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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증인으로 채택된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청문회 출석요구서 수령을 거부하고 있다. 출석 요구일(7일) 일주일 전까지 출석요구서를 직접 수령하지 않으면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30일 국조특위에 따르면 특위는 지난달 27일부터 계속 우 전 수석의 집을 찾아가 출석요구서를 전달하려 했지만 우 수석을 만나지 못했다. 등기우편으로도 출석요구서를 보냈지만 반송됐다고 한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정조사 출석 요구를 받은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할 경우 최대 징역 3년 또는 벌금 1000만 원의 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본인이 직접 요구서를 수령해야 한다. 이에 대해 야당 의원들은 “속이 보이는 꼼수”라고 성토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나쁜 사람’으로 지목해 좌천된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 등에 대한 ‘윗선’의 감찰 지시를 2013년 당시 정호성 청와대 부속비서관(47·구속 기소)이 조응천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직접 전달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정 전 비서관이 대통령비서실장이나 민정수석비서관 등 지휘체계를 거치지 않고 조 의원에게 곧바로 감찰 지시를 전달한 것은 ‘비선’이 개입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다.○ 비선 통한 비정상적 감찰 지시 이날 정치권과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정 전 비서관은 2013년 7월경 조 의원에게 노 전 국장과 진재수 전 체육정책과장 등 2명을 지목해 감찰하라고 얘기했고, 조 의원은 국무총리 산하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을 동원해 감찰에 착수했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정 전 비서관이) ‘대통령의 뜻’이라고 했겠지만 ‘문고리 3인방’의 위상을 감안하면 조 의원이 그의 얘기를 사실상 지시로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로 정 전 비서관이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60·구속 기소)의 메신저 역할을 한 사실이 드러난 것을 고려하면 최 씨의 감찰 요구가 박 대통령과 정 전 비서관을 거쳐 조 의원에게 하달됐을 가능성이 크다. 최 씨는 그해 4월 자신의 딸 정유라 씨(20)가 경북 상주에서 열린 승마대회에서 2등에 그치자 승마협회에 불만을 품었고, 청와대는 그 직후 문체부에 승마협회 감사를 지시했다. 그러나 노 국장 등은 승마협회 내부의 최 씨 측근파와 반대파의 비위 사실을 고루 보고해 “최 씨에게 ‘미운털’이 박혔다”는 이야기가 돌더니 결국 좌천됐다. 조 의원은 정 전 비서관으로부터 감찰 지시를 전달받은 사실이 있는지 묻자 “공직에 있던 때의 일은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조응천, 문체부 간부 2명 전격경질 당시 靑감찰 주도’ 제하의 22일자 본보 단독 보도에 대해 당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상사로부터 문체부 국장과 과장 2명의 인적 사항을 특정해 이들에 대한 복무동향을 조사해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감찰 보고서에 ‘친노 성향’ 딱지 조 의원이 작성한 감찰 보고서 내용도 이상한 점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본보 취재 결과 감찰 보고서에는 해당 문체부 공무원을 ‘친노(친노무현) 성향’이라고 정치적 낙인을 찍은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공직복무관리관실 직원들이 두 사람의 사무실을 수색해 압수한 수첩 등에 정치 사안과 관련된 메모, 낙서를 근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보고서에는 “해당 공무원이 이권 개입을 많이 한다는 얘기가 있다”는 식의 세평(世評) 위주의 내용이 많은데, 두 사람의 비위 사실을 뒷받침하는 물증은 그들의 책상 서랍에서 발견된 공연 티켓 등이라고 한다. 조 의원은 감찰 보고서 종합 의견으로 ‘인사 조치함이 상당하다’고 적시했다. 이와 관련해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실 일부 직원이 두 사람의 좌천이 자기 성과라며 자랑하는 듯한 얘기를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에게 올리는 보고서에 검증되지 않은 소문을 담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공무원 감찰 보고서엔 정치 성향을 적기도 하지만 ‘친노 성향’이라고 한 것은 다분히 ‘찍어내기’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비서관도 대통령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했을 뿐이지만 구속을 면치 못했듯이 상사의 불법 지시를 이행했다 해도 면책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한상준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29일 3차 대국민 담화 발표는 새누리당 비주류의 ‘탄핵 대오’를 흔들어 놓았다. 당장 탄핵을 주도해 온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한 비주류의 ‘조기 탄핵’ 명분은 박 대통령의 ‘진퇴 문제 국회 일임’ 발언으로 약화된 게 사실이다. 이틈을 비집고 친박(친박근혜)계는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으니 이젠 탄핵 대신 개헌을 통한 퇴진을 논의하자”고 비주류를 압박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이) 사실상 하야 선언을 했다”고 규정했다.○ ‘탄핵 강행’ vs ‘개헌 퇴진’으로 갈려 이날 비주류 측은 박 대통령이 담화문을 내놓자 김 전 대표를 중심으로 20여 명이 따로 모여 긴급 회동을 가졌다. 발표 직후 예정된 의원총회 참석에 앞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박 대통령이 던진 공을 곧바로 걷어차기는 힘들었다는 얘기다. 이후 열린 의총에는 새누리당 의원 80여 명이 참석했다. 친박계 맏형 서청원 의원은 첫 발언자로 나서 포문을 열었다. 일종의 ‘기선 제압’에 나선 것이다. 서 의원은 “정권 이양의 질서를 만드는 게 박 대통령에 대한 마지막 예우이자 국민에 대한 도리”라며 “대통령이 물러나겠다고 한 이상 (탄핵은) 국민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 추진의 열쇠를 쥔 비박 진영을 향한 경고였다. 비주류 측도 밀리지 않았다. 권성동 의원은 “개헌으로 임기를 단축하겠다는데, 반대로 개헌이 이뤄지지 않으면 끝까지 임기를 채우겠다는 소리냐”며 “탄핵은 탄핵대로 가고, 개헌도 개헌대로 가야 한다”고 일축했다. 유승민 의원도 이날 기자들을 만나 “대통령이 퇴진 일정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아 진정성 있는 담화라고 보기 어렵다”며 “여야가 (퇴진 일정 등을) 논의하되 국회에서 합의가 안 되면 결국 헌법적 절차는 탄핵밖에 없다”고 못 박았다. 결국 비주류 측은 이날 의총에서 친박계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채 ‘여야가 퇴진 일정을 두고 협상하되 결렬되면 9일 탄핵을 강행’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비주류의 키를 쥐고 있는 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말을 아꼈다. 탄핵과 동시에 개헌을 강하게 주장해 온 김 전 대표로선 난감한 상황에 처한 셈이다. 김 전 대표가 탄핵 처리 입장을 철회할 경우 비주류 측은 사분오열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김 전 대표의 측근은 “야당과의 협상 문제는 별개로 탄핵 처리 입장은 흔들림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야당과의 협상 전권을 부여받는 선에서 의총을 마쳤다. 정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탄핵 논의를 계속 진행해야 하는지, 원점에서 검토해야 하는지 야당과 논의하겠다”며 “탄핵 카드는 아직 버리지 않았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30일에도 의총을 열어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임기 단축’ 개헌 논의 가능할까 친박계는 이날 스크럼을 짜고 ‘임기 단축 개헌’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하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당장 야당은 박 대통령의 담화를 “탄핵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일축했다. 여당의 개헌 논의에 협조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논의를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정치적,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임기 단축 개헌 요청’은 사실상 임기를 다 채우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은 새누리당이 개헌을 고리로 한 정계 개편을 통해 대선판을 흔들려 한다고 보고 말리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이 시기에 개헌을 논의할 수 없다. 지금 개헌을 논의하는 것은 퇴진 요구, 탄핵 추진 대열에 혼선을 주려는 정치적 계산”이라고 일축했다. 민주당 윤관석 대변인도 “탄핵 국면에서 여당과 (박 대통령의) 퇴진 방안을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비문(비문재인) 진영에선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종인 전 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 이 체제로는 안 된다는 것이 국민의 요청이다. 체제를 바꾸려면 개헌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개헌 논의가 촉발되면 야권의 분열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개헌 공방이 격화되면 친문과 비문 진영이 갈라서고, 이로 인한 정계 개편의 폭발력이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개헌 논의가 흐지부지되고 다음 달 9일 탄핵 처리를 강행할 경우 새누리당은 분당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있다. 이날 의총에서 친박계 윤상직 의원은 “경우에 따라 (탄핵을) 계속 하려면 이혼하는 것도 괜찮다”며 “보수끼리 경쟁해서 다시 모이는 것도 (대선에서 이기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탄핵안이 부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졌다. 다만 이 경우 국민적 분노가 국회로 향할 수 있다는 점을 여야 모두 의식하고 있다. 새누리당 핵심 당직자는 “막상 탄핵안을 두고 표결에 들어가면 촛불 민심을 의식해 숨은 찬성표가 더 나올 수 있다”며 “부결보단 가결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예상했다.강경석 coolup@donga.com·송찬욱·한상준 기자}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27일 “최순실 씨와 일면식이 없는 것은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 씨(47)가 최 씨의 지시를 받고 비서실장 공관에서 자신을 만났다는 보도가 나온 뒤에도 김 전 실장의 “모른다”는 주장은 이날도 이어졌다. 그는 다만 “대통령의 지시로 차은택 씨를 만난 적은 있다”고 했다. 김 전 실장은 채널A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차은택이라는 사람이 정부의 기조인 문화융성과 광고, 이런 점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하니 한번 만나보라’고 해서 공관으로 불렀다”며 “이후 대통령께 ‘만나봤다’고 보고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이후로 차 씨와 연락이 없었고, 그 사람이 하는 사업이나 일에 관여하거나 지원한 일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김 전 실장의 주장대로 그가 대통령의 ‘지시’로 ‘업무상’ 차 씨를 한 번 만났을 뿐이고, 이후 차 씨에 대한 특혜나 지원 등에 관여한 바가 없다는 게 사실이라면 김 전 실장에게 법적인 책임을 묻긴 어렵다. 이날 김 전 실장이 박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관측이다. 김 전 실장이 박 대통령의 ‘지시’를 앞세운 이상 검찰의 다음 수순은 박 대통령을 통한 사실 확인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현재로선 불가능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법조인 출신인 김 전 실장은 지금 상황에서 ‘최순실 씨를 알긴 알았다’는 기초적인 사실관계라도 인정하면 그 다음 수순은 검찰 소환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일단 끝까지 버티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이 보도했던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장모인 김장자 삼남개발 대표(76)와 최 씨, 차 씨의 골프 회동도 이날 사실로 확인됐다. 결국 정치권과 사정당국 주변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던 ‘최순실-김기춘-우병우’로 이어지는 ‘3각 커넥션’의 단초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일각에선 김 전 실장이 최 씨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의도적으로 만남을 피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김 전 실장이 최 씨의 ‘힘’을 알게 된 뒤 최 씨의 전횡을 용인하면서도 나중에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직접 만나지 않고 철저히 3인방을 통해서만 간접적으로 의사를 확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간 김 전 실장에게 범죄 혐의를 적용하는 것에 유보적인 태도였다. 김 전 실장이 최 씨와의 인연을 강하게 부인하는 상황에서 차 씨의 진술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기는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래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줄곧 “김 전 실장과 관련해 특별히 드러난 혐의가 없고 소환도 계획돼 있지 않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차 씨의 변호인이 “차 씨가 최 씨의 지시를 받아 김 전 실장을 만났다”고 폭로하면서 김 전 실장에 대한 검찰수사 상황이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김 전 실장을 불러서 혐의 유무 등에 대해 확인을 해야 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지만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 변수다. 다음 달 2일 특별검사가 임명되면 검찰은 수사를 중단하고 특검팀에 수사 자료를 넘겨야 한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선 김 전 실장에 대한 의혹 규명이 특검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길진균 leon@donga.com·조건희·한상준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야권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탄핵안 가결 후 펼쳐질 조기 대선 국면을 앞둔 정국 주도권 다툼이다. 벌써부터 ‘잿밥’ 경쟁이냐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두 당의 수장인 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간 냉기류가 계속되고 있다. 추 대표는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 등을 향해 ‘부역자’라고 비판하며 “박근혜 대통령 부역자에게 표를 구걸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27일 “야3당만으로 (탄핵안이) 가결될 수 없기 때문에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도 사과하고 탄핵의 대열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한다”고 말했다. 부역자 발언에 대해서도 “민주당에는 부역자가 없느냐”고 반박했다. 두 사람의 갈등은 추 대표가 14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제안했을 때부터 불거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시 박 위원장이 추 대표를 강하게 비판한 것에 대해 추 대표가 (14시간 만에 영수회담을 철회하면서) 매우 불쾌해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24일 열린 야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박 위원장에게 “추 대표를 좀 이해해 달라”며 화해를 시도했지만 박 위원장은 “추 대표가 그러면 안 된다”고 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개헌을 놓고 균열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추 대표를 비롯한 친문(친문재인) 진영은 “개헌은 안 된다”는 태도다. 그러나 개헌에 적극적인 민주당 일부 의원은 새누리당, 국민의당 의원들과 회동을 갖고 개헌 로드맵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우 원내대표도 “(1월 출범 예정인) 국회 개헌특위를 12월로 앞당기는 문제는 충분히 논의 가능하다”며 개헌 논의에 동참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런 갈등은 탄핵 이후의 정국 주도권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일각에서는 박 위원장이 탄핵 이후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와 손잡고 정계 개편을 꾀할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며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친문과 친박계를 제외한 비주류 진영의 연대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도 추 대표가 개헌에 반대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편 민주당은 대선 경선 일정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안을 인용할 경우 60일 내 대선이 열리기 때문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헌재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손을 놓고 있기에는 남은 일정이 너무 촉박하고, 헌재 결정 전에 섣불리 경선 논의를 시작했다가는 역풍이 불 수 있다”며 “일단 탄핵안을 마무리 짓고 각 후보 측이 모이는 자리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이 중에 (2004년) 탄핵 때 계셨던 분은 없으시잖아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최근 열린 당 비공개 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탄핵 절차 돌입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던 회의장은 순간 조용해졌다. 한 참석자는 “당 지도부 중 유일하게 현역 의원으로 탄핵 정국을 겪었던 추 대표가 탄핵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차원에서 한 말”이라고 전했다. 헌정사상 유일했던 ‘탄핵 정국’이 12년 만에 다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탄핵 준비에 착수한 야권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절차를 들여다보고 있다.2004년과 2016년, ‘청와대 강경 대응’과 ‘여소야대’ 닮은꼴 탄핵 정국은 현직 대통령의 실정법 위반 논란으로 촉발됐다. 야권은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의 피의자로 규정된 것을 탄핵의 근거로 삼고 있다. 2004년에는 노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이 탄핵 사유였다. 탄핵은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가장 강력한 견제 수단이다. 그러나 두 대통령 모두 국회의 견제에 정면으로 대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청와대는 검찰의 ‘최순실 게이트’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헌법상, 법률상 대통령의 책임 유무를 명확히 가릴 수 있는 합법적 절차에 따라 이 논란이 매듭지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사실상 국회에 탄핵 절차를 밟아 달라고 요청한 셈이다. 노 전 대통령도 탄핵을 피하지 않았다. 당시 야권에서는 “대통령이 사과한다면 탄핵안 처리를 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지만 노 전 대통령은 탄핵안 가결 전날까지도 “사과하라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버텼다. 두 대통령의 강경 대응 방침에도 불구하고 국회 지형은 여소야대로 대통령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점도 닮았다. 올해 4·13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하면서 20대 국회는 여소야대 구도가 됐다. 다만 더불어민주당(121석), 국민의당(38석), 정의당(6석) 등 야 3당의 의석수를 모두 합해도 탄핵 의결 정족수인 200석에 미치지 못한다.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의 합류가 탄핵 가결에 필수적인 이유다. 노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가결했던 16대 국회 역시 ‘1여 3야’의 여소야대 구도였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의 의석수가 47석에 불과해 당시 야 3당은 여당의 도움 없이 탄핵안을 가결시킬 수 있었다.2004년, 가결부터 헌재까지 63일…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관계자는 “탄핵 정국에서는 법사위원장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탄핵안 가결 시 법사위원장이 탄핵소추위원으로 탄핵을 주장하는 검사 역할을 맡아 청와대의 변호인과 치열한 법리 싸움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2004년에는 야당인 한나라당의 김기춘 의원이 법사위원장을 맡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법사위원장이 여당 몫(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이다. 야권 일각에서 “여당 의원이 청와대와 얼마나 잘 싸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친이(친이명박)계 출신인 권 의원은 최근 야당 의원들에게 “탄핵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다고 해도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도 미지수다. 2004년 당시 헌재는 탄핵안 가결 63일 만인 5월 14일 탄핵 기각 결정을 내렸다. 민주당 관계자는 “2004년에는 4월 총선으로 ‘탄핵 역풍’이 입증됐기 때문에 헌재의 부담이 작았을 수 있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헌재의 결정에 따라 조기 대선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2004년보다는 시간이 더 걸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정치권이 다시 한번 ‘탄핵 정국’으로 돌입하고 있다.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에 이은 두 번째다. 올해와 2004년 모두 현직 대통령의 실정법 위반 논란이 탄핵 정국의 단초가 됐다. 이번에는 박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의 피의자로 규정된 것이, 2004년엔 노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이 각각 탄핵 사유였다. 두 대통령은 모두 탄핵을 피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전날 검찰의 발표를 두고 “헌법상·법률상 대통령의 책임 유무를 명확히 가릴 수 있는 합법적 절차에 따라 이 논란이 매듭지어지기를 바란다”라며 탄핵 정국의 불을 지폈다. 2004년 당시 노 대통령도 탄핵안 가결 전날까지도 “탄핵을 모면하기 위해 (선거법 위반을) 사과하라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라고 버텼다. 국회 지형 역시 여소야대로 대통령에게 불리하다는 점도 닮았다. 새누리당이 4·13총선에서 참패해 의석수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이 더 많다.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으로 2004년 국회도 ‘1여 3야’ 구도였다. 야권 관계자는 “2004년 탄핵안이 가결될 수 있었던 데는 여당이 분열된 탓이 컸다”라며 “이번 역시 새누리당 내의 비박(비박근혜) 진영의 규모와 힘에 탄핵 성사가 달려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탄핵안 가결 시 탄핵소추위원으로 탄핵을 주장하는 검사 역할을 해야 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이번에는 여당 몫(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이라는 점이 변수다. 2004년 당시 법사위원장은 야당인 한나라당 김기춘 의원이었다. 또 야당의 탄핵 추진 결정에도 불구하고 실제 탄핵안 가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도 미지수다. 노 대통령 탄핵 당시 야권은 2003년 10월부터 탄핵을 언급했지만, 실제 탄핵안을 발의한 것은 이듬해 3월이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청와대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이른바 ‘의문의 7시간 행적’ 의혹과 관련해 “이날 주로 관저 집무실을 이용했다”고 19일 밝혔다. 청와대가 당일 박 대통령의 위치를 공개한 건 처음이다. 청와대는 일부 의혹에 대해서는 “공작정치”라고 비판하며 날을 세웠다. 청와대는 이날 홈페이지에 마련한 ‘오보 괴담 바로잡기, 이것이 팩트입니다’ 코너에서 10건의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청와대는 “유언비어로 국민이 선동되고 국가 혼란이 가중되지 않도록 상세히 공개한다”며 박 대통령의 세월호 당일 행적을 공개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이날 총 31차례 보고를 받거나 지시했고 이 가운데 5차례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 없는 보고였다. 박 대통령이 어디에 있었는지에 대해선 “청와대에는 관저, 본관, 비서동에 집무실이 있으며 이날은 주로 관저 집무실을 이용했다”며 “대통령은 청와대 어디서든 보고를 받고 지시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출퇴근 개념이 아닌 모든 시간이 근무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이날의 진짜 비극은 오보에 따른 혼돈”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의원에 따르면 감사원 감사 결과 국가안보실은 당일 오전 10시 52분경 해경으로부터 “구조한 인원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지금 배에 있는 것 같다”는 보고를 받고 오전 10시 52분∼오전 11시 30분 “미구조 인원들은 실종 또는 선체 잔류 가능성이 많다”고 보고했다. 청와대가 공개한 대통령 집무 내용에는 이 같은 안보실의 보고 내용이 누락돼 있다. 대통령이 관저에 주로 있었다는 것에 대해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관저 집무실을 이용했다는 건 출근하지 않았다는 뜻”이라며 “그 긴박했던 시간에 (박 대통령은) 출근하지 않고 무엇을 했느냐”고 성토했다. 한편 청와대는 세간의 비판을 받고 있는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대통령이 브라질 방문 중 그 나라 대표 작가의 소설 문구(파울루 코엘류의 ‘연금술사’)를 인용한 내용”이라며 “언론과 야당이 이를 왜곡보도와 공작정치의 수단으로 이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박 대통령의 대포폰 사용 의혹을 제기한 것도 “공작정치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또 박 대통령이 차움의원에서 ‘길라임’이라는 가명을 쓴 것은 “대선을 앞둔 박 후보에게 누가 될까 봐 병원 직원이 ‘길라임’으로 썼고, 박 대통령이 나중에 이 사실을 알고 실명으로 해달라고 요청해 바꿨다”고 밝혔다.장택동 will71@donga.com·한상준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도 삼성에서 8000억 원을 걷었다"고 주장했던 김경재 한국자유총연맹 회장이 해당 발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자 20일 사과했다. 김 회장은 전날 보수 시민단체들이 주최한 박근혜 대통령 하야 반대 집회에서 "임기 말이 되면 (대통령이) 다 돈을 많이 걷었다. 노 전 대통령도 삼성에서 8000억 원을 걷었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6년 2월 에버랜드 전환사채, '삼성 X파일'로 사회적 비난에 직면한 삼성이 대국민 사과와 함께 8000억 원을 사회에 헌납한 사실을 언급한 것이다. 이 돈은 삼성고른기회재단 설립으로 이어졌다. 문 전 대표는 즉각 반발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자유총연맹 같은 관변 단체가 정부 보조를 받으며 지금도 관제 데모를 하고 있으니 이게 나라입니까?"라며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이해찬 의원 측도 "노무현 재단 등 관계 기관·단체들과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강경 기류에 김 회장은 뒤늦게 "적절치 않았다"고 한발 물러섰다. 김 회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미르 재단과 삼성하고 대비한 것"이라면서도 "노 전 대통령이 돈을 걷었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았다. 그 점은 내가 잘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문 전 대표가 조금 기분이 나쁘겠지만 노 전 대통령을 문제 삼으려 했던 건 아니니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최순실 씨를 몰랐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오히려 가장 깊숙이 개입한 인물로 봐야 한다.”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 참여한 한 인사는 18일 이렇게 말했다. 김 전 실장은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뒤 일관되게 “최 씨를 모른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검찰 조사 결과 김 전 실장이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을 최 씨에게 소개했다는 진술이 나오면서 ‘김기춘-최순실 커넥션’ 의혹의 실체가 규명될지 주목된다.○ “김기춘이 소개” vs “정신 이상” 여권 관계자는 “최 씨와 차은택 씨 등이 대통령의 권위를 등에 업고 막무가내로 일을 벌이면 법적이나 행정적으로 문제가 없도록 뒷받침한 게 김 전 실장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 전 실장과 함께 박 대통령의 핵심 자문그룹이었던 ‘7인회’의 한 인사도 사석에서 “우리도 최 씨를 알고는 있는데, 김 전 실장이 최 씨의 존재를 모른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전 차관이 그런 말을 했는지 믿을 수 없고, 했다면 그 사람은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라며 완강히 부인했다. 이어 “(김 전 차관은) 차관이 되기 전에는 일면식도 없던 사람”이라고 했다. 김 전 차관 주변에선 김 전 실장이 검사 재임 시절 재력가였던 김 전 차관의 아버지와 가까웠다는 증언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도 과거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전 차관의 형제가 일식집을 하는데, 김 전 실장이 단골이었고 김 전 차관의 부친과도 오랜 친분이 있다”고 했다. 김 전 차관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지인들에게 “(재임 중) 김 실장이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저도 휴가를 다녀온 뒤 취임 159일 만에 단행한 허태열 초대 비서실장 교체도 미스터리다. 허 전 실장은 ‘윤창중 성추문’과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등 출범 6개월 만에 박근혜 정부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자신의 인사 개입까지 문제가 돼 ‘조기 경질’된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 김 전 실장, 최 씨의 ‘저도 휴가 회동’을 거쳐 장막 뒤에 있던 김 전 실장이 전면에 등장했다는 여권 핵심 인사의 주장도 새로 나왔다. 김 전 실장은 “픽션, 헛소리다. 당시 수술을 받고 후유증 치료할 때이다”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김 전 실장은 박 대통령이 18대 대선 출마를 준비하던 2006년 무렵부터 지근거리에서 박 대통령을 보좌했다. 2007년 대선 경선이 본격화하자 김 전 실장은 법률자문위원장을 맡아 최태민 목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방어 전략을 세우는 등 막후에서 박 대통령을 엄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박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유영하 변호사도 이때부터 김 전 실장과 손발을 맞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박 대통령의 검찰 조사 대응도 김 전 실장이 총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국정 농단의 배후? 2013년 8월 김 전 실장이 전면에 등장한 후 그의 재임 기간(2013년 8월∼2015년 2월)에는 이해하기 힘든 인사가 적지 않았다. 대통령비서실장은 청와대 인사위원장을 겸한다. 김 전 실장이 ‘최순실-차은택 배후’로 지목되는 이유다. ‘문화계 황태자’로 군림한 CF 감독 차은택 씨의 비리 혐의에 깊이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전 차관 임명도 김 전 실장이 인사위원장을 맡고 한 달 뒤 이뤄졌다. 차 씨의 대학 은사인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과 차 씨의 외삼촌인 김상률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의 임명은 각각 2014년 9월과 12월에 단행됐다. 김종덕 전 장관을 임명하기 전인 2014년 7월에는 후임 장관이 정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을 전격 면직 처리해 그 이유를 두고 무수한 뒷말을 낳았다. 최근 언론이 보도한 고 김영한 전 대통령민정수석의 ‘비망록’에는 김 전 실장의 전횡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 나온다. 그의 비망록에는 ‘장(長)’이라는 표기 옆에 “문화예술계의 좌파 책동에 투쟁적으로 대응” 등 김 전 실장의 지시로 보이는 글이 빼곡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제기한 ‘만만회 비선 의혹’과 관련해선 “박지원 항소심 공소 유지 대책 수립” “시민단체 통해 고발”이라고 적혀 있다. 실제 박 위원장은 이후 보수 성향 시민단체에 의해 검찰에 고발됐다.길진균 leon@donga.com·한상준·송찬욱 기자}
야권은 18일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최순실 씨가 밀접한 관계였다는 증언이 알려지자 김 전 실장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그동안 야권은 ‘최순실 게이트’의 배후에 김 전 실장이 있다고 보고 여러 의혹을 제기했으나 김 전 실장과 최 씨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찾지 못했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이 ‘최순실 게이트’에 직접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 이번 파문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김기춘 헌정파괴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인 주승용 의원은 이날 “김 전 실장이 6개월간 수차례에 걸쳐 VIP 대우를 받으며 줄기세포 치료를 했다”며 “최 씨 소유 빌딩에서 수시로 대책회의를 했는데도 김 전 실장은 ‘최 씨를 전혀 모른다’고 발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같은 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김 전 실장을 두고 “사법부까지 이용해 정적을 제거하려는 공작정치의 부두목”이라고 성토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지난달 31일 ‘최순실 게이트’ 관련자들을 고발하며 김 전 실장을 포함시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1차적으로 김 전 실장이 직권을 남용해 문화체육관광부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뿐 아니라 최 씨가 구속된 뒤에도 막후에서 이번 사건 수습을 김 전 실장이 컨트롤하고 있다는 의혹도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역시 18일 성명에서 “김 전 실장이야말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의 몸통”이라며 검찰이 김 전 실장의 신병을 확보하고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야 3당이 나란히 김 전 실장을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하고 나선 것이다. 검찰 조사와 별도로 김 전 실장에 대한 특검 수사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최순실 특검법’에는 김 전 실장의 국정 농단 의혹을 수사 대상에 포함할 수 있도록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특검법 15항은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사건을 별도로 추가 수사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김 전 실장의 국정 농단 의혹도 자연스럽게 특검의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고 당일 박근혜 대통령이 오후 5시 15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한 이후 박 대통령에게 추가 보고가 없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는 논란이 되고 있는 박 대통령의 사고 당일 7시간의 행적과는 다른 의혹이다. 13일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의원실이 공개한 청와대의 ‘4·16 세월호 사고 당일 시간대별 대통령 조치사항’에 따르면 박 대통령에 대한 보고 및 조치는 중대본 현장 방문이 마지막으로 돼 있다. 이 자료는 최근 세월호 사고 당일 대통령 보고기록 정보공개 청구소송에 따라 청와대가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중대본 방문 이후 비서실의 추가 보고가 없다. 하지만 사고 당일 대통령의 일정에 대해 청와대가 2014년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제출한 자료는 이와 달라 새로운 의혹을 낳고 있다. 이 자료에는 박 대통령은 중대본 방문 이후 오후 10시 9분까지 비서실로부터 3차례 추가 서면 보고를 받은 것으로 돼 있다. 이 문제는 최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논란이 됐다. 3일 예결위에서 “자료에 의하면 대통령이 오후 5시 15분에 ‘칼퇴근’을 하신 것”이라는 이 의원의 주장에 정진철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은 “(사고 당일) 7시간의 행적을 법원에 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직접 제출한 자료의 제목이 7시간이 아닌 ‘당일 시간대별 조치사항’이다”라는 이 의원의 반박에 청와대는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이에 대해 야당 관계자는 “중대본 방문 전후로 박 대통령이 실제로 관저에 있었는지 청와대가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8일 국회에 총리 추천을 요청하자 야권의 공식 수용 여부를 떠나 진영별로 차기 총리 후보자를 놓고 탐색전이 시작됐다. 그러나 여야는 물론이고 각 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면서 총리 추천 과정이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한 상황에서 총리 추천에 여당이 강한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워 거야(巨野)가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교통정리가 쉽게 될지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와 친문(친문재인) 진영은 일단 “총리 논의를 할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 친문 진영 의원은 “권한도 명확하지 않은데 정치권에서 먼저 총리 후보군을 거론한다면 청와대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이라며 “(친문 진영) 내부적으로도 총리 후보군 검토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비문(비문재인) 진영에서는 “총리 추천을 하지 않고 버티긴 힘들 것”이라며 김종인 전 대표를 추천하려는 기류가 강하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김병준 총리 후보자 지명 전 김 전 대표를 총리 후보군으로 추천한 바 있어 여당의 동의도 확보한 셈이다. 반면 친문 진영은 김 전 대표에 대해 부정적이다. 문재인 전 대표와 김 전 대표의 관계가 껄끄러운 데다 대표적 개헌론자인 김 전 대표가 총리가 되면 독자적으로 개헌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국민의당 역시 복잡하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던진 함정에 빠진 것”이라며 총리 추천 논의에 발을 담그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대권 생각이 없는, 국회와의 오랜 경험이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며 후보 자격을 거론했다. 또 일부 의원은 “여야 합의된 거국내각이면 총리직을 거부할 수 있겠느냐”고 밝힌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심중에 두고 있다. 국민의당은 손 전 대표가 총리가 되면 ‘제3지대론’이 힘을 얻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지만 민주당 지지를 얻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변수다. 이처럼 각 당은 물론이고 야권 전체 의견 수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의당을 포함한 야 3당 대표는 9일 만나 총리 추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민주당에서는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등도 거명되고 있다. 또 여야 안팎에선 대통령권한대행 경험이 있는 고건 전 총리를 꼽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고 전 총리는 손사래를 치고 있다. 가장 큰 현안이 경제 문제라는 점에서 윤증현 전 경제부총리, 한덕수 전 총리, 호남 출신인 김황식 전 총리도 거론된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은 7일 국회에 머물며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영수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한 비서실장과의 만남 자체를 거부했고 국민의당 역시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지명 철회 없이 영수회담은 이뤄질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새누리당 당사에서 이정현 대표를 만나 “여야의 영수들, 대표들이 한자리에서 회담할 수 있는, (그 자리에) 대통령께서 국회에 오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어려운 때에 여야가 대화하는 장을 만들어 주십사 부탁드린다”며 “내일이나 모레”라고 구체적인 회담 시점까지 제시했다. 한 비서실장은 김 후보자에 대해서도 “총리 인준 문제도 영수회담에서 논의할 수 있는 것”이라며 “(총리 지명) 절차가 문제가 있다고 인정 안 하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 비서실장은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내일이라도 영수회담이 가능하다. 김 후보자 임명 관련 인준 절차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음 달 2일까지 비대위원장직 유임이 결정된 박 위원장은 “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거나 자진 사퇴가 이뤄지지 않는 한 영수회담 논의에 나갈 수 없다”며 “또 대통령께서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영수회담에 나오셔야 한다”고 맞섰다. 한 비서실장은 이날 정의당 심상정 대표, 정세균 국회의장도 연달아 만났다. 그러나 민주당은 아예 한 비서실장과의 회동을 거부했다.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지금 상황에서는 추 대표가 만날 이유가 없다”며 “한 비서실장이 문전박대 모습을 연출하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 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도 선결적으로 가닥을 잡아야 만날 수 있다”며 “만남을 위한 만남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 지명 철회 여부가 영수회담의 최대 쟁점이 된 셈이다. 야3당 대표는 9일 회동을 하고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야권 공조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다만 민주당은 이르면 8일이라도 박 대통령이 야당을 설득하기 위해 국회를 찾을 수 있다고 보고 대응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대통령이 직접 국회까지 왔는데 면담을 거부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면서도 “국회에서 추천하는 새 총리 후보자를 임명할 것을 강하게 요구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한 비서실장은 박 대통령의 건강 상태에 대해 “대통령의 건강은 사실 좋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고, 상당히 침울한 상태”라고 밝혔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최순실 씨(60)의 친언니 최순득 씨(64)가 박근혜 대통령과 성심여고 동창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당초 박 대통령과 순득 씨는 나란히 서울 성심여고 8회 졸업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성심여고는 31일 “해당 졸업생 명단을 확인한 결과 ‘최순득’이라는 이름은 없었다”고 밝혔다. 학교 관계자는 “우리 학교 졸업생이 아니다”며 “(박 대통령과) 학교 동문이 아니다”고 전했다. 순득 씨는 순실 씨가 형제자매 중 가장 가깝게 의지하는 혈육으로 알려졌다. 순실 씨뿐만 아니라 순득 씨도 박 대통령과 가깝다는 것이 주변 인사들의 증언이다. 2006년 박 대통령이 커터칼 피습을 당했을 때도 순득 씨의 서울 강남구 도곡동 집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 순득 씨는 자신의 운전기사를 통해 음식을 박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에 전달하기도 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정부경 채널A 기자}

청와대 내부의 이른바 ‘최순실 라인’이 속속 밝혀지자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안팎과 정치권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최순실 라인이 청와대에 적어도 10여 명에 이를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최순실 라인의 주요 인물은 김한수 뉴미디어비서관실 행정관, 윤전추 제2부속실 행정관, 이영선 전 제2부속실 행정관 등이다. 김 행정관은 최 씨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태블릿PC의 소유주인 문구회사 ‘마레이컴퍼니’의 대표를 지냈다. 윤 행정관은 최 씨의 단골 헬스클럽 트레이너 출신이다. 이 전 행정관은 해외 순방을 앞둔 박근혜 대통령의 옷을 고르던 최 씨에게 휴대전화를 건네는 영상이 공개됐다. 당시 이 전 행정관은 입고 있던 셔츠에 휴대전화를 닦아 건넸다. 여권 관계자는 30일 “이 전 행정관은 박 대통령의 후보 시절부터 수행과 경호를 담당했지만 청와대 입성 후엔 최 씨의 가장 지근거리에 있었던 인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최 씨가 정윤회 씨에 앞서 결혼한 전남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김모 씨가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 씨는 2014년까지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청와대 내 기독교 신자들의 모임인 ‘청와대 신우회’ 명단에도 이름이 올라 있다. 청와대는 김 씨의 근무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최 씨와 관련됐다는 의혹에 해명하지 않고 있다. 또 대통령민정수석실의 A, B, C 행정관도 ‘최순실 라인’으로 언급되고 있다. A 행정관은 과거 사정당국 근무 중 내부 정보로 주식에 투자해 거액을 챙겼다는 의혹으로 감찰을 받다가 퇴직했다. 정권 출범 직후 청와대에 입성한 그는 지난해 민정으로 자리를 옮겨 감찰과 인사 검증을 맡았다. B 행정관도 공식 라인이 아닌 외부의 의견을 듣고 인사에 반영하는 일이 잦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누군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청와대에 들어왔느냐”는 질문이 따라다녔다는 점이다. 청와대 출신의 한 여권 인사는 “김 행정관은 나이에 비해 높은 직급(3급)을 받아 ‘대체 어디 출신이냐’는 말이 있었다”며 “여기에 출신을 알 수 없는 몇몇이 (청와대에) 더 있었다”고 전했다. C 행정관도 학원 강사가 경력의 전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4년 동안 사실상 최 씨 보좌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제2부속실 인선도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었다고 한다. 대통령비서관을 지낸 한 인사는 “비서실장조차도 제2부속실 인선에 관여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순실 라인으로 지목된 인사들을 보면 행정관급에 몰려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최 씨가 수석이나 비서관 대신 대외적으로 거의 드러나지 않는 행정관 자리에 자기 사람을 집중적으로 배치해 눈과 귀로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여권 출신의 한 관계자는 “외부 노출 없이 실무를 담당하는 행정관들을 통해 최 씨가 여러 전횡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측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정지영 기자}
“이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는 것을 국민이 믿겠느냐.” ‘최순실 게이트’ 파문에 박근혜 정권 탄생을 이끈 주역 중 하나인 ‘7인회’ 멤버들도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7인회는 강창희 전 국회의장,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용갑 전 의원, 안병훈 기파랑 대표, 김용환 전 재무부 장관,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현경대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가나다순)으로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핵심 자문그룹 역할을 했다. 7인회 멤버였던 A 씨는 2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배신감까지 든다”며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사람이 없다 보니 일이 이 지경까지 된 것 같다”고 탄식했다. 그는 “(2012년 대선 때) 지지했던 모든 사람이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가면 잘할 거라 기대했는데, 결과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수습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7인회 인사 B 씨는 “(상황을 타개할) 무슨 묘안이 있겠느냐”며 “국민이 잘못한다고 생각하니 지지율이 내려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계에서 물러난 C 씨는 “(현 상황에 대해) 어떤 이야기도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김기춘 전 실장도 최 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수정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일”이라고 말했다. 복수의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7인회 인사들은 대선 이후 박 대통령과 별다른 접촉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권 인사는 “박 대통령과 7인회는 식사하는 자리도 없었고, 전화 연락조차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때 7인회 인사들은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 빨리 조치해야 한다”고 강하게 경고했지만 청와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 씨의 비선 역할에 대해 7인회 인사들은 “전혀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A 씨는 “대선 때는 오히려 최 씨의 전 남편인 정윤회 씨에 대한 이야기는 있었지만 최 씨 이야기는 없었다”며 “(선거 개입 의혹 등은) 전혀 알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역대 대통령 중 임기 중 개헌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건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이 펴낸 책 ‘기록’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2005년 6월 당시 이호철 상황실장에게 “적당한 시기에 개헌안을 제안하려 한다”며 실무 준비를 지시했다. 2005년 7월 노 전 대통령이 제안했던 ‘대연정’이 무산되면서 움직임은 더 빨라졌다. 2007년 1월 노 전 대통령은 대국민 특별담화를 통해 “4년 연임제 개헌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 책에 따르면 당시 노 전 대통령은 개헌을 위해 자신의 임기 단축까지 검토했다. 그러나 대선을 채 1년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청와대발 개헌론에 당시 야권은 강하게 반발했다. 여당도 힘을 보태지 못했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재·보궐선거 참패와 노 전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등으로 궁지에 몰렸다. 2007년 2월 23명이 집단 탈당하며 열린우리당은 와해됐다. 여당의 지원을 받지 못한 개헌 논의는 성사되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임기 3년 차인 2009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지역 감정 해소 등을 위해 선거제도 및 행정구역 개편을 제안했다. 이후 청와대는 “선거제도 개편을 위해 개헌 논의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특히 당시 친이(친이명박)계 좌장인 이재오 전 의원이 특임장관을 맡으면서 ‘분권형 개헌’을 강하게 밀어붙였지만 동력을 얻지 못했다. 여권의 ‘미래 권력’인 친박(친박근혜)계가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두 정권에서 개헌이 실패로 돌아간 과정을 보면 청와대는 개헌을 희망했지만 여당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이 꺼낸 개헌의 경우 새누리당 내 친박-비박(비박근헤) 진영이 대부분 찬성한다는 점에선 다른 양상을 보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개헌 카드’를 제시하면서 개헌을 위한 실무 조직이 어떤 형태로 꾸려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대통령이 밝힌 ‘정부 내에 헌법 개정을 위한 조직’과 관련해 김재원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대통령께 보고된 기본 안은 있다”며 “세부적인 안은 곧바로 확정해 짧은 시일 내에 추진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국무조정실, 법무부, 법제처 등 관련 부처와 헌법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범정부 차원의 위원회 또는 기구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무 조직은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원포인트 개헌’ 추진 의사를 밝힌 뒤 구성한 ‘헌법 개정 추진지원단’의 사례를 준용할 가능성이 높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국무조정실장을 단장으로 법무부·행정자치부·법제처 차관, 국정홍보처장 등 관계 부처 차관급 인사와 국무총리 정무수석비서관이 참여하는 추진단을 꾸렸다. 정부 차원의 실무 조직과 별도로 국회 내 개헌특별위원회 구성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도 이날 “국회도 헌법개정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국민 여론을 수렴하고 개헌의 범위와 내용을 논의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이날 “국회 개헌 특위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박 대통령이 주도하는 개헌에 반발하며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국회 개헌 특위가 구성되면 과거 18대, 19대 국회에서 논의됐던 개헌 관련 내용들이 있어 개헌 작업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국회 관계자는 “개헌 특위가 구성되면 구체적인 개헌안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위원장을 어느 당이 맡을지, 여야 위원 수는 어떻게 정할지 등이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그(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는 안보실장이 주재한 회의를 마치 제가 주재해 결론을 내린 것처럼 기술하는 ‘중대한 기억의 착오’를 범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23일 ‘송민순 회고록 파문’과 관련해 페이스북에 이 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다. 송 전 장관의 일부 증언이 착오라고 반박하며 논란 종결을 시도하고 나선 것이다. 새누리당은 “핵심은 당시 기권 결정을 북한에 물어보고 했는지 여부”라며 문 전 대표가 이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文 “국면 호도 위해 어설픈 색깔론” 당초 이번 파문과 관련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던 문 전 대표는 이날 “다수의 기억과 자료에 의해 사실관계가 자연스럽게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7년 11월 16일 회의에서 기권 결론이 났다는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등의 증언과 당시 회의 메모가 있다는 김경수 의원의 주장을 근거로 “나머지 사실 관계는 회의 참석자들이 메모 등을 근거로 밝힌 그대로”라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는 ‘이구동성으로 왜 이미 결정된 사항을 자꾸 문제 삼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는 회고록 내용을 거론하며 “송 전 장관이 주장하는 시기(11월 20일) 이전에 이미 기권은 결정됐었다는 뜻”이라며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당시 비서실장이던 문 전 대표가 안보정책회의를 주재했다는 송 전 장관의 증언을 반박하며 “다른 착오도 여러 곳에서 드러난다. 진실은 명명백백히 가려졌다”고 주장했다. 회고록에 일부 착오가 있기 때문에 ‘북한에 사전에 물어봤다’는 송 전 장관의 증언도 사실이 아니라는 논리다. 문 전 대표는 이어 ‘최순실 게이트’를 언급하며 “여당은 이 국면을 호도하기 위해 어설픈 색깔론을 되뇌고 있다”며 “새누리당의 사악한 종북 공세에 끝까지 맞설 것”이라고 했다. “새누리당이 뒷감당할 자신이 있다면 끝까지 계속해도 좋다. 이번에는 반드시 끝장을 보겠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핵심 쟁점인 북한과의 연락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결정 전 문의’인지 ‘결정 후 통보’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문 전 대표는 2011년 발간한 자서전 ‘운명’에서 “안보문제는 청와대 안에서도 의견차가 커 중재해야 하는 일도 많았다”며 “비서실장이 되고 나선 안보정책조정회의 멤버로도 비슷한 역할을 했다”고 썼다. 또 “통일부 장관과 외교부 장관이 토론 끝에 얼굴을 붉히는 일도 있었다. 청와대가 중재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송 전 장관의 기억 착오를 지적한 문 전 대표의 페이스북 글과 배치되는 내용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정현 “송민순이 소설가냐”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우리가 사주해서 (송 전 장관에게) 회고록을 쓰게 한 것도, 출간 시점을 조율한 것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집권하겠다는 정당과 후보가 북한 인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문제”라며 “어떻게 국민 몰래, 방법도 모르게 북한의 의견을 구할 수 있느냐”고 성토했다. 송 전 장관의 증언이 거짓이라는 문 전 대표의 주장을 두고도 “송 전 장관이 소설가라 해도 이런 식으로 지어내겠느냐”며 “정확히 밝혀질 때까지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핵심은 ‘기권을 북한에 물어보고 결정했는가 여부’”라며 문 전 대표를 압박했다. 추가 의혹 제기도 이어졌다. 새누리당 정유섭 의원은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외교전문을 근거로 “2007년 11월 16일(미국 시간 기준·한국 시간 17일) 알렉산더 버시바우 당시 주한 미국대사는 대외비 외교전문에 한국이 결의안 처리에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기권이나 불참이 아니라 찬성, 반대와 같은 구체적인 행동을 취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국민의당도 재차 문 전 대표를 겨냥했다. 김영환 사무총장은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파문은) 유력 대선후보인 문 전 대표와 관련된 문제이고, 종북 문제와는 다르다”며 “정치인의 말이 수시로 바뀌고 무책임한 회피나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강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