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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맛 쩐다’(병신 같은 느낌이 강하다) ‘우왕ㅋ굿ㅋ’(‘좋다’는 감탄사) ‘ASKY’(애인이 ‘안생겨요’의 알파벳 약어) ‘여자·남자 사람’(연인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없는 이성을 가리키는 호칭) ‘친목질 금지’(온라인 커뮤니티 내에서 친목 활동을 금지함). 위 다섯 개 단어 중 3개 이상의 뜻을 정확히 알고 있다면 당신도 ‘잉여세대’일 가능성이 높다. 잉여세대는 사회 발전에 영향력을 끼칠 수 없는 무능한 20대를 가리킨다. 이들은 온라인에서는 활개 치지만 현실에서는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이런 점에서 ‘잉여’는 무한경쟁에서 오는 불안감을 잊으려고 무의미한 일에 몰두하는 젊은이를 통칭하는 새로운 청년 담론이다. 잉여문화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병맛’이다. ‘병신 같은 맛’의 준말로 글자 그대로 한심하고 어이없는 이들의 놀이문화를 가리키는 신조어다. 온라인 게시판에서 말꼬리를 잡는 ‘댓글놀이’로 시간을 보내고, 1차원적 개그로 가득 찬 웹툰을 본다. 사소한 이슈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키보드 워리어’나 극단적 보수 성향의 누리꾼 ‘일베충’(‘일간베스트 저장소’ 이용자)도 여기에 속한다. 청년백수가 잉여세대를 대표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잉여를 나누는 기준은 취업 성공 여부가 아니다. 청년 10명 중 취업에 성공한 1명 외에 9명은 자동적으로 잉여가 되고, 자본의 선택을 받은 1인마저 회사의 혹사를 못 견뎌 탈락할 수 있기에 그 역시 잠재적 잉여다. 자본주의 사회는 비정규직이나 실업자 등 점점 더 많은 잉여를 배출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저자는 병맛을 즐기는 잉여들의 놀이문화를 진지하게 분석한다. 8개 챕터에 걸쳐 잉여가 어떻게 생겨났고 이들의 생태계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분석했다. 마치 언어학자가 지역 방언을 연구하듯 ‘아햏햏’ 같은 온라인 언어를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부분은 저자 또한 잉여적 존재임을 보여준다. 20대들이 ‘웃자고 한 얘기에 죽자고 달려든’ 것은 아닐까 걱정된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가수 심수봉(58·사진)이 데뷔 35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를 연다. 그는 ‘사계-더 포 시즌스’라는 제목으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21일 오후 2시, 6시에 팬들과 만난다. 최근 KBS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 등에 출연한 심수봉은 이번 콘서트에서 ‘그때 그 사람’ ‘사랑밖엔 난 몰라’ ‘백만송이 장미’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등 히트곡을 부른다. ‘사계’라는 콘셉트에 맞춘 뮤지컬 무대가 꾸며지고, 가수 유성은과 함께 ‘비나리’를 듀엣으로 부르는 순서도 있다. 5만∼15만 원. 1544-7543, 1544-1555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극한 체험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늘면서 출연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훈련을 받는 도중 부상을 입는 것은 예삿일이고 체력적 한계로 탈진하는 경우도 있다. 연예인에 대한 가학적 요구를 자발적 도전정신으로 포장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달 23일 방송을 시작한 MBC ‘스타 다이빙 쇼 스플래시’는 가학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25명의 출연자는 자신이 선택한 3∼10m 높이의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린다. 이들은 2개월간 개인 훈련을 받지만 고소공포증을 극복하지 못해 녹화 당일 다이빙대에서 울면서 뛰어내리는 연예인도 있다. 출연자의 부상 문제도 심각하다. 첫 회 방송에는 탤런트 클라라가 연습하다 허리가 뒤로 꺾인 채 입수해 고통을 호소하는 장면이 나왔다. 탤런트 이훈은 눈에 피멍이 들었고 가수 아이비와 탤런트 임호는 온몸에 멍이 생겼다. ‘…스플래시’의 신정수 PD는 “가학성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지만 시청자들은 인터넷 게시판에 “다쳐서 우는 연예인을 보며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다” “볼 때마다 사고 날까 봐 조마조마하다”며 프로그램 폐지를 요청하고 있다. 6일 시작하는 SBS 파일럿 예능 ‘심장이 뛴다’도 소방관 리얼 체험을 콘셉트로 내세운 ‘독한 예능’이다. 출연자들은 체감온도 50도의 환경에서 10kg이 넘는 공기호흡기를 착용하고 훈련을 받았다. SBS는 보도자료를 통해 출연진 전원이 훈련 도중 탈진했고 배우 조동혁은 제작진이 숨어서 관찰하는 촬영환경에 격렬히 항의하는 해프닝이 있었다고 ‘홍보’했다. 이 밖에 리얼 군대 체험을 내세운 MBC ‘진짜 사나이’와 해외 오지에서 생존을 목표로 하는 SBS ‘정글의 법칙’도 출연자들의 잦은 부상과 안전사고로 제작진의 안전 불감증을 지적받아 왔다. 한석현 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방송통신팀장은 “연예인이 다치는 것이 리얼한 예능으로 포장돼 홍보 수단으로 쓰이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사전에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하더라도 촬영 중 누군가가 다친다면 출연자와 제작진 모두 준비가 덜 됐다는 것이다. 계속된 안전사고에도 제작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비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화려하지는 않지만 청순한 이목구비를 가졌고, 카리스마는 없지만 시청자들이 극에 몰입하게 만드는 매력을 지녔다. 배우 이보영에 이어 ‘시청률의 여왕’으로 주목받는 문채원(27) 얘기다. 그는 2011년 ‘공주의 남자’(최고 시청률 24.6%)와 지난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18.3%)에 이어 올해는 ‘굿닥터’(19%)에서 시청률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AGB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모두 KBS 드라마들이다. 사실 문채원은 뚜렷한 캐릭터가 없는 배우다. 요즘 대세인 V라인 얼굴형도 아니고, 자로 잰 듯한 절세미녀도 아니다. 연기력 논란도 따라다닌다. 그럼에도 그가 나오는 드라마는 왜 모두 뜨는 걸까. 전문가들은 ‘도화지 같은 말간 얼굴’을 문채원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는다. 특별히 미모가 부각되지 않고, 뚜렷한 캐릭터가 없다는 점이 맡은 역할을 표현하는 데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강진주 퍼스널이미지연구소장은 “극중 캐릭터가 아니면 인간 문채원이 어떤 캐릭터인지 정확히 정의할 수가 없다. 맡는 배역마다 원래 자신의 모습인 것처럼 잘 흡수한다”고 평가했다. 이승희 SG연기아카데미 대표는 “청순하면서 도도한 것 같지만, 백치미도 있다. 좀 더 연기력이 발전하면 ‘천의 얼굴’을 가진 전도연처럼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점도 문채원의 강점으로 꼽힌다. 짧은 대사 하나에도 눈빛 표정 호흡의 집중력을 끝까지 유지하기 때문에 시청자들도 극에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느리고 또박또박하게 책을 읽는 것 같은 말투는 다소 투박하지만, 여기에 눈빛과 표정이 더해져 가식적이지 않고 진정성을 느끼게 한다. 안혁모 IHQ연기아카데미 원장은 “일상생활에서 쓰지 않는 책 읽는 듯한 말투 때문에 그동안 연기력 논란이 있었다. 아직까지는 말소리만 들으면 그의 연기는 100점 만점에 70점 정도지만 큰 눈망울에서 나오는 눈빛이나 표정 연기를 합하면 90점으로 올라간다”고 했다. 무난한 이미지와 탄탄한 기본기는 상대 배우와의 케미스트리(화학작용)를 극대화한다. 혼자 시선을 독차지하는 여배우가 아닌 데다 집중력 있는 연기로 상대 배역을 받쳐주기 때문에 전체적인 조화를 이끌어 내는 데 유리하다. 그래서 ‘공주의 남자’ ‘…착한남자’ ‘굿닥터’에서 상대 배역을 맡은 남자 주인공 박시후 송중기 주원을 돋보이게 했고, SBS ‘찬란한 유산’의 한효주와 ‘공주의 남자’의 홍수현 같은 여배우와도 무난한 연기 호흡을 보여줬다. 문채원의 연기를 지도했던 김지수연기아카데미의 김지수 원장은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시청률이 잘 나오는 건 인기 남자배우의 팬덤 덕도 있지만, 문채원이 워낙 받쳐주는 역할을 잘하기 때문이다. 혼자 튀지 않는 부담 없는 이미지라 상대 배우가 연기하기 편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굿닥터’의 김성근 CP도 “메디컬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은 소극적인 역할에 그치는 게 대부분인데 문채원은 아픈 사연이 있는 남자 캐릭터들을 보듬어주는 밝은 역할의 차윤서를 잘 표현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도 있다. 강진주 소장은 “본인이 가진 또렷한 이미지가 없기 때문에 상대역을 잘 만나야 한다. 조화를 이루는 연기 스타일이기 때문에 어둡거나 가식적으로 느껴지는 연기를 하는 배우를 만나면 영향을 받기 쉽다”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MBC 주말드라마 ‘금 나와라 뚝딱’에서 주인공 한지혜는 혼자서 쌍둥이 자매를 연기한다. 가난한 집으로 입양된 털털한 동생 정몽희와 미국 부잣집에서 안하무인으로 자란 언니 유나다. 자매는 같은 화면에서 마주 보고 대화하거나 나란히 걷는다. 1인 2역 장면은 어떻게 찍을까. 제작진은 일기예보에 쓰이는 크로마키 기법을 활용한다. 배경과 인물(피사체)을 컴퓨터로 합성하는 간단한 원리다. 기상캐스터가 ‘크로마 백’이라는 파란색 배경 앞에 서면, 컴퓨터 그래픽으로 파란색 배경을 지우고 대신 지도 그림을 깔아 놓는 식이다. 드라마 촬영장에서는 먼저 몽희로 분장한 한지혜가 연기하는 장면을 찍는다. 뒷모습만 출연하는 유나 대역 배우와 대사를 주고받기도 하지만, 앞에 유나가 있다고 가정하고 ‘유령’과 연기할 때가 많다. 대본의 대화 순서와 관계없이 몽희 분량의 대사를 한 번에 몰아서 찍는다. 몽희 차례가 끝나면 한지혜는 유나로 분장한다. 화장기 없는 수수한 몽희와 달리 유나는 짙은 아이라인에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화려한 옷을 입는다. 처음엔 분장에만 2시간이 걸렸는데, 요령이 생겨 30분으로 줄었다고. 유나는 크로마 백을 뒤에 놓고 촬영한다. 유나 역시 앞에 몽희가 있다고 가정하고 연기한다. 몽희와 유나를 따로 촬영한 장면은 특수영상제작실에서 합쳐진다. 크로마 백을 대고 찍은 유나 영상에서 파란색 배경을 지우면 피사체인 유나 혼자만 남는데, 이를 앞서 찍었던 몽희 분량에 합성한다. 일기예보로 치면 유나가 기상캐스터, 몽희와 그 배경은 지도 그림이 되는 셈이다. 한 장소에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6시간 가까이 밝기와 포커스 등을 보정하는 작업을 한다. 원리는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 촬영은 복잡하다. 몽희와 유나 모두 크로마 백을 대지 않은 장면과 대고 찍은 장면, 대역과 함께 연기하는 장면 등 3종류의 촬영을 한다. 한 장소에 등장하는 몽희와 유나 분량을 다 찍을 때까지 모든 소품을 움직임 없이 그대로 유지해야 하고, 카메라 앵글이나 조도 또한 동일한 조건을 유지해야 한다. 박은석 MBC 특수영상제작실 차장은 “촬영이 까다로워 밤새 겨우 3개 장면을 찍은 적도 있다. 일반 촬영이면 30개 장면도 찍을 수 있는 시간이다”라고 전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Movie ▼잡스조슈아 마이클 스턴 감독. 애슈턴 커처, 조시 게드 출연. 29일 개봉. 12세 이상민병선 기자 잡스의 내면을 들여다보려는 집념 ★★★구가인 기자 신화가 돼버린 남자의 이야기. 영화는 잭팟이 터지기 전에 멈춘다 ★★★정무문러웨이 감독. 리샤오룽, 먀오커슈 출연. 29일 개봉. 15세 이상민병선 기자 액션은 과장됐지만 전설은 과장되지 않았다 ★★★★노 원 리브스기타무라 류헤이 감독. 루크 에번스, 애들레이드 클레먼스 출연. 29일 개봉. 18세 이상민병선 기자 무서워 못 보겠는데 자꾸 궁금하다 ★★★일탈여행: 프라이빗 아일랜드한상희 감독. 손은서, 신소율, 다은 출연. 29일 개봉. 18세 이상민병선 기자 CF는 영화 중간에 상영하세요 ★아티스트 봉만대봉만대 감독, 곽현화, 성은, 이파니 출연. 29일 개봉. 18세 이상민병선 기자 봉준호와 봉만대, 상상력은 동급 ★★☆▼ Concert ▼YB의 창고 콘서트 ▶‘창고 대란’이란 타이틀로 열리는 2년 만의 YB 단독 콘서트. 서울 성수동 대림창고 30일 8시, 31일 7시, 9월 1일 6시. 8만8000원. 02-3485-8700최고야 기자 윤도현의 폭발적 가창력과 깨알 같은 입담, 게다가 콘셉트가 ‘19금’이라니. 두근두근 지수 ♥♥♥♡딕펑스 전국투어 첫 공연‘베리 딕펑스’라는 타이틀로 전국 투어에 나서는 밴드 딕펑스의 서울 공연.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31일 7시. 7만7000원. 1544-1555 최고야 기자 쾌활한 네 남자를 보고만 있어도 어깨가 들썩 들썩. ♥♥♥제이레빗 여름 콘서트손수제작물(UCC)과 팟캐스트를 통해 이름을 알린 여성 듀엣 제이레빗의 여름 콘서트. 서울 이화여대 삼성홀 30일 오후 8시, 31일 오후 6시. 5만5000원. 1544-1555최고야 기자 벌써부터 귓가에 들려오는 달달한 목소리.♥♥♥▼ Performance ▼뮤지컬 구텐버그 ▶무명 뮤지컬 작가 버드와 더그. 중세 독일의 한 마을에서 포도즙을 짜며 생활하던 구텐버그가 활자 인쇄기를 고안해낸 이야기를 다룬 대본을 완성한다. 하지만 투자자 대상 워크숍 공연에 참여할 배우를 구할 수 없게 되자 단둘이서 수십 명의 역할을 나눠 연기하기로 한다. 앤서니 킹, 스콧 브라운 작. 김동연 연출. 송용진 장현덕 정상훈 정원영 출연. 11월 10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4만4000∼5만5000원. 02-3485-8700안녕, 피아노모텔을 관리하며 살게 된 미정. 피아노를 전공한 미정의 원대로 모텔 방 하나에 피아노를 둔다. ‘밤에 자고 갈 손님만 받는다’는 아버지 때문에 점점 손님이 줄어든다. 최명숙 작. 최명숙 송희연 연출. 천정하 박근형 출연. 9월 8일까지 서울 대학로 노을소극장. 1만∼2만5000원. 02-921-9723외로운 사람, 힘든 사람, 슬픈 사람인문사회과학잡지 ‘시대비평’에 광고업계 출신의 새 편집장이 부임한다. 베테랑 기자 남건은 업무에 흥미를 잃고 미모의 신입 편집디자이너에게 관심을 쏟는다. 윤성호 작. 전진모 연출. 김보나 백석광 박용우 출연. 9월 1일까지 서울 대학로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1만∼2만 원. 010-5489-0233▼ Classical & Dance ▼ECM페스티벌-비올리스트 킴 카슈카시안 리사이틀 ▶ 세계적인 음반 레이블 ECM의 클래식 분야 대표 연주자. 자연스럽게 흐르며 숨쉬는 듯한 연주, 빼어난 표현력으로 국제무대에서 첫손에 꼽히는 미국 태생 비올리스트다. 쿠르탁의 ‘사인, 게임, 그리고 메시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 2번을 연주한다. 쿠르탁은 그가 올해 그래미상을 수상한 앨범의 수록곡. 9월 5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4만∼7만 원. 1577-5266정명훈의 말러 교향곡 9번정명훈이 이끄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 말러 교향곡 9번을 연주한다. 이별과 죽음의 노래인 9번은 말러 교향곡 중 가장 심오하고 철학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전반부는 그리스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 협연으로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29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만∼12만 원.앙상블 오푸스-마법사들바이올린 백주영, 첼로 리웨이친, 클라리넷 김한, 피아노 박종화, 일리야 라시콥스키가 호흡을 맞춘다. 라벨 피아노 삼중주 a단조,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소나타, 류재준 클라리넷 소나타, 브람스 클라리넷 삼중주 a단조. 9월 1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1만∼5만 원. 1544-5142▼ Exhibition ▼새로운 생명-곽연 전 ▶ 중견 서양화가의 17번째 개인전. 자연 순환 치유를 화두로 한 평면작품 전시. 환경과 생태에 관심을 둔 작가는 폐기물을 활용한 재활용 예술작품을 지속적으로 발표해왔다. 이미 사용한 커피 필터를 캔버스에 붙인 콜라주 방식으로 생명의 순환구조를 표현한 신작들. 9월 9일까지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 l'espace 71의 개관 기념전. 02-511-7101공감·공유·공존의 미학창작 스튜디오와 작가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전국의 공사립 기관이 추천한 작가들을 한데 모았다. 참여 작가는 영은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인 김순희 신선주 이만나 인세인박 정직성을 비롯해 주대희 이재명 이세경 박종호 임지혁 김홍수 원동민. 9월 29일까지. 경기 광주시 영은 미술관. 3000∼6000원. 031-761-0137바깥에 서서-조선화 전21년 만에 갖는 두 번째 개인전. 농촌에 터 잡고 사느라 한동안 그림을 멀리했던 작가는 2007년 다시 붓을 잡았다. 자신의 생활 주변에서 만나는 사람과 풍경들, 소소한 일상을 소재로 한 그림들이 진솔하고 소박한 울림을 남긴다. 9월 22일까지 경기 파주시 헤이리마을 갤러리 소소. 031-949-8154}

의학 드라마는 여간해서는 실패하는 일이 없다. 지상파 방송사에서는 시청률 10%는 기본으로 나온다. 5일 방송을 시작한 KBS 월화 드라마 ‘굿닥터’도 마찬가지다. 소아외과 의사들이 나오는 이 드라마는 20일 방송 6회 만에 자체 최고 시청률 19%(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 기준)를 찍고 20%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한국 의학 드라마에선 비슷한 소재와 캐릭터가 무한 반복되고 있다. 의학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사랑받기 시작한 1990년대 MBC ‘종합병원’(1994년) ‘의가형제’(1997년) ‘해바라기’(1998년)부터 2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 줄거리는 ‘의사들이 병원에서 사랑하는 이야기’로 압축된다. 2000년대에 방송된 SBS ‘외과의사 봉달희’(2007년) ‘뉴하트’(2007년), KBS ‘브레인’(2011년)도 이 계보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외과라는 특정 과에만 소재가 한정되는 점도 아쉽다. 1994년 ‘종합병원’부터 현재 ‘굿닥터’까지 신경 흉부 소아 등 각종 외과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는 15개 중 12개에 이른다. 천재 외과의사가 불치병에 걸린다는 내용의 MBC ‘하얀거탑’(2007년)과 현대 외과의사가 조선시대로 돌아간다는 타입슬립 드라마 MBC ‘닥터진’(2012년)은 같은 외과 얘기임에도 독특한 전개로 주목받았지만, 이는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었다. 외과는 매회 긴박한 수술 장면을 연출하기 좋다는 장점 때문에 의학 드라마에 자주 등장한다. 또 일정 수준의 시청률을 확보하려면 많은 시청자가 익숙하게 느끼는 설정에 선남선녀 배우의 로맨스가 필수적이라는 게 방송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와는 달리 미국에서는 야전병원을 소재로 하거나 간호사를 주연으로 내세우는 등 다양한 소재의 의학 드라마가 나온다. 미국 ABC와 캐나다 글로벌TV가 합작한 ‘컴뱃 호스피털’(2011년)은 전쟁 중인 아프가니스탄에서 활약하는 국제안보지원군 내 의료팀의 이야기를 그렸다. 미국 NBC의 ‘머시’(2009년)는 의사가 아닌 세 명의 간호사가 주인공이다. 국내에서는 드라마로 다뤄진 적이 없는 진단의학과나 성형외과 등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도 있다. 진단의학과의 괴팍한 천재 의사를 다룬 FOX의 ‘하우스’는 2004년에 시작해 지난해 시즌8까지 내놓았고, 미국 FX네트워크 ‘닙턱’(2003년)은 6편의 시리즈를 내며 성형외과를 찾는 환자들의 사연과 맞닥뜨리는 의사의 이야기를 그렸다. 국내 드라마처럼 신경‘외과’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라 할지라도 의사가 다중인격을 가졌거나(NBC ‘두 노 함’·2013년), 죽은 아내의 영혼이 보인다는 독특한 설정(미국 CBS ‘기프티드 맨’·2011년)으로 식상함을 보완한다. 국내 의학 드라마가 반복해 들려주는 ‘외과에서 사랑하는 이야기’는 언제쯤 끝날 수 있을까.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창의력 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법의학을 공부하는 의대생들을 다루거나 수의사를 소재로 한 통통 튀는 드라마들이 있다”며 “당장 인기 있는 콘텐츠를 빨리 만들어서 수익을 내기보다는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려는 시도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21일 래퍼 스윙스(본명 문지훈)의 신곡 ‘킹 스윙스’로 촉발된 국내 힙합계 디스전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디스’는 무례, 경멸을 뜻하는 ‘disrespect’의 준말로 힙합에서 마음에 안 드는 상대방을 랩으로 깎아내리는 것을 말한다. Mnet의 래퍼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출신 스윙스는 ‘킹 스윙스’에서 “한국(힙합) 거의 다 쓰레기지 이미지 창조에 바빠. 지네가 힙합이래 여자 번호도 못 따면서”라는 랩으로 국내 힙합계를 비판했다. 이에 래퍼 테이크원 어글리덕 딥플로우 등이 화답하며 래퍼들의 ‘놀이’로 전개되는 듯했다. 하지만 23일 슈프림팀의 전 멤버 이센스(본명 강민호)가 전 소속사인 아메바컬처와 그 핵심 소속 가수인 다이나믹듀오의 개코(본명 김윤성)를 디스하는 ‘유 캔트 컨트롤 미’를 발표하며 논란의 불을 댕겼다. 그는 “한국힙합 후배를 위해 한 몸 다 바치듯 연기하며 사기를 치네. 회사는 발목을 자르고 목발을 줘…10억을 달라고? 아메바컬처”라며 전 소속사와 계약 문제로 겪은 갈등을 공론화했다. 개코도 다음 날 ‘아이 캔 컨트롤 유’를 발표해 “못된 형이 마음 떠난 동생한테 해주는 마지막 홍보. 넌 관심병 환자”라며 디스 랩으로 응수했다. 이와 관련해 스윙스가 슈프림팀의 또 다른 멤버 사이먼디(본명 정기석)와 함께 이센스의 아메바컬처 탈퇴 문제를 두고 ‘황정민’(스윙스) ‘사이먼 도미닉-컨트롤’(사이먼디) ‘신세계’(스윙스)라는 곡으로 서로를 치고받았다. 이센스는 25일 발표한 신곡 ‘트루 스토리’를 통해 개코를 디스하며 설전에 재가담했다. 조용했던 국내 힙합계에 갑자기 불어 닥친 ‘디스 폭풍’에 누리꾼들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음악에 대한 고민보다 누가 자극적인 욕을 하는지에 집중됐다” “좁은 한국 힙합계에서 선후배들끼리 물고 뜯는 모습 꼴불견이다” “사적인 문제는 랩 말고 만나서 당사자들끼리 풀어라” “이번 일로 힙합에 대한 관심보다 혐오감과 피로감이 생겼다”는 의견이 다수다. 반면에 이 문제를 소속사와 가수의 갑을(甲乙)관계로 해석하는 누리꾼도 있다. 힙합 커뮤니티인 ‘힙합플레이야’의 일부 이용자는 “문제된 소속사가 계약관계에서 불거진 갈등에 대해 입장을 확실히 밝혀야 한다” “그동안 국내 힙합계는 너무 착했다. 문제가 있으면 짚고 넘어가는 것이 맞다”며 래퍼들을 옹호하는 글을 퍼 나르고 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일렉트로닉 음악을 즐기는 한국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한국에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센세이션’ 축제를 계획했죠. 한국의 클럽 음악은 첨단기술과 잘 접목돼 매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요.” 세계적 클럽 댄스 축제 ‘센세이션’을 주관하는 네덜란드 기업 ID&T의 마케팅 매니저 톰 발텔스(사진)가 내한했다. 11월 경기 고양시 일산킨텍스에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릴 ‘센세이션 코리아’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센세이션’은 세계적인 DJ를 초청해 밤새도록 일렉트로닉 음악을 틀고, 아크로바트나 불꽃 쇼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는 클럽 축제. 발텔스 매니저는 “2000년 처음 네덜란드에서 시작해 전 세계 30개국에서 열리는 ‘센세이션’에는 해마다 100만 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몰린다”며 “한국 클럽 관계자들이 ‘센세이션’을 본다면 음주 위주의 한국 클럽 문화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축제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위아래 모두 흰색으로 입어야 한다. 센세이션의 창시자인 뒹칸 스투테르헤임은 자동차 사고로 죽은 그의 동생이자 공동 설립자인 밀레스를 추모하기 위해 2001년부터 드레스코드를 흰색으로 정했다. 2만 명이 모인 지난해 축제 때는 일산 행사장으로 향하는 버스가 온통 흰옷을 입은 젊은이들로 가득 차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발텔스 매니저는 “인생을 즐기자는 것이 센세이션의 철학이다. 장례식에서 입는 흰옷을 입고 고인을 추모하지만 신나는 음악으로 모두가 즐기는 파티를 연다”고 설명했다. 올해 축제의 콘셉트는 ‘위키드 원더랜드’.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11월 30일 열리는 ‘센세이션 코리아’는 네덜란드 맥주회사인 하이네켄이 공동 개최한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MBC 월화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연출 박성수 정대윤)에서 도자기는 주연 배우만큼이나 중요한 소품이다. 조선 최초 여성 사기장 백파선의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에는 극의 전개에 필요한 도자기들이 매주 등장한다. 백파선이 만드는 명품 도자기는 실제로 누구의 손에서 탄생했을까. 소품 도자기의 70%는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이 설립한 ‘도평요’의 대표로 있는 한일상 도예가의 작품이다. 1회 첫 장면에서 어린 정이(진지희)가 선조(정보석)에게 바친 백자와 3회에 등장한 태조발원문사리, 9회 인빈 김씨(한고은)가 명나라 사신에게 뇌물로 건넨 백자가 그의 손을 거쳤다. 도평요에서 완성 작품 200여 점과 초벌구이만 끝낸 미완성품 300여 점까지 시가 1억5000만 원 상당을 소품으로 협찬했다. 한일상 도예가의 작품 가격은 평균 300만 원 안팎. 카메라에 잠깐 비치는 2만, 3만 원짜리 작은 찻잔도 있지만 극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도자기 중에는 1000만 원짜리도 있다. 지금까지 드라마에 등장한 작품 중 가장 고가는 용 그림이 그려진 청화백자. 14회에 등장한 이 백자의 시가는 800만∼1000만 원. 나머지 소품들은 공방 ‘이롭게빚음담음’의 지유성, ‘우일요’의 이태희 도예가와 맹만길 화공의 손끝에서 나온다. 주로 현대적 느낌의 생활자기를 만드는 두 공방 작품도 300만 원을 호가한다. 1회에서 정이 아버지 유을담(이종원)이 선조에게 바친 손자국이 묻은 찻잔은 지유성 도예가의 작품(시가 350만 원)이며 11회에 일명 ‘식지 않는 찻잔’으로 나온 청자는 이태희 도예가의 것(300만 원)이다. 이 드라마는 촬영 현장에서도 철저한 고증을 거치고 있다. 2003년 드라마 ‘대장금’에서 궁중음식을 조리하는 장면에서 자문을 맡은 요리연구가의 손이 배우를 대신해 출연했던 것처럼 ‘정이’에서도 마찬가지다. 물레를 돌려 도자기를 성형하거나 초벌구이 후 안료 작업을 하는 장면에서는 장재녕 현장 자문가의 손이 대신 등장한다. 도예가들은 제작진이 대본 내용에 어울리는 그릇 디자인을 갖고 오면 제작에 들어간다. 보통 작품 하나에 10∼15일이 걸리지만 촉박한 촬영 일정 때문에 도예가들도 밤샘 작업을 통해 일주일 정도로 시간을 줄인다. 일정이 촉박해 제작이 불가능하면 이미 만들어진 그릇 중 대본의 이미지와 비슷한 것을 사용하거나 거꾸로 대본 내용을 수정하는 경우도 있다. 경기 광주시와 파주시 등에 위치한 도예가들의 공방에서 용인 드라마 세트장으로 도자기를 옮길 때는 1회 사용료가 100만 원인 무진동차량을 이용하지만 촬영 중 스태프의 부주의로 도자기를 깨는 경우도 있다. 도자기마다 보험을 들어 놓았기 때문에 50% 수준으로 보상을 받는다. 26일 방송될 17회에서는 강천(전광렬)이 도자기 4개를 깨는 장면이 나온다. 리허설 때는 싼 도자기로 연습을 하고 실전에서는 진짜를 깬다. 실수로 깬 것까지 현장에서 깨진 도자기를 모두 합치면 8개. 시가로 3000만 원 정도라는 게 제작진의 말이다. 인사동이나 남대문시장에서 저렴한 도자기를 사서 쓸 수도 있지만 왜 굳이 고가의 작품을 고집하는 걸까. 곽정훈 MBC 소품팀장은 “질이 낮은 도자기를 소품으로 쓰면 전문가들이 다 알아본다. 드라마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소품이 필수적이다”라고 했다. 한일상 도예가는 “촬영 중 작품의 파손에는 연연하지 않는다. 전통 도자기 시장이 굉장히 침체돼 있는데 이 드라마를 통해 도자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세르반테스가 감옥에서 집필해 1605년 처음 발표한 ‘재기 발랄한 향사 돈 키호테 데 라 만차’는 세상에 나온 지 400여 년이 지난 현재에도 우리의 삶 가까이에 들어와 있다. 소설 연극 뮤지컬 발레를 통해 돈키호테뿐 아니라 원작자 세르반테스도 친숙하게 느껴진다. 책의 저자인 소설가 서영은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가 2011년 스페인 살라망카의 어느 기념품 가게의 진열장에서 낯설게 다가온 돈키호테를 만났다. 말을 탄 채 창을 높이 쳐들고 있는 작은 돈키호테 조각상이 갑자기 눈에 들어왔다. 마치 그가 들고 있는 오른손이 “일어나라, 부딪히더라도 날아라!”라고 말을 건네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돈키호테와 함께하는 ‘친숙하고도 낯선 여행’은 이렇게 시작됐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시작해 알칼라데에나레스, 몬테시노스 동굴, 엘토보소를 거친 여정에서 저자는 원작자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를 통해 구현한 기사도 정신을 자신의 종교적 신앙 안에서 풀어낸다. 20년 넘게 기독교 신자로 살아온 저자는 돈키호테의 여정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그림, 조각, 교회 건물에서 종교적 의미를 찾아낸다. 콘수에그라의 풍차 앞에 선 저자는 돈키호테가 풍차를 거인으로 착각해 무작정 돌진한 것이 멍청한 짓인가에 대해 반문한다. 비록 넘어지고 꺾였을지라도, 불타는 심장을 가진 돈키호테와 이상을 외면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우리의 쪼그라든 심장을 비교한다. 그리고 다시 종교적 결론으로 돌아와 인간이 영적인 이상을 펴기 위해서는 돈키호테처럼 신을 향해 순수한 열정으로 달려가야 한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 땅에 예수님은 인류의 죄를 대신 짊어지는 고통을 통해 십자가의 의미를 완성시켰다. 세르반테스의 불운한 삶 역시 (작품의) 의미를 완성시켜 가는 과정의 고통이었다”고 평한다. 저자가 돈키호테와 세르반테스의 삶을 따라가는 긴 여정에서 느낀 모든 것을 함축한 말이라고 볼 수 있다. 거의 모든 페이지마다 자연환경과 유적지 등 현지 사진이 담겨 있어 생동감이 전해진다. 하지만 여행기임에도 여행 코스를 표기한 정확한 지도나 날짜에 대한 설명이 빠진 점은 아쉽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가수 서태지(41)와 배우 이은성(25)이 6월 26일 결혼식을 올렸다는 소식을 뒤늦게 접한 누리꾼들은 대략 세 가지 반응을 보였다. ▽“이제 더이상 놀랍지도 않다”=2011년 배우 이지아와의 이혼 소송 보도에 이어 올 5월 재혼 소식을 접한 서태지 팬들은 어떤 충격도 잘 흡수할 수 있을 만큼 단련된 듯하다. “20년을 빠순이로 살아온 것이 아깝다”는 반응도 있었으나 “집 밖에도 잘 안나오면서 데이트는 어떻게 할까”라며 두 사람의 ‘도둑’ 연애 방식을 궁금해하는 이가 더 많았다. ▽“불혹 넘은 서태지, 좀 더 성숙했으면”=서태지가 21일 홈페이지를 통해 결혼 소식을 전하며 “가정을 꾸리니 좋은 점들이 많은 것 같다”고 밝힌 대목을 놓고 많은 누리꾼이 “초혼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두가 아는데…”라며 어이없어했다. 특히 여성들은 “전 부인에 대한 배려를 했더라면 ‘역시 서태지구나’ 했을 텐데…” “이제 그만 ‘피터팬’은 포기하고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고 아쉬워했다. ▽“16세 연하 아내… 당신은 위너”=두 사람의 나이 차에 대해 남성들은 “서태지가 한창 활동할 때 이은성은 유치원 다녔다” “서태지가 동안을 유지했기에 가능한 일이다”라며 부러워했다. ‘서태지와 아이들’ 멤버였던 양현석과 이주노도 각각 12세, 23세 연하의 아내를 맞은 점을 떠올리며 “서태지와 도둑들”이라고 부르는 이도 있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가수 서태지(41)가 배우 이은성(25)과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렸다고 밝혔다. 서태지는 21일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 ‘서태지닷컴’을 통해 “얼마 전 가족들과 모여 뜻깊은 결혼식을 잘 올렸다. 지인들을 집들이에 초대하며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팬들에게 근황을 전했다. 소속사인 서태지컴퍼니에 따르면 두 사람은 6월 26일 자택인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서 양가 가족들만 모인 가운데 예식을 치렀다. 서태지가 5월 15일 홈페이지를 통해 이은성과 결혼을 준비 중이라고 깜짝 발표한 지 40여 일 만이다. 서태지는 “생활 패턴이 바뀌면서 혼자 지낼 때보다 음악 작업하는 데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됐는데, 예전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변했다. 새삼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포근하고 든든하게 느껴진다”며 결혼 이후 달라진 생활에 대해 전했다. 그는 자신의 결혼을 둘러싼 각종 루머에 대해 “상식 밖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일축하며 “이제 힘든 시기가 지났고 숨길 부분도 없으니 앞으로 편하게 만나자”며 팬들을 다독였다. 현재 9집 앨범 작업 중인 그는 팬들에게 “꼭 멋진 9집으로 찾아가겠다”며 말을 맺었다. 그는 배우 이지아와 1996년 비밀리에 미국에서 결혼했다가 2006년 이혼해 이번 결혼이 두 번째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온라인 마켓 ‘옥션’이 신인 걸그룹 ‘크레용팝’(사진)이 모델을 맡은 자사 광고를 게재 하루 만에 중단했다. 일부 가입자가 크레용팝이 모델로 발탁된 것에 반대한다며 광고가 걸린 19, 20일 이틀간 불매운동의 일환으로 홈페이지를 집단 탈퇴한 것이 원인이 됐다. 크레용팝을 둘러싼 논란은 이들이 6, 7월 케이블 프로그램에 출연해 ‘노무노무(너무너무)’ ‘쩔뚝이’ 등 극우성향 사이트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쓴 것이 발단이 됐다. 이 사이트에서 ‘노무노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쩔뚝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말로 쓰인다. 정치적 성향 논란이 일자 크레용팝 측은 “다른 뜻이 있는 줄 모르고 평소 사용하던 언어를 사용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들의 해명에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크레용팝은 신곡 ‘빠빠빠’에 맞춘 ‘직렬 5기통’ 춤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일부 진보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크레용팝을 ‘일베용팝’으로 바꿔 불렀다. 18일 ‘오늘의 유머’ ‘뽐뿌’ ‘루리웹’ ‘SLR클럽’ 등의 진보 성향 커뮤니티에서는 “‘옥션’에서 ‘크레용팝’이 나오는 광고를 게재하니 탈퇴 운동을 해야 한다”는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옥션 측은 “요즘 가장 주목받는 아이돌그룹이라 광고 계약을 했는데, 광고 게시 중단사태까지 맞게 돼 당황스럽다”면서 “현재 탈퇴한 회원 수를 내부적으로 파악하고 있고, 광고를 다시 게시할지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최고야·박선희 기자 best@donga.com}

배우 성유리(사진)가 2대 ‘힐링녀’ 신고식을 치렀다. 그는 19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에서 전임 힐링녀 한혜진의 뒤를 이어 이경규 김제동과 첫 공동 진행을 하면서 에둘러 표현하지 않는 ‘돌직구’ 화법으로 시선을 끌었다. 축구선수 기성용과 결혼한 후 영국으로 떠난 한혜진을 의식해 “난 시집가도 그만두지 않는다”고 했고, 방송 말미에 초대 손님에게 줄 선물이 나오자 “제가 까야 하나요?”라며 거친 입담을 보이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시청자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한혜진의 빈자리가 벌써 잊혀졌다” “솔직하다기보다는 속된 느낌이다”며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그의 ‘방부제 미모’에 대해서는 “얼굴만 봐도 힐링되는 느낌이다” “‘전직 요정’이 아니라 ‘현직 요정’이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뤘지만 “한혜진과 달리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성유리가 다른 사람을 힐링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진행 역량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견해가 나왔다. ‘성유리 효과’ 덕분일까? 이날 힐링캠프는 8.8%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힐링캠프의 평소 시청률은 4∼5%대, 12일 한혜진의 고별방송은 7.4%였다(AGB 닐슨 미디어리서치 전국 기준).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예준 PD, 어린 나이에도 열정이 대단하고 통솔력 예능감 등 칭찬 안 할 수가 없네요!”(MBC ‘무한도전’ 시청자 게시판) 17일 방송된 ‘무한도전(무도)’은 시청자가 직접 낸 아이디어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무도를 부탁해’ 특집이었다. 이날 방송의 스타는 예능 PD를 꿈꾸는 초등학교 5학년생 이예준 군(11). 무도 멤버들에게 프로 아이디어를 발표하러 나온 이 군은 카메라 앞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고 달변을 선보였다. 무도 열혈 시청자인 이 군은 아홉 살 때부터 패러디 영상물 551개를 혼자서 만들 만큼 영상 제작에 익숙하다. 이날 방송에선 제작진에게 “촬영 분량 충분히 뽑았나요?” “통편집은 안 당하죠?” “서둘러서 스탠바이 해 주세요”라며 방송 용어도 능숙하게 사용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 군의 아이디어가 채택돼 실제로 현장 촬영에 들어가자 이 꼬마 PD의 예능감은 더욱 빛을 발했다. “요즘은 막장 요소를 넣어야 잘 먹힌다” “(이 대목에선) 10분 분량 뽑을 수 있게 열심히 해 달라” 등 멤버들에게 디테일한 주문을 하기도 했다. 촬영 도중에도 떠오르는 아이템을 휴대전화에 메모하는 모습은 스태프의 감탄을 자아낼 정도였다. 또 “재촬영은 없다. 편집으로 살리겠다” “멤버들이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참된 웃음이 나온다”며 ‘명언’을 쏟아내자 멤버들은 “(무도 담당인) 김태호 PD는 예준 군에게 배워야 한다”며 열광했다. ‘예능 신동’의 등장에 시청자 게시판에는 “샘솟는 아이디어는 순수한 열정에서 나온다” “재미를 떠나서 노력하는 모습이 멋지다” “지금 내가 가진 열정은 어느 정도인가 되돌아 봤다. 예준 군이 부럽다”는 반응이 이어졌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도호신기(‘동방신기’의 일본식 발음)! 도호신기!” 17일 오후 5시 30분(현지 시간). 뜨거운 태양의 기운을 가득 머금은 일본 요코하마 닛산스타디움에 동방신기를 상징하는 빨간색 옷을 입은 팬들이 가득 들어찼다. 동방신기 멤버 유노윤호와 최강창민을 애타게 기다리는 관객 7만2000여 명이 내뿜는 열기는 한여름 태양만큼이나 뜨거웠다. 가로 92m, 세로 22m에 이르는 대형 메인 무대에 흰색 무대의상을 입은 두 멤버가 나타나자 팬들은 공연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을 내질렀다.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은 동방신기는 3시간 동안 관중을 들었다 놨다 하며 ‘중견 아이돌’의 관록을 보여줬다. 유노윤호와 최강창민은 1층 플로어석을 테두리처럼 둘러싼 부설 무대 곳곳을 누비며 팬들과 면밀히 소통했다. 유창한 일본어 실력으로 두 멤버가 만담을 나누거나 현지 방송에 나오는 유행어를 따라 하면서 관객과 친밀감을 형성했다. 메인 무대 양옆으로 길게 놓인 120m 길이의 모노레일과 타입캡슐을 연상시키는 움직이는 무대장치, 밤하늘을 수놓는 화려한 불꽃쇼 등 볼거리도 풍성했다. 중년 여성 위주였던 팬층이 점차 다양해져 가족 단위로 공연장을 찾은 이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아내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아베 아쓰시 씨(42)는 “아내의 영향으로 동방신기를 알게 됐는데, 남성 팬들까지 세심하게 신경 쓰는 모습 덕에 팬이 됐다. 일본 공연은 여러 번 봤는데, 한국에서 열리는 공연에도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17, 18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 ‘동방신기 라이브 투어 2013 타임’ 피날레 공연은 동방신기의 6번째 일본 투어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무대였다. 동방신기는 4월 27일 사이타마 슈퍼아레나 콘서트를 시작으로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일본의 대형 공연장인 ‘5대 돔’(삿포로, 나고야, 후쿠오카 야후 저팬, 오사카 교세라, 도쿄돔) 순회공연을 마친 데 이어 일본 활동 8년 만에 해외 가수로는 처음으로 닛산스타디움까지 입성했다. 닛산스타디움 공연은 일본에서 동방신기의 독보적 입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결승전이 열렸던 이곳은 일본 내에서도 엑스저팬(X-Japan) 스마프(SMAP) 라르크 앙 시엘(L'Arc-en-Ciel) 에그자일(EXILE) 등 일본 최고 반열의 12개 그룹만 공연할 기회를 얻었다. 동방신기는 이번 콘서트를 통해 일본에 진출한 한국 가수의 단일 투어로는 최다 관객인 85만 명을 끌어모았다. 2012년 일본 투어의 누적 관객 55만 명과 비교하면 1년 새 30만 명이 늘었다. 이틀간 열린 피날레 공연에만 14만5000여 명이 몰렸고, 현장 공연에 참여하지 못한 전국의 팬들을 위해 오사카 교토 홋카이도 히로시마 오키나와 등 38개 영화관에서 실시간 생중계했다. 공연 후 기자들과 만난 유노윤호는 “이제 동방신기 콘서트는 가족이나 연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쇼가 됐다. 최다 관객 기록을 세웠지만 앞으로 작은 공연장에서도 팬들과 가까이 만나 소통할 줄 아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최강창민은 “데뷔 이후 가장 많은 사람 앞에 선 공연이다. 앞으로 동방신기의 기록을 깨는 실력 있는 후배들이 나와 더 많은 해외 팬에게 한국 음악을 알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요코하마=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할리우드 스타 맷 데이먼(43)이 새 영화 ‘엘리시움’(29일 개봉) 홍보를 위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전 세계 투어 일정 중 아시아에서는 한국을 유일한 방문지로 택했다.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를 만났다. 금발을 가지런히 빗어 넘기고 검은색 정장 차림을 한 데이먼은 영화 속 배역인 근육질 전사 맥스와는 영 딴판이었다. 소문난 ‘딸바보’인 그는 첫 방한 소감으로 “서울의 야경이 아름다워서 집에 두고 온 네 명의 딸아이들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회견장에서도 “집에 돌아가면 딸에게 보여주겠다”며 연신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댔다. 새 영화에서 그는 인생의 쓴맛만 보며 살아온 고독한 전사로 나온다. 머리를 삭발하고 온 몸에 문신도 했다. 그의 전작 영화 ‘본’ 시리즈에서 제이슨 본의 샤프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과연 그가 맞는지 의아해할 정도다. “우락부락한 근육질 몸을 만들려고 하루에 4시간씩 체육관에서 훈련을 받았어요. 몇 개월간 다이어트도 계속했죠.” 2154년 황폐해진 지구를 배경으로 하는 ‘엘리시움’은 상위 1% 부자들이 더러워진 지구와 나머지 99% 인류를 버리고 그들만의 호화 우주도시 엘리시움을 건설한다는 내용. 첨단 의료장치로 어떤 병이든 고칠 수 있는 엘리시움과는 달리 지구에 남은 인류는 질병과 가난으로 고통받는다는 설정이다. “영화에서 빈부격차라는 무거운 주제로 미래를 그리기 때문에 현재의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엘리시움’은 여름용 SF 블록버스터 영화라는 점이에요. 팝콘 먹으면서 즐길 수 있는 ‘오락’으로 생각해 주세요.” 데이먼은 영화 연출에도 욕심을 내비쳤다. 그는 “15년 가까이 전 세계 최고 감독들과 작업한 시간은 훌륭한 영화 아카데미에 다닌 것이나 마찬가지다. 각본을 쓰는 것부터 연출까지 영화의 모든 부분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딸들 덕분에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을 알게 됐다는 그는 한국 문화에 대해 “독특하고 창의적”이라고 평했다. “할리우드에서는 한국 영화시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주 잘 알고 있죠. 차기작을 고를 때 어떤 감독이 연출을 맡는가를 가장 먼저 보는데, 만약 박찬욱 감독과 일할 수 있다면 어떤 연기든 할 수 있어요.”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가 그래 왔듯이 ‘엘리시움’(29일 개봉) 역시 영웅적인 미국인 한 명이 인류를 지켜낸다는 이야기다.(첫 문장부터 스포일러일 수 있겠다.) 하지만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는 기존의 할리우드 영화에서 봐왔던 외계인이나 원인 모를 질병 바이러스,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거대 행성이 아니다. 계급의 꼭대기에 선 가진 자들의 ‘탐욕’이다. 영화의 배경은 2154년 질병과 가난, 인구 폭증으로 황폐해진 지구다. 상위 1%의 부자들은 우주 밖에 그들만의 낙원 ‘엘리시움’을 설계해 지구를 버리고 떠난다. 엘리시움의 시민은 철저히 지배자로 군림하며 지구에 남은 사람들을 노예처럼 감시한다. 그들만의 유토피아로 진입을 시도하는 일반 지구인들은 가차 없이 죽여 버린다. 이런 명령을 내리는 악역 로데스로 조디 포스터가 나온다. ‘시민’의 최대 특권은 집집마다 구비된 첨단 의료장치다. 버튼 조작 하나만으로 백혈병 같은 불치병도 1초 만에 뚝딱 고쳐낸다. 주인공 맥스(맷 데이먼)가 지구를 떠나 엘리시움으로 들어가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질병으로 고통받는 인류를 구하기 위해 죽음을 불사하고 우주선에 몸을 싣는다. 2009년 SF영화 ‘디스트릭트 9’으로 성공적인 데뷔를 한 닐 블롬캠프 감독이 4년 만에 메가폰을 잡았다. 블롬캠프 감독은 전작에서 인간의 잔인한 본성을 낯선 각도에서 조명하며 철학적이고 사회성 짙은 메시지를 드러냈다는 찬사를 받았다. 이번 영화 역시 독특한 상황 설정 속에서 권력을 가진 1%의 소수가 특권을 지켜내기 위해 99%에 대해 얼마나 이기적이고 잔인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철학적이고 무거운 영화의 주제는 현실적인 공간배경과 특수효과가 더해져 더욱 실감나게 다가온다. 특히 로봇과 사람의 액션 장면은 실제로 보일 만큼 감쪽같다. 초호화 우주도시인 엘리시움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게 아니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찍었다. 지구의 버려진 도시 로스앤젤레스는 멕시코의 슬럼가에서 촬영해 현실감을 더했다. 독특한 설정에서 나오는 상상력과 특수효과, 화려한 액션 등 즐길 요소가 많지만, 불쑥불쑥 등장하는 멜로는 몰입을 방해한다. 1분 1초가 긴급하게 돌아가는 최후의 순간을 앞두고 사랑하는 여자에게 전화로 마음을 전하는 장면은 긴장감을 확 떨어뜨린다. 엄청난 상상력의 세계로 관객을 끌어들인 초반 집중력을 끝까지 유지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청소년 관람불가.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MBC 인기 프로그램 ‘일밤-진짜 사나이’가 배출한 반짝 스타 때문에 온라인이 시끄럽다. 11일 방송된 이기자부대 수색대대의 장아론 교육생(사진)이다. 장 교육생은 훈련 내내 ‘모범병사’의 모습을 보였다. 체력 저하로 훈련에 뒤처지는 샘 해밍턴을 챙기고, 뛰어난 봉술을 선보였다. 하지만 문제의 상황은 악명 높기로 유명한 40시간 무박훈련을 받을 때 일어났다. 훈련 중 졸고 있는 장 교육생에게 교관이 다가와 “졸립니까”라고 호통 치자 “아닙니다”라고 답하며 악에 받쳐 대드는 인상을 남긴 것. 방송이 끝나자 그의 정체에 호기심을 품은 ‘누리꾼 수사대’가 출동해 그의 스펙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장 교육생은 2009년 스페인 육사 위탁교육생으로 선발돼 2년간 스페인에서 교육훈련을 받은 육사 출신 엘리트 군 간부로 밝혀졌다. 이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그가 “일본어 영어 스페인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장 교육생의 이미지는 ‘3개 언어에 능통한 엄친아 군 간부’로 굳어졌다. 한 누리꾼은 그가 고교 시절 출연한 고교생 퀴즈 서바이벌 프로인 KBS ‘도전! 골든벨’의 사진을 퍼 나르기도 했다. 장 교육생의 “아닙니다”라는 답변에 대해 남성 시청자들은 “교관의 말에 감정적으로 대응했으니 엄연한 하극상이다” “만약 일반 사병이 그랬다면 제대로 고생했을 것이다”라며 비판했다. 반면 여성 시청자들은 “역시 뭔가 있어 보였다” “고된 훈련받고 40시간 잠을 못 자면 제정신이 아니었을 것이다”라며 그의 편을 들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