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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에 수입되는 자동차에 최고 25%에 이르는 고율 관세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미국 상무부에 지시했다. 미국이 한국에 고율의 철강 관세를 부여하려던 계획을 취소한 지 불과 20여 일 만에 한국의 주력 품목인 자동차를 타깃으로 보호무역주의의 칼날을 세운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 자동차와 트럭, 부품 등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라고 윌버 로스 상무장관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로스 장관은 “수입 자동차가 미국 자동차산업을 약화시켜 왔다”고 강조해 수입 제한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는 안보에 위협을 주는 제품의 수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근 미국은 이 법을 이용해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 상무부는 9개월 이내에 수입 자동차가 미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하게 된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개정 협상이 진행 중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수입차 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고 분석했다. 미국에 가장 많은 자동차를 파는 멕시코가 주된 타깃이라고 봤다. 멕시코 자동차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에 관세를 부과하면 무역적자 폭을 줄일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 자동차 공장을 미국으로 옮기도록 유도하려는 복안에서 자동차 수입 규제에 나섰다는 것이다. 미국이 수입 자동차에 고율의 관세를 매기면 한국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 현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한국 공장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할 때 픽업트럭을 제외한 모든 차량에 관세를 면제받고 있다. 하지만 무역확장법 232조는 안보를 이유로 하는 만큼 FTA와 상관없이 추가 관세를 매길 수 있다. 지난해 국내 완성차업계가 미국에 판매한 차량 127만6000대 중 미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된 약 40만 대를 제외한 모든 차량에 관세 부과가 가능해진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등 한국산 차량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최근 하락 추세다. 2016년 8.1%였던 점유율은 지난해 7.4%로 내려앉았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시장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심으로 바뀔 때 신차를 내놓지 못하면서 판매량이 부진해졌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20%가 넘는 관세가 붙으면 미국산 차량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리게 돼 현지 판매는 사실상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업계와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미국의 움직임을 분석하기로 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철강 관세 부과 때에도 시장의 예상을 벗어났던 만큼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세종=이건혁 gun@donga.com / 한우신 기자}

남북 경협 논의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공기업들도 관련 사업 준비에 나서고 있다. 가장 발 빠르게 나선 곳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다. 오영식 사장 취임 직후인 3월 사장 직속으로 남북대륙사업처를 꾸렸다. 이들은 현재 북한 철도 관련 자료를 수집 중이다. 남북 철도 사업을 실제로 추진할 경우 밟아야 하는 행정 절차와 관련 국제사회 제재 등을 살펴보고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도 경협 관련 부서인 남북철도물류부에서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남북 철도 사업은 경협 사업 중 우선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다. 지난달 남북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경의선, 동해북부선 등 남북 간 철도 연결 사업을 명시하기도 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과거 정권에서도 경의선 등 여러 사업을 추진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다른 분야보다 북한과 사업 논의를 풀어가기 수월할 것”이라고 했다. 경의선의 경우 2003년 이미 철도 복원을 마쳤으며 동해북부선은 남한의 강릉∼제진 구간만 연결하면 되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등에서 자유롭다. 한국도로공사도 지난달 16일 남북도로협력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해 남북 도로 사업 추진에 필요한 자료 수집 등 기초 작업을 하고 있다. 도로공사가 접경지역 도로 사업을 위한 전담 조직을 만든 건 2016년 이후 약 2년 만이다. 남북 도로 사업 중에서는 문산∼개성 구간 고속도로 건설이 가장 먼저 추진될 것이란 예측이 많다. 문산∼개성 고속도로는 경기 파주시에서 출발해 판문점을 지나 개성으로 이어지는 노선이다.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5년 처음 추진됐지만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강행으로 남북 관계가 얼어붙으며 사업이 무산됐다.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들은 다음 달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이 경협 추진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분위기를 주시하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기본적인 자료 수집 및 검토만 하고 있는 단계”라며 “북-미 정상회담이 끝나면 정부의 구체적인 경협 방향이나 계획이 나올 것으로 보고 이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도로공사는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TF를 정규 조직으로 승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전력공사는 전면적인 남북 경협에 앞서 현재 전력 공급이 끊긴 개성공단에 전력을 다시 보내기 위한 복구 절차를 검토하는 수준에서 남북 경협에 대비하고 있다. 북한의 만성적인 전력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남한과 북한을 잇는 송전선 설치와 함께 신규 발전소 건설 등의 사업이 필수다. 다만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계속되고 있고 아직 정부가 공식적으로 남북 경협 논의를 시작하지 않은 상황인 점을 감안해서 준비하고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2003년 정촌 흑연광산에 665만 달러를 투자했던 경험을 토대로 과거 사업 명세를 검토하는 등 경협 물밑 작업에 들어갔다.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등이 북한의 가스나 원유 탐사에 참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자원개발 3사는 해외자원개발 실패로 많은 손실이 발생한 만큼 남북 경협에 적극 뛰어들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강성휘 yolo@donga.com / 세종=이건혁 기자}
경제사령탑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저임금 인상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을 올해 7530원(16.4%)으로 인상한 데 이어 2020년까지 1만 원까지 올리겠다는 정부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 부총리는 23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18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연차 총회’ 참석을 위해 부산을 찾은 뒤 기자간담회를 열고 “적절한 인상은 좋은 일이지만 시장 및 사업주의 수용성을 충분히 고려해 목표 연도를 신축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과 임금에 미치는 영향을 잘 분석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김 부총리는 16일 국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과 임금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그동안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부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이란 입장을 바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부담을 줬을 것이란 의견을 내 주목받았다. 그리고 불과 일주일 만에 “특정 시점을 목표로 결정하기보다 고용과 임금을 고려해야 한다”며 속도 조절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 달성을 내걸었다. 올해 최저임금을 대폭 올린 여파로 최근 3개월 동안 월간 취업자 수 증가폭이 10만 명대에 그치고 청년 고용이 여전히 부진에 빠졌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을 수단으로 한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졌다. 하지만 정부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최저임금을 매년 15.7%씩 추가로 올려야 한다. 경제팀 수장 입장에서 급격한 인상은 고용 등 한국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본 셈이다. 그럼에도 정부 내 핵심 당국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은 15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는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반장식 대통령일자리수석은 20일 인구 감소와 함께 지난해 취업자 증가 폭이 컸던 기저효과 때문에 고용지표가 부진할 뿐이며 6월부터는 고용지표가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세종=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대진침대에서 구입한 매트리스를 수년째 사용해오던 A 씨는 15일 해당 침대에서 기준치를 넘는 방사선이 나온다는 소식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온 가족이 함께 살을 맞대고 뒹굴었던 시간을 떠올리니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국가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방사선량이 기준치 이하라고 했던 기존 발표를 불과 5일 만에 뒤집으면서 어떤 발표도 믿을 수 없게 됐다. A 씨는 대진침대와 원안위,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에 연이어 전화를 걸었지만 허사였다. A 씨는 “책임자가 나와 머리라도 숙여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번 사태를 수습할 책임이 있는 기관은 원안위다. 생활 속 방사선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가공제품에서 발생하는 방사선을 측정해 공표하는 게 원안위의 임무 중 하나다. 이 조직을 이끌고 있는 강정민 원안위원장은 라돈 침대의 존재가 알려진 이달 초 이후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10일 중간발표, 15일 2차 조사 결과 발표, 21일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까지, 그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강 위원장은 15∼17일 경북 경주시에서 열린 국제원자력규제자협의회(INRA)를 주관했다. 21일 국무회의에는 출석 요청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 해외 출장을 가거나 휴가를 간 것도 아니라고 했다. 원안위 관계자는 “강 위원장이 실무자들에게 부담을 갖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썼고 발표도 실무자들에게 맡긴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강 위원장은 올해 초 취임 이후 기자간담회를 자처하며 원자력발전소 주변 주민들의 방사선 영향을 전수조사 하겠다는 계획을 직접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자신의 탈(脫)원전 성향을 드러내며 정권과 코드를 맞추고 있다는 시각이 많았다. 그런데 라돈 침대에 대해서 유독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게 어쩐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자신이 이끄는 조직이 라돈 침대 사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음에도 조직의 장(長)이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 건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원안위는 최초 조사 때 침대 겉커버만 조사하고 안쪽 스펀지를 조사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돼 부실조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원안위는 브리핑 도중 미흡한 리콜 절차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리콜을 해본 경험이 없어 미숙했다”는 무책임한 변명을 늘어놓기도 했다. 이번 사태의 1차적 책임은 제품을 제대로 만들지 못한 제조사에 있다. 하지만 미흡한 후속조치로 국민적 불신을 키운 건 바로 원안위다. 국무총리가 국무회의에서 원안위를 질타하기 전에 강 위원장이 수습에 나섰어야 했다. 강 위원장은 지금 탈원전이라는 ‘거대 가치’만 좇다가 국민적 신뢰를 잃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건혁 경제부 기자 gun@donga.com}

경제 정책을 주도하는 정부 당국자들이 현 경제 상황에 대해 엇갈린 진단을 내놓으면서 때 아닌 ‘경기 논쟁’이 불붙고 있다. 민간 경제학자들은 제조업 생산지표가 악화된 데다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서는 등 경기의 둔화 추세가 뚜렷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의 ‘경기 침체의 초입’ 진단에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현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면서 위기에 대비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흘려보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경기 침체 초입” vs “6월에는 개선” 김 부의장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기 침체의 초입에 있다”는 글을 올린 데 이어 19일에는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의 칼럼을 게재했다. 기업의 실적과 투자, 소비심리가 모두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정부가 침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신 교수의 글을 통해 우회적으로 정책을 비판한 것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17일 “경제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 특히 고용 상황이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시장이 예측한 당초 7월보다 훨씬 더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17일 “월별 통계만 갖고 (경기 침체 초입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성급하다”며 김 부의장의 말을 반박한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정부는 현재의 경기 상황을 너무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고 강변한다. 4월 월간 수출이 비록 18개월 만에 감소했지만 3, 4월 연속으로 수출 500억 달러 선을 넘었다는 것이다. 산업생산도 광공업 외 다른 산업은 회복세를 보인 점을 부각했다. 청와대는 정부의 ‘아킬레스건’ 격인 일자리가 부진한 현실에 대해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20일 반장식 대통령일자리수석은 기자간담회에서 “고용이 둔화된 건 작년 취업자 수 증가폭이 컸던 통계적 요인과 경제 성장이 반도체 등 수출 중심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6월에는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 투자 고용이 함께 둔화 민간 전문가들은 이미 현 경제 상황을 ‘위기’라고 진단하고 있다. 정부 내부에서조차 경기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은 생산과 투자, 고용 둔화 등 각종 지표가 악화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산업생산은 2월보다 1.2% 줄며 2016년 1월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설비투자는 한 달 만에 7.8% 줄었다. 취업자 증가 폭은 3개월 연속 10만 명대다. 경제를 지탱해온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도 불안하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월간 수출통계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보다 10% 늘어나 세계 10대 수출국 중 8위를 차지했다. 주요 무역국 71개국 평균(13.8%)보다 낮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수출 증가율은 15.8%로 10대 수출국 중 1위였다.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외에는 사실상 성장이 정체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자동차, 조선 등 다른 업종은 침체로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고용 창출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LG경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등 민간 연구기관들은 3월 투자 감소와 제조업 생산지표 악화, 수출 감소세 등을 위험 요인으로 제시했다. 한국 경제에 대해 호의적인 분석을 내놨던 외국인 투자가들의 시선도 바뀌고 있다. 미국계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기술업종의 경기 사이클 둔화로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한국 수출이 부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 한계 드러낸 소득주도성장 실험 지금 기업들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로 수출 장벽이 높아가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법인세율이 인상되고 고용 경직성은 심화되는 내우외환에 몰려 있다. 그 결과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고용이 부진한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분배에 치중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실험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정부 출범 1년 만에 각종 경기 지표가 악화됨에 따라 자칫 국정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최근 현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진행된 각종 설문조사에서도 경제 분야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 일색이었다. 핵심 지표인 고용과 관련해선 김 부총리조차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과 임금에 영향이 있다”고 우려할 정도다. 정부가 경제 현상에 대해 정확한 진단을 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함에 따라 잘못된 정책을 조정하거나 효과가 검증된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힘든 지경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떨어지는 게 분명한 만큼 정부가 경제 주체들의 움직임을 면밀히 검토해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건혁 gun@donga.com / 세종=최혜령 기자}
올해 1분기(1∼3월) 한국인들이 해외에서 사용한 신용카드 금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해외여행 등을 목적으로 출국한 국민 수가 사상 최대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1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중 거주자의 카드 해외 사용 실적’에 따르면 1분기 내국인이 신용카드, 체크카드, 직불카드를 해외에서 사용한 금액은 50억7000만 달러(약 5조4760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분기 기준 최대 규모였던 지난해 4분기(10∼12월)의 45억5000만 달러보다 11.4% 늘어난 금액이다. 내국인의 카드 해외 사용 실적은 지난해 1분기부터 매 분기 기록 경신 행진을 벌이고 있다. 해외에서 사용된 카드 수는 1643만8000장으로 전 분기 대비 12.4% 늘었다. 내국인들의 해외 카드 사용 금액이 늘어난 주요 원인으로는 해외 여행객 증가가 꼽힌다. 한은이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출국자는 743만 명으로 집계됐다. 전 분기보다 8.2% 증가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은은 “겨울방학과 설날 연휴 등을 이용해 해외로 나간 국민이 크게 늘면서 해외에서 사용된 카드 금액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원화 가치가 지난해 말보다 3% 오르는 등 강세를 보인 것도 해외 여행객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반면 한국을 찾은 외국인이 사용한 카드 금액은 전 분기보다 1.1% 감소한 20억7300만 달러(약 2조2390억 원)로 나타났다. 올해 2월 평창 겨울올림픽이 개최됐는데도 한국을 찾은 입국자 수는 336만8000명으로 전 분기 대비 0.7% 줄었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한국 경제를 이끄는 양대 사령탑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현재 경기 상황에 대해 엇갈린 진단을 내놨다. 최근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경기 침체 국면의 초입”이라고 진단하며 시작된 경기 논쟁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김 부총리는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김 부의장의 발언은) 성급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 부의장이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러 지표로 봐 경기는 침체 국면”이라고 쓴 글에 대해 반박한 것이다. 김 부총리는 “광공업 생산 외 다른 산업생산 동향은 나쁜 흐름을 보이고 있지 않다”며 “두 달 연속 수출이 500억 달러를 넘은 건 올해 3, 4월이 최초인 점도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같은 날 이 총재는 “앞으로 경제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며 결이 다른 분석을 내놨다. 이 총재는 이날 임지원 신임 금융통화위원 임명장 전달식에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 일부 신흥국의 금융 불안도 우려되며 고용 상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는 점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김 부의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부총리의 반박을 재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김 부의장은 경제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을 지적하며 “이런 경제 구조가 지속되는 한 통계적 현상이 개선되기 어렵고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한국이 17일 외환시장 개입 내용을 공개하기로 한 것은 우리나라가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정해 수출 경쟁력을 높여왔다는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의 의심을 불식하기 위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하면 해외에서 달러화로 표시된 한국 제품의 가격이 싸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를 위해 한국 정부가 보유 외환을 동원해 환율을 조정했다고 미국은 의심해왔다.○ 더 미룰 수 없었던 시장공개 실제 미국 재무부는 2016년부터 자국의 환율보고서에서 5번 연속으로 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고 외환시장 개입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한국 정부는 그때마다 환율 변동은 시장에 맡기고 급격한 쏠림이 있거나 투기세력의 공격이 있을 때만 미세조정을 한다는 ‘스무딩 오퍼레이션(smoothing operation)’ 기조를 강조했다. 불가피할 때만 개입하는 것이지 환율 조작은 없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 정부가 원화 가치를 어떤 수준까지 만들어야겠다는 방향성을 염두에 두고 보유 외환을 동원했다는 의혹을 거두지 않았다. 이렇게 미국의 요구가 거세진 데다 올 상반기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합류하려면 외환시장을 공개해야 한다는 가입 요건도 충족해야 했다. 실제 정부의 한 당국자는 이번 공개 방침을 정하면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공동선언문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공동선언문은 각국 외환당국의 시장 안정 조치를 매 분기 공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조치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이 요구하는 것 이상의 투명성을 확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투기세력 공격에 대비해야 외환시장 개입 내용 공개 주기가 길고 순매수 내용만 공개하기로 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김두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정부에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6원 오른 달러당 1081.2원으로 마감해 정부의 외환시장 투명성 제고 방안 발표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외환 거래의 결과물인 순매수액만 공개하도록 한 것이 성과라고 평가했다. 매도, 매수 내용을 일일이 공개한다면 한국 정부의 외환 운용 방식이 낱낱이 드러나 투기세력에 이용당할 우려가 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홍콩은 매일 달러 매수액과 매도액을 구분해 공개한다. 영국과 일본, 캐나다 등 가장 많은 국가가 택한 방식은 매월 공개하는 것이다.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 내용 공개 수준이 미국의 요구보다 낮은 만큼 추가 공개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잘한 건 순매수액만 공개하기로 한 부분인데, 바꿔 말하면 미국 등에서 1, 2년 후에 총매수 및 총매도 금액과 내용을 모두 공개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외환시장에 위기가 닥쳤을 때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패턴이 공개되는 만큼 글로벌 투기세력의 공세를 방어하기 위한 정교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은 “외환시장 위기 가능성을 확실히 제거할 수 있도록 미국에 한미 통화스와프를 논의하자고 제안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 / 이건혁 기자}

지난달 제조업 일자리 수가 3년 7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것은 민간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기는커녕 현상 유지도 힘들게 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제조업체들이 미래를 어둡게 보면서 신규 채용 축소와 기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결과 전체 직원 규모가 줄어드는 고용의 위축 국면에 접어든 셈이다. 일자리 상황은 금융위기 때만큼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데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는 기존 정책을 재탕하거나 알맹이가 없는 맹탕 정책만 내놓고 있다. ○ 질 좋은 일자리 만들 여력 소진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 수(447만3000명)는 2014년 9월(446만8000명) 이후 가장 적었다. 미국과 유럽 등지의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데도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제조업체들이 고용에 소극적인 것은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다. 보호무역주의와 금리 인상이라는 대외 위험 요인이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에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년 동안 정부는 법인세 인상과 가파른 인건비 인상, 규제 확대 등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는 정책을 주로 폈다. 이런 가운데 일자리가 늘어난 분야는 공공부문이다. 정부가 세금을 대거 투입한 효과가 나타난 셈이지만 지속 가능한 일자리라고 보기 어렵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기업이 투자를 해야 중소기업의 하청 물량이 늘고 일자리가 늘어나는데 지금은 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만 산재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3월 68개 제조업종 가운데 53개 업종의 가동률이 1년 전보다 떨어졌다. 제조업 취업자 수 감소가 심각한 수위에 이르렀는데도 정부는 4월의 고용 부진은 작년 고용이 너무 좋아서 생긴 수치상의 감소, 즉 기저효과라고 설명한다.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전 통계청장)는 “고용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최저임금 인상인데 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근본 문제 외면하고 땜질만 하는 정부 16일 출범 1주년을 맞은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는 일자리 창출 대책을 의결했다. 하지만 대다수 정책이 각 부처에서 이미 발표했던 것인 데다 효과도 불투명하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청년들의 관심이 높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소셜벤처를 지원하기 위해 소셜벤처에 최대 1억 원을 지원하고 1200억 원 규모의 ‘소셜 임팩트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과 비슷한 ‘글로벌 창업경진대회’를 5월부터 실시해 스타 창업자를 발굴하고 창업 분위기를 조성하겠다고도 강조했다. 국토교통부는 창업 공간을 늘리기 위해 임대주택 상가 임대료를 시세보다 60∼80% 싸게 공급하고 철도 및 공항 매장 100곳에 청년 창업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일자리위는 이런 정책으로 2022년까지 약 11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다른 나라는 고용 상황이 좋은데 우리만 고용이 악화되고 있다는 건 고용 정책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의미”라며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는 것과 더불어 기업들이 갖고 있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세종=김준일 jikim@donga.com / 이건혁·최혜령 기자}
남북 경제협력을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국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북한경제 전문지를 통해 밝혔다. 경협으로 한국의 경제성장을 가속화하거나 남북 간 경제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는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16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간한 ‘북한경제리뷰 5월호’에는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와 경협에 대한 전문가들의 조언이 담겼다. 조동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이석 KDI 북한경제연구팀장과의 대담에서 “경협이 대규모로 진행돼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크게 변화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 원장은 “경협과 북한 내 인프라 구축에 드는 비용을 조달하기 위한 문제가 존재하며 이는 한국의 성장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경협이 한국 경제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란 기대는 접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순성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국 내부의 경제적 불균형을 경협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공동 번영 실현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미국 워싱턴은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회의론 또는 조심스러운 낙관론”이라고 지적하며 “경협은 남북 관계 최우선 이슈인 비핵화 진도보다 한 걸음 늦게 가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발암물질인 라돈이 포함돼 논란이 된 침대를 조사해온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해당 침대를 사용할 경우 인체가 받는 방사선의 양인 피폭선량이 기준치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5일 밝혔다. 불과 5일 전에는 피폭선량이 기준치 이내라고 발표해 정부가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안위는 대진침대가 생산한 매트리스 7종에서 ‘생활주변 방사선 안전관리법’이 허용한 연간 피폭선량이 넘는 방사선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연간 허용량은 1mSv(밀리시버트)이지만 일부 침대에서는 기준치의 최대 9배가 넘는 피폭선량이 측정됐다. 기준치를 넘긴 매트리스는 △그린헬스2(9.35mSv) △네오그린헬스(8.69) △뉴슬리퍼(7.6) △모젤(4.45) △네오그린슬리퍼(2.18) △웨스턴슬리퍼(1.94) △벨라루체(1.59)다. 흉부 엑스레이를 한 번 찍으면 0.1∼0.3mSv의 방사선이 발생한다. 한국인의 연평균 방사선 노출량은 3.6mSv다. 원안위는 10일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 어떤 제품에서도 기준치를 넘는 방사선이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초 조사 때는 언론 보도로 문제가 됐던 침대 속커버만 검사했기 때문이다. 원안위는 “매트리스 안에 있던 스펀지에도 방사성물질이 담긴 천연 음이온 물질 ‘모나자이트’가 사용된 것이 뒤늦게 확인됐다”며 재조사 과정에서 기준치를 넘은 제품이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원안위는 문제가 발견된 매트리스에 대해 수거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약 6만1000개에 이르는 제품이 수거 대상이다. 현재 900명 수준인 집단 피해보상 청구 소송 참여 인원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진침대는 7일부터 일부 제품의 리콜 신청을 받고 있다. 원안위는 “해당 제품은 별도의 장소에 두거나 비닐커버를 씌워 보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이달 16일 출범 1주년을 앞둔 대통령직속 국가일자리위원회가 일자리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자리위는 문재인 대통령의 1호 업무 지시로 첫발을 뗄 당시만 해도 고용 정책의 컨트롤타워를 자임했지만 청년실업이 사상 최악으로 치닫는 과정에서 효과적인 정책을 내놓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당장의 실적에 연연하는 관(官) 주도 일자리 정책이 한계를 보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땜질식 정책으로 신뢰 하락 지난해 5월 16일 출범한 일자리위는 문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이용섭 전 민주당 의원이 초대 부위원장에 임명되며 무게감이 실렸다. 일자리위는 5개월 가까이 공을 들여 지난해 10월 인프라 구축, 공공 및 민간 일자리 창출, 일자리 질 개선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정책 100개를 총망라해 담은 일자리 창출 5년 로드맵을 발표했다. 하지만 요란한 시작과 달리 성과는 지지부진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자리위가 내놓은 정책은 땜질식 정책이 많았던 반면 중장기적 전략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정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일자리위의 위상도 하락했다.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는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올해 3월 발표된 청년 일자리 대책은 기획재정부 주도로 마련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발표했으며 일자리위의 역할은 거의 없었다. 여기에 2월 이 전 부위원장이 광주시장 출마를 위해 사표를 낸 뒤 정부는 두 달 가까이 부위원장 자리를 비워뒀다. 일자리위가 유명무실한 조직이라는 점을 정부 스스로 시인한 셈이었다. 일자리위는 16일 별도의 기념식도 하지 않을 예정이다. 일자리위 관계자는 “직원들끼리 간단한 다과회 외에는 다른 일정이 없다”고 전했다.○ “기업 환경 개선이 근본 해법” 일반적인 고용 지원책으로는 3월 실업률이 17년 만에 최고 수준인 4.5%에 이른 상황을 타개하기 힘들다는 우려가 많다. 특히 3월 청년실업률은 11.6%로 2016년 2월(11.8%) 이후 2년 만에 가장 높았다. 여기에 최저임금이 16.4% 급등한 부작용으로 임시직 근로자, 도소매 및 음식업 등에서 취업자 수가 감소하고 있다. 무엇보다 일자리를 만드는 원동력인 민간 제조업의 고용 여력이 줄면서 공공 부문에서만 일자리가 생겨나는 기형적인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국가통계포털에 실린 고용노동부의 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용 비중이 높은 제조업 사업체에 재직 중인 상용근로자 수는 올 1분기(1∼3월) 350만1942명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2384명 줄었다. 제조업 근로자 수는 지난해 3분기(7∼9월)부터 올해 1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으로 감소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4월 실업급여 지급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4%(1207억 원) 늘어난 5452억 원에 이르렀다. 이는 종전 사상 최대치였던 3월 지급액 규모(5195억 원)를 한 달 만에 뛰어넘은 것이다. 이목희 일자리위 부위원장은 이달 중 민간 부문 일자리 대책을 내놓고 6월 말에는 중장기 대책을 추가로 내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자리위가 기존 대책을 짜깁기하는 식으로는 고용 사정을 개선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근시안적인 정책은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며 “기업 환경을 개선하고 불합리한 규제를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세종=이건혁 gun@donga.com·최혜령 / 유성열 기자}

최근 대법원 판결이 인터넷 육아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대법원은 8일 생후 29개월 영아를 향해 ‘찌끄레기’(찌꺼기의 사투리)라고 막말을 한 보육교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영아가 찌끄레기라는 단어의 의미를 잘 알지 못한다는 게 판결의 주요 근거였다. 이 판결에 대한 육아맘, 육아대디들의 격앙된 반응이 이어졌다. 어린이집 교사나 육아 도우미 등 부모가 아닌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막말을 해도 처벌을 못 한다는 것이냐는 비판이 빗발쳤다. 자녀가 당장 이해하지 못해도 나중에 그 말의 뜻을 알게 됐을 때 입을 상처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지적도 나왔다. 댓글의 마지막은 “역시 헬조선에서 아이를 키우는 건 죄악”이라는 자조 섞인 관용적 표현으로 귀결됐다. 대법원 판결마저 출산과 육아 거부의 근거로 쓰이는 게 요즘 분위기다. 20, 30대 부부들이 출산을 거부하는 이유는 수도 없이 많다. ‘억’ 소리 나는 육아 비용, 여성의 경력 단절, 자녀의 입시 경쟁, 취업의 어려움, 폭등하는 집값…. 반면에 아이를 반드시 낳아야만 하는 이유는 찾기 어렵다. ‘자녀는 사랑의 결실’이라는 이유 말고는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그만큼 정부는 절박한 심정으로 저출산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지난해 연간 출생아 수 40만 명 선이 무너지며 인구 감소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심각한 상황이다. 기획재정부는 저출산의 근본 원인을 찾겠다며 좌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탁상 행정에서 벗어나겠다”며 미혼 남녀, 워킹맘, 경력단절여성 등을 불러 애로사항을 들었다. 내년 예산안에 저출산 관련 예산을 대폭 늘리고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손질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그러나 저출산에 대응하는 정부의 접근법이 이전 정부의 것들과 크게 차별화되지는 않는다. 젊은층을 불러 의견을 듣고, 나랏돈으로 금전적 혜택을 준다는 판에 박힌 기조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이라는 게 기존의 틀에서 크게 벗어날 수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고 혜택을 더 줄 테니 아이를 낳아 달라’는 읍소로는 현 추세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여전히 “돈 몇 푼 더 준다고 아이를 낳을 수는 없다”는 정서가 지배적이다.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건 미친 짓이다’고 했다. 정부가 과거의 정책을 재탕하거나 혜택을 조금 늘려주는 정도의 대책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풀 수 없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이달 중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그 내용에 기대를 거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정부가 말로만 특단의 대책을 언급하지 말고, 새로운 접근법으로 정말 새로운 대책을 만들길 희망해본다. 이건혁 경제부 기자 gun@donga.com}

KDB산업은행과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GM에 7조7200억 원 규모의 지원 방안이 포함된 경영 정상화 방안을 확정했다. 올 2월 13일 GM이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방침을 밝힌 지 약 3개월 만이다. 정부는 GM이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를 한국에 설립하기로 했고 10년간 한국GM의 최대주주로 남도록 하는 등 협상의 성과가 컸다고 자평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GM에 대해 GM은 대출 형태로 지원하는 반면 산은은 신규 출자 형태로 돈을 집어넣는 구조여서 형평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언제든 GM의 한국 철수설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불씨를 남겼다는 지적도 많다. ○ 정부·GM이 7조7200억 지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한국GM 경영 정상화를 위한 협상 결과를 발표했다. △GM의 기존 대출금 약 3조 원 우선주로 출자 전환 △GM이 3조9000억 원 신규 대출하고 8640억 원은 연내 출자 전환 △산은 8100억 원 신규 투자 △5년간 한국GM 지분 매각 제한, 이후 5년간 최대주주(35%) 지분 유지 △외국인 투자지역 신청 반려 등이 담겼다. 정부는 대주주의 책임, 이해관계자 고통 분담, 장기적 경영 방안 마련이라는 구조조정의 3대 원칙이 잘 지켜졌다는 입장이다. 김 부총리는 “‘먹튀’ 방지 장치가 충분히 마련됐다. 한국 경제 전반을 고려했을 때 수출과 일자리 등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GM의 한국GM에 대한 신규 투자 중 3조 원이 본사 대출로 이루어지는 점은 비판거리다. 정부는 협상 초 GM이 한국GM에 대출을 하면 산은도 대출을 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하지만 산은은 8100억 원 신규 투자를 결정해 향후 한국GM의 경영 상황이 나빠지면 이를 회수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GM이 대출 없이 신규 투자 규모를 늘리기 어렵다고 해 이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그 대신 정부는 연 4.8∼5.3%였던 GM 본사의 대출금리를 3% 선으로 낮춘 금리를 적용해 한국GM의 이자 부담을 줄였다고 강조했다. 또 본사 대출이 늘어난 만큼 외국인 투자지역 지정 신청을 반려해 사실상 불가 방침을 세웠다.○ GM 10년 이상 한국에 남을지 미지수 당초 10년 이상 사업을 유지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를 ‘5년+5년’으로 쪼갠 부분도 논란거리다. GM은 현재 77%인 한국GM 지분을 2023년까지 유지한다. 이후 2028년까지 지분 35% 이상을 유지하면 언제든 나머지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 GM이 지분 매각 움직임을 보이면 한국 철수설이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정부는 GM의 아태지역 본부를 유치하고 충돌시험장을 새로 세우는 등의 조치가 이어지는 만큼 10년 이상 한국에서 사업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한국GM 경영 정상화가 정부가 당초 밝힌 3대 구조조정 원칙에 맞게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정상화 방안으로 한국GM의 경영을 정상화시킬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미국 본사가 한국GM에 신차 2종을 배정했지만 판매 부진을 극복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권은 11일부터 ‘한국GM 협력업체 금융지원 특별상담반’을 한시적으로 가동하고 한국GM 협력사에 대해 특례보증과 대출, 상담 등 지원을 해준다. 한국GM의 1차 협력업체 약 300곳의 매출이 1분기(1∼3월) 전년 대비 16.6% 감소하는 등 경영 상황이 악화된 데 따른 것이다.이건혁 gun@donga.com·강유현·변종국 기자}

아르헨티나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외국인 자본이 대규모로 빠져나가면서 자국 통화가치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돈줄을 죄는 속도가 빨라지면 신흥국의 외환 사정이 악화될 수 있다는 ‘6월 위기설’도 증폭되고 있다. 한국은 정부 부채가 적고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큰 만큼 아르헨티나 사태로 충격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 다만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가 점차 높아지는 만큼 한국은행이 7월에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외국인 떠나는 아르헨티나 8일(현지 시간)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IMF 구제금융을 받기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아르헨티나가 IMF에 요청한 구제금융 규모가 300억 달러 수준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르헨티나가 IMF 구제금융을 요청한 건 외국인 투자 자금 이탈로 화폐 가치를 방어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의 외환보유액은 2017년 말 기준 약 450억 달러로 한국(3892억 달러)의 약 11.5% 수준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아르헨티나는 외국인 자금이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면서 올해에만 보유 외환의 10% 이상을 소진했다. 이에 중앙은행 기준금리를 열흘 새 연 27.25%에서 40%로 끌어올렸지만 페소화 가치 폭락을 막지 못했다.○ 터키 브라질로 전염 우려 아르헨티나처럼 외국인 자금 의존도가 높은 터키에도 위험 신호가 울리고 있다. 터키 리라화는 최근 1개월 동안 달러 대비 가치가 5% 이상 추락하며 사상 최저치에 이르렀다. 10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브라질은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에 올 들어 헤알화 가치가 달러 대비 6% 이상 하락했다. 러시아 루블화 가치도 미국의 경제제재 여파로 하락하는 추세다. 아시아권에서는 유가 상승으로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가 예상되는 인도도 위험군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르헨티나 위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위기가 발생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미정 국제금융센터 연구위원은 “아르헨티나 경제의 취약성 때문에 위기가 나타났을 뿐 다른 신흥국으로 전염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위기설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유가 상승이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면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회귀하는 ‘머니 무브’(자금 이동)가 본격화하면 신흥국으로 위기가 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발 충격이 확산되면 국제금융시장에서 신흥국에 속하는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신흥국 투자에 불안을 느낀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 증시에 투자한 외국인은 지난달 말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로 며칠 순매수했지만 최근엔 다시 ‘팔자’로 돌아섰다. 유가증권시장에서 5월 외국인 순매도 금액은 약 7700억 원에 이른다.○ ‘셀 코리아’ 막으려 금리 인상 가능성 아직까지는 한국이 받을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신환종 NH투자증권 FICC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은 외화보유액이 탄탄하기 때문에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간다고 해도 일부일 것”이라며 “북-미 회담 상황이 좋아지면 오히려 자금이 더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0.24% 하락하며 아르헨티나 사태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원-달러 환율도 4.4원 오른 달러당 1080.9원에 거래돼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국제금융센터는 4월 16일 이후 글로벌 투자자들이 신흥국 시장에서 55억 달러를 회수했으며 이는 2013년 긴축 발작 때보다 더 빠른 속도라고 지적했다. 신흥국에서의 자금 유출이 언제든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한은이 외국인 자본 이탈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이주열 한은 총재의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등이 맞아떨어질 때는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줄여야 하는 게 맞다”는 발언이 금리 인상의 사전 신호로 해석되기도 했다. 이에 한은은 “일반적 수준의 발언”이라며 이 같은 해석을 경계하고 나섰지만 금융권에서는 7월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이란 전망에 점차 무게를 싣고 있다.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연 1.5%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1.5∼1.75%보다 낮다. 연준은 6월에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최대 0.5%포인트로 벌어진다.이건혁 gun@donga.com·김성모 기자}
아르헨티나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했다. 외국인 자본이 대규모로 빠져나가면서 자국 통화가치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돈줄을 죄는 속도가 빨라지면 신흥국의 외환사정이 악화될 수 있다는 ‘6월 위기설’도 증폭되고 있다. 한국은 정부 부채가 적고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큰 만큼 아르헨티나 사태로 충격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 다만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가 점차 높아지는 만큼 한국은행이 7월에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외국인 떠나는 아르헨티나 8일(현지 시간)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IMF 구제금융을 받기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아르헨티나가 IMF에 요청한 구제금융 규모가 300억 달러 수준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르헨티나가 IMF 구제금융을 요청한 건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로 화폐 가치를 방어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의 외환보유고는 2017년 말 기준 약 450억 달러로 한국(3892억 달러)의 약 11.5% 수준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아르헨티나는 외국인 자금이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면서 올해에만 보유외환의 10% 이상을 소진했다. 이에 중앙은행 기준금리를 열흘 사이에 연 27.25%에서 40%로 끌어올렸지만 페소화 가치 폭락을 막지 못했다.● 터키 브라질로 전염 우려 아르헨티나처럼 외국인 자금 의존도가 높은 터키에도 위험 신호가 울리고 있다. 터키 리라화는 최근 1개월 동안 달러 대비 가치가 5% 이상 추락하며 사상 최저치에 이르렀다. 10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브라질은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에 올 들어 헤알화 가치가 달러 대비 6% 이상 하락했다. 러시아 루블화 가치도 미국의 경제제재 여파로 하락하는 추세다. 아시아권에서는 유가 상승으로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가 예상되는 인도도 위험군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르헨티나 위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위기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미정 국제금융센터 연구위원은 “아르헨티나 경제의 취약성 때문에 위기가 나타났을 뿐 다른 신흥국으로 전염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위기설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유가 상승이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면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회귀하는 ‘머니 무브(자금 이동)’이 본격화되면 신흥국으로 위기가 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발 충격이 확산되면 국제금융시장에서 신흥국에 속하는 한국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신흥국 투자에 불안을 느낀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 증시에 투자한 외국인은 지난달 말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로 며칠 순매수했지만 최근엔 다시 ‘팔자’로 돌아섰다. 유가증권시장에서 5월 외국인 순매도 금액은 약 7700억 원에 이른다.● ‘셀 코리아’ 막으려 금리인상 가능성 아직까지는 한국이 받을 충격은 거의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신환종 NH투자증권 FICC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은 외화보유액이 탄탄하기 때문에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간다고 해도 일부일 것”이라며 “북미 회담 상황이 좋아지면 오히려 자금이 더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0.24% 하락하며 아르헨티나 사태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원-달러 환율도 4.4원 오른 달러당 1080.9원에 거래돼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국제금융센터는 4월 16일 이후 글로벌 투자자들이 신흥국 시장에서 55억 달러를 회수했으며 이는 2013년 긴축 발작 때보다 더 빠른 속도라고 지적했다. 신흥국에서의 자금 유출이 언제든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한국은행이 외국인 자본 이탈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이주열 한은 총재의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등이 맞아떨어질 때는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줄여야 하는 게 맞다”는 발언이 금리 인상의 사전 신호로 해석되기도 했다. 이에 한은은 “일반적 수준의 발언”이라며 이같은 해석을 경계하고 나섰지만 금융권에서는 7월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이란 전망에 점차 무게를 싣고 있다.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연 1.5%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1.5~1.75%보다 낮다. 연준은 6월에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최대 0.5%포인트로 벌어진다. 이건혁기자 gun@donga.com김성모기자 mo@donga.com}

국제 유가가 중동 지역의 위기 고조로 3년 6개월 만에 배럴당 70달러 선을 넘어섰다. 유가 상승의 여파로 세계 6위 원유 수입국인 한국은 석유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반적으로 유가와 반대로 움직이는 달러화 가치까지 오르면서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시장에서 미국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이 물가 상승과 자본 유출의 이중고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동발 위기에 유가 급등 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70.73달러로 마감했다. WTI가 배럴당 70달러 선을 넘은 건 2014년 11월 이후 약 3년 6개월 만이다.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도 배럴당 75.6달러로 거래돼 3년 6개월 만에 75달러를 넘어섰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가 국제 유가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해 군사적 보복에 나섰다. 이어 이란의 핵무기 개발 중단을 대가로 맺은 이란 핵협정(JCPOA)에서 탈퇴해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다시 시작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 시간) 이와 관련된 결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동 문제와는 별개로 원유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현상이 가격 상승세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중동 위기로 원유에 대한 수급 불균형이 부각됐으며 수요 증가에 따른 유가 오름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제 유가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의 감산 합의도 올해 말까지 연장된 상태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배럴당 80달러 선을 목표로 삼고 있다.○ 고물가에 자본유출 우려 커진 한국 원유를 100%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입장에서 지나친 유가 상승은 경기 회복 흐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으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 국내 물가 상승률을 자극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유가가 10% 오르면 통상 물가 상승률이 0.1%포인트 오른다”며 내수와 투자 둔화 등 부정적인 영향도 있다고 분석했다. 약세를 보여온 미국 달러화가 최근 강세로 돌아선 것도 변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상 유가와 달러 가치는 반대로 움직인다. 하지만 7일(현지 시간)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연중 최고 수준인 92.97까지 올라갔다. 유가 상승이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면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 때문이다. 신흥국에서 미국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추세도 달러 강세의 원인이다. 그동안 한국 경제는 유가가 올라도 원화 강세 덕분에 수입물가가 하락하면서 충격을 상쇄해 왔다. 하지만 달러 강세가 본격화되면 원화가 상대적 약세를 보이면서 유가 상승의 여파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상원 국제금융센터 연구위원은 “글로벌 투자자들은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유가 상승에 취약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 이탈로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정부가 강원랜드 채용비리로 인해 탈락한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다음 달까지 225명의 채용을 완료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3년 강원랜드의 하이원 교육생 선발 당시 채용비리로 탈락한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채용 절차를 시작한다고 7일 밝혔다. 강원랜드는 8일 채용공고를 하고 다음 달 말까지 피해자 채용을 마칠 계획이다. 2013년에 채용에 응시한 5268명 중 부정행위를 하거나 중복으로 지원한 응시자, 인·적성시험 미달자 등을 제외한 3198명에게 응시 기회가 제공된다. 당초 산업부는 채용비리 때문에 서류와 1차 면접에서 탈락했지만 채용비리가 최종 탈락의 결정적 원인이었는지가 명확하지 않은 피해자 796명에게만 별도의 응시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최대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응시 기회 제공 대상을 확대한다고 설명했다. 채용 예정 인원은 부정합격으로 퇴출당한 인원과 같은 225명이다. 워터월드 수질 및 환경 분야 경력직 1명의 경우 채용 기준을 충족하는 응시자가 없어 구제하지 않기로 했다. 산업부는 “채용 규모는 현재 진행 중인 채용비리 조사결과에 따라 늘어날 수도 있다. 이 경우 예비합격자를 우선 충원하겠다”고 밝혔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전체 숲의 30% 이상이 없어질 정도로 황폐해진 북한의 숲을 살리기 위해 남한 정부가 매년 종자와 묘목을 북한에 보내는 방안을 추진한다. 아울러 남북한이 한반도의 기상과 기후변화, 지진 가능성을 공동 연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유엔의 대북제재가 가동 중인 상황에서 일반적인 남북 경제협력이 힘든 만큼 제재의 영향을 받지 않는 인도적 차원의 협력 사업부터 추진하려는 것이다. 청와대는 ‘범정부 판문점 선언 이행 추진위원회’에 산림협력연구 태스크포스(TF)를 두고 관련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3일 산림청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현권 의원실(더불어민주당)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산림청은 내년 완공을 목표로 강원 고성군에 3ha 규모의 대북 지원용 양묘장을 조성하고 있다. 북한과 기후조건이 유사한 고성 지역에서 키운 묘목을 북한에 보내려는 취지다. 이곳이 완공되면 기존 철원 통일양묘장, 민간에서 조성한 화천 미래숲 양묘센터와 함께 남한은 대북용 양묘장 3곳을 운영하게 된다. 이와 별도로 산림청은 내년 중으로 대북 지원용 종자저장시설 설계에 착수할 계획이다. 산림청은 2011년부터 매년 대북 지원용 종자를 5t씩 모아 왔다. 올해까지 총 35t의 종자를 저장해 북한의 훼손된 산림 2만1000ha(약 6352만 평)를 복구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현재 국제사회는 북한의 산림이 심각하게 황폐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의 위기관리 전문기업인 메이플크로프트는 2015년 산림 황폐화가 극심한 9개 나라 가운데 북한의 훼손 정도가 3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1990년대 국제적으로 고립되고 수년간 자연재해에 시달리자 식량 생산을 위해 숲에 불을 질러 농사를 짓는 등 무분별하게 산지를 개간했기 때문이다. 외화벌이 수단으로 마구 벌목한 것도 산림 황폐화의 주된 원인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2008년 기준 북한의 전체 산림면적 899만 ha 중 32%에 이르는 284만 ha가 황폐화됐다. 북한은 2015년 금강산에 병해충이 발생해 큰 피해를 본 만큼 방제 사업에도 관심이 많다. 정부는 당시 800ha에 이르는 금강산 지역에 대해 1차로 방제 작업을 했지만 이듬해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당초 예정한 2차 사업은 끝내지 못했다. 내년에는 남북 산림협력 국제회의를 개최하는 한편 북한 산림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데이터베이스에는 숲을 만드는 조림 사업뿐만 아니라 농사도 함께 지을 수 있는 ‘혼농임업’에 적합한 지역 리스트도 담길 예정이다. 남북 간 긴장이 완화되면서 산림청은 지난달 30일 ‘북한 산림정책 모니터링 및 남북 산림협력 추진방안 연구’라는 제목의 연구용역 공고를 냈다. 북한 산림 상황을 점검하고 협력계획을 수립하겠다는 것이다. 공고에서 산림청은 대북제재 때문에 남북 경협에 한계가 있는 점을 전제로 “산림 부문은 북한의 식량과 에너지, 안전 등 당면한 민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은 산림 복원과 먹거리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임농 복합 경영에 관심이 많은 만큼 식량, 에너지와 연계해 산림 복구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산림 부족으로 기후변화에 취약한 북한의 사정을 감안해 남북이 공동으로 기상, 기후, 지진 분야에서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달 30일 ‘남북 기상협력 중장기 전략 및 방안연구’ 용역 공고를 내고 연구자 선정에 착수했다. 청와대에서 3일 처음으로 열린 판문점 선언 이행 추진위원회에서도 산림협력이 주된 의제로 논의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북쪽이 가장 필요로 하고, 우리도 경험이 많은 분야라 우선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 / 이건혁·한상준 기자}

임지원 JP모건체이스은행 서울지점 수석본부장(54·사진)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으로 추천됐다. 2일 은행연합회는 12일 임기가 만료되는 함준호 금통위원의 후임으로 임 본부장을 지명했다고 밝혔다. 함 위원은 2014년 은행연합회 추천으로 임명됐다. 임 본부장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1999년부터 현재까지 JP모건에서 한국 거시경제 분석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현 정부 경제정책의 골격을 짰던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이끄는 국민경제자문회의 거시경제분과위원을 맡았다. 은행연합회는 “은행업계와 금융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해 풍부한 경험과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고 추천 사유를 밝혔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