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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단이 18일 북한 측에 “개성공단 노동 규정을 변경하면 기업 활동이 어려워진다”며 “남북 당국 간 협의로 임금 인상 문제를 풀라”고 요구했다. 이에 북측은 임금 인상을 강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임금 인상 시점으로 제시한 다음 달 10일(북한 근로자에 대한 임금 지급일)까지 남북 간 긴장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 등 기업 대표단 20명은 이날 개성공단을 방문해 북측 책임자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 등 관계자 5명과 2시간 동안 면담했다. 대표단은 일방적인 노동 규정 변경의 문제점을 담은 건의문을 전달하려 했으나 박 부총국장은 접수를 거부했다. 건의문에는 남북 당국이 합의한 제도를 바꾸는 것은 △원칙 훼손이고 △안정성과 외국 바이어의 신뢰를 해치며 △신규 기업 투자가 불가능해지고 △가동 중인 기업의 활동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2013년 개성공단 출입경이 통제되면서 개성공단이 폐쇄 직전까지 갔던 상황이 재발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도 전달했다. 입주기업 124곳 중 115곳이 서명했다. 박 부총국장은 쌀과 유류값 등 북한의 물가 인상 사정을 밝히고 “개성공단 근로자의 임금 수준이 낮아 생계가 어렵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3월부터 월 최저임금을 70.35달러에서 74달러로 인상하겠다는 뜻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정 회장은 “북한이 허심탄회하게 얘기하자고 해 면담 분위기는 자유로웠고, 기업들도 (임금 인상 통보에 따른) 기업의 어려움을 생생히 다 얘기했다”며 “북측도 ‘개성공단이 현재와 같은 침체된 상태로 있어 상당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이날 방북 전 “26일 전후로 예고된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만 억제되면 개성공단 임금 문제가 쉽게 풀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두 사안을 연결시키는 건 부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는 “개성공단 폐쇄 등의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남북관계 발전과 교류협력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파주=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단이 18일 방북해 북한 측에 “일방적으로 개성공단 노동 규정을 변경하면 기업 활동이 불가능하다”며 “남북 당국 간 협의로 임금 인상 문제를 풀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달 일방 통보한 임금 인상을 강행할 뜻을 밝혀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임금 인상 적용 시점이라고 밝힌 다음 달 10일(북한 근로자에 대한 임금 지급일)까지 남북 갈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 등 기업 회장단 10여 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은 개성공단을 방문해 개성공단을 관리하는 북한 측 책임자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을 2시간 동안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대표단은 일방적인 노동규정 변경의 문제점을 담은 건의문을 전달하려 했으나 박 부총국장은 접수를 거부했다. 건의문에는 남북 당국이 합의한 제도를 바꾸는 건 원칙 훼손이며 △개성공단의 안정성과 외국 바이어의 신뢰를 저해하며 △개성공단에 신규 기업 투자가 불가능해지고 △현재 가동 중인 기업도 기업 활동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124곳 중 115곳이 서명했다. 박 부총국장은 “개성공단 북한 측 근로자의 임금 수준이 낮다”는 주장을 반복하며 예고한 임금 인상 의지를 고수했다고 한다. 정부는 일단 개성공단 폐쇄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지만 북한이 다음 달 임금 인상을 강행해 북한 측 근로자 철수 등 부당한 압박을 할 경우 강경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정 회장이 “26일 전후로 예고된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만 억제되면 개성공단 임금 문제가 쉽게 풀릴 수 있다”고 주장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두 사안을 연결시키는 건 부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파주=윤완준기자 zeitung@donga.com}

홍용표 통일부장관 “난 매파도 비둘기파도 아닌 올빼미파”“나를 올빼미(파)로 생각해 달라. 비둘기(파)냐 매(파)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균형감각을 갖고 (남북관계를)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가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사진)이 16일 취임식을 한 뒤 기자들에게 이같이 강조했다. 이른바 ‘올빼미론’이다. 올빼미론은 김장수 전 대통령안보실장이 내정자 신분이던 2013년 2월 16일자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처음 던진 화두다. 당시 김 전 실장은 “(강경) 매파도 (온건) 비둘기파도 아닌 올빼미파”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홍 장관이 “어느 분이 올빼미 얘기하던데…”라며 그 올빼미론을 다시 들고나온 것이다. 올빼미론은 “대북 유화책도 강경책도 아닌 진화된 제3의 길을 갈 것”이라던 박근혜 정부 한반도신뢰프로세스의 초기 정신이다. 그가 취임식에서 “초심으로 돌아가 신뢰프로세스의 의미를 되새기자”고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는 “북한의 잘못된 행동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되 대화가 필요할 땐 유연성을 발휘하겠다”고 말했다. 유일호 국토부장관 “급격한 월세전환 부담 덜어줄 대책 마련”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사진)은 16일 전세의 월세 전환 속도가 빨라진 상황과 관련해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부담이 늘고 있는데 중장기적인 대책뿐 아니라 단기적인 보완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며 전·월세 대책을 내놓을 것을 시사했다. 유 장관은 이날 취임사와 기자간담회를 통해 “전·월세시장의 구조적인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전세의 월세화 흐름을 장기적으로 바꾸긴 어렵겠지만 현 상황에서는 월세가 세입자에게 부담이 더 크기 때문에 급격한 월세화 현상에 대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음 달 출시될 1%대 수익공유형 모기지에 대해선 “3000가구를 대상으로 시범운영을 해서 부작용이 있는지 결과를 보겠다”며 “이후 신중하게 확대 적용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유 장관은 최근의 주택시장 상황에 대해 “지난해 주택 거래량이 큰 폭으로 늘었지만 일반 국민이 시장 회복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며 “후속조치에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유기준 해수부장관 “독도입도지원센터 공사 재개 적극 검토” 유기준 신임 해양수산부 장관(사진)은 지난해 건설이 보류된 독도입도지원센터 공사와 관련해 “독도는 우리 고유 영토이며, 주권 행사의 일부로서 적극적으로 (공사를) 검토하겠다”고 16일 밝혔다. 유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인접 국가가) 한국 영토주권을 훼손하는 행위가 있으면 엄정히 대처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 문제에 대해서는 “해양경찰과 힘을 합쳐 단호하게 대응하되 외교적인 접근에도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이날 취임식에서 “세월호 사건은 아직도 완전하게 수습되지 않았다”며 “해양 안전에서 두 번 다시 실패가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인양에 대해서는 “기술 검토와 국민의견 수렴이 우선”이라는 원론적인 견해를 재차 확인했다. 그는 또 속도와 성과를 강조하며 “모든 정책에서 반드시 성과를 내보여야 하니 서둘러 달라”고 당부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꼼꼼한 대출심사로 가계부채 관리” 임종룡 금융위원장(사진)이 “가계부채 문제는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인”이라며 “금융회사들이 대출 상환능력을 꼼꼼히 살피는 여신심사 능력을 배양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16일 발표한 취임사에서 “지금은 우리가 금융개혁을 추진할 마지막 기회로 이를 위해서는 가계부채 관리 등 금융시장의 안정성 확보에 만전을 다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임 위원장은 또 “해외진출 규제를 전수 조사해 우리 금융사들이 해외에서 영업 기회를 갖도록 지원을 강화하겠다”며 “핀테크 생태계 구축에 노력하는 동시에 빈틈없는 금융보안 체계도 갖출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날 오후 임명장을 받고 취임식을 가진 임 위원장은 17일 국무회의에 처음으로 참석한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홍용표 통일부 장관 후보자(사진)는 11일 “5·24조치는 궁극적으로 해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홍 후보자는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이 천안함 폭침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5·24조치를 해제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5·24조치는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남북교류를 중단한 대북 제재 조치다. 그는 “5·24조치 문제를 안 풀겠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5·24조치가 있다고 (북한과) 대화를 안 하겠다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홍 후보자는 “(대북) 특사도 (남북대화의) 여러 방안 중 하나로 검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이 “(지난해 12월 박근혜 대통령에게 평양 특사로 가겠다는 뜻을 밝힌) 류길재 장관처럼 대북 특사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홍 후보자는 ‘북한 급변사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여러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부처별로 필요한 부분은 준비하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그러나 ‘대통령직속 통일준비위원회에 흡수통일 준비팀을 만들었다’고 한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그는 “준비팀은 없다. 보도 내용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51세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의원 중 가장 나이가 어리다는 지적에 대해선 “나이가 적다고 목소리를 못 내는 건 아니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NSC 위원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후보자는 이날 제기된 논문 중복 게재, 부인의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작성, 증여세 탈루에 대해 여러 차례에 걸쳐 사과했다. 외통위는 13일 전체회의를 열어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결정한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정부는 최근 개성공단 북한 측 근로자의 임금을 인상하겠다고 통보한 북측이 근로자 철수 등의 태도를 보이면 개성공단 입주기업 철수 등 최악의 상황도 감수하겠다는 강경한 대응방침을 마련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10일 “남북 협의에 따라 조정하게 되어 있는 임금 문제를 일방적으로 인상하겠다는 북한 주장을 결코 수용할 수 없다”며 “북한이 이런 내용의 노동규정 적용을 강행하면 정부도 강력한 행정적, 법적 조치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북측이 근로자 철수, 근로자 공급 제한 등 부당한 조치를 취하면 입주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들에 대한 경협보험금 지급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협보험금은 기업이 개성공단 등 북한에 투자하다 손실을 볼 경우 돕기 위해 만든 제도다. 이 경우 기업은 자산 소유권을 정부에 넘겨야 한다. 정부가 개성공단 폐쇄나 기업 철수도 감내할 준비가 돼 있다는 강한 뜻을 내비친 것이다. 정부는 또 남북 협의가 없는 상황에서 북한의 일방적인 임금 인상 조치에 굴복해 북측 근로자 임금을 올려주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에 대해 제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부당한 조치에 굴복해 하루 더 살자고 남북관계 원칙이라는 대의를 버리면 결국 안 좋은 상황으로 간다”고 강조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돈을 주지 않고 종이에다 수표(서명)만 해요. 집에 갈 때 주겠다. 근데 안 줘요. 일은 너무나도 힘들게 하고 돈은 주지도 않지.” (탈북자 A 씨, 30대 초반, 2007년 쿠웨이트에 2년간 파견돼 도시건설근로자로 노동) “우리가 버는 것의 10분의 1밖에 못 받으니까 허무하죠. 90%는 국가에 들어가는 거고. 한 3개월 지나니까 국가가 어려워서 지원해야 한다며 얼마큼씩 또 떼서 내자고 하고….” (탈북자 B 씨, 30대 초반, 미상 시기에 동유럽 국가로 파견돼 3년간 용접공으로 노동) “노동자 한 사람이 100m 높이에서 떨어져 죽어 쿠웨이트에서 배상금이 나왔습니다. 5만, 10만 쿠웨이트디나르(약 1억8800만~3억7600만 원)인가. 본인 집에 간 거는 약 224만 원인가 갔다는 겁니다. 야, 사람이 더럽게도 살지, 죽은 사람한테 나온 거를 떼먹나.” (탈북자 C 씨, 30대 초반, 2010년에 쿠웨트에 2년간 파견돼 건설근로자로 노동) 10일 사단법인 북한인권정보센터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극심한 외화난을 겪고 있는 북한은 전 세계 16개국에 5만~6만 명의 근로자를 파견해 매년 12억~23억 달러(약 1조3400억~2조5800억 원)를 벌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북한 당국은 앞으로도 수만 명의 인력을 송출할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세계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들은 하루 최대 18시간 일하는 열악한 노동 환경에도 불구하고 임금의 최대 90%를 북한 당국에 뺏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 당국이 사망한 북한 근로자의 사망 위로금까지 가로챘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북한인권정보센터는 이날 이런 내용이 담긴 북한 해외 노동자 현황과 인권실태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외에 파견된 경험(러시아 중국 쿠웨이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리비아)이 있는 탈북자와 파견 업무를 담당했던 탈북자 등 모두 20명의 증언을 바탕으로 했다. 증언자들의 파견 시기는 1970년~2012년으로 다양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근로자가 파견된 국가의 현지 회사가 지급하는 임금의 70%를 근로자를 관리하는 현지 북한 대표부가 가로챈다. 근로자들은 나머지를 현지 화폐로 받지만 임금의 10~20%를 당 자금, 충성 혁명자금 등으로 북한 당국에 내야한다. 숙박료, 식비를 지급하고 나면 자신이 번 임금의 10% 정도만 손에 쥘 수 있다는 것. 보고서는 북한 근로자들이 실제 받는 돈은 “평균 월 100달러(약 11만 원)”라고 했다. 하지만 “국가안전보위부의 감시와 통제를 받기 때문에 그 돈도 현지에서 사용하는 것을 제한당한다”고 덧붙였다. 파견 근로자들의 고된 노동의 대가는 김정일 통치자금의 원천일 뿐이라는 것이다. 해외 파견 북한 근로자는 보통 3년간 일하며 기술자와 관리들은 5년간 파견된다고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은 대부분 하루 10~12시간 일하고 4~6시간의 초과근무를 했다. 초과근무를 해도 추가 임금은 받지도 못한다.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한국 기업들에게 꼬박꼬박 북한 근로자들의 가급금(시간외수당)을 요구하는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해외 파견 북한 근로자들은 월 1회이거나 휴일이 있지만 휴일이 아예 없다는 증언도 나왔다. 2002년 러시아에 파견됐던 탈북자 D 씨는 “노동강도가 매우 세다. 연간 휴무는 1월 1일 단 하루”라고 말했다. 비인간적인 대우에 대한 증언도 나왔다. 북한 근로자의 해외 파견 담당 업무를 한 탈북자 E 씨는 “일하다가 죽은 사람이 많다. 국가가 보상해준 건 아무것도 없다. 철판으로 용접을 해 사람 시체 넣고 물이 새지 않게 하고 기차로 나온다”고 말했다. 옷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 쓰레기장에서 버려진 옷을 주워 입었다는 증언도 있었다. 1995년 러시아에 파견됐던 탈북자 F 씨는 “20세기 원시인을 보려면 러시아 아무르 주 북한 노동자 숙소에 들어오라고 하는 게 거짓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해외에 파견되는 북한 근로자들은 누구이기에 이토록 열악한 노동 환경에 내몰리는 걸까.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은 경제적 이유로 해외 파견을 자원한다. 북한당국은 탈출을 막기 위해 정치적 성분 등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 5, 6차례 서류를 검토하고 약 4차례 면접 등 6단계를 거쳐 선발한다”고 했다. 엄격한 심사를 통과한 끝에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으로 도착한 타국에서 그들을 기다린 건 열악한 노동환경과 비인간적 대우였던 셈이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최측근인 최룡해 당 비서(사진)의 위상이 당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정치국 위원으로 낮아졌다. 노동신문은 지난해 10월 상무위원으로 소개됐던 최룡해를 ‘정치국 위원’이라고 9일 소개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18일 열린 당 정치국 회의와 확대회의에서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매체는 권력 서열에 따라 인물을 소개하는데 지난달 28일 북한 매체들은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을 최룡해보다 먼저 소개했다. 두 사람의 권력 서열이 역전된 것이다. 노동당 정치위원회 정치국은 김정은이 포함된 상무위원을 정점으로 위원, 후보위원 순으로 권력 서열을 정하고 있다. 통일부는 이번 조치가 최룡해가 징계를 받거나 좌천된 것이 아니고 김정은이 자신 이외의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걸 막으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2013년 12월 처형된 장성택처럼 권력에 도전하는 2인자의 출현을 막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김정은 활동 수행 횟수가 크게 줄어든 최룡해가 권력 중심에서 더 멀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정치국 상무위원인 김정은이 1인 독재통치를 강화하기 위해 자신과 동격인 상무위원 직위 자체를 없앴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상무위원은 김정은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룡해뿐이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북한이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이토 히로부미로, 리퍼트 대사에게 테러를 가한 김기종 씨를 안중근 의사라고 주장하며 김 씨의 행위를 옹호했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7일 서기국 보도를 통해 “미제의 전쟁 책동을 반대하는 의로운 행동이 테러라면 일제의 조선 침략을 반대해 이등박문(이토 히로부미)을 처형한 안중근 등 반일 애국지사들의 의거도 테러라고 해야 하는가”라고 주장했다. 이토는 1905년 대한제국에 일본의 특명전권대사로 와 을사늑약을 강제로 체결했고 한일 병탄을 목적으로 한 통치기구인 통감부의 초대 통감을 지냈다. 한국 정부는 조평통 주장에 대해 “애국선열들의 고귀한 희생을 더럽히는 것으로 통탄을 금할 수 없다”며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으로 심히 개탄스럽다”며 강하게 비판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9일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와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10일 임종룡 금융위원장, 11일 홍용표 통일부 장관 후보자까지 이번 한 주간 정부 부처 수장(首長) 4명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회가 실시된다. 이번 청문회는 4월 보궐선거의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어 여야의 팽팽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여당은 박근혜 정부 집권 3년 차의 국정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반드시 전원을 통과시킨다는 자세다. 이에 대해 야당은 위장전입과 세금 탈루 의혹 등 후보자들의 도덕성 문제와 정책수행 능력을 집중 거론할 것으로 예상된다. 》 ▼ 꽉막힌 남북관계 돌파구 있나 ▼홍용표 통일부 장관 후보자 (11일)홍용표 통일부 장관 후보자(사진)는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의 ‘브레인’으로 알려진 만큼 11일 열리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경색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남북관계 해법에 대해 집중적인 검증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홍 후보자는 박 대통령 임기 첫해부터 대통령통일비서관으로 재직하면서 정부 대북정책 실행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된다. 현재의 대북정책으로 여전히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에 여야 의원들의 날선 지적이 예고돼 있다. 천안함 폭침에 따른 대북 제재인 5·24조치에 대한 해법 등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킬 청사진이 있는지도 검증 대상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홍 후보자는 논문 중복 게재, 부인의 위장전입, 증여세 탈루 의혹에 대해 사과했다. 과거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들에 자신의 박사학위나 과거 논문 일부를 게재한 것에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홍 후보자의 부인이 1999년 아파트 청약 자격을 얻기 위해 위장전입을 한 사실에는 “투기 목적이 아니었지만 적절하지 못한 처신이었다”고 사과했다. 1995년 아파트를 분양 받을 때 부모의 재정적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증여세를 탈루했을 것이라는 의혹에는 “세법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됐다. 세금을 회피할 목적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서민 전세난 풀어줄 대책은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9일)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사진)는 당초 정책적 능력을 놓고 청문회에서 집중 질의를 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사전 검증 과정에서 취득·등록세 탈루 의혹 등 일부 도덕적 하자가 드러났다. 유 후보자는 2005년 11월 1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의 아파트(전용면적 114m²)를 5억9900만 원에 사들여 2014년 3월 26일 6억 원에 팔았다. 8일 새정치민주연합 김상희 의원에 따르면 유 후보자가 매입 당시 성동구청에 신고한 아파트 취득 신고가는 4억800만 원으로, 실제 매입가보다 1억9100만 원이 적었다. 김 의원은 “신고금액을 약 2억 원 줄여 취득·등록세를 764만 원을 탈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장남이 중고교 입학을 앞둔 1993년과 1996년 서울 강남 8학군으로 위장전입한 사실도 드러났다. 유 후보자는 “사려 깊지 않은 처사였고 송구스럽다”고 시인했다. 유 후보자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위원으로 활동하던 기간에 배우자가 설립한 비영리법인이 일부 금융회사로부터 5000만 원을 기부 받은 것을 놓고도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그가 부동산 분야에서 활동한 경험이 없어 전문성 부족 논란도 제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은 부동산 시장의 최대 현안인 전세난에 대한 해법을 집중 질의할 계획이다.▼ 내년총선 출마여부 논란 예고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9일)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사진)의 청문회에서는 도덕성 검증과 내년 총선 불출마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 후보자는 일단 위장전입, 세금 탈루 의혹 등의 도덕성 논란을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유 후보자가 좋은 학군에 가기 위해 부인과 큰딸을 위장전입시켰고, 유 후보자 본인도 투기와 출마를 위해 여러 차례 위장전입했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야당은 유 후보자가 2005년 부산의 아파트를 매각하며 양도소득세를 탈루했고 농협에서 ‘쪼개기 후원금’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유 후보자 측은 딸의 위장전입은 시인하면서도 “양도세는 당시 소득세법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했고, 농협의 후원금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며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야당은 또 유 후보자에 대해 “차기 총선 불출마 의지를 청문회에서 검증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부산 서구에 지역구를 둔 유 후보자는 내년 4월 13일 치러질 총선에 출마하려면 내년 1월 14일까지 장관직을 사퇴해야 한다. 유 후보자가 2008년에 해수부 폐지가 담긴 정부조직법을 공동 발의한 점도 논란거리다. 유 후보자 측은 “여당 의원으로서 조직개편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뿐이며 해수부 폐지에는 반대했다”고 해명했다. 세월호 인양 문제에 대한 대응 방안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 등 정책이슈에 초점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자 (10일)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자(사진)는 그동안 금융 부문의 전문성과 철저한 자기관리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돼 왔다. 전남 보성 출신으로 현 정부에서는 드문 호남 출신 공직자라는 점도 가점 요인이었다. 하지만 막판에 위장전입 등의 흠결이 드러나 도덕성에 일부 생채기가 났다. 임 후보자는 1985년 12월 배우자 소유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에 살면서 주소지를 외사촌 소유인 서초동의 한 주택으로 옮긴 데 대해 “송구스럽다”며 위장전입 사실을 시인했다. 그는 2004년 서울 여의도 소재 아파트를 매매하면서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사실도 인정했다. 또 임 후보자가 2013년 5월 제주도에서 열린 한 금융 콘퍼런스에 강연자로 참여해 2시간가량 강연을 한 뒤 520만 원을 받은 것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농협금융지주 회장 퇴직금에도 눈길이 쏠린다. 가계부채 문제, 외환-하나은행 통합 등 정책 이슈에 대한 임 후보자의 판단도 주목을 끌 것으로 보인다. 그는 청문회 사전 답변서에서 무리한 가계 부채 축소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한 적극적 금융 정책에 무게를 두겠다는 것이다. 야당에서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정책노선을 맞추느라 금융부문의 건전성은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5일 발생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에 대한 테러는 한미는 물론이고 남북관계에 깊은 상처를 입힌 사건으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범인은 “전쟁 훈련 대신 남북대화를 하라”며 칼을 휘둘렀지만 오히려 합리적 대북대화 지지파의 입지를 크게 위축시켰다. 대화를 모색 중인 정부의 대북정책 역시 당분간 위축이 불가피해졌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는 1998년 9월 ‘통일 염원’이라는 공통 목표 아래 정당 종교 시민·사회단체의 협의기구로 출범했다. 현재 참여 단체는 200여 곳. 경제계를 대표하는 중소기업중앙회장과 노동계의 한국노총 위원장, 여야 의원 등 보수와 진보가 모두 상임의장(8명)에 포함돼 좌우를 망라하고 있다. 특히 2013년 10월 홍사덕 전 의원이 대표상임의장으로 선출되면서 민화협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박근혜 대선 후보의 경선캠프 선대위원장을 지낸 ‘친박계’ 홍 대표가 민화협을 이끌면 남북 협력이 정부의 지원 속에 활기를 띠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홍 대표는 지난해 3월 “북한에 비료 100만 포대 보내기 캠페인을 전개하자”고 밝히고 곧바로 수십억 원의 모금까지 마쳐 ‘정부가 나서지 못하는 대북지원’을 민화협이 이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테러는 민화협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정체성까지 의심받게 만들었다. 사건 이후 인터넷에는 ‘북한 민화협과 남한 민화협의 행적’이란 제목으로 민화협이 북한과 연계됐다는 글까지 돌고 있다. 북한 민화협(민족화해협의회)은 이름만 같을 뿐 대남 기구인 통일전선부 산하로 남측 민화협과 태생부터 다르다. 통일부 관계자는 6일 “한국 사회에 민화협만큼 좌우를 아우르는 시민단체가 없다”며 “민화협이 제 기능을 잃으면 온건한 남북대화 지지 목소리는 당분간 나오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움직임도 찬물을 끼얹고 있다. 북한이 사건 직후 매체들을 동원해 “전쟁광 미국에 가해진 응당한 징벌”이라고 주장한 것도 “대북정책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정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북한은 5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이어 6일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 등을 통해 리퍼트 대사에 대한 테러를 “정의의 칼 세례” “미국을 규탄하는 민심의 반영이자 항거의 표시”라고 주장했다. 이는 리비아에서 이집트 콥트교도 대상 테러가 났을 때인 지난달 18일 “우리는 온갖 형태의 테러와 그에 대한 지원을 반대한다”고 밝힌 북한 스스로의 발표도 부정하는 것이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테러에 찬동한 북한의 주장은 한국과 미국의 대북 여론 악화로 이어져 한국 정부의 운신 폭을 좁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계속해서 리퍼트 대사에 대한 테러를 “정당한 행위”로 선전하면 남북대화로 관계 개선을 꾀하려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 마치 ‘한미동맹 대신 북한을 택하자’는 것으로 인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조용하게라도 있으면 남북대화와 협력에 도움이 될 텐데 북한은 상황을 철저히 자기 식으로만 해석하고 이용한다”고 말했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민심의 반영’ 운운하며 사건의 본질을 왜곡, 날조하고 두둔하는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북한은 비이성적인 선동을 그만두고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스스로 할 바가 무엇인지 숙고해보기 바란다”고 촉구했다.조숭호 shcho@donga.com·윤완준 기자}

“같이 갑시다!” 5일 습격당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뒤 오후 4시 45분경 자신의 트위터(사진)에 이 같은 메시지를 한글로 올렸다. 리퍼트 대사는 “(나는) 잘 있고 굉장히 좋은 상태”라며 “한미동맹의 진전을 위해 최대한 빨리 돌아올 것”이라고 영어로 올린 뒤 이같이 표현했다. ‘같이 갑시다’는 한미 동맹을 상징하는 말이다. 그는 “(아내) 로빈과 (아들) 세준이, (애견) 그릭스비와 나는 성원에 깊이 감동받았다”라고도 썼다. 리퍼트 대사는 오전 9시 반경 세브란스병원으로 긴급 이송되던 중 차량에서 내릴 때에도 걱정하는 미국 당국자에게 옅은 미소를 지으며 “I am OK, I am OK. Don‘t worry(나는 괜찮아요, 괜찮아요, 걱정 마세요)”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수술 이후 리퍼트 대사가 입원한 20층 2001호(145m² 규모) 병실 부근 복도까지 리퍼트 대사의 큰 웃음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주한 미국 대사관 관계자는 “대사는 사건이 발생한 오전부터 아픈 티를 내지 않았다”고 전했다. 대사관 관계자들 사이에서 “웃으면 수술한 부분이 덧날 수도 있어 걱정”이라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을 수행 중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이날 오전 리퍼트 대사에게 안부를 묻는 문자를 보내자 리퍼트 대사는 “통화가 가능한 상태”라고 답해 윤 장관과 통화를 하기도 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한복판에서 ‘한미동맹’이 테러를 당했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한 종북 성향 인사가 5일 주한 미국대사를 공격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대사 피습 소식을 접한 미국 사회는 큰 충격에 휩싸였고 한미관계는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는 5일 오전 7시 40분경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주최로 열린 조찬강연 행사 도중 ‘우리마당’ 대표 김기종 씨(55)의 공격을 받았다. 김 씨가 휘두른 길이 약 25cm의 흉기에 리퍼트 대사는 오른쪽 뺨에 길이 11cm, 깊이 3cm의 자상과 왼쪽 팔꿈치와 손목 중간 부분에 2cm의 관통상을 입었다. 새끼손가락에는 김 씨와의 몸싸움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보이는 가벼운 찰과상이 생겼다. 리퍼트 대사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다. 주한 미국대사관 측은 “생명이 위독한 상태는 아니며 안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씨는 테러에 앞서 준비한 유인물에서 “남북 대화를 가로막는 전쟁훈련을 중단하라. 전시작전통제권(OPCON)을 우리나라에 환수하라”고 주장했다. 김 씨는 2011년 12월 김정일이 사망하자 서울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려 했다. 미일관계 강화에 불만을 담은 메시지까지 포함됐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는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김 씨의 발언을 보면 북한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종북 성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이번 테러가 한미관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에서 미국대사가 처음으로 테러를 당했고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의 “한중일 과거사 논쟁이 실망스럽다”는 발언으로 한미관계가 꼬인 미묘한 시점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사건이 불필요하게 정치적 사건으로 비화돼 한미동맹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양국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대변인 성명에서 “외교사절에 대한 이런 가해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방부와 한미연합사령부는 “현재 실시 중인 키리졸브와 독수리연습 등 한미 연합 훈련은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사건을 보고받은 직후 리퍼트 대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깊은 우려를 전달하고 쾌유를 기원했다. 마리 하프 국무부 부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미 정부는 리퍼트 대사가 괴한의 공격을 받아 크게 다친 것과 관련해 이 같은 폭력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北 “미국에 가해진 응당한 징벌” ▼한편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리퍼트 대사의 피습에 대해 ‘전쟁광 미국에 가해진 응당한 징벌’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남조선(한국)에서 위험천만한 합동군사연습을 벌여 놓고 조선반도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는 미국을 규탄하는 남녘 민심의 반영이고 항거의 표시”라고 주장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한중일 과거사 논쟁이 실망스럽다”고 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의 발언과 관련한 외교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일본의 역사 왜곡 움직임을 지적한 한국과 중국에 대해 비판적인 자세를 견지하면서 일본을 두둔하는 듯한 뉘앙스 때문이다. 조태용 외교부 1차관은 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셔먼 차관의 발언에 대해 가볍지 않게 보고 있다. 엄중함을 갖고 이 문제를 다루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셔먼 차관의 발언에 대해) 미국 측으로부터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해) 과거에 밝혀온 입장에서 변화가 없다는 것을 1차적으로 확인했다”며 “좀더 구체적인 미국의 입장에 대해서는 (조만간) 한미간에 의견을 나눌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 차관은 “미국 측에서 하루 이틀 사이에 구체적 답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미국도 역사문제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갖고 있어서 일본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 의원은 “그냥 적당하게 외교적 답변을 듣고 넘어갈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따졌다. 외교부는 셔먼 차관의 발언에 대해 곤혹스러워하면서도 과거사 문제에 대한 미국의 기조가 변하지 않았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셔먼 차관이 일본에 과거사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것을 “도발”로 표현하는 등 발언 수위가 과거와 다른데도 외교부가 “미국은 변하지 않았다”는 안일한 자세로 대응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셔먼 장관은 미국의 양자외교를 책임지고 있는 인사다. 미국 정부 내에서 과거사 문제의 본질보다 한미일 동맹 회복을 위한 한일관계 개선에 무게를 둬왔음에도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에 과거사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셔먼 차관은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워싱턴 싱크탱크인 카네기 국제평화연구소가 개최한 ‘미 정부의 동북아 정책’ 세미나에서 문제의 발언을 했다.윤완준기자 zeitung@donga.com}
“국내 정치 관여는 국가정보원이 해야 할 일이 아니다.” 이병호 국가정보원장 후보자(75)는 2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정원이 국내 정치에 절대 개입하지 않는다는 신념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것이 내 소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후보자는 이어 “북한과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도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요소가 있으니 그것을 제대로 챙기지 않는 것은 국정원의 직무유기”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는 육군사관학교(19기)를 졸업한 뒤 1970년 중령으로 예편해 중앙정보부에 들어가 국가안전기획부(이상 국정원의 전신) 국제국장, 주미국 대사관 공사를 거쳐 김영삼 정부에서 해외 정보를 담당하는 안기부 2차장을 지냈다. 전형적인 국정원맨이다. 주말레이시아 대사도 지냈다. 군에서는 통역장교였다고 한다. 이 후보자는 1987년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안보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공직에서 물러난 뒤 울산대 초빙교수를 지냈다. 이 후보자는 “박근혜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은 없다”고 말했다. 한 국정원 전직 간부는 “이병기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이 박 대통령에게 후임자를 추천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이 비서실장과는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는 이병기 국정원장 시절 국정원 자문위원단장을 맡아 원장에게 국정원 개혁과 운영에 대해 조언해 왔다. 앞서 1996년 이 후보자가 안기부 2차장을 물러난 뒤엔 이 비서실장이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따라서 이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국정원장 자리에선 예전의 선임과 후임이 바뀌는 셈이다. 이 후보자는 27년간 국내 정보 업무는 맡지 않고 해외 정보 업무만 담당해 온 베테랑 해외 정보통으로 통한다. 국정원 전직 간부들은 대체적으로 “합리적인 인사로 평가할 만하다”라고 말한다. 그는 해외 정보 분야를 대폭 강화해 국정원이 대북·해외 정보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정보기관 본연의 업무에 전념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특히 지난 정부에서 법조인 출신을 국정원장에 임명하는 것을 두고 “정권이 국내 정치를 해결하기 위해 검찰 출신을 박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적도 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고난의 행군 시기부터 식량과 땔감을 해결한다고 하면서 나무를 망탕(되는 대로 마구) 찍은 데다 산불방지 대책도 바로 세우지 못해 귀중한 산림자원이 많이 줄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27일 이례적으로 북한의 고질적인 산림 황폐화 문제를 거론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북한의 식수절(3월 2일)을 앞두고 이 같은 내용의 김정은 담화를 1, 2면 전면에 실었다. 북한의 당 기관지가 내부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자아비판’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김정은은 “나무를 마구 찍는 것은 역적 행위나 같고 후대들에게 벌거숭이산, 흙산을 넘겨줘서는 절대로 안 된다”며 “고난의 행군 후과(나쁜 결과)를 가시고 후대(후손)들에게 만년대계의 재부를 물려주기 위한 산림복구에서 승리를 이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방 양묘장 선설, 산불방지 대책 수립 등을 지시했다. 이는 북한 정권이 산림 황폐화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1990년 820만1000ha였던 북한 산림은 2011년 554만 ha로 줄었다. 이 기간 동안 32.4%의 북한 산림이 사라진 셈이다. 남북대화가 시작되면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북한 산림 복구 등 남북간 산림협력 카드를 북한이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북한이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다음 달 1일부터 70.35달러(약 7만7000원)에서 74달러(약 8만1000원)로 5.18% 인상하고 사회보험료도 올리겠다고 정부에 통보했다. 정부는 “일방적인 통보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임금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개성공단 남북 공동위원회 회의를 다음 달 13일 열자고 북한에 제의하는 통지문을 26일 전달하려 했으나 북한은 접수 자체를 거부했다. 정부는 북한이 노동력 공급 중단이나 작업 거부에 나설지 주시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북한이 지난해 11월 일방적으로 개정한 최저임금 인상률 삭제 등 개성공단 노동규정의 일부 조항을 시행하겠다고 24일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남북이 합의한 규정에 따르면 최저임금의 최대 인상분은 연 5%이며, 이는 남북이 협의해 조정하도록 되어 있다. 또 북한은 임금과 별도로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이 북측에 내던 사회보험료 산정 방식도 임금의 15%로 계산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임금에 가급금(시간외수당)을 더한 액수의 15%로 인상하겠다고 정부에 통보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행태는 매우 유감스럽다”며 “임금 문제의 합리적 개선을 위해 얼마든지 협의할 용의가 있지만 일방적인 인상 통보는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17일 개각의 깜짝 카드는 홍용표 대통령통일비서관의 통일부 장관 내정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인사를 통일부 수장으로 보내 경색된 남북 관계 돌파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홍 후보자는 지난해 대통령직속 통일준비위원회 출범 때 위원 선정 등 핵심적 역할을 했고 정종욱 통준위 민간 부위원장과 통준위 사업에 손발을 맞춰 왔다. 통준위를 구심으로 남북 민간 교류를 추진하려는 박 대통령이 통준위에 더 힘을 실어 준 셈이다. 홍 후보자는 지난해 2월 남북 고위급 접촉 때 회담 대표였다. 지난해 10월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의 깜짝 방문 오찬에도 참석해 현 정부 출범 후 이뤄진 두 차례 남북 고위급 회담에 모두 참여했다. 북한이 청와대와의 직접 대화를 원해 온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10년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에 참여했고 대선 캠프에서 한반도신뢰프로세스를 입안한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와 함께 대북 정책 입안에 깊숙이 관여했다. 홍 후보자는 한반도신뢰프로세스에 대한 이해가 깊고 대북 정책에 대한 박 대통령의 생각을 가장 잘 아는 인물로도 꼽힌다. 대선 캠프 때 1주일에 2번씩 열린 외교통일추진단 회의에서 총무를 맡으며 논의된 정책 자료를 모두 정리하고 보관해 온 대북 정책의 ‘브레인’이다. 홍 후보자는 남북대화와 교류 협력 등 접촉을 통한 북한 변화를 강조해 왔다. 박 대통령이 외교안보 분야에선 캠프 때부터 손발을 맞춘 인물을 선호한다는 사실이 다시 증명되기도 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국가미래연구원 및 대선 캠프 출신이고, 이병기 국가정보원장도 대선 캠프에 참여했다. 홍 후보자의 나이는 51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 중 최연소자다. 2013년 1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과장급인 실무위원으로 참여했다가 1급인 통일비서관으로 발탁된 뒤 장관으로 내정되는 초고속 승진을 했다.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비서관 시절 상관인 주철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차관급)보다 급이 높아진다. 지난해 개각 때에도 통일부 장관 후보로 거론됐지만 이번에 물러나는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의 처남이어서 내각에 같이 있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한다. 홍 후보자의 부친은 코리아타임스 편집국장, 한국일보 이사를 지낸 홍순일 씨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영화 ‘국제시장’에서 주인공 덕수가 소년 시절 겪었던 흥남철수, 그게 꼭 내가 처했던 상황이올시다.” 1950년 12월, 아홉 살 소년이었던 이병웅 한서대 국제인도주의연구소장(74). 의사이자 기독교인이던 그의 아버지는 북한 공산주의자들의 감시를 받자 어린 병웅을 데리고 고향인 함경남도 북청을 떠났다. 12월 어느 날 해질 무렵 그가 탄 기차는 흥남역에 도착했다. 어머니와 누나는 다음 날 만나기로 했지만 북청역과 흥남역 사이에서 전투가 벌어져 길이 끊겼다. 생이별이었다. 영하 20도의 추위에 떨며 열흘을 넘게 흥남부두에서 버텼던 소년 병웅은 아버지와 함께 미국 군함을 타고 경남 거제로 향했다. 21년 뒤인 1971년.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 직원으로 공직 생활을 하던 이 소장은 그해 처음 시작된 남북적십자회담 지원 사무국으로 옮겨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뛰어들었다. 33년 뒤인 2004년 대한적십자사 총재특보로 퇴직할 때까지 남북적십자회담 수석대표, 적십자사 사무총장을 역임한 그는 남북 이산가족 회담의 산증인이 됐다. “일선에서 물러날 때까지는 북한에 이산가족이 있다는 얘기를 일절 하지 않았어요. 내가 이산가족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사적인 일로) 회담에 장애가 될까 봐….” 이후 민간인 신분으로 북한에 갔을 때에야 처음으로 “내 고향이 북쪽이다. 어머니 생사만 알려 달라”고 부탁했다. “어머니와 누나가 살아있다는 소식만 들었어요. 돌아와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했지만 기회는 얻지 못했어요.” 그는 “어머니가 1916년생이시니 지금은 돌아가셨을 것”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내가 제일 안타깝고 서글픈 게 뭔지 아오? 사랑하던 어머니 얼굴을 잊어버렸어. 키가 좀 크시다. 얼굴이 길쭉하셨던 것 같다. 이것만 생각나….” ○ “전쟁 상처와 미움 풀어야 통일” “이산가족의 고통은 이산가족 아니면 잘 몰라….” 이산상봉 대상자로 선정이 계속 안 되니까 “내 재산 반을 줄 테니 비공식적으로 생사만이라도 알려 달라”고 그에게 간절히 청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산가족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 소장이기에 올해 설을 계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 무산이 너무도 안타깝다. 그는 통일 과정에 이산가족의 아픔을 치유하는 게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통일은 쉽지 않아요. 6·25전쟁 피해자들이 남북에 다 있기 때문에 이들의 상처를 치유하지 않는 이상 어려워요. 많은 사람이 전쟁으로 죽고 헤어졌어요. 그러니 마음의 미움을 풀지 않고는 어려워요. 그래서 이산가족이 만나 울면서 같은 동포임을 확인하는 게 중요한 겁니다.”○ “이산가족 회담이 7·4공동성명으로” 그가 1971년 남북적십자회담에 뛰어든 것은 어떻게든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하고픈 간절함 때문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이산가족 적십자회담을 하는 과정에 판문점 비밀접촉이 이뤄졌고, 1972년 7·4남북공동성명으로 이어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산가족과 같은 인도적 문제 대화가 남북 당국 간 정치 대화로 이어지는 시발이 되는 것이지. 이산가족 문제는 남북 간 현안을 푸는 첩경이오.” 그는 이산가족 문제를 통해 남북이 신뢰를 쌓을 해법으로 ‘인도주의적 상호주의’를 제시했다. “이산가족은 인도적 문제이기 때문에 대가 없이 해결돼야 하지만 북한이라는 상대가 요구하는 게 있는 만큼 전쟁물자로 이용되지 않을 대북지원을 통해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산가족 문제 해결 없이 동질성 회복 불가능” “얼마 전 한 세미나에서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약간의 대북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했더니, 막무가내로 ‘안 된다’는 보수 인사들이 있었어요.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북한 인구 2400만여 명 중 1500만 명은 끼니를 걱정해야 해요. 우리 10대들은 170cm가 넘죠? 북한은 커봐야 160cm 미만이라고 해요. 이러면 한민족이라고 해도 통일 뒤에 남북 사람들 간에 엄청난 차이가 나겠지요. 대북지원은 통일한국의 사회상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그 역시 6·25전쟁으로 가족과 이별한 피해자이지만 “북한 주민을 돕는 건 설사 북한을 미워하더라도 통일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시간이 자꾸 가는데 이산가족 문제는 제자리걸음 하는 걸 매우 걱정했다. 한때 일천만 이산가족이라는 얘기가 있었다. 구체적인 숫자는 아니었다. 6·25전쟁 당시 남쪽으로 내려온 약 500만 명을 염두에 둔 하나의 상징이었다. 그런 이산가족들이 시간이 지나며 급격히 줄고 있다. “결국 남북이 교류를 계속하면서 세대가 가고 그 과정에 변화가 생겨야 평화통일이 가능해요. 그런데 세대가 그냥 가면 안 돼. 남북이 같은 민족이라는 동질감을 가져야지. 내 아들도 마흔여섯 중년인데, 자신이 이산가족이라는 개념이 전혀 없어요. 생전 보지도 듣지도 못한 북한의 할머니, 고모를 어떻게 알겠어요. 중년층도 그런 개념이 없는데 10대, 20대는 더할 거 아니오. 이산가족의 상처를 어루만지지 못한 채 다 죽고 이대로 세대가 넘어가면 동질성 회복도, 통일도 어려워져요. 이제는 꼭 풀어야 해.” ▼ 이산가족 전원 생사확인→ 상시 상봉 ▼정부 ‘이산 근본적 해결’ 구상은불규칙한 ‘이벤트 상봉’ 넘어서야… 北전면 생사확인 비용도 변수남북 당국 간 회담이 성사되면 정부가 최우선으로 다룰 의제는 바로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말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를 내세운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제의하면서 “내년(2015년)에 이산가족 문제의 획기적인 해결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일부는 지난달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산가족 납북자 국군포로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남북대화의 우선적 의제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처럼 불규칙하게 이뤄지는 이벤트식 상봉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의 새로운 접근법에는 이를 뛰어넘을 묘안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산가족 상봉을 계속 추진하되 이산가족 전원의 생사 확인을 북한에 제안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응해 이산가족 전원의 생사를 확인하면 상봉이 절실한 부부-형제-부모의 직계 가족은 1만 명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자유로운 서신 교환과 함께 이산가족들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상시 상봉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한 소식통은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에도 이산가족이 있는데 문제를 풀면 그들도 좋지 않으냐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산가족 문제를 정치적 사안이라고 주장하며 해결에 소극적인 북한을 어떻게 설득하느냐다. 정부 고위 당국자가 지난해 12월 기자들과 만나 “생사 확인과 서신 교환 등 이산가족 문제를 풀기 위해 정부가 다른 부분에서 북한에 줄 게 있으면 적극 고려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고민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무엇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 정부는 공개적인 언급을 꺼리고 있다. 인도적 문제를 푸는데 북한에 대가를 줘야 하느냐는 보수 여론의 부정적 인식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생사 확인 시스템을 갖춘 한국과 달리 북한이 전면 생사 확인에 나서려면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현실을 고려한 지원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명분과 당위에 머물러 있는 이산가족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방식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내일이면 늦으리… 70대 이상 고령자가 82% ▼南 생존 이산가족 6만8303명… 年6800명씩 만나야 10년내 상봉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생존한 이산가족(한국 측 상봉 신청자)은 6만8303명(1월 현재)이다. 하지만 당국 차원의 이산가족 상봉이 본격화된 2000년 이후 올해까지 15년간 북한에 있는 가족의 생사를 확인한 한국 측 이산가족은 3496명, 북한에 있는 가족을 만난 이산가족은 2546명에 불과하다. 화상상봉으로 만난 가족 1082명을 포함해도 3628명이다. 시간이 갈수록 이산가족은 고령화되고 있다. 현재 한국 측 이산가족 중 70대 이상의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율은 82.1%다. 60대 이상은 이산가족의 92.2%에 달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평균 기대수명으로 볼 때 이산가족은 20년 안에 거의 사망하고 70세 이상의 고령층 이산가족은 10년 안에 대부분 사망할 것”으로 분석했다. 결국 현재 방식처럼 한 번 상봉행사에 100명의 이산가족이 북한의 이산가족을 만나는 방식으로 10년 안에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산술적으로 매년 6800명꼴로 만나야 하는 셈이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더 선명해진다. 2008년 7월 초 어머니가 금강산으로 여행을 떠나며 건네던 인사가…. 밝은 웃음으로 헤어졌던 어머니 박왕자 씨는 며칠 뒤인 11일 북한군이 쏜 총에 맞아 시신으로 외아들 방재정 씨(30) 앞에 돌아왔다. 북한군이 새벽에 산책하던 박 씨에게 북측 군사경계지역을 침범했다는 이유로 총격을 가했던 것이다. “그때 기억은 더 안 잊혀요. 꺼내 보기 싫은 기억은 아니에요. 제게 무한한 사랑을 주셨던 어머니니까…. 불편해도 가끔씩 떠올리는 게 맞아요.”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난 지 7년이 지났다. 당시 대학생이던 방 씨는 지금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담담해졌지만 주변은 그렇지 않다. 직장동료 선후배 친구들이 여전히 그의 눈치를 본다. “어머니라는 세 글자를 꺼내는 것 자체를 미안해해요. 여자친구와도 편하게 얘기해 보지 못했어요.” 7년 전 그날. 방 씨에게 분노보다 더 컸던 감정은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결(結)은 있는데 기승전(起承轉)이 아예 빠져 있었어요. 어머니가 왜 돌아가신 지점에 갔고, 통제는 왜 안 됐는지, 왜 발포했는지…. 제대로 밝혀진 게 없어요. 북한이 요지부동으로 무시하니 밝혀낼 방법이 없어져 버린 거죠. 엄청난 절망감과 무력감이 들었습니다.”○ “진상 밝혀주면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아” 지난달 14일 서울의 한 식당에서 만난 그는 더이상 분노와 무력감에만 갇혀 있지 않았다. “남북이 대화를 해야 어머니 사건이 풀리지 않겠어요? 대화 없이 남북이 서로 요구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남북 관계 경색이 길어지면서 어머니 문제도 진전 없는 답답함의 연속이 된 거죠.” 그는 남북 관계가 개선돼야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런 점에서 남북 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네가 이렇게 안 하면 우리도 대화 안 해’라는 식으로는 안 돼요. 남북 대화는 상대방을 무시하지 않아야 가능합니다. 북한이 돌발행위를 하지 않도록 만드는 노력은 대화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그에게 ‘대화를 통해 북한이 어떤 조치를 취하면 조금이라도 상처가 치유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북한이 어머니 사건의 진상에 대해 알고 싶은 걸 밝혀주면 한결 나아질 것 같아요. ‘유감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겠다’고 해주면 정말 반가울 겁니다. 사죄보다 ‘다시는 이런 사건이 안 일어나도록 하겠다’는 의지와 조치를 보여주는 게 더 반가울 것 같아요.”○ “남북 접촉 많아야 통일 이후 갈등 해소” 방 씨는 “금강산 관광은 궁극적으로 재개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어머니를 잃게 만든 금강산 관광이 싫을 법한데 그렇지 않았다. ‘왜냐’고 물었다. “관광의 취지가 잘못되지는 않았잖아요. 남북 교류협력의 큰 창구이자 상징물이었어요. 개성공단도 마찬가지고요. 금강산 관광은 통일을 위해서도 효율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그가 말을 이어갔다. “남북이 너무 오래 떨어져 지냈고 너무 다른 사회였기 때문에 (통일이 돼도) 갈등이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남북한보다 격차가 적었던 동-서독도 통일 뒤 아직까지 후유증을 겪고 있잖아요. 통일의 열매는 빨리 오지 않을 겁니다. 통일이 되더라도 같은 나라 구성원으로 어울리며 유대감을 갖는 진정한 의미의 통일까지는 매우 오래 걸릴 겁니다. 결국 남북이 접촉과 교류를 활발히 해 남북 주민의 위화감을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겠어요?” 그에게 ‘북한으로 인해 감당하기 어려운 아픔을 겪었는데도 예상보다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을 건넸다. 그가 답했다. “그날 이후 ‘비극의 현장에 가장 가깝게 관련된 한 명이라는 점을 자각하며 살자, 건전한 시민이자 국민의 역할을 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남북 관계에 대해) 더 관심 있게 지켜보고 깨어 있자는 생각도 했고요. 제가 특별한 사람이거나 성인군자처럼 너그러워서가 아니에요. 과거는 잊지 말아야 하지만, 과거에 머무르거나 반복하지 않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어머니의 죽음도 헛되지 않겠죠. 하늘에 계신 어머니도 제가 슬퍼만 한다고 좋아하실 것 같지는 않아요.” ▼ 北에 몰수당한 4200억 자산… 원상복구도 풀어야할 과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해결해야 할 주요 사안은 북한이 몰수한 금강산 관광지구 내 한국 측 자산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다. 관광 재개를 위해서는 원상복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2010년 4월 금강산 관광지구 내 민간기업 자산에 대해 동결 조치를 하고 정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소유한 부동산을 몰수했다. 당시 현대아산 등 민간기업들의 숙박시설 등 건설투자 비용은 3593억5000만 원, 정부 자산인 이산가족면회소와 소방서, 관광도로 포장 지원 등에 사용된 비용은 598억6000만 원이었다. 모두 4192억1000만 원어치의 한국 자산을 일방적으로 동결, 몰수한 것. 2011년 8월에는 몰수한 한국 측 재산을 법적 처분하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해 9월 중국 랴오닝(遼寧) 성 다롄(大連)에서 열린 대북 투자설명회에서 “남측 자산을 몰수한 적이 없다”며 금강산과 원산 일대에 대한 한국의 추가 투자를 제안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1998년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2008년 7월 관광객 박왕자 씨(당시 53세)가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하면서 중단될 때까지 10년간 계속됐다. 이 기간에 한국인 193만여 명이 금강산을 찾았다. 익명을 요구한 남북경협 전문가는 “금강산을 찾는 관광객들은 시장경제와 자유로운 한국의 사회상을 북한 주민에게 전해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인간 삐라(대북 전단)’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비유했다. 접촉과 교류가 많아질수록 상대를 변화시킬 여지가 커진다는 점에서 금강산 관광은 의미가 작지 않았다. 제한된 관광지구에서 정해진 코스만 관광하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과의 접촉에 한계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중단된 금강산 관광 재개의 관건은 북한에 달려 있다. 우선 관광 중단의 원인인 사망 사건에 대해서는 진상 규명, 재발 방지, 관광객에 대한 신변안전 보장 같은 책임 있는 조치에 대한 뚜렷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관광 중단 이후 북한이 2011년 일방적으로 남측 관리 인력을 내쫓으면서 이산가족면회소 등 한국 정부 소유 시설을 몰수한 것도 되돌려야 한다. 관광 대가를 현금으로 지불하는 문제가 유엔의 대북 제재와 상충되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통일부는 관광 대가의 현금 지불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상충된다고 보지 않고 있다. 다만 남북 간 금강산 관광 협의가 진전될 경우 유엔 대북 제재에 저촉되는지를 물을 계획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천안함 폭침에 따른 5·24조치 해제보다 금강산 관광 재개가 더 까다로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금강산 관광 남북회담 성사 가능성이 없었던 건 아니다. 2013년 북한이 금강산 관광 회담을 제의해오자 정부가 날짜를 바꿔 수정 제의했다. 하지만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회담 날짜의 순위를 놓고 남북이 신경전을 벌이다 무산됐다. 김성재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사회문화분과위원장은 “지난해 2월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호응하면서 후속으로 금강산 관광 회담을 기대했던 만큼 이산가족과 금강산 관광 문제를 같이 협의하자고 제의하면서 대화의 접점을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