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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올림픽이 12일 막을 내렸다. 대회 개막 전부터 시작된 23일간의 현지 취재를 마감하며 TV 중계 카메라 뒤에 감춰져 있던 태극 전사들의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 14번의 인터뷰에도 ‘미소 가득’ 한국 탁구 선수 중 유일하게 3개 종목(단식, 복식, 단체전)에 모두 출전한 신유빈은 총 14경기를 치렀다. 인터뷰도 최소 14번을 해야 했던 것. 신유빈은 이겼을 때나 졌을 때나 한결같이 미소를 잃지 않았다. 일정을 모두 마친 뒤에는 “이제 마지막으로 보는 것이냐”며 취재진에 단체 셀카를 제안하기도 했다. “내 마음속 최우수선수(MVP)는 신유빈”이라고 꼽은 기자도 많았다는 후문.● 냉혹한 킬러? 순수한 시골 소녀! 사격 여자 공기소총 10m 은메달리스트 김예지(32)는 ‘냉혹한 킬러’ 이미지 덕에 미국 NBC방송이 선정한 ‘파리 올림픽 10대 스타’에 뽑혔다. 하지만 사격계에서는 여전히 순박한 시골 소녀로 통한다. 사격계 관계자는 “(충북) 단양 출신인 김예지는 영혼이 순수한 아이였다. 좌판에서 나물 파는 할머니가 있으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며 “심성이 워낙 착해 잘될 거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세계적인 스타가 될 줄은 몰랐다”고.● 액땜 후 금메달 딴 신스틸러 도경동 펜싱 대표 도경동은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여권을 잃어버렸다. 여권을 되찾고 개인 첫 올림픽에 나선 도경동은 단체전 결승에서 구본길 대신 들어가 5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신스틸러’가 됐다. 한국 남자 사브르의 올림픽 단체전 3연패를 도운 도경동은 “광고 모델이 필요하면 연락을 달라”며 너스레. ● 허미미를 구한 데구치 유도 여자 57kg급 은메달을 딴 허미미(22)는 시상대 위에서 아찔한 경험을 했다. 단체 셀카를 찍어야 하는데 올림픽 후원사인 삼성전자가 제공한 스마트폰 작동 방법을 몰랐던 것. 결국 결승 상대 크리스타 데구치(29·캐나다)의 도움을 받아 촬영 버튼을 누를 수 있었다. 허미미는 “다른 회사 스마트폰만 써서 작동법을 전혀 몰랐다. 짧은 순간 진땀이 났다”고.● 은퇴 선언 후 찾아온 깜짝 동메달 유도 남자 60kg급의 김원진(32)은 자신의 세 번째 올림픽인 파리 대회에서 개인전 노메달에 그친 후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출전 의사 없이 혼성단체전 출전 선수 명단에 이름만 올렸다. 그런데 후배들이 깜짝 동메달을 따내며 그도 덩달아 생애 첫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게 됐다.● 마침내 즐긴 에펠탑 역도 여자 81kg 초과급 은메달을 딴 박혜정(21)은 2년 전 콜롬비아에서 열린 대회에 출전했다가 환승 비행기를 놓쳐 파리에서 1박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늦어 파리의 상징 에펠탑을 보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서 2위를 하며 에펠탑 철 조각이 박힌 메달까지 받은 그는 귀국 비행기를 타기 전 에펠탑을 마음껏 즐겼다. 현지에 응원을 온 아버지, 언니와 달팽이 요리까지 먹은 건 덤이었다. ● ‘도쿄 스타’ 김연경, 파리 무대도 출연 3년 전 도쿄 올림픽을 끝으로 국가대표에서 은퇴한 ‘배구 여제’ 김연경(36)도 파리를 찾았다.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김연경은 국제배구연맹(FIVB) 홍보대사로 초청받았다. 김연경은 비치발리볼 준결승 경기 시작을 알리는 킥오프 이벤트에도 참여했다. ● 14시간 날아와 7초 만에 끝 스포츠 클라이밍 스피드에 출전한 신은철(25)은 7초 만에 대회 일정을 마무리했다. 상대보다 먼저 정상을 찍어야 하는 이 종목 8강 단판 승부에서 패했기 때문. 서울에서 파리까지 날아온 14시간의 비행시간이 아까울 만도 하지만 신은철은 “이 종목이 원래 그렇다. 빠르면 5초에 승부가 끝나기도 한다. 4년 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8강, 4강, 결승까지 진출해 오래 버텨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파리=이헌재 기자 uni@donga.com파리=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파리=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메달만큼 값진 도전’으로 국민들의 새벽잠을 설치게 했던 17일간의 열전 드라마 파리 올림픽이 12일 막을 내렸다. 한국은 1978년 몬트리올 대회(50명) 이후 가장 적은 144명의 선수가 출전해 메달 전망이 밝지 않았다. 하지만 태극전사들은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국민들에게 연일 ‘행복 드라마’를 선물했다. 한국은 금메달 13개를 따내며 역대 최다 금메달을 기록했던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대회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올림픽 개막 전 목표치(금메달 5개)의 2배를 훌쩍 넘겼다. 은 9개, 동메달 10개로 전체 메달은 32개를 기록했다. 대회 개막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오상욱의 펜싱 사브르 남자 개인전 우승으로 금메달 레이스를 시작한 한국은 사흘간 금메달 5개를 따내며 일찌감치 목표치를 채웠다. 8월 들어선 첫날부터 5일 연속 금메달 소식을 전하며 새벽까지 TV 앞을 지키던 국민들을 기쁘게 했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10대 선수들이 보여준 ‘영 파워’는 금메달에 더해 한국 스포츠의 희망을 엿보게 했다. 한국 선수 중 ‘가장 젊은’ 반효진(17)은 지난달 29일 사격 여자 10m 공기소총에서 우승하며 여름 올림픽 역대 100번째 금메달을 따냈다. 같은 날 ‘10대 궁사’ 남수현(19)도 임시현(21) 전훈영(30)과 힘을 합쳐 한국 여자 양궁의 올림픽 단체전 10연패 달성에 힘을 보탰다. 앞서 오예진(19)도 개막 이틀째인 지난달 28일 사격 여자 10m 공기권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반효진과 함께 한국 사격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한국 여자 복싱 선수 최초로 올림픽 메달(동메달)을 차지한 임애지(25)는 한국 복싱이 살아 있음을 팬들에게 알렸다. 배드민턴 안세영(22)은 무릎 부상에도 투혼을 발휘하며 여자 단식 정상에 올라 역대 두 번째이자 28년 만에 올림픽 단식 금메달을 한국에 안겼다. 세계 최고 레벨의 경쟁 무대에서도 기죽지 않는 젊은 선수들의 패기와 자신감, 긍정 사고도 빛났다. 펜싱 사브르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비밀병기로 출격해 ‘신스틸러’로 등극한 도경동(25)은 경기 후 “질 자신이 없었다”는 말로 대표팀 코치와 선배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사격 여자 25m 권총 금메달리스트 양지인(21)은 0.1점 차로도 승부가 갈리는 박빙의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되겠지.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 하며 표적지를 겨누는 ‘초긍정’ 마인드를 보여줬다. 불혹의 비보이 ‘홍텐’ 김홍열(40)은 올림픽 브레이킹 초대 챔피언 등극엔 실패했지만 세계 각국의 내로라하는 20대 비보이들과의 경쟁에서 열정만큼은 밀리지 않았다. “나는 아직 어리다” 4년뒤 더 기대되는 젊은 그들[2024 파리올림픽]메달보다 빛난 ‘초긍정 팀코리아’김우진, 도쿄 개인전 부진에 갈고닦아… 김유진 “나만 무너지지 말자” 깜짝 金메달 못딴 김수현-서채현 “LA 기약”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은 ‘챔피언’이자 ‘도전자’였다. 한국 여자 양궁은 1988년 서울 대회부터 2021년 도쿄 대회까지 9회 연속 금메달을 땄다. 올림픽 10연패 도전에 나선 임시현(21)-전훈영(30)-남수현(19)은 대회 내내 어깨 위에 무거운 짐을 질 수밖에 없었다. 세 명 모두 처음 출전하는 올림픽이었고, 역대 가장 약한 전력이란 평가가 따라다녔다.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지금껏 자신들이 쐈던 화살의 힘을 믿는 것뿐이었다. 하루 400∼500발의 화살을 쏘아 온 과정이 파리 올림픽에서 빛을 발했다. 위기의 순간마다 10점을 쐈다. 한 선수가 부진하면 다른 선수가 틈을 메웠다. 임시현은 “이렇게 열심히 준비했는데 빨리 끝나 버리면 너무 아쉽지 않나. 그래서 더 악착같이 쐈다”고 했다. 10연패를 달성한 이들은 “이제는 잠 좀 제대로 잘 수 있겠다”고 했다. 남자 양궁 3관왕에 오른 김우진(32) 역시 도전자였다. 그는 앞선 두 번의 올림픽에서 모두 단체전에서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실력은 세계 최고였지만 개인전에선 이상하리만치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도쿄 대회 이후 3년간 그는 자신의 실력을 갈고닦았다. 주변에서는 “안 그래도 천재가 완벽주의자가 됐다”고 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번 대회에서는 개인전 우승이란 꿈을 이뤘다. 혼성전과 단체전까지 3관왕에 오른 그는 역대 한국 선수 최다 금메달(5개)을 보유하게 됐다. 남녀 에이스 김우진과 임시현의 활약 속에 한국 양궁은 이번 대회에 걸린 금메달 5개를 모두 가져왔다. 둘은 나란히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여자 태권도 57kg에 출전해 깜짝 금메달을 딴 세계 랭킹 24위 김유진(24)에게 이번 대회는 ‘도장깨기’의 연속이었다. 세계 랭킹이 낮아 국내 선발전, 아시아 대륙 선발전을 거쳐 겨우 파리행 티켓을 땄다. 올림픽에서는 세계 랭킹 1위, 2위, 4위, 5위를 모두 이겼다. 그는 “세계 랭킹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나 자신만 무너지지 말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태권도 남자 58kg급 금메달리스트 박태준(20)도 ‘도전의 아이콘’이다. 이 체급 최강자였던 대표팀 선배 장준(24)에게 여섯 번 연속 패한 끝에 7번째 대결에서 승리해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는 “선발전을 앞두고 기본 자세를 아예 반대로 바꾸는 등 스타일을 바꿔 상대했다”고 했다. 박태준은 파리 올림픽에서도 상대 선수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을 사용해 효과를 봤다. 2012년 런던 대회 이후 12년 만에 한국 복싱에 메달을 안긴 여자 54kg급 임애지(25)는 동메달을 딴 뒤 “훈련하다 보면 다음 올림픽까지 4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지 않을까 싶다. 사실 올림픽만 무대가 아니다”라며 “작은 대회부터 우리 선수들은 열심히 한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외에도 많은 대회가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대했던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4년 뒤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도전장을 낸 선수도 적지 않다. 주 종목인 자유형 200m 결선 실패 등 대회 내내 부진하며 마음고생을 했던 수영의 황선우(21)는 “아프지만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여전히 부족한 게 많다는 걸 깨달은 것도 자극이 된다”며 “그동안 나 자신을 나이 든 선수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나는 아직 어리더라.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도 도전할 수 있다. 다시 4년을 준비할 힘을 얻었다”며 웃음을 되찾았다. 육상 남자 높이뛰기에서 7위를 한 우상혁(28)은 “계속할 수 있다고 믿고 두드리다 보면 원하는 위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이번 대회 6위로 두 대회 연속 메달의 꿈을 이루지 못한 전웅태(29)는 “근대5종을 계속할 거고, 더 나은 선수가 되려고 노력하겠다”며 도전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역도 여자 81kg급에서 6위를 한 김수현(29)은 “4년 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좀 더 ‘센캐’(센 캐릭터) 수현이가 등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라고 자신을 다독였다. 3년 전 도쿄 대회 8위에서 이번 대회 6위를 한 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21)은 “두 계단 올렸으니 다음엔 더 끌어올려 꼭 메달을 따보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여자 골프 양희영(35)과 브레이킹의 ‘홍텐’ 김홍열(40)은 후배들에게 도전을 이어갈 것을 부탁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4위에 이어 이번에도 4위를 한 양희영은 “어렵게 얻은 올림픽 출전 기회여서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했다”며 “다음 올림픽에는 저보다 더 젊고 실력 좋은 선수들이 와서 꼭 메달을 따면 좋겠다”고 했다. 마흔의 나이에 올림픽 무대를 처음 밟았던 김홍열은 다음과 같은 말로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내가 여기서 당한 거 후배들이 다 복수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파리=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27)가 세 번째 올림픽 도전 만에 금메달에 입을 맞췄다. 리디아 고는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인근 기앙쿠르의 르골프 나쇼날(파72)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골프 여자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 더블보기 1개로 1언더파 71타를 쳤다. 최종 합계 10언더파 278타를 기록한 리디아 고는 8언더파 280타의 에스터 헨젤라이트(독일)를 2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은,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냈던 리디아 고는 올림픽 3회 연속 메달을 금빛으로 장식했다. 뉴질랜드의 이번 대회 8번째 금메달이다. 5살 때 골프채를 잡은 리디아 고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프로 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천재 골퍼’라 불렸다. 2013년 프로로 전향한 후에는 각종 최연소 기록을 연달아 갈아치웠다. 17살이던 2014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최연소 신인왕을 차지했고, 이듬해인 2015년에는 LPGA투어 최연소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리디아 고는 LPGA투어에서 2번의 메이저대회 포함 20승을 거두고 있다. LPGA투어 명예의 전당 가입 조건에 1점이 모라랐던 리디아 고는 올림픽 금메달로 포인트를 채우면서 명예의 전당에도 이름을 올리게 됐다.리디아 고는 2022년에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아들 정준 씨와 결혼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의 둘째 사위다. 양희영이 공동 4위(최종 합계 6언더파 282타)로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순위로 대회를 마쳤다. 동메달은 7언더파의 린시위(중국)가 가져갔다.파리=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여자 태권도 김유진(24)이 한국 선수단에 파리 올림픽 13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체급 세계 랭킹 24위인 김유진은 1, 2, 4, 5위 선수를 모두 꺾고 깜짝 금메달을 차지했다. 김유진은 9일 파리 올림픽 태권도 여자 57kg급 결승전에서 나히드 키야니찬데(이란·2위)를 라운드 점수 2-0(5-1, 9-0)으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13번째 금메달이다. 이로써 한국은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대회와 함께 단일 올림픽 역대 최다 금메달 타이를 기록했다. 한국은 태권도를 포함해 근대5종, 육상 남자 높이뛰기 등 금메달이 기대되는 종목이 더 남아 있다. 김유진은 앞서 16강에서 5위 하티제 일귄(튀르키예), 8강에선 4위 스카일러 박(캐나다)을 모두 라운드 점수 2-0으로 꺾었다. 그리고 4강에선 세계 랭킹 1위 뤄쭝스(중국)를 2-1로 물리치고 결승에 올랐다. 한국 선수가 이 체급에서 금메달을 딴 건 2008년 베이징 대회 임수정 이후 16년 만이다. 한국 태권도는 전날 남자 58kg급 박태준(20)에 이어 이틀 연속 금메달을 수확했다. 3년 전 도쿄 대회에서 ‘노 골드’에 그쳤던 한국은 출전한 두 체급에서 모두 정상을 차지하며 종주국의 위상을 회복했다. 한국은 파리 올림픽 태권도에 모두 4명이 출전했다. 박태준(5위) 서건우, 이다빈(이상 4위)은 세계 랭킹 5위 안에 들어 올림픽 자동 출전권을 얻었다. 하지만 랭킹이 낮은 김유진은 대한태권도협회가 실시한 국내 선발전에 이어 아시아대륙 선발전까지 거쳐 올림픽 출전 기회를 얻었다. “랭킹은 숫자에 불과”… 독종 김유진, 세계 1·2·4·5위 다 깼다[PARiS 2024] 태권도 여자 57kg급 깜짝 금메달무릎 다쳐 국제대회 부진 랭킹 하락… 대륙 선발전 거쳐 파리행 겨우 따내183cm 장신 ‘체급 유지’ 철저 관리… “혹독하게 훈련, 지옥길 가는 느낌태권도 시켜준 할머니 너무 고마워”“발차기 연습을 한 번 하면 2시간 이상씩 하는데 1만 번은 넘게 차지 않았을까 싶다. 매일 운동하러 갈 때마다 지옥길을 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스스로를 몰아붙이면서 혹독하게 했다.” 9일 파리 올림픽 태권도 여자 57kg급에서 금메달을 딴 김유진(24)은 경기 직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이렇게 말하면서 “발차기 연습을 하루에 세 번 했다”고 말했다. 세계 랭킹 24위 김유진은 이날 결승전에서 나히드 키야니찬데(이란·2위)를 라운드 점수 2-0(5-1, 9-0)으로 꺾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이날 김유진은 ‘도장 깨기’를 하듯 체급 상위 랭커들을 차례로 물리쳤다. 16강에서 5위 하티제 일귄(튀르키예)을, 8강에선 4위 스카일러 박(캐나다)을 모두 라운드 점수 2-0으로 눌렀다. 준결승에선 세계 랭킹 1위 뤄쭝스(중국)를 2-1로 꺾었다. 순해 보이는 인상과 달리 김유진은 자타가 인정하는 독종이다. 김유진을 지도하고 있는 손효봉 대표팀 코치는 “올림픽을 앞두고는 단 하루도 쉬지 않았다. 유럽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당일 오후에도 바로 훈련장으로 가더라”며 “선수가 이렇게 하니 코치가 안 따라갈 수 없지 않나. 유진이를 가르치면서 나도 몸무게가 10kg이나 빠졌다”고 했다. 김유진은 뤄쭝스와의 준결승 1라운드를 7-0으로 이겼지만 2라운드는 1-7로 내줬다. 이번 올림픽 경기를 통틀어 유일하게 이기지 못한 라운드였다. 전세가 자칫 뤄쭝스 쪽으로 넘어갈 수도 있는 흐름이었다. 김유진은 “지금까지 훈련해 온 게 주마등처럼 지나가더라. 그 힘든 훈련을 다 이겨냈는데 여기서 무너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이겨야겠기에 더 악착같이 발차기를 했다”고 말했다. 김유진은 3라운드 초반부터 3점짜리 머리 공격을 세 차례나 성공시키며 결국 10-3으로 승리했다. 김유진이 금메달을 딸 것으로 기대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김유진은 세계 랭킹이 낮아 이번 올림픽에 어렵게 출전했다. 세계태권도연맹(WT)은 체급 랭킹 5위 이내 선수들에겐 올림픽 자동 출전권을 준다. 5위 이내에 들지 못하면 국내 선발전과 아시아 대륙 선발전을 따로 거쳐야 한다. 김유진은 이를 모두 거쳐 파리행 막차 티켓을 손에 쥐었다. 김유진은 “세계 랭킹은 숫자에 불과하다. 아예 신경도 쓰지 않았다”고 했다. 김유진의 세계 랭킹이 24위까지 떨어진 건 2022년 과달라하라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당한 무릎 부상의 영향이 컸다. 이후 1년가량 재활 치료에 매달리면서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먼 길을 돌아 이번 올림픽 무대를 밟은 그는 최상의 몸 상태로 경기에 나섰다. 하루 전 남자 58kg급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박태준(20)은 “유진이 누나가 경기하기 전에 내가 미트를 들고 맞춰줬는데 몸 상태가 정말 좋아 보였다”고 했다. 김유진 역시 “오늘 몸을 푸는데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가장 몸이 좋았던 것 같다. 그래서 속으로 ‘일을 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유진은 금메달을 딴 직후 “삼겹살에 된장찌개를 제일 먹고 싶다”고 했다. 키 183cm인 김유진은 체급 몸무게를 유지하기 위해 식단 관리를 철저히 해왔다. 그는 “하루에 한 끼 정도만 제대로 먹었다. 나머지는 식단에 따라 먹었다”며 “좋아하는 삼겹살을 언제 마지막으로 먹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고 했다. 금메달을 딴 뒤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은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김유진이 여덟 살 때 호신술을 배워야 한다며 태권도를 시켰다고 한다. 김유진은 “할머니, 나 드디어 금메달 땄어. 나 태권도 시켜 줘서 너무 고마워”라고 감사 인사를 했다.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요청에 그는 활짝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얘들아, 올림픽 별거 아니야. 너희도 할 수 있어.” 파리=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운동 한 번 할 때마다 발차기를 1만 번씩 한 것 같다. 매일 운동하러 갈 때마다 지옥길을 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스스로를 몰아붙이면서 혹독하게 했다.”9일 파리 올림픽 태권도 여자 57kg급에서 금메달을 딴 김유진(24)은 경기 직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이렇게 말했다. 세계 랭킹 24위 김유진은 이날 결승전에서 나히드 키야니찬데(이란·2위)를 라운드 점수 2-0(5-1, 9-0)으로 꺾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이날 김유진은 ‘도장 깨기’를 하듯 체급 상위 랭커들을 차례로 물리쳤다. 16강에서 5위 하티제 일귄(튀르키예)을, 8강에선 4위 스카일러 박(캐나다)을 모두 라운드 점수 2-0으로 눌렀다. 준결승에선 세계 랭킹 1위 뤄쭝스(중국)를 2-1로 꺾었다.순해 보이는 인상과 달리 김유진은 자타가 인정하는 독종이다. 김유진을 지도하고 있는 손효봉 대표팀 코치는 “올림픽을 앞두고는 단 하루도 쉬지 않았다. 유럽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당일 오후에도 바로 훈련장으로 가더라”며 “선수가 이렇게 하니 코치가 안 따라갈 수 없지 않나. 유진이를 가르치면서 나도 몸무게가 10kg이나 빠졌다”고 했다.김유진은 뤄쭝스와의 준결승 1라운드를 7-0으로 이겼지만 2라운드는 1-7로 내줬다. 이번 올림픽 경기를 통틀어 유일하게 이기지 못한 라운드였다. 전세가 자칫 뤄쭝스 쪽으로 넘어갈 수도 있는 흐름이었다. 김유진은 “지금까지 훈련해 온 게 주마등처럼 지나가더라. 그 힘든 훈련을 다 이겨냈는데 여기서 무너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이겨야겠기에 더 악착같이 발차기를 했다”고 말했다. 김유진은 3라운드 초반부터 3점짜리 머리 공격을 세 차례나 성공시키며 결국 10-3으로 승리했다.김유진이 금메달을 딸 것으로 기대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김유진은 세계 랭킹이 낮아 이번 올림픽에 어렵게 출전했다. 세계태권도연맹(WT)은 체급 랭킹 5위 이내 선수들에겐 올림픽 자동 출전권을 준다. 5위 이내에 들지 못하면 국내 선발전과 아시아 대륙 선발전을 따로 거쳐야 한다. 김유진은 이를 모두 거쳐 파리행 막차 티켓을 손에 쥐었다. 김유진은 “세계 랭킹은 숫자에 불과하다. 아예 신경도 쓰지 않았다”고 했다. 김유진의 세계 랭킹이 24위까지 떨어진 건 2022년 과달라하라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당한 무릎 부상의 영향이 컸다. 이후 1년가량 재활 치료에 매달리면서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먼 길을 돌아 이번 올림픽 무대를 밟은 그는 최상의 몸 상태로 경기에 나섰다. 하루 전 남자 58kg급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박태준(20)은 “유진이 누나가 경기하기 전에 내가 미트를 들고 맞춰줬는데 몸 상태가 정말 좋아 보였다”고 했다. 김유진 역시 “오늘 몸을 푸는데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가장 몸이 좋았던 것 같다. 그래서 속으로 ‘일을 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김유진은 금메달을 딴 직후 “삼겹살에 된장찌개를 제일 먹고 싶다”고 했다. 키 183cm인 김유진은 체급 몸무게를 유지하기 위해 식단 관리를 철저히 해왔다. 그는 “하루에 한 끼 정도만 제대로 먹었다. 나머지는 식단에 따라 먹었다”며 “좋아하는 삼겹살을 언제 마지막으로 먹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고 했다.금메달을 딴 뒤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은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김유진이 여덟 살 때 호신술을 배워야 한다며 태권도를 시켰다고 한다. 김유진은 “할머니, 나 드디어 금메달 땄어. 나 태권도 시켜 줘서 너무 고마워”라고 감사 인사를 했다.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요청에 그는 활짝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얘들아, 올림픽 별거 아니야. 너희도 할 수 있어.”파리=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여자 태권도 세계 랭킹 24위 김유진(24)이 누구도 예상치 못한 깜짝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 선수단의 13번째 금메달이다. 김유진은 9일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태권도 여자 57kg급 결승에서 세계랭킹 2위 나히드 키야니찬데(이란)를 라운드 점수 2-0(5-1, 9-0)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유진은 한국 선수로는 16년 만에 이 종목 최정상에 올랐다. 2000년 시드니 대회 정재은, 2004년 아테네 대회 장지원, 2008년 베이징 대회 임수정에 이어 4번째다. 김유진의 깜짝 금메달로 한국 선수단은 13번째 금메달을 따내며 2008년 베이징 대회와 2012년 런던 대회에서 기록한 단일 올림픽 최다 금메달(이상 13개)와 타이를 이뤘다. 김유진은 1라운드에서 키야니찬데의 연속 감점으로 3-0으로 앞서다가 종료 2초를 앞두고 몸통 공격을 성공시켜 5-1로 승리했다. 기세를 탄 김유진은 2라운드에서는 시종 키야니찬데를 몰아 붙이며 9-0으로 승리했다. 김유진은 이에 앞서 4강에서 이 체급 최강자로 평가받는 세계랭킹 1위 뤼쭝스(중국)를 라운드 점수 2-1(7-0. 1-7, 10-3)으로 꺾었다. 16강에서는 세계 랭킹 5위 하티제 일귄(튀르키예)을 라운드 점수 2-0(7-5, 7-2)으로 이겼고, 8강에서는 세계랭킹 4위 스카일러 박(캐나다)을 역시 라운드 점수 2-0(7-6, 9-5)으로 제압했다. 16강부터 결승에 이르기까지 자신보다 랭킹이 높은 선수들을 모조리 이긴 것이다. 김유진은 대표팀 동료들과는 달리 어렵게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세계태권도연맹(WT) 랭킹 5위 안에 든 박태준(5위), 서건우, 이다빈(이상 4위) 등과 달리 김유진은 세계랭킹에서 밀려 대한태권도협회 내부 선발전과 대륙별 선발전 등을 추가로 거쳐 겨우 올림픽에 출전했다. 김유진은 3월 중국 타이안에서 열린 아시아 선발전 4강에서 줄리맘(캄보디아)을 꺾고 체급별 상위 2명에게 주는 파리행 티켓을 받았다.태권도 시작 첫 날인 7일(이하 현지시간) 박태준(20)이 남자 58kg급에서 금메달을 딴 데 이어 둘째날 김유진까지 금메달 행진을 이어가며 한국은 남은 경기에서 역대 올림픽 최다 금메달 기록 경신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8일에는 남자 80kg급에 서건우가, 9일에는 여자 67kg 초과급에 이다빈이 각각 출전해 추가 금메달에 도전한다. 파리=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박태준(20)이 한국 선수 최초로 올림픽 남자 태권도 58kg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태권도 역사에 새 페이지를 열었다. 이 금메달로 태권도 종주국 한국은 3년 전 도쿄 올림픽 ‘노 골드’의 불명예도 떨쳐냈다. 한국 선수단의 이번 파리 올림픽 12번째 금메달이다. 박태준은 8일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태권도 남자 58kg급 결승전에서 가심 마고메도프(아제르바이잔)를 상대로 2라운드 종료 1분 2초를 남기고 기권승을 거뒀다. 1라운드를 9-0으로 이긴 박태준은 2라운드 들어서도 마고메도프가 기권하기 전까지 13-1로 크게 앞서 있었다. 마고메도프가 1라운드 초반 발차기 도중 왼쪽 정강이 부상을 당하면서 박태준의 일방적인 경기로 흘러갔다. 박태준은 2021년 도쿄 대회에서 끊겼던 한국 태권도의 올림픽 금맥도 다시 이었다. 태권도는 2000년 시드니 대회 때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는데 한국이 금메달을 따지 못한 건 도쿄 대회가 처음이었다. 박태준은 또 남자 58kg급에서 우승한 최초의 한국 선수가 됐다. 한국 태권도는 직전 도쿄 대회까지 금 12개, 은 3개, 동메달 7개를 땄는데 이 종목에선 금메달이 없었다. 이대훈 MBC 해설위원(은퇴)이 2012년 런던 대회에서 딴 은메달이 종전 최고 성적이었다. 박태준은 또 한국 남자 선수로는 16년 만에 올림픽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이전까지 한국 남자 선수의 금메달은 2008 베이징 대회 손태진(68kg급)과 차동민(80kg 초과급)이 마지막이었다. ‘태권의 품격’… 다친 상대 위로-부축한 파리 윙크보이[2024 파리올림픽]박태준, 남자 58kg급 첫 금메달… 2R 종료 1분 2초 남기고 기권승등 돌린 상대에 발차기하자 야유… “기권 전까지 최선 다하는 게 예의”승자의 배려에 패자도 손 맞잡아… 롤모델 이대훈 “역사적 메달 축하”파리 올림픽 대회 중반까지 펜싱 경기가 있었던 그랑팔레에선 7일부터 태권도 경기가 열리고 있다. 출전 선수들은 2층에서 대기하다가 선수 소개가 끝나면 긴 계단을 따라 1층 경기장으로 내려온다. 선수들이 입장하는 모습은 뮤직 비디오의 한 장면처럼 근사하다. 한국 남자 태권도의 샛별 박태준(20)의 등장은 특히 남달랐다. 앳된 얼굴의 박태준은 8일 남자 58kg급 결승전을 위해 경기장으로 들어설 때 양쪽 귀에 무선 이어폰을 꽂고 있었다. 흘러나온 노래는 가수 데이식스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였다. 그리고 그는 노래 제목처럼 한국 태권도 역사에 한 페이지를 남겼다. 세계 랭킹 5위 박태준은 이날 결승전에서 가심 마고메도프(아제르바이잔·26위)에게 2라운드 종료 1분 2초를 남기고 기권승을 거두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태권도 종주국 한국은 3년 전 도쿄 대회 ‘노 골드’(은 1개, 동메달 2개) 불명예를 떨쳐냈다. 한국 남자 태권도 선수가 올림픽 금메달을 딴 건 2008년 베이징 대회 68kg급 손태진, 80kg 초과급 차동민 이후 16년 만이다. 박태준의 금메달은 한국 태권도가 올림픽 남자 58kg급에서 차지한 첫 금메달이다. 박태준의 ‘롤 모델’인 이대훈 MBC 해설위원(32)이 2012년 런던 대회에서 획득한 은메달이 종전 최고 성적이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와 2021년 도쿄 대회 같은 체급에선 각각 김태훈과 장준이 동메달을 땄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한 박태준은 ‘이대훈 키즈’다. 이대훈을 ‘롤 모델’ 삼아 태권도를 했고 그의 후배가 되고 싶어 고등학교도 이대훈이 졸업한 한성고로 갔다. 2010년대까지 한국 남자 태권도 간판으로 활약한 이대훈은 세계 최정상급 선수였지만 올림픽 금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다. 런던 대회 58kg급에서 은메달을 땄고 리우 대회 때는 68kg급으로 체급을 올려 출전했는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대훈의 금메달 꿈을 대신 이룬 박태준은 “그동안 한성고엔 (이대훈 선배님이 딴) 은, 동메달만 있었다. 내가 첫 금메달을 따서 끼워 맞춘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박태준의 경기 TV 중계 해설을 맡은 이대훈은 “처음 봤을 땐 귀엽고 조그만 ‘아기’였다. 좋은 선수가 될 거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성장할 줄은 몰랐다. 경기를 정말 몰입해서 봤다. 역사적인 금메달 획득을 정말 축하한다”고 했다.마고메도프와의 결승전은 보통 경기와는 다르게 전개됐다. 1라운드 초반 마고메도프가 발차기 도중 왼쪽 정강이 부상을 당해 박태준의 일방적인 경기가 이어졌다. 2라운드 때는 등을 돌린 마고메도프를 박태준이 발로 차 넘어뜨리는 장면도 나왔다. 관중석에선 한동안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태준은 “상대가 기권하기 전까지는 최선을 다하는 게 상대에 대한 예의라고 배웠다. 일반 대회도 아니고 올림픽이기 때문에 더욱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박태준은 경기 내내 상대를 배려했다. 마고메도프가 처음 부상당했을 때부터 경기가 중단될 때마다 그의 상태를 확인했다. 마고메도프가 기권한 뒤에도 박태준은 승리의 기쁨을 표현하기 전 그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상태를 먼저 살폈다. 시상식에서도 다리를 절뚝이는 마고메도프를 부축해 시상대까지 함께 걸었다. 박태준이 보여준 ‘승자의 품격’에 마고메도프 역시 손을 맞잡으며 진심 어린 축하를 보냈다. 박태준은 “어릴 때부터 올림픽 금메달 하나만 보고 태권도를 해왔다. 지금도 믿기지 않고 꿈만 같다”며 “지금까지 이 금메달을 위해 살아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파리=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세계 랭킹 5위, 4위에 이어 세계 랭킹 1위까지 꺾었다. 금메달까지 이제 단 1승 남았다.파리 올림픽 태권도 여자 57㎏급에 출전한 김유진(24)이 승승장구하며 이 종목 결승에 진출했다.김유진은 8일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대회 4강에서 이 체급 최강자로 평가받는 세계랭킹 1위 뤼쭝스(중국)를 라운드 점수 2-1(7-0. 1-7, 10-3)으로 꺾었다.1라운드에서 두 번의 헤드 킥을 성공시키며 7-0으로 이긴 김유진은 2라운드에서는 1-7로 밀렸다. 하지만 결승행 티켓이 걸린 마지막 3라운드에서 세 차례나 뤼쭝스의 머리를 발로 가격하며 10-3으로 완승을 거뒀다.김유진은 이에 앞서 16강에서는 세계 랭킹 5위 하티제 일귄(튀르키예)을 라운드 점수 2-0(7-5, 7-2)으로 완파한 데 이어 8강에서는 세계랭킹 4위 스카일러 박(캐나다)을 역시 라운드 점수 2-0(7-6, 9-5)으로 이겼다.이미 은메달을 확보한 김유진은 한 번 더 승리하면 16년 만에 이 체급 금메달을 한국으로 가져올 수 있다. 한국은 이 체급에서 2000년 시드니(정재은), 2004년 테네(장지원), 2008년 베이징(임수정) 대회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이후로는 금메달은 물론이고 단 한 개의 메달도 따지 못했다.한국은 태권도 경기 첫날인 7일 박태준(20)이 남자 58kg급에서 금메달을 딴 데 이어 둘째날 김유진까지 은메달을 확보하며 쾌조의 출발을 보이고 있다. 박태준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김유진의 발차기를 미트로 직접 받아내며 ‘금빛 기운’을 전했다.한국 태권도의 대회 두 번째 금메달이 걸린 여자 57kg급 결승전은 오후 9시 37분에 열릴 예정이다.파리=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 남자 태권도의 샛별 박태준(20·경희대)이 생애 첫 올림픽 출전에서 금메달을 따냈다.박태준은 8일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대회 파리 올림픽 남자 58㎏급 결승에서 아제르바이잔의 가심 마고메도프(26위)를 라운드 점수 2-0으로 완파하고 금빛 발차기를 완성했다.한국 남자 태권도에 모처럼 나온 금메달이었다. 태권도 ‘종주국’ 한국은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로 노골드에 그쳤다. 한국 남자 태권도는 2008 베이징 올림픽의 손태진(68㎏급), 차동민(80㎏ 초과급) 이후 한 명도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특히 남자 최경량급인 이 종목에서 한국 선수들은 이전까지 한 번도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2012년 런던 대회 때 ‘월드 스타’ 이대훈이 은메달을 땄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김태훈, 2021년 도쿄 대회에서 장준이 동메달을 딴 게 전부였다.오랜 금메달 가뭄을 깨뜨린 건 샛별처럼 떠오른 박태준이었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이 종목 간판인 장준을 꺾고 태극마크를 단 박태준은 16강전부터 결승에 이르기까지 시종일관 공격적인 플레이로 상대방을 제압했다.마고메도프와의 결승전 1라운드에서는 초반부터 점수를 쌓아가더니 9-1로 승리했다. 경기 도중 마고메도프가 왼쪽 무릎 부상을 당하면서 경기는 박태준의 일방적인 페이스로 전개됐다. 2라운드에서도 점수가 13-1로 벌어진 데다 마고메도프가 계속 통증을 호소하며 기권하자 심판은 경기를 중단시켰다.박태준은 이에 앞서 준결승에서는 세계 랭킹 1위이자 2021년 도쿄 대회 은메달리스트 모하메드 칼릴 젠두비(튀니지)를 역시 라운드 점수 2-0(6-2, 13-6)으로 완파하고 결승에 올랐다.박태준이 첫 테이프를 잘 끊으면서 한국 태권도 대표팀의 메달 가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박태준을 포함해 서건우(21·남자 80kg급), 이다빈(28·여자 67kg 초과급), 김유진(24·여자 57kg급) 등 4명이 출전한다. 파리=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올해 가장 좋은 점프를 했다. 이왕 하는 거 결선에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 애국가를 울려 보고 싶다.” 7일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예선을 마치고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들어선 ‘스마일 점퍼’ 우상혁(28)의 표정엔 뿌듯함과 자신감이 가득했다. 우상혁은 이날 2m27을 넘어 공동 3위를 기록해 12명이 겨루는 결선에 진출했다.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트랙·필드 종목 사상 최고인 4위를 했던 그는 이날 예선을 가볍게 통과하며 이 종목 사상 한국 선수 첫 메달에 시동을 걸었다. 한국은 황영조가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마라톤에서 금메달, 이봉주가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마라톤에서 은메달을 획득했지만 트랙·필드에선 단 하나의 메달도 따지 못했다. 한국 육상 트랙·필드 선수가 두 대회 연속 올림픽 결선에 진출한 것도 우상혁이 처음이다. 파리 올림픽 남자 높이뛰기는 2m29를 넘거나 전체 출전 선수 31명 가운데 상위 12명 안에 들면 결선에 진출한다. 2m15, 2m20, 2m24를 모두 1차 시기에서 가볍게 넘은 우상혁은 2m27은 1차 시기에서 실패한 뒤 2차 시기에서 바를 넘어 결선에 진출했다. 우상혁은 “한국 육상 선수로서 10만 관중에 육박하는 이곳에서(실제 정원은 8만 명) 경기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럽고 자랑스러웠던 날이다. 결선에서는 더 자랑스럽게 뛰어 보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날 2m27을 넘은 선수는 5명밖에 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우상혁은 2m29를 시도할 필요 없이 결선 진출을 확정했다. 도쿄 대회 챔피언이자 현역 최고 점퍼로 꼽히는 무타즈 에사 바르심(카타르)도 우상혁과 함께 공동 3위를 했다. 우상혁 바로 앞 순서에서 경기를 한 바르심은 2m27을 1차 시기에서 실패한 뒤 왼쪽 종아리 근육 경련을 호소했으나 2차 시기에서 바를 넘었다. 도쿄 대회 공동 금메달리스트 잔마르코 탐베리(이탈리아)는 2m24, 공동 6위로 결승에 진출했다. 단 한 번의 실패 없이 2m27을 넘어 경기를 마친 셸비 매큐언(미국)이 예선 1위를 했다. 남자 높이뛰기 결선은 11일 오전 2시에 시작한다.생드니=이헌재 기자 uni@donga.com}

6일 프랑스 파리에 있는 코리아하우스에선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메달리스트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하지만 전날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딴 안세영(22)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혼합복식 은메달을 차지한 김원호(25) 정나은(24) 등 두 명만 참석했다. 대한체육회는 “안세영은 본인의 의사에 따라 불참했다”고 밝혔다. 코리아하우스 기자회견은 일정을 마무리한 메달리스트들이 경기장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귀국 전에 나누고, 다시 한번 축하받는 자리다. 선수 후원사들은 이 자리에서 각종 기념품을 전달하기도 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이름은 불참한 안세영이었다. 웃음꽃이 피어야 할 기자회견장 분위기도 무겁기만 했다. 안세영이 전날 금메달을 딴 직후 자신에 대한 부상 관리와 대표팀 운영 방식 등에 대한 불만으로 ‘폭탄 발언’을 했는데 그 후폭풍이 그대로 이어졌다. 김원호는 “기사가 많이 나오고 있어서 대표팀 분위기가 좋다고는 말씀드리지 못할 것 같다”면서 “오늘 기자회견도 축하받아야 할 자리인데 여기 오면서 우려스러운 마음이 있었다”고 했다. 정나은은 “(안)세영이 관련된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했다. 안세영은 전날 결승전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과 공식 기자회견 자리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선수 관리에 문제가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두 선수의 생각은 달랐다. 김원호는 “사실 저희가 (은메달을 따고) 이 자리까지 온 것도 저희만의 힘으로 된 게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도와주신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며 “파트가 나뉘어 있어 저희는 (세영이가 말한) 그런 것들을 잘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나은 역시 “오빠와 같은 생각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이 도와주고 힘을 써주신 덕분에 저희는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전날 안세영의 발언 이후 안세영과 만나 대화를 나눠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김원호는 “없다”고 짧게 답했다. 두 선수는 대회 기간 내내 큰 응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았다. 김원호는 “첫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압박감과 부담이 심해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신경을 많이 썼다”며 “하지만 한국에서 늦은 시간까지 응원해 주신 분들이 큰 힘이 됐다. 축하 문자도 많이 받았다. 영광스럽고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정나은도 “저희가 원했던 금메달을 보여드리진 못했지만 그래도 값진 은메달을 갖고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며 “여자 복식과 남자 복식 등 다른 선수들이 얼마나 열심히 훈련해 왔는지 옆에서 지켜봐 왔기에 (함께 메달을 따지 못한 것이) 슬프고 아쉽다”고 말했다. 파리=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조영재(25)가 파리 올림픽 사격에서 깜짝 은메달을 따냈다. 조영재는 5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사격 남자 25m 속사권총 결선에서 25점으로 2위를 차지했다. 한국 사격 선수가 이 종목에서 메달을 딴 건 처음이다. 조영재의 은메달로 한국 사격 대표팀은 이번 대회 6번째 메달(금 3개, 은메달 3개)을 수확하며 종전 최고 성적이던 2012 런던 대회(금 3개, 은메달 2개)를 뛰어넘었다. 올해 태극마크를 처음 단 조영재의 메달을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국제대회 출전 경험이 거의 없던 조영재에게는 이번 파리 올림픽이 사실상 첫 메이저대회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세계 기록(593점)에 2점 모자란 591점을 쏘며 ‘다크호스’라는 평가를 받았다. 조영재는 이번 올림픽 경기 초반에는 경험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 앞서 열린 남자 공기권총 10m와 혼성 10m 공기권총에 출전했지만 각각 14위와 7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하루 전 남자 25m 속사권총 본선에서 589점을 쏴 6명이 출전하는 결선에 4위로 오른 조영재는 마지막 날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쳤다. 이 종목 결선은 6명의 선수가 4초 안에 5발을 빠르게 쏘는 시리즈를 세 차례 진행해 15발을 쏜다. 9.7점 이상 맞히면 1점을 얻고, 9.7점 미만이면 0점이다. 이후 5발씩 시리즈를 치러 최하위 선수가 한 명씩 탈락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3시리즈에서 5발 모두 표적에 명중시키며 상위권으로 치고 나간 조영재는 4시리즈에선 4점을 얻어 15점으로 단독 선두가 됐다. 하지만 뒤늦게 힘을 발휘하며 32점을 기록한 리웨훙(중국)에 추격을 허용한 끝에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어릴 때 공부와 사격을 병행했던 그는 직업 군인인 아버지가 경기도 쪽으로 발령받은 뒤 서울체육고로 전학하면서 실력이 부쩍 늘었다. 이후 한국체육대에서 기록을 꾸준히 높여 가다가 경기도청에 입단한 이후 25m 속사권총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이 종목 2관왕 출신인 대학 선배 김서준의 도움이 컸다. 조영재는 “사격 선수를 계속하지 않았다면 아마 천문학자가 되기 위해 공부를 했을 것 같다”며 “워낙 하늘과 별, 그리고 우주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도 화성을 탐사하다 홀로 남겨진 우주인의 이야기를 그린 ‘마션’이다. 국군체육부대 소속인 조영재는 전역 날짜(9월 18일)가 한 달여밖에 남지 않은 말년 병장이다. 이날 딴 올림픽 메달로 조기 전역이 가능해졌지만, 그는 만기 제대 의사를 밝혔다. 그는 “동기들도 좋고 부대 감독님들도 다 좋은 분들이다. 남은 기간도 동기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마무리하고 싶다”고 했다. 조영재의 아버지는 30년 군 생활을 마치고 작년에 준위로 전역했다. 파리=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메달 땄다고 (자만심에) 젖어 있으면 안 된다. 해 뜨면 마른다.” 4일 파리 올림픽 3관왕에 오르며 세계 최고의 궁사로 등극한 한국 양궁 대표팀 맏형 김우진(32)은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김우진은 이날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 경기장에서 열린 브레이디 엘리슨(미국)과의 결승에서 슛오프까지 가는 명승부 끝에 4.9mm 차로 승리해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2021년 도쿄 올림픽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김우진은 이번 대회에서 3개의 금메달(단체, 혼성, 개인)을 더하며 한국 선수 역대 최다인 5개의 올림픽 금메달을 갖게 됐다. 이번 대회 전까지 4개씩을 따낸 김수녕(양궁), 진종오(사격), 전이경(쇼트트랙)을 뛰어넘었다. 하지만 김우진은 여전히 담담한 목소리로 “올림픽 금메달을 한두 개 땄다고 해도 내가 운동하는 건 바뀌지 않는다. 대우야 바뀌겠지만 내가 계속 양궁을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가 딴 메달에 영향 받지 않고 나의 원래 모습을 찾아 계속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 어린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그거다. 메달 땄다고 (자만에) 젖어 있지 말아라. 해 뜨면 마른다”고 했다. 이는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심 어린 조언이다. 고교생이던 18세에 태극마크를 처음 단 김우진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에 오르며 한국 양궁의 에이스로 떠올랐다. 하지만 잠시 자만하면서 추락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다. 이때의 충격이 얼마나 컸던지 같은 해 열린 전국체육대회에서 출전 선수 60명 중 55위를 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때는 4명을 뽑는 대표팀엔 이름을 올렸지만 경기에 나서는 출전 선수 3명엔 들지 못해 관중처럼 동료들의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몇 년간 슬럼프를 겪은 김우진은 2015년부터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후 올해까지 10년간 대표팀 에이스로 흔들림 없이 활약했고 이번 대회에선 ‘극강(極强)의 경기력’으로 양궁 인생의 꽃을 활짝 피웠다. 김우진은 “이제 조금은 스스로를 ‘고트(GOAT·Greatest Of All Time·역대 최고 선수)’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며 웃었다. 하지만 여전히 자만이 뚫고 들어올 자리는 없다. 그는 “난 여전히 앞으로 더 나아가고 싶다. 은퇴 계획도 없다”며 “4년 뒤인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까지 또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출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또 “오늘의 메달은 오늘까지만 즐기겠다. 내일부터는 다 과거로 묻어두고 새로운 목표를 향해 가겠다”고 강조했다. “외국 선수들의 기량이 많이 올라왔다. 안주하면 안 된다”고도 했다. 그에게는 함께 레이스를 펼쳐 갈 좋은 경쟁자들도 있다. 남자 개인전 4강에서 슛오프 끝에 김우진에게 패한 팀 후배 이우석(27)이 대표적이다. 3관왕에 오른 직후 김우진은 이우석에게 “형이 이제 ‘고트’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이우석은 “그럼 제가 그걸 뛰어넘는 고트를 향해 도전해 볼게요”라고 장난스럽게 답했다. 김우진은 선뜻 “그래, 네가 도전해 봐”라며 받아들였다. 둘은 그동안 치열한 대결을 벌여 왔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전에서 1위를 한 이우석은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 2개를 땄는데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김우진에게 패했다. 결승 상대 엘리슨 역시 10년 넘은 라이벌이다. 이번까지 5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해 은 3개와 동메달 3개를 딴 엘리슨은 “난 안방에서 열리는 로스앤젤레스 대회에도 도전할 것 같다. 김우진과 리턴매치를 벌이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우진은 “이번엔 내가 한 번 이겼지만 4년 뒤 다시 만나면 그때는 또 모르겠다”고 답했다. 파리=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파리 올림픽 양궁 3관왕에 오른 임시현(21)은 시상대 위에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챔피언 세리머니를 했다. 왼손 엄지와 검지를 말아서 잇고 나머지 세 손가락은 세워 ‘OK’ 사인을 만들었다. 그리고 왼쪽 눈에 살짝 갖다 대는 깜찍한 세리머니였다. 현장에서 이를 본 대부분의 사람은 3관왕을 가리키는 세리머니라고 생각했다. 곧게 편 손가락 세 개가 도드라져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을 만난 임시현의 설명은 달랐다. 그는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을 했다. 그런데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까지 연달아 3관왕을 차지할 가능성은 누가 봐도 그리 높지 않았다”며 “그래서 ‘바늘구멍’을 통과했다는 의미를 담아 준비한 나만의 세리머니였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작년부터 한국 여자 양궁의 에이스로 떠오른 임시현에게 이번 파리 올림픽은 ‘바늘구멍’ 통과하기의 연속이었다. 먼저 ‘낙타가 바늘구멍을 지나는 것보다 어렵다’라는 비유가 있을 정도로 힘든 한국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을 1위로 통과했다. 3차례의 선발전과 2차례의 평가전 등 5번의 대회에서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임시현은 체육고등학교를 목표로 입시를 준비할 때만 해도 전국 대회 메달이 하나도 없어 현장 실기시험을 따로 봐야 했던 선수다. 파리 올림픽에 출전해서는 지난달 25일 여자 랭킹 라운드에서 694점으로 세계 기록을 세우며 전체 선수 64명 중 1위를 했다. 나흘 뒤인 지난달 29일 전훈영(30) 남수현(19)과 함께 팀을 이뤄 출전한 여자 단체전에선 올림픽 10연패를 달성했다. 남자 대표팀 김우진(32)과 짝을 이룬 혼성전에서도 2일 금메달을 땄다. 그리고 마침내 3일 파리 앵발리드 경기장에서 열린 개인전 결승에서 팀 후배 남수현을 세트 점수 7-3(29-29, 29-26, 30-27, 29-30, 28-26)으로 꺾고 대회 3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임시현은 이번 대회 단체전과 혼성전, 개인전에서 위기의 순간이나 승부처마다 10점을 쏘는 집중력을 보여줬다. 그는 ‘억울함’이 비결이라고 했다. 임시현은 “이렇게 열심히 준비했는데 빨리 끝나버리면 너무 아쉽지 않나. 그래서 더 악착같이 쏘게 되는 것 같다”며 “그동안 준비한 게 있으니까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 있게 시위를 당기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체육대에서 임시현을 지도하고 있는 김동국 교수는 임시현을 두고 ‘평온한 10점의 승부사’라고 표현했다. 긴장감이 최고에 이를 때조차 여유를 잃지 않고 10점을 쏠 수 있는 선수라는 것이다 임시현뿐만 아니라 한국 양궁 대표팀 선수들은 하루에 화살 400∼500발은 기본으로 쏜다. 훈련 내용이 스스로 마음에 들지 않을 땐 하루 600발까지도 쏜다. 양창훈 여자 양궁 대표팀 감독은 “훈련이 끝난 뒤 저녁 시간에 나가 보면 시키지 않았는데도 선수들이 활을 쏘고 있을 때가 적지 않다”며 “선수들한테 ‘좀 쉬라’고 한 적은 있어도 ‘더 하라’고 말한 적은 없다”고 했다. 임시현은 혼성전에 함께 나섰던 김우진을 ‘롤 모델’로 꼽으며 “우진 오빠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우진 오빠의 장점은 꾸준함이라 생각한다. 그(세계 정상) 위치에서 꾸준할 수 있는 선수가 과연 몇이나 될까 생각했다”며 “계속 옆에서 보며 많이 배우겠다”고 했다. 임시현이 파리 올림픽 경기 일정을 모두 끝낸 뒤 편한 사람들을 만나며 한 첫말은 “이제 잠을 좀 제대로 자고 싶다. 정말 푹 쉬고 싶다”였다. 파리=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사격 25m 권총은 한국이 세계 기록과 올림픽 기록을 모두 갖고 있는 종목이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운영하는 사이트 ‘마이인포’의 해당 종목 소개 부분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이름은 결선 세계 기록(42점) 보유자 김예지다. 바로 아래엔 2021년 도쿄 대회에서 올림픽 기록으로 은메달을 딴 김민정(38점)의 이름이 있다. 그리고 파리 올림픽 같은 종목에서 양지인(21)이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해당 페이지는 태극기로 가득 차게 됐다. 양지인은 3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여자 25m 권총 결선에서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개최국 프랑스의 카밀 예드제예스키를 꺾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한국 선수가 이 종목 금메달을 딴 건 2012년 런던 올림픽 때의 김장미 이후 12년 만이다. 본선 6위(586점)로 결선에 진출한 양지인은 급사로 치르는 결선에서 경쟁자들을 모두 물리쳤다. 이 종목 급사는 결선에 오른 8명이 일제히 한 시리즈에 5발씩, 모두 세 시리즈에 걸쳐 15발을 쏜 뒤 이후 한 시리즈마다 최하 점수 선수가 탈락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0.2점 이상을 쏴야 1점이 올라가고, 10.2점 미만이면 0점 처리된다. 초반부터 선두를 유지하던 양지인은 10번째 시리즈를 마쳤을 때 예드제예스키와 나란히 37점으로 공동 선두가 됐다. 이후 5발씩 쏴서 더 높은 점수를 기록한 선수가 승리하는 슛오프에 들어갔다. 예드제예스키가 첫 세 발을 모두 놓치는 사이 양지인은 착실히 점수를 쌓아 결국 4-1로 이겼다. 양지인은 성격이 대담하다. 어지간한 일에는 웬만해서 개의치 않는다. 스스로 자신의 장점이자 단점을 “대충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별명도 ‘종이 인형’이다. 이런 ‘무한 긍정’ 사고방식이 사격에는 잘 맞는다. 그가 국가대표팀 프로필에 쓴 좌우명도 “어떻게든 되겠지.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다. 무심한 그의 사격은 파리 올림픽에서도 빛을 발했다. 안방 팀 관중들이 프랑스 선수를 일방적으로 응원하는데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양지인은 “응원을 받는 프랑스 선수가 나보다 더 떨릴 테니 나만 열심히 하려고 했다”며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겠다. 4년 뒤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도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파리=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세계 최강’ 한국 양궁이 남녀 대표팀에서 모두 3관왕을 내며 파리 올림픽 양궁에 걸린 금메달 5개를 싹쓸이했다. 김우진(32)은 4일 파리 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브래디 엘리슨(미국)을 꺾고 금메달을 땄다. 이번 대회 한국의 10번째 금메달이다. 김우진은 세트 점수 5-5(27-29, 28-24, 27-29, 29-27, 30-30)로 비긴 뒤 슛오프 원샷 승부에서 4.9mm 차로 이겼다. 두 선수 모두 10점을 쐈는데 김우진의 화살은 정중앙에서 55.8mm 거리에 꽂혀 60.7mm의 엘리슨보다 가까웠다. 김우진은 단체전, 여자 대표팀 임시현(21)과 팀을 이룬 혼성전에 이어 대회 3관왕에 올랐다. 김우진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2021년 도쿄 대회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고 개인전 우승은 처음이다. 이로써 김우진은 올림픽 통산 5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며 이 부문 한국 선수 1위가 됐다. 김수녕(양궁) 진종오(사격) 전이경(쇼트트랙)이 금메달 4개를 땄다. 임시현은 전날 대표팀 후배 남수현(19)과의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세트 점수 7-3(29-29, 29-26, 30-27, 29-30, 28-26)으로 이겨 역시 단체전, 혼성전 우승에 이어 3관왕이 됐다. 한국 선수의 여름올림픽 3관왕은 3년 전 도쿄 대회 때 여자 양궁 안산(23)이 처음 달성했고 임시현, 김우진이 각각 2, 3번째다. 임시현과 동갑내기 대학 동기인 양지인은 3일 사격 여자 25m 권총 결선에서 카미유 예제예프스키(프랑스)를 슛오프 승부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 한국 사격의 세 번째 금메달이다. 양지인과 임시현은 한국체육대 22학번 동기다. 이날까지 금 3개, 은메달 2개를 딴 한국 사격은 2012년 런던 대회(금 3개, 은메달 2개)와 함께 올림픽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펜싱 사브르 여자 대표팀은 4일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전에서 42-45로 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브르 여자 대표팀의 올림픽 최고 성적이다. 윤지수(31) 전하영(23) 최세빈(24) 전은혜(27)로 팀을 이룬 한국은 4강전에서 펜싱 종주국이자 사브르 단체전 세계랭킹 1위 프랑스를 45-36으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한국 유도는 이날 혼성 단체전 3위 결정전에서 독일을 추가 골든스코어(연장전) 경기 끝에 4-3으로 꺾고 동메달을 땄다. 배드민턴 안세영(22)은 여자 단식 결승에 올라 5일 허빙자오(중국)와 금메달을 놓고 다툰다. 양궁 金 5개, 전종목 휩쓸었다남자양궁 개인전 金으로 3관왕세트 점수 2-4로 끌려가다 역전美선수와 슛오프도 10점 명승부“아직 할게 많아, LA올림픽 준비”이우석, 단체 金이어 개인 동메달55.8mm 대 60.7mm. 단 4.9mm 차로 김우진(32)의 올림픽 3관왕과 한국 양궁의 올림픽 전 종목(금메달 5개) 석권이 이뤄졌다. 한국 양궁 대표팀 최고참 김우진은 4일 파리 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슛오프 승부 끝에 브래디 엘리슨(미국)을 물리쳤다. 이번 대회 남자 단체전과 혼성전 금메달리스트인 김우진은 개인전 우승까지 차지하며 여자 양궁 대표팀 임시현(21)에 이어 한국 선수단 두 번째로 3관왕이 됐다. 또 자신의 올림픽 금메달을 통산 5개로 늘리며 한국 선수 중 가장 많은 금메달을 갖게 됐다. 이날 결승전 3세트까지 세트 점수 2-4로 뒤졌던 김우진은 4세트를 따내며 4-4 동점을 만들었다. 5세트에서 김우진은 세 발의 화살 모두 10점에 꽂았다. 엘리슨도 물러서지 않았다. 역시 세 발 전부 10점을 쐈다. 승부는 원샷으로 메달 색깔을 가리는 슛오프로 넘어갔다. 슛오프에서도 두 선수 모두 10점을 쐈다. 먼저 쏜 김우진의 화살은 과녁 정중앙에서 55.8mm 떨어진 곳에 꽂혔다. 이어 쏜 엘리슨의 화살은 정중앙에서 60.7mm 거리였다. 4.9mm 차로 김우진의 승리였다. 고교생이던 18세에 태극마크를 처음 단 김우진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에 오르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하지만 잠시 자만한 순간 시련이 찾아왔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에선 4위로 4명을 뽑는 대표팀에 승선했으나 출전 선수 3명엔 들지 못했다. 그는 사대 밖에서 동료들의 경기를 응원해야 했다. 절치부심한 김우진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해져 돌아왔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단체전 우승으로 올림픽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21년 도쿄 대회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땄다. 대표팀에서 10년 넘게 김우진과 동고동락했던 오진혁은 “순둥이였던 우진이가 완벽주의자가 돼서 돌아왔다. 자기가 맡은 건 무슨 일이 있어도 책임지고 해낸다”며 “많은 선수들을 봤지만 옆에서 보고 있으면 ‘잘 쏠 수밖에 없겠네’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우진이가 유일했다”고 했다. 그런 김우진에게도 아쉬움은 있었다. 바로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이 없다는 것이었다. 앞선 두 대회에서도 기량만큼은 김우진을 따를 선수가 없었다. 하지만 리우 대회 개인전은 32강에서, 도쿄 대회에선 8강에서 떨어졌다. 이상하리만치 개인전에만 들어서면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김우진은 이번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가장 우선시하는 건 당연히 단체전 3연패”라면서도 “단체전 금메달을 딴 뒤엔 개인전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서고 싶다”고 했다. 국가대표 선발전을 1위로 통과한 김우진은 이우석(27) 김제덕(20)과 함께 단체전 금메달을 땄다. 임시현과 짝을 이룬 혼성전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4강전에서 후배 이우석을 슛오프 끝에 이기고 결승에 오른 김우진은 평소 한국 선수에게 강했던 엘리슨을 상대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금메달 확정 후 관중석을 향해 큰절을 한 김우진은 “5개의 금메달로 한국 선수 올림픽 최다 금메달 보유자가 돼 기쁘다. 하지만 여전히 할 게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다”며 “오늘의 기쁨은 과거로 남기고 4년 뒤 열릴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을 위한 준비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4강에서 김우진에게 패해 동메달 결정전으로 밀렸던 이우석은 플로리다 운루(독일)를 세트 점수 6-0으로 완파하고 동메달을 따냈다. 김제덕은 8강에서 탈락했다. 파리=이헌재 기자 uni@donga.com파리=임보미 기자 bom@donga.com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사격 25m 권총은 한국이 세계 기록과 올림픽 기록을 모두 갖고 있는 종목이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운영하는 사이트 ‘마이인포’의 해당 종목 소개 부분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이름은 결선 세계 기록(42점) 보유자 김예지다. 바로 아래엔 2021년 도쿄 대회에서 올림픽 기록으로 은메달을 딴 김민정(38점)의 이름이 있다. 그리고 파리 올림픽 같은 종목에서 양지인(21)이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해당 페이지는 태극기로 가득 차게 됐다.양지인은 3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여자 25m 권총 결선에서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개최국 프랑스의 카밀 예드제예스키를 꺾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한국 선수가 이 종목 금메달을 딴 건 2012년 런던 올림픽 때의 김장미 이후 12년 만이다.본선 6위(586점)로 결선에 진출한 양지인은 급사로 치르는 결선에서 경쟁자들을 모두 물리쳤다. 이 종목 급사는 결선에 오른 8명이 일제히 한 시리즈에 5발씩, 모두 세 시리즈에 걸쳐 15발을 쏜 뒤 이후 한 시리즈마다 최하 점수 선수가 탈락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0.2점 이상을 쏴야 1점이 올라가고, 10.2점 미만이면 0점 처리된다.초반부터 선두를 유지하던 양지인은 10번째 시리즈를 마쳤을 때 예드제예스키와 나란히 37점으로 공동 선두가 됐다. 이후 5발씩 쏴서 더 높은 점수를 기록한 선수가 승리하는 슛오프에 들어갔다. 예드제예스키가 첫 세 발을 모두 놓치는 사이 양지인은 착실히 점수를 쌓아 결국 4-1로 이겼다.양지인은 성격이 대담하다. 어지간한 일에는 웬만해서 개의치 않는다. 스스로 자신의 장점이자 단점을 “대충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별명도 ‘종이 인형’이다. 이런 ‘무한 긍정’ 사고방식이 사격에는 잘 맞는다. 그가 국가대표팀 프로필에 쓴 좌우명도 “어떻게든 되겠지.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다.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는 개인전 결선 도중 기계 오류로 격발 결과가 모니터에 뜨지 않는 사고가 있었다. 이로 인해 경기가 지연되면서 흐름이 끊겼지만 양지인은 개의치 않았고 결국 동메달을 땄다. 그는 “‘그래 뭐, 어쩔 수 없지’라고 생각하고 쐈다”고 했다.이처럼 무심한 그의 사격은 파리 올림픽에서도 빛을 발했다. 안방 팀 관중들이 프랑스 선수를 일방적으로 응원하는데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양지인은 “응원을 받는 프랑스 선수가 나보다 더 떨릴 테니 나만 열심히 하려고 했다”며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겠다. 4년 뒤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도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파리=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파리 올림픽 양궁 3관왕에 오르며 ‘신궁’에 등극한 임시현(21)의 ‘3관왕 세리머니’의 비밀이 밝혀졌다. 임시현은 3일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 경기장에서 팀 후배 남수현(19)과 치른 대회 여자 양궁 개인전 결승에서 세트 점수 7-3(29-29, 29-26, 30-27, 29-30, 28-26)으로 승리했다. 앞서 여자 단체전과 혼성전 금메달을 따낸 임시현은 이로써 대회 3관왕에 올랐다. 2021년 도쿄 올림픽 때 3관왕을 차지한 안산에 이어 두 번째다.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선 임시현은 왼손으로 ‘OK’를 만든 후 왼쪽 눈에 대는 깜찍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손가락 3개가 펴져 있었기에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대회 3관왕을 의미하는 세리머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경기 후 임시현이 밝힌 의미는 달랐다. 임시현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을 했다. 그런데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까지 3관왕을 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았다”며 그래서 손가락으로 ‘바늘구멍’을 통과했다는 의미를 담은 세리머니를 준비했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자타 공인 세계 최강 한국 양궁에서는 국가대표에 뽑히는 것 자체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임시현은 국가대표 선발전을 1위로 통과한 데 이어 파리 올림픽 랭킹 라운드에서 1위를 했다. 곧바로 전훈영-남수현과 짝을 이뤄 출전한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고, 김우진과 짝을 이룬 혼성전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대회 마지막 경기인 개인전에서도 경쟁자들을 모두 물리치고 금메달을 따내며 3관왕에 오르며 한국 여자 양궁의 ‘신궁’ 계보를 잇게 됐다. 임시현이 손가락으로 보여준 ‘바른 구멍’ 세리머니만큼 임시현이 헤쳐 온 과정을 잘 보여주는 세리머니는 찾기 어려울 듯하다.파리=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 여자 양궁 에이스 임시현(21)이 ‘집안 싸움’으로 열린 파리 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남수현(19)을 꺾고 이번 대회 3번째 금메달을 수확했다. 한국 선수단의 이번 대회 9번째 금메달을 따 낸 임시현은 이번 대회 한국 선수 첫 3관왕에 올랐다.여자 단체전과 혼성전에서 금메달을 땄던 임시현은 이날 개인전까지 제패하며 대회 세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양궁 혼성전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두 번째 나온 양궁 3관왕이다. 도쿄 대회에서는 안산이 3관왕을 차지한 바 있다.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3관왕에 올랐던 임시현은 올림픽 3관왕에도 등극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신궁’ 계보를 이어가게 됐다.이날까지 파리 올림픽 양궁에 걸린 5개의 금메달 중 4개를 따낸 한국 양궁 선수단은 4일 열리는 남자 개인전까지 제패하면 사상 첫 5개 종목 전종목 석권을 달성한다. 4일 남자 개인전에는 김우진과 이우석, 김제덕 등 3명이 출전한다.랭킹라운드에서 각각 1, 2위를 차지한 임시현과 남수현은 16강, 8강, 4강을 통과해 무난히 결승에 올랐다. 임시현은 특히 준결승에서 한국 선수단 ‘맏언니’ 전훈영(31)을 세트 점수 6-4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결승전에서는 ‘신궁’끼리의 피 말리는 명승부가 펼쳐졌다. 임시현이 10점을 쏘면, 남수현이 10점으로 응수하는 식이었다.하지만 결과는 경험과 연륜에서 앞선 임시현의 승리였다. 임시현은 5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세트 점수 7-3(29-29, 29-26, 30-27, 29-30, 28-26)으로 승리했다. 3세트에서는 임시현이 3발을 연속 10점을 꽂아 넣었고, 4세트에서는 남수현이 3연속 10점으로 응수했다. 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남수현이 5세트에서 두 차례 8점을 쏘며 주춤하는 사이 임시현은 자신의 플레이를 펼치며 긴 승부를 마무리했다.임시현의 금메달과 남수현의 은메달이 확정된 순간 두 선수는 한참을 끌어안고 축하와 위로를 건넸다. 이후 대형 태극기를 함께 펼쳐 들고 관중석을 가득 메운 한국 관중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앞서 열린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전훈영이 개최국 프랑스의 리사 바벨랭에게 세트 점수 4-6(27-28, 29-27, 26-28, 29-26, 27-28)로 패하면서 포디엄 싹쓸이는 이루지 못했다.이전까지 한국이 올림픽 양궁 개인전에서 금, 은, 동메달을 모두 가져간 적은 1988년 서울 대회 여자 개인전과 2000년 시드니 대회 여자 개인전 등 두 차례 있었다.파리=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사격 대표팀의 양지인(21·한국체대)이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 8번째 금메달을 명중시켰다. 양지인은 3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사격 25m 권총 결선에서 슛오프 접전 끝에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대회 사격 선수단의 3번째 금메달이자 한국 선수단 8번째 금메달이다. 본선 완사와 급사 합계 586점으로 6위로 결선에 진출한 양지인은 급사로만 치러지는 결선에서 쟁쟁한 경쟁자들을 모두 물리쳤다. 이 종목 급사는 결선에 진출한 8명의 선수가 일제히 한 시리즈에 5발씩 총 3시리즈 15발을쏜 뒤 이후 한 시리즈마다 최하위 선수가 탈락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10.2점 이상을 쏴야 1점이 올라가고, 10.2점 미만일 0점 처리된다. 첫 번째 시리즈에서 3점을 기록한 양지인은 두 번째와 세 번째 시리즈 모두 10발을 모두 명중시키며 선두로 나섰다. 꾸준히 선수권을 유지하던 양지인은 10번째 시리즈를 마쳤을 때 개최국 프랑스의 카밀 예드제예스키와 함께 37점으로 공동 1위를 기록했다. 이후 두 선수는 5발을 쏴서 더 높은 점수를 쏜 선수가 승리하는 슛오프에 돌입했다. 극도의 긴장 속에 예드제예스키가 첫 3발을 모두 놓치는 사이 양지인은 3발중 2발을 명중시켰다. 그리고 네 번째 발에서 두 선수가 모두 1점씩을 얻으며 양지인의 금메달이 확정됐다. 양지인은 생애 첫 금메달을 축하하듯 마지막 5번째 발도 명중시키며 슛오프에서 4-1로 승리했다. 양지인의 금메달로 한국 사격 대표팀은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째를 수확하며 역대 올림픽 사격 종목 최고 타이 기록을 세웠다. 양지인에 앞서 오예진이 여자 10m 공기권총에서 금메달을 땄고, 반효진은 여자 10m 공기소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또 김예지가 여자 10m 공기권총 은메달, 박하준(KT)-금지현(경기도청)은 혼성 10m 공기소총 은메달을 땄다. 한국 사격이 올림픽에서 메달 5개를 얻은 건 2012 런던 대회(금메달 3개, 은메달 2개) 이후 12년 만이다. 파리=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