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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국회 대정부질문도 전날과 다를 바 없었다. 이날 비경제 분야를 다뤄야 했지만 여야 의원들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역할을 놓고 지루한 공방만 벌였다. 5시간 반 동안 ‘황 권한대행 때리기’가 이어지면서 대정부질문을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고 ‘협치의 장’으로 활용하겠다는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통령 권한대행 범위 놓고 말꼬리 잡기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이날 “구멍이 뚫리면 살짝 막는 최소한의 조치만 하는 ‘현상 유지’가 권한대행의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황 권한대행은 “법학계에서 현상 유지를 비롯해 포괄적으로 권한을 허용한다는 의견도 있고, 헌법에 아무런 제한이 없으니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고 받아쳤다.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은 “복수의 검찰 관계자가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청장을 기소하려 할 때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황 권한대행이 방해하고 외압을 넣었다고 증언했다”라며 “검찰청법을 위반한 황 권한대행은 특검 수사 대상이자 탄핵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황 권한대행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저는 외압을 행사한 일이 없다”며 “확인된 사실을 전제로 질문해 달라”라고 반박했다. 황 권한대행은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기각되면 혁명밖에 없다’고 말한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문 전 대표의 발언이) 법치주의 파괴 발언인가? 개인 소신인가?”라는 새누리당 이채익 의원의 질문에 “대한민국은 자유민주국가다. 어떤 경우에도 헌법에 정한 절차와 방법을 따르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최순실 사태 증인 불출석’ 공방 이날 집단 탈당 의사를 밝힌 새누리당 비주류 진영도 황 권한대행 비판에 나섰다. ‘탈당 선언’ 명단에 이름을 올린 하태경 의원은 ‘청와대 윤전추 이영선 행정관의 최순실 사태 국정조사 증인 불출석’을 두고 격한 발언이 오갔다. 하 의원은 두 행정관이 국정조사에 불출석한 것에 대해 “연가를 허용한 부서장의 경질을 요구한다. (황 권한대행은) 이 자리에서 조사를 지시하고 관련자를 법에 의해 처벌하겠다고 답하라”라고 다그쳤다. 황 권한대행이 “내용을 알아보겠다”라고 했지만 하 의원은 “‘조사하겠다’라는 말을 안 하는데, 이러니 또 최순실에게 ‘부역한다’라는 말이 나온다. ‘촛불’에 타 죽고 싶나”라며 손으로 황 권한대행을 가리켰다. 이에 황 권한대행은 “부역이라뇨?”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말씀하실 때 삿대질하지 말라”고 맞받았다. 여야 모두 이틀 연속 황 권한대행의 역할만 물고 늘어진 대정부질문이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요즘 국무총리실 간부들에게 “평소와 똑같이 하고 절대 과(過)하게 하지 말라”는 당부를 자주 한다고 한다. 본인 스스로도 말과 행동이 예전과 달라진 것처럼 보이지 않게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그만큼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쏠리는 세간의 관심을 의식하면서 신중한 처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황 권한대행 체제가 16일로 일주일을 맞았다. 안보와 경제를 중심으로 국정 공백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야당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풀지 못하면서 안정적인 리더십을 보이지 못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황 권한대행은 “필요한 인사는 하겠다”는 방침을 세워 야당이 반발하고 있다. ○ 국정 공백 최소화에 안간힘 9일 오후 7시 3분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황 권한대행은 국정의 최고책임자가 됐다. 이후 황 권한대행이 가장 역점을 둔 분야는 ‘안보’였다. 황 권한대행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대북 경계태세 강화를 지시했다. 같은 날 저녁에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첫 현장 방문도 12일 합동참모본부였다. 16일에는 한미 연합사령부를 방문해 “한미동맹이 전 세계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동맹”이라며 “북한 도발 시에는 즉각 강력히 응징할 수 있는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춰 달라”고 당부했다. 경제 분야는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경제사령탑 혼선 문제를 정리해 미국 금리 인상 등 현안에 대응하도록 한 것이다. 황 권한대행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대해 “원점에서 대응 방식을 재검토하라”며 강력한 대응을 주문하는 등 민생 챙기기에도 힘을 쏟고 있다. 청와대와의 관계는 대통령비서실에서 최소한의 보좌만 받는 쪽으로 정리한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 대비해 총리실에서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준비했고,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선례도 있어 황 권한대행이 침착하게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꽉 막힌 대야 관계…인사권 행사도 쟁점 반면 야당과의 관계는 꽉 막혀 있다. 여당의 내분까지 겹치면서 ‘여야정 협의체’ 구성이 늦어지고 있다. 황 권한대행이 제안한 야 3당 대표들과의 개별 회동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거부했다. 20, 21일로 예정된 황 권한대행의 국회 대정부질문 출석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야당은 16일에도 황 권한대행에 대한 견제를 계속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황 권한대행이 탄핵 민심을 외면한 불통 행태를 보인다면 국회 차원에서 재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야당에 협조하지 않으면 황 권한대행 체제를 흔들 수도 있다는 경고다. 국민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도 “권한대행은 극히 일부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뿐”이라고 일갈했다. ‘대통령이 아니라 총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취지다. 황 권한대행이 인사권을 어느 수준까지 행사할지도 논란거리다. 15일 농림축산식품부가 황 권한대행의 승인을 얻어 이양호 전 농촌진흥청장을 마사회장에 내정하면서 인사에 첫 테이프를 끊었다. 총리실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공공기관의 경영공백이 장기화할 경우 국가 경제 및 대국민 서비스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공석이거나 임기가 만료되는 공공기관장 중 부득이한 경우에는 제한적으로 인사를 시행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다만 절차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장관급에 대한 인사는 검토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2004년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도 감사원 감사위원 등 차관급 4명, 한국수출보험공사 사장을 비롯한 공공기관장 4명 등에 대한 인사를 실시했다. 야당은 인사 중단을 요구했다. 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대규모 낙하산 투입이 우려되고, 탄핵 민심을 고려하면 월권”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도 “인사권 행사는 국회와의 협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황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를 제한할 실질적 방안이 없다는 게 야권의 고민이다. 장택동 will71@donga.com·유근형 기자}

‘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을 위한 15일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4차 청문회에서 현 정권이 양승태 대법원장 등 사법부 간부들의 일상적 동향을 전방위로 사찰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법원은 “사실이라면 중대한 반헌법적 사태”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날 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증인으로 출석한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에게 세계일보가 갖고 있는 ‘정윤회 동향’ 문건을 비롯한 청와대 문건 17건 중 보도하지 않은 8건의 내용을 질의했다. 조 전 사장은 “문건에는 양 대법원장의 등산 등 일과 생활을 낱낱이 사찰해 청와대에 보고한 내용과 2014년 당시 최성준 춘천지방법원장(현 방송통신위원장)의 관용차 사적 사용, 대법관 진출을 위한 운동 내용이 포함됐다”고 답변했다. 이어 “(청와대가) 부장판사 이상 사법부 간부들을 사찰한 명백한 증거로 삼권분립이 무너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법원, 대법원장의 일과 중 등산 사실 외부 유출에 곤혹’, ‘법조계, 춘천지법원장의 대법관 진출 과잉 의욕 비난 여론’이라는 제목의 ‘대외비’ 문건 2개를 국조특위에 제출했다. 조 전 사장은 2014년 11월 당시 ‘정윤회 문건’ 보도 후 청와대로부터 압력을 받아 사장직에서 물러났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는 “조 전 사장이 공개한 문건은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박근혜 정부도 사찰 공화국이다”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역대 정권에서 (국정원이) 국내 문제에 개입하다 잘못을 해서 엄격하게 금지돼 있다”며 “이게 사실이라면 국정원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양 대법원장은 이날 사찰 논란에 “법원의 독립성을 침해당하거나 공정성을 의심받는 이런 사회적인 논란이 발생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최 위원장은 “문건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고 일부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한편 국조특위는 16일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과 최순실 씨의 청와대 출입 의혹 등을 규명하기 위한 청와대 경호실 현장조사를 강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국가 보안시설이라 경내에 들어오는 것은 응할 수 없다”고 거부 방침을 밝혀 충돌이 예상된다.송찬욱 song@donga.com·유근형·신나리 기자}
박근혜 정권이 양승태 대법원장을 비롯한 사법부 간부들을 사찰해 삼권분립을 훼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최순실 씨의 전남편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의원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정윤회 씨가 수억 원을 받고 부총리급 인사에 개입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15일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4차 청문회에서 나온 이 같은 ‘폭탄 증언’으로 관련 기관은 발칵 뒤집혔다.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은 이날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해 2014년 세계일보가 ‘정윤회 동향’ 문건과 함께 입수한 청와대 문건 17건 중 보도하지 않은 8건의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조 전 사장은 “양 대법원장과 최성준 전 춘천지법원장(현 방송통신위원장)의 사생활을 사찰한 문건이 있다”고 밝힌 뒤 관련 문건 2건을 국조특위에 제출했다. 이 문건에는 ‘양 대법원장이 매주 금요일 오후 일과 시간 중 등산을 떠난다’는 보도가 나온다는 소식에 대법원이 당혹스러워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다른 문건에는 최 위원장이 2014년 춘천지법원장 시절에 관용차를 사적으로 썼고 대법관 진출을 위한 운동을 했다는 내용 등이 기록돼 있다. 법조계 인사의 환심을 사기 위해 친분이 있는 소설가 이외수 씨를 이용했다는 대목도 있다. 조 전 사장은 “이 문건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해 2014년 1월 ‘정윤회 동향’ 문건과 함께 대외비로 보고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복사 방지를 위한) 워터마크가 있고, 파기 시한이 명기돼 있는 것으로 볼 때 국가정보원 문건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계일보도 이날 “국정원이 작성한 문건”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일상적인 사찰이 실제 이뤄졌다면 실로 중대한 반(反)헌법적 사태”라며 “책임 있는 관련자들이 경위를 명확히 해명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한낱 동향보고에 불과한 문건에 강하게 대응한 것은 사법부의 독립이 침해당할 수 있다는 대내외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씨는 트위터에 “청와대가 작가를 불법 사찰도 하는군요. 나랏일들이나 제대로 좀 하시잖고”라고 비판했다. 조 전 사장은 이날 또 “부총리급 공직자의 임명과 관련해 정윤회 씨가 7억 원 정도를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맞느냐”라는 질문에 “그렇게 전해 들었다”고 답했다. ‘정윤회 동향’ 문건에 “정윤회에게 (인사) 부탁을 하려면 7억 원 정도를 줘야 한다”는 부분이 담겨 있어 따로 취재한 결과 관련 내용을 접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 ‘부총리급 공직자’가 “현직에 계신 분”이라고 했지만 해당 인물을 직접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정부가 임명하는 공직자 중 현직 부총리급은 유일호 경제부총리, 이준식 사회부총리(2016년 1월 임명), 황찬현 감사원장(2013년 12월 임명) 등 3명이다. 감사원은 황 감사원장에게로 시선이 쏠리자 “전혀 사실이 아니다. 무책임한 의혹 제기가 있는 경우 민형사상의 책임을 지울 수 있다”고 즉각 반박했다. 조 전 사장도 이후 “(황 감사원장은) 전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조 전 사장은 당시 보도하지 않은 나머지 6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취재팀으로부터 구두보고를 받았다”며 “(박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 가족의 불법 청탁과 이권 개입 등 비위 사실, 대기업의 비리를 사찰한 문건”이라고 말했다. 또 “대기업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손쉽게 돈을 내놓은 것은 (청와대가) 대기업에 대해 지속적으로 사찰을 벌였고 이를 활용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 전 사장의 폭로는 취재 과정에서 확보한 미확인 정보인 만큼 사실관계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일보는 이날 “조 전 사장이 취재팀이 확보한 문서를 개인적으로 입수해 ‘보도 외 목적’으로 활용한 것은 유감스럽다”고 밝혔다.홍수영 gaea@donga.com·유근형·신나리 기자}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규명하기 위한 14일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3차 청문회에서도 새롭게 확인된 사실은 없었다. 다만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약 한 달 뒤인 2014년 5월 중순경 미용시술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청문회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집무실에 없었던 사실은 김장수 전 대통령국가안보실장(현 주중 대사)을 통해 거듭 확인됐다. 김 전 실장은 “(당시 박 대통령이 어디 있는지 몰라) 보좌관을 시켜 집무실과 관저로 (세월호) 보고서를 1부씩 보냈다”며 “보좌관에게서 ‘(박 대통령이) 집무실에 안 계신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이날 의원들의 질문은 박 대통령의 ‘비선 진료’ 의혹에 집중됐다. ‘김영재의원’의 김영재 원장은 박 대통령의 얼굴 사진을 본 뒤 “(주름살 제거를 위한) 필러 시술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박 대통령에게 어떤 미용시술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뿐 아니라 청문회에 참석한 모든 의료인이 “미용시술을 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누군가 거짓말을 했거나 ‘제3의 비선 의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대통령의 건강은 국가안보와 직결됨에도 청와대 공식 의료체계가 붕괴됐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김 원장은 2014년 2월부터 별도의 신분증을 보여주지 않고 수차례 청와대를 드나들었다. 대통령 자문의였던 김상만 전 녹십자 아이메드 원장 역시 “자문의 임명 전부터 여러 차례 청와대를 방문해 박 대통령에게 태반주사를 놓았다”고 진술했다. 이날 의료진들을 통해 박 대통령이 얼굴 경련과 비대칭, 면역기능 이상을 앓은 것으로 밝혀졌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국정 농단 사건의 결정적 증거인 태블릿PC를 조작으로 몰아가야 한다는 최순실 씨의 음성 녹취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최 씨는 태블릿PC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 의원은 15일 4차 청문회에서 최 씨 녹취록을 추가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한편 청와대 이영선 윤전추 행정관은 연가를 이유로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특위는 이들에게 동행명령장을 발부했지만 두 사람 모두 동행명령 이행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이재명 egija@donga.com·김윤종·유근형 기자}
야권에선 13일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이 언급한 사실상의 ‘비문(비문재인) 연대’의 여진이 지속됐다. 이 시장이 “박원순, 안희정, 김부겸의 우산에 제가 들어가야 한다. 머슴팀을 만들자”라고 한 데 대해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이날 “정치와 상업적 거래는 다르다”라고 거듭 일축했다. 안 지사는 또 충남 천안시 충남북부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충남경제포럼 조찬 특강에서 탄핵 이후 정국과 관련해 “여전히 이 국면에서 정치(인)는 ‘나 대통령 시켜 주면 내가 (다) 해 줄게’의 관점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이미 구태가 된 ‘임금님 리더십’”이라며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동등하게 보지 않는다면 또 ‘똑똑한 대통령 하나 뽑아 팔자 고쳐 보자’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페이스북에 “(이 시장과 안 지사) 두 사람 이야기가 같음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촛불의 대의 앞에 우리들의 작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먼저 보자”라고 비문 연대의 여지를 남겨 뒀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 시장이 ‘형님 리더십’을 염두에 둔 것 같다”라며 “대선 경선이 임박하면 주요 주자 간 합종연횡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채널A ‘이남희의 직언직설’에 출연해 “DJ(김대중 전 대통령) 정권 말기에 한나라당 이회창 대선 후보가 대통령이었다. 모든 것을 좌지우지했는데, 지금 딱 하는 꼴을 보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이회창과 같다”라고 비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여야 3당이 12일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 합의한 건 국회가 ‘포스트 탄핵’ 정국의 주체로서 국정 운영의 책임을 나눠 질 수밖에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여당 내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 진영의 갈등 상황, 2야(野) 간의 전략적 이해관계 등이 맞물리면서 일단 국회-정부 협치(協治)의 닻은 올린 셈이다. 탄핵을 사실상 주도한 촛불 민심을 국회가 바통 터치해 끌어가지 못하면 후폭풍이 국회로 미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야정 협의체 출범은 16일 이후로 이날 오후 2시 반 국회에서 만난 새누리당 정진석,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시간이 채 안 돼 정 원내대표가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내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발표했다. 여야정 협의체의 한 축이 비게 된 셈이다. 이 사실을 사전에 안 민주당 고위 당직자가 정 원내대표를 만나 만류했지만 허사였다고 한다. 새누리당이 16일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할 때까지는 일단 여야정 협의체 출범은 미뤄질 수밖에 없게 됐다. 협의체 출범에는 합의했지만 누가 참석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야가 이견이 있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특히 민주당은 추미애 대표가 참여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국회와 정부의 정책협의기구라는 취지에서 원내대표가 주체가 돼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협의체는 투 트랙으로 당 대표나 원내대표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논의를 하는 상부구조와 각 당 정책위의장과 경제부총리가 실무 논의를 하는 하부구조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무엇보다 새누리당 친박 지도부와 야당 지도부의 상호 불신이 협의체 본격 가동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전날에 이어 친박 지도부와는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추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권한 정지로 여당의 지위는 물론이고 자격도 없다”고 각을 세웠다. 국민의당 박 원내대표도 “현재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를 상대로 해서 뭘 논의하고 대화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새누리당 이 대표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여야정 협의체가 잘 이뤄져서 협치하고 국가와 국민과 외교와 안보를 걱정한다면 얼마나 바람직하겠느냐”며 “그런데 두 야당도 믿을 수 없고 야당 지도부 발표도 믿을 수 없다”며 여야정 협의체 자체에 노골적 불만을 드러냈다. 당 원내대표는 협의체 구성에 합의했지만 당 대표는 못마땅해하는 묘한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새누리당이 새로운 당 대표를 제때 세우지 못한다면 협의체는 3당 원내대표와 황 권한대행이 주체가 돼 이끌어 나갈 수밖에 없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까지 협의체 참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국회가 국정의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 이론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 황 권한대행도 참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경제부총리 해법 못 찾은 여야 3당 이날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경제부총리 후임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날 의총에서 경제 컨트롤타워를 유일호 경제부총리로 갈지, 임종룡 부총리 후보자로 갈지 논의했고, 결국 지도부는 유 부총리를 지켜보자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추 대표는 “우리가 전면적으로 나설 때가 아니다. (우리가 경제부총리를 추천한 뒤) 경제위기가 심해지면 우리에게 더 나쁘다”라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황 권한대행이 (경제 일반은 유 부총리가 챙기라고 교통정리를 하는 등) 장관급 인사 문제를 국회와의 협치 과정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오버이고 적절치 않다. 우려를 갖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향후 여야정 협의체가 본격적으로 움직일 때 황 권한대행과 야권이 충돌할 수 있는 지점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길진균 leon@donga.com·유근형·홍수영 기자}
탄핵 국면에서 잠복해 있던 더불어민주당의 내부 갈등이 서서히 표출되고 있다. 12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처음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우상호 원내대표와 전해철 최고위원이 정면충돌했다. 여당의 극심한 내홍에 가려져 있지만 개헌, 대선 후보 경선 등 향후 당 운영 과정에서 파열음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에서 전 최고위원은 원내지도부의 탄핵안 처리 전후 상황 대처를 두고 우 원내대표의 지도력을 문제 삼았다. 전 최고위원은 친문(친문재인) 진영 핵심이고, 우 원내대표는 86그룹(1980년대 학번, 1960년대생 운동권)의 리더 격이다. 충돌의 발단은 9일 탄핵안 가결 직후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였다. 전 최고위원은 당시 일부 의원이 추미애 대표를 비롯한 당 리더십을 공개 비판한 점을 언급하며 “의원들의 지도부 공격을 우 원내대표가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로 몰아세웠다고 한다. 당시 의총에서는 “그동안 추미애 대표 등의 많은 실수에도 (의원들이) 눈감아왔다”는 등 불만이 나왔다. 이에 우 원내대표는 “의원들의 의총 발언을 어떻게 원내대표가 막을 수 있느냐”며 맞섰고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우 원내대표가 탄핵안 표결 과정에서 고생했는데 비판을 받았으니 기분이 좋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탄핵 사유에 ‘세월호 7시간’을 넣는 문제를 놓고도 이견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의 근원적 충돌 배경은 전날 우 원내대표의 기자간담회 발언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를 인정하고 박 대통령 즉각 퇴진도 요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통령 즉각 퇴진과 황 권한대행 사퇴를 요구한 문재인 전 대표 및 추 대표와 배치된다. 또 “시민사회도 참여하는 사회개혁기구를 구성하자”는 문 전 대표의 제안에 우 원내대표는 “당은 당대로 알아서 하겠다”며 사실상 거부했다. 한 당직자는 “두 사람은 최고위 직후 화해했다”면서도 “이런 갈등의 씨앗은 도처에 뿌려져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청와대나 여당과 대치할 때는 당이 결집하느라 보이지 않았지만, 이제 당내로 시선이 집중되면서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는 얘기다. 당장 개헌, 대선 후보 경선, 야권 통합 등이 대표적 난제다. 전선도 복잡하다. 친문 대 비문(비문재인) 대립은 개헌을 두고 재연될 조짐이고, 대선 주자 5명은 대선 후보 경선 방식을 놓고 머리싸움을 벌여야 한다. 대선 후보 구도가 ‘1강-다약(多弱)’에서 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의 ‘빅2’로 재편된 점도 변수다. 수도권 한 중진 의원은 “문 전 대표가 압도적 1위라면 친문 진영의 장악력과 구심력도 커졌을 텐데 상황이 묘하게 됐다”며 “5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주최한 포럼에 의원이 78명이나 이름을 올린 건 ‘비문 진영’의 무언의 시위”라고 분석했다. 유근형 noel@donga.com·한상준 기자}
‘탄핵안 가결 이후’ 국정 컨트롤타워의 한 축은 국회여야 한다는 생각이 정치권에 퍼져 있다. 기존의 당정청 정책협의 체제에서 국회와 정부의 협의 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다. 협의체 구성에 대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공식 언급은 아직 없지만 홀로 국정을 운영할 동력이 부족해 반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계파 간 주도권 경쟁에 들어간 새누리당이 새 지도부 옹립에 애를 먹고 있어 협의체 구성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禹 “친박 지도부와는 대화 거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11일 일단 황 권한대행 체제를 인정했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국가 안정을 위해 ‘황교안 체제’를 묵인하지만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헌법 질서를 지키면서 법치를 강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촛불 민심을 국회가 바통 터치해야 한다”는 박 원내대표의 말처럼 조기 대선까지 국정 운영의 주체는 국회라는 생각이 명확하다. 탄핵안 통과에 촛불 민심의 힘이 컸지만 국정 수습은 국회에 맡겨 달라는 주문이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에 이어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도 이날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촉구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콕 찍어서 “안 전 대표의 여야정 협의체 제안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이날 협의체에 시민사회도 참여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우 원내대표는 “당은 당대로 알아서 하겠다”고 사실상 거부했다. 다만 2야(野)의 파트너가 될 새 지도부를 새누리당이 쉽게 정하지 못한다는 게 문제다. 여당을 빼놓은 협의체를 정부가 응할 리 없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국민의당 안 전 대표의 여야정 협의체 제안은 바람직한 구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 원내대표는 “(새 지도부가) 친박(친박근혜) 지도부라면 일체의 대화를 거부하겠다. 그렇다면 국정 혼란이 오지 않겠는가”라며 친박 진영을 압박했다. 사실상 공백인 경제 컨트롤타워를 협의체 구성보다 먼저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됐다. 안 전 대표는 “경제부총리를 다음 주에 정하자”며 “민주당의 뜻을 따르겠다”고 말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임종룡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공존하는 혼란상 해소를 위한 논의의 물꼬를 튼 셈이다. 우 원내대표도 “의원총회에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민주당,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12일 오후 국회에서 회담을 하기로 했다. 12월 임시국회 일정 조율과 협의체 구성, 민생·경제·국방·외교안보 등의 현안 선정 등과 함께 경제부총리 문제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 野, 박근혜표 정책 뒤집자? 국회·정부의 국정 협의체가 이뤄져도 야권이 촛불 민심을 수용한다며 ‘박근혜표 정책 폐기’ 주장을 쏟아낸다면 황 권한대행 체제와 갈등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야당들은 △국정 역사 교과서 채택 △한일 위안부 합의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성과연봉제 등에 반대하고 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롯데와 땅(부지) 문제도 해결 안 됐는데 5월 전 (사드) 배치는 무리”라고 사견임을 전제로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몇 개월 앞둔 ‘시한부 과도정부’ 체제에서 기존 정책 뒤집기를 무리하게 밀고 나간다면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국정 교과서 문제는 이념과 진영의 대립이 거세기 때문에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칫 황 권한대행이 국정 교과서 집행을 고수하고, 이에 반발한 야권이 ‘황교안 탄핵’ 카드를 꺼낸다면 또 다른 국정 혼란이 초래될 위험성도 있다. 이 때문에 박 원내대표는 이날 “‘4·19’ 이후 이승만 대통령 장기 집권에서 쌓였던 모든 불만이 분출했고 혼란이 온 결과는 5·16쿠데타였다”고 과도한 정책 뒤집기에 경고 신호를 보냈다. 민동용 mindy@donga.com·유근형 기자}
‘최순실 게이트’가 46일간 대한민국을 혼란 속으로 빠뜨렸지만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기까지는 7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날 표결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찬성 234표로 압도적으로 가결됐다.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일부도 ‘탄핵 찬성’ 대열에 가세한 결과다.○ 새누리당에서 최소 62표 찬성 야당과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이 172명임을 감안하면 새누리당에서만 최소 62명이 찬성표를 던진 셈이다. 이날 오전 비주류 진영 모임인 비상시국회의가 참석 의원들을 대상으로 확인한 찬성표가 33명이었다. 그동안 비주류 진영은 35∼40표가 새누리당에서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 표결에서는 중립 혹은 친박계 의원 20여 명이 더 동조를 한 것이다. 특히 새누리당에서 계파색이 상대적으로 옅은 초·재선 의원들이 탄핵에 찬성한 게 압도적 가결의 결정적인 이유라는 분석이 나온다. 표결에 앞서 비상시국회의에 참여하지 않았던 경대수 신보라 이철규 이현재 홍철호 의원 등은 공개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 새누리당 중진 의원은 “국정조사에서 (증인으로 나선) 고영태 차은택 씨가 최순실 씨와 박 대통령을 동급이라고 하고 친박계가 표결 전에 (탄핵 반대 압력에) 나선 것이 ‘중간 지대’에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고 지적했다. 탄핵을 요구하는 국민 여론과 탄핵 찬성표 비율도 비슷하게 나오며 ‘촛불 민심’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탄핵 찬성 234표는 전체 299표의 78.3%로 이날 한국갤럽이 발표한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의 탄핵 찬성 비율(81%)에 육박한다. 전날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탄핵 찬성 여론이 78.2%였다. 이날 ‘무효표’는 모두 7표였다. 감표위원을 맡았던 새누리당 정태옥 의원은 “‘가(可·찬성)’로 쓴 뒤 동그라미를 치거나 점을 찍은 사람, ‘가’와 ‘부(否·반대)’를 동시에 쓴 사람도 있었다”며 “‘부’에 해당하는 무효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를 놓고 심정적으로 탄핵에 찬성을 하면서도 박 대통령을 생각해 기권 의사를 나타냈거나 찬성으로 ‘표결 인증샷’을 촬영한 뒤 무효표를 만든 흔적이라는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기권표’를 던진 2명은 투표용지에 아무것도 적지 않았다. 찬성 234표, 반대 56표, 무효 7표의 숫자 배열이 ‘234567’이라는 묘한 조합을 이룬 것을 놓고도 “흥미롭다”는 반응이 나왔다.○ 70분간의 조용한 탄핵 이날 표결과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여야 지도부를 비롯한 의원들은 시종 굳은 표정이었다.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 같은 여야 간의 몸싸움이나 욕설, 통곡은 없었다. 개표가 끝날 무렵에는 감표위원이던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이 같은 당 의원들을 향해 손으로 가결을 암시하는 ‘오케이(OK)’ 표시를 했다.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도 손가락으로 234표를 뜻하는 ‘2’, ‘3’, ‘4’를 차례로 수신호로 보냈다. 이를 지켜본 박지원 원내대표는 가슴을 치며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가결을 선포한 뒤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정무비서관을 지낸 새누리당 주광덕 의원은 “마음이 무겁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방청석의 세월호 유가족 50여 명은 “국회의원 여러분 감사합니다”, “박근혜 즉시 퇴진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이날 표결에는 여야 재적의원 300명 가운데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새누리당 친박계 핵심 최경환 의원만 유일하게 불참했다. 최 의원은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박 대통령은) 단돈 1원도 자신을 위해 챙긴 적이 없는 지도자”라며 “탄핵은 결코 끝이 아니다. 더 큰 폭풍우의 시작일 뿐이다”라고 탄핵에 반대했다. 본회의가 끝난 뒤 ‘탄핵 인증샷’을 실제 공개한 의원은 없었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탄핵소추안이 부결될 경우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 인증샷을 찍자는 주장이 있었지만 가결된 만큼 불필요하고 법적 문제가 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송찬욱 song@donga.com·유근형 기자}
9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박 대통령이 직무를 하면서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사안을 광범위하게 담았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탄핵안이 A4용지 13쪽 분량이었던 반면 이번 박 대통령 탄핵안은 42쪽에 달한다. 특히 탄핵안이 가결된 뒤 헌법재판소가 심리를 할 때 법리적 공방으로 시간을 잡아먹을 것 같은 내용보다는 헌법 위반을 적시하는 데 집중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달 초 새누리당 비주류 좌장 격인 김무성 전 대표를 만났을 때 박 대통령이 헌법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행상(行狀·태도)책임’을 강조했다. 형사책임을 입증하는 것보다 헌재가 더 빨리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탄핵안은 헌법 위배 사안으로 △공무상 비밀(연설문, 정책 등) 누설 △장차관 등 최순실 비호세력 임명(김종덕 김종 윤전추 등)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면직 △장시호 등에 대한 부당 지원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을 통한 사기업 금품 출연 강요하여 뇌물수수 △사기업 임원 인사 관여 △2014년 비선 실세 의혹을 보도한 세계일보 사장 교체 등 언론기관 탄압 등이 적시됐다. 탄핵안 초안 마련을 주도한 민주당 금태섭 대변인은 “대통령이 헌법질서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 및 훼손해 민주적 정당성과 국민의 신임을 배신한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법률 위반 사안으로는 직권남용, 강요죄와 더불어 제3자 뇌물죄가 적시됐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박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에서 7시간 동안 머물며 ‘늑장 대응’을 했다는 논란을 부른 ‘세월호 7시간’ 부분도 결국 탄핵안에 남게 됐다. 전날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헤)계 일부 의원은 탄핵안 헌법 위배 사안에 ‘세월호 7시간’ 부분이 들어간 것에 대해 ‘증거 조사를 위한 참고자료’로만 넣자고 제안했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와 정책조정회의에서 “최종적으로 세월호 7시간에 관한 내용을 탄핵안에서 빼지 않겠다”며 “이후로 수정 협상도, 수정할 용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새누리당 의원 40여 명이 탄핵안을 공동 발의할 경우 세월호 부분을 빼는 걸 검토했지만 이제는 논의 시점이 지났다”며 “여러 탄핵 사유 중 세월호 때문에 부결시키겠다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민주당은 비박계의 찬성표를 확보하기 위해 세월호 7시간 부분을 빼는 것을 고려했지만 당 지도부 간 이견이 있었고, 그 7시간 중 박 대통령의 머리 손질 논란이 불거지면서 탄핵안 수정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비박계 일부 의원은 불쾌해했다는 후문이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야3당이 발의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져 이르면 이날 오후 3시경 결과가 발표될 전망이다. 국회 본회의는 돌발적인 상황이 없는 한 이날 오후 2시경 열린다. 여당이 의원총회 등을 이유로 본회의 연기를 요청할 가능성도 있지만, 새누리당도 자유투표 방침을 정한만큼 제 시간에 본회의가 열릴 가능성이 크다. 탄핵안은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 등 야3당 원내대표가 3일 공동으로 대표 발의했고, 8일 본회의에 보고됐다. 탄핵안은 이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을 해야 하지만 정기국회가 9일 마무리됨에 따라 이날 자정 전에 통과돼야 한다. 본회의가 열리면 정세균 국회의장은 탄핵소추안을 상정하고, 야3당 지도부 중 1명이 제안 설명을 진행한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여야 충돌로 이 절차를 서면으로 대체했다. 표결 전 토론 절차도 최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 법안들은 표결 이전에 의원들의 토론 절차를 밟게 되지만, 국회법은 인사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는 토론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여당 의원들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진행하며 시간을 끌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단 여야 교섭단체 합의에 의해 의원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질 수 있다. 토론이 끝나면 의장은 감표위원 9명(새누리당 4명, 더불어민주당 3명, 국민의당 1명)을 지정하게 된다. 탄핵소추안 표결은 무기명 수기투표로 진행되기 때문에 개표를 돕는 위원들이 필요하다. 의원들의 투표와 개표에는 30~40분이 추가 소요될 전망이다. 개표가 마무리 되면 의장은 탄핵소추안 가결 여부를 발표한다. 본회의 개의부터 탄핵안 처리까지의 모든 과정은 1시간에서 1시간 30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회 김영수 대변인은 "9일 본회의 처리 안건이 탄핵소추 단 1건이기 때문에 오후 2시 본회의가 시작될 경우 결과는 3시에서 3시 30분경 발표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여야간 극한 몸싸움이 펼쳐졌던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와 달리 질서 있는 표결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2004년 표결 때는 본회의 보고부터 표결까지 약 57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하지만 국회선진화법 시행으로 몸싸움이 사라졌고, 국민 여론이 뜨겁기 때문에 여당 의원들이 탄핵안 표결 저지에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자유투표 방침을 밝힌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인위적으로 표결을 막을 생각이 없다"라고 강조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6일 국회 본관 245호에서 약 13시간 동안 이어진 ‘최순실 게이트’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1차 청문회는 사실상 ‘삼성 청문회’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전 질의 150분 가운데 134분(89.3%)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쏠렸을 정도다. 그만큼 이 부회장의 답변 태도와 내용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이 부회장은 시종일관 “나는 정확히 몰랐다. 앞으로 절대 이런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사과를 거듭했다. 특검 수사를 앞둔 상황에서 정해 놓은 답변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그는 이날 청문회 마지막 발언에서 “모든 게 제 책임이다. 구태를 벗고 정경유착이 있으면 끊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출석한 대기업 총수 중 최고령인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78)은 오전 내내 한 차례의 질문도 받지 않았다. 오후 질의부터는 총수 중 유일하게 대동한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답변했다. 정 회장은 청문회가 정회되자 다른 총수들과 달리 야당 의원들에게 다가가 “나도 나이 먹을 만큼 먹은 사람이야”라며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그는 저녁식사를 위해 청문회를 정회하자 인근 종합병원 심장 전문의에게서 긴급 진단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서를 받아 이후 청문회에는 출석하지 않았다. 총수들은 저마다 답변 스타일에 차이가 있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모른다” “관심 없는 내용이었다”며 주로 단답형으로 답변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최순실 게이트 의혹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았던 터라 비교적 뚜렷하게 소신을 밝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지난해 국회 상임위원회에 출석해 답변했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비교적 담담하게 답변했다. 청문회가 길어지면서 정 회장을 비롯해 상대적으로 고령인 총수들은 일찍 귀가했다. 구 회장은 오후 8시 40분경, 손 회장은 오후 9시경, 김 회장은 오후 10시 20분경 퇴장을 허락받았다. 나머지 총수 5명은 청문회가 끝난 오후 11시경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날 대기업 관계자들은 점심, 저녁식사 동선이 취재진에게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이동 작전을 벌였다. 한 재계 관계자는 “여의도에 별도 방이 있는 레스토랑을 찾느라 사전답사까지 했다”고 털어놨다.강경석 coolup@donga.com·유근형·김성규 기자}
6일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증인들이 모르쇠로 일관한 데에는 국조특위 위원들의 새로운 사실에 근거한 ‘송곳’ 질문이 부족했던 탓이 컸다는 지적이 나온다. 1988년 국회 5공 비리 청문회 이후 28년 만에 대기업 총수들이 모인 슈퍼 청문회였지만 ‘호통’과 ‘낯 뜨거운 면박’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지난해 7월 25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는) 30∼40분간 이뤄졌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답변에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에 대해 30∼40분 동안 논할 만한 머리가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이 부회장의 답변 태도에 대해 “아직 쉰 살이 안 됐는데 평소에도 남이 질문하면 동문서답하는 게 버릇이냐” “하루종일 돌려 막기 사지선다형 대답을 하고 있다. 모르겠다, 기억 안 난다, 내가 부족하다, 앞으로 잘하겠다고만 했다”고 비난했다. 안 의원은 이 부회장이 계속 대답을 머뭇거리자 “자꾸 머리 굴리지 말라”고 타박하기도 했다. “그러다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처럼) 삼성 직원한테 탄핵받는다”고도 했다. 안 의원은 증인들을 향해 “촛불집회에 나가보신 증인 있으면 손을 들어보라”고 묻기도 했고,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 손을 들자 “당신은 재벌이 아니잖아요”라며 핀잔을 주기도 했다. 안 의원은 대기업 총수들에게 “전경련 해체에 반대하는 총수는 손을 들어보라”고도 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전경련을 탈퇴할 의사가 있는지) 네, 아니요로 답해 달라”고 일부 총수들을 재차 몰아붙였다. 박범계 의원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서울구치소가 멀리 있는 곳이 아니다”고도 했다. 최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복역한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새누리당 장제원 의원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게 “2014년 3월 한화와 삼성이 정유라에게 8억 원과 10억 원 상당의 말을 상납하면서 빅딜을 성사시켰지 않느냐”고 의혹을 제기하며 “그런 망나니 정유라에게 말까지 사줘야 거래할 수 있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하태경 의원은 1988년 5공화국 당시 청문회를 거론하며 “당시 청문회에 나왔던 분들의 자제 6명이 또 (이번 청문회에) 나왔는데 정경유착이 이어져오고 있다”며 “그 고리를 끊겠다고 다짐하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 간사인 이완영 의원은 대기업 총수를 대변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이 의원은 오후 질의 직전 의사진행 발언에서 “정몽구 현대·기아차, 손경식 CJ,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병력과 고령으로 오래 있기 힘들다”며 귀가시키자고 요구했다. 이 부회장에게는 “베트남에 간 걸(일자리) 3분의 1만 한국으로 오면 좋겠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는 “국내 투자 많이 하고 있다고 해서 어느 분보다도 고맙단 말씀 드린다”고도 했다. 이 의원은 증인이 아닌 참고인으로 출석한 주진형 전 한화증권 대표이사에게는 “민주당에 입당한 적이 있느냐” “임기 채우고 그만뒀는데 삼성물산 합병 관련해서 연임을 못 받았다고 생각하나”라는 등 논점에서 벗어난 질문을 하기도 했다. 주 전 대표가 “국정 농단 의혹 사건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반박하자 오히려 주 전 대표의 퇴장을 요구해 소란을 빚었다. 최순실 게이트와 무관한 질의도 쏟아졌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이재용 구속’이 적힌 촛불집회 피켓을 들어 보이며 이 부회장에게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건의 책임을 따져 물은 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호소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정유섭 의원은 신동빈 회장에게 “며느리 국적이 어디냐” “부인 국적이 어디냐”라고 개인적인 신상을 캐묻기도 했다.우경임 woohaha@donga.com·유근형 기자}
최순실 씨 일가의 국정 농단 의혹을 집중 추궁할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두 번째 청문회(7일)가 핵심 증인들의 무더기 불출석으로 맹탕 청문회가 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6일 특위에 따르면 게이트의 핵심인 최 씨를 비롯해 언니 최순득 씨, 순득 씨의 딸 장시호 씨 등 핵심 증인들이 건강 악화를 이유로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또 이재만 안봉근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3인방’도 출석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박원오 전 승마 국가대표 감독 등도 불출석 사유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CF 감독 차은택 씨, 최순실 씨의 최측근인 고영태 씨,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등은 6일까지 불출석 사유서를 내지는 않았다. 다만 국조특위 관계자는 “사유서를 내지 않은 게 출석한다는 뜻은 아니다. 이들이 실제 참석할지는 7일 오전 상황을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야권은 김 전 비서실장이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으면 별도 청문회를 추진하기로 했다. 최 씨의 딸 정유라 씨,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우 수석의 장모인 김장자 삼남개발 회장,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 역시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출석요구서를 직접 전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우 전 수석이 김 씨의 집에 머물면서 국회의 출석요구서를 받지 않고 있다는 제보가 있다”며 “우 전 수석에 대한 동행명령권을 의결하면 7일 오후에 국회로 데려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소속 김성태 국조특위 위원장은 이날 김 씨의 집에 국회 인력을 파견했지만 결국 통지서를 직접 전달하지는 못했다. 한편 국조특위는 14일로 예정된 3차 청문회 증인 16명의 명단을 의결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의료 관련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 대통령 주치의인 서창석 서울대병원장, 이병석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장, 김원호 전 청와대 의무실장, 김상만·정기양 전 대통령 자문의, 조여옥·신보라 전 청와대 간호장교, 차광렬 차병원그룹 총괄회장 등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또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과 관련해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현 주중대사), 윤전추·이영선 청와대 행정관도 증인에 포함됐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가 ‘최순실 게이트’ 파문 속에 2014년 12월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 결정이 박근혜 정부가 삼권분립을 어긴 것이라고 5일 주장하고 나섰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최근 고 김영한 대통령민정수석의 비망록에 2014년 10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통진당 해산 판결의 연내 선고를 지시한 사실이 뚜렷하게 적혀 있다”며 “박한철 헌법재판소 소장이 ‘해산 결정하겠다’고 말했고 선고기일 통보 20일 전 청와대는 지방의원 지위 박탈 문제를 선관위에 논의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전 대표는 또 “김 전 실장이 이끄는 비서실은 박근혜 대통령과 정면으로 맞선 통진당에 대한 컨트롤타워였다”고도 했다. 촛불집회에선 내란선동 혐의가 확정돼 복역 중인 이석기 전 의원 석방을 요구하는 피켓도 등장했다. 최순실 게이트 국면을 이용해 통진당이 부활을 꿈꾸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리자 모든 정치 행위를 ‘악’으로 몰아가려는 시도라는 얘기다.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은 찬성 8, 반대 1로 결정됐다. 헌재는 “논평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야 3당이 주도하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열차’에 새누리당 비주류가 올라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중대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9일 탄핵안 표결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하지만 여야 모두 탄핵안 가결 정족수를 둘러싼 표 계산에만 분주할 뿐 ‘탄핵 이후’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탄핵안이 가결되든 부결되든 한동안 국정 혼란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정치권과 학계 원로들은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탄핵 그 후’를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탄핵 전 거국내각부터, 마지막 기회” 지난달 27일 박 대통령의 내년 4월 말 퇴진을 촉구하는 원로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탄핵안 표결까지 남은 사흘이 국정 혼란을 최소화할 중요한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의장은 “대통령은 ‘국가 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시간만 달라’며 당장 하야 선언을 하고, 국회는 (탄핵) 표결을 며칠 미루더라도 바로 거국내각부터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탄핵안이 가결되는 순간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없고, 상처투성이인 내각으로는 ‘국정 아노미’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김 전 의장은 “이를 방치한다면 대통령과 야당은 무책임의 극치”라고 말했다. 이영작 서경대 석좌교수는 “제일 걱정스러운 점은 대통령이 당장 물러나면 어떻게 될지, 충분히 검증된 차기 대통령을 선출할 수 있을지”라며 “그러나 지지율이 높은 야권 대선 주자들은 ‘사이다-고구마’ 논쟁을 하며 정권이 다 넘어온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 공백 줄일 여야 협의체 구성”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국회가 나서 시국 수습 방안을 논의할 협의체를 바로 구성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었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탄핵으로 국정 책임의 한 축이 사라지는데 다른 축인 국회를 중심으로 초유의 권력 공백에 대처할 논의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특히 “황 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지만 리더십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 난관에 대한 해법을 각계가 모여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기 대선이 가시화한 상황에서 정치권이 대선 일정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탄핵안이 통과되면 대선 정국으로 흐를 텐데 이를 방치할 경우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면서 “여야가 정치적 컨센서스를 모아 조기 대선 로드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촛불 민심을 받아 제도화해야 할 정치권이 무책임하고 무능해 아무런 통치 주체가 없는 상태”라며 “정치 지도자가 개인적 욕심을 내려놓고 국가의 심각한 위기 상황을 풀려는 진정성을 보여주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탄핵 가결 뒤 ‘하야’ 주장 안 돼” 야권에서는 국회가 탄핵안을 가결하면 박 대통령이 이 뜻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나오기 전이라도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탄핵 가결 뒤에도 ‘즉각 하야’ 목소리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주장에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헌법재판연구원장을 지낸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탄핵의 정신은 헌재의 탄핵심판을 통해 헌법 위반 등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데 있다”며 “탄핵안이 가결되면 국민에게 일상으로 돌아가 심판을 기다리자고 설득하는 게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라고 말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헌재가 탄핵심판을 내릴 때 여야가 말하는 조기 대선 등 정치적 일정을 염두에 두지 않아야 한다”며 “다만 국정이 너무 오랫동안 표류하면 국가적 손실이 큰 만큼 속도를 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정대철 국민의당 상임고문도 “헌재는 출범할 때부터 정치적인 사법기관의 성격을 갖고 있는 만큼 탄핵소추가 접수되면 국민의 뜻을 받들어 신속하고 엄중하게 탄핵심판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홍수영 gaea@donga.com·유근형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를 나흘 남긴 5일 더불어민주당은 딜레마에 처했다. 9일 탄핵안이 부결된다면 사실상 무정부 상태가 올 것으로 민주당은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탄핵 이후 정국 수습책을 논의하지도 못하고 있다. ‘탄핵이 이미 통과된 줄 안다’는 오만함으로 비쳐 자칫 ‘다 된 밥에 재 뿌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민주당이 조기 대선만을 목표로 다른 변수는 신경 쓸 필요 없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禹 “상황은 유동적이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와 의원총회에서 거듭 “9일 탄핵 가능성은 50 대 50이다”라고 강조했다. 우 원내대표는 “비박(비박근혜)계가 넘어왔다고 탄핵이 될 것처럼 보도하는 언론에 현혹되지 마시라. 그들의 입장이 언제 또 바뀔지 모른다”며 “거기에 우리 운명을 맡길 순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탄핵안이 부결되면 국민은 더 이상 정치권에 기댈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직접 대통령을 끌어내리겠다고 청와대로 향할 것”이라며 “그때 정치는 사라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민주당이 부결 책임에서 면탈되지는 않는다”고도 말했다. 광장정치가 정당정치를 삼켜 무정부 상태로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민주당 지도부도 휩쓸려 나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날 비상대책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루비콘 강을 건넜다”고 말했다. 탄핵 외길을 걷게 된 야권은 24시간 탄핵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2시부터 9일 본회의 전까지 100시간 동안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의원들의 ‘탄핵버스터(탄핵+필리버스터)’, 국회 경내에서의 촛불집회, 심야농성 등을 계속하기로 했다. 국민의당도 국회 경내 잔디밭에 9일 오전까지 ‘탄핵 가결’을 위한 텐트를 300개(재석 의원 수) 친다는 목표로 ‘텐트 농성’에 들어갔다.○ ‘그날 이후’ 로드맵 어떡하나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탄핵 이후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현재로선 탄핵에 집중하고 있다”며 “탄핵 이후 로드맵을 가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부결되면 당내에선 국회를 스스로 해산하자는 각오로 임하자는 의원들의 의견도 있다”며 “그런 것까지 포함해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탄핵에 대한 강한 의지는 천명했지만 제1 야당이 탄핵 가·부결 상황에 뒤따르는 ‘플랜B’는 없음을 사실상 고백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는 탄핵 전후 민주당이 할 일에 대한 의견이 적잖게 나왔다고 한다. 설훈 의원은 “탄핵 가결은 낙관적이다. 박 대통령이 손을 들면 (대통령) 선거가 더 빨라질 수 있다”며 “대외적으로 알려지면 좀 그렇지만 당 기획팀에서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기 대선 준비를 주장했다. 우 원내대표는 “지도부는 동의하지만 탄핵 의총에서 대선 프로그램을 논의한다는 게 알려지면 좋지 않다”고 제동을 걸었다. 또 탄핵안이 통과됐을 때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는 체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주문도 나왔다. 이에 우 원내대표는 “모든 것은 탄핵안이 처리되는 9일 이후 논의하자. 그 전에 하면 오만해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관계자는 “어차피 탄핵 이후는 조기 대선 국면에 접어들게 되고 그때 ‘황교안 체제’는 큰 변수가 아니다”며 “촛불 민심도 ‘헌법재판소 결정 빨리 하라’란 압박으로 돌아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민동용 mindy@donga.com·유근형 기자}
여야는 3일 오전 4시 경 국회 본회의에서 400조5000억 원(세출 기준)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당초 여야는 헌법이 정한 시한(2일) 내 예산안을 의결하려 했지만 누리과정(만 3~5세 무상교육)에 대한 정부 지원 규모를 놓고 합의가 늦어지며 결국 시한을 넘겼다. 국회는 2일 오후까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를 통해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400조7000억 원에서 이른바 ‘최순실표 예산’ 등 5조6000억 원을 감액한 대신 5조4000억 원을 증액했다. 올해 예산(386조3997억 원)보다는 약 14조 원 늘어난 규모로, 본예산 기준 한 해 나라살림이 400조 원을 넘는 것은 2017년이 처음이다. 최근 몇 년간 국회 예산안 처리 과정의 단골 쟁점인 누리과정 예산은 앞으로 3년 동안 별도의 ‘돈 주머니’인 특별회계를 설치해 집행하기로 했다. 매년 4조 원 정도 드는 재원은 시도교육청으로 내려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중앙재정 8600억 원을 더해 마련하기로 했다.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최초로 (정부의 우회 지원이 아닌) ‘누리과정 예산’ 문패를 달고 지방정부-중앙정부의 부담 비율을 정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자평했다. 아울러 국회는 본회의에서 소득세법 개정안 등 세입예산안 부수법안 18건도 함께 처리했다. 개정된 소득세법은 과표 5억 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최고세율을 현행 38%에서 40%로 2%포인트 올리는 내용이다. 의원 276명이 투표해 찬성은 231표, 반대는 33표, 기권은 12표였다. 야당이 ‘부자 증세’의 일환으로 요구한 법인세 인상은 이번에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조기 대선이 가시화하는 상황에서 내년 상반기(1~6월)에 여야 간 증세(增稅) 논쟁이 재점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법인세 인상은 향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워 정권을 잡은 뒤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홍수영 gaea@donga.com 유근형 기자}
여야가 400조 원대(세출 기준)의 내년도 예산안에 합의해 3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본예산 기준으로 한 해 나라살림이 400조 원을 넘는 것은 2017년이 처음이다. 국회는 2일 오후까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를 통해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400조7000억 원에서 이른바 ‘최순실표 예산’을 대폭 감액하는 대신 복지와 국방 예산 등을 증액했다. 당초 여야는 헌법이 정한 시한(2일) 내 예산안을 의결하려 했지만 누리과정(만 3∼5세 무상교육)에 대한 정부 지원 규모를 놓고 합의가 늦어져 시한을 넘겼다. 최근 몇 년간 국회 예산안 처리 과정의 단골 쟁점이던 누리과정 예산은 앞으로 3년 동안 별도의 ‘돈 주머니’인 특별회계를 설치해 집행하기로 했다. 매년 4조 원 정도 들어가는 재원은 시도교육청으로 내려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중앙재정 8600억 원을 더해 마련하기로 했다. 국회는 본회의에서 소득세법 개정안 등 세입예산안 부수법안 18건도 함께 처리했다. 개정된 소득세법은 과표 5억 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최고세율을 현행 38%에서 40%로 2%포인트 올리는 내용을 담았다. 야당이 ‘부자 증세’의 일환으로 요구한 법인세 인상은 이번에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조기 대선이 가시화하는 상황에서 내년 상반기(1∼6월)에 여야 간 증세(增稅) 논쟁이 재점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법인세 인상은 향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워 정권을 잡은 뒤 추진하겠다”고 말했다.홍수영 gaea@donga.com·유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