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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노블이라는 장르는 한국 독자들에게도 낯설지 않다. 200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번역돼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했는데 작가주의 만화로 문학과 예술, 인문학적인 소재를 주로 다뤄 수업 교재로 활용하는 대학도 있다. 이 중 유럽산 그래픽 노블 마니아들에게 익숙한 이름이 ‘해바라기 프로젝트’다. 좋은 그래픽 노블을 발굴해 이를 전문적으로 번역하는 집단이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마르크 블로크대에서 서양사를 배운 이하규 씨(35)와 경영학을 공부한 안준호 씨(28)가 중심이 돼 책의 주제에 따라 다양한 전공자들이 합류해 ‘집단지성’으로 책을 번역해낸다. 이들에게 프랑스에서 만난 그래픽 노블은 신세계였다. “대형 서점 그래픽 노블 코너는 어른들로 바글거렸죠. 대학생은 역사 정치 문화 예술적 소양을 기르려고 그래픽 노블을 열심히 읽고요. 어려운 주제도 만화적 상상력으로 쉽고 재밌게 풀어내니 이거다 싶었습니다.”(이하규 씨) 둘은 “바쁜 한국인들에게 두꺼운 인문학 책을 권하기는 미안해도 그래픽 노블은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해 2011년 귀국길에 그래픽 노블을 들고 왔다. 노란색이 좋아서, 한 곳만 바라보자며 번역팀 이름을 ‘해바라기 프로젝트’라고 지은 두 사람은 첫 번역본 2권을 완성했다. 인간 세상에 나타난 신을 재판정에 세워 오늘날 신의 의미를 묻는 마르크앙투안 마티외의 ‘신신’과 프랑스 68혁명 르포르타주 만화 아르노 뷔로의 ‘68년 5월 혁명’이었다. 둘 다 휴머니스트에서 나왔다. 지난달 나온 ‘아랍의 봄’(이숲)까지 이들이 번역 출간한 그래픽 노블은 10권이다. 이 중 지난해 나온 안토니오 알타리바의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길찾기)은 약 1만3000부가 팔렸다.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아나키즘을 다룬 작품이다. 그래픽 노블은 세계대전, 유대인 학살, 파시즘과 같은 깊이 있는 주제를 다루다 보니 집단지성이 절실하다. 해바라기 프로젝트에는 프랑스 유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만난 이들을 중심으로 10명이 가입해 있으며 책마다 3, 4명이 팀을 이뤄 작업한다. ‘아랍의 봄’과 ‘굿모닝 예루살렘’(길찾기)은 국제정치에 밝은 서수민 파리 10대학 학사과정생(사회학)이,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에는 맹슬기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 석사과정생(공간사회학)이 참여했다. 이 밖에 미술 영화 패션 와인 전공자가 해바라기 팀에 합류해 관련 그래픽 노블 번역 작업을 함께 한다. 다양한 전공자들이 참여하다 보니 번역본의 질도 높일 수 있다. ‘굿모닝 예루살렘’ 번역 때는 원작자도 몰랐던 인명 표기 오류를 바로잡았고, ‘아랍의 봄’ 한국판에는 원작이 반영하지 못한 최신 아랍 정세를 추가했다. 팀원끼리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는 원작자에게 e메일로 물어 해결한다. 이 씨는 “유럽의 유명 작가들은 작품을 꼼꼼히 읽은 독자가 깊이 있는 질문을 보내면 답장을 잘 해준다”고 말했다. 해바라기 프로젝트는 ‘대한민국을 세계에, 세계를 대한민국에 소개한다’는 꿈을 갖고 있다. “그래픽 노블 한 권당 5년간 3000부 판매를 목표로 합니다. 그만큼 출판사가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독자들에게 꼭 읽히고 싶은 책입니다.”(안준호 씨) “프랑스 친구들도 한국의 그래픽 노블을 궁금해해요. 한국 작품을 프랑스에 알리는 일을 꼭 할 겁니다.”(맹슬기 씨)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데뷔 2주년을 맞은 인기 아이돌 그룹 엑소가 다음 달 24, 25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첫 단독콘서트를 연다. 회당 1만 석 규모로 전석 9만9000원이다. 예매는 16일 오후 8시부터 인터넷 예매사이트 G마켓에서 진행된다. 엑소 콘서트 소식에 ‘민용님’들은 벌써부터 티켓 구할 걱정에 발을 동동거리고 있다. ‘민용님’이란 엑소 멤버가 ‘미녀’를 ‘민용’으로 잘못 발음한 데서 유래한 말로 엑소 팬을 뜻한다. 인기 아이돌 그룹 콘서트는 티켓 예매 경쟁이 치열해 ‘광클’(미친 듯이 마우스를 클릭)로 승부가 갈린다. 단시간에 수많은 이용자가 몰려 예매 사이트가 마비되기도 한다. 민용님들이 몰려든 인터넷 게시판에는 갖가지 하소연이 올라왔다. 30대 이상인 ‘할미’ 민용들은 “손이 느린 우린 벌써 한숨부터 나온다. 돈은 다 준비됐는데 클릭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썼다. 지방 민용들은 “돈 없는 지방인들은 어찌 오라고 매번 서울이냐. 그래도 일단 숙소부터 구해뒀다”고 했다. 수험 민용들은 “5월에만 자격증 시험이 2개나 있는데 아직 날짜가 안 나왔다. 제발 그날만은 안 된다”고 기도했다. 일찌감치 콘서트 관람을 포기한 팬들은 “단콘(단독 콘서트) 대신 월드콘(엑소가 광고하는 아이스크림)으로 슬픔을 달랜다”고 썼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외동딸 샛별이가 죽었다. 샛별이 없는 세상을 견디기 힘들었던 엄마는 유괴된 아이가 숨진 채 발견된 강물에 뛰어든다. 그런데 신이 선물을 내렸다. 엄마는 기적적으로 살아났는데 세상은 아이가 죽기 2주 전으로 돌아가 있다. 14일 안에 범인을 찾아내면 딸을 살릴 수 있는 거다. SBS 월화드라마 ‘신의 선물-14일’은 딸의 죽음을 막기 위해 엄마가 목숨 걸고 범인을 찾는 드라마다. ‘시청률의 여왕’ 이보영이 엄마 역할을 맡은 데다 타임워프(시간의 흐름을 과거나 미래로 옮기는 것)라는 형식으로 시작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10회 방영분의 평균 시청률은 8.9%에 불과하다(닐슨코리아 기준). SBS 수목드라마 ‘쓰리데이즈’도 대통령의 암살 시도와 탄핵 움직임을 둘러싼 9일간의 이야기를 사흘씩 나누어 다룬 작품이다. 군산복합체가 등장하는 특이한 소재에 영화처럼 빠른 전개로 첫 회 시청률 11.9%에서 시작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10회까지의 평균 시청률은 여전히 11.7%에 머물러 있다. 제작비 100억 원에 ‘싸인’과 ‘유령’을 히트시킨 김은희 작가, 주연배우 박유천의 이름값을 고려하면 부진한 성적이다. 기대작이었던 ‘신의 선물’과 ‘쓰리데이즈’가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자 ‘날짜를 박은 드라마는 성공 못한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 방영된 MBC 드라마 ‘투윅스’도 2주 안에 백혈병에 걸린 딸을 구해야 하는 아버지 이야기였는데 만듦새가 나쁘지 않았음에도 시청률은 10% 안팎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한국 드라마시장에서 사건 해결 시한을 정해놓은 드라마는 높은 시청률을 올리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처음부터 보지 않으면 줄거리를 따라잡기가 힘들어, 입소문을 듣고 드라마 중간에 유입되는 시청자를 붙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지상파 드라마 PD는 “국내 드라마를 외국 드라마 보듯이 몰아서 보는 시청자는 드물다”며 “소위 막장 드라마는 띄엄띄엄 보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데 시간을 중요한 장치로 활용하는 드라마는 그렇지 않아 대박을 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해진 시간 내에 사건이 벌어지고 해결돼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복선은 필수다. 하지만 이는 드라마의 난이도를 높여 시청자들을 피곤하게 할 수 있다. ‘신의 선물…’에 대해 김선영 드라마 평론가는 “드라마 전개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충분히 설명해야 할 부분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있고, 여러 단서와 사건이 얽혀 산만한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긴박감과 밀도가 생명인 형식의 드라마를 작가 한 명이 16부작으로 쓰다보면 긴장감이 떨어질 우려가 높다. ‘신의 선물…’은 이보영이 딸을 죽일 미래의 범인을 찾는다며 정작 딸을 방치해 위험에 빠뜨리는 설정이 매회 반복돼 “집에서 딸이나 잘 지켜라”는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고 있다. ‘쓰리데이즈’도 대통령에게 시위대가 쉽게 접근하거나, 대통령이 제대로 된 안전점검 없이 외부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장면이 방송돼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왔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영화는 2시간 안에 압축적으로 이야기를 담을 수 있지만 드라마는 석 달 가까이 매주 70분짜리 두 편을 선보여야 하니 이야기가 늘어질 수밖에 없다. 반전을 만들어내기 위해 상황을 억지로 설정하는 등 극적 리얼리티를 확보하는 데 아직 미숙하다”고 분석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8인조 여성 아이돌 그룹 ‘AOA(Ace of Angel·사진)’가 나라꽃 무궁화 알리기에 앞장선다. AOA는 4일 동아일보가 주최하는 ‘무궁화 묘목 나눠주기’ 행사에 참가해 묘목 2만 그루를 시민들에게 나눠준다. 1985년 시작된 이 행사는 일제강점기에 설움을 받았던 나라꽃 무궁화를 널리 알리고 가꾸기 위한 것이다. 2012년 데뷔한 AOA는 지민 초아 유나 유경 혜정 민아 설현 찬미가 소속돼 있고 댄스곡 ‘짧은 치마’로 인기를 모았다. 묘목은 이날 오전 11시 반부터 오후 3시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동아미디어센터 앞 동아광장에서 선착순 배포한다. 개인은 3그루, 단체는 10그루까지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5번 출구와 지하철 1, 2호선 시청역 4번 출구(청계광장 방면)를 이용하면 행사 장소를 찾을 수 있다. 02-2020-1780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미성년자 성매수 연예인의 공소시효는? 가수 린(본명 이세진)이 2일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 나와 그룹 ‘엠씨 더 맥스’의 보컬 이수(본명 전광철)를 ‘인생의 친구 같은 사람’이라고 소개해 온라인이 시끄럽다. 이수가 2009년 인터넷 성인사이트에서 만난 16세 미성년자에게 돈을 주고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구속됐다가 초범인 점이 참작돼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엠씨 더 맥스는 올 1월 7집 앨범을 내고 복귀했지만 대중의 시선을 의식한 듯 방송 활동은 하지 않고 있다. 린은 이날 자신이 작사한 미발표곡 ‘고마워요 나의 그대여’도 불렀다. 애절한 목소리에 실린 가사는 이랬다. “사람들이 아무리 비난해도 욕해도 말야. 말하지 않아도 나는 알고 있어. 내게 주는 진짜 마음을.” 그의 노래를 들은 누리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세간의 비난에도 꿋꿋이 사랑을 키워나가는 두 사람을 응원한다”는 격려도 있었지만 “미성년자 성매수는 중대한 범죄인 만큼 공개적인 자리에서 옹호하는 일은 옳지 않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더 컸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77·사진 왼쪽)이 인촌기념회에 장학금 1억 원을 기탁했다. 최 전 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민미술관 내 인촌기념회를 찾아 이용훈 이사장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최 전 위원장은 “동아일보 재직 시절 불우한 이웃을 돕기 위해 신문사로 기부금을 보내는 독자들을 보며 조금이라도 남을 위해 보태고 싶었다”며 “오랜 숙제를 풀었는데 앞으로도 꾸준히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성적순이 아니라 꼭 필요한 곳을 찾아 장학금을 소중히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인촌기념회는 민족교육운동을 벌인 인촌 김성수 선생의 유지를 기려 1967년부터 장학사업을 펴고 있다.}

“KBS 월드컵 중계에 전현무가 웬 말이냐.” 2일 오전 KBS아나운서협회와 노동조합원 30여 명이 자사 로비에서 전 직장 동료인 예능 MC 전현무 씨(사진)의 KBS 복귀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KBS가 6월 브라질 월드컵 중계 캐스터로 전 씨를 영입하려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이에 반대하는 집회를 가진 것이다. 협회는 성명서에서 “어느 스포츠팬이 예능 MC가 중계하는 축구 경기를 시청하겠느냐”며 “KBS가 스포츠 중계 경험이 전무한 전 씨를 메인 캐스터로 내세운다면 가장 상업 방송적인 중계를 할 공산이 크다”고 비판했다. 누리꾼들도 “아이돌 육상 대회 중계 한 번 했다고 월드컵 중계까지 꿈꾸느냐” “KBS 아나운서도 있는데 비싼 출연료 주고 전문성 없는 MC를 사오려면 수신료 인상은 꿈꾸지 말라”며 전 씨와 KBS를 성토했다. 전 씨 소속사는 “전 씨가 캐스터 경험이 없고 스케줄도 바빠 KBS의 제의를 고사했다”고 밝혔다. 2012년 9월 KBS를 그만둔 전 씨는 퇴사한 아나운서에 대해 3년간 자사 출연을 제한하는 KBS 규정에 따라 당분간 KBS에 출연할 수 없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내가 사는 동네를 남이 더 잘 아는 경우가 있다. 채널A ‘관찰카메라 24시간’(수요일 오후 8시 반)은 토박이도 모르는 리얼리티를 찾아내기 위해 ‘인해전술’을 쓴다. 매 회 비디오 저널리스트(VJ) 8명이 10대가 넘는 고정카메라와 경쟁하듯 특정 지역의 24시간을 필름에 담아낸다. 회당 촬영 분량은 60분짜리 테이프 200개가 넘는다. 2012년 3월 9일 첫 방송을 내보낸 이 다큐멘터리가 2일 100회를 맞는다. 100회 특집은 ‘대한민국 1%, 백년 전통의 비밀을 밝혀라’.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전국 가게 4곳의 영업비밀을 24시간 관찰했다. 조끼에 붙은 번호에 따라 ‘○번 카메라’로 불리는 VJ들이 결정적인 장면을 위해 울고 맘 졸이고 때론 웃었던 100회 촬영의 기억을 돌아봤다.○ 관찰 앞에서 목숨도 걸었다 깜깜한 밤 전남 완도군 청산도 멧돼지 포획 작전에 투입됐을 때다. ‘탕’ 하는 총소리에 본능적으로 포수보다 먼저 수풀 속으로 달려 들어갔다. 사방이 캄캄한데 동물의 신음 소리만 날 뿐 멧돼지도 포수도 보이지 않았다. 순간 내 손에 든 게 총이 아니라 카메라란 사실을 깨닫고 두려웠다. 아내와 백일도 지나지 않은 딸의 얼굴이 떠올랐다. 한참 후 들려온 “잡았다”는 소리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74회 ‘청산도 멧돼지 포획 작전’, 1번 카메라 공혁) 2012년 8월 태풍 볼라벤이 강타한 충남 태안군 영목항으로 출동했다. 텅 빈 항구의 시장 골목에 동료들과 카메라를 들고 서 있었다. 강한 바람에 전봇대가 심하게 흔들리더니 변압기가 ‘퍽’ 소리와 함께 터졌다. 그때 찢긴 철판이 종잇장처럼 날아와 내 팔을 스치듯 날아갔다.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 관찰 구역을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 강풍이 지나가고 쏟아지는 비를 맞고서야 살았구나 했다. 아찔했던 그 장면은 동료 VJ의 카메라에 담겨 방송됐다. (20회 ‘태풍 속으로, 볼라벤 한반도를 휩쓸다’, 2번 카메라 안종현)○ 눈물이 나면 카메라를 더 꽉 쥔다 말기 암 환자들이 있는 경기 용인시 호스피스 병원을 찾았다.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는 환자를 어떻게 촬영해야 할까. 당사자들은 오히려 담담해했다. 말기 암 환자인 깡마른 할아버지와 그를 간호하는 할머니가 있었는데 서로 다독여주는 모습이 신혼부부보다 더 다정해 보였다. 카메라를 내려놓지는 못하고 나도 동료들도 눈물범벅이 됐다. 그 여운이 지금까지도 남아있다. (48회 ‘세상에서 가장 긴 하루, 호스피스 병원 24시간’, 3번 카메라 이재은)○ ‘관찰 카메라’를 관찰한다 VJ들끼리 경쟁도 치열하다. 생생한 인터뷰를 따야 하는데 주민들도 VJ를 ‘관찰’해 마음에 드는 VJ의 인터뷰에 응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무엇이든 잘 먹어 인기가 좋은 편이다. 미나리 삼겹살, 국수를 뚝딱 먹어치우면 사람들은 라면 광고 속 류현진 선수보다 더 맛있게 먹는다고 흐뭇하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5번 카메라 아니면 인터뷰 안 한다’ ‘며느리 삼고 싶다’는 얘기를 질리도록 들었다. (5번 카메라 박세정) 나는 ‘아줌마들의 뽀로로’다. 카메라를 들고 거리를 한 번 훑고 나면 조끼 주머니가 먹을거리로 꽉 찬다. 아침상을 차려주는 아주머니들도 있다. 나 없으면 관찰카메라 어쩔 뻔했나. (7번 카메라 김양준)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이소룡을 롤모델로 스파이더맨을 연기했어요. 그는 말랐지만 무술은 멋지죠. 스파이더맨은 전 세계 마른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줬어요. 산만 한 덩치는 스파이더맨 옷을 입을 수 없잖아요.”(앤드루 가필드) 31일 일본 도쿄 리츠칼턴호텔에서 열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아시아투어 기자회견장. 마크 웹 감독과 제작자, 배우들과 함께 나온 주인공 스파이더맨(피터 파커) 역의 앤드루 가필드는 호리호리한 몸매에 순한 인상이었다. 근육질에 인상이 강한 악당 역의 제이미 폭스(맥스·일렉트로)를 상대하기엔 조금 버거워 보였다. 그는 “스파이더맨은 신체적인 능력보다 상대방이 스스로 제 꾀에 넘어가도록 머리를 쓴다”며 “‘쫄쫄이’를 입어야 하니 체지방률이 3∼4%가 되도록 열심히 운동했다”고 말했다. 1편에 이어 2편도 웹 감독이 연출하고 가필드와 에마 스톤(그웬 스테이시)이 호흡을 맞췄다. 2편에 추가된 악당 캐릭터인 일렉트로 역을 맡아 합류한 폭스는 영화 ‘레이’로 2005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실력파다. 2편의 줄거리는 이렇다. 고교를 졸업한 피터 파커는 스파이더맨의 삶에 완벽하게 적응한다. 뉴욕 시민의 박수와 환호를 받는 히어로 생활도 즐기고 여자친구 그웬과 사랑도 키워간다. 그런데 그웬이 영국 옥스퍼드대로 유학가겠다고 선언하는 날, 전기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일렉트로가 나타난다. 가필드는 “1편에 비해 자신감도 붙고 스파이더맨 역을 즐기게 됐다. 피터도 같은 생각일 거다”며 “하지만 피터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 하다 보니 일이 꼬이고 상황이 점점 극한으로 치닫게 된다”고 소개했다. 원작 만화에서 스파이더맨은 ‘어벤져스’의 일원이다. 하지만 판권 문제로 영화에선 어벤져스와 따로 나온다. “어벤져스에 합류한다면 아이언맨과는 껄끄럽고 헐크와는 잘 맞을 것 같아요. 토르는 스파이더맨이 시끄럽고 말 많다고 싫어할 거고, 캡틴 아메리카는 이런 둘을 보고 못마땅해하겠죠.” 미국 뉴욕 고층빌딩을 거미줄로 누비는 스파이더맨이 뉴욕 밖을 벗어날 수 있을까. 가필드는 “고층빌딩이 있는 곳이라면 서울 도쿄 두바이 어디든 갈 수 있다. 사막이나 바다 같은 곳은 어렵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가필드는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가장 강력한 적으로 일렉트로를 꼽았다. 오스코프사의 전기수리공으로 무시와 냉대 속에 살다가 우연한 사고로 힘을 얻는 캐릭터다. 일렉트로는 사람들이 자신을 ‘멍청한 전기괴물’이라고 욕하자 뉴욕을 암흑으로 빠뜨리며 분노를 표출한다. 폭스는 “전기수리공 맥스가 원하는 한 가지는 스파이더맨의 친구가 되는 것이었는데 결국 악당 일렉트로가 된다. 악역은 처음인데 정해진 기준 없이 뭐든 할 수 있어 즐거웠다”고 말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1’은 세계적으로 7억 달러(약 7400억 원)의 흥행 수입을 올렸고 국내에선 485만 관객을 모았다. 웹 감독의 전작인 로맨스 영화 ‘500일의 썸머’(2009년) 분위기가 나 ‘500일의 썸머판 스파이더맨’이란 말도 나왔다. 웹 감독은 “2편은 스펙터클에 무게중심을 두고 드라마와 영웅서사까지 녹였다. 이번 영화는 대규모 예산을 투입한 예술영화”라고 설명했다.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한국 영화 시장을 의식한 듯 한국과 관련된 내용도 나온다. 스파이더맨의 여자친구가 “한국 음식에 중독돼 한국 식당만 찾는다”고 말하고, 영화 끝부분엔 한국 노래도 삽입된다.도쿄=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그 사건을 내러티브 스타일로 써보면 어떨까?” “싱크 땄니? 그림은? 스탠딩은 어디서 하지?” 신문기자는 글로, 방송기자는 그림으로 말한다.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동아미디어센터 통합뉴스룸은 신문과 방송 뉴스장이들의 ‘업계’ 용어가 뒤섞여 오가는 시끌벅적한 공간이다. 동아일보와 채널A 기자들은 같은 공간에서 정보를 공유하며 그날 다뤄야 할 주요 뉴스와 굵직한 사건의 전개 전망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다. ‘박근혜 정부 인사 검증’처럼 장기간 취재가 필요한 탐사보도는 신문과 방송 기자들이 공동 취재팀을 꾸려 함께 달려들기도 한다. 중요한 사건이 터지면 담당 기자는 신문 방송 가리지 않고 분석 기사를 쓰고 생방송 스튜디오에서 마이크를 잡는다. 세계적으로 성공 사례를 꼽기 힘든 통합뉴스룸을 실험하며 전례를 만들어가는 현장을 신방겸영의 선도병 4명의 이야기를 통해 소개한다. 》 ▼ 김승련 채널A 뉴스TOP10 앵커 ▼“신문서 익힌 균형감 방송에 큰 도움… 드라마-예능도 챙겨보며 이슈 커버”“방송에서 ‘성장담론’이라는 말을 썼다가 작가에게 ‘먹물 용어’라는 핀잔을 듣고 아차 했죠. 신문기자에서 방송 진행자가 된 건 대학교수가 지역구 정치인이 되는 것과 비슷해요. 거리의 언어와 정서를 익히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채널A 생방송 시사 프로그램인 ‘뉴스TOP10’(오후 6시)의 김승련 앵커. 그는 이 프로의 진행자이자 총괄책임자(CP)다. 동아일보 워싱턴 특파원과 청와대 출입기자를 지낸 신문기자 출신. ‘뉴스TOP10’은 매일 주목할 만한 뉴스 10가지를 선정해 소개하고 해설하는 보도 프로그램. 패널로 나온 동아일보와 채널A 기자들이 취재 경험을 바탕으로 풍성한 이야기를 풀어내도록 유도하고 조율하는 것이 김 앵커의 역할이다. 그는 “신문기자로 일하며 훈련받은 균형 감각이 생방송에서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연출자인 정동욱 PD도 “생방송이라 출연자에게 돌발 질문을 던져야 할 때가 많다. 김 앵커는 취재 현장과 신문기자들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 이런 상황에 순발력 있게 대처한다”고 평가했다. 김 앵커는 팀원들과 하루 두 차례 회의를 하면서 방송 내용을 구성한다. “‘보이는 라디오’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시각적인 요소에 신경을 많이 쓰죠. 어떤 자막과 컴퓨터 그래픽을 넣을지, 어떤 음악을 쓸지 고민을 많이 합니다.” 신문에서 TV로 활동무대를 바꾼 2년간 외모도 많이 달라졌다. 6개월 만에 살을 13kg 뺐고, 머리숱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특히 ‘범생이’ 티를 벗기 위해 애쓴다고 했다. “예전엔 정치와 국제 문제를 주로 다뤘지만 요즘은 모든 이슈를 알아야 해요. TV 드라마와 오락 프로를 챙겨보면서 유연해지려고 노력합니다.” ▼ 조수진 동아일보 정치부 차장 ▼“야당팀 이끌며 짬짬이 생방송 준비… 18년 취재현장 경험은 든든한 자산”조수진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는 야당 팀장이다. 하지만 채널A 시청자들에게는 정치 사회 분야를 똑 부러지게 설명하는 ‘시사평론가’로 친숙하다. 그는 데일리 생방송 프로그램인 ‘정치이야기 시시비비’(오전 10시 50분)와 ‘뉴스TOP10’(오후 6시)에 매주 2, 3회 패널로 출연한다. ‘채널A 종합뉴스’(오후 9시 40분)에도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얼굴을 내민다. “신문의 야당 팀장을 하면서 짬짬이 방송 준비를 하고, 신문기사 마감 후 생방송에 출연했다가 다시 신문사 편집 회의에 들어가죠. 시간과의 전쟁이에요.” ‘두 집 살림’을 하다 보니 하루를 분 단위로 쪼개 산다. 방송용 의상으로 갈아입는 시간을 줄이려고 책상 옆에 각기 다른 색의 정장 재킷을 걸어두었다. 그는 채널A 시사프로 제작진이 가장 선호하는 출연자다. 기자 생활 18년간 사회부와 정치부 취재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은 큰 자산이다. 무수한 특종을 발굴하는 동안 ‘한국신문대상’ ‘최은희 여기자상’ 등 굵직한 상을 수상했고, 이보다 더 귀한 고급 취재원들을 얻었다. 사회부 법조기자 시절 알게 된 검찰총장들과는 지금도 1, 2개월에 한 번씩 만난다. 정치부 초년병 시절 취재했던 당시 새천년민주당 사람들과는 지금까지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들은 조 기자를 ‘동교동계 수지’라고 부른다. 방송에 출연해 특정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 깨알 같은 뒷얘기를 풀어놓을 수 있는 비결도 탄탄한 취재원 네트워크 덕분이다. “신문이든 방송이든 현장에 대한 ‘감’을 유지하는 게 가장 큰 자산이죠. 몸은 고되지만 방송을 하면서 취재원들이 먼저 연락해 올 때도 많고 그래서 얻게 되는 정보도 적지 않아요. 시너지란 이런 거겠죠?”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차지완 채널A 사회부 차장 ▼“신문-방송 오가며 사건팀 진두지휘… 수습때부터 양쪽 언어 함께 가르쳐”신문, 방송을 막론하고 사회부 사건기자의 ‘꽃’은 ‘시경 캡’이다. ‘시경 캡’은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입하는 기자를 칭하는데 ‘캡’은 ‘캡틴’의 줄임말이다. 서울 시내 각 경찰서를 출입하는 사회부 사건기자들을 총괄하는 사건팀장이다. 보통 10년 넘은 평기자가 맡는데 취재 현장 일선에서 사건팀을 진두지휘하고, 신참기자의 수습 교육을 책임지는 자리다. 지력과 체력 소모가 심해 1년 이상 하기 힘든 이 일을 1년 9개월째 하고 있는 기자가 있다. 차지완 채널A 시경 캡이다. 그는 채널A로 옮겨가기 직전 동아일보에서도 시경 캡을 지냈다. “캡, 유팩 반제로 할까요?” “유팩은 뭐고 반제는 뭐냐.” 같은 시경 캡이지만 방송으로 막 옮겨왔을 땐 기자들이 쓰는 용어가 외국어인 양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유팩’은 카메라에 담은 영상과 오디오를 스튜디오로 전달하는 송신장치, ‘반제’는 일부는 사전 제작, 일부는 생방송으로 리포트하는 것을 뜻한다. “기사 판단 기준도 달라요. 신문기자가 디테일에 집착한다면, 방송기자는 그림(영상) 우선주의죠. 같은 스마트폰 절도 사건이어도 신문에서는 수법이 새로울 게 없으면 킬(kill)하지만 방송에선 중국 브로커와의 생생한 접선 장면이 있으면 보도합니다.” 차 캡은 이성호 동아일보 시경 캡과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양사의 기자 초년병들은 현재 신문과 방송 양쪽에서 수습기자 교육을 받는다. “어린 아기가 이중 언어를 배우듯이 신문과 방송 언어를 동시에 배우고 있어요. 신문과 방송을 자유롭게 오가며 보도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거죠.” 차 캡은 매주 일요일 오후 5시 ‘주말 뉴스TOP10’ 진행도 맡았다. “14년간 펜 기자로 살다 보니 말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절감합니다. 아, 그, 저, 좀이라는 쓸데없는 말 안 쓰려고 무지 노력하고 있어요.” ▼ 황수현 통합 소비자경제부 기자 ▼“매체 구분없이 기사 발제하고 취재… ‘미스코리아 출신’이라면 설마 해요”황수현 소비자경제부 기자는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 채널A 공채 2기 수습기자로 입사했지만 요즘은 신문 기사도 쓴다. 소비자경제부가 양쪽 매체의 뉴스를 모두 제작하는 통합 부서이기 때문이다. 그는 “신문 방송 구분 없이 기사 아이템을 발표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한다”며 “우리 부서는 신문과 방송 간의 벽이 이미 허물어졌다”고 말했다. 황 기자는 신문과 방송을 모두 경험하는 것이 기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본다. “방송 기자는 현장 스케치를 많이 해요. 신문 기사를 쓸 때 현장을 풍부하고 생생하게 묘사하는 데 도움이 되죠. 신문 기사를 쓰면 사안을 깊이 들여다보게 됩니다. 방송 뉴스보다 취재량이 많아야 하거든요.” 같은 뉴스가 신문과 방송으로 보도되면 뉴스의 파급력도 커진다. 지상파 방송을 비롯해 국내 각 언론이 소비자경제부의 특종을 뒤늦게 따라 보도하는 일도 있다. 지난해 8월 한국맥도날드의 배달 직원이 고객에게 “(햄버거에) 침 뱉은 거 잘 먹었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일명 ‘침버거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황 기자는 방송과 신문 기자에게 요구되는 덕목이 다름을 절감한다. “방송기자는 리더가 돼야 해요. 카메라기자, 편집기자, 차량 운전사와 함께 팀을 이루어 일하거든요. 신문기자는 취재원이 마음을 열고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도록 잘 들어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소한 디테일도 놓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고요.” 2011년 미스코리아 인천 선 출신인 황 기자는 국내 유일의 미스코리아 출신 신문기자다. 지난해엔 미스코리아 진선미 수상자를 인터뷰해 “미코가 미코를 인터뷰했다”며 화제가 됐다. “미코가 좋은 스펙이라고요? 취재원들은 제가 미코 출신이라고 하면 안 믿는걸요.”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수능이 코앞인데 사랑과 평화를 지키라고?’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하루 전날인 지난해 11월 6일 밤 네이버 웹툰 ‘매지컬 고삼즈’ 프롤로그가 공개됐다. 주인공인 고교 3학년생 한여름은 아침밥을 먹다 말고 “나 사실 마법소녀야”라고 주장한다. 부모가 “수능 앞두고 태평하다”고 꾸중하자, 그 자리에서 머리에 마법핀을 꽂고 마법소녀로 변신한다. ‘매지컬…’은 기존 마법소녀 만화의 문법에서 탈피해 ‘약빤’(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빗댄 말) 만화로 불리며 네이버 웹툰 순위 상위권을 차지했다. 주인공 한여름은 정의를 위해 싸우는 마법소녀와 고3 수험생 처지 사이에서 갈등하고, 한여름을 돕는 남자 생물교사는 핑크빛 공주풍 드레스도 마다하지 않는다. ‘매지컬…’의 스토리 작가와 그림 작가는 모두 중등교원 임용시험 출신 스물일곱 동갑내기 현직 교사다. 스토리를 맡은 seri(본명 이가영)는 서울대 사범대 출신 고교 국어교사. 교사임용시험을 공부하던 시절을 그린 웹툰 ‘고시생툰’으로 데뷔했고, 한국교직원공제회 홈페이지에 교사 생활을 다룬 ‘쌤툰’을 연재했다. 그림을 맡은 비완(본명 최윤경)은 seri와 초등학교 동창 사이다. 비완은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한 중학교 미술교사로 ‘매지컬…’이 데뷔작. 25일 만난 seri는 “고교 시절 만화의 꿈을 포기하고 공부 압박 속에서 살아갈 때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때 ‘매지컬…’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교사가 돼 돌아온 학교 현장은 여전히 대학 진학을 위해 당장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해야 하는 곳이다. “저는 만화가 꿈을 접고 죽어라 공부했는데 운이 좋아서 잘 풀렸지만 행복한 케이스는 아니에요. 만화로 학생들의 답답함을 나누고 싶어요. ‘매지컬…’에 이런 교육현장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담아낼 겁니다.” 비완은 전화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해야 할 게 너무 많아 대가가 없으면 봉사활동도 하지 않는다. 그런 모습이 위험에 처한 친구를 보고도 중요한 시험부터 떠올리는 주인공에게 투영돼 있다”고 말했다. 만화에는 코스프레(만화 캐릭터를 흉내 낸 옷차림)를 즐겼던 두 사람의 남다른 체험이 녹아 있다. 특히 seri는 중학생 때 재봉틀로 직접 코스프레 의상을 만들었다. 학기 중에 어머니가 재봉틀을 숨기면 몰래 손바느질까지 했다. 전교 1등을 하면 코스프레를 허락해준다는 말에 열심히 공부했지만 전교 2등에 머무른 안타까운 추억이 있다. “중학교 때 선생님이 고등학교 가면 만화 동아리 활동을 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 말씀이 공격처럼 받아들여졌어요. 꿈을 향해 먼 길을 돌아가야 했던 힘든 시절을 겪은 만큼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겐 꿈을 잃지 않고 향해 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어요.”(seri)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고 열정적으로 매달리는 일이 가장 이상적인 진로 선택이라고 꼽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고 학생마다 사정도 다르죠. 막연하고 모범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보다 제가 했던 고민과 경험을 나누고자 노력해요.”(비완) 학교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수업시간만 아니면 만화를 본다고 무조건 압수하지 않는다. 학교 도서관에 ‘마음의 소리’ 같은 인기 만화도 비치되고, 만화가를 초청한 특강도 열린다. 두 사람도 효과적인 수업을 위해 만화의 힘을 빌리곤 한다. “만화가와 교사 일이 크게 다르지 않아요.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를 쉽게 풀어서 전달하는 일이니까요. 물론 학교에선 절대 웹툰을 그리진 않죠.”(seri)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애니메이션과 영화를 종이에 옮긴 두 권의 책이 나왔다. 두 작품 모두 프랑스에서 역량을 검증받은 작가의 작품이다. 정유미 작가는 2009년 자신이 제작한 동명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그림책 ‘먼지아이’로 옮겼다. 애니메이션은 2009년 프랑스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돼 호평을 받았다. 그는 애니메이션 그림을 골라 연필로 다시 그렸다. 독서실에서 그리다가 연필 사각거리는 소리 때문에 쫓겨나기도 했다. 6개월 동안 그린 5000여 장의 그림을 골라 만든 책은 24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볼로냐도서전 최고상인 라가치상 뉴호라이즌 부문 대상을 받았다. 한국 그림 작가가 라가치상 대상을 수상한 것은 처음이다. ‘먼지아이’는 주인공 유진이 추운 겨울 새벽에 일어나 자취방 청소를 하며 시작된다. 그는 침대 밑에서 자기와 얼굴이 똑 닮은 먼지아이를 만난다. 성냥갑 안으로 몸을 숨기는 먼지아이를 성냥갑 채로 손에 꽉 쥐고 버렸지만 책상 위에서, 부엌에서, 화장실 수챗구멍에서 먼지아이는 계속 나타난다. 먼지아이는 유진이 먹으려고 차린 쌀밥 위에 앉아 밥알을 쥐고 먹기까지 한다. 유진이 먼지아이를 숟가락으로 퍼내 버릴까 하다가 밥 한 공기를 더 차려 함께 먹는 장면으로 이야기가 끝난다. 줄거리만 옮기니 조금 싱겁지만 그림을 꼭꼭 씹어 보면 맛이 있다. 애니메이션의 실감 나는 청소 소리는 사라졌지만 오히려 컷에 더 집중할 수 있다. 특히 의인화된 먼지아이가 유진이 지켜보자 고개를 돌리거나 몸을 숨기고, 닦이거나 씻겨나갈 때 그 멍한 듯 슬픈 표정이 정말 사랑스럽다. 작가는 “먼지는 우리가 청소해도 시간이 지나면 쌓이는 물질이다. 사람도 역시 자기의 모습에서 끊임없이 부인하고 싶은 모습, 받아들이기 힘든 모습들을 발견하는 점에서 닮았다”고 설명했다. ‘지슬’은 제주도4·3항쟁을 다룬 동명의 영화(오멸 감독)를 그래픽 노블(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으로 문학적 성격이 강함)로 옮겼다. 영화는 국내 독립영화 사상 최다 관객 동원을 기록하며 선댄스영화제 최고상을 받기도 했다. 그래픽 노블로 옮기는 작업은 자전적 만화 ‘아버지의 노래’로 프랑스 ‘문화계 저널리스트들이 뽑은 언론상’을 수상한 김금숙 작가가 맡았다. 김 작가는 영화가 보여준 흑백의 미학을 붓과 먹을 이용한 수묵화로 확장했다. 수묵화의 흑백 대비 속에 빨갱이로 몰려 억울하게 학살당한 제주민의 아픔이 더 묵직하게 전해진다. 여기에 만화적 상상력도 더했다. 사랑하는 순덕이 국군 손에 죽은 사실을 확인한 만철이 산등성이를 따라 올라갈 때 그 산이 어느새 순덕이가 돼 있다. 애틋한 추억 회상 장면도 잠시 다음 장을 넘기니 양쪽 페이지 모두 시커먼 먹지로 만철의 먹먹한 심정을 담아냈다. 책 vs 책 코너가 영상 vs 책의 대결이 됐다. 지슬의 추천사를 쓴 박재동 화백의 말을 빌려본다. “책은 쉽게 다시 펴 볼 수 있고 또 여기저기 마음대로 펼쳐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보는 사람이 주인이 되어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지요.”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고전읽기 독서모임은 조금만 관심을 갖고 둘러보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대학 밀집지역인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길에는 신촌서당이 있다. 매주 수요일 열리는 고전읽기 일반강좌는 강사가 고전을 요약하고 설명하는 강의식 수업이 아니다. 참가자들은 매주 한 권씩 고전을 읽고 A4 용지 한 장 분량의 ‘쪽글’을 써 서로 돌려 읽고 대화를 나누면서 진행된다. 공자와 플라톤, 중국의 문호 루쉰과 민족사상가인 함석헌의 저서 등 다양한 주제의 고전을 읽는다. 일반강좌는 봄(3, 4월) 여름(6, 7월) 가을(9, 10월) 겨울(12월, 1월) 학기 단위로 각각 12명을 모집한다. 학기당 수강료는 18만 원. 일반강좌가 열리지 않는 달에는 강의식 고전특강을 연다. 이 서당의 김용진 대표는 1991년 생긴 대학생 독서모임 ‘작은대학’ 출신으로 독서모임인 ‘생명과 죽음’ ‘통섭읽기’를 주도했고, 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인문·사회 고전읽기’ 수업을 진행했다. 그는 “대학교 휴학생이나 직장 퇴사자처럼 삶의 전환기에 놓인 사람들이 고전에서 도움을 얻으려고 많이 찾는다. 혼자 고전 읽기가 벅찬 사람들도 독서모임을 통해 고전 읽는 힘을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의는 littlemgzine@naver.com 헌책방에서 열리는 독서모임도 있다. 서울 은평구 진흥로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은 ‘이상북 막막한 독서모임’을 운영한다. 줄여서 ‘막독’으로 부르는 이 모임은 기수별로 주제를 정해 세계고전문학을 읽는다. 4월 초 열리는 11기의 주제는 하느님에서 파생돼 ‘연아느님’처럼 칭송하는 대상에게 쓰는 ‘느님’(아이돌이나 스타를 신격화할 때 붙이는 인터넷 신조어)이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 등을 읽는다. 윤성근 대표는 “대학생들이 논술 공부를 통해 고전을 접했지만 대부분 원작을 읽지 않거나 편집된 부분만 골라 읽고 있다”며 “원전을 꼼꼼하게 읽어보고 싶은 사람에게 독서모임이 도움을 준다”고 했다. 모집인원 10명, 참가비 5만 원. leesiro@hanmail.net 영화와 연극, 대중음악, 사진, 미술 전공생들을 중심으로 모인 ‘철학하는 예술가 수요세미나’도 있다. ‘철수세미’로 유명한 이 모임은 ‘서양미술사’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민중의 세계사’ 등을 읽으며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 지망생이 모여 서로 교류하며 예술적 지평을 넓힌다. 10주 단위로 운영하며 참가비는 3만 원이다. cafe.naver.com/artphile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유림(儒林)이 작심했습니다. 과거의 때를 벗겨내고 투명한 성균관을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4·19혁명과 통일운동에 참여하고 5·16군사정변에 반대하다 두 차례 투옥됐다 유림의 수장이 된 서정기 신임 성균관장(76)의 말이다. 13일 선거에서 당선돼 제30대 성균관장에 오른 그는 26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성균관의 쇄신과 재건을 약속했다. 서 관장은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유교진흥대책위원회 위원장, 동양문화연구소장을 지냈다. 대학 시절 4·19혁명 선봉 및 민족통일전국학생 성대조직위원장을 맡아 퇴학당했다 재입학하기도 했다. 지난해 성균관은 최근덕 전 관장(81)이 국고보조금 수억 원을 유용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뒤 도덕성 논란과 함께 심각한 내부 갈등을 겪었다. 이후 성균관의 개혁에 앞장섰던 서 관장의 입장은 단호했다. “전국에 흩어져 있던 고령의 유림들이 80% 넘게 선거에 참여한 것만 해도 대단한 일입니다. 전임 관장과 일한 경력도 없고 빈털터리인 제가 당선된 것 자체가 개혁이고 정화입니다. 환골탈태한 유림의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서 관장은 인재 양성과 풍속 순화를 위해 유림의 가르침과 생활을 접목하는 생활운동도 벌일 계획이다. 통상 ‘1000만 유림’이라고 부르지만 실제 유림 수는 빠르게 줄고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40년 이상 반목해온 사단법인 유도회와 성균관유도회를 통합할 계획도 밝혔다. 그는 “앞으로 민중유교로 가야 한다”며 “조상 은공에 감사해 제사 지내고, 부부 생활을 정결하게 하고, 세금을 잘 내면서 어렵지 않은 유학 책을 읽으면 누구나 유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인들이 유학을 어렵게 느끼게 만드는 예법도 간소화할 계획이다. 그는 “현대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는 유림 예법을 만들겠다”며 “부부유별은 부부차별이 아니라 부부각별(各別)인 셈”이라고 밝혔다. 서 관장도 부엌에 들어가느냐는 질문에 “부엌에 들어갈 뿐이겠나. 늙으면 부인이 병날까 제일 걱정이다”라고 했다. 취임식은 28일 낮 12시 서울 성균관 명륜당에서 열린다. 임기는 3년.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소녀시대’가 아니라 ‘소녀시절’이다. 25일 디지털 싱글 ‘여보 자기야 사랑해’로 데뷔한 4인조 소녀시절이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멤버들의 평균 나이는 34세, 모두 결혼 3∼8년차 주부들이다. 리드보컬 박수아(28)는 결혼 6년차 종갓집 며느리, 모델 출신인 리더 김유정(35)과 현예은(30)은 딸 바보다. 왕희(35)는 남편이 있는 부산 집과 서울을 KTX로 오가며 활동한다. 그룹 이름에는 아줌마들이 소녀시절을 돌아보며 못다 이룬 꿈을 찾겠다는 뜻이 담겼다. 데뷔곡은 남편을 향한 아내의 사랑을 담은 노래다. 소속사 관계자는 “멤버들 모두 남편에게 응원을 받고 가수로 데뷔했다. 남편과 아이 뒷바라지에 지친 아줌마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온라인에는 “(평균 나이가) 이효리보다 한 살 어린데요 뭘” “몸매는 소녀시대보다 낫다”라는 격려 글과 “소녀시대를 베껴 잠깐 화제가 됐을 뿐 곧 어린 아이돌에게 밀려날 것”이라는 비판 글이 나란히 올라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어린 소녀 정슬기는 친엄마가 재혼한 뒤 새엄마와 함께 산다. 새엄마는 슬기가 남편과의 사이를 멀어지게 만든다고 생각해 아이를 괴롭힌다. “고자질쟁이는 혼내야 해. 입을 꿰매버려야 한다”며 막말을 하고, 반발하면 따귀를 때린다. 슬기가 울면 다른 식구들이 들을까 봐 아이 입을 틀어막고 “넌 네 엄마한테도 못 가고 외갓집도 못 간다. 여기서 나랑 살아야 한다”며 눈을 부라린다. 슬기의 끔찍한 이야기는 김수현 작가의 SBS 주말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 나오는 내용이다. 슬기의 친엄마 오은수는 이지아, 새엄마 한채린은 손여은이 연기하고 슬기 역은 아역배우 김지영 양이 맡았다. 이 드라마의 시청률은 초반엔 한 자릿수에 머물렀지만 슬기가 새엄마에게 학대받는 강도가 세지자 그에 비례해 16%대까지 올라갔고 지금은 동시간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처음엔 김 작가가 아동 학대 문제를 제기하려고 그러나보다 하고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김 작가는 전작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동성애자를, ‘무자식 상팔자’에선 미혼모를 등장시켜 민감한 사회 문제를 용기 있게 다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 주말 김 작가에 대한 기대가 무너졌다. 슬기가 학대당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친아버지 정태원(송창의)은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하지만 아내가 슬기만 하던 시절부터 친부의 폭력에 시달렸음을 고백하자 한순간 아내 편으로 돌아섰다. 한채린의 아동학대는 없던 일로 돼 버렸고, 슬기가 겪었던 끔찍한 일에 대해서는 더이상 언급이 없었다. 슬기를 보면서 지난해 10월 학교 소풍가는 날 아침 새엄마에게 맞아 숨진 슬기 또래의 여자 아이가 생각났다. 그해 12월 국회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만들어 아동학대가 범죄임을 분명히 했다. 시청자들보다 한발 앞서 문제를 제기하기는커녕 입법 속도도 따라잡지 못하는 드라마를 보며 시청자들은 “아동학대를 시청률 올리기 수단으로 악용한 작가에게 화가 난다” “김수현 시대의 종언을 보는 기분이다”라며 비난하고 있다. 김 작가의 오랜 팬인 기자의 생각도 이와 다르지 않다.박훈상 문화부 기자 tigermask@donga.com}

미국 1달러짜리 지폐에는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다. 그림 속 그는 입을 꽉 다물고 있다. 평소에도 항상 입을 닫고 웃었다. 성격이 과묵해서가 아니었다. 그의 입속에는 치아가 하나도 없었다. 틀니를 착용했지만 음식을 잘 씹지 못해 으깬 유아용 음식을 먹어야 했다. 대통령 취임 연설도 단어 135개로 짧게 끝내야 했다. 그의 죽음도 입 때문이었다. 그는 오늘날 후두개염(성대 윗부분에 있는 후두개 감염)으로 추정되는 병으로 병원에 갔다. 당시 의사들은 병명도 모른 채 환자 몸속에 축적된 나쁜 피를 빼야 병이 낫는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의 몸에서 혈액의 절반가량인 2.3L를 뽑아냈다. 게다가 배설을 촉진하는 감홍(염화수은)과 구토를 유발하는 토주석(타타르산 안티모닐칼륨)까지 먹였다. 결국 그는 항생제 한 알로 해결할 수 있는 작은 병을 가지고 병원에 갔다가 고통 속에 죽었다. 판화 제작자, 화가 출신인 저자는 서문에 “피를 볼 배짱이 없다면 이 책을 읽지 마라”고 경고한다. 이 책에는 절대 위인전에 나오지 않는 위인들의 흉측하고 오싹한 죽음 이야기가 가득하다. 의사 토머스 하비가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의 뇌를 빼돌려 자신의 집 맥주 냉각기에 보관하고, 콜럼버스가 선원들과 굵은 밧줄 조각을 대변 뒤처리용으로 함께 쓰다가 병에 걸려 숨진 이야기가 흥미롭다. 죽음으로 얼룩진 책 끝에 저자는 교훈을 담아놓았다. 요약하자면, 누구든 삶은 끝나게 돼 있고, 그러니 노는 것처럼 삶을 즐기며 살자는 것이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번개맨을 불러달란 말이오!” “번개맨, 번개맨, 번개맨!” 매월 2회 전국을 돌며 열리는 EBS 어린이공개방송 ‘모여라 딩동댕’ 공연장은 아이돌 가수의 무대만큼 뜨겁다. 어린이들은 삐뚤빼뚤한 글씨로 ‘사랑해’ ‘파이팅’ 같은 응원문구를 적은 플래카드를 흔들며 이 프로그램의 영웅 캐릭터인 번개맨과 마리오를 연호한다. 화려한 레이저빔과 함께 번개맨이 등장해 번개스틱으로 악당을 물리치면 함성은 최고조에 이른다. 악당을 제압한 번개맨이 번개체조를 제안하면 어린이들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씩씩하게 체조를 따라한다. 어린이들의 영웅인 번개맨 서지훈 씨(36)와 로보카 보안관 마리오 역의 유수호 씨(42)를 18일 서울 서초구 바우뫼로1길 EBS방송센터 만났다. 둘은 28∼30일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와팝홀에서 열리는 ‘번개맨과 함께하는 파워 콘서트’(3만3000∼5만5000원) 준비를 하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잘 생긴 얼굴에 큰 키(180cm 이상), 탄탄한 근육질의 몸매가 영웅 캐릭터에 잘 어울렸다. 서 씨는 지난해 9월 1대 번개맨 서주성 씨에 이어 2대 번개맨이 됐다. 어린 팬들은 익숙한 번개맨의 얼굴이 바뀌자 잠시 낯설어 했다. 그는 “뮤지컬 배우 출신이라 더 멋진 노래를 들려줄 수 있다. 목소리가 낮고 굵어서 영웅의 풍모에도 더 가깝다”고 자랑했다. 번개맨은 2000년 시작 당시엔 ‘모여라 딩동댕’의 조연 캐릭터였다. 하지만 번개파워와 번개체조가 인기를 끌면서 번개맨을 앞세운 뮤지컬이 제작될 정도로 대표적인 영웅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노래를 부르며 따라하는 번개체조는 늦잠 자는 어린이도 벌떡 일으켜 따라하게 만든다는 마법 체조다. 서 씨가 어린이 독자를 위해 번개체조 잘하는 요령을 들려줬다. “번개체조 동작이 조금씩 바뀌었지만 주먹 찌르기, 발차기, 제자리달리기 같은 힘찬 동작은 빠지지 않았어요. 큰 소리로 노래하며 씩씩하게 따라하면 자신감도 생기고 몸도 튼튼해져요.” 마리오 캐릭터는 2012년 3월 탄생했다. 유 씨는 제작비 1500만 원을 들여 자동차로 변신 가능하게 만든 특수의상을 입고 무대에 오른다. 자동차로 변신해 무대 위를 달리다가 벌떡 일어서서 사람으로 변신할 땐 어린이뿐 아니라 함께 온 아버지들도 열광한다. 말끝마다 붙이는 ‘∼란 마리오’는 유행어가 됐다. 유 씨는 2000년 ‘모여라 딩동댕’에서 기차 역할로 연기를 시작했다. 한동안 대사가 ‘칙칙폭폭’뿐이었다. 이후 짠짠짠 탐정, 빼빼, 천재, 사슴벌레 캐릭터를 맡아 10년 넘게 어린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마리오 캐릭터를 맡고 갑상샘암이 생겨 수술을 받았어요.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몸이 힘들었지만 무대에서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어린이 프로를 유치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어린이 발달도 돕고 좋은 추억까지 심어주는 훌륭한 프로입니다. 그 자부심으로 버텼어요.” 번개맨과 마리오는 무대 밖에서도 어린이들을 돕는다. EBS 어린이 프로 출연자들은 2012년 ‘꿈나래 봉사단’을 만들어 매년 5, 6회 어린이병원이나 도서지역을 방문한다. 지난해엔 백혈병 환자 어린이가 큰 수술을 앞두고 ‘번개파워를 받아야 용기가 날 것 같다’고 소원을 보내와 번개맨과 마리오가 병원을 찾기도 했다. ‘모여라 딩동댕’은 2000년 9월 첫 방송을 시작해 14년간 700회 이상 공연해 관객 140만 명을 동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통일하면 우리가 손해 보지 않을까, 안 해도 되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어요. 그런데 탈북 미녀를 만나 북에서 가슴 아프게 산 이야기를 들으면서 통일의 필요성을 가슴 깊이 느끼게 됐죠. 제가 가진 것으로 조금이나마 이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요.” 채널A 인기 토크쇼 ‘이제 만나러 갑니다’(매주 일요일 오후 11시)의 새로운 진행자인 배우 박은혜 씨(36). 그는 배우 박선영, 강성연 씨에 이어 9일부터 방송인 남희석 씨와 이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박 씨는 첫 방송에서 ‘사랑의 미로’를 열창하고 매끄러운 진행 솜씨를 선보였다. 덕분에 이 프로는 역대 최고시청률인 4.1%를 기록했다(닐슨코리아 자료). 그는 “첫 녹화 때 얼마나 걱정했는지 꿈에서도 이만갑 진행을 했다. 시청률이 전부는 아니지만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니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탈북 미녀들도 그를 반갑게 맞았다. 북한에서 드라마 ‘대장금’을 보고 연생으로 나왔던 박 씨의 팬이 돼 있었다. 박 씨는 “(남쪽 여자로서) ‘남남북녀’라는 말을 싫어했는데, 실제 만나보니 탈북 미녀들이 정말 여성스럽고 예쁘다”며 웃었다. 박 씨는 제작진의 섭외 요청에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 자리에서 수락했다고 한다. 그는 “어릴 때부터 KBS ‘남북의 창’에서 짧게 틀어주는 북한 드라마나 영화를 재밌게 봤다. 남과 북이 소통하는 프로를 좋아해서 ‘이만갑’도 보자마자 애시청자가 됐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은 살기 위해서 죽을 고비를 넘긴 사람들이에요. 작은 것에 행복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자유를 누리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지 깨닫게 됐죠.” 그는 이모의 얘기를 들려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모가 이만갑의 출연자 신은희 씨를 두고 정말 착하고 예쁜 맏며느리감이라고 칭찬했어요. 이제 탈북자를 우리 며느리로 반기는 시대가 된 거죠. 앞으로 더 많은 국민들이 그들을 가깝게 느끼도록 기여하고 싶어요.”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와 사단법인 ‘날마다좋은날’(이사장 이기흥·사진)은 다음 달 19, 20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불교계 기부문화축제인 ‘2014년 행복바라미 문화대축전’을 연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이 행사에는 다양한 시민 체험 행사가 준비돼 있다. 기네스북에 오른 초대형 전통 북 두드리기, 전통범종 타종, 종이연꽃 만들기, 사찰음식 체험 행사가 마련된다. 불교무용 바라춤, 승무, 전통무예 선무도, 태권도 국가대표 시범단 공연 순서도 있다. 서울을 시작으로 수원(25일), 광주(26일), 대전(27일), 대구(5월 3일), 부산(5월 4일)에서도 축제마당이 벌어진다. 날마다좋은날은 기부금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신용카드 단말기를 이용한 나눔사업 ‘행복바라미’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12월 31일까지 전국 108곳에 설치된 ‘디지털 모금함’에 카드를 체크하면 5000원이 기부된다. 모금된 자선금액은 불우한 이웃을 돕는 데 쓰인다. 문화대축전 홍보대사에는 소치 겨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쇼트트랙 이상화 심석희 선수를 비롯해 손연재 양학선 이용대 신아람 등 스포츠 스타와 산악인 엄홍길 씨, 탤런트 송지효 씨가 위촉됐다. 중앙신도회장도 맡고 있는 이 이사장은 “국가 중요무형문화재로 등재된 5월 연등축제를 앞두고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에게 전통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전통문화와 나눔이 함께하는 힐링 문화대축전을 브라질 삼바 축제, 일본 온천 축제에 버금가는 축제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