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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수호신으로 모시며 제사를 지내는 나무를 가리키는 ‘당산나무’는 소통의 장을 만들었다. 마을 사람들이 따가운 햇살을 피해 나무 그늘 밑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았고, 이웃집 할아버지 할머니, 동네 어린아이들이 만나 세대를 아우르며 어울렸다. 오랜 세월 같은 자리를 지키며 간절한 바람을 묵묵히 들어주는 버팀목 역할도 했다. 당산나무를 35년 동안 촬영해 온 사진작가 오상조(66)의 개인전 ‘자연·인간, 공존의 공간―당산나무’(서울 종로구 ‘갤러리 나우’)는 그간 기록한 당산나무 중 22점을 선별했다. 전북 장수군, 전남 보성군, 영암군, 화순군 등 논밭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나무의 모습이 정겨우면서도 시골 작은 집을 움켜쥔 듯한 위용에서는 거대한 힘이 느껴진다. 나무뿐 아니라 솟대, 선돌, 비석 돌탑, 서낭당 등 나무를 신으로 모신 사람들의 흔적도 함께 담았다. 작가는 시트 필름을 사용하는 대형 카메라로 당산나무를 촬영하고, 아날로그 방식인 젤라틴 실버 프린트로 사진을 인화했다. 오랜 시간 사람들의 체취를 담아 온 당산나무를 기록하기 위한 그 나름의 방식이다. 오 작가는 “민속학적인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당산나무를 느림의 미학으로 관조하며 촬영하기 위해 대형 목제 카메라와 흑백 필름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를 기획한 이순심 갤러리 나우 대표는 “세월이 지나도 동구 밖에서 당산나무를 보면 나무 주변을 오갔던 추억이 떠오르듯, 사람들을 맞는 나무의 마음으로 전시를 준비했다”며 “역사와 추억이 담긴 공간을 기록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8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일관된 미학의 고수인가, 과거에 안주하는 안이함인가. 이강소 작가(75)의 1970년대 퍼포먼스를 그대로 재현한 전시 ‘소멸’이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에서 공개됐다. 전시장에서는 즉흥적 만남으로 의미를 자아낸 1973년 ‘소멸(선술집)’과 1975년 파리 비엔날레에서 화제가 된 닭 퍼포먼스 ‘무제-75031’ 등 당시 미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준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활동 중인 작가의 신작이 아닌 40여 년 전 작품을 재현한 전시에서 재해석이나 새로운 대목을 찾기는 어려워 신선함보다 씁쓸함이 남았다. 작가는 과거 작업을 재현한 계기에 대해 “내 작품은 관객이 상상하는 것이기에 지금의 관객에겐 새로운 의미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1980년대부터 찰흙 조각과 ‘오리’로 유명한 회화를 선보일 때도 “관객이 느끼면 된다”고 설명해 왔다. 그러나 이는 반세기 전인 1960, 70년대 미국 중심으로 일어난 ‘미니멀리즘 예술’, ‘과정 예술’의 미학과 다르지 않다. 다만 ‘한국인의 선은 기운이 다르다’는 등 동양적 사상을 차별점으로 설명했지만, 그것을 조형 언어로 찾기는 쉽지 않다. 간담회 현장에서도 ‘외견상 단색화와 구분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으나 작가는 “내 작품을 단색화로 보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했다. 국제 미술계는 개인주의가 강해지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작가의 관점을 적극 드러내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한결같은 작업의 이유를 묻자 작가는 “자기주장은 근대적 아우성”이라며 “현대에는 관객의 다름을 인정해야 하고, 내 작업은 멍석을 깔아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작가의 미학적 출발뿐 아니라 변화도 가치의 중요한 기준이다. 미학의 견고함은 작품 변화로 입증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수십 년 동안 비슷한 조형 언어를 고수하는 것은 한국 주류 미술계의 전반적인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오상길 미술 비평가 겸 작가는 “적절한 비평을 제공하지 못한 환경 탓”이라며 “작가는 비평적 검증을 통해 당대 이슈를 성찰하며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재능이 감각적 유희로 흘러 안타깝다”고 했다. 또 다른 평론가는 “과거부터 관전(官展)을 중심으로 한 일부 작가들이 대학에서 안정적인 직위를 갖고 순탄한 작품 활동을 펼치는 분위기가 주류 미술계에 만연해 유사한 조형 언어를 반복하는 폐해가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현실이 예술을 전업으로 삼는 작가들의 입지를 좁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갤러리현대 측은 간담회에서 “광주 비엔날레를 계기로 국제 미술계에 한국 실험 미술을 선보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미술계 관계자는 “미학이 부족한 작품 띄우기가 장기적으로 시장 침체로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영화상류사회(사진)감독 변혁. 출연 박해일, 수애. 청소년 관람불가. 29일 개봉.욕망의 민낯 그린 블랙 코미디. ★★☆ (★ 5개 만점)서치감독 아니시 차간티. 출연 존 조, 데브라 메싱. 12세 관람가. 29일 개봉.컴퓨터 모니터만으로 설명되는 개인의 일상. ★★★★ ■ 공연뮤지컬 지하철 1호선(사진) 그때 그 시절 서울 풍경을 담은 객차가 다시 달린다. 9월 8일∼12월 30일 서울 종로구 학전블루소극장. 6만 원. ♥♥♥(두근지수 ♥ 5개 만점)연극 ‘아라비안나이트’무더운 여름날, 마법에 걸린 아파트에서 일어난 기묘한 이야기.9월 4∼16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3만 원. ♥♥♥ ■ 클래식오페라 ‘코지 판 투테’(사진)젊은 감각으로 무장한 모차르트의 3대 희극 오페라.9월 6∼9일 평일 오후 7시 반, 주말 오후 4시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만∼15만 원. 가을을 앞둔 날씨에 어울리는 연애 사기 소동. ♥♥♥서울시향 2018 리오넬 브랭기에의 프로코피예프피아니스트 문지영이 라벨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한다.9월 7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만∼7만 원. 1920년대 파리의 정취를 담은 클래식 공연. ♥♥♥ ■ 콘서트엘리 골딩(사진)유튜브 조회수 17억 회를 기록한 ‘Love Me Like You Do’를 부른 영국 싱어송라이터. 9월 6일 오후 8시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8만8000∼9만9000원.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어바웃 타임’…. 영화에 어울리는 극적인 노래들. ♥♥♥♥에이치얼랏모던 록, 펑크 록, 헤비메탈을 교배해내는 뜨거운 그룹. 9월 1일 오후 7시 서울 플랫폼창동61 레드박스. 2만 원. 멜로디와 에너지의 황금비율. ♥♥♥♥}

《정부 시스템이 망가지기 직전의 혼란 속 멕시코. 메마른 황야에 선 한 남자가 토네이도 속으로 뛰어든다. 멕시코시티의 번화가에서는 권총을 들고 거리를 걸으며 시민의 반응을 살피다 경찰에 체포된다. 스릴러 영화 같은 이 작업들은 벨기에 출신 예술가 프란시스 알리스(59)의 퍼포먼스 작품이다. 그는 2000년대부터 세계를 매혹시키며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미국 뉴욕의 메이저 상업 갤러리 데이비드 즈워너는 물론이고 뉴욕 현대미술관, 영국 테이트모던 등 공공 미술관도 개인전을 열어 그의 작품을 소개했다. 2011년 미국 뉴스위크는 그를 ‘우리 시대 가장 중요한 예술가 10명’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국내 첫 개인전을 위해 한국을 찾은 알리스를 28일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만났다. 미리 본 전시에서 작품 ‘다리’(2006년)가 눈에 띄었다. 그는 이 작품에 대해 “쿠바인들이 미국 플로리다 남부 다리에서 발견된 사건에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이민당국은 보트를 타고 몰래 국경을 넘는 이민자를 바다에서 발견하면 쫓아내고, 육지에서 발견하면 받아들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다리를 육지로 볼 것인가를 두고 법적 논쟁이 벌어진 것이다. 이 기사를 접한 알리스는 쿠바의 어선과 미국의 개인 보트를 연결해 다리를 놓아 보기로 했다. 그 과정과 결과를 영상, 드로잉, 설치 등 다양한 방식으로 모두 담은 것이 이 작품이다. 또 다른 작품 ‘지브롤터 항해일지’(2008년)는 북아프리카와 유럽 대륙 사이 전략적 요충지인 지브롤터 해협의 양쪽 해안에서 스페인과 모로코의 아이들이 작은 보트를 들고 서로를 향해 걷는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이처럼 그는 단순하고 불가능할 것 같은 행위를 첨예한 갈등이 벌어지는 맥락에 놓고 다양한 의미를 이끌어낸다. 보트로 다리를 지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국경이 도대체 무엇이냐고 되묻는 식이다. “현실의 모순적인 상황을 마주했을 때, 아주 순진하고 바보 같은 요소를 넣으면 그 상황이 달리 보이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이 갖고 있던 고정관념을 흔들어 다른 해석을 열고자 한 것이죠.” 국가 간 경계와 이동에 관심을 갖는 작가인 만큼 한반도의 분단에 대한 생각이 궁금했다. 비무장지대(DMZ)에서 프로젝트를 하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이번 전시를 위해 지난해 11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DMZ에도 가봤습니다. 그 후 여러 자료를 읽고 있어요. 아주 큰 덩어리의 땅을 사이에 두고 서로 보지 못한 채 의심하는 상황이 매우 특이하고 흥미로워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아시아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어 좀 더 알아봐야 할 것 같다”는 말을 덧붙였다. 인터뷰 내내 그는 자신이 직접 보고 느낀 것을 중요시하며 한 마디 한 마디 신중하게 말했다. 그래서일까. 한국 작가 이불을 보며 부러움을 느꼈다고 했다. “올해 6월 우연히 영국 런던에서 이불 씨의 전시를 봤어요. 그녀의 언어는 거침이 없어 관객에게조차 아주 혹독하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관객의 눈길을 끌기 위해 나는 너무 많은 것을 하나? 너무 친절한 거 아닌가?’ 하고 자문했죠. 어떤 것도 숨기지 않는 용기를 저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늘 갈등의 현장에 스스로를 밀어 넣는 그는 예술이 세계를 바꿀 힘이 있다고 믿을까? “저는 그런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예술이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물론 쉽진 않겠지만 그것을 위해 도전하면서 새로운 해석과 다른 시각을 제시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높은 하이힐에 어깨를 강조한 슈트를 입고 차가운 복도를 걷는다. 그러다 남편 장태준(박해일)이 국회의원 후보가 됐다는 전화에 아이처럼 팔짝 뛰며 소리 지른다. 이어 미술관 관장이 되기 위해 중요한 업무를 후배에게서 가로채고는 “이런 일도 네임 밸류가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차가운 얼굴로 쏘아 붙인다. 29일 개봉하는 영화 ‘상류사회’에서 배우 수애(39)가 맡은 오수연의 모습이다. 욕망에 가득 차 물불 가리지 않는 캐릭터는 미국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클레어 언더우드를 연상시킨다.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나 퍼스트레이디가 되려고 몸부림쳤던 드라마 ‘야왕’의 주다해와도 겹친다. 청순하고 단아한 이미지에서 어느새 ‘야망’의 옷을 입고 있는 수애를 2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수애는 오수연을 ‘겉은 우아하지만 속으로 발을 동동 구르는 백조’라고 했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직업의식이 투철한 여자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상류사회 사람들을 대하다 보니 실력만으론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박탈감과 왜곡된 욕망이 생긴 거죠. 시험 볼 때 꼴찌가 아니라 2등이 꼭 울잖아요. 수연도 그런 처지였을 겁니다.”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캐릭터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그런데 수애는 캐릭터의 완성도와 생동감에 매력을 느꼈다. 변혁 감독과 세 차례 만나면서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아 출연을 결정했다고 털어놨다. 박해일을 직접 만나 출연을 권유하기도 했단다. 그가 조용한 성격이라는 걸 알던 박해일은 “제안을 하는 순간 이미 수애는 오수연이 되어 있었다”고 회상했다. 오수연의 직업적 특성 때문에 옷차림에도 신경을 썼다. “영화 ‘국가대표2’에서는 유니폼을 주로 입었고, ‘심야의 FM’에서는 단벌이었는데 이번에는 의상이 매번 바뀌어 새로웠어요. 여린 모습을 피하고 싶어 주로 무채색에 목을 가리는 터틀넥을 많이 입었죠. 보통은 한두 번 입어보고 의상을 결정하는데, 이번에는 다섯 번씩 입어보며 철저히 따져봤지요.” ‘인간 수애’가 지금까지 가장 크게 가져본 욕망을 물었다. “개봉할 때마다 영화가 잘되길 바라는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신인 때 ‘과정이 중요한 거 아니냐’는 철없는(?) 소리를 했어요. 저 혼자 즐겁자고 하는 직업이 아닌데 많은 걸 간과했다는 걸 알고 나니 어깨가 무거워지더라고요. 제가 영화에서 사실 타율이 썩 좋지 않았는데…(웃음). 열심히 하는 것과 결과는 다른 것 같아요. 그에 대한 답을 찾고 있습니다.” 그는 청순한 역은 물론 팜 파탈 역에도 욕심이 많지만 당분간은 휴식을 취할 계획이다. “고양이 ‘집사’가 된 지 3개월이 됐어요. 키우던 ‘봄이’라는 강아지가 세상을 떠나 지금은 고양이 ‘콩새’를 돌보는데, 고양이에게는 다 ‘해드려야’ 해서 정말 집사가 된 기분이에요. 덕분에 아침에 더 일찍 일어나게 됐죠. 매일 오전 8시 필라테스를 할 때가 가장 상쾌해요. 연기는 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지만 이제는 내 삶과의 균형도 맞추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조선 회화 전시인데 입구에 서면 어두운 터널만 보인다. 이 터널을 따라 걸어가면 영화 ‘취화선’(2002년)에 출연했던 배우 최민식과 안성기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모퉁이를 돌면 인조 잔디와 갈대, 거울로 가득한 전시장이 눈앞에 펼쳐진다. 오원 장승업(1843∼1897)의 ‘군마도’ 속 풀숲을 직접 걸어 다니는 느낌이 들도록 배치한 공간이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고 있는 ‘조선 최후의 거장―장승업×취화선’전이 최근 화제다. 장승업의 작품 29점과 소림 조석진(17점), 심전 안중식(10점) 등 총 56점을 감상할 수 있다.간송문화재단과 서울디자인재단이 공동 주최한 전시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 ‘취화선’ 명장면을 함께 전시하는 등 대중이 친근하게 다가가도록 힘쓴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장승업전 직전에 열린 ‘바람을 그리다’전은 혜원 신윤복과 겸재 정선의 작품을 인스타그램에서 볼 법한 해시태그 같은 친근한 표현과 함께 선보였다. 이번 전시는 그만한 발랄함은 없지만, 그림 옆에 적힌 글귀를 쉽게 읽도록 한글 설명을 첨부하고 감각적인 큐레이팅을 더했다. 현재까지 두 전시 통틀어 관객 약 5만 명이 찾았다. 장승업의 대표작인 ‘삼인문년’과 쌍폭의 ‘남극노인도’가 전시된 공간에는 조향사가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향이 풍겨온다. ‘남극노인도’는 인간의 수명을 관장하는 남극노인(남극성)에게 천진난만하게 복숭아를 바치는 동방삭을, ‘삼인문년’은 서로 나이가 많다고 자랑하는 세 신선을 그렸다. 이에 맞춰 흙냄새를 머금은 나무와 복숭아 향이 배합된 향기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청전 이상범, 심산 노수현으로 이어지는 현대 동양화의 출발점인 장승업의 다양한 작품을 고루 감상할 수 있는 기회. 세밀한 부분까지 확대해서 보여주는 디지털 병풍은 원작은 보존하면서, 대중적으로 작품에 접근하기 쉽게 고민한 결과물이다. 고미술을 일상적 언어로 풀어내는 탁현규 간송미술관 연구원의 설명도 인기라고 한다. 1만 원. 11월 30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순 제작비 200억 원(신과 함께-인과연), 190억 원(인랑), 165억 원(공작)…. 특수효과로 무장한 판타지 영화나 대규모 예산을 투입한 대작이 휩쓸고 간 올여름 극장가에 참신한 소재와 연출을 앞세운 소규모 영화들이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29일 개봉하는 영화 ‘서치’는 ‘스타트렉’에 출연해 잘 알려진 한국계 미국인 배우 존 조가 주연을 맡았다. 평범한 가장 데이비드(존 조)가 부재중 전화 3통을 남기고 사라진 딸 마고(미셸 라)를 찾기 위해 컴퓨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추적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모든 장면을 컴퓨터와 스마트폰 화면으로만 구성해 새롭다. 영화는 SNS의 셀카나 라이브 영상을 통해 사라진 딸의 감정과 행방을 파악한다. 인물들이 메신저에서 대화할 때 메시지를 썼다 지웠다 하며 속내를 드러내도록 하는 연출도 기발하다. 여기에 실시간으로 보도되는 온라인 기사와 무더기로 쏟아지는 악플을 보여주는 대목에서는 배려 없이 사건을 소비하는 인터넷 문화에 대한 비판적인 의식도 드러난다. 주인공이 잠들면 스크린에는 모니터 화면 보호기가 등장하는 등 컴퓨터와 모바일 화면만으로 24시간을 표현할 수 있다니 섬뜩한 기분도 든다. 이런 연출은 1991년생 인도 출신 감독 아니시 차간티의 독특한 이력과도 연관이 있다. 차간티는 ‘구글 글라스’를 이용해 미국에서 아내의 임신 소식을 인도에 살고 있는 어머니에게 알리는 과정을 담은 홍보 영상으로 화제가 됐다. 이후 구글 크리에이티브 랩에서 일하며 콘텐츠 제작을 담당했다. 당초 6분짜리 단편으로 기획했지만 제작사의 권유로 장편으로 전환했고, 선댄스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며 소니픽처스가 전 세계 배급권을 구매하기에 이르렀다. 배우들도 새로운 연출 방식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존 조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서울에서 17일 동시 생중계로 진행한 기자 간담회에서 “상대 배우의 얼굴을 보고 서로 의논도 하는 보통 촬영 현장과 달리, 이어폰으로 목소리를 듣고 카메라만 보며 연기를 해야 해서 굉장히 어려웠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대부분 컴퓨터 모니터 위에 초소형 카메라인 ‘고프로’를 두고 연기했다. 15일 개봉한 한국 영화 ‘목격자’는 익숙한 공간을 배경으로 한 스릴러로 6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다. 회식을 마치고 늦게 귀가한 직장인 한상훈(이성민)이 아파트 베란다에서 밖을 내다보다 살인범(곽시양)과 눈을 마주친 것이 사건의 시작이다. 목격자인 한상훈의 입을 막으려는 살인범의 위협, 아파트 값을 사수하려는 주민들의 집단 이기주의 등을 그렸다. 일상적 공간인 아파트가 순식간에 공포스러운 곳으로 변하고, 쉴 틈 없는 사건 전개로 중반부까지 관객을 몰아가는 연출이 돋보인다. 22일 기준으로 관객 160만 명을 넘어섰다. 손익분기점이 184만 명으로, 제작비는 비교적 적은 편이지만 흥미로운 소재로 관객의 호기심을 사로잡고 있다. 해외 57개국에 판매돼 북미와 호주, 뉴질랜드에서 이달 말에, 대만에서는 다음 달에 각각 개봉할 예정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순 제작비 200억 원(신과함께-인과연), 190억 원(인랑), 165억 원(공작)…. 특수 효과로 무장한 판타지 영화나 대규모 예산을 투입한 대작이 휩쓸고 간 올 여름 극장가에 참신한 소재와 연출을 앞세운 소규모 영화들이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23일 개봉하는 영화 ‘서치’는 ‘스타트렉’에 출연해 잘 알려진 한국계 미국인 배우 존 조가 주연을 맡았다. 평범한 가장 데이빗(존 조)이 부재중 전화 3통을 남기고 사라진 딸 마고(미셸 라)를 찾기 위해 컴퓨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추적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모든 장면을 컴퓨터와 스마트폰 화면으로만 구성해 새롭다. 영화는 SNS의 셀카나 라이브 영상을 통해 사라진 딸의 감정과 행방을 파악한다. 인물들이 메신저에서 대화할 때 메시지를 썼다 지웠다 하며 속내를 드러내도록 하는 연출도 기발하다. 여기에 실시간으로 보도되는 온라인 기사와 무더기로 쏟아지는 악플을 보여주는 대목에서는 배려 없이 사건을 소비하는 인터넷 문화에 대한 비판적 의식도 드러난다. 주인공이 잠들면 스크린에는 모니터 화면 보호기가 등장하는 등, 컴퓨터와 모바일 화면만으로 24시간을 표현할 수 있다니 섬뜩한 기분도 든다. 이런 연출은 1991년생 인도 출신 감독 아니쉬 차간티의 독특한 이력과도 연관이 있다. 차간티는 ‘구글 글라스’를 이용해 아내의 임신 소식을 인도에 살고 있는 어머니에게 알리는 과정을 담은 홍보 영상으로 화제가 됐다. 이후 구글 크리에이티브 랩에서 일하며 콘텐츠 제작을 담당했다. 당초 6분짜리 단편으로 기획했지만 제작사의 권유로 장편으로 전환했고, 선댄스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며 소니 픽쳐스가 전세계 배급권을 구매하기에 이르렀다. 배우들도 새로운 연출 방식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존 조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서울에서 17일 동시 생중계로 진행한 기자 간담회에서 “상대 배우의 얼굴을 보고 서로의논도 하는 보통 촬영 현장과 달리, 이어폰으로 목소리를 듣고 카메라만 보며 연기를 해야 해서 굉장히 어려웠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대부분 컴퓨터 모니터 위에 초소형 카메라인 ‘고프로’를 두고 연기했다. 15일 개봉한 한국 영화 ‘목격자’는 익숙한 공간을 배경으로 한 스릴러로 6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다. 회식을 마치고 늦게 귀가한 직장인 한상훈(이성민)이 아파트 베란다에서 밖을 내다보다 살인범(곽시양)과 눈을 마주친 것이 사건의 시작이다. 목격자인 한상훈의 입을 막으려는 살인범의 위협, 아파트 값을 사수하려는 주민들의 집단 이기주의 등을 그렸다. 일상적 공간인 아파트가 순식간에 공포스러운 곳으로 변하고, 쉴 틈 없는 사건 전개로 중반부까지 관객을 몰아가는 연출이 돋보인다. 22일 기준으로 관객 160만 명을 넘어섰다. 손익분기점이 184만 명으로, 제작비는 비교적 적은 편이지만 흥미로운 소재로 관객의 호기심을 사로잡고 있다. 해외 57개국에 판매돼 북미와 호주, 뉴질랜드에서 8월 말, 대만에서 9월에 각각 개봉할 예정이다.김민기자 kimmin@donga.com}

무대에서 노래 한 곡을 부르는 시간은 길어야 대략 10분. 화려해 보이는 디바의 삶 대부분은 이 짧은 시간을 제외한 무대 밖에서 펼쳐진다. 그러나 우리는 무대 위의 모습으로 그를 평가한다. 무대에서의 디바와 순식간에 사랑에 빠지지만, 세월이 흐르면 결점을 찾아내 비난하고 결국에는 외면한다. 23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휘트니’는 그런 휘트니 휴스턴(1963∼2012)의 기구한 삶을 차분하게 그린다. 영화는 갓 데뷔한 휘트니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그녀가 고음을 내지르며 머리를 감싸 쥐는 순간, 1960년대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의 게토에서 일어난 폭동 장면이 오버랩된다. 이곳에서 태어난 휘트니는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 아버지와 공연으로 바쁜 가수 어머니 사이에서 성장한다. 미국인들은 천재적 재능을 가진 데다 모범적 가정에서 자라 티 없이 맑고 발랄한 소녀 휘트니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이후 영화는 그녀의 삶을 시간 순으로 펼쳐 나간다. 모든 이야기는 생전 휘트니의 공연, 인터뷰 영상은 물론 홈 비디오와 가족, 친구, 음반·영화 제작자 등 주변 인물들의 증언으로 구성된다. 특히 무대 뒤의 모습을 담은 홈 비디오 영상은 가장 진실한 순간의 그녀를 조명한다. 한 영상에서 휘트니는 “사람들이 노래가 거저 되는 줄 알아 너무 화가 난다. 오늘 이걸 좋아해도 내일은 다른 걸 찾는다”며 불안감을 토로한다. 어머니가 “네 음악을 하면 된다”고 하자 휘트니는 그 품에 안겨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중얼거린다. 휘트니를 영화 ‘보디가드’에 캐스팅한 에이전트 니콜 데이비드부터 상대 배우 케빈 코스트너 등 다양한 인물이 만난 휘트니의 뒷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전남편 보비 브라운은 인터뷰 중 그녀를 파국으로 이끈 마약에 대해 언급하길 꺼리지만 제작진은 집요하게 질문을 던져 솔직한 이야기를 끌어낸다. 휘트니 주변에 명예나 부가 아니라 그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사람은 드물었다는 사실도 확인하게 된다. 그래서 앳된 휘트니의 텔레비전 데뷔 장면은 더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 5개 만점)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독특하면서 비주류를 자처하는 사람을 일컫는 ‘괴짜’를 주제로 한 미술 전시가 열리고 있다. 2016년 문을 연 서울 강남구 K현대미술관이 개최하는 ‘이상한 나라의 괴짜들: Geek Zone’전이다. 젊은 작가 31명이 만든 회화와 사진, 일러스트레이션, 조각, 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500여 점을 선보인다. 지난해 있었던 ‘Geeky Land: 이상한 나라의 괴짜들’에 이은 릴레이 전시다. 과거에는 이상한 사람을 뜻했던 ‘Geek’가 최근에는 한 가지 취미나 연구에 전문가 수준으로 몰두하는 ‘오타쿠’와 비슷한 의미로 쓰이고 있다. 미술관 역시 이번 전시가 이러한 의미에 착안해 출발했다고 설명한다. 한편 올해는 특히 전시 초점을 작품보다 관객에 둔 점이 눈에 띈다. 번화가의 잘 꾸며진 카페를 연상케 하는 전시장은 관객이 마음껏 ‘인증샷’과 ‘셀카’를 찍을 수 있는 포토 존처럼 조성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젊은 기획자와 뮤지션 그룹이 주최하는 디제잉 파티 ‘기키 서머 파티(Geeky Summer Party)’도 열렸다. 미국 음악가인 제이슨 므라즈의 노래 ‘기크 인 더 핑크’에서 힌트를 얻어 핑크 드레스코드에 맞춰 분홍 액세서리, 신발, 옷을 입은 많은 관객들이 미술관을 찾았다. 강진석 K현대미술관 마케팅실장은 “미술을 가깝게 즐기면서 예술가가 아니라도 스스로에게 내재된 ‘괴짜성’을 탐색할 수 있는 전시”라고 말했다. 깊이 있고 무거운 예술보다 디자인적 요소가 강한 작품들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2016년 말 개관한 K현대미술관은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후 7시까지 관람이 가능해 퇴근길에 들르는 직장인도 상당하다. 26일까지. 8000∼1만5000원.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제 나이가 50이 넘었는데 이번 칸 국제영화제에 가면서 아시아 밖으로 처음 가봤어요. 외국인을 그렇게 많이 본 게 생전 처음이었어요.” 영화 ‘공작’에서 북한 대외경제위 처장 ‘리명운’을, ‘목격자’에서 우연히 살인 장면을 본 뒤 쫓기는 평범한 가장 ‘한상훈’을 연기한 배우 이성민(50)은 아이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그는 요즘도 새 영화를 촬영하며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8일 만난 그는 쉴 새 없이 연기하는 이유를 묻자 “내가 선택한 길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목격자’는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지만 정작 그는 “신고하지 못하게 하려고 범인이 한상훈의 가족 뒤에 서서 그를 쳐다보는 장면에서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강아지를 무서워하고 스릴러 장르도 즐겨 보지 않는다는 그가 이 영화를 택한 건, 매우 현실적인 설정 때문이었다. 산사태로 흙 속에 묻히는 장면은 겨울에 찍었는데 너무 피곤해서 흙 속에서 깜빡 잠이 들기도 했단다. ‘목격자’가 뜨겁고 빠른 영화라면, ‘공작’은 차가운 작품이다. “‘공작’에서는 속내를 들키지 않게 냉정한 연기를 해야 하는 게 힘들었어요. 제 얼굴이 여름 영화 포스터 두 개에 나란히 나와서 좀 민망하네요. 개봉 시기가 겹칠 줄 진짜 몰랐거든요.”(웃음) 그의 오랜 무명 생활은 많이 알려졌지만, 연극할 때는 곱게 자랐다는 오해를 받았다. “시골에서 컸는데 뺀질뺀질하고 고생을 안 한 것처럼 보인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보충역 판정이 나왔는데 자진해서 현역 입대했어요. 스스로도 세상 물정을 모르는 것 같아 해병대에 가려고 했지만 부모님이 말리시더라고요.” ‘꽃보다 할배’에서 선배들이 여행하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 일만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한데 촬영할 때 컨디션도 좋고 피부도 좋다니 천생 배우 체질이다. “이순재 선생님이 이동 중에도 대본을 보시는 걸 보니 일이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인 것 같더라고요. 돌이켜보면 저도 그런 듯하고요. 앞으로도 쭉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넷플릭스의 미래는 장밋빛이기만 할까? 최근 투자자들에게 공개된 넷플릭스 전 세계 가입자는 1억2000만 명. 그러나 올해 2분기엔 구독자 증가세가 예상보다 주춤한 것으로 드러났다. 넷플릭스는 미국에서만 120만 명, 전 세계적으론 500만 명의 새 구독자가 가입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실제 미국에서 67만4000명, 전 세계에서 450만 명만이 새로 유입됐다. 넷플릭스의 자산규모는 39억100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40%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월스트리트 분석가들의 예상치보단 낮은 결과였다. 올해 두 배 이상으로 치솟았던 주식은 최종적으론 14% 감소했다. 이 때문에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16일 넷플릭스의 총구독자 수가 작년보다 26%나 증가했음에도 “구독자 수의 증감률 저하로 넷플릭스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이미 아마존, 훌루, 애플, AT&T 등 경쟁 업체가 자체 제작한 블록버스터 콘텐츠를 내놓으며 넷플릭스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특히 2000만 명의 독자를 보유한 또 다른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인 훌루는 그동안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제공해 왔던 드림웍스의 신작 애니메이션을 내년부터 내보내기로 계약했다. 콘텐츠업계 전통 강자인 디즈니도 21세기폭스를 인수해 내년부터 독자적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예고하며 무서운 기세로 추격 중이다. 또 다른 어려움은 각기 다른 해외 시장 상황이다. 중국의 경우 어떤 서비스도 미국을 비롯한 외국산 콘텐츠가 전체 콘텐츠 시장의 30%를 넘어설 수 없다는 정부 규정이 걸림돌이다. 넷플릭스는 이를 돌파하기 위한 전략으로 중국 대표 온라인 검색 엔진인 바이두와 파트너십을 맺고 중국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아이치이(iQiyi)에 투자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구독자 중심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바이두와 수익 분배 문제를 협상해야 하는 도전을 안게 됐다. 중국 정부로부터 콘텐츠 검열과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도 문제다.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일 년 가까이 걸린다. 반면 중국의 아이치이 이용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JP모건이 예상한 바에 따르면 아이치이는 올해 말까지 990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은 올해 4월 넷플릭스와 아마존을 비롯한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 자국의 영화와 방송 산업을 위한 펀드에 투자하는 것을 강제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에선 한국방송협회 등 단체들이 인터넷TV(IPTV) 사업자인 LG유플러스와 넷플릭스의 제휴 추진에 대해 “미디어산업 생태계 파괴의 시발점”이라며 강하게 비난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조윤경 yunique@donga.com·김민 기자}

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신과 함께2)이 10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 영화 사상 최초 1, 2편 ‘쌍천만 영화’ 타이틀도 거머쥐기 직전. ‘신과 함께2’의 거침없는 흥행으로 한국형 프랜차이즈 영화의 가능성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신과 함께2’는 11일까지 관객 905만 명이 감상했으며 이르면 오늘 관객 1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1일 개봉한 이 영화는 첫날 124만 명이 보면서 개봉 첫날 신기록도 세웠다. ‘신과 함께’는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지난해 12월 20일 개봉한 1편 ‘신과 함께―죄와 벌’이 개봉 16일 만에 1000만 영화가 됐다. 총 관객 1441만 명이 관람해 ‘명량’(1761만 명)에 이어 한국 영화 역대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당시 국내에서 좀처럼 성공하지 못했던 판타지 장르라는 점과 웹툰 속 지옥을 실감나게 묘사한 컴퓨터 그래픽이 화제가 됐다. ‘신과 함께’ 시리즈를 제작한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53)는 ‘가족 영화’와 ‘판타지’를 공략한 것을 관객 호응의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아이들의 영화로 생각되던 ‘가족 영화’를 남녀노소 즐길 수 있도록 포지셔닝하고, 수준 높은 그래픽 기술을 활용해 판타지를 구축하려 노력했다”며 “이런 노력을 좋게 봐준 관객에게 감사하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원 대표는 ‘광해, 왕이 된 남자’에 이어 ‘신과 함께’ 시리즈까지 ‘천만 영화’ 세 편을 배출하는 대기록을 얻게 됐다. 자연스럽게 관심은 후속편에 쏠린다. ‘신과 함께’를 연출한 김용화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영화의 엔딩으로 제작 여지는 열어뒀다”고 가능성을 시사했다. 원 대표 역시 “감독, 출연 배우들과 함께 후속편에 관해 큰 틀에서 논의한 상태”라며 “2편이 전작의 속편 성격이었던 만큼 다음 시즌(3, 4편)이 나와야 진정한 의미의 프랜차이즈 영화가 될 것”이라고 했다. 1, 2편을 제작하면서 기술적 노하우를 쌓았기 때문에 탄탄한 시나리오만 준비된다면 해볼 만하다는 것이 제작진의 분위기다. 또 새롭게 열린 가능성에 힘입어 향후 한국 영화계에 다양한 시도가 나올지도 기대된다. 김 감독은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 ‘더 문’을 포함한 여러 작품을 준비 중이고 원 대표는 스페인 스릴러를 리메이크한 작품 ‘인비저블 게스트’와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애니메이션을 준비 중이다. 그는 “이제 어느덧 중견 제작자가 되었는데 성공만 좇기보다 한국 영화의 외연을 넓힐 수 있는 작업을 고민하고 있다”며 “멋진 작품을 선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신과 함께2’는 대만에서도 8일 개봉 직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개봉 첫날 120만 달러(약 13억 원)의 수익을 올렸고 이는 올해 대만 개봉 영화 중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전작 ‘신과 함께―죄와 벌’의 수익보다도 높아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또 홍콩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개봉을 앞두고 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예전엔 미국 시트콤 ‘프렌즈’를 케이블 채널로 봤어요. 요즘은 넷플릭스로 다양한 해외 드라마를 골라 볼 수 있잖아요. 텔레비전을 굳이 틀어 놓을 필요가 없어진 것 같아요.” 대학원생 박혜지 씨(27·여)는 1년 넘게 넷플릭스를 구독하고 있는 마니아다. 그는 미국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로 넷플릭스에 입문해 최근엔 영국 드라마 ‘블랙 미러’와 독일 드라마 ‘레인’을 인상 깊게 봤다. 일본 드라마인 ‘심야식당’도 재밌게 본 시리즈로 꼽는 박 씨는 “문화예술 분야를 전공해 독특한 취향을 추구하는 지인이 많다. 만나면 ‘넷플릭스에 뭐가 재밌냐’고 서로 묻기도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가 국내 진출한 지 2년 6개월이 넘었다. 2016년 1월 국내 첫 서비스를 시작한 넷플릭스는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제작해 극장가를 떠들썩하게 만들더니 이제는 tvN ‘미스터 션샤인’이나 영화 ‘인랑’ 등 유명 콘텐츠를 사들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처음엔 박 씨와 같은 마니아가 찾는 서비스였다면, 지금은 더 광범위한 국내 시청자를 겨냥하는 모양새다.○ ‘친구들과 함께’, ‘자녀가 결제해서’ 최근 구독을 시작한 국내 이용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국내 콘텐츠를 주로 즐기지만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정치·범죄물 등 다양한 장르의 해외 콘텐츠를 선호하는 경우도 눈에 띄었다. 직장인 문지수 씨(28·여)는 최대 4명까지 이용할 수 있는 특성을 활용해 지인과 구독료를 나눠 쓴다. 이러한 사용 행태는 1인 가구 사이에서 도드라지는 추세다. 문 씨는 “미국 드라마와 국내 tvN 드라마를 주로 시청한다”며 “다운로드 기능을 활용해 출퇴근 시간에 보면 긴 이동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다”고 했다. 자녀의 가입으로 넷플릭스를 접하는 중·장년층도 등장했다. 아들을 통해 넷플릭스를 알게 된 허형준 씨(59)는 최근 ‘나르코스’, ‘하우스 오브 카드’ 등 취향에 맞는 정치·범죄물을 감상한다. 박상윤 씨(60)도 딸을 통해 넷플릭스로 미국 드라마나 우주 영화를 즐겨 본 케이스. 그러나 박 씨는 “선택지가 너무 많고 고르기 귀찮아, 아내를 따라 텔레비전을 더 본다”고 했다.○ 제작자는 미소, 공급자는 경계 넷플릭스가 ‘옥자’를 내놓았을 때만 해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최근 제작자들은 우호적 반응을 보인다. 국내 드라마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미스터 션샤인’ 등 대작이 아니라도 주목받은 드라마, 예능이 넷플릭스와 계약을 맺고 있다”며 “경제적 이득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문제는 공급망을 독점할 경우 자연스럽게 ‘갑’이 되는 것이 플랫폼의 힘. 영국 방송통신규제 기관인 오프콤은 지난달 영국에서 처음으로 미국 스트리밍 서비스의 구독자가 전통 유료 TV 서비스를 넘어섰다며 “영국 방송사의 콘텐츠 제공 방식 변화가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공영방송 BBC 역시 연간 보고서를 통해 “이제는 상업방송이 아닌 넷플릭스, 아마존과 싸워야 할 위기”라고 밝혔다. 중국은 처음부터 넷플릭스를 규제하고 자체 서비스를 만들고 있지만 국내는 이제야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 국내 방송계의 한 관계자는 “막대한 글로벌 자본을 토대로 한 넷플릭스의 공세가 국내 콘텐츠 사업자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이 우려된다”며 “국내 미디어산업 보호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 kimmin@donga.com·조윤경 기자}

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신과 함께2)이 10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 영화 사상 최초 1·2편 ‘쌍천만 영화’ 타이틀도 거머쥐기 직전. ‘신과 함께2’의 거침없는 흥행으로 한국형 프랜차이즈 영화의 가능성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신과 함께2’는 11일까지 관객 905만 명이 감상했으며, 14일경 관객 1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1일 개봉한 이 영화는 첫날 124만 명이 보면서 개봉 첫날 신기록도 세웠다. ‘신과 함께’는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을 영화화 한 작품으로 지난해 12월 20일 개봉한 1편 ‘신과함께-죄와벌’이 개봉 16일 만에 1000만 영화가 됐다. 총 관객 1441만 명이 관람해 ‘명량’(1761만 명)에 이어 한국 영화 역대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당시 국내에서 좀처럼 성공하지 못했던 판타지 장르라는 점과 웹툰 속 지옥을 실감하게 묘사한 컴퓨터 그래픽이 화제가 됐다. ‘신과 함께’ 시리즈를 제작한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53)는 ‘가족 영화’와 ‘판타지’를 공략한 것을 관객 호응의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아이들의 영화로 생각되던 ‘가족 영화’를 남녀노소 즐길 수 있도록 포지셔닝하고, 수준 높은 그래픽 기술을 활용해 판타지를 구축하려 노력했다”며 “이런 노력을 좋게 봐준 관객에게 감사하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원 대표는 ‘광해, 왕이 된 남자’에 이어 ‘신과 함께’ 시리즈까지 ‘천만 영화’ 세 편을 배출하는 대기록을 얻게 됐다. 자연스럽게 관심은 후속편에 쏠린다. ‘신과 함께’를 연출한 김용화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영화의 엔딩으로 제작 여지는 열어뒀다”며 가능성을 시사했다. 원 대표 역시 “감독, 출연 배우들과 함께 후속편에 관해 큰 틀에서 논의한 상태”라며 “2편이 전작의 속편 성격이었던 만큼 다음 시즌(3·4편)이 나와야 진정한 의미의 프랜차이즈 영화가 될 것”이라고 했다. 1·2편을 제작하면서 기술적 노하우를 쌓았기 때문에 탄탄한 시나리오만 준비된다면 해볼 만하다는 것이 제작진의 분위기다. 또 새롭게 열린 가능성에 힘입어 향후 한국 영화계에 다양한 시도가 나올지도 기대된다. 김 감독은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 ‘더 문’을 포함한 여러 작품을 준비 중이고, 원 대표는 스페인 스릴러를 리메이크한 작품 ‘인비저블 게스트’와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애니메이션을 준비 중이다. 그는 “이제 어느덧 중견 제작자가 되었는데, 성공만 좇기보다 한국 영화의 외연을 넓힐 수 있는 작업을 고민하고 있다”며 “멋진 작품을 선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신과 함께2’는 대만에서도 8일 개봉 직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개봉 첫날 120만 달러(약 13억 원) 수익을 올렸고 이는 올해 대만 개봉 영화 중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전작 ‘신과 함께-죄와 벌’의 수익보다도 높아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또한 홍콩,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개봉을 앞두고 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자화상을 중심으로 고대부터 현대까지 아우르는 학술적 성격이 강한 책이다. 저자가 영국 코톨드 미술학교와 케임브리지대에서 미술사학을 공부하고, 비평가로 활동한 것을 감안하면 그 성격을 쉽게 가늠할 수 있다. 자화상에 관한 흥미 위주의 이야기보다 사료와 문헌에서 발견한 자화상에 관한 언급을 그림과 엮어 설명한다. 2014년 ‘자화상, 어떤 문화사(The Self-Portrait: A Cultural History)’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문화사’라는 부제가 상징하듯 자화상에서 보이는 예술가의 지위, 작품 의도와 그에 얽힌 사회사를 풀어 나간다. 그러나 방대한 역사를 한번에 아우르려는 나머지 기존의 미술사적 접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 이를테면 르네상스가 마치 유럽 전체를 대변하는 역사처럼 서술하는 기존 미술사의 한계를 되풀이한다. 라파엘로, 미켈란젤로를 중심으로 하는 르네상스는 이탈리아의 도시국가 피렌체에서만 일어난 찻잔 속의 태풍 같은 일이었다. 북유럽이나 스페인 등 다른 지역에서는 엄연히 별개의 미술이 전개됐음에도, 피렌체 일부 화가의 자화상을 전체적인 것으로 서술한 것은 오해의 소지를 남긴다. 그러나 사료 곳곳에서 찾은 흥미로운 일화를 발견하는 재미는 있다. 이탈리아 매너리즘 화가로 알려진 파르미자니노는 21세 때 교황에게 자신의 자화상을 선물했는데, 이는 ‘플라토닉 사랑’의 연장선이라고 한다. 15세기 말 피렌체에서는 소년이 나이 든 남성에게 사랑을 느끼는 것을 매력적으로 봤다는 것. 19세기 후반 독일 여성 작가 파울라 베커는 물론 20세기 작가들의 자화상까지, 아카데믹한 미술사에서 언급되는 주요 작가들을 충실히 소개하고 있어 참고할 만하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경기 파주시 비무장지대(DMZ)에 있는 ‘캠프 그리브스’는 1953년부터 50년 가까이 미군 기지로 사용된 공간이다. 2004년 마지막 주둔 부대였던 미2사단 506보병대대가 철수했다. 미군의 흔적이 그대로 남은 이곳이 최근 전쟁의 상흔을 씻어내고 평화의 장소로 발돋움하기 위한 ‘캠프 그리브스 DMZ 평화정거장 사업’으로 새 단장이 한창이다. 예술 작품으로 장소의 의미를 바꾸려는 평화정거장의 메인 행사, 예술창작전시가 11일 개막한다. 예술창작전시는 탄약고, 정비고, 미디어 프로젝트와 ‘DMZ 평화의 정원’으로 구성된다. 총 10팀의 작가가 DMZ와 캠프 그리브스의 역사, 공간을 재해석한 작품 17점을 전시한다. 초청작가인 김명범 박찬경 정문경 정보경과 공모 선정 작가인 강현아 박성준 시리얼타임즈(강민준, 김민경, 송천주) 인세인박 장영원 장용선이 참가한다. 8일 오후 찾은 캠프 그리브스 입구에는 가장 먼저 장교 숙소가 보였다. 길을 따라 들어가면 반원형의 기다란 ‘퀀셋 막사’가 여러 채 있다. 간이 건물인 퀀셋 막사는 보급소부터 비품실, 화장실 및 샤워실, 저장고, 중대사무실 등이 다양한 목적에 따라 설치되곤 했다. 이 중 3개 동은 역사 전시관인 ‘다큐멘타관’으로 탈바꿈해 전쟁에 관한 설명, 주한미군의 주둔 모습 사진과 영상자료 등을 전시한다. 탄약고, 정비고와 옛 미군 유흥시설인 볼링장에도 예술 작품이 들어서고 있었다. 전시를 총괄한 이은경 DMZ 평화정거장 예술총감독은 “민통선 내부 미술관 기능을 하는 장소가 없어 예측하지 못한 공간에서 반전을 이루는 콘셉트로 가족과 젊은층이 찾도록 신경 썼다”고 설명했다. 미디어 프로젝트로 선보인 박찬경 작가의 ‘소년병’은 가상의 북한 병사가 책을 읽고 노래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구성해 영상에 담았다. 노란 필름을 붙인 유리문으로 들어오는 빛과 풀숲을 돌아다니는 가냘픈 소년병사의 모습이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역설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감독은 “캠프 그리브스는 전쟁의 공간이지만 서정적 전시를 만들고 싶어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공개한 작품 ‘소년병’을 장소에 맞춰 다시 편집했다”고 했다. 전시가 끝난 뒤에도 작품 대부분이 반영구로 남을 예정. 전시 기간에 작가의 작업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오픈 스튜디오, 아티스트 워크숍 등 다양한 부대 행사도 열린다. 10월 31일까지. 파주=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본 시리즈’나 제임스 본드가 등장하는 스파이 영화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다. 그러나 1990년대에 모르고 지난 사건의 내막을 관찰하고 싶다면 구미에 딱 맞는 영화다. 윤종빈 감독의 영화 ‘공작’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가 주도한 북풍 공작인 ‘흑금성 사건’을 토대로 한다. 흑금성은 안기부 특수공작원 박채서 씨의 암호명. 그는 아자커뮤니케이션이라는 광고회사에 위장 취업해 북한에서 TV 광고를 찍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 고위 관계자와 접촉하는 역할을 맡았던 박 씨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1996년 만났다고 주장한다. 영화는 이런 흑금성 사건의 사실적 구현에 집중했다. 공작원 박석영(황정민)이 지시를 받아 중국에서 북측 고위 인사와 접촉하고, 북한에 들어가는 과정을 순서대로 전개한다. 시대적 분위기나 인물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여러 장치에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난다. 박석영과 북한 대외경제위 차장 리명운(이성민)이 처음 만나는 중국집 ‘고려원’만 해도 길거리는 대만, 내부는 대만 외곽의 건물, 문짝은 세트장 등 각각 다른 곳에서 촬영했다. 하이라이트는 흑금성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는 장면. 배우들마저 잔뜩 긴장하고 연기하게 만든 김 위원장의 회의실은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생전 김 위원장의 모습을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 ‘맨인블랙3’ 등을 작업한 해외 특수분장팀을 섭외했다. 김 위원장 역을 맡은 배우 기주봉은 분장에만 5시간이나 걸리는 탓에 새벽에 일어나 준비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정교한 제작 방식은 윤종빈 감독의 전작을 보면 납득이 간다. 군대의 부조리를 그린 ‘용서받지 못한 자’(2005년), 호스트바를 소재로 한 ‘비스티 보이즈’(2008년), 조직폭력배의 세계를 그린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2011년)까지. 쉽게 드러나지 않는 사회의 치부나 어두운 곳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파헤쳐 호기심을 자아내고 사회적 의미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주목받아 왔다. ‘공작’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아쉬운 것은 실화를 뛰어넘을 만한 긴장감이다. 영화의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박석영과 리명운의 우정, 나라를 위해 일한 박석영의 고뇌가 드러난다. 그 전까지는 서로를 관찰하고, 말로 떠보고 의심하며 긴장을 고조하려 했지만, 극적인 요소로는 다소 부족하게 느껴진다. 8일 개봉. ★★★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1부만으로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겼는데 2부도 빠르게 박스오피스를 점령하고 있다. 영화 ‘신과함께’ 이야기다. 2부인 ‘신과함께―인과 연’은 개봉 닷새 만인 5일 누적 관객 수 6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역대 최단 흥행 기록이다. 전편에서 이어진 기대감과 최악의 폭염으로 극장에 몰린 관객이 흥행 질주에 기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신과함께2’가 개봉한 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김용화 감독(47)을 만났다. ―예매율이 심상치 않다. 기분이 어떤가. “숫자를 자주 확인하고 있다. 함께 고생하고 운명을 걸어준 사람들을 생각하면 행복하다.” ―2부에서 더 신경 쓴 점이 있다면…. “신과함께 1, 2부는 통합된 이야기다. 1부는 자홍(차태현) 중심의 스트레이트한 이야기라면 2부는 출발점이 다른 강림(하정우) 등 저승 삼차사의 이야기가 하나로 섞여 들어간다. 이 이야기가 합쳐져 폭발력을 낼 수 있도록 집중했다.” ―“나쁜 사람은 없고, 나쁜 상황만 있다”는 대사가 의미심장하다.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이다. 평소 소신이기도 하고. 원래부터 악한 사람이 있을까? 상황이 사람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1부에 이어 2부도 모니터링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2부는 여러 편집본을 두고 500명 이상에게 모니터링했다. 일반인과 회사의 기술진이 참가한다. 여러 번 모니터링해서 반이 넘는 사람이 이야기를 잘 따라갈 수 있도록 신경 썼다. 수홍(김동욱)과 강림의 이야기는 모니터링에서 반응이 좋지 않아 개인적으로는 아쉽지만 절반 정도 덜어냈다.” ―엔딩을 보면 새로운 이야기로 3, 4편이 나올 것 같다. “아직 결정을 못 내렸다. 대중이 원하면 다음 편이 안 나올 이유가 없으니 엔딩은 1, 2부 감독으로서 여지를 열어둔 것이다. 사전 작업은 어느 정도 준비가 돼 있지만 관객이 다음 편을 원하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해외 시리즈 영화처럼 다른 감독이 (3, 4편을) 맡을 수도 있나. “당연하다. 적절한 감독이 의사를 표현하면 후속편에서는 제작자로 남을 용의가 충분히 있다.” ―‘미스터 고’부터 컴퓨터그래픽(CG)을 많이 활용하고 휴먼 스토리에 집중하는 등 한우물을 파서 결국 빛을 봤다. 선택이 옳았다고 보나. “자기가 성공한 이유가 과거에 있다고 해서 똑같은 것을 계속하는 걸 ‘활동적 타성’이라고 한다. 이를 버려야 한다. 스스로를 절벽으로 밀어내지 않으면 사람들도 나를 따르지 않는다.” ―해외 시장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나. “물론이다. 한국 관객이 트렌드에 민감하고 눈이 높기로 유명한데, 한국에서 호응을 얻었으니 해외에서도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에 진출할 예정이고, 심의 결과를 기다리는 상태다.” ―대표를 맡고 있는 ‘덱스터스튜디오’의 목표는…. “아시아의 디즈니 같은 회사가 되고 싶다. 제작뿐 아니라 테마파크 등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스튜디오 말이다. 목표가 10이라고 치면 0.1 정도 했다고 생각한다. 능력껏 최대한 노력하고 뒤이을 대표와 식구들이 잘 이끌어 간다면 어느 순간 회사에 내 사진이 걸려 있을 것이다. 회사가 훌쩍 성장한 후 사람들이 내 사진을 보며 ‘1대 회장이었어’라고 이야기하는 상상을 해본다.”(웃음)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영화 ‘어느 가족’이 조용히 입소문을 타며 8만 관객을 돌파했다. 5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어느 가족’은 개봉 10일 만인 4일까지 8만4217명이 관람했다. ‘어느 가족’을 연출한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 영화로 제71회 칸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고레에다 감독은 가족을 비롯한 사람들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잔잔하게 풀어내면서 감동을 선사해 국내에도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다.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이 본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년)는 개봉 10일 차에 3만8167명이 관람했다. ‘어느 가족’은 이보다 두 배나 빠른 속도로 관람객이 찾고 있는 셈이다. 이 영화는 일본에서도 6월 개봉해 지난달 29일까지 관객 수 340만 명을 넘었고 흥행 수입 42억 엔을 챙겨 고레에다 감독 영화 중 최고 흥행을 기록했다. ‘어느 가족’은 할머니의 연금과 훔친 물건으로 함께 살아가는 가족이 다섯 살 소녀를 새 식구로 맞이하며 겪는 일화를 그렸다. 개개인의 구체적인 삶을 통해 빈곤 문제와 사회복지 시스템의 허점을 설득력 있게 조명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칸 수상 축전을 보내지 않은 것을 두고 일본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