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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건국을 준비하고 있던 이스라엘은 전쟁이 나면 고작 6일 정도 버틸 수 있는 총알 600만 개만 남아있었다. 키부츠(집단농장)에서 양떼를 기르던 20대 청년 시몬 페레스(1923∼2016)는 조국을 위해 서방으로 무기를 구하러 나선다. 당시 서방 국가들은 복잡한 중동 정세에 발을 들여놓지 않기 위해 무기 금수 조치를 취하고 있었다. 페레스는 기지를 발휘해 위조 여권을 들고 무기 밀수업자 등을 통해 체코로 건너갔다. 특정 종류의 소총이 가진 사소한 결함부터 거대한 전함이 대서양을 가로질러 무기를 운반하는 데 필요한 연료량까지 무기에 관한 모든 내용을 숙지한 그에게 체코 정부는 무기를 제공했다. 이듬해 5월 이스라엘이 건국하며 중동 국가들과 전쟁이 벌어졌다. 이스라엘은 숨겨놨던 압도적인 화력과 전술을 바탕으로 독립국가로 거듭났다. 이 책은 70여 년간 10번의 장관, 3번의 총리, 7년 동안 대통령으로 재직한 페레스 전 이스라엘 대통령의 자서전이다. 현대사의 굴곡진 역경을 거쳐 온 그의 인생과 굵직한 정치 군사 경제 분야 사건들의 숨은 이야기를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스타트업 천국이라 불리는 이스라엘의 벤처 생태계를 조성한 저자의 경험은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투자에 대한 위험은 정부가 부담하고, 보상은 철저하게 투자자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벤처캐피털 프로그램을 1990년대부터 도입했다. 벤처 창업의 물꼬를 튼 이스라엘은 2016년 미국 나스닥에 90개 스타트업이 상장됐다. 지금도 해마다 수백억 달러의 투자를 받고 있다고 한다. 끊임없는 전쟁의 위협과 천연자원 없이 인재 육성을 통한 경제 성장 등 한국과 비슷한 모습이 많은 이스라엘의 경험은 우리에게도 큰 교훈을 제공한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단원 김홍도(1745∼?)가 그린 ‘산사귀승도(山寺歸僧圖)’에 등장하는 사찰은 어디일까. 최근 이 그림 속 산사가 황해 해주시의 ‘신광사(神光寺)’라는 분석이 나왔다. 고미술품 전문 경매사인 마이아트옥션은 18일 “전문가들의 분석 결과 산사귀승도에 표현된 사찰이 신광사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그림은 가을철 깊은 산속 계곡에 있는 산사를 향해 지팡이를 짚고 걸어가는 스님을 표현했다. 겸재 정선(1676∼1759)과 달리 실경(實景)을 거의 남기지 않은 단원의 특성상 희귀한 그림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작품 상단 4행의 시문이 많이 훼손돼 그간 제작 배경과 시기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최근 남아 있는 글씨를 고문헌과 비교 분석한 작업 끝에 석주 권필(1569∼1612)이 ‘신광사’를 주제로 쓴 시 “落月疎鐘古寺樓(지는 달빛에 성근 종소리는 옛 산사에서 들리네)”와 같은 구절로 확인됐다. 산사귀승도는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덕아트갤러리전관에서 열리는 제29회 마이아트옥션에서 공개한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조부-증조부… 어느 분까지 해야 하나요 추석이 한 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긴 연휴에 설레면서도 한편으로 심란합니다. 벌초 때문입니다. 올해 초 돌아가신 아버지를 유언에 따라 선산에 모셨습니다. 지난 주 추석을 앞두고 생전 처음 벌초를 하러 갔죠. 차로 4시간을 달려 선산에 도착했는데, 풀이 어찌나 우거졌는지 산소로 올라가는 길을 못 찾겠더군요. 겨우겨우 풀숲을 헤집고 올라가서는 경악했어요. 아버지 묘는 물론이고 할아버지 할머니 증조할아버지 증조할머니, 그리고 이름 모를 조상님들 묘가 온통 잡초더미로 엉망이더라고요. 도저히 혼자 벌초할 규모가 아니었어요. 외동이라 형제도 없고 연락할 친척도 마땅치 않아 막막했습니다. 벌초 대행업체에 문의하니 우리 선산 규모면 100만 원 이상 든다더군요. 어쩔 수 없이 아버지 묘만 겨우 벌초하고 내려왔는데 기분이 영 찜찜했어요. 저는 어디까지 벌초를 해야 예를 다하는 걸까요? 내년 추석이 벌써 걱정입니다. ■ 사위는 처가 묘 벌초하면 안되나추석 때면 집집마다 벌초 고민이 적지 않죠? 민속문화 전문가이자, 유교 전문가이자, 장례 전문가이자, 벌초 전문가인 저 ‘추성묘’가 지금부터 여러분들의 고민을 시원하게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일단 벌초가 무엇인지 봅시다. 사실 벌초는 틀린 용어입니다. 성묘가 맞아요. ‘살필 성(省)’에 ‘무덤 묘(墓)’, 말 그대로 묘를 살핀다는 뜻이죠. 여름엔 풀도 많이 자라고 비도 많이 오잖아요. 추석 전에 친지들이 모여 조상의 묘에 우거진 풀을 뽑고 무너진 흙을 정비하던 풍습에서 유래했죠. 효심을 표하고 가족 간 정을 다질 수 있는 좋은 전통입니다. 문제는 저출산 핵가족으로 요즘은 어느 집이나 벌초할 자손이 적다는 점입니다. 친척들에게 연락해 함께 벌초할 가족공동체를 되살리면 좋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죠. 만약 벌초 대행업체에 맡길 수 있을 정도로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부모님뿐 아니라 자신이 추억을 가진 조부모나 증조부모 묘까지 벌초를 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렵다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조상님들도 그 마음은 이해하실 거예요. 딸만 있는 집은 걱정이 더 많죠? 얼마 전 제가 만난 주부 한정숙(가명·41) 씨는 벌초 문제로 남편과 한바탕하셨더군요. 남편에게 친정아버지 묘 벌초를 부탁했더니 남편이 “한국 문화에선 처가나 외가의 벌초는 안 하는 게 불문율”이라고 했다는군요. 자신은 매년 남편 집 제사상을 차리는데 이렇게 말하는 남편이 얄미운 것도 당연하죠. 더욱이 우리 문화에 ‘처가나 외가 벌초를 안 한다’는 룰은 전혀 없습니다. 어떤 일을 대충할 때 ‘처삼촌 묘 벌초하듯 한다’는 속담이 있죠? 마음은 없을지 몰라도 그만큼 예전엔 처삼촌 벌초를 많이 했다는 방증입니다. 유교가 들어오기 전 한국은 처가살이 문화였습니다. 심지어 조선시대 문헌에도 퇴계 이황 선생이 장인어른의 벌초를 하고 제사를 지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벌초 방식을 두고 부모와 자식 세대가 갈등을 겪기도 합니다. 얼마 전 직장인 김정현(가명·36) 씨는 벌초 때문에 어머니와 아내 사이에서 녹다운이 됐다더군요. 김 씨 어머니는 벌초 대행은 불효라며 “네가 안 하면 내가 직접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답니다. 그러면서 일방적으로 벌초 날짜를 잡아 며느리랑 손주의 대동을 명했다는 겁니다. 이에 아내는 “벌도 있고 뱀도 있는 땡볕 산에 왜 세 살짜리를 데려가야 하느냐”며 버텼대요. 이런 갈등, 요즘 흔하죠. 이건 서로 이해하는 수밖에 없어요. 이 세상 부모님들, 요즘 젊은이들이 워낙 바쁘기도 하지만 초보에게 벌초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예초기가 워낙 무겁고 위험해 하루 종일 벌초를 하고 나면 다음 날 팔이 덜덜 떨려 숟가락질도 못해요. 벌에 쏘이는 사고도 많고요. 그래서 벌초 대행이 이제는 일반화됐어요. 지난해 농협·산림조합의 대행 건수만 5만5000건에 달해요. 5년 전의 2배예요. 사설 업체도 500곳이 넘어요. 벌초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가족이나 문중 차원에서 ‘결단’을 내려야 해요. 선산 일부를 팔거나 돈을 모아 묘를 개장한 뒤 가족 납골당을 만들거나, 관리를 대신 해주는 공원묘지로 옮기는 거죠. 우리 문화에서 가장 큰 불효는 ‘묵뫼’(오랫동안 돌보지 않아 거칠게 된 묘)를 만드는 건데, 앞으로 상당수 묘가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아요. 농촌에 젊은이가 없어 벌초 대행도 오래 못 가요. 앞으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잘 의논해 공원묘지 안에 가족 단위로 조성이 가능한 선산 형태의 장지를 만들어야 해요. 그래야 국토 관리의 숙제인 ‘무덤 산’이 줄어들어요. 화장(火葬) 문화가 일반화된 만큼 자기 집 화단이나 자투리 땅 등 가까운 곳을 장지로 활용하는 것도 좋아요. 일본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어요. 어차피 죽음은 삶의 일부니까요.임우선 imsun@donga.com·유원모 기자 <도움말 주신 분들> △김미영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위원 △박복순 전 한국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 사무총장 △박종천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소 HK교수 △방동민 성균관 석전대제보존회 사무국장 △이필도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교수 △정혁인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정책기획부장 △농협중앙회 △산림조합중앙회 △벌초대행업체 H사, M사}

대한민국 국군의 뿌리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규군대인 ‘한국광복군’에 있다는 학계의 연구가 나왔다. 17일은 제78주년 한국광복군 창설 기념일이다. 한시준 단국대 사학과 교수는 최근 ‘한국근현대사연구’에 실은 ‘대한민국 국군의 뿌리, 어디서 찾아야 하나’라는 논문을 통해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한 교수는 “대한민국 건군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다름 아닌 한국광복군 출신 대원들이었다”며 “일본군 출신이 주도했다는 등의 잘못된 사실과 오해를 불식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논문에 따르면 국군의 창설은 광복 직후인 1945년 9월부터 미국 군정의 주도하에 시작됐다. 당시 ‘뱀부 계획(Bamboo Plan)’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건군 작업은 그해 11월 미 군정 법령 제28호를 통해 국방부 격인 ‘국방사령부’를 설치하고, 이듬해 1월 15일 군사조직인 ‘조선경찰예비대(남조선국방경비대)’를 만들면서 구체화됐다. 당시 건군 과정에 참여한 우리나라의 인사들은 국방사령부의 명칭을 조선시대 말 군사 조직이었던 통위영에서 따와 ‘통위부(統衛府)’로 바꿔 불렀다. 주목할 점은 건군 과정에 참여한 인물들이다. 미 군정은 통위부의 수장에 대한민국 임시정부 참모총장을 지낸 유동열(1879∼1950)을 임명했다. 당시 유동열을 추천한 인물이 일본군 출신으로 미 군정의 군사 고문으로 활동했던 이응준(1890∼1985)이란 사실이 흥미롭다. 이응준은 “어제까지도 일본군 고급 장교 신분이었던 사람이 조국이 해방되었다 해서 표면에서 날뛴다는 것은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 일”이라며 “임시정부 요인들께서 말씀하시는 법통을 우리나라 군대로 하여금 계승하는 일이 숭고한 사명이라고 생각해 달라”고 유동열을 설득했다. 국군 양성을 책임질 조선경비사관학교에도 광복군 출신이 대거 유입됐다. 사관학교 설립 초기만 하더라도 일본군과 만주군 출신이 다수를 차지하면서 광복군 대원들이 참여를 꺼렸다. 그러나 사관학교 교장으로 한국광복군 총사령부 편련처장을 지낸 송호성(1889∼1959) 등이 임명되면서 광복군 출신들이 국군 양성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군사권이 통위부에서 초대 국방부 장관이었던 이범석(1900∼1972)에게 이양됐다. 이범석은 광복군 총사령부 참모장을 지낸 인물이다. 한 교수는 “광복군에서 광복군으로 군사권을 이양한 역사적인 장면으로, 건군 과정에서 광복군의 역할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현재 10월 1일로 지정돼 있는 국군의 날을 광복군 창설일인 9월 17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1956년 대통령령 제1173호에 의해 국군의 날로 제정·공포된 10월 1일은 1950년 6·25전쟁 당시 육군 제3사단이 38선을 돌파해 북진한 것을 기념하기 위한 날짜로 알려져 있다. 한 교수는 “기념일은 정체성을 담고 있어야 하는데 10월 1일은 국군의 창설과는 연관성이 떨어진다”며 “국군의 날 변경과 관련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추석이 한 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긴 연휴에 설레면서도 한편으로 심란합니다. 벌초 때문입니다. 올해 초 돌아가신 아버지를 유언에 따라 선산에 모셨습니다. 지난 주 추석을 앞두고 생전 처음 벌초를 하러 갔죠. 차로 4시간을 달려 선산에 도착했는데, 풀이 어찌나 우거진지 산소로 올라가는 길을 못 찾겠더군요. 겨우겨우 풀숲을 헤집고 올라가서는 경악했어요. 아버지 묘는 물론이고 할아버지 할머니 증조할아버지 증조할머니, 그리고 이름 모를 조상님들 묘가 온통 잡초더미로 엉망이더라고요. 도저히 혼자 벌초할 규모가 아니었어요. 외동이라 형제도 없고 연락할 친척도 마땅치 않아 막막했습니다. 벌초 대행업체에 문의하니 우리 선산 규모면 100만 원 이상 든다더군요. 어쩔 수 없이 아버지 묘만 겨우 벌초하고 내려왔는데 기분이 영 찜찜했어요. 저는 어디까지 벌초를 해야 예를 다하는 걸까요? 내년 추석이 벌써 걱정입니다. 추석 때면 집집마다 벌초 고민이 적지 않죠? 민속문화 전문가이자, 유교 전문가이자, 장례 전문가이자, 벌초 전문가인 저 ‘추성묘’가 지금부터 여러분들의 고민을 시원하게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일단 벌초가 무엇인지 봅시다. 사실 벌초는 틀린 용어입니다. 성묘가 맞아요. ‘살필 성(省)’에 ‘무덤 묘(墓)’, 말 그대로 묘를 살핀다는 뜻이죠. 여름엔 풀도 많이 자라고 비도 많이 오잖아요. 추석 전에 친지들이 모여 조상의 묘에 우거진 풀을 뽑고 무너진 흙을 정비하던 풍습에서 유래했죠. 효심을 표하고 가족 간 정을 다질 수 있는 좋은 전통입니다. 문제는 저출산 핵가족으로 요즘은 어느 집이나 벌초할 자손이 적다는 점입니다. 친척들에게 연락해 함께 벌초할 가족공동체를 되살리면 좋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죠. 만약 벌초 대행업체에 맡길 수 있을 정도로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부모님뿐 아니라 자신이 추억을 가진 조부모나 증조부모 묘까지 벌초를 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렵다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조상님들도 그 마음은 이해하실 거예요. 딸만 있는 집은 걱정이 더 많죠? 얼마 전 제가 만난 주부 한정숙(가명·41) 씨는 벌초 때매 남편과 한바탕 하셨더군요. 남편에게 친정아버지 묘 벌초를 부탁했더니 남편이 “한국 문화에선 처가나 외가의 벌초는 안하는 게 불문율”이라고 했다는군요. 자신은 매년 남편 집 제사상을 차리는데 이렇게 말하는 남편이 얄미운 것도 당연하죠. 더욱이 우리 문화에 ‘처가나 외가 벌초를 안 한다’는 룰은 전혀 없습니다. 어떤 일을 대충할 때 ‘처삼촌 묘 벌초하듯 한다’는 속담이 있죠? 마음은 없을지 몰라도 그만큼 예전엔 처삼촌 벌초를 많이 했다는 반증입니다. 유교가 들어오기 전 한국은 처가살이 문화 였습니다. 심지어 조선시대 문헌에도 퇴계 이황 선생이 장인어른의 벌초를 하고 제사를 지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벌초 방식을 두고 부모와 자식 세대가 갈등을 겪기도 합니다. 얼마 전 직장인 김정현(가명·36) 씨는 벌초 때문에 어머니와 아내 사이에서 녹다운이 됐다더군요. 김 씨 어머니는 벌초 대행은 불효라며 “네가 안하면 내가 직접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답니다. 그러면서 일방적으로 벌초 날짜를 잡아 며느리랑 손주의 대동을 명했다는 겁니다. 이에 아내는 “벌도 있고 뱀도 있는 땡볕 산에 왜 세 살짜리를 데려가야 하느냐”며 버텼대요. 이런 갈등, 요즘 흔하죠. 이건 서로 이해하는 수밖에 없어요. 이 세상 부모님들, 요즘 젊은이들이 워낙 바쁘기도 하지만 초보에게 벌초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예초기가 워낙 무겁고 위험해 하루 종일 벌초를 하고 나면 다음날 팔이 덜덜 떨려 숟가락질도 못해요. 벌에 쏘이는 사고도 많고요. 그래서 벌초 대행이 이제는 일반화됐어요. 지난해 농협·산림조합의 대행 건수만 5만5000건에 달해요. 5년 전의 2배예요. 사설 업체도 500곳이 넘어요. 벌초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가족이나 문중 차원에서 ‘결단’을 내려야 해요. 선산 일부를 팔거나 돈을 모아 묘를 개장한 뒤 가족 납골당을 만들거나, 관리를 대신 해주는 공원묘지로 옮기는 거죠. 우리 문화에서 가장 큰 불효는 ‘묵뫼(오랫동안 돌보지 않은 묘)’를 만드는 건데, 앞으로 상당수 묘가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아요. 농촌에 젊은이가 없어 벌초 대행도 오래 못 가요. 앞으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잘 의논해 공원묘지 안에 가족단위로 조성 가능한 선산 형태의 장지를 만들어야 해요. 그래야 국토 관리의 숙제인 ‘무덤 산’이 줄어들어요. 화장(火葬) 문화가 일반화된 만큼 자기 집 화단이나 자투리 땅 등 가까운 곳을 장지로 활용하는 것도 좋아요. 일본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어요. 어차피 죽음은 삶의 일부니까요.<도움말 주신 분들>△김미영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위원 △박복순 전 한국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 사무총장 △박종천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소 HK교수 △방동민 성균관 석전대제보존회 사무국장 △이필도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교수 △정혁인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정책기획부장 △농협중앙회 △산림조합중앙회 △벌초대행업체 H사·M사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유원모 기자onemore@donga.com}

“한번만 부모라 생각하시고 마음을 열어주세요.” 지난해 서울 강서구 특수학교(서진학교) 설립 관련 주민토론회에서 장애인 자녀를 둔 학부모가 무릎을 꿇고 호소한 말이다. 최근 우여곡절 끝에 특수학교 설립에 대한 합의를 이뤄냈지만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거부감은 여전하다. 하지만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장애인은 몸이 조금 불편할 사람일 뿐 배제의 대상이 아니었다. 척추장애를 가지고도 좌·우의정을 역임한 허조(1369∼1439)나 청각장애 탓에 필담으로 대화해야 했지만 형조판서 등을 지낸 이덕수(1673∼1744)처럼 고위관료로 활약한 장애인이 적지 않았다. 이처럼 최근 역사학계에선 그동안 주목받지 못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연구가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이 책은 창립 30주년을 맞이한 한국역사연구회에서 활동하는 역사학자 63명이 쓴 70편의 글을 모았다. 신진학자부터 중진학자까지 참여한 이 책을 통해 한국 역사학계의 연구 성과와 나아갈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여타 역사책과 달리 현대사부터 시작해 근대-조선-고려-고대사로 이어지는 순서 역시 흥미롭다. 시간의 변화뿐 아니라 공간과 인간 등 새로운 역사해석의 관점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한다. 역사심리학의 관점에서 안창호와 이광수의 활동을 비교분석하고, 공문서가 아닌 한시(漢詩) 등 문학 자료를 통해 과거를 재구성하는 등 한국사의 최신 연구 현장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6·25전쟁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관저가 사적이 된다. 문화재청은 부산 서구 부민동의 ‘부산 임시수도 대통령관저’를 사적으로 지정 예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건물은 일본식과 서양식 건축양식이 섞인 2층 규모로, 1926년 경남도지사 관사로 처음 지어졌다. 1950년 8월 부산이 임시수도가 되자 이승만 대통령의 집무실 겸 관저로 사용됐고 1984년부터는 임시수도 기념관으로 활용됐다. 6·25전쟁 당시 국방·정치·외교 등의 주요 정책이 결정된 역사적 현장으로, 옛 모습이 잘 보존돼 있다. 한편 동국대 석조전(명진관)과 충남대 옛 문리과대학 건물은 각각 문화재로 등록 예고됐다. 1958년에 지은 동국대 석조전은 고딕풍으로 좌우 대칭을 강조한 평면 구성과 석재로 마감한 외관이 특징이다. 1958년 준공된 충남대 옛 문리과대학은 건물 출입구가 정면이 아닌 오른쪽 기둥 쪽에 설치돼 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의 중심 와이키키 해변에서 북서쪽으로 약 3km를 이동하면 아시아 전통 문양의 기와를 얹은 독특한 건물이 나온다. 1927년 개관한 후 90여 년간 하와이 문화예술의 허브 역할을 해 온 ‘호놀룰루 미술관’이다. 지난달 27일 찾아간 호놀룰루 미술관에는 서양과 전통 중국식 정원이 나란히 배치돼 있었다. 전시실 역시 서양미술과 하와이 전통 예술작품뿐 아니라 절반가량이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미술로 구성돼 있다. 이 미술관이 특별한 이유는 미국에서 최초로 한국미술 상설 전시실을 설치한 곳이기 때문이다. 1927년 개관과 동시에 중국·일본전시실과 한국실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약 90m² 규모에 한국 전통 도자와 불화, 가구, 직물, 조각 등 수십 점의 미술품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실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석가설법도’가 눈에 띈다. 16세기 중반(조선 전기) 불화로, 석가여래를 중심으로 좌우로 자리 잡은 보살과 10대 제자들을 표현한 그림이다. 조선 전기의 석가설법도는 불과 4점만 알려져 있어 보물급 문화재로 평가받는다. 동행한 정우택 동국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10대 제자의 형상이 뚜렷한 작품으로 16세기 중반의 대표적인 금선묘(金線描·금가루로 선을 그린 것) 불화로, 하와이에서 만날 수 있는 우리나라 전통 문화 유산의 걸작”이라고 설명했다. 이 불화는 지난해 12월 동국대 박물관 특별전에 초대되기도 했다. 수준 높은 고려청자 10여 점도 만날 수 있었다. 고려시대 깨끗한 물을 담는 물병으로 사용된 ‘청자상감 갈대문 정병(淨甁)’은 3줄기의 갈대가 섬세하게 그려져 있고, 병뚜껑 등 원형이 잘 보존돼 있다. 6폭 크기의 화조화(花鳥畵)와 조선 왕실에서 사용됐던 태(胎)항아리, 목조동자상 등 다양한 한국 전통 예술품도 함께 전시돼 있다. 하와이는 1903년 대한제국 정부의 첫 번째 공식 이민 정책이 시행된 곳으로, 사탕수수 농장에 취업하기 위해 떠난 이민자들이 고달픈 현실 속에서도 한국의 전통 문화를 간직해 온 장소다. 1927년 4월 8일 호놀룰루 미술관의 설립자 애나 라이스 쿡 여사(1854∼1934)는 개관식 축사에서 “미국인을 비롯해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 북유럽인 등 하와이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은 인류 공통의 매체인 예술을 통해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일제에 국권을 빼앗긴 일제강점기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1100여 점의 한국 미술품을 소장 중인 호놀룰루 미술관은 2001년부터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후원으로 전시실을 재단장하고, 한국미술사 전문 큐레이터를 파견받아 한국 전시를 이어오고 있다. 숀 아이크먼 호놀룰루 미술관 아시아부 수석 큐레이터는 “한국과 중국, 일본의 전통 예술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 동아시아 미술사를 객관적으로 비교 분석해 볼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놀룰루=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의 중심 와이키키 해변에서 북서쪽으로 약 3㎞를 이동하면 아시아 전통 문양의 기와를 얹은 독특한 건물이 나온다. 1927년 개관한 후 90여 년간 하와이 문화예술의 허브 역할을 해 온 ‘호놀룰루 미술관’이다. 지난달 27일 찾아간 호놀룰루 미술관에는 서양과 전통 중국식 정원이 나란히 배치돼 있었다. 전시실 역시 서양미술과 하와이 전통 예술작품 뿐 아니라 절반가량을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미술로 구성돼 있다. 이 미술관이 특별한 이유는 미국에서 최초로 한국미술 상설 전시실을 설치한 곳이기 때문이다. 1927년 개관과 동시에 중국·일본전시실과 한국실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약 90㎡ 규모에 한국 전통 도자와 불화, 가구, 직물, 조각 등 수십 여점의 미술품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실에는 가장 먼저 ‘석가설법도’가 눈에 띄었다. 16세기 중반(조선 전기) 불화로 석가여래를 중심으로 좌우로 자리 잡은 보살과 10대 제자들을 표현한 그림이다. 조선 전기의 석가설법도는 불과 4점만 알려져 있어 보물급 문화재로 평가받는다. 동행한 정우택 동국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10대 제자의 형상이 뚜렷한 작품으로 16세기 중반의 대표적인 금선묘(金線描·금가루로 선을 그린 것) 불화로, 하와이에서 만날 수 있는 우리나라 전통 문화유산의 걸작”이라고 설명했다. 이 불화는 지난해 12월 동국대 박물관 특별전에 초대되기도 했다. 수준 높은 고려청자 10여 점도 만날 수 있었다. 고려시대 깨끗한 물을 담는 물병으로 사용된 ‘청자상감 갈대문 정병(淨甁)’은 3줄기의 갈대가 섬세하게 그려져 있고, 병뚜껑 등 원형이 잘 보존돼 있다. 6폭 크기의 화조화(花鳥畵)와 조선 왕실에서 사용됐던 태(胎)항아리, 목조동자상 등 다양한 한국 전통 예술품도 함께 전시돼 있다. 하와이는 1903년 대한제국 정부의 첫 번째 공식 이민 정책이 시행된 곳으로, 사탕수수 농장에 취업하기 위해 떠난 이민자들이 고달픈 현실 속에서도 한국의 전통 문화를 간직해 온 장소다. 1927년 4월 8일 호놀룰루 미술관의 설립자 앤 라이스 쿡 여사(1854~1934)는 개관식 축사에서 “미국인을 비롯해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 북유럽인 등 하와이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인류 공통의 매체인 예술을 통해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일제에 국권을 빼앗긴 일제강점기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1100여 점의 한국 미술품을 소장 중인 호놀룰루 미술관은 2001년부터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후원으로 전시실을 재단장하고, 한국미술사 전문 큐레이터를 파견 받아 한국 전시를 이어오고 있다. 숀 아이크만 호놀룰루 미술관 아시아부 수석 큐레이터는 “한국과 중국, 일본의 전통 예술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 동아시아 미술사를 객관적으로 비교분석해 볼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놀룰루=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1896년 2월 11일 새벽. 조선의 제26대 임금 고종이 궁녀가 타는 가마에 몸을 싣고 경복궁을 빠져나왔다. 목적지는 아라사국(俄羅斯國·러시아) 공사관(서울 중구 정동 소재). 일본의 감시를 피해 러시아공사관에 도착한 고종은 이듬해 덕수궁에서 대한제국 선포를 하고, 근대화를 위한 기틀을 마련한다. 122년 전 아관파천(俄館播遷) 당시 고종의 피신로를 복원한 ‘고종의 길’이 다음 달 상시개방을 앞두고 11일 언론에 공개됐다. 서울 중구 구세군 서울제일교회 건너편부터 정동공원을 거쳐 옛 러시아 공사관(사적 제254호)까지 이어지는 120m의 길이다. 덕수궁 돌담길에서 걷기 시작해 고종의 길 서쪽 끝으로 나가면 옛 러시아공사관의 3층 전망탑이 나온다. 한편 이날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문화재 안내판을 알기 쉽게 바꾸고 발굴 현장은 가능한 범위에서 공개하겠다”며 적극적인 문화재 활용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정부가 11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판문점선언의 비준 동의안을 의결한 뒤 국회에 제출했다. 후속 정권이 들어선 뒤에도 이행되는 제도적 보장을 위해 판문점선언 채택 138일 만에 국회에 비준 동의를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국회가 비준 동의의 주요 판단 근거로 살펴봐야 할 비용 추계는 내년 한 해 치(4712억 원)만 제출해 ‘부실 자료’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이날 국회에 제출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안’과 관련 ‘비용 추계서’에 따르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내년 예산은 총 4712억 원으로, 사업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 전년 대비 2986억 원이 추가 편성됐다. 증액은 주로 남북경협 사업 확대에 집중됐다.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무상) 사업 예산이 1864억 원으로 올해(1097억 원)보다 767억 원 늘었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융자) 사업 예산이 1087억 원으로 올해(80억 원)보다 1007억 원 늘었다. 산림협력 사업이 1137억 원으로 올해(300억 원)보다 837억 원 추가됐다. 판문점선언 이행을 포함한 내년도 남북협력기금 총규모는 약 1조977억 원으로 편성됐다. 하지만 정부가 ‘1년짜리’ 예산안만 내밀며 사실상 법적 영속성을 띠게 되는 판문점선언의 비준 동의를 국회에 요청한 것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북한의 철도, 도로 등 인프라 현대화를 위해 향후 수조∼수십조 원이 투입될 것으로 대북 연구기관들은 보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관계발전법에 따라 국회는 중대한 재정적 부담과 관련된 남북 합의서에 비준 동의를 해야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내년 한 해분만 갖고 비준 동의를 판단해야 하는 곤란한 상황이다. 정부는 부대의견을 통해 “북측 지역에 대한 현지조사, 분야별 남북 간 세부합의 등을 통해 재정 지원 방안 마련 이전까지는 연도별 비용 추계가 현실적으로 곤란하다”고 했다. 청와대의 국회 방북 동행의 결례 논란에 이어 ‘부실한’ 비준 동의안까지 넘어오자 야당은 싸늘한 반응이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재정 추계에는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대(對)북한 경제 지원 예산 전체 규모가 포함되지 않았다”며 “지금껏 막연한 예산내역을 담은 남북 간 합의서가 국회 동의를 받은 적은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남북이 3년 만에 공동 발굴 재개에 합의한 개성 만월대(滿月臺) 조사가 10월 2일 착수식을 갖고 재개된다. 이번 조사에서 훼손이 심한 회경전터 북서쪽 축대 부분을 발굴할 방침이다. 만월대는 400여 년간 고려 임금이 정무를 본 궁궐로, 앞서 공동 발굴은 2007년부터 7차례에 걸쳐 진행됐다.황인찬 hic@donga.com·유원모 기자}

전시와 공연, 체험 행사를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국내 최대 무형문화재 축제가 열린다. 국립무형유산원과 한국문화재재단은 ‘2018 대한민국 무형문화재대전’을 13일부터 30일까지 전북 전주시 무형유산원에서 개최한다고 11일 밝혔다. 2016년 시작해 올해 3회를 맞는 이번 무형문화재대전의 주제는 ‘대대손손(代代孫孫)’이다. 세대 간에 전해 내려오는 소중한 무형의 가치를 이어 나간다는 뜻을 담았다. 13일 오후 3시 배우 겸 국악인 오정해의 사회로 열리는 개막식에서는 갓일, 침선, 매듭장 등 무형문화재 기능 분야와 판소리, 학춤, 설장고 등 예능 분야를 접목한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야외마당에서는 영화 ‘왕의 남자’에서 줄타기 대역을 한 국가무형문화재 제3호 남사당놀이 이수자 권인태 명인의 줄타기 공연 등이 이어진다. 농악, 처용무, 아리랑, 강강술래 등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이 어우러진 합동 공연(14일)과 긴급 보호 무형문화재인 줄타기, 발탈, 가사로 구성된 극 ‘가무별감’(14, 15일)도 열린다. 궁중음식과 한지접시를 만들어 보고, 임실필봉농악과 진주검무를 배울 수 있는 ‘무형문화재 체험관’과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앞둔 씨름 한마당도 준비돼 있다. 예능과 공연 체험 행사는 16일까지 진행된다. 국가무형문화재 99명이 만든 작품 221점을 모은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 작품관’, 섬유 분야 이수자의 솜씨를 확인할 수 있는 ‘이수자 전시관’, 장인과 디자이너가 현대적 감각을 뽐내는 ‘협업관’ 등이 30일까지 운영된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이것은 국민을 부유하게 하는 대본(大本)이니, 쉽게 알아 행할 수 있는 것만 추려서 한 권을 만들어 빨리 발간한 것이다.” 제3회 동아옥션 경매에 출품된 ‘잠상촬요(蠶桑撮要)’의 서문이다. 1884년 조선 후기 실학자 이우규(李祐珪)가 간행했다. 뽕나무에 거름 주는 법부터 뽕잎을 따서 누에 먹이는 법, 누에고치로 실을 뽑는 법까지 양잠에 관한 자세한 사항이 글과 함께 그림으로 수록돼 있다. 조선 후기 농민들의 삶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했던 지식인의 간절함이 묻어난다. 12일 오후 3시 서울 서대문구 동아옥션 갤러리에서 열리는 제3회 동아옥션에는 총 215품이 출품됐다. 동아일보가 후원하는 이 행사에는 △근현대사 자료 64품 △‘해어화(解語花)에서 시대를 읽다’는 주제로 출품된 기생 관련 예술품 18품 △한국의 인형들 34품 △근현대 미술품 35품 △고서화와 서적 27품 △서적 35품 △농업자료 특별전 2품이다. 농업자료 특별전은 조선시대 농서(農書)부터 1970년대 식량증산 포스터까지 우리나라 농업의 변천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자료들을 한데 묶었다. 조선시대∼구한말, 일제강점기∼광복 이후로 나눈 품목으로 개별 자료로 따지면 수백 점에 이른다. 눈에 띄는 출품작으로는 조선 제22대 임금인 정조가 1797년 흉년으로 기근이 발생하자 해결책을 구하고자 반포한 윤음(綸音·국왕이 신하와 백성에게 내리는 말)이 있다. 한지에 금속 활자인 정리자(整理字)로 간행한 공고문으로, 주로 관아에 배포 및 부착했던 것이다. 당대 조선 최고 실학자였던 박지원 정약용 서유구 정상기 등이 이 윤음에 응소하거나 책을 지어 바쳤다고 한다. 이 밖에 1929년 제작한 인형으로, 조선 전통복장을 입은 여인의 모습을 표현한 ‘춤추는 여인’과 독립운동가이자 아나키스트였던 박열(1902∼1974)의 친필 편지, 대한제국 시기 발행한 교과서 중에 유일하게 애국가가 수록된 음악교과서 등도 선보인다. 경매에 나온 물품들은 동아일보 충정로사옥 18층 동아옥션 갤러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경매 당일은 오후 2시까지. 한편 동아옥션 온라인 전용 경매 사이트가 개설돼 인터넷을 통해 연중 상시적으로 경매에 참여할 수도 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이것은 국민을 부유하게 하는 대본(大本)이니, 쉽게 알아 행할 수 있는 것만 추려서 한권을 만들어 빨리 발간한 것이다.” 제3회 동아옥션 경매에 출품된 ‘잠상촬요(蠶桑撮要)’의 서문이다. 1884년 조선 후기 실학자 이우규(李祐珪)가 간행했다. 뽕나무에 거름 주는 법부터 뽕잎을 따서 누에 먹이는 법, 누에고치로 실을 뽑는 법까지 양잠에 관한 자세한 사항이 글과 함께 그림으로 수록돼 있다. 조선 후기 농민들의 삶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했던 지식인의 간절함이 묻어 나온다. 12일 오후 3시 서울 서대문구 동아옥션 갤러리에서 열리는 제3회 동아옥션에는 총 215품의 물품이 출품됐다. 동아일보가 후원하는 이 행사에는 △근현대사 자료 64건 △‘해어화(解語花)에서 시대를 읽다’는 주제로 출품된 기생 관련 예술품 18건 △한국의 인형들 34건 △근현대 미술품 35건 △고서화와 서적 27건 △서적 35건 △농업자료 특별전 2건이다. 농업자료 특별전은 조선시대 농서(農書)부터 1970년대 식량증산 포스터까지 우리나라 농업 역사의 변천사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자료들을 한데 묶었다. 조선시대~구한말, 일제강점기~광복이후 시기로 나눈 품목으로 개별 자료 개수로 따지면 수백 점에 이른다. 눈에 띄는 출품작으로는 조선 제22대 임금인 정조가 1797년 흉년으로 기근이 발생하자 해결책을 구하고자 반포한 윤음(綸音·국왕이 신하와 백성에게 내리는 말)이 있다. 한지에 금속 활자인 정리자(整理字)로 간행한 공고문으로, 주로 관아에 배포 및 부착했던 것이다. 당대 조선 최고 실학자였던 박지원 정약용 서유구 정상기 등이 이 윤음에 응소하거나 책을 지어 바쳤다고 한다. 이밖에 1929년 제작한 인형으로, 조선 전통복장을 입은 여인의 모습을 표현한 ‘춤추는 여인’과 독립 운동가이자 아나키스트였던 박열(1902¤1974)의 친필 편지, 대한제국 시기 발행한 교과서 중에 유일하게 애국가가 수록된 음악교과서 등도 선보인다. 경매에 나온 물품들은 동아일보 충정로사옥 18층 동아옥션 갤러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경매 당일은 오후 2시까지. 한편 동아옥션 온라인 전용 경매 사이트 개설돼 인터넷을 통해 연중 상시적으로 경매에 참여할 수도 있다. 유원모 기자onemore@donga.com}

최근 실시한 우주선 발사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0.45kg당 무려 1100만 원에 이른다. 인류가 달에 가본 경험이 6번에 불과한 것도 이 같은 고비용 때문이다. 최근 우주 관련 연구 분야의 화두는 바로 ‘비용 절감’이다. 미국의 민간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엑스는 올해 2월 재사용 로켓을 장착한 ‘팰컨 헤비’를 성공적으로 쏘아 올렸고, 세계 각지의 연구소에서 레이저 점화와 성층권 우주선 기지 건설 등을 통해 우주여행 비용을 줄이려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10만 km 길이의 ‘우주 엘리베이터’는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탄소 원자로만 이뤄진 섬유로, 튼튼하면서도 얇은 신소재인 ‘탄소 나노튜브’가 2013년 개발되면서 우주 엘리베이터의 상용화 논의에 불을 지폈다. 우주여행은 더 이상 꿈의 영역이 아니라 현실의 문 앞에 다가와 있다. 이 책은 이처럼 우리의 삶을 놀랍게 만들어 줄 미래 과학 기술 10가지를 선별해 소개한다. 저자는 미국 최고의 웹 만화 블로그 ‘SMBC’의 운영자인 잭과 그의 부인이자 텍사스 라이스대 생명공학부 교수인 켈리가 함께 썼다. 만화가와 과학자 부부가 함께 써 진지한 정보와 재치 있는 문체가 만화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가장 큰 장점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일상 생활의 변화를 다룬다는 점이다. 집 안의 가구가 자유자재로 변신하며 위치를 찾아가는 모듈 로봇 기술과 핵융합 발전을 활용한 전자레인지로 토스트를 먹는 모습까지. 과학이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저자들은 “세계 곳곳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며 책을 쓴 이유를 밝혔다. 최신 과학의 현장을 대중적인 언어로 파악할 수 있는 훌륭한 교양서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27년간 지적장애인의 아픔을 화폭에 담아온 김근태 화백(61)이 세계인권선언 70주년을 기념해 전시회 ‘빛 속으로(Into the Light)’를 연다. 올해 4월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전시한 김 화백의 작품 78점과 오준 경희대 교수, 윤인성 김한별 임석진 작가가 출품한 17점을 함께 전시한다. 김 화백은 한쪽 귀가 들리지 않고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장애를 극복한 작가로 유명하다. 지적장애인의 내면을 빛으로 표현한 추상화 ‘너는 꽃’ ‘따스히’ ‘열정’ ‘푸른 시’ 등을 만날 수 있다. 이 작품들은 프랑스 화단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마루 ‘G&J 광주·전남 갤러리’. 12∼18일.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정수정 작가의 첫 개인전 ‘스위트 사이렌’(Sweet Siren)이 7일부터 16일까지 서울 마포구 레인보우큐브 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레인보우큐브 갤러리가 독특한 예술관과 창작품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개인전을 열지 못한 신진 예술가에게 전시 기회를 제공하는 ‘처음의 개인전’ 공모전에 정 작가가 당선되면서 이뤄졌다. 2016년 제1회 공모전 진행을 통해 이송희, 한수지 작가가 첫 개인전을 열었다. 올해 2회 공모전에서는 정 작가가 주인공이 됐다. 스위트 사이렌은 불가항력의 사건을 일으키고, 통제하려는 이들에게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를 서사적으로 풀어낸 회화 전시다. 가로세로 293x72.7㎝ 규모의 ‘보스에게 보내는 답변’ 은 보라색 피부를 한 수백 명의 등장인물들이 벌거벗은 채 뒤엉켜 있다. 인물과 풍경이 경계 없이 뒤섞여 있는 회화 속 풍경은 오묘하면서도 다층적으로 해석된다. 영국 스코틀랜드 글라스고대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정 작가는 스코틀랜드 몬트로스, 스털린 등에서 다양한 그룹 전시에 참여했다. 유원모 기자onemore@donga.com}

경북 경주시 황룡사(黃龍寺) 터에서 투조(透彫·금속판 일부를 도려내는 것) 기법으로 만든 통일신라시대의 금동 귀면(鬼面·사진)이 출토됐다. 불교문화재연구소는 올 7월 황룡사 터 시굴조사 과정에서 국내 최초로 금동 귀면을 찾아냈다고 4일 밝혔다. 이번에 발견한 금동 귀면은 15cm 높이로, 성인 손바닥만 한 크기다. 입에는 고리가 달렸고, 입체감이 돋보인다. 귀면은 사악한 무리를 경계하는 화신으로 사찰 법당 안팎에서 흔히 몸체가 없이 얼굴만 보이는 장식품이다. 불교문화재연구소는 “국내에 유사한 사례가 없어 지금은 정확한 용도를 확인할 수 없다”며 “장식품이거나 고리에 무언가를 걸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는 석불과 소조불, 용두 조각, 하대석 조각, 명문기와도 나왔다. 황룡사는 경주 도심에 있었던 구황동 황룡사(皇龍寺)와 다른 절로, 동대봉산(옛 은점산)에 있었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1년 내내 화창한 햇살과 에메랄드빛 해변을 자랑하는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지난달 27일 찾은 호놀룰루는 아름다운 날씨로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하와이의 빼어난 자연경관을 뒤로한 채 정우택 동국대 박물관장(미술사학과 교수·65)과 후쿠시마 쓰네노리 일본 하나조노대 문화유산학부 교수(56)는 서둘러 호놀룰루미술관 지하 1층으로 향했다. 양국 문화재 권위자인 이들이 향한 곳은 바로 미술관의 ‘레인 컬렉션’ 수장고다. 한국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한 이 수장고는 동아시아 고미술품이 가득한 곳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한국과 일본, 중국 등을 아우르는 각종 유물 2963점이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길 기다리고 있다. 수장고에 들어간 학자들은 각종 고서화 데이터베이스(DB)가 수록된 태블릿PC 등을 꺼낸 뒤 바로 조사를 시작했다. 2014년부터 해마다 두 차례씩 진행돼 올해로 8번째를 맞은 ‘레인 컬렉션’ 감정 현장이다. 태평양 한가운데 위치한 하와이에서 한국의 문화유산을 찾고 있는 이들의 연구를 단독으로 동행 취재했다.○ 하와이에 숨겨진 한국의 전통 회화 “일본에선 볼 수 없는 작품인데….”(후쿠시마 교수) “조선시대 전북 임실군 등지에서 유행한 낙화(烙畵) 작품이군. 화찬(畵讚)에 남원이라고 명시돼 있는 등 한국의 작품이 확실하네.”(정 교수) 두 학자는 불에 달군 인두로 표면을 지져 그림을 완성한 한 작품을 두고 열띤 감정을 펼쳤다. 이들이 보고 있던 회화는 19세기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낙화였다. 먹이를 노려보는 매를 표현한 그림으로 조선시대 전북 일대에서 유행한 독특한 전통예술이다. 정 교수는 “꼬박 100여 점의 작품을 감정한 뒤에야 겨우 1건의 한국 회화를 발견했다”며 “작품성이 뛰어나진 않지만 한국 전통의 낙화를 하와이에서 발견한 것만으로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사료가 거의 남아있지 않은 고미술인지라 한 작품마다 감정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기도 한다. 작가를 확인할 수 있는 화찬과 인장을 검증해 구체적인 작품의 창작 시기를 밝혀 내는 게 관건. 이후 작품성 및 보존 상태 등을 평가해 그림 제목을 붙이고 최종 등급을 매긴다. 하루 종일 감정해도 최대 20∼30점에 불과하다. ‘레인 컬렉션’은 리처드 레인 박사(1926∼2002)가 사후에 기증한 동아시아 고서화 수집품이다. 레인 박사는 미국 해병대 통역병 출신으로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뒤 일본 교토 등지에서 활동하며 고미술품을 모았다. 하지만 호놀룰루미술관의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지금까지 작품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레인 컬렉션이 빛을 본 것은 2014년 1월경. 문화재청이 진행한 ‘국외문화재 소장기관 활용 지원사업’에 호놀룰루미술관이 감정과 보존 작업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면서부터였다. 당시 한국 전문가로 참여한 정 교수는 예상치 못한 보물급 한국 문화유산을 발견했다. “당시 조선 초기 문관인 윤안성(1542∼1615)의 시가 적혀진 1586년 그림 ‘계회도(契會圖)를 발견했죠. 조선 초기 산수화의 전형으로 평가받을 만큼 뛰어난 작품이었습니다. 그때 결심했죠. 하와이에서 잠자고 있는 한국의 문화유산을 꼭 찾아내야겠다고 말입니다.”○ 1%의 가능성을 향한 도전 물론 레인 컬렉션의 대부분은 성격상 일본 미술품이 다수이다. 지난달 27∼30일 회화 총 130점을 감정했는데 한국 전통회화는 단 2점밖에 찾지 못했다. 지금까지 조사가 완료된 1100여 점 가운데 한국 작품은 30여 점에 그쳤다. 하지만 정 교수는 사비를 들여 조사 작업을 지금까지 이어왔다. 이 무모한 도전을 정 교수는 왜 계속하는 걸까. 그는 “1%의 가능성을 믿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호놀룰루미술관과도 끝까지 조사를 해주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사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정말 많았죠. 하지만 ‘계회도’나 17세기 작품 ‘주돈이애련도(중국 성리학자 주돈이가 연꽃을 감상하는 모습을 담은 그림)’ 등 보물급 고미술품이 이따금 나오니 실낱같은 희망을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잠자고 있던 우리 문화재를 발견한 것만으로도 이미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2963점의 모든 작품을 조사해 단 한 점이라도 한국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꼭 발견해낼 겁니다.” 호놀룰루=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1년 내내 화창한 햇살과 에메랄드 빛 해변을 자랑하는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지난달 27일 찾은 호놀룰루는 아름다운 날씨로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하와이의 빼어난 자연경관을 뒤로한 채 정우택 동국대 박물관장(미술사학과 교수·65)과 후쿠시마 츠네노리 일본 하나조노대 문화유산학부 교수(56)는 서둘러 호놀룰루미술관 지하 1층으로 향했다. 양국 문화재 권위자인 이들이 향한 곳은 바로 미술관의 ‘레인 컬렉션’ 수장고다. 한국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한 이 수장고는 대규모 동아시아 고미술품이 가득한 곳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한국과 일본, 중국 등을 아우르는 각종 유물 2963점이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길 기다리고 있다. 수장고에 들어간 학자들은 각종 고서화 데이터베이스(DB)가 수록된 테블릿PC 등을 꺼낸 뒤 바로 조사를 시작했다. 2014년부터 해마다 2차례씩 진행돼 올해로 8번째를 맞은 ‘레인 컬렉션’ 감정 현장이다. 태평양 한가운데 위치한 하와이에서 한국의 문화유산을 찾고 있는 이들의 연구를 단독으로 동행 취재했다.●하와이에 숨겨진 한국의 전통 회화 “일본에선 볼 수 없는 작품인데…”(후쿠시마 교수) “조선시대 전북 임실군 등지에서 유행한 낙화(烙畵) 작품이군. 화찬(畵讚)에 남원이라고 명시돼 있는 등 한국의 작품이 확실하네.”(정 교수) 두 학자는 불에 달군 인두로 표면을 지져 그림을 완성한 한 작품을 두고, 열띤 감정을 펼쳤다. 이들이 보고 있던 회화는 19세기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낙화였다. 먹이를 노려보는 매를 표현한 그림으로, 조선시대 전북 일대에서 유행한 독특한 전통 예술이다. 정 교수는 “꼬박 100여 점의 작품을 감정한 뒤에야 겨우 1건의 한국 회화를 발견했다”며 “작품성이 뛰어나진 않지만 한국 전통의 낙화를 하와이에서 발견한 것만으로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사료가 거의 남아있지 않은 고미술인지라, 한 작품마다 감정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기도 한다. 작가를 확인할 수 있는 화찬과 인장을 검증해 구체적인 작품의 창작 시기를 밝혀내느 게 관건. 이후 작품성 및 보존 상태 등을 평가해 그림 제목을 붙이고, 최종 등급을 매긴다. 하루 종일 감정해도 최대 20~30여 점에 불과하다. ‘레인 컬렉션’은 리처드 레인 박사(1926~2002)가 사후에 기증한 동아시아 고서화 수집품이다. 레인 박사는 미국 해병대 통역병 출신으로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뒤 일본 교토 등지에서 활동하며 고미술품을 모았다. 하지만 호놀룰루미술관의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지금까지 작품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질 않았다. 레인 컬렉션이 빛을 본 것은 2014년 1월경. 문화재청이 진행한 ‘국외문화재 소장기관 활용 지원사업’에 호놀룰루미술관이 감정과 보존 작업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면서부터였다. 당시 한국 전문가로 참여한 정 교수는 예상치 못한 보물급 한국 문화유산을 발견했다. “당시 조선 초기 문관인 윤안성(1542~1615)의 시가 적혀진 1586년 그림 ‘계회도(契會圖)를 발견했죠. 조선 초기 산수화의 전형으로 평가받을 만큼 뛰어난 작품이었습니다. 그 때 결심했죠. 하와이에서 잠자고 있는 한국의 문화유산을 꼭 찾아내야겠다고 말입니다.”●1%의 가능성을 향한 도전 물론 레인 컬렉션의 대부분은 성격상 일본 미술품이 다수이다. 지난달 27~30일 회화 총 130점을 감정했는데, 한국 전통 회화는 단 2점밖에 찾지 못했다. 지금까지 조사가 완료된 1100여 점 가운데 한국 작품은 30여 점에 그쳤다. 하지만 정 교수는 사비를 들여 조사 작업을 지금까지 이어왔다. 이 무모한 도전을 정 교수는 왜 계속 하는 걸까. 그는 “1%의 가능성을 믿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호놀룰루미술관과도 끝까지 조사를 해주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사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정말 많았죠. 하지만 ’계회도‘나 17세기 작품 ’주돈이애련도(중국 성리학자 주돈이가 연꽃을 감상하는 모습을 담은 그림)‘ 등 보물급 고미술품이 이따금 나오니 실낱같은 희망을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잠자고 있던 우리 문화재를 발견한 것만으로도 이미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1927년부터 한국미술 상설전시실을 운영할 만큼 우리나라와 인연이 깊은 호놀룰루미술관은 정 교수의 활동을 계기로 한국과 전시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동국대 박물관에서 열린 ’나한-깨달음에 이른 수행자‘ 특별전에 호놀룰루 미술관에서 소장한 조선 전기의 ’석가설법도‘를 대여해주기도 했다. 숀 아이크만 아시아부 큐레이터는 “우리 미술관의 대표적 유물이지만 레인 컬렉션 조사 활동에서 보여준 정 교수팀의 열정을 믿고 아무 조건 없이 대여해줬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이 같은 활동이 개인 차원에서 머물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세계 곳곳에 숨겨진 한국의 문화유산을 찾기 위해 해외 현지에 더 많은 한국학 전문가들을 육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미 알려져 있는 문화재들은 사실상 환수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지금도 우리나라의 각종 국보 보물급 문화유산이 세계 어디에서 잠자고 있는지 알 수 없어요. 이들을 밝혀내기 위해선 해외에 상주하면서 한국 문화재를 알아볼 수 있는 전문가들이 필요합니다. 레인 컬렉션 조사와 같은 도전이 계속해서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호놀룰루=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