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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북핵 및 외교안보 담당 핵심 인사들이 연말에 줄줄이 물러나면서 카운터파트(대화 상대)가 바뀌는 우리 정부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가뜩이나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행동이나 ‘폭주’를 제어할 소신파나 지한(知韓)파들의 입지가 줄어들어 한반도정책 위기 관리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과의 물밑 협상을 실무 조율하며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과 긴밀하게 소통했던 앤드루 김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은 새해부터 스탠퍼드대로 자리를 옮긴다. 김 센터장은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 이상으로 남북미 간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하며 1차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주역 중 한 명.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중심으로 대북제재 강화 및 유지의 첨병 역할을 하던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대표부 대사도 연말에 물러난다. 내년 2월까지는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예상됐던 한미 동맹 옹호론자 중 한 명인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까지 물러났다. 아무리 빨라도 최소 한두 달은 걸리는 미 의회 인사청문제도를 감안할 때 당장 내년도 키리졸브, 독수리 훈련 등 주요 한미 연합훈련의 유예 및 재개를 놓고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최종 논의할 상대가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백악관 핵심 인사들 중 일부도 이전만큼 북핵 이슈에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가뜩이나 비핵화 협상 동력을 되살리려는 문재인 정부에 부담이 되고 있다. 올 초만 해도 비핵화 방식을 놓고 북한과 신경전을 폈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이란 핵문제 등을 주로 관장하면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북핵 문제로 이전만큼 내실 있는 대화를 하기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익명의 정부 당국자는 “볼턴의 임무가 일부 조정되면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강경화 외교부 장관 통화에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전했다. 게다가 지난달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민주당이 차지한 뒤 내년 초부터 워싱턴의 정치 지형이 트럼프에게 더 불리해지게 되면 한국 정부에도 유리할 건 없다. 한 정부 관계자는 “2020년 재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북한과의 관계 개선은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해결했다고 자부하면서도 한국과의 동맹, 주한미군 이슈는 더욱 미국의 이익과 돈의 관점에서 다룰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로부터 북한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내 북한 팀으로부터 크리스마스이브 보고가 있었다. 진전은 이뤄지고 있다(Progress being made).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과의 다음 정상회담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사진도 공개했는데, 백악관 집무실(오벌 오피스) 내 전용 책상인 레절루트 데스크(결단의 책상)에 앉아 최근 방한해 한미 워킹그룹회의를 했던 비건 대표와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으로부터 보고를 받으며 무언가를 읽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보고 장면을 공개한 것은 8월 24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 등으로부터 보고받는 장면을 공개한 지 정확히 넉 달 만이다. 비핵화 협상을 계속 이어갈지 가늠할 데드라인인 내년 3월경까지는 어떤 식으로든 대화 프로세스를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피력한 것. 특히 이날 보고는 민주당과의 갈등으로 연방정부가 셧다운된 상태에서 열렸다. 한미 외교 소식통은 “연방정부의 기능이 멈춘, 그것도 크리스마스이브에 대북 보고를 받았다고 공개한 것은 결국 김정은 국무위원장 보라고 한 정치적 이벤트”라며 “자신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내년 초에는 대화 테이블로 복귀하라는 트럼프 스타일의 시그널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건 대표의 보고를 청취한 뒤 김 위원장에게 다시 한번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러브콜을 보낸 것은 인도적 지원을 위한 미국인의 방북 허용 검토 등을 최종적으로 승인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면적인 대북제재는 아니더라도, 북한이 그렇게 원하는 비핵화에 따른 ‘상응조치’로 이어질 수 있는 유인책은 계속 던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그널은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기도 하다. 이 같은 대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이 협상 재개를 위한 명백한 신호를 내년 3월까지 주지 않는다면, 이후 벌어지는 상황은 오롯이 북한 책임이라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최근까지 트럼프 대통령 주변 인사들이 김 위원장과 관련해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회의론(skepticism)과 좌절감(frustration)이었다”며 “하지만 1년간 공들인 대화 노력을 한꺼번에 무너뜨릴 수는 없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 차원에서 마지막 대화 스퍼트에 나선 것이다. 이번에도 잘 안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정부에도 이 같은 기류를 계속 전하며 모종의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하면서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일종의 ‘연대 보증’을 서면서까지 북-미 정상회담을 중재한 만큼 최근 상황에 일정 부분 책임을 공유하자는 것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트위터에서 “우리는 전 세계 많은 매우 부유한 국가의 군대에 실질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이들 국가는 무역에서 미국과 미국의 납세자를 완전히 이용하고 있다”고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현재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을 겨냥했을 수 있다는 것. 한미는 3월부터 분담금 인상분을 놓고 협상을 벌여왔으나 한국의 분담금 규모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최종 결렬됐고 사실상 협상이 원점으로 되돌아간 상황이다.한상준 alwaysj@donga.com·신나리 기자}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이후 냉랭했던 한국과 일본이 24일 국장급 협의를 열었다. 이날 약 2개월 만에 마주 앉은 한일 양국은 한국 해군 함정이 북한 선박을 구조하면서 사격 통제 레이더를 가동한 일을 두고 얼굴을 붉혔다. 정부는 일본 측에 “명확한 사실관계 확인 없이 일본 언론에 자의적 입장을 내놨다”고 했고, 일본은 재발 방지를 요청했다. 김용길 외교부 동북아국장과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이날 오후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국장급 협의에서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 양국 간 주요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양국은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해서는 논의에 진전이 없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양국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외교당국 간 소통을 긴밀히 해나가기로 합의했다”며 “어떤 결론이 도출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우리 해군 구축함이 20일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 반도 앞바다에서 일본 해상자위대 P1 초계기를 향해 레이더를 가동한 일이 주요 의제였다. 국방부 관계자와 주일대사관 방위주재관이 참석했지만 일본 측과 이견만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우리 군이 의도적으로 자국 초계기를 겨냥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우리 측은 “우리 군은 인도주의적 구조작전을 위해 정상적인 활동을 한 것”이며 “일본 측이 위협을 느낄 어떤 조치도 없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당시 동해 공해상에서 작전 중이던 해군 광개토대왕함이 북한 어선을 찾기 위해 사격통제시스템 중 하나인 ‘MW-08’ 레이더를 작동했다고 밝혔다. 이 레이더는 실제 사격 때 표적을 조준하는 용도가 아니며, 해상에서 어선 등 작은 표적을 찾는 역할을 한다는 것. 군 관계자는 “‘MW-08’ 레이더를 함정의 대함레이더와 함께 가동하면 1.5m 이상 높은 파고에서도 작은 어선을 수색하는 정밀 탐색이 가능하다. 그래서 해당 레이더를 켠 것”이라며 “실제 사격에서 표적을 조준하기 위해 작동하는 레이더(‘STIR-180’)는 아예 켜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본 해상 초계기가 이례적으로 우리 함정 상공까지 접근하자 의도를 알아보려고 육안 관찰을 위한 광학카메라를 초계기 방향으로 돌렸는데, 이때 광학카메라 방향과 연동되도록 설정된 ‘STIR-180’ 레이더가 초계기 방향을 향했다는 것. 합참은 “‘STIR-180’ 레이더는 꺼져 있었다. 따라서 일본 측 주장과 달리 실제 사격에 쓰이는 표적 겨냥 레이더 빔은 초계기를 향해 방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손효주 기자}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사진)가 “최근 북한 군부에 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7주기를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는 데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박봉주 내각총리 등 당 중앙위 간부들만 데려갔을 뿐 군부 지도자들을 대동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태 전 공사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김정은의 신변 경호를 담당하는 호위사령부에 대한 당 조직지도부의 검열에서 많은 비리가 발견돼 김정은이 대단히 격노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노동신문은 19일자 논설에서 간부들을 겨냥해 ‘부패와 전쟁’을 선포했는데 태 전 공사는 당시 적발된 대규모 부정부패, 비리 행위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본 것이다. 한편 김 위원장은 9월 평양 정상회담 시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찬 공연에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에게 “챙피하다우(창피하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고 당시 공연했던 마술사 최현우 씨가 밝혔다. 청와대가 이날 공개한 ‘청쓸신잡 시즌2’를 통해서다. 마술 과정에서 큐브를 확인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김영철이 최 씨에게 “(당신은) 보지 말라우”라며 옷깃에 큐브를 감춰 확인하려 하자 김정은 위원장이 “그러지 말라우. 마술은 그렇게 보는 게 아니라우”라며 이같이 말했다는 것. 지난해 방중 성과를 홍보하기 위해 ‘청쓸신잡(청와대에 관한 쓸데없고 신비로운 잡학사전)’을 제작했다가 논란을 일으킨 청와대는 1년여 만에 ‘청쓸신잡 시즌2’를 만들어 남북 정상회담 뒷얘기를 공개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비핵화 협상을 계속 이어갈지를 판단할 데드라인을 내부적으로 설정했다. 길게 잡아야 내년 3월경으로 이제 3개월 남짓 남았다. ‘시간표에 구애받지 않겠다’던 트럼프 행정부가 이렇게 대화 시한을 정한 것은 좀처럼 협상장에 나오지 않는 북한을 향한 인내가 임계점에 닿았기 때문. 게다가 이제 트럼프 행정부는 집권 후반부로 접어들고,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의 트럼프 행정부 견제가 2월 이후 본격화될 것인 만큼 대내 여건도 갈수록 나빠질 수밖에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화에 계속 나서지 않을 경우 조만간 워싱턴 내 대북 대화 동력도 약해지고 상황에 따라 대북 기조가 대화에서 공세로 전환될 수 있다. 이제 그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것이다.○ 워싱턴, 김정은에 대해 임계점 미국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19∼22일 한미워킹그룹회의 방한 기간 동안 대북 선물 보따리를 한꺼번에 풀었다. 미국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방북 허가를 시사했고, 당장 26일 개성 판문역에서 열리는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이 제재 면제 조치를 받아 열차를 타고 행사장까지 올라갈 수 있게 됐다. 독감치료제인 타미플루 제공 등 인도적 조치도 이뤄진다. 하지만 비건 대표의 ‘선물 보따리’는 북한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미국의 마지막 선물이 될 수도 있다. 특히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 이후 오히려 북-미 협상장에 나오지 않는 북한의 태도에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은 너나할 것 없이 폭발 일보직전인 것으로 알려졌다. 폼페이오 장관이 6일(현지 시간) 조지 부시 전 미 대통령의 조문단장으로 워싱턴을 찾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나 협상을 거부하는 김 위원장을 향해 믿기 어렵다는 취지로 강하게 비판한 게 대표적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비건 대표의 유화 메시지는 트럼프 행정부가 강경 입장으로 선회하기 전 북한에 ‘마지막 기회’를 준 것 아니냐는 평가가 많다”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21일(현지 시간) 공영방송 NPR와의 인터뷰에서 “(비건 대표가 발표한) 여행금지 조치 완화는 인도주의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북한 주민들을 돕기 위한 것”이라며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정은한테 실망했느냐’는 진행자의 거듭된 질문엔 “많은 진전이 있었다. 그들(북한)은 더 이상 로켓을 발사하지도, 핵실험을 하지도 않는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대통령의 어젠다를 집행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미국의 이른바 ‘시한부 전략적 인내 전술’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가세했다. 그는 지난주 북한의 인권 유린을 비판하고 대북제재를 언급하려던 연설을 취소했다. 상황에 정통한 관계자는 “사실상 마지막으로 대화를 시도하는 만큼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 “내년 3월이 비핵화 분기점” 공감 미국이 사실상 최후통첩을 날리면서 북-미 긴장이 커지는 상황을 정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당국자는 최근 “내년 2∼3월을 넘어가면서 (비핵화 협상에) 변화가 없다면 민주당의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공세가 강화될 것이고 여러 측면에서 비핵화 협상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핵화가 본격 궤도에 올라서지 못하고 분위기가 더 어려워진다면 남북 관계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렇게 되면 남북관계를 유지하면서 비핵화를 추동하는 것도 여의치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내년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다시 추진해 북-미 간 비핵화 중재 동력을 다시 확보할 계획이다. 또 26일 철도 착공식을 통해 북한이 보다 대화에 전향적으로 나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착공식 자체가 상징성이 큰 만큼 대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했다. 황인찬 hic@donga.com·신나리 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이어갈 수 있을지 가늠할 실질적 데드라인을 향후 3개월로 최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도 트럼프 행정부와 인식을 공유하고 내년 1월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발표 후엔 대화 테이블에 복귀하라고 물밑 채널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23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들은 “대화에 나서지 않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워싱턴의 평가가 대단히 부정적이지만 최근 들어 마지막 대화 시도는 해보자는 쪽으로 간신히 선회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6일(현지 시간) 조지 부시 전 미 대통령 장례식에 정부 조문 사절단으로 참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김 위원장에 대해 ‘믿을 수 없는 인물 아니냐’는 취지로 비외교적인 표현을 동원하며 불쾌감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실무선에서 합의를 만들면 정상끼리 논의하는 ‘보텀업’으로 비핵화 협상을 진행하자고 해도 북한은 (사전 조율 없이) 정상끼리 만나는 ‘톱다운’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을 다시 설득하기로 했고, 19일 방한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대북 인도적 지원 및 미국인 북한 관광 금지 재검토라는 ‘깜짝 메시지’를 냈다. 메시지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북한의 속내를 살펴보기 위해 한국 정부에도 관련 내용을 사전에 전혀 알리지 않았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에 마지막으로 손을 내밀되, 유화책을 펼 수 있는 인내와 시간이 사실상 한계에 달해 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폼페이오 장관은 21일 NPR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지난해 처음 북한을 방문했을 때부터 북한 비핵화가 즉석 푸딩 만들기처럼 금방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와 인도적 지원 재개 등의 상응조치 카드를 꺼내 들고 내년 초 2차 북-미 정상회담 조기 개최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0일(현지 시간) 미국 캔자스주 지역라디오 방송국 KNSS와의 인터뷰에서 “새해 첫날에서 너무 멀지 않은 때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21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워킹그룹 2차 회의를 가진 뒤 “(2차 북-미 정상회담에 관해) 북한과 동의할 수 있는 결과에 도달하기 위해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과 직접 대화를 원한다”며 “북한과 비핵화 프로세스에 착수하는 동안에 검토하고자 하는 몇 가지 새로운 계획(initiatives)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및 (미국) 독자 제재를 완화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비건 대표가 밝힌 새로운 대북 이니셔티브는 북한이 요구해온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로 풀이된다. 한미는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연락사무소 설치, 인적교류 확대, 대북 인도적 지원 재개 등을 논의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도 2차 북-미 정상회담 조기 개최에 힘을 싣고 나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 답방이나 북-미 정상회담 중 어떤 회담이 먼저 열리는지 순서는 크게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할 경우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공개하고 이렇게 단계적으로 조치를 취하면 종전선언 분위기가 성숙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워킹그룹 회의에서 한미는 26일로 예정된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에 대한 제재 면제에 합의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남북 간 유해발굴 사업도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게 됐다. 북한 동포에 대한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 제공도 해결됐다”고 밝혔다.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 기자}

“내년에 여러모로 운이 많이 필요할 테니 동지팥죽 꼭 먹고 가시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21일 청와대를 찾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에게 건넨 제안이다. 정 실장은 “동짓날 팥죽을 먹어야 복을 받는다고 얘기하는 것이 우리 전통”이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전했다. 연초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덕담을 나누며 기대감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 美, 상응조치 꺼내들고 “북한과 직접 대화” 미국은 북-미 비핵화 대화 재개를 위해 북한에 연일 ‘당근’을 내보이고 있다. 19일 한국을 방문하며 대북 인도적 지원 재개 가능성을 밝힌 비건 대표는 21일 외교부에서 열린 한미 워킹그룹회의 직후 “북한과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많은 다른 조치들을 탐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특히 비건 대표는 이날 “북한과 직접 얘기하고 싶다”며 “북한이 비핵화에 착수하면 검토하고자 하는 몇 가지 새로운 계획(initiatives)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니셔티브’는 비핵화 상응조치에 대한 구상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선(先)비핵화 조치를 압박하는 데 집중했던 미국이 상응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에 나선 것. 비건 대표는 상응조치로 대북 인도적 지원 카드를 공개적으로 꺼내들었다. 비건 대표는 한미 워킹그룹회의를 마친 뒤 “(인도적 지원에 대해) 논의했고 내년에 몇 가지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와 함께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과 인적 교류 확대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적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하면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단계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한미 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내 간담회에서 “상응조치가 반드시 제재 완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인도적 지원을 한다든지, 스포츠 교류 등 비정치적인 교류도 있을 수 있다”고 한 바 있다. 다만 비건 대표는 대북제재에 대해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미국은 독자 제재와 유엔 제재를 완화(easing)할 의향이 없다”며 “인도적 지원은 유엔 대북제재나 미국의 독자 제재를 저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北은 미국 비난 수위 높여 북한은 미국의 유화 메시지에도 연일 대미 비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북한의 대외 선전용 매체인 ‘메아리’는 이날 “얼마 전 미 국무성은 우리 공화국을 비롯한 10개의 나라를 ‘종교자유 특별우려국’으로 재지정하는 놀음을 벌었다”며 “국제무대에서 제재 압박의 분위기를 계속 고취해 보려는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전날에는 “조선반도 비핵화란 우리의 핵 억제력을 없애는 것이기 전에 조선에 대한 미국의 핵위협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의 대북제재 유지 입장에 핵개발에 다시 나설 수 있다고 위협한 데 이어 이번엔 미국도 한국에 대한 핵우산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면서 “(대북제재 완화는) 조선반도 비핵화를 위한 미국의 진정성을 판별하는 시금석”이라고 주장했다. 비핵화에 진전을 보려면 미국이 대북제재 완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청와대는 북한의 이 같은 반응에도 북-미 비핵화 협상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정 실장은 이날 비건 대표와의 회동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진입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북-미 신경전에도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합의를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미 간에 여러 논의는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며 “북-미 간 여러 협상 과정에서의 어려움이 없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 번도 공개적으로 (북한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적이 없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북 협력 사업 ‘제재 면제 보따리’ 남북 교류협력 사업은 당분간 순항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는 이날 워킹그룹회의에서 26일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 착공식에 필요한 물자들의 반출에 대한 대북제재 면제에 합의했다. 정부는 내년 4월부터 강원 철원군 비무장지대(DMZ) 내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진행될 남북 공동유해발굴사업과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 제공에 대해서도 미국의 지지를 얻어냈다. 다만 지난해 의결돼 올해까지 집행되지 못한 인도적 지원 국제기구 공여금(800만 달러)은 시기를 확정짓지 못하고 차후 논의의 의제로 넘어가게 됐다. 이르면 내년 1월 추진 중인 이산가족 화상상봉도 논의됐지만 당장 제재 면제 여부가 결정 나지는 않았다.신나리 journari@donga.com·한기재 기자}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사진)가 방한 이틀째인 20일 판문점을 찾았다. 8월 23일 취임한 뒤 한국에 5차례나 왔지만 판문점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날 입국 일성으로 인도적 대북 지원 및 미국인 북한 방문에 대한 정책 재검토 의사를 밝힌 데 이어 깜짝 행보를 펼친 것이다. 북한을 향해 강한 대화 의지를 발신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건 대표는 이날 오전 수행직원 1명과 함께 비무장지대(DMZ) 내 판문점으로 향했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비건 대표는 사전에 우리 정부와 유엔군사령부에 방문 의사를 전달했고, 일정을 공개하지 말라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진행된 공동경비구역(JSA)의 비무장화 상황 등을 직접 보고 싶어 했다는 후문이다. 비건 대표가 판문점을 찾아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등 북측 관계자를 만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운트파트는 없지만 내년 초에는 시작되기를 바라는 ‘미래 협상장’을 미리 찾은 셈이다. 북-미 간의 물밑 접촉이 빈번히 이뤄졌던 판문점에 비건 대표가 갔다는 것 자체가 북에 던지는 메시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비건 대표가 이틀 연속 적극적으로 발신한 메시지를 북에 대한 일방적인 ‘대화 구애’만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북한이 대화에 일절 응하지 않는 현 상황에서 미국이 인도적 지원에 대한 유연성을 보여줌으로써 대화 판에서 ‘도덕적 우위’를 점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의 책임을 북한으로 돌릴 수 있는 명분을 쌓는다는 것. 최 원장은 “미국 단체들의 인도적 지원을 위한 방북을 풀어준다고 당장 (제재 압박 유지) 대세에 지장도 없기 때문에 판세를 끌어갈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잇따른 메시지를 통해 한국 정부를 향해서도 생색 낼 명분을 쌓고 있다. 경협과 교류사업이 이뤄지는 가운데 “미국이 남북관계 개선 속도를 저해하고 있다”는 책임론을 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당장 한국 정부가 미루고 있는 800만 달러 대북 인도적 지원 집행에 새로운 움직임이 있을지 주목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판문점을 다녀온 비건 대표는 20일 서울 모처에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업무만찬을 곁들인 수석대표 협의를 가졌다. 21일 오전 10시부터는 워킹그룹회의에 참석해 비핵화와 한미 외교적 현안, 남북협력과 관련한 제재 면제 등을 논의한다. 외교가에선 이번 한미 워킹그룹회의가 향후 북-미 대화의 판세를 전망하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건 대표는 이미 입국장에서 회의 후 추가 대북 메시지를 낼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장 26일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에 필요한 제재 면제 여부뿐만 아니라 면제 승인을 기다리는 남북교류 사안들이 회의 테이블이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미 측의 유화적 제스처가 잇따르는 가운데 북한도 반응을 내놨다. 조선중앙통신은 20일 개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미국의 제재 해제가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미국의 진정성을 판별하는 시금석이기 때문에 문제시(중요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대법원이 일본 기업에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내린 이후 처음으로 양국 정부 간 국장급 회의가 조만간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일 국장급 협의를 조만간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구체 사항에 대해서는 아직 일본 측과 조정 중”이라고 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복수의 한일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번 주말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사진)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서울을 방문해 김용길 외교부 동북아국장과 만나 관련 협의를 한다고 보도했다. 가나스기 국장은 주한 일본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3∼25일 방한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협의를 갖는다면 평일일 것”이라고 설명해 일요일과 성탄절을 제외한 월요일(24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월 30일 첫 배상 판결 이후 관련한 국장급 협의가 시작되는 만큼 양국의 갈등을 줄이기 위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 측은 한국이 배상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일본 기업에 대한 자산 압류에 나설 경우 강경 대응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가나스기 국장은 일본 측 북핵 수석대표이기도 해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도쿄=김범석 특파원}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9일 민간 차원의 대북 인도적 지원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미국 국민에 대한 북한 여행 금지 조치를 재검토(review)하겠다고 19일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북 실무협상을 이끌고 있는 비건 대표는 제2차 한미워킹그룹회의 참석차 이날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미리 준비한 A4용지 1장을 꺼내 들고 “내년 초 미국의 지원단체들과 만나 적절한 (대북) 지원을 더욱 확실히 보장할 방법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 특히 이번 겨울을 맞아 더욱 그렇다”며 이같이 말했다.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인도적 대북 지원 및 미국민 방북 허용 등을 통해 북한을 비핵화 협상장으로 유도하려는 당근책이어서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비건 대표는 이날 ‘리뷰(review)’만 6번 반복했다. 비건 대표는 “다음 주 워싱턴에 돌아가면 민간 및 종교단체의 대북 인도 지원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으로부터 받았다”면서 “많은 인도 지원 단체들이 엄격한 대북 제재로 인해 종종 북한 사람들에 대한 적절한 지원이 지연된다고 우려하는 것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유엔은 대북 인도적 지원 제공을 위한 허가(licenses)의 면제 요청을 면밀하게 재검토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비건 대표는 22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20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의 수석대표 협의, 21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 면담 및 워킹그룹회의를 갖는다. 비건 대표가 전격적으로 인도적 지원 확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26일 개성 판문역에서 열리는 철도 도로 연결 착공식 관련 제재 면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다만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북 제재는 완전한 비핵화 때까지 유지한다는 게 현재로선 정답”이라며 비건 대표 발언의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조 장관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아직 북한 비핵화는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고 평가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황인찬 기자}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9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 및 미국인 북한 여행 금지 조치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한 것은 준비된 깜짝 이벤트였다. 비건 대표 측에서 주한 미 대사관을 통해 도착 전 일부 외신기자들을 불러 모았다. 비건 대표는 미리 준비한 A4용지 한 장짜리 성명을 꺼내 또박또박 읽어 내려갔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쪽에서) 사전에 언질이 없어서 (입장 발표는) 조금도 생각 못 했다”며 “긍정적인 조짐으로 보고 있다”고 반색했다. 26일 남북 철도·도로 연결사업 착공식과 관련된 제재 면제 여부가 핵심인 워킹그룹회의를 앞둔 상황에서 정부도 비건 대표의 발언을 반기는 분위기다. 비건 대표는 이날 6번이나 ‘검토한다(review)’는 표현을 반복해 썼다. 검토의 대상은 △민간·종교단체의 대북 인도 지원에 대한 정책 △미국 국민이 지원 물품을 전달하고 국제적 기준의 검증을 위해 북한을 여행하는 데 대한 조치 완화다. 그간 미국이 명확한 법률적 규정 없이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 단체들의 방북 또는 대북 반출물자 심사를 ‘지연’시키는 방법으로 북한을 압박해 왔는데 이를 풀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복수의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국무부는 “미국은 대북 인도적 지원이 투명한 절차를 통해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 의구심이 있다”는 입장이었다. ‘북한에 의약품을 보내도 장마당에 팔아먹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당국자들이 적지 않았고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10일(현지 시간) 미국의 소리(VOA)를 통해 “북한이 요청한 유엔의 인도적 지원금은 스스로 충당 가능하다”고 한 적도 있다. 분위기가 바뀐 건 최근 들어서인 것으로 보인다. 신호탄은 지난달 말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유진벨 재단 대북지원 물자(결핵약) 제재 면제 승인이었다. 비핵화 협상 교착 상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방식으로라도 대화 모멘텀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 한 소식통은 “이달 초부터 대북 인도 지원 기준 완화를 통해 대북 압박 이미지도 누그러뜨리고 대화의 계기를 마련하려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안다”면서 “다만 본격적인 제재 완화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분명 의미 있는 움직임이지만 비건 대표의 이번 발언이 명확히 제재 해제를 겨냥했다고 볼 수는 없다. 당장 엄격한 대북 제재의 허들을 낮추겠다는 제재 완화(ease)나 해제(lift)가 아니라 경우에 따라선 현상 유지로 결론날 수도 있는 ‘검토’를 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입장 발표를 뜯어보면 정책 검토 수요에 대해서 늘어놨을 뿐, 이로 인한 정책 변화를 분명히 예고한 것도 아니다. 변수는 북한이 어떻게 나오느냐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제재 유지에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상응 조치 차원으로 북한의 체면을 차려줘 대화에 호응하도록 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 북한과 당장 대화를 하긴 쉽지 않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에 담길 대미(對美) 메시지에 영향을 주기 위한 미국 측 나름대로의 인센티브”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날(18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북-미 간 비핵화 관련 실천적 조치나 상응 조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향후 북-미 협상 재개를 촉구하는 의미로 풀이된다. 조 장관은 “내년 1분기, (특히) 2∼3월까지 비핵화가 본격 궤도에 오르느냐가 2020년까지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방향을 좌우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만큼 최근 북-미 회담은 좀처럼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정부 고위 당국자는 “완전한 비핵화 및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과 관련해 상대가 무엇을 요구하고, 상대가 어떤 것을 조치로 취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제시도, 체계적인 정리도 안돼 있는 상태”라고 했다. 이어 “북한은 (비핵화) 조치를 취했을 때 제재 완화가 상응 조치로 제대로 확보될 수 있겠느냐는 부분에서 계산, 판단이 쉽지 않고, 고민하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는 상황인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황인찬 기자}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차 한미 워킹그룹 회의차 19일부터 나흘간 방한해 남북 협력 사업과 관련한 대북제재 면제를 상당수 허용하는 ‘면제 보따리’를 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교착에 빠진 미국이 남북 경협의 길을 터줌으로써 대화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18일 “비건 대표 방한 시 26일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에 필요한 각종 장비와 물자 반출 관련 제재가 가장 먼저 논의될 것이다. 면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산림 협력, 도로 연결 현지 조사 같은 ‘경협 교류’에 대해서도 면제와 관련해 긍정적인 답을 줄 것으로 전해졌다. 성탄절이 포함된 다음 주 일정상 주말 안에는 결과가 나와야 면제 절차를 밟을 수 있는 점도 고려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제재 면제 대상 목록을 최근 미 행정부에 전달했고, 최종 면제 여부를 가리는 회신이 오지는 않았지만 긍정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게 복수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다만 이산가족 화상상봉은 개최가 임박하지 않았고, 제재 대상인 광케이블 반출과 관련한 기술적 협의가 필요해 이번에 면제 여부가 결정 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미국이 생색을 내듯 제재 면제를 허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워킹그룹에 대해 “남북 사업 과속을 견제하기 위한 기구로 활용하려던 의도였는데, 한국이 남북 사업에 대한 제재 면제를 획득하는 기제로 활용하고 있다는 불만이 미국 측에서 제기된다”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미국이 어찌 됐든 남북 경협에는 우호적인 자세로 나오면서 북한의 내년 초 비핵화 진전을 위한 촉매제는 될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비건 대표는 20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핵 수석대표 협의, 21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 면담에 이어 워킹그룹 회의 참석을 한다. 방한 기간 판문점에서 북측과 접촉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미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7일(현지 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해외 관광객 유치 및 외화벌이를 위해 추진했던 카지노 사업을 일시적으로 접었다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최근 중국에 나온 북한의 핵심 무역회사의 한 간부가 ‘원수님이 시끄러운 카지노 사업을 모두 걷어치우라는 방침을 당과 내각에 내렸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감사원이 17일 제2롯데월드 신축 과정에서 제기된 경기 성남 서울공항 전투기의 비행 안전성 문제에 대해 “근거가 없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가 건축 승인 과정에서 롯데그룹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주장한 여당의 감사 청구 주요 쟁점에 대해 사실상 퇴짜를 놓은 것이다. 이날 감사원은 제2롯데월드 신축 관련 행정협의조정에서 위법이 있었는지, 롯데가 부담할 시설 및 장비 보완 비용 추정 및 합의사항 이행 등을 점검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국토교통부에 비행 안전성 검증을 의뢰해 “국제기준에 따른 비행안전구역에 저촉되지 않으며 공군본부가 2013년 9월 서울공항의 비행 안전성 확보를 위해 동편 활주로 방향을 약 3도 변경한 뒤 수립된 비행 절차의 안전성도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2009년 제2롯데월드 신축 결정 당시 도입되지 않았던 비행 안전영향평가도 실시했지만 전시작전계획 및 부대 기능 유지 등에 지장이 없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감사원은 서울공항의 동편 활주로 방향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롯데 측이 부담해야 할 시설 및 장비 보완 비용이 3290억 원에서 1270억 원으로 감경된 데 대한 의혹에 대해서도 불법은 없다고 판단했다. 대통령 전용기 관련 시설 이전 필요성이 사라졌고, 다양한 상황 변화 속에서 협의 끝에 자연스레 부담액이 삭감됐다는 것이다. 군이 롯데와 협의 과정에서 신규 도입 장비 비용 등을 허술하게 검토한 사실도 지적했다. 감사원은 “(부실 검토로) 약 577억 원에 달하는 국가의 재정 부담이 초래됐다”고 밝혔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부분적 비핵화와 주한미군의 규모 조정을 맞바꾸는 식으로 해법을 도출하려 할 수 있다. 지상군 철수에 관심이 많은 트럼프 대통령이 해·공군 중심으로 유엔군 사령부 기능을 활성화해 (주한미군을 감축하고도) 한반도 안보가 가능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사진)은 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남시욱) 주최 제18회 화정국가대전략 월례강좌에서 북핵과 주한미군 문제가 연동될 가능성에 대해 거듭 경고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2차관을 지낸 김 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의 해외 주둔보다 역외 균형(off-shore) 전략을 선호하는 인물”이라며 “주한미군의 불안정한 지위를 이용해 한미동맹을 축소 개편하려는 세력들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와 연결시키거나 악용하려는 유혹을 느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김 원장은 미국이 최근 유엔군 사령부의 확장에 힘을 싣고 있는 것에 주목했다. 그는 “조심스럽지만 트럼프가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은 육해공군 중 지상군 철수라고 들었다”며 “미 행정부, 특히 주류 안보 전문가들의 생각대로 유엔사 기능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면 해·공군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군·해군 중심인 주일미군과 달리 주한미군은 북한의 남침에 맞서기 위한 육군 중심 편제지만 이런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한반도) 평화체제는 북한 비핵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연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핵화 초기에는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나 영변 핵시설 폐기를 교환하는 식으로 접근하고, 중기에는 경제제재 완화를, 말기에는 평화체제 구축에 집중하는 단계식 비핵화 접근법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우리 정부에도 “남북 협력을 중심축으로 한 북-미 중재외교는 지양해야 한다”면서 “북핵 신고와 검증에 대해 직접 나서서 북한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의 비위를 맞춰서는 안 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북한이 16일 대북제재와 인권 문제로 압박에 나선 미국에 “비핵화가 영원히 막히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북-미 신경전이 갈수록 거세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북한 비핵화 협상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밝히면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한 북한 외무성 미국연구소 정책연구실장 개인 명의 담화는 “미 행정부 내의 고위 정객들이 제재 압박과 인권소동의 도수를 전례 없이 높이는 것으로 핵을 포기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타산했다면 그보다 더 큰 오산은 없다”고 주장했다 . 그러면서 “오히려 조선반도 비핵화로 향한 길이 영원히 막히는 것과 같은 그 누구도 원치 않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고 했다. 지난달 2일 핵무력과 경제 병진의 부활 가능성을 거론했던 외무성 미국연구소장 명의 논평 이후 한 달여 만에 다시 핵개발을 재개할 수 있다는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많은 사람이 북한과의 협상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물어보고 있다”며 “나는 항상 ‘우리는 서두를 게 없다’고 답한다”고 올렸다. 이에 따라 1, 2월에 열릴 것으로 예고됐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 나라(북한)는 매우 큰 경제적 성공을 할 멋진 잠재력이 있다. 우리는 그저 잘하고 있다”고 밝혀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면 보상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공관에 근무하는 우리 외교관들이 현지 채용 직원의 퇴직금을 가로채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외교부의 감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16일 “이상균 총영사 등 전·현직 총영사관 관계자들과 행정직원들에 대해 지난달 하순 현지 감사를 진행했으며 현재 서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올 6월까지 주(駐)제다 총영사관에서 근무한 A 영사는 지난해 말 에리트레아 국적 사우디인 W 씨에게 잦은 업무 실수를 이유로 퇴직을 강요했다. 문제는 A 영사가 이 과정에서 총영사관 행사 배너 제작 실수 등에 대해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며 W 씨의 퇴직금에서 1만4600리얄(약 446만 원)을 제한 뒤 총영사관 비상금 명목으로 따로 보관하고 있었다는 것. 총영사관 회계문서에는 W 씨의 퇴직금이 정상 지급된 것으로 돼 있다. 피해액 산정기준이나 근거규정 없이 퇴직금에서 일정 금액을 일방적으로 제한 것은 물론이고 이를 피해업체에 보상금으로 지불하지 않고 비자금으로 보관하고 있었던 셈이다. W 씨는 올해 초 외교부에 A 영사로부터 갑질을 당했다는 내용의 A4용지 2장짜리 영문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탄원서에서 W 씨는 자동차 와이퍼를 교체하라는 사적인 부탁을 거절하자 A 영사가 자신의 월급을 깎으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또 A 영사가 “어머니 장례식장이더라도 내 전화를 받지 않으면 곤란해질 거다. 전화를 받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때는 네가 죽었을 때”와 같은 폭언을 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외교부는 2월 이상균 총영사가 새롭게 부임하면서 영사들로부터 비자금의 존재를 보고받았지만 묵인했다는 증언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지 채용된 한국인 행정직원들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고했지만 총영사관 일부 직원이 이 같은 사실을 숨기기 위해 한국인 행정직원들에게도 퇴직을 종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관계자는 “한국인 행정직원들이 문서상 오탈자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사소한 실수 등으로 건건이 시말서를 받아 계약 연장 시 불이익을 주려 했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재외공관에서 외교관 ‘갑질’과 성범죄가 잇따르자 지난해 9월 ‘무관용 원칙’을 뼈대로 한 외교부 혁신 로드맵을 내놓은 바 있다.이 총영사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감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답변하기 조심스럽다”면서도 “업무상 손해가 발생했을 때 직원이 배상할 수 있다는 근거규정이 존재하는 것으로 안다. 인수인계 당시 직원에게서 ‘W 씨의 퇴직금에서 일부 제외한 금액을 본부에 제출하지 못했다’고 보고받은 것은 맞다”고 밝혔다. 현지 직원들의 퇴직 강요 의혹에 대해서는 “해당 직원의 입장을 들을 간담회 일정을 잡았으나 그 전에 사직했다”고 해명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 사건과 관련해 베트남 여성을 암살에 끌어들인 데 대해 베트남 측에 비공개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김정남 사건에 대해 ‘김철이란 민간인의 단순 사망 사건’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온 북한이 사실상 김정남 암살에 개입했음을 인정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베트남 소식에 정통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11일 “북한이 지난해 2월 베트남 여성 도안티흐엉을 김정남 암살에 끌어들인 것과 관련해 베트남 정부에 비공식 사과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암살 용의자로 지목된 리지현(34)이 리홍 전 주베트남 북한 대사의 아들이었는데, 전직 대사의 아들이 자국 여성을 포섭해 사건에 연루되자 베트남이 크게 반발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현지 외교 당국자를 인용해 “김정남 사건 이후 베트남 정부는 외교관을 제외한 북한 국적자의 비자 연장을 거부하고 북한 식당의 임대계약을 연장해 주지 않는 식으로 압박을 가했고, 공식 사과 요구는 물론 단교 의사까지 전했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북한이 비공개적으로나마 유감을 표명했다는 것이다. 이후 양국 관계는 다시 개선돼 최근 리용호 외무상의 베트남 방문으로 회복기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베트남 여성 도안티흐엉은 지난해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맹독성 신경작용제를 묻혀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리지현 등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은 범행 당일 평양으로 도망갔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현재보다 2배로 증액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에서 속개되는 제10차 한미방위비분담금협의 10번째 회의를 앞두고 백악관이 분담금 인상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여론전을 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주한미군에 현저히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매년 16억 달러(약 1조8000억 원)씩 5년간 분담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미국 정부가 현재의 1.5배 수준으로 인상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이 주한미군 2만8500명의 주둔을 위해 △주한미군 내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 △군사 건설 및 연합방위 증강사업 △군수지원비 명목으로 부담하는 방위비 분담금은 올해 9602억 원이다. 외교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경협에 따른 대북제재 예외 인정이나 자동차 관세 면제 등과 관련해 갖고 있는 결정권을 활용해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관철하려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북한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로도 양강도 영저리 기지 인근에 새로운 미사일 기지를 건설 중이라는 CNN방송 보도에 대해 군 당국은 6일 “한미가 지속적으로 감시해온 곳”이라고 밝혔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타격을 줄 만한 비밀 기지는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지난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삭간몰 미사일 기지의 비공개 활동을 알린 지 한 달 만에 또 다른 미사일 기지 활동이 공개된 배경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영저리 기지, ICBM용으로 업그레이드 가능성 북-중 접경지역에서 20여 km 떨어진 영저리 기지는 한미 군 당국이 1990년대 말에 최초로 식별한 뒤 관련 동향을 추적 감시해온 곳이다. CNN이 보도한 영저리 기지에서 약 11km 떨어진 회정리 지역의 공사 상황은 2012년 말부터 감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회정리 공사는 지금까지 진행 중이고, 지하벙커와 터널 등 미사일 관련 시설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 북한의 비핵화 협상 전부터 한미가 공사 진척 상황을 쭉 지켜봐왔다는 것이다. 영저리 기지는 노동과 스커드-ER 같은 준중거리 미사일(사거리 1300km)이 배치 운용 중인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북한은 이곳에서 미사일 발사 도발을 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CNN은 영저리 일대에 건설 중인 지하 시설이 미 본토를 겨냥한 장거리미사일(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지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도 이미 1999년 7월에 청와대 관계자를 인용해 “영저리 산악지역에 (ICBM급인)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기지를 건설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실제로 미국은 2000년 이 기지에 접근하려고 했지만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의해 거부됐다고 CNN은 보도했다. 전문가들도 그 개연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영저리 기지는 북-중 국경 바로 앞이라 유사시 미국의 선제타격이 쉽지 않아 ICBM 등 전략무기 기지로 ‘업그레이드’할 여지가 크다는 얘기다. 군 당국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 이후 영저리와 같은 북-중 접경지역의 미사일 기지를 ICBM의 배치 운용지로 개량하는 작업을 진행 중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회정리 일대의 지하 시설 공사도 이와 관련됐을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다만 CNN이 보도한 공사가 영저리 기지의 확장 공사인지, 회정리의 새로운 미사일 기지 건설인지는 좀 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북 압박용 카드일까 북-미 간 대화가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영저리 미사일 기지까지 공개되면서 미국 내 대북 압박 여론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대북 소식통은 “잇따른 미사일 기지 공개는 결국 북한에 비핵화 조치의 첫 단계가 ‘신고’라는 점을 주지시키는 행위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당국이 이미 알고 있는 미사일 기지들을 속속 꺼내놓음으로써 대북 압박용 카드로 활용한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개최 속도전을 견제하려는 워싱턴 일각의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국무부나 백악관이 협상 교착 국면을 타개하려고 미 조야나 언론을 통해 대북 압박 카드를 꺼냈다면 이젠 트럼프 대통령의 독주를 막으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상원은 5일(현지 시간) “북한이 불법 활동에 더 이상 관여하지 않을 때까지 제재를 가하는 것이 대북정책의 근간”이라고 명시한 ‘아시아 안심 법안(the Asia Reassurance Initiative Act·ARIA)’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대북제재를 해제할 경우 그 이유를 의회에 보고하도록 하고,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대한 평가 보고서 제출도 의무화했다. 대북제재를 의회 동의 없이 트럼프 행정부의 판단만으로 해제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나리 기자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