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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5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1%대로 올리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세계 중앙은행들의 돈 풀기 전쟁이 종료될지 주목된다. 1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은 이날 미국 기준금리 인상 발표 뒤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금리를 0.01%포인트 올렸다. 역레포 금리는 런민은행이 채권을 담보로 금융회사에 자금을 지원할 때 적용하는 금리다. 역레포 금리가 높아지면 시중은행들이 중앙은행에서 돈 빌리기가 부담스러워지기 때문에 시장에 돈이 많이 풀리지 않을 수 있다. 런민은행은 이번 조치를 연준 움직임에 따른 정책 변화로 확대 해석하지 말라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앞으로 이런 흐름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레이먼드 양 ANZ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런민은행이 금리를 연준과 다르게 움직이면 (위안화 가치가 떨어질 수 있어) 해외 자본 유출을 막을 수 없다. 앞으로 연준의 통화정책과 비슷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며 상대적으로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는 바람에 중국 자본이 해외로 대거 빠져나가 문제가 되기도 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이달 9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자산을 사들여 돈을 푸는 규모를 다음 달부터 월 800억 유로(약 92조6000억 원)에서 600억 유로로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ECB는 (유럽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양적완화 조치를 할 만큼 긴급하지 않다”며 더 이상 돈을 풀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홍콩의 중앙은행 격인 홍콩금융관리국(HKMA)도 16일 연준 발표 이후 기준금리를 1.00%에서 1.25%로 0.25%포인트 올렸다. 블룸버그는 “홍콩은 홍콩 달러를 미국 달러에 고정해 조정하는 환율 제도를 운용하고 있어 미국 통화정책을 따라가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이날 연준의 금리 인상 이후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현행 마이너스 금리(―0.1%)를 유지하고 10년 만기 국채 금리 목표치도 0%로 동결했다. 물가가 상승하고는 있지만 아직 목표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는 “미국이 금리를 올렸다고 해서 일본 국내 금리도 인상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금융시장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재정을 적극 풀어 경기를 안정적으로 이끌고 연준도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면 일본은행도 지금처럼 낮은 금리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미국이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다시 올려 ‘1%대 금리’ 시대를 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길었던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린 것이다. 1344조 원의 가계부채를 안고 있는 한국 경제에 미국발(發) 금리 상승의 충격이 밀려올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5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0.50∼0.75%에서 0.75∼1.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2015년 12월 7년 만에 ‘제로 금리’(0∼0.25%)에서 탈출하며 금리 인상에 첫발을 뗀 데 이어 3번째 금리 인상이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0월 이후 8년 5개월 만에 1%대로 복귀했다. 미국이 지난해 12월에 이어 3개월 만에 금리 인상 페달을 밟은 것은 경제 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금리 인상의 간단한 메시지는 바로 미국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은 또 올해부터 2019년까지 3년간 매년 3차례씩 점진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옐런 의장은 “경제가 지금처럼 계속 좋아지면 금리를 3, 4개월에 한 번씩 인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연준이 점진적 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16일 국내 코스피가 23개월 만에 2,150 선을 돌파하는 등 아시아 증시에 일제히 훈풍이 불었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미국과 한국(연 1.25%)의 기준금리 격차는 0.25%포인트로 바짝 좁혀졌다. 올해 하반기(7∼12월)에 미국 금리가 한국을 추월하는 상황이 빚어지면서 국내에 들어온 글로벌 자금이 미국 등 선진국으로 대거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엇보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국내 시중금리가 치솟고 있어 사상 최대 규모로 부풀어 오른 가계부채 부실의 ‘뇌관’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 저소득 다중채무자 등 취약계층은 이자 부담이 커져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정임수 imsoo@donga.com·조은아 기자}
미국 기준금리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어난 2008년 이후 8년여 만에 1%대를 회복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5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현재 0.50~0.75%인 기준금리를 0.75~1.00%로 0.25%포인트 올리는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연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12월 1%이던 금리를 0~0.25%로 내려 사상 처음 제로금리 시대를 열었다. 제로금리는 7년간 이어지다 2015년 12월 0.25%포인트 오른 뒤 지난해 12월 다시 0.25%포인트 오른 0.50~0.75%가 됐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이날 금리 결정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제가 예상대로 계속 좋아지면 연준의 기준 금리를 장기 목표인 3% 수준까지 점진적(gradual)으로 올리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금리를 약 3, 4개월에 한 번씩 인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옐런 의장의 발언에 따라 금리는 올해 두 번 더 올라 1.25~1.50%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내년에도 세 번에 걸쳐 2.00~2.25%까지, 내후년에도 세 번 인상을 통해 3.00%가량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리를 1%대로 되돌려 놓은 것은 그만큼 미국 경제의 성장세를 자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옐런 의장은 이날 “이번 금리 인상의 간단한 메시지는 바로 미국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연준이 통화정책의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 미국 경제가 전망치를 능가하는 호조를 보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연준이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에 올랐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12.73포인트(0.54%) 상승한 20,950.10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날보다 19.81포인트(0.84%) 오른 2,385.26에, 나스닥 지수는 43.23포인트(0.74%) 높은 5,900.05에 장을 마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세계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유럽 대통령’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사진)의 첫 정상회담이 17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다. 당초 14일로 예정됐지만 미 동부에 내려진 눈폭풍주의보 때문에 연기됐다. 하버드대 니컬러스 번스 교수는 “이번 정상회담은 트럼프 정권 초기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언론은 두 정상의 만남에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큰 상황이다. ‘정치 경험, 스타일, 정책 관점, 어떤 분야에서도 공통점 하나 없는 두 사람’(USA투데이), ‘기묘한 커플’(블룸버그통신)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다. 메르켈은 조용하고 섬세한 스타일인 반면 부동산 재벌 출신인 트럼프는 즉흥적이고 급하게 반응하는 정반대의 성격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실용적인 메르켈과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가 어떻게 공통점을 찾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트럼프는 대선 전부터 메르켈에 대해 “독일을 망치고 있다” “재앙적 실수를 했다”고 폭언을 퍼부어 두 사람 사이 감정의 골도 깊다. 당선 후에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분담금 증액 필요성, 과도한 독일의 대미흑자 문제, 이민 포용정책 등에 대해 사사건건 비판했다. 트럼프는 국제사회의 신임을 얻어야 하고, 메르켈은 9월 총선을 앞두고 미국으로부터 실리는 챙기되 할 말은 하는 모양새를 국내에 보여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다. 메르켈은 13일 기자들에게 “직접 마주 보고 하는 대화는 언제나 (다른 곳에서) 서로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며 회담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독일 언론은 2003년 미독 사이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와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을 떠올리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2001년 9·11테러 후 이라크전을 앞두고 동맹국에 참여를 촉구한 부시를 향해 슈뢰더는 “내가 총리인 이상 우리나라에서는 모험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반대했다. 당시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나는 리비아, 쿠바, 그리고 독일이 어떤 면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을 나라라고 믿는다”며 독일을 전통적인 적성국가와 함께 통칭할 정도로 양국 관계는 냉랭했다. 슈뢰더에 이어 집권한 메르켈은 부시와 상당히 잘 지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는 2013년 미국의 독일 도청 사실이 드러나면서 잠시 소원해졌으나 이후 대러시아 정책,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등에서 찰떡궁합을 보였다. 독일에선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이 연기되자 “메르켈이 출장 운이 없다”는 말까지 나왔다. 독일 유력 매체 슈피겔온라인은 메르켈이 2주일 전에도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알제리 대통령의 기관지염 악화를 이유로 초청을 취소했었다며 “(메르켈은) 운이 따르질 않는다”고 비꼬았다. 이 매체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트럼프와 회담을 했어도 본전도 못 찾은 점을 주목하며 회담 성과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아저씨처럼’ 메이 총리의 손을 토닥거려 미영 우호 관계를 확인하고 아베 총리와는 ‘강력한 악수’로 양국 관계의 굳건함을 과시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유럽의 다른 국가 정상들도 트럼프와 메르켈의 회담에 안테나를 바짝 세우고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와 포퓰리즘 확산으로 궁지에 몰린 유럽 지도자들은 트럼프가 메르켈에게 NATO에 대한 합리적인 방침을 밝혀 유럽과의 동맹에 확신을 주길 바라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3일 “유럽에 있는 미국의 핵심 우방들이 안도할 수 있을지, 아니면 더욱 공포에 떨게 될지는 트럼프가 말투에서조차 메르켈을 얼마나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 조은아 기자}

“자유무역이 아닌 관리무역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한국 측 협상대표였던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연구실에서 기자와 만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한미 FTA 때리기’를 이렇게 비판했다. 무역은 시장에 맡겨야 하는데 정부가 무역적자를 운운하며 조정하려 드는 건 자유무역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한미 FTA 탓에 미국 적자가 늘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 FTA가 불공정하다고 한다. “공정한가, 불공정한가는 일방적 기준으로 설명이 안 된다. 한쪽에 불공정하면 또 다른 한쪽에 공정할 수 있다. 정말 공정하려면 ‘룰’이 있어야 한다. 한미 FTA는 서로 지키자고 만든 룰이다. 이 룰이 제대로 이행됐느냐가 문제다. 내가 알기론 양국 간 이행이 문제된 건 없다. 한미 FTA의 미래를 논하려면 지금까지의 이행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 평가 없이 하면 사상누각이 된다.” ―정말 한미 FTA 때문에 미국 적자가 늘었나. “미국은 우리 수출이 엄청 늘었다고 하는데 우리가 수출을 늘린 품목은 관세 감축의 혜택을 보지 않은 게 대부분이다. 자동차의 경우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부과하는 2.5% 관세는 지난 4년간 그대로였지만 우리는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내렸다. 그러니 ‘FTA 때문에 적자가 늘었다’는 주장은 상당히 단세포적이다.” ―미국이 정말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할까? “독일, 일본, 멕시코가 우리보다 미국 적자를 더 많이 낸다. 미국이 한국에 대해 내는 적자는 250억 달러가량이다. 미국은 서비스 교역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데, 한국과의 서비스 교역에서 늘 100억 달러 흑자를 본다. 이를 포함하면 미국이 한국과의 교역에서 보는 적자는 150억 달러 정도다. 이 점을 생각하면 미국이 강도 높게 한미 FTA 재협상을 제기할 것 같지 않다. 오히려 미중 통상 문제가 많이 불거질 것 같다.” ―정부나 기업이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한미 FTA 재검토 협박에 당황하고 있다. 실제 재협상이 발표된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당황할 만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 언론도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하고 필요 없는 그릇된 메시지를 보내지 말아야 한다. 재협상을 하게 되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협정을 논의하는 건 필요하다. FTA 체결 뒤 두드러진 현상이 미국으로부터 전자상거래 수입이 엄청 늘고 있다는 점이다. 특허, 저작물 수입도 늘고 있다. 이런 ‘모바일 이코노미’가 움직이면 150억 달러가량의 대미 흑자가 뒤집어지는 건 금방이다. 이 분야에서 협력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도발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에 반발한 중국의 경제보복도 문제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북한에 대해 과거처럼 ‘맨주먹 붉은 피’로는 안 된다. 재래식 군비라도 확충해야 우리 목소리가 올라간다. 중국이 우릴 괴롭히는 이면엔 ‘한국은 이렇게 누르면 눌린다’는 인식이 있다. 중국과의 통상에서 단기적 타격이 있겠지만 우리가 어려우면 저쪽도 어렵다. 이번에는 원칙을 지키고 시련을 넘어야 이런 인식이 바뀐다.” ―2010년 협상 타결 직전 어떤 일이 있었나? “우리가 미국 측에 중립적 장소에서 협상하자고 해서 워싱턴에서 2시간 넘게 차로 가야 하는 메릴랜드 주에서 만났다. 미국 협상팀도 짐을 싸서 우리가 있는 리조트 호텔로 왔다. 우리는 밤낮 없이 만났다. 어느 날 미국팀이 싹 사라져서 ‘무슨 일일까’ 했다. 백악관에 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보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부른 것이다. 밤 11시에 서울로 전화해 ‘백악관에서 서울로 전화를 걸 거다’라고 보고했다. 보통 정상들끼리 통화하면 30분 정도 걸리는데 1시간이 넘어도 내게 전화로 피드백을 안 주더라. 정상 통화가 끝나자마자 나도 전화를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경제사정이 안 좋아 어렵다’는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한다는 얘기였다. 다음 날 양측이 4대 4로 협상했는데 마이클 프로먼 백악관 경제부보좌관과 둘이 호수를 1시간 걸으며 얘기를 했다. 이미 나올 이야긴 다 나왔고 서로 계산이 있었으니….” ―협상 타결 발표 뒤 ‘오바마의 승리’란 얘기가 나왔다. “우린 한국에 수입되는 미국산 자동차에 매기는 관세를 8%에서 4%로 깎고 그 이후 0%로 내렸다. 하지만 미국은 자국에 수입되는 한국산 자동차 관세 2.5%를 4년 유지하기로 했으니 우리가 양보한 것이었다. (이렇게 협상하기 전에) 내가 ‘점 하나 못 고친다’고 했다가 양보해 비난을 받았다. 난처했다. 하지만 (당초 협상을 한 뒤) 양국의 정권이 다 바뀌고 나서 비준 단계로 넘어가니까 한미 FTA 논의가 (바뀐 정권의 이익에 맞게) 정치적으로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협상이) 다 된 것을 다 죽일래? 지금이라도 조정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생각했다. 나 혼자만의 판단은 아니었다.” ―한미 FTA를 통과시키기까지 진통이 컸는데…. “민주주의에선 찬반이 늘 있기 마련이다. 국회 안에서 합의가 도출된다는 기대가 있으면 사람들이 참는다. 그렇지 않으면 거리로 나가는 거다. 돌이켜 보면 반대를 위한 반대가 많았다.”조은아 기자achim@donga.com}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15일로 발효 5주년을 맞는다. 한국 정부는 미국으로 수출되는 한국산 자동차에 붙는 관세 폐지를 유예해 ‘굴욕 협상’이란 비판에 시달렸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한미 FTA는 오바마의 승리’(워싱턴포스트)란 호평을 받았다. 발효 5주년을 맞아 양국은 새로운 무역환경에 직면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산 제품의 미국 수출이 크게 늘어난 점을 들어 한미 FTA를 ‘미국 일자리를 죽이는 재앙’이라 공격하며 재협상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당시 실무 협상을 맡아 ‘한미 FTA 산파’로 불리는 웬디 커틀러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보와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을 각각 뉴욕과 서울에서 만나 최근 한미 간 통상 분쟁의 본질과 한국의 대응 방안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 ● 김종훈 前 통상교섭본부장“자유무역이 아닌 관리무역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한국 측 협상대표였던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사진)은 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연구실에서 기자와 만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한미 FTA 때리기’를 이렇게 비판했다. 무역은 시장에 맡겨야 하는데 정부가 무역적자를 운운하며 조정하려 드는 건 자유무역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한미 FTA 탓에 미국 적자가 늘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 FTA가 불공정하다고 한다. “공정한가, 불공정한가는 일방적 기준으로 설명이 안 된다. 한쪽에 불공정하면 또 다른 한쪽에 공정할 수 있다. 정말 공정하려면 ‘룰’이 있어야 한다. 한미 FTA는 서로 지키자고 만든 룰이다. 이 룰이 제대로 이행됐느냐가 문제다. 내가 알기론 양국 간 이행이 문제된 건 없다. 한미 FTA의 미래를 논하려면 지금까지의 이행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 평가 없이 하면 사상누각이 된다.” ―정말 한미 FTA 때문에 미국 적자가 늘었나. “미국은 우리 수출이 엄청 늘었다고 하는데 우리가 수출을 늘린 품목은 관세 감축의 혜택을 보지 않은 게 대부분이다. 자동차의 경우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부과하는 2.5% 관세는 지난 4년간 그대로였지만 우리는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내렸다. 그러니 ‘FTA 때문에 적자가 늘었다’는 주장은 상당히 단세포적이다.” ―미국이 정말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할까. “독일, 일본, 멕시코가 우리보다 미국 적자를 더 많이 낸다. 미국이 한국에 대해 내는 적자는 250억 달러가량이다. 미국은 서비스 교역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데, 한국과의 서비스 교역에서 늘 100억 달러 흑자를 본다. 이를 포함하면 미국이 한국과의 교역에서 보는 적자는 150억 달러 정도다. 이 점을 생각하면 미국이 강도 높게 한미 FTA 재협상을 제기할 것 같지 않다. 오히려 미중 통상 문제가 많이 불거질 것 같다.” ―정부나 기업이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한미 FTA 재검토 협박에 당황하고 있다. 실제 재협상이 발표된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당황할 만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 언론도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하고 필요 없는 그릇된 메시지를 보내지 말아야 한다. 재협상을 하게 되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협정을 논의하는 건 필요하다. FTA 체결 뒤 두드러진 현상이 미국으로부터 전자상거래 수입이 엄청 늘고 있다는 점이다. 특허, 저작물 수입도 늘고 있다. 이런 ‘모바일 이코노미’가 움직이면 150억 달러가량의 대미 흑자가 뒤집어지는 건 금방이다. 이 분야에서 협력할 필요가 있다.” ―한미 FTA를 통과시키기까지 진통이 컸는데…. “민주주의에선 찬반이 늘 있기 마련이다. 국회 안에서 합의가 도출된다는 기대가 있으면 사람들이 참는다. 그렇지 않으면 거리로 나가는 거다. 돌이켜 보면 반대를 위한 반대가 많았다.” ―북한의 도발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에 반발한 중국의 경제보복도 문제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북한에 대해 과거처럼 ‘맨주먹 붉은 피’로는 안 된다. 재래식 군비라도 확충해야 우리 목소리가 올라간다. 중국이 우릴 괴롭히는 이면엔 ‘한국은 이렇게 누르면 눌린다’는 인식이 있다. 중국과의 통상에서 단기적 타격이 있겠지만 우리가 어려우면 저쪽도 어렵다. 이번에는 원칙을 지키고 시련을 넘어야 이런 인식이 바뀐다.” ● 웬디 커틀러 前 USTR 대표보“내가 걱정하는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검토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니다. 그런 재협상을 미국으로 일자리를 되찾아오는 데 이용하겠다는 (일방적이고 잘못된) 시각이 문제란 얘기다.”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보를 지낸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소장(사진)은 10일 오후 뉴욕 맨해튼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열린 ‘한미 FTA 5주년 좌담회’ 직후 기자와의 별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미 FTA 협상 당시 미국 수석대표였던 그는 “새 정부엔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비즈니스맨 출신이 많고 그들의 세계엔 ‘이기느냐 지느냐’의 게임만 있는지 모르겠지만 국가 간 통상 협상은 반드시 서로에게 이익인 윈윈 게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커틀러 부소장은 “한미 FTA야말로 대표적 윈윈 협정”이라며 “단순히 미국의 대(對)한국 무역적자 측면에서만 평가해 잘못된 협정이라고 비판하는 건 온당치 않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정부는 ‘한미 FTA가 미국인의 일자리를 죽이는 협정’이라고 비판한다. “그 근거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다. 한미 FTA는 두 나라 모두에서 일자리를 창출했고 양국의 무역량도 계속 증가했다. 한미 FTA 발효 이후 미국의 대한 무역적자가 늘어난 건 사실이지만 그 원인이 단순히 FTA 때문이라고 볼 수 없다. 이 시기 한국의 경제 성장이 부진한 반면 미국은 수입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이 협정은 양국 경제에 모두 도움을 주면서 잘 작동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FTA 발효 전인 2011년 미국의 한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8.5%였지만 지난해 10.6%까지 높아졌고 같은 기간 한국의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도 2.6%에서 3.2%로 증가했다. 이 기간 한국의 대미 직접투자 금액은 총 511억8000만 달러(약 59조3688억 원)로, 미국의 한국 직접투자(201억6000만 달러)를 크게 웃돈다. ―그래도 트럼프 정부는 재협상을 추진할 기세다. “일반적으로 새 정부가 들어서면 기존 무역협정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지고, 필요한 부분에 대한 개선이나 수정을 시도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도 그런 시도가 있었다. 트럼프 정부는 최우선적으로 캐나다, 멕시코와 체결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 등 다른 나라들과 재협상을 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어떻게 협상하면 좋겠느냐.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한국은 (NAFTA 같은) 다른 재협상 과정에서 드러나는 트럼프 행정부의 협상 스타일이나 전략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철저히 연구해야 한다. 트럼프는 비즈니스맨 출신이다. 그리고 여러 FTA에 대해 이미 큰소리를 쳐왔다. 그런 큰소리가 실제 협상에서도 그대로 실행되는지, 최종 결론에는 어떤 모습으로 투영되는지 등을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한국인들은 ‘미중 간 고래 싸움에 한국 같은 작은 나라만 새우등 터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많다. “미중 간 무역전쟁은 아시아의 많은 국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미국이 중국 제품에 20% 관세를 일방적으로 부과하면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1.4% 감소하고, 한국 GDP도 0.5% 감소한다는 분석보고서가 있다. 트럼프 정부가 양자 간 무역 관계도 그 상대국뿐 아니라, 해당 지역의 많은 국가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부터 이해했으면 좋겠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낸 한국 민주주의에 대해 외신들의 높은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1일(현지 시간) ‘한국의 민주주의는 옳은 일을 했다. 그러나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축출은 한국 민주주의가 젊다는 증거”라며 “극단적 위협 속에서도 법에 따라 권력 이양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WP는 “피로 얼룩진 쿠데타를 일으키지 않고도 (탄핵이란)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바통’을 넘긴 명민함은 독재와는 구별되는 민주주의의 힘을 보여준다”고 비폭력 시위 문화를 칭찬했다. 하지만 이번 탄핵을 통해 한국 정치권력과 재벌 간 유착 관계도 드러났다며 “한국이 정부에 대한 신뢰를 다시 쌓기 위해선 부패를 반드시 청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아사히신문도 12일 사설에서 “민중의 압도적인 행동이 ‘절대권력’으로 불리는 대통령의 교체를 이뤄낸 점은 한국형 민주주의가 도달한 하나의 지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어 “한국에서 이제 정치 논의가 활발해질 텐데 일본은 두 달 넘게 주한 일본대사를 소환시켜 두고 있다. 대사를 빨리 한국으로 귀임시켜 새 정권이 생기기 전에 정보를 수집하고 대화의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일본 정부에 촉구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한국처럼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탄핵된 브라질에선 ‘대통령 관저의 유령 소동’이 화제다. AFP통신은 지난해 8월 탄핵된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70)의 후임인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76)이 부인과 아들 등 가족과 함께 이번 주 대통령 관저인 알보라다궁을 떠나 인근 부통령 관저인 자부루궁으로 옮겼다고 브라질 주간지 ‘베자’를 인용해 11일 보도했다. 지난해 9월 공식 취임한 테메르 대통령은 “무언가 이상한 것을 느껴 (관저) 입주 첫날부터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유령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고 ‘베자’는 전했다. 대통령 부인 마르셀라 여사(34)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7세인 아들 미셰우지뉴만 아무 생각 없이 궁 안을 뛰어다니며 놀았다고 한다. 마르셀라 여사는 성직자들을 관저로 불러 마귀를 쫓는 의식을 하기도 했다고 현지 일간지 ‘글로부’가 보도했다. 하지만 이런 의식도 유령 공포를 씻어내진 못했다. 브라질 건축가 오스카르 니에메예르가 설계한 알보라다궁은 수영장, 축구장, 교회를 갖춰 ‘꿈의 집’으로 불린다. 대통령 부부는 이 건물의 유리창과 동굴 형태의 인테리어를 꺼림칙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누리꾼들은 “부패 의혹으로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은 테메르 대통령이 심란한 모양”이라고 비꼬았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프랑스 중도 무소속 대선 후보인 에마뉘엘 마크롱(40) 전 경제장관이 극우파인 국민전선(FN) 대선 후보 마린 르펜 대표(49)를 대선 1차 투표와 결선 투표 모두에서 이길 것이라는 여론조사가 나왔다고 현지 라디오방송 ‘프랑스앵포’가 9일 보도했다. 프랑스앵포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해리스 인터랙티브(HI)’는 9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마크롱은 1차 투표에서 지지율 26%를 얻어 르펜 대표(25%)를 누르고 1위에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는 다음달 23일 1차 투표를 실시한다. 여기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상위 후보 2명끼리 5월 7일 결선 투표에서 붙어 최종 당선인을 결정한다. 그간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1차 투표에서 마크롱이 르펜에 이어 2위에 오른 뒤 결선 투표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이번 설문에서 마크롱은 1차 투표 승리 뒤 결선 투표에서 65%의 지지율로 르펜 대표(35%)를 상대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것으로 분석됐다. 마크롱은 중도 좌파 세력을 결집하며 지지를 얻고 있다. 지난해 4월 집권당인 사회당을 나와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한 그는 이번에 처음 선출직에 도전한다. 그는 좌우 모두가 냉대하는 중산층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극우 세력으로부터 자유, 평등, 박애 등 프랑스의 가치를 지켜내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반입을 계기로 북한과 중국을 거침없이 몰아붙이고 있다. 군사는 물론이고 정치, 외교, 경제 분야를 망라한 트럼프식 북핵 압박 속도전이다.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강경 조치를 유보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사드 배치 공개 하루 만인 7일 중국 정보통신기업 ZTE에 대한 사상 최대 규모의 벌금 결정을 내린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관측이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의) 경제 제재와 수출통제법을 무시하는 나라들은 가장 혹독한 결과를 겪게 될 것”이라고 사실상 중국을 겨냥했다. 미 정부는 지난해 3월 ZTE에 대한 벌금 결정을 내린 뒤 ZTE가 반발하자 6월 유예 결정을 내렸다. 이후 카드를 쥐고 있으면서 대중 압박 효과가 가장 클 때를 기다려 꺼내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꺼내 들 수 있는 후속 카드로는 △지난해 북한과의 불법 거래 의혹을 받은 중국 기업 ‘화웨이’에 대한 벌금형 부과 △중국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의 전면 시행 △환율조작국 지정 △덤핑 등 보호무역 조치 등이 거론되고 있다. 미 국무부가 렉스 틸러슨 장관의 한중일 방문 일정을 이날 확정해 공개한 것도 본격적인 북핵 압박 외교를 천명한 것이다. 일본, 한국을 거쳐 한미일 3각 공조를 다진 뒤 마지막으로 중국을 방문해 북핵, 사드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것으로, 이번 순방 자체가 중국을 정조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마크 토너 국무부 대변인 대행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은 중국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북한의 나쁜 행동에 대한 대응”이라며 “북핵을 다룰 새로운 방식,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틸러슨 장관은 이번 방한 기간에 그동안 진행했던 대북 정책 재검토 결과를 갖고 올 수도 있다”고 말해 트럼프 행정부가 틸러슨 순방 직후 대북 구상을 공개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벨기에 본부가 이날 북한 은행 3곳을 국제 달러 결제 시스템에서 퇴출시킨 것도 미국의 강력한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 정부는 지난해부터 북한을 SWIFT에서 퇴출해 평양으로 흘러가는 돈줄을 옥죄려고 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2012년 이란에 경제제재를 하면서 이란 중앙은행을 비롯한 30개 은행을 SWIFT에서 퇴출시킨 바 있다. 석유 수출 대금을 받을 수 없게 된 이란은 미국과 대화를 시작했다. 미 의회도 사드 배치 등 북핵 대처만큼은 트럼프 행정부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사드는 오로지 중국이 지난 몇십 년 동안 (핵과 미사일 도발을 일삼는) 북한을 방조해서 필요해진 것”이라며 “중국이 사드 배치에 대해 정말 우려한다면 북한의 도발적 행동을 멈추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화당 톰 코튼 상원의원도 성명에서 “중국이 정말로 무기 경쟁에 대해 우려한다면 그들은 오래전부터 북한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설득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조은아 기자}
한미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반입에 이어 미국이 대북 제재를 위반한 중국 기업에 사상 최대의 벌금을 부과하면서 대중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중국은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직접 나서 사드 배치를 즉각 중단하라고 공개 반박하는 등 북한 문제를 둘러싼 주요 2개국(G2) 간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7일(현지 시간) 중국 최대 통신장비 기업인 ZTE가 미국의 대(對)북한 및 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며 외국 기업에 대한 벌금으로는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인 11억9200만 달러(약 1조3702억 원)를 부과했다. ZTE는 퀄컴,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미국 기업에서 라우터, 마이크로프로세서 등을 사들인 뒤 이를 북한과 이란에 수출한 사실이 드러나 지난해 미 상무부에 단속됐다. 이런 가운데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15일 일본을 시작으로 한국(17일)과 중국(19일)을 잇달아 방문한다. 북한 미사일 발사 대응 및 사드 배치 추진 등과 관련해 한미일 3각 공조를 다진 뒤 한국에 대한 보복 수위를 높이고 있는 중국을 압박할 것으로 기대된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중국의 우려를 분명히 이해하지만 이는 한국과 일본에는 국가 안보 문제”라며 중국의 반발을 일축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8일 베이징(北京) 미디어센터에서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한미가 고집스럽게 사드를 배치하려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며 한국은 더 위험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ZTE에 대한 미 정부의 벌금 부과 결정에 대해선 “중국 기업이 해외에서 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도 계속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7일 대북 규탄 언론성명을 내고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들에 대한 명백한 위반으로 개탄한다. 더 중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추가 제재를 시사했다. 안보리는 8일 오전 긴급회의를 개최하기 전 이례적으로 이사국 간 사전협의를 통해 만장일치로 성명을 채택했다. 벨기에에 본부를 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는 유엔의 제재를 받고도 몰래 금융거래를 해온 조선대성은행과 조선광선은행, 동방은행 등 북한 은행 3곳을 국제 금융거래망에서 퇴출시켰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 보도했다. SWIFT는 미국과 유럽 은행들이 국가 간 자금 거래를 위해 1977년 설립한 기구다. 현재 세계 200여 개국 1만800여 개 금융기관이 SWIFT 금융망을 이용한다. 북한의 추가 도발 움직임도 포착됐다. 미국 CBS 뉴스는 이날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미사일 사출 실험 등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북극성-2형’ 추가 발사를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으로 추정되는 엔진 시험을 진행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전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 조은아 기자}
지난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와 미국 대선을 강타한 포퓰리즘 바람의 영향으로 유럽 등에서 극우 정당이 약진하는 가운데 여성 정치인들이 주목받고 있다. 극우 정당은 그동안 성 평등이나 육아 이슈에 소극적이어서 여성 정치인의 활약이 드물었지만 이젠 분위기가 바뀌었다. 대표적인 인물은 4월 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프랑스 우선주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 상위 1, 2위 득표자가 겨루는 결선투표 진출이 확실시되자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까지 나서 “르펜이 승리할 위험이 있다. 프랑스는 극우에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음을 낼 정도로 대선판을 흔들고 있다.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프라우케 페트리 당수는 세련된 외모와 성공한 워킹맘 이미지로 유권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네 아이의 엄마로 화학자, 기업인, 정치인 등 화려한 경력을 쌓은 그는 2015년 남편과의 이혼을 밝히면서 동시에 같은 당 정치인과의 연애 사실을 당당히 공개하기도 했다. 미국 시사교양지 뉴요커는 “유권자들이 페트리의 카리스마에 매료된 듯 보였다. 유세장이 연예인 투어 같았다”고 전했다. 여성 정치인들은 극우 어젠다를 거칠게 표현하는 남성들과 달리 감성적으로 전달하는 편이다. 호주 극우 정당 ‘원네이션’의 당수 폴린 핸슨은 이민자 테러로 인한 불안을 강조해 범죄로부터 아이를 보호하려는 엄마들의 표심을 파고들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원네이션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은 전체의 10%였다. 1.3%였던 지난해 7월에 비해 8배 이상으로 급등한 것이다. 일각에선 극우 여성 정치인이 성 평등 문제에 둔감하고 자신의 여성성을 지나치게 활용한다는 비판도 나온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CEO, 마크 큐번 억만장자 투자가, 방송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 밥 아이거 월트디즈니 CEO.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패한 미국 민주당의 2020년 유력 대선후보군이라며 4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소개한 인물들이다. 대부분 거부에다 엘리트여서 민주당 표밭인 노동자 계층을 껴안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대선 출마설을 극구 부인하는 이들도 있지만 하마평은 끊이지 않고 있다. FT에 따르면 이들이 대선 주자로 주목받는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변으로 대선후보 선출 공식이 뒤바뀌었기 때문이다. 정치 경험 없는 아웃사이더도 스타성이 있으면 후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싱크탱크 ‘제3의 길’의 공동 창업자 맷 베닛은 FT에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정계 경험은 더 이상 대선을 위한 필수 코스가 아니다. 대선후보가 나올 분야가 방대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일(현지 시간) 취임 후 처음 발표한 무역정책 어젠다는 ‘세계 무역은 미국을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교역을 계속하려면 ‘미국법’을 따라야 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앞으로 미국이 한국에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청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징벌적인 관세를 매길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은 무역 분쟁을 조정하는 세계무역기구(WTO)마저 무시하고 있어 분쟁 해법이 더욱 복잡해지게 됐다. 》 미 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발표한 무역정책 어젠다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접근법을 촉구했고 행정부는 그 약속을 지킬 것”이라며 새로운 무역정책 집행 의지를 내비쳤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부정한 데 이어 무역정책 방향을 바꾸겠다고 선언한 것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무역정책을 지우겠다는 뜻이다. 보고서에 명시된 무역정책 우선순위는 △국가 주권 수호 △미국 무역법의 엄격한 집행 △외국이 시장을 개방하도록 모든 영향력 동원 △새롭고 더 나은 무역협정 협상 등이다. USTR는 “미국 국민은 WTO의 판정이 아닌 미국법의 지배를 받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정책과 관련해 미국 주권을 적극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WTO의 분쟁 해결 절차 등이 국익에 부합하지 않으면 불복하겠다”는 의사도 밝혀 무역분쟁을 양자 협상으로 풀어 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자유무역 수호자임을 자처하며 WTO 산파 역할을 했던 미국이 WTO 체제를 부정하고 나선 것이다. 이러한 기조는 오바마 행정부 때의 USTR와 대비된다. 오바마 행정부는 한국을 비롯한 교역국과 종종 무역분쟁을 벌였지만 WTO의 권위를 존중해 정해진 틀 내에서 분쟁 해결을 모색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정책을 이렇게 뜯어고치는 이유는 미국의 무역적자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3170억 달러(약 358조2100억 원)였던 미국 제조업 무역적자는 지난해 6480억 달러로 약 100% 증가했다. USTR는 한국과의 무역에서 생긴 적자를 지적하며 한미 FTA 재협상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USTR는 “한미 FTA 발효 직전 해인 2011년부터 지난해(2016년)까지 미국 제품의 한국 수출은 12억 달러(약 1조3560억 원) 감소한 반면 한국 제품의 미국 수입은 130억 달러(약 14조6900억 원) 이상 증가했다”며 “이런 결과는 두 말 할 것 없이 미국 국민이 이 협정에 기대했던 결과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하더라도 협정이 당장 수정되기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전 통상교섭본부장)는 “FTA 불균형 조항 때문에 미국이 적자를 본다는 점이 규명돼야만 협정문을 고치는 재협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논의 결과 미국에 불평등한 조항이 발견되면 미국 측은 농산물, 쇠고기뿐만 아니라 환경, 노동, 지식재산권 등의 재협상을 포함해 자국 이익에 맞는 시장 개방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 한미 FTA 재협상 전에 돌연 무역 보복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뉴욕의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의 현행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의회와 형식적인 협의만 거친 뒤 특정국에 관세 인상을 선포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다양한 법적 수단을 총동원해 (한국 등) 상대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FTA 재협상 압박 수단으로 ‘슈퍼 301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슈퍼 301조는 ‘람보 301조’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미국이 자국 이익을 위해 공격 수단으로 삼는 미국 무역법 조항이다. 상대국이 불공정한 무역으로 미국에 피해를 주면 미국이 광범위한 영역에서 보복하도록 허용한다. 최근 수출 실적이 좋아진 한국에서 미국에 대한 흑자가 점차 늘어나면 미국 기업이 직접 한국 기업에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박 교수는 “미국이 한국 정부의 보조금이 과하다거나 ‘덤핑’이라고 자의적으로 해석하면 반덤핑 과세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참에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FTA를 같이 묶어 한번에 처리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두 사안을 연결해 방위비 분담금은 올려주고 FTA에선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조은아 achim@donga.com / 세종=천호성 기자 / 뉴욕=부형권 특파원}
“라이언의 유산은 영원할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워싱턴 의사당에서 열린 첫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이렇게 말하자 CNN 등 언론들은 일제히 청중석에 앉은 한 여성을 클로즈업했다. 주인공은 캐린 오언스. 불과 한 달 전인 1월 29일 예멘 대테러 작전에서 순직한 해군특수부대 네이비실 라이언 오언스 중사의 부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언스 중사를 “나라를 위해 싸운 영웅이며 전투사”라고 치켜세우며 일곱 번이나 호명하자 장내에는 2분간 우렁찬 박수가 울려 퍼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맏딸 이방카 옆에 앉아 있던 캐린은 끝내 굵은 눈물을 흘렸다. 두 손을 맞잡고 하늘을 바라보며 무언가 중얼거리기도 했다. 참석자들도 그녀를 바라보며 눈시울을 적셨다. 캐린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라이언 이야기를 꺼낼 때만 해도 굳은 표정이었다. 남편을 죽음으로 내몬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원망이 섞인 듯했다. 예멘 대테러 작전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첫 해외 군사작전이었지만 잘못된 정보를 토대로 무리하게 단행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녀를 초대한 것은 강력한 군대와 국방비 증액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고사령관으로서 (실패한 작전을 부각시킨 것은) 충격적”이라고 평가했지만 “감동적인 장면이었다”는 호평도 나왔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중국 저장(浙江) 성에 본사를 둔 섬유기업 키어그룹의 자회사 키어아메리카는 앞으로 5년간 2억1800만 달러(약 2463억 원)를 투자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랭커스터 카운티의 방적 공장을 2배로 키울 예정이다. 2015년 중반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 회사는 대부분이 미국인인 정규직 208명을 고용하고 있다. 앞으로는 300명을 현지에서 추가로 뽑을 계획도 세웠다. 주산칭 키어그룹 회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생산할 때보다 전기료를 40% 아낄 수 있어 미국에서 생산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거나 기존 생산 시설을 대폭 확장하고 있다고 WSJ가 27일 보도했다. ‘미국 우선주의’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공약 실천에 경쟁국인 중국의 기업들이 발 벗고 나서는 모양새다. 우선 대다수 중국 기업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45%의 관세를 물리겠다”며 ‘관세 폭탄’을 던지겠다는 공약이 실현될 것으로 보고 있다. 틸로 하네만 로디엄그룹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정부가 높은 관세와 시장 규제 정책을 펴면 현지에 생산설비를 짓는 중국 기업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값싼 인건비와 급성장하는 내수시장 덕에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모여드는 세계의 공장으로 성장한 중국이 이제는 노동자 임금은 물론 땅값, 전기료가 올라 기업들에 매력을 잃고 있다는 점도 요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을 인용해 2016년 중국 제조업의 시간당 평균 임금이 3.6달러(약 4080원)로 2005년(1.2달러)과 비교해 3배로 치솟았다고 27일 보도했다. 중국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이미 브라질과 멕시코를 앞질렀고 그리스 포르투갈에 근접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기업이 미국에서 공장을 지어 제품을 생산하는 ‘그린필드’ 투자는 이미 최근 5년 동안 급증하는 추세였다. 중국 정부가 최근 위안화 약세를 우려해 기업들의 해외투자를 규제하고 나섰지만 기업들의 미국행을 막지는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디엄그룹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그린필드 투자에 2000∼2016년 86억 달러(약 9조7180억 원)를 썼다. 하지만 중국 기업의 미국행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중국 상하이의 섬유 무역회사 MKT의 마이클 크로티 회장은 “미국에서 충분한 유통망을 갖추는 데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 중국산 제품에 미국이 정말로 45% 관세를 붙이면 베트남 파키스탄 인도 등의 현지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트루 라이즈’와 ‘타이타닉’에 출연했던 할리우드 영화배우 겸 감독 빌 팩스턴(사진)이 25일(현지 시간) 별세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향년 62세. 통신에 따르면 팩스턴 가족은 성명을 통해 “고인이 세상을 떠났다”고 간단히 밝혔다. 팩스턴은 미국의 B급 장르영화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로저 코먼을 돕다가 1975년 영화 ‘크레이지 마마’로 데뷔해 41년간 90여 편의 영화와 방송에 출연했다. 초기에는 무명 생활을 벗어나지 못하다가 ‘터미네이터’ ‘아폴로 13호’ ‘트루 라이즈’ ‘타이타닉’ 등에서 연기하며 이름을 알렸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지난해 테리사 메이 여성 총리를 뽑은 영국이 188년 만의 첫 여성 런던 경찰청 수장을 배출했다. 특히 3년 전 은퇴한 여성 경찰이 쟁쟁한 현직 후배들을 물리치고 최고위직에 올라 더욱 주목받고 있다. 가디언 등 영국 언론은 22일 크레시다 딕 씨(56·사진)가 버나드 호건하우 런던경찰청장 후임으로 지명됐다고 보도했다. 2012년 런던경찰청 부청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딕 씨는 2014년 은퇴할 때까지 31년간 경찰로 일했다. 딕 씨가 전직인 데다 여성이 청장에 임명된 전례가 없어 이번 발탁은 ‘깜짝 인사’로 평가된다. 그는 엄격한 심리 검사와 2번에 걸친 압박 면접을 통과했다. 호건하우 청장의 측근인 마크 롤리 치안감을 비롯한 현직 경찰 고위 간부 3명을 제쳤다. 딕 씨가 어려움을 뚫고 첫 여성 청장이 된 것은 새로운 유형의 테러와 범죄에 대응해 경찰 조직을 개혁할 적임자로 꼽혔기 때문이다. 경찰청장 선발에 참여한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의 한 측근은 “딕이 후보자들 가운데 경찰 변화 필요성을 가장 잘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로써 영국 경찰의 최고위직 세 자리가 모두 여성으로 채워졌다. 현재 국가범죄수사국(NCA)과 전국경찰서장협의회(NPCC) 수장이 모두 여성이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10여 년 뒤 태어나는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이 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을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은 ‘넘기 힘든 벽’으로 알려졌던 90세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됐다. 영국 임피리얼칼리지런던과 세계보건기구(WHO)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의 기대수명을 분석한 논문을 21일(현지 시간) 영국 의학저널 랜싯에 발표했다. 기대수명은 사람이 몇 년을 더 살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추산치다. 논문에 따르면 2030년 여성 출생자를 기준으로 기대수명이 90세를 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은 90.82세로 예상됐으며, 프랑스(88.55세) 일본(88.41세) 스페인(88.07세) 스위스(87.70세) 등이 뒤를 이었다. 2030년 출생하는 남성의 기대수명도 한국이 84.07세로 세계 최고였다. 이어 호주(84.00세), 스위스(83.95세), 캐나다(83.89세), 네덜란드(83.69세) 순이었다. 한국인 남녀 모두 기대수명 증가 속도가 빠르다. 2010년 출생한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여성과 남성이 각각 84.23세, 77.11세였다. 20년간 기대수명 증가폭은 여성이 6.59세로 조사 대상국 중 가장 컸다. 남성도 기대수명이 같은 기간 6.96세 늘어 헝가리(7.53세)에 이어 두 번째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연구를 맡은 마지드 에자티 임피리얼칼리지런던 교수는 90.82세로 나온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에 대해 “과학계는 한때 인간 평균수명이 90세를 돌파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봤지만 장벽이 깨지고 있다. 한국인의 장수 비결은 보편적 의료 보장은 물론 유년기 양질의 영양 섭취와 새로운 의학지식에 대한 관심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한국인 기대수명의 증가세에 놀라워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장수 국가인 일본을 따라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인의 기대수명 증가는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과 관련이 있다.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화대책기획단장은 “‘어차피 앞으로 오래 살 것 같으니 이왕 사는 거 건강하게 살자’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고령사회에 대비해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고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려는 사람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에선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이 더욱 두드러졌다. 하지만 여성의 기대수명이 한국 남성보다 6.75세 높은 건 과거 통상적인 연구 결과와 비슷했다. 이 단장은 “생물학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6, 7세 더 살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고 했다.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이 유일하게 90세를 넘는 원인을 뚜렷하게 말하기 힘들다는 전문가들도 있다. 정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인만 유독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장수할 수 있는 유전적 특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선진국에 비해 짧은 시간 내에 경제가 발전하고 의료환경이 빠르게 개선돼 기대수명이 늘어난 지금까지의 추세가 미래에도 반영된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일각에선 한국 여성이 오래 사는 비결에 대해 건강에 대한 관심을 꼽기도 한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 여성들이 선진국에 비해 심각한 성차별을 겪고 양성평등지수가 낮은 환경에서도 장수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건강에 많은 관심을 갖고 병이 나기 전에 꾸준히 건강을 관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조은아 achim@donga.com·김윤종 기자}
말레이시아 보건당국은 21일 김정남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증거나 독침에 찔린 상처가 없다고 밝혔다. 김정남이 “심장마비로 자연사했다”는 북한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지만 15일 부검을 시작한 지 7일째가 되도록 명확한 사인이 규명되지 않은 것이어서 김정남의 사인이 미스터리로 남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누르 히샴 압둘라 말레이시아 보건부 보건총괄국장은 이날 김정남의 시신이 안치된 쿠알라룸푸르병원에서 부검 관련 첫 기자회견을 열어 “사망자 시신에는 심장마비의 증거나 (뾰족한 것에 찔려 난) 구멍 자국이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주장한 심장마비로 인한 자연사나 국내외 언론이 보도한 독침 사용 가능성을 부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압둘라 국장은 “사망자의 신원과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지문 및 치과 샘플 등을 확보해 공인된 연구소에 보냈다. 우리는 결과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며 김정남이 어떤 독물로 살해됐는지 여전히 판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북한 측의 부검 조작론에 대응해 부검이 객관적이고 전문적으로 진행됐음을 강조했다. 압둘라 국장은 “경찰이 전 부검 과정을 지켜보는 가운데 경험 있는 법의·병리학 전문가와 법의학 방사선 전문의, 법의학 치의학자가 부검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신 컴퓨터단층촬영, 내·외부의 부검, 법의학 치과검사를 거쳤으며 모든 과정은 국제 기준에 따라 전문적으로 진행됐다”고 했다.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는 17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말레이시아가 적대 세력(한국)과 공모해 (부검에서) 뭔가를 숨기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국은 김정남의 아들 한솔이 쿠알라룸푸르병원에 왔다는 내외신 보도도 확인하지 않았다. 압둘라 국장은 “현재 사망자의 친족이라고 주장하는 이가 없다. 우리는 아직도 친족이 방문하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망자의 신원을 김정남으로 특정하지 않고 “파악 중”이라며 북한의 주장대로 여권에 적힌 이름 ‘김철’을 사용했다. 압둘라 국장은 신원을 확인해 줄 유족이 나타나지 않으면 “치아 구조와 의료 기록, 수술 흔적, 반점 등을 살펴 신원을 파악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망자 의료 기록에 대한 접근이 현재로선 불가능하다”고 말해 유족이 협조하지 않으면 사망자가 김정남임을 밝힐 수 없다는 점을 시사했다. 부검 결과는 이르면 22일 나올 것으로 현지 언론이 관측했다.조은아 achim@donga.com·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