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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회의장(사진)은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 다음 날인 1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회와 정치권이 자기반성의 토대 위에서 새 출발의 선봉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우리 정치가 탄핵당했다는 생각을 가지고 정치권이 먼저 성찰하고 국민과 함께 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의장은 인터뷰 내내 ‘국회와 정치권의 책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현 상황에서 각 정당은 분열을 부추기거나 갈등을 유발하는 행동을 해선 안 된다”며 “국회와 정치권이 국민통합을 위해 앞장서 나서는 것이 (수습의) 첫째”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와 정치권이 기득권을 포기하는 새 출발의 모습을 보이고, 그것이 국가 전반으로 퍼져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가슴을 치는 일이 또 안 생긴다는 보장이 없다”고 덧붙였다. 정 의장은 또 “국회와 정부가 힘을 모아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국회가 정부에 최대한 협력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회동 의사도 내비쳤다. 헌재의 파면 결정에 대해선 “불확실성이 사라진 만큼 대한민국의 표류가 끝나고 새 출발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정 의장은 “새 출발을 위한 적폐 청산은 ‘사람보다 제도가 만든 적폐’ 제거가 중요하다”며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 등을 위한 개헌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정 의장은 “박 전 대통령이 현 상황을 붙잡고 있어서는 안 된다. 헌재 결정에 대한 수용과 유감 표시를 국민에게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이 승복 입장을 표시해 줘야 국민도 새 출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길진균 leon@donga.com·한상준 기자}

헌법재판소가 10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파면 결정을 내리면서 이제 조기 대선이 현실이 됐다. 정확한 대선일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가를 거쳐야 해 아직 유동적이지만 5월 9일 화요일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9일 대선이 실시되면 10일부터 새 정부가 바로 출범한다. 이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각 정당도 본격적인 대선 준비에 착수했다. 헌법 제68조 2항에는 “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규정돼 있다. 선관위 측은 “해당 조항과 연휴 기간 등을 고려하면 5월 9일이 가장 유력하다”고 밝혔다. 4월 말로 대선일을 정하면 각 정당의 경선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시간이 촉박하다. 또 5월 첫째 주는 부처님오신날(3일) 어린이날(5일) 등의 휴일이 있어 그 주에 대선을 치르면 연휴가 된다. 이번 대선은 ‘대통령 궐위선거’이기 때문에 법정공휴일 대상이 아니지만 선관위는 “통상의 대선과 같이 임시공휴일 지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투표율 제고 등을 위해 5월 9일이 유력하다는 것이 선관위의 설명이다. 통상 대선은 수요일에 실시되지만 궐위선거는 요일 규정이 없다. 이날 헌재의 결정으로 대통령 궐위가 확정되면서 선관위는 곧바로 예비후보자 등록 신청 접수를 시작했다. 또 ‘사전 선거운동 금지’ 조항에 따라 이날부터 국회의원의 의정활동 보고와 집회에서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을 지지·반대하는 발언도 할 수 없게 된다. 선관위 관계자는 “사전 선거운동 금지 조항은 대선 180일 전부터 적용되지만 조기 대선은 선거 사유가 발생하는 날, 즉 탄핵 인용 직후부터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5월 9일 대선일을 기준으로 후보자 등록은 4월 15일부터 이틀 동안 실시된다. 대선에 출마하려는 광역·지방자치단체장 등 공직자는 4월 9일까지 사퇴해야 한다. 공식 선거운동은 4월 17일부터 시작되고, 사전투표는 5월 4일부터 5일까지 이틀 동안 실시된다. 지방선거, 총선, 대선의 투표는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되지만 이번 조기 대선은 궐위선거이기 때문에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경선 일정 속속 확정 각 정당도 당 대선후보 경선 일정 확정 작업에 착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4일 후보자 간 세 번째 토론회이자 첫 TV토론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를 시작한다. 4차례 실시되는 지역별 순회 경선은 27일 광주, 29일 대전, 31일 부산, 4월 3일 서울에서 열린다. 서울 경선까지 누적 득표 결과 과반 득표자가 나오면 후보가 확정되고, 그렇지 않으면 1위와 2위 후보 간 결선 투표(4월 4∼7일)를 거쳐 4월 8일 후보자를 최종 선정한다. 바른정당도 헌재 결정에 따라 13일부터 5일 동안 대선후보 신청 접수를 하기로 했다. 또 19일 광주를 시작으로 21일 부산, 23일 대전, 24일 서울에서 정책토론회 및 전화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어 26일부터 이틀 동안 온라인 투표를 거쳐 28일 후보자 지명대회를 열고 후보를 확정할 계획이다. 경선 규칙을 둘러싸고 진통을 겪었던 국민의당은 10일 완전국민경선 방식의 현장투표 80%와 여론조사 20%를 반영하는 경선규칙을 확정했다. 첫 순회 경선은 이르면 25일 광주에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 주말경 대선준비단을 해체하고 선거관리위원회로 전환하면서 본격적인 경선 체제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9일 대선 후보 경선 1차 선거인단 모집을 163만595명으로 마감했지만 2차 모집 기간을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측은 탄핵 인용 시 시작되는 2차 모집 기간을 최대 13일(12일 시작∼25일 마감)까지 늘려 되도록 많은 국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당 지도부는 선거인단 관리를 이유로 ‘7일 이상’은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안 지사와 이 시장 측은 당 지도부의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안 지사 측 정재호 의원은 “당 선거관리위원회와 각 캠프 후보 대리인이 2차 선거인단 모집을 지방순회 경선 직전까지 최대 13일간 하기로 합의했다”며 “선관위와 후보 캠프가 합의한 내용을 당 지도부가 막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시장 캠프의 한 관계자는 “추미애 대표 등 당 지도부가 문재인 전 대표를 의식해 선거인단 규모가 커지는 것을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 안팎에서는 선거인단 규모가 커질수록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대한 많은 유권자가 참여해야 2위권 후보들이 당내 조직력에서 앞서는 문 전 대표를 꺾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 2차 모집 기간이 13일까지 늘어나면 선거인단 수가 300만 명에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반면 당 지도부는 선거인단 확정 및 관리의 어려움을 이유로 2차 모집 기간을 7일 이상으로 하기는 어렵다는 태도다. 당 고위 관계자는 “당헌·당규에 따라 7일로 하는 것이지 다른 의도는 없다”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의 이런 태도에 문 전 대표 측도 불편한 기색이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경선 룰은 백지위임을 했기 때문에 다른 주자들의 주장에 따를 방침”이라며 “그런데 왜 추 대표가 고집을 부려 우리까지 괜한 오해를 받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갈등이 커지면서 이해찬 전 총리, 홍재형 선관위원장도 추 대표에게 ‘후보 간 합의를 존중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추 대표가 요지부동”이라며 “추 대표가 ‘공정성’과 ‘중립’을 표방했는데 과연 이를 지키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당 선관위 회의에서 일부 위원들은 추 대표의 개입에 불만을 표출하며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이 인용되면 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르면 다음 달 3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경선의 1차 승부처인 호남 경선 결과는 27일 발표되고, 충청(29일), 영남(31일)을 거쳐 4월 3일 수도권을 포함한 누적 결과가 서울에서 발표된다. 만약 3일 과반을 득표한 주자가 나오면 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고, 그렇지 않으면 결선투표(4월 4∼7일)를 거쳐 8일 최종 승자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유근형 noel@donga.com·한상준·박성진 기자}

“중도·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김종인 전 대표의 탈당은 조기 대선 국면에서 정계를 뒤흔들 수 있는 마지막 카드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이 8일 김 전 대표의 탈당에 대해 평가한 말이다. 김 전 대표는 이날 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14개월 만에 다시 야인(野人)이 됐지만, 김 전 대표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지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없다”며 “고난의 길을 마다하지 않고 나라를 위해 제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서도 “정치권이 (탄핵 찬반을 두고) 양분된 국민을 어떻게 연결해 새로운 정치 질서를 확립하느냐가 과제”라며 “‘순교할 수 있다’는 말의 의미를 파악하면 내가 뭘 하려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갈라진 민심을 통합하는 방안을 찾겠다는 의미다. 향후 거취에 대해 김 전 대표는 말을 아꼈지만 정치권에서는 각종 시나리오가 쏟아졌다.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은 “국민의당, 바른정당과 김 전 대표 뜻에 공감하는 민주당 의원을 합치면 (의원) 100명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손학규 전 대표는 “민주당에서는 결국 문재인 전 대표가 후보가 될 것”이라며 “(김 전 대표와) ‘문재인 대 개혁세력연대’로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보수 진영도 ‘개헌 연대’를 고려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대선 전 분권형 대통령제를 뼈대로 한 헌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대선 전 개헌에 반대하는 친문(친문재인) 진영과 각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세 정당의 의석수는 총 165석. 여기에 김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 내 비문(비문재인) 진영 일부가 합류한다면 민주당의 도움 없이도 법안 처리를 할 수 있는 180석도 가능하다는 것이 개헌 연대의 의중이다. 김 전 대표도 “국회선진화법 등을 고려하면 180석 이상을 가진 연립정부가 성립이 안 되면 국정을 끌어가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민주당 의원은 “개헌 연대를 추진해도 단일 후보를 내기에는 사공이 너무 많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김 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등 다양한 주자들 중 한 명의 후보를 추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김 전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탈당을 만류했다. 하지만 김 전 대표는 문 전 대표에 대해서는 “연락 받은 적 없다”고 했다. 친문 색채가 강한 민주당 지도부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전 대표의 탈당을 언급하지 않았다. 친문 진영의 한 의원은 “결집의 이유가 가치, 이념도 아니고 특정인에 대한 반대라는 걸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며 “다분히 정치공학적인 접근”이라고 말했다. 민주당도 ‘개헌 연대’ 차단에 나섰다. 민주당은 이날 의총을 열고 당 대선 주자들에게 내년 지방선거와 개헌을 맞출 수 있도록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당내 개헌을 주장하는 분들이 당 바깥과 연대해 개헌안을 발의하는 일은 하지 않기로 했다”며 “개헌을 매개로 한 ‘제3지대론’ ‘빅텐트’ 등은 오늘 부로 그럴 일이 없다는 것을 (의총에서) 정리했다”고 말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문병기·박성진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 개헌파 및 비문(비문재인) 진영의 좌장 격인 김종인 전 대표가 8일 민주당을 공식 탈당한다. 진영, 최명길 의원 등 민주당 의원 3, 4명도 후속 탈당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 내 ‘탈당 러시’로 대선 정국에 상당한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대표는 7일 기자들과 만나 “탈당할 것”이라며 “아무 일도 할 게 없으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후 한 강연에서도 “오늘이 의원직을 갖고 말씀드리는 마지막 날”이라고 했다. 탈당의 이유로 “탄핵 이후 정계 상황에 대해 자유롭게 말하고 행동할 수 있으려고 떠난다”고 설명했다. 김 전 대표가 탈당하면 비례대표 의원직은 심기준 최고위원이 승계하게 된다. 탈당 이유로는 “책임의식”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표는 지난해 1월 대표직 사퇴 요구에 직면했던 문재인 전 대표의 삼고초려로 입당했다. 이후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4·13총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김 전 대표는 탈당을 만류하는 의원들에게 이 과정을 상기시키며 “내가 입당하지 않았다면 친문(친문재인) 세력은 사라졌을 텐데, 내가 친문 세력을 부활시키는 역할을 했으니 (탈당으로) 그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친문 진영이 당을 완전히 장악했다는 뜻이 담겨 있다. 정치권의 이목은 김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 쏠려 있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문 전 대표와 대척점에 서서 개헌 등을 계기로 세력 결집을 시도할 것”이라며 “창당이 아닌 정치 결사체를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비문·비패권 세력 간 연대를 꾀하겠다는 의도다. 김 전 대표가 대선에 직접 뛰어들지도 관심사다. 김 전 대표는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두고 봐야 알 일”이라며 여지를 뒀다. 한 중진 의원은 “탄핵 결정 후 ‘누가 정국을 운영할 능력이 있느냐’란 분위기로 흘러간다면 김 전 대표도 대선에서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의 탈당 소식에 민주당을 제외한 세 당은 곧바로 김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우리와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바른정당은 “친문과 친박(친박근혜)으로 대변되는 패권주의 행태를 근절하는 불쏘시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그러나 김 전 대표는 이날 “(다른) 당으로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동조 탈당’을 검토하는 한 의원도 “친박 색채가 강한 한국당은 연대 대상도 아니다”며 “바른정당과도 무턱대고 손잡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가 국회 의원회관 3층에서 기자들에게 탈당 의사를 밝히고 있을 시간에 문 전 대표는 의원회관 2층에서 노무현 정부 출신 관료들과 ‘경제현안 점검회의’를 열었다. 비문 진영의 한 의원은 “친문 진영이 휘청거리던 총선 전에는 경제 전문가라며 김 전 대표를 모셔오더니, 이제는 김 전 대표가 없어도 된다는 뜻 아니겠느냐”며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에 이어 김 전 대표까지 탈당하면서 문 전 대표의 ‘마이너스 정치’ 논란이 더 커지게 됐다”고 평가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박성진 기자}
“친노(친노무현) 진영 출신의 두 대선주자가 나란히 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 출신 비서실장을 두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안희정 충남도지사 경선 캠프 비서실장으로 합류하면서 6일 당 안팎에서는 이 같은 말이 회자되고 있다. 기 의원과 문재인 전 대표 캠프 비서실장인 임종석 전 의원은 가까운 사이지만, 이제는 적으로 만나게 됐기 때문이다. 성균관대(기 의원)와 한양대(임 전 의원) 총학생회장 출신인 두 사람은 고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한 대표적 인사다.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가장 믿고 신뢰할 만한 사람”이라고 할 정도로 가깝다. 2014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서울시 정무부시장직에서 물러난 기 의원은 후임으로 임 전 의원을 추천했고, 그해 6월 재선에 성공한 박원순 시장은 임 전 의원을 정무부시장에 임명했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는 두 사람이 엇갈린 길을 걷게 됐다. 임 전 의원은 일찌감치 문 전 대표 캠프에 합류했고, 기 의원은 박 시장이 중도 하차하자 안 지사 캠프의 핵심 자리를 맡게 된 것이다. 기 의원은 “임 전 의원과 (안 지사) 캠프 합류 문제 등도 토론했고, 경선에서 각자 최선을 다하자고 이야기했다”며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이 당의 역동성을 키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5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북콘서트를 열고 ‘첫차론’을 다시 꺼내들었다. 최근 2위 주자와의 지지율 격차를 벌리고 있는 데 따른 자신감의 표현으로 보인다. 그는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의원 등 모두가 차세대 지도자가 될 만한 분들이다”며 “(내가) 새 시대의 첫차가 돼 다음 정권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과 함께 정권을 교체하고, 이분들이 국정 경험을 쌓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자유한국당까지 함께하는 대연정은 적폐청산, 개혁 모두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라며 안 지사의 대연정론을 거듭 비판했다. 북콘서트에는 웹툰 ‘미생’의 윤태호 작가가 참석해 문 전 대표 지지를 선언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조기 대선 레이스가 임박하면서 각 주자들의 ‘쩐(돈)의 전쟁’도 가열되고 있다. 당 대선 후보 경선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더불어민주당 주자들은 일찌감치 후원회를 조직해 후원금 모금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직까지 예비후보 등록 절차가 시작되지 않은 다른 당 주자들은 개인 돈으로 캠프를 꾸려가고 있다. 5일 각 대선 주자 캠프에 따르면 2일부터 모금을 시작한 문재인 전 대표는 후원금이 4일 오전 기준으로 7억 원을 넘어섰다.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3일 기준으로 후원금이 10억 원을 돌파했다. 이 시장은 민주당 주자들 중 가장 빠른 지난달 9일 후원회를 발족했다. 지난달 16일부터 후원금 모금을 시작한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약 5억 원의 후원금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정당의 대선 후보 경선 예비후보는 법정 선거비용의 5% 한도에서 후원금을 모을 수 있는데, 올해는 후원금의 법정한도가 약 24억 원이다. 다만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발생한 비용은 국가에서 보전해 주지만 경선 비용은 보전 대상이 아니다. 현재 공식 선거운동은 시작되지 않았지만 각 대선 주자들은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개시한 상태다. 캠프 사무실을 마련했고, 각종 지지 모임도 구성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당 전당대회만 해도 수억 원이 들어간다”며 “각 주자 모두 이미 적잖은 ‘실탄(돈)’을 썼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주자들은 경선 후보 등록을 위해 4억 원의 기탁금을 내야 한다. 여기에 문 전 대표와 안 지사는 각각 사비 8000만 원, 5000만 원을 들여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그나마 당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민주당 주자들은 후원금을 쓸 수 있어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아직 예비후보 등록을 하지 않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등은 사비를 털어 캠프를 운영하고 있는 형편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안 전 대표가 이미 2억 원에 육박하는 사비를 썼을 것”이라고 전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불출마 선언 전인 1월 “한 달에 수천만 원이 든다. 모아놓은 돈을 다 쓰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예비후보 등록을 서두르는 이유엔 후원금 모집을 가능토록 해 대선 주자들 ‘돈줄’에 숨통을 틔워주기 위한 의도도 있다. 경선 선거인단 모집이 진행 중인 민주당에서는 각 주자의 후원금 모집 참여 인원수에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밖에서는 금액에 관심이 많지만 안에서는 후원자 수가 중요하다”며 “후원자들이 곧 열성 지지자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 측은 4일까지 1만여 명이, 이 시장 측은 3일까지 2만여 명이 후원금 모집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반면 안 지사 측 박수현 대변인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등 엄중한 시국이 계속되는 가운데 후원금 등으로 세 몰이를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확한 후원금 모집 현황과 참여 인원을 밝히지 않았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비용 측면에선 조기 대선이 낫다”는 말이 나온다. 경선부터 본선까지 6∼7개월이 걸리는 예년과 달리 선거운동 기간이 짧아 제반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이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저는) 연정 수준의 협치를 제안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안희정 충남도지사) “안 지사가 자유한국당까지 함께하는 대연정을 말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국가 개혁 과제 동의한다면 누구와도 연정 꾸릴 수 있는 것 아니냐.”(안 지사) “대화, 타협과 연립정부를 만드는 것은 다르다.”(문 전 대표) “그럼 바른정당과는 (연정) 가능한가.”(안 지사) “바른정당과 한국당이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징표를 아직 찾지 못하겠다. 안 지사가 너무 통합, 포용에 꽂혀 있다고 생각한다.”(문 전 대표) 3일 오후 6시부터 2시간 동안 서울 양천구 CBS 사옥에서 진행된 민주당 대선 주자 첫 합동토론회에서 안 지사의 ‘대연정’ 제안을 놓고 문 전 대표와 안 지사 간에 불꽃 튀는 공방전이 벌어졌다. 안 지사와 문 전 대표는 서로의 말을 끊을 정도로 한 치의 양보 없이 자기주장을 펼쳤다. 대연정 이슈에는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최성 경기 고양시장도 가세했다. 이 시장은 “청산 대상과의 연정은 촛불 민심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안 지사는 “적폐 청산과 개혁을 향한 길에 저 안희정도 분명히 함께하고 있다”며 “의회에서의 연정이라는 말씀을 한 번 더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 시장은 대연정에 대해 “동네 인간성 좋은 아저씨가 이야기할 수 있지만, 유력 대통령 후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상당히 부정적이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安-李, ‘文 집중 공격’ 문 전 대표는 다른 주자들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포문은 안 지사가 열었다. 안 지사는 “(문 전 대표의 집권은) 정당 기반 집권이 아니라 캠프 조직에 의해 정당과 국정 운영이 주도된다”며 “대선 공약집은 당의 이름으로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문 전 대표는 “정책 개발을 당에 맡기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역공을 취했다. 이에 안 지사는 “이 추세로 가면 (문 전 대표의 승리는 당의 집권이 아닌) ‘문재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집권’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 시장은 문 전 대표의 재벌 정책을 문제 삼았다. 이 시장이 “삼성이나 재벌에 대해 편향적이다. 친재벌 후보 아닌가”라고 각을 세우자 문 전 대표는 “재계에서는 좋아하겠다”고 웃으며 답을 하기도 했다. 이 시장은 재벌의 준조세 16조4000억 원을 없애겠다는 문 전 대표의 공약에 대해 “이 중 15조 원은 개발에 따른 이익을 얻기 위한 부담금인데 이걸 폐지하겠다는 것은 진심이냐, 착오에 의한 것은 아니냐”고 물었다. 문 전 대표는 “준조세라는 걸 오독한 것”이라며 “법정 부담금은 법에 근거한 것인데 무엇이 문제겠느냐”고 답했다. 이 시장은 이른바 ‘이학수법’(특정재산범죄수익 등의 환수 및 피해 구제에 관한 법률안)을 언급하며 “문 전 대표는 (2014년) 전당대회 전에는 (법안 발의에) 참여하겠다고 했다가 당 대표가 된 다음에는 안 했다”며 “(문 전 대표가) 재벌에 편향적인 후보 아닌가 하는 국민들의 걱정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는 “노동자들의 포럼에 참석해 제 노동 정책을 밝힌 바 있다”며 “친재벌 아니냐고 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文-李, “4년 중임제 개헌 지지” 개헌에 대해서도 주자 간 의견이 엇갈렸다. 문 전 대표와 이 시장은 ‘4년 대통령 중임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 지사는 “개헌의 핵심적 골자는 자치분권 헌법이어야 한다”며 “(중임제, 내각제 등) 의회의 권한과 대통령의 권한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시장도 “지방분권형 책임총리제 형태가 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탄핵 인용을 전제로 한 박근혜 대통령의 사법 처리에 대한 질문에는 네 사람이 한목소리를 냈다. 문 전 대표와 최 시장은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고 안 지사도 “법 위에는 어떤 특권 세력도 존재할 수 없다. 사건을 정치적 봉합으로 처리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 시장은 “퇴임과 동시에 구속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전 대표와 안 지사는 문 전 대표의 ‘공공 일자리 81만 개’ 공약을 놓고도 맞붙었다. 안 지사는 “공공 분야 일자리만 대책이라고 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정부 중심의 일자리 정책이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는 “박근혜 정부에서도 고용 부문 예산이 총 72조 원이다”라며 “세금으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항목이 일자리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산업 분야에 일자리가 늘어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안 지사의 지적에 대해서는 “그 점을 위해 공공 부문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주자들 간의 신경전도 치열 문 전 대표를 향한 ‘토론 회피 논란’ 등 우여곡절 끝에 열린 첫 토론회인 만큼 참석자 간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벌어졌다. 토론을 시작하기 전 최 시장은 문 전 대표를 향해 “좋은 (방송) 예능은 다 나가시고 나는 (토론할) 기회가 없어서 섭섭했다”며 “예비후보 등록하고 세 분 보는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토론회가 끝난 뒤 문 전 대표는 “곤혹스러운 질문 없이 아주 재밌는 토론회였다”며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토론장을 나섰다. 안 지사는 “점수로 치면 (100점 만점에) 70점 정도다. 좀 부족했다 싶은 대목도 있지만 그게 제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문 전 대표를 겨냥해 “(법인세 인상을) 안 한다고 하다가 그런 적 없다고 하니 황당하다”며 웃었다. 이 시장 측은 “문 전 대표가 너무 원고를 읽더라. 실수를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신뢰감을 주는 데는 한계가 있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첫 토론회를 라디오 토론으로 진행한 것에 대해 당 관계자는 “아직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본격적인 TV 토론은 탄핵 결정 후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토론회는 6일 오전 10시에 인터넷 생중계로 진행된다.한상준 alwaysj@donga.com·박성진·유근형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호남 출신 인사들을 연이어 영입하며 ‘호남 구애’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맞서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의원들의 지지 선언을 이끌어 내며 세(勢) 불리기에 나섰다. 문 전 대표는 3선 의원을 지낸 전남 장성 출신의 김효석 전 의원을 당 대선 후보 경선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한다고 3일 밝혔다. 이와 함께 문 전 대표는 위철환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캠프 법률지원단장으로 영입했다. 위 전 회장은 전남 장흥이 고향이다. 캠프 본부장 등 요직에 호남 출신 인사들을 전진 배치한 데 이어 호남 인사 영입에 총력을 더 기울이는 모양새다. 안 지사는 2일 밤 비문(비문재인) 진영의 박영선 의원을 만나 “새로운 통합의 시대로 가는 데 힘을 보태 달라”고 요청했다. 안 지사는 박 의원에게 현역 의원들의 지지 모임인 ‘의원멘토단’ 단장을 제안했다. 박 의원 측 한 인사는 “박 의원이 사실상 안 지사의 제안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비문 진영의 초선 의원들도 이르면 5일경 안 지사 경선 캠프 합류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안 지사 측 핵심 관계자는 “지지 선언을 준비하는 의원은 1차적으로 20명가량 된다”며 “캠프에 공식 합류하는 의원은 3명 정도고 다른 의원들은 캠프 외곽 조직인 멘토단에서 지원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정우 경북대 교수와 정태인 칼폴라니사회연구소장이 이날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지지를 선언했다. 이 교수는 노무현 정부 당시 대통령정책실장을 지내고 2012년 문 전 대표 대선 후보 캠프에서 경제민주화위원장을 맡았다. 정 소장은 노 정부에서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으로 일했다. 이 시장 측은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낸 김태동 성균관대 명예교수도 이 시장의 정책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근형 noel@donga.com·한상준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 비문(비문재인) 진영의 중심인 김종인 전 대표(사진)의 탈당이 점점 가시화되는 양상이다. 비례대표인 김 전 대표는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게 된다. 일각에서는 김 전 대표의 대선 출마설도 흘러나왔다. 김 전 대표는 3일 기자들과 만나 “탈당이라는 것은 어느 시점에서 내가 판단해서 하면 하는 것이고, 안 하면 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 거론되는 탈당설에 선을 그었지만 부인도 하지 않은 것이다. 김 전 대표가 탈당을 감행한다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 전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안) 결정이 끝나고 나면 그 자체가 새로운 정치적인 분위기를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탈당의 가장 큰 이유는 당내 주류인 친문(친문재인) 진영에 대한 불만이다. 당 지도부와 문재인 전 대표 측이 경제민주화를 실천할 뜻이 없다는 것이다. 김 전 대표는 “내가 소위 ‘속은 사람’이다”라며 “당이 기필코 이 문제(경제민주화)를 해결할 것이라고 했는데 민주당 구성원 중 열의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김 전 대표가 발의한 상법 개정안이 2월 국회에서 무산되면서 문 전 대표는 물론이고 당 지도부에 대한 일말의 기대가 사라진 것”이라며 “본인이 의원직에 연연하지 않고 있어 탈당은 시간문제”라고 했다. 정치권은 탈당 이후 김 전 대표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직접 대선에 출마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에 대해 김 전 대표는 “내가 무모하게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착각들을 하지 말라”고 했다. 이어 “연립정부가 성립되지 않으면 국정을 끌고 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 전 대표가 탈당 뒤 개헌을 연결고리로 민주당 내 비문 진영,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과 연대를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전 대표 측 인사는 “지금 구도에서 (김 전 대표의) 대선 출마는 어려워 보일 수 있지만 탄핵 이후 정치권의 변화 양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의 탈당 움직임에 문재인 전 대표 측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지난해 1월 당 대표직 사퇴 요구에 직면했을 때 김 전 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했다. 하지만 김 전 대표가 탈당하면 ‘친문 패권주의’ 논란이 재차 불거질 뿐만 아니라 중도·보수 진영으로의 확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캠프 내부에서는 문 전 대표가 직접 김 전 대표를 만나 만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3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대선 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지지율이 전주보다 상승하며 선두를 굳건히 지킨 반면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갤럽이 지난달 28일과 이달 2일 전국 10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 따르면 문 전 대표는 지난주보다 2%포인트 오른 34%의 지지율을 보였다. 반면 안 지사는 지난주보다 6%포인트 떨어진 15%에 그쳤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1%포인트 올라 9%를 기록했고,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모두 8%로 변동이 없었다. 문 전 대표의 강세와 안 지사의 하락은 지난주 ‘선한 의지 발언’ 논란이 호남 등 전통적 야권 지지층에 영향을 끼쳤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문 전 대표는 서울(36%), 인천경기(36%), 부산울산경남(35%), 대구경북(23%)에서 1위를 기록하며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를 받았다. 안 지사는 충청에서 지난주(26%)보다 5%포인트 오른 31%를 기록하며 문 전 대표(25%)를 제친 것이 그나마 긍정적인 결과였다. 이번 조사 결과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nesdc.go.kr)에서 볼 수 있다.유근형 noel@donga.com·한상준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실 9본부 체제’의 경선 캠프 구성을 마쳤다. 호남 인사들의 전면 배치가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2일 문 전 대표 측에 따르면 임명된 10명의 실장·본부장 중(SNS본부장은 공석) 60%가 호남 출신으로 구성됐다. 핵심인 비서실장(임종석 전 의원), 종합상황실장(강기정 전 의원), 총괄본부장(송영길 의원)이 모두 호남 출신이다. 세 사람은 모두 ‘86그룹’(80년대 학번, 60년대생 운동권)이다. 여기에 총무본부장인 김영록 전 의원, 미디어본부장인 박광온 의원, 방송토론본부장을 맡은 신경민 의원도 출신지가 호남이다. 이번 인사는 야당의 텃밭이자 민주당 경선의 첫 무대인 호남을 의식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캠프 관계자는 “경선과 본선 모두 호남의 표심이 중요하다”며 “대선 레이스의 시작인 호남 경선에서부터 압도적 승리를 거두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친문(친문재인) 인사들은 ‘부(副)’ 직함을 달고 2선에서 실장·본부장과 호흡을 맞추는 점도 눈길을 끈다. 문 전 대표의 최측근인 양정철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은 비서실 부실장을, 윤건영 전 정무특보는 상황실 부실장을 맡았다. 손혜원 의원(홍보부본부장), 권칠승 의원(총무부본부장), 김정우 의원(정책부본부장), 한병도 전 의원(조직부본부장), 진성준 전 의원(전략부본부장) 등도 본부장을 보좌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한 친문 의원은 “‘친문 패권주의’ 논란을 불식시키고 캠프의 외연을 확장한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9개 본부 가운데는 조직1본부부터 조직6본부까지 있는 조직본부의 규모가 가장 크다. 경선 선거인단 모집 등에서 조직 역량을 강화하는 데 사활을 걸겠다는 캠프의 의중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또 문 전 대표는 이날 미디어특보단을 발족하고, 단장에 민병욱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전 간행물윤리위원장)을 임명했다. 한편 민주당은 3일 대선 주자 간 첫 토론회를 개최한다. 라디오로 생중계되는 첫 토론회를 시작으로 총 10차례 토론회가 이어진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최근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 소속 의원실에 검사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 개헌 논의 과정에서 헌법에 명시된 검찰의 영장청구권을 삭제하는 방안이 거론되자 검찰이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검사들은 각 의원실에 “영장청구권을 삭제하면 인권 후퇴 우려가 있고, 경찰은 물론 특별사법경찰관까지 영장 청구가 가능해져 혼란이 예상된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에서 개헌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권력기관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치권과 여론의 관심은 이원집정부제, 대통령 중임제 등 권력 구조 변화에 쏠려 있지만 검찰 경찰 감사원 등 사정기관들과 사법부는 개헌에 의해 조직 위상이 하락할까 봐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1일 “그동안 사정기관들은 정부 조직 개편의 칼날에서 비켜나 있었지만 개헌이 이뤄지면 피하기 어렵다”며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건국 이래 최대 변화가 임박했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한 예로 검찰의 영장청구권 삭제가 현실화되면 검찰과 경찰의 위상 변화는 불가피하다. 감사원 역시 개헌특위 소속 의원들이 “대통령 소속으로 돼 있어 역할과 기능이 제약된다”는 점에 뜻을 같이하고 있어 체계에 변화가 예고된 상황이다. 개헌특위는 감사원을 독립 기구화하거나, 국회 산하에 두는 두 가지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물밑에 가라앉아 있던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사이의 신경전도 재연되고 있다. 지난달 13일 열린 국회 개헌특위 회의에서 고영한 법원행정처장은 “헌재는 모든 헌법 관련 사항이 자신의 전유물인 양 무리한 해석을 통해 권한을 확대해 왔다는 지적이 있다”며 “9명의 헌법재판관이 모든 헌법재판을 독점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용헌 헌재 사무처장은 “현행 헌법은 규범통제(법률·명령 등의 위헌성 여부를 심사하는 것)의 관할을 헌재와 법원으로 이원화하고 있지만 헌법 해석의 통일성 등을 위해 규범통제 관할을 헌재로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반박했다. 국회 개헌특위 관계자는 “유력 대선 주자들이 내년 개헌을 약속한 만큼 개헌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개헌안 마련 때까지 관련 기관들의 국회 출입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28일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캠프의 홍보부본부장을 맡고 있는 손혜원 의원이 ‘곰과 호랑이가 싸우는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린 것을 두고 논란을 벌였다. 손 의원은 27일 페이스북에 올린 동영상을 소개하며 “곰 vs 호랑이 그 승자는?”이라고 설명을 달았다. “긴 싸움 끝에 결국 이기고 마는 우직한 이미지의 곰은 승리를 쟁취하는 캐릭터”라고 덧붙였다. 문 전 대표 측은 캠프의 명칭인 ‘더문캠’을 설명하면서 “곰을 뒤집으면 문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이 동영상의 출처가 북한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커졌다. 북한이 다큐멘터리 제작을 하기 위해 평양 중앙동물원의 동물들끼리 인위적으로 싸우도록 만들어 촬영한 것으로 알려진 것. 당연히 ‘동물 학대 의혹’이 제기됐다. 평양 중앙동물원은 2001년 ‘세계에서 가장 슬픈 동물원’ 6곳 중 하나로 선정될 정도로 상황이 열악하다. 논란이 확산되자 손 의원은 이 동영상을 즉각 삭제했다. 자유한국당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문 전 대표와 손 의원은 북한 동영상을 사용한 의도를 국민 앞에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 측도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캠프 관계자는 “북한 영상이라는 점도 문제지만, 굳이 동물들끼리 싸우는 잔혹한 영상을 올렸어야 했는지도 의문”이라며 “비판을 받아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야권 관계자는 “조기 대선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여의도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8일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 회원의 날 행사를 갖고 세(勢) 몰이에 나섰다. 국민성장은 1007쪽 분량의 정책제안서를 문 전 대표에게 전달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정권교체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인수위원회가 없는 (조기) 대선에서 저 문재인이 가장 잘 준비된 후보”라며 “이번 대선에서 우리가 확실히 정책 선거를 주도한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국민성장에 소속된 전문가 450여 명이 몰렸다. 문 전 대표 측은 “국민성장 참여 인원이 계속 늘어 1000명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매머드급 싱크탱크를 다시 한 번 내세워 세 과시와 함께 ‘준비된 후보’라는 이미지를 부각하겠다는 의도다. 문 전 대표에게 전달된 정책제안서에는 ‘국민이 잘사는 경제’ ‘공정한 나라 존중받는 국민’ ‘강하고 당당한 대한민국’ ‘건강하고 품격 있는 삶’ ‘더불어 활기찬 지역성장’ 등 5대 부문 총 350여 개의 정책 과제가 담겨 있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를 토대로 향후 정책 공약을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문 전 대표 측은 이날 비상경제대책단(단장 이용섭 전 의원)을 꾸려 정례적인 비상경제점검회의도 열기로 했다. 또 경선 후원회인 ‘문재힘 위원회’도 발표했다. 행사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문 전 대표는 “특검 연장 무산의 책임이 문 전 대표에게 있다”는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의 발언을 적극 반박했다. 문 전 대표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총리 임명 제안은 탄핵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였다”며 “그 논의에 야당이 들어섰다면 탄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28일 정치권에서는 난데없이 ‘곰과 호랑이가 싸우는 동영상’을 두고 논란을 벌였다. 발단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캠프의 홍보부본부장을 맡고 있는 손혜원 의원이 27일 페이스북에 호랑이와 곰이 싸우는 동영상을 게시한 것이었다. 손 의원은 동영상을 소개하며 “곰 vs 호랑이 그 승자는?”이라고 설명을 달았다. “긴 싸움 끝에 결국 이기고 마는 우직한 이미지의 곰은 승리를 쟁취하는 캐릭터”라고 덧붙였다. 그럼 손 의원이 곰 동영상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린 이유는 뭘까. 답은 문 전 캠프의 명칭인 ‘더문캠’을 홍보하는 게 목적이었다. “곰을 뒤집으면 문이 된다”는 설명이다. 문 전 대표의 이미지를 좋게 각인하기 위해 곰을 끌어들였고, 이를 위해 곰과 호랑이가 싸우는 영상을 올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동영상의 출처가 ‘북한’이란 점이다. 북한이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평양 중앙동물원의 동물들을 인위적으로 싸우도록 만들어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동물 학대 의혹’이 제기됐다. 게다가 평양 중앙동물원은 2001년 ‘세계에서 가장 슬픈 동물원’ 6곳 중 하나로 선정될 정도로 상황이 열악하다. 논란이 확산되자 손 의원은 이 동영상을 즉각 삭제했다. 하지만 여권은 기회를 놓칠 새라 손 의원에게 집중 포화를 퍼부었다. 자유한국당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문 전 대표와 손 의원은 북한 동영상 사용 의도를 국민 앞에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문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북한에 먼저 가겠다고 하는 등 친북 성향을 공공연히 드러내 왔지만, 오죽 북한이 친숙했으면 홍보 동영상까지 북한 영상을 가져다 쓰겠느냐는 국민들의 탄성이 들리는 듯하다”고 했다. 문 전 대표 측도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공중파 방송에서도 활용된 적이 있는 영상인데 지나치게 문제 삼고 있다”는 반론도 나왔지만 캠프 내부에서는 “적절치 않았다”고 보는 분위기다. 캠프 관계자는 “북한 영상이라는 점도 문제지만, 굳이 동물들끼리 싸우는 잔혹한 영상을 올렸어야 했는지도 의문”이라며 “비판을 받아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번 논란으로 문 전 대표의 캠프에서는 ‘조심 또 조심’ 분위기가 자연스레 확산되고 있다. 문 전 대표 측 인사는 “대선을 앞두고는 사소한 언행에도 조심해야 한다는 경각심이 새삼 생겼다”고 전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조기 대선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여의도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한상준 기자alwaysj@donga.com}
최근 북한 국가보위성(국가정보원 격)이 김정은에게 각종 허위 보고를 일삼다 들통 나 김원홍 전 국가보위상이 연금 조치되고 그 밑에 있는 부상(차관급) 간부 5명이 고사총으로 처형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김정남 암살에는 당초 알려진 정찰총국이 아닌 보위성 요원이 대거 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실은 국가정보원이 2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김정남 암살 등 북한 동향 관련 업무보고에서 확인됐다. 국정원 보고에 따르면 보위성은 김원홍이 없는 죄를 뒤집어씌워 당 간부를 고문하는 등 월권을 해 북한 주민의 원성이 자자했다. 이에 올 1월 당 조직지도부의 조사를 받고 연금 조치됐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김정일 동상을 섬길 정도(자격)가 안 된다”며 보위성에 있던 동상을 다른 곳으로 옮기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남 테러 용의자 8명 가운데 4명이 보위성 출신이며 실제 독살에 나선 2명은 외무성 소속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국정원은 전했다. 김원홍 등 보위성 지도부가 연금 조치 또는 처형된 상황에서 어느 기관이 김정남 암살을 주도했는지는 추적 중이라고 국정원은 덧붙였다. 국정원이 지난해 김정남에게 신변 위협을 사전 경고한 사실도 밝혀졌다. 정보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김정은이 김정남을 제거할 만한 이유가 많았는데, 국정원이 김정남 동향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이병호 국정원장은 “외교 문제 등으로 (직접) 신변 보호는 못하고 지난해 하반기에 제3의 경로를 통해 김정남에게 ‘신변에 대해 조심하라’는 워닝(경고)을 했다”고 답했다. 중국의 북한 석탄 수입 중단과 관련해 국정원은 “북한이 상당한 경제적, 심리적 충격을 받고 있다”며 “올해 7억8000만 달러의 손실이 발생해 북한 국내총생산(GDP)의 2.5%가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고했다. ● 윤병세 “VX사용 北, 국제질서 도전” 한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7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34차 유엔 인권이사회 기조연설에서 “북한 지도자의 이복형(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관용여권을 소지한 북한인에게 VX 신경작용제로 살해된 사건은 인권과 국제질서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북한의 인권 침해자들에 대한 불처벌의 관행을 종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박성진·조숭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25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모이자 권양숙 여사의 모친인 박덕남 씨(향년 98세) 빈소를 찾았다. 두 사람은 간발의 차이로 마주치지 않았다. 안 지사는 이날 오후 9시 35분경 부인 민주원 씨와 함께 빈소가 마련된 경남 김해시 진영전문장례식장을 방문했다. 이날 빈소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도 조문객들을 맞았다. 앞서 안 지사는 조문을 하기 전 전북 전주에서 열린 전북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곽 변호사와 관련된 질문에 울컥하기도 했다. 곽 변호사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노 전 대통령 장례 기간) 무슨 정신으로 그 애도의 자리에서 기자들을 만나거나 카메라 앞에서 포효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비난한 데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나오자 안 지사는 “노 전 대통령을 가장 오래 모셔 온 만큼 내가 가장 큰 죄인이다. 어떤 원망도 다 들어야 한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 씨 등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 안 지사는 오후 10시 6분경 빈소를 떠났다. 건호 씨에 대해 “오래된 인연이라 집안의 형제들”이라며 친근감을 드러낸 안 지사는 비슷한 시간 문 전 대표의 방문이 예정돼 있었지만 “저는 (도지사 공관이 있는) 충남 홍성에 가야 해서 (갈 길이) 너무 멀다”며 자리를 떴다. 안 지사가 떠나고 2분 뒤인 오후 10시 8분경 문 전 대표가 빈소에 도착했다. 부인 김정숙 씨도 동행했다. 문 전 대표 역시 20여 분간 빈소에 머물며 유가족, 조문객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문 전 대표는 “빨리 오느라고 왔는데 (안 지사를) 만나지 못했다”며 “자연스럽게 만나게 될 줄 알았는데…”라고 했다. 문 전 대표는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한 뒤 오후 8시 30분 비행기편으로 김해로 내려왔다. 두 사람의 방문에 앞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등도 빈소를 찾아 유가족을 위로했다. 부인 김혜경 씨와 함께한 이 시장은 시국 관련 이야기를 나눴느냐는 질문에 “오늘은 위로 드리고, 서로 마음 추스르는 데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민주당 추미애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홍준표 경남도지사 등은 조화와 조기를 보내 위로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조화를 보냈다. 권 여사 측 인사는 “국무위원 일동 명의의 조화는 왔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의 조화는 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장례식은 26일 엄수됐다. 김해=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 1, 2위를 다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외연 확장’을 놓고 상반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문 전 대표 측은 외부 인사 영입에 시동을 걸며 규모 확장에 나선 반면 안 지사 측은 보여주기식 세몰이는 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文, 세 불리기 vs 安, 실무형 문 전 대표는 23일 미국 인텔 수석매니저 출신의 유웅환 박사(46)의 영입을 발표했다. 2001년 KAIST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유 박사는 인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에서 근무했다. 문 전 대표 측은 “유 박사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국내 대기업을 모두 경험한 반도체 시스템 엔지니어”라며 “유 박사의 영입은 4차 산업혁명 선도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한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전 대표 측은 유 박사의 영입을 통해 정보기술(IT) 분야의 준비된 후보 이미지를 극대화하겠다는 목표다.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표창원 의원 등 연이은 인재 영입을 주도한 문 전 대표는 이번 대선에서도 같은 전략을 꺼내 들었다. 문 전 대표는 “기업의 현장에서 실물경제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정책공약을 마련할 수 있어 그쪽의 영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촛불의 힘이 새로운 인재를 모이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안 지사는 실무형 캠프를 추구하고 있다. 현역 의원에게 직함을 주며 캠프로 영입하는 것도 최소화하고 있다. 매머드급 캠프를 구축한 문재인 전 대표와 차별화하는 전략이다. 안 지사는 “후보 주변에 줄 선 사람을 중심으로 집권을 하면 ‘떴다방’ 식 정당정치가 판을 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해 왔다. 외부 인사 영입도 캠프 합류 대신 지지 선언 독려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이날 변호사 119명은 안 지사 지지 선언을 했다. 안 지사의 전략은 조직 싸움과 세(勢) 경쟁에서는 문 전 대표를 이길 수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에서 나온 것이란 분석이다. 안 지사 측 권오중 정무특보는 “캠프에 현역 의원을 묶어 두려 하면 오히려 나설 사람이 더 적을 수 있다”며 “드러나지 않게 물밑에서 도와주려는 의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이날 당 대선 후보 경선 토론회 일정을 잠정 확정하고 각 캠프에 일정을 전달했다. 후보자 간 토론회는 3월 3일 라디오 토론을 시작으로 총 10차례 진행된다.○ 안철수도 ‘규모 경쟁’ 가세 국민의당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있는 안철수 전 대표도 이날 전문가 지지그룹인 ‘전문가광장’을 출범시키며 세몰이 경쟁에 나섰다. 각계 전문가 700여 명으로 구성된 전문가광장은 각종 정책을 발굴하고 자문에 응하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상임대표는 안 전 대표를 후원해온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맡았다. 안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을 기반으로 그간의 자문그룹을 한데 모은 것이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지도자가 직접 전문가들과 치열하게 토론하고 결론을 내서 미래 먹거리와 미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누구와도 언제든지 토론을 통해 제 경쟁력을 입증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안보 공약과 관련해 “기본 중의 기본은 바로 방산비리와 병역비리를 뿌리 뽑는 것”이라며 “방산·병역비리에 손대는, 제가 ‘놈’이라고 하고 싶지만, 관련자는 다시는 사회에 진출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한상준 alwaysj@donga.com·황형준·유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