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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성균관대에서는 ‘대자보 백일장’이 열렸다. 대자보 운동을 벌여 온 대학생 모임 ‘대학, 안녕들하십니까’가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해 보자며 마련한 행사였다. 지난해 말 ‘안녕들하십니까’로 시작되는 대자보 릴레이를 촉발했던 주현우 고려대 경영학과 학생을 비롯한 이 모임 소속 학생들은 이달 중 대학 벽을 가득 메웠던 ‘안녕들’ 대자보를 책으로 엮어 낼 계획이다. 대학생들의 대자보 운동에 대해서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감상적이고 선동적으로 공유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하지만 대자보 열풍은 젊은 세대가 개인주의적이며 무기력하다는 통념을 뒤집는 사건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대자보 릴레이에 대해 일시적인 해프닝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 새로운 세대가 출현했음을 알리는 전조로 본다. 20대 초중반인 이들은 1960년대생들인 ‘386’ 세대의 자녀들이다. 이미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2002년 미선·효순 추모 촛불집회,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촛불세대’로 주목받은 바 있다. ‘우리’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이들은 ‘나’의 문제에 빠져 소극적인 ‘88만원 세대’(20대 후반∼30대 초반)와는 다른 성향을 보인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안녕들’ 대자보 열풍을 일으킨 이들을 ‘88만원 세대’와는 구분되는 ‘신(新)대자보세대’라고 명명했다. 1990∼1995년 출생한 20대 초중반의 청년들로 부모 세대의 매체를 이용해 새로운 형식의 대자보 열풍을 일으킨 세대라는 뜻에서다. 이들이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신대자보세대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 세대에 속하는 대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주관식 설문조사를 했다. 또 ‘안녕들’ 대자보 릴레이에 참여한 8명을 포함해 대학생 12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386세대의 자식들 “어릴 때부터 어머니와 자주 사회문제 얘길 했어요.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이나 노동 문제 같은 이슈가 많았죠.”(이모 씨, 서울 H대 2학년) 1990년 이후 태어난 신대자보세대는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성장했다. 조기영어교육, 조기유학에 따른 기러기 아빠 붐은 이들의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일어난 현상이다. 이들의 부모는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386세대에 속한다. 본보의 설문조사에 참여한 신대자보세대 200명 중 67명은 자신의 정치 성향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로 부모를 꼽았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미국의 경우 부모와 자식이 지지하는 정당이 같은 정당일체감이 있지만, 과거 한국은 또래 집단의 영향력이 높은 편이었다”며 “민주화 이후 한 세대를 집단적으로 정치화할 만한 이슈가 사라진 데다 386세대가 특히 정치화된 세대여서 자식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더 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소년기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을 묻는 문항에서도 응답자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20명)이나 노 전 대통령의 서거(26명) 같은 부모 세대가 관심을 가졌던 이슈를 많이 언급했다. 특히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는 가장 많은 응답자(60명)가 꼽은 사건이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촛불시위의 주체는 당시 10대였던 386세대의 자녀였고 그들이 이제 20대가 됐다”면서 “10대 청소년기에 형성된 가치관이나 당시 사회적 발언을 했던 경험은 성인이 된 후에도 오랫동안 태도나 행동을 결정지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대자보세대는 386세대의 판박이일까.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학과 교수는 “(현재의 20대는) 부모로부터 윤리·도덕적 가치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일부는 부모와 정반대되는 방향으로 등을 돌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젊은 층이 많이 이용하는 커뮤니티 사이트인 일간베스트에서 도덕주의적 태도에 대해 ‘X 선비질’이라고 조롱하는 것도 386식 도덕주의에 대한 비난”이라고 설명했다.○ 자기계발의 ‘벽’을 보다 “성공요? 눈앞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 앞으로 훌륭한 뭔가가 되는 것보다는 취업을 위해 인턴으로 뽑히는 게 더 중요해요. 그런데 하나를 이루면 금세 ‘이게 다가 아니다’ 싶은 느낌이 들어요. 이런 게 계속 이어지니까 불안해요.”(정모 씨, 서울 H대 3학년) 신대자보세대를 이해하는 두 번째 키워드는 ‘자기계발’이다. 이들은 유년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를 꼽았다(72명). ‘절약 포스터 그리기’ ‘금 모으기 운동’ 같은 단편적인 사건으로 IMF를 기억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아버지가 실직을 해서 이사를 갔다”고 회상하는 응답자도 있었다. 이 시기 확산된 ‘적자생존’ 논리는 이들의 의식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외국어 실력과 국제적 감각을 필수조건으로 여기며 자랐고, 대학에 들어온 후에도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문을 통과하기 위해 끊임없이 외국어 점수를 올리고 자격증을 따는 등 ‘스펙’을 쌓아 왔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1990년대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자기계발서의 논리를 내면화해 자신을 관리하고 통제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한다는 데 주목한다. 사회학자 오찬호 박사는 “한국사회가 저성장 사회로 변화하면서 조금이라도 못한 사람을 계속해서 배제해야 하는 시스템이 됐다. 자기계발에 대한 강조는 모든 성과와 실패의 원인을 개인의 노력으로 돌리며 이 같은 배제와 차별을 정당화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신대자보세대와 인터뷰에서는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강요받는 현실에 대한 ‘피로감’이 자주 표출됐다. 이들은 특히 ‘스펙을 위한 스펙 쌓기’에 몰두하는 상황에 대해 불만을 호소했다. 갈수록 ‘직업학교’가 되고 있는 대학환경을 비롯해 기업 자체에 대한 비판도 많았다. “친구가 국토 대장정에 다녀왔어요. 이력서에 써야 한다고요.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진짜 취미나 특기를 쓰면 안 된대요. 하다못해 ‘찌개 끓이기’ 같은 것, 면접관이 관심 가질 만한 걸 써야 한 번이라도 더 물어본다고.”(모모 씨, 서울 K대 3학년) “대학생 앰배서더, 서포터스 같은 것 좀 그만 만들면 좋겠어요. 서포트는 기업에서 알아서 하고, 아이디어가 필요하면 나한테 돈을 내고 사야지. 착취당하는 것 같아요.”(김모 씨, 서울 K대 2학년)○ 내 문제 해결하려 연대를 이들은 인터뷰에서 “부모로부터 받은 것이 많지만 앞으로의 삶은 그만큼이 못될 것 같아 두렵다”고 했다. 설문조사에서도 67.5%가 ‘현재의 삶에 만족한다’면서도 68.5%는 ‘불안하다’고 답했다. 불안하다고 응답한 학생들은 그 이유로 ‘불확실한 미래’와 ‘취업’을 들었다. “우리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못사는 최초의 세대라고 하잖아요. 부모님은 하루하루 세상이 좋아졌다고 하는데 이젠 그런 걸 기대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김모 씨, 서울 S대 4학년)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쓴 30대 논객 한윤형 씨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명문대에 가면 인생이 달라진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갈수록 삶이 내려가는 느낌이 서로의 안녕을 묻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지난 대자보 열풍의 근저에는 자기계발의 벽에 부닥친 이 세대가 개인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공동체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인식 전환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택광 교수는 “과거에는 ‘성공을 위한 OO가지 습관’ 같은 자기계발서가 유행했다가 나중엔 ‘무조건 믿으면 이뤄진다’는 ‘시크릿’ 같은 책이 인기를 끌었다. 요즘엔 그조차 안 통하니까 ‘힐링’이 유행한다”면서 “대자보 현상은 자기계발로는 현재의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 보이는 자조이자 성찰”이라고 말했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도 “계급상승의 실질적인 통로가 막힌 이들은 지금까지 ‘각자도생’을 꾀하는 방식으로 파편화돼 왔다. ‘안녕들’ 현상은 이들이 그와 정반대로 연대를 시작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구가인 comedy9@donga.com·박훈상·조동주 기자 박우인 인턴기자 고려대 사학과 4학년}

“감사하고 기쁩니다. 복자 추대를 축하하면서 우리도 그분들의 삶을 본보기 삼아 성실하게 살아가야 합니다.” 9일 오전 천주교마산교구 교구장 집무실에서 전화를 받은 천주교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 안명옥 주교(69·사진)의 목소리는 감격과 기쁨으로 밝았다. 가톨릭계는 1997년 주교회의와 각 교구에서 이뤄지던 순교자들의 시복시성 추진을 통합하기로 하고 2001년 시복시성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장인 안 주교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 과정을 이끌었다. ―1984년 김대건 신부를 포함한 103위가 시성된 바 있다. 이번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 “당시 103위에는 기해박해(1839년), 병오박해(1846년), 병인박해(1866년) 순교자가 주로 포함됐다. 이번에는 신해박해(1791년) 때 참수형을 당한 윤지충 바오로를 대표로, 신유박해(1801년) 순교자가 대거 시복됐다.” ―한국 가톨릭교회의 역량도 커진 것인가. “103위 시성은 프랑스 파리외방선교회가 주축이 돼 진행했다. 이번에는 한국 가톨릭교회의 순수한 힘으로 시복 결정을 이끌어냈다. 보통 시복 청원서를 접수하면 시복 결정까지 10년이 걸린다. 이번 시복의 경우 2009년 공식 접수한 뒤 5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교황청 시성성이 우리 교회의 역량과 평신자들의 노력을 인정한 것이다.” ―이제 성인으로 추대되는 절차가 남았다. “시성되기까지 장구한 세월이 기다리고 있다. 복자가 성인이 되려면 기적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50년이 걸릴지 모른다. 시복시성은 영적인 일이므로 기도운동이 중요하다. 성인이 되면 전 세계 신자들이 매년 기념일을 정해 함께 축하해줄 것이다.” ―다른 시복시성도 잘 진행되나. “한국 최초의 천주교 신학생 최양업 신부의 경우는 포지시오(심문장) 작성이 마무리 단계라 이달 말 시성성에 제출할 것이다. 근현대 순교자 81위는 올해 안에, 조선왕조 치하 순교자 133위는 내년 상반기에 시복법정이 열릴 예정이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미국 싱어송라이터 존 메이어(사진)가 5월 6일 오후 7시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국내 첫 내한공연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4 존 메이어’를 연다. 매력적인 음색과 원숙한 기타 연주력을 겸비한 그는 2001년 ‘룸스 포 스퀘어스’ 앨범으로 데뷔해 지금까지 2000만 장이 넘는 음반을 팔았다. 2002년 최우수 보컬 퍼포먼스상 수상을 시작으로 7차례 그래미상을 받았다. ‘기타의 신’ 에릭 클랩턴, 블루스 거장 비비킹, 영국 롤링스톤스 멤버 키스 리처즈 등과 협연하기도 했다. 예매는 인터파크에서 12일 오후 12시부터 할 수 있다. 11만1000∼13만2000원. 02-3141-3488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오랫동안 남북 민간교류 사업을 추진해온 종교계는 5일 남북 정부의 이산가족 상봉 합의 소식이 알려지자 일제히 환영과 기대를 나타냈다. 종교계는 이명박 정부 시절 남북 관계가 경색되자 민간 교류 활동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민추본)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 합의를 적극 환영하고 성공적으로 개최되길 기대한다”고 6일 밝혔다. 박재산 민추본 사무국장은 “부처님오신날(5월 6일)을 맞아 평양 광법사에서 남북 공동법회를 열기 위해 북한 조선불교도연맹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계종은 또 6월 29일 만해 한용운 선생 열반 70주기를 맞아 금강산에서 만해의 사상과 업적을 기리는 공동 학술대회도 열 계획이다. 민추본은 공동 법회와 학술대회 개최로 교류가 활발해지면 평양 불교회관 건립과 내금강 불교 유적 공동 조사 같은 숙원사업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한불교천태종은 종단 차원에서 복원 사업을 마친 개성 영통사와 인근 사찰을 돌아보는 순례 코스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원불교는 2003년 평양에 빵 공장을 설립한 뒤 2006년부터 국수공장으로 바꿔 운영했지만 2011년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원불교 측은 “공장 재가동이 남북 관계에 따라 될 듯 말 듯 오락가락해 왔다. 이번에는 정말 재가동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개신교는 개별 교회와 재단 차원에서 남북 교류를 추진해 왔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2007년 평양에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의 조용기심장병원을 착공했지만 남북관계 악화로 완공이 늦춰지고 있다. 홍보담당인 김형효 목사는 “이산가족 상봉으로 화해 분위기가 조성돼 하루빨리 완공되길 바란다”면서 “현대적 시설을 갖춘 심장병원의 완공이 북한 주민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화해통일국 노혜민 목사는 “평양에서 개최되는 대규모의 남북 공동기도회를 추진하고 있다”며 “범개신교 차원의 남북 교류를 위해 가입 교단과 교회들의 의견을 모으겠다”고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지하에 마련된 전시관 입구로 들어서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다룬 만화들이 걸려 있었다. 그 앞에 서면 그 속에 담긴 할머니들의 증언이 육성으로 들리는 듯했다. 만화 속 연약한 소녀들은 일본군의 군홧발에 짓밟히고, 수십 명씩 줄지어 늘어선 일본군을 상대하느라 병들어 갔다. 만화를 지켜보는 외국 관람객들은 안타까움과 충격으로 표정이 점점 굳어져 갔다. 일본의 진심 어린 사죄를 요구하는 ‘수요집회’ 모습을 그린 만화도 걸렸다. 옆에는 일본의 사죄를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위안부 할머니의 모습도 나란히 있었다. 그 앞에서 참았던 눈물을 흘리는 관람객도 있었다. 2일(현지 시간) 폐막된 세계 최대 만화축제인 프랑스 ‘2014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한국만화기획전 ‘지지 않는 꽃’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주관한 이 기획전엔 이현세 박재동 김광성 백성민 김금숙 등 작가 19명이 만화, 애니메이션 등 25편을 제작해 10대 소녀를 성노예로 삼은 일본군의 만행을 고발하고 고통 속에서 살아온 할머니들의 한(恨)을 증언했다. 앙굴렘 극장 지하에 마련된 230m²(약 70평) 규모의 전시관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관람객 1만7000여 명이 다녀갔다. 한국과 똑같은 피해를 본 중국, 대만뿐 아니라 일본 ‘망가’를 프랑스에 처음 소개한 도미니크 베레 아카타 출판사 사장 등 해외 유명 출판사 관계자도 방문해 공감과 지지를 표했다. 여성인권운동가인 파브리스 비르질리 프랑스 국립과학원 책임연구원은 “유럽 여성들은 위안부 문제가 현재 진행형인 여성 성폭력 문제임을 분명히 인식할 것이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프랑스 안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보편적 가치인 ‘여성 인권’ 앞에서 세계인이 한목소리를 내자 위안부의 존재를 부정하는 일본의 주장은 철저히 외면당했다. 일본의 일부 기자는 지난달 30일 열린 위안부 기획전 개막 기자회견장에서 “한국의 정치적인 행사는 놔두고 일본만 철거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질문하기도 했다. 이에 니콜라 피네 아시아담당 디렉터는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알리는 것은 정치적인 것이 아니다. 사실이 아닌 것을 알리는 것이 정치적이다”고 일침을 가했다. 기획전에 참가한 김광성 작가는 “진실은 훼손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진실에 기반한다면 우리 목소리를 내는 데 더는 주저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위안부 기획전은 앞으로 프랑스 앙굴렘을 벗어나 세계 각지에서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조직위에는 앙굴렘에 참가한 출판사 중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당한 중국, 위안부가 설치됐던 싱가포르 등에서 기획전을 유치하고 싶다는 제의가 들어왔다. 조직위는 이와 별도로 나치의 학살이 자행된 프랑스 오라두르쉬르글란 마을을 사전 답사하고 기획전 전시를 검토 중이다. 한편 기획전 총괄기획을 맡은 김병수 목원대 만화애니메이션과 교수는 “일본은 독도 문제에서도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며 “중견 만화가들이 위안부 문제를 세계에 알렸듯 앞으로는 세계 각지에 팬들이 많은 인기 웹툰 작가들이 독도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앙굴렘=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2일(현지 시간) 프랑스 앙굴렘에서 막을 내린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의 최대 이슈는 한국만화기획전 ‘지지 않는 꽃’이었다. 이현세 등 중견 만화가 19명이 참여한 이 기획전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만화와 애니메이션 25편이 선보였다. 일본의 극우 단체와 일부 극우 만화가는 개막 전날까지도 앙굴렘 조직위에 전화와 e메일로 기획전 취소를 집요하게 요구했다. 일본 정부도 프랑스 주재 일본 대사관을 통해 “한국 기획전을 재고해 달라”며 앙굴렘 조직위를 압박했다. 개막 전인 지난달 29일에는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파리에서 열릴 예정이던 ‘지지 않는 꽃’의 설명회가 앙굴렘 조직위원회 측 요구로 당일 취소됐다. 조직위가 일본의 압력에 굴복해 취소시켰다는 일부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프랑크 봉두 조직위원장은 30일 이례적으로 한국과의 공동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파리에서 한국만 따로 목소리를 내기보다 앙굴렘에서 우리와 함께 목소리를 내자는 의미”라고 밝혔다. 봉두 위원장은 또 “위안부 기획전을 통해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는 기회로 삼고 여성에 대한 폭력을 종식시키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인류가 진화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기획전이 열리는 동안에도 일본의 방해 공작은 이어졌다. 일본의 한 출판사는 ‘위안부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가 앙굴렘 조직위에 의해 철거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진실의 힘은 컸다. 기획전에는 나흘 동안 2만 명 가까운 사람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전시관에는 위안부 할머니에게 보내는 글을 적어 붙이는 ‘소원의 벽’이 마련됐다. 행사 마지막 날에는 더 붙일 곳이 없을 정도로 영어, 프랑스어, 중국어 등 각국 언어로 쓰인 응원 메시지들이 가득 찼다. “당신의 상처와 아픔은 나의 상처와 아픔입니다.” “압제에 시달리고 있는 모든 사람을 대신해 용기를 내 줘서 고맙습니다.” 이번 ‘지지 않는 꽃’은 국경과 언어를 뛰어넘는 만화의 힘, 문화 콘텐츠의 힘을 새삼 일깨워 줬다. 하지만 앙굴렘은 시작일 뿐이다. ‘소원의 벽’에 붙은 한 응원의 글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이것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끝내면 안 됩니다.”앙굴렘=박훈상·문화부 tigermask@donga.com}
카톡쇼(채널A 내일 오전 1시 20분) 사람에게 이목구비가 있다면 자동차에는 디자인이 있다. 방송 사상 처음으로 유명 관상가가 출연해 자동차의 관상을 본다. 관상가들은 성공한 자동차와 실패한 자동차의 관상 차이를 척척 짚어낸다. 성공한 자동차에 숨겨진 관상의 비밀을 파헤치고, 2014년 운수대통할 관상 좋은 자동차도 뽑았다. 지난해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한 기아자동차 K9도 집중 분석한다.}

예능과 드라마에서 ‘먹방’(먹는 방송)이 인기를 모으더니 푸짐한 음식을 차려놓고 퀴즈를 푸는 퀴즈쇼까지 나왔다. 진행자인 신동엽은 조선시대 왕으로 분장한다. 개그맨 김준현과 김신영, 배우 박은혜와 장항선, 가수 강민경이 신동엽을 도와 함께 진행한다. 태진아 최양락 홍진영 김지선 김종민 민아가 초대 손님으로 나온다. 전국팔도에서 공수한 최고의 재료로 차려진 왕의 만찬이 퀴즈 문제이자 부상이다. 입맛 까다로운 왕이자 밥상의 신인 신동엽의 만찬에 초대된 손님들은 퀴즈의 정답을 맞혀야 밥상을 받을 수 있다. 난이도에 따라 3첩 반상에서 왕의 수라상까지 맛볼 수 있다. 최고의 요리를 맛보려는 출연자들의 치열한 두뇌싸움이 펼쳐진다. 최고의 밥상을 차지할 승자는 누가 될까. 연출은 KBS2 ‘위기탈출 넘버원’ 정미영 PD가 맡았다. 설 특집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의 호응에 따라 정규 편성 여부가 결정된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도전 골든벨 설특집(KBS1 오후 7시 10분) ‘늦깎이 한글 학생, 행복 골든벨’ 특집. 참가자 100명은 6·25전쟁이나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공부할 기회를 놓쳐 한글을 읽고 쓰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다. 49세부터 86세로 구성된 이들은 지금 배우고 있는 기초 한글부터 맞춤법, 생활 상식, 기초 수학 등 다양한 문제를 풀며 즐거운 퀴즈 대결을 펼친다. 배움의 기회를 놓친 안타까운 사연도 전한다.}

‘청마의 해’를 맞아 말과 인간의 동행의 역사를 다룬 2부작 다큐멘터리다. 인류 문명을 바꾼 영웅들의 동반자이자 인류 발전의 숨은 공로자인 말의 문명사를 다뤘다. 1부 ‘마왕(馬王) 한혈마’에서는 피 같은 붉은 땀을 흘리며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는 전설의 한혈마를 컴퓨터그래픽(CG)으로 복원했다. 한혈마의 흔적을 간직한 제주말의 우수성도 살펴본다. 2부 ‘오천복馬’에서는 말과 인간의 교감을 다룬다. 말이 가장 중요한 삶의 수단인 키르기스스탄의 마지막 유목민을 찾아가 그들의 생활을 카메라에 담았다. 암을 치료하는 승마 효과부터 미래 산업으로 손꼽히는 말 산업의 가능성까지 짚어본다. 유별난 말 사랑으로 유명한 배우 송일국도 출연한다. 이번 다큐에서 그는 직접 한혈마를 탄다. 내레이션은 말띠 배우 하지원이 맡았다. 그는 “말이 없었다면 지금의 우리도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한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스타 패밀리송(채널A 오후 11시) 뮤직 토크쇼 주제는 ‘거짓말’. 말띠 스타들이 나와 풍성한 무대를 꾸민다. 국악계 스타 신영희는 오빠 규식, 동생 규종과 함께 나온다. 신 씨 가족은 김추자의 ‘거짓말이야’ 안무를 따라하며 반전 매력을 보여준다. 신영희는 어릴 적 별명이 ‘신대빵’이었다며 실생활에서 유용한 싸움의 기술도 가르쳐 준다. 정소녀는 의자매 현숙, 김보성은 아들과 함께 출연한다.}

‘대장금’으로 세계적인 한류 스타가 된 이영애가 한국 음식 문화를 다룬 2부작 다큐멘터리로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돌아온다. 1부 주제는 음식을 통한 ‘소통’. 이영애는 6개월간 궁중에서 반가까지 조선시대 음식문화를 찾아 긴 여정을 떠난다. 그는 궁중음식연구원의 한복려 원장을 찾아가 궁중음식의 비법을 전수받고, 300년 넘게 반가의 맛을 이어온 종부를 찾아가 반가음식 조리법을 배운다. 작품 활동이 뜸했던 이영애가 다큐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쌍둥이 아이들 때문이다. 그는 “아이들이 태어나고 1년 반 동안 모유수유를 했다. 2년 넘게 쌍둥이가 먹을 것을 챙기다보니 자연스럽게 음식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고 했다. 신비주의 스타인 이영애는 난생 처음 이웃주민들을 집으로 초대해 집들이도 한다. 그는 “궁중, 반가음식을 모두 만들어 봤다. 아무리 좋은 음식도 좋은 사람과 나누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2부 ‘교류’ 편은 9일 방영 예정.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통통한 볼살이 채 빠지지 않은 앳된 나이에 엄마에게도 털어놓지 못할 무거운 ‘비밀’을 안게 된 소녀, 떠올리기 싫은 기억들이 온몸에 문신으로 남은 여성, ‘그 일’이 있기 전의 나이로 계속 어려지는 할머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상처를 생생히 증언하는 만화가 30일 프랑스 앙굴렘에서 열리는 ‘2014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 출품된다. 제1차 세계대전 발발 100주년을 맞은 올해는 참혹한 전쟁 실상과 전시 여성 성폭력 문제를 고발한 만화가 다수 선보인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한국만화기획전 조직위원회도 세계 최대인 이 만화축제에 참가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전 세계에 알리는 기획전 ‘지지 않는 꽃’을 연다. 기획전에는 프랑스 현지에서 만화를 출간해 이름을 알린 김금숙(43) 박건웅(42) 수신지 작가(34)가 국내 유명 작가들과 나란히 참가해 눈길을 끈다. 김 작가는 이용수 할머니의 증언을 토대로 ‘비밀’을 그렸다. 프랑스 유학파 출신인 김 작가는 현지에서 자전적 만화 ‘아버지의 노래’(2012년)를 출간해 ‘문화계 저널리스트들이 뽑은 언론상’을 수상했다. 그는 “할머니들이 평생 상처를 비밀로 간직한 채 외로움과 고통 속에서 살아왔다. 일본의 거짓과 위선에 맞서려면 살아있는 할머니의 증언보다 더 유력한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일본 군인이 학대하며 새겨 놓은 문신이 온몸에 남아 있는 정옥선 할머니의 증언을 바탕으로 ‘문신’을 그렸다. 목판화 기법으로 그린 작품에는 심신이 약한 사람은 주의하라는 경고 문구가 적혀 있다. “할머니가 겪은 위안부 생활은 만화로 옮기기 어려울 정도로 잔인했습니다. 세세한 묘사는 최대한 가리고 진실을 선명하게 전달하려고 흑백 대비로 그렸습니다. 고향에 돌아온 할머니는 새 옷으로 갈아입었지만 몸에 새겨진 상처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노근리 사건, 비전향 장기수 문제를 다룬 만화로 프랑스 만화 비평가 기자협회(ACBD)가 제정한 2007년 ‘ACBD 아시아 만화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프랑스에서 만화 ‘3그램’을 출간했던 수 작가는 ‘83’을 출품한다. 83이란 만주사변이 일어난 1931년부터 2014년까지 83년의 시간을 뜻한다. 만화 속 할머니의 모습은 점점 어려져 어린 소녀로 돌아가 친구와 함박웃음을 짓는 장면에서 끝난다. 수 작가는 “수요집회에서 본 할머니들의 표정이 어둡고 지쳐 보였다. 할머니가 웃는 모습을 그리려면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던 과거로 시간을 되돌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할머니들의 상처를 만화로 옮기는 일은 작가들에게도 고통이었다. “할머니들이 직접 그리신 그림을 봤어요. 그리면서 얼마나 힘드셨을지, 세상에 알리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컸기에 떠올리기 싫은 기억을 그림으로 옮기셨는지…. 저도 위안부 문제를 알면 알수록 마음이 아파서 그리기를 중단하고 싶었어요.”(수 작가) “그분들의 상처와 아픔이 너무나도 크기에 감히 공감했다고 말하기도 어려워요. 어린 나이에 겪었을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상처, 그리고 평생 겪은 후유증을 생각하니 같은 여성으로서 목이 멥니다.”(김 작가) 그럼에도 기어이 만화로 그려낸 이유는 만화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박 작가는 “무거운 소재가 만화라는 가벼운 매체를 만나면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된다. 위안부 이슈가 한일 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 문제임을 알리는 데 우리 작품들이 도움을 줄 것이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통통한 볼살이 채 빠지지 않은 앳된 나이에 엄마에게도 털어놓지 못할 무거운 '비밀'을 안게 된 소녀, 떠올리기 싫은 기억들이 온몸에 문신으로 남은 여성, '그 일'이 있기 전의 나이로 계속 어려지는 할머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상처를 생생히 증언하는 만화가 30일 프랑스 앙굴렘에서 열리는 '2014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 출품된다. 제1차 세계대전 발발 100주년을 맞은 올해는 참혹한 전쟁 실상과 전시 여성 성폭력 문제를 고발한 만화가 다수 선보인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여성가족부도 세계 최대인 이 만화축제에 참가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전 세계에 알리는 기획전 '지지 않는 꽃'을 연다. 기획전에는 프랑스 현지에서 만화를 출간해 이름을 알린 김금숙(43) 박건웅(42) 수신지(34) 작가가 국내 유명 작가들과 나란히 참가해 눈길을 끈다. 김 작가는 이용수 할머니의 증언을 토대로 '비밀'을 그렸다. 프랑스 유학파 출신인 김 작가는 현지에서 자전적 만화 '아버지의 노래'(2012년)를 출간해 '문화계 저널리스트들이 뽑은 언론상'을 수상했다. 그는 "할머니들이 평생 상처를 비밀로 간직한 채 외로움과 고통 속에서 살아왔다. 일본의 거짓과 위선에 맞서려면 살아있는 할머니의 증언보다 더 유력한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일본 군인이 재미삼아 새겨놓은 문신이 온 몸에 남아 있는 정옥선 할머니의 증언을 바탕으로 '문신'을 그렸다. 목판화 기법으로 그린 작품에는 심신이 약한 사람은 주의하라는 경고문구가 적혀 있다. "할머니가 겪은 위안부 생활은 만화로 옮기기 어려울 정도로 잔인했습니다. 세세한 묘사는 최대한 가리고 진실을 선명하게 전달하려고 흑백 대비로 그렸습니다. 고향에 돌아온 할머니는 새 옷으로 갈아입었지만 몸에 새겨진 상처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노근리 사건, 비전향 장기수 문제를 다룬 만화로 프랑스 만화 비평가 기자협회가 제정한 2007년 '아시아 만화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프랑스에서 만화 '3그램'을 출간했던 수 작가는 '83'을 출품한다. 83이란 만주사변이 일어난 1931년부터 2014년까지 83년의 시간을 뜻한다. 만화 속 할머니 모습은 점점 어려져 어린 소녀로 돌아가 친구와 함박웃음을 짓는 장면에서 끝난다. 수 작가는 "수요집회에서 본 할머니들의 표정이 어둡고 지쳐 보였다. 할머니가 웃는 모습을 그리려면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던 과거로 시간을 되돌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할머니들의 상처를 만화로 옮기는 일은 작가들에게도 고통이었다. "할머니들이 직접 그리신 그림을 봤어요. 그리면서 얼마나 힘드셨을지, 세상에 알리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컸기에 떠올리기 싫은 기억을 그림으로 옮기셨는지…. 저도 위안부 문제를 알면 알수록 마음이 아파서 그리기를 중단하고 싶었어요."(수 작가) "그분들의 상처와 아픔이 너무나도 크기에 감히 공감했다고 말하기도 어려워요. 어린 나이에 겪었을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상처, 그리고 평생 겪은 후유증을 생각하니 같은 여성으로서 목이 메입니다."(김 작가) 그럼에도 기어이 만화로 그려낸 이유는 만화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박 작가는 "무거운 소재가 만화라는 가벼운 매체를 만나면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된다. 위안부 이슈가 한일 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 문제임을 알리는데 우리 작품들이 도움을 줄 것이다"고 말했다.}

“마, 쓰레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1990년대 말 부산 남학생들 사이에서 좋은 뜻의 ‘쓰레기’란 별명은 아무나 가질 수 없었다. 일단 친구들과 두루 친해야 했고 자기만의 색깔이 있어야 했다. 거기에 의리까지. 그런 점에서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응사) 속 ‘쓰레기’ 정우(33)는 딱 맞는 별명을 얻은 셈이다. 그의 고향도 부산이다.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정우는 “쓰레기란 이름에 애착이 간다. 듣다 보면 입에 착착 붙어 친밀감이 생긴다”고 했다. “대본을 받고 보니 애드리브를 할 필요도 없었어요. 대본 속 쓰레기란 역할이 정말 저를 잘 알고 있었거든요.” 응사 속에서 천재 의대생 쓰레기는 나정이(고아라)를 두고 칠봉이(유연석)와 팽팽하게 맞섰다. 결국 승자는 무뚝뚝하지만 속 깊은 경상도 사나이 쓰레기였다. “제가 나정이 친오빠라면 삼천포나 해태도 남편감으로 괜찮아요. 나정이가 누굴 사랑했느냐가 중요해요. 나정이는 처음부터 쓰레기였어요. 나정이가 어장 관리했다고 욕하시는데 그건 오해입니다.” 응사로 한 방에 뜬 그는 2001년 영화 ‘7인의 새벽’의 단역으로 데뷔한 13년 차 연기자다. 영화와 드라마 28편에 출연했지만 스포트라이트는 늘 그를 비켜 갔다. “준비가 덜 돼 있었다. 지금 주목 받은 것도 큰 운이 따라 준 것 같다”고 했다. 실제 몸값과 체감하는 몸값이 차이 나는 걸까. 아니면 겸손한 걸까. 정우는 요즘도 팬들이나 제작사 관계자들을 만나면 허리를 90도로 숙이는 ‘폴더 인사’를 한다. “변하지 않으려고 굉장히 노력합니다. 팬들께 감사한 마음이 우선이지만 제 자신을 위해서 그렇게 합니다. 그래야 마음이 편해요. 또 기도를 하면서 스스로 겸손해지고 겸허해지려고 해요.” 배우란 직업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워했다. “사랑스러운 직업이니까 멋진 말을 해 주고 싶은데, 거창하게 내 인생의 모든 것이라고 말하긴 어렵네요. 열정이 없는 건 절대 아닌데…. 배우로서 제 몫을 다하고 있는지 의문이라서 그렇습니다.” 그의 말투에선 부산 사투리가 계속 묻어났다. 어떤 질문이든 답하고 난 다음엔 “하하하하하” 하고 특유의 쾌활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표준어 쓴다고 아무리 까불어도 부산 토박이니까요. 부산 사람답게 손해 보더라도 약한 모습은 보이지 않으려고 한 게 배우 생활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어요. 반면 융통성 없다는 이야기는 좀 듣습니다.” 연애할 때도 그럴까. “연애할 때란 표현보다는 사랑할 때라고 해 주세요.”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박우인 인턴기자 고려대 사학과 4학년}

“시사 프로그램은 뉴스를 생산해야 합니다. ‘토요뒷담’에 나온 이야기가 다른 신문과 방송에서 인용되도록 하겠습니다.” 한국 최초의 여성 앵커인 박찬숙 전 국회의원(69)의 목소리는 여전히 힘이 있었다. 그는 25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5시에 방송되는 채널A 시사 프로그램 ‘생방송 토요뒷담(談)’을 진행한다. ‘토요뒷담’은 한 주간 가장 주목받았던 인물을 스튜디오로 초대해 그의 속내를 들어보는 ‘칼칼한 대담’과 논객들이 나와 뜨거운 이슈를 놓고 토론을 벌이는 ‘칼칼한 토론’, 문화계와 연예계 뒷이야기를 정리해주는 ‘궁금한 수다’로 구성돼 있다. “‘칼칼한’이란 이름은 제가 지은 거예요. 음식 먹을 때 칼칼한 맛에서 느낄 수 있는 묘한 매력이 있죠. 첫맛은 맵지만 끝맛은 달달한,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습니다.” ‘칼칼한 대담’의 첫 출연자는 대권 도전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김문수 경기도지사다. 새누리당 소속의 김 지사는 3선에 도전해달라는 당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6·4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박 앵커는 “김 지사가 답변하기 곤란한 질문을 많이 준비했다”고 했다. 김 지사가 입을 열지 않는다면? “대답을 안 하도록 그냥 두면 안 되죠.(웃음) 큰 정치인이라면 교묘하게 질문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답하는 것이 낫다는 걸 알 겁니다. 결국 시청자와 국민이 가장 정확한 판단자이니까요.” 1968년 KBS 아나운서로 입사한 박 앵커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를 수차례 진행했다. 박근혜 대통령과는 영애 시절 만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토요뒷담’에 출연한다면 어떤 질문을 던질까. “정부가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고 파기하는 모습이 보여요. 공약을 정할 때 세심하게 점검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박 앵커는 1994년부터 2003년까지 시사 프로인 ‘KBS 라디오정보센터 박찬숙입니다’를 진행했는데 당시 “택시만 타면 박찬숙 목소리가 나온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청취자들은 기자들도 만나기 어려운 정치인이나 유명인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그의 프로에 귀를 기울였다. “방송은 시청률을 무시할 수 없어요. 이 나이에도 꾸준히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어느 정도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는 힘이 제게 있기 때문 아닐까요.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이야기를 시원하게 풀어주는 방송을 만들겠습니다. 젊은층도 ‘나이 좀 먹은 여자가 말을 세게 한다. 재미있다’고 반응할 겁니다. 자신 있어요.”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박우인 인턴기자 고려대 사학과 4학년}

아내 치에코 씨와 남편 사쿠짱은 가끔 티격태격해도 사이좋은 11년 차 부부다. 치에코 씨는 회사 비서로 일하고 사쿠짱은 집에서 구두 수선 가게를 운영한다. 아내가 퇴근하면 부부는 집 근처 슈퍼마켓에서 만난다. 둘은 슈퍼 안을 왔다 갔다 하며 저녁 메뉴를 정하고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다. 아내는 결혼한 지 10년이 지났는데도 남편과 데이트를 하고 나면 “오늘 귀여워 보이는 순간이 언제였냐”고 묻고, 그런 아내를 남편은 사랑스러워하며 안아준다. 34세 싱글 여성 ‘수짱’이 주인공인 만화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의 작가 마스다 미리(45)가 후속작으로 다정한 부부 이야기를 내놨을 때, 싱글녀들은 약간의 배신감을 느꼈다. 그래도 지난해 말 국내에 선보인 ‘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1, 2권·애니북스·사진)은 출간한 지 한 달 만에 1만5000부가 나갔다. 이 만화를 구입한 독자의 90%는 여성이다. 마스다 작가는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부부 만화를 보고 국내 싱글 독자들이 느낀 ‘배신감’에 대해 “작품마다 독자들의 선호가 나뉘는 건 기쁜 일이다. 다양한 테마로 그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현재 (일본에서) 연재 중인 작품 중엔 여중생의 이야기, 평균 연령이 60세인 가족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지난해 출간된 단편소설집은 어른의 성을 다룬 관능적 작품이죠.” ―마스다 씨는 만화 속 인물들과 닮았나요. “저도 실패하면 바로 주눅 들거나 우울해지곤 해요. 하지만 한 번 실패했다고 제 모든 걸 부정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해요. 만화 속 주인공들도 ‘나 같은 게 뭐’라는 식의 자기비하의 말은 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어요.” ―행복이란 뭘까요. “어느 책에서 ‘행복이란 하루하루 살아가는 동안의 기쁨’이란 문장을 발견하고 ‘우와! 심플하지만 멋진 말이다’라고 생각했어요. 치에코 씨는 매일 아주 작은 기쁨을 소중하고 크게 생각하면서 살아가요. 저도 즐거운 일이 있으면 행복하구나, 하고 느낍니다.” 마스다 작가가 지금까지 국내에서 출간한 만화는 ‘수짱’ 시리즈 4권을 포함해 모두 9권으로 총 17만 권이 팔렸다. 대표작은 ‘결혼하지…’인데, 제목과 같은 고민을 하고 사는 수많은 싱글 여성들은 화려하지 않아도 불안해하지 않고, 삶을 긍정할 줄 아는 수짱에게 공감하고 위로받았다. “작품마다 테마를 정하고 제 나름의 대답을 찾기 위해 고민합니다. 신작의 경우 ‘한 번뿐인 인생의 무게’가 테마예요. 치에코 씨는 ‘만약 내가 먼저 죽어도’란 식으로 자신이 사라지고 난 다음의 일을 자주 생각해요. ‘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도 사쿠짱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바라면서 남편을 사랑하는 거죠. 사쿠짱도 같은 마음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두 사람 모두 그릴 때마다 사랑스럽게 느껴집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1000만 영화 ‘변호인’의 일등공신은 송강호가 아닌 오달수? 양우석 감독의 ‘변호인’이 19일 한국 영화로는 9번째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하자 “1000만을 모으려면 오달수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변호인’의 주인공인 변호사 역의 송강호보다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으로 나오는 조연배우 오달수에게 주목하는 이유는 객관적인 통계 때문이다. 송강호가 출연한 영화 중 1000만 명을 돌파한 작품은 ‘괴물’(2006년)과 ‘변호인’ 2편이지만 오달수는 4편이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오달수는 한국 영화 역대 흥행순위 1∼3위인 ‘괴물’(1301만 명) ‘도둑들’(2012년·1298만 명) ‘7번방의 선물’(2013년·1281만 명)에 모두 출연한 유일한 배우다. ‘도둑들’에선 어리바리한 건달 앤드류로 나왔고, ‘7번방의 선물’에선 문맹인 건달 출신 교도소 방장을 맡아 웃음을 선사했다. ‘괴물’의 엔딩 크레디트에선 송강호보다 그의 이름이 앞서 나왔다. 타이틀롤인 괴물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기 때문이다. 동료 배우들은 그가 3일간 녹음실에서 기괴한 괴물의 숨소리를 녹음하던 장면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송강호는 “마지막 괴물이 죽는 장면에서 달수가 울었다. 그 모습에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놀랐고 숙연해졌다”고 전했다. 당시 괴물 목소리를 녹음하고 받은 출연료는 500만 원으로 알려졌다. 누리꾼들은 오달수의 1000만 영화 연기를 되새김질하고 있다. “한국 영화는 오달수가 나오는 영화와 안 나오는 영화로 나뉜다더니, 이제 1000만 영화도 오달수를 기준으로 나눠야 한다” “영화를 고를 때 주연배우보다 오달수가 있는지 먼저 확인한다”는 글이 올라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성제 ㈜동우엠씨 차장 모친상·장진순 전 동아일보 비상계획팀장 장성구 연합뉴스 그래픽뉴스팀장 장모상=19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21일 오전 5시 02-2258-5940}

“집이 있고 몸이 성하다고 행복한 것이 아닙니다. 예전에 평창 스페셜올림픽에 가본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는 1등만 잘 사는 게 아니었고, 함께 열심히 경기에 임했다며 모두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습니다. 모두가 참 행복해 보였습니다.” 19일 오전 염수정 추기경이 서울 은평구 구산동 노숙인 요양시설 ‘은평의 마을’에서 미사를 올렸다. 12일 추기경에 서임된 후 첫 사목 활동이다. 주교관을 쓴 염 추기경이 목장을 들고 강당에 들어서자 시설 직원과 노숙인 등 400여 명은 박수를 치며 환영했다. 염 추기경은 강론에서 “하느님이 나를 사랑한다면서 왜 고통스럽게 만들었을까 의심하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며 “우리가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믿지 못하면 불행하게 된다. 행복은 내 마음 안에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 “나 같은 죄지은 사람도 사랑하실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하느님의 자비는 죄보다도 훨씬 크다”고 했다. 염 추기경은 “추기경의 옷 색깔은 순교를 상징하는 선홍빛 빨간색이다. 제가 옷 색깔만큼 살아가도록 기도해달라”고 부탁했다. 추기경의 미사가 끝나자 중증장애인 15명으로 구성된 ‘한소리샘’이 추기경 서임을 축하하는 성가 ‘축하합니다’를 핸드벨로 연주했다. 염 추기경은 중증장애인들이 생활하는 공간을 찾아 일일이 손을 잡으며 불편한 점은 없는지 묻고 살폈다. 방명록에는 ‘이 집에 하느님 나라가 임하시길 기도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염 추기경은 지난해 12월 23일 성탄 미사를 이곳에서 집전하기로 했지만 서울대교구 사제의 장례미사를 집전하느라 방문하지 못하자 이날 뒤늦게 ‘약속’을 지켰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