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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백남기 씨(69)의 사인(死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백 씨의 주치의였던 서울대병원 백선하 교수(신경외과)가 3일 “사망진단서에 기재한 것처럼 심폐정지가 맞다”고 주장했다. 병사(病死)라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대병원과 서울대 의대 합동 특별조사위원회는 “외압이나 강요는 없었다. 하지만 담당 교수가 일반적인 지침과는 다르게 사망진단서를 작성했다”고 밝혀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별조사위 위원장인 이윤성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도 사견임을 전제로 “백 교수가 적은 것과 달리 외인사(外因死)로 기재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14일 시위 도중 쓰러져 지난달 25일 숨진 백 씨의 사인에 대해 유족과 시민·사회단체는 “병사가 아니라 외부 원인, 즉 경찰의 물대포 직사(直射)에 따른 것”이라며 “사인이 명백한 만큼 부검을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백 교수는 “대한의사협회의 지침에 따르자면 사망진단서에는 심장마비, 호흡부전 등 사망의 기전을 기록할 수 없지만 백 씨의 경우 가족들이 고인의 뜻에 따라 적극적인 치료를 거부했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심폐정지’라고 기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백 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직접적인 원인은 외부 충격이 아니라 급성신부전증 등 합병증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 상태가 악화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백 씨의 보호자들은 혈액투석, 인공호흡 등을 명시적으로 거부했고, 9월 초에는 약물치료도 받지 않겠다고 했다. 의료진은 위급할 때에는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최소한의 항생제 투여와 수혈을 하는 데 그쳤다. 백 교수는 “만약 환자가 적절한 최선의 치료를 받은 후 사망했다면 (나도) 사망의 종류를 ‘외인사’로 기재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백 씨의 유족과 ‘백남기 투쟁본부’ 측은 “의료진이 소생 가능성이 없다고 했기 때문에 고통을 주는 진료를 거부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특별조사위는 백 씨의 사망진단서가 지침과 다르다는 결론을 냈지만 진단서를 당장 수정하지는 않기로 했다. 백 교수가 자신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결정했고, 사망진단서는 의료기관이 아닌 의사 개인이 작성하기 때문이다. 한편 특별조사위 이 위원장은 백 씨의 부검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죽음은 부검을 해야 한다는 게 지론”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백 씨 사태에 대한 특별검사법안을 이르면 5일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더민주당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야권 3당 수석부대표가 백남기 특검법안을 발의하기로 공감대를 이뤘고, 현재 실무 준비 중”이라며 “늦어도 이번 주 안에는 발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트위터에 “5일 의원총회에서 백남기 특검 추진이 의결되면 야 3당 공조로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국회가 다시 여야 갈등 상황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정지영 jjy2011@donga.com·유근형 기자}

농민 백남기 씨(69)의 사인(死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백 씨를 치료했던 서울대병원 백선하 교수(신경외과)가 3일 "사망진단서에 기재한 것처럼 심폐정지가 맞다"고 주장했다. 병사(病死)라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대병원과 서울대의대 합동 특별조사위원회는 "외압이나 강요는 없었지만 담당 교수가 일반적인 지침과는 다르게 사망진단서를 작성했다"고 밝혀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특별조사위 위원장인 이윤성 교수(서울대의대 법의학교실)도 사견임을 전제로 "백 교수가 적은 것과 달리 외인사(外因死)로 기재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14일 시위 도중 쓰러져 지난달 25일 숨진 백 씨의 사인에 대해 유족과 시민사회단체는 병사가 아니라 외부 원인, 즉 경찰의 물대포 직사(直射)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백 교수는 "고인의 가족은 보존적 치료만을 원한 고인의 뜻에 따라 여러 합병증에 대한 적극적 치료를 거부했고, 이에 따라 결국 급성 심폐정지가 와 사망한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예외적으로 '심폐정지'로 기재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특별조사위는 백 씨의 사망진단서가 지침과 다르다는 결론을 냈지만 진단서를 당장 수정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백 교수가 자신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결정했고, 사망진단서는 의료기관이 아닌 의사 개인이 작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족과 검경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백 씨의 부검에 대해 이 위원장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죽음은 부검을 해야 한다는 게 지론"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은 백 씨 사태에 대한 특별검사법안을 이르면 5일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야권 3당 수석부대표가 백남기 특검법안을 발의하기로 공감대를 이뤘고, 현재 실무적인 준비 중"라며 "늦어도 이번 주 안에는 발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트위터에 "5일 의원총회에서 백남기 특검 추진이 의결되면 야3당 공조로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국회가 다시 여야 갈등 상황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야권은 백 씨의 사망 경위를 밝히기 위해 특검 추진에 공감했지만 국회 파행으로 잠시 논의를 중단했었다. 한편 서울대 의대 재학생, 동문들에 이어 전국 15개 의대 및 의학전문대학원 학생 809명도 이날 '같이, 우리의 길을 묻습니다'라는 성명을 통해 "백 씨의 죽음은 외인사가 명백하다"며 서울대병원의 사망진단서를 비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사진)는 29일 국회 파행의 근본 원인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돌리면서 “혼용무도(昏庸無道·군주가 어리석고 용렬해 나라의 도가 서지 않고 무도하다)가 극에 달했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총선 전부터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의 국정 농단 문제가 나오더니 최근 대통령 비선(秘線) 문제가 나오고 있는데, 국민은 다 아는 진실이 청와대 담장을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여당이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 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회 파행을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박 대통령이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추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 절차에 대해 “헌법에 따라 (청문회에서) 의원들이 부적격하다고 논의한 것을 정세균 국회의장이 헌법대로 권한을 행사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립성 논란을 빚은 정 의장의 20대 국회 개회사에 대해선 “(여당이 문제 삼은) 발언은 정치적이지 않고 정쟁 사안도 아닌데 문제 삼지 말라”며 같은 당 출신인 정 의장을 옹호했다. 단식 중인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의 통화가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는 섭섭함을 드러냈다. 추 대표는 “덜컥 전화를 하면 언론 플레이겠지만 사전에 비서실장을 통해 통화를 상의했고 이 대표가 직접 전화를 주셨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제 전화도 마음대로 쓸 수가 없다. 도청당하는지 아닌지도 모르고…”라고 말했다. 야당 대표가 확인되지 않는 도청 의혹을 제기한 것은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추 대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새누리당에 입당해 내년 대선에 나올지를 묻자 “나라의 품격을 위해 출마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유엔 사무총장 지명에 관한 약정서에는 “사무총장의 퇴임 직후엔 어떤 정부직도 (총장에게) 제안해선 안 되고 총장도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국회 파행의 이면에선 정부·여당의 ‘증세 없는 복지’와 야권의 ‘부자 증세’ 기조가 정면충돌할 태세다. 야권이 잇달아 증세 및 복지 관련 법안을 내놓으면서 내년 대선을 고려한 ‘지지층 다지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기존 실효세율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에서 선회해 법인세 인상을, 더불어민주당은 부자 증세를 토대로 한 아동수당을 들고 나왔다. 이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복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며 맞서고 있다. ○ ‘세금 더 걷고 복지 늘리자’는 2野 국민의당은 29일 과세표준 1억5000만 원 초과 시 세율 38%를 적용하는 최고구간을 쪼개 ‘3억 원 초과 10억 원 이하’와 ‘10억 원 초과’ 구간에 각각 41%와 45%의 세율을 적용하는 소득세법 개정안과 200억 원 초과 구간의 세율을 현행 22%에서 24%로 올리는 법인세 개정안 등이 포함된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와 국민의당은 그간 증세보다 법인세 실효세율을 높여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해 명목세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안 전 대표는 “낮은 실효세율 문제를 먼저 바로잡은 뒤 법인세율에 대한 논의가 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구간과 세율 등에 차이는 있지만 더민주당도 이미 지난달 소득세와 법인세 인상 방침을 밝혔다. 더민주당은 12세까지의 아동을 대상으로 매월 최대 30만 원을 지급하는 아동수당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0∼2세는 10만 원, 3∼5세는 20만 원, 6∼12세는 30만 원어치 바우처(상품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국민의당도 자체적으로 아동수당 도입방안을 준비 중인 만큼 더민주당과 공조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여당은 “전형적인 복지 포퓰리즘”이라며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김종석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더민주당의 아동수당 도입과 관련해 ”경제적 여력이 있는 다자녀 가구를 더 지원해 복지제도의 소득재분배 효과를 낮추고, 양극화와 상대적 박탈감을 더 키울 우려는 없는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동수당 도입은 연간 15조 원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데다가 근본적인 저출산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 부자 증세 ‘프리패스’ 카드 쥔 국회의장 하지만 여소야대 정국에선 야권의 법안들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부 여당의 고민이다. 특히 증세 법안의 경우 더민주당 출신의 정세균 국회의장이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할 수 있다. 두 야당은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정 의장에게 세법개정안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예산부수법안 지정은 9월 중 발의된 법안 위주로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듣고 급하게 법안들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정 의장이 다음 달 관련 세법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하면 소관 상임위, 법제사법위원회 등의 논의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본회의 표결에 부칠 수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정국은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예산부수법안 지정 가능성에 대해 “그러니까 이정현 대표가 목숨을 건 것 아니겠냐”며 “야당의 법인세 인상은 ‘경제가 엉망이 돼야 내년 대선에서 이긴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송찬욱·유근형 기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단 한 명의 증인도 신청하지 않았다. 경제전문가인 최 의원이 증인 신청을 하지 않아 정무위에서는 “거물급 인사 한 명을 부르려는 건가”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에 대해 최 의원 측은 “국감은 기관이 대상이지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 의원처럼 새로운 시도로 정치권을 바꿔 보려는 초선 의원도 적지 않다. 더민주당 김해영 의원은 6월 고위공직자 재취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자료를 연속으로 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상임위 배정이 끝난 직후부터 산하 기관의 업무 파악을 시작한 결과다. 김 의원은 또 국회의원, 지방의회 의원을 민방위 면제 대상에서 삭제하는 내용을 담은 ‘민방위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지역구 최연소(39세)인 김 의원은 “당선 후 민방위 훈련 일정을 알아 보다 국회의원이 민방위 면제 대상이라는 것을 알고 법 개정을 추진했다”고 했다.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은 운전기사를 두지 않았다. 그 대신 정책담당 보좌진을 늘리고, 자신은 배낭을 메고 대중교통편으로 출퇴근한다. 채 의원 측은 “괜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유관 기관 담당자들과의 식사 자리는 피하고 추석 선물도 고사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정태옥 의원은 지역구 의원 대다수가 보유한 고급 승용차가 없다. 그 대신 선거운동 기간에 250만 원을 주고 구매한 2005년식 중고차를 당선 후에도 사용하고 있다. 유근형 noel@donga.com·강경석 기자}

‘협치’ 운운하던 20대 국회가 한 치의 양보 없는 무한 정쟁에 돌입하자 정치 원로와 전문가들은 26일 “그래도 정치로 풀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조언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좀 더 적극적으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고,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자신의 거취를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 국회 정치 원로 및 전문가들은 국감을 시작으로 법안 심사, 예산안 심사가 줄줄이 대기 중인 국회에서 여야가 퇴로 없는 팽팽한 기 싸움을 하는 것을 우려했다. 이동관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대통령도, 야당도 브레이크를 푼 채 마주 보고 달리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며 “정쟁 국면이 길어지면 국민만 피해자가 된다”고 말했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도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 과정을 보면 여야가 충분히 제동을 걸 수 있었다”며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 국회”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만 ‘김재수 대치 정국’의 원인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김병준 전 대통령정책실장은 “국회 논의를 무시하고, 반응도 보이지 않는 대통령을 보며 국민이 피곤을 느낀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한발도 물러설 마음이 없는 것 같다. 아이가 울면 달래줘야 하는데 같이 울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전 수석은 “이번 해임건의안 통과 과정에서 정파를 초월한 중재자인 국회의장이 야당 당수 같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며 “국회의장도 국정 운영의 한 축”이라고 비판했다.○ 문제도 해답도 결국은 정치 여야 정치권이 ‘갈등의 진원지’가 됐지만 그 해결도 정치권의 몫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 전 수석은 “결국 정치로 풀 수밖에 없다”며 “서로 명분을 만들어주는 대화를 시작하라”고 주문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김 장관 해임건의안이 가결됐고, 박 대통령은 단박에 거부했으니 퇴로가 없는 상황”이라며 “국회의장이 편파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여야를 불러 양해를 구하는 노력을 먼저 해야 한다”고 했다. 김상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은 “여야가 최강수만 골라 두는데 서로 명분을 주고 물러날 자리도 줘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정 의장이 사퇴할 때까지 단식한다는 건 최악의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김 고문은 “야당은 국정감사를 2, 3일 연기하자는 정 의장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계속 협상의 여지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전 실장은 “2003년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 당시, 노무현 대통령도 ‘너 죽고 나 죽자’ 하면 온갖 갈등이 생길 걸 알고 수용했다. 국민이 아니라고 하면 대통령은 장관을 10명도 바꿀 수 있어야 한다”며 박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그는 “상대가 아무리 잘못해도 퇴로를 열어주고, 가장 큰 권력을 가진 사람이 접고 책임지는 게 정치”라고도 했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우리나라 정치 제도는 대통령제인데 내각제처럼 운영되면서 정부·여당 대 야당이라는 대립 구도가 고착됐다”며 “김 장관 스스로 물러나 박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야가 냉각기를 갖고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식 요구 대신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유근형·우경임 기자}
여야는 26일부터 10월 15일까지 열리는 2016년 국정감사에서 피감기관 691개를 대상으로 기관 증인 3256명, 일반 증인 104명을 불러 실시할 계획이었으나 파행이 예상된다. 위원장이 야당 출신인 상임위는 반쪽 국감이, 위원장이 여당 출신인 상임위는 진행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26일에는 새누리당 신상진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등 5개 상임위 국감이 정상적으로 열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야 3당은 여당이 없더라도 국감 일정을 예정대로 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미르재단 및 K스포츠재단 의혹이 다뤄질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에서 폭로전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교문위 위원장은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이다.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대통령이 착용하는 액세서리가 비선 실세인 최순실 씨가 청담동에서 구입한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한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추가 폭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안종범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 등의 출석 여부도 관심사다. 여야는 이들을 운영위 기관 증인으로 채택하는 데 합의했지만, 여야 대치로 출석이 불투명해졌다. 더민주당은 기관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사표가 수리돼 출석 의무가 없어진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에 대해 일반 증인으로 다시 채택하는 것을 추진하기로 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24일 야당의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단독 처리에 따른 후폭풍으로 국회가 ‘강(强) 대 강 대치’ 정국으로 접어들었다. 당장 26일 시작되는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파행으로 얼룩지게 됐고, 각종 현안에 대한 여야 협의도 ‘올스톱’이 불가피해졌다. 여야는 19대 대선을 15개월 앞두고 원내에서부터 사활을 건 게임을 시작한 모양새다. 벼랑 끝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중압감을 안은 여야 3당 원내사령탑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 ‘배수의 진’ 친 새누리당 새누리당은 25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두 시간 반의 격론 끝에 ‘배수의 진’을 쳤다. 김현아 대변인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정세균 국회의장의 행태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여당의 결기를 보여주기 위해 이날 오후 10시 심야 의원총회도 열었다. 사의를 표명한 정진석 원내대표가 불참한 가운데 100여 명이 모인 의총에서 이정현 대표는 야당을 겨냥해 “대통령을 쓰러뜨리려는 것이다. 계속 의혹 제기하고 해임 건의하다가 (대통령) 탄핵까지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새누리당의 강경 대응에는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는 위기감이 반영됐다. 기선을 제압당하면 국감 이후 법안과 예산안 대결이 본격화됐을 때 거야(巨野)의 실력행사를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한 당직자는 “여당이 보이콧으로 며칠이나 버티겠느냐“며 “의회 권력이 야당에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 실익이 별로 없는 게 고민”이라고 말했다. 사의를 표명한 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정 원내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스트레스로 통풍이 왔다. 오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정현 대표는 최고위에서 “정 원내대표의 사퇴는 없다”며 “(표결) 당일 의총에서 더 단호하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고 전폭적으로 재신임했다”고 말했다. ○ ‘야권의 힘’ 확인한 더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은 일단 거야의 힘을 바탕으로 박근혜 정부에 대한 공세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에서 통과된 해임건의안이 6번째인데 받아들여지지 않은 적이 없다. 독재 시절인 박정희 정권 때도 받아들였다”며 “박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으면 오만·오기·불통 정권임을 확인시킬 것”이라며 압박했다. 우 원내대표가 당초 협상 카드로 꺼내들었던 ‘김재수 해임건의안’을 강행한 것은 여소야대에도 불구하고 야권의 전통적 지지자들을 만족시킬 만한 성과가 부족하다는 평가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국회 파행만은 안 된다’는 의회주의자 우 원내대표에 대한 불만이 전통적 지지층에서 나왔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의 고민도 적지 않다. 한 비주류 의원은 “해임건의안이 부결되면 야당 전체가 죽으니 일단 찬성표를 던졌지만, 향후 파국이 걱정”이라며 “‘정치혐오’, ‘국회무용론’을 꺼내든 청와대만 신나게 해준 격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제3당 딜레마’ 안은 국민의당 국민의당은 해임건의안 가결 이후 ‘새누리당 2중대가 되려 하느냐’는 야권 성향 지지층의 불만을 달래고 캐스팅보트로서 존재감을 부각시켰다는 자체 평가를 하고 있다. 당초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야3당과 해임건의안 제출을 약속했다가 당내 반발에 부닥쳤다. 하지만 북한 핵 개발 책임을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떠넘긴 박 대통령의 22일 수석비서관회의 발언과 23일 ‘국무위원 필리버스터’에 대한 반감 등을 계기로 당내 설득에 성공하면서 해임건의안 통과에 힘을 보탰다. 다만 국민의당이 갈 지(之) 자 행보를 보인 데 대한 타격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반대 당론 채택 등 잇단 ‘강경화’에 대한 거부감도 당 안팎에서 표면화되고 있다. 해임건의안 처리를 반대한 황주홍 의원은 “우리는 강 대 강으로 치닫는 극한적 대결정치에 또다시 무릎을 꿇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박 위원장도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 박 위원장 측 관계자는 “‘반쪽 국감’이 장기화되는 것을 막을 중재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홍수영 gaea@donga.com·유근형·황형준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비(非)패권지대’라는 새 개념을 들고 나왔다. 당권을 쥔 새누리당의 친박(친박근혜), 더민주당의 친문(친문재인) 진영을 패권으로 규정하며 이들에 동조하지 않는 여야 대선주자 및 유력 정치인들을 한데 모아 내년 대선판을 주도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그 매개는 일단 개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전 대표는 23일 오전 정의화 전 국회의장,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조찬을 하며 개헌을 비롯한 여러 의견을 나눴다. 윤 전 장관은 새누리당 소속으로 대선을 바라보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함께 일하고 있고, 역시 새누리당 출신인 정 전 의장은 퇴임 후 ‘새 한국의 비전’이라는 싱크탱크를 만들어 ‘중간지대’ 세력화를 모색 중이다. 1시간가량 이어진 조찬은 ‘21세기 대한민국 국부론’의 저자인 김택환 전 경기대 교수의 주도로 이뤄졌다고 한다. 이 책의 서문은 정계 복귀를 앞둔 손학규 전 더민주당 상임고문이 썼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조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과거에는 밖에서 모인다고 하면 기껏해야 야당 (후보) 단일화를 생각했는데 한국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어떻게 잘 타개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지, 특정인이나 특정 정당에 포커스를 맞춰서 만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회동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지금 개헌 문제도 있고, 내년 대선과 관련해서도 예전과 달리 확실하게 떠오르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가상적인 인물만 자꾸 떠오르는 상황”이라며 기존 대권주자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김 전 대표는 여야 대선주자급으로 원탁회의 형식을 구성해 개헌과 경제구조 변화의 바람몰이로 여론을 주도한 뒤 각자의 당에서 경선을 통해 친박, 친문 후보를 이기는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조찬이 끝난 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자꾸 자기(국민의당)가 제3지대라고 하니까 헷갈려서 안 된다”라며 비패권지대라는 개념을 제시한 이유를 들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오후에는 여야 원외 유력 인사 150여 명으로 구성된 ‘나라 살리는 헌법개정 국민주권회의(국민주권회의)’ 창립대회 겸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기도 했다. 국민주권회의에는 김원기 임채정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유인태 조해진 전 의원,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 등 정파를 초월한 인사들이 참여했다. 김 전 대표는 “임기가 반으로 줄더라도 개헌을 하겠다는 대통령 후보가 필요하다”라며 예의 ‘대통령 임기 단축론’을 강조했다. 여야 현역 의원 188명으로 구성된 ‘국회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도 이날 모여 정세균 국회의장과 각 당 원내대표에게 국회 내 개헌특위를 다음 달까지 구성할 것을 촉구하기로 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국회가 24일 새벽 새누리당 의원들의 퇴장 속에 야당 단독으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사진)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다. 장관 해임건의안이 처리된 것은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법적 강제성이 없는 해임건의안을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정국은 급속히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장관 해임건의안 의결은 역대 6번째로 2003년 9월 노무현 정부 당시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후 꼭 13년 만이다. 당시도 지금과 같은 여소야대였다. 김재수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두고 여야는 23일 하루 종일 격렬하게 충돌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국민의당을 뺀 더민주당과 정의당,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 132명이 21일 제출한 김 장관 해임건의안을 본회의 안건에 포함하자 새누리당은 ‘시간 끌기’에 나섰다. 의원총회 개최를 이유로 본회의를 연기한 데 이어 해임건의안 표결을 막기 위해 대정부질문에서 국무위원들의 답변을 길게 유도해 밤 12시까지 대정부질문을 끌고 갔다. 이에 정 의장이 차수를 변경해 24일 0시 19분 안건을 상정하자 새누리당은 “날치기”라며 20여 분간 항의한 뒤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표결 결과 해임건의안은 재석 170명 중 찬성 160표, 반대 7표, 무효 3표로 가결됐다. 이로써 김 장관은 취임(5일) 19일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로부터 ‘보이콧’을 당했다. 이에 앞서 정 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은 막바지 협상에 나섰지만 결렬됐다. 야권은 새누리당에 해임건의안 철회를 조건으로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기간 연장 △어버이연합 자금 지원 의혹 청문회 개최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야당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갖고 정치적 흥정을 하고 있다”며 야당 요구를 일축했다. 북한의 핵 위협과 경북 경주 지진 등 국내외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취임 한 달도 안 된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두고 여야가 극한 대치를 벌이면서 ‘역시 문제는 정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이재명 egija@donga.com·유근형 기자}

“대선 행보의 속도를 보면 후보의 위치를 알 수 있다.” 요즘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말이다. 여권에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야권에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앞서가는 가운데 여야의 후발 주자들은 잰걸음을 하는 중이다. 연말까지 의미 있는 지지율을 만들어야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 궤도에 진입할 수 있어서다. 다만 주자들의 보폭 속도엔 차이가 있다. 지지율 맨 앞줄에 선 후보들은 ‘정중동 행보’다. 문 전 대표는 북한의 5차 핵실험 등 각종 현안을 두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의견을 내고 있지만 본격적인 ‘이슈 파이팅’과는 거리가 있다. 언론 노출보다는 싱크탱크 인재 영입 등 본격 레이스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지지율 중위 그룹은 ‘숨 고르기 양상’이다. 개헌이나 격차 해소, 공생 등 각자의 화두를 적극 알리고 있지만 그렇다고 공격적 행보에 나서고 있다고 보긴 이르다. 상위 그룹 후보들의 지지율이 꺾이면 언제든 ‘대안 후보’가 될 수 있는 만큼 기회를 엿보고 있는 셈이다. 가장 속도를 내는 후보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 후발 그룹이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빼놓을 수 없다. 광역단체장들이 다른 후보들보다 한발 앞서 달리는 이유는 자칫하면 중앙 정치무대에서 소외될 수 있어서다. 또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면 단체장직 유지 문제 등이 불거질 수 있어 ‘여의도 후보들’보다 조급할 수밖에 없다. 지지율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아야만 대선 도전의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아프리카 초원에서 영양(羚羊)들의 생존경쟁을 연상케 한다’는 말이 나온다. 영양에게 중요한 건 치타보다 더 빨리 뛰는 게 아니라 다른 영양보다 더 빨리 뛰는 것이다. 진화 생물학자인 맷 리들리의 저서 ‘붉은 여왕’에 나오는 구절이다. 다른 영양(후보)에게 뒤처져 민심 경쟁에서 낙오하지 않으려면 후발 주자들은 전속력을 내야 하는 것이다. 박 시장은 24일 도올 김용옥과의 대담집 ‘국가를 말하다’ 출간기념 북콘서트를 연다. 29일에는 강원 춘천에서 작가 이외수 씨와의 토크 콘서트도 예정돼 있다. 이달 30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는 충북을 방문한다. 박 시장은 대담집에서 “대한민국은 ‘불평등 불공정 불신 불균형’의 불이 났다. 불을 끄는 정치가 필요하다”며 “어떤 길이 국민에게 이롭고 옳은지 늦지 않은 시점에 말씀드리겠다”며 사실상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안 지사는 22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세대교체가 아닌 시대교체를 제안한다”며 “20세기의 낡은 정치와 민주주의 국가 리더십을 바꾸는 ‘안녕 20세기’를 해내겠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또 ‘경쟁자인 문 전 대표와의 차별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 집안에서 오래 지낸 선배다. 좋은 관계를 다치고 싶지 않다”면서도 “제 생각과 꿈을 이야기한 뒤 당원과 국민의 판단을 기다리는 게 정치인의 숙명”이라고 했다. 남 지사는 21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반 총장이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으로 있는 동안 (북핵 해결) 노력도 잘 보이지 않고 성과도 알 수 없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수도 이전과 모병제 등 각종 정책 이슈를 공격적으로 던진 데 이어 후보 간 검증 공방 등 ‘네거티브 난타전’도 피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한 것이다. 중위 그룹도 ‘스퍼트’ 시점을 고심하고 있다. 김무성 전 대표는 22일 “미국 언론에서 (반 총장을) ‘최악의 사무총장’이라고 비판하는데, 반 총장이 유종의 미를 거두게 방해해선 안 된다”며 “남 지사의 발언은 옳지 않다”고 했다. 선두 주자와 후발 주자를 동시에 비판한 셈이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2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근혜 정부) 3년 반 동안 국민에게 큰 실망을 줬다”며 현 정부와의 차별화에 나섰다. 본격 레이스에 앞서 ‘워밍업’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이재명 egija@donga.com·유근형 기자}
청와대가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을 두고 부글부글하고 있다. 현 정부에서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조 의원이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 관련 의혹을 직접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1일 “조 의원이 치졸한 정치 공세를 펴고 있다”며 “엉뚱한 사람에게 성 추행범 누명까지 씌웠던 버릇을 못 고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이 6월 대법원 양형위원으로 위촉된 MBC 간부를 성추행 전력자로 잘못 폭로했던 전력을 지적한 것이다. 조 의원은 대정부질문에서 최 씨가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 인사에 개입했으며 액세서리를 구입해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언급할 만한 가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야권은 이날도 최 씨와 미르·K스포츠 재단 관련 의혹을 ‘권력형 비리’로 규정하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국감을 앞두고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더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번 사건은 권력실세, 비선실세에 관한 문제로 시작해 대기업들의 거액의 자금 출연, 불투명한 자금 운영 등 권력형 비리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며 “국회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루겠다”고 말했다. 더민주당은 최 씨와 두 재단 관계자, 모금 과정 개입 의혹이 제기된 안종범 대통령정책조정수석 등의 국감 증인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청와대가 발뺌하고 솔직히 밝히지 않는다면 국정조사 또는 검찰 고발, 특검으로 정권 말기에 있는 권력 비리를 철저히 밝힐 것”이라고 가세했다.장택동 will71@donga.com·유근형 기자}

“김민석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과의 통합을 추진하겠다. 민주당은 우리의 뿌리이고, 그 이름은 당연히 우리가 되찾아야 한다.” 9월 초,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당 관계자는 “추 대표의 말에 최고위원들도 찬성했다”고 전했다. 추 대표가 사실상 실체는 없이 이름만 갖고 있는 원외 민주당과의 정치적 통합 카드를 꺼내 든 것은 1차적으론 ‘야권 통합’을 노린 것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내년 대선에서 정통 야당의 자리를 차지해 국민의당을 제치고 새누리당과의 일대일 구도를 만들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년 6개월 만에 다시 ‘민주당’ 8·27전당대회 선거 운동 기간에 ‘야권 통합’을 약속했던 추 대표는 취임 이후 김 대표의 민주당과 접촉을 시작했다. 김 대표와의 ‘핫라인’이 가동됐고, 안규백 사무총장도 통합 협상에 가세했다. 세 사람은 과거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이끌던 새정치국민회의에 함께 몸담았던 인연이 있다. 실무 협상에 참여했던 한 당직자는 18일 “김 대표가 ‘백의종군하겠다’며 통합에 별다른 조건을 제시하지 않아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고 전했다. 김 대표가 “18일이 해공 신익희 선생이 민주당을 창당한 지 61주년(1955년 9월 18일 창당)이 되는 날이니, 생가를 함께 방문해 통합을 발표하자”고 제의함에 따라 이날 전격적으로 통합 선언이 이뤄졌다. 추 대표는 “정치적으론 통합 선언, 법적으로는 흡수 합당”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더민주당은 다시 ‘민주당’이라는 이름으로 내년 대선을 치를 수 있게 됐다. 더민주당은 2012년 대선은 ‘민주통합당’, 2014년 지방선거는 ‘새정치민주연합’, 2016년 총선은 ‘더불어민주당’으로 각각 선거를 치렀다.○ 고토(古土) 회복 가능할까 추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이라는 이름은 우리 정통 지지층의 산실로, 소나무 같은 당명이다”라며 “그런 당명을 회복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한 호남 의원은 “121석의 정당과 1석도 없는 원외 정당의 통합이 격이 안 맞을 수도 있지만 오로지 ‘민주당’이라는 이름에 상징성이 있다”라며 “국민의당과 경쟁하고 있는 호남에서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고 했다. ‘민주당’이라는 이름을 다시 사용함으로써 호남 지지층과, 민주당에 대한 향수가 있는 50대 이상 야권 지지층을 다시 잡겠다는 것이다. 더민주당 핵심 관계자도 “추 대표의 확고한 목표는 ‘고토(古土) 회복’이다”고 했다. 김 대표는 2002년 대선후보 단일화 국면 당시 정몽준 후보 측에 합류하는 등 친노·친문 진영과 악연이 깊다. 친노 측으로부터 ‘김민새’(김민석+철새)라는 비난까지 들었지만 대선을 앞두고 다시 한솥밥을 먹게 된 셈이다. 추 대표는 “문 전 대표와 다른 분들의 고견을 듣고 추진한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이름의 복원이 전통적 지지층 복원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추 대표는 “지금 민주당과의 통합은 소(小)통합이라고 할 수 있다”며 “(DJ가) 정치가 생물이라고 했듯, 더민주당이 넓게 나가면 어떤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집 나간 며느리를 돌아오게 하는 가을 전어의 역할을 하겠다는 추 대표의 구상이 어느 정도 먹힐지 당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추석(15일)을 앞둔 13일 김종필 전 총리를 예방했다. 추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신당동의 김 전 총리 자택을 찾아 인사한 뒤 ‘국민 통합’을 주제로 환담을 나눴다. 김 전 총리와의 회동은 원래 12일로 예정돼 있었지만 청와대 여야 3당 대표 회동으로 하루 연기된 것이다. 추 대표는 앞서 통합 행보의 하나로 8일 전두환 전 대통령도 예방하려 했지만 당내 반발이 일면서 일정을 취소한 바 있다. 추 대표는 이날 김 전 총리와 만나 “김대중 대통령을 만들 때 기차역 대합실, 비행기 기다리며 공항에서 뵙고 그렇게 열심히 해주셨다”며 “제가 의리를 지키려고 왔다”라고 말했다. 추 대표는 내년 대선에서 ‘민생과 통합’을 이루는 정부를 세우기 위해 김 전 총리의 이해와 협력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총리는 추 대표에게 “너무 여당을 이기려고만 하면 맨날 싸움이 되니까 따질 것은 따지지만 겨룰 때는 겨루고 도울 때는 도와주고 하라”고 조언했다고 이 자리에 동석한 박경미 의원이 전했다. 김 전 총리는 또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여성이니까 정치권의 여성 두분이 쌍벽을 이루게 됐는데 희망을 갖고 잘 다독거리면서 국가를 이끌어 달라”며 “어쨌든 여성이니만큼 편안히 이끌어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편 추 대표는 이날 용산역에서 추석 귀성 인사를 하고 경기 성남시 남한산성시장을 찾아 추석 민심을 들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9일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한 뒤 사흘 만인 12일 긴급히 마련된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대표의 회동은 북핵 문제에 대한 이견만 확인한 채 끝났다. ‘안보 문제의 정치화’를 놓고 박 대통령과 야당 간에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동에서 대북 압박정책과 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해 “북한 정권이 얼마나 무모하고 핵에 광적으로 집착하는지를 다시 한 번 명백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미국의 핵우산을 포함해 모든 군사적 능력과 우리 군의 대북 응징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은 분명히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 끝까지 핵능력을 최대한 고도화해서 쓰겠다’는 길을 택했다”며 “그러면 한국이 북한의 핵을 용인할 수 있겠느냐. 그건 불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제사회와 힘을 합해서 제재와 압박을 가하고 북한의 전략적 셈법을 바꾸도록 최대한 힘을 쏟아야 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선 굉장히 중요한 전제조건이 있다”며 “북한의 반발에 대비해 우리가 국민의 안위를 보호할 수 있는 대비 태세를 확고하게 구축하는 것인데 그래서 필요한 게 사드”라고 설명했다. 야당에 대해서는 “그렇게(사드 배치) 안 하고서 국민을 보호할 방법이나 대안을 제시해 달라고 얘기했는데 제시도 안 했다”며 “국민을 안전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시킨다면 국가나 정부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국민의당은 사드에 찬(贊)이냐, 반(反)이냐”고 물었고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반이다”라고 답했다. 박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에게도 같은 질문을 하자 추 대표는 “아직 당론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사드 배치에 대해 박 위원장은 “사드 문제는 반드시 국회에서 공론화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박 대통령은 “사드 배치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한 것으로 (국회) 비준 사항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 박 대통령은 “‘사드 배치를 하기 때문에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고 했는데 사드 배치 얘기가 없던 때 (북한이) 1, 2, 3차 핵실험은 왜 했느냐”며 “북한은 9·19공동성명과 제네바 합의 때에도 핵능력 고도화를 멈추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추 대표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사드가 오히려 화를 자꾸 초래하는 것”이라고 말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추 대표는 “군사적으로 사드는 북핵을 막을 수 없는 백해무익한 것”이라며 “경제적으로도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야 민생도 구할 수 있지 않나”라고 맞섰다. 회의가 끝날 무렵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북한 김정은도 이 자리를 주목하고 있을 것”이라며 사드 문제에 대한 합의를 제안했지만 두 야당은 “억지로 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박 대통령과 야당은 대북 인식에서도 근본적인 차이를 보였다. 박 대통령은 “지금은 의지의 대결”이라며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을 포기시키겠다는 의지, 북한의 핵개발 의지가 충돌하는 것이고 여기서 우리가 기필코 이겨야 한다”고 호소했다. 반면 박 위원장은 “북한 핵실험이 노무현 정부에서 1회, 이명박 정부에서 1회, 현 정부에서는 3회로 안보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도 무용지물이고 경제 제재 및 사드 군사 해법을 뛰어넘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현 정부의 대북 압박정책이 오히려 안보에 마이너스가 되고 있다고 주장한 셈이다. 박 위원장은 쌀값 하락 문제를 언급하면서 “쌀 등의 대북 지원이 절실하다”고 박 대통령에게 건의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이 제안한 ‘여야정 안보협의체 구성’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안보에 관한 것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결정되는 사안이고 모든 나라가 그렇게 하고 있다”며 거부했다. 또 추 대표는 “안보 상황을 국내 정치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박 대통령에게 말했다. 박 위원장도 “자꾸 야당을 불순 세력, 국론분열 세력, 안보 무책임 세력으로 규정하면 아무 도움이 안 된다”고 거들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이것이 이용하는 것으로 보이느냐. 미국 일본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을 규탄하고 대북 제재를 하고 있는데 그 나라들도 안보를 이용하는 것이냐”며 “이 심각한 상황을 안보를 이용한다고 하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유근형 기자}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12일 청와대에서 본격적인 대화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흰색 쇼핑백을 건넸다. 장애인 사회적기업인 오티스타가 만든 휴대용 저장장치(USB메모리)를 선물한 것이다. 추 대표는 회담을 마치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장애인들이 자신이 만든 선물을 대통령님이 사용하신다는 자부심을 느낄 것”이라며 “박 대통령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이게 다 국민통합 차원 아니겠는가”라고 설명했다. 추 대표는 회담 도중 서류 봉투 안에 든 ‘대통령에게 드리는 편지’를 박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편지에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백남기 농민,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해결과 공영방송 구조 개편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추 대표의 깜짝 선물이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대통령께 직접 서류나 물건을 드리는 건 의전상 용납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의당은) 필요한 말씀만 드린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더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당시 이종걸 원내대표는 지난해 청와대에서 열린 회담에서 자신의 발언 순서가 오자 박 대통령에게 “당 대변인이 배석하지 못했으니 휴대전화로 녹음해도 되겠느냐”라고 말했다가 “청와대를 뭐로 알고 그러느냐”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사진)가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해 “북한 핵이 점점 더 고삐 풀린 괴물처럼 돼가는 건 햇볕정책을 버리고 ‘강풍정책’으로 간 결과”라며 현 정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가 햇볕정책을 펼치며 각종 대북 지원을 하는 동안 북한은 핵개발을 은밀히 준비했고 1차 핵실험(2006년)도 노무현 정부 시절 이뤄졌다. 북한에 지원된 현금이 핵개발에 전용됐다는 의혹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는 점에서 추 대표의 발언은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해석’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추 대표는 1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핵실험으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론이 힘을 받고 있다는 질문에 “오히려 사드가 화를 자꾸 초래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추 대표는 “사드로 북핵을 막겠다는 건 둑이 무너지는데 팔을 집어넣어서 막겠다는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라를 궁지로 내모는 상황을 만드는 큰 실수를 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사드 같은 방어용 무기를 배치하면 그것을 능가하는 공격용 무기 개발을 재촉하게 된다”고도 했다. 대표 경선 과정에서 ‘사드 반대’ 당론을 주장했다가 당선 후엔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여 왔던 추 대표가 안보 현안에 대한 본심을 드러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은 생존을 위한 김정은의 무모한 리더십의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어느 정권의 책임이 더 크고 작고를 따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김태현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수권정당을 지향했던 야당 지도자로서 경솔한 발언이다”라며 “북한 문제에 초당적인 협력을 우선시하는 게 바람직한 자세다”라고 지적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북한의 5차 핵실험은 핵탄두 소형화가 시간문제임을 의미한다. 대한민국의 성취가 하루아침에 잿더미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동북아 안보 지형의 게임 룰 자체를 송두리째 바꾸는 ‘게임 체인저’인 셈이다. 이는 국내 정치는 물론이고 내년 대선 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북핵 문제 해결 능력이 대선 후보 검증 1순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눈앞에 닥친 북핵 위험이 한국 대선 지형에서도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다급해진 여권 주자들 새누리당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응’을 요구하는 강경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11일엔 이정현 대표가 직접 ‘핵무장론’에 불을 지폈다. 대선 주자들도 강경론에 올라타고 있다. 보수 지지층에 ‘안보 적임자’란 인식을 심어주지 못하면 후보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경선 구도에서 박근혜 후보가 줄곧 우세했다. 하지만 2006년 10월 9일 북한의 1차 핵실험은 ‘터닝 포인트’가 됐다. 안보 불안감이 커지면서 ‘여성 대통령 시기상조론’이 나왔다. 이명박 후보가 치고 올라가는 전환점이 된 것이다. 4·13총선 패배 이후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김무성 전 대표는 5차 핵실험 직후 “핵추진 잠수함 도입,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미국의 전략 핵무기 재배치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동원해야 할 때”라며 강경론을 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핵에 대처하는 길은 오직 핵뿐”이라고 주장했다. 안보 위기 정국에서 존재감 부각에 나선 것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역시 “미국의 전술 핵 재배치를 포함해 모든 선택지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가세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미국의 핵우산 강화, 전술 핵 배치와 같은 핵 무장론을 진지하게 검토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골몰하는 야권 주자들 각종 현안에서 수세에 몰린 여권이 안보 위기로 공세의 고삐를 쥐면서 야권 주자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구체적 대안 없이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론만 제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안보 위기가 민생 등 다른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다면 박근혜 정부 ‘실정론’도 힘을 잃게 된다. 지난달 독도, 백령도를 연이어 방문하며 ‘안보 우클릭’ 행보를 해온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측근인 김경수 의원은 “지금은 여야가 지혜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만 북핵 문제를 풀려면 6자회담을 복원해 압박과 대화를 병행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김부겸 의원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동결을 조건으로 북한의 유엔 제재 해제를 논의할 다자 간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가까운 기동민 의원은 “지금은 북한 책임론이 크기 때문에 야권 주자들이 다른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며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북핵 관리에 실패한 박근혜 정부 비판론이 나올 것이다. 야권 주자들이 대안을 갖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여권의 ‘강경 대응론’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10년 한나라당은 천안함 폭침 사건이란 초대형 안보 이슈가 터진 뒤 3개월 만에 치른 지방선거에서 패했다. 여권의 강경 대응에 야권이 ‘전쟁이냐, 평화냐’로 선거 프레임을 바꿨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여권의 핵무장론에 “우리가 전시작전권도 안 갖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도 옳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재명 egija@donga.com·홍수영·유근형 기자}
여야 3당 대표는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을 일제히 규탄하면서도 각각의 행보를 이어갔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취임 한 달을 맞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치권 주도의 개헌 논의에 대해 “개헌이 정국 갈등의 요인이 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특정 세력이 지나치게 나서서 구체적인 개헌안을 제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였다.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논란에 침묵한다는 지적에는 “쓴소리의 목표는 실현이어야지 정치적 이용이어선 안 된다”며 “생각 이상으로 제 나름대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8·9전당대회 당시 약속한 ‘슈퍼스타K(슈스케)’ 방식의 대선 후보 선출과 관련해 “이미 연구를 맡겼다. 연말쯤 당내에서 공론화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여권 대선 주자들 간 ‘담론 경쟁’을 두고는 “정책들에 대한 생각이 다 똑같을 수는 없다”며 “모병제를 포함해 정책에 대해 이런저런 의견이 나오는 것은 당의 활력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원외인 민주당 김민석 대표와 만나 ‘당 대 당’ 통합 가능성을 타진했다. 전날 전두환 전 대통령 예방 계획이 당내 반발에 막혀 취소됐지만 하루 만에 ‘통합 행보’를 재개한 모양새다. 추 대표는 “야권 지지자들은 애가 타고 속이 터진다.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 과정에서) 큰 분열을 겪었고 올해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2차 분열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에 김 대표는 “저희는 뿌리가 같다. 정권교체를 위해 민주통합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무리한 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 대표는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1990년대까지 야권의 차세대 주자로 평가받았지만 2002년 대선 당시 정몽준 후보와 함께하면서 친노(친노무현) 진영과 대척점에 섰다. 더민주당 관계자는 “친노-친문(친문재인) 진영에서 김 대표를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정보위·국방위·외통위·비대위 연석회의를 소집한 뒤 오후엔 ‘금귀월래(金歸月來·금요일에 지역구로 갔다가 월요일에 돌아온다)’ 원칙에 따라 호남으로 향했지만 12일부터는 9일 동안 미국을 찾는다. 박 위원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3당 원내대표가 함께 미국을 방문하는 만큼 북한의 핵실험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가 오갈 것”이라고 전했다. 정 의장과 3당 원내대표는 워싱턴에서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 미 의회 지도자들과 면담한 뒤 15일엔 뉴욕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난다.홍수영 gaea@donga.com·유근형·길진균 기자}
더불어민주당 친문(친문재인) 진영 의원들은 최근 내년 치러질 대선 후보 경선 이야기가 나오면 신중해진다. 경선 시기나 룰(경선 방식)에 대한 언급이 자칫 ‘문재인 대세론’이니, ‘문재인 혼자 치르는 경선’이니 하는 주장에 불필요한 힘을 실어줄까 우려하는 것이다. 문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인 전해철 의원 역시 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런 구체적인 (경선) 규정, 룰에 대해서 지금 이야기하기에는 굉장히 이르다”며 “지금 이야기하는 것은 이유 없는 분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2년 경선 때 도입됐던 결선투표제를 이번에도 도입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영남의 한 친문 의원은 “그런 건 지금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조심스러워했다. 추미애 대표가 지난주 언론 인터뷰에서 “대선 후보 경선은 선거일 6개월 전까지 치른다는 당헌·당규에 따라 내년 6월 이내에 치를 것”이라고 이른바 조기(早期) 경선을 말했을 때도 친문 의원들은 가타부타 의견을 내지 않았다. 전 의원도 이날 “지금 그 (경선) 시기를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 당이나 대선 후보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일축했다. 문 전 대표의 경쟁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안희정 충남지사가 경선에 대비해 현직 사퇴 시점을 고민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한 답변이다. 오히려 다른 주자 측은 경선 시기를 대략 내년 5월 말∼6월 초로 보는 기류다. 안 지사 측 김종민 의원은 “(내년) 6월에 판을 뒤집지 못한다면 8, 9월로 늦춘다고 (안 지사에게) 유리하겠느냐”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