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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이상 공직자 총 655명 가운데 전세 세입자는 10명 중 1명꼴도 안 되는 61명(9.3%)에 불과했다. 1급 이상 고위공직자의 자가 주택 보유율은 90.7%로, 국민 주택 자가 보유율이 56.0%(2016년 기준)인 것과 대조를 이뤘다. 고위공직자 중 전세 세입자 61명의 소속은 국방부가 9명으로 가장 많았다. 신고 당시 현역 신분이던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과 이건완 전 공군 작전사령관, 정진섭 해군 작전사령관이 보유 주택이 없다고 신고했다. 김용우 육군참모총장, 정연봉 전 육군참모차장, 전진구 해병대 사령관, 김완태 육군사관학교장도 전세살이를 하고 있다. 올해 8월 군복을 벗은 이순진 전 합참의장이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군 복무 시절 42년간 45번 이사를 했다. 이것이 분단 상태인 조국을 지키는 대한민국 군인의 숙명인 것 같다”고 말해 화제가 된 것도 이사가 잦을 수밖에 없는 군인의 특성 때문이다. 군의 한 간부는 “이사만 10차례 넘게 다녔다. 한때 아파트를 분양받기도 했지만 발령지가 바뀌다 보니 결국 팔아서 전세로 생활했다”고 말했다. 군을 이어서는 산업통상자원부(6명), 법무부와 검찰(5명), 대통령비서실(4명) 등의 순으로 전세 거주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법무부와 검찰은 전체 고위공직자 중 37.5%가 전세로 살고 있었다. 법무부 이금로 차관, 박균택 검찰국장, 김기동 사법연수원 부원장, 공상훈 인천지검장, 정병하 대검찰청 감찰본부장이 전세 세입자로 이름을 올렸다. 인사 발령이 잦아 거주지를 자주 옮겨야 하는 검사들의 직업 특성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비서실에서는 박수현 대변인, 문미옥 과학기술보좌관, 신동호 연설비서관, 최우규 홍보기획비서관, 신미숙 균형인사비서관이 전세 세입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에선 안병옥 차관, 국가정보원에선 김준환 제2차장이 전세 세입자라고 신고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여야는 12일부터 20일간의 국정감사 대장정에 돌입한다. 이번 국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첫 국감이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치러지는 현 정부의 첫 국감이어서 여야 간 격렬한 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 “적폐 청산 목표는 공적 정의 회복” 더불어민주당은 일찌감치 박근혜 이명박(MB) 보수 정부 9년의 적폐 청산을 이번 국감의 지상과제로 천명했다. 추미애 대표는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는 국가 운영과 통치를 함에 있어 권력을 사익 추구의 수단으로 활용했다”며 “적폐 청산에 대해 정치 보복이라는 낡은 프레임을 시도하고 있지만 국가 운영과 통치행위에서 상실된 공적 정의를 회복하고자 하는 것이 적폐 청산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불공정, 불평등의 기득권 중심 정치경제 시스템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추석 전 MB 정부 문건 일부를 공개하며 전의를 다진 민주당은 이번 주부터는 이재정 의원실이 대량 입수한 박근혜 정부 청와대 캐비닛 문건을 공개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국감에서 공격할 포인트도 정비해 놓았다. 국정원의 대선 및 국내 정치 개입을 비롯해 강원랜드 등 불법 특혜 채용, MB 정부의 방송 장악에 대한 문건이 이미 확보돼 있고 이와 관련해 수백 개의 질의 사항이 이미 준비돼 있다는 게 원내대표실의 주장이다. 특히 강원랜드 의혹과 관련해선 취업 청탁의 대가로 금품이 오간 단서까지 확보했다는 것.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보수 정권의 암 덩어리와도 같은 적폐를 하나둘 공개하고 철저한 수사로 이끌어내는 게 목표”라고 했다.○ 한국당, ‘정치 사찰’ 의혹 제기 자유한국당은 민주당의 적폐 청산 공세를 ‘정치 보복’ 프레임으로 일축하며 대대적인 반격을 예고했다.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를 ‘신(新)적폐’, 노무현 김대중 정부를 ‘원조 적폐’로 규정하며 되치기에 나섰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좌파 포퓰리즘, 한심한 안보의식, 정치 보복에 맞서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겠다”며 “국정감사를 최후의 낙동강 전선이라 생각하고 원조 적폐와 신적폐를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당은 또 이명박 정권을 향한 문재인 정부의 사정(司正)에 대해 ‘정치 사찰’ 의혹으로 맞불을 놓았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수행비서의 통신자료가 수사기관에 제공된 사실을 공개했다. 홍 대표 수행비서의 통신자료는 최근 1년간 수사 기간 외 6차례 조회됐으며 이 중 2건은 현 정부 출범 이후인 8월 21일(육군본부)과 8월 7일(서울중앙지검)인 것으로 나타났다. 홍 대표는 “내가 (개인) 전화기는 사용하지 않으니까 수행비서 전화기만 군, 검찰, 경찰 등 5군데서 (조회)했다. 정치 사찰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국민의당, 어디를 공격하나 “‘적폐 청산’이냐 ‘정치 보복’이냐. 이 중 하나만 선택하면 국감은 오히려 수월하다. 그러나 우리는 사정이 좀 다르다.”(국민의당 소속 보좌관) 국민의당은 이번 국감에서 여권과 야권 가운데 어느 쪽으로 대치 전선을 형성해야 할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겉으로는 국민의당도 보수정부에 대한 적폐 청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내심 민주당이 적폐 청산의 정치적 과실을 모두 가져갈 가능성이 큰 만큼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도 하고 있다. 그렇다고 문재인 정부를 정면 겨냥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눈치다. 지지 기반인 호남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향후 민주당과 선거구제 개편 협상 등을 앞둔 상황에서 최근의 ‘협치 모드’가 깨져 버리면 더욱 손해 볼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런 배경에서 “MB를 구속 수사하라”(박지원 전 대표)는 말과 “적폐 청산은 반드시 해야 하지만 그것이 미래를 포기할 정도는 아니다”(김동철 원내대표)라는 메시지가 동시에 나오기도 했다. 장관석 jks@donga.com·홍수영 기자}
검찰이 이명박(MB)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이 보수단체와 함께 고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 취소 청원을 모의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전담 수사팀은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A 씨와 보수단체 간부 B 씨가 김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 김 전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취소를 청원하자고 논의한 e메일을 압수해 분석 중이라고 8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이 e메일을 주고받은 다음 실제 행동으로 옮겼는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해당 보수단체는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한 2009년 8월 18일 “고인은 민주화와 외환위기 극복에 일정 공로가 있었지만 지역감정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며 “반헌법적 6·15공동선언을 통해 대한민국 정체성을 훼손하고 김정일 독재정권의 수명을 연장시킨 점은 후일 역사가 정당하게 평가할 것”이라는 논평을 냈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에 따르면 이 단체는 2009∼2011년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정치인과 교수 등을 규탄하는 집회나 가두시위에 참여하거나 성명을 발표하고 시국선언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김대중 정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MB를 당장 구속 수사하라”는 글을 올렸다. 박 전 대표는 “DJ 노벨 평화상을 취소하려 모의했다니 천벌을 받아 마땅하다. 이게 적폐가 아니면 공로패라도 받아야 하느냐”며 “천하의 못된 짓은 다 모아 자행한 MB, MB 정부 주동자, 가담자는 철저히 발본색원해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현 대변인도 “이명박 전 대통령은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고 국민에게 석고대죄해야 마땅하다”고 비판했다.허동준 hungry@donga.com·장관석 기자}

이명박(MB) 전 정부를 겨냥한 정부 여당의 적폐 청산 드라이브가 본격화되면서 전·현직 정권이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여권은 하루가 멀다 하고 MB 정권의 각종 의혹을 담은 문건을 공개하며 MB 측을 압박하고 있다. “MB는 탄핵돼야 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MB 측은 전날 이 전 대통령의 페이스북 글을 계기로 핵심 참모들이 일제히 반격에 나섰다. “노무현 정부 시절 자료를 공개할 수 있다”며 역공을 예고했다. 하지만 키를 쥐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여야 4당 대표 만찬에서 “비리가 불거져 나오는데 못 하도록 막을 수는 없다”고 밝힌 만큼 적폐 청산을 둘러싼 논란은 이제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당정, 적폐 청산 다걸기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각종 적폐 청산 관련 조직을 신설하며 박근혜, 더 나아가 MB 정권의 각종 의혹과 문제점을 공론화하겠다는 구상을 실천했다. 청와대 지시에 따라 각 부처에 설치된 적폐 청산 태스크포스(TF)가 대표적이다. 가장 먼저 치고 나선 곳은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다. 2012년 대선 댓글사건 등 국정원의 정치 개입 자료를 찾아 검찰에 넘겼고, 29일 ‘정부 비판 세력 제압활동’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국세청 국세행정 개혁 TF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의 계기로 작용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 착수 배경을 조사 중이다. 여기에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이날 검찰의 과거 권한 남용 및 인권 침해 규명을 위한 ‘검찰 과거사 조사위원회’를 설치하라고 권고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수사 △정연주 전 KBS 사장 배임 혐의 수사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 수사가 조사 대상에 거론된다. 민주당은 이와 별도로 이미 박범계 위원장을 필두로 적폐청산위원회를 따로 꾸렸다. 국정원 출신인 김병기 의원, 검찰 출신 금태섭 백혜련 의원, 이재정 의원 등 대야 전투력이 강한 의원이 대거 포함됐다. 수시로 회의를 하며 지난 정부 문건을 대거 입수해 발표했다. 야권에서는 민주당 적폐청산위와 각 부처 TF 간에 ‘적폐 청산 공조’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부처 TF가 확보한 지난 정부 문건과 비리 첩보가 민주당 의원들에게 넘어오고 언론이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해 검찰 수사 착수의 명분을 만들어 주고 있다는 것. ○ MB 정부, KBS 간부 성향 분석 문건 생산 논란 특히 최근 공개된 문건은 MB를 노골적으로 겨냥하고 있다. MB 정부에서 국방부 장관을 지낸 김관진 전 장관이 사이버 사령부 댓글 활동을 보고받은 문건이 공개되고 김 전 장관이 출국 금지되자 보수진영의 위기감은 극에 달했다. 민주당이 공개한 MB 정부 문건에는 언론인 성향을 분석한 내용도 있다. ‘KBS 내 좌파 성향 주요 간부’라는 제목의 첨부자료에는 KBS 간부의 이름과 출신 지역, 정치 성향이 명시됐다. 문건은 김인규 사장 교체를 검토하면서 ‘노조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고 평가했다. 시사제작국장 A 씨는 ‘호남, 전 정권하 청와대 출입 정치부장’이라는 꼬리표와 함께 “4대강 행사에 대한 길환영 당시 부사장의 ‘VIP 참석 중계준비’ 지시를 거부했다”고 적었다. ○ “MB 탄핵됐어야” vs “노무현 김대중 정부에 대해 아는 것 있다” 여야의 대치 수위는 한층 고조됐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MB 정부는 사찰공화국, 공작공화국이다. 이 전 대통령은 적폐 청산이 국익을 해칠 것이라고 반발했지만 이는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이재정 의원은 “(MB 정부) 청와대가 총선팀을 꾸리고 선거운동을 한 정황도 있다. 사실이면 이 전 대통령은 탄핵을 통해 물러났어야 할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노 전 대통령 일가의 640만 달러 뇌물 수수 의혹에 대해 재수사를 촉구하면서 “MB 정부에 대한 수사는 노무현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 쇼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권양숙 여사와 노 전 대통령 가족에 대해 고발을 검토할 수 있다”고도 했다. MB 정부에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김두우 씨는 이날 라디오에 나와 “노무현 정부에서는 적폐가 없었느냐. DJ(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어땠겠나. 그 시절에 벌어졌던 적폐 가운데 우리가 알고 있는 것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전전(前前) 정권인 MB를 건드리면 전전전(前前前) 정권인 노무현, 전전전전(前前前前) 정권인 김대중 정부의 적폐도 공개할 수 있다는 것으로 들린다. 장관석 jks@donga.com·송찬욱·강경석 기자}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 드라이브’에 대해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28일 “퇴행적 시도”라며 반격을 시작했다. “적폐 청산이냐”, “정치 보복이냐”를 둘러싼 정치권의 여론전에 전직 대통령이 직접 가담함으로써 전·현 정권이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추석 연휴 이후 국회의 국정감사와 검찰 수사의 진행 상황에 따라 사태가 더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 MB “퇴행적 시도, 국익 해쳐” 이 전 대통령이 여권이 추진하는 적폐 청산 작업에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입장을 밝히기 전에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대책회의를 직접 주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 측 인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전 대통령은 대단히 격앙됐고, 오히려 주변에서 좀 말리기도 했다”면서 “오늘 페이스북에 쓴 표현은 이 전 대통령이 직접 고른 것으로 보면 된다”고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보통 연말이나 명절에 즈음해 메시지를 내왔다. 이번에 마침 추석 연휴를 앞두고, MB 정부 시절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 의혹 관련 문건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적폐 청산 태스크포스(TF) 등을 통해 줄줄이 공개되면서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생각을 굳혔다는 것이다. 최근 여권에서는 이 전 대통령을 정조준하는 기류가 노골적으로 감지됐다. 특히 19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국가정보원의 ‘서울시장의 좌편향 시정 운영 실태 및 대응 방안’ 문건 작성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을 직접 고발한 데다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을 검찰이 출국 금지하는 등 이 전 대통령 측에서도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을 것이란 얘기가 흘러 다녔다. ○ MB 향하는 여권의 적폐 청산 칼날 현재 MB 정부 관련 수사는 서울중앙지검과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의 긴밀한 공조로 진행되고 있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산하 적폐 청산 TF가 MB 정부 당시 국정원 기밀 자료를 찾아내면 서울중앙지검이 이를 받아 수사하는 방식이다. 청와대가 캐비닛에서 발견했다는 이 정부 시절 문건도 수사의 발화점이 되고 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13년 검찰의 국정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검사장을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 발탁하고, 댓글사건 수사팀 검사 여러 명을 서울중앙지검에 배치하면서 ‘국정원 수사 시즌 2’를 예고했다. 수사팀은 박근혜 정부 시절 불이익을 받았지만 수사는 공교롭게도 MB 정부 시절 위법 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검찰은 수감 중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66)을 첫 소환 조사한 데 이어 추석 연휴 중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사이버 외곽팀의 활동비로 유용한 혐의로 추가 기소할 방침이다. 검찰은 MB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박원순 서울시장을 겨냥한 정치 공세 의혹도 수사 중이다. 여당도 협공을 펼치고 있다. 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는 이날 MB 정부 당시 청와대, 국정원 등에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 7건을 공개했다. 김효재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의 보좌관이 자택으로 유출했다가 디도스 특별검사팀에 압수됐던 문건이다. 먼저 공개된 ‘야권 지자체장의 국정운영 저해실태’ 문건에는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 당시 야권 광역·기초단체장 31명의 성향이 분류돼 있다. 또 ‘KBS 관련 검토사항’ 문건에는 핵심 인사들의 정치 성향 분류와 더불어 “김인규 사장으로 KBS 정체성 확립이 어려울 경우 사장을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적혀 있다. ○ 전·현 정권 전면전 비화 가능성도 이 전 대통령은 “때가 되면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향후 수사를 지켜본 뒤 추가 대응 가능성을 열어뒀다. 일각에서는 노무현 정부 시절 적폐에 대한 맞불 공개도 거론된다. 청와대는 이 전 대통령의 입장 표명에 대해 어떠한 공식 반응도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문제는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만 말했다. 자칫 전·현 정권, 또 진보-보수 진영 간 대립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신 민주당은 이 전 대통령의 입장 발표에 즉각 “당당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전전직 대통령은 침묵하시면 된다”고 했다.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가 정치보복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홍수영 gaea@donga.com·황형준·장관석 기자}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정치인 출신의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 행정안전부 김부겸 장관을 두고 때 아닌 ‘실세 장관’ 논란이 벌어졌다.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국토부 김 장관을 상대로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에 대한 질의를 쏟아냈다. 자유한국당 윤상직 의원은 “국토부가 매번 법안을 원안대로 통과시켜 달라고 뻗댄다. 실세 장관이 ‘이것 아니면 안 된다’고 드잡는 것이냐”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소위 말하면 ‘실세 장관’이신 만큼 수도권 외곽 고속도로에 대한 결정을 조속히 내려 달라”고 하자 김 장관은 “아…. 그러시면”이라며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 권성동 법사위원장은 “장관은 다 실세다. 실세 장관 따로 있고 허세 장관 따로 있는 것 아니니 발언에 유의해 달라”고 했다. 이어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국토부 김 장관이 ‘실세 장관’ 언급에 부인을 하지 않는데,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더 실세 아니에요”라고 물었고 급기야 방청석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박 의원까지 지역 SOC 현안에 대해 질의하자 김 장관은 “챙겨 보겠다”고 답했고, 권 위원장은 “여기가 법사위인지 국토위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현미 장관과 김부겸 장관은 평소 법사위에 출석해서도 비교적 여유가 있는 편이다. 5일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법사위 법안 심사를 앞두고 대기석에서 밑줄을 쳐 가며 자료를 검토하자 함께 대기하던 김부겸 장관은 “여기 와서 공부하는 것 아니에요”라며 훈수를 두기도 했다. 권 위원장은 행안부 김 장관에게 “공무원이 영혼이 있느냐. 국민 다수 지지를 받은 정부의 통치철학을 거부할 수 있느냐. 이 정부는 왜 이렇게 직업공무원을 괴롭히느냐”고 따져 물었고, 김 장관은 “국가공무원이 처한 어려움에 대해 깨달은 게 있다. 내각에 잘 전달하겠다”고 답변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논의가 26일 국회 차원에서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지만 여야 간 견해가 첨예하게 대립해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여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공수처 법안 통과가 목표지만 자유한국당이 설치 자체를 반대하고 있어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오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공수처 설치 법안 3건 등 총 20건의 법안을 상정해 심의했다. 국회에 계류된 공수처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양승조 의원, 정의당 노회찬 의원 발의안 등 3건이다. 법무부는 법무·검찰개혁위원회를 통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 권고안을 발표했지만 아직 정부안을 확정하지 못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소위에서 “검찰 개혁의 상징으로 국민이 가장 지지하는 방안이 공수처”라며 “공수처의 수사 대상과 범위 등 권한은 얼마든지 유연하게 협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대통령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기관을 또 만들 필요가 없다”며 공수처 설치 자체를 반대했다. 한국당 윤상직 의원도 “공수처는 옥상옥이다. 또 다른 무소불위의 권력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공수처 설치에는 찬성하지만 상정된 법안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은 “사법개혁의 차원에서라도 공수처 설치에 찬성한다”면서도 “한국당 의원들이 제기한 우려도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닌 만큼 문제 되는 부분을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가 공수처장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게 하는 등의 중간 장치가 있어야 공수처의 객관성과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현재 건설이 중단된 신고리 5·6호기는 계속 짓는 게 맞는다는 의견을 밝혔다. 안 대표는 26일 울산의 한 식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고리 원전 문제의 대안 중 하나로 노후화한 원전의 설계수명이 다할 때 셧다운(폐쇄)시키고, 대신 훨씬 더 안전하고 이미 투자한 5·6호기는 계속 진행하는 게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모든 걱정은 지진에서 나왔기 때문에 안전한 설계 하에서 (신고리 5·6호기) 공사가 진행될 수도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신고리 5·6호기 논란에 대해 “대통령이 먼저 결정하고, 정당 간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을 뒤에 보완하려다보니 논의가 꼬였다”며 “절차적 문제에 따른 문제 소지가 많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국민의당은 기본적으로 탈원전의 방향을 잡고 있지만, 당장은 불가능하다. 원전을 대체할 발전 수단이 없고 특히 다른 대안은 전기료가 몇 배나 뛴다. 당장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신고리 5·6호기 건설과 관련한 공론화 과정은 5~10년 정도로 길게 잡고 문제를 정확히 분석해서 답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날부터 27일까지 부산, 울산, 경남을 찾아 지역 민심을 다지기에 나섰다. 이날 안 대표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서 대학생들과 만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에)잘 대비해야 대학생들이 미래 걱정 없이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며 살 수 있지만, 지금 정부나 정치가 그 역할을 잘 못 하고 있다”며 “제대로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독려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게 나의 역할인 것 같다”고 말했다.장관석기자 jks@donga.com}
국민의당이 25일 공식 석상에서 선거구제 개편 문제를 본격 거론하며 여권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정치적 뒷거래에 불과하다”고 반발하고 더불어민주당이 공개 발언을 자제하고 있어 추후 진통이 예상된다. 국민의당 박주현 최고위원은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중진이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선거제도 개편과 분권형 개헌을 추진한다는 데 합의했고, 이에 의원들이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 동의안) 가결하는 쪽으로 마음을 움직였다”며 “이제 정부와 여당이 답할 차례”라고 주장했다. 최명길 최고위원도 “정당 득표율과 의석 비율이 수렴하지 않는 제도는 민주주의의 적”이라며 “정치 변화를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가 선거제도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김명수 대법원장 인준문제를 놓고 국민의당과 물밑 접촉을 하면서 선거구제 개편에 적극 협력하기로 논의한 이후, 국민의당 지도부가 공개회의 석상에서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한 것이다. 정의당도 선거제도 개혁에 적극적이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사표(死票)를 양산하는 승자 독식의 현행 선거제도는 인위적으로 다수당을 만드는 불합리한 제도”라며 “국민의 뜻에 비례해 국회를 구성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은 내부적으로 비례대표 득표율에 상응하는 의석수를 보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양당제 폐해를 막고 다당제 문화를 정착할 수 있다고 본다. 여기에는 지역구 의원 1명을 뽑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면 자유한국당 등 거대 양당의 반대가 불보 듯 뻔하니 비례성을 늘리는 방안부터 논의하자는 현실적 계산도 깔려 있다. 박주현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와 만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현재보다 비례대표 의석수를 16석만 더 늘려도 표의 등가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는 보수 야당의 반대가 관건이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여권과 국민의당이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을 앞두고 ‘분권형 개헌, 선거구제 개편, 고소 고발 취하’ 등 정치적 뒷거래를 벌였다”며 “이는 타협도 아닌 정치적 매수이자 정치 상도를 벗어난 적폐”라고 비판했다. 중대선거구제나 연동형 비례제 등 비례성을 높이는 여러 방안이 다수당보다는 소수당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여야 정치권이 추석 이후 열리는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놓고 팽팽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여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처음 열리는 국감의 초점을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적폐 규명”에, 야당은 “현 정권의 잇따른 인사 참사와 안보 무능”에 두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이병기 전 국가정보원장을 보수 정권 실정과 관련한 국회 운영위원회 증인으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을 2012년 대선 당시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활동 승인 의혹에 대한 국방위원회 증인으로 신청할 계획이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공영방송 장악 문건 의혹과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주요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에 맞서 자유한국당은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비롯한 인사라인을 증인으로 불러 문재인 정부의 인사 실패를 규명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또 외교안보 정책 실패와 전술핵 등 북핵 해법을 묻기 위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를, 여성 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을 증인으로 신청하기로 했다. 특히 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부부싸움 끝에 권양숙 씨가 가출하고,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쓴 글은 여야 갈등에 기름을 끼얹었다. 오상호 노무현재단 사무처장은 24일 “유족 명의로 25일 고발장을 제출할 예정”이라며 “부부싸움도 없었고 권양숙 여사가 가출한 사실도 없어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했다. 앞서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불리는 김경수 민주당 의원은 23일 페이스북에 “허위 사실로 고인과 유족을 욕보이셨으면 그에 따른 응분의 법적 책임을 지시면 된다. 사과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한국당은 정 의원을 엄호하면서 노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의혹 관련 사건을 재수사하라고 맞섰다. 강효상 한국당 대변인은 23일 “여권이 ‘정신 나간 망언’, ‘부관참시’ 등의 말을 쏟아내며 명예훼손의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나섰다”며 “권양숙 여사와 아들이 박연차 씨로부터 수백만 달러를 받은 것은 허위 사실이냐”고 반문했다. 정 의원은 논란이 커지자 23일 다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노무현 대통령의 비극적 결심이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보복 때문이었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서 올린 글이다. 노 전 대통령이나 가족에게 상처를 주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김명수 대전(大戰)’에서 승리한 여권은 22일 야당에 대해 화합의 메시지를 던지며 협치를 다짐했다. 반면 치명상을 입은 보수야당은 내부 분열과 정계개편의 조짐까지 보이는 등 후유증을 앓았다. 하지만 여권도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을 처리하는 과정에 ‘선거구제 개편’ 등 숙제를 잔뜩 떠안아 향후 정국의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민주, “협치”…국민의당 구애전략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명수 인준안 통과 과정에서 경험한 협치 정신을 항상 되새기며 국민의 기대에 응답하는 정기국회가 되도록 노력해 가자”고 당부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간절한 마음으로 야당에 먼저 찾아가고 손을 내밀겠다”고 말했다. 여권의 구애는 사실상 국민의당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핀포인트 협치’다. 임명동의안을 마지막까지 결사반대했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포기하더라도 결정적인 캐스팅보트를 행사해 도움을 준 국민의당과 함께 가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원내외에서는 국민의당의 마음을 얻기 위한 전방위 전략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대선 과정에서 국민의당과 벌였던 고소 고발 사건 20여 건을 최근 취하했고, 당청은 임명동의안 논의 과정에서 국민의당과 공감대를 이뤘던 선거구제 개편과 분권형 개헌 논의의 첫발을 뗐다. 전병헌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이날 국회로 바로 달려가 민주당 지도부를 만나 선거구제 개편 등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전 수석은 기자들에게 “선거구제 개편의 기본 원칙에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큰 차이가 없어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충분히 합의점을 이뤄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청와대가 국회 특위의 활동 결과만 지켜보는 것은 책임정치에 맞지 않고 강하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밝히고 있어 약간의 온도 차가 감지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급할 때만 읍소하지 말고 국회의 합리성을 존중해 말이 아닌 행동으로 협치를 실천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여권을 압박하기 위해 시민사회와 정치권이 선거구제 개편을 함께 논의하는 ‘민정연대’ 출범도 계획하고 있다.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은 2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시민사회 연대체인 ‘정치개혁 공동행동’에 여야 5당에서 중진 2명이 참여하는 원탁기구를 열자고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보수 야당발’ 정계개편 탄력 받나 임명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134표의 반대표가 나오면서 한국당(107석)과 바른정당(20석) 등 보수 야당은 의석수 부족이라는 분명한 한계도 드러내 정계 개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당장 바른정당에서는 김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가결로 당내 자강파와 통합파 간의 갈등이 불거졌다. 전날 김 대법원장 반대 당론에도 자강파인 하태경 최고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고 공개하자 통합파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별난 사람하고는 당을 같이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하 최고위원은 “주 권한대행 자신의 전략이 실패한 것인데 인신공격을 하면 안 된다”고 각을 세웠다. 보수 정당들의 이합집산은 다음 달 중순 한국당의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과 11월 13일 바른정당 전당대회 즈음이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반(反)문재인’을 기치로 김무성 의원을 비롯한 바른정당 통합파들이 어떤 형태로든 움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두 당의 일부 의원들이 함께하는 ‘국민통합포럼’ 등이 가동되고 있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이나 연대 가능성도 아직은 열려 있다. 또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야3당의 ‘수도권 연대’를 거론하면서 연대를 모색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우열 dnsp@donga.com·장관석·송찬욱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지명된 지 정확히 한 달 만인 21일 오후 2시 국회 본회의장.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됐다. 각 당 의원총회를 끝낸 의원들이 모두 자리에 앉는 데 5분이 걸리지 않았다. 수감 중인 1명만 불출석하고, 장관직을 겸하고 있는 김부겸 김현미 도종환 의원 등 나머지 298명 전원 출석이었다. 투표함 주변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의 부산고 1년 선배인 같은 당 김정훈 의원에게 다가가 손을 잡았다. “당론대로 부결 투표를 해달라”는 부탁이었다. 투표 뒤 개표가 시작됐다. 그런데 개표를 지켜보던 감표(監票)위원인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이 갑자기 뒷머리를 크게 쓰다듬었다. 그때 본회의장 첫 줄에 앉은 같은 당 이훈, 전현희 의원 등이 박수를 치며 웃었다. ‘가결됐다’는 신호였다. 한국당 의원들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졌다. ○ 찬성 주도한 국민의당 호남 의원들 이날 본회의 출석 의원 298명 중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찬성한 의원은 160명이었다. 가결 정족수(150명)보다 10명을 웃돈 결과로,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던 여당 예상과 달리 다소 여유 있게 통과된 것이다. 열흘 전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표결 때 얻었던 찬성표(145표)보다 15표가 늘었다. 민주당 의원 121명에 김 후보자 인준에 찬성했을 것으로 보이는 여권 성향 의원 9명(정의당 6명, 새민중정당 2명, 정세균 국회의장)을 합해도 130표에 불과하다. 이탈표가 한 명도 없다면 30표가 야당에서 넘어왔다는 얘기다. 보수 야당에서는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이 투표 뒤 찬성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고, 찬성 태도를 보였던 김정훈 의원은 “많이 부담이 됐다. (찬반 여부는) 말 못하겠다”고 말했다. 2명 외에 찬성표가 없다면 국민의당 의원 40명 중 28명 내지 29명이 찬성표를 던졌다는 계산이 나온다. 애초 국민의당에선 “호남 출신 김 전 헌재소장 후보자는 낙마시키고, 부산 출신의 김명수 후보자를 통과시켜 준다면 (당의 지지 기반인) 호남에서 역풍이 불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호남 중진들은 “김 후보자의 사법개혁 의지를 평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김 후보자 인준안 통과 직후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의원들이 숱한 고민과 고뇌 끝에 이성이 감성을 누르고 이겼다”고 했다. ○ 선거구제 개편 추진 약속도 주효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선거구제 개편과 분권형 개헌에 청와대가 적극 나서겠다는 청와대와 여당의 약속도 주효하게 작동했다”고 전했다. 며칠 전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 정대철 전 의원 등 호남 중진들이 전병헌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정 의원이 이런 요구를 했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국민의당 측에 이런 다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표결 직후 박지원 의원도 “청와대와 민주당에서는 분권형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논의를 약속했다”고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간 국민의당은 다당제 안착을 위한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을 주장해 왔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의당 지도부에게 직접 전화를 하고,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8시간 동안 국회 의원회관을 돌며 국민의당 의원 21명을 일일이 만나 표결 협조를 요청하는 등 당청은 총력체제를 가동했다. 그런 가운데 일부 초선 그룹과 친안(친안철수)계 의원들의 이탈 조짐도 만만찮았다. 김 후보자의 동문인 안철수 대표는 이날 오전 의총에서 “사사로운 이해관계를 떠나 사법부 독립을 수호할 수 있는 인물인지라는 단 하나의 높은 기준으로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 등 중진그룹이 안 대표에게 “찬반 입장을 분명히 밝혀 국회를 선도하는 면모를 보여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안 대표는 끝까지 ‘권고적 당론’을 수용하지 않았다. 한편 김 후보자를 당론으로 반대했던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아침부터 일부 부산 지역 의원들의 이탈 움직임을 진화하는 데 시간을 보내는 등 자중지란(自中之亂)으로 국민의당을 설득할 시간을 뺏겼다.최우열 dnsp@donga.com·장관석 기자}
“‘동성애’ ‘동성혼’을 스팸 단어로 설정해도 소용없이 계속 메시지가 온다.”(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의원들에게 ‘동성애 반대’ 문자메시지가 쏟아져 몸살을 앓고 있다.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의 쟁점이던 ‘동성애 합헌’ 우려가 개헌특위로 옮겨 붙는 양상이다. 개헌특위에서 헌법상 ‘양성 평등’을 ‘성평등’으로 바꿔 개정하자는 의견이 나온 것을 두고 기독교계가 동성애와 동성혼을 허용하는 것으로 우려한 데 따른 것이다. 동성애 반대 ‘문자 폭탄’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있다. 이전에 ‘문자 폭탄’을 ‘문자행동’이라고 치켜세운 적이 있는 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최근 500여 통의 문자를 받았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손 의원은 글에서 “김이수 후보 안 된다고 이틀간 500개 넘는 문자 보낸 분들, 오늘부터는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 절대 안 된다고 다시 문자를 보내기 시작한다”며 “반복되는 문자행동에 진실성이 의심되는 사람은 저뿐일까요”라고 썼다. 한편 김명수 후보자는 “동성애를 지지하거나 옹호한다는 입장을 결코 표명한 바 없는데도 허위 내용이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대량으로 유포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대법원 공보관을 통해 밝혔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8일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직후 국민의당을 향해 던진 이른바 ‘땡깡’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추 대표는 이날 “제 발언으로 마음 상한 분이 계시다면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사법부 수장을 상대하는 인준 절차에 예우와 품위가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한 데 이어 추 대표까지 사과함으로써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국회 인준 절차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당장 추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던 국민의당은 발언 직후 청문보고서를 채택한 뒤 본회의 표결에 부치자는 기류로 바뀌었다. 그러나 보수 야당은 여권이 인준을 서두르는 것을 “불량 상품 강매행위”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크게 3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무엇보다 진보성향 판사 연구모임에서 함께 활동한 부장판사와 배석판사가 대법원장과 대통령법무비서관을 동시에 맡는 것에 반감이 가장 크다. ‘도제식 교육’을 받는 부장과 배석의 친밀도는 판사들 사이에서 ‘사제지간보다 더 가까운 관계’로 불리는데, 이들에게 사법부 인사와 정책을 총괄하는 자리를 동시에 맡긴 사례는 사법부(司法府)가 사법부(司法部)로 불리던 군사정부 시절에도 없었다는 것이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 때 “거꾸로라면 그렇지만…”이라고 반박했다. 주호영 대법원장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은 “김 후보자는 내내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의결기구화하는 안이다. 판사 90여 명으로 구성된 법관회의가 전체 2974명 판사의 의사를 대변한다고 볼 수 있냐는 것이다. 의결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는 이 회의는 진보 성향의 일부 판사가 모임을 주도해왔다. 김 후보자 측은 이날 동아일보에 “법원 내부의 의사를 모아 결정할 사항”이라며 “사법부 내부의 민주주의와 국민을 위한 재판이 실현되는 방향으로 정책 결정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헌법 개정의 방향에도 역행한다는 것이다. 보수 야당과 국민의당 등 야3당은 대법원장 후보자는 반드시 대법관추천위원회의 제청이 있어야 한다는 헌법 개정안을 제안했다. 대법관은 추천위를 거치는데, 대법원장은 곧바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현행 제도의 허점을 청와대가 악용했다는 것이다. 판사 출신인 한국당 여상규 의원은 “대법관 중 한 명이라면 괜찮다. 이대로 인사를 강행하는 건 다른 대법관 12명을 모욕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세균 국회의장이 해외순방 일정(19∼30일)을 연기해 양승태 대법원장의 임기 만료일(24일) 전 직권상정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직권상정을 하려면 여야 합의로 ‘원포인트 본회의’ 일정을 잡아야 한다. 또 가결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 청와대와 여권 고위 인사들이 국민의당 의원들을 상대로 ‘맨투맨’ 설득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들린다. 일각에선 청와대가 김형연 법무비서관 사퇴 등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장관석·배석준 기자}

국회 인사청문회 이후 경북 포항에 머무르던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49)는 15일 오전 청와대에 전화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여권 관계자는 “박 후보자의 자진 사퇴 결정에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박 후보자에게 직접 ‘정말 미안하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최연소 장관 후보자 22일 만의 사퇴 당초 인사청문회 직후만 해도 박 후보자는 사퇴할 의사가 없었다. 하지만 13일 청문보고서가 ‘부적격’으로 결론이 나고 여당도 이를 방조하면서 마음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자신의 거취 문제가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 문제와 연관된 것도 마음을 정한 결정적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여당 의원은 “공을 넘겨받은 청와대가 박 후보자 임명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시간을 끈 것을 사실상 박 후보자는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최연소 장관으로 지명됐던 박 후보자가 22일 만에 사퇴한 데 대해 임 비서실장은 직접 춘추관 기자실을 찾아 사과했다. 임 비서실장이 인사 문제와 관련해 사과한 것은 5월에 이어 두 번째다. 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인사 참사라며 비판에 나섰다. 자유한국당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박 후보자 사퇴는 사필귀정”이라고 했다. 바른정당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당연한 결과다.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자를 여당이 앞서 반대해야 했던 웃지 못할 코미디”라고 했다. 국민의당 이찬열 의원은 “‘자격 미달’ 후보자가 청문회까지 온 것 자체가 문제다”며 “조현옥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과 조국 민정수석비서관 등 책임자에 대한 문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靑, 김명수 후보자 24일 이전 처리해야 청와대와 여당은 박 후보자의 사퇴로 트인 정국의 숨통을 김명수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통과시키는 동력으로 가져가려는 자세다. 임 비서실장은 이날 “행정부도 그리고 입법부도 사법부를 단 하루라도 멈춰 세울 권한은 없다”며 “사법부 수장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양승태 대법원장이 퇴임하는) 24일 이전에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처리해 달라”고 국회에 호소했다.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이제 국회가 화답할 차례”라며 “청와대와 박 후보자가 국회의 결정을 존중한 만큼, 국회도 김 후보자 인준에 적극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대한 캐스팅보트도 원내 3당인 국민의당이 쥐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이 박 후보자 사퇴로 한발 물러선 만큼 국민의당도 전보다 협조적이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박 후보자와 김 후보자를 연계하는 일은 결코 없다”며 “(땡깡, 골목대장 등의) 막말을 내놓은 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사과가 우선”이라고 했다. 장진영 최고위원은 민주당 추 대표를 향해 “잊을 만하면 나타나 독설을 내뱉는 ‘관종’(관심 종자)”이라 했다. 박지원 전 대표는 “청와대가 박 후보자 사퇴와 김 후보자 임명을 갖고 우리와 딜(거래)을 해보려다 국민의당 입장이 강경하니 (박 후보자를) 던진 것 아니냐”고 했다. 내부적으론 국민의당이 ‘반(反)사법개혁 세력’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계산도 하고 있다.○ 김명수 청문보고서 채택 불발 김명수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김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을 논의했지만 한국당이 김 후보자의 위증 의혹을 제기하면서 합의는 불발됐다. 이날 한국당 간사 주광덕 의원은 “김 후보자가 이용한 여행상품 중 ‘맞춤 VIP 크로아티아’의 1인 경비 602만 원을 아내와 함께 쓴 것으로 답변한 것은 위증”이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13일 청문회 때 주 의원이 “맞춤 VIP 크로아티아 602만 원 부인하고 둘이 간 것이냐”고 하자 “그렇습니다. 딸 시집보내고 아들이 사법연수원 들어간 뒤 부부끼리 여행을 많이 다닌 건 사실”이라고 답했다. 주 의원은 부부가 크로아티아 여행 경비로 1204만 원을 지불했고, 결과적으로 전체 여행 경비도 기존 2100만 원이 아닌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 간사인 전해철 의원은 “당시 청문위원의 질문이 1인 경비인지 2인 경비인지를 특정한 것은 아니었다”며 “질문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김 후보자가 막연하게 ‘부인과 같이 간 것’이라고 했을 뿐이다”고 해명했다. 국민의당 간사인 손금주 의원도 “위증의 고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여야는 18일 청문보고서 채택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장관석 jks@donga.com·한상준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에 대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이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논의를 전면 중단시켰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등이 국민의당을 향해 “땡깡” “적폐연대” 발언을 한 데 반발한 것이다. 국민의당은 14일 의원총회를 열고 민주당 추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의 사과 없이는 김 후보자 처리와 관련한 어떤 절차적인 협의에도 임하지 않기로 했다고 최명길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국민의당 의원들은 청와대의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와 김 후보자의 표결도 연계하지 않기로 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추 대표를 겨냥해 “‘시정잡배’ 수준의 망언”이라고 했고, 다른 의원은 “우 원내대표가 야당에 들인 노력을 추 대표와 청와대가 다 까먹고 있다”고 말했다. 중진들은 김 후보자까지 낙마하게 되면 국민의당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호남 의원 10여 명이 현재 김 후보자에 대해 반대 입장을 갖고 있고, 비례와 초선을 중심으로 한 친안(친안철수)계도 반대 기류가 강하다. 정치권에선 추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 시즌 2가 시작됐다는 말도 나왔다. 추 대표는 국민의당이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 씨 관련 제보 조작 사태로 수사를 받던 7월 “당 선대위원장이었던 박지원 전 대표, 후보였던 안철수 전 의원이 몰랐다는 것은 꼬리 자르기가 아니라 ‘머리 자르기’”라고 했다. 격분한 국민의당은 국회 일정을 보이콧했고,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의 ‘대리 사과’를 받아들여 국회에 복귀했다. 여야 간 협의 중단이 계속되면 양승태 대법원장의 임기 만료(24일) 이후로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이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장관석 jks@donga.com·최고야 기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다음 날부터 이틀 동안 긴장감 속에 진행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회가 13일 마무리됐다. 여당은 ‘제2의 김이수 사태’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을 갖고 있다. 국회 의석 분포상 이번에도 ‘캐스팅보트’는 제3당인 국민의당이 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국민의당 5명만 찬성… 최소 15명 추가 동의 필요 김명수 후보자가 본회의 표결을 통과하려면 재적 국회의원 전원(299명)이 참석한다고 가정할 때 150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121명), 진보성향의 정의당(6명)과 새민중정당(2명), 민주당 출신인 정세균 국회의장까지 130명은 찬성할 가능성이 높다. 보수야당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는 만큼 국민의당 의원 중 20명이 추가로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동아일보가 이날 국민의당 의원 40명 가운데 36명에게 찬반 여부를 확인한 결과 5명만 찬성 의사를 명확히 했다. 응답자의 80%인 29명은 “판단 유보” 또는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2명은 인준 반대 의사를 굳혔다. 박지원 김성식 권은희 김경진 황주홍 의원 등 5명은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했다. 황 의원은 “김이수 김명수 두 후보자를 모두 부결시키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고 했다. 김성식 의원은 “사법부에 신선한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적임자”라며 “문재인 정부에서 청문회 나왔던 인사 중 보기 드물게 도덕적 하자도 없다”고 했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김중로 의원과 함께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한 장병완 의원은 “법관으로선 훌륭한 사람이지만 단순히 한 명의 법관이 아니라 앞으로 12명의 대법관과 헌재 재판관을 임명하는 인사”라며 “특정 성향을 가진 모임의 대표를 전체 법조의 대표자로 세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입장을 유보한 인사청문특위 위원인 손금주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삼권분립의 한 축으로서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느냐, 사법부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 행정 경험이 적은데 사법부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느냐 등 세 가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승태 대법원장 퇴임 전 본회의 표결 불투명 청와대와 민주당은 야당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청와대는 24일로 예정된 양승태 대법원장 퇴임 전에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인사청문회 도입 이후) 대법원장 공백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말했다. 헌재소장, 대법원장 연속 공백이라는 공세로 야권을 압박하겠다는 뜻이다. 14일 인사청문특위는 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지만 위원장이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인 점이 변수다. 청문보고서 채택이 늦어지면 본회의 표결 일정도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그 전에 정세균 국회의장이 직권 상정해 표결을 시도할 수 있지만 같은 절차를 밟은 김이수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실패한 적이 있어 내키지 않는다. 국민의당으로선 찬성 또는 반대 어느 쪽에 서더라도 적지 않은 후폭풍을 감수해야 할 처지다. 호남 출신인 김이수 후보자를 배제하면서 안철수 대표의 동향이자 동문인 부산 출신 김명수 후보자의 손을 들어준다면 그렇지 않아도 싸늘한 호남 민심을 잡기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 등이 국민의당을 거세게 압박하는 상황에서 국민의당이 ‘투항’하는 것으로 비치면 향후 정국 운영에서 존재감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국민의당 의원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청문보고서 채택과 본회의 표결을 최대한 미루면서 여론의 추이를 살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 의원은 “장기전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길진균 leon@donga.com·장관석·최고야 기자}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을 놓고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정신 나간 정당”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부결 사태의 파장을 의식하던 국민의당이 여권의 비판이 계속되자 반발 수위를 더 높인 것이다. 박 전 대표는 13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 추미애 대표를 겨냥해 “그렇게 오만한 모습이 과연 집권 여당의 대표냐. 오만의 극치다”라며 “책임을 우리에게 넘기면서 무슨 (국민의당이) 골목대장이니, 땡깡이니 하는 자세를 갖고 산적한 국정과제를 풀어나갈 수 있겠나”라고 정면 비판했다. 그는 또 “일부 언론에서 오늘도 추 대표를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딸’이라고 보도했으나, DJ는 ‘왜 내 딸이라고 하나’라며 불쾌해하셨다”라고 했다. 전날 추 대표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백봉정치문화연구원 개원식에서 축사를 했다. 그는 국민의당을 향해 “더 이상 형제가 아니다”라고 했고, 자유한국당을 향해 “신사인 척하지 마라”고 비판했다. 추 대표의 축사 도중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자리를 떴다. 추 대표는 단상에서 내려온 뒤 “내 이야기 좀 듣고 가라”는 박 전 대표를 본 척도 하지 않고 다른 의원과 인사를 했다. 박 전 대표는 “우리가 언제 형제였느냐. 언제 민주당이 국민의당을 형제 취급이나 했느냐”고 했다. 그는 “추 대표와 청와대의 오만한 자세로는 일만 더 꼬이게 될 것”이라며 “어제부터는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도 낙마시켜라’는 문자메시지가 온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도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청와대와 민주당의 막말과 사실 왜곡이 도를 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이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와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의 낙마를 김 후보자 찬성 표결의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민주당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골목대장도 하지 않을 짓을 했다.”(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백봉정치문화교육연구원 개원식에서 여야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사태에 대해 주고받은 설전이다. 정치권은 김이수 부결 사태를 기점으로 원내 3당 국민의당의 ‘국회 결정권’과,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완전한 분화’ 조짐에 주목하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형식적 이혼’을 넘어 정서적인 이혼 도장까지 찍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말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국민의당과 협치를 강조해왔다. 자유한국당(107석)이나 바른정당(20석)보다는 호남 정서를 공유하는 국민의당(40석)의 협조를 기대했던 것이다. 국민의당도 이낙연 국무총리 인준에 협조하며 화답했다. 국민의당은 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에 대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전병헌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의 ‘대리 사과’도 대승적으로 수용하는 등 여당에 협조적이었다. 그러나 정부 출범 4개월에 접어들며 상황이 달라졌다. 국민의당 최경환 의원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고공 지지율에 취해 협치를 내팽개쳤다는 공감대가 의원들 사이에 형성됐다”며 “‘민주당 2중대’ 소리를 들어가며 협조했지만 돌아온 것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감축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비교적 정치 경험이 짧은 초선과 비례대표를 중심으로 ‘계속 이렇게 끌려가기만 할 거냐’는 정서가 김 후보자 동의안 표결에서 폭발했다”고 전했다. 국민의당 최명길 의원은 “내용을 불문하고 ‘호남 카드’를 들면 국민의당이 따라올 거라는 ‘전략도 아닌 전략’을 쓴 결과”라고 했다. 국민의당은 물밑으로 현 정부 인사의 문제점을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여당과 청와대로부터 무시당했다고 본다. 국민의당의 한 의원은 “민주당이 사법부 코드 인사에 이어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대놓고 비판하는 오만함에 경악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민주당이 주요 사안을 밀어붙이고 이에 반발한 국민의당이 반대표를 던져 부결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국민의당이 한 지붕 아래 있지만 당론 없이 자유투표를 할 때가 많아 전체 표심을 쉽게 가늠하기 어려운 구조 탓이 크다. 현재 국민의당은 헌법 기관인 의원에게 당론을 강요하는 것은 ‘기득권 양당 정치의 적폐’라는 입장이어서 원내대표나 당 지도부가 당론으로 원내를 통솔하기가 어렵다. 연일 ‘야성(野性)’을 강조하는 안철수 대표가 향후 원내 협상에 호의적 자세를 보일 가능성도 현재로선 낮다. 국민의당이 언젠가 민주당에 흡수될 거라는 예측도 있었지만 안 대표 등장 이후 설득력을 잃고 있다. 안 대표의 강성 기조는 친안(친안철수)계 의원을 중심으로 원내에 반영될 수도 있다. 현재는 송기석 김성식 손금주 오세정 신용현 채이배 김삼화 권은희 박선숙 김수민 의원 등이 친안계로 분류된다. 그러나 국민의당의 아킬레스건은 여전히 ‘호남 여론’이다. 정부 여당이 호남에서 고공 지지율을 이어가고 있어 국민의당이 정부 여당과 계속 대립각을 세우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당장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이후 의원들에게는 ‘두고 보자. 호남을 ×먹였으니 온전하겠나.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문자 폭탄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은 “호남 지지율이 낮게 나오고 반발이 거세다 보니 의원들이 호남 유권자에게 실망감을 토로하는 일도 있다”고 했다. 여권은 국민의당과의 협치 중요성을 절감하는 기류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1일 대정부질문에서 “문재인 정부의 가장 아쉬운 점 가운데 하나가 협치”라고 밝혔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꼬인 실타래를 풀려면 문재인 정부가 협치의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했다.장관석 jks@donga.com·최고야 기자}

“와!” “됐다!”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끝내 부결되자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의석에선 환호성과 함께 큰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본회의장을 빠져나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와 이채익 의원은 서로를 껴안고 등을 두드리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은 국민의당 의석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기도 했다. 반면 120명 전원이 참석했던 더불어민주당 의석에서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국민의당에서는 표결 직전까지도 ‘김 후보자가 한국당 국회 보이콧 해제의 유탄을 맞을 수 있다’ ‘민주당이 과연 표 계산을 제대로 했느냐’고 우려했다. 헌재소장은 국회 재적 의원(299명)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되는데, 한국당 의원이 본회의에 출석해 과반에 필요한 표수가 커졌기 때문이다.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이날 여의도 식당에서 가진 여야 원내대표 조찬 회동에서 표결을 14일로 미루자는 주장이 나왔지만 여당이 직권상정을 주장했다. 그만큼 국민의당의 이탈은 이날 부결에 결정적이었다. 민주당은 당초 △소속 의원 120명 △정의당 6명 △새민중정당 2명 △친여성향 무소속 서영교 의원 △민주당 출신인 정세균 국회의장까지 포함하면 최소 130표는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호남 출신인 김 후보자에 대해 국민의당 의원 40명 중 20명은 찬성표를 던질 거라 민주당은 확신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원내지도부는 찬반 예상 인원도 점검해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날 출석 293명 중 찬성은 145명으로 과반(147명)을 넘지 못했다. 한국당(107명)과 바른정당(20명) 의원이 반대 당론을 따랐다면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당 의원 39명 중 15명만 찬성표를 던졌다는 계산이 나온다. 24명이 반대표를 던졌거나 기권 또는 무효를 택한 셈이다. 기권 1표 무효 2표가 비교섭단체에서 나왔다면 국민의당 찬성표는 3표가 더해져 18명이 되지만 여전히 국민의당 의원 절반에 못 미친다. 국민의당은 김 후보자 동의안은 당론 없이 자율투표에 맡긴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문제는 6월 8일 인사청문회 종료 이후 반대 기류가 점점 더 강해졌다는 것이다. 우선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로 이어지는 청와대의 사법 코드 인사가 부각되면서 거부감이 커졌다. 또 김 후보자가 군대 내 동성 간 유사 성행위를 처벌하도록 한 군형법에 ‘위헌’ 의견을 낸 점을 ‘동성애 찬성’으로 받아들인 일부 개신교계의 반발도 막판 돌발 변수가 됐다. 여당은 야당을 ‘적폐 연대’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국정 공백을 메우려는 인사에 대해 당리당략적인 판단을 한 집단의 책임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의 몽니와 바른정당의 공조, 국민의당의 야합에 따라 오늘 인준안이 부결됐다”고 했다. 정의당은 “국민들의 시선은 벌써부터 국민의당으로 향하고 있다. 보수야당의 발목잡기에 동참하는 것이 국민이 원하는 바는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반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후 기자들과 만나 “과연 사법부 독립에 적합한 분인지 그 기준으로 판단한 결과”라며 “국민의당이 20대 국회의 결정권을 가진 정당”이라고 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부결의 파장을 의식한 듯 “민주당 일부에서도 반대, 기권, 무효표가 나왔을 것”이라고 민주당 책임을 거론했다. 정용기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대변인은 “문재인 정부의 인사 파탄에 대해 축적된 여론이 드러난 것으로 여당의 자업자득”이라고 지적했다.장관석 jks@donga.com·최고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