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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가 지난해 두 자릿수 수익률을 달성하며 운용 자산을 200억 달러 이상 늘렸다. KIC는 지난해 미국 달러화 기준 연간 수익률이 11.6%를 기록했다고 5일 밝혔다. 지난해 12월 말 원-달러 환율로 환산했을 때 원화 기준 수익률은 13.5%로 집계됐다. 이로써 KIC의 운용자산(AUM)은 1894억 달러(약 244조 원)로 전년(1693억 달러)보다 201억 달러(약 26조 원) 늘었다. KIC는 2022년 연간 수익률 ―14.4%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성적을 냈지만 이듬해 두 자릿수 수익률로 반등에 성공한 셈이다. KIC는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의 78%를 전통자산에, 22%를 대체자산에 투자했다. 전통자산 전체 수익률(14.3%) 가운데 주식과 채권에서 각각 22.4%, 6.3%의 수익률을 거뒀다. 장기 투자로 이뤄지는 특성상 대체자산의 최근 5년(2019∼2023년) 연 환산 수익률은 8.6%로 나타났다. 진승호 KIC 사장은 “올해는 미국 포함 약 50개국에서 선거가 진행되며 인공지능(AI) 등 기술 혁신에 가속도가 붙는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지정학적 여건의 변화를 면밀히 관찰해 투자 기회를 포착하고 AI 및 반도체, 헬스케어 등 미래지향적 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올해부터 해외부동산 펀드 부실로 인한 무더기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들이 해외부동산에 대체 투자한 55조8000억 원 중 20%인 11조6000억 원이 올해 만기를 맞는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해외부동산 공모펀드에서 개인투자자는 2만3084명, 투자액은 8747억 원에 달한다. 이미 주요 해외부동산 펀드들의 수익률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트리아논 빌딩에 투자한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81.8%)는 2일 기준 누적 손실이 80%를 넘어섰다.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의 ‘한국투자벨기에코어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2호’(―32.5%)와 ‘한국투자뉴욕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1호’(―31.1%) 역시 만기 연장이 불발될 경우 투자 손실이 예상된다.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도 위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7∼9월) 국내 상업용 부동산의 ㎡당 평균 매매가격은 586만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6월) 고점(621만 원) 대비 약 5.6% 감소했다. 같은 기간 거래량은 5만800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7% 줄었다.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연체율도 급증했다.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의 연체율은 2021년 말 1.6%에서 지난해 9월 말 4.4%까지 치솟았다. 한은은 “국내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의 대규모 부실 발생 가능성은 아직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상업용 부동산 초과 공급 상태 지속, 경기 회복 지연, 금리 부담 등으로 관련 대출 부실이 현실화할 가능성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올해 들어 맥을 못 추던 코스피가 2일 3% 가까이 급등하며 약 한 달 만에 2,600 선을 되찾았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호실적에 따른 미 증시 훈풍에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도입하기로 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가치주 열풍’이 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87% 오른 2,615.31에 마감했다. 올 들어 최대 상승률로 지난달 3일(2,607.31) 이후 약 한 달 만에 2,600 선을 넘었다. 지난달 31일 800 선이 무너졌던 코스닥지수도 이날 2% 넘게 오르며 814.77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은행·보험·증권주 등이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은행주 중에선 KB금융(8.16%)이 8% 넘게 올랐고, 하나금융지주(7.50%), 신한지주(6.59%) 등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한화생명(5.51%), DB손해보험(7.94%), 삼성화재(3.28%) 등 보험주도 강세를 보였는데 이 세 종목은 일주일 새 각각 33.3%, 23.1%, 24.0% 급등했다. 해당 종목들의 공통점은 모두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가치주라는 점이다. 은행과 보험 업계의 PBR은 각각 0.42배, 0.41배 수준이다. PBR은 기업이 보유한 순자산 대비 주가의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PBR이 1배 이하면 시가총액이 장부상 청산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주가가 저평가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24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계획을 발표한 이후 저(低)PBR 종목들의 오름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일본의 주가 부양 정책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상장사에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개선 방침과 구체적인 이행 목표를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추가적 상승을 이끌 중요한 촉매제”라며 “기업과 정부의 개선 노력이 주식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어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날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장중 역대 최대인 1조8946억 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저PBR 종목이 ‘테마주화’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아직 정부 정책의 실체가 없는 상황에서 이 정도로 주가가 많이 오른 것은 테마주적인 접근에 가깝다”며 “지금 상승세에 편승할 필요 없이 조치가 발표된 뒤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3월 금리 인하는 가능할 것 같지 않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시장 일각의 3월 금리 인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미국 주요 물가상승률 지표는 이미 연준의 목표 범위인 2%대에 들어섰지만 ‘라스트 마일(last mile·목표에 이르기 전 최종 구간)’에서 성급하게 움직이지 않겠다는 신중론을 택한 것이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4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연준은 이후 성명과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을 통해 신중론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2%대로 지속 가능하게 내려가고 있다는 자신감(confidence)이 필요하다”고 수차례 밝혔다. 연준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한국은행도 인플레이션 완화에 대한 확신이 들기 전까진 긴축 긴장을 풀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플레 2% 자신 전엔 금리 인하 없다” 이날 파월 의장은 약 20차례 물가 안정에서의 자신감을 언급했다. 기자회견의 주요 키워드로 ‘자신감’이 꼽힐 정도로 신중론을 강조했다. 연준은 FOMC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도 ‘금리 인상은 없겠지만 즉각적 인하도 피하겠다’는 시각을 담았다. 연준이 중시하는 물가지표인 지난해 12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이 2.9%로 2%대에 진입했음에도 물가 하락 수준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언제 자신감이 생기느냐’는 질문이 쏟아지자 파월 의장은 “최근 6개월 치 물가 데이터는 좋은 신호였다. 더 나은 지표가 아니라 (최근처럼) 좋은 지표가 더 필요하다”며 “올해 어느 시점에선 금리를 내리겠지만 아직 승리를 선언할 순 없다. 매우 중요한 결정이라 제대로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경제 성장세가 강력한 데다 중동에서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 너무 빨리 금리를 내렸다가 물가가 다시 오르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확실히 피하겠다는 의미다. 파월 의장은 인하 시점을 두고 “위원들 간 견해차가 컸다”면서 “오늘 토론을 바탕으로 볼 때 3월 회의까지 (물가 안정) 자신감에 이를 것 같지 않다”며 3월 인하 카드를 제외했다. 파월 의장이 시장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자 나스닥지수는 2.23% 떨어져 지난해 10월 이후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달러 가치도 최근 7주 고점 수준으로 높아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투자자들도 FOMC 이후 5월 인하 가능성을 90%대로 평가하고 있다. ● ‘라스트 마일 리스크’ 경계하는 한은 이창용 한은 총재(사진)는 1일 ‘한국최고경영자포럼’에서 “미국의 성장세가 강하다 보니, 연준이 금리를 금방 내리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통화정책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금리를 내리는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요국의 통화정책과 물가, 금융안정 데이터를 확인하며 긴축 기조는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라스트 마일’ 경계심을 높여가며 금리 인하 시기를 저울질하겠다는 것이다. 한은은 올 들어 라스트 마일 리스크를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이 총재는 지난달 신년사에서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등산에서 정상 직전의 오르막길 또는 마라톤에서의 마지막 구간, 즉 라스트 마일이 가장 어렵다고 하지만 우리는 반드시 물가 안정을 이뤄내야 하고 또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달 2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역사적으로 물가 안정 기로의 진입에 실패한 사례를 보면 큰 폭의 인플레이션 충격 이후 라스트 마일 리스크에 대한 부주의로 정책 당국이 성급하게 완화 기조로 전환한 사례가 다수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번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으로 한은은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5%로 9번 연속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환율 불안정성 등의 이유로 한은이 연준보다 앞서 금리를 인하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한국 주식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 투자는 애국심으로 하는 게 아니다.” 직장인 정모 씨(28)는 국내 주식에는 투자하지 않고 미국 주식에만 투자하는 자칭 ‘서학개미’다. 2022년부터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을 사 모으고 있다는 그는 “한국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도 몇 년째 오르지 않고 있는데 한국 주식이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거란 믿음이 생길 수가 없다”며 “반면 미국 주식은 주식창을 들여다볼 때마다 흐뭇하다”고 했다.● 韓 주식은 ‘단타용’… 美 주식에 ‘몰빵’ 최근 미국 강세장에 올라타 미 증시 예찬론자가 된 이들도 적지 않다. 강모 씨(29)는 올 초 한국 주식을 모두 처분하고 애플과 아마존, 구글 모기업 알파벳 등 미국 대형 기술주를 쓸어 담았다. 애플에만 1200만 원을 투자했다는 그는 “한국 주식은 배당이 잘 나오는 것도 아니고 주주에게 유리할 게 하나 없는데 최근에는 장도 좋지 않아 살 이유가 없다”며 “미국 주식에만 ‘몰빵’하려 한다”고 전했다. 한국과 미국 주식을 동시 보유 중인 개인투자자들은 변동성이 높은 한국 주식은 ‘단타용’, 성장 가치가 높은 미국 주식은 ‘장기 보유용’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강원 원주시에 거주하는 박모 씨(35)는 “한국 주식은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는 반면 애플은 계속 들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2차전지주 투자 열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6월경 에코프로와 포스코홀딩스를 매수했지만, 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커지자 금방 팔아 치웠다. 박 씨는 “어차피 한국 주식은 장기적으로 오를지 안 오를지 불투명하니 단타용으로 사고팔기를 반복하는 것이고, 애플은 가격이 조금 내려도 안 팔고 꾸준히 가져갈 예정”이라고 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와 미 나스닥지수 일간 수익률 3배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투자한 주부 신모 씨(64)는 “미국 주식이 연금보다 낫다”며 “이미 수익률이 수십 퍼센트 되는데도 더 오래 가져가고 싶어 팔기 아까울 정도”라고 말했다.● “주주 가치 확대해 증시 저평가 해소해야” 한국 증시는 낮은 주주환원율과 후진적 기업 지배구조 등에 발목 잡힌 지 오래다. 그 결과 한국 증시가 저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동학개미와 서학개미 간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자사주 매입과 소각, 배당 확대 등과 같은 주주 환원 정책에 있어 미국은 물론 여느 신흥국들보다도 뒤처져 있다. 글로벌 금융정보 제공업체 팩트셋(FactSet)과 KB증권 등에 따르면 2013∼2022년 평균 총주주환원율은 미국이 92%인 반면 한국은 29%에 불과했다. 신흥국(38%)과 중국(31%)보다도 낮다. 총주주환원율은 당기순이익에서 배당금 총액, 자사주 매입금 등 주주 환원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국내 기업들의 ‘쪼개기 상장’ 또한 증시 저평가의 대표적 요인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17∼2021년 한국의 모자 기업 동시 상장 비중은 19.3%에 달한 반면 미국은 5.7%에 그쳤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물적 분할 후 모자기업을 동시 상장시키는 것은 소유와 경영이 일치하는 한국의 독특한 기업 지배구조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점에서는 대단히 불합리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주주환원율을 높이는 동시에 투자자들의 장기 투자를 유인하는 방안을 고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배당소득에 세금을 매기다 보니 애당초 배당금을 받으려 하기보다는 조금만 주가가 상승하면 팔아서 이익을 실현하려 한다”며 “장기 투자를 권장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짜여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메리츠증권 임직원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서로 대출을 알선해주고 대가를 주고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수사부(부장검사 박현규)는 30일 메리츠증권 임원 박모 씨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증재 등의 혐의와 관련해 메리츠증권 본점과 박 씨 주거지 등 6곳을 압수수색했다. 박 씨는 자신의 직무와 관련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부하 직원들에게 대출 알선을 부탁한 후 자금을 마련하고, 대가를 지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씨에게 대출을 알선하고 대가를 받은 직원들에겐 수재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부하 직원 가족들이 박 씨 가족 법인의 급여를 받는 방식으로 대가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메리츠증권을 기획검사한 결과 이 같은 의혹을 발견하고 검찰에 관련 자료를 넘겼다. 금감원 조사 결과 박 씨는 가족법인을 만들어 900억 원 상당의 부동산 11건을 취득하거나 임대하고 이 중 3건을 처분해 100억 원 상당의 차익을 얻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메리츠증권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 거래 중지를 앞둔 이화전기의 주식을 전량 매도한 혐의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30일 이모 전 이화전기 대표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앞으로 기업의 대주주들이 자기주식(자사주)을 활용해 지배력을 편법으로 강화하는 통로가 막힐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기업의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 배정 금지를 추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의 관심이 쏠린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방안은 결국 제외돼 ‘반쪽짜리 대책’이란 지적도 나온다.● ‘자사주 마법’ 사라진다 금융위는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상장법인 자사주 제도 개선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을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자사주 제도가 선진국과 달리 대주주 지배력 확대 등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많다”며 “기업 인적분할 과정에서 일반 주주의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사주란 회사가 발행한 주식을 다시 취득해 보관 중인 주식을 뜻한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자사주 취득 후 소각’이 주주 환원책으로 대두되면서 국내에서도 1992년부터 상장사를 중심으로 자사주 취득을 단계적으로 허용해 왔다. 하지만 기업들이 대주주 지배력 확대, 경영권 방어 등을 위해 자사주를 취득한 사례가 끊이지 않았다. 정부가 이 제도를 도입한 당초 취지에 역행하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최근 10년간 한국의 주주환원율은 연평균 29%로 중국(31%)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금융위는 기업의 지주회사 전환 시 인적분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자사주 마법’이 발생해 온 점을 지적했다. 인적분할로 지주사와 사업 회사로 쪼개지면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가 분할 비율만큼 지주사로 넘어가고, 동시에 지주사가 보유한 자사주는 사업 회사의 신주(새로 발행되는 주식)로 전환된다. 의결권, 배당권 등의 주주권이 없는 자사주에 신주를 배정하면서 대주주가 별도의 출연 없이 사업 회사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인적분할에 대한 법령, 판례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 대주주들은 계속해서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자사주를 활용해 왔다. 한 회계법인 고위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 CJ, LG, GS, OCI 등 굵직한 대기업의 오너들은 지주회사, 계열사 지배력을 키우기 위해 ‘자사주 카드’를 써 왔던 게 사실”이라며 “정부가 진작에 막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앞으로 상장사의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 배정을 금지하기로 했다. 인적분할 과정에서 일반 주주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또 상장사의 자사주 취득, 보유, 처분 등에 대한 공시가 의무화된다. 기업의 자사주 처리 계획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반영한 조치다. ●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빠져 일각에서는 이날 발표에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제외된 점을 우려하기도 한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까지 마쳐야 주주 가치가 높아진다고 볼 수 있는데, 의견 수렴 과정에서 기업이 난색을 표해 관련 내용이 아예 빠졌기 때문이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마다 자사주를 남용하는 방식이 다양해 소각 의무화가 필요하다”며 “국내에서 자사주 소각을 기업의 자율로 맡기고 성공한 사례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재계 안팎에선 자사주 외엔 사실상 경영권 방어 수단이 없다는 점을 들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우용 한국상장사협의회 부회장은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에서는 경영권 보호 수단이 사실상 자사주 하나밖에 없는데, 기업들이 적법한 수단을 이용해 경영권을 방어하는 것에 대해 이를 ‘악용’한다고 보는 것은 시각 자체가 잘못됐다”며 “‘자사주 마법’은 지배구조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지 자사주만의 문제로 봐선 안 된다”고 말했다.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삼성카드는 에버랜드 통합 멤버십 프로그램인 ‘솜사탕’의 단독 제휴 카드 ‘에버랜드 삼성카드’를 출시했다고 30일 밝혔다. ‘솜사탕’은 에버랜드, 캐리비안베이, 에버랜드 숙박 시설 홈브리지 등 에버랜드 리조트에서 이용한 금액의 일부를 ‘솜’ 포인트로 적립받을 수 있는 에버랜드 통합 멤버십 프로그램이다. 100솜은 100원 가치로 에버랜드 리조트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현금처럼 이용할 수 있다. 에버랜드 삼성카드 발급 시 이용 금액에 따라 멤버십 프로그램의 3번째 등급인 ‘꿈빛 솜사탕’ 등급 혜택이 부여된다. ‘꿈빛 솜사탕’ 회원에게는 에버랜드 리조트 내 구매 금액의 3∼6% 적립 혜택과 주차 할인권, 할인 쿠폰 등이 주어진다. 또 에버랜드 50%, 캐리비안베이 30% 이용 할인권이 월 1회, 연간 최대 5회까지 제공되며 에버랜드 리조트에서 결제한 금액의 3%를 월 최대 5만 솜까지 적립받을 수 있다. 에버랜드 리조트 바깥 생활 영역에서도 에버랜드 삼성카드를 사용하면 다양한 적립 혜택이 주어진다. 국내 가맹점 이용 금액은 0.5%, 해외 가맹점 및 해외 직접 구매 이용 금액은 1.5%의 솜 적립을 전월 실적 및 적립 한도 제한 없이 받을 수 있다. 온라인 간편결제,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이동통신·인터넷 등 생활 필수 영역에서는 4.5%의 솜 추가 적립을 월 최대 5000솜까지 제공한다. 디지털 콘텐츠 이용 금액의 50%를 솜으로 추가 적립해주며 월 최대 5000솜까지 받을 수 있다. 생활영역 추가 적립은 통합 월 최대 2만 솜까지 받을 수 있다. 에버랜드 삼성카드 연회비는 국내 전용과 해외 겸용 모두 2만 원이다. 에버랜드 솜사탕 멤버십 가입 후 발급 가능하며 삼성카드와 에버랜드 홈페이지 또는 모바일 앱에서 신청할 수 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에버랜드와 협업으로 멤버십 고객을 위한 차별화된 혜택을 카드에 담았다”며 “판다 굿즈 행사 등 앞으로 다양한 혜택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삼성증권은 초고액자산가들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패밀리오피스 전담 지점인 ‘SNI 패밀리오피스센터 지점’을 정식 개점한다고 30일 밝혔다. 삼성증권은 2010년 업계 최초로 초고액자산가 전담 브랜드인 ‘SNI’를 도입해 초부유층 자산관리 시장을 주도해 왔다. 2022년 초 ‘뉴리치(신흥 부자)’ 전담 센터인 ‘SNI 센터’를 처음 도입했고 이번 SNI 패밀리오피스센터 지점 오픈으로 전통 부유층과 신흥부유층, 패밀리오피스 고객까지 아우르는 유일한 슈퍼리치 자산관리 조직을 갖추게 됐다. 삼성증권은 2개 지점에 슈퍼리치 자산관리 평균 경력 13.7년의 프라이빗뱅커(PB) 인력을 배치할 계획이다. 삼성증권은 초고액자산가 고객 중 1000억 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고객을 대상으로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달 기준 80개 가문이 예탁한 자산은 총 20조 원에 달한다. 이는 국내 주요 공제회급 자산 규모로 가문별 평균 예탁 자산은 2500억 원에 이른다. 삼성증권은 SNI 패밀리오피스센터 지점만의 전용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예컨대 소규모 투자자들만 참여하는 ‘클럽 딜’, 삼성증권의 자기자본투자와 함께 투자하는 공동투자 기회 등 기존의 개인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기관투자가급 상품들을 제공한다. 삼성증권은 또 가문별 전담 위원회를 구성해 서비스 차별화에 나선다. 세무, 부동산, 금융상품 등 고객의 관심 분야에 대해 총 60명의 삼성증권 본사 전문 인력을 전담 위원회 위원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전담 위원회는 자산관리뿐만 아니라 상속, 유언장 작성, 부의 이전 등 비재무적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지난해 말 기준 패밀리오피스 고객들은 삼성증권의 패밀리오피스 전용 상품과 전담 위원회를 가장 만족도 높은 서비스로 꼽은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삼성증권은 패밀리오피스센터 지점을 전담 지원하는 ‘패밀리 오피서’를 임명해 패밀리오피스 사업 전략 수립과 서비스 고도화를 진행할 계획이다. 삼성증권 WM부문장 박경희 부사장은 “삼성증권은 국내에서 초고액자산가 자산관리서비스를 선도해 왔다. 전담 센터 오픈을 시작으로 국내 패밀리오피스 고객들도 글로벌 선진 멀티패밀리오피스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글로벌 투자 서비스와 비재무적 서비스를 고도화해 나가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지난해 기업들의 어음부도율이 200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와 그에 따른 내수 침체로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악화된 탓으로 풀이된다. 28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어음부도율은 0.23%로 집계됐다. 전년(0.10%)보다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으로, 2001년(0.38%) 이후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어음부도율은 기업 자기앞수표와 당좌수표, 약속어음 등 어음교환소에 회부된 전체 어음·수표 중 부도 처리된 금액의 비율을 뜻한다. 2019년(0.08%), 2020년(0.06%), 2021년(0.07%) 등 3년간 0.10%를 밑돌던 어음부도율이 2022년부터 급격히 오르기 시작한 데는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내수 침체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 침체로 매출이 부진하니까 어음 대금을 기한 내 지급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의 기업대출 연체율 또한 지난해 11월 말 기준 0.6%로, 2021년과 2022년 연간 각각 0.3%였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로 뛰었다. 다만 한은은 지난해 어음부도율 급등은 ‘기술적 요인’에 따른 것일 뿐 기업 자금사정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를 대상으로 회사채 발행을 지원하는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이 지난해 대거 만기를 맞아 정상 차환됐지만 그 과정에서 만기일과 차환일이 일치하지 않는 등의 ‘기술적 부도’가 늘면서 어음부도율이 상승한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한은은 “P-CBO 관련 기술적 요인을 제외할 경우 지난해 어음부도율은 0.14%로 예년(2010∼2019년 평균 0.14%)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지난해 한국 경제는 내수와 수출이 동반 부진한 가운데 1.4% 성장하는 데 그쳤다. 오일쇼크나 금융위기, 글로벌 팬데믹 같은 초대형 외생 변수가 없었는데도 성장률이 2% 아래로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경제성장률은 1.4%로 집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첫해인 2020년(―0.7%) 이후 3년 만에 최저치다. 2022년(2.6%)에 비해서는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뚜렷한 대형 악재가 없는 상황에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2.0%)에도 못 미치는 1%대에 그치면서 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한국 경제는 1960년대 경제개발이 본격화한 이후 2차 오일쇼크 때인 1980년(―1.6%),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그리고 코로나19 당시인 2020년을 제외하고는 항상 2%가 넘는 성장률을 이어 왔다.작년 소비 1.8% 증가 그쳐… “한국경제, 저성장 고착화” 우려 작년 경제성장률 1.4% 中경기침체-부동산 PF 위기 영향“올해 잠재성장률 0%대” 관측도 지난해 한국 경제는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민간과 정부 소비 증가율 모두 1%대로 곤두박질쳤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수출마저 중국 경기 둔화로 발목이 잡혔다. 올해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대내외 위기가 도사리고 있어 2년 연속 1%대 성장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 소비 증가율은 1.8%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직전 해인 2022년(4.1%)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해 정부 소비는 전년 대비 1.3% 늘어난 데 그치면서 2000년(0.7%) 이후 23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수출 회복이 더뎠던 것도 지난해 부진한 경제 성적표를 받은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로 수출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예기치 못했던 중국의 부동산발 경기 침체와 소비 부진의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10∼12월)에서야 회복 조짐을 보였다. 지난해 수출 증가율은 2.8%였는데, 2021년 11.1%로 반등한 이후 2022년(3.5%)을 거쳐 계속 감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 한파가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회복이 예상되지만 경제 회복의 온기가 내수 등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기로에 선 한국 경제가 반등하지 못한 채 장기 저성장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저성장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가 올 상반기(1∼6월) 경기 부양책을 쓰겠다고 했지만, 부동산 PF나 중국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내수 부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일반적으로 연구기관들은 잠재성장률이 1%대 혹은 0%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하고 있다”며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 구조적 변화, 세계공급망 재편, 기후 변화 위기 등이 잠재성장률을 짓누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한은은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022년(3만2886달러)보다 소폭 늘어난 3만3000달러 중반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연초부터 한국 증시가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업황이 좋지 않은 2차전지와 부동산 관련주들이 줄줄이 52주 신저가를 쓰고 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이날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장 중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종목 수는 156개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종목 수(55개)와 비교하면 약 3배 많은 수준이다. 특히 2차전지 대형주들 가운데 52주 신저가가 대거 발생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3위인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장 중 4.60% 하락한 36만30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로 내려앉았다. 시총 11위 LG화학(23일·38만3500원), 13위 삼성SDI(25일·34만5000원)도 52주 신저가를 피하지 못했다. 2차전지주는 관련 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 악화, 전기차 수요 둔화, 배터리 원재료 가격 하락 등이 주가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태영건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계기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기가 건설업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건설주 주가도 고꾸라졌다. 동부건설(19일·5200원), 신세계건설(25일·1만200원), 현대건설(25일·3만1200원) 등을 비롯해 남광토건, 일성건설 등이 연초 이후 52주 신저가를 갈아 치웠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프랑스 명품주들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던 이른바 ‘불(佛)개미’들의 투심이 한풀 꺾인 것으로 드러났다. 2021년 순매수 1·2위를 차지했던 에르메스와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는 2022∼2023년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으로 뒤바뀌었다. 국내 불개미 규모도 2년 새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고금리·고물가 속 글로벌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 여파가 명품 기업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진 탓이다. 24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프랑스 주식을 매수한 국내 투자자는 1만3451명으로 전년(2만1781명)보다 약 38.3% 줄었다. 2021년(4만2494명)에 비해서는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삼성증권은 국내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프랑스 주식 온라인 매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21년만 해도 명품 시장이 코로나19 보복소비 특수 효과를 누리면서 프랑스 명품주에 대한 투자 열기가 뜨거웠다. 같은 해 프랑스 대표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는 국내 투자자들이 476억2600만 원어치를 사들이면서 순매수 1위에 올랐다. 디올과 루이뷔통 등을 거느린 세계 최대 명품기업 LVMH가 순매수액 346억9200만 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유로넥스트(파리 암스테르담 브뤼셀 증시의 합병증시)에 따르면 2021년 연간 에르메스와 LVMH의 주가는 각각 73.7%, 42.0% 폭등했다. 하지만 이듬해 상황은 반전됐다. 과도한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프랑스 명품주는 조정을 받기 시작했고, 그해 3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 긴축 정책으로 전환하면서 명품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2021년 11월 19일 종가 기준 1675.50유로까지 치솟았던 에르메스는 2022년 5월 19일 약 반년 사이 37.0% 폭락한 1055.00으로 추락했다. 이에 국내 투자자들도 부랴부랴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투자자들은 2022년 에르메스와 LVMH를 각각 89억2900만 원, 87억5300만 원 상당 팔아치우면서 두 종목은 나란히 순매도 상위 1·2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매도세는 지난해에도 이어져 에르메스(―86억7600만 원)와 LVMH(―77억300만 원)가 순매도 1·2위 자리를 지켰다. 중국 등 글로벌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주요 명품 브랜드들의 실적 부진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명품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살아날지는 미지수다. 에르메스의 지난해 3분기(7∼9월) 매출 성장률은 15.6%로 전 분기(27.5%) 대비 둔화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LVMH의 지난해 3분기 매출은 전 분기보다 17.0% 감소한 199억6400만 유로로 집계돼 지난해 분기 실적으로는 처음 200억 유로를 밑돌았다. 김정연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금리가 인하 기조에 들어선다고 하지만 여전히 소비 침체와 경기 불황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며 “명품 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더 안 좋아질 수 있기 때문에 주가는 한 번 더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미국 증시가 새해 벽두부터 인공지능(AI) 등 혁신기술로 무장한 대형 빅테크 기업 주도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당초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꺾이고 중동 등에서 지정학적 위기가 확산되면서 세계 경제는 큰 악재를 맞았지만, 미국 증시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있다. 22일(현지 시간)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일보다 0.36% 오른 38,001.81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38,000 선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0.22% 상승한 4,850.43에 거래를 마치면서 전날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를 하루 만에 갈아치웠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0.32% 오른 15,360.29에 장을 마쳤다. 최근 미국 증시 상승의 배경에는 일명 ‘매그니피센트 7(Magnificent 7·M7)’이라 불리는 대형 기술주 7인방이 있다. 애플·알파벳(구글 모회사)·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테슬라 등 M7은 테슬라를 제외하고 모든 종목이 새해 들어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AI 반도체 최고 수혜주인 엔비디아는 장 중 주당 600달러를 넘어서는 등 올해 들어서만 23.9% 넘게 상승했다. 일본 증시도 초저금리와 미중 갈등 반사 효과 등에 힘입어 1989년 거품 경제 시절 이후 연일 최고치를 쓰고 있다. 반면 중국 증시는 경기침체의 여파로 올 들어 7%가량 급락했고 한국 코스피도 비슷한 폭으로 하락 중이다.M7(매그니피센트7)1960년대 서부영화 ‘황야의 7인’의 제목이었지만 최근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테슬라, 메타 등 미국 대형 기술주 7개를 통칭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AI 날개 단 미국 증시, 금리인하 지연 악재에도 ‘쾌속 질주’ 대형 기술주 ‘M7’ 앞세워 상승엔비디아, 올 들어서만 23.9% 뛰어… MS-애플 신기술 경쟁, 시총1위 다툼‘M7’ 낙관론, 중동전쟁 비관론 제압… 예상밖 상승랠리, 투자신중 의견도 미국의 대형 기술주들이 앞다퉈 인공지능(AI) 등 혁신 기술을 적용한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미 증시가 연초부터 탄력을 받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가 지연되고, ‘홍해 물류대란’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는 대내외 악재 속에서도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Magnificent 7·M7)’은 첨단 기술에 올라타 쾌속 질주를 하는 모양새다.● 첨단 기술 경쟁이 이끈 美 증시 호황 22일(현지 시간)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AI 대장주 엔비디아 주가는 전일 대비 0.27% 오른 596.5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주당 600달러를 넘기도 했지만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다소 주춤했다. 지난해 주당 400달러를 넘어섰을 때만 해도 거품론이 있었지만 AI 반도체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엔비디아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솟구치고 있다. 엔비디아는 전 세계 AI 반도체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는 독점회사로 AI 반도체 가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 ‘H100’은 개당 4만 달러가 넘는 가격이지만 없어서 못 파는 수준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AI 반도체 수요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엔비디아는 올해 2분기(4∼6월)부터 중국 수출용 반도체 생산을 예고했다. 엔비디아는 차세대 AI 칩인 ‘B100’ 출시도 앞두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은 신기술 경쟁을 통해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다투고 있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는 10일(현지 시간) 오픈AI를 통해 ‘GPT스토어’를 출시했다. GPT스토어는 애플 앱스토어처럼 생성형 AI 모델인 챗GTP를 기반으로 개발한 맞춤형 애플리케이션을 거래할 수 있는 장터다. 향후 챗GPT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포석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GPT스토어 출시 후 12일 시총 2조8870억 달러를 달성해 2021년 11월 애플에 내줬던 시총 1위 자리를 2년 2개월 만에 되찾았다. 그러자 애플은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를 내놓으면서 반격에 돌입했다. 비전 프로는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을 혼합해서 보여주는 휴대기기로, ‘제2의 아이폰’이 될 것으로 애플은 기대하고 있다. 최근 비전 프로의 주문량이 예상치를 웃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22일 애플 주가는 전날 대비 1.22% 오르면서 이날 0.54% 하락한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시총 1위 자리에 복귀했다.● “M7 낙관론이 시장 비관론 이겼다” 뉴욕 증시는 최근 미국의 긴축 장기화 우려 등 악재가 쌓이는 와중에도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 증시 상승에 대해 기술주의 실적 성장에 대한 낙관론과 ‘상승장에서 나만 낙오될지 모른다’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현상이 고금리 장기화나 중동 전쟁의 확산 위험 등을 중심으로 형성된 비관론을 이겼다고 분석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사그라들었지만 미국 정부의 투자 확대와 AI 등 기술 혁신이 미 증시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글로벌주식팀장은 “지난해엔 기술 혁신에 주목했다면 올해엔 수익 현실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실적이 상승할 경우 주가에 대한 고평가 부담을 덜 수 있어 추가 상승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예상을 뛰어넘는 상승 랠리의 종착역이 머지않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번 주부터 실적 발표가 시작되는 만큼 지난해 실적 및 올해 실적 예상치가 시장 전망보다 부진할 경우 단기 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국 증시의 주요 종목들의 주가를 고려하면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도는 실적 발표가 필요할 것”이라며 “예상치에 부합하는 수준으로도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미국발(發) 기술주 훈풍에도 한국 증시는 연초부터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는 모양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시들해지고 중국 경기 침체의 여파로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된 영향이 크다. 정부가 최근 들어 공매도 전면 금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추진 등 증시 부양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지만 증시가 힘을 내지 못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도 여전하다. 23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58% 오른 2,478.61로 마감했다. 전날 하락세를 하루 만에 만회했지만 연초 이후 이어진 증시 약세를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다. 지난해 증시를 2,655.28에 마감했던 코스피는 종가 기준 이달 4일 2,600 선, 16일에는 2,500 선이 무너지면서 연일 보합권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올 들어서는 6.7% 하락했다. 최근 국내 증시가 부침을 겪는 건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후퇴한 탓이 크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지난주 81%에 달했던 연준의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40%대로 내려앉았다. 여기에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악화된 실적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증시를 띄우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취약한 기업 지배구조와 미흡한 주주 환원 등 본질적인 저평가 요인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여러 악재 가운데서도 중국의 경기 침체가 국내 주식시장에 가장 큰 충격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5.2%)보다 낮은 4%대로 예상되는 가운데 소비자물가지수(CPI)도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같은 업종임에도 미국과 한국 반도체주의 주가 상승 폭 차이가 현저한 것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의존도가 꽤 높은 동시에 중국 외 국가로의 반도체 수출과 비교하면 대(對)중 부문이 훨씬 부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홍콩 증시가 급락하면서 관련 상장지수증권(ETN) 조기 청산 우려가 현실화됐다. 홍콩 H지수가 연초 이후 13% 넘게 급락하며 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원금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가운데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국내 ETN도 결국 상장 폐지를 맞게 됐다. 22일 장중 5,000 선이 붕괴된 홍콩 H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44% 급락한 5,001.95로 마감했다. 이날 H지수는 2022년 10월 31일(4,919.03) 이후 가장 낮은 4,943.24까지 떨어졌다. 이 여파로 삼성증권이 발행한 ‘삼성 레버리지 항셍테크 ETN(H)’은 이날 오후 3시 55분부터 매매 거래가 정지돼 24일부터 상장 폐지 절차에 돌입한다. 해당 ETN의 본래 만기일은 7월 19일이지만 이날 정규장 종료 시점 지표가치가 988.05원으로 떨어지면서 조기 청산 사유가 발생했다. 한국거래소는 ETN의 실시간 지표가치가 전 거래일 대비 80% 이상 하락하거나 1000원 미만인 경우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조기 청산 조치를 취한다. 삼성 레버리지 항셍테크 ETN(H)은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술 관련 상위 30개 종목으로 산출된 항셍테크 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이날 항셍테크 지수가 전장 대비 3.10% 폭락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홍콩 H지수를 2배 추종하는 ‘삼성 레버리지 HSCEI ETN(H)’도 조기 청산 위기에 처했다. 이 ETN의 지표가치는 이날 1701원까지 떨어졌다. 일주일 새 15.7% 하락한 것이다. 삼성증권은 17일부터 4거래일 연속 조기 청산 사유 발생 가능성에 따른 투자유의를 공시했다. 홍콩 H지수가 연초 이후 13.29% 급락하면서 관련 ELS의 손실 공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7일 만기였던 미래에셋증권의 H지수 ELS 손실률은 56.05%로 확정됐다. 앞서 10일 만기를 맞은 키움증권의 H지수 ELS 손실률(51.72%)보다 더 높아졌다. 특히 현재 추세대로 손실률이 60% 수준으로 오를 경우 5대 시중은행에서 판매한 홍콩 H지수 관련 ELS의 원금 손실 규모가 올 상반기(1∼6월)에만 6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5일 기준 H지수 ELS 총 판매 잔액은 19조3000억 원이다. 올해 15조4000억 원(79.6%)의 만기가 돌아오는데 1분기(1∼3월·3조9000억 원), 2분기(4∼6월·6조3000억 원)에 만기가 집중돼 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지난해 혹독한 한파를 겪은 반도체 시장에 훈풍이 불어오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호실적을 발표하면서 간밤에 미국 뉴욕 증시에서는 반도체 관련주들의 주가가 폭등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바닥을 지난 반도체 경기가 올해 본격적인 반등을 시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8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TSMC는 전 거래일보다 9.79% 치솟은 113.0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선두주자인 엔비디아는 16일(현지 시간) 3.06% 올라 사상 최고치를 찍은 데 이어 이날 1.88% 상승한 571.07달러에 마감해 또다시 기록을 경신했다. ‘제2의 엔비디아’라 불리는 반도체 제조업체 AMD는 1.56% 뛰었다. 반도체 훈풍은 국내에서도 이어졌다. 19일 삼성전자는 4.18% 급등한 7만4700원, SK하이닉스는 3.74% 오른 14만13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반도체주들의 상승 랠리를 이끈 건 TSMC의 ‘어닝 서프라이즈’ 효과인 것으로 풀이된다. TSMC의 지난해 4분기(10∼12월) 매출은 6255억3000만 대만달러로 시장 예상치(6183억1000만 대만달러)를 웃돌았다. 순이익(2387억1000만 대만달러) 역시 예상치를 넘겼다. 매출과 순이익 모두 전 분기보다 각각 14.4%, 13.1% 올랐다. 특히 TSMC는 올해 실적 개선과 더불어 반도체 업계 전반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웨이저자(魏哲家) TSMC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실적 발표회에서 “올해는 강력한 AI 수요가 뒷받침되면서 견고한 성장의 해가 될 것”이라며 “세계 반도체 시장이 깊은 수렁에서 벗어나 TSMC 연간 매출 증가율은 최대 25%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AI 반도체 시장 규모가 지난해보다 25.6% 성장한 671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 업체들의 감산이 계속되며 메모리 반도체 가격도 반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1분기(1∼3월) D램 가격이 전 분기 대비 13∼18%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공급업체들이 메모리 반도체 증산을 서두르지 않는 상황에서 수급 긴장이 지속돼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대 40%대까지 추락하며 15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걷던 한국의 반도체 수출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 11월 1년 전보다 10.8% 늘어 2022년 8월 이후 처음 플러스(+)로 돌아섰다. 12월에는 19.1%, 1월 1∼10일에는 25.6% 뛰는 등 증가 폭도 점점 커지고 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새해 들어 깊은 침체에 빠진 코스피가 17일에도 2.5% 가까이 급락했다. 외국인투자가들의 거센 매도세에 원-달러 환율은 12원 넘게 급등(원화 가치는 급락)하면서 약 두 달 반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2.47%(61.69포인트) 내린 2,435.90으로 마감했다. 지난해 10월 26일(―2.71%) 이후 낙폭이 가장 컸다. 코스닥지수도 2.55% 떨어진 833.05로 거래를 마쳤다. 마침 윤석열 대통령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를 찾았지만 이날 거래소 1층 전광판에는 주가 하락을 가리키는 파란색 화살표가 대부분이었다. 윤 대통령은 앞서 2일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증시 개장식에 참석했지만 코스피는 연초 이후 8.3% 폭락했다. 새해 들어 시가총액만 148조 원 넘게 증발했다. 한국 주식시장은 연초부터 ‘삼중 악재’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 약화, 국내 시가총액 상위주들의 실적 부진, 북한 도발과 중동 확전 등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외국인투자가들의 위험 회피 심리가 강화되면서 이들이 국내 증시에서 발을 빼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9055억 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우며 4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이어갔다. 외국인이 대거 주식을 팔아 달러로 환전하면서 원-달러 환율도 크게 치솟았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4원 오른 1344.2원으로 마감했다. 환율은 올해 들어서만 56.2원 급등했다. 일각에서는 2022년 11월 미 연준의 긴축 장기화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었던 ‘킹 달러’ 현상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美 금리인하 기대감 시들, 대기업 실적 부진-北도발… 증시 연초부터 ‘삼중악재’ 코스피 2.47% 급락지난해 11∼12월 국내 증시를 과도하게 끌어올렸던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은 최근 들어 시들해지고 있다. 연준의 대표적인 ‘매파’(통화 긴축 선호) 인사로 분류되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16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내리기 시작해야 할 시점은 맞지만 그것은 질서정연하고 신중하게 단행돼야 한다”며 “이번에는 급하게 내릴 이유가 없다”고 말해 시장에 또 한 번 실망감을 안겼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 연말까지 미국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장이 강하게 달려왔던 것인데, 연준 인사들의 발언들이 올해 6번 금리 인하가 과하다는 신호를 주면서 시장이 급격하게 조정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이날 중국에선 작년 12월 신규 주택 가격이 전달보다 0.45% 하락한 것으로 집계되며 중국 부동산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됐다. 국내 대기업의 실적 부진 역시 증시 하방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날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에는 모두 파란불이 켜졌다. 삼성전자는 이날 2.20% 내린 7만1000원에 마감했다. 실적을 공개한 9일 이후로는 7.19% 빠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5% 줄어든 2조80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를 43% 밑돈 LG에너지솔루션은 2.62%, LG화학은 5.44% 급락했다. 전 세계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도 위축되고 있다.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한반도 전쟁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외국인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고, 미국 등 서방국과 예멘 시아파 반군 ‘후티’ 간 긴장, 대만 총통 선거 관련 미중 갈등 우려도 상존한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워낙 여러 가지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향후 증시는 하락도, 상승도 제한되는 박스권 안에서 변동성이 이어지는 양상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연초부터 국내 증시에 한파가 불어닥치고 있지만 일본과 인도 증시에는 역대급 훈풍이 불고 있다. 각국 정부의 통화 정책, 현지 기업들의 호실적 등에 힘입어 주가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자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자금도 해외로 분산되는 모습이다. 16일 일본 도쿄 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0.79% 내린 3만5619엔에 마감했다. 전날까지 6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던 닛케이평균주가는 단기 과열로 인한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전날엔 장중 한때 3만6000엔을 넘으면서 ‘거품(버블) 경제’ 시절인 1990년 2월 이후 33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인도 증시의 랠리도 거세다. 지난해 연간 약 19.4% 오른 인도 증시 대표 지수 니프티50은 15일 22,097에 마감해 처음으로 22,000 선을 뚫었다. 인도의 30대 주요 기업들이 속한 센섹스 지수(Sensex index) 역시 이날 최초로 73,000대를 넘어섰다. CNN에 따르면 인도증권거래소(NSE) 증시 시가총액은 총 3조9890억 달러로 홍콩(3조980억 달러)을 제치고 미국과 중국, 일본에 이어 세계 4위에 올랐다. 이 국가들의 증시가 기록적인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데는 기업들의 견고한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게 주된 평가다. 특히 일본 수출 기업들의 경우 일본은행(BOJ)의 통화 완화 정책으로 인한 엔저 효과 덕을 톡톡히 본 것으로 풀이된다. 도요타자동차의 연간 순이익은 역대 최대였던 2022년을 뛰어넘어 4조 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로이터통신은 “인도 증시는 위프로와 HCL테크 등 주요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기록적인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고 전했다. 일본과 인도 증시가 이례적으로 고공 행진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매수세도 몰리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일본 주식 시장에 투자한 이른바 ‘일학 개미’들의 매수 금액은 22억6650만 달러로 전년(9억1050만 달러)보다 약 150% 증가했다. 또 이달 들어 15일까지 보름 동안 매수한 금액(1억2120만 달러)은 지난해 1분기(1∼3월) 매수액(2억1260만 달러)의 57%에 달한다. 인도 관련 주식형 펀드에도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6일 기준 지난 6개월간 인도펀드 설정액은 1878억 원 증가해 일본(55억 원), 중국(―1377억 원)과 비교해 자금 유입이 월등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돌입했지만 건설·부동산 업종의 악화된 건전성은 여전히 위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대출액은 2년 새 20% 넘게 증가했고, 밀린 빚은 매서운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15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7∼9월) 전체 금융권의 건설·부동산업 대출 잔액은 608조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580조8000억 원) 대비 4.8%, 2년 전(497조6000억 원)보다는 22.3% 늘어난 것으로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이 중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조합, 보험회사 및 여신전문금융회사 등을 포함한 비은행의 부동산업 기업대출 증가율이 2년 새 약 25%에 달해 가장 높았다. 특히 연체율 등 대출 건전성 지표가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금융권의 건설·부동산업 대출 연체율은 1년 새 약 3배로 치솟았다. 건설업의 경우 지난해 3분기 은행권과 비은행권의 대출 연체율이 각각 0.58%, 5.51%로 1년 전에 비해 각각 2.1배, 3.1배로 올랐다. 부동산업은 비은행권의 대출 연체율이 3.99%로 2022년 3분기(1.55%) 대비 2.6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비은행권의 대출 연체율은 건설업과 부동산업 모두에서 통계 작성 이래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3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2022년 3분기 2.20%였던 저축은행의 건설업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2년 만에 3.3배 수준인 7.34%로 올랐다. 2017년 1분기(8.42%) 이후 최고치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부실 지표 악화 속도대로라면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축은행 사태 때보다 연체율 수준 자체는 낮지만 증가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옥석 가리기’를 통해 연체율을 떨어뜨리는 일이 급선무”라고 말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