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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4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신규 원전 4기 백지화에 따른 비용을 보전해 주기로 했다. 탈원전에 따른 국민 부담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 신규 원전 건설이 취소된 경북 영덕군에 지원된 특별지원금 380억 원은 환수키로 했다. 아울러 전기 사용량이 적은 심야 시간대에 적용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리는 반면 낮 시간대 요금을 낮추는 방안도 추진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1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 조정 점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에너지 전환 후속조치 및 보완대책’을 보고했다. 산업부는 “2017년 10월 24일 에너지 전환 로드맵에서 이미 확정한 비용 보전 원칙에 따라 에너지 전환 후속조치 이행으로 소요된 적법하고 정당한 비용은 정부가 보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수력원자력이 탈원전 정책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부담하는 비용을 정부가 보전하겠다는 것이다. 비용 보전에 드는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은 확정되지 않았다. 산업부는 “동원 가능한 기금은 전력산업기반기금”이라며 “이를 재원으로 하려면 전기사업법 시행령을 고쳐 용도를 마련해야 하며 다른 대안이 있다면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소비자가 내는 전기요금의 3.7%로 조성된다. 월성 1호기는 연장 운전을 위해 5925억 원이 투입됐으며 잔존가치는 1836억 원이다. 경북 경주시에는 지역상생지원금 1310억 원이 들어갔다. 백지화된 천지(영덕) 1, 2호기 건설에는 지금까지 904억 원, 대진(삼척) 1, 2호기에는 33억 원이 투입됐다. 이와 함께 정부는 매입 완료된 영덕군 천지 1, 2호기 부지 18.9%는 매각하고 영덕군이 받은 지원금 380억 원은 환수한다. 한편 정부는 심야 시간 전기요금이 과도하게 낮아 기업들의 전력 사용이 밤에 몰리는 현상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심야 전기 요금 할인 폭이 줄어듦에 따라 사실상 산업용 전기요금이 인상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세종=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집주인에게 매기는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다주택자에 대해 최고 1%포인트 안팎 올리는 반면 1주택자에 대해서는 현 수준을 유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종부세를 매기는 기준금액인 과세표준이 일률적으로 올라 집주인의 세 부담이 전반적으로 높아지지만 보유 주택 수에 따라 세율을 차등 적용해 1주택자의 세 부담을 줄여주려는 취지다.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2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바람직한 부동산세제 개편방향’ 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특위는 보고서에서 △공정시장가액 비율 조정 △세율 조정 △공시가격 조정 등을 뼈대로 하는 세제개편안 시나리오 4가지를 제시할 예정이다. 종부세액은 주택의 공시 가격에서 6억 원(1주택자 9억 원)을 공제한 뒤 공정시장가액 비율과 세율을 곱해 산출된다. 특위는 1주택자의 세 부담 증가 폭은 최소화하고 다주택자 및 초고가주택 보유자는 증세한다는 원칙에 따라 종부세 조정안을 검토해왔다. 현행 종부세는 주택 수에 관계없이 과세 표준에 따라 0.5∼2.0% 세율을 적용한다. 이를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최대 3%까지 높이되 1주택자에 대해서는 현행 세율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특위 관계자는 “근로소득자가 평생 일한 근로 소득과 은행 대출 등을 통해 구입하는 주택 1채에까지 종부세를 중과하는 것은 부담이 크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실수요자인 1주택자의 조세 저항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보유세 개편안을 구상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과표 현실화를 위해 공시가격에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현행 80%에서 90∼100%로 높일 가능성이 높다.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종부세 대상자에게만 적용되며, 과세 대상의 가격을 현실적으로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큰 반대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행령 개정만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1주택자에 대해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높이면서 종부세 세율까지 인상하면 세 부담이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본보 분석 결과 서울 서초구의 전용면적 112.98m²짜리 아파트 1채를 보유한 사람은 공정시장가액 비율과 종부세율이 동시에 인상되면 세 부담이 지금보다 약 29% 증가한다. 반면에 공정시장가액 비율만 높이고 세율을 그대로 두면 세 부담 증가 폭이 13%로 크게 줄어든다. 특위 관계자는 “공정시장가액 비율만 높이면 1주택자의 부담이 크게 늘지 않아 국민적 동의를 받기도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종부세 세율을 바꾸는 방안은 국회 통과가 힘든 만큼 특위가 선택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1주택자와 다주택자를 구분해 세율을 적용하면 야당의 반대 명분이 약해지고 국민적 동의를 얻기 쉬워질 것으로 보고 이를 추진하기로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다주택자 수는 198만 명으로 전체 주택 보유자의 약 15%를 차지한다. 아울러 특위는 종부세 부과 대상 주택과 관련해 ‘1주택자의 경우 9억 원 초과, 다주택자의 경우 6억 원 초과’로 돼 있는 현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주택자 과세 대상 주택 기준을 현행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완화하는 종부세법 개정안을 발의해둔 상태다.세종=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전세금 시세가 20% 떨어지면 집주인 10명 중 2명은 은행에 빚을 내지 않고는 보증금을 돌려주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전세 시세가 하락할 뿐 아니라 신규 세입자를 구하기 힘든 역전세난이 가중되면서 생긴 금융리스크다. 세입자들이 금융권에서 빌린 전세자금 대출 규모가 70조 원을 넘어선 만큼 보증금 반환을 두고 집주인과 갈등을 빚을 우려도 커졌다. 한국은행이 20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72조2000억 원이었다. 은행을 통한 일반 전세자금 대출 53조2000억 원에다 저소득층이 주로 이용하는 국민주택기금 대출 19조 원을 합한 금액이다. 전세자금 대출 규모는 2014년 말 35조 원 수준이었지만 이후 3년 동안 연평균 10조 원 넘게 불어났다. 집값이 급등하는 데 비례해 전세금 수준이 함께 올랐기 때문이다. 여기에 서울 강남권 재건축 지역에서 대규모 이주가 이뤄지면서 전셋집을 구하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 한은은 “전세자금 대출은 공적기관 보증을 받을 수 있어 주택담보대출보다 위험도는 낮고 금리는 비슷해 금융기관 수익에 더 유리하다”며 “은행들이 전세자금 대출 영업을 적극적으로 한 것도 대출 증가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전세대출이 급증한 상황에서 최근 전세 가격이 하락하면서 신규 세입자에게서 받는 보증금만으로 종전 세입자의 보증금을 충당하기가 어려워졌다. 한은은 신규 아파트가 최근 3년 사이 전국적으로 31만6000가구가 완공되면서 전세 시세가 하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1∼5월 수도권과 지방의 전세금 시세는 지난해 말보다 0.8% 떨어졌다. 단기간 전세 가격과 대출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한 만큼 전세금 하락세가 급격하게 이뤄지면 집주인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한은은 전세금이 20년 전 외환위기 당시처럼 20% 급락하면 집주인의 7.1%는 신용대출을 받아야 하고, 14.5%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야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않고 자신이 갖고 있는 예금 등 금융자산만으로 전세 보증금을 반환할 수 있는 가구는 전체의 78.4%였다. 집을 2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 임대인의 3분의 1가량은 금융자산보다 금융부채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가 오를 때 다주택 임대인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뜻이다. 한은은 1주택 임대가구 중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사람은 15%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덜한 편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한은은 지난해 말부터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어려워지자 가계들이 신용대출로 몰리는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전체 주택대출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 7%에서 올해 1분기 5.3%로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신용대출은 9.5%에서 11.8%로 늘었다. 한은은 신용대출은 변동금리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향후 시장금리가 오르면 가계 부담을 증가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세종=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앞으로 대기업 오너 일가나 국회의원 등이 공항 출입국 절차를 밟을 때 자신의 휴대품은 반드시 직접 소지해야 한다. 가방과 같은 개인 소지품까지 대신 들어주는 ‘과잉의전’ 탓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밀수 행위가 가능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관세청은 20일 이 같은 내용의 ‘관세행정 혁신 태스크포스(TF) 권고 후속조치’를 발표했다. 관세청은 TF가 지난달 말 권고한 내용을 대부분 수용했다. 우선 국토부령에 따른 ‘귀빈 예우’ 대상자와 사전 등록된 노약자 및 장애인 외에는 항공사 의전팀이 휴대품을 대리로 운반해 주는 행위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국토부령이 규정한 귀빈에는 전현직 대통령, 전현직 5부 요인(국회의장, 국무총리,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정당 원내대표, 주한 외교공관장, 외국 국가원수 등이 포함된다. 이에 따라 귀빈에 포함되지 않는 국내외 대기업 오너나 최고경영자(CEO), 국회의원, 관세청장 같은 차관급 이하 공무원 등은 휴대품을 직접 들고 출입국 절차를 밟아야 한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대한항공이 VIP 고객 관리를 위해 이들의 수하물을 대신 운반해 줌으로써 세관 검사를 피할 수 있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관세청은 사전 허가 없이 공항 직원 등을 시켜 가방 등 휴대품을 대리 운반하다 적발되면 즉시 휴대품을 열어 정밀 검사하기로 했다. 또한 세관 검사 없이 빠져나간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주직원 통로는 세관이 폐쇄회로(CC)TV 영상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관세청은 이와 함께 한 해에 20회 이상 출입국하거나 해외 또는 면세점에서 연간 2만 달러 이상의 물건을 구매한 사람은 특별관리대상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특별관리대상은 입국할 때 100% 세관 검사를 받게 되며, 일정 기간 세관 신고 누락이 적발되지 않아야 지정 해제된다.세종=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무역전쟁을 앞장서서 이끌고 있는 이는 단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중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자신의 결정에 중국이 똑같은 규모로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서자 ‘판돈’을 더 키웠다. 500억 달러였던 보복관세 대상을 4배(2000억 달러)로 늘렸다. 마치 누가 담력이 더 센지 겨뤄 보자는 식이다.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폭탄선언이 나온 날 양측은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미시간주에서 열린 디트로이트 경제클럽에서 중국의 무역방식을 ‘약탈 경제의 표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공급이 증가해 글로벌 금속 가격을 떨어뜨렸다”면서 “이는 약탈경제의 표본이고 많은 국가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 지도자들이 개방과 세계화를 주장하지만 이는 웃기는 소리”라고 깎아내렸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담화에서 미국이 추가 보복관세를 부과한다면 중국도 똑같은 규모로 미국에 보복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큰 도박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신문은 사설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큰 도박은 중국 인민의 이익에 피해를 입힐 뿐만 아니라 자국(미국) 대중의 이익도 도박에 건 셈”이라며 “이는 하나의 원자탄을 양국 사이에 둔 것과 같고, 폭발 시 양국 모두 큰 재앙을 겪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이 ‘똑같은 규모의 보복’을 다짐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 중국의 연간 대미 수출액은 5050억 달러(약 562조3175억 원)에 이르지만 반대로 대미 수입액은 1300억 달러(약 144조7550억 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자국에 들어오는 모든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한다고 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2000억 달러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통상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산 제품보다는 관광 교육 등 미국의 서비스 부문을 겨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시장 비중이 큰 미국 대기업들에 집중적으로 보복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애플, GM, 보잉 등이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지난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한중 관계가 악화됐을 때 한국 대기업들에 가했던 방법과 유사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 전쟁이 단기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복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더라도 미국과 중국의 경제는 초기 피해를 견뎌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이 지난해 중국에 수출한 1421억 달러어치의 물품 중 중간재는 78.9%를 차지한다. 미국이 당장은 중국산 상품에 대해 장벽을 쳤지만 추후 대상을 한국 등 수출 주도형 국가 전체로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한국은 미국의 세탁기 세이프가드와 철강제품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으로 대미 수출에 타격을 받은 상황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상무부에 수입산 자동차에 대해서도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여부를 검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한국의 대미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품목인 자동차 및 부품도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황규락 rocku@donga.com / 세종=이건혁 기자}

정부가 19일 채용비리에 연루된 공공기관에 낙제점을 준 데 이어 공공기관에 적용해온 호봉제를 폐지키로 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개혁의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공기관에 균등한 기회, 일자리, 상생협력 같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것과 더불어 효율적인 급여체계를 도입해 ‘철밥통’ 이미지를 쇄신하겠다는 것이다.○ 업무에 따른 ‘직무급제’ 도입 기획재정부는 이날 “현재 공공기관의 보수체계를 보다 합리적으로 바꾸기 위해 연구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공서열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 대신 자신이 맡은 직무의 난이도나 책임 수준 등에 따라 임금이 책정되는 직무급제를 도입하는 것이 개편안의 뼈대다. 이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공공기관 혁신을 거론하며 직무급 중심 보수체계 개편을 언급했다. 기재부는 시행 방법 등이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호봉제 폐지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기재부는 현행 공공기관 보수체계를 비효율적이라고 본다. 연공서열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임금이 오르는 구조로는 생산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에서도 이런 문제 때문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 했지만 노사 합의 없이 추진됐다는 비판에 직면했고 결국 지난해 공공기관 평과 항목에서 제외됐다. 직무급제의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공공기관들이 수용할지는 의문이다. 지난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당시 노사 갈등을 겪었던 만큼 정부가 철밥통을 깨는 개혁안에 드라이브를 건다면 노사가 또다시 충돌할 우려도 있다. 기재부는 “가이드라인만 제시할 뿐 강제 도입하거나, 과거처럼 성과와 연동하는 형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기관에 사회적 책임 강조 이날 발표된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에는 현 정부가 강조하는 ‘사회적 가치’가 대폭 반영됐다. 일자리 창출과 채용비리 근절 등 계량화하기 힘든 공공기관의 책임을 강조하며 등급을 부여했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정부의 핵심 정책을 추진하는 데 공공기관을 활용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우수 등급을 받은 이면에는 이 같은 배경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천공항공사는 굵직한 채용비리에 연루되지 않은 데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 핵심 중 하나인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가장 앞서 추진했다. 공공기관 평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대평가로만 진행됐지만 올해는 상대평가와 절대평가 결과를 50%씩 반영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상대평가만 고집할 경우 과도한 ‘줄 세우기’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양충모 기재부 공공정책국장은 “시급한 일자리 분야에 가점을 둬 평가의 실효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상대평가를 기준으로 ‘우수’에 속하는 A등급을 받은 공공기관은 한국도로공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 17곳이었다. 반면 최하점을 받은 기관은 대한석탄공사, 영화진흥위원회 등 8곳이다. 세종=이건혁 gun@donga.com·김준일 기자}

올해 1분기(1∼3월) 원자력발전소의 가동률이 낮아지고 연료비가 상대적으로 비싼 화력발전 비중이 높아지면서 경제성장률이 0.2%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한 탈(脫)원전 정책이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원전 가동률이 낮아짐에 따라 올해 3% 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원전이 포함된 전기 분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4분기보다 12.4% 감소한 3조4553억 원이었다. 전기 부문의 GDP가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인 것은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 탈원전 충격에 성장률 둔화 전기 부문 GDP는 한국전력공사와 6개 발전자회사 등의 연간 생산액에서 연료비 등 비용을 제외한 부가가치로 집계한다. 연료비가 비싸지면 GDP가 줄어드는 구조다. 올 1분기에는 강추위로 난방용 전기 수요가 증가했다. 1월 전력거래소의 전력 구매량은 지난해 1월보다 8.4% 늘어난 5만290GWh(기가와트시)였다. 전력 생산이 늘었는데도 GDP가 줄어든 것은 비싼 화력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70%대를 유지했던 원전 가동률은 올 1분기 54.8%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유가와 LNG 가격은 껑충 뛰었다. 배럴당 53달러였던 유가는 64달러로, t당 70만7900원이었던 LNG 가격은 76만7100원으로 연료비가 증가했다. 원자력의 발전단가는 1kW(킬로와트)당 66원 정도지만 LNG는 125원이 넘는다. 정부와 한은은 3% 경제성장 전망을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민간 경제연구소들이 2%대 전망치를 내놓는 상황에서 원전 가동이 성장률을 좌우할 수 있다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올해 남은 기간에 원전 가동을 줄이면 경제성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중앙전력연구소는 올해 1월 전체 전력 생산에서 원전 비중이 7%포인트 낮아지면 GDP를 0.5%포인트 감소시킨다고 봤다.○ 전기요금 인상 우려 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19일 탈원전 정책을 선언한 지 1년이 지났지만 급격한 정책 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공약에 따라 공사를 중단했던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 6호기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공사 재개가 결정됐다. 하지만 한국수력원자력은 최근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 신규 원전 4기도 사업 취소를 승인했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매몰비용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월성 1호기의 경우 2022년까지 수명 연장을 위해 투입된 5925억 원이 사실상 낭비됐고 천지 1, 2호기(904억 원), 대진 1, 2호기(33억 원) 건설에 투입된 비용도 회수가 어렵다. 전기요금 인상 우려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발전단가가 비싼 화력 및 LNG 발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자 전력 구입비가 늘면서 한전은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정부와 한전은 당장 전기요금 인상이 없다고 하지만 추후 원전 비중이 낮아지면 한전의 비용 증가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에너지 분야 전문가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한수원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신규 원전 포기는 원전 기술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이건혁 기자}
지난해 국내 가구의 빚을 뺀 순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7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지와 건물을 포함한 비금융자산 가격이 2007년 이후 가장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19일 내놓은 ‘국민 대차대조표 잠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가 보유한 순자산(자산―부채)은 지난해 말 기준 3억8867만 원으로 전년 대비 5.8% 늘었다.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순자산 중 비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75.4%였다. 이는 미국(34.8%), 일본(43.3%), 독일(67.4%)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국내 가구의 부동산 의존도가 높은 셈이다. 국가 전체의 부(富)를 뜻하는 국민 순자산은 1경3817조5000억 원으로 1년 사이 741조5000억 원(5.7%) 늘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8배 수준이다. 토지, 건설자산 등 비금융자산 증가율이 6.6%에 이르렀다. 특히 토지가 전체 비금융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5%에 육박했다. 토지자산 비중은 혁신도시와 세종시 개발 등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2014년부터 꾸준히 오르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 비금융자산의 가격 상승률이 11년 만에 가장 높은 3.9%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세종=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미중 무역전쟁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시장이 출렁거리고 있다. 18일 원-달러 환율이 7개월 만에 1100원 선을 넘어선 데다 코스피는 3개월 만에 2,400 선 아래로 떨어졌다. 한국 경제가 안으로는 최저임금 급등 여파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밖에서 밀어닥치는 초강대국발(發) 행보에 영향을 받으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 경제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등 선제적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세계 경제의 성장 대열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 판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1원 오른 1104.8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화 가치가 그만큼 하락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4거래일 동안 2.8% 오르며 지난해 11월 20일(1100.6원) 이후 처음 1100원대를 돌파했다. 원-달러 환율은 4월 초 1050원 선까지 떨어지며 원화 강세 분위기였지만 불과 2개월 만에 흐름이 역전됐다. 원화 약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 들어 2번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데다 하반기 2번 더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강(强)달러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이 5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 부과를 예고하고 중국이 보복을 천명하면서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미중 간 갈등은 안전자산인 달러화 가치를 높이게 된다. 미중 간 갈등으로 글로벌 교역이 전반적으로 줄면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원화 약세는 이런 우려가 먼저 반영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도 원화 약세의 원인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아르헨티나, 터키 등 신흥국의 금융 불안이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여전하다. 외국인 자금이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한국에서도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달러 강세 요인이 많지만 대부분 단기적”이라면서도 “한미 기준금리 역전 상황에서 원화가 약세 흐름을 보이면 외국인 자금 이탈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원화 약세에도 수출기업 실적 악화 우려 통상 원화 약세는 국내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실적을 좋게 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날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원화 약세에도 수출 기업들의 주식을 집중적으로 내다팔았다. 환율 상승에 따른 가격 경쟁력 회복보다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문제라는 뜻이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7.8포인트(1.16%) 내린 2,376.24로 거래를 마치며 올해 3월 5일 이후 약 3개월 만에 2,400 선 밑으로 떨어졌다. 삼성전자(―2.2%), SK하이닉스(―3.45%), 포스코(―2.47%) 등 수출 비중이 높은 대기업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내렸다. 올해 2월부터 5조7000억 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운 외국인투자자들이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3% 하락한 840.23으로 마감했다. 여기에 고용, 투자, 소비 등 각종 지표가 부진해 한국 경제가 침체의 초입에 있다는 경고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미중 무역전쟁과 신흥국 불안 등을 이유로 올해 6월 수출금액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와 환율이 복잡하게 얽혀 단기간에 문제가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당국이 글로벌 자금의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한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세종=이건혁 gun@donga.com / 박성민 기자}

원자력발전소 가동률이 올 들어 평균 50% 선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6·13지방선거 직후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하는 등 정부가 탈(脫)원전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한국전력의 적자 확대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올해 1∼5월 원전 평균 가동률은 58.4%였다. 지난해 12월 50%대로 떨어졌던 원전 가동률은 5개월 연속 50% 선에 머물다 5월 들어 60% 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2009년과 2011년 가동률 90%를 넘으며 세계 1위 원전 가동률을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원전 가동률이 낮은 건 총 24기의 원전 중 9기가 동시에 예방정비나 안전점검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원전업계에서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정비가 끝난 원전의 재가동을 이전보다 까다롭게 승인해주면서 가동률이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한 기의 원전에서 발견된 문제를 모든 원전에서 검사하다 보니 재가동이 늦춰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정부와 한수원은 원전 가동률 급감이 탈원전 정책과 무관한 일시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정비작업 등이 마무리되면 올해 하반기 가동률이 77.3%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낮은 원전 가동률은 한전의 실적을 갉아먹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올해 4월 전력구입 단가는 kWh당 95.92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5% 비싸졌다. 발전단가가 낮은 원전의 발전 비중이 31.7%에서 21.9%로 낮아진 반면 상대적으로 단가가 비싼 액화천연가스(LNG)는 18.3%에서 30.6%로 높아졌다. 이에 한전은 지난해 4분기(10∼12월)와 올해 1분기(1∼3월) 각각 1200억 원대의 적자를 냈다. 2분기(4∼6월)에도 적자를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한전이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전기요금 인상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한전과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전기요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탈원전 드라이브가 강화되면 한전의 적자 구조가 고착화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한전은 남북 경제협력 차원에서 북한의 열악한 전력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한 재원도 필요한 만큼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한수원은 지방선거 직후인 15일 예정에 없던 이사회를 소집해 경북 경주시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와 신규 원전 4기의 건설 중단을 전격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문 대통령의 ‘탈핵 시대’ 선언 1주년을 맞아 다시 탈원전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세종=이건혁 기자 gun@donga.com}

경제활동의 중추로 꼽히는 30, 40대 취업자 수가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가능인구인 15∼64세 취업자 수도 3개월 연속 줄어들면서 경기 침체에 따른 일자리 감소가 경제의 기초체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5월 40대 취업자 수는 669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8만8000명 줄어들었다. 2015년 11월 감소세로 전환한 뒤 31개월 연속으로 줄어들며 통계 작성 이래 최장기록을 이어갔다. 40대 취업자 수 감소 현상은 외환위기 여파가 나타난 1998년 4월부터 10개월,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에도 3월부터 6개월 동안 줄어드는 등 한국 경제가 어려울 때 주로 나타났다. 5월 30대 취업자 수도 561만6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만1000명 줄며 10개월 연속으로 줄었다. 30, 40대 취업자 수가 줄어드는 건 한국 경제의 둔화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경기 둔화로 제조업과 건설업의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이 자리에 주로 취업하는 30, 40대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반면 50, 60대 취업자 수는 늘어났다. 50대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만6000명 늘어났으며 60세 이상 취업자도 2만4000명 늘었다. 50대 이상의 일자리 증가는 정규직 비중이 높은 30, 40대와 달리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 채용이 늘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여기에 생산가능인구 중 취업자도 2463만3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8만 명 줄어들었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난 건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올해 3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인구구조적 변화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통계청은 2016년 장례인구 추계를 발표하면서 생산가능인구가 2016년 정점을 찍은 뒤 완만히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민간에서는 2017년에도 생산가능인구 취업자는 꾸준히 증가해 왔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경기 둔화로 생산가능인구의 고용이 감소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30, 40대 취업자 수 감소, 생산가능인구 일자리 감소는 모두 단기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단기적 현상을 중장기적 인구구조 변화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세종=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미국 금리가 9년 9개월 만에 2%에 이르렀다.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0.5%포인트나 높아짐에 따라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 시기를 놓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미 연준은 13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종전 1.50∼1.75%이던 연방기금 금리를 1.75∼2.0%로 올렸다. 최저와 최고금리의 범위를 두는 미국 기준금리의 상단이 2%대가 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8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미국 경제가 매우 잘 돌아가고 있다”면서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미 가계와 기업이 번영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말했다. 이날 연준은 올해 2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현재 기준금리가 1.5%인 한국이 연내 1차례만 금리를 올리면 한미 금리 격차는 0.75%포인트까지 벌어진다. 외국인 투자자가 빠져나가는 상황을 우려해 한은이 금리를 뒤늦게 올리더라도 역전된 한미 금리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경제 여건이 취약한 신흥국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를 경계심을 갖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이건혁 기자}

한미 금리 역전 폭이 0.5%포인트로 벌어진 것은 미국 경제가 돈줄을 조여도 될 만큼 양호한 반면 한국 경제는 여전히 저금리에 의존해야 할 정도로 허약한 현실을 보여준다. 한국은행으로서는 외국인 자금 이탈로 원화 가치가 출렁거리고 증시가 위축되는 부작용에 대비하려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계부채가 1500조 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급등하면 취약 가구가 도미노 도산에 몰릴 우려가 크다. 한은이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해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태도로 일관하다가 코너에 몰린 셈이다.○ 물러날 곳 없는 한은 한은이 금리 인상을 미룬 것은 한국 경제의 체질이 양호한 데다 글로벌 자금이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한 요인만으로 대규모 자금을 빼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렇게 금리를 동결하는 동안 기초체력을 키웠어야 하지만 한국 경제는 여전히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과 내수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물가상승률도 한은 목표치(2%)에 못 미칠 정도로 활력이 떨어져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올해 기준금리가 두 차례 추가로 오를 것임을 시사했다. 연 1.75∼2.00%에 도달한 미 기준금리가 연말 연 2.25∼2.50%로 오를 수 있다. 한은이 연내 금리를 한 번 올리면 금리 차는 0.75%포인트, 금리를 계속 동결하면 금리 차는 최대 1%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된다. 한은 내부에서도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4월과 5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장인 이주열 한은 총재를 제외한 6명의 위원 중 2명이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A 위원은 “현 기조를 계속 유지하면 주택의 과잉 공급 등 풍선효과가 여러 부분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의 완화 정도를 다소 축소해야 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B 위원은 “통화정책의 운용 여력을 확보해 두는 차원에서도 성장세가 견실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적정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선제적 인상론은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가계부채 뇌관 우려 여전 최근 한국 경제가 경기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금리 인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 국면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투자와 소비 위축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금리를 올리려면 경기 확장 신호가 보여야 하는데 지금은 전혀 없다”며 “연내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시화됐을 때 한은이 금리를 올리고자 한다면 국내 경제가 더욱 침체될 수 있다는 딜레마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올해 상반기(1∼6월) 한은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렸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를 올려야 할 조건임에도 올리지 않으면 추후 시장 참여자들이 통화정책의 의도와는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한국 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 문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올해 4월 신규 취급액 기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47%로 지난해 4월(3.21%)보다 0.26%포인트 올랐다. 상환 능력이 낮은 취약계층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날 금융감독원은 금융사들이 미국의 금리 인상을 이유로 금리를 과도하게 올리지 말라고 경고했다.세종=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업종별 가이드라인은 언제 나와요?” 주요 기업 인사팀 관계자들은 법 시행 20여 일을 앞둔 11일에야 발표된 근로시간 단축 가이드라인을 보고 여전히 고개를 갸웃했다. 내용은 이미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고민하고 검토한 사례들로 해석이 애매한 부분이 적지 않고, 기대했던 업종별 특수 상황은 반영이 안 돼 있다는 얘기였다. 일부 쟁점은 추후 노사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는 지적도 나왔다. ○ 알아서 판단하라는 가이드라인 이날 가이드라인을 접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한숨을 쉬었다. 관리자가 지휘감독을 해야만 근로시간을 인정한다는 가이드라인의 내용이 해석에 따라 논란의 여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가이드라인은 기업이 개별 사안별로 판단하라는 게 핵심이다. 즉 ‘세부 적용 케이스는 알아서 판단하시오’라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관리자의 지휘감독이 있어야 근로시간으로 인정한다는 개념은 요즘처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메신저 등으로 소통하며 근무하는 환경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쟁점으로 떠오른 ‘업무상 접대’도 혼란스럽다는 의견이 많았다. 기업 관계자는 “상사의 지시 또는 승인 없는 접대는 근로시간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걸로 보인다. 개인적인 접대 약속이 많은 영업직군의 불만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가이드북에는 휴일에 골프 라운딩 접대하는 사례만 나와 있는데 그 이후의 식사 문제 등에 대해선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상사의 뚜렷한 지시는 없었지만 법인카드로 접대 식사비를 결제하면 사실상 ‘최소한의 승인’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식품기업 관계자는 “직원 중 하나가 강하게 문제 제기하면 법으로 다툴 가능성이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출장시간 계산도 논란이다. 해외출장은 비행시간이나 출입국 수속시간, 이동시간 등 필요한 시간을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를 통해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가이드라인의 제언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비행기가 연착되는 경우, 비행기를 경유해서 가는 경우 등 일일이 기업들이 노사 합의를 거쳐야 하나”라고 했다.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은 더욱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서울 출장과 접대, 회식이 한꺼번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A공공기관 고위 관계자는 “민간 기업과 달리 공공기관은 이 가이드라인을 무조건 지켜야 감사 지적을 피할 수 있어 더욱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기업 희망사항엔 묵묵부답 기업들의 가장 큰 불만은 정작 꾸준히 요구했던 문제에 대한 답은 없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탄력적 시간 근로제 개선 방안이다. 재계는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단위기간을 현재 3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현재는 3개월까지만 가능하다. 하지만 정부는 탄력적 시간 근로제에 대한 개선 방안은 2022년 12월 31일까지 마련할 방침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2022년이면 4년여 뒤인데 이번 정권에선 관련 논의를 하지 않겠다는 얘기로 들린다”고 말했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도 “개발 쪽은 집중 근무를 해야 한다. 좀 더 유연하게 집중 근무할 때는 하고 여유 있게 일찍 퇴근해도 되는 때는 퇴근하면 되는데 그런 언급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업종별 특수상황 발생 시 대응 방안도 나와 있지 않았다. 직원 800명 규모의 석유화학기업 A사는 주기적으로 대규모 화재나 폭발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작업을 한다. 이 작업은 일단 시작되면 24시간 멈출 수 없다. A기업 관계자는 “안전 문제 같은 특수상황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4시간 서비스해야 하는 게임업계나 대기시간이 긴 방송이나 영화제작 업계도 근로시간 계산에 애를 먹고 있다. 혼란 속에 아직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300인 이상 기업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특히 공사 기간 내에 작업을 마쳐야 하는 건설업계가 대표적이다. A건설사 관계자는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위해 한 달 넘게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다. 사무직은 그런대로 적용이 가능한데 문제는 건설 현장”이라면서 “당장 계약한 공사 기간이 있는데 근무시간이 줄어들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짧은 공사 기간과 기술력 등으로 우위를 선점했던 해외 건설현장은 상황이 보다 심각하다. B건설사 관계자는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비용 증가로 해외 현장에서의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면서 “안 그래도 중동지역 리스크가 커지면서 수주가 줄고 있는데 근무시간 단축이 시장을 위축시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당장 아이스크림 성수기를 앞둔 식품업계는 추가 채용에 나섰지만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빙과업계 관계자는 “6∼8월 3개월 극성수기에는 2교대로 생산을 하는데 이 경우 주당 52시간을 초과해서 일하기 때문에 현재 10%가량을 추가 채용 중”이라며 “얼마나 인원이 더 필요한지 제대로 산출하기 어려워 막막하다”고 말했다.김지현 jhk85@donga.com·강승현·이건혁 기자}
대진침대 매트리스 21개 모델에서 발암물질인 라돈이 나온 가운데 다른 3개 모델에서도 라돈이 추가 검출됐다. 라돈이 나오는 ‘모나자이트’를 사용해 만든 대진침대 매트리스 24개 전 품목에서 발암물질이 나온 것이다. 이 같은 ‘라돈 침대’가 제대로 수거되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짐에 따라 우체국은 주말인 16, 17일 대진침대 매트리스 수거에 나서기로 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11일 △아르테2 △폰타나 △헤이즐 등 3개 모델에서 기준치 이상의 피폭선량(인체가 받는 방사선량)이 확인돼 이미 판매된 1031개 매트리스에 대한 수거에 나섰다고 밝혔다. 11일까지 소비자들이 수거를 요청한 대진 매트리스 약 6만3000개 가운데 1만1381개가 수거됐다. 민간업체를 통한 수거가 지지부진하자 국무총리실은 전국 물류망을 갖춘 우체국에 매트리스 수거를 지시했다. 우체국은 16일부터 이틀 동안 집중 수거에 나선다. 한편 원안위는 모나자이트와 비슷한 토르말린, 맥반석 등 천연 광물을 사용했다고 신고한 다른 회사의 매트리스에서는 방사선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지난달 말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명박(MB) 정부 시절 진행된 해외자원 개발사업을 수사해달라며 검찰에 ‘셀프’ 수사의뢰를 했다. 특히 산업부는 최경환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이 직접 캐나다 하비스트 유전 사업 인수에 관여했는지가 핵심이라고 짚었다. 해외자원 개발산업은 2015년 이미 검찰 수사를 받았다. 정부나 최 전 장관 개입 없이 공기업이 자체 판단했다고 했다. 배임 혐의로 기소됐던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 김신종 전 광물자원공사 사장은 1, 2심 재판에서 ‘경영상 판단’이라며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자원개발 사업은 털고 가야 하는,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검찰 수사의뢰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적폐 청산 대상이라는 뜻이다. 제대로 된 수사와 처벌이 필요하다는 의지를 강조한 셈이다. 이전 조사에서 최 전 장관에 대한 조사가 부실했으며 하비스트 사업에서만 24억 달러(2조5920억 원) 손실이 났는데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다는 비난도 이 같은 결정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다만 검찰 수사로 모든 의혹이 제대로 밝혀질지는 미지수다. 산업부는 새로운 문건과 기소되지 않은 사건에 대한 추가 정황 등이 발견된 만큼 수사의뢰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문건의 출처가 불분명하며 검찰은 물론이고 감사원 감사, 국정조사도 거쳤는데 새로 수사해도 더 나올 만한 내용이 없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현직 공무원 중 담당업무를 했던 자는 거의 없고 그나마도 실무에 제한적으로 관여한 정도다. 하지만 검찰 수사의뢰 이후 공직 사회에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언제 어떻게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를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당시 자원개발 보고라인에 있었던 고위 공무원 출신 문재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강남훈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 김경원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등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옷을 벗었다. 하지만 공직 사회에서는 산업부의 셀프 수사의뢰를 계기로 “가급적 일을 만들지 말자”는 복지부동(伏地不動)이 심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최근 교육부는 박근혜 정부 시절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에 참여한 교육부 고위급 및 중·하위급 공무원 8명 등 총 17명을 검찰에 수사의뢰하기도 했다. 공무원 A 씨는 “이번 정부가 벌인 재생에너지 사업은 물론 앞으로 벌이게 될 남북 경제협력 등에서 문제가 발생하거나 손실이 나면 다음 정부에서 표적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MB 정부의 해외자원 개발사업은 공기업 부실화와 혈세 낭비 등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의혹이 많은 문제다. 하지만 적폐 청산이 수사와 처벌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높아질 공직 사회의 불안을 해소할 방안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국가의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고 정부의 핵심 사업이 제대로 시행되도록 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영혼 없는 공무원’이 양산되지 않도록 소신에 따라 일해도 처벌받지 않는 시스템을 함께 고민할 때다. 이건혁 경제부 기자 gun@donga.com}

한국형 차세대 원전(APR-1400)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진행하는 안전성평가의 8분 능선을 넘어섰다. 지난해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 통과로 기술력을 입증한 한국산 원전이 세계 최대 원전 시장인 미국의 인증까지 최종 획득하게 되면 원전 수출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NRC는 5일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달 31일 한국형 차세대 원전 APR-1400이 전체 6단계로 이루어진 안전성평가 중 4단계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APR-1400에 적용된 기술 2225개에 대해 NRC가 100% 인증을 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NRC 설계 인증은 미국 원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필요한 요건 중 하나다. 한수원은 2014년 인증을 신청했으며 현재까지 본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NRC는 지난해 8월 3단계 인증 과정에서 약 2100개 항목에 대한 심사를 마무리했지만 추가 검증이 필요한 100여 개의 핵심 기술에 대해서는 판단을 미룬 채 9개월 가까이 이를 들여다봤다. 4단계 인증을 받은 기술은 △원전 설계 및 구조 △내진설계의 유효성 △고출력 에너지를 견딜 수 있는 배관 구조 △핵연료 장치의 내진성능 시험 등이다. 한수원 측은 “원전의 설계수명과 관련된 것들로 APR-1400에 적용된 60년의 설계수명이 기술적으로 타당한지 검증받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설계수명과 직결된 만큼 NRC 심사는 전 단계보다 더 까다롭게 진행됐다. NRC 심사위원들의 추가 자료 요구에 심사 완료 예상 시점이 두 차례나 연기되기도 했다. NRC는 홈페이지를 통해 올해 9월경 6단계로 이루어진 인증이 모두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남아 있는 인증 절차인 외부 전문가 검증, 종합 정리와 같은 절차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안전성평가가 마무리되면 공청회를 거쳐 내년에 한국산 원전에 대한 공식 인증 절차가 모두 끝난다. 반면 원전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일본과 프랑스는 한국보다 앞서 신형 원전에 대한 NRC 인증을 신청했지만 까다로운 조건 탓에 인증 절차가 중단된 상황이다. 2002년 개발된 APR-1400은 3세대 신형 원전으로 아랍에미리트(UAE)에 건설 중인 바라카 원전에 도입돼 있다. 국내에는 2016년 준공된 신고리 원전 3호기, 공사 중인 신고리 원전 4∼6호기 및 신한울 1, 2호기에 적용돼 있다. 한국이 미국 인증을 받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형 원전에 대한 기술적 의문은 거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한국은 까다로운 EUR 인증을 최종 통과한 5번째 국가가 됐다. 여기에 미국 인증을 통과하면 세계 시장에서 한국 원전의 기술력과 안전성을 부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특히 한국의 원전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체코 등 원전 발주 예정인 국가에도 이 모델을 통해 원전 사업권을 따내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한국은 또한 지난해 12월 한국전력공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에도 APR-1400을 적용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영국 정부 및 사업자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최저임금 속도 조절을 주장하는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가 4일 발표된 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속도조절론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지만 갈등하는 모습으로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핵심 정책인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지적해온 기재부 수장이 한발 물러난 셈이다. 하지만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김 부총리가 불참한 회의에서 내각의 기강 재확립을 강조하고 나서 속도조절론을 둘러싼 갈등이 봉합되지는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불씨 여전한 정부 내 갈등 이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총리·부총리협의회에서 “하위 1분위 저소득층 가운데 고용 밖 노동자와 자영업자 소득을 위한 특단의 지원 대책 마련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정책 마련을 당부한 것이다. 이어 “2년 차 국정 운영의 본격 추진을 위해 내각 기강을 재확립하고, 긴장감을 가져 달라”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모든 것이 나빠진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정확하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며 ‘속도조절론’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날 협의회에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등이 참석했지만 김동연 부총리는 병가를 내고 불참했다. 김 부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서 열린 헬스케어 현장 방문 행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최저임금 논란에 대해 “누가 옳고 그른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지혜를 모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이날 KDI 보고서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말한 것처럼 갈등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는 취지로 보인다.○ KDI 발표에 대한 논란도 심화 정부 내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산파’ 격인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KDI가 전날 내놓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가 부정확하고 편의적이라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앞으로 2년 동안 최저임금을 15.3%씩 올리면 2019년 9만6000명, 2020년 14만4000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국장은 “보고서는 한국을 분석한 것이 아니라 미국과 헝가리의 최저임금 고용탄력성 추정치를 가져다가 한국의 사례를 ‘짐작’했다”며 “남의 나라 추정치로 최저임금 효과를 예상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밝혔다. 아울러 “KDI가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이 한국과 비슷한 영국의 고용탄력성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최경수 KDI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저임금을 계속해서 많이 올리면 고용 감소의 영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재반박했다. 당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눈에 띄게 줄지 않지만 매년 급격하게 인상할 경우 고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보고서 내용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아울러 미국과 헝가리의 고용 감소 사례를 한국에 적용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민간으로 번지는 정책 공방 KDI 보고서를 계기로 논란이 민간 학계로 번지는 모양새다.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했다고 본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약간의 비용 상승도 감당하기 버거운 업체들로선 일단 버티기 위해서 고용 축소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KDI 보고서가 보다 정밀한 검증을 거쳤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최저임금 논란의 휘발성을 고려했을 때 경제 조건이 비슷한 국가를 찾아 한국에 적용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구조조정의 여파 등 한국 상황을 고려한 분석 결과를 보고서에 담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정책의 부작용을 인정하고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제 임금을 주는 자영업자 등의 목소리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 / 이건혁·유근형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긴축 발작(taper tantrum)’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올 3월만 해도 미국 금리 인상으로 국내 금융시장에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봤지만 최근 아르헨티나 터키 등 신흥국에서 불안감이 커지면서 국내 금융시장도 안심할 수 없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4일 열린 한은(BOK) 국제콘퍼런스에서 개회사를 하면서 “2013년 긴축 발작 당시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 신호가 신흥 시장국의 급격한 자본 유출과 국제 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했다”며 “현재 선진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급격한 자본이동과 시장 불안은 언제든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최근 일부 신흥국에서 발생한 금융 불안에 주목했다. 미국 금리 인상과 달러화 강세를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한 국가의 정책 변화가 금융시장과 세계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영향이 다시 국내로 되돌아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고, 터키는 통화 가치가 폭락했다. 브라질 헤알화,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등의 가치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달러화 가치가 지금보다 더 오르고 그 결과 신흥국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면 신흥국 금융시장이 흔들려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일부 가시화한 것이다. 여기에 12, 13일(현지 시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기준금리를 올리면 금융시장이 또 한 번 출렁거릴 수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고된 조치지만 신흥국 불안이 커진 상황인 만큼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가 우려하는 ‘6월 위기설’도 아직 가라앉지 않고 있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한은은 종전에는 금융 불안 가능성을 낮게 봐왔다. 5년 전 위기를 겪은 신흥국들이 외환보유액을 늘리며 대비해왔고 세계 경기가 회복기에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도 지난해 7월 “긴축 발작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일부 신흥국의 금융 시장이 미국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크게 불안해지자 한은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한은은 지난달 24일 금융통화위원회 후 의결문에서 향후 고려 요인 중 1순위로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를 꼽았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연 1.50%이며 미국은 연 1.50∼1.75%다. 이달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 한미 간 기준금리 차가 더 벌어진다. 한은 뉴욕사무소는 최근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 보고서를 인용해 신흥국 중 한국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발암물질 라돈의 피폭선량(인체가 받는 방사선의 양)이 기준치를 넘는 대진침대 매트리스가 기존에 확인된 7종 외에 14종이 추가로 발견됐다. 국무조정실은 25일 원자력안전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와 함께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대진침대가 판매한 침대 매트리스 모델 14종에서 ‘생활주변 방사선 안전관리법’이 허용한 연간 피폭선량 1mSv(밀리시버트)를 넘는 피폭선량이 확인됐다”며 “수거·폐기를 위한 행정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국조실에 따르면 대진침대 매트리스 중 파워그린슬리퍼R에서 기준치의 13배가 넘는 13.74mSv의 피폭선량이 측정됐다. 파워플러스포켓(7.48mSv), 파워그린슬리퍼플래티넘(6.61mSv), 그린슬리퍼(5.84mSv) 등도 기준치를 넘었다. 새로 발견된 14종의 판매량은 2만5661개. 기존에 발견된 매트리스 7종의 판매량을 합치면 총 8만7749개가 수거 및 폐기 대상이다. 정부는 대진침대를 제외하면 국내 매트리스 제조사 49곳 가운데 모나자이트를 사용한 곳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모나자이트 수입업체에 대한 유통 현황을 조사한 결과 현재까지 대진침대를 포함해 13개 업체가 음이온 목걸이, 팔찌, 전기장판용 부직포 등에 모나자이트를 사용했으나 모두 기준치 이하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대진침대에는 약 4만5000건의 수거 요청 신고가 접수됐지만 인력 부족 등으로 실제 수거 물량은 많지 않다. 정부는 그간 신고 의무가 없던 방사성물질을 사용한 가공제품에 대해서도 정부가 관리할 수 있도록 가공제품 제조 기업 등 등록의무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대한의사협회는 방사성물질 관리를 소홀히 해 라돈침대 사태의 원인을 제공했다며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 라돈침대의 피폭선량이 기준치 이하라고 발표했다가 5일 만에 이를 뒤집어 혼란을 초래했다며 강정민 위원장을 같은 혐의로 고발했다.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