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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1년 9개월 전으로 돌아간 셈이다. ‘새 정치’와 ‘혁신’이라는 자산을 소진하며 혹독한 신고식을 마쳤다.”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안철수 의원을 두고 정치권에서 나오는 얘기다. 지난해 3월 전격적으로 민주당과 통합한 뒤 1년 9개월 만에 다시 홀로서기를 하는 안 의원이 ‘정치시계’를 ‘0시’로 되돌렸다는 것이다. 안 의원의 출발은 좋았다. ‘안철수 신당’은 지난해 민주당과 합당 직전인 2월 한국갤럽 조사에서 정당 지지율 18%를 얻어 민주당(15%)보다 높았다. 새정치연합으로 합당한 직후에는 30%대로 뛰어올랐다. ‘안철수 효과’가 발휘됐다. 하지만 정점은 일찍 찍혔다. 4월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을 철회하고 7·30 재·보궐선거에서 패하면서 4개월 만에 공동대표직을 사퇴했다. 지난해 초까지 1위를 달리던 야권 대선 주자 지지율도 6·4지방선거 직후에는 문재인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에 이어 3위로 밀렸다. ‘철수(물러선다는 의미) 정치’에 “새 정치의 이미지가 퇴색됐다”는 비판을 받으며 중도층이 등을 돌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안 의원은 소득도 있었다. 그는 평소 “정치권 3년이 30년 같았다”면서도 “압축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또 “(당) 바깥에 있었으면 기존의 정당 내부 구조를 잘 몰랐을 것”이라며 “좌절도 하고 기초연금도 관철시켜 보면서 배웠다”고 했다. 제1야당 대표를 맡아 야당 내 계파 간 역학관계를 몸에 익혔다는 것이다. 현역 의원들과 관계를 쌓은 것도 안 의원의 자산이 됐다. 안 의원은 김한길 의원과 공동대표를 지내며 최재천 최원식 정성호 등 김한길계 의원들과 가까워졌다. 동반 탈당을 예고한 문병호 의원도 안 의원의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맡았다. 서양호 두문정치전략연구소 부소장은 “지금이 위기이자 기회”라며 “안 의원은 앞으로 비주류, 호남 수장의 유혹을 떨치고 ‘반(反)여당 비(非)야당’ 성향의 중도층을 적극 대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안철수 의원이 ‘새로운 정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나와 같은 인식에 도달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13일 서울 동작구 여성플라자에서 열린 ‘국민회의(가칭) 창당 발기인대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신당 창당의 성공 요건으로 꼽히는 안 의원 같은 대선 주자가 탈당한 만큼 인재 영입 측면에서 ‘대어(大魚)’가 나왔다고 본 것이다. 천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최근 안 의원을 만나거나 연락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당에 있는 사람도 만나는데 탈당한 사람(안 의원)을 만나지 못할 이유가 있느냐”고 말했다. 이미 안 의원이 천 의원과의 야권 통합 필요성을 제기한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두 사람이 만날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다. 천 의원은 이어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 야권 주도세력을 교체하는 일은 어떤 대의보다도 큰 역사적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야권 개편의 역할론이 제기된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 정동영 전 의원을 두고 “정치적 영향력과 책임이 큰 분들의 동참을 바라고 있다”고 신당 참여를 호소했다. 천 의원은 이날 국민회의 발기인대회에서 안 의원의 탈당을 계기로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는 “오늘은 야당의 사망 선고일”이라며 “(새정치연합은) 여왕에게 쩔쩔매는 2중대 야당”이라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 유성엽 의원도 축사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전북 정읍에서 핵심 당원을 설득해 탈당을 승낙받은 뒤 함께하겠다”며 탈당을 예고했다. ‘국민회의’ 발기인에는 현역 의원은 없었지만 유선호 조배숙 장세환 김성호 전 의원 등 868명이 이름을 올렸다. 차길호 kilo@donga.com·황형준 기자}
“안 의원은 상당히 화가 많이 나 있었다.” 안철수 의원의 한 핵심 측근은 13일 새벽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만난 안 의원에게서 이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2012년 대선 단일화 국면 당시 문 대표가 자신이 집에 없는 사실을 알고도 ‘문전박대’당했다는 식으로 발언한 것을 두고 안 의원은 불만을 토로해왔다. 이날도 혁신 전당대회 제안을 수용할 생각이 없는데도 문 대표가 안 의원의 상계동 자택을 방문한 건 3년 전의 ‘데자뷔’라는 것이다. 안 의원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 ‘새정치’의 아이콘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안 의원은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2012년 대선 후보 자리를 문 대표에게 각각 ‘양보’했다. 지난해 3월에는 민주당과의 통합 명분이었던 ‘기초선거 무공천’이 좌절되면서 ‘철수정치(밀리기만 한다는 의미)’라는 비판을 받았다. 안 의원은 “문 대표가 자신의 대선 공약을 어기면서까지 기초선거 공천을 해야 한다고 했다”며 실망감을 표시했다. 2012년 대선 당시 후보직을 다투던 안 의원과 문 대표의 악연은 3년 3개월이나 이어졌다. 안 의원은 그해 9월 1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현실정치 무대의 전면에 나섰다. 그러나 11월 23일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이 진통을 겪으면서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그 후 문 대표의 선거운동을 도왔지만 친문(친문재인) 진영에서 “안 의원이 너무 늦게 합류했다”고 날을 세우자 안 의원은 상당히 격앙했다고 한다. 안 의원은 8월 박영선 의원의 북콘서트에서 “대선 단일화 협상 당시 (내가 단일 후보가 되면 민주당에 입당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는데 일부 사람만 알았다”며 “내가 한마디만 더 하면 큰일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안 의원이 지난해 당 대표직을 그만둔 과정에서도 친문 진영의 집요한 흔들기가 작용했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한다. 안 의원은 문 대표로부터 인재영입위원장, 혁신위원장 등 주요 당직을 제안받았지만 거절했다. ‘문재인 아래 안철수’라는 인식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안 의원은 사석에서 “문 대표의 권력 의지가 더 강해지고 있어 자신의 대표직을 내놓을 생각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의 멘토였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안 의원이 (합당 후) 1년 9개월 만에 제자리로 돌아온 것 아니냐”며 “야권을 분열시켰다는 비판이 나오겠지만 (안 의원이 자신의)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한상준 기자}

“다음 기회에 말씀드리겠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3일 탈당 기자회견을 마친 뒤 ‘신당 창당’이나 ‘신당 합류’ 계획에 대해 말을 아꼈다. 다음 행선지를 ‘신당’으로 좁히지 않고 ‘무소속 연대’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이다. 안 의원 측 핵심 관계자는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민심을 듣고 탈당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한 뒤 창당 문제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력 규합에 심사숙고하겠다는 의미다. 안 의원은 회견 뒤 지지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길도 없고 답도 없는 야당을 바꾸고, 이 나라의 정치를 바꾸는 길의 한가운데 다시 서겠다”고 밝혔다.○ 안철수의 ‘3·3·3전략’ 정치권은 안 의원이 정치 지형 재편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도’ 성향의 안철수 신당과 ‘진보’ 성향의 새정치연합, ‘보수’ 성향의 새누리당 등 삼각 구도로 바꾼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2013년 말 독자 신당을 추진할 당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김성식 전 의원 등 새누리당 인사들까지 아우를 정도로 중도적 성향을 보였다. 지난해 민주당과의 합당 때도 ‘진보-보수 통합’ 노선을 천명했다. 안 의원의 탈당 이후 행보도 비슷한 노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 캠프 인사와 새정치연합 중도 성향 의원, 신진 인사 등 3개 축을 중심으로 ‘정치세력’을 만들어 신당의 가치, 총선 전략 등을 만들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후 중도 보수 진보의 삼각 구도를 구축하고 외연 확대를 통해 중도신당을 출범시켜 내년 총선에서 기호 3번을 노리는 ‘3·3·3전략’을 세울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 순차적 탈당 이뤄질 듯 안 의원과 새정치연합을 창당했던 김한길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야권 통합을 위해 어렵게 모셔온 안 의원을 막무가내 패권정치가 기어코 내몰고 말았다”며 “패배의 쓴잔이 아른거린다. 참담하다”고 적었다. 박지원 의원도 “좋은 소식을 기다렸지만 까치는 오지 않았다”며 안 의원의 탈당을 아쉬워했다. 후속 탈당의 규모가 관심이다. 안 의원의 측근인 문병호 의원이 15일 선도 탈당을 예고했고 호남 비주류인 황주홍 의원도 탈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의원은 13일 저녁 문 의원 등을 만나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일단 비주류 진영의 좌장인 김한길 의원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김 의원계가 탈당에 합류할 경우 후속 탈당에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크다. 박지원계, 손학규계 의원들도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동반 탈당할 현역 의원은 김영록 노웅래 유성엽 이윤석 정성호 박혜자 최원식 최재천 의원 등이 거론된다. 당 관계자는 “호남 또는 비주류 의원 일부는 바로 탈당하고 싶겠지만 안 의원 측에서 받아준다는 보장이 없어 섣불리 행동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일단 당내에서 문재인 대표와 각을 세우면서 탈당 명분을 계속 쌓으며 기회를 노릴 가능성이 많다”고 전했다. 박영선 민병두 의원과 김부겸 김영춘 전 의원 등이 참여하는 ‘통합 행동’도 당분간 당내 상황을 지켜본 뒤 거취를 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탈당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安, 호남에서 깃발 들 듯 안 의원은 전날 밤부터 기자회견문을 직접 작성했다고 한다. 안 의원 측 지인은 “안 의원이 ‘문 대표는 당 대표 프리미엄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이것만 벗기면 끝이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며 “문 대표가 물러날 생각이 없는 만큼 결국 탈당밖에 길이 없다고 본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번 주 광주를 먼저 방문할 계획이다. ‘강철수(강한 철수)’라는 별명을 준 호남에서 재기를 꾀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무소속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와 손잡고 신당을 창당하는 것은 심사숙고하는 분위기다. 자칫 ‘호남당’이란 역풍을 맞을 수 있어서다. 안 의원이 시차를 두고 신당을 고민하는 이유다. 안 의원 측 인사들은 14일부터 탈당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북 김제-부안 출마를 노리는 홍석빈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과 박인복 전략홍보본부 부본부장, 경기 고양 덕양을 출마를 준비 중인 이태규 ‘내일’ 부소장이 탈당을 선언할 예정이다.길진균 leon@donga.com·황형준 기자}
“생각이 다르다고 어떻게 나를 새누리당이라고 그러느냐.” 13일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안철수 의원은 전날 문재인 대표에 대해 쌓인 감정을 이같이 토로했다. 그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 자택을 찾은 박병석 의원에게 “혁신 전당대회를 국민 앞에서 얘기했기 때문에 문 대표가 받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며 문 대표가 자신을 ‘새누리당 프레임’이라고 언급한 것을 떠올리며 거듭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안 의원과 가까운 송호창 의원이 11일 “안 의원이 탈당으로 마음을 굳혔다”고 밝히면서 문 대표 측에는 비상이 걸렸다. 12일 ‘통합행동’, ‘구당모임’ 의원들도 안 의원의 탈당을 만류하는 성명을 연이어 발표했다. 의원들은 이날 오후 8시 반부터 긴급 의원간담회를 열어 “안 의원의 탈당 철회와 문 대표의 당 갈등 해결에 대한 무한 책임을 요구한다”는 호소문을 채택했다. 또 안 의원에게 의원단을 급파해 설득 작업을 벌였다. 박병석 의원 등 3명은 안 의원의 자택에서 오후 11시 45분부터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탈당을 만류했다. 그러나 안 의원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내가 또 (문 대표에게) 이용만 당하는 것 아니냐”며 “혁신 전대를 받지 않는 상태에서 문 대표와 만나는 건 의미가 없다”고 했다. “일단 두 사람이 만나라”라는 의원들의 권유에도 “둘이 얘기하면 또 다른 말이 나오니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고도 했다. 문 대표를 더 이상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안 의원을 만난 한 의원은 “두 사람의 불신의 골이 깊어도 너무 깊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문 대표는 안 의원을 찾아가는 것을 망설였다. 하지만 박 의원이 문 대표에게 연락해 “일단 출발해라. 그 사이 안 의원을 설득하겠다”고 하자 비로소 13일 오전 1시경 안 의원의 자택에 도착했다. 문 대표는 문 앞에서 50분가량 기다렸지만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문 대표가 자리를 뜨려는 순간, 안 의원이 문을 열고 나왔다. 둘의 대화는 짧았고 악수를 한 뒤 헤어졌다. “문자나 전화 합시다.”(문 대표) “네. 아침에 맑은 정신에….”(안 의원) 오전 11시로 예정된 안 의원의 탈당 기자회견을 앞두고 문 대표는 최후의 카드를 던졌다. 전날 통합행동이 “문 대표, 안 의원 등 여러 인사가 혁신을 갖고 경쟁하는 전대를 하자”고 제안한 중재안을 받을 수 있다고 한 것. 문 대표와 안 의원은 오전 10시 15분경 13분 정도 통화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안 의원은 오전 11시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한 뒤 “문 대표께 지금 당이 어떤 위기 상황인지 설명했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며 “그럼에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문 대표가 ‘마이 웨이’를 고집하면서 탈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기자회견 직전인 10시 49분까지 문 대표가 ‘혁신 전대를 받겠다’고 하는 연락을 기다렸다”며 “연락이 왔다면 기자회견도 안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표 측은 “통합행동의 중재안과 혁신 전대가 무엇이 다르냐”고 반박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한상준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분당(分黨)의 기로에 섰다. 혁신과 통합 노선을 놓고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서로 물러서지 않으면서 주류-비주류 간 갈등의 골도 깊어졌다. 안 의원은 13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종 결심을 밝힌다. 안 의원이 탈당할 경우 비주류 의원들의 동반 탈당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잠행 엿새째인 안 의원은 11일 서울 인근에서 당 잔류와 탈당을 놓고 장고를 거듭했다. 안 의원과 가까운 송호창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안 의원과 장시간 얘기했는데 탈당으로 마음을 굳힌 것 같다. 이미 기정사실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다만 송 의원 자신은 “탈당하지 않는 게 맞다”며 묘한 뉘앙스를 남겼다. 안 의원 측근들 사이에선 “당에 남아 백의종군해봐야 얻는 게 없다”며 탈당하는 쪽 의견이 우세했다고 한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안 의원이)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 카르텔을 쉽게 깨뜨릴 수가 없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라며 “그걸 깨고 새로운 야권 지형을 만들지 마지막까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안 의원 측근인 문병호 의원은 “안 의원이 탈당하면 다음 주쯤 호남과 수도권 중심으로 5∼10명이 동반 탈당할 것”이라며 “나도 바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 의원을 포함해 최원식 최재천 유성엽 황주홍 의원의 탈당 가능성이 높다. 연말까지 30여 명이 탈당할 거라는 전망도 있다. 안 의원이 탈당 쪽으로 결심을 굳히면 야권의 정치지형도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새정치연합 창당 당시 안 의원과 공동대표를 맡았던 김한길 의원,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손을 잡으면 총선을 4개월 앞두고 야권발 정계 개편이 휘몰아친다. 이럴 경우 총선 정국은 여야 일대일 구도가 아니라 ‘다야(多野)’ 구도로 급변하게 된다. 안 의원은 자신의 기자회견 이후 예상되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와 안 의원이 주말 동안 파국을 막기 위해 물밑 조율에 나설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문 대표 측은 “제안할 게 있어야 만나는데 접점이 없다”고 말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길진균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탈당을 심각하게 검토하는 가운데 11일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이 중재에 나섰지만 허사였다. 문재인 대표에게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구성을 촉구했지만 문 대표는 오히려 중진들을 타박했다. 문 대표는 “지난번 재신임 투표 제안 때 앞으로 대표를 흔드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돌아서자마자 다시 흔들기가 계속됐다”며 자진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문 대표 최측근인 최재성 총무본부장도 중진들에게 “용퇴하라”며 맞불을 놨다. 당내 수도권, 비주류, 중진 의원들까지 나섰지만 당 혁신과 통합을 둘러싼 문 대표와 안 의원의 관계는 멀어지고 있다. 당내 갈등조차 중재하지 못한 새정치연합의 정치력 부재가 총체적 난국을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 지도부 사실상 와해 유승희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에서 문 대표를 향해 “대표직에서 물러나 혁신통합전당대회를 성사시키라”고 요구했다. 이미 5명의 선출직 최고위원 가운데 주승용 오영식 최고위원이 사퇴한 상황에서 유 최고위원까지 문 대표에게 반기를 든 것이다. 이종걸 원내대표의 최고위 불참, 최재천 정책위의장의 사퇴 등 비노(비노무현) 진영의 ‘사퇴 도미노’로 당 지도부는 사실상 와해된 상태다. 당 관계자는 “이제 문 대표의 사퇴냐, 안 의원의 탈당이냐로 압축된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표가 안 의원의 최후통첩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안 의원이 13일 ‘결별’을 선언할 거란 얘기다. 안 의원 측 문병호 의원은 “이제 당 의원들이 선택해야 한다”며 “친문이냐, 반문이냐를 두고 안철수당이냐 문재인당이냐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막판 담판 가능성은 열려 있다. 문 대표 측도 여러 경로로 안 의원 측에 담판 의사를 타진해왔다. 안 의원 측 핵심 관계자는 “탈당이 유력하지만 정치는 마지막 반전의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며 여운을 남겼다.○ 文 측, 중재 요구한 중진 의원들에게 “용퇴하라” 문희상 의원, 이석현 국회부의장 등 중진 의원 15명은 이날 문 대표가 일단 사퇴한 뒤 안 의원과 함께 비대위를 구성하고 전당대회를 개최하자는 중재안을 마련했다. 전날 수도권 의원들의 중재안과 비슷하지만 전대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점에서 혁신 전대를 주장한 안 의원의 의견까지 수용한 것이다. 전대를 고집하던 비주류 측 ‘구당모임’ 의원들도 비대위 구성 방안으로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최 본부장은 “비대위에서 전대 문제를 합의 결정하도록 요구하는 건 당헌에 위배된다”며 “중진들이 헌신했다면 진정성을 이해하겠지만 전부 황금 지역구 아니냐”고 비난했다. 중진들이 중재할 자격이 없다고 일축한 것이다. 문 대표와 안 의원 측 모두 중재안에 회의적이라는 게 더 문제다. 문 대표 측은 “대표가 물러나는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 측도 “문 대표가 혁신 전대를 거부한 상황에서 두 분이 향후 전대 개최를 협의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호남에서는 문 대표의 사퇴 요구가 이어졌다. 새정치연합 전남도의원 52명 중 44명과 기초의원 광주, 전남·북 협의회 회장단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성명을 내고 문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한 비주류 진영의 당직자는 “문 대표가 호남, 수도권 의원, 중진까지 등 돌리게 하고 마이웨이를 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길진균 기자}
“면피용, 국면 전환용, 이벤트적인 처방 말고 근본적인 혁신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 측은 10일 문재인 대표가 친노(친노무현) 측근 정리에 나선 데 대해 이같이 평가 절하했다. 문 대표의 ‘육참골단’이나 혁신의 의지를 확인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당연한 결정인데 새로운 혁신을 하는 것처럼 주목받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한 측근은 “안 의원이 주장한 ‘낡은 진보’ 청산에 대해 문 대표가 ‘형용 모순’이고 ‘새누리당에서 우리 당을 규정짓는 프레임’이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 말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폄하했던 것에 대한 사과나 최소한의 유감 표명이 있어야 문 대표의 진심을 그나마 알 수 있다는 의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7∼9일 조사 결과 안 의원의 호남 지지율은 28.5%로 올해 들어 처음 1위를 차지했다. 지난주(13.9%)보다 2배 이상으로 올랐고 문 대표의 호남 지지율(14.2%)의 두 배다. 안 의원이 문 대표와 각을 세우면서 호남의 대표 주자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 의원 주변에서는 이 같은 결과를 놓고 “탈당해야 한다”, “당에 남아서 문 대표와 싸워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나흘째 칩거 중인 안 의원은 13일경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발표할 예정이다. 안 의원은 문 대표의 조치가 진정성이 없다고 보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한다. 탈당 등을 결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3선의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 의원(인천 계양갑)이 10일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앞서 김성곤 의원(전남 여수갑)은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했다. 손학규 대선 캠프에서 비서실장을 지낸 신 의원은 최근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의 갈등이 커지자 ‘구당모임’에 참석하며 주류를 비판해왔다. 지난해 9월 검찰이 입법 로비 혐의로 기소돼 1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신 의원은 이날 “1심 끝난 뒤 불출마 선언을 하려 했지만 우리 당이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 때문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거취를 놓고 대립하는 주류-비주류 진영이 9일 의원총회에서 정면충돌했다. 친노(친노무현) 진영이 포문을 열었다. 강기정 의원은 당무를 거부하는 비주류를 향해 “정무직 당직자들이 당 (법인)카드를 쓰면서 대표를 흔들어선 안 된다”며 “재신임 투표 과정에서 대표 사퇴는 (안 하기로) 끝난 사안”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의 책임이 더 크다는 주장도 나왔다. 양승조 의원은 “가장 큰 책임은 문 대표에게 있다. 당 대표이기 때문”이라며 “동네에서도 매일 부모가 다투기만 한다면 아이들이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표는 이날 비공개 당무위원회에 불참한 이 원내대표와 최재천 정책위의장, 정성호 민생본부장 등 비주류 당직자들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는 “당무를 거부하려면 당직을 사퇴하는 게 도리”라며 “당직 사퇴 없이 당무를 거부할 경우 교체할 수밖에 없다는 경고의 말씀을 드린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당무 거부를 당직 교체로 받아치겠다는 메시지다. 특히 이 원내대표를 향해 “전체 의원을 아울러야 하는 원내대표가 특정 계파에 서서 당무를 거부하는 건 문제”라고 비난했다. 문 대표는 전날 밤 이 원내대표와 통화를 하면서 자신을 공격해온 비주류 의원들의 실명을 일일이 거론하며 비판했다. 침묵하던 수도권 의원들은 중재에 나섰다. 수도권 일부 의원은 문 대표가 사퇴한 뒤 문 대표와 안 의원이 전권을 갖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중재안에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문 대표의 명예로운 퇴진을 열어주고, 안 의원에게 잔류 명분을 만들어주는 사실상 ‘공동지도부’ 제안이다. 문 대표 측은 긍정적이지만 안 의원 측은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안 의원의 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문병호 의원은 이날 광주에서 “문 대표가 이번 주에 사퇴 등을 결정하지 않으면 안 의원도 다음 주 (탈당) 결심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안 의원 측은 “그건 문 의원 개인 생각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칩거 사흘째인 안 의원은 이날 서울 근교에 머물렀다. 부산에서는 첫 탈당 인사가 나왔다. 정상원 동래지역위원장은 이날 “천정배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회의’에 가입하겠다”고 밝혔다. 한상준 alwaysj@donga.com·황형준 기자}
무소속 천정배 의원의 신당 당명이 9일 ‘국민회의’로 확정됐다. 신당 창당 추진위원회는 13일 창당 발기인 대회를 열고 법적 기구인 창당 준비위원회로 전환한다. 공식 창당은 내년 1월 예정이다. 천 의원과 장진영 대변인은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앞서 창당 추진위는 국민 공모로 당명을 모집해 1400여건의 공모를 받았다. 이 가운데 국민제일당, 민주개혁국민회의 등 6가지 당명으로 압축됐고 이날 ‘국민회의’로 최종 결정됐다. 천 의원은 “국민이 주인이고 국민이 스스로 우리 당이라고 느낄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마하트마 간디가 영국으로부터 인도를 독립시켰던 게 ‘인도국민회의’였고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50년 만에 평화적인 정권교체에 성공한 게 ‘새정치국민회의’였던 점을 참고해 열린 정당을 지향하는 의미라는 게 장 대변인의 설명이다. 당 색깔은 오렌지색으로 결정됐다. 오렌지 군단, 오렌지 혁명 등을 연상할 수 있는 참신하고 젊은 색깔이라는 것이다. 이날 천 의원은 추가로 선임된 추진위원 10명도 소개했다. 김영남 광주시의원, 이행자 서울시의원과 이날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정상원 전 부산 동래 지역위원장이 포함됐다. 일각에서는 “신당이 모두 과거로 회귀하는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민석 전 의원이 주도하는 ‘민주당’, 박준영 전 전남지사가 주도하는 ‘신민당’에 이어 ‘국민회의’까지 과거 존재하던 정당 이름을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새정치연합을 탈당할 가능성이 있는 ‘새정치’의 상징 안철수 의원까지 가세하면 도로 ‘새정치국민회의’가 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8일 새정치민주연합 비주류 진영의 총공세가 벌어졌다. 오전 8시 비주류 주축의 ‘구당(救黨) 모임’, 오전 9시 30분 호남 의원 긴급 회동에 이어 오전 10시 주승용 최고위원의 사퇴 기자회견이 열렸다. 낮 12시 중진 모임 오찬 간담회, 오후 3시 호남 당원 2000명의 ‘문재인 대표 당원소환투표’ 청구서 제출까지 숨 가쁜 일정이 이어졌다. 그러나 문 대표는 ‘혁신 드라이브’와 ‘총선 체제 돌입’에 더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 총선을 불과 4개월여 앞두고 의석 127석의 제1야당이 일촉즉발의 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최고위가 만신창이가 됐다” 주 최고위원은 4일부터 문 대표의 ‘혁신 전대’ 개최 거부에 대해 항의하며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해 왔다. 그리고 이날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그는 “문 대표에게는 당을 살리고, 화합하기 위한 진정한 의지가 없는 것 같다”며 재차 문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주장했다. 지난달 사퇴한 오영식 최고위원에 이어 주 최고위원까지 물러나면서 선출직 최고위원은 단 3명만 남게 됐다. 여기에 비주류 진영인 이종걸 원내대표도 당무를 거부하며 문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한 당직자는 “최고위가 말 그대로 만신창이가 됐다”고 혀를 찼다. 비주류 의원들의 ‘구당모임’도 문 대표 압박에 가세했다. 이날 “문 대표가 혁신 전대를 수용할 것을 촉구한다”는 구당모임 성명서에는 의원 19명이 서명했다. 최재천 정책위의장 등 비주류 당직자들도 금명간 연쇄 사퇴할 계획이다.○ 문 대표 사퇴 한목소리, 탈당에는 다른 목소리 당 일각에서는 일부 비주류 의원의 탈당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안철수 의원 측은 문 대표가 혁신 전대를 재고해 달라는 ‘최후통첩’마저 거부하자 “탈당까지 불사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 대표가 “도당위원장 자리에서 사퇴하라”고 압박한 유성엽 황주홍 의원도 사실상 탈당 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비주류 진영 의원들은 문 대표의 사퇴를 주장하면서도 탈당에는 신중한 반응이다. 한 호남 의원은 “문 대표가 물러나야지 왜 우리가 당을 떠나야 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문희상 이석현 유인태 김성곤 등 중진 의원들도 이날 오찬 회동을 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문 대표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고 한다. 회동 후 김 의원이 문 대표를 만나 이 같은 뜻을 전달했지만 문 대표는 “최고위원들과 상의해 보겠다”고만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선 조정식 민병두 의원 등 ‘통합행동’도 “통합 전대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안 의원의 결심이 분당이냐 통합이냐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 관계자는 “안 의원이 탈당하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불이익을 우려한 수도권, 호남 비주류 의원들의 연쇄 탈당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의 ‘하위 평가 20%’ 발표를 전후로 연쇄 탈당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문 대표 측은 여전히 “탈당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선출직평가위에 반발해 탈당한다면 자신이 ‘하위 20%’에 든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 아니냐”며 “그렇게 탈당해서는 유권자의 선택을 받지도 못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 ‘마이 웨이’ 거듭 못박은 문재인 ▼“안철수는 공동창업주… 탈당 말 안돼, 통합全大 성사땐 대표직 물러날수도” 安의 ‘혁신全大 최후통첩’ 일축… “어떤 상처 받아도 뚝심있게 갈것”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혁신 전당대회 개최 거부를 재고해 달라”는 안철수 의원의 ‘최후통첩’도 거부했다. 문 대표는 9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총선을 앞두고 경쟁하는 전대는 분열과 많은 후유증을 남길 것이 분명한데 언제 총선을 준비하며 언제 혁신하겠느냐”며 “대표 권한으로 어떤 상처를 받더라도 끝까지 뚝심 있게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총선까지 현 체제로 ‘마이 웨이’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 대표는 안 의원의 탈당 가능성에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안 의원은 우리 당을 만든 공동창업주”라며 “‘대표 물러가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안 의원이) 탈당할 거라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주류를 향해서도 재차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문 대표는 “탈당은 국민들이 용인할 수 있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며 “공천에 대한 불안, 하위 20% 배제에 대한 걱정 때문에 탈당한다면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주승용 최고위원의 사퇴에 대해서도 “다수 최고위원들은 (주 최고위원과) 생각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새정치연합의 기반인 호남권 지지율이 낮은 데 대해 문 대표는 “지금 우리당이 희망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우리 당이 총선 승리의 희망과 정권교체 희망을 보여주면 금방 다시 지지자들이 결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의당, (탈당한 무소속) 천정배 의원 등 야권 세력과 통합하는 전대가 될 수 있다면 대표직을 내려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천 의원은 이미 통합 전대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한편 문 대표와 가까운 조국 서울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안 의원 등의 탈당을 막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고 최고위는 권한을 비대위에 위임하라”고 주장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황형준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은 8일 이틀째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장고에 들어갔다. 전날 부산에 이어 이날 다른 지역으로 옮겨 향후 거취를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안 의원은 문재인 대표가 이날 관훈토론회에서 자신이 제안한 혁신 전당대회 재고 요청을 거부한 상황도 보고를 받았다. 그러나 문 대표의 발언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문 대표가 (안 의원을) 함께하는 동반자, 협력자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마지막까지 안 의원에게 상처를 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표는 이날 안 의원의 혁신 의지마저 깎아내렸다. “(안 의원이) 대표를 하던 시절에 혁신을 위해 한걸음이라도 나아갔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표가 “추가 제안은 없다”고 못 박은 만큼 안 의원의 탈당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관측이 나온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문재인 대표가 ‘강공 드라이브’하는 배경엔 ‘친문(친문재인) 3인방’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최재성 총무본부장, 전병헌 최고위원,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을 문 대표의 측근 그룹으로 꼽는다. 이들이 ‘친노(친노무현)’ 진영을 넘어 ‘친문’의 핵심을 꿰차고 있다는 것이다. 한 최고위원 측 관계자는 “최 본부장은 (대표에 이어) 당내 ‘넘버 2’”라며 “문 대표의 ‘혁신 드라이브’와 ‘총선 체제 돌입’을 사실상 이끌고 있다”고 전했다.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안철수 의원의 ‘10대 혁신안’ 수용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 절차를 보고한 것도 최 본부장이었다. 최 본부장과 진 위원장이 전략 행보를 함께하고 있다. 오영식 최고위원의 사퇴, 비주류인 이종걸 원내대표와 주승용 최고위원의 당무 거부 등으로 흔들리는 최고위에서 전 최고위원은 문 대표를 엄호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문 대표가 제안한 ‘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를 두고 “새정치연합의 4번 타자가 될 것”이라고 힘을 실었던 전 최고위원은 당명 변경 개정도 진두지휘하고 있다. 최 본부장과 전 최고위원은 ‘정세균계’로 분류됐지만 노영민 의원의 카드 단말기 시집 강매 파문 등으로 친노 핵심들이 주춤한 사이에 ‘친문’ 핵심으로 급부상했다는 평가다. 안철수 의원의 핵심 측근은 이태규 ‘정책네트워크 내일’ 부소장, 박왕규 ‘더불어 사는 행복한 관악’ 이사장 등 원외 인사들이 주축이다. 현역 의원 가운데는 문병호 최원식 의원 등이 안 의원과 가깝지만 물밑 소통 채널로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의원을 포함한 비주류 의원 3명과 최 본부장 등 주류 의원 4명이 ‘7인회’를 결성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안 의원이 지난달 문 대표에게 대표직 사퇴와 혁신 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했을 때 7인회는 “두 사람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문 대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처럼 문 대표와 안 의원 측 핵심 그룹의 성격이 판이하게 달라 서로에 대한 인식 차는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안 의원 측은 “탈당까지 불사한다”는 태도지만 문 대표 측은 ‘엄포용’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최 본부장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의원을 두고 “자기가 만든 집(새정치연합)을 부수겠느냐, 누가 자기가 만든 당을 뛰쳐나가겠느냐”고 반문했다. 한 당직자는 “문 대표와 안 의원 간에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측근 그룹마저 접점을 찾기 어려워졌다”고 우려했다. 당의 내분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한상준 alwaysj@donga.com·황형준 기자}
“문재인 대표는 ‘사당(私黨)역’, 비주류는 ‘분당(分黨)역’, 안철수 의원은 ‘신당(新黨)역’을 향해 간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7일 새정치민주연합 내 세 갈래 흐름을 이같이 평가했다. 문 대표가 “혁신 전당대회를 수용하라”는 안 의원의 최후통첩을 거부하면서 ‘따로국밥’ 처지가 된 각 계파의 현실을 지하철역에 비유한 것이다. 안 의원은 이날부터 비공개로 지방을 돌며 장고에 들어갔다. 부인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는 동행하지 않았다. 안 의원은 부산행 비행기를 탄 뒤 해운대백병원에 마련된 장제국 동서대 총장의 부친 상가를 찾아 조문했다고 한다. 장 총장은 안 의원이 부산시장 후보로 영입을 타진했던 인연이 있다. 복잡한 심경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고향인 부산을 찾았다가 빈소를 들른 것이다. 안 의원은 문 대표의 반응과 비주류 측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다음 행보를 구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 측 기류에 변화가 없어 보이자 안 의원 측은 “탈당 외에 길이 없다”는 쪽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그동안 ‘간만 본다’는 ‘간철수’ 대신 ‘강철수(강한 안철수)’ 이미지를 선택하는 듯하다. 안 의원이 모든 가능성을 닫은 것은 아니다. 문 대표와의 마지막 담판은 염두에 두고 있다. ‘탈당이 쉬운 결정이 아니다’라는 안 의원의 속내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안 의원이 일주일 정도 숙고의 시간을 갖겠다고 한 것도 문 대표 퇴진 움직임에 나선 비주류의 ‘마지막 거사’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반면 문 대표 측은 “(새정치연합) 창업자인 안 의원이 쉽게 탈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안 의원은 만약 탈당하더라도 당장 신당을 창당하거나 ‘천정배 신당’에 합류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까지 무소속 의원으로 시간을 두고 관망한 뒤 다시 활로를 찾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부 탈당파를 포괄해 ‘비주류의 수장’이 되기보다는 여전히 ‘새정치’ 이미지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내년 4월 13일 실시되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지방자치단체장들과 현역 의원 간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특히 3선을 연임한 지자체장은 주민들과의 강한 ‘스킨십’으로 무장하고 있어서 현역 의원에게는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다. 지금까지는 대구가 가장 뜨겁다. 새누리당 소속 곽대훈 대구 달서구청장(3선 연임)은 총선 출마 지자체장 사퇴시한(15일)을 앞두고 4일 사직 의사를 밝혔다. 홍지만 의원이 지역구 의원인 달서갑 출마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달서구의 갑·을·병 3개 선거구 모두 술렁이고 있다.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달서병)은 7일 이 지역 한 언론모임에서 “현직 단체장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지역주민에 대해 굉장히 송구스러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장의 임기는 2018년까지다. 새누리당 김희국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중구와 남구에도 같은 당 소속 윤순영(중구)·임병헌(남구) 구청장이 3선 연임의 기초단체장이다. 두 구청장은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두 구청장과 김 의원을 잠재적 경쟁 관계로 보고 있다. 부산에서는 이위준 연제구청장과 박현욱 수영구청장이 각각 3선 연임의 여당 소속 지자체장이다. 연제구는 조만간 당으로 복귀해 총선을 준비할 김희정 여성가족부장관의 지역구이고, 수영구는 같은 당 유재중 의원의 지역구다. 비박(비박근혜)계인 김무성 대표는 3일 의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현직 지자체장이 총선에 출마하면 컷오프 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현역 의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반면 내년 총선에서 대폭 ‘물갈이’를 주장하고 있는 친박계에서는 출마 지자체장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에 반대하는 기류가 강하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은 9월 당무위원회에서 선출직 공직자가 임기를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국회의원 공천을 신청하면 경선에서 감점을 준다는 내용이 담긴 공천혁신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출마를 택한 현역 지자체장 많지는 않다. 친노(친노무현) 성향의 차성수 서울 금천구청장을 비롯해 3선의 성장현 용산구청장, 노현송 강서구청장 등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장택동 기자will71@donga.com황형준 기자constant25@donga.com}

“나와 함께 우리 당을 바꿀 생각이 없다면 분명히 말해 달라.”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6일 문재인 대표에게 혁신전당대회를 수용하라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안 의원은 “이제 더이상 어떤 제안도 요구도 하지 않을 것이며 묻지도 않을 것”이라며 ‘탈당 배수진’을 친 것이다. 문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조금 더 시간을 달라”고 했다. 하지만 문 대표 측은 여전히 안 의원의 탈당 가능성은 낮고 결국 문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를 것이라고 본다. 당내에서는 “이번 주 친노(친노무현) 주류와 비주류 간 전면전 등 ‘운명의 일주일’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安 “한 번도 분열의 길 걸은 적 없다” 안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는 단 한 차례도 분열의 길을 걸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2011년 서울시장 후보를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2012년 대선후보를 문 대표에게 각각 ‘양보’한 것과 지난해 민주당과의 통합 등을 예로 들었다. 안 의원은 “고통스럽고 힘든 선택이었지만 그렇게 했고, 결과도 스스로 책임져 왔다”며 “때론 조롱과 모욕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혁신전대가 분열과 대결의 장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 문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안 의원은 이날 오전 회견문을 작성하며 문 대표에 대한 격한 감정이 담긴 표현까지 넣었지만 측근들이 일부 순화시켰다고 한다. 안 의원 측 핵심 관계자는 “안 의원이 그동안 양보했던 얘기를 한 건 ‘내가 이렇게까지 해 줬는데’라는 심경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의원은 일주일가량 지방에 머물며 정국 구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늦어도 내년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15일 이전에 안 의원이 거취를 표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안 의원은 실제 탈당까지 검토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안 의원은 이제 ‘탈당은 명분이 없다’는 비판에 신경을 덜 쓴다”며 “(친노) 이런 사람들과 당을 같이 하면 정권 교체를 바라는 지지자들에게 욕을 먹는다”고 설명했다.○ 文 측 “전대 거부 철회할 명분·실리 없어” 문 대표는 이날 안 의원의 요구에 말을 아꼈지만 수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혁신전대 거부를) 철회할 이유도, 명분도, 실리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에 앞서 문 대표는 3일 “(탈당은) 현실적으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문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안 의원이 회견문에서 ‘더이상 제안하지 않겠다’고 언급한 건 결국 문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르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문 대표가 지라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문 대표와 가까운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페이스북에 “안 의원은 유력 대권후보로 영향력이 있는 분이니 당무위에 (혁신전대) 요구서를 제출하거나 (전대 소집을 위해) 대의원 5000명 서명을 받을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비꼬았다.○ 비주류, ‘마지막 거사’ 실패하면 동반 탈당 비주류 측은 이번 주부터 문 대표 퇴진 운동을 벌이며 주류와의 마지막 전면전에 나설 계획이다. 주승용 최고위원이 이르면 7일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하고 이종걸 원내대표도 당분간 최고위원직 당무를 거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결집력이 약한 비주류의 ‘거사’가 실패로 돌아가면 안 의원과 함께 탈당할 가능성도 있다. 동반 탈당 규모를 놓고는 “교섭단체 구성(20명 이상)은 충분하다”는 주장과 안 의원이 ‘혁신’ 깃발에 부합하지 않는 일부 비주류 의원들과는 거리를 둬 소수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엇갈린다.황형준 constant25@donga.com·한상준 기자}
민주화를 위한 동지이자 평생의 라이벌이었던 김영삼(YS) 김대중(DJ) 전 대통령. 1980년대 당시 신군부가 언론을 검열하면서 언론들은 DJ와 YS를 각각 그들의 거주지였던 ‘동교동 인사’와 ‘상도동 인사’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이에 따라 이들의 집을 드나들던 ‘가신(家臣) 그룹’도 각각 동교동계와 상도동계로 불렸다. 1980년대 당시에는 막내였지만 지금은 새누리당 대표가 된 김무성이 대표적 상도동계 인사다. YS 빈소를 5일 내내 지키며 자신을 “YS의 정치적 아들”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YS가 창당한 통일민주당 창당발기인을 거쳐 YS 재임 기간 대통령사정비서관과 내무부 차관을 지냈다. 지금은 친박(친박근혜)계의 맏형으로 김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는 같은 당 서청원 최고위원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YS맨을 자부한다. 서 최고위원은 YS가 야당 총재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고 ‘문민정부’에서 정무장관을 지냈다. 김 대표나 서 최고위원은 모두 YS가 1984년 이끌던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에 참여하면서 상도동계와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은 지난해 7월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일전을 벌인 뒤 각각 비박과 친박 진영을 이끌며 사사건건 갈등을 벌이고 있는 얄궂은 운명에 처해 있다. YS 상가를 5일 내내 지킨 두 사람은 빈소에서도 냉랭한 분위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YS 재임 내내 손명순 여사 부속실장을 지낸 정병국 의원과 김영삼 정부 대통령비서관 출신인 이병석 이진복 의원, 이성헌 전 의원 등도 범상도동계로 분류된다. 원로그룹으로는 최형우 전 내무부 장관과 김수한 박관용 전 국회의장, 김덕룡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 박종웅 전 의원, 이원종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홍인길 전 대통령총무수석비서관 등을 꼽을 수 있다. 김기수 비서실장은 YS 임기 내내 수행실장을 맡았고 퇴임 이후에도 줄곧 YS의 곁을 지켰다. 동교동계는 김대중 정부와 함께 부침을 겪었다. 현재는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도 동교동계 출신 현역 의원은 손에 꼽을 정도. 권노갑 상임고문과 함께 ‘양갑(甲)’으로 불리면서 ‘리틀 DJ’라는 별명도 얻었던 한화갑 전 의원이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면서 동교동계의 당내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김옥두 배기선 전 의원 등도 일선에 없다. 열린우리당 의장과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문희상 의원, 이석현 국회부의장, 설훈 의원 등도 동교동계에서 한솥밥을 먹었지만 지금은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문 의원은 친노(친노무현)계, 설 의원은 범친노(친노무현)계로 분류되지만 이 부의장은 비노(비노무현)계에 포함된다. 다만 DJ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와 동교동계 좌장 역할을 하는 권노갑 상임고문은 호남지역에서 여전히 적지 않은 지분을 갖고 있다. 동교동 직계는 아니지만 DJ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리는 박지원 의원 역시 호남을 기반으로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차기 국회의원 총선거와 2017년 대선 과정에서 동교동계가 고토(古土)를 회복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가동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김대중 정부에서 공보수석을 지낸 박준영 전 전남지사, 평민당 전문위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전병헌 최고위원 등도 DJ맨으로 분류된다. DJ가 1996년 15대 국회에서 ‘젊은 피’로 수혈했던 김한길 신기남 정세균 천정배 추미애 의원과 정동영 김민석 전 의원도 어느덧 당내 중진이 됐다.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20대 총선 4개월여를 앞두고 여야의 ‘심장부’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대구경북(TK) ‘물갈이론’의 진원지는 대구 동을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에 대한 심판을 언급한 뒤 이 지역에서는 누가 진실한 사람인지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대구의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수성갑에선 야권 불모지의 벽을 깨뜨리겠다는 김부겸 전 의원의 망치질에 탄력이 붙고 있다. 야권의 성지(聖地) 격인 광주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에 대한 지지도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뒤처지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호남발(發) 야권 개편’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급기야 3일 문 대표가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이른바 혁신전대 요구를 거부하면서 당의 내홍도 바야흐로 정점을 향해 치닫는 형국이다. 동아일보 취재진은 여야에 무풍지대 격이었던 대구와 광주의 민심을 현장에서 직접 취재했다. 바닥의 마음은 서울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냉정했다.‘물갈이론’-김부겸에 흔들리는 대구 “사람에 속아가(속아서) 이제 겁난다카이(겁이 납니다). 하도 속아나니 진절머리가 나요.” 지난달 29일 동대구역 앞에서 만난 택시 운전사 류근성 씨(64)의 목소리에는 ‘TK 물갈이설’에 대한 피로감이 진하게 묻어났다. 한편에는 사과밭, 한편에는 혁신도시가 동시에 존재하는 도농복합지역 동을에서는 현역 유승민 의원과 이재만 전 동구청장을 둘러싼 유권자들의 저울질이 벌써부터 시작됐다. 박 대통령과 ‘맞짱’을 뜨면서 일약 전국구 인물로 급부상한 유 의원에 대한 민심은 “여 촌동네서 이만한 사람 쉽게 안 나온다”는 24년 토박이 하모 씨(56)의 말이 상징한다. 박 대통령에게 정면으로 맞선 것이 ‘괘씸’하다면서도 “요새 국회의원들 거수기 역할만 하이(하니). 식상하니까요”라며 유 의원을 두둔했다. 특히 부친상을 계기로 유 의원에 대한 경계심도 많이 누그러졌다고 한다. 방촌동의 한 미용실에서는 “대통령이 조화 하나 안 보낸 건 너무 야박한 거 아잉교”, “전쟁 중에라도 상을 당하면 싸우는 거도 멈추는 게 인지상정 아입니까. 이제 용서할 때도 됐다”는 동정론이 펼쳐졌다. 하지만 유 의원이 12년간 닦아온 기반이 그리 튼튼하지 않다는 기미도 곳곳에서 보였다. 율하동의 한 임대아파트에 사는 김모 씨(43)는 “밖에서야 유승민이 마이 떴죠. 근데 그럼 뭐해. 여는 아직도 집값이 수성구 절반뿐이 안 되는 동네”라고 푸념했다. 남편 류모 씨(44)는 “솔직히 여기서 유승민이 3선 한 게 자기 힘이겠나. 대통령이 다 만들어 준 것”이라고 했다. 재선 구청장을 지낸 이재만 전 구청장의 도전도 거세다. 팔공산 입구에서 만난 자영업자 이모 씨(80)는 “이재만이가 친박인지 뭔지는 솔직히 모르겠다”면서도 “하지만 갸가 실력은 막강하다고. 지난번 대구시장 선거에도 나와서 차석이었다”고 말했다. 대구의 여론 주도층이 포진한 ‘정치 1번지’ 수성갑에서도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새정치연합 김부겸 전 의원, 두 거물의 혈전이 예상된다. 승자는 단숨에 ‘대권 주자’의 반열에 들 수 있지만 패자는 정치적 치명상이 불가피하다. 주민들은 두 사람을 바라보며 “한 명은 떨궈야(떨어뜨려야) 하는 거제? 둘 다 아까운데 우짜노…”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대구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김모 씨(68)는 “김부겸이 참 잘한데이. 여기서 벌써 몇 년째 돌아댕기고…. 내도 태운 적 있지만 택시 운전사들 사이에 평이 아주 좋다 아이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을 찍을 거냐”는 질문엔 그는 “저 당(새정치연합)만 아이었으면…. 대구는 1번은 찍어도 2번으로는 손이 잘 안 간데이”라고 말했다.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는 정서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 대구지역 한 언론인은 “이번 총선은 김문수와 김부겸의 싸움이 아니라 그들을 통해 투영되는 ‘보이지 않는 손’의 대결”이라고 말했다. 결국 대구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의리’를 지킬 것인지, 새정치연합이라는 ‘변화’를 선택할지의 문제라는 얘기다. 문-안 ‘집안싸움’에 무너지는 광주 민심 “그 큰 조직에서 문재인 한 사람만을 위한 민주당, 그런 꼴이 되는 느낌이 자주 들고 있거든요. ‘민주당이 독재 아닌가’ 이런 생각이 개인적으로 가끔 드는디∼.”(50대 A 씨) “안철수 의원이 이번에 전당대회를 새로 하자는 것은 잘한 일이여∼. 문재인 대표도 미련 없이 전대를 열어서 하나로 뭉쳐 가야 해.”(택시 운전사 김모 씨·45) 지난달 30일 광주에서 만난 시민들은 새정치연합 ‘양초(양 초선 의원)의 난’으로 불리는 문 대표와 안 의원의 ‘치킨 게임’을 지켜보는 복잡한 속내를 내비쳤다. 문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부터 안 의원이 탈당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쏟아졌다. 내년 총선이 4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단일대오는커녕 집안싸움 하느라 당 지지율을 까먹고 있기 때문이다. 호남 지지율 5%가 반영된 듯 문 대표에 대한 반감은 컸다. 광주 서구 치평동에서 만난 80대 남성은 “오죽했으면 호남이 사랑하는 당의 대표가 지지율이 5%가 나왔겠느냐”며 “그런데도 물러나지 않는다”고 열을 올렸다. 광주시의회 관계자는 “광주에서 문 대표에 대한 옹호 여론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이번에도 물러나지 않으면 반감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다만 문 대표를 포함해 그간 당을 이끌어온 분들이 책임지고 물러나고 세대교체를 이뤄야 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전망했다. 문 대표에 대한 비주류 측의 흔들기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광주 북구의 정모 씨(40)는 “안희정 충남지사가 지적한 ‘쿠데타’라는 표현이 딱 맞다”며 “대선 후보급이라는 사람들이 당을 계속 흔드는 게 문제다. 먼저 통합한 뒤 혁신하는 게 당을 살리는 길”이라고 반박했다. 3일 문 대표가 안 의원의 혁신전대 제안을 거부하며 당 내홍이 더욱 깊어지면서 광주 민심의 이탈은 가속화되고 있다. ‘천정배 신당’은 내년 1월 창당을 예고한 데다 광주 동구가 지역구인 박주선 의원도 이미 새정치연합을 탈당해 지난달 ‘통합신당 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광주에서 출마를 준비 중인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강철수(강한 철수)’라고 불린 안 의원이 빨리 탈당해서 천정배 의원과 손을 잡아야 되는 것 아니냐.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이어 “후보 등록일이 15일인데 제출 서류에 당명을 뭐라고 내야 될지 한 치 앞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대구=홍정수 hong@donga.com·길진균 / 광주=황형준 기자 }

민주화를 쟁취하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했던 때가 있다. 불과 한 세대 전이다. 박찬종 변호사는 1984년 5월 18일 아침 집을 나서면서 부인에게 건넨 한 장의 메모지를 생생히 기억한다. 김수환 추기경실 등 4곳의 연락처를 적었다. “밤 12시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으면 내 소재를 파악해 보라”는 비장한 말도 함께 남겼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 남산 외교구락부에서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가 발족할 것이라는 메시지가 언론사로 전해졌다. 민추협. 분열과 통합, 다시 분열, 그리고 뒤늦은 통합을 반복하며 한국 현대사를 관통한 키워드다. 1987년 6월항쟁과 대통령 직선제 개헌의 주역은 단연 민추협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갈라졌고, 역사의 평가는 냉혹했다. 박 변호사는 “1987년 이후 민추협은 하나의 점으로밖에 남지 않았다”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그들이 다시 뭉쳤다. 김영삼(YS) 전 대통령 서거가 계기였다. 다른 한 축을 이끈 김대중(DJ) 전 대통령도 고인이 됐다. 민추협은 YS의 가신그룹인 상도동계와 DJ의 측근들인 동교동계의 연합체. 전국 민주화 세력을 하나로 뭉치게 한 구심점이었고, 신군부의 철권통치 속에 숨죽여 있던 국민에게는 새로운 희망이 됐다. 대선을 치르는 2017년이 되면 ‘1987년 체제’가 30년을 맞는다. 민주화의 길을 연 민추협이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할 수 있는 소임을 다했다는 평가가 많지만 YS와 DJ의 후예들은 통합과 화합이라는 시대정신을 통한 새로운 비전 제시를 꿈꾼다. 정치권 일각에선 차기 대선에서 상도동계와 동교동계가 다시 연대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그들이 30년 전 성취한 개헌을 매개로다.▼ 민주화 불씨 지핀 그곳, 종로 9층 건물 옥탑방 ▼민추협의 탄생 1984년 5월 18일 남산 외교구락부에서 김녹영 전 의원이 성명서를 낭독했다. “우리는 이 땅에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이 우리 국민 모두에게 주어진 절대적 사명임과 민주주의는 오직 국민의 투쟁에 의해서만 이룩될 수 있는 것임을 선언한다.” 민추협 탄생을 세상에 알리는 ‘민주화 투쟁 선언’이었다. 이날은 1980년 광주민주화항쟁 4주년이었다. YS가 전두환 정권에 맞서 23일간 목숨을 건 단식을 한 지 1년이 되는 날이기도 했다. YS는 단식 이후 민주화 세력이 뭉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상도동계와 동교동계가 비밀리에 접촉하며 YS 단식 1주년에 맞춰 민추협을 띄운 것이다. 당시 DJ는 미국 망명 중이었다. 이 때문에 YS가 공동의장을, 동교동계인 김상현 전 의원이 공동의장 권한대행을 맡았다. DJ는 고문으로 위촉됐다. 양 진영은 철저하게 절반씩 지분을 나눴다. 국장을 상도동계가 맡으면 부국장은 동교동계가 맡는 식이었다. 발족과 함께 민주화의 불꽃이 타올랐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들을 기다린 건 끝없는 핍박이었다. 민추협 간부들에겐 정권의 집요한 협박과 회유가 뒤따랐다. 김상현 권한대행에게는 “형 집행정지를 취소하고 즉각 재수감하겠다”는 위협이 가해졌다. 사무실을 구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무역회사나 동창회 사무실 등으로 위장해도 금세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가 파악해 건물주를 압박했다. 처음 사무실을 얻은 곳은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한 건물 9층 옥탑방이었다. 이미 민주산악회를 통해 상도동계에서 활동하고 있었고 상대적으로 경제적인 여유가 있었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당시 특위 부위원장)가 임차료의 절반을 냈다고 한다. 하지만 경찰은 사무실 집기조차 가져다 놓지 못하도록 막았다. 결국 한동안 사무실에 돗자리를 깔고 회의를 열어야 했다.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조직, 민추협 민추협에는 회칙과 정관이 없었다. 상도동계와 동교동계가 상호 합의해 일을 처리한다고만 구두로 약속했다. 김상현 전 의원은 “정관과 회칙이 없는 역사상 최초의 조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관과 회칙을 만들면 공안사건으로 엮일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이는 기우가 아니었다. 1985년 1월 민추협을 모태로 신한민주당(신민당)이 창당된다. 당시 정강정책을 두고 전두환 정권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엮으려 했다. 정강정책을 만든 상도동계의 안경률 전 의원과 동교동계의 이협 전 의원은 수시로 공안기관에 불려 다녔다. 이들은 철저히 묵비권을 행사했다고 한다. YS는 이들을 불러 “검찰에서 절대 아무 말도 하지 말라”며 “최악의 경우 내가 불러준 대로 썼다고 해라.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고 말했다고 한다. 민추협은 활동 기록도 거의 없다. 수시로 공안기관이 들이닥쳐 서류를 통째로 가져갔기 때문이다. 박광태 민추협 공동의장(전 광주시장)은 “당시 경찰차에 실려 남한산성이나 서울 외곽 고속도로에 버려지는 일이 숱했다”고 말했다. 모두 연행해 감방에 넣을 수 없으니 도심 멀리 내쫓은 셈이다. 그러면 밤새 걸어 시내로 들어오곤 했다고 한다. 민추협 발족 당시부터 참여한 박찬종 변호사는 인권문제특별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그는 학생들의 무단 연행에 항의하러 경찰서를 방문한 뒤 불쑥 기자실에 들어갔다고 한다. 정권의 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했지만 기사가 나오리라 기대하진 않았다. 당시 정권이 보도지침을 내려 언론사를 통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음 날 동아일보에 기사가 났다. 박 변호사가 민추협 사무실에 들어서자 김상현 전 의원은 “당신 덕분에 민추협이 신문에 났다”며 와락 껴안았다고 한다. 박 변호사는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눈시울이 붉어진다”고 했다.민주화 불씨를 전국으로 퍼뜨리다 김무성 대표는 당시 민추협 활동을 떠올리며 이렇게 회상했다. “당시만 해도 민주화 투쟁이 서울에 머물러 있었다. 민추협은 전국을 누비며 집회를 열었다. 이를 위해 지역에 가면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전국을 다니며 민주화 투쟁의 불을 댕긴 것이다.” 1984년 12월 7일 서울 종로 한일관에서는 역사적 회의가 열렸다. 민추협은 운영위 전체회의를 열어 이듬해 2월 12일 총선 참여를 결의했다. 바로 하루 전 민추협이 큰 힘을 얻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조순형 김정수 김길준 신순범 의원 등 11대 국회 무소속 의원 4명이 민추협 참여를 전격 선언한다. 신군부는 현역 의원의 민추협 가입을 철저하게 막고 있었다. ‘무소속의 집단 참여’는 당시 동아일보 1면에 보도됐다. 이날 늦은 저녁 YS는 이들을 상도동 자택으로 불렀다. YS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다”며 크게 기뻐했다고 조순형 전 의원은 전했다. 1985년 1월 18일 신민당을 창당하고 불과 26일 만에 치러진 2·12총선에서 신민당은 ‘선거혁명’을 이뤄 낸다. 민주정의당(민정당)이 148석을 얻어 다수당이 됐지만 신민당은 67석으로 ‘제1야당’에 올랐다. 당시 다수당이 전국구의 3분의 2를 차지하도록 하는 등 불공정 선거였음을 감안하면 엄청난 약진이었다. 신민당의 선전은 선거를 통해 정권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국민에게 안겼다. 총선이 있기 나흘 전인 2월 8일 DJ가 신군부의 위협에도 2년여간의 미국 망명생활을 접고 귀국했다. 귀국 즉시 가택연금 조치가 취해졌지만 2·12총선 직후 가택연금은 해제됐다. 3월 18일 DJ가 YS와 함께 민추협 공동의장에 취임하면서 민주화운동은 새 국면을 맞았다.신군부를 무너뜨리다 2·12총선 1년 뒤인 1986년 2월 12일 민추협은 ‘1000만 개헌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신군부는 다시 DJ, YS를 포함해 민추협 지도부에 대해 가택연금 조치를 취하지만 이미 민주화의 활시위는 당겨졌다. 신민당 이민우 총재가 민정당이 주장한 내각제를 수용하려 하자 민추협 세력은 탈당해 1987년 4월 13일 통일민주당 창당발기인 대회를 열었다. 바로 이날 전두환 당시 대통령은 직선제 개헌 요구를 묵살하고 ‘4·13 호헌조치’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집요하게 통일민주당 창당을 방해했다. 당시 창당 방해사건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린 ‘용팔이’ 김용남 씨는 지난달 YS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민추협과 통일민주당, 재야단체, 종교계는 그해 5월 27일 ‘호헌철폐 민주헌법 쟁취 국민운동본부’를 결성한다. 민주화 투쟁을 위한 최대의 연합조직이 탄생한 것이다. 이어 6월 10일 ‘고문 살인 은폐조작 규탄 및 호헌철폐 민주헌법 쟁취 국민대회’를 연다. 그해 1월 서울대 학생 박종철 씨는 경찰의 고문을 받다 숨졌다.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이날 집회는 민정당 노태우 총재가 대통령 후보로 지명된 날이기도 하다. 전국 22개 도시 514곳에서 수십만 명의 시민이 참여하며 민주화의 바람은 돌풍으로 번졌다. 다음은 권노갑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의 증언이다. 6·10항쟁을 이틀 앞두고 DJ가 권 상임고문 등 3명을 주한 미국대사관에 보내 “10일 대규모 시위를 열 것”이라고 알리도록 했다. 그러자 대사관 측에선 “전두환을 우습게 보지 마라. 계란으로 바위 치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한다. 이 얘기를 전해들은 DJ는 “미국도 우리를 쉽게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반드시 해낼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고 한다.▼ “분열의 정치 그만… 다시 민추협 정신으로” ▼희망은 다시 좌절로 그해 6월 18일 집회엔 150만 명이, 6월 25일 집회엔 180만 명이 참여하는 등 집회 참여 인원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넥타이 부대’가 나서면서다. 결국 노태우 후보는 직선제 개헌과 구속자 석방, 언론·출판의 자유 허용 등을 약속하는 ‘6·29선언’을 한다. 민추협 발족 3년 만에 이룬 기적의 역사였다. 하지만 기대가 컸던 만큼 좌절도 컸다. YS와 DJ는 대통령 후보 단일화에 실패한 뒤 갈라섰다. 민추협의 발족 정신은 두 지도자의 야망 앞에서 휴지조각이 됐다. 당시 ‘민주화 투쟁 선언문’의 맨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끝났다. ‘우리가 마침내 쟁취할 민주주의의 영광은 역사와 국민에게 돌리고, 모든 고난과 희생은 우리의 것으로 하는 헌신을 우리 활동의 기초로 삼고 투쟁한다.’ 두 민주화 지도자의 분열은 민주세력 전체의 분열로 이어졌고, 극심한 지역감정을 낳았다. 노태우 정부 탄생의 최대 공로자라는 멍에까지 써야 했다.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당시 분열을 두고 “지금까지 수많은 시행착오와 오늘날 정치적 혼탁, 불안정성의 뿌리를 만들었다”고 혹평했다. 민추협은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정치적으로 가장 어두운 시기 횃불을 들고 민주주의를 향한 첫 디딤돌을 놓은’(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의 평가) 민추협은 양김(兩金)의 분열과 극한 갈등 속에서 민주화 운동의 공(功)마저 빛을 잃어 버렸다. 김대중 정부 당시 민주화 운동 관련자들에 대한 보상을 하면서도 민추협 활동은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지난해 민추협 창립 30주년 행사장에선 이런 절규까지 나왔다. “민추협을 위해 헌신한 걸 후회하지 않는다. 하지만 병원 치료라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 달라.”그들이 다시 뭉쳤다 2009년 8월 DJ 서거에 이어 올해 11월 YS마저 서거하면서 상도동계와 동교동계가 다시 통합과 화합을 시대정신으로 내세웠다. 두 지도자마저 이루지 못한, 그렇기에 그들의 유지로 남은 그 정신을 가신그룹이 계승하겠다는 의미다. 평가는 엇갈린다. 이미 고령인 정치 원로들의 뒤늦은 화해가 과연 현재 정치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그들에게 아직 소진되지 않은 잠재력이 남아 있느냐는 반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들이 정치권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17년 대선 역할론이 그것이다. 한 동교동계 인사는 최근 민추협 모임에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런 말까지 했다. “민추협에서 대통령 2명을 배출했다. 다시 한번 민추협 출신 대통령을 만들어보자.”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등 양대 정당의 내분이 역설적으로 민추협 세력의 연대를 이끌 촉매제라는 관측도 있다. 양당의 비주류인 비박(비박근혜)계와 비노(비노무현)계가 PK(부산 경남) 중심의 상도동계와 호남을 기반으로 한 동교동계와 연대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20대 국회에서 동교동계와 상도동계가 단합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1987년 당시 직선제 개헌을 이뤘듯 이제 대통령의 권력 분산을 포함해 지방분권과 지역주의 탈피 등 사회 변화를 담아내는 개헌을 양 세력이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1987년 분열이 지금도 상대의 잘못이라고 말할 정도로 양 진영 간 갈등의 골은 깊다. 또 양 진영 모두 정치적 영향력이 예전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쇠퇴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30년 전 통합을 통해 국민에게 희망을 준 민추협이 던진 ‘통합과 화합’의 메시지는 지금 이 시대에 결코 가볍게 다가오지 않는다.이재명 egija@donga.com·황형준·차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