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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7 대형 기술주가 모처럼 일제히 상승하며 증시를 밀어 올렸습니다. 11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0.01% 하락했지만, S&P500은 0.74%, 나스닥은 1.68% 올랐는데요. 나스닥 지수는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습니다.‘매그니피센트 7’로 불리는 7개 종목(MS·애플·아마존·알파벳·메타·테슬라·엔비디아)이 이날 모두 상승 마감했는데요. 특히 애플이 4.33%나 뛰었습니다. 인공지능(AI) 기능에 중점을 둔 차세대 프로세서 M4 생산이 임박했다는 블룸버그 보도 영향인데요. 올해 말~내년 초에 출시할 맥(Mac) 제품군 전체에 이 M4칩을 탑재할 거라고 합니다. AI 경쟁에서 뒤진다는 평가를 받던 애플이 AI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는 거죠.아마존은 이날 주가가 1.67% 상승한 189.05달러로 마감했는데요. 2021년 7월의 종전 최고가(186.57달러)를 넘어선 사상 최고가입니다.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24% 뛰었는데요. 비용 절감과 사업구조 개편으로 투자자 마음을 사로잡았다는군요.최근 주가가 고점보다 10% 빠졌던 엔비디아는 이날 4.11% 급등했고요. 마이크로소프트(1.1%), 알파벳(2.09%), 테슬라(1.65%), 메타(0.64%) 주가도 상승 마감했습니다.금요일(12일)부터 뉴욕증시는 본격적인 실적시즌에 들어갑니다. 모건스탠리, 웰스파고, 씨티그룹이 이날 실적을 발표하죠. 탄탄한 미국 경제가 기업의 이익 성장으로 얼마나 이어질지가 관심거리인데요. 블룸버그에 따르면 월스트리트는 S&P500 기업의 1분기 주당순이익이 1년 전보다 3.9% 성장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특히 매그니피센트 7 기업 이익은 38% 증가할 걸로 예상되죠.이미 올해 들어 주가가 많이 오른 상태이기 때문에, 기업 실적이 월가의 예측치에 부합하느냐에 따라 주가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코메리카 웰스 매니지먼트의 존 린치 CIO는 “주식이 충분히 평가되고, 시장 금리가 오르고, 연방준비제도(Fed) 금리 인하에 대한 합의된 기대가 줄어들고 있다”면서 “현재의 주식 가치 평가와 투자 심리를 정당화하려면 기업 이익이 계속 확대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합니다. 샌더스모리스의 조지 볼 회장은 “시장을 앞으로 이끄는 건 연준의 금리인하가 아니라 기업 수익이 될 것”이라며 “기업이익은 예상보다 훨씬 더 좋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인공지능(AI) 발전을 제약하는 건 변압기와 전력 공급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최근 발언이다. AI 기술 발전 속도를 지금의 전력망이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란 뜻이다. 그의 경고대로 AI발 전력 부족 사태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AI 열풍이 몰고 온 전력 부족 전력 수요 급증을 경고하는 건 머스크만이 아니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는 1월 다보스포럼에서 “AI 기술엔 이전에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면서 “획기적인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지멘스에너지의 크리스티안 브루흐 CEO도 지난달 연례 주주총회에서 “전기 없이는 AI 기술 발전이 없다”며 전력 수요 급증을 예고했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를 개발해 사용하려면 천문학적 용량의 데이터를 보관하고 처리할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 AI 열풍은 곧 데이터센터 붐을 뜻한다. 이미 전 세계엔 약 8000개의 데이터센터가 있지만, 앞으로 훨씬 더 많이 추가돼야만 한다. 문제는 AI용 데이터센터가 전기 먹는 하마라는 점이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 서비스 이용엔 구글 검색보다 3∼30배나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 국제에너지기구는 ‘2024년 전기보고서’에서 전 세계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전력량이 2022년 460TWh에서 2026년 최대 1050TWh로 급증할 거라고 내다봤다. 이는 일본 전체의 전력소비량(2022년 939TWh)을 넘어서는 규모다. 데이터센터는 연중무휴 24시간 전기가 통해야 한다. 아무리 데이터센터 건물을 짓고 AI용 반도체를 깔아놔도 송전선이 연결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하지만 전력망은 금세 확장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새로운 전력망을 계획해서 구축하는 데는 보통 5∼15년이 걸린다.‘전기 먹는 하마’ AI 데이터센터 경쟁… 전선 재료 구리값 껑충“AI 발전 걸림돌은 전력”천문학적 용량의 데이터 처리-보관… 신설 센터에 연결할 전력망도 필수구리 선물가격, 2달 만에 15% 올라… 구리 대체할 초전도케이블 개발도 복잡한 인허가 절차와 전력설비의 부족, 지역 주민의 반발과 전기요금 인상 우려 등. 전력망 업그레이드를 지연시키는 요인은 한둘이 아니다. 대부분 국가에서 데이터센터 용량이 이미 포화상태이지만, 추가 건설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이유다. 부동산회사 CBRE는 “전 세계적으로 가용전력이 부족해서 데이터센터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전력망은 과부하가 걸리면 자칫 대규모 정전 사태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곳곳에서 신규 데이터센터 설립이 미뤄지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의 최대 전력회사 APS는 초대형 데이터센터 신규 사업을 당분간 보류한다고 밝혔다. 아일랜드 더블린시 역시 전력이 부족하단 이유로 이달 초 신규 데이터센터 설립 계획을 불허했다.● 국내 전선기업 주가 들썩 전력 부족은 AI 기술기업엔 걱정거리이지만 다른 산업엔 호재이다. 전력 인프라를 위한 투자가 당분간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원자재 시장에선 구리 가격이 뛰기 시작했다. 8일 런던금속거래소에서 구리 선물 가격은 t당 9411달러. 두 달 만에 15% 상승으로, 9400달러 선을 돌파한 건 22개월 만이다. 구리 가격에 영향을 주는 중국 부동산 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이례적인 상승세다. 구리는 전선과 변압기에 모두 들어가는 가장 중요한 재료이다. 전력망 확장은 구리 수요 급증을 의미한다.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의 제프 커리 에너지 부문 최고전략책임자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AI를 발전시키려면 구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원자재 중개업체 트라피구라의 사드 라힘 이코노미스트는 AI로 인해 구리 수요가 2030년까지 100만 t 추가될 거라고 전망한다. 씨티그룹과 골드만삭스는 최근 내년 상반기 구리 가격 전망치를 t당 1만2000달러로 높여 잡았다. 미국에선 발전회사 주가가 덩달아 활기를 띤다. 지난 15년간 제자리였던 미국 전력 수요가 AI 붐을 타고 빠르게 증가할 거란 전망 때문이다. 발전회사 비스트라 주가는 올해 들어 82.6%, 콘스텔레이션 에너지는 63.2% 뛰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AI 물결을 타고자 하는 투자자들이 이제 발전회사로 눈을 돌렸다”고 전한다. 국내에선 변압기 제조사에 이어 전선기업 주가가 최근 들썩인다. 전선기업 실적이 구리 가격에 연동되는 구조인 데다, 전력 케이블의 내수와 수출 수요 모두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서다. 대한전선 주가는 한 달 새 46.7%, 가온전선은 39.5%, 일진전기는 50.3%나 상승했다. 이유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00년대 중반 이후 20년 만에 전선 업계에 사이클이 돌아왔다”고 평가한다. AI발 전력난을 기회 삼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전선기업도 있다. LS전선은 구리 대신 초전도체를 사용하는 초전도케이블을 데이터센터에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초전도케이블은 구리선보다 가격이 비싼 대신 변압기·변전소가 필요 없다는 게 장점이다. LS전선 류철휘 박사는 “초전도케이블은 전자파를 발산하지 않기 때문에 민원 염려도 적다”면서 “엄청난 전기를 공급해야 하는 AI용 데이터센터 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홍해 바다에서 사막을 향해 일직선으로 뻗어나가는 반짝이는 거대한 벽. 사우디아라비아의 야심 찬 신도시 프로젝트 ‘네옴(NEOM)’의 주거지구 ‘더 라인(The Line)’ 조감도를 기억하시나요.최근 이 더 라인과 관련해 엇갈린 소식이 들려옵니다. 한편에서는 성공적으로 공사가 착착 진행 중이라는 홍보 영상이 눈길을 끌고요. 다른 한편에선 더 라인 프로젝트의 중간 계획이 크게 축소됐다는 보도가 나왔죠. 한국 기업도 관심이 큰 프로젝트라서 과연 어떻게 진행될지가 궁금한데요. 오늘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 프로젝트를 중간점검해보겠습니다.*이 기사는 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2030년 첫 단계 완성”광활한 사막을 가로지르는 흙길 위를 한 줄로 달리는 덤프트럭들 모습이 마치 개미들의 행진처럼 느껴집니다. 분주히 움직이는 수십 대 굴착기를 미니어처로 착각할 정도로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공사판. 지난 2월 네옴이 공개한 ‘더 라인’ 공사 현장의 항공촬영 영상입니다.더 라인은 사우디아라비아 서북부 타북 지방에 건설 중인 신도시 ‘네옴’의 주거지구이죠. 길이 170㎞, 폭 200m의 부지에 500m 높이 고층 건물 두 개를 나란히 짓는다는 계획인데요. 서울 송파구와 비슷한 면적(34㎢)에 총 900만명을 수용하는 대단히 효율적인 도시를 추구합니다.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더 라인에선 ‘세계 최대 토공사(Earthwork)’가 현재 진행 중입니다. 또 매주 200만㎥가 넘는 흙이 옮겨지고 있고, 260대의 굴착기와 2000대의 트럭이 연중무휴로 24시간 작업 중이라고도 공개했죠. 그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솔직히 잘 감이 잡히진 않는 모호한 숫자이긴 한데요. 영상에서 이 프로젝트의 최고개발 책임자인 데니스 히키는 이렇게 말합니다. “더 라인의 첫 번째 단계는 2030년에 완료됩니다. 우리가 약속합니다.”목표치 대폭 하향?영상에 대한 반응은 극과 극입니다. “정말 대단하고 흥미롭다”는 찬사와 “이것이 바로 디스토피아”라는 한탄이 동시에 나오는데요(비중은 3대 7 정도). 어쨌거나 영상을 통해 말하려는 건 이거죠. ‘터무니없이 야심 차다고 평가받았던 더 라인, 진짜로 땅 파고 공사 진행 중이다.’그런데 순조롭게 공사가 진척되는 줄 알았던 더 라인에 대해 새로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더 라인의 1단계 목표치를 원래 계획보다 크게 낮춰 잡았다는 뉴스이죠. 지난 6일 블룸버그가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는데요.당초 더 라인은 2030년까지 150만명 주민이 거주하는 도시가 된다는 1단계 목표를 잡았죠. 하지만 이젠 2030년 기준으로 거주민이 30만명 미만이 될 것으로 예상치를 조정했다고 합니다. 전체 170㎞ 길이의 선형도시 중 겨우 2.4㎞만 그때까지 완료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하죠.7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도 이를 확인합니다. 익명의 네옴 전 임원을 인용해 더 라인의 추정인구와 규모가 이전 계획보다 축소됐다고 전하는데요.네옴 측은 늘 그렇듯 보도와 관련해 아무 입장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정확히 계획이 어떻게 축소됐는지는 알 수 없는데요. 하지만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원대한 계획이 삐그덕거리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은 커집니다.“수학 법칙에 어긋나는 프로젝트”더 라인 프로젝트를 두고 회의론이 불거지는 이유는 무엇보다 규모가 커도 너무 큰 공사이기 때문이죠. 네옴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 있는 마넬 산로마 스페인 로비라 이 비르길리대학 교수가 최근 링크드인에 남긴 글이 인상적인데요. 그는 더 라인을 두고 “물리학, 경제학, 간단한 수학의 법칙에 어긋나는 프로젝트”라며 이렇게 지적합니다.“엔지니어, 건축가, 컨설턴트는 필요 없고 중학생만 있으면 됩니다. 길이 170㎞×너비 200m×높이 500m의 더 라인은 뉴욕시의 원월드 트레이드센터(높이 541m) 8000개를 지을 수 있는 규모를 자랑합니다. 원월드 트레이드센터 건설엔 7년이 걸렸고 39억 달러 비용과 하루 3500명의 근로자가 소요됐습니다. 더 라인 건설에 5만6000년이 걸리진 않을 수도 있죠. 하루 350만명의 근로자를 투입하면 56년 안에 할 수 있습니다.”물론 이렇게 반문할 수 있습니다. 돈이 넘치는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인데, 돈을 퍼부어서라도 하겠다면 할 수 있는 것 아닌가?그런데 바로 이 부분에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네옴 프로젝트 전체 공사비용은 5000억 ~1조 달러라고 보통 얘기하죠. 1단계에 들어가는 비용만 3190억 달러로 추정됐고요. 빈 살만 왕세자는 그중 절반을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기금(PIF)이 댈 거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나머지는 투자를 받든, 어디서 빌려오든 방법을 찾아야 하죠. 그런데 생각보다 이 자금 조달이 만만찮습니다. 즉, 계획대로 진행하기엔 돈이 모자랄 수 있습니다.너무 펑펑 써버렸나아니,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세계 최고 갑부 중 하나라는 빈 살만 왕세자가 하는 사업인데 돈이 부족해서 걱정이라니. 좀 이상하게 들리나요?하지만 사실입니다. 투자은행 자드와인베스트먼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제임스 리브는 “(네옴을 포함한) 비전 2030 프로젝트 전체에서 가장 큰 문제는 자본 부족”이라고 말합니다.일단 네옴 프로젝트 비용의 절반을 책임져야 하는 사우디 공공투자기금의 현금이 말라가고 있습니다. 2022년 말 500억 달러였던 현금보유 규모가 지난해 9월 말 150억 달러로 줄어들었는데요. 데이터를 공개한 2020년 12월 이후 최저이죠,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동안 기금을 펑펑 써버렸죠. 각종 스포츠(축구·골프·e스포츠·테니스 등)와 함께 항공·전기차·관광·건강 등 참 다양한 사업에 돈을 쏟아부었는데요. 지난해 전 세계 국부펀드 중 가장 많은 지출규모(315억 달러)를 기록했을 정도이죠.공공투자기금이 손댔던 사업이 대박이 난다면 걱정 없겠지만, 그렇지가 않죠. 사우디 국부펀드는 이미 54억 달러를 투입한 전기차 기업 루시드가 위기에 몰리자, 최근 10억 달러를 추가로 출자했습니다. 대박은커녕 돈 들어갈 일이 너무 많데요. 공공투자기금이 올해 들어 채권 매각으로 조달한 금액만 이미 70억 달러라고 합니다. 빚으로 메우고 있는 거죠.또 흔히 사우디 하면 석유수출이 화수분처럼 오일머니를 무한정 퍼주는 줄로 아는데요. 생각과 달리 지난해 사우디 재정수지는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올해도 재정적자규모가 GDP의 1.9%에 달할 걸로 전망된다고 하죠. 예상보다 국제유가가 낮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사우디 재정수지는 거의 전적으로 기름값에 달려있죠. 브렌트유가 최근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했다고는 하지만, 사우디가 재정 균형을 이루기엔 한참 부족합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배럴당 108달러는 돼야 재정 적자를 피할 수 있다는데요. 당분간은 재정수지도 적자 탈출이 쉽지 않단 뜻입니다. 사우디 정부는 재정적자가 2026년까지 지속될 거라고 내다보죠. 그동안은 빚(국채 발행)을 내서 버텨야 한다는 뜻입니다.해외 투자 유치 나서지만그럼 돈 나올 구멍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요. 사우디 입장에서 최선은 해외 투자를 받는 겁니다. 사우디 정부는 투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죠. 2030년까지 외국인 직접투자를 연 1000억 달러로 늘리겠다는 목표인데요. 하지만 지난해 외국인 직접투자 금액은? 2023년 목표치(220억 달러)에 미치지 못한 190억 달러에 그쳤습니다.가만히 앉아서 투자자를 기다리고 있을 순 없죠. 사우디는 최근 투자유치를 위한 마케팅에 한층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2월엔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네옴 사무실을 열고 월스트리트 투자자 공략에 나섰고요. 이달 중순엔 네옴의 나드미 알 나스르 CEO가 직접 중국 본토와 홍콩을 찾아가 로드쇼를 열 예정입니다. 앞서 소개한 더 라인 홍보 영상 공개도 다 투자 유치를 위한 거죠.하지만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직까지 해외 투자 유치에서 의미 있는 진전은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고금리와 함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중동지역 정세가 불안한 것이 투자자들이 선뜻 투자를 결정하기 어려운 이유로 꼽히죠.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두고 이렇게 꼬집습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아직까진 자기 돈을 사우디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사우디 돈을 가져가는 걸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결국 이런 자금 상황이 더 라인 목표 수정으로 이어진 게 아닐까 추측할 수 있는데요. 혹시 그럼 네옴 프로젝트 자체가 이대로 흔들릴 수도 있으려나요?물론 시니컬한 의견은 예전부터 워낙 많긴 했는데요(가디언 “더 라인은 결코 완료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사우디가 단기간에 공사비를 대지 못할 지경이 될 거라고 보는 이는 현재로서 없는 듯합니다. 빈 살만 왕세자가 쓸 카드가 아직 남았기 때문이죠.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 지분을 시장에 더 내다 팔 수도 있고요(현재 정부가 지분 82%, 국부펀드가 16% 보유).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아직 매우 낮기 때문에(27%), 국채를 한참 더 찍어내도 되죠. 무엇보다 석유 가격이 어쩌면 오를지도?빈 살만이 ‘탈 석유’를 위해 추진하는 네옴 프로젝트의 성패가 사실 석유 가격에 달려있다는 게 아이러니입니다. 네옴은 과연 두바이를 잇는 또 다른 사막의 기적이 될 수 있을까요. By.딥다이브사우디는 벌려놓은 일이 많습니다. 2029년엔 네옴의 산악지역 트로제나에서 동계올림픽을 열기로 했고요(인공눈 스키장을 만들 예정). 2030년엔 리야드에서 엑스포를 개최합니다. 우리가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이 초대형 프로젝트들을 어떻게 이끌어나갈지가 궁금하군요. 주요 내용을 요약하자면-사우디 신도시 네옴에서 ‘더 라인’ 공사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2030년에 첫 번째 단계 공사를 완료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계획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30년 거주자가 150만명이 아닌 30만명 미만으로 조정됐습니다. 전체 170㎞ 중 2.4㎞만 완공될 거라고 합니다.-그럴 수밖에 없는 게 더 라인은 규모가 커도 너무 큽니다. 수학적으로 보면 말이 안 되는 프로젝트이죠.-사우디는 현금이 많지 않습니다. 유가가 90달러 수준에 머물러서 재정적자 상태이죠.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해 뛰고 있지만 아직은 큰 진전이 없습니다. 어쩌면 네옴의 성패는 석유 가격에 달렸을지도.*이 기사는 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뉴욕증시가 거의 변동 없이 마감했습니다. 소비자물가지수 발표를 앞두고 투자자들이 신중한 모습입니다. 8일(현지시간) 다우지수와 S&P500은 각각 0.03%와 0.04% 하락, 나스닥지수는 0.03% 상승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국채금리 상승이 이날 주식시장을 억눌렀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0.44%포인트 오른 4.422%를 기록했죠.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인데요. 심리적 기준선인 4.5% 수준에 바짝 다가선 겁니다. 블룸버그는 “올해 연준의 세차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투자자들의 확신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면서 “시장은 이제 단 두차례 금리인하를 내다본다”고 분석합니다.그래서 10일 발표될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수치가 특히 중요합니다. 연준의 금리인하 시점을 가늠할 잣대가 될 수 있어서인데요. 블룸버그에 따르면 식품과 에너지비용을 제외한 근원 물가지수가 전년 동월보다 3.7% 상승할 걸로 추정됩니다. 전월(3.8%)보다는 상승률이 약간 둔화할 거란 기대이죠. 노무라캐피탈의 매트 로우 포트폴리오 책임자는 “주식 상승 대부분이 올해 일련의 금리인하에 대한 희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나쁜 소식이 주식시장에 좋다는 생각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이날 눈에 띄는 종목은 테슬라입니다. 지난주 금요일 일론 머스크 CEO가 로보택시를 8월 8일 공개한다고 밝혔죠. 이날 테슬라 주가는 4.9% 뛰었습니다. 자율주행 기능은 오랫동안 테슬라 주식이 높은 가치 평가를 받게 만드는 핵심 원동력이었죠. 판매부진과 값싼 중국 전기차와의 경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테슬라가 로보택시로 다시 투자자의 열광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요. 다만 테슬라가 신차를 ‘공개’한다고 해서 꼭 그 모델을 조만간 상업적으로 출시된다는 뜻은 아니긴 합니다.지난주 GE에서 분사된 에너지 회사 GE버노바의 주가는 5.92% 급등했습니다. JP모건이 “현재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면서 GE버노바의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확대로 상향 조정한 영향입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미국 대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이 창립 13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4월 3일 자로 3개 회사로의 분사(GE에어로스페이스, GE버노바, GE헬스케어)가 완료됐기 때문입니다. 주식시장에서 ‘GE’라는 티커명은 GE에어로스페이스가 물려받긴 하는데요. 회사 이름이 ‘제너럴일렉트릭(GE)’인 그 대기업은 이제 어디에도 없습니다.GE의 종말은 곧 이 사람 이야기에 종지부가 찍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은퇴한 지 20여 년, 사망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강렬한 이름. 잭 웰치 전 회장과 GE의 흥망성쇠를 들여다봅니다.*이 기사는 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카리스마 넘치는 세기의 경영자여러분은 잭 웰치 전 GE CEO 겸 회장을 어떤 인물로 기억하나요. 가장 널리 알려진 수식어는 이겁니다. ‘세기의 경영자’. 1999년 미국 포춘지가 그렇게 선정했죠.잭 웰치는 그 시대 최고의 스타 CEO였습니다. 그 인기는 지금의 일론 머스크보다 더했죠. 월스트리트는 그를 사랑했고, 경영인들은 그를 존경했습니다. ‘CEO 우상화’의 시작이라 할 만했는데요.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가 CEO 재임 기간(1981~2001년) 만들어낸 놀라운 경영성과(=숫자들) 때문이죠. 몇 가지 소개하자면.GE 주가는 잭 웰치 재임 기간 약 3000% 상승했습니다. 기업가치가 140억 달러에서 4500억 달러까지 뛰었죠. 이는 같은 기간 S&P500 상승률(약 330%)의 9배에 해당합니다.GE는 1993년 9월 미국기업 중 시가총액 1위에 올랐습니다. 그 뒤로도 꽤 오래 선두권이었죠. 1999년 마이크로소프트에 1위 자리를 뺏긴 뒤 엎치락뒤치락했고, 2004년에 마지막으로 1위를 기록했습니다.GE는 놀랍도록 안정적인 수익성장을 보여줬습니다. 1995년부터 2004년까지, 경기가 나쁠 때도 좋을 때도, GE는 매 분기 실적발표에서 애널리스트 추정치를 충족하거나 웃돌았습니다.그의 뛰어난 경영성과와 카리스마 넘치는 경영 스타일은 찬탄의 대상이었죠. 퇴임 직후 그가 쓴 책(Jack: Straight from the Gut)이 당시 사상 최고 원고료(1000만 달러)를 받았을 정도인데요. 아마 GE 성공모델 이야기를 한때 지겹게 들었던 분도 많을 겁니다. 식스 시그마라고 들어보셨죠?카리스마 넘치는 세기의 경영자좀 더 옛날, 웰치 시대 이전의 GE를 기억해볼까요. 에디슨의 전구 회사를 전신으로 하는 GE는 전구와 가전으로 유명한 제조업체였습니다. 발전용 터빈과 항공 엔진 같은 산업재에서도 명성이 높았고요. 동시에 가족적이면서 관료주의적인 전형적인 미국 대기업이었죠. 1970년대를 이끈 레지날드 존스 CEO는 직원이 상을 당하면 직접 전화 걸어 위로하는 온화한 리더십이었습니다.그리고 존스는 놀랍게도 본인과 정반대의 호전적인 인물 잭 웰치를 후임자로 낙점합니다. 유명한 일화가 있죠. 존스가 후임자 웰치를 사무실로 불러 이렇게 말합니다. “잭, 자네에게 퀸 메리(세계 최대 유람선)를 주겠네. 이것은 침몰하지 않도록 설계됐다네.” 그러자 웰치는 이렇게 대꾸합니다. “난 퀸메리를 폭파할 계획입니다. 나는 쾌속정을 원해요.”그리고 잭 웰치는 CEO에 오르자마자 GE를 폭파하다시피 흔들어 놓습니다. ‘빠르고 솔직한 조직’을 만들겠다며 칼질을 시작한 건데요.우선 ‘스택랭킹(Stack Ranking, 층을 쌓듯이 서열화)’을 도입합니다. 모든 직원을 A(20%), B(70%), C(10%) 등급으로 평가해서 C등급은 해고한 거죠. 초기 5년 동안 전체 직원 중 4분이 1인 10만명이 잘렸습니다. 그의 별명 ‘중성자탄 잭(Neutron Jack)’은 이때 생겼죠.실적이 저조한 사업장은 매각이나 공장 폐쇄로 과감히 정리했습니다. 토스터부터 탄광까지, 무려 408개 사업체가 재임기간 중 매각됐죠. “모든 사업이 세계 시장에서 1위 또는 2위를 한다”는 전략에 따른 겁니다.아웃소싱도 이용했습니다. 경비원이나 단순 업무는 임금이 낮은 파견 계약직으로 바뀌었죠. 제조업 관련 일자리 중 상당수는 저임금 노동력이 풍부한 해외로 옮겨갔습니다.이런 경영방식 어떤가요. 너무 무자비한가요? 아니면 생산성을 높이려면 불가피한가요?평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확실한 건 이런 방식이 단기 실적과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꽤 효과적이었다는 겁니다. 지금도 미국 기업들은 주주를 만족시키기 위해, 종종 정리해고 카드를 꺼내 들죠. 40년 전의 잭 웰치에게서 배운 겁니다.제조업에서 금융회사로잭 웰치의 경영 목표는 단순 명확했습니다. 시장 기대에 걸맞는 실적을 보여주는 거죠. 왜? 주주가 그걸 원하니까요. 주식시장은 늘 좋은 ‘숫자’를 원하고, 그 숫자는 경영을 통해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이를 위해 그는 무자비한 비용 절감과 동시에 과감한 영토확장에 나섭니다. 재임 동안 약 1000건에 달하는 인수를 성사시켰는데요. 의료서비스와 미디어, 통신, 금융 같은 새로운 분야가 추가됐죠. 세탁기와 냉장고로 유명했던 GE의 정체성은 제조업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졌습니다. GE의 전직 마케팅 임원 베스 컴스탁은 이렇게 표현합니다. “잭이 가지고 있던 모델은 ‘팩맨(Pacman, 쿠키를 먹는 게임) 모델’이었습니다. 기업을 먹어 치우고 성장을 획득하라.”성장하는 산업을 먹어 치울 수 있는 건 대단한 능력과 선구안 아니냐고요? 네, 물론 당시 그렇게 평가받았는데요. 그럼 GE는 어떻게 그 많은 돈을 동원할 수 있었을까요. 바로 GE캐피탈로 대표되는 금융의 힘이었습니다.GE캐피탈은 원래 항공기 엔진이나 발전용 터빈 구매자금을 조달해주는 역할을 하는 작은 사업부였죠. 잭 웰치는 이를 주택담보대출부터 신용카드와 보험까지, 거의 모든 금융서비스를 포괄하는 강자로 변모시켰습니다.은행과 달리 캐피탈사는 각종 규제에서 면제됩니다. 대신 캐피탈사는 고객 예금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대체로 자금 조달 비용이 많이 드는데요. 든든한 GE의 우산 아래 있는 GE캐피탈은 예외였습니다(신용등급 AAA). 사실상 규제받지 않는 은행이나 마찬가지였던 GE캐피탈은 ‘세계 최대의 비은행 금융회사’로 급성장합니다. GE캐피탈은 GE를 떠받치는 가장 큰 수익원이 됐죠. 잭 웰치가 은퇴할 무렵 GE 전체 매출의 40%, 이익의 60%를 금융 부문이 차지합니다. GE는 제조 대기업이 아닌 금융회사로 변신했습니다. 잭 웰치는 “공장을 지을 필요도 없다”면서 이를 뿌듯해했습니다.숫자 게임의 극적인 결말앞에서 언급했듯이 잭 웰치는 숫자, 즉 단기성과에 집착했죠. 그리고 보기 좋은 숫자를 만드는 데 가장 유용한 수단 역시 GE캐피탈이었습니다.2000년 CNN머니 매거진은 “GE의 엄청난 수익은 미스터리하다”면서 GE의 ‘숫자 게임’을 저격하는데요. GE가 너무 이상할 정도로 꾸준한 수익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게 다 금융 기법을 이용한 숫자 끼워맞추기란 지적이었습니다. 수익이 너무 높을 땐 GE캐피탈이 ‘대출 준비금’ 명목으로 예비금을 숨겨두고, 실적이 부진할 땐 갑자기 분기 말에 모기지 담보증권을 대량 발행해서 분기 수익을 끌어올리는 식이었죠. 일종의 ‘실적 마사지’였습니다.경기가 좋든 나쁘든 탄탄한 실적을 내주는 GE에 투자자들은 열광했습니다. 주식시장에선 실적이 한해 30% 증가한 뒤 이듬해 10% 줄어드는 기업보다는 매해 꼬박꼬박 10%씩 성장하는 기업을 선호하는 법이죠. 잭 웰치는 주주가 원하는 걸 만들어내는 법을 알았습니다.하지만 이런 방식이 지속 가능할 순 없습니다. 몇 년이 지나지 않아 결국 터지고 말았죠.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겁니다. 순식간에 파산 위기에 처한 GE캐피탈은 연방정부의 구제금융을 받는 신세로 전락했고요. 그룹의 돈줄이었던 GE캐피탈이 무너지자 GE 전체가 몰락의 길을 걷게 됩니다. 잭 웰치의 후계자였던 제프리 이멜트 CEO가 다시 뿌리로 돌아가겠다면서 GE캐피탈 사업 대부분을 매각한 건 2015년이었죠.보잉과 잭 웰치의 후예들그토록 잘 나가던 GE는 몰락은 기술의 진보나 시대 변화 탓이 아니었습니다. 단기 이익에 대한 근시안적 집착이 누적된 결과였죠. 본인은 한 번도 인정한 적 없지만(대신 후계자를 ‘shit’이라고 욕함) 잭 웰치가 GE 몰락의 씨앗을 뿌렸습니다.그리고 여전히 그의 실패를 반복하는 잭 웰치의 후예들이 있습니다.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이 그 대표 사례이죠. 데이비드 칼훈 현 CEO를 포함해 무려 3명의 전현직 CEO가 정통 GE 출신, 즉 ‘잭 웰치 키즈’이거든요.지난 1월 보잉 737맥스 항공기 문짝이 비행 중 뜯어져 나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알고 보니 조립 과정에서 아예 나사를 빼먹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는데요. 앞서 2019년 737맥스의 기체 결함 이슈로 한바탕 난리를 겪고도 달라진 게 없다는 점도 놀라웠습니다. 보잉이 지난 20년 동안 비용 절감을 위해 아웃소싱 대폭 확대하면서 숙련된 엔지니어들이 떠났고, 결국 심각한 항공기 품질 저하로 이어진 겁니다. 제품 품질과 안전보다는 주주 이익 극대화에 매진하는 경영진. 바로 잭 웰치의 유산입니다.칼훈 보잉 CEO는 올해 연말에 사임하겠다고 지난주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 GE는 세 개의 회사로 완전히 해체됐죠. 마지막 남은 잭 웰치의 흔적까지 싹 지워진 느낌인데요. 이제 GE.com 사이트에 접속하면 대문에 이런 문구가 뜹니다. ‘오늘 우리는 다시 시작한다(Today we begin again)’. 그리고 GE 역사를 다룬 페이지 어디에서도 잭 웰치라는 이름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전임자인 레지날드 존스는 사진까지 있음). 잭 웰치는 이제 정말 안녕입니다. By.딥다이브개인적으로 잭 웰치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한국 기업 대부분이 채택하는 상대평가식 직원 평가제도를 퍼뜨린 당사자이기 때문인데요. 정작 GE는 이미 9년 전에 평가방식을 절대평가로 바꿨다고 하죠. 잭 웰치의 후예는 어쩌면 미국보다는 한국에 남아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하자면-미국을 대표하던 대기업, 제너럴일렉트릭이 지난 3일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세기의 경영자’로 불렸던 잭 웰치 전 GE 회장의 이야기가 완전히 끝났습니다.-잭 웰치는 놀라운 경영 성과와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으로 추앙받던 인물입니다. 하위 10% 저성과자는 해고하고 성과가 저조한 사업장은 폐쇄해버린 그는 ‘중성자탄 잭’으로 불렸습니다.-그는 제조업 기반의 GE를 사실상 금융회사로 탈바꿈시키며 눈부신 성과를 이뤘습니다. 숫자로 찍히는 탄탄한 실적에 월스트리트는 환호했죠. 하지만 금융기법이 만들어낸 허상이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가 닥치자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합니다.-잭 웰치가 전파한 단기성과 위주의 경영 방식은 그 이후에도 꽤 오래 남아 기업의 장기성과를 저해하고 있습니다. 나사 빠진 문짝 사태로 얼마 전 CEO가 사임을 발표한 보잉이 대표적이죠. 부디 이게 잭 웰치 유산의 마지막 실패 사례이길 바랍니다. *이 기사는 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1% 넘게 하락했습니다. 연준의 금리 인하가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4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1.35%, S&P500 1.23%, 나스닥지수는 1.40% 하락으로 거래를 마쳤죠.장 초반엔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증시가 강세로 시작했는데요. 연준 관계자들의 매파적 발언이 잇따라 나오면서 방향을 바꿨습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계속 횡보한다면 “우리가 (올해) 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들 것”이라고 말했고요. 톰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 “연준이 시간을 갖는 것이 현명하다. 아무도 인플레이션이 다시 나타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국제유가가 상승하는 것도 인플레이션 걱정을 키우는 요인입니다.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가격이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인 배럴당 90.65달러를 기록했는데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안보내각회의에서 이스라엘이 이란과 그 대리인에 맞서 작전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 중동지역의 긴장을 고조시켰기 때문입니다. 자산운용사 밀러타박의 수석 시장전략가 매트 말리는 “만약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 직접적인 갈등이 발생한다면 중동에서 오는 석유공급을 제한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금요일엔 3월 고용보고서가 발표됩니다. 다우존스 조사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은 3월엔 비농업 신규 고용이 20만 개 증가하고, 시간당 평균 임금 인상률은 연간 4.1%로 전보다 낮아질 전망입니다. 모건스탠리의 크리스 라킨은 “투자자들은 연준이 금리인하를 연기할 이유를 주지 않으면서도 노동시장이 심각한 침체를 겪고 있음을 암시하지도 않는 ‘골디락스’ 수치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하는데요. 특히 임금 인상 속도가 예상대로 둔화하느냐에 따라 시장 참가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입니다.이날 눈에 띄는 기업은 포드자동차입니다. 2025년에 양산할 예정이었던 3열 전기 SUV 출시 시기를 2년 늦춘다고 발표했는데요. 미국 전기차 시장의 수요가 둔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조치입니다. 포드는 보도자료에서 “신흥 배터리 기술”을 활용해 전기 SUV 가격을 낮추려고 한다고도 밝혔는데요. 포드는 SK온과 배터리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설립하고 2022년부터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죠. 당초 3열 전기 SUV를 생산하는 캐나다 온타리오 오크빌 공장에도 이 배터리가 들어갈 계획이었는데요. 이번 양산 계획 변경으로 국내 배터리 업계도 영향을 받을 전망입니다. 포드 주가는 이날 3.22% 하락으로 마감했습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초전도체를 아십니까. 지난해 여름 국내 주식시장을 아주 뜨겁게 달궜던 테마였죠. 초전도체가 ‘전기저항이 0’인 물질이라는 건 이미 아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도대체 전기저항이 0이라는 게 어떤 의미일까요. 그게 왜 그렇게 대단할까요. 초전도체 열풍이 지나간 이후이지만 궁금증은 남는데요.산업현장에서 이 초전도체를 오랫동안 다뤄온 전문가를 인터뷰했습니다. 주식시장이 열광했던 상온 초전도체와는 좀 다르지만, 고온 초전도케이블을 개발해 세계 최초로 상용화까지 성공시킨 LS전선의 류철휘 박사입니다.‘옴의 법칙’ 깬 새로운 현상의 발견-초전도 현상이라는 게 전기저항이 0이 된다는 뜻이라고 알고 있는데, 맞나요?“반만 맞췄습니다. 초전도체는 크게 두 가지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어야 해요. 첫 번째는 전기저항이 제로가 되는 거고요. 두 번째는 내부로 침입하는 자기장을 밖으로 밀어내는 특징입니다. 저희는 그중 전기저항이 0이 되는 현상을 극대화해서 초전도케이블을 개발했습니다.”-전기저항이 제로인 게 왜 그렇게 획기적인 건가요?“지금 쓰는 전력케이블은 주로 구리나 알루미늄 같은 금속 도체를 쓰는데, 이런 물질은 고유 저항이 있습니다. 이런 저항 때문에 전기를 다 흘려보내지 못하는 현상이 생기죠. 그런데 전기저항이 0이면 이런 손실 없이 전류를 100% 다 보낼 수 있습니다.또 초전도 모터도 만들 수 있는데요. 금속 도체 대신 초전도체로 모터를 만들면 아주 큰 힘을 낼 수 있습니다. 고출력 모터가 필요한 선박이나 항공기, UAM(하늘을 나는 자동차)에 초전도 모터를 쓸 수 있고요. 핵융합 발전기에도 초전도체를 쓸 수 있습니다.”-전류의 세기는 전압에 비례하고 저항에 반비례한다는 옴의 법칙이 있죠. 이에 따르면 저항이 0이라는 게 성립하지 않는데요?“그렇죠. 전기저항이 제로가 되는 초전도체 특성은 기존 물리법칙과는 맞지 않는 현상인데요. ‘저온 초전도체’는 전기저항이 0이 되는 현상을 물리학자들이 증명해서 노벨상까지 수상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쓰는 ‘고온 초전도체’는 아직 증명되진 않았습니다. 현상이 먼저 발견되고, 그다음 그 현상을 일으키는 물질을 발견하고, 그 이후에 물리적 원인을 규명해가는 과정에 있죠.”-말씀하신 대로 저온과 고온 초전도체가 있죠. 또 지난해 주식시장이 열광한 상온 초전도체가 있고요. ‘상온’은 일상의 온도이니까 뭔지 알겠고요. ‘고온’의 경우엔 영하 196도를 유지해야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더라고요. 그게 왜 고온이죠?“초전도 현상이 인류에 모습을 드러낸 게 1900년대 초반이었습니다. 세계 최초로 발견된 초전도체가 수은이었죠. 수은이 약 4켈빈, 영하 269도에서 갑자기 전기저항이 사라지는 현상이 발견됐고, 이후 금속 계열 초전도체가 속속 발견됩니다. 그 온도가 약 영하 260도 수준이었고요.그렇게 약 60~70년간 답보 상태를 유지하다가 1980년대 갑자기 영하 200도 안팎 온도에서 초전도 특성을 가진 물질이 발견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처음 발견된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의 초전도체는 저온, 또 일상에선 아주 낮은 온도이지만 상대적으로는 높은 영하 200도에서 초전도 특징을 갖는 물질은 고온 초전도체라고 명명했죠. 그리고 상온 초전도체는 이미 발견이 완료돼 있습니다.”-그래요? 이미 발견됐다고요?“상온 초전도체는 주로 수소 화합물인데요. 2020년 영상 15도에서 초전도 특성을 발현하는 물질이 발견됐고, 저명한 저널에 공개됐습니다. 문제는 이 물질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소화합물을 금속화하는 과정이 필요해요.”-수소를 어떻게 금속화하죠?“아주 큰 압력을 가해줘야 합니다.”-‘상온’이지만 ‘상압’은 아니군요.“그래서 상온 초전도체와 상압 초전도체는 있지만, 아직 상온·상압 초전도체는 없고요. 상온·상압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사는 일반 환경에서 초전도체를 쓸 수 있다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한 거죠. 그래서 그 발견이 지난해 잠깐 이슈가 됐고요.”20년 후발주자에서 세계 선두 국가로-LS전선이 2001년 고온초전도체를 이용한 초전도케이블 프로젝트를 시작했죠. 박사님은 2010년에 거기 합류하셨고요. 처음 맡으셨을 때 어떠셨나요? 너무 막막하지 않았나요?“2001년 국책과제에 LS전선이 참여하면서 시작됐는데요. 제 앞에 계셨던 선배님들이 일궈놓으신 연구성과들이 있었죠. 지금 돌아보면 개발에 큰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네요. 사실 그때 당시엔 하루하루가 어려웠는데 말이죠(웃음).”-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었을 거 같아요. 우리나라가 늦기도 했고요.“그렇죠. 현재 경쟁 구도에 있는 국가와 기업들은 우리보다 20년 이상 앞서서 시작했거든요. 선행 국가는 초전도체를 개발한 뒤에 이걸 상용화했는데, 우리나라는 초전도체 개발과 제품 개발을 동시에 시작했어요. 그래서 초기에 상당히 어려움이 많았고요. 그런데 2007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초전도케이블 개발에 성공합니다. 일본, 미국 다음이었죠.”-개발은 세 번째였고, 초전도케이블 상용화는 2019년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였죠?“그렇죠. 상용화하려면 어딘가에 설치해서 써봐야 하는데, 그게 쉽진 않습니다. 이미 설치돼있는 전력 계통에 기존에 없던 제품을 넣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한전이 전력 공급을 위해 변전소를 곳곳에 지어야 하는데, 신규 변전소를 짓지 않고 초전도케이블로 대용량 전류를 송전하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 사업이 2019년 완료되면서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명칭을 얻었죠.”-해외 경쟁사는 놀랐겠네요. ‘쟤네 왜 저렇게 빨리빨리 하지?’라고요.“제가 이 개발에 참여하면서 1년에 10번 이상 학회를 다녔습니다.우리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세계에 알려야 해서였어요. 처음엔 발표하는데 사람들이 듣지도 않더라고요.”-‘한국? 저건 들을 필요 없어’라고 한 거군요.“그런데 지속적으로 가서 발표하고, 인맥을 쌓고, 각국 전문가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2014년부터 초청이 오더라고요. 와서 너희 성과를 발표 좀 해달라고요. 처음엔 무시당하는 것 같고, 이렇게 계속 변방으로 있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개발을 지속할수록 자신감이 생기고 세계 최초의 성과를 내다 보니, 그다음부터는 저희가 기술을 주도한다는 느낌을 확실히 받게 됐죠.”-지금은 우리가 일본·미국·유럽 국가와 비교했을 때 기술적으로 앞서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그렇죠. 여러 지표를 종합해 봤을 때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고, 성능도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고요. 또 실증과 상용 실적도 가장 많이 보유했기 때문에 지금은 세계 최고 기술력이라고 자부할 수 있죠.”변압기·변전소가 필요 없다-영하 200도 가까이 되는 엄청 낮은 온도를 유지해야 초전도케이블이잖아요. 그 온도를 어떻게 계속 유지하죠? 냉각기를 돌리나요?“네, 맞습니다. 초전도케이블이라고 하면 단순히 케이블만 생각하는데요. 실제로는 극저온 냉각 시스템과 제어 시스템, 그걸 무인 운전할 수 있는 기술력까지 확보해야 상용화할 수 있죠.”-냉각장치는 어떻게 생겼나요. 요만하게 작나요? 아니면 이만큼 커다란가요?“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컨테이너 2개 정도 크기입니다.”-엄청 크군요.“네, 하지만 일반적인 전력 설비들이 다 그렇게 큽니다(웃음). 따라서 냉각시스템이 특별히 크다고는 할 수 없고요. 냉각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는 케이블 내부의 초전도체가 ‘도체(전류가 흐르는 물질)’로서 역할을 하려면 세 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합니다. 하나라도 그 영역을 벗어나면 초전도체는 ‘절연체(전기가 통하기 어려운 물질)’가 돼요. 그 세 가지 조건이 전류밀도·자기장·온도인데요. 이 온도를 유지해주기 위해 고온 초전도케이블은 내부로 액체질소를 순환시킵니다. 액체질소가 케이블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을 뺏어오면, 온도가 높아진 액체질소를 다시 냉각시킬 냉각시스템이 필요한 거죠.”-송전량을 기준으로 할 때 초전도케이블 한 개가 일반 케이블 몇 개와 맞먹는다고 볼 수 있을까요?“단순히 표현하자면 초전도케이블 한 가닥이 일반 케이블의 최대 10배의 전력을 송전할 수 있는데요. 말씀드렸듯이 초전도체는 직류 전류를 흘리면 전기저항이 0입니다. 그런데 실제 우리가 쓰는 전기는 대부분 교류 전기(전류 크기가 시간에 따라 변화)이거든요. 초전도케이블도 직류가 아닌 교류 전류를 흘리면 자기장이 발생합니다. 그 자기장에 의해 송전손실이 발생하는데, 손실량이 일반 케이블과 비교하면 5%가 채 되지 않아요.”-송전 손실이 아예 0은 아니지만 20분의 1 수준이어서, 여러 가닥 구리선이 필요했던 걸 초전도케이블 한 가닥으로 대체할 수 있는 거군요. 그런데 초전도 케이블을 쓰면 변압기, 변전소 설비를 대폭 줄일 수 있다고요?“맞습니다. 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들면 전기를 쓰는 곳까지 멀리 보내야 하잖아요. 전기를 멀리 보내려면 전압이 높아야 합니다. 물을 높은 곳에서 부으면 더 멀리 흘러가듯이, 전기도 전압을 높여줘야 더 멀리 가죠. 이 전압을 높이는 이유는 송전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그런데 초전도체는 손실이 거의 없기 때문에 굳이 전압을 높일 필요가 없어요. 그래서 변압 과정, 즉 발전한 뒤 전압을 높여서 보냈다가 몇 단계 변압 과정을 거쳐 다시 전압을 낮추는 과정이 이론적으로는 필요 없죠.”-아예 변압 과정이 필요 없군요. 그럼 변압기 제조사 입장에선 너무 재앙인데요?(웃음) 대신 변전소, 변압기가 사라져도 똑같은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면 훨씬 더 효율적이네요.“그렇죠. 그런데 그건 초전도체가 범용으로 다 설치됐을 경우에 가능한 얘기이고요. 지금 단계에선 발전부터 수용가까지 다 초전도케이블로 설치할 순 없어서요. 특수한 구간, 예를 들어 신도시가 생겨서 새로 전기를 공급하려면 변전소를 설치하거든요. 그런데 초전도케이블을 사용하면 변전소를 짓지 않아도 됩니다.보통은 154kV 전기를 끌어온 뒤, 신규 변전소에서 이걸 22.9kV로 전압을 낮춰서 전봇대에 있는 가공선이나 땅속으로 보냅니다. 그런데 초전도케이블을 쓰면 낮은 전압으로 많은 전류를 흘릴 수 있기 때문에, 기존 22.9kV를 직접 인근 변전소에서 끌고 와서 보내면 돼요. 중간에 변전소가 하는 역할이 사라지죠. 단순히 전기를 끊었다가 이었다가 하는 개폐소 역할만 하면 되는 건데요. 이 사업을 지금 한전과 같이 진행하고 있어요.”-변전소를 새로 만들면 부지도 필요하고 주변 민원도 많잖아요. 상당히 경제적이면서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겠네요.“맞습니다. 지금 얘기한 사업이 ‘초전도 스테이션’입니다. 기존 154kV 변전소를 22.9kV 개폐소로 바뀌는 거죠. 기존 변전소 면적의 약 10분의 1~20분의 1 정도로 아주 작게 만들 수 있고요. 결정적으로 초전도케이블은 전자파를 발산하지 않습니다.”-고압 송전선이 지나가면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가 전자파 때문이잖아요. 그런데 전자파가 아예 없어요?“네, 제로예요. 초전도케이블은 케이블 내부에서 전자파를 상쇄합니다. 그래서 외부로 전자파가 나가지 않고요. 케이블 원재료도 다 100%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라서 친환경 제품이라 할 수 있죠.”AI 기술과 초전도케이블의 상관관계-여러모로 너무 좋은데, 당연히 이런 반응이 있을 듯해요. ‘생산단가가 훨씬 비싸겠지’란 반응이요. 가격은 어느 정도 차이 나나요?“일반 케이블보다 지금은 많이 비쌉니다. 2배에서 많게는 10배까지 비싼데요. 그 이유는 극저온 냉각 시스템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재료인 초전도체 자체가 비쌉니다.”-아직은 대량 생산이 안 되나 봐요.“그렇죠. 아직 기존 케이블 시장만큼 규모의 경제를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예상만큼 수요가 증가하고 있진 않은 상황이에요. 핸드폰 같은 건 몇 년에 한 번씩 바뀌지만, 전력기기는 기본 수명이 30년이거든요. 그런데 초전도케이블은 세계 최초로 상용 설치한 게 2019년이니까 이제 5년 차에 접어들었어요. 그런 면에서 이걸 선뜻 전력 인프라에 적용하자고 결정하기가 쉽지 않죠.만약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면 초전도케이블은 일반 케이블과 비슷한 수준까지 가격 형성될 걸로 예상이 됩니다. 이것 한 가닥으로 일반 케이블 10가닥을 대체할 수 있으니 경제성이 확보될 수 있죠.현재는 단순히 케이블만으론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초전도 스테이션 같은 전력 계통 사업으로 경제성을 확보해서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또 유럽에선 바닷속에 깔리는 해저 초전도케이블을, 미국에선 하늘에 설치된 가공선을 개발 중인데 모두 저희와 기술 협력 중입니다.”-제품군이 넓어져서 수요가 확대되면 생산량도 늘고 원가도 떨어지겠네요.“사용처가 많아지면 당연히 가격은 내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제 초전도케이블이 빛을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국내 말고 다른 해외시장으로 나갈 가능성도 있을까요?“최근엔 베트남과 초전도케이블을 상용화하기 위한 협력 체계 구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MOU를 체결하면 제가 가서 베트남 전력 계통 어디에 초전도케이블이 필요할지를 찾아주고, 설치하면 어떤 효과가 생기는지에 대해 기술협력을 할 거고요. 그리고 나면 베트남에도 초전도 케이블을 깔게 될 것 같습니다.”-최근 유럽에서 풍력과 태양광 발전을 늘리면서 전력망이 부족하다고 하더라고요. 전 세계적으로 전력망 수요가 급증한다던데, 그걸 느끼시나요?“네. 아까 말씀드린 유럽의 해저케이블도 해상풍력 단지에서 만든 전기를 육상으로 끌고 오기 위한 케이블이 초전도케이블로 설치되는 것이고요. 독일에선 도시 전체 인프라를 초전도로 바꾸는 사업도 시작됐어요. 미국은 몇 년 전 텍사스에서 겨울에 이상한파로 전력 설비가 동파돼 전기가 끊기면서 수십명이 얼어 죽은 사건이 있었거든요. 이후 텍사스의 전력회사 쪽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초전도케이블을 설치해서 계통을 보강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싶다고요. 그래서 2022년부터 관련 사업도 기술협력을 하고 있어요.또 LS일렉트릭의 초전도 전류제한기와 저희 초전도케이블을 같이 묶어서 급격하게 성장하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시장에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기존 IDC는 (수전 용량이) 20~40MW 정도 수준인데요. 갈수록 AI(인공지능)나 IoT(사물인터넷) 산업이 발달하면서 데이터양이 급증하잖아요. 그래서 IDC도 점점 규모가 커져야 하는데, 이건 전기 먹는 하마와 같거든요. 엄청난 전기를 공급해야 하는데, 거기엔 초전도케이블이 적합하다고 보는 거죠. 전기를 멀리서 끌어올 수 있고, 끌어오는 과정에서 전자파가 발생하지 않으니까 민원 염려도 없고요.”-그럼 결론적으로 박사님이 보셨을 때 초전도케이블의 미래는 아주 밝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렇게 정리하면 될까요?“필연적이라고 봅니다.” By.딥다이브전 세계적으로 전력망 구축이 핫 이슈라고 전해드린 적 있죠(). ‘전기 인프라 혁명’ 시대가 도래했다는 분석까지 나오는데요. 과연 신기술 초전도케이블이 이 기회를 틈타 도약할 수 있을까요.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초전도체란 전기저항이 제로이고 자기장을 밖으로 밀어내는 물질입니다. 기존 물리학 법칙을 깬 이 새로운 물질로 전력케이블 또는 전기모터를 만들면 엄청난 고효율을 낼 수 있습니다.-한국은 2001년 뒤늦게 초전도케이블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후발주자이지만 이젠 세계적으로 기술을 선도하는 나라가 됐습니다. -초전도케이블 하나가 최대 10개의 구리케이블을 대체할 수 있습니다. 전기를 멀리 보내기 위해 전압을 높일 필요가 없기 때문에, 변전소와 변압기도 불필요합니다. 전자파도 발산하지 않죠.-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해서 가격은 아직 매우 비쌉니다. 하지만 한국뿐 아니라 유럽과 미국에서도 초전도케이블 사용처를 넓히기 위한 기술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죠. AI 시대를 맞아 급증한 데이터센터 수요 역시 초전도케이블 필요성이 부각되는 이유입니다.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당신은 부모가 되어서 행복한가. 도발적인 질문이지만, 돌아올 대답은 뻔하다. 아마 대부분이 ‘당연히 그렇다’라고 답할 것이다. 지난해 퓨리서치가 미국 부모 375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그랬다. 미성년 자녀를 둔 부모 대다수는 육아가 즐겁고(82%), 보람차다(80%)고 응답했다. 육아가 피곤하거나(41%) 스트레스(29%)라는 부정적인 응답을 크게 웃돌았다. 부모가 된 것이 자신의 정체성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고 답한 이는 무려 87%에 달했다. 아름답고 희망적인 결과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은 대부분 사람에게 여전히 가치 있고 중요한 일임을 보여준다. 때론 지치고 힘들 수 있지만 그렇다고 부모 됨의 즐거움은 사라지지 않는다.“내 자녀 삶에 중요한 건 아이보다 일” 그런데 반전이 있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자녀 인생에서는 무엇이 가장 중요하냐고 묻자 부모들은 딴소리를 했다. 재정적으로 독립하고(88%),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직업을 갖는 것(88%)이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아이를 갖는 것이 자녀 인생에 매우 중요하다는 응답은 고작 20%. 오히려 부모가 되는 것은 자녀에게 그다지 또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46%)는 답변이 훨씬 더 많았다. 아이를 낳아 기른 게 행복의 원천이라던 사람들이 정작 자녀에겐 아이보다 일과 돈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왜 부모들은 자신이 누린 행복을 자녀에게 물려줄 생각이 없는 것일까. 이 수수께끼에 관한 물음표가 쌓이던 중 책에서 답을 찾았다. 구글 검색어를 연구한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의 저서 ‘모두 거짓말을 한다’이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 ‘아이 가진 것을 후회한다’라고 구글에서 검색한 건수는 ‘아이 갖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보다 35배 많았다. 인구 비율을 고려해도 자녀를 가진 사람이 구글 검색창에 ‘후회한다’고 고백할 확률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3.6배 더 높다. 즉, 생각보다 많은 부모가 실제로는 아이 가진 것을 후회한다. 주변인은 물론 익명의 설문조사에도 털어놓지 못하는 진짜 속마음이다. 과연 한국은 다를까. 후회의 감정을 직면하거나 들춰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또 아이 낳은 것을 후회한다고 해서 자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그래서 그들이 종종 소중한 자녀에게 건네는 솔직하면서 비밀스러운 조언이 이거다. “너는 애 낳지 마라.”“너는 애 낳지 마”라는 솔직한 조언 아들딸에게 이렇게 입버릇처럼 말한다는 40, 50대 부모들이 주변에 참 많다. 그들에게 ‘당신은 부모가 된 것을 후회하고 있다’라고 지적하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며 펄쩍 뛸 것이다. 하지만 ‘애 낳지 마라’는 그 말은 사실 과거의 본인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아닌가. 말을 한 본인조차 미처 깨닫지 못한 후회의 메시지를 듣는 자녀는 바로 알아차릴 것이다. 자녀에게 부모는 가장 가까이서 관찰해온 유자녀자이다. 출산과 관련한 자녀의 가치관에 부모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래세대가 아이를 낳고 싶어 하게끔 만들려면 그 부모 세대 생각부터 바뀌어야 한다. 이미 부모가 된 이들이 자기 인생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생각을 바꾸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아이 낳으면 돈 주는 식의 저출산 대책이 당장 2∼3년 안에 극적인 효과를 거두긴 어려운 이유다. 그럼 돈 많이 드는 출산 장려책을 그만둬야 하느냐고? 아니, 그 반대다. 아이를 낳고 기르고 독립시키기까지 모든 기간으로 지원을 더 넓혀야 한다. 꾸준한 지원으로 부모 됨의 만족도를 높여가야 한다. 그렇게 10년, 20년 이어간다면 달라질 수 있다. ‘너도 나처럼 행복한 부모가 되렴’이란 조언을 자녀에게 건네는 미래 부모들이 점점 많아졌으면 한다.한애란 경제부 기자 haru@donga.com}

미국 국채 금리가 뛰면서 뉴욕증시가 혼조세로 마감했습니다. 1일(현지시간) 다우지수와 S&P500은 각각 0.60%와 0.20% 하락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나스닥지수는 0.11% 상승했습니다.이날 시장은 지난주 금요일에 나온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라디오 인터뷰 발언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최근의 경제지표를 두고 “우리가 금리를 인하하기 위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우리가 과잉 반응하는 것을 보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죠. 상당히 신중한 입장이었죠. 이날 발표된 제조업 지표도 예상보다 강했습니다. 공급관리협회(ISM)는 3월 미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3으로 전달(47.8)보다 상승했다고 발표했는데요. 이 지수가 기준선인 50을 넘긴 건 18개월 만이라고 합니다. 제조업 경기가 확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의미이죠.예상외로 강력한 제조업 지표는 연준이 금리인하 시점을 뒤로 미룰 수 있다는 신호로 작용했습니다. 이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0.122%포인트 뛴 4.312%를 기록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6월 FOMC에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58%입니다. 일주일 전 70%대에서 후퇴한 거죠.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호세 토레스는 블룸버그에 “투자자들은 연준이 매파적으로 돌아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연준의 금리인하는 결국 (6월이 아닌) 하반기에나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시장은 이번 주에 발표될 고용지표에 주목합니다. 3월 고용보고서가 5일 나올 예정인데요. 전문가들은 지난달 비농업 신규 고용이 20만5000건 증가해 전달(27만5000건)보다 둔화했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한동안 뜨거웠던 노동시장이 식어가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립니다.이날 눈에 띄는 종목은 트럼프 미디어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만든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의 모회사인데요. 지난주 상장 후 폭등했던 주가가 이날은 21.47% 폭락했습니다. 2023년 연간실적에서 5820만 달러의 순손실을 보고한 영향이죠.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투자 열기에 힘입어 79달러까지 치솟았던 주가가 이날 48달러대로 밀렸는데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유한 지분가치가 10억 달러 이상 증발했다고 합니다. 역시 ‘밈(Meme) 주식’다운 흐름입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성매매·안락사·동성애 결혼을 합법화한 관용의 나라, 종교박해를 피해온 위그노를 받아들인 자유의 나라, 세계 최초 다국적 기업 동인도회사를 탄생시킨 세계화 원조 국가. 어디인지 아시겠죠? ‘세계에서 가장 개방된 부자 나라’로 불려 온 네덜란드입니다.이런 네덜란드가 요즘 급격하게 반이민 정책으로 유턴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민자 유치가 경제성장 원동력이라고 자부해왔던 네덜란드인지라, 전 세계가 놀라고 있는데요. 오늘은 왜 네덜란드처럼 부유한 국가에서 반이민 정책이 지지받는지를 들여다보겠습니다.*이 기사는 2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이민자·난민·유학생, 이제 그만네덜란드가 외국인을 향해 활짝 열렸던 문을 빠르게 닫고 있습니다. 최근 시행됐거나 시행 예정인 정책을 모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①외국인 근로자 위한 세금감면 혜택을 대폭 줄입니다=네덜란드는 ‘30% 룰링’이라 부르는 고학력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세금감면 혜택이 있었습니다. 5년 동안 급여의 30%를 소득공제(과세표준에서 제외)해주는 파격적인 제도였는데요. 올해 1월 1일부터 혜택을 크게 축소합니다. 5년을 20개월씩 세 구간으로 나눠, 단계별 소득공제 비율을 30%-20%-10%로 점차 줄이는 거죠.30% 룰은 네덜란드가 해외 인재를 끌어당기는 매력적인 유인책이었습니다. 네덜란드 기업인 반도체 업계 ‘슈퍼을’ ASML의 경우 네덜란드 직원 2만3000명 중 40%가 외국인이라, 이 제도가 사라지면 영향이 꽤 큰데요. 이 때문에 지난 1월 ASML의 페터르 베닝크 CEO가 본사 이전 가능성까지 들먹이며 반발했죠. 당시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네덜란드가 문을 닫아도 괜찮습니다.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회사가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가 가야 할 곳이면 어디든 가겠습니다.”②망명 신청 절차가 까다로워집니다=누군가가 네덜란드에 망명을 신청했을 때, 그가 실제 위험에 빠졌는지를 어떻게 확인할까요. 지금까진 이민귀화국이 신청자의 진술을 듣고 난민 지위를 줄지 말지를 판단했는데요. 올해 여름부터는 절차가 바뀝니다. 망명 신청자 본인이 자국에서 위험에 처해있다는 증거를 직접 제출해야 하죠. 그냥 단순히 위협받는 집단에 속한다는 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자신이 개인적으로 위협 당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죠. 한층 까다로워지는 건데요.이렇게 바꾸는 이유는 뻔합니다. 망명 신청자들이 네덜란드행을 포기하고 다른 유럽 국가로 가게 하려는 거죠.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극우정당인 자유당(PVV)은 “망명 신청자의 유입으로 인해 네덜란드 납세자들이 연간 240억 유로의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망명 신청자들은 고급 유람선에서 무료 뷔페를 즐기는 반면, 네덜란드 가족들은 식료품 지출을 줄여야 한다” 같은 극단적인 주장을 펼쳤습니다.③유학생을 줄이기 위해 네덜란드어 강의를 늘립니다지난달 네덜란드 대학 14곳이 유학생을 줄이는 데 합의했습니다. 이를 위해 영어로 진행되는 학사 프로그램을 대폭 줄이고, 유학박람회를 통해 외국 학생을 모집하는 것도 자제하기로 했죠. 또 주요 전공(예-경제학이나 심리학) 학사 프로그램은 네덜란드어로 진행하겠다는 계획인데요. 이에 더해 네덜란드 교육부는 영어로 진행하는 학사 코스의 최대 학생 수 상한선을 정해놓는 법안 제정도 추진 중입니다. 일종의 ‘유학생 쿼터제’를 도입하려는 거죠.네덜란드는 지난 12년 동안 대학 학생 수(대학원 포함)가 25%나 증가했는데요(2011년 65.6만명→2023년 82.1만명). 현재 전체 학생의 4분의 1이 외국 국적이라고 하죠. 학사 프로그램의 30%는 영어로만 제공됩니다. ‘대학의 영국화’라는 비판과 함께, 강의실·거주지가 심각하게 부족하다는 불만이 커졌습니다. 그러자 이젠 급격한 ‘대학의 네덜란드화’로 돌아선 건데요. 네덜란드 대학 교수 중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외국인 교수들은 네덜란드어를 하지 못해서 일자리를 잃을까 떨고 있다고 합니다.외국인 때문에 살기 어렵다고?개방적인 국가로 유명했던 네덜란드는 왜 돌변했을까요. 흔히 이렇게 얘기합니다. 이민자가 최근 들어 너무 급증해서, 네덜란드 사람들이 살기 팍팍해졌다고요. 주택공급 부족과 치솟는 임대료, 이게 다 외국인이 밀려들어 온 탓이라는 거죠.이런 대중의 불만을 극우 포퓰리즘이 파고듭니다. 지난해 11월 네덜란드 하원 선거에서 극우정당인 자유당(PVV)이 37석을 확보하며 제1당으로 올라섰죠. ‘다시 네덜란드를 네덜란드인에게 돌려주겠다‘는 슬로건을 내걸었는데요. 자유당 대표 헤이르트 빌더르스는 온갖 혐오 발언으로 유명한 정치인이죠. ‘네덜란드판 트럼프의 승리’였습니다.그런데 팩트를 좀 따져보자고요. 정말 최근 들어 네덜란드에 이민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을까요. 2022년 수치를 보면 그렇죠. 순이민자 수(유입-유출)가 전년의 두 배인 22만명에 달하니까요. 하지만 2023년엔 이 수치가 다시 14만명으로 줄었습니다. 팬데믹으로 억눌렸던 이민 수요가 2022년 일시적으로 폭발했다가 정상화되고 있다고 보는 게 더 맞을지 모릅니다.네덜란드 경제상황은 어떨까요. 보통 경제상황을 보여주는 게 실업률과 1인당 GDP 성장률이죠. 그런데 네덜란드 실업률은 역사적 최저점에 머물러있고요(2023년 3.5%). 2022년 1인당 GDP 성장률은 3.5%로, 다른 유럽국가보다 더 강력한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2022년 네덜란드 주민 1인당 GDP는 5만3200유로, EU 국가 중 4위를 기록했죠(2021년엔 5위). 네덜란드는 전반적으로 점점 더 부유해지고 있습니다.그래서 생기는 의문은 이겁니다. 도대체 왜 이 경제 번영의 시기에 네덜란드 사람들은 반이민 극우 정당에 끌리는 걸까요.경제 번영기에 극우정당은 득세반이민을 내세운 극우 포퓰리즘 정당의 부상은 네덜란드만의 일이 아니죠. 사실 유럽 국가 중 이런 정당이 없는 나라가 드물 정도인데요. 일반적으로는 이렇게들 생각합니다. 경제상황이 나빠지고 일자리 경쟁이 치열해질 때, 즉 경기침체기에 반이민 정당 지지도가 높아진다고요. 먹고 살기 어려워진 가난한 유권자들이 이민자나 소수민족을 배척한다는 거죠. 자기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요.그런데 이런 전통적인 설명에 도전하는 정치사회학 연구 결과들이 속속 나옵니다. 네덜란드 틸뷔르흐 대학의 타케 시프마 연구원의 2021년 논문도 그중 하나인데요. 2009년과 2014년, 유럽 10개국의 선거 데이터를 비교해봤더니, 경기침체기엔 이민 문제를 앞세운 극우 정당 지지율이 떨어지더라는 거죠. 실업률이 치솟고, 1인당 GDP 성장률이 낮을 땐 반이민 주장이 되레 먹히지 않더라는 겁니다. 반대로 경제가 좋아지고 나서는 반이민 정당이 더 지지받고요. 상식과는 정반대이죠.시프마 박사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경제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을 땐 유권자들은 경제 자체를 가장 중요한 이슈로 인식하기 때문에 극우정당에 투표할 확률이 낮아집니다. 경제가 상대적으로 좋아지면 이민 문제가 부각되고 극우정당이 지지를 얻을 가능성이 생깁니다.”경제가 정말 나쁠 때, 유권자의 최우선 관심은 경제 살리기이죠. 주구장창 ‘반이민’만 외치는 극우 포퓰리즘 정당은 설득력 있는 경제정책을 제시하지 못합니다. 경제침체기에 그들이 외면받는 이유입니다.반면 경제가 괜찮고 먹고살 만하면 오히려 반이민 주장이 귀에 쏙쏙 박힙니다. 프랭크 몰스 미국 퀸즈대학 연구원은 2017년 ‘부의 역설’이란 용어로 이를 설명했는데요. 경제적으로 어려워서가 아니라, 혹시 자신이 가진 부를 잃게 될까 봐 두려워서 이민에 반대한다는 겁니다. 자신이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얻지 못할까 봐, 지위가 떨어질까 봐 불안해서 반이민 정책에 표를 던지는 거죠. 부유해지면 관대해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잃을 게 많아지는 셈입니다. 네덜란드뿐 아니라 호주·노르웨이·오스트리아·스위스처럼 경제가 탄탄한 국가에서 국수주의적 포퓰리즘 정당이 급부상한 건 대체로 경제적 번영 이후라고 합니다.이민 막으려면 경제를 파괴하라‘이민자들은 집과 일자리를 뺏어가고 임금 수준을 떨어뜨리고 복지국가를 훼손한다. 나라의 정체성과 문화에 대한 근본적인 위협이다.’반이민 세력의 흔한 주장이죠. 하지만 지난해 ‘How Migration Really Works’ 책을 낸 암스테르담대 사회학과 하인 데 하스 교수가 30년 동안 이민을 연구한 결론은 다릅니다. 그에 따르면 노동 수요가 외국인 이주를 이끄는 진짜 동인입니다. 부유하고 번영하는 개방형 경제는 많은 노동 이주자를 끌어들이기 마련입니다. 즉, 이민자 급증은 나라 경제의 성공 신호이죠.데 하스 교수는 이렇게 일갈합니다. “고학력·고령화는 노동자 부족을 심화시키는 구조적 요인입니다. 우리가 완전고용과 최대의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한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그런 관점에서 이민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경제를 파괴하는 겁니다.”그는 전체주의 국가가 아닌 한 어떻게 해도-세제 혜택을 줄이고, 망명자를 추방하고, 대학에서 네덜란드어로 가르쳐도-노동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인 이민을 막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민을 막겠다’는 정치권 공약 자체가 환상 또는 거짓말이란 거죠. “이민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이 주제를 얘기하는 건 무의미해요. 마치 ‘시장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라는 것과 같아요.”물론 아무리 많은 증거와 연구결과를 들이대도 고정관념을 깨기란 쉽지 않습니다. 시간이 꽤 오래 걸리죠. 어쩌면 일단 한번 극단으로 쏠린 뒤에야 제자리를 다시 찾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캐나다 출신 네덜란드 기업가 알리 닉남은 블룸버그에 이렇게 말합니다. “오늘날 네덜란드를 보면 정말 살기 좋은 나라 중 하나입니다. 때때로 우리는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처럼 보여요. 우리가 그토록 열심히 일해서 얻은 위대한 것들을 모두 잃지 않도록 매우 조심해야 합니다.” By. 딥다이브지난해 호주 임대주택난을 전해드리면서, 사실 누적된 주택정책 실패 탓인데 극우정당은 이를 이민자 탓으로 호도한다고 설명드린 적 있습니다(). 네덜란드도 마찬가지 상황인데요. ‘이게 다 이민자 때문’이란 프레임을 씌움으로써 지난 10년간의 주택공급 정책 실패를 가리고 있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외국 인재를 끌어들이는 개방된 국가로 통하던 네덜란드가 최근 빠르게 문을 닫고 있습니다. 고숙련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세제 혜택을 대폭 줄이고, 망명 신청 절차를 까다롭게 바꾸고, 유학생을 줄이겠다며 네덜란드어 대학 강의를 늘리고 있죠. -심지어 지난해 11월 하원 선거에선 ‘네덜란드를 네덜란드인에게 돌려주겠다’고 선언한 극우 포퓰리즘 정당이 제1당이 됐는데요. 먹고 살기 어려워져서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네덜란드는 경제적으로 번영의 시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경제 침체기엔 구호뿐인 ‘반이민’ 정책보다는 실질적인 경제 정책에 유권자 관심이 쏠리기 때문에 극우정당 지지율이 오히려 떨어집니다. 반면 경제가 번영하고 사람들이 부유해지면 반이민 주장이 귀에 쏙쏙 들어오죠. 가진 걸 잃으면 어쩌나 하는 막연한 불안감을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부의 역설’입니다.-이민자가 급증하는 건 사실 경제 성공의 신호입니다. 유입을 정말 막으려면 경제를 파괴하는 방법밖엔 없습니다. ‘이민자를 막겠다’는 정치인 약속의 허구성을 깨달아야 하지만,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이 기사는 2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다우지수와 S&P500지수가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28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0.12%, S&P500은 0.11% 상승으로 거래를 마쳤고요. 나스닥지수는 0.12% 하락 마감했습니다. 29일 뉴욕증시가 휴장이라서, 이날이 1분기의 마지막 거래일이었는데요. 올 1분기에 S&P500은 10.2% 상승했습니다. 2019년 이후 1분기 상승률로는 최고라고 합니다. 랠리를 주도한 건 엔비디아였습니다. 지난해 말 495.22달러였던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들어 82.5% 뛰어 이날 종가 903.56달러를 기록했죠.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석 달 동안 1조 달러 넘게 불어났는데요. FT는 엔비디아 시총 증가분이 “같은 기간 글로벌 주식시장(MSCI 기준) 총 이익의 약 5분의 1에 해당한다”고 설명합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번 분기에 미국주식 가치는 총 4조원 넘게 늘어나서 월가의 비관론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이날 나온 경제지표는 투자자의 낙관론을 부추겼습니다.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지난해 4분기 GDP는 연율로 3.4% 증가했는데요. 이는 시장 예상치 3.2%를 웃돌았습니다. 또 미시간대학이 조사한 3월 소비자 심리지수는 79.4로, 2021년 7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완화될 거란 기대감이 커진 거죠.29일엔 연준이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2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공개될 텐데요. 시장에선 전년 대비 2.5% 상승해 1월(2.4%)보다 증가율이 높아질 걸로 내다 봅니다.엔비디아 말고 1분기에 눈에 띈 주식은 뭐가 있을까요. 디즈니 주가는 이번 분기에 35% 이상 상승했습니다. 테마파크와 소매판매를 중심으로 실적이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인데요. 디즈니의 4월 3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행동주의 투자자 넬슨 펠츠가 경영권을 취득하기 위해 공세를 벌이고 있죠. 표대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도 주목됩니다.테슬라는 1분기에 주가가 약 29% 하락했습니다. 2022년 4분기 이후 최악의 실적이라는데요. 지난 1년 동안 테슬라 주가는 6.7%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S&P500은 32% 상승했습니다. 전기차 수요부진과 중국업체와의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테슬라는 4월 2일 1분기 생산·인도 실적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2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불과 1년 반 만에 전 세계 50개국에 진출한 온라인 쇼핑몰이 있다. 중국 쇼핑 플랫폼 테무(Temu). 초저가와 무료 배송, 광고 공세로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유럽 유통 시장까지 뒤흔든다. 중국 공급 과잉 시대가 탄생시킨 생태 교란종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파격 초저가로 충동구매 조장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핀둬둬(拼多多)가 20일 깜짝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해 4분기(10∼12월) 매출액이 1년 전보다 123%나 증가해 전망치를 한참 웃돌았다. 경쟁사인 중국 알리바바·징둥닷컴의 소매부문 매출 증가율이 불과 2∼3%대인 것과 대비된다. 매출 급성장의 원동력은 핀둬둬의 해외용 플랫폼 테무다. 2022년 9월 미국에 처음 출시된 테무는 유럽을 거쳐 지난해 7월 한국에 상륙했다. 테무의 지난해 상품 거래액은 약 164억 달러(약 22조 원).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한 쇼핑 애플리케이션 1위(3억3800만 건)에 올랐다. 한국에선 지난달 월간 활성이용자 수에서 G마켓을 제치고 쇼핑앱 4위(581만 명)를 기록했다. 전 세계 소비자가 테무에 열광하는 건 파격적으로 싼 가격 때문이다. 중국산 제품을 웬만한 쇼핑몰의 반값 이하에 판다. 주문 제품은 중국 내 창고에 모아서 포장한 뒤 해외로 배송되는데, 일정 금액(한국은 1만3000원) 이상이면 배송비는 무료다. ‘억만장자처럼 쇼핑하라’란 광고 문구처럼 싼 맛에 하는 충동적인 쇼핑을 부추긴다. 오동환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국내 판매자가 정식으로 상품을 수입하면 관세는 물론이고 안전인증 비용까지 내야 해 가격으론 경쟁 자체가 어렵다”고 지적한다. ● 공급 과잉과 무한 가격 경쟁 싸게 팔면 많이 팔리는 건 당연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테무는 중국의 중소·영세업체를 끌어모아 효율적인 초저가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그 전략 중 하나가 주 1회 최저가 입찰이다. 유사 제품에 대해 가장 낮은 입찰가를 제시한 판매자에게만 테무에서 제품을 팔 권리를 준다. 낙찰받기 위해 판매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다. 엄격한 벌금 규정도 운영한다. 배송이 지연되거나 고객 불만이 접수되면 판매자에게 벌금을 부과한다. 벌금과 가격 인하 압박에 시달리다가 테무 판매를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테무는 끄떡없다. 지금 중국은 공급 과잉 시대이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가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 나가도 제품을 공급할 중소업체는 여전히 넘쳐난다. 중국 경기 둔화로 내수 소비가 위축된 상황이라 더 그렇다. 중국 매체 36kr은 “테무는 공급 과잉 환경에 맞는 게임 규칙을 설계했다”면서 “압박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판매자는 공장 또는 대형 공급업체가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광고 폭탄에 올해도 적자 테무는 막대한 광고비를 쏟아붓는다. 지난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만 약 12억 달러(약 1조6000억 원)의 광고비를 써서, 메타의 최대 광고주가 됐다. 테무는 거래 수수료로 돈을 번다. 소비자 판매가격에서 제품 공급가격과 물류비용, 마케팅 비용을 제하고 남는 게 있어야 이익이 난다. 현재는 물론 적자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테무가 주문당 7달러의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한다. 테무는 올해 투자를 더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핀둬둬는 초기 3년은 계획된 적자 구간이라고 보고 테무를 열었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미국 시장에 집중했던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이 올해는 한국 시장 확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상품과 서비스에 차별성이 없는 국내 중소사업자에는 특히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테무가 언제쯤 흑자로 돌아설지는 전망이 엇갈린다. HSBC는 “차별화되는 초저가 전략으로 테무의 강력한 성장이 이어질 것”이라며 2025년 흑자 전환을 전망한다. 이와 달리 JP모건체이스는 “테무가 저가·저품질 이미지에서 점차 벗어나야 2027년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이다.● 규제 위험으로 주가는 주춤 테무의 강세로 핀둬둬는 지난해 4분기에 기대 이상의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주가는 실적 발표 직후 반짝 상승한 뒤 내리막이다. 13일 미국 하원을 통과한 ‘틱톡 금지법’이 중국 앱 테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이런 이유로 핀둬둬의 투자등급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전면 금지까진 아니더라도 유통 생태계 교란을 막기 위해 각국이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미국 정치권에선 800달러 이하 수입품엔 관세를 면제해주는 제도를 재검토하자는 목소리가 커진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는 테무 같은 해외 온라인 플랫폼도 국내에 의무적으로 대리인을 두도록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조철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 중인 상황에서 다시 중국 제조업 의존도가 커진다면 또 다른 마찰과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미국 법무부가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 지난주 전해드렸죠. 과연 애플의 폐쇄적 생태계 구축은 경쟁과 혁신을 저해하는 불법 행위일까요. 이제 막 시작된 세기의 소송에 전 세계 관심이 쏠리는데요.이를 계기로 26년 전 미국 법무부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벌인 독점 금지 투쟁이 재소환됩니다. 구글·애플의 성장, MS의 쇠퇴와 부활이란 이야기의 시작점이라 할 정도로 역사적인 사건이었죠. 기술 세계의 획기적인 전환점, 1998년 마이크로소프트 반독점 소송을 들여다봅니다.*이 기사는 2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넷스케이프와 익스플로러현재 세계 시가총액 1위인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그런데 1990년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위상은 어찌 보면 지금보다 더 엄청났습니다. 그 당시 MS는 전 세계 그 어느 기업보다도 부유하고 강력한데다, 다른 영역으로까지 지배력을 넓혀가는 야심 찬 기업이었죠. 특히 세계 최고 부자였던 빌 게이츠 창업자는 성공과 혁신의 아이콘으로 통했습니다. 지금의 구글과 애플, 테슬라까지 합쳐놓은 느낌이랄까요.MS 지배력의 기반은 PC 운영체제 윈도우였습니다. 윈도우가 얼마나 핫한 제품이었는지 혹시 기억하시나요. 1990년대 말 개인용 PC의 90% 이상이 MS 윈도우를 사용했습니다. 2000년대 후반까지도 윈도우 새 버전이 나올 때마다 대대적인 론칭 행사가 전 세계적으로 열리곤 했죠. 뉴욕에선 댄서들이 건물 벽을 타고 다니며 신제품 출시를 알렸고요. 한국에선 코엑스 행사장에 신제품을 한시라도 빨리 사고 싶은 사람들이 줄을 섰습니다. 마치 지금의 아이폰처럼요.미국 정부는 1990년부터 연방거래위원회가 독점 혐의로 MS를 조사해왔습니다. 그리고 1998년 5월 미국 법무부가 20개 주 정부와 함께 MS를 독점금지법(셔먼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죠.소송의 핵심은 MS의 웹브라우저 익스플로러에 있었습니다. PC 산업의 절대 강자인 MS였지만 인터넷 대응은 한발 늦었죠. 빌 게이츠는 뒤늦게 1995년에야 인터넷의 상업적 잠재력을 깨닫고 ‘인터넷 해일’이란 메모를 회사 경영진에 보냅니다. MS는 부랴부랴 익스플로러1을 내놨지만, 반응이 시원찮았죠. MS는 경쟁 웹브라우저인 넷스케이프를 뛰어넘을 무언가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익스플로러를 윈도우에 무료로 끼워 넣습니다. 그리고 PC 제조사에 윈도우 운영체제와 익스플로러를 기본으로 설치해 PC를 출시하도록 압력을 가했죠. 훗날 재판에서 공개된 MS 내부 e-메일에선 ‘넷스케이프의 공기 공급을 차단한다’ 같은 노골적인 표현이 나왔습니다. 생존 위기에 몰린 넷스케이프는 이런 MS의 반경쟁 행위에 대한 기밀 보고서를 미국 정부에 제출합니다. 이는 반독점 소송의 근거가 됩니다.가격보다 혁신이 훨씬 중요하다9개월 동안 이어진 1심 재판에 대한 관심은 대단히 뜨거웠습니다. 당시 재판을 취재했던 뉴욕타임스 기자는 OJ 심슨 사건 수준으로 기사가 쏟아졌다고 회고하죠. 특히 ‘이걸 독점금지법 위반으로 볼 수 있느냐’를 두고 논쟁이 불붙었습니다. 기존에 봐왔던 반독점 소송과는 여러모로 달랐기 때문입니다.일반적으로 독점기업은 M&A로 몸집을 불립니다. 앞서 미국 정부의 반독점 소송으로 쪼개졌던 스탠더드오일이나 AT&T가 모두 그런 경우죠. 그런데 MS가 독점적인 지위를 획득한 건 M&A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윈도우가 소비자 선택을 받았을 뿐이었죠.전통적으로 독점을 규제해야 하는 이유는 소비자 후생의 감소, 즉 가격 때문입니다. 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면 가격이 올라갈 것을 걱정하죠. MS의 경우는 이 공식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제품 복사본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사실상 0인 소프트웨어 기업이기 때문이죠. 오히려 제품 가격 인상 없이 익스플로러를 번들로 묶어 제공했습니다. 소비자들은 MS의 독점으로 손해를 입고 있다고 느끼지 못했습니다. 당시 여론조사(1999년 12월 포트레이트 오브 아메리카)에서 MS의 해체를 원한다는 응답은 12%에 불과했죠.그러나 결론은 MS의 완전한 패배였습니다. 1심 법원은 MS가 독점금지법을 반복적으로 위반했다며 회사를 2개로 분할하라고 명령합니다.당시 빌 게이츠 MS 회장은 이렇게 발끈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들이 알고 있는 현실, 즉 우리 소프트웨어가 수백만 미국인이 PC를 더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현실을 뒤집는 것입니다.” MS가 익스플로러를 윈도우에 공짜로 집어넣은 덕분에 대중들이 인터넷을 이용하게 됐으니, 처벌이 아닌 칭찬받을 일이란 주장입니다.하지만 미국 정부와 법원은 인터넷 시대 반독점 사건의 규칙이 바뀌었다고 봤습니다. 이젠 가격보다 혁신이 훨씬 중요하다고 본 거죠. 만약 MS의 반경쟁 행위가 넷스케이프를 방해하지 않았다면, 인터넷 소프트웨어 혁신이 훨씬 더 빠르게 진행되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쟁과 혁신을 방해하는 것이 당장 눈에 보이진 않더라도 결과적으로 소비자 피해(더 좋은 소프트웨어를 쓸 수도 있었는데 못 쓰게 됨)로 이어지죠. 2000년 뉴욕타임스 기사에서 스탠퍼드대 경제학자 로버트 홀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정책의 목표는 차세대 넷스케이프, 즉 시장에 혁신을 가져올 새로운 진입자들에게 문을 열어주는 겁니다.”윈도우의 문이 열리다1심 판결 결과와 달리 MS는 쪼개지지 않았습니다. 2001년 항소심 재판부는 회사분할 명령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요. 미 법무부는 분할 대신 MS가 경쟁사의 진입장벽을 대폭 낮추도록 하는 데 합의했습니다. PC 제조사가 MS 이외 기업의 소프트웨어도 자유롭게 탑재할 수 있도록 계약 내용을 바꾸게 했죠.이를 두고 맹탕 합의라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MS가 윈도우 라이선스에 대한 특별한 독점금지 면책권을 얻었다”(앤드류 친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고 꼬집었죠. MS의 지배적인 지위는 한동안 이어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하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 평가가 달라졌습니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데이비드 요피 교수는 독점금지 관련 강의를 이 MS 합의 판결로 시작합니다.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죠.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 합의 판결로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은 조치가 많았습니다. 그것은 어느 각도에서든 새로운 기업을 쫓는 MS의 능력을 제한했죠.”더 개방적인 환경이 도래하자 신기술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MS 경쟁사들이 수혜를 입었습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두 곳이 꼽힙니다. 구글 그리고 애플입니다.구글과 애플의 아이러니2012년 구글 크롬이 MS 익스플로러를 제치고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릅니다. 2008년 첫 출시 이후 불과 4년 만의 일이죠. 단순한 디자인과 빠른 속도, 강력한 보안. 고성능으로 무장한 크롬은 익스플로러를 무너뜨립니다. 이후 익스플로러는 급격히 쪼그라들었고, 결국 사망선고(지원 종료)를 받았죠.20여 년 전 MS 합의 판결이 없었다면 브라우저 시장의 이런 혁신은 가능했을까요. ‘차세대 넷스케이프’를 키우겠다면 반독점 소송의 목표가 현실이 된 셈입니다.애플도 마찬가지이죠. 애플의 미디어 플레이어 아이팟(iPod)은 2001년 처음 출시됐지만,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 건 윈도우 운영체제용 아이튠즈(iTunes) 버전이 나온 이후입니다. 뉴욕타임스는 “MS 합의판결이 없었다면 애플이 이런 성공을 거두고 궁극적으로 아이폰을 출시하는 건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하죠.아이러니한 건 26년 전 MS 반독점 소송 덕을 톡톡히 본 이들 기업이 이젠 미국 법무부의 반독점 소송의 대상이 됐다는 점입니다. 미 법무부는 이미 구글을 상대로 검색엔진 반독점 소송을 벌이고 있고요. 지난 21일엔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불법적으로 독점적 지위를 행사한다”며 애플에 소송을 제기했죠. 참고로 구글의 전 세계 검색 엔진 시장 점유율은 91%(2월 기준, 2위 빙은 3%)에 달합니다. 애플은 미국 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64%(2위 삼성은 18%)이고요(전 세계적으로 애플 시장 점유율은 20%).구글과 애플 소송의 결과는 예측하기 너무 이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MS 사건과는 좀 다른 점이 여럿 있죠. 다만 분명한 건 이들 기업이 앞으로 법정에서 싸우느라 몇 년을 소비하게 될 거란 겁니다. 소송 비용이 많이들 뿐 아니라, 기업이 AI 혁신을 위해 치고 나가는 데 걸림돌이 될지도 모릅니다. 26년 전보다 지금은 기술의 발전 속도가 훨씬 빠르니까요.독점 깬 건 소송 아닌 기술 변화실제로 MS는 반독점 소송 이후 꽤 오랫동안 헤맸습니다. 빌 게이츠 창업자는 2019년에 이렇게 말했죠. “반독점 소송이 MS에 나쁜 것이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소송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모바일 운영체제를 만드는 데 더 집중했을 거고, 오늘날 안드로이드 대신 윈도우 모바일을 사용하게 됐을 것입니다.”2월 현재 전 세계 전체 플랫폼(휴대폰·태블릿PC·데스크톱) 기준으로 운영체제 시장점유율 1위는 구글 안드로이드(43.74%)입니다. 2위 MS 윈도우(27.39%), 3위 애플 iOS(17.82%) 순이죠. 2010년 중반까지 점유율 90%대를 기록했던 윈도우가 왜 이렇게 쪼그라들었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모바일 장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데스크톱이 컴퓨팅 세계에서 훨씬 덜 중요해졌기 때문이죠. 이제 PC는 개인용 컴퓨팅 세계의 중심이 아닙니다. 윈도우 독점은 무너졌다기보다 무의미해졌습니다.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보자고요. MS의 모바일 전환이 늦은 게 정말 반독점 소송 탓일까요. 소송이 끝난 건 2001년, 애플 아이폰이 나온 건 2007년인데?글쎄요. 과거 인터뷰에서 MS 전 CEO 스티브 발머는 아이폰을 처음 봤을 때 반응을 이렇게 전했죠. “아이폰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휴대폰으로(499달러), 비즈니스 고객에게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키보드가 없어서 그다지 좋은 e-메일 기기가 아니기 때문이죠.” 스마트폰을 e-메일 기기 정도로 여기다니. MS가 왜 이 시장에서 그토록 뒤처졌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윈도우 모바일폰은 왜 실패했는가는 긴 이야기기 때문에 생략하고요. 요점은 이겁니다. (빌 게이츠 말과 달리) MS의 독점적 지위를 깨뜨린 건 소송이 아니라 기술의 변화(그리고 경영진의 오판)였습니다.아시다시피 MS의 그 이후 스토리는 해피엔딩입니다. 2014년 취임한 사티아 나델라 CEO는 종말을 향해 달려가던 MS를 기사회생시킵니다. 윈도우에 대한 집착의 고리를 끊고, 클라우드 컴퓨팅과 AI라는 새 영역을 과감히 개척해 나간 덕분입니다. MS는 더 이상 PC라는 플랫폼에 갇히지 않은 채 자유롭게 날아다닙니다.MS 사례는 현재 미국 정부로부터 반독점 소송에 걸려있는 다른 빅테크 기업들(애플·구글·아마존·메타)에도 메시지를 줍니다. 정부가 칼을 빼 들었다는 건 달리 보면 그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란 신호라는 것, 다른 성장 동력을 빨리 찾아내는 게 진짜 살길이란 것 말이죠. By.딥다이브이번에 애플에 소송을 제기한 미국 법무부 조나단 캔터 차관의 발표문 중 눈에 띄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경쟁은 오늘날의 시장과 기술뿐만 아니라 내일의 혁신도 보호합니다.” MS 사건을 보면 무슨 뜻인지 알 것도 같군요.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미국 법무부가 애플에 대해 독점금지법 위반으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26년 전 마이크로소프트 반독점 소송이 다시 소환되고 있습니다. -윈도우로 PC 시대를 평정했던 MS. 웹 브라우저 시장까지 지배하기 위해 익스플로러를 윈도우에 공짜로 끼워팔았는데요. 이는 넷스케이프를 비롯한 경쟁사를 질식시키는 불법적인 독점 행위라는 게 법원 판결이었습니다. -이 판결 덕분에 윈도우가 경쟁사에도 열리면서 구글과 애플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이젠 구글과 애플이 다시 반독점 소송 대상이 됐으니, 세상사는 돌고 돕니다.*이 기사는 2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 마감했습니다. 지난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주식시장이 한숨 쉬어가는 분위기인데요. 25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0.41%, S&P500 0.31%, 나스닥지수는 0.27% 하락을 기록했습니다. 이번 주는 29일 오전에 연준이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발표되죠. 같은 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연설도 예정돼있는데요. 지난주엔 연준의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환호했던 주식시장이지만, PCE 물가지수는 여전히 다소 높게 나올 수 있어서 조심스러운 분위기입니다. 29일은 부활절 연휴의 시작인 ‘성금요일’을 맞아 뉴욕증시가 휴장하고요. PCE 물가지수에 대한 시장 반응은 다음 주 월요일(4월 1일)에나 확인할 수 있습니다.주가가 워낙 단기간에 뛰면서 실적 기대치와 주가의 괴리가 커진 것도 증시엔 부담입니다. UBS는 이날 보고서에서 S&P500지수가 올해 연말까지 현재 수준을 유지할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UBS는 “기본 시나리오는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인플레이션이 후퇴하며 금리가 하락하는 미국의 연착륙”이라며 “이것이 주식시장엔 유리한 배경을 제공한다고 기대하지만, 많은 좋은 소식이 이미 지수 수준 가격에 반영돼있다”고 이유를 설명합니다.이날 눈에 띄는 뉴스는 보잉의 데이브 칼훈 CEO가 연말에 사임한다고 발표했다는 소식입니다. 칼훈 CEO뿐 아니라 래리 켈너 이사회 이장, 상용기 부문 책임자 스탠 딜까지 줄줄이 물러나기로 했는데요. 보잉은 지난 1월 737 기종의 도어패널이 비행 중 공중에서 폭발한 사고 이후 대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이번 경영진 개편이 보잉의 변화 계기가 될 거란 점에서 업계의 평가는 긍정적인데요. 보잉 주가는 이날 1.36% 상승 마감했습니다.원자재 시장에선 코코아가 단연 뉴스거리입니다. 코코아 선물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다 못해, 미지의 영역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날 뉴욕에서 코코아 선물 가격은 7.94% 올라 t당 9649달러를 기록했는데요. 한 달여 전 코코아 가격이 역사상 한번도 본 적 없는 수준인 6000달러대를 기록했다고 전해드렸건만(딥다이브 코코아 편 참고). 당시 “t당 1만 달러까지 갈 것”이라고 했던 씨티그룹의 전망이 이렇게 금세 현실로 다가올 줄은 몰랐습니다. 블룸버그는 “심지어 코코아 가격이 산업용 금속인 구리보다 더 높아졌다”면서 “2025년 부활절엔 초콜릿 가격이 훨씬 더 비싸질 수 있다”는 분석을 전합니다. 초콜릿으로 유명한 허쉬, 오레오를 만드는 몬덜레즈의 주가는 이날 각각 2.89%, 2.14% 하락했습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2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1989년 개봉한 영화 ‘백투더퓨처2’. 미래인 2015년으로 간 주인공이 가장 먼저 본 건 질서정연하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였습니다. 그리고 영화 속 미래보다도 9년이 지난 지금. 흔히 ‘드론 택시’ 또는 ‘플라잉카’로 불리는 eVTOL(전기수직이착륙기)의 상업용 비행이 이제 머지않았는데요.이러한 미래 항공 모빌리티의 선두주자 중 하나가 이항 인텔리전트(亿航·EHang)라는 중국 기업입니다. ‘세계 최초’ 타이틀을 여럿 따내며 이 분야에서 ‘중국식 속도전’을 벌이고 있는데요. 한국에선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창업자가 투자한 회사로 유명하죠. 논란도 많은 이항을 중심으로 UAM(도심항공모빌리티) 산업을 들여다보겠습니다.*이 기사는 2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드론택시 팝니다. 단돈 4.4억원!하늘을 나는 자동차, 이제 누구나 살 수 있습니다. 중국 기업 이항이 18일 중국의 대표 온라인쇼핑몰 타오바오에서 2인용 드론택시 ‘EH216-S’ 판매를 시작했거든요. 판매가격은 239만 위안(약 4억4000만원). 무료 배송해주고, 7일 안에 반품이 가능합니다.그냥 ‘쇼’ 아니냐고요?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닙니다. EH216-S는 지난해 10월 중국민용항공총국(CAAC)이 발행한 표준 감항인증서를 획득한 모델입니다. 실제 사람을 태우고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거죠. 드론택시로 불리는 eVTOL(전기수직이착륙기)를 만드는 전 세계 수백개 기업 중 감항인증서를 획득한 건 세계 최초라고 합니다. 참고로 EH216-S는 조종사 없이 자율비행하는 무인기입니다.모든 항공기는 안전성과 성능을 검증하는 감항인증을 받아야만 하늘을 날 수 있습니다. 사람을 태우는 유인기 성능은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더 인증 기준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죠. 사실 eVTOL이 상업용 운항을 위한 감항인증을 받는다는 건 참 어려운 일입니다. 단순히 인증 기준을 맞추냐, 못 맞추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아예 마땅한 기준이 없다는 게 큰 문제이죠. 전기로 충전하고, 수직으로 이착륙하는 2~6인승짜리 작은 항공기는 너무나 새롭고 낯선 신문물이기 때문입니다.미국의 eVTOL 대표 기업인 조비(Joby)에비에이션 사례와 비교해볼까요. 조비는 이미 군사용 감항인증을 받아 미국 공군에는 지난해부터 항공기 납품을 시작했죠. 하지만 상업용 서비스는 아직입니다. 아직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감항인증 절차 5단계 중 3단계까지만 마친 상태라는데요. FAA는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최초의 eVTOL 상업 운항이 2025년에나 가능할 거라고 전망한 적 있습니다. 즉, 내년에나 인증을 내줄 수 있다는 거죠.그런데 중국은 절차 면에서 미국보다 훨씬 빠르게 치고 나가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이 산업을 키우기 위해 그만큼 팍팍 밀어주고 있다는 뜻이죠. 이항의 허톈싱 부사장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3년 동안 중국민간항공국과 함께 감항성 표준을 완료했다”고 설명하는데요. 비유하자면 자기네가 시험 문제를 출제(표준 구축)한 뒤, 대학 입학시험을 봐서 합격한 셈입니다.이항 창업자인 후화즈 CEO는 이러한 속도전 덕분에 “미국에 비해 선점자로서 이점을 얻게 됐다”고 말합니다. 일단 중국에서 상업용 운항으로 실적과 수익을 올리면, 이를 기반으로 다른 국가에서도 인증받기 수월해질 수 있어서죠. 이건 과거 중국이 전기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썼던 전략과 비슷해 보입니다. 좀 설익은 기술이라도 일단 빨리 시장에 내놓고 보조금을 동원해서 어떻게든 수요를 창출해내는 거죠. 그러면 기업은 그 돈으로 기술개발에 더 투자할 수 있게 되는 선순환을 만들어 나갈 수 있고요.일찍 뜨긴 뜰 텐데이항은 엔지니어 후화즈가 2014년에 설립한 기업입니다. 항공 매니아인 후화즈는 ‘조종사가 필요 없는 유인항공기’를 목표로 삼고 이 산업에 뛰어들었는데요. 2016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첫 eVTOL ‘EH184’를 선보여 주목받기도 했습니다.과거 이 회사의 매출 대부분은 항공미디어 사업(드론쇼)에서 나왔습니다. 사실 UAM(도심항공교통)용 항공기는 언제 시장이 열릴지 모르는 돈 먹는 하마였는데요. 최근엔 얘기가 좀 달라졌습니다. 지난주 이항이 지난해 실적을 공개했는데요. 매출(1억1700만 위안, 약 1550억원)이 전년보다 165% 증가했는데, 2인용 항공기 EH216 시리즈 판매량이 전년도 21대에서 52대로 늘어난 덕분이었습니다. 이항에 따르면 EH216-S가 중국민용항공총국의 인증을 받은 뒤 수요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하죠.이제 이항은 ‘세계 최초 감항인증 eVTOL’이란 타이틀을 내세우며 올해 중 가장 먼저 일반인 대상 서비스에 나설 기세입니다. 이를 위해 중국 지방자치단체와 잇따라 판매 계약을 맺고 있죠. 아직 중국민용항공총국의 감항인증을 받지 못한 중국 내 다른 경쟁사(자동차업체 샤오펑의 ‘샤오펑후이톈’과 지리차의 ‘웨페이창콩’)보다는 한발짝 앞서 나가고 있는데요.그런데 궁금합니다. 과연 일찍 날면 멀리 날 수 있을까요. 후화즈 CEO는 최근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가까운 미래에 “EH216-S이 도시 위의 항공택시가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는데요. 이항에 투자한 이수만 전 SM엔터 총괄 프로듀서의 안목이 맞아떨어진 걸까요.정말 도심을 날 수 있을까물론 UAM(도심항공교통) 시장은 아직 열리지도 않은 초기 시장이라 섣불리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현재까지만 봐서는 이항의 원대한 이상이 실현될지엔 많은 물음표가 따라붙습니다. 지난해 11월 미국의 유명 공매도 업체 힌덴버그 리서치(수소전기트럭 스타트업 니콜라 저격으로 유명)가 이항 주식을 매도하라는 보고서를 냈죠. 그중 눈에 띄는 내용이 있는데요.후화즈 창업자는 이항의 사업모델을 ‘테슬라와 우버의 혼합’으로 설명해왔습니다. ‘자율 항공 택시’ 사업을 하겠다는 비전이죠. 그래서 지난해 10월 이항이 중국민용항공총국의 인증서를 최초로 받았다고 발표했을 때, 다들 생각했습니다. ‘아, 이제 도심에서 교통체증 없이 하늘을 날아 출퇴근한다는 꿈이 현실이 되는구나’라고요.그런데 힌덴버그 리서치 확인 결과, 이는 실제와 차이가 큽니다. 인증에 수많은 비행 제한 사항이 따라붙었기 때문인데요. 야간, 악천후, 물 위, 인구밀집 지역, 다른 항공기와 동일한 공역 등에선 비행할 수 없다는 조건입니다. 결국 인구가 많은 도시가 아닌 농촌 지역에서 관광용으로만 띄울 수 있다는 뜻이죠.이에 대해 이항 측은 “안전을 위해 초기 단계에선 작동이 제한된다. 앞으로 이러한 제한을 점차적으로 해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힌덴버그가 밝힌 내용을 사실상 인정한 거죠. 아울러 초기엔 후난성의 아이자이 현수교 같은 유명 관광지가 운항 지역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죠.우리가 꿈꾸는 ‘드론 택시’보다는 경비행기 투어에 가까운 건데요. 인증에 제한 조건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다만 이를 투자자들에게 처음부터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이겠죠. 명색이 나스닥 상장사인데 말이죠.아울러 힌덴버그 리서치는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이항이 도시 지역에서 여객운송 사업을 하려면 인증을 다시 받아야 하고, 이를 위해 항공기를 재설계해야 할 것”이라는 회의론도 전합니다. 최대 비행시간 30분, 비행범위 30㎞의 2인승 항공기인 EH216-S는 스펙 면에서 다른 회사 경쟁모델보다 많이 뒤지는 게 사실인데요. 현금 보유액이나 연구개발 투자금액이 훨씬 큰 국내외 경쟁사(미국 조비, 독일 볼로콥터, 중국 샤오펑후이톈 등)를 앞서나갈 수 있을까요. 물론 후화즈 CEO는 “앞으로 상업 운영을 꾸준히 확장하면 현금흐름이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요.그래서 결론은? eVOLT, 즉 하늘을 나는 전기자동차는 조만간 현실이 될 겁니다. 그리고 그 초기 단계의 맨 앞줄엔 중국기업, 특히 이항이 서게 될 확률이 현재로선 높아 보이죠. 하지만 우리가 꿈꾸는 수준의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려면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충전시설과 소음 문제, 배터리 화재 가능성 등 고려할 점이 많고요. 무엇보다 ‘정말 그 수요가 있는가(또는 비용이 얼마나 드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을 수 있어야하죠.미국 연방항공청은 2028년이면 대규모로 드론택시가 운행하게 될 거라고 내다봅니다. 1차원(선)이던 도심 교통이 3차원(입체)으로 바뀔 걸 상상하면 정말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는데요. 하지만 아직은 그 승자를 가늠하기엔 너무 이르다는 점, 함께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이항 주가가 한달 새 71%나 뛴 걸 보면 서둘러 베팅하는 투자자들도 많은 듯하지만 말이죠. By.딥다이브나스닥 상장사인 이항은 한때 한국 서학개미들 사이에서 유명했죠. 2021년 초 주가가 불과 서너달 만에 15배 가까이 뛰면서 시장을 흥분케 했던 적 있는데요. 하지만 당시 공매도 보고서를 얻어맞으면서 주가가 폭락했습니다. 지금은 그때만큼의 주가 급등락은 아니지만, 여러 뉴스들로 다시 주목 받는 기업이라 한번 들여다봤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중국 eVOLT 제작사 이항이 드론택시를 온라인쇼핑몰에서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세계 최초로 감항인증을 받은 eVOLT 임을 과시하기 위한 이벤트이죠. -이항은 ‘중국식 속도전’으로 세계 최초 상업 비행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쟁쟁한 국내외 경쟁사보다 먼저 치고 나가고 있는 건 확실해보이죠. -그런데 일찍 날면 멀리 날 수 있을까요. 이항이 받은 감항인증은 도시지역은 날 수 없는 제한이 있어 사실상 관광용이 될 거라는데요. 우리가 꿈꾸는 ‘도심항공모빌리티’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기엔 역부족입니다. 누가 이 시장의 테슬라가 될지, 판단은 아직 이릅니다.*이 기사는 2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사상 최고 경신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연방준비제도가 올해 세 차례 금리인하 전망을 유지하면서 증시가 안도 랠리를 펼치고 있는데요. 이날 다우지수는 0.68%, S&P500은 0.32%, 나스닥지수는 0.20% 상승 마감했습니다. 앞서 20일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올해 어느 시점에 (금리인하를) 시작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죠. 이에 시장이 다시 6월 금리인하 기대감을 키우며 주가가 들썩이는데요. 프리덤캐피털마켓의 제이 우드 전략가는 CNBC에 “시장이 연착륙 이야기를 믿고 있다”며 “연준이 말하는 게 무엇이든 시장의 귀엔 음악으로 들릴 것”이라고 분위기를 설명합니다.21일 뉴욕증시에서 가장 돋보인 기업은 레딧이죠. 이날 ‘RDDT’라는 티커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됐는데요. 공모가격인 34달러보다 48% 상승한 50.44달러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매우 성공적인 데뷔이죠. 이로써 레딧의 시가총액은 95억 달러로 불어났는데요. 아직 2021년 마지막 자금 조달에서 기록했던 100억 달러의 가치 평가엔 못 미치긴 합니다.레딧은 공모물량의 최대 8%를 이용자들에게 배정했는데요. 레딧 주식 게시판 ‘월스트리트베츠’엔 공모주를 배정받은 사람들의 수익 인증 댓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레딧 주식에 대한 응원과 저주의 댓글도 함께 올라오고요. 레디터의 뜨거운 관심이 과연 레딧 주가엔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시장에선 흥미롭게 지켜볼 겁니다. (참고)애플도 이날 뉴스의 중심에 있습니다. 미국 법무부와 16개 주가 애플에 대해 반독점 소송을 제기하면서 주가가 4.09% 하락했죠. 메릭 갈랜드 법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애플이 권력을 유지한 건 우월성 때문이 아니라 불법적인 배타적 행위 때문”이라고 소송 이유를 밝혔는데요. 애플이 아이폰을 중심으로 노트북·태블릿PC·스마트워치 등 자체 기기를 통해 폐쇄적인 생태계를 구축하죠. 이런 전략으로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고 다른 업체를 경쟁에서 배제하고 있다고 본 겁니다.아마 이 소송의 결론이 나오려면 몇 년이 걸릴 텐데요.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소송이 애플 경영진의 주의를 분산시켜 애플의 구독 서비스 사업 성장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을 전합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2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미국판 디시인사이드, 밈(meme) 주식의 성지. 어디인지 아시겠죠. 바로 미국 소셜미디어 서비스 레딧(Reddit)입니다. 이 레딧의 기업공개(IPO)가 임박하면서 잠잠했던 미국 IPO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공모주 청약 열기가 꽤 뜨겁다는데요. 설립 이후 19년 동안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한 기업이건만. 투자자를 끌어당기는 레딧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또 알아둬야 할 리스크 요인은 어떤 게 있을까요. 벌써부터 주가가 얼마나 롤러코스터를 타게 될지가 궁금해지는 기업, 레딧을 들여다봅니다.*이 기사는 1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기업가치 8.5조원 가나레딧이 드디어 IPO를 합니다. 2019년 핀터레스트 이후로 처음 상장되는 미국 소셜미디어 기업입니다. 주당 31~34달러의 공모가로 2200만주를 매각하기로 했죠. 이 계획대로라면 총기업가치는 최대 64억 달러(약 8조5300억원)에 달할 겁니다.레딧의 공모가격은 20일(현지시간) 확정되는데요. 분위기는 좋습니다. 18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미 청약 신청이 공모물량의 4~5배에 달한다는군요. 목표주가 범위에 들어올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레딧 주식은 21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를 개시합니다. 티커는 ‘RDDT’.레딧 기업가치가 64억 달러? 이게 싼 건지 비싼 건지에 대한 판단은 물론 투자자마다 엇갈리는데요. 이전보다는 많이 겸손해진 가격임엔 틀림없습니다. 2021년 8월 마지막 자금조달 라운드에서는 레딧 기업가치가 100억 달러를 찍었으니까요.그만큼 금리인상으로 돈줄이 마르면서 투자자들이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기 때문이죠. 동시에 이제 스타트업도 자존심을 굽히고 한층 낮은 가치 평가를 받아들이기 시작했음을 보여줍니다. 주가 34달러를 기준으로 할 때 레딧의 주가매출비율(=주당 매출액/주가)은 약 6.7배. 2019년 상장 당시 핀터레스트의 절반 수준입니다. 확실히 거품이 빠진 셈이죠.19년 연속 적자 행진레딧의 하루 활성 이용자 수는 7300만명(월간으로는 4억3000만명). 방문자 수 기준으로 세계 15위에 달하는 거대 사이트입니다. 웃긴 영상부터 온갖 정보와 뉴스, 일상 이야기까지. 10만개 넘는 게시판(레딧 용어로는 ‘서브레딧’)이 운영되고 있죠. 전체 누적 게시물 수는 10억 개, 댓글은 160억 개가 넘습니다. 정말 쉴 새 없이 새 글과 새 댓글이 올라오죠. 익명 회원(레디터)들은 놀라운 참여 열기로 커뮤니티에 활기를 더합니다. 사용자는 게시물에 대해 업(Up) 또는 다운(Down)으로 투표할 수 있는데요. 그 투표 점수(업-다운)가 높은 게시물일수록 화면 위쪽으로 올라가는 시스템입니다.레딧 매출의 대부분은 광고에서 나옵니다. 웹사이트와 모바일앱에 광고를 띄우죠. 월 5.99달러짜리 프리미엄 구독 상품(광고 없이 이용 가능)도 있지만 매출 비중은 2%도 되지 않습니다. 2023년 레딧 매출은 8억400만 달러(약 1조700억원). 전년보다 20.5% 늘었습니다.하지만 레딧은 한 번도 이익을 낸 적이 없습니다. 2005년 설립 뒤 지난해까지, 줄곧 적자였죠. 지난해에도 908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게시물이 주로 텍스트 기반이라서 상대적으로 서버 비용이 덜 드는 편인데도 말이죠. 번스타인의 마크 스무리크 애널리스트는 “18년이나 됐는데 여전히 수익성이 없는 회사를 그냥 지나치기는 어렵다”면서 이 점을 꼬집는데요.사용자수와 매출은 꾸준히 성장하지만 돈을 벌진 못하는 레딧. 과연 수익성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요.돈 나올 구멍 찾았다레딧 측은 꽤 낙관적입니다. IPO를 앞두고 올해 드디어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거라는 전망을 내놨죠. 조정 EBITDA(이자, 세금, 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 기준으로 흑자로 전환할 거라는 뜻인데요. 광고나 멤버십 구독료가 크게 늘어서가 아닙니다. 새로운 수익원을 찾았기 때문이죠. 바로 데이터 판매.레딧은 지난달 구글과의 제휴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구글이 레딧의 게시글과 댓글을 사용해 AI를 훈련할 수 있게 하는 계약을 맺은 거죠. 연간 라이선스 금액은 6000만 달러(800억원)에 달합니다.레딧엔 그야말로 세상만사 모든 주제에 대해 관련성 높은 대화가 가득 쌓여있죠. AI를 학습시켜야 하는 기업 입장에선 데이터의 노다지나 다름 없습니다.마침 생성형 AI 붐이 일고 있으니 구글 말고도 이런 데이터 라이선스 계약을 맺을 기업이 더 늘어날 수 있겠죠. 뉴스트리트리서치의 댄 새먼 애널리스트는 이런 고마진 사업이 2027년엔 레딧 총매출의 32%를 차지할 정도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봅니다. 이런 시나리오대로라면 레딧의 조정 EBITDA가 지난해 -6930만 달러에서 올해는 +1억7200만 달러로 불어날 거라고도 전망했죠.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남겨서 그동안 쌓여온 게시물과 댓글이 이렇게까지 돈이 된다니. 참신한 비즈니스 모델이 아닐 수 없는데요. 물론 이 AI 붐이 언제 꺼질지는 알 수 없다는 건 위험요인이기도 합니다. 미국 연방무역위원회(FTC)가 최근 레딧이 AI 학습용으로 사용자 데이터를 판매하는 것과 관련해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는 소식도 부담이긴 하고요.레디터를 주주로 모십니다레딧의 정체성은 결국 온라인 커뮤니티입니다. 그리고 이 커뮤니티의 흥망을 결정하는 건 유저들인데요. 특히 레딧은 다른 소셜미디어 기업보다 사용자 의존도가 훨씬 높습니다. 게시판을 실제 열고 운영·관리하는 건 ‘중재자(moderator)’라고 불리는 사용자들이죠.레딧의 정규직원 수는 2013명밖에 안 되는데요. 레딧에서 활동하는 중재자 수는 하루 6만명이나 됩니다. 게시판이 주제에 맞게 운영되도록 스팸과 악플을 지우고 규칙을 적용하는 일을 죄다 중재자들이 하죠. 사실상 이들의 무급 노동에 의지해 굴러가는 커뮤니티입니다.그래서겠죠. 레딧은 이번 IPO에서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였습니다. 공모 주식 중 176만주(8%)를 1월 1일 이전에 가입한 사용자와 회사 임직원 가족 등에 배정하기로 했습니다. 레딧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서 포인트 점수인 ‘카르마(Karma)’를 많이 얻은 사용자일수록 더 많은 공모주를 배정받습니다. 그동안은 평판을 과시하는 것 말고는 딱히 쓸 데가 없었던 카르마가 이제야 돈이 되는 셈이죠(물론 주가가 공모가보다 떨어지면 되레 손해이지만).미국 공모주 청약은 보통 기관투자자들만의 잔치이죠. 개인투자자를 위한 일반청약 절차가 따로 없어서 일반적으로 미국 IPO에선 개인이 공모주에 투자하는 게 거의 불가능한데요. 그래서 레딧의 이런 결정이 눈길을 더 끕니다.자칫하면 밈 주식 될라여기까지만 보면 이용자와 상생하는 훈훈한 스토리이지만. 바로 이 점이 레딧엔 큰 위험 요인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레딧 사용자들이 배정받는 주식은 기관투자자와 달리 보호예수 기간이 적용되지 않거든요. 즉 공모주를 받은 개인 주주는 거래 개시 당일부터 주식을 팔 수 있습니다.그런데 레딧 사용자들이 어떤 사람들입니까. 2021년 공매도 세력에 맞서 게임스톱 주가를 일주일 만에 700% 폭등시킨 밈 주식 열풍의 주역 아닙니까. 레딧 공모주를 손에 넣은 이들은 이번엔 또 어떻게 떼를 지어 움직일까요. FT에 따르면 이미 레딧 주식이 새로운 ‘밈 주식’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미 나온다는데요. 이 점을 레딧 경영진도 알고 있는 듯합니다. 레딧은 투자설명서에서 주식토론방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를 언급하며 “주식 가격과 거래량이 우리의 기본 비즈니스나 거시경제, 산업 펀더멘털과 무관한 이유로 극심한 변동성을 경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하지만 좀 다른 해석도 나옵니다. 레딧이 사용자에게 배정한 공모주 물량 비중이 묘하다는 거죠. 레딧은 최대 8%를 할당했는데요. 이는 과거 에어비앤비(호스트에게 7% 배정)나 우버(운전자에게 3% 배정)와 비교할 때 그렇게까지 크진 않죠. 특히 ‘미국 개미의 성지’로 통하던 주식거래 앱 로빈후드가 2021년 상장 당시 무려 25%를 이용자에 배정했던 것과 비교하면 너무 보수적인 결정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FT는 칼럼에서 “레딧의 행동은 레딧을 그토록 상징적으로 만든 파괴적인 정신을 조용히 거부하는 것”이라며 “이 IPO가 커뮤니티를 위한 가치 창출보다는 소유주를 위한 가치 극대화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합니다. 동시에 이렇게 꼬집죠.“레딧은 재정적 성숙을 위해 공동체 정신을 버렸다.”참고로 레딧의 최대주주는 미국 출판재벌인 뉴하우스 가문의 어드밴스입니다. IPO 이후엔 전체 지분의 약 26.5%를 소유하게 되죠. 2대 주주는 중국 텐센트(9.7%)이고요.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와 관련된 법인 5곳이 그다음으로 많은 지분(7.6%)을 보유하게 됩니다.예상치 못했던 샘 올트먼 이름이 대주주 명단에 등장해서 다들 깜짝 놀랐는데요. 이 중 정확히 샘 올트먼 개인 소유 주식이 얼마나 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번 IPO로 그가 가진 레딧주식 자산 가치가 약 6000만 달러(약 800억원)로 불어날 거라는 추정을 내놨죠. 참고로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가 집계한 올트먼의 보유자산 규모는 20억 달러(약 2조6700억원). By.딥다이브얼마 전 뉴스레터에서 레딧 IPO 기사를 전해드렸더니, 구독자님이 레딧이 어떻게 수익을 창출하느냐는 질문을 주셨습니다. 덕분에 레딧의 수익모델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게 됐습니다. 이런 질문과 의견, 늘 환영합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밈 주식의 성지, 소셜미디어 레딧이 IPO에 나섰습니다. 공모주 청약 열기가 일면서 순조롭게 21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할 전망입니다.-레딧의 지난해 매출은 8억 달러. 하지만 설립 뒤 한번도 이익을 내본 적이 없다는데요. 올해는 아마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구글 같은 AI 개발 기업에 AI 학습용으로 레딧의 사용자 콘텐츠를 판매하는 데이터 사업이 새로운 수익원이 됐기 때문입니다. -레딧의 생명줄을 쥔 건 결국 사용자입니다. 레딧은 공모주 물량의 일부를 사용자들에 배정하기도 했는데요. 이러다 레딧이 혹시 밈 주식 되는 건 아닐까요. 어쨌거나 샘 올트먼은 대박 날 것 같습니다.*이 기사는 1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뉴욕증시가 일제히 상승 마감했습니다. 18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0.20%, S&P500 0.63%, 나스닥지수는 0.82% 올랐죠. 모처럼 매그니피센트7 주식이 모두 강세를 보였습니다.기술주 랠리를 이끈 건 역시나 AI 기술인데요. 이날은 구글 모기업 알파벳이 주인공이었습니다. 애플이 아이폰에 구글의 AI ‘제미나이’를 탑재하기 위해 협상 중이라는 블룸버그 기사가 나오면서 알파벳 주가가 4.6% 급등했죠. 애플 주가도 0.64% 올랐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애플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생성형 AI 기반의 대규모 언어모델을 테스트해 왔는데요. 애플의 AI 기술력이 구글을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에 제휴를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제휴가 성사되면 구글은 제미나이의 잠재 사용자 수십억명을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오픈AI를 포함한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갈 수 있겠죠.이날 장 마감 직후엔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가 개막했는데요. 행사장에 1만6000명이 들어찰 정도로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젠슨 황 CEO가 새로운 플래그십 AI 칩인 코드명 ‘블랙웰’ B200을 공개했죠. 기존 H200보다 두배 이상 많은 2080억개의 트랜지스터를 탑재한 슈퍼칩입니다. 엔비디아 주가는 행사를 앞두고 이날 0.70% 상승했습니다.한편 이날 미국 국채 금리는 또 올랐습니다. 10년 물 금리가 0.021%포인트 오른 4.325%를 기록했는데요.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연준이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초 6월에 금리인하가 시작될 거란 전망이 많았는데요. 지금은 6월 인하 확률이 50%대로 떨어졌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연준이 4차례가 아닌 3차례만 금리를 인하할 거라고 전망을 수정하기도 했죠.이번 주는 그야말로 중앙은행의 주가 될 겁니다. 일본은행이 오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데요. 현재 -0.1%인 기준금리(단기 정책금리)를 0.1%포인트 이상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일본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다면 이는 17년 만에 처음이 됩니다. 일본은 올해 춘계 노사협상에서 임금 인상률이 평균 5.28%에 달하는 등, 임금과 물가가 오르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신중한 일본은행이 드디어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게 된 겁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전 세계 11억명이 쓰는 숏폼 동영상 플랫폼 틱톡(TikTok)이 미국에서 퇴출당할 판입니다. 미국 하원이 13일 ‘틱톡 금지법’을 통과시켰기 때문이죠.미국에선 향후 몇 달 동안 틱톡 금지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엄청나게 뜨겁겠지만, 솔직히 미국인도, 틱토커도 아닌 우리 삶은 뭐 그리 달라질까 싶은데요. 그럼에도 이 이슈에 주목하는 건 글로벌 소셜미디어 시장의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겠죠. 오늘은 틱톡 금지법이 불러올 효과를 들여다봅니다.*이 기사는 1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틱톡 금지법? 매각법?찬성 325대 반대 65. 13일 틱톡 매각법이 미국 하원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됐습니다. ‘외국의 적(=중국)’이 통제하는 앱의 배포·유지·업데이트를 불법으로 규정한 법이죠. 그 대상은 미국에서만 1억7000명의 사용자를 가진 동영상 플랫폼, 틱톡입니다.이 법이 상원 통과와 대통령 서명을 거쳐 발효되면, 모기업 바이트댄스는 6개월 이내에 틱톡의 미국 사업을 매각해야 합니다. 만약 매각하지 않으면 애플이나 구글의 미국 앱스토어에서 틱톡 앱의 다운로드와 업데이트가 금지되죠(어기면 앱스토어 운영사를 처벌받음).틱톡이 확보한 민감한 사용자 정보(위치, 연락처 목록, IP주소, 생체인식 데이터 등)를 중국 정부에 넘길 우려가 있다는 게 법 제정 이유입니다. 물론 진짜 틱톡이 정보를 넘겼다는 증거는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틱톡이 다른 소셜미디어보다 특별히 더 사용자 정보를 많이 수집한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우려할 만한 근거가 없는 건 아니죠. 중국은 국가 안보와 관련해 정부가 요구하면 기업이 데이터를 넘겨주도록 강제하는 국가보안법이 있으니까요.팔면 되잖아. 누구한테?미국 틱톡 이용자들은 난리 났죠. 특히 틱톡 플랫폼으로 먹고사는 마케터나 크리에이터엔 날벼락 같은 소식인데요. 틱톡 금지법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등장하고, 의원실에 항의 전화 폭탄 세례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미국 수정헌법 1조, 즉 표현의 자유를 위협한다는 지적도 이어집니다.반면 법에 찬성하는 쪽에선 이런 식으로 반응하죠. ‘누가 틱톡 금지한대? 다른 주인 찾아서 팔면 되잖아. 매각하면 그만인데, 뭐 그리 난리야.’ 같은 법이지만 찬성 측은 틱톡 매각(Tiktok Sale), 틱톡 금지(Tiktok Ban)로 표현합니다.사실 중국 앱에 대해 미국이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매각을 요구한 게 처음은 아니죠. 동성애자 데이트앱 그라이더(Grindr)는 2020년 같은 이유로 중국 모기업이 지분을 미국회사에 판 적 있고요. 자, 그럼 누가 틱톡을 살 수 있으려나요.일단 웬만한 현금동원력으론 어렵습니다. 틱톡 모기업 바이트댄스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비상장기업인 거 아시죠(기업가치 2680억 달러, 약 353조원). 물론 바이트댄스에서 틱톡이 차지하는 비중은 일부이긴 한데요. 그래도 블룸버그에 따르면 틱톡의 가치가 400억~500억 달러(약 52조~65조원)는 될 거라고 합니다.이 정도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기업이라면 미국 빅테크가 떠오르죠. 언론에선 메타·구글·아마존)·애플·마이크로소프트 이름을 거론하기도 하는데요. 특히 MS는 4년 전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지금과 비슷한 행정명령을 내렸을 때, 실제 틱톡을 인수하려고 나섰던 적이 있습니다.하지만 빅테크의 틱톡 인수엔 큰 걸림돌이 있습니다. 하나는 미국과 유럽의 반독점 규제이죠. 빅테크가 더 커지는 걸 막기 위해 독점금지법을 공격적으로 적용 중인 바이든 행정부가 이제 와서 ‘틱톡 인수는 괜찮아’라고 태도를 바꾸진 않을 겁니다. 미국 못지않게 강하게 빅테크를 때리고 있는 유럽연합도 마찬가지고요.또 중국 정부 역시 매각엔 큰 장애물입니다. 이미 4년 전 중국 정부는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을 포함한 AI 기술의 수출을 제한했죠. 사실 틱톡의 경우엔 그 추천 알고리즘이 핵심 자산인데요. 중국 정부가 ‘알고리즘은 못 판다’며 매각을 가로막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틱톡이 기업공개를 한다면?대안은 있습니다. 틱톡을 떼서 다른 기업에 합병시키는 게 아니라, 별도로 기업공개(IPO)를 하는 겁니다. 그럼 반독점법 규제가 걸림돌이 될 일은 없으니까요. 법에 따르면 바이트댄스를 포함한 중국 관련 지분율을 20% 미만으로 낮추기만 하면 매각으로 인정됩니다.바이트댄스의 외부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틱톡이 기업공개를 하면 기존 지분 중 일부를 틱톡 주식으로 바꿀 수 있으니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틱톡 지분은 100% 바이트댄스 소유이지만, 바이트댄스 지분의 60%는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투자자(세쿼이아 캐피털, 서스퀘하나, 제너럴 애틀랜틱 등)가 보유하죠. 하지만 IPO도 절대 만만한 작업이 아닌데요. 지금부터 IPO를 준비한다고 해도 법에서 정한 6개월 기한 안에 상장을 마치기란 사실상 불가능해 보입니다. 전 세계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의 IPO가 2019년의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 아람코의 256억 달러이었거든요. 아마 틱톡은 그 두배 가까이 될텐데? 참, 답이 안 나오죠. 틱톡 퇴출=메타 대박?너무 커서 팔기도, 분사도 어렵다니. 그럼 이대로 틱톡은 미국에서 장사를 접어야 할까요. 솔직히 그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할 겁니다. 실제 틱톡을 완전히 금지한 국가는 이미 있습니다. 인도, 아프가니스탄, 네팔.이 중 인도 사례를 참고할 만합니다. 인도는 2020년 6월 틱톡과 위챗 등 중국 앱 59개를 금지해버렸죠. 국가 보안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였는데요. 국경 지역에서 중국군과의 물리적 충돌로 인도군 20명이 사망한 직후였습니다.당시 인도는 틱톡을 먹여 살리는 가장 큰 시장이었죠. 틱톡 사용자 수가 1억5000만명이나 되고, 글로벌 다운로드 수의 30%를 차지했을 정도였는데요. 인도 정부의 조치로 수많은 인도의 틱토커들이 패닉에 빠졌습니다. 수백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전업 크리에이터들이 한순간에 직업을 잃게 된 건데요.하지만 그 후로 생각보다 인도의 사용자들은 빠르게 틱톡을 잊었습니다. 2021년 인스타그램이 숏폼 동영상 서비스 ‘릴스’를 인도에 출시했기 때문이죠. 2019년 인도에서 다운로드 수 6위에 그쳤던 인스타그램은 2021년엔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인도의 인스타그램 활성 이용자 수는 이제 2억1000만명에 달한다고 하죠.미국에서도 아마 다르지 않을 겁니다. 마케팅 컨설팅업체 케피오스에 따르면 전 세계 틱토커는 이미 페이스북(82%), 인스타그램(80%), 유튜브(78%)를 이미 사용하고 있죠. 틱톡 같은 짧은 동영상은 인스타그램 릴스나 유튜브 숏츠에도 끊임없이 올라옵니다. 틱톡이 미국에서 사라지면 일부 인기 틱토커들은 전 세계에 걸쳐있던 기반을 잃겠지만, 대다수 이용자는 새로운 자극을 찾아 다른 앱을 스크롤 할 겁니다. 틱톡이 미국 디지털 광고시장에서 차지하는 파이(약 2.5%)를 가장 많이 가져가는 건 아마 메타(페이스북&인스타그램)가 되겠죠. “틱톡이 없으면 페이스북이 더 커진다”며 돌연 틱톡 금지에 반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은 (좀 황당하지만) 일리 있습니다.남겨진 질문; 보복과 황금률생각해보면 국가보안을 이유로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를 퇴출시킨 미국인데, 틱톡이라고 막지 못하겠나 싶습니다. 동시에 이런 논리도 미국에선 통합니다. ‘공정한 경쟁? 중국은 검열을 따르지 않는 미국 소셜미디어 회사를 금지했잖아.’ 중국이 한 걸 그대로 돌려주겠다는 일종의 보복 논리인데요. 13일 월스트리트저널 사설의 한 대목입니다. 틱톡 인수를 위해 투자자를 모집 중이라는 스티브 므누신 전 미국 재무장관도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이것은 미국 기업이 소유해야 합니다. 중국은 미국 기업이 중국에서 이런 걸 소유하도록 내버려 둘 리가 없다고요.”중국은 2009년부터 페이스북과 트위터(현 X)·구글 접속을 차단했죠. 인스타그램·넷플릭스도 볼 수 없고요. 이른바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이라고 불리는 조치인데요. 덕분에 중국은 자체적인 소셜미디어 서비스(웨이보·더우인·샤오홍슈 등)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하게 됐습니다.맞는 말이라고요? 중국이 한 것 그대로 돌려받아야 한다고요? 네, 감정적으로는 참 설득력 있는데요. 이와는 좀 다른 의견도 있어서 소개합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국 국가안보 공무원이었던 하버드 로스쿨 강사 티모시 에드가가 지난해 인터뷰에서 펼친 주장인데요.“틱톡에 대해 어떤 우려를 갖고 있든, 규정을 만들 땐 황금률(‘자신이 대접받고 싶은 만큼 남을 대우하라’)을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는 반대로 적용될 경우에도 정당하다고 생각되는 규제만 채택해야 합니다. 우리가 채택하는 게 무엇이든 다른 국가가 페이스북이나 구글, 아마존에 그와 같은 짓을 한다면 우리는 ‘그 통제가 합당해 보인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디지털 신냉전 시대에 황금률 운운하다니, 너무 한가한 소리 아니냐고요? 글쎄요.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전 세계 인터넷 데이터에 대한 대규모 감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를 떠올리면 꼭 그렇진 않을지도. By.딥다이브틱톡 금지법이 하원을 통과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상원이 남아있습니다. 현재로선 상원 통과엔 불확실성이 크다는데요. 아마 상당 기간 미국에선 시끄러울 만한 이슈라서 들여다봤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미국 하원이 이른바 ‘틱톡 금지법’을 13일 통과시켰습니다. 중국 모기업 바이트댄스가 틱톡을 6개월 안에 매각하지 않으면 틱톡 앱을 미국에서 금지하는 법입니다. -바이트댄스가 틱톡을 팔면 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500억 달러 가치의 틱톡을 인수할 여력이 있는 빅테크는 반독점법에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죠. IPO가 대안이지만 너무 큰 틱톡을 6개월 안에 상장시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 보입니다.-이대로 틱톡이 미국에서 퇴출당한다면? 아마 빈자리를 경쟁업체가 빠르게 메울 겁니다. 그중 승자는 인스타그램을 가진 메타가 될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중국이 할 법한 일(소셜미디어 금지)을 미국이 한다는 사실이 좀 놀라운데요. 다른 나라 인터넷 데이터 감시한 사실이 폭로됐던 건 다 까먹어버린 미국입니다. *이 기사는 1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뉴욕증시가 일제히 하락 마감했습니다. 예상보다 뜨거운 미국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발표됐기 때문입니다. 이날 다우지수는 -0.35%, S&P500- 0.29%, 나스닥지수 -0.30%로 거래를 마쳤습니다.이날 발표된 2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보다 0.6% 상승했는데요. 월가 예상치(0.3%)를 크게 웃돌았을 뿐 아니라 전월(0.3%)보다 상승폭이 커졌습니다. 연간으로는 물가가 1.6% 상승해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죠.앞서 나온 2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도 3.2%로 예상(3.1%)을 약간 웃돌았거든요. 인플레이션이 잠잠해지긴커녕 오히려 다시 들썩거리고 있는 셈인데요. TS롬바드의 스티븐 블리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두고 “거대한 디스인플레이션이 정체되었고, 역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합니다. “이런 식으로 데이터가 계속 나오면 선제적 금리 인하를 정당화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고도 덧붙였죠.당장 다음주 19, 20일에 FOMC가 열리죠. 기준금리는 동결이 확실시되지만, 연준이 장기금리와 GDP, 인플레이션, 실업률 전망을 어떻게 수정할지가 관심거리인데요. 끈적한 물가 때문에 연준이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신호를 보낼 거란 기대가 조금씩 사그라들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채금리는 크게 올랐죠. 미 국채 10년 금리는 0.1%포인트 올라, 4.292%를 기록했습니다. 맥쿼리의 티에리 위즈먼 애널리스트는 “채권 수익률이 더 높아질 것인가, 그렇다면 (주식)시장에 더 많은 하방이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모두 ‘예스’”라고 말합니다.이날 주식시장 하락은 기술주가 주도했습니다. 반도체 기업 AMD와 엔비디아가 각각 3.97%와 3.24% 하락 마감했고요. 테슬라 역시 주가가 4.12% 빠졌습니다.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피스커는 주가가 이날 50% 넘게 폭락했는데요. 미국의 전기차 수요 정체로 어려움을 겪던 피스커가 파산신청 가능성에 대비해 구조조정 고문을 고용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 기사 영향입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