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훈

전승훈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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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라는 정글에서 새로운 세상을 발견합니다. 도시를 산책하고 탐사하는 즐거움을 함께합니다.

raphy@donga.com

취재분야

2025-11-16~2025-12-16
여행61%
경제일반20%
문화 일반13%
교육3%
국제교류3%
  • [바람개비]강릉 바닷속 스텔라호

    강원 강릉 사천 앞바다는 스쿠버다이빙 포인트가 많다. 강릉시가 난파선, 장갑차, 탱크 등 인공 구조물을 넣어 해중공원을 조성해 놨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스텔라호는 2020년 길이 약 60m의 러시아 트롤어선을 수심 30m 바닥에 가라앉혀 놓은 포인트다. 2020년에 보았을 땐 철제 구조물 그 자체였는데, 최근 3년 만에 다시 들어가 보니 갑판과 선실에 산호와 홍합, 멍게가 자라고, 수천 마리의 물고기들이 헤엄쳐 다니는 수중 생태계가 형성돼 있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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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의 끝자락, 순백으로 피어나는 상사화[전승훈의 아트로드]

    상사화(相思花). 서로를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꽃이다. 상사병을 앓게 하는 이 지독한 사랑은 짝사랑이다. 애타게 그리워하면서도, 서로를 결코 만날 수 없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아픔이고 슬픔이 된다. 전북 부안군 격포항에서 배를 타고 1시간 거리에 있는 위도에는 8월 말 순백의 ‘위도 상사화’가 피어난다. 지구상에서 단 한 곳, 위도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종 꽃을 보기 위해 사람들은 여름의 끝자락에 위도를 찾아 떠난다.● 밤에 더 희게 빛나는 위도 상사화보통 한 송이 꽃이 피려면 봄에 먼저 새싹 잎이 나고, 줄기가 자라나고, 가지에서 꽃봉오리가 맺히고, 꽃망울이 터져 드디어 꽃이 피어나게 된다. 그런데 상사화는 다르다. 추운 겨울(2월)에 푸릇푸릇 새싹이 피어난다. 봄에 잎이 무성해진다. 여름이 올 즈음인 6월, 잎은 말라 다 떨어진다. 그러다 8월 중하순, 잎이 떨어진 뿌리에서 한 가닥 줄기가 불쑥 올라와 화려한 꽃망울을 터뜨린다. 마치 길거리에서 파는 한 송이 장미가 잎과 가시를 다 제거해 매끈한 줄기 끝에 달린 것처럼 상사화는 땅 위에서 솟아오른 깨끗한 줄기 끝에 꽃 한 송이가 달려 있다. 미당 서정주 시인이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라고 한 것처럼, 한 송이 상사화를 피우기 위해 잎은 추운 겨울부터 새싹을 틔우고 부지런히 광합성을 했다. 그러다 말라붙은 잎은 땅으로 떨어졌고, 뿌리로 들어가 꽃으로 환생한 것이다. 그토록 기다리고, 희생하고, 사랑했는데 잎과 꽃은 살아생전에는 볼 수 없는 운명이다. 죽어서야 만날 수 있는 인연. 그래서 상사화를 이별초, 부활초라고도 부른다.상사화는 여러 가지 색깔을 띠고 있다. 노랑 상사화, 분홍 상사화, 붉은색 상사화, 흰색 상사화….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붉은색 상사화인 ‘꽃무릇’(석산)이다. 상사화는 보통 8월 중순부터 하순까지 피는데, 꽃무릇은 약간 늦어 9~10월에 만개해 ‘가을의 전령’이라고 불린다.​ 이 시기 고창 선운사, 영광 불갑사에 가면 사찰 입구 솔밭 아래에 붉은 융단이 깔린 것처럼 초록색 줄기 위에 피어난 붉은색 상사화가 장관을 이룬다. 선운사 계곡을 따라 길가에 한두 송이 피어난 꽃무릇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런데 8월 말 부안의 위도에서는 흰색 상사화가 만개한다. 백합처럼 순백색으로 피어나는 ‘위도 상사화’. 전 지구상에 오직 위도에서만 볼 수 있다는 희귀종이다. 붉은색 꽃무릇은 너무나도 한꺼번에 많이 심어 놓아 처절한 사랑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순백의 위도 상사화는 사랑과 슬픔이 과하지 않고, 우아함을 잃지 않아 오히려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기자가 위도를 찾았던 8월 초에는 위도 상사화가 진리 해변가 마을의 가정집 소나무 아래에 탐스럽게 몇 송이 피어 있었다. 올해 위도 상사화는 8월 24~31일경 만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26일 위도해수욕장에서는 ‘고슴도치섬 위도 상사화 축제’가 열린다. 수평선을 물들이는 붉은 노을이 진 후 하늘에 두둥실 떠오른 달빛 속에 은은하게 자태를 드러낸 위도 상사화는 밤에 더욱 희게 빛난다.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는 위도 해안도로(16.8km)에서 상사화를 만끽하며 위도를 일주하는 자전거 동호회 회원들과 사진작가들이 앞다퉈 섬을 찾는다.● 호랑이의 눈? 바닷가에 뜬 달! 부안 격포항에서 1시간쯤 배를 타고 가면 닿을 수 있는 위도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부안의 지질명소 19곳 중 한 곳이다. 그중에서도 위도 대월습곡은 이달 11일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 지정을 예고했다. 대월습곡에 가려면 위도해수욕장에서 물이 빠진 갯벌을 걸어야 한다. 약간의 첨벙거림 끝에 모래사장을 건너니 숲길이 나온다. 숲길의 나무 밑에는 작은 구멍들이 수백, 수천 개 뚫려 있는데 커다란 집게를 가진 게들이 끊임없이 들락거리면서 와사삭 소리를 낸다. 게의 불그스름한 등 껍데기에는 웃는 사람의 입술 같은 무늬가 새겨져 있는데, 위에서 내려다보면 미소가 절로 나온다. 위도 사람들로부터 ‘스마일 게’라는 별칭을 얻은 게다. 숲속 길을 한 20분 걸었을까. 툭 터진 전망이 나온 해안길이 나왔다. 변산반도 채석강, 적벽강처럼 옆으로 길게 지층을 이룬 특이한 바위들이 있는 해변이다. 그런데 눈앞에 등장한 절벽에 ‘와!’ 하는 탄성이 터져 나온다. 수십 개의 층으로 된 지층이 둥그렇게 말려 들어갔는데 그 모양이 꼭 동물의 눈동자처럼 생겼다. 처음 본 사람들은 호랑이의 눈 같다고 하기도 하고, 파충류의 눈동자처럼 기괴한 형상으로 보기도 한다. 그런데 위도 사람들은 둥글게 말려 들어간 지층의 절벽을 보고 바닷가에 ‘큰 달’이 떴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른바 ‘대월습곡(大月褶曲)’이다. ​​습곡이란 지층이 물결 모양으로 주름이 지는 현상을 말한다. 부안 위도 진리 대월습곡은 일반적인 습곡과 달리, 완전히 굳어지지 않은 지층이 말려 거대한 지층 구조를 만들어낸 횡와습곡이다. ​​대월습곡의 모양은 거대한 반원형 형태다. 원래 둥근달 모양이었는데, 절반이 잘려 나간 듯한 모양이다. 그래서 섬사람들은 오랫동안 큰 달로 불러왔다고 한다. 뚜렷한 지층 경계로 이뤄진 지름 40m의 거대한 원형 구조가 푸른 해안과 어우러져 수려한 절경을 이룬다. 어찌나 거대한 둥근달인지 바위 아래에 서 있는 사람이 손톱만 해 보일 정도다. 부안의 지질 명소는 이 밖에도 적벽강과 채석강, 솔섬, 모항 ‘생각하는 바위’ 등이 있다. 이런 지질 명소인 변산에서는 25~27일 ‘무빙팝업시네마’ 행사가 열린다. 늦여름 황홀한 낙조를 배경으로 ‘변산’ ‘델타보이즈’ ‘태양은 없다’ 등 청춘을 주제로 한 영화가 상영된다. ● 두 섬 사이로 지는 왕등낙조위도 8경 중 하나인 ‘왕등낙조’는 서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 풍경으로 꼽힌다. 오후 7시가 좀 넘었을까. 위도해수욕장에서 차를 타고 해안도로를 달리는데, 붉은 해의 긴 그림자가 바다 위에 내려 비치고 있었다. 급하게 해안도로 한적한 곳에 차를 세웠다. 높은 절벽 위에 놓은 해안도로였기 때문에 지는 해의 그림자가 수면 위로 유난히도 길게 번지고 있었다. 온 하늘과 바다를 붉은색으로 물들인 태양은 위도에서 약 20km 떨어진 두 개의 왕등도(상왕등도, 하왕등도) 사이로 떨어지고 있었다. 일출이나 일몰이나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해의 모습은 모두 비슷하겠지만 이렇게 특정한 섬이나 산, 나무 등을 배경으로 해가 뜨거나 질 때 전국적 명소로 등극하게 된다. 애국가 배경화면으로 유명한 동해 추암해변은 촛대바위 때문에 해돋이 명소가 됐듯이 말이다. 두 개의 왕등도 사이로 정확히 떨어지는 노을은 애잔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서로 나란히 있는 섬이 갖고 노는 붉은 구슬처럼 보이는 태양. 어린 시절 해 질 녘 친구들과 놀다가 엄마가 저녁밥 먹으러 들어오라고 소리치던 모습이 생각나는 장면이었다. 태양이 바닷속으로 완전히 사라진 후 하늘과 바다의 색감은 더욱 신비스럽고 오묘하게 변화한다. 해가 진 후 바다에서 20~30분 머무르며 황홀한 색채의 향연 속에 사방이 어둑해지는 고요를 즐기는 것도 여행의 참맛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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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의 끝자락, 달빛 아래 순백의 상사화가 피어난다[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상사화(相思花). 서로를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꽃이다. 상사병을 앓게 하는 이 지독한 사랑은 짝사랑이다. 애타게 그리워하면서도, 서로를 결코 만날 수 없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아픔이고 슬픔이 된다. 전북 부안군 격포항에서 배를 타고 1시간 거리에 있는 위도에는 8월 말 순백의 ‘위도 상사화’가 피어난다. 지구상에서 단 한 곳, 위도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종 꽃을 보기 위해 사람들은 여름의 끝자락에 위도를 찾아 떠난다. ● 밤에 더 희게 빛나는 위도 상사화보통 한 송이 꽃이 피려면 봄에 먼저 새싹잎이 나고, 줄기가 자라나고, 가지에서 꽃봉오리가 맺히고, 꽃망울이 터져 드디어 꽃이 피어나게 된다. 그런데 상사화는 다르다. 추운 겨울(2월)에 푸릇푸릇 새싹이 피어난다. 봄에 잎이 무성해진다. 여름이 올 즈음인 6월, 잎은 말라 다 떨어진다. 그러다 8월 중하순, 잎이 떨어진 뿌리에서 한 가닥 줄기가 불쑥 올라와 화려한 꽃망울을 터뜨린다. 마치 길거리에서 파는 한 송이 장미가 잎과 가시를 다 제거해 매끈한 줄기 끝에 달린 것처럼 상사화는 땅 위에서 솟아오른 깨끗한 줄기 끝에 꽃 한 송이가 달려 있다. 미당 서정주 시인이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라고 한 것처럼, 한 송이 상사화를 피우기 위해 잎은 추운 겨울부터 새싹을 틔우고 부지런히 광합성을 했다. 그러다 말라붙은 잎은 땅으로 떨어졌고, 뿌리로 들어가 꽃으로 환생한 것이다. 그토록 기다리고, 희생하고, 사랑했는데 잎과 꽃은 살아생전에는 볼 수 없는 운명이다. 죽어서야 만날 수 있는 인연. 그래서 상사화를 이별초, 부활초라고도 부른다. 상사화는 여러 가지 색깔을 띠고 있다. 노랑 상사화, 분홍 상사화, 붉은색 상사화, 흰색 상사화….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붉은색 상사화인 ‘꽃무릇’(석산)이다. 상사화는 보통 8월 중순부터 하순까지 피는데, 꽃무릇은 약간 늦어 9∼10월에 만개해 ‘가을의 전령’이라고 불린다. 이 시기 고창 선운사, 영광 불갑사에 가면 사찰 입구 솔밭 아래에 붉은 융단이 깔린 것처럼 초록색 줄기 위에 피어난 붉은색 상사화가 장관을 이룬다. 선운사 계곡을 따라 길가에 한두 송이 피어난 꽃무릇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런데 8월 말 부안의 위도에서는 흰색 상사화가 만개한다. 백합처럼 순백색으로 피어나는 ‘위도 상사화’. 전 지구상에 오직 위도에서만 볼 수 있다는 희귀종이다. 붉은색 꽃무릇은 너무나도 한꺼번에 많이 심어 놓아 처절한 사랑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순백의 위도 상사화는 사랑과 슬픔이 과하지 않고, 우아함을 잃지 않아 오히려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기자가 위도를 찾았던 8월 초에는 위도 상사화가 진리 해변가 마을의 가정집 소나무 아래에 탐스럽게 몇 송이 피어 있었다. 올해 위도 상사화는 8월 24∼31일경 만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26일 위도해수욕장에서는 ‘고슴도치섬 위도 상사화 축제’가 열린다. 수평선을 물들이는 붉은 노을이 진 후 하늘에 두둥실 떠오른 달빛 속에 은은하게 자태를 드러낸 위도 상사화는 밤에 더욱 희게 빛난다.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는 위도 해안도로(16.8km)에서 상사화를 만끽하며 위도를 일주하는 자전거 동호회 회원들과 사진작가들이 앞다퉈 섬을 찾는다. ● 호랑이의 눈? 바닷가에 뜬 달! 부안 격포항에서 1시간쯤 배를 타고 가면 닿을 수 있는 위도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부안의 지질명소 19곳 중 한 곳이다. 그중에서도 위도 대월습곡은 이달 11일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 지정을 예고했다. 대월습곡에 가려면 위도해수욕장에서 물이 빠진 갯벌을 걸어야 한다. 약간의 첨벙거림 끝에 모래사장을 건너니 숲길이 나온다. 숲길의 나무 밑에는 작은 구멍들이 수백, 수천 개 뚫려 있는데 커다란 집게를 가진 게들이 끊임없이 들락거리면서 와사삭 소리를 낸다. 게의 불그스름한 등껍데기에는 웃는 사람의 입술 같은 무늬가 새겨져 있는데, 위에서 내려다보면 미소가 절로 나온다. 위도 사람들로부터 ‘스마일 게’라는 별칭을 얻은 게다. 숲속 길을 한 20분 걸었을까. 툭 터진 전망이 나온 해안길이 나왔다. 변산반도 채석강, 적벽강처럼 옆으로 길게 지층을 이룬 특이한 바위들이 있는 해변이다. 그런데 눈앞에 등장한 절벽에 ‘와!’ 하는 탄성이 터져나온다. 호랑이의 눈? 공룡의 눈? 이구아나? 수십 개의 층으로 된 지층이 둥그렇게 말려 들어갔는데 그 모양이 꼭 동물의 눈동자처럼 생겼다. 처음 본 사람들은 호랑이의 눈 같다고 하기도 하고, 파충류의 눈동자처럼 기괴한 형상으로 보기도 한다. 그런데 위도 사람들은 둥글게 말려 들어간 지층의 절벽을 보고 바닷가에 ‘큰 달’이 떴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른바 ‘대월습곡(大月褶曲)’이다. 습곡이란 지층이 물결 모양으로 주름이 지는 현상을 말한다. 부안 위도 진리 대월습곡은 일반적인 습곡과 달리, 완전히 굳어지지 않은 지층이 말려 거대한 지층 구조를 만들어낸 횡와습곡이다. 대월습곡의 모양은 거대한 반원형 형태다. 원래 둥근달 모양이었는데, 절반이 잘려 나간 듯한 모양이다. 그래서 섬사람들은 오랫동안 큰 달로 불러 왔다고 한다. 뚜렷한 지층 경계로 이뤄진 지름 40m의 거대한 원형 구조가 푸른 해안과 어우러져 수려한 절경을 이룬다. 어찌나 거대한 둥근달인지 바위 아래에 서 있는 사람이 손톱만 해 보일 정도다. 부안의 지질 명소는 이 밖에도 적벽강과 채석강, 솔섬, 모항 ‘생각하는 바위’ 등이 있다. 이런 지질 명소인 변산에서는 25∼27일 ‘무빙팝업시네마’ 행사가 열린다. 늦여름 황홀한 낙조를 배경으로 ‘변산’ ‘델타보이즈’ ‘태양은 없다’ 등 청춘을 주제로 한 영화가 상영된다. ● 두 섬 사이로 지는 왕등낙조위도 8경 중 하나인 ‘왕등낙조’는 서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 풍경으로 꼽힌다. 오후 7시가 좀 넘었을까. 위도해수욕장에서 차를 타고 해안도로를 달리는데, 붉은 해의 긴 그림자가 바다 위에 내려 비치고 있었다. 급하게 해안도로 한적한 곳에 차를 세웠다. 높은 절벽 위에 놓은 해안도로였기 때문에 지는 해의 그림자가 수면 위로 유난히도 길게 번지고 있었다. 온 하늘과 바다를 붉은색으로 물들인 태양은 위도에서 약 20km 떨어진 두 개의 왕등도(상왕등도, 하왕등도) 사이로 떨어지고 있었다. 일출이나 일몰이나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해의 모습은 모두 비슷하겠지만 이렇게 특정한 섬이나 산, 나무 등을 배경으로 해가 뜨거나 질 때 전국적 명소로 등극하게 된다. 애국가 배경화면으로 유명한 동해 추암해변은 촛대바위 때문에 해돋이 명소가 됐듯이 말이다. 두 개의 왕등도 사이로 정확히 떨어지는 노을은 애잔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서로 나란히 있는 섬이 갖고 노는 붉은 구슬처럼 보이는 태양. 어린 시절 해질 녘 친구들과 놀다가 엄마가 저녁밥 먹으러 들어오라고 소리치던 모습이 생각나는 장면이었다. 태양이 바닷속으로 완전히 사라진 후 하늘과 바다의 색감은 더욱 신비스럽고 오묘하게 변화한다. 해가 진 후 바다에서 20∼30분 머무르며 황홀한 색채의 향연 속에 사방이 어둑해지는 고요를 즐기는 것도 여행의 참맛이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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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생식물 주제 ‘제2회 러쉬 아트페어’

    러쉬코리아(Lush Korea)가 8월 17∼31일 전국 18개 매장에서 ‘제2회 러쉬 아트페어’를 연다. 기후 변화로 사라지는 우리나라의 자생 식물들을 주제로 발달장애 예술가 50인의 작품을 선보인다. ‘러쉬 아트페어’는 매장을 갤러리로 해석한 화장품 업계 최초의 아트페어다.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라는 타이틀로, 50인의 발달장애 예술가들은 실제 거주하고 있는 각 지역의 수목원을 방문해 관찰하고 느낀 감정을 작품에 온전히 담아냈다. 8월 17일부터 약 2주간 전국 18개 매장에서 진행하는 ‘제2회 러쉬 아트페어’는 모바일 홈페이지 디지털 갤러리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아트페어 종료 이후에는 모든 작품을 한데 모아 9월 8∼12일 국립수목원 내 산림박물관 특별전시관에서 특별전으로 이어진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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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다즈 서울 강남, 해요 작가 전시회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에 위치한 호텔 안다즈 서울 강남은 1층 아츠 갤러리에서 한여름과 어울리는 색감의 해요(HAEYO) 작가의 전시를 연다. 제주에 살며 가족과 일상을 주제로 그리는 해요 작가의 전시는 이달 말까지 진행된다. 1층 라운지 아츠(A’+Z)에서는 해요 작가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2종의 콜라보 음료도 선보인다. 루프 코팅 라테(Roof Coating Latte)는 푸른 하늘과 초록색으로 칠해진 지붕을 형상화했고, 안다즈 윈디 돈(Andaz Windy Dawn)은 동이 틀 무렵 붉게 물든 하늘에 바람이 부는 제주를 신선한 오렌지와 복숭아 주스, 석류 시럽으로 표현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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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서양 문화 결합된 호텔 리조트 천국, 마카오로 오세요”

    “코로나 기간 마카오는 ‘호캉스(호텔+바캉스)의 도시’로 더욱 업그레이드됐습니다. 미식과 쇼핑의 1번지인 마카오로 오세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겪었던 마카오가 올해 1월 8일 국경을 재개방한 이후로 한국 시장에서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마카오정부관광청은 지난달 웨스틴조선서울 호텔에서 5년 만에 마카오 관광 로드쇼를 열었다. 마리아 헬레나 드 세나 페르난데스 마카오관광청장(사진)도 내한해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팬데믹 기간 마카오는 새로운 호텔과 시설을 야심 차게 준비해 왔다”고 소개했다. 런더너(Londoner), 리스보에타(Lisboeta), 래플스(Raffles at Galaxy Macau), 안다즈(Andaz Macau), 모르페우스(Morpheus) 등 새로운 호텔이 개관해 2019년에는 총 4만1000개의 객실이 있었는데, 현재는 4만7000개로 늘었다. “모르페우스 호텔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지은 건축가 자하 하디드(1950∼2016)의 유작으로, 굉장히 독특하고 트렌디한 디자인을 갖고 있다. 로컬 브랜드인 트레저 아일랜드 호텔에는 프랑스 갤러리 라파예트의 쇼핑몰이 들어오고, 카를 라거펠트 호텔과 베르사체 호텔 등이 오픈할 예정이다.” ―마카오 여행의 매력은 무엇인가. “마카오는 풍부한 문화유산으로 동양과 서양 문화가 잘 결합된 여행지다. 마카오의 대표 관광지인 세인트폴 성당 유적은 가상현실(VR)을 활용해 예전 모습을 상상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마카오는 전 지역이 면세 지역으로, 호텔 아래에 대형 쇼핑몰이 있어 쇼핑의 천국이기도 하다.” 2019년 마카오를 방문한 한국인은 74만여 명으로 국가별 방문객 순위에서 4위를 차지했다. 1위가 중국, 2위가 홍콩, 3위가 대만이다. 중화권을 제외한 외국인 중에서는 한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은 셈이다. ―마카오를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들의 특징은…. “한국은 마카오의 인바운드 관광에서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매년 한국인 관광객 70만 명 이상을 유치하는 게 목표다. 한국인들이 약 3시간 반의 비행 시간으로 세계적 수준의 호텔 리조트에서 휴가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마카오다. 또 유행에 민감한 한국 여행객들은 새로운 호텔이나 어트랙션이 나오면 앞다퉈 직접 경험해 보려고 한다. 최근 오픈한 팀랩슈퍼네이처마카오(teamLabSuperNatureMacao)와 리모델링한 그랑프리 박물관도 가볼 만하다.” 홍콩, 마카오, 중국 주하이를 연결하는 ‘강주아오 대교(Hong Kong-Zhuhai-Macao Bridge)’ 개통은 마카오 관광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18년 10월 개통한 이 다리는 전체 길이가 55km로, 세계에서 가장 긴 해상대교다. “강주아오 대교 개통으로 훨씬 편하게 홍콩과 마카오를 오갈 수 있게 됐다. 24시간 버스 이용이 가능하며 40분(요금 약 1만 원) 정도 걸린다. 페리(약 70분·3만 원)보다 훨씬 빠르고 비용도 저렴하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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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사랑의 절벽’

    괌의 에메랄드빛 투몬비치가 내려다보이는 ‘사랑의 절벽’은 스페인 식민지 시대, 괌의 원주민인 차모로 추장의 딸과 남자친구의 슬픈 사랑 이야기가 담긴 곳이다. 하트 모양 자물쇠가 매달린 난간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투몬비치, 건비치, 이파오비치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가 나온다. 해변에는 남성의 왼쪽 얼굴이 보이고, 절벽에는 여인의 옆모습과 똑 닮은 지형이 있다. 해변에서 숨은그림찾기를 하다 보면 남국의 푸른 물빛에 빠져들게 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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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서양의 문화가 잘 어우러지는 마카오에서 호캉스를 즐기러 오세요.”[전승훈의 아트로드]

    “코로나 기간 동안 마카오는 ‘호캉스(호텔+바캉스)의 도시’로 더욱 업그레이드됐습니다. 미식과 쇼핑의 1번지인 마카오로 오세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증후군(코로나19) 팬데믹을 겪었던 마카오가 올해 1월8일 국경을 재개방한 이후로 한국시장에서 본격적인 마케팅활동을 벌이고 있다. 마카오정부관광청은 지난달 13일 웨스틴조선서울에서 국내여행사들을 대상으로한 ‘트래블 마트(Travel Mart)’와 일반 여행객들을 위한 ‘로드쇼(Road Show)를 열었다. 마카오는 팬데믹기간 중 새로운 호텔과 관광시설의 문을 열었고, 기존 관광지도 업그레이드하고 관광객 맞이에 한창이다. 코로나 이후 5년 만에 열린 이번 행사에는 마카오 관광비즈니스의 현주소를 알리기 위해 마카오의 호텔과 에어마카오 등 총21개 업체가 내한했다. 마리아 헬레나 드 세나 페르난데스(Maria Helena de Senna Fernandes) 마카오관광청장도 내한해서 본보와 인터뷰를 가졌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증후군(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마카오의 관광산업은 어떠했나. “진짜 너무너무 힘들었다. 팬데믹 기간인 2020년 1월부터 2022년 말까지 3년 간 마카오 관광청의 주요 업무는 격리 호텔방을 관리하는 역할이었다. 마카오에 있던 객실 중 4분의 1에 해당하는 1만1000개의 객실이 격리 시설로 쓰인 것이다. 3년 간 힘든 시간을 거쳐 이렇게 다시 일반적인 업무를 할 수 있어 너무나 행복하다.” ―팬데믹 이후에 마카오가 다시 오픈하면서 달라진 점은?“마카오는 팬데믹 기간 중에도 그냥 잠자고 있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수많은 호텔과 시설을 새롭게 오프닝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다. 마카오에는 2019년에는 4만 1000개의 객실이 있었는데, 지금은 4만 7000개로 늘었다. 약 5000~6000개 객실이 추가됐다. 팬데믹 기간 중 호캉스의 도시 마카오에서는 런더너(Londoner), 리스보에타(Lisboeta), 래플스(Raffles at Galaxy Macau), 안다즈(Andaz Macau), 모르페우스(Morpheus) 등 새로운 호텔들이 많이 개관했다. 모르페우스 호텔은 동대문DDP를 지은 건축가 자하 하디드(1950~2016)의 유작으로, 광징히 독특하고 트렌디한 디자인을 갖고 있다. 로컬 브랜드인 트레저 아일랜드 호텔에는 프랑스 갤러리 라파예트의 쇼핑몰이 들어온다. 또한 칼 라거펠트 호텔 오프닝이 6월에 있었고, 앞으로도 베르사체 호텔과 다양한 로컬브랜드 호텔이 오픈할 예정이다.” ―마카오 여행의 매력은 무엇인가. “마카오는 한국과 가깝고 풍부한 문화유산을 보유했으며, 동양과 서양문화가 잘 결합된 여행지다. 또 호텔 휴양을 원하는 가족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풍부한 문화 유산과 미식, 쇼핑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카오의 대표 관광지인 세인트폴 성당 유적은 VR을 활용해 예전 모습을 상상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외에도 가족 여행객을 위한 라인프렌즈 시설을 선보이고 있고, 옛 조선소를 관광시설로 탈바꿈했으며, 집라인과 윈드터널도 즐길 수 있다.”2019년 마카오를 방문한 한국인은 74만여 명으로 국가별 방문객 순위에서 4위를 차지했다. 1위가 중국, 2위가 홍콩, 3위가 대만이다. 중화권을 제외한 외국인 중에는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마카오를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들의 특징은? “한국은 마카오의 인바운드 관광에서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매년 한국인 관광객 70만 명 이상을 유치하는게 목표다. 한국인들은 여행의 욕구가 강하고, 마카오 여행에서는 미식 활동을 즐긴다. 마카오를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들은 대부분 호텔에서 숙박하는 가족 휴가를 선호한다. 한국인들은 럭셔리 호텔에서 휴가 경험을 찾고 있는데, 약 3시간 반의 비행시간으로 가까운 거리에 세계적인 수준의 고급호텔과 리조트에서 휴가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마카오다. 특히 팬데믹 기간 중 새로운 호텔들이 많이 개관했는데, 일부러 신규 호텔리조트에서 숙박을 즐기려는 수요도 많다. 마카오관광청은 한국의 커플이나 가족 관광객을 타겟으로한 호텔여행 상품을 개발하고, 한국 관광객들의 안목 높은 입맛에 맞춘 음식을 제공해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다.”―한국인 관광객에게 추천하고 싶은 관광상품은. “유행에 민감한 한국 여행객들은 새로운 어트랙션이 나오면 많은 앞다퉈 직접 경험해보려고 한다. 그래서 마카오를 아무리 여러번 찾아온 여행객이라도, 늘 새로운 즐길거리를 찾을 수 있도록 새로운 시설과 어트랙션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다. 최근 오픈한 팀랩슈퍼네이처마카오(teamLabSuperNatureMacao)와 리모델링을 한 그랑프리 박물관을 추천한다. 팀랩슈퍼네이처마카오는 인터랙티브 체험이 가능하며, 아이와 어른 모두 즐길 수 있다. 그랑프리 박물관에는 8명의 유명 레이서 밀랍 인형을 전시해 인기가 있다. 한국 여행자들을 사로잡기위해 마카오는 소셜미디어에 적합한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나 방송 프로그램 촬영 지원 등 다양한 채널과 콜라보를 하고있다.” ―마카오 관광산업에서 쇼핑이 차지하는 비율은? “마카오는 전 지역이 면세지역이다. 마카오의 호텔들은 밑에 대부분 대규모 쇼핑몰이 있다. 팬데믹 기간 중에는 창의적인 소품을 파는 작은 숍들도 많이 열었다. 대형 쇼핑몰이나 유명 브랜드 뿐 아니라 로컬 샵에서 다양한 상품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관광청이 서베이한 결과 마카오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지출하는 분야 1위가 쇼핑, 2위가 숙박, 3위가 식사로 나타났다.” 홍콩, 마카오, 중국 주하이를 연결하는 ‘강주아오 대교(Hong Kong-Zhuhai-Macao Bridge)’ 개통은 마카오 관광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어일으키고 있다. 지난 2018년 10월 개통한 이 다리는 전체 길이가 55km인 세계에서 가장 긴 해상대교다. 양방향 6차선 도로(너비 33.1m)의 대교는 시속 100km까지 달릴 수 있다. 홍콩과 인접한 중국 광둥성 셴젠(深圳)에서는 보트를 타고 강주아오대교 밑에서 강주아오 대교를 관광하고 돌아오는 투어상품도 생겼다. ―강주아오 대교가 마카오 관광에 끼치는 영향은. “마카오로 올 수 있는 방법이 더 다양해졌다. 특히 홍콩에서 오기가 더 편해졌다. 지금 사실 홍콩 시장은 거의 90% 이상 회복이 됐는데, 대교가 생기면서 더 편하고 저렴하게 홍콩과 마카오를 오갈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홍콩과 마카오는 페리를 타고 다녔는데, 지금은 버스가 가장 중요한 교통편이다. 여행객들은 24시간 운영하는 HZM 버스를 이용해 홍콩과 마카오 사이를 이동할 수 있다. 홍콩~마카오를 차량으로 이동할 경우에는 편도 약 40분으로, 페리(약 70분)를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 비용도 여행은 약 1만원(65 홍콩달러)으로, 페리(3만원) 보다 훨씬 경제적이다.” ―마카오와 인근 도시와의 관광협력은? "8월부터는 홍콩에 내려서 입국신고를 하지 않고, 버스를 타고 짐과 함께 바로 마카오로 바로 와서 입국 신고를 할수 있고, 마찬가지로 마카오에서도 버스를 타고 홍콩 공항에 가서 입출국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그래서 마카오는 홍콩의 항공사들인 케세이퍼시픽, 그레이터 베이 항공(GBA)을 비롯해 진에어, 에어부산 등과도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또한 광둥의 9개 도시와도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센젠은 공항과 크루즈 터미널이 있고, 광저우는 국제공항이 있다. 광저우, 마카오, 홍콩 등 다양한 도시와 협력해 기회를 넓히려 한다.” ―마카오가 관광산업 중에서 앞으로 가장 심혈을 기울이려하는 분야는. “마이스(MICE) 산업이다. MICE는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전시(exhibition)의 네 분야를 통틀어 말하는 서비스 산업이다. 마이스로 들어오시는 관광은 더 많은 체류 시간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마카오는 6개의 대형 복합 리조트를 포함한 숙박시설과 전기차 등 친환경 교통 인프라를 구축해 MICE 역량을 높이고 있다. 이를 위해 각 기관이 협력하고 있다. 마카오정부관광청은 포상관광(I)를 담당하고, 마카오무역투자촉진국(IPIM)이 기업회의(M)과 컨벤션(C)을 담당하고 있다. 2025년 포르투갈여행사협회가 마카오에서 MICE행사를 개최할 예정이어서 기대가 크다. 마카오는 ‘투어리즘 플러스’라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데, 그 중에 마이스 관련 상품 전략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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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안반데기 배추밭

    평창에서 출발해 대관령을 넘어 강릉시 왕산면으로 향하다 보면 해발 1100m 태백산맥 험준한 산 능선에 드넓은 배추밭이 나타난다. 국내 대표 고랭지 채소 재배지인 안반데기다. 떡메로 반죽을 내리칠 때 쓰는 통나무 받침판 ‘안반’에 평평한 땅을 뜻하는 우리 말인 ‘덕’을 붙인 이름이다. 1960년대 화전민들이 산을 깎아 개간한 땅으로 축구장보다 280배나 큰 배추밭이다. 최고 등급의 안반데기 배추는 국내 배추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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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만금 잼버리 야영장 학생들은 어디로 간 걸까? 산과 계곡, 바다에서 야외 활동 중[전승훈의 아트로드]

    전북 부안 새만금에서 열리고 있는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에 이틀간 다녀왔다. 세계잼버리 대회는 크게 새만금 간척지에 설치된 텐트촌에서 벌어지는 ‘영내 활동’과 전북 14개 시군 지역의 산과 계곡, 바다에서 펼치는 ‘영외 활동’ 프로그램으로 나뉜다. 폭염 속 텐트촌의 높은 기온 때문에 새만금 텐트촌의 영지내 프로그램은 첫날 50%로 축소했다가, 다음날부터는 낮시간대 모든 야외 프로그램이 100% 금지가 됐다. 그래서 인지 4일 새만금 야영지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에서 바라본 텐트촌은 텅 비어 있었다. 햇빛이 내려쬐는 영지 내에 돌아다니는 대원들은 거의 없었다. 대신 몽골텐트 밑이나 그늘막 밑에 몰려 있을 뿐이었다. 보라색, 분홍색, 파란색의 텐트 속에도 남아 있는 학생들은 없었다. 4만 명 가까운 참가자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잼버리 참가자들은 모두 버스를 타고 전북 각 지역의 산과 계곡, 바다, 전시장, 박물관으로 체험활동을 떠난 것이다. 폭염이 내리쬐는 낮시간에 영지내 활동이 금지되자 영외활동을 크게 늘린 것이다. 학생들은 버스를 타고 부안, 김제, 군산, 전주, 순창, 무주 등 전북 14개 시군의 산과 계곡, 바다 곳곳에서 체험활동 중이었다. 영외프로그램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하루에 약 1만2000여명 규모. 새만금 영지에서 버스를 타고 나와 한국문화와 산사, 자연을 체험하는 각국 학생들의 표정은 밝았다. 잼버리에 참가한 학생들이 영지 내 땡볕에 노출돼 하루종일 갇혀 지내는 줄 알았는데, 학생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확인해보니 실상은 달랐다. 그동안 영지 내부의 시설 문제만 집중 제기되다 보니, 학생들이 낮시간대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야외활동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한국의 문화와 자연을 만끽하며 체험하고 있는 영외 활동 프로그램을 취재해보았다.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변산국립공원에 있는 직소천 계곡에서 패들보드와 뗏목을 타고, 야외 수영장 물놀이를 하는 것이었다. 뗏목체험장 건물 앞에는 학생들을 태운 버스들이 쉴새 없이 도착했다. 학생들은 구명조끼를 입고 조별로 뗏목을 타고 놀았다. 뗏목을 흔들고, 물에 풍덩 빠지고, 수영을 하며 소리치는 모습이 계곡에 울려퍼졌다. 자원봉사자들은 뗏목체험을 마친 학생들에게 호스를 통해 시원하게 물줄기를 뿜어주며 계곡물을 씻게 해주었다. 당시는 아직 영국 참가자들도 떠나지 않았던 상태. 뗏목체험을 마치고 나온 영국 학생 대원들은 “계곡이 너무 아름답다” “재밌다” “새만금 야영지는 너무 더웠는데, 이곳은 너무 시원하다”라며 ‘원더풀(Wonderful), 뷰티풀(Beautiful), 퍼니(funny)’를 연발했다. 전북 부안 내소사, 고창 선운사, 김제 금산사에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도 있었다. 학생들은 염주알을 실에 꿰어 손목 팔찌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절을 해보고, 명상도 체험해보는 과정을 즐겼다. K푸드 체험 프로그램도 인기다. 염전으로 유명한 부안의 곰소 젓갈 발효식품 센터에서는 세계 각국의 학생들이 곰소 젓갈을 활용한 김치담그기와 김치부침개 먹기를 하고 있었다. 체험 도중 강남스타일 음악이 나오자 학생들이 일어나서 춤을 추기도 했다. 순창 ‘고추장 익는 마을’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고추장 떡볶이를 만들어 먹으며 즐거워했다. 부안청자박물관은 시원한 에어컨이 가동돼 학생들이 좋아하는 곳 중에 하나였다. 학생들은 청자 전시관을 둘러보고 난 뒤 도예를 체험했다. 직접 물레를 돌리기도 하고, 흙을 빚은 판에 그림을 그려넣기도 하며 진지하게 체험에 임했다.부안영상테마파크는 영화 ‘왕의 남자’ ‘불멸의 이순신’ ‘변산’, 드라마 ‘킹덤’ ‘미스터선샤인’ 등을 촬영했던 명소. 학생들은 이 곳에서 한복을 입은 자원봉사자들과 강강수월래를 함께 하고, 씨름과 민속놀이를 즐겼다. 자원봉사자들은 학생들을 위해 호스로 수시로 물을 뿌려주면서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학생들을 만나 인터뷰 해보니 날씨에 대해선 영국 학생들은 “새만금 영지는 너무 덥다. 그러나 야외 활동을 다니는 것은 시원하고 좋다”고 대답했다. 일본에서 온 참가자는 “여름날씨로는 일본이 더 덥고 습도가 높다”는 반응이었다. 이밖에도 스카우트대원들은 익산 미륵사지 왕궁리유적과 고창 고인돌 유적 역사 기행, 전주한옥마을과 완주BTS로드 등 한류 문화 체험, 군산 선유도 집라인과 고창 갯벌 체험, 임실 치즈테마파크 슬로 투어 등 전라북도 각지에서 한국문화를 체험 중이다. 6일 새만금 영지내에서 예정된 K팝 콘서트는 일단 취소됐다. 영지 내에서 대규모로 모이는 것은 아무래도 장소도 좁고, 사고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K팝 콘서트는 대회장을 떠난 영국, 미국 학생들도 참가하지 못해 매우 아쉬워했을 정도로 참가자들이 가장 기대하는 프로그램 중의 하나였던 만큼, 새만금 야영지 보다는 제대로 시설을 갖춘 운동장이나 실내 공연장으로 분산해서 개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문제는 새만금 야영지 상황이다. 개영식 직후 초반의 혼란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물이 덜 빠진 갯벌에 텐트를 치고, 화장실 청소도 불결하고, 식사도 문제가 발생했다. 대회 조직위 측은 “8000명 오기로 했던 자원봉사자들 중 2000명이 오지 않아 인력 배치에 문제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조직위 측에서 화장실을 아침, 점심, 저녁 하루 3번 청소하는 것으로 업체와 계약을 했다고 한다. 일반 업무용 건물의 화장실 청소처럼 생각했던 탓이다. 잼버리 대회 특성상 저녁시간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24시간 이용하는데, 오후 6시 이후로는 청소가 이뤄지지 않아 밤부터 아침까지 화장실이 불결해 학생들이 고통을 호소했던 것이다. 그래서 부랴부랴 부안군청 공무원들이 동원돼 화장실 청소 작업을 벌였다고 한다. 현재는 청소업체 상주인력을 늘려, 1시간 단위로 청소하는 것으로 바꾼 뒤에는, 문제가 없어졌다고 한다. 이처럼 뒤늦게나마 새만금 야영지의 질서는 조금씩 잡혀가고 있다. 야영지에서 학생들과 함께 야영을 하고 있는 김관영 전북지사는 “새만금 야영지는 해가 지면 좀 선선해지는데, 밤에는 텐트에서 한기를 느껴 이불을 찾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낮의 폭염을 피하는 것. 영지내 활동은 폐쇄하고, 산과 계곡, 박물관과 전시장에서 적극적인 영외활동으로 해법을 모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참가자 중 새만금 영지를 벗어나 야외 활동에 참여하는 인원은 하루 약 1만 2000여 명 규모.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의 참가자 5000여 명이 대회장을 떠났지만, 모든 참가자가 야외 활동에 참가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5일 잼버리 대회 참가국 대표자들이 회의한 결과 ‘새만금 잼버리를 중단하지 않고, 끝까지 진행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정부는 K문화를 체험하는 영외 프로그램을 전국으로 확대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조계종은 전국의 사찰을 잼버리 대원들의 템플스테이 장소로 제공하겠다고 밝혔고, 부산에서는 1만 명 규모의 학생들의 야외 체험을 지원하며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전도 벌이기로 했다. 속초, 충청도 지역에서도 대규모로 학생들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전라북도가 낮시간대 모든 학생들의 영외활동을 수용하기에는 한계가 드러난 만큼, 개최지로서의 프리미엄은 포기할 수 밖에 없다. 전북은 버스를 타면 쉽게 타 시도로 이동할 수 있어 전국의 지자체가 함께 발벗고 나서는 상황이다. 부안=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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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어뉴질랜드 스카이파우치 프로모션

    에어뉴질랜드는 31일 하루 동안 ‘스카이카우치’ 좌석 지정을 천원에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한다.이 프로모션은 일반석 왕복 항공권을 신규 예약 및 구매한 승객에게 적용되며, 여행 기간은 2023년 8월 1일부터 2023년 12월 7일까지이다. 인천-오클랜드 직항 항공편만 해당하며, 2인 혹은 소아를 포함한 3인 항공권 구매 시 편도 당 1,000원의 추가 요금만 지불하면 일반석 ‘스카이카우치’를 구매할 수 있다. 에어뉴질랜드의 특별한 좌석인 이코노미 스카이카우치는 이코노미 3개 좌석의 다리 받침대를 올려서 넓고 평평한 소파처럼 만들어, 일반석에 럭셔리함을 추가한 실속있는 옵션이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나, 성인 2명도 편하게 누울 수 있다. 에어뉴질랜드는 또 31일까지 인천 직항편의 특가를 진행하고 있다. 뉴질랜드의 관문 오클랜드를 비롯하여, 인기 도시 퀸스타운, 크라이스처치, 타우랑가 등 뉴질랜드 모든 도시를 오클랜드와 동일한 운임으로 예약할 수 있다. 일반 운임에서 최대 32%까지 할인된 특가는 이번 스카이카우치 프로모션과 함께 이용 가능하다. 에어뉴질랜드는 보잉 787-9 드림라이너 기종으로 ‘인천-오클랜드’ 간 직항편을 주 3회(월/목/토) 운항하고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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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입구에는 대형 인물 조각상이 서 있다. 은빛 덩어리인 DDP와 황금빛으로 빛나는 8m 높이의 대형 인체 조형물은 은근 잘 어울린다. 원로 조각가 김영원(전 홍익대 조소과 교수)의 ‘그림자의 그림자-길’이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지나면 구불구불한 건물 안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미래로’가 나온다. 우주선을 타고 외계에서 온 생명체 같은 DDP로 걸어 들어가는 길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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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센강에서 수영을? 파리 도심은 올림픽 경기장으로 변신 중[전승훈의 아트로드]

    내년 제33회 하계올림픽을 치르는 프랑스 파리는 현재 공사 중이다. 2019년 불이 난 노트르담 대성당은 거대한 크레인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오페라 가르니에 극장과 카루젤 개선문에도 가림막을 쳐놓은 채 외벽 보수 공사가 한창이다. 내년 7월26일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과패럴림픽의 주요 경기가 바로 파리의 도심 한 복판에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올림픽 개막을 딱 1년 앞두고 경기장으로 쓰일 파리의 유서깊은 랜드마크를 돌아보았다.●센강에서 개막식과 수영 경기를내년 파리 올림픽의 중심은 센강이다. 센강 변 노트르담 대성당 앞 광장에는 임시 계단이 설치돼 있는데, 수많은 관광객들 계단에 앉아 보수 공사 중인 성당의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파리 올림픽은 기상천외한 개막식을 준비하고 있다. 주경기장이 아니라 센강에서 열리는 개막식이다. 160여 척의 배들이 각국 대표 선수단을 태우고 파리 동쪽 오스테를리츠 다리에서 출발해 서쪽으로 6㎞를 지나 에펠탑 건너편 트로카데로 광장까지 수상행진을 벌인다. 루브르, 오르세 미술관, 에펠탑 등 배가 파리의 명소를 지날 때마다 수상교향악단, 곡예사, 댄서 등이 화려한 퍼포먼스를 펼친다다. 센강 주변에 마련된 객석에서 60만 명이 넘는 관중이 무료로 개회식을 지켜보는 사상 최대의 올림픽 개막식이다.파리시는 수천억원의 돈을 쏟아부어 새로운 경기장을 짓는 대신, 파리 도심에 랜드마크 건물 앞에 임시 경기장을 짓는 방식을 택했다. 에펠탑 아래 마르스 광장에는 1만2860석 규모의 비치발리볼 경기장이 들어선다. 파리 군사학교(에콜밀리테르) 건너편에는 유도와 레슬링 경기장이 들어서고, 나폴레옹 묘역이 있는 앵발리드 북쪽의 잔디 공원에선 한국의 태극 궁사들이 금빛 과녁을 겨눌 예정이다.센강에서는 야외 수영대회도 열린다. 그랑팔레와 앵발리드를 잇는 알렉상드르 3세 다리가 그 무대다. 황금빛 날개달린 페가수스 상이 서 있는 알렉상드르 3세 다리는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꼽히는 곳. 이 다리 밑에서 ‘철인3종 경기’(트라이애슬론)의 수영경기가 펼쳐진다. 110명의 남녀 선수들은 센강 1.5km 구간에서 수영을 한 뒤, 사이클을 타고 샹젤리제 거리를 거쳐 개선문 구간까지 7바퀴(총 40km)를 달리고, 마라톤 10km를 달려 다시 알렉상드르 3세 다리로 골인하게 된다. 1923년 수질 오염으로 수영이 금지된 센강에서 100년 만에 다시 공식 수영경기가 펼쳐지는 것이다. 파리시는 이를 위해 지난 7년간 14억 유로(약 2조원)을 들여 하수처리장을 개선하고, 폐수방류를 단속하는 등 대대적인 센강 수질 개선작업을 펼쳐왔다. 과연 올림픽 수영에 참가한 선수들의 피부 상태가 어떨지 궁금해진다.알렉상드르 3세 다리 옆에 있는 그랑팔레(Grand Palais)는 1900년 파리 박람회 당시 전시관으로 쓰였던 건물. 에펠탑처럼 철골구조물로 된 천정에 유리를 끼운 당시로선 첨단 공법으로 지어졌던 이 곳에서 펜싱과 태권도 경기가 펼쳐진다.마라톤 경기코스는 말 그대로 파리의 핵심 관광코스와 일치한다. 파리시청인 ‘오텔 드 빌’에서 출발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무대가 됐던 오페라 가르니에, 방돔 광장 등을 거쳐 베르사유궁전을 찍고 앵발리드에 도착하는 코스다. 17세기 절대왕정의 상징인 베르사유 궁전에서는 승마와 근대 5종 경기도 펼쳐진다. 베르사유 운하 옆에서 진행되는 승마 경기는 올림픽이 아니라 영화 속 장면처럼 보일지도 모른다.샹젤리제 거리와 튈르리 공원을 연결하는 콩코르드 광장은 올림픽 기간 중 어반 스포츠의 주무대로 탈바꿈한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루이16세와 마리 앙투와네트 왕비가 단두대에서 처형당했던 피의 광장이 역동적이며 현대적인 스포츠 경기장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스케이트 보드부터 BMX프리스타일, 3X3 농구 그리고 이번 올림픽 때 처음으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브레이킹까지. 빠른 비트의 음악을 배경으로 한 젊고 새로운 스포츠의 무대로 바뀐다.프랑스 파리는 1855년부터 1937년 사이에 8차례의 만국박람회를 개최하면서 세계적인 도시로 탈바꿈했다. 324m의 에펠탑(1889년) 등 당시에 지어진 건축물은 지금도 파리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다. 1924년 파리 하계 올림픽 이후 100년 만에 열리는 이번 올림픽도 파리의 업그레이드된 아름다움을 TV생중계를 통해 전세계에 알리는 장으로 삼겠다는 포부다.●백화점, 미술관으로 복원된 옛 건축물올림픽을 앞둔 파리에서는 옛 건축물을 현대적으로 복원한 명소들도 속속 문을 열고 있다. 파리 1구 퐁피두센터 근처인 레알 지역에 있는 ‘라 부르스 드 꼬메르스(la Bourse de Commerce)’는 건축가의 아이디어가 어떻게 도시의 옛 유적을 현대적인 감각의 미술관으로 탈바꿈시켜주는지를 보여준다.로마의 판테온처럼 돔과 돌로 지어진 건물은 원래 16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집 온 카트린 드 메디치 왕비의 저택이었다. 18세기에는 곡물거래소, 19세기에는 원자재 상품거래소, 20세기에는 파리 상공회의소로 쓰이기도 했다.밀과 같은 곡물을 저장하기 위해 강철구조물과 유리로 만든 돔과 넓은 내부 공간이 인상적이다. 이 건물은 3년간의 공사 끝에 미술품 경매사 크리스티, 명품 브랜드 구찌, 프렝탕 백화점 등을 소유하고 있는 프랑수와 피노(케어링 그룹 대표)의 5000여 점에 이르는 근현대 예술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리모델링을 맡은 일본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역사적인 건물 내부에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노출 콘크리트로 만든 높이 10m, 직경 30m의 원통모양의 구조물을 집어 넣는 실험적 디자인을 감행했다.원통모양의 구조물 내벽은 자연스럽게 미술품 전시장이 되고, 외벽엔 계단이 설치돼 5층 높이의 각 층의 전시장으로 연결된다. 천정까지 올라가면 돔 유리창 밑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는 프레스코화를 감상할 수 있다. 1889년 화가 알렉시스 조제프 마제롤이 미국과 아프리카, 아시아, 지중해, 북유럽, 러시아 등 전세계의 민속과 무역의 현장을 그린 그림은 산업화와 기술적 진보를 담은 시대의 유산을 그대로 담고 있다.파리 센강에 가장 오래된 다리인 퐁 네프 앞에 있는 사마리텐(Samaritaine) 백화점도 15년 간의 보수공사를 마치고 다시 문을 열었다. 150여 년전에 지어진 아르데코, 아르누보 양식의 기둥과 손잡이, 천장의 벽화까지 하나하나 원래대로 복원을 끝낸 것이다.2005년 붕괴위험이라는 안전상의 이유로 강제 폐점된 지 15년 만이었다. 이 백화점을 인수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은 백화점 문을 닫고 1조원 가량을 쏟아부어 대규모 복원 사업에 착수했다.아르누보 양식의 명작으로 꼽히는 5층 유리 천정 밑 공작새 프레스코화와 파사드를 비롯해 철제 기둥을 리벳으로 연결한 에펠 구조물, 계단과 문 손잡이 하나까지 모두 세심하게 복원됐다. 총 280개 업체와 3000명이 넘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한 리노베이션 작업이었다.또한 기존 건물 옆에는 우아한 파도처럼 물결치는 유리 외관을 자랑하는 현대적인 건물인 리볼리(Rivoli)관도 새롭게 공개됐다.수백년 전의 오래된 유적이 아니라 근대 산업화 시대의 유산을 이렇게 심혈을 기울여 복원해내는 것은 프랑스인이 아니면 쉽게 상상하기 힘들다. 이 백화점에서 럭셔리 브랜드 쇼핑을 하지 않더라도, 5층에 올라가 보아주 레스토랑에서 샴페인 한잔을 마시며 아르누보 양식 유리 지붕과 공작새가 그려진 프레스코 벽화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여행이 된다. 사마리텐 백화점은 1970년대 영화 ‘킹콩’을 소재로 한 광고로 인기를 끌었는데, 관광객의 동영상을 촬영해 광고에 합성해주는 코너도 있다. 킹콩의 손에서 붙잡힌 사람이 몸을 흔들며 ‘도와줘요~’ 하고 외치는 연기를 실감나게 해주는 것이 좋은 기념영상을 얻는 비결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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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막식 열리는 센강에서 수영을… 파리는 올림픽 경기장으로 변신 중[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내년 제33회 여름올림픽을 치르는 프랑스 파리는 현재 공사 중이다. 2019년 불이 난 노트르담 대성당은 거대한 크레인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오페라 가르니에 극장과 카루젤 개선문에도 가림막을 쳐놓은 채 외벽 보수 공사가 한창이다. 내년 7월 26일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주요 경기가 바로 파리의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올림픽 개막을 딱 1년 앞두고 경기장으로 쓰일 파리의 유서 깊은 랜드마크를 돌아보았다.● 센강에서 개막식과 수영 경기를내년 파리 올림픽의 중심은 센강이다. 센강 변 노트르담 대성당 앞 광장에는 임시 계단이 설치돼 있는데, 수많은 관광객이 계단에 앉아 보수 공사 중인 성당의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파리 올림픽은 기상천외한 개막식을 준비하고 있다. 주경기장이 아니라 센강에서 열리는 개막식이다. 160여 척의 배가 각국 대표 선수단을 태우고 파리 동쪽 오스테를리츠 다리에서 출발해 서쪽으로 6㎞를 지나 에펠탑 건너편 트로카데로 광장까지 수상 행진을 벌인다.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에펠탑 등 배가 파리의 명소를 지날 때마다 수상교향악단, 곡예사, 댄서 등이 화려한 퍼포먼스를 펼친다. 센강 주변에 마련된 객석에서 60만 명이 넘는 관중이 무료로 개회식을 지켜보는 사상 최대의 올림픽 개막식이다. 파리시는 수천억 원의 돈을 쏟아부어 새로운 경기장을 짓는 대신 파리 도심 랜드마크 건물 앞에 임시 경기장을 짓는 방식을 택했다. 에펠탑 아래 샹드마르스 광장에는 1만2860석 규모의 비치발리볼 경기장이 들어선다. 파리 군사학교(에콜 밀리테르) 건너편에는 유도와 레슬링 경기장이 들어서고, 나폴레옹 묘역이 있는 앵발리드 북쪽의 잔디 공원에선 한국의 태극 궁사들이 금빛 과녁을 겨눌 예정이다. 센강에서는 야외 수영대회도 열린다. 그랑팔레와 앵발리드를 잇는 알렉상드르 3세 다리가 그 무대다. 황금빛 날개가 달린 페가수스상이 서 있는 알렉상드르 3세 다리는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꼽히는 곳. 이 다리 밑에서 ‘철인3종 경기’(트라이애슬론)의 수영 경기가 펼쳐진다. 110명의 남녀 선수들은 센강 1.5km 구간에서 수영을 한 뒤, 사이클을 타고 샹젤리제 거리를 거쳐 개선문 구간까지 7바퀴(총 40km)를 달리고, 마라톤 10km를 달려 다시 알렉상드르 3세 다리로 골인하게 된다. 1923년 수질 오염으로 수영이 금지된 센강에서 100년 만에 다시 공식 수영 경기가 펼쳐지는 것이다. 파리시는 이를 위해 지난 7년간 14억 유로(약 2조 원)를 들여 하수처리장을 개선하고, 폐수 방류를 단속하는 등 대대적인 센강 수질 개선 작업을 펼쳐 왔다. 과연 올림픽 수영에 참가한 선수들의 피부 상태가 어떨지 궁금해진다. 알렉상드르 3세 다리 옆에 있는 그랑팔레(Grand Palais)는 1900년 파리 박람회 당시 전시관으로 쓰였던 건물. 에펠탑처럼 철골 구조물로 된 천장에 유리를 끼운, 당시로선 첨단 공법으로 지어졌던 이곳에서 펜싱과 태권도 경기가 펼쳐진다. 마라톤 경기 코스는 말 그대로 파리의 핵심 관광코스와 일치한다. 파리시청인 ‘오텔 드빌’에서 출발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무대가 됐던 오페라 가르니에, 방돔 광장 등을 거쳐 베르사유 궁전을 찍고 앵발리드에 도착하는 코스다. 17세기 절대왕정의 상징인 베르사유 궁전에서는 승마와 근대 5종 경기도 펼쳐진다. 베르사유 운하 옆에서 진행되는 승마 경기는 올림픽이 아니라 영화 속 장면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샹젤리제 거리와 튈르리 공원을 연결하는 콩코르드 광장은 올림픽 기간에 어반 스포츠의 주무대로 탈바꿈한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가 단두대에서 처형당했던 피의 광장이 역동적이며 현대적인 스포츠 경기장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스케이트보드부터 BMX프리스타일, 3×3 농구 그리고 이번 올림픽 때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브레이킹까지. 빠른 비트의 음악을 배경으로 한 젊고 새로운 스포츠의 무대로 바뀐다. 프랑스 파리는 1855년부터 1937년 사이에 8차례의 만국박람회를 개최하면서 세계적인 도시로 탈바꿈했다. 324m의 에펠탑(1889년) 등 당시에 지어진 건축물은 지금도 파리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다. 1924년 파리 올림픽 이후 100년 만에 열리는 이번 올림픽도 파리의 업그레이드된 아름다움을 TV 생중계를 통해 전 세계에 알리는 장으로 삼겠다는 포부다. ● 백화점, 미술관으로 복원된 옛 건축물올림픽을 앞둔 파리에서는 옛 건축물을 현대적으로 복원한 명소들도 속속 문을 열고 있다. 파리 1구 퐁피두센터 근처인 레알 지역에 있는 ‘라 부르스 드 코메르스(la Bourse de Commerce)’는 건축가의 아이디어가 어떻게 도시의 옛 유적을 현대적인 감각의 미술관으로 탈바꿈시켜 주는지를 보여준다. 로마의 판테온처럼 돔과 돌로 지어진 건물은 원래 16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집온 카트린 드메디시스 왕비의 저택이었다. 18세기에는 곡물거래소, 19세기에는 원자재 상품거래소, 20세기에는 파리 상공회의소로 쓰이기도 했다. 밀과 같은 곡물을 저장하기 위해 강철 구조물과 유리로 만든 돔과 넓은 내부 공간이 인상적이다. 이 건물은 3년간의 공사 끝에 미술품 경매사 크리스티, 명품 브랜드 구치, 프랭탕 백화점 등을 소유하고 있는 프랑수아 피노(케링 그룹 대표)의 5000여 점에 이르는 근현대 예술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리모델링을 맡은 일본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역사적인 건물 내부에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노출 콘크리트로 만든 높이 10m, 지름 30m의 원통 모양의 구조물을 집어 넣는 실험적인 디자인을 감행했다. 원통 모양의 구조물 내벽은 자연스럽게 미술품 전시장이 되고, 외벽엔 계단이 설치돼 5층 높이의 각 층 전시장으로 연결된다. 천장까지 올라가면 돔 유리창 밑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는 프레스코화를 감상할 수 있다. 1889년 화가 알렉시조제프 마즈롤이 미국과 아프리카, 아시아, 지중해, 북유럽, 러시아 등 전 세계의 민속과 무역의 현장을 그린 그림은 산업화와 기술적 진보를 담은 시대의 유산을 그대로 담고 있다. 파리 센강의 가장 오래된 다리인 퐁뇌프 앞에 있는 사마리텐 백화점도 15년간의 보수 공사를 마치고 다시 문을 열었다. 150여 년 전에 지어진 아르데코, 아르누보 양식의 기둥과 손잡이, 천장의 벽화까지 하나하나 원래대로 복원을 끝낸 것이다. 2005년 붕괴 위험이라는 안전상의 이유로 강제 폐점된 지 15년 만이었다. 이 백화점을 인수한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그룹)는 백화점 문을 닫고 1조 원가량을 쏟아부어 대규모 복원 사업에 착수했다. 아르누보 양식의 명작으로 꼽히는 5층 유리 천장 밑 공작새 프레스코화와 파사드를 비롯해 철제 기둥을 리벳으로 연결한 에펠 구조물, 계단과 문 손잡이 하나까지 모두 세심하게 복원했다. 총 280개 업체와 3000명이 넘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한 리노베이션 작업이었다. 또한 기존 건물 옆에는 우아한 파도처럼 물결치는 유리 외관을 자랑하는 현대적인 건물인 리볼리관도 새롭게 공개됐다. 수백 년 전의 오래된 유적이 아니라 근대 산업화 시대의 유산을 이렇게 심혈을 기울여 복원해 내는 것은 프랑스인이 아니면 쉽게 상상하기 힘들다. 이 백화점에서 럭셔리 브랜드 쇼핑을 하지 않더라도, 5층에 올라가 보아주 레스토랑에서 샴페인 한잔을 마시며 아르누보 양식 유리 지붕과 공작새가 그려진 프레스코 벽화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여행이 된다. 사마리텐 백화점은 1970년대 영화 ‘킹콩’을 소재로 한 광고로 인기를 끌었는데, 관광객의 동영상을 촬영해 광고에 합성해 주는 코너도 있다. 킹콩의 손에 붙잡힌 사람이 몸을 흔들며 ‘도와줘요∼’ 하고 외치는 연기를 실감나게 해주는 것이 좋은 기념 영상을 얻는 비결이다. 파리=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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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오륙도

    “오륙도 돌아가는 연락선마다∼.” 조용필의 노래에 나오는 오륙도(五六島)는 부산항을 드나드는 각종 배들이 반드시 지나야 하기 때문에 부산의 상징이다. 오륙도는 용호동 앞바다에 솟아있는 6개의 바위섬이다. 1740년에 편찬된 동래부지에 “오륙도는 동쪽에서 보면 여섯 봉우리가 되고, 서쪽에서 보면 다섯 봉우리가 되어 이렇게 이름한 것”이라고 이름의 유래가 설명돼 있다. 폭우가 쏟아진 지난 주말 오륙도 위에 짙은 구름이 끼어 더욱 신비스럽게 보였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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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고교생이 크루즈 여행객을 열렬히 환영하는 이유[전승훈의 아트로드]

    지난달 부산항에서 출발해 일본 규슈지방을 다녀오는 3박4일짜리 크루즈선 여행을 했다. 나가사키와 구마모토에서 각각 하루씩 기항을 하고 부산항으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나가사키는 1571년에 포르투갈선이 처음 입항했던 항구로, 쇄국정책을 펼치던 에도시대 때 유일하게 외국에 개방한 도시다. 오페라 ‘나비부인’의 배경이 된 서양인들의 주거지였던 글로버가든, 유황 온천수가 솟아오르는 운젠지옥계곡 등을 구경할 수 있다. 또한 구마모토에서는 가토 기요마사의 성으로도 유명한 구마모토성과 수전사 공원 등이 관광 포인트다. 기항지 항구에 내려서 자유롭게 시내를 도보로 걸으면서 쇼핑을 하는 사람도 있고, 관광버스를 타고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점심식사가 포함된 패키지 여행을 하기도 한다. 나가사키 항구에 배가 정착하니 유서깊은 서양식 석조건물과 근대적인 항구도시 유적이 어우러져 있었다. 아침부터 비가 내리는 가운데 크루즈선에서 입국수속을 끝내고 관광버스를 타러 가는데, 일본의 전통 의상을 입은 남녀 연주자들이 환영의 음악을 연주했다. 보라색 의상을 입은 남자는 북을 치면서 쇠를 울리고, 기모노를 입은 여성들은 피리와 나팔, 서양의 관악기까지 불어가며 나긋나긋한 음조의 노래를 연주한다. 이들은 한국에서 온 크루즈 관광객들을 향해 “안녕하세요~” “곤니치와~”하며 손을 흔든다. 비가 오는 날에도 밝게 웃으며 연주를 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참 인사성이 밝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나가사키 관광을 마치고 오후 5시경 다시 크루즈선인 코스타세레나호로 돌아오는 데 이번에는 현지 고등학생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마중나왔다. 배가 정박해 있는 항구의 앞 마당에서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 수십명이 트럼펫, 호른, 트럼본 등 금관악기와 팀파니, 드럼, 베이스 등 타악기와 전자악기를 갖춘 밴드를 형성해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고교생들은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커다란 깃발을 휘두르며 춤을 추고, ‘오페라의 유령’ ‘캣츠’ 등 뮤지컬 음악과 팝송까지 연주하며 흥겹게 율동을 선보였다. 크루즈 승객들은 객실 창문 발코니에서, 갑판 위에서 일본 고교생들의 공연을 흥미롭게 지켜보며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드는 의문. 고등학생 밴드들까지 동원해서 왜 이렇게 친절하게 환영을 해주는거지? 다음날 구마모토에 기항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침에 하선할 때는 현지 주민 수십명이 나와서 구마모토를 상징하는 캐릭터인 곰돌이 ‘구마몽’ 인형을 흔들며 승객들을 환영했다. 또한 오후에 관광을 마치고 다시 크루즈선에 승선하러 왔을 때도 어김없이 동네주민들로 구성된 20여 명의 관악 오케스트라가 ‘뿜뿜~ 빵빵~’하는 소리를 내며 환영의 연주를 들려주었다. 크루즈선이 기항하는 일본의 지자체와 항구도시의 주민들은 왜 이렇게 크루즈 승객들을 극진히 환영의 인사를 하고 있는 것일까? 바로 크루즈의 경제적 효과 때문이다. 기항지에 내린 승객들은 적게는 200~3000명, 많게는 5000명이 넘는 승객이 동시에 내려서 5~7시간 동안 짧고 굵게 돈을 쓰고 간다. 크루즈선 1대가 기항지에 입항하면 승객 200여 명이 타는 대형 비행기 10대 이상에 맞먹는 효과를 낳게 된다. 크루즈 승객들은 이름난 자연경관과 문화유산만 관광하고 가는 것이 아니다. 나가사키, 구마모토의 관광코스 곳곳에는 면세점과 쇼핑센터가 활황이다. 크루즈의 특성상 공항 면세점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관광객들은 배에 오르기 전에 쇼핑센터에 들러 과자, 초콜릿, 사케, 위스키, 건강식품, 전자제품 등을 구입해 양손 가득 선물을 사서 배에 오른다. 또한 수천명의 기항지 관광객들은 시내 곳곳으로 퍼져 점심식사를 한다. 나가사키에서는 ‘나가사키 짬뽕’을 먹어보고, 구마모토에서는 지역의 명물인 ‘말고기 스시’를 맛보는 것이다. 이렇게 크루즈선이 도착하면 그날 하루는 온 시내가 관광객들로 들썩들썩한다. 크루즈를 이용하는 여행객들의 평균 지출 비용도 상대적으로 높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크루즈 관광객들이 기항지에서 지출하는 금액은 1인당 평균 700달러(약 90만원) 이상이다. 이는 비행기 등 다른 여행수단을 통해 찾아오는 관광객의 평균 지출액에 비하면 3배 이상 많다. ‘탐험 크루즈’로 불리는 초대형 크루즈를 이용해 여행하는 고객들은 기항지에서 1인당 평균 1500달러(약 195만원)를 소비하는 것을 집계됐다. 이 뿐 아니다. 세레나 코스타 크루즈선에서는 매일 3000여 명의 승객과 1400여 명의 승무원들이 식사를 해야 한다. 엄청난 양의 채소와 달걀, 닭고기, 생선 등의 식자재와 물, 전기와 연료가 필요하다. 크루즈선은 기항지에 들를 때마다 물과 식자재를 보충하고, 엔진에 들어가는 기름을 보충해야 한다. 또한 배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기항지에 맡겨 처리해야 하기도 한다. 크루즈선이 기항지의 프로비저닝(식품, 음료 조달)을 맡는 전문 팀의 역할을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정기적으로 크루즈선이 입항하는 지자체의 경우 관광수입 뿐 아니라 프로비저닝 수입이 지방경제에 큰 도움을 주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산, 인천, 속초, 여수, 제주, 서산 등 6개 지자체에서 크루즈선 입항을 유치하려고 하고 있다. 국내 크루즈선 입국자는 2019년 한해에만 27만 명을 기록했지만, 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크루즈선 입항 전면금지로 관련 산업이 큰 타격을 입었다. 팬데믹 이후 전세계에서 크루즈 여행이 다시 본격화하자 아시아 시장에서도 각국 지자체들의 기항지를 선점하려는 유치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 아시에서는 현재 엔저를 타고 일본이 기항지로 가장 인기라고 한다. 대만~오키나와를 오가는 크루즈는 벌써 활황이고, 한국~일본~대만을 오가는 노선, 싱가포르, 필리핀, 태국 등도 본격적인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코로나19로 중단됐던 해외 크루즈선을 유치하기 위해 부산, 제주, 인천, 속초, 여수, 서산 등 6개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부산은 올 하반기 대형 국제크루즈선이 40여 차례 부산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주도 최근 국제크루즈 포럼을 열었다. 국제 크루즈 여행을 해본 사람들은 색다른 도시를 가고 싶어하므로, 한국의 K팝과 K드라마 열풍에 따라 한국의 항구도시에 대한 국제 크루즈 수요도 점점 커지고 있다. 크루즈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는 정책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일본 나가사키, 구마모토의 주민들의 따뜻한 환대처럼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관광객을 맞아주는 친절함도 필요할 것 같다. ●크루즈 여행정보올해 여름과 가을 시즌에는 부산, 속초, 제주 등지에서 일본 규슈, 홋카이도, 오키나와, 대만 타이베이 등으로 가는 다양한 크루즈선이 출발한다. 겨울 시즌에는 따뜻한 홍해 크루즈가 인기다. 홍해 크루즈는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등 3개국을 10일간 여행하는 코스다. 출발은 올해 11월 24일, 12월 8일, 22일, 내년 1월 26일 등 4차례. 항공편으로 카이로로 이동한 후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체험한 뒤 수에즈만 인근의 수크나항에서 크루즈여행을 시작한다. 요르단의 페트라와 알아카바,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 이집트 룩소르 등지를 여행한다. 9만2000t 규모에 길이가 290m에 이르는 ‘MSC오케스트라’호에는 승객 2600명, 승무원 900명이 승선한다. 나가사키·구마모토=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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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시작된 크루즈 여행, 선내에서 100배 즐기는 방법[전승훈의 아트로드]

    크루즈 여행의 계절이 돌아왔다. 코로나19로 발이 묶였던 국내 크루즈 여행이 3년 8개월 만에 부산항, 속초항 등지에서 본격 시작됐다. 그런가하면 홍해와 지중해 등 해외 크루즈 여행 상품도 본격적으로 손님을 모집하고 있다. 크루즈는 배라기 보다는 바다 위에 떠나니는 거대한 리조트. 선내에서 숙식은 물론 다양한 이벤트도 즐길 수 있는 크루즈 여행은 가족과 친지, 동창과 함께라면 더욱 즐거운 단체 여행의 백미다. ●크루즈 선내에서 100배 즐기기지난달 초 KTX 부산역에서 구름다리를 건너면 10분만에 도착하는 부산항국제여객선터미널. 1700여 명의 승객과 1400명의 승무원이 탄 대형 크루즈선 ‘코스타 세레나호’가 정박해 있는 모습은 상상을 초월했다. 배라기 보다는 11층 높이의 호텔 수십채가 연결돼 있는 바다 위의 리조트를 연상케했다. 승객들이 승선 수속을 마치자 크루즈선은 부산항대교 아래를 미끄러지듯 통과하며 출항을 시작했다. 코로나19로 크루즈 운항이 중단된지 3년8개월여 만에 다시 시작된 국내 항구에서 출발하는 전세 크루즈선 여행이었다. 부산항에서 출발한 이 배는 일본 규슈(九州) 지방의 나가사키(長崎)와 구마모토(熊本)에서 기항지 여행을 하고 돌아오는 3박4일짜리 코스였다. 크루즈 여행의 특징은 직접 운전하거나 대중교통을 타고 관광지를 찾아갈 필요도 없고, 숙소를 고르고, 식당을 찾아 헤맬 필요도 없다. 갑판 위에서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깅을 하고, 밤에는 달과 별을 구경하기도 한다. 바다가 보이는 야외 수영장에서 설치돼 있는 워터슬라이드를 타고 물 속으로 풍덩 빠지는 것도 이색적인 경험이다. 크루즈 여행에 온 사람들은 부모님 환갑, 칠순을 맞아 형제, 자매가족끼리 온 사람도 있고, 동창회와 향우회, 동호회원들끼리 단체로 여행을 온 사람들이 많았다. 세 형제가 가족들과 함께 여행 온 김현수 씨(52)는 “가족끼리 여행을 해봤어도 이렇게 많은 대화를 한 것은 처음”이라며 “한 배를 타고 여유있게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크루즈 여행의 묘미”라고 말했다. 11만4500톤 급의 코스타세레나호는 전장이 289.6m. 최대 3617명의 승객에 1200여 명의 스태프를 포함해 최대 4800명까지 태울 수 있다. 배 안에는 대극장과 카지노, 면세점, 마사지숍, 8개의 수영장과 자쿠지, 8개의 레스토랑과 스낵바, 10개의 바와 라운지가 있는 거대한 리조트다. 특히 승객들이 기항지 관광을 마치고 돌아오는 저녁시간부터 선내에서의 이벤트는 하이라이트를 맞는다. 승객들은 선내 곳곳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곁들인 정찬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저녁을 먹을 즈음, 배는 벌써부터 출항을 시작한다. 내일 새로운 기항지 관광을 할 도시로 밤새 이동하기 위해서다. 저녁을 먹자마자 배가 떠나는 이유는 또 있다. 항구에서 벗어나 공해상으로 배가 나가게 되면 면세점과 카지노의 문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기항지 국가와 맺은 협약 때문에 배가 항구에 정박하고 있을 때에는 면세점과 카지노는 문을 열 수 없다. 크루즈 안의 면세점에는 보석, 시계, 화장품, 가방 등 럭셔리한 브랜드 제품 쇼핑객으로 가득찬다. 이슬람국가를 여행할 때 가장 큰 제약은 술을 마시는 걸 금지하거나 제약이 많다는 점이다. 그래서 크루즈 여행을 선택하기도 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요르단 등의 이슬람국가들을 여행하는 홍해크루즈의 경우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는 술을 판매할 수 없다. 그러나 공해상으로 배가 빠져나오면 해당 국가의 법률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술을 판매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공연과 댄스, 타로점이 있는 파티크루즈 선에서 저녁을 먹고 쇼핑까지 마쳤다면, 이제는 화려한 드레스로 갈아 입을 차례다. 부산항에서 출발해서 일본 규슈 지역을 다녀오는 크루즈선이라 승객의 90% 이상이 한국인 관광객들인 전세 크루즈선이었음에도, 저녁시간 대 수많은 여성들이 세련된 드레스 차림으로 갈아 입고 나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남성들은 아직까지 아웃도어 차림으로 저녁 파티에 나타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여성들은 미리 이브닝 드레스를 준비해 와 파티 분위기를 한껏 냈다. 저녁을 먹고 많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대극장이다. 3,4,5층까지 이어지는 대극장에서는 매일 밤 오후 8시반부터 1시간 가량 메인 공연이 펼쳐진다. 러시아와 동유럽 출신 남녀 무용수들이 펼치는 아크로바틱 댄스, 서커스와 마술, 뮤지컬과 콘서트 공연에 사람들은 아낌없이 박수를 보낸다. 마지막 날에는 이탈리아인 선장과 스태프들이 샴페인잔을 들고 승객들에게 환송 인사를 하고, 사진을 찍는 파티를 연다. 대극장 공연이 끝나면 크루즈선 곳곳에서 파티가 본격적으로 이어진다. 그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전국에서 온 라틴 댄스동호회 회원들이었다. 우아한 드레스를 입은 회원들은 메인 홀 에서 자리를 잡았고, 필리핀, 말레이시아 출신 악단이 현장에서 직접 연주하는 음악에 맞춰 왈츠부터 바차타, 탱고까지 날아갈 듯 가볍게 댄스를 선보였다. “라틴댄스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크루즈 선에서 춤을 추는 것은 평생의 로망입니다. 취미로 댄스를 배우던 사람들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화려한 선상무대에서 춤을 추는 것은 가슴 벅찬 순간이죠. 언젠가 크루즈선에서 춤을 추기 위해 댄스를 배우기 시작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임상용 씨는 10여 년 전부터 동호회원들과 함께 지중해, 북유럽, 알래스카, 멕시코 등을 다녀오는 크루즈 여행을 주최해왔다고 한다. 그는 서양 관광객들이 많이 타는 지중해, 홍해, 유럽과 미주의 장거리 크루즈선에서는 밤마다 댄스파티가 열리기 때문에, 크루즈 관광객에게 춤추기 능력은 여행의 기본적인 준비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댄스 동호회원들과 함께 여행하다보면 외국인들과도 댄스로 교류하고, 자연스럽게 소통하면서 여행은 더욱 즐거워진다”고 말했다. 선상의 다른 쪽의 무대에서는 부산에서 온 노래강사가 이끌고 온 동호회원 40~50명이 노래자랑 대회를 열었다. 그런가 하면 한쪽 테이블에는 ‘타로와 함께 하는 크루즈 여행’이라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타로 동호회원들이 승객들에게 1만원을 받고 상담을 해주며 함께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었다. 기자도 타로 점이 처음이라 한번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다. 양력생일로 별자리를 찾고, 카드를 3장을 뽑았다. 우연히 뽑은 카드에 나온 그림들이 현재의 내가 처한 상황과 묘하게 연결되고, 특히 마지막 카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의 실마리를 주는 듯한 느낌을 받아 신기했다. 타로카드는 미래의 운세를 점친다기 보다는, 현재의 내 고민을 들어주고 잘 설명해주는 심리상담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친구끼리 크루즈 여행을 왔다면? 갑판부터 수영장 주변, 홀 곳곳에 있는 바를 돌며 한 잔씩 하는 경험도 나쁘지 않다. 한 잔 한 잔 주문할 경우 맥주와 와인, 위스키 한잔이 5달러 정도하지만, 35달러 정도를 내면 3박4일간 음료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크루즈 여행은 중장년층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 외로 젊은 승객들도 디스코텍이나 바에서 밤늦게까지 모임을 가지며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힐링의 크루즈 여행크루즈선에서는 이렇게 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 구마모토에서 밤에 출발해 부산항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날 아침, 기항지 관광이 없을 때에는 선내 곳곳에서는 요가 레슨과 건강한 걸음걸이, 전문의와 함께 하는 건강강좌가 펼쳐진다. 또한 부동산 전문가가 해설해주는 부동산 투자 특강도 펼쳐지기도 한다. 이렇게 오늘 선내에서 어떤 파티와 공연, 강좌 등 이벤트가 열리는지 알기 위해서는 매일 아침 객실 문 앞에 꽂히는 ‘크루즈 신문’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참석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으면 밑줄 쫙~. 크루즈 여행을 홀로 왔거나 커플끼리만 와서 서먹서먹하다면? 이들을 위해 분위기를 띄워주고, 주변과 함께 어울리게 도와주는 사람들이 ‘애니메이터(Animator)’다. 이탈리아, 러시아, 중국, 인도시아, 필리핀, 호주 등 세계 각국에서 온 다국적 젊은이들이다. 이들은 메인 로비에서 환영파티 때 춤을 추기도 하고, 밤마다 화려한 의상으로 갈아 입고 승객들과 사진을 찍어준다. 애니메이터 중에는 어린이들과 함께 놀아주는 사람들도 있다. 낮에 기항지 관광에 가지 못하는 유아나, 저녁에 아이들을 돌봐주는 사람들이다. 아이들은 전용공간에서 게임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고, 유아 전용풀에서 물놀이를 하면서 애니메이터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크루즈 선내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스러운 공간이 있었다면? 그것은 바로 사우나다. 한국, 일본, 중국, 대만, 싱가폴, 태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 크루즈 여행을 확대해온 코스타세레나호는 9층과 10층에 대형 스파시설을 갖추고 있다.바다를 바라보며 실내자전거와 러닝머신을 탈 수 있는 피트니스 센터 옆에는 대형 자쿠지 풀이 있고, 일본식, 중국식 건식사우나 시설과 핀란드식 습식사우나 시설을 갖추고 있다. 타일이 붙어 있는 따뜻한 돌로 된 릴렉스 의자에 누워서 가운을 입고 사우나를 할 수 있는 데, 유리창을 통해 바다에 떠 있는 섬들 사이로 햇살이 부서진다. 마사지의 경우에는 1회 받는데 200달러 가량하기 때문에 손님이 많지 않다. 그런데 사우나는 사흘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패스가 99달러다. 객실의 샤워실도 나쁜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호텔보다는 좁은 부스에서 간단히 샤워를 해야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사우나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패스를 끊은 후로 크루즈에서의 삶이 달라졌다. 먼저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사우나로 달려간다. 바다를 바라보며 피트니스센터에서 러닝머신으로 간단하게 몸을 푼다. 물론 본격적인 운동을 하고자 함은 아니다. 바다를 바라보며 런닝머신을 뛰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기항지 여행을 마치고 저녁에 돌아온 후에도 바로 사우나로 향한다. 여행의 피로를 넓은 자쿠지 풀에서 수압으로 근육마사지로 풀어낸다. 하얀색 수건으로 된 가운을 입고 사우나에 가서 따뜻한 타일이 붙어 있는 돌의자에 누워 바다를 바라본다. 스르르 감기는 눈. 적당히 따뜻한 온도에 땀이난다. 한층 더 올라가면 마사지실 밖으로는 카페처럼 차를 마시는 공간이 있다. 티백에 담긴 녹차와 홍차, 꽃차 중에 하나를 골라 컵에 뜨거운 물을 따르고 차를 우려낸다. 릴렉스 의자 위에서 발을 뻗고 창 밖으로 바다를 바라보며 차를 마신다. 크루즈 여행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힐링의 순간이었다. ●크루즈 여행정보올해 여름과 가을시즌에는 부산, 속초, 제주 등지에서 일본 규슈, 홋카이도, 오키나와, 대만 타이페이 등으로 가는 다양한 크루즈가 출발한다. 겨울시즌에는 따뜻한 홍해 크루즈가 인기다. 11월24일, 12월8,22일, 내년 1월26일 등 4차례 출발하는 홍해 크루즈는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3개국을 10일간 여행하는 코스다. 항공편 카이로로 이동한 후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체험한 뒤 수에즈만 인근의 수크나항에서 크루즈여행을 시작한다. 요르단의 페트라와 알아카바,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 이집트 룩소르 등지를 여행한다. 9만2000톤 규모에 길이 290m에 이르는 ‘MSC오케스트라호’에는 승객 2600명, 승무원 900명이 승선한다. 나가사키·구마모토=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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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상에서 감상하는 일출… 다시 시작된 크루즈 여행[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크루즈 여행의 계절이 돌아왔다. 코로나19로 발이 묶였던 국내 크루즈 여행이 3년 8개월 만에 부산항, 속초항 등지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런가 하면 홍해와 지중해 등 해외 크루즈 여행 상품도 본격적으로 손님을 모집하고 있다. 크루즈선은 배라기보다는 바다 위에 떠다니는 거대한 리조트다. 숙식은 물론이고 화려한 이벤트가 가득한 크루즈 여행은 가족과 친지, 동창과 함께라면 더욱 즐거운 단체 여행의 꽃이다. ● 크루즈 선상에서 댄스를 지난달 초 KTX 부산역에서 구름다리를 건너면 10분 만에 도착하는 부산항국제여객선터미널. 1700여 명의 승객과 1400명의 승무원이 탄 대형 크루즈선 ‘코스타 세레나’호가 정박해 있는 모습은 상상을 초월했다. 배라기보다는 11층 높이의 호텔 수십 채가 연결돼 있는 바다 위의 리조트를 연상케 했다. 승객들이 승선 수속을 마치자 크루즈선은 부산항대교 아래를 미끄러지듯 통과하며 출항했다. 코로나19로 크루즈선 운항이 중단된 지 3년 8개월여 만에 다시 시작된, 국내 항구에서 출발하는 전세 크루즈선 여행이었다. 부산항에서 출발한 이 배는 일본 규슈(九州) 지방의 나가사키(長崎)와 구마모토(熊本)에서 기항지 여행을 하고 되돌아오는 3박 4일짜리 코스였다. 크루즈 여행의 특징은 직접 운전하거나 대중 교통을 타고 관광지를 찾아갈 필요도 없고, 숙소를 고르거나 식당을 찾아 헤맬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갑판 위에서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바라보며 조깅을 하고, 밤에는 달과 별을 구경하기도 한다. 바다가 보이는 선상 야외 수영장에서 워터슬라이드를 타고 물속으로 풍덩 빠져보는 것도 이색적인 경험이다. 크루즈 여행은 부모님 환갑이나 칠순을 맞아 형제 자매 가족끼리 온 사람들도 있고, 동창회와 향우회, 동호회원들끼리 온 단체 여행객들이 많았다. 세 형제가 부양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온 김현수 씨(52)는 “가족끼리 여행을 해봤어도 이렇게 많은 대화를 한 것은 처음”이라며 “한배를 타고 여유롭게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크루즈 여행의 묘미”라고 말했다. 11만4500t급의 크루즈선 코스타 세레나호는 전장이 289.6m로 최대 3617명의 승객에 약 1200명의 스태프를 포함하면 최대 4800명까지 태울 수 있다. 대극장과 카지노, 면세점, 마사지숍, 8개의 수영장과 자쿠지, 8개의 레스토랑과 스낵바, 10개의 바와 라운지가 있는 거대한 리조트다. 승객들이 기항지 관광을 마치고 돌아오면 선내에서는 멋진 하이라이트 이벤트가 준비돼 있다. 와인 한잔을 곁들인 저녁을 먹을 즈음 배는 출항을 시작하는데, 다음 날 새로운 기항지 관광 도시로 밤새 이동하기 위해서다. 배가 항구를 벗어나면서 면세점과 카지노가 영업을 시작한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인 오후 8시 반에는 3, 4, 5층에 걸쳐 있는 대극장에서 화려한 뮤지컬, 서커스, 마술 등의 공연이 펼쳐진다. 선내 곳곳의 크고 작은 무대에서도 파티가 이어진다. 남성들은 여전히 아웃도어 차림이 많은 반면에 여성들은 대부분 파티용 드레스를 챙겨 와 갈아입고 나온 모습이 놀라웠다. 그중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사람들은 전국에서 온 라틴댄스 동호회 회원들. 이들은 필리핀 악단이 직접 연주하는 탱고, 바차타, 왈츠 음악에 맞춰 날아갈 듯 춤을 추었다. 10여 년 전부터 동호회원들과 함께 아시아뿐 아니라 지중해, 알래스카, 멕시코 등 크루즈 여행을 주최해온 임상용 씨는 “크루즈선에서 춤을 추는 것은 라틴댄스를 배우는 사람들에게는 평생의 로망”이라며 “취미로 댄스를 배우던 사람들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화려한 선상 무대에서 춤을 추면 가슴이 벅차 오른다”고 말했다. 선상의 다른 쪽 무대에서는 부산의 노래강사가 이끌고 온 동호회원 40∼50명의 노래자랑 대회가 열렸다. 그런가 하면 한쪽 테이블에는 ‘타로와 함께하는 크루즈 여행’이라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타로 동호회원들이 승객들에게 1만 원을 받고 상담을 해주며 함께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었다. 이 밖에도 크루즈선에는 건강강좌와 요가클래스, 부동산 투자, 어린이 스포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선내에서 오늘 어떤 파티와 공연, 강좌가 열리는지 알기 위해선 매일 아침 객실 문 앞에 꽂히는 ‘크루즈 신문’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크루즈선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공간을 꼽는다면? 단연 사우나였다. 창 밖으로 바다를 바라보며 따뜻한 타일이 붙어 있는 릴랙스 의자에 누워 사우나를 하는 기분은 남다르다. 2개 층에 있는 사우나는 일본식, 중국풍 사우나, 핀란드식 습식사우나, 자쿠지 풀까지 다양하다. 마사지는 1회에 200달러 가까이 하지만, 사흘간 사우나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패스는 99달러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시로 피로를 풀 수 있고, 바다가 보이는 넓은 카페 같은 공간에서 여유 있게 차를 마시는 것은 크루즈 여행 최고의 힐링 순간이었다. ● 크루즈 승객들에 대한 열렬한 환영부산항에서 출발한 크루즈선은 일본의 나가사키와 구마모토에서 각각 하루씩 기항지 관광을 한다. 나가사키는 1571년에 포르투갈선이 입항했던 항구로, 쇄국정책을 펼치던 에도시대 때 유일하게 해외에 개방한 도시다. 오페라 ‘나비부인’의 배경이 된 서양인들의 주거지였던 글로버가든, 유황 온천수가 솟아오르는 운젠지옥계곡 등을 구경할 수 있다. 또한 구마모토에서는 가토 기요마사의 성으로도 유명한 구마모토성이 관광 포인트다. 그런데 항구에서 승하선을 할 때 일본 현지인들의 열띤 환영·환송 행사가 눈길을 끌었다. 나가사키 항구에 내릴 땐 비가 내리는 가운데에도 전통 의상을 입은 연주자들이 북을 치고 나팔을 불며 환영의 음악을 연주하더니,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는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악단이 노래와 춤을 선보였다. 다음 날 구마모토에 기항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승하선 시 구마모토시를 상징하는 캐릭터인 곰돌이 ‘구마몬’ 인형과 깃발을 흔드는 동네 주민들로 구성된 20여 명의 관악 오케스트라가 “뿜뿜∼ 빵빵∼” 환영의 연주를 들려주었다. 크루즈선이 기항하는 일본의 지자체와 항구도시 주민들은 왜 승객들을 극진히 환대하고 있는 것일까? 바로 크루즈의 경제적 효과 때문이다. 크루즈선 1대가 기항지에 입항하면 2000∼3000여 명의 승객이 동시에 내려 식사와 쇼핑 등으로 돈을 쓰고 간다. 이는 200여 명이 탑승하는 대형 비행기 10대에 맞먹는 효과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크루즈 관광객들이 기항지에서 지출하는 금액은 1인당 평균 700달러(약 90만 원) 이상이다. 이는 비행기 등 다른 여행수단을 통해 찾아오는 관광객의 평균 지출액에 비하면 3배 이상 많다. 이뿐 아니다. 크루즈선은 기항지 항구에서 정박할 때마다 물과 식자재, 연료를 보충하기 때문에 지자체로서는 막대한 수입이 생기게 된다. 우리나라도 코로나19로 중단됐던 해외 크루즈선을 유치하기 위해 부산, 인천, 속초, 여수, 제주, 서산 등 6개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 크루즈 여행 정보올해 여름과 가을 시즌에는 부산, 속초, 제주 등지에서 일본 규슈, 홋카이도, 오키나와, 대만 타이베이 등으로 가는 다양한 크루즈선이 출발한다. 겨울 시즌에는 따뜻한 홍해 크루즈가 인기다. 11월에 출발하는 홍해 크루즈는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등 3개국을 10일간 여행하는 코스다. 항공편으로 카이로로 이동한 후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체험한 뒤 수에즈만 인근의 수크나항에서 크루즈 여행을시작한다. 요르단의 페트라와 아까바,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 이집트 룩소르 등지를 여행한다. 9만2000t 규모에 길이가 290m에 이르는‘MSC오케스트라’호에는 승객 2600명, 승무원 900명이 승선한다. 출발은 올해 11월 24일, 12월 8일, 22일, 내년 1월 26일 등 4차례. 문의는 크루즈여행닷컴.글·사진 나가사키·구마모토=전승훈 기자raphy@donga.com}

    • 2023-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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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 중 마주치는 ‘바위에 새긴 불상’ 마애불 [전승훈의 아트로드]

    여행을 하다보면 숲이나 계곡, 바닷가에서 마애불(磨崖佛)을 심심찮게 만난다. 마애불은 바위에 새긴 불상이다. 절에 있는 불상이 목조나 철, 청동, 금동으로 조각돼 있거나 탱화로 그려져 있다. 절에 모셔진 불상은 엄격한 도상학적 의미에서 그려지기 때문에 손가락의 모양이나 눈빛, 미소, 의상까지 완벽한 비례와 형식미를 갖추고 있다.그러나 산속이나 바닷가 돌과 바위에 새겨진 마애불은 그렇지 않다. 절이 없는 깊은 산이나 동네 마을 뒷산에 마애불을 모시고, 백성들이 기도하는 민간신앙의 현장이었다. 그래서인지 마애불의 부처님은 좀더 친숙한 우리네 한국인의 얼굴을 닮았고, 천진난만한 아기의 미소를 짓는 경우도 많다. 엄격한 부처님 대신에 생활 속에 가까이 하고 싶은 얼굴을 새겨넣어서인지도 모른다. 온갖 비바람과 눈보라, 뜨거운 햇볕과 같은 풍상을 겪으면서도 마애불은 우리 곁을 지켜왔다. 화강암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마애불의 거칠거칠한 질감은 박수근 화백의 화폭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화강암은 새기기도 어렵지 않기만, 보존도 잘 되는 편이어서 현재까지 수많은 마애불이 우리 곁에 남아 있다. 마애불은 기원전 2,3세기 인도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아잔타, 에룰라 등 석굴사원의 입구나 주벽에 새겨져 있다. 탈레반이 파괴했던 아프가니스탄 힌두쿠시 산맥 절벽에 조성됐던 바미안 석불도 마애불이다. 마애불은 중국을 거쳐서 국내로도 들어왔다. 한국에서는 7세기 백제에서부터 마애불이 시작됐다고 한다. 백제시대의 작품인 서산마애삼존불을 비롯해 국보로 지정된 것만도 28개나 된다. 경주 남산에는 마애불군이 있는데, 쓰러진 채 600년을 버틴 마애불의 오똑한 콧날이 땅과의 5cm의 틈사이로 보존돼 있는 모습이 화제가 된 적도 있다.수묵화가 호림 남행연 작가가 평생 사랑해왔던 ‘마애불’을 주제로 한 전시를 열게 됐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7월12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루벤이다. “3년 전 전북 고창 선운사에 한 1주일간 머물 때, 매일 두번씩 도솔암에 올라가 마애불을 보고 왔어요. 거대한 바위산을 깎아서 만든 마애불의 크기가 어마어마했지요. 사람이 개미만해 보일 정도였어요. 도솔암에서 마애불을 만난 감동은 아직도 잊지 못해요.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에도 마애불의 존재가 내 가슴을 달구었습니다. 그래서 마애불을 그리게 됐고, 마애불과의 사랑이 시작됐습니다.”남 작가는 이후 전국의 마애불상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그는 “우리나라에 그토록 많은 마애불이 있고, 보물로 지정된 마애불도 많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온갖 풍상과 시련에도 당당하게 견뎌온 마애불을 수묵화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붓에 먹물을 묻혀 수백 번, 수천 번의 점을 찍어 마애불의 화강암 질감을 표현하면서도, 그 속에 담긴 해맑은 미소를 담아내야 했다. 그는 “하나하나 점을 찍어 마애불을 그리면서 내 자신이 돌처럼 단단해져 감을 느꼈다”며 “그것은 마애불이 견뎌온 긴 세월을 몸소 체험해보기 위한 작은 몸부림이었다”고 말했다. 남 작가의 마애불 그림을 보면 프랑스 후기 인상파 화가인 조르주 쇠라의 ‘점묘법’처럼 수많은 점들로 이뤄진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심지어 먹물로 찍은 점 위에 돌가루와 호분(바닷가 모래사장의 굴, 대합 등 조개를 빻아 만든 흰색 안료)을 뿌려 마애불의 질감을 표현해냈다. 이번 전시에서는 운주사 석불, 내금강 삼존 마애불 창군, 괴산 원풍리 마애이불좌상 등의 그림이 전시된다. 그 중에서도 경주 불국사 석굴암 내부에 자리잡고 있는 본존불(국보 24호) 그림은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다. “경주 불국사 주지 스님의 배려로 저녁 노을 속 토굴에서 석굴암 부처님을 뵐 수 있었습니다. 신라시대에 조성된 부처님이라곤 믿을 수 없을 만큼 웅장하고 장엄하고, 아름다운 모습에 삼배를 올리면서 나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흘러나왔습니다.”​여행을 다니다보면 만날 수 있는 마애불 중에는 장난꾸러기처럼 해학적인 모습의 부처님도 있다. 사람 얼굴처럼 생긴 돌이나 바위 중에는 미륵불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경우도 많다. 함께 답사를 다니는 지인 중에 전국에 있는 수령 수백년이 넘는 노거수를 찾아 답사하는 나무 전문가가 있다. 그런데 또 다른 친구는 돌과 바위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두 사람은 나무를 보러다니면서도, 마애불도 함께 챙겨보는 여행을 다닌다. 산과 들에 꽃도 피고, 나무도 자라고 있지만, 숨어 있는 마애불을 찾고 감상하는 일도 좋은 여행이 될 것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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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개비]한계령 휴게소

    강원 인제와 양양을 잇는 국도 44호선을 넘어가는 고개 정상의 ‘한계령 휴게소’는 드라이브할 때 꼭 들르는 명소다. ‘올림픽 주경기장’과 ‘공간사옥’을 설계한 건축가 김수근(1931∼1986)이 1981년에 지은 작품이다. 설악산 능선을 따라 그대로 이어진 지붕선이 자연의 풍경에 녹아든다. 기암괴석 칠형제봉이 한눈에 들어오는 경관을 즐기며 먹는 황태해장국이 별미다. 또 16가지 한약재를 달여 만드는 약차도 이 휴게소의 명물이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23-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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