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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개발자인 비즈 스톤은 “사람들이 트위터로 서로 돕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 내면의 선(善)을 발견했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은 예외인 것 같다. 각 진영이 사활을 건 대선판에서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그야말로 ‘복마전(伏魔殿)’이다. 온갖 흑색선전과 허위사실, 비방, 욕설이 SNS를 타고 초단위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대선일이 다가오면서 ‘묻지 마 식 저질 선거전’은 더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초단위로 확산되는 ‘단타성 마타도어’ SNS의 발달은 네거티브전의 양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올해 대선에서 유독 ‘깜도 안 되는’ 흑색선전과 비방이 넘쳐나는 것은 SNS의 독특한 특성 때문이라는 얘기다.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이나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후보의 BBK 주가조작 의혹 등은 주로 정당에서 관련자나 제보자를 앞세워 브리핑을 하면서 이슈화됐다. 허위사실이라 하더라도 최소한 믿을 만한 근거를 제시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올해 대선은 다르다. 각 후보의 ‘굿판’ 의혹이나 종교단체와의 관련설, 여론조사 조작설 등은 밑도 끝도 없이 터져 나온다. 흑색선전 유포자들은 ‘개방과 공유’의 상징인 SNS를 ‘익명성 뒤에 숨기’와 ‘무차별 살포’라는 범죄 도구로 활용하는 셈이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SNS 등 개인이 정보를 올릴 수 있는 채널이 많아지면서 기존 언론이 다룰 수 없는 음모성 뉴스가 마구 유통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사람이 거짓 정보를 올리면 다른 사람이 이를 추천하는 형태로 계속 퍼 나를 수 있는 SNS의 구조도 흑색선전이 서식하는 데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초 단위로, 전 방위로 거짓 정보가 유통되면서 최초 유포자를 찾아내기도 어렵고 유통의 흐름을 끊어내기도 쉽지 않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초박빙 승부를 벌이면서 흑색선전의 유혹도 커지고 있다. 상대 후보의 표를 단 몇 표라도 까먹을 수 있다면 반나절 만에 확인될 거짓 정보라도 유통시키고 보자는 심리가 양 진영의 극렬 지지층을 자극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형 정책 이슈가 없는 상황에서 그야말로 ‘단타성 마타도어’가 선거판을 뒤흔들고 있는 셈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4일 현재 SNS상에서 유통되는 허위사실과 비방 내용이 담긴 글 4260건을 삭제했다.○ 저비용 온라인 선거운동의 역설 지난해 12월 29일 헌법재판소는 온라인 사전선거운동을 규제한 공직선거법 93조 1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선관위는 올해 1월부터 온라인 선거운동을 상시 허용했다. 헌재나 선관위는 온라인 선거운동이 활성화되면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확대됨은 물론이고 선거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현실은 거꾸로다. 온라인 선거전은 철저한 조직선거다. 각 정당의 SNS 조직은 선거대책위원회 내 어느 기구 못지않게 덩치가 크다. 특정한 이슈를 SNS상에서 빠르게 확산시키기 위해 선전 글을 퍼 나를 ‘일개미들’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문위원 등의 명칭으로 임명장을 남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 정당의 경우 그런 일개미가 2000여 명에 이른다는 얘기도 있다. 흑색선전이 기승을 부리면서 선거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줄어드는 데 안철수 전 후보의 지원 유세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마타도어가 상당한 힘을 발휘했다”며 “우리가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하고 4일 정도 대응하지 않은 것은 패착”이라고 말했다. ‘단타성 마타도어’가 지지율 변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줬다는 얘기다. 양 진영이 19일 투표 당일까지 흑색선전의 유혹을 떨쳐내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무차별 네거티브전이 전개되면 두 후보 모두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양 후보 지지층이 ‘진흙탕 싸움’에 실망해 투표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손태규 단국대 언론영상학부 교수는 “투표일까지 사실 관계를 밝히기도 어려운 마타도어들이 더 많이 나올 것”이라며 “증거를 제시하지 않는 일방적 주장은 흑색선전으로 보고 단호하게 응징하는 유권자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이재명·홍수영기자 egija@donga.com}

“박정희 대통령이 돌아가셨다는 발표를 듣고 ‘인생무상’ ‘안녕히 가십시오’ ‘나도 곧 뒤따라갑니다’ 세 가지 생각이 들었다. 미움은 그날로 다 풀었다.”유신체제에 대한 저항의 상징이던 김지하 시인이 13일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에게 이렇게 말했다. 박 후보는 이날 강원 원주시 박경리 토지문화관을 찾아 자신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김 시인에게 “큰 결단을 해 주셨다”라며 감사를 전했다. 김 시인은 고 박경리 선생의 사위다. 김 시인은 “부모님 둘 다 흉탄에 잃고 18년 동안 얼마나 큰 내면의 성장을 이루었는지 잘 알 수 있다”라며 격려했다.김 시인은 “‘시집도 안 가고, 애도 없고, 시장도 안 가본 여자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집사람이 ‘여자 몸으로 태어난 사람은 엄마, 부인 노릇 다 할 수 있다’라고 했다”며 박 후보의 ‘여성대통령론’에 힘을 실어 줬다. 안철수 전 후보에 대해선 “처음엔 박 후보와 이원집정부제를 꾸리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안철수가 깡통이라는 것이 드러났다”라고 깎아내렸다. 박 후보는 김 시인의 권유로 충북 제천시 배론성지에 들러 지학순 주교의 묘소에 참배했다. 그는 1974년 긴급조치에 반대하는 ‘양심선언’으로 투옥된 적이 있는 대표적인 종교계 민주화 인사다. 박 후보는 묘소를 안내한 여진천 신부에게 “마음의 빚도 있고 또 고마우니까…. 정치를 끝내기 전 (국민에게) 신세를 꼭 갚고 싶다”라고 말했다.원주=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위반해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하자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내놓은 대북정책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두 후보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유연한 대북정책’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4일 1차 TV토론에서 “저의 대북정책은 안보, 신뢰를 바탕으로 (남북 관계를) 정상화하자는 것”이라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이를 실천할 것이며 대화에 전제 조건은 없다”고 말했다. 단호할 때는 더 단호하게, 유연할 때는 더 유연하자는 뜻이지만 사실상 이명박 정부보다 유연한 대북정책에 방점이 찍혀 있다. 박 후보는 이를 위해 서울과 평양에 ‘남북교류협력사무소’를 설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정치 상황과 별도로 대북 인도적 지원을 지속하고 경제 협력과 사회문화 교류도 확대하겠다고 했다. 신뢰가 쌓이면 북한의 인프라 확충, 국제금융기구 가입과 투자유치 등을 통해 경제공동체를 건설해 “진취적으로 통일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또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자위권의 범위 내에서 모든 가능한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문 후보는 10월 한반도 평화 구상을 발표하면서 “당선 이후 북한에 특사를 보내 취임식에 북측 인사를 초청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한반도 평화구상 초안을 확정한 뒤 취임 첫해에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와 이 구상에 대한 합의를 이루겠다고 했다. 문 후보는 또 “곧바로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를 가동하고 남북관계 신뢰회복을 위한 첫 사업으로서 개성공단을 활성화할 것이며 금강산관광을 재개하겠다”고 말했다. ‘제2의 개성공단’ 조성 공약도 내놨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 남북공동어로를 조성하기 위한 남북 간 협상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단일화 TV토론에선 안철수 전 후보에게 “남북 관계 개선에 조건을 내거는 것은 이명박 정부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로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해온 두 후보의 운신의 폭의 좁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북한과 무작정 교류하자는 것은 부담이기 때문이다. 대북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 대북 강경책의 부작용 때문에 유연한 대북정책 추진이 불가피한 점이 있지만 김정은 체제가 내부 상황에 따라 어떤 정책을 취할지, 도발 가능성이 있는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장밋빛 정책만 내놓은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윤완준·홍수영 기자 zeitung@donga.com}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는 11일 제주와 서울을 오가는 ‘셔틀 유세’를 벌였다. 2차 TV토론 준비로 잠시 중단했던 유세전을 재개한 것이다. 박 후보는 이날 공식 선거운동 개시 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제주를 찾았다. 그는 서귀포광장 유세에 나서 “정권교체 수준을 뛰어넘는 시대교체로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대선 종반전의 프레임으로 ‘정권교체론’을 부각시키는 데 대해 ‘시대교체론’으로 맞서겠다는 전략이다. 박 후보는 “참여정부는 30년 만의 세계적 대호황기에도 불구하고 이념논쟁과 권력투쟁을 하다가 민생을 파탄으로 내몰았고, 이명박 정부 역시 성장만을 최우선으로 하다가 국민의 삶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며 “지난 정부의 실패를 결코 반복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의 ‘국민정당론’에 대해서도 “대선에 승리한다면 민주당을 깨고 신당부터 창당하겠다고 한다”며 “정권을 잡고 민생부터 챙길 생각을 하지 않고 과거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만들었듯이 참여정부와 똑같이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사람들이 정권을 잡는다면 자리다툼과 권력투쟁 하느라 시간을 다 보낼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박 후보 측은 16일 열리는 3차 TV토론 준비를 감안하면 선거일까지 유세에 나설 수 있는 시간은 사실상 6일밖에 남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12일 울산, 대구 경북, 충북의 거점을 훑으며 전국 투어를 마무리한 뒤 13일부터 전략지역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수도권, 부산 경남, 충청, 호남에 매진하며 득표율을 최대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지방 유세를 하는 날에도 가능한 한 서울과 경기를 들러 수도권 표심에 공을 들일 계획이다. 박 후보는 11일에도 오후 4시 30분경 제주시청에서 유세를 마친 뒤 곧바로 귀경해 오후 6시 40분경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10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규모 유세전을 펼쳤다. 이곳은 7월 10일 박 후보가 대선 출마선언을 했던 곳이다. 당초 타임스퀘어 유세는 ‘젊은 그대’ 합창 등이 예정돼 있었지만 박 후보의 연설로 마무리했다. 2일 유세 수행 도중 교통사고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김우동 홍보팀장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이날 라디오에서 박 후보가 공약으로 채택하지 않은 ‘기존 순환출자의 의결권 제한’에 대해 “박 후보로서는 ‘지금 단계에서는 좀 어렵지 않겠느냐’고 해서 수용을 하지 않았을 뿐”이라며 “대통령에 당선돼 경제민주화 문제를 전반적으로 검토하게 될 것이고 기존 순환출자도 검토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제주=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文, 경기 7곳 릴레이 유세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는 11일 경기와 서울 대학가를 각각 돌며 쌍끌이 수도권 민심 잡기에 나섰다. 문 후보는 이날 고양시를 시작으로 의정부, 성남, 안양, 광명, 안산과 인천 부평 등을 잇달아 찾는 강행군을 벌였다. 그는 고양 유세에서 “당선된 뒤에도 전국에서 타운홀 미팅을 열고, 일을 마치면 남대문시장, 노량진 고시촌을 찾는 등 국민 속에서 함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청와대에 고립되지 않고 민생 현장을 다니며 국민과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새 정치 세력을 모두 모아 대통합 내각을 만들겠다”며 “시민의 정부를 출범시켜 시민이 정치에 참여하고 시민이 정당과 정치의 주인이 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에 대해선 “이명박 정권의 시즌2”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의정부 유세에서 “박 후보가 되면 정권교대, 문재인이 돼야 정권교체”라며 “가짜 정권교체 말고 진짜 정권교체를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투표율이 77%가 되면 제가 명동거리에서 말춤 추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적극적인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안 전 후보는 20대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이날 오전 고려대를 시작으로 건국대, 이화여대를 거쳐 홍익대 앞과 신촌 로터리 등 서울 지역 대학가 릴레이 유세를 벌였다. 오후 3시경 이화여대 주변은 500여 명의 대학생들이 몰리면서 정문 앞에서부터 약 200m까지 긴 줄이 이어졌다. 경찰이 안전 확보 및 교통정리를 위해 주변을 통제했지만 대학생들과 시민들로 교통이 마비되기도 했다. 안 전 후보는 인파 속에서 특유의 ‘인간 마이크’ 유세법으로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그는 “청년이 투표하지 않으면 정치가 청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청년실업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혹시 주위에 안철수가 사퇴해 투표 안 하겠다는 친구나 이웃이 계시면 꼭 투표를 부탁드린다고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허영 수행팀장은 “안 전 후보가 누구 찍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누구를 찍어야 하는지 잘 아시죠”라며 문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한편 안 전 후보 측에서 국민소통자문단장을 지냈던 조용경 씨는 6일 밤 안 전 후보에게 “정치적 장래가 살얼음판 걷는 게 될 텐데 자중자애해야 한다”는 내용의 e메일을 보냈고 안 전 후보는 7일 “죄송하다. 마음의 빚을 졌다”는 답신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단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안 전 후보가 가는 길을 따를 수 없다. 모시지 못해 죄송하다. 앞으로 잘됐으면 좋겠다. 나는 본래 있던 위치로 돌아간다는 내용의 e메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그는 “7일 오전 기자회견 전 그동안 모셨던 사람으로서 인간적 도리를 다한다는 취지에서 e메일을 보냈다”고 설명했다.손영일·길진균 기자 scud2007@donga.com}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는 10일 20대 분야 201개 공약을 담은 정책공약집 ‘세상을 바꾸는 약속, 책임 있는 변화’를 당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박 후보는 공약집에서 국민통합, 정치쇄신, 일자리와 경제민주화, 중산층 재건을 ‘4대 국정지표’로 제시했다. 특히 빚, 집, 교육, 일자리, 노후 걱정 등을 덜어 중산층 70% 재건을 이룰 정책을 10대 핵심공약으로 내세워 ‘민생 대통령’의 이미지를 부각했다.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10월 말 공약을 완결했는데 박 후보가 실현 가능성이 없다며 (공약 채택을) 받아들이지 않아 검토 기간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 이어 박 후보도 대선을 9일 앞두고 공약집을 늑장 공개하고 상세한 재원 계획 발표는 추후로 미루면서 유권자들이 충분한 정책 검증 시간을 갖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대 주제별 ‘걱정 줄이기’ 공약 제시 공약집에는 박 후보가 지금까지 발표한 10여 개 분야 외에 공개하지 않았던 일자리, 복지, 국방 등의 공약이 대거 소개됐다. 우선 일자리 공약으로는 경제위기 우려와 더불어 커지는 구조조정 불안을 덜기 위해 기업의 정리해고 요건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내걸었다. 기업이 정리해고 전 업무 재조정, 무급휴직, 근로시간 단축 등 해고 회피 노력을 의무적으로 하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한다는 것. 또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를 언급하며 대규모 정리해고의 경우 해당 지역을 ‘고용재난지역’으로 선포해 해고자의 전직훈련, 생활비, 재취업 지원 등을 지원하겠다고 제시했다. 청년 일자리 대책과 관련해선 △교육, 안전, 복지 공무원의 단계적 증원 △정부-대기업 공동기금 조성을 통한 ‘창업기획사’ 설립 등의 방안을 새로 제시했다.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의 연착륙을 위한 공약도 포함됐다. 임금피크제와 연계한 60세 정년 연장 법제화를 약속했다. 또 퇴직하면 지역가입자로 옮겨가면서 건강보험료가 높아지는 만큼 유예기간을 현행 1년에서 2년으로 늘려 생계 부담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100세 시대’ 노인의 소득 보장을 위해 도입했지만 용돈으로 전락한 기초노령연금 개정도 약속했다. 기초연금을 도입하고 국민연금과 통합 운영함으로써 65세 이상 노인 중 사각지대를 없애고 현재의 두 배(약 20만 원) 수준으로 연금액을 올리겠다는 것. 다만 총 재원의 30%를 국민연금에서 끌어오겠다는 구상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현재는 중앙·지방정부가 분담하고 있다. ○ 성장률 고용률 목표치는 반영 안 해 공약집에는 성장률이나 고용률 목표치를 넣지는 않았다. 국민행복추진위 산하 김광두 힘찬경제추진단장이 박 후보에게 제안한 총 10조1000억 원 규모의 경기부양책도 공약집에서는 상당 부분 제외됐다. 이는 ‘747공약’ 같은 구체적인 성장 목표치를 제시했다가 부메랑으로 돌아왔던 이명박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명박 정부가 인터넷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켰다는 젊은 세대의 비판 여론을 염두에 둔 정책도 내놓았다. 개인권리 침해 정보에 대한 통신심의를 대폭 축소하고 인터넷 포털사의 임시조치제도를 개선해 정보 게재자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부산·경남(PK) 지역의 관심사인 ‘가덕도 신공항’ 사업은 명기되지 않았다. 포괄적으로 ‘동남권 신공항’을 건설하겠다는 선에서 정리됐다. 박 후보의 정책 메시지를 총괄하는 안종범 의원은 “공약 실현을 위해 131조 원이 소요되며 매년 27조 원씩 5년간 135조 원의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강창희 국회의장은 박 후보의 비례대표 의원직 사퇴서를 처리했다. 박 후보의 비대위원장 시절 보좌역을 맡았던 새누리당 비례대표 26번 이운용 씨(51)가 의원직을 승계한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18대 대선의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하기 전 ‘빅2’ 후보의 캠프에선 공통적으로 ‘미디어전’을 주목해 달라는 말이 나왔다.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의 표심을 움직이는 데 TV토론은 물론이고 TV광고, 찬조연설 등이 적잖은 역할을 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특히 이번 대선에선 안철수 전 후보가 사퇴하며 부동층이 급격히 늘어난 데다 선거 정국을 뒤흔들 대형 이슈가 없어 미디어전의 중요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더해졌다. 하지만 대선을 9일 앞두고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미디어전은 아직 유권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진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문 후보는 각각 흉기 테러로 입은 상처, 가족과의 평범한 일상을 강조한 1탄을 시작으로 현재 세 편의 TV광고를 공개했다. 양 캠프는 선거일까지 앞으로 두세 편의 TV광고를 더 내보낼 계획이다. 하지만 유권자에게 회자된 것은 문 후보의 ‘고가(高價) 의자 논란’밖에 없다는 말이 나올 만큼 두 후보 모두 흥행 실적이 저조하다. 박 후보 측은 내심 3탄 ‘박근혜가 바꾸는 세상-사투리편’이 유권자 사이에 화제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했다. 여성 대통령과 지역 통합의 메시지로 전라도 아줌마의 ‘그랑께 여자가 돼야 된당께’와 경상도 아저씨의 ‘박근혜 니가 해뿌라, 확 바까삐라 마’라는 말을 30초씩 담은 것이 2007년 이명박 후보의 ‘욕쟁이 할머니편’에 버금갈 위트가 있다는 자체 평가를 했기 때문이다.11차례의 기회 가운데 3차까지 공개한 TV 찬조연설 대결도 예전만 같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심을 모은 1차 연설자로 박 후보는 절친한 성심여중·고 동창생 박봉선 씨를 내세워 인간미를 부각시켰고, 문 후보는 부산에서 신발공장 노동자로 살아온 김성연 씨를 등장시켜 서민 이미지를 강조했지만 그다지 화제를 부르지 못했다. 이에 문 후보 측은 대표성을 가진 인물을 섭외하고 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함께 문 후보를 전격 지지한 안 전 후보도 조심스럽게 물망에 오르고 있다. 미디어전에서 성공한 후보가 실제 투표에서도 이긴다는 정설도 이번엔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1997년 대선에선 가수 DJ DOC의 ‘DOC와 춤을’을 개사한 ‘DJ와 춤을’ TV광고가, 2002년엔 노무현 후보의 눈물을 담은 TV광고와 찬조연설자 ‘자갈치 아지매’가 화제를 불러 모았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후보 단일화 이슈가 지배한 기형적인 선거이다 보니 양 후보보다 구도 밖의 사람에게 여전히 눈이 더 쏠려 있어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라고 말했다.홍수영·손영일 기자 gaea@donga.com}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9일 공개 일정 없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에 머물며 10일 열리는 2차 TV토론 준비에 주력했다. 1차 TV토론(4일)을 앞두고는 스튜디오를 빌려 리허설까지 했지만 이번에는 관련 자료를 꼼꼼히 살피며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 측은 경제위기 우려 속에 가계부채, 일자리 등 민생대책을 앞세워 준비된 리더십을 부각할 방침이다. 박 후보와 ‘정치적 결별’ 관측이 나온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도 TV토론을 앞두고 복귀했다. 김 위원장은 9일 오전 TV토론의 예상 질문을 작성해 박 후보 측에 전달했으며, 박 후보도 김 위원장에게 전화로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토론회가 열리는 KBS에도 동행할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경제민주화에 대한 박 후보의 확신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약화된 측면이 있다고 해서 의미가 상실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후보 당선 시 대통령직인수위 참여 가능성에 대해서는 “19일만 지나면 정치는 이제 그만할 것”이라고 답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2차 TV토론 주제가 경제민주화와 복지정책인 만큼 정책 비전 제시에 주력할 계획이다. 박용진 대변인은 “다른 두 후보(박근혜 이정희) 사이의 정치 공방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국정경험을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대안 제시로 정책적 우위를 보여주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캠프 정책을 통괄하는 이정우 경제민주화위원장도 9일 “TV토론과 관련해 문 후보에게 정책적인 조언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번에도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의 자극적인 언행에 문 후보의 존재감이 묻히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다. 정치 쇄신을 내세우면서 이 후보의 네거티브 공세에 가담할 수 없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문 캠프 관계자는 “(이 후보 관련) 대책을 고민했지만 마땅한 해법은 찾지 못했다”며 “정책 측면에서 박 후보와 대결하면 자신이 있는데 그럴 분위기가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9일 빙판길에 차가 미끄러지면서 교통사고가 났지만 부상은 크지 않아 10일 TV토론에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는 사고에도 불구하고 9일 늦은 시간까지 집중적으로 토론을 준비했다. 이 후보는 1차 TV토론이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한 만큼 박 후보에 대한 공세적 기조는 유지하되 역효과를 우려해 다소 톤을 낮출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가 2차 토론을 마친 뒤 사퇴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장원재·홍수영 기자 peacechaos@donga.com}
대통령선거가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정치권의 고질병이 되살아나고 있다. 표만 된다면 자신의 철학이나 정책 노선과 상관없이 무조건 발표하고 보자는 식이어서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3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해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부도 등으로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어려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인에게 경제적 재기의 기회를 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고의로 부도를 냈거나 재산을 은폐하는 등 악질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파산한 자영업자와 부도 낸 중소기업인을 사면·복권시켜 주겠다는 것이다. 경제사범 사면은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부추긴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선거 때 단골로 등장하는 대표적인 포퓰리즘 공약이다. 2007년 대선 때는 이명박 후보가 선거 직전 ‘신용불량자 260만 명 대사면’을 약속했으며 정동영 후보도 ‘악성 경제사범을 제외한 경제 대사면’을 공약했다. 문 후보는 그동안 ‘사면권을 남용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밝혔으며, 안철수 전 후보와 함께 발표한 새정치공동선언에도 이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어 3일 발언은 그동안의 기조와 상충된다는 지적이 많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 6일 국회의원 수를 줄이자고 나선 것도 정치권에 불신을 갖고 있는 유권자의 표를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새누리당은 안 전 후보가 제안한 의원 정수 축소에 비판적이었다. 문 후보 측이 3일 발표한 가계 통신비 20%(37만 원) 인하를 두고도 포퓰리즘 논란이 일었다. 캠프 측은 현실성 여부 등을 둘러싸고 역풍이 불자 “확정된 공약이 아니라 의견 수렴 과정에서 제안된 것”이라며 이틀 만에 취소했다. 박 후보의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은 선진국도 거의 시행하지 않는 포퓰리즘 공약으로 꼽힌다. 문 캠프에서 7일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도 인기영합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두 후보가 최근 약속이나 한 듯 프로야구 10구단 창단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힌 것도 마찬가지다.장원재·홍수영 기자 peacechaos@donga.com}
“느슨해진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던 차에 차라리 다행일지 모른다.”안철수 전 후보의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구원등판’을 놓고 7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측에서 나온 얘기다. 안 전 후보가 선거 지원을 밝힌 뒤 첫 행보로 문 후보와의 부산 공동유세에 나선 게 최근 우세 분위기로 해이해진 박 캠프에 경각심을 주는 자극제가 됐다는 것이다. 3일 안 전 후보의 캠프 해단식 뒤 새누리당 일각에선 승기를 잡았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왔다.박 후보 측은 대선 마지막 변수로 안 전 후보의 지원 수위와 캠프 내부의 ‘자살골’을 꼽아 왔다. 이에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은 선대위 팀장급 이상을 불러 기강을 바로잡을 생각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안철수 변수’로 캠프의 긴장감이 높아져 내부 실수를 단속하는 효과를 얻었다는 것.박 캠프는 안 전 후보 지원의 파급력 수준이 주말 정도에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박 후보 측은 ‘준비된 미래 대 실패한 과거’라는 대선 구도의 싸움에는 자신감을 보여 왔다. 그러나 ‘안철수 현상’이 부활할 경우 바람의 싸움은 쉽지 않다고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새누리당은 7일 “도대체 누가 후보냐”라는 논리로 공세를 폈다. 안형환 선대위 대변인은 문 후보를 겨냥해 “친노(친노무현) 세력에 의해 선거에 나오고 안철수 씨를 팔아 선거운동을 마무리 지으려는 나약한 모습”이라고 공격했다.그간 지지층 흡수를 위해 비판을 삼갔던 안 전 후보에 대해서도 “구태정치로 전락했다”면서 강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이정현 공보단장은 “안 씨는 선거도우미로 찬조연설자에 불과하다”며 “중차대한 선거에 이렇게 많은 화면과 지면이 할애되는 것은 엄연한 불공정”이라며 언론 보도의 형평성을 강조하기도 했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박근혜 후보 측은 “재원 마련에 적절한 대책이 없다”고 문재인 후보 측을 비판한다. 반대로 문 후보 측은 “아예 증세 방안에 대한 검토가 결여됐다”고 박 후보 측을 공격한다. 재원 대책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각 캠프도 잘 알고 있다는 얘기다. 박, 문 후보 측은 본보 평가에서 모두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조달 계획을 내놓았다. 집권 5년 동안 박 후보는 연평균 27조 원, 문 후보는 연평균 39조4000억 원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재원 조달 방안의 구체성 등을 묻는 재정 실현성이나 행정 역량, 국민 정서 등을 감안한 집행 용이성에서 박 후보는 문 후보에 비해 좋은 점수를 받았다. ‘공약 수입-지출표’를 작성하는 등 계획이 구체적이란 평가다. 하지만 매니페스토 자문교수단은 “박 후보가 강조하는 예산 절감으로도 부족하고, 문 후보가 제시한 부자 증세로도 모자란다”고 총평했다. ‘복지국가 구현을 위해 증세가 필요하다’는 어젠다에 박 후보는 “세목 신설, 세율 인상 등의 증세정책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국민 부담을 늘리기 전에 ‘알뜰한 나라살림’이 먼저라는 것. 또 세입을 확충하더라도 누락, 탈루 세금부터 제대로 거두고 봉급생활자와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금융 및 사업소득에 대해 과세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영환 계명대 교수는 “박 후보의 재원 조달 계획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세출 절감(예산 절감, 세출 구조조정)을 연평균 14조2000억 원으로 잡은 것은 대단히 불확실한 계획”이라고 평가했다. 문 후보는 같은 어젠다에 대해 ‘선(先)조세구조 개혁 후(後)증세 기조’를 전제한 뒤 “서민과 중소기업에 대한 증세 부담 없이 부자감세 철회 및 상위 1% 증세”라는 조건부 찬성 견해를 밝혔다. 이를 통해 2012년 현재 19.8%인 조세부담률을 집권 마지막해인 2017년 21.6%까지 단계적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석원 서울대 교수는 “상위 소득 1%가 부담하는 세금 비중을 미뤄볼 때 이들만의 증세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부자증세는 포퓰리즘적 구호”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민주당 당론대로 대기업 법인세율을 높이고, 소득세 최고세율 과세 대상자(현행 ‘3억 원 초과’→‘1억5000만 원 초과’)를 늘려도 세수 확대 효과가 연간 5조 원에 못 미친다”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경제 분야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이념적 좌표는 다른 분야에 비해 확연히 갈린다. 경제 정책에서 두 후보 간 이념적 좌표 사이의 거리는 7점 척도(±3점)에서 평균 3.0으로 교육·사회(2.7), 복지, 정치(이상 2.5)에 비해 멀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박 후보는 ‘원칙이 바로 선 자본주의’를 꺼내 든 뒤 시장경제에서 정부 역할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시장 친화, 민주당은 정부 개입을 선호하는 근본적인 노선 차이는 분명했다. 이번 대선 초반의 주요 어젠다 가운데 하나였던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대기업 규제 강화의 필요성’에서 이 같은 차이가 잘 드러난다. 박 후보는 “총수 일가의 사익 추구 등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규제에는 찬성하지만 현재 소유지배구조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와 막대한 비용이 드는 방안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문 후보는 “재벌들이 좌지우지하는 불공정한 시장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출자총액제한제 재도입 등 재벌 소유지배구조 개혁을 핵심 정책으로 제시했다. 매니페스토 자문교수단은 박 후보에 대해 “대기업의 현실을 감안해주는 정책”이라면서도 “실현 가능한 수단을 택했다”고 평가했다. 그 예로 대기업 금융·보험 계열사의 비금융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제한을 현행 15%에서 최종 5%까지 단계적으로 낮추는 안을 꼽았다. 이성규 안동대 교수는 “시장 충격을 줄이면서 집행이 용이하다”고 말했다. 문 후보에 대해선 “경제적 약자 보호에 중점을 두고 여러 가지 수단을 제시했다”고 그 의지를 평가하면서도 “경제는 구호로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수단 적합성에 낮은 점수를 줬다. 이영환 계명대 교수는 “재벌의 글로벌 경쟁력을 살려 나가겠다고 밝혔으면서도 구체적 방안에는 재벌을 해체하는 정책이 다수 보인다”고 지적했다. 가계부채 해법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에는 두 후보 모두 부정적이었다. 박 후보는 “공적자금은 최후수단”이라는 의견을 냈다. 문 후보는 하우스푸어 대책의 하나인 지분매각제를 예로 들어 “은행과 투자자의 손실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두 후보 모두 가계부채 해법을 강조했지만 방점은 달랐다. 박 후보는 18조 원의 국민행복기금을 조성해 채무불이행자의 신용회복을 지원하는 ‘사후 구제책’에, 문 후보는 ‘피에타 3법(이자제한법, 공정대출법, 공정채권추심법)’을 개정하는 ‘사전 예방책’에 무게를 뒀다. 박 후보는 기금 조성에 대해 “신용회복기금 등의 재원으로 채권을 발행해 정부의 직접 재정투입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문교수단은 “정부가 채권 발행을 위해 보증을 서면 재정 부담이 국가로 이전된다”고 지적했다. 또 문 후보에 대해서는 “입법을 통해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낼지 검증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는 것에 대해 박 후보는 조건부 찬성 의견을 냈다. 문 후보는 “신자유주의적인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자문교수단은 박 후보에 대해 “노동 신축성과 고용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문 후보에 대해 “기업의 일자리 수요 증가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고 각각 지적했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동아일보와 채널A가 5일 리서치앤리서치(R&R)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투표 확실층’은 실제로 투표할 가능성이 높은 유권자를 뜻한다. R&R는 보다 정확하게 이번 대선 결과를 예측할 수 있도록 ‘M7Q모델’을 개발했다. 선거일 투표할 가능성이 높은 유권자를 찾아내고, 명백하게 선거에 관심이 없는 유권자를 걸러내 여론조사와 실제 투표 결과의 왜곡을 줄이자는 취지다.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에서 1950년부터 사용해온 ‘투표율 예측 모델’을 한국형으로 변형했다. 우선 투표 행동, 선거 관심, 투표 의향을 과거-현재-미래 시점별로 나눠 모두 7가지 질문을 응답자에게 던졌다. 역대 선거에서의 투표 행동, 현재 선거에 대한 관심도 등을 묻는 방식이다. 각 질문에 대한 응답 내용을 점수로 환산해 투표 확실층을 가려냈다. 단순히 투표 의향을 묻고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답한 층을 뽑아내는 방식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M7Q모델’을 통해 가려낸 투표 확실층은 전체 응답자의 65.9%였다. 2007년 대선 투표율(63.2%)을 약간 웃도는 수치다. 다른 여론조사의 ‘적극 투표층’은 대개 70∼80%대에 육박한다. 이번 조사에서 투표 확실층의 응답 결과가 실제 투표와 비슷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110분 동안의 열전. 4일 첫 대선 TV토론에 나선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는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시종 상대 후보에 대한 날 선 공격으로 분위기를 달궜다.시작은 차분하고 부드러웠다. 박 후보는 “최근 15년 동안 충심으로 보좌해 온 사람을 잃었다”라며 2일 유세지원 도중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고 이춘상 보좌관을 언급한 뒤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저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이 보좌관의 영결식에 참석하고 온 박 후보는 많이 운 듯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문 후보도 “현실 정치에 뛰어들게 된 것은 우리 정치를 변화시키고 싶은 간절함 때문이었으며 가장 직접적 계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였다”라며 노 전 대통령을 앞세웠다. 문 후보는 “적대와 대결의 정치가 빚어 낸 비극을 극복하고 싶었다”며 “싸우지 않고 정치 보복을 하지 않는 상생과 통합의 정치를 해 나가겠다”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의 자살을 거론했다. 그는 “회사가 회계 조작을 하고 고의 부도를 내서 노동자가 고통 받는 진실만이라도 알아줬다면 23명의 쌍용차 노동자가 죽어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러나 토론이 시작되자 날 선 공방이 오가며 목소리가 높아졌고,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특히 이 후보가 박 후보에 대한 일방적인 공격을 계속하자 박 후보는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이 후보는 10·26 이후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박 후보에게 6억 원을 준 것에 대해 “그 돈은 (박 후보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 유신정권이 재벌에게 받은 돈 아니냐”고 몰아붙였다. 이에 박 후보는 “그 돈은 아버지가 흉탄에 돌아가시고 어린 동생과 막막한 상황에서 ‘아무 걱정·문제없다’며 배려 차원에서 줬을 때 경황없이 받았다”며 “저는 자식도, 아무런 가족도 없어 나중에 다 사회에 환원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긴장한 후보들의 실수도 이어졌다. 박 후보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김재연 의원을 ‘김석기 이재연 의원’이라고 성을 바꿔 불렀다. 또 박, 문 후보는 통합진보당의 당명을 전신인 ‘민노당’으로 호칭했다. 이에 이 후보는 “예의를 갖춰 달라. 정확하게 알고 답해 달라”고 꼬집었다.토론 후 이 후보는 만족한 표정으로 나와 기다리던 수행원과 지지자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고, 문 후보는 약간 아쉬운 듯했다. 박 후보는 담담한 표정이었다. 이날 토론이 열린 서울 여의도 MBC 본사 주변에는 토론 시작 두 시간 전부터 열띤 분위기였다. 본사 앞 사거리에는 문 후보와 이 후보의 대형 유세 차량이 포진했고, 통합진보당은 50여 명의 대학생 유세단이 사거리 길목에 10여 명씩 서서 율동을 선보였다. 반면 새누리당은 대형 유세 차량을 동원하지 않았다. 일부 박 후보 지지자는 ‘근혜 누나 결혼했다. 누구랑? 대한민국이랑∼’, 문 후보 지지자는 ‘그댄 나의 대통령’ ‘꼭 대통령이 되어 주세요’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응원했다.한편 4일 밤 열린 제18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1차 합동토론회의 서울지역 실시간 시청률은 29%로 집계됐다. 김기현·홍수영 기자 kimkihy@donga.com}
대선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지만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국정운영 비전과 분야별 공약을 집대성한 정책공약집은 아직도 ‘작업 중’이다. 2007년 대선에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각각 ‘일류국가, 희망공동체 대한민국’, ‘미연아, 행복하니’란 제목의 정책공약집을 12월 7일 동시 발간했다. 캠프 간 ‘눈치작전’으로 공약집을 먼저 펴내는 것을 꺼리는 모습은 이번 대선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단일화 등 각종 돌발 변수가 더해지면서 발간이 더 늦어지는 양상이다. 박 후보 캠프는 당초 6일을 목표로 작업해 왔지만 일정이 다소 불투명해졌다. 실무진에서는 몇 개 분야에서 박 후보의 확정을 기다리며 공약집에 들어갈 원고를 최종 점검하고 있었다. 하지만 2일 측근인 이춘상 보좌관의 교통사고 사망사건으로 경황이 없는 데다 4일 TV토론회가 이어지면서 박 후보의 최종 ‘컨펌(확인)’ 작업이 미뤄지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300∼400페이지에 이르는 분량을 박 후보가 일일이 검토하진 않지만 ‘지킬 수 있는 약속’을 강조해온 만큼 인쇄 전 최종 확인 작업을 거쳐야 한다는 방침이다. 실무진은 애가 탄다. 한 당직자는 “디자인 틀을 짜놓았는데 원고가 언제 넘어올지 모르겠다”며 “편집, 인쇄, 수정 등 절차를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이번 주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진영 국민행복추진위 부위원장 겸 정책위의장은 “예정보다 늦게 확정되면 도서 형태로 발간되기 전이라도 우선 당 홈페이지에 띄워 유권자들이 볼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 캠프는 3일 공약집에 들어갈 내용을 의원들에게 돌려 보완할 대목에 대해 막바지 의견을 듣고 있다. 문 후보는 지난달 11일 안철수 전 후보와 동시에 종합공약을 발표한 적이 있지만 최종안을 담은 공약집은 아직 내지 못했다. 안 전 후보, 진보정의당 심상정 전 후보와의 정책연대에 따라 추진하는 공약을 반영해야 하는 까닭이다. 문 캠프 정책담당 이용섭 공감1본부장은 “안 전 후보의 정책은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거쳤지만 진보정의당 정책을 살피는 데 시간이 촉박했던 게 사실”이라며 “지킬 수 있는 공약만 담기 위해 끝까지 신중함을 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2일 심 전 후보와 정책연대의 일환으로 ‘정권교체와 새 정치 실현을 위한 공동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문 후보 측은 이미 공약집 제목과 디자인을 최종 확정한 상황이다. 의원들의 최종 피드백을 받은 뒤 7일을 전후해 정책공약집을 발간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홍수영·이남희 기자 gaea@donga.com}

대선의 또 다른 볼거리인 방송 찬조연설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측의 첫 번째 연사가 2일 공개됐다. 새누리당은 박 후보의 성심여중·고교(8회) 동창으로 48년 지기인 주부 박봉선 씨(60)를 첫 TV 찬조연설자로 내세웠다. 박 씨는 ‘자랑스러운 내 친구 박근혜’라는 제목의 편지를 읽으며 박 후보의 소녀 시절 에피소드를 전했다. 대통령의 딸이었지만 몸에 밴 근검절약을 강조하며 소박하고 친근한 면모를 부각시키겠다는 취지다. 박 씨는 성심여중 재학 당시 박 후보가 통학 전차에서 경호원에게 “뒤칸에 계시라”고 한 뒤 사람들 한 명 한 명에게 관심을 보인 얘기, 미니스커트와 나팔바지가 유행했던 대학 시절 서울 명동에 “엄마 옷을 줄여 입었다”며 촌스러운 차림으로 나타났던 일화 등을 소개했다. 문 후보의 첫 번째 TV 찬조연설자는 부산에서 37년 동안 신발공장 노동자로 살아온 김성연 씨(51)다. 김 씨는 “인권변호사 문재인을 잊을 수 없어서, 그리고 문재인이 대통령인 나라에 살고 싶어서”라며 찬조연설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김 씨는 선원인 아버지와 연탄배달원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으며 10대 시절부터 줄곧 신발공장 노동자로 일해 왔다. 김 씨는 사회적 약자로서 힘들어할 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신의 편이 되어 준 문 후보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문 후보 측은 라디오 찬조연설은 배우 김여진 씨가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 홍수영·장원재 기자 gaea@donga.com}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2일 강원 강릉시 성내동 택시부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시민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전국 각지에서 대선후보의 현수막과 선거벽보가 훼손되는 일이 잇달아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울산에선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현수막의 얼굴 부분이 찢겼고(왼쪽), 전북 익산시에서는 박 후보의 벽보가 사라지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벽보 일부가 뜯겼다. 새누리당 울산시당·전북지방경찰청 제공}

《 ‘빅2’ 대선후보가 30일 상대의 정치적 근거지 공략에 나섰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지역구인 부산을, 문 후보는 박 후보의 텃밭인 대구 경북을 누볐다. 부산에서 박 후보 측은 문 후보의 득표율을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가 얻은 29.9% 아래로 묶어놓겠다는 전략인 반면 문 후보 측은 4·11총선에서 야권이 얻은 정당 득표율(40.2%)을 넘기겠다는 태세다. 》▼ 朴 “文, 이념정부 꿈꾸지만 나는 민생정부 만들 것” ▼김무성 “자만 경계” 문자… 당내 낙관론 단속 30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의 서부버스터미널. 경쟁 후보의 심장부에 깊숙이 들어온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문 후보와 그 세력들이 이념정부를 꿈꾼다면 박근혜 정부는 민생정부가 될 것”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1박 2일 부산·경남(PK) 유세투어의 첫 일정이었다. 박 후보는 “노무현 정부도 민생에 실패했고 이명박 정부도 민생에 실패했다”며 “저는 과거 정권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과 정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 “정부마다 ‘코드 인사’니 ‘회전문 인사’니 ‘향우회 인사’니 이런 말들을 들으면서 얼마나 답답하셨느냐”며 “저는 탕평 인사로 골고루 인재를 등용해 유능한 정부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가 이번 대선 기간 유권자를 상대로 이명박 정부를 총체적으로 비판하며 선긋기를 한 것은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토론회 등에서 현 정부의 인사 문제나 정책 노선을 주로 문제 삼았다. 야당이 박 후보에 대한 공세의 초점을 ‘유신’에서 ‘이명박근혜’ ‘이명박 정권 민생 실패의 공동책임자’ 등으로 옮기며 정권교체론을 확산시키는 데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박 후보는 문 후보가 부산 출신인 점을 의식한 듯 “(노무현 정부가) 부산 정권이라고 시민들께서 기대를 갖고 밀어주셨지만 정작 집권하자마자 이념 투쟁과 선동 정치로 날을 새웠다”고 공격했다. 이어 “대통령이 되면 해양수산부를 부활해서 부산을 명실상부한 해양 수도로 만들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특히 “노후화된 사상 공업지역을 첨단 융합 지식 서비스 등이 집적된 첨단 산업단지로 바꾸겠다”며 문 후보 지역구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새누리당 지도부가 소속 의원들의 입단속에 들어갔다. 당 일각에서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의 사퇴 이후 박 후보가 대선 초반 승기를 잡았다는 낙관론이 나오자 내부 단속에 나선 것이다. 원내사령탑인 이한구 원내대표는 29일 의원들에게 언행을 조심하라는 내용의 주의령을 내렸다. 김무성 중앙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도 같은 날 ‘자만 경계령’을 내렸다. 김 본부장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최근에 200만 표 이상 승리, 인수위 준비 등 벌써부터 선거 분위기를 해치는 당내 인사의 언론 인터뷰가 나오고 있습니다”며 “이런 인터뷰는 절대 해선 안 됩니다”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의 정치적 지지모임 중 일부인 재오사랑, 조이팬클럽, 조이21, 행사모의 임원 및 회원들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박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부산=홍수영 기자·고성호 기자 gaea@donga.com ▼ 文 “등록금 절반 국가가 부담”… 3개大 찾아 호소 ▼MB고향선 “포항, 지난 5년간 빛좋은 개살구”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30일 울산과 경북 포항, 대구를 잇달아 방문하며 이틀째 영남권 표심잡기에 나섰다. 이들 지역은 새누리당의 텃밭인 동시에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포항),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정치적 고향(대구)으로 이른바 ‘1박 2일 적진 공략’인 셈이다. 특히 울산대, 영남대, 경북대 등 지역 거점 대학을 찾아 청년 표심에 적극 호소했다. 경남 양산 자택에서 1박을 한 문 후보는 이날 아침 울산 중구 재래시장에서 유세를 벌였다. 이어 울산대 학생들과 점심식사를 함께 하며 애로사항을 들었다. 그가 차에서 내려 교내로 걸어 들어가자 100여 명의 학생이 일제히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으며 문 후보를 둘러쌌다. 울산대 수화동아리 회장은 자신이 걸치고 있던 목도리, 장갑, 귀마개를 문 후보에게 건네며 “세상을 따뜻하게 해 달라”라고 부탁했다. 문 후보는 “박 후보의 반값등록금 방식은 장학금을 늘려주겠다는 것이지만, 나는 등록금 절반을 국가가 부담하도록 하겠다”라며 차이점을 설명했다. 울산에서 문 후보는 “약속, 의리 지키는 것을 평생의 명예로 알고 살아왔다”라며 △울산혁신도시 발전 △종합병원급 산재의료원 설립 △울산과기대의 종합대·과학기술원 수준 발전 등을 약속했다. 포항에선 ‘현 정부 실패론’을 내세웠다. 문 후보는 포항 죽도시장 유세에서 “새누리당은 포항에서 지지를 호소하려면 지난 5년간 포항 경제를 어렵게 만든 것에 대한 사과부터 해야 한다”라며 “그래도 ‘우리가 남이가’ 하시면서 새누리당 찍어주시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우리 지방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건 같은 지역 출신 대통령이 아니라 지방을 살리겠다는 국가 균형발전 철학과 의지를 확실히 갖춘 정부”라며 “지난 5년 포항은 그야말로 실속 없는 ‘빛 좋은 개살구’였다. 포항에서부터 정권교체 신화를 창조해 달라”라고 호소했다. 대구에선 ‘문 후보에겐 있고 박 후보에게는 없는 5가지’로 △서민에 대한 걱정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삶 △역사인식 △도덕성 △소통 능력을 들며 박 후보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파탄에 박 후보도 공동책임자”라며 “박 후보의 당선은 정권교체가 아니라 이명박 정권의 재집권”이라고 주장했다. 문 후보는 이날 저녁 동대구 고속버스터미널 앞 인사를 끝으로 1박 2일 동안의 영남 방문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왔다. 토요일인 1일에는 춘천, 원주 등 강원권과 충북을 찾고 2일에는 인천을 방문할 예정이다.울산·포항·대구=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조명 없이 동네 사진관에서 찍은 듯한 소박한 모습, 과장된 웃음 대신 은근하게 퍼지는 미소….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의 선거벽보는 “내 사진 같다”는 느낌을 주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같이 박 후보의 이미지를 만들어 유권자에게 전달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이는 변추석 홍보본부장(사진)이다. 국민대 디자인대학원장 겸 조형대학원장으로 30년 경력의 ‘광고쟁이’다. 변 본부장은 7월 박 후보의 경선 캠프에 합류한 이후 오전 4시경에야 잠자리에 들 때가 많다. 낮에는 각종 회의에 참석하고 실무를 살피다 보면 밤에야 아이디어를 구상할 짬이 난다. ‘박근혜의 상처’로 시작되는 TV광고도 10월 초부터 구상에만 한 달이 걸렸다. 그는 29일 기자와 만나 “흉기 테러를 당한 것을 TV광고 소재로 활용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일까 걱정했다”고 말했다. 그 상처가 제3자가 볼 때는 ‘정치적 훈장’일지 몰라도 박 후보에겐 악몽 같은 사건일 수 있기 때문. 하지만 박 후보는 구상을 가만히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창문을 보며 상념에 젖는 연기도 세 시간이 걸릴 거란 예상을 깨고 한 시간 만에 마쳤다. 구불거리는 머리를 고무줄로 질끈 묶은 변 본부장을 정치인들은 처음에 낯설어했다. “정치는 모르지” 하는 냉소적 시선도 많았지만 이젠 박 후보의 전폭적인 신뢰 속에 그의 ‘광고 문법’이 새누리당의 문법이 됐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박근혜다움’을 잘 전달하는 데 홍보의 강조점을 둘 계획이다. 박 후보가 평소 갖고 있는 이미지와 언론을 통해 비치는 이미지의 격차를 줄이자는 것. 그는 “박 후보는 자신만의 ‘셀링 포인트(selling point)’를 가진 정치인”이라며 “이미지는 억지로 바꾼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민주 유은혜 홍보단장… 소통 능한 대변인실 고참 ‘소탈한 文’ 이미지 만들기 ▼29일 한 일간지에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종이를 말아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와 눈맞춤을 하는 사진이 담긴 광고가 실렸다.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는 문 후보의 모습을 통해 ‘소통’ 이미지를 강조한 것이다. 이처럼 감성적 광고 전략을 주도하는 이는 문 캠프의 유은혜 홍보단장(사진)이다. 그는 TV, 신문 광고는 물론이고 포스터, 법정공보물, 현수막, 유세복까지 대선 홍보물 제작을 총괄한다. 유 단장은 정치 경력만 20년인 ‘초선’ 의원이지만 카피라이터 정철 씨, 최창희 더일레븐스 대표, 김재용 전 하우즈커뮤니케이션 대표 등 쟁쟁한 홍보전문가 7명을 포함해 30명이 속한 홍보단을 이끌며 홍보전을 진두지휘한다. 홍보단 관계자는 “정당의 시각과 정치 소비자인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는 균형감이 유 단장의 강점”이라고 말한다. 1992년 고 김근태 전 의원과 인연을 맺으며 정계에 입문한 그는 열린우리당 부대변인, 민주당 수석부대변인, 홍보위원장 등을 거쳤다. 오랜 대변인실 근무 경험을 통해 소통에 능하고 여성 특유의 감수성을 잘 발휘한다는 평을 듣는다. 문 후보의 첫 TV 광고인 ‘출정식’에서 유 단장은 후보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국민에게 다가서는 ‘여성적 교감’ 전략을 택했다. 포스터나 신문광고 이미지는 모두 문 후보의 평소 사진을 골라 실었다. 연출되지 않은 후보의 친숙한 이미지를 부각하겠다는 것. 유 단장은 2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과거의 상처를 다룬 박근혜 후보의 TV 광고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느낌”이라며 “‘과거 대 미래’ ‘불통 대 소통’ 구도 속에서 문 후보만의 강점을 부각해 유권자의 공감을 얻겠다”고 말했다.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는 28일 이번 대선의 최대 승부처 중 하나인 충청권을 중심으로 치열한 유세전을 펼쳤다. 충청권 유권자는 4월 총선 기준으로 400만 명도 안 돼 전체 유권자의 10%에도 못 미치지만 2002, 2007년에 이곳의 승자가 대선에서 승리했으며 이번 대선에서도 충청권 표심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한 전날에 이어 두 후보는 이날도 상대방에 대한 공격에만 집중했다. 선거전 초반부터 대선후보들이 직접 나서 네거티브 선거를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정희-노무현 전 대통령 간의 과거사 대결 양상을 보였던 네거티브전은 이날은 노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정부의 실정을 따지는 전현직 대통령 책임 공방으로 비화됐다. 자신이 정치생명을 걸고 원안대로 건설을 추진한 세종시에서 하룻밤을 묵은 박 후보는 이날도 충남지역 일곱 곳을 돌았다. 박 후보는 충남 홍성 유세에서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또다시 민생과 상관없는 이념에 빠져 나라를 두 쪽으로 만들고 갈등과 분열만 일으킬 것”이라며 “(문 후보는) 실패한 과거 정권의 최고 핵심 실세였다”고 공격했다. 또 “(민주당은) 정권을 잡자 민생을 살리지 않고 국가보안법 폐지, 과거사 청산, 사학법을 만들고 자신들의 코드에 맞게 나라를 뒤흔드는 데 온 힘을 쏟았다”고도 했다.문 후보는 대전 신탄진 세종시 당진 아산 천안을 돌며 릴레이 유세전을 펼쳤다. 문 후보는 대전역 앞 유세에서 “박 후보는 잘한 것이 하나도 없는 ‘빵점 정부’의 공동 책임자”라며 “실패한 정권의 최고 실세였던 박 후보는 이명박 정부와 함께 심판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문 후보는 “안철수 전 후보의 진심과 눈물을 결코 잊지 않겠다. 안 전 후보가 이루고자 했던 새 정치의 꿈을 제가 반드시 안 전 후보와 함께 이루겠다”며 안 전 후보 끌어들이기에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안 전 후보는 향후 행보와 관련해 “무슨 일을 할 때 제 개인의 입장이 아니라 지지해주신 분들의 입장에서 판단하겠다”며 문 후보 지원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안 전 후보는 칩거 5일 만인 이날 서울 종로구 공평동 선거캠프 부근에서 본부장 및 실장급 인사들과 만나 오찬을 함께하며 이같이 말했다고 유민영 대변인이 전했다. 홍성·천안=홍수영 기자, 세종시·대전=길진균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