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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웅 다음 창업자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사진)을 오만하다고 비판한 데 대해 정치권과 벤처기업계에 동조 여론이 일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7일 보도된 언론 인터뷰에서 이해진 네이버 전 이사회 의장을 “미래를 보는 비전이 없다”고 평가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을 겨냥해 “정치가 기업과 기업가를 머슴으로 보는 오만함과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이해진 창업자를 평가절하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스티브 잡스와 같다고 아부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과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말했다. 지금 수준이 한 단계씩 높아졌다고 해도 3류 정치가 1류 기업을 깔보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서비스인 세이클럽을 기획한 개발자 남세동 보이저엑스 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선수생활도 해본 적이 없는 심판위원회 위원장이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에게 해당종목을 ‘가르치고’ ‘혼내주려’ 하는 것”이라고 김 위원장을 비판했다. 남민우 다산그룹 회장(전 벤처기업협회장)과 신상목 전 외교관도 공정위와 김 위원장 비판 발언을 인터넷에 올렸다. 이 창업자는 이날 페이스북에 다시 글을 올리고 해명했다. 그는 “기업가들이 우리 사회에서 너무 존중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화가 나서 짧게 이야기하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며 “생각이 짧았던 제가 일단 잘못했다”고 말했다. 이 창업자는 네이버에 대한 공정위의 규제를 반대해 ‘오만’ 발언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은 점을 감안해 “나는 네이버의 대기업 집단 지정에 불만을 갖지 않았다. 벤처에서 출발한 기업이라도 일정 규모 이상이 되면 그에 따른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정부의 감독이나 감시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이 창업자는 이 같은 해명과는 별개로 김 위원장이 기업가를 존중하지 않고 있다며 여전히 비판 발언을 내놓았다. 그는 “장관이나 대통령이 국민을 자질이 모자란다, 비전이 없다고 언론사 인터뷰에서 공적으로 비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기업가는 일정 부분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고 적었다. 재계에서는 김 위원장이 평소 국내 온라인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네이버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려다 스텝이 꼬였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7일 인터뷰에서도 네이버에 대해 “지금처럼 가다간 수많은 민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논란이 커지자 김 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경제민주화 관련 시민단체들과의 간담회에 앞서 이 창업자의 글에 대해 “정확하고 용기 있는 비판을 해주신 데 감사드리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물러섰다. 이어 “겸허하게 질책을 수용하고 공직자로서 더욱 자중하겠다”고 했다. 안 대표의 비판에 대해서도 “매서운 질책의 말씀을 겸허하게 수용하게 계속 귀한 조언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했다.임현석 lhs@donga.com / 세종=김준일 기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한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대(對)중국 농수산식품 수출이 급격히 줄고 있다. 증시 역시 사드 여파를 강하게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7월 대중 농수산식품 수출액은 1억1061만 달러(약 1250억 원)로 지난해 같은 달(1억2490만 달러)보다 11.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감소세는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올해 2월은 대중 농수산식품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46%나 늘 정도로 시장 상황이 좋았다. 그러나 한미 군 당국이 사드 배치를 시작한 올 3월 수출액이 전년 대비 7.5% 줄면서 감소세로 돌아서더니 이후 5개월간 줄곧 두 자릿수 감소율을 나타내고 있다. 7월까지 누적 수출액(7억3534만 달러)도 전년 대비 6.5% 줄어 이런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지면 한국의 대중 농수산식품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10%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수출액은 18억9576만 달러(약 2조1422억 원)였다. 사드 배치의 후폭풍은 유가증권시장에서도 거셌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정부가 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한 뒤 중국 소비 관련 주요 10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27.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모레퍼시픽 등 10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7월 7일 61조8302억 원에서 이달 8일 44조890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여파가 컸던 것은 화장품과 여행, 자동차 등 중국 시장 의존도가 컸던 업종들이다. 같은 기간 아모레퍼시픽은 44만1000원에서 26만7500원으로 39.3% 급락했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33.9%), LG생활건강(―23.3%), GKL(―20.1%)도 하락폭이 컸다. 현대차그룹은 판매 부진과 중국 공장 가동 중단의 여파로 시총이 5조 원 이상 빠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18.8%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김준일 jikim@donga.com·박성민 기자}
정부가 실시한 아스팔트콘크리트(아스콘), 레미콘 물량 입찰에서 담합한 지역 조합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4, 2015년 정부가 실시한 아스콘, 레미콘 입찰에서 사전에 입찰가격과 물량을 담합한 대전, 세종, 충남지역 3개 아스콘 조합과 충북지역 3개 레미콘 조합에 과징금 73억6900만 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10일 밝혔다. 정부가 발주하는 레미콘, 아스콘 물량은 한 개 조합이 최대 50%를 최저가 낙찰로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물량이 100% 채워지면 입찰이 마감된다. 공정위에 따르면 3개 아스콘 조합은 2014, 2015년 대전지방조달청이 시행한 입찰에서 어느 한 조합이라도 낙찰받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사전에 입찰 물량과 가격을 정했다. 3개 레미콘 조합도 같은 방식으로 충북조달청이 2015년 실시한 4개 입찰에서 담합을 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나는 유리천장을 깨 버렸습니다.” 한국을 방문 중인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61)의 발언에 여대생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7일 이화여대를 방문한 라가르드 총재는 ‘한국 교육시스템의 미래와 여성의 역할’이라는 주제발표에서 “직장에서 (성적으로) 차별받았을 때 나는 그곳을 떠났다. 정당하지 않은 차별은 용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성별이 아닌 잠재력을 알아보는 다른 직장으로 옮겼다”고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이어 “기업에서 육아휴직 등 여성을 위한 보장 제도가 잘 지켜질 때 여성들은 더 큰 충성심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게 된다”며 여성 복지가 더 좋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등이 이날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아시아의 지속성장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개최한 국제콘퍼런스에서도 “여성에 대한 차별을 줄이는 게 경제 성장의 지름길”이라며 여성 참여 확대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한국이 노동시장에서 성별 차이를 줄이면 국내총생산(GDP)을 지금보다 10%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여성 노동인구 비율을 늘리기 위해 보육 혜택, 임시직에 대한 세금 혜택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여성경제 참여율은 올해 7월 기준 53.2%로 남성(74.6%)보다 크게 낮다. 한국의 남성 고용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74.2%)보다 높지만, 여성 고용률은 OECD 평균(58.6%)보다 낮다. OECD 35개국 중 남녀 고용률 격차가 한국보다 큰 국가는 터키, 멕시코, 칠레 등 개발도상국들이다. 변호사 출신으로 프랑스 재무부 장관을 지낸 라가르드 총재는 2011년에 IMF의 첫 여성 총재로 선출됐다. 학창 시절에는 싱크로나이즈드 수영선수로 활동한 이색 경력이 있다. IMF 총재로서는 두 번째 방한이지만, 프랑스 재무장관 시절인 2010년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준비하기 위해 여러 차례 한국을 찾았다. 이번 방한에서 라가르드 총재는 경제와 여성이 연관된 주제로 열리는 다양한 행사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전날인 6일에는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7 대한민국 여성 금융인 콘퍼런스’에서 “고학력 여성들이 양육 문제로 경력이 단절되는 ‘M자형 그래프’를 나 역시 경험했다. 출산으로 근무시간을 바꿔야 했지만 동료 파트너 변호사가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을 보고 올바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법적, 제도적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경제 성장의 혜택을 광범위하게 공유해야 성장이 더 강화되고 지속된다”는 설명이다. 또 최근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기초연금 확대, 청년고용 관련 보조금 등을 언급하며 “경제적 건전성 수준이 올라가면 차세대가 더 부유해질 것을 보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김준일 jikim@donga.com·이건혁 기자}
내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정부가 조류인플루엔자(AI)를 막기 위해 특별 방역체제에 돌입한다. 정부는 앞으로 닭, 오리 등을 키우는 전업농가마다 담당 공무원을 지정해 매일 점검에 나서고, 발생 취약 지역에 폐쇄회로(CC)TV 설치를 지원할 계획이다. 7일 정부는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AI 방역 종합대책’을 확정했다. 대책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공무원과 농협 직원 등 방역 담당자 443명을 투입해 다음 달부터 내년 2월까지 산란계 3000마리, 오리 2000마리 이상인 전업농가 2498곳을 집중 관리한다. 방역담당자 1명당 5, 6곳을 맡아 매일 농가에 전화를 걸어 방역 및 질병상황을 확인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은 현장점검을 한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전담공무원(584명)을 정해 방역에 취약한 농가를 비슷한 방식으로 매일 체크할 계획이다. 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와 인접 지역인 경기 북부 지역의 전업농가(5139곳)에는 CCTV를 설치한다. 올해까지 140개 농장에 시범 사업을 한 뒤 내년까지 설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공정거래위원회 소속 A 국장은 거의 매주 여자 사무관들과 술자리를 함께했다. 자신이 직접 연락하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다른 여직원에게 여자 사무관을 부르라고 시켰다. 지시를 받은 여직원은 “국장님이 시켜서 어쩔 수 없다”고 사정하며 여자 사무관을 섭외했다. B 과장은 가족여행 숙소 예약 등 사적인 일을 부하 직원에게 수시로 지시했다. 사무실 냉장고에 자신이 좋아하는 빙과가 채워져 있지 않으면 “왜 쮸쮸바를 사놓지 않았느냐”며 부하 직원들을 질책했다. 국가공무원노동조합 공정거래위원회 지부는 6일 ‘공정위 과장급 이상 관리자 평가 결과’ 자료를 내고 이런 내용의 공정위 간부 갑질 사례를 폭로했다. 8월 21∼24일 5급 이하 공정위 직원 410명 중 설문에 참여한 228명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정부 부처 노조가 간부 비위를 대대적으로 폭로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공정위 노조는 부하 직원에게 관사 청소를 시킨 사례, 출장 시 부하 직원에게 개인차량 운전을 시킨 사례도 함께 밝혔다. 공정위 노조는 “조직 내부의 갑질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시장의 불공정 질서를 바로잡겠다며 지시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대기발령 등 인사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정위 조직은 크게 술렁였다. 관련 사실은 김상조 공정위원장에게도 보고됐다. 공정위는 먼저 노조의 주장이 사실인지를 확인할 방침이다. 경우에 따라 추가 조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의 한 직원은 “이번 발표가 강한 자극이 될 것 같다”며 “의사소통으로 문제를 해결할 방법도 있었을 텐데 일부 과격한 면은 아쉽다”고 말했다. 노조는 비슷한 조사를 지속적으로 할 계획이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공정거래위원회가 대림그룹에 대해 전격적인 현장조사에 들어갔다. 공정위는 4일 조사관 20여 명을 대림산업 대주주인 대림코퍼레이션으로 보내 회계장부와 계열사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대림코퍼레이션은 대림산업을 지배하는 지주사로 총수 일가가 지분 67.1%를 보유하고 있다. 공정위는 최근 대기업집단 계열사 내부거래 실태를 점검하면서 대림그룹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림그룹의 계열사 가운데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계열사는 건축자재도매회사인 켐텍(총수일가 지분 100%)과 부동산개발업체 에이플러스디(100%)다. 이 회사들은 지난해 전체 매출액의 25%가량을 계열사 간 거래로 올렸다. 두 회사는 모두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지는 동시에 매출액도 급성장하고 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공정거래위원회가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50·전 네이버 이사회 의장)를 네이버의 총수로 공식 인정했다. 이에 따라 이 전 의장은 ‘일감 몰아주기’ 등의 규제 감시 대상이 됐다. 3일 공정위는 이런 내용을 담은 ‘공시기업집단 지정 현황’을 발표했다. 공시기업집단은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으로, 공시의무 등 각종 규제 대상이 된다. 올해 기준으로 대기업집단은 57개이고 이들의 자산총액 합계는 1842조1000억 원이다. 올해 자산이 5조 원을 넘어 새로 대기업집단에 포함된 기업은 동원(자산총액 8조2000억 원), SM(7조 원), 호반건설(7조 원), 네이버(6조6000억 원), 넥슨(5조5000억 원) 등 5곳이다. 이 가운데 ‘총수 있는 대기업’ 지정 여부로 관심이 모아졌던 네이버에 대해 공정위는 조목조목 근거를 들며 이 전 의장을 총수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 전 의장은 지난달 직접 공정위를 찾아 자신이 네이버 소유주가 아니기 때문에 총수로 지정되는 게 맞지 않다고 주장했지만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정위는 이 전 의장이 실질적으로 네이버에 지배력을 행사한다고 판단했다. 네이버의 최대주주가 국민연금공단(10.76%)이고 영국과 미국의 투자기관이 각각 5%가량 지분을 갖고 있긴 하지만 이들은 모두 경영을 목적으로 투자하지 않았다고 공시했다. 또 1% 미만 소액투자자의 지분이 절반이 넘기 때문에 이 전 의장(4.31%)이 사실상 최대주주라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또 이 전 의장이 대주주 중 유일한 사내이사이고 사외이사추천위원회 추천위원이기도 해 경영에 영향을 미친다고 공정위는 봤다. 2015년 네이버가 처음으로 공정위에 기업집단 현황 자료를 제출할 때 이 전 의장을 총수로 적시한 것도 판단 근거가 됐다. 이에 따라 네이버는 이 전 의장 본인과 6촌 이내 친인척이 지배하는 회사의 내부 거래 명세를 모두 공시로 외부에 알려야 한다. 이 전 의장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감시 대상이 돼 이를 어길 경우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규제 대상이 되는 네이버 계열사는 이 전 의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지음’(투자회사)과, 이 전 회장과 친척이 지분을 각각 50%, 100% 보유한 ‘화음’(음식점), ‘영풍항공여행사’다. 네이버는 이 창업자의 총수 지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가족의 경영 참여도 없고 순환출자나 일감 몰아주기와도 연관이 없다. 족벌경영 체제를 관리하는 틀로 정보기술(IT) 기업을 재단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창업자와 잘 알지도 못하는 친척의 회사까지 공시 대상으로 삼아야 하느냐는 불만이다. 박재규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현행법에 따라 지분, 경영활동 및 임원 선임 등에서의 영향력을 고려해 하나라도 충족하면 총수로 지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전 의장이 총수로 지정되면 투자활동이나 이미지에 타격을 받는다는 주장은 다른 대기업의 상황을 고려할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네이버가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공정거래를 하면 그뿐인데 총수 지정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창업자가 등기이사로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인 만큼 총수로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편 넥슨은 게임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 중 처음으로 대기업집단에 포함됐다. 네오플 등 계열사들의 온라인 게임이 호조를 보여 자산총액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 / 임현석 기자}
서울 관악구에서 2월 A 편의점을 연 B 씨는 가맹상담을 할 때 본사가 장담한 만큼 수익이 나지 않아 고민이었다. 본사 담당자는 다양한 수치를 보여주며 “하루 매출이 100만 원 이하로 예상되면 개점 승인이 나지 않는다”며 하루 120만 원 매출을 장담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하루 70만 원 매출을 채우기에도 급급했다. 그런데도 본사는 자신의 매점에서 270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편의점을 또 열라고 권고했다. B 씨는 거절했다. 얼마 후 이상한 소문이 들렸다. 그곳에 같은 브랜드의 편의점이 들어온다는 것이었다. 본사에 확인해 보니 “사전에 말하지 못해 미안하지만 법적인 책임은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6월 26일 270m 떨어진 그곳에 같은 브랜드의 편의점이 들어오면서 B 씨의 편의점 매출은 더 떨어졌다.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는 ‘편의점 프랜차이즈 모범거래기준’을 마련하고 250m 이내에는 같은 브랜드가 입점할 수 없도록 했다. 본사는 주변에 어떤 지점이 있는지 고지해줄 의무가 있지만 규정을 애매하게 비켜나거나 뒤늦게 알려줘 점주들을 울리는 일이 적지 않다. 서울시가 지난달 1일부터 한 달간 받은 프랜차이즈 갑질 피해 신고 100여 건 가운데는 B 씨 사례처럼 고지를 미리 받지 못하거나 매출과 관련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본사조차도 현행법을 몰라 점주가 행정처분을 받게 한 경우도 있었다. 2015년부터 2년간 스터디카페를 운영한 C 씨는 교육청으로부터 학원법 위반으로 고발돼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독서실로 등록해야 하는데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독서실과 같이 운영되는 스터디카페는 독서실업으로 등록해야 한다는 점을 본사는 계약 때 지급한 정보공개서에서 알려주지 않았다. 이 같은 피해를 입은 서울시내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서울시에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법률적 지원과 행정적 지원만 해줄 수 있을 뿐 이들을 실질적으로 도울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지자체도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에 대한 처분을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법을 어긴 프랜차이즈 본사에 대한 조사권 및 처분권을 서울시와 적극적으로 나눌 계획이다. 공정위 인력만으로는 위반 업체를 모두 걸러내기 힘들뿐더러 시간적으로도 지자체가 조사하고 처분을 내리는 것이 피해 구제에 더 효과적이라고 본 것이다. 공정위는 권한 분담을 위한 막바지 검토 작업을 하고 있다. 본사가 가맹점에 매장 리뉴얼을 강요하거나, ‘보복 출점’을 하는 등 심도 있는 조사가 필요한 사안은 공정위가 직접 나서고 가맹계약서나 정보공개서 보존 위반 여부 등을 확인하는 건 지자체에 모두 맡긴다는 것이다. 이 경우 과태료 부과 권한도 지자체에 줄 계획이다. 공정위는 서울시와 조만간 업무협약(MOU)을 맺기 위해 검토안에 대한 막바지 수정 작업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법 집행력을 높이겠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라면서 “곧 MOU 체결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노지현 isityou@donga.com·김준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의 첫 대상으로 지목했던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전환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기존 외주(아웃소싱)업체와 맺은 용역계약을 깰 경우 발생하는 막대한 위약금 등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들은 이를 해결해 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상황 정리를 더욱 어렵게 한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는 공기업 대부분이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중이어서 자칫 새 정부의 정규직화 정책 전반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 ‘위약금’에 발목 잡힌 인천공항 정규직화 31일 국토부 등에 따르면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작업은 용역회사와 계약을 해지하는 문제가 걸림돌이 돼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당초 인천공항은 용역관리를 맡은 자회사를 세운 뒤, 아웃소싱 업체의 비정규직 직원을 내년 1월부터 이 회사 소속으로 직접 고용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지난달 초 임시법인인 인천공공운영관리㈜를 세우고 31일에는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사·전문가협의회를 구성해 첫 회의를 가졌다. 하지만 위약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달 기준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직원은 60개 외주사 소속 총 9919명. 이 업체들은 공항 측이 계약을 중도 해지할 경우 계약금의 약 5%에 해당하는 이윤(올해 기준 193억 원) 외에도 위로금 명목의 위약금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업체는 지난달 30일 ‘외주업체 비상대책협의회’를 구성했고 계약해지 관련 가처분 및 손해배상 소송에도 나설 움직임을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인천공항 관계자는 “이런 전반적 상황이 ‘내년 1월 제2여객터미널 개장 일정’에까지 악영향을 줄 것 같다”고 우려하고 있다. ○ “관할 부처가 책임지고 교통정리 나서야” 이와 관련해 고용부가 지난달 발표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 “공공부문 파견·용역 비정규직의 경우 파견·용역업체와의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에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하지만 인천공항이 이런 가이드라인을 따르면 “비정규직 전원을 연내 정규직화하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지킬 수 없게 된다. 일부 외주업체의 계약만료 시점은 2020년 말까지로 무려 3년 이상 남아 있다. 기재부나 인천공항 관할 부처인 국토부는 ‘전환 과정에서의 집단소송 등을 최소화하라’는 원론적인 지침만 내렸다. 기재부 관계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계획은 기관별로 노사가 자율적인 합의를 통해 마련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다른 공공기관들은 대통령 ‘지시 1호’ 대상인 인천공항의 선례를 기다리고 있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경제학)는 “기존 용역업체 등 민간부문에 책임을 떠넘기면서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추진하는 것은 정부로서도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공기관의 손해에 대해선 관할 부처가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확답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 측은 “인천공항 등 일부 공공기관이 정규직 전환을 연내에 마무리하겠다고 목표를 세우다 보니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며 “조만간 이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보내겠다”고 밝혔다.천호성 thousand@donga.com·유성열 / 세종=김준일 기자}
문재인 대통령 지시에 따라 공공기관들이 출신 학교, 영어 점수 등 이른바 ‘스펙’을 보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 제도가 자칫 부정한 채용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지적이 나왔다. 취지가 좋다고 무조건 밀어붙일 게 아니라 제도를 정교하게 설계하고 보다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31일 내놓은 보고서 ‘공공기관 채용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소고’에서 “블라인드 채용이 비수도권과 지역 인재 채용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라는 단순한 기대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블라인드 채용이란 입사 지원자가 입사원서에 사진, 출신 지역, 학력, 가족관계 등을 적지 못하게 한 뒤 채용담당자들이 직무능력만으로 인재를 뽑는 형태의 채용 방식이다. 공정한 채용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주요 공공기관들이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의 가장 큰 문제로는 부정 채용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꼽혔다. 조세연구원은 “공공기관들이 블라인드 채용을 제대로 시행할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순환보직으로 인사업무를 담당하는 공공기관의 채용으로는 블라인드 채용의 본질적인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인적 정보가 차단된 상태에서 블라인드 채용이 이뤄지면 이제까지 채용의 객관적 근거로 쓰였던 각종 스펙을 확인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사적인 관계에 의존하거나 청탁에 의한 선발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블라인드 채용이 오히려 필기시험 성적 결과대로만 인재를 뽑는 ‘줄 세우기 선발’로 변질될 수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스펙을 보지 않고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려면 공공기관들로서는 필기점수 결과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서다. 박한준 조세연 연구위원은 “단지 입직 단계에서 사회형평적인 채용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제도가 지속될 수 없다”며 “시혜적인 채용이 아닌 합리적인 채용과 인력 관리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공정거래위원회가 거대 독과점 기업의 규모를 강제로 줄이는 ‘기업분할명령제’의 도입 방안에 대해 검토에 나섰다. 또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법 위반 행위를 중단해 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사소(私訴)제도 활성화 방안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29일 관계 부처와 외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공정거래법 집행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논의했다고 30일 밝혔다. 공정위는 불공정 거래로 불이익을 당한 피해자들의 피해구제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이번 TF를 구성했다. 새로 도입할 정책은 내년 1월 말까지 확정된다. TF는 지난해 대선에서 정치권에서 도입 논의가 이뤄졌던 기업분할명령제 도입을 검토했다. 기업분할명령제란 소수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면서 소비자나 경쟁 사업자들에 큰 피해가 발생하면 행정당국이 강제로 해당 기업을 분할하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에 도입돼 있고, 미국은 1982년 통신사인 AT&T를 기업분할명령제로 분리시킨 적도 있다. 하지만 이후 미국은 최근까지 35년간, 일본은 45년간 법 적용을 하지 않고 있다. 각국 정부가 글로벌 기업을 키워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도록 육성하고 있는데, 굳이 자국 대기업을 제재할 필요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또 새로운 시장이 계속 생겨나 독점으로 인한 피해가 적다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도 지난해 정치권은 대기업 계열사들의 시장 지배력이 많은 폐해를 낳는다며 이 제도의 도입을 요구했고, 김상조 공정위원장도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공정위 관계자는 “도입 논의가 수면 위로 오른 만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정책 추진이 가능한지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TF는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불공정 거래 위반 행위를 중지해 달라고 청구하는 제도인 ‘사소제도’가 한국 실정과 맞는지도 검토할 방침이다. 지금은 경쟁당국인 공정위만 불공정 행위를 중단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 제도가 도입되면 피해자의 자료를 받아 본 법원에서도 위반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피해구제 시간을 줄이기 위해 검토하는 제도다. TF는 민사소송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 수 있는지도 검토할 방침이다. 논의 대상 중 하나가 행정기관이 불공정 거래로 불이익을 당한 피해자들을 대표해 직접 손해배상소송을 하는 제도(집단소송 부권소송제)다. 개인들은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기 어렵다. 또 불공정 거래 혐의를 확인시켜 줄 경쟁당국의 조치가 늦으면 피해자들의 피해구제는 한없이 길어지곤 한다. 이런 맹점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새 정부 첫해마다 5년 단위 나라살림 계획을 지나치게 ‘장밋빛 전망’으로 채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매 정권 초마다 기획재정부는 새 정부에서 한국 경제가 5년간 건실하게 성장한다고 전제하지만 실제 결과는 이와 정반대 양상을 보여 왔다. 문제는 이런 부실한 전망을 기반으로 세금 수입과 예산 지출을 넉넉하게 잡아 놨다가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면 부랴부랴 예산안 방향을 수정하는 일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30일 기재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향후 5년간 해마다 5.8%의 재정지출을 늘려갈 계획이다. 그러면서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21년 40.4%(2017년 39.7%)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금 수입이 연평균 6.8%씩 늘어나니 빚이 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한국이 이 기간 연평균 3%대의 실질 성장률을 거두고 물가도 연 2% 안팎의 적정한 상승세를 유지하며 세금이 안정적으로 들어온다고 봤다. 이런 인식은 매 정권 초마다 반복돼 왔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향후 5년간 경상성장률이 7, 8%로 국세 수입이 해마다 6.4%씩 증가할 거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국세 수입이 첫해만 전망치를 웃돌았을 뿐 이후에는 2008년 예상치보다 연 7조∼15조 원씩 덜 걷혔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영향이 컸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역시 해마다 국세를 6.5%씩 더 걷을 수 있고 이를 통해 복지비용도 대고 국가채무 비율도 임기 말까지 35% 중반대로 유지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지난해 국세는 4년 전 계획보다 10조 원 덜 걷혔고 국가채무비율은 38.3%까지 높아졌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매 정부 초기마다 반복돼 온 낙관적 전망이 이번에도 다시 제기되면서 향후 실제 경제 상황과 괴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29일 결정된 2018년도 예산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편성한 공식 본예산이다. 그 특징은 ‘복지 확대, 건설 축소’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복지지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문재인 정부 임기 내내 예산이 늘어나는 구조가 됐다. 공적연금 등 법에 따라 반드시 지급해야 할 의무지출은 앞으로 매년 최대 17조 원씩 증가한다. 이 때문에 나라살림을 신축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워져 대내외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대응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사람 중심으로 재정운영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예산안이다. 소득 주도 성장을 위해 일자리, 보육교육 국가책임 강화 등 사람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김광림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건설 예산을 깎아서 소득 주도 성장에 뿌려주면 그것이 과연 성장으로 갈 수 있나”며 ‘현금 살포형, 성장 무시, 인기 관리용 포퓰리즘 예산’이라고 비판했다.○ 되돌릴 수 없는 지출, 매년 7%씩 증가 기획재정부는 의무지출이 2021년까지 연평균 7.7%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2013∼2017년 연평균 증가율(5.5%)보다 2.2%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2021년에는 전체 예산의 53%가 의무지출로 채워진다. 의무지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복지지출 급증에서 찾을 수 있다. 의무지출에서 복지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기준 44.3%로 늘었다. 공무원 증원도 나라살림에 부담을 준다. 문 대통령 임기 동안 공무원 17만4000명을 늘리면 5년간 추가되는 누적 인건비는 17조 원이다. 나라살림 씀씀이가 커지지만 정부는 나랏빚 상황을 뜻하는 국가채무 비율이 내년 39.6%로 올해보다 0.1%포인트 낮아진다고 밝혔다. 나가는 돈(세출)보다 들어오는 돈(세입)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내년에 들어올 세금(국세 기준 268조2000억 원)이 올해보다 25조9000억 원(6.8%)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2021년 국가채무 비율은 40.4%에 그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를 두고 정부가 나라살림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향후 5년간 경상성장률이 연평균 4.8%에 달할 것으로 보고 국세수입 증가치 등을 전망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을 2.8%로 전망한 점을 감안하면 경상성장률 4.8%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다.○ 대통령 관심사업 예산 대폭 확대 경기 부양 효과가 크거나 미래를 준비하는 데 투자하는 예산은 대폭 줄었다. 철도 예산은 올해보다 34% 줄어든 4조7143억 원이 편성됐다. 대표적으로 포항∼삼척 철도 건설 예산이 올해 5069억 원에서 내년 1246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연구개발(R&D) 예산은 0.9%(1700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문 대통령의 공약 이행에는 전체 예산의 6%인 26조2000억 원이 투입된다. △중소기업 3명 채용 시 1명 임금 지원(48억 원→2430억 원) △주택 태양광발전시설 보급(1660억 원→4360억 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전남도지사 시절 시행해 관심을 모은 ‘100원 택시’ 사업에는 80억 원이 편성됐다. 나랏빚인 국가채무는 내년에 사상 처음으로 700조 원을 넘어선 709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국민이 내는 세금의 비중을 뜻하는 조세부담률 역시 19.6%로 2007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세종=박희창 ramblas@donga.com·김준일 기자}
필립모리스사의 ‘아이코스’로 대표되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일반 담배와 같은 수준의 세금을 매기는 법률안 처리가 또다시 보류됐다. 올 6월부터 국내에 정식 수입된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해 과세 근거를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담뱃세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일부 국회의원의 주장이 계속되면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당초 여야 합의로 쉽게 처리될 것으로 보였던 전자담배 과세 문제는 갈수록 논란이 커지면서 8월 임시국회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8일 전체회의를 열고 현재 1갑(20개비)당 126원인 궐련형 전자담배의 개별소비세를 일반 담배 수준인 594원으로 올리는 내용의 개소세 일부개정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의결이 미뤄졌다. 현재 전자담배의 제세금은 1177원으로 일반 담배(3318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전자담배에 대한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틈을 타 제조사들이 세금이 낮은 파이프 담배로 판매 등록을 했기 때문이다. 당초 여야는 기재위 조세조정소위원회에서 22일 전자담배 개소세 인상안에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다음 날인 23일 전체회의에서 무난히 의결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조경태 기재위원장(자유한국당)이 “재논의가 필요하다”며 의결을 미뤘다. 닷새 만에 전체회의에 전자담뱃세 인상안이 다시 올라왔지만 국민적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위원들 간에 뜨거운 공방이 벌어졌다. 그동안 인상안 반대 의견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이날 전체회의는 달랐다.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만큼 유해한지 검증해 봐야 한다는 의견부터 세금 인상에 따른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비판까지 다양한 지적이 나왔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에 비해 유해성이 약해 세율도 조금 낮추는 게 맞지 않느냐는 게 국민들 생각”이라며 세금 인상을 보류하자고 제안했다.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전자담배에 (일반 담배와) 동일한 세율을 부과하면 담배 가격 인상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으니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자담배 세금이 지금처럼 계속 낮을 경우 이를 제조, 판매하는 해외기업의 배만 불릴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은 “과세를 늦출수록 다국적기업은 앉아서 개소세 차익을 이윤으로 챙겨간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전자담배의) 조세 공백을 빨리 메워야 하는 상황”이라며 세금을 올려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인상을 보류하자는 측의 주장을 꺾진 못했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 / 홍수영 기자}

평범한 고어텍스 등산복이 30만∼40만 원에 팔리던 2012년 3월, A대형마트에서 아웃도어 의류 특별할인전이 열렸다. 그동안 접하던 가격의 절반 수준에 등산복을 파는 행사였다. 고어텍스를 원단으로 등산복을 만들던 S사는 여기에 참여해 정가 20만 원대에 팔던 등산복을 11만9000원에 내놨다. 당시로선 파격 가격이었다. A대형마트의 할인전을 본 B대형마트는 다음 달 바로 유사한 행사를 열어 등산복 고객 유치에 나섰다. 경쟁적인 고어텍스 할인전 소식은 고어텍스 원단을 제작하는 미국 고어사(社)의 귀에 들어갔다. 고어는 의류업체들에 앞서 2009년 3월부터 고어텍스 소재 제품을 대형마트에 팔지 말라고 통보한 바 있었다. 대형마트에서 고어텍스 제품이 싼값에 팔릴 경우 고급 제품이라는 이미지에 금이 가고 향후 고어텍스 원단 가격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고어텍스 할인전이 계속되자 미국 고어사는 국내 할인 행사에 ‘미스터리 쇼퍼(손님으로 가장해 매장을 감시하는 직원)’를 투입했다. 고어텍스 제품이 큰 폭으로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된 사실을 확인한 고어사는 행사 제품 전량 회수를 요구했다. 이후 원단 공급을 중단하고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했다. 원단을 공급받지 못한 등산복 회사는 결국 다른 의류업체에 합병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고어사의 행위를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고어텍스 원단을 공급하면서 아웃도어 업체들이 고어텍스 등산복 등산화 등 관련 제품을 대형마트에서 못 팔게 막은 혐의(구속조건부 거래 금지)로 고어에 과징금 37억7300만 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27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고어는 2009년 3월∼2012년 12월 ‘고어텍스가 들어간 제품을 대형마트에 팔 수 없다’는 자사 규칙을 만든 뒤 국내 29개 아웃도어 업체에 이를 따르라고 강제했다. 고어는 국내 기능성 원단 시장점유율이 60%에 달해 아웃도어 업체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고어는 계약을 해지해 버렸다. 대형마트 할인행사에 참여한 업체 4곳이 이런 이유로 계약이 해지됐다. 공정위는 고어가 대형마트 판매를 막아 국내 등산복 가격이 낮아질 기회가 사라졌다고 봤다. 실제로 대형마트 할인 행사에 참여한 업체들은 시중판매 정가의 40∼50%에 가격을 책정했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아웃도어 제품을 대형마트에서 싸게 팔 수 있으면 다른 유통채널인 백화점 등에서도 가격 경쟁에 나설 수 있었을 것”이라며 “결국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갔다”고 말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세종시에 업무보고를 받으러 내려오는 길에 자리를 둘러보고 싶어서 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올 1월 과로로 순직한 고 김선숙 보건복지부 사무관이 일하던 자리를 직접 찾았다.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의 업무보고를 받기 전 복지부 복지정책관실을 깜짝 방문한 것이다. 세 아이를 둔 ‘워킹맘’이었던 김 사무관은 1월 휴일 근무를 하다 청사에서 순직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과로로 숨진 여성 공무원의 소식에 또 한 번 가슴이 무너진다”며 애도를 표했다. 무거운 표정으로 김 사무관의 자리를 보던 문 대통령은 “아이도 셋이 있고, 육아하면서 토요일 일요일에도 근무하다 그런 변을 당한 게 아닌가”라며 “그걸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기본적으로 일하고 가정에서도 생활할 수 있어야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고 말했다. 김 사무관의 동료들과 마주앉은 문 대통령은 “그나마 이른 시일 내 순직으로 인정돼 다행스러운데 같은 부서 분들 가슴이 아플 것 같다”고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또 공무원들과 육아 휴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등을 떠밀어서라도 육아 휴직을 하게끔, 그게 너무나 당연한 문화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시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업무보고 모두발언에서 “경제 부처가 오랫동안 다닌 익숙한 길을 버리고 한 번도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가는데도 김동연 경제부총리 지휘 아래 너무 잘해 주고 있어 고맙다”고 말했다. 증세 과정에서 기재부가 당청에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이른바 ‘김동연 패싱’ 논란을 잠재우고 김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문 대통령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직접 거명하며 “기재부, 공정위, 금융위가 국민 경제와 민생 살리는 희망의 드림팀이 돼 주실 것을 국민들과 함께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업무보고에서 기재부는 새로운 기술서비스에 대해 당분간은 전혀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일단 산업의 파이를 키워 활성화시키는 ‘규제 샌드박스(Sandbox)’를 도입하겠다고 보고했다. 금융위는 내년 상반기까지 전 금융권에서 연대보증을 폐지해 연간 2만4000명을 보증의 덫에서 구제하겠다고 밝혔다.한상준 alwaysj@donga.com / 세종=김준일 기자}

국회예산정책처가 전문가들의 평가를 바탕으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16∼2020년)에서 50개 저출산 정책 세부 항목을 분석한 결과 이 중 11개 정책이 ‘목표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이 저출산과 직접 관련이 없거나, 관련이 있더라도 방향 설정이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11개 정책에 들어간 지난해 예산은 8085억 원이었다. 정책의 효과성을 고려하기보다는 ‘저출산’이라는 이름표가 붙으면 예산을 우선적으로 주고 보는 관행에서 생긴 문제점으로 분석된다.○ 무늬만 저출산을 위한 대책들 24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의 50개 세부 계획 항목에 대해 전문가들의 평가를 받았다. 평가 항목은 ①저출산 해결과 관련이 거의 없는 과제 ②추진 방향 및 수단이 잘못돼 효과가 의심스러운 과제 ③예산, 인력 투입이 부족해 효과가 의심스러운 과제 ④추진 방향 및 예산과 인력 투입도 적절하지 못한 과제 등 4개 항목이었다. 그 결과 전체 50대 세부 과제 가운데 이 4가지 항목 중 3항목 이상에서 상위 15위 안에 든 과제가 모두 11개나 됐다. 대표적인 예가 ‘청년의 기술창업활성화’ 정책이다. 이 제도는 대기업과 정부가 창업자금을 1 대 1로 마련한 뒤 청년들의 창업 및 해외 진출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기술력은 있지만 사업화에 힘들어하는 청년들을 위해 정부가 만든 정책이다. 지난해 정부는 이 정책에 200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하지만 이 정책은 4가지 평가 항목 모두 낙제점을 받았다. 일자리 대책은 될 수 있지만 저출산 대책으로는 보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지난해부터 제3차 저출산 기본계획에 따라 50개 세부 항목을 실행하기 위한 정책들을 모두 진행하고 있다. 저출산 예산은 이 계획을 토대로 구성하게 되는데, 계획된 예산은 5년간 모두 108조4000억 원 수준. 2016년과 2017년에 예정된 예산은 각각 20조4000억 원, 21조7000억 원에 달했다.○ “저출산 영향평가 도입해야” 게다가 각 부처가 관련성이 많지 않은 사업들에도 저출산 꼬리표를 붙여 예산을 타내기에만 급급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작 저출산 해결을 위해 시급하게 집행해야 할 정책이나 사업이 재원 부족으로 난항을 겪는 일이 적잖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선 정부가 부처별로 ‘저출산’ 정책을 모은 뒤 실효성을 따지지 않고 백화점 식으로 정책들을 나열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대신 주요 정책 및 법령에 ‘저출산 영향평가’ 항목을 넣는 방식 등을 통해 집중력 있게 저출산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저출산 영향평가란 정부가 추진하는 법령개정 사항, 대규모 재정 투입 정책에 대해 저출산 극복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의무적으로 확인하는 평가다. 일자리위원회가 도입하기로 한 고용영향평가와 유사한 방식이다. 정부는 1차 기본계획(2006∼2010년) 기간이던 2006년 저출산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며 저출산 영향평가 제도 도입을 추진했었다. 당시 정부는 국책연구원에 관련 보고서 작성을 맡기고, 여론 수렴 작업도 벌였다. 하지만 이내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부처 간 힘겨루기에서 저출산 대책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밀린 결과였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저출산 영향평가를 하면 보건복지부가 다른 부처의 용역을 건드려야 하는 상황이 오는데, 그 상황을 극복하기는 어려웠다”고 전했다. 그 결과 부처들의 저출산을 앞세운 예산 타먹기 경쟁은 줄어들지 않았고, 저출산 문제는 갈수록 악화됐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지금까지는 정부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에 대해 출산율 파급효과를 고려하지 않았지만, 영향평가를 시행하면 모든 정책에서 출산율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제도”라고 말했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전 저출산고령화대책기획단 단장)은 “아무리 저출산이 사회문제라고 소리쳐 봐도 부처별, 국회 상임위별로 칸막이가 있어 정작 출산을 막는 제도가 생기기도 한다”며 “정부의 모든 역량을 저출산에 집중시킬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정부가 1만 m² 이상 대규모 국유지 개발에 직접 나서기로 했다. 나대지 등으로 방치된 국유지에 공공임대주택 2만 채, 국공립 어린이집 100곳 등을 짓고 개발에 따른 세외수입도 거두겠다는 취지에서다. 첫 시범 사업지로는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인근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남지원 부산사무소 자리(옛 시설원예시험장)가 유력하다. 정부는 24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새 정부 국유재산 정책방향’을 확정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정부는 국유지에 건물만 세울 수 있게 규정한 국유재산법을 개정해 정부가 직접 토지 구획정리, 진입로 확보 등 택지개발 수준의 토지개발에 나설 방침이다. ○ 방치된 국유지에 미니 신도시 조성 정부의 이번 정책은 사실상 방치됐던 정부 소유 토지의 가치를 높이면서 동시에 부족한 공공임대주택 용지 등 정부의 각종 국책사업용 토지를 확보하겠다는 ‘다목적 카드’로 풀이된다. 정부는 우선 1만 m² 이상의 국유지 개발을 직접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개발 가능한 국유지는 전체 국유지 2만4940km² 가운데 일반재산으로 분류되는 토지 831km²의 18.3%에 달하는 152km²다. 서울시 면적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가운데에서도 도심지역에 위치한 교정시설이나 군시설, 대규모 청사 이전용지가 우선 개발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기재부 관계자는 “도심이 커지면서 외곽에 있던 이들 시설이 도심 안으로 들어온 경우가 적지 않다”며 “그동안 헐값에 넘기던 땅을 정부가 공공 목적으로 개발하면 사회적 이익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개발될 1호 사업지로는 부산 강서구의 옛 시설원예시험장 용지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원예시험장이 2014년 경남 함안군으로 이전하면서 16만4320m²에 이르는 토지 가운데 농산물품질관리원이 쓰는 일부 시설을 제외하면 방치 상태로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산 도심과 멀지 않고 경전철, 고속도로 등과 인접해 공공개발 적합지로 판단했다”며 시범사업으로 적극 검토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국유지 활용해 신재생에너지 확충도 이런 지역들에는 우선 행복주택, 청년임대주택 등의 공공목적 주택이 포함된 ‘미니 신도시’가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정부는 청년·신혼부부용 공공임대주택 2만 채를 지을 계획이다. 이런 방식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임대주택 17만 채 건설’ 공약의 진행 속도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14년 택지개발촉진법 폐지 후 도심 내 신규 택지 공급이 끊겨 그동안 임대주택 용지를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 정부는 택지 이외에도 국유지를 활용하는 다양한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정부 기관이 사용하는 청사를 지을 때 공공임대주택이나 국공립어린이집 등을 함께 짓는 게 대표적이다. 지금까지는 매점 등 수익시설만 설립할 수 있다. 알짜 국유지를 민간 등에 무분별하게 매각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원칙적으로 국유지 매각을 막고, 설령 매각할 경우에도 수의계약 대신 경쟁입찰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지난해 매각한 국유지 가운데 수의계약한 비율은 87.3%에 이른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활성화에도 국유지가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 목적으로 국유지를 빌릴 경우 임대료에 해당하는 대부요율을 낮춰줄 예정이다. 탈(脫)원전 정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조치다. 정부가 개발한 국유지 공간의 일정 부분은 창업기업에 빌려 준다.○ “개발까지 정부가 하나” 민간업계 불만 민간에서는 이처럼 정부가 국유지 직접 개발에 나서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번 조치가 활성화된다면 토지주택공사(LH), 지방자치단체, 민간 건설업계 등이 쥐고 있던 도시개발 주도권이 정부 중앙부처로 넘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땅 소유권을 유지하면서 LH,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위탁개발을 맡길 계획이다. 지금도 캠코가 일부 정부 소유 건축물에 대해 사업비의 4% 안팎 수수료를 받고 제한적으로 위탁개발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이런 방식이 국유지 전체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개발업계 등에서는 국가가 도심 노른자위 땅의 개발권을 독점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건설업계에서 알짜 사업으로 통하는 국유지 주택분양 사업이 사라져 민간 부동산 개발업의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행사 대표는 “정부가 연 17만 채 공공주택 공급을 공약한 상황이라 정부 주도로 개발이 이뤄질 경우 임대주택 일변도로 될까봐 우려스럽다”고 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도심의 좋은 입지에 직주(職住)근접형 복지시설을 공급할 좋은 방안”이라면서도 “민간제안을 완전히 배제하고 정부 주도로만 추진할 경우 오피스텔, 업무·생산시설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갈 만한 공간에 임대주택 일변도의 공급이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세종=박재명 jmpark@donga.com·김준일 / 천호성 기자}

정부가 2006년부터 올해까지 12년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쏟아 부은 예산은 모두 124조2000억 원. 하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신생아 수가 갈수록 줄어드는 등 악화 일로에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채 단기 성과에 급급해 임기응변 대책에만 매달린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06∼2010년)을 시작하며 2006년 2조1000억 원을 저출산 대책 예산으로 투입했다. 이후 정부는 한 해도 빼놓지 않고 저출산 대책 예산을 배정했다. 규모는 해가 갈수록 커졌다. 1차 기본계획에서 정부가 저출산 대책에 쓴 예산은 19조7000억 원이었지만 2차 기본계획(2011∼2015년)에서 쓴 금액은 60조5000억 원이었다. 올해 예산만 22조5000억 원으로 1차 계획 당시 5년간 쓴 돈보다 많다. 이처럼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정부의 저출산 대책 중 상당수는 출산율 제고 효과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을 받지 않은 채 이름만 저출산 대책인 경우가 적잖았다. 정부가 지난해 저출산 대책이라며 내놓은 ‘교육과 고용의 연결고리 강화’ 정책이 대표적이다. 2612억 원을 들여 청년 교육을 강화해 고용을 안정시키고 결혼과 출산까지 이끌어 내겠다는 게 골자였다. 하지만 세부 항목은 △대학인문역량 강화사업 △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프라임) 사업 등 이미 교육부 등이 추진하던 사업들로 채워졌다. 기존 사업을 저출산 대책으로 포장지만 바꿨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부가 2015년 11월 발표한 ‘연 1만 명 청년 해외취업 촉진대책’도 빼놓을 수 없다. 이는 청년들이 중동 기술인력 등으로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으로, 668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해 3월 중동 순방 직후 “대한민국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한번 해보세요. 다 어디 갔냐고. 다 중동 갔다고”라며 해외취업을 강조한 뒤 나온 정책이다. 내용만 보면 일자리 정책이지만 정부는 이 사업을 ‘저출산 대책’으로 분류해 예산을 집행했다. 그나마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했던 ‘글로벌 리더 10만 양성계획’과 내용이 비슷한 사업이었다. 이런 일들이 가능했던 데는 정부 부처마다 저출산 해소를 앞세워 각 부처 현안 사업의 예산을 따내려는 움직임도 한몫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일부 집행 부처는 저출산 대책이라는 명분이 붙어야 예산을 따기 쉽다고 생각해 연관도가 낮은 사업에도 저출산이라는 이름을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고 귀띔했다. 김상균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정책의 효과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 절차는 빼놓은 채 돈만 들이면 저출산 문제가 해결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출산 문제에 대한 진단이 면밀하지 못하다 보니 정부가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기획재정부의 용역을 받아 지난해 작성한 보고서 ‘저출산 대책의 정책효과성 제고방안 연구’에서 저출산의 주원인으로 일자리 부족을 비롯한 경제적 문제를 지적했다. 미혼과 기혼, 연령대별 맞춤형 저출산 정책을 다각도로 마련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고민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2차 계획에 따라 지출된 저출산 예산 60조5000억 원 중 양육 정책에만 절반이 넘는 34조8500억 원을 쏟아 부은 게 대표적이다.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보육 지원을 늘리는 것은 맞다. 하지만 여기에만 예산을 집중하면서 다른 분야에 대한 지원은 상대적으로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사업에 대한 국민 만족도는 낮았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12월 저출산 대책 평가 보고서에서 “2016년에만 맞춤형 보육에 저출산 예산의 절반(10조8385억 원)을 투입했지만 정작 어린이집 등의 보육 서비스 질 개선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기혼 남녀의 83.9%가 ‘자녀를 안심하고 맡길 어린이집이 늘고 있다고 체감하지 못한다’고 응답했을 정도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추진했던 출산율 제고 정책들을 제로베이스에서 평가해 효과가 없거나 낮은 사업들은 과감히 구조조정을 하고, 실제 출산율에 도움이 되는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세종=김준일 jikim@donga.com·박재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