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1950년 9월 15일 긴박했던 인천상륙작전 현장. 충분히 찍었다고 판단한 사진기자는 수송선으로 돌아가겠다고 알렸다. 잠깐이지만 마거리트 히긴스는 그와 함께 가고 싶은 유혹을 느꼈다. 하지만 가까이에 타자기를 옮겨 놓은 뒤 히긴스는 방파제 안쪽 90cm 깊이의 물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그렇게 취재한 인천상륙작전은 ‘트리뷴’의 1면에 실렸다. 전쟁의 최전선에서 병사들과 함께한 미국 여성 종군기자 마거리트 히긴스의 삶을 지인들의 증언과 자료를 바탕으로 풀어냈다. 그는 6·25전쟁을 취재한 종군기자 300여 명 중 유일한 여성이었다. 전쟁을 안전하게 취재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는 실제 전투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머무르며 참전 군인들과 함께 전투를 치렀다. 그래서 그의 기사에는 이등병부터 총사령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급의 사람들이 느끼는 전쟁의 본질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빼어난 외모로 ‘메릴린 먼로를 닮은 금발의 여기자’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붙지만 저자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그가 취재 전선에서 겪어야 했던 수많은 부조리를 함께 기록했다. 한국, 베트남 등 최전선을 누비며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데 헌신한 종군기자로서의 삶에 초점을 맞췄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우리가 ‘배트맨’ 시리즈의 배경인 ‘고담(Gotham)시’ 안으로 들어간다면 과연 제정신으로 살 수 있을까. 테러, 강도, 살인 청부가 일상이고 마피아와 좀도둑이 우글거리는 곳. 부패한 검찰과 경찰, 테러당하는 판사. 환경미화원의 파업으로 곳곳에 쓰레기가 넘쳐흐르며 쥐들이 우글거리는 곳. 정의는 늘 좌절되는 곳. 무엇보다 약자는 언제나 무관심과 무례함의 대상이 되는 곳. 다음 달 2일 개봉하는 영화 ‘조커’는 미국 DC코믹스 만화에서 혼돈과 악 그 자체로 등장하는 캐릭터 ‘조커’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이자 조커를 잉태한 고담시에 관한 이야기다. 노쇠한 어머니를 모시고 고담시에 사는 광대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은 머레이 프랭클린(로버트 드니로)처럼 유명한 코미디언이 되어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본인은 늘 웃음거리로 전락하는 신세다. 기괴한 웃음을 조절하지 못하는 장애와 경제적 궁핍에 시달리지만 사회복지라는 명목으로 이뤄지는 상담은 지극히 형식적이고 그마저도 지원금 부족으로 끊긴다. 가진 자들과 못 가진 자들 사이에는 서로에 대한 증오가 넘쳐흐른다. “엄마는 제게 늘 웃으라고 말씀하셨어요”라고 하는 플렉의 말은 공허하고 짙은 분장 속 그의 웃음이 늘 울음과 겹쳐 보이는 이유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다크 나이트’(2008년)가 배트맨과 조커를 통해 풀어내는 선과 악의 철학 개론에 가깝다면 ‘조커’는 플렉의 삶을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들여다보는 사회학 개론으로 다가간다. 토드 필립스 감독은 잠수정을 타고 암흑의 심연으로 조금씩 내려가듯 ‘조커’라는 캐릭터를 통해 사회가 후천적으로 만들어내는 악의 기원을 탐험한다. 영화의 말미 마침내 아서 플렉은 사라지고 도심의 소요 한가운데 ‘조커’만 남는 그 순간, 고담시는 곳곳이 파괴되며 무정부 상태에 이른다. 플렉과 고담시를 서서히 망가뜨린 건 지극히 사소한 것들이다. 분노에 찬 사람들을 스스럼없이 ‘광대’라고 부르는 공감의 결여,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등을 돌리는 무례함이다. 필립스 감독은 셰익스피어에서 햄릿을 꺼내 변주하듯 새로운 형태의 코믹스 영화를 만들어냈다. 코믹스 캐릭터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으며 ‘조커’는 올해 열린 제76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슈퍼히어로를 다루는 코믹스 영화가 세계 주요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26일 열린 라이브 콘퍼런스에서 필립스 감독은 “영화가 언제나 당대의 다양한 일들을 반영한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이 영화에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사회경제적인 지위, 취약계층이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 등이 담겼다. 이 영화를 보고 사람들이 다양한 문제에 대해 논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 속 조커를 온전히 완성하는 건 플렉과 조커를 넘나드는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다. 피닉스는 냉혹한 사회에서 탄생한 괴물을 그리기 위해 하루에 사과 하나만 먹으며 23kg을 감량해 한 사내가 파괴돼 가는 과정을 완벽하게 연기해 낸다. 피닉스는 라이브 콘퍼런스에서 “이 배역에 많은 걸 쏟아부을수록 소진되거나 고갈되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더 에너지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크 나이트’에서 열연한 히스 레저의 ‘조커’와 영원히 비교될 운명을 타고났지만 피닉스는 플렉의 얼굴에 담긴 천진함과 분노, 광기, 좌절만으로도 거대한 아이맥스 스크린을 빈틈없이 채운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인공지능(AI)이 일상화된 지금 극장에서 보는 영화 ‘매트릭스’는 어떤 느낌일까. 1999년 ‘매트릭스’ 개봉 20주년을 기념해 4DX 버전으로 25일 CJ CGV에서 재개봉한다. ‘매트릭스’는 미래 세계 인간의 뇌를 지배하는 AI 컴퓨터 프로그램이자 가상현실 공간인 매트릭스에서 AI 프로그램과 이에 대항하는 인간의 대결을 그린 SF 액션 블록버스터다. ‘무엇이 현실인가(what is real)’라는 모피어스의 대사로 대표되는 철학적인 주제와 파격적인 액션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전 세계에서 4억60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실사 영화로는 최초로 ‘불릿 타임’이라는 슈퍼 슬로모션 기법을 사용해 날아오는 총알을 주인공 네오가 피하는 연출은 지금도 명장면으로 꼽힌다. 당시에는 형제였던 릴리 워쇼스키, 라나 워쇼스키 자매가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했으며 키아누 리브스가 주인공 네오 역에, 로런스 피시번이 모피어스 역으로 출연했다. 리브스는 최근 제작이 확정된 ‘매트릭스 4’에서도 네오 역을 맡기로 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문학 중에서도 정수로 꼽히는 시를 읽고 해설하는 평론가가 쓴 자전적 산문은 어떤 모습일까. 문학평론가이자 한양대 국문과 교수로 있는 유성호 교수가 펴낸 첫 에세이다. 하계 백일장에서 차상을 받아 뛸 듯이 기뻐한 유년 시절이나 기억의 고고학자가 되겠노라 근대 문학의 정전을 파헤치던 진지한 문청 시절을 엿볼 수 있는 자전적 이야기들이 정갈한 언어에 담겼다. 청춘과 고전, 말, 스승 등 일상 소재들이 오랜 기간 책을 벗 삼은 저자가 품은 다양한 문학작품들과 연결돼 읽고 곱씹는 맛을 전한다. 일상의 소재뿐 아니라 문학과 예술, 영화와 관련한 에세이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 사유의 기록도 더했다. 뭣보다 서정주, 마광수, 기형도 등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여러 문인의 삶과 작품을 아우른 글들이 눈길을 끈다. 김영랑의 시에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모어(母語)가 지닌 황홀경이, 나혜석의 인생을 통해 짐작할 수 있는 능동적이며 성숙한 사랑이 품은 비극이 저자의 단정한 언어로 재탄생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은 미수(김고은)와 현우(정해인)가 ‘유열의 음악앨범’이 처음 방송된 1994년부터 2005년까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과정을 담았다. 스마트폰과 카카오톡에 익숙한 지금 관객들에게는 걸핏하면 끊기던 라디오 주파수와 PC통신처럼 수시로 단절되는 이들의 인연이 생경할 수도 있다. 그 빈틈을 채워주는 것은 다름 아닌 그때 그 시절의 음악이다. 2003년부터 KBS 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든 KBS ‘박원의 키스 더 라디오’ 김홍범 PD(사진)는 라디오가 중요한 매개로 등장하는 이 영화에 관련 자문을 맡는 한편 연리목 음악감독과 함께 영화의 분위기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음악을 선택하는 작업을 했다. “시나리오 초고 단계부터 머릿속에서 곡을 그려봤어요. 미수와 현우는 평범하면서도 동시에 어렵게 그 시절을 살아내는 청춘이잖아요. 그래서 당시 차트 1, 2위 곡보다는 누구나 배경음악처럼 들어봤을 법한 곡들이 더 어울릴 것 같았어요.” 그 결과 윤상과 루시드폴, 신승훈 등 오랜 기간 사랑받은 음악들이 선곡됐다. 윤상이 부른 ‘우리는 어쩌면 만약에’(1999년), 이소라의 ‘데이트’(2002년) 등 삽입곡의 가사는 등장인물들의 감정과 상황을 시처럼 읊어 내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른 남자와 떠나는 미수를 따라 하염없이 뛰는 현우의 모습 뒤로는 루시드폴의 ‘오 사랑’(2005년)이 흐른다. 김 PD가 가장 절묘한 선곡으로 꼽은 음악은 콜드플레이의 ‘Fix You’(2005년). 현우에 대한 변함없는 마음을 확인하고 서울 시내를 달리는 미수를 따라 함께 내달리는 이 음악은 값비싼 저작권료를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한다. 스트리밍과 유튜브가 점령한 시대, 라디오의 어떤 특별함이 여전히 사람들의 감성을 건드리는 걸까. “라디오는 추억을 소환하기에 가장 좋은 도구예요. 사연과 신청곡, 다시 사연으로 연결되면서 사람의 감정을 제일 잘 알 수 있는 매체니까요. 지금도 프로그램 채팅방에는 방송 때마다 주기적으로 오시는 팬들이 있어요. 빵집에서든, 공장에서든 계속 라디오를 듣는 미수처럼요.”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1980, 90년대 화려한 액션으로 볼거리를 선사했던 영웅들이 다시 스크린으로 돌아온다. 시각특수효과(VFX)의 ‘디에이징(de-aging)’ 기술로 얼굴의 주름까지 사라지게 할 수 있는 시대, 수십 년 만에 돌아오는 그때 그 히어로들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가 돌아왔다(We are back)” 다음 달 30일 개봉하는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는 1991년 개봉해 전설로 남은 ‘터미네이터: 심판의 날’(터미네이터 2)의 감독이었던 제임스 캐머런이 제작자로, 세라 코너 역의 린다 해밀턴(사진), T-800 역의 아널드 슈워제네거와 함께 다시 손을 잡았다. 배우 이병헌이 출연한 ‘터미네이터: 제네시스’ 등 터미네이터 2 이후 속편이 나왔지만 시리즈 1, 2편의 감독이었던 캐머런이 속편 제작에서 손을 떼며 이 셋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2편 이후 28년 만이다. ‘심판의 날’ 이후 뒤바뀐 미래에 새롭게 등장한 슈퍼 솔저 ‘그레이스’(매켄지 데이비스)와 최강 터미네이터 ‘Rev-9’이 대결하는 내용이지만 ‘영원한 터미네이터’ 슈워제네거와 해밀턴의 액션이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지 기대를 모은다. 특히 여전사 세라 코너는 여전히 이야기의 중심에 서 있다. 팀 밀러 감독은 올해 72세를 맞은 슈워제네거 얼굴의 주름을 컴퓨터그래픽으로 펴는 대신 ‘엑스맨’ 시리즈의 나이든 ‘울버린’처럼 자연스럽게 늙은 모습 그대로 등장시키는 쪽을 택했다. 밀러 감독은 한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결함이 있는 히어로는 젊고 완벽한 히어로보다 더 흥미롭다.”○ 은발 휘날리는 액션의 전설 영원한 ‘람보’ 배우 실베스터 스탤론이 ‘람보 1’에서 베트남전 참전 후유증을 앓는 퇴역 군인으로 등장했을 당시 그의 나이는 37세. 1985년, 1988년 이어진 2, 3편에서 그는 활을 쏘고 헬기를 조종하며 전성기 시절 ‘액션의 전설’을 선보인다. 올해 73세로 다음 달 개봉하는 ‘람보: 라스트 워’에서 백발에 깊게 파인 주름진 얼굴로 등장하는 그는 멕시코 마약 카르텔에 맞서 마지막 전투를 펼친다. 예고편에는 그가 트레이드마크인 활과 칼로 액션을 선보이는 모습이 담겼다. 액션 장면의 난이도는 배우의 나이와 체력에 영향을 받는다. 게다가 ‘람보’ 시리즈는 전적으로 스탤론 1인에 의존한 액션 영화. 은발의 람보는 멕시코 카르텔과 어떤 혈투를 펼칠까. ○ ‘파일럿의 시대는 지지 않는다’ 내년 6월에는 항공 점퍼와 선글라스, 바이크와 함께한 ‘매버릭’ 톰 크루즈를 다시 스크린에서 볼 수 있다. ‘탑건’은 1986년 개봉해 3억5683만 달러(약 4207억 원)를 벌어들이며 톰 크루즈를 지금의 자리에 올려놓은 작품.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정환이(류준열)를 공군사관학교에 입대시킨 것처럼 많은 이들에게 파일럿을 꿈꾸게 만들었다. 톰 크루즈는 7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코믹콘에서 ‘탑건: 매버릭’을 가리켜 “비행에 바치는 러브레터”라고 표현했다. ‘탑건’ 개봉 당시 24세였던 톰 크루즈는 내년에 58세가 되지만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등 지금도 고난도 액션을 직접 연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탑건: 매버릭’에서도 전투기에 실제 탑승해 조종석에서 겪는 중력의 위력을 관객들에게 그대로 보여줄 예정이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1980, 90년대 화려한 액션으로 볼거리를 선사했던 영웅들이 다시 스크린으로 돌아온다. 시각특수효과(VFX)의 ‘디 에이징(de-aging)’ 기술로 얼굴의 주름까지 사라지게 할 수 있는 시대, 수십 년 만에 돌아오는 그때 그 히어로들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가 돌아왔다(We are back)” 다음달 30일 개봉하는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는 1991년 개봉해 전설로 남은 ‘터미네이터: 심판의 날’(터미네이터 2)의 감독이었던 제임스 카메론이 제작자로, 새라 코너역의 린다 해밀턴, T-800역의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다시 손을 잡았다. 배우 이병헌이 출연한 ‘터미네이터: 제네시스’ 등 터미네이터2 이후 속편이 나왔지만 시리즈 1, 2편의 감독이었던 카메론이 속편 제작에서 손을 떼며 이 셋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2편 이후 28년 만이다. ‘심판의 날’ 이후 뒤바뀐 미래에 새롭게 등장한 수퍼 솔져 ‘그레이스’(맥켄지 데이비스)와 최강 터미네이터 ‘Rev-9’이 대결하는 내용이지만 ‘영원한 터미네이터’ 슈워제네거와 해밀턴의 액션이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지 기대를 모은다. 특히 여전사 새라 코너는 여전히 이야기의 중심에 서 있다. 팀 밀러 감독은 올해 72세를 맞은 슈워제네거 얼굴의 주름을 컴퓨터그래픽으로 펴는 대신 ‘엑스맨’ 시리즈의 나이든 ‘울버린’처럼 자연스럽게 늙은 모습 그대로 등장하는 쪽을 택했다. 밀러 감독은 한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결함이 있는 히어로는 젊고, 완벽한 히어로보다 더 흥미롭다.”●은발 휘날리는 액션의 전설 영원한 ‘람보’ 배우 실베스타 스텔론이 ‘람보 1’에서 베트남전 참전 후유증을 앓는 퇴역 군인으로 등장했을 당시 그의 나이는 37세. 1985년, 1988년 이어진 2, 3회에서 그는 활을 쏘고 헬기를 조종하며 전성기 시절 ‘액션의 전설’을 선보인다. 올해 73세로 백발에 깊게 패인 주름으로 등장한 그는 다음달 개봉하는 ‘람보: 라스트 워’에서 멕시코 마약 카르텔에 맞서 마지막 전투를 펼친다. 예고편에는 그가 트레이드 마크인 활과 칼로 액션을 선보이는 모습이 담겼다. 액션 장면의 난이도는 배우의 나이와 체력에 영향을 받는다. 게다가 ‘람보’ 시리즈는 전적으로 스텔론 1인에 의존한 액션 영화. 은발의 람보는 멕시코 카르텔과 어떤 혈투를 펼칠까. ●‘파일럿의 시대는 지지 않는다’ 내년 6월에는 항공 점퍼와 선글라스, 바이크와 함께한 ‘매버릭’ 톰 크루즈를 다시 스크린에서 볼 수 있다. ‘탑 건’은 1986년 개봉해 3억5683만 달러(약 4207억 원)를 벌어들이며 톰 크루즈를 지금의 자리에 올려놓은 작품.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정환이(류준열)를 공군사관학교에 입대시킨 것처럼 많은 이들에게 파일럿을 꿈꾸게 만들었다. 톰 크루즈는 7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코믹콘에서 ‘탑 건: 매버릭’을 가리켜 “비행에 바치는 러브 레터”라고 표현했다. ‘탑 건’ 개봉 당시 24세였던 톰 크루즈는 내년에 58세가 되지만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등 지금도 고난도 액션을 직접 촬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탑 건: 매버릭’에서도 전투기에 실제 탑승해 조종석에서 겪는 중력의 위력을 관객들에게 그대로 보여줄 예정이다. 이서현기자 baltika7@donga.com}

사극 영화가 없는 올해 추석 11일 일제히 개봉한 한국 영화 3파전의 최종 승자는 일단 ‘나쁜 녀석들: 더 무비’가 차지했다. 15일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나쁜 녀석들’은 11일 개봉 이후 나흘째 200만 명을 돌파해 누적 관객 210만8580명을 모았다.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을 극장판으로 만든 이 영화에는 원작의 중심축 오구탁(김상중)과 박웅철(마동석) 캐릭터가 그대로 등장한다. ‘범죄자들을 이용해 범죄자를 잡는다’는 원작의 주제도 그대로 살렸다. 범죄자들의 잔인함을 부각시키기 위해 피해자에 대한 폭력을 지나치게 잔혹하게 묘사했고, 예상을 빗나가지 않는 전개라는 비판도 있지만 원작의 카타르시스를 그대로 살렸다는 후기가 우세하다. ‘장르가 마동석’이라고 할 정도로 배우 마동석 특유의 액션과 유머가 재미를 살렸다는 평이다. 만화 ‘타짜’를 원작으로 한 세 번째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타짜3)은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으나 누적 관객 수 143만7569명으로 2위를 지키고 있다. 배우 차승원이 주연으로 나선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누적 관객 수 73만3434명에 그쳤다. 매년 추석 연휴에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년) ‘관상’(2013년) ‘사도’(2015년) ‘밀정’(2016년) 등 역사물에 대한 관객들의 선호도가 높았다. 2017년 ‘남한산성’까지 흥행하자 지난해 ‘안시성’ ‘명당’ ‘물괴’ 등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사극 3편이 동시에 맞붙었다. 결과는 연휴 5일간 350만 명을 모은 ‘안시성’만이 누적 관객 수 544만 명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경쟁작들은 고배를 마셨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전반적으로 한국 영화들이 난항을 겪고 있는데 추석 연휴가 짧아서인 탓도 있지만 소재나 장르 면에서 신선한 작품도 없었다. 지난해부터 반복되는 고예산 블록버스터의 부진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심도 있게 되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1000만 관객 영화’가 실종된 올해 여름 성수기 한국 영화 관객 수는 8월 기준으로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영진위의 올해 8월 한국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영화 관객 수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2000만 명을 돌파했으나 올해 1800만 명에 그쳐 7년 만에 다시 1000만 명대로 떨어졌다. 영진위는 “성수기에 비슷한 소재의 장르 영화가 반복 개봉하며 관객의 피로감이 커졌고 올해 상반기 사상 처음 1000만 영화가 4편이 탄생하며 여름철 수요가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사극 영화가 없는 올해 추석 11일 일제히 개봉한 한국영화 3파전의 최종 승자는 일단 ‘나쁜 녀석들: 더 무비’가 차지했다. 15일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나쁜 녀석들’은 11일 개봉 이후 나흘 째 200만 명을 돌파해 누적 관객 210만8580명을 모았다.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을 극장판으로 만든 이 영화에는 원작의 중심축 오구탁(김상중)과 박웅철(마동석) 캐릭터가 그대로 등장한다. ‘범죄자들을 이용해 범죄자를 잡는다’는 원작의 주제도 그대로 살렸다. 범죄자들의 잔인함을 부각시키기 위해 피해자에 대한 폭력을 지나치게 잔혹하게 묘사했고, 예상을 빗나가지 않는 전개라는 비판도 있지만 원작의 카타르시스를 그대로 살렸다는 후기가 우세하다. ‘장르가 마동석’이라고 할 정도로 배우 마동석 특유의 액션과 유머가 재미를 살렸다는 평이다. 만화 ‘타짜’를 원작으로 한 세 번째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타짜3)은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으나 누적 관객 수 143만7569명으로 2위를 지키고 있다. 배우 차승원이 주연으로 나선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누적 관객수 73만3434명에 그쳤다. 매년 추석 연휴에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년), ‘관상’(2013년), ‘사도’(2015년), ‘밀정’(2016년) 등 역사물에 대한 관객들의 선호도가 높았다. 2017년 ‘남산산성’까지 흥행하자 지난해 ‘안시성’, ‘명당’, ‘물괴’ 등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사극 3편이 동시에 맞붙었다. 결과는 연휴 5일 간 350만 명을 모은 ‘안시성’ 만이 유일하게 누적 관객수 541만 명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경쟁작들은 고배를 마셨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이번 추석 연휴가 짧아 전반적으로 한국영화들이 난항을 겪고 있지만 소재나 장르면에 있어서 신선한 작품들이 없었다. 지난해부터 반복되는 고예산 블록버스터의 부진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심도 있게 되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1000만 관객 영화’가 실종된 올해 여름 성수기 한국영화 관객수가 8월 기준으로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영진위의 올해 8월 한국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영화 관객수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2000만 명을 돌파했으나 올해 1800만 명에 그쳐 7년 만에 다시 1000만 명대로 떨어졌다. 영진위는 “성수기에 비슷한 소재의 장르 영화가 반복 개봉하며 관객의 피로감이 커졌고 올해 상반기 사상 처음 1000만 영화가 4편이 탄생하며 여름철 수요가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추석 연휴 극장을 찾는 관객을 잡기 위해 한국 영화 세 편이 동시에 맞붙는다. 해마다 추석 극장가 단골손님이던 사극이 사라지고 코미디와 액션, 범죄 등 각기 다른 장르가 맞붙었다.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 ‘나쁜 녀석들: 더 무비’ ‘타짜: 원 아이드 잭’(타짜3)이 11일 동시 개봉했다. ‘힘을 내요…’는 ‘선생 김봉두’(2003년) ‘이장과 군수’(2007년)로 한국 코미디 영화의 한 획을 그었던 배우 차승원과 ‘럭키’(2016년)로 690만 명을 모은 이계벽 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 사고로 지적장애를 얻은 아빠 철수(차승원)가 백혈병으로 투병하는 어린 딸(엄채영)과 재회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우여곡절 끝에 이 어색한 부녀는 함께 대구로 떠나게 되고, 아이 같은 아버지와 철든 딸의 좌충우돌 로드 무비가 펼쳐진다. ‘착한 코미디’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영화 후반부는 눈물, 콧물이 가미된 드라마가 지배한다. ‘나쁜 녀석들…’은 OCN 인기 드라마 ‘나쁜 녀석들’의 주요 등장인물인 오구탁 반장(김상중)과 박웅철(마동석)을 중심으로 새로운 스토리를 펼쳐 나간다. 사상 초유의 호송차량 탈주 사건이 벌어지자 범죄자들을 잡기 위해 오구탁과 박웅철에 사기꾼 곽노순(김아중)과 전직 경찰 고유성(장기용)이 가세한다. ‘나쁜 놈들이 더 나쁜 놈을 잡는다’는 원작의 틀은 유지하되 극장 스크린으로만 즐길 수 있는 스케일 큰 액션을 더했다. 특히 마동석의 매력과 전매특허 액션신이 볼거리. ‘타짜3’은 2006년 추석에 개봉해 약 600만 명의 관객을 모은 ‘타짜’ 시리즈의 3번째 작품. 종전과 달리 화투가 아닌 포커를 소재로 했다. 짝귀(주진모)의 아들로 흙수저 공무원 준비생인 도일출(박정민)은 위험한 포커판에 휘말려 벼랑 끝에 선다. 일출은 정체불명의 타짜 애꾸(류승범)가 설계한 거액이 걸린 포커판에 까치(이광수)와 권원장(권해효), 영미(임지연)와 함께하며 인생을 건 도박을 시작한다. 원작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흙수저’로 대변되는 청년들의 현실 등 시대상을 녹여냈다. 이번 추석에 개봉하는 한국 영화 3편 가운데 유일하게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어린이들과 함께 볼 만한 작품도 있다. 첫 주인을 잊지 못하고 수차례 환생을 거쳐 마침내 주인과 재회한 강아지를 다룬 ‘베일리 어게인’(2018년)의 후속작 ‘안녕 베일리’(5일 개봉)는 새로운 친구 ‘씨제이’를 중심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주인을 위해 견(犬)생을 거는 모습이 강아지들의 명품 연기로 되살아난다. 4일 개봉한 ‘헬로 카봇: 달나라를 구해줘’는 지구를 정복하려는 치올라 외계인들에 맞선 카봇과 달의 뒷면에 사는 토끼족의 연합작전을 그렸다. 11일 개봉한 ‘플레이모빌: 더 무비’도 눈길을 끈다. 1974년 처음 발매해 지금까지 사랑받는 장난감 ‘플레이모빌’의 첫 극장판. 로봇과 바이킹, 요정, 공룡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다양한 캐릭터들이 한자리에 모여 모험을 펼친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추석 연휴 극장을 찾는 관객을 잡기 위해 한국 영화 세 편이 동시에 맞붙는다. 해마다 추석 극장가 단골손님이던 사극이 사라지고 코미디와 액션, 범죄 등 각기 다른 장르가 맞붙었다.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 ‘나쁜녀석들:더 무비’ ‘타짜: 원 아이드 잭’(타짜3)이 11일 동시 개봉했다. ‘힘을 내요…’는 ‘선생 김봉두’(2003년) ‘이장과 군수’(2007년)로 한국 코미디영화의 한 획을 그었던 배우 차승원과 ‘럭키’(2016년)로 690만 명을 모은 이계벽 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 사고로 지적장애를 얻은 아빠 철수(차승원)가 백혈병으로 투병하는 어린 딸(엄채영)과 재회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우여곡절 끝에 이 어색한 부녀는 함께 대구로 떠나게 되고, 아이 같은 아버지와 철든 딸의 좌충우돌 로드 무비가 펼쳐진다. ‘착한 코미디’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영화 후반부는 눈물, 콧물이 가미된 드라마가 지배한다. ‘나쁜녀석들…’는 OCN 인기 드라마 ‘나쁜녀석들’의 주요 등장인물인 오구탁 반장(김상중)과 박웅철(마동석)을 중심으로 새로운 스토리를 펼쳐나간다. 사상 초유의 호송차량 탈주 사건이 벌어지자 범죄자들을 잡기 위해 오구탁과 박웅철에 사기꾼 곽노순(김아중)과 전직 경찰 고유성(장기용)이 가세한다. ‘나쁜 놈들이 더 나쁜 놈을 잡는다’는 원작의 틀은 유지하되 극장 스크린으로만 즐길 수 있는 스케일 큰 액션을 더했다. 특히 마동석의 매력과 전매특허 액션신이 볼거리. ‘타짜3’은 2006년 추석 개봉해 약 600만 명의 관객을 모은 ‘타짜’ 시리즈의 3번 째 작품. 종전과 달리 화투가 아닌 포커를 소재로 했다. 짝귀(주진모)의 아들로 흙수저 공무원 준비생인 도일출(박정민)은 위험한 포커 판에 휘말려 벼랑 끝에 선다. 일출은 정체불명의 타짜 애꾸(류승범)가 설계한 거액이 걸린 포커 판에 까치(이광수)와 권원장(권해효), 영미(임지연)와 함께하며 인생을 건 도박을 시작한다. 원작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흙수저’로 대변되는 청년들의 현실 등 시대상을 녹여냈다. 이번 추석 개봉하는 한국영화 3편 가운데 유일하게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어린이들과 함께 볼 만한 작품도 있다. 첫 주인을 잊지 못하고 수차례 환생을 거쳐 마침내 주인과 재회한 강아지를 다룬 ‘베일리 어게인’(2018년)의 후속작 ‘안녕 베일리’(5일 개봉)는 새로운 친구 ‘씨제이’를 중심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주인을 위해 견(犬)생을 거는 모습이 강아지들의 명품 연기로 되살아난다. 4일 개봉한 ‘헬로 카봇: 달나라를 구해줘’는 지구를 정복하려는 치올라 외계인들에 맞서 카봇과 달의 뒷면에 사는 토끼족의 연합작전을 그렸다. 11일 ‘플레이모빌: 더 무비’도 눈길을 끈다. 1974년 첫 발매해 지금까지 사랑받는 장난감 ‘플레이모빌’의 첫 극장 판. 로봇과 바이킹, 요정, 공룡 등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다양한 캐릭터들이 한자리에 모여 모험을 펼친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덕후’의 마음을 자극하는 것은 지극히 사소한 것들이다. 좋아하는 작품의 소소한 촬영 뒷이야기, 시나리오와 미묘하게 다른 실제 영상, 단 한 장의 이미지로 영화를 완벽히 구현해낸 각본집 표지. 최근 출간되는 영화 각본집, 드라마 대본집은 팬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굿즈’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시나리오라는 하나의 문학 장르를 책으로 출판하는 데 그쳤다면, 최근에는 촬영 후기는 물론이고 인터뷰와 평론, 대담, 스토리보드까지 담긴 종합선물세트 격이다. 이달 출간을 앞두고 지난달 말 사전예약을 받은 영화 ‘기생충’ 각본집은 예약판매 첫 주 예스24 베스트셀러 순위 20위에 올랐다. 올해 초 영화 후반 작업이 한창일 때 제작 논의를 시작한 각본집에는 시나리오뿐 아니라 봉준호 감독의 스토리보드와 영화 스틸, 드로잉까지 담겼다. 영화 촬영보다는 각본 작업에 초점을 맞춘 인터뷰도 포함했다. ‘만화광’ 봉 감독은 아이패드로 직접 스토리보드를 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전에도 그의 스토리보드 일부가 책으로 나온 적이 있지만, 영화 한 편의 전체 분량이 실린 건 이번이 처음. 영화 장면들이 그대로 담겨 있어 출판으로 남기는 게 의미 있다는 봉 감독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한다. ‘봉테일’답게 시나리오의 오타나 구어체까지 원본대로 실어 독자가 읽기 불편하더라도 제작 당시의 현장감을 그대로 느꼈으면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지난달 29일 개봉과 함께 출간한 영화 ‘벌새’의 각본집은 제작 단계부터 김보라 감독과 논의한 결과물이다. 본래 3시간 반 분량이던 영화는 2시간 반으로 편집했지만 각본에는 삭제한 장면을 모두 포함했다. ‘여성 서사’를 훌륭하게 구현한 작품이란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여성학자 정희진, 소설가 최은영 등의 감상도 실었다. 각본집 말미에는 영화 성 평등 테스트인 ‘벡델 테스트’를 만든 미국 그래픽 노블 작가 앨리슨 벡델과 김 감독의 대담이 약 60쪽 분량으로 실렸다. 출판사 아르테의 김지은 편집자는 “여중생의 일상적인 이야기지만 정치 사회적인 문제를 포괄하고 있는 작품이다. 제작 단계부터 단순한 각본집이 아니라 다양한 필진을 추가해 사회적인 문제를 짚어내자는 논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각본집의 주요 구매자들은 영화 팬들, 특히 ‘N차 관람’(같은 영화를 두 번 이상 보는 것)을 하는 열성 팬들이다. 이 때문에 이들이 만족할 만한 부가가치를 더하려는 편집자들의 고민도 깊다. 기생충 담당 편집자인 플레인 아카이브 임유청 팀장은 “영화 ‘캐롤’의 블루레이 제작 당시 비매품으로 각본의 번역판을 추가했는데, 금방 품절될 정도로 팬들이 소장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각본집은 단순히 시나리오만 인쇄하는 게 아니다. 팬들의 마음을 고려해 다양한 콘텐츠를 구성하고 내구성이 뛰어난 특수 소재로 표지를 만드는 등 많은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역시 두꺼운 팬층을 거느린 작가들 중심으로 대본집 소장 움직임이 꾸준하다. 넷플릭스의 첫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과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나 디테일한 대본으로 영상과 비교해 읽는 맛이 있는 ‘비밀의 숲’의 이수연 작가 등이 인기가 높다. 출판사를 배경으로 한 정현정 작가의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대본집에도 방송 엔딩에 등장한 ‘꼬리말’을 충실히 담아 화제가 됐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주변에선 모두 ‘잘해야 본전’이라거나 ‘굳이 뛰어들 필요 없는 판’이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11일 개봉하는 ‘타짜: 원 아이드 잭’(타짜3·권오광 감독) 시리즈의 맏형 ‘타짜’(2006년·최동훈 감독)는 조승우 김혜수 김윤석 등 걸출한 배우들의 명연기와 명대사가 어우러진 추석 영화의 ‘레전드’다. 주연 배우 박정민(32)은 ‘짝귀’(주진모)의 아들이자 흙수저 공시생 ‘도일출’을 맡아 영화에 ‘올인’했다. ‘타짜3’ 개봉을 앞둔 그를 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박정민은 “‘타짜’ 시리즈라 가지는 부담을 제외하면 감독님도, 시나리오도, 제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승범이 형(류승범)과 함께하기 때문에 배우로선 안 할 이유가 없는 영화”라고 했다. ‘타짜3’은 전편들과 달리 지금 대한민국 현실에서 출발하는 영화다. 가장 공정한 공무원 시험조차 실력이 아닌 버틸 ‘돈’이 중요한 세상. 청년 도일출은 인생을 바꿀 기회의 카드 ‘원 아이드 잭’을 받고 목숨을 건 포커 판에 뛰어든다. “저 역시 다른 청춘들처럼 불안하고 행복한 시기를 보냈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생각 없이 놀 때도 있었고 갑자기 다급해지거나 괜히 실패한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고요. 친구들과 직장 문제나 결혼 고민을 나누면서 늘 마음 쓰이는 게 있었는데 그게 ‘도일출’을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됐을까요.” 동료 배우 이광수는 그를 ‘언제나 작품에 올인하는 배우’라고 표현했다. 2018년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의 피아노에 재능을 가진 서번트증후군 청년, 영화 ‘변산’의 래퍼로 변신하기 위해 공을 들인 이야기가 타짜3 개봉을 앞두고도 회자된다. 이번 역시 몇 달간 카드 기술을 배우고 몸무게도 20kg 감량했다. “아휴, 천재적 재능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부담이 있으니 오히려 모든 걸 쏟아붓는 건데…. 가끔 그렇게 노력하는 제 모습이 오히려 창피하다니까요.” 이전 시리즈의 흥행만큼 부담도 컸지만 함께한 선배 배우들, 특히 류승범과 함께 연기한 것은 그에게 큰 의미가 있었다. 박정민은 이 영화를 류승범과 함께 촬영하기 위해 ‘팬레터’를 쓸 정도로 공을 들였다. “제 또래 배우들은 누구나 승범이 형 연기를 보며 자랐으니까요. 가장 감사했던 건 형과 나누는 일상적인 얘기들이었습니다. 제가 지쳐 보일 때 ‘너 정말 잘하고 있어. 힘들면 언제든 그렇다고 얘기해도 돼’라는 말이 감동이었어요.” ‘타짜’라는 이름이 붙은 이상 전작들과의 비교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이 성실한 배우는 타짜 1편을 떠올리는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묻자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런 대답을 내놨다. “저와 감독님 모두 타짜를 50번쯤 봤습니다. 저희 배우들 모두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거든요. 그 영화 팬들이 1편의 ‘동생’ 격인 속편을 어떻게 찍었을지, 예쁜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해요.”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주변에선 모두 ‘잘해야 본전’이라거나 ‘굳이 뛰어들 필요가 없는 판’이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11일 개봉하는 ‘타짜: 원 아이드 잭’(타짜3·권오광 감독) 시리즈의 맏형 ‘타짜 1’(2006·최동훈 감독)은 조승우, 김혜수, 김윤석 등 걸출한 배우들의 명연기와 명대사가 어우러진 추석 영화의 ‘레전드’다. 주연 배우 박정민(32·사진)은 ‘짝귀’(주진모)의 아들이자 흙수저 공시생 ‘도일출’을 맡아 영화에 ‘올인’했다. ‘타짜3’ 개봉을 앞두고 박정민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6일 만났다. 그는 오히려 “‘타짜’ 시리즈라 가지는 부담을 제외하면 감독님도, 시나리오도, 제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승범이형(류승범)도 출연해 배우로선 안할 이유가 없는 영화”라고 했다. ‘타짜3’은 전편들과 달리 지금 대한민국 현실에서 출발하는 영화다. 가장 공정한 공무원 시험조차 실력이 아닌 버틸 ‘돈’이 가장 중요한 지금, 청년 도일출은 인생을 바꿀 기회의 카드 ‘원 아이드 잭’을 받고 목숨을 건 포커 판에 뛰어든다. “저 역시 다른 청춘들처럼 불안하고 행복한 시기를 보냈고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생각 없이 놀 때도 있었고 갑자기 다급해지거나, 괜히 실패한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고요. 친구들과 직장 문제나 결혼 고민을 나누면서 늘 마음 쓰이는 게 있었는데 그게 ‘도일출’을 연기하는데 도움이 됐을까요.” 최근 산문집 ‘쓸만한 인간’(상상출판)의 개정판을 내고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작은 책방 ‘책과 밤, 낮’도 운영하는 그는 ‘배우’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종횡무진 도전하고 있다. 그런 ‘현재 진행형’ 청춘이라 그가 남들이 저마다의 기준으로 재고 따지는 것에 개의치 않고 ‘타짜’라는 판에 뛰어들었구나 싶다. “다시 20대를 보낸다면 조금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에 의미부여를 하거나 스스로를 속이고 아등바등할 시간에 여행이나 한 번 더 하고 책을 한 권 더 읽는 게 낫다는 그런 생각이요.” 동료 배우 이광수는 어느 작품에서나 성실한 그를 ‘언제나 작품에 올인하는 배우’라고 표현했다. 2018년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의 피아노에 재능을 가진 서번트증후군 청년, ‘변산’의 래퍼로 변신하기 위해 연습에 공을 들인 이야기가 이번 작품의 개봉을 앞두고도 회자된다. 포커를 치지 않지만 몇 달간 카드 기술을 배우고 몸무게도 20㎏ 감량했다. “아휴,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부담이 있으니 오히려 모든 걸 쏟아 붓는 건데…. 가끔 그렇게 노력하는 제 모습이 오히려 창피하다니까요.” 이전 시리즈가 흥행한 만큼 부담도 컸지만 함께한 선배 배우들, 특히 류승범과 함께 연기한 것은 그에게 큰 의미가 있었다. 박정민은 이 영화를 류승범과 함께 촬영하기 위해 ‘팬레터’를 쓸 정도로 공을 들였다. “제 또래 배우들은 누구나 승범이형 연기를 보며 자랐으니까요. 가장 감사했던 건 형과 나누는 일상적인 얘기들이었어요. 제가 지쳐 보일 때 ‘너 지금 정말 잘 하고 있어. 힘들면 언제든 그렇다고 얘기해도 돼’라는 말이 정말 감동이었어요.” ‘타짜’라는 이름이 붙은 이상 전작들과의 비교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이 성실한 배우는 ‘타짜1편을 떠올리는 관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묻는 뻔한 질문에도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런 대답을 내놨다. “저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 속편이 나오면 진심으로 응원해줄 것 같아요. 저희도 그런 마음으로 찍은 영화에요. 저와 감독님 모두 타짜를 50번은 본 것 같습니다. 저희 배우들 모두 가장 좋아하는 영화거든요. 그 영화 팬들이 1편의 ‘동생’격인 속편을 어떻게 찍었을지, 예쁜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해요.”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넷플릭스 보면서 쉴래(Netflix and chill)?” ‘라면 먹고 갈래?’처럼 이제 미국에서 일상 관용어구가 되어버린 넷플릭스는 세계 곳곳으로 침투해 시청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고 있다. 우리 일상은 어떤가. 시리즈 일괄 출시에 따른 주말 몰아 보기로 두 눈이 퀭한 상태로 출근하거나, 계정을 공유하기 위해 ‘4플릭스’를 함께할 사람을 찾는다. 넷플릭스 영화 ‘옥자’는 칸 국제영화제에 출품해 영화관과 스트리밍이라는 ‘그릇’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 책은 세계 미디어 학자들이 ‘몰아 보기’ ‘일괄 출시’ ‘추천 알고리즘’ 등 키워드를 중심으로 넷플릭스가 바꿔 놓은 풍경을 씨줄 날줄 엮듯이 분석한 것을 모은 결과물이다. 넷플릭스가 거둔 비약적인 성장의 원인을 짚고,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하우스 오브 카드’ 등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한 콘텐츠를 중심으로 생산·배급 시스템을 들여다본다. 넷플릭스가 시청자들의 시청 습관과 패턴에 어떤 변화를 불러왔는지 이용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분석한 연구도 흥미롭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2017년 10월 미국 뉴욕타임스와 뉴요커지가 터뜨린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 추문 보도는 할리우드뿐 아니라 전 세계를 휩쓸었다. 귀네스 팰트로, 우마 서먼, 레아 세두 등 내로라하는 유명 배우들도 피해 사실을 폭로하며 ‘미투(#MeToo)’에 동참했다. 100여 명에 이르는 피해자가 드러나며 와인스틴이 영화계 여성들을 대상으로 약 30년간 일삼은 추악한 범죄는 ‘미투 운동’의 진원지가 됐다. 와인스틴의 성추문과 몰락을 다룬 영화를 국내에서도 만날 수 있다. 26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와인스타인’은 ‘굿 윌 헌팅’ ‘킬빌’ 등 굵직한 영화의 제작자로 활동한 와인스틴 사건의 전말을 다뤘다. 영국 BBC가 제작하고 우르술라 맥팔레인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이번 작품에는 와인스틴 사건을 최초 보도해 퓰리처상을 수상한 뉴욕타임스의 조디 켄터, 메건 투헤이 기자와 뉴요커의 로넌 패로 기자가 참여했다. 배우 파스 데라우에르타, 로재나 아켓 등 피해 배우들의 증언도 담겼다. 이 영화는 제35회 미 선댄스영화제를 통해 최초로 공개했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5일까지 진행한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먼저 선보였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공항에서 집까지 어떻게 왔냐고 묻는 아버지에게 딸이 말한다.“서비스 카 탔어요.” 이어 아버지가 우려하며 하는 질문. “너 팁 줬니?” 딸이 농담으로 답한다. “(팁 안 주려고) 중간에 차에서 뛰어내렸어요.” 북미의 팁 문화에 인색한 아시아인 이민 1세대를 ‘셀프 디스’하는 이 장면은 넷플릭스에서 올해 5월 공개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 ‘우리 사이 어쩌면(Always Be My Maybe)’에 자연스레 녹아 있다. 어릴 때 함께 자란 마커스(랜들 박)와 사샤(앨리 웡)가 15년 만에 재회하는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요리하는 장면에 “우리 한국 사람들은 모든 음식에 가위를 쓰지”라는 대사를 사용하거나 한국의 대표음식 김치찌개가 감초처럼 등장한다. 아시아 문화를 희화화해 불편한 억지웃음을 유발하거나 아시아 문화의 독특한 점을 굳이 설명하거나 알리려 들지 않는다. ○ ‘아시안 오거스트’ 시즌 2 ‘아시안 오거스트(Asian August·아시아의 8월)’의 거센 돌풍이 할리우드를 휩쓴 지 1년이 지났다. 지난해 8월 미국에서 개봉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전 세계에서 2억3800만 달러(약 2900억 원)를 벌어들였다. 아시아인만 출연하는 이 영화는 ‘섹스 앤드 더 시티’를 제치고 로맨틱 코미디 장르 역대 흥행 6위에 올랐다. 비슷한 시기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아시아계 여자 주인공이 출연하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와 존 조 주연의 독특한 형식의 스릴러 ‘서치’도 이 열풍에 힘을 보탰다. 중국인 이민자의 이야기를 다뤄 큰 반향을 일으킨 웨인 왕 감독의 ‘조이 럭 클럽’(1994년) 이후 25년 만의 변화다. 아시아계 영화의 흥행으로 뜨거운 8월을 지켜본 미국 내 아시아계 이민자들은 “닌자나 공부벌레, 무술인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아시아인도 사랑하고 싸울 줄 아는 ‘인간’으로 비친 것 같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이 돌풍은 ‘원 히트 원더’(한 곡만 흥행한 가수)로 그치지 않고 보다 보편적인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할리우드 콘텐츠 지형도를 바꿔놓는 중이다. 올해 7월 미국에서는 중국계 이민자와 그 가족 이야기를 다룬 ‘더 페어웰(The Farewell)’이 개봉돼 호평을 받았다. 한국계 미국인 이민진 작가의 소설 ‘파친코’는 거대 제작비가 투입된 애플의 드라마 시리즈로 제작 중이다. 일제강점기 오사카로 건너간 조선인의 이야기를 다룬 원작 소설은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에 눌린 인간의 삶을 다뤘다는 점에서 일제강점기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는 미국 독자들에게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조이 럭 클럽’의 웨인 왕 감독은 5일 열리는 캐나다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커밍 홈 어게인’을 공개한다. 재미 한인교포 가족의 갈등과 화해를 다룬 이 작품은 재미 소설가 이창래 씨의 자전적 에세이를 원작으로 했다. 배경 음악으로 가수 이문세의 ‘옛사랑’이 흐르고 한국의 전통음식 갈비가 영화의 주제를 관통하는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 보편적 소재와 결합된 신선함 ‘이것은 아시아 영화가 아니라 휴먼 영화다.’ 할리우드가 ‘아시아’라는 소재에 열광하는 이유는 올해 ‘더 페어웰’이 얻은 호평에 그 답이 있다. 중국계 미국인 룰루 왕이 연출한 이 작품은 중국계 이민 2세 ‘빌리’가 친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중국으로 향하는 얘기를 다뤘다. 할머니는 말기 암 진단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만 가족들은 할머니에게 그 사실을 숨긴다. 미국식 사고로는 도무지 이런 결정을 이해할 수 없는 빌리는 할머니를 만나러 중국으로 향하고 다른 가족들도 할머니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모인다. 유튜브에 올라온 이 영화 트레일러에 각국 사람들이 단 댓글에는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나이지리아 사람이라고 밝힌 이는 “너무나 아름다운 이야기다. 가족 관계는 나이지리아에서도 똑같다”고 하자 이집트인과 멕시코인이라고 밝힌 사람들도 “가족의 모습은 다 똑같다”며 맞장구를 친다. 국내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가족, 사랑, 휴머니즘은 어느 사회나 공감하는 보편적인 소재”라며 “이를 아시아적 시각으로 새롭게 풀어낸 것이 할리우드에서 신선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주도하는 건 미국 사회와 융화되며 세련된 방식으로 아시아 문화를 소개하려 하는 이민 1.5세대, 2세대 배우 및 제작자들이다. 캐나다 CBC방송과 넷플릭스로 공개돼 시즌 2까지 화제가 된 ‘김씨네 편의점’은 한국계 캐나다인 인스 최의 원작 연극을 바탕으로 했다.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은 배우 윤여정과 한예리를 캐스팅해 한인 이민자 소재 영화 ‘미나리’를 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디즈니 ‘인어공주’ 역에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캐스팅하거나 마블 영화에 아시아계 히어로가 등장하는 등 콘텐츠에 인종과 문화의 다양성을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이는 것도 아시아 문화가 주요 소재로 급부상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커밍 홈 어게인’의 노혜진 책임프로듀서는 “세계적으로, 또 미국 내에서도 다원화된 시각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고 그런 시각을 반영해 영화를 만드는 것이 유익하다는 것을 최근에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공항에서 집까지 어떻게 왔냐고 묻는 아버지에게 딸이 말한다. “서비스 카 탔어요.” 이어 아버지가 우려하며 하는 질문. “너 팁 줬니?” 딸이 농담으로 답한다. “(팁 안 주려고) 중간에 차에서 뛰어 내렸어요.” 북미의 팁 문화에 인색한 아시아인 이민 1세대를 ‘셀프 디스’하는 이 장면은 넷플릭스에서 올해 5월 공개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 ‘우리사이 어쩌면(Always be my maybe)’에 자연스레 녹아있다. 어릴 때 함께 자란 마커스(랜들 박)와 사샤(앨리 웡)가 15년 만에 재회하는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요리하는 장면에 “우리 한국 사람들은 모든 음식에 가위를 쓰지”라는 대사를 사용하거나 한국의 대표음식 김치찌개가 감초처럼 등장한다. 아시아 문화를 희화화해 불편한 억지웃음을 유발하거나 아시아 문화의 독특한 점을 굳이 설명하거나 알리려 들지 않는다. ●‘아시안 어거스트’ 시즌 2 ‘아시안 어거스트(Asian August·아시아의 8월)’의 거센 돌풍이 할리우드를 휩쓴 지 1년이 지났다. 지난해 8월 미국에서 개봉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전 세계에서 2억3800만 달러(약2900억 원)를 벌어들였다. 아시아인만 출연하는 이 영화는 ‘섹스 앤 더 시티’를 제치고 로맨틱 코미디 장르 역대 흥행 6위에 올랐다. 비슷한 시기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아시아계 여자 주인공이 출연하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와 존 조 주연의 독득한 형식의 스릴러 ‘서치’도 이 열풍에 힘을 보탰다. 중국인 이민자의 이야기를 다뤄 큰 반향을 일으킨 웨인 왕 감독의 ‘조이 럭 클럽’(1994년) 이후 25년 만의 변화다. 아시아계 영화의 흥행으로 뜨거운 8월을 지켜본 미국 내 아시아계 이민자들은 “닌자나 공부벌레, 무술인이라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아시아인도 사랑하고 싸울 줄 아는 ‘인간’으로 비춰진 것 같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이 돌풍은 ‘원 히트 원더’(한 곡만 흥행한 가수)로 그치지 않고 보다 보편적인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할리우드 콘텐츠 지형도를 바꿔놓는 중이다. 올해 7월 미국에서는 중국계 이민자와 그 가족 이야기를 다룬 ‘더 페어웰(The Farewell)’이 개봉돼 호평을 받았다. 한국계 미국인 이민진 작가의 소설 ‘파친코’는 거대 제작비가 투입된 애플의 드라마 시리즈로 제작 중이다. 일제강점기 오사카로 건너간 조선인의 이야기를 다룬 원작 소설은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에 눌린 인간의 삶을 다뤘다는 점에서 일제강점기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는 미국 독자들에게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조이럭 클럽’의 웨인 왕 감독은 5일 열리는 캐나다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 홈 어게인’을 공개한다. 재미 한인교포 가족의 갈등과 화해를 다룬 이 작품은 재미 소설가 이창래 씨의 자전적 에세이를 원작으로 했다. 배경 음악으로 가수 이문세의 ‘옛사랑’이 흐르고 한국의 전통음식 갈비가 영화의 주제를 관통하는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보편적 소재와 결합된 신선함 ‘이것은 아시아 영화가 아니라 휴먼 영화다.’ 할리우드가 ‘아시아’라는 소재에 열광하는 이유는 올해 ‘더 페어웰’이 얻은 호평에 그 답이 있다. 중국계 미국인 룰루 왕이 연출한 이 작품은 중국계 이민 2세 ‘빌리’가 친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중국으로 향하는 얘기를 다뤘다. 할머니는 말기 암 진단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만 가족들은 할머니에게 그 사실을 숨긴다. 미국식 사고로는 도무지 이런 결정을 이해할 수 없는 빌리는 할머니를 만나러 중국으로 향하고 다른 가족들도 할머니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모인다. 유튜브에 올라온 이 영화 트레일러에 각국 사람들이 단 댓글에는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나이지리아 사람이라고 밝힌 이는 “너무나 아름다운 이야기다. 가족 관계는 나이지리아에서도 똑같다”고 하자 이집트인과 멕시코인이라고 밝힌 사람들도 “가족의 모습은 다 똑같다” 며 맞장구를 친다. 국내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가족, 사랑, 휴머니즘은 어느 사회나 공감하는 보편적인 소재”라며 “이를 아시아적 시각으로 새롭게 풀어낸 것이 할리우드에서 신선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주도하는 건 미국 사회와 융화되며 세련된 방식으로 아시아 문화를 소개하려하는 이민 1.5세대, 2세대 배우 및 제작자들이다. 캐나다 CBC방송과 넷플릭스로 공개돼 시즌2까지 화제가 된 ‘김씨네 편의점’은 한국계 캐나다인 인스 최의 원작 연극을 바탕으로 했다.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은 배우 윤여정과 한예리를 캐스팅 해 한인 이민자 소재 영화 ‘미나리’을 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디즈니 ‘인어공주’역에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캐스팅하거나 마블 영화에 아시아계 히어로가 등장하는 등 콘텐츠에 인종과 문화의 다양성을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이는 것도 아시아 문화가 주요 소재로 급부상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 홈 어게인’의 노혜진 이그제큐티브 프로듀서는 “세계적으로, 또 미국 내에서도 다원화된 시각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고 그런 시각을 반영해 영화를 만드는 것이 유익하다는 것을 최근에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뉴스가 어렵다고요? 채널A 메인뉴스 ‘뉴스A’를 보면 뉴스 ‘인싸’가 됩니다.” 채널A 메인뉴스인 ‘뉴스A’가 23일부터 젊은 남녀 앵커와 현장 기자들의 출연으로 확 달라진다. 또 취재력이 뛰어난 스타 기자들이 현장 구석구석을 뛰며 만든 뉴스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속 시원히 해결해주는 코너들을 마련한다. 주말뉴스와 스포츠뉴스도 새로운 얼굴로 시청자들을 찾는다. ‘뉴스A’는 주 52시간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발맞춰 오후 7시 30분 편성되며 방송 분량도 60분에서 70분으로 늘려 전문성과 심층성을 강화했다. 앵커는 동정민 탐사보도팀장(39)과 여인선 기자(29)가 맡는다. 각종 시사 프로그램에서 진행 실력을 인정받은 두 기자는 2030세대의 패기로 뉴스에 현장성과 생동감을 더할 예정이다. 동정민 앵커는 2004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와 정치부, 프랑스 파리 특파원 등을 거친 베테랑 기자다. 동 앵커는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을 통틀어 가장 젊은 남자 앵커다. 여인선 앵커는 사회부 법조팀에서 ‘정운호 게이트’ 등을 취재했으며 ‘이슈 투데이’ ‘뉴스A’ 등을 안정감 있게 진행해 호평을 받았다. 뉴스A에는 채널A의 ‘어벤저스’급 현장 기자들이 참여하는 고정 코너가 매일 다양한 포맷으로 마련돼 하루 뉴스를 더욱 깊이 있고, 현장감 있게 전달할 예정이다. 채널A ‘먹거리 X파일’과 ‘김진의 돌직구쇼’ 간판 진행자로 잘 알려진 김진 기자는 신설되는 ‘김진이 간다’(사진) 코너를 맡는다. 김 기자는 이 코너를 통해 먹을거리 등 실생활 아이템에 숨겨진 진실을 찾아 현장을 누빌 예정이다. 또 시청자의 궁금증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취합해 김 기자가 직접 취재하는 소통형 제작도 할 예정이다. 이재명 차장은 ‘여랑야랑’ 코너로 가장 뜨거운 정치 이슈에 대한 재미있는 뒷이야기를 공개한다. 이 기자는 동아일보 청와대 출입기자, 국회팀장, 정치부 차장을 지냈고 ‘달콤쌉싸래한 정치’ 칼럼 코너를 통해 단단한 팬층을 확보한 베테랑 정치 기자다. 사회부 법조팀 성혜란 기자는 ‘팩트맨’ 코너를 통해 꼼꼼한 취재로 본격 팩트체크를 선보인다. 정치부 이동은, 사회부 사공성근 기자는 주요 정치·사회 이슈를 발로 뛰며 취재한 내용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지난달 신설된 탐사보도팀은 다른 뉴스에서는 볼 수 없는 뉴스A만의 심층 보도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미 지난달 ‘탈북모자 사망 사건’을 발굴해 우리 사회의 아픈 이면을 들춰내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탐사보도팀은 동 앵커가 직접 이끈다. 스튜디오도 달라지는 뉴스와 함께 젊고 도시적인 세련미를 더한 디자인으로 리모델링했다. 다양한 각도에 설치된 카메라와 조명을 활용해 스튜디오 내에서도 역동적인 뉴스 진행이 가능해졌다. 스포츠뉴스와 주말뉴스도 외부 스타 진행자를 영입하며 새롭게 단장했다. 주말 ‘뉴스A’는 KBS 9시 뉴스 앵커를 지낸 조수빈 씨가 단독 진행을 맡는다. 다양한 뉴스 진행 경험이 있는 조 앵커는 편안하고 안정감 있는 진행을 선보일 예정이다. 주중 스포츠뉴스는 KBS N 스포츠의 ‘아이 러브 베이스볼’을 진행하며 ‘야구 여신’으로 불린 윤태진 아나운서가 맡는다. 채널A는 “시청자들이 그날의 핵심 이슈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다양한 코너와 포맷을 준비 중”이라며 “공정하고 균형 잡힌 보도로 뉴스의 신뢰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이서현 baltika7@donga.com·신규진 기자}

《채널A 뉴스가 23일부터 새로운 얼굴로 시청자들을 찾는다. 평일 메인뉴스 ‘뉴스A’는 동정민 여인선 앵커가, 주말 ‘뉴스A’는 조수빈 앵커가 단독으로 진행한다. ‘뉴스A’ 스포츠뉴스 진행은 윤태진 아나운서가 맡는다. 더 젊고, 더 재미있어진 채널A 뉴스를 이끌 새 얼굴들을 미리 만나봤다.》 “국내외에서 현장을 두루 취재한 경험을 살려 더 쉽고, 더 재미있고, 더 젊어진 뉴스를 선보이겠습니다.”(동정민 앵커) “채널A는 멋진 사람들의 팀워크가 좋은 회사입니다. 이들의 노력이 더 빛날 수 있도록 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여인선 앵커) 평일 ‘뉴스A’ 앵커들은 지상파·종편 메인뉴스 중 가장 젊은 현장형 기자들이다. 동정민 앵커(39)는 2004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정치부 청와대 팀장 등을 거쳤다. 2016년부터 올해 6월까지 신문·방송 겸직 파리 특파원으로 에이드리언 홍 주스페인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과 헝가리 부다페스트 유람선 침몰 사건 등 굵직한 이슈의 현장을 지켰다. 2013년 입사한 여인선 앵커(29)는 사회부 법조팀에서 ‘정운호 차 값 챙긴 부장판사’를 단독으로 고발해 서울변호사회가 수여하는 ‘법조 언론인상’을 받았다. ‘이슈 투데이’ ‘뉴스A’를 맡으며 군더더기 없이 매끄럽고 안정감 있는 진행으로 생방송 능력을 검증받았다. 스튜디오에 들어서기 직전까지 현장을 누빈 기자들이 전달하는 뉴스는 어떤 점이 다를까. 동 앵커는 “뉴스A는 그날 하루 기자들과 스태프가 만든 채널A 보도 역량의 총집결체와 같다”며 “현장 경험이 있는 앵커는 그 종합적인 결과물을 시청자들에게 누구보다 잘 전달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라고 생생한 현장감을 강조했다. 여 앵커는 “현장 동료들과 기사 아이디어 및 방향을 활발하게 논의해 현장의 감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앵커들과 젊은 스타 기자들의 호흡도 이번 개편에서 가장 기대되는 변화 중 하나다. 여 앵커가 가장 관심을 갖는 코너는 이재명 기자가 정치 이슈를 풀어내는 ‘여랑야랑’. “이 기자와 동 앵커는 사회부, 정치부에서 오랜 기간 현장을 함께 누빈 사이”라며 “두 사람이 스튜디오에서 보여줄 ‘케미’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동 앵커는 사회부 법조팀 성혜란 기자가 담당하는 ‘팩트맨’ 코너를 꼽았다. “성 기자는 에콰도르 현지에서 한보그룹 정태수 전 회장의 마지막 행적을 추적한 역량 있는 기자다. ‘팩트맨’ 코너로 시청자의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풀어줄 팩트를 가져올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시청자의 시각에서 뉴스를 만드는 것은 개편을 앞둔 두 앵커가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이다. 여 앵커는 “친구에게 오늘 하루 일을 들려준다는 생각으로 뉴스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동 앵커는 “채널A 기자들이 갓 잡아온, 펄떡펄떡 뛰는 뉴스를 맛있게 요리해 시청자에게 전달하겠다”며 “뉴스A를 보면 진정한 뉴스 ‘인싸’가 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