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형

신아형 기자

동아일보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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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없이 보고 듣겠습니다. 진실 앞에 겸손한 자세로 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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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6~2024-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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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車 시속 24km 넘으면 폰 사용차단 앱 나와… “韓도 도입 논의를”

    “아빠 위험하니 스마트폰 그만 보세요.” 운전 중 휴대전화를 5초 이상 사용하면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미리 녹음해둔 가족들의 목소리다. 운전자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안전 운전에 위협이 되는 휴대전화 사용을 멈춘다. 이는 미국 제너럴모터스가 개발한 ‘콜미아웃’ 애플리케이션(앱) 사용 장면이다. 미국 등 교통선진국은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이 ‘음주운전’에 비견될 정도로 위험한 행위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또 이를 막기 위해 단속과 범칙금 부과를 넘어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콜미아웃’처럼 운전자의 감성을 자극해 휴대전화 사용을 자제시키는 서비스도 있지만 주행 중 휴대전화 사용을 원천적으로 막는 기술도 있다. 테슬라 출신 기술자들이 설립한 드라이브모드가 만든 ‘대시’라는 앱이 대표적이다. 이 앱을 사용하면 시속 24km 이상 주행할 경우 자동차 안에서 전화 통화와 문자 수신, 알람이 자동 차단된다. 강수철 도로교통공단 경영본부장은 “운전 중 휴대전화 조작은 습관이기 때문에 앱 등의 기술을 통해서라도 강제로 막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음주운전만큼 위험한 휴대전화 사용실제로 일부 연구에 따르면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은 음주운전만큼 더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시속 40km로 운전하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운전자의 경우 돌발 상황에서 정지 거리가 45.2m였다. 혈중알코올농도 0.05%인 음주운전자(18.6m)의 2.4배에 달한다. 이 연구소 관계자는 “도로를 시속 60km로 달리는 운전자가 문자메시지 확인을 위해 2초 동안 전방 주시를 안 할 경우 약 35m를 눈 감고 달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미 유타대 연구팀의 연구에서도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할 경우 사고 확률이 5.4배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카네기멜런대 연구소는 핸즈프리 상태로 휴대전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운전과 관련된 뇌 활동의 양이 37% 감소한다고 밝혔다. 전방 주시 등 운전에 쏟아야 할 집중력이 휴대전화로 분산되기 때문이다.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사고도 계속 늘고 있다. 미국 교통안전국에 따르면 2019년 미국 내 교통사고 중 약 10%가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것이었다. 한국에선 2018∼2022년 5년 동안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으로 총 3716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79명이 사망하고, 5873명이 다쳤다. 그럼에도 운전 중 스마트기기 사용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최근 30일 동안 운전 중 스마트기기를 사용했다는 답변이 2018년 28.7%에서 지난해 41.8%까지 늘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조사에서는 운전자가 이를 숨기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 휴대전화로 인한 교통사고 수는 통계로 나타난 수치보다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휴대전화 차단 기술 있지만 상용화 안 돼 국내에서도 최근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이 위험하다는 것에 대해선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또 휴대전화 사용을 차단하는 앱을 개발할 기술력도 충분하다. 하지만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카카오, 네이버 등 국내 ICT 기업들은 관련 서비스 개발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네덜란드에서 운전 중 전화나 문자메시지가 오면 ‘지금은 운전 중’이란 메시지를 자동으로 보내는 ‘인 트래픽 리플라이’ 앱을 출시했지만 강제로 휴대전화 사용을 막진 않았다. 한 ICT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할 경우 운전자가 느끼는 불편이 상당한데 얼마나 많은 운전자가 자발적으로 앱을 설치하고 서비스를 이용할지 미지수”라며 “강제 규정 없이는 실효성을 거두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금이라도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차단 기술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은 불법이지만 상당수가 이를 알면서도 스마트폰에서 손을 떼지 못할 정도로 중독성이 크고, 이로 인한 교통사고도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범칙금 6만 원을 부과하는 정도로는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을 막기 어렵다”며 “단속을 강화하는 동시에 휴대전화 차단 앱 등 기술을 활용해 강제로 사용을 막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논의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美선 운전중 폰 들기만 해도 최소 35만원… 벌금 韓은 6만원 미국-일본-영국 등 처벌 강화 추세“한국, 범칙금 지나치게 낮은 수준”난해한 CCTV 분석 등 단속 애로에AI 적발 시스템 도입 필요성 제기 영국 출신의 세계적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은 2018년 11월 런던 중심가에서 자신의 벤틀리 차량을 운전하던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베컴에게는 6개월 면허 정지와 함께 750파운드(약 125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됐다. 영국 재판부는 “속도가 느렸다고 하지만 그건 변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교통 선진국들은 최근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추세다. 미국 오리건주는 2017년부터 운전 중 손으로 휴대전화를 들기만 해도 처벌하는 법을 시행 중이다. 교통 체증 등으로 차량이 잠시 정지한 상태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해도 처벌된다. 범칙금은 최소 260달러(약 35만 원)다. 스쿨존 등에선 최대 1000달러(약 134만 원)에 달한다. 미국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에 따르면 오리건주는 법 개정 후 후방 추돌 사고가 8.8% 줄었다. 일본은 2019년 관련 법을 개정하며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기존에는 ‘5만 엔(약 48만 원) 이하의 벌금’만 내면 됐지만 법 개정 이후에는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10만 엔(약 97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이들 국가와 비교하면 한국은 처벌은 관대한 편이다.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시 승합차는 7만 원, 승용차는 6만 원, 이륜차는 4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영국 호주 일본 등의 20% 미만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시 사고의 위험성이 크다는 걸 감안하면 범칙금이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며 “범칙금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차가 도로를 주행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단속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경우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서도 휴대전화 사용 여부를 명백하게 가리기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운전자가 ‘휴대전화를 쥐고만 있었다’고 항변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귀에 대고 통화를 하는 등 명백한 경우를 우선 단속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인공지능(AI)이 CCTV 영상을 분석해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을 자동 적발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국가도 나오고 있다. 조준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의 기술 수준을 고려할 때 AI 학습을 거치면 몇 주 내 자동 적발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다”며 “다만 사회적 합의를 통해 명확한 단속 기준이 마련돼야 AI 적발 시스템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 팀장 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한재희(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신아형(경제부) 윤다빈(국제부) 송유근 전혜진(사회부) 기자 특별취재팀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 2023-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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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리츠證, 이화그룹 회장 구속직전 이화전기 지분 전량 매도

    메리츠증권이 김영준 이화그룹 회장이 10일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되기 직전에 보유하고 있던 이화그룹 계열사 이화전기 지분을 모두 팔아치워 손실을 피해 간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10일 이화전기 주식 5848만2142주(32.22%)를 전량 처분했다고 같은 날 공시했다. 2021년 10월 이화전기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투자한 메리츠증권은 4월 20일 신주인수권을 행사한 뒤 취득한 주식을 이달 4∼10일에 걸쳐 나흘에 나눠 단가 830∼1082원에 장내 매도했다. 1년 6개월 만에 약 90억 원 이익을 남긴 것으로 추산된다. 공교롭게도 메리츠증권이 지분 매도를 끝낸 10일은 김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된 날이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이화전기 주식 거래를 정지했다. 이화그룹 계열사들이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받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는 만큼 만약 메리츠증권이 지분을 정리하지 않았다면 투자 자금이 꼼짝없이 묶여 버릴 수도 있었다. 반대로 메리츠증권이 매도한 물량을 산 투자자들은 이화전기 거래정지로 일정 기간 자금을 회수할 수 없어 발을 구르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 측은 실제 신주인수권을 행사한 시점은 지난달 20일이기 때문에 김 회장의 구속과 이화전기 매도 결정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행사 청구 후 주식을 받기까지 10영업일이 걸리기 때문에 실제 매도 결정을 내린 건 한참 전”이라면서 “이화전기가 2차전지 테마주로 엮이면서 주가가 폭등했고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팔려고 했던 것뿐”이라고 밝혔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2023-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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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장사 이익 반토막… 금융위기 이후 최악

    경기 둔화 영향으로 코스피 상장기업들의 1분기(1∼3월)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반 토막 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 상장사 이익이 50% 넘게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친 2009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일각에선 하반기에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 전망하지만 실적 반등을 장담할 수 없다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17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622개 기업의 1분기 연결기준 순이익은 18조8424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7.68%(25조6779억 원) 줄었다. 영업이익도 52.75% 감소한 25조1657억 원에 그쳤다. 다만 매출액은 697조3744억 원으로 5.69% 증가했다. 전체 매출의 9.14%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제외해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7.34%, 47.98% 줄었다. 622개사 중 적자기업이 전년 대비 19개사 늘어난 152개사로 전체의 24.4%에 달했다. 상장사 4곳 중 1곳은 ‘마이너스’ 상태란 얘기다. 업종별로는 17개 업종 가운데 기계(73.64% 증가), 비금속광물(25.98%), 운수장비(124.56%) 등 5개 업종을 제외한 나머지 12개 업종에서 모두 영업이익이 줄었다. 상장사들의 실적이 쪼그라든 데는 반도체 부진의 영향이 컸다. 올 1분기 코스피를 지탱하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95.5% 하락했고 SK하이닉스는 적자로 돌아섰다. 여기에 한국전력이 수조 원대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전의 1분기 영업적자는 6조1776억 원에 달했다.전 세계 경기 부진… 기업들 2분기까지 실적 악화 전망 상장사 이익 반토막수출 급증-환율 안정 기대 힘들어“4분기부터 실적 회복될 가능성”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반도체 한파 등에 따른 전례 없는 경기 침체에 국내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코스피는 물론 코스닥 상장사들도 정보기술(IT)과 제조업 동반 부진 여파로 수익성과 재무 안정성이 모두 악화됐다. 코스닥 상장사 1115곳의 연결 기준 1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조4902억 원, 2조495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2.2%, 26.3% 감소했다. 매출액은 7.5% 증가한 67조6036억 원을 기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전 세계 경기 부진 여파로 상장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2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수출이 급격히 늘어나거나 환율이 빠른 속도로 안정되는 등의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기대했던 ‘상저하고’ 전망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 달러화 약세에도 1300원대를 웃도는 원-달러 환율, 대중국 무역적자를 비롯한 수출 부진 등으로 기업 실적이 악화된 가운데 2분기 전망은 밝지 않다”면서 “미국의 통화 정책, 물가 상승 등의 대외 변수와 대중 수출 흐름 등의 내부 변수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따라 하반기 실적 개선 여부가 판가름 난다”고 분석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는 반도체 업황도 계속 위축되고, 수출도 마이너스를 이어갈 것으로 보여 실적이 좋아질 리 없고, 오히려 1분기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올해 말 또는 내년 1분기쯤 세계 경기가 바닥을 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바닥을 딛고 반등할 것’이란 기대심리 등의 영향으로 4분기 정도부터 기업 실적이 회복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2023-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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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증권사들 ‘빚투’ 이자장사, 키움증권 1분기 588억 벌어

    올해 1분기(1∼3월) 증권사들이 빚을 내 투자(빚투)한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거둔 이자 수익이 전 분기 대비 80억 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융자 이자율을 하향 조정했음에도 빚투 수요가 늘면서 ‘이자 장사’가 쏠쏠했던 셈으로 가장 큰 수익을 거둔 증권사는 키움증권이었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증권사 29곳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수익은 총 3581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10∼12월) 3502억 원에서 약 79억 원(2.25%) 증가한 규모다. 다만 1년 전(4296억 원)에 비해서는 약 16.64% 줄었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가 사전 약정에 따라 고객에게 주식매수 자금을 빌려주는 것을 뜻한다. 증권사는 지정된 이자율에 따라 수익을 얻는 구조로 한마디로 ‘대출 이자’와 유사하다. 증권사별로는 키움증권이 1분기 신용거래융자 이자로 588억 원을 벌어들여 29개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은 수익을 올렸고, 미래에셋증권이 554억 원으로 2위에 올랐다. 전 분기 대비 두 증권사의 신용융자거래 이자수익은 각각 6.84%, 5.45% 증가했다. 삼성증권(545억 원), NH투자증권(420억 원), 한국투자증권(316억 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앞서 2월 은행들이 예대금리 차로 역대급 실적을 올려 ‘성과급 잔치’를 벌여 논란이 일자 증권사들도 당시 10%대에 달했던 신용융자 이자율을 인하했지만 오히려 이자수익은 증가한 것이다. 고강도 통화 긴축에 한동안 얼어붙었던 투자 심리가 연초 이후 주식시장이 반등하면서 되살아나 빚투 거래도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투협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월 약 16조1000억 원에서 2월 17조8000억 원, 3월 18조7000억 원, 지난달 19조5000억 원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다만 이자수익 증가에도 증권사들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처지다. 지난달 24일 무더기 주가 폭락 사태에 따른 미수채권 물량으로 증권사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신용융자 이자수익이 많은 증권사일수록 이번 폭락사태로 인한 미수금 규모가 클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차액결제거래(CFD)를 제공하지 않았더라도, 이번 사태로 주가가 급락한 종목들에 대해 신용융자를 제공했다면 담보가치 급락으로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키움증권의 경우 CFD 거래 규모가 업계 2위인 만큼 손실 리스크가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빚투 종목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이달 들어 신용거래융자 반대매매(증권사가 채권 회수를 위해 강제로 주식을 매도하는 것) 금액은 일평균 522억5700만 원으로 지난달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2023-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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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G發 폭락에 개미들 ‘빚투’ 화들짝… 증시 예탁금 썰물

    “시장에서 신뢰를 잃은 주식은 희망이 없다.” 최근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는 한국 주식시장에 회의를 느꼈다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8개 종목의 무더기 폭락 사태 이후 한국 증시에서는 기업의 가치와 성장 가능성 등의 분석을 토대로 한 투자 접근법이 통하지 않을 것이란 ‘불신’이 자라나고 있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12일 “기업의 발전과 주가 상승을 기대하며 투자하는 것이 기본인데, 한국 주식은 거의 사기성 도박판이 됐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한국에서는 그나마 우량하다는 가치주가 주가조작 재료가 되고, 기업 오너 일가마저 주주편이 아니다”라고 성토했다. SG증권발 무더기 폭락 사태 이후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번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돈이 증시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53조3475억 원이었던 투자자 예탁금은 이달 11일 50조1527억 원으로 3조 원 이상 줄었다. 9일에는 49조5630억 원까지 낮아져 지난달 10일 이후 약 한 달 만에 50조 원을 밑돌았다. 투자자 예탁금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넣어둔 금액 또는 주식을 팔고서 찾지 않은 돈이다. ‘증시 대기 자금’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주식투자 열기를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다. 예탁금이 쪼그라든 것은 이번 주가조작 의혹으로 투자심리가 꺾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개인이 빚을 내 주식에 투자(빚투)하는 신용거래융자 자금도 꾸준히 줄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달 24일 20조4319억 원에서 이달 2일 19조1364억 원, 11일 18조6574억 원으로 감소했다. 이번 주가조작 사태를 부추긴 원인으로 지목된 차액결제거래(CFD)의 위험성이 부각되면서 ‘빚투’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CFD는 40%의 증거금으로 최대 2.5배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는 장외 파생상품 거래로 신용융자와 유사하다. 전문가들은 개인들의 투자심리가 단시간 내에 되살아나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관련 종목과 증권사 시가총액이 약 13조 원이나 증발했을 정도로 시장에 타격이 컸던 까닭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가가 폭락한 대성홀딩스, 삼천리, 서울가스, CJ 등 총 9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주가 폭락 직전인 지난달 21일과 비교해 60% 가까이 급감했다. 9개 종목의 시총은 12일 기준 6조2870억 원으로 집계돼 지난달 21일(15조3665억 원) 이후 약 9조795억 원(―59.1%) 증발했다. 특히 대성홀딩스(―81.5%)와 서울가스(―80.0%), 선광(―82.6%) 시총은 80% 넘게 떨어졌고, 삼천리 시총은 약 2조174억 원에서 5438억 원으로 73% 감소했다. CFD를 취급해오던 증권사들의 주가도 일제히 떨어졌다. 상장 증권주의 시총은 지난달 21일 약 23조 원에서 이달 12일 19조2000억 원으로 3조9000억 원가량 줄었다. 기대 이상의 호실적도 효과가 없었다. 키움증권은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3조767억 원, 영업이익 3889억 원의 대형사 못지 않은 실적을 기록했지만, 4월 14일 10만9400원이던 주가가 5월 12일 9만3800원으로 14%가량 미끄러져 내렸다. 하나증권 한재혁 애널리스트는 “최근 CFD 사태 이후 개인투자자의 투자심리가 꺾이며 거래금액이 감소하고 있고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시장은 길을 잃었다”고 진단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2023-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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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佛개미’들, 디오르-구찌보다 반도체 기업 더 샀다

    프랑스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이른바 ‘불(佛)개미’가 최근 1년간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프랑스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명품 브랜드 기업이 아닌 반도체 제조업체인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지난달까지 불개미들이 유로넥스트(파리 암스테르담 브뤼셀 증시의 합병증시) 파리 거래소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1위 종목은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였다. 8억8673만 원을 순매수해 크리스티앙 디오르(4억8279만 원), 구찌 모회사 케링(4억1595만 원) 등을 제쳤다. 삼성증권은 국내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프랑스 주식 온라인 매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사를 둔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유럽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로 미국 테슬라에도 납품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투자자들이 기존 인기 투자 종목이었던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 에르메스 등 명품 패션 브랜드 투자에서 갈아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프랑스 주식 투자자들은 같은 기간 LVMH, 에르메스 주식을 대거 팔아 치웠다. LVMH에 대해 지난해 6월부터 9개월 연속 순매도세를 이어갔고, 1년간 총 155억 원을 팔았다. 에르메스도 약 176억 원 순매도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2023-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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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택-주식 거래 늘자… 가계대출 지난달 2조3000억 증가

    지난달 가계대출이 한 달 사이 2조 원 넘게 늘어나 4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2021년 11월 이후 최대 증가 폭으로 대출금리 인하와 주택매매 수요 회복에 따른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4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52조30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2조3000억 원 불어났다. 2021년 11월(2조9000억 원)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가계대출이 급증한 데는 주담대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지난달 주담대 잔액은 803조6000억 원으로 전월보다 2조8000억 원 많아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해 12월 1만5000호, 올 1월 1만9000호, 2월 3만1000호, 3월 3만5000호로 꾸준히 늘어나면서 주택 매매 관련 자금 수요도 높아졌다. 동시에 한동안 주춤했던 전세 거래 역시 2월 들어 서서히 회복되면서 전세자금대출 감소 폭도 축소됐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5000억 원 줄었지만, 감소 폭은 3월(―3조 원)의 6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한은 금융시장국 윤옥자 시장총괄팀 차장은 “지난달 개인의 주식 투자가 늘면서 주식 투자 자금 관련 신용대출 수요가 늘어난 점도 신용대출 감소 폭 축소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을 중심으로 은행 예금 탈출 행렬도 두드러졌다. 기업들의 부가가치세 납부, 배당금 지급 등의 영향으로 4월 은행 수신은 13조4000억 원 급감해 3월(―2조 원)의 7배 가까이가 빠져나갔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2023-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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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G사태’ 부추긴 CFD, 거래 잔액 2조8000억… 교보-키움증권順 많아

    주식시장에서의 8개 종목 무더기 폭락 사태를 부추긴 원인으로 지목되는 차액결제거래(CFD) 거래 잔액이 1분기(1∼3월)에만 4000억 원 이상 불어나 2조8000억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번 사태로 개인투자자 7만2000여 명이 7730억 원의 피해를 봤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10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무소속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CFD 거래 잔액은 지난해 말(2조3254억 원) 대비 19.1% 늘어난 2조7697억 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1분기 동안에만 4443억 원 늘어난 규모다. CFD 거래 잔액이 가장 많은 증권사는 2015년 국내 업계 최초로 CFD 서비스를 출시한 교보증권으로, 총 6180억 원을 차지했다. 이어 키움증권(5576억 원), 삼성증권(3503억 원), 메리츠증권(3446억 원), 하나증권(3400억 원) 순으로 많았다. 1∼2월 13개 증권사의 CFD 합계 거래대금은 4조666억 원에 달했다. 주가 변동에 따른 차액만 결제하는 장외 파생상품 거래인 CFD는 40%의 증거금으로 최대 2.5배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다. 대신 주가가 하락하면 그만큼 손실도 커진다. 주가조작 세력의 주범으로 지목된 라덕연 H투자컨설팅 대표 세력에게 투자했던 투자자 중 일부는 본인 명의로 CFD 거래가 이뤄졌는지 모르고 있다가 투자한 원금에 빚까지 떠안게 됐다고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한편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에 “총 7만2514명의 일반 개인투자자가 7730억 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되며, 대주주와 기관투자가 손실까지 반영하면 피해는 총 8조977억 원”이라고 적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2023-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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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G발 폭락주’ 3323억 순매수한 개미들… “저점매수 기회”

    SG증권발 대량 매물 출회로 8개 종목이 연일 급락하는 동안 개인투자자들은 해당 종목들의 주식을 3000억 원 넘게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폭락 사태를 저점 매수 기회로 삼은 개인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되는 가운데 추가 하락 가능성이 남아 있는 만큼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한국거래소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무소속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사태 첫날인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4일까지 8개 종목을 총 3323억3000만 원 순매수했다. 반면 같은 기간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1661억2000만 원, 1719억5000만 원을 팔아치웠다. 8개 종목 중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천리(837억2000만 원)였다. 다우데이타(622억2000만 원), 하림지주(522억9000만 원), 서울가스(382억4000만 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유일하게 다올투자증권만 567만 원 순매도했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삼천리를 각각 394억5000만 원, 438억9000만 원 순매도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주가가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고 판단해 단기 반등을 노리고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당 종목들은 여전히 변동성이 커 투자 리스크가 높은 상태다. 예컨대 삼천리 주가는 종가 기준 지난달 24일(34만8500원), 25일(24만4000원), 26일(17만1000원) 사흘 연속 하한가를 기록한 이후 이달 9일 13만3300원에 마감하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폭락 사태 초반 주가조작 사태에 대한 정보에서 소외돼 이 같은 매수 현상이 나타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 의원은 “기관과 외국인이 불공정한 정보를 이용한 것은 아닌지 금융당국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2023-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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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신증권 울산대 발전기금 기부

    대신증권은 울산대 교육여건 개선 및 교육자 양성을 위한 발전기금을 전달했다고 9일 밝혔다. 이날 이어룡 대신파이낸셜그룹 회장은 울산 남구 울산대를 찾아 발전기금을 직접 전달했다. 이 회장은 “훌륭한 인재는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의 밑거름”이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미래 인재 양성에 보탬이 되는 교육 기부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대신파이낸셜그룹은 2000년부터 울산대, 부산대, 동아대 등 영남지역 6개 대학과 고려대, 동신대 등에 발전기금을 기부해 왔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2023-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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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폐발행잔액 3월말 174조… 15년만에 2분기 연속 감소

    지난해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현금 선호도가 낮아지면서 시중에 풀린 현금이 약 15년 만에 2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말 기준 화폐발행잔액은 174조6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 분기 말(174조8623억 원)보다 약 0.5% 줄어든 것으로 지난해 4분기(10∼12월·―2.7%)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화폐발행잔액은 한국은행이 발행해 시중에 공급한 화폐 중 환수한 금액을 뺀 잔액으로 현재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현금 규모를 뜻한다. 화폐발행잔액이 2개 분기 연속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7년 4분기∼2008년 2분기 3개 분기 연속 감소한 이후 약 15년 만이다. 화폐발행잔액 감소는 누적된 금리 인상의 효과로 해석된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당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5만 원권, 1만 원권 중심으로 화폐 인출 수요가 높아져 과공급됐던 현금이 지난해 금리가 오르면서 은행 예금으로 많이 유입됐다”고 설명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2023-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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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G사태 피해 키워”… 키움 등 증권사 상대 단체소송 예고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 당시 SG증권과 차액결제거래(CFD) 등 신용거래 계약을 맺고 투자자 피해를 키운 국내 증권사들을 상대로 단체소송이 진행된다. 피해자들이 폭락 사태의 배후로 거론했던 라덕연 H투자컨설팅 대표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적은 있지만 증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건 처음이다. 8일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는 단체소송 모집 공고를 내고 “SG증권발 하한가 사태에서 본인의 확인이나 동의 없이 증권사가 비대면으로 신용거래가 가능한 증권계좌를 개설해 피해를 입은 투자자를 모집한다”고 밝혔다. 소송 대상 증권사에는 키움증권을 포함해 유안타증권, 하나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 정병원 대표변호사는 “본인이 라 대표에게 준 금액에 대해서만 투자가 이뤄지는 줄 알고 있었는데 당사자가 모르는 사이 레버리지(빚) 거래가 진행돼 원금 손실뿐만 아니라 빚까지 떠안게 됐다”며 “피해 규모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1인당 3억 원도 있고 15억 원 또는 그 이상도 있다”고 말했다. 또 라 대표에게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피해자 60여 명은 라 대표와 측근 등 6명을 사기 및 배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 등으로 9일 서울남부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하기로 했다. 한편 라 씨를 도와 투자자를 모집한 것으로 알려진 의사 주모 씨는 주가 폭락 직전 병원 및 협력업체 직원 명의를 빌려 거액을 대출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 씨 등의 부동산 등기부등본 등에 따르면 주 씨는 3월 초 본인 소유 부동산 10곳을 담보로 50억 원을 대출받았다. 주 씨는 지인 4명의 명의로 대출을 받았는데 이 중 3명이 주 씨가 운영하는 재활의학과, 헬스장, 피부관리숍 직원이었다. 명의를 빌려준 업체 직원 A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올 3월 주 씨가 ‘투자 목적으로 돈이 필요한데 명의가 필요하다’고 했다”며 “돈이 건너간 건 아니다”라고 했다. 서울남부지검 합동수사팀은 라 대표에게 거액을 투자한 의사 투자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편 라 대표를 변호하는 법무법인 평산은 서울남부지검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에 라 대표가 집중 투자한 다우데이타, 서울가스, 선광, 대성홀딩스 등 8개 종목에 대한 거래 내역을 확인해 달라고 진정서를 제출하며 반격에 나서는 모습이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 2023-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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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으로 여기고 맡겼다”… 메이도프 사기 닮은 SG사태[인사이드&인사이트]

    《“우리는 (버나드) 메이도프를 신으로 여겼고 그의 손에 모든 것을 맡겼다.”(엘리 위젤 노벨평화상 수상 작가이자 홀로코스트 생존자)“내가 번 모든 돈은 쟤(라덕연 대표)한테 다 준다. 종교는 이렇게 탄생하는 것.”(가수 임창정 씨)2009년 미국 역사상 최악의 금융사범으로 알려진 버나드 메이도프가 저지른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전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그는 22세에 본인의 이름을 딴 투자회사를 차리고 1970년대 초부터 2008년까지 136개국의 약 3만7000명을 상대로 650억 달러(약 82조 원) 규모의 사기극을 벌였다.지난달 24일 한국 주식시장에서도 SG증권에서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8개 종목 주가가 무더기로 폭락하면서 초대형 주가조작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고 있다. 작전 세력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라덕연 H투자컨설팅 업체 대표에게 돈을 댄 투자자만 1000여 명, 투자 금액은 8000억∼1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메이도프와 라 대표의 투자자들은 한때 이들을 ‘신’처럼 떠받들며 거액의 돈을 맡겼다. 이들은 어떻게 오랜 기간 금융 당국의 감시를 피해 세력을 키울 수 있었을까.》● 화려한 인맥 앞세워 ‘장기 작전’미국의 메이도프 금융사기와 최근의 SG증권발 사태, 두 사건은 묘하게 닮은 점이 있다. 화려한 인맥을 토대로 한 맹목적 믿음, 유명인과 고액자산가들을 중심으로 폐쇄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해 장기간 비상식적 수익률을 보장했다는 점 등이다. 1938년 미 뉴욕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메이도프는 1990년부터 나스닥 증권거래소 위원장을 세 차례 지낸 ‘월가의 거물’이었다. 최고급 골프클럽에서 자산가들과 골프를 즐기며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각종 자선 활동을 통해 본인의 평판을 관리했다. 인도주의재단을 운영하던 노벨상 수상자 위젤을 비롯해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감독, 애니메이션 제작사 드림웍스의 제프리 캐천버그 대표, 영화배우 존 말코비치 등의 거물이 그의 먹잇감이 됐다. 이번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에서도 라 대표는 연예인, 재계 회장 등과의 친분을 내세워 투자자를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가수 임 씨와 박혜경 씨, 이중명 전 아난티그룹 회장 등이 주요 투자자였던 것으로 알려지며 구설수에 올랐다. 연예인이 소유한 빌딩에서 골프 아카데미를 운영하던 라 대표의 측근 프로골퍼 출신 안모 씨를 통해 연예인들에게 은밀한 ‘투자 영업’을 했고, 피부관리숍, 고급 주점 등을 차려 다단계 점조직 형태로 인맥을 넓혀 갔다. 투자자들은 라 대표에게 개인정보와 휴대전화를 모두 일임할 정도로 신뢰가 두터웠다. 두 사건 모두 장기간에 걸쳐 ‘밑그림’을 그리고 판을 키워 나갔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메이도프는 투자자들에게 시장 변동성과 상관없이 연 10∼20%의 수익률을 보장했는데, 실제 그가 주식이나 금융상품에 투자한 금액은 ‘0원’이었다. 메이도프는 투자자들의 돈은 자금세탁을 거쳐 자신의 계좌에 넣어둔 채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지급하는 ‘돌려막기’ 방식으로 투자 규모를 키웠다. 장기간 더 많은 투자자를 모을수록 수익금으로 나눠줄 여윳돈과 본인 주머니는 두둑해졌다. 이번 SG 사태에서도 주가조작 세력은 약 3년간 거래량이 적은 종목들의 주가를 하루에 약 1%씩 상승하도록 시세를 조종했다. 더 오래 더 조금씩 주가를 올릴수록 주가조작이 드러날 가능성은 낮아지고 수익률은 높아졌다. 주가 폭락 직전인 지난달 21일 기준 대성홀딩스 주가는 3년 전보다 약 1223%, 선광은 1106%, 삼천리는 606% 올랐다. 이들은 투자 수익률이 30%가 넘으면 정산해 주고 다시 투자자를 끌어들였다. 수익의 50%를 수수료로 챙기고 원금에 수익금을 더해 재투자를 권유했다. 단기간 치고 빠지는 과거 주가조작 수법과는 달랐다. 게다가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통한 ‘빚투’(빚내서 투자)로 수익률을 극대화해 투자자들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었다.● 금융당국의 감독 능력 도마 위에…CFD 관리 소홀로 사태 자초 지적도두 사건 모두 금융당국의 감시망을 완전히 피해 가며, 감독당국의 ‘무능’을 드러냈다는 점에서도 유사하다. 월가를 뒤집은 메이도프 사기의 경우에도 발각되기 전부터 수익률을 두고 꾸준히 의문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수차례 메이도프에 대한 조사에 나섰음에도 문제점을 잡아내지 못했다. 수년간 주가조작이 벌어지는 동안 우리 금융당국도 전혀 해당 종목들의 이상 거래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초 “작전 세력이 몇 개 종목의 주가를 비정상적으로 띄우고 있다”는 제보를 받은 뒤에야 뒤늦게 서울남부지검, 금융감독원 등과 공조하며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등의 뒤늦은 대처로 이번 사태의 피해가 커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폭락이 시작된 지난달 24일은 이미 금융위가 관련 제보를 받고 열흘 남짓 흐른 뒤였다. 주가조작 세력 중 일부가 당국의 움직임을 눈치 채고 보유 주식을 대거 처분하면서 유례없는 주가 폭락이 시작됐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라 대표에게 돈을 댄 투자자 중 정·재계 인사들이 상당수인 만큼 주가조작 세력이 당국의 조사를 감지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상거래 징후를 포착해야 하는 한국거래소도 감시 소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주가가 특별한 이유 없이 급변할 때 거래소는 해당 회사에 시장에 공개되지 않은 변동 요인이 있는지 묻고 공시를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거래소는 지난 3년간 주가조작 종목들에 시황 변동 관련 조회 공시를 요구하지 않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세력이 3년여에 걸쳐 매일 주가의 1% 정도만 치밀하게 움직여서 잡아내기 쉽지 않았다”고 토로하지만 당국을 향한 책임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당국은 주가조작 세력이 투자자 신원을 숨기면서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데 이용한 CFD 위험 관리에 소홀해 불씨를 키웠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개인 전문투자자 진입 문턱을 낮춰 CFD 시장을 성장시켜 놓고 그에 상응하는 관리·감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2019년 전문투자자 자격을 금융투자상품 잔액 기준 5억 원 이상에서 5000만 원 이상으로 완화했다. 그 결과 2021년 말 기준 개인 전문투자자는 2만4365명으로 전년(1만1626명) 대비 약 2.1배로 증가해 전체 거래의 97.8%를 개인 전문투자자가 차지했다.● “시장 감시 시스템 개편, 투자자 보호 강화 필요” 금융당국은 부랴부랴 CFD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주식 내부자 거래에 대한 사전 공시 제도 등 각종 예방책을 도입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더 교묘해진 제2의 SG 사태 등 신종 금융사기가 또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는 만큼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의 대응보다 근본적인 감시 및 처벌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작전 세력이 장기간 서서히 주가를 조작하는 것은 기존 시장 감시 시스템의 사각지대였을 것”이라며 “시장 감시 시스템이 너무 자주 작동되는 것도 문제지만, 새로운 유형의 주가조작에 대해서도 사전 경고음이 울리도록 감시 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주가조작범은 날아다니는데 금융당국은 뛰어다니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금융 범죄는 고도화되는데 금융위 내 디지털 포렌식 전문 인력이 한 명도 없는 만큼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관련 인력을 더 투입하고 첨단 감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주가조작 등 증권 범죄에 가담한 경우 최대 10년간 계좌 개설, 주식 거래를 제한하고 금융·상장회사 임원에 취직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차액결제거래(CFD·Contract For Difference)투자자가 증권사에서 산정한 증거금을 낸 뒤, 주가 변동에 따른 차액만 결제하는 장외 파생상품 거래. 1억원의 증거금으로 2억5000만 원의 주식을 매매하는 식으로, 증거금의 2.5배를 투자할 수 있음.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신용융자와 유사.신아형 기자 abro@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 2023-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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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G증권발 피해 투자자, 증권사들 상대로 단체소송 진행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 당시 SG증권과 차액결제거래(CFD) 등 신용거래 계약을 맺고 투자자 피해를 키운 국내 증권사들을 상대로 단체소송이 진행된다. 피해자들이 폭락 사태의 배후로 거론했던 라덕연 H투자컨설팅 대표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적은 있지만 증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건 처음이다.8일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는 단체 소송 모집 공고를 내고 “SG증권발 하한가 사태에서 본인의 확인이나 동의 없이 증권사가 비대면으로 신용거래가 가능한 증권계좌를 개설해 피해를 입은 투자자를 모집한다”고 밝혔다. 소송 대상 증권사에는 키움증권을 포함해 유안타증권, 하나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 정병원 대표변호사는 “본인이 라 대표에게 준 금액에 대해서만 투자가 이뤄지는 줄 알고 있었는데 당사자가 모르는 사이 레버리지(빚) 거래가 진행돼 원금 손실뿐만 아니라 빚까지 떠안게 됐다”며 “피해 규모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1인당 3억 원도 있고 15억 원 또는 그 이상도 있다”고 말했다.또 라 대표에게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피해자 60여 명은 라 대표와 측근 등 6명을 사기 및 배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 등으로 9일 서울남부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하기로 했다. 한편 라 씨를 도와 투자자를 모집한 것으로 알려진 의사 주모 씨는 주가 폭락 직전 병원 및 협력업체 직원 명의를 빌려 거액을 대출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 씨 등의 부동산 등기부등본 등에 따르면 주 씨는 3월 초 본인 소유 부동산 10곳을 담보로 50억 원을 대출 받았다. 주 씨는 지인 4명의 명의로 대출을 받았는데 이 중 3명이 주 씨가 운영하는 재활의학과, 헬스장, 피부관리숍 직원이었다. 명의를 빌려준 업체 직원 A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올 3월 주 씨가 ‘투자 목적으로 돈이 필요한데 명의가 필요하다’고 했다”며 “돈이 건너간 건 아니다”라고 했다.서울남부지검 합동수사팀은 라 대표에게 거액을 투자한 의사 투자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익금을 골프 회원권 등으로 받으며 세금을 포탈했다는 라 대표와 측근들의 조세포탈 혐의 등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들여다보는 중”이라고 말했다.한편 라 대표를 변호하는 법무법인 평산은 서울남부지검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에 라 대표가 집중 투자한 다우데이타, 서울가스, 선광, 대성홀딩스 등 8개 종목에 대한 거래 내역을 확인해달라고 진정서를 접수하며 반격에 나서는 모습이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 2023-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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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캠코, 1조 펀드 만들어 부실 우려 부동산PF 지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부실 우려가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정상화를 위해 1조 원 규모의 지원펀드를 조성한다. 앞서 지난달 금융사 3800곳이 참여하는 ‘PF 대주단(貸主團) 협약’도 가동된 가운데 한국 금융시장의 최대 뇌관으로 떠오른 부동산 PF 위기의 불씨를 끌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캠코는 4일 ‘PF사업장 정상화 지원펀드 운용사 선정계획’을 발표하면서 “부동산 시장 둔화로 부동산 PF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캠코 투자를 통해 민간 자금을 뒷받침해 민간 자율 PF사업 재구조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총 1조 원 이상 규모로 조성되는 이번 펀드에는 캠코가 5000억 원, 5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가 5000억 원을 출자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2000억 원씩 5개의 펀드로 운영될 예정으로, 24일까지 신청을 받은 뒤 5개 운용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르면 8월 중 펀드가 결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지원 대상은 비용 상승 등으로 당초 계획보다 사업성이 저하돼 사업 지속을 위한 추가 금융 조달이 어려운 브리지론(단기대출) 사업장과 착공 전 본PF 사업장 등이다. 이 중에서도 캠코는 재구조화를 통해 사업성을 회복할 수 있는 곳들에 지원을 집중할 방침이다. 재구조화란 PF 채권을 인수해 채권 권리 관계 및 법률 문제 등을 해소한 뒤 사업·재무구조를 재편하는 방식이다. 펀드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부동산 PF 시장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캠코는 “부동산 PF 부실은 경제, 금융 등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고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부실이 현실화되기 전에 선제적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고 펀드 조성 배경에 대해 밝혔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2023-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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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車 화재 골든타임 5분… “차량용 소화기가 소방차 1대 위력”

    “처음엔 잘못 본 줄 알았어요.” 지난달 20일 오후 11시 반경 충남 금산군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밤늦게 차를 운전해 귀가하던 회사원 이관범 씨(52)는 주차장에 진입하다 차를 세웠다. 주차장 입구 쪽에 세워진 1t 트럭에서 불길이 치솟으면서 주차장 천장으로 번지고 있었던 것. 설상가상으로 트럭 맞은편에는 전기차 충전기가 있었다. 서둘러 불길을 잡지 않으면 주차장 전체로 불이 번질 것으로 보였다. 이 씨는 문득 자신의 승합차 트렁크에 차량용 소화기가 있다는 걸 떠올렸다. 119에 신고한 후 곧바로 소화기를 꺼내 분사를 시작했다. 내심 ‘소화기 한 대로 불이 잡힐까’ 싶었지만 약 1분 만에 불길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현장에 출동한 금산소방서 관계자는 “차량 화재 골든타임은 불이 난 후 5분이다. 이 씨의 차량용 소화기 덕분에 큰 사고를 막았다”며 감사를 표했다.● “화재 초기 소화기는 소방차 한 대 위력”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차량 화재로 인한 사상자는 219명, 재산 피해는 약 641억 원에 달했다. 최근 5년 중 가장 피해가 컸다. 소방청 관계자는 “등록 차량이 늘면서 노후 차량과 전기차 등 신형 모빌리티가 동시에 증가한 탓”이라고 했다. 차량 화재는 초기 대응에 실패할 경우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9월 7명의 사망자를 낸 대전 유성구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는 지하주차장에서 시동을 켠 채 정차해 있던 1t 화물차의 배기구가 과열돼 불이 붙으며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경기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 역시 5t 폐기물 운반용 집게 트럭에서 시작된 불이 터널로 번지며 5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소방당국은 화재 초기 진압에 가장 중요한 것이 차량용 소화기라고 지적한다.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의 실험에 따르면 차량 엔진룸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3∼5분 만에 엔진룸 내부 전체로 불길이 번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분이 지나자 엔진룸을 넘어 운전석으로까지 불길이 확산됐다. 한 시간가량 지나면 차량은 전소돼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차량용 소화기가 있으면 소방차 현장 도착 전 조기 진화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차량용 소화기를 ‘차 안의 최종 보험’이라고 부르는 이유”라고 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7인승 이상 차량에 비치되는 차량용 소화기는 평균 무게 0.7kg, 높이 24cm가량이다. 용량은 일반 분말 소화기(무게 3.3kg, 높이 38cm)의 20%에 불과하지만 진화 능력은 일반 소화기의 3분의 1 이상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최근 나오는 소화기는 소형화·첨단화돼 초기 진화 때 소방차 한 대 이상의 위력을 발휘한다”며 “차량 화재뿐 아니라 일반 건물 화재 상황에서도 약 100㎡ 면적(약 30평)까지 진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차량용 소화기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분말형 또는 스프레이형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소화기와 탈출용 망치 등으로 구성된 차량용 화재안전키트도 판매되고 있다.● “차량용 소화기 설치 전 차종으로 확대해야” 차량용 소화기의 효과는 이미 다양한 현장에서 입증됐다. 지난해 10월 충남 아산시의 한 도로에서 불이 붙은 트럭을 보고 지나가던 덤프트럭 차주가 자신의 차량용 소화기를 꺼내 진압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덤프트럭 차주의 활약으로 소방차 현장 도착 전 불길이 모두 잡혔고, 화재 차량에 실린 2억 원 상당의 건설 기계도 무사했다. 지난해 5월에는 경남 창원의 완암터널 입구에서 침대 매트리스를 싣고 운행하던 트럭에서 불이 발생했는데, 운전자가 지나가던 탱크로리 운전자로부터 차량용 소화기를 구해 화재를 초기에 진화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차량용 소화기 설치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법에 따르면 7인승 이상 차량은 지금도 차량용 소화기를 의무 설치해야 한다. 실제로 해당 차종은 이미 신차 출고 때 차량용 소화기가 설치된 채로 운전자에게 인도된다. 그럼에도 매년 1만5000대 이상이 정기검사 때 소화기를 설치하지 않았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소화기를 설치했거나, 설치 방법이 기준과 다르다는 이유로 시정권고를 받고 있다. 일부 운전자는 과태료 등 처벌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시정권고를 무시하기도 한다. 또 내년 12월부터 차량용 소화기 의무 설치 대상이 5인승 이상 차량으로 확대되는데 여전히 상당수 국민이 이 사실을 모르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차량용 소화기 의무 설치 대상이 바뀐다는 점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면서 동시에 설치하지 않을 경우 처벌 규정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자동차 정기검사 때 시정권고로 돼 있는 규정을 강화해 의무 설치 대상이 규정을 어겼을 경우 검사에서 통과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5인승 차량까지 설치 의무가 확대되는 건 다행이지만 여전히 화재 발생 가능성이 높은 2인승 스포츠카 등은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다”라면서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의무 설치 대상을 전 차량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기차, ‘배터리 열폭주’로 진화 10배 힘들어 이동식 침수조 전국 44개뿐설치에 15분 걸려 진화 어려움소방硏, 상방향 방사장치 개발“배터리 불길 16분 만에 잡혀” 최근 전기차 화재 발생이 늘면서 이를 효과적으로 진화하기 위한 소방 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7년 1건이던 전기차 화재는 2020년 11건, 2021년 24건, 2022년 44건 등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그런데 소방관 사이에선 “전기차 화재 진화에는 일반 차량 10배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바로 ‘열 폭주 현상’ 때문이다.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전기차에는 고전압 배터리팩이 장착돼 있다. 불이 붙으면 이 배터리팩에 사용되는 리튬이온배터리에서 열이 치솟으며 열 폭주 현상이 발생한다. 배터리 온도가 1000도까지 오르고,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산소와 가연성 가스가 발생한다. 그러다 보니 물을 뿌려도 불이 되살아나고 공기 공급을 차단하는 질식 소화도 큰 효과를 못 낸다. 최근 소방청은 전기차 화재가 발생할 경우 이동식 침수조를 활용하고 있다. 차량을 수조에 통째로 넣어 하부의 배터리팩을 냉각시키는 방식이다. 그런데 예산 등의 문제로 현재 전국 소방서에 구비된 이동식 침수조는 44개뿐이다. 또 현장에 이동식 수조를 설치하고 물을 채우는 데 10∼15분이 걸려 화재 진화의 골든타임을 놓치기 쉽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차량 아래로 바퀴가 달린 분사장치를 밀어 넣는 방식이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국립소방연구원도 최근 전기차 전용 ‘상방향 방사장치’를 개발하고, 전기차 배터리 30개에 불을 붙이는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불이 나자마자 열 폭주가 시작됐고, 8분 만에 배터리 전체가 불꽃에 휩싸였다. 이때 미리 배터리 밑에 넣어둔 상방향 방사장치를 가동해 물을 뿜었더니 약 16분 만에 불길이 잡혔다. 소방연구원 관계자는 “기존 전기차 화재 시 진화하는 데 7, 8시간까지도 걸렸다. 상방향 방사장치의 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다만 상방향 방사장치 역시 한계가 없는 건 아니다. 장치의 부피가 커지면 기존 소방차에 싣기 어려울 수 있다. 소방연구원 관계자는 “올 3월 전국 소방서에 상방향 방사장치 안내서를 배포해 각 서 차원에서 현장 상황에 맞게 준비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 팀장 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한재희(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신아형(경제부) 윤다빈(국제부) 송유근 전혜진(사회부) 기자 특별취재팀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 2023-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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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행기록 2억건 분석한 ‘T-세이퍼’, 지역별 사고 위험 예측

    “전남 순천시 별량면 구룡리 일대 국도 2호선은 교통 위반 및 사고 발생이 잦다. 감속 등 교통안전 표지판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게 문제다.” 인공지능(AI) 교통사고 예측 시스템인 ‘T-세이퍼’가 과거 주행 데이터를 분석해 내놓은 ‘4월 교통사고 위험 분석 보고서’ 내용이다. T-세이퍼는 해당 지역의 교통사고 데이터, 교통시설 정보, 보행 데이터 등을 결합해 사고 요인을 약 40가지로 분류한 뒤 대안까지 제시해 준다. 한국교통안전공단과 KAIST가 함께 개발한 T-세이퍼는 최근 5년간 사업용 자동차 약 7000대에 부착돼 있던 디지털 운행 기록장치(DTG) 데이터 2억 건을 AI로 분석해 지역별 사고 위험도를 예측하고 있다. T-세이퍼의 예측은 얼마나 정확할까. 기자는 한국교통안전공단과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의 순천 국도 2호선 현장점검에 동행했다. 그런데 점검에선 T-세이퍼가 지적한 문제들이 현장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먼저 감속이 필요해 보이는 교차로와 건널목 등 곳곳에 안전 표지판이 부족했다. 차량 정지선이 횡단보도와 2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급정지도 자주 발생했다. 교차로도 십자가 모양이 아니라 X자형이어서 운전자들이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커 보였다. 교통공단 관계자는 “T-세이퍼가 순천 일대 도로의 문제점을 비교적 정확하게 잡아냈다”며 “예전에는 도로 현장점검에 최소 3명이 필요했지만 이제 T-세이퍼가 미리 준 데이터를 기반으로 1명이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지난해 8월 도입된 T-세이퍼는 실제로 교통사고를 줄이는 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T-세이퍼가 도입된 국도 17호선(전남 여수∼순천)의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15%가량 줄었다. 노시웅 전남경찰청 경위는 “지자체에선 교통 업무 담당자가 자주 바뀌는데 T-세이퍼가 단기간에 교통 업무 이해도를 높이는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통공단은 T-세이퍼를 약 10억 원에 해외로 수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T-세이퍼 개발에 참여한 여화수 KAIST 건설및환경공학과 교수는 “의료비, 차량 복구비, 교통사고 처리비 등 사고 해결 비용이 해외의 경우 건당 약 39억 원 든다는 분석이 있다”며 “T-세이퍼의 사고 예방 기능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매우 클 것”이라고 말했다. T-세이퍼가 지금보다 더 충실한 역할을 하기 위해선 지방자치단체들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T-세이퍼가 ‘도로 폭이 좁아 유턴 시 사고 위험이 크다’고 지적할 경우 지자체가 예산을 들여 민간 땅을 매입한 후 도로 폭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장구중 국토교통부 교통안전정책과장은 “AI가 아무리 정확하게 사고를 예측해도 지자체 등의 투자 없이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진정한 교통안전 강국으로 가기 위해선 보다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특별취재팀▽ 팀장 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한재희(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신아형(경제부) 윤다빈(국제부) 송유근 전혜진(사회부) 기자 특별취재팀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 2023-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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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행자 나타나면 AI가 조명-경고등… 어르신 밤길 안전 지킨다

    전북 남원시 산동면 대기리에 사는 김광태 씨(51)는 3년 전 어머니를 교통사고로 잃었다. 김 씨는 “어머니가 장을 보고 귀가하면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시속 80km로 달려오는 차량에 치였다”며 “마을에 가로등이 부족해 해가 지면 칠흑같이 어두워진다. 밤에는 목숨을 걸고 횡단보도를 건너야 했다”고 말했다. 더구나 이 마을은 가운데 직선 도로가 관통해 빠르게 달리는 차량이 많다. 또 마을 주민 상당수가 노인이다 보니 반응 속도가 늦어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마을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보행자가 중상을 입거나 사망한 사고가 3건이나 발생해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사고다발지점으로 분류됐다.● 스마트 횡단보도 도입 후 속도 14% 줄어하지만 지난해 12월 스마트 인공지능(AI) 횡단보도가 설치되면서 마을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보행자가 스마트 횡단보도에 진입하면 폐쇄회로(CC)TV가 인지하고 조명이 켜져 횡단보도를 환하게 밝힌다. 운전자가 횡단보도 400m 전에도 보행자를 눈으로 인식할 수 있을 정도다. 운전자를 향해선 초록색 경고등이 켜진다. 경고등은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완전히 통과한 후에야 꺼진다. 일반인보다 걸음걸이가 느린 노인들도 안심하고 횡단보도를 건널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스마트 횡단보도는 보행자 안전 수준을 크게 높였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이 지역에 스마트 횡단보도를 도입한 후 차량 평균 주행 속도가 5.4% 줄었다. 횡단보도 전 1km에서 보행자를 인식하고 횡단보도 앞에서 차량이 정지할 때까지의 평균 속도는 14.1%나 감소했다. 유장홍 대기리 이장(72)은 “25t 대형 트럭이 인근 채석장을 드나들어 사고 위험이 컸는데 스마트 횡단보도 설치 후 트럭들이 서행하는 등 효과가 크다”며 “주민들도 마음 놓고 길을 건널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스마트 횡단보도는 AI 기술로 보행자의 움직임을 정교하게 포착한다. 이미 약 20만 장의 사진을 통해 차량과 사람의 움직임을 학습했다. 횡단보도에 공을 굴리거나 물건을 던지면 경고등이 켜지지 않는다. 사람이 없음에도 경고등이 켜져 운전자에게 불편을 주지 않게 한 것이다. 또 AI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정밀하게 보행자를 인식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마을주민보호구간’ 법제화 필요성도일각에선 국도와 지방도가 통과하는 마을을 ‘마을주민보호구간’으로 법제화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처럼 첨단기술을 활용해 각종 안전장치를 의무화하는 구역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이는 도로변 지방 마을이 도심보다 더 많은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과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등에 따르면 도로변 마을의 자동차 평균 주행 속도는 시속 72.3km로 제한속도(시속 60km)보다 높다. 이 때문에 2021년 교통사고 사망자(2916명)의 36.8%(1073명)가 국도와 지방도에서 발생했다. 국도의 경우 차량이 속도를 많이 내기 때문에 교통사고 발생 시 치사율이 7.4%로 전체 평균(2.8%)의 2.6배나 된다. 마을주민보호구간이 법제화되면 해당 지역 교통사고 감소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2015년부터 마을주민보호구간 시범사업을 진행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 제도를 시행한 지역의 교통사고 건수는 평균 24.3%, 사망자 수는 50.1% 감소했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호구간을 설정한 후 민원이 제기된다는 이유로 다시 해제하는 걸 막기 위해선 법제화를 통해 구속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도 개선과 운전자의 인식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상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첨단 기술이 도입되더라도 부주의한 운전이 이어지면 큰 효과를 내기 어렵다”며 “안전교육을 강화해 운전자가 자연스럽게 보행자의 안전을 먼저 살피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 팀장 유근형 사회부 차장 noel@donga.com▽ 한재희(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신아형(경제부) 윤다빈(국제부) 송유근 전혜진(사회부) 기자 특별취재팀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 2023-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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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주가조작세력, ‘10억 투자땐 100억’ 유혹… 앱에 수익 보여주기도”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 배후에서 주가 조작을 저지른 것으로 지목된 세력들이 “10억 원을 투자하면 100억 원으로 만들어 주겠다”며 투자자를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아난티그룹 이중명 전 회장 등 재계 인사까지 끌어들인 가운데 서울 강남 일대 빌딩을 소유한 연예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가 조작 핵심 세력으로 거론되는 프로골퍼 출신 안모 씨로부터 투자 권유를 받았다는 사업가 A 씨는 28일 “안 씨가 ‘아난티 이 전 회장도 투자하는 건이다. 10억 원을 100억 원으로 만들어줄 수 있다’고 제안했지만 신뢰가 안 가 투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 씨가 핵심 투자자로 거론한 이 전 회장에 대해 아난티그룹 이만규 대표이사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부친인 이 전 회장이 주가 조작의 피해자가 됐다는 걸 26일 오후에 처음 알게 됐다”며 “부친은 그동안 모은 자산을 모두 잃고 두문불출하며 울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난티는 주가 조작 논란과 일절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안 씨와 함께 핵심 세력으로 거론되는 투자컨설팅업체 대표 라덕연 씨는 이 전 회장이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재단 등에서 이사를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 씨는 연예인이 소유한 빌딩에 골프 아카데미를 차려놓고 다수의 연예인을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가 B 씨는 “강남구에 있는 안 씨의 골프 아카데미가 연예인과 재력가들이 자주 찾는 ‘사랑방’ 같은 곳이었다”며 “안 씨가 강남에 건물을 갖고 있는 연예인 C 씨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주가 조작 세력들은 투자자들에게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투자 수익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신뢰를 쌓으며 투자금을 모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수 박혜경 씨는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아는 언니를 통해 회사를 소개받아 1억 원을 넣고 회사에서 깔아준 앱을 보니 300만 원, 400만 원 불어나는 걸 보고 천재들인가 생각했다”며 “(추가로) 돈을 보낸 게 모두 4000만 원인데 돈이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은 “라 회장을 중심으로 설립된 법인 사내이사 등 최측근 6명 이상이 가담한 조직적 범죄”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피해자는 “각각 ‘연예인팀’, ‘의사팀’ 등으로 역할을 나눠 투자 유치를 담당했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이날 “지위 고하, 재산 유무 또는 사회적 위치 등과 무관하게 법과 원칙의 일관된 기준으로 최대한 신속하고 엄정하게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당 중 일부가 중국 동포라는 제보를 받고 해외 도주 우려가 있어 검찰을 통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중심으로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등이 함께 참여하는 합동수사팀을 구성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2023-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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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RX금시장 거래량 한달새 3배 증가… 銀도 강세

    글로벌 은행 위기,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과 은 등 귀금속에 대한 투자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 금시장에서는 금값이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고, 국제 은 선물 가격이 오르면서 관련 상장지수증권(ETN) 수익률도 급등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금시장에서 금 1kg 현물 가격은 26일 1g당 8만5700원에 마감했다. 앞서 7일에는 8만6330원까지 올라 KRX금시장 개설 이후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연초 7만5000원대였던 가격은 미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한 지난달 10일 이후 8만 원대에 진입해 26일 기준 3월 초보다 약 11.3% 급등했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의 거래가 늘면서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12일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10일부터 한 달간 거래 실적이 있는 KRX금시장 활동 계좌 수는 1만9958개로 직전 한 달 대비 53.5% 증가했다고 밝혔다. 거래량은 같은 기간 40.6kg에서 129.3kg으로 3배 이상으로 증가했는데, 거래량 중 개인 투자자가 46.2%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국제 은 선물 가격이 오르면서 은 관련 ETN 상품 상승세는 오히려 금을 앞질렀다. 26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물 은 선물 가격은 트로이온스(31.1035g)당 24.99달러였다. 3월 초 20달러대에 머물다가 지난달 10일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해 약 21.9% 뛰었다. 이에 뉴욕상품거래소(COMEX)의 은 수익률에 기반한 기초지수를 2배로 추종하는 ‘TRUE 레버리지 은 선물 ETN’은 26일 1만9615원에 마감하며 3월 이후 43.7% 급등했다. ‘메리츠 레버리지 은 선물 ETN’, ‘삼성 레버리지 은 선물 ETN’ 등도 각각 42.1%, 41.9% 올랐다. 20%대 상승률을 보인 금 관련 ETN를 뛰어넘은 수준이다. 해외 금융시장에서는 SVB 파산 사태에 이어 미 중소형 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의 ‘어닝 쇼크’(실적 충격)로 인한 주가 폭락 등이 터지면서 글로벌 은행 위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불안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고용 등 미국 주요 경기지표의 부진,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전통적으로 위험회피 자산으로 여겨져 온 귀금속에 대한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안전자산 중에서도 특히 경기침체 우려와 높은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금값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2012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등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질 때마다 고공 행진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귀금속 가격 상승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한투자증권은 미국 금융권 유동성 위기가 여전한 가운데 중국 정부의 소비 부양책에 힘입어 중국의 금 수요 증대까지 금 가격 상승세에 반영될 수 있을 거라 내다봤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2023-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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