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애란

한애란 기자

동아일보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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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8~2024-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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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란의 원자력 발전은 왜 르네상스일까[딥다이브]

    원자력 발전은 복잡한 주제입니다. 경제 문제인 동시에 환경 이슈이며 무엇보다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주제이니까요. 한국뿐 아니라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인데요. 이 민감한 소재를 어떻게 요리할지 궁리하다가 최신 해외 사례를 최대한 끌어모아 봤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역시나 어느 쪽이 답이라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확실해 보이는 건 이겁니다. 글로벌 원전 시장, 바람의 방향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이 기사는 1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엇갈린 독일과 핀란드2023년 4월 16일 일요일은 유럽의 원자력 발전 산업 역사에서 특별한 날로 기록될 겁니다. 두가지 큰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인데요. 하나는 독일이 이날부터 더 이상 원자력 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하지 않게 됐습니다. 독일은 4월 16일 0시를 기해 운영 중이던 마지막 원전 3기를 폐쇄했죠. 60여 년간 이어졌던 독일 원자력 발전 시대가 이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원자력 발전은 친환경이 아니며 지속가능하지도 않다는 독일 정부 입장은 분명하다”고 슈테피 램케 독일 환경부 장관은 이야기했습니다. 1970년대부터 거의 50년 가까이 이어져온 독일의 반원자력 운동 세력의 승리라 할 수 있죠.또다른 이벤트는 몇시간 뒤 발트해 인접국 핀란드에서 벌어졌습니다. 무려 17년의 공사를 마치고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인 ‘올킬루오토 3호기’가 이날 전기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유럽에서 원자력 발전소가 새로 문을 연 것 자체가 16년 만에 벌어진 사건인데요. 무엇보다 올킬루오토 3호는 시간당 발전량이 무려 1600MW로, 유럽에서 가장 크고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원자력 발전소입니다(1, 2위는 모두 중국). 핀란드 전체 전력의 14%나 담당하게 된다는데요. 핀란드엔 환경운동이 없냐고요? 그럴 리가요. 핀란드에서도 2007년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올킬루오토 3호기 건설 부지의 크레인 위에 올라가 며칠씩 항의 농성을 벌이는 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은 원자력 반대운동이 거의 자취를 감췄다는데요. 과연 무엇이 핀란드를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반원전 운동을 가라앉히고 여론을 돌려 놨을까요.전쟁 그리고 탄소중립가장 최근에 등장한 이유라면 다들 짐작하시는 바로 그 사건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러시아가 지난해 겨울 유럽으로의 석유∙가스 수출을 중단하면서 각국이 치솟는 전기요금과 추위에 떨어야 했는데요. 핀란드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영향으로 2022년 말부터 2023년 초까지 핀란드의 수많은 가정용 전기 사우나 시설이 데워지지 못했죠. 사우나가 일상인 핀란드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는데요. 그 결과 지난해 설문조사에서 핀란드인의 65%가 ‘원자력 발전을 늘려야 한다’고 응답할 정도로 원전 찬성 여론이 힘을 받았습니다. ‘현재 수준 유지가 적합하다’가 18%, ‘원전 발전을 줄여야 한다’가 11%였죠.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라도 국내 에너지 생산을 충분히 늘려야 한다는 절박함이 반영된 겁니다.‘2050년 탄소 중립(Net Zero)’이란 국제사회가 합의한 목표도 원자력에 대한 시각을 바꿔놓은 결정적 이유입니다. 탄소 중립으로 가기 위해 제거해야 할 타깃은 석탄∙석유 같은 화석연료이죠. 문제는 이를 대체할 태양광∙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원 공급을 생각처럼 급격하게 늘릴 수가 없다는 건데요. 그 속도가 얼마나 느리냐 하면 1996년에 전 세계 전력 생산에서 화석연료가 아닌 저탄소 에너지원 비중이 38%였는데요(원자력 18%, 수력과 기타 재생에너지 20%). 2021년엔 40%였습니다(원자력 10%, 풍력 7%, 태양광 3%, 수력과 기타 20%). 25년 동안 애를 썼건만 고작 2%포인트 늘어난 겁니다. 각국이 돈도 많이 들고 여론도 좋지 않은 원자력 발전소 설치를 중단하고, 오래된 원전은 가동을 중단하다 보니(조기 폐쇄도 많았음) 그렇게 됐는데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탄소 중립으로 가긴 가야 하거든요. 2050년까지 남은 시간도 별로 없고요. 전 세계 공통의 적인 화석연료를 퇴출시키기 위해서라도 이젠 원자력과 화해하고 손을 잡자는 타협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는 일부 환경운동가들의 시각마저 변화시키고 있는데요. 그린피스 핀란드 지부장인 토우코 시필라이넨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기후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겁니다. 원자력 논쟁은 더 이상 이전만큼 핀란드의 기후 정책과 관련이 없습니다.”원전의 부활이 시작됐다미국 조지아 발전소의 보글 원자로 3호기는 지난 3월부터 전력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7년 만에 미국에 새 원전이 생긴 건데요. 2009년부터 짓기 시작했으니 무려 14년이나 걸린 데다, 공사비용도 당초 예산(4호기 포함 140억 달러)의 두 배(300억 달러 추산)로 불어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죠. 그동안 미국에선 2007~2009년 발표했던 원전 프로젝트 중 24개가 엎어졌습니다. 건설까지 돈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였는데요. 그래서 다들 ‘보글이 미국의 마지막 대규모 원자력 프로젝트’가 될 거라고 봤죠. 그런데 이런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고 합니다. 역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인데요. 원자력 연구단체 굿에너지콜렉티브의 제시카 로버링은 블룸버그에 이렇게 말합니다. “원자력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습니다. 더 많은 흥분이 있고 ‘이게 정말 필요해?’라는 의문은 적어졌죠.” 어쩌면 추가로 대형 원자로 건설에 나설 기업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문가 전망까지 나오기 시작합니다.유럽에선 꽤 많은 국가가 신규 원전 건설에 이미 나섰거나 추진 중입니다. 폴란드(1단계 사업을 지난해 10월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수주), 체코(두코바니 5호기 건설 추진, 2023년 말 업체 선정 예상), 루마니아(체르나보다 3, 4호기 건설 추진), 영국(시즈웰C 건설 추진)가 대표적입니다. 또 유럽의 원전 하면 이 나라를 빼놓을 수 없죠. 바로 전통의 원전 강국 프랑스인데요. 마크롱 대통령에 지난해 원전 6기를 2035년까지 새로 건설하겠다고 발표했죠. 원전 의존도를 낮추려던 기존 정책을 완전히 뒤집고 ‘원자력 부활’을 선언한 건데요. 원전을 새로 짓는다고 할 때 가장 큰 걱정거리는 뭘까요. 자칫하다간 공사기간이 예상보다 훨씬 길어져서 돈과 시간이 모두 엄청 깨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원래 원자력 발전은 다른 재생에너지보다 생산단가가 저렴한 게 큰 장점인데, 공사 비용이 무지막지하게 불어나면 이런 장점이 사라지니까요. 특히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선진국일수록 이 부분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프랑스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원자로 만들 용접공이 없다?전직 경찰관이었던 아르도 듀푸이는 프랑스 부르고뉴 시골 공장에서 용접 견습생으로 일합니다. 프랑스전력공사(EDF) 자회사가 운영하는 이 공장에서 훈련을 받으면 그는 원자력 용접공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원자력 용접공은 지금 프랑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직업 중 하나입니다.현재 프랑스에 원자력 관련 용접을 할 수 있는 훈련된 용접공은 500명에 불과합니다. 오죽하면 지난해 원전 수리를 위해 미국에서 용접공 100명을 불러왔을 정도였죠. EDF는 2030년까지 이 인력이 두배로 늘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기초적인 용접교육에만 9개월이 걸리고, 실제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게 되려면 5~7년의 경력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뚝딱 인력을 길러낼 수 있는 게 아니란 거죠. 부족한 건 용접공만이 아닙니다. 원전 6기 건설 계획을 실행하려면 엔지니어와 프로젝트 감독자, 보일러 제작자와 전기 기술자 등 총 10만 명의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게 프랑스 정부의 계산인데요. 프랑스가 이렇게 큰 규모의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게 1970년대 이후 처음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원전 건설의 생태계가 무너진 거죠. 프랑스 여당 소속 의원 앙투안 아르망은 FT에 이렇게 말합니다. “가장 큰 도전은 대규모 산업 프로젝트를 조율할 방법을 알고 있느냐는 겁니다. 유럽에서는 더 이상 아무도 이런 일을 하지 않습니다. (할 수 있는 건) 중국, 인도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원전 건설 작업이 과연 속도를 낼 수 있을까요. 프랑스 정부가 계획대로 예산을 따내고 준비작업을 착착 진행해도 새 원전 착공은 2027년 말에나 될 텐데요. 겨우 8년 만에 공사를 끝마치고 2035년에 가동을 시작하겠다? 너무 낙관적이란 지적이 나오는데요.사실 프랑스나 미국 원전기업은 고질적인 비용 초과와 납기지연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 EDF 컨소시엄이 짓고 있는 영국 힌클리포인트C 원전은 당초 2023년 완공을 목표로 했지만 공사 지연으로 2028년 9월로 미뤄졌습니다. 그 결과 180억 파운드라던 건설비용도 327억 파운드로 불어났고요. 앞서 소개한 핀란드 올킬루오토 역시 EDF의 대표적인 공사지연(무려 17년 걸림) 사례입니다.한국의 경쟁력, 그리고 걸림돌정리하자면 침체에 빠졌던 전 세계 원자력 발전 시장에 다시 활력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원전 르네상스’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인데요. 다만 독일 사례에서 보듯이 모든 국가가 똑같진 않습니다. 참고로 리투아니아, 이탈리아는 일찌감치 원자력 발전을 중단했고요. 벨기에∙스페인∙스위스도 약 10년 안에 단계적으로 원전을 폐쇄한다는 계획입니다. 그렇다 보니 원전 찬성론자와 반대론자가 각각 자기 입맛에 맞는 해외사례를 끌어와서 주장을 펼치고 있는데요. 그래도 전 세계 원전 건설 총량이 다시 늘어나는 분위기인 건 분명해 보입니다. 트렌드가 달라지긴 한 거죠. 그리고 원전이라는 게 시공능력을 갖춘 나라가 얼마 없습니다. 미국, 러시아, 프랑스, 일본, 중국, 그리고 한국 정도이죠. 특히 요즘엔 신냉전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고 하죠. 그동안 원전 수출시장을 꽉 잡고 있던 러시아와 중국이 주춤한다면 혹시 한국에 기회가? 한국 원전산업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면 시공능력입니다. 한마디로 공사 납기를 비교적 잘 맞추는 편입니다. 예상 비용을 초과하는 정도도 덜해서 가격 경쟁력도 높다는 뜻이죠. “한국은 국내외에서 원전 31기를 건설한 노하우를 축적했고, 경수로 타입 신형 원자로의 공사기간 준수 역량도 탁월하다. 반면 미국과 프랑스는 ‘코스트오버런(비용 초과)’으로 시장 신뢰도가 훼손됐다”는 게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의 평가입니다. 물론 원전 수주에는 그 나라의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무조건 싸게 잘 만든다고 따낼 수 있는 그런 계약이 아닌 거죠. 국가 간 외교전이 수주 경쟁의 핵심 변수인데요. 이 부분에선 우리가 미국∙프랑스에 당연히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지난해 10월 한국형 원전(APR1400) 원천기술에 대해 지식재산권 소송을 제기하며 발목을 잡고 있고요. 수주까지 갈 길이 꽤 험난해 보입니다.1970년대 이후 거의 50년 만이라는 원전의 르네상스. 한국이 모처럼의 기회를 잡게 될까요. 아니면 들러리만 서다 말게 될까요. ‘잭팟 터진다’는 기대에 마냥 부풀기에도, ‘김칫국만 마신다’는 비관론에 빠지기에도 아직은 이른 듯합니다. By.딥다이브에너지 이슈는 우리 삶에 너무나 중요합니다. 정치적으로 내 편, 네 편을 따지는 대신 실제 세계가 돌아가는 상황을 냉정하게 따져볼 문제인데요. 막상 원전을 이야기할 땐 ‘찬성이냐 반대냐’, ‘누구 편이냐’부터 따지고 반대쪽 이야기는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 분위기라서 좀 답답합니다. 그래도 중요한 문제라서 한번 살펴봤는데요. 주요 내용을 정리하자면-독일은 원자력 발전을 끝냈고, 핀란드는 새 원전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나라마다 상황이 제각각이긴 한데요. 전 세계를 놓고 보면 오랜 침체에 빠졌던 원자력 발전 시장이 다시 되살아나고 있습니다.-가장 큰 이유는 ‘2050년 탄소 중립’이란 목표 때문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높아진 에너지 안보 위기감도 작용했습니다. -선진국에서 원전을 새로 짓는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수십년 만의 대규모 프로젝트라 인력도, 노하우도 부족합니다. 자칫 공사기간만 길어지고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습니다.-그렇다면 시공능력 면에서 뛰어난 K-원전에 기회가 오지 않을까요? 경쟁력은 분명하지만 원전 수주는 외교전이라 생각만큼 쉽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이 기사는 1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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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 대신 먹는 데 돈 쓰는 미국 소비자들[딥다이브]

    미국이 디폴트 위기에서 벗어나려나 봅니다. 18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부채한도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기대감에 일제히 상승했습니다. 다우지수 +0.34%, S&P500 +0.94%, 나스닥지수 +1.51%. 이날 S&P500 지수(4198.05)는 2022년 8월 이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군요.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의장이 이날 기자들에게 “하원이 빠르면 다음 주에 부채한도 합의에 대해 표결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 시장을 들뜨게 만들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피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고요. 다음주 중 의회에서 부채한도가 상향된다면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경고했던 ‘경제와 금융의 재앙’이 닥치는 일은 피할 수 있겠습니다.이날 뉴스 중엔 월마트의 실적 발표 소식이 눈에 띕니다. 월마트는 지난 분기에 미국 내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7.4% 증가했다고 발표했는데요. 당초 전망치(4.5~5%)를 뛰어넘는 호실적입니다. 특히 전자상거래(+27%)와 광고부문(+40%)이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는데요. 온라인 사업의 성장으로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사실 인플레이션 압박 때문에 소비가 위축될 거란 걱정이 많았는데요. 적어도 월마트에서는 그런 징후가 크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고소득층과 젊은 고객들이 월마트에서 더 많은 쇼핑을 하고 있다는 군요. 특히 식료품 부문이 월마트의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는데요. 더그 맥밀런 CEO는 “우리는 강한 분기를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월마트의 실적은 경쟁 소매업체인 타깃이나 홈디포와는 대조적입니다. 앞서 타깃은 분기 매출이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면서 “판매추세가 약화됐다”고 밝혔습니다. 주택자재를 판매하는 홈디포는 1분기 매출이 4.2%가 줄어들며 부진한 실적을 보였고요. 미국 소비자들의 쇼핑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는 뜻인데요. 뉴욕타임스는 팬데믹 기간 동안 예측하기 어려웠던 소비지출의 패턴이 이제 정상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동시에 소비자들은 구매하는 제품에 대해 더 까다로워지고 있고요. BMO캐피탈마켓의 시몬 시겔은 “매출 급감은 보이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여전히 자신이 지출하기로 결정한 것에 지출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실제 미국 상무부가 16일 발표한 4월 소매판매 지표는 예상과 달리 반등했는데요(0.4% 증가). 백화점과 건강∙개인용품점, 식료품점이 증가세를 기록했습니다. 레스토랑과 바에서의 지출은 크게 늘었고요. 반면 가구점, 전자제품 매장, 주택개량 소매점 지출은 줄어들었군요. 새 가구와 가전제품은 이미 코로나 시기에 장만했으니 이제는 나가서 밥 먹고 술 마시는 데 돈을 쓰고 있는 셈입니다. 마스터카드의 수석이코노미스트 미셸 마이어는 “이는 소비자들의 예산 재조정”이라며 “소비자들은 여전히 ‘경험 기반 소비’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길 열망한다”고 분석합니다.By.딥다이브*이 기사는 1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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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 전기차 시대가 궁금하면 노르웨이를 보라[딥다이브]

    세계에서 전기차 판매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는 어디일까요. 중국이 아닙니다. 바로 노르웨이입니다. 노르웨이는 지난해 판매된 신차 10대 중 8대가 전기차입니다. 2025년에 휘발유∙경유 승용차 신차 판매를 완전히 중단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향해 착착 나아가고 있는데요.덕분에 우리는 전기차 시대가 진짜 도래하면 어떤 일이 생길지를 궁금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노르웨이를 보면 되니까요. 어쩌면 우리의 15년, 20년 뒤 미래 모습일지 모르는 노르웨이의 전기차 전환을 들여다봅니다.*이 기사는 1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베스트셀링카 1위는 테슬라 모델Y79.3%. 지난해 노르웨이 신차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한 비중입니다. 불과 10년 전 3%였던 전기차 비중이 엄청나게 치솟았죠. 지난해 이 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량은 테슬라 모델Y. 한해 동안 1만7356대가 팔렸는데요. 노르웨이 역사상 연간 최다판매 차량 기록을 무려 53년 만에 깼습니다(이전 기록은 1969년 폭스바겐 비틀의 1만6706대). 노르웨이의 2022년 베스트셀링카 톱 10은 모두 전기차입니다. 테슬라 모델Y에 이어 폭스바겐 ID.4와 스코다 엔야크, BMW iX가 경합 중이죠. 참고로 현대 아이오닉5는 6위(5044대)에 랭크. 노르웨이의 이런 전기차 열풍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습니다. 이웃 나라 덴마크만 해도 지난해 판매된 신차 중 전기차 비중이 20.8%밖에 안 됩니다. 전기차 대국이라는 중국도 이 비율이 25.6%에 그쳤고요. 노르웨이만 이상할 정도로 전기차 인기가 아주 뜨거운데요.노르웨이 사람들이 특별히 더 환경운동에 관심이 많은 걸까요. 그건 아닙니다. 사람들이 전기차를 살 수밖에 없게 만드는 매우 실용적인 이유들이 작용한 결과인데요. 가장 큰 건 이겁니다. 세금.면세에 할인, 버스전용차로까지아주 오랫동안 노르웨이에서 전기차는 구매할 때 붙는 세금이 모두 면제됐습니다. 얼마나 오랫동안이냐면 구매세(취∙등록세)는 1990년부터, 부가가치세는 2001년부터 면제됐죠. 노르웨이가 높은 세율로 악명 높은 나라인 점을 생각하면 놀라운 혜택인데요. 이 나라에서 휘발유∙경유 차량을 새로 구입할 때 붙는 부가가치세율은 무려 25%입니다. 달리 말하면 세금 다 내고 내연기관차 사느니, 그 돈으로 차값이 25% 더 비싼 전기차를 살 수 있는 거죠. (참고로 2023년부터는 전기차 가격 중 50만 크로네 초과분에 한해서는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걸로 바뀌었습니다. 50만 크로네는 우리 돈으로 약 6200만원.)세금만이 아닙니다. 전기차는 버스전용차로를 달릴 수 있고, 페리 요금을 할인받습니다. 유료도로 통행료도 할인해주고요. 실질적인 혜택이 엄청난데요.그런데 이상하지 않나요? 노르웨이 정부는 왜 이런 파격적인 전기차 혜택을 일찌감치 내놨을까요. 이를 통해 가장 큰 수혜를 보는 게 테슬라 같은 해외기업인데 말이죠.이걸 이해하려면 노르웨이 전기차의 슬픈 역사를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노르웨이에도 한때 테슬라 뺨칠 뻔한 전기차 스타트업이 있었답니다. 1991년 설립된 이 기업 이름은 ‘싱크 글로벌(Think Global)’. 나트륨 배터리를 이용한 도시형 전기차를 만들었는데요(나중엔 리튬이온전지도 채택). 노르웨이 정부는 자국 최초의 자동차 기업인 싱크를 키우기 위해 전기차 관련 세제혜택 정책을 잇달아 내놨죠. 이후 싱크는 미국 포드에 인수되고 미국에서 차량을 출시하면서 질주하는 듯했습니다. 2003년 포드사가 “배터리(전기차)는 갈 길이 아니다”라며 싱크를 매각하기 전까진 말이죠. 이후 심각한 자금난을 겪은 싱크는 소형 전기차 ‘싱크 시티’ 생산을 이어갔지만 성능은 기대에 못 미쳤고(완전 충전 시 160㎞ 주행), 가격은 비쌌습니다(미국 기준 3만6000달러). 결국 총 3500대라는 초라한 양산 실적을 남긴 채 2012년 최종 파산했습니다. 2006년 테슬라 공동창업자 마틴 에버하드가 싱크를 찾아와 포괄적 협력을 제안했지만 싱크 측이 거절했던 얘기는 유명하죠. 이제 싱크 차량에 대한 정보는 릴레함메르에 있는 박물관에서나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싱크의 전기차 모험은 실패로 끝났지만 노르웨이의 전기차 정책은 그대로 남았습니다. 그리고 2010년대 중반 들어서야 뒤늦게 그 효과를 드러냅니다. 가격이 적당하고 성능이 쓸만한 전기차들이 잇따라 나오자, 면세에 각종 할인 혜택까지 몰아주는 전기차를 안 살 이유가 없게 된 겁니다. 마침 전 세계적으로 환경을 지키기 위해 탄소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던 시점이었습니다. 이에 2017년 노르웨이 의회는 ‘2025년까지 판매되는 모든 신차(승용차와 경형 밴)는 탄소배출이 제로가 돼야 한다’는 국가목표를 정했습니다. 2025년부터는 전기차 또는 수소차만 판매한다는 매우 공격적인 계획인데요. 처음엔 ‘아니, 그게 가능해?’라는 반응이었지만 이제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올해 1분기 노르웨이에서 판매된 신차 중 전기차 비중은 지난해보다 높은 84.5%로 올라갔습니다. 오슬로 공기가 깨끗해졌다전기차를 빠르게 늘리는 데는 환경 의식보다는 돈(실질적 혜택)이 효과적입니다. 노르웨이 사례가 증명한 사실이죠. 그리고 전기차가 많아져서 환경에 주는 이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는 2009년부터 202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6%나 줄였다고 하죠. 공기가 빠르게 깨끗해지고 있는 겁니다. 이쯤에서 이렇게 반문할 분도 있을 겁니다. ‘전기를 만드는 데 화석연료를 쓰니까 전기차라고 탄소배출이 없는 건 아니잖아?’라고요. 그런데 노르웨이는 거의 모든 전기를 수력발전으로 생산합니다. 수력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들 땐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죠. 석유와 가스 생산으로 막대한 부를 창출하는 나라이면서도(지난해 1800억 달러어치 수출) 정작 자기네 나라 안에선 수력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충전해서 차량을 운행합니다. 아이러니한데요.그래서 탄소배출 없는 전기차 덕분에 환경도 지키고 국민도 행복해진 해피엔딩 스토리이냐고요? 그러면 좋겠지만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노르웨이엔 전기차와 관련한 수많은 논쟁거리와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잔뜩 쌓여있습니다. 노르웨이가 전기차 시대의 리트머스 시험지인 이유이죠.전기차 인센티브는 차별? 여전한 논란“2022년 노르웨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는 테슬라 모델Y이고, 그 가격은 55만~70만 크로네(약 6900만~8800만원)입니다. 현 정부가 말하는 ‘보통 사람’이 누구인지를 보여줍니다.”올해 초 노르웨이 언론이 소개한 전기차 정책 비판론 중 일부입니다. ‘전기차에 인센티브를 주는 환경 정책은 부자를 위한 것’이라는 비판은 노르웨이에서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내연기관 차량보다 전기차가 대체로 더 비싸기 때문이죠. 비싼 전기차를 사는 부자가 값싼 경유차를 사는 서민층보다 더 많은 경제적 혜택을 누리게 됩니다. 부자들은 세컨드카로 전기차를 사서 부가가치세를 면제받고, 혼잡한 출근길에 버스전용 차로를 달리고, 유료도로 통행료를 할인받을 수도 있죠. 휘발유∙경유차는 장거리 여행용으로 쓰려고 차고에 둔 채 말이죠.차값뿐만 아니라 충전 면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은 불리합니다. 노르웨이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EU 회원국 중 최저 수준. 차고가 딸린 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가정용 충전기를 이용해 쉽고 싸게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슬로 같은 대도시에 사는 서민들에게 차고까지 갖춘 단독주택은 언감생심이죠. 집이 아닌 공공충전소를 이용할 순 있겠지만 편의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충전 비용이 3배로 불어납니다. “휘발유∙경유차 사용에 적대적인 환경 정책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형벌과 같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실제 전기차 판매 대수가 급증하면서 노르웨이의 가장 큰 이슈는 충전입니다. ‘얼마나 쉽고 편리하고 싸게 충전할 수 있느냐’가 모두의 관심사로 떠올랐죠. 노르웨이엔 지난해 말 기준 5612개의 공공충전소가 깔려있는데요. 정부 목표대로 전기차가 늘어나려면 2025년 약 9000개로 충전소가 늘어나야 합니다. 정부는 충전소 건설에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충전소를 지으려면 공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표준화되지 않은 충전방식도 문제입니다. 노르웨이엔 충전기 업체가 수십 곳에 달하는데요. 업체마다 이용 방법이 제각각입니다. 보통 자기네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다운 받아 회원 가입을 해야 충전할 수 있게 하는 식이죠. 급하게 충전하러 갔는데 해당 충전소 앱이 없으면 새로 내려받아야 하니 불편하기 짝이 없습니다. 사용자 친화성 면에서 꽝인데요. 그동안 ‘제발 주유소에서 기름 넣듯이 앱이 아닌 일반 카드로 결제할 수 있게 해달라’는 이용자들 불만이 빗발쳤습니다. 결국 노르웨이 정부가 나서서 며칠 전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죠.아시다시피 충전은 주유보다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급속충전기라고 해도 완전충전에 30분 정도 시간이 걸린다는데요. 만약 충전소를 찾았는데 충전할 자리가 없다면, 대기시간까지 더해야겠죠.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가 인터뷰한 노르웨이 서클K 직원 말이 인상적인데요. 충전소의 긴 대기줄에 좌절한 고객들이 많다 보니 “때때로 그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커피를 줘야 한다”고 합니다. 동시에 충전이 지루한 고객들이 편의점에서 음식을 사먹는 경우가 많아서 식품 판매엔 도움이 된다는군요.충전으로 인한 좌절감은 겨울이면 더 커집니다. 배터리팩은 차가워지면 이론적으로 가능한 전력보다 더 적은 양만 충전할 수 있는데요. 보통 겨울엔 주행거리가 여름의 70%로 줄어든다고 하죠. 겨울이 길고 혹독한 노르웨이에선 매우 치명적인 전기차의 단점입니다.올해 초 노르웨이 언론이 제설 차량 운전자들의 고충을 보도한 적 있는데요. 정부 시책에 따라 전기 제설차를 구매했더니, 제설하는 시간보다 충전에 시간이 더 걸린다는 겁니다. 한 전기 휠로더 운전자는 이렇게 말했죠. “겨울엔 전기 휠로더가 (한번 충전에) 1시간 30분 정도 운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급속충전기가 구석구석에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일반 충전기로) 4~5시간을 충전해야 합니다.”앞서 노르웨이 정부는 2025년에 모든 승용차와 경형 밴 신차는 무공해 차량(전기차+수소차)만 허용하는 급진적 정책을 펼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오슬로시 계획은 훨씬 더 과격합니다. 2030년에 세계 최초로 배출가스가 없는 도시가 되겠다는 청사진인데요. 오슬로 시내에선 내연기관차가 아예 사라지고, 전기차 또는 대중교통과 자전거를 이용하게 한다는 겁니다.이를 위해 오슬로시는 모든 시내버스를 연말까지 전기버스로 바꾸고, 전기 트램을 수십 대 구입하고, 새로운 지하철 노선을 건설 중인데요. ‘탄소 배출 제로 도시’라는 오래 전부터 나돌던 구호가 실제 현실이 되는 걸 몇 년 뒤 볼 수 있을까요. 노르웨이가 그동안 보여준 놀라운 자동차 시장의 변화를 보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물론 수많은 토론과 논쟁이 뒤따르겠지만요. 인구 550만의 노르웨이가 전기차 미래에 대한 ‘로드맵’이 될지 지켜볼 일입니다. By. 딥다이브노르웨이와 전기차, 제가 좋아하는 두 주제의 만남이어서 신나게 파헤치기 시작했는데요. 막상 들여다보니 최근 수년간 노르웨이 전기차 정책이 워낙 빠르게 변화해와서, 생각보다 정리하기가 만만찮았습니다. 어느 나라도 가본 적 없는 전기차 시대를 열어가다 보니 다양한 시도와 함께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건데요. 언젠가는 딥다이브가 오슬로 현지 취재를 갈 날을 기약하며, 주요 내용을 정리하자면-노르웨이가 놀라운 속도로 전기차의 나라로 변신 중입니다. 1분기 판매된 신차 중 84.5%가 전기차일 정도. 2025년 내연기관 신차 판매 중단이라는 목표가 눈 앞에 보입니다.-노르웨이는 자국 전기차 스타트업 ‘싱크’ 육성을 위해 일찌감치 전기차에 대한 면세 혜택을 부여했습니다. 비록 싱크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전기차 인센티브는 남아서 노르웨이에 전기차 열풍을 불러왔습니다. -전기차가 늘면서 오슬로 공기는 깨끗해졌지만 정책에 대한 비판도 나옵니다. 전기차 인센티브가 부자를 위한 정책이라는 지적이 대표적입니다.-복잡하고 불편한 전기차 충전은 해결해야할 문제로 남아있습니다. 추우면 주행거리가 짧아지는 전기차 약점도 노르웨이엔 치명적이고요. 노르웨이는 전기차 미래를 열어줄 로드맵이 될 수 있을까요.*이 기사는 1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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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부채한도 협상이 깨지면 무슨 일 일어날까[딥다이브]

    미국 정부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요. 백악관과 공화당의 부채한도 협상이 임박하면서 15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강보합세로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 +0.14%, S&P500 +0.30%, 나스닥지수 +0.66%. 이날 증시는 16일로 예정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의 부채한도 협상이 주목했습니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점에서 이 협상이 분수령이 될 거란 관측인데요. 앞서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의회가 부채한도를 올려주지 않으면 미국 정부가 이르면 6월 1일에 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 적 있죠. 다행히 실무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는데요. 공화당이 주장해온 연방 재정지출 삭감 요구를 백악관이 일부 수용하게 될 가능성이 커보인다고 합니다. 물론 최종 협상 결과가 나올 때까진 안심할 수 없지만요. 글로벌X ETFs 최고투자책임자 존 마이어는 WSJ에 “한 줄기 희망이 있는 것 같지만 기술적 디폴트를 피할 수 있는 명확한 길은 아직 없다”고 말합니다.여기서 잠깐. 만약 협상이 결렬되고 미국 의회가 부채한도를 올려주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정말 미국 재무부가 디폴트에 빠진다면, 즉 재무부가 발행한 국채의 이자 또는 원금 지급을 못 하는 상황이 된다면 그건 세계 경제에 엄청난 사건이 될 겁니다. 옐런 장관 말대로 “경제와 금융 재앙”이 닥치겠죠. 투자자들이 무섭게 빠져나가고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 금융시스템 전반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겁니다. 그런데 디폴트를 어떻게든 피한다면요?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는 대신 백악관이 다른 지출을 삭감하며 버티는 걸 선택하게 되지 않을까요? 예를 들면 연방근로자들이 일시해고되거나 무급휴직에 들어가고 연방건강보험 지출을 일시 중단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과거에도 미국 정부가 비슷한 조치를 취한 적이 있죠. 물론 그 역시 끔찍한 일인 건 맞습니다. 금융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거고, 심각한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죠. 주식시장은 급락을 피할 수 없겠고요.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경기침체에 빠지면 미국 국채의 안전성은 오히려 부각될 수 있다는 점. 파이낸셜타임스가 “부채한도 협상이 X-데이트(연방정부의 현금 고갈 시점)를 넘긴다면 2011년 S&P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한 뒤 보았던 것과 비슷한 상황, 즉 비정상적이지만 강력한 국채 랠리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한 이유인데요. 부채한도가 상향되지 않는 게 국채시장엔 오히려 ‘대박’일 수 있다니. 시장의 움직임은 참으로 미스터리합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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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는 실험일 뿐일까[딥다이브]

    일주일에 꼭 5일이나 일을 해야 할까요. 주 4일만 근무하면 어떨까요. 그러면 당연히 임금이 깎일 거라고요? 기업 전체 생산성이 줄지 않는다면 임금 삭감 없이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이야기에 동의하시나요, 아니면 불편한가요. 최근 여러 국가에서 ‘주 4일제’로의 전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는 추세입니다. 여유 넘치는 복지국가 얘기라고요?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주 4일제는 복지보다는 일하는 방식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주 4일 근무제를 둘러싼 해외 논의와 함께 한국 기업의 사례를 취재했습니다.*이 기사는 1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70년 전부터 이어진 ‘주 4일제’ 꿈“주 4일제는 멀리 않은 미래입니다. 이는 꿈이나 허황된 얘기가 아니라 지난 4년 성과에 기반한 예측입니다. 우리는 10년 안에 모든 사람의 생활 수준을 두배로 높이기를 희망합니다.”1956년 9월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부통령이 했던 발언입니다(1956년 9월 23일자 뉴욕타임스 1면 게재). 1950년대에 주 4일제라니, 지나치게 급진적인 생각이라고요? 그렇게 볼 것만은 아닙니다. 미국 포드자동차가 근무일을 주 6일에서 5일로 단축한 게 1926년, 미국 의회가 주 40시간 근무를 명문화한 공정근로기준법을 제정한 게 1938년입니다. 기술 발전과 생산성의 비약적 향상으로 이미 노동시간은 빠르게 줄어드는 추세였죠. 오죽하면 유명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1933년 저서 ‘설득의 에세이’에서 2030년쯤이면 사람들이 주당 15시간만 일할 거라고 예상했습니다.한마디로 주 4일 근무제는 최근에 갑자기 튀어나온 얘기가 아닙니다. 반세기 넘게 전 세계 정부와 정치권, 노동자들, 그리고 일부 기업들도 주목해왔던 이슈입니다. 다양한 시도도 예전부터 있었고요. 하지만 벨기에(2022년 2월 주 4일제 공식 도입) 같은 일부 국가 빼고는 좀처럼 주 4일제가 자리잡지 못했습니다. 이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옵니다. ‘인간의 관성 탓이다’, ‘일 자체가 삶의 목적이 됐다’, ‘소비주의의 부상 때문이다(여가보다 사치품을 선택)’ 등등. 사그라들던 주 4일제의 불씨를 되살리려는 국제적인 움직임이 나타났습니다. 2019년 출범한 ‘4데이위크글로벌(4 Day Week Global)’이란 비영리단체가 그 중심에 있는데요. 뉴질랜드 기업가 앤드류 반스가 설립한 이 단체는 보스턴칼리지, 케임브리지, 옥스퍼드대학 학자들과 함께 대대적인 주 4일 근무제 실험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는? 주목할 만합니다.주 4일제, 기업은 왜 선택하나주 4일(주 32시간)만 근무하는데 급여는 줄이지 않는다? 과연 가능할까 싶지만 4데이위크글로벌이 영국∙미국∙캐나다∙남아프리카∙아일랜드∙호주∙뉴질랜드에서 진행하는 파일럿프로그램에 참여한 기업은 250곳이 넘습니다. 그중 영국의 61개 기업이 6개월간(2022년 6~12월) 주 4일제를 시범운영한 결과가 지난 2월 발표됐는데요. 보고서 따르면 참여 기업의 92%인 56개 기업이 실험 이후에도 주 4일제를 계속하기로 했습니다. 이 중 18개 회사는 주 4일제 전환이 영구적이라고 밝혔고요. 꽤 긍정적 결과입니다. 왜 그럴까요. 일단 근무일 단축이 직원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분명했습니다. 대부분 직원들은 ‘번아웃’이 줄었고(71%), 일과 가정 사이 갈등이 감소했고(54%), 삶에 대한 만족도는 증가했다(73%)고 답변했습니다. 주 4일제와 주 5일제 중 뭘 선택하겠냐는 응답에 96%가 주 4일제를 선택했고요(2%는 주 5일제 선택, 나머지는 상관없다). ‘연봉을 얼마 더 주면 주 5일제 직장으로 옮기겠느냐’는 질문엔 10~25%라는 응답이 40%, 26~50%를 더 줘야 한다는 응답이 29%에 달했습니다. 돈을 아무리 많이 줘도 안 옮긴다는 답변도 무려 15%에 달했고요. 달리 말하자면 주 4일제가 상당한 연봉에 필적하는 가치가 있다고 느낀다는 뜻이죠.근로자들이 만족하는 건 사실 당연한 결과인데요. 도대체 고용주들은 왜 주 4일제를 선택했을까요. 단순히 착한 사장님인 건 아니겠죠. 연구팀에 따르면 CEO들은 주 4일제의 선구자가 된다면 기업의 평판과 채용에 유리할 거라고 판단했다는데요. 특히 코로나로 도입했던 ‘무제한 재택근무’를 철회하면서도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지 않게 하기 위해 주 4일제를 선택하기도 했습니다. 실용적인 이유가 있었던 셈인데요. 동시에 ‘장시간 근무 문화가 과연 기업 성과에 도움이 되느냐’에 대한 회의론도 컸다고 합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업의 CEO는 이렇게 말했죠. “밤 10시까지 일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 이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밤까지 여기 있을 테니 내가 필요한 일만 하자’라고요.” 그래서 이들 기업의 실적은 어땠을까요. 이 부분이 가장 놀라운데, 실험 기간 참여기업의 매출은 평균 1.4% 증가했다고 합니다. 근무시간이 줄었는데 전체 매출은 줄지 않은 거죠. “프로젝트 시작 전 많은 사람들이 근무시간 감소를 상쇄할 만큼 생산성이 향상되진 않을 거라고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것(생산성 향상)이 우리가 발견한 겁니다.”(브렌단 뷔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줄어든 근무시간만큼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조치가 취해진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회의 시간을 단축하고 빈도를 줄인다. 회의는 명확한 의제를 가지고 짧게 한다.-직원들이 제조공정의 각 단계를 분석해 시간 절약 방법을 파악하고 생산 목표치를 새로 세운다.-‘집중근로시간’을 도입해 직원들이 방해받지 않고 일하게 한다.-업무의 일부를 자동화한다(예-이메일 템플릿 도입).-다음 날 바로 업무를 시작할 수 있도록 퇴근 전에 작업목록을 작성한다.-특정 프로세스에 관여하는 직원 수를 줄인다.한마디로 주 4일제에 맞춰 쓸데없는 일을 줄이고 업무시간을 더 타이트하게 보내면서 효율성을 높인 겁니다. 자연히 업무시간은 더 바빠지고 신경 쓸 건 더 많아집니다. 그럼 더 스트레스 받는 게 아니냐고요? 이에 대해 맥주회사 창업자는 연구팀에 이렇게 얘기합니다.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건 바빠서가 아니라 통제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더 바쁘면서 덜 스트레스 받기’를 원합니다. 우리가 바쁘다면 일이 잘 되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100% 급여, 80% 시간 근무, 100% 생산성. ‘4데이위크글로벌’의 설립자인 앤드류 반스가 2018년 자신이 경영하던 뉴질랜드 기업 퍼펙추얼가디언에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세웠던 ‘100-80-100 원칙’입니다. 그리고 의외로 이게 달성 가능하다는 게 영국에서의 실험으로 일단은 확인된 셈입니다. 앤드류 반스와 퍼펙추얼가디언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서 영국 저널리스트 요한 하리의 책 ‘도둑맞은 집중력’에도 소개됐는데요. 이 책에서 스탠퍼드 대학의 조직행동학 교수 제프리 페퍼는 근무시간 단축의 효과가 명확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아무 스포츠 팬에게나 물어보세요. 축구경기에서 이기고 싶으면 우리 팀이 탈진하기를 바랄까요? 나머지 사람들은 다를 이유가 뭐죠?”임금 손실은 불가피?물론 주 4일제에 모두가 긍정적인 건 아닙니다. 비판론은 크게 두가지인데요. 하나는 주 4일 근무하면 생산성이 당연히 떨어질 거다(따라서 임금을 삭감해야 한다), 그리고 주 4일제 도입이 거의 불가능한 업무가 있다는 겁니다. 독일 코블렌츠대학 교수 스테판 셀은 “생산성이 전보다 향상됐다고 해도 많은 분야에서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20% 단축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독일 매체 도이칠란드풍크쿨투어 인터뷰). 특히 관리, 소매, 물류 분야처럼 숙련된 인력이 부족한 분야에서는 인력난이 더 극심해질 거라고 얘기합니다. 이에 대해 독일 카를스루에공과대학의 필립 프레이 연구원은 정반대 입장인데요. “숙련된 노동자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더 나은 근무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주 4일제가 되레 필요하다는 거죠. 특히 레스토랑과 소매업, 의료서비스 같은 분야는 주 4일제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근무시간을 줄이면 그만큼 생산성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분야라는 겁니다. 이런 영역은 시간 단위로 근무량이 측정되기 때문에 ‘주 4일제=임금 손실’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공장을 가동하는 제조업 분야도 마찬가지일 수 있습니다.한국에서도 성공 사례 나올까한국에서도 주 4일제를 하는 회사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급여 삭감을 전제로 한 주 4일제를 시범운영하는 단계이거나(세브란스병원), 비상경영을 이유로 주 5일제로 회귀한 경우(에듀윌)도 나타났죠. 100(급여)-80(근로시간)-100(생산성)의 원칙을 지킨다는 게 그리 쉽지가 않은데요. 한국에서 드물게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 32시간제를 도입한 기업이 있어 10일 찾아갔습니다. 직장인 온라인 교육기업인 휴넷인데요. 6개월의 시범운영을 거쳐 지난해 7월 1일자로 금요일에 쉬는 주 4일제를 공식적으로 도입했습니다. 초기엔 영업을 위해 고객을 만나야 하는 부서에선 걱정이 컸다고 합니다. 관리자들은 ‘팀원 관리만 어려워진다’, ‘팀원은 쉬고 팀장은 못 쉬는 것 아니냐’며 주 4일제 도입 자체를 반대하기도 했다는데요. 하지만 경영진이 강력하게 밀어붙였고 이제 자리 잡아 가는 중입니다. 대면업무가 필요한 부서의 경우엔 금요일 아닌 다른 요일에 돌아가며 쉬는 식으로 길을 찾았다는데요.직원들의 만족도는 당연히 최상. 설문조사 결과 주 4일제로 삶의 질이 향상됐다는 응답이 94.1%에 달합니다. 워킹맘인 이 회사 최동영 팀장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회사가 주 4일제가 되면서 아기를 봐주시던 시부모님도 주 4일제가 된 거죠. 워라밸도 지킬 수 있고 가족한테도 덜 미안해진 부분이 가장 좋아요.” 휴넷은 주 4일제를 도입할 때부터 ‘복지가 아닌 생산성 향상이 목적’이라고 직원들에게 강조했는데요. 근무시간이 줄어든 대신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프로젝트를 전사적으로 대대적으로 진행 중입니다. 안 해도 되는 일은 과감히 버리고, 관습적으로 하던 회의는 없애고, AI 챗봇을 업무에 쓰는 식이지요. 회사 경영 성과는? 주 4일제 이후 더 좋아졌는데요. 주 4일제를 성공시켜야만 한다는 직원들의 노력 덕분이라는 게 이 회사 문주희 인재경영실장 얘기입니다. “결국 올 연말 기준으로 회사가 계속 성장했느냐로 생산성을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직원들 스스로 ‘우리가 같이 잘해서 주 4일제를 성공시키자’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죠.” 그렇다 보니 업무시간은 더 바빠졌고, 저성과자에 대한 피드백은 좀더 냉정해졌습니다. 동료 평가를 할 때 주 4일제만 누리고 일은 제대로 안 하는 ‘프리 라이더’에 대한 견제가 강해진 겁니다. 주 4일제로 얻은 또다른 소득은 채용시장에서의 경쟁력. 확실히 주 4일제 도입 이후 이력서를 받아보면 지원자들 수준이 높아진 게 눈에 띈다는데요. 기존 직원들의 이직률을 낮추는 효과도 상당하다고 합니다. 이 회사 연구원인 염호윤 사원 역시 “친구들이 ‘나도 거기 가고 싶다’는 반응”이라고 말하더군요. 물론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중견기업이고 CEO의 강력한 의지가 뒷받침됐기 때문에 파격적인 주 4일제 도입이 가능하긴 했습니다. 실제 많은 기업 인사팀들이 휴넷에 주 4일제와 관련해 문의하면서 다들 처음 물어보는 게 “급여를 조정한 거죠?”라고 합니다. 급여를 100% 다 준다고 하면 깜짝 놀라고요. “진짜 (주 4일제) 하는 건가요?”라는 질문도 많이 받는다는데요.선도적으로 주 4일제를 도입한 만큼 ‘우리가 잘해서 모범사례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문주희 실장은 얘기합니다. 휴넷이 과연 뉴질랜드 퍼페추얼가디언 못지 않은 또다른 주 4일제 성공사례가 될 수 있을까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해서 지켜볼 만합니다. By.딥다이브주 4일제를 하는 기업 사례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휴넷 직원들에 따르면 주 4일제 도입 관련 기사에 달리는 댓글 대부분이 악플이라고 합니다. 단순히 ‘부럽다’는 반응이 아니라 악플이 달린다니 의외였는데요. 다양한 의견은 환영하지만 악플은 사양합니다. 주요 내용을 정리하자면-반세기 넘게 이어진 ‘주 4일제’에 대한 구상은 아직도 꿈일 뿐일까요. 최근 다시 주 4일제를 확산시키기 위한 글로벌 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4데이위크글로벌’이 주도한 주 4일제 실험 결과가 발표됐는데요. 참여한 61개 영국 기업 중 56곳이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를 계속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근로자 만족도가 높을 뿐 아니라, 기업의 실적도 나빠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근로시간 단축을 생산성 향상으로 상쇄하려면 업무 효율성이 대폭 높아져야 합니다. 업무 공정을 분석하고 쓸데없는 시간을 줄이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한국에선 휴넷이 지난해 7월부터 급여 조정 없는 주 4일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근무시간은 줄었지만 기업 실적은 오히려 좋아졌다는데요. 과연 성공적으로 자리잡을지 지켜봐야 겠습니다.*이 기사는 1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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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뱅크런? 팩웨스트, 주가 23% 빠지며 흔들[딥다이브]

    고용시장은 식어가고 있고, 지역은행에 대한 우려는 다시 고조됐습니다. 11일(현지시간) 주식시장은 혼조세로 장을 마감했고 국채는 랠리를 펼쳤습니다. 다우지수 -0.66%, S&P500 -0.17%, 나스닥지수 +0.18%. 이날 나온 미국의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6만4000건으로 2021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생산자물가지수는 4월에 0.2% 상승에 그쳐 추정치(0.3%)를 밑돌았습니다.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있다는 신호가 뚜렷한데요. 투자자문사 스트라테가스의 수석이코노미스트 돈 리스밀러는 블룸버그에 “인플레이션은 정점을 찍었고 낮아지는 추세”라며 “미국이 아직 경기침체에 빠지진 않았지만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징후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연준이 금리인상을 중단할 거란 전망에 미국 국채금리는 급락했습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연 3.4% 수준까지 하락했고, 2년물 국채금리는 3.81% 수준으로 밀려났죠.이날 은행주가 약세를 보인 가운데 지역은행인 팩웨스트 뱅코프는 이날 주가가 22.7% 급락했습니다. 지난주(5월 첫째주)에 예금이 9.5% 감소했다고 공시한 영향인데요. 은행 측은 즉시 가용 유동성이 150억 달러로 예금보험으로 보호되지 않는 예금 규모(52억 달러)를 넘어선다고 강조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좀처럼 은행 위기설을 잠재우지 못하는 분위기인데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 역시 이날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우리는 은행 위기를 끝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연방예금보험공사와 통화감독청, 연준이 더 나은 상황으로 만들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한다”라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동시에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부실 가능성을 언급하며 “몇 개의 은행이 다운될 수 있고 이는 정상적인 일”이라고 경고했죠. 이날 증시에서 또 눈에 띄는 종목은 디즈니입니다. 주가가 8.73%나 급락했는데요. 실적 발표에서 스트리밍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의 전 세계 가입자 수(1억5780만명)가 석 달 만에 400만명 감소했다고 발표한 영향입니다. 애널리스트들은 당초 100만명 이상 증가를 기대했죠. 구독료를 올리면서 미국과 캐나다에서 구독자 수가 줄었고, 인도에서 인기 있던 크리켓 리그 중계가 중단되면서 인도 가입자가 빠져나갔죠. 디즈니플러스 사업부의 손실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수익 달성까진 갈 길이 멀다는 걸 보여줍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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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 빼주는 비만주사가 ‘게임 체인저’인 이유[딥다이브]

    일주일에 한 번씩 주사를 맞으면 몸무게가 23% 줄어든다? ‘비만치료의 혁신’이란 비만주사제 이야기 들어보셨나요. 이미 매일 주사하는 비만치료제 ‘삭센다’는 한국에서도 많이 맞고 있다고 하죠. 주 1회 주사제의 등장으로 ‘약으로 살 빼는’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거라는데요.다이어트에 관심 있는 분들은 물론, 바이오주 투자자들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주제입니다. 이호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을 만나 최근 가장 핫한 의약품, 비만치료제 시장을 들여다봤습니다.*이 기사는 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비만인구 8억명 시대-이제 ‘비만은 질병’이란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데요. 세계적으로 비만 인구가 얼마나 되나요?“최근 세계비만학회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성인 기준으로 8억 명의 비만 인구가 있고, 2035년까지 15억 명으로 늘어날 걸로 전망됩니다. 특히 미국은 비만율이 30%가 넘어가서 이미 비만 인구가 1억 명을 넘습니다.”-생각보다 훨씬 많네요.“의외로 선진국만 비만 인구가 많은 게 아닙니다. 종교적 이유로 식습관이 특이한 중동 지역에도 비만 인구가 많습니다.”-비만을 치료하기 위한 약물이 개발된 지는 오래됐잖아요. 하지만 예전엔 그렇게까지 핫하진 않았는데요. ‘삭센다’가 나온 뒤로 분위기가 달라졌다고요?“비만치료제 자체는 이미 1950년대부터 개발됐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먹는 알약 형태의 식욕억제제가 초기 제품들이죠. 이런 약은 기본적으로 성분이 항우울제나 경련제, 발작치료제, 각성제 같은 성분입니다. 따라서 뇌에 세게 작용하고 그래서 정신질환 부작용이 상당히 심각한 약물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사용이 제한적이었는데요.삭센다(2015년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출시)는 주사 형태인데 우리 몸에 원래 존재하는 호르몬과 비슷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뇌에 작용하는 부분도 조금 순하고 정신질환 부작용도 훨씬 덜합니다. 주사제라서 불편한데도 불구하고 훨씬 큰 시장을 형성해서 지금도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켜나가고 있습니다.”-삭센다는 어떤 식으로 식욕을 억제하나요?“삭센다는 GLP-1이라는 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하도록 만든 약물인데요. GLP-1이 하는 역할이 여러 가지입니다. 식욕을 떨어뜨리고, 소화를 천천히 하게 만들어서 포만감이 오래 가도록 합니다. 이런 원리로 먹는 양 자체를 드라마틱하게 줄이기 때문에 체중감소 효과가 크게 나타납니다.”주 1회 맞는 비만주사가 대세-삭센다는 매일 주사를 놔야 한다더라고요. 그런데 위고비는 주 1회만 맞으면 된다고요? 대신 좀 더 비싸려나요?“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한 달 약값은 사실 비슷한 수준입니다. 물론 한 번 투약할 때 드는 비용은 위고비(노보노디스크가 2021년 출시, 국내에서는 아직 출시시기 미정)가 당연히 비싼데요. 위고비는 투약 횟수가 7분의 1입니다. 그래서 한 달 약값으로 따지면 둘 다 한 160만~180만원 수준이고, 1년으로 따지면 2000만원 정도 됩니다.-비싸긴 비싸네요.“이건 미국 기준입니다. 국내에선 삭센다의 경우 훨씬 저렴하게 시장이 형성돼있어요.”-국내에선 얼마인가요?“삭센다 펜 하나(18㎎)에 10만원 정도인데, 이걸 최고 용량(3㎎)으로 맞으면 펜 하나로 일주일 정도 씁니다. 그러면 한 달에 40만원 정도인데요. 이게 서양인 기준으로 최대 용량이 설정돼있어서, 국내에선 그렇게까지 안 올립니다. 보통 한국에선 1.8 또는 2.4㎎까지만 올리더라고요.” 마운자로는 더 특별하다?-최근엔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가 핫합니다. 당뇨병 치료제로는 이미 미국 FDA 승인을 받았고, 비만 치료제로도 승인 신청할 거라고 하죠. 당뇨치료제인데 어떻게 비만치료제가 되나요?“비만과 당뇨, 두 질병은 모두 ‘대사성 질환’으로 분류되는데요. 기본적으로 많이 먹어서 포도당이 너무 높아진 게 당뇨이고, 그 많아진 포도당을 지방 형태로 저장하다 보니까 온몸에 지방이 쌓인 게 비만입니다.이런 상태로 가는 걸 막기 위해 밥을 먹고 나서 혈당이 높아지면 소장에서 GLP-1 호르몬이 분비되는데요. 그 역할이 여러 가지입니다. 일단 밥을 그만 먹으라고 합니다. 식욕을 떨어뜨리고 맛있는 맛도 덜 느끼게 하죠. 높아진 혈당도 낮춰주는 효과가 있습니다.따라서 이 GLP-1과 유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마운자로 같은 비만주사를 투약하면 혈당이 낮아지고 식욕이 떨어져서 음식 섭취량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습니다.”-그런데 왜 마운자로는 삭센다, 위고비보다도 살이 더 많이 빠지는 건가요?“삭센다와 위고비도 같은 GLP-1 유사체인데요. 마운자로는 GLP-1처럼 작용하는 역할도 있지만 GIP라는 또 다른 호르몬처럼도 작용합니다. 2중 효능제, ‘듀얼 어고니스트’라고 부르는데요. GIP호르몬처럼 작용하는 부분이 있어서 몸에서 에너지 대사를 좀 더 활발하게 하고 그래서 지방 수치를 더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릴리 측에서는 설명합니다.”-마운자로가 ‘비만치료의 혁신’이라고 불리는데, 그 효과가 실제 어느 정도인가요?“마운자로를 1년 5개월 정도 꾸준하게 투약했을 때 체중이 23%까지 빠지는 걸로 확인이 되었습니다. 이게 사실 운동도 꾸준히 병행했을 때 결과이기는 한데요. 운동만 하고 마운자로를 투약하지 않은 사람은 3% 미만으로 체중이 빠졌고, 운동과 마운자로를 병행한 경우엔 23%까지 빠졌다고 합니다.”-삭센다의 체중 감량 효과가 7~9%라던데, 확실히 효과가 좋군요. 그럼 마운자로는 더 비싼가요?“마운자로가 후발주자입니다. 위고비보다 1년 정도 늦게 출시됐죠. 그래서 오히려 더 싼 가격으로 시장 침투를 빠르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위고비는 그 전에 당뇨치료제로 이미 상당히 많이 팔렸던 약이어서 레퍼런스가 충분합니다. 의사 입장에서 부담 없이 쓸 수 있죠. 마운자로는 새로운 약이다 보니 가격 마케팅을 통해 시장을 침투하려고 하고 있습니다.”-그런데 부작용은 거의 없나요? 이것도 약인데 부작용이 있긴 있겠죠?“기본적으로 맛있는 걸 먹는 행복을 뺏어가기 때문에 기분이 상당히 언짢아지는 부분이 있고요. 속이 좀 매스껍고 두통, 어지러움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신착란이나 인지장애 같은 심각한 부작용은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식욕억제제보다는) 훨씬 마일드한 부작용이죠.”미국 비만인 1%만 투약해도-일론 머스크가 본인의 다이어트 비결을 ‘단식과 위고비’라고 밝히면서 비만주사 인기가 더 높아졌는데요. 실제 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커지고 있나요?“위고비는 2021년 출시되었고 지난해 연 매출이 이미 1조원을 넘어섰습니다. 마운자로는 작년 5월 출시했는데 7개월 만에 7000억원 이상 판매됐고요. 두 제품을 합산한 연 매출이 5년 내에 10조원은 무난하게 넘어설 걸로 전망됩니다. 미국에서만 비만 인구가 이미 1억 명을 넘어섰는데요. 비만은 계속 투약해야 하는 만성질환입니다. 위고비 약값이 1년에 2000만원 정도인데,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리베이트나 도매 수수료를 빼면 절반인 1000만원 정도 매출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국에서 1억명의 1%인 100만 명만 투약해도 연 10조원 시장이 형성되는 겁니다.”-만약 미국 비만인구의 10%가 투약하면 매출이 그 10배(100조원)가 되겠군요.“네. 다만 지금의 약값을 가정한 추정치이긴 합니다.”-약값은 떨어질 수 있으니까요?“그 부분은 앞으로 좀 지켜봐야 합니다.”-성장성이 엄청난 건 확실해 보이는데, 그럼 제약사들이 생산설비를 늘리고 있나요?“전 세계적으로 출시를 하나둘씩 해나가고 있는데요. 당장 미국에서만 해도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에 비해 공급 속도가 못 따라오고 있습니다. 위고비를 판매하는 노보노디스크, 마운자로를 판매하는 일라이릴리 모두 공장을 증설하고 있는데요. 비만주사들은 바이오 의약품에 해당하는데, 바이오 의약품은 생산설비 증설이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화학 의약품은 화학 반응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간단한데요. 바이오 의약품은 크기도 크고 구조도 복잡해서 생명체를 이용해서만 제조할 수가 있어요. 그래서 이 생명체를 배양해야 하는 공정이 추가되고, 그 바이오리액터라는 설비가 상당히 비싸고 구축하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그래서 릴리나 노보 모두 증설을 하고는 있지만 2027년에나 이 공장 증설이 완료될 예정입니다. 그래서 당장은 자체 생산만으로 물량 소화를 못 하고 있기 때문에 위탁 생산까지 맡기고 있는 상황입니다.”비만치료제 시장에 투자하려면-엄청난 성장이 예상되는 이 시장에 국내 제약사들도 뛰어들고 있진 않나요?“국내 회사 중에서도 한미∙유한∙대웅 그리고 LG화학 등이 비만 신약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동물 실험이나 1상 정도 단계에 있습니다. 신약 개발이라는 게 동물 실험, 1상, 2상, 3상까지 다 성공해야 하고, 특히 3상에서의 결과가 잘 나와야 승인되고 출시를 할 수가 있어서요. 시간을 두고 좀 더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입니다.”-그러면 5~10년은 걸리겠군요.“네, 맞습니다. 그래서 당장 신약개발로 뭔가 큰 수익을 거두기보다는 이미 앞서가고 있는 릴리나 노보 같은 선두그룹 회사들로부터 위탁생산을 수주받을 수 있는 회사가 국내에선 가장 빠르게 수혜를 받을 걸로 봅니다.”-안 그래도 투자전략을 여쭤보려고 했습니다. 사실 일라이릴리 같은 글로벌 제약사 주가는 미친 듯이 올라서 이젠 PER(주가수익비율)이 너무 높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일라이릴리나 노보노디스크 같은 글로벌 제약사 주가가 이미 너무 많이 올랐다고도 보실 순 있는데요. 저는 아직 조금 모멘텀이 남아 있다고 봅니다. 특히 노보노디스크는 지금 일주일에 한 번 주사로 맞아야 하는 위고비를 먹는 알약으로 개발하고 있거든요. 먹는 알약 3상 중간 결과가 성공적이었다는 내용을 최근 발표도 했습니다. 그래서 먹는 알약으로 FDA 승인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고 그러면 또 노보노디스크의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여력이 있기 때문에 더 오를 여력이 있어 보이고요.일라이릴리는 마운자로 효과가 워낙 드라마틱했기 때문에, 먹는 알약 출시 전까지는 비만 시장을 뺏어올 것 같고요. 또 알츠하이머 쪽으로도 최근 성공적인 3상 결과를 발표했기 때문에(도나네맙) 주가가 상승할 여력이 있습니다.그리고 국내에서는 한미약품이 위고비나 마운자로 같은 비만주사들의 위탁생산 수주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아까 비만주사가 결국 바이오 의약품이기 때문에 증설이 오래 걸려서 위탁생산을 맡긴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비만주사는 1세대 바이오 의약품이라고 해서 미생물을 이용해 만듭니다. 이런 미생물 기반 생산 설비는 한미약품이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로 설비를 갖고 있어서 앞으로 수주 가능성이 커질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이라고 하면 사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가장 먼저 생각하실 텐데요. 삼바가 만드는 건 항체 의약품이라고 하는 2세대 바이오 의약품이고, 이건 동물 세포를 이용해서 만듭니다. 미생물을 이용해서 만드는 1세대 바이오 의약품이랑은 조금 다른 종류라고 보시면 됩니다.”-바이오 의약품이어도 비만주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이 없군요.“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다른 업체보다 조금 뒤늦게 이 시장에 진입했고, 그래서 처음부터 2세대에만 올인했습니다. 바이오 의약품 역사를 보면, 인류 최초의 바이오 의약품은 인슐린이거든요. 인슐린이나 성장호르몬 약은 1세대 바이오 의약품이라고 해서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고 구조가 단순해서 미생물 정도로 만들 수 있습니다.그런데 2세대인 항체 의약품은 구조가 훨씬 크기 때문에 배양에 오래 걸리고 배양시설도 더 비싼 동물 세포를 이용해서만 만들 수 있습니다. 시장은 항체 의약품 쪽이 지금은 더 크고요. 그래서 삼바는 2세대부터 바로 뛰어들었고요. 한미약품은 조금 더 이전 단계의 바이오 의약품에 투자했던 상황입니다.”-비만치료제에 관심 많으실 딥다이브 구독자분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죠.“사실 비만치료제라는 게 체중이 상당히 많이 빠지는 효과가 있긴 하지만, 임상시험 설계를 보면 운동과 꾸준히 병행을 해야지만 가능한 결과입니다. 너무 약물에만 의존하기보다는 건강한 식습관과 꾸준한 운동과 함께 비만 주사를 병행하셔야 목표하는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By.딥다이브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보도에 따르면 비만 치료제 개발은 오랫동안 제약사의 무덤과 같았습니다. 과거 나왔던 약물들의 부작용이 너무 심각했기 때문인데요. 노보노디스크가 2015년 내놓은 GLP-1 비만 치료제 삭센다가 시장을 강타하면서 제약사들이 경쟁적으로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비싼 약값(미국에서 위고비는 연간 1만7000달러)에도 엄청나게 팔리는 히트 상품이 됐죠. 미국에선 비만 치료제를 건강보험 보장 범위에 포함시키려는 제약사의 로비가 본격화됐다는데요. 당분간 비만 치료제 시장은 여러모로 관심을 끌 걸로 보입니다. 오늘 인터뷰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전 세계 비만 인구는 무려 8억명에 달하고 빠르게 늘어가고 있습니다. 과거 심각한 부작용 탓에 커지지 못했던 비만 치료제 시장은 2015년 삭센다의 등장으로 급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 같이 주 1회 투약하는 비만주사제가 대세로 자리잡았습니다. 5년 안에 미국에서만 매출 10조원을 무난히 돌파할 전망입니다. -국내 제약사도 비만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초기 단계라 출시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주사가 아닌 먹는 알약 형태의 비만 치료제도 나올 전망입니다. 더 커질 비만 치료제 시장, 어쩌면 투자하기에 아직 늦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이 기사는 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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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용은 뜨겁고 대출은 조이고…금리는 어디로?[딥다이브]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발표되는 바쁜 한 주가 시작됐습니다. 8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군요. 다우지수는 0.17% 하락했지만 S&P500(0.05%)과 나스닥 지수(0.18%)는 소폭 상승했습니다. 이날 시장은 5일 발표된 4월 고용보고서에 주목했는데요. 미국의 4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25만3000명 증가했습니다. 시장 예상치(18만명 증가)를 한참 웃돌았죠. 실업률은 3.4%로 1월 기록했던 1969년 이후 무려 54년 만의 최저치 수준과 같습니다. 고용시장 열기가 이젠 좀 가라앉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꽤 뜨겁습니다. 고용시장이 뜨겁다는 건 연준이 기대만큼 빨리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지요.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3.44%에서 3.51%로 껑충 뛰었습니다.이날 연준이 내놓은 은행 대출 담당자 서베이 결과도 관심을 끌었는데요. 1분기에 미국 은행들은 대출 기준을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업대출 수요는 약화됐고요. 뜨거운 고용시장 분위기와 달리 신용시장에선 긴축이 시작된 건데요. 경기침체의 확률을 높이는 썩 좋지 않은 신호입니다. 연준도 이날 보고서에서 “신용의 급격한 위축이 기업과 가계의 자금조달 비용을 높여 경제활동을 잠재적으로 둔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죠. 엇갈리는 경제지표들 때문에 연준의 금리 경로 예측은 쉽지 않습니다. 결국 투자자들은 10일 발표될 소비자물가지수(CPI)와 11일 나올 생산자물가지수(PPI) 데이터에서 단서를 찾아야 할 겁니다. 참고로 이날 지수의 0.18% 상승으로 나스닥은 ‘강세장’에 진입했습니다. 저점에서 지수가 20% 이상 오른 걸 강세장이라고 부릅니다. 반대로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면 약세장이고요. 이 정의에 따라 나스닥지수가 공식적으로 약세장을 벗어나 강세장에 진입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는데요. 2008년 이후 나스닥에서 가장 긴 약세장(143 거래일)에서 드디어 벗어난 거라는데, 왠지 실감은 잘 나지 않는군요.By.딥다이브*이 기사는 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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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툰은 제2의 K-팝이 될 수 있을까[딥다이브]

    K-팝, K-드라마, K-게임, K-애니.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하는 한국 콘텐츠들을 가리킬 때 흔히 앞에 ‘K’를 붙이는데요. 이 콘텐츠만은 K를 붙이지 않아도 됩니다. 바로 웹툰인데요. 세로로 화면을 스크롤하면서 보는 디지털 만화형식과 ‘웹툰(Webtoon)’이란 용어의 원산지가 한국이기 때문입니다. 유명 웹툰 작가들이 돈을 많이 번다,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대박이 났다, 한국 웹툰 플랫폼들이 북미와 일본시장에서도 엄청 인기를 끌고 있다 등등. 웹툰산업의 성장 스토리를 아마 들어보셨을 텐데요. 하지만 아직 글로벌 웹툰시장은 이제 막 본격적인 성장의 시동을 걸기 시작했을 뿐이라고 합니다. 이남수 키움증권 연구위원과 웹툰의 글로벌 성장전략을 주제로 인터뷰했습니다.*이 기사는 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만화시장, 이젠 웹툰>만화책-먼저 국내 웹툰 시장부터 살펴볼까요. 저는 만화도 다른 콘텐츠처럼 디지털화가 상당히 진전됐을줄 알았는데요. 생각보다는 디지털화 비중이 그렇게까지 높진 않더라고요. “2021년 기준으로 보면 국내 온라인과 오프라인(만화 출판업+도소매업) 만화 시장 매출이 각각 1조원 정도로 1대 1 비중입니다. 아마 2022년엔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조금 압도했을 겁니다.” -웹툰은 보통 ‘기다리면 무료’잖아요. 빨리 보고 싶으면 돈을 내겠지만, 무료로 보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요. 그럼 돈을 많이 벌긴 어렵지 않나요? “ ‘기다리면 무료’가 우리나라 플랫폼 회사들이 마케팅을 위해 만든 좋은 전략인데요. 2022년 기준으로 웹툰을 읽는 사람이 일주일에 평균 10편을 보거든요. 한달 결제금액은 보통 1만원 이하이고요. 한 편이 300~500원이니까 한달에 절반은 유료, 절반은 무료로 보는 거죠. 그렇다 보니 웹툰 산업이 매출액을 크게 올리기엔 아직은 좀 어려운 상황입니다.”-글로벌 만화 시장 중에서는 일본이 단연 최대 시장인데요. 출판만화 아닌 디지털만화 쪽도 큰가요? “네이버와 카카오가 웹툰시장에 진출하면서 일본 전자만화 시장이 크고 있습니다. 2021년 기준으로 이미 디지털 만화 점유율이 출판만화를 추월해 61%에 달할 정도인데요. 일본 시장의 가장 큰 장점은 중장년층이 만화를 즐긴다는 거죠. 일본에서 가장 큰 덕후 시장이 바로 만화입니다. 그렇다 보니 (덕후들은 지갑을 잘 열기 때문에) 일본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들도 성과가 굉장히 좋습니다.”아마존과 애플이 넘본다-최근 아마존과 애플이 일본에서 웹툰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웹툰 플랫폼 시장에 진출한 게 큰 화제였죠. 한국식 웹툰 시장이 해외에서 빠르게 커가자, 아마존과 애플 같은 빅테크까지 눈독을 들이는 걸로 보이는데요. 지금이 어떤 흐름이라고 보면 될까요?“플랫폼 시장을 공부하려면 따져볼 용어가 있습니다. ‘CPND’입니다.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 웹툰 시장은 디바이스가 만화책에서 휴대폰으로 넘어오면서 부흥 발전했고, 그러면서 플랫폼이 생긴 건데요. (맨 앞단의) 콘텐츠는 전 세계적으로 부족합니다. 애플이나 아마존 같은 빅테크들이 웹툰 플랫폼에 진출하면 콘텐츠 측면에서 또 한 번 부흥기가 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웹툰 플랫폼을 운영하는 회사 측면에서는 거대 경쟁자가 생기지만, 콘텐츠 창작자 입장에서는 또 다른 기회가 열리는 겁니다. 마치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처럼요.” -마치 글로벌 OTT들이 잇따라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하면서 국내 드라마 제작사들에 기회가 열린 것과 좀 비슷한 상황이군요. 그동안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웹툰 플랫폼이 해외 진출을 열심히 해왔는데, 얼마나 잘하고 있나요. “미국이나 일본 MZ 세대 기준으로 볼 때 웹툰의 침투율은 상당히 좋은 상황입니다. 앱 다운로드 숫자로도 봤을 때 한국 웹툰 플랫폼들이 가장 강력합니다.그동안 한국에서 잘 만든 웹툰을 번역해서 서비스를 해왔는데, 이제는 현지에서 직접 그 나라 웹툰을 만드는 시도를 더 많이 하고 있어요. 네이버는 캔버스 시스템이라고 해서 신인과 아마추어 작가들을 등단을 시키고 있구요. 카카오는 일본에서 ‘웹툰 공작소’를 만든다거나 아니면 현지에 있는 출판사들하고 협업을 하면서 원천 IP(지식재산권)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 웹툰을 가지고도 서비스가 잘 됐는데, 현지에서 직접 개발한 콘텐츠들이 나온다면 웹툰은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절대 다른 콘텐츠에 비해서 꿀리지 않을 영역이라고 봅니다.”-사실 우리나라가 콘텐츠 창작 분야에 있어서는 다방면으로 인정 받지만, 콘텐츠 플랫폼 쪽에서 세계적으로 앞서 나가는 한국 기업은 별로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인데요. 웹툰 플랫폼은 글로벌 플랫폼으로 커갈 가능성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맞아요. K-팝이 한국만 갖고 있는 노래를 가지고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고 있잖아요. 웹툰 시스템이라는 게 기존 출판만화하고는 좀 결이 다른데요. 이 한국의 웹툰 창작 시스템에 익숙해지는 작가들이 늘어난다고 하면 우리 웹툰 플랫폼이 해외를 공략할 때 매우 유리해질 거라고 봅니다.” 창작자에 대한 투자가 시작되다-웹툰이 글로벌로 뻗어나가서 커지고는 있지만 아직은 초입부에 있다는 느낌인데요. 그럼 K-팝이나 한국드라마처럼 만화 창작자들의 시장도 산업화되고 커질 수 있을까요? 그렇게 되려면 뭐가 좀더 필요할까요. “콘텐츠 산업이 성장하려면 콘텐츠가 드리븐해줘야 합니다. 콘텐츠 창작량이 많지 않으면 플랫폼이 아무리 좋은 서비스를 하더라도 성장하기 힘들어요. 앞서 말씀드린 OTT(드라마)나 스트리밍서비스(대중음악)와 비교하면 웹툰 콘텐츠 양이 풍부하다고 하긴 아직 어렵습니다. 전 세계 웹툰 콘텐츠의 성숙도가 얼마나 올라왔는지를 스트리밍서비스와 비교해 보면, 현재는 과거 2010~2012년 당시의 음악시장(앨범 판매는 줄고 스트리밍 매출은 늘면서 전체 시장규모는 정체돼있던 시기) 레벨이라고 보고 있어요. 지금은 아무도 앨범을 사지 않는데 전체 음악산업 사이즈는 커지고 있죠. 이게 바로 스트리밍서비스가 끌어나가고 있는 음악산업인데요. 이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관점에서 살펴볼 때 도서출판 시장은 다른 영역과는 좀 다르게 대체 보완시장 성격이 좀 큽니다(디지털로 읽고 종이책을 또 사진 않음). 그렇다 보니까 OTT나 음악처럼 DT(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가 오면서 시장의 파이가 급격히 커지는 모양새는 아니에요.하지만 이 웹툰이 처음에 읽혀지게 된 게 스마트폰이란 디바이스가 나왔기 때문이잖아요. 앞으로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XR(확장현실) 등 신기술이 개발되고 디바이스가 변화한다면 웹툰 콘텐츠도 더 다양해질 겁니다. 웹툰이 이런 강점을 유지하기 위해선 반드시 창작자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봅니다. 최근 웹툰 플랫폼의 독점화(특정 플랫폼이 작품을 독점 런칭) 경향이 상당히 심해지고 있습니다. OTT로 얘기하면 오리지널 시리즈인 셈인데, 그 비중이 2021년 기준 64%까지 올라왔어요. 플랫폼을 키우려면 웹툰 작가들을 영입해 플랫폼 안에 내재화하는 작업을 해줘야 하고요. 이와 함께 신인, 아마추어 작가 개발에도 힘써야 합니다. 플랫폼 측면에서는 CAPEX(자본적 지출)라고 하는 투자 비용이 좀 들어가야 되는 상황인 거죠. 웹툰 플랫폼들이 최근 5년 정도 잘 성장하며 장을 마련해놨고요. 여기에 CAPEX 투자금액이 더 투입된다면 다시 한번 진일보할 수 있을 겁니다.”-스튜디오드래곤이 스타 드라마 작가들을 거액을 주고 끌어오듯이, 웹툰 플랫폼도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유명 작가들한테 좋은 조건을 제시해서 끌어모아야 하겠군요. “맞습니다. 웹툰이란 장르가 사실 15년 정도 된 거고요. 작품이 많이 나오기 시작한 지는 5~10년밖에 안 됐습니다. 그래서 스타 작가들이 여러 분 있지만, 그들의 작품 숫자가 다양하진 못합니다. 기존 소설이나 만화와 비교하면요. 그런데 플랫폼은 가장 우선시해야 할 지표가 트래픽이고요. 그 트래픽은 재미있는 작품에서 나옵니다. 그러려면 스타 작가가 필요한 거죠.” -잘 된 웹툰이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한국에선 많은데요. 앞으로도 그런 경향은 더 심해지겠지요? “그건 반드시 필요하고 반드시 가야할 길입니다. 웹툰은 소재 측면에서 다양한 이야기거리들을 콘텐츠 시장에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중요한데요. 일본 만화산업이 가진 ‘제작위원회’라는 시스템이 있는데요. IP 기획 개발 초기부터 맨 끝의 머천다이즈 산업까지 일사불란하게 수직계열로 움직입니다(잡지 연재→인기작 단행본→TV&극장판 애니→캐릭터 상품화). 한국 웹툰도 결국 기획 개발부터 머천다이즈 시장까지 한꺼번에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거기에 협업할 수 있는 회사들이 있다면 그 기업을 (투자자들이) 좀 주목해야 하고요.” -그러고 보면 웹툰이 잘 돼서 드라마나 영화로 대박이 나더라도, 그게 굿즈까지 연결되거나 하는 정도로 간 경우는 없는 듯하네요. “일단 드라마나 영화까진 손을 뻗치지만 그 다음 영역은 손을 대고 있진 못한데요. 우리도 이제 종합적인 시스템으로 일원화하는 게 필요하죠. 장기적으로 흥행하는 콘텐츠, 흔히 말하는 ‘롱테일’을 만드는 게 플랫폼 회사와 콘텐츠 회사의 가장 중요한 수익원이거든요. 피카츄나 미키마우스 같은 IP들이 대표적인 예이고요. 또 그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개발해야지만 투자자들을 모으기도 쉽습니다.”‘제2의 K-팝’ 될 날 머지않았다-한국 웹툰의 잠재력은 충분해보이고, 빅테크까지 웹툰 플랫폼 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커보이긴 합니다. 만약 관련해서 투자를 한다면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까요. “아마 30년 후에는 우리가 만화책으로 만화를 읽는 것보다 스마트폰이나 패드로 만화를 보는 게 더 익숙할 거예요. 대다수의 분들이 그렇게 할 겁니다. 게임산업과 비교해봐도 결국 중장년층 소비 인구가 많아질 때 산업이 레벨업 되거든요. 그렇게 보면 웹툰도 중장기적으로 성장할 거고 유망한데요.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투자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렇다 보니 플랫폼을 운영하는 회사들은 투자 대비 수익을 끌어내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CP사들 위주로 봐야 합니다. CP사들도 웹툰만 한다고 하면 현재 과금 구조(기다리면 무료)가 그렇게 우호적이진 않습니다. 따라서 애니메이션 시장과 접목해야 합니다. 향후 2025년까지 디지털 콘텐츠 중 가장 성장할 걸로 보는 시장은 디지털 애니메이션입니다. OTT에서 투자가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디지털 애니메이션 시장이 커질 거거든요. 국내를 봤을 땐 디지털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스튜디오미르라는 회사가 있고요. 애니메이션 OTT 플랫폼을 들고 있는 애니플러스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웹툰의 산업 성장의 측면에서 볼 때 꼭 필요한 기능을 들고 있는 회사여서 저는 좋게 봅니다.” -웹툰이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으로 이어져야 산업화에 성공할 수 있고, 마침 OTT들이 애니메이션 투자를 늘리고 있는 거군요. 그런데 왜 글로벌 OTT는 애니메이션 투자를 늘릴까요?“최근 3년을 보면 넷플릭스에 일본 애니메이션이 상당히 많이 올라와있는데요. 중장년층 성인을 대상으로 한 일본 애니메이션이 많기 때문입니다. 또 기존에 작업 해놨던 작품이기 때문에 리마스터링을 통해서 작품을 올리기가 편합니다. OTT들이 콘텐츠를 다양화하려면 작품 숫자가 많이 필요한데요. 드라마나 영화를 찍어내는 데는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립니다. 드라마 한 편 찍는데 1년 반 정도 걸리니까요. 그래서 그것도 하지만 작품 다양성 확보를 위해 애니메이션 카테고리를 늘려가고 있는 거죠.” -웹툰 원작이 있으니 애니메이션이 얼마나 흥행할지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는 것도 이유 아닐까요? “원작이 흥행한 건 선순환이 매우 좋습니다. 우리나라 작품 중 ‘신의 탑’과 ‘나 혼자만 레벨업’ 같은 좋은 작품들이 해외에서 애니메이션화되고 있습니다. 최근 ‘재벌집 막내 아들’처럼 웹 소설-웹툰-TV드라마의 선순환 구조를 보여준 경우도 있고요. 히트 칠 비율을 어렵지만 추정해볼 수 있는 거죠.”-플랫폼들이 투자를 하고, 아마존과 애플 같은 빅테크가 시장에 뛰어들고, 여기에 글로벌 OTT의 애니메이션 투자까지 겹치면 어느 순간엔 K-팝처럼 빵 터질 수 있으려나요. 지금도 인기 웹툰 작가들이 돈을 많이 번다는 얘기가 많은데 K-팝과 비교하면 아직은 옛날 SES와 HOT가 활약하던 수준에 불과한 게 아닐까요. 웹툰의 글로벌 산업화는 덜 된 듯합니다. “글로벌 산업화가 되면 당연히 창작자들의 무대는 넓어지게 됩니다. 지금 K-팝이 그걸 증명하고 있죠. 예전엔 한국에서 음악을 만들어서 외국에 수출했었는데, 이제는 리얼타임으로 외국에서 동시에 보다보니까 K-팝이 이렇게 잘 나가고 있거든요. 웹툰도 그렇게 될 시점이 멀지 않았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웹툰 산업에 종사하는 분들, 또는 웹툰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웹툰 시장 전망에 대해 좀 희망적인 말씀을 해주신다면요. “웹툰 시장은 우리나라에서 굉장히 중요한 시장입니다. 수출과 수입의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에 수출 산업으로서도 육성을 해야 될 분야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창작에 있어서 구조화되지 못한 면들이 있기 때문에 웹툰 창작자분들이 홀로 외롭게 분투하고 있는 모습들을 저희가 확인할 수 있는데요. 글로벌로 조금씩 더 뻗어나가면서 해외 유저들이 늘어난다면 충분한 보상이 있을 거라 보고요. 우리나라 플랫폼이 글로벌 시장에서 깃발을 꼽을 수 있는 것들은 많지 않거든요. 웹툰이 그렇게 될 거라 믿습니다.” By.딥다이브 웹툰 시장의 성장이 이미 한참 이뤄진 줄 알았는데, 아직 10여 년 전 스트리밍서비스 시장 수준이라니. 갈 길이 멀지만 동시에 희망도 보이는 듯합니다. 인터뷰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한국 플랫폼들이 주름잡고 있던 글로벌 웹툰 시장에 빅테크인 아마존과 애플이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웹툰 시장의 글로벌 성장이 본격화되는 모습입니다.-플랫폼이 늘어나지만 콘텐츠는 많이 부족합니다. 창작자들에겐 기회가 열릴 수 있는 이유입니다. 스타작가를 영입하고, 신인 작가를 발굴하려는 플랫폼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겁니다. -글로벌 OTT의 애니메이션 투자가 늘어나는 것도 웹툰 산업에 긍정적 요인입니다. 웹툰과 애니메이션, 캐릭터 상품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전략이 필요합니다. -당분간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점에서 웹툰 플랫폼은 수익성이 크게 좋아지기 어려운 구간입니다. 오히려 CP사 쪽에 주목하세요. *이 기사는 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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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P모건, 은행 위기 급한 불 껐다…뉴욕증시는 소폭 하락[딥다이브]

    다시 불거졌던 미국 은행의 위기는 일단 불을 껐습니다. 시장은 안도했지만 연준의 긴축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1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소폭 하락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 -0.14%, S&P500 -0.04%, 나스닥지수 -0.11%. 뱅크런과 주가 폭락에 시달렸던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결국 됐습니다. 지난달 24일 1분기에 고객 예금이 1020억 달러(약 136조원) 빠져나갔다고 밝힌 지 일주일 만에 문을 닫은 건데요. 지난 3월 갑자기 파산했던 실리콘밸리은행과 시그니처은행에 이어 올해 들어 역사 속으로 사라진 세번째 미국 은행입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는 이날 컨퍼런스 콜에서 “위기는 거의 끝나가고 있고 이것(퍼스트리퍼블릭 인수)이 모든 것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는데요. JP모건체이스 주가는 이날 2.14% 상승했습니다. 블룸버그는 “JP모건은 가장 깔끔한 방법으로 은행 전체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손에서 떼어내겠다고 제안한 유일한 입찰자였다”라고 인수 배경을 설명했는데요. 동시에 “대형 은행이 더 커지게 됐다”는 업계의 우려도 전합니다. ‘대마불사’의 문제는 더 심화된 겁니다.국내 투자자들도 많이 보유했던 퍼스트리퍼블릭 주식은 어떻게 될까요. 1일 개장 전 퍼스트리퍼블릭은 상장폐지 됐는데요. 연방예금보험공사 대변인은 “주주들이 채권자가 되어 마지막 줄을 서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눈에 띄는 건 퍼스트리퍼블릭 주가하락에 베팅했던 공매도 세력이 많았다는 건데요. 공매도 투자자들은 큰 이익을 얻긴 했지만, 거래를 마감하려면 빌린 주식을 갚아야 합니다. 이들이 장외거래로라도 주식을 사긴 사야 한다는 뜻이죠.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들이 거래를 시작하면 주식에 난기류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번 주는 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FOMC가 열립니다. 현지시간 3일 오후 2시 30분(한국 기준 4일 새벽 3시 30분)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이 열리는데요. 일단 5월 FOMC에선 연준이 0.25%포인트 금리를 올릴 거라고 시장에선 내다봅니다. 관심은 이번을 끝으로 금리인상 행진을 멈출 것인가에 쏠릴 텐데요. 월가에서 파월 의장이 ‘지금까지의 금리인상 영향을 평가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겠다’라는 발언을 내놓기를 잔뜩 기대하고 있는데요. 만약 정반대의 얘기를 하면(예를 들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할 일이 더 남았다’ 같은 말) 시장이 크게 실망할 위험도 있습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 2023-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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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글로리’ 히트 쳐도 주가는 왜…K드라마 수익의 세계[딥다이브]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같은 OTT(Over the Top)에서 한국 드라마 많이 보시나요? 글로벌 OTT들이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죠. 지난 달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던 ‘더 글로리’ 역시 전 세계 8개국에서 넷플릭스 1위를 차지하며 큰 인기를 모았는데요. 그런데 더 글로리를 제작한 스튜디오드래곤 주가는 왜 이 모양일까요. 드라마가 아무리 인기를 끌어도 드라마 제작사는 크게 돈을 벌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있다는데요. 27일 미디어 업종 분석을 담당하는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을 만나서 K-드라마의 수익구조를 주제로 인터뷰했습니다.*이 기사는 2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4년 3.3조원? 넷플릭스의 생색-최근 대통령 방미 일정 중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에 4년간 25억 달러(3조30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얘기부터 나눠볼까요. 이게 한국 제작사 입장에서 호재라고 볼 만한가요? “일단은 ‘속지 말자’입니다. 넷플릭스가 2020년 한국 콘텐츠에 3000억원 정도 썼고요. 2021년 6000억원, 2022년에도 이미 8000억~9000억원을 썼습니다. 그래서 더 늘릴 거란 기대가 있었어요. 경기가 좋지 않아서 넷플릭스가 전체 예산은 조절하더라도, K-콘텐츠에 유입하는 자금은 늘릴 거라고 봤는데요. 이번에 발표한 3조3000억원을 4개 연도로 쪼개보면 (2022년과 비교했을 때) 늘어난 게 없어요. 오징어게임처럼 넷플릭스에서 인기 많았던 작품의 시즌2, 시즌3가 앞으로 나올 텐데요. 오징어게임은 초대박이 났기 때문에 시즌2에서 이정재 씨 출연료만 한 회당 10억원이 넘습니다. 넷플릭스가 자기네 것, 즉 오리지널을 시즌2, 시즌3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거기에 당연히 돈이 많이 투입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3.3조원을 4개 년도로 쪼개봤을 때 전반적인 제작사가 고르게 수혜를 받는 건 아닐 겁니다.” -전체 파이가 커지지 않다 보니, 이미 히트를 쳤던 곳 위주로 돌아가겠군요. “그것도 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니까, 결국 자기네 IP(지식재산권)에 투자하는 거예요. ‘오징어게임이 누구 거예요?’라고 물어보면 넷플릭스 거거든요. ‘메이드 인 코리아’일 뿐이고요. 결국 넷플릭스는 자기네 거에 투자하는 거고, 그걸 가지고 생색을 내는 거죠.”-그래도 글로벌 OTT의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은 예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커졌다고 볼 수 있을까요? “넷플릭스는 이미 한국 콘텐츠의 최대 바이어였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는 투자가 줄어들지 않은 것만으로도 좋게 볼 포인트가 있을 수 있고요. 디즈니플러스는 우리나라에 진출한 지 만 1년 5개월밖에 안 됐거든요. 이제 막 ‘카지노’ 같은 대형 작품을 만들기 시작해서, 디즈니플러스가 한국에 본격 투자하는 건 이제 시작이란 생각이 듭니다. 따라서 전체 글로벌 OTT가 한국에 쓰는 돈은 늘어나고 있고요. 다만 초반엔 모든 제작사들이 수혜를 보고 주가도 움직였는데요. 지금은 슬슬 레퍼런스가 쌓이면서 누가 잘하고 못하는지 드러나면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는 느낌이에요.” -흔히 넷플릭스가 아직 성장할 지역은 아시아이고, 거기선 한국 콘텐츠가 잘 먹히니까 투자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고 해석하는데요. 정말 그런가요? “맞습니다. 미국에선 더 이상 구독자가 추가로 늘지 않기 때문에 가격 올리면서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으로 가고요. 모든 OTT들이 타깃하고 있는 시장은 아시아입니다. 동남아시아나 인도는 인구가 많고 소득이 빠르게 성장하는데요. 무엇보다 아직 이 동남아시아를 지배한 OTT 사업자가 없습니다. 넷플릭스도 장악하진 못했거든요. 근데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잘 먹히는 콘텐츠가 K콘텐츠예요. 매일 각 국가별 넷플릭스 많이 본 콘텐츠 순위를 볼 수 있는 사이트가 있는데요.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을 보면 톱10 중 7~8개는 항상 한국 콘텐츠입니다. 동남아에서 K콘텐츠를 정말 무조건 좋아한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예컨대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그 당시 감성을 가진 한국 사람들만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도 많이 보더라고요.” -우리가 생각하기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만든 콘텐츠만 주로 좋아할 것 같은데 그렇지도 않네요. “그게 좀 특이해요. 그래서 넷플릭스가 지금까지 많이 투자해왔고요. 물론 결국 자기네 거에 투자하는 거고, 우리를 일종의 ‘외주제작 국가’로 쓰는 거라서요. 사실 드라마 제작 산업 발전에는 좋지 않은 거죠. 결국 다 뺏기는 거예요.”IP가 누구의 것인가-OTT는 아무래도 자기네 오리지널 콘텐츠를 늘리고 싶어 하겠죠. 하지만 모두 오리지널로만 채우는 건 아닌데요. “드라마 제작은 비즈니스모델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①OTT 오리지널의 경우=제작비가 100억원이 든다면 OTT가 거기에 10억원을 얹어서 110억원을 제작사에 줍니다. 그래서 제작사는 그 10억원을 먹고 끝입니다. 오징어게임처럼 초대박이 나도 제작사엔 ‘플러스 알파’가 없어요. OTT 입장에서 이런 오리지널 콘텐츠는 소싱하는 데 돈이 많이 들죠. 제작비 자체가 계속 올라가는 구조니까요. 그리고 제작사도 원하는 방향은 (OTT 오리지널이 아닌) IP를 직접 가져가는 거고요. ②IP가 제작사에 있을 경우=제작비 100억원은 제작사가 직접 다 쏩니다. 그리고 국내 방영권료(본 방영을 틀어주는 조건)로 국내 방송사한테서 제작비의 절반 정도인 50억원을 받아요. 10억~20억원 정도는 간접광고(PPL)로 채우고요. 나머지 ‘플러스알파’는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에 동시 방영권을 팔거나 VOD 다시 보기 등등으로 만들어내죠. OTT 플랫폼 입장에서는 오리지널을 추구하지만 그건 비용이 많이 들어가니까 흥행이 확실해 보이는 건 오리지널로 개발하고요. 말랑말랑하게 수급해오는 건 제작사가 IP를 가지고 있게 됩니다. 그래서 OTT 오리지널 쪽으로만 계속 커지는 것 같아서, 사실 산업 발전엔 저해되고 있죠.”-넷플릭스는 잘 될 것 같은 걸 오리지널로 하려고 할 거고요. 반대로 제작사 역시 대박 날 것 같은 작품일수록 IP를 가져가야 하고요. 머리싸움이자 돈의 싸움이네요. “저도 ‘더 글로리’를 너무 재미있게 봤지만 아쉬웠던 게 스튜디오드래곤이 만든 거잖아요. 스튜디오드래곤의 톱 작가인 김은숙 작가를 데리고 만든 건데 왜 IP를 안 만들었을까요. 엄청난 수익이 날 걸 알았을 텐데 결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버전으로 갔다는 건 돈의 싸움에서 우리가 이길 수 없는 상대라는 거예요. 물론 더 글로리는 마진(넷플릭스가 제작비 말고 추가로 주는 금액) 자체가 엄청 높았다고는 해요. 그럼에도 스튜디오드래곤이 IP를 지키지 못하고 넘겼다는 건 이미 자본 싸움에서 뒤쳐지고 있는 상황이란 뜻이에요.” -스튜디오드래곤이 그 정도면 한국에선 이 돈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데가 없겠군요. “한국 드라마가 국위선양을 한다고 하는데 스튜디오드래곤 같은 대형제작사도 돈에 허덕이고 있어요. 중소형 제작사는 더하고요. 뭔가 정부가 나서서 도와주지 않는 한 힘의 싸움에서 넷플릭스를 이기긴 어려운 상황입니다.” 제작사가 돈 벌기 힘든 이유-방송사 쪽은 요즘 광고시장이 워낙 좋지 않죠. 광고가 줄어들면 방송사에서 방영료를 받는 제작사 실적에도 마이너스 요인이라고요? “먹이 사슬이라고나 할까요. 제작사가 드라마를 수십 개 만들어봤자 이걸 유통해 주는 건 방송사입니다. 방송사가 편성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제작사가 어쩔 수 없는 을의 위치일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방송사 수익을 결정하는 진짜 ‘갑의 갑’은 광고주이죠. 경기침체로 광고주 쪽이 안 좋아지면 방송사는 결국 투자 재원을 축소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그 결과가 ‘IP 동시방영 제작 모델’에서 원래는 제작비가 100억원이면 방송사가 50억원을 방영료로 줬는데, 이 비율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이제 40억, 30억원만 주는 거죠. 제작사 수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흔히 ‘콘텐츠는 매크로를 안 탄다(경기 부침에 영향받지 않는다)’고들 얘기하는데요. 방송사에 끼어있기 때문에 그렇지가 않습니다. 더 구조적인 문제는 제작비 자체가 오르는 겁니다. 크리에이터 비용이 오르는 거예요. 작가 원고료, 배우 출연료, 연출하는 PD 비용. 이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건 무슨 뜻이냐. 인력이 많지 않은 거죠. 주연 배우도 A급은 한정적이니까 몸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요. 스타 작가나 PD도 그렇고요. 방송사가 드라마를 1회 방영했을 때 앞뒤로 벌어들일 수 있는 광고 수익이 10억원 정도인데요. 우리나라 드라마 회당 제작비가 3년 전만 해도 7억원이었는데 지금은 10억~12억원 정도로 올랐어요. 넷플릭스가 돈을 많이 투자해주는 경우엔 회당 20억~30억원까지 가고요. 만약 제작비가 회당 30억원까지 올라간다면 방송사는 제작비의 50% 비율로 방영료를 줄 수가 없죠. 자기네가 광고 받아서 남는 게 없으니까요. 방송사는 아무리 프라임 시간대에 드라마를 방영해도 벌어들일 수 있는 광고 수익의 캡(상한)이 씌워져 있어요. 제작비가 계속 올라간다면 앞으로도 이 비율은 계속 줄어들 겁니다. 그럼 제작사는 해외 판매를 더 할 수밖에 없고요. 넷플릭스를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SBS가 예능 본부 분사를 추진한다는 얘기가 나오던데요. 이미 드라마본부는 스튜디오S로 분사했죠. OTT시대가 되면서 이렇게 제작부문을 따로 떼어내는 게 대세인 건가요? “저는 업계가 방송사 산하에 있는 드라마 제작사들 중심으로 재편될 것 같아요. 제작자들 입장에서는 갑이 방송사인데, 드라마를 편성해 주는 방송사가 없으면 방송사한테 굽신거리면서 편성을 따와야 해요. 방송사 밑에 있는 제작사들은 편성 걱정 없이 수익을 올리면서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죠. 예를 들어 SBS의 경우 수익 절반을 광고로 벌고, 콘텐츠 부가 수익으로 나머지 절반을 법니다. 100% 자회사인 스튜디오S의 경우엔 올해 많은 작품이 나오는데, 대부분 디즈니플러스 동시방영이에요. 그런데 디즈니플러스의 리쿱비율, 즉 제작비 중 지원해주는 금액 비율이 상당히 높아요. 디즈니플러스가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거죠. 여기에 간접광고가 붙을 거고, 방송광고로 플러스 알파를 올릴 수 있죠. 결국 편성 걱정을 할 필요 없는 방송사 산하에 있는 드라마 제작사들로 힘이 몰릴 것 같아요. 그들이 중소형 제작사를 정말 외주처럼 굴릴 거고, 그 외주 제작사들은 마진이 더 적어지겠죠.”중국은 돌파구가 될까-몇 년 전부터 드라마 제작사들 주가엔 ‘중국의 한한령이 해제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반영되곤 하는데요. 한한령이 곧 풀릴 거라고 한 지가 몇 년째인데 아직도 안 풀렸죠. 중국 변수는 여전히 주가에 중요한가요? “지난해 11월 스튜디오드래곤 주가가 튀었죠. 중국에서 한국 구작(이미 방영된 작품)들을 사가기 시작했기 때문인데요. 송혜교 씨가 출연한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같은 드라마도 팔렸고요. 그래서 슬슬 입질이 오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있었는데요. 중요한 게 구작을 사가는 건 별로 의미가 없어요. 구작은 돈을 정말 얼마 안 주거든요. 중국에선 블랙 마켓을 통해서 많이들 이미 봤을 테니까요. 그래서 구작은 별로 의미가 없고, 중국이 진짜 뚫렸다고 하려면 동시방영 조건으로 신작을 사가야 해요.” -만약 신작 동시방영을 하면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못지않게 중국이 수익 확보에 역할을 하겠네요. “지금 단가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THAAD 사태 이전엔 넷플릭스가 한국에 투자하는 리쿱비율(제작비 중 지원금액 비율)과 중국 업체가 주는 리쿱비율이 똑같았어요. 그 규모가 굉장히 컸죠. 넷플릭스는 중국에 들어갈 수 없잖아요. 앞으로 중국이 만약 진짜 신작 동시방영조건으로 열린다면 제작사 입장에선 넷플릭스가 2개 생기는 셈이에요.” -넷플릭스와 중국 업체는 시장이 다르니까 제작사가 둘 다 잡을 수 있겠군요. “이익은 확실히 늘어나는 거죠. 그래서 그런 기대감에 여전히 드라마 제작사 주가가 싸지 않아요. 이익 대비 시총이 높은 편이죠.”-드라마 제작사들의 주가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앞으로도 계속 다 눌려 있을까요. “지금은 완전히 눌려 있는 상황이고 엄청 힘든 구간입니다. 그나마 조금 기대해볼 포인트는 2분기가 광고 성수기이거든요. 1분기엔 기업들이 광고 예산을 많이 아꼈어요. 경기가 워낙 안 좋을 거라고 해서 일단 돈을 풀지 않고 눈치를 많이 봤는데요. 그래도 기업들이 광고에 집행하려고 잡은 1년 치 예산은 있잖아요. 지갑 두께는 얇아졌지만 어쨌든 써야 하니까요. 이제 지갑의 돈을 좀 풀지 않을까 싶어서요. 2분기엔 조금 나아지는 방향으로 가서 지금이 마지막 보릿고개라고 생각해요.”-미디어 쪽 투자가 어려운 게 어떤 드라마가 히트할지를 알기 어렵잖아요. 예컨대 2021년 방영한 ‘지리산’ 같은 드라마는 제작비가 많이 투입됐는데도 시청률이 폭망했는데요. “그런데 그게 수익 면에선 폭망이 아니었어요. 시청률과 화제성에선 폭망이었지만요. 에이스토리라는 제작사가 지리산으로 가장 돈을 많이 벌었어요.” -그래요?“300억원이나 들어간 작품이었는데, 매출이 총 500억원 나왔거든요. 일단 제작비의 절반은 방송사 tvN에서 받았을 거고요. 이건 전지현 씨가 주연 배우라서 넷플릭스가 아니라 중국의 아이치이가 글로벌 판권을 사 갔어요. 중국에서는 못 트니까 중국 외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아이치이 인터내셔널이 사 갔죠. 수익으로는 대박이 난 거죠. 에이스토리 실적도 그때 엄청 좋았고요.” -드라마를 시청자 관점에서 분석하는 거랑 애널리스트 분이 기업실적 위주로 분석하는 건 완전히 다른 얘기네요. “그런데 개인 수급도 많기 때문에 주가는 시청률에도 영향을 받으니까 좀 딜레마가 있습니다.” -기업이 실제 잘 되느냐 못 되느냐와 드라마가 히트를 치느냐 아니냐는 별개로군요. “제가 예전에 진짜 많이 들었던 질문이 한참 ‘부부의 세계’(2020년 JTBC 방영)가 정말 핫했을 때인데 주가가 너무 안 좋은 거예요. 그래서 ‘부부의 세계가 난리 났는데 왜 주가는 안 좋아’라고 질문들을 했는데요. 판권 수익이 상당히 제한적이었습니다. 사실 내수용 드라마였죠. 리메이크를 해서 만든 건데 영국에 이미 원작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미주, 유럽 기반 회사들이 비싸게 사 갈 필요가 없어요. 그래서 별도 드라마로만 보면 부부의 세계는 마이너스 드라마예요. 그렇게 지리산과 부부의 세계를 비교해보면 펀더멘털(수익)과 센티멘털(인기)의 괴리가 엄청 큽니다.” By.딥다이브 드라마 제작사의 수익구조를 따져본 결론은 역시 ‘돈의 싸움’이란 거군요. 소수의 스타만 빛 보는 게 아니라 산업 전반을 키우기 위한 전략을 고민할 때인 것 같습니다. 인터뷰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넷플릭스가 4년 동안 3.3조원 달러를 한국 콘텐츠에 투자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따져보면 지난해 수준을 유지한다는 거죠. 결국 넷플릭스 자기네 오리지널 시리즈에 주로 투자한다는 얘기이기도 하고요.-드라마 제작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OTT 오리지널 모델과 제작사가 IP 갖는 동시방영 모델. OTT와 제작사 모두 자기네가 대박 작품의 IP를 확보하고 싶어 하지만, 돈의 싸움에서 국내 제작사가 밀립니다. -광고시장 침체와 제작비 상승까지 겹치면서 제작사는 돈 벌기 점점 어려워집니다. 넷플릭스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죠. 중국 시장이 다시 뚫린다면 좀 나아질 텐데요.-드라마의 인기와 제작사 실적은 별개일 수 있습니다. 펀더멘탈과 센티멘탈, 둘 다 제작사 주가에 영향을 줍니다.*이 기사는 2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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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타 날았다…빅테크 호실적에 웃는 뉴욕증시[딥다이브]

    실적 시즌을 맞이한 미국증시가 모처럼 급등세를 연출했습니다. 27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가 모두 크게 상승했는데요. 다우지수 1.57%, S&P500 1.96%, 나스닥 지수는 2.43% 올랐습니다. 빅테크들이 연이어 예상을 웃돈 호실적을 발표하며 시장을 이끌었는데요. 그중 가장 돋보인 건 이날 주가가 13.93% 급등한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입니다. 전날 장 마감 직후 메타는 올해 1분기 매출이 286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3% 늘었다고 발표했는데요. 3분기 연속 매출 감소 이후 처음 증가로 돌아선 겁니다. 페이스북 광고 수익이 늘어났는데요. 수잔 리 최고재무책임자는 “1분기에 중국 업체들이 광고를 많이 한 것이 매출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고 말합니다.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를 봤단 뜻이지요. 회사 측은 2분기 매출도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295억~320억 달러일 걸로 가이던스를 제시했습니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 월가는 메타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상향했죠.아마존은 이날 장 마감 이후 실적을 발표했는데요. 아마존 역시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호실적을 발표하며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10% 가까이 치솟았습니다. 1분기 주당순이익 31센트를 기록했는데, 월가 추정치(21센트)를 크게 웃돈 겁니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광고 사업, 둘 다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렸기 때문인데요.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부(AWS)는 전년 동기보다 15.8%, 광고 사업은 21%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다만 전자상거래 부문은 매출 성장이 정체돼있죠. 앞서 25일 실적을 발표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알파벳(구글 모회사)도 깜짝 실적을 냈죠. 둘다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부문이 성장을 이끌었습니다. 이날 증시에서도 MS 주가는 3.2%, 알파벳은 3.74% 올랐고요. 모처럼 찾아온 빅테크 실적 랠리가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리해고 약발’이 먹힌 듯해서 씁쓸한데요.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구조조정으로 메타는 2만1000명, 아마존은 2만7000명의 직원을 해고했죠. 월가에서는 정리해고를 통한 비용 절감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시장을 뒤흔든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가는 이날 8.79% 반등했습니다. 이 은행은 지난 24일 1분기 예금 잔액이 40%나 줄었다고 발표한 뒤 주가가 이틀 연속 폭락(25일 -49.38%, 26일 -29.75%)했는데요. 주가는 반등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해법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아직은 불안합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2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 2023-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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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오피스빌딩이 비어간다… 대출 물린 은행들 조마조마[딥다이브]

    도심 대형 오피스빌딩이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텅 비어간다. 유명 부동산 투자회사들이 오피스타워를 담보로 받은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에 빠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당시 이야기가 아니다. 2023년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사무실의 종말’이 다가오면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다음 위기의 진원지가 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임차인 못 구하는 오피스빌딩 세계 최대 부동산 투자회사인 브룩필드는 이달 중순 12개 워싱턴 주변 사무실 건물의 담보대출(1억6140만 달러) 원리금 상환에 실패했다. 2월 로스앤젤레스 오피스타워 담보대출(7억8400만 달러) 채무불이행에 이어 두 번째다. 글로벌 채권운용사 핌코 산하의 컬럼비아프로퍼티트러스트는 2월 17억 달러 담보대출의 이자를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에 빠졌다. 샌프란시스코, 뉴욕, 보스턴 등에 있는 7개 사무실 건물이 담보였다. 잇따른 채무불이행 배경엔 금리 인상이 있다. 사무실 담보대출은 주로 변동금리다. 컬럼비아프로퍼티의 경우 2021년 말 3%이던 대출금리가 올해 초 6%까지 뛰었다. 더 큰 이유는 사무실이 텅 비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사무실 수요 감소로 임차인을 찾기 어려워지면서 공실이 갈수록 늘어간다. 무디스애널리틱스에 따르면 1분기(1∼3월) 미국 사무실 공실률은 19.0%에 달한다. 5개 분기 연속 올랐고, 1992년 이후 최고치다. 부동산 가격 급락이 촉발한 저축대부조합(S&L) 위기 당시 공실률 기록(1991년 19.3%)에 가까워졌다. 공실률 상승은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 부동산 분석회사 그린스트리트에 따르면 미국 사무실의 부동산 가치는 1년 전보다 25%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 원격근무로 사무실이 비었다 미국 기업은 예전만큼 사무실 공간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보안업체 캐슬시스템스가 출입증 데이터로 파악한 지난주 미국 10대 도시 사무실 점유율은 49.6%에 그쳤다. 사무실 자리의 절반 이상이 비어 있다는 뜻이다. 코로나19 직전엔 이 수치가 100%에 육박했다. 이는 원격근무가 늘어서다. 미국 퓨리서치센터의 2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원격근무가 가능한 직업의 근로자 중 35%는 항상 집에서 일한다. 주 2, 3일만 출근하는 하이브리드 근무자도 41%에 달한다. 미국에서 원격근무가 대세인 건 유독 뜨거운 고용시장 영향 때문이다. 신용석 미국 워싱턴대 경제학과 교수는 “구인난 때문에 미국 기업은 채용을 위해 재택근무나 하이브리드 근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집이 넓은 것도 재택근무가 자리 잡은 이유로 꼽힌다. 미국의 1인당 주거면적(2020년 기준 65㎡)은 한국(33.9㎡)의 1.9배이다. ● 소형은행 부실로 이어지나 사무실이 비어서 생기는 문제는 적지 않다. 무엇보다 부실이 은행으로 번질 수 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미국 상업용 부동산 부채 4조5000억 달러 중 3분의 1은 2025년 말 이전에 만기가 돌아온다. 리사 살럿 모건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는 “새 대출금리는 기존보다 3.5∼4.5%포인트 높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금처럼 사무실 공실률이 치솟고 가치가 떨어진다면 사무실 부동산 투자자들이 줄줄이 채무불이행을 선언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그 충격은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70%를 보유한 소규모 지역은행에 집중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금융안정성 보고서에서 “높은 금리와 구조적 수요 감소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광범위하게 조정될 위험이 높다”고 경고했다. 사무실이 비면서 도심 유동인구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다. 상권이 위축돼 자영업자와 소기업의 손해로 이어진다. 니컬러스 블룸 스탠퍼드대 교수에 따르면 뉴욕 직장인이 2019년보다 30% 덜 출근해서 생긴 소비 감소분은 연간 124억 달러나 된다. 사무실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 지방자치단체의 재산세 수입 감소도 불가피하다. ‘사무실의 종말’을 피할 수 없다면 도심을 살릴 방법은 무엇일까. 낡은 오피스빌딩을 아파트로 개조하는 것이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된다. 부동산 회사 라이스너그룹의 레미 라이스너 대표는 포브스 기고문에서 “오피스타워는 더 이상 쓸모가 없다”며 “중산층을 위한 주택으로 전환해 오피스 밀집지역을 주거지로 바꾸자”고 제안했다.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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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오피스빌딩이 텅 비었다…‘사무실 종말’과 도심의 미래[딥다이브]

    ‘다음 위기 진원지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이다.’이런 이야기 들어보셨나요? 지난달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사태 이후 미국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경계심이 부쩍 높아졌는데요.상업용 부동산 중에서도 오피스 빌딩만 보면 이런 위기론이 과장이 아닙니다. 실제 미국 대도시 도심의 사무실이 텅텅 비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무실의 종말’이란 말이 나올 정도인데요. 팬데믹도 끝났는데 왜 그럴까요. 미국에서 유독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건 왜일까요. 오피스빌딩의 종말, 그 이후엔 어떤 시나리오가 펼쳐질까요. 오늘은 미국의 사무실 부동산 위기론을 들여다봅니다.*이 기사는 2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임차인 못 구하는 오피스빌딩캐나다 브룩필드자산운용은 세계에서 가장 큰 부동산∙인프라 투자회사로 유명하죠. 한국에선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를 소유한 곳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요. 최근엔 이걸로 많이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립니다. ‘사무실 담보대출 채무 불이행’. 브룩필드자산운용은 지난 2월 LA 대형 오피스빌딩 2개를 담보로 받았던 대출금(7억8400만 달러)을 갚지 못하면서 상업용 부동산 업계에 충격을 안겼는데요. 이달 들어 또다시 워싱턴DC 사무실 12곳을 담보로 한 대출(1억6140만 달러) 상환에 실패했습니다. 브룩필드만이 아닙니다. 퍼시픽인베트스먼트와 핌코(PIMCO)도 사무실 담보대출에 대해 줄줄이 디폴트를 선언했습니다. 뉴욕, 샌프란시스코 같은 대도시에 있는 멀쩡한 대형 오피스빌딩들이 잇따라 대출금 상환에 실패한 겁니다.왜 이런 일이 줄이어 생길까요. 한가지 이유는 금리인상입니다. 미국도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엔 변동금리 대출이 더 많은데요. 치솟은 대출금리를 감당할 길 없게 되면서 제때 갚지 못하는 겁니다. 핌코의 경우엔 2021년 12월 3% 수준이던 대출금리가 6%로 뛰면서 채무 불이행에 빠졌다고 하죠.하지만 진짜 큰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도심 사무실이 텅텅 비고 있습니다. 사무실에 들어올 임차인을 찾기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무디스가 집계한 올해 1분기 미국 사무실 공실률은 19.0%에 달했습니다. 이게 어느 정도 수준인지 잘 감이 안 잡힐 텐데요. 사무실 공실률이 5분기 연속 증가했을 뿐 아니라, 1992년 이후 31년 만에 최고 수준입니다. 코로나 정점이던 때(18.5%)보다 높은 건 당연하고요. 역사적 최정점이던 1991년 19.3%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참고로 1991년은 저축은행 수백곳이 파산한 S&L(저축대부조합) 위기 당시였죠. 미국 저축은행들이 고위험을 좇아 상업용 부동산 투자를 늘렸다가 부동산 가격 폭락으로 줄줄이 망했던 그때입니다. 보통 심각한 수치가 아닌 겁니다. 사무실은 공실이 발생하면 임대료에 크게 타격을 입으니 그 가치가 뚝뚝 떨어지죠. 부동산 분석회사 그린스트리트에 따르면 미국 사무실 자산의 가치는 지난해 3월보다 25% 하락한 걸로 추정됩니다. ‘공실 증가→가치 하락→대출 만기연장 불발(또는 연장 되더라도 대출금이 깎임)’이란 악순환에 빠질 수 있는 겁니다.원격근무로 사무실이 비었다오피스 공실률이 늘어난다는 건 기업들이 전보다 사무실을 덜 필요로 한다는 뜻입니다. 그 이유는 둘 중 하나이겠죠. 직원 수를 줄이거나(정리해고), 아니면 사무실이 아닌 곳에서 일하거나(원격근무). 지난해부터 엄청난 규모의 정리해고를 진행한 빅테크들은 사무실을 줄이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는 맨해튼 일부 사무실 계약 연장을 포기했고요. 세일즈포스도 샌프란시스코의 약 3000평짜리 사무실 계약을 해지했죠. 구글은 신규 캠퍼스를 짓는다는 계획을 중단했고요. 하지만 사무실의 위기를 일부 빅테크 정리해고 탓으로만 돌리긴 어려워 보입니다. 사무실이 비어가는 현상이 미국 전역에서 아주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어서인데요. 이를 보여주는 지표가 있습니다. 바로 사무실 점유율입니다.사무실 점유율이란 직원들의 출입증 데이터를 통해 ‘실제 직원이 얼마나 사무실로 출근했느냐’를 집계한 수치인데요. 캐슬시스템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10대 도시의 평균 점유율은 46.3%에 그쳤습니다. 사무실 자리의 절반 넘게 비어있다는 뜻입니다. 참고로 팬데믹 이전엔 이 수치가 95%에 달했죠. 아니, 그 많던 직원들이 다 어디 간 거죠? 아마도 집에 있을 겁니다. 부동산펀드회사 더라이스너그룹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 직장인의 약 10%는 완전히 원격근무를 합니다. 주 5일 사무실에 출근하는 직원은 9%에 불과하고요. 나머지는? 아마 일주일에 이틀, 또는 사흘만 출근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중이겠죠. 그건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2021년 때 이야기 아니냐고요? 미국에서 원격근무 확산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이에 대해 보통 ‘고용시장이 너무 뜨겁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죠. 노동자를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기업이 ‘출근 안하면 해고할 거야!’라고 할 처지가 아니게 된 겁니다. 유럽과 아시아 등 대부분 지역에선 원격근무 시대가 사실상 끝났다는 점에서 이런 현상은 더욱 특이한데요. 이를 두고 미국 주거환경의 특수성 때문이란 해석도 나옵니다. 다른 나라보다 미국인들은 집이 큰 편입니다(1인당 평균 생활면적 85.5㎡). 독일의 1.8배, 일본의 2.7배 수준이죠. 이는 재택근무를 하기에 상당히 편한 주거여건이란 뜻입니다. 미국에서도 다시 주5일 출근 시대가 돌아오긴 할까요? 대부분 전문가들은 회의적인데요. 앞으로도 사무실 점유율은 55~60% 정도가 될 거란 관측입니다. 주3일 정도만 사무실로 나오는 하이브리드 근무가 ‘뉴노멀’이 된다고 보는 거죠. 당연히 사무실 공실이 늘 수밖에 없는 구조적 변화인데요. 실제 “최근 로펌들이 임대기간이 끝나면 공간을 약 30% 줄이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베스티안글로벌워크플레이스서비스의 마이클 실버 회장)의 이야기입니다. 앞으로도 사무실은 많이 비어있을 거고, 도심은 예전만큼 북적거리진 않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도심이 비면 생기는 일사무실이 텅텅 비는 건 여러모로 경제엔 마이너스가 아닐 수 없습니다. 가장 염려되는 건 은행, 특히 중소형은행이 덩달아 부실해질 수 있다는 거죠. SVB 파산사태로 이런 걱정은 더 커졌는데요.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부채 4조5000억 달러 중 거의 3분의 1이 2025년 말 이전에 만기가 돌아옵니다. 특히 이 중 오피스빌딩 대출의 경우 4분의 1이 올해 안에 대출 만기가 도래한다고 하죠(미국 모기지은행 협회). 이들 대출의 현재 금리는 대부분 3%대이지만, 만기 연장을 한다면 당연히 금리는 크게 뛸 수밖에 없죠. 지금처럼 공실률이 높아지고 임차인 찾기가 어렵다면 사무실 투자자들이 줄줄이 대출 연장을 포기할 가능성(채무불이행 선언과 은행의 부동산 압류)이 작지 않아 보이는데요. 특히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70%는 소규모 지역은행이 보유하기 때문에 걱정이 더 큽니다. 곳곳에서 경고음이 나옵니다. 최근 IMF는 금융안정성 보고서에서 “높은 금리와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구조적 수요 감소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광범위하게 조정될 위험이 높다”고 경고했죠. 최근 실적을 발표한 미국 은행 스테이트스트리트의 론 오핸리 CEO는 “상업용 부동산, 특히 사무실에서 일어나는 일이 가장 큰 우려사항”이라고 말했고요.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CEO는 지난주 투자메모에서 “부동산 담보대출 채무불이행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상업용 부동산이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지적했습니다. 심지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까지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부실 위험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트윗.다만 그 정도로(소규모 은행이 줄줄이 망해서 금융위기급 충격을 몰고 올 정도로) 심각하게 가진 않을 거란 분석도 나옵니다. 흔히 ‘상업용 부동산’이라고 뭉뚱그려 말하지만, 이 중 실제 큰일 난 건 사무실 부동산뿐이기 때문인데요. 사무실과 달리 쇼핑몰이나 창고 같은 상업용 부동산은 공실률도 전혀 높지 않고 괜찮다고 합니다. 호텔의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요금을 올리면서 오히려 기록적인 수익을 올린다는군요. 하지만 설사 은행에 큰 타격이 없다고 해도 사무실이 비는 건 꽤 심각한 일입니다. 사무실이 비면 그만큼 유동인구와 통행량이 줄어들고 상권이 위축되면서 결국 자영업자와 소기업들이 피해를 볼 테니까요. 사무실 부동산 가격 급락으로 지자체는 재산세 수입까지 줄어들 겁니다. 지난해 말 미국 시애틀 시장이 “모든 사람이 시내에서 일하던 좋은 시절은 앞으로 결코 없을 것”이라며 세수 감소를 우려했던 것도 이런 이유이죠. ‘도심 사무실의 종말’이 대세인데 뭐 어쩌겠냐고요? 네, 이 흐름 자체를 돌리긴 어려워 보입니다. 대신 텅 비어있는 사무실을 바꿔야겠죠. 뭘로? 주거공간으로요!아파트로 변신? 할 수 있을까금리가 오르고 경기가 둔화하는데도 미국 주택시장은 꽤 잘 버티고 있다고 하죠. 서부 지역에서는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있지만 다른 지역에선 오히려 집값이 오르고 있다고 합니다. 아직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오는 얘기가 도심의 빈 사무실 건물을 아파트로 개발하자는 겁니다. 낮에만 바글바글하고 밤에는 텅 비는 상업지구가 아니라 사무실과 주택, 쇼핑센터, 호텔 등이 다 모여있는 도심으로 바꾸자는 거죠. 부동산 회사 라이스너그룹의 레미 라이스너 CEO는 포브스 기고문에서 “오래된 오피스 타워는 더 이상 쓸모가 없고 용도변경이 필요하다”며 “중산층을 위한 주택으로 전환해, 오피스 밀집지역을 주거지로 바꾸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합니다. 그는 거주지와 직장, 쇼핑공간이 모여있는 ‘15분 도시’라는 개념을 주장했죠. 지난해 말 비즈니스인사이더 칼럼도 비슷한 주장인데요. “빈 사무실이 아파트가 되면 주택 부족을 완화하는 동시에 더 많은 사람을 도심으로 다시 불러들일 수 있다”고 제안합니다. 물론 1990년대 또는 그 이전에 세워진 노후한 오피스빌딩을 아파트로 바꾼다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일단 금리인상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비용이 만만찮죠. 규제도 까다롭습니다. 오피스 건물은 창문이 적고 환기가 잘 되지 않기 때문에 건축법상 그대로 아파트로 이용하기가 불가능합니다. 어쩌면 처음부터 새 건물을 짓는 것 못지 않게 돈과 시간이 많이 들어갈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정부 차원의 지원(세금 공제, 규제 완화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데요. 원격근무와 사무실의 종말 끝에 ‘도심의 화려한 부활’이란 반전의 스토리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아직은 좀더 지켜봐야 겠습니다. By.딥다이브도심 사무실이 텅 비다니. 미국의 사무실 부동산 상황은 한국과는 사뭇 다른데요(한국은 공실률 하락세). 사무실이 비면 부동산 투자회사와 은행만 곤란해지는 줄 알았는데, 그 경제적 여파가 생각보다 크다고 하니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미국의 사무실 부동산 관련한 주요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유명 투자회사들의 오피스빌딩 담보대출 채무불이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공실이 늘어 부동산 가치가 하락한 데다 대출금리까지 오르면서 제때 대출을 갚지 못하는 겁니다. -미국 사무실 공실률은 3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습니다. 원격근무 확산으로 출근하는 직원들이 많아지면서 10대 도시의 사무실 점유율은 47%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을 많이 들고 있는 소형 지역은행이 위기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유동인구가 줄고 상권이 활력을 잃게 되면 소매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지자체 재산세 세수 감소가 우려됩니다.-비어 있는 도심 사무실을 아파트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데요. 용도변경을 위해 막대한 돈과 시간이 든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과제이긴 합니다.*이 기사는 2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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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밈주식의 몰락…파산 신청 BB&B 주가는 고작 0.19달러[딥다이브]

    빅테크 실적 발표가 줄줄이 예정된 한 주가 시작됐습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군요. 다우지수는 0.20%, S&P500은 0.09% 상승했고, 나스닥은 0.29% 하락했습니다. 아마도 이번주는 빅테크의 1분기 실적에 따라 시장이 울고 웃게 될 텐데요. 25일 화요일엔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 26일은 메타, 27일은 아마존이 분기 실적을 내놓습니다. 빅테크들은 지난 몇 달 동안 수천 명의 직원들을 정리해고 해왔는데요. 투자자들은 이런 구조조정이 실제 기업 이익으로 이어졌는지를 확인하려 할 겁니다. 또 요즘 가장 핫한 AI(인공지능) 기술과 관련한 미래 전략이 나오길 기대할 거고요. 기술주 주가는 올해 들어 이미 꽤 올랐는데요. 이런 주가 흐름을 뒷받침할 만한 괜찮은 실적이 나오느냐가 관건입니다.이날 눈에 띄는 종목은 전날 파산 보호를 신청한 베드배스앤드비욘드(BB&B)입니다. 이미 바닥이던 주가가 35.67% 더 하락했죠. 1년 전 17달러였던 주가가 이제 0.19달러로 쪼그라든 건데요. 전날 BB&B는 6월 30일까지 모든 매장을 폐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1971년 설립 후 52년 만에 문을 닫게 되는 겁니다. 여러 요인이 얽혀 있지만 무엇보다 전자상거래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 경쟁에서 밀린 가장 큰 이유로 꼽힙니다. 온라인과 물류엔 투자를 게을리한 채 무리하게 인수합병을 통해 회사를 키우는 데만 몰두했죠. BB&B는 ‘밈주식’으로도 유명했습니다. 지난해 여름엔 공매도에 맞선 개인투자자들의 지원으로 주가가 20여 일 만에 400%나 폭등한 적도 있었죠(당시 4.6달러에서 23.08달러로 치솟음). 이른바 ‘서학개미’로 불리는 국내 투자자들도 여기에 동참했었는데요. 이후 주가가 급락하고 결국 이 지경이 되고 말았습니다. 문제는 연초부터 이미 파산설이 파다했던 BB&B에 최근까지 투자한 서학개미들이 꽤 많다는 겁니다. 예탁결제원 통계를 보니 이달 들어 서학개미가 거래한 해외주식 순매수 규모로는 BB&B가 무려 10위에 랭크됐군요(1405만 달러어치 순매수). 이것 참. By.딥다이브*이 기사는 25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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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스크와 알트만, 누가 인류 멸망 막을 ‘AI 지배자’ 감인가[딥다이브]

    ‘세계 두번째 부자’ 일론 머스크와 ‘챗GPT의 아버지’ 샘 알트만. 과연 AI(인공지능)가 인류를 멸망케 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AI의 지배자는 둘 중 누가 될까요? 왜 이런 질문을 하느냐고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두 CEO가 바로 이 주제를 놓고 엄청난 신경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머스크는 ‘거짓말쟁이‘라며 샘 알트만의 챗GPT를 공격하고, 알트만은 머스크를 ‘얼간이(jerk)’라고 부르면서 말이죠. 두 사람간 갈등은 그 본질이 ‘돈’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 흥미로운데요. 머스크가 오픈AI에 맞설 ‘X.AI’를 설립하면서 경쟁은 본격화될 전망입니다. AI 개발을 둘러싼 둘 사이의 오랜 스토리를 통해 이들이 지향하는 ‘인공일반지능(AGI)’ 이야기까지 들여다보겠습니다.*이 기사는 2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머스크가 오픈AI를 떠난 이유“챗GPT는 무섭도록 좋다. 우리는 위험하도록 강한 AI에서 멀지 않다.”(2022년 12월 4일)일론 머스크는 오픈AI가 AI 챗봇 ‘챗GPT’를 처음 내놨을 때부터 이렇게 비판했습니다. 이후 올해 초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오픈AI에 대규모로 추가 투자를 하자 공격강도를 높였는데요. “오픈AI는 구글의 균형추 역할을 하려고 비영리 기업이자 ‘오픈소스’로 만들었는데 지금은 ‘클로즈드소스’가 됐다”(2023년 2월 17일)거나 “내가 1억 달러를 기부한 비영리 단체가 어떻게 해서 300억 달러짜리가 되었는지 아직도 혼란스럽다”(2023년 3월 15일)는 트윗을 남겼죠. 지난달 28일엔 ‘GPT-4보다 강력한 AI 개발을 최소 6개월 중단하자’는 공개서한에 그가 동의 서명하면서 큰 화제가 됐고요. 머스크는 혹시 챗GPT와 오픈AI가 잘 되는 게 배 아파서 그러는 걸까요? 그렇게 볼 만한 부분도 분명히 있긴 합니다. 아시다시피 머스크는 2015년 샘 알트만, 리드 호프만, 피터 틸과 공동으로 비영리단체 오픈AI를 설립했습니다. 이후 2018년 2월 오픈AI 이사회를 떠나며 완전히 결별했고요.그동안은 결별 이유가 테슬라가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나서면서 오픈AI와 경쟁관계에 놓이게 됐기 때문(잠재적 이해상충)이라고 설명해왔는데요. 지난달 말 세마포 보도로 진짜 이유가 드러났습니다. 머스크는 2018년 초 ‘오픈AI를 내가 직접 이끌겠다’고 나섰다는데요. 오픈AI의 다른 공동 창업자들이 이를 거부하면서 결별하게 됐다고 합니다. 당시 머스크는 오픈AI가 구글에 치명적으로 뒤쳐져 있다고 보고 본인이 CEO로 나서려고 했다는군요. ‘이런 중요한 일을 해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바로 나’라고 생각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머스크는 초기에 오픈AI에 1억 달러를 기부했지만, 결별 이후엔 약속했던 나머지 기부금(처음에 공동창업자들이 총 10억 달러 기부를 약속)은 내지 않았는데요. 그 결과 AI 개발을 위한 막대한 컴퓨팅 비용을 마련할 길 없던 오픈AI의 샘 알트만은 비영리단체라는 정체성에 변화를 꾀합니다. 2019년 3월 영리법인을 만들어 MS의 투자를 받은 건데요. 이후 오픈AI는 비영리단체와 영리법인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형태로 운영됩니다. 결과적으로 MS의 영리법인 투자를 바탕으로 챗GPT가 탄생했습니다. 오픈AI는 글로벌 AI 기술의 선두주자로 우뚝 섰고요. 그럼 샘 알트만이 역시 옳았나요? 뒤늦게 쏟아지는 머스크의 오픈AI 비판은 배 아픈 자의 딴지일 뿐일까요?인공일반지능(AGI)이란 목표여기서 잠깐. 오픈AI가 밝힌 그들의 사명이 뭔지 아시나요? ‘안전하고 유익한 인공일반지능(AGI)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그냥 AI가 아닌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라는 데 주목하세요! AGI란 진짜 인간 수준의 강력한 AI입니다. 인간이 하는 어떠한 지적 활동도 성공적으로 할 수 있는, 스스로 생각하는 AI를 가리키죠. 물론 AGI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개발될 수 있을지도 아무도 모르죠. AGI 자체가 도달 불가능한 비현실적인 꿈이라는 회의론도 많습니다. 비판론자들은 AGI를 두고 ‘AI 개발자들이 신이 되려고 한다’고 꼬집기도 하죠. 하지만 구글과 오픈AI를 포함한 여러 기관이 AGI 개발을 목표로 이미 달리고 있습니다. 오픈AI가 GPT-4 같은 거대언어모델(LLM)을 연구한 것 역시 LLM이 AGI로 가기 위한 유망한 경로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약 AGI가 진짜 나온다면 그건 환영할 만한 일일까요? AI가 의식이 있고 스스로 생각한다는 건 달리 말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다는 뜻입니다. 일단 AGI가 한번 나오면 그걸 되돌릴 수도 없게 될 겁니다. FT 칼럼에선 AGI를 ‘신과 같은 AI’라고 부르더군요. 만약 그렇다면 ‘터미네이터’ 시리즈나 ‘2001:스페이스오디세이’ 영화처럼 인간을 초월한 능력을 가진 통제 불가능한 AGI가 인류 문명을 파괴하게 되진 않을까요.상상력이 지나친 거 아니냐고요? 꼭 그렇게만 볼 일이 아닙니다. 오픈AI가 왜 ‘안전하고 책임감 있는 AI 개발’을 그토록 강조할까요. 샘 알트만은 왜 “AI가 두렵다”고 말할까요. 실제로 안전하지 않을 가능성이 꽤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2016년 머스크와 알트만, 두 사람이 사이가 좋았을 때 나눈 대담이 있는데요. 그때도 머스크는 “인류의 미래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기술은 AI”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누군가가 나쁜 방식으로 강력한 AI를 사용하는 것은 인류에 큰 위험”이라고 경계했는데요. 동시에 “AI기술이 소수의 손에 집중되지 않도록 퍼뜨리기 위해” 오픈AI는 개방형 AI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죠. “미래에 (AI로 인한) 실존적 피해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픈AI가 비영리단체로 운영돼야 한다고 설명했고요. 정리하자면 AGI를 가장 먼저 개발해서 이를 모두에게 공개해 ‘AI 기술의 민주화’를 달성하겠다는 게 애초에 오픈AI의 설립 취지입니다. 순수하면서도 이상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오픈AI를 보면 어떤가요? 오픈AI가 지난달 GPT-4를 공개한 뒤 전문가들은 상당히 실망했는데요. 연구와 특허를 공개한다는 당초 설명과 달리 GPT-4 훈련 데이터에 대한 세부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오픈AI측은 ‘경쟁사 대비 회사의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오픈AI가 ‘클로즈드소스’가 됐다는 머스크 비판이 영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은데요. 그럼 샘 알트만의 오픈AI는 머스크 말대로 위험한가요? 유연한 이상주의자, 샘 알트만샘 알트만은 여러모로 머스크와 참 다릅니다. 일단 성격부터 그렇죠. 그의 중학교 교장이 월스트리트저널에 밝혔듯이 그는 “똑똑할 뿐 아니라 매우 사교적”인 인물이거든요. 적어도 머스크처럼 괴팍하진 않은가 봅니다. 샘 알트만 본인도 비슷한 말을 했는데요. 최근 팟캐스트에서 머스크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그는 얼간이(jerk)”라면서 “그는 나랑은 맞지 않는 스타일이다”라고 솔직히 말했죠. 자금 부족으로 좌초 위기에 놓였던 오픈AI를 되살린 그의 경영능력도 인정할 만한데요. 2019년 영리법인 설립 직전 알트만이 정부자금 지원을 받거나 코인을 출시해서 돈을 마련하는 방법까지 고민해야 했을 정도로 오픈AI 자금사정은 어려웠다고 하죠. 영리법인을 만들고 MS와 손잡으면서 그는 여러가지 ‘안전장치’를 많이 뒀습니다. 일단 오픈AI 영리법인은 투자자의 이익을 제한합니다. 투자자는 투자금의 100배까지만 수익을 올릴 수 있고요. 그 이상은 다 비영리단체로 귀속됩니다. 또 알트만과 MS CTO가 포함된 ‘합동안전위원회’를 만들어서, 만약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오픈AI와 MS 제품 배포를 중단할 수 있게 했습니다. 알트만 본인이 영리법인 지분을 단 1주도 갖고 있지 않은 것도 특이한데요. ‘강력한 AI모델 개발의 원동력이 돈이 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평소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합니다.오픈AI의 공동창립자인 피터 틸은 알트만을 높이 평가합니다. “이상주의의 스킬라와 야망의 카리브디스 사이에서 이보다 더 나은 길을 찾는 사람은 없다”고 WSJ에 얘기했죠(스킬라와 카라브디스는 모두 그리스 신화 속 괴물, 영어에선 딜레마적 상황을 의미). 원칙에서 너무 많이 벗어나진 않는 선에서 유연하게 상황에 대처하는 경영자란 뜻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오픈AI 내부에선 MS와 손잡은 알트만의 행보에 대한 비판이 있었습니다. AI안전 책임 부사장이었던 다리오 아모네이가 대표적인 인물이죠. 아모네이는 결국 핵심 연구원들을 데리고 나가 AI스타트업(안트로픽)을 차렸습니다. 이를 두고 “안전한 AGI에 도달하는 방법에 대한 의견이 서로 달랐다”고 알트만은 설명하는데요. AI 개발의 안전을 위한 까다로운 원칙(비영리, 연구와 특허 공개 등등)을 철저히 따르면서 기술을 개발한다는 게 쉽지 않은 미션인 건 분명해 보입니다.AI 인간? 보편적 기본소득?샘 알트만 입장에선 MS와 손 잡은 건 오픈AI의 고귀한 사명 달성을 위한 약간의 전략 변화였을 겁니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에겐 오픈AI가 초심을 잃고 변했다고 비판하기엔 충분한 근거가 됐죠. 지난 17일 방송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머스크는 “오픈AI는 AI가 거짓말하도록 훈련시켰다”고 비난했는데요. 자신이 오픈AI 설립을 주도한 이야기를 하며 “나는 이것을 만들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쏟았는데, 내가 눈을 떼자 그들은 소스를 폐쇄하고 분명히 영리를 추구하고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우주의 본질을 이해하고 진리를 추구하는 AI, 이른바 ‘트루스(Truth)GPT’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본격적으로 오픈AI와 AI기술 개발을 두고 경쟁하겠다는 건데요. 한번(오픈AI) 해봤으니, 두번도 못할 건 없긴 합니다. 머스크는 자신이 AGI의 무서운 파워를 감당할 만한 인물이라고 자신하는 것 같은데요. 그런데 머스크가 AI 개발을 맡기기에 믿을 만한 인물일까요? 머스크가 추구하는 AI기술의 방향을 파악하려면 그가 과거에 밝혔던 미래 구상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2016년 대담에서 누군가가 강력한 AI를 나쁘게 쓰는 위험을 막기 위해 우리가 뇌에 AI 칩을 박고 ‘AI인간’이 돼야 한다고 밝혔죠. “우리가 집단적으로 AI가 되면 사악한 독재자나 AI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인데요. 뭔 뚱딴지 같은 얘기인가 하실 수 있는데, 이미 머스크는 뇌 연구 스타트업 ‘뉴럴링크’를 운영 중입니다. AI 칩을 인간의 뇌에 이식해서 컴퓨터와 연결하겠다는 연구를 여전히 하고 있는데요(단, 인체실험은 지난달 FDA가 승인 거부함). 터미네이터의 디스토피아를 피하려면 뇌에 칩을 꽂고 AI인간이 되는 게 최선이다? 이런 머스크의 생각에 얼마나 동의하시나요. 그럼 샘 알트만이 생각하는 AI 기술의 최종 비전은 뭘까요? 그는 “기계가 사람들을 자유롭게 하여 더 창의적인 일을 하도록 하는 새로운 세계 질서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보편적 기본 소득’을 주장하는데요. 진보한 AI 기술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건 막을 수 없으니 웬만한 노동은 AI한테 시키고 사람은 다른 창의적인 걸 하면 된다는 겁니다. 어떠신가요. 우리가 꿈꾸는 미래상인가요? 글쎄요. 요제프 바이첸바움 박사(딥다이브에서 ‘일라이자 효과’를 설명하며 소개한 바 있음) 대담집 ‘이성의 섬’에 나오는 대목을 소개하며 마무리합니다. “컴퓨터가 습관적인 일을 떠맡고 인간들에게는 ‘보다 고차원적인 일들’을 맡긴다는 주장이 있어요. (중략) 맥도널드 계산대에 앉아 있는 사람이 자판에 햄버거 그림이 장착되어 있어서 더 이상 숫자를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보죠. 그림 자판만 정확히 누르면 컴퓨터가 필요한 모든 일을 알아서 처리하는 거예요. 그렇다면 계산대에 앉은 젊은 남자가 횔덜린(독일 시인)과 셰익스피어를 생각한다고 상상해봅시다. 컴퓨터가 습관적인 일을 떠맡았으니까요. 하지만 이는 말도 안 되는 소리에요. 동화일 뿐이죠. 어쩌면 동화보다 신화라고 해야 할 거예요. 신화는 언제나 어떤 신비로운 분위기에 둘러싸이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믿으니까요.” By.딥다이브‘인간 수준의 AI’를 개발한다는 오픈AI의 목표에 동의하시나요? 솔직히 저는 무엇을 위한 기술 개발인지를 모르는 채 기술 자체에 너무 심취돼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드는데요. 일론 머스크와 샘 알트만 관련한 주요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일론 머스크와 샘 알트만은 ‘안전한 인공일반지능 구축’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비영리단체 오픈AI를 2015년 설립했습니다. 인간 수준의 AI를 개발하되 이 기술을 모두에게 공개해 AI 기술을 민주화한다는 계획이었습니다.-머스크는 자신이 CEO가 돼서 이끌겠다는 요구가 거부되자 2018년 오픈AI를 떠났습니다. 이후 오픈AI는 재원 마련을 위해 영리법인을 만들고 MS와 손잡았습니다. 그리고 챗GPT 탄생으로 AI 선두기업으로 올라섰습니다.-MS와 손잡은 건 ‘비영리’와 ‘오픈소스’라는 원칙에서 어긋난 거 아닐까요. 머스크뿐 아니라 전 오픈AI 부사장도 이를 두고 알트만과 갈등을 빚었습니다. 하지만 영리기업 투자자의 수익을 제한하는 등 어느 정도 안전장치를 뒀다는 평가도 있습니다.-머스크는 ‘트루스GPT’를 만들겠다며 AI 기술 개발에 도전장을 내밀었는데요. 최종적으로 뇌에 칩을 심은 ‘AI 인간’을 만들겠다는 머스크를 믿어도 될까요. 아니면 ‘보편적 기본소득을 받는 자유롭고 창의적인 인간’이라는 알트만의 비전이 더 신뢰할 만한가요.*이 기사는 2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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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슬라발 실적쇼크에 뉴욕증시 흔들[딥다이브]

    테슬라발 실적쇼크가 뉴욕증시를 흔들었습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모두 하락했습니다. 다우지수는 0.33%, S&P500 0.60%, 나스닥은 0.80% 하락으로 마감했군요. 전날 장 마감 직후 테슬라가 1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요. 매출(233억2900만 달러)은 1년 전보다 24.4% 늘었는데, 순이익(25억1300만 달러)은 24.3% 감소했습니다. 차량 가격을 공격적으로 인하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한 겁니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 CEO는 ‘박리다매’ 전략을 고수하겠다고 밝혔는데요. 머스크는 “우리는 더 많은 판매량을 추구하는 것이 더 적은 양과 높은 마진 쪽보다 옳은 선택이라고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게다가 이날 추가로 주요 모델 가격을 더 내렸죠. 올해 들어 총 6차례나 가격을 인하한 겁니다. 애널리스트들은 테슬라 투자등급과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했는데요. JP모건은 테슬라 투자의견을 ‘비중축소’로 제시했고요. 웰스파고는 목표주가를 190달러에서 170달러로, 모건스탠리는 220달러에서 200달러로 낮췄습니다. 결국 20일 테슬라 주가는 9.75%나 폭락한 162.99달러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올해 1월 26일 이후 약 석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밀려난 겁니다. 하필 이날 스페이스X의 대형 우주선 ‘스타십’까지 첫 시험비행에 실패해서(공중 폭발), 머스크에겐 우울한 날이 되었습니다.이날 AT&T도 주가가 10.41%나 폭락했는데요. 예상치에 못 미치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한 탓이었습니다. 특히 AT&T는 1분기 잉여 현금흐름이 10억 달러라고 밝혔는데, 월가 예측치(30억2000만 달러)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였죠. AT&T가 가입자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가 미끄러지고 말았습니다. 기업 실적에 경기침체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는 건데요. 모건스탠리는 20일 낸 보고서에서 “실적에 대한 도전으로 인해 미국 주식에 상당히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동안 1분기 기업 실적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미국 증시 상승을 이끌었지만, 실제로는 어닝쇼크가 이어질 수 있다고 본 겁니다. 미 연준이 상당기간 고금리를 유지하거나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점도 증시엔 부담인데요. 모건스탠리는 연준의 통화정책이 2분기 미국 경제성장률 하락과 겹치면서 상장기업엔 더 강력한 실적 압박으로 작용할 거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놨습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2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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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호 받은 K-게임, 마냥 환호하기 어려운 이유[딥다이브]

    ‘중국 문 열린다’, ‘한한령 풀렸다’, ‘만리장성 넘는다’.한국 게임산업과 관련해 이런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요. 중국이 지난해 12월에 이어 올 3월에도 게임서비스 허가권인 ‘판호(版號)’를 여러개 발급하면서 한국 게임의 중국진출이 다시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게임이 한국을 대표하는 콘텐츠 수출품이라는 건 잘 아실 텐데요. 2017년 사드(THAAD) 배치를 이유로 중국은 한국 게임에 판호 발급을 거의 중단하다시피 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한국 게임산업을 얘기할 땐 ‘과연 언제쯤 판호가 풀릴까’가 주요 화두였는데요. 이제 판호도 풀렸다니까 그럼 K-게임이 ‘판호 훈풍’을 타고 날아오를 일만 남았을까요? 게임 산업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위원과 중국 게임시장과 K-게임을 주제로 인터뷰했습니다.*이 기사는 1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너무 조였나? 느슨해진 중국 게임정책―중국이 한동안 거의 외자판호 발급을 안 하다가 이번에 한국 게임이 여러 개 판호를 한꺼번에 발급했습니다. 중국이 왜 게임시장 정책을 바꾼 건가요?“중국 게임시장이 2010년대 초반 이후 엄청난 고성장을 했습니다. 기존 PC게임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전환되면서 시장이 갑자기 커진 거죠. 그렇게 2010년대 중반까지 급성장하자, 시장 성장이 너무 빠르다며 속도조절을 하면서 판호 발급을 조절하기 시작했고요. 그러면서 중국 게임시장 연평균 성장률이 10% 정도로 맞춰졌어요. 그런데 워낙 판호가 안 나온 지 오래되다 보니 콘텐츠가 부족해졌죠. 그래서 지난해 중국 게임시장이 급격하게 둔화되기 시작합니다. 지난해 성장률이 -10%로 역성장을 했거든요. 여기에 당국자들도 깜짝 놀란 겁니다. 아무리 속도조절을 했어도 10%나 역성장이라니 너무 심한 거죠. 그래서 이제 다시 좀 돌리자면서 콘텐츠를 적극 적극적으로 공급하기 시작한 게 지난해 말 이후 상황입니다.”―그래서 이제 한국 게임도 좀 들어오라고 한 거군요. 중국이 2021년엔 청소년의 평일 게임을 금지한다(주말에 1시간만 게임 가능)는 매우 충격적인 게임 규제책을 내놨었는데요. 이런 것도 풀렸나요? “아니요. 그건 똑같이 가고 있습니다. 양방향으로 생각하면 되는데요. 청소년이 게임하는 걸 중국에선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서 청소년 규제는 지속적으로 가고요. 오히려 이걸 우회하려는 청소년들이 많은데, 우회를 막는 기술을 더 보완하라는 말을 꾸준히 합니다. 지금은 청소년 이외에 성인들이 하는 게임시장을 되살리자는 기조입니다.”중국에선 한물 간 MMORPG―중국 게임시장에선 어떤 게임이 인기 있나요? 한국에서 인기 있는 MMORPG 장르는 중국에선 한물 갔다던데요. “국내에선 MMORPG(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 대표적으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가 있다)작품들이 인기 최상단을 차지하는데요. 중국도 2010년대 중반 MMORPG 시대가 있긴 했습니다. 한 3~4년 정도였는데요. 이후 빠르게 MMORPG 인기는 사그라들었고요.지금은 LOL(리그 오브 레전드)을 모바일로 하는 것과 비슷한 류의 게임이 중국에선 굉장히 인기가 많습니다. AOS 장르라고 하는데요. 이쪽 작품이 매출 최상단에 위치하고요. 그 다음으로는 모바일 총 게임(FPS 장르)이 있고, 그 다음이 수집형 RPG입니다. 그 중에서도 요즘 비중이 계속 커지면서 인기가 올라오는 건 ‘서브컬쳐 수집형 RPG’인데요. 애니메이션이나 미소녀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게임입니다. 2010년대 초반엔 서브컬쳐 장르의 매출 비중이 1%에 불과했는데, 현재는 10%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그 서브컬쳐라는 장르가 흥미롭더라고요. ‘말딸’이라고 부르는 카카오게임즈의 ‘우마무스메’도 그런 장르이던데, 미소녀를 수집하는 듯한 게임이죠? 애니메이션 느낌도 나고요. 이 서브컬쳐 장르의 특징은 뭔가요? “서브컬쳐 장르는 일단 캐릭터가 매우 귀엽고요, 무엇보다 스토리가 있습니다. 우리가 ‘IP(지식재산권)’ 파워를 이야기하면서 리니지 같은 게임의 IP파워가 크다고 언론에서 많이 얘기하는데요. 곰곰히 생각해보면 리니지 같은 게임을 하는데 스토리에 집중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거의 없죠. 캐릭터를 빨리 키우고 강해져서 보스를 깨겠다는 생각만 하니까요. 그러나 우마무스메나 국내에서 출시했던 ‘에버소울’, 글로벌리 인기 있는 ‘원신’ 같은 작품을 보면 캐릭터마다 서사가 있습니다. 그 세계관의 스토리가 있고요. 그래서 그 스토리를 전개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며 플레이하는 게이머가 많죠.”―방금 얘기하신 ‘원신’은 중국 게임인데 상당히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요? “평균적으로 원신이란 게임의 일매출이 80억원 이상으로 저는 추정합니다. 연간 3조원 정도 매출이 나오는 거죠. 게임사가 30% 정도 가져간다면 1조원 정도 영업이익을 가져다 주고요.” ―그런 게임사는 개발비도 엄청 많이 투입한다고 하더라고요. “원신을 예로 말씀드리면 초기 개발비로 1억 달러가 들어갔고요. 이후 콘텐츠 보강비용만 해도 연간 2억 달러씩 쓰고 있습니다.” ―그래도 매출이 워낙 크니까 개발비를 다 회수할 수 있네요.“어마어마하게 많이 남는 장사죠.” ―그런데 어떻게 매출을 그렇게 올리나요? 게이머들이 뭔가를 계속 사게 만드나요? “캐릭터를 모으는 거죠. 이런 서브컬쳐 수집형 RPG를 보면 캐릭터들이 처음엔 20개 정도로 시작하는데, 꾸준히 한달에 하나 또는 분기에 하나씩 추가 됩니다. 그렇게 30개, 40개로 늘어나는데 그 캐릭터마다 매력이 다르고, 강점을 가진 영역-공격력, 방어력 등-이 다릅니다. 그래서 캐릭터를 잘 조합을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더 좋은 캐릭터를 뽑으려고 돈을 쓰고요. 일반적으로 캐릭터를 한번 뽑은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레벨업을 시켜줘야 합니다. 보통 등급을 올리기 위해서는 그런 캐릭터가 중복으로 필요한데, 그래서 그 캐릭터가 또 나올 때까지 계속 뽑는 겁니다. 그렇게 일반적으로 매출이 발생합니다.”가벼운 모바일 게임이 대세―중국 게임 시장에 대한 보고서 쓰신 거를 보니까 한국과는 많이 다르구나 싶더라고요. 두 가지가 눈에 띄었는데요. 하나는 게임을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게임 캐릭터가 성장하게 하는 방치형 게임이 많다는 거고요. 다른 하나는 위챗 같은 메신저를 통해서 친구들과 게임을 같이 한다는 것도 특이했고요. “국내 게임업계는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게 MMORPG 작품이고, 이걸 하는 사람들은 ‘헤비’한 유저들이거든요. 정말 많은 시간을 게임에 쏟고 정말 많은 돈을 지불하는 사람을 헤비유저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매우 소수이죠. 그러나 게임사들은 지금까지 이 소수의 헤비 유저만 잘 타게팅했어도 먹고 사는 데 문제가 없었던 거죠. 왜냐하면 그 시장이 계속 성장을 했으니까요. 중국은 좀 다른 게 이런 헤비유저가 메인 타깃이 아니에요. ‘중위 유저’라고 하는 월 수십만원~ 수백만원 정도 매출을 올려줄 수 있는 중간층이 메인인데요. 그런 유저들이 하는 작품은 대부분 MMORPG가 아니라 캐주얼 게임이나 방금 말씀드린 수집형 RPG 같은 류의 게임입니다. 그리고 중국인들은 게임을 할 때 친구들과 같이 하는 걸 좋아합니다. 커뮤니티 요소인 위챗의 미니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는 이유이죠. 누군가와 같이 깨 가는 데서 재미를 느끼는 거라서 ‘나 혼자 강해져서 빠르게 보스를 잡고 스테이지를 클리어 하겠다’는 희열은 약하거든요. 그래서 같이 하는 캐주얼 게임이 인기 있고요. 또 모바일 게임을 많이 하는데요. 국내의 헤비한 게임들은 폰으로 즐기기 어렵죠. 중국인들은 대부분 하루 1~2시간 정도, 이동할 때 간편하게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주로 합니다. 좀더 캐주얼하고 라이트하게 즐길 게임을 찾게 되고, 그런 걸 도와주는 게 방치형 요소이죠. 하루에 한두 번만 접속을 해도 게임 캐릭터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모습 때문에 인기를 끌게 됩니다.” ―한국에선 정말 많은 시간과 돈까지 쏟아부어야만 게임을 잘 할 수 있는 구조인데, 그러면 게임하는 게 피곤하잖아요. 이와 달리 중국은 라이트한 유저가 대부분이니까 게임산업 저변은 더 넓겠군요. “훨씬 더 넓습니다. 정확한 조사가 나온 건 없지만, 인구 대비 게임하는 유저 비중 자체가 국내보다 훨씬 높을 겁니다. 중국에 가면 직업병처럼 대중교통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게임을 하는지를 살피는데요. 중국은 생각보다 굉장히 많이 합니다. 체감상 한국의 2배, 3배 정도에요.”K-게임은 대박 낼 수 있을까―말씀하셨듯이 국내 게임사는 여전히 MMORPG 장르 위주인데요. 그럼 중국 게임시장을 공략하기엔 어려운 건가요? 판호를 열어줬다고는 하지만, 이제 국내 게임이 중국 시장에서 잘 안 먹히게 생겼으니까 중국도 마음 놓고 이제 들어오라고 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아무래도 MMORPG 작품들이 중국에서 잘 할 수 있는 확률은 낮은 것 같습니다. 기존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이 중국에 가서 시장에서 정말 관심이 높았는데요(2022년 4월 중국 출시). 막상 보니까 흥행을 못하고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거든요. 다른 MMORPG라고 해서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중국에서 정말 큰 인기를 끌었던 ‘던전앤파이터’ IP나 ‘블레이드&소울’ IP 정도는 가능성이 있는데요. MMORPG 장르 중 다른 IP의 일반적인 게임이 중국에 간다고 갑자기 잘할 수 있다? 이건 너무 장밋빛 전망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히려 중국에서 성장하는 장르를 메인으로 영위하는 국내 게임사가 잘 할 수 있을 거고요. 대표적인 곳이 넥슨게임즈입니다.”―어떤 면에서 유망하게 보시는 건가요? “국내에서 서브컬쳐 수집형RPG로 가장 잘하는 게임사가 2곳인데요. 첫번째가 넥슨게임즈의 MX 스튜디오, 두번째가 ‘니케’를 개발한 시프트업입니다. 시프트업은 아직 상장사는 아니고요. 넥슨게임즈의 ‘블루아카이브’라는 IP가 나온 지 2년이 좀 넘었습니다. 2년 전 일본에서 처음 출시됐는데요. 일반적으로 게임이 출시된 뒤엔 매출이 꺾이거든요. 그런데 정말 잘 되는 게임들은 점차 스토리와 IP 매력에 사람들이 빠져들어서 2차, 3차 창작물까지 나오고 이걸 공유하면서 하나의 문화가 됩니다. IP파워가 이렇게 생기는 거죠. 이게 일본에서 생기기 시작해서 블루아카이브는 첫 1년 성적보다 2년째 성적이 더 좋고 지금도 쭉쭉 올라오고 있거든요. 일본에서 IP파워를 입증한 상황에서 중국 지역으로 판호를 받아 확장되는 시기이고요. 저는 중국에서도 상당히 큰 가능성이 있을 걸로 판단합니다.”―판호는 받았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출시는 안 된 상황이군요.“2018년 이후 외자판호를 받은 게임의 출시시기를 평균적으로 내보면 판호를 받고 9~10개월 정도 걸리거든요. 그래서 빠르면 올해 3분기, 늦으면 올해 말~내년 초 출시할 걸로 보입니다.” ―그런데 아까 그 펄어비스 사례처럼 기대가 컸는데 중국시장에서 생각만큼 인기가 없으면 주가가 엄청나게 빠지겠네요. “그렇죠. 그때도 중국에서 출시 뒤 생각보다 반응이 없자 단기간에 30%가 빠졌고요. 그 이후에도 계속 하락을 지속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중국 시장이 다시 열린 건 엄청난 기회이지만, 여기서 기대하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 그 기업 주가는 확 꺾일 수 있겠네요. 국내 게임 업계엔 중국시장과 관련한 큰 숙제가 생긴 셈이군요.“일반적으로 게임 출시 전에 잡히는 시장의 컨센서스가 낮지 않기 때문에 기대치 이상을 한다는 게 그렇게 쉽지는 않습니다. 예전엔 외자판호를 한국 게임사가 받았다고 하면 그 기업뿐 아니라 게임 업종 자체가 전체적으로 주가가 올랐어요. 판호 받은 업체는 20~30%, 다른 게임사도 10%씩 올랐는데요. 이번에 지난해 12월, 올해 3월 판호를 받고 나서는 시장 반응이 그렇게까지 높진 않았어요. 못 받은 게임사는 거의 오른 게 없고, 판호를 받은 게임사도 10%대 초반 정도 오른 게 다였는데요. 기존에 중국에 갔던 게임들이 성과를 별로 내지 못하다 보니 기대감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이런 기대감과 게임업종의 밸류에이션이 올라올 수 있는 시나리오는 올해 출시될 넷마블이나 넥슨게임즈의 중국 진출작들이 흥행 성과를 보이는 거죠. 그렇다면 ‘한국 게임사가 생각보다 가능성 있네’라고 여겨서 주가 모멘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게임주 투자자들을 위한 조언을 한마디 해주신다면? “저는 게임시장이 전체적으로 좋아지는 국면으로 가고 있다고 봅니다. 첫번째로는 중국 시장의 재개방이 당연히 긍정적이고요. 두번째로는 생성형AI가 화두잖아요. 생성형AI가 도입된다면 (게임개발) 비용이 많이 절감될 수 있고요. 게임의 퀄리티를 높여주는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2~3년을 봤을 때 게임 업종이 지금 좋아지고 있는 국면은 맞는데요. 그럼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 중요한 부분은 지금처럼 중국에서 판호를 발급 받는 것 같은 이벤트가 생기면, 이 신작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됩니다. 이 구간에선 모멘텀을 잘 따라가고요. 게임이 출시되기 직전에는 컨센서스가 ‘이 게임이 굉장히 잘할 것’이라고 높게 잡힌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리스크 테이킹을 어디까지 하느냐가 중요한데요. 게임이 무조건 성공한다고 베팅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투자) 비중을 축소해서 리스크를 분산시키기를 추천하고요. 그 다음 게임이 출시된 이후에 게임이 정말 잘 돼서 다음 분기와 다음 연도 실적에 얼마나 기여를 할지 계산이 나오면 다시 한번 접근하는 걸 추천합니다.” By.딥다이브게임 좀 하시나요? 저는 사실 겜알못이라 이번 인터뷰 내용이 다 새로웠는데요. 하면 할수록 빠져드는 스토리가 있는 게임이라니, 한번 해보고 싶어집니다. 임희석 연구위원님의 게임산업 인터뷰 주요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중국 정부가 지난해 역성장한 게임 시장을 다시 되살리기 위해 판호 발급을 늘렸습니다. 한국 게임 산업엔 분명 기회입니다. ―그동안 중국 게임 시장엔 엄청난 변화가 있었습니다. 장르 면에서도 MMORPG 인기는 한물 갔고 최근에 빠르게 뜨고 있는 건 ‘서브컬쳐’ 장르입니다. 세계관과 캐릭터 서사에 빠져들게 만드는 스토리가 있는 게임입니다. ―‘헤비 유저’의 엄청난 현질(게임아이템 구입)에 의존하며 MMORPG 장르에 편중돼있던 국내 게임사들 입장에선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가 쉽지 않아졌습니다. 단순히 판호를 받은 것 말고, 중국에서 먹힐 만한 게임을 만드냐 아니냐가 게임사 주가를 좌우할 겁니다.*이 기사는 1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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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 때문? 알파벳 주가 급락-MS는 상승[딥다이브]

    우울한 실적 시즌이 될 거란 예상이 현재로선 빗나갔습니다. 미국 기업의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괜찮게 나오면서 17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가 강보합세를 보였습니다. 다우지수 0.3%, S&P500 0.33%, 나스닥지수 0.28% 상승. 지난주 미국 대형은행들(JP모건체이스, 시티그룹, 월스파고)이 예상을 웃도는 호실적을 발표했는데요. 17일 미국 최대 증권사 찰스슈왑도 예상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내놨습니다. 1분기 순이익이 14% 증가했다는데요. 다만 고객 예치금은 1년 전보다 30% 감소했다는군요. 그래도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사태 이후 찰스슈왑도 위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는데 위기설은 가라앉히게 됐습니다. 찰스슈왑 주가는 이날 3.94% 상승. 반면 스테이트 스트리트는 기대치에 못 미치는 부진한 실적(순이익 9% 감소)을 발표하며 이날 주가가 9.18% 급락했습니다.일단 실적시즌 출발은 그리 나쁘지 않은데요.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1주차에 보고된 1분기 기업실적은 90%가 예상치(주당순이익 추정치)를 웃돌았습니다. 2012년 이후 가장 좋은 출발이라고 합니다. BOA는 “3월 이벤트(은행 공포)가 일시적이라는 추가적인 증거가 나온다면, 현재의 실적 전망치가 너무 낮은 것일 수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이번주엔 은행 중에선 뱅크오브아메리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실적이 공개될 예정입니다. 기술 기업 중엔 테슬라, 넷플릭스, IBM이 이번주 실적 발표 예정이고요. 1분기 실적과 함께 기업들이 내놓을 2분기 실적 가이던스에 따라 주가가 영향을 받을 전망입니다. 이에 대해 모건스탠리의 주식전략가 마이크 윌슨은 역시나 비관적인데요. “다음 분기엔 실적 전망치 하향이 실질적으로 가속화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이날 눈에 띄는 종목은 구글 모기업 알파벳인데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검색엔진을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빙(Bing)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주가가 2.66% 하락했습니다. 반면 MS 주가는 0.93% 올랐죠. 뉴욕타임스의 16일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현재 연 30억 달러(약 3조9600억원)를 지불하며 구글 검색 서비스를 갤럭시 스마트폰에 적용하고 있는데요. 삼성전자가 이를 MS 빙으로 갈아타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지난달 전해지면서 구글 내부가 패닉에 빠졌다고 합니다. 물론 아직 협상은 진행 중이고요. 진짜 갈아탈지, 구글에 남을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일단 구글은 크게 자극 받아 AI 기능을 추가한 새로운 검색엔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군요. 챗GPT가 일으킨 파장이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지 흥미진진합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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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Z세대에 ‘기술 수치심’을 준다? 애증의 기기, 프린터[딥다이브]

    ‘기술적 수치심(Tech Shame)’이란 말을 들어 보셨나요? 단어 그대로 기술 사용법을 잘 몰라서 수치심마저 느낀다는 건데요. 최근 미국에서는 직장 생활을 시작한 Z세대(1995년~2012년생)가 의외로 기술적 수치심을 느낀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Z세대?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문화를 경험했다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세대가 왜? 이런 의문이 생기는데요. 좀더 깊이 들여다 보면 단순히 Z세대의 특징으로 보긴 어렵기도 합니다. 오히려 세대 공통의 이슈랄까요. 그래서 오늘은 좀 색다르지만 익숙한 주제를 딥다이브 해보겠습니다. 바로 ‘프린터’입니다.*이 기사는 1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Z세대엔 너무 복잡한 사무기기IT 전공자인 22세 에리카 록은 사이버 보안회사에 인턴으로 취직했습니다. 상사는 그에게 사무실에서 몇가지 서류를 인쇄한 뒤 서명하라는 업무를 지시했는데요. 자신감 있게 프린트를 시작한 그는 이내 당황했습니다. 인쇄가 되지 않았거든요. 프린터의 터치스크린 화면을 두드려 보고, 잉크를 찾아보고, 전원이 연결됐는지를 점검하며 부산을 떨던 끝에 마침내 문제를 발견했습니다. 용지가 없었던 거죠. 그는 워싱턴포스트에 “그걸 알아내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 당황스럽다”고 말했습니다. 25세 뉴요커인 아레트 베밀러는 평생을 온라인에서 보냈습니다. 하지만 홍보담당자로 취업한 뒤 사무실에서 시도한 첫번째 복사 작업은 큰 어려움을 안겨 줬죠. 그는 가디언에 “계속 빈 페이지로 나왔고, 그게 작동하려면 기계에 종이를 거꾸로 넣어야 한다는 걸 깨닫는데 한참 걸렸다”면서 “스캐너와 복사기는 너무 복잡하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그는 복사실의 베테랑인 나이든 직원들과 친해지는 식으로 살길을 찾았습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22세 데미안 앤드류스는 얼마전 몇가지 서류를 팩스로 보내달라는 직장동료 요청을 받았지만 다른 사람을 찾아보라며 거부했습니다. 그는 뉴욕포스트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웹사이트가 필요하다면 제가 직접 전체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서 세 개를 팩스로 보내라고 하면 구글에 검색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여전히 팩스를 보내고 있는지도 몰랐습니다.”어떻게 보셨나요? 최근 한두달 사이에 미국과 영국 언론에서 다룬 Z세대 관련 기사에 나온 사례들입니다. 한마디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Z세대가 프린터∙스캐너∙팩스∙복사기 같은 고전적인 사무 기술과 씨름하고 있다는 겁니다. 뚱뚱한 데스크탑 PC와 모니터(어디에 전원 버튼이 있는지 찾기 어려움), 그리고 유선전화(외부 전화를 하려면 ‘9’를 눌러야만 함) 역시 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안겨주는 요인이죠. 이에 대한 나름의 원인 분석도 나옵니다. Z세대가 익숙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는 사용법이 매우 직관적입니다. 손가락으로 누르거나 옆으로 넘기면 바로 다 작동하죠. 설명서 따위는 필요 없습니다. 그런 IT 기기만 다루던 Z세대 입장에선 사무실 곳곳에 놓인 거대한 사무용 복합기는 엄청나게 복잡하고 알 수 없는 구형 기계인 겁니다. 일일이 구글에서 사용법을 검색해보지 않으면 도저히 사용법을 알 길이 없죠. 마치 고대 유물을 접한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문제는 직장에선 Z세대가 기술 면에서 아주 능숙할 거라고 기대한다는 겁니다. 일종의 과대평가인데요. 그리고 본인들도 그걸 알고 있죠. 그래서 나온 말이 ‘기술적 수치심(tech shame)’입니다. 기대치가 높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걸 제대로 해내지 못했을 때 부끄러움을 심하게 느끼는 거죠. 지난해 말 휴렛 팩커드(HP) 설문조사 결과가 바로 이런 특징이 잘 보여줬는데요. 전 세계 사무직 근로자 1만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젊은 직원 중 20%는 “기술 문제에 직면했을 때 동료들에게 판단을 받는다고 느낀다”고 응답했습니다. 이에 비해 기성세대 직원은 25명 중 1명(4%)만이 같은 상황에서 그런 식으로 느낍니다. Z세대가 기술에 대한 스트레스가 더 심한 겁니다. 그럼 해결방법은? 일단은 기성세대가 이를 이해하고 Z세대가 당당하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겠고요(‘젊은 애가 이런 것도 못하냐’고 놀리는 것 금지). 근본적으로는 번거롭고 구시대적인 사무기술과의 이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2023년이면 스캐너, 팩스, 복사기, 프린터 없이 일할 수 있는 시대잖아요? 아닌가요?집집마다 프린터가 들어왔다네, 아마도 아직은 아닌가 봅니다. 프린터와 관련한 통계를 찾다가 의외의 사실을 알아냈는데요.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하이브리드 근무(일주일 3일 출근, 2일 재택)이 일반화되면서 놀랍게도 기업의 인쇄비용은 오히려 증가했다고 합니다. 엡손이 지난해 2월 발표한 기업 IT 관리자 설문조사 결과인데요. 무려 응답자의 89%가 “지난 12-18개월 동안 기업의 인쇄 비용이 증가했다”고 답했습니다. 평균 14%가 늘었다는데요. 원격근무가 늘었는데 왜 인쇄 비용이 더 들어갈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위해 집에 프린터를 새로 들여놨기 때문입니다. 기업들은 직원들의 프린터 구입비용을 지원해주거나 아예 프린터를 배송해줬고요. 잉크나 토너 같은 소모품 비용도 대줬다고 합니다. 집에 프린터가 있으면 일이 더 잘 될까요? 핀란드 제지회사 스토라엔소의 지난해 설문조사(유럽 직장인 3400명 대상)에 따르면 재택근무자의 78%는 ‘프린터가 업무 생산성을 높여준다’고 믿는다고 합니다. 응답자의 76%가 집에 프린터를 둘 정도로 이제 프린터가 홈오피스의 일부가 됐다는데요. 이 회사 조나단 베이크웰 부사장은 “가정용 프린터는 한때 사람들의 집에서 별난 것이었지만 지금은 전자레인지만큼 어디에나 있다”고 표현합니다. 그 결과 기업들은 인쇄비용 관리가 골칫거리라는데요. 예컨대 직원들이 회사가 지원한 가정용 프린터로 업무와 관련 없는 것까지 인쇄하면 소모품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으니까요. 이를 모니터링하는 솔루션까지 필요해지는 겁니다. 원격근무로 프린터에서 해방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집집마다 프린터가 자리잡게 될 줄이야. 프린터의 끈질긴 생명력이 놀라운데요. 달리 말해 프린터가 앞으로도 많은 근로자들을 꽤 오랫동안 괴롭힐 수 있다는 뜻입니다. ‘iOS’에만 익숙한 Z세대 또는 알파세대 얘기냐고요? 아니요. 우리 모두요.프린터와의 행복한 공생 방법은쿼라(미국판 지식인)나 레딧(미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Printer Suck’을 검색하면 얼마나 많은 글이 나오는지 모릅니다. ‘왜 이렇게 프린터는 형편없나’는 많은 직장인들이 오래 전부터 가진 의문이었습니다.오죽하면 프린터가 1999년 개봉된 미국의 유명 블랙코미디 영화 ‘오피스 스페이스(Office Space)’에서도 중요 소품으로 등장했을 정도입니다. 잦은 고장으로 짜증을 불러 일으켰던 사무실 프린터를 주인공들이 야구 방망이로 때려 부수는 장면이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이죠. 한낱 사무기기를 사람들이 그토록 미워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프린터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의 표현들이 넘칩니다. 주요 불만 사항을 모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잉크와 토너가 엄청나게 비싼데, 그나마 긴급한 순간엔 바닥나곤 한다.-무선 또는 유선 네트워크가 제대로 연결이 안 되는데 그 이유를 알 수 없다.-컴퓨터 운영체제를 업데이트할 때마다 드라이버가 사라진다.-용지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거나 자꾸 걸린다.-비밀스러운 인터페이스 때문에 고객센터에 가지 않는 한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이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은 프린터가 덩치 크고 돈은 많이 드는데 일은 못하고 수명도 짧은 형편없는 기계라고 생각하는데요. 냉정하게 봐도 프린터는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후집니다. 각 제조업체가 서로 다른 독점적인 드라이버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서로 다른 조건에서 작동하는 방식에 일관성이 없죠. 게다가 요즘 같은 자동업데이트 시대에 걸핏하면 드라이버가 오래돼 사용할 수 없게 되거나, 사라져버리기 일쑤이고요.그럼에도 필요하니까 계속 사는 거겠죠. 실제 지난해 휴렛 팩커드가 미국과 캐나다 근로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었는데요. 재택근무 중 사무실에서 가장 그리웠던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1위를 차지한 게 바로 프린터였습니다(57%가 선택, 복수응답). 동료와의 해피아워(스탠딩 파티)나 무료 점심식사를 제치고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고 합니다. 기왕 프린터를 쓸 거라면 불평하기보다는 관리를 잘 하는 게 먼저라는 조언도 있습니다. 싸구려 모조품 잉크 카트리지를 쓰지 않고, 질이 좋은 용지를 쓰고, 잉크가 마르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청소(퍼지 Purge)를 해주라는 겁니다. 사무실 복합기라면 렌털업체를 통해 관리를 받는 게 가장 심플한 답이고요. 한마디로 돈을 들인 만큼 얻는 게 있는 법입니다. 2010년대 초반, 한국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종이 없는 사무실(Paperless Office)’을 구축하겠다고 나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직원들에게 태블릿PC를 지급하며 종이 없이 회의하는 게 유행이었는데요. 종이 없는 사무실이란 말이 언제부터 나왔는지 아시나요? 무려 48년 전인 1975년 블룸버그 비즈니스 위크가 쓴 ‘미래의 사무실’ 기사에 나왔습니다. 기사에서 조지 페이크 제록스 팔로알토연구소(PARC) 소장은 “1995년 책상 위엔 키보드가 있는 TV디스플레이 단말기가 있을 것”이라고 예언했는데요. 그는 “화면에 있는 내 파일에서 문서를 불러올 수 있고, 메일이나 메시지도 받을 수 있다”면서 “그 세상에서 내가 얼마나 많은 하드 카피(인쇄된 종이)를 원할지 모르겠다”고 내다봤습니다(참고로 제록스 팔로알토 연구소는 그래픽이용자인터페이스(GUI)와 이더넷, 레이저 프린팅을 개발). 다른 건 다 정확히 들어 맞았는데 마지막 예언만 빗나갔죠. 오히려 PC와 저렴한 프린터가 사무실에 도입되면서 직원당 문서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종이 사용은 급증했습니다.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까지 도입된 지금도 ‘종이 없는 사무실’은 도달할 수 없는 비현실적 꿈으로 여겨지는데요. 종이에 대한 애착은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그렇다면 프린터와의 씨름도 계속해야 하는 걸까요. 어쩌면 20년 뒤에도 ‘요즘 신입사원들은 프린터 쓰기를 어려워한다’는 게 뉴스거리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By.딥다이브‘누구도 원하지 않지만 모두가 원하는 프린터’. 지난 2월 이런 제목의 월스트리트저널 기사를 읽으며 프린터에 대한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이 놀라웠는데요. 이번에 Z세대 관련 보도들을 보면서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이토록 중요한 주제인데 왜 그동안 기사 쓸 생각을 못했을까요. 프린터와 관련한 주요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직장생활을 시작한 Z세대들이 고전적인 사무용 기기들과 씨름하고 있습니다. 직관적인 iOS에 익숙한 이들에게 프린터, 스캐너, 복사기, 팩스는 너무나 복잡해서 ‘기술적 수치심’마저 느끼게 합니다.-PC는 물론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까지 보편화됐지만 기업의 인쇄 비용은 오히려 늘어가고 있습니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직원들이 집집마다 프린터를 들여놨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프린터가 있어야 일이 잘 된다고 많은 근로자들은 생각합니다.-동시에 프린터는 돈 많이 들고 고장 잘 나는 골칫거리 기기로 여겨집니다. 형편없는 기계라며 프린터에 화를 내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하지만 1995년이면 올 거라던 ‘종이 없는 사무실’ 시대는 영영 오지 않을 분위기. 프린터와 평화롭게 공생하는 방법을 찾아야겠습니다.*이 기사는 1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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