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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강호 우루과이가 반세기 가까이 이어온 월드컵 본선 첫 경기 ‘무승 징크스’를 기어이 깨뜨렸다. 월드컵 원년 우승팀 우루과이(FIFA 랭킹 14위)는 15일 예카테린부르크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A조 상대 이집트(45위)를 1-0으로 힘겹게 꺾었다. 이로써 우루과이는 1970년 멕시코 월드컵 이후 48년 만에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우루과이는 1970년 이후 월드컵 첫 경기에서 3무 3패를 기록 중이었다. 우루과이가 승점 3점을 얻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우루과이는 이집트의 두꺼운 수비벽을 좀처럼 뚫지 못한 데다 간판스타 루이스 수아레스가 세 차례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날려 고전했다. 하지만 무승부가 유력해 보이던 후반 44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나온 호세 히메네스의 극적인 헤딩 결승골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날 관심을 모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32득점)인 이집트의 ‘파라오’ 무함마드 살라흐는 지난달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당한 어깨 탈골 부상 후유증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개최국 러시아는 화려한 골 잔치로 월드컵 개막을 알렸다. 15일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개막전에서 개최국 러시아는 화려한 공격력을 바탕으로 사우디를 5-0으로 완파하고 조별리그 A조에서 첫 승을 신고했다. 러시아와 사우디는 이번 월드컵에 출전한 32개국 가운데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각각 70위, 67위로 가장 낮다. 월드컵 본선 조 추첨 결과 두 팀이 개막전 맞상대로 결정되자 외신에서는 “가장 지루한 첫 경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하지만 러시아는 각종 진기록을 쏟아내며 월드컵 열기에 불을 댕겼다. 이날 승리로 러시아는 월드컵 개최국의 개막전 무패를 이어갔다. 이번 대회 러시아까지 역대 월드컵 개최국은 개막전 10경기에서 7승 3무로 패배를 몰랐다. 전반 22분 교체 투입된 러시아 데니스 체리셰프는 전반 43분 쐐기골을 터뜨려 교체 선수로는 역대 개막전 사상 처음으로 득점을 올린 선수가 됐다. 세 번째 득점을 올린 아르툠 주바도 후반 26분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은 지 89초 만에 헤딩 골을 터뜨렸다. 월드컵 사상 두 번째로 빠른 교체 득점 기록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과 나란히 앉아 개막전을 지켜봤다. 푸틴 대통령은 예의를 차리기 위해 반응을 자제하면서도 골이 터질 때마다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 중인 스타니슬라프 체르체소프 러시아 대표팀 감독에게 축하 전화를 걸어 체르체소프 감독이 기자회견장을 급히 빠져나가기도 했다. 이날 8만 석 규모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는 7만8011명의 관중이 들어찼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2018년 러시아 월드컵 개막과 함께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주역인 이영표(사진), 박지성, 안정환의 시청률 경쟁도 막을 올렸다. 일단 먼저 웃은 쪽은 이영표였다. 시청률 전문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15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러시아 월드컵 개막전 생중계 시청률 조사 결과 ‘영광 콤비’(이영표-이광용)를 앞세운 KBS가 3.3%의 시청률로 1위에 올랐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이후 두 번째 월드컵 해설에 나선 이영표는 해박한 축구 지식과 날카로운 분석을 바탕으로 한 ‘강의형 해설’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이 경기에 배정된 주심의 성향과 옐로카드 발부 횟수까지 언급할 만큼 현미경 해설을 펼쳤다. 사우디 리그(알 힐랄FC)에서 뛰었던 이영표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사우디 축구의 특징을 분석하기도 했다. 여기에 부상으로 월드컵 출전이 무산된 이근호가 선수들의 시각을 자연스럽게 풀어내 양념을 더했다. ‘입담꾼’ 안정환과 김정근 캐스터를 앞세운 MBC가 2.9%로 2위를 차지했다. 안정환은 특유의 ‘옆집 아저씨’ 같은 친근한 해설로 시청자들의 귀를 즐겁게 했다. 전반 40분 데니스 체리셰프가 수비수 앞에서 방향을 접는(전환하는) 개인기를 선보이자 “저러다 종이도 접겠다”며 “저도 선수 시절 하도 접어서 종이학도 접겠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입담을 과시했다. 박지성의 해설가 데뷔로 화제를 모은 SBS는 2.7%를 기록해 해설 선배 이영표, 안정환에게 다소 뒤졌다. 중계를 지켜본 시청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첫 해설치곤 나쁘지 않았다”는 호평도 있었지만 “말수가 적고 높은 톤의 목소리가 듣기 거북했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나왔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오타니 쇼헤이(24·LA 에인절스·사진)의 팔꿈치 부상이 심상치 않다. 투수로서 치명적인 부위인 만큼 그의 ‘이도류(二刀流·투타 겸업)’ 행보에도 적신호가 들어왔다. 7일 캔자스시티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던 오타니는 오른손 중지의 물집을 이유로 4이닝 만에 조기 강판됐다. 그리고 이틀 뒤 오른쪽 팔꿈치에 이상을 호소해 ‘내측 측부인대 2단계 손상’ 진단을 받았다. MLB.com은 12일 “오타니가 그라운드에 복귀하더라도 투타 겸업이 아닌 타자로만 출전할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오타니는 투타 양면에서 뛰어난 성적을 보였다.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투수로는 9경기에 등판해 4승 1패, 평균자책점 3.10을 기록하고 있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62km에 달했다. 타자로는 타율 0.289, OPS 0.907, 6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메이저리그 유일의 투타 겸업 선수인 그의 부상 회복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팔꿈치 인대 접합술(토미 존 수술)은 마지막 선택지다. 수술을 받고 나면 재활을 위해 14개월 전후의 공백이 강제된다. ESPN은 12일 “에인절스가 오타니의 부상을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수술을 받을 경우 2019시즌까지 결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에인절스 측은 “우리 구단 주치의나 의료진 중 어느 누구도 토미 존 수술을 권하거나,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며 즉각 반박했다. 현재 오타니는 자가혈소판(PRP) 주사 치료를 받은 뒤 재활을 하고 있다. 이 치료에서 효과를 보면 토미 존 수술을 받지 않아도 된다. 2014년 7월 같은 부상을 당한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는 10주간 자가혈소판 치료로 재활한 뒤 2017년까지 큰 부상 없이 메이저리그 생활을 이어갔다. 이 치료로 오타니가 완전히 회복될 가능성은 반반이다. ESPN에 따르면 2008년 이후 해당 치료를 받은 선수 33명 중 16명(48.5%)은 결국 토미 존 수술을 받았다. 3주 뒤로 예정된 재검사 결과에 따라 오타니의 운명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복싱 잘하면 내 새끼지. 한국이든 베트남이든.” ‘4전5기 신화’의 홍수환 한국권투위원회 회장(68)이 베트남에서 복싱 지도에 나선다. 12일 베트남행 비행기에 오르는 홍 회장은 출국을 하루 앞두고 선수 양성 계획을 전하며 눈을 반짝였다. 홍 회장은 개인 자격으로 베트남 현지에 복싱 체육관을 마련한 뒤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며 선수들을 지도할 계획이다. 홍 회장은 베트남을 택한 이유로 ‘헝그리 정신’을 꼽았다. 두 달 넘게 베트남 각지의 체육관을 돌아본 그는 선수들의 눈빛에서 지금껏 보지 못했던 투지를 발견했다고 한다. 그는 “베트남 선수들은 연습경기에서도 홀딩(상대의 팔을 껴안고 제압하는 것)을 안 한다. 맞다보면 지쳐서 매달리고 싶게 마련이다. 그런데 쉽게 안 지치더라. 그건 가르쳐서 되는 게 아니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두 달 가까이 선수들을 만나 대화하며 홍 회장은 자신의 어려웠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부친이 고혈압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뒤 가세가 기울면서 그는 ‘집안을 일으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링에 나섰다고 했다. “어머니가 미군 식당에서 일했다. 그때는 ‘내가 이기면 우리 엄마가 쟁반 안 날라도 된다’는 마음으로 뛰었다. 베트남 선수들에게서도 그런 의지가 보였다.” 복싱 팬이었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그의 베트남 진출을 제안했다. 태광실업은 베트남에서 비료·물류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홍 회장은 박 회장으로부터 복싱 체육관 건립 및 선수 발굴 등과 관련한 후원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홍 회장이 꼽은 첫 번째 목표는 ‘스타 선수 배출’이다. 8체급을 석권하며 세계적인 복싱스타가 된 매니 파키아오가 고국 필리핀에 복싱 열풍을 일으킨 것을 예로 들었다. 복싱 슈퍼스타가 나오면 베트남에도 복싱 붐이 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홍 회장은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 대표팀을 이끈 뒤로 베트남인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 아주 좋아졌다”며 “복싱은 이미 아시아인이 여럿 챔피언에 올랐던 스포츠다. 베트남에 ‘복싱 붐’을 일으켜 양국 관계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밀워키의 최지만(27·사진)이 탬파베이에 새 둥지를 튼다. 밀워키는 11일 최지만을 탬파베이 레이스로 보내고 내야수 브래드 밀러와 현금을 받는 일대일 트레이드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최지만은 10일 필라델피아와의 방문경기에서 6회 2사 만루에 대타로 등장해 메이저리그 첫 만루홈런을 터뜨리며 12-3 승리를 이끌었다. 그러나 최지만은 하루 만에 트리플A 콜로라도스프링스로 강등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트레이드 됐다. 팀은 이미 그를 떠나보낼 심산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번 트레이드는 최지만에게 기회다. 밀워키에선 에릭 테임즈와 헤수스 아길라르가 주전 1루수로 자리 잡고 좌익수 라이언 브론도 1루 수비가 가능해 최지만의 입지가 좁았다. 탬파베이에서는 C J 크론(28), 제이크 바우어(22) 등이 1루수로 버티고 있다. 이들은 젊은 선수 위주로 리빌딩을 진행하는 탬파베이의 핵심 전력이다. 구단이 여러 가능성을 보고 젊은 선수들을 키우고 있기 때문에 최지만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다면 주전을 꿰찰 수 있다. 특히 탬파베이가 지명타자를 사용하는 아메리칸리그에 속한 만큼 최지만은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얻을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탬파베이는 수년 전부터 최지만에게 꾸준히 관심을 보여 왔다. 지난겨울에는 ‘40인 로스터 등록’을 영입 조건으로 내걸기도 했다. 최지만이 6번째 메이저리그 팀에서 어떤 활약을 보일지 관심거리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노르웨이 출신 욘 안데르센(55) 전 북한 축구대표팀 감독이 프로축구 인천 사령탑에 올랐다. 안데르센 감독은 2016년 5월부터 2년 가까이 북한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안데르센 감독은 이기형 전 감독이 5월 물러난 이후 공석이던 자리를 채우게 됐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159km의 강속구를, 그것도 밀어서 홈런으로 만들 수 있는 타자는 과연 몇이나 될까. 풍전등화의 상황에 놓였던 밀워키 한국인 타자 최지만(27)이 인상적인 만루홈런을 때려냈다. 이 한 방으로 메이저리그 생활을 연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지만은 10일 필라델피아와의 방문경기에서 2-3으로 끌려가던 6회 2사 만루에서 출전 기회를 잡았다. 크레이그 카운셀 밀워키 감독이 투수 브렌트 수터 대신 최지만을 대타로 내세웠다. 초구와 2구는 모두 스트라이크. 최지만은 이후 3개의 볼을 잘 골라내 풀 카운트를 만들었다. 운명의 6구는 왼손 타자 최지만의 바깥쪽 깊은 곳을 찔렀다. 구속은 159km나 됐다. 멀어 보일 만도 했지만 최지만은 기다렸다는 듯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배트에 맞은 공은 왼쪽 담장을 살짝 넘어갔다. 비거리는 106m. 최지만의 홈런을 시작으로 타선이 폭발한 밀워키는 12-3으로 역전승을 거둬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1위(39승 25패) 자리를 굳게 지켰다. 최지만의 생애 첫 만루홈런은 결승타가 됐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최지만의 홈런이 밀워키의 선두 자리를 지켰다”고 평했다. 경기 후 최지만은 “만루홈런을 때리려면 주자들이 있어야 한다. 나보다는 팀이 한 일이다. 기회가 내게 왔을 뿐이다”라며 웃었다. 올 시즌 최지만의 거취는 늘 기로에 서 있었다. 팀의 주전 1루수 에릭 테임즈와 헤수스 아길라르, 라이언 브론의 틈바구니에서 좀처럼 자리를 얻기 힘들었다. 테임즈가 왼손 엄지 부상으로 이탈하고 브론이 허리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르면서 지난달 19일 메이저리그로 올라왔으나 엿새 만에 마이너리그로 돌아갔다. 2일 다시 메이저리그로 재승격한 뒤 출전한 5경기에서도 14타수 2안타(0.143)의 빈타에 시달렸다. 마이너리그행 통보가 유력해 보였지만 하루 전 대타로 나서 중전 안타를 친 데 이어 이날 만루홈런으로 코칭스태프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카운셀 감독은 “한마디로 환상적인 타석이었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그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테임즈의 복귀가 머지않았다. 카운셀 감독은 하루 전 “필라델피아와의 원정 3연전이 끝나면 테임즈도 빅리그에 복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지만은 15일 옵트아웃(계약기간 중 연봉을 포기하고 FA를 선언할 수 있는 권리) 결정 여부도 앞두고 있다. 선수가 옵트아웃을 실행하면 구단은 72시간 내에 그를 25인 로스터 안에 포함시키거나 그를 방출해야 한다. 남은 기간까지 그에게는 매 타석이 서바이벌 게임과 마찬가지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과연 ‘홈런 공장’다운 승리였다. SK는 5일 문학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6타점을 모두 홈런으로 기록하며 6-2로 승리했다. 홈런포는 1회부터 가동됐다. 한동민이 상대 선발 보니야의 3구째를 받아쳐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선제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1사 이후 들어선 로맥은 보니야와 풀카운트 승부 끝에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대형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분위기를 탄 SK는 6회 김동엽의 솔로포에 7회 최정의 2점 홈런까지 더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각각 시즌 21호, 20호 홈런을 기록한 최정과 로맥은 나란히 이 부문 선두 경쟁을 이어갔다. 6-0으로 앞서가던 8회 선발 문승원이 박해민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며 위기를 맞았으나 구원에 나선 서진용이 김상수를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승리를 지켰다. 7회까지 사사구 없이 단 1개의 안타만 허용한 문승원은 7과 3분의 2이닝 2실점 호투를 펼쳐 시즌 3승째를 거뒀다. 한편 넥센은 화끈한 타격전으로 선두 두산을 13-6으로 꺾고 4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이날 2홈런 포함 17안타를 몰아 친 넥센 타선은 올 시즌 무패를 기록하던 두산 선발 이용찬으로부터 7점(6자책점)을 뽑아내며 시즌 첫 패배를 안겼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새옹지마(塞翁之馬).’ KIA 안치홍(28)에게 아시아경기는 이 네 글자로 요약할 수 있다. 8월 열리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최종 엔트리 발표(11일)를 앞두고 안치홍은 단연 주전 2루수로 손꼽히고 있다.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경험 부족을 이유로 최종 선수 명단에서 빠졌던 그는 지난 4년 동안 한층 성숙해진 기량으로 태극마크를 눈앞에 두고 있다. 4년 전 아시아경기 대표팀에서 탈락한 안치홍은 병역 혜택 기회를 놓쳤지만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 시즌 종료 이후 2014년 12월 경찰야구단에 입단해 2016년 9월 제대했다. 안치홍은 “팬들은 아쉬워하셨지만 군 문제부터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 (군복무가) 플러스 요인이 정말 많았다”며 웃었다. 그때는 아쉬움을 남겼던 조기 입대가 지금 보면 ‘신의 한 수’가 됐다. 2014년 안치홍의 시즌 성적은 타율 0.339, 18홈런 88타점. 올해 안치홍은 4일 현재 타율 0.399, 10홈런 45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페이스라면 이번 시즌 25홈런, 114타점도 가능하다. 특히 득점권 타율 성장이 두드러진다. 2014년엔 0.338로 주자가 없을 때(0.333)와 비슷했는데 올해는 0.449로 주자가 없을 때(0.400)보다 훨씬 높다. ‘안타 잘 치는 타자’에서 ‘해결사’로 발돋움한 셈이다. “똑같이 주자가 2루에 있어도 1군에서는 “무조건 불러들인다”란 부담이 컸다면 경찰야구단에서는 ‘어떻게 쳐야 불러들일 수 있을까?’를 고민할 여유가 있었죠.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했던 고민들이 큰 자산이 된 것 같아요.” 경찰야구단 시절 터득한 인내심도 그에게는 큰 도움이 됐다. 자신의 플레이에 만족하지 못하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당시 유행하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로 의심될 만큼 심한 편도염으로 열이 38.5도까지 치솟은 다음 날에도 안치홍은 경기장에서 배트를 휘둘렀다. 경찰야구단 김수길 코치는 안치홍을 두고 “아주 독종이다. 2군이니 쉬엄쉬엄 할 법도 한데 자기 플레이가 마음에 안 들면 추가 훈련을 했다. 밤새 배팅 연습하고 펑고(수비 연습을 위해 배트로 공을 쳐주는 것) 쳐달라고 하고…. 지금 잘하는 이유가 있다”고 칭찬했다. 안치홍은 부상에 따른 휴식이 좀처럼 없다. 웬만한 고통은 참고 뛴다. 2010시즌 초반 도루를 하다 왼쪽 어깨가 찢어졌는데도 아픈 어깨를 쥐고 전 경기에 출전한 뒤 시즌이 끝난 9월 말에야 수술을 받았다. 2014년 병역판정검사에서는 4급이 나올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경찰야구단 입단을 위해 재검까지 받았다. 안치홍은 “내 자리에 누군가 있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주치의와 상의해 플레이에 지장이 없겠다고 판단하면 웬만한 통증은 참고 뛴다”고 말했다. 4일까지 46경기에 출전해 45타점을 기록한 안치홍은 올 시즌 100타점을 가뿐히 돌파할 기세다. ‘2루수 100타점’은 2015년 삼성의 야마이코 나바로(31) 이후 두 번째로 국내 2루수 중에선 아직 나오지 않은 진기록이다. 대표팀 탈락을 도약의 기회로 바꾼 그는 아시아경기에서도 자신의 진가를 마음껏 보이겠다는 각오다. 광주=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광주일고 성영재 감독(47·사진)은 31일 황금사자기 우승을 확정 지은 뒤 눈시울을 붉혔다. 스스로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얻어낸 선수들이 자랑스러웠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제물포고와의 16강전을 앞두고 이번 대회 목표를 묻는 질문에 성 감독은 “8강 진출이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하지만 광주일고는 이번 대회에서 덕수고, 경남고 등 강호들을 차례로 꺾고 정상에 섰다. 대구고와의 결승을 앞두고 성 감독은 “경기를 치를수록 우리 선수들의 실력이 느는 게 눈에 보였다”고 말했다. 성 감독의 기대대로 광주일고 선수들은 결승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갖고 있는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상대 선발 이승민의 변화구를 적극적으로 노리라는 성 감독의 주문을 받아들여 1회에만 5안타를 몰아쳤다. 성 감독은 “늘 선수들에게 우리보다 강한 팀도, 약한 팀도 없다고 말한다. 오늘도 기죽지 말고 제 실력을 발휘하되 늘 배우는 자세로 나서자고 했다”고 말했다. 1989년 광주일고를 졸업한 성 감독은 1993년 쌍방울 2차 1순위 지명을 받아 프로에 데뷔해 1999년 쌍방울이 해체될 때까지 간판 투수로 뛰었다. 1996년에는 10승 5패 평균자책점 2.37로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2004년 은퇴 후 LG 코치, 스카우트 등을 거친 뒤 2016년 모교 광주일고 지휘봉을 잡은 성 감독은 이번이 전국대회 첫 우승이다. “지더라도 상대를 힘들게 하자고 말했다. 잘 치고 잘 던지고 열심히 달리는 게 야구의 기본이다. 기본에 충실해준 선수들이 고맙다.” 헹가래를 받는 성 감독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황금사자’는 광주일고 품에 안겼다. 광주일고는 31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2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결승전에서 대구고에 10-2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1983년 제37회 황금사자기 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통산 여섯 번째, 2010년 다섯 번째 우승 이후 8년 만이다. 경기 전 양 팀의 운명은 공교롭게도 2학년들의 어깨에 지워졌다. 양 팀의 3학년 1선발 조준혁(광주일고), 김주섭(대구고)이 4강전서 각각 103개, 81개의 공을 던져 등판할 수 없었기 때문. 투구 수 제한 규정으로 공 76개 이상을 던지면 4일을 휴식해야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 광주일고는 빠른 공이 강점인 정해영을, 대구고는 제구력이 좋은 이승민(이상 2학년)을 각각 마운드에 올렸다. 광주일고는 초반부터 대구고를 밀어붙였다. 1회말 1번 타자 유장혁(3학년)의 안타를 시작으로 5타자 연속 안타를 때리며 3점을 뽑았다. 방망이를 주먹 반 개가량 짧게 쥐고 초구부터 노리는 광주일고 타선의 적극적인 승부에 이승민은 공 5개만 던지고 안타 3개를 맞아 첫 실점을 했다. ‘삼자 범퇴 이닝’이 8-0으로 승부가 기운 6회 처음 나왔을 정도로 광주일고 타선은 끈질겼다. 팀이 기록한 안타 15개 중 장타는 5회말 정도웅이 친 2루타 1개에 불과했지만 타선의 응집력을 앞세워 ‘기회=득점’으로 연결했다. 앞선 5경기(43이닝)서 9점(평균자책점 1.88)만 내주는 등 이번 황금사자기 대회서 가장 ‘짠맛’을 선보인 대구고 마운드였지만 결승에서는 이승민이 2와 3분의 1이닝 8피안타 6실점하는 등 10점을 내주며 짠맛이 희석됐다. 마운드에선 정해영이 대구고 타선을 잠재웠다. 시속 140km대 중반의 빠른 직구를 앞세운 정해영은 1회초 대구고 2번 타자 옥준우(3학년)를 상대로 삼구삼진을 잡는 등 6과 3분의 2이닝 6삼진 2실점(투구 수 103개)으로 호투했다. 최우수선수(MVP) 타이틀은 경남고와의 4강전(지난달 30일)에서 7과 3분의 2이닝 2실점으로 호투해 팀을 결승으로 이끈 광주일고 조준혁에게 돌아갔다. 대구고는 기회를 번번이 살리지 못한 게 아쉬웠다. 2회초 무사 1, 2루서 타석에 선 박영완이 히트앤드런 사인을 받았지만 실패해 3루로 뛰던 2루 주자가 포수에게 견제 아웃됐다. 광주일고 유격수 김창평(3학년)의 실책 등으로 3회초 2사 1, 3루, 4회초 2사 만루 기회를 맞았으나 전광판에 찍힌 숫자 ‘0’은 끝내 바뀌지 않았다. 정해영이 7회 2사 1, 2루서 마운드를 내려간 뒤에야 2점을 만회했다. 1983년 황금사자기 결승전서 광주일고에 2-3으로 석패한 대구고는 35년 만에 맞이한 리턴매치에서 다시 패하며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김배중 wanted@donga.com·임보미·조응형 기자 광주일고 교가 (이은상 작사·이홍렬 작곡) 무등산 아침해같이 눈부신 우리의 이상 / 극락평 강물과 함께 줄기찬 우리의 전통 / 보아라 높이 올린 정의의 등대 / 들어라 울려나는 학문의 성종 / 민족의 혼이 깃든 영원한 이 집 /새 역사의 주인공들 자라나는 곳 / 열렸다 희망의 앞길 큰 포부 가슴에 찼다 / 일고는 이 나라의 힘 일고는 이 땅의 자랑 }

“동점 돼도 괜찮아.” 성영재 광주일고 감독은 정해영(사진)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팀이 3-2로 앞선 8회말. 상대 중심 타선을 상대하려 마운드에 오르는 2학년 투수의 부담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한 격려였다. 격려가 무색하게 정해영은 한 점도 내주지 않고 경기를 끝냈다. 다섯 명의 타자를 상대해 네 명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동점 만들어줄 생각 없었죠.” 마운드에서 내려온 정해영은 웃으며 말했다. 8회 1사 2루에 등판한 정해영은 3번 타자 김현민을 상대로 초구부터 시속 126km 슬라이더를 한가운데에 꽂았다. 최고 시속 144km에 달하는 직구와 몸쪽으로 낮게 깔리는 슬라이더가 그의 장기. 김현민을 2루수 땅볼로 잡은 정해영은 이번 대회 최고의 타자로 꼽히는 노시환까지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정해영은 “내 공을 믿었다. ‘아무리 노시환이어도 내 공은 못 친다’ 생각하고 던졌다”고 말했다. 22개의 공을 던진 정해영은 31일 결승전에서도 마운드에 설 수 있다. 이날 103개를 던져 결승전에 출전할 수 없는(투구 수 76개 이상 4일 의무 휴식) 에이스 조준혁의 빈자리를 채울 것으로 보인다. 정해영은 “내일은 저랑 상용이 형이 막아야 한다”며 웃었다. 정해영은 25일 박상용과 함께 제물포고와의 16강전에서 투구 수 제한으로 나서지 못한 조준혁을 대신해 상대 타선을 두 점으로 틀어막으며 승리를 이끌었다. 정해영은 우상으로 ‘코리안 특급’ 박찬호를 꼽았다. 2001년생인 정해영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박찬호의 현역 시절 경기를 매일 유튜브로 챙겨 본다. 정해영은 “옛날 영상인데도 박찬호 선수가 마운드에 들어서면 안심이 된다. 나도 ‘정해영 올라왔다’ 하면 마음이 놓이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웃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뒷심’의 광주일고냐, ‘짠물투구’의 대구고냐. 30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2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준결승에서 광주일고는 우승 후보 경남고를, 대구고는 경기고를 잡고 31일 결승에서 만나게 됐다. 경기고의 탈락으로 서울팀은 2011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광주일고는 2010년 우승 이후 8년 만에, 대구고는 개교 이래 처음으로 황금사자기 우승에 도전한다. 대구고의 황금사자기 결승 진출은 1983년 준우승 이후 무려 35년 만이다. 공교롭게도 당시 우승을 내준 상대 역시 광주일고였다. 대구고 손경호 감독은 “83년 대회 때 고교 2학년이었는데 2루수로 나서 광주일고에 결승에서 졌다. 오늘 광주일고 선발(조준혁)이 잘 던지던데 내일 못 나오니 우리 선수들이 초반부터 자신 있게 한 점씩 내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복수혈전(?)의 각오를 전했다. 하지만 대구고가 넘어야 할 광주일고는 8강에서 덕수고 장재영을, 4강에서는 경남고 서준원까지 두들기며 ‘파이어볼러(강속구 투수) 킬러’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이날 광주일고는 ‘내일은 없다’는 사즉생의 각오로 에이스 조준혁을 선발 등판시켜 3-2로 승리했다. 조준혁은 103개의 공으로 7과 3분의 1이닝을 2실점으로 막고 이닝이터 역할을 제대로 했다. 광주일고는 두 경기 연속 8회 역전극을 펼쳤다. 반면 결승전을 염두에 둔 경남고는 이날 에이스 서준원을 등판시킬 계획이 없었다. 하지만 광주일고는 6회 2-2 동점을 만든 뒤 김창평이 좌중간을 가르는 3루타로 2사 3루 역전까지 노리며 서준원을 강제 소환했다. 삼구삼진으로 급한 불을 끈 서준원은 이후에도 마운드를 지키며 연신 시속 150km를 웃도는 강속구를 던졌다. 하지만 8회초 광주일고의 ‘역전 본능’이 살아났다. 9번 타자 정건석이 좌익수 앞 안타로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며 3-2,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대구고는 6회 5점을 뽑는 집중력으로 경기고에 5-1로 이겼다. 대구고는 5회말 경기고에 선취점을 내줬지만 6회초 상대 투수 보크 때 3루 주자가 홈을 밟아 손쉽게 1-1 동점을 만든 뒤 연속 4안타를 터뜨리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8강까지 경기당 실점이 2점에 그쳤던 대구고는 이날도 1실점에 그치며 탄탄한 마운드를 자랑했다. 대구고 역시 이날 에이스 김주섭(4와 3분의 2이닝)이 81개의 공을 던져 결승전에 등판하지 못한다. 광주일고와 대구고가 나란히 에이스 없이 맞붙게 된 셈이다. 에이스의 빈자리는 2학년 정해영(광주일고)과 이승민(대구고)이 채운다.임보미 bom@donga.com·조응형 기자}
‘추추트레인’이 돌아왔다. 추신수는 29일(한국시간) 시애틀 세이프코 필드에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볼넷에 이어 안타를 때리며 8경기 연속 멀티출루 행진을 펼쳤다. 이날 추신수는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상대 투수 마르코 곤잘레스를 상대로 볼넷을 골라내 15경기 연속 출루를 이어갔다. 이어 추신수는 팀이 1-0으로 앞선 6회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서 곤잘레스의 3구째 커브볼을 받아쳐 좌중간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었다. 올해 초 급격히 떨어진 출루율은 팬들의 우려를 자아냈다. 타율이 저조한 와중에도 매년 3할 중후반의 출루율을 유지하던 그다. 지난 5월 16일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경기를 마친 추신수의 출루율은 0.312에 그쳤다. 장타를 만들기 위해 레그킥(발을 들었다 내딛는 동작)과 어퍼스윙(낮은 공을 퍼올리듯 치는 스윙)으로 타격폼을 바꾼 것이 부진의 원인으로 꼽혔다. 5월 중순부터 추신수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논란을 잠재웠다. 지난 21일부터 한 주간 추신수의 출루율은 0.563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3위다. 같은 포지션(우익수)과 비교하면 선전은 더욱 확연하다. 출루율은 2위 애런 저지(0.440)과 1할이 넘는 차이로 1위, 타율은 0.333으로 3위, OPS(출루율+장타율)은 1.229로 1위다. 추신수는 작년에도 초반 부진을 딛고 5월 중순부터 성적을 냈다. 5월 18일부터 6월 1일까지 14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한 그는 6월 4일 휴스턴전을 시작으로 27일 클리블랜드전까지 매 경기 출루해 개인 통산 7번째 20경기 연속 출루를 기록했다. 이날 기록한 2출루로 추신수는 2013년 기록한 연속 멀티출루 개인 최다 10경기까지 2경기를 남겨뒀다. 추신수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1-2로 패한 텍사스는 30일(한국시간) 시애틀과 다시 맞붙는다.조응형기자 yesbro@donga.com}

“준우야, 안타 쳐서 투수 좀 아껴보자.” 손경호 대구고 감독은 7회초 타석에 들어서는 신준우(2학년·사진)에게 씩 웃으며 말했다. 7-1로 앞서던 2사 2루 상황. 신준우의 ‘한 방’이면 콜드승(7, 8회 7점 차 이상)도 노려 볼 만했다. 앞선 세 타석에서 3안타를 때린 신준우에 대한 믿음의 표현이기도 했다. 손 감독의 기대대로 신준우는 중견수 앞 적시타를 만들어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날 신준우의 방망이는 4타수 4안타(2타점)로 불이 붙었다. 주말리그에서는 타율 0.143으로 부진했던 신준우다. 팀에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에 가슴이 까맣게 타들어 가기도 했다. 하지만 황금사자기 대회에서 신준우는 180도 달라졌다. 이날 경기까지 신준우의 타율은 ‘5할’. 19일 소래고전에서는 선제 투런 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신준우는 “주말리그 성적이 안 좋을 때도 ‘황금사자기 가서는 잘해 보자’는 생각으로 버텼다. 남은 경기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신준우는 팀 내에서 손꼽히는 연습벌레로 통한다. 친형이 선수로 있던 상원고를 마다하고 대구고 진학을 결심한 이유도 대구고의 프로 못지않은 ‘훈련량’ 때문이다. 신준우를 바라보던 손 감독은 “입학 당시 훈련을 많이 하고 싶어 왔다고 해 기특했다. 연습량만 보면 기회를 안 줄 수 없다”고 칭찬했다. 신준우는 이날 승인으로 자신의 이마 가운데 ‘복점’을 꼽았다. “동료들이 경기 시작 전에 한 번씩 만지고 들어가요. 경기가 더 잘 풀리는 것 같다던데요….” 인터뷰 내내 진지한 표정을 짓던 신준우가 처음으로 웃던 순간이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1회 ‘무사 1, 2루’를 지배한 팀이 경기 전체를 지배했다. 대구고는 28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2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8강전에서 성남고에 8-1 7회 콜드승을 거두고 4강에 올랐다. 마치 연장 10회 승부치기를 보듯 대구고, 성남고 양 팀은 1회에 똑같이 무사 1, 2루 상황을 맞았다. 대구고는 1회초 테이블세터로 나선 3학년 동기 서상호와 옥준우가 사사구 2개로 출루해 기회를 만들었다. 성남고 선발 강민성(3학년)의 견제실책으로 2, 3루까지 나간 이들은 강민성의 폭투 때 2루 주자이던 옥준우까지 홈을 밟아 단숨에 2점을 냈다. 반면 성남고는 1회말 사구, 기습번트로 기회를 얻고도 득점에 실패했다. 2회말 유승연, 윤준석(이상 3학년)의 연속 출루로 또 한 번 무사 1, 2루 기회를 잡았지만 2회말 공격이 끝나고 전광판에 찍힌 점수는 ‘0’이었다. 5회 선두타자 박일헌(3학년)이 중견수 앞 안타로 출루한 뒤 홈을 밟았지만 대구고가 이미 5점을 낸 뒤였다. 대구고 타선은 3회(3점), 6회(2점), 7회(1점) 득점 기회마다 적시타가 터지며 점수 차를 벌려갔다. 손경호 대구고 감독은 “상대팀 투수가 좋아 고전할 거라 예상했지만 타자들이 잘 치고 잘 뛰며 (상대를) 흔들어줬다”고 말했다. 타선이 제때 터지며 대구고는 투수 운용에도 숨통을 틔웠다.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김주섭(3학년)이 제구가 흔들려 1이닝 만에 강판당했지만 투구 수는 27개였다. 두 번째 투수 이승민(2학년)은 공 44개(3과 3분의 1이닝 1실점)를, 경기를 마무리한 여도건(2학년)도 공 36개(2와 3분의 2이닝 무실점)만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규정상 김주섭은 휴식 없이(투구 수 30개 이내) 29일부터, 나머지는 1일 휴식(31∼45개) 뒤 4강전이 열릴 30일부터 등판이 가능하다. 경기고는 ‘에이스’ 원태인(3학년)이 빠진 경북고를 10-5로 꺾었다. 황금사자기 대회 2경기에서 각각 10점 이상을 낸 경기고의 막강 타선은 이날도 2회초부터 불을 뿜었다. 선두타자 허관회(3학년)의 좌익수 앞 안타를 시작으로 안타 4개, 볼넷 1개로 3점을 뽑은 경기고는 4, 5회에도 적시타를 앞세워 각각 3득점을 했다. 9회초 1사 3루에서는 원대한(3학년)의 희생플라이로 10점째를 올렸다. 경북고는 마운드를 굳게 지키던 원태인의 부재가 아쉬웠다. 27일 신일고전에서 공 104개를 던진 원태인은 4일 의무휴식 규정으로 31일 결승전까지 등판이 불가능했다. 이날 선발로 나선 경북고 황동재(2학년)는 4이닝 6실점으로 부진했다. 대구고와 경기고는 30일 결승 진출을 놓고 맞붙는다. 4경기(34이닝)에서 8점만을 허용한 대구고 ‘철벽 마운드’와 3경기에서 31점을 낸 경기고 ‘불방망이’가 팽팽한 방패와 창의 대결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신현성 경기고 감독은 “선수들에게 항상 자신 있게 휘두르라고 주문한다. 4강전에서도 화끈한 타격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김배중 wanted@donga.com·조응형 기자}

“이승우는 AC밀란을 상대로 골을 넣은 것보다 개고기로 만든 간식을 먹는 선수로 더 유명해질 것이다.” 6일 이탈리아 밀라노 산시로 경기장. 이승우(20·베로나·사진)가 후반 40분 오른발 발리슛으로 AC밀란의 골망을 가르자 현지 지역방송 해설자는 경기와 무관한 인종차별 발언을 쏟아냈다. 이승우는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탈리아 매체 코리에레 델로 스포르트-스타디오는 25일(한국 시간) “이승우가 해설자의 발언에 격앙했다”며 “변호사를 통해 소송을 제기했으며 당시 해설자의 말이 담긴 영상 자료를 소송 자료로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축구선수를 향한 인종차별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3월 손흥민(26·토트넘)은 밀월과의 경기 도중 “DVD, 3개에 5파운드”라는 구호를 들어야 했다. 이는 아시아인들이 불법복제 DVD를 판매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나온 인종차별 발언이다. 콜롬비아 에드윈 카르도나(26·보카 주니어스)는 한국 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기성용(29·스완지시티)을 향해 눈을 찢는 아시아인 비하 행동을 해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5경기 출전금지와 2만 스위스프랑(약 2200만 원)의 벌금 징계를 받기도 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24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경북고와 영문고의 경기. 5회말 경북고 원태인(3학년·사진)이 마운드에 오르자 프로팀 스카우트들의 눈동자가 바쁘게 움직였다. 원태인은 첫 타자부터 시속 140km대 후반의 강속구를 던졌다. 6회말 김승현을 상대로 던진 2구째는 151km가 스피드건에 찍혔다. 슬라이더 구속도 136km가 나왔다. 스카우트 사이에서는 “역시 원태인이다”라는 말이 나왔다. 공만 빠른 게 아니었다. 5회 무사 1, 3루에서 번개 같은 견제로 1루 주자 강병찬을 잡아냈다. 1사 후 최준호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해 선행 주자 득점을 내줬지만 9회말을 끝으로 마운드를 내려갈 때까지 추가 실점이 없었다. 8회 무사 1루에서는 김대환의 번트 타구를 투수-유격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연결시키기도 했다. 5이닝 2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 호투였다. 경북중에서 오랜 세월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는 원민구 감독의 아들인 원태인은 내년도 신인 드래프트에서 삼성의 1차 지명이 사실상 확정됐다. 최무영 삼성 스카우트 팀장은 “지난 2년 연속 황금사자기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한 양창섭(삼성)이 정교함을 갖췄다면 원태인은 힘이 좋다. 이 정도 힘에 밸런스까지 갖춘 선수는 드물다”고 감탄했다. 다른 스카우트들 역시 원태인을 구위와 수비력, 견제 능력 등을 고루 갖춘 완성형 선수로 평가했다. 원태인은 “감독님이 경기 전에 딱 60개만 던지면 된다고 하시더라. 60개를 생각하고 전력투구해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그의 투구 수는 정확히 60개였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2015년 창단한 경기 평택 라온고는 지난해 고교야구 최고 권위의 황금사자기 대회에 첫선을 보였다. 첫 상대는 인천의 명문 동산고. 당시 송탄제일고란 이름으로 출전했던 라온고는 7회까지 7-4로 앞서며 첫 승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선발투수 손호진이 마운드를 내려간 8회말 5점을 내주며 7-9로 역전패했다. 결승타를 허용하며 고개 숙인 투수는 1학년 고영선이었다. 24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2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중앙리그 왕중왕전. 창단 후 두 번째 황금사자기 무대에 오른 라온고는 원주고를 상대로 8회까지 0-3으로 뒤지며 고전했다. 2년 연속 첫 경기 탈락이 유력했다. 하지만 팀 이름을 바꾼 라온고는 작년의 그 팀이 아니었다. 9회초 마지막 공격에서 1사 후 대타 허윤이 우중간 안타로 출루한 게 시작이었다. 상대 실책을 틈타 만든 2사 1, 3루에서 정훈석의 적시타로 한 점을 따라붙었다. 김상혁의 볼넷으로 이어진 2사 만루에서는 4번 타자 손호석이 2타점 동점 적시타를 때렸다. 2사 1, 2루에서 손석훈이 친 땅볼이 상대 수비 실책으로 이어지면서 3루 주자 김상혁이 홈을 밟아 역전에 성공했다. 9회말을 무실점으로 막아 4-3,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라온고는 16강에 진출했다. 막판에 터진 타선 못지않게 승리에 기여한 선수는 지난해 결승타를 맞고 무릎을 꿇었던 고영선이었다. 선발투수 김민석이 초반에 무너진 후 2회 1사 1루에서 마운드에 오른 고영선은 8회까지 6과 3분의 2이닝 동안 안타 1개와 볼넷 1개만을 내주는 무결점 호투를 펼쳤다. 3회 안타와 볼넷을 한 개씩 내주면서 잠시 흔들리는 듯했으나 후속 타자를 뜬공과 삼진으로 처리하며 안정을 찾았다. 4회부터는 다섯 이닝 연속으로 삼자 범퇴 처리했다. 정교한 직구와 낙차 큰 커브를 주무기로 승리투수가 된 그는 “이렇게 긴 이닝을 혼자 막아본 건 처음이다. 주말리그에서는 한 경기에 4이닝 이상 던진 적이 없었다”며 “포수(김태양·3학년)가 던지라는 대로만 던졌다. 이겨야겠다는 생각보다 하나하나 잡자는 마음으로 던졌는데 결과가 좋았다”며 웃었다. 라온고 강봉수 감독은 “라온은 ‘즐거운’이란 뜻의 순우리말이다.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 덕에 즐겁게 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경북고는 연장 10회 승부치기 끝에 영문고를 6-2로 꺾고 16강에 합류했다. 대구고도 선발 김주섭의 6이닝 무실점 호투를 앞세워 전주고에 6-2 승리를 거뒀고, 신일고는 경주고의 거센 막판 추격을 뿌리치고 6-5로 승리하며 16강에 진출했다. 조응형 yesbro@donga.com·이헌재 기자 }

북 치고 장구까지 친 노시환을 앞세운 경남고가 1박 2일 마라톤 승부 끝에 웃었다. 제72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중앙리그 왕중왕전에서 0순위 우승후보로 꼽히는 경남고가 23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회전에서 역전과 재역전 끝에 야탑고를 6-4로 꺾고 16강에 안착했다. 전날 비가 내려 서스펜디드(일시정지) 선언이 돼 7회말 2사 3-3 동점 상황에서 다시 경기를 시작한 두 팀은 7회말, 8회초 각각 한 점씩을 주고받으며 장군 멍군을 불렀다. 원맨쇼의 주인공 노시환은 8회말 4-4 동점에서 야탑고 마무리 투수로 등판한 오원석(2학년)의 초구를 그대로 받아쳐 우중간 담장을 넘겼다. 이 솔로홈런으로 다시 달아난 경남고는 이후 3루타로 출루한 이주형이 후속 타자 땅볼 때 홈을 밟아 쐐기점을 뽑았다. 앞선 세 타석에서 안타를 신고하지 못했던 노시환은 대회 첫 안타를 비거리 120m의 대형 솔로홈런으로 기록했다. 결승타가 된 홈런에 대해 노시환은 “맞는 순간 넘어갈 줄 알았다. 직구를 노리고 들어갔는데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손맛을 본 노시환의 활약은 9회초 3루 수비에서도 이어졌다. 선두 타자로 나선 야탑고 주동욱의 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낸 노시환은 2번 타자 강재윤의 속도가 다소 느렸던 땅볼도 안정적으로 1루로 송구해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았다. 9회초 2사 후엔 글러브를 바꿔 낀 뒤 마운드로 향했다. 시속 140km의 빠른 공을 앞세운 노시환은 야탑고 4번 타자 김성진을 3루 땅볼로 잡아낸 뒤 두 손을 번쩍 들었다. 경기를 마무리하는 9회 아웃카운트 세 개가 모두 자신의 손을 거쳐 나온 셈이었다. 노시환은 “어려운 경기였던 만큼 꼭 잡고 싶었다. 내 손으로 끝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기뻐했다. 경남고 전광열 감독은 “노시환이 결정적 홈런을 쳤다. 마지막 아웃카운트 역시 상대 중심 타선에 힘 대 힘으로 붙어 잘 잡아냈다. 구원 등판한 이준호(3학년)도 (전날에 이어) 연투를 해 지칠 법했지만 위기 때 침착히 잘 던졌다”고 칭찬했다. 8회 무사만루의 위기를 1실점으로 막은 이준호는 승리투수가 됐다. 인천고는 구원 등판한 에이스 백승건(3학년)의 무실점 호투를 앞세워 유신고에 3-1 승리를 거뒀다. 백승건은 5와 3분의 2이닝 동안 안타 1개만 허용한 채 삼진 6개를 잡았다. 인천고 5번 타자 유상빈(2학년)은 1회초 연속 안타로 출루한 테이블세터를 모두 불러들이는 2타점 적시타를 날렸고 이 안타는 결승타가 됐다. 2학년이지만 다부진 스윙을 하는 유상빈은 전반기 주말리그(인천권)에서 타점상(11타점)을 받았던 해결사 면모를 이어갔다. 인천고 계기범 감독은 26일 16강전에서 강호 경남고를 상대하는 각오를 묻자 “두려워할 팀도 얕볼 팀도 없다. 부담 없이 우리가 할 야구를 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두 팀의 맞대결에는 앞선 경기에서 투구 수 76개를 넘긴 각 팀의 에이스 서준원(경남고), 백승건(인천고)이 모두 등판하지 못해 투수력이 더욱 중요한 승패의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전고는 선린인터넷고에 15-5 8회 콜드게임승을 거뒀다. 성남고는 포항제철고를 4-3으로 꺾었다.임보미 bom@donga.com·조응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