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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자가 750만 명을 훌쩍 넘어선 가운데 2차 대유행에 대한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로버트 레드필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4월 21일 올겨울 미국에서 2차 파동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호주와 러시아 보건당국도 올가을 2차 파동을 예상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도 4월 언론 브리핑에서 “2차 대유행은 올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같은 날 “2차 대유행에 대한 경고는 과장이 아니라, 과학과 데이터에 근거한 진지한 충고”라고 말했다. 각국 보건당국의 이런 경고들은 대다수 국가의 코로나19 항체 형성률이 여전히 낮다는 데 근거하고 있다. 항체는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병원체가 몸속에 들어오면 면역세포들은 이를 인지하고 공격하는데 이 과정에서 항체가 생성된다. 항체는 병원체가 가진 특이 단백질(항원)에 달라붙어 이를 제거한다. 항체 형성률은 치료제와 백신과 더불어 코로나19 사태 종식을 이끌 대안으로 지목된 ‘집단면역’에선 매우 중요한 핵심 요인이다. 집단면역은 특정 지역 사회 구성원 상당수가 감염병에 대한 항체를 가진 상태를 뜻한다. 전문가들은 전 국민의 60∼70%가 항체를 보유하면 감염병의 전파가 느려지거나 멈춘다고 보고 있다. 전파력이 높은 감염병일수록 종식을 위해선 집단면역 형성이 중요하다. 공기로 전파되는 홍역은 인구의 95%가 면역력을 갖춰야 집단면역이 형성되는 것으로 판단한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집단면역 정책을 공식적으로 내세운 나라는 정확하게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일부 외신과 국내 언론이 집단면역 정책을 펼친 나라로 지목한 스웨덴도 주한 스웨덴 대사관을 통해 확인한 결과 실제 정책을 펼친 일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의 경우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주를 제외하고 전 세계적으로 항체 형성률이 낮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달 11일 북부 롬바르디아의 인구 57%가 항체를 형성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코로나19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미국 뉴욕 시민들의 항체 형성률은 25%, 영국 런던 시민의 항체 형성률은 17%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스웨덴 정부는 올 4월 말까지 수도 스톡홀름에서 스웨덴 국민의 항체 형성률은 7.3%에 머문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일본도 이달 10일까지 0.43%, 스페인은 이달 4일까지 5.2%에 불과하다. 국내의 항체 형성률은 현재 분석 중이다. 과학자들은 이처럼 항체 형성률이 낮은 이유로 방역 조치로 사회 구성원들이 코로나19에 충분히 노출되지 않았다는 점과 항체 형성이 잘 안 되는 코로나19의 고유한 특성을 꼽고 있다. 전문가들의 우려는 코로나19에 대한 충분한 항체를 갖지 못한 사회일 경우 가을과 겨울에 2차 파동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확산세가 한풀 꺾인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대다수 국가에서는 여전히 소규모 감염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 언제든 조건만 마련되면 작은 불씨가 큰불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과학자들은 항체 연구에 공을 더 들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항체는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까지 나온 연구 결과들을 종합하면 중증은 1, 2주 사이, 경증은 2, 3주 사이에 코로나19 항체를 검출할 수 있다. 하지만 영국 연구팀은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된 사람의 경우 시간이 흐르며 면역력이 떨어지다가 80일 뒤 다시 감염될 수 있다는 결과를 국제학술지 ‘일반 바이러스학 저널’에 공개했다. 연구자들은 사회 구성원의 항체 형성률을 알아내면 2차 파동이 왔을 때 다시 감염될 집단 규모를 예측하는 데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된 환자 중 중화항체가 얼마나 생기고, 어느 정도의 방어력을 가지고 있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하며 예방 효과를 내느냐가 향후 방역 전략 등을 짜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방역당국도 이런 목적을 갖고 지난달 말부터 코로나19 집단발생 지역인 대구경북 지역 주민 혈청을 이용해 항체 형성률을 조사하고 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미국 과학자들이 머리털이 나고 피부 건조를 막는 피지까지 나오는 인공피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촉각신호 등을 전달하는 초기 형태의 신경회로까지 들어 있어 사람 피부에 가장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칼 쾰러 미국 하버드대 의대 이비인후과 교수 연구팀은 모낭과 함께 피지선과 신경회로까지 재현한 인공피부를 개발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4일 공개했다. 사람의 피부는 놀랄 만큼 기능이 많다. 온도 조절과 체내 수분 유지를 하고 촉감과 통증을 느낀다. 태양 자외선으로부터 인체 세포를 보호하고 외부 병원균의 침입을 막는 기능도 한다. 피부는 질기면서도 신축성 있고 유연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피부는 다양한 기능을 하다 보니 20종 이상의 세포가 여러 층으로 배열된 형태를 갖는 등 구조가 복잡하다. 쾰러 교수 연구팀은 2018년 줄기세포가 피부를 형성하는 초기 과정에서 모낭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털이 자라는 인공피부를 개발했다. 당시 연구에서는 털이 채 2mm가 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당시 연구를 더 발전시켜 최대 5mm까지 털이 자라는 인공피부를 개발했다. 여기에 피부를 보호하는 피지를 만들고 신경 신호를 전달하는 회로까지 넣었다. 연구팀은 속귀(내이)에서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떼어내 뼈형성유도제인 ‘BMP4’와 유전자의 전사 억제제를 함께 넣고 5개월간 배양했다. 줄기세포를 피부로 성장하게 하기 위한 일종의 첨가제다. 이렇게 배양된 줄기세포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표피와 진피, 모낭, 피지선, 신경회로를 가진 사람과 유사한 피부 형태로 성장했다. 생쥐의 등에 이 인공피부를 이식한 결과 2∼5mm가량의 털이 자란 것으로 확인됐다. 가로·세로 각각 4mm인 인공피부 샘플에서는 절반 이상인 55% 면적에서 털이 자랐다. 인공피부 연구는 1970년대부터 시작됐다. 당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은 소가죽에서 추출한 콜라겐 섬유를 상어 연골에서 추출한 긴당분자와 결합해 인공피부를 만들었다. 이 인공피부는 화상 환자에게 쓰였는데 감염과 탈수를 막아주는 막의 역할을 하며 새 피부가 자라도록 도왔다. 과학자들은 이후로도 실험실에서 피부 조직을 배양해 인공 피부를 만들려는 시도를 해왔다. 하지만 대부분 표피와 진피 세포 일부 등 5, 6종의 피부 세포만을 재현하는 데 그쳤다. 피부의 여러 기능인 털이 자라거나 분비물을 내는 모낭이나 피지선 같은 구조를 완벽하게 구현하는 데는 실패했다. 최근 상황이 바뀌었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2018년 몸무게가 0.05g에 불과한 무당벌레를 인식하는 인공피부를 개발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은 빛에 노출되면 색이 달라지는 인공 피부를 개발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사람 피부 구조를 재현한 인공피부 연구가 활발하다. KAIST 기계공학과 박형순·김택수 교수는 지난달 실리콘 소재로 사람의 피부 구조를 본떠 손바닥 피부처럼 물체가 미끄러지지 않게 붙잡는 인공피부를 개발했다. 로봇 손에 적용할 경우 물체를 옮기는 능력이 일반 로봇 손보다 30% 향상되고 깨지기 쉬운 달걀도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다. 땀샘이 있는 인공피부 개발도 머지않았다. 문승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정보통신(ICT)소재연구그룹장 연구팀은 사람 피부의 땀샘을 모방한 방열소자가 들어 있는 인공피부를 개발했다. 인공피부는 피부 질환과 피부 발생 과정을 밝히는 연구는 물론 환자 치료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고로 영구적인 피부 손상을 입었거나 스스로 피부 회복이 불가능한 환자 치료에 사용하고 탈모 치료에도 기대를 모은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전 세계에서 640만 명 이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되고 이 가운데 6%가 넘는 40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코로나19는 사람과 동물이 서로를 감염시키는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코로나19를 일으키는 바이러스 역시 박쥐에서 다른 동물을 거쳐 사람에게 옮겨온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인간이 도시화를 추진하면서 동물의 영역에 너무 깊숙이 들어가면서 인수공통감염병이 확산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국 과학자들이 실제로 사람의 토지 사용 변화가 인수공통감염병을 등장시켰다는 연구결과를 내놔 주목받고 있다. 오를리 라즈구르 영국 엑서터대 생태학과 연구원팀은 삼림 벌채와 도시화, 농지 면적 증가 같은 토지 사용 변화가 동물의 행동에 변화를 일으켜 코로나19 같은 인수공통감염병 출현을 야기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포유류 리뷰’ 3일자에 발표했다. 인수공통감염병은 사람과 동물 사이에서 상호 전파되는 병원체에 의한 전염성 질병으로 20세기 들어 사람에게 발생하는 신종 감염병의 75% 이상이 여기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신종 감염병 증가의 배경으로 인간의 활동에 주목했다. 무엇보다 사용하는 땅의 면적이 크게 늘었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작성한 ‘세계 토지 사용의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육지 면적은 약 150억 ha(헥타르)로 이 가운데 농지는 약 50억 ha, 거주지와 사회기반시설은 약 3억 ha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육지 면적의 약 30%를 사람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1960년대와 비교해 농지 면적은 약 11% 증가했다. 삼림 벌채도 지난 반세기 동안 연간 평균 1300만 ha의 속도로 진행됐다.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거주지와 사회기반시설 면적의 경우 2050년까지 약 6억 ha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라즈구르 연구원과 과학자들은 토지 사용 변화와 인수공통감염병 출현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1970년부터 2019년까지 약 50년간 보고된 토지 이용 변화와 인수공통감염병 출현을 연구한 논문 267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인간의 토지 사용 변화가 동물 행동을 변화시켰고 실제 인수공통감염병의 출현에 이르게 됐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단서를 몇 가지 동물 연구에서 포착했다. 오랫동안 숲속 깊은 곳에 살던 박쥐들은 인간과 직접 접촉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50년간 산림 벌채와 도시 개발 같은 토지 사용 변화가 늘면서 사람과의 접촉이 크게 늘어났다. 먹이를 구할 곳이 사라져 서식지를 옮겨 다니면서 인간이 기르는 가축이나 다른 영역에서 살던 야생동물과의 접촉이 늘어났다. 연구팀은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자연스레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릴 확률도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쥐를 포함한 설치류도 비슷하다. 연구팀은 “박쥐만큼 많은 바이러스를 가진 설치류는 사람이 키우는 가축과 접촉을 하며 바이러스를 퍼뜨린다”며 “최근 들어 농지가 늘어나며 가축과 접촉하는 설치류가 많아졌고, 그 가축을 통해 사람에게 바이러스가 퍼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2003년 중국에서 발생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4년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에볼라바이러스, 2012년 중동에서 발생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이런 식으로 사람에게 전파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최근 tvN 예능프로 ‘삼시세끼’ 어촌편5가 매회 10% 이상의 시청률을 보이며 인기를 끌고 있다. 주요 출연자인 배우 유해진은 만능이다. 무인도에서 불을 피울 때 필요한 낡은 풍로를 뚝딱 고치고, 배를 몰고 섬 주변을 누빈다. 하지만 끼니를 해결할 낚시만큼은 유독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방송에서는 참돔을 잡았지만, 선창가 창고 벽에 걸려 있는 남해안 어류자원도를 보며 “어류자원이 이렇게 많다는데”라는 푸념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해진의 빈손이 낚시 실력과는 무관하다고 보고 있다. 방송에 등장하는 어류자원도에 이름을 올린 어류 가운데 상당수가 남해안에서 점점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한반도 주변의 어류자원이 변화하면서다. 삼시세끼의 촬영 장소인 전남 완도군 노화읍 죽굴도도 예외는 아니다. 강수경 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 연구관은 이런 연근해 어획 분포와 기후변화에 따른 자원 변동을 연구하는 전문가다. 강 연구관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북태평양의 수온이 올라가면서 한국을 통과하는 쿠로시오 난류의 유속과 유입량이 증가했고 저층 냉수가 남쪽으로 밀리면서 어종이 바뀌고 있다”며 “난류성 어류의 북방 한계가 더욱 올라가고 있으며 한류성 어류의 남방 한계는 더욱 내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지구상 생물은 선호하는 온도 대역이 있다. 평균 기온이 바뀌면 원래 서식하던 곳과 비슷한 온도를 지닌 지역을 찾아 이동한다. 남해안 어류들도 이런 이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생물 중에서는 특히 해양 생물이 육지 생물보다 이동이 잦다. 조나탕 르누아르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연구원팀은 지난달 25일 선호하는 온도 대역의 서식지를 찾기 위해 해양 생물이 육지 생물보다 약 6배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태와 진화’에 공개했다. 연구팀은 “해양 생물이 육지 생물보다 온도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반도 주변 바다는 전 세계적으로도 표층수온 상승 정도가 높은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2018년 6월 통계청이 발표한 ‘기온변화에 따른 주요 어종 어획량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1968년부터 2017년까지 50년간 한국 연근해역 표층수온은 약 1.12도가 올라갔다. 반면 같은 기간 전 세계 표층수온은 약 0.52도 상승했다. 동해 수온은 50년 전에 비해 1.7도, 남해는 1.4도, 서해는 0.3도 올라갔다. 서식하는 주요 어종에도 변화가 생겼다. 1990년 이후 연근해 해역의 어획량은 고등어류, 멸치, 살오징어 등 난류성 어종이 증가했다. 삼시세끼에 등장하는 어류자원도에 등록된 난류성 어종인 망치고등어 어획량은 2010년 5203t에서 2017년 1만1390t으로 늘었다. 어류자원도에 이름을 올린 또 다른 난류성 어종인 참다랑어의 어획량도 같은 기간 3배 가량 늘었다. 하지만 남해의 전체 어획량은 과거보다 크게 줄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바다에서 어류 등을 그물이나 낚시로 잡는 일반해면 어업의 지난해 생산량은 2006년(48만2142t)보다 약 15% 줄어든 41만527t에 머문다. 2018년과 비교해도 1년 새 7%가 줄었다. 그만큼 낚을 물고기가 사라졌다는 의미다. 정석근 제주대 해양의생명과학부 교수는 “한국 연근해의 어종들은 지금 급격히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와 청어를 포함해 남해 어류자원도에 있는 참치가 늘고 있는 반면 같은 도록에 있던 방어는 줄고 있다. 남해에서 잡히는 어류는 아니지만 정어리와 말쥐치는 한반도 주변에서 보기 힘들어졌다. 사라진 어종 가운데는 꽁치나 도루묵처럼 서민의 식탁에 자주 오르던 한류성 어종이 많다. 명태는 멸종 직전이다. 1970년 1만3418t이 잡히던 명태가 2017년에는 1t으로 급감했다. 남해안에 자주 보이던 참조기 어획량도 같은 기간 2만239t에서 1만8321t으로 떨어졌다. 수온 변화에 민감한 문어 역시 최근 어획량이 급감했다. 2010년 1만813t이 잡히던 문어는 지난해 9808t만 잡혔다. 현재는 바닷가 어디서나 쉽게 채집할 수 있어 출연진이 음식 재료로 자주 애용하는 거북손도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서니 리처드슨 호주 퀸즐랜드대 수학과 교수팀은 이번 세기말 바닷속 기후변화 속도가 지금보다 11배 빨라져 해양 생물 약 2만 종이 사라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지난달 25일 공개했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홍콩의 과학자들이 사람 눈의 망막 구조를 모방한 인공 눈을 개발했다. 사람 눈을 모방한 인공 눈을 개발한 건 처음이 아니지만 사람 눈 구조에 한층 가까워졌고 시력은 더 좋아졌다. 판즈융 홍콩과학기술대 교수 연구팀은 사람의 눈보다 10배 많은 광수용체를 담을 수 있는 인공 눈을 개발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21일 공개했다. 눈은 사람이 개발한 그 어떤 사진기보다 월등하고 정교하다. 두 눈으로 비교적 넓은 지역을 한번에 볼 수 있고 어두운 곳을 비추는 아주 실낱같은 빛도 잡아내는 민감성까지 갖췄다. 눈이 이런 능력을 가진 것은 망막 덕분이다. 망막은 안구 벽의 가장 안쪽에 돔 형태의 얇고 투명한 막으로 약한 빛을 감지하는 감각세포인 광수용체가 들어 있다. 망막 1cm²에 들어있는 광수용체만 약 1000만 개에 이른다. 김재휘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교수는 “둥그런 돔 형태의 망막은 빛을 모아 초점을 맞추는 역할을, 망막 속 광수용체는 빛을 감지해 전기적 신호로 바꿔 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며 “망막은 눈의 기능을 결정하는 핵심 부위”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눈의 구조를 모방해 인공 눈을 개발하려는 시도를 꾸준히 이어왔다. 로봇이나 각종 과학 장비의 눈으로 활용하거나 시각장애인에게 시각을 되찾아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망막의 복잡한 구조를 모방하는 데는 한계가 많았다. 판 교수팀은 기상증착법이란 기술을 이용해 그동안 모방하기 어려웠던 망막의 형태와 구조를 실제와 비슷하게 제작했다. 기상증착법이란 원하는 물질이 든 재료를 반응기 안에 넣어 분해시킨 다음 화학 반응을 통해 원하는 형태를 만드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광수용체를 만들 소재로 차세대 태양전지에 활용되는 신소재인 페로브스카이트를 선택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독특한 결정 구조를 가진 반도체 물질을 통틀어 부르는 말이다. 빛을 전기로 바꾸거나 반대로 전기를 빛으로 바꾸는 특성이 있다. 색 재현성이 뛰어나 빛을 선명하게 인식하고 제조 공정도 간단하다.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 눈은 지름 2cm로 속이 전기가 통하는 전도성 액체로 채워져 있다. 실제 사람 눈과 크기가 비슷하지만 빛을 감지하는 속도가 더 빠르다. 인공 눈은 30∼40밀리초(1밀리초는 1000분의 1초) 만에 빛을 감지하는 반면 사람 눈은 40∼150밀리초가 소요된다. 최대 5배가량 인식 속도가 빠른 셈이다. 연구팀이 만든 인공 망막은 1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수준의 페로브스카이트 나노선 3개로 구성된다. 나노선 하나는 광수용체 하나의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인공 눈은 나노선 3개만으로도 가로세로 2mm짜리의 알파벳 ‘E’와 ‘I’, ‘J’를 인지했다”며 “이 기술을 적용하면 사람이 가진 광수용체 수보다 10배가 더 많은 나노선 광수용체를 넣을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개발된 인공 눈은 외부 전원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자급자족 방식으로 소형 태양전지를 활용해 나노선에 전기를 공급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앞서 마이클 매캘파인 미국 미네소타대 기계공학과 교수팀은 2018년 3D프린터로 광수용체를 쌓아올려 반구 모양의 인공 눈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유리로 된 반구 모양의 돔에 반도체 고분자 물질을 쌓아 올렸다. 당시 이 물질은 빛을 전자신호로 바꿔 광수용체와 같은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실제 광수용체만큼의 세밀한 구조를 구현하지 못했다. 판 교수는 “사람의 눈을 모방한 인공 눈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과학기구나 전자제품, 로봇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에볼라는 지구상에 유행하는 가장 치명적인 바이러스성 감염병 중 하나다. 발열과 전신성 출혈 증상이 발생하며 일단 걸리면 4명 중 3명이 목숨을 잃는다. 1976년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의 에볼라강에서 처음 발견된 후 아프리카에서 자주 발생하는 풍토병이 됐다. 2014년 3월 기니에서 시작된 에볼라는 서아프리카를 넘어 미국,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으로 건너가 1만1315명의 목숨을 앗아가며 맹위를 떨쳤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2년 뒤인 2016년 시에라리온, 기니, 라이베리아 등 서아프리카 3개국에서의 에볼라 확산이 잠정 종식됐다고 선언했다. 좀처럼 수그러들 기세가 보이지 않던 에볼라 유행을 막은 건 방역전문가와 수학자들이 만든 ‘감염병 수리모델’ 덕분이었다. 감염병 수리모델이란 감염병이 퍼져 나가는 상태를 나타내는 수학식을 만들어 전파 상황을 분석하는 모델이다. 감염병이 향후 전개될 양상을 예측하는 데 활용된다. WHO는 환자와 접촉한 사람에게 3주간 출국금지를 권고했다. 수리모델 분석 결과 에볼라의 잠복기간인 3주간 접촉자의 이동을 적극적으로 막아야 환자가 준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오늘날 WHO와 각국의 방역당국은 대부분 각국의 현실에 맞는 수리모델을 개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방역조치를 내놓고 있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도 국내 방역당국 회의에서 감염병 수리모델은 활용되고 있다. 감염병 수리모델 전문가인 이효정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감염병 수리모델을 통한 코로나19 예측결과는 중앙방역대책본부 및 대통령 주재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회의에서 과학적 판단의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기모란 국립암센터 암관리학과 교수와 김찬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계산과학연구센터 연구원팀을 포함해 여러 연구팀이 감염병 수리모델을 개발 중이다.○감염 가능성과 시간 흐름 통해 확산 예측 감염병 예측에 사용되는 수리모델에는 주로 ‘SEIR’가 사용된다. SEIR는 감염 의심(Suspectible), 노출(Exposed), 감염(Infectious), 회복(Removed)이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 앞 글자를 따온 말이다. 감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네 단계로 대상을 나누고 시간 흐름에 따라 환자 발생 상황을 예측한다. 모델 속 네 가지 단계에 속하는 사람의 수에 따라 감염병 전파 양상을 시간 흐름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감염병 수리모델이라고 해서 족집게는 아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 초기 수많은 감염병 수리모델 예측결과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정확한 예측을 내놓은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비드 파랑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연구원팀은 영국, 일본 연구팀과 그 이유를 분석해 국제학술지 ‘카오스’에 이달 19일 공개했다.○수리모델, 높은 질 데이터 확보 어려워 연구팀은 기존에 사용하는 감염병 수리모델이 몇 가지 가정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한계로 들었다. 예를 들어 수리모델에서는 코로나19에 노출된 환자는 사람을 통해서만 전염이 된다고 가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사람이 아닌 손잡이나 책상에 묻어 있는 바이러스를 통해 감염되기도 한다. 또 코로나19에 걸렸다가 회복한 환자나 사망자들은 영원히 면역력을 가진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코로나19에 걸린 환자의 면역력이 얼마나 지속되는지 언제 면역이 생성되는지는 아직까지 밝혀진 것이 없다. 예측 모델에 들어가는 데이터의 질도 떨어지고, 나라마다 수집하는 데이터의 기준과 보고 시점이 다른 것도 정확한 예측 모델을 만드는 데 한계가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에서는 환자와 접촉했더라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진단 검사를 하지 않았고 보고가 늦어지는 사례가 빈번했다. 초기 발원지로 지목된 중국도 전체 환자 통계에 무증상 환자를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고 있다. 연구팀은 “환자 수 집계가 20%만 달라도 이는 전체 감염 환자 추정치를 수천 명에서 수백만 명으로 바꿔버린다”고 말했다. 감염병의 역학적 특성이 예측불허로 바뀌는 것도 수리모델의 정확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김찬수 연구원은 “감염병이 많이 퍼진다고 예측해 조심하라는 신호를 준 결과 사람들이 바깥으로 나가지 않는 경우가 대표적”이라며 “역설적으로 예측 결과가 맞지 않게 유도하는 게 모델 연구자들의 숙명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고재원 jawon1212@donga.com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건수는 14일 0시 기준 70만 건을 넘는다. 전체 인구의 약 1.3%, 국민 100명 중 1명꼴로 진단 검사를 받은 셈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특정하는 유전자를 이용한 ‘실시간 중합효소연쇄반응(RT-PCR)’ 방식과 최대 10명씩 검체를 묶어 진단하는 ‘취합 검사법’ 등 다양한 진단 기술을 도입해 온 결과다. 해외에서는 신속한 진단에 따른 조기 방역 모범 사례로 한국을 거론하고 있다. 최근에는 진단 기술이 하나 더 늘었다. 코로나19 진단 기술 관련 국내 특허 1호라는 타이틀까지 붙었다. 주인공은 국군의무사령부가 개발한 ‘코로나19 역전사고리매개등온증폭법(RT-LAMP)’이다. 2월 11일 코로나 진단 기술로 가장 먼저 특허 출원해 2개월 만인 지난달 20일 등록을 마쳤다. RT-LAMP 진단 기술 개발의 주역인 노경태 국군의무사령부 국군의학연구소 책임연구원(사진)을 13일 대전 유성구 국군의학연구소에서 만났다. 그는 “RT-LAMP 기술을 이용하면 1시간 만에 진단을 할 수 있으며 정확도는 95%에 달한다”며 “RT-PCR의 절반 이하인 2μL(마이크로리터·1μL는 0.001mL)의 시료로도 분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RT-LAMP는 RT-PCR와 비슷하게 환자의 타액이나 코, 목구멍 등에서 검체를 채취한 후 특정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식별해 감염 여부를 판별한다. 다만 RT-PCR의 경우 가열과 냉각의 온도 변화를 통해 유전자를 증폭시키는 반면 RT-LAMP는 섭씨 55∼72도 사이의 동일한 온도에서 유전자를 증폭시킨다. 노 책임연구원은 “특정 유전자를 증폭하는 데는 짧은 DNA 조각인 ‘프라이머’가 쓰이는데 RT-PCR는 2개의 프라이머를 이용하는 반면 RT-LAMP는 4∼6개를 쓴다”며 “온도 변화 시간이 필요 없고 프라이머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적은 시료로도 1시간 내 진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노 책임연구원팀은 2017년부터 국방부 예산사업과 국군의학연구소 내부 연구과제를 통해 RT-LAMP 연구를 진행해 왔다. 노 책임연구원은 “군에서 자주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인 말라리아, 아데노바이러스 감염 등을 진단하기 위해 연구했다”며 “바이러스의 유전자 서열만 알면 어떤 바이러스나 진단이 가능하다. 코로나19용 기술을 빠르게 개발한 비결”이라고 말했다. RT-LAMP는 군 내 임무 수행 현장에서 사용될 예정이다. 노 책임연구원은 “민간과 달리 군은 현장에서의 임무 수행이 대부분이라 현장에서의 신속한 진단을 통한 대응이 중요하다”며 “RT-LAMP는 야전에서 휴대성, 신속 탐지, 육안 탐지 가능, 사용 편리라는 장점을 갖췄으며 숙달되지 않은 사람도 검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RT-LAMP가 신속성을 갖춘 대신 거짓 양성이 자주 발생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우려한다. 노 책임연구원은 이에 대해 “거짓 양성은 프라이머 반응 시간이 길어지면 발생하게 된다”며 “거짓 양성이 안 나오는 시간까지만 프라이머를 반응시키는 방식으로 부작용을 해결했다”고 말했다. RT-LAMP는 현재 민간 진단키트 기업 5곳에 기술 이전됐다. 이들 중 일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수출품목 허가도 받아 미국과 영국 등에 수출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정작 국내에서는 긴급사용승인 대상에서 제외됐다. 신의료기술이어서 아직 검증이 덜됐다는 게 식약처의 입장이다.대전=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우주탐사선 ‘보이저 1호’가 2012년 8월 25일 인류가 만든 물체 가운데 처음으로 182억 km 떨어진 태양계의 경계를 넘었다. 1977년 9월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발사된 지 35년 만이다. 쌍둥이 우주선인 ‘보이저 2호’도 발사된 지 41년 만인 2018년 보이저 1호의 뒤를 이어 태양계 바깥 우주로 향했다. 1972년과 1973년 발사된 미국 탐사선 파이오니어 10호와 11호도 지금은 통신이 두절됐지만 태양계 너머 먼 우주를 항해하고 있다. NASA는 1970년대부터 태양계 바깥인 심우주 탐사에 공들이고 있다. 미지의 세계인 심우주에서 우주 탄생의 비밀과 외계생명체의 존재를 밝힐 단서를 찾기 위해서다. 하지만 태양계 경계에 도착하는 데만 20∼30년씩 걸린다는 게 걸림돌이었다. NASA 과학자들은 최근 보이저 1호와 2호 같은 심우주 탐사선의 순항 속도를 높이는 데 관심을 쏟고 있다. 최상혁 NASA 랭글리연구소 수석연구원(사진)은 이런 차세대 탐사선 추진 장치 개발의 중심에 서 있다. 최 수석연구원은 물질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원자’의 빈 공간에 있는 에너지를 빼내 우주탐사선의 동력으로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최 수석연구원은 6일 화상 인터뷰에서 “원자핵이 야구공 크기인 지름 10cm라고 하면 핵 주변의 전자들은 6.4km 떨어져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원자핵과 전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은 단순히 빈 공간이 아니고 모두 에너지다”라고 말했다. 원자에서 핵과 전자가 차지하는 부분은 10조분의 1에 불과하고 나머지 공간을 에너지가 채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 수석연구원은 “원자의 빈 공간에 있는 에너지를 뽑아 쓸 수만 있다면 현재 사용 중인 무거운 핵전지를 설치할 필요가 없고 추진 효율도 높여 속도를 올릴 수 있다”며 “실험실 수준에서 기술 증명을 끝냈고 1∼2년 안에 시범 모델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최 수석연구원은 이 기술을 포함해 NASA에서 40년간 일하면서 인공위성 센서와 바이오나노 배터리, 극초소형 분광기, 태양열 로켓, 단결정 실리콘게르마늄(SiGe) 반도체 물질 등 다양한 발명품을 개발했다. NASA는 그 공로를 인정해 이달 1일 ‘발명가 명예의 전당’에 최 수석연구원의 이름을 올렸다. 항공 우주 기술의 혁신을 이룬 NASA 최고의 엔지니어와 과학자에게만 주어지는 영예다. 우주왕복선의 첫 모델을 제안한 막심 파게 연구원 등 지금까지 겨우 32명에게만 이 영예가 주어졌다. NASA는 “최 수석연구원은 200편 이상의 논문과 보고서, 특허권 45개, NASA가 수여하는 상 71개 등의 무수한 과학적 업적을 남겼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최 수석연구원은 어려운 탄광마을에서 자란 젊은이들이 로켓 발명가의 꿈을 꾸고 결국 NASA 엔지니어가 되는 실화를 그린 미국 영화 ‘옥토버스카이’의 한국판 모델로도 알려져 있다. 강원 춘천시에서 태어난 그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집 앞 미군 부대 천막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고물상에서 버려진 탄피와 화약을 얻어 로켓을 개발했다. 인하대에 입학해 1964년 12월 19일 인천 소래포구 해변에서 3단 고체로켓 IITA-7CR를 50km 상공까지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대학 3학년 때 로켓 발사 시범 요청을 받고 추진체(연료)를 제작하다 폭발 사고로 오른손을 잃는 아픔을 겪었다. 그 뒤 대학을 졸업하고 고등학교 물리 교사와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잠시 일했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미국 오리건주립대로 건너가 석사와 박사 학위를 마치고 1980년 10월 NASA 랭글리연구소에 들어가며 어릴 적 꿈을 결국 이뤘다. 최 수석연구원은 “혁신적이고 다양한 발명의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혁신을 존중하는 NASA의 지원이 있었다”며 “한국도 NASA처럼 우주 개발을 전폭적으로 이끄는 국가기관인 ‘우주청’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주 개발이 학문의 발전과 산업 기술력의 향상, 국가 경쟁력 제고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파급력이 주는 혜택은 투자의 수십 배에 이른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과감히 방향을 설정한다면 한국도 세계 우주 개발을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던 올 2월, 후베이성 우한에 병원 두 곳이 공사 시작 약 열흘 만에 문을 열었다. 훠선산(火神山)병원은 1월 23일 착공해 11일 만인 2월 2일 완공됐고 레이선산(雷神山)병원은 1월 26일 착공해 12일 만인 2월 6일 완공됐다. 병상 수만 2600개에 이르는 종합병원급 병원 두 곳이 ‘뚝딱’ 지어진 것을 두고 세계는 그 속도에 놀라움을 표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26일 우한 내 모든 입원환자가 퇴원했다고 발표할 수 있었던 데에는 두 병원의 역할이 컸다. 이런 빠른 건설의 배경에는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가 존재했다.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는 사이버 공간에서 제품을 만들고 작동시켜 성능을 살펴보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컴퓨터 속 실험실인 셈이다. 훠선산병원과 레이선산병원은 건설 부문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인 빔(BIM·빌딩정보모델링)을 사용했다. 병원 건물의 전체적인 디자인 설계와 건물의 주요한 골조 크기나 단면, 접합부를 나타내는 구조 설계도 제작에 BIM을 적용했다. 그 결과 디자인 설계는 하루, 구조 설계도 제작은 60시간 만에 완료했다. BIM을 통해 병원 내 감염 위험도 줄였다. 가상 환경에서 공기 확산의 흐름을 미리 살펴 혹시 존재할지 모를 병원 내 환기 시스템에 의한 바이러스 전파 위험도를 평가했다. 이를 통해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하는 최적의 격리 병실 구조와 환기 시스템을 마련했다. 의료진과 환자의 동선도 고려해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전념할 수 있게 했다. 덕분에 레이선산병원에 입원한 전체 환자 2011명의 치명률은 2.1%로 중국 평균 치명률인 5.6%보다 훨씬 낮았다. BIM은 이전에도 국내외 병원 건설에 많이 활용돼 왔다. 쌍용건설, 계룡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등이 BIM을 활발히 사용하고 있다. GS건설은 경남 창원 지역 최대 병원 중 하나인 창원경상대병원을 지을 때 설계 단계부터 BIM을 활용했다. 설계 오류를 반영해 도면을 수정하고 전개도 작성, 물량 산출 등을 미리 수행했다. 수술실과 고에너지 가속기실을 배치할 때에도 활용했다. 건설 기간도 줄여서, 2012년 12월 첫 삽을 떠 약 3년 만인 2015년 10월 건설을 완료했다. 올 7월 개원을 앞둔 세종시 최초의 종합병원인 세종충남대병원에도 BIM이 활용됐다. 건설 제안 단계부터 BIM를 적용해 설계 오류와 적합성을 검토했다. 이후 BIM을 통해 부족한 도면을 보완하고, 시공을 진행하며 도면과 실제 건설 간 오류를 좁혀 나갔다. 2017년 5월 첫 삽을 떠 3년 만에 지하 3층, 지상 11층 규모의 병원을 건설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국가엔지니어링기술지원센터는 비싼 구매 비용과 전문인력 고용의 어려움 때문에 BIM 등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을 위해 12월까지 이들 소프트웨어를 지원한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기업들이 인터넷에 직접 접속해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를 이용할 수 있다. BIM 외에 구조해석과 열해석, 충돌해석 소프트웨어 등을 이용할 수 있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초기 증상 가운데 기침이나 고열 외에도 후각 상실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과학기술계가 관련 연구에 나섰다. 이달 7일 영국 킹스칼리지런던대 연구팀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579명 중 59%가 후각을 잃는 증상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대구시의사회가 대구 내 코로나19 환자 319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중 15.3%에 해당하는 488명이 후각을 잃었다고 답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23일 “냄새나 맛을 잃어버리는 것을 코로나19 증상으로 규정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주한 미군은 코로나19 환자를 가려내기 위해 기지 입구에서 식초를 이용한 후각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코로나19와 후각 상실의 명확한 관계를 증명하기 위해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52개국에서 410명이 참여하는 국제 공동 연구 프로젝트가 출범한다. 이 프로젝트에 한국 연구자로 참여한 정서진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22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캠퍼스에서 “최근 코로나19 감염 초기 나타나는 새로운 증상 가운데 후각 상실증 사례가 많이 보고되고 있다”며 “전 세계 과학자들이 코로나19 주요 증상으로 등장한 후각 상실증의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글로벌 컨소시엄을 서둘러 만들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출범한 프로젝트 정식 명칭은 ‘화학적 감각 연구를 위한 글로벌 컨소시엄’이다. 코로나19 초기 증상으로 후각을 잃는 이유와 함께 미각 상실증도 연구 대상으로 하고 있다. 정 교수는 “코로나19의 증상으로서 후각·미각 상실증이 다른 증상들과 어떻게 동반돼 나타나는지 알고자 하는 것이 연구의 목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실제로 무증상 감염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더 악화시킨 주범으로 꼽힌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줄 모른 채 돌아다니다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는 사례가 늘면서 각국의 방역망을 무력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보건 당국도 무증상자에 의한 코로나19 전파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달 19일 “환자 중 약 30%가 진단 당시 무증상으로 나타났다”며 “무증상자로 인한 급속한 전염 위험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국내 대학 소속 연구자로는 유일하게 이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임주연 미국 오리건주립대 식품공학과 교수도 이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두 연구자는 후각을 실험하는 진단키트를 만들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다. 하지만 그 전에 국내 코로나19 환자들에게서 나타난 후각 상실 사례들을 먼저 모을 계획이다. 임 교수는 화상통화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신경세포를 공격해 후각이 상실되는 것을 하나의 가능성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인종 간 차이를 밝히려면 한국인의 사례가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연구자는 자료 수집을 위해 코로나19 환자와 의심 증상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하고 있다. 설문지는 한국어를 포함해 20개 언어로 번역됐다. 설문지 작성에 약 10분 정도 소요된다. 이미 프랑스어 설문지는 약 8000명이, 영어 설문지는 약 3300명이 작성을 마쳤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과학자들이 앞을 보지 못하는 쥐에게 시력을 되찾아주는 데 성공했다. 앞서 과학자들은 망막이 망가져 밝기를 인식하지 못하는 물고기에게 빛을 인지하는 능력을 되돌려주는 데 성공했다. 동물들에게 시각을 되돌려주는 연구가 꾸준히 성공할 경우 실명을 치료할 새 길이 열릴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이 차발라 미국 노스텍사스대 의대 교수팀은 16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망막에서 빛을 받아들이는 감각세포인 광수용체(간상세포)와 유사한 세포를 만들이 실명한 쥐의 시력을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고 공개했다. 광수용체는 망막에 존재하며 약한 빛을 감지하는 감각세포다. 흔히 빛을 감지해 이를 전기적 신호로 바꿔 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이유로 광수용체가 망가지면 시력을 잃는다. 신주영 서울보라매병원 안과 교수는 “광수용체는 황반변성과 녹내장 등 후천적 질환과 유전적 요인, 외상, 노화로 망가진다”며 “한번 파괴되면 자연적인 재생은 불가능해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인공적 방식으로 광수용체를 재생할 방법을 찾아왔다. 천보 미국 마운트시나이아이컨의대 교수팀은 2018년 물고기의 망막 재생을 유도하는 ‘뮐러아교세포’를 활용해 쥐의 광수용체를 재생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재생된 광수용체는 뇌로 제대로 신경자극을 보내지 못하는 문제가 나타났다. 빛은 감지하지만 형태를 식별하지 못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어둠 속에서는 아예 반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이런 이유로 광수용체를 대체할 새로운 ‘인공 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미국 베일러대 의대 연구진은 지난해 7월 광수용체 대신 뇌에 직접 신경자극을 주는 기술을 개발했다. 뇌 속에 칩을 넣고 거기에 카메라를 연결해 영상처럼 보이게 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런 방식도 완벽한 시력을 되돌려주진 못하고 있다. 눈앞에 있는 물체를 어렴풋이 구별하는 정도에 머문다. 차발라 교수팀도 광수용체를 재생하지 않고 섬유아세포를 이용해 어두운 환경에서도 반응하는 광수용체와 유사한 세포를 만들었다. 섬유아세포는 신체 여러 조직을 연결하는 세포로 상처 난 조직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발작장애를 치료하는 약물인 발프로산을 비롯해 다섯 가지 화학물질을 발굴했다. 이들 물질을 섞으면 섬유아세포가 광수용체 유사세포로 바뀐다. 연구팀은 시각장애가 있는 쥐 14마리에게 광수용체 유사세포를 이식한 뒤 3∼4주간 지켜본 결과 6마리가 어두운 환경에서 동공 반응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평소 컴컴한 곳을 좋아하는 쥐 성향을 이용해 시력이 회복됐는지 추가 실험도 진행했다. 동공 반응을 보인 6마리는 밝은 공간보다는 어두운 공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차발라 교수는 “광수용체를 살려 시력을 되찾을 효과적인 치료제는 없다”며 “이번 연구 결과가 시력을 되찾을 수 있는 잠재적 치료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여성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찍게 하고 이를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 공유해 부당이득을 취한 ‘n번방’ 사건 파장이 커지고 있다. 확인된 피해자가 74명에 달하고 절반 이상이 중학생 등 미성년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사회적 분노가 커지고 있다. 가해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 못지않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피해자들의 영상이 더 이상 유포되지 않도록 막는 기술이 절실해졌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2018년 4월부터 성범죄 불법 촬영물 삭제를 지원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를 운영 중이다. 피해자가 센터에 신고하면 촬영물이 게시된 웹사이트나 플랫폼은 센터가 파악해 직접 삭제를 요청하는 방식이다. 센터는 현재 n번방 피해자 40명의 영상물 삭제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불법 촬영물 유포를 막기 어렵다. 인터넷의 특성상 불법 촬영물이 여러 플랫폼과 웹사이트에서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가는데 이를 삭제하려면 직접 확인하고 요청하는 데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남경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미디어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인력에 의존해 불법 촬영물 유포를 막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기술로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7월 AI를 적용한 ‘불법 촬영물 삭제 지원 시스템’을 시험 적용한 뒤 11월부터 활용하고 있다. ETRI가 개발한 이 시스템은 피해자가 신고한 불법 촬영물에서 이미지를 추출한다. 추출된 이미지의 특성을 분석해 웹하드 사이트에 등록된 영상물 중 불법 촬영물과 유사한 영상물을 AI가 자동으로 선별하고 수집한다. 지난해 하반기(7∼12월) 42개 웹하드 사이트에 대한 검색 기능을 확보했다. 사람이 직접 영상물을 골라내지 않아도 24시간 자동 검색이 가능하다. 다만, 찾아낸 불법 촬영물을 페이스북 등 플랫폼 사업자에게 신고하는 것은 사람이 해야 한다. 해외에서는 불법 촬영물 유포를 막기 위해 일찌감치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3월 AI를 이용해 디지털 성범죄물의 선제적 차단에 나선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피해자가 먼저 사진이나 영상을 발견해 신고해야 페이스북이 이를 분석한 후 차단하는 방식이었다. 이와 달리 페이스북이 지난해 도입한 AI 기술은 피해자를 포함한 누군가가 불법 촬영물을 신고하지 않아도 알몸 노출 상태인 사진이나 영상을 미리 검열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I 기술이 보편화되기 전인 2009년 ‘포토DNA’라는 기술을 개발했다. 포토DNA는 불법 촬영물에서 특정한 디지털 정보를 뽑아내 만든 정보다. 손가락에서 지문을 채취하는 것처럼 불법 촬영물에서 특정한 디지털 정보를 뽑아내는 것이다. 그런 뒤 이 정보를 온라인상에 존재하는 다른 촬영물과 대조해 불법 촬영물을 식별한다. 2016년 12월 페이스북과 트위터, 구글도 이 기술을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8년 9월부터 포토DNA 기술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불법 촬영물 유포를 막기 위한 아이디어들도 구체화하고 있다. 지난해 과기정통부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 방지 아이디어 및 R&D 기획 공모전’을 진행했다. 당시 AI 기술 외에 3차원(3D) 신체 모델링 기술을 더해 얼굴 분간이 힘든 불법 성범죄 영상을 걸러내는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신규 연구개발 과제로 기획해 3년간 총 20억 원 규모로 추진 중”이라며 “현재는 개발 초기 단계”라고 밝혔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보고된 지 91일을 맞았다. 불과 석 달 만에 전 세계 환자 수는 50만 명, 숨진 환자만 2만 명을 훌쩍 넘겼다. 코로나19 치료와 방역의 최일선에서 사투를 벌이던 의료진의 감염 소식도 곳곳에서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에 맞서는 의료진과 의료 관계자를 돕는 기술이 최근 전 세계 병원 풍경을 바꾸고 있다. 수많은 의료진 사이를 로봇이 누비며 사람을 대신해 병원 방역에 나서고, 의료진 감염을 막는 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덴마크의 로봇회사인 UVD로봇은 이번 감염병 사태에서 가장 큰 활약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번 사태가 시작하기 전인 2018년 자외선(UV)을 이용해 병실과 수술실을 소독하는 로봇을 개발했다. 단파장 자외선은 파장이 짧아 세균 DNA나 바이러스의 RNA 같은 유전물질을 없앨 만큼 강력한 에너지를 낸다. 이 로봇은 병원 곳곳을 혼자서 돌아다니며 단파장 자외선을 쏘아 세균과 바이러스를 없앤다. UDV로봇은 올 2월부터 이번 사태가 시작한 중국에 로봇 수백 대를 보내 병원 소독에 나서고 있다. 최소 2000곳이 넘는 중국 내 병원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 사태의 발원지이자 가장 많은 환자가 보고된 중국은 의료 로봇의 주요 시험무대로 떠올랐다. 중국의 대표적 감염병 전문가인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코로나19 검체 채취 로봇을 개발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이 로봇에는 팔과 내시경이 달려 있다. 팔에 붙은 면봉으로 환자 목 안에서 검체를 채취하고 내시경을 환자 목에 집어넣어 기관지 상태를 살펴보게 했다. 의료진이 환자를 직접 만날 필요가 없어 의료진 감염을 막을 수 있다. 광저우대 의대 부속 제1병원에 입원 중인 코로나19 환자 20명을 대상으로 80회 정도 실험해본 결과, 환자의 목구멍에 염증이나 상처를 내지 않고 검체 채취에 성공하는 비율이 9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선양시 제4인민병원에서는 카메라로 환자의 얼굴을 인식해 의사가 처방한 약품을 전달하는 간호로봇이 운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를 계기로 로봇 도입이 이뤄지고 있다.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은 이달 20일부터 안내로봇을 도입했다. 이 로봇은 병원 방문객의 기본적인 호흡기 문진과 체온 측정을 돕는다. 열화상카메라가 달려 있어 방문객이 화면을 바라보면 자동으로 열을 측정한다.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은 이달 12일부터 운송로봇을 투입했다. 로봇은 의료진과 환자가 입은 옷과 의료폐기물을 나르는 업무를 맡았다. 의료진이 앞서가면 뒤를 졸졸 따라온다. 코로나19 방역 최전선인 한국과 중국에서 이처럼 의료용 로봇을 적극 도입하는 것은 그 효과가 어느 정도 검증됐기 때문이다. 미국 위스콘신대 연구팀은 2017년 자외선살균장치가 손으로 직접 세척하는 것보다 소독률이 우수하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BMC 감염병’에 내놨다. 마틴 야머시 미국 럿거스대 생명공학부 교수 연구팀도 올해 1월 혈액 샘플을 채취할 때 사람보다 로봇이 성공할 확률이 훨씬 높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테크놀로지’에 발표하기도 했다. 의료로봇 분야 석학인 양광중 영국 임피리얼칼리지런던 교수는 이달 26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의료로봇은 합리적인 가격에 빠르고 효과적인 방역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로봇 학계와 산업계는 코로나19처럼 감염력이 높은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다양한 로봇이 더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문상 광주과학기술원(GIST) 헬스케어로봇센터장은 “코로나19에 쓰이는 로봇을 깨끗하게 소독한다는 전제하에 로봇은 효율성과 가격 합리성을 가질 수 있다”며 “인공지능(AI)과 결합해 대화로 환자의 감정까지 달래주는 로봇도 곧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I 기술도 의사들을 도와 병원 풍경을 바꾸고 있다. 알리바바는 이달 2일 환자의 폐 컴퓨터단층촬영(CT) 사진을 분석해 코로나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AI 진료 시스템을 공개했다. 이 AI 진단 시스템은 후베이성 등 중국 16개 성의 26개 병원에서 코로나19 의심 환자를 진단하는 데 활용됐다. 중국 정부가 지정한 전국의 100여 개 코로나19 병원에 투입될 이 기술은 96%의 정확도로 20초 만에 영상을 분석한다. 감염을 줄이기 위해 병동 출입 관리에 AI 안면인식 기술도 도입되고 있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은 이달 25일부터 AI 안면인식 출입 시스템을 적용했다. 로봇과 AI 등 새로운 기술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기업에선 눈에 보이는 로봇부터 소프트웨어 로봇까지 다양한 로봇들을 선보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달 25일 코로나19와 관련한 증상 및 위험 요인, 행동 요령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헬스케어 봇’을 내놨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현재 이 봇을 사용 중이다. 국내 기업인 유버와 휴림로봇, 트위니 등은 병원에 필요한 살균로봇과 발열감지로봇, 운송로봇을 개발해 제품으로 내놨다. 시장조사기관 ‘마켓 앤드 마켓’은 세계 경제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내년 세계 의료로봇 시장이 167억4000만 달러(약 20조6069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전 세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과학계가 다양한 극복 방안을 내놓고 있다. 국내 과학자들도 마스크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빨아 쓰는 나노필터 마스크와 코로나19 치료 항체 후보, 새로운 진단 기술 등을 공개하며 보탬이 되고 있다. 하지만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최소 1년이 소요되는 것처럼 최근 국내에서 공개된 새 기술도 당장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인체에 직접 쓰이는 만큼 안전성과 효능 등을 검증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수한 연구 성과임은 분명하지만 당장 현장에 활용하기 어렵다”며 지나친 낙관보다는 차분히 기다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나노필터 마스크, 독성 평가 거쳐야” 20번 이상 빨아 써도 95% 이상 성능이 유지된다는 나노필터 마스크는 마스크 공급 부족 사태가 이어지던 이달 초 기술이 공개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김일두 KAIST 교수가 개발한 나노필터는 나노섬유의 정렬 방향을 제어해 열십자 형태 필터로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이다. 구멍이 100∼50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인 미세한 필터로 KF80∼KF95 수준의 여과 성능을 낼 수 있으며 20회 세탁해도 성능이 유지된다고 소개했다. 연구팀은 “하루 1500장 생산하는 제조설비까지 갖췄다”며 마스크 수급 문제 해결 가능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달 23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부 부처 합동 마스크 수급 상황 브리핑에서 양진영 식약처 차장은 “정식 허가 신청이 없었으며 안전성에 대한 자료가 제출되면 심사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마스크에 사용된 소재는 사람 얼굴에 직접 닿아 코나 입을 통해 호흡기로 바로 들어간다. 나노필터에 사용된 유기용매 잔류 여부나 나노필터에서 나오는 나노 물질에 대한 안전성과 부작용을 세심하게 검토하는 독성 평가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이유다. 류재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통합위해성연구단장은 “마스크 필터는 입에 닿는다는 점에서 나노소재든 화학물질이든 모두 독성 실험을 해야 한다”며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아무리 마스크 공급이 부족하다고 해도 나노 입자로 인한 독성 여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확실히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료용 항체는 살아 있는 바이러스와 테스트” 한국화학연구원이 최근 발굴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코로나19 치료용 항체 후보도 어디까지나 예측 결과를 근거로 하고 있다. 연구팀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중화항체 2개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중화항체 1개가 코로나19 바이러스와도 잘 결합할 것이란 예측 결과를 내놨다. 중화항체는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침입하는 것을 막는다는 점에서 백신 개발에 필수적인 후보물질이다. 연구진은 사스와 메르스 중화항체 가운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로 침입할 때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무력화할 항체를 찾았다. 연구진은 이 후보 항체가 실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결합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만약 예측한 대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결합한다면 그 다음 단계로는 사람 몸속에서의 효과도 검증해야 한다. 박대의 화학연 신종바이러스(CEVI) 융합연구단 선임연구원은 “현재 살아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도 결합하는지를 검증하고 있는데 4월 중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후에는 항체가 실제로 인체에서도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실험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압타머 진단키트 대량생산할 제반시설 없다” 포스텍은 19일 ‘분자 집게’의 일종인 ‘압타머’를 이용해 15분 만에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판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공개했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 중인 코로나19 진단법인 ‘분자 진단법’이 6시간 이상 소요되는 반면, 압타머 진단법은 15분 만에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압타머는 DNA나 RNA로 이뤄진 핵산물질로 바이러스 같은 다양한 표적에 결합한다. 연구팀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외피 단백질에 작용하는 새로운 압타머를 발굴했다. 압타머 쌍을 이용해 색깔 변화만으로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진단하는 것이다. 국내엔 아직까지 압타머 관련 생산시설이 없다. 이런 이유로 압타머를 이용한 진단키트 개발에 당장 기대를 걸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단키트 관련 한 전문가는 “코로나19 검진에서 많이 사용하는 분자 진단법이나 항체 진단법과 다른 제3의 기술인 압타머를 이용한 진단키트는 현재 시점에선 대량생산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민수 reborn@donga.com·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1월 9일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인정보라도 ‘비식별 정보’라면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개인 동의를 받지 않아도 자유롭게 활용하게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비식별 정보는 실명, 주민등록번호 같은 개인정보 일부를 삭제함으로써 해당 정보가 누구 것인지 알 수 없게 한 데이터를 뜻한다.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도 데이터의 활용을 극대화한 방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보안 전문가들은 이런 비식별 정보도 현재로선 보안상 안전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달 17일 서울 서초구 삼성연구개발(R&D)캠퍼스에서 만난 조지훈 삼성SDS 보안연구센터장은 “비식별 정보도 데이터가 많아지면 개인의 정체가 결국 드러나는 재식별 상황이 발생한다”며 “비식별 정보를 보완할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보안 전문가들은 ‘동형암호’에 주목하고 있다. 동형암호는 수학 함수를 이용해 원래의 데이터를 변형시켜 암호처럼 알아볼 수 없게 만든 뒤 암호가 계속 걸린 상태에서 데이터가 가진 의미를 분석하는 기술이다. 개별 데이터의 직접적 의미를 읽을 수 없지만 데이터 전체가 가진 의미를 해석하는 원리다. 동형암호는 안전성과 정확성이 생명이다. 이 분야 전문가들은 슈퍼컴퓨터가 수백 년에 걸쳐 해결할 문제를 몇 초 안에 해결한다는 양자컴퓨터도 동형암호를 풀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조 센터장은 “정보 유출은 대부분 분석을 위해 암호화를 푸는 과정에서 발생한다”며 “동형암호는 이런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면서 데이터를 암호화하기 전과 똑같이 활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형암호는 데이터 분석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조 센터장은 “그나마 최근 1, 2년 새 연구 성과가 기하급수적 발전을 이뤄내면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진전에는 천정희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팀이 2017년 개발한 동형암호 알고리즘 프로그램인 ‘혜안’의 역할이 컸다. 혜안은 데이터를 컴퓨터의 정보단위인 ‘비트’ 단위로 처리하던 기존 분석 방식에서 벗어나 비트 수십 개에 해당하는 실수를 직접 분석하는 방식으로 계산 속도를 100배 이상 끌어올렸다. 천 교수팀은 같은 해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정보보호기술 경연대회인 ‘게놈 데이터 보호 경연대회’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 스위스 로잔연방공대 등 75개 팀을 누르고 동형암호 분야 1위에 올랐다. 삼성SDS 연구팀도 2018년부터 천 교수팀과 동형암호 데이터 분석 속도를 끌어올리는 연구를 하고 있다. 조 센터장은 “올해 안으로 동형암호 프로그램을 분석 현장에 적용할 계획”이라며 “큰 문제가 없다면 동형암호 데이터 분석 속도는 내년까지 몇 배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 교수팀과 삼성SDS 공동연구팀은 매사추세츠공대(MIT)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세운 동형암호 스타트업 ‘듀얼리티 테크놀로지스’와 국제 표준화도 주도하고 있다. 천 교수는 “동형암호 기술은 데이터를 안전하게 쓴다는 점에서 잠재적 가치가 매우 크지만 시장 자체는 아직 미미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천 교수팀과 삼성SDS는 올 12월 국내에서 ‘동형암호 표준화 워크숍’을 연다. 각국은 이 워크숍을 계기로 미국과 유럽, 아시아에서 동형암호 시장을 본격적으로 키우는 실질적 움직임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번개오색나비가 날개를 펼치는 순간,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색을 봤습니다.” 여름철 한반도의 산과 들에서 발견되는 네발나비과 곤충인 ‘번개오색나비’를 직접 촬영하고 작성한 어느 일반인의 소감이다. 장이권 이화여대 자연사박물관장(에코과학부 교수·사진)은 지난해 12월 이대 자연사박물관 설립 50주년 생물 사진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이 문구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수백 종의 곤충 연구를 직접 연구하는 과학자도 쉽게 떠올리기 어려운 표현이기 때문이다. 이달 6일 경기 성남의 자택 인근 카페에서 만난 장 관장은 “사람들이 다양한 생물을 골똘히 관찰하고 경이로움에 환호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사박물관이 생물 표본을 수집하고 분류하는 공간이 아닌 자연의 감동을 전하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연사박물관은 자연의 역사와 관련된 자료를 전시하는 박물관이다. 생물학과 지구과학 관련 자료를 전시한다. 넓게는 고고학과 인류학 자료도 전시한다. 장 관장은 “도심에 비둘기가 많아지고 해마다 특정 벌레의 습격을 받는 것도 생물의 다양성이 무너져서 벌어지는 현상”이라며 “현대 사회에서 자연사박물관의 가치는 이런 삶의 질과 직결되는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대 자연사박물관은 1969년 11월 20일 문을 열었다. 사람 나이로 따지면 중년에 훌쩍 넘어선 나이지만 200년 가까이 자연사박물관을 운영한 영국과 프랑스, 미국에 비하면 역사가 한참 짧다. 영국 런던 자연사박물관이나 미국 워싱턴 스미스소니언박물관은 이미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세계적 명소로 손꼽힌다. 하지만 장 교수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설립된 이대 자연사박물관이 규모는 작지만 한국 사회에서 이끌어낸 변화가 꽤 크다고 강조했다. 이대를 시작으로 1978년 경희대에, 1983년에는 한남대에 자연사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서울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들도 자연사박물관을 짓고 있다. 자연사박물관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생태관도 속속 문을 열었다. 장 관장은 “각 대학이나 지자체가 자연사박물관을 개관하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에는 국립자연사박물관이 없어 아쉽다”고 했다. 현재 이대 자연사박물관에는 동식물과 광물, 암석, 화석의 다양한 표본들과 실제 생태계를 재현한 ‘디오라마 전시’, 살아 있는 동물을 관찰할 수 있는 생태코너, 자연 환경을 보는 영상시설이 마련돼 있다. 설립 당시 665점에 머물던 표본 소장품은 이제 21만8546점으로 늘었다. 1958년 채집한 국내 최초의 곤충 표본인 ‘신선나비’도 이곳에 있다. 하지만 장 관장은 “거대한 공룡 뼈가 시선을 사로잡고 희귀한 표본이 천장에 매달려 있는 해외 박물관과 비교하면 아직 전시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런 단점을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신기술로 극복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장 관장은 “전시품은 부족하지만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을 이용한 전시를 통해 이를 극복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람객의 관심을 끌 만한 소재인 ‘동물의 놀이’, 세계 7대 멸종위기 동물을 주제로 한 특별전을 열어 입소문을 타기도 했다. 이대 자연사박물관은 지난달 7일부터 ‘함께 찾는 우리나라 생물’을 주제로 특별 기획전을 열고 있다. 이번 행사는 자연사박물관 설립 50주년의 의미를 시민사회와 널리 공유하기 위해 일반인이 직접 찍은 자연 사진을 전시하고 있다. 장 관장은 이번 기획전의 기획 단계부터 전시물 설치, 기획전 운영 등 모든 사항을 총괄하고 있다. 장 관장은 “촬영자가 직접 촬영한 순간의 경험을 생생히 전하기 위해 각각 사진에 촬영 순간 느낀 감상을 함께 적어 놨다”며 “다양한 생물에서 얻는 순수한 감탄이야말로 인간과 자연을 단단히 연결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 자연사박물관은 이번 기획전이 끝나면 전시된 사진을 국내 다른 박물관과 전시관에서 전시하도록 빌려줄 계획이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이달 3일(현지 시간) 미국 알래스카 코디액 공군기지에 약 12m 높이의 로켓이 발사를 앞두고 하늘을 향해 우뚝 세워졌다. ‘로켓3.0’으로 명명된 이 우주발사체는 2018년 4월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민간 로켓 회사를 발굴하겠다며 개최한 ‘론치 챌린지’에서 최종 후보로 선정된 미국 우주 스타트업 ‘애스트라’가 개발했다. 발사대에 선 로켓3.0에는 군사용 초소형위성 3대가 실렸다. 로켓3.0은 최대 55kg의 짐을 우주로 실어 나른다. 하지만 이날 로켓은 이륙 53초 전 비행을 제어하는 유도항법제어 장치 데이터에 이상이 발견되면서 발사가 중단됐다. 이 챌린지는 주최 측이 제시한 궤도에 2주 간격으로 소형위성 2기를 정확히 쏘아 올리는 팀에 우승 트로피를 수여한다. 발사 위치와 목표 궤도를 발사 2주 전에 공지하면 짧은 기간 동안 모든 준비를 끝내야 한다. 상금만 최대 1200만 달러(약 141억 원)에 이른다.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아주 짧은 기간 동안 발사체에 잘 실렸는지 기계적으로 확인하고 목표 궤도를 정확히 설정하는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2주는 이런 부분을 모두 확인하고 발사까지 실행하기엔 매우 짧은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DARPA는 떠오르는 소형 발사체 시장을 진흥하고 군이 요구하는 속도에 맞게 발사체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목적으로 이런 이벤트를 마련했다. 토드 마스터 DARPA 론치 챌린지 담당자는 “민간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복잡한 행정절차를 간소화해 지구 저궤도 활용이 훨씬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회 개최 소식이 알려지면서 쟁쟁한 민간 우주기업들이 관심을 보이며 신청서를 제출했다. 2018년 11월 1차로 신청서를 낸 50개 팀 가운데 실제 실행 가능한 아이디어를 내놓은 18개 팀이 참가 자격을 얻었다. DARPA는 이듬해 4월 한 차례 예선을 거쳐 최종 벡터론치와 복스스페이스, 애스트라 등 3개 회사를 선정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벡터론치와 복스스페이스가 파산과 사업상 이유로 대회를 포기하면서 애스트라만 홀로 마지막까지 대회를 치렀다. 이번 발사 중단으로 애스트라는 기한 내 발사가 어려워지면서 최종적으로 임무에 실패했다. DARPA는 이달 3일을 발사 최종 기한으로 제시했다. 크리스 켐프 애스트라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안전을 가장 우선시하고 있다”며 “유도항법제어 장치에서 발견된 데이터 이상에 대해 현재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애스트라는 론치 챌린지에 참가하며 얻은 경험을 토대로 계속해서 도전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켐프 CEO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며 정부 입장에서 민간 우주 개발을 바라보게 됐고 자유자재로 쏠 수 있는 발사체에 한걸음 더 다가갔다”며 “몇 주 내에 다시 발사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DARPA도 “이번 챌린지를 진행하며 발사체 시스템의 진화를 목격했다”면서 “애스트라의 재발사 시도를 도울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한 달 남짓 남았다. 사람은 투표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결정한다. 그런데 투표는 사람만 하는 게 아니라 동물도 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알려져 있다. 동물 세계도 방법의 차이는 있지만 일종의 투표를 통해 무리의 합의를 이끌어 낸다. 과학자들은 동물들의 투표 방법들이 놀라울 정도로 민주적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고 있다. 동물행동학자인 마르타 만저 스위스 취리히대 진화생물학과 교수는 2010년 미어캣에 관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킹에 등장하는 ‘티몬’으로 유명한 미어캣은 몽구스과 포유류로 약 30마리가 무리지어 생활한다. 땅속에 구멍을 파 그 속에서 함께 서식한다. 아침이 되면 굴에서 나와 먹이를 찾는데, 이 과정에서 무리가 어느 쪽으로 이동할지 투표한다. 미어캣의 투표 방식은 울음소리다. 미어캣 한 마리가 ‘저쪽에 먹이가 있는 것 같아. 이동할래?’라는 울음소리를 내면 거기에 동의하는 미어캣이 따라 울음소리를 내는 식이다. 투표는 민주적으로 이뤄진다. 서열이 높은 미어캣의 울음소리를 무작정 따르지 않는다. 한 마리 한 마리의 의사가 존중된다. 어느 정도 의견이 합치를 이루면 나머지 무리도 모두 그 의견을 따른다. 미어캣의 먹이가 되는 개미도 투표를 한다. 이런 사실은 나이절 프랭크스 영국 브리스틀대 생물학과 교수가 2015년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개미는 더 좋은 거처를 찾아 돌아다니는 방랑자적 특성이 있다. 이사를 갈 후보지를 항상 물색하고 발견한 후보지를 놓고 투표에 부친다. 개미들이 선택하는 투표 방식은 미국의 대선후보를 뽑는 ‘코커스(당원대회)’와 유사하다. 코커스는 제한된 수의 정당 간부나 선거인단이 모여 공직선거에 나설 후보자를 선출하는 것을 일컫는다. 특정 후보지를 지지하는 개미가 많아지고 그 수가 새로운 거처를 지을 정도가 되는 순간, 개미들은 새 리더를 뽑아 한 번에 이사를 감행한다. 코커스가 끝난 후 공직선거를 위해 정당이 다시 하나로 뭉치는 것처럼 기존 개미집에 남아있던 개미들도 새로운 거처로 자리를 옮긴다. 토머스 실리 미국 코넬대 생물학과 교수는 봄이 되면 월동을 끝낸 꿀벌이 새 집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투표처럼 민주적 의사결정을 한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꿀벌 무리는 ‘정찰병’ 역할을 하는 꿀벌과 한 곳에 머물러 휴식하는 꿀벌 두 부류로 나뉜다. 정찰병 꿀벌들은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후보지를 물색한다. 각자 최고의 후보지라고 생각하는 곳을 뽑고 정찰병 꿀벌끼리 내용을 공유한다. 이때 의사소통은 몸을 좌우로 흔들거나 춤을 추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의견을 나눈 후에는 각자 설득에 들어간다. 특정 후보지가 왜 최고인지 몸을 좌우로 흔들어 가며 설명한다. 한 후보지에 대해 정찰병 꿀벌 모두의 동의를 얻으면 전체 꿀벌들은 그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꿀벌 간 갈등을 서로 대화로 푸는 것이다. 아주 특이한 투표 방식을 택한 동물들도 있다. 닐 조던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생태과학센터 교수는 2017년 보통 10∼15마리, 많게는 40∼60마리씩 무리 지어 사냥하는 아프리카들개들이 사냥에 나서기 전 모여 사냥 여부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들의 투표 방식은 재채기다. 재채기를 하면 사냥에 동의한다는 뜻이다. 장이권 이화여대 교수는 “상당수 동물이 무리에 정족수가 채워져야 의사결정을 내리며 각 개체 하나하나가 누구의 의견에 현혹되지 않고 독립적인 판단을 내린다”며 “동물도 사람에 버금가는 민주적 의사결정 방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사람의 유전정보를 담은 DNA는 약 30억 개의 염기로 구성된다. 이 염기들의 배열순서(염기서열)에 따라 생명활동에 필요한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염기서열을 알아낸다면 질병이라는 생명활동의 원인도 알아낼 수 있다. 1985년 미국 샌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에서는 과학자들이 모여 처음으로 사람의 DNA 염기서열을 해독하는 계획을 논의했다. 하지만 당시 기술 수준으론 염기서열 30억 개를 하나하나 해독하는 것은 큰 난제였다. 하지만 인류는 포기하지 않았다. 1990년 미국을 중심으로 영국과 프랑스, 일본 등 6개국이 ‘인간 게놈 프로젝트(HGP)’를 시작했고, 예상됐던 기간인 15년보다 2년 앞당겨 사람 DNA의 모든 염기서열을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인류가 풀어야 할 난제는 여전히 적지 않다. 아직까지 인류는 암을 정복하지 못했고, 우주의 기원 또한 완벽히 설명하지 못한다. 조그만 세포 덩어리 하나가 어떻게 인간이 되는지 아직 밝히지 못했고 지구온난화가 가져올 변화에 대한 결과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런 난제를 해결하는 ‘과학난제 도전 융합연구개발사업’이 곧 시작된다. 30대∼40대 초반 젊은 과학자들과 공학자들이 모여 앞으로 인류가 풀어야 할 문제를 고민하고 이 가운데 해결이 꼭 필요한 난제를 뽑아 함께 창의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는 연구사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48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암 정복과 지구온난화 해결을 도전할 만한 과제로 보고 있다. 현재 기술로는 암이 어디로 전이될지 예측하고 억제하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암 세포를 정상 세포로 되돌리는 방안도 아직 없다. 지구온난화의 경우 연평균 기온이 얼마나 높아질지 예측하는 방법도 아직 도전거리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훌륭한 연구는 결과적으로 보면 ‘좋은 질문’을 먼저 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테면 초고령화 시대를 대비한 난제 연구는 ‘수명은 길어졌지만 과연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유럽과 일본 등 각국도 노벨상 수상자들까지 참여한 가운데 건강한 노후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정가영 성균관대 약대 교수는 지난해 12월 열린 미래융합포럼에서 “삶의 환경 개선과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기대 수명이 늘어나고 있지만 건강 수명도 함께 늘어나지는 않는다”며 “기대 수명과 건강 수명을 일치시킬 방안을 마련해 초고령사회 진입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생애주기 정보를 바탕으로 노화 억제 방법과 역노화 메커니즘 규명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여성과 비교할 때 남성은 상대적으로 단명하는데 이런 수명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연구도 진행할 수 있다. 미국 정보고등연구기획청(IARPA)은 2016년 이른바 ‘뇌 분야 아폴로 프로젝트’라 불리는 ‘미크론’ 프로그램에 1억 달러(약 1216억 원)를 투자했다. 쥐의 뇌를 1mm³ 단위까지 관찰해 머신러닝과 인공지능(AI) 가동원리를 찾는 게 목적이다. 유럽은 2014년부터 ‘호라이즌 유럽’ 프로젝트를 통해 인공광합성과 뉴로 컴퓨터 분야에, 일본은 2019년부터 ‘문샷’ 프로젝트로 지구온난화 해결과 사이버테러 방지에 도전 중이다. 중국은 ‘중국 제조 2025’와 ‘AI 문샷’ 등을 통해 항공우주와 양자컴퓨팅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 과학기술 석학단체인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내달 ‘과학난제 도전 협력지원단’을 설립하고 기초과학과 공학을 융합한 9개 연구 주제를 발굴할 계획이다. 올 상반기 중 2곳이 선정될 예정이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새로운 항공기 개발 과정에 빠질 수 없는 실험이 있다. 바로 항공기가 잘 날도록 설계됐는지 살펴보는 ‘풍동 실험’이다. 크기만 작을 뿐 실제와 거의 동일한 형태의 모형 항공기를 방 안에 두고, 바람을 흘려보내 항공기 주변의 공기 흐름을 자세히 분석한다. 항공기가 안전하고 잘 날도록 설계됐는지 살펴보는 아주 중요한 실험이지만 막대한 돈과 시간이 필요해 항공기 제작 업체엔 부담이 돼 왔다. 세계 최대 항공기 제작회사 보잉은 1980년대만 해도 항공기 1대당 풍동 실험을 평균 77번 진행했다. 하지만 지금은 5번 미만으로 횟수를 줄이는 혁신을 이뤄냈다. 이런 혁신의 배경에는 ‘비밀 실험실’이 있다. 이 실험실에는 연구원이나 테스트에 필요한 시제품이 없다. 연구소 건물이나 주소도 없다. 단지 컴퓨터만 있으면 된다. ○실험 횟수 비용 안 드는 컴퓨터 속 실험실 이 비밀 실험실의 정체는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라고 불리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제품을 만들고 작동시켜 성능을 살펴보는 컴퓨터 속 실험실이라고 보면 된다. 실제 실험을 하는 대신 컴퓨터상에서 손쉽게 성능을 살피고 결함을 찾는 데 활용된다.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를 쓰면 실제 실험을 많이 할 필요가 없어 실험 기간과 비용도 자연스레 줄어든다. 항공기나 자동차 회사부터 초고층 건물을 짓는 건설사, 화학제품을 만드는 화학 회사, 금형 주조 회사까지 대부분 기업들이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 보잉은 물론 가전제품 회사 다이슨과 타이어 회사 굿이어도 이 소프트웨어를 써서 불량률과 개발 기간을 단축한 혁신 제품을 선보인 기업으로 손꼽힌다. 국내에서도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이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를 활발히 사용하고 있다.○제철소 시설, 발전기 부품 소재 시험도 대체 중소기업 가운데서도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시간과 비용을 줄인 사례들이 있다. 국내 플랜트 기계설계 회사인 근화엔지니어링은 지난해 포스코 광양제철소 용광로 개수 공사 설계를 맡았다. 시설을 크게 바꾸지 않고 늘어나는 생산 용량에 맞게 원료를 옮기는 이송 시설인 컨베이어벨트와 배관 설치용 도교의 안전성을 보강하는 게 목표였다. 근화엔지니어링은 전문 구조해석 소프트웨어인 ‘마이다스젠(midas Gen)’을 활용해 시험용 구조물을 짓지 않고도 새 이송 설비에 가해지는 무게를 계산하는 데 성공했다. 회사 관계자는 “마이다스젠을 활용해 구조 해석에 들어가는 시간을 160시간 줄이고, 원가 절감 목표보다 200만 원 이상 절감했다”며 “설계 시간이 줄면서 신규 프로젝트 2건을 추가로 수주했다”고 설명했다. 대형 플랜트 부품을 제작하는 대창솔루션은 발전소 터빈 회전체를 감싸는 외부 구조물이 커지고 복잡해지면서 늘어난 불량률로 골머리를 앓았다. 이 회사는 ‘지캐스트(Z-CAST PRO)’라는 주조 해석용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불량이 발생하는 원인을 찾았다. 부품 주조 과정에서 열이 흐르고 멈추는 움직임을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다. 대창솔루션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불량률은 30% 줄어들고 용접봉 사용량 등 보수 비용을 연간 13억 원 줄이는 효과를 얻었다”며 “생산성이 18% 향상되는 효과도 있었다”고 말했다.○클라우드 서비스로 시공간 제약 없이 활용 가능해져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려는 기업들은 점점 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중소기업엔 ‘그림의 떡’이다. 구매 비용이 비싸고 이를 운영할 전문 인력을 고용하거나 유지하는 게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근화엔지니어링과 대창솔루션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창의엔지니어링센터를 통해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와 전문가를 지원받아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최근에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기업들이 인터넷에 직접 접속해 언제, 어디서든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를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이 구축돼 중소기업들이 관심이 높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생기원 창의엔지니어링센터는 클라우드에 다양한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원하는 기업에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지원 사업을 올해 3월부터 12월까지 추진한다. 선정된 기업들은 온라인 접속을 통해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 사용뿐 아니라 해석 컨설팅도 받을 수 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