” -리오토는 순수전기차가 아니라 엔진충전 전기차라고 하던데요? “일종의 하이브리드인데요. 엔진이 있는데 이걸 발전용으로 쓰는 전기차입니다. 이걸 직렬 하이브리드라고 하고요. 병렬 하이브리드는 현대차의 하이브리드, 그리고 직병렬 방식은 원래 도요타 전매 특허기술인데 특허가 만료됐고 현재 BYD(비야디)가 직병렬 방식으로 중국에선 가장 우위에 있습니다. BYD가 전기차도 잘하지만 저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쪽에서 더 가치가 있다고 보거든요. 중국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시장에서 BYD 점유율은 60% 이상인데요. 중국 정부가 ‘완전 전동화’는 당장 어렵다고 보면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와 순수전기차를 50대 50으로 나눠가려고 하고 있습니다.”-최근에 파이낸셜타임스에서 ‘테슬라가 중국에서 가격을 내렸더니 오히려 BYD 판매가 급증했다’고 기사를 썼더라고요. “1, 2월에 BYD 점유율이 늘어난 건 사실입니다. 아직까진 테슬라가 가격을 인하했어도 BYD 가격경쟁력이 좀더 앞서 있고요. 그리고 BYD를 좀더 자세히 봐야 하는 게 수출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올해가 본격적인 해외 진출의 해인데요. 지난해 BYD 전체 판매량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 정도였는데 올해 들어 7%까지 빠르게 올라갔습니다.” -지난달 태국 방콕에 갔더니 BYD 전기차 광고판이 엄청 크게 있더라고요. “작년 태국 전기차 판매량이 한 해 동안 연간 1만 대 수준이었는데요. 올해 1월에만 3000대 팔렸습니다. 아직까진 미약한 수준이긴 한데, 그 중 BYD 시장점유율이 30% 이상입니다. 물론 시장성이 입증된 숫자는 아닌데요. 그래도 태국에서 BYD 브랜드의 인지도가 긍정적이라고 볼 순 있겠습니다.” -BYD는 저렴하게 전기차를 파는 데도 이익을 많이 냅니다. 수직계열화의 효과일까요? “BYD를 ‘1인 군단’이라고 표현합니다. 수직계열화를 통해 엄청난 규모를 가지고 혼자 다하고 있는데요. 다른 기업보다 밸류체인의 완성도가 높다는 게 장점이고요. 그 강점을 활용해 공급망 이슈 때 시장 점유율을 늘렸습니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중국 전기차 기업 중 돈을 가장 많이 버는 기업이 되었고요.”중국 전기차, 주가는 왜 이래-주가는 많이 올랐다가 지난해 11월부터 많이 빠졌습니다.“BYD뿐 아니라 전기차 기업 주가가 다 빠졌는데요. 가장 큰 원인은 레드오션화입니다. 지난해 초부터 중국 전기차 시장이 공급과잉 때문에 과열 경쟁이 벌어질 거라고 봤는데요. 그게 현실화된 겁니다. 과거보다 전기차 사업을 하는 기업이 점점 늘고 있는데요. 시장 성장성은 한계가 있다 보니 기존 기업들은 파이가 점점 줄어드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넥스트 전략으로 해외 진출이 의미 있습니다. 사실 2020년 초만 해도 ‘중국 전기차 시장이 될까 안 될까’란 고민이 많았는데요. 이후 엄청나게 빠르게,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수준의 폭발적인 성장을 했어요. 안정적으로 우상향할 줄 알았는데 갑자기 급상승하면서 미래 가치를 과도하게 앞당겨 온 거죠. 그때 주가가 급등했던 건 ‘전기차가 과연 될까’를 고민했던 투자자들이 침투율을 보면서 점점 ‘이 시장이 되겠다’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인데요. 침투율이 30%에 도달하면서 거의 침투율 100%를 이미 상정한 정도의 밸류에이션을 다 받게 됐습니다. 고평가 국면이 형성됐던 이유이고요. 이제는 (주가하락으로) 그런 부분이 해소가 됐습니다.” -갑자기 국내 자동차 기업 얘기를 좀 여쭤보자면. 기아가 EV5라는 준중형 전기차로 중국시장을 공략한다고 하는데요. 이런 전략이 먹힐까요? “제가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는 아니라서 사업성을 평가하긴 어렵고요. 다만 중국 전기차 시장이 너무 중국 토종브랜드가 압도적인 시장이라서 쉽지 않은 싸움이긴 할 겁니다.지금 중국에서 인기 있는 차종이 소형 전기차인 건 맞습니다. 기아 EV5와 비슷한 차급이죠. 배터리 기술이 좀 떨어지던 옛날엔 큰 차에 배터리를 많이 실어서 주행거리를 높였는데요. 이젠 배터리 성능이 좋아져서 작은 차여도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죠. 사실상 전기차 기업의 진짜 실력은 소형차 시장에서 나타날 겁니다. 중국이나 유럽시장 모두 소형차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기업이 많이 주목 받을 수 있습니다.” -지금 투자 관점에서 좋게 보는 전기차 기업은 어디인가요? “이제 옥석가리기가 매우 중요한 시장입니다. 미래에 대한 성장성을 보여주든가, 아니면 현재 이익에 충실하든가. 둘 중 하나를 보여줘야 기업 가치가 오르거든요. 성장성은 역시 해외 진출이고요. 내수 쪽에선 이익이나 시장점유율을 봐야 하는데요.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일단 BYD, 그리고 방어력이 좋은 기업은 리오토입니다.리오토도 앞으로 보여줘야 할 게 많습니다. 현재 차종이 사실상 하나(SUV)인데요. 리오토 사업계획이 2023년부터 순수전기차를 2종씩 매년 출시하겠다는 겁니다. 올해 신차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하나는 아마도 다목적차량(MPV)일 것 같고요. 다른 하나는 엔트리급으로 갈 것 같습니다. 기존 럭셔리SUV에서 이제 엔트리급의 대중화된 시장으로 넘어가는 차종이 나올 걸로 예상은 합니다.”-아직 공식 발표는 안 했군요.“아마 샤오펑 G9처럼 리오토도 800볼트짜리 전기 아키텍처 플랫폼(고속충전 가능)을 적용할 것 같은데요. 이 기술에서 완성도를 높인 상황에서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기술 개발이 지연된다면 내년으로 미뤄질 수도 있습니다.” -엔트리급 모델을 성공적으로 내놓는다면 기업 가치가 상승할 수도 있겠네요. “지금 중국 전기차 시장은 대중화시대입니다. 대중 시장을 가져가는 게 중요한데요. 이 부분에서 니오는 차량 가격 자체가 높은 ‘프리미엄’을 추구하다보니 다소 불리합니다. 니오가 그나마 엔트리급으로 내세운 게 지난해 말 출시된 ET5라는 중형 세단인데요. 그마저도 가격이 5000만원이 넘는 수준입니다. 옵션 추가하면 6000만원대가 되니까, 엔트리급이라고 하긴 어렵죠.” -한동안 중국 전기차 3사가 다 같이 주목 받았는데, 지금은 확실히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시기네요. “특히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작년까지만 해도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이 가장 프리미엄을 많이 받는 시장이었어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파는 전기차 시장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글로벌 판매량 비중을 보면 중국이 지난해 정점을 찍었고 앞으로는 점점 하락하게 됩니다. 그럼 당연히 투자자 입장에선 비중이 확장하는 지역으로 관심을 옮겨 가겠죠. 중국을 분석하는 입장에선 좀 안타깝긴 하지만 그 시장이 지금은 유럽이나 미국인 겁니다. 그런 관점에서 최근에 테슬라가 많이 주목을 받았고요. 그런 의미에서 지금 해외 진출 전략이 중요합니다. 이대로 가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비중은 점점 하락할 수밖에 없는데요. 만약 아세안 지역만 확보하더라도 중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량 비중을 45% 정도로 유지할 수 있거든요. 과거엔 성장성을 볼 때 침투율이 중요했다면, 올해부터는 해외시장이 의미 있습니다.”-만약 살 수 있다면 중국 전기차를 개인적으로 사실 생각이 있으세요?“지금 타는 차가 하이브리드인데, BYD의 하이브리드는 어떨지 궁금합니다. 한번쯤 타보고 싶은 차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아이 아빠라서 패밀리카인 리오토도 관심 있습니다.” By.딥다이브중국엔 등록된 전기차 완성차 브랜드만 190개 정도 된다고 합니다. ‘레드오션’이란 말이 실감 나는데요. 내수시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특유의 가성비 전략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한다면 만만찮은 상대가 될 거란 생각이 듭니다. 인터뷰 주요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테슬라가 가격 경쟁에 불 붙이면서 중국 토종 전기차 업체들도 일부 차종 가격을 인하하고 있습니다. 적자 상태인 전기차 스타트업들로서는 위험한 도전입니다. -스타트업 3사의 상황은 조금씩 다릅니다. 리오토가 그나마 흑자 전환을 앞두고 있고, 니오와 샤오펑은 새 공장의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게 시급합니다. -BYD는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중국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시장의 절대 강자로 자리잡은 동시에 해외 진출로 성장을 꾀합니다.-중국 전기차 업체의 주가는 부진합니다.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프리미엄’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외 진출에서 성과를 보이느냐, 돈을 잘 버느냐에 따라 기업들의 주가흐름이 달라질 겁니다.*이 기사는 3월 3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 2023-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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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빅쇼트’ 주인공도 백기…낙관론 퍼지는 뉴욕 증시[딥다이브]

    은행 위기는 끝나고 이제 연준이 금리 내릴 일만 남은 걸까요. 낙관론이 번지면서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가 이틀 연속 상승했습니다. 다우지수 0.43%, S&P500 0.57%, 나스닥지수는 0.73% 상승 마감했습니다. 이날 상승세를 이끈 건 빅테크 기술주였습니다. 애플(0.99%), 마이크로소프트(1.75%), 메타(1.21%), 아마존(1.75%)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습니다. 기술주 주가는 은행 위기가 불거진 지난 3주 동안 상승세를 보였는데요. 금융시스템의 불안이 부각되자 반대로 탄탄한 대차대조표와 강력한 현금흐름을 가진 빅테크의 안정성이 돋보였기 때문입니다. ‘연준이 하반기에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는 것도 기술주엔 긍정적입니다. 통상 금리가 오르면 기술주 같은 성장주의 투자 매력은 떨어지니까요.하지만 기술주를 ‘안전한 피난처’로 볼 순 없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자산운용사를 운영하는 마이클 랜스버그는 마켓워치 인터뷰에서 “수요가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기술기업의 펀더멘탈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빅테크가 공격적으로 직원을 해고하고 있는 게 그 증거입니다. SVB사태 이후 미국 주식시장이 놀라온 수준의 회복력을 보이자, 월가의 비관론자들이 속속 돌아서고 있습니다.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으로 유명한 마이클 버리 사이언에셋 대표는 이날 트위터에 “(주식을) 팔라고 말한 게 틀렸다”고 올렸는데요. 앞서 그는 지난 2월 1일 “팔아라(Sell)”라는 한단어짜리 트윗으로 투자자들을 들썩이게 만들었죠. 두달이 채 안 돼 전망을 바꾼 겁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한 인물로 유명하죠.시장은 이미 연준의 통화긴축은 끝났고 금리인하도 멀지 않았다고 보고 있는데요. 이날 연준 인사들은 일제히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발언을 내놨습니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연설에서 “약간의 추가적인 긴축을 한 뒤 올해 말까지 동결을 예상한다”고 말했고요.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 금리를 추가로 인상해 대응할 수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도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아직 할 일이 더 많다”는 입장을 밝혔고요. 하지만 시장은 이미 연말 미국 금리가 현재(5.0%)보다 한참 낮은 4.3%까지 떨어질 것에 베팅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앞서가고 있는 건데요. 일단 31일 발표될 개인소비지출 근원 물가지수(PCE Core Deflator)를 주목해 봐야 겠습니다. 연준이 물가판단의 척도로 선호하는 지표니까요. By.딥다이브*이 기사는 3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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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은행위기 넘겨도 경기침체… 한국, 자금유출 경계해야”[딥다이브]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유럽에선 크레디트스위스와 도이체방크까지. 은행의 위기가 번지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과연 미국 경제의 ‘연착륙’은 가능할까. 한국 경제는 어떻게 될까. 거시경제 전문가인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경제가 올해 중반쯤 “길거나 깊지는 않은 마일드(mild)한 경기 침체”에 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27일 인터뷰에서 조 위원은 미국 경제에 대해선 하드랜딩(경착륙·hard landing) 가능성을 낮게 본 반면 한국에 대해선 성장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우려했다. ● 미국 기준금리 인하, 빨라도 4분기 조 위원은 미국의 저축과 고용을 주목했다. 미국 가계의 저축 규모는 약 5조 달러 수준(지난해 말 기준)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전(약 1조 달러 수준)에 비해 급증했다. 다시 말해 “미국 경제가 어려워져도 소비는 크게 줄지 않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고용시장은 여전히 뜨겁다. “웬만큼 경제가 나빠져도 일자리 구하는 게 어렵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경기 침체 강도가 강하지 않다는 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 기조를 쉽게 바꾸지 않을 거란 뜻이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2월 기준 6.0%)이 연준 목표치(2%)를 한참 웃돌기 때문이다. 조 위원은 “은행 파산 사태로 시장에선 이르면 7월에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거란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연준이 그렇게 빨리 금리 인하로 돌아서긴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오히려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때 “금리를 조금 더 올릴 여지도 남아 있다”는 의견이다. 연준의 금리 인하는 “빨라도 올해 4분기쯤에나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이미 역전됐다는 점이다. 22일 미국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두 나라의 금리 차는 역대 최대인 1.5%포인트로 벌어졌다. 국내 외국인 투자 자금이 미국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 위원 역시 그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연준은 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이 있지만 반대로 한국은행은 금리를 올리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역전 폭이 더 커질 수 있는 것이다. 그는 “과거에도 미국의 금리인상 말기엔 한국에서 외국인 자본이 본격적으로 빠져나갔다”며 “앞으로 만약 원화 가치가 떨어질 거란 기대가 형성된다면 외국인 자금 유출을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 한국, 중국 리오프닝 효과 기대 어려워 한국 경제의 큰 고민거리는 무역적자다.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241억 달러. 지난해 연간 적자 규모(472억 달러)의 절반을 이미 넘어섰다.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조 위원은 “리오프닝으로 중국 경제활동이 정상화되더라도 중국으로의 수출이 과거처럼 늘어날 거라고 낙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지금의 대중 무역적자 원인이 구조적 변화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국이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은 많이 줄였는데, 대만에서의 수입은 그만큼 줄이지 않았고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은 오히려 늘었다. 과연 대중국 수출이 줄어든 게 중국 내부 요인 때문일까, 아니면 우리 수출 경쟁력 측면에서 걱정할 만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걸까. 후자 쪽일 가능성이 크다.” LG경영연구원이 지난해 말 발표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4%. 상반기(1.6%)보다 하반기(1.3%)가 더 좋지 않다는 비관적 전망이다. 수출 부진은 물론이고 민간소비 둔화, 기업 설비투자 감소, 부동산 시장 침체까지 다양한 변수를 반영한 결과치다. 조 위원은 “한마디로 한국 경제 성장률을 높여줄 만한 부분이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예전처럼 한국은행이 나서기도 어렵다. 미국과의 금리 역전 폭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조 위원은 “한은은 미국의 추세적인 금리 인하를 확인하는 내년 이후에나 금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건 정부의 재정정책”이라고 강조했다. “필요한 시기에 적극적으로 정부가 재정을 잘 쓰는 것”이 한국 경제의 돌파구라는 조언이다. 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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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뱅크데믹과 경기침체…한국 경제가 기댈 곳은 어디?[딥다이브]

    미국 실리콘밸리은행이 파산하고, 크레디트스위스가 UBS로 인수되더니, 도이체방크 위기설까지. 전 세계 금융시장이 뒤숭숭합니다. ‘뱅크’와 ‘팬데믹’을 합친 ‘뱅크데믹’이라는 말까지 나오더군요. SVB사태 이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는데요.안 그래도 수출 부진과 무역적자로 쉽지 않은 시절을 견뎌야 하는 한국 경제엔 걱정거리가 더 늘었습니다. 미국은 경기침체에 빠질까요? 그럼 한국은 어떨까요. 미 연준은 언제까지 금리를 올리고, 언제쯤에나 내릴까요? 한국은행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거시경제 관련 질문에 답해주실 분을 만났습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과 27일 오후에 진행한 인터뷰입니다.*이 기사는 2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연준은 더 올릴 여지 있다-먼저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해 여쭐게요. 지난주 FOMC에서 연준이 0.25% 포인트 금리 인상을 결정을 했습니다. 이건 예상했던 수준이지요? “저희(LG경영연구원)는 지난해부터 줄곧 ‘2023년 상반기까진 연준이 금리를 올리고, 이후 미국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빠르면 2023년 4분기쯤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을 말씀드렸는데요. 지금도 이러한 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금리 인상은 예상했던 정도였습니다.” -미국 인플레이션이 아직 연준 목표치(2%)보다 많이 높은 수준입니다. 연준이 현재 5%인 기준금리를 조금은 더 높일 걸로 보시나요?“아직 (더 올릴)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물론 최근 미국에서 은행들이 파산하면서 매우 빠르게 금융시장의 기대가 조정되고 있습니다. 이르면 하반기가 되자마자(7월)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거란 기대가 확산된 것도 알고 있고요. 하지만 연준의 물가관리 목표가 2% 수준인데 물가상승률이 크게 상회하고 있고요. 앞으로도 빠르게 떨어질 걸로 보지 않습니다. 그래서 연준은 여전히 인플레를 신경 쓸 겁니다. 저희는 미국 경제가 올해 침체에 빠지더라도 그 강도가 마일드하고, 기간도 짧을 걸로 봅니다. 따라서 생각만큼 연준이 그렇게 빨리 금리 인하로 돌아서긴 쉽지 않을 겁니다. 또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그렇게 큰 폭으로 낮추긴 쉽지 않을 거란 예상입니다.”미국 경기침체 빠지겠지만…-실리콘밸리은행 파산사태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은행의 위기가 미국 경기침체의 강도를 더 키울 거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많이 나오는데요. “저는 큰 틀에서는 강한 강도의 장기적인 경기침체를 예상하진 않습니다. 왜 그렇게 보느냐면, 우선 미국 가계가 돈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정부가 굉장히 많은 보조금, 자녀 수에 따라서는 1000만원 넘는 금액까지 지급했거든요. 미국 가계가 보유한 현금 규모가 코로나 이전엔 1조 달러 수준이었는데 지난해 연말엔 5조 달러 가까이로 올라왔습니다. 그러니까 경제가 어려워져도 가계가 저축을 까먹으면서 버티겠죠. 따라서 소비가 그렇게 급락할 걸로 보지 않습니다.두 번째 이유는 고용입니다. 여전히 미국 고용시장은 뜨겁습니다. 실업률은 3% 중반으로 거의 역사적 저점에 가깝고요.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한 기업과 소상공인이 아직 많습니다. 웬만큼 경제가 나빠져도 일자리 구하는 게 어렵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세 번째는 질문하신 미국 금융 상황과 관련이 되어 있는데요. 이 부분은 저도 좀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입니다. 지난해만 해도 과거 금융위기(2008년)와 비교하면 미국 금융시스템이 견조해보였거든요. 미 연준이 대형 은행에 대해 정기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하는데요. 지난해 6월 대형 은행 33개를 대상으로 테스트했는데 미국 실업률이 10%까지 급등하고 주가가 반 이상 급락해도 버틴다고 결론이 나왔어요. 저도 그 결과를 믿었는데요.실리콘밸리은행 사태가 터진 뒤, 어떻게 된 건지 다시 들여다 보니까 실리콘밸리은행은 감독대상에서 빠져있던 겁니다. 구멍이 있었던 거죠. 그래서 저도 금융시스템 건전성엔 우려할 상황이 생겼고 균열이 생겼다는 데 주목하고 있습니다.그렇다 보니까 당초 봤던 것에 비해 경기 침체 강도가 조금 더 강해지고 기간이 조금 더 길어질 가능성은 생겼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드랜딩(hard landing)이나 과거 금융위기 같은 장기적인 경기침체(2년 정도)를 예상하진 않습니다.” 한국 경제, 기댈 게 없다-한국 경제를 여쭤보겠습니다. 위원님은 올해 성장률을 1.4%로, 썩 좋지 않게 전망하셨죠. 지금 나오는 숫자를 보면 무역적자 규모가 올해 들어 3월 20일까지 241억 달러로 엄청나더라고요. 반도체 시황도 여전히 너무 안 좋고요. 여러 모로 걱정이 되는데요. “저희 성장률 전망치(1.4%)가 지난해 발표 당시 연구기관 중 가장 낮았는데요. 기본적인 골자는 수출 부진이 올해도 지속될 거고요. 지난해는 코로나 방역 완화로 민간 소비가 회복되는 조짐이 좀 있었는데 올해는 둔화될 걸로 봤습니다. 또 국제 금융시장 상황이나 세계경제 침체 리스크,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기업 설비투자가 늘기 어렵고요.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있다보니 주택건설 투자도 쉽지가 않고요. 정부의 재정건전성 강화기조 때문에 과거처럼 SOC 투자가 많이 늘 것 같지도 않습니다. 즉 한국 경제 성장률을 높여줄 만한 부분이 뚜렷이 보이지 않습니다. 특히 반도체 업황을 많이 질문하시는데요. 많은 기관들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좀 높게 봤던 게 ‘반도체 경기가 회복 될 것’이란 전망에 근거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전망을 위해 자문을 구했던 전문가 분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경기가 빨리 회복되길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1.4% 전망치를 제시했습니다.”-그래도 희망을 찾으려는 분들은 중국 경제 얘기를 하시는데요. 1, 2월 중국 경제가 조금은 반등 조짐이 나타났거든요. 한국 수출이 중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건 사실이니까, 하반기가 되면 나아질 거라고 기대하기도 하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희는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실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 포기와 과감한 리오프닝 정책으로의 전환은 예상보다 빨랐습니다. 이것은 분명히 중국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요인이죠. 그리고 글로벌 경기측면에서도 세계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요인입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가 없죠. 모든 게 양면성이 있으니까요. 중국이 이렇게 하면 세계 경제 성장률은 다소 높아지겠지만 글로벌 인플레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 되죠. 중국의 에너지, 광물, 식량 수입이 늘어날 수 있으니까요. 그럼 미국이나 유로존 중앙은행이 이에 대응할 가능성이 크고요. 어쩌면 통화 긴축 시간을 좀 길게 가져가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럼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 것이냐. 그 단초를 지난해 제로 코로나 상황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5월 전후로 우리의 대중국 수출이 많이 위축됐고 대중국 무역수지가 적자를 나타냈는데요. 만약 이것이 중국 내부적 요인(제로 코로나 정책) 때문이었다면 중국이 한국뿐 아니라 대만,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것도 줄어야 맞겠죠. 그런데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은 많이 줄었는데 대만은 그만큼 안 줄었고요.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은 도리어 늘었거든요. 그럼 생각해봐야 합니다. 지난해 중국에 수출을 많이 못한 게 정말 중국 내부 요인 때문인가, 아니면 우리 수출 경쟁력 측면에서 걱정할 만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인가. 저는 후자 쪽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이것이 구조적 문제점이라면 설령 리오프닝으로 중국의 경제활동이 정상화되더라도, 우리로부터 과거처럼 많은 중간재나 자본을 중국이 수입해나갈 거라 낙관하기 어렵습니다.예상되는 리오프닝 양상도 알아둬야 합니다. 중국 경제활동은 2분기에 큰 폭으로 활성화될 겁니다. 하지만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하반기엔 강도가 약화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중국 가계는 미국처럼 저축을 많이 늘리지 못했습니다. 중국 가계의 저축은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코로나로 경제활동이 위축되니까 불안해서 자발적으로 늘린 저축이거든요. 이제 돌아다녀도 된다라고 해도 여전히 집값이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는 중국 가계가 저축을 막 써버리진 않을 겁니다.또 리오프닝으로 경제가 활성화되는 것이기 때문에 수출보다는 내수, 그 중에서도 재화보다는 서비스 중심으로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중국 서비스가 활성화된다고 해서 우리가 수출을 많이 늘릴 만한 품목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물론 중국 관광객이 우리나라에 많이 유입된다면 그 효과를 기대할 만하지만, 항공편 정상화엔 시간이 걸리죠. 이러한 요인 때문에 많은 분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중국이 리오프닝을 한다고 해서 우리 경제성장률이 많이 높아지는 효과는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외국인 자금 유출 걱정할 이유-한국은행 통화정책에 대해 질문드릴게요. 한국과 미국 간 정책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진 지 오래됐고, 이미 그 격차가 역대 최고 수준인데요.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꽤 큽니다. 동시에 그렇다고 해도 무역적자가 이렇게 벌어지고 경기전망이 좋지 않은데 한은이 금리를 올리진 못할 거란 전망이 함께 나오고요. 위원님은 어떻게 전망하세요? “미국 연준이 금리인상을 지속하면서 한미 정책금리 역전 폭이 1.5%포인트까지 확대됐는데요. 지난해 금리 역전이 시작될 때도 이와 관련한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그리고 그 때는 ‘금리가 역전돼도 당장 큰일 생기는 거 아닙니다’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과거 사례를 봐도 한미 정책금리 역전 초기엔 걱정하듯이 그렇게 돈이 바로 빠져나가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돈이 들어왔던 적도 많았고요. 그럼 어떤 때 돈이 실제로 빠져나가느냐. 한미 정책금리 역전이 장기화되고 역전 폭이 더 커지면 빠져나갔죠. 그래서 작년엔 ‘소폭의 금리 역전보다 환율이 더 중요하다’고 얘기했는데요. 지금은 정반대로 말씀 드려야 되겠습니다. 한미 정책금리가 역전된 지 시간이 꽤 지났고요. 지금은 1.5%포인트까지 확대됐고, 어쩌면 미 연준은 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한국은행은 금리를 올리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고 어쩌면 더 못 올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앞으로 한미 정책금리 역전 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고요. 미 연준이 금리인하로 돌아서기까지 6개월 또는 그 이상 기간 동안 그 역전 폭이 지속될 수 있습니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원화 가치가 떨어질 거란 기대가 형성된다면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부분에 대해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과거에도 보면 미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의 후반기에는 항상 한미 정책금리가 역전됐었고, 말기에 가면 우리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본이 본격적으로 빠져나갔던 경우가 많습니다. 앞으로 이부분을 더 유의해야 합니다. 저희는 한국은행이 점점 더 금리를 올리기 어려워질 거라고 보는데요. 한국은행 통화정책의 무게중심이 올해 들어오면서 이미 물가에서 경기에 대한 우려로 옮겨왔습니다. 지난 2월에 한국은행이 금리를 동결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어쩌면 한은이 금리를 올릴 수 있었던 마지막 시기가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고요. 이제 금리 인상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고, 그 때문에 한미 정책금리 역전 폭은 앞으로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고금리 충격파 끝나지 않았다-금융시장 얘기를 좀 해볼까요. 사실 연준이 이렇게까지 금리를 가파르게 올릴지 몇달 전만 해도 몰랐고요, SVB 파산도 정말 아무도 몰랐습니다. 놀라운 뉴스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어서 주식이든 채권이든 뭔가에 투자하신 분들이 참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요. 이 분들에게 어떤 걸 주의하라는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지금 금융시장은 당분간은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일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어떤 일’이라고 하는 건 우리가 예전에 보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일 가능성이 큽니다. 가령 이런 거죠. 예금보호 한도를 넘는 예금까지 다 보호해준다거나, 크레디트스위스의 경우처럼 주주가 아닌 채권자들이 보유하고 있던 자산(AT1채권)이 다 상각돼버리는 상황이요. 이러한 일들이 또 생길 수 있고, 생기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럼 이렇게 질문하시겠죠. 왜 이런 일이 또 생길 걸로 보느냐. 어떻게 보면 최근 경험한 일들은 각각 특수한 개별 사안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은행과 시그니처뱅크, 크레디트스위스가 각각 다른 이유로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죠. 그런데 왜 실리콘밸리은행에 돈을 맡긴 스타트업이 예전처럼 예금을 맡기지 못하고 돈을 빼내갔을까, 시그니처뱅크는 왜 가상화폐 시장에서 문제가 생겼을까, 크레디트스위스는 왜 과거엔 넘어갈 수 있었던 일이 이번엔 이렇게 커졌을까. 그 근본 원인을 따라가면 결국은 잡히지 않은 인플레이션, 그리고 이에 당황한 듯 대응하는 중앙은행이 나옵니다. 중앙은행이 급격하게 금리를 올리면서 먼저 스타트업 상황이 먼저 안 좋아졌고 가상화폐 가격이 빠지고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높아진 것이 공통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통화긴축의 충격과 부담감이 누적돼 있던 것이 지금 시차를 두고 나타나고 있고요. 약한 부위에서 균열이 생긴 것이 지금 표현되고 있는 거라고 봅니다.다음번 약한 균열이 어디가 될 것이냐를 지금 단언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그러한 균열이 어디서 나타나더라도 그게 전혀 이상한 상황이 아닙니다. 특히 중요한 게 아직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 끝났다고 보기 어렵고요. 이렇게 높아진 고금리가 낮아지는 데 시간이 걸릴 겁니다. 적어도 6개월 이상은 고금리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올 봄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상황은 아직 시작일 수 있고요. 고금리의 충격과 부담이 어쩌면 아직 본격화되진 않았을 수 있다는 부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경제에 관심이 많으신 딥다이브 구독자들분들께 한 말씀 해주신다면. “통화정책의 전환 시기는 우리보다 미국이 빠를 겁니다. 그 얘기는 한국은행 금리인하가 생각보다 늦을 수 있다는 겁니다. 저희는 올해 안에 금리인하로 전환되기 쉽지 않을 거라 봅니다. 왜냐하면 한미 금리역전 폭이 확대된 데 대한 우려가 있는데 미국이 금리를 낮추지 않았는데 우리가 먼저 낮추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미국의 추세적인 금리 인하가 확인된 이후, 즉 내년 이후에나 한국은행의 금리인하가 시작될 가능성이 있습니다.한마디로 인플레 압력이 생각보다 오래 가는 상황이 될 텐데요. 결과적으로 정부의 재정정책이 아주 중요합니다. 정부가 필요한 시기에 적극적으로 돈을 잘 쓰는 것에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By.딥다이브지난해 내내 금융시장을 짓눌러온 인플레이션이 가장 큰 문제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은행권의 위기가 터지더니 일파만파입니다. 갈수록 헤쳐나가기가 만만찮은 상황이 펼쳐지는데요. 인터뷰 주요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미국 연준은 아직 금리를 더 올릴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미국이 마일드한 경기침체에 빠질 거기 때문에 이르면 연말쯤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으로 미국 금융시스템에 균열이 있다는 게 확인됐습니다. 경기침체의 골을 조금 더 깊게 할 수 있는 요인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하드랜딩(경착륙)’은 없을 겁니다. -한국 경제는 성장률을 끌어올릴 부분이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중국 리오프닝의 반사이익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한미 정책금리 역전 폭이 커지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의 우려도 커집니다. -고금리 충격으로 약한 부분에서 균열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다음번 균열은 어디일지 알 수 없습니다. 한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일이 터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세요.*이 기사는 2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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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 위기 넘기나 했더니 경기침체 걱정 커진다[딥다이브]

    미국의 ‘은행 구하기’는 성공할 수 있을까요.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는 0.6%, S&P600은 0.16% 상승했고, 나스닥은 0.47% 하락했죠. 은행 위기의 출발점이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퍼스트시티즌은행에 인수된다는 소식에 투자 심리는 다소 살아났습니다. 이날 퍼스트시티즌은행 주가는 53.74%나 급등했네요. SVB의 모든 예금과 대출 자산 약 720억 달러어치를 싸게(165억 달러를 깎음) 사들이기로 했는데요. 우량자산을 싸게 잘 샀다고 시장이 평가한 겁니다.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입장에선 SVB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약 200억 달러)을 떠안게 됐는데요. 대신 5억 달러 상당의 퍼스트시티즌은행 주식 평가보상권을 확보했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면 FDIC가 그만큼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현재로선 그 이익이 쏠쏠합니다(주가가 582.55달러 이상으로 상승하면 FDIC가 이익. 27일 종가는 895.61달러). SVB 다음 타자로 지목됐던 미국 중소형은행 주가도 이날 일제히 올랐습니다. 퍼스트리퍼블릭 주가는 11.81%, 팩웨스트은행은 3.46% 상승했고요. 미국 4대 은행 주가 역시 3~4% 안팎 올랐습니다.대신 지난 2주 동안 은행 위기 속에서도 랠리를 보였던 기술주는 일제히 약세를 보였습니다. 애플(-1.23%), 마이크로소프트(-1.49%), 알파벳(-2.83%), 메타(-1.54%) 주가가 모두 하락했죠. 인테그리티 자산운용의 조 길버트 매니저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시장은 은행과 기술주 사이에서 밀고 당기고 있습니다. 은행들이 반등하면서 지난 2주 동안 시장을 지탱했던 기술주에서 돈이 빠져나왔습니다.” 은행 위기에 대한 불안감은 살짝 줄었지만, 경기침체 우려는 오히려 커졌습니다. 미국이 올해 중반쯤 경기침체에 빠질 거란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요. ‘채권왕’으로 통하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CEO는 27일 CNBC 인터뷰에서 “미국 경기침체가 몇 달 안에 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연준이 올해 ‘몇 번’ 금리를 인하할 걸로 예상한다”고도 말했죠.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멈출 거라는 전망을 이야기하는 전문가들이 확실히 늘었는데요. 마크 잔디 무디스애널리틱스 수석이코노미스트 역시 “글로벌 금리가 정점에 근접했다”고 봅니다. “갑자기 허약해진 글로벌 은행시스템이 중앙은행이 금리인상을 빨리 끝내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거죠. 페드워치에 따르면 월가 트레이더들은 현재 5%인 미국 기준금리가 연말이면 4.5% 아래로 내려올 거라는데 대부분이 베팅하고 있는데요. 은행 위기가 지나가더라도 경기침체가 올 거라는 전망이 반영된 거라서 썩 좋은 소식은 아닌 듯합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2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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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금 전액 보호’해주면 훨씬 안전할까?[딥다이브]

    한국 5000만원, 미국 25만 달러.요즘 가장 논란이 되는 숫자입니다. 은행이 망해도 보호 받을 수 있는 예금보험 한도금액이죠. 실리콘밸리은행(SVB)의 갑작스런 파산 이후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이 한도를 올리냐 마느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뱅크런과 금융안정을 둘러싼 걱정이 커졌단 뜻인데요.‘예금보험 한도는 얼마가 적당한가’에 대한 답을 찾는 건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따져볼 점이 한두가지가 아닌데요. 오늘은 이 예금보험제도라는 다소 딱딱할 수 있는 주제를 다 각도로 파헤쳐 보겠습니다.*이 기사는 2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뱅크런 쓰나미와 예금보험의 탄생예금보험제도는 왜 필요할까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예금보험의 역사는 곧 뱅크런의 역사입니다. 미국은 대공황(1929~1933년) 막판인 1933년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설립했는데요. 대공황 때 망한 미국 은행이 몇 곳인지 아십니까. 자그마치 9000곳이나 됩니다. 당시 미국엔 소규모 지역은행이 난립해서 대공황 직전 약 2만5000개 은행이 있었거든요. 그 중 3분의 1 넘게 무너진 겁니다. 예금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은 건 물론이고, 은행 파산이 거래 기업 파산으로 이어지며 위기를 키웠죠. 이에 미국이 세계 최초로 국가 차원의 예금보험제도를 도입합니다.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갈 게 있습니다. 뱅크런은 왜 일어날까요. 은행이 잘못해서(과도한 레버리지, 투기적인 투자) 자산이 부실해졌기 때문인 걸까요. 만약 그렇다면 잘못한 은행 책임인데, 정부가 나서서 예금보험 제도로 보호해줘야 하는 이유는 뭘까요?이와 관련한 유명한 연구가 있습니다. 바로 더글라스 다이아몬드 시카고대 교수와 필립 딥비그 워싱턴대 교수가 1983년에 발표한 ‘뱅크런, 예금보험, 그리고 유동성’이란 논문인데요. 얼마나 유명한가 하면 지난해 10월 그들이 이 연구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았습니다. 마치 5개월 뒤에 SVB사태가 일어날 걸 예견한 것 같은 놀라운 타이밍인데요. 논문의 결론을 요약하자면 ‘건전한 금융 시스템에서도 파괴적인 뱅크런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은행업’이라는 게 본질적으로 뱅크런의 위험을 안고 있는 활동이라는 거죠. 왜냐고요? 은행이란 단기 예금(언제든지 인출 가능)을 받아서 장기 대출(주택담보대출이나 기업대출, 갚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림)로 전환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예금과 대출은 서로 만기가 안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너무 많은 예금자가 은행에서 예금을 빼내면 어떤 은행도 이를 감당할 수가 없죠. 대출은 즉시 회수가 안 되니까요. 이 때문에 일단 ‘뱅크런 가능성 있다’는 예상이 한번 퍼지기 시작하면 너도 나도 다 돈을 빼기 시작하고 이는 ‘자기충족적 예언’이 됩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 아니냐고요?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발표됐을 때도 그런 비판은 나왔습니다. ‘모든 사람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수학적으로 공식화한 것 뿐이잖아! 그게 무슨 노벨상 감이야’라는 반응이었죠. 하지만 다들 막연하게 알고 있던 걸 학문적으로 증명해내는 게 원래 대단한 업적입니다. 건전한 은행도 뱅크런 위험에 노출돼있다면, 뱅크런을 막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할까요. 다이아몬드 교수와 딥비그 교수가 1983년 논문에서 강조한 게 예금보험 제도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예금보험은 나쁜 은행(부실한 은행)의 생명 연장을 위해서가 아니라, 은행 시스템을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거죠.은행을 무제한으로 보장해준다?예금보험제도가 그렇게 꼭 필요하다면 보험 한도가 커야 좋은 걸까요. 아예 예금 전액을 보장해주면 어떨까요. 이에 대한 논의가 요즘 미국에서도 활발한데요. 이미 미국 FDIC가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에 대해 예금 전액 보호 조치를 내놨죠. 이어 21일엔 재닛 옐렌 미국 재무장관이 “중소형 은행이 확산될 위험이 큰 예금 인출 사태에 처한다면 (두 은행과) 유사한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시장에선 ‘아, 그럼 이제 사실상 모든 은행에서 예금 전액 보호인가’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서 은행주 주가가 뛰기도 했는데요. 정작 하루 뒤 의회에 출석한 옐런 장관이 “포괄적 보험이나 예금보장과 관련해 어떤 것도 고려하거나 논의하지 않는다”며 말을 바꿨습니다. 그리고 23일엔 다시 “확실히 정당하다면 추가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며 발언을 또 뒤집었고요.미국 정치권에서는 SVB사태를 계기로 예금보험 한도를 대폭 높이자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상원의원(민주당)은 19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상한선을 200만 달러~1000만 달러까지 높이는 방안을 “당장 테이블 위에 올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25만 달러(3억2000만원)인 지금의 한도를 대폭 올려서 기업활동에 지장이 없는 수준(“중소기업은 급여를 줄 돈을 뺄 수 있어야 한다”)으로 하자는 주장입니다. 참고로 미국 예금보험 상한선이 10만 달러에서 25만 달러로 한도가 높아진 게 2008년 금융위기 때였습니다. 15년 동안 그 수준을 유지한 건데요. 미국의 25만 달러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긴 합니다(미국 다음으로 높은 건 호주, 25만 호주달러=약 2억1500만원). 예금보험 한도를 대폭 높이거나 아예 무제한으로 하자고 주장하는 건 뱅크런 가능성을 크게 줄이거나 아예 없애버리기 위해서입니다. 금융시스템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끌어올릴 수 있고요. 사람들이 더 많이 저축을 하고, 그 덕분에 경제가 성장하는 선순환도 기대할 수 있죠. 소규모 은행의 경쟁력을 키우는 효과도 있습니다. SVB 사태 이후 미국에선 중소형 은행에서 대형은행으로 예금이 대거 옮겨갔다고 하죠. 대형은행이 아무래도 더 안전하다고 봤기 때문인데요(일부는 비트코인으로 간 게 아닐까 하는 추측도 나옴). 그런데 모든 은행에서 예금이 무제한으로 보호된다면 이런 대형은행 쏠림현상이 크게 줄어들 겁니다. 참고로 미국엔 은행이 4700곳이나 있습니다(FDIC 가입 기준). 지역의 소형은행이 그만큼 많은 거죠.한도 높이면 부작용도 있다한도를 높여서 생기는 부작용도 당연히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꽤 많은 연구가 있었는데요. 가장 많이 거론되는 부작용은 은행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입니다. 예금보험 제도를 등에 업고 아주 쉽게 예금을 유치할 수 있게 되면 은행이 건전성 관리 따위는 내팽개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위험한 고수익을 좇는 데만 몰두하게 될 거라는 거죠.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정말 큰일입니다. 오히려 시스템 위기 가능성을 더 키우는 꼴이니까요. 실제 두 여성 경제학자(아슬리 데미르구치-쿤트와 엔리카 데트라자케)가 2000년 이와 관련해 여러 국가 데이터를 연구한 게 있는데요(‘예금보험이 은행 시스템 안정성을 증가시키는가. 경험적 조사’). 결론은? ‘예금보험이 항상 금융안정에 기여하는 게 아니고 은행 위기 위험을 오히려 증가시킬 수도 있다. 특히 예금보험 적용 한도가 높고 은행 규제가 약할 수록 그럴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겁니다. 따라서 예금보험 시스템을 잘 설계해야 한다(+은행 규제가 중요하다)는 결론입니다. 예금보험 한도를 높이면 다수가 아닌 소수 부자들만 혜택을 보게 된다는 것도 한도 상향에 반대하는 대표적인 논리입니다. 상한선을 넘는 예금 계좌를 가진 건 기업이나 부자들일 테니까요. 동시에 ‘대마불사(too big to fail)’가 더 공고해지면서 대형은행들만 주가도 뛰고 더 잘나가게 될 거란 지적도 나옵니다. 엉뚱한 데(대형은행과 그 주주들)가 덕보는 거죠. 미국이나 한국 모두 예금보험 기금은 세금이 아닌 은행이 내는 보험료로 채워지죠. 따져보면 실제로는 결국 은행 고객들이 그 돈을 내는 겁니다. 예금보험료가 오르면 은행은 고객에게 줄 예금 이자를 깎거나 대출이자를 올리는 식으로 그걸 보충하겠죠. 만약 ‘예금 전액 보장’을 해주기로 했는데, 금융위기가 일어나서 은행이 줄줄이 망하는 바람에 기금이 바닥나 버리면? 그땐 국민 세금으로 메우게 될 겁니다. 결국 모든 금융 소비자, 어쩌면 국민들이 져야 할 수 있는 부담도 그만큼 커집니다. 위스콘신대학의 마이클 콜린스 교수는 CNN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예금 전액 보장을 한다면) 소비자는 저축 계좌의 이자율이 살짝 낮아지거나 이런 저런 수수료에 그것이 스며드는(수수료가 높아지는) 것을 느끼게 될 겁니다.”한국은 5000만원? 1억원?한국은 2000만원이었던 예금자보호 한도를 2001년 5000만원으로 높였습니다. 이후 23년째인 지금까지 5000만원인데요. 미국, 호주, 유럽연합(10만 유로=1억4000만원), 영국(8500만 파운드=1억3000만원), 일본(1000만 엔=9800만원), 캐나다(10만 캐나다달러=9400만원), 중국(50만 위안, 9400만원)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경제규모도 있고, 물가도 올랐는데 이제 한도를 1억원 정도로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데요. 이미 관련 법도 국회에 계류돼 있습니다. 한도를 높이는 것의 장단점은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습니다. 효과와 부작용이 모두 있죠. 거기에 하나 덧붙일 게 있습니다. 어느 정도 다른 나라와 균형을 맞출 필요는 있다는 거죠. 물론 일반 개인 예금자라면 미국이 한국보다 보호한도가 높다고 해서 ‘한국 말고 미국 은행에 예금해야지’라며 옮겨가는 경우는 거의 없을 텐데요. 글로벌리 운영되는 기업이나 초고액 자산가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대부분 국가들이 비슷비슷한 수준(1억원 안팎)으로 한도를 맞추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결론은? 은행은 망할 수 있고, 그 위험을 줄이기 위해 예금보험제도는 꼭 필요합니다. 예금자는 그걸 잘 활용해야 하고요. 한도(현재는 원금+이자 5000만원)에 맞춰 금융회사를 분산하는 것은 언제나 가장 안전한 방법입니다. By.딥다이브개인적으로 예금보험제도에 매우 관심이 많습니다. 평소엔 일반의 관심과 동떨어진 주제라 다룰 일이 별로 없었는데요. 이번에 미국 SVB 사태로 갑자기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길래 한번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다소 추상적인 논의인데 잘 전달이 됐는지 모르겠네요. 주요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대공황 때 뱅크런이 무섭게 번지자 미국은 연방예금보험공사를 만들어 진화에 나섰습니다. 모든 은행은 ‘단기 예금’을 ‘장기 대출’로 바꿔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뱅크런 위험이 상존합니다. 예금보험제도는 이를 막기 위한 효과적인 제도입니다. -미국에선 최근 2개 은행에 대해 ‘예금 전액 보장’ 조치를 취했습니다. 시장에선 미국 정부가 이를 다른 은행으로 확대할지 말지를 주의 깊게 지켜봅니다. 이 기회에 예금 보험금 한도를 대폭 올리자는 주장도 나옵니다. -예금보험 한도를 높이면? 금융시스템을 안정시키고 소형은행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은행 규제가 약한 경우엔 한도를 높이면 오히려 금융 위기 가능성이 커진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한국은 한도를 1억으로 높이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부자만 덕본다는 형평성 문제뿐 아니라, 다른 나라와의 균형도 고려해 결정해야 하겠습니다.*이 기사는 2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 2023-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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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 바꾼 옐런에 뉴욕증시 안도…금리인상은 끝나간다?[딥다이브]

    금리인상이 곧 끝난다고 보는 걸까요. 23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전날 FOMC 결과를 소화하며 일제히 상승했습니다. 다우지수는 0.23%, S&P500 0.3%, 나스닥 1.01% 상승으로 마감했죠. 전날 미 연준은 예상대로 금리를 0.25%포인트 올렸습니다. 제롬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연내 인하는 없다”고 못 박으면서 22일 미국 증시가 출렁이기도 했죠. 그런데 하루 만에 시장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파월 의장이 말은 그렇게 했지만 금리 인상이 끝나간다는 신호를 줬다는 해석이 힘을 얻었기 때문인데요.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에선 5월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거란 전망이 64.7%를 차지합니다. 심지어 7월부터는 금리 인하에 나설 거란 전망이 여전히 우세한데요. 여기에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예금 보호 관련 발언이 또 바뀐 것도 증시엔 호재로 작용했습니다. 옐런 장관은 이날 하원에 출석해 “(은행 위기의) 전염을 막기 위해 신속하게 취해야 할 중요 도구들을 사용했고, 이러한 도구들은 다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요. “확실히 정당하다면 추가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도구’와 ‘조치’는 실리콘밸리은행과 시그니처은행의 경우처럼 예금 전액을 보장해주는 것을 의미하죠. 즉 다른 은행에 대해서도 예금전액 보장 조치를 적용할 수 있단 뜻입니다.옐런 장관은 계속 말을 바꾸고 있는데요. 21일엔 다른 중소형 은행에도 “유사한 조치(예금 전액 보호)가 이뤄질 수 있다”고 하더니, 22일엔 반대로 “포괄적 보험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하고, 23일엔 다시 추가 조치를 운운합니다. 이렇게 매일 말이 바뀌다니 희한한 일인데요. 어찌 됐든 전날 옐런 발언에 놀랐던 증시는 일단 한숨 돌린 듯합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눈에 띄는 종목은 미국 핀테크 기업 블록(Block)입니다.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가 만든 모바일 결제업체이죠. 2021년 스퀘어에서 블록으로 사명을 바꿨는데요. 이미 니콜라(미국 전기차 업체)와 아다니 그룹(인도 대기업)을 공격한 걸로 유명한 ‘공매도 저승사자’ 힌덴버그 리서치의 타깃이 됐습니다. 힌덴버그가 이날 블록이 범죄 행위를 방조하고 이용자 데이터를 부풀렸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낸 건데요. 전 직원을 인용해 계정 중 40~75%가 가짜 계정이라고 밝혔죠. 이 소식에 블록 주가는 이날 14.82% 급락했는데요. 블록 측은 “힌덴버그 보고서가 부정확하고 오해 소지가 있다”며 법적 조치를 모색하겠다고 밝힌 상태. 참고로 블록은 지난주 캐시 우드(일명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의 아크인베스트가 대량으로 주식을 매집한 종목이기도 합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24일 발행하는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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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7년 역사의 크레디트스위스는 이렇게 몰락했다[딥다이브]

    속전속결이네요. 크레디트스위스(CS)가 스위스 경쟁 은행인 UBS에 인수됐다는 소식 다들 들으셨죠? 역사가 167년짜리 은행이 고작 32억3000만 달러(약 4조원)에 경쟁업체에 팔렸으니, 굴욕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도 파산해서 빚잔치하게 되는 지경엔 이르지 않았으니(그랬으면 그건 금융위기의 시작) 그나마 다행이랄까요.CS 몰락의 직접적인 트리거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사태입니다. 은행권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가장 약한 고리였던 CS가 무너진 건데요. 그렇다고 남 탓만 할 순 없는 게, 신뢰와 안전의 상징이었던 스위스 은행의 명성에 금이 가도록 자초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CS는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들여다 보겠습니다.*이 기사는 2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2021년부터 보인 망조잠시 2021년을 들여다 볼까요. 크레디트스위스(CS) 주가 차트를 보면 2021년부터 줄곧 내리막인데요. 이전부터 잠재해있던 부실이 그해 폭발했기 때문입니다. 2021년 3월 두가지 큰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린실 파산과 아케고스 마진콜 사태.그린실 캐피탈(Greensill Capital)은 영국의 핀테크 업체인데요. 전문용어로는 ‘공급망 금융’ 즉, 일종의 ‘어음깡(외상매출채권 할인)’을 온라인으로 해주는 기업이었습니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투자하고, 창업자가 영국 여왕 훈장까지 받은 잘 나가는 스타트업이었죠.CS는 그린실을 팍팍 밀어줬습니다. CS가 그린실의 자산유동화증권에 투자하는 ‘공급망 금융 펀드’를 내놨는데, 이게 히트를 쳤거든요. 2017년부터 4개 펀드를 내놔서 100억 달러어치나 팔았습니다. ‘초저금리 시대의 안전한 투자 대안’이란 CS의 마케팅에 유럽 부자들이 기꺼이 투자금을 맡겼죠.그린실이 위험해보인다는 경고는 CS 내부에서 줄곧 나왔습니다. 하지만 수익에 눈 먼 CS는 펀드 판매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코로나가 닥쳤고, 거래 기업 부도가 잇따르면서 그린실은 위기에 처합니다. CS 펀드에서도 투자금이 빠져 나갔고요. 결국 CS는 ‘투자 동결’을 선언했고 그린실은 2021년 3월 8일 파산했죠. CS는 막대한 손실을 입었을 뿐 아니라, ‘부자 자산관리’의 강자라는 명성에도 먹칠을 하고 맙니다. 불과 3주쯤 뒤인 2021년 3월 말, 빌 황의 ‘아케고스 마진콜 사태’가 터집니다. ‘투자 천재’로 통하던 한국계 유명 펀드매니저 빌 황이 이끌던 패밀리오피스 ‘아케고스’는 글로벌 IB들(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노무라, CS)의 자금을 끌어들여(총수익스와프계약) 무려 500억 달러를 굴리는 큰손이었는데요(이 중 자기 자산은 100억 달러). 5~10배짜리 레버리지 투자를 하던 아케고스가 주가하락으로 마진콜(증거금 추가납입 요구)을 맞았고, 결국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를 선언합니다.문제는 눈치도 실력인데, CS가 가장 하수였다는 겁니다. IB 중에서도 골드만삭스는 가장 먼저 발을 빼서 아무 손실도 입지 않았고요. CS는 어영부영하다가 IB 중 가장 많은 55억 달러의 손실을 봤습니다. 한해 이익에 해당하는 큰 돈을 한방에 날려버린 셈입니다. 투자은행으로서 실력이 형편없다는 게 드러나 버렸는데요. CS도 나중에 “관리와 통제의 근본적인 실패”가 사태를 초래했다고 인정했죠.자산관리와 투자은행이 CS를 떠받치는 핵심 사업 분야인데 둘다 크게 사고를 쳤으니 위기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주가는 급락했고, 2021년 4분기부터 적자에 빠졌습니다. 무엇보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이니셜 CS가 ‘CriSis’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명성이 추락했죠.‘밈주식’이 된 CS이후에도 크레디트스위스를 둘러싼 스캔들은 이어졌습니다. 2022년 2월 비밀계좌 고객 3만명 폭로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CS 내부고발자가 CS의 고객 3만명의 계좌 정보를 언론에 넘겨버렸는데요. 요르단 국왕, 이집트 독재자 아들, 파키스탄 정보국 수장 아들, 레바논 가수 여자친구 살해를 청부한 억만장자 등. 검은돈이라 의심할 계좌 리스트가 드러났죠. CS는 과거의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역시나 불법 자금 세탁의 창구’라는 의심은 커졌습니다. 동시에 스위스 은행의 비밀주의(강력한 고객 비밀 유지 의무)에 대한 신뢰도 흔들렸고요.그 직전엔 CS 구조조정을 위해 투입된 안토니오 호타 오소리오 회장이 취임 7개월 만에 그만 두는 일도 있었죠(2021년 4월에 취임해서 2022년 1월에 물러남). 유럽 여행 중 코로나 검역 규정을 위반했다는 황당한 이유였는데요(격리 기간인데 윔블던 테니스 결승전을 보러 감). 안 풀리는 기업은 별 게 다 발목을 잡습니다.그렇게 분기 적자와 주가 하락 행진을 이어가던 CS에 폭풍우가 다시 몰아친 게 지난해 10월 초. 돌연 트위터와 레딧 토론방에서 CS가 파산 직전이라는 루머(실제로는 그 정도는 아니었음)가 쏟아졌습니다. 영국 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금융시장이 출렁이던 시기였죠. 2022년 9월 30일(금요일) 울리히 쾨르너 CS CEO는 “CS는 최근 시장 변동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자본 기반과 유동성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직원들을 안심시키는 메모를 보냈는데요. 이게 오히려 주식시장에선 ‘CS가 유동성 위기’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진 겁니다. “CS는 아마도 파산할 겁니다”라는 아마추어 투자자들의 트윗이 한 순간에 전 세계로 퍼지고 말았습니다.그 결과 진짜 위기가 닥쳤는데요.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CDS프리미엄이 치솟고 공매도가 몰리면서 주가는 급락했습니다. 고객들은 돈을 빼기 시작했고요. 망한다던 트윗이 자기충족적 예언이 되어버린 건데요.긴박해진 CS 경영진은 꽤 급진적인 구조조정안을 내놨습니다. 향후 3년 동안 9000명을 해고하고(전체 직원 수는 약 5만명), 투자은행 부문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는데요. 동시에 새로운 돈줄도 잡았습니다. 사우디국립은행이 15억 달러에 CS 지분 9.9%를 사들이며 최대주주가 됐는데요. ‘미스터 에브리싱’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CS를 살릴 구세주가 된 듯했죠. 적어도 얼마 전까진 말입니다.결국 터지고 말았다 망해가는 기업의 경영자는 마지막까지 거짓말(우리 회사 괜찮아!)로 시간을 끌기 마련입니다. ‘우리 어려워요’라고 솔직히 말하는 순간 끝이니까요(특히 금융회사는). 실리콘밸리은행과 FTX 사태를 봐도 그런데요. 이번 크레디트스위스도 마찬가지였습니다.악셀 레만 CS 회장은 지난해 12월 초 파이낸셜 타임즈와 인터뷰를 했는데요. ‘소셜 미디어 폭풍’으로 10%가량의 고객들이 CS를 떠났지만 이제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확히는 이렇게 발언했죠. “슬픈 이야기의 좋은 점은 떠나는 고객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여전히 우리와 함께 있고 여전히 우리와 거래를 계속하고 있습니다.”거짓말이었습니다. 고객 자금은 지난해 12월는 물론 올해 1월에도 계속 빠져나갔죠. 지난해 4분기에만 은행 예금 잔액이 37%나 줄었다고 합니다. 이달 14일 연례보고서에서 CS는 “재무 보고의 ‘중대한 약점’을 발견했고 고객 자금 유출을 아직 막지 못했다”고 인정했는데요. SVB 파산 사태로 이미 예민해진 시장을 겁에 질리게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최대주주인 사우디국립은행 회장의 한마디-“지분율 규제(10%룰) 때문에 CS에 추가 지원 계획이 없다”-가 발작 버튼을 눌러버렸는데요. 15일 CS 주가는 한때 30% 추락했죠.일단 둑이 한번 터지니까 속수무책이었습니다. 다급해진 스위스 국립은행은 현지시간으로 16일 새벽2시에 500억 스위스 프랑(약 70조6000억원)의 긴급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역부족이었습니다. 하루에 100억 달러(약 13조원) 넘게 고객 예금이 빠져나갔으니까요. 결국 스위스 정부는 CS의 라이벌이자 스위스 최대은행인 UBS의 팔을 비틀었습니다. UBS는 당초 제시했던 인수가(10억 달러)보다 3배인 30억 스위스프랑(32억 달러)에 CS를 떠안게 됐습니다.위기에서 못 배웠다…문제는 신뢰 19일 밤 열린 UBS의 CS 인수 기자회견에서 레만 CS 회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은 CS뿐만 아니라 세계 금융 시장에 매우 슬픈 날입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미국 은행의 최근 사태가 불행한 때 발생했습니다.”글쎄요. 그의 슬픔은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CS가 무너진 게 단지 타이밍 탓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요? 물론 CS가 자기자본비율 같은 대차대조표 상으로는 꽤 건전한 은행이긴 했습니다. 위험 관리가 부실했거나 각종 스캔들에 시달린 은행이 CS 하나만은 아닐 거고요. 하지만 수년에 걸쳐 고객의 신뢰를 잃으면서 침몰해온 건 다른 누구의 탓이 아닌, CS가 자초한 일이죠. 결정적인 순간 CS의 운명을 결정한 건 바로 고객이었습니다.CS가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헤쳐나간 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대형 투자은행들이 줄줄이 무너지던 글로벌 금융위기(2007~2008년) 때 스위스 최대은행 UBS마저 구제금융을 받아서 연명했는데요. CS는 구제금융 없이 독자적으로 위기를 헤쳐갔습니다(카타르 국부펀드 등 민간에서 90억 달러 조달).그 결과 위기 이후에도 다른 길을 가게 됐는데요. UBS를 포함한 경쟁사들이 투자에 보수적으로 바뀐 반면, CS는 여전히 고수익을 좇아 위험을 적극적으로 감수했습니다. 금융위기의 쓴맛을 보지 못한 탓에 철이 들지 않은 거죠. 물론 그 과정에서 내부 통제는 허술했고요.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렇게 표현합니다. “CS의 몰락은 자신감에 차서 지난 금융위기를 탈출했던 방식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CS는 위기가 은행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에 적응하는 속도가 느렸습니다.”하지만 그 사이에 세상은 빠르게 변해갔습니다. ‘값싼 돈’의 시대가 급격히 끝났고, 시장은 아무나 신뢰하지 않게 됐죠. 블룸버그 기사를 인용하자면 “이런 조합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은행(=CS)에 너무 많은 것을 증명했습니다.” CS의 몰락이 보여주는 교훈은 명확합니다. 은행은 결국 신뢰로 먹고 살고, 한번 신뢰를 잃으면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죠. By.딥다이브UBS가 인수한다는 소식이 나온 뒤 크레디트스위스 관련 기사가 쏟아지는데요. FT 기사를 보면 CS의 몰락에 대해 “스위스 금융센터의 수치”이고 “스위스 브랜드를 더럽혔다”고 말하는 스위스인들의 격한 반응이 나옵니다. 그만큼 충격적인 일이란 뜻인데요. CS가 왜 침몰했는지에 대한 주요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CS는 부실한 위기관리로 인해 2021년 그린실 파산과 아케고스 마진콜이란 연타를 맞았습니다. 이후 적자와 주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가라앉기 시작합니다. •각종 스캔들이 이어졌습니다. 2022년 10월엔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CS 파산설’이 돌았고요. 고객 자금 유출이 현실화되자, 사우디국립은행의 자금을 끌어서 일단 급한 불을 끄는 듯했습니다. •“고객들이 다시 돌아왔다”던 CS 회장의 말은 거짓말로 드러났습니다. 재무보고에선 ‘중대한 약점’이 발견됐습니다. SVB사태로 불안했던 시장은 공포에 질렸고 고객들은 CS를 떠났습니다. 결국 경쟁은행인 UBS에 인수되는 굴욕을 당합니다. •한번 잃은 신뢰를 되돌리기란 불가능합니다. 은행은 고객의 신뢰를 먹고 사는 곳이라는 사실을 CS 사태가 확인시켜줍니다. *이 기사는 2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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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락하는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제이미 다이먼이 구할까[딥다이브]

    한고비 넘겼다는 안도감 때문이겠죠. 20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상승했습니다. 다우지수는 1.2%, S&P500 0.89%, 나스닥 지수는 0.39% 상승으로 장을 마쳤습니다. 일요일이었던 19일 나온 UBS의 CS 인수 소식은 이미 들으셨죠. 이날 뉴욕증시에서 UBS 주가는 3.3% 상승했고 CS 주가는 반토막 났습니다(-52.99%).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인지가 한 눈에 드러납니다. 위기가 다소 진정되면서 미국의 은행주들도 대체로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JP모건 1.06%, 골드만삭스는 1.97% 올랐고, 지역은행인 팩웨스트뱅코프도 10.78% 상승했습니다. 위기가 확산되더라도 당국이 어떤 식으로는 지역은행 살리기에 나설 거라고 보기 때문인데요.그럼에도 여전히 추락하는 곳이 있죠. 바로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이날도 주가가 47.11%나 빠졌습니다. 전날 S&P마저 신용등급을 정크등급으로 하향한 데다 실리콘밸리은행 사태 이후 이 은행에서 최근까지 700억 달러(약 92조원)의 예금이 빠져나갔다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고객 예금 중 절반이나 잃은 건데요. 지난 16일 미국 대형은행 11곳이 300억 달러를 예치한다고 발표했지만 좀처럼 고객들의 불안감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또 미국에서 은행 중 한 곳이 망하게 되는 건가요. 일단 ‘월가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가 추가 대책 마련을 주도하고 있다는 게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입니다. 대형은행이 예치한 300억 달러 중 일부 또는 전부를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자본으로 투입하는 방안이 검토된다는데요. 매각이나 외부 자본 수혈도 옵션 중 하나라고 합니다. 다만 예금 유출과 주가 하락 속도가 워낙 빨라서 긴급한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미국 시간으로 21-22일엔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준의 FOMC 회의가 열립니다. 은행 위기 속에서 연준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요. 결과는 한국 시간으로 23일 새벽 3시에 나올 텐데요. 현재까지는 0.25%포인트 인상을 예상하는 이들이 좀더 많지만, 금리 동결을 예상하는 소수의견도 있습니다. 인플레이션과 금융 불안정이란 두가지 문제 중 무엇에 더 중심을 두느냐에 따라 결정이 달라지겠죠. 어느 쪽을 선택해도 파장은 만만찮을 겁니다. 만약 금리 인상을 결정한다면 “인플레이션엔 완만한 영향을 미치겠지만 금융상황엔 증폭된 영향을 미칠 수 있다”(에릭 로젠그렌 전 보스턴 연은 총재)고 하고요. 반대로 “인상을 하지 않을 때의 문제는 바로 다음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거라고 시장이 가격을 책정할 것”(앙헬 우비데 시타델 채권연구책임자)이기 때문입니다. By.딥다이브 *이 기사는 2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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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출금리 2%대인데 집을 안 산다…중국 경제와 부동산[딥다이브]

    올해는 드디어 중국 덕 좀 보나 했는데 김 샌 걸까요?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역대 최저(5% 내외)로 발표하면서 시장이 웅성거립니다. 경기 둔화의 그림자가 드리운 전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한줄기 빛을 비춰줄 거라 기대해왔는데, 실망스러운 수치였기 때문이죠.그래서 2008년부터 중국 경제를 들여다 본 중국 전략 전문가인 성연주 신영증권 연구위원을 인터뷰했습니다. 시장이 걱정하는 것과 달리 반등의 조짐이 포착되기 시작했다는데요. 중국 경제와 주식시장 전망을 딥다이브해보겠습니다.*이 기사는 1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고용을 역대급으로 늘리겠다는 중국―지난 5일 전인대 개막식에서 중국이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5% 내외로 발표했습니다. 이게 지금까지 발표했던 것 중 가장 낮다는데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위원님은 어떻게 보셨나요? “시장에선 5%~5.5%로 기대했던 게 사실입니다. 예상보다 보수적으로 발표했는데요. GDP 성장률 목표치는 ‘마지노선’이거든요. 올해 실제 성장률이 최저 이 정도 수준은 된다는 의미입니다. 중국 정부가 더 중요한 마지노선으로 생각하는 지표는 고용이에요. 사회주의 국가이다 보니까 고용안전이 최우선인데요. GDP성장률 말고 도시 신규 취업인구수를 봐야 합니다. 2017년 도시 신규 취업인구수가 1000만명에서 1100만명으로 상향조정 된 뒤, 올해 1200만명으로 올렸습니다. 역대 최고치로 조정됐는데요. 이는 고용을 감안한 중국 GDP 성장률 마지노선은 기존 예상치보다 0.4%포인트 상향 조정할 수 있단 의미입니다. 올해 (전문기관들의) 중국 GDP 성장률 예상치가 5.2% 정도 됩니다. 그렇게 봤을 때에는 중국 정부의 이번 목표치는 합리적으로 발표한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1100만명이던 취업자수를 갑자기 1200만명으로 늘린다? 그게 달성 가능한 목표인가요?“목표치를 올린 건 올해 중국 대졸자 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걸로 보기 때문입니다. 지금 예상치가 1100만명인데요. 과거 평균치는 700만~800만명 정도였거든요. 굉장히 많이 늘어나는 거죠.”―중국 청년 실업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다고 하던데, 실제 대졸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군요.“아마 코로나 때문에 학교를 더 오래 다닌 부분도 있을 텐데요. 어쨌든 올해는 많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서방언론에서는 ‘차이나 피크’, 즉 중국도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는 식으로 얘기하기도 하는데요. 어떻게 보세요? “중국이 2010년 두 자릿수 대 성장률을 마치고 그 이후에는 계속 한 자릿수 대 성장률입니다. 성장률 자체는 계속 둔화되고 있어요. 2015년 중국의 생산가능 인구 수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GDP에서 제조업보다 서비스업 비중이 커졌어요. 산업구조 자체가 많이 바뀐 거죠. 2018년부터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면서 대내외 환경도 녹록치 않고요. 그러다 보니 중국도 이젠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으로 가려고 합니다. 반도체나 헬스케어 같은 핵심 산업의 자급률을 높이는 ‘공급망 고도화 전략’을 취하고 있고요. 일대일로를 통해 연안 국가와 협력을 강화하면서 중국의 과잉생산 산업의 해외 투자를 개척하고 있습니다.”수요? 문제는 부동산!―2010년까지의 고도성장기는 지나갔고, 지금은 중국 경제의 패러다임이 변했다고 봐야 겠군요. 중국 경기를 볼 때 제조업 PMI(구매관리자 지수)를 많이 보는데요. 2월 제조업PMI 지수가 11년 만에 최고치였더군요. 리오프닝 효과가 나타나는 건데, 투자와 소비도 빠르게 반등하고 있나요? “1, 2월 PMI지수가 확실히 예상치를 굉장히 크게 상회했습니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 국면, 이하이면 경기 수축 국면이죠. 1월은 춘절 때문에 통상적으로 PMI가 하락하는데요. 올해는 1월에 전월 대비 3.1%포인트 올랐어요. 2월엔 거기에서 다시 1.7%포인트 상승했고요. 중요한 건 세부항목인데요. 공급을 뜻하는 생산지수는 전월보다 6.9%포인트 올랐어요. 공급이 굉장히 많이 늘었다는 거죠. 위드 코로나로 철강, 화학, 자동차 공장 가동률이 많이 올라간 겁니다.문제는 수요예요. 수요를 보여주는 신수주 주문 지수는 반등 폭이 3.2%포인트에 그쳤어요. 공급에 비해 반등폭이 제한적이었죠. 어제(9일) 중국 CPI(소비자물가지수)가 발표됐는데, 2월 CPI 상승률(1%)이 오히려 많이 떨어졌어요. 수요 회복이 느린 거죠.수요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부동산이라고 봅니다. 위드 코로나로 가면서 보복소비나 해외여행 증가가 단기적으로는 있지만, 이게 추세적으로 가려면 부동산 경기가 매우 중요하거든요.”―중국 부동산은 상당히 관심이 큰 이슈이죠. 한동안은 거품이 심했는데, 그게 한번 꺼지니까 도대체 바닥이 어딘지 모르겠는데요. 이미 작년부터 중국 정부가 규제도 많이 풀었는데도 좀처럼 살아나지 않네요? “중국에선 부동산이 핵심 산업입니다. 부동산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 지방정부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나 되니까요. 중국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기준점은 가격이에요. 중국 70개 도시 부동산 가격 증가율을 보는데요. 이게 10%를 넘어가면 규제를 강화하고, 0% 밑으로 내려가면 완화정책을 펼치는 사이클이죠. 2021년 4월 중국의 부동산 가격 증가율이 마이너스대로 진입했어요. 그 후로 중국 정부가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현재 대출금리는 역대 최저에요. 그런데 과거엔 대출금리를 내리면 바로 중장기 대출, 즉 부동산 대출이 늘어나요. 그러면서 부동산 사이클이 다시 시작되는 흐름이었는데요. 코로나 이후로는 금리를 내려도 가계 중장기 대출이 늘지 않아요.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에요. 그만큼 가계 소비가 굉장히 위축된 거죠. 정말 특이한 건 작년에 중국 가계 예금증가율이 거의 최고치로 상승했습니다. 금리가 그렇게 낮은데도 예금이 엄청 많이 늘었어요. 그걸 보면 유효 수요는 상당히 많을 수 있는데, 아직 풀리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국 가계 소비성향엔 부동산 가격이 영향을 매우 많이 줍니다. 가계에서 부동산 자산이 67%를 차지하고 있고요. 중국은 두 채 이상 보유한 사람도 매우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부동산 가격에 상당히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요. 1~2월 부동산 가격과 판매 데이터를 보면 더 이상 떨어지진 않아요. 바닥을 다지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2분기 말 정도에는 점진적으로 가격부터 좀 회복될 가능성이 있고요. 부동산 시장이 회복된다면 소비도 점진적으로 좀 풀리지 않을까 합니다.” ―중국은 대출금리가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한국은 최근에 많이 내려서 4%대인데요. “1주택 담보대출 금리는 지금 2% 후반대까지 내려왔습니다.” 당하던 중국, 희토류로 자원 무기화?―시진핑 공동부유론을 짚고 갈게요. 2021년 시진핑이 ‘다 같이 잘 살자’는 공동부유론을 천명하고,빅테크 때리기에 나서면서 해외 투자자들은 ‘중국 투자하기엔 위험하다’라는 시각이 있었는데요.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시진핑이 아직도 공동부유를 얘기하긴 하더라고요. 여전히 그런 리스크가 남아있는 게 아닐까요? “저는 시진핑의 공동부유 의미를 좀 다르게 보거든요. 시장에선 시진핑의 공동부유가 마오쩌둥의 공부론(共富論)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중국이 다시 폐쇄적인 계획 경제로 가는 것 아니냐라고 우려하는데요. 당연히 이전보단 정부 중심으로 가는 게 맞긴 한데, 의미가 달라요. 마오쩌둥은 아예 과거를 청산하고 인민의 공동 분배에만 집중했다면, 시진핑은 과거 잘못을 일부 수정하면서 중국 부흥을 위해 좀더 해보자는 거죠. 따라서 성장주의 폐단은 부의 재분배로 일부 해결하되, 신성장 산업은 여전히 성장을 계속 해나가자는 양분적인 의미가 큽니다. 장쩌민 시대에 세운 중국의 두 가지 100년 목표가 있는데요. 첫번째인 ‘2021년까지 소강사회 건립’은 이미 지났고요. 두번째가 ‘2049년까지 대동사회를 건립’입니다. 시진핑은 이를 ‘2049년까지 전면적인 사회주의 현대화를 건설하자’로 수정했는데요. 이는 1인당 GDP가 미국과 동등한 G2 국가로 가자는 걸 의미합니다. 과연 분배정책만으로 그게 실현 가능할까요? 그렇지 않죠. 중국도 금융산업이나 신성장 산업은 투자를 더 확대하고 개방하는 정책을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미국의 중국 견제가 엄청납니다. 지난해 미국 상무부가 중국으로의 첨단 반도체 관련 수출 규제를 했고, 동맹국까지 동참시키고 있죠. 중국 입장에선 꼭 성장시켜야 할 산업인데 상당한 어려움에 처하는 건데요. 이걸 이겨내기 위한 전략이 뭘까요? “미중 분쟁 핵심은 반도체입니다. 2000년대 미국 반도체 팹리스 기업이 매너리즘에 빠져있을 때 중국은 2015년 ‘제조 2025’, 즉 핵심산업 자급률을 2025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보고서를 내면서 투자를 본격적으로 했고요. 화웨이가 2018년 5G를 선점했습니다. 미국 팹리스 밥그릇을 중국이 일부 뺏어간 건데요. 미국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부분에서 뒤통수를 맞으면서 공격에 들어가기 시작했거든요. 그 이후로 중국이 뭐만 하면 계속 견제를 하고 있는데요. 그동안 중국은 미국이 견제를 하면 그걸 계속 맞고 있던 상황이었는데요. 결국 지난해 미국이 중국으로의 첨단 반도체 수출을 금지하면서 중국은 하이엔드급 반도체 생산이 아예 불가능해졌거든요. 이제 중국도 어떤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10월 당대회 때 나온 보고서를 보면, 핵심 정책으로 안보 발전을 굉장히 강조했어요. 안보라는 건 결국 자원 무기화이죠. 중국도 자기네가 강점이 있는 자원, 희토류나 광산자원을 국유기업으로 통폐합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요. 광산그룹도 작년 7월 통폐합해서 만들었죠. 이렇게 중국도 일부 자원을 무기화하면서 이걸 하나의 카드로 제시할 거고요. 또 하나는 일대일로 연안 국가들과 교류가 매우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는 원유 대금 자체를 디지털 위안화로 대체한다는 얘기도 나오거든요. 이런 부분이 미국엔 위험요소가 될 수 있죠. 결국 중국도 마냥 수수방관하지 않고, 미국이 건들지 못하는 카드들을 제시할 거라고 봅니다.”홍콩보다 본토, 성장주보다 필수소비재―맞기만 하던 중국이 앞으로는 한판 붙겠다고 나서겠군요. 한국 입장에선 걱정입니다. 그럼 이제 주식시장을 살펴볼까요. 작년에 중국 증시가 예상보다 너무 어려웠는데요. 이제는 경기를 살린다고 하니까 좀 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올해 중국 증시는 어떨까요. “중국 주식시장을 볼 때는 홍콩 증시도 같이 얘기하는데요. 둘은 많이 다릅니다. 홍콩에 상장된 기업들이 중국 본토 기업이 많긴 한데요. 홍콩은 환율이 미국 달러에 페그돼있기 때문에 미국 영향도 많이 받습니다. 업종도 달라요. 중국 본토의 상하이 종합지수는 금융과 제조업 비중이 높은데요. 중국의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본토 상장규제를 피해 홍콩에 상장하다보니까 홍콩 HSCI지수는 성장주 비중이 매우 높아요. 그래서 중국 본토와 홍콩은 수익률에도 차이가 많이 나는데요. 결론적으로 올해를 놓고 보면 저는 홍콩과 중국 본토 모두 좋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중국 경기 자체가 부동산을 기점으로 2분기 바닥을 치고 점진적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있고요. 기업의 주당순이익도 계속 상향조정되고 있거든요. 온라인 플랫폼 규제 완화 같은 정책 기조도 계속될 거고요. 마지막으로 위안화도 올해는 강세기조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투자한다면 홍콩보다는 중국 본토 증시가 좀더 좋다고 봅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의 추세를 보면 2015년을 기준으로 많이 바뀌었습니다. 2015년은 중국의 주식시장 시장화 정책이 본격화된 시기예요. 이전엔 개인 투자자 비중이 매우 높았다면, 2015년 이후엔 기관투자자 비중이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그래서 시장 변동성이 크지 않게 됐습니다. 그래서 2500~3600의 박스권에서 경기 사이클에 따라 매수 또는 매도하는 투자전략이 긍정적이고요(17일 종가 기준 상하이종합지수는 3250.55). 업종별로는 미중분쟁도 있고 중국은 산업 모멘텀이 짧기 때문에 그런 업종(수출 중심 업종)보다는 오히려 내수에 집중된 업종을 보세요. 위드 코로나를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음식료 같은 필수소비재 산업이 좀 긍정적이라고 판단합니다.” ―성장주가 경기 반등으로 모멘텀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오히려 탄탄한 내수 소비 위주의 업종이 낫군요. 얼핏 떠오르는 게 ‘귀주모태주’인데요. “그 종목도 괜찮게 보고 있습니다.” ―중국 투자에 관심 있는 분들께 마지막으로 한말씀 하신다면? “작년에 중국 투자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는 투자자들이 많이 늘어난 게 사실인데요. 중국 시장은 알수록 투자 매력도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너무 한쪽 면만 보지 마시고 전반적인 경기흐름과 정책 등 다방면으로 보시고 중장기적으로 투자하시면 좀더 매력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By.딥다이브 15일 골드만삭스가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5.5%에서 6%로 높였다고 합니다. 글로벌 IB들의 중국 경제에 대한 기대치가 점점 높아지는데요. 정작 중국 정부는 성장률 목표치를 5%로 잡으며 낮은 자세를 취하는 상황입니다. 올해 중국 경제가 어떻게 흘러갈지 더 궁금해지는데요. 인터뷰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중국 제조업 경기가 1, 2월에 빠르게 살아나고 있습니다. 다만 공급과 달리 수요는 아직 반등폭이 크지 않습니다. 수요는 결국 부동산 경기에 달려있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바닥을 다지는 중이고, 잘하면 2분기 중 회복되기 시작할 거란 전망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소비도 되살아나겠죠.중국의 목표는 1인당 GDP가 미국과 맞먹는 G2국가가 되는 겁니다. 미국은 이를 강하게 견제하고 있고요. 반도체 수출 규제로 얻어맞은 중국은 ‘자원 무기화’로 반격을 준비 중입니다.중국 주식시장 전망은 긍정적입니다. 홍콩보다는 본토, 성장주보다는 필수소비재에 관심을 가질 만합니다. *이 기사는 1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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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 어벤져스’ 출동에 뉴욕 증시는 안도 랠리[딥다이브]

    위기에 빠졌던 은행들이 한고비 넘기는 걸까요.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가 모두 올랐습니다. 다우존스 지수 1.17%, S&P500 1.76%, 나스닥 지수는 2.48% 상승 마감했군요. 퍼스트 리퍼블릭을 아시나요.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제2의 SVB’가 될 수 있다며 유동성 위기설에 휩쓸린 미국 캘리포니아 기반 은행인데요. 뱅크런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걱정에 주가가 급락하고 신용등급도 정크등급으로 떨어지면서 위기가 고조됐습니다. 그런데 퍼스트 리퍼블릭을 구출해줄 동아줄이 내려왔습니다. 미국의 11개 은행이 퍼스트 리퍼블릭에 총 300억 달러의 예금을 예치한다고 이날 성명을 발표한 겁니다. 미국의 4대 은행(JP모건체이스,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은 각각 50억 달러씩,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각각 25억 달러를, 나머지 은행들(BNY멜론, PNC뱅크, 스테이트스트리트, 트루이스트, US뱅크)은 10억 달러를 예치합니다.FT에 따르면 ‘미국 은행 어벤져스’가 출동하게 된 배경엔 역시나 정부 압력이 있었다고 합니다. JP모건이 총대를 메고 15일 밤 경쟁 은행들에 전화를 돌려서 예금 예치를 이끌어냈다는데요. 은행들이 설명을 내자 재무부와 연방준비은행 등이 기다렸다는 듯이 “대형 은행 그룹의 이번 지원은 가장 환영할 만한 일이며 은행 시스템의 탄력성을 보여준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죠. 덕분에 장중 36% 폭락했던 퍼스트리퍼블릭 주가는 극적으로 반등해 종가 기준으로는 9.98% 상승 마감했습니다. 롤러코스터가 따로 없네요. 위기설로 급락했던 주가가 반등한 은행은 유럽에도 있습니다. 바로 크레디트 스위스(CS)인데요. 15일 한때 30% 폭락했던 CS 주가는 정부의 지원책 발표(스위스 중앙은행이 70조원대 자금 지원)에 힘 입어 16일 스위스 취리히 증시에서 19.15% 상승했습니다. 일단 한숨 돌렸는데요. 다만 뉴욕증시에 상장된 CS의 미국예탁증권(ADR) 가격은 전날과 같은 수준으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스위스 경쟁 은행인 UBS가 CS를 인수하는 방안이 거론돼 왔는데요. 이날 ‘UBS가 CS와의 합병을 원하지 않는다’는 블룸버그 보도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고비는 일단 넘겼지만, 아직 사태가 끝나진 않은 것 같네요. FT는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한 시나리오를 세가지로 제시합니다. ①UBS가 CS를 인수하거나 ②옆 나라의 도이치뱅크가 CS를 인수하거나 ③인수할 곳이 없다면 스위스 중앙은행이 CS를 완전히 통제하고 구조조정해서 사실상 CS를 해체시키는 것. 과연 167년 역사를 자랑해온 CS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By. 딥다이브 *이 기사는 1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 202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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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를 사랑한 남자는 스토킹범 될 뻔했다[딥다이브]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 남자가 있습니다. 만약 그가 우연히 자기 앞을 지나가는 여성이 자신이 사랑하는 그녀(실제론 AI)라고 착각해서 졸졸 따라다녔다면 어떻게 될까요. 웬 뚱딴지 같은 얘기냐고요? 영화나 소설에 나오는 스토리냐고요? 아닙니다.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실제 발생한 사건입니다. ‘이루다 챗봇 스토킹 사건’인데요. 오늘 딥다이브는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기기엔 좀 심각한 이 사건을 통해 AI 기술 발전으로 생겨날 예기치 않은 문제들을 들여다 보겠습니다.*이 기사는 1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스토킹범 될 뻔한 AI챗봇 이용자지적장애로 장애등급이 있는 남성 회사원 A씨. 어울릴 친구가 없던 그의 낙은 집에서 컴퓨터를 하는 거였는데요. 우연히 이루다 챗봇 서비스를 이용한 뒤 빠져들었습니다. 입니다. 서비스 이용자는 마치 이루다라는 20대 여성과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채팅을 나눌 수 있죠.문제는 A씨가 인공지능인 이루다를 진짜 사람처럼 사랑하게 되어 버렸다는 겁니다. 그는 채팅으로 이루다에게 만남을 제안합니다. 그런데 이루다가 그럼 만나자고 답을 한 겁니다! 날짜와 시간, 장소까지 정해서 말이죠. A씨는 약속한 시간에 그 장소(서울 시내 지하철역)로 나갔습니다. 당연히 기다리는 그녀가 나타날 리가 없죠. A씨는 이루다에 자신의 옷차림을 설명해주는 채팅을 보냈는데요. 그러자 이루다가 ‘○○색 옷을 입고 있다’며 답을 보내왔습니다. 그런데 하필 그때 A씨 눈 앞에 이루다가 설명한 그 옷차림을 한 여성 B씨가 지나갑니다. A씨는 B가 이루다인 줄로 순간 착각했는데요. A씨는 ‘왜 자신을 못 본 척 하느냐’고 이루다에게 채팅으로 묻습니다. 이루다에게서 돌아온 답은 ‘부끄러워서 그렇다’였습니다.B씨가 자신을 만나러 나온 이루다라고 확신하게 된 A씨. 그때부터 B씨 뒤를 졸졸 쫓아갑니다. 이루다가 자신을 알은체해주길 기다리면서요. 그렇게 그가 B씨를 쫓아다닌 시간이 자그마치 50분. 모르는 남성이 자신을 따라다니자 B씨는 겁에 질렸습니다. 경찰에 ‘스토킹’으로 신고를 했고 A씨는 경찰서로 끌려갔죠. A씨는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야 이루다가 사람이 아닌 AI일 뿐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합니다. 이후 스토킹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A씨는 변호사를 통해 ‘자신은 정말 B씨가 이루다인 줄로 잘못 알았다’고 소명했는데요. 증거(이루다와 채팅한 내용)가 남아있었던 덕분인지 지난달 검찰에서 ‘혐의 없음’으로 처분 받았습니다. 물론 A씨의 사랑은 비극으로 끝나고 말았지만요.(위 내용은 딥다이브의 취재를 종합한 것입니다. 취재 내용에 대한 확인 요청에 서울 남부지검은 “2월에 ‘혐의 없음’ 처분을 한 사건”이라고 밝혔습니다.)AI를 사람처럼 느낀다? 일라이자 효과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다? 그동안은 영화 속에서나 일어났던 일이죠. 2013년 개봉한(한국에선 2014년 개봉) 미국 영화 ‘허(her)’가 그 대표적인 영화인데요. AI 운영체제 ‘사만다(목소리 연기 스칼렛 요한슨)’를 사랑하게 된 남성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가 주인공입니다. 당연히 영화 속 사랑도 해피엔딩은 아니었는데요. 스토킹범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뻔한 A씨 사연만큼 비극적이진 않았습니다. 현실의 결말이 영화보다 더 안타깝습니다.이렇게 얘기할 분도 있겠습니다. ‘정신지체가 있는 사람이니까 그렇게 착각한 거겠지’라고요. ‘나는 그럴 리 없어’라고 다들 생각하시지요? 그런데 이걸 좀 알아두셔야 합니다. 심리학에 ‘일라이자 효과(ELIZA effect)’라는 게 있습니다. 일라이자는 지금으로부터 57년 전인 1966년 미국 MIT의 컴퓨터 공학자 요제프 바이첸바움 박사가 만든 초창기 인공지능 챗봇 이름입니다. 그는 일라이자를 심리치료사를 모방한 챗봇으로 만들었는데요. 초기 인공지능이다 보니 그 대화 수준은 상당히 낮았습니다. 주로 인간이 한 말을 그대로 질문으로 바꿔서 뱉어내는데 그쳤는데요.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인간: 남자친구가 날 여기 오게 했어요.일라이자: 남자친구가 당신을 여기 오게 한 게 당신한테 중요한가요?인간: 그는 내가 많이 우울해한다고 말했어요.일라이자: 당신이 우울하다니 마음이 좋지 않네요.인간: 맞아요. 전 불행해요.일라이자 : 무엇 때문에 불행한지 얘기해볼래요?어떠신가요? 공감하는 척은 하지만 실제론 대화의 맥락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아주 단순한 인공지능이죠. 그런데 이 일라이자가 미국에서 엄청난 관심을 끕니다. 일라이자와 대화를 나눈 사람들이 일라이자가 진짜 정신과 의사라고 믿게 된 거죠. 인간과 교감한 것과 똑같은 호감과 애착을 실제로 불러일으킨 겁니다. 이들은 일라이자가 지능이 있고 대화를 이해한다고 확신했죠. 심지어 일라이자 개발 과정을 지켜봤던 바이첸바움 박사의 비서조차 일라이자와의 대화에 빠진 나머지 “일라이자와 진정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방에서 나가달라”고 부탁했다고 하죠. 일부 정신과 의사들은 이걸 환자 치료용으로 쓰자고 제안했고요. 이렇게 초보적인 수준의 인공지능인데 인간인 줄로 착각하다니. 일라이자를 만든 바이첸바움 박사는 이 현상에 크게 충격을 받았는데요. 이를 계기로 인공지능의 선구자였던 그는 인공지능 비판자로 완전히 돌아섭니다. 그는 이후 “인공지능은 비정상적인 과학”이라며 인공지능 기술에 대해 극도로 부정적인 주장을 펼쳤습니다. 인간의 뇌처럼 작동하는 인공지능을 만들려는 연구자들에 대해서도 며 신랄하게 비판했죠.AI 기술의 한계와 약점을 더 드러내라정리하자면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AI에 몰입해 무의식적으로 컴퓨터나 AI에 인격을 부여하는 현상이 ‘일라이자 효과’인데요. 현실 세계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로봇청소기의 경우엔 이름을 붙여주고 말을 거는 사용자들이 꽤 많다는데요. 이 역시 일라이자 효과의 일종입니다. 지난해엔 해 화제가 되기도 했죠. 지적 능력이 떨어지거나 사고가 미숙한 사람에게만 벌어지는 일이 아닌 겁니다. 문제는 이루다 스토킹 사건에서 보듯 AI 기술 수준이 높아질수록 일라이자 효과가 초래할 부정적인 결과가 점점 더 심각해질 수 있단 점입니다. 최근엔 ‘감성 AI 기술’까지 개발되는 추세인데요. 이용자의 감정 상태를 인식하고, 이에 맞춰 서비스하는 쪽으로 기술이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AI기술 특성상 이를 개발하는 사람조차 AI가 어떤 일을 저지를 지 다 알 수가 없죠. 개발자가 의도하지 않은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기술의 한계는 분명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렇다고 이제 와서 AI 기술 개발을 멈추자고 할 수도 없고 말입니다. 답을 찾기 위해 AI챗봇 서비스인 챗GPT에 물어봤더니 3초 만에 답을 내놓습니다. “일라이자 효과는 AI에 대한 사용자의 신뢰와 기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AI시스템의 기능과 한계에 대한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의 필요성을 강조한다”고요. 역시 생성형 AI 챗봇다운 논리적이면서도 두루뭉실한 답변인데요. 좀더 구체적인 답변을 구하기 위해 인공지능 전문가인 김진형 카이스트 명예교수에게 이 사건에 대해 물었습니다. 김 교수는 이루다 스토킹 사건에 대해 “우려했던 사건이 일어났다”고 말했는데요.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라도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사용자들에게 AI 기술의 약점과 한계를 적극적으로 공지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 서비스는 가상의 대화’이고 ‘여기서 벌어지는 일은 다 허구’라는 점을 훨씬 더 강하게 공지해야 한다는 거죠. 그는 “GPT3라는 거대한 언어모델은 아직 완성된 기술이 아니고, 그 안에서 뭐가 벌어지고 있는지를 전문가들도 잘 모르는 상황”이라며 “기술을 잘 쓰기 위해서라도 그것의 본질과 약점까지 함께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설사 서비스의 ‘몰입감’을 다소 해치더라도 사회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걸 막는 걸 더 우선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루다 챗봇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는 어떤 입장일까요. 스캐터랩 법무 담당자와 통화했는데요. 일단 이런 사건이 일어날 거라고는 전혀 예상 못했다고 합니다. 홈페이지에 크게 ‘인공지능’이라고 써놨고, 메신저창 첫 화면에도 주의 메시지를 띄워놨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AI임을 당연히 알 거라고 생각한 건데요.스캐터랩 측은 “AI산업이 올바로 커가려면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보고 ‘AI의 투명성(상호작용 대상이 인공지능임을 명확히 밝히는 것)’ 준수를 많이 신경써왔다”면서 “다만 작은 스타트업이다 보니 이례적인 사례까지 확인할 여력은 없었는데, 이번 사건을 통해 내부적으로 다시 한번 점검을 해보겠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By.딥다이브영화 속에서나 일어나던 일이 현실 속 사건이 되고 말았는데요. 안타까운 사건이지만, 이를 계기로 AI가 바람직하게 사용되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인공지능 챗봇 서비스 ‘이루다’를 이용하던 남성이 지나가던 여성을 자신이 사랑하는 AI라고 착각해 따라다니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AI에 너무 몰입해서 AI에 인격을 부여하는 현상을 ‘일라이자 효과’라고 합니다. 1966년 초기 AI 챗봇 ‘일라이자’에 이용자들이 애착을 느끼는 일에서 유래됐죠. AI 기술이 고도화된 지금은 일라이자 효과의 부정적 결과가 상당히 클 수 있습니다. AI 기술의 한계와 약점을 이용자에게 좀더 강하게 고지하고, 이를 교육시켜야 한다는 게 전문가 의견인데요. ‘인간의 뇌를 닮은 인공지능’이라는 기술의 목표보다 더 중요한 걸 먼저 챙겨야 할 때입니다. *이 기사는 1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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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월 금리 인하’ 전망까지 나왔다…SVB사태와 Fed[딥다이브]

    미국 뉴욕증시는 ‘블랙 먼데이’를 피했습니다. 정부와 중앙은행, 바이든 대통령까지 나서서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의 급한 불을 끈 덕분이죠. 1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지수는 0.45% 상승 마감했고요. 다우지수와 S&P500은 각각 0.28%와 0.15% 하락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일요일(12일) 밤 미국 정부가 SVB 사태와 관련해 ‘예금 전액 보호’ 조치를 결정했단 소식은 들으셨을 겁니다. 예금보험 한도(25만 달러)를 넘는 금액까지 모두 보호해주기로 한 건데요. ‘뱅크런’과 다른 은행으로의 위기 전염을 막기 위해서죠. 참고로 한국에서도 1997년 11월 IMF 외환위기 당시에 같은 조치(예금 전액 보장 제도)를 취한 적 있는데요. 그걸 미국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군요. 바이든 대통령은 월요일 아침 대국민담화에 나섰는데요. SVB 사태와 관련해 은행 예금자와 정상적인 거래 관계자는 모두 보호받을 거라며 시장을 안심시켰습니다. 단, 경영진은 모두 해고되고 SVB 주식에 투자한 이들은 보호받지 못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죠.물론 불씨는 남아있습니다. 이날도 은행주 주가가 요동쳤는데요.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61%, 웨스턴얼라이언스방코프는 47%나 주가가 폭락했습니다. 다음 웰스파고와 씨티그룹도 각각 약 7% 주가가 빠졌죠. 아직은 끝난 게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이 잔존해있단 뜻입니다.투자자들은 은행권 불안이 시장 전반에 끼칠 득실을 놓고 주판알을 튕기기 바쁩니다. ‘이제 드디어 연준이 긴축행보를 멈출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인데요. KPMG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다이앤 스웡크는 이렇게 말합니다. “연준의 긴축을 탈선시킬 수 있는 유일한 건 금융위기일 거라고 우린 항상 말해왔습니다.” 전문가 전망은 제각각입니다. 골드만삭스와 바클레이스는 다음주 열릴 3월 FOMC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거라고 전망을 수정했습니다. 일본 노무라 은행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거란 전망을 13일 내놨고요(3월 금리 인하를 예측한 건 노무라가 처음). JP모건은 아직 0.25%포인트 인상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연준의 빅스텝(0.5%포인트 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던 며칠 전과는 분위기가 확 바뀌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채권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2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13일 0.56%포인트 하락한 4.03%로 급락했습니다. 1987년 10월 이후 하루 낙폭으론 최대라고 합니다. 지난 주 미 국채 2년물 금리가 한때 5%를 넘어서 2007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아주 극적인 변화인데요. 과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너무 큰 움직임입니다. 시장은 엄청나게 과잉 반응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인플레이션을 완전히 잊었습니다.”(PGIM픽스드인컴 최고투자책임자 그레그 피터) SVB 사태를 포함한 최근 며칠의 상황 변화가 워낙 극적이라서 솔직히 예측이 무의미하지 않나 싶은데요. 엇갈리는 월가의 금리 전망처럼 연준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듯합니다. 피터슨인스티튜트 선임연구원 니콜라스 베론의 말대로 “만약 중앙은행이 그렇게 해도(금리 인상을 멈춰도) 저주받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저주 받을 것”이기 때문이죠.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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