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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가 새 역사를 창조했다.한국 축구대표팀이 12일 남아프리카공화국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에서 열린 월드컵 B조 첫 경기에서 이정수(가시마)의 헤딩 선제골과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쐐기 골을 앞세워 유럽의 복병 그리스를 2-0으로 물리쳤다. 이날 승리는 큰 의미가 있다. 한국이 월드컵 원정에서 유럽 팀을 꺾은 것은 이번이 처음. 또 허정무 감독은 한국인 사령탑으로 월드컵 사상 첫 승을 거뒀다.한국은 첫 경기를 잡음으로 해서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32개 팀이 본선 조별리그를 치르기 시작한 1998년 프랑스 월드컵부터 첫 판을 이긴 팀은 86.1% 16강에 올랐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수는 없다. 한국은 17일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 23일 더반 스타디움에서 아프리카의 복병 나이지리아와 2, 3차전을 치러야 한다.태극전사들의 몸은 가벼웠다. 그리스를 꺾겠다는 비장함도 묻어났지만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허 감독이 강조한 '승리를 원하지만 즐기는 축구를 하자'는 유쾌한 도전에 걸맞게 느긋하게 경기를 즐기며 그리스를 지배했다.김정우(광주)와 기성용(셀틱)은 중앙에서 공수를 조율하며 볼을 배급했고 좌우에선 박지성과 이청용(볼턴)이 사이드를 돌파하며 상대 수비라인을 흔들었다. 염기훈(수원)은 박지성과 자리를 바꿔가며 상대 수비라인을 혼동케 했고 수비 땐 페널티지역까지 내려오며 압박했다.첫 골은 예상보다 일찍 터졌다. 전반 7분 이영표(알 힐랄)가 왼쪽 사이드를 돌파하다 코너 부근에서 얻은 프리킥을 기성용(셀틱)이 잘 감아 올렸고 골 지역 오른쪽에서 이정수가 오른발로 골네트를 갈랐다. 콘스탄티노스 카추라니스(파나티나이코스)가 머리로 걷어낸다는 게 살짝 스치고 뒤로 빠지는 것을 이정수가 놓치지 않고 골문 안에 차 넣었다.박지성은 후반 8분 승부를 결정짓는 쐐기 골을 터뜨렸다. 미드필드 중앙에서 볼을 잡아 루카스 빈트라(파나티나이코스)와 아브람 파파도풀로스(올림피아코스)의 더블 수비 사이로 골 지역 왼쪽으로 파고들어 골키퍼 알렉산드로스 조르바스(파나티나이코스)의 역을 찌르는 왼발 슛으로 골네트를 갈랐다. 그리스는 첫 골을 일찍 내준 뒤 당황한 빛이 역력하며 플레이를 잘 이끌어나가지 못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공격형 미드필더 요르고스 카라구니스(파나티나이코스)를 빼고 흐리스토스 파차조글루(오모니아)를 투입했고 후반 15분 판텔리스 카페타노스(스테아우아)를 투입해 공격의 흐름을 바꾸려 했지만 한국의 짜임새 있는 수비라인을 뚫지 못했다. 그리스는 후반 35분 테오파니스 게카스(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가 골 지역 정면에서 회심의 왼발 슛을 날렸지만 골키퍼 정성룡(성남)의 선방에 막혀 땅을 쳤다.허 감독은 노장 이운재(수원) 대신 정성룡이 선발로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통산 네 번째 월드컵(1994, 2002, 2006, 2010년) 무대에 오르는 이운재였지만, 장신 선수들이 즐비한 그리스 전을 감안해 키가 크고 순발력이 좋은 정성룡을 낙점했다. 정성룡은 상대 크로스 때 펀치를 날리고 공중 전 때 몸싸움까지 하며 골문을 잘 지켰다..허 감독은 또 오른쪽 수비수에 차두리(프라이부르크)를 세웠다. 차두리와 오범석(울산), 왼쪽 풀백 자원인 김동진(울산)까지 모두 실험대에 올려놓고 좌우 풀백진의 운용을 고심해 왔는데 결국 선수들의 체격 조건이 좋은 그리스와 대결인 점을 고려해 차두리를 선발로 내보냈다.포트엘리자베스=양종구기자}
허정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얼굴에선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한국인 감독으로 월드컵 첫 승리라는 전인미답의 길이 뚫었다는 성취감과 사상 첫 원정 16강도 가능하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12일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B조 1차전에서 그리스를 2-0으로 완파하면서 한국축구에 새 역사가 열렸다. 국내 사령탑으론 처음으로 월드컵에서 승리한 것이다. 한국 축구는 1954년 스위스 월드컵 때 처음 본선 무대를 밟아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는 6회 연속 본선에 올랐지만 한국인 감독이 승리를 거둔 적은 단 한번도 없다. 그동안 해외파 감독이 승승장구할 때 국내 감독은 숨을 죽이고 있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네덜란드 출신 거스 히딩크 감독이 4강 신화를 견인했고 2006년 독일 월드컵 네덜란드의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원정 첫 승을 선사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외국인들 손에서 사령탑을 낚아낸 허 감독이 사상 처음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한국인 감독 첫 승을 만들어 낸 것이다. 한 마리 토끼를 잡은 허 감독은 이제 2006년 '작은 장군' 아드보카트 감독도 해내지 못했던 사상 첫 원정 16강이란 두 번째 토끼 사냥에 나선다. 허 감독은 이번 월드컵에 대한 각오가 남달랐다. 1998년 올림픽 및 대표팀 감독에 올라 2000년 시드니 올림픽과 그해 아시안컵에서 성적이 좋지 못하다는 이유로 밀려난 뒤 다시 사령탑에 복귀해 처음 도전하는 월드컵이다. 공교롭게도 허 감독 이후 2001년 초 네덜란드 출신 거스 히딩크 감독이 부임한 뒤 움베르토 쿠엘류, 조 본프레레, 아드보카트, 핌 베어벡까지 줄곧 외국인이 한국 축구를 쥐고 흔들었다. 히딩크 감독은 16강을 넘어 아시아 최초로 4강까지 끌어 올렸다. 2007년 말 베어벡 감독이 떠나며 다시 국내파로 지휘봉이 돌아오며 허 감독이 맡았으니 그로선 "역시 국내파는 안돼"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총력전을 펼쳐야 했다. 그 결과로 국내파 사령탑 월드컵 첫 승이 나온 것이다. 이런 기세로 원정 16강이란 새 역사를 창출하길 기대해본다.포트엘리자베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부부젤라는 한국 편? 12일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엔 아프리카 대표적인 응원기구인 부부젤라(나팔의 일종)를 부는 흑인 팬들이 스탠드를 많이 채웠다. 이들은 경기 시작 전부터 부부젤라를 불어 분위기를 북돋았다. 경기가 시작되자 한국 붉은 악마가 응원하는 '짝짝짝 짝짝'이란 리듬이 흘러나오자 함께 따라했다. 경기장 대부분의 팬들이 따라하는 바람에 일순간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은 한국의 홈경기 같은 인상을 심어줬다. 이런 가운데 이정수와 박지성이 전반과 후반 초반 골을 터뜨리자 흑인 팬들도 환호성을 터뜨렸다. 아프리카 특유의 엉덩이를 흔드는 춤을 추는 팬들도 보였다. 본부석 왼쪽과 그 반대쪽에 자리 잡은 붉은 악마 팬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경기 내내 흥겹게 남아공 흑인 팬들과 응원을 함께 했다. 반면 그리스 관중석은 전반 7분 선제골을 허용한 뒤 오랜 침묵이 흘렀다. 경기 시작부터 흔들던 국기는 어느 순간 정지됐고 대부분의 팬들은 자리에 일어서서 안타깝게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 끝난 뒤에도 계속 불어대는 흑인 팬들의 부부젤라는 한국 팬들에게는 응원가였지만 오토 레하겔 그리스 감독과 선수들, 그리고 팬들의 가슴을 후벼 파는 애절한 애상곡이었다.포트엘리자베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축구대표팀 수문장 이운재(37·수원 삼성)가 결국 고개를 숙였다. 이운재는 12일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에서 열린 월드컵 B조 첫 경기에서 후배 정성룡(성남)에게 골키퍼 자리를 내눴다. 1994년 미국 월드컵, 2002년 한일 월드컵, 2006년 독일 월드컵에 이어 네 번째 본선 무대를 밟은 그로선 격세지감을 느끼는 순간 이었다. 허 감독은 장신 군단 그리스를 상대하는데 키(190cm)가 이운재(182cm)보다 크고 순발력이 더 좋은 정성룡이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운재는 최근 급격히 하락세를 보였다. 올 K리그에서 소속 팀의 부진과 함께 자신에 대한 평가도 그 어느 때보다 땅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운재는 올 시즌 K리그에서 대량 실점을 하고 있다. 9경기에서 18실점 경기당 2실점으로 지난해(경기당 1실점·26경기 26실점)보다 배가 늘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일부에서는 "이운재로 월드컵을 치러서는 안 된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이운재의 부진은 수원의 부진 탓도 컸다. 노장인 탓에 신체적인 능력이 다소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전반적인 경기 운영능력에서는 크게 변한 게 없다. 전문가들은 수원의 수비라인과 공격라인이 제 몫을 못하기 때문에 그 부담이 이운재에게 많이 와 타나난 현상이라고 말한다. 물론 일부 경기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한 경우도 있다. 이운재는 대표팀에 합류해 열심히 몸을 만들었지만 정성룡과의 경쟁에서 다소 밀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허 감독이 최근 평가전에서 계속 정성룡을 선발로 기용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운재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세 차례의 월드컵을 출전하며 쌓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17일 아르헨티나, 23일 나이지리아 경기 땐 다시 골문을 지킬 가능성도 있다.포트엘리자베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결전의 날이 밝았다. 첫 경기를 잡지 못하면 사상 첫 원정 16강은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태극전사들은 승리에 목말라 있다. 12일 오후 8시 30분(한국 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B조 첫 경기를 앞두고 한국과 그리스 캠프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본선 진출국이 32개국으로 늘어난 1998년 프랑스 월드컵부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패하고 16강에 오른 확률은 8.3%. 게다가 양 팀은 2, 3차전에서 각각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와 아프리카의 복병 나이지리아를 만나야 한다. 11일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한 마지막 훈련은 양 팀 모두 전쟁터를 연상케 했다. 서로 훈련 공개는 15분만 했고 기자회견장에서도 정보 공개를 자제했다. 허정무 감독은 한국 축구의 새 역사 창조에 나선다. 사상 처음으로 아프리카대륙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한국인 감독 첫 승에 도전한다. 한국은 1954년 스위스 월드컵 때 처음 본선 무대를 밟아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이번 월드컵까지 7회 연속 본선에 올랐지만 국내 감독이 승리를 거둔 적은 없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네덜란드 출신 거스 히딩크 감독이 4강 신화를 견인했고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역시 네덜란드의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원정 첫 승을 선사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원정 첫 승은 선사했지만 16강 진출을 이루진 못했다. 허 감독은 국내파 사령탑 첫 승과 원정 첫 16강 진출이란 두 마리 토끼 사냥에 나선다. 허 감독은 “16강을 향한 열정은 충만하다. 경기장에 나가 좋은 경기를 펼친다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양박(박지성, 박주영)과 쌍용(이청용, 기성용)’을 주축으로 그리스 사냥에 나선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청용(볼턴)은 좌우 날개를 휘젓고, 기성용(셀틱)은 중앙 미드필더, 박주영(AS 모나코)은 최전방에서 그리스 수비라인을 뒤흔든다. 주장 박지성은 “그리스의 장단점을 모두 파악했다. 우리가 제 역할만 한다면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포트엘리자베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허정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얼굴에는 여유와 비장함이 함께 흘렀다. 사상 첫 원정 16강과 한국인 사령탑이 그동안 이루지 못했던 월드컵 첫 승을 향한 의욕에 불타 있었다. 허 감독은 11일 남아프리카공화국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훈련을 마치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국 축구의 새로운 면을 보여 주겠다”고 자신했다. 한국은 12일 오후 8시 30분 이곳에서 그리스와 B조 첫 경기를 치른다. 허 감독은 “그동안 원정에서 성적이 좋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선후배 감독들께 책임감을 느끼고 있고 혹시 누를 끼칠까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면서도 “우리는 모든 준비를 마쳤다. 이제 우리의 능력을 세계무대에 보여줄 때가 됐다”고 출사표를 냈다. 그는 “한국 축구는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여러 선수가 유럽의 빅 무대에서 뛰고 있다. 이젠 우리 축구도 꼭 아시아만이 아닌 세계무대에서 당당하게 싸울 능력이 있고 그것을 보여줘야 할 때다”라고 강조했다. 허 감독은 승리를 원하지만 지나친 부담은 경계했다. 그는 “모든 팀이 승리를 위해 노력했다. 우리도 준비했다. 하지만 경기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하는 것보다 우리 선수가 갖고 있는 역량을 모두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첫 경기 승리의 중요성은 인정하지만 3차전에 가서야 16강 진출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3개 대회에서 조별리그 첫 경기를 지고도 16강에 오른 팀은 3팀밖에 안 된다. 그런 만큼 그리스를 무조건 이겨야 한다. 비책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첫 경기가 중요하지만 우리는 나이지리아와의 3차전에서 16강이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허 감독은 여유를 잃지 않았다. 외신 기자들이 ‘그리스의 장신 군단이 막강한데 어떻게 상대할 생각이냐’고 묻자 “키 큰 선수가 유리하다면 농구선수를 다 축구선수 시켜야 할 것이다. 키가 부담이 되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우린 충분히 준비를 했다. 우리는 스피드가 좋다.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맞받아쳤다. ‘오토 레하겔 그리스 감독이 어떤 전술을 쓸 것 같나’라는 질문엔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는 백전노장으로 산전수전 다 겪었다. 또 첫 승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다. 포백이나 스리백 수비라인을 쓸 가능성이 있고 공격도 공중전과 세트피스 등 다양한 루트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 상황에 맞게 모든 것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마지막으로 “베스트 11은 물론이고 벤치에 있는 선수도 함께 뛴다는 생각이 중요하다. 우리는 한 팀이다. 벤치에 있는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팀을 이끌고 있다”며 23명의 태극전사가 승리를 위해 똘똘 뭉쳤음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포트엘리자베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4년을 기다린 지구촌 최고의 축구 축제가 마침내 막이 오른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이 11일 오후 11시(이하 한국 시간) 케이프타운에서 열리는 남아공과 멕시코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다음 달 12일 오전 3시 30분 결승전까지 한 달여간 지구촌을 뜨겁게 달군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23명의 태극전사는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목표를 향해 힘차게 출사표를 냈다. 한국은 12일 오후 8시 30분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그리스와 B조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른다.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에 이어 베이스캠프인 남아공 루스텐버그에서 마지막 담금질을 마친 대표팀은 10일 결전을 치를 ‘약속의 땅’ 포트엘리자베스에 입성했다. 그리스와의 첫 경기는 16강 진출 여부를 사실상 결정지을 단판 승부나 다름없다. 그리스를 꺾을 경우 강호로 꼽히는 17일 아르헨티나, 23일 나이지리아와의 경기에서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질 수 있다. 남아공 남단의 해안 도시인 포트엘리자베스는 강풍으로 유명해 ‘윈디 시티’라고 불린다. 경기 당일에도 최고 초속 7.8m의 강한 바람이 예고됐다. 하지만 승리를 향한 일념으로 뭉친 태극전사들은 그리스의 장신 숲을 쓰러뜨릴 코리안 열풍을 다짐하고 있다. 집과 거리에서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칠 4700만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양박(박주영 박지성)과 쌍용(이청용 기성용)이 그 선봉에 나선다. 북한은 1966년 이후 44년 만에 다시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북한은 죽음의 조로 평가되는 G조에서 우승 후보 브라질, 포르투갈, 코트디부아르와 맞붙어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포트엘리자베스=양종구 기자yjongk@donga.com}

한국 축구대표팀이 10일 그리스와의 월드컵 B조 첫 경기가 열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남단 포트엘리자베스에 입성했다. 대표팀은 베이스캠프인 루스텐버그 인근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결전의 땅에 도착해 팩스턴 호텔에 여장을 풀고 겔반데일 스타디움에서 몸을 풀었다. 그리스는 한국이 1승 제물로 생각하고 있는 팀. 그리스를 잡지 못하면 16강 진출은 힘들어진다. 한국으로선 포트엘리자베스가 1승을 따내야 할 기회의 땅이자 약속의 땅인 셈이다. 그리스도 한국과 같은 처지라 뜨거운 접전이 예고된다. 한국은 12일 오후 8시 30분 넬슨만델라베이 경기장에서 첫 경기를 치른다.○ 바람 변수를 이겨라 포트엘리자베스는 이스턴케이프 주의 해안 도시로 아프리카 해양 스포츠의 메카다. 바람이 많이 불어 ‘바람의 도시’라는 별칭이 있다. 남아공 기상청에 따르면 12일 초속 5.3m에서 7.8m에 이르는 서북풍 또는 서남풍이 부는 것으로 예보돼 있어 바람이 변수다. 스타디움은 통풍이 잘되도록 뚫어 놓은 공간을 통해 그라운드에 돌풍 현상까지 일으켜 선수들로서는 뜻하지 않은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선수들은 볼 다툼이나 킥을 할 때 공의 변화에 당황할 수 있고 골키퍼도 뜻하지 않은 변수에 곤욕을 치를 수 있다. 해발 1200m의 루스텐버그 고지에서 해발 15m인 포트엘리자베스로 내려온 선수들은 훨씬 수월한 경기를 펼칠 수 있다. 스포츠과학자들은 “고지대에서 훈련하다 저지대로 내려오면 신체 능력은 훨씬 좋아진다”고 말한다. 대표팀은 저산소 마스크를 쓰는 특별 요법을 병행하며 오스트리아 전지훈련부터 1200m 고지에서 16일간 훈련해 고지에는 어느 정도 적응한 상태다. 하지만 고지대와 저지대에서 느껴지는 볼의 빠르기 차이에 적응해야 하는 또 다른 변수를 이겨내야 한다.○ 컨디션 100%에서 그리스 만난다 대상포진에 걸렸던 중앙 수비수 조용형(제주)이 완쾌됐고 팔꿈치 탈골을 당했던 공격수 박주영(모나코)도 제 모습을 찾았다. 허벅지 부상이던 이동국(전북)도 완쾌돼 대표팀은 부상 선수가 한 명도 없는 완벽한 상태다. 대표팀 관계자는 “현재로선 부상이나 컨디션 난조를 보이는 선수가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허정무 감독은 라이몬트 페르헤이연 트레이너를 통해서 그리스 경기에 최상의 컨디션을 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뜻하지 않은 부상만 없다면 그리스 경기엔 100%의 컨디션으로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경기를 치르는 일만 남았다.포트엘리자베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어떻게 남자 손이 저렇게 예쁠 수가 있을까.” 박지성의 손은 가냘프고 예쁘다. 기자회견장에 나올 때면 그는 두 손을 가지런히 테이블에 올려놓고 만지작거린다. 영락없는 여자 손이다. 박지성의 손은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를 해 투박해진 발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사진작가 조선희 씨가 찍어 공개한 박지성의 발은 세간의 화제가 됐다. 굵은 심줄에 여기저기 찍힌 수많은 상처, 굳은살, 그리고 약간 휜 발가락. 박지성의 발은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뛰기 위해 흘린 땀방울이 발에 그대로 묻어나 팬들의 가슴을 찡하게 했다. 박지성의 발 사진은 한 자선경매 행사 때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340만 원에 팔리기도 했다. 이런 발과 달리 손이 예뻐 팬 카페에서 ‘손 관리법 좀 알려 달라’는 요청도 들어오기도 한다. 박지성은 “손이 예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하지만 특별히 손을 관리하진 않는다. 축구는 발로 하니 손에 상처 날 일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루스텐버그=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좌우 돌파에 이은 크로스와 세트 피스.’ 12일 오후 8시 반 그리스와의 B조 첫 경기를 앞둔 한국 축구대표팀의 전술 키워드다. 허정무 감독은 남아공 루스텐버그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뒤 7일 자체 연습경기에서 전술훈련을 실시했다. 장신이지만 움직임은 느린 그리스 공략법을 알아본다.》○ 박지성과 이청용의 빠른 발이 핵심공격형 미드필더 기성용(셀틱)과 수비형 미드필더 김정우(광주)는 이날 미드필드 중앙에서 볼을 잡으면 왼쪽 날개의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나 오른쪽 날개의 이청용(볼턴)에게 연결했다. 박지성과 이청용은 사이드를 쏜살같이 파고들며 수비를 따돌린 뒤 크로스를 올렸다. 골문 앞에서는 박주영(모나코)과 염기훈(수원)이 슛을 날렸다. 자체 연습게임에서 박지성과 이청용이 수비에 막히면 중앙으로 파고드는 기성용과 김정우에게 볼을 찔러줬고 그 볼은 중앙 골잡이에게 이어졌다.그리스는 방겔리스 모라스(볼로냐)가 196cm, 소티리오스 키르기아코스(리버풀)가 193cm, 루카스 빈트라(파나티나이코스)가 184cm로 장신이다. 키가 큰 만큼 공중전에 강하지만 스피드는 딸린다. 이런 약점을 공략하기 위한 공략법이 좌우 사이드 돌파를 이용한 크로스인 셈이다. ○ 박주영 염기훈 기성용의 프리킥페널티 지역에서 멀리 벗어난 프리킥은 기성용이 전담했다. 기성용은 볼을 길게 또는 낮게 문전으로 띄워줬고 수비라인에서 세트 피스를 위해 공격진에 합류한 이정수(가시마)와 강민수(수원) 등 장신 수비수들이 박주영 염기훈 등과 함께 볼을 향해 달려들었다.페널티 지역 인근에서 얻은 프리킥은 박주영의 오른발이나 염기훈의 왼발로 직접 슈팅했다. 그리스 수비라인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할 경우 세트 피스로 골을 넣겠다는 허 감독의 계산에 따른 훈련이었다. 아크 부근에서 날린 박주영의 오른발 프리킥은 옆 그물과 골대를 때리기도 했고, 수비벽을 피해 잘 감아 찬 공은 골키퍼 정성룡(성남)이 몸을 던져 쳐내야 할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예상 베스트 11 윤곽전술훈련을 통해 그리스전 예상 선발 라인업도 드러났다. 4-4-2 전형을 쓸 경우 투톱은 박주영 염기훈, 미드필더는 박지성 기성용 김정우 이청용, 수비라인은 이영표(알 힐랄) 이정수 조용형(제주) 오범석(울산)이 기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조용형은 대상포진으로 훈련을 쉬었지만 그는 중앙수비수 붙박이라 선발될 가능성이 높다. 허 감독은 4-2-3-1 전형도 실험했는데 박주영을 원톱에 놓고 염기훈이 왼쪽 날개, 박지성이 중앙 미드필더, 기성용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자리를 옮겼다.루스텐버그=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3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아프리카의 강호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 때 격세지감을 느꼈다. 당시 세계 22위로 디디에 드로그바(첼시) 등 세계적인 선수가 많은 팀을 상대로 경기를 해야 했다. 그런데 출전을 앞둔 선수들은 라커룸에서 전혀 긴장하지 않고 농담을 하고 있었다. 박지성은 드로그바를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를 설명했고 선수들도 여러 방법을 내놓으며 활짝 웃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하지 못하던 현상이다.” 한국 축구대표팀 주무인 조준헌 대한축구협회 과장의 말이다. 4일 열린 스페인과의 평가전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0-1로 졌지만 세계 최강 앞에서 선수들은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때부터 4회 연속 월드컵 본선을 뛴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선수들이 볼만 잡으면 어떻게 할 줄 몰라 최종 수비수인 내게 돌릴 정도로 선수들은 늘 겁에 질려 있었다’고 회고했을 정도이니 조 과장이 놀랄 만도 했다. 조 과장은 “코트디부아르전 당시 선수들이 라커룸에서 그라운드로 나갈 때 ‘우리 나가서 한번 재밌게 해보자’라고 외쳤다. 주무하며 처음 본 장면이었다”고 말했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도 “선수들이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강호를 만나도 흔들리지 않고 우리 플레이를 한다”고 말한다. 세계 47위인 한국은 국제무대에서는 아직도 변방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청용(볼턴)에 기성용(셀틱), 박주영(AS 모나코) 등 유럽파가 등장했고 일본,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활약하는 이가 늘면서 선수들의 눈은 달라졌다. 세계 수준에 맞춰 있고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한다. 이들이 합류하면 국내파도 동화가 된다. 5일부터 남아공 루스텐버그에서 훈련하는 대표팀의 분위기가 어느 때보다 밝고 힘찬 이유다. 일부에서 ‘한국은 16강이 어렵다’는 분석을 한다. 객관적으로 쉽지는 않다. 하지만 ‘달라진’ 태극전사들이 있기에 희망도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땐 거스 히딩크 감독을 통해서 변했지만 지금은 스스로 달라졌다. 사상 첫 원정 16강, 기대해 보자.―루스텐버그에서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템비사의 마쿨롱 스타디움에서 열린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을 마친 김정훈 북한 축구대표팀 감독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김 감독은 1-3으로 진 탓인지 ‘한국에 필요한 조언 한마디 해달라’는 한국 기자들의 요청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버스에 올랐다. 수원 삼성에서 뛰었던 안영학(오미야)이 한마디 하려고 하자 북한 관계자들이 말리며 데려갔다. 다행히 ‘인민 루니’ 정대세(가와사키·사진)가 경기장에서 빠져나올 때 버스 하나가 북한 팀 버스를 가려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정대세는 “한국은 충분히 나이지리아를 깰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최고의 공격수 정대세가 전하는 한국의 B조 마지막 상대 나이지리아 공략법을 들어봤다.○ 느림보 수비… 일대일 패스로 공략하면 쉬워 “나이지리아 수비는 그리스와 마찬가지로 빠르지 않다. 한국의 이청용 박지성 기성용 등 빠른 선수가 공략하면 충분히 뚫을 수 있다. 한국은 몸싸움도 좋고 선수들이 빠르니 100%를 다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우리는 수비에 치중하다 속공을 하는 플레이를 하다 보니 골을 넣을 기회가 적었다.” 이날 나이지리아는 치디 오디아(CSKA 모스크바)-조지프 요보(에버턴)-대니 시투(볼턴)-타예 타이워(마르세유)가 포백 라인을 형성했다. 정대세를 비롯해 홍영조, 박남철 등 빠른 공격수의 돌파에 쉽게 뚫리는 상황이 여러 번 연출됐다. 정대세는 “나는 그렇게 빠른 공격수가 아닌데 수비수들이 잘 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대세는 후반 18분 수비수의 공을 가로채 골을 낚았다. 그는 “나이지리아는 일대일 패스로 공략하면 쉽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의 공격력은 최고 수준 “나이지리아의 공격은 막기 어렵다. 한국과의 경기는 점수가 많이 나는 경기가 될 것이다. 나이지리아 선수들은 파워는 없지만 공격수들의 능력이 정말 좋다. 선수들이 야성의 동물 같은 공격수라 억누르기 힘들었다. 한국도 조심해야 할 것이다.” 정대세는 나이지리아의 공력 라인에는 혀를 내둘렀다. 나이지리아는 이날 야쿠부 아이예그베니(에버턴), 피터 오뎀윙기에(로코모티프 모스크바), 빅터 오비나(말라가)를 세웠는데 두껍게 쌓은 북한 수비라인을 쉽게 무너뜨리며 3골을 잡아냈다. 아프리카 특유의 유연성과 개인기에 유럽 축구의 힘까지 겸비해 북한 수비진은 어떻게 막아야 할지를 몰랐다. 투톱 아이예그베니와 오뎀윙기에는 스피드와 개인기를 앞세워 사실상 5명으로 수비벽을 쌓은 북한 진영을 마음껏 휘저었다. 전반 16분 아이예그베니의 선제골을 도운 데 이어 후반 16분 페널티킥으로 팀의 두 번째 골을 넣는 등 1골 1도움의 맹활약을 펼친 왼쪽 미드필더 오비나도 경계 대상이다. 경기를 관전한 정해성 대표팀 코치는 “나이지리아가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조직력이 다 갖춰지진 않은 것 같다. 허정무 감독님과 상의해 대책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의 오뎀윙기에는 “북한의 속공이 인상적이었다. 월드컵에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지난 수십 년간 꾸준히 성적을 내고 있다. 어떤 팀도 꺾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요하네스버그=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3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아프리카의 강호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 때 격세지감을 느꼈다. 당시 세계 22위로 디디에 드록바(첼시) 등 세계적인 선수가 많은 팀을 상대로 경기를 해야 했다. 그런데 출전을 앞둔 선수들은 라커룸에서 전혀 긴장하지 않고 농담을 하고 있었다. 박지성은 드록바를 어떻게 막아야 하는 지를 설명했고 선수들도 여러 방법을 내놓으며 활짝 웃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하지 못하던 현상이다." 한국 축구대표팀 주무인 조준헌 대한축구협회 과장의 말이다. 4일 열린 스페인과의 평가전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0-1로 졌지만 세계 최강 앞에서 선수들은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때부터 4회 연속 월드컵 본선을 뛴 홍명보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 '선수들이 볼만 잡으면 어떻게 할 줄 몰라 최종 수비수인 내게 돌릴 정도로 선수들은 늘 겁에 질려 있었다'고 회고했을 정도이니 조 과장이 놀랄 만도 했다. 조 과장은 "코트디부아르 전 당시 선수들이 라커룸에서 그라운드로 나갈 때 '우리 나가서 한번 재밌게 해보자'라고 외쳤다. 주무하며 처음 본 장면이었다"고 말했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도 "선수들이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강호를 만나도 흔들리지 않고 우리 플레이를 한다"고 말한다. 세계 47위인 한국은 국제무대에서는 아직도 변방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청용(볼턴)에 기성용(셀틱), 박주영(AS 모나코) 등 유럽파가 등장했고 일본,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활약하며 선수들의 눈은 달라졌다. 세계 수준에 맞춰져 있고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한다. 이들이 합류하면 국내파도 동화가 된다. 5일부터 남아공 루스텐버그에서 훈련하는 대표팀의 분위기가 어느 때보다 밝고 힘찬 이유다. 일부에서 '한국은 16강이 어렵다'는 분석을 한다. 객관적으로 쉽지는 않다. 하지만 '달라진' 태극전사들이 있기에 희망도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땐 거스 히딩크 감독을 통해서 변했지만 지금은 스스로 달라졌다. 사상 첫 원정 16강, 기대해보자.루스텐버그=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그리스전 올인” 맞춤훈련 가동“이제 그리스전에 올인하겠다.”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을 마치고 5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입성한 한국 축구대표팀은 12일 오후 8시 30분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경기장에서 열리는 B조 첫 경기 그리스전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요하네스버그에서 서북쪽으로 약 120km 떨어진 루스텐버그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허정무 감독은 “선수들에게 이제 그리스 하나만 생각하고 준비하자고 말했다. 한국 축구에 발자취를 남기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12일 최상 컨디션을 위한 훈련 스케줄 허 감독은 5일 선수들에게 무선 데이터 측정기를 채우고 회복 훈련을 시켰다. 4일 스페인과의 평가전 때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한 훈련. 측정기로 선수들의 심박수 변동을 체크해 몸 상태를 분석했다. 루스텐버그에서의 훈련은 12일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스포츠 과학 프로그램에 따른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부터 실시한 훈련으로 운동생리학에 맞춰 훈련 강도를 조절한다. 대표팀은 6일 피지컬, 7일 전술, 8일 피지컬 훈련, 9일 휴식, 10일 포트엘리자베스 이동 및 컨디션 조절, 11일 경기장 적응 훈련, 그리고 12일 그리스전으로 일정을 짰다. 6일 훈련은 ‘저승사자’ 레이몬드 베르하이옌 트레이너가 주도해 체력보강 훈련과 미니게임을 통한 인터벌 트레이닝 등 강력한 체력 훈련이 주를 이뤘다.○ 루스텐버그는 약속의 땅? 대표팀은 1월 남아공 북단의 해발 1233m 고지대인 루스텐버그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허 감독이 트레이닝캠프로 지적한 이곳은 8년 전 제주도를 연상시킨다.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은 연초 서귀포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했고 월드컵 개막 직전 잉글랜드와 평가전(1-1 무)을 했다. 그리고 4강 신화를 썼다. 대표팀은 루스텐버그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 김정우(광주)는 “다시 오니 좋다. 지난번엔 더웠는데 이번에는 선선해 느낌이 좋다”고 말했다. 이곳에선 오히려 국내파가 해외파에게 정보를 전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이운재(수원)는 1월 전지훈련 때 못 온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지성아, 식당은 이쪽이야”라며 숙소인 헌터스하우스를 설명했다. 김정우, 조용형(제주) 등 국내파 선수들도 이청용(볼턴), 기성용(셀틱), 김남일(톰 톰스크) 등 해외파에게 루스텐버그에 대해 가르쳐주며 즐거워했다. 대한축구협회는 대표팀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모든 지원을 하고 있다. 비행기 짐이 4t을 초과해 독일 뮌헨에서 남아공에 입국할 때 4700만 원의 초과 비용을 냈다. 일본에서 뮌헨으로 갈 때도 2000만 원을 더 줬다. 대표팀이라 50% 이상을 할인받은 가격이다.루스텐버그=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기억하라! 더반의 세가지 변수한국의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결정짓게 될 마지막 일전이 23일 오전 3시 반 항구도시 더반의 모세스 마비다 경기장에서 열린다. 상대는 ‘슈퍼 이글스’ 나이지리아. 전반 내내 공세를 늦추지 않은 한국은 후반 이청용(볼턴)의 크로스에 이은 ‘캡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그림 같은 골로 승리해 16강행을 확정짓는다.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상상이다. 그런데 이 상상이 실현되려면? 더반에서 벌어질 ‘작지만 큰’ 변수 3가지를 살펴본다.[날씨]남아공 도시 중 가장 더워 월드컵이란 최고의 무대에서 선수들은 긴장하기 마련. 날씨는 선수들의 컨디션에 민감하게 작용하는 주요 변수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이 최근 “일조량, 강수량 등 경기 당일 환경적인 변수를 세심하게 체크해 달라”고 축구협회 관계자에게 주문한 것도 이 때문. 6일 더반의 날씨는 무덥다. 남아공의 계절은 초겨울이지만 더반은 경기가 열리는 도시 가운데 가장 덥다. 인도양과 접해 있는 데다 산맥이 도시를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남아공 도시들은 일교차가 크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해안도시 더반의 일교차는 그리 크지 않다. 밤에 기온이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더반 인근에 베이스캠프를 차려 미리 적응 기간을 가질 그리스, 나이지리아와 달리 루스텐버그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한국 대표팀이 참고해야 할 부분이다.[고도]고지경기 후 평지 적응 관건 고지대인 루스텐버그(해발 1233m)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대표팀은 산소마스크를 공수하는 등 고지 적응 훈련에 한창이다. 하지만 더반은 해발 0m에 가깝다. 요하네스버그(1753m)에서 아르헨티나와 조별 예선 2차전을 치른 뒤 더반으로 올 경우 그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질 것이란 게 현지 축구협회 관계자의 얘기. 대표팀 김세윤 경기분석관은 “고지대 적응뿐만 아니라 평지로 내려온 뒤 얼마나 빨리 경기력을 회복하느냐 역시 중요한 변수”라고 지적했다.[응원]나이지리아 대규모 원정 마지막 변수는 나이지리아 응원단이다. 현지 언론들은 한국전을 보기 위해 대규모 나이지리아 응원단이 더반을 찾을 것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나이지리아 응원단은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도 상대하기 꺼릴 만큼 시끄럽고 거칠기로 유명하다. 현지 한국 교민들 역시 충돌 가능성 때문에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태극전사들은 경기장을 뒤덮을 나이지리아 팬들의 시끄러운 응원 소리 역시 염두에 둬야 한다.더반=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이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첫 삽을 뜨는 일만 남았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4일 스페인과의 평가전을 끝으로 모든 전지훈련 일정을 마치고 5일 ‘결전의 땅’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입성한다. 알프스의 자락 오스트리아 노이슈티프트에 전지훈련 캠프를 차렸던 한국은 열흘여의 담금질과 평가전 일정을 마쳤다. 해발 1200m 고지대 환경과 시차에 적응했고 벨라루스, 스페인(이상 0-1 패)과 평가전도 치렀다. 고지 적응이 덜 된 상태에서 열린 벨라루스 경기에서는 다소 졸전을 치렀고 중앙수비수 곽태휘(교토)는 무릎을 다쳐 낙마하는 아픔도 겪었다. 하지만 한국은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인 ‘무적함대’ 스페인과의 마지막 모의고사에서 대등한 경기를 치러 자신감을 얻었다. 한국은 남아공에서 요하네스버그 서북쪽으로 약 120km 떨어진 루스텐버그에 트레이닝캠프를 차린다. 헌터스레스트가 대표팀 숙소이고 올림피아파크가 훈련장이다. 여기서 5일간 마지막 담금질을 한 한국은 10일 B조 첫 결전지인 포트엘리자베스로 향한다. 한국은 12일 오후 8시 30분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그리스와 B조 1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13일 다시 루스텐버그로 돌아가 이틀간 훈련하고 15일 요하네스버그로 이동해 17일 오후 8시 30분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와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맞붙는다. 한국은 23일 오전 3시 30분 더반에서 나이지리아와 마지막 3차전을 치르면 조별리그를 마무리한다. 허정무 감독은 “그리스를 확실히 잡고 최소한 1승 1무 1패를 해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요하네스버그=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2002년 한일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거스 히딩크 감독은 잉글랜드와 프랑스 등 세계적인 강호와 평가전을 잡았다. 당시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강팀에 완패하면 자신감을 잃는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강행했다. 잉글랜드와 1-1 무승부, 프랑스와 선전 끝에 2-3으로 졌지만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세계적인 스타들과 대등한 경기를 치른 태극전사들은 자신감이 충만해 신들린 듯 플레이해 16강을 넘어 4강까지 치고 올랐다. 4일 열린 스페인과의 평가전(0-1 패)은 8년 전의 좋은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스페인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위로 이번 대회 우승후보 0순위. 게다가 한국과 질긴 악연이 있다. 한국은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때 스페인에 황보관의 캐넌 슛 한방만 보여주고 1-3으로 졌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땐 0-2로 뒤지다 후반 막판 홍명보 서정원의 연속 골로 2-2로 간신히 비겼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선 8강에서 만나 승부차기 끝에 한국이 5-3으로 이겼지만 일부에서 ‘심판이 도와줬다’고 주장해 한국의 4강 신화를 깎아내렸다. 스페인은 ‘희생양’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좋지 않은 관계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번 경기를 치러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을 비롯한 태극전사들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세계 최강 앞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팀의 핵 박지성이 허벅지 통증으로 뛰지 않았지만 미드필드에서 짧은 패스로 스페인을 압박해 좋은 찬스를 많이 만들었다. 골로 연결되진 못했지만 스페인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장면도 여럿 있었다. 벤치에서 선수들의 선전을 지켜본 박지성은 “2002년의 분위기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골키퍼 이운재도 “한일 월드컵 때와 비슷하다. 본선을 앞두고 강팀과 대등한 경기를 펼친 점은 분명 자신감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스포츠심리학자들은 ‘좋은 경기를 하기 위해선 과거 잘했던 기억을 늘 상기하며 플레이하라’고 한다. ‘무적함대’ 스페인은 한국 선수들에게 분명 좋은 추억을 전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저를 보면 헌법이나 시민운동만 떠올리는데 사실은 축구와 인연이 많아요.” 이석연 법제처장(56)이 열혈 축구 팬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별로 없다. 사람들은 재야 변호사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에서 시민운동을 오래 했던 기억을 많이 떠올린다.○ 2001년 축구협회 고문변호사로 인연 이 처장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직전인 2001년 당시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에게 이끌려 협회 고문 변호사를 맡으면서 축구와 가까워졌다. 어릴 때 축구를 했고 조기축구회 활동도 했지만 열성 팬이 될 기회는 없었다. 하지만 한국 축구를 총괄하는 협회 일을 도와주고 2002년 4강 신화를 지켜보면서 다시 축구 마니아가 됐다. “천안함 사건 등 나라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 대표팀이 잘해 국민들을 신바람 나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뭔가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때에 월드컵이 좋은 기회인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축구 파이팅.” 이 처장은 요즘 한국 축구에 대해 ‘Be the Miracle(기적을 만들자)’을 강조했다. ‘브루스 올마이티’란 영화에서 나온 대사다. 8년 전 축구대표팀 서포터스 붉은악마가 ‘Be the Reds(붉은악마가 되자)’란 문구로 국민의 응원을 이끌어 냈던 것에서 착안한 아이디어다. “역사와 기적은 창조되어진다는 게 내 좌우명입니다. 우리는 할 수 있어요.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김연아 모태범 선수 등이 보여줬듯 우리 젊은이들은 세계무대에서도 당당합니다. 기적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16강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A매치 경기는 만사 제쳐놓고 봐요” 이 처장은 A매치는 빼놓지 않고 관전하고 2022년 월드컵 유치 기념행사 등 모든 축구 행사에 참석한다. 군부대 위문 때는 축구공 선물을 잊지 않는다.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의 열성 지지자이기도 하다. 이 처장은 남아공 현지로는 가지 못해 TV를 보면서 응원을 해야 한다. “공직에 있지만 않았다면 갔을 텐데….” 월드컵을 현장에서 지켜보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경기 초반에 승기를 잡아라김정남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우리는 월드컵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모르던 시절에 출전했다. 그래서 불안했고 대회가 끝난 뒤에야 우리도 하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지금 태극전사들은 월드컵을 보고 자랐고 여러 번 경험한 선수도 많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전력이 믿음직스럽다. 지역 예선과 평가전에서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우리 선수들을 믿는다. 경기는 초반에 승기를 잡아야 한다. 절대 주눅 들지 말고 자신감을 갖고 그라운드를 누벼라.■ 역대 최고전력… 최선 다하라이회택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그동안 흘린 땀방울이 아깝지 않게 최선을 다해 뛰어라. 이번에 16강에 못 가면 원정 16강 진출은 당분간 어려울 수도 있다. 지금이 역대 최고의 전력이다. 박지성 이청용 기성용 박주영 등 유럽에서 뛰는 선수가 가장 많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주역과 신예가 잘 조화됐다. 우리 때만 해도 대부분 국내파 선수였고 협회 지원도 형편없었다. 지금은 180도 바뀌었다. 국민들에게 좋은 선물을 주고 돌아와라.■ 부상조심… 자신있게 싸워라김호 1994년 미국 월드컵 우린 제대로 준비가 안돼 월드컵을 슬기롭게 넘기지 못했다. 그래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우리 선수들은 절대 후회하고 오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동안 잘했듯 자신감을 갖고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한국 축구의 위상도 상당히 높아졌다. 그만큼 우리 선수들이 잘하고 있다는 뜻이다. 건강 조심하고 안 다치길 빌겠다. 유종의 미를 거두고 와라. 16년 전 코치로 나를 보좌했던 허정무 감독의 건투를 빈다.■ 부담없이 편하게 경기를… 차범근 1998년 프랑스 월드컵 국민 모두 한국이 16강 이상의 성적을 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하지만 선수들은 부담감을 가지면 안 된다. 긴장하지 말아야 한다. 과거 지나친 부담 때문에 일을 그르친 적이 많았다. 투혼을 발휘해 경기에 몰입하다 보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다. 벨라루스와의 평가전에서 우리 선수들의 몸은 무거웠다. 부담감은 경기력을 떨어뜨린다. 마음 편하게 경기하면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월드컵은 꿈의 무대다. 축구선수라면 꼭 서고 싶은 무대다. 개인적으로 난 엄청난 행운아다. 선수로 네 번이나 월드컵 본선에 출전했고 코치로 한 차례 선수들과 함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료들 중에는 실력은 충분했지만 불운한 선수도 많았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때 일이다. 대표팀 후배 강철이 출국하기 전날 발목을 다쳤다. 비행기 표까지 다 끊어 놓은 상태에서 불의의 사고로 월드컵 꿈을 접었으니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강철은 다시 일어서서 태극마크를 달았다. 월드컵 본선에는 출전하지 못했지만 프로에서 철벽 수비를 자랑하며 스타플레이어로 주목 받았고 지금은 지도자로서 후배들을 돌보고 있다. 친한 친구인 황선홍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앞두고 치른 중국과의 평가전에서 예기치 않은 십자인대 파열로 눈물을 흘려야 했다. 곁에서 지켜보면서 정말 안타까웠다. 대표팀엔 남았지만 벤치를 지킨 그는 4년 뒤 국민에게 큰 기쁨을 안겼다. 2002년 한일 월드컵 폴란드와의 첫 경기 때 전반 26분 선제골을 넣으며 귀중한 1승을 선사했고 4강 신화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1998년 함께 태극마크를 달았던 이동국의 월드컵 악연은 더 눈물겹다. 2002년에는 잘 뛰지 않는 선수라며 거스 히딩크 감독의 눈에 들지 못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는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눈에 들었으나 무릎 부상으로 본선 티켓을 놓쳤다. 선수로서 두 번이나 큰 시련을 맞았지만 이동국은 더 열심히 땀을 흘렸다. 결국 이동국은 허정무 감독의 눈에 들어 이번에 12년 만에 다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게 됐다. 이렇게 과거 얘기를 하는 이유는 1일 남아공 월드컵 최종 엔트리 23명이 발표되면서 눈물을 머금고 귀국 비행기에 올라야 하는 후배들에게 힘을 주고 싶어서다. 부상과 엔트리 탈락으로 월드컵을 눈앞에 두고 비행기에 오른 4명의 후배들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 사실 지금은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절대 실망하면 안 된다. 아직 젊고 미래가 창창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아픔은 더 도약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강철, 황선홍, 이동국 등 선배들이 이미 보여줬다. 그들은 불운에 굴복하지 않고 멋진 행운을 만들어냈다. 월드컵은 4년 뒤 다시 온다. 그때 더 멋진 모습으로 녹색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라. 너희는 할 수 있다. 팬들도 응원할 것이다.올림픽대표팀 감독}
월드컵은 꿈의 무대다. 축구선수라면 꼭 서고 싶은 무대다. 개인적으로 난 엄청난 행운아다. 선수로 네 번이나 월드컵 본선에 출전했고 코치로 한 차례 선수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료들 중에는 실력은 충분했지만 불운한 선수도 많았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때 일이다. 대표팀 후배 강철이 출국하기 전날 발목을 다쳤다. 비행기 표까지 다 끊어 놓은 상태에서 불의의 사고로 월드컵 꿈을 접었으니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강철은 다시 일어서서 태극마크를 달았다. 월드컵 본선에는 출전하지는 못했지만 프로에서 철벽 수비를 자랑하며 스타플레이어로 주목 받았고 지금은 지도자로서 후배들을 돌보고 있다. 친한 친구인 황선홍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앞두고 치른 중국과 평가전에서 예기치 않은 부상을 당해 눈물을 흘려야 했다. 곁에서 지켜보면서 정말 안타까웠다. 하지만 황선홍은 4년 뒤 국민에게 큰 기쁨을 안겼다. 2002년 한일 월드컵 폴란드와의 첫 경기 때 전반 26분 선제골을 넣으며 귀중한 1승을 선사했고 4강 신화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1998년 함께 태극마크를 달았던 이동국의 월드컵 악연은 더 눈물겹다. 2002년에는 잘 뛰지 않는 선수라며 거스 히딩크 감독의 눈에 들지 못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는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눈에 들었으나 무릎 부상으로 본선 티켓을 놓쳤다. 선수로서 두 번이나 큰 시련을 맞았지만 이동국은 더 열심히 땀을 흘렸다. 결국 이동국은 허정무 감독의 눈에 들어 이번에 12년 만에 다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게 됐다. 이렇게 과거 얘기를 하는 이유는 1일 남아공 월드컵 최종 엔트리 23명이 발표되면서 눈물을 머금고 귀국 비행기에 올라야 하는 후배들에게 힘을 주고 싶어서다. 부상과 엔트리 탈락으로 월드컵을 눈앞에 두고 비행기에 오른 4명의 후배들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 사실 지금은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절대 실망하면 안 된다. 아직 젊고 미래가 창창하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이번 아픔은 더 도약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강철, 황선홍, 이동국 등 선배들이 이미 보여줬다. 그들은 불운에 굴복하지 않고 멋진 행운을 만들어냈다. 월드컵은 4년 뒤 다시 온다. 그 때 더 멋진 모습으로 녹색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라. 너희는 할 수 있다. 팬들도 응원할 것이다.홍명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