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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한 대국을 반드시 복기한다.’ 바둑 고수들의 오랜 철칙이다. 축구에서도 마찬가지다. 실패의 원인을 알아야 다시 도약할 수 있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독일과 브라질, 스페인이 실패를 되짚고 있다. 하지만 복기하는 태도는 사뭇 다르다. 조별예선에서 탈락한 독일은 메주트 외질(29·아스널)을 몰아붙이고 있다. 라인하르트 그린델 독일축구협회(DFB) 회장은 9일 외질이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사진을 찍은 일을 두고 “외질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터키 이민자 2세인 외질은 5월 월드컵을 앞두고 에르도안 대통령과 찍은 사진 때문에 홍역을 치렀다. 이 사진이 에르도안 대통령의 선거 캠페인에 쓰이면서 논란을 키웠다. 독일 정부는 그간 에르도안 대통령이 인권 탄압 등 민주주의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터키와 불편한 관계를 이어 왔다. 독일 축구대표팀 단장 올리버 비어호프도 외질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그는 6일 “월드컵에서 외질이 없는 것을 고려해야 했다”고 말해 외질의 부진을 탓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외질의 아버지 무스타파 외질은 “정말 무례하고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외질을 팔았다”며 격분했다. 브라질의 분위기는 정반대다. 8강 탈락이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에도 브라질 팬들은 귀국하는 치치 감독을 박수로 맞이했다. 2016년 부임해 대표팀을 성공적으로 재정비했다는 평가를 받는 치치 감독은 특유의 솔직한 태도와 개방적인 사고방식으로 두꺼운 팬층을 얻기도 했다. 브라질축구협회 역시 치치 감독에게 신뢰를 보내고 있다. 스페인의 스포츠 매체 ‘마르카’ 등은 9일 “브라질축구협회가 치치 감독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함께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스페인은 사령탑 교체를 결정했다. 월드컵을 목전에 두고 훌렌 로페테기 감독 경질이라는 초강수를 뒀던 스페인축구협회는 9일 루이스 엔리케(48)에게 감독직을 맡기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엔리케 감독은 바르셀로나를 트레블(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정규리그·국왕컵 동반 우승)로 이끈 명장이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선수와 팬들의 정치적인 행동들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크로아티아 축구대표팀 수비수 도마고이 비다(29)는 9일 정치적 표현 논란으로 국제축구연맹(FIFA)의 경고를 받았다. 비다는 8일 러시아와의 러시아 월드컵 8강전이 끝난 뒤 라커룸에서 짧은 자축 영상을 찍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이 영상에서 그가 “우크라이나에 영광을!”이라는 구호를 외친 게 문제가 됐다. 이 구호는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이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반대하며 외쳤던 것으로, 러시아를 자극하는 내용이다. 우크라이나의 디나모 자그레브에서 뛰는 비다는 크로아티아축구협회를 통해 “정치적인 메시지가 아니며 우크라이나에서 보내준 지지에 대한 감사”라고 해명했다. 스위스의 그라니트 자카(26)와 제르단 샤키리(27)도 정치색을 띤 세리머니로 1만 스위스프랑(약 1100만 원)의 벌금을 냈다. 지난달 23일 세르비아와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양손으로 알바니아 국기의 쌍두독수리를 만들어 보이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알바니아계 코소보 혈통의 두 선수가 보인 이 행동은 세르비아에 대한 코소보의 독립을 지지하는 제스처로 해석된다. 한 잉글랜드 축구팬은 잉글랜드와 튀니지의 조별리그 경기 후 러시아 볼고그라드의 한 바에서 나치 경례를 하고 반유대인 노래를 불러 5년간 축구경기장 입장 금지 처분을 받았다. 일본과 세네갈의 조별리그 경기에서는 한 일본 팬이 펼쳐든 욱일기가 중계 카메라에 잡혀 논란이 됐으나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는 않았다. FIFA는 월드컵이나 국가 대항전에서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표현이나 행위를 금하고 있다. 이러한 행동을 취할 경우 페어플레이 정신에 어긋나는 것으로 간주해 벌금이나 출전정지 등의 징계를 내린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축구 종가 ‘삼사자 군단’ 잉글랜드의 자존심 회복이냐, 월드컵을 강타한 ‘불덩어리(Vatreni)’ 크로아티아의 첫 결승 진출이냐. 12일 오전 3시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잉글랜드와 크로아티아의 2018 러시아 월드컵 4강전을 앞두고 양국 팬들이 열광하고 있다. 잉글랜드는 8일 열린 8강전에서 스웨덴을 2-0으로 완파했고, 크로아티아는 연장까지 2-2를 기록한 뒤 승부차기 끝에 개최국 러시아를 4-3으로 제압했다.○ 축구는 집에 돌아올까?…52년 만에 우승 바라보는 잉글랜드 스웨덴과의 8강전 종료 휘슬이 울리자 사마라 아레나의 잉글랜드 팬들은 일제히 “축구가 고향으로 돌아온다(Football is coming home)”고 외쳤다. 축구 종가의 월드컵 우승을 염원하는 이 슬로건은 잉글랜드의 부진을 자조하는 노래 ‘Three lions(The lightning seeds)’의 한 소절이다. 1996년 발표된 이 노래는 축구의 발원지이면서도 오랫동안 월드컵 우승에 다가서지 못한 ‘삼사자 군단’의 슬픔을 노래한다. ‘삼사자’는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엠블럼에 그려진 세 마리 사자를 일컫는다. 이는 사자왕 리처드 1세의 왕실 휘장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28년 만에 4강 진출을 맛본 잉글랜드 축구팬들의 열광은 상상을 초월한다. 스웨덴전 승리 직후 런던 인근의 한 이케아(IKEA·스웨덴 가구업체) 매장에 팬 수십 명이 난입해 가구 위를 뛰어다니는 등 난동을 부렸다. 하지만 이케아 측은 “일부 팬이 우리 매장에서 승리를 축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잉글랜드의 4강 진출을 축하한다”고 ‘쿨’한 반응을 보였다. 영국 유통업계도 요동을 쳤다. 맥주와 바비큐 등 이른바 ‘축구 음식’이 불티나게 팔렸다. 영국의 BBC는 잉글랜드가 결승에 진출하면 식료품에서 2억4000만 파운드(약 3600억 원)어치, 주류에서 2억9700만 파운드(약 4400억 원)어치가 더 팔릴 것으로 전망했다. 화제가 된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스리피스 슈트는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슈트를 제공한 마크스앤드스펜서는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해당 조끼의 수요가 35%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슈트는 마크스앤드스펜서에서 275파운드(약 40만 원)에 판매되는데, 조끼와 넥타이가 포함된 ‘사우스게이트 에디션’을 구매하려면 추가로 90파운드를 지불해야 한다.○ 등장부터 뜨거웠던 크로아티아, 이번엔 우승? 크로아티아의 첫 여성 대통령 콜린다 그라바르키타로비치는 러시아와의 8강 경기 후 대표팀 라커룸을 찾았다. 그라바르키타로비치 대통령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루카 모드리치와 포옹하는 사진과 응원하는 사진 등을 게재했다. 그만큼 기쁜 날이었다. 별칭 ‘불덩어리’는 크로아티아 선수들의 열정을 상징한다. 이들의 월드컵 데뷔부터가 불덩어리가 날아온 듯 뜨거웠다. 유고슬라비아에서 분리 독립한 뒤 크로아티아라는 이름으로 처음 출전한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했다. 특히 당시 8강에서 우승 후보 독일을 3-0으로 꺾는 기염을 토해 전 세계에 크로아티아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발칸반도의 소국 크로아티아는 면적 5만6594km²로 남한의 절반 크기다. 인구는 416만 명으로 부산 인구(353만 명)보다 약간 많은 수준이다. 이런 소국이 어떻게 러시아를 넘어 축구 종주국까지 무너뜨릴 기세를 보일 정도로 발전했을까. 자국 리그인 프르바 HNL이 유럽축구연맹(UEFA) 리그 순위 15위(2017년 기준)로 낮은 편인 크로아티아는 자국 선수를 영국과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빅리그에 진출시켜 경쟁력을 확보했다. 현재 크로아티아 대표팀 23명 중 자국 리거는 2명뿐이다. 파트너를 이뤄 중원을 이끄는 모드리치와 이반 라키티치는 각각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서 활약하고 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그가 또 집을 나섰다. 매번 걸어서든 뛰어서든 꼭 한 번은 집을 나서더니 이번에는 스스로 귀가해 점수까지 땄다. 메이저리그 추신수(36·텍사스·사진)가 시즌 16호 홈런으로 44경기 연속 출루를 달성했다. 스즈키 이치로가 2009년 세운 이 부문 아시아 출신 선수 최다 기록(43경기)을 9년 만에 갈아치웠다. 추신수는 5일 휴스턴과의 홈경기에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3회 상대 투수 게릿 콜의 시속 154km 직구를 밀어쳐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4회에는 투 스트라이크의 불리한 볼 카운트에서도 중전 안타를 기록해 멀티히트까지 달성했다. 공교롭게도 그의 연속 출루 기록은 5월 14일 휴스턴전에서 시작됐다. 이제 추신수는 조이 보토(신시내티)와 앨버트 푸홀스(LA에인절스)의 현역 선수 최장 기록인 48경기 연속 출루를 넘보고 있다. 앞으로 4경기만 더 1루를 밟으면 된다. 요즘 같은 출루율(5일 현재 0.399)이라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 텍사스 구단 기록에도 두 경기 차로 다가섰다. 훌리오 프랑코의 46경기가 텍사스가 보유한 역대 단일 시즌 최장 연속 출루 기록이다. 추신수는 오티스 닉슨과 함께 텍사스 구단 연속 출루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메이저리그 역대 기록의 벽은 아직 높다. 추신수의 44경기는 1908년 이후 공동 100위. 역대 1위는 1949년 테드 윌리엄스(보스턴)의 84경기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새로운 호랑이들이 발톱을 세웠다. 세계는 새로운 축구 영웅의 탄생을 맞이할 준비가 됐다. 프랑스 우루과이, 브라질 벨기에, 러시아 크로아티아에 이어 잉글랜드와 스웨덴이 합류하면서 2018 러시아 월드컵 8강 빅매치 대진표가 완성됐다. 프랑스와 우루과이의 대결은 ‘제2의 펠레’로 불리는 프랑스의 샛별 킬리안 음바페와 ‘그라운드의 기인’으로 불리는 우루과이 루이스 수아레스의 맞대결로 관심을 끈다. 우승 후보 프랑스는 대회 초반 다듬어지지 않은 조직력으로 실망스러운 경기를 펼쳐 ‘서행 중인 스포츠카’에 비유되기도 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와의 16강전에서 만 19세 음바페의 충격과도 같은 등장과 함께 힘과 스피드를 앞세워 질주하는 초고속 스포츠카다운 면모를 되찾았다. 우루과이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득점 3위에 오른 수아레스의 결정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상대를 물어뜯거나 혼자 넘어지는 등 이상 행동을 하는 수아레스지만 고비마다 순도 높은 골 결정력을 과시해왔다. 슈퍼스타 네이마르와 로멜루 루카쿠가 맞붙는 브라질-벨기에전은 화끈한 화력전이 예상된다. 두 팀은 나란히 슈팅 수 1위(77개)에 올라 있다. 브라질은 필리피 코치뉴, 윌리앙 등이 네이마르에게 집중되는 견제를 분산시키려 한다. 브라질과 벨기에는 모두 최고의 공수 밸런스를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벨기에는 12골(4실점)로 이번 대회 팀 최다 골을 기록하고 있다. 브라질은 7골(1실점). ‘앙숙’ 잉글랜드와 스웨덴도 자존심 대결을 벌인다. 주요 국제대회에서 고비마다 맞붙었던 두 팀의 팬들도 주먹다짐을 자주 벌이곤 했다. 잉글랜드는 1968년 5월 승리 이후 2011년까지 43년간 스웨덴을 이기지 못하는(10연속 무승·7무 3패) ‘스웨덴 징크스’를 겪기도 했다. 이번 대회 득점 선두인 해리 케인의 공격력과 4경기에서 2점만을 내준 평균 신장 187cm의 스웨덴 장신 수비진의 대결이 볼만하다. 스웨덴 에이스 에밀 포르스베리의 활약도 눈길을 끈다. ‘사령관’ 루카 모드리치의 크로아티아와 ‘체력왕’ 러시아도 마지막 4강행 티켓을 두고 싸운다. 크로아티아는 모드리치와 이반 라키티치가 버티는 ‘황금 중원’을 앞세워 1998년 프랑스 월드컵 3위에 올랐던 20년 전 영광을 뛰어넘으려 한다. 러시아는 16강까지 476km로 8강 진출 팀 중 가장 높은 활동량을 보였다. 데니스 체리셰프와 아르툠 주바가 공격을 이끌고 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노란 유니폼을 입은 선수가 구른다. 축구공·볼링공에 합성돼 구르고, 고속도로에서 달리는 차들과 함께 구른다. 멕시코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전 이후 조롱의 대상이 된 브라질의 슈퍼스타 네이마르다. 네이마르는 2일 러시아 사마라에서 열린 멕시코전에서 미겔 라윤에게 발목을 밟힌 뒤 보인 반응으로 ‘엄살 논란’에 휩싸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네이마르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구는 모습을 합성한 패러디물이 쏟아졌다. 후반 27분 라윤이 그라운드에 앉아있는 네이마르 쪽으로 다가가 공을 줍다 네이마르의 발목을 밟았다. 다소 고의적으로 발을 밟힌 듯했던 네이마르는 오른쪽 발목을 잡고 비명을 지르며 이리저리 뒹굴었다. 주심이 잠시 경기를 중단하고 비디오판독(VAR) 심판의 의견을 물었으나 파울을 선언할 만큼 고의적이지 않았다고 판단해 경기를 속행했다. 심각한 부상을 당한 것 같던 네이마르는 잠시 뒤 일어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라운드를 누볐다. 네이마르는 이날 후반 6분 선제골을 넣었고 후반 43분 멕시코의 왼쪽 측면을 돌파하며 동료인 호베르투 피르미누가 추가 골을 넣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밟힌 강도에 비해 과한 액션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네이마르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경기가 끝난 뒤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멕시코 대표팀 감독은 “축구의 수치다. 축구는 누워서 소리 지르는 것이 아니다. 남자들이 강렬하게 충돌하는 경기”라며 네이마르를 강하게 비난했다. 경기를 중계하던 BBC 해설위원 코너 맥나마라는 “마치 악어에게 물린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팔다리를 잃은 것 같다”며 비꼬았다. BBC는 1골 1어시스트로 승리를 이끈 네이마르에게 양 팀 통틀어 최하점인 평점 4.76점을 줬다. 그러나 논란이 분분하다. 심판 판정과는 달리 라윤이 네이마르의 발을 밟은 것은 고의성이 짙었다는 의견도 많다. 네이마르는 “멕시코의 축구 스타일은 무엇보다 나를 부상 입히고 약하게 하려는 시도”라며 멕시코의 거친 플레이에 불만을 드러냈다. 라윤이 밟은 네이마르의 오른쪽 발목은 불과 5개월 전 부상당한 부위다. 여기서 회복돼 복귀한 지는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 올해 2월 네이마르는 마르세유와의 리그1 경기에서 오른쪽 발목이 돌아가는 부상을 당해 일어서지 못하고 들것에 실려 나갔다. 이틀 뒤 발목 인대 염좌와 중족골(발목과 발가락 사이의 뼈) 골절 판정을 받고 수술대에 올랐다. 네이마르의 월드컵 불참을 우려한 브라질축구협회는 주치의를 파리로 파견해 네이마르의 상태를 점검하기도 했다. 부상의 악몽은 4년 전에도 네이마르를 덮쳤다. 2014년 자국에서 열린 생애 첫 월드컵에서 네이마르는 8강전 콜롬비아 수비수 후안 카밀로 수니가와 충돌해 척추 부상을 당했다. 조별리그에서 4골을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에이스로 활약하던 네이마르는 이 부상으로 즉시 대표팀에서 이탈했다. 이후 4강에서 독일을 만난 브라질이 1-7이라는 역사에 남을 스코어로 무너지는 모습을 병원에서 지켜봐야 했다. 당시 네이마르는 이를 두고 “내 인생 최고의 시련”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네이마르의 ‘엄살’은 분명 비신사적 행동이지만 그에게 파울을 동반한 집중 견제가 쏟아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는 지난달 18일 스위스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혼자 10개의 파울을 당하기도 했다. 당시 네이마르에 대한 ‘테러’란 표현이 등장했을 정도였다. 175cm, 68kg으로 장대한 체격이 아닌 네이마르로서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액션이 필요했을 수도 있다. 이상윤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소위 에이스로 불리는 선수들은 자기 보호를 위해 과장된 액션을 워낙 많이 해왔다. 물론 네이마르를 일방적으로 옹호하기는 어렵지만 월드컵 때마다 스타 선수에 대해 파울을 동반한 강한 압박이 들어갔던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네이마르는 코스타리카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이번 월드컵 첫 골을 넣은 뒤 경기장에 주저앉아 오랫동안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는 “내가 여기에 오기까지 어떤 일을 겪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며 “내 눈물은 기쁨과 난관의 극복 그리고 승리를 향한 열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 시뮬레이션 ::선수가 경기 도중 부상이나 파울을 당한 척하며 심판을 속이려 하는 행위.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행동에 해당돼 옐로카드를 받을 수 있다.}
네이마르의 시뮬레이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코스타리카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네이마르는 후반 32분 상대 수비수와 경합하던 중 페널티박스 안에서 넘어지면서 페널티킥을 얻어냈으나 비디오판독(VAR)으로 취소되기도 했다. 영상을 확인한 주심은 네이마르가 상대 선수 때문에 넘어진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한국의 손흥민도 지난달 27일 독일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시뮬레이션이 선언돼 옐로카드를 받았다. 후반 20분 손흥민은 돌파를 시도하다 상대 수비수 마르코 로이스와 부딪쳐 넘어졌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밀려 넘어져 페널티킥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마크 가이거 주심은 이를 시뮬레이션으로 판단해 오히려 손흥민에게 옐로카드를 선언했다. 시뮬레이션을 지능적으로 이용하는 선수도 많다. 가벼운 충돌에도 큰 몸짓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면 상대 수비를 위축시키는 효과를 갖기 때문이다. 우루과이의 루이스 수아레스는 이 방면의 전문가(?) 중 하나로 꼽힌다. 수아레스는 포르투갈과의 16강전에서 그라운드에 누워 ‘엄살’을 피운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수아레스는 상대 수비수와 공중 볼을 경합하던 중 머리 뒷부분을 잡고 쓰러졌으나 사실 등 부위에 부딪친 것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됐다. BBC는 이날 경기를 보도하면서 “논란의 여지는 없다. 리플레이를 통해 머리가 아닌 등에 충돌한 것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매 경기 상대의 집중 견제를 받는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이 방면의 대가(?)로 꼽힌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우승국 이탈리아는 히딩크 감독이 이끈 호주와의 16강전에서 시뮬레이션으로 얻어낸 페널티킥으로 승리했다. 이탈리아의 파비오 그로소는 상대 페널티 박스 안에서 호주 수비수 루커스 닐과 부딪치기 직전 큰 동작으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닐은 그로소와 부딪치지 않기 위해 몸을 잔뜩 웅크린 상태라 신체 접촉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심판이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이를 프란체스코 토티가 마무리해 이탈리아는 1-0으로 8강행 티켓을 따냈다.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제프 블라터는 월드컵 이후 페널티킥 판정이 오심이었음을 인정하고 호주 축구팬들에게 공식 사과하기도 했다. FIFA는 2002년 한일 월드컵부터 ‘부상을 가장하거나 반칙을 당한 척하며 주심을 속이기 위한 시도를 할 경우’를 반스포츠적 행위로 규정하고 반드시 경고를 주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시뮬레이션은 적발하기가 쉽지 않아 늘 오심 논란에 시달리는 조항이기도 하다. 이번 월드컵부터 적용된 VAR는 숱한 말썽을 일으키고 있지만 시뮬레이션에 대해서는 좀 더 정확한 판정을 내리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중원의 사령관 모드리치를 앞세운 크로아티아와 ‘개최국 효과’를 등에 업은 러시아가 4강행 막차 탑승을 다툰다. 16강에서 각각 스페인과 덴마크를 꺾은 러시아와 크로아티아는 8일 2018 러시아 월드컵 마지막 8강전에서 맞붙는다. 객관적 전력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0위 크로아티아가 한 수 위라는 평가다. 러시아는 70위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 32개국 중 가장 낮다. 하지만 16강전에서 8만 관중의 응원을 등에 업고 우승 후보 스페인을 꺾은 러시아가 다시 한번 이변을 일으키지 말란 법은 없다. 크로아티아의 ‘믿을맨’은 중원의 사령관 루카 모드리치다. 모드리치는 이번 대회 최고의 플레이메이커로 꼽힌다. 16강전에서 덴마크의 크리스티안 에릭센과의 중원 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모드리치는 경기 내내 날카로운 전진패스와 노련한 템포 조절로 크로아티아의 공격을 이끌었다. 연장 후반 페널티킥을 실축했지만 승부차기에서 세 번째 키커로 나서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켜 체면을 차렸다. 이 밖에 공격수 마리오 만주키치와 미드필더 이반 라키티치, 이반 페리시치 등 걸출한 선수들이 버티고 있어 모드리치 외에도 공격 루트가 많다. 4경기에서 8골을 터뜨리는 동안 실점은 2점으로 틀어막은 수비력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대회 개막전에서만 5골을 몰아 넣어 세계를 놀라게 한 러시아는 우승 후보 1순위라던 스페인까지 꺾으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에 힘입은 러시아 선수들은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워 스페인의 공격을 물샐틈없이 차단했다. 각자 3골을 기록한 데니스 체리셰프와 아르툠 주바의 공격력도 눈에 띈다. 196cm의 장신 주바는 16강전 11차례 공중볼 다툼에서 8번 승리하며 스페인 수비진을 압도했다. 후반 41분 페널티킥 실점으로 이어진 스페인 수비수 제라르 피케의 핸드볼 파울은 바로 주바와의 공중볼 다툼 과정에서 나왔다. 체리셰프와 주바의 공격력에 매 경기 12km가 넘는 경이로운 활동량을 보이고 있는 알렉산드르 골로빈의 중원 장악이 더해진다면 크로아티아의 단단한 수비라인도 흔들 수 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팬들의 환호와 계란 투척이 뒤섞인 귀국 현장이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일정을 마친 축구대표팀이 귀국한 29일 인천국제공항. 6월 3일 전지훈련을 위해 오스트리아로 출국한 지 27일 만의 귀환이었다. 수백 명의 팬이 공항을 찾아 대표팀을 기다렸다. 중학교 2학년 박혜진 양(14)은 “기말고사 기간인데 이승우 선수 보러 왔다”며 이날 국어시험이 끝나자마자 공항으로 와 두 시간을 기다렸다고 했다. 손에는 이승우 선수의 이름이 적힌 인형이 들려 있었다. 선수들이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사방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스웨덴전과 멕시코전에 연달아 패배하며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독일전에서 마지막까지 투혼을 보여준 대표팀을 환영하는 환호였다. 마이크를 잡은 신태용 감독은 “반드시 7월에 돌아오겠다고 다짐하며 한국을 떠났는데 6월에 돌아오게 돼서 죄송합니다”라고 했다. 신 감독은 이어 독일전을 비롯해 막판까지 대표팀을 응원해 준 국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밤늦게까지 응원해주신 국민들이 있었기에 투혼을 발휘할 수 있었다. 여러분이 없었다면 1퍼센트의 희망과 기적을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했다. 이날로 사실상 대표팀 감독 임기가 끝난 그는 월드컵 이후에도 국가대표 감독직을 이어가고 싶은지 묻는 질문에는 “마음이 정리되지 않았고 생각할 시간도 많지 않았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신 감독에 이어 손흥민이 선수단 대표로 국민들에게 계속 감사와 죄송한 마음을 전했다. 손흥민은 “여러분의 응원이 있어 행복한 6월이었다. 16강 진출하겠다는 약속을 못 지켜 죄송하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이번 월드컵 최고의 장면으로 독일전 김영권의 후반 추가시간 골을 꼽았다. 김영권의 골은 부심의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비디오판독(VAR) 끝에 골이 인정되기도 했다. 손흥민은 “VAR 판정 전부터 선수들은 골이라는 걸 느끼고 있었다. 심판이 골을 선언한 뒤 선수들과 부둥켜안고 기뻐하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손흥민이 말하던 중 계란이 날아들었다. 계란은 손흥민에게 맞진 않았으나 선수단 앞 바닥에 떨어졌다. 선수들의 표정이 일제히 굳어졌다. 이에 앞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인사말을 할 때도 계란이 날아들었다. 장현수 등 일부 선수는 고개를 숙인 채 바닥만 보고 있었다. 그러자 모여 있던 팬들이 “계란 던지지 마세요” “손흥민 힘내세요” “손흥민 잘생겼다. 대박이다”라며 응원했다. 이에 힘입어 손흥민은 말을 계속 이어갔다. 선수들은 월드컵 기간 대표팀에 쏟아진 비난 여론과 악플을 의식한 듯 짧게 말을 이어갔다. 김영권은 “독일전이 끝나고 비난이 찬사로 바뀐 것 같아 다행이다. 앞으로는 욕을 먹지 않는 게 목표가 됐다”며 웃었다. 조현우는 “마음고생한 아내에게 가장 먼저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며 그간의 악플 논란을 의식한 듯한 발언을 했다. 조현우의 아내 이희영 씨는 쏟아지는 악플 때문에 22일 인스타그램 계정을 삭제하기도 했다. 조현우는 “더 유명해져서 유럽에도 갈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부 팬은 이날 입국 현장에서 엿 모양의 길이 70cm가량의 베개 5개를 던지기도 했다. 대표팀을 환영하는 대다수 팬들과 경호원의 제지로 베개와 계란을 던진 팬들은 곧 자리를 떴다. 축구협회는 이들이 누구였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베개를 던진 것으로 알려진 한 팬은 일부 인터넷매체를 통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가라는 뜻으로 영국 국기가 그려진 베개를 던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인천=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한국도 독일도 사력을 다한 마지막 경기였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한 발 더 뛴 한국의 승리였다. 한국은 28일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독일과의 조별리그 F조 3차전에서 총력전을 펼쳤다. 118km로 이번 대회 들어 가장 많은 활동량을 기록했다. 스웨덴과의 1차전(0-1 패)에서 103km, 2차전에서 멕시코(1-2 패)를 상대로는 99km를 뛰었던 한국은 마지막 경기에서 19km를 더 뛰었다. 1차전에서 1만 m 이상을 뛴 한국 선수는 2명에 그쳤다. 2차전에서는 이재성 한 명뿐이었다. 하지만 독일전에선 6명의 선수가 1만 m 이상을 뛰며 한마음으로 뭉쳤다. 독일 역시 1차전(110km), 2차전(111km)을 능가하는 115km를 달렸다. 독일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마지막 경기에 모든 걸 쏟아부었다. 그러나 한국의 투혼이 더 뜨거웠다. 독일이 이번 대회에서 상대팀보다 활동량이 뒤진 것은 한국전이 유일하다. 세계 최강이었던 독일은 중원에서부터의 압박을 토대로 상대를 몰아쳐 왔다. 그러나 한국 선수들은 각자 자신의 상대 선수를 중원에서부터 봉쇄했다. 요아힘 뢰프 독일 감독은 “한국을 압박하지 못했다. 미드필드에서 자주 공을 놓쳤다. 한국이 계속 전진했고 빈 공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세계 최강 독일의 미드필더들을 상대로 한국이 물러서지 않고 맞선 것이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이었다. 한국은 멕시코전에서 추가 시간에 터진 손흥민의 골에 이어 독일전에서도 추가 시간에만 두 골을 넣으며 경기를 치를수록 막판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많은 한국 선수들이 경기가 끝나자마자 드러누웠다. 그러나 경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집중력이 떨어진 독일의 빈틈을 파고든 투혼의 승리였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무적함대’ 스페인이 2018 러시아 월드컵 우승 후보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반면 개막 전 우승 후보로 꼽힌 브라질과 독일은 스페인에 밀리는 양상이다. 27일 베팅정보사이트 ‘오즈체커(odds checker)’에 따르면 외국 주요 28개 베팅업체는 모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위 스페인의 월드컵 우승 배당률을 최저로 책정했다. 배당률이 낮다는 것은 우승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막 전만 해도 유명 스포츠 베팅업체 ‘래드브룩스’ ‘비윈’ ‘윌리엄 힐’ 등이 모두 독일과 브라질을 1순위 우승 후보로 꼽았다. 하지만 조별리그가 마무리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월드컵 개막 전 8배였던 스페인의 배당률은 27일 현재 낮게는 4배까지 내려갔다. 예를 들어 스페인 우승에 1유로를 걸 경우 예전에는 8유로를 받을 수 있었으나 이젠 4유로를 받게 된 것이다. 스페인은 조별리그에서 1승 2무를 기록해 B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스페인은 다음 달 1일 한 수 아래로 평가되는 러시아와 8강 진출을 다툰다. 반면 배당률 2.5배로 0순위 우승 후보로 꼽혔던 독일은 조별리그에서 보여준 부진 탓에 현재 배당률이 최대 7.5배까지 올라 배당 순위에서 3위로 내려앉았다. 독일은 F조 1차전에서 멕시코에 0-1로 패한 뒤 스웨덴과의 2차전에서도 후반 추가시간 역전골로 간신히 2-1로 이겼다. FIFA 랭킹 1위답지 않은 경기 내용에 도박사들은 독일이 우승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FIFA 랭킹 2위 브라질 역시 강호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스위스에 1-1로 비겼고 코스타리카에는 후반 추가시간 두 골로 어렵게 이겼다. 간판스타 네이마르의 부진이 뼈아프다. 벨기에(FIFA 랭킹 3위)의 도약도 눈에 띈다. 벨기에의 우승 배당률은 7∼8배에 형성돼 독일과 비슷한 수준까지 도약했다. 로멜루 루카쿠, 에덴 아자르 등을 앞세운 벨기에는 조별리그 2차전까지 8골을 몰아넣으며 2승을 기록해 일찌감치 16강 진출을 확정했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던 아이슬란드와 36년 만에 진출했던 페루가 동반 퇴장했다. 아이슬란드는 26일(현지 시간)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조별리그 3차전에서 크로아티아에 1-2로 패하며 조별리그 1무 2패로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유로 2016 8강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켰던 아이슬란드는 사상 처음으로 출전한 이번 월드컵 첫 경기에서 리오넬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와 비기며 2년 전의 동화 같은 스토리를 다시 쓰는 듯했다. 그러나 나이지리아에 0-2로 패한 데 이어 이날 크로아티아에 다시 지면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섬나라 아이슬란드 인구는 33만8000여 명으로 제주도 인구(약 68만 명)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치과의사 출신의 헤이미르 하들그림손 감독, 영화감독 출신 골키퍼 한네스 할도르손 등이 활약했다. 아이슬란드 팬들이 손을 위로 들어 ‘후!’ 소리와 함께 치는 천둥 박수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2패로 이미 조별리그(C조) 탈락이 확정됐던 페루(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1위)는 27일 호주(36위)를 2-0으로 꺾으며 36년 만에 올라온 월드컵 무대를 마무리했다. 페루가 월드컵 본선에서 승리를 거둔 건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 이후 40년 만이다. 이날 페루에 두 번째 골(후반 5분)을 선사한 파올로 게레로(34)에게 이목이 집중됐다. 그는 지난해 10월 도핑(금지 약물 복용)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 FIFA로부터 자격 정지 징계를 받고 이번 월드컵에 나서지 못할 뻔했던 문제의 선수. 하지만 이달 초 스위스 연방대법원으로부터 ‘징계 일시 정지’ 판결을 받아 극적으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페루에 일격을 당한 호주도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한국과의 F조 조별리그 3차전을 앞둔 독일이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부적절한 행동으로 물의를 빚은 대표팀 관계자 2명에게 ‘한국전 출입 금지’라는 자체 징계를 내렸다. 독일축구협회는 26일(이하 한국 시간) “27일 열리는 한국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미디어 담당관 울리히 포크트와 협회 직원 게오르크 벨라우의 그라운드 출입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24일 스웨덴과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토니 크로스의 역전골이 터진 뒤 스웨덴 벤치 쪽으로 달려가 주먹을 흔드는 등 도발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이에 격분한 스웨덴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몰려나와 이들을 밀치며 몸싸움을 벌였고 이 장면이 TV 중계 카메라에 잡혀 논란이 불거졌다. 한편 국제축구연맹(FIFA)은 해당 사안을 상벌위원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하고 구체적인 정황을 조사 중이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한국 축구대표팀의 개인 평균 활동량이 이번 월드컵 출전국가 중 아시아 최하위로 나타났다. 마지막 경기가 될지도 모르는 독일전에서는 한 발 더 뛰는 투혼이 필요하다. 영국 스포츠 전문 매체 ‘스카이스포츠’는 25일(현지 시간)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까지 가장 활동량이 많은 팀 순위를 공개했다. 대한민국의 선수 1인당 한 경기 평균 활동량은 7.22km로 32개국 중 28위에 머물렀다. 전체 1위는 러시아(8.328km)였고 다음은 세르비아(8.326km), 덴마크(8.21km) 순이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호주(8.06km)가 가장 많은 1인당 평균 활동량을 보였고 그 다음이 일본(7.37km), 이란 (7.36km) 순이었다. 한국보다 덜 뛴 나라는 아르헨티나(7.21km), 콜롬비아(7.20km), 나이지리아(7.15km), 파나마(6.75km) 등이었다. 많은 활동량이 승리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체격과 기술에서 열세인 팀은 상대보다 더 많이 뛰면서 변수를 찾아야 한다. 4강 신화를 달성한 2002년 당시 한국 축구의 팀 컬러는 강한 체력을 활용한 압박이었다. 이달 초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에서 신태용 감독은 “체력 부분에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충분치 않았던 데다 평가전이 연달아 진행돼 체계적인 훈련을 진행하기는 어려웠다. 이달 5일 체력훈련을 소화한 대표팀이 7일 볼리비아전에서 경기력이 눈에 띄게 저하돼 이후 예정돼 있던 체력훈련을 취소하고 전술훈련에 집중하기도 했다. 27일 카잔에서 세계 정상 독일을 상대하는 대표팀은 한 발이라도 더 뛰면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독일-스웨덴전의 후폭풍이 거세다. 스웨덴 선수에 대한 인종차별과 독일 코칭스태프의 부적절한 세리머니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스웨덴 미드필더 임미 두르마스(툴루즈)는 25일(한국 시간) 팀 훈련을 앞두고 동료 선수들 및 코치진과 함께 선 자리에서 자신에 대한 인종차별에 맞서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두르마스는 독일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태클로 역전 프리킥 골의 빌미를 제공하면서 비난의 대상이 됐다. 그는 이날 성명을 통해 “나를 ‘아랍 악마’ ‘테러리스트’ ‘탈레반’ 등으로 칭하는 것은 완전히 도를 넘어선 행동”이라고 밝혔다. 일부 팬은 두르마스의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찾아가 그의 터키 혈통을 거론하며 인종차별 발언을 쏟아냈다. 두르마스는 스웨덴인이지만 부모가 터키 출신이다. 두르마스는 “나는 스웨덴인이고 국가를 대표해 뛰는 게 자랑스럽다.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이를 망치도록 두지 않겠다. 우리는 모든 종류의 인종차별에 맞서야 한다”고 밝혔다. 스웨덴 축구협회는 두르마스에게 인종차별 비난을 쏟아낸 이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한편 독일 코치진의 과한 승리 세리머니도 논란이 됐다. 독일 코치 2명은 경기 종료 직후 스웨덴 벤치로 달려가 도발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스웨덴 코치진 역시 독일의 도발에 맞서 분노를 표했고 이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히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독일 대표팀은 25일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독일) 코치들이 스웨덴 벤치 쪽으로 취했던 제스처는 지나치게 감정적이었다”며 사과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더 이상 기적이 아니다.’ 일본이 축구대표팀의 선전에 감격했다. 16강 진출의 희망으로 들뜬 분위기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세네갈전을 2-2로 마친 25일. 일본 수도 도쿄 중심가인 시부야에는 수많은 인파가 쏟아져 나와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자신의 트위터에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접전이었다. 강호 세네갈을 상대로 승점을 얻었다. 이 기세 그대로 폴란드전에서 예선 돌파를 기대한다”고 썼다. 일본 언론들은 앞서 러시아 사란스크에서 열렸던 콜롬비아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데 대해 ‘사란스크의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월드컵에서 남미 팀에 승리했기 때문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세네갈전에서 일본이 선전을 이어가자 “더 이상 기적이 아니다”고 썼다. 일본의 승리가 행운이 아닌 실력이었음을 확인했으며 16강 진출도 눈앞에 다가왔다는 것이다. 일본은 이날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 아레나에서 열린 세네갈과의 H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끈질긴 승부 끝에 비겼다. 1승 1무로 세네갈과 함께 조 공동 선두에 오른 일본은 28일 폴란드와의 3차전에서 무승부만 해도 16강에 오른다. 혼다 게이스케(32·CF 파추카) 등 노장들이 대거 복귀한 이번 일본 대표팀의 평균 연령은 28.2세로 일본 대표팀 역대 최고령이다. ‘아저씨 저팬’이란 비아냥거림을 듣던 일본 대표팀은, 그러나 한발 더 뛰는 투혼을 발휘했다. 세네갈전에서 일본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누빈 총거리는 105km로 102km인 세네갈에 앞섰다. 경기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세네갈 선수들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느려졌다. 일본은 세네갈보다 111차례나 더 많은 패스를 수행하면서도 5%포인트 더 높은 패스 성공률(일본 84%, 세네갈 79%)을 기록했다. 니시노 아키라 일본 감독은 경기 후 “우리는 오늘 죽을 만큼 뛰었다”며 “우리는 세네갈을 반드시 이겨 일찍 16강 진출을 확정하려 했다”고 말했다. 니시노 감독은 “비록 16강 진출을 확정하진 못했지만 오늘 우리의 결과는 다음 경기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세네갈의 알리우 시세 감독도 “일본이 뛰어난 팀이란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월드컵 출발 직전까지만 해도 약체 소리를 듣던 일본 축구의 놀라운 반전이다. 전반 11분 세네갈 사디오 마네의 골로 0-1로 끌려가던 일본은 전반 34분 이누이 다카시가 만회골을 만들었다. 1-2로 끌려가던 후반 33분에는 교체 멤버로 투입된 혼다가 이누이가 골문 왼쪽에서 올린 빠른 땅볼 크로스를 골로 연결시켰다. 한때 일본 축구의 ‘아이콘’ 대접을 받았던 혼다는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는 전임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과의 불화설에 휩싸였고, 세대교체를 명분으로 대표팀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축구협회가 월드컵을 두 달 앞두고 전격적으로 할릴호지치 감독을 경질하고 기술위원장이던 니시노 감독을 임명하면서 혼다도 다시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여론은 혼다에게 우호적이지만은 않았으나 혼다는 실력으로 그간의 논란을 잠재웠다. 콜롬비아와의 경기에서 1-1 동점이던 상황에서 오사코 유야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했고, 세네갈전에서는 동점골을 터뜨렸다. 이번 골로 혼다는 월드컵 3개 대회 연속 득점을 올린 첫 일본인 선수가 됐다. 또 개인 통산 4골(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2골, 2014년 브라질 대회 1골)로 아시아 선수 월드컵 최다 골 기록도 세웠다. 종전 기록은 박지성 안정환(이상 한국), 팀 케이힐(호주), 사미 알 자베르(사우디아라비아·이상 3골) 등이 가지고 있었다. 콜롬비아와의 경기 후 관중석 쓰레기를 치워 국제적인 호평을 받았던 일본 관중은 이날도 세네갈 관중과 함께 경기장을 정리했다. 하지만 일부 관중은 경기 중 전범기인 욱일기를 펴 들어 논란을 일으켰다. 태평양전쟁 중 사용됐던 욱일기는 침략의 상징이다. 혼다의 동점골 직후 일본 관중이 흔든 욱일기가 중계 화면에 포착돼 몇 초간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노출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선수와 관중의 정치적 의도를 담은 의사 표현을 금지하고 있다. 일본 팬들은 그동안 축구 경기에서 여러 차례 욱일기를 사용해 물의를 일으켰다. 욱일기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온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이날 오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일본의 전범기 응원 또 시작됐네요! 이번엔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라며 FIFA에 항의 연락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헌재 uni@donga.com·조응형 기자}

“축구는 간단한 스포츠다. 22명이 90분간 공을 쫓은 뒤 결국 독일이 항상 이기는 경기다.” 잉글랜드의 전설적 축구 스타 게리 리네커(58)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준결승에서 당시 서독에 패한 뒤 한 말이다. 이 말은 독일이 월드컵을 비롯한 각종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릴 때마다 새롭게 회자되곤 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은 예외인 것 같았다. 24일 러시아 소치의 피시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F조 스웨덴과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독일은 1-1 동점이던 후반 37분 제롬 보아텡이 퇴장당하면서 10명의 선수로 싸워야 했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멕시코에 0-1로 패한 터라 무승부를 기록한다면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었다. 독일의 마지막 조별리그 탈락은 80년 전인 1938년이었다. 하지만 절체절명의 순간 독일 축구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번 대회 내내 부진하던 토니 크로스(28·레알 마드리드)의 오른발이 기적을 만들어냈다. 후반 추가 시간 4분경 프리킥 기회에서 크로스는 마르코 로이스가 멈춰둔 공을 오른발로 감아 찼다. 그의 발을 떠난 공은 골키퍼를 넘어 그림같이 휘어 들어가 사이드 네트에 꽂혔다. 94분 39초. 국제축구연맹(FIFA)에 따르면 이 골은 월드컵 축구 사상 연장전이 아닌 정규 시간 가장 늦게 터진 결승골이다. 종전 기록은 프란체스코 토티(이탈리아)가 2006년 독일 월드컵 호주전에서 기록한 94분 26초였다. 2-1로 승리한 독일은 승점 3점을 얻으며 스웨덴을 제치고 조 2위에 올라섰다. 이날 독일과 스웨덴 모두 측면 공격에 집중했다. 하지만 스웨덴이 오른쪽 공격(50%)에 집중하고, 왼쪽 공격(35%)을 곁들였다면 독일은 오른쪽(46%)과 왼쪽(45%) 공격의 균형을 맞췄다. 멕시코전에서 요주아 키미히에서 시작되는 오른쪽 공격(55%)에 치중했던 독일은 이날은 크로스의 패스 플레이를 통해 공격 루트를 양쪽으로 분산하는 모습이었다. 기선을 제압한 것은 전반 23분 선제 득점을 올린 스웨덴이었다. 하프라인 부근에서 빅토르 클라손이 한 번에 전방으로 찔러준 공을 올라 토이보넨이 오른발 로빙슛으로 연결해 상대 골망을 흔든 것. 독일은 0-1로 뒤진 채 맞은 후반 들어 공격 위주의 전술을 폈다. 미드필더 율리안 드락슬러를 빼고 공격수 마리오 고메스를 투입하며 4명의 공격수를 앞세웠다. 10명으로 싸워야 했던 후반 막판에도 수비수 요나스 헥토어를 공격수 율리안 브란트로 교체했다. 볼 점유율에서 71%로 크게 앞선 독일은 29%의 스웨덴을 줄기차게 몰아친 끝에 역전을 일궈냈다. 그 중심엔 127개의 패스 중 121개를 성공시킨 크로스가 있었다. 크로스는 슈팅과 태클도 각각 4개와 3개로 팀 내 1위였다. 언제나 냉정함을 잃지 않던 그는 경기 직후 손바닥으로 여러 차례 그라운드를 내려치며 기쁨을 표현했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난 아직 살아있다(still alive)”라는 글을 올렸다. 독일의 승리로 16강행 희망을 이어간 한국은 27일 독일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다득점을 노리는 독일의 파상공세를 이겨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객관적인 전력상 열세는 분명하다. 하지만 멕시코전에서 보여줬던 공격력에 수비 안정화를 가져간다면 못해 볼 상대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축구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리네커는 이날 SNS를 통해 독일에 대한 자신의 명언을 업데이트했다. “축구는 간단한 스포츠다. 22명이 90분간 공을 쫓다가 독일 선수 한 명이 퇴장당해 21명이 뛴 뒤 ‘빌어먹을’ 독일이 어떻게든 이기는 경기다.” 이헌재 uni@donga.com·조응형 기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활약으로 눈길을 끈 2018 러시아 월드컵 포르투갈과 모로코의 경기가 다른 이유로도 주목 받고 있다. 이 경기에서 비디오 판독 제도(VAR)가 또 한번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후반 34분 모로코의 왼쪽 코너킥이 포르투갈 수비수 페프의 손에 맞고 굴절됐다. 페널티킥이 선언될 수 있는 상황. 모로코 선수들이 일제히 팔을 치며 핸들링을 주장했지만 VAR 판독은 없었다. VAR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불만이 나오는 이유는 VAR 확인을 요청할 권한이 주심에게만 있기 때문이다. 야구 농구 등 다른 구기종목과 달리 축구는 감독 또는 선수가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수 없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VAR를 도입하면서 남발을 우려해 실시 여부를 심판의 고유 권한으로 못 박았다. VAR 전담 심판이 주심에게 판독을 건의할 수 있으나 최종 판정은 주심의 몫이다. 반칙으로 보이는 상황이 있어도 주심이 문제 삼지 않으면 경기는 속행된다. 스위스전에서 심판 판정에 강한 불만을 터뜨렸던 브라질 축구협회는 21일 성명을 통해 “FIFA는 심판들의 명백한 실수가 드러날까 우려될 때는 비디오 판독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브라질은 18일 스위스전에서 △스위스의 동점골 직전 문전에서 반칙이 있었는지 여부와 △후반 28분 공격수 가브리에우 제주스가 상대 수비수에게 밀려 넘어진 상황 등 2가지 장면을 두고 “당시 비디오 판독실에서 검토가 됐는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VAR가 경기 흐름을 방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판이 VAR 실시를 선언하고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보통 15∼20초의 시간이 걸린다. VAR로 페널티킥이 선언된 한국-스웨덴전의 경우 김민우의 태클 이후 페널티킥이 선언되기까지 17초가 걸렸다. 이때 한국은 하프라인 너머에서 공격을 전개하는 중이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아시아 축구의 라이벌 한국과 일본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첫 경기의 희비가 엇갈렸다. 한국과 일본은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비슷한 악조건 속에서 출발했다. 월드컵을 앞두고 감독이 경질됐고 잇단 부진으로 팬들의 비난과 마주쳤다. 하지만 처방은 달랐다. ○ 한국보다 더 상황이 나빴던 일본 일본은 4월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을 경질하고 일본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었던 니시노 아키라 감독을 선임했다. 한국이 지난해 7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하고 국내파 신태용 감독을 선임한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일본의 상황이 좀 더 심각했다. 일본 신임 감독은 월드컵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한 달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무리라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일본은 감독과 선수 간의 불화가 심한 상태였다. 감독 교체라는 극약처방을 내려야 할 만큼 상황이 좋지 않았던 셈이다. 역설적이게도 일본의 감독 경질을 불러온 건 한국이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끌던 한국이 동아시안컵 대회에서 일본을 4-1로 대파하면서 할릴호지치 감독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이후 일본은 말리와 무승부를 기록하고 우크라이나에 1-2로 패하는 등 부진을 이어가자 감독 경질 카드를 꺼냈다. 지난해 7월 부임한 신태용 감독은 11개월의 시간이 있었다. 이란과 우크라이나에 잇달아 비기긴 했지만 한국을 월드컵 본선으로 이끌었다. 월드컵 본선 스웨덴전과 그동안의 비공개 친선 경기까지 포함한 신 감독의 전적은 19전 6승 6무 7패다.○ 계속되는 실험 vs 익숙함으로의 복귀 할릴호지치 감독이 선수와 불화했던 이유는 일본의 기존 스타일과는 다른 축구를 하려 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오랫동안 짧은 패스를 중심으로 한 축구에 익숙했다. 그러나 할릴호지치 감독이 선 굵고 과감한 축구를 추구하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니시노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일본에 맞는 축구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신 감독은 실험을 계속했다. 중앙 수비수 조합과 공격 조합을 계속 바꿨다. 이 과정에서 스리백과 포백을 번갈아 가며 사용했다. 공격 조합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험이 계속되면서 선수들은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다. 니시노 감독이 부임한 뒤에도 일본은 연패를 계속했다. 출정식을 겸한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0-2로 졌고 이어 스위스에도 0-2로 패했다. 하지만 일본은 자신들의 스타일을 빨리 확정했다. 가나전에서 3-4-2-1을 들고나왔던 일본은 6월 9일 스위스 평가전에서 패했지만 이때 사용한 4-2-3-1을 파라과이전에서도 계속 썼고 4-2로 역전승했다. 일본은 월드컵 본선 콜롬비아전에서도 이를 그대로 사용했고 승리했다. 월드컵 본선에서 사용할 전략을 평가전에서 그대로 실험해본 셈이다. 각각 스위스전과 파라과이전에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가가와 신지와 혼다 게이스케는 콜롬비아전에서 나란히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한국은 스웨덴전에서 4-3-3을 내세웠다. 그동안 실전에서는 사용하지 않았던 전술이다. 비공개 훈련에서 연마한 히든카드였다. 상대의 의표를 찌르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손흥민-김신욱-황희찬으로 이어지는 스리톱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 한국 특유 색깔을 연마하라 신 감독의 실험을 무조건 비난만 할 수는 없다. 실험은 도전 정신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은 실험을 너무 길게 하며 익숙한 장점을 연마할 시간을 놓쳤다. 한국 특유의 색깔을 지닌 장점을 빨리 찾지 못한 것과 충분하지는 않더라도 이를 갈고닦을 시간을 갖지 못한 점이 문제였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독일의 장점이 독이 됐다. 멕시코가 독일을 격파하며 2018 러시아 월드컵 대회 초반 최대 이변을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는 독일을 세계 정상으로 이끌었던 장점을 역으로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두 팀의 경기를 분석한 결과 승부는 독일의 오른쪽 수비에서 갈렸다. 독일은 오른쪽 측면 수비수 요슈아 키미히가 상대 진영 깊숙이 진출해 독일의 핵심 플레이어 메수트 외질과의 연계 플레이를 펼치며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 나갔다. 수비수의 공격 가담은 순간적으로 공격 선수의 수를 늘리고 전담 마크맨이 없는 상태에서 상대의 허를 찌르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멕시코는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이를 역으로 파고들었다. 키미히가 전진한 뒤 비어 있는 뒷공간을 적극적으로 노렸다. 독일-멕시코전의 최대 승부처는 바로 이곳이었다. 승리는 최대한 빠르게 독일의 빈 곳을 파고든 멕시코의 차지였다. ○ 간파된 독일의 변형 공격 독일은 명목상의 포메이션과 실제 경기에서 펼친 포메이션 간에 다소 차이가 있었다. 독일의 양쪽 측면 수비수 위치가 하프라인 근처로 전진 배치됐다. 그만큼 수비수들의 공격 가담이 잦았다. 독일의 주요 공격 루트는 우측(55%)이었다. 좌측(25%)과 중앙(20%)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우측 공격은 수비수 키미히에서 시작됐다. 수비 진영에서 공을 빼앗은 중앙 수비수 제롬 보아텡이 키미히에게 패스(총 패스 횟수 23회로 팀 내 최다)하면 키미히가 오른쪽 깊숙이 침투해 외질 또는 사미 케디라에게 찔러주는 식(패스 횟수 각 10회)이다. 우측 연결 위주의 단조로운 공격 패턴은 멕시코 수비진에 쉽게 막혔다. 이 루트를 멕시코 왼쪽 수비수 헤수스 가야르도가 막아섰다. 가야르도는 9개의 가로채기를 성공해 역습의 발판을 만들었다. 한국에서는 왼쪽 수비수들이 해줘야 할 역할이다. 반면 멕시코 수비진은 양쪽 수비수가 전방 배치된 독일과 달리 사전 발표한 포메이션과 실제 포메이션이 거의 일치했다. 수비진이 독일의 공격을 봉쇄하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던 셈이다. 다만 명목상 오른쪽 미드필더인 엑토르 에레라는 실제 경기에서는 주로 정중앙에서 플레이했다. 에레라는 팀 내에서 가장 많은 활동량(11.592km)으로 수비와 역습 양쪽에 가담하며 중원 전체를 책임졌다. 이는 멕시코가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서 철벽을 구축한 중요한 요인이었다. ○ 한쪽에 집중된 공격 루트… 내용은 전혀 달라 멕시코 역시 좌측 공격이 58%로 과반을 차지(중앙 29%, 우측 13%)하며 한쪽을 파고들었다지만 내용 면에서는 독일과 완전히 달랐다. 독일의 키미히가 공격 가담을 위해 비운 공간에 멕시코의 이르빙 로사노가 빠른 발을 이용해 침투해 들어갔다. 독일이 번번이 끊기는 쪽으로 공을 몰았다면 멕시코는 ‘먹히는’ 곳에 집중해 공격에 나선 셈이다. 로사노는 전반 35분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의 패스를 받아 감각적인 오른발 슈팅으로 독일 골망을 흔들어 1-0 결승골을 뽑았다. 카를로스 오소리오 멕시코 감독은 “우리는 항상 두 명의 빠른 윙어를 활용하는데 로사노가 그중 한 명이다”고 말했다. 요하임 뢰프 독일 감독도 “상대의 날개가 매우 강했다”고 인정했다. 측면 수비가 약한 한국 대표팀은 로사노의 발 빠른 돌파에 골머리를 앓을 공산이 크다. 로사노를 막는 수비진은 그가 상대적으로 몸싸움이 약하다는 점을 노려 강한 압박으로 발을 묶어야 한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멕시코 미드필더 에레라를 봉쇄하는 것이 필요하다. 에레라에서 공격진으로 이어지는 킬 패스를 차단하는 것이 멕시코 역습 차단의 열쇠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