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리

신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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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신나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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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17~2025-12-17
대통령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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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10%
외교10%
정치일반7%
산업3%
검찰-법원판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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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범죄3%
미국/북미3%
  • 北, 미군 전사자 유해 200구 수일내 송환할 듯

    북한이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첫 후속 조치로 6·25전쟁 당시 실종된 미군 전사자들의 유해를 조만간 송환할 계획이다. 이르면 이번 주 미군 유해 200구 내외가 약 70년 만에 고국으로 송환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러시아 방문을 하루 앞둔 20일 러시아 언론과의 합동 인터뷰에서 “북한의 미군에 대한 유해 송환도 빠른 시일 내에 있을 것이다. 북-미 간에 빠른 실무협상이 시작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19일(현지 시간) “수일 내에 북한이 미군을 포함한 병사들의 유해 송환 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 북한이 한국의 유엔군사령부에 유해를 송환해 이후 하와이 공군기지로 이송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ABC방송은 “유해 규모는 최대 200구”라고 예상했다.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은 2007년 4월 판문점을 통해 유해 6구가 전달된 지 11년 2개월 만이다. 1993년 송환된 148구를 넘어서는 역대 최대 규모라는 점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다시 한번 방문할지 주목된다. 정부 소식통은 “전사자 유해를 넘겨받으면서 북-미 간 고위급 후속 협의도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8-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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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달래고 美 흔들고… 김정은, 양쪽서 실리 챙기기 외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한 지 일주일 만인 19일 방중(訪中)길에 올랐다. 3월 말 첫 만남을 시작으로 석 달 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세 번째 회담이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는 물론이고 미국과의 후속 협의도 이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기습 방중을 두고 미중 사이에서 최대한 실익을 챙기려는 김정은식 외교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미 회담 일주일 만에 북-중 밀월 과시 이날 오후 8시(현지 시간) 중국 관영 중국중앙(CC)TV 메인뉴스는 첫 소식부터 김정은의 방중 및 정상회담 소식을 보도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비핵화 대화 국면에서 몸이 달아 있는 중국의 현실을 반영하는 동시에 미국과 한국을 향해 “김정은이 우리를 찾아왔으니 비핵화 논의에서 중국을 배제할 생각 말라”고 하는 엄포와도 같았다. 시 주석은 이날 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영구 평화 기제 건설에 원칙적 합의를 이룬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미가 함께 회담 성과를 이행하고 관련국들이 힘을 합쳐 함께 한반도 평화 과정을 추진하기를 바란다. 중국은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도 “북-미 회담 합의를 한걸음씩 착실하게 이행하면 새로운 중대한 국면을 열 것”이라면서 “비핵화와 평화 안정에 있어서 중국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데 감사하고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양 정상은 북-중 우호 관계와 친선을 다지는 데도 비중을 뒀다. 비핵화 이행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 보험을 확실히 들어두는 모양새였다. 김정은의 전격 방중에는 다양한 목적이 담겨 있다. 우선 시 주석에게 싱가포르행 전세기를 내준 데 사의를 표하는 한편 북-미 회담 결과 등을 설명하기 위한 방문이다. 여기에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비핵화 조치 등 대목에서 중국이 배제될지 우려하는 시 주석을 안심시키려 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미 정상회담 후 합의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북-중이 전략적 이익을 조율할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본격화된 ‘김정은식 실리 등거리 외교’ 김정은의 방중은 북-미 회담 후 북한의 비핵화 조치만을 기다리고 있는 미국을 다시 한번 흔들면서 중국을 아군으로 붙들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무역전쟁 중인 미중의 대결 구도를 활용해 비핵화 협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 중국의 대북 제재 완화 약속을 얻어내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거대한 판에서 보면 북한은 이미 3월 첫 방중부터 무역전쟁으로 미중 관계가 벌어진 틈을 파고들었다. 김정은의 행동이 미중 간 무역전쟁에서 중요한 방아쇠가 되거나 레버리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과거 김정일의 ‘저팔계 외교’를 연상케 한다. 최근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가 출간한 회고록 ‘3층 서기실의 암호’에 밝힌 대로 이념에 기초한 외교로부터 탈피해 ‘서유기’에 나오는 저팔계처럼 솔직한 척, 어리석은 척, 억울한 척, 미련한 척을 하면서 어딜 가나 얻어먹을 것은 다 챙기는 ‘견제 외교’라는 의미다. ○ 대북 제재 완화 타이밍 잡은 북한 김정은은 이런 중국의 의중을 파악해 시 주석에게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가장 큰 명분은 방중 당일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동시 중단)’을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서진영 고려대 명예교수는 “남북미 3개국이 끌고 가는 종전선언, 평화협정 수순대로면 동북아 질서가 개편될 텐데 중국으로선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점점 커지고 더 중요해진다”며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종전선언, 평화협정 진행 속도에 맞춰 경제 제재를 완화하는 게 맞다고 중국도 생각하고 있을 것이며 북한도 이를 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은 비핵화 협상에서 중국 역할론을 띄우면서 대북 제재 완화를 넘어 경제협력의 물꼬도 트려는 모양새다. 시 주석이 회담에서 “북한이 경제 건설로 전환하는 중요한 결정을 내린 데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우리는 북한의 경제 발전과 민생 개선을 지지하며 자국 상황에 맞는 발전의 길을 지지한다”고 밝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신진우 기자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2018-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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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크 내퍼 “北 위협 없어져도 한미동맹 지속될것”

    “북한이 비핵화에 실질적인 진전을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언제든지 손쉽게 (한미) 연합훈련을 시작할 수 있다.”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 대리(사진)는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남시욱)가 18일 개최한 제12회 화정국가대전략 월례강좌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그는 “한미 연합훈련 중단은 북한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전제조건이 성립할 때의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12일 북-미 정상회담 이후 본격화된 한미 연합훈련 중단 논의가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낼 ‘마중물’일 뿐이며 북한이 ‘선의의 행동’을 보이지 않을 경우 훈련을 얼마든지 재개하겠다는 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이라는 것. 마크 대사 대리는 이어 “만에 하나 북한의 위협이 없어지는 상황이 오더라도 한미 동맹은 평화와 번영의 가치를 진작시키는 식으로 탄력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고 했다. 향후 북-미 관계가 개선되면 한미 동맹은 어떤 식으로든 변형되겠지만 계속 존재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와 함께 마크 대사 대리는 26, 27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10차 한미방위비분담금협정(SMA) 4차 회의를 앞두고 방위비 분담의 ‘공정성’을 강조했다. 그는 “준비 및 경계태세를 확고히 하고 동맹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방위비 분담금과 같은 부담을 (한미가) 공정하게 나누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북핵 위협이 줄어들면 방위비 분담 증액 명분이 없어지는 게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선 아직 먼 길이 남아있다. 우리의 동맹이 의무감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부담을 동등하게 나눠 가질 책임이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내퍼 대사 대리는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대해선 “끝이 아니라 북한과 미국이 진정성 있는 대화를 시작하려고 하는 과정의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또 비핵화가 진전을 보일 때까지 대북제재 해제나 완화 등 유인책은 없다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내퍼 대사 대리는 이날 북한의 비핵화 이행에 따른 ‘더 나은 미래’를 약속한 미국이 어떤 분야에 투자할 수 있을지도 구체적으로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내퍼 대사 대리는 “에너지 분야나 로지스틱스(물류 보급),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원산·갈마지구 또는 마식령 스키장 같은 관광 등이 떠오른다”며 “무엇보다도 북한이 국제사회와 함께하고 더 나은 변화를 받아들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바라는 것은 ‘가능한 한 빨리’이지만 북한과의 협상에 시한이 있는 건 아니다. 현실적으로 (비핵화에) 시간이 걸린다는 걸 알기 때문에 지켜볼 것”이라고도 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8-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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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5년만에 시진핑 생일축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5년 만에 생일 축하 서한을 보냈다. 12일 첫 북-미 정상회담을 가진 김정은이 시 주석과의 관계 또한 3월, 5월 두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완전히 회복됐음을 대외에 알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신문은 16일자 1면 머리기사로 “김정은 동지께서 15일 습근평(시진핑) 동지의 탄생일에 즈음해 축하 서한과 꽃바구니를 보내셨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서한에서 “연이은 뜻 깊은 상봉이 특별한 동지적 우의와 신뢰를 두터이 하고 조중친선을 새 시대의 요구에 맞게 전진시켜 나가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김정은은 2013년 6월 15일 시 주석의 60회 생일을 맞아 축전을 보낸 이후 생일 축하 인사를 전하지 않았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8-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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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식-양식-싱가포르식 조화… 햄버거는 없었다

    12일 북-미 정상회담의 업무오찬 메뉴는 ‘선을 넘지 않는 배려와 조화’로 요약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식사를 두고 비핵화 의제만큼 세간의 기대를 모았던 ‘햄버거 오찬’은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그 대신 한식이 곁들여졌다. 이날 오찬은 여타 정상회담에 비해 간소한 편이었고,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들이 주를 이뤘다. 쇠고기, 달걀, 당근으로 장식된 오이선과 간장 대구조림, 쇠갈비찜(콩피) 같은 한식과 함께 칵테일새우를 곁들인 아보카도 샐러드, 초콜릿 가나슈, 바닐라 아이스크림 등 양식 전채 및 디저트가 적절히 제공됐다. 싱가포르 현지 분위기를 담아 중국권 음식인 양저우식 돼지고기 볶음밥도 나왔다. 북-미가 양측을 배려한 흔적이 역력했다. 업무오찬에 참석한 미측 인사는 트럼프 대통령을 제외하고 6명이었으며, 북측은 김정은을 제외하고 7명이었다. 미국 측 인사로는 확대회담을 마치고 자리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 매슈 포틴저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이 앉았다. 이들의 카운터파트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리수용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 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노광철 인민무력상, 최선희 외무성 부상,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한광상 당 중앙위 부장이 참석해 담소를 나눴다. 싱가포르=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8-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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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한미훈련 중단할 것… 돈 너무 많이 든다” 발언 파장

    “여러분 모두에게 축하합니다! 오늘은 저 자신에게도, 세계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날입니다. 난 이걸 정말 끝내고 싶습니다.” 1시간 5분 20초. 12일 오후(현지 시간)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은 한 편의 ‘리얼리티 쇼’였다. 시작도 남달랐다. “신사 숙녀 여러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입니다!”와 함께 그는 개선장군처럼 연단에 등장해 홀가분하면서도 약간은 흥분된 모습으로 전 세계 취재진을 마주했다. ○ 한미 연합훈련 중단, 비핵화 비용은 한일 부담 60여 분의 리얼리티 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꺼낸 ‘폭탄 발언’은 단연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과 주한미군 감축 시사였다. 회담 초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에 대한 질문을 받자마자 그는 “현재 한국에는 3만20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나는 우리 군인들을 집으로 데려오고 싶다”면서 “지금은 의제 대상이 아니지만, 그렇게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향후 주한미군 감축 의지를 시사한 것이다. 이어 “한미 연합훈련(war game)을 중단할 것이다. 돈이 너무 많이 든다”고도 볼멘소리를 했다. 아예 한국을 겨냥해 “한미 연합훈련은 우리가 부담하는 비용이 어마어마하다. 한국에서도 돈을 내고는 있지만 100%는 아니라서 이에 대해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괌에서 날아오는 폭격기 등 한반도에 전개하는 전략자산을 거듭 언급하며 한국을 압박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이날 “연합훈련 중단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현 시점에서 정확한 의미나 의도 파악이 필요하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파장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한미가 방위공약에 따라 대북 억지력 제고 및 방어적 차원에서 연합훈련을 실시한다고 설명해 온 기조를 뒤집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동맹의 기초를 부정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 것은 동맹국에 대한 모욕”이라고 혹평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화가 진행 중일 때는 훈련을 자제한다는 현재의 원칙에서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CNN에 “군사훈련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를 어떻게 실행할지 백악관과 논의할 것이다. 군사훈련을 일시적으로 혹은 영원히 중지할지, 주요 군사훈련만 중단할 것인지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비핵화 비용을 한반도 주변국에 부담시키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도 재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바로 옆에 있는 한국과 일본이 도와줄 거고 마땅히 도와야 한다”고 못 박았다.○ “나는 다르다” 북핵 회담 쇼맨십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한 프레임은 ‘차별화’였다. 과거 미 행정부가 하지 못한 북한 지도자와의 만남을 환상적으로 이끌었다고 자화자찬을 이어갔다. ‘싱가포르 공동성명은 본질적으로 종이 한 장에 불과하다. 과거와 무엇이 다르냐’는 질문에도 “행정부가 다르다. 대통령도 국무장관도 다른 사람”이라고 답했다. 회견장은 물론이고 싱가포르 JW매리엇호텔에 차려진 백악관 프레스센터 곳곳에서 황당하다는 듯한 반응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성명의 ‘포괄적인(comprehensive)’ 늪에 빠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포괄적이라는 것은 곧 모호하고 실질성과 구체성이 빠졌다는 것”이라며 “트럼프가 중간선거 등 국내 정치를 고려해 혼자서 성공적이었다고 주장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비핵화 문제를 놓고 간극이 좁혀지지 않으니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가는 데 더 의미를 둔 듯하다”고 평가했다.○ 아이패드로 비핵화 시 ‘당근’ 보여준 트럼프 이날 기자회견장에 한국어와 영어 두 버전으로 상영된 ‘두 지도자 하나의 운명’이라는 사전 영상도 화제였다. ‘데스티니 픽처스(Destiny Pictures)’라는 프로덕션이 제작한 이 영상은 북한이 비핵화를 통해 미래에 어떤 번영을 누릴 수 있을지에 대한 것과 전쟁의 참혹함을 줄거리로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김 위원장과 그의 주민들에게 만들어 준 것”이라며 “이 영상을 아이패드로 보여줬을 때 북측 반응이 정말 좋았다”고 소개했다. 영상은 이렇게 끝난다. “번영 및 훌륭한 삶과 심각한 고립, 어떤 길을 택할까요? … 미래는 아직 쓰이지 않았습니다.”싱가포르=신나리 journari@donga.com / 손효주·최고야 기자}

    • 2018-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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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시간15분 회담→함께 점심식사… 트럼프, 기자회견뒤 출국

    12일 오전 8시경(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첫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각자 머물고 있는 싱가포르 시내 호텔을 나선다. 트럼프 대통령이 있는 샹그릴라 호텔과 김 위원장이 투숙한 세인트레지스 호텔 사이 거리는 불과 570m. 곧이어 두 정상이 각각 탄 전용차 캐딜락 원과 벤츠가 수십 대 차량의 호위를 받으며 차로 10여 분 거리인 싱가포르 최남단의 센토사섬으로 향한다. 회담장은 센토사섬의 최고급 호텔인 카펠라에 마련되어 있다. 전날부터 한층 강화된 교통 통제는 밤 12시경 절정에 달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이날 오전 8시 20분경 차례로 카펠라 호텔에 도착한 뒤 오전 9시 호텔 내 회담장 앞에 마련된 공간에서 전 세계 언론을 향해 첫 포즈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싱가포르 도착 때 인민복 차림이었던 김정은은 이날도 인민복을 고집할 듯하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때도 인민복을 입었다. 백악관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전 9시에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 만날 것”이라며 “상견례 행사에 이어 통역만 참석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일대일 단독 회담이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북-미 정상의 역사적인 첫 만남과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는 미 행정부 고위 관료의 말을 인용해 “두 정상이 악수를 한 뒤 함께 산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본격적인 정상회담 전 친교 산책을 갖고 두 사람이 친밀하게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북-미 정상 간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4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때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도보다리 대화나 함께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었던 것처럼 깜짝 이벤트가 벌어질 수도 있다. 이어 오전 9시 15분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단독회담이 시작된다.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릴 만큼 두 정상의 모두발언이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무게를 둔다면 김 위원장은 관계 정상화에 기초한 새로운 북-미 관계와 북한 체제 보장에 핵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정상의 일대일 단독회담은 약 45분간 진행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이 미 행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11일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일대일 단독회담에 대해 “상대를 더 잘 알게 되는 만남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백악관은 단독회담 뒤 북-미 양측 참모들이 함께 참석하는 확대정상회담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측이 회담 전날 오후 늦게 구체적인 회담 시간과 방식을 밝힌 것은 양측 간 이견을 좁히기 위한 협상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최종적인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결단에 달렸을 가능성이 높다. 일대일 단독회담과 확대회담에 이어 업무 오찬이 진행된다. 오찬 메뉴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얘기해온 ‘햄버거 회담’이 실현될 수도 있다. 백악관은 업무 오찬 이후 오후 4시경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정은이 참석한 공동 기자회견이 될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쳐 공동 선언문 등을 채택할 경우 두 정상이 나란히 단상에 서서 합의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이 전 세계에 생중계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7시경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어서 만찬은 성사되지 않을 듯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출국하기 전까지 시간 여유가 있는 만큼 추가 이벤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싱가포르=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신나리 기자}

    • 2018-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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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텔 머물던 김정은, 인민복 입고 밝은 표정으로 한밤 외출

    11일 새벽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투숙한 세인트레지스 호텔 앞에 진을 치고 있던 각국 기자들은 해거름이 되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오후 8시(현지 시간) 이후 호텔 주변 경비가 강화되자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잠시 뒤인 오후 9시 3분경 인민복을 입은 김정은이 호텔 로비에 들어섰다. 전날 오후 8시 10분경 리셴룽 총리와의 회담 후 숙소로 들어간지 약 25시간 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김정은, 백악관 회담 일정 공개 후 모습 드러내 백악관은 이날 오후 8시 20분경 12일 북-미 회담의 상세 일정을 공개하며 “북-미 협상이 기대보다 빨리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12일 회담 전 북-미가 큰 틀에서 비핵화 합의를 이룬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그런 뒤 40여 분 후 김정은이 숙소인 세인트레지스 호텔을 나선 것. 이날 하루 종일 북한 실무자들이 분주하게 호텔을 드나들었지만 김정은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인민복을 입고 나타나 전용차량에 탑승하는 김정은의 얼굴은 비교적 밝아 보였다. 김정은의 이례적인 싱가포르 밤 나들이에는 김여정, 김영철, 리수용 당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 리용호 외무상, 노광철 인민무력상 등 수행단 수뇌부가 총출동했다. 이들이 탑승한 승용차들은 현지 경찰과 북한 경호원들의 철벽 경호 속에 줄줄이 빠져나갔다. 호텔 주변은 우회로까지 통제할 정도로 삼엄했다. 진입로 입구에는 소총으로 무장한 경찰들이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김정은이 마리나베이샌즈의 스카이파크, ‘가든스바이더베이’ 식물원 등을 둘러봤다. 특히 명소 중 한 곳인 마리나베이샌즈 스카이파크 전망대에 올라 관광객들이 휴대전화로 일제히 사진을 찍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김정은 숙소에 도시락 수십 개 배달되기도 하지만 김정은이 이날 심야 외출을 하기 전에 숙소인 호텔에는 팽팽한 긴장감만 흘렀다. 시시때때로 호텔 로비와 인근에서 모였다 흩어지는 북한 경호원들과 현지 경찰들이 보였지만 김정은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호텔 안팎의 경호는 더욱 삼엄해졌다. 출입구 근처에서 머뭇거리거나 잠시 멈춰 서 있기만 해도 사복 경찰들이 다가와서 “볼일이 있나”라고 묻거나 쫓아내기에 급급했다. 오전 내내 대다수 취재진은 세인트레지스 호텔의 맞은편 건물에서 진을 치고 혹시라도 나올 북측 대표단을 목을 빼고 기다렸다. 이런 와중에 오전 11시 20분경 호텔 직원들이 다량의 도시락과 음료수를 호텔 안으로 반입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생수 6박스와 4개 반찬이 든 도시락이 10개씩 담긴 봉지들을 양손에 든 직원 예닐곱 명이 빠르게 움직였다. 주스 같은 음료수도 밀차로 싣고 운반했다. 북측 대표단이나 경호원 수십 명의 한 끼 식사로는 충분해 보였다. 기자가 이날 오전부터 오후 내내 로비를 지킨 북한 측 경호 책임자 최모 씨에게 다가가 “오늘 바깥으로 더 나갈 계획들이 있습니까”라고 묻자 그는 기자를 흘깃 쳐다보더니 “없습니다. 없어요” 하고 짧게 답했다. 북측 대표단이 머무는 호텔은 출입 여부가 외부에 쉽게 노출되는 구조였다. 지하 주차장이 따로 없어 모든 인사가 정문으로 드나들기 때문이다. 북한 인사 입출입 전에는 경호 인력들이 이중 삼중으로 둥글게 인간 띠를 둘렀고, 그 경호 인력이 많아질수록 고위급 인사들이 움직였다. 한 경호 관계자가 무전 기능을 하는 휴대전화가 불통인지 “잘 안 들립니다. 선이 잘못됐는지 울리질 않습니다. 들려야 전화를 받지요!” 하면서 언성을 높이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8-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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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싱가포르 첫날 말 아낀 김정은-트럼프… 570m 거리서 첫밤

    10일(현지 시간) 오후 2시 35분 에어차이나 소속 보잉 747 항공기가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착륙했다. 남북 정상회담 때와 같은 검은색 인민복을 입고 비행기에서 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직접 영접에 나선 비비안 발라크리슈난 싱가포르 외교장관과 악수하며 환하게 웃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32년 만에 한반도와 중국을 벗어나 국제외교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약 6시간 뒤인 오후 8시 20분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싱가포르 파야 르바르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준비된 ‘캐딜락원’에 올라 12분 만에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로 향했다. 뒤늦게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는 김정은의 숙소인 세인트레지스 호텔과 불과 570m가량 떨어져 있었다.○ 정상국가 외교 나선 김정은 김정은은 이날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와의 회동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내준 전용기에서 내린 김정은은 북한 인공기를 양쪽에 달고 북한 국무위원장 휘장을 새긴 전용 벤츠 차량을 타고 숙소인 세인트레지스 호텔로 향했다. 이 호텔은 지난해 김정은이 암살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이복형인 김정남이 자주 이용하던 호텔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김정은은 호텔을 나와 이스타나궁을 방문해 리 총리와 약 30분간 회담을 했다. 리 총리의 에스코트를 받고 회담장으로 들어선 김정은은 싱가포르 핵심 내각들과 악수한 뒤 리 총리에게 회담에 배석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리수용 국제부장, 노광철 인민무력상을 직접 소개했다. 김정은은 리 총리에게 “조미 상봉이 성과적으로 진행되면 싱가포르 정부의 노력이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성과에 기대를 나타냈다. 리 총리는 “북한 인민들이 이날을 위해 많은 고난을 겪고 희생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우리는 한반도의 오래된 문제가 매우매우 복잡하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리 총리를 먼저 만난 것을 놓고 비핵화 담판을 앞두고 북한이 정상국가로 인정받기 위한 외교 행보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대북제재에 동참하며 일시적으로 교역을 단절했던 싱가포르와의 양자 회담을 통해 대북제재 완화 요구의 신호를 보내려 한 것이라는 얘기다. 리 총리도 김정은과 만나기 전 기자회견을 열고 “북-미 합의가 나오고 대북제재가 해제된다면 북한과의 교역이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매우 기분 좋다’ 외에 말 아낀 트럼프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전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도중 싱가포르로 날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늦게 도착해 별도의 행사를 갖진 않았다. 김정은과 달리 싱가포르 공군기지에 착륙한 에어포스원에서 내린 트럼프 대통령은 계단 밑에선 대기하던 싱가포르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차례로 악수했다. 거수경례를 한 싱가포르 군 관계자에겐 똑같이 경례로 화답하는 여유도 보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현장에서 기자가 ‘회담과 관련해 기분이 어떻느냐’고 묻자 “매우 좋다(very good)”고 짤막하게 대답했다. 다만 이후 한마디 말도 없이 전용차인 ‘캐딜락원’에 올라 삼엄한 경계 속에 샹그릴라 호텔로 직행했다. 현지 소식통은 “18시간 넘은 비행으로 우선 지쳐 보였고 아무래도 역사적 회담을 앞두고 말을 아끼고 집중하는 듯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양 정상은 첫 대면에서 통역사들만 둔 채 단독(One-on-One) 회담으로 일정을 시작할 것”이라며 “모든 일이 잘 풀리면 공동성명까지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신진우 기자}

    • 2018-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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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여정, 싱가포르서도 김정은 밀착수행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행에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동행했다. 김정은의 최측근으로서 이번에도 ‘1호 비서’ 역할을 충실히 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판문점,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북-미 접촉의 ‘간판 얼굴’들이 사실상 싱가포르로 총집결한 모양새다. 10일 싱가포르 정부가 배포한 김정은의 창이국제공항 도착 사진에는 김영철 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리수용 당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 리용호 외무상의 모습이 포착됐다. 김정은 바로 옆에는 1일 김영철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났을 때 동행한 김주성 외무성 통역요원의 모습도 보였다. 김영철의 미국 방문을 수행했던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과 최강일 외무성 부국장도 수행에 참여했다. 북한의 대미 라인이 모두 나선 것으로 보여 정상회담 전날인 11일 북-미 실무 차원의 막바지 핵협상이 펼쳐질 수도 있다. 김여정은 이번에도 김정은에 대한 밀착 의전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김여정이 동시에 최소 12일까지 2박 3일 동안 자리를 비우는 만큼 평양은 ‘2인자’ 최룡해 당 부위원장이 지킬 것으로 보인다. 군 서열 1위인 김수길 총정치국장은 평양에 남는 대신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수행단에 포함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행단에는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포함돼 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날 경우 축하 공연이 펼쳐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에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필두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켈리 비서실장,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임무센터장,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이 수행단에 참여했다. 초강경파 볼턴 보좌관의 배석 여부가 관심사다. 판문점에서 북측과 의제 실무 접촉을 벌인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앨리슨 후커 NSC 한반도 보좌관도 싱가포르에 도착했다.싱가포르=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8-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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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경호에 차량 35대 투입… 리셴룽 총리 경호때보다 많아

    경호는 빈틈이 없었고, 관심은 뜨거웠다.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싱가포르 시내는 주말부터 팽팽한 긴장이 감돌았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약 6시간 간격으로 나란히 도착한 10일(현지 시간)에는 이른 오전부터 콘크리트 바리케이드와 철제 가림막으로 대로 주변을 둘러싸면서 현지 당국의 빈틈없는 경호가 펼쳐졌다. 회담장인 카펠라 호텔과 달리 경호가 다소 느슨했던 두 정상의 숙소 세인트레지스 호텔(김정은)과 샹그릴라 호텔(트럼프)도 전날부터 요새로 탈바꿈했다. 호텔 정문을 향한 차로 양옆으로 높이 75cm의 콘크리트 블록을 연이어 쌓아 장벽을 만든 것. 인도 쪽에도 주의 표지를 연상케 하는 노란색과 검은색 사선 비닐을 씌운 블록을 2층으로 쌓았다. 특히 김정은을 위한 ‘특급 경호’가 압권이었다. 김정은의 숙소인 세인트레지스 호텔에는 그의 신변 안전에 만전을 기한 듯 전날부터 대형 가림막을 내려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었다. 외부에는 성인 남성 허리춤까지 오는 화분도 빙 둘러 쌓았다. 호텔 안팎으로 북한 경호원들이 쉴 새 없이 뛰어다니면서 보는 이들까지 가슴을 졸였다. 호텔 엘리베이터는 운행이 잠정 중단됐다가 이날 오후 3시 30분쯤 호텔에 도착한 김정은이 스위트룸으로 올라가고 나서야 비로소 재가동돼 발이 묶였던 투숙객들의 이동이 자유로워질 정도였다. 싱가포르가 준비한 ‘국빈 수준의 환대’는 남달랐다. 이날 김정은에게 제공된 싱가포르 경호차량은 모터사이클을 포함해 모두 35대가량으로 싱가포르 정상인 리셴룽(李顯龍) 총리의 경호차량보다 많았다는 게 현지의 평가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실상 첫 해외 방문에 북한과 싱가포르 당국이 경호 수준을 최대로 끌어올린 것이다. 이날 파야 르바르 공군기지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총을 소지한 싱가포르 군인들의 엄호를 받으며 기지를 빠져나가 호텔로 이동했다. 대낮에 시민들의 카메라 세례와 주목을 한 몸에 받았던 김정은 일행보다는 조용한 입국 풍경이었다. 두 호텔 모두 임시 검문소는 물론이고 이동식 감시 카메라와 갑자기 돌진한 차량들을 방지할 바리케이드도 설치됐다. 사복경찰은 물론이고 구르카 용병들까지 배치돼 호텔로 들어가려는 이들은 몸과 짐 수색을 철저히 받아야 했다. 전 세계에서 수천 명의 기자가 몰려든 가운데 북한 관련 주요 장소들은 접근조차 어려웠다. 9일 오후 싱가포르 노스브리지가 1번지 하이스트리트센터에 자리한 주싱가포르 북한대사관을 찾은 기자는 5분도 안 돼 부리나케 올라온 경비에 의해 제지당했다. 경비 곤익키안 씨는 “대사관에서 누군가가 돌아다니고 있으니 돌려보내라는 전화를 받고 왔다. 최근 복도에 폐쇄회로(CC)TV를 추가로 달아 대사와 대사관 직원들이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다”며 “대사관 직원이 화장실에 몰래 숨어 있다가 기자들이 오면 잡고 경찰에 신고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지 시민들도 긴장 반 설렘 반으로 바짝 달아올라 있다. 하루 종일 북-미 정상회담 관련 뉴스가 쏟아져 나오는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한 식당 종업원은 “역사적인 회담을 개최해 영광”이라며 “요즘 하루하루 뉴스를 꼭 챙겨 본다”고 전했다. 10일 만난 한 택시 운전사는 기자의 국적을 물어본 뒤 “문재인 대통령이 결국 오기로 했느냐”고 먼저 물었다. 이어 “젊은 세대는 이번 정상회담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 예리한 질문을 쉴 새 없이 던졌다. 외부에 거의 노출된 적이 없는 김정은에 대한 관심도 아주 많았다. 기자가 탄 한 택시의 운전사는 ‘김정은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형을 죽인 사람 아니냐”며 고개부터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지난해 김정은이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사실을 언급하더니 “(김정은은) 분명 무섭고 예측 불가능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싱가포르=신나리 journari@donga.com·신진우 기자}

    • 2018-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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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김-최선희, 싱가포르서 후속협상 계속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판문점 실무접촉의 주역인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판문점에서 싱가포르로 이동해 후속 협상에 돌입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대사는 8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어젯밤(7일) 서울을 떠났다. 이번 주말 싱가포르로 향하기 전 잠깐 마닐라로 복귀했다”고 전했다. 판문점에서 마무리 짓지 못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 합의를 위해 정상회담 직전까지 싱가포르 현지에서 북한과 비핵화 접촉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북한 측 카운터파트인 최 부상의 싱가포르행도 유력해 보인다. 판문점 양측 실무협상단이 싱가포르로 고스란히 ‘자리’를 옮겨 협상 2라운드에 돌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반도 담당 보좌관, 랜들 슈라이버 미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등 실무진도 함께 싱가포르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사와 최 부상이 이끄는 북-미 대표단은 지난달 27일부터 열흘여간 판문점에서 만나 비핵화 의제에 집중해 마라톤협상을 벌였다. 양측은 북-미 정상의 공동합의문에 담길 북한의 비핵화 방식과 시한, 미국의 대북 체제 안전 보장 등에 관한 구체적인 문안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싱가포르 추가 협상의 관건은 문안에 CVID를 담을 수 있느냐다.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지금에도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 수위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불가역적인’이란 문구에 이견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8-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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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靑-외교부 싱가포르 현지대응팀 보낸다

    청와대는 7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개최하고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성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싱가포르 현지에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파견하기로 했다. 남 차장은 회담 진행 상황을 청와대에 보고하는 한편 회담이 끝나면 정부의 입장을 현장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최근 싱가포르 현지 답사를 마치고 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싱가포르 정부가 마련하는 프레스센터와는 별개로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민병욱)은 내외신 기자를 위해 500석 규모의 프레스센터를 현지에서 별도로 운영한다. 싱가포르에서 남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남북미 회담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현 시점에서 ‘한다, 안 한다’ 잘라 말하긴 어렵다. (그러나) 가능성은 작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천해성 통일부 차관을 단장으로 한 우리 측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추진단이 8일 개성공단을 방문해 현지 점검에 나선다. 추진단은 청와대와 통일부, 현대아산, KT, 개성공업지구 지원재단 인사 등 14명으로 구성됐다. 한편 싱가포르 정부는 지금까지 유지해 온 대북제재 기조를 일시적으로 깨고 7일 관보를 통해 9∼14일 사이 북한 대표단의 정상회담 준비 진행에 필요한 화물의 수출입 및 환적을 허용한다고 밝혔다.신나리 journari@donga.com·한상준 기자}

    • 2018-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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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호 비상… 싱가포르 하늘길-바다 일시 통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일시와 장소가 모두 확정되면서 북한은 어느 때보다 김정은의 신변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혈맹인 중국을 제외하곤 김정은의 첫 해외 나들이인 만큼 일거수일투족에 하나같이 신경 쓰는 모양새다. 싱가포르에서 백악관 측과 의전 관련 실무접촉을 마친 ‘김정은의 집사’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은 6일(현지 시간) 오전 귀국길에 올랐다. 지난달 28일부터 김정은의 예상 동선 등 경호 관련 요소를 현미경 들여다보듯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이 회담 장소를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로 동의한 것도 김정은 경호를 위해 외부인의 출입과 교통 통제가 용이한 점을 감안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회담이 열리는 싱가포르도 회담 기간에 카펠라 호텔 상공과 주변 해역 통행을 금지하거나 통제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경호·보안에 신경을 쓰고 있다. 싱가포르 경찰은 6일 기자회견을 열고 “북-미 정상회담을 ‘보안강화특별행사’로 규정해 군과 경찰, 의무경찰대가 관련 장소와 주변 지역에 배치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미국 연방항공청(FAA)도 11일부터 13일까지 싱가포르 상공 비행이 일시적으로 제한될 것이라고 공지했다. 중국이 김정은의 전용기가 자국의 영공을 지날 때 전투기 경호를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경호 문제와 함께 북한은 김정은이 비핵화 협상에 나서는 데 따른 강경파들의 내부 반발을 우려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폭스뉴스는 5일(현지 시간) 미 행정부의 전직 관료를 인용해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대한 진정성은 보였으나 군부와 당 지도부 고위층들의 내부 반발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을 만난 뒤 ‘최대한의 압박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한 것도 김영철이 ‘북한 내부적으로 핵전략을 수정하기 위해 시간을 달라’고 한 요청을 감안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폭스뉴스는 “김정은 부재 시 평양에서의 쿠데타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전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8-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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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에 부드러워진 트럼프… 美언론 “단계적 비핵화로 타협 우려”

    북-미 대화를 코앞에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제재와 비핵화 타결에 대해 한층 누그러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태도 변화가 북-미 간 비핵화 장기전을 내다본 전략적 표변일지, 일주일 남짓 남은 싱가포르 회담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전술일지 평가가 엇갈린다.○ 이란 핵협상보다 ‘완벽한 북핵 모델’에 대한 부담 이미 ‘트럼프 모델’을 통해 일괄타결식 해법은 포기하겠다고 밝혔던 트럼프 대통령은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협상을 하다 보니 김정은과의 첫 만남에서 한 번에 해결할 만큼 북핵이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는 의미다. 워싱턴 조야와 학계에서 줄기차게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는 수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던 게 뒤늦게 먹혔다는 분석도 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협상 자체도 쉽지 않은데 판문점에서 벌이는 실무접촉을 20일도 채 못 하고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의 모든 것을 합의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트럼프 본인이 이란 핵합의가 미흡하다면서 파기했으니 ‘트럼프식 북핵 해법’을 완벽하게 도출해야 한다는 부담이 상당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공적인 싱가포르 만남, 정확히는 ‘포토 오프(photo op·선전을 위해 연출한 사진)’를 담아내기 위해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은 상태에서 북-미 회담을 진행해 평화로운 상태를 강조하기 위한 일시적인 노림수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친서를 받은 뒤 태도가 바뀐 것에 주목한다면, 그 나름의 득실 계산을 이미 끝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미가 비핵화를 둘러싸고 양보할 수 있는 카드가 무엇인지, 누가 먼저 내놓을지를 놓고 신경전을 벌여왔던 만큼 정상 간 소통으로 당장 할 수 있는 조치들에 대한 큰 그림을 공유했을 수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은 미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탄두를 반출하고, 미국은 종전선언을 통해 체제 안전보장을 해줄 수 있다는 맞교환이 이뤄졌을 수 있다”며 “북-미 양측이 모두 원하는 회담이다. 치열하게 기싸움을 하던 단계는 넘어섰다. 전체적인 합의문의 큰 얼개가 그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 참모들 뒤늦게 “제재 가동되고 있다” 미국 전문가들과 언론은 트럼프가 북한이 만들어 놓은 단계적 비핵화 논리에 뛰어들었다고 우려하고 있다. USA투데이는 4일(현지 시간) 사설에서 영화 ‘지옥의 묵시록’ 속 대사를 인용하며 “트럼프의 외교정책은 그의 명백한 광기를 드러낼 방법도 보이지 않는다”며 북한에 대한 ‘갈지(之)자’ 행보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더 이상 최대의 압박 표현은 쓰고 싶지 않다”란 발언 이후 대북 제재 고리가 완화될 것을 우려한 참모들은 잇달아 트럼프의 말을 주워 담고 있다. 래리 커들로 미국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3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북 제재와 관련해 “엄격하고 강력하게 가동되고 있다. 그는 이어 “프로세스의 끝에 일방적인 비핵화가 있을 것”이라며 “협상은 시간이 걸린다. 로마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2018-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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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억류 6명 돌아오나… 北 “관련기관 검토중”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1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북한에 억류돼 있는 (우리) 억류자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북측에선 억류자 문제와 관련해서 관련 기관에서 검토하고 있다는 설명을 했다”고 말했다. 북한에는 우리 국민 6명이 억류돼 있는데 북한이 관련 문제에 대해 “검토 중이다”라고 밝힌 것은 처음이다. 조 장관은 이날 회담 이후 브리핑에서 “우리가 먼저 (억류자 문제) 제기를 했다. 관련 기관 검토 중이란 것 외에 현재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할 사안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송환을 전제로 (북한이) 조사한다는 것이냐’란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면서도 “북측에서 관련 기관이 검토 중이라는 것의 의미에 대해 (어떤 의미인지) 판단하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미국인 억류자 3명을 석방한 북한이 우리 억류자 문제에도 전향적 자세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회담에선 남북이 ‘4·27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첫 조치로 개성공단에 공동연락사무소를 설치해 조속히 가동하기로 합의했다. 또 남북 장성급 회담을 14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8·15 이산가족 상봉을 협의하기 위한 남북 적십자회담을 22일 금강산에서 열기로 했다. 남북은 18일엔 체육회담을 열기로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안한 통일농구경기와 아시아경기대회 구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은 동해선, 경의선 철도·도로 연결과 산림, 문화 공연 등 분야별 실무회담 일정과 장소를 협의하기로 했다. 조 장관은 “비핵화 문제까지는 의제가 안 됐다”고 전했다. 이날 회담은 조 장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한국 대표단 5명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대표단 5명이 참석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판문점=공동취재단}

    • 2018-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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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선권, 기자가 ‘엄중사태 풀렸나’ 묻자 “무례한 질문”

    지난달 16일 북측의 한밤중 무기한 연기 통보로 좌초됐던 남북 고위급 회담이 당초 일정보다 보름여 늦은 1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렸다. 4·27 남북 정상회담에 이은 지난달 26일 ‘깜짝 정상회담’ 후 남북 관계가 다시 궤도에 진입한 것이지만, 향후 실무접촉 일정이 대부분 북-미 정상회담 이후로 잡혀 있어 비핵화 진전에 따라 남북 관계의 실질적 진전 여부도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 북-미 회담 앞두고, 남북 관계 개선 다시 급물살 이날 고위급 회담은 판문점 선언 이후 잠시 ‘교착 상태’가 이어졌던 여러 남북 교류의 이행에 속도를 내는 것에 방점이 찍혔다. 비록 판문점 연락채널이 있지만 유선전화와 팩스라 소통에 한계가 있는 만큼 가까운 시일 안에 양측의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공업지구에 개설하기로 했다. 남북이 ‘상시 대면 체계’를 갖추게 되는 것이다. 향후 실무회의 일정도 줄줄이 잡혔다. 군사적 긴장 완화와 국방장관 회담 개최를 논의하기 위한 장성급 군사회담이 14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리고, 남북통일농구경기와 8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아시아경기 공동 진출 등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 체육회담이 18일 평화의집에서 열린다. 이산가족 및 친척 상봉 등 인도적 문제 협의를 위한 남북 적십자회담이 22일 금강산에서 열린다. 이 외에도 동해선 경의선 철도와 도로 연결 등을 논의하는 도로협력분과회의, 북측 산림 황폐화 등을 막기 위한 산림협력분과회의, 가을 북측 예술단의 남측 공연 ‘가을이 온다’(가칭)를 위한 실무회담 등의 일정은 문서 교환을 통해 정하기로 했다. 6·15 남북 공동행사는 사실상 무산됐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회담 후 브리핑에서 “구체적인 날짜나 장소를 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행사 자체는 개최하지 않는 방향 쪽으로 일단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조 장관은 “비핵화 문제까지는 의제가 안 됐다”고도 전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꼭 집어 재개 움직임 북한은 이날 오전 회의에서 우리가 ‘개성 연락사무소’ 설치를 요구하자 오랫동안 방치돼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개성공단 내 시설 개·보수 필요성을 언급했다. 개성공단의 재가동은 아니지만 일부 기반시설 보수를 요구한 셈이다. 또 8·15 이산가족 상봉 등을 논의할 적십자회담 장소가 금강산으로 잡혔다. 실제 상봉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서 현장 점검과 함께 회담이 펼쳐질 것으로 보이지만 ‘금강산관광 재개’ 등을 노린 북한의 포석이라는 지적도 있다. 아직 북-미 간 비핵화와 관련된 합의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북 제재의 상징물과도 같은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가 다시 조명을 받게 된 셈이다. 지난 고위급 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한 북한은 이날 회담에서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고 남측 탓으로 돌렸다. 지난달 17일 북한 매체를 통해 ‘엄중한 사태 해결’을 운운하며 회담 무기한 연기를 거론했던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은 이날 대표단장으로 나와 ‘엄중한 사태가 해결됐느냐’는 남측 기자의 질의에 소속 언론사를 되묻더니 “이런 질문은 무례한 질문으로 치부할 수 있다”고 했다. 회담장에서 조 장관을 마주하고는 “5월 달 우리가 만나지 못한 건 기자 선생들이 있으니까 조명균 장관 선생이 절대 자기비판은 하지 마시고 넘어갑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판문점=공동취재단}

    • 2018-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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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靑 “싱가포르행 준비할 수도 없고 안할수도 없어”

    “본격적으로 싱가포르행(行) 준비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무 준비도 안 하고 있을 수는 없고…. 고민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31일 내부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이달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청와대가 희망하는 남북미 정상회담이 열릴지를 아직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싱가포르에서 북-미가 비핵화와 체제 보장에 대해 합의한 뒤, 뒤이어 남북미 3자 회담을 통해 종전선언까지 이르기를 희망하고 있다. 비핵화에 나서면 어떤 보상을 받을지에 대한 북한의 의구심을 없애 빠르게 비핵화 프로세스를 진행할 수 있다는 의도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 의제 등이 완전히 타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청와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이미 비서실, 국가안보실 소속 직원들을 싱가포르로 보내 현지 조사 등은 마친 상태다. 청와대는 “직원들이 싱가포르에 간 것은 7월로 예정된 문 대통령의 인도·싱가포르 방문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문 대통령이 급하게 싱가포르를 향할 경우 필요한 조치들에 대한 파악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조야와 학계 일각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Moon over Singapore’란 사설에서 “(북-미) 정상회담은 미국 국익이라는 결과를 얻어내는 과정이지, 한국 대통령에게 하청받은 결과와 과정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청와대 일각에선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남북미 정상회담 개최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북-미 합의 뒤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일정한 조치를 보이면 그 뒤에 남북미 3자 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을 하는 방법도 유력하다”고 말했다. 일단 뉴욕에서 진행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회동이 끝나면 문 대통령의 싱가포르행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한상준 alwaysj@donga.com·신나리 기자}

    • 2018-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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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한국어 가능한 인력 차출… “싱가포르 출장 승인 떨어져”

    뉴욕 판문점 싱가포르 등 곳곳에서 북-미 간 동시다발적인 접촉이 진행 중인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주도 채 남지 않은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앞두고 실질적인 준비에 들어갔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 ‘한국어 자원’ 싱가포르로 집결 지시 백악관은 최근 미국 재외공관 직원들 가운데 한국 관련 근무를 해서 한국어에 능통한 직원을 대거 싱가포르로 차출 중인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통역은 물론이고 회담 기간 북한 인사들을 상대로 한 전방위적 정보 수집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미 정부 소식통은 “4일부터 15일까지 싱가포르로 출장가라는 문서가 발송됐다. 해당되는 사람들은 싱가포르행 출장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날짜 조정이 있을 순 있어도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그대로 진행한다는 게 현재 방침”이라고 전했다. 필요에 따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판문점에서 접촉해온 성 김 주필리핀 미대사, 마크 내퍼 주한 미대사 대리 등 한국어에 능통한 국무부 고위급 인사들이 차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한미군 내 대북감청 담당 군 인력도 차출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외교 소식통은 31일 “실시간으로 대북 감청 업무 등을 수행하며 대북 정보를 분석하는 주한미군 정찰 인력은 한국어에 능통한 것은 물론이고 미국 내에서도 보기 드문 한반도 전문가들”이라며 “본국(미국)에서 이들을 어떻게 이번 회담에서 활용할지 고심 중인 걸로 안다”고 말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중심의 정보 라인과 주한미군 주축의 군 라인 ‘투 트랙’을 가동해 이미 집중적인 대북 정보 수집에 나섰다는 말도 나온다.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 기간 내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주한미군 정찰부대원들의 경우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수년간 집중적으로 한국어 교육을 받고 있다고 한다. 특히 대북 감청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부대원들은 북한 특유의 억양과 사투리까지 숙지한다고 한다. 이를 위해 정기적으로 북한말 시험을 보고 북한의 최근 동향·정세 교육까지 따로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상은 크게, 과거와 다르게, 빠른 비핵화” 판문점 의제 조율을 거쳐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회담이 마무리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싱가포르에서 어느 선까지 조율된 의제를 놓고 마주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이와 관련해 외교가에선 미국 측이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북한의 비핵화는) 더 크고, (과거와) 다르며, 더 빠르게(bigger, different, faster) 진행되기를 희망한다”는 표현을 주목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북한의 비핵화 보상은 크게, 비핵화 단계는 기존과 다르게 최소화하여 빠르게 진행하다는 ‘트럼프식 모델’에서 많이 벗어나지는 않을 듯하다. 뉴욕 회담 결과에 따라 성 김 대사가 진행 중인 의제 실무 접촉이 하루 이틀 더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관계자는 “일부 디테일을 놓고 북측과 추가 논의해야 한다면 뉴욕이 아니라 판문점에서 진행될 것이다. 성 김-최선희 팀은 그런 이유 때문에 아직 남아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싱가포르 현지에선 정상회담 장소로 여전히 샹그릴라 호텔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유력 일간지인 스트레이트타임스는 “외교사절 번호판을 단 차량을 타고 이동하는 미국 당국자들이 샹그릴라 호텔에서 목격됐다”며 “샹그릴라 호텔이 회담 장소로 결정될 거라는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닛폰TV는 북한 측이 샹그릴라 호텔이 아닌 현재 미국 선발대가 숙소로 사용하고 있는 카펠라 호텔을 회담 장소로 제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신진우·한기재 기자}

    • 2018-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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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美 ‘뉴욕 담판’… 6·12회담 성패 분수령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3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마주했다. 각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위임을 받아 비핵화 방식과 체제 보장 이슈를 논의하는 이번 담판 결과에 따라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성사 및 성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김영철 부위원장이 뉴욕에 도착해 폼페이오 장관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김영철은 30일 오후 1시경 베이징(北京) 서우두 공항에서 뉴욕행 중국국제항공 CA981편에 탑승했다.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 북-미 접촉도 이번 주까지는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미 정부는 최근 일련의 북-미 접촉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북-미 간) 논의가 매우 잘 진행되고 있으며 이번 주 진행 중인 회담들이 분명히 진전의 신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워트 대변인도 “며칠간 엄청난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2018-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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