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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 50대 서기관이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사주를 받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56·구속 기소)의 압력에 맞서 정부 예산이 새나가는 것을 막은 사실이 9일 확인됐다. 주인공은 문체부 정준희 서기관(52). 김 전 차관은 정 서기관에게 “인사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협박까지 했지만 통하지 않자 당초 내렸던 지시를 수정해 재차 정 서기관을 압박했다. 하지만 정 서기관은 끝내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 차관의 해고 압박에 버틴 서기관 검찰과 특검, 문체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지난해 2월 문체부 체육진흥과 소속 정 서기관에게 “K-스포츠클럽 운영에 문제가 있으니 이 클럽들을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개선안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김 전 차관의 속내는 K-스포츠클럽 운영권을 최순실 씨가 사실상 지배하고 있던 K스포츠재단에 넘겨 연 130억 원 규모의 관련 예산을 주무르려는 것이었다. 김 전 차관은 당시 정 서기관에게 “국민생활체육회(현 대한체육회와 통합)가 아닌 별도의 종합지원센터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강조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K-스포츠클럽 사업은 문체부의 지원을 받아 국민생활체육회가 기초지방자치단체와 교육기관 등 민간단체를 사업자로 선정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정 서기관은 “컨트롤타워가 새로 생기면 사업 전체가 특정 민간단체에 넘어가게 된다”며 거부했다. 김 전 차관은 정 서기관이 지시를 따르지 않자 수차례 불러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라”고 강요했다. 또 “(지시를 안 따르고 버틸 거면) 문체부를 나가라”고 고함을 치기도 했다고 한다. 정 서기관은 “당시 받은 충격과 스트레스로 안면 마비가 오고, 원형탈모 증상까지 생기는 등 극심한 후유증을 겪었다”고 말했다. ○ 수정 지시도 거부 김 전 차관은 이후 전략을 바꿔 ‘거점형 K-스포츠클럽 사업’을 내세워 K스포츠재단을 끼워 넣을 새로운 계획을 짰다. 김 전 차관은 한 거점당 3년간 24억 원을 지원받도록 계획을 세우고, 클럽 사업자를 수의계약으로 선정할 수 있게 절차를 만들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정 서기관은 “사업자는 공모로 선정해야 한다”며 또다시 버텼다. 이런 과정에서 ‘미운털’이 박힌 정 서기관의 이름은 검찰이 압수한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의 수첩에도 나온다. 김 전 차관뿐 아니라 청와대도 정 서기관을 곱지 않게 보았다는 걸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김 전 차관은 검찰 수사에서 “돌이켜 보면 정 서기관이 (내 지시에) 반대해 준 게 정말 고맙다”면서 “우리 계획이 그대로 됐다면 나는 죽을 뻔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서기관 덕분에 처벌을 받을 범죄 혐의가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정 서기관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소극적으로 (김 전 차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방어한 것뿐이다”고 말했다. 1985년 9급 공채로 공직에 입문한 정 서기관은 1990년부터 문체부에서 근무했다. 김준일 jikim@donga.com·장관석·양종구 기자}

문화체육관광부 조윤선 장관(51) 등 수뇌부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 리스트의 실체를 잘 아는 송수근 문체부 1차관(56)의 승진을 논의한 정황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포착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특검은 유동훈 문체부 2차관(58)이 지난해 12월 조 장관에게 당시 문체부 기획조정실장이었던 송 차관을 거론하며 “아는 게 너무 많아 등을 돌릴 우려가 있다. 승진시켜야 한다”고 건의한 증거를 확보했다. 특검은 3일 유 차관을 소환 조사해 이에 대해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 수사팀은 문체부 수뇌부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도록 송 차관을 승진시키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송 차관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지난해 12월 30일 야권의 반발 속에 임명한 첫 차관급 인사다. 송 차관은 기획조정실장 당시 ‘건전콘텐츠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아 블랙리스트 업무를 총괄한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유 차관은 기자에게 “정무직 인사는 내가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 송 차관 승진 인사 건의는 전혀 사실 무근이다”라고 말했다. 문체부 대변인실도 “큰 위기를 맞은 문체부를 안정시키기 위해 내부 승진 인사를 했던 것”이라며 “송 차관은 국회 및 문화예술계 등과 관련된 업무 경험이 풍부해 문체부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에 적임자였다”고 해명했다.○ 문체부 내부 반발 확산, 버티는 조윤선 특검 수사가 강도 높게 진행되면서 문체부 내부는 크게 술렁이고 있다. 블랙리스트 문제에 대해 문체부의 한 국장급 간부는 “이 지경이 됐으니 국회에서 사실을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를 하자”고 조 장관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블랙리스트의 실체를 모른다”고 주장해 온 조 장관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초에는 차관들까지 가세해 조 장관에게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인정하자”고 재차 건의했다. 하지만 조 장관은 “(이제 와서 인정하면) 파급이 커서 인정할 수 없다”고 또다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모철민 주프랑스 대사를 6일 소환해 블랙리스트 작성 경위를 집중 추궁했다. 모 대사는 2013년 6월∼2014년 6월 대통령교육문화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대통령정무수석실이 작성한 블랙리스트를 문체부에 내려보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모 대사는 특검에서 의혹을 대부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태강 전 국장도 회유 의혹 특검은 또 지난해 12월 중순 조 장관의 지시로 유 차관과 신현택 전 여성가족부 차관이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57)을 접촉해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자리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거절당한 사실을 확인했다. 노 전 국장은 문체부 재직 당시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딸 정유라 씨(21)의 승마 비리를 조사했다 직위 해제됐다. 특검은 문체부 수뇌부가 노 전 국장을 회유하기 위해 자리를 제안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문체부에서 사실상 쫓겨났던 노 전 국장이 이를 특검에서 폭로하지 못하게 하려던 목적이었다는 것이다. 노 전 국장은 2013년 9월 정 씨가 참가한 승마대회의 판정 시비를 비롯해 승마협회 비리를 조사했다가 같은 해 11월 직위 해제됐다. 당시 노 전 국장은 “승마계에서 최 씨의 비호를 받는 측과 반대 측이 모두 문제가 있다”고 조사 결론을 내렸다. 당시 문체부 내에선 신망이 높았던 노 전 국장의 갑작스러운 인사 조치에 대해 ‘미운털’이 박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노 전 국장을 ‘나쁜 사람’으로 지목했기 때문에 쫓겨났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노 전 국장은 현재 한국스포츠안전재단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특검은 유 차관을 소환 조사하며 노 전 국장에게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자리를 제안한 배경을 집중 추궁했다.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은 체육계 인사들이 선망하는 자리 중 하나다. 하지만 노 전 국장은 유 차관에게 “아직 조직에서 받은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며 단칼에 제안을 물리쳤다고 한다. 유 차관은 이에 대해 “노 전 국장을 접촉한 지난해 12월 중순 당시 이미 노 전 국장 관련 이야기가 많이 알려진 상황이어서 뒤늦게 회유를 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노 전 국장에게 명예회복 기회를 줘야 한다는 국회의 요구와 문체부 내부 여론을 반영해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자리를 권유했던 것”이라고 말했다.김준일 jikim@donga.com·신나리·장관석 기자}

○ 최순실, 대통령 연설문 지시정호성: 예. 근데 선생님, 한 가지. 원래 이제 법도 12. 2까지 하기로 되어 있는데요. 지금 건국 이래 12. 2까지 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12. 30. 됐었는데요. 최순실: 아니, 그렇더라도 12월까지 안 하면 우리가 외국인 투자 ×××하니까, 항상 이런 게 이렇게 하는데 만날 그 야당에서는 여기서 그런 거 저기, 그 저기 뭐야. 공약을 지키지 않으면 못 지킨다고 그렇게 하면서도 전혀 협조를 안 해 주니까 이거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그리고 그게 민생을 붙잡고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거 하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사회에서 그렇게 불, 불공정한 사태가 나고, 이렇게 그, 저기, 난맥상을 나오고, 그 저기.정부의 예산안 통과에 비협조적인 야당에 대한 박 대통령 대응 지침을 최 씨가 지시.최순실: 맨 마지막에도 중국어로 하나 해야 될 것 같은데요.정호성: 제갈량 그, 그 구절을 그냥 그 부분을 중국어로 그, ××× 말씀하시면 어떨까 싶은데요. 이제 쭉 가다가 갑자기 맨 마지막에 중국말로 하면 조금 좀.최순실: 아니, 마지막으로. 정호성: 예.최순실: 저기, 그, 중국과 한국이 젊은이들이 이제 미래를 끌고 갈 젊은이들이 앞으로 문화와 저기 인적 교류, 문화와 이, 저기, 임원 교류를 통해서 더 넓은 확대와 가까워진 나라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여러분, 여러분의 미래가 밝아지길 기원한다. 그러고 감사합니다. 이렇게 해서 쓰는 게 나을 것 같은데.정호성: 지금 선생님 말씀하신 그것들 마지막으로 이제 그렇게 중국어로 하신다고요?최순실: 어. 2013년 6월 박 대통령의 첫 중국 방문 당시 칭화(淸華)대 연설에 넣을 내용 지시. 실제 박 대통령은 지시대로 중국어 연설을 했음.최순실: 응, 그 소크라테스는 뺄까?정호성: 예. (웃음) 우리 스스로가 악법이라고 좀 하는 것 같습니다.(중략)최순실: 저기 뭐야. 그럼 아침에 다시 볼게요, 그럼. 이따 저녁에 보든지. 일단 보내드리고, 근데 그, 어저께 얘기한 그, 여태까지 민주주의를 지켜왔고, 그거에 그, 내가 그 과거 시절이나 그런 거에 대해서 그런 거를 했다는 얘기를 안 해도 돼?‘국가정보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2013년 말… 최 씨가 정부의 대국민 메시지 내용을 정 전 비서관과 논의한 것으로 추정.최순실: 앞으로 그런 것이 좀 지켜질 수 있도록 국회나 그런 거를 좀 협조를 해야지. 그거 자체를 자꾸 그런 공격의 대상이나 그런 거를 삼으면 안 된다는 얘기를 좀 에둘러서 이제 공직 기강을 잡아야 될 것 같아.정호성: 예.최순실: 그런 거를 하나 넣으세요, 좀.정호성: 예, 알겠습니다.최순실: 그거를 문구를 좀 해 갖고 나중에 보내주든지 해보세요.정호성: 예, 예.최 씨가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국회에 대한 대응 방안을 담은 내용을 지시. ○ 대통령의 모호한 어법대통령: 그러니까 이제 석기시대가 끝나고 청동기시대로 넘어왔잖아요.정호성: 예, 예.대통령: 그런데 석기시대가 끝나게 된 게 돌이 없어졌기 때문에 끝난 게 아니잖아요. 정호성: 예.대통령: 그게 이제 청동기라는 그 어떤, 그 나름대로의 그 당시의 기술로 그렇게 하니까 돌보다 훨씬 좋으니까 이제 청동기시대로 넘어가버린 거잖아요, 돌이 없어서가 아니라.정호성: 예.대통령: 마찬가지로 이 석유에너지, 자원 문제라든가 또 기후변화 대응 문제라든가 이것도 지금 뭐, 그, 어떤 그 화석연료라든가 그거가 지금 그, 없어서가 아니라, 응?정호성: 예.대통령: 어떤 그, 지금은 그때보다도 더 기술도 좋고 그러니까 그 과학기술이나 어떤, 이런 걸 통해서 이제 그, 다른 에너지로 이렇게, 응? 또 한 번 도.박 대통령이 기술 발전에 따른 산업 환경 변화에 대한 메시지 작성을 주문한 것으로 추정.대통령: 여기 뭐, 예. 아주 국민들 속 터지는 것, 뭐, 그런 것, 부채 공기업 부채, 뭐.정호성: 예, 예.대통령: 이런 거 있잖아요, 또 그, 이제 다 할 필요는 없고, 불량식품 뭐, 이런 거.정호성: 예, 예.대통령: 그, 그 무기 부실, 하긴 뭐, 하여튼 저기 큰, 하여튼 특히 공공기관 방만한 운영.2013년 10월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의 대국민 담화 내용을 지시. 실제 비슷한 내용이 담화에 포함됐음. ○ 최순실, 朴대통령 일정 개입최순실: 아니, 월요일 날 대수비(대통령수석비서관회의) 있죠?최순실: 그렇게 얘기를 좀 에둘러서, 모든 그, 수석들이 이렇게 그, 저기, 그, 각 그 시설에서 오는 거를 점검해 가지고 내가 이렇게 보고 있고, 실질적으로 이렇게, 이렇게 하는 거에 대해서 그, 정확하게 해달라. 이런 대목을 하나 넣으세요.정호성: 그, 대통령님께서 보고는 안 받고 지시만 하신다고요?최순실: 내가 그, 계속 이렇게 점검해 갖고 여러분들이 이렇게 올리는 거를 계속 보고, 체크해서 이렇게 지시하고 서로가 그 문제점에 대해서 이렇게 올라온 것을… 갖고 한 거를, 하는 거를 잘 해줘서 고맙고, 내가 고렇게 지시하고 서로가 의논한 사항에 대해서 철저히 좀 해 달라. 뒷장에 이렇게 해서 뭐, 이런 이유 좀 넣고요.박 대통령이 참모들의 보고를 직접 받지 않는다는 논란이 일자 최 씨가 정 전 비서관에게 그렇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박 대통령의 발언을 준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추정.최순실: 요번에 떠나시기 전에 대통령이 이렇게 그, 기자회견이 아니라 이임 그런 식으로 얘기한 적이 있어요?최순실: 마지막 비서관회의를 그냥 하든가, 그러면 한 번. 가시기 전에 잠깐. 국무회의를 하든가.정호성: 그, 어떤 식으로 한 번 좀 말씀하실 수 있을지 한 번 좀 논의를 해야.최순실: 확인해 보세요. 왜냐하면 이게 그, 저기 복지부 장관도 이제 새로 선임됐고, 또 차관도 있으니까 당부의 말씀을 하고는 가셔야지. 그냥 훌쩍 가는 건 아닌 것 같아, 외국만 돌아다니시는 것 같이.최순실 씨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게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 전 ‘해외에 놀러 다니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박 대통령이 대통령수석비서관회의를 열게 하라고 지시. 실제 2013년 11월 서유럽 순방 전 회의가 열렸음. 정호성: 내일 국회, 아니, 내일 그 국무총리 대국민 담화 발표가.최순실: 응, 응.정호성: 그 1안과 2안 오전 10시가 있고, 오후 2시가 있다.최순실: 오전에 하기로 했는데.정호성: 예. 그게 오전 10시에 하면 좋은데 오전 10시가 지금 국회의장하고 약간 좀 ×××되어 있는데 고거를 몇 시에 한다고 이렇게 대통령님께서 확정 주시면.최 씨가 국무총리의 대국민 담화 발표 시간을 조정. 실제 2013년 11월 28일 오전 10시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가 취임 후 첫 대국민 담화를 했음. ○ 靑비서관의 인사 개입이재만: 정 과장님.정호성: 예, 예.이재만: 그 마사회 말이야.정호성: 예, 예.이재만: 공모 거치는 게 맞고,정호성: 제일 좋은 거는 그 사람 연락처 좋고, 자기네가 그냥 연락해가지고 우리의, 자기네가 그냥 실무적으로 처리하겠다.이재만: 좋지, 제일 좋지.정호성: 그러고 아니면, 아니면, 그 다음에 일본에서 아니, 그, 그러니까.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한국마사회장 인사 절차에 개입. 통화 이후 2013년 11월 현명관 창조와혁신 상임대표가 실제 공모 절차를 거쳐 마사회장에 임명됐음. 김준일 jikim@donga.com·신나리 기자}
동아일보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8·구속 기소)의 휴대전화에 녹음된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등과의 통화 녹취 파일 28분 34초 분량 12건의 전문을 5일 확인했다. 정 전 비서관이 박근혜 대통령,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51)과 각각 나눈 통화 내용도 파일에 포함돼 있다. 파일에는 최 씨가 “이제 공직 기강을 잡아야 한다”며 정 전 비서관에게 사실상 지시하고, 독일로 추정되는 해외에서도 정 전 비서관을 통해 국정을 농단한 뚜렷한 정황이 나온다. 최 씨는 정 전 비서관과의 통화에서 “국익과 직결되는 문제라 앞으로 그런 것이 지켜질 수 있도록 국회가 좀 협조를 해야지”라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의 연설문 내용을 거론하면서 “(박 대통령을) 자꾸 공격의 대상으로 삼으면 안 된다는 얘기를 에둘러서 이제 공직 기강을 잡아야 될 것 같아. 그런 문구를 하나 넣으세요”라고 지시했다. 파일 전문 분석 결과 최 씨는 마치 대통령처럼 행동했다. 박 대통령의 공식 일정과 국무총리 대국민 담화 발표 시간을 마음대로 정하고,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대통령수석비서관 회의와 국무회의 개최 지시를 내렸다. 또 외국인투자촉진법이 통과될 경우 경제적 이득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예산 정국에서 야당에 대한 대응 방안도 제시했다. 또 최 씨는 “여기는 2시니까 내일 언제까지 올릴 수 있냐?”, “그거 다 어떻게 되는 거야?”라며 외국에서도 정 전 비서관을 통해 국정에 깊숙이 관여했다. 파일에는 정 전 비서관이 박 대통령과 통화하며 연설문 문구를 결정하는 대화가 다수 포함돼 있다. 박 대통령은 “아주 국민들 속 터지는 것, 뭐, 그런 것, 부채 공기업 부채”, “그 무기 부실, 하긴 뭐, 하여튼 저기 큰, 특히 공공기관 방만한 운영” 식으로 말을 완결 짓지 못하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이재만 전 비서관은 정 전 비서관과 통화하며 “그 마사회 말이야. 공모 거치는 게 맞고”라며 한국마사회장 인사 절차를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검찰에서 넘겨받은 이 녹취 파일 12건을 분석하며 국정 농단의 실상을 확인하고 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김준일·장관석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순실 씨(61)의 딸 정유라 씨(21)에 대해 덴마크 올보르 지방법원으로부터 긴급 인도 구속 결정을 받았다고 3일 밝혔다. 긴급 인도 구속은 도주 우려가 있는 범죄인의 구속을, 범죄인이 머물고 있는 해당 국가에 요청하는 제도다. 정 씨에 대한 긴급 인도 청구서에는 정 씨가 범죄 수익을 은닉한 자금 세탁 혐의와,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은 제3자 뇌물 혐의, 그리고 이화여대에서 입학과 학사에 특혜를 받은 혐의를 현지법에 따라 강요죄 등으로 재구성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 정유라 압송 방안 3가지 정유라 씨가 언제쯤 한국에 들어올지는, 일단 정 씨가 어떤 선택을 할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2월 말로 1차 수사기한이 끝나는 특검은 정 씨가 최대한 빨리 한국으로 돌아오기를 원하고 있다. 가장 간단하고 신속한 방안은 정 씨의 자진 귀국. 특검 관계자는 “정 씨가 덴마크 현지에서 어린 아들(2)을 돌볼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자진 귀국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검은 물론 독일 현지 검찰이 정 씨 모녀의 범죄 수익 은닉(자금세탁) 혐의 수사를 상당히 진행한 상태라는 점도, 정 씨에게는 귀국 시기를 늦추는 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는 게 특검의 판단. 두 번째 방안으로 정 씨가 자진 귀국을 거부할 것에 대비해 특검은 외교부를 통해 정 씨의 여권 무효화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다른 변수가 없다면 정 씨의 여권은 이달 10일 무효화된다. 다만 여권이 무효화돼도 정 씨가 곧바로 덴마크나 유럽을 떠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 씨는 2018년 말까지 유효한 비자를 갖고 있기 때문에, 덴마크 정부가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계속 현지에 머물 수 있다. 특검은 덴마크 정부가 여권이 무효화된 정 씨를 추방하길 기대하고 있다. 만약 정 씨의 추방도 성사되지 않는다면 세 번째 방안으로 특검은 범죄인 인도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한국과 덴마크 양국 정부의 공식 채널과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정 씨의 범죄 혐의가 소명되더라도 정 씨의 신병을 실제로 넘겨받을 때까지 최소 4주가량이 걸린다. 정 씨가 범죄인 인도 절차에 불복해 현지 변호인을 선임해 소송을 내면서 정 씨 압송이 장기화되면 특검은 정 씨를 조사하지 못한 채 수사를 종결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정 씨 수사는 검찰로 넘어가게 된다. 때문에 특검은 유관기관을 통해 정 씨가 소송을 낼 뜻이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 정유라, 자금 세탁 혐의 특검은 이화여대 부정 입학 및 학사 비리 등의 업무 방해 혐의에 더해 정 씨가 독일에서 자금세탁에 관여한 혐의를 수사 중이다. 정 씨는 덴마크 현지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독일에서 세무사를 쓰면서 세금을 다 냈다”라고 말했다. 정 씨가 자신의 자금세탁 연루 의혹을 벗기 위한 대응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검은 또 정 씨에게 공문서 위조 및 행사 혐의를 추가로 적용하기 위해 법리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씨는 2014년 청담고를 다닐 당시 허위로 ‘승마 국가대표 훈련을 받기 위해 학교에 출석할 수 없다’는 내용의 대한승마협회 공문을 학교에 제출해 공결 처리를 받았다. 한편 변호인을 통해 정 씨의 체포 소식을 전해들은 최 씨는 구치소에서 크게 슬퍼하며 울음을 터뜨린 것으로 전해졌다. 최 씨는 검찰 수사 때와 달리 딸을 향한 특검의 수사망이 좁혀지자 자주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전해졌다.김준일 jikim@donga.com·신나리·김민 기자}

1일(현지 시간) 덴마크 경찰에 체포된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딸 정유라 씨(21·사진)가 2일 올보르 법원에서 이뤄진 신문에서 “사흘 내에 현지에서의 생활을 정리할 테니 구금을 풀어 주면 자진 귀국하겠다”고 요청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법무부, 외교부와 함께 이와 같은 정 씨의 요청에 대해 덴마크 법원 측에 어떤 의견을 표명할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특검팀은 정 씨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는 쪽에 무게를 두고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관계자는 “정 씨가 자진 귀국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도망칠 가능성이 있어 강제 압송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 법정에 선 정 씨는 전날 검거될 당시 입었던 회색 털모자가 달린 파카에 검은색 티셔츠, 검은 바지, 흰색 운동화 차림이었다. 덴마크 검찰은 정 씨의 신원을 확인한 뒤 한국 측이 요청한 구속 및 송환 사유 등에 대해 덴마크어로 신문했다. 신문은 현지 검사와 판사가 덴마크어로 질문하면 여성 통역이 영어로 번역해 주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정 씨는 피고인석에 앉아 초췌한 얼굴로 질문에 응답했으며 “물을 좀 먹으라”는 통역의 제의를 거절하는 등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정 씨는 전날 오후 8시 10분경 덴마크 북부 올보르 시 외곽의 한 단독주택에서 불법 체류 혐의로 체포됐다. 지난해 8월 12일 독일로 출국한 지 143일 만이다. 올보르=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김준일·박훈상 기자}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실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명단을 문화체육관광부 측에 전화로 통보한 정황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확보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특검은 또 조윤선 문체부 장관이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해 국회에 출석해서 “블랙리스트를 모른다”고 부인한 조 장관을 위증 혐의로 고발해 달라고 국회 측에 요청했다. ○ 증거 안 남기려 전화로 지시 문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통령교문수석실은 정부 예산 지원 대상에서 배제해야 할 단체와 인사 명단을 문체부에 수시로 전화로 전달했다. 청와대가 명단을 문서로 만들어 내려보냈다가 외부로 유출될 경우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흔적이 남지 않는 구두 지시를 했다는 이야기다. 문체부는 예산 집행 과정에서 청와대의 지시를 이행하는 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문서로 리스트를 만들어 보관했는데, 특검이 확보한 ‘블랙리스트’가 바로 이 문서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문체부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이 사실임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 “조윤선, 블랙리스트 알았다” 리스트 작성 과정의 전모를 확인한 특검은 당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었던 조 장관이 이 같은 상황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조 장관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에 출석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적도, 작성을 지시한 적도, 본 적도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하지만 특검은 조 장관이 정무수석일 때 수차례에 걸쳐 정무수석실이 예산 지원 배제 대상 명단을 교문수석실을 통해 문체부에 전달한 사실을 확인했다. 따라서 조 장관이 문체부가 작성한 문건 형태의 블랙리스트를 직접 보지는 않았더라도 최소한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몰랐다”는 발언은 위증이라는 것이 특검의 판단이다. 적어도 정무수석실이 작성한 블랙리스트가 교문수석실을 거쳐 문체부에 전달돼 어떤 식으로 활용됐는지 조 장관이 알 수밖에 없었다는 게 특검의 생각이다. 특검의 위증 고발 요청 소식을 전해 들은 조 장관은 1일 문체부 간부에게 “블랙리스트는 모른다. 특검에서 사실관계를 밝혀 줄 것이다”라며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조 장관과 함께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정관주 전 문체부 차관에 대해서도 위증 혐의로 고발해 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특검은 국회 위증이 민의를 대표하는 입법부를 무시한 처사라고 보고 강력하게 수사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 특검, 오늘 송광용 전 교문수석 소환 특검은 블랙리스트 수사와 관련해 지금까지 정 전 문체부 차관, 김상률 모철민 전 교문수석,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 용호성 주영국 한국문화원장,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김낙중 주로스앤젤레스총영사관 한국문화원장을 차례로 소환 조사했다. 피의자 신분인 김낙중 원장은 블랙리스트 작성 논의가 물밑에서 이뤄질 시기에 정무수석실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특검은 또 문체부 예술정책과에 근무한 A 서기관 등 실무진도 소환해 블랙리스트 작성 경위를 조사했다. A 서기관은 실무 차원에서 리스트를 직접 관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2일 송광용 전 교문수석을 소환 조사한다. 또 조만간 송수근 신임 문체부 차관을 불러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송 차관은 문체부 기획조정실장 등을 지내며 예산 집행을 담당하면서 블랙리스트 작성에도 개입했을 것이라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하지만 송 차관은 블랙리스트 연루 의혹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송 차관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블랙리스트 관련 정보를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특검, ‘최순실 인맥 추적’ 프로그램 활용 특검은 최순실 씨 국정 농단 사건에서 ‘대포폰’(차명 휴대전화)이 다수 등장하는 점을 감안해 전화 통화 정보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사람 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트레이서 추적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통화 빈도와 통화 시간의 유사성, 통화 연결 대상 우선순위 등을 분석해 인맥 지도를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2012년 대선 당시 불거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에서도 활용됐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비서관 등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인물 다수가 “최 씨를 모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인물들의 전화 정보를 이 프로그램으로 분석하면 해당 인물과 최 씨의 관계를 드러내는 새로운 정보가 나올 것으로 특검은 기대하고 있다. 김준일 jikim@donga.com·김민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30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전달받아 집행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9)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특검이 김 전 장관을 소환한 것은 블랙리스트의 지휘 체계를 확실히 규명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7)의 구체적인 지시가 무엇이었는지, 리스트를 직접 작성한 것으로 지목된 청와대 정무수석실 등으로부터 별도의 지시가 있었는지 등이 특검이 밝혀야 할 핵심 의혹이다. 특히 문체부의 숨은 실세로 불린 김 전 장관의 정책보좌관 A 씨(3급)가 ‘비선 실세’ 최순실 씨(60·구속 기소)의 측근들과 어울리며 명단 업데이트를 주도했다는 증언도 나와 최 씨와 청와대, 문체부 사이의 연결고리를 밝힐 진술을 할지 주목된다. 특검은 이날 겨울스포츠 사업을 빌미로 정부 지원금과 삼성에서 후원금을 뜯어낸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37)를 소환 조사하는 등 삼성 뇌물죄 관련 수사에서도 속도를 내고 있다. 또 김종 전 문체부 2차관(55·구속 기소)과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도 이날 다시 소환해 삼성 후원 및 블랙리스트 전달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조사를 벌였다. 특검의 첫 구속영장 청구 대상이 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60·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문 전 장관은 국민연금 측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찬성하는 의결을 하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을 받고 있다. 김성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을 방문해 박영수 특검을 면담한 뒤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등 청문회에서 위증하거나 불출석한 증인 40여 명을 직접 수사 의뢰했다. 특검은 세월호 7시간 의혹과 관련해 당시 청와대 간호장교로 근무했던 조여옥 대위에 대해 “특검에서 확인할 사항은 모두 확인했고 현역 군인이자 연수 기간이 다음 달까지인 점 등을 고려했다”며 출국을 허용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김준일 기자}
대통령정무수석실의 지시를 받아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으로 문체부에 들어온 A 씨(3급)가 명단 업데이트를 주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복수의 문체부, 문화예술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19대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인 A 씨는 최순실 씨의 측근들과 어울리며 블랙리스트 작성 및 관리를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김 전 장관이 인사 문제 등에서 크게 의존한 문체부의 숨은 실세였다.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문체부가 블랙리스트를 관리할 때 A 씨는 “좌파를 넣으라고 해서 좌파를 넣었다” “여기에 이 사람을 끼워 넣으면 된다”는 등의 말을 주위에 하고 다녔다고 한다. A 씨가 관리한 블랙리스트에는 그가 좌파로 판단해 분류한 인사도 있지만 상당수는 최 씨의 이권에 방해되는 인물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정치성향상 좌파로 분류하기 힘든 인물들도 블랙리스트에 상당수 포함됐다. 특검은 지난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결정에 개입해 찬성 의결을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으로 29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영장에는 문 전 장관이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위증한 혐의도 적시됐다. 특검팀이 출범한 이후 구속영장을 청구한 첫 대상자다. 특검은 문 전 장관이 “외부 전문가 조직인 전문위원회로 넘어가지 않고 국민연금 내부 투자위원회 단계에서 합병 찬성 의결이 나도록 하라”고 여러 차례 지시한 사실을 확인했다. 문 전 장관은 복지부 실무진과의 대질신문에서 개입 사실을 시인했다. 특검은 29일 이화여대와 최경희 전 총장(54)의 사무실, 자택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하면서 최 씨의 딸 정유라 씨(20)에 대한 특혜 정황에도 집중적인 수사에 나섰다. 김준일 jikim@donga.com·장관석 기자}

지난해 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당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60)이 어떻게 해서든 국민연금이 합병 찬성 의견을 내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의 보고서 작성을 복지부 간부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개별 투자 결정에 개입할 권한이 없다. 특검은 문 전 장관의 지시가 합병 찬성 의결을 압박한 단서이자 국민연금 기금 운영의 독립성을 무너뜨린 핵심 정황으로 보고 있다. ○ 합병 찬성 보고서, 문 전 장관이 작성 지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1일 복지부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복지부 실·국장들이 작성한 합병 찬성 의결 보고서를 압수하고 보고서의 전달 경로를 추적 중이다. 이 보고서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의결에 대한 시나리오를 상정하면서 어떻게든 합병 찬성 의결을 이끌어내겠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다. 복지부 실무자들은 28일 특검에서 문 전 장관과의 대질신문을 통해 “문 전 장관의 지시로 보고서를 만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홍완선 당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도 “문 전 장관을 비롯해 복지부에서 합병 찬성을 내라는 압력이 심하게 들어 왔다”고 진술했다. 홍 전 본부장은 또 “문 전 장관의 지시에 따랐고, 복지부가 (국민연금의) 예산과 인사권한을 쥐고 있어 어쩔 수 없었다”는 취지로 특검에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문 전 장관은 “보고서를 만들라고 지시한 일이 없다”며 부인했다. 특검은 문 전 장관을 28일 오전 1시 45분경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특검은 28일에 이어 문 전 장관 조사를 계속하며 29일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특검은 문 전 장관이 합병 찬성 의견을 이끌어내기 위해 직무 범위에 속하지 않는 일을 주도한 배경에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당시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직후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사이에 최순실 씨(60·구속 기소)의 딸 정유라 씨(20)에 대한 지원 방안이 적극 추진된 점도 특검의 의심을 사고 있다. ○ 재계 “당시 국익 고려한 결정” 의견도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맞물려 있는 동시에 우리 경제에 끼치는 엄청난 영향 때문에 국내외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미국계 투기 자본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며 합병에 반대하면서 국민연금이 국익을 위해 찬성 의결을 내려야 한다는 여론이 강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특검과 박근혜 대통령, 삼성 등 3자 간에 향후 법적 책임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국민연금이 민감한 문제를 외부 전문위원회로 넘기지 않고 내부 투자위원회만을 거쳐 의결권을 행사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국민연금 측은 “의결권 행사는 내부 투자위원회를 우선적으로 거쳐 판단하고 찬반을 결정하기 어려운 사안을 외부 전문위원회에 넘기도록 규정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재계에서는 국가 경제의 방어막 역할을 하는 연기금으로서 국익을 고려해 합병에 찬성할 수밖에 없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외환은행을 헐값 매입한 론스타, SK그룹을 공격한 소버린자산운용과 칼 아이컨의 사례 등에서 국내 기업은 그간 헤지펀드의 공격에 취약했다. 삼성마저 헤지펀드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우리 기업을 공격하는 헤지펀드와 같은 입장에 설 수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하지만 복지부 장관 재직 당시 국민연금 재원 고갈을 우려하면서 “개인이 부담하는 보험료율을 높여야 한다”고 역설했던 문 전 장관이 합병 비율이 국민연금에 불리한데도 찬성 의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은 여전히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합병에 찬성한 대가로 국민연금이 수천억 원의 투자 손실을 봤다는 의혹도 있다. 합병 찬성 이전 국민연금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지분 평가액은 2조3827억 원이었지만 올 9월 30일 기준으로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 지분 5.78%의 평가액은 1조6337억 원으로 합병 전보다 7400억여 원이 적다. 장관석 jks@donga.com·이건혁·김준일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순실 씨(60·구속 기소)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작업을 사실상 주도했고, 실제 이 블랙리스트가 최 씨의 사업에 걸림돌이 될 만한 인사를 배제하는 데 이용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특검은 블랙리스트 작성을 위한 정보 수집 과정에 국가정보원 인적 정보가 동원된 단서를 잡고 관계자 소환을 서두르고 있어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있다. 특검은 이날 블랙리스트 작성에 깊숙이 관여한 정관주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그는 당시 대통령정무수석실 국민소통비서관이었으며, 당시 정무수석은 조윤선 현 문체부 장관이다. 특검은 또 리스트를 문체부 등에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는 모철민 전 교육문화수석비서관(현 주프랑스 대사)을 소환 통보하는 등 당시 청와대 및 문체부 관계자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최 씨가 블랙리스트 작성을 구상한 것은 자신의 차명회사를 내세워 문체부가 문화예술단체에 기금 형식으로 지원하는 각종 예산과 이권을 따내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인사들을 제거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특검은 보고 있다. 여기에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를 좌파로 규정지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속내가 덧붙여지면서 블랙리스트 작성은 일사천리로 이뤄졌고, 명단에 포함된 인사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특검은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국민연금 퇴임 후 고문으로 자리를 옮긴 P투자회사에 삼성의 돈이 유입됐는지 규명하기 위한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소환된 홍 전 본부장은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을 의결하라’고 지시했다”는 취지로 특검에 진술했다. 특검은 해외 도피 중인 최 씨의 딸 정유라 씨(20)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적색수배(Red Notice)를 요청했다. 특검은 또 2014년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 수사와 관련해 정윤회 씨를 출국금지했으며, 유출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의 회유와 압력을 받았다고 증언한 한일 전 경위를 조사했다.김준일 jikim@donga.com·장관석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청와대-보건복지부-국민연금공단으로 이어지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몰아주기 의혹에 대한 수사를 예상을 뛰어넘는 빠른 속도로 진행하고 있다.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해 “문형표 당시 복지부 장관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국민연금공단이 찬성 의결을 내도록 지난해 7월 지시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하고 문 전 장관을 27일 오전 9시 반에 소환한다. 특검은 청와대가 문 전 장관에게 이를 지시한 단서를 잡고 김진수 대통령보건복지비서관의 자택도 26일 압수수색했다. 특검이 이날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을 소환하는 동시에 문 전 장관, 김 비서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것은 청와대의 지시 아래 문 전 장관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을 포착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박 대통령의 뇌물죄를 뒷받침할 수 있는 단서를 이미 상당 부분 확보해 특검에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독대를 전후해 삼성 측에서는 2015년 7월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등이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20)에 대한 지원 사안을 문자로 긴밀히 협의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또 국민연금 측에서는 합병 찬성 의결권 행사 이전에 삼성을 도우려는 노골적인 움직임이 있었다는 점도 검찰에 파악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내부에서 “삼성 경영권 문제가 원만히 해결됐으면 한다”고 언급한 사실도 검찰이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들은 뇌물공여죄 적용을 피하기 위해 이런 정황을 부인하거나 진술을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사전에 협의를 한 뒤에 뇌물을 준 구도가 입증되지 않을 경우에는 ‘부정처사 후 수뢰’ 혐의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홍 전 본부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에 따른 피의자로 이미 입건한 상태다. 문 전 장관, 김 비서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는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했다. 삼성 합병 당시 업무의 범위를 벗어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지시가 있었고, 그 지시를 따른 국민연금 기금 운용 결정권자가 손해를 일으켰다는 구도로 특검은 보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합병 의결 찬성 당시 예외적으로 외부 전문가 그룹인 전문위원회 의견을 생략하고 투자위원회의 결정만으로 찬성을 의결했다. 한편 해외에 머무르고 있는 정 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정 씨에게 가급적 귀국해 조사받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고 이날 밝혔다. 김준일 jikim@donga.com·허동준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腹心)인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25일 소환 조사했다. 박 대통령이 국정 농단의 몸통 최순실 씨에게 국가정보원 간부 등 정부 요직 인사 명단을 넘긴 의혹을 구체적으로 규명하기 위해서다. 정 전 비서관은 앞선 검찰 조사 때 박 대통령과 최 씨 사이에서 인사 명단을 넘겨주는 역할을 했다고 진술했다. 최 씨가 개입한 인사 중 하나로 의심되는 국정원 2차장은 박 대통령이 최 씨에게 전달한 5배수 후보자에서 낙점됐지만, 국정원 기조실장은 대통령이 꼽은 후보 3명이 아닌 제3의 인물이 됐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낙점 자체가 정 전 비서관을 거치지 않고 최 씨가 박 대통령을 직접 통했을 가능성도 의심된다. 기조실장은 외부의 감시를 받지 않는 특수활동비가 큰 국정원 예산을 좌우하는 자리다.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정 전 비서관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앞서 “(정 전 비서관의) 기존 공소 사실 외에 특검 수사 대상에 관한 의혹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을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로만 기소한 바 있다. 특검은 정 전 비서관을 상대로 ‘인사 농단’ 외에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의 행적,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역할에 대해서도 집중 추궁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도 24, 25일 연속 소환했다. 김 전 차관은 김 전 실장에게 문체부 고위 간부 인사를 청탁한 혐의와 “청와대의 뜻”이라며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돈을 대도록 삼성 측을 압박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특검 수사는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죄를 입증하기 위한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 삼성의 삼각 연결고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주중 대규모 압수수색과 동시에 관련자들에 대한 체포 또는 구속영장 청구로 삼성과 청와대를 동시에 압박하는 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압수수색에 대해서는 영장 발부 시점 및 집행 시기를 못 박진 않았지만 법리 검토를 마치는 대로 이르면 이번 주 압수수색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검은 이와 관련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찬성표를 던져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친 혐의(업무상 배임)로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26일 소환한다. 한편 법무부는 23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40여 쪽의 의견서를 통해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요건이 갖춰졌고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의견은 내지 않았다. 법무부가 국정 최고 책임자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데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김준일 jikim@donga.com·신나리 기자}

특검팀이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사진)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독일 검찰에 체포 협조 요청을 할 계획이라고 밝힌 가운데 독일 검찰은 적극 협력할 뜻을 밝혔다. 정 씨는 현재 독일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 모녀를 수사 중인 독일 헤센 주 검찰은 21일(현지 시간) 기자와의 e메일 대화에서 “한국 특검의 협조 요청이 도착할 경우 독일 전국에 공개수배령을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공개수배령이 내려지면 정 씨가 숨어 지내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독일 검찰은 정 씨가 이미 독일을 빠져나갔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유럽 국가들과 사법 협조 체제가 구축돼 있어 문제가 없다”며 여러 수단을 동원해 체포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정 씨의 소재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검은 22일 정 씨를 지명수배했다. 정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특검은 향후 정 씨의 국내외 도피를 돕거나 편의를 봐주는 인물들에 대해서도 형법상 범인도피, 범인은닉, 증거인멸 등의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특검이 수사 개시 후 연 이틀 정 씨를 공개 압박하는 것은 혐의를 일절 부인하는 최 씨를 정조준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미국 교포신문 코리아데일리는 정 씨가 독일에서 건너와 미국에 머무르고 있다고 22일 보도했다. 코리아데일리는 한 교포의 인터뷰를 인용해 정 씨가 지난달 29일 캘리포니아 주 오클랜드에 사는 학창 시절 친구에게 연락해 일주일간 머물렀으며 “당분간 한국에 안 가고 뉴욕에 있는 친척 언니 집에서 머물 계획”이라며 떠났다고 보도했다. 정 씨 옆에는 아들로 추정되는 남자아이가 함께 있었으며 그녀의 신변을 지키는 여자 보디가드가 항상 따라다녔다고 전했다.프랑크푸르트=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 김준일 기자}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66)는 ‘비선 실세’ 최순실 씨(60)의 무엇을 폭로하려 했을까. 독일 전지훈련을 구상하고 코어스포츠인터내셔널(비덱스포츠 전신)에서 한솥밥까지 먹던 그가 최 씨에게 내쳐진 뒤 “다 불겠다”라고 선포한 것은 최 씨뿐 아니라 코어스포츠에 총 257억 원을 건넨 삼성에도 아킬레스건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삼성을 향한 수사로 돛을 올린 박영수 특별검사팀도 그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삼성과 최 씨 간의 ‘이면계약’을 의심케 하는 진술은 또 있다. 승마 비용 지원 계약 전인 지난해 8월 하순경 독일에 입국한 최 씨를 마중 나온 박 전 전무가 “삼성에서 빨리 계약을 하자고 한다”라며 “꼭 이번 달 안에 해야 한다고 그런다. 이유는 모르겠다”라고 보고했다는 것. 당시 대화를 지켜본 코어스포츠 관계자는 “느낌상 삼성에서 부탁할 게 있고 돈을 주고 코를 걸어야 되는 게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거액을 지원하는 ‘갑’인 삼성이 오히려 계약을 서둘렀던 데는 최 씨의 도움이 급하게 필요했던 게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계약을 채근했던 삼성은 실제 계약 당시 “딱 하나만 체크했다”라고 알려졌다. 그해 7월 세워진 페이퍼컴퍼니를 사서 회사명을 바꾼 코어스포츠의 최초 설립일이 삼성에서 요하는 계약 요건을 충족하는지였다.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과 황성수 전무 등은 “아, 이거 괜찮습니다. 이상 없습니다”라며 계약을 체결했다는 후문이다. 이 관계자는 “갑을 관계가 뒤바뀐 이상한 계약이었다. 장애물 부문 3명, 마장마술 3명 등 승마선수들이 모두 확보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선수 선발권도 돈을 주기로 한 삼성이 아닌 최 씨 측에 있었다”라고 증언했다. 이는 승마팀 총괄감독을 맡기로 한 박 전 전무가 최 씨와 틀어지는 계기가 된다. 박 전 전무는 장애물 선수를 선발하고 최 씨가 마장마술 선수를 선발하기로 합의했지만, 번번이 박 전 전무의 천거가 퇴짜를 맞았기 때문이다. 박 전 전무가 “삼성에서 돈을 받았으니 선수를 채워야 한다”라고 하자 최 씨는 “나가라”라며 해고를 통보했다. 최 씨는 “누구 맘대로 선발해, 누구 때문에 이게 만들어졌는데 꼴값 떨고 있다”라며 그의 흉을 봤다고도 했다. 이는 삼성의 자금 지원이 특정한 목적이 있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최 씨 측에 계약 주도권이 있었다는 정황은 삼성의 대외비 계약서인 ‘독일 코어스포츠인터내셔널 계약의 건’에서도 잘 드러난다. 지난해 8월 20일 만들어진 이 문건에는 코어스포츠는 운용 비용의 10%를 수수료로 받는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불과 엿새 후 체결한 계약서 부속물에는 이 수수료가 15%로 오른다. 금액으로 치면 약 5억 원을 삼성이 코어스포츠에 더 주게 되는 셈이다. 코어스포츠 자금 집행에 정통한 핵심 관계자는 “박 전 전무가 ‘삼성 돈이 들어오면 그거로 (최 씨) 집을 사면 된다’라고 말했다”라며 “삼성이 보내 준 돈은 정유라 씨와 그를 보좌해 주는 인물들에게 사용됐다”라고 말했다. 삼성이 보내 주는 돈을 코어스포츠에서 쓰면 영수증을 첨부해 월마다 삼성에 보내고 새로운 인보이스(거래 상품의 주요한 사항을 표기한 문서)와 회계 자료를 받는 식이었다. 최 씨 측이 사적인 용도로 쓴 정황을 삼성이 처음부터 알았을 가능성과 삼성의 돈이 부정한 청탁에 대한 대가일 가능성이 크다. 특검은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 같은 해 7월 25일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뒤 무언가를 전달받은 삼성 측에서 최 씨에 대한 특혜성 지원을 결정해 준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삼성이 계약을 독촉하고, 실제 체결로 이어진 시기를 전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건이 삼성은 물론이고 국내외적으로 큰 이슈로 부상해 논란이 됐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특검은 청탁과 자금 지원의 선후 관계와 상관없이 돈이 오간 상황으로도 뇌물죄를 충분히 구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향후 박 전 전무와 박상진 사장의 진술, 이재용 부회장의 소환조사 결과에 따라 삼성 핵심 수뇌부의 지원 지시가 있었는지 명백히 가려질 것으로 전망된다.신나리 journari@donga.com·김준일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1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영장에 ‘최순실 씨가 정부 고위 관계자와 공모해 뇌물을 수수했다’고 적시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 씨가 ‘한 몸’처럼 움직였다는 점을 대전제로 수사를 시작했다는 뜻이다. 첫 영장부터 박 대통령을 끌어들였다는 건 특검이 박 대통령의 수뢰 혐의 적용에 대해서만큼은 퇴로를 두지 않고 배수진을 쳤다는 의미다. 특검은 또 영장에서 ‘최 씨가 공모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뇌물을 받았다’는 취지의 표현을 적시했다. 삼성이 최 씨 일가에 자금을 건네며 맺은 계약이 ‘뇌물성 계약’임을 명시하면서, 이 과정에 박 대통령이 공모했다고 특검 수사를 개시한 첫날 천명한 것이다. 국민연금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첫 타깃이 된 건 특검이 최 씨 일가가 삼성으로부터 ‘맞춤형 지원’을 통한 뇌물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삼성의 돈이 최 씨의 독일 회사로 간 것에 대해, 무슨 일이 있어도 뇌물 혐의를 입증하겠다는 점을 박 대통령과 삼성에 내비친 의미도 있다. 삼성은 지난해 3월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은 뒤 같은 해 8월 최 씨 소유의 독일법인 코어스포츠인터내셔널(비덱스포츠 전신)과 승마선수 지원을 명목으로 한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 이후 계약을 집행하기 위해 승마협회는 같은 해 9월 ‘한국 승마 중장기 로드맵 수립에 따른 후원사 지원 요청 기본계획서’를 작성했다. 이 문건에는 마장마술 선수를 지원하기 위한 예산 257억 원에 대해 ‘삼성 후원 사항’이라고 명시돼 있다. 2020년까지 지원할 총액이었다. 이 문건은 최 씨와 그의 승마계 측근이었던 박원오 씨가 주도해 작성했다고 한다. 특검은 이 시점에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5월 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하겠다고 공시했다. 양사의 합병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을 원활히 승계하기 위한 중요한 절차로 여겨졌으며, 삼성의 숙원 사업이었다. 그러나 삼성물산의 대주주였던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이 즉각 합병에 반대해 합병에 큰 장애물이 생겼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7월 10일 삼성물산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지난해 9월 1일 공식 합병할 수 있었다. 같은 해 7월 25일에는 박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독대했다. 국민연금은 외부 전문가 그룹인 전문위원회의 의견을 듣지 않고 투자위원회의 결정만으로 찬성을 의결했다. 특검이 첫 압수수색 대상으로 정한 보건복지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 등은 모두 청와대의 입김이 강하게 미치는 대상들이자 국민연금의 찬성 의결에 영향을 가할 수 있는 대상들이다. 특검은 또 이날 김응환 국민연금 강남역삼지사장 등 당시 투자위원회 위원들의 사무실도 압수수색했다. 특검은 투자위원들이 찬성을 의결할 때 ‘높은 곳’에서 압력을 가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국민연금이 삼성의 손을 들어준 뒤 삼성의 최 씨 후원은 로드맵 골격대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지난해 9, 10월 삼성 측은 승마협회를 거치지 않고 코어스포츠와 삼성전자 독일법인에 각각 280만 유로(약 35억 원), 319만 유로(약 43억 원)를 지원했다. 특검은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의결과 돈이 오간 시점이 미묘하게 맞물린 배경에는 대가관계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검은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공식·비공식적으로 가졌던 자리를 모두 확인하면서 양측 간에 통화가 있었는지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는 외국계 자본의 공격으로부터 우리의 대표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경영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의 지지가 컸던 것도 사실이지만 특검은 그 이면에 불법적인 대가관계가 있었는지를 규명할 방침이다. 국민연금은 합병 찬성 의결 이후 5900억 원대의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이 영장에 적시한 내용 중 두 번째로 강조한 표현이 국민연금의 배임 혐의다. 특검에서는 국민의 노후를 책임져야 하는 공공기관이 큰 손해를 보면서 국민의 쌈짓돈을 운용한 것이 배임에 해당한다며 내부 비판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김준일 jikim@donga.com·장관석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1일 집행한 압수수색 영장에 박근혜 대통령을 제3자 뇌물수수 혐의의 피의자로 적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 씨(60·구속 기소)와 공모해 삼성에서 부정한 청탁을 받은 대가로 최 씨와 그의 딸 정유라 씨(20)가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는 취지의 범죄 혐의가 기재된 것이다. 특검은 이날 국민연금공단과 보건복지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박 대통령을 ‘정부 고위관계자’라고 적었다. 박 대통령은 특검의 내부 수사 기록에서도 이미 제3자 뇌물수수를 공모한 피의자로 표현됐다. 특검은 박 대통령을 수뢰 혐의 피의자로 대면 조사하기로 했다. 특검은 이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 의결을 주도한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자택을 비롯해 서울 강남구 논현동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실, 관련자 주거지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박 대통령과 최 씨가 공모해 뇌물을 받았다는 제3자 뇌물수수 혐의와,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찬성했다는 배임 혐의 등 두 갈래 혐의가 포함됐다. 특검은 삼성이 최 씨에게 특혜성 자금을 지원한 과정 전반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8·출국 금지)이 보고받은 정황을 확인하고 이 부회장을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삼성은 정 씨 등 승마 선수 6명을 지원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하지만, 특검은 이 계약이 실질적으로는 정 씨 1명을 위한 뇌물성 계약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특검은 독일에 체류 중인 정 씨를 송환하기 위해 체포 영장을 발부받고 여권 무효화 조치를 포함한 사법 공조를 독일 검찰에 요청했다.장관석 jks@donga.com·김준일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대기업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의 뇌물 성격을 파악하기 위한 사전 수사 단계로 삼성, 롯데, SK, 현대차 등 대기업 관계자들을 차례로 비공개 접촉 중인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재계는 특검 수사에서 솔직한 진술을 하지 않으면 기업에 대한 압박 가능성을 시사한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검 수사팀은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3차 소환 요청에 맹장 수술 등을 이유로 거절했던 삼성전자 박상진 대외담당 사장 등을 18일 접촉하고 비공개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특검 관계자들이 접촉을 시도해 면담한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특검 관계자는 “현재 수사 준비 상황인 점과 수사 기밀 (유지) 등을 고려해 특검 사무실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만났다”라며 “정식 수사 개시에 앞서 (참고인이나 피의자 등) 어떤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지 등을 결정하기 위해 접촉했다”라고 밝혔다. 특검은 출국 금지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소환 시기와 방식도 검토할 방침이다. 재계는 이를 “기업 운영에 대가를 바라고 후원한 적이 없다”라는 주장을 유지한 대기업들을 향한 특검의 압박이 가시화됐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 혐의 적용과 관련해 특검의 핵심 수사 타깃은 최순실 씨와 딸 정유라 씨(20)에게 거액을 후원한 삼성이지만 다른 대기업들도 특검의 칼날을 맞을 수 있다. 특히 박 특검과 윤석열 부장검사 등 수사라인 상당수가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수사를 담당해 그룹 내 의사결정 구조를 꿰뚫고 있는 만큼 현대자동차그룹도 집중 수사 대상 1순위로 거론된다. 롯데그룹과 SK그룹은 특수본 수사 말미 때부터 제3자 뇌물 수수 혐의 적용이 집중 검토됐다. 무엇보다 박 특검이나 윤 부장검사 모두 우회로를 찾기보다는 강력한 정공법을 구사한 경우가 많아 대기업 재원 모금에 직권 남용 혐의보다는 수뢰 혐의를 곧바로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시된다. 이미 특수본 수사에 얼개가 잡혀 있고, 특검이 추가 증거와 진술을 이끌어 낼 경우 적용될 거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특검은 박 대통령이 16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탄핵심판 답변서는 신빙성이 낮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신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피고인인 최 씨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7·구속 기소)이 법정에서 내놓을 진술과 공소 사실에 대한 입장에 대해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안 전 수석 수사에 핵심 증거로 파악된 ‘수첩 속 메모’에 대한 수석 자신의 입장과 공소 사실에 대한 입장 등은 특검 수사에서도 중요한 대목이기 때문이다. 특히 안 전 수석의 메모에 박 대통령의 발언이나 지시가 명확한 문장 형태로 돼 있지 않아 변호인과 검찰의 ‘시각 차’가 크다. 20일로 준비 기간이 종료되는 특검팀은 청와대에 대한 직접 압수수색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특검은 앞서 특수본이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할 때도 압수수색 영장은 발부됐지만, 집행 과정에서 불승인된 만큼 이를 돌파할 법리를 마련하고 있다. 특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인 만큼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 승인 여부를 결정할 주체에 대해선 “특수본 수사 당시 불승인의 주체였던 경호실장과 비서실장이 결정하리라 본다”라고 말했다. 한편 특검은 새누리당 이만희 의원이 최순실 측근을 만나 청문회 증언을 사전 모의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국회 고발장이 정식으로 접수되면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장관석 jks@donga.com·김준일 기자}
최순실 씨가 19일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한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은 법조계에서 ‘역사적 법정’으로 불리는 곳이다. 대형사건에 연루된 전직 대통령과 그의 아들들, 대기업 총수 등이 수의를 입고 고개를 숙였던 곳이 바로 이곳이다. 417호 대법정은 일반 방청석만 150석이다. 법정의 큰 규모를 미뤄 짐작할 수 있듯이 국민의 이목이 쏠린 대형 재판은 주로 여기에서 열렸다. 대표적인 재판이 1996년 3월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12·12쿠데타 및 비자금 사건 재판이다. 당시 두 전직 대통령은 손을 꼭 잡고 재판을 함께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1997년 3월 한보비리 사건 재판도 이곳에서 열렸다. 당시 정태수 한보그룹 총수는 이 법정에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 ‘재벌 총수는 휠체어를 타고 재판을 받는다’라는 세간의 뒷말을 만들었다. 기업인들에게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현철 씨의 공판 역시 417호 대법정에서 열렸다. 이외에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비자금 사건,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의 외화 해외 밀반출 사건 재판 등이 이곳에서 열렸고 가장 최근에는 ‘이태원 살인사건’ 재판이 417호 대법정에서 진행됐다. 417호 법정은 특정 재판부에 전담돼 있는 재판정은 아니다. 국민의 관심이 높거나 다수의 증인이 출석해야 하는 경우, 또는 방청객이 많을 거라고 예상되는 사건에 대해 재판부가 해당 법정 사용을 신청하게 된다. 재판정이 비어 있으면 별도의 허가 없이 신청한 재판부가 사용한다. 최 씨 재판은 지속적으로 이곳에서 열릴 예정이다. 국민참여재판은 배심원 좌석이 필요하기 때문에 주로 이곳에서 열린다. 2012년 ‘시신 없는 살인 사건’이 대표적이다. 피고인이 동료를 굴착기로 생매장했다는 혐의에 대해 결정적인 물증이 없었던 사건이다. 법원은 최 씨 재판에 앞서 추첨을 통해 방청객을 제한했다. 방청객이 많이 들어올 수 있는 법정이다 보니 방청객으로 인한 소란이 종종 생기기 때문이다. 2006년 장민호(미국명 마이클 장) 씨가 간첩 혐의로 구속 기소됐던 일명 ‘일심회’ 사건에서는 장 씨를 지지하는 방청객들이 재판부를 향해 고함을 지르거나 박수를 크게 치는 통에 첫 공판이 휴정되기도 했다. 원칙적으로 취재진은 법정을 촬영할 수 없지만 대형사건의 경우 재판장의 허가가 있으면 개정되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법정을 촬영할 수 있다. 이날 최 씨의 공판준비기일에서도 ‘예외’에 따라 이날 취재진은 1분 30초간 법정을 촬영했다. 법원이 최 씨 국정 농단 사건의 중대성을 크게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가장 최근에 법정 촬영이 허가된 재판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이준석 선장과 김한식 청해진해운 대표 등에 대한 재판이었다. 2013년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대표 재판도 촬영이 허가됐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고(故) 천경자 화백의 작품인 미인도의 위작 여부를 수사한 검찰이 미인도를 진품으로 결론 내렸다. 검찰이 과학적인 기법까지 동원해 작품의 진위를 가린 의미 있는 결과물이지만 천 화백의 유족 측은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배용원)는 올해 5월 천 화백의 차녀인 김정희 씨가 미인도 위작논란과 관련 국립현대미술관 전·현직 관계자 6명을 고소·고발한 사건에 대해 미인도를 진품으로 결론 내렸다고 19일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은 김 씨가 고소·고발한 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 관장 등 다른 관계자 5명을 불기소 처분(혐의 없음)했다. 다만 "천 화백이 진품을 보지 않고 (본인의 작품을) 위작이라고 했다"라는 말을 했던 정모 전 학예실장만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천 화백 특유의 작품 제작 방식 △공개되지 않았던 '차녀 스케치'와 밑그림의 유사성 △전문가 안목 감정 등을 토대로 미인도를 진품으로 결론 내렸다. 검찰은 맨 눈으로는 관찰되지 않는 미인도의 압인선을 발견했다. 압인선이란 날카로운 필기구 등으로 사물의 외곽선을 그린 자국이다. 이 압입선의 형태는 천 화백의 다른 작품들과 섬세한 표현이 필요한 부분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 것이라고 한다. 또 천 화백은 'D 화랑'을 전속 화랑으로 두고 표구를 해왔는데, 미인도의 표구도 D화랑에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표구란 작품을 보관하기 위해 액자 등에 작품을 담는 과정을 뜻한다. 검찰은 이번 검증과정에서 미인도의 밑층에 다른 밑그림을 발견했다. 그림 밑에 다른 밑그림이 존재하는 것은 천 화백의 68년도 작품인 '청춘의 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미인도에는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세밀한 스케치들이 있는데, 이 스케치 이미지는 세상에 공개되지 않았던 천 화백의 '차녀 스케치'란 작품과 표현 방식이 유사하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분석과정에서 컴퓨터 영상분석기법, DNA감정 등도 병행했지만 해당 분석 방식에서는 유의미한 진위여부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프랑스 감정팀은 미인도와 천 화백의 그림 9점을 특수카메라로 비교한 결과 양 작품에 차이가 있다는 의견을 검찰에 제출했다. 그러나 검찰은 해당 감정은 심층적인 단층분석기법이 활용되지 않았고, 비교군으로 사용된 다른 작품들마저도 해당분석방식으로는 진품일 확률이 4%수준에 불과해 최종 판단 근거로 활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검찰은 25년간 이어온 천 화백과 국립현대미술관의 싸움에서 미술관의 손을 들어줬지만 논란이 가라앉을 지는 미지수다. 천 화백 측은 "'자신의 그림도 못 알아보는 작가'라며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다"며 고인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