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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다 예매량, 역대 최고 예매율, 역대 최다 오프닝 관객, 그리고 역대 최단기간 1000만 돌파 외화(개봉 19일째) 타이틀까지…. ‘어벤져스3’가 13일 누적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하며 폭발적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어린이날의 대체공휴일로 생겨난 5월 첫 주 황금연휴 개봉까지 포기한 한국 영화계는 ‘마블 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블 영화의 인기 요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꼽히지만 이번 ‘어벤져스3’의 빠른 1000만 관객 돌파에는 ‘스크린 싹쓸이’가 큰 몫을 했다. 개봉 당일부터 전국 2461개 스크린을 차지한 ‘어벤져스3’는 스크린 점유율 46.2%, 상영 점유율이 72.8%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군함도’의 최다 스크린 확보 기록(2027개)을 껑충 뛰어넘은 수준이다. 도동준 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팀장은 “‘어벤져스’는 대기업이 투자 배급한 영화가 아닌 할리우드 영화라는 점에서 기존 독과점과 달리, 상영관의 블록버스터 전략이 극단화된 현상”이라며 “한국에서 유독 심한 상영관 쏠림을 법적으로 제한하거나 전체 영화산업 매출 중 극장 매출 비중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스크린 싹쓸이에 대비해 주요 작품은 아예 개봉을 피했다. 어린이날 연휴에 ‘어벤져스3’를 제외하고 멀티플렉스에서 볼 수 있는 영화는 인도 영화 ‘당갈’, 마동석 주연의 ‘챔피언’뿐이었다. 유해진 주연의 ‘레슬러’는 가족 영화인데도 연휴가 지난 9일에야 개봉했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4, 5월이 ‘마블 시즌’처럼 됐고, 마블 영화와 경쟁에 나섰다 조용히 묻힌 사례가 있기 때문에 누구도 섣불리 나서지 않게 된 듯하다”고 말했다. 4, 5월뿐 아니라 올 설 연휴에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골든슬럼버’ ‘흥부’가 ‘블랙팬서’에 관객 수 1위 자리를 내주기까지 했다. 하지만 스크린 싹쓸이만 탓할 수는 없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어벤져스3’의 관객층은 20, 30대가 상대적으로 많았고 재관람률이 6.6%에 달했다. 구매력 있는 40, 50대 관객을 겨냥하거나, 과거의 흥행 공식을 답습하던 한국 영화계에서 볼거리를 잃은 젊은 관객이 ‘어벤져스3’로 쏠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어벤져스3’에 대한 오역 논란에서 볼 수 있듯이 20, 30대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담론을 만들 수 있는 적극적 소비자”라며 “멀티플렉스가 20년간 쌓아 온 흥행 공식에 따라 안정적인 가족 영화, 코미디, 누아르 위주로만 영화를 만들고 도전을 하지 않는다면 절대 2030세대의 수요를 창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역대 최다 예매량, 역대 최고 예매율, 역대 최고 오프닝 관객, 그리고 역대 최단기간 1000만 돌파 외화(개봉 19일 째) 타이틀까지…. ‘어벤져스3’가 13일 누적 관객수 1000만 명을 돌파하며 폭발적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어린이날의 대체공휴일로 생겨난 5월 첫 주 황금연휴까지 포기한 한국 영화계는 ‘마블 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블 영화의 인기 요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꼽히지만 이번 ‘어벤져스3’의 빠른 1000만 돌파에는 ‘스크린 싹쓸이’가 큰 몫을 했다. 개봉 당일부터 전국 2461개 스크린을 차지한 ‘어벤져스3’는 스크린 점유율 46.2%, 상영 점유율이 72.8%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군함도’의 최다 스크린 확보 기록(2027개)을 껑충 뛰어 넘은 수준이다. 도동준 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팀장은 “‘어벤져스’는 대기업이 투자 배급한 영화가 아닌 할리우드 영화라는 점에서 기존 독과점과 달리, 상영관의 블록버스터 전략이 극단화된 현상”이라며 “한국에서 유독 심한 상영관 쏠림을 법적으로 제한하거나 전체 영화산업 매출 중 극장 매출 비중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스크린 싹쓸이에 대비해 주요 작품은 아예 개봉을 피했다. 어린이날 연휴에 ‘어벤져스3’를 제외하고 멀티플렉스에서 볼 수 있는 영화는 인도 영화 ‘당갈’, 마동석 주연의 ‘챔피언’ 뿐이었다. 유해진 주연 ‘레슬러’는 가족 영화임에도 연휴가 지난 9일에서야 개봉했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수 년 전부터 4, 5월이 ‘마블 시즌’처럼 됐고, 마블 영화와 경쟁에 나섰다 조용히 묻힌 사례가 있기 때문에 누구도 섣불리 나서지 않게 된 듯하다”고 말했다. 4월 뿐 아니라 올 설 연휴에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골든슬럼버’, ‘흥부’가 ‘블랙팬서’에 관객수 1위 자리를 내주기까지 했다. 하지만 스크린 싹쓸이만 탓할 수는 없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어벤져스3’의 관객층은 20, 30대가 상대적으로 많았고 재관람률이 6.6%에 달했다. 구매력 있는 40, 50대 관객을 겨냥하거나, 과거의 흥행 공식을 답습하던 한국 영화계에서 볼거리를 잃은 젊은 관객이 ‘어벤져스3’로 쏠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어벤져스3’에 대한 오역 논란에서 볼 수 있듯이 20, 30대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담론을 만들 수 있는 적극적 소비자”라며 “멀티플렉스가 20년 간 쌓아 온 흥행 공식에 따라 안정적인 가족 영화, 코미디, 느와르 위주로만 영화를 만들고 도전을 하지 않는다면 절대 2030의 수요를 창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기동전사 건담’ ‘신세기 에반게리온’ 그리고 최근 전 세계적 흥행 열풍을 일으킨 ‘퍼시픽 림’까지…. 탑승형 로봇을 주제로 한 콘텐츠들의 오랜 역사의 처음엔 원조 영웅 ‘마징가 Z’가 있었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직접 ‘퍼시픽 림’ 시리즈가 ‘마징가 Z’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1972년 일본 후지TV에서 처음 방영된 만화 ‘마징가 Z’ 시리즈는 최고 시청률 30.4%를 기록하고 캐릭터 상품으로 장난감 판매량 1위까지 차지했다. 한국을 비롯해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으로 수출돼 센세이션을 일으킨 ‘마징가 Z’가 탄생 45주년을 맞아 ‘마징가 Z: 인피니티’(인피니티)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인피니티’는 TV만화 시리즈에서 ‘마징가 Z’와 그의 유일한 파일럿 가부토 고지(한국명 강쇠돌)가 닥터 헬 군단을 물리치고 10년 뒤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다. 닥터 헬 군단이 사라지고 인류는 광자력 에너지를 바탕으로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었지만 높이 600m에 달하는 거대 마징가 인피니티가 발견되면서 헬 군단이 되살아나 인류를 위협한다. 영화가 시작하고 주제가 ‘마징가 Z’가 흘러나오자마자 과거로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러나 서사의 전개나 흥미 요소로 삽입한 장면들마저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어색한 느낌이 든다. 헬 군단이 다시 돌아온 이유에 대한 개연성이 떨어지고 단순한 선악 구도는 다양한 히어로물을 접해 온 한국 관객들을 매료시키기엔 역부족이다. ‘마징가 Z’와 헬 군단의 전투 장면을 전 세계가 지켜본다는 것을 묘사하기 위해 피사의 사탑, 에펠탑 등이 등장하는 것은 이젠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보기 힘든 자국 중심적 세계관이다. 나가이 고의 만화 ‘큐티 하니’의 주인공을 모델로 재창조한 ‘마징걸스’가 엉덩이춤을 추는 대목에선, 이 영화가 철저히 마니아들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짐작을 하게 만들었다. 서사보다는 새롭게 추가된 로봇 형태의 디테일이나 어릴 적 봤던 ‘로켓 펀치’를 예전 모습 그대로 즐기고 싶은 관객에게 추천한다. 17일 개봉. ★★(★ 5개 만점)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MBC ‘전지적 참견 시점(전참시)’이 세월호 참사 뉴스 특보 화면을 프로그램에 삽입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참시’ 제작진은 5일 방송에서 이영자가 어묵을 먹는 장면을 뉴스 보도 형태로 편집하면서 세월호 참사 당시 특보 화면을 사용해 물의를 일으켰다. 과거 극우 성향 커뮤니티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모욕했다 공분을 산 사례와 엮이면서 누리꾼들은 ‘전참시’ 측을 거세게 비난했다. 이에 제작진은 9일 공식 입장을 내고 “편집 후반작업에서 인지하지 못하고 사용했다”며 “관련 영상을 삭제하고 진상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판이 계속되자 재차 사과문을 내고 “긴급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했고, 최승호 MBC 사장도 직접 페이스북에 “관련자 책임을 묻고 유사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한편 사건 당사자인 이영자가 큰 충격을 받아 다음 녹화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제작진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진과 이영자 소속자 양측은 긴급 대책 회의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참시’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해 3월 정규 편성돼 최근 시청률 9%를 넘어 가면서 신규 예능 프로그램으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이영자는 ‘먹방’으로 이 프로그램에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린다는 평가까지 나왔기에 충격이 더 큰 것으로 전해졌다. ‘전참시’는 앞서 출연진이었던 개그맨 김생민도 ‘미투’ 문제가 불거져 중도 하차한 바 있다. 김민기자 kimmin@donga.com}

“영화에서 제가 얼마나 야무지게 빨래하는지 보세요. 배운다고 되는 거 아니거든요. 요즘 빨래하고 겨울이(반려견) 밥 주고 청소하는 게 일상이에요.” 가족 영화 ‘레슬러’로 스크린에 돌아온 배우 유해진(48)은 영화 속 주인공 ‘귀보’와 닮은 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9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전직 레슬러이자 20년 차 ‘프로 살림러’ 귀보가 아들과 겪는 갈등과 해프닝을 유쾌하게 담았다. 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해진은 ‘누적 관객 1억 배우’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개봉할 때가 가장 힘든 시간”이라고 털어놓았다. “요즘 규모 큰 작품도 많잖아요. 그런데 얘(레슬러)가 야생에 나가서 잘 살아야 할 텐데…. 비닐하우스 속 생물을 방생하는 느낌이랄까. ‘잘 살아라 제발 좀!’ 이런 마음이죠.” 이 영화는 레슬링 유망주인 아들 성웅(김민재)이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훈련 중단을 선언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유해진은 “이 영화는 자식이 아닌 부모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작품”이라며 “귀보를 보며 저도 부모님 가슴에 대못을 박았겠구나, 얼마나 속상하셨을까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역할 때문에 레슬링도 배웠다. 유해진은 “저도 나름대로 등산도 즐기고 운동을 하는데 레슬링은 기본기만 배웠는데도 무척 힘들었다”며 “저보다 민재가 정말 레슬링을 열심히 배웠다”고 했다. 그러더니 대뜸 ‘아재 개그’가 튀어나왔다. “민재가 열심히 하다가 어느 날 무척 아파하더라고요. 왜 그러냐 물었더니 ‘몸살인데요’라고 해요. 그래서 제가 ‘이 자식아 몸 사리지 말라니깐!’ 했죠. 웃으시라고 한 얘깁니다. 하하.” 그의 일상은 ‘삼시세끼’의 수더분한 모습 그대로였다. “촬영장을 매번 자전거로 갔어요. 생각을 정리하는 좋은 시간이에요. 특히 비 맞고 갈 때 살아있다는 기분이 들어요. 저는 주로 혼자 하는 걸 좋아해요.”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지만 그는 스스로를 “흥행의 중심이 아닌 사이드”라고 평가했다. “제가 엄청나게 변화를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게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나날이 어깨가 무거워지지만 그건 행복한 고민이니까요.”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셀피(셀카), 언론 사전 시사, 넷플릭스. 8일(현지 시간) 막을 올리는 제71회 칸 국제영화제에서는 이 세 가지를 볼 수 없게 됐다. 예술성에 대한 존중과 할리우드 영화에 맞선 다양성으로 세계 3대 영화제에 자리매김한 칸 영화제가 이번에는 온라인과 모바일에 전면전을 펼치는 모양새다. 영미권 매체는 ‘칸이 시대 흐름에 뒤처졌다’고 비판하지만 예술감독 티에리 프레모는 “칸은 언제나 논란의 가운데서 새로운 실험을 해왔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레드카펫 위 ‘셀피’ 금지는 프레모가 프랑스 언론과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알려졌다. 프레모는 “레드카펫 위 셀피 때문에 동선이 어그러지고 불편을 야기한다. (셀피를 찍는 모습은) 아름답지 않으며 기괴하다. 영화에 대한 존중을 되살릴 것”이라고 했다. ‘존중’을 언급한 대목에서 동선 문제보다 모바일을 통해 영화제를 가볍게 소비하는 세태에 대해 견제구를 날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흐름은 사전 시사 폐지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까지 기자와 평론가는 사전 시사로 미리 작품을 봤다. 이 때문에 제작진과 배우가 혹평 세례를 받은 후 레드 카펫에 등장하는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제작진의 불만을 반영한 것으로 보이지만 프레모는 이 조치를 설명하면서도 소셜 미디어 ‘트위터’를 언급했다. 그는 “칸에서 영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자마자 모두가 가장 먼저 트위터에 감상을 올리기 바쁘다. 하지만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이 말했듯 과거 평론가들은 수요일 개봉한 영화를 일반 관객과 함께 보고 금요일에 비평을 했다”며 “평론가들도 트위터 한 줄 감상과 다른 차원의 비평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를 제외한 건 넷플릭스의 불참 선언으로 발생한 일이지만, 이 역시 전통 매체를 중시하는 프랑스 법과 관련 있다. 프랑스에서는 극장 상영 영화는 36개월이 지나야 온라인이나 DVD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극장 상영을 거부하자 칸이 경쟁 부문 출품을 금지했고 이에 불참을 선언하기에 이른 것이다. 넷플릭스는 출품작으로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 등을 준비하며 주목도를 높이려 했다. 오슨 웰스(1915∼1985)의 미공개 유작 ‘바람의 저편’ 공개가 무산된 것은 아쉽다. 이에 대해 프레모는 “황금종려상 수상자이자 심사위원장이었던 오슨 웰스가 칸에 오지 못한 것은 불행”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올해 칸에는 쟁쟁한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다. 경쟁부문에 프랑스 장뤼크 고다르 감독의 신작 ‘이미지의 책’, 미국 스파이크 리 감독의 ‘블랙 클랜스맨’, 이란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스리 페이스’ 등이 초청됐다. 2011년 칸 영화제에서 나치 옹호 발언으로 추방된 라스 폰 트리에 감독도 비경쟁작 ‘잭이 지은 집’으로 7년 만에 돌아왔다.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발표한 ‘버닝’도 수상을 노리고 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이창동 감독 영화 6편 중 5편이 칸에 초청됐고 ‘밀양’과 ‘시’가 여우주연상과 각본상을 각각 받았다”며 “‘버닝’ 역시 많은 관심을 받을 것이고 좋은 결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셀피(셀카), 언론 사전 시사, 넷플릭스. 8일(현지 시간) 막을 올리는 제71회 칸 국제영화제에서는 이 세 가지를 볼 수 없게 됐다. 예술성에 대한 존중과 할리우드 영화에 맞선 다양성으로 세계 3대 영화제에 자리매김한 칸 영화제가 이번에는 온라인과 모바일에 전면전을 펼치는 모양새다. 영미권 매체는 ‘칸이 시대 흐름에 뒤처졌다’고 비판하지만 예술감독 티에리 프레모는 “칸은 언제나 논란의 가운데서 새로운 실험을 해왔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레드카펫 위 ‘셀피’ 금지는 프레모가 프랑스 언론과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알려졌다. 프레모는 “레드카펫 위 셀피 때문에 동선이 어그러지고 불편을 야기한다. (셀피를 찍는 모습은) 아름답지 않으며 기괴하다. 영화에 대한 존중을 되살릴 것”이라고 했다. ‘존중’을 언급한 대목에서 동선 문제보다 모바일을 통해 영화제를 가볍게 소비하는 세태에 대해 견제구를 날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흐름은 사전 시사 폐지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까지 기자와 평론가는 사전 시사로 미리 작품을 봤다. 이 때문에 제작진과 배우가 혹평 세례를 받은 후 레드 카펫에 등장하는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제작진의 불만을 반영한 것으로 보이지만 프레모는 이 조치를 설명하면서도 소셜 미디어 ‘트위터’를 언급했다. 그는 “칸에서 영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자마자 모두가 가장 먼저 트위터에 감상을 올리기 바쁘다. 하지만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이 말했듯 과거 평론가들은 수요일 개봉한 영화를 일반 관객과 함께 보고 금요일에 비평을 했다”며 “평론가들도 트위터 한줄 감상과 다른 차원의 비평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를 제외한 건 넷플릭스의 불참 선언으로 발생한 일이지만, 이 역시 전통 매체를 중시하는 프랑스 법과 관련 있다. 프랑스에서는 극장 상영 영화는 36개월이 지나야 온라인이나 DVD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극장 상영을 거부하자 칸이 경쟁 부문 출품을 금지했고 이에 불참을 선언하기에 이른 것이다. 넷플릭스는 출품작으로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 등을 준비하며 주목도를 높이려 했다. 오손 웰즈(1915~1985)의 미공개 유작 ‘바람의 저편’ 공개가 무산된 것은 아쉽다. 이에 대해 프레모는 “황금종려상 수상자이자 심사위원장이었던 오손 웰즈가 칸에 오지 못한 것은 불행”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올해 칸에는 쟁쟁한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다. 경쟁부문에 프랑스 장 뤽 고다르감독의 신작 ‘이미지의 책’, 미국 스파이크 리 감독의 ‘블랙 클랜스맨’, 이란 자파르 파나히감독의 ‘스리 페이스’ 등이 초청됐다. 2011년 칸 영화제에서 나치 옹호 발언으로 추방된 라스 폰 트리에 감독도 비경쟁작 ‘잭이 지은 집’으로 7년 만에 돌아왔다.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발표한 ‘버닝’도 수상을 노리고 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이창동 감독 영화 6편 중 5편이 칸에 초청됐고 ‘밀양’과 ‘시’가 여우주연상과 각본상을 각각 받았다”며 “‘버닝’ 역시 많은 관심을 받을 것이고 좋은 결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경쟁을 벗어난 음악 예능을 만들고 싶어 고민하다 음치, 립싱크, 음악 퀴즈를 조합했습니다. 해외에서도 ‘엑스팩터’나 ‘아메리카 갓 탤런트’ 등 오디션이 아닌 새로운 포맷을 기다리던 차에 ‘너의 목소리가 보여’가 등장한 거죠.”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너목보)가 중국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8개국에 수출돼 국내 음악 예능 사상 최다 포맷 수출을 기록했다. 2015년 시즌1부터 시즌5까지 이 프로그램을 맡아 온 이선영 CP를 서울 마포구 CJ E&M 사옥에서 지난달 26일 만났다. ‘너목보’는 일반인 출연자의 얼굴과 립싱크 등을 단서로 실력자와 음치를 가리는 ‘음악 추리쇼’. ‘쇼미더머니’ ‘슈퍼스타K’ 등 굵직한 음악 프로그램을 연출한 이 CP는 오디션에 대한 피로감이 ‘너목보’가 탄생한 계기라고 했다. ‘너목보’의 장수 비결은 이런 ‘포맷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 그는 “4회 방영 직후 프랑스에서 열린 국제 방송 콘텐츠 전문 시장 ‘밉(MIP) TV’에서 ‘주목할 만한 프로그램’으로 소개되며 수출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불가리아판 ‘너목보’를 제작하는데 컨설팅을 하기 위해 불가리아에 간 적이 있어요. 현지 제작진이 일반인 출연자의 립싱크 영상을 보여주며 어떻게 방송을 만들면 좋을지 물어봤죠. 누가 음치인지 헷갈려야 하는데 곧바로 정답을 다 맞혀 버리니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더라고요.”(웃음) ‘너목보’는 최근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에서 한류부문 우수상도 받았다. 시즌1부터 5까지 ‘너목보’에 출연한 일반인은 535명. 숨은 실력자는 물론이고 ‘신바람 최박사’ 같은 이색 출연자도 화제였다. 그는 이제 얼굴만 봐도 음치를 알아볼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 CP는 “‘전국노래자랑’처럼 시장의 노래 잘하는 어머니, 회사 과장님 등을 섭외했는데, 오디션에서 각광받을 나이가 지난 사람도 출연할 수 있는 것이 강점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너목보’로 유명해진 황치열 씨가 첫 출연 때 녹화가 길어져 새벽에 노래를 했는데, 결과가 궁금해 아이를 무릎에 재우고 끝까지 지켜본 부부 관객도 있었어요.” 그는 차기작으로 국내 대표 아티스트가 세대와 장르를 초월해 음악을 완성하는 ‘더 콜’을 선보일 예정이다. 첫 회 출연진은 신승훈 김종국 김범수 휘성. 그는 “‘너목보’의 재미와 ‘쇼미더머니’의 파격을 한번에 맛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며 “장르 파괴로 예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27일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평화의집에 배치하는 미술 작품은 북한산과 금강산, 제주도 등 한반도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담은 작품들로 주로 선정했다. 작가들은 민중미술부터 순수회화, 사진에 이르기까지 고루 포진했다. 1층 로비에 걸려 남북 정상의 기념사진 배경이 될 ‘북한산’을 그린 민정기 화백(69)은 25일 발표 때까지 선정 사실을 몰랐다. 이날 오후 작업실에서 전화를 받은 민 화백은 “막 소식을 들어 다소 당황스럽다”며 “좋은 화가가 많은데 내 그림이 그런 역사적 공간에 걸릴 만한지 스스로 되돌아봤다”고 말했다. 북한산은 민 화백이 2007년 완성한 452.5×264.5cm의 대형 작품. 2010년경 국립현대미술관이 구입해 소장해 왔다. 민 화백은 “조국 산하를 화폭에 담는 일은 조선 진경산수 이래로 이어진 소중한 전통”이라며 “작가로서 열심히 살아온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북한산’은 오랫동안 마음에 품었다가 실행에 옮긴 작품입니다. 두 달 동안 매일 산에 올라 답사한 뒤 작업에 들어갔죠. 겸재 정선(1676∼1759)의 ‘금강전도’처럼 전체를 아우르는 전도(全圖) 형식을 취했어요. 북한산 응봉에서 바라보는 시선으로 산을 감싼 북한산성을 담아낸 형국입니다.” 2층 회담장의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681×181cm)을 그린 신장식 국민대 교수(59)는 30년 가까이 금강산을 그려온 작가다. 그는 “사계의 아름다움이 분명한 금강산은 겸재를 포함해 많은 예인들이 사랑한, 한국 미술사에서 가장 중요한 테마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신 교수 본인이 소장하던 작품으로 이번에 대여 요청을 받고 흔쾌히 승낙했다. “금강산 옥류동 계곡을 올라가면 구룡폭포가 있는데, 그 위에 8개의 소(沼)가 상팔담입니다. 그곳 전경이 하늘에서 내려온 꽃 같다고 ‘천화대’라 부르죠. ‘상팔담에서…’는 그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광경을 담았습니다. 남북 회담이 좋은 결과를 내길 기원합니다.” 1층 접견실 병풍은 김중만 작가(64)의 사진 작품 ‘천년의 동행, 그 시작’. 김 작가는 “지난주 청와대에서 요청이 들어와 작업했다”며 “뜻깊은 작업이라 작품은 무상 제공했다”고 말했다. 세종대왕기념관이 소장한 여초 김응현(1927∼2007)의 ‘훈민정음’을 재해석했다. “한글은 우리가 한민족임을 보여주는 가장 이상적인 매개체입니다. 거기에 남북 정상을 뜻하는 ‘ㅁ’은 파랑, ‘ㄱ’은 빨강으로 색을 집어넣었죠. 미학적 접근인데, 학예연구사들이 각각 ‘통하다’ ‘만들다’는 뜻이 있다고 알려줬어요. 좋은 일에 좋은 뜻이 담겨 기쁩니다.” 3층 연회장 주빈석 뒤에 걸린 ‘두무진에서 장산곶’의 신태수 작가는 “청와대에서 2주 전쯤 연락받았다”며 “소중한 국가 행사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면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2014년 백령도에 머물며 그린 작품입니다. 서해5도는 분쟁의 상처가 남은 장소잖아요. 하지만 백령도의 두무진과 북한 땅 장산곶은 남북이 대치한 장소인데도 땅 자체는 평화로운 기운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림 속에서 함께 하나가 되길 소망하며 그렸습니다.” 이 밖에 2층 회담장 입구엔 천경자 화백의 수제자로 알려진 이숙자 작가의 ‘청맥, 노란 유채꽃’과 ‘보랏빛 엉겅퀴’가, 로비 방명록 서명 장소에는 판화가 김준권 작가의 ‘산운(山韻)’이 걸린다. 평화의집에 걸리는 작품들은 청와대에서 직접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초기 협조 문의가 오기도 했으나 전체적인 진행은 청와대에서 관할했다”며 “‘북한산’을 포함한 일부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을 청와대에서 요청해 대여해 줬다”고 설명했다.정양환 ray@donga.com·김민 기자}

경기 파주시 헤이리예술마을에 있는 미술관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에서 의미 있는 그룹전이 열리고 있다. 서용선(67·전 서울대 서양학과 교수) 유근택(53·성신여대 동양학과 교수) 최진욱 작가(62·추계예술대 서양학과 교수)의 자화상을 모은 ‘Trahere 화가의 자화상’을 올해 첫 기획전으로 선보인 것. 해외에서는 독일 게르하르트 리히터나 미국 장미셸 바스키아 등 신표현주의 작가가 이미 대세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도 단색화 열기가 차츰 식어가면서 구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세 작가도 단색화나 민중미술에 속하지 않고 구상 작업에 천착해 왔다. 위태로운 자신을 신경질적 선으로 그려낸 유 작가의 ‘끝에 서 있는’, 무장 탈영병이 주택가에서 사살된 모습에 자신을 대입한 최 작가의 ‘화가와 죽음’은 독특한 기법이나 사회적 소재로 자화상을 풀어냈다. 이번 전시에는 서 작가 작품 37점, 유 작가 작품 17점, 최 작가 작품 11점이 걸렸는데 작가별로 마련된 전시관을 통해 각자의 조형 언어를 비교해 볼 수 있다. 강성은 학예실장은 “2년 전 유 작가 제안으로 전시가 시작됐다”며 “미술사의 오랜 주제인 자화상을 통해 작가의 자의식에 투영된 사회를 보자는 것이 기획 의도”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는 서 작가의 대형 회화와 조각 작품도 공개됐다. 서 작가는 ‘단종’이나 ‘6·25전쟁’ 등을 소재로 그려 역사화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는 “해외에 있거나 특별히 그릴 것이 없을 때 자화상을 그리곤 했다”며 매일 스스로를 꾸준히 그려 왔다. 높이 4.8m, 폭 7.5m의 대작 ‘자화상’에서 작가는 스스로를 엿본 듯한 모습을 다각도로 중첩했다. 통상 표기법과 달리 작업한 모든 날짜를 기재한 것은 자신을 숨김없이 기록하겠다는 의지다. 서 작가의 자화상을 보면 기존 작품 속 사건도 결국은 오늘의 작가를 만든 역사적 재료임이 드러난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가 ‘광기의 역사’를 통해 개인의 관점에서 새롭게 역사를 구성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는 “나를 그리는 것은 세상을 담은 나를 보려는 적극적 행위”라고 밝혔다. 몸과 자연을 분리하는 서구와 달리, 원효 ‘대승기신론’에서 몸이 세상의 일부이자 전체라는 ‘일즉다다즉일(一卽多多卽一)’ 사상과 맞물리는 대목이다. 개인의 신체가 절대적 중심이라는 신자연주의 미학으로도 연결된다. 전시가 열린 ‘아트센터 화이트블럭’도 흥미로운 관람 대상이다. 헤이리 한복판에 유리와 흰 벽으로 반짝이는 이 건물은 2011년 개관 당시 미국 건축가협회(AIA) 디자인상을 받았다. 관장 이수문 대표(70)는 파주와 충남 천안에 예술가 레지던시도 운영 중이다. 그는 “국내 미대 졸업자가 연간 2만 명이지만 10년 후 5%만 전업 작가가 된다”며 “시장이 어렵지만 간섭 없이 최대한 기회의 장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20일까지. 031-992-4400파주=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채널A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19일 방송된 ‘도시어부’는 시청률 4.777%(수도권 가구 기준)를 기록해 지상파를 포함한 목요 예능 프로그램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이날 방송에서 도시어부들은 게스트로 출연한 개그맨 지상렬과 함께 충남 태안군 천수만 부남호 민물낚시에 나섰다. 앞서 뉴질랜드 편에서 초호화 요트를 타고 낚시를 즐긴 도시어부들은 이번에는 간이 좌대 위에서 조촐하게 낚시했다. ‘반세기 낚시꾼’ 이덕화는 “낚시 50년 만에 이런 좌대는 처음 앉아본다”며 낯설어했다. 40년 차 베테랑 낚시꾼 지상렬이 출연해 더 좋은 물고기를 낚으려는 기 싸움도 치열했다. 시작부터 자리싸움 때문에 신경전이 벌어진 것은 물론 주변이 조용해야 하는 민물낚시의 특성 때문에 출연진은 서로를 경계했다. 이경규가 지상렬에게 “옆에서 조용히 있어야 한다”고 당부하자 지상렬은 “저도 그 정도는 안다”고 하더니 이내 ‘언어의 연금술사’다운 입담을 과시했다. 지상렬은 자신이 앉은 수중 좌대가 차츰 가라앉자 “PD님 빨리 조치 좀 해 달라. 반신욕하게 생겼다”고 하거나 “오늘은 아가미를 닫고 낚시하겠다” 등 재치 있는 멘트로 웃음바다를 만들었다. 이덕화는 지상렬을 고정 멤버로 강력 추천하고 알래스카 촬영에도 함께하자고 권했다. 입질이 오지 않자 이경규는 촬영을 하느라 물속을 헤집고 다니는 제작진에게 “이 앞으로는 나가지 말라”며 경고를 날려 ‘낚으려는 자’와 ‘촬영하려는 자’의 눈치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9시간 만에 이경규는 ‘대물’ 황금 잉어를 낚았다. 이경규는 ‘6짜(60cm)’라고 우겼지만 잉어 크기는 58cm로 확인됐다. 한편 동시간대 방송한 KBS2 ‘해피투게더3’는 3.512%, JTBC ‘썰전’은 4.688%, TV조선 ‘만물상’은 2.117%, MBN ‘기막힌 이야기 실제상황’은 2.397%를 나타냈다. ‘도시어부’는 연예계 대표 자타공인 낚시꾼 이덕화 이경규 마이크로닷이 지금껏 공개된 적 없는 자신들만의 황금어장으로 낚시 여행을 떠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매주 목요일 오후 11시에 방송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채널A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이하 ‘도시어부’)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19일 방송된 ‘도시어부’는 시청률 4.731%(수도권 가구 기준)를 기록해 지상파를 포함한 목요 예능 프로그램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이날 방송에서 도시어부들은 게스트로 출연한 개그맨 지상렬과 함께 충남 태안군 천수만 부남호 민물낚시에 나섰다. 앞서 뉴질랜드편에서 초호화 요트를 타고 낚시를 즐긴 도시어부들은 이번에는 간이 좌대 위에서 조촐한 낚시를 즐겼다. ‘반세기 낚시꾼’ 이덕화는 “낚시 50년 만에 이런 좌대는 처음 앉아본다”며 낯설어했다. 40년 차 베테랑 낚시꾼 지상렬이 출연해 더 좋은 물고기를 낚으려는 기 싸움도 치열했다. 시작부터 자리싸움 때문에 신경전이 벌어진 것은 물론 주변이 조용해야 하는 민물 낚시의 특성 때문에 출연진들은 서로를 경계했다. 이경규가 지상렬에게 “옆에서 조용히 있어야 한다”고 당부하자 지상렬은 “저도 그 정도는 안다”고 하더니 이내 ‘언어의 연금술사’다운 입담을 과시했다. 지상렬은 자신이 앉은 수중 좌대가 차츰 가라앉자 “PD님 빨리 조치 좀 해 달라. 반신욕 하게 생겼다”고 하거나 “오늘은 아가미를 닫고 낚시하겠다”는 등 재치있는 멘트로 웃음바다를 만들었다. 이덕화는 지상렬을 고정 멤버로 강력 추천하고 알래스카 촬영에도 함께 하자고 권했다. 입질이 오지 않자 이경규는 촬영을 하느라 물 속을 헤집고 다니는 제작진에게 “이 앞으로는 나가지 말라”며 경고를 날려 ‘낚으려는 자’와 ‘촬영하려는 자’의 눈치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9시간 만에 이경규는 ‘대물’ 황금 잉어를 낚았다. 이경규는 ‘6짜(60㎝)’라고 생떼를 썼지만 잉어 크기는 58㎝로 드러났다. 한편 동시간대 방송한 KBS2 ‘해피투게더’는 3.512%, JTBC ‘썰전’은 4.688%, TV조선 ‘만물상’은 2.117%, MBN ‘기막힌 이야기 실제상황’은 2.397%를 나타냈다. ‘도시어부’는 연예계 대표 자타공인 낚시꾼 이덕화 이경규 마이크로닷이 지금껏 공개된 적 없는 자신들만의 황금어장으로 낚시 여행을 떠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매주 목요일 오후 11시에 방송한다.김민기자 kimmin@donga.com}
영화보다 더 극적인 삶을 살았던 배우 최은희가 92세로 영면에 들었다. 평생의 동반자이자 영화 동지인 남편 신상옥 감독 옆에 나란히 묻혔다. 고인의 발인식은 19일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생전 고인의 뜻대로 소박하게 치러진 발인식에는 배우 신성일, 신영균, 문희, 한지일, 영화감독 이장호, 최하원을 비롯해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등 영화인 100여 명이 참석했다. 조욱현 토마스 신부는 장례미사를 집전하며 “일생이라는 하나의 작품이 죽음을 통해 출품됐다”며 “하느님이 선생님의 아름다운 작품을 크게 칭찬하고 큰 상으로 보답할 것”이라고 추모했다. 조 신부는 고인이 성라자로마을을 후원하며 한센인을 도왔던 일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안양영화예술학교 교장을 지낸 고인은 1970년대 영화계에 성라자로마을을 알리며 후원을 독려했다. 학생들과 함께 시설을 찾아가 위문 공연도 했다. 조 신부는 “오랫동안 성라자로마을을 후원했지만 이를 내세우지 않고 당연하다고 말씀한 겸손한 분이셨다. 조촐하고 가난한 장례식이 그분의 겸손을 드러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도 꼭 화장을 하고 저를 맞으셨고, 항상 고우시기 때문에 화장을 안 하셔도 된다고 했더니 그건 예의가 아니라고 하셨다”고 덧붙였다. 각막을 기증한 후 떠난 고인은 경기 안성시 천주교공원묘지에 묻혀 안식을 찾았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도파민’이냐 ‘세로토닌’이냐. 최근 채널A ‘하트시그널2’에서 펼쳐지고 있는 ‘김현우-오영주-임현주’의 관계를 양재웅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이렇게 표현했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차분한 성격의 오영주는 정서적 안정, 행복감, 평화로움을 느끼게 하는 ‘세로토닌’이라면, 돌발적 행동으로 상대를 설레게 하는 임현주는 일시적, 순간적 행복감인 ‘도파민’이라는 것. 이 삼각관계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김현우는 마음을 사로잡는 데이트 코스를 준비하는 세심함을 보여주면서 김이나, 소유 등 연예인 추리단 패널도 푹 빠지게 만들었다. 김현우가 자신의 식당에 수년 전 찾아왔던 오영주를 기억하거나, 놀랄 정도로 비슷한 두 사람의 취향에 이입한 시청자들은 ‘영주-현우 서사’를 밀고 있다. 한편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적극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임현주의 모습에 반한 시청자는 ‘현주-현우 서사’를 밀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생겨나고 있다. 이렇게 스릴감 넘치는 삼각관계가 본격화하면서 ‘하트시그널2’의 화제성도 덩달아 상승세다. TV 화제성 조사전문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4월 2주 차 화제성 보고서에 따르면 ‘하트시그널2’가 비드라마 프로그램 184편 중 화제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인인 시그널하우스 입주자 김현우, 오영주가 연예인을 제치고 출연자 화제성 순위에서 각각 1위와 2위를 기록했다. ‘하트시그널2’는 특히 전통적 플랫폼보다 온라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높은 화제성을 기록하고 있다. 4월 2주 차 온라인 영상 클립 조회수가 422만 건(9∼15일 집계)을 기록해 4월 1주 차 284만 건(2∼8일 집계)의 1.5배로 상승했다. ‘하트시그널2’가 주목받는 것은 장르물 위주였던 드라마의 흐름에서 시청자에게 신선함을 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공희정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드라마가 자극을 통해 이목을 끌면서 오히려 인위적 서사에 식상함을 느낀 시청자들이 잔잔한 일상이나 ‘썸’ 탈 때의 미묘한 감정선에 이입하는 재미를 찾게 된 경향이 있다”며 “일반인 출연자들의 관계에서 감정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삼각관계를 부각시킨 편집 덕분에 공감대를 더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화제성 10위에 오른 김도균과 임현주의 관계 흐름도 주목된다. 한의사인 김도균은 초반 무뚝뚝하고 소극적인 모습으로 ‘0표남’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어색하면서도 계산하지 않고 좋아하는 상대에게 마음을 꾸준히 표현하는 모습이 5회부터 드러나자 일부 시청자는 ‘이제부터 김도균 하세요∼’라며 애정을 표현하고 있다. 6회부터는 ‘하트시그널’의 고전적 재미 요소인 ‘메기 효과’가 추가될 예정이다. ‘메기 효과’란 어부가 잡은 물고기가 운반 과정에서 죽지 않게 하려고 포식자인 ‘메기’를 수족관에 넣어 긴장하게 만드는 것을 뜻한다. ‘하트시그널’에서는 강력한 매력을 가진 새로운 입주자가 등장해 기존 입주자들의 관계에 긴장도를 더해 왔다. 6회에서도 여성 ‘메기’가 등장한다. 채널A ‘하트시그널2’는 매주 금요일 오후 11시 11분에 방송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삶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던 고인은 영화 속 변화무쌍한 역할을 통해 다양한 삶의 방식을 보여주신 분이셨습니다.”(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92세로 세상을 떠난 배우 최은희 씨의 빈소에는 17일 원로 영화인과 후배 연기자 등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이들은 핑크빛 장미로 곱게 둘러싸인 최 씨의 영정 사진 앞에 헌화하며 추모했다. 최근까지도 최 씨의 자택을 찾았던 오랜 벗인 배우 신영균 씨(90)는 “배우는 화려한 직업인데 나이가 들면서 병들고 쇠약해지는 모습을 지켜보기가 힘들었다”며 “하늘나라에서도 신필름을 만들어 잘 운영하셔서 나중에 신필름에 있었던 이들끼리 모였으면 좋겠다”고 애도했다. 평소 자녀들에게 “원로와 현역 영화인들이 소통하며 가깝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혀 왔다는 고인의 빈소에는 모처럼 배우와 감독, 제작자 등 각계각층 영화인이 모여 북적였다. 별세 소식을 접하고 이른 아침부터 찾아와 빈소를 지킨 배우 한지일 씨(71)는 “최은희 선배님 세대가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 천만 관객의 한국 영화가 나올 수 있는 것”이라며 “유명해져도 항상 겸손하게 고개를 숙이라고 가르치시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울먹였다. 1960, 70년대에 활동하며 고인과 함께 멜로 연기를 선보였던 배우 윤일봉 씨(84)도 오랜 시간 빈소를 지키며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애통해했다. 고인은 최근까지도 휠체어에 의존하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영화계 후배와 옛 지인들을 꾸준히 만나 왔다고 한다. 신상옥 최은희 부부가 북한에서 탈출한 뒤 이들 부부와 오래 교류하며 ‘최은희 신상옥 납북수기, 김정일 왕국’을 쓴 김일수 전 동아일보 홍콩특파원은 “최은희 씨가 먼저 납북됐을 때 신상옥 감독이 홍콩으로 날 찾아와 인연을 맺고 평생 알고 지내 왔다”며 “1년에 한두 번 정도는 꼭 만났는데 나이가 들어도 항상 곱게 차려입고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회상했다. 염수정 추기경도 이날 “최은희 소화데레사님의 선종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영원한 안식을 빕니다”라는 애도의 메시지를 전했다. 고인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사후 장기기증을 하겠다고 알려왔다.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중요한 한국 영화에 거의 모두 출연했고 당대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스타 중의 스타였다”며 “신상옥과 최은희 두 명의 기념관을 짓는 게 평생 소원이셨는데 그걸 보지 못하고 가셔서 한스럽다”고 했다. 1970년에 안양영화예술학교 교장으로 부임할 정도로 후학 양성에 힘써 왔던 최 씨의 빈소에는 후배 배우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배우 정혜선 씨(76)는 “후배들에게 늘 따뜻하고, 한마디로 천사 같은 분이셨다”고 고인과의 추억을 회상했다. 실제 고인은 2007년 펴낸 자서전 ‘고백’의 발간 계기 중 하나로 “내 기록을 통해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진정한 연기자가 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아픔을 이겨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조언하는 등 후배들을 향한 애정을 나타냈다. 빈소에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국현 한국영화배우협회 이사장, 오석근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등 관련 단체 인사들이 조화를 보내 고인을 애도했다. 장례는 고인의 뜻에 따라 영화인장이 아닌 가족장으로 치러진다.장선희 sun10@donga.com·김민 기자}

17일 오후, 전날 92세로 세상을 떠난 배우 최은희 씨의 빈소에는 원로 영화인과 후배 연기자 등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이들은 핑크빛 장미로 곱게 둘러싸인 최 씨의 영정 사진 앞에 헌화하며 추모했다. 최근까지도 최 씨의 자택을 찾았던 오랜 벗인 배우 신영균 씨(90)는 “배우는 화려한 직업인데 나이가 들면서 병들고 쇠약해지는 모습을 지켜보기가 힘들었다”며 “하늘나라에서도 신필름을 만들어 잘 운영하셔서 나중에 신필름에 있었던 이들끼리 모였으면 좋겠다”고 애도했다. 평소 자녀들에게 “원로와 현역 영화인들이 소통하며 가깝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혀왔다는 고인의 빈소에는 모처럼 배우와 감독, 제작자 등 각계각층 영화인이 모여 북적였다. 별세 소식을 접하고 이른 아침부터 찾아와 빈소를 지킨 ‘신필름 사단’의 막내 배우 한지일 씨(71)는 “최은희 선배님 세대가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 천만 관객의 한국영화가 나올 수 있는 것”이라며 “유명해져도 항상 고개를 숙이라고 가르치시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울먹였다. 1960, 70년대에 활동하며 고인과 함께 멜로 연기를 선보였던 배우 윤일봉 씨(84)도 오랜 시간 빈소를 지키며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애통해했다. 1970년에 안양영화예술학교 교장으로 부임할 정도로 후학 양성에 힘써왔던 최 씨의 빈소에는 후배 배우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배우 정혜선 씨(76)는 “후배들에게 늘 따뜻하고, 한마디로 천사같은 분이셨다”고 고인과의 추억을 회상했다. 실제 고인은 2007년 펴낸 자서전 ‘고백’의 발간 계기 중 하나로 “내 기록을 통해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진정한 연기자가 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아픔을 이겨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조언하는 등 후배들을 향한 애정을 나타냈다. 고인은 최근까지도 휠체어에 의존하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영화계 후배와 옛 지인들을 꾸준히 만나왔다고 한다. 신상옥 최은희 부부가 북한에서 탈출한 뒤 이들 부부와 오래 교류하며 ‘최은희 신상옥 납북수기, 김정일 왕국’을 쓴 김일수 전 동아일보 기자는 “1년에 한 두번 정도는 꼭 만났는데 매번 소녀처럼 반가워하며 다정하게 근황을 묻는 모습이 눈에 훤하다”며 “나이가 들어도 항상 곱게 차려입고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고 회상했다. 빈소에는 영화인들 외에도 고인과 생전에 다양한 인연을 간직한 이들의 흔적이 가득했다. 고인의 아들인 신정균 영화감독은 “평양에서 활동 중인 어느 배우의 따님이란 분이 조문을 오기도 했다”며 “탈북 전 북한에서 어머니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뉴스로 소식을 접한 뒤 애도하고 싶은 마음에 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은 “최은희 소화 데레사님의 선종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영원한 안식을 빈다. 삶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던 고인은 영화 속 변화무쌍한 역할을 통해 다양한 삶의 방식을 보여주신 분으로 기억한다”는 애도의 메시지를 전했다. 고인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사후 장기기증을 하겠다고 알려왔다. 빈소에는 김국현 한국영화배우협회 이사장과 이해용 한국영화인원로회 이사장, 김영효 영화감독 등 원로 영화인은 물론, 이병헌 박중훈 전도연 등 현재 왕성하게 활동 중인 후배 배우들도 조화를 보내 고인을 애도했다. 장례는 고인의 뜻에 따라 영화인장이 아닌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장선희기자 sun10@donga.com김민기자 kimmin@donga.com}

전체 면적 0.84km², 가장 높은 지점이 해발 20.5m. 2시간이면 돌아볼 수 있는 섬. 제주도와 마라도 사이에 위치한 ‘가파도’는 현재 약 170명이 살고 있는 자그마한 땅이다. 육지 사람에겐 이름도 익숙지 않은 이 섬에 예술가 레지던스 ‘가파도 에어(AIR·Artist In Residence)’가 들어섰다. 19일 찾은 가파도는 제주 서귀포시 모슬포항에서 배로 10여 분 거리로 ‘위에서 보면 달걀 프라이, 옆에서 보면 고래등’처럼 생겼다. 주민 90%가 어업에 종사하며, 특히 해녀가 가정 경제를 책임져왔다. 우연히 마주친 한 해녀는 “부모 잘 만나 서울에서 태어났다니 부럽소. 우리들은 ‘어매 왜 날 낳았나’ 울면서 살기 위해 물질을 배웠는데. 자식들은 섬을 떠나 우리가 죽으면 명맥이 끊길 것”이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이런 곳에 새로운 자연과 경제, 문화적 생태계를 구성하겠다며 제주도와 현대카드가 힘을 모은 ‘가파도 프로젝트’의 출발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건축가 최욱이 이끄는 ‘원오원 건축사무소’가 참여해 빈집을 숙박시설로 개조하고 여객터미널을 리모델링했다. 기존 건물을 최대한 활용해 섬의 지형과 자연스레 어울리는 세심한 건축이 이뤄졌다. ‘재생’이란 대목에서 ‘예술 섬’으로 거듭난 일본 가가와현 나오시마가 떠올랐다. 가파도 프로젝트는 시작할 때만 해도 ‘제주의 나오시마’로 언급되곤 했다. 나오시마는 구사마 야요이의 ‘호박’이나 안도 다다오의 ‘베네세하우스’ ‘지중미술관’, 그리고 미술관이 소장한 클로드 모네, 앤디 워홀 작품으로 세계 예술 애호가들을 끌어들인다. 독특한 건축물과 함께 현대미술 거장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는 예술 체험이 핵심이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 본 ‘가파도 프로젝트’는 아직 이 핵심까지 접근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였다. 물론 이는 ‘가파도 프로젝트’만의 한계는 아니다. 서울에서도 국제적 현대미술 컬렉션을 갖춘 국내 미술관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현실적 한계 속에서 가파도는 섬 자체를 예술작품으로 만들기보다는 작가들이 섬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을 만들고 그것으로 섬을 알리는 우회적인 방법을 택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가파도 프로젝트는 완성이 아니라 이제 막 출발했다. 새로운 영감을 선물하는 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파도 에어’에는 핀란드 디자이너 듀오 ‘컴퍼니(COMPANY)’와 영국 작가 제인&루이스 윌슨 자매, 한국 작가 양아치, 정소영 등이 입주했다. 이들은 2∼6개월 동안 가파도에 머무르며 작업할 예정. 앞으로도 전문가 추천을 받은 다양한 예술가가 이곳을 찾을 예정이다. 현대카드 지원으로 제주도가 직접 운영한다. 섬에서 만난 영국 런던 테이트미술관의 이숙경 시니어 리서치 큐레이터는 “참여 작가들이 제주 설화나 전설을 풍부하게 조사했고, 특히 냉전 이데올로기와 지역 분쟁에 대한 작업을 이어온 윌슨 자매가 한반도에 관심이 컸다”며 “최근 한국 미술에 대한 해외의 관심이 커지고 있어 이런 에너지가 가파도를 매개로 세계무대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가파도=김민 기자 kimmin@donga.com}

“20, 30대에게 누가 제일 나쁠까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게 386세대다. 홍준표·김무성은 젊은 세대에게 논외다.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것만으로 콘크리트 치고 사다리 걷어차는 것이 나쁜 사람 아닐까.” “유시민 씨는 정권이 교체되자 ‘어용 지식인’이 되겠다고 했다. 정의당 평당원이 무슨 생각으로 어용 지식인을 자처하나. 사실은 전 장관이자 국회의원이면서 ‘작가’ 호칭을 고수하며 발언에 아무런 책임을 안 진다. 이것이 386세대의 논리다.” “김어준은 음모론이 장난인 줄 안다. 아무 말이나 하면서 팩트체크가 된 것이냐고 물어보면 ‘판명 나기까진 음모론’이라 하고 ‘합리적 의심’이란 단어로 모든 것을 정당화한다.” 국민TV를 통해 방송된 팟캐스트 ‘까고있네’가 유시민, 김어준, 정봉주 등 이른바 진보진영 논객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방송 2회 만에 퇴출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TV는 2013년 자본·정치로부터 자유로운 독립 언론을 표방하며 ‘나는 꼼수다’의 김용민 씨가 참여해 만든 협동조합 언론사다. 국민TV 소속 PD·기자가 제작한 ‘까고있네’는 첫 방송으로 ‘천하제일 나쁜놈대회’를 주제로 했는데 386세대가 후보로 꼽혔다. 이들은 “유시민은 성폭력 문제 제기하는 당원에게는 ‘해일이 오는데 조개를 줍고 있을 거냐’고 면박 주더니 책을 팔 때는 ‘미시 파시즘을 경계해야 한다’며 조개 줍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고 거침없이 비판했다. 그러나 이 팟캐스트는 방송 2회 만에 국민TV 조합원들의 반발로 제작진이 징계를 받고 콘텐츠가 삭제됐다. ‘뚜렷한 근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특정 인사를 비방했다’는 이유였다. ‘까고있네’를 기획한 성지훈 기자는 “스스로 진보라 생각하지만 고정된 진영 논리는 깨고 싶었다”며 “개인보다 조직을 중시하는 기성세대의 태도 비판도 기획 의도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은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더 이상 좌우이념 진영논리나 ‘대의를 위해 개인을 희생한다’ ‘공이 있으니 허물을 감싸라’는 집단논리가 통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1월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논란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20∼40대 지지율 하락이 두드러졌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신 20∼40세대에게 요즘 가장 큰 화두는 ‘공정성’과 ‘개인의 권리’가 꼽힌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미국 베이비붐 세대가 개인의 출현을 알린 ‘더 미(The Me) 세대’였다면 밀레니얼 세대는 더 개인에 집중하는 ‘더 미미미(The Me Me Me) 세대’라고 규정했다. 타임은 이들이 ‘실용적 이상주의자’이자 ‘행동가’이며 사회의 낡은 시스템이 해체되는 흐름에 적응한 신인류라고 분석했다. 인터넷 독립저널 ‘DSLR’를 운영하는 김아현 씨(23)는 “거악이 사라지면 청년들도 행복할 거라는 막연한 주장은 통하지 않는다”며 “정치인이 어떤 이념 운동을 했다거나 누굴 변호했다는 등의 상징성은 공감하기 어렵다. 그가 어떤 정책 구상을 갖고 있으며 그것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386·베이비붐 세대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참았다면 ‘더 미미미 세대’는 현재와 자신이 중요하기에 과정이나 절차에서 개인의 권리가 희생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탈진영주의적 성향을 가진 청년 세대의 등장은 이분법적 논리에서 벗어나 사회 다양화를 촉진시킬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구성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다수 의견에 가려 드러나지 않는 젊은 세대는 물론 여성, 6070세대 등 다양한 가치관을 담은 의견도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통로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잘못 사과 없는 방송권력, 그들이 기득권” ▼ ‘까고있네’는 국민TV가 젊은 조합원을 포섭하려 기획한 방송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준비해 기획안 결재도 받았지만 2회 만에 폐지됐다. 출연진(개친빠·마가린·김만석)은 유튜브·페이스북에서 자체 방송을 하고 있다. ‘일베 방송이냐’, ‘자유한국당 의원이나 까라’는 비판을 받았다는 권용득 씨(41·개친빠)와 최황 씨(34·마가린)를 11일 직접 만나봤다. 권 씨는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만화로 그렸고, 김만석 씨는 한때 정의당 당원이었을 정도로 진보 성향에 가까운 사람들이다. ―비판에도 방송하는 이유는…. ▽권용득=A를 부정한다고 B를 긍정하는 게 아니다. 방송 슬로건이 ‘너만 기분 나쁘라고 하는 방송’인데, 기분 나쁘게 듣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개인이 아닌 386세대나 진보를 대표하는 집단으로 여긴다. 진보·보수를 선악 이분법으로 이해하면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최황=민주주의는 끝없이 갈등하고 분열해야 한다. ‘한번 우리 편이면 영원한 우리 편’이라는 건 조폭 논리다. 정치적 스탠스가 다양한데 좌우만 구분하는 것은 고쳐야 한다. ―‘집단주의’를 적폐로 꼽았다. ▽권=철학자 슬라보이 지제크는 ‘이기주의자가 남에게 해코지할 확률이 낮다’고 했다. IS(이슬람국가)는 신의 뜻을 내세우고, 이명박과 박근혜는 ‘나라를 위했다’고 한다. 386 세대는 ‘거악 척결을 위해 목소리를 합쳐야 한다’며 개인을 말살하니 똑같은 폭력으로 느껴진다. ―‘386 세대’나 ‘깨시민’이 기득권인가. ▽권=유시민, 김어준은 방송 권력이 됐다. 김어준은 정봉주를 일방적으로 편드는 방송을 해놓고 징계도 안 받았다. 직접 사과도 제스처도 없었다. ▽최=국민TV에서 김용민의 방송을 준비했는데 정봉주가 서울시장 출마로 SBS AM ‘정봉주의 정치쇼’를 하차하자 김용민이 지상파로 가버렸다. ▽권=정봉주 김어준 김용민은 권력을 나눠 쓰며 서로 보호한다. ‘나꼼수’가 이명박에게 맞섰다지만 그들보다 성실하게 부조리를 고발한 사람도 많았다. ―밀레니얼 세대가 공감하는 이유는…. ▽최=수많은 루트로 정보를 습득해 ‘어, 이게 아닌데?’가 바로 감지되는 세대다. 기성세대는 ‘다음에 여러분 차례가 온다’지만 왜 참아야 하는지 이해 못 한다. 선거 공천 등의 과정을 보면 386 세대가 주축을 이루지 않나. ▽권=김광진 장하나 이자스민 전 의원은 이미지로만 소비됐다. 장애인에게 비례 1번을 주지만 누가 어떤 활동을 했는지 아무도 기억을 못 한다. ―‘까고있네’는 어떻게 되나. ▽권=주목 못 받고 사라질 수 있지만 ‘까고있네’ 사태가 더 큰 부조리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문빠’가 자발적 권리라며 다른 목소리를 억압하고 무균 상태를 지향하면 문제가 될 것이다. 김민 kimmin@donga.com·김정은 기자}

“20·30대에게 누가 제일 나쁠까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게 386세대다. 홍준표·김무성은 젊은 세대에게 논외다.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것만으로 콘크리트치고 사다리 걷어차는 것이 나쁜 사람 아닐까.” “유시민 씨는 정권이 교체되자 ‘어용 지식인’이 되겠다고 했다. 정의당 평당원이 무슨 생각으로 어용 지식인을 자처하나. 사실은 전 장관이자 국회의원이면서 ‘작가’ 호칭을 고수하며 발언에 아무런 책임을 안 진다. 이것이 386 세대의 논리다.” “김어준은 음모론이 장난인 줄 안다. 아무 말이나 하면서 팩트체크가 된 것이냐고 물어보면 ‘판명 나기까진 음모론’이라하고 ‘합리적 의심’이란 단어로 모든 것을 정당화한다.” 국민TV를 통해 방송된 팟캐스트 ‘까고있네’가 유시민, 김어준, 정봉주 등 이른바 진보진영 논객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방송 2회 만에 퇴출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TV는 2013년 자본·정치로부터 자유로운 독립 언론을 표방하며, ‘나는 꼼수다’의 김용민 씨가 참여해 만든 협동조합 언론사다. 국민TV 소속 PD·기자가 제작한 ‘까고있네’는 첫 방송으로 ‘천하제일 나쁜놈대회’를 주제로 했는데 386세대가 후보로 꼽혔다. 이들은 “유시민은 성폭력 문제제기하는 당원에게는 ‘해일이 오는 데 조개를 줍고 있을거냐’고 면박 주더니 책을 팔 때는 ‘미시 파시즘을 경계해야 한다’며 조개 줍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고 거침없이 비판했다. 그러나 이 팟캐스트는 방송 2회 만에 국민TV 조합원들의 반발로 제작진이 징계를 받고 컨텐츠가 삭제됐다. ‘뚜렷한 근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특정 인사를 비방했다’는 이유였다.‘까고있네’를 기획한 성지훈 기자는 “스스로 진보라 생각하지만 고정된 진영 논리는 깨고 싶었다”며 “개인보다 조직을 중시하는 기성세대의 태도 비판도 기획 의도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현상은 요즘 젊은세대들에게 더 이상 좌우이념 진영논리나 ‘대의를 위해 개인을 희생한다’ ‘공이 있으니 허물을 감싸라’는 집단논리가 통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1월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논란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20~40대 지지율 하락이 두드려졌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신 20~40세대에게 요즘 가장 큰 화두는 ‘공정성’과 ‘개인의 권리’가 꼽힌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미국 베이비붐 세대가 개인의 출현을 알린 ‘더 미(The Me) 세대’였다면 밀레니얼 세대는 더 개인에 집중하는 ‘더 미미미(The Me Me Me) 세대’라고 규정했다. 타임은 이들이 ‘실용적 이상주의자’이자 ‘행동가’이며 사회의 낡은 시스템이 해체되는 흐름에 적응한 신인류라고 분석했다. 인터넷 독립저널 ‘DSLR’을 운영하는 김아현 씨(23)는 “거악이 사라지면 청년들도 행복할 거라는 막연한 주장은 통하지 않는다”며 “정치인이 어떤 이념 운동을 했다거나 누굴 변호했다는 등의 상징성은 공감하기 어렵다. 그가 어떤 정책 구상을 갖고 있으며 그것이 내 삶에 영향을 미칠 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안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386·베이비붐 세대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참았다면 ‘더 미미미 세대’는 현재와 자신이 중요하기에 과정이나 절차에서 개인의 권리가 희생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탈진영주의적 성향을 가진 청년 세대의 등장은 이분법적 논리에서 벗어나 사회 다양화를 촉진시킬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구성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다수 의견에 가려 드러나지 않는 젊은 세대는 물론 여성, 6070 세대 등 다양한 가치관을 담은 의견도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통로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 국민TV ‘까고있네’ 출연진 인터뷰▼‘까고있네’는 국민TV가 젊은 조합원을 포섭하려 기획한 방송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준비해 기획안 결재도 받았지만 2회 만에 폐지됐다. 출연진(개친빠·마가린·김만석)은 유튜브·페이스북에서 자체 방송을 하고 있다. ‘일베 방송이냐’, ‘자유한국당 의원이나 까라’는 비판을 받았다는 권용득 씨(41·개친빠)와 최황 씨(34·마가린)를 11일 직접 만나봤다. 권 씨는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만화로 그렸고, 김만석 씨는 한때 정의당 당원이었을 정도로 진보성향에 가까운 사람들이다. ―비판에도 방송하는 이유는…. ▽권용득=A를 부정한다고 B를 긍정하는 게 아니다. 방송 슬로건이 ‘너만 기분 나쁘라고 하는 방송’인데, 기분 나쁘게 듣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개인이 아닌 386세대나 진보를 대표하는 집단으로 여긴다. 진보·보수를 선악 이분법으로 이해하면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최황=민주주의는 끝없이 갈등하고 분열해야 한다. ‘한번 우리 편이면 영원한 우리 편’이라는 건 조폭 논리다. 정치적 스탠스가 다양한데 좌우만 구분하는 것은 고쳐야 한다. ―‘집단주의’를 적폐로 꼽았다. ▽권=슬라보이 지제크는 ‘ 이기주의자가 남에게 해코지할 확률이 낮다’고 했다. IS(이슬람국가)는 신의 뜻을 내세우고, 이명박과 박근혜는 ‘나라를 위했다’고 한다. 386세대는 ‘거악 척결을 위해 목소리를 합쳐야 한다’며 개인을 말살하니 똑같은 폭력으로 느껴진다. ▽최=대의는 실체가 없지만 개인은 실존한다. 그런 것을 사회가 감지하지 못해 여성, 장애인, 소수자의 목소리가 배제됐다. 유시민 씨가 과거 개혁국민정당 내 성폭력 사건 공론화에 “해일이 오는데 조개를 줍고 있느냐”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386 세대’나 ‘깨시민’이 기득권인가. ▽권=유시민, 김어준은 방송 권력이 됐다. 김어준은 정봉주를 일방적으로 편드는 방송을 해놓고 징계도 안받았다. 직접 사과도 제스처도 없었다. ▽최=국민TV에서 김용민의 방송을 준비했는데 정봉주가 서울시장 출마로 SBS AM ‘정봉주의 정치쇼’를 하차하자 김용민이 지상파로 가버렸다. ▽권=정봉주 김어준 김용민은 권력을 나눠 쓰며 서로 보호한다. ‘나꼼수’가 이명박에게 맞섰다지만 그들보다 성실하게 부조리를 고발한 사람도 많았다. ―밀레니얼 세대가 공감하는 이유는…. ▽최=수많은 루트로 정보를 습득해 ‘어 이게 아닌데?’가 바로 감지되는 세대다. 기성세대는 ‘다음에 여러분 차례가 온다’지만 왜 참아야 하는지 이해 못한다. 선거 공천 등의 과정을 보면 386세대가 주축을 이루지 않나. ▽권=김광진 장하나 이자스민 전 의원은 이미지로만 소비됐다. 장애인에게 비례 1번을 주지만 누가 어떤 활동을 했는지 아무도 기억을 못한다. ―‘까고있네’는 어떻게 되나. ▽권=주목 못 받고 사라질 수 있지만 ‘까고있네’ 사태가 더 큰 부조리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문빠’가 자발적 권리라며 다른 목소리를 억압하고 무균 상태를 지향하면 문제가 될 것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