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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알라룸푸르에 있는 주(駐)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 담벼락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타도하자는 내용의 낙서가 그려졌다. 1일 김정은 체제 전복을 기도하며 북한을 대표하는 임시정부 건립을 주장했던 단체 ‘자유조선’의 로고와 글씨도 함께 등장했다.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괴한 10여 명이 스페인 마드리드 주재 북한대사관을 습격한 지 17일 만에 북한 외교공관이 또다시 수난을 겪은 것이다. 11일(현지 시간) 수미샤 나이두 채널뉴스아시아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정남 암살사건 재판 재개와 한국 대통령 방문을 앞둔 상황에서 일어난 일로 지난밤에 처음 포착됐다”며 영상과 사진 2장을 올렸다. 사진에는 ‘자유조선 우리는 일어난다!’ ‘김정은 타도 련대(연대) 혁명’ 등이 공관 외벽에 파란 글씨로 크게 쓰여 있고 위쪽으로 향하는 화살표를 그린 자유조선 마크도 선명하다. 이날 오전 4시 57분경에는 자유조선 홈페이지에 ‘쿠알라룸푸르 용기’라는 제목으로 “조용히 자유를 갈망하는 지금은 비록 외롭습니다. 그러나 용기로 인하여 한 명 한 명 우리는 만나게 될 것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자유조선은 2017년 2월 암살당한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을 구출해 보호했다고 주장해온 ‘천리마민방위’가 이름을 바꾼 단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정부가 이르면 다음 달 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8일 정식 서명한 10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액(1조389억 원)을 한미 양측의 서면 합의로 1년 더 연장할 수 있다는 ‘1+1’안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분담금 총액부터 원점에서 새롭게 협의해야 하는 11차 협상 개시가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 총액부터 원점에서 다시 협상할 듯 복수의 정부 소식통은 10일 “다음 달 초 10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국회 비준 동의를 받고 발효되면 곧바로 차기 협상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11차 협상팀의 규모는 물론이고 협상 개최 시기나 운영 방식 등에 대해서도 폭넓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0차 협상팀을 진두지휘했던 장원삼 외교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가 물러나고 신임 협상특별대표가 임명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도 티머시 베츠 협상대표의 대표직을 연장할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협상 개시는 두 정부가 새 협상팀을 언제 꾸리느냐에 따라 한두 달 순연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차기 협상의 핵심 쟁점은 우리가 내야 할 분담금 총액이다. 미국의 끈질긴 증액 요구와 정부의 반발로 11개월의 진통 끝에 10차 분담금을 겨우 정했지만 미국은 벌써부터 내년도 방위비 분담금을 이전과는 전혀 다른 수준에서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향후 동맹국들에 전체 미군 주둔 비용보다 50% 증액된 금액을 부담하게 하는 방안을 구상했다고 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른바 ‘주둔비용 플러스 50’이라고 부르는 공식은 그가 참모들과 사적인 논의를 하는 자리에서 내놓은 것이라고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동맹국들이 자국 방어에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한다는 ‘최대의 청구(maximum billing)’ 차원에서 나온 것이지 공식 정책 제안은 아니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일부 당국자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주둔비용+50’ 공식은 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한국을 압박하는 주요한 근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WP는 “내년에는 한국이 ‘주둔비용+50’ 요구에 직면할 수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청구’ 전략에 부딪힐 첫 번째 동맹국으로 한국을 꼽았다. ‘주둔비용+50’ 공식을 적용하면 현재 우리 정부의 분담액이 대략 전체 주한미군 주둔비의 절반으로 추산되는 만큼 1조389억 원에서 2배인 전체 비용에 또다시 1.5배를 곱한 3조1167억 원짜리 청구서를 받아 들 수 있다. 정부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에 관한 워싱턴 풍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이 새 협상을 앞두고 검토(review)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전체 주둔 비용의 150%를 협상 출발점으로 삼게 되면 깎는 것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익명의 외교 소식통은 “11차 협상이 또 올해 말까지 타결되지 않으면 막판에 1조389억 원의 1년 연장 카드를 쓸 수 있다는 건 워싱턴 기류와는 무관한 희망이 담긴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전략자산 전개 비용 부담 요구 일단 11차 협상이 개시되면 미국이 내놓을 분담금 총액을 깎을 수 있는 촘촘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중 ‘작전지원’ 항목 신설 요구가 대표적이다. 미국은 지난해 10차 협상 과정에서 전략자산 전개 비용을 우리에게 일부 부담하게 하려고 이 항목을 신설하려 했다가 철회했다. 정부가 “미군 주둔경비를 분담하는 방위비 분담금 협정 취지와 목적에 맞지 않다”며 강경하게 반대한 결과다. 현재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 주둔비용 중 한국이 부담하는 몫으로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각종 미군기지 내 건설비용, 군수지원비 등의 명목으로 쓰인다. 하지만 올해 독수리훈련처럼 핵추진 항공모함, 전략폭격기 등을 전개하는 대규모 연합훈련이 폐지 및 축소된 만큼 전략자산 전개에 따른 ‘별도 추가 비용’을 또다시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준비와 불안한 북-미 관계도 분담금 증액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이 도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증액 욕구를 부추길 수 있다. 한편 미 행정부는 11일 7500억 달러(약 852조7500억 원)에 달하는 2020년 회계연도 국방예산을 공개한다고 CNN 등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여기에는 기본방위예산(5440억 달러)과 해외 비상운영예산(1640억 달러), 국경장벽 건설 등 긴급자금(90억 달러)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국방예산은 올해 예산보다 4.5% 늘어난 것이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문재인 대통령이 공석인 주중 대사에 장하성 전 대통령정책실장, 주일 대사에 남관표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을 내정한 것으로 4일 알려졌다. 주러시아 대사에는 ‘러시아통’ 외교관인 이석배 주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가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전문성보다는 청와대의 코드 인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장 전 실장은 소득주도성장 전도사로서 현 정부의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가 깊다는 게 주된 발탁 요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 전 실장이 중국 런민대, 상하이 푸단대 교환교수를 지냈고,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국제자문위원을 8년간 지낸 경험도 감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장 전 실장은 전임 대사였던 노영민 현 대통령비서실장처럼 중국어를 잘 모르고 외교 경험도 없다. 이수훈 주일 대사의 후임으로 낙점된 남 전 차장은 위안부 문제와 초계기 갈등 등으로 악화일로인 한일 관계를 관리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하지만 남 전 차장은 1990년대 주일 대사관 1등 서기관으로 근무한 게 일본과 사실상 유일한 인연이다. 이 때문에 일본 측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남 전 차장의 대사 지명으로 한일 관계를 복원시킬 의사가 별로 없는 것 아니냐는 시그널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석배 총영사는 주카자흐스탄 대사관, 주상트페테르부르크 총영사 등 러시아어권 공관에서 10여 년을 근무한 외교부 내 최고의 러시아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와 함께 정부는 4일 주유네스코 대사에 김동기 현 주미 공사, 주시드니 총영사에 홍상우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 주시카고 총영사에 김영석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주호놀룰루 총영사에 김준구 국무조정실 외교안보정책관을 각각 임명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하노이 회담의 성과 중 하나라면 최선희가 여전히 건재함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가 결렬된 후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사진)을 두고 외교가에서 이런 말이 나오고 있다. 최선희는 회담 후 대단히 이례적으로 하노이에서만 3차례 기자들을 만났다. 회담 결렬 직후인 1일 0시 15분 ‘심야 회견’을 시작으로 1일 오후, 다시 2일 오전 잇달아 미국 측을 작심 비판한 것. 특히 “조미(북-미) 거래에 의욕을 잃지 않으시나 하는 느낌” “생각이 좀 달라지신다는 느낌”이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심기까지 공개한 것은 김 위원장의 승인이 없다면 불가능한 대목. 핵 담판이 어그러지자 최선희가 사실상 북한의 대변인을 자처한 셈이다. 최선희가 하노이 회담을 앞두고 북측 실무대표 자리를 김혁철 대미특별대표에게 넘기면서 핵심에서 밀린 것 아니냐는 관측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과의 북핵 협상이 어렵고 복잡해질 때마다 해결사로 나섰던 최선희가 ‘하노이 노딜’ 이후 다시 전면에 나서면서 이런 관측도 없던 일이 됐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최선희가 대미 협상의 산증인인 만큼 미국을 제일 정확하게 보고 누굴 건드려야 하는지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을 북한이 내세운 것”이라고 평가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1일 새벽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요구한 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의 일부 해제였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면 해제 요구” 주장을 반박했다. 리용호는 “유엔 제재 총 11건 중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채택된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5건을 먼저 해제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5개 제재가 석유 수입 제한이나 석탄, 철광석 금수 조치 등 북한의 핵심 경제 봉쇄 요소들을 담고 있어 사실상 경제 제재 전부를 풀어 달라고 요구한 것과 다름없다는 게 중론이다. ○ 제재 5건이 북한 경제 봉쇄의 핵심 리용호가 언급한 2016년 이후 제재 5건은 기관 및 개인에 대한 제재(2356호)를 뺀 2270, 2321, 2371, 2375, 2397호로 추정된다. 안보리가 북한의 도발 강도에 비례해 제재 강도를 높였기 때문에 고강도 제재들이 이 시기에 집중돼 있다. 북한이 4, 5,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 등으로 도발 수위를 높이자 안보리는 북한산 석탄 철광석 수산물 수출을 전면 금지했고(2371호), 북한에 사상 첫 원유 공급 제한과 석유제품 금수, 해외 노동자 신규 허가 금지 조치(2375호)를 결정했다. 2017년 12월 가장 마지막으로 통과된 결의 2397호는 북한산 식품과 농산물, 전기장치의 수출을 금지해 사실상 북한의 주요 수출 품목을 다 막았다.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중 하나인 해외 북한 노동자들도 올해 말까지 모두 귀환시켜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대북제재는 북한의 수출을 틀어막아 경제적 고립을 가져오는 데 의의가 있다. 경제 제재 중 수출 관련 제재가 가장 먼저 도입된 이유이기도 하다. 북한의 외화벌이를 줄이고 나아가 국내 산업 생산을 위축시켜 돈의 순환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게 하는 것.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달 발표한 대북 경제 제재 분석 보고서에서 “가장 마지막 제재인 2397호가 완전히 작동할 경우 제재 이전보다 북한 수출액이 90% 이상 감소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정부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기본적으로(basically)’ 북한이 대북제재 전면 해제를 요구했다고 말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며 “제재 결의 숫자로는 북한의 말처럼 ‘일부’가 맞으나 제재의 효과 측면에서 보면 북한 경제의 95%를 틀어쥐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 제재 해제부터 시작하자는 북한, 미국은 “No” 대북제재 해제 시점과 기준을 둘러싼 북-미 간 인식 차도 하노이 선언의 결렬을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리 외무상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일부 대북제재를 해제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미국 전문가 참관 아래 영변 핵물질 시설 영구 폐기 △핵·미사일 실험 영구 중단을 약속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완전한 비핵화로의 노정에는 반드시 이런 첫 단계 공정이 필요하다”며 제재 해제가 비핵화 논의의 입구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영변+α, 즉 다른 지역의 핵시설 폐기까지 요구한 미측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필리핀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일 “(북한이) 이 제재들은 미국의 제재가 아니라 모든 국가가 찬성표를 던진 유엔 안보리의 결의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북한의 비핵화 실행 조치 제안들이 충분치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1일 오후 기자들을 만나 “유엔 제재들은 (미사일 발사 등) 그런 행동이 행해지지 않는 경우엔 해제하도록 되어 있다”며 “15개월간 계속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고 있는데 유엔 제재를 해제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응당 (해제) 프로세스가 진행되어야 할 유엔 제재들이 (우리가) 영변 핵 폐기를 해도 안 된다고 이러니까 이런 계산법이 혼돈이 온다”고 말했다.하노이=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유엔 (대북)제재 총 11건 가운데 2016년부터 2017년까지 (결의된) 5건을 먼저 풀어 달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1일 새벽 밝힌 요구사항에는 다소 ‘낯선’ 숫자들이 등장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총 결의 개수가 널리 알려진 10개보다 1개가 더 많다. 민생 경제와 관련된 부분이라고 한정했지만 2016년 이후 2017년 12월까지 채택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도 5개가 아닌 6개다. 북한의 이런 ‘기묘한 계산법’에는 어떤 의도가 숨어 있을까.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북한이 ‘제재 11개 중 5개를 풀라’고 한 건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제재 숫자보다 분모를 키우고, 분자를 줄인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미국에 요구한 유엔 대북제재 요구가 “숫자로 보면 그리 과한 수준이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하려 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유엔 대북제재는 북한의 1차 핵실험 후 2006년 10월 통과된 1718호를 기점으로 세기 때문에 총 10건으로 통용된다. 그런데 북한은 1718호보다 3개월 앞선 그해 7월 결의된 1695호를 포함시켜 세고 있다. 북한의 대포동 2호 발사 직후 내려진 미사일 관련 물자 및 기술 이전 금지 결의이지만 강제성이 없어 제재 총 건수에서 제외돼 왔다. 북한이 우선 해제를 요구한 민생경제 관련 제재 ‘5건’은 숫자로 보면 10개든 11개든 절반 수준이지만 석유 수입과 석탄 수출 등을 제한하는 핵심적 경제 제재들이 담겨 북한 경제의 숨통을 직접 죄는 것들이다. 5건 외에 다른 유엔 대북제재들은 경제 제재라기보단 미사일 도발 등을 직접 규제한 것이라서 북한 경제를 옥죄는 효과는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요구한 것은 사실상 대북제재를 전면적으로 풀라는 말과 다름없다”고 평가했다.하노이=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북-미 정상의 ‘하노이 노딜’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북한이 이례적으로 심야 기자회견을 열어 반박하고, 이를 미 국무부가 재반박하자 다시 북한이 반박하면서 협상 무산의 책임을 놓고 북-미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것. 특히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리용호 북한 외무상 등 북-미 외교수장이 상대방의 협상 카드를 공개하는 폭로전 양상까지 보이면서 비핵화 협상이 재개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리 외무상은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1일 0시 15분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서 긴급 회견을 열고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라 일부 해제, 유엔 제재결의 총 11건 가운데 2016∼2017년 채택된 5건 중 민수경제,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만 먼저 해제하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전면적인 제재 완화를 요구했다”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 리 외무상은 또 “미국이 유엔 제재의 일부를 해제하면 우리는 영변 핵의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포함한 모든 핵물질 생산시설을 영구적으로 완전히 폐기한다는 것”이라며 미국에 제안한 비핵화 조치 내용을 공개했다. 미국은 곧바로 재반박에 나섰다. 하노이 회담을 마치고 필리핀을 방문 중인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은 기본적으로 전면적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국무부 고위 관계자도 브리핑에서 리용호의 제재 관련 언급에 대해 “이런 말들은 말장난(parsing words)”이라고 일축한 뒤 “북한이 우리에게 제의한 것은 영변 핵시설의 일부(a portion)였다”고 밝혔다. 그러자 최선희는 이날 오후 또다시 하노이에서 기자들과 만나 “왜 미국이 이런 거래 방식을 취하는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의아함을 느끼고 계시고 (비핵화 협상에 대해) 생각이 좀 달라지신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런 회담을 계속해야 될 필요가 있을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앞서 최 부상은 새벽 회견에선 “위원장 동지(김 위원장)께서 이런 조미(북-미) 거래에 대해 좀 의욕을 잃지 않았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도 했다. 다만 북-미가 대화의 판 자체를 뒤엎을 정도로 충돌을 이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아직은 더 많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담판 과정에서 김 위원장에게 “더 통 크게 하라(go bigger). (완전한 비핵화 조치에) 올인해라. 우리도 마찬가지로 올인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고 국무부 관계자가 1일 전했다. 김 위원장은 2일 오전 특별열차로 귀국길에 오른다.하노이=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 / 전채은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에 억류됐다가 2017년 6월 식물인간 상태로 미국으로 송환된 뒤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웜비어 사건에 대한 김 위원장의 입장이 공개된 건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 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과 웜비어 사건에 대해 논의했다. 그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했다”며 “김 위원장은 ‘사건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지만 (웜비어 사건을) 나중에 알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사람이 감옥, 수용소에 있다 보니 일일이 모른다. 김 위원장은 구체적인 인물에 대해 몰랐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확대 정상회담 과정에서 한 기자로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인권 문제도 논의하고 있느냐”는 ‘돌직구’ 질문도 받았다. 공식적인 기자회견도 아닌 상황에서 북한 인권에 대한 질문이 튀어나오자 배석한 북측 인사들 면면에 당혹감이 흘렀다. 김 위원장의 통역 담당인 신혜영 통역사는 질문을 듣고 잠시 멈칫했고, 김 위원장은 통역까지 듣고 나서도 못 들은 척하며 답하지 않았다. 이를 본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인권을 포함해) 모든 것을 다 논의하고 있다”며 수습에 나섰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이제 기자들 내보내는 게 어떻겠습니까”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하노이=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가진 두 번째 핵 담판이 결렬됐다. ‘영변+α’와 대북제재 전면 해제를 둘러싼 줄다리기 끝에 정상회담이 파행된 것. 지난해 싱가포르 1차 회담 후 비핵화 진전을 위한 261일간의 협상 노력이 무산되면서 한반도 정세는 다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28일(현지 시간) 오전 하노이 소피텔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확대 정상회담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예정돼 있던 오찬과 공동합의문 서명식을 취소하고 각자의 숙소로 돌아갔다. 회담 시작 4시간 반 만이다. 합의 무산 후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고 “선언문이 준비돼 있었지만 (서명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언제라도 회담장을 박차고 나올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며 “제재 문제 때문에 (합의가) 결렬됐다. 북한은 전면 제재 완화를 원했지만 미국은 그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영변이 대규모 핵시설인 것은 분명하지만 영변 해체만으로는 미국이 원하는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영변 외의) 고농축 우라늄 시설과 기타 핵 시설에 대한 해체도 필요했지만 김 위원장은 준비가 안 돼 있었다”고 했다. 북한에 우라늄 농축시설 등 모든 핵시설 폐기와 포괄적 신고 등 ‘영변+α’ 조치를 요구했으나 김 위원장이 거부해 합의가 결렬됐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 후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을 타고 워싱턴으로 떠났다. 북-미 정상은 이날 회담 시작부터 팽팽한 긴장감을 연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독회담 모두발언에서 “나는 서두르지 않는다(no rush)”고 5차례에 걸쳐 강조하며 장기전을 예고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우리에겐 시간이 제일 중요하니까”라며 조속한 대북제재 완화를 촉구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은 동력이 급속히 떨어지게 됐다. 특히 현대 외교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정상회담 합의 결렬로 북한이 고수해 온 정상 간 ‘톱다운(Top-down)’ 방식의 협상도 당분간 적용하기 어렵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3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오래 시간이 지나야 될 수도 있다. 조만간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귀국길 기내에서 취재진에 “북한과 다음 실무협상 날짜를 잡지는 않았다”면서 “양측이 조직을 재정비하기까지는 꽤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 경협은 물론이고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하고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대화해서 그 결과를 알려주는 등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하노이=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 기자}

2차 북-미 정상간 합의가 결렬되자 하노이 외교가에선 “며칠 전부터 불안한 시그널이 감지됐는데 현실이 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견은 명확했고 간극을 좁힐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양보 없는 치킨게임을 펼친 두 정상은 유례없는 정상회담 합의 결렬이라는 결과를 만들었다.○ “빅딜 아니면 합의 없다” 양보 안 한 美 정상회담 직전인 28일 오전(현지 시간) 하노이에서 만난 미 정부 관계자는 “오전 8시 45분 현재 북-미가 비핵화 합의를 전혀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합의 여부는 이제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에 달려 있다고 했다”면서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비관적 전망은 5시간여 만에 현실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에서는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원했지만 저희는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비핵화 의지가 없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다”던 김 위원장은 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를 내걸고 전면적인 대북제재 해제를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 외 고농축우라늄 시설 등 모든 핵시설과 미사일에 대한 포괄적 신고와 폐기를 요구했다. 완전한 비핵화의 개념과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좁힐 수 없는 간극을 재확인한 것. 미국은 지난달 21일부터 진행된 실무협상 초기부터 ‘영변+α’에서 양보(back-down)할 수 없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고 한다. 21일부터 닷새간 이어진 실무협상에서 영변 핵시설 동결과 종전선언 등 초기 조치들에 대해 의견을 모으고도 정작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에 도착한 26, 27일엔 실무협상을 중단한 이유다. 현지 소식통은 북-미 정상의 첫 대면을 앞두고 “비핵화를 어디까지 합의하느냐에 따라 다 될 수도, (기존 합의가) 모두 무너질 수도 있다”고 했다.○ 톱다운 고집하며 ‘살라미 전술’ 편 北의 오판 하노이 합의 무산을 두고 비핵화 조치를 잘게 쪼갠 ‘살라미 전술’로 나선 김 위원장의 오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제시한 영변 핵시설 폐기 등은 지난해 9월 남북 평양공동선언과 11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당시 이미 북한이 공개한 카드다. 미국이 모든 핵시설의 폐기와 포괄 신고를 내걸면서 ‘빅딜’의 조건이 달라졌는데도 김 위원장이 영변 외 핵시설과 핵무기를 남겨두고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핵군축’ 카드를 내밀었다가 65시간 40분의 열차 행군의 소득도 없이 돌아가게 된 셈이다. 시간 부족도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주도권을 유지하려던 북한은 지난해 하반기 미국의 잇따른 고위급·실무급 회담 제안에 응하지 않다가 지난달 6일에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새로운 카운터파트로 지명된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평양에서 첫 실무협상을 가졌다. 1차 실무협상으로부터 정상회담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20일로 ‘빅딜’을 추진하기엔 턱도 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던 셈이다. 싱가포르 회담 이후 북-미 회담에 대한 불신이 커진 미국 국내 정치 상황도 합의 무산의 원인으로 꼽힌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서두르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한 건 북한에 좀 더 요구해 보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이번엔 서명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깔고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분석했다.하노이=신나리 journari@donga.com·문병기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현지 시간) “260일 동안의 불신과 오해를 깨버리고 하노이까지 걸어왔다”며 “이번에 모든 사람들이 반기는 훌륭한 결과가 만들어질 거라고 믿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회담도 (1차 회담과) 같거나 더 훌륭한 회담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이날 오후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메트로폴 호텔에서 첫 일대일 회담을 가졌다. 오후 6시 28분 회담장에 동시에 들어선 북-미 정상은 악수를 하며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이어 260일 만에 재회했다. 굳은 표정으로 회담장에 들어선 김 위원장은 먼저 “불신과 오해의 눈초리들도 있고, 적대적인 반응이 우리가 가는 길을 막으려고 했지만 우린 그것들을 다 깨버리고 극복해서 마주 걸어 260일 만에 하노이까지 걸어왔다”며 “생각해 보면 어느 때보다도 많은 고민과 노력 특히 인내가 필요했던 기간이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비핵화 선행 조치를 취했음에도 미국이 상응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우회적으로 토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엄청난 경제적 잠재력을 갖고 있다. 당신은 위대한 지도자로서 굉장한 미래를 갖게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길 기대하고 우리도 돕겠다”고 했다.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영변+α’의 비핵화 조치를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이다. 두 정상은 통역만 배석한 채 20분 동안 단독 회담을 한 데 이어 ‘3+3 친교 만찬’을 갖는 등 이날 2시간 20분가량 첫 만남을 가졌다. 북-미 최고 지도자가 만찬을 함께한 것은 처음이다. 이날 두 정상은 28일 발표할 하노이 선언문의 큰 방향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쟁점인 ‘영변+α’와 제재 완화 간 접점을 찾는 데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찬을 시작하면서 “내일 많은 일들이 풀릴 것이며 환상적인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28일 같은 장소에서 단독·확대 회담과 업무오찬을 갖는다.하노이=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 기자}

‘하노이 선언’ 발표를 하루 앞둔 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만찬 전까지 호텔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인 북한의 비핵화 수준을 확정하는 문제를 두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 위원장이 이날 만찬 전 트럼프 대통령과의 환담에서 꺼낸 단어도 “많은 고민과 노력과 인내”였다. 미국이 대북제재 완화를 대가로 북한에 예상보다 더 높은 비핵화 수준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북-미 간 막판 기싸움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생각보다 센 미국 압박에 김정은 고심 이날 260일 만의 첫 만남에서 두 정상이 보여준 협상 태도는 대조적이었다. 김 위원장이 ‘고민’을 언급하며 비핵화 회담에 임하는 각오와 비장함을 풍겼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경제 잠재력’을 거론하며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내려 했다. 북-미는 전날에 이어 27일에도 실무협상을 열지 않았다. 그 대신 각자의 최종 카드를 가다듬는 데 집중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과는 딴판이다. 당시엔 정상회담 전날에도 밤 12시를 넘겨 실무진이 모처에서 합의문 최종 담판을 위해 접촉하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나서 고위급 협상을 이어갔다. 이번엔 협상의 핵심 이슈인 북한의 비핵화 조치 수준과 대북제재 완화 이슈를 두 정상에게 넘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에 플러스알파(+α)를 해야만 대북제재를 해제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플러스알파로는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달 스탠퍼드대에서 한 연설에 힌트가 있다. 당시 비건 대표는 ‘영변 너머(beyond Yongbyon)’를 언급하며 “북한 전체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의미한다”며 추가 조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북한은 ‘영변 그 이상’의 요구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미국 측은 ‘모든 것이 타결되기 전에는 아무것도 타결된 것이 아니다(Nothing is agreed until everything is agreed)’라는 원칙론에 입각해 북한을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친교만찬은 사실상 정상 간 ‘실무협상’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 정상이 28일 정식 회담 전 서로의 온도 차를 감지하고, 조절하며 하노이 합의문 빈칸 채우기에 나섰다는 평가다.○ 트럼프 “중, 러, 일, 한국 도움 될 것” 이번 합의문은 지난해 1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4개 합의 사항을 세분화·구체화하는 양식으로 작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는 비핵화와 대북제재 외에 종전선언, 연락사무소 등 다른 이슈에 대해서는 비교적 의견을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양측은 회담에서 6자 회담국들을 중심으로 다자 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논의하는 협의체를 제안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종전선언을 자구 그대로 담는 것을 넘어 평화체제로 외연을 확장하는 효과가 있다. 김 위원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조선반도(한반도)의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오후 만찬을 1시간 반 앞두고 트위터에 “김정은과 나는 매우 열심히 비핵화를 위한 뭔가를 도출하고, 북한을 경제대국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올렸다. 이어 “중국과 러시아, 일본, 그리고 한국이 이 과정에서 아주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북핵 6자회담 형식을 차용하는 한편, 비핵화 비용 분담 주체들을 암시한 것으로도 보인다.하노이=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란히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한 26일(현지 시간), 2차 정상회담 결과물을 조율하던 북-미 실무협상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짧게는 30분, 길게는 5시간 30분씩 연속 닷새간 협상을 이어온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이날은 회동을 건너뛰었다. 비핵화 개념 재정립 문제와 실질적인 북한의 비핵화 초기 조치 등을 두고 격론을 벌여온 양측은 합의문의 일부분을 공란으로 두고 최고위층의 ‘톱다운’ 결정으로 공을 넘긴 형국이다.○ 미국 “영변+α 폐기 안 하면 제재 해제 어려워” 앞서 총 19시간에 걸쳐 진행된 북-미 간 하노이 실무협상은 공동선언문에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담을 수 있느냐를 두고 원칙적인 수준에선 견해차를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미는 김 위원장이 약속한 영변 핵시설 폐기가 선언문에 구체화돼야 한다는 데는 의견을 모았다는 것이다. 다만 서로의 요구치는 달랐다.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 원칙을 강조하면서 ‘영변+α’, 즉 영변 핵시설 외에 다른 지역의 핵시설 폐기까지 요구했고,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만 해도 대북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며 맞섰다는 것이다. 미국은 동시에 “영변 핵시설의 핵심 시설을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폐기하자”는 제안도 던진 것으로 보인다. 북측의 요구대로 폐기를 영변에만 국한한다면 ‘제대로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도록 허용해야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믿을 수 있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한 외교 소식통은 “동결, 신고, 검증, 폐기 같은 절차는 물론이고 비핵화 시한도 선언문에 담고 싶은 미국이지만 북한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원점으로 돌아가 비핵화 개념을 확인하는 작업도 병행되고 있다. 북한이 주장하는 ‘조선반도의 비핵화’와 미국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 간의 간극을 없애는 노력이다. 하노이에서 열린 전문가 좌담회에 참석한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아직 북-미 간에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의 범위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북-미가 생각하는 비핵화 개념이 동일하다는 것을 선언문 앞부분에 명시 또는 암시(imply)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종전선언 관련 문구, 선언문 반영 추진 북-미 정상의 2차 핵 담판을 앞두고 여러 긍정적인 시그널이 감지되고 있다. 하노이 현지에선 북한이 비핵화의 상응 조치로 요구하는 대북제재 완화 카드를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 올렸다는 기류가 전해진다. 특히 미국이 가시적인(tangible) 비핵화 조치를 전제로 금강산 관광 재개 관련 ‘원 포인트’ 면제가 가능하단 입장을 밝혔다는 전언도 나온다. 미 인터넷 매체 복스는 26일(현지 시간) 협상에 정통한 관계자 2명을 인용해 잠정적인(tentative) 북-미 합의문 초안을 입수했다며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서 핵물질 생산을 중단하기로 합의하는 대가로 미국은 남북 경협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일부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복스는 이 밖에 종전선언과 미군 유해 추가 송환,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등도 초안에 담겼다고 전하며 “비핵화 시간표는 설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종전선언 합의는 구체화되는 모양새다. 합의문에 종전선언이라고 명시하진 않되, 불가침 원칙이나 적대관계 해소를 약속하는 표현이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노이=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이정은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현지 시간) 일대일(one-on-one) 회담과 만찬을 시작으로 1박 2일간의 베트남 하노이 핵 담판에 들어간다. 두 정상의 만남은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 회담 이후 260일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 기간에 최소 6차례 만나 끝장 담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북-미는 하노이 선언에 종전선언 관련 문구를 담는 데는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미국은 북한의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를 전제로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해서도 제재 면제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면서도 영변 외 다른 핵시설도 폐기해야 대북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원칙을 양보(back-down) 불가능한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최종 조율 결과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23일 평양역을 출발한 지 65시간 40분 만인 26일 오전 8시 13분 중국 접경지역인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했다. 베트남 권력서열 13위인 보반트엉 공산당 선전국장의 영접을 받은 김 위원장은 “베트남 동지들의 환대에 감사한다”고 말한 뒤 숙소인 하노이 멜리아 호텔로 향했다. 이후 베트남 첫 일정으로 이날 오후 호텔 인근의 주베트남 북한 대사관을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8시 57분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 착륙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미리 공수한 전용차량 ‘캐딜락 원(비스트)’을 타고 숙소인 JW매리엇 호텔로 이동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저녁 김 위원장과 먼저 일대일 회담을 한 뒤 참모들이 참여하는 만찬을 함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27일 일대일 회담과 만찬에 이어 28일 단독회담과 오찬, 확대정상회담, 서명식 등 최소 6차례 만날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 장소는 김 위원장의 숙소에서 1km가량 떨어진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로 최종 확정됐다. 양측은 하노이 선언에 ‘종전선언(end-of-war declaration)’ 대신 종전의 취지를 담은 상호 불가침 등의 문구를 포함하는 데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신 미국은 영변 외 북한 전역의 핵시설을 폐기해야 대북제재를 해제한다는 원칙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난해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담는 데 실패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FFVD)’의 개념을 담은 문구를 명시해 비핵화 개념을 분명히 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미 인터넷 매체인 복스는 북-미가 △종전을 위한 북-미 간 평화 선언 △연락사무소 설치 △미군 유해 추가 송환 △영변 핵 활동 동결 시 남북 경협을 위한 유엔 대북제재 완화 등에 잠정 합의했다고 보도했다.하노이=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 기자}
북-미는 2차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25일에도 베트남 하노이에서 닷새째 실무협상을 이어갔다. 회담 준비로 들썩이는 하노이 시내 분위기와 달리 양측은 여전히 비핵화 초기 조치나 시한, 로드맵 등을 두고 팽팽히 의견을 주고받는 초기 단계의 협의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이날 오후 5시 28분경(현지 시간)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숙소인 ‘파르크 호텔’을 찾아 약 40분간 협의한 뒤 오후 6시 8분경 떠나는 모습이 포착됐다. 앞서 오후 1시 50분경엔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부국장이 파르크 호텔을 찾기도 했다. 전날까지 4일 연속 18시간이 넘는 마라톤협상을 진행해 왔지만 양측은 아직 합의문 조율 단계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 때와는 달리 “2차 회담 합의문은 보다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데 폭넓은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실무협상단은 이틀 전부터 오전에 본국의 훈령을 받고 이를 바탕으로 오후에 집중 협상에 나서고 있다. 정상회담 관계자는 “양 정상의 승인이 필요한 지점들이 존재해 회담을 이틀 앞두고도 이견을 빠르게 좁히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결단에 기대는 상황”이라고도 전했다. 결국은 실무협상 차원에서의 담판보다 ‘톱다운’식 의사결정으로 합의문이 나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일단 26일 오전엔 김 위원장이, 오후 늦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나란히 하노이에 도착하면 보다 속도감 있는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종전선언, 연락사무소 설치 등 한반도 평화체제와 북-미 관계 개선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는 제자리걸음 단계라는 전언도 있지만 긴밀한 실무협상에 2차 정상회담 합의문에 대한 기대는 높아지고 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천명한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참관, 영변 핵시설 폐기가 정상회담에서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담아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하노이=신나리 journari@donga.com·한기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두 번째 핵 담판을 하루 앞두고 26일(현지 시간) 베트남 하노이에 잇따라 입성한다. 북-미는 25일 이례적으로 약 40분간 짧은 실무협상을 가졌다. 전날까지 나흘간 마라톤협상을 통해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상당수 의제는 하노이에 도착할 두 정상의 결단이 필요한 사안으로 남겨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외교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26일 오후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으로 도착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낮 12시 반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을 타고 하노이로 출발했다. 비행시간을 고려할 때 하노이에는 오후 9시 전후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외교부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오전 11시 베트남 주석궁에서 응우옌푸쫑 국가주석, 정오에는 응우옌쑤언푹 총리와 회담을 가진 뒤 28일 베트남을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26일 오전 8시 반경 중국 접경지인 베트남 동당역에 도착할 예정이다. 트럼프보다 12시간가량 빨리 베트남에 도착하는 것. 북-미 두 정상은 이르면 27일 하노이 시내 모처에서 만찬을 갖고 정상회담 일정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정상 도착을 하루 앞둔 25일 오후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는 약 40분간 접촉을 가졌다. 북-미는 이날 오전 전날까지 협상 결과를 본국에 보고하고 훈령을 받은 뒤 짧게 의견만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부터 전날까지 매일 2∼4시간씩 협상을 벌였던 것과 비교하면 회동시간이 크게 단축된 것.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일부 사안은 실무협상만으로는 좁히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출국 직전 트위터에 “완전한 비핵화를 한다면 북한은 급격히 경제강국이 되겠지만 (완전한 비핵화 없인) 지금과 똑같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전미주지사협회 연회에선 “나는 단지 (핵·미사일) 실험을 원치 않는다. 실험이 없는 한 우리는 행복하다”고 말해 핵 동결에 무게를 뒀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날 폭스뉴스 등과의 인터뷰에서 “다음번 회담(another summit)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며 “북한과의 무역, 그리고 북한의 부를 창출하는 것을 막는 제재들은 분명히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베트남 당국은 이날 김 위원장의 숙소로 유력한 멜리아 호텔과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 JW매리엇 등을 보안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일반인 출입을 금지시키는 등 일부 시설을 전면 통제하고 무장 군인들을 배치했다.하노이=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 기자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사흘 앞둔 24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 시내. 거리마다 인공기와 성조기가 펄럭이는 가운데 주요 시설엔 철제 펜스가 설치됐고 소총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배치되는 등 경비 태세도 ‘최고 단계’로 격상됐다. 베트남 현지 소식통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숙소는 멜리아 호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JW매리엇 호텔로 사실상 확정됐다”며 “25일부터 두 호텔은 숙박객을 제외하고 출입이 전면 통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북-미는 26일 하노이 정상회담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노이에 등장한 트럼프 리무진 ‘비스트’ JW매리엇 호텔 앞에는 철제 울타리가 세워져 있었고 차량과 보행자의 이동도 차단했다. 호텔 정문 앞 주차장에는 노란 폴리스 라인이 쳐져 있었고 ‘비스트’(Beast·야수)라는 별칭이 붙은 트럼프 대통령 전용 리무진 차량 두 대가 주차돼 있었다. 검은색 경호용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호위하듯 비스트를 감쌌고 특수 통신장비가 달린 차량도 눈에 띄었다. 미국 측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 차량이 맞다”며 호위용 경호 차량에서 의전용 베트남 국기를 꺼내 보이기도 했다. 김 위원장 숙소는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에서 직선거리로 약 7km 떨어진 멜리아 호텔로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고려항공 수송기를 타고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한 이른바 ‘김정은 방탄 경호팀’ 100여 명은 멜리아 호텔로 직행했다. 검붉은 얼굴에 짧은 스포츠머리, 키 180cm 안팎의 이들 경호팀은 흰 셔츠에 검은 바지 차림으로 분주하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 회의장을 점검했다. 북한 수송기에서 내린 장비들도 호텔로 옮겨졌다. 김 위원장의 숙소는 꼭대기 층인 22층, 경호원들은 그 아래 층에서 묵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미국 측 프레스센터가 차려질 예정이었던 이 호텔은 김 위원장의 숙소로 낙점된 뒤 긴박한 움직임을 보였다. 호텔 로비 안내판에 ‘미 대사관 미국 프레스센터(US EMBASSY US PRESS CENTER) 7층’이라고 적혀 있던 문구가 이날 오후 갑자기 사라진 것. 김 위원장 의전을 책임지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등 현장 의전협상팀이 뒤늦게 숙소를 확정하면서 미국이 북측에 양보하는 방향으로 교통정리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 정상회담장은 회담을 하루 앞둔 26일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회담장으로는 멜리아 호텔에서 가까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하노이 호텔이 유력하다. 김창선은 이날 오전에도 나와 닷새 연속 호텔을 점검했다. 호텔 측은 인부들을 대거 동원해 벽면과 쪽문을 중심으로 하얗게 페인트칠을 하고 실리콘 보수 작업을 하는 등 단장에 여념이 없었다. 베트남 정부 게스트하우스(영빈관)와 오페라하우스도 회담장으로 거론된다. 현지 소식통은 “베트남 정부는 국립컨벤션센터(NCC)를 추천했으나 북한이 경호 문제로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베트남통신(VNA)은 하노이 경찰 당국이 22일(현지 시간) 시내 경비 태세를 최고 단계로 격상하고 경찰 수천 명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7, 28일 정상회담 기간에는 약 1000명의 교통경찰을 배치하고 시내 교차로 300곳을 통제할 방침이다.○ 나흘 연속, 총 18시간 반 열린 북-미 실무협상 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을 조율하기 위한 실무협상도 이어졌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하노이에 도착한 21일부터 24일까지 나흘간 숙소인 파르크 호텔에서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협상했다. 첫날인 21일에는 4시간 30분, 22일에는 약 5시간 30분, 23일 낮과 저녁 등 16시간가량 만났던 두 수석대표는 24일 오후 2시 30분경 만나 5시까지 협상을 이어갔다. 외교 소식통은 “만나는 시간이 잦고 긴 것을 보면 질적인 진전이 있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비건 대표는 23일 오전 협상을 마치고 호텔을 나서면서 취재진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우기도 했다.하노이=신나리 journari@donga.com·한기재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중국을 관통하는 4500km의 ‘열차 행군’에 들어갔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 베트남 하노이로 출국한다. 북-미 정상이 두 번째 핵 담판을 벌일 ‘하노이 슈퍼 위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북-미 정상의 숙소가 각각 멜리아 호텔과 JW매리엇 호텔로 확정된 가운데 북-미는 이날까지 연속으로 나흘째 실무협상을 벌이며 비핵화 조치와 상응 조치를 도출하기 위한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4일 김 위원장이 27, 28일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전날 오후 전용 열차를 타고 평양역을 출발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25일 베트남과 국경을 접한 중국 최남단 기차역인 핑샹(憑祥)역을 거쳐 26일 하노이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5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항공편 대신 4일간 열차 이동을 선택한 것이다.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이어 3대에 걸쳐 중국 대륙을 관통하는 열차 행군을 재현해 혈맹관계인 중국이 북한을 뒤에서 지원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미는 의전·경호 협상을 통해 김 위원장의 숙소를 멜리아 호텔로,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를 JW매리엇 호텔로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싱가포르 회담 당시 570m에 불과했던 두 정상 간 숙소 거리는 이번엔 7km가량에 이른다. 이날 고려항공 수송기편으로 하노이에 도착한 북한 경호부대 100여 명은 곧장 멜리아 호텔로 이동했다. 현지 소식통은 “북측 수송기에서 내린 짐들이 멜리아 호텔로 옮겨졌다”며 “김 위원장의 숙소는 22층, 경호원 숙소는 21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워싱턴을 출발해 26일 오후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북-미는 이날도 실무협상을 이어갔다. 전날 두 차례 회동했던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는 이날 오후에도 2시간 반가량 회담을 가졌다. 외교소식통은 “실무협상단이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할 합의 문구에 대한 본격 조율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김정은 위원장은 핵무기만 없앤다면 북한이 세계적 경제 강국이 될 수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지정학적 위치나 사람들 때문에 북한은 빠른 성장 잠재력이 있다”고 밝혔다. 제재 완화 의사가 있으니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에 나서라는 메시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감축이 검토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그것은 고려 사항이 아니다”라고 밝혔다.하노이=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 기자 / 뉴욕=박용 특파원}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남북 경협에 대한 적극적인 재정 부담 용의를 밝히면서 과거 대북 지원 사례를 곱씹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북한의 비핵화 말만 믿고 정부가 상당 비용을 부담했다가 관련 사업이 중단돼 비용 회수는커녕 이자 부담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1994년 12월 제네바합의 당시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한국과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를 만들어 함경남도 신포항 금포지구에 경수로 2기를 지어주기로 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 전체 사업비 46억 달러 가운데 한국이 약 70%인 32억 달러(당시 기준 약 3조5000억 원)를 부담하고, 일본이 20%, EU가 10%를 내기로 한 것. 미국은 북한에 매년 중유 50만 t(약 346만 배럴)을 연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당시 정부는 “70% 정도를 부담하는 것은 손해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이 2005년 2월 핵무기 보유 공식 선언 및 6자 회담 무기한 중단을 선언하면서 그해 7월 경수로 사업 종결 방침이 발표되고, 이듬해 5월 경수로 사업이 공식 종료됐다. 북한은 다섯 달 뒤 1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경수로가 완공되면 북한이 투자금을 분할 상환할 예정이었으나 정부는 투입한 약 1조4000억 원을 아직 회수하지 못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인 정양석 의원실에 따르면 오히려 사업 종료 후 한국이 내려던 총비용 중 잔액인 약 2조 원은 정부 부담으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수로 사업에 투입된 자금은 남북협력기금이 공공자금관리기금(정부가 공공사업에 활용하기 위해 마련한 기금)에서 빌린 돈이어서 지난해 6월까지 발생한 이자만 1조5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여 년 전 합의에 따른 사업 투자금도 되돌려 받지 못한 상황에서 새로운 경협 비용을 떠맡을 경우 ‘빚잔치’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핵화 조치마다 자금줄이 돼 왔던 일본이 한일 관계가 껄끄러운 만큼 비핵화를 견인할 남북 경협 사업에 얼마나 적극 참여할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 하노이를 찾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삼성과 LG 등 현지 산업단지를 둘러볼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북한이 추진할 경제 개발 모델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베트남 모델이나 중국 모델을 답습하기보다는 이미 지정한 경제특구 및 경제개발구를 중심으로 ‘북한식’ 경제개방 모델을 추구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비핵화 논의 과정에서는 북한의 ‘롤모델’로 베트남 모델이 손꼽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4월 문재인 대통령과의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 도보다리 대화에서도 베트남식 모델 추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지난해 7월 “북한과도 언젠가 베트남처럼 동반자 관계를 맺길 원한다”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1인 체제 국가’인 북한이 베트남 모델을 그대로 가져오는 대신 경제 발전과 체제 유지를 동시에 잡기 위해 기존 경제특구 및 경제개발구 중심의 발전을 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평양을 주기적으로 찾는 익명의 한 대북 소식통은 “최근 만난 북한 경제계 인사들이 ‘우리는 경제개발구에 투자받기를 원한다’고 했다”며 “갑자기 외국 자본이 대거 들어와 나라 전체 경제를 어지럽히는 것을 우려하는 듯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북 제재가 해제되면 북한이 국제 경제 체제에 잠식되지는 않을지, 기술 이전과 같은 지원은 가능한지 등에 관심이 많았다”고도 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미 중국이나 베트남과 같은 사회주의국가들의 경제개방 전례들이 있다. 북한은 별도의 경제 실험이 필요 없기에 특구를 중심으로 ‘우리식(조선식)’ 경제 개방을 주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현재 북한의 경제 특구 및 경제개발구는 27개로 알려져 있다. 김 위원장 집권 후 나진-선봉특구에 이어 신의주, 금강산 등 경제·관광특구를 지정했고 지방에도 경제개발구가 들어섰다. 공업개발구 14개, 관광개발구 6개, 농업개발구와 수출가공구가 각각 3개, 첨단기술개발구가 1개다. 베트남식 개혁·개방이 상대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김 위원장에겐 고려 사항이다. 베트남은 1975년 종전 후 1986년 개혁·개방 정책인 ‘도이머이’를 꺼내 들었고 종전 후 20년이 지난 1995년에야 미국과 수교하며 본격 경제 도약기를 맞았다. 여기에 100% 베트남식 개방은 자칫 체제 불안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김 위원장이 그대로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조경환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베트남은 집단지도체제를 유지하면서 수뇌부를 바꾸는 일종의 ‘권력 교체’가 가능해 북한의 ‘김정은 1인 독재’와는 체질이 다르다”고 했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빠른 성장을 이뤄내고 있는 베트남의 ‘경제 노하우’만 선별해 습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이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