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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첫 삽을 뜨는 일만 남았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4일 스페인과의 평가전을 끝으로 모든 전지훈련 일정을 마치고 5일 ‘결전의 땅’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입성한다. 알프스의 자락 오스트리아 노이슈티프트에 전지훈련 캠프를 차렸던 한국은 열흘여의 담금질과 평가전 일정을 마쳤다. 해발 1200m 고지대 환경과 시차에 적응했고 벨라루스, 스페인(이상 0-1 패)과 평가전도 치렀다. 고지 적응이 덜 된 상태에서 열린 벨라루스 경기에서는 다소 졸전을 치렀고 중앙수비수 곽태휘(교토)는 무릎을 다쳐 낙마하는 아픔도 겪었다. 하지만 한국은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인 ‘무적함대’ 스페인과의 마지막 모의고사에서 대등한 경기를 치러 자신감을 얻었다. 한국은 남아공에서 요하네스버그 서북쪽으로 약 120km 떨어진 루스텐버그에 트레이닝캠프를 차린다. 헌터스레스트가 대표팀 숙소이고 올림피아파크가 훈련장이다. 여기서 5일간 마지막 담금질을 한 한국은 10일 B조 첫 결전지인 포트엘리자베스로 향한다. 한국은 12일 오후 8시 30분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그리스와 B조 1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13일 다시 루스텐버그로 돌아가 이틀간 훈련하고 15일 요하네스버그로 이동해 17일 오후 8시 30분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와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맞붙는다. 한국은 23일 오전 3시 30분 더반에서 나이지리아와 마지막 3차전을 치르면 조별리그를 마무리한다. 허정무 감독은 “그리스를 확실히 잡고 최소한 1승 1무 1패를 해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요하네스버그=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2002년 한일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거스 히딩크 감독은 잉글랜드와 프랑스 등 세계적인 강호와 평가전을 잡았다. 당시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강팀에 완패하면 자신감을 잃는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강행했다. 잉글랜드와 1-1 무승부, 프랑스와 선전 끝에 2-3으로 졌지만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세계적인 스타들과 대등한 경기를 치른 태극전사들은 자신감이 충만해 신들린 듯 플레이해 16강을 넘어 4강까지 치고 올랐다. 4일 열린 스페인과의 평가전(0-1 패)은 8년 전의 좋은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스페인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위로 이번 대회 우승후보 0순위. 게다가 한국과 질긴 악연이 있다. 한국은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때 스페인에 황보관의 캐넌 슛 한방만 보여주고 1-3으로 졌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땐 0-2로 뒤지다 후반 막판 홍명보 서정원의 연속 골로 2-2로 간신히 비겼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선 8강에서 만나 승부차기 끝에 한국이 5-3으로 이겼지만 일부에서 ‘심판이 도와줬다’고 주장해 한국의 4강 신화를 깎아내렸다. 스페인은 ‘희생양’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좋지 않은 관계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번 경기를 치러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을 비롯한 태극전사들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세계 최강 앞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팀의 핵 박지성이 허벅지 통증으로 뛰지 않았지만 미드필드에서 짧은 패스로 스페인을 압박해 좋은 찬스를 많이 만들었다. 골로 연결되진 못했지만 스페인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장면도 여럿 있었다. 벤치에서 선수들의 선전을 지켜본 박지성은 “2002년의 분위기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골키퍼 이운재도 “한일 월드컵 때와 비슷하다. 본선을 앞두고 강팀과 대등한 경기를 펼친 점은 분명 자신감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스포츠심리학자들은 ‘좋은 경기를 하기 위해선 과거 잘했던 기억을 늘 상기하며 플레이하라’고 한다. ‘무적함대’ 스페인은 한국 선수들에게 분명 좋은 추억을 전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저를 보면 헌법이나 시민운동만 떠올리는데 사실은 축구와 인연이 많아요.” 이석연 법제처장(56)이 열혈 축구 팬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별로 없다. 사람들은 재야 변호사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에서 시민운동을 오래 했던 기억을 많이 떠올린다.○ 2001년 축구협회 고문변호사로 인연 이 처장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직전인 2001년 당시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에게 이끌려 협회 고문 변호사를 맡으면서 축구와 가까워졌다. 어릴 때 축구를 했고 조기축구회 활동도 했지만 열성 팬이 될 기회는 없었다. 하지만 한국 축구를 총괄하는 협회 일을 도와주고 2002년 4강 신화를 지켜보면서 다시 축구 마니아가 됐다. “천안함 사건 등 나라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 대표팀이 잘해 국민들을 신바람 나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뭔가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때에 월드컵이 좋은 기회인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축구 파이팅.” 이 처장은 요즘 한국 축구에 대해 ‘Be the Miracle(기적을 만들자)’을 강조했다. ‘브루스 올마이티’란 영화에서 나온 대사다. 8년 전 축구대표팀 서포터스 붉은악마가 ‘Be the Reds(붉은악마가 되자)’란 문구로 국민의 응원을 이끌어 냈던 것에서 착안한 아이디어다. “역사와 기적은 창조되어진다는 게 내 좌우명입니다. 우리는 할 수 있어요.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김연아 모태범 선수 등이 보여줬듯 우리 젊은이들은 세계무대에서도 당당합니다. 기적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16강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A매치 경기는 만사 제쳐놓고 봐요” 이 처장은 A매치는 빼놓지 않고 관전하고 2022년 월드컵 유치 기념행사 등 모든 축구 행사에 참석한다. 군부대 위문 때는 축구공 선물을 잊지 않는다.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의 열성 지지자이기도 하다. 이 처장은 남아공 현지로는 가지 못해 TV를 보면서 응원을 해야 한다. “공직에 있지만 않았다면 갔을 텐데….” 월드컵을 현장에서 지켜보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경기 초반에 승기를 잡아라김정남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우리는 월드컵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모르던 시절에 출전했다. 그래서 불안했고 대회가 끝난 뒤에야 우리도 하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지금 태극전사들은 월드컵을 보고 자랐고 여러 번 경험한 선수도 많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전력이 믿음직스럽다. 지역 예선과 평가전에서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우리 선수들을 믿는다. 경기는 초반에 승기를 잡아야 한다. 절대 주눅 들지 말고 자신감을 갖고 그라운드를 누벼라.■ 역대 최고전력… 최선 다하라이회택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그동안 흘린 땀방울이 아깝지 않게 최선을 다해 뛰어라. 이번에 16강에 못 가면 원정 16강 진출은 당분간 어려울 수도 있다. 지금이 역대 최고의 전력이다. 박지성 이청용 기성용 박주영 등 유럽에서 뛰는 선수가 가장 많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주역과 신예가 잘 조화됐다. 우리 때만 해도 대부분 국내파 선수였고 협회 지원도 형편없었다. 지금은 180도 바뀌었다. 국민들에게 좋은 선물을 주고 돌아와라.■ 부상조심… 자신있게 싸워라김호 1994년 미국 월드컵 우린 제대로 준비가 안돼 월드컵을 슬기롭게 넘기지 못했다. 그래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우리 선수들은 절대 후회하고 오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동안 잘했듯 자신감을 갖고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한국 축구의 위상도 상당히 높아졌다. 그만큼 우리 선수들이 잘하고 있다는 뜻이다. 건강 조심하고 안 다치길 빌겠다. 유종의 미를 거두고 와라. 16년 전 코치로 나를 보좌했던 허정무 감독의 건투를 빈다.■ 부담없이 편하게 경기를… 차범근 1998년 프랑스 월드컵 국민 모두 한국이 16강 이상의 성적을 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하지만 선수들은 부담감을 가지면 안 된다. 긴장하지 말아야 한다. 과거 지나친 부담 때문에 일을 그르친 적이 많았다. 투혼을 발휘해 경기에 몰입하다 보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다. 벨라루스와의 평가전에서 우리 선수들의 몸은 무거웠다. 부담감은 경기력을 떨어뜨린다. 마음 편하게 경기하면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월드컵은 꿈의 무대다. 축구선수라면 꼭 서고 싶은 무대다. 개인적으로 난 엄청난 행운아다. 선수로 네 번이나 월드컵 본선에 출전했고 코치로 한 차례 선수들과 함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료들 중에는 실력은 충분했지만 불운한 선수도 많았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때 일이다. 대표팀 후배 강철이 출국하기 전날 발목을 다쳤다. 비행기 표까지 다 끊어 놓은 상태에서 불의의 사고로 월드컵 꿈을 접었으니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강철은 다시 일어서서 태극마크를 달았다. 월드컵 본선에는 출전하지 못했지만 프로에서 철벽 수비를 자랑하며 스타플레이어로 주목 받았고 지금은 지도자로서 후배들을 돌보고 있다. 친한 친구인 황선홍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앞두고 치른 중국과의 평가전에서 예기치 않은 십자인대 파열로 눈물을 흘려야 했다. 곁에서 지켜보면서 정말 안타까웠다. 대표팀엔 남았지만 벤치를 지킨 그는 4년 뒤 국민에게 큰 기쁨을 안겼다. 2002년 한일 월드컵 폴란드와의 첫 경기 때 전반 26분 선제골을 넣으며 귀중한 1승을 선사했고 4강 신화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1998년 함께 태극마크를 달았던 이동국의 월드컵 악연은 더 눈물겹다. 2002년에는 잘 뛰지 않는 선수라며 거스 히딩크 감독의 눈에 들지 못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는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눈에 들었으나 무릎 부상으로 본선 티켓을 놓쳤다. 선수로서 두 번이나 큰 시련을 맞았지만 이동국은 더 열심히 땀을 흘렸다. 결국 이동국은 허정무 감독의 눈에 들어 이번에 12년 만에 다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게 됐다. 이렇게 과거 얘기를 하는 이유는 1일 남아공 월드컵 최종 엔트리 23명이 발표되면서 눈물을 머금고 귀국 비행기에 올라야 하는 후배들에게 힘을 주고 싶어서다. 부상과 엔트리 탈락으로 월드컵을 눈앞에 두고 비행기에 오른 4명의 후배들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 사실 지금은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절대 실망하면 안 된다. 아직 젊고 미래가 창창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아픔은 더 도약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강철, 황선홍, 이동국 등 선배들이 이미 보여줬다. 그들은 불운에 굴복하지 않고 멋진 행운을 만들어냈다. 월드컵은 4년 뒤 다시 온다. 그때 더 멋진 모습으로 녹색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라. 너희는 할 수 있다. 팬들도 응원할 것이다.올림픽대표팀 감독}
월드컵은 꿈의 무대다. 축구선수라면 꼭 서고 싶은 무대다. 개인적으로 난 엄청난 행운아다. 선수로 네 번이나 월드컵 본선에 출전했고 코치로 한 차례 선수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료들 중에는 실력은 충분했지만 불운한 선수도 많았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때 일이다. 대표팀 후배 강철이 출국하기 전날 발목을 다쳤다. 비행기 표까지 다 끊어 놓은 상태에서 불의의 사고로 월드컵 꿈을 접었으니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강철은 다시 일어서서 태극마크를 달았다. 월드컵 본선에는 출전하지는 못했지만 프로에서 철벽 수비를 자랑하며 스타플레이어로 주목 받았고 지금은 지도자로서 후배들을 돌보고 있다. 친한 친구인 황선홍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앞두고 치른 중국과 평가전에서 예기치 않은 부상을 당해 눈물을 흘려야 했다. 곁에서 지켜보면서 정말 안타까웠다. 하지만 황선홍은 4년 뒤 국민에게 큰 기쁨을 안겼다. 2002년 한일 월드컵 폴란드와의 첫 경기 때 전반 26분 선제골을 넣으며 귀중한 1승을 선사했고 4강 신화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1998년 함께 태극마크를 달았던 이동국의 월드컵 악연은 더 눈물겹다. 2002년에는 잘 뛰지 않는 선수라며 거스 히딩크 감독의 눈에 들지 못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는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눈에 들었으나 무릎 부상으로 본선 티켓을 놓쳤다. 선수로서 두 번이나 큰 시련을 맞았지만 이동국은 더 열심히 땀을 흘렸다. 결국 이동국은 허정무 감독의 눈에 들어 이번에 12년 만에 다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게 됐다. 이렇게 과거 얘기를 하는 이유는 1일 남아공 월드컵 최종 엔트리 23명이 발표되면서 눈물을 머금고 귀국 비행기에 올라야 하는 후배들에게 힘을 주고 싶어서다. 부상과 엔트리 탈락으로 월드컵을 눈앞에 두고 비행기에 오른 4명의 후배들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 사실 지금은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절대 실망하면 안 된다. 아직 젊고 미래가 창창하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이번 아픔은 더 도약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강철, 황선홍, 이동국 등 선배들이 이미 보여줬다. 그들은 불운에 굴복하지 않고 멋진 행운을 만들어냈다. 월드컵은 4년 뒤 다시 온다. 그 때 더 멋진 모습으로 녹색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라. 너희는 할 수 있다. 팬들도 응원할 것이다.홍명보}

“팔불출 아내라고 불러도 상관없어요. 월드컵을 준비하는 남편을 보면서 정말 가족과 축구를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월드컵을 멋지게 치르고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축구선수를 남편으로 둔 아내에게 남아공 월드컵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한국 대표팀 미드필더 김남일(33·톰 톰스크)의 아내인 김보민 KBS 아나운서(32)는 “월드컵은 서로 사랑을 확인하는 좋은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자랑하는 김남일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세계적인 선수들을 거침없이 막아내 ‘진공청소기’란 별명을 얻은 한국 수비라인의 핵. 2006년 독일 월드컵에 이어 3회 연속 출전한다.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 무대. 김남일과 김 아나운서는 2007년 말 결혼해 이듬해 아들 서우(2)를 얻었다. “남일 씨가 언제부턴가 정강이 보호대 안쪽에 태극기와 제 이름, 아들 서우 이름을 새기고 경기장에 나섭니다. 그라운드에서 혼자 뛰는 게 아니라 가족과 함께 셋이 뛰고 있다는 의미랍니다. 눈물이 핑 돌았어요.” 김 아나운서는 남편의 마지막 월드컵에 임하는 자세가 남다르다고 말한다. 김남일은 “후배에게 밀려 벤치에 앉아만 있어도 행복할 것”이라며 여유를 보이고 있다. 또 예전에는 유니폼을 가져온 적이 없는데 요즘은 모든 대표팀 유니폼을 가져와 깨끗이 빨아서 정리해 놓는단다. 아들 서우에게 “아빠가 이런 사람이었다”는 추억을 보여주고 싶다고. “아들이 남편을 아빠가 아닌 엄마라고 불러요. 그만큼 세심하게 아들을 챙겨요. 일본을 거쳐 러시아에서 활동해 자주 보지 못하는데 집에 오면 너무 다정다감하고 치밀하게 챙겨주니까 몇 달에 한 번씩 와도 아빠 얼굴을 잊지 않아요.” 김 아나운서는 방송을 해야 해 해외에서 활약하는 남편을 옆에서 내조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현장에는 가지 못한다. 그래서 항상 마음으로 응원을 보낸다. KBS ‘스포츠타임’을 진행할 때 남편이 나오면 이름을 크게 불러주거나 “김남일 선수 파이팅”을 외치기도 한다. 지난달 파주 축구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훈련하다 외박을 나왔을 때도 직접 마중을 나갔고 이틀간 좋아하는 음식을 손수 차려줬다. 현장엔 없지만 늘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는 표현이었다. “남들은 남편이 노장이라며 은퇴를 얘기해요. 하지만 제겐 아직도 젊은 선수에 전혀 뒤지지 않는 최고의 선수입니다. 도전의식도 식지 않았어요. 이번에도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마지막 사자후를 토할 것이라 확신해요. 사랑하는 남일 씨, 원정 사상 첫 16강 진출 꼭 이루고 오세요.”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동아일보 변영욱 기자}

임동주 광주 대동한방병원 원장(41)은 28일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전지훈련 중인 축구대표팀을 응원하고 지원하기 위해서다. 대표팀 주치의는 아니지만 한방 치료가 필요할 경우에는 언제든 지원하기 위해 모든 장비를 갖추고 떠났다. 임 원장은 축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는 축구 마니아다. 이번에도 모든 일을 제쳐두고 오스트리아를 거쳐 월드컵이 열리는 남아공까지 따라간다.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에 도전하는 대표팀을 현장에서 응원하기 위해서다. 임 원장은 축구대표팀 공식 서포터스 ‘붉은악마’의 주치의도 자청해서 맡았다. 대표팀 스태프가 아니어서 응원단과 함께 지내야 하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다. 한국에서 떠나는 원정 응원단은 물론 현지 응원단에 환자가 발생하면 곧바로 도움을 줄 계획이다. 대표팀 주치의 송준섭 박사(41)의 소꿉친구이기도 한 임 원장은 양방과 한방을 함께 연구하며 통증 치료와 재활 치료를 하고 있어 선수들이 한방 치료가 필요할 때는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어린 시절 축구광인 아버지에게 이끌려 축구팬이 된 임 원장은 2007년 대표팀과 인연을 맺었다. 윤영설 대한축구협회 의무분과위원장과 송 박사에게 이끌려 그해 6월 29일 제주도 서귀포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친선경기(3-0 승)를 관전하러 간 게 계기. 대표팀 관계자들과 어울린 자리에서 “아시안컵에서 8강에 가면 응원하러 가겠다”고 했고 그해 7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시안컵 때 한국이 8강에 올라가자 곧바로 비행기를 타고 현장으로 가 응원하는 열의를 보였다. 요즘은 국내에서 열리는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는 빠짐없이 보고 해외 원정 때도 가끔 동행하는 열성 대표팀 서포터스가 됐다. 임 원장은 “차범근, 허정무 감독이 유럽에서 이름을 날릴 때부터 축구에 빠졌다. 내가 좋아했던 허정무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고 있으니 더 관심이 생긴다. 대표팀 스태프는 아니지만 한국이 16강에 갈 수 있도록 현장에서 목 터져라 응원하겠다”고 말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축구대표팀이 훈련하고 있는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장 분위기가 썰렁하다고 한다. 일부에서 ‘이동국은 그리스전을 못 뛴다’며 사실상 최종 엔트리 탈락을 암시하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동국은 취재진의 인터뷰를 사양하고 있고, 코칭스태프도 이동국 얘기는 아예 꺼내지도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동국이 최종 엔트리에 드느냐보다 허정무 감독과 이동국이 그동안 보여준 모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무릎 부상으로 꿈을 접은 이동국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본선 무대를 밟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왔다. 스트라이커 부재에 고민하던 허 감독도 “더 많이 뛰고 수비 가담도 더 해야 한다”며 독려해 왔다. 이동국은 변화를 위해 몸부림쳤고 16일 에콰도르와의 평가전 때 폭넓은 움직임과 수비 가담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날 허벅지에 탈이 났고 이게 ‘이동국 최종 엔트리 탈락 논란’의 빌미가 되고 있다. 대표팀 관계자에 따르면 의학적으론 거의 완쾌됐다고 하지만 부정적인 전망은 그치지 않고 있다. 허 감독은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섣부른 추측을 경계하고 있다. 그는 최근까지 “이동국은 본선에서 꼭 필요한 선수”라며 그동안 이동국이 보여준 변화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일부에서 “이동국의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허 감독은 신경 쓰지 않았다. 플레이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고 월드컵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이동국이 합류하면 팀 분위기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허 감독은 선택을 해야 한다. 이동국에게는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동국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자 “이동국만 보지 말고 팀 전체를 봐 달라”고 지적했듯 허 감독은 한국이 최상의 전력을 낼 수 있는 결정을 해야 한다. 어떤 선택이 내려지든 허 감독과 이동국은 ‘대한민국’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다만 팬들은 이동국이 부상 때문에 다시 눈물을 흘리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한국 축구의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의 희망을 봤다. 6월 12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B조 첫 경기에서 한국과 만날 그리스가 26일 북한과 2-2로 비겼다. ‘인민 루니’ 정대세 등 북한 선수들은 “한국이 충분히 깰 수 있다”고 조언한다. 또 사우디아라비아를 만나 0-0 무승부를 기록한 B조 세 번째 상대 나이지리아는 수비라인이 허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스와 나이지리아의 전력 분석을 통해 한국의 16강 가능성을 타진한다.》■ 그리스, 북한과 2-2 무승부“스피드와 순발력을 살려라.” 북한 축구대표팀의 ‘인민 루니’ 정대세(26·가와사키)는 26일 오스트리아 알타흐 캐시포인트 아레나에서 열린 그리스와의 평가전을 마친 뒤 한국에 애정 어린 충고를 했다. 정대세는 이날 혼자서 두 골을 잡아내 2-2 무승부를 연출했다. 정대세의 충고와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한국은 세 가지에 집중하면 6월 12일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그리스를 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스피드로 수비를 혼란시켜라 정대세는 “해보니 유럽 선수들이 확실히 느리다”고 말했다. 정대세는 0-1로 뒤진 전반 23분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찔러준 홍영조의 프리킥을 받아 아크서클 쪽으로 긴 드리블을 시도했다. 상대 수비의 움직임이 느린 것을 간파하고 볼을 몰다 의표를 찌르는 스피드와 순발력으로 기습 슛을 날려 골을 터뜨렸다. 정대세는 1-2로 뒤진 후반 7분에도 동점골을 넣었다. 그리스 수비는 이날 선발 출전한 방겔리스 모라스가 196cm, 소티리오스 키르기아코스가 193cm, 루카스 빈트라가 184cm로 장신이다. 키가 큰 만큼 움직임이 둔했다. 그리스 수비는 정대세와 홍영조, 문인국 등 빠른 공격수들에게 쉽게 뚫렸다. 정대세는 공중전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리스는 수비는 물론 중원에도 장신 선수들이 즐비하다. 그는 “공중전을 해보니 힘들다. 하지만 더 일찍 뛰고, 뛸 때도 상대를 견제하면서 뛰면 좀 낫다”며 그리스의 장신들이 ‘통곡의 벽’은 아님을 강조했다. 정대세는 공중 롱패스를 받는 장면에서 몸을 틀면서 받는 등 장신 숲에서 요령껏 플레이하며 그리스 문전을 수차례 노크했다.○ 세트 피스를 조심해라 이날 경기를 해설한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그리스는 장신을 이용한 세트 플레이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기오르고스 카라구니스의 정교한 프리킥에 이은 수비수 키르기아코스의 헤딩 플레이가 돋보인다”고 말했다. 그리스는 이날 프리킥으로 두 골을 잡았다. 전반 2분 아크서클 왼쪽 외곽에서 카라구니스가 찬 프리킥을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키르기아코스가 헤딩으로 떨어뜨려 주자 코스타스 카추라니스가 골 지역 왼쪽에서 받아 넣었다. 후반 4분에는 아크서클 오른쪽 외곽에서 카라구니스가 찬 볼을 앙겔로스 하리스테아스가 골 지역 정면에서 받아 넣었다. 한 위원은 “세트 피스 상황에서 한국 수비들이 상대의 움직임을 어떻게 막아야 할지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지나친 방심은 금물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허정무 감독은 “속단은 금물이다. 이 한 경기로 그리스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는 “그리스 선수단은 모인 지 얼마 안 됐다. 오늘은 영 아니었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럴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질 것이다”고 말했다. 한 위원은 “그리스가 본선에서 달라질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오늘 그리스의 느슨한 경기 내용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라 계속 이어져 온 것이다. 한국은 그리스의 약점을 잘 이용하고 강점에 철저히 대비한다면 충분히 넘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노이슈티프트=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주전 빠진 나이지리아 조직력 - 수비진 ‘구멍’사우디와 평가전서 0-0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의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인 나이지리아가 26일 오스트리아 바텐스의 알펜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득점 없이 비겼다. 월드컵 본선을 앞둔 만큼 물오른 기량을 보여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나이지리아는 90분 내내 불안한 모습이었다. 조직력도 헐거워 보였고 수비진의 안정감도 떨어졌다. 아프리카 특유의 개인기를 바탕으로 한 돌파와 날카로움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날 나이지리아는 주전인 존 오비 미켈(첼시), 오니에카치 아팜(니스), 야쿠부 아이예그베니(에버턴)가 부상 등의 이유로 출전하지 않았다. 또 2월 부임한 라르스 라예르베크 감독이 소집 훈련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되지 않았다. 최종 명단에 오른 23명 중 젊은 선수들을 테스트하기 위한 성격이 강했다. 나이지리아는 후반 6명을 교체 투입하며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했다. 공격수로 나선 빅터 아니체베(에버턴)와 칼루 우체(알메리아)의 활발한 움직임은 눈에 띄었다. 아니체베는 부지런히 움직이며 위협적인 장면을 여러 차례 연출했고 우체도 상대 진영 깊숙이 배치되어 공격의 물꼬를 트는 등 경계 대상 선수로 떠올랐다. 평가전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자 나이지리아 언론들은 혹평을 쏟아냈다. 나이지리아 영자 신문 가디언은 “1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이후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비난했다. 영자 신문 뱅가드도 “공격과 미드필드 사이에 조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 선발로 출전한 은왕쿼 카누(포츠머스)의 존재감도 없었다”고 평가했다. 나이지리아는 영국 루턴에서 30일 콜롬비아와 평가전을 가질 예정이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정대세 “매경기 골 넣겠다”모처럼 모습을 드러낸 북한 축구 대표팀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예전처럼 숨거나 감추려고 하지 않았다. 김정훈 북한 감독은 25일 오스트리아 알타흐에서 훈련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세계 각국에서 온 취재진에게 “우리에 대한 평가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조선축구를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세계 랭킹 106위인 북한은 1위 브라질, 3위 포르투갈, 27위 코트디부아르와 죽음의 조인 G조에 속해 있다. 김 감독은 ‘북한이 G조에서 가장 약체로 평가받는다’는 지적에 “우리는 그 예상을 뒤집어보겠다는 강한 도전의식을 갖고 있다. 최소한 첫 단계(16강 진출)는 통과하리라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그는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때 선배 선수들이 우리 조선의 위상을 떨치는 쾌거를 거뒀다. 나 역시 이번 월드컵에서 잘해서 세계가 우리 조선 축구에 대해 새로운 관점으로,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인민 루니’ 정대세(가와사키)는 “매 경기 골을 넣고 싶다. 특히 브라질,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는 꼭 골을 넣고 싶다”고 말했다. 브라질은 세계 최강팀이기 때문에, 포르투갈은 잉글랜드 월드컵 8강에서 북한이 무릎을 꿇은 팀이기 때문에 설욕하고 싶다는 것이 이유였다. 정대세는 G조에서 “우리랑 브라질이 16강에 오를 것이다”라고 장담했다. 정대세는 “(본선 진출국 중) 우리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제일 약하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정신력은 독일보다 뛰어나다. 또 단결력, 신뢰 관계가 다른 어떤 나라보다 훌륭하다. 선수들도 빠르고 작은 움직임도 좋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브라질, 포르투갈, 코트디부아르 중 2개국이 16강 티켓을 획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북한이 44년 전의 돌풍을 재현하기 위해선 ‘엄청난 일이 벌어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10일 스위스 앙제르에 캠프를 차린 북한 대표팀은 24일 오스트리아로 건너와 도른비른에 여장을 풀고 2차 전지훈련을 시작했다. 26일 그리스와 평가전을 치른 북한은 다음 달 1일 남아공에 입성한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그동안 성원해 주신 팬들께는 죄송합니다. 하지만 구단과 저를 위해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차범근 수원 삼성 감독(57·사진)이 시즌 도중 사임했다. 차 감독은 20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6월 6일까지 팀을 이끌고 감독직에서 내려오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언젠가부터 습관적인 타성에 젖어 감독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자주 했다. 에너지 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차 감독은 계약 기간이 2011년까지 남아 있지만 팬들과 구단에 짐이 되지 않기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솔직히 개인적인 욕심에 그냥 끌고 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에너지가 소진된 상태에서 끌고 나간다는 것은 양심상 할 수 없었다. 이렇게 갑자기 그만두는 것도 무책임할 것이라 느껴졌지만 구단과 나를 위해 재충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몸이 근질근질하면 다시 감독으로 돌아오겠다”고 설명했다. 2004년부터 수원 지휘봉을 잡았던 차 감독은 그동안 정규리그에서 두 차례(2004년, 2008년) 우승했고 컵 대회에서도 두 차례(2005년, 2008년) 정상을 밟았다. FA(축구협회)컵에서는 지난해 정상에 올랐다. 차 감독은 지난해 정규리그에서 10위에 그친 뒤 FA컵 우승으로 잠시 숨을 돌렸지만 올해 팀 최다 연패(6연패)에 빠지면서 리그 최하위로 내려앉자 사임을 결심했다. 차 감독은 “6년 넘게 승리를 위해 집중하다 보니 심신이 피곤하다. 휴식이 필요하다”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차 감독은 “우선 맘 편히 쉬겠다. 하지만 지도자는 계속 스스로 업그레이드돼야 하는 만큼 해외에서 세계 축구의 흐름을 보고 느끼는 것도 필요하다”며 해외 연수도 고려 중임을 암시했다. 차 감독은 월드컵 기간에 SBS 축구 해설 계획에 대해선 “해설자는 감독과 마찬가지로 집중력과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한다. 지금 상태에서는 중계할 자신이 없다. SBS의 배려에는 감사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차 감독의 사임을 만류했던 안기헌 수원 단장은 “차 감독이 깊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 수용하겠다. 이제부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제로베이스(원점)에서 후임 사령탑을 물색하겠다”고 밝혔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축구 대회의 흥미를 개막 이전부터 고조시키는 요소들 중 하나는 ‘죽음의 조’다. 이는 월드컵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1998∼199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선 FC 바르셀로나(바르사), 바이에른 뮌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덴마크 명문 브뢴비가 한 조를 이뤘던 역사가 있다. 이 조는 히바우두와 루이스 피구가 포진했던 바르사의 조기 탈락을 초래했으며, 결승전에서 재회한 맨유와 뮌헨의 세 번째 대결은 결국 맨유의 기념비적 3관왕으로 귀결됐다. 유로 2008에도 극명한 사례가 있다. 이탈리아, 프랑스, 네덜란드, 루마니아로 구성된 죽음의 조는 네 팀 모두에 기회가 열려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 압도적 경기력을 과시한 네덜란드의 전승이었고, 저조한 세 팀 중 그나마 나았던 이탈리아가 가까스로 조별리그를 통과한다. 결과적으로 네덜란드엔 ‘죽음’이 아닌 ‘삶’의 조였던 셈이며 나머지 팀들에는 지옥 그 자체였던 경우다.○ 1982년 아르헨-브라질-伊 3팀 사투 월드컵 역사에서 가장 무시무시했던 죽음의 조는 어디였을까? 논란의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필자는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 브라질, 이탈리아로 구성됐던 조로 생각한다. 이 가공할 조는 조별리그를 통과한 12팀이 다시금 4개의 조로 나뉘어 펼치는 ‘2차 조별리그’ 제도로 가능했다. 한 팀만을 가려내야 하는 이 조에서 당초 가장 약세로 평가받던 팀은 이탈리아. 그도 그럴 것이 지쿠, 소크라테스, 팔카우의 절묘한 조화가 돋보이는 브라질은 펠레 시대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는 당대 최강팀으로 간주되고 있었다. 전 대회 우승국 아르헨티나에는 마리오 켐페스, 오시에 아르딜레스에다 세계의 주목을 받는 천재 디에고 마라도나가 가세해 있었다. 그러나 이 죽음의 조에서 승자는 놀랍게도 이탈리아였다. 특히 브라질전 해트트릭의 주인공 파올로 로시는 승부 조작 혐의로 인한 2년의 징계를 딛고 월드컵 최고의 선수에 오르는 인생 역전에 성공한다.○ 남아공서 B조도 지옥 경험 할수도 월드컵 죽음의 조는 이뿐만이 아니다. 1958년 브라질, 잉글랜드, 소련, 오스트리아가 함께 했던 조는 원조로 평가될 만하다. 1986년 서독, 우루과이, 덴마크, 스코틀랜드로 구성된 조는 죽음의 조라는 표현을 유행시켰다. 1998년의 죽음의 조(스페인, 나이지리아, 파라과이, 불가리아)에선 스페인이 고배를 들었고, 2002년에는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가 죽음의 조(아르헨티나, 잉글랜드, 스웨덴, 나이지리아)에서 눈물을 쏟았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C조(아르헨티나, 네덜란드,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코트디부아르)와 E조(이탈리아, 체코, 가나, 미국)가 모두 죽음의 조로 불렸다. 하지만 우리는 어쩌면 남아공에서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죽음의 조를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경쟁이 가장 치열한 A조(남아공, 프랑스, 멕시코, 우루과이)는 물론이고 D조(독일, 세르비아, 가나, 호주) 역시 16강 진출 팀의 윤곽이 잘 안 보인다. 강호들의 틈바구니에 북한이 존재하는 G조(브라질, 코트디부아르, 포르투갈, 북한)의 흥미로움은 말하면 입 아프다. 여기에 우리가 속한 B조(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대한민국, 그리스) 또한 언제든 죽음의 조가 될 잠재력이 있다. A조를 최대 격전지로 예측할 수 있는 이유는 프랑스의 상태가 확고한 믿음을 주지 못하는 까닭이다. 상대적으로 우루과이와 멕시코가 만만치 않은 능력을 지닌 데다 남아공에는 개최국의 이점이 있다. 우리가 속한 조에선 아르헨티나가 가장 앞서 있으나 다른 세 팀이 미세한 승부를 벌일 공산이 크고, 아르헨티나가 기대치에 미달할 경우 한마디로 혼미한 정국이 될 수도 있다.한준희 KBS 해설위원 junehhahn@gmail.com}
예상과는 달리 만원 관중은 아니었지만 희망이 엿보였다. 대회조직위는 대구스타디움 정원이 6만6421명인데 약 2000장이 많은 6만8386장의 표가 팔렸다고 했지만 이날 경기장을 찾은 팬은 4만5000여 명(조직위 발표)이었다. 하지만 하늘색 단체복을 입은 대학생 홍보단 3000여 명을 빼면 대부분 가족 단위 관중이 경기장을 찾아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트랙과 필드로 세분화한 장내 아나운서의 설명을 들으며 경기를 즐기는 모습에서 내년 8월 24일부터 9월 4일까지 열리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흥행 성공에 대한 가능성이 보였다. 응원 문화도 비교적 좋았다. 경기 시작 전 개그맨 김종석 씨가 트랙과 필드 경기를 어떻게 즐기는지 자세하게 설명했지만 관중석 구역별로 따로 논 측면이 없진 않았다. ‘경기 시작해요 쉿’이란 문구가 전광판에 나와도 여기저기서 말이 이어졌다. 하루에 끝내야 하는 경기 일정상 필드와 트랙 경기가 잇달아 시작돼 팬들을 혼란스럽게 해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세계적인 선수들이 나올 땐 어김없이 환호성이 터졌고 선전을 바라는 박수를 쏟아냈다.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지만 팬들은 경기 자체를 즐겼다. 하지만 국내 선수들의 경기력은 여전히 문제점을 드러냈다. 김덕현(세단뛰기) 등이 은메달을 세 개 따냈지만 세계 수준과의 격차는 컸다. 또 자신들이 갖고 있던 기록에도 근접하지 못했다. 31년 묵은 남자 100m 한국기록(10초34)은 이날도 깨지지 않았다. 10초47의 여호수아가 10초48로 7위를 한 게 한국 선수의 최고 성적이었다. 여자 장대높이뛰기에 출전한 임은지는 자신의 한국기록(4.35m)에 턱없이 모자란 4m를 넘는 데 그쳤다. 육상계의 한 관계자는 “오늘 관중으로 내년 대구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흥행은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하지만 선수들 경기력은 더 끌어 올려야 한다는 과제를 안았다”고 말했다.대구=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와∼”지구에서 가장 빠른 스프린터 우사인 볼트(24·자메이카)가 19일 열린 대구 국제육상경기대회 남자 100m를 위해 대구스타디움 트랙으로 들어오자 팬들은 환호와 박수를 쏟아냈다. 볼트가 장내 아나운서의 선수 소개 때 얼굴을 두 손으로 가렸다 살짝 보여주는 특유의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자 경기장은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와, 내가 저렇게 유명한 선수가 뛰는 것을 직접 보다니”라는 감탄사가 이어졌다.출발 총성이 울리자 볼트는 쏜살같이 트랙을 질주했고 기대대로 맨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전광판에 새겨진 숫자는 9초86. 지난해 타이슨 게이(미국)가 세운 대회기록(9초94)은 물론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미국 단거리의 전설 칼 루이스가 세운 역대 국내대회 최고 기록(9초92)이 바뀌는 순간이었다.역시 명불허전이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남자 100m(9초69)와 200m(19초30) 세계기록을 세웠고 지난해 베를린 세계선수권에서 100m(9초58)와 200m(19초19) 세계기록을 갈아 치운 볼트는 국내 팬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17일 팬 미팅에 수많은 팬이 몰린 데 이어 이날도 4만5000여 명이 운집해 볼트의 명품 레이스를 지켜봤다. 팬들은 볼트가 우승하자 기립박수를 보냈고 볼트는 손을 흔들며 경기장을 한 바퀴 도는 것으로 답례했다. 볼트는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 분위기가 좋았다. 내년에도 이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 올해는 내년 세계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쉬었다 가는 해다. 부상 없이 내년을 위해 투자하는 해다”라고 말했다. ‘양팔로 총 쏘는 듯한 세리머니’에 대해선 “세계 최고가 되고자 하는 바람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마이클 프레이저(자메이카)가 10초15로 2위, 마이크 로저스(미국)는 10초18로 3위. 반면 국가대표 여호수아(인천시청)는 10초48로 7위에 그쳐 1979년 멕시코 유니버시아드에서 서말구가 세운 한국기록(10초34) 경신에 실패했다. 임희남(광주시청)은 10초59로 8위. 김국영(안양시청)은 10초74로 9위.여자 100m에서는 미국의 카멜리타 지터가 11초F로 자메이카의 베로니카 캠벨브라운(11초05)을 제치고 우승했다.대구=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대회 기록실○ 100m △남자=①우사인 볼트(자메이카) 9초86 ②마이클 프레이저(자메이카) 10초15 ③마이크 로저스(미국) 10초18 △여자=①카멜리타 지터(미국) 11초F ②베로니카 캠벨브라운(자메이카) 11초05 ③셰론 심슨(자메이카) 11초26○ 200m △남자=①라이언 베일리(미국) 20초58 ②마빈 앤더슨(자메이카) 20초59 ③라에 에드워즈(미국) 20초73 △여자=①비앙카 나이트(미국) 22초92 ②시도니 마더실(케이맨제도) 23초14 ③로즈마리 화이트(자메이카) 23초30○ 400m △남자=①앤젤로 테일러(미국) 45초21 ②라바 유시프(수단) 45초38 ③저메인 곤살레스(자메이카) 45초52○ 800m △남자=①물레이니 물라우치(남아공) 1분45초60 ②길버트 킵코에그(케냐) 1분46초01 ③아브라함 키플라가트(케냐) 1분46초02 △여자=①케니야 킹클레어(자메이카) 2분0초51 ②파멜라 젤리모(케냐) 2분1초52 ③다델린 페이프(호주) 2분1초88○ 1500m △여자=①니키 햄블린(뉴질랜드) 4분15초21 ②카일라 맥나이트(호주) 4분15초90 ③에스더 쳄타이(케냐) 4분16초62○ 110m 허들 △남자=①데이비드 올리버(미국) 13초11 ②데이론 로블레스(쿠바) 13초26 ③드와이트 토머스(자메이카) 13초40○ 100m 허들 △여자=①버지니아 파월(미국) 12초77 ②롤로 존스(미국) 12초78 ③페르디타 펠리디엔(캐나다) 12초80○ 3000m 장애물 △남자=①첼리모 킵체레지(케냐) 8분14초59 ②실라스 키툼(케냐) 8분15초81 ③비스루크 킵코리르(케냐) 8분16초68○ 멀리뛰기 △여자=①푼미 지모(미국) 6.68m ②정순옥(안동시청) 6.47m ③이바나 스파노비치(세르비아) 6.37m○ 장대높이뛰기 △여자=①율리아 골루브치코바(러시아) 4.65m ②카롤린 힝스트(독일) 4.50m ③레이시 잰슨(미국) 4.50m○ 세단뛰기 △남자=①랜디 루이스(그라나다) 17.01m ②김덕현(광주시청) 16.87m ③새미르 레인(아이티) 16.64m ○ 해머던지기 △여자=①베티 하이들러(독일) 75.28m ②타티아나 리센코(러시아) 72.36m ③카트린 클라스(독일) 72.12m○ 창던지기 △남자=①이고르 야니크(폴란드) 80.46m ②박재명(대구시청) 80.11m ③마르크 프랑크(독일) 78.76m}

《‘번개’ 우사인 볼트(24·자메이카)가 참가해 관심을 모으고 있는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가 19일 오후 7시부터 9시 30분까지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다. 남자 100m(9초58)와 200m(19초19) 세계기록 보유자 볼트는 100m에만 출전한다. 올 시즌 100m 첫 레이스. 볼트가 “훈련을 잘해 컨디션이 좋다”고 하는데 과연 어떤 기록을 세울까. 이번 대회의 관전 포인트를 살펴본다.》○ 볼트 효과는 만원 관중 대구스타디움 정원이 6만6421명인데 6만8386장의 표가 팔렸다. 프리미엄석(1만 원) 8152장이 모두 팔렸고 일반석(5000원) 6만여 장도 동이 났다. 대회조직위는 “혹시 못 오는 팬들을 감안해 2000장가량을 더 팔았다”고 밝혔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지난해 베를린 세계선수권에서 100m와 200m를 연거푸 동시 석권한 볼트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스타가 오면 관중도 몰린다는 게 입증됐다.○ 역대 국내 100m 최고 기록 경신? 대회 최고 기록은 지난해 타이슨 게이(미국)가 세운 9초94. 역대 국내 개최 대회 최고 기록은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칼 루이스(미국)가 기록한 9초92. 볼트를 포함해 9초89의 트래비스 패짓, 9초94의 마이크 로저스(이상 미국), 9초97의 마이클 프레이터(자메이카) 등이 출전해 국내 최고 기록 경신 가능성은 아주 높다. 특히 국내 최고 기록이 볼트의 기록과는 0.34초 차가 나기 때문에 볼트가 새로운 기록을 가져다 줄 가능성이 크다.○ 허들 최강 “나야 나” 남자 110m 허들에서는 베이징 올림픽 리턴매치가 벌어진다. 세계기록(12초87) 보유자인 다이론 로블레스(쿠바)와 데이비드 페인(13초02), 데이비드 올리버(12초95·이상 미국)가 맞붙는다. 셋은 베이징 올림픽 금, 은, 동메달리스트. 지난해 세계육상대회 챔피언 라이언 브래스웨이트(13초14·바베이도스)도 출전한다. ○ 31년 만의 한국기록? 10초42의 임희남(광주시청), 10초47의 여호수아(인천시청)와 김국영(안양시청) 등 국내 스프린터는 볼트 등 세계적인 건각 틈에서 1979년 멕시코 유니버시아드에서 서말구가 세운 남자 100m 한국기록(10초34) 경신에 도전한다. 임은지(연제구청)는 여자 장대높이뛰기에서 자신의 한국기록(4.35m)에 도전한다.대구=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KOREA’라고 새겨진 붉은 셔츠를 입고 나타난 ‘번개’ 우사인 볼트(24·자메이카·사진)의 얼굴엔 장난기가 가득했다. 17일 대구 중구 삼덕1가 푸마 매장에서 열린 후원사 팬 미팅에 나타난 그는 자신의 달리는 모습으로 만든 사진 모형 앞에서 익살스러운 표정을 연달아 지었다. 19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 100m에 참가하기 위해 15일 입국한 그는 팬 미팅 때도 재밌는 표정으로 팬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육상 남자 100m(9초58)와 200m(19초19) 세계기록을 보유한 볼트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박지성과 이청용을 좋아한다. 한국이 이번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라는 의미에서 빨간 셔츠를 입고 왔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육상에 최선을 다해 열심히 훈련하듯 한국 축구대표팀도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으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박지성과 이청용이 있기 때문에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높다”고 덧붙였다. “월드컵에선 누가 우승할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렸을 때부터 팬인 아르헨티나를 좋아한다”고 전했다. 이번 시즌 처음으로 100m에 출전하는 볼트는 “훈련을 잘해 컨디션이 좋다. 첫 출전이라 어떤 기록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총을 쏘듯 손을 하늘로 향하는 번개 우승 세리머니를 펼쳤던 그는 “이번에 새로운 우승 세리머니를 기대해 달라”고 덧붙였다. 인터불고호텔에 묵는 볼트는 “돼지고기와 닭고기를 즐겨 먹는다. 한국에서 닭고기와 국수, 쌀밥 등을 먹었는데 내 입맛에 딱 맞다”고 했다. 대구=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대∼한민국.” 붉은 물결이 파도를 쳤다.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을 염원하는 팬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가상 아르헨티나’ 에콰도르의 평가전에 6만2209명의 팬이 몰렸다. 2007년 6월 2일 네덜란드와의 평가전(6만2884명) 이후 6만 명이 넘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팬들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대표팀에 거는 기대가 컸다. 대표팀은 2-0 완승으로 팬들의 응원에 보답했다. 허정무 감독은 예비 엔트리 30명 중 최종 23명을 가리는 사실상 마지막 경기에서 다양한 실험을 했다. 먼저 그동안 국가대표팀 간 경기(A매치)에 선발로 기용하지 않던 골키퍼 정성룡을 투입했다. 대표팀 주전 수문장 이운재가 K리그에서 실점률이 높아지자 “대체 골키퍼를 키워야 한다”는 지적에 선발로 투입한 것이다. 정성룡은 후반 19분 오스왈도 민다와의 일대일 상황에서 슛을 막아내는 등 안정적인 플레이로 큰 경기에서 활약할 가능성을 보였다. 공격라인에서는 이동국과 염기훈이 투톱을 이뤘다. 둘은 좌우를 번갈아가며 공격 루트를 다변화하면서 골을 노렸다. 하지만 아쉽게 골을 잡아내진 못했다. 전반 37분 이동국이 페널티지역 오른쪽 외곽을 파고들며 띄워준 볼을 염기훈이 골 지역 왼쪽에서 헤딩슛 했지만 크로스바를 맞고 나왔다. 이동국은 후반 14분 김재성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슛을 날렸지만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골은 후반 21분 이동국 대신 투입된 막내 이승렬(21)의 몫이었다. 이승렬은 7분 뒤 염기훈이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백 헤딩 패스를 한 것을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받아 치고 들어가며 차 넣었다. 허 감독은 미드필드에서는 김재성과 신형민을 투입해 가능성을 살폈다. 김재성은 오른쪽에서 재빠른 돌파와 감각적인 패스를 선보여 허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박지성 대신 후반에 교체 투입된 이청용은 후반 39분 추가골을 터뜨려 팬들의 함성을 자아냈다. 이청용은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치고 들어가다 김보경에게 패스했고 리턴된 볼을 가슴으로 트래핑하면서 상대 수비를 맞고 나오는 것을 다시 차 골로 연결했다. 김동진-조용형-곽태휘-오범석으로 구성된 수비라인은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후반에 투입된 황재원은 볼을 걷어내려다 뒤로 빠뜨리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김대길 KBS 해설위원은 “공격을 다변화시킨 게 돋보였다. 공격수들이 공격 루트를 만들려고 열심히 뛰었다. 이동국도 잘 뛰었는데 골을 넣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최진한 FC 서울 2군 감독은 “부상을 염려해 양 팀이 비교적 느슨한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우리 대표팀은 미드필드부터 짜임새 있게 경기를 펼쳐나갔다. 골도 멋있게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월드컵 출정식을 가진 대표팀은 파주 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마무리 훈련을 한 뒤 22일 일본 도쿄로 건너가 24일 일본과 평가전을 치른다. 대표팀은 25일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로 가 전지훈련과 평가전을 한 뒤 6월 5일 남아공에 입성한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뚫고 막고… 동료들 독려… 캡틴 박지성의 힘 “넘버 세븐∼. 박∼지∼성∼.” 경기에 앞서 장내 아나운서가 이름을 부르자 그라운드의 열기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일부 여성 팬은 비명에 가까운 환호성을 질렀다. 16일 에콰도르와의 축구 대표팀 평가전에 선발 출전한 캡틴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사진). 경기 전까지만 해도 후반 교체 출전이 예상됐던 그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일정을 마친 뒤 11일 귀국해 쉴 겨를도 없이 대표팀에 합류했기 때문. 하지만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캡틴을 벤치에 앉혀 두지 않았다. 상대의 기선을 제압하기엔 ‘대표팀의 심장’ 박지성이 제격이란 게 그의 판단. 국내 마지막 평가전이라는 상징성이 있어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을 위한 배려의 의미도 있었다. 그라운드로 천천히 걸어 나오는 박지성의 표정엔 자신감이 넘쳤다. 다른 선수들을 독려하는 손짓에선 듬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경기가 시작된 뒤 피곤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전반 45분을 소화한 그는 엄청난 활동량으로 수비수들을 끌고 다니며 반대쪽 동료들에게 공간을 열어 줬고, 순간적인 돌파로 상대 수비수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하프라인 부근에서 여러 차례 자로 잰 듯이 전방으로 이어준 패스도 일품. 수비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전후방을 가리지 않고 부지런히 움직이며 상대를 괴롭혔고, 골문까지 내려와 상대 공격을 차단했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왼쪽에서 중앙, 후방을 가리지 않고 정말 폭넓게 움직였다. 공수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하면서 경기 흐름을 조절하는 능력도 발군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그라운드에서 끊임없이 선수들을 독려하고 자신감을 불어넣는 장면도 눈에 띄었다”고 덧붙였다. 경기가 끝난 뒤 박지성은 “이제 24시간 내내 월드컵만 생각하겠다. 하나로 힘을 모아 국민의 염원을 이뤄내겠다. 손을 모으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가능성 충분… 팬 실망시키지 않겠다”■ 허정무 감독 출사표남아공 월드컵을 향해 닻을 올린 지 2년 6개월이 지났다. 이제는 사상 첫 원정 16강을 위해 마지막 항해를 준비하고 있다. 너와 내가 아닌 우리의 힘이 필요한 때가 왔다. 어렵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 우리가 B조에서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와 아프리카의 맹주 나이지리아, 유럽의 복병 그리스를 만나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16강 진출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솔직히 16강을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공은 둥글다. 그라운드에서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 우리는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전력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다. 우리 선수들은 자신감이 넘친다. 박지성과 이청용, 기성용, 박주영 등 과거와 달리 유럽파가 많은 것이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된다. 박지성 등은 훈련 때나 휴식을 취할 때 유럽에서 활동하는 우리 상대팀 선수들의 특성을 자세하게 얘기해 준다. 유럽에서 뛰면서 쌓은 경험을 선수들에게 나눠주고 있는 게 큰 도움이 된다. 결코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선수들은 승리와 16강 진출에 대해 ‘꼭 해야 할 의무’로 생각하고 있다. 또 국민의 응원이 있다. 오늘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에 6만 명이 넘는 팬이 운집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때도 전 국민이 하나 된 붉은악마의 응원이 4강 신화를 쓰는 데 큰 몫을 했다. 이런 팬들의 열망과 선수들의 열정이 어우러진다면 충분히 16강 이상의 성적도 가능하리라고 본다.}

2004년 3월 17일 아테네 올림픽 축구 최종 예선 이란과의 방문경기를 앞두고 김호곤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해발 1800m 고지인 중국 쿤밍에서 1주일간 전지훈련을 했다. 당시 일부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훈련을 왜 하느냐”고 비난을 쏟아냈다. 운동생리학적으로 고지대에서 최소 3주 이상은 훈련해야 신체에 유의미한 반응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어쨌든 한국은 1220m 고지인 이란 테헤란에서 1-0 승리를 거뒀다. 김 감독은 “과학적으로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선수들이 고지대를 경험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은 천양지차”라며 “심리적 효과를 노렸고 성공했다”고 말했다.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파주 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 설치된 저산소실의 효과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저산소실과 저산소 텐트를 무상으로 대여한 쪽에서는 “다양한 실험 결과 신체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해발 2300∼3000m 고지 효과를 낸 저산소실에서 하루 한 시간씩 쉬는 것으로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학자는 “휴식 시간 전부를 보내든지 그곳에서 훈련을 해야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며 현재 대표팀이 실시하고 있는 저산소실의 무효성을 지적했다. 엄격한 과학적 기준을 적용하면 현재 대표팀이 하고 있는 저산소실 휴식의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2004년의 사례에서 보듯이 심리적 효과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저산소실 휴식의 무효성을 지적한 학자도 ‘플라시보(위약) 효과’는 있다며 심리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지금 대표팀은 훈련 기간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고지 훈련을 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다. 고지 적응이 아니라도 할 게 많다. 시즌을 마친 유럽파는 휴식이 필요하다. 그런 가운데 국내파와 조화를 이루는 전술 훈련도 해야 한다. 체력 훈련도 해야 한다. 현재 대표팀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선수들의 컨디션을 끌어올리려 노력하고 있고 그중 하나가 저산소실 운영일 뿐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2004년 3월 17일 아테네 올림픽 최종 예선 이란과의 방문경기를 앞두고 김호곤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해발 1800m 고지인 중국 쿤밍에서 1주일 간 전지훈련을 했다. 당시 일부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훈련을 왜 하느냐"고 비난을 쏟아냈다. 운동생리학적으로 고지대에서 최소 3주 이상은 훈련해야 신체에 유의미한 반응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어쨌든 한국은 1220m 고지인 이란 테헤란에서 1-0 승리를 거뒀다. 김 감독은 "과학적으로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선수들이 고지대를 경험하는 것과 안하는 것은 천지차이"라며 "심리적 효과를 노렸고 성공했다"고 말했다.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파주 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 설치된 저산소실의 효과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저산소실과 저산소 텐트를 무상으로 대여한 쪽에서는 "다양한 실험 결과 신체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해발 2300~3000m 고지 효과를 낸 저산소실에서 하루 한 시간씩 쉬는 것으로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학자들은 "휴식 시간 전부를 보내든지 그곳에서 훈련을 해야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며 현재 대표팀이 실시하고 있는 저산소실의 무효성을 지적했다. 엄격한 과학적 기준을 적용하면 현재 대표팀이 하고 있는 저산소실 휴식의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2004년의 사례에서 보듯이 심리적 효과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저산소실 휴식의 무효성을 지적한 학자도 '플라시보(위약) 효과'는 있다며 심리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지금 대표팀은 훈련 기간이 채 한달도 남지 않았다. 고지 훈련을 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다. 고지 적응이 아니라도 할 게 많다. 시즌을 마친 유럽파는 휴식이 필요하다. 그런 가운데 국내파와 조화를 이루는 전술 훈련도 해야 한다. 체력 훈련도 해야 한다. 현재 대표팀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선수들의 컨디션을 끌어 올리려 노력하고 있고 그 중 하나가 저산소실 운영일 뿐이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