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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투표 실시 여부를 두고 당은 하루 종일 출렁거렸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만 해도 의총 등을 통한 ‘정치적 재신임’을 전제로 재신임 투표 철회를 고려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오후에는 “다음 주 재신임 투표를 실시하겠다”며 강경 모드로 돌아섰다. 16일 당 중앙위원회에서 압승을 거둔 친노(친노무현) 진영이 비노(비노무현) 진영을 재차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앞서 이날 오전 9시 당의 중진인 이석현 박병석 의원은 문 대표와 만나 “문 대표가 재신임을 철회하면 중대한 상황 변화가 없는 한 현 지도체제를 중심으로 당을 운영하는 데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며 “20일 당무위원 및 의원 연석회의를 통해 그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제안했다. 재신임 카드와 문 대표 체제 안정을 놓고 ‘정치적 빅딜’을 하자는 얘기였다. 이에 문 대표도 “(재신임 투표 철회를) 신중히 고려해보겠다”고 했다. 연석회의에서 ‘정치적 재신임’을 얻어낸다면 나쁠 것이 없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연석회의에서 ‘문 대표 체제로 계속 간다’는 게 결정되면 문 대표 측은 재신임 투표와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노 진영은 반발했다. 최원식 의원은 “연석회의가 열려도 문제가 본질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의총 소집 권한을 갖고 있는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밤까지 의총 소집령을 내리지 않았다. 재신임 국면에서 문 대표와 각을 세워온 안철수 의원도 20일 연석회의에 불참하는 대신 정치 입문 3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연석회의 개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문 대표는 이날 오후 4시경 “(재신임이) 당내 분란을 끝내는 가장 좋은 방안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공세적으로 돌아섰다. 이어 문 대표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최재성 총무본부장도 오후 8시 다시 재신임 추진을 거론했다. 그는 “이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며 “이것은 대표 흔들기를 넘어 문 대표의 재신임 요청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다음 주에 재신임 투표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비노 진영을 향해 ‘재신임 투표’와 ‘정치적 재신임’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이에 이 원내대표는 “연석회의의 소집에 관한 당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비노 측 관계자는 “문 대표 측이 왜 이렇게 극단적인 상황까지 몰고 가는지 모르겠다”며 “일단 19일도 시간이 있으니 좀 더 논의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황형준 기자}

국정감사는 제헌헌법에 의해 1949년 최초로 실시됐다. 그해 12월 3일자 동아일보는 ‘국회 자체가 국가행정을 감사해 민의에 맞는 적절한 시책을 결정하기 위해 국정감사에 관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국감은 1972년 10월 유신헌법이 선포되면서 잠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국정조사권만 남긴 채 국정감사권을 없앤 것이다. 외국의 사례가 없고 의원들이 국감을 이용해 회사나 단체로부터 당선 때 들어간 밑천을 뽑으려 한다는 ‘국감 회의론’이 한몫했다. 이후 1987년 헌법 개정에 따라 사라진 지 16년 뒤인 1988년 국감은 부활했다. 당시 국감에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 비리 △우편 검열, 전화 도청에서부터 삼청교육대 사건, 김근태 씨 고문 사건에 이르는 인권유린 △행정의 부조리 △학원 및 언론 탄압 등이 도마에 올랐다. 1981년 11대 의원을 시작으로 7선 의원을 지낸 ‘미스터 쓴소리’ 조순형 전 의원에게 국감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다. ―요즘 국감을 보면 어떤가. 무용론도 나올 정도인데…. “기업인들 중심으로 무차별로 증인 신청해서 제대로 질문도 못 하고 돌려보내기도 하고, 피감기관이 700개 넘을 정도로 많다 보니 부실 감사가 될 수밖에 없다. 국회의장이나 여야가 여러 문제점을 충분히 시간을 갖고 검토해서 제도를 바꾸든지 관행을 고쳐야 되는데 그런 반성, 자성이 전혀 없다.” ―예전 국감 땐 어땠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야당 총재 할 때는 국감 훨씬 전부터 16개 상임위를 총재가 직접 챙겼다. 정책위의장, 원내지도부, 상임위원장 등을 배석시켜 놓고 점검회의를 했다. 총재가 ‘이번 감사 때 뭘 할 것인가’ 의원마다 얘기해 보라고 했다. 그럼 의원들이 준비를 안 할 수가 없다. 지금 국회 보니까 원내지도부가 그런 거 하는 거 봤나. 국감 대책회의라고 하긴 하는데 카메라 앞에서 이번 감사는 민생 감사 등 구호성 이야기나 하고 끝내버린다.” ―여야가 어떻게 개선해야 되나. “원내대표 임기가 1년인데 최소한 2년, 4년까지도 해야 된다. 경험도 쌓고 경륜도 쌓이다가 1년 뒤면 바뀌는 게 폐단이다. 상임위원장도 마찬가지다. 한 명이 4년은 해야 된다. 지도부 리더십이 약해진 것도 문제다. 지도부가 의정 활동을 지도해 주고 통제해 줘야 한다.” ―운영상 문제는 없나. “국정감사법(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을 보면 상임위가 2인 이상의 의원으로 감사반을 구성하게 돼 있는데 그걸 거의 안 하고 있다. 교문위(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소속 위원이 30명이다. 30명이 한 개 감사반이 돼서 각 부처 다 하면 능률적 운영을 할 수 없다. 15명씩 2개 반으로 나눠서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 감사를 맡는 식이어야 한다.” ―국회 차원에서는 뭘 바꿔야 되나. “국회의장이 국감 때 할 일 없다고 외유 자주 가는 관행이 있는데 그러면 안 된다. 이제 국감 중에는 의장이 직접 챙겨보고 격려도 하고 하면서 뭐가 잘못 됐나 고민해야 된다. 몇 개월 전에 사무처 입법조사처 등 전부 동원해서 뭘 개선할지 상임위원장들과 회의를 해야 된다.” 정의화 의장은 13일부터 9박 10일 일정으로 중남미 순방 중이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조선시대에도 재신임과 같은 선위(왕이 살아있음에도 다른 사람에게 권좌를 물려주는 것) 파동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항상 비극의 서막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은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표가) 그래도 (재신임 투표를) 강행하시겠다면 나를 밟고 가라”며 이 같이 비판했다. 이어 “세자가 죽고 정치는 극단적으로 분열되며 또 그 분열은 피비린내 나는 당쟁으로 치달았다”고 덧붙였다. 주 최고위원이 발언하는 동안 문 대표는 무거운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었다. 주 최고위원의 발언을 두고 전병현 최고위원은 “비공개 때 했으면 더 좋았을 얘기”라며 문 대표 편을 들었다. 전 최고위원은 “자기의 정치적 이해에 의해 갈라놓으려는 이런 형태와 시도는 민주당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게 되는 것”이라며 “언제부터인가 우리 당에 승복문화가 사라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표의 재신임 투표를 지지하는 입장에서 비노(비노무현) 진영의 책임론을 제기한 것이다. 오영식 최고위원은 “이제 재신임 문제를 포함해 당의 논란과 분열적 행태를 끝내야 한다”며 재신임에 반대했다. 이용득 최고위원은 “우리 당 기자 분들 편하시겠다. 멀리 안 다녀도 이 안에서 기사거리 다 나오고 그러니까”라고 냉소했다. 그러면서 “재신임을 철회하면 이제는 승복이 되고 단합이 되느냐”며 “(국회에) 3년 반 있었는데 한번도 승복하고 서로 단합하는 것을 못 봤다”고 지적했다. 이날은 ‘민주당 창당 60주년 기념일’. 제1 야당의 환갑잔치 날이었지만 설전이 오가며 분열하는 모습만 보여줬다. 기념식장에는 권노갑 임채정 김원기 상임고문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씨가 참석했다. 다만 신당을 주장해온 정대철 상임고문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김한길 안철수 박영선 등 비노 진영 의원들은 국정감사를 이유로 불참해 ‘반쪽 기념식’이라는 말이 나온다.황형준 기자constant25@donga.com}

거침이 없어 보인다. 16일 새정치민주연합 중앙위원회에서 공천혁신안이 가결되자 문재인 대표 주변에서 확연히 감지된다. 당장 추석 연휴 전에 재신임 투표를 밀어붙일 기세다. 비노(비노무현) 진영은 반격에 나설 태세지만 대응 수단이 여의치 않아 보인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20일 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할 계획이다. 추석 연휴 전 일주일이 야권 지형 재편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추석 민심 향배도 주목된다.○ 문 대표 “달라진 게 없다” 문 대표는 17일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기념 학술심포지엄’에서 기자들과 만나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추석 전 재신임 방침이 유효하다는 뜻. 문 대표 측은 20일부터 3일 동안 재신임 여론조사를 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최재성 총무본부장도 기자간담회에서 “추석은 차례상에서 민심이 만들어지는 시기”라며 “재신임이 10월 중순으로 넘어가면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비노계는 반발했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문 대표는 재신임 제안을 철회해야 한다”며 “오늘의 발자국이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당원과 국민에게 어떻게 각인될까를 생각하며 행보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석현 국회 부의장을 포함한 중진 의원 15명도 회동을 갖고 “문 대표는 살신성인의 자세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당내 통합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권유한다”며 재신임 투표를 반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중진 의원들은 18일 오전 문 대표와 만날 예정이다. ○ 안철수 “이런 모습으로 무슨 혁신 하나” 안철수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전날 중앙위는) 우리 국민이 우리 당을 왜 지지하지 않는지 보여주는 장면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내부에서 뜨겁게 토론하고 논쟁하고 외부의 상대와는 열심히 겨루는 게 정상인데 우리 당은 내부 이견에는 강경하고 바깥에는 한없이 유하다”며 “이런 모습으로 무슨 혁신을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의원은 20일 정치 입문 3주년 기자간담회를 열어 문 대표의 결정과 자신의 3대 혁신 방향에 대한 생각을 밝힐 계획이다. 당 대선평가위원장을 맡았던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도 이날 ‘창당 6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심포지엄에서 전날 중앙위 결과를 혹평했다. 한 명예교수는 “당의 행태에 실망하면서 떠날까 말까 망설이는 사람들의 수많은 눈을 헤아리지 않으면 (중앙위에서 보여준 친노의) 세 과시는 일장춘몽으로 끝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당 바깥 신당 움직임 급물살 당 바깥의 신당 움직임은 급류를 타고 있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20일 국회에서 창당 선언을 한다. 천 의원 측 관계자는 “일단 현역 의원의 참여는 없지만 문을 열어놓고 차를 출발시킨 뒤 인재 영입을 서두를 것”이라고 전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정치권을 떠났다가 복권된 김민석 전 의원도 ‘원조 민주당’의 전면에 설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의원은 민주당, 박준영 전 전남지사의 신민당, 천정배 의원 등 신당 흐름을 하나로 묶겠다는 구상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 박주선 의원은 주변 인사들에게 “1차 국정감사가 끝난 뒤 추석 전인 24일경 탈당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문 대표는 이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에서) 나는 천 의원, 정의당과 함께 통합하는 게 좋다”며 “하나의 당이 돼서 선거를 치르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한상준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은 16일 당 중앙위원회에 결국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안 의원은 이날 오전 “어제 문재인 대표가 혁신안의 미흡을 인정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중앙위 개최는 강행했다”며 “오늘 중앙위가 사실상 문 대표의 진퇴를 결정하는 자리로 변질돼 중앙위원들의 혁신안에 대한 토론과 반대를 봉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중앙위 연기를 관철시키진 못했지만 자신이 요구했던 전 당원 혁신토론회 개최는 얻어냈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전날 회동에서) 문 대표가 ‘혁신토론회를 주도하거나 발제를 맡았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안 의원은 다음 달부터 전국에서 혁신토론회를 열며 ‘낡은 진보’ 청산을 핵심으로 한 혁신에 대해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혁신토론회가 ‘정풍운동’의 공간이 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당 차원의 협조가 필요하고 향후 문 대표와의 관계에 따라 성사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표가 재신임 투표를 강행하면 안 의원의 목소리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하도 여기저기서 최경환, 최경환 하니까 최 (경제)부총리 청문회가 열리고 있는 것으로 시민들이 착각할까 걱정될 정도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16일 국정감사 초반 상황을 이렇게 정리했다. 국회 기획재정위 환경노동위 산업통상자원위 법제사법위 등 국감에서 최 부총리는 야당 의원들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그래서 이번 국감은 사실상 ‘최경환 국감’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주제도 다양하다. 14, 15일 진행된 기재위의 재정경제부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은 “‘최노믹스’에서 남은 건 재정적자를 늘린 것, 그리고 빚을 내 집을 사라고 한 것밖에 없다”(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 “일자리까지 망가뜨리는 장관이 될 것”(김현미 의원)이라고 최 부총리를 거칠게 몰아붙였다. 이에 최 부총리도 “악담하지 말라”고 정면으로 받아쳤다. 웬만한 피감기관장들이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몸을 낮추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환노위에서는 노사정 합의안을 놓고 “최 부총리는 10일까지 합의하라고 시한을 제시했다. 한국노총은 쫓기듯 합의한 것 아니었을까 생각한다”(이석현 의원)는 지적이 나왔다. 산자위에서는 최 부총리 지역구 인턴 출신이 중소기업진흥공단 사원으로 채용되는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법사위에서도 야당 의원들은 최 부총리와 대구고 동문인 이완수 감사원 사무총장 임명 과정을 문제 삼았다. 최 부총리는 여권의 친박(친박근혜) 실세로 통한다.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문제 삼으려는 야당에는 좋은 표적이 된 셈이다. 새정치연합 원내 핵심 관계자는 “경제사령탑인 최 부총리를 겨냥한 것은 경제 실정 부각이라는 총선 전략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친박계 핵심으로 내년 총선 전 당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은 최 부총리를 사전에 견제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총선 불출마 각오를 보이는 것이 전 국민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최 부총리를 압박했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야당이 폭발력 있는 국감 이슈를 발굴하지 못하자 피감기관장 중 가장 거물인 최 부총리를 집중 공략해서 조명을 받으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평가했다.장택동 will71@donga.com·황형준 기자}

재신임의 첫 고비는 넘겼다. 그러나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분당의 기로에 섰다는 진단도 나온다. 새정치민주연합은 16일 오후 중앙위원회에서 혁신위원회의 공천혁신안을 통과시켰다. 중앙위원 전체 576명 중 417명이 출석해 통과 요건인 재적 과반이 넘는 340명이 박수로 만장일치 가결했다. 중앙위 연기를 요구했던 안철수 의원은 불참했다. 무기명 투표를 주장한 비노(비노무현) 진영 일부는 표결 전 퇴장했다. 혁신안 통과에 1차로 자신의 대표직을 걸었던 문재인 대표는 첫 번째 재신임을 받았다. 문 대표는 혁신안의 중앙위 통과 여부와 상관없이 따로 재신임 절차를 밟겠다고 밝힌 바 있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재신임을 받을지 주목된다. 이날 중앙위 직후 문 대표의 얼굴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만장일치 통과는 제대로 혁신하고 우리 당을 단합하고 통합시켜 이기는 정당을 만들어 달라는 중앙위원들의 간절한 요구”라며 “혁신은 이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문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소속 의원 전원(문 대표 제외 128명)에게 편지를 보내 “혁신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대표로서 그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지, 혁신안과 저의 재신임을 연계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혁신안 통과에 자신의 재신임을 걸어 사실상 중앙위원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비노 진영의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그러나 문 대표의 이날 ‘승리’로 내홍이 잦아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당내 인사는 드물다. 안 의원은 이날 오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반대 의견도 제대로 듣지 않고 강행 통과시킨 것은 좋은 모습이 아니다”며 “당내 분란이 지속될 텐데 왜 그렇게 무리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출석은 했지만 표결 직전 퇴장한 박지원 의원도 페이스북에 “왜 그렇게 몰아붙이고 국민과 당원을 둘로 가르려는 선택을 강요합니까. 문재인 대표의 결단만이 당을 구하고 분열을 막는다”고 지적했다. 비노 진영인 주승용 최고위원, 민집모(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 소속 의원들도 각각 페이스북에서 문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을 비판했다. 이 때문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60년 전통’을 자랑하는 제1 야당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문 대표가 재신임 절차를 강행하지 말고 화합을 위한 노력과 기득권 내려놓기를 통해 당을 추슬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혁신안 통과는 새로운 문제의 시작”이라며 “문 대표가 할 수 있는 수준을 더 뛰어넘는 대탕평의 길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초선 의원은 “문 대표가 당에 가득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의원평가위원장과 공천심사위원장을 비노 진영의 선택에 따르겠다고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민동용 mindy@donga.com·황형준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중앙위원회 개최와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을 놓고 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15일 80분간 비공개 회동을 했으나 각자의 의견을 주장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16일 당 혁신안을 결정하는 중앙위원회는 예정대로 열린다. 다만 양측은 “재신임과 혁신안에 대해선 추후 의견을 더 나누기로 했다”며 여지를 남겼다. 이날 오전 안 의원은 “문 대표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뒤 오후 6시 문 대표와 모처에서 만났다. 안 의원의 요청으로 시간과 장소를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의견은 평행선을 달렸다. 문 대표는 “중앙위와 재신임 투표 연기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고 안 의원은 “중앙위에서 혁신안 표결을 보류하고 재신임 투표를 철회하라”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회동 직후 김성수 대변인은 “혁신안과 관련해 문 대표는 (안 의원의 주장에) 공감했고 중앙위 이후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앙위 이후 다시 만나 접점을 찾을 가능성을 열어 둔 셈이다. 이번 ‘재신임 정국’에서도 문 대표는 다른 비노(비노무현) 진영 인사들이 날을 세울 때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안 의원의 목소리에는 즉각 반응을 보였다. 안 의원이 13일 ‘문 대표에게 드리는 글’에서 “중앙위 무기 연기와 재신임 철회”를 요구했다. 이에 문 대표는 이튿날 직접 쓴 답장에서 “재신임 투표를 취소하면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고 비판하면서도 “우리 당을 바꾸는 일에 함께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 대표 측 관계자는 “문 대표는 안 의원이 우리 당의 한 축이고,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전략적 제휴’ 관계였던 정세균 의원마저 돌아서자 안 의원까지 놓치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안 의원 역시 문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탈당에 대해선 단호하게 선을 긋고 있다. 이번 회동에서 중앙위 개최는 문 대표에게 양보하는 대신 재신임 건은 다시 논의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안 의원은 ‘반(反)문재인’ 전선의 확실한 대표 주자로 부상하는 정치석 성과도 거뒀다. “우리는 문재인만으로도 총선 승리가 불가능하지만, 문재인을 배제한 총선 승리도 불가능하다”는 김부겸 전 의원의 지적처럼 문 대표와 안 의원은 어느 한쪽이 없이는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도 변수다. 문제는 두 사람 모두 “더 이상 밀릴 수 없다”고 생각하는 데 있다. 문 대표 측은 “재신임을 통해 당의 구심력을 강화하겠다는 생각이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도 이번에마저 물러서면 정치적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을 우려한다. 접점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다만 ‘적대적 공존관계’인 두 사람이 중앙위 이후 다시 만나 극적으로 손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한상준 alwaysj@donga.com·황형준 기자}
“세속적 욕망에 사로잡힌 지식인의 특징은 늘 당파성으로 무장돼 과격함으로 표출된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주선 의원이 15일 당 혁신위원을 맡고 있는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조 교수가 13일 혁신위 실패를 주장하고 문재인 대표 재신임 절차를 문제 삼은 안철수 의원을 향해 “당인이라면 당내 절차를 존중하고 싫으면 탈당해 신당을 만들라”고 지적한 것을 두고서다. 박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당원도 아닌 분이 혁신위원의 직무와 활동 범위를 넘어 공자 같은 말씀만 한다”고 조 교수를 비판했다. 지식인이 당내 정치논쟁에서 당파성을 내세우거나 계파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언행을 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조 교수를 두고 ‘폴리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달 들어 서울대 강의가 시작됐음에도 조 교수가 강의 대신 혁신안 통과에 매달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이와 관련해 조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앞으로 여의도에 얼씬도 하지 말아야겠다”며 “한시적이지만 정치판에 들어오니 글이 날카로워지고 입도 험해졌다”고 자성했다. 한편 박준영 전 전남지사는 이날 서울 여의도 서울시티클럽에서 신민당 창당을 선언했다. 아직 현역 의원의 영입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혁신위원회나 당 대표에 대한 불만 때문에 혁신을 거부하면 초가삼간을 태우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4일 안철수 의원을 이같이 비판했다. 이날 저녁 페이스북에 올린 ‘안철수 전 대표께 드리는 답글’에서다. 전날 안 의원이 ‘문 대표에게 드리는 글’에서 밝힌 중앙위원회(16일) 무기한 연기와 재신임 여론조사 중단 요구를 거부했다. 문 대표는 안 의원에게 “나와 박(원순 서울)시장, 안 전 대표 등 새로운 정치의 기대를 받는 사람들이 함께 힘을 모으고 앞장서야 제대로 혁신을 해낼 수 있다”며 “이번 중앙위 이후에 함께 해나가자. ‘지역별 전 당원 혁신토론회’도 그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점은 안 의원의 요구 사항을 거부하는 데 찍혔다. 문 대표는 “대표직 사퇴 요구가 오랫동안 계속되면서 분열과 갈등이 우리 당 발목을 잡고 있는데 거기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중앙위 개최와 추석 전 재신임 절차를 끝내자고 못 박았다. 문 대표 측은 혁신위 활동이 끝나면 후속 혁신 작업을 안 의원에게 맡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문 대표는 이 글을 비서진의 도움 없이 직접 종이에 썼다고 한다. 문 대표 측은 문 대표가 쓴 원본도 공개했다. 진정성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안 의원은 15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문 대표의 답장에 대한 소회를 밝힐 예정이다. 하지만 문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다. 올해 2월 대표에 취임한 뒤 처음이다. 문 대표가 빠진 상황에서 최고위원들은 서로 얼굴을 붉히며 설전을 벌였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모든 당내 문제는 일단 국감 뒤로 미루자”며 16일 중앙위 개최 연기를 요구하자 전병헌 최고위원은 “비상식적인 지도부 흔들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받아쳤다. 오영식 최고위원은 ‘재신임은 유신’ 발언을 한 이종걸 원내대표에게 사과하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지리멸렬한 야당의 ‘생얼’을 보여줬다는 비판이 나왔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한상준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의 계파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내홍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당내 3선(選) 의원들은 11일 오후 긴급회동을 한 뒤 심야에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문재인 대표를 만나 재신임 조사 연기를 제안했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문 대표는 11일 자신에 대한 재신임 조사 방식과 시기를 일방적으로 발표하면서 당내 비노(비노무현) 진영의 강한 반발을 샀다. 비노 진영은 “반대편은 버리고 가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며 일전불사의 태세를 보였지만, 문 대표 측은 “당을 안정시키고 장악력을 회복하기 위한 ‘고육지계’”라고 버텼다. 중재에 나선 이석현 국회부의장 등 중진 의원 17명은 “당내 문제는 국감이 끝난 뒤에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게 좋겠다”는 결정을 내렸고, 이 부의장과 박병석 의원이 문 대표와의 담판에 나섰다. 하지만 문 대표는 뜻을 꺾지 않았다. 중진들은 “재신임 투표와 (16일 예정된) 중앙위원회를 모두 연기하자”고 주장했고, 문 대표는 “재신임은 추석 전까지 미룰 수 있지만 중앙위는 연기할 수 없다”고 맞섰다.○ 계속되는 문 대표의 전격 발표 김성수 대변인은 이날 오전 10시 반경 “문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13∼15일 사흘 동안 실시하고 그 결과를 16일 중앙위원회 직후 발표키로 했다”고 밝혔다. 전 당원 ARS 투표와 2000명 대상의 국민여론조사를 실시해 어느 한쪽에서라도 불신임을 받으면 그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뜻도 천명했다. 전 당원 투표 및 국민여론조사 관리위원회(위원장 신기남)도 구성했다. 앞서 열린 당 확대간부회의에서는 신중론이 대다수였다. 오영식 최고위원은 “통합 없는 혁신으로는 다가오는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며 “16일 중앙위 개최 및 재신임 투표를 재고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했다. 유승희 최고위원도 “몰아붙이지 말고 충분한 토론을 먼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비공개로 전환된 회의에서 문 대표는 당초 중앙위 개최 이후 재신임을 묻기로 한 계획과 달리 13∼15일 여론조사 등 재신임 방식과 시기에 대한 자신의 복안을 밝혔다. 전병헌 최고위원을 제외한 모든 최고위원은 반대했다. 발언이 이어지자 문 대표는 “국정감사에 참석해야 한다”며 지도부의 추인 없이 김 대변인을 통해 재신임 계획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 출구 없는 극한 대결 재신임 카드를 놓고 야당은 내전(內戰) 상태에 들어간 분위기다. 김동철 장병완 등 의원 8명은 성명을 내 “일방적으로 재신임 일시와 방법을 정한 재신임 절차는 정치적으로나 법률적으로 무효”라며 “어떠한 결과가 나와도 누구도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범친노인 정세균 상임고문도 이날 “당 대표는 어려움이 있더라도 갈등과 분열을 극복해야지 상대를 제압하려고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부겸 전 의원은 “재신임 카드를 내리고 당의 화합을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한 재신임 방식에 대해 ‘꼼수’라는 비판도 나왔다. 통상 친노 진영에 불리한 것으로 여겨지는 당원투표가 권리당원이 아닌 일반당원까지 범위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한 비노 인사는 “지난해 기초선거 무공천을 결정할 때는 권리당원만 대상이었다”며 “150만 명의 전 당원 투표는 친노 측에 유리한 국민 여론조사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반면 문 대표 핵심 측근인 노영민 의원은 “대표는 자신의 거취에 대한 결정은 최고위원의 권한 밖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정치생명을 걸고 대표가 재신임 의사를 밝혔는데 하루도 안 돼 ‘조기 전당대회’ 주장이 나오는 것을 보고 더이상의 논의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 일각에선 새정치연합의 고질적인 계파주의, 분파주의를 깨지 못하는 한 당 대표 리더십의 위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길진균 leon@donga.com·황형준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 국정감사를 앞두고 ‘사생(四生·안정민생 경제회생 노사상생 민족공생)’을 기조로 내세웠다. 발음이 같으니 ‘사생결단(死生決斷)’으로 임하겠다는 뜻도 담겼다고 한다. 그러나 ‘야당의 무대’인 국감 첫날 움직임은 이 같은 기조를 무색하게 했다.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고 실정을 파헤치기는커녕 당내 투쟁의 사생결단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발단은 ‘김상곤 혁신위원회’의 혁신안이었다. 직전 공동대표였던 안철수 의원은 “국민이 변하지 않았다고 느낀다면 지금까지 당의 혁신은 실패한 것”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급기야 안 의원은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무소속 천정배 의원을 만나 ‘반(反)문재인 연대’ 결성에 나섰다. 이에 자극받은 문재인 대표는 ‘재신임 카드’로 대응했다. 이에 “사생결단 국감”을 외치던 원내 사령탑인 이종걸 원내대표도 ‘조기 전당대회론’으로 맞불을 놓았다. 내홍만 깊어졌다. 국감 첫날인 10일 야당 의원들은 국감장에 앉아 있었지만 마음은 ‘콩밭’을 향했다. 어수선한 당 사정 때문이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국방부 국감에 참석한 뒤 오후에 의원회관으로 가 당 현안 논의에 매달렸다. 이 원내대표도 국무조정실 국감에 지각 출석했다. 11일 국감은 더욱 뒷전이었다. 문 대표가 재신임 강행을 선언해 당내 혼돈은 더해졌다. 당 확대간부회의가 길어져 문 대표 등 일부 의원은 국감에 지각하거나 자리를 비웠다. 의원들도 하루 종일 계파, 중진 등 다양한 단위에서 만나기 위해 국감장을 빠져나갔다. 자성론도 없지는 않지만 때도 늦었고, 바뀔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지도 못했다. 송호창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번 국감이 정부, 여당의 책임을 밝히는 기회가 아니라 제1야당의 분열과 무능을 드러내는 계기가 될 듯해 속이 새까맣게 탄다”고 토로했다. 안 의원도 “국감에 집중하겠다. 국감이 끝날 때까지 더이상 논쟁에 휘말리지 않겠다”고 했다. 아마 많은 국민은 친노, 비노란 말만 들으면 짜증을 낼 것이다. 19대 국회 마지막 국감에 집중하기보다는 집안싸움으로 허비하는 야당에 과연 어느 누가 박수를 칠까. 황형준·정치부 constant25@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재신임’ 카드를 꺼내자 친노(친노무현)-비노(비노무현)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비노 진영은 즉각 “재신임을 묻기 위해 조기 전당대회를 하자”고 맞불을 놨고, 친노 진영은 “문 대표 흠집 내기냐”고 맞받아쳤다. 문 대표의 재신임 카드가 갈등 봉합이 아니라 확전의 불씨가 되고 있다.○ 비노 “조기 전대” vs 친노 “문 대표 흠집 내기” 비노 진영은 재신임 방식을 문제 삼았다. 왜 문 대표가 자신의 재신임 방식을 먼저 결정하느냐는 지적이다. 비노의 이종걸 원내대표는 10일 국감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진정성 있고 효과적인 재신임 방법으로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며 “무소속 천정배 의원까지 포괄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감이 끝난 뒤 11월쯤 전대를 열자고 압박했다. 전날만 해도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던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표가 다수를 임명하는 중앙위에서 재신임을 묻는 데 반대한다”고 반기를 들었다. 이어 “전당대회에서 선출됐기 때문에 전당대회에서 신임을 물어야 한다”며 이 원내대표의 주장에 동조했다. 김한길 전 대표도 페이스북에 “절망이 기교를 낳고 기교 때문에 또 절망한다”는 말로 문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시인 이상이 1936년 동인지인 ‘시와 소설’ 발간에 붙여 쓴 “어느 시대에도 그 현대인은 절망한다. 절망이 기교를 낳고 기교 때문에 또 절망한다.…”란 글을 따온 것. 친노 진영은 조기 전대론에 대해 “잿밥에만 관심 있는 극소수의 의견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친노 핵심인 노영민 의원은 라디오에서 “전당대회를 지금 단계에서 요구한다는 것은 대표를 흠집 내고 보자는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문 대표 역시 “당과 논의해 봐야겠지만 지금 당이 전당대회를 치를 여유가 있겠느냐”고 했다고 한다.○ 재신임 1라운드는 ‘통과’ 가능성 높아 재신임 1라운드는 16일 혁신안의 중앙위원회 표결. 중앙위는 현역 의원뿐만 아니라 당 소속 시도지사 및 시도의회의장, 구청장·시장·군수 등 500여 명으로 구성된다. 당내에선 중앙위에서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한 재선 의원은 “중앙위는 범친노 세력이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무기명 비밀투표가 아니라 거수 또는 기립 방식으로 공개투표를 한다”고 말했다. 지도부 앞에서 공개적으로 의사 표시를 하기 어려워 ‘이탈표’가 나오기 어렵다는 얘기다. 친노 주류 측은 2라운드 절차 준비에 착수했다. 문 대표가 내놓은 ‘당원투표 50%+국민여론조사 50%’ 방식으로 재신임을 묻기 위한 여론조사 기관 선정에 들어간 것이다. 범친노로 분류되는 오영식 최고위원은 “최고위원직 사퇴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최고위원 동반 사퇴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한 비노 인사는 “비노 최고위원 가운데 3명만 자진 사퇴하면 지도부 와해로 이어져 조기 전당대회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길진균 leon@donga.com·황형준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사진)가 9일 ‘대표직 재신임’을 내걸었다. 비노(비노무현) 진영을 중심으로 사퇴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안철수 의원까지 문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선 상황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문 대표는 이날 국회 당 대표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안 처리가 마무리되는 시기에 저에 대한 재신임을 당원과 국민께 묻겠다”며 “혁신안이 부결되거나 재신임을 얻지 못하는 어떤 경우에도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문 대표 측은 “혁신안이 중앙위에서 부결되면 즉각 사임하는 것이고, 혁신안이 통과되더라도 별도의 재신임 절차를 밟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새정치연합의 공천 혁신안은 이날 진통 끝에 당무위를 통과했고 16일 당 중앙위 의결 절차를 남겨 두고 있다. 문 대표는 “최근 당 안에서 공공연히 당을 흔들고 당을 깨려는 시도가 선을 넘었다”며 “혁신안이 가결되고 재신임을 받는다면 제 거취를 둘러싼 논란을 끝내자”고 말했다. 문 대표는 재신임 방법으로 “기초선거 정당공천 결정을 할 때와 같은 방법”을 언급했다. 새정치연합은 지난해 4월 기초선거 정당 무공천 문제를 놓고 ‘국민 여론조사 50%+권리 당원투표 50%’ 방식을 거쳐 정당 공천 유지를 결정했다. 전날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문 대표를 비판했던 안철수 의원은 “실망스럽다”며 “정면 돌파로 당의 총선 승리 전망이 나아지면 설득력이 있는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대표가 취할 자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길진균 leon@donga.com·황형준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과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9일 전격 회동했다. 안 의원은 천 의원에게 복당을, 천 의원은 신당 참여를 서로 요청하면서 의견 차를 보였지만 “정권 교체를 위해 함께하자”는 데 공감했다고 한다. 사실상 두 사람이 ‘반(反)문재인 연대’에 뜻을 같이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 천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국회 안 의원 사무실에서 40분간 만났다. 의원회관 5층 이웃사촌인 안 의원이 올 5월 말 천 의원의 사무실을 찾은 데 이어 두 번째 회동인 셈. 두 사람은 “지금 야당의 혁신으로는 정권교체를 바라는 호남 민심을 되돌릴 수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한다. 이날 회동은 천 의원이 전날(8일) 요청해 성사됐다. 추석 전 신당 창당 선언을 준비 중인 천 의원은 안 의원에게 “한국정치를 재구성하기 위해 새로운 길을 가야 한다”며 신당 참여를 제안했다. 하지만 안 의원은 천 의원에게 오히려 복당을 요청하면서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안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천 의원에게) 우리 당이 제대로 혁신해야 한다. 총선 승리,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천 의원의 역할이 있다”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총선을 6개월여 앞둔 지금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2017년 대선 때는 힘을 모으자는 취지다. 이에 대해 천 의원은 안 의원에게 “이미 탈당할 때부터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다. 새판을 짜는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천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나는) 이미 새정치연합과 관계없는 사람”이라며 “복당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정권 교체를 바라는 모든 세력을 다 묶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동은 서로에게 ‘윈윈’ 하는 회동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 의원이 당 혁신을 놓고 문 대표와 각을 세워 온 만큼 천 의원을 우군으로 두게 됐다. 천 의원도 문 대표 체제의 야당으로는 가망이 없다는 데 공감했기 때문이다. 전국 정당을 꾀하는 천 의원도 성과가 있다. 천 의원 측 관계자는 “오늘 회동으로 호남 신당을 넘고 자신이 밀알이 돼 ‘(대선 주자인 안 의원과) 더 큰 그림을 그려 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저런(김영삼 전 대통령·YS) 사진을 (가운데) 넣어 놓고!”(최재천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 9일 새정치연합 당 대표 회의실에 설치한 배경막을 놓고 고성이 터져 나왔다. ‘민주당 60주년 기념일(18일)’을 맞아 배치한 전직 대통령들의 사진이 화근이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자 정성호 민생본부장은 배경막을 가리키며 “이게 뭐예요”라고 소리쳤다. 이어 최 정책위의장은 “빨리 걸어놓는 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저 구석에 가 있고!”라고 소리쳤다. 이 배경막에는 역사의 현장을 담은 흑백 사진들이 배치됐다. 문제는 YS 등 상도동계 인사들의 1980년대 직선제 개헌 쟁취를 위한 거리행진 사진이 상단 가운데 배치된 반면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은 각각 좌우측 하단에 밀려나 있었기 때문. 어떻게 보면 사소한 일이지만 친노(친노무현)-비노(비노무현)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게 근본 원인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분위기가 냉랭해지자 안규백 전략홍보본부장은 “저기 DJ 사진을 위로 올리라”며 수습에 나섰다. 배경막 제작 책임자인 손혜원 홍보위원장은 “시간을 빨리 맞추려고 했는데 의견을 미처 다 듣지 못해 이렇게 됐다”고 해명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많은 국민이 내년 총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100석 이하로 예상한다. 문재인 대표는 이대로 가도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에서 이긴다고 하는데 나는 이대로 가면 총선, 대선에서 진다고 본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은 8일 “문 대표의 문제 인식이 나와 다르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동아일보와 한 단독 인터뷰에서다. 문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고 보느냐고 다시 물었다. 안 의원은 “문 대표 본인이 ‘육참골단(肉斬骨斷·자신의 살을 내주고 상대의 뼈를 가져온다)’이라고 표현했다”며 “(문 대표의) 결단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우회적이지만 문 대표의 사퇴를 촉구한 것이다. 최근 안 의원의 공세가 거칠어지자 안 의원의 탈당설이 나돌았다. 그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신당 창당을 준비하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 조만간 만나겠다고 강조했다. 총선 전 분당 논의에 거리를 두면서 문 대표 퇴진을 전제로 한 지도부 개편을 밀어붙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음은 일문일답. ―천 의원이 조만간 신당 창당 계획을 발표한다고 했다. “(새정치연합에 등 돌린) 호남 민심을 엄중하게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천 의원과 만나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하고 싶다.” ―천 의원보다 문 대표를 먼저 만날 생각은 없나. “(문 대표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못 받았다.”(웃음) ―호남 신당은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힘을 합해야 된다. (새정치연합에 들어와서 함께하는) 가능성들을 논의할 것이다.” ―안 의원이 탈당해 천 의원과 같이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그런 건 아니다. 힘을 합쳐 정권을 교체한다는 큰 목표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이야기하고 싶다.” ―안 의원은 이 당을 바꿔 보려고 들어온 것인데, 그것이 안 된다면 탈당도 할 것인가. “(단호한 표정으로) 없다. 나는 반드시 당을 바꿔야 된다고 문제를 제기했고 그렇게 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 ―김상곤 혁신위원회에 대해 평가해 달라. “많은 분이 혁신위가 있다는 걸 내가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하면서 처음 알았다고 하더라. 그게 굉장히 상징적이라고 본다.” ―조국 혁신위원은 4선 이상 용퇴론을 얘기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굉장히 정치 혐오적인 발언이다. 다선 의원들은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를 견제해야 한다.” ―비노(비노무현) 측도 당 부패 척결, 새로운 인재 영입 등 방향의 혁신 대상이 될 수 있는 건가. “(혁신의) 원칙이 세워지면 친노(친노무현), 비노 구분 없이 적용해야 한다. 같은 계파라고 보호해 주는 건 옳지 않고 국민이 바라는 방향도 아니다.” ―안 의원이 ‘비노 진영 수장’으로 비칠 수 있는데…. “침몰하는 배에서 선장 될 일이 있느냐. 내가 문제를 제기하는 건 야당이 공멸할 위기여서다.” ―19일은 정치 입문 3주년이다. “30년이 된 것 같다. 결과적으로 정권을 교체하지 못한 것이 제일 아쉽다.” ―지난 대선 후보 단일화 논의 때 민주당 입당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언젠가는 진실은 밝혀지는 법이니까. 언젠가 말씀드릴 기회가 있겠죠.”황형준 constant25@donga.com·길진균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는 7일 내년 총선 후보자 공천을 위한 당내 경선을 사실상 ‘100% 국민 여론조사’로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다만 246개 지역구 중 20%는 경선 없이 당 지도부의 전략공천으로 후보를 결정한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안심번호를 도입하면 경선 선거인단 구성은 국민공천단을 100%로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국민공천단 70%, 권리당원 30%로 결정한다”고 말했다. 안심번호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역별 유권자의 휴대전화 번호를 임의의 번호로 바꿔 이를 정당에 넘겨주는 방식이다. 현재 관련 개정안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다. 이 같은 방식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제안한 오픈 프라이머리(완전참여국민경선제)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러나 정채웅 혁신위원은 “새누리당 제안은 여, 야 지지자는 물론이고 무당파든 누구든 투표를 하는 제도”라며 “국민공천단은 안심번호를 전제로 여당 지지자를 제외하고 참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혁신위는 여성과 장애인에게 공천 심사와 경선에서 가산점 25%를, 전·현직 의원, 자치단체장, 지역위원장이 아닌 정치 신인에게 10%를 주도록 했다. 또 절반씩이었던 남녀 비례대표 후보자를 남성 40%, 여성 60%로 조정했다. 비리 혐의로 1,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후보자는 공천 자격 심사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추가로 발표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혁신위의 경선 룰 조정을 두고 당내 반응은 엇갈렸다. 현역 의원들은 ‘국민공천단 100%’ 규정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인지도가 높은 현역 프리미엄 덕분이다. 다만 비노(비노무현) 진영 일각에서는 “100% 국민 여론조사는 친노 진영이 일관되게 주장해 왔던 제도”라고 비판한다. 특히 경선에 대비해 당원 조직에 공을 들여왔던 원외지역위원장들의 불만이 컸다. 현행 규정에는 국민 60%, 당원 40%의 비율로 경선을 치르도록 돼 있지만 이번 혁신안에는 당원의 경선 참여가 배제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원외지역위원장협의회(회장 박정 경기 파주을 지역위원장)는 이날 긴급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한 참가자는 “당의 근간인 당원의 권리를 무시할 거면 차라리 당원을 모두 탈당시키자는 의견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비노 진영 의원들의 모임인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은 16일 오전 혁신안과 관련한 토론회를 열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16일 오후 열리는 당 중앙위원회에서 혁신안 통과가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친노 의원은 “이번 경선 룰은 다양한 가점, 감점 제도가 있다”며 “경선 라이벌이 정치 신인인지 아닌지, 현역 의원이 여성인지 남성인지 등 의원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유불리가 다르다”고 말했다. 최근 연일 문 대표와 혁신위를 비판하고 있는 안철수 의원은 혁신안에 대해 “큰 의미가 없다”고 평가했다. 안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중요한 건 공천 혁신이 아니라 (낡은 진보 청산 등) 3대 혁신 방향”이라며 “그 방향에 따른 체질 혁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황형준 기자}
지난달 한 통신판매업체 대관업무를 하는 A 과장은 야당 소속 B 의원실 보좌진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자신의 지역구에 마라톤 행사가 있으니 후원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A 과장은 “국회에서 각종 행사에 후원을 요청하는 일이 많아졌다”며 “해당 상임위도 아닌 의원실에서 뜬금없이 지역구 행사를 후원해 달라거나, 노골적으로 상품권을 요구하는 일도 있다”고 털어놨다. ‘돈 가뭄’에 시달리는 국회의원들이 기업이나 산하 기관, 협회 등 유관기관에 비용을 전가하는 식의 ‘갑(甲)질’ 사례가 심해지고 있다. 편법 모금 창구였던 출판기념회가 열리지 못하고 입법로비 수사 여파로 후원금 모금에 어려움을 겪자 일종의 ‘풍선효과’가 생겨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단은 지난해 8월 이후 진행된 입법 로비 수사에서 시작됐다. 검찰은 한국유치원총연합회로부터 출판기념회 책값과 축하금 3800여만 원을 받고 사립유치원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한 혐의로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 의원을 기소했다. 국회의 출판기념회 관행에 대해 “그동안 돈을 받고 법을 만들었느냐”는 여론의 비판이 쏟아졌다. 여야 지도부는 ‘정치 혁신’ 차원에서 출판기념회 금지를 결의했다. 또 지난해 11월 새정치연합 전순옥 의원 등 여야 의원 4명에 대한 한전KDN의 ‘쪼개기 후원금’ 입법 로비 수사가 진행된 뒤 의원실의 후원금 모금도 타격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2004년 제정된 ‘오세훈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후원금제도 등 돈이 투입되는 통로를 열어 주되 투명하게 감시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19대 국회의원으로 선출된 300명 중 2011년부터 2014년 7월까지 출판기념회를 1회 이상 개최한 의원은 194명, 개최횟수는 총 279건이나 됐다. 그러나 출판기념회가 금지된 지난해 8월 이후 책을 발간한 의원은 단 4명뿐이었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6일 집계한 결과다.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대 모금 창구가 막히자 책을 내려는 의원도 급감한 것이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의원들이 결국 돈 때문에 책을 출판했던 것이라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지난해 8월 입법 로비 수사 이후 국회의 풍속도는 크게 바뀌었다. 입법 로비 수사가 의원과 이익단체의 검은 고리를 끊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자금이 많이 필요한 상황에서 돈줄이 막히자 국회의 갑(甲)질도 더욱 교묘해지는 부작용을 낳았다. 기관이나 단체 등의 입법 로비도 물밑에서 더욱 은밀히 진행될 거라는 우려도 있다.○ ‘돈 가뭄’에 늘어난 ‘갑질’ 지난달 의원실 주최로 토론회를 준비하던 A 비서관은 연락이 온 유관기관 담당자들에게 “화환을 보낼 거면 ‘쌀화환’을 보내달라”고 말했다. A 비서관은 “10, 20kg짜리 쌀을 받으면 지역구 동주민센터 등에 보내 생색을 낼 수 있다”며 “다른 의원실에서 하는 것을 보고 벤치마킹했는데 토론회 한 번에 쌀 390kg이 들어왔다”고 털어놨다. 한 국회 관계자는 “B 의원은 산하기관에 편의를 봐주는 대신에 ‘쌀을 지역구 봉사단체에 보내 달라’고 거래를 하기도 했다”며 혀를 찼다. 일부 기관에서는 쌀을 현물 대신 쿠폰으로 보내주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판기념회가 없어지자 각종 토론회가 잦아진 것도 특징이다. 한 의원의 비서 C 씨는 “선거에 앞서 의정활동을 홍보한다는 토론회가 부쩍 늘었다”며 “국회 전산망에서 두 달마다 국회 의원회관 등 장소를 예약하기 위해 전쟁이 벌어진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런 토론회를 통해 국민 세금으로 국회사무처에서 지급받는 입법 및 정책개발비와 자료발간비 등 4000여만 원을 ‘쌈짓돈’으로 쓰는 곳이 많다. D 비서관은 “작은 토론회는 200만 원, 큰 토론회는 700만∼800만 원이 들어간다”며 “관련 비용은 협회나 단체가 지불한 뒤 영수증을 의원실에 갖다 주면 의원실에서 국회사무처에서 제출해 회계 처리하는 식”이라고 털어놨다. 10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는 이 같은 갑질의 수단으로 악용된다. E 보좌관은 “정무위 소속 한 여당 의원은 증인을 17명 신청해놓고 회사 관계자 불렀다가 5, 6번을 바꾸더라”라며 “후원금이나 지역구 민원을 얘기하고 들어주면 증인에서 빼주는 식으로 거래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같은 현상이 더해진 것은 후원금액이 감소한 것과 무관치 않다.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방선거를 치른 지난해 의원 후원회의 총 모금액은 504억여 원. 1인당 3억 원까지 모금이 가능했지만 선거가 없던 2013년 381억여 원에 비해 증가 폭은 작았다. 특히 비례대표 의원은 2013년 평균 후원금액이 9550만 원이었지만 이듬해는 9113만 원으로 오히려 모금이 줄었다. 총선을 치른 2012년 후원금 한도액을 넘긴 의원은 23명이었지만 지난해는 9명에 불과했다.○ 논란 낳은 입법 로비 수사 입법 로비 수사는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경찰은 한전KDN 임직원 100여 명으로부터 1816만 원의 ‘쪼개기’ 후원금을 받고 한전KDN에 유리한 방향으로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을 재개정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4월 새정치민주연합 전순옥 의원을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전 의원은 “한전KDN 노조원들이 회사를 대기업으로 분류한 법안 때문에 실업자가 되게 생겼다고 호소해 법 개정안을 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의원 4명이 똑같이 쪼개기 후원금을 1000여만 원씩 받았는데 그들의 법안은 통과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사 대상이 아니고 나만 수사 대상이 됐다”고 억울해했다. 입법 로비 수사가 국회의 의견 수렴 기능을 방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F 보좌관은 “국회의원 업무 중 하나가 약자나 이익단체의 의견을 듣고 정책화하는 것”이라며 “입법 로비 수사 이후 이익단체가 요구하는 정책과 방향에 대해 더 면밀하게 보게 되고 아무 이익단체나 만나기가 꺼려진다”고 지적했다. 최근 검찰이 도로교통법 개정안 발의와 관련해 야당 중진 의원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야당 의원들은 표적 수사로 여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쪼개기 후원금은 노조나 군소 단체 등과 가까운 야당 의원들이 많이 써온 모금 방식이어서 새누리당 의원이 쪼개기 후원금 수사 대상이 되는 경우가 적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입법로비 수사가 전방위로 이어지면서 다수의 정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도입된 후원금 제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강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