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상

박훈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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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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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치 부인, 방아깨비 남편 “귀뚜라미 씨 찾아요”…무슨 사연?

    여치가 디자인하고, 방아깨비가 그렸다. 최근 출간된 미국 소설가 존 윌리엄스의 장편소설 ‘스토너’(알에이치코리아)의 첫 장을 넘기면 ‘디자인 여치, 일러스트 방아깨비’라고 적혀 있다. 들판을 누비던 여치와 방아깨비가 책을 만들었단 소리일까. 소소한 웃음을 준다. 소설 리뷰 사이트 ‘소설리스트(Sosullist)’는 이 책을 ‘표지 갑’으로 뽑으며 “본문 디자인은 귀뚜라미 씨가 하면 좋겠습니다”라고 쓰기도 했다. 여치의 정체는 10년차 북디자이너 김여진 씨(34). 그는 베스트셀러 ‘인문학은 밥이다’, ‘메이커스’ 표지 등을 ‘여치’라는 이름으로 디자인했다. 주변에서 여진이라는 이름을 빨리 부르다 보니 ‘여치’가 된 게 예명의 시작이다. ‘방아깨비’는 북 디자인 작업을 처음으로 해본다는 김 씨의 남편이다. 김 씨는 “여치와 방아깨비가 나란히 적혀 있으니 정체를 많이들 궁금해 한다”며 “남편은 여러 곤충 이름을 놓고 고민하다가 부르기 쉽고 듣기 좋은 방아깨비를 골랐다”고 했다. 소설 ‘스토너’에도 사연이 숨어 있다. 문학을 사랑한 주인공 윌리엄 스토너의 일생을 그린 이 소설은 1965년 미국에서 발표됐지만 조명 받지 못하고 절판됐다. 근 50년 만인 2013년에야 눈 밝은 출판사 편집자와 작가의 눈에 들어 프랑스에서 새롭게 출판됐다. 이 책은 ‘지난 세기에 잊힌 위대한 소설 중 하나’로 불리며 유럽 각지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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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이 책, 이 저자]겨울 해수욕장 작은 파출소… 그곳에서 ‘마술같은 희망’을 엿봅니다

    2004년 겨울, 서울 신촌로터리 홍익문고 앞 건널목에 당시 대학생이던 김경주 시인(39·사진)이 있었다. 파란불이 켜지자 하반신에 검은색 고무 튜브를 단 사내가 바닥을 기며 건너는 모습이 시인의 눈에 들어왔다. 사내가 절반쯤 건넜을 때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었다. 사람들은 사내의 손을 밟고 서둘러 건넜다. 홀로 남은 사내는 움직이는 차를 피해 중앙선 위에 몸을 엎드렸다. 순간 하늘에서 눈이 내렸고 사내는 멍하니 그 눈을 보았다. 고무 튜브 아래로 검은 물이 흘렀다. 겁을 먹은 탓일까. 소변이었다. 김 시인은 11년 전 목격한 사내의 이야기를 시극(詩劇) ‘내가 가장 아름다울 때 내 곁엔 사랑하는 이가 없었다’로 풀어냈다. 제목은 왕자웨이 감독의 영화 ‘동사서독’ 중 배우 장만위의 마지막 대사에서 따왔다. 왕 감독의 이별, 어긋남의 정서가 시인의 시극에도 담겼다. 시극을 출간한 김 시인을 28일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지하 멀티프로젝트홀 무대에서 만났다. 그는 래퍼 엠씨 메타, 김봉현과 함께 결성한 ‘포에틱 저스티스’의 포에트리 슬램(Poetry Slam·낭독용 시를 래핑으로 낭독) 공연 준비로 분주했다. “도대체 누가 사내를 인도로 데려다 줄까 궁금했어요. 사회의 어두운 면에만 주목했다면 앵벌이 조직이 떠올랐겠지만 전 ‘아내’를 떠올렸습니다. 사내에게 아내가 있어 그 아내가 업어주었다면…. 그런데 그런 아내를 업어주지 못하는 사내 마음은 어떨까. ‘업힌다’는 행위가 갖고 있는 곰살맞고 살가운 느낌을 풀어내고 싶었습니다.” 시극의 공간은 겨울이 돼 문을 닫은 해수욕장의 작은 파출소다. 검은 지느러미 같은 고무튜브를 단 ‘김 씨’가 죽기 위해 눈이 쏟아지는 바다로 기어가고 있다. 김 씨를 목격한 파출소 직원이 김 씨를 업고 파출소로 온다. 경찰은 김 씨를 살리려 애쓰고 김 씨는 죽으려 애쓴다. 시적인 대화가 오가며 서로의 상처가 보듬어진다. 경찰에겐 자폐아인 아들을 잃은 슬픔, 김 씨에겐 아내에게 버림받은 아픔이 있었다.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파출소 직원) “어둠 속에서 손을 꼭 잡고 이렇게 조금만 있자… 하는 거요.”(김 씨) 극은 환상적인 결말로 맺어진다. 파출소 직원의 숨진 아들과 김 씨의 가출한 아내가 파출소에 찾아온다. 이런 ‘마술적 사실주의’의 형식을 택한 데 대해 김 시인은 “리얼리티로 풀어내면 소외된 자에 대한 동정으로 읽히기 쉬울 것 같았다”고 밝혔다. 낮은 자에 대한 측은한 마음이 아닌, 같은 눈높이에서 서로의 마음을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이 시극은 오세혁 씨가 연출을 맡아 5월 무대에 오른다. 공연 제목은 그가 초고 제목으로 정했던, 대사 속에 여러 번 등장하는 ‘그런 말 말어’다. 시인은 “상대를 무장해제시키는 말이다. ‘알고 있는 게 다가 아니야, 희망이 남아 있어’를 일러주는 말”이라고 설명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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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문학은 위기때 더 꽃피워…만년의 첫문은 연애소설로 열것”

    “우리 시대 한국문학에 바치는 헌사입니다. 우리 문학을 많이 사랑해주세요.” 29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열린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전 10권·문학동네) 출간 간담회에서 문단의 원로인 황석영 작가(72·사진)는 우리 문학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호소했다. 그는 2011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3년간 1925년 작 염상섭의 ‘전화’부터 2011년 작 김애란의 ‘서른’까지 101편을 골라 그만의 해설을 썼다. 한국문학과 독자를 이어주는 ‘현대식 교량’이 되겠다는 길잡이의 마음으로 썼다. 책에는 황 작가의 리뷰와 단편소설 전문, 신수정 문학평론가의 시대별 해설이 함께 수록됐다. 신 평론가는 “황 작가의 작품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본능적 애정이 겹쳐 읽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황 작가는 기존의 근대문학 선집과 차별화를 강조하며 근대문학의 출발점을 이광수나 김동인이 아닌 염상섭으로 삼았다. 그는 “지금까지 단편선은 계몽주의 작품에서 출발해 적당한 데 멈추고 젊은 작가 몇몇 끼워 넣는 식”이었다며 “염상섭의 작품들에서 애매한 계몽주의에서 벗어난 근대 자아가 보여 그를 출발점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책에는 1962년 등단해 문단 선후배들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고 1989년 정부 허가 없이 북한을 방문해 큰 파문을 일으켰던 그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라이벌로 부를 정도로 좋아했지만 사는 공간이 달랐던 이문구 작가와의 애틋한 사연, 북한 체류 당시 취재한 월북작가들의 이후 행적 등에 눈길이 간다. 그는 첫 부인인 홍희담의 ‘깃발’도 소개한다. 그는 홍희담을 ‘그이’라고 부르며 “환갑이 넘어서도 여전한 소녀 같은 열정과 살아남은 자의 부채의식이 어느 5월 그를 벌떡 일어나게 했다”고 썼다. 황 작가는 10권 중 3권을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김연수 박민규 황정은 등 젊은 작가에게 할애했다. 그는 “1989년 이후 잃어버린 10년을 보내고 뒤늦게 후배들을 재발견했다”며 “그들의 만개한 서사를 읽으며 젊은 피를 수혈했다”고 극찬했다. 한국문학의 위기에 대해선 “우리 문학은 늘 위기였고 이를 뚫고 극복하면서 꽃을 피웠다. 자국 문학을 읽는 건 자기 삶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시대의 초상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차기작 계획도 밝혔다. “화장실에 똥 누러 다녀왔더니 어느새 칠십이 넘었습니다. 올봄에 회한이 담긴 연애를 다룬 경장편 소설을 하나 발표할 예정입니다. 장편 두어 편 쓰면 인생이 끝날 텐데…. 죽음이 다가오기 시작했으니 만년문학의 첫 문을 힘차게 열 것입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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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 황석영이 직접 쓴 우리 문학 리뷰, “차기작 계획은…”

    “우리 시대 한국 문학에 바치는 헌사입니다. 우리 문학을 많이 사랑해주세요.” 29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열린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전 10권·문학동네) 출간 간담회에서 문단의 원로인 황석영 작가(72)는 우리 문학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호소했다. 그는 2011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3년간 1925년 작 염상섭의 ‘전화’부터 2011년작 김애란의 ‘서른’까지 101편을 골라 그만의 해설을 썼다. 한국 문학과 독자를 이어주는 ‘현대식 교량’이 되겠다는 길잡이의 마음으로 썼다. 책에는 황 작가의 리뷰와 단편소설 전문, 신수정 문학평론가의 시대별 해설이 함께 수록됐다. 신 평론가는 “황 작가의 작품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본능적 애정이 겹쳐 읽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황 작가는 기존의 근대문학 선집과 차별화를 강조하며 근대문학의 출발점을 이광수나 김동인이 아닌 염상섭으로 삼았다. 그는 “지금까지 단편선은 계몽주의 작품에서 출발해 적당한데 멈추고 젊은 작가 몇몇 끼워 넣는 식”이었다며 “염상섭의 작품들에서 애매모호한 계몽주의에서 벗어난 근대 자아가 보여 그를 출발점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책에는 1962년 등단해 문단 선후배들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고 1989년 정부 허가 없이 북한을 방문해 큰 파문을 일으켰던 그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라이벌로 부를 정도로 좋아했지만 사는 공간이 달랐던 이문구 작가와의 애틋한 사연, 북한 체류 당시 취재한 월북 작가들의 이후 행적 등에 눈길이 간다. 그는 첫 부인인 홍희담의 ‘깃발’도 소개한다. 그는 홍희담을 ‘그이’라고 부르며 “환갑이 넘어서도 여전한 소녀 같은 열정과 살아남은 자의 부채의식이 어느 5월 그를 벌떡 일어나게 했다”고 썼다. 황 작가는 10권 중 3권을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김연수 박민규 황정은 등 젊은 작가에게 할애했다. 그는 “1989년 이후 잃어버린 10년을 보내고 뒤늦게 후배들을 재발견했다”며 “그들의 만개한 서사를 읽으며 젊은 피를 수혈했다”고 극찬했다. 한국문학의 위기에 대해선 “우리 문학은 늘 위기였고 이를 뚫고 극복하면서 꽃을 피웠다. 자국 문학을 읽는 건 자기 삶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시대의 초상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차기작 계획도 밝혔다. “화장실에 똥 누러 다녀왔더니 어느새 칠십이 넘었습니다. 올 봄에 회한이 담긴 연애를 다룬 경장편 소설을 하나 발표할 예정입니다. 장편 두어 편 쓰면 인생이 끝날텐데…. 죽음이 다가오기 시작했으니 만년문학의 첫 문을 힘차게 열 것입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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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好통]불멸의 문인? 2세에 달렸다

    소설가 박완서(1931∼2011)의 딸들이 나섰다. 최근 작고 4주기를 맞아 박완서 선생이 1977년부터 1990년까지 출간한 산문집 개정판 7권이 한꺼번에 출간됐다. 교정 작업에는 맏딸 호원숙 씨를 비롯해 원순 원경 원균 씨까지 네 자매가 참여했다. 지금까지는 가족 대표 격인 수필가 원숙 씨가 어머니의 소설 전집 출간 작업을 주도했지만 이번엔 분량이 방대해 함께 교정을 봤다. 네 자매의 전공은 각각 국어교육, 수학, 의학, 미술로 다양하다. 원숙 씨는 “자매가 함께 어머니의 문학을 지키고 있다”며 “각자 어머니에게 받은 사랑과 지혜가 있는데 이를 함께 나눌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얼마 전 ‘2015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대산문화재단·한국작가회의 주최)를 준비하기 위한 회의가 열렸다. 누구를 기념할지를 선정하기 위한 자리였다. 여기에서는 2세들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다. 후대에서 챙겨주지 않아 업적이 통째로 사라진 몇몇 문인에 대한 아쉬움도 나왔다. 대중적 지명도가 떨어지거나 타계한 지 오래된 문인들은 2세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말 만난 장만영 시인(1914∼1975)의 아들 석훈 씨(77)는 인상 깊었다. 그는 팔순을 앞둔 나이에도 시 ‘달, 포도, 잎사귀’로 유명한 아버지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자비로 아버지 전집 4권을 출간했다. 그는 신문사 교열기자로 일한 경험을 살려 홀로 아버지의 자료를 정리하고 교정, 편집까지 마쳐 책을 만들었다. 방대한 전집을 읽어보니 “죽을 똥을 쌀 뻔했다”는 그의 말은 엄살이 아니었다. 아동문학가 강소천(1915∼1963)의 아들 현구 씨(56)도 자영업으로 바쁜 와중에 아버지 홈페이지를 만들고 평전과 논문집 발간 등에 힘써왔다. ‘꼬마눈사람’ ‘금강산’ 같은 우리 귀에 익숙한 동요, 동시를 만든 아버지의 업적을 더 오래 기리기 위한 노력이다. 한국 문학사에서 점점 잊혀지는 문인이 늘고 있다. 문단에서는 부모를 기억하고 지키려는 2세들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이는 부모에 대한 사랑을 넘어 문학 유산을 지키려는 노력이 되기 때문이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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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모에게 받은 사랑을 문학 사랑으로…유산 지켜나가는 문인 2세들

    소설가 박완서(1931~2011)의 딸들이 나섰다. 최근 작고 4주기를 맞아 박완서가 1977년부터 1990년까지 출간한 산문집 개정판 7권이 한꺼번에 출간됐다. 교정 작업에는 맏딸 호원숙 씨를 비롯해 원순 원경 원균까지 네 자매가 참여했다. 지금까지는 가족 대표 격인 수필가 원숙 씨가 어머니의 소설 전집 출간 작업을 주도했지만 이번엔 분량이 방대해 함께 교정을 봤다. 네 자매의 전공은 각각 국어교육, 수학, 의학, 미술로 다양하다. 원숙 씨는 “자매가 함께 어머니의 문학을 지키고 있다”며 “각자 어머니에게 받은 사랑과 지혜가 있는데 이를 함께 나눌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얼마 전 ‘2015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대산문화재단·한국작가회의 주최)를 준비하기 위한 회의가 열렸다. 누구를 기념할지를 선정하기 위한 자리였다. 여기에서는 2세들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다. 후대에서 챙겨주지 않아 업적이 통째로 사라진 몇몇 문인에 대한 아쉬움도 나왔다. 대중적 지명도가 떨어지거나 타계한지 오래된 문인들은 2세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말 만난 장만영(1914~1975) 시인의 아들 석훈 씨(77)는 인상 깊었다. 그는 팔순을 앞둔 나이에도 시 ‘달, 포도, 잎사귀’로 유명한 아버지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자비로 아버지 전집 4권을 출간했다. 그는 신문사 교열기자로 일한 경험을 살려 홀로 아버지의 자료를 정리하고 교정, 편집까지 마쳐 책을 만들었다. 방대한 전집을 읽어보니 “죽을 똥을 쌀 뻔 했다”는 그의 말은 엄살이 아니었다. 아동문학가 강소천(1915~1963)의 아들 현구 씨(56)도 자영업으로 바쁜 와중에도 아버지 홈페이지를 만들고 평전과 논문집 발간 등에 힘써왔다. ‘꼬마눈사람’ ‘금강산’ 같은 우리 귀에 익숙한 동요, 동시를 만든 아버지의 업적을 더 오래 기리기 위한 노력이다. 한국 문학사에서 점점 잊혀지는 문인들이 늘고 있다. 문단에서는 부모를 기억하고 지키려는 2세들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이는 부모에 대한 사랑을 넘어 문학 유산을 지키려는 노력이 되기 때문이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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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릴적 꿈꾸던 테무친 이야기… 내 인생 마지막 장편 될 것”

    《 1980, 90년대 출판 만화 시절 액션 만화 ‘나간다! 용호취’ ‘스카이 레슬러’ 등으로 사나이 만화 팬들의 심장을 뜨겁게 달궜던 만화가 장태산 씨(62)가 올 초 네이버 웹툰 ‘몽홀’로 돌아왔다. 아들, 손자뻘 후배 웹툰 작가들은 까마득한 선배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며 딱 하나 당부를 했다. “댓글 읽지 마세요.” 괜한 악성 댓글에 상처를 받을까 미리 걱정한 것. 장 씨는 후배들의 만류에도 ‘옛날로 치면 독자의 편지’라며 8000개에 달하는 댓글을 하나하나 읽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보던 작가의 만화를 웹툰으로 보니 감동”이라는 글에 뭉클하기도 했고 “늙은 ××”라는 욕설에 잠깐 울컥하기도 했다. 그래도 껄껄 웃었다. “나이 운운하는 글을 보며 딱 드는 생각이 이거였어요. 늙었다고 할 일 안 하느냐!” 》23일 경기 부천시 원미구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내 만화비즈니스센터에서 그를 만났다. 짧은 백발과 부리부리한 눈, 굵고 우렁찬 목소리…. 원로 액션 배우처럼 남성적인 카리스마가 철철 넘쳤다. 과거 젊은작가모임 회장을 맡아 정부의 만화 탄압에 맞서 싸운 그였다. ―웹툰 프롤로그에 후배 작가들 이름을 일일이 열거하며 고마워했다. “후배들 없었으면 웹툰 시작도 못 했다. 같은 건물의 후배들에게 새벽 2, 3시에도 컴퓨터 작업에 대해 도움을 요청하면 한달음에 달려와 도와준다. 작업할 때 앉는 허리가 편한 의자도 후배 10여 명이 돈을 모아 사 줬다. 이건 그냥 의자가 아니라 후배들의 정이다, 정.” ―만화 속 주인공 근육이 살아서 움직이는 듯 굵고 강한, 그러면서도 섬세한 데생이 매력적이다. 웹툰 환경이 낯설지 않나. “돋보기를 끼고 컴퓨터로 작업하는데, 유리판이 종이와 달라 손이 계속 미끄러지고 단축키 다루기도 어려웠다. 하루 10시간씩 더듬더듬 꾸준히 그리니까 나중에 원하는 대로 선이 그려졌다. 적응하는 데 1년 넘게 걸렸다. 단, 디지털로 그려도 컴퓨터 효과는 빌리지 않고 손으로 일일이 그리고 채색한다. 붓의 질감을 최대한 살려야 감정 표현이 살더라.” ―새로운 도전에 출판 만화 시절 선후배 반응은 어땠나. “40년 친구 이현세가 프롤로그를 보더니 ‘할 말 많지, 잘 봤다’고 하더라. 주변에서 다들 ‘미련퉁이 너답다’고 한다. 40, 50대 후배들에게 말하고 싶다. 옛날이 좋았다고 가만히 있으면 뒷방 늙은이밖에 더 되겠나. 나도 그림 그리다가 죽겠다고 했는데 발표할 장이 사라지고, 변한 세태 속에 굴욕감을 느낄 때도 있었다. 그래도 숙명이니까 그려야 하지 않겠나.” 장 작가는 10세 때 일본 애니메이션 ‘요술소년’을 보고 만화가의 꿈을 키웠다. 구두닦이, 신문 배달로 집안 살림을 보태다 1968년 기성 작가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1982년 ‘불꽃’으로 뒤늦게 데뷔했다. 그는 어릴 적 존 웨인 주연의 영화 ‘칭기즈칸’을 보고 테무친을 꼭 그리겠다고 꿈을 키웠다. 그는 환갑이 지나서야 만난 꿈에 대한 애착이 컸다. “‘몽홀’은 칭기즈칸 전 시대 유목민 이야기다. 칭기즈칸 일대기를 먼저 그렸던 허영만 형은 그리기 힘든 소재인데 왜 그리려고 하느냐며 만류했다. 난 어려서부터 꿈꿨던 거라 마냥 재밌다. 6, 7년 그릴 텐데 남들이 필요 없다고 해도 혼자서라도 그릴 거다. 내 인생 마지막 장편이라 생각하니 더 애착이 간다.” 생애 마지막이라곤 했지만 그는 활기가 넘쳤다. 벽에는 마라톤 하프코스를 완주한 사진이 걸려 있고 지금도 매일 헬스장에 나가 무거운 역기와 씨름한다. 거구인 기자도 팔씨름하는 자세로 그의 손을 꽉 잡았는데 도저히 넘길 자신이 없었다. 벤치프레스를 100kg 이상 든다는 그는 남자들의 영원한 우상이다.부천=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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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툰도전’ 원로만화가 장태산 “환갑? 늙었다고 할 일 안하냐!”

    《 1980, 90년대 출판 만화 시절 액션 만화 ‘나간다! 용호취’ ‘스카이 레슬러’ 등으로 사나이 만화 팬들의 심장을 뜨겁게 달궜던 만화가 장태산 씨(62)가 올 초 네이버 웹툰 ‘몽홀’로 돌아왔다. 아들, 손자뻘 후배 웹툰 작가들은 까마득한 선배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며 딱 하나 당부를 했다. “댓글 읽지 마세요.” 괜한 악성 댓글에 상처를 받을까 미리 걱정한 것. 장 씨는 후배들의 만류에도 ‘옛날로 치면 독자의 편지’라며 8000개에 달하는 댓글을 하나하나 읽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보던 작가의 만화를 웹툰으로 보니 감동”이라는 글에 뭉클하기도 했고 “늙은 ××”라는 욕설에 잠깐 울컥하기도 했다. 그래도 껄껄 웃었다. “나이 운운하는 글을 보며 딱 드는 생각이 이거였어요. 늙었다고 할 일 안 하느냐!” 》23일 경기 부천시 원미구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내 만화비즈니스센터에서 그를 만났다. 짧은 백발과 부리부리한 눈, 굵고 우렁찬 목소리…. 원로 액션 배우처럼 남성적인 카리스마가 철철 넘쳤다. 과거 젊은작가모임 회장을 맡아 정부의 만화 탄압에 맞서 싸운 그였다. ―웹툰 프롤로그에 후배 작가들 이름을 일일이 열거하며 고마워했다.“후배들 없었으면 웹툰 시작도 못 했다. 같은 건물의 후배들에게 새벽 2, 3시에도 컴퓨터 작업에 대해 도움을 요청하면 한달음에 달려와 도와준다. 작업할 때 앉는 허리가 편한 의자도 후배 10여 명이 돈을 모아 사 줬다. 이건 그냥 의자가 아니라 후배들의 정이다, 정.”―만화 속 주인공 근육이 살아서 움직이는 듯 굵고 강한, 그러면서도 섬세한 데생이 매력적이다. 웹툰 환경이 낯설지 않나.“돋보기를 끼고 컴퓨터로 작업하는데, 유리판이 종이와 달라 손이 계속 미끄러지고 단축키 다루기도 어려웠다. 하루 10시간씩 더듬더듬 꾸준히 그리니까 나중에 원하는 대로 선이 그려졌다. 적응하는 데 1년 넘게 걸렸다. 단, 디지털로 그려도 컴퓨터 효과는 빌리지 않고 손으로 일일이 그리고 채색한다. 붓의 질감을 최대한 살려야 감정 표현이 살더라.”―새로운 도전에 출판 만화 시절 선후배 반응은 어땠나.“40년 친구 이현세가 프롤로그를 보더니 ‘할 말 많지, 잘 봤다’고 하더라. 주변에서 다들 ‘미련퉁이 너답다’고 한다. 40, 50대 후배들에게 말하고 싶다. 옛날이 좋았다고 가만히 있으면 뒷방 늙은이밖에 더 되겠나. 나도 그림 그리다가 죽겠다고 했는데 발표할 장이 사라지고, 변한 세태 속에 굴욕감을 느낄 때도 있었다. 그래도 숙명이니까 그려야 하지 않겠나.”장 작가는 10세 때 일본 애니메이션 ‘요술소년’을 보고 만화가의 꿈을 키웠다. 구두닦이, 신문 배달로 집안 살림을 보태다 1968년 기성 작가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1982년 ‘불꽃’으로 뒤늦게 데뷔했다. 그는 어릴 적 존 웨인 주연의 영화 ‘칭기즈칸’을 보고 테무친을 꼭 그리겠다고 꿈을 키웠다.그는 환갑이 지나서야 만난 꿈에 대한 애착이 컸다. “‘몽홀’은 칭기즈칸 전 시대 유목민 이야기다. 칭기즈칸 일대기를 먼저 그렸던 허영만 형은 그리기 힘든 소재인데 왜 그리려고 하느냐며 만류했다. 난 어려서부터 꿈꿨던 거라 마냥 재밌다. 6, 7년 그릴 텐데 남들이 필요 없다고 해도 혼자서라도 그릴 거다. 내 인생 마지막 장편이라 생각하니 더 애착이 간다.”생애 마지막이라곤 했지만 그는 활기가 넘쳤다. 벽에는 마라톤 하프코스를 완주한 사진이 걸려 있고 지금도 매일 헬스장에 나가 무거운 역기와 씨름한다. 거구인 기자도 팔씨름하는 자세로 그의 손을 꽉 잡았는데 도저히 넘길 자신이 없었다. 벤치프레스를 100kg 이상 든다는 그는 남자들의 영원한 우상이다.부천=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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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제강점기 계급문학운동은 문학예술의 탈식민운동”

    한국 계급문학 운동의 역사적 전개 양상을 분석한 연구서가 출간됐다. 권영민 단국대 석좌교수(서울대 명예교수)가 일제강점기의 계급문학 운동이 민족 사회 운동과 어떠한 조직적 연관성을 지니고 전개됐는가를 탈(脫)식민주의적 관점에서 검토한 ‘한국계급문학운동연구’(서울대 출판문화원·사진)를 최근 출간했다. 권 교수는 책에서 “계급문학 운동은 문학의 성쇠와 그 운명이 사회적 현실과 직결된다고 하는 소박한 ‘경향성의 문학’에서부터 출발했다”며 “이는 민족운동의 사상적 기반의 하나가 됐던 사회주의 이념과 결합하면서 계급투쟁 의식을 강조하는 행동 실천의 문학으로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계급문학 운동가들이 계급투쟁의 효과를 문학을 통해 직간접으로 보여 주면서 독자에게 현실 투쟁에 자신이 참여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작업했다는 것이다. 책은 계급문학 운동의 실천적 주체였던 조선프로예맹에 주목한다. 1925년 8월 조선프로예맹의 준비 모임에 가담한 문인의 신상과 조직 강령, 규약 등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권 교수는 “계급문학 운동은 식민지 상황에 대응한 문학예술의 조직적인 탈식민 운동”이라며 “문학예술의 사회적 가치와 그 기능에 대한 적극적 확대, 실천이 계급문학 운동이 획득한 성과중 하나”라고 평가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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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재일교포 유미리, 한겨울 노숙자 추방 현장을 취재하다

    “가난만 한 죄악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죄악에 대한 벌이 가난이고 벌을 못 이겨 또 죄악을 저지른다, 가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한 그게 죽을 때까지 계속된다―.”(41쪽) 지지리 복도 없는 인생을 산 남자는 일본 도쿄 JR우에노역에서 노숙으로 생을 마감한다. 그는 죽어서도 혼령이 돼 그곳을 떠나지 못한다. 남자의 삶은 1933년 같은 해 태어난 천황의 삶과 대비된다. 1960년 라디오 아나운서가 쾌활한 목소리로 황태자 출산 소식을 전할 때 그는 난산으로 위험에 빠진 아내를 보고도 산파를 부를 돈이 없어 발을 동동 굴렀다. 어렵게 태어난 아들은 빚쟁이에게 쫓기는 아버지를 숨기기 위해 거짓말부터 배워야 했다. 남자는 1964년 열린 도쿄 올림픽 공사현장에서 일하며 가족을 부양한다. 형편이 나아질 만하면 아들이, 아내가 죽는다. 이제 “누군가를 위해 돈을 벌 필요가 없는” 그는, 부푼 꿈을 안고 도쿄로 상경할 때 첫발을 디뎠던 우에노역으로 가서 노숙자로 생활한다. 그리고 “도전하거나, 탐욕을 부리거나, 방황하거나, 그런 것을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인생”을 살아온 천황을 먼발치에서 부러운 듯 바라볼 뿐이다. 재일동포 작가인 유미리 씨는 2006년 한겨울 우에노공원의 노숙자를 몰아내는 정부의 ‘수색작업’을 밀착 취재했다. 일본 현대사의 굴곡을 온몸으로 겪다가 결국 나락으로 떨어지는 노숙자의 인생, 사람들이 먹다 버린 음료수 캔과 음식물 쓰레기로 연명하는 그들의 삶이 르포 기사처럼 상세히 묘사돼 있다. 작가는 노숙자들을 취재한 데 이어 2011년에는 동일본 대지진 현장에 직접 가서 임시재해방송국의 진행을 맡기도 했다. 그런 작가의 경험이 밴 집필 동기가 ‘한 노숙자의 비참한 일생’이라는 이야기의 이해를 돕는다. “쓰나미로 집이 쓸려나가거나, 집이 (방사능 누출의) ‘경계구역’ 안이라 피난생활을 해야만 하는 분들의 고통과, 돈을 벌기 위해 고향을 등지고 떠난 후 돌아갈 집이 사라진 노숙자분들의 고통이 내 속에서 서로 대립했고, 양쪽의 아픔을 잇는 이음매 같은 소설을 쓰고 싶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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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노숙자의 고통스런 삶과 천황, 르포기사처럼 생생히…

    “가난만한 죄악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죄악에 대한 벌이 가난이고 벌을 못 이겨 또 죄악을 저지른다, 가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한 그게 죽을 때까지 계속된다-.”(41쪽) 지지리 복도 없는 인생을 산 남자는 일본 도쿄 JR우에노역에서 노숙으로 생을 마감한다. 그는 죽어서도 혼령이 돼 그곳을 떠나지 못한다. 남자의 삶은 1933년 같은 해 태어난 천황의 삶과 대비된다. 1960년 라디오 아나운서가 쾌활한 목소리로 황태자 출산 소식을 전할 때 그는 난산으로 위험에 빠진 아내를 보고도 산파를 부를 돈이 없어 발을 동동 굴렀다. 어렵게 태어난 아들은 빚쟁이에게 쫓기는 아버지를 숨기기 위해 거짓말부터 배워야 했다. 남자는 1964년 열린 도쿄올림픽 공사현장에서 일하며 가족을 부양한다. 형편이 나아질 만 하면 아들이, 아내가 죽는다. 이제 “누군가를 위해 돈을 벌 필요가 없는” 그는, 부푼 꿈을 안고 도쿄로 상경할 때 첫 발을 디뎠던 우에노역으로 가서 노숙자로 생활한다. 그리고 “도전하거나, 탐욕을 부리거나, 방황하거나, 그런 것을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인생”을 살아온 천황을 먼발치에서 부러운 듯 바라볼 뿐이다. 재일동포 작가인 유미리 씨는 2006년 한겨울 우에노공원의 노숙자를 몰아내는 정부의 ‘수색작업’을 밀착 취재했다. 일본 현대사의 굴곡을 온몸으로 겪다가 결국 나락으로 떨어지는 노숙자의 인생, 사람들이 먹다 버린 음료수 캔과 음식물 쓰레기로 연명하는 그들의 삶이 르포기사처럼 상세히 묘사돼 있다. 작가는 노숙자들을 취재한 데 이어 2011년에는 동일본 대지진 현장에 직접 가서 임시재해방송국의 진행을 맡기도 했다. 그런 작가의 경험이 밴 집필 동기가 ‘한 노숙자의 비참한 일생’이라는 이야기의 이해를 돕는다. “쓰나미로 집이 쓸려나가거나, 집이 (방사능 누출의) ‘경계구역’ 안이라 피난생활을 해야만 하는 분들의 고통과, 돈을 벌기 위해 고향을 등지고 떠난 후 돌아갈 집이 사라진 노숙자 분들의 고통이 내 속에서 서로 대립했고, 양쪽의 아픔을 잇는 이음매 같은 소설을 쓰고 싶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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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숨은 의도’가 범죄 되는 세상은 상상인가 현실인가

    판상(判商), 검상(檢商), 변호상(辯護商)…. 2322년 아비규환의 나라 우라질공화국은 판사, 변호사에 붙는 사(事, 士)는 떼버리고 ‘상’(商)을 붙였다. 양형마저 물건 사듯 돈으로 거래하던 사법기관이 아예 ‘상’을 단 것. 오늘날 한국 사법의 어두운 부분과 묘하게 닮았다. ‘괴물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범죄자만 늘어나자 우라질 대통령은 살인 이하 범죄자를 모두 석방하는 ‘범죄완화특별조치법’을 통과시킨다. 이에 거대 교도소 운영기업 로텍(Lawtech)은 의원들을 매수해 획기적인 법안인 ‘상상금지법’을 통과시킨다. “당신을 상상범(想像犯)으로 체포합니다.” 소설가 권리(필명·36)가 6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 ‘상상범’(은행나무)을 출간했다.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그는 2004년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싸이코가 뜬다’로 등단해 ‘왼손잡이 미스터 리’, ‘눈 오는 아프리카’까지 장편만 고집하며 기발한 소재와 착상으로 현실을 강하게 비판하고 풍자하는 작품을 썼다. 16일 서울 상계동의 한 커피집에서 그와 마주 앉았다. 권리는 “(상상범을) 처음 쓰기 시작한 것은 2009년 즈음”이라고 밝혔다. 그는 “2009년 미네르바 사건(인터넷상 표현의 자유 논란을 불러일으킨 사건)이 내게 충격이었다. 미네르바는 인터넷상에선 유명했지만 알고 보니 백수였다. 익명의 존재인 그를 사법 살인의 희생양으로 삼는 현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주인공인 연극배우 기요철은 약혼자가 있는 권력층의 딸인 이율리와 ‘화학적 교미’를 상상했다는 죄목으로 체포된다. 교도소에 갇힌 그는 감시자를 죽이는 상상을 했다가 상상살인 죄까지 추가된다. 기요철과 이율리가 극단적인 검열을 밀어붙이는 권력에 맞서보지만 역부족이다. 기요철은 사형 선고를 받는 순간 뼛조각과 모래로 변해 최후변론도 하지 못한다. “모래성을 손으로 스윽 밀면 사라지듯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모래처럼 사라지는 개인을 그리고 싶어 환상적인 결말로 처리했어요. 현실이 가상을 압도하는 시대엔 현실이 최고의 작가입니다. 소설을 쓰려면 가상세계를 만들어야 하는데 현실이 너무 앞서가니 쫓아가기 바빴습니다.” 권리는 계간지 ‘문학의오늘’에 연재한 소설을 1년간 퇴고하며 1068번쯤 욕설을 내뱉고 318번쯤 인물을, 128번쯤 구성을 바꿨다고 했다. 그런 소설을 누구에게 가장 읽히고 싶을까. “요즘 ○부심이 유행인데 저는 ‘똘끼’ 하나만 믿는 똘부심으로 살았어요. 베스트셀러 1, 2위를 다투는 소설만 읽고 그것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 돋치는 사람들 말고, 똘끼로 세상을 살고 세상을 부조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읽으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면 좋겠습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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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22년 아비규환의 우라질 공화국은 ‘상상금지법’을 통과시키고…

    판상(判商), 검상(檢商), 변호상(辯護商)…. 2322년 아비규환의 나라 우라질 공화국은 판사, 변호사에 붙는 사(事, 士)는 떼버리고 상(商)을 붙였다. 양형마저 물건 사듯 돈으로 거래하던 사법기관은 아예 상을 달았다. 오늘날 한국 사법의 어두운 부분과 묘하게 닮았다. 사회보다 차라리 교도소가 더 나은 세상에서 범죄자만 늘어나자 우라질 대통령은 살인 이하 범죄자를 모두 석방하는 ‘범죄완화특별조치법’을 통과시킨다. 이에 거대 교도소 운영기업 로텍(Lawtech)은 의원들을 매수해 획기적인 법안인 ‘상상금지법’을 통과시킨다. “당신을 상상범(想像犯)으로 체포합니다.” 소설가 권리(필명·36)가 6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 ‘상상범’(은행나무)을 출간했다.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그는 2004년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싸이코가 뜬다’로 등단해 ‘왼손잡이 미스터 리’, ‘눈 오는 아프리카’까지 장편만 고집하며 기발한 소재와 착상으로 현실을 강하게 비판하고 풍자하는 작품을 썼다. 16일 서울 상계동의 한 커피집에서 그와 마주 앉았다. 권리는 “(상상범을) 처음 쓰기 시작한 것은 2009년 즈음”이라고 밝혔다. 그는 “2009년 미네르바 사건(인터넷상 표현의 자유 논란을 불러일으킨 사건)이 내게 충격이었다. 미네르바는 인터넷상에선 유명했지만 알고 보니 백수였다. 익명의 존재인 그를 사법 살인의 희생양으로 삼는 현실에 충격받았다”고 했다. 주인공인 연극배우 기요철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권력층의 딸인 이율리와 ‘화학적 교미’를 상상했다는 죄목으로 체포된다. 교도소에 갇힌 그는 감시자를 죽이는 상상을 했다가 상상살인 죄까지 추가된다. 기요철과 이율리가 극단적인 검열을 밀어붙이는 권력에 맞서보지만 역부족이다. 기요철은 사형 선고를 받는 순간 뼛조각과 모래로 변해 최후변론도 하지 못한다. “모래성을 손으로 스윽 밀면 사라지듯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모래처럼 사라지는 개인을 그리고 싶어 환상적인 결말로 처리했어요. 현실이 가상을 압도하는 시대엔 현실이 최고의 작가입니다. 소설을 쓰려면 가상세계를 만들어야 하는데 현실이 너무 앞서가니 쫓아가기 바빴습니다.” 권리는 계간지 ‘문학의오늘’에 연재한 소설을 1년간 퇴고하며 1068번쯤 욕설을 내뱉고 318번쯤 인물을, 128번쯤 구성을 바꿨다고 했다. 그런 소설을 누구에게 가장 읽히고 싶을까. “요즘 ○부심이 유행인데 저는 똘기 하나만 믿는 똘부심으로 살았어요. 베스트셀러 1, 2위를 다투는 소설만 읽고 그것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 돋는 사람들 말고, 똘기로 세상을 살고 세상을 부조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읽으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면 좋겠습니다.”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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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완서 선생 딸 “자연-인연-사람을 사랑한 어머니는 삶과 글이 일치”

    환히 웃는 고 박완서 선생(1931∼2011)의 사진 아래 맏딸 호원숙 씨(61)가 앉았다. 웃을 때면 명랑하게 올라간 입꼬리며 살갑게 부푼 양 볼이 어머니와 똑 닮았다. 20일 호 씨는 박 선생 타계 4주기를 맞아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은 산문집 ‘엄마는 아직도 여전히’(달)를 출간했다. 이날 박 선생이 생전에 쓴 산문을 모은 ‘박완서 산문집’(문학동네) 7권도 함께 나왔다. 20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출간기념회에서 만난 호 씨는 자신의 산문집에 대해 “어머니가 엄마로서, 작가로서 얼마나 훌륭하게 지냈는가를 가깝게 지낸 사람으로서 기록하고 싶었다”며 “정말 아름답고 훌륭한, 세상에 이런 분이 없다”고 말했다. 책에는 어머니와 함께 찍은 흑백사진, 어머니의 집에 남은 유품 사진이 수록돼 있다. 1장 ‘그전’엔 어머니 침상 곁에서 읽어준 호 씨의 글을 담았다. 어머니는 기력이 약해졌지만 “어디 들어가면 글을 볼 수 있니”라며 딸의 글에 관심을 보였다. 안타깝게도 몇 꼭지밖에 읽어드리지 못했다. 딸은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외면하지 않고 적당한 노동을 피하지” 않은 어머니를 예찬하고 “스스로 선택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지게 하여 독립된 개체”로 키워줬다며 고마워한다. 2장 ‘그후’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어머니의 집에서 남아 쓴 글이다. 딸은 ‘왜 이렇게 몸과 마음이 빈껍데기처럼 느껴질까? 그러면서 몸과 마음이 천근같이 무겁다’며 아파했다. 딸은 “어머니가 살아계실 땐 큰 산 같은 어머니의 존재에서 벗어나려고 자유롭게 글을 썼는데, 막상 돌아가시고 나니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쓰게 됐다”고 했다. 어머니의 유품과 문학에 얽힌 추억을 풀어냈다. 딸은 요즘도 매일 어머니가 그립다. 3장 ‘고요한 자유’에는 호 씨가 쓴 칼럼을 모았다. 호 씨는 동생들과 함께 교정을 본 어머니의 산문집도 소개했다. 어머니가 1977년부터 1990년까지 낸 산문집 원본을 바탕으로 중복되는 글을 추리고 재편집했다. 모두 7권으로 ‘쑥스러운 고백’ ‘나의 만년필’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들’ ‘살아 있는 날의 소망’ ‘지금은 행복한 시간인가’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애수’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 등이다. 표지에는 어머니의 유품 이미지를 담았다. 전날 밤에도 어머니의 산문을 읽었다는 딸은 “어머니는 삶과 글이 일치한 삶을 산 훌륭한 분이다. 우리 가족뿐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세대에게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가 책에 담겼다”고 말했다. 선배 작가로서 어머니는 어떤 분일까. 그는 너덜너덜 손때가 가득한 어머니의 두꺼운 사전 이야기를 꺼냈다. “어머니는 자연, 인연, 사람을 끔찍이 사랑했어요. 그중에서도 우리말을 가장 사랑했습니다. 사전에는 정확한 단어를 고르려는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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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웅의 기원과 변천史 ‘배트맨 앤솔로지’ 출간

    “배트맨은 천사의 편에서 싸우는 악마와 같다. … 비극적 아우라를 뿜어내는 그는 분노를 힘으로 삼고 두려움을 무기로 삼는다. 배트맨은 늘 모순과 역설의 존재다. 외롭지만 수많은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있다. 초능력은 없지만 초인의 무리를 이끄는 데 가장 적합하다.”(서문에서) 프랑스 출판사 어반 코믹스가 배트맨의 역사를 총망라한 ‘배트맨 앤솔로지’(세미콜론·사진)의 한국어판이 최근 출간됐다. 총 5부로 구성된 ‘배트맨…’은 배트맨의 기원부터 형사물에서 공상 과학물을 거쳐 수준 높은 그래픽 노블로 발전하는 과정, 배트걸의 첫 등장과 악당의 변천사까지 배트맨 세계관의 전개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1939년 DC코믹스 편집장인 빈 설리번은 슈퍼맨이 등장한 지 1년 만에 큰 성공을 거두자 두 번째 영웅을 고민했다. 그의 주문을 받은 만화가 밥 케인은 ‘플래시 고든’의 호크맨과 슈퍼맨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파란색과 붉은색 타이츠에 커다란 날개를 가진 ‘버드맨’을 처음 구상했다. 이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비행기 스케치와 박쥐의 날개를 본떠 다시 그린 캐릭터가 배트맨이다. ‘배트맨…’은 ‘화학 회사 사건’부터 2013년 ‘제로 이어: 비밀의 도시’까지 DC코믹스에서 발행된 배트맨 원작 만화 가운데 배트맨 역사의 전환점이 되거나 화제를 불러모은 작품 20편을 수록하고 연대기별 해설도 담았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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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트맨 앤솔로지’ 한국어판 출간…배트맨 세계관 한눈에

    “배트맨은 천사의 편에서 싸우는 악마와 같다. …비극적 아우라를 뿜어내는 그는 분노를 힘으로 삼고 두려움을 무기로 삼는다. 배트맨은 늘 모순과 역설의 존재다. 외롭지만 수많은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있다. 초능력은 없지만 초인의 무리를 이끄는 데 가장 적합하다.”(서문에서) 프랑스 출판사 어반 코믹스가 배트맨의 역사를 총망라한 ‘배트맨 앤솔로지’(세미콜론)의 한국어판이 최근 출간됐다. 총 5부로 구성된 ‘배트맨…’은 배트맨의 기원부터 형사물에서 공상 과학물을 거쳐 수준 높은 그래픽 노블로 발전하는 과정, 배트걸의 첫 등장과 악당의 변천사까지 배트맨 세계관의 전개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1939년 DC코믹스 설립자인 빈 설리번은 슈퍼맨이 등장한 지 1년 만에 큰 성공을 거두자 두 번째 영웅을 고민했다. 그의 주문을 받은 만화가 밥 케인은 ‘플래시 고든’의 호크맨과 슈퍼맨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파란색과 붉은색 타이즈에 커다란 날개를 가진 ‘버드맨’을 처음 구상했다. 이후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비행기 스케치와 박쥐의 날개를 본떠 다시 그린 캐릭터가 배트맨이다. 케인은 스토리작가 빌 핑거와 함께 1939년 5월 ‘디텍티브 코믹스’ 27호에 배트맨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화학 회사 사건’을 공개했다. 훗날 신화가 된 배트맨이지만 당시엔 6쪽 분량에 줄거리도 다른 형사물에서 빌려왔다. 배트맨은 원색 옷을 입고 얼굴을 드러낸 슈퍼맨과 차별화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검은색, 회색 옷을 입었다. ‘배트맨…’은 ‘화학 회사 사건’부터 2013년 ‘제로 이어: 비밀의 도시’까지 DC코믹스에서 발행된 배트맨 원작 만화 가운데 배트맨 역사의 전환점이 되거나 화제를 불러 모은 작품 20편을 수록하고 연대기별 해설도 담았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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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문학 속 죽음 묘사, 눈앞서 보는 듯 강렬하고 감각적

    “요강처럼 가운데가 뚫린 의자 위에 아내를 앉혔습니다. 의자 위에서 아내는 사지를 늘어뜨렸습니다. 아내의 두 다리는 해부학 교실에 걸린 뼈처럼, 그야말로 뼈뿐이었습니다. 늘어진 피부에 검버섯이 피어있었습니다. 죽음은 가까이 있었지만, 얼마나 가까워야 가까운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김훈의 소설 ‘화장’) “그녀가 오래 귀를 기울일수록 플라타너스 위로 내리는 가느다란 빗소리 같은 게 점점 더 분명하게 들려왔다. 일종의 해탈감이 그녀를 엄습해 왔다.―쉬어라, 쉬어라! … 원형 화단에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해시계가 없어지고 그 자리에 하얀 대리석 비석이 서 있었다.”(테오도어 폰타네의 소설 ‘에피 브리스트’) 김훈 작가는 ‘화장’에서 죽어가는 아내의 처절한 육신의 상태를 뼈만 남은 사지, 검버섯 등으로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반면 독일의 사실주의 작가 폰타네는 죽음을 앞둔 육체 상태에 대한 구체적이고 상세한 서술 대신 간결한 기호 십자가로 죽음만 확인할 뿐이다. 최문규 연세대 독어독문학과 교수(사진)가 ‘문학 속에서 인간은 어떻게 죽어가는가’를 주제로 한국과 독일 현대소설 110편을 비교 분석한 연구서 ‘죽음의 얼굴’(21세기북스)을 출간했다. 그는 양국 소설을 비교하며 “한국 소설은 독일에 비해 죽음 자체에 대한 형이상학적인 논의보다 병들어 죽어 가는 이 또는 죽은 이를 감각적이고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소설 속 죽음을 10가지로 범주화했다. △육신의 부재(죽음을 추상적으로 묘사) △내던져진 사물(고독한 죽음) △피의 전율(피 흘리는 모습을 형상화) △병든 육신의 종착역(병으로 인한 죽음) △통보된 메시지(통보로 전달받는 죽음) △아름다운 이별(죽음의 아름다운 승화) △무감각한 마지막 대면(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무감각한 감정) △매체적 퍼포먼스(장례식) △자연으로의 회귀(자연과 죽음의 친화적 관계) △관계의 소멸(가까운 이의 죽음)이다. 이 중에서 한국 소설은 붉은색으로 강렬하게 죽음을 묘사하는 ‘피의 전율’이 두드러진다. 김동리의 ‘황토기’에선 “온 방이 벌건 피요 비린 냄새가 코에 훅 치받는다”, “거창한 신장을 피에서 그냥 건져낸 것처럼”같이 과장된 표현으로 죽음을 묘사한다. 콸콸 흐르는 붉은 피와 하얀 살갗, 침구, 눈(雪)을 대비하는 방식도 자주 쓰인다. 정이현은 ‘순수’에서 “벌거벗은 가슴 한복판에서 샘처럼 콸콸 솟구친 피는, 새하얀 목면 시트를 온통 붉게 적셨더군요”라고 썼다.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에선 “가슴께에서 쏟아진 피가 빠른 속도로 눈을 물들이고 있었다”고 묘사했다. 병원은 병을 치료하는 곳이 아니라 죽음을 통보하고 생산하는 삭막한 공간으로 그려진다. 박경리는 ‘불신시대’에서 “의사의 무관심이 아이를 거의 생죽음을 시킨 것이다. 의사는 중대한 뇌수술을 엑스레이도 찍어보지 않고, 심지어는 약 준비조차 없이 시작했던 것이다”고 썼다. 새로운 매체의 등장은 문학 속 죽음의 묘사를 다양화했다. 이홍의 ‘성탄 피크닉’에선 의인화된 아파트 폐쇄회로(CC)TV의 눈이 “결국엔 나를 판독해야 했다. 내게 저장된 진부한 기억의 그림들을”이라며 사건의 결정적인 증인으로 등장한다. 죽음의 통보도 인터넷이나 TV 뉴스로 전달된다. 최 교수는 “한국 젊은 현대 작가들이 독일에 비해 기발하고 발칙한 상상력으로 죽음을 그려내고 있다”며 “죽음의 새로운 가시화를 주장하는 서구의 문화 이론을 선취했다”고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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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신체 감옥’에 갇힌 채 기억으로 복원한 삶

    ‘가석방 없이 진행되는 감금’인 루게릭병 앞에서도 토니 주트는 ‘단어와 개념의 전달자’로 남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가 남긴 불굴의 기록은 비범하면서 유쾌하다. 1948년 영국 런던 출신 유대인인 저자는 전후 유럽에 관한 최고의 역사서로 평가받는 ‘포스트워 1945∼2005’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한창 주가를 높이던 2008년 예순 나이에 근위축성 측삭경화증인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다. 정신은 또렷한데 사지는 점차 마비되는 진행 과정을 “한 주가 지날 때마다 6인치씩 면적이 줄어드는 감방”이라고 묘사했다. 홀로 남겨진 밤은 가혹했다. 간호사는 그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가려운 곳을 샅샅이 긁어주고 옆을 떠났다. 그러면 “현대판 미라처럼 온몸을 동여매고 근시 상태로 아무 움직임 없이 홀로 신체의 감옥에 갇힌 채 오로지 나의 생각을 동반자 삼아 나머지 밤 시간을 보낸다.” 처음엔 불빛과 말벗, 성교가 절박했지만 점점 육신에 대한 관심을 거두고 삶의 기억들을 훑기 시작했다. 그때 떠오른 것이 가족과 겨울 휴가를 보낸 스위스 체지에르 마을의 가족호텔 ‘샬레’였다. 과거 기억술사들이 머릿속에 가상의 기억 공간을 짓고 그 안에 기억을 축조하듯, 그도 기억 속 샬레의 안락한 공간으로 돌아가 밤새도록 ‘글을 썼다’. 아침이 오면 조력자에게 그 문장을 받아 적도록 했다. 사후에 출간된 이 책에는 그가 생생히 복원한 삶과 경험으로 깨달은 지혜와 성찰이 담겨 있다. 저자는 신통하게도 코흘리개였을 1950년대 배급제 상황의 런던을 기억해낸다. 그는 “‘함께함’이 전후 영국을 특징지은 물자 부족과 암울함을 견딜 수 있게 해주었다”며 “사람들은 무난한 색을 입고 서로 대단히 비슷한 삶을 영위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풍족한 시대에서 금욕적일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요약하면 이렇다. “우리는 공익을 끝없는 상거래에 양보했고 지도자들이 더 높은 포부를 품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대통령은 9·11사태의 여파 속에서 우리에게 쇼핑을 계속하도록 요구하는 말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해 내지 못했다. 소비를 통한 ‘함께함’ 이상을 통치자에게 요구하고 우리는 이기심을 줄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 옥스퍼드대 교수 시절 ‘중년의 위기’를 극복한 저자의 자기자랑도 재밌다. 그는 중년의 사내들이 아내, 차, 심지어 성(性)을 바꿀 때 체코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체코어를 배우다 보니 체코슬로바키아에 끌리고 동유럽사에 눈뜨고 그러면서 동·서유럽을 통합하는 ‘포스트워’를 쓰게 됐다는 이야기다. 책을 덮고 일기장을 꺼냈다. 드문드문 쓰던 일기를 올해 매일 쓰기로 마음먹었는데, 아래의 문장을 읽으니 더 공고해진다. “이왕 고통을 겪을 바에는 머릿속이 충만한 편이 좋다. 재활용 가능하고 다목적 이용이 가능한 기억들, 분석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 당장 이용할 수 있는 기억들을 가지는 편이 좋다.” 저자 같은 탁월한 지능이 없으니 부지런히 써두자.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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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 “한국불교의 통일키워드는 공존 - 상생 - 합심”

    “광복 70주년을 맞아 한국불교의 통일 사상인 화쟁(和諍)을 기반으로 공존과 상생, 합심을 키워드로 한 불교통일선언을 발표하겠다.”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가진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사진)은 “국가 차원의 올바른 통일론이 정착될 수 있도록 각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대중적 통일 담론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자승 스님은 이날 소통과 화합, 혁신을 종단 운영 기조로 밝히면서 △조계종 총본산 성역화 △승려복지 확대 △중앙과 교구의 균형 발전 △총무원장 선거제도 개선 등을 핵심 과제로 발표했다. 5월에는 부처님오신날(25일)을 앞두고 세계 불교 지도자들이 참여하는 ‘세계 평화와 국민 화합을 위한 기원대회’가 열린다. 이 대회에서는 대규모 선 법회와 평화기원행진 등이 진행된다. 자승 스님은 “이 대회에 조선불교도연맹 관계자도 초청하겠다”며 “현재 70% 정도 정리된 불교통일선언도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종단 개혁은 28일 시작되는 ‘종단 백년대계를 위한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자승 스님은 “대중공사에서 모인 의견을 토대로 장단기 로드맵을 수립해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자승 스님은 승풍(僧風) 실추 사건에 대해 “최근 상좌들이 물의를 일으켜 은사로서 부끄러움을 갖고 있다”며 “상좌 아닌 누구라도 스님들이 계를 어겼을 경우 모든 직책과 소임을 내려놓도록 호법부에서 엄중히 처벌하고 있다”고 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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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 쓰는 내내 심청과 뜨거운 사랑”

    “심청이에게 효녀 딱지를 떼고 연인을 붙였습니다.” 문학평론가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가 첫 장편소설 ‘연인 심청’(다산책방)을 출간했다. 부제는 ‘사랑으로 죽다’. 방 교수는 13일 서울 종로의 한 음식점에서 출간 간담회를 열고 “심청만큼 아름다운 여인이 없다”며 “열다섯 살에 일찍 천리(天理)를 깨치고 사랑으로 인생에 눈뜨지 못한 아버지를 구원하는 여인”이라고 말했다. ‘연인 심청’의 배경은 천상계, 지상계, 수궁계를 넘나든다. 하늘 궁궐의 유리 선녀와 유형 선관은 서로 사랑했지만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사서 지상계로 추방된다. 고려시대 서해도 황주 도화동에서 환생하지만 남녀로 사랑할 수 없는 벌을 받은 터라 유형은 아버지 심봉사로, 유리는 딸 심청으로 다시 만난다. 심청은 명망 있는 가문의 서자 윤상과 사랑에 빠진다. 훗날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은 왕비로 부활한다. 심청은 심봉사와 윤상이 위기에 빠진 순간 아버지의 육신과 마음의 눈을 뜨게 하는 일이 운명이라면서 윤상 대신 아버지를 택한다. 방 교수는 소설을 쓰며 심청과 뜨거운 사랑을 했다고 했다. 그는 “이전에는 법, 제도, 세상을 바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소설을 쓰면서 심청이처럼 한 사람을 구원하는 일의 중요함을 깨달았다”며 “모든 사람이 한 사람씩만 사랑해도 세상이 바뀔 것”이라고 했다. 소설 창작 과정은 독특했다. 방 교수는 왼손에 스마트폰을 쥐고 오른손 검지로 자판을 꾹꾹 눌러 작품을 완성했다. 그는 원고지 7장 분량의 원고를 장문 문자 메시지로 써서 2013년 6월부터 8월까지 평소 친분이 있는 설악산 신흥사의 오현 스님에게 보냈다. 스마트폰을 쓰느라 어깨에 오십견이 찾아왔지만 오히려 편했다고 한다. 그는 “스마트폰은 가장 가볍고 편리한 필기도구”라며 “여백을 채워 나가야 하는 A4 용지와 달리 내가 쓰고 있는 부분만 화면에 나오기 때문에 집중력도 높아지고, 검지로 눌러 쓰는 속도가 생각의 속도와도 잘 맞는다”고 했다. 방 교수는 1994년 ‘창작과비평’ 신인평론상 당선으로 비평 활동을 시작해 다수의 비평집을 출간했다. 2001년부터는 시를, 2012년부터는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소설을 쓸 때는 “원고료도 필요 없으니 소설만 실어 달라”고 문학 매체에 사정하기 일쑤였다. “평론가로 일하며 잘 알기에 문단의 인정을 받는 일은 기대하지 않아요. 문단 밖 독자들이 소설을 재미나게 읽어주면 좋겠습니다. 이제야 겨우 ‘쓸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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