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모

유원모 기자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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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법조팀 유원모 기자입니다. 잘 듣고 잘 쓰겠습니다.

onemore@donga.com

취재분야

2026-01-09~2026-02-08
검찰-법원판결60%
사회일반17%
사법10%
정치일반7%
사건·범죄6%
  • 국권 빼앗긴 시대, 한국미술 상설 전시하며 각별히 배려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의 중심 와이키키 해변에서 북서쪽으로 약 3km를 이동하면 아시아 전통 문양의 기와를 얹은 독특한 건물이 나온다. 1927년 개관한 후 90여 년간 하와이 문화예술의 허브 역할을 해 온 ‘호놀룰루 미술관’이다. 지난달 27일 찾아간 호놀룰루 미술관에는 서양과 전통 중국식 정원이 나란히 배치돼 있었다. 전시실 역시 서양미술과 하와이 전통 예술작품뿐 아니라 절반가량이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미술로 구성돼 있다. 이 미술관이 특별한 이유는 미국에서 최초로 한국미술 상설 전시실을 설치한 곳이기 때문이다. 1927년 개관과 동시에 중국·일본전시실과 한국실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약 90m² 규모에 한국 전통 도자와 불화, 가구, 직물, 조각 등 수십 점의 미술품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실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석가설법도’가 눈에 띈다. 16세기 중반(조선 전기) 불화로, 석가여래를 중심으로 좌우로 자리 잡은 보살과 10대 제자들을 표현한 그림이다. 조선 전기의 석가설법도는 불과 4점만 알려져 있어 보물급 문화재로 평가받는다. 동행한 정우택 동국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10대 제자의 형상이 뚜렷한 작품으로 16세기 중반의 대표적인 금선묘(金線描·금가루로 선을 그린 것) 불화로, 하와이에서 만날 수 있는 우리나라 전통 문화 유산의 걸작”이라고 설명했다. 이 불화는 지난해 12월 동국대 박물관 특별전에 초대되기도 했다. 수준 높은 고려청자 10여 점도 만날 수 있었다. 고려시대 깨끗한 물을 담는 물병으로 사용된 ‘청자상감 갈대문 정병(淨甁)’은 3줄기의 갈대가 섬세하게 그려져 있고, 병뚜껑 등 원형이 잘 보존돼 있다. 6폭 크기의 화조화(花鳥畵)와 조선 왕실에서 사용됐던 태(胎)항아리, 목조동자상 등 다양한 한국 전통 예술품도 함께 전시돼 있다. 하와이는 1903년 대한제국 정부의 첫 번째 공식 이민 정책이 시행된 곳으로, 사탕수수 농장에 취업하기 위해 떠난 이민자들이 고달픈 현실 속에서도 한국의 전통 문화를 간직해 온 장소다. 1927년 4월 8일 호놀룰루 미술관의 설립자 애나 라이스 쿡 여사(1854∼1934)는 개관식 축사에서 “미국인을 비롯해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 북유럽인 등 하와이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은 인류 공통의 매체인 예술을 통해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일제에 국권을 빼앗긴 일제강점기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1100여 점의 한국 미술품을 소장 중인 호놀룰루 미술관은 2001년부터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후원으로 전시실을 재단장하고, 한국미술사 전문 큐레이터를 파견받아 한국 전시를 이어오고 있다. 숀 아이크먼 호놀룰루 미술관 아시아부 수석 큐레이터는 “한국과 중국, 일본의 전통 예술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 동아시아 미술사를 객관적으로 비교 분석해 볼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놀룰루=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8-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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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와이 ‘호놀룰루 미술관’의 각별한 한국 사랑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의 중심 와이키키 해변에서 북서쪽으로 약 3㎞를 이동하면 아시아 전통 문양의 기와를 얹은 독특한 건물이 나온다. 1927년 개관한 후 90여 년간 하와이 문화예술의 허브 역할을 해 온 ‘호놀룰루 미술관’이다. 지난달 27일 찾아간 호놀룰루 미술관에는 서양과 전통 중국식 정원이 나란히 배치돼 있었다. 전시실 역시 서양미술과 하와이 전통 예술작품 뿐 아니라 절반가량을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미술로 구성돼 있다. 이 미술관이 특별한 이유는 미국에서 최초로 한국미술 상설 전시실을 설치한 곳이기 때문이다. 1927년 개관과 동시에 중국·일본전시실과 한국실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약 90㎡ 규모에 한국 전통 도자와 불화, 가구, 직물, 조각 등 수십 여점의 미술품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실에는 가장 먼저 ‘석가설법도’가 눈에 띄었다. 16세기 중반(조선 전기) 불화로 석가여래를 중심으로 좌우로 자리 잡은 보살과 10대 제자들을 표현한 그림이다. 조선 전기의 석가설법도는 불과 4점만 알려져 있어 보물급 문화재로 평가받는다. 동행한 정우택 동국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10대 제자의 형상이 뚜렷한 작품으로 16세기 중반의 대표적인 금선묘(金線描·금가루로 선을 그린 것) 불화로, 하와이에서 만날 수 있는 우리나라 전통 문화유산의 걸작”이라고 설명했다. 이 불화는 지난해 12월 동국대 박물관 특별전에 초대되기도 했다. 수준 높은 고려청자 10여 점도 만날 수 있었다. 고려시대 깨끗한 물을 담는 물병으로 사용된 ‘청자상감 갈대문 정병(淨甁)’은 3줄기의 갈대가 섬세하게 그려져 있고, 병뚜껑 등 원형이 잘 보존돼 있다. 6폭 크기의 화조화(花鳥畵)와 조선 왕실에서 사용됐던 태(胎)항아리, 목조동자상 등 다양한 한국 전통 예술품도 함께 전시돼 있다. 하와이는 1903년 대한제국 정부의 첫 번째 공식 이민 정책이 시행된 곳으로, 사탕수수 농장에 취업하기 위해 떠난 이민자들이 고달픈 현실 속에서도 한국의 전통 문화를 간직해 온 장소다. 1927년 4월 8일 호놀룰루 미술관의 설립자 앤 라이스 쿡 여사(1854~1934)는 개관식 축사에서 “미국인을 비롯해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 북유럽인 등 하와이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인류 공통의 매체인 예술을 통해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일제에 국권을 빼앗긴 일제강점기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1100여 점의 한국 미술품을 소장 중인 호놀룰루 미술관은 2001년부터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후원으로 전시실을 재단장하고, 한국미술사 전문 큐레이터를 파견 받아 한국 전시를 이어오고 있다. 숀 아이크만 호놀룰루 미술관 아시아부 수석 큐레이터는 “한국과 중국, 일본의 전통 예술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 동아시아 미술사를 객관적으로 비교분석해 볼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놀룰루=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8-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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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관파천 당시 고종 피신로 ‘고종의 길’ 120m 언론 공개

    1896년 2월 11일 새벽. 조선의 제26대 임금 고종이 궁녀가 타는 가마에 몸을 싣고 경복궁을 빠져나왔다. 목적지는 아라사국(俄羅斯國·러시아) 공사관(서울 중구 정동 소재). 일본의 감시를 피해 러시아공사관에 도착한 고종은 이듬해 덕수궁에서 대한제국 선포를 하고, 근대화를 위한 기틀을 마련한다. 122년 전 아관파천(俄館播遷) 당시 고종의 피신로를 복원한 ‘고종의 길’이 다음 달 상시개방을 앞두고 11일 언론에 공개됐다. 서울 중구 구세군 서울제일교회 건너편부터 정동공원을 거쳐 옛 러시아 공사관(사적 제254호)까지 이어지는 120m의 길이다. 덕수궁 돌담길에서 걷기 시작해 고종의 길 서쪽 끝으로 나가면 옛 러시아공사관의 3층 전망탑이 나온다. 한편 이날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문화재 안내판을 알기 쉽게 바꾸고 발굴 현장은 가능한 범위에서 공개하겠다”며 적극적인 문화재 활용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8-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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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도-도로 사업만 수조 넘게 드는데 정부, 4712억 1년짜리 예산안만 제출

    정부가 11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판문점선언의 비준 동의안을 의결한 뒤 국회에 제출했다. 후속 정권이 들어선 뒤에도 이행되는 제도적 보장을 위해 판문점선언 채택 138일 만에 국회에 비준 동의를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국회가 비준 동의의 주요 판단 근거로 살펴봐야 할 비용 추계는 내년 한 해 치(4712억 원)만 제출해 ‘부실 자료’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이날 국회에 제출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안’과 관련 ‘비용 추계서’에 따르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내년 예산은 총 4712억 원으로, 사업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 전년 대비 2986억 원이 추가 편성됐다. 증액은 주로 남북경협 사업 확대에 집중됐다.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무상) 사업 예산이 1864억 원으로 올해(1097억 원)보다 767억 원 늘었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융자) 사업 예산이 1087억 원으로 올해(80억 원)보다 1007억 원 늘었다. 산림협력 사업이 1137억 원으로 올해(300억 원)보다 837억 원 추가됐다. 판문점선언 이행을 포함한 내년도 남북협력기금 총규모는 약 1조977억 원으로 편성됐다. 하지만 정부가 ‘1년짜리’ 예산안만 내밀며 사실상 법적 영속성을 띠게 되는 판문점선언의 비준 동의를 국회에 요청한 것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북한의 철도, 도로 등 인프라 현대화를 위해 향후 수조∼수십조 원이 투입될 것으로 대북 연구기관들은 보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관계발전법에 따라 국회는 중대한 재정적 부담과 관련된 남북 합의서에 비준 동의를 해야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내년 한 해분만 갖고 비준 동의를 판단해야 하는 곤란한 상황이다. 정부는 부대의견을 통해 “북측 지역에 대한 현지조사, 분야별 남북 간 세부합의 등을 통해 재정 지원 방안 마련 이전까지는 연도별 비용 추계가 현실적으로 곤란하다”고 했다. 청와대의 국회 방북 동행의 결례 논란에 이어 ‘부실한’ 비준 동의안까지 넘어오자 야당은 싸늘한 반응이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재정 추계에는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대(對)북한 경제 지원 예산 전체 규모가 포함되지 않았다”며 “지금껏 막연한 예산내역을 담은 남북 간 합의서가 국회 동의를 받은 적은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남북이 3년 만에 공동 발굴 재개에 합의한 개성 만월대(滿月臺) 조사가 10월 2일 착수식을 갖고 재개된다. 이번 조사에서 훼손이 심한 회경전터 북서쪽 축대 부분을 발굴할 방침이다. 만월대는 400여 년간 고려 임금이 정무를 본 궁궐로, 앞서 공동 발굴은 2007년부터 7차례에 걸쳐 진행됐다.황인찬 hic@donga.com·유원모 기자}

    • 2018-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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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소리-강강술래-씨름… “얼쑤∼ 우리 무형문화재 보고 듣고 즐기자”

    전시와 공연, 체험 행사를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국내 최대 무형문화재 축제가 열린다. 국립무형유산원과 한국문화재재단은 ‘2018 대한민국 무형문화재대전’을 13일부터 30일까지 전북 전주시 무형유산원에서 개최한다고 11일 밝혔다. 2016년 시작해 올해 3회를 맞는 이번 무형문화재대전의 주제는 ‘대대손손(代代孫孫)’이다. 세대 간에 전해 내려오는 소중한 무형의 가치를 이어 나간다는 뜻을 담았다. 13일 오후 3시 배우 겸 국악인 오정해의 사회로 열리는 개막식에서는 갓일, 침선, 매듭장 등 무형문화재 기능 분야와 판소리, 학춤, 설장고 등 예능 분야를 접목한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야외마당에서는 영화 ‘왕의 남자’에서 줄타기 대역을 한 국가무형문화재 제3호 남사당놀이 이수자 권인태 명인의 줄타기 공연 등이 이어진다. 농악, 처용무, 아리랑, 강강술래 등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이 어우러진 합동 공연(14일)과 긴급 보호 무형문화재인 줄타기, 발탈, 가사로 구성된 극 ‘가무별감’(14, 15일)도 열린다. 궁중음식과 한지접시를 만들어 보고, 임실필봉농악과 진주검무를 배울 수 있는 ‘무형문화재 체험관’과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앞둔 씨름 한마당도 준비돼 있다. 예능과 공연 체험 행사는 16일까지 진행된다. 국가무형문화재 99명이 만든 작품 221점을 모은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 작품관’, 섬유 분야 이수자의 솜씨를 확인할 수 있는 ‘이수자 전시관’, 장인과 디자이너가 현대적 감각을 뽐내는 ‘협업관’ 등이 30일까지 운영된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8-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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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시대 농업자료-고서화 등 215품 출품

    “이것은 국민을 부유하게 하는 대본(大本)이니, 쉽게 알아 행할 수 있는 것만 추려서 한 권을 만들어 빨리 발간한 것이다.” 제3회 동아옥션 경매에 출품된 ‘잠상촬요(蠶桑撮要)’의 서문이다. 1884년 조선 후기 실학자 이우규(李祐珪)가 간행했다. 뽕나무에 거름 주는 법부터 뽕잎을 따서 누에 먹이는 법, 누에고치로 실을 뽑는 법까지 양잠에 관한 자세한 사항이 글과 함께 그림으로 수록돼 있다. 조선 후기 농민들의 삶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했던 지식인의 간절함이 묻어난다. 12일 오후 3시 서울 서대문구 동아옥션 갤러리에서 열리는 제3회 동아옥션에는 총 215품이 출품됐다. 동아일보가 후원하는 이 행사에는 △근현대사 자료 64품 △‘해어화(解語花)에서 시대를 읽다’는 주제로 출품된 기생 관련 예술품 18품 △한국의 인형들 34품 △근현대 미술품 35품 △고서화와 서적 27품 △서적 35품 △농업자료 특별전 2품이다. 농업자료 특별전은 조선시대 농서(農書)부터 1970년대 식량증산 포스터까지 우리나라 농업의 변천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자료들을 한데 묶었다. 조선시대∼구한말, 일제강점기∼광복 이후로 나눈 품목으로 개별 자료로 따지면 수백 점에 이른다. 눈에 띄는 출품작으로는 조선 제22대 임금인 정조가 1797년 흉년으로 기근이 발생하자 해결책을 구하고자 반포한 윤음(綸音·국왕이 신하와 백성에게 내리는 말)이 있다. 한지에 금속 활자인 정리자(整理字)로 간행한 공고문으로, 주로 관아에 배포 및 부착했던 것이다. 당대 조선 최고 실학자였던 박지원 정약용 서유구 정상기 등이 이 윤음에 응소하거나 책을 지어 바쳤다고 한다. 이 밖에 1929년 제작한 인형으로, 조선 전통복장을 입은 여인의 모습을 표현한 ‘춤추는 여인’과 독립운동가이자 아나키스트였던 박열(1902∼1974)의 친필 편지, 대한제국 시기 발행한 교과서 중에 유일하게 애국가가 수록된 음악교과서 등도 선보인다. 경매에 나온 물품들은 동아일보 충정로사옥 18층 동아옥션 갤러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경매 당일은 오후 2시까지. 한편 동아옥션 온라인 전용 경매 사이트가 개설돼 인터넷을 통해 연중 상시적으로 경매에 참여할 수도 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8-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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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을 부유하게 하는 대본”…농업역사의 변천사 한눈에

    “이것은 국민을 부유하게 하는 대본(大本)이니, 쉽게 알아 행할 수 있는 것만 추려서 한권을 만들어 빨리 발간한 것이다.” 제3회 동아옥션 경매에 출품된 ‘잠상촬요(蠶桑撮要)’의 서문이다. 1884년 조선 후기 실학자 이우규(李祐珪)가 간행했다. 뽕나무에 거름 주는 법부터 뽕잎을 따서 누에 먹이는 법, 누에고치로 실을 뽑는 법까지 양잠에 관한 자세한 사항이 글과 함께 그림으로 수록돼 있다. 조선 후기 농민들의 삶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했던 지식인의 간절함이 묻어 나온다. 12일 오후 3시 서울 서대문구 동아옥션 갤러리에서 열리는 제3회 동아옥션에는 총 215품의 물품이 출품됐다. 동아일보가 후원하는 이 행사에는 △근현대사 자료 64건 △‘해어화(解語花)에서 시대를 읽다’는 주제로 출품된 기생 관련 예술품 18건 △한국의 인형들 34건 △근현대 미술품 35건 △고서화와 서적 27건 △서적 35건 △농업자료 특별전 2건이다. 농업자료 특별전은 조선시대 농서(農書)부터 1970년대 식량증산 포스터까지 우리나라 농업 역사의 변천사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자료들을 한데 묶었다. 조선시대~구한말, 일제강점기~광복이후 시기로 나눈 품목으로 개별 자료 개수로 따지면 수백 점에 이른다. 눈에 띄는 출품작으로는 조선 제22대 임금인 정조가 1797년 흉년으로 기근이 발생하자 해결책을 구하고자 반포한 윤음(綸音·국왕이 신하와 백성에게 내리는 말)이 있다. 한지에 금속 활자인 정리자(整理字)로 간행한 공고문으로, 주로 관아에 배포 및 부착했던 것이다. 당대 조선 최고 실학자였던 박지원 정약용 서유구 정상기 등이 이 윤음에 응소하거나 책을 지어 바쳤다고 한다. 이밖에 1929년 제작한 인형으로, 조선 전통복장을 입은 여인의 모습을 표현한 ‘춤추는 여인’과 독립 운동가이자 아나키스트였던 박열(1902¤1974)의 친필 편지, 대한제국 시기 발행한 교과서 중에 유일하게 애국가가 수록된 음악교과서 등도 선보인다. 경매에 나온 물품들은 동아일보 충정로사옥 18층 동아옥션 갤러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경매 당일은 오후 2시까지. 한편 동아옥션 온라인 전용 경매 사이트 개설돼 인터넷을 통해 연중 상시적으로 경매에 참여할 수도 있다. 유원모 기자onemore@donga.com}

    • 2018-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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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우주 엘리베이터·로봇 가구… 일상을 바꿀 과학

    최근 실시한 우주선 발사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0.45kg당 무려 1100만 원에 이른다. 인류가 달에 가본 경험이 6번에 불과한 것도 이 같은 고비용 때문이다. 최근 우주 관련 연구 분야의 화두는 바로 ‘비용 절감’이다. 미국의 민간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엑스는 올해 2월 재사용 로켓을 장착한 ‘팰컨 헤비’를 성공적으로 쏘아 올렸고, 세계 각지의 연구소에서 레이저 점화와 성층권 우주선 기지 건설 등을 통해 우주여행 비용을 줄이려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10만 km 길이의 ‘우주 엘리베이터’는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탄소 원자로만 이뤄진 섬유로, 튼튼하면서도 얇은 신소재인 ‘탄소 나노튜브’가 2013년 개발되면서 우주 엘리베이터의 상용화 논의에 불을 지폈다. 우주여행은 더 이상 꿈의 영역이 아니라 현실의 문 앞에 다가와 있다. 이 책은 이처럼 우리의 삶을 놀랍게 만들어 줄 미래 과학 기술 10가지를 선별해 소개한다. 저자는 미국 최고의 웹 만화 블로그 ‘SMBC’의 운영자인 잭과 그의 부인이자 텍사스 라이스대 생명공학부 교수인 켈리가 함께 썼다. 만화가와 과학자 부부가 함께 써 진지한 정보와 재치 있는 문체가 만화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가장 큰 장점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일상 생활의 변화를 다룬다는 점이다. 집 안의 가구가 자유자재로 변신하며 위치를 찾아가는 모듈 로봇 기술과 핵융합 발전을 활용한 전자레인지로 토스트를 먹는 모습까지. 과학이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저자들은 “세계 곳곳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며 책을 쓴 이유를 밝혔다. 최신 과학의 현장을 대중적인 언어로 파악할 수 있는 훌륭한 교양서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8-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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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적장애인 내면의 아픔, 빛으로 표현

    27년간 지적장애인의 아픔을 화폭에 담아온 김근태 화백(61)이 세계인권선언 70주년을 기념해 전시회 ‘빛 속으로(Into the Light)’를 연다. 올해 4월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전시한 김 화백의 작품 78점과 오준 경희대 교수, 윤인성 김한별 임석진 작가가 출품한 17점을 함께 전시한다. 김 화백은 한쪽 귀가 들리지 않고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장애를 극복한 작가로 유명하다. 지적장애인의 내면을 빛으로 표현한 추상화 ‘너는 꽃’ ‘따스히’ ‘열정’ ‘푸른 시’ 등을 만날 수 있다. 이 작품들은 프랑스 화단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마루 ‘G&J 광주·전남 갤러리’. 12∼18일.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8-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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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수정 작가, 첫 개인전 ‘스위트 사이렌’ 개최

    정수정 작가의 첫 개인전 ‘스위트 사이렌’(Sweet Siren)이 7일부터 16일까지 서울 마포구 레인보우큐브 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레인보우큐브 갤러리가 독특한 예술관과 창작품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개인전을 열지 못한 신진 예술가에게 전시 기회를 제공하는 ‘처음의 개인전’ 공모전에 정 작가가 당선되면서 이뤄졌다. 2016년 제1회 공모전 진행을 통해 이송희, 한수지 작가가 첫 개인전을 열었다. 올해 2회 공모전에서는 정 작가가 주인공이 됐다. 스위트 사이렌은 불가항력의 사건을 일으키고, 통제하려는 이들에게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를 서사적으로 풀어낸 회화 전시다. 가로세로 293x72.7㎝ 규모의 ‘보스에게 보내는 답변’ 은 보라색 피부를 한 수백 명의 등장인물들이 벌거벗은 채 뒤엉켜 있다. 인물과 풍경이 경계 없이 뒤섞여 있는 회화 속 풍경은 오묘하면서도 다층적으로 해석된다. 영국 스코틀랜드 글라스고대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정 작가는 스코틀랜드 몬트로스, 스털린 등에서 다양한 그룹 전시에 참여했다. 유원모 기자onemore@donga.com}

    • 2018-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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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주 황룡사 터서 국내 최초 금동귀면 출토

    경북 경주시 황룡사(黃龍寺) 터에서 투조(透彫·금속판 일부를 도려내는 것) 기법으로 만든 통일신라시대의 금동 귀면(鬼面·사진)이 출토됐다. 불교문화재연구소는 올 7월 황룡사 터 시굴조사 과정에서 국내 최초로 금동 귀면을 찾아냈다고 4일 밝혔다. 이번에 발견한 금동 귀면은 15cm 높이로, 성인 손바닥만 한 크기다. 입에는 고리가 달렸고, 입체감이 돋보인다. 귀면은 사악한 무리를 경계하는 화신으로 사찰 법당 안팎에서 흔히 몸체가 없이 얼굴만 보이는 장식품이다. 불교문화재연구소는 “국내에 유사한 사례가 없어 지금은 정확한 용도를 확인할 수 없다”며 “장식품이거나 고리에 무언가를 걸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는 석불과 소조불, 용두 조각, 하대석 조각, 명문기와도 나왔다. 황룡사는 경주 도심에 있었던 구황동 황룡사(皇龍寺)와 다른 절로, 동대봉산(옛 은점산)에 있었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8-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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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와이에 잠자는 한국 문화유산 찾아라”

    1년 내내 화창한 햇살과 에메랄드빛 해변을 자랑하는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지난달 27일 찾은 호놀룰루는 아름다운 날씨로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하와이의 빼어난 자연경관을 뒤로한 채 정우택 동국대 박물관장(미술사학과 교수·65)과 후쿠시마 쓰네노리 일본 하나조노대 문화유산학부 교수(56)는 서둘러 호놀룰루미술관 지하 1층으로 향했다. 양국 문화재 권위자인 이들이 향한 곳은 바로 미술관의 ‘레인 컬렉션’ 수장고다. 한국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한 이 수장고는 동아시아 고미술품이 가득한 곳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한국과 일본, 중국 등을 아우르는 각종 유물 2963점이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길 기다리고 있다. 수장고에 들어간 학자들은 각종 고서화 데이터베이스(DB)가 수록된 태블릿PC 등을 꺼낸 뒤 바로 조사를 시작했다. 2014년부터 해마다 두 차례씩 진행돼 올해로 8번째를 맞은 ‘레인 컬렉션’ 감정 현장이다. 태평양 한가운데 위치한 하와이에서 한국의 문화유산을 찾고 있는 이들의 연구를 단독으로 동행 취재했다.○ 하와이에 숨겨진 한국의 전통 회화 “일본에선 볼 수 없는 작품인데….”(후쿠시마 교수) “조선시대 전북 임실군 등지에서 유행한 낙화(烙畵) 작품이군. 화찬(畵讚)에 남원이라고 명시돼 있는 등 한국의 작품이 확실하네.”(정 교수) 두 학자는 불에 달군 인두로 표면을 지져 그림을 완성한 한 작품을 두고 열띤 감정을 펼쳤다. 이들이 보고 있던 회화는 19세기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낙화였다. 먹이를 노려보는 매를 표현한 그림으로 조선시대 전북 일대에서 유행한 독특한 전통예술이다. 정 교수는 “꼬박 100여 점의 작품을 감정한 뒤에야 겨우 1건의 한국 회화를 발견했다”며 “작품성이 뛰어나진 않지만 한국 전통의 낙화를 하와이에서 발견한 것만으로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사료가 거의 남아있지 않은 고미술인지라 한 작품마다 감정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기도 한다. 작가를 확인할 수 있는 화찬과 인장을 검증해 구체적인 작품의 창작 시기를 밝혀 내는 게 관건. 이후 작품성 및 보존 상태 등을 평가해 그림 제목을 붙이고 최종 등급을 매긴다. 하루 종일 감정해도 최대 20∼30점에 불과하다. ‘레인 컬렉션’은 리처드 레인 박사(1926∼2002)가 사후에 기증한 동아시아 고서화 수집품이다. 레인 박사는 미국 해병대 통역병 출신으로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뒤 일본 교토 등지에서 활동하며 고미술품을 모았다. 하지만 호놀룰루미술관의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지금까지 작품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레인 컬렉션이 빛을 본 것은 2014년 1월경. 문화재청이 진행한 ‘국외문화재 소장기관 활용 지원사업’에 호놀룰루미술관이 감정과 보존 작업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면서부터였다. 당시 한국 전문가로 참여한 정 교수는 예상치 못한 보물급 한국 문화유산을 발견했다. “당시 조선 초기 문관인 윤안성(1542∼1615)의 시가 적혀진 1586년 그림 ‘계회도(契會圖)를 발견했죠. 조선 초기 산수화의 전형으로 평가받을 만큼 뛰어난 작품이었습니다. 그때 결심했죠. 하와이에서 잠자고 있는 한국의 문화유산을 꼭 찾아내야겠다고 말입니다.”○ 1%의 가능성을 향한 도전 물론 레인 컬렉션의 대부분은 성격상 일본 미술품이 다수이다. 지난달 27∼30일 회화 총 130점을 감정했는데 한국 전통회화는 단 2점밖에 찾지 못했다. 지금까지 조사가 완료된 1100여 점 가운데 한국 작품은 30여 점에 그쳤다. 하지만 정 교수는 사비를 들여 조사 작업을 지금까지 이어왔다. 이 무모한 도전을 정 교수는 왜 계속하는 걸까. 그는 “1%의 가능성을 믿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호놀룰루미술관과도 끝까지 조사를 해주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사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정말 많았죠. 하지만 ‘계회도’나 17세기 작품 ‘주돈이애련도(중국 성리학자 주돈이가 연꽃을 감상하는 모습을 담은 그림)’ 등 보물급 고미술품이 이따금 나오니 실낱같은 희망을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잠자고 있던 우리 문화재를 발견한 것만으로도 이미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2963점의 모든 작품을 조사해 단 한 점이라도 한국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꼭 발견해낼 겁니다.” 호놀룰루=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8-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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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의 가능성” 하와이서 잠자고 있는 한국의 문화유산을 찾아서…

    1년 내내 화창한 햇살과 에메랄드 빛 해변을 자랑하는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지난달 27일 찾은 호놀룰루는 아름다운 날씨로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하와이의 빼어난 자연경관을 뒤로한 채 정우택 동국대 박물관장(미술사학과 교수·65)과 후쿠시마 츠네노리 일본 하나조노대 문화유산학부 교수(56)는 서둘러 호놀룰루미술관 지하 1층으로 향했다. 양국 문화재 권위자인 이들이 향한 곳은 바로 미술관의 ‘레인 컬렉션’ 수장고다. 한국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한 이 수장고는 대규모 동아시아 고미술품이 가득한 곳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한국과 일본, 중국 등을 아우르는 각종 유물 2963점이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길 기다리고 있다. 수장고에 들어간 학자들은 각종 고서화 데이터베이스(DB)가 수록된 테블릿PC 등을 꺼낸 뒤 바로 조사를 시작했다. 2014년부터 해마다 2차례씩 진행돼 올해로 8번째를 맞은 ‘레인 컬렉션’ 감정 현장이다. 태평양 한가운데 위치한 하와이에서 한국의 문화유산을 찾고 있는 이들의 연구를 단독으로 동행 취재했다.●하와이에 숨겨진 한국의 전통 회화 “일본에선 볼 수 없는 작품인데…”(후쿠시마 교수) “조선시대 전북 임실군 등지에서 유행한 낙화(烙畵) 작품이군. 화찬(畵讚)에 남원이라고 명시돼 있는 등 한국의 작품이 확실하네.”(정 교수) 두 학자는 불에 달군 인두로 표면을 지져 그림을 완성한 한 작품을 두고, 열띤 감정을 펼쳤다. 이들이 보고 있던 회화는 19세기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낙화였다. 먹이를 노려보는 매를 표현한 그림으로, 조선시대 전북 일대에서 유행한 독특한 전통 예술이다. 정 교수는 “꼬박 100여 점의 작품을 감정한 뒤에야 겨우 1건의 한국 회화를 발견했다”며 “작품성이 뛰어나진 않지만 한국 전통의 낙화를 하와이에서 발견한 것만으로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사료가 거의 남아있지 않은 고미술인지라, 한 작품마다 감정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기도 한다. 작가를 확인할 수 있는 화찬과 인장을 검증해 구체적인 작품의 창작 시기를 밝혀내느 게 관건. 이후 작품성 및 보존 상태 등을 평가해 그림 제목을 붙이고, 최종 등급을 매긴다. 하루 종일 감정해도 최대 20~30여 점에 불과하다. ‘레인 컬렉션’은 리처드 레인 박사(1926~2002)가 사후에 기증한 동아시아 고서화 수집품이다. 레인 박사는 미국 해병대 통역병 출신으로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뒤 일본 교토 등지에서 활동하며 고미술품을 모았다. 하지만 호놀룰루미술관의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지금까지 작품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질 않았다. 레인 컬렉션이 빛을 본 것은 2014년 1월경. 문화재청이 진행한 ‘국외문화재 소장기관 활용 지원사업’에 호놀룰루미술관이 감정과 보존 작업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면서부터였다. 당시 한국 전문가로 참여한 정 교수는 예상치 못한 보물급 한국 문화유산을 발견했다. “당시 조선 초기 문관인 윤안성(1542~1615)의 시가 적혀진 1586년 그림 ‘계회도(契會圖)를 발견했죠. 조선 초기 산수화의 전형으로 평가받을 만큼 뛰어난 작품이었습니다. 그 때 결심했죠. 하와이에서 잠자고 있는 한국의 문화유산을 꼭 찾아내야겠다고 말입니다.”●1%의 가능성을 향한 도전 물론 레인 컬렉션의 대부분은 성격상 일본 미술품이 다수이다. 지난달 27~30일 회화 총 130점을 감정했는데, 한국 전통 회화는 단 2점밖에 찾지 못했다. 지금까지 조사가 완료된 1100여 점 가운데 한국 작품은 30여 점에 그쳤다. 하지만 정 교수는 사비를 들여 조사 작업을 지금까지 이어왔다. 이 무모한 도전을 정 교수는 왜 계속 하는 걸까. 그는 “1%의 가능성을 믿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호놀룰루미술관과도 끝까지 조사를 해주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사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정말 많았죠. 하지만 ’계회도‘나 17세기 작품 ’주돈이애련도(중국 성리학자 주돈이가 연꽃을 감상하는 모습을 담은 그림)‘ 등 보물급 고미술품이 이따금 나오니 실낱같은 희망을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잠자고 있던 우리 문화재를 발견한 것만으로도 이미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1927년부터 한국미술 상설전시실을 운영할 만큼 우리나라와 인연이 깊은 호놀룰루미술관은 정 교수의 활동을 계기로 한국과 전시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동국대 박물관에서 열린 ’나한-깨달음에 이른 수행자‘ 특별전에 호놀룰루 미술관에서 소장한 조선 전기의 ’석가설법도‘를 대여해주기도 했다. 숀 아이크만 아시아부 큐레이터는 “우리 미술관의 대표적 유물이지만 레인 컬렉션 조사 활동에서 보여준 정 교수팀의 열정을 믿고 아무 조건 없이 대여해줬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이 같은 활동이 개인 차원에서 머물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세계 곳곳에 숨겨진 한국의 문화유산을 찾기 위해 해외 현지에 더 많은 한국학 전문가들을 육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미 알려져 있는 문화재들은 사실상 환수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지금도 우리나라의 각종 국보 보물급 문화유산이 세계 어디에서 잠자고 있는지 알 수 없어요. 이들을 밝혀내기 위해선 해외에 상주하면서 한국 문화재를 알아볼 수 있는 전문가들이 필요합니다. 레인 컬렉션 조사와 같은 도전이 계속해서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호놀룰루=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8-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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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년이 가도 건재할 땅… 두륜산엔 부처가 산다

    18일 전남 해남군 대흥사. 해탈문을 들어서자 가지런히 손을 모은 채 편안하게 누운 부처님 품이 눈앞에 펼쳐진 듯했다. 대흥사를 둘러싼 두륜산의 두륜봉과 가련봉, 노승봉이 비로자나불상의 머리와 손, 발처럼 솟아 있기 때문이다. 천혜의 자연환경 덕분일까. 대흥사는 조선 후기 대종사(大宗師)와 대강사(大講師)를 13명씩 배출한 사찰로 이름을 떨쳤다. 대흥사의 유서 깊은 역사는 사찰 입구부터 만날 수 있다. 50여 기에 이르는 부도가 모여 있는 부도림이 삼나무 숲길 끝과 사찰 입구 사이에 있다. 서산대사(1520∼1604)와 연담유일(1720∼1799), 초의선사(1786∼1866) 등 조선을 대표하는 스님들의 부도가 가득하다. 이날 동행한 정병삼 숙명여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서산대사가 대흥사를 ‘전쟁을 비롯한 삼재가 미치지 못할 곳으로 만년 동안 흐트러지지 않을 땅’이라고 평가하며 자신의 의발(衣鉢)을 이곳에 보관하게 했다”며 “이후 조선 최고의 선승과 교학승을 배출한 중심 사찰이 됐고, 유네스코도 이 같은 역사성에 특히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대흥사는 조선 정조 때부터 특히 번창했다. 정조는 사육신과 단종의 복위 등 역사 바로 세우기에 적극적인 군주였다. 당시 승려들은 임진왜란에서 공을 세운 서산대사를 기려 달라고 청원했다. 정조는 흔쾌히 받아들였고, 대흥사에 친필 편액을 내린 ‘표충사(表忠祠)’를 건립하게 했다. 금빛 글씨로 쓰인 표충사 내부에는 독특하게도 서산대사와 사명대사, 처영 스님의 영정과 함께 유교식 신줏단지가 모셔져 있다. 표충사 동쪽에는 선방 스님들이 머무르는 ‘동국선원’이 자리했다. 이 선원의 7번방은 문재인 대통령이 1978년 사법시험을 준비하며 8개월 남짓 머물렀다고 한다. 선원 뒤편엔 두륜산으로 향하는 산책길이 있어 수련과 공부에 안성맞춤이다. 두륜산으로 더 들어가면 ‘한국의 다성(茶聖)’ 초의선사가 머물렀던 일지암이 있다. 초의선사는 차 이론서인 ‘동다송(東茶頌)’을 집필하는 등 조선 후기 차 문화를 이끈 인물. 다산 정약용(1762∼1836)이나 추사 김정희(1786∼1856)와 같은 당대 최고의 문인과 폭넓게 교유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초의선사와의 인연으로 추사는 ‘무량수각(無量壽閣)’ 등 대흥사 곳곳에 현판을 썼다. 무량수각 바로 옆 대웅보전에는 원교 이광사(1705∼1777)의 글씨가 걸려 있다. 수려하면서도 세련된 글씨체를 자랑한 추사는 생전에 “조선의 글씨를 망친 게 이광사”라며 향토적 색채가 짙은 원교의 글씨를 비난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화해라도 한 듯이 두 현판이 서로 마주 보고 있다. 원교의 글씨는 대흥사 한가운데에 있는 ‘천불전’에서도 만날 수 있다. 이름처럼 옥석으로 만든 부처상 1000개가 모셔져 있다. 이 중 300여 개의 부처상 바닥에는 ‘일(日)’자가 새겨져 있다. 1817년 경주에서 제작한 이 불상들은 3척의 배로 나눠 대흥사로 옮기던 중 태풍을 만나 한 척의 배가 일본 나가사키로 갔다. 일본에선 “부처가 왔다”며 반겼지만, 현지 승려가 현몽을 꾼 뒤 이듬해 조선에 되돌려줬다고 한다. 해남=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8-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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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종사-대강사 13명씩 배출한 대흥사, 文대통령도 머무른 곳

    18일 전남 해남군 대흥사. 해탈문을 들어서자 가지런히 손을 모은 채 편안하게 누운 부처님 품이 눈앞에 펼쳐진 듯했다. 대흥사를 둘러싼 두륜산의 두륜봉과 가련봉, 노승봉이 비로자나불상의 머리와 손, 발처럼 솟아 있기 때문이다. 천혜의 자연환경 덕분일까. 대흥사는 조선 후기 대종사(大宗師)와 대강사(大講師)를 13명씩 배출한 사찰로 이름을 떨쳤다. 대흥사의 유서 깊은 역사는 사찰 입구부터 만날 수 있다. 50여 기에 이르는 부도가 모여 있는 부도림이 삼나무 숲길 끝과 사찰 입구 사이에 있다. 서산대사(1520~1604)와 연담유일(1720~1799), 초의선사(1786~1866) 등 조선을 대표하는 스님들의 부도가 가득하다. 이날 동행한 정병삼 숙명여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서산대사가 대흥사를 ‘전쟁을 비롯한 삼재가 미치지 못할 곳으로 만년동안 흐트러지지 않을 땅’이라고 평가하며 자신의 의발(衣鉢)을 이곳에 보관하게 했다”며 “이후 조선 최고의 선승과 교학승을 배출한 중심 사찰이 됐고, 유네스코도 이 같은 역사성에 특히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대흥사는 조선 정조 때부터 특히 번창했다. 정조는 사육신과 단종의 복위 등 역사 바로 세우기에 적극적인 군주였다. 당시 승려들은 임진왜란에서 공을 세운 서산대사를 기려달라고 청원했다. 정조는 흔쾌히 받아들였고, 대흥사에 친필 편액을 내린 ‘표충사(表忠祠)’를 건립하게 했다. 금빛 글씨로 쓰인 표충사 내부에는 독특하게도 서산대사와 사명대사, 처영스님의 영정과 함께 유교식 신주단지가 모셔져 있다. 표충사 동쪽에는 선방 스님들이 머무르는 ‘동국선원’이 자리했다. 이 선원의 7번방은 문재인 대통령이 1978년 사법시험을 준비하며 8개월여 간 머물렀다고 한다. 선원 뒤편엔 두륜산으로 향하는 산책길이 있어 수련과 공부에 안성맞춤이다. 두륜산으로 더 들어가면 ‘한국의 다성(茶聖)’ 초의선사가 머물렀던 일지암이 있다. 초의선사는 차 이론서인 ‘동다송(東茶頌)’을 집필하는 등 조선 후기 차 문화를 이끈 인물. 다산 정약용(1762~1836)나 추사 김정희(1786~1856)와 같은 당대 최고의 문인과 폭넓게 교류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초의선사와의 인연으로 추사는 ‘무량수각(無量壽閣)’등 대흥사 곳곳에 현판을 썼다. 무량수각 바로 옆 대웅보전에는 원교 이광사(1705~1777)의 글씨가 걸려 있다. 수려하면서도 세련된 글씨체를 자랑한 추사는 생전에 “조선의 글씨를 망친 게 이광사”라며 향토적 색채가 짙은 원교의 글씨를 비난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화해라도 한 듯이 두 현판이 서로 마주보고 있다. 원교의 글씨는 대흥사 한 가운데에 있는 ‘천불전’에서도 만날 수 있다. 이름처럼 옥석으로 만든 부처상 1000개가 모셔져 있다. 이 중 300여 개의 부처상 바닥에는 ‘일(日)’자가 새겨져 있다. 1817년 경주에서 제작한 이 불상들은 3척의 배로 나눠 대흥사로 옮기던 중 태풍을 만나 한 척의 배가 일본 나가사키로 갔다. 일본에선 “부처가 왔다”며 반겼지만, 현지 승려가 현몽을 꾼 뒤 이듬해 조선에 되돌려줬다고 한다.해남=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8-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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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으로 보는 한국 인형 100년史

    한국 경매시장의 고전문화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동아옥션’이 다음 달 12일 오후 3시 서울 서대문구 동아옥션 갤러리에서 제3회 경매를 연다. 동아일보가 후원하는 동아옥션은 올해 3월과 6월 진행한 1, 2회 경매에 다채로운 예술품 수백 점이 출품돼 낙찰되면서 문화 애호가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3회 경매에는 총 215건의 물품이 출품됐다. 종류별로 △근현대사 자료 64건 △‘해어화(解語花)에서 시대를 읽다’는 주제로 출품된 기생 관련 예술품 18건 △한국의 인형들 34건 △근현대 미술품 35건 △고서화와 서적 27건 △서적 35건 △농업자료 특별전 2건이다. 개화기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100여 년의 한국 인형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각종 인형이 눈에 띈다. 외국인 선교사들이 주로 선물용으로 구입했던 수수한 모습의 구한말 인형과 일제강점기 실내 장식용으로 선호한 화려한 종이·목각 인형이 대거 출품됐다. 1970년대 중반 이후 유행한 ‘못난이 삼형제’ 인형, 1980년대 관광기념품으로 판매한 ‘조선복식편람’도 함께 나왔다. 그중에서도 1929년 만들어진 ‘춤추는 여인’은 조선 전통복장을 입은 여인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으로 뛰어난 조형미를 자랑한다. 1920, 30년대에는 인형들 대부분을 헝겊이나 나무로 만들었다. 이에 비해 이 인형은 합성수지 소재를 사용해 당대로선 가장 앞선 기술을 적용했다. 인형이 보관된 상자에 ‘JOAK(도쿄방송국)’가 새겨져 있어 일제강점기에 경성방송국에서 일본에 기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 지난해 영화로도 개봉돼 뒤늦게 그의 일생이 재조명된 독립운동가이자 아나키스트였던 박열(1902∼1974)의 친필 편지와 대한제국 시기 발행한 교과서 중에서 유일하게 애국가가 수록된 음악 교과서, 한국 최초의 공산품 화장품인 ‘박가분(朴家粉)’도 만날 수 있다. 농업자료 특별전에 선보이는 물품 2건은 조선시대부터 광복 이후까지 생산된 고문서와 담화문, 연감, 포스터 등 수백 건에 이르는 자료들을 한데 모은 것이다. 동아옥션은 출품작들을 직접 살펴볼 수 있도록 상설 전시를 한다. 경매에 나온 물품들은 다음 달 5일부터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사옥 18층 동아옥션 갤러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경매 당일은 오후 2시까지. 한편 27일부터 동아옥션 온라인 전용 경매 사이트가 개설돼 인터넷을 통해 연중 상시적으로 경매에 참여할 수도 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8-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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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인형역사 한 눈에…제3회 동아옥션 경매 내달 12일 개최

    한국 경매시장의 고전문화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동아옥션’이 다음달 12일 오후 3시 서울 서대문구 동아옥션 갤러리에서 제3회 경매를 연다. 동아일보가 후원하는 동아옥션은 올해 3월과 6월 진행한 1, 2회 경매에서 다채로운 예술품 수백여 점이 출품돼 낙찰되면서 문화애호가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3회 경매에는 총 215건의 물품이 출품됐다. 종류별로 △근현대사 자료 64건 △‘해어화(解語花)에서 시대를 읽다’는 주제로 출품된 기생 관련 예술품 18건 △한국의 인형들 34건 △근현대 미술품 35건 △고서화와 서적 27건 △서적 35건 △농업자료 특별전 2건이다. 개화기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100여년의 한국 인형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각종 인형들이 눈에 띈다. 외국인 선교사들이 주로 선물용으로 구입했던 수수한 모습의 구한말 인형과 일제강점기 실내 장식용으로 선호한 화려한 종이·목각 인형이 대거 출품됐다. 1970년대 중반 이후 유행한 ‘못난이 삼형제’ 인형, 1980년대 관광기념품으로 판매한 ‘조선복식편람’도 함께 나왔다. 그 중에서도 1929년 만들어진 ‘춤추는 여인’은 조선 전통복장을 입은 여인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으로 뛰어난 조형미를 자랑한다. 1920, 30년대에는 인형들 대부분을 헝겊이나 나무로 만들었다. 이에 비해 이 인형은 합성수지 소재를 사용해 당대로선 가장 앞선 기술을 적용했다. 인형이 보관돼 있는 상자에 ‘JOAK(도쿄방송국)’이 새겨져 있어 일제강점기 당시 경성방송국에서 일본에 기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 지난해 영화로도 개봉돼 뒤늦게 그의 일생이 재조명된 독립운동가이자 아나키스트였던 박열(1902~1974)의 친필 편지와 대한제국 시기 발행한 교과서 중에서 유일하게 애국가가 수록된 음악교과서, 한국 최초의 공산품 화장품인 ‘박가분’(朴家粉)도 만날 수 있다. 농업자료 특별전에 선보이는 물품 2건은 조선시대부터 해방 이후까지 생산된 고문서와 담화문, 연감, 포스터 등 수천 건에 이르는 자료들을 한데 모은 것이다. 동아옥션은 출품작들을 직접 살펴볼 수 있도록 상설 전시를 한다. 경매에 나온 물품들은 다음달 5일부터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사옥 18층 동아옥션 갤러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경매 당일은 오후 2시까지. 한편 27일부터 동아옥션 온라인 전용 경매 사이트가 개설돼 인터넷을 통해 연중 상시적으로 경매에 참여할 수도 있다.유원모 기자onemore@donga.com}

    • 2018-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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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번역은 옮기기 아닌 언어의 옷 입히는 일”

    2016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은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아니다. 한강이 쓰고, 영국의 데버러 스미스가 번역한 ‘The Vegetarian’이다. 실제로 이 둘은 똑같은 상금을 나눠 받았다. 그만큼 번역의 중요성이 크다는 뜻이다. 이 책은 그동안 걸출한 인문도서를 번역해 온 노승영 번역가와 장르 소설을 한국에 소개해 온 박산호 번역가가 함께 썼다. 번역가의 일상부터 번역 테크닉, 번역료 문제, 추천하는 영어 공부법 등 번역과 관련된 온갖 주제를 다룬다. 번역은 단순히 외국어를 한국말로 옮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노 번역가는 “번역은 언어로 표현되기 이전의 상태, 인물과 사건의 배경이 존재할 뿐인 무정형의 상태에 언어의 옷을 입히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채식주의자’ 번역은 내용을 크게 누락하지 않으면서도 원문에 종속되지 않는 인상적인 작품이라고 평가한다. 번역 투에 대한 새로운 접근 역시 흥미롭다. “사람들은 번역 투가 우리말을 오염시킨다고 생각하지만 언어는 번역을 거쳐 다른 언어와 접촉하며 끊임없이 발전한다”며 충분한 고민을 거친 ‘번역 투’가 오히려 한국어를 확장하는 실험의 무대가 될 수 있다고 밝힌다. 인공지능(AI)을 장착한 기계 번역의 발전이 번역가를 위협하진 않을까. 저자들은 “기계로 대량 생산되는 저렴한 제품이 수공예로 소량 생산되는 고급 제품과 구별되듯, 기계 번역과 인간의 번역이 구별될 것”이라고 예측한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8-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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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현전 학사-明사신 겨룬 37편 詩, 국보 된다

    집현전 학사 정인지, 신숙주, 성삼문 등 15세기 조선 최고 문인들이 명나라 사신과 주고받은 시를 담은 ‘봉사조선창화시권’이 국보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은 23일 “‘봉사조선창화시권(奉使朝鮮倡和詩卷·보물 제1404호)’과 안평대군이 주도해 만든 ‘비해당 소상팔경시첩(匪懈堂 瀟湘八景詩帖·보물 제1405호)’을 국보로 지정 예고한다”고 밝혔다. 봉사조선창화시권은 세종 때인 1450년 명나라 경제(景帝)의 사신으로 조선을 찾은 예겸(倪謙·1415∼1479)과 집현전 학사들이 문학 수준을 겨루며 쓴 시 37편이 수록돼 있다. 원래는 책 형태였지만 청나라 때 16m 길이의 두루마리로 다시 만들어졌다. 1958년경 국내로 들어온 뒤 간송 전형필(1906∼1962) 등의 감정을 받았고, 당시 기록이 지금까지 전해진다. 문화재청은 “정인지, 신숙주, 성삼문의 친필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데, 이들이 다양한 서체로 쓴 글씨가 보존됐다는 점에서 서예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비해당 소상팔경시첩은 세종의 셋째 아들 안평대군이 1442년 ‘소상팔경’을 주제로 당대 문인 21명이 쓴 글을 모은 시첩이다. 소상팔경은 중국 후난(湖南)성 소상의 8가지 아름다운 경치를 일컫는다. 한편 조선시대 제주목사를 지낸 이익태(1633∼1704)가 쓴 ‘이익태 지영록’과 서울 칠보사 목조석가여래좌상, 경기 남양주 불암사의 목조관음보살좌상, 경북 경주 황오동 금귀걸이 등 4건은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8-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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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 같은 ‘승선교’ 너머 찬란한 천년 불국토

    한국의 산사는 대부분 개울을 끼고 있다. 수려한 경관을 더하지만 통행은 불편해 교량을 설치한 경우가 많다. 전남 순천시 선암사는 그중에서도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다리를 입구에서 만날 수 있다. 무지개를 닮은 아치교인 승선교(昇仙橋·보물 제400호)다. 아치 사이로 2층 누각인 강선루가 보이는데 이 전경이 계곡물에 고스란히 비쳐 신비로운 느낌마저 선사한다. 승선교 아래에는 용 모양 장식이 걸려 있다. 좀더 자세히 보면 용의 입 주변에 동전 3개가 걸려 있다. 1713년 호암 스님이 공사를 마무리하고 남은 돈을 허투루 쓰지 않고, 훗날 수리비용에 사용하라며 남겼다 한다. 청렴결백한 스님의 뜻이 통한 걸까. 300여 년간 다리는 튼튼하게 유지됐고, 동전은 고스란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강선루를 지나 조계산 자락으로 더 올라가면 일주문과 함께 본격적으로 사찰 경내로 들어선다. 일주문 뒤쪽 현판에는 ‘해천사(海川寺)’라는 글씨가 있다. 선암사는 1761∼1824년 이 이름으로 불렸다. 9세기 창건 뒤 1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찰 전체가 무너져 내릴 만큼 큰 화재를 여러 차례 겪다 보니 바다와 강을 뜻하는 ‘해천’이란 이름으로 바꾼 것이다. 선암사 곳곳에 ‘수(水)’ ‘해(海)’와 같은 글자가 새겨진 전각이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 덕분인지 19세기부터는 큰불이 나지 않았고, 6·25전쟁과 1948년 여수·순천 10·19사건 등 현대사의 굴곡진 위기도 이겨내며 지금껏 전통 사찰의 원형을 유지해 오고 있다. 선암사는 특히 조선 왕실의 사랑을 받은 사찰로도 유명하다. 정조는 한동안 왕자를 얻지 못해 애가 탄 적이 있다. 정조의 부탁으로 눌암 대사가 선암사의 원통전 건물에서 100일 기도를 드렸는데 기적같이 순조가 태어났다고 한다. 순조는 즉위 이듬해인 1801년 원통전에 큰 복을 낳게 한 밭이란 뜻의 ‘대복전(大福田)’ 현판을 하사했다. 지금도 순조의 글씨가 남아있는 원통전은 사찰인데도 조선 왕실의 건축 양식인 정(丁)자형으로 지어져 있다. 선암사의 대웅전 현판에는 ‘김조순’이라는 글씨가 써 있다. 뛰어난 명필가라 하더라도 뒤편에 이름을 남긴다는 점에서 불손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순조의 장인으로 세도정치의 정점에 서 있던 김조순(1765∼1832)은 일부러 이름을 내걸었다. 당시 억불정책으로 각종 수탈과 핍박의 대상이었던 불교의 현실에서 선암사 역시 예외일 수 없었다. 최고 권력자의 이름을 통해 지방 관료들의 횡포로부터 보호하고자 했던 김조순의 배려였던 셈이다. 선암사 뒤편 산자락에는 약 3만3000m²(약 1만평)에 이르는 야생 차밭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규모의 재래 차밭이다. 지금도 선암사 스님들이 찻잎을 직접 따 9번을 덖는 전통 방식으로 생산한다. 은은하면서도 구수한 맛으로, 떫은맛은 느껴지지 않는 우리나라 전통 차의 원형을 느껴볼 수 있다. 순천=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8-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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