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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마누라(2001년·관객 수 530만 명), 두사부일체(2001년·330만 명), 가문의 영광(2002년·505만 명)…. 1990년대 대표 시리즈 한국 영화가 ‘투캅스’였다면 2000년대는 ‘조폭’ 코미디 영화가 그 자리를 노리며 속편을 쏟아냈다. 이 중 ‘두사부일체’와 ‘가문의 영광’이 속편 ‘투사부일체’, ‘가문의 위기’를 연달아 성공시켜 시리즈 영화로 자리매김하는 듯했지만, 3편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흥행에 실패했다. 이뿐만 아니라 로맨틱 코미디 흥행작 ‘동갑내기 과외하기’, ‘엽기적인 그녀’는 속편의 민망한 성적 이후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극장가에서 시리즈 영화가 다시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그 명맥을 가장 먼저 이은 건 역시나 코미디 영화. 지난달 13일 개봉한 ‘탐정: 리턴즈’는 ‘탐정: 더 비기닝’(2015년)의 후속작으로 주말인 7일 누적 관객 수 300만 명을 돌파했다.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화려함보다 남녀노소 쉽게 즐길 수 있는 유머로 손익분기점을 일찌감치 넘긴 건 물론 전작 기록(262만 명)도 넘어섰다. 이 같은 코미디 영화가 관객 반응에 따라 후속작을 만들었다면, 최근에는 고유의 세계관을 제시하는 시리즈 영화가 등장해 주목된다. 대표적 예가 1, 2편을 함께 제작한 ‘신과 함께’. 김용화 감독은 ‘신과 함께’를 시리즈물로 제작한 계기에 대해 “한국형 프랜차이즈가 한 번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무모한 시도를 해봤다”고 말했다. 박훈정 감독의 영화 ‘마녀’도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히어로 세계관을 바탕으로 3부작을 염두에 두고 제작돼 결과가 주목된다. 이는 2001년 시작해 10년간 꾸준히 인기를 얻은 ‘해리포터’ 시리즈는 물론 최근 국내 박스 오피스도 무서운 기세로 점령하고 있는 마블 시리즈에 자극받은 듯한 행보다. 올 상반기 흥행 영화도 관객 수 상위 10개 작품 중 6개가 시리즈 영화다. 다만 프랜차이즈도 모두 성공하는 건 아니다. 5월 24일 개봉한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는 고정 팬층에도 불구하고 최근 손익분기점을 간신히 넘겼다. 스타워즈 프랜차이즈 10개 영화 중 수익률 9위에 올랐지만, 재개봉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하지 않은 수치여서 꼴찌나 다름없다. 이를 두고 영화가 기존 세계관에만 충실해 식상하다거나 월트디즈니가 루커스필름을 인수한 후 너무 자주 영화를 개봉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서곡숙 영화평론가는 “많은 비용을 투입하고도 기존 한국 영화가 단발성에 그쳐 아쉬운 점이 많았는데, 최근 채널의 다양화로 수익 구조도 다양해지면서 시리즈 제작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며 “젊은 세대가 즐겨 온 판타지물에 동양적 세계관을 넣어 연령대를 확장한 영화를 비롯한 새로운 프랜차이즈의 정착이 한국 영화를 위해서도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연애결혼을 반대하는 부모님과 혼수상태에 빠진 연인. 그 사이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 남자. 시놉시스만 보면 매력적이지 않을 것 같지만, 놀랍게도 ‘라라랜드’보다 현실적이되 ‘애니 홀’보다 따스한 사랑이 펼쳐진다. 올해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오른 로맨틱 코미디 영화 ‘빅 식(The Big Sick)’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스탠드업 코미디언 쿠마일 난지아니. 미국 HBO의 인기 드라마 ‘실리콘 밸리’에도 출연한 배우인 그와 아내 에밀리 고든의 실화를 담았다. 이야기는 그가 유명해지기 전, 우버 운전으로 돈을 벌며 공연하던 시절로 돌아간다. 쿠마일과 에밀리(조이 카잔)는 코미디언과 관객으로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은 운명보다 소소한 현실을 부각한다. 에밀리는 쿠마일과 즐거운 하룻밤을 보냈지만 “지금은 연애할 때가 아니다”라고 한다. 쿠마일은 “나도 연애 생각이 없어 다행”이라고 응수하고 둘은 다시 만나지 않기로 한다. 이때 백미러를 보는 쿠마일과 창밖을 보는 에밀리의 엇갈린 시선. 느끼함을 덜어내고 현실적 로맨스를 강조한 재치 있는 연출이 돋보인다. 제작자 저드 애퍼타우는 ‘비긴 어게인’,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등 이미 화려한 로맨틱 코미디 필모그래피를 자랑한다. 영화의 영리함은 에밀리가 혼수상태에 빠지고 그 부모와 쿠마일이 만나는 과정에서 더 부각된다. 파키스탄 출신인 쿠마일은 무슬림에 관한 편견을 농담으로 승화해 웃음을 터뜨린다. 동생이 백인을 만난 걸 알게 된 형이 소리치자 쿠마일은 “아무 일 아니에요. 우린 테러리스트를 싫어해요”라며 주변을 안심시킨다. 쿠마일의 공연 중 차별 발언을 한 백인 관객에게 에밀리의 엄마 베스(홀리 헌터)가 분노를 쏟아내는 장면도 통쾌하다. 가족을 잃을 수 있는 최악의 상황에서 솔직함과 농담을 오가며 쿠마일과 에밀리의 부모는 가까워진다. 그러면서도 영화는 쿠마일과 그의 파키스탄 부모의 관계를 통해 21세기 미국 사회가 맞이한 새로운 세대, 문화 갈등을 담는다. 전통이 이해되지 않지만 가족을 잃게 될까 봐 속내를 털어놓지 못하고 매주 부모님이 주선한 맞선을 보는 쿠마일, 급변한 한국 사회에도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우디 앨런의 역사적 로맨틱 코미디 ‘애니 홀’(1977년)이 연애에 관한 지독한 냉소로 웃음을 자아냈다면, ‘빅 식’은 시니컬하지만 결국엔 다름을 받아들여 좀 더 따뜻하고 인간적이다. 그래서 이 소박한 사랑 이야기가 북미에서 17주간 흥행하며 5600만 달러 수익을 올린 것이 납득된다. 뻔한 로맨틱 코미디에 질린 관객에게 추천한다. 18일 개봉. ★★★★(★ 5개 만점)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사이즈가 작은 건 벌레처럼 하찮거나, 미니어처처럼 귀여울 것 같지만 ‘앤트맨과 와스프’는 더 강력하다. 4일 개봉한 ‘앤트맨과 와스프’는 사이즈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히어로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2015년 개봉한 ‘앤트맨’의 후속편으로, 슈트를 개발한 행크 핌 박사(마이클 더글러스)가 잃어버린 아내를 찾아간다. 영화는 전작에 이어 사이즈를 활용한 기발한 액션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초미니와 실물 사이즈를 오가는 호프 반 다인(와스프·이밴절린 릴리)의 격투 장면이 특히 흥미롭다. 후추통과 캔디 박스가 상상을 넘는 사이즈로 커지는 비주얼도 즐겁다. 슈트가 고장 나 어중간한 크기로 작아진 스캇 랭(앤트맨·폴 러드) 등 웃음 포인트 역시 가득하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무한대로 작아지면서 돌입하게 되는 양자 영역의 비중은 더 커졌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것처럼 미생물이 부유하는 모습은 갑자기 자연 다큐멘터리를 연상케 한다. 새로 등장한 빌런(악당) ‘고스트’의 무와 유를 오가는 설정도 철학적이다. 단, 절대 심각하거나 진지한 과학 이야기는 아니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양자 터널을 개발한 핌 박사와 반 다인의 대화를 듣던 스캇 랭은 “왜 그렇게 퀀텀(양자)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느냐”고 불평해 웃음을 자아낸다. 마블 스튜디오의 수장 케빈 파이기가 “양자 영역이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해 팬들의 기대를 높였다. 거대한 우주로 뻗어나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이제는 반대편 극단인 양자 영역에서 펼쳐지는 걸까? 영화가 끝난 후 쿠키 영상이 두 편 준비돼 있으니 섣불리 영화관을 떠나지 말 것을 권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시작은 분명 엠넷 ‘쇼 미 더 머니’에 등장한 힙합 래퍼를 마주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갈수록 2012년 시즌1 재방송을 보는 듯한 ‘옛날 분위기’가 짙어진다. 이미 어떻게 흘러가고 누가 우승할지 뻔히 다 아는. 다음 달 개봉을 앞둔 영화 ‘변산’이 그랬다. ‘변산’은 시공간을 넘나들며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 온 이준익 감독의 ‘청춘 시리즈’ 세 번째 작품. 이 감독은 2016년 ‘동주’에서 미완의 청춘을, 지난해 ‘박열’에선 뜨거운 열정의 청춘을 스크린에 담았다. 시대물이었던 전작들과 달리 현대물인 ‘변산’은 좀 더 상쾌한 청춘을 그렸다. 그럼에도 나름의 아픔과 ‘흑역사’를 가진 이 시대 젊은이들을. 전북 부안군 변산 출신인 학수(박정민)는 홍대에서 활동하는 무명 래퍼. 자신의 고향을 부정하며 사투리를 숨기고,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일상을 꾸려 나간다. 공연에 찾아오는 팬도 있지만 오디션은 매번 탈락. 그러다 아버지(장항선)의 입원 소식을 듣고 마지못해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이 작품의 이야기 구조는 참으로 익숙하다. 등장인물들은 처음엔 서로를 미워하며 나쁘게 대한다. 그러다 결국 어떤 계기로 인해 주변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친숙함과 뻔함이 애매모호하게 뒤섞여 있다. 그나마 ‘힙합’이란 매개체가 새로운 요소로 작용하긴 한다. 시를 좋아하던 학수가 랩에 빠지게 되는 연결고리를 알게 되는 대목은 나름대로 흥미롭다. 하지만 이마저도, 꾸민다고 애썼는데 영 센스가 떨어지는 옷차림 같다고나 할까. 힙합이란 패션이 이야기 전개란 몸뚱이와 영 따로 논다. 특히 극을 끌고 가는 장치들이 너무 전형적이다. 왜 항상 영화 속 가족은 서로에게 마음을 털어놓지 못할까. 왜 꼭 죽음 같은 큰 이슈가 있어야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할까. 철없는 남성 주인공 곁을 늘 조건 없이 지키며 희생하는 여성의 존재도 좀 촌스럽다. 그래도 ‘변산’은 캐스팅만큼은 기가 막히다. 배우 박정민과 김고은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끝내준다. 크랭크인 2개월 전부터 랩 연습을 시작했다는 박정민은 후반 작업 때까지 1년 가까이 랩 실력을 갈고닦았다고 한다. 본인은 “민망했다”지만, 개봉에 맞춰 음원도 공개하는 그는 영화 속에서만큼은 진짜 청춘 래퍼였다. 동창생 ‘선미’를 연기한 김고은은 또 한 단계 뛰어올랐다. 이번 캐릭터를 위해 체중을 8kg이나 늘렸다는데, 차진 전라도 사투리도 열심히 연습하고 공들인 티가 난다. 영화 곳곳에서 웃음이 터지는 포인트는 거의 선미의 공이 크다. 다음 달 4일 개봉. ★★☆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2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영화관. 데이트를 즐기러 온 커플이나 친구, 가족이 삼삼오오 몰려 있는 가운데 유독 상영관 한 곳의 풍경이 독특했다. 관객석은 하나하나 서로 멀찍이 떨어져 있다. ‘손잡고 영화 보기’는 엄두도 낼 수 없다. 게다가 좌석마다 양옆에 높은 칸막이가 쳐져 있어 옆에 앉은 사람 얼굴도 보이지 않는다. 이 유별난 영화관은 혼자 영화를 즐기는 관객을 위해 만들어진 ‘혼영관(혼자 영화 보는 이를 위한 상영관)’이다. ‘혼영관’은 1일 개관한 서울 영등포구의 ‘씨네Q’ 신도림점에 마련됐다. 씨네Q 관계자는 “최근 영화를 혼자 보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혼영족 가운데 특히 영화 마니아가 많은 점을 감안해 영화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로 상영관을 꾸몄다”고 밝혔다. 영화관은 이런 혼영족을 위해 맥주 한 캔과 간단한 안주로 구성한 ‘혼맥 세트’도 판매한다. 요즘 영화 공연 등 문화산업에서 ‘1인 관객’은 최고의 핫이슈다. 문화콘텐츠를 홀로 즐기는 이들이 가파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12년 CGV를 찾은 1인 관객은 전체의 7.7%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4년 9.2%, 2016년 13.3%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더니 지난해엔 17.1%까지 뛰어올랐다. 각 연령별로 살펴봐도 ‘혼영족’은 이제 상당한 관객 파워를 지닌다. 롯데시네마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영화관을 찾은 관객 가운데 30대 남녀는 1인 관객이 각각 16.1%, 13.4%를 차지했다. 흥미로운 건 60대 이상 남성(13.9%)과 40대 남성(12.8%), 60대 이상 여성(12.1%)도 홀로 영화를 즐기는 비중이 만만치 않게 높다. 혼영족이 세대를 아우르는 흐름이 됐음을 보여준다. 티켓 값이 만만치 않은 공연계는 ‘혼공족(혼자 공연 보는 관객)’이 이미 대세로 자리 잡은 모양새. 국내 최대 공연예매 사이트인 인터파크에 따르면 1인 1장 공연(뮤지컬 연극 콘서트 오페라 무용) 예매가 2005년 11%에서 지난해 43%로 거의 절반에 이를 정도로 늘어났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최근 내놓은 ‘공연소비 트렌드 분석’에서도 혼공족은 강력한 티켓 파워를 자랑한다. 온라인 공연 티켓 예매율에서 1인 가구(29.5%)가 영·유아 가구(36%) 다음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센터 관계자는 “실제로 올해 공연 트렌드 키워드에 ‘혼공(혼자 공연 관람)’ ‘나만의 모바일’ 등이 리스트에 올랐다”고 전했다. 혼공족들이 늘면서 관련 마케팅도 늘고 있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2월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열린 ‘삼성카드 스테이지’ 공연에 ‘혼공석’을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공연제작사 신시컴퍼니도 뮤지컬 ‘아이다’ 공연 1인 예매 관객에 한해 전시회 티켓과 커피 잔, 화장품 등을 선물로 증정했다. 홀로 영화관과 공연장을 찾는 장점은 뭘까. 다수의 혼영·혼공족은 △취향대로 작품 선택 △작품 몰입 가능 △시간 선택의 자유로움을 꼽았다. 직장인 김승환 씨(31)는 “데이트를 위해 공연을 보면 상대방 취향을 고려해야 하지만 혼자 볼 때는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하다”고 했다. 직장인 정모 씨(25·여)는 “주변 눈치 볼 것 없이 펑펑 울거나 마음껏 웃을 수 있어서 좋다”며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후원한 독립영화나 관객 참여형 연극처럼 주변에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을 찾기 쉽지 않은 작품은 혼자 감상하기 좋다”고 말했다. 한 공연 관계자는 “과거에는 영화나 공연이 가족 나들이나 데이트를 위한 것으로 인식된 반면에 최근에는 작품 감상 자체에 무게 중심을 두는 관객의 취향 변화도 엿보인다”고 진단했다. 김민 kimmin@donga.com·김정은 기자}
직장인 윤미정 씨(34)는 한번 ‘꽂힌’ 작품은 캐스팅을 달리하며 기본 3번 이상은 보는 일명 ‘회전문 관객’으로 불리는 뮤지컬 마니아다. 2007년 초연된 뮤지컬 ‘쓰릴미’를 관람한 뒤 뮤지컬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윤 씨는 “뮤지컬 티켓 가격은 대개 6만∼14만 원대로 고가에 책정돼 있어 여러 번 함께 볼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아 주로 혼자 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뮤지컬 ‘쓰릴미’ ‘헤드윅’ ‘여신님이 보고 계셔’ 등 마니아층이 두꺼운 작품일수록 ‘혼공족’ 비율이 높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혼공족들은 어떤 작품을 선호할까. 24일 공연예매 사이트 인터파크에 따르면 2010, 2011년 2년 연속 ‘클래식&오페라’ 장르가 1인 1티켓 구매자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2012∼2014년 3년간 콘서트, 2015년에는 연극이 혼공족의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뮤지컬 중에서는 ‘마니아층이 두꺼운 작품’일수록 혼공족이 몰리는 경향이 컸다. CJ E&M 박종환 홍보팀장은 “열정적인 마니아 관객들이 몰리는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의 경우 1인 1티켓 구매 비율이 25%, ‘서편제’와 ‘시라노’의 경우 23%에 달했다”며 “‘킹키부츠’ ‘브로드웨이 42번가’ 등 대극장용 유명 뮤지컬 역시 혼공족의 비율이 7∼10% 정도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뮤지컬 ‘시카고’의 제작사 신시컴퍼니 최승희 홍보팀장도 “과거와 달리 대중적인 작품에서도 혼공족들의 비율이 늘고 있다”며 “스테디셀러작 ‘시카고’의 경우 회당 1인 1티켓 구매자 비율이 8∼10%에 이른다”고 말했다. 혼자 영화를 보는 ‘혼영족’들이 선호하는 영화는 마니아층을 거느린 액션 히어로 시리즈물이나 범죄영화 등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가 많았다. CGV리서치센터가 2017년 7월∼올해 5월 영화진흥위원회 집계 관객 수 기준 상위 10개 영화의 1인 관객 비율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18.3%), ‘킹스맨: 골든 서클’(17.3%), ‘스파이더맨: 홈 커밍’(16.1%) 등 마니아층이 두꺼운 시리즈 영화일수록 혼영족의 비율이 높았다. 또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범죄도시’의 1인 관객 비율이 19.5%로 상위 10개 영화 중 가장 높은 혼영족 비율을 기록했다. 김정은 kimje@donga.com·김민 기자}

2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영화관. 데이트를 즐기러 온 커플이나 친구, 가족이 삼삼오오 몰려있는 가운데 유독 상영관 한 곳의 풍경이 독특했다. 관객석은 하나하나 서로 멀찍이 떨어져 있다. ‘손잡고 영화 보기’는 엄두도 낼 수 없다. 게다가 좌석마다 양옆에 높은 칸막이가 쳐져 있어 옆에 앉은 사람 얼굴도 보이지 않는다. 이 유별난 영화관은 혼자 영화를 즐기는 관객을 위해 만들어진 ‘혼영관(혼자 영화 보는 이를 위한 상영관)’이다. ‘혼영관’은 지난 1일 개관한 서울 영등포구의 ‘씨네Q’ 신도림점에 마련됐다. 씨네Q 관계자는 “최근 영화를 혼자 보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혼영족 가운데 특히 영화 마니아가 많은 점을 감안해 영화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로 상영관을 꾸몄다”고 밝혔다. 영화관은 이런 혼영족을 위해 맥주 한 캔과 간단 안주로 구성한 ‘혼맥 세트’도 판매한다. 요즘 영화 공연 등 문화산업에서 ‘1인 관객’은 최고의 핫이슈다. 문화콘텐츠를 홀로 즐기는 이들이 가파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12년 CGV를 찾은 1인 관객은 전체의 7.7%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4년 9.2%, 2016년 13.3%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더니 지난해엔 17.1%까지 뛰어 올랐다. 각 연령별로 살펴봐도 ‘혼영족’은 이제 상당한 관객 파워를 지니고 있다. 롯데시네마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영화관을 찾은 관객 가운데 30대 남녀는 1인 관객이 각각 16.1%, 13.4%를 차지했다. 흥미로운 건 60대 이상 남성(13.9%)과 40대 남성(12.8%), 60대 이상 여성(12.1%)도 홀로 영화를 즐기는 비중이 만만치 않게 높다. 혼영족이 세대를 아우르는 흐름이 됐음을 보여준다. 티켓 값이 만만치 않은 공연계는 ‘혼공족(혼자 공연 보는 관객)’이 이미 대세로 자리 잡은 모양새. 국내 최대 공연예매 사이트인 인터파크에 따르면 1인 1장 공연(뮤지컬 연극 콘서트 오페라 무용) 예매가 2005년 11%에서 지난해 43%로 거의 절반에 이를 정도로 늘어났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최근 내놓은 ‘공연소비 트렌드 분석’에서도 혼공족은 강력한 티켓 파워를 자랑한다. 온라인 공연 티켓 예매율에서 1인 가구(29.5%)가 영·유아 가구(36%) 다음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센터 관계자는 “실제로 올해 공연 트렌드 키워드에 ‘혼공(혼자 공연관람)’ ‘나만의 모바일’ 등이 리스트에 올랐다”고 전했다. 혼공족들이 늘면서 관련 마케팅도 늘고 있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2월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열린 ‘삼성카드 스테이지’ 공연에 ‘혼공석’을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공연제작사 신시컴퍼니도 뮤지컬 ‘아이다’ 공연 1인 예매 관객에 한해 전시회 티켓과 커피 잔, 화장품 등을 선물로 증정했다. 홀로 영화관과 공연장을 찾는 장점은 뭘까. 다수의 혼영·혼공족들은 △취향대로 작품 선택 △작품 몰입 가능 △시간 선택의 자유로움을 꼽았다. 직장인 김승환 씨(31)는 “데이트를 위해 공연을 보면 상대방 취향을 고려해야 하지만 혼자 볼 때는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하다”고 했다. 직장인 정모 씨(25·여)는 “주변 눈치 볼 것 없이 펑펑 울거나 마음껏 웃을 수 있어서 좋다”며 “크라우드펀딩을 통해서 후원한 독립영화나 관객 참여형 연극처럼 주변에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을 찾기 쉽지 않은 작품은 혼자 감상하기 좋다”고 말했다. 한 공연 관계자는 “과거에는 영화나 공연이 가족 나들이나 데이트를 위한 것으로 인식된 반면, 최근에는 작품 감상 자체에 무게 중심을 두는 관객의 취향 변화도 엿보인다”고 진단했다. ▼ ‘혼공-혼영족’은 어떤 작품을 선호할까▼ 직장인 윤미정(34)씨는 한번 꽂힌 작품은 캐스팅을 달리하며 기본 3번 이상은 보는 일명 ‘회전문 관객’으로 불리는 뮤지컬 마니아다. 2007년 초연된 뮤지컬 ‘쓰릴미’를 관람한 뒤 뮤지컬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윤씨는 “뮤지컬 티켓가격은 대개 6~14만 원대로 고가에 책정돼 있어 여러번 함께 볼 사람을 찾기 쉽지 않아 주로 혼자 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뮤지컬 ‘쓰릴미’ ‘헤드윅’ ‘여신님이 보고 계셔’ 등 마니아층이 두터운 작품일수록 혼공족들의 비율이 높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혼공족들은 어떤 작품을 선호할까. 24일 공연예매사이트 인터파크에 따르면 2010~2011년 2년 연속 ‘클래식&오페라’ 장르가 1인1티켓 구매자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2012~2014년 3년간 콘서트, 2015년에는 연극이 혼공족의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뮤지컬 중에서는 ‘마니아층이 두터운 작품’일수록 혼공족이 몰리는 경향이 컸다. CJ E&M 박종환 홍보팀장은 “열정적인 마니아 관객들이 몰리는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의 경우 1인 1티켓 구매 비율이 25%, ‘서편제’와 ‘시라노’의 경우 23%에 달했다”며 “킹키부츠, 브로드웨이 42번가 등 대극장용 유명 뮤지컬 역시 혼공족의 비율이 7~10% 정도 나타났다”고 말했다. 뮤지컬 ‘시카고’의 제작사 신시컴퍼니 최승희 홍보팀장도 “과거와 달리 대중적인 작품에서도 혼공족들이 비율이 늘고 있다”며 “스테디셀러작 ‘시카고’의 경우 한 회당 1인 1티켓 구매자 비율이 8~10%에 이른다”고 말했다. 혼자 영화를 보는 ‘혼영족’ 들이 선호하는 영화는 마니아층을 거느린 액션 히어로 시리즈물이나 범죄영화 등 청소년불가관람영화가 많았다. CGV리서치센터가 2017년 7월~올해 5월 영화진흥위원회 집계 관객 수 기준 상위 10개 영화의 1인 관객 비율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어벤져스:인피니티 워’(18.3%), ‘킹스맨:골든 서클’(17.3%), ‘스파이더맨:홈 커밍’(16.1%) 등 마니아층이 두터운 시리즈 영화일수록 혼영족의 비율이 높았다. 또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범죄도시의 1인 관객 비율이 19.5%로 상위 10개 영화 중 가장 높은 혼영족 비율을 기록했다. 반면 가족이나 전 세대를 겨냥해 1000만 관객이 본 흥행작 ‘신과함께-죄와벌’(13.5%)이나 ‘택시운전사’(13.5%)는 상대적으로 혼영족 비중이 낮았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위스키 회사인 글렌피딕과 달모어, 미국 프로미식축구 구단인 텍사스 롱혼스, 그리고 투자회사 메릴린치.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로고에 어마무시한 동물의 뿔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수컷 엘크의 머리에 솟아 오른 두 줄기 뿔은 무게만 18kg이 넘는 강력한 무기. 이들 기업은 바로 그 뿔의 ‘강력한 힘’을 자신들도 갖고 싶단 욕망을 담았다. 책에 따르면 수사슴은 뿔이 자랄 때 에너지를 평소의 두 배로 소모하며 무기질과 칼슘, 인이 막대하게 필요하다. 식사만으로 이를 충당할 수 없어 필수 무기질이 뼈에서 빠져나간다. 이 때문에 뿔이 자랄 무렵 수사슴은 계절성 뼈엉성증(골다공증)에 시달린다. 이 모든 위험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뼈를 감수하는 이유는?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서다. 미국 몬태나대의 생물학 교수인 저자는 이처럼 자연에서 만나는 장엄하고 감탄을 자아내는 극한의 ‘무기’에 어릴 때부터 관심을 가져왔다. 유명한 행동생태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아프리카 등 자연 속에 묻혀 살았던 학문 귀족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첫 연구 대상으로 삼았던 것은 바로 쇠똥구리. 몸에 비해 큰 무기를 갖고 있으면서 쉽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현장 관찰 경험이 풍부하게 곁들여진 책은 동물의 사소한 무기에서 출발해 극한으로 치달은 진화 과정을 추적한다. 이 과정에는 세 가지 조건이 작용한다. 강도 높은 경쟁과 사용 가능한 자원, 그리고 짝짓기의 가능성이다. 저자는 이러한 진화 과정을 인간의 무기로 확장해 해석해 나간다. 동물은 짝짓기를 위해 경쟁하는 반면, 인간은 더 복잡한 욕망을 좇아간다. 서로 달라 보이지만, 무기 경쟁 구도에선 상당한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 천변만화한 동물의 무기를 한눈에 강조한 데이비드 터스의 삽화도 책의 재미를 한층 더했다. ‘동물의 왕국’ 같은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삽화와 활자 속에 등장한 동물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며 자연을 만끽하는 시간을 즐길 수 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여성을 앞세운 영화라면 흔히 멜로, 드라마, 로맨틱 코미디 혹은 페미니즘 영화를 떠올린다. 그래서일까. 여성이 이끄는 영화는 액션이나 블록버스터처럼 대규모 흥행이 어렵다는 인식을 받기도 한다. 영화진흥위원회 ‘소수자 영화정책 연구’ 통계를 봐도 2011∼2017년 100만 명 이상 관람한 영화 가운데 여성이 주연을 맡은 작품은 30%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국내외 상업 영화 2편이 극장가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둘 다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케이퍼 무비’(절도 등의 과정을 상세히 그리는 범죄물)나 누아르, 액션물에서 여성을 앞세웠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화려한 ‘오션스8’ 영화 ‘오션스8’는 케이퍼 무비를 대표하는 ‘오션스’ 시리즈의 스핀오프(spin-off·원작에서 파생된 작품)영화다. 조지 클루니와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대신 샌드라 불럭과 케이트 블란쳇, 앤 해서웨이 등 할리우드 톱 여성 배우가 주연을 맡았다. 앞서 비슷한 콘셉트의 리메이크 작 ‘고스트 버스터즈’(2016년)나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2017년)가 흥행에 실패하며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오션스8’는 북미에서 개봉 직후 시리즈 사상 최고의 오프닝을 기록했다. 특기할 만한 사실은 북미 지역 관객 가운데 69%가 여성이었다는 점(박스오피스 모조). 게다가 25세 이하 관객층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이는 ‘오션스11’ 등에 향수를 가진 관객보다 ‘오션스’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관객의 호응이 높았다는 뜻. 전작의 후광과 상관없이 개별적인 여성 주연 영화로 사랑받았다는 얘기다. 실제로 패션쇼 ‘메트 갈라’를 배경으로 개성 넘치는 배우들의 화려한 모양새는 영화 안팎으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아쉬운 건 뒷심이 부족한 스토리다. 너무 안정적으로 기존 ‘오션스’ 시리즈의 공식을 답습해 신선도가 다소 떨어진다. 국내에서는 20일까지 박스오피스 3위를 차지하며 관객 70만 명이 관람했다. ○ 소녀 앞세운 강력 액션 ‘마녀’ ‘악마를 보았다’ ‘부당거래’의 각본을 쓰고 ‘신세계’를 연출해 ‘마초 감독’이란 평을 받았던 박훈정 감독도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액션 영화에 도전했다. 18일 시사회를 통해 공개한 ‘마녀’는 시설에서 의문의 사고로 기억을 잃고 양부모와 살아온 고등학생 구자윤(김다미)의 이야기를 그렸다. ‘마녀’는 박 감독 특유의 거침없는 액션은 살리되 그 중심에 참신한 캐릭터를 앞세웠다. ‘미녀 삼총사’ 등 과거 여성 주연 액션 영화가 배우의 섹시함을 부각시켰다면, ‘마녀’는 여성성보다 캐릭터 자체로 승부를 걸었다. 그 덕분에 같은 액션이라도 새롭고 통쾌하게 느껴진다. 강한 아우라를 뿜어내는 닥터 백(조민수)도 여성성보다 미치광이 과학자의 차가움이 크게 느껴진다. 조민수는 “닥터 백은 초기 시나리오에선 남성이었는데 회의 끝에 여성으로 바뀌고 제가 선택됐다”며 “감독에게 화법도 여성적으로 바꾸지 말아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박 감독도 “여성 액션 자체에 주목하기보다 인간이 악하게 태어나 선하게 살아가는지, 선하게 태어나 악하게 변하는지가 궁금했다. 그 궁금증에서 이 영화는 출발한다”고 설명했다. ‘마녀’의 부제는 ‘Part 1. The Subversion(전복)’이다. 속편의 주제로 ‘충돌’을 염두에 두고 제작됐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캐릭터를 구성해 나가는 과정이 1시간을 넘어 길게 느껴진다. 박 감독은 시사회에서 “후속편을 논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했다. 하나 후속편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야기를 하다 만 격이 될 듯하다. 27일 개봉.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여성을 앞세운 영화라면 흔히 멜로, 드라마, 로맨틱 코미디, 혹은 페미니즘 영화를 떠올린다. 그래서일까. 여성이 이끄는 영화는 액션이나 블록버스터처럼 대규모 흥행이 어렵다는 인식을 받기도 한다. 영화진흥위원회 ‘소수자 영화정책 연구’ 통계를 봐도 2011~2017년 100만 명 이상 관람한 영화 가운데 여성이 주연을 맡은 작품은 30%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국내외 상업 영화 2편이 극장가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둘 다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케이퍼 무비’(절도 등의 과정을 상세히 그리는 범죄물)나 누아르, 액션물에서 여성을 앞세웠단 공통점을 지녔다.●화려한 ‘오션스8’ 영화 ‘오션스8’은 케이퍼 무비를 대표하는 ‘오션스’ 시리즈의 스핀오프 영화다. 조지 클루니와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대신 산드라 블록과 케이트 블란쳇, 앤 해서웨이 등 할리우드 톱 여성배우가 주연을 맡았다. 앞서 비슷한 컨셉트의 리메이크 작 ‘고스트 버스터즈’(2016)나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2017)가 흥행에 실패하며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오션스8’은 북미에서 개봉 직후 시리즈 사상 최고의 오프닝을 기록했다. 특기할만한 사실은 북미 지역 관객 가운데 69%가 여성이었다는 점(박스오피스 모조). 게다가 25세 이하 관객층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이는 ‘오션스 11’ 등에 향수를 가진 관객보다 ‘오션스’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관객의 호응이 높았다는 뜻. 전작의 후광과 상관없이, 개별적인 여성 주연 영화로 사랑받았다는 얘기다. 실제로 패션쇼 ‘메트 갈라’를 배경으로 개성 넘치는 배우들의 화려한 모양새는 영화 안팎으로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아쉬운 건 뒷심이 부족한 스토리다. 너무 안정적으로 기존 ‘오션스’ 시리즈의 공식을 답습해 신선도가 다소 떨어진다. 국내에서는 20일까지 박스오피스 3위를 차지하며 관객 70만 명이 관람했다. ●소녀 앞세운 강력 액션 ‘마녀’ ‘악마를 보았다’ ‘부당거래’의 각본을 쓰고 ‘신세계’를 연출해 ‘마초 감독’이란 의혹을 받았던 박훈정 감독도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액션 영화에 도전했다. 18일 시사회를 통해 공개한 ‘마녀’는 시설에서 의문의 사고로 기억을 잃고 양부모와 살아온 고등학생 구자윤(김다미)의 이야기를 그렸다. ‘마녀’는 박 감독 특유의 거침없는 액션은 살리되 그 중심에 참신한 캐릭터를 앞세웠다. ‘미녀 삼총사’ 등 과거 여성 주연 액션 영화가 배우의 섹시함을 부각시켰다면, ‘마녀’는 여성성보다 캐릭터 자체로 승부를 걸었다. 덕분에 같은 액션이라도 새롭고 통쾌하게 느껴진다. 강한 아우라를 뿜어내는 닥터 백(조민수)도 여성성보다 미치광이 과학자의 차가움이 크게 느껴진다. 배우 조민수는 “닥터 백은 초기 시나리오에선 남성이었는데 회의 끝에 여성으로 바뀌고 제가 선택됐다”며 “감독에게 화법도 여성적으로 바꾸지 말아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박 감독도 “여성 액션 자체에 주목하기보다 인간이 악하게 태어나 선하게 살아가는지, 선하게 태어나 악하게 변하는지가 궁금했다. 그 궁금증에서 이 영화는 출발한다”고 설명했다. ‘마녀’의 부제는 ‘Part 1. The Subversion(전복)’이다. 속편의 주제는 ‘충돌’을 염두에 두고 제작됐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캐릭터를 구성해나가는 과정이 1시간을 넘어 길게 느껴진다. 박 감독은 시사회에서 “후속편을 논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했다. 하나 후속편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야기를 하다만 격이 될 듯하다. 27일 개봉.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채널A가 매주 토요일 밤 12시에 작품성 뛰어난 영화를 소개하는 ‘씨네프리즘’을 방영한다. 23일 선보이는 ‘미라클 벨리에’는 2014년 개봉해 프랑스에서 흥행에 성공한 작품. 세자르 영화제에서 작품상, 각본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주연을 맡은 배우 겸 가수 루안 에메라는 신인 여우상을 받았다. ‘미라클 벨리에’는 가족 중 유일하게 듣고 말할 수 있는 열여섯 살 폴라가 주인공이다. 청각 장애가 있는 부모님과 남동생의 통역사 역할을 해온 폴라는 우연히 들어간 합창부에서 노래에 재능이 있음을 알게 된다. 선생님은 파리의 권위 있는 합창학교 메트리즈 드 라디오 프랑스에 오디션을 보라고 권유하지만, 오디션에 합격하면 폴라는 가족을 떠나야만 한다. 텔레비전 시리즈 연출로 입지를 쌓아 온 에리크 라르티고 감독은 샤를로트 갱스부르가 출연한 로맨틱 코미디 ‘결혼하고도 싱글로 남는 법’(2006년)으로 장편영화에 두각을 나타냈다. ‘미라클 벨리에’는 자신의 재능을 알아가면서 가족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는 폴라를 중심으로 한 성장 영화. 가족 관객을 겨냥해 연말 개봉해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벨기에 등 유럽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30일에는 마이크 밀스 감독의 ‘우리의 20세기’가 방영된다. 2016년 10월 뉴욕 필름 페스티벌에서 처음 공개된 이 영화는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후보에 올랐다. 1970년대 샌타바버라의 셰어하우스를 운영하는 싱글맘 도로시아와 아들 제이미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서로 다른 시대를 산 엄마와 아들의 세대 갈등과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감정의 섬세한 묘사로 호평을 받았다. 7월 7일에는 국내 독립영화인 김진도 감독의 데뷔작 ‘흔들리는 물결’이 소개될 예정이다. 어린 시절 동생의 죽음을 목격하고 트라우마에 갇혀 사는 방사선사 연우(심희섭)와 같은 병원의 간호사 원희(고원희)를 중심으로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다음 달 12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올해도 한여름 더위를 날릴 다양한 장르 영화를 소개한다. 특히 할리우드보다 더 많은 영화를 만드는 ‘발리우드’ 인도 영화도 폭넓게 선보일 예정. 올해 프로그래머들에게 놓치면 아까운 작품 추천을 부탁했다. 김봉석 프로그래머가 첫 번째로 꼽은 영화는 인도 영화 ‘슈퍼히어로 조쉬’. 춤과 노래라는 이미지로 각인된 여타 발리우드 영화와 달리 미국식 슈퍼히어로 영화를 인도 버전으로 재해석했다. 부패한 정부에 저항하며 거리로 나선 조쉬와 친구들은 스스로를 ‘인도의 저스티스 리그’라 소개한다. 김 프로그래머는 “개인의 인생과 세계의 정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젊은이들의 열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영화”라고 설명했다. 폐막작으로도 ‘당갈’의 주연 아미르 칸이 출연한 인도 영화 ‘시크릿 슈퍼스타’를 상영한다. 최근 정체기라는 평가를 받는 일본 영화의 새로운 흐름도 짚어볼 수 있다. ‘일본 영화의 뉴웨이브’라 불리는 작품들이 부천영화제에 여러 편 선보인다. 몰래카메라로 인한 여성의 피해를 담담하게 그린 ‘그녀에게는 죄가 없다’와 유튜브 세대의 영화적 상상력을 현란하게 보여주는 ‘성스러운 것’, 좀비 영화의 클리셰를 독창적으로 이용한 ‘원컷 오브 더 데드’ 등 젊은 일본 감독들의 새로운 시도가 기대를 모은다. 그중에서도 김 프로그래머는 최근 일본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라이시 가즈야 감독의 ‘고독한 늑대의 피’를 추천했다. 그는 “신입 형사가 야쿠자 전쟁 일보 직전의 히로시마에서 현장에 뛰어드는 아수라장을 그렸다”며 “야쿠자 영화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주는 걸작”이라고 했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도 입성한 ‘칼+심장’은 김영덕 프로그래머의 추천작이다. 바네사 파라디가 애인의 변심에 절망하는 게이 포르노 감독 역할을 맡았다. 김영덕 프로그래머는 “1970년대 캠프 미학과 슬래셔 등 비주류 코드를 섞은 작품으로, 사운드트랙이 매력적인 마이너 영화의 끝판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오른 ‘11월’은 에스토니아 시골 마을의 전설을 소재로 한 흑백 영화로 기묘한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한국 영화 특별전 섹션도 눈길을 끈다. ‘스타, 배우, 아티스트 정우성’을 타이틀로 배우 정우성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본다. 청춘 영화 ‘비트’, ‘태양은 없다’부터 ‘아수라’, 악역을 맡은 ‘감시자들’, ‘강철비’까지 12편의 대표작을 만날 수 있다. ‘3×3 EYES: 호러 거장, 3인의 시선’ 섹션에선 스크린으로 보기 힘들었던 공포영화의 거장 웨스 크레이븐과 조지 로메로, 토브 후퍼의 초기작을 3편씩 소개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더욱 강력해진 몰입감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은 채널A ‘하트시그널 시즌2’가 15일 막을 내렸다. 마지막 방송에서 8명의 입주자가 최종 선택한 결과 김현우와 임현주, 송다은과 정재호 두 커플이 탄생했다. 3월 16일 첫 방송을 시작한 ‘하트시그널 시즌2’는 러브라인이 본격화한 후 9주 연속 비드라마 부문 화제성 1위 자리를 차지했다. 22일과 29일에는 ‘하트시그널2’의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스페셜 방송이 방영된다. 프로그램을 통해 화제의 중심에 선 일반인 출연자들은 각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종영 소감을 전했다. 정재호는 “입주 기간 동안 진심을 다해 하트시그널 가족들을 대했고 저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한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며 “이별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 앞으로 방송에서 보여드리지 못한 새로운 모습을 계속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송다은은 “우리 하트시그널 멤버들을 만날 수 있게 기회를 주시고 반년 넘게 고생한 제작진과 희로애락을 함께한 멤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장미 또한 “촬영하면서 너무 힘들고 지쳐서 언제 집에 갈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집으로 돌아온 나를 봤을 때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며 “응원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고 더 멋진 어른이 되도록 진심을 다해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김도균과 이규빈, 임현주는 짤막하게 “감사하다”는 소감을 남겼다. 한편 예상치 못한 반전 결말에 일부 출연진이 악플 세례에 시달리기도 했다. 정재호가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지나친 악플이 달리는 것을 보면 정말 속상하다”며 “괴롭히지 말아 달라”는 당부의 댓글을 남겼다. ‘하트시그널2’는 일반인 남녀가 한 달 동안 시그널 하우스에 입주해 무한 ‘썸’을 타며 서로의 감정을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윤종신, 이상민, 김이나, 양재웅, 소유, 원 등 연예인 예측단이 스튜디오에서 이들의 모습을 관찰하며 출연진의 감정을 추리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아파트에 갇혀 살아도 손바닥만 한 화분을 키워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초록 식물을 곁에 두고 싶은 건 자연이 그리워서일까? 책 속 조경 풍경은 치밀한 설계의 산물이기에 첫눈엔 평범한 사람들의 경험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러나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니 전문가들도 수천 년을 돌고 돌아 제자리, 있는 그대로의 자연으로 돌아왔다는 걸 알게 됐다. 저자는 독일 베를린 공과대학교에서 ‘20세기 유럽 조경사’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고, ‘써드스페이스 베를린 환경아카데미’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그 덕분에 20세기 이후 정원의 개념 자체에 의문을 가진 조경가와 건축가들의 이야기가 풍부하다. 흥미로운 건 조경이 모더니즘 예술처럼 개념과 기하학으로 군더더기를 줄여 나간 순간들이다. 스위스 조경가 에른스트 크라머는 ‘좋은 형태’를 찾기 위해 모든 것을 제거하고 기본 요소인 연못, 잔디만을 활용해 ‘시인의 정원’을 만들었다. 생태주의에 관한 관심은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는 정원의 개념도 탄생시켰다. 책은 최근부터 과거까지 역순으로 조경의 역사를 보여준다. 풍부한 배경 지식과 인문학적 설명이 곁들여져 조경 비평을 읽는 듯하다. 과거에 조경은 부유하고 특별한 사람들만 누릴 수 있었다. 누구나 자연을 가까이 하고 즐기는 시대에 이르러,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혁신적인 시도를 보는 과정이 즐거움을 선사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1991년 8월 김학순 할머니가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로 증언한다. 이를 TV로 지켜본 이들은 함께 슬퍼했지만 일부는 “몸을 팔아 놓고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해 10월 부산여성경제인연합회는 ‘정신대 피해 신고 전화’를 개설한다. 이곳으로 8명이 전화를 걸어왔고, 그중 4명은 여행사 사장이었던 김문숙과 시모노세키로 떠나 일본 정부를 상대로 피해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에 나선다. 영화 ‘허스토리’는 6년에 걸쳐 시모노세키(下關)와 부산(釜山)을 오가며 벌인 ‘관부(關釜) 재판’ 실화를 다룬다. 1992년 12월, 위안부 피해자 3명과 근로정신대 피해자 7명 등 모두 10명이 원고가 돼 일본 야마구치 지방재판소 시모노세키 지부에 제소하며 진행된 재판이다. 민규동 감독은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보고 느꼈던 감정을 오랫동안 품고 있다 영화로 만들었다. 배우 김희애(52)가 카리스마 넘치는 여장부 ‘문정숙’(김문숙의 극중 인물)을, 김해숙(63)이 아픔을 딛고 용기를 내는 위안부 ‘배정길’을 연기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최근 만난 두 배우는 ‘허스토리’가 “그 어느 작품보다 힘들었던 영화”라고 입을 모았다. 김희애는 이번 영화에서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맡은 문정숙은 감정이 북받치면 소리 지르고 욕도 서슴없이 내뱉는다. 부산 사투리를 쓰고, “돈 걱정은 하지 말라”며 허풍을 떨기도 하는 억척스러운 사업가다. 김희애는 “멋진 캐릭터에 반해 시나리오를 덥석 받았는데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고 느낄 만큼 힘든 도전이었다. 하지만 연기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만한 캐릭터였다”고 털어놨다.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고, 체중도 늘렸다. 사투리와 일본어 연기를 위해 촬영 전 매번 집에서 대사를 녹음해 다시 듣기를 반복하며 연습했다. 촬영이 끝난 후 울음을 터뜨렸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모두 수고했다고 인사를 나누고 분장실에 오니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좋아서만은 아니었을 거예요. 여타 드라마였다면 어느 정도 선에서 마무리를 지었을 텐데 심리적으로 큰 압박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김해숙은 촬영 내내 온 세상이 슬픔으로 가득 찬 듯한 기분이었다고 한다. 그는 “여인으로서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아픔을 가진 배정길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다가가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심정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박순녀(예수정)나 서귀순(문숙) 등 다른 인물들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는 모습도 나오지만 배정길은 대부분 말이 없다. 이 때문에 김해숙은 촬영이 끝난 뒤에도 우울함과 무기력한 감정에서 한동안 벗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배우들은 부담을 많이 받았지만 영화는 시끌벅적한 부산 사투리로 서로를 다독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렸다. 김희애는 “여성이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법정 드라마”라며 “사이사이 재미있고 유쾌한 부분도 있으니 관객들이 편안하게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27일 개봉.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쥬라기 월드2)이 성장영화라는 걸 알아챈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흔히 영화에 등장하는 어린이는 보조적 역할을 맡고, 관객도 그런 시선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쥬라기 월드2’에서는 전편에 없던 새 인물 메이지 록우드(이저벨라 서먼)가 이야기의 열쇠를 쥔다. 그는 공룡 복제 기술을 개발한 벤저민 록우드의 손녀다. 할아버지가 그랬듯 공룡을 사랑하는 메이지는 호기심이 많아 몰래 저택을 누비며 사람들을 관찰한다. 그러다 유전자를 조작해 공룡을 살상무기로 개발하려는 엘리 밀스(레이프 스폴)의 대화를 엿듣고, 어른들의 비뚤어진 욕망을 가장 먼저 알게 된다. 밀스의 탐욕은 메이지에게도 아픔을 준다. 슬픔을 극복할 새도 없이 그의 집에 공룡과 공룡 밀수업자들이 쳐들어온다. 밀려오는 두려움에 메이지는 침대로 도망쳐 이불을 뒤집어쓴다. 어린이에게 ‘내 방 침대’란 영원히 안전해야만 하는 공간이다. 이를 메이지의 마지막 보루로 활용해 공포를 극대화한 감독의 시선이 돋보인다.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메이지는 공룡 역시 엄연히 생명을 가진 존재임을 인정하며 과감하게 행동에 나선다. ‘쥬라기 월드2’에서 어린이 캐릭터가 돋보이는 것이 뜬금없는 일은 아니다. 영화를 총괄 제작한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미 E.T.(1982년)와 A.I.(2001년) 등을 통해 어린이에게 호기심과 용기, 인간에 대한 애정을 갖고 살아가라는 따스한 시선을 보낸 바 있다. 여기에 보육원을 배경으로 한 ‘오퍼나지―비밀의 계단’(2007년)과 불치병에 걸린 소년의 성장을 다룬 ‘몬스터 콜’(2016년)의 감독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의 연출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냈다. 그 덕분인지 ‘쥬라기 월드2’는 무서운 속도로 국내 극장가를 휩쓸고 있다. 6일 개봉해 오프닝 신기록(118만 명)을 세우더니 주말에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신과 함께―죄와 벌’(2017년)이나 ‘암살’(2015년) 등 1000만 영화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주 48개국에서 먼저 개봉한 가운데 한국에서 가장 높은 오프닝 수익(2700만 달러)을 올렸다. 한편 이런 메이지의 시선이 좀 더 중심으로 부각되지 못한 것은 아쉽다. 전반부 클레어 디어링(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이 오언 그레이디(크리스 프랫)에게 공룡을 구출하러 가자고 설득하는 과정이 다소 지루했고 이들의 캐릭터도 밋밋했다. 그러나 이슬라누블라 탈출 장면, 록우드 저택의 경매 장면, 인간과 유대감을 형성한 랩터 ‘블루’와 인도랩터의 결투 장면 등은 스릴감 넘친다. ‘복제한 동물의 권리를 존중할 것인가’, ‘유전자 조작은 옳은가’ 등의 문제도 제기되지만 심각한 고민으로 넘어가지 않아 오락영화의 본분을 다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빌보드200(앨범 차트) 1위를 차지했던 방탄소년단의 정규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SELF 轉 Tear)가 발매 2주 만에 166만 장 이상 팔렸다. 가온차트는 지난달 18일 발매한 방탄소년단 3집이 현재까지 166만4041장이 팔렸다고 8일 밝혔다.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가온차트 집계에서 월간 단일 앨범 판매량이 166만 장을 넘은 것은 2000년 9월 조성모 3집(170만5127장) 이후 17년 8개월 만이다. 역대 단일 앨범 최고 판매량은 1995년 김건모 3집 280만 장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영화계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담은 기획이 관심을 끄는 가운데 1997년 시작한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올해 20회를 맞았다. 역대 최다인 61개국 957편이 출품됐고, 36개국의 총 147편이 공식 상영된다. 올해부터 ‘국제장편경쟁’과 ‘한국장편경쟁’ 섹션이 신설됐다. 여성 영화인이 연출한 작품과 여성에 관한 영화를 조명하는 이번 영화제에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소공녀’의 전고운 감독과 ‘미쓰 홍당무’ 이경미 감독이 참여하는 ‘감독 대 감독: 나의 영화, 당신의 영화’ 토크가 6일 진행된다. 비디오 게임을 페미니즘 관점에서 분석해 유명해진 캐나다 출신 비평가 아니타 사키시안이 특별 강연도 한다. 사이버 불링(온라인 괴롭힘)을 통해 정치적 발언을 억압하는 실태를 다룰 예정이다. 배우 한예리와 화제작을 감상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스타 토크’ 코너도 있다. 올해 4월 향년 92세로 세상을 떠난 최은희 특별 회고전도 열린다. ‘카메라를 든 최은희’ 섹션에서는 대한민국 세 번째 여성 감독으로서 그가 연출한 작품 중 ‘민며느리’(1965년)와 ‘공주님의 짝사랑’(1967년)을 만나볼 수 있다. 박현선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와 박유희 영화평론가의 ‘최은희, 카메라를 든 그녀를 기억하라’ 스페셜 토크도 6일 열린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최신작을 상영하는 ‘새로운 물결’ 섹션은 매일 예술영화관을 찾는 연로한 여인들을 다룬 다큐 ‘씨네필’, 숲에서 아빠와 숨어 지낸 소녀의 심리를 그린 ‘흔적 없는 삶’ 등을 소개한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서울 서대문구 메가박스신촌에서 7일까지 열린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학교 자선파티를 주최한 튀니지 여대생 ‘마리암’. 평소엔 엄두도 못 낼 과감한 드레스를 입고 파티 장소에 들어선다. 화려한 차림의 그녀를 한 청년이 지그시 쳐다본다. 싫지 않은 듯 그녀가 그와 눈빛을 교환하고 로맨틱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두 사람이 밖으로 나가는 순간 마리암의 로맨스는 끔찍한 악몽으로 변한다. 성폭행을 은폐하려는 경찰에 맞선 한 여대생의 실화를 그린 튀니지 출신 카우테르 벤 하니아 감독(41)의 영화 ‘뷰티 앤 더 독스’가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아트하우스모모(이화여대 ECC)에서 상영됐다. ‘뷰티 앤…’은 제7회 아랍영화제가 여성 영화를 조명하는 특별섹션 ‘포커스 2018: 일어서다, 말하다, 외치다’의 초청작. 이날 감독의 오픈토크가 예정된 영화관은 만석으로 가득 찼고, 표를 구하지 못한 관객이 밖에서 기다리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9번의 롱테이크로 구성된 영화는 편집이 거의 없어 주인공 마리암이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느낌을 고스란히 전해줬다. 영화 속 마리암의 시도가 좌절될 때마다 객석에선 한숨과 탄식이 쏟아졌다. 고소 취하서에 서명을 끝내 거부하는 마리암에게 경찰이 “튀니지를 사랑하느냐”고 묻는 대목에선 헛웃음도 나왔다. 벤 하니아 감독은 “관객이 마리암의 감성에 몰입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격해지는 감정에 공감하게 만들기 위해 이 방법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관객들의 질문도 쏟아졌다. ‘같은 여성인 경찰이 왜 도와주지 않느냐’ ‘마리암이 아버지에게 왜 알리지 않으려고 했나’ ‘튀니지 여성 운동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느냐’ 등. 문답이 오가던 중 “실화가 더 극적”이라는 감독의 설명에 객석은 또 한 번 술렁였다. 사건이 발생한 2012년. 피해자는 경찰서 5곳을 전전하고, 24시간을 경찰서에서 보낸 뒤에야 집으로 돌아갔다. 영화에선 경찰서 2곳, 12시간으로 묘사된다. 실제로는 사건이 알려지며 거리 집회가 일어났고, 2년 동안 진행된 재판에서 경찰관은 14년형을 선고받았다. 벤 하니아 감독은 “평범한 여성이 어려움과 수치심을 극복하고 포기하지 않았던 용기에 감동해 영화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 시점은 ‘미투 운동’이 일어나기 전이었다. 그러나 여성 인권 문제는 튀니지 사회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생각했고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달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독재 정권에 맞섰던 튀니지 사회에 아랍의 봄 이후 여성 운동이 활발해졌다”며 “한국에서 촛불 집회 이후 미투 운동이 본격화한 것도 억압된 목소리가 터져 나왔기 때문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해까지 무료였던 아랍영화제는 올해 처음 유료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올해 여성 이슈를 다룬 섹션은 젊은 관객을 중심으로 호응이 컸다. ‘뷰티 앤…’은 물론이고 ‘선인장’ ‘오직 남자들만 무덤으로 간다’ 등 여러 작품이 매진됐다. 박은진 프로그래머는 “지난해 아랍 영화에서 여성 감독의 작품이 두드러진 경향을 반영해 이번 섹션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서울 아트하우스모모와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동시에 진행하는 아랍영화제는 7일까지 이어진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영화에서 주인공이 새집 같은 머리로 한손에 아이를 안고 집 나간 아내를 애타게 찾는 장면이 나와요. 그 장면은 제가 봐도 리얼했어요. 애를 키워본 사람만 할 수 있는 연기잖아요. 집 안에 있는 제 모습 같기도 하고….”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배우 권상우(42)는 13일 개봉하는 ‘탐정: 리턴즈’를 이렇게 소개했다. 국내 최대 미제살인사건 카페를 운영하는 파워 블로거 강대만으로 출연한 그는 전편 ‘탐정: 더 비기닝’에 이어 성동일과 코믹 콤비로 호흡을 맞췄다. 이번에는 전직 사이버수사대 출신 흥신소 업자 여치(이광수)도 합류했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천국의 계단’이나 ‘말죽거리 잔혹사’ 속 권상우를 기억하지만, ‘탐정’의 강대만은 아기 띠와 기저귀 가방을 메고 현장을 누빈다. 엄살도 심하고 겁도 많은데 얼떨결에 사건을 해결하는 코믹한 역할이다.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권상우는 “요즘 영화에서는 너무나 완벽한 사람들이 나타나 초능력을 발휘하는데, 이 영화는 소시민 가장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사건을 찾아서 능력 밖의 일을 해내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영화에선 아들 룩희(9)와 딸 리호(3)를 둔 아빠의 생활 연기도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권상우는 애를 키우는 아빠가 범인을 잡으러 가는 게 재미있는 포인트라고 했다. 그는 “노태수(성동일)와의 신경전, 부족한 사람들이 사건을 파헤치는 묘미가 있고, 무엇보다 가족이 함께 보면 더 편하고 즐거운 영화”라고 했다. 권상우는 ‘후덕한 자신의 얼굴’만 빼면 영화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턱선이랑 이런 데가 살이 많이 쪘더라고요. 그런데 강대만이니까 충분히 가능한 비주얼이에요. 하하.” 그가 ‘탐정’ 시리즈의 후속작을 선뜻 선택하게 된 이유는 뭘까. “‘탐정’ 시리즈는 애착이 가는 작품이에요. 1편 오프닝 스코어가 5만 명에 불과했는데 불리한 환경을 극복하고 입소문으로 260만 명까지 갔잖아요. 속편이 나올 만한 성적은 아니지만, ‘탐정’ 시리즈가 가진 고유한 힘이 있어 가능했던 것 같고 아직까지는 반응이 괜찮아서 기분이 좋아요.” 권상우는 최근 KBS ‘추리의 여왕’ 시즌2에도 출연해 ‘의리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의리로 속편을 갈 수는 없어요.(웃음) 그래도 관객에게 신뢰를 주는 배우가 될 수 있는 건 사실인 것 같아요. 탐정도 캐릭터 발전이 가능할 듯해서 계속하게 됐어요. 다른 작품에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면 되니까요.” ‘탐정’에서 그는 콤비인 성동일과 찰떡 호흡을 선보인다. 마치 영화 속 강대만과 노태수처럼 자연스러워 보였다. “서로의 마음을 다 아니까. ‘우리 연기하자’가 아니라 그냥 평소처럼 하면 되니까 좋았어요. 그냥 ‘촬영하자’ 하고, 끝나면 ‘맥주 마시자’ 하고, 맥주 마시면서 ‘내일 뭐 찍느냐’ 고민하고. 이런 식이에요.” 권상우는 차기작으로 성인 로맨틱 코미디 ‘두 번 할까요?’와 액션 영화 ‘귀수’를 준비 중이다. “하나는 30, 40대 남자의 결혼관에 대한 이야기, 다른 하나는 제가 잘하는 최강 액션을 보여드릴 거예요. 무엇보다 올해는 ‘탐정: 리턴즈’가 잘돼서 3편을 만드는 것에 대해 제작사가 고민하는 상황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