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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위한 오늘에 살지 말고 내일을 위한 오늘에 살자”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좌우명을 초등학교 급훈으로 걸고 아이들에게 반미친북 교육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교사들에 대한 법원의 1심 판결이 2년 만에 내려진다.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이후 이적단체 여부를 판단하는 첫 판결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용현)는 23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내 ‘변혁의 새시대를 열어가는 교육운동 전국준비위원회(새시대교육운동)’ 소속 교사 박모 씨(54·여) 등 4명에게 1심 선고를 한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현철)가 2005∼2009년 이적단체 새시대교육운동을 조직하고 학생과 학부모 등에게 주체사상 등 반국가적 이념을 교육한 혐의(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 구성 및 이적동조 등) 등으로 박 씨 등을 불구속 기소한 지 2년여 만이다. 검찰은 박 씨 등이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상대로 평택미군기지 방문과 골든벨 행사 등을 열고 주한미군 철수와 국가보안법 폐지의 필요성을 교육한 데 대해 이적 활동이라고 보고 있다. 검찰은 2005년 8월 박 씨의 행사에 참가한 한 학생이 ‘미군 타도’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선생님들을 통해 미군이 나쁘다는 것을 배웠다. ‘미군을 쏴 죽이자’는 노래는 내 마음과 같다”고 말하는 인터뷰 영상 등을 재판부에 주요 증거로 제출했다. 검찰은 특히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 결정문을 증거로 제출해 박 씨 등이 내세운 ‘변혁’ 개념이 북한 ‘민족해방 민주주의변혁운동’에서 인용됐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검찰과 피고인 측은 그동안 이적활동 증거 자료 2000여 건의 유효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문제) 한 살배기 아이의 볼을 멍이 들도록 깨문 어린이집 원장에게 내려진 처벌로 다음 중 맞는 것은? ①징역 2년 ②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③벌금 300만 원 답은 ③번이다. 지난해 1월 서울남부지법이 서울 구로구 A어린이집에서 친구와 다퉜다는 이유로 차모 양(1)의 볼을 깨문 오모 원장(67·여)에게 내린 판결이다. 재판부는 오 원장에게 “사회 통념상 객관적인 타당성을 잃은 행위”라고 지적하고도 집행유예보다 가벼운 벌금형을 선고했다. 동아일보가 19일 최근 3년간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 33건의 판결문을 분석해보니 실형 선고는 단 4건(12.1%)에 불과했다.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도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집행유예로 실형을 면한 13건(39.4%) 중에는 상습적으로 아동을 학대하고도 동종 전과가 없다는 등의 이유가 ‘참작’된 경우가 많다. 부산 해운대구 B어린이집 보육교사 유모 씨(28·여)는 아동 8명을 211차례나 폭행한 혐의(상습폭행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말을 듣지 않는다며 머리를 주먹으로 때리는 건 예사였고, 자는 아동을 이불채로 말아 굴리거나 양손을 발로 밟은 채 머리를 축구공처럼 발로 차서 깨운 적도 있었다. 하지만 법원은 “동종 전과가 없고 일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잠투정하는 한 살짜리 아이에게 빵을 먹였는데 뱉어내자 머리를 손바닥으로 내리친 부산 수영구 C어린이집 원장 민모 씨(45·여)는 ‘수사과정에서 폐쇄회로(CC)TV 영상을 순순히 제출했고, 학부모들에게 사과했다’는 이유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벌금 1000만 원에 그쳤다. 무죄 4건(12.1%)의 판결 사유는 대체로 “제출된 증거만으로 학대라고 보기 어렵다”거나 “아동의 진술이 오락가락해 신빙성이 낮다”는 것. 아동의 바지를 벗겨 엉덩이에 멍이 들도록 때린 울산의 한 보육교사는 “피해 아동을 때린 교구가 볼펜으로 추정되고 아동이 백혈병을 앓고 있어 쉽게 멍들 수 있다”며 무죄 선고를 받았다. 집행유예보다 약한 벌금형도 11건(33.3%)이나 됐다. 이런 판례를 감안할 때 구속된 양 씨의 처벌 수위도 그다지 높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많다. 양 씨에게 아동복지법상 학대 혐의를 적용하고 지난해 9월 시행된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가중 조항을 적용하면 최대 징역 11년 3개월을 선고할 수 있지만 동종 전과가 없는 점 등이 감경 사유가 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피해자가 작은 폭행에도 목숨을 잃을 만큼 연약한 점, 학대 사실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점 등을 고려해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검찰은 앞으로 경미한 아동학대 사건도 정식 재판에 회부하고 중대한 사건은 구속을 원칙으로 수사하기로 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조건희 기자}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 때 취급했던 사건과 관련해 고액의 수임료를 받고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대리한 일부 변호사의 활동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A 변호사가 소속된 로펌이 소송가액 총 4000억 원 규모의 관련 소송을 ‘독식’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4부(부장 배종혁)는 18일 A 변호사가 2000∼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활동하며 작성한 조사보고서 등을 국가기록원에서 제출받아 분석 중이다. 검찰은 A 변호사가 2001년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에 연루돼 1975년 옥사(獄死)한 장석구 씨 사건의 조사 개시를 결정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의문사위는 2002년 해당 사건이 옛 중앙정보부의 조작극이었다고 결론 냈고, A 변호사는 유가족들의 재심 및 손해배상(235억 원 규모) 청구소송을 대리해 승소했다. 검찰은 A 변호사의 로펌이 맡아온 과거사 관련 소송의 소송가액을 총 4000억 원으로 파악하고 이 중 부당 수임에 해당하는 사건이 있는지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공무원에 준하는 전임 진상규명위원이 관련 사건을 직접 대리해 고액의 수임료를 챙기는 것은 변호사법상 수임 제한 조항 위반이자 위원회를 대통령직속으로 두고 지키려 했던 독립성과 순수성을 훼손하는 심각한 법조 비리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수사선상에 오른 변호사들이 수임 제한 조항을 피하기 위해 다른 변호사의 이름을 내걸어 사건을 대신 수임했거나 정식 수임계약 외의 보수를 받았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수임료의 흐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사건을 알선한 브로커의 존재가 드러나면 수사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에서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과거사위, 의문사위의 결정과 관련된 소송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이후부터 급증한 점으로 미뤄 전임 위원들이 자신이 내렸던 결정을 직접 지킨다는 명분을 내세워 사건을 수임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2013년에는 국가정보원이 인혁당 재건위 사건의 일부 피해자에게 배상액이 과다 지급됐다며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한 사례도 있다. 이와 반대로 변호사가 과거 자신이 변론했던 인물의 사건을 나중에 국가기관에서 재직하며 취급한 사례도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은 1989년 동의대 사건의 시위 학생 일부를 변론했다가 패소했지만 2001년 10월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의 심사 분과위원으로 활동하며 시위 학생들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의결하는 데 참여한 바 있다.조건희 becom@donga.com·변종국 기자}
김영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8)은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경북고를 나온 이른바 ‘대구경북(TK)’ 출신이다. 1984년 사법연수원(14기)을 수료하고 검찰 내에서 주로 대공 분야와 선거 수사를 담당한 공안통 검사였다. 대검찰청 강력부장을 끝으로 2012년 7월 검찰을 떠났고, 이후 법무법인 바른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 민정수석으로 발탁됐다. 검찰에서 그와 함께 근무했던 인사들은 “사리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면 절대로 굽히지 않는 성격”이라고 말한다. 이 때문에 ‘소신이 강하다’는 평과 ‘독불장군’이라는 평이 엇갈리고 있다. 김 수석은 1991년 검찰 출입기자들과 식사를 하다 말싸움이 붙은 한 기자의 머리를 맥주병으로 내리쳐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김 수석의 사의 표명으로 박근혜 정부의 민정수석 3명은 모두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초대 곽상도 수석은 정부 출범 초기 고위직 인사들의 잇따른 낙마 등 인사 참사와 관련해 2013년 8월 경질됐다. 후임인 홍경식 수석도 지난해 6월 총리 후보 2명의 연쇄 낙마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교체되는 형식을 취했지만 사실상 ‘정윤회 문건’ 유출에 대한 책임으로 경질됐다는 설이 파다했다.이재명 egija@donga.com·조건희 기자}
열 살 배기 수형(가명)이는 태연해 보였다. 닷새 전 고모를 목 졸라 살해한 친형(14)의 손에 목숨을 잃을 뻔한 아이로는 보이지 않았다. 위로의 말조차 꺼내지 못하는 어른들에게 수형이는 “괜찮아요. 고모랑 저는 나중에 천당에서 만날 테니까요”라며 먼저 말을 건넸다. 아직 목에 남은 벌건 손자국과 어울리지 않는 밝은 표정까지 지어 보였다. 지난해 12월 초 경북의 한 아동보호시설에서 수형이를 처음 만난 범죄피해자지원센터 관계자의 기억이다. 오랫동안 범죄 피해자들을 지원해온 이 관계자는 수형이가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감추기 위해 ‘가면’을 쓰고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건 당시의 기억과 감정을 억누른 채 방치하면 성장 과정에서 폭력적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수형이는 몇 해 전 끔찍한 사건으로 부모를 모두 잃은 뒤에도 한 번도 심리 상담을 받은 적이 없었다. 수형이가 치료를 받기까지는 많은 장벽이 있었다. 피해자 심리 치료시설 ‘스마일센터’는 서울 등 전국 6곳에 불과하다. 일반 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를 받으면 필요한 경비를 먼저 자비로 부담한 뒤 피해자지원센터와 검찰청에 각각 신청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다. 수형이처럼 보호자를 잃은 피해자는 2개월 이상 걸리는 후견인 선임 재판 기간 동안 보호시설에 ‘일시보호’ 형태로 기거해야 해 치료 지원 대상에서 아예 제외된다. 피해자지원센터와 대구지검 경주지청 등 17개 기관이 긴급회의를 열어 절차를 간소화하면서 수형이는 7일 간신히 병원에서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과거에는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유가족이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범죄 피해자와 유가족이 좀더 쉽게 심리치료 등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법무부는 개정된 범죄피해자보호기금법이 올해부터 시행돼 지난해 594억 원이었던 기금이 915억 원으로 늘었다고 7일 밝혔다. 가해자를 대신해 국가가 지급하는 피해자구조금도 1인당 최대 6865만 원에서 9100만 원으로 늘었다. 치료비는 치료를 받은 뒤에 지불할 수 있게 되고, 지원금 지급 창구도 검찰청으로 일원화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9일 “범죄 피해자 예산은 가해자에게 쓰이는 수용, 교화 등의 예산 3조 원에 비하면 여전히 미미하지만 지원이 시급한 강력범죄 피해자와 유가족 지원은 확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검찰은 ‘정윤회 동향’ 문건을 작성하고 이를 박지만 EG 회장에게 건넨 행위를 ‘중대한 일탈행위’로 규정하고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경정을 기소했지만 양측의 시각차가 커 법정에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조 전 비서관은 박 회장에게 ‘비선(秘線) 보고’를 한 목적이 ‘경고 차원’이었다고 주장한다. 공직기강비서관의 업무 범위인 대통령 친인척 관리 차원에서 박 회장 부부와의 친분을 과시하는 인물들의 동향을 전달했을 뿐이기 때문에 공무상비밀누설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박 회장 측의 한 인사도 “주변 인물들의 동향을 알려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게 단순히 감시만 하는 것보다 좋은 ‘관리’ 방법이다. 박 회장도 조 전 비서관으로부터 정보를 받으며 사람을 가려 만났다”며 조 전 비서관을 거들었다. 검찰의 대응 논리는 두 가지다. 우선 “대통령 친인척 관리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아닌 민정비서관실의 업무”라는 홍경식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서면진술을 토대로 조 전 비서관 주장의 대전제를 무너뜨리는 방법이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청와대에 사실 조회를 요청하는 등 ‘친인척 관리’ 업무의 범위와 주체를 명확히 할 계획이다. 만약 법원이 친인척 관리 업무를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소관으로 판단할 때엔 민간인인 박 회장에게 범죄 첩보와 탈세 정보 등 공무상 비밀을 넘긴 행위가 불법이라는 점을 강조할 방침이다. 박 경정이 청와대 근무 시절 작성한 문건을 지난해 2월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에 옮겨놓은 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인지도 쟁점이다. 문건 내용이 허위이고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았어도 대통령기록물로 볼 것인지를 두고는 시각이 엇갈린다. 검찰은 박 경정의 행동이 ‘사초(史草) 유출’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사초에는 간혹 사실이 아닌 내용도 포함되지만 그 또한 후대에 나름대로 소중한 사료가 될 수 있는데 이를 마음대로 들고 나가 숨겨둔 것은 심각한 범죄”라고 말했다. 엇갈리는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기 위해 박 회장과 이재만 대통령총무비서관 등 주요 관련자들이 대거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도 높다. 박 회장에게 전달된 문건의 건수를 놓고도 검찰(17건)과 조 전 비서관(6건)의 주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은 6일 이번 사건 재판을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김종호)에 배당했다. 법원은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판사 3명으로 구성된 합의부에서 처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첫 공판준비기일은 이달 말경으로 잡힐 것으로 보인다.조건희 becom@donga.com·신나리·조동주 기자}
박지만 EG 회장과 정윤회 씨의 권력 암투 의혹을 촉발시켰던 ‘박지만 미행설’은 ‘정윤회 문건’ 등 다른 청와대 문건들과 달리 처음부터 박 회장의 요청으로 만들어졌고 박 회장의 지인을 통해 언론에 보도된 것으로 밝혀졌다. 박 회장에게 2013년 말 처음 미행설의 ‘뼈대’를 제보한 것은 박 회장의 지인 김모 씨이다. 김 씨는 박 회장의 외당숙이자 육영재단 어린이회관장을 지낸 고(故) 송모 씨의 처조카로, 박근혜 대통령 당선 전후부터 부쩍 송 씨 측과 가까이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정윤회 동향’ 문건에서 “요즘 정 씨를 만나려면 7억 원 정도를 준비해야 한다”고 발언한 인물로도 지목됐다. 박 회장은 김 씨에게서 “정 씨가 약점을 잡기 위해 미행할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말을 듣고 측근 전모 씨를 통해 박관천 경정에게 진상 파악을 주문했다. 박 경정은 지난해 1월 미행설에 ‘살’을 붙여 박 회장에게 구두 보고했다. “정 씨의 사주를 받은 경기 남양주시 B커피숍 운영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박 회장을 미행한다”는 내용이었다. 박 회장은 박 경정의 허위 보고를 그대로 믿고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전화로 사실 확인까지 요청했다. 미행설은 박 회장이 사석에서 지인들에게 언급하면서 언론에까지 흘러들어갔다. 지인 이모 씨가 시사저널 기자에게 미행설을 알렸고, 시사저널은 지난해 3월 23일자로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미행 낌새를 차린 박 회장이 직접 오토바이 미행자를 붙잡아 ‘정 씨가 배후’라는 자술서를 받아냈다”는 그럴싸한 얘기까지 덧붙여졌다. 미행설이 보도되자 박 회장은 여기저기서 관련 자료를 요청받기 시작했다. 김기춘 실장과 정 씨가 “자료를 보여 달라”며 박 회장에게 요청한 것도 이때다. 박 회장은 박 경정에게 근거 자료를 요구했고, 박 경정은 3월 28일 박 회장 측근 전 씨를 자신의 근무지인 서울 도봉경찰서 정보과장실로 불러 ‘회장님 미행 관련 건(件)’이라는 제목의 4쪽 분량 문건을 작성해 전달했다. 문건에는 “정 씨가 2013년 10월 핵심 보좌관들과의 모임에서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을 견제하기 위해) 박 회장의 약점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박 회장 동향 파악을 지시했다가 성과가 미미하자 직접 나섰다”, “(미행자인) B커피숍 운영자의 아들이 ‘정 씨가 약(마약)에 대한 정보를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었다. 검찰 수사에서 미행설이 근거 없는 내용으로 밝혀지자 박 경정은 자신의 보고가 허위였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문건 작성 동기에 대한 진술은 피했다. 다만 검찰은 문건에 박 회장의 과거 마약 투약 전력을 암시하는 내용과 함께 조 전 비서관에 대한 우호적인 묘사가 대거 포함돼 있는 점 등으로 미뤄 정 씨에 대한 박 회장의 반감을 키운 뒤 정 씨와 청와대 실세들에 대항하는 인물로 조 전 비서관을 내세우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고 보고 있다. 조건희 becom@donga.com·박성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의혹을 사 온 정윤회 씨(60)의 국정 개입 논란,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과 정 씨 간의 권력 암투설은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53)과 박관천 경정(49·전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이 2013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 사이 정 씨 관련 허위 비방 문건을 집중적으로 작성해 박 회장에게 건네면서 촉발됐다고 검찰이 결론 내렸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이 박 회장에게 관련 문건을 제공한 동기에 대해 “박 회장을 이용해 자신들의 역할 또는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 경정이 청와대를 나온 이후 지난해 3월 박 회장에게 보고한 4쪽짜리 ‘회장님 미행 관련 건’ 문건에는 “정 씨와 가까운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이른바 3인방이라는 ‘인의 장막’이 청와대에 있으며, 이를 뚫고 직언할 수 있는 인물은 조 전 비서관이 유일하다. 정 씨가 조 전 비서관과 가까운 박 회장의 약점을 잡기 위해 미행에 착수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앞서 박 회장에게 전달된 청와대 내부 문건에도 “정 씨가 박 회장을 수시로 욕하며, 2014년 초 김기춘 비서실장을 물러나게 하려 한다”는 등 박 회장과 정 씨의 갈등을 부추기는 내용이 상당수 포함됐다. 이른바 ‘정윤회 동향 문건’의 진위 및 유출 경로를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수봉)와 특수2부(부장 임관혁)는 조 전 비서관을 공무상 비밀누설과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5일 불구속 기소하면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조 전 비서관은 청와대 근무 4개월 만인 2013년 6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7개월간 박 회장의 측근 전모 전 EG 홍보팀장을 통해 범죄 첩보와 탈세 정보가 담긴 17건의 청와대 문서 원본을 통째로 넘겼다. ‘정윤회 비선’ 의혹은 실체가 없고, 박 회장에게 비선 보고한 것만 새롭게 드러난 것이다. 허위 문건을 둘러싸고 권력암투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청와대는 지난해 4월 이들 문건의 유출 정황을 파악했지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채 수수방관했다. 지난해 11월 검찰이 뒤늦게 수사에 나서면서 정국은 한 달 넘게 큰 혼란에 휩싸이는 등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 혁신에 쏟아야 할 소중한 시간만 허비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우열 dnsp@donga.com·조건희 기자}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53)이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에게 ‘정윤회 씨 국정 개입설’ ‘미행설’ 외에도 박 회장이 정윤회 씨와 이재만 대통령총무비서관 등 ‘청와대 3인방’에게 반감을 갖도록 부추기는 내용의 별도 보고를 지난해 1월경 집중적으로 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당시 작성된 ‘정윤회 동향’ 문건은 같은 해 4, 5월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 소속 고 최경락 경위를 통해 세계일보 A 기자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수봉)와 특별수사2부(부장 임관혁)는 이 같은 내용의 ‘정윤회 동향’ 문건 진위 및 유출 사건 중간 수사 결과를 5일 발표한다. 검찰은 ‘정윤회 동향’ 문건 등 박관천 경정(49·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이 작성한 청와대 문건과 부속서류 17건을 박 회장에게 전달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 조 전 비서관을 불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검찰은 박 경정에 대해선 공직기강비서관실 내부 비밀을 박 회장에게 유출하고 문건 유출자를 허위로 지목해 청와대에 알린 혐의(공무상 비밀누설 및 무고)를 추가해 3일 구속 기소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 소속 한모 경위(45)에게는 박 경정이 지난해 2월 청와대 파견 해제 직후 정보1분실에 보관해둔 청와대 문건들을 복사해 최 경위에게 전달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를 적용해 5일 불구속 기소할 예정이다. 유출된 문건이 언론사에 넘어가 보도된 경위도 드러났다. 검찰은 최 경위가 지난해 3월 말 세계일보 A 기자에게 ‘청와대 행정관 비위 보고서’를 전달하며 “대서특필해 달라”고 주문했고, A 기자가 세계일보 4월 2일자에 ‘비위 행정관 5명 원대복귀 의혹’을 비중 있게 보도하자 4월 말∼5월 초 ‘정윤회 동향’ 문건을 포함한 공직기강비서관실 문건 128쪽 분량을 통째로 A 기자에게 넘긴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A 기자 등 세계일보 기자들이 명예훼손 혐의 관련 소환에는 불응해 5일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서는 이들의 형사처벌 여부를 언급하지 않을 방침이다.조건희 becom@donga.com·변종국 기자}
정부가 북한군 소총에 관통되는 불량 방탄복이 육군 특수전사령부로 대량 납품된 과정에 비리 혐의를 잡고 수사에 나섰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장)은 지난해 12월 30일 방탄복 제조업체인 S사의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본사와 공장 등 몇 곳을 압수수색해 컴퓨터 하드디스크, 회계장부, 납품기록, 제품 성능평가 보고서 등을 확보했다. 합수단은 제보자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으며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감사단으로부터도 S사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의혹은 특전사가 2011∼2012년 S사로부터 납품받은 방탄복 2000여 벌이 북한군의 AK-74(AK-47 개량형) 소총의 탄환을 전혀 막지 못하고 완전 관통된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지난해 10월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특전사는 2009년 예하 부대의 시험운용 과정에서 S사의 방탄복이 부적합하다는 보고를 받고도 이를 누락시킨 뒤 13억1000만 원 상당의 품질 미달 방탄복을 사들여 유착 의혹이 제기됐다. 합수단은 S사가 성능평가서를 조작해 방탄복을 군에 납품했거나 군 당국이 뒷돈을 받고 불량 방탄복이 납품된 것을 묵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방탄복 구매 시 육군본부와 국방부에 조달 계획을 보고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지 않은 점도 의문이다. S사에 재취업한 군 간부 출신들이 특전사나 방위사업청을 상대로 한 로비가 있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지난해 2월 감사원 특별감사 결과 S사는 2010년 방사청의 다기능 방탄복 입찰 적격 심사 시 서류를 허위로 꾸몄다가 적발됐지만 방사청은 오히려 85억6000만 원 상당의 수의 계약을 체결한 사실도 논란이 됐다.장관석 jks@donga.com·조건희 기자}
최근 기업인 가석방 논의가 일고 있는 가운데 2009년 12월 31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원 포인트’ 특별사면·복권은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에서 ‘국익’과 ‘경제 살리기’라는 명분 아래 전원일치 찬성 의견을 거쳐 이뤄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본보가 2일 법무부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이 회장의 특별사면 회의록에 따르면 법무부 및 검찰 내부위원들은 국익과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내세워 특별사면을 적극 제안했다. 회의에는 이귀남 전 장관 등 내부위원 5명과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장 등 외부위원 4명 등이 참석해 50분가량 진행됐다. 당시 이 회장의 특별사면 문제가 제기된 것은 2010년 2월로 예정됐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이 회장이 IOC 위원직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회의에서도 이 전 장관은 “올림픽 유치라는 국가적 중대사를 앞두고 국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사면 적정성을) 심사해 달라”며 운을 띄웠고, 최교일 전 검찰국장은 “이 회장이 IOC 위원 자격을 잃으면 스포츠 외교 분야에서 국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안건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배임 등으로 집행유예 판결이 확정된 지 4개월 만의 ‘원 포인트’ 사면이라는 점에서 부정적인 의견도 나왔다. 곽 소장은 “국민들 입장에서는 조금 빠르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고 했고, 권영건 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도 “(특별사면) 전례가 있다한들 국민정서상 그렇게 쉽게 용납이 안 된다”고 했다. 주철현 전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현 전남 여수시장)은 “이 회장에게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달리 사회봉사명령도 선고되지 않았는데 법무부에서 또 봐준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사면에는 찬성했다. 그러자 회의를 진행한 황희철 전 법무부 차관은 “경제 전쟁에서 장수의 발목을 묶는 것은 반드시 좋은 게 아니다. 아예 전쟁에 나가지 못하게 해 국익에 위배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사면의 필요성을 주장했고, 유창종 변호사도 “(국제 경제 상황이) 살얼음판인데 삼성이라는 주전 멤버 발에 뭘 채워놓고 뛰라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동의했다. 간사인 권익환 당시 법무부 형사기획과장(현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이 ‘KAL기 폭파범’ 김현희 씨 등 ‘원 포인트’ 사면이 이전에도 8차례 있었다고 설명하고 최 전 국장이 ‘사면 찬성’이 47.1%로 반대(36.1%)보다 우세했던 당시 여론조사 결과를 들며 설득하자 권 전 이사장 등은 “청와대와 법무부가 상당히 고민했을 테니 개운하지는 않지만 찬성한다”며 사면에 동의했다.조건희 becom@donga.com·최우열 기자}

일명 ‘땅콩 리턴’ 사건으로 구속 수감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0)의 동생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32·사진)가 ‘복수하겠다’는 내용의 문자를 조 전 부사장에게 보낸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황급히 사과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 전무는 지난해 12월 17일 “반드시 복수하겠어”라는 문자메시지를 조 전 부사장에게 보냈다. 이 문자 내용은 검찰이 조 전 부사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메시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것으로 조 전 부사장의 영장실질심사 때 제출된 수사자료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누구에게 복수하겠다는 것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언론 인터뷰로 조 전 부사장의 폭언과 폭행을 구체적으로 고발한 박창진 사무장(43) 등 관련 인물들을 지칭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17일은 조 전 부사장이 서울서부지검에 출석한 날이자 조 전무가 대한항공 일부 직원들에게 ‘반성문’이라는 제목으로 이메일을 보낸 날이기도 하다. 당시 조 전무는 반성문에서 “모든 임직원의 잘못입니다”라고 써 회사 안팎의 비난을 받았다. 동생이 언니에게 ‘복수하겠어’라는 문자를 보낸 사실이 지난해 12월 31일 한 언론 보도로 알려지자 조 전무는 이날 오전 7시 10분경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사과의 글을 올렸다. 조 전무는 “오늘 아침 신문에 보도된 제 문자 내용 기사 때문에 정말 무어라 드릴 말씀이 없을 정도로 죄송한 마음입니다. 굳이 변명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다 제 잘못이니까요”라며 언니에게 문자를 보낸 사실을 인정했다. 이어 “치기 어린 제 잘못이었습니다. 그날 밤에 나부터 반성하겠다는 이메일을 직원들한테 보낸 것도 그런 반성의 마음을 담은 것이었습니다. 부디 여러분의 너그러운 용서를 빕니다”라고 해명했다. 조 전무는 트위터에 사과 글을 올리면서 “우연히 인터넷 기사 댓글을 보다가 어느 분이 너무나 극악한 내용을 올렸기에 잠시 복수심이 일어 속마음을 언니에게 보낸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곧 후회했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가 이 내용은 곧바로 지웠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1남 2녀 중 막내딸인 조 전무는 2007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지난해부터 대한항공과 진에어의 광고와 마케팅 담당 전무를 맡고 있다. 한편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남부구치소에 구속 수감된 조 전 부사장은 수용번호 ‘4200번’을 배정받았다. 첫날밤은 신입 수용자가 사흘 정도 머무는 신입거실에서 다른 수용자 4명과 함께 보냈고, 독방(4.6m²·약 1.4평) 배정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독방에는 접이식 매트리스와 TV 세면대 화장실 등이 갖춰져 있다.김성규 sunggyu@donga.com·조건희 기자}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 이주형)는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전시용 세탁기를 파손한 혐의(재물손괴 및 명예훼손 등)로 고소당한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장(58·사장)을 30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조 사장은 당초 “내년 1월 6∼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가전전시회(CES)에 다녀올 때까지 출석이 어렵다”며 소환에 불응해 왔지만 검찰이 출국을 금지하고 LG전자 본사를 압수수색하자 출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조 사장이 9월 세계가전박람회(IFA) 기간에 독일 자투른 슈테글리츠 매장에서 ‘삼성 크리스탈 블루 세탁기’ 도어를 누른 이유를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증거로 제출된 매장 내 폐쇄회로(CC)TV에는 조 사장의 행동이 명확하게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CCTV를 보면 (‘정상적인 테스트였는데 삼성 제품만 고장났다’는 LG의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고의 파손 가능성을 내비쳤다. 조 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정상적인 테스트였다”는 기존 주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장)은 ‘원자력발전소 해커’가 9일 한국수력원자력 직원 3571명에게 e메일 5980통에 담아 보낸 보낸 악성코드를 분석한 결과 이튿날인 10일 오전 11시에 PC 하드디스크를 파괴하는 ‘시한폭탄’ 기능이 담겨 있었다고 28일 밝혔다. 합수단은 악성코드 제작에 최소 PC 4대 이상이 동원됐고, 기존 백신 프로그램이 걸러내지 못하도록 변형된 상태인 점 등을 고려할 때 해커가 여러 명의 전문가로 구성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합수단은 9일 해킹 공격으로 피해를 본 PC는 4대였지만 이전에도 해커가 공격을 시도한 적이 있는지, 원전 도면 자료가 어떻게 유출됐는지 등을 밝히기 위해 도면을 관리하는 한수원 직원 30여 명과 관련 업체 1곳의 PC를 임의제출 받아 악성코드 감염 여부를 진단하고 있다. 한편 조석 한수원 사장은 28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료 유출과 관련해 “국민께 많은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원전을 안전하게 방어하고 있고 운영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고 강조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고양지청장)은 가짜 서류로 공군 전투기 정비대금 240억7895만 원을 빼돌린 혐의(사기 등)로 항공기 부품 수입·판매업체 B사 대표 박모 씨(53)를 구속기소했다고 28일 밝혔다. 박 씨는 2006년 12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KF-16 등 공군 전투기 부품을 정비한 것처럼 관련 서류를 꾸미고 국내외 서류상 회사를 통해 거래 명세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66차례에 걸쳐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씨는 2012년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도주했다가 이달 8일 붙잡혔다. 같은 회사 임원 현모 씨(46) 등 공범 3명은 각각 징역 4년과 벌금 5억∼190억 원을 선고 받고 수감 중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원자력발전소 해커’는 한국수력원자력 직원들에게 악성코드를 보낼 때 관련 업계 종사자가 보낸 통상적인 e메일인 것처럼 문구를 정밀하게 꾸미는 등 치밀한 교란 전략을 짠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검찰은 해킹 공격의 치밀함 등에 비추어 여러 명으로 이뤄진 해커그룹이 오랜 기간 한수원을 타깃으로 해킹을 준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해커를 추적 중이다.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장)은 해커가 이달 9일 발송한 악성코드 e메일 3000여 통 중 일부를 분석한 결과 한수원 직원들이 무심코 문서를 열어 보게끔 유도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합수단에 따르면 e메일에는 “RRS(원자로핵연료교환시스템) 프로그램입니다”, “증기발생기 자동 감압 내용 참고하세요” 등 한수원 직원들이 주로 사용하는 업무 용어와 약어가 자주 사용됐다. “수정할 부분이 많은데 제출 기한이 오늘까지라 아쉽네요”라며 악성코드가 숨겨진 한글 파일을 실행하도록 유도하는 문구도 있었다. 한글 파일에도 ‘제어프로그램(최신W-2)’ ‘시방서’ 등 업무에서 흔히 사용되는 단어를 이용해 ‘미끼’성 제목을 붙였다. 합수단은 해커가 한수원 퇴직자 55명의 개인 e메일을 도용해 공격에 활용한 이유도 한수원 직원들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려는 전략이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일부 한수원 직원들은 악성코드가 숨겨져 있는 줄 모르고 해당 파일을 업무에 참고하기 위해 내부망용 PC에서 실행했다가 자료가 파괴되는 등의 피해를 보았다. 외부 e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는 외부망에서 원전 제어시스템 등이 연결된 내부망으로 자료를 옮길 땐 바이러스 검사를 거치도록 돼 있지만 9일엔 이 과정에서 해당 악성코드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합수단은 해커가 오래전 해킹에 사용할 e메일 계정과 비밀번호를 미리 확보해 둔 정황도 발견했다. e메일 공격에 도용된 계정 211개의 접속 기록을 확인한 결과 해커의 근거지로 추정되는 중국 선양(瀋陽)의 인터넷주소(IP주소)에서 연결된 흔적이 공격 수개월 전부터 이어져 온 것으로 나타났다. 원전 해커가 북한과 연계됐는지도 정밀 분석 대상이다. 해커가 사용한 악성코드를 직접 분석한 한 보안전문가에 따르면 악성코드가 제작된 PC의 사용자 이름은 ‘assembly’(국회) ‘mnd’(국방부) 등인 것으로 파악됐다. 과거 북한의 해킹 공격 대상에 올랐던 국내 기관명이 PC의 이름으로 사용된 배경도 확인 대상이다. 합수단은 지난달 25일 미국 소니픽처스를 공격한 북한 해커의 IP주소도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요청할 계획이다. 변종국 bjk@donga.com·조건희 기자}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52·사진)이 청와대 재직 시절 박지만 EG 회장에게 박근혜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들에 대한 감찰 내용을 수시로 ‘비선(秘線) 보고’해 온 단서를 검찰이 확보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수봉)와 특별수사2부(부장 임관혁)는 26일 조 전 비서관을 공무상 비밀 누설 및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러 조사했으며 이르면 29일경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다. 검찰은 참고인 조사 등을 통해 “조 전 비서관이 박 회장에게 박 회장 부부, 정윤회 씨 등과 관련된 공직기강비서관실 내부 비밀을 구두 보고해 왔고, 감찰 관련 문건을 통째로 보여주기도 했다”는 취지의 진술과 증거를 확보하고 조 전 비서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의 친인척과 청와대 직원 비위를 감찰해야 할 공직기강비서관이 감찰 대상인 박 회장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한 것이 확인되면 공무상 비밀 누설에 해당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한편 조 전 비서관은 이날 검찰에 비공개 출석이 가능한지 타진한 뒤 검찰이 이를 거절하자 오전 10시경 취재진이 모여 있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현관문을 피해 바로 옆 서울고검을 통해 검사실로 들어갔다. 조 전 비서관은 5일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할 당시에는 정문으로 들어가며 기자들에게 “가족이나 부하들에게 부끄러운 짓을 한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 이주형)는 LG전자 측이 삼성전자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26일 LG전자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본사 홍보실과 경남 창원공장 등을 압수수색해 LG전자 관계자 9명의 휴대전화, 노트북, 업무일지 등을 확보했다. 하지만 세탁기 파손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체포영장은 기각됐다. 검찰은 9월 독일에서 열린 세계가전박람회(IFA) 기간 중 슈티클리츠 매장에 있던 삼성전자 크리스털블루 세탁기의 문고리 부분을 고의로 파손했다며 삼성전자 측이 조 사장 등 LG전자 측 관계자들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하자 수사에 착수했다. 삼성전자 측은 파손된 세탁기와 파손 장면이 찍힌 폐쇄회로(CC)TV 화면 등을 검찰에 제출했으며 검찰은 LG전자 관계자를 불러 피고소인 조사를 마쳤다. 검찰은 CCTV를 분석한 결과 조 사장의 혐의가 상당 부분 인정된다고 보고 두 차례 출석을 통보했으나 조 사장은 “내년 1월 이후 조사를 받게 해달라”며 이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이 조 사장을 출국금지한 뒤 청구한 체포영장은 LG전자 측이 사유서를 냈다는 등의 이유로 24일 법원이 기각했다. 검찰은 관련자 진술과 압수물 등을 분석해 조 사장의 형사처벌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LG전자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특히 국내 상황과는 달리 사건 발생지인 독일 검찰은 이번 세탁기 논란이 불기소에 해당하는 경미한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어 더욱 당혹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변종국 bjk@donga.com·조건희 기자}

‘원자력발전소 해커’가 한국수력원자력 내부 자료를 이미 오래전에 확보해 두고도 이를 최근에야 무언가에 쫓기듯 유포한 정황이 25일 확인됐다. 검찰은 소니픽처스 해킹의 배후로 지목된 북한에 대해 미국의 보복 위협이 불거진 시점에 원전 해커가 한수원 자료를 공개한 점을 감안해 원전 해킹에 북한이 연계됐을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수사하고 있다.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장)에 따르면 해커는 9일 한수원 직원들에게 e메일로 악성코드를 보낼 때 ‘후쿠시마 대책 보고서’ 등 기존에 확보해 둔 한수원 내부 자료(한글 파일)들을 ‘포장지’처럼 활용했다. 이때 악성코드 발송에 활용된 인터넷주소(IP주소)의 위치는 15일 이후 자칭 ‘원전반대그룹’이 한수원 자료를 유포하는 데 활용한 IP주소와 같은 중국 선양(瀋陽)인 것으로 확인됐다. 합수단이 ‘후쿠시마 대책 보고서’ 등의 메타데이터(문서의 작성자와 작성 시기 등이 담긴 정보)를 분석해 보니 해커가 자신의 PC에서 마지막으로 자료를 열어본 시점은 지난달 28일로 확인됐다. 해커가 PC 시계를 일부러 조작하지 않았다면 해당 자료는 적어도 지난달 이전에 유출됐다는 뜻이다. ▼ “해커, 한수원 퇴직자 e메일로 악성코드 유포” ▼靑 “원전 가동중단 가능성 없어” 악성코드 발송에 한수원 퇴직자 수십 명의 개인 e메일 계정이 도용된 점도 해커가 오래전에 직원 개인정보 등 내부 자료를 확보해 뒀다는 추리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해커가 악성코드를 만든 뒤 이를 한수원 직원들에게 보내는 데에는 하루가 채 걸리지 않았다. 직접 악성코드를 분석한 한 보안전문가에 따르면 이 악성코드는 8일 오후 4시경 제작된 뒤 22시간 만인 다음 날 오후 2시경 한수원 직원들에게 발송됐다. 소니픽처스를 지난달 25일 해킹한 세력으로 북한이 지목되고 ‘보복 공격’ 가능성이 불거지자 북한 측이 관심을 돌리기 위해 기존에 확보해 뒀던 원전 자료를 서둘러 공개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또 다른 보안전문가는 “악성코드의 발견을 막기 위해 심어진 ‘난독화 기술’이 북한이 평소 사용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전했다. 해커가 악성코드를 제작한 PC의 사용자 이름도 북한이 사이버 공작에 종종 사용하는 필명과 동일한 ‘John’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커가 원전을 멈추라고 요구했던 25일 국내 원전에는 별다른 이상 징후가 나타나지 않았다. 원자력안전기술원 홈페이지가 24일 저녁 한때 작동되지 않았지만 한수원이 보안을 위해 연결을 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수원과 관계 부처는 27일까지 24시간 비상근무 체제를 유지할 예정이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25일 ‘국가 사이버안보위기 평가회의’에서 “사이버공격에 의한 원전 가동 중단이나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조건희 becom@donga.com·변종국·이상훈 기자}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수봉)와 특별수사2부(부장 임관혁)는 박지만 EG 회장(56)을 23일 참고인 신분으로 다시 불러 조사한 뒤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2차 소환조사는 무고 등의 혐의로 19일 구속된 박관천 경정(48·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이 “박 회장의 요청으로 ‘미행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함에 따라 확인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금시초문’이라는 취지로 부인했고, 검찰은 박 경정의 주장이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5일 만료될 예정인 박 경정의 구속기한을 내년 1월 4일까지로 연장하고 박 경정이 허위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 등에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52)이 관여했는지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