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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를 통해 해외 정보기술(IT)기업과 국내 기업의 역차별 해소를 위한 우리 정부의 움직임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회에서 구글·아마존 등 글로벌 IT기업들에게 국내에 데이터센터용 서버(대용량 컴퓨터)설치 의무를 지우는 법안이 발의된 데 대해 제동을 건 것이다. 해리스 대사는 28일 고려대에서 열린 ‘국경 없는 인터넷 속에서 디지털 주권 지키기’ 토론회 개회사를 통해 “클라우드의 장점을 가로막는 데이터 현지화 조치를 피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이날 개회사는 해리스 대사가 건강상 이유로 불참해 퍼시핀더 딜론 주한 미대사관 공사참사관이 대독했다. 대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진입하면서 이동의 자유라는 개념에 정보를 포함시켰다”며 “국가간 데이터 흐름은 예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가능성을 알려준다. 방해가 되면 장기적으로 해를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클라우드는 국경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생성되고 퍼진다”며 데이터 현지화 규제를 피해달라고 요구했다. “기업들이 평평한 장에서 경쟁하면서 비약적 발전을 추구해 우리의 삶도 개선된다. 동등하게 일할 때 모두에게 좋은 결과가 온다”는 말도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은 지난달 일정 규모 이상의 IT 기업들이 국내에 서버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안정적인 서비스 이용을 위한 기술적 조치를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매출액의 3% 이하 과징금을 부과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신나리기자 journari@donga.com}

5세기 고구려 고분인 ‘각저총(角저塚·씨름 무덤)’에는 짧은 바지를 입고, 오른쪽 어깨를 맞댄 채 상대의 허리띠를 잡는 모습이 선명하게 보인다. 18세기 단원 김홍도(1745∼1806)의 ‘단원풍속도첩’에서도 씨름 장면이 나타나는 등 각종 문헌과 회화 등에서 씨름의 명확한 역사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씨름은 16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회 및 지역적 배경, 성별에 관계없이 계승되어 온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이지만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처음으로 남북 공동 등재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씨름의 남북한 공동 등재가 처음 논의된 것은 2014년이다. 그러나 이듬해 3월 북한이 유네스코에 씨름을 단독으로 등재 신청하면서 무산됐다. 2016년 열린 제11차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는 북한의 씨름에 대해 등재 보류 판정을 내렸다. 신청서가 지나치게 ‘정치적인 용어’와 ‘엘리트 체육 위주’로 작성된 점을 지적했다. 이후 우리나라는 2016년 3월 유네스코에 단독으로 씨름 등재 신청서를 냈고, 북한이 지난해 3월 재도전에 나서면서 원치 않게 경쟁 구도가 돼버렸다. 반전의 계기는 올 4월부터였다. 4·27 판문점 정상회담 등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씨름 공동 등재 아이디어가 다시 부각됐다. 불을 붙인 건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이었다. 대북제재에 대한 부담 없이 남북 화해와 세계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분야가 유네스코의 과학·문화 분야라고 여긴 아줄레 사무총장은 올해 8월 적극적으로 남과 북에 씨름 공동 등재를 권유했다. 우리 정부는 이를 수락했으나 북한은 거절하겠다고 밝혔다. 각각 따로 등재를 신청해도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어서 굳이 같이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꺼져가던 남북 공동 등재의 불씨를 되살린 건 지난달 16일 문재인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이었다. 프랑스 방문길에 아줄레 사무총장과 만난 문 대통령은 “사무총장이 주도하는 씨름 공동 등재가 좋은 아이디어다. 다시 추진해 보자”고 제안했다. 이에 이병현 주유네스코 대표부 한국대사가 파리에 나와 있는 김용일 주유네스코 북한대사와 만나 문 대통령의 의지를 전달했다. 북한은 처음에는 “남북 경제 협력 사업에 집중하자”며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국제사회에 세계 평화에 대한 북한의 강한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자 남북관계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득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한 외무성에서 수용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줄레 사무총장도 평양에 유네스코 사무총장 특사를 파견해 설득하고, 남북 공동 등재가 “세계 평화를 위한 좋은 방향”이라며 예외적으로 서둘러 절차를 진행하도록 배려하는 등 강한 의지를 보였다는 후문이다. 결국 유네스코 무형유산위는 씨름이 한반도에서 오랫동안 전승된 민속경기로, 남북이 신청한 유산이 사실상 같다고 판단해 26일 공동 등재 결정을 내렸다. 씨름을 계기로 남북 문화유산 공동 등재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흘러나온다. 차기 후보로는 문 대통령이 아줄레 사무총장을 만났을 때 언급했던 비무장지대(DMZ) 생물다양성 보존 등이 꼽힌다. 한반도 허리를 가르는 4km 폭의 DMZ는 6·25전쟁 이후 출입이 통제돼 생태계가 잘 보존됐다는 점에서 자연유산으로서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게다가 궁예가 강원도 철원에 세운 계획도시인 태봉국 철원성과 냉전 이데올로기의 산물인 각종 군사시설이 존재해 문화유산으로서의 성격도 갖추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남북 간에 먼저 논의가 이뤄진 후 관계 부처 협의를 통해 유네스코로 갈 것 같다”고 설명했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파리=동정민 특파원 / 신나리 기자}

“미래에 정전체제가 평화체제로 전환된 이후에는 연합군(유엔군)이 계속 주둔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반드시 다뤄져야 할 것이다.” 추궈훙(邱國洪·사진) 주한 중국대사는 2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남시욱)가 연 제17회 화정국가대전략 월례강좌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이같이 밝혔다. 중국 정부 인사가 평화협정 체결 후 유엔군 주둔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표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추 대사는 한반도 문제와 한중 관계를 주제로 한 강연 중 ‘한반도 비핵화가 이뤄지면 주한미군은 철수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한국 국민들이 계속 (미군 주둔을) 원한다면 반대할 생각이 없다. 하지만 이는 중국 정부의 입장”이라며 “한반도에 미군이 주둔하게 된 연원은 한국전쟁이었다. 주한미군 철수 질문은 전쟁의 잔재와 양자 동맹 문제 둘로 나눠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향후 평화체제 전환 시 유엔군뿐만 아니라 주한미군의 지속 주둔 문제도 논의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추 대사는 “원칙적으로 일국의 군대가 다른 국가에 주둔하는 것을 찬성하지 않지만 동맹의 역사적 배경을 존중한다. 다만, 제3국(중국) 안보에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을 중국이 조종한다는 이른바 ‘중국 배후론’에 대해선 “아무런 근거가 없다. 중국은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능력이 없다”고 했다. 최근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회담에 대해선 “지금 북-미 간의 어떤 문제 때문에 회담이 이뤄지지 않는지는 갈등의 원인을 모른다”고 말을 아꼈다. 추 대사는 “북한이 전향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하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철회를 미국에 요청할 것이냐”는 질의엔 “질문할 필요가 있나? 당연한 이야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드 배치 갈등으로 중국인 한국 방문 관광객이 급감했는데 그 원인을 중국 정부 조치 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과장된 보도”라며 “면세점 쇼핑 등은 한국이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장기적 매력 포인트로 부족하다. 좀 더 좋은 방안을 모색했으면 한다”고 말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북-미 고위급회담 연기 이후 좀처럼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던 북한 비핵화 협상이 다음 주 새로운 국면을 맞을지 주목된다.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이 13개월 만에 정상회담을 갖고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는 가운데 북-미 고위급회담, 한미 정상회담 성사 여부에 따라 비핵화 논의가 다시 속도를 낼지, 장기 교착 국면이 굳어질지 갈림길에 설 것으로 보인다.○ 연쇄 회담이 비핵화 협상 견인할까 다음 달 1일은 향후 비핵화 협상의 큰 흐름을 좌우할 ‘빅 이벤트’가 열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회담 및 만찬을 갖고 무역전쟁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교착 상태에 빠진 양국 무역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톱다운’식 해법을 도출해낼지, 대북제재 완화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상응 조치로 대북제재 해제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대북제재 이행을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 시간) 오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들과 만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중 열릴 미중 정상회담에 대해 “나는 평생을 준비해 왔다”며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시 주석이 호응할지는 미지수. 이 자리에서 미중 정상이 무역분쟁은 물론 비핵화 접점을 찾지 못한다면 미중 관계 악화는 물론 향후 비핵화 로드맵도 안갯속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다. 이달 말로 조율 중인 북-미 고위급회담이 실제로 열릴지도 관심을 끈다. 북한이 미국 측의 날짜 제안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어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9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문재인 대통령은 이 기간에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한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 낙관적이었던 정부는 아직까지 회담 일정이 확정되지 않으면서 미국 측과 막판 일정 조율에 집중하고 있다. 청와대는 북-미 고위급회담에 이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 등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기대하고 있다. 20일 출범한 한미워킹그룹 협의 후 남북 철도 연결 착공식과 북측 구간 공동조사에 대한 제재 면제에 속도가 붙었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남북 관계 과속을 노골적으로 경고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북-미 고위급회담과 한미 정상회담이 모두 불발될 경우 한미 공조 속에 남북 관계를 통해 비핵화를 촉진한다는 정부의 구상은 거센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IAEA까지 가세한 북한 핵 활동 사찰·검증 요구 북-미가 수개월째 대북제재가 먼저냐, 핵시설에 대한 사찰 및 검증이 먼저냐를 놓고 옥신각신하다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국제사회도 슬슬 북한에 대한 핵시설 사찰 및 검증 요구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 아마노 유키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22일(현지 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이사회 보고에서 “8월 이후 북한 영변 핵시설에서 추가 활동이 포착됐지만 어떤 목적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9·19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 영구 해체’와 같은 추가 조치를 언급한 이후 IAEA가 북한의 핵 활동 정황을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영변 구룡강 주변에서 추가 활동(further activities)이 관측됐다”면서 “5MW 원자로와 경수로를 위한 냉각시설 변동과 관련 있을 수 있다. 이 활동이 진행되는 동안 5MW 원자로의 가동이 중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경수로에서 원자로 부품 조립과 원자로 건물 내로 부품을 옮기는 것과 일치하는 활동도 관측됐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IAEA 내 핵심 조직인 안전조치 분과 담당 마시모 아파로 사무차장이 다음 주 방한해 26일 강정식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과 고위급정책협의회를 가진 뒤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난다. 한 정부 소식통은 “국제기구까지 움직인다는 것은 미국뿐 아니라 다른 회원국들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필요하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23일 남북 철도연결 사업과 관련해 “빠르면 이달 중 북측 구간 현지공동조사가 이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전날 통일부 당국자가 “대북제재 면제 절차를 미국 측 및 국제사회와 협의해 진행 중”이라고 언급한 데 이어 남북철도 협력사업이 속도감 있게 전개되고 있음을 재차 확인한 발언이다. 조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남북경제협력특별위원회(경협특위) 전체회의에서 “북측과 일정을 조정하는 것이 남아있다. 미국 정부도 남북 간 교류협력을 기본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에 여러 가지가 있어서 잘 얘기하며 풀어나가자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유엔에 요청한 제재 면제 요청 전망에 대해서도 “조만간 긍정적인 방향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고 했다. 당초 8월만 해도 남북 철도 공동조사는 대북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던 정부는 이제 남북관계 현안을 제재 틀 안에서 미국과 국제사회와 조율해나가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워킹그룹 회의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통해 남북 철도연결사업을 필두로 각종 경협사업에 대해 정부가 제재 예외 신청 절차를 밟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남북은 23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통신 실무회담을 열고 판문점에 설치된 직통회선을 개선하는 문제를 협의했다. 이번 회담에서 남북은 노후화된 기존 남북 당국간 통신망을 광케이블로 개선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적극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공개적으로 남북관계 속도 조절을 요구한 21일 정부는 북한 산림병해충 방제 등에 사용하기 위해 남북협력기금 41억여 원을 지원하기로 의결했다. 통일부가 14일부터 21일까지 서면으로 진행된 제299차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 결과다. 우선 북한 지역 산림병해충 방제를 위해 14억700만 원 내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방제 약제를 구매하고 이를 북측에 수송하는 비용 등을 모두 합한 금액이다. 통일부는 “방제 약제는 대북제재에 해당하지 않는 물자”라며 “실제 기금 집행 과정에서도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도록 유의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림병해충 방제는 양묘장 현대화와 더불어 남북산림협력 사업에서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이 우려되는 사업 중 하나로 꼽힌다. 화학 약제가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부 관계자는 “전문기관을 통해 제재에 걸리지 않는 약제들을 선별해 북측에 보내기로 결정했다”며 “추가로 약제를 보내거나 지원금 범위를 초과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는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발굴조사 사업 경비로 11억600만 원을, 서해지구 남북군통신선 정상화에 9억3900만 원을, 남북공동 유해 발굴에 필요한 장비 마련에 7억3500만 원을 지원하기로 의결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 착공식이 다음 달 말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유엔이 남북 철도 연결 사업에 대한 대북제재 면제 절차에 들어간 가운데 미국은 내년 봄으로 예정된 독수리훈련(FE) 축소 방침을 밝혔다. 한미 관계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22일 “한미 워킹그룹 회의에서 미국 측이 철도·도로 공동조사 사업에 대해 표명한 ‘강력하고 전폭적인 지지(strong support)’는 연내 착공식 계획을 포함한 것”이라며 “철도·도로 연결 사업 착공식은 12월 말에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초 남북은 철도·도로 연결 사업 착공식을 11월 말∼12월 초에 열기로 했지만 미국과의 대북제재 예외 협의에 난항을 겪었다. 통일부 관계자는 “공동조사 사업에 대해 미국, 유엔 등과 제재 면제 절차가 지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북한 영공을 통과하는 남북 국제항공로 신설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한편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21일(현지 시간) “내년 봄으로 예정된 기동훈련인 독수리훈련을 외교를 저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재조정할 것”이라며 “(훈련) 범위가 축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추가로 축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 기자}
정부가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세운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한다고 21일 공식 발표했다. 2016년 7월 설립한 지 2년 4개월 만에 문을 닫는 것이다. 그러나 핵심 쟁점으로 꼽혀온 일본 정부의 재단 출연금 10억 엔(약 103억 원) 처리 문제를 둘러싼 난맥상으로 한일 간 냉기류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가족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추진하고, 이를 위한 법적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가부는 당연직 이사 2명(외교부, 여가부 국장)을 제외한 재단 이사진 전원이 사퇴한 데다 사업 재개 가능성이 없어 재단 설립 허가 조건을 위반했다고 해산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는 실제 해산까지 최소 6, 7개월에서 최대 1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발표에서 10억 엔 처리 방향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여가부는 10억 엔 중 피해자들에게 치유금으로 지급하고 남은 57억8000만 원과 정부 예산으로 편성한 양성평등기금 사업비 103억 원의 처리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7월 정부는 10억 엔을 일본에 반환한다는 목적으로 양성평등기금 사업비 103억 원을 편성해 예비비로 확보해 뒀다. 최창행 여가부 권익증진국장은 “일본과 협의해서 일본 측이 (10억 엔을) 받겠다고 하면 반환하는 것이고, 위안부 기념사업 등 다른 데에 쓰자고 하면 그런 방향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일 위안부 합의 이행을 압박하고 있는 일본은 10억 엔 반환을 강력히 거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재단 출연금을 둘러싼 일본과의 외교 마찰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재단 해산 결정에 일본 정부는 반발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국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국가와 국가의 관계가 성립하지 않게 된다”며 “3년 전 한일 위안부 합의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이라고 주장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도 “일본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 한국 측에 합의를 착실히 이행하도록 요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이날 이수훈 주일 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정부의 재단 해산 결정에 항의했다. 최근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과민반응을 경고한 정부도 이날 미즈시마 고이치(水嶋光一) 주한 일본총괄공사를 외교부로 불러 일본 국회의원들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해 항의했다. 일본 국회의원 모임이 도쿄에서 집회를 열고 독도가 일본 영토라고 주장한 데 대해 외교부는 “강력히 항의하며 행사의 즉각 폐지를 요구한다”는 논평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과 일본이 같은 날 상대 외교관을 불러 항의한 것은 이례적이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김하경 기자 / 도쿄=서영아 특파원}
정부가 이르면 21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화해·치유 재단’(이하 재단)에 대해 해산 결정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이어 한일 관계는 당분간 경색 국면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 외교소식통은 20일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를 중심으로 해산 논의가 진행됐고 (발표)시기를 조율해오다 정부가 직권 취소 형식으로 빠르면 21일 해산 결정을 발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재단에 출연한 10억 엔(약 100억 원) 처리 문제는 향후 일본과 협의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재단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12월 체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 출연금 10억 엔으로 이듬해 7월 출범했다. 재단은 10억 엔으로 피해자와 그 유족에 대한 치유금 지급 사업을 했고 지금까지 생존 피해자 34명(2015년 12월 위안부 합의 시점 기준), 사망자 58명에게 치유금으로 총 44억 원이 지급됐다. 하지만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부가 한일 위안부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 후 10억 엔을 전액 정부 예산으로 충당키로 한 데다 재단 이사진 중 민간인들이 지난해 말까지 전원 사퇴하면서 재단은 사실상 기능 중단 상태가 됐다. 정부는 재단 해산까지 최장 1년가량 걸릴 것으로 보고 이 기간 동안 10억 엔 처리를 놓고 일본과 협의를 시도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재단 해산을 위해선 이사회 의결이 필요한데 최소한의 절차를 건너뛰고 정부가 직권 취소를 강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정부는 재단 해산에도 불구하고 한일 위안부 합의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그 나라와 지역을 알리는 소프트파워가 음식이잖습니까? 한국인들을 사로잡은 아세안 미식관광의 매력을 널리 알리도록 주력할 예정입니다.” 이혁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60·외무고시 13회·사진)은 19일 ‘2018 아세안 음식축제’ 개최를 앞두고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현지 음식도 맛보고, 퀴즈쇼나 영상을 통해 아세안 미식관광과 로컬푸드 산업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는 아세안 음식축제는 28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서울 코엑스 D홀에서 나흘간 열린다. 1월 아세안 10개국 관광장관회의에서 ‘미식관광에 대한 공동 선언’을 채택한 뒤 마련된 올해 행사는 앞선 두 차례 축제 때보다 아세안 회원국들이 내건 어젠다에 초점을 맞춰 준비했다고 한다. 이번 축제는 쌀을 주재료로 한 아세안 10개국의 다양한 음식을 중점적으로 소개할 계획이다. 베트남 쌀국수뿐 아니라 라오스 ‘페’, 싱가포르 ‘락사’, 미얀마 ‘난지토크’ 등 다양한 쌀국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사전에 참가 신청을 하거나 현장 이벤트를 통해 시민 한 명당 2개 국가의 총 4가지 메뉴를 시식해볼 수 있으며 해당 국가의 전통 음료를 마실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된다. 한-아세안 수교 30주년이 되는 내년은 한국이 아세안 외교의 중요한 구심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말 한-아세안 정상회의 개최 합의를 이끌어낸 문재인 정부는 신남방 정책을 필두로 적극적으로 아세안에 대한 구애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지난해 4월부터 한-아세안센터의 살림을 책임져 온 이 사무총장은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 주필리핀 대사, 주베트남 대사 등을 지낸 ‘아세안통’이다. 이 사무총장은 “정부의 신남방 정책은 금방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는 게 아니다”라며 “한국에 대한 아세안 국가들의 높은 호감도를 발판 삼아 경제 투자뿐 아니라 우수한 아세안 인재들을 육성해 친한(親韓)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가는 인적·문화적 교류 등으로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년 만에 신무기 시험 현지지도에 나서면서 미국을 상대로 한 북한의 위협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이 대북제재 완화 요구를 일축하고 핵·미사일 신고, 사찰을 압박하자 김 위원장의 군사행보를 재개하며 북-미 대화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경고하고 나선 것.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으로부터 상응조치를 얻어내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 美 “제재 유지”에 위협 수위 높이는 北 김 위원장의 이번 현지지도는 그간 경제시찰에 집중해왔던 행보와는 뚜렷이 구별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발사 도발 이후 경제건설 집중을 선언하며 군사행보에 거리를 뒀다. 현지지도에 동행한 수행단도 의미심장하다.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과 리병철 전 당 중앙위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등 실세들이 총출동했다. 박영자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핵이나 미사일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우리는 무기를 갖고 있으며 당 차원에서 대화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대미 메시지도 있다”고 해석했다. 특히 북한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을 향한 위협의 수위를 차츰 높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달 초 “핵·경제 병진이라는 말이 다시 태어날 수도 있다”며 핵개발 재개 가능성을 언급한 데 이어 이번엔 김 위원장이 직접 군사행보에 나섰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이번엔 전략적 모호함을 유지해 레토릭(수사)에 그쳤지만 다음에는 직접 실험도 보여주면서 단계별로 반발 수위를 높여갈 수 있다”고 말했다.○ 장사정포·지대함미사일 추정 다만 북한이 김 위원장의 행보를 두고 수위를 조절한 정황들도 포착된다. 김 위원장이 현지 지도한 무기가 미국을 겨냥한 ICBM이나 핵무기 등 ‘전략무기’가 아닌 ‘전술무기’ 실험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 군 안팎에선 신형 장사정포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의 주력 방사포(122·240mm)와 2016년 실전 배치된 300mm 방사포(KN-09)와는 또 다른 형태의 신형 방사포일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앞서 한미 정보당국은 올 초 평양 산음동 병기연구소 일대에서 신형 방사포의 존재를 포착하고 ‘KN-16’으로 명명한 바 있다. 일각에선 신형 지대지·지대함 미사일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6월에도 신형 지대함미사일 시험발사를 현지 지도하고 이를 공개한 바 있다. 군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현지 지도한 장소는 평북 신의주 인근이고, 그 부근 바닷가 지역에 국방과학원 시험장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번 시험 때 (포탄 등이) 실제로 날아간 것은 확인되지 않았고, 북한도 ‘발사’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며 “무기체계 개발의 초기 단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북-미 대화 기조는 유지 정부는 북한의 행보를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힘겨루기라고 보고 있다. 북한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상응조치를 끌어내기 위해 다시 한 번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 상응조치로 요구하고 있는 제재 완화의 조건을 놓고 북-미가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북한에 영변 핵시설은 물론이고 비밀 핵시설과 미사일 기지에 대한 신고·사찰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북한은 “우리가 전범(戰犯)국이냐”고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북한은 억류된 미국인을 석방하는 등 미국과의 대화를 이어가려는 의중을 내비쳤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미국 공민 브루스 바이런 로런스가 지난달 조중(북-중) 국경을 통해 불법 입국해 억류됐다”며 “조사 과정에서 로런스는 미 중앙정보국의 조종에 따라 불법 입국했다고 진술했다. 로런스를 추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년 만에 군사행보에 나서면서 핵시설 신고 및 사찰 계획을 요구하며 제재 고삐를 죈 미국에 경고를 보냈다. ‘핵·경제 병진’ 노선 부활을 위협한 데 이어 김 위원장의 무기 개발 현장지도 사실을 공개하면서 북-미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은 16일 김 위원장이 국방과학원 시험장을 찾아 첨단전술무기 시험을 지도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의 무기 시험 현지 지도는 지난해 11월 29일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참관 이후 처음이다.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 국면으로 전환한 뒤 처음으로 무기 개발 현장을 방문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오늘의 이 성과는 당의 국방과학기술 중시 정책의 정당성과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우리의 국방력에 대한 또 하나의 일대 과시며 우리 군대의 전투력 강화에서 획기적인 전환”이라면서 대만족을 표시했다. 이어 “저 무기는 ‘유복자’ 무기와도 같은데 오늘의 이 성공을 보니 우리 장군님(김정일 국방위원장)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현지 지도를 한 첨단무기가 선군(先軍) 정치를 앞세웠던 김정일의 유훈을 이은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지도한 무기의 구체적인 종류는 밝히지 않았다. 군 안팎에선 개량형 방사포와 같은 신형 장사정포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 위원장의 군사행보 재개는 미국을 겨냥한 경고성 메시지로 풀이된다. 제재 고삐를 죄면서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미국을 향해 지난해 긴장 국면으로 언제든 되돌아갈 수 있다는 ‘공개 시위’에 나섰다는 것이다. 미국은 대북제재 완화 요구를 일축하며 북한의 비밀 핵시설과 미사일 기지에 공세를 집중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15일(현지 시간) 북한이 비밀 기지에서 미사일 개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고서에 대해 “북한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모든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선 핵·미사일 시설과 무기를 모두 공개하고 검증할 수 있는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다만 북한은 김 위원장이 현지 지도한 신무기가 미국을 겨냥한 ICBM 등 전략무기가 아닌 ‘전술무기’라고 밝히며 미국과 대화의 끈은 놓지 않았다. 현지 지도엔 미사일 개발 총사령탑인 김락겸 전략군사령관이 동행하지 않았다. 미 국무부는 김 위원장의 현지 지도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약속(완전한 비핵화)이 지켜질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고 밝혔다.윤상호 군사전문 기자 ysh1005@donga.com·신나리 기자}

북한이 남북을 오가는 동해와 서해 국제항공로 연결을 제안했다. 철도와 도로에 이어 하늘길 개통 논의가 시작됐지만 새 항공로 개설은 대북제재 문제와 맞물려 있어 실제 성사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통일부와 국토교통부는 16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열린 첫 남북항공 실무회의에서 북측이 동·서해 국제항공로 연결을 제안했다. 우리 측은 앞으로 항공당국 간 회담을 통해 계속 논의해 나가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 2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인천 비행정보구역(FIR)을 통과하는 신규 항로 개설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북측이 우리 정부에 직접 동서해 직항로 개설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측의 적극적인 제의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항공로 개설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물론 북한 영공통과를 금지한 5·24조치 해제와도 맞물려 있어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무접촉에 우리 측 수석대표로 참가한 국토부 손명수 항공정책실장은 “새로운 국제 항로 개설은 통상 1년 정도가 소요된다. 하지만 남북 항로의 경우 대북 제재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동의가 필요해 시일이 얼마나 걸릴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 영공을 통과하는 국제항로를 개설하면 통과료 명목으로 북한에 영공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우선 영공 사용료 지급이 대북제재 위반인지 미국 측과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가 북한으로 현금이 유입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인 점을 감안하면 국제사회를 설득하는 작업도 벌여야 한다. 안보리 대북제재는 북한으로 뭉칫돈(벌크 캐시)이 들어가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쓰이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영공사용료의 WMD 개발비 전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천안함 폭침사건으로 2010년 5.24조치가 취해지기 이전까지 한국 항공사들이 북한에 낸 영공사용료는 연간 20~60억 원 규모다. 국토부 관계자는 “북한 영공을 통과할 때 비행기 크기에 따라 사용료를 냈다. 대당 평균 80만 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당시 국내 항공사들은 북한 영공통과를 통해 연간 200억 원가량의 연료비를 절약하고 비행시간을 한 시간가량 단축하는 효과를 누렸다고 한다. 새 항공로가 개설돼도 이를 사용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항공사의 판단에 달려있다. 중국, 러시아를 제외한 외국 항공사들은 유엔 제재 이후 북한 영공을 통과하지 않고 있다. 손 실장은 “현재 기준에서 영공 사용료가 얼마나 될지, 그로 인한 편익은 얼마일지 등은 다시 계산해봐야 한다”고 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기지 외에 최소 13곳의 비밀 미사일기지를 운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뉴욕타임스(NYT)와 미국의 대표적인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를 통해 제기되면서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핵협상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6월 싱가포르에서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에서 더 이상 미사일 실험은 없다”고 공언해왔지만, 그 전제 자체가 허물어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 동시에 일각에선 미 정보당국이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압박하기 위해 관련 정보를 언론 등에 흘렸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12일(현지 시간) CSIS가 보고서를 통해 공개한 대표적인 비밀 미사일기지는 황해북도 황주군 삭간몰이다. 북한이 2016년 3월 10일 오전 사거리 약 500km의 스커드 미사일을 2발 발사했던 일대로 지목된 곳이지만 구체적인 위성사진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CSIS는 삭간몰을 가리켜 “드러나지 않은 20곳 중 13곳(확인 기지) 가운데 하나”라고 했고 CSIS 보고서를 토대로 관련 보도를 한 NYT는 “16곳의 숨겨진 기지들”이라고 표현했다. 이런 차이는 직접 미사일 비밀 기지의 장소를 확인했다기보다는 정보당국을 통해 관련 정보를 들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이는 워싱턴 정가에서 북한의 비밀 미사일기지를 대체적으로 13∼16곳으로 추정해왔음을 시사하고 있다. 삭간몰 등 비밀 미사일기지는 트럼프 행정부가 그동안 줄기차게 북한에 제출하라고 요구해 온 핵·미사일 관련 리스트 중 일부일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그동안 고위급, 실무 협상을 통해 북-미 간에 비핵화 조치 등을 놓고 의견차를 좁히려 했으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 간의 뉴욕 회담이 무산되면서 평양을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번 보도는 그 연장선상”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시 말해 국제사회에 북한이 여전히 핵·미사일 활동을 이어가고 있음을 강조함으로써 중국 러시아 등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대북제재 완화론을 꺾고 협상을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이 핵 개발을 하고 있으니 대북제재를 계속해야 하는 명분을 정보당국에서 제공한 것 같다”며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비핵화의 진정성을 거듭 강조하는 북한에 대해 ‘다 보고 있다. 협상에 절대 끌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도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우리는 지금까지 많은 당근을 줬다. 우리는 채찍을 거두지 않을 것이다. 그들(북한)은 제재 해제를 보장할 만한 어떤 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대사는 8일(현지 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북제재 해제 불가’를 다시 한번 다짐했다. 러시아의 요청으로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 관련 비공개 회의에 참석하기 전 여론전부터 시작한 것이다. 헤일리 대사는 회의가 끝난 직후 다시 기자들을 찾았다. 로이터통신은 “헤일리 대사가 안보리 회의 전후로 대북제재 관련 발언을 통해 ‘지금은 북한이 행동할 차례’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올해 말 사퇴하는 대북 강경파인 헤일리 대사는 미국은 북한과 대화하고 한미 연합 군사훈련까지 중단하며 많은 ‘당근’을 내밀었는데 북한은 제재를 해제해줄 만큼의 일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은 여전하다”며 “그들(북한)은 사찰관이 들어가 핵과 탄도미사일 시설을 사찰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현재 코스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실험 중단만으로는 부족하며 관련 시설에 대한 사찰이 허용되지 않는 한 제재를 풀지 않겠다는 뜻이다. 헤일리 대사는 미국이 인도주의적 대북 지원을 위한 제재 유예까지 막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과거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이 주민이 아닌 권력자와 정권한테 갔다”며 “인도주의적 지원이 제 역할을 못한다면 어떤 일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고위급 회담 연기를 미국 중간선거 당일(6일)에 요청한 배경에는 제재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NN방송은 관련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은 미국이 제재 완화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것에 화가 나 있다”며 “자신들이 (비핵화 관련) 추가 조치를 하기 전에 미국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CNN은 또 다른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측이 이번 회담을 통해 얻어낼 게 별로 없다고 판단하고 6일 전화를 걸어 회담을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북-미 고위급 회담이 무산되자 북한은 선전매체들을 활용해 미국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북한의 대외 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9일 논평에서 비핵화와 남북 협력, 대북제재 등을 논의하는 한미 워킹그룹에 대해 ‘실무팀 조작 놀음’이라고 비난했다. 이 매체는 “북남(남북) 협력 사업들에 나서지 못하게 항시적으로 견제하고 제동을 걸며 저들의 비위에 거슬리면 아무 때나 파탄시키려는 미국의 흉심이 깔려 있다”면서 “북남 관계 개선 움직임에 대해 대양 건너에서 사사건건 걸고 들며 훈시하다 못해 이제는 직접 현지에서 감시하고 통제하는 기구까지 만들겠다는 미국의 오만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선전매체 ‘메아리’도 이날 “남조선 군부 호전광들이 이제는 아예 정례훈련이라는 간판 밑에 ‘한미해병대연합훈련을 강행해 대고 있다”며 시대착오적인 군사적 움직임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13일부터 17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한다. 통일부는 9일 “조 장관이 미국 정부 및 의회 인사들을 만나 남북 관계 및 한반도 평화 정착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 장관의 방미는 2014년 12월 류길재 장관 이후 4년 만이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신나리 기자}

11·6 미국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내주고 상원을 지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내년 초에 만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다음 날인 7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시기를 묻는 질문에 “내년 언젠가”라고 말했다가 “내년 초 언젠가 할 것”이라고 정정했다. 8일 예정됐던 뉴욕 북-미 고위급 회담이 전격 취소되면서 2차 북-미 정상회담도 미뤄질 거란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북-미 고위급 회담에 대해선 “앞으로의 일정들 때문에 우리는 그것(고위급 회담 일정)을 바꾸려고 한다. 우리는 다른 날 만나려고 한다. 회담 일정은 다시 잡힐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제재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서두를 것 없다”며 “제재들을 해제하고 싶지만 그들(북한)도 호응해야 한다. 쌍방향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 “제재는 유지되고 있다”는 표현을 네 차례, “서두를 것이 없다” “급할 것이 없다”는 표현을 각각 일곱 차례 반복했다. 제재가 유지되는 한 시간은 미국 편이라는 자신감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로버트 팰러디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한밤중에 고위급 회담 연기를 발표한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정보를 확인하자마자 가능한 한 빨리 공개한 것”이라며 “순전히 일정을 다시 잡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8일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측으로부터 연기하자는 통보를 받았다고 미국이 우리에게 설명해줬다”고 밝혔다. 단순한 일정 조율의 문제라는 미 국무부 브리핑 내용보다 더 진전된 설명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7일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서로 분주한 일정이 있는 만큼 연기하자’고 했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7일 복수의 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북한이 먼저 고위급 회담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는 제재 완화를 얻어내기 위해 미국을 압박하려는 시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라고 지적했다. 미 언론은 갑작스러운 북-미 고위급 회담 취소는 협상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고위급 회담 연기는 북-미 간에 상대방에 대한 요구와 기대의 불일치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으로 정점을 이뤘던 양측 간 외교가 모래 수렁 속으로 빠져들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회담 연기는 6월 이후 수개월간 외교가 정체돼 있는 것을 보여주는 징표”라고 지적했다. CNN은 두 명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하기 전에 북한으로부터 핵 프로그램 사찰 같은 조치를 얻어 내려고 했고, 북한은 제재 완화를 원했지만 미국은 그럴 의향이 없다”고 전했다. 애덤 마운트 과학자연맹 선임연구원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느리지만 확실하게 (북-미) 협상이 붕괴하고 있다”며 “양쪽 모두 핵 제한에 관해 달성할 수 있는 첫 번째 조치를 제안하려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이 이번 회담에선 북한이 요구해온 대로 싱가포르 합의 4개항을 함께 논의한다고 유연한 태도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검증을 받을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재 해제 전에 북한의 호응이 있어야 한다면서 ‘쌍방향(two way)’을 강조한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는 ‘영변 핵시설 등을 검증받지 않고 어떻게 제재 해제를 논하느냐’는 불만이 담겨 있다는 의미다.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신나리 기자}
당초 8일로 예정됐던 북-미 고위급 회담에 공개적으로 한껏 기대감을 드러냈던 청와대는 7일 갑작스러운 연기 결정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은 국무부가 7일 오후 회담 연기 사실을 공식 발표하기 몇 시간 전에 외교 라인을 통해 연기 사실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카운터파트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에게 전해 들었다. 그러나 청와대와 외교당국은 미국이 통보하기 전까지 연기될 것이라는 기류는 읽지 못했다고 한다. 원래대로라면 6일 미국으로 날아갔어야 했던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중국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뉴욕행 비행기 편을 취소했지만 청와대는 이날까지도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6일 브리핑에서 “이번 고위급 회담에서는 새로운 북-미 관계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 문제도 본격적으로 협상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6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고위급 회담에서) 비핵화와 관련해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그러면서도 취소가 아닌 연기라면서 회담 일정이 곧 다시 정해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김 대변인은 7일 국무부의 연기 발표 후 브리핑에서 “회담이 연기됐다고 해서 북-미 회담이 무산되거나, 회담의 동력을 상실했다거나 하는 방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도 이제는 비핵화 프로세스를 거스를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곧 북-미가 다시 마주 앉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 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기간에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 등을 갖고 비핵화 협상 동력이 이어질 수 있도록 협조를 당부할 예정이다. 이어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도 추진한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신나리 기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뉴욕 고위급 회담이 연기되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가 불투명해졌다. 미국은 “회담을 다시 잡을 것”이라며 대화의 문을 열어뒀다. 하지만 대북제재 완화를 놓고 거친 신경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실무회담에 이어 고위급 회담까지 무산되면서 북-미 대화가 좀처럼 교착 상태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뉴욕회담 하루 전에 연기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7일(현지 시간) 네 문장의 짧은 성명을 통해 “이번 주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던 미북 고위급 회담이 나중에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가 전날 뉴욕회담 일정을 공개적으로 발표한 지 하루 만에 회담이 연기된 것이다. 나워트 대변인은 “진행 중인 대화(ongoing conversation)는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무부는 회담 연기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국무부가 뉴욕 고위급 회담 일정을 공식 발표한 지 하루 만에 회담이 연기된 만큼 북한의 통보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회담 연기는 미국의 중간선거와 미중 대화 일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은 9일 폼페이오 장관과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원,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웨이펑허 국방부장의 2+2 외교안보 대화를 가질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영철이 5월 첫 미국 방문 때처럼 이번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했지만 미국이 중국과의 일정 때문에 확답을 못 주자 고위급 회담을 미뤘다는 것. 북-미 고위급 회담 연기 사실이 공개된 것은 8월에 이어 두 번째. 폼페이오 장관이 7월 3차 방북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온 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비핵화 진전이 충분하지 않다”며 4차 방북을 무기한 연기시킨 바 있다.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석 달 만에 ‘되치기’에 나선 셈이다. 하지만 외교 당국은 국무부 성명이 비교적 차분한 어조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대화의 일방이 무너뜨린 것이라고 하긴 어렵다. 멀고 먼 길을 가는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무례한 방식으로 고위급 회담에 어깃장을 놓은 게 아니라는 취지다. 이에 따라 북-미 고위급 회담이 조만간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나워트 대변인이 성명에서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약속을 이행하는 데 지속적으로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는 분석이다. ○ 돌파구 못 찾는 북-미 대화, 모멘텀 상실 우려 이유가 어찌됐든 뉴욕 고위급 회담 연기는 북-미 대화가 좀처럼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결국 북한에 핵시설 사찰과 검증을 위한 구체적인 일정을 요구하고 있는 미국과 제재 완화를 주장하는 북한이 아직 절충점을 찾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폼페이오 장관이 강조했던 게 검증인데 북한이 받아들일 준비가 덜 됐다”며 “제재 해제라든지 연락사무소 개설, 종전선언 등 미국이 쉽게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 같아 만나봤자 소용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일각에선 북-미가 조기에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비핵화 협상의 동력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은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면서 ‘핵·경제 병진노선 부활’ 가능성을 언급하며 핵 개발 재개를 위협하는 상황이다. 외교 소식통은 “북-미가 조기에 비핵화와 상응 조치를 맞바꾸는 문제에서 진전을 이루지 못하면 한반도 정세가 빠르게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 기자 / 베이징=권오혁 특파원}
정부가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연일 ‘한국 때리기’에 나선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물밑 조율에 나섰다. 조현 외교부 1차관은 6일 오후 일본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 비공개로 면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정부가 전날 외교채널을 통해 한국 정부가 조선업계에 공적자금을 지원한 것을 문제 삼아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추진하겠다고 통보하는 등 움직임을 보이자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매우 조심스러운 상황이라 나가미네 대사와의 일정도 외부엔 알리지 않았다”며 “판결 이후 일본 측도 계속 면담을 요청해 왔고 우리도 입장을 설명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초치(招致)라고 보긴 어렵고 긴밀한 외교 협의 차원에서 이뤄진 면담이었다”고 말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30∼40분간 이뤄진 면담에서는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한국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단독 제소하겠다는 방침과 함께 우리가 추진하는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놓고서도 논의를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은 “한국 대법원의 징용판결은 폭거(暴擧)”라고 표현해 논란을 빚었다. 이에 우리 외교부는 “우리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 절제되지 않은 언사로 평가를 내리는 등 과잉대응하는 데 심히 유감스럽다”고 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북한이 미국과 한국을 상대로 잇따라 ‘쌍끌이 외교’에 나섰다. 8일 뉴욕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의 고위급 회담에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보내는 데 이어 14∼17일 경기도에서 열리는 국제행사에 리종혁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겸 북측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대표단을 파견할 의사를 밝혔다. ○ 김영철, 5월 방미보다 하루 더 묵어 미 국무부는 5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장이 8일 뉴욕에서 만나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달성이 포함된 싱가포르 정상회담 공동선언문의 4가지 합의사항의 진전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폼페이오 장관과 함께 뉴욕을 방문한다고 덧붙였다. 워싱턴 조야에서는 김영철이 7일 밤 뉴욕에 도착해 8일 폼페이오 장관과 회담한 뒤 주말까지 미국에 머물다가 일요일 새벽 귀국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1차 방북 때보다 하루 더 일정을 여유 있게 잡았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김영철의 뉴욕행에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동행한다. 비건 대표와 최 부상의 실무급 회담이나 ‘폼페이오 장관과 비건 대표-김 부장과 최 부상’이 참가하는 ‘2+2 회담’이 입체적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회담에서 지난달 초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이후 답보상태에 빠진 협상의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지 주목된다. 북한 비핵화 문제와 더불어 내년 초로 미뤄진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시기 및 장소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요구하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검증, 북한 측이 바라는 제재 완화, 종전선언 등 상응 조치가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5월 말 1차 방미 때 3박 4일 일정으로 뉴욕과 워싱턴까지 방문했던 김영철이 이번에도 워싱턴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는 ‘친서 외교’를 펼칠지도 주목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6일 브리핑에서 “미국 중간선거 이후 새롭게 조성되는 환경과 정세 속에 북-미 협상도 새로운 접근법을 취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주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염수정 추기경 “교황 방북할 때 같이 가겠다” 북-미 고위급 회담이 끝난 지 일주일도 안 돼 북한의 ‘대남통’들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와 아태평화교류협회는 14∼17일 경기 고양시에서 열리는 ‘아시아 태평양 평화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 리종혁 대의원,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 등 7인의 대표단이 참석하는 것과 관련한 방남 승인을 6일 통일부에 요청했다. 올해 82세인 리종혁은 ‘원로 대남통’으로 1994년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뒤 활발한 대남 활동을 펼쳤다. 특히 김일성, 김정일에게 북한 종교 정책의 개방성을 강조한 ‘종교통’이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김정은 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전달받고 “초청장을 보내주면 갈 수 있다”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리종혁이 이번에 염수정 추기경을 만나 초청장을 전할 가능성도 있다. 염 추기경은 평양교구장 서리를 맡고 있어 교회법상 김정은의 초청장을 바티칸에 직접 전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염 추기경은 이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교황이 방북할 때 같이 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여정의 최측근’인 김성혜 실장은 앞서 평창 올림픽 개막식 때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방남한다. 평창 방문 때 김여정이 김 위원장의 친서를 문 대통령에게 전달하며 4·27 남북 정상회담의 물꼬를 튼 만큼 이번엔 김성혜가 연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놓고 사전 답사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흘러나오고 있다.황인찬 hic@donga.com·신나리 기자 / 뉴욕=박용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