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재

이호재 기자

동아일보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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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틈틈이 소설을 쓰며 스토리텔링에 천착한다. 숨소리까지 살아 숨쉬는 생생한 내러티브 기사가 넷플릭스 영상보다 가치 있는 컨텐츠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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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19~2025-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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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의 100인에게 들었습니다…국민이 바라는 새 대통령은?

    국민들이 바라는 새 대통령은 ‘나의 대통령’이 아닌 ‘우리의 대통령’이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만난 100명의 국민은 이념과 세대로 갈라진 대한민국을 새 대통령이 하나로 모아줄 것을 당부했다. 국민들은 “국민과 스스럼없이 어깨동무 할 수 있어야 한다” “잘못하면 대통령도 사과할 줄 알아야 한다” 등 통합과 소통을 구체적으로 희망했다.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 시대의 청년들을 위한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바람도 컸다. 청년 실업의 찬 바람을 온몸으로 맞고 있는 20, 30대 청년들은 물론이고 이들을 자녀로 둔 40~60대 부모 세대 역시 같은 마음이었다. “공약을 잘 지켜라” “정직해야 한다” “투명한 국정운영을 해 달라” 등의 목소리도 상당수 있었다. 서울 노량진의 고시촌, 남대문 시장 등을 비롯해 인천 서해5도 최북단, 제주 마라도에 이르기까지 전국의 다양한 목소리를 소개한다.◇서울1. 이영한(25·공무원 준비생)누가 대통령이 되든 ‘공공기관 일자리’를 늘렸으면 좋겠다. 공무원 많다고 말하는데 사실은 부족하다. 공공기관 일자리를 많이 늘려서 국민들에게 서비스도 많이 할 수 있고, 취업 준비하는 사람에게도 기회를 많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2. 이은영(30·공무원 준비생)요즘 시국이 어렵다. 정직했으면 좋겠다.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바른 방향을 갔으면 한다. 안 좋은 소리도 경청할 줄 알고, 나쁜 것에 휘둘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잘못을 했으면 사과할 줄 아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공정한 사회가 정치든 청년문제든 다 적용이 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주면 좋겠다.3. 최종원(21·대학생)비정규직 문제를 점차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길 바란다. 노력에 걸맞은 합당한 대우가 가능한 사회를 바란다. 또 정직했으면 좋겠다. 최순실 게이트도 사람들이 모르는 걸 이용해 정직하지 않게 자기 사리사욕 채운 것 아니었나. 대통령은 모든 면에서 정직했으면 좋겠다.4. 김정균(46·재래시장 상인)경쟁력 잃고 신음하고 있는 재래시장 이번엔 꼭 살려 달라.5. 조수동(63·재래시장 상인)주변 사람들이 모두 자식 취업문제로 가슴아파한다. 청년이 기 펴고 사는 세상, 꿈꾸고 살 수 있는 세상 만들어 달라.6. 손문희(56·재래시장 상인)새 대통령은 청년들 일자리 문제만큼은 확실히 해결해주면 좋겠다. 청년들이 일자리가 있고 일하고 세금들을 많이 내야 경제도 선순환하고 뿌리도 튼튼해진다. 그래야 시장 찾아올 사람들도 늘어날 거다. 하하.7. 이지예(18·고등학생)차별 없는 사회를 위해 노력해주는 대통령이었으면 좋겠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많은 걸 자꾸 숨겨서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번 대통령은 숨기는 게 없이 투명한 대통령이었으면 좋겠다.8. 황하연(18·고등학생)자기가 말한 공약을 잘 지켰으면 좋겠다. 적폐 청산이라고 많은 후보들이 이야기하는 걸 들었다. 고여 있는 사회의 나쁜 부분들을 잘 개혁해주는 대통령이었으면 좋겠다.9. 김명숙(60·카페 운영)할 수 있는 걸 말하고 말한 걸 지키는 대통령이었으면 좋겠다. 여태까지 대통령들이 다 정직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던 것 같다. 많은걸 바라지 않고 정직했으면 좋겠다. 누가 대통령이 돼도 어려운 시기일 텐데 선심성으로 공수표를 날리기보다 솔직하게 말하고 고통을 분담하자고 이야기해주는 대통령이었으면 좋겠다. 국제 사회에서는 품위를 지키는 사람이었으면 한다.10. 박영섭(66)일단 정직한 자세로 일을 했으면 좋겠다. 말부터 앞세우지 말고 진정 나라를 위해 일해주길 바란다.11. 홍승진(40·직장인)누가 되든 공약으로 내세운 것들을 대통령이 되면 꼭 지켜줬으면 좋겠다. 먹고 살기 편한 세상 만들어 주길 바란다. 12. 방선미(25·직장인) 세금을 많이 내도 아깝지 않은 나라를 만들어주길 바란다. 복지 정책을 제대로 실현해주는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13. 이경열(57·직장인)정의로운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취업비리를 없애줬으면 한다. 선심성 공약 남발하지 않고 약속을 지켜줬으면 좋겠다. 14. 인효정(20·대학생)선거운동하면서 진정성 있게 호소했던 공약들 꼭 지켰으면 한다. 말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정책에 대한 또 다른 비판들도 포용하면서 국정 운영해가길 바란다. 특별히 TV토론 때 성소수자 발언이 화제였는데 찬성과 반대를 떠나 이 문제를 공론화해 진지하게 토론하는 포용력도 보여줬으면 좋겠다.15. 강민석(29·대학원생)다음 세대들이 꿈을 펼칠 수 있게 기성세대에서 더 실효성 있는 정책을 고민해 달라. 주변 친구들도 그렇고 청년들이 취업에 대해 고민이 많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급여차이가 너무 크다. 대기업만 가려고 노력하는 현실을 타개해주길 바란다. 청년들에게 ‘눈을 낮춰라’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실제 취업하는 학생들 입장에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을 다시 세워 실행해 주길 바란다.16. 김지호 씨(27)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격차 및 비정규직의 부당한 처우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정말 미래세대를 위해 노력한다면 동일한 노동을 하고 동일한 임금을 받지 못하는 현실을 고민해줬으면 좋겠다.17. 김태훈(17·고등학생)법 위반하는 나쁜 행동 안했으면 좋겠다. 국민이 준 권력을 남용하지 않고 국민을 위해서 정직하게 일했으면 좋겠다.18. 이기림(51·변호사)퇴임할 때 사랑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교육 제도는 자꾸 고치지 말고 좋은 백년대계 세워서 우직하게 밀고 나가면 좋겠다. 안보 불안감을 해소하는 게 1순위다.19. 이서영(17·고등학생)차별을 줄일 수 있는 대통령이었으면 좋겠다. 성과 성적 취향으로 차별받지 않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지난해 강남역 살인사건 등으로 여성 안전 문제도 불거지고 있는데 어렸을 때부터 안전 분야 교육하는 등 특단의 조치 취해주면 좋겠다. ◇경기·인천20. 김경옥(56·노래방 운영)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고 있는 만큼 그 부작용으로 반려동물을 버리거나 학대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반려동물 유기를 과태료 부과만으로 처벌하는 것은 유기를 막는데 실효성이 없다고 본다. 성실한 납부한 영세 자영업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고, 체납액 납부의무 면제제도도 도입해 달라. 서민 자영업자 세금 납부 부담을 줄여 소득 증가로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달라.21. 정병순(70·경비원)경비원 잇단 자살, 사고사로 경비원 열악한 처우가 드러나 근무환경 개선이 어느 정도 이뤄졌지만 휴게 시간과 근무 시간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휴게 시간에도 일하는 경비원이 많다. 근무시간이 잘 지켜질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되길 바란다. 또 경비원을 마음대로 부려도 되는 ‘을(乙)’로 보는 주민들의 의식은 여전하다. 주민들을 위해 일하지만 같이 더불어 사는 이웃주민으로 생각해 서로 돕고, 고마워하는 분위기가 정착됐으면 한다. 이를 위해 경비원과 주민 간 소통의 시간, 이웃사랑 캠페인 등을 실시했으면 좋겠다.22. 이보람(26·간호사)간호사 한명이 돌보는 환자수가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많다. 이는 환자를 돌보는데 문제가 발생할 뿐 아니라 전체적 의료서비스 하락을 불러온다. 운영이 열악한 병원일수록 상황은 심각하다. 능력 있는 간호 인력을 충분히 공급해 환자들이 정확하고 안정적인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 보조금 지원 등이 이뤄져야한다. 지금 차기 정부는 의료 서비스 부문에선 눈에 띄는 공약을 발표하지 않았다. 이는 한국의 의료수준이 높다고 생각하는 건데 의료기술만 좋을 뿐 인력 공급은 후진국 수준이다. 간호사 등 병원 직원들에 대한 충분한 육아휴직을 보장해 달라.23. 윤영옥(59·청소업)근처 백화점에서 청소일을 하는데 용역업체가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는 것도 법으로 막아줬으면 좋겠다. 하루아침에 용역업체를 다 없앨 수는 없지만 우리도 안정적인 사회를 만들어 달라. 서민 위해 일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또 서민을 위해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남편이 개인택시를 하는데 택시 요금도 좀 올려주면 좋겠다. 택시가 늘어나다보니 손님도 예전보다 많이 없다. 딸은 5년 전에 시집을 갔는데 아직 아이를 못 낳았다. 맞벌이를 하며 직장을 다녀서 애 낳을 여건이 안 된다더라. 육아, 보육에도 힘썼으면 한다. 24. 조만근(27·영어강사)정경유착이 근절됐으면 좋겠다. 재벌들도 개혁을 할 시점이라 생각한다. 재벌총수들이 보유하고 있는 돈을 정부가 권한을 행사해서 나눴으면 좋겠다. 재벌만이 아니라 영세업자들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 자영업자나 영세업자들을 보호할 장치는 거의 없는데 대기업 배불리는 방향만 지나치게 확대된 측면이 있다. 대기업도 커가야겠지만 자영업자와 영세업자들도 함께 튼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 노후세대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노후대책을 잘 세워주면 좋겠다. 25. 김바니(30·자영업)‘헬조선’이라는 말이 사라지는 사회를 만들어주면 좋겠다. 그러려면 우선 청년들이 살아나갈 방안들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 취업이 잘 되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 또 청년뿐 아니라 부모님들 직장도 문제다. 쉽게 해고되고 강제 퇴직하는 사회가 아니라 퇴직을 해도 재취업이 잘 될 수 있는 직업안정성이 있는 사회를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26. 윤상식(66·자영업·경기 광명시)진보와 보수,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조기 대선이 보여주는 것처럼 한국사회는 지금 안정되지 않고 불안하다. 당선인은 이를 잘 수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념에 관계없이 하나로 화합하고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27. 나현성(26·직장인)지금 조기 대선을 치르는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대통령 당선됐다고 좋아하지 말고 그 계기를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적폐와 부정부패 때문에 지금 우리가 대선을 치르고 있지 않나. 어느 정권이나 부정부패 뿌리 뽑겠다고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 공약한 정책을 잘 시행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적폐청산을 국정 1순위 과제로 선정하고 추진했으면 좋겠다.28. 이미정(47·주부)두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 입장에서 현실적인 일자리 정책이 다시 세워졌으면 한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지금. 안정적인 정규직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무탈하게 가정꾸릴 수 있는 사회의 토대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 또 매년 봄마다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다. 중국에서 오는 미세먼지라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최소한 노력이라도 해봐야 하는 것 아닌지 싶다. 중국과의 외교적 노력을 통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성의를 보였으면 좋겠다.29. 박대성(59·재래시장 상인)재래시장 살리겠다고 말은 많이 하지만 공약 뜯어보면 수박 겉핥기 식이다. 재래시장 상인들 의견을 많이 듣고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해주길 바란다. 세월호 참사는 정부와 가족들이 잘 이야기해서 마무리됐으면 좋겠다. 안전에 신경 써 다시는 이런 일 일어나지 않게 했으면 좋겠다.30. 이명봉(22·대학생)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실수 안했으면 좋겠다. 청년 일자리가 많이 생기고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고 돈 많이 벌 수 있었으면 한다.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잘 지낼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31. 김용규(15·중학생)축구 잘하는 애는 축구만 해도 되는 세상 됐으면 좋겠다. 사교육이 줄고 학업스트레스가 없어졌으면 한당. 가족들이 오후 6시에 퇴근해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늘었으면 좋겠다. 세월호 문제는 돈으로만 해결하려 하지 말고 유가족의 요구를 그대로 다 들어주고 만족시켜줬으면 좋겠다.32. 조귀애(56·주부)기본을 지키는 나라가 되길 바란다. 불법으로 돈 주고받는 것 없이 깨끗한 나라 부정부패 없는 나라 됐으면 좋겠다. 세월호 문제는 아직도 밝혀진 게 없다고 생각한다. 차기 정부에서는 유가족이 만족할 수 있을 만큼 투명하게 진상규명했으면 좋겠다.33. 이미혜(32·직장인)서민들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주면 좋겠다. 지금은 앞으로 잘 살 수 있을 거 란 희망이 별로 없다. 노력하면 나도 잘 살 수있다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 그리고 북핵 때문에 시끄럽다. 공약할 때 말했던 것처럼 북한이 핵으로 위협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핵 위협을 해결해 달라.34. 강기진(45·건축설계)적폐청산부터 시작해서 소수자들을 위한 평등권 보호, 양극화 해소, 서민들을 위한 복지재원 확충, 부자감세 철회, 경제민주화 등 해주면 좋겠다. 경제가 안정돼야 안보도 확보된다고 생각한다. 국방력 가지곤 다 해소할 수 없다. 경제민주화 되고, 먹고살기 넉넉해야지 북한과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가 안정화돼야 그 토대로 국방력 뒤따라간다고 생각한다.35.한보람(19·대학생)우리나라를 잘 부탁한다. 청년실업이랑 저출산 등 정말 사회적으로 큰 문제 되는 것뿐만 아니라 작은 목소리도 크게 들어 달라. 외면 받는 사람들, 소외받는 사람들이 무시 받는 경우 많으니까 잘 챙겨 달라.36.서석현(43·직장인)임금체불 관련 법 강화해 달라. 부당 해고 해결해 달라. 바쁠 때만 고용했다가 바로 해고하는 일 사라져야 한다. 상식적으로 고용 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 악덕사업주를 제대로 관리해 달라.37.김일수(69·주부)한 아이의 할머니다. 70세를 바라보는 나이다. 노인들을 위한 복지 공약과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주는 대통령을 원한다.38. 안태균(25·대학생)청년들이 취업하기 너무 어려운 때다. 지금 무거운 책가방이 미래의 가벼운 마음이 될 수 있게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 많이 만들어달라.39. 김미라(55·주부)/김하윤(22·대학생)우리 딸의 첫 대선 투표다. 싸움 없는 정치 그리고 정말 국민이 무엇을 워하는지 잘 살펴서 국정을 운영해주셨으면 한다.40. 김경열(43·직장인)마음껏 숨쉴 수 있는 대한민국으로 만들어 달라.41. 홍근선(49·건설업체 대표)안보를 주축으로 한 경제성장을 바란다. 여야가 서로 흠잡는 일이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주시기 바란다.42. 정광수(57·제조업체 부사장)국가 통신장비가 해외기업 제품들에 의해 점령당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심해지면 우리나라는 네트워크 식민지가 된다. 국산장비로 통신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 독립과 자립하는 나라를 만들어 주시기 바란다.43. 설희자(56·주부)후세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선별적 복지정책을 원한다.44. 변병설(54·교수)도심 낙후지역의 도시재생사업과 공동체 회복 사업을 추진해 국민의 삶을 향상시켜야 한다. 특히 미세먼지 등 국민의 삶을 위협하는 환경오염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건강 위해성 평가 및 관리제도 도입 등 과학적인 환경정책이 절실하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환경일자리를 만들면 실업률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45. 김선희(46·자영업)세월호, 메르스, 대통령 탄핵 등 해마다 악재를 겪으면서 자영업자들은 사실상 사형선고를 받았다. 수출도 중요하지만 내수 살릴 수 있는 자영업자 공감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 달라. 아울러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자주적인 안보와 국방 정책을 펼쳐 달라. 46. 오인선(47·드론 개발업체 대표)나눠 먹기식 정부 지원은 이제 그만 하자. 미래 산업을 이끌 ‘될 성 싶은 기업’에 전략 투자하는 정부 정책을 꼭 실현시켜 주길 바란다.47. 백원협(53·서해 섬 주민)서해5도의 유일한 병원에는 제대로 치료할 의사가 없고 궂은 날씨에 헬기가 뜨지 않아 응급환자 목숨이 위태롭다. 성수기에 배표를 싹쓸이하는 여행사 횡포로 주민들이 표를 구하지 못한다. 국민을 따듯이 배려하는 복지행정을 펴달라 48. 박태원(57·어업)해경을 부활시키고 경비력을 늘려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을 강력하게 막아 달라49. 김주영(19·대학생)공공부문 보다는 민간기업을 활성화시켜 일자리 창출해 달라◇부산·울산·경남50. 이보성(50·석유화학 제조업체 대표)주변에 휘둘리지 않는 대통령이 됐으면 한다.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뚝심 있게 추진하는 자존감이 강한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51. 윤경돈(56·경찰)대한민국이 많이 갈라져 안타깝다. 진보와 보수, 촛불과 태극기로 나눠져 있지만 모두 소중한 국민들이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로 ‘국민대통합’을 이뤄주셨으면 좋겠다.52. 김주성(46·에너지 관련 제품 제조업체 대표)국민이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행사하고, 권리만큼 스스로 책임도 질 수 있도록 지혜롭게 정부를 이끌어 달라. 친환경 정책을 많이 써서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에 살도록 해줬으면 한다.53. 강순향(44·자영업)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1인당 식대를 3만 원으로 제한하는 것은 업을 하는 우리들에겐 너무하다. 하루 빨리 법을 개정해 현실화시켜 달라.54. 최상진(54·택시운전)우리는 크게 바라지 않는다. 국민들이 나라 걱정하지 않도록 대통령은 국민을 바라보면서 대통령 일만 똑바로 잘해달라.55. 조병열(71·경비원)안보를 제1국정과제로 삼아 튼튼한 국가를 만들어 달라. 외교적으로는 우방 간 관계를 돈독히 하는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56. 고영미(54·자영업)자영업자들은 장사가 잘 될 만하면 건물주의 임대료 인상요구에 심지어 재계약 거부까지 당한다. 사실상 남는 게 없다. 자영업자들이 보람과 성취감을 느끼며 신나게 일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57. 김구석(54·건축사)상식이 통하고 보통 사람들이 생계 걱정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어 주시길 바란다. 국민 잘 살게 하고 진정으로 나라를 위하는 대통령이 되어 달라.58. 문인걸(46·공무원)공무원이 외압에 굴하지 않고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는 나라 만들어주면 좋겠다. 우리 대통령이 자랑스럽고 당당한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59.조예진(26·교직원)심각한 청년 취업 문제와 비정규직 차별 등에 대해 적극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달라. 혼란스러웠던 우리나라를 다시 화합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또다시 보궐선거 할 일이 없도록 깨끗한 정치 부탁한다.60. 이상구(54·회사 대표)이번 대통령 선거는 역대 어느 선거 때 보다 국론이 분열되고 혼란한 가운데 치러졌다. 국회와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돼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이끌어줬으면 좋겠다.61. 조유묵(53·시민단체 소속)촛불정신은 모든 영역에서 불평등과 특권의 해소를 요구했다. 정치, 선거제도의 개혁을 통해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여야 한다. 풀뿌리 민주주의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지방자치에 대한 강도 높은 개혁도 추진해야 한다. 비정상 사회의 정상화를 통해 국민들이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62. 구정화(57·시의원)‘정파의 대통령’이 아니라 ‘온 국민의 대통령’이어야 한다. 먼저 손을 내밀어 대통합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과거보다 미래를 바라보며 안보위기를 극복하고 경제회복을 위해 소매를 걷어주기를 바란다.63. 이외주(55·농민)농촌이 어렵다. 농촌과 농민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대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각종 기금의 무분별한 지원으로 시설채소 농가가 최근 크게 늘어난 것이 걱정이다. 수급 조절 실패로 인한 농민 피해가 우려되므로 이에 대한 점검과 대책을 세워주면 좋겠다.64. 신재균(61·농협조합장)농촌에 젊은이가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값싼 수입 농산물에 맞서려면 농자재 값 지원과 생산비 지원도 필요하다. 농민의 역할이 크다는 점을 명심하고 농촌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대구·경북65. 한보람(25·직장인)청년들이 미래를 꿈꾸고 완성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달라. 이념의 혼돈과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고 진정한 통합을 이뤄냈으면 좋겠다.66. 이희경(34·직장인)어려운 경제와 미래를 속 시원하게 풀어줬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희망을 꿈꾸고 바라는 것을 열어가는 밝은 세상을 만들어 달라.67. 김복용(60·한국섬유개발연구원 이사장)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주역인 섬유는 다가올 미래 상황에 부합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준비해야 할 때다. 섬유 소재는 패션과 힘을 모아 판로를 넓혀가고, 미래 자동차, 로봇 등 다른 산업과 융합해 미래 시장을 창출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68. 전치완(62·재래시장 상인)서민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정책을 활발하게 추진해 달라. 전통시장을 지역별로 특화해 상인들이 기를 펴고 살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69. 신일희(78·계명대 총장)새로운 산업혁명시대를 개척해야할 대학이 생존의 위기에 놓여있다. 정부 주도의 지원 사업들이 대학에 도움이 되고 있지만 학사행정과 경영의 자율성을 상당히 침해하기도 한다. 자율성의 결핍은 대학을 하향획일화 시킬 수 있고 설립이념에 따른 인재육성에 지장을 줄 수 있다. 새 대통령은 대학이 시대에 맞는 인재를 육성할 수 있도록 고등교육정책에 특별한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70. 배성하(24·대학생)사상 최악을 기록하고 있는 청년실업 문제 해결에 온 힘을 실어달라. 등록금과 생활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청년들이 최소한의 대우를 받으며 일할 수 있도록 최저 시급 1만원 실현 공약도 꼭 지켜주시길 바란다.71. 이수환(34·축구팀 감독)정치적 이념, 세대 간 갈등, 지역주의 등 이리저리 찢어진 국민들을 하나로 모아, ‘모두’의 대한민국으로 새롭게 나아갈 수 있도록 포용성 있는 국정운영을 펼쳐 주시길 바란다.72. 조정우(42·교직원)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을 만들어달라. 권력을 행사하는 대통령이 아닌 국민의 행복만 생각하고 봉사하는 대통령이 꼭 돼 주셨으면 좋겠다.73. 배상용(51·울릉군발전연구소장)국민은 가난한 것보다 불공정한 데 화를 낸다. 새 대통령은 정직하고 강단 있는 자세로 누구나 노력하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깨끗하고 희망 찬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앞장 서야 한다.74. 배순자(62·부녀회장)농산물 가격 하락으로 농민들이 어려워 포기하는 작물이 속출하고 있다. 획기적인 방안이 필요할 때다. 더불어 50, 60대가 농촌에 희망을 갖고 귀농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대전·충청·세종75. 이홍희(39·방송작가)서로 이념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다 해도 이를 포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흑백논리로 편 가르기 하는 대통령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는 대통령을 원한다.76. 김서원(51·페이스리딩 전문가)편안한 표정으로 그리고 따스한 스킨십으로 아픈 사람. 상처받은 국민을 진심으로 감싸주길 바란다. 불통이 아닌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건강하고 재미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주길 기대한다.77. 김용진(31·요식업)재료값, 임대료, 인건비, 세금 등은 꾸준히 올라가는 데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정말로 죽을 지경이다. 자영업자들의 실질적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는 대통령을 기대한다.78. 장경환(48·성악가)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에서 등장하는 주인공 장 발장처럼 상대진영에 대한 증오나 보복은 저버리고 오로지 국민과 나라를 위해 일하는 대통령이 되었으면 한다.79. 박하늘(32·레크레이션 강사)사회전반의 적폐청산과 북핵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안보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 국민이 안정감을 되찾을 수 있는 그런 나라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80. 박시룡(65·한국교원대 명예교수)새 대통령은 DMZ를 세계평화공원으로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한국 전쟁으로 나무들이 모두 사라졌다. 새 대통령은 북한과 교류를 통해 DMZ를 중심으로 한 과거 서식지를 복원시켜줬으면 좋겠다. DMZ를 중심으로 한 황새를 복원시켜 세계평화생태공원으로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81. 오갑희(73·주부)우리처럼 나이 많은 사람들이 많아지는 고령화 시대가 빨라지고 있다. 그러니 젊은이 일자리 만드는 것과 함께 노인 일자리도 많이 만들어 달라. 또 반찬값 걱정하지 않게 물가를 안정시켜 줬으면 좋겠다.82. 박지헌(51·직장인)부정부패를 없애라. 공직사회, 대기업 할 것 없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관습처럼 내려온 그런 것들 말이다. 청렴한 사회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국민 모두가 안빈낙도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83. 조양수(41·직장인)확고한 국가안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당면과제다. 아울러 보수와 진보, 그리고 지역과 세대를 아우르는 통합의 정치를 펼쳐 달라. 안보를 기반으로 통합의 정치를 펼쳐 존경받는 대통령이 돼주길 바란다. 84. 김항철(41·축산업)이번 선거는 촛불로부터 시작된 ‘국민의 선거’였다. 하지만 촛불 시위에 나가지 못했거나 태극기를 들었던 사람들 역시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국민’이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도록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주길 바란다.85. 김달호(54·요식업)김영란법 발효 이후 음식점 매출이 크게 줄어 무척 어렵다. 김영란법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그 제한 액수는 일반 사람들의 일상적인 식사조차 어렵게 만들었다. 돈 있는 사람들이 적절히 소비하고 그로인해 경제가 활성화 되도록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을 서둘러 달라.86. 황순덕(62·농촌체험관 운영)보수와 진보가 모두 하나 되는 진정한 국민 대통합이뤄달라. 국내경제는 물론 국제 경쟁력을 강화해 온 국민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광주·전라87. 김재열(70·학원원장)인재를 고루 등용해야 한다. 역대 정권은 특정 지역에 인재가 없다며 소외시켜 갈등을 야기했다. 지역에 차별을 두지 않는 탕탕평평한 인사정책이야말로 국민 통합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88. 신장훈(48·자영업)서민들의 고달픈 삶을 이해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따뜻한 대통령을 보고 싶다. 현장을 자주 찾는 민생 대통령, 스스럼없이 국민과 어깨동무를 할 수 있는 친근한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89. 주광재(50·제조업)공동체 의식 부재와 빈부 격차로 세대 간, 계층 간 갈등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말로만 통합과 화합을 외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 달라. 대한민국을 한 단계 업그fp이드 시키려면 그런 행동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90. 김재휘(24·대학생)청년들이 꿈을 꾸기 전에 현실에 대한 불안감이 더 커진 사회가 됐다. 청년 일자리의 실질적 혜안을 제시하는 대통령, 리더로서 현 시대의 일자리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노력을 기울여 달라.91. 권명화(49·주부)대학생 아들 둘을 둔 엄마다. 아이들 취직이 제일 걱정이다. 알바나 비정규직 말고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기업들이 엉뚱한데 돈 쓰지 말고 생산에 투자해 좋은 일자리 만들도록 정부가 적극 유도해야 한다.92. 유동희(51·요식업)박근혜 정부에서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가 연이어 발생해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있다. 서민들의 소비심리를 개선하고 부자들도 지갑을 열수 있도록 정부가 과감하게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한다.93. 박규진(65·전기공사업)서민과 부자 사이에 경제적 격차가 너무 심하게 벌어져 있다. 서민 경제를 살려 양극화를 줄여가야 한다. 국민과 정치인들은 새 대통령이 일을 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주어야 하고 대통령도 지지자 뿐 아니라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94. 박영미(61·농민)농기계와 각종 농자재 값이 너무 올랐다. 10여 년 전부터 각종 국가보조사업이 시행되면서 농기계 값이 급등했다. 농기계 빚 때문에 농사를 포기하는 농민이 많다. 농기계와 농자재 값을 낮춰 편하게 농사를 짓게 해 달라.95. 홍성은(49·주부)대선 선거철에 맞물려 요즘 물가가 갑자기 올라 장보기가 겁난다. 라면은 무려 5%나 올랐다. 저소득층이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대통령이 조기 대책을 마련해 물가를 안정시켜주면 좋겠다.96. 정용운(52·특수교사)우리나라는 장애인 복지 후진국으로 장애인의 삶은 늘 고단하고 팍팍하다. 이러한 불평등과 불공정을 무너뜨려 달라. 부양의무제와 장애등급제, 장애인 수용시설은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강원·제주97. 홍춘구(26·대학생)젊은층이 일자리 걱정 하지 않도록 다양하고 안정적인 일자리 정책을 세워달라. 젊은 사람들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편안히 살아 갈 수 있는 그런 대한민국을 만드는 대통령이 되어 달라. 또 국민이 원하는 것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며 그것에 대해 같이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런 대통령이 지금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98. 정운기(39·회사원)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혼란해진 정국을 안정시키는데 최선을 다해주시기 부탁드린다. 서민 경제를 위해 애써 달라. 서민들 살림살이가 좋아졌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해달라. 또 회사원으로서 한 말씀드리자면 서민들이 일자리 걱정 안하도록 안정적인 일자리 많이 만들어주시기를 바란다.99. 이정(41·공무원)여성과 아이들이 안심하게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달라. 맞벌이 부부가 자녀를 양육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신경 써 달라. 사교육비 줄일 수 있는 특단의 대책도 부탁드린다. 특히 접경지역 주민들이 불안감 느끼지 않도록 남북 관계 개선에도 최대한의 역량 발휘해달라. 대통령님 파이팅!100. 김은영(47·마라도 이장)복지의 사각지대가 없었으면 한다. 복지혜택이 골고루 돌아갔으면 좋겠다. 경제적으로 생활이 충분히 가능한데도 혜택을 받고, 정작 지원을 받아야하는 사람은 소외되는 일이 있다. 우리 세금으로 봉급을 받는 공무원들이 주어진 일만 하려고 한다. 일손이 달려서 못한다고 하는데, 조금만 신경 쓰면 소외받는 이웃들을 잘 보살필 수 있다. 공무원 사회가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변했으면 한다. 그리고 부정부패가 없어졌으면 한다. 공정하고 깨끗한 사회가 되도록 대통령이 힘써주길 바란다.<전국종합>}

    • 2017-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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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른 낙엽위 곳곳에 담배꽁초… 진화장비함엔 빗자루만 가득

    노원구 수락산 산림보호원 온정원 씨(64)는 매일 흡연자를 잡느라 골치가 아프다. 산에서 흡연은 불법이지만 등산로에 서서 담배 연기를 내뿜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강원 지역 산불로 큰 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동아일보는 화재 전문가와 함께 7, 8일 사람들이 많이 찾는 서울의 주요 등산로 3곳을 살펴봤다. 15일까지 봄철 산불 조심 기간이지만 담배꽁초는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산불 전문가인 전주대 소방안전공학과 김동현 교수와 7일 가 본 서울 강북구 북한산 백운대 코스에서는 등산로는 물론이고 산비탈에까지 꽁초가 버려졌다. 겨울에 떨어진 나뭇가지들이 모여 있고, 살짝 밟아도 잘게 부스러질 정도로 바싹 마른 낙엽이 쌓여 있는 곳이었다. 김 교수는 “불을 제대로 끄지 않은 채 무심코 낙엽더미에 꽁초를 던지는 건 폭탄을 던지는 꼴”이라고 말했다. 8일 찾은 서울 도봉구 도봉산 신선대 코스도 다르지 않았다. 술을 마시며 피운 듯 버린 담배꽁초 옆에 빈 막걸리 통이 널브러져 있었다. 산에서 흡연을 하거나 담배꽁초를 버리면 3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통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산림보호원은 “화기를 자진 반납하도록 권유하지만 압수할 수는 없어 어렵다”고 털어놨다. 산불이 났을 때 초기 진화를 위한 대비 상태도 합격점을 주기는 어려웠다. 8일 수락산 제4등산로의 ‘산불진화장비 보관함’은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누구나 사용 가능합니다’라는 문구가 무색했다. 투명 플라스틱 문 너머로 보이는 장비도 빗자루 8개와 삽 1개뿐이었다. 관리 책임도 애매하다. ‘화기보관함’이라고 적힌 표지에는 ‘노원구청’이라고 쓰여 있지만 구청 측은 “수락산(산불진화장비 보관함)은 저희 것인지, 산림청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틀간 3곳의 등산로를 6시간 넘게 걸었지만 산불감시원을 만나지는 못했다. 화재 예방과 초기 진화를 담당하는 산불감시원은 전국에 1만1000여 명이 있지만 대부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일한다. 등산객이 산행을 시작하는 새벽녘에 불이 나면 초기에 제대로 진화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불 조심 기간이 끝나는 16일부터는 아예 산불감시원이 철수한다. 김하경 whatsup@donga.com·이호재 기자}

    • 2017-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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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버이날 선물로 ○○○ 찍어라” 카톡 메시지에…

    “어버이날 선물 대신 선거 때 홍준표 찍어라.” 직장인 김모 씨(28)는 최근 장인어른에게 이 같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고 당황했다. 지난해 결혼한 후 50대 후반의 장인과는 정치 얘기를 해본 적도 없었다. 더욱이 김 씨는 다른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김 씨는 “장인어른은 가족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도 홍 후보 이야기를 하신다”며 “행여 지지를 강요하실까 두려워 어버이날 찾아뵙는 것도 고민스럽다”고 털어놨다.● ‘어버이날 선물로 홍준표’ 직장인 최모 씨(30)도 최근 비슷한 일을 겪었다. 아버지가 일주일간 매일 ‘어버이날 선물로 홍준표를 찍어라’는 내용의 글을 보내온 것이다. 결국 최 씨가 카카오톡 알람을 꺼버리고 읽지 않았더니 아버지가 갑자기 전화해 ‘왜 메시지를 읽지 않느냐’고 소리를 질렀다. 최 씨는 “정치 때문에 부자 사이가 틀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이 받은 글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지지자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퍼뜨리고 있는 글이다. 이 글은 ‘애비가 자식들의 참정권을 참견하느냐고 한다면 부끄럽다’면서도 ‘어버이날 효도 선물 한답시고 홍준표를 기억해다오’라고 노골적으로 지지를 요구한다. 홍 후보의 선거 구호인 ‘홍찍자’(홍준표를 찍으면 자유대한민국을 지킨다)를 새긴 홍보물도 있다. 홍보물 배경엔 어버이날의 상징인 카네이션이 새겨져 있다.● ‘어린이날 선물로 문재인’ 어린이날을 앞세워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도 퍼지고 있다. SNS에는 “어린이날 레고도 놀이공원도 필요 없다. 문재인 심상정 찍는 게 선물이다”라며 부모에게 호소하는 글이 퍼지고 있다. 이 글은 홍 후보 지지 글이 ‘국가관’을 언급한 것을 빗대어 “노동관이 확실한 사람을 뽑아야 정시퇴근 하지 않겠느냐”고 풍자하기도 한다. 이 글 역시 가족 카카오톡 단체방을 통해서도 퍼졌다. ‘어린이날 선물로 문재인을 찍어주세요’ ‘문재인 심상정 뽑으면 어버이날 선물 드릴 수 있다’는 글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급격히 퍼지고 있다. 이를 겨냥해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2일 페이스북에 ‘카네이션 대신 어린이날 선물 대신 문재인을 선물하세요’라는 현수막 샘플을 올리기도 했다. 대선 경쟁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어버이날과 어린이날을 겨냥한 후보 지지 글이 카카오톡 채팅방 등을 통해 퍼지고 있다. 대부분의 홍보물은 지지자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것이다.● ‘안철수 찍는 게 선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를 당부하는 홍보물도 있다. 아들 딸 며느리 사위를 언급한 이 홍보물엔 ‘어버이날 꽃도 필요 없고 선물도 필요 없다. 안철수 찍는 게 선물이다’라고 적혀 있다. 3대 가족이 해맑게 웃으며 안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홍보물엔 엄마 아빠 이모 삼촌을 겨냥하며 ‘이번 어린이날에는 새로운 미래를 선물해주세요! 새로운 미래는 기호 3번 안철수래요!’라고 써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공직선거법상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이들은 지지 호소 글을 퍼 나를 수 있다. 그러나 때 아닌 ‘5월 대선’이 만든 새로운 풍경이 자칫 세대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탄핵 이후 한국 사회의 세대 간 갈등은 심각한 수준”이라며 “부모 자식 사이라도 서로의 신념은 존중하는 정치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17-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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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점 학살’ 나선 외국어 전공자들

    사립대 3학년인 윤모 씨(21·여)는 이번 학기 교양수업으로 일본어 초급을 신청했다. 일본어를 제대로 배울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교양수업에 적당히 학점을 따려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몇 차례 수업을 들은 뒤 자신이 잘못 판단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급반인데도 대부분 학생이 일본어에 능통했기 때문이다. 수강생 30명 중 일본어를 처음 공부하는 학생은 윤 씨를 포함해 10명에 불과했다. 윤 씨는 “교수님이 일본어를 읽어보라고 시켰는데 원어민 발음과 비슷한 학생이 상당수였다. 이런 학생들과 경쟁이 되겠냐”며 후회했다.○ 취업 한파에 늘어나는 ‘학점 양학’ 이처럼 외국어 등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가진 학생들이 높은 학점을 받기 위해 초급 단계의 강의를 신청하는 현상이 최근 두드러지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이를 빗댄 ‘학점 양학’이라는 말까지 유행할 정도다. 학점 양학은 ‘학점 양민 학살’의 줄임말. 양민 학살은 원래 온라인 게임에서 월등히 높은 능력치를 가진 캐릭터가 능력치가 낮은 캐릭터를 집중 공격하는 ‘비매너’ 행위를 뜻한다. 취업 한파가 심해지면서 주로 외국어 전공자 사이에서 “비전공자 대상으로 학점 따러 가자”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다. 대학생 나모 씨(20·여)도 비슷한 처지다. 그 역시 최근 독일어 교양 수업에서 ‘학점 양민 학살’ 당했다. 강의계획서에는 기초 독일어와 문화 소양을 기르는 것이 목표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정원 25명 중 8명이 독어독문학과 학생이었다. 심지어 교환학생으로 독일에 다녀온 이도 있었다. 나 씨는 “교양을 쌓기 위한 수업의 본래 취지는 사라진 지 오래”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잘 알고 있는 과목을 신청하는 이유는 취업난 탓이 크다. 이공계와 상경계에 비해 취업 사정이 더 나쁜 외국어 전공자들이 학점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교양과목에 몰리는 것이다. 교수들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시험을 보면 만점자들이 너무 많아 상대평가가 불가능할 정도”라며 “다른 학생들이 항의해서 곤란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능통자들을 걸러낼 방법은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학문을 배우는 즐거움을 찾기보다 얼마나 수월하게 학점을 받을 수 있는지만 고민하고 있다”며 “취업 한파가 심해지면서 학생들이 결과물로 내놓을 학점만 우선시하게 된 사회의 씁쓸한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선의의 피해자 위한 근본 대책 필요 문제가 커지자 각 대학은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 연세대는 올해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해당 외국어 선택 △외국어고에서 같은 외국어 전공 △외국어 사용권, 외국인 및 재외국민전형으로 입학 등 기준을 내세워 교양수업 수강을 제한하고 있다. 대상은 중국어 일본어 독일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아랍어 한문 등 8개 과목이다. 해당 과목을 신청한 학생들은 첫 수업 때 자신이 위 조건에 해당하는지 써 내야 한다. 하지만 ‘자발적 신고’이다 보니 학생들이 써 낸 내용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따로 실력을 검증하기도 어렵다.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는 다른 학교도 상황은 비슷하다. 연세대 관계자는 “자칫 과다한 학생 정보를 수집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일일이 학생들 신상을 조사하기 어렵다”며 “현재로서는 학생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이호재 hoho@donga.com·김하경·신규진 기자}

    • 2017-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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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비판한 송민순에 “×자식”… 1만4000개 악성 댓글 폭탄

    “댓글 (공격) 지원 요청한다.” 21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팬클럽인 온라인 카페 ‘문팬’에는 이런 제목이 떴다. 글은 없이 문 후보와 관련된 기사 링크만 첨부했다.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직전 대통령비서실장이던 문 후보가 북한에 의견을 물어봤다는 것을 입증할 메모를 송민순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이 공개했다는 기사다. 이 ‘공격 지시’의 파괴력은 상당했다. 링크와 연결된 포털 사이트 뉴스에는 12시간 만에 댓글 1만4000여 개가 달렸다. “폭로하면 저쪽(반문재인 측)에서 한자리 준다고 하느냐”, “×자식이다”같이 송 전 장관을 비난하거나 인신공격하는 댓글이 많았다. 이 카페에는 전날에도 이 같은 지시 글이 10개나 올라왔다. 문 후보에 대해 ‘악플’이 많이 달린 기사 사이트로 가서 반박 댓글을 달라는 것이다.○ 선거 훌리건의 ‘댓글 전쟁’ 진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지지 후보에게 부정적인 인물과 기사를 온라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무차별로 비난하고 조롱하는 ‘디지털 테러’가 기승이다. 아이돌 팬클럽처럼 특정 후보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정치인 팬덤 현상에 휩쓸린 누리꾼, 이른바 선거 훌리건이 주도한다. ‘넷심(net+心·인터넷 여론)’이 오염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2년 4월 30일 이후 사실상 방치된 송 전 장관의 블로그는 이날 선거 훌리건의 습격 대상이 됐다. 새로 등록된 댓글을 알리는 ‘N’ 표시가 달린 글이 유독 많았다. “곱게 늙다 죽어라, 추하다” “곱게 나이 들기 참 어려운 건가…” 같은 악성 댓글로 송 전 장관을 비난한 것이다. 지지 후보가 다른 선거 훌리건끼리 대결도 벌어진다. 11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팬클럽 ‘안국모(안철수와 국민의당 지지자 모임)’에는 한 회원이 ‘댓글 전쟁’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회원은 “지금 SNS에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이 미쳐 날뛰고 있다”며 “해당 기사로 들어가 ‘비공감’을 누르자”고 제안했다. 다른 후보 진영에 뒤질 수 없다며 수시로 ‘출동할 기사’를 올리는 전용 게시판을 만들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지지 후보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향한 스마트폰 문자 테러도 빈번하다. 19일 2차 TV토론에서 문 후보와 각을 세운 정의당 심상정 후보나, 안 후보 지지를 선언해 SNS상에서 ‘적폐 가수’ 논란에 휩싸인 가수 전인권 씨뿐만이 아니다. 같은 당 정치인도 예외가 아니다. 문 후보 캠프 임종석 대선후보 비서실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문 후보를 지지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남긴 상처를 돌아봐야 할 때”라며 극성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당부했다. 그러나 임 실장도 ‘당신이 뭔데 해라, 하지 마라 하느냐’ 같은 문자 폭탄에 시달렸다.○ 대선 후보들도 난감해 이들 선거 훌리건은 스스로를 지지 후보의 호위 세력으로 자처한다. 문 후보 지지자들은 “5월 9일 대선 이후에는 문빠, 문베충(이상 문재인 극성 지지자를 비하하는 표현)이 아니라 달빛기사단(문 후보의 성인 ‘문’을 영어로 달을 뜻하는 ‘문·moon’으로 칭해 붙인 이름)이라 불리게 될 것”이라고 서로를 격려한다. 대(對)테러 팀을 다룬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에서 따온 ‘문각기동대’라고도 한다. 이들은 엠엘비파크, 뽐뿌, 오늘의 유머, 클리앙, 루리웹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활동한다. 문 후보 관련 기사가 나오면 “댓글을 달러 가자”며 선동한다는 의혹도 받는다. 산전수전 다 겪은 정치인들도 디지털 테러에는 질색한다. 친문(친문재인) 패권주의를 비판하며 당을 떠난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는 문 후보 측 지지층을 두고 “히틀러 추종자들을 연상시킨다”고 꼬집었다. 지난달 28일 문 후보 캠프에서는 선거 훌리건들의 지나친 행태에 제동을 걸 대책을 논의하는 회의가 열렸다. 상대 후보에 대한 지나친 비판이 오히려 부메랑으로 되돌아올까 우려해서였다. 문 후보 측은 “문 후보가 비방을 자제해 달라고 직접 요청했지만 자발적 지지 단체의 행동은 일일이 통제할 수 없는 지경”이라며 “상대 후보에 대한 과도한 비판이 여러 형태의 ‘폭력’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안 후보 측 관계자도 “지지자 관리에 예전보다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통제가 안 돼 곤혹스러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욕설이나 인신공격 등 구체적인 명예훼손이 발생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처벌하기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지 않는 이상 손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치인 팬덤 현상이 극심해지면서 다른 후보를 공격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반대편을 계속해서 공격하는 분위기가 만연할수록 정치적 입장이 극단으로 쏠려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조윤경 yunique@donga.com·이호재·박성진 기자}

    • 2017-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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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만원에 사고파는 ‘시험족보’… 이젠 거래 알선업체까지 등장

    서울의 한 사립대에 다니는 고모 씨(24)는 최근 전공과목의 ‘족보’를 샀다. 기출문제와 답안을 정리한 족보 3개를 사는 데 10만 원을 썼다.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치열한 학점 경쟁에서 이기려면 어쩔 수 없다. 고 씨는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돈을 주고 족보를 산다”며 “취업 준비를 위해 A 학점을 받으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족보는 대학가에서 출제된 시험문제나 시험 준비용으로 핵심만 정리된 필기노트를 뜻한다. 과거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대가 없이 선물하던 ‘내리사랑’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이제 돈벌이 수단으로 바뀌었다. 학과 구성원들의 연대감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낮아졌고 취업난에 개인 공부에만 매달리다 뒤늦게 족보를 구하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귀한 족보 10만 원에 팝니다” 한 과목당 족보 가격은 보통 3만∼5만 원에 이른다. 보통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로 거래되는데 최근에는 족보 거래를 알선하는 업체까지 생겨날 정도로 전문적이고 상업적인 성격까지 띠고 있다. 고 씨가 족보를 산 곳도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다. 시험 때만 되면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족보를 매매하자는 글이 줄지어 올라온다. 최근 1개월간 서울대 ‘스누라이프’에 41건, 연세대 ‘세연넷’에 49건, 고려대 ‘고파스’에 56건의 족보 매매 글이 올라왔다. 하루 평균 1.5건이 넘는다. 족보를 돈 주고 사려는 이들이 늘면서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족보 게시판’까지 생겼다. 수업 필기 양이 많은 문과생들이 주로 족보를 찾는다. 적극적으로 족보를 판매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들은 “구하기 힘든 귀한 족보를 파니 가격을 후하게 쳐달라”며 판촉에 나서기도 한다. 일부 “성의만 받겠다”며 커피 모바일 상품권을 바라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귀한 족보’임을 내세우며 현금을 요구한다. 거래 역시 철저히 온라인을 통해 이뤄진다. 판매자들은 직접 만나기보다 현금으로 계좌 이체 받는 방식을 선호한다. 돈을 받으며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이나 e메일로 구매자에게 족보를 보낸다. 한 대학생은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가 선후배 교류의 장이 아닌 족보를 사고파는 장터로 변질된 것 같아 씁쓸하다”며 “일부 학생들이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모습 때문에 눈살을 찌푸릴 때가 많다”고 말했다.○ 판매 대행업체는 ‘호황’ 족보를 사고파는 대학생이 늘면서 대신 판매해 주는 업체까지 생겼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한 대행업체는 인터넷으로 족보를 판다. 홈페이지에서 과목명이나 교수명만 입력하면 간단히 족보를 내려받을 수 있다. 이 업체에서 파는 족보 가격은 과목당 5000∼1만 원이다.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구하는 것보다 쉽고 저렴해 6개월 만에 다운로드 수가 1만 건을 넘었다. 업체 관계자는 “다른 학생이 족보를 내려받으면 족보를 올린 학생은 수수료를 뺀 60%를 받게 된다”며 “입소문을 타면서 보유한 족보도 늘고 경쟁 업체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취업 한파로 인한 학점 경쟁이 빚은 하나의 현상으로 진단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동아리나 학회 활동이 줄어들면서 족보조차도 부탁할 선배가 없는 것이 대학생들의 현실”이라며 “학점 경쟁이 치열하니 돈을 주고서라도 족보를 꼭 구해야 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오래전부터 지속된 대학가의 개인화와 상업화가 만들어 낸 우울한 현실”이라며 “족보는 학생들이 거래할 수 있는 재산이 아니라 교수가 갖고 있는 일종의 지식재산권으로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이호재 hoho@donga.com·김하경 기자}

    • 2017-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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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우병우 혐의, 범죄성립 다툴 여지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과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국정 농단을 묵인하고 은폐한 혐의(직무유기) 등으로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0)에 대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이 또다시 기각됐다. 권순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47·사법연수원 26기)는 12일 0시 12분 “혐의 내용에 관해 범죄 성립을 다툴 여지가 있고 이미 진행된 수사와 수집된 증거에 비추어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음이 충분하지 않아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로써 우 전 수석은 2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구속영장에 이어 특수본이 청구한 구속영장도 피했다. 우 전 수석은 A4용지 200쪽 분량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고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우 전 수석은 30분가량 이어진 최후진술에서 “재판부가 여론에 휘둘리지 말고 법과 원칙에 근거해 판단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특수본은 “민정수석실이 국정 농단 사태를 초기에 잡아낼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우 전 수석의 적극적인 묵인 및 은폐 때문에 사건이 커졌다”며 구속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11일 진행된 영장심사는 오전 10시 반부터 오후 5시 반까지 7시간 동안 이어졌다. 우 전 수석은 영장심사가 끝난 뒤 서울중앙지검 청사 내 유치시설에서 법원의 구속 여부 결정을 기다리다가 기각 소식이 알려진 직후 귀가했다. 한편 특수본은 전 더블루케이 이사 고영태 씨(41)를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이날 체포했다.김준일 jikim@donga.com·이호재 기자}

    • 2017-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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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년 867개 브랜드 사라져… ‘떴다방 프랜차이즈’에 우는 서민

    지난해 11월 A 씨는 서울에 돈가스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냈다. 모은 돈에 대출까지 받아 마련한 1억 원을 몽땅 투자했다. 모든 자영업자가 그렇듯 A 씨도 대박을 꿈꿨다. 그러나 불과 4개월 후 대박의 꿈은 쪽박이 될 처지에 놓였다. 개업 초기 드문드문 찾던 손님의 발길은 최근 거의 끊겼다. TV와 본사 홍보물에서 본 ‘성공신화’는 없었다. A 씨는 “이름값과 광고 내용만 믿고 더 꼼꼼히 따지지 않은 게 후회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프랜차이즈 ‘버블’(거품)이 심각하다. 대부분의 프랜차이즈가 유행을 타고 등장했다가 사라지지만 최근 그 주기가 1년이 안 될 정도로 짧아지고 있다. 특히 ‘먹방’(먹는 방송) ‘쿡방’(요리 방송) 열풍을 등에 업은 외식 프랜차이즈 분야가 심하다. ‘핫한 아이템’ ‘한 방에 대박’이라는 광고에 비싼 가맹비를 내고 점포를 연 업주들만 피해를 뒤집어쓸 수밖에 없다. 프랜차이즈의 거품을 걷어내지 못하면 자영업 생태계가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1년도 못 가는 ‘반짝 인기’ A 씨가 돈가스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내기로 마음먹은 건 창업 관련 온라인 카페에서 본 모집 광고 탓이다. 한 방송의 맛집 프로그램에서 유명 요리연구가가 “돈가스 맛이 환상이다”라고 추천한 곳이라는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본사는 A 씨에게 “하루 매출 330만 원을 보장한다”고 말했다. 1억 원가량을 쏟아부어 가게를 열었다. 당초 계획보다 2배가량 큰 110m² 규모의 점포를 얻었다. 좌석도 55개나 마련했다. 하지만 회사의 지원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교육비 500만 원을 냈지만 이틀 동안 6시간 교육이 전부였다. 조리법이나 재료도 ‘비법’과 거리가 멀었다. A 씨의 가게는 점심시간에도 테이블의 절반을 채우지 못했다. 수익은 본사가 예상한 액수의 25% 수준이었다. 본보 취재진은 6일 외식 프랜차이즈 본사 5곳에 전화를 걸어 창업 상담을 요청했다. 상담은 본사 직원 대신 가맹계약을 체결해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영업대행 컨설턴트’가 주로 진행했다. 이들에게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TV에서 보고 왔다면 일단 안심해도 된다.” 이들의 대답은 판에 박은 듯 같았다. 적절한 매장 크기를 추천해 달라고 하자 “매장과 초기 투자는 클수록 좋다”는 말을 내놓았다. 이어 가맹점 수십 곳의 성공신화를 장황하게 설명했다. 프랜차이즈 버블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빙수 전문점 ‘캔모아’는 과일빙수와 바삭한 토스트로 2000년대 초반 10, 20대에게 인기를 끌었지만 현재는 매장이 전국 20곳에 불과할 정도로 찾아보기 힘들다. 달달한 번(bun) 빵으로 인기를 끌었던 베이커리 전문점 ‘로티보이’는 한때 매장이 200개를 넘었지만 창업 5년 만인 2012년 부도 처리됐다. 2014∼2016년 등장한 망치로 부숴 먹는 독일과자 ‘슈니발렌’, 일본 오사카의 명물인 크림 롤케이크 ‘도지마롤’, 대만식 ‘대왕카스테라’ 등의 인기도 1년을 버티지 못하고 꺾였다. 프랜차이즈 버블의 원인 중 하나는 ‘카피’ 브랜드의 출현이다. 꽈배기 모양의 ‘스트릿츄러스’, 저가 주스 ‘쥬씨’가 인기를 끌자 유사업체가 5∼10개 생겼다. 벌꿀 아이스크림 업체 ‘소프트리’는 후발 업체가 자사의 디자인을 침해했다고 소송을 걸었지만 지난해 대법원은 베낀 것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벌꿀 아이스크림은 단순 아이디어 차원의 상품이므로 부정 경쟁행위의 보호 대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루에 사라지는 프랜차이즈가 2.4개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프랜차이즈 사업체는 1308개가 새로 생겼고, 이의 절반이 넘는 867개가 없어졌다. 하루 평균 3.6개가 생기고 2.4개가 사라진 셈이다. 가장 보편적인 외식 프랜차이즈의 평균 영업기간은 5년 3개월에 불과하다. 도소매(9년 7개월), 서비스(8년)와 비교해 2년 이상 짧았다. 사업 철수 방해와 판촉비용 강요 등 본사의 ‘갑질’도 프랜차이즈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다. 지난해 공정위는 190건의 가맹사업법 위반 사건을 제재했다. 1년 새 제재 건수가 50% 넘게 증가했다. 2015년에만 전국적으로 프랜차이즈 식당 1만3200여 곳이 문을 닫는 등 업계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본사들의 불공정 행위도 급증했다. 초보자를 대상으로 ‘떴다방식’으로 운영되는 프랜차이즈도 주의해야 한다. 어느 정도 가맹점을 모집하면 관리는 뒷전으로 미룬 채 새로운 프랜차이즈를 개설하는 것이다. 이들은 가맹점과의 상생을 무시한 채 가맹비 확보에만 매달린다.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 올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된다. 과장된 정보로 가맹점주에게 피해를 준 본사에 피해액의 최대 3배를 물리는 제도다. 그동안 음식점을 중심으로 만연했던 프랜차이즈 본사의 부당행위를 크게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프랜차이즈 시스템 구축 전문가인 서민교 맥세스컨설팅 대표는 “프랜차이즈 사업자가 직영점을 1년간 운영한 실적을 바탕으로 인증기관의 허가를 받아야 가맹점을 차릴 수 있는 미국 시스템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이호재 hoho@donga.com·조윤경 / 세종=천호성 기자}

    • 2017-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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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선체조사위 첫날, 미수습자 가족과 마찰

    순조롭게 진행되던 세월호 인양 마무리 작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기상 악화로 작업이 중단되면서 30일 목포신항으로의 출발이 불투명해졌고, 선체 조사는 시작도 하기 전에 잡음이 일고 있다.○ ‘합의’와 ‘협의’ 놓고 충돌 29일 오후 세월호 선체조사위원 8명은 미수습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찾았다. 28일 출범 후 첫 공식 활동이다. 조사위원들은 미수습자 가족 10명과 함께 이동식 조립주택에서 수습 원칙을 논의했다. 오후 2시경 시작된 협상은 약 4시간 만에 파행으로 끝났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수습 방식 결정 전에 가족들과 ‘합의’를 하자고 요구했다. 또 목포신항 육상에 거치가 완료되면 즉각 미수습자 수습에 돌입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밖에 3가지 항목을 더해 총 5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하지만 조사위원회는 ‘합의’라는 용어를 ‘협의’로 바꾸자고 했다. 미수습자 수습 시기에 관한 항목도 ‘즉각적인 수습 작업 돌입이나 미수습자 수습을 최우선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점검한다’고 수정했다. 가족들의 제안이 법에서 허용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는 이유다. 이견이 계속되자 협상 내내 미수습자 가족들 사이에선 “인양 목적이 뭐냐” “일어나서 나가라”는 등의 고성이 터져나왔다. 조은화 양(단원고)의 어머니 이금희 씨(48)는 종이를 내던지며 땅바닥을 내리치기도 했다. 허다윤 양(단원고)의 어머니 박은미 씨(47)는 오열을 하며 몸부림치다 다른 사람들에게 업혀 옮겨지기도 했다. 김창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장은 “가급적 (미수습자가) 수습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조직의 목적”이라며 “4월 5일까지 미수습자 수습 방안에 대한 조사위원회의 안을 드리겠다”고 밝혔다.○ 목포행 일정에도 ‘빨간불’ 30일 목포신항으로 출발하려던 계획도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잠수식 선박이 있는 진도군 동거차도 인근 해역의 기상이 나빠지면서 29일 종일 이송 준비 작업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는 반잠수식 선박의 날개탑 2개를 제거하고 세월호 선체를 반잠수식 선박에 고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다행히 목포신항은 현장수습본부가 들어설 컨테이너를 설치하는 등 세월호를 맞이할 준비가 한창이다. 통신과 전기 작업은 대부분 완료됐다. 수습본부는 해수부와 국민안전처 교육부 법무부 등 각 정부부처에서 파견된 110여 명으로 꾸려지며 유해 수습과 장례 의료 등의 지원 업무를 맡는다. 세월호 선체는 바다와 맞닿은 하역공간을 거쳐 3만2004m² 규모의 작업장에 내려진다. 반잠수식 선박이 부양해 갑판을 부두와 수평으로 맞춘 뒤 모듈 트랜스포터를 이용해 옮기게 된다. 세월호는 선체 앞부분부터 내려진 뒤 작업장에서 가로로 길게 놓이게 된다. 모듈 트랜스포터는 반잠수식 선박이 동거차도를 출발하면 설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작업장 앞쪽에는 사무동이 들어서는 컨테이너를 설치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사무동은 현장수습본부 사무실과 미수습자 가족 공간, 작업공간 등 4개 구역으로 나뉜다. 미수습자 가족들이 머무는 숙소 주변에는 철조망을 쳐 수습본부 사무실과는 분리된다. 현재까지 45개 컨테이너가 설치됐으며 앞으로 29개 컨테이너가 추가로 설치될 예정이다.진도=신규진 newjin@donga.com·이호재 / 최혜령 기자}

    • 2017-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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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트라우마에 목숨 끊은 현장근무-구조 인력… 아내들의 사부곡 2題

    ● “경찰남편 명예 지켜… 딸아이 긍지 갖게할것”故김모 경감 가족의 ‘길고 긴 소송’수습업무 스트레스 호소하다 투신… 연금공단 순직 인정안해 소송“2심도 꼭 이겨 오해 씻을것”“형이라고 부르며 밤낮으로 우리를 챙겼었는데….” 꿈에도 그리던 세월호 인양을 눈앞에서 지켜본 미수습자 권재근 씨의 친형 권오복 씨(63)는 한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세월호 참사 때 전남 진도경찰서 정보보안과 소속으로 팽목항에서 근무했던 김모 경감(당시 49세)이다. 김 경감은 2014년 6월 26일 진도대교에서 바다로 몸을 던져 9일 뒤 숨진 채 발견됐다. 3년 가까이 지났지만 미수습자 가족들은 김 경감을 잊지 않고 있다. 당시 김 경감은 유가족 곁에서 일하고 있었다. 시신 발견 소식을 유가족에게 전하고 반대로 유가족의 의견을 정부 측에 전달하는 업무를 주로 맡았다. 처음 유가족들은 김 경감을 ‘정보과 형사’라며 피했다. 하지만 유가족 및 미수습자 가족과 함께 아파하는 모습에 ‘형’ ‘오빠’라고 부르며 믿고 따랐다. 하지만 밤낮 없이 현장근무를 하며 김 경감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유가족도 직접 확인하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훼손된 시신을 대신 보고 온 뒤 상태를 설명하는 것도 그의 일이었다. 유가족들은 김 경감을 붙잡고 울부짖었다. 김 경감은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인 ‘헬리콥터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뛰고 손발이 떨렸다. 동료에게 “나 좀 (업무에서) 빼달라”고 애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무원연금공단은 2014년 9월 김 경감의 죽음이 업무와 관련 없다고 결론 내렸다. 당시 특진심사에서 탈락한 김 경감이 과음한 게 투신의 결정적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자살의 경우 업무 스트레스에 의한 것임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순직’으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김 경감은 국립묘지에 묻히지 못했고, 유가족은 보상금도 받지 못했다. 김 경감의 부인 김모 씨(44)는 2014년 12월 소송을 제기했다. 1년 6개월이 지난 2016년 6월 서울행정법원은 김 경감의 죽음을 ‘업무상 재해’라고 판결했다. 김상훈 변호사는 “법원은 당시 김 경감이 업무상 스트레스로 중증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고 판단한 국립나주병원의 소견서를 바탕으로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김 경감의 순직 여부는 공무원연금공단의 항소로 결정이 미뤄졌다. 그리고 다음 달 7일 서울고법에서 다시 가려질 예정이다. 김 씨는 “열한 살 딸에게 아빠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경찰이었다고 꼭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 “트레이닝복 매장 피해다니던 남편 모습 선해”故김관홍 민간잠수사의 부인“남편이 들려준 얘기보다 훨씬 처참하네요.” 약 3년 만에 인양된 세월호의 ‘마지막 항해’를 기다리는 김혜연 씨(39)의 심경도 남다르다. 김 씨는 2014년 사고 해역에서 민간인으로 자원해 수색작업에 참여했던 고 김관홍 잠수사(당시 43세)의 부인이다. 김 잠수사는 지난해 6월 트라우마와 부상 후유증 등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세월호 인양 소식을 접한 후 김 씨 역시 처음에 실감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3년 만에 떠오른 세월호를 보니 가슴이 먹먹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남편이 설명했던 세월호의 모습을 하나하나 떠올렸다. 김 씨는 “남편은 ‘더듬어 가면 지금도 찾을 수 있다. (선체가) 옆으로 누워있어도 자기가 가던 길이라 배 모양을 다 안다’고 말했었다”며 “어디를 더 수색해야 하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고 전했다. 희생된 학생을 향한 김 잠수사의 감정은 특별했다. 그는 평소 트레이닝복을 입은 아이들만 봐도 희생된 아이들을 떠올렸다. 김 씨는 “희생된 아이들 절반 이상이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었다고 남편이 말했다”며 “거리에서 같은 트레이닝복을 파는 매장을 지날 때면 지나가고 싶지도 않다고도 했다”고 설명했다. 김 잠수사는 세월호 수색과정에서 입은 몸 곳곳의 부상으로 잠수를 하지 못한 채 대리운전 등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그러면서도 유가족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세월호 관련 국정감사나 청문회에 빠지지 않고 나가 증언했다. 세월호 인양 후 김 잠수사가 청문회에서 “나는 잠수사이기 이전에 국민이다. 국민이기 때문에 달려간 것이다. 내 직업이, 내가 가진 기술이 그 현장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간 것일 뿐이다. 애국자나 영웅이 아니다”라고 말한 내용이 다시 조명을 받기도 했다.진도=이호재 hoho@donga.com·신규진 기자 정동연 기자·call@donga.com}

    • 2017-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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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 가까이서… 한번이라도 더 봐야죠”

    “아침에 일어났는데 문득 보고 싶었어요.” 26일 오전 10시, 미수습자인 경기 안산시 단원고 조은화 양의 어머니 이금희 씨(48)는 다시 배에 올랐다. 75시간 바다 위에서 생활하다 인양 성공 소식을 듣고 전날 전남 진도군 팽목항으로 돌아온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다. 애초에 계획도 없었다. 이 씨는 “엄마가 안 가면 은화가 서운해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서 배에 탄다”고 말했다. 이 씨를 비롯해 미수습자 가족 5명이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말린’에 거치된 세월호를 500m 앞에서 보려고 배에 올랐다. 전날 세월호 전체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 탓도 있었다. 이 배는 선체인양업체인 상하이샐비지와 컨소시엄을 맺은 오션C&I사가 제공한 지원선이었다. 미수습자 단원고 양승진 교사의 부인 유백형 씨(56)는 “세월호 가까이만 가면 눈물이 나지만 꼭 봐야 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원선에서 본 화이트말린 위 세월호는 곳곳이 상처투성이였다. 선미(船尾)의 찌그러진 난간과 철제 구조물이 눈에 띄었다. 선수(船首)엔 인양 와이어가 기다란 흠집을 냈다. 가족들은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다. 지원선이 세월호를 크게 한 바퀴 돌고 팽목항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가족들의 시선은 맹골수도를 떠나지 못했다. 팽목항으로 돌아온 가족들은 목포신항으로 떠날 준비를 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 수습을 맡았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과 정홍원 전 국무총리가 팽목항을 찾아 이들을 위로했다. 미수습자 가족이 머물던 이동식 조립주택은 이르면 27일 목포신항으로 옮겨질 예정이다.진도=신규진 newjin@donga.com·이호재 기자}

    • 2017-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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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처참한 선체 속에서… 얘들아, 이제 집에 가자”

    그렇게 아팠던 날들이 이제는 마무리될 수 있을까. 23일 전남 진도군 맹골수도(水道) 해역에서 세월호를 바라보던 미수습자 가족의 표정에서 사무친 그리움이 배어 나왔다. 2014년 4월 16일을 꿈에서도 잊지 못하는 경기 안산시 단원고 생존 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뜬눈으로 밤새운 미수습자 가족들 미수습자 가족들은 세월호 인양 장면을 지켜보기 위해 22일 오전 배를 타고 작업 현장 근처로 향했다. 단원고 학생 조은화 허다윤 남현철 박영인, 이 학교 교사 양승진 고창석, 그리고 일반인 탑승객인 권재근 권혁규 이영숙 등 총 9명의 가족이었다. 세월호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뒤 23일 오전 가족들은 배 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9명 전원의 귀환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을 호소했다. 조은화 양 어머니 이금희 씨(48)는 “미수습자 엄마인 저를 유가족이 될 수 있게 도와 달라”며 눈물지었다. 이날 가장 안타까움을 자아낸 이는 배에 타지 못하고 멀리 팽목항에서 가족을 그리워한 미수습자 가족이었다. 양승진 씨의 어머니 남상옥 씨(84)는 세월호 인양 이틀째인 23일을 팽목항에서 보냈다. 늦게 도착해 배 시간을 놓친 탓이다. 팔순이 넘은 어머니는 팽목항 곳곳에 걸린 아들의 사진을 한참이나 매만졌다. 마치 눈앞에 생생히 있는 것처럼 아들의 이목구비를 하나하나 쓰다듬었다. 그러나 사진 속의 아들은 아무 대꾸가 없었다. 며칠 동안이나 울어 퉁퉁 부은 어머니의 눈에서는 속절없이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다. 어머니가 눈물 가득한 얼굴을 사진에 비빌 때마다 사진 속 아들의 얼굴로 눈물이 옮겨 맺혔다. 양 씨의 제수인 유동수 씨(54)는 “사고 이후에 기력을 급격히 잃으셔서 병원 신세를 꽤 많이 졌다”며 시어머니를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3년을 하루같이 버틴 가족들 미수습자 가족들은 남해의 해풍을 3년 가까이 몸으로 겪었다. 세월호가 침몰했던 2014년 4월 중순 무렵 팽목항은 차디찬 바람으로 기온이 영하에 가까웠다. 그렇다 보니 상당수 미수습자 가족의 건강이 악화됐다. 세월호 참사 후부터 진도군을 지킨 권오복 씨(63)는 치아 3개가 빠졌다. 그는 동생인 미수습자 권재근 씨와 그의 아들 혁규 군을 기다리기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진도에서 보냈다. 권 씨는 “나는 다른 미수습자 가족들에 비해 건강한 편이다. 하루빨리 동생 가족을 데리고 가는 날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하루 종일 세월호 인양 속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희귀병인 신경섬유종을 앓고 있는 허다윤 양의 어머니 박은미 씨(47)는 아픈 몸을 이끌고 인양 현장을 볼 수 있는 배에 올랐다. 박 씨는 “내 몸보다는 다윤이를 빨리 데리고 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가족들은 오후 늦게 전해진 인양 지연 소식에 안타까워했다. 이들은 세월호가 반잠수식 선박 위에 올라서는 순간까지 배에 머무를 예정이다.○ “어서 돌아와라 친구들아” 세월호에서 구조돼 이제 대학생이 된 단원고 출신 학생들도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인양을 지켜봤다. 그들은 4월만 되면, 흐드러진 벚꽃을 볼 때면, 세월호 뉴스가 나오면 몸과 마음이 아팠다고 털어놨다. 생존자들은 극한의 경험을 겪은 후 성격이 바뀌었다. 한 생존자 어머니는 떨리는 목소리로 “세월호 참사 전 활달했던 아이가 지금은 귀에 이어폰만 꽂고 다니며 혼자 있고 싶어 하는 성향이 됐다.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불안하다”고 고백했다. 미수습자 중 한 명의 절친한 친구였다는 김모 씨(21)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친구가 빨리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생존자는 인양 소식을 접한 21일부터 지독한 몸살을 앓고 있다. 양정원 씨(21·여)는 2014년 4월 16일 이후로 늘 마음 한쪽에 죄책감을 갖고 살았다. 자신만 살아서 왔다는 불편한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는 “세월호 인양 장면을 TV로 보며 ‘혹시나 한 명이라도 못 찾으면 어쩌지’ 하는 마음이 앞선다”며 “미수습자 가족 모두가 잃어버린 가족을 꼭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양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을 보며 안도하면서도 ‘왜 이제야…’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어 아쉬울 뿐이라고 했다. 생존자 박준혁 씨(21)는 사학을 공부하며 학생회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세월호 참사가 잊혀지지 않도록 다양한 활동을 하는 사학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진도=황성호 hsh0330@donga.com·이호재·신규진 기자}

    • 2017-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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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발, 이번엔 무사히…” 3년 기다림보다 길었던 하루

    “이제는 가족을 찾아서 집에 가고 싶습니다….” 22일 오전 9시 담담한 표정으로 전남 진도군 팽목항 등대 앞에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던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이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세월호 시험 인양을 한 시간 앞둔 때였다. 팽목항 현장은 이들의 오랜 서러움과 간절한 바람으로 가득했다. 전날까지 휘몰아치던 바닷바람도 이날은 잠잠했다.○ 포기할 수 없던 3년의 기다림 가족들은 세월호가 침몰한 2014년 4월 16일부터 꼬박 1072일을 기다렸다. 그러나 22일은 가족들에게 1072일보다 더 긴 하루였다. 전날부터 밤을 꼬박 새운 미수습자 가족들은 하루 종일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당초 19일 시도하려던 인양 시도가 기상 악화로 취소된 적이 있어 불안감이 더 컸다. 미수습자 가족들의 시계는 세월호가 가라앉던 그때부터 멈췄다. 권재근 씨의 친형 권오복 씨(63)는 가족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생업을 접고 사고 해역 근처를 지켜왔다. 11m²의 작고 추운 컨테이너 박스에서 지내는 통에 몸이 상하는 것도 몰랐다. 여기저기 놓인 약 봉투가 눈길을 끌었다. 그는 “나의 건강보다는 시험 인양에 이어 본 인양이 성공하기만을 간절히 기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살가웠던 조은화 양(단원고)의 어머니 이금희 씨(48)도 이날 애간장이 녹았다. 전교 1등을 할 정도로 성적이 좋았던 조 양은 부모를 배려하는 정 많은 딸이었다. 엄마가 걱정할까 ‘버스에 탔다’ ‘어디를 지났다’ ‘학교에 도착했다’는 문자를 자주 보냈고, 집에 돌아오면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조목조목 얘기하는 한없이 다정했던 딸이었다. 이 씨는 “너무 추운데, 너무 지저분한 곳에, 너무 오랫동안 있게 해서 엄마가 너무 미안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며 “엄마가 너를 많이 사랑한다”고 말하며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또 “3년 전 4월 16일에 머물러 있는 엄마 아빠 가족들을 4월 17일로 보내주는 게 세월호 참사에 아파하고 같이 울었던 분들의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했다. 허다윤 양(단원고)의 어머니인 박은미 씨(48)도 세월호가 가라앉은 검은 바다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하루도 마를 날 없던 두 눈가에선 여지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3년 전 수학여행 길에서 아버지의 검정 모자가 마음에 든다며 빌려갔던 것이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버지의 모자, 허 양이 입었던 옷과 신발까지 모두 발견됐지만 허 양만 아직 바닷속에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 혹여 딸이 보이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에 때때로 배 난간에 몸을 기대 바다를 주시했다. 미수습자 가족 7명은 이날 오전 10시 어업지도선 무궁화2호와 무궁화23호에 각각 올라타고 인양 현장 부근으로 이동해 선체 인양 작업을 지켜봤다. 세월호 탑승객 476명 중 172명만이 구조됐다. 295명이 숨졌고 9명은 시신조차 찾지 못했다. 권 씨와 조 양, 허 양 외에 당시 단원고 학생 남현철 박영인 군, 교사 양승진 고창석 씨, 권 씨의 아들 혁규 군, 이영숙 씨(일반인)가 아직까지 돌아오지 못했다.○ 모두의 바람이 이뤄지기를… 시신을 찾은 유가족들도 시험 인양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현장으로 달려왔다. 세월호 유가족인 정성욱 씨(47)는 “오늘을 또 넘길까봐, 그렇게 될까봐 너무 두렵다”며 애를 태웠다.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 세월호 합동분향소에도 유가족의 발길이 이어졌다. 4월 벚꽃만 봐도 딸 생각이 나서 괴롭다는 세월호 유가족 유영민 씨(49)는 “인양을 통해 실종자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어느 누구도 다른 우선순위를 둘 수 없다”고 말했다. 가족을 앗아간 세월호가 너무나 밉지만 실종자 수습과 진실 규명을 위해 반드시 조속한 인양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원고 학생들은 말을 아꼈다. 그러나 가방이나 소매 끝에 달린 노란 리본에서 인양을 염원하는 절실함이 느껴졌다. 현장에서 미수습자 가족과 함께 현장을 지킨 자원봉사자 김모 씨(40)도 “세월호 인양 성공 소식이 전해지기 전까지 할 말이 없다”며 안절부절못했다. 시민들도 한마음이었다. 팽목항이나 세월호 천막이 있는 광화문광장을 찾아 성공적인 인양을 기원했다. 팽목항을 찾은 이덕보 씨(57·여)는 “부디 인양에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팽목항 방파제에서 기도했다”고 말했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날 오후 팽목항 분향소를 방문해 20초간 묵념하고 잠시 영정사진을 바라본 후 방명록에 “사랑하는 가족들의 품으로 어서 돌아오소서!”라고 적었다. 진도=이형주 peneye09@donga.com / 이호재 / 안산=김하경 기자}

    • 2017-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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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권따라 춤추는 청년일자리정책… 대학 상담사들 ‘파리목숨’

    “채용상담사도 언제 실업자가 될지 모르는 파리 목숨인데 학생들 채용상담을 제대로 할 수 있겠어요?” 수도권 사립대의 대학청년고용센터(고용센터) 채용상담사였던 이은지(가명·29) 씨는 1년 넘게 실업자로 지내고 있다. 이 씨는 지난해 2월까지 민간 채용컨설팅업체 계약직 직원으로 고용센터에서 학생 취업상담을 했다. 그러나 해당 대학이 지난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고용센터를 접고 박근혜 정부의 대학창조일자리센터(일자리센터)로 바꾸면서 고용이 승계되지 않았다. 이 씨는 “기존 대학의 일자리센터 사업권을 따낸 다른 채용컨설팅업체로 옮기는 데도 실패해 1년간 재취업 준비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의 청년일자리 지원사업이 바뀌면서 취업 지도를 하는 대학의 채용상담사조차 고용 불안을 호소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2010년 시작한 고용센터를 박근혜 정부는 2015년 일자리센터로 사실상 이름만 바꿨지만 대학들이 민간 위탁업체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기존 채용상담사 중에 일자리를 잃는 사례가 생긴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고용센터는 학교와 컨설팅업체가 컨소시엄 형태로 정부 사업에 지원해 선정되면 고용노동부가 사업금액의 절반가량을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컨설팅업체의 계약직인 상담사들은 고용센터에서 진로상담, 기업 매칭, 자기소개서 첨삭 등 학생에게 일대일 취업지도를 했다. 2011년 지원 학교 44곳을 정해 본격 추진했고 2013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2015년까지 전국 53개 대학에서 고용센터를 운영했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박근혜 정부는 고용센터를 일자리센터로 바꾸는 사업을 내놨다. 고용센터를 단계적으로 없애고 역할은 비슷하지만 창업상담 기능 등을 더한 일자리센터로 일원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결국 고용센터는 지난해 24곳, 올해 13곳으로 줄었다. 고용센터의 채용상담사도 2015년 137명에서 지난해 58명, 올해 32명으로 감소했다. 당초 정부와 대학이 5년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이 13곳의 고용센터 상당수도 내년 2월 운영이 종료될 확률이 높다. ‘미(未)채용’ 채용상담사가 거리에 쏟아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지방 사립대 고용센터의 채용상담사인 이하나(가명·30) 씨도 11개월 뒤면 일자리를 잃는다. 이 씨는 “내년 2월은 졸업을 앞두고 상반기 취업상담을 활발하게 할 시기인데…. 내 앞날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학생 지도가 제대로 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현장에서는 학생들에게 기업별 취업전략을 짜 주는 채용상담사들마저 고용절벽의 위기에 처했는데 원활한 취업 지원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걱정도 있다. 2015년 21곳을 시범 운영했던 일자리센터는 지난해 41곳으로 늘어났다. 올해 20개 학교에 추가 운영한다는 목표를 세워 두고 있다. 그러나 센터의 역할은 비슷하지만 채용상담사가 고용센터에서 일자리센터로 갈아타는 것은 쉽지 않다. 학교에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민간 컨설팅업체와 계약을 맺으면 고용 승계는 공염불이 된다. 또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일자리센터가 있는 41개 대학 중 그전에 고용센터를 운영하던 학교는 13곳뿐이다. 아예 일자리센터 자체를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5월 9일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일자리센터의 운명도 고용센터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를 상징한 창조라는 말이 붙은 사업을 그냥 두겠느냐는 것이다. 내년 2월 문을 닫는 또 다른 대학 고용센터의 채용상담사는 “대통령이 파면된 마당에 이번 청년일자리사업도 언제 끝날지 모른다”며 “새 정부가 새 사업을 시작하면 채용상담사들은 고용절벽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용 승계를 바라는 게 사치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일자리정책만큼은 정권이 바뀌어도 연속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실업률이 역대 최고라는 지금, 새 정부가 들어서도 일자리정책만은 여야가 합의해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최고야 best@donga.com·이호재·백승우 기자}

    • 2017-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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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30억 들인 해양설비 핵심기술 빼돌린 인도인 구속

    국내 최초로 개발된 해양 설비 관련 핵심 기술을 빼돌린 외국인 엔지니어가 검찰에 구속됐다. 검찰은 해당 기술이 해외로 유출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1부(부장 강해운)는 인도인 A 씨(49)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2014년 입국한 A 씨는 국내 해양·조선 엔지니어링 기업 2곳에서 일하며 핵심 기술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A 씨의 PC와 노트북 외장하드 휴대용저장장치(USB) 등을 압수해 피해 기업 2곳의 자료 7063건이 저장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한 기기에 남아 있는 자료를 분석해 추가 피해 유무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과 피해 기업에 따르면 A 씨는 2015년 10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해양 엔지니어링 기업인 B사에서 화학공정 엔지니어로 일하며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 및 재기화 설비(LNG-FSRU)’ 설계 자료를 몰래 복사해 자신의 컴퓨터에 옮겼다. LNG-FSRU는 해상에 LNG 기지를 띄우는 최신 설비다. B사는 개발비 30억 원을 투입해 국내 최초로 이 설계 기술을 개발해 인도네시아에 10억 원에 수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올해 초 B사는 보안검사를 위해 A 씨가 쓰던 컴퓨터를 점검하다 설계 자료가 복사된 사실을 뒤늦게 발견했다. A 씨는 엔지니어로 설계에 참여해 모든 자료를 열람·복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B사 관계자는 “A 씨가 일본, 나이지리아에서 일하며 화려한 경력을 쌓아 산업스파이라고 의심하지 않았다”며 “여러 국가와 기술 수출을 협상 중인데 해외로 유출됐다면 수출 길이 막힐 수도 있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A 씨는 2014년 3월부터 약 1년간 부산 소재 조선 엔지니어링 기업인 C사에서 일하며 협력사의 자료를 빼돌리기도 했다. 국내 주요 대기업 계열사인 협력사가 C사에 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비용 견적을 내 달라고 요청했는데, 이 견적서에 포함된 자료를 몰래 복사한 것이다. 그러나 A 씨는 검찰 조사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의원에 따르면 2011~2015년 국내 기술의 해외 유출 적발 건수가 239건이다. 국가 핵심 기술로 현대중공업이 개발한 엔진의 주요 부품과 현대·기아차의 신차 설계 도면이 유출됐다. 산업기술 유출로 인한 피해 예상액만 연평균 50조 원에 달한다고 정 의원 측은 주장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2017-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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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판관 얼굴에 화염’ 영상 튼 태극기집회… “승복” 목소리도

    ‘2017년 정유년에는 촛불에게 굴복당한 정유팔적이 있었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한 뒤 인터넷 커뮤니티 ‘국민저항본부’에 게시된 글이다. 커뮤니티는 탄핵반대 단체인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에서 이름을 바꾼 ‘대통령 탄핵무효 국민저항총궐기 운동본부’(국민저항본부)가 운영 중이다. 만장일치로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한 헌재 재판관을 을사오적에 빗대 ‘정유팔적’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13일 퇴임하는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에게 ‘퇴임 선물로 붉은 물감 묻은 헤어롤’을 주겠다는 협박성 글도 올라왔다. “자결해라”, “빨갱이다” 등의 댓글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헌재의 탄핵 인용 선고에 불복하는 일부 친박 지지자들이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재판관 협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재판관의 가족사까지 들먹이며 노골적으로 테러를 위협하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11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벌어진 태극기 집회에서 주최 측은 재판관들의 얼굴을 화염으로 불태우는 듯한 컴퓨터그래픽 영상을 상영했다. 영상은 박한철 전 헌재소장 등 9명의 전현직 재판관들을 ‘법치주의 살해범’이라고 지목했다. 마이크를 잡은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재판관들이 대한민국에서 얼굴을 들고 살 수 없도록, 가족들한테도 얼굴을 못 들도록 하겠다”고 소리쳤다. 재판관 비난 발언이 나올 때마다 집회 참가자들은 “쓰레기”라고 외쳤다. 경찰은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과 집회 현장 채증 자료 등을 분석해 증거를 수집하고 살인예비 음모죄에 해당하는지 법리적 검토를 할 계획이다. 또 헌재의 요청에 따라 이정미 권한대행이 퇴임한 뒤에도 일정 수준의 경호를 유지할 계획이다. 탄핵 불복 움직임 속에 ‘경찰이 태극기 집회 참가자를 죽였다’ 등 가짜 뉴스도 확산되고 있다. 국민저항본부 게시판에는 ‘살인행위를 저지른 경찰’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영상에는 경찰이 경찰버스에 올라탄 검은색 옷차림의 남성을 버스 아래로 밀어내는 모습이 담겨 있다. 게시자는 “해당 남성이 집회 현장에서 사망한 남성 3명 가운데 1명”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은 버스 아래에 깔아 놓은 에어매트 위에 떨어져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 탄기국 사무총장 민모 씨(57)를 포함해 집회에서 모두 5명이 사망했다는 가짜 뉴스도 나왔다. 이에 대해 탄기국 운영진까지 “사무총장은 무사하다”며 사망자 수를 3명으로 정정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여전히 극단적이고 과격한 표현이 나오고 있지만 집회 현장에서 승복과 통합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날 열린 태극기 집회에 참가한 이재철 씨(73)는 “지금은 헌재의 결정을 승복하고 훗날 역사가 다시 판결할 것을 기다리겠다”며 “탄핵 인용이 아닌 다른 생각도 있음을 알리기 위해 집회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이날 광화문광장에서는 탄핵찬성 단체인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이 주최한 촛불집회도 열렸다. 마지막 주말 촛불집회였다. 참가자 윤병근 씨(56)는 “누가 이긴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방법으로 애국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화해하자, 싸우지 말자’고 승복 선언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이호재 hoho@donga.com·최고야·차길호 기자}

    • 2017-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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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도 칭다오-샤오미 사지말자”

    “자존심이 상합니다.” 직장인 김모 씨(36)는 가족과 함께 가려던 중국 여행을 5일 포기했다. 15일 출국 예정이던 항공권도 모두 취소했다.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핑계로 갖가지 보복성 조치에 나서는 걸 보고 내린 결정이다. 항공권 취소 위약금 30만 원을 물었지만 후회는 없었다. 김 씨는 “괜히 오버한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중국 내 반한 여론이 갈수록 도를 넘는 걸 보고 참을 수 없었다”며 “중국 가서 돈 쓰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고 말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계속되자 국내에서도 ‘혐중(嫌中)’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중국 여행 취소는 물론이고 중국 제품 불매 운동 주장도 커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구체적인 기업과 제품 이름까지 꼽으며 불매 운동을 외치고 있다. 일부 대형마트에서 수입맥주 매출 1위를 차지한 칭다오 맥주, 뛰어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삼성전자를 위협하고 있는 샤오미, 화웨이 전자제품이 대표적이다. 참깨와 양파 고춧가루 김치 등 중국산 농수산물 전체의 수입을 금지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나오고 있다. 칭다오 맥주 수입사 관계자는 “수요가 늘면서 수입량을 늘렸는데 갑자기 불매 운동이 벌어져 비상”이라며 “반중 감정이 계속되면 피해가 커질 것 같다”고 전했다. 샤오미 총판 업체 관계자도 “앞으로 국민 정서에 따라 판매량이 급변할지 몰라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 중국 홈페이지가 해킹당하고 롯데마트가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일각에서 ‘롯데 동정론’도 나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롯데가 대한민국을 대표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앞으로는 롯데마트에서만 쇼핑하겠다”고 말했다. 피해가 커지기 전에 중국에서 롯데를 철수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욱연 서강대 중국연구소장은 “중국 내부에서도 보복 조치가 잘못됐다는 의견이 나오는 만큼 극단적 움직임은 자제해야 한다”면서 “이익과 손해를 따져 보며 전략적 방안을 수립할 때”라고 조언했다.이호재 hoho@donga.com·백승우·황하람 기자}

    • 2017-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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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 군기잡기 ‘끔찍’… 고가 유치원복 ‘허걱’… 개학이 두려워!

    3월은 새 교복, 새 학기, 새 친구로 아이와 학생, 학부모에게 묘한 설렘과 긴장감을 선사한다. 그러나 3월이 두려운 사람도 있다. 처음 유치원에 보내는 아이가 있는 엄마는 생각보다 많이 드는 각종 비용에 한숨이 새어 나온다. 초등학생이 되기 전부터 들어야 하는 과외와 인터넷 강의(인강)에 미취학 아동은 어깨가 축 처진다. 예비 대학생들은 잇달아 일어나는 시대착오적 학내 ‘군기(軍紀) 잡기’와 성추행 문제에 실망감부터 쌓인다.○ 카드 값 두려운 부모 주부 김모 씨(27)는 이번 달 신용카드 청구서 걱정에 밤잠을 설친다. 만 4세 딸을 원어민 선생이 영어로 가르치는 속칭 ‘영어 유치원’에 보낼 준비로 평소보다 지출이 훨씬 많아졌다. 김 씨는 “수업료 120만 원, 교재비 30만 원, 간식 15만 원, 우유 값 5만 원…. 유치원에 매달 170만 원을 내야 한다”며 “각종 견학과 행사 비용까지 생각하면 머릿속이 컴컴해져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서울 한 사립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 박모 씨(31·여)는 예상치 못한 지출에 적금을 깼다. 중고교 교복 뺨치는 가격인 30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 원복’을 사야 한다는 것을 입학 직전에야 알았다. 엄마들이 자주 찾는 인터넷 카페에 “중고 유치원복을 산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박 씨는 “구입은 선택이라지만 유치원 행사가 있거나 단체사진 촬영을 하는 날엔 원복을 입어야 할 것 아니겠냐”며 결국 새 원복을 샀다고 했다. 엄마들은 “그럴 거면 왜 사립 유치원에 보냈냐”라는 핀잔이라도 들으면 두 번 운다. 국공립 유치원을 찾아 헤매다 모두 떨어지고 어쩔 수 없이 간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전국 국공립 유치원 수용 인원은 17여만 명. 유치원 입원 대상 어린이(만 3∼5세)는 8배가 넘는 140여만 명이다. 주부 이모 씨(34)는 “한 학기 수업료를 한 번에 현금으로만 내라는 곳도 있다. 수업료 말고도 차량운영비, 간식비, 특별활동비는 따로 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예비 초등학생은 ‘공부 뺑뺑이’ 예비 초등학생 허모 양(7)은 태블릿PC로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하루를 보낸다. 한 학습지 회사가 시간을 절약하며 공부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강의다. 허 양은 국·영·수 중심의 ‘예비 초등학생 특별 강의’를 들으며 영어 단어를 외운다. 스타 강사에게 동화를 한 줄로 요약하고 영자신문을 번역하는 법도 배우고 있다. 일곱 살 김모 양은 이번 겨울 초등학교 입학 준비에 올인(다걸기)했다. 아침에 유치원에 다녀오고 나서 오후엔 태권도 바이올린 수학 논술 학원을 요일별로 2, 3곳씩 돈다. 헐레벌떡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나면 방문학습 지도사에게서 영어와 주산을 배운다.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엄마와 함께 책까지 읽어야 해 밤 12시 무렵에야 하루를 마감한다. 김 양은 “가끔 힘들다는 생각도 들지만 엄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다른 김모 양(7)은 유치원에서 학원, 학원에서 집으로 이동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과외를 했다. 논술, 영어, 수학, 미술 과외에 매월 170만 원을 썼다. 김 양의 엄마 송모 씨(35)는 “뮤지컬, 치어리더 학원도 보내고 싶지만 시간이 부족하다. 하루가 24시간인 것이 아쉬울 뿐”이라고 말했다.○ 군기 잡기-성추행에 우울 대학 신입생들은 입학 전부터 터지는 성추행과 군기 문제를 보며 “이러려고 대학을 들어가나”라며 자조하는 분위기가 감돈다. 건국대에선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을 준비하던 한 선배가 여자 후배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일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성균관대 한 학과에선 OT에 오지 않으면 벌금 2만 원을 내라는 선배의 지시가 ‘군기 잡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잇단 캠퍼스 ‘잡음’에 경찰청은 지난달 12일 ‘신학기 선후배 간 폭행·강요 등 악습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참다못한 새내기들 가운데는 선배들 ‘저격’에 나서기도 한다. 지난달 28일 청주교대에선 일부 학생들이 OT에서 있었던 선배들의 성희롱 발언을 적은 대자보를 붙였다. 이들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캡처하고 통화를 녹음하는 등 철저히 ‘증거’를 챙긴다. 서울 한 대학 관계자는 “신입생들이 각종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제보를 할 정도로 대학 내 악습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이호재 hoho@donga.com·백승우 기자}

    • 2017-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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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흙수저라서 더 빛난 “나도 대학생”

    “정유라 같은 낙하산 입학이 있는 줄 몰랐다. 고려인인 내가 과연 한국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잠시 좌절도 했지만, 더 의지를 불태워 도전했고 결국 성공했다.” 19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교정에서 만난 카자흐스탄 고려인 4세 문다나 씨(21·여)는 이렇게 말하며 웃음을 지었다. 문 씨는 다음 달부터 이 대학 경영학부 17학번으로 새내기 생활을 시작한다. 문 씨는 “할아버지는 자신 대신 한국에 가서 꿈을 이뤄달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며 “낯선 한국에서 혼자 살며 입시 준비를 한 것은 모험이었지만 각박한 현실에서도 꿈을 잃지 않았더니 희망을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할아버지는 1937년 스탈린의 이주정책으로 가족이 카자흐스탄으로 쫓겨난 뒤 그곳에서 태어난 고려인 2세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금수저’나 서울 강남 학생들이 명문대에 진학할 확률이 높다는 편견을 문 씨처럼 보기 좋게 깬 대학 신입생이 적지 않다. 출신 지역이나 집안 형편과 관계없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 꿈을 이룬 학생들이다.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이대 특혜 입학 의혹으로 수십만 명의 입시준비생이 좌절했지만, 이들은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 할아버지의 꿈 찾아온 고려인 소녀 문 씨는 2015년 정부 장학생으로 한국 땅을 처음 밟고서 이대 어학당과 인연을 맺었다. 지난해 입학한 서울대를 나와 올해 이대에 재입학을 결정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문 씨는 지난해 1학기에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수업을 듣다 2학기에 휴학계를 냈다. 한국어에 서툰 문 씨에게 정치학 수업은 무리였다. 다시 본국으로 돌아갈까도 생각했던 문 씨가 ‘반수(半修)’를 결심한 것은 할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한국어라고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밖에 몰랐던 문 씨에게 역시 한국어를 모르는 할아버지는 자신도 가보지 못한 고향 땅에 가서 꿈을 이뤄달라고 당부했단다. 문 씨는 “한때 서울대를 박차고 나온 것이 실패라고 느껴져 자괴감에 괴로웠다”며 “다시 적성을 찾은 만큼 긍정적으로 새 학기를 맞는 ‘예스 우먼’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난치병도 꺾지 못한 의지 “너의 위대함을 찾아라(Find your greatness).” 올해 고려대 미디어학부에 입학한 김동하 씨(19)는 수험생 시절 내내 이 말을 품고 살았다. 김 씨는 몸속 혈관에 염증이 생기는 희귀성 난치병 ‘베게너 육아종증’ 투병자다. 한 달에 한 번씩 면역억제 주사를 맞아야 하고 스테로이드제를 매일 복용해야 한다. 김 씨는 “몸이 아프지만 방송국 PD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이를 악물고 공부했다”고 말했다. 김 씨가 겪는 이 병은 고등학교 3학년 진학을 앞둔 2015년 겨울에 생겨났다. 처음엔 기침을 하다 피가 나와 폐렴인 줄 알았지만 점차 응급실에 실려 가는 일이 빈번해졌다. 그러나 스스로에게 부끄럽고 싶지 않은 마음에 꾸준히 공부해 상위 성적을 유지했다. 지난해 9월 수시전형에 합격한 이후에도 병마는 그를 괴롭혔다. 입원까지 했지만 평소대로 공부했다. 꼭 필요한 8시간 수면을 취하면서도 깨어 있는 시간에 최대한 집중했다. 김 씨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최저등급을 넘겨 고려대 수시 융합형인재전형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 노래방 소음도 막지 못해 중앙대 경제학부에 입학하는 한채림 씨(19·여)는 차상위계층 집안이다. 온 가족 네 명이 대전의 상가 건물 3층 방 두 칸 월세방에 산다. 아래층은 노래방이다. 매일 밤마다 흘러나오는 트로트 소리에 집에서 공부하는 건 꿈도 못 꿨다. 한때의 방황도 있었고 왕따도 당했다. 그래도 고등학교 1, 2학년 때 반장을 도맡아 했다. 결국 다양한 교내 활동을 바탕으로 수시 전형을 최상위 성적으로 통과했다. 한 씨는 KBS 프로그램 ‘도전! 골든벨’에서 실업고 출신으로는 처음 50문제를 모두 맞혀 골든벨을 울린 김수영 작가의 말을 가슴에 담고 산다. 한 씨는 “‘멈추지 마. 꿈부터 다시 써봐’라는 문장처럼 노력하면 변화를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졸업 후엔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이호재 hoho@donga.com·황하람 기자}

    • 2017-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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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사 지시는 일단 녹음하자” 몸사리는 공무원들

    행정자치부 서기관 A 씨는 얼마 전 스마트폰에 특별한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았다. 통화내용을 자동으로 녹음하는 앱이다. 주변 동료들의 조언 때문이었다. 상사의 업무 지시를 그대로 따랐다가 감사를 받는 등 애꿎게 피해를 당한 동료들이다. 무엇보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지켜보며 통화 녹음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A 씨는 “가족, 친구들과의 사적인 통화까지 저장돼 꺼림칙했지만 나를 보호할 ‘안전장치’가 필요했다”며 “혹여 녹음 파일이 손상될 가능성에 대비해 컴퓨터에 사본을 저장해둔다”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사무관 B 씨는 월요일 회의 때마다 스마트폰의 녹음 앱을 실행한다. 회의 내용이 잘 녹음되도록 스마트폰을 일부러 책상 위에 둔다. 상사가 ‘애매한’ 지시를 했을 때 이를 녹음해 혹시 모를 뒤탈을 막기 위해서다. B 씨는 “무슨 말이든 이전보다 훨씬 열심히 기록하고 녹음까지 하자 상사들이 ‘부당한 지시 아니니까 그럴 필요 없다’며 우스갯소리를 던지기도 한다”며 “녹음하는 것에 불편한 기색을 보이는 상사도 있어 회의 분위기가 썰렁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녹음이든 메모든 ‘방패막이’ 하나씩은 준비해야 한다.” 요즘 공무원들 사이에서 도는 말이다. 청탁금지법과 최순실 사태를 거치며 권한 밖의 일을 했을 때 처벌 가능성은 크게 높아졌다. 만약 문제가 발생했는데 서로 책임을 미룰 경우 녹음파일이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 상사의 지시도 속된 말로 잘 먹히지 않는다고 한다. 블랙리스트 논란을 겪은 문화체육관광부의 한 직원은 “일단 위에서 내려오는 건 다 쳐버리자는 분위기”라며 “직무범위 안에 있는 일로 생각했던 업무도 직권남용죄로 처벌될 수 있으니 구속되는 것보다 승진을 포기하는 게 낫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문체부뿐 아니라 공직사회 전반에 “새로운 일이 내려오는 것 자체가 두렵다. 무슨 일을 하든지 현상 유지를 하는 게 제일 안전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물론 이런 현상은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 그러나 공무원들이 지나치게 몸을 사리면 오히려 공직사회의 혁신이 퇴보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문명재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상사의 지시와 행위를 꼼꼼히 기록하는 건 공직사회 투명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지나친 견제는 정부 전체의 움직임에 독이 될 수도 있다”며 “공무원들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이용됐던 과거가 만든 씁쓸한 풍경”이라고 분석했다.이호재 hoho@donga.com·김동혁·황하람 기자}

    • 2017-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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