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김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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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국제부 기자입니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따로 모아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kimmin@donga.com

취재분야

2025-11-27~2025-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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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면에 내세운 젠더 이슈… 대형 영상-음악 ‘관객 압도’

    《트랜스젠더, 레즈비언, 장애여성극단 연출가, 드래그 킹(남장 여성)…. 한국 사회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의 영상이 전시 공간을 채운다. 3개 면을 가득 채울 정도로 거대한 영상 속 등장인물, 빠른 템포의 음악과 커다란 소리가 관객을 압도한다. 마치 이곳에서만큼은 그들이 역사의 주인공이라고 큰 소리로 외치는 듯하다. ‘여성 국극’을 조명해 온 정은영 작가(45)의 작품 ‘섬광, 잔상, 속도와 소음의 공연’이다. 제58회 베니스(베네치아) 비엔날레 국제미술전이 11일 공식 개막했다. 김현진 예술감독이 전시를 총괄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박종관)가 커미셔너를 맡은 한국관의 주제는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남화연(40), 정은영, 제인 진 카이젠 작가(39)가 참여해 영상 작품을 선보였다.》 ○ 되살아난 여성 서사 한국관의 주제는 이민진 작가의 소설 ‘파친코’의 첫 문장을 차용했다. ‘파친코’는 일본인도 한국인도 아닌 모호한 정체성으로 살아야 했던 ‘자이니치(재일동포)’의 비극을 그렸다. 반면 한국관은 ‘역사의 실패’를 젠더 이슈로 한정하고, 역사 속 잊혀진 여성과 소수자의 구체적 사례를 연구해 되살렸다. 정은영은 여성 국극의 현대적 형태를, 남화연은 최승희의 국제적 면모(반도의 무희)를, 제인 진 카이젠은 바리 설화의 재해석(이별의 공동체)을 소재로 했다. 김 감독은 “서구와 남성 중심의 시각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때 한층 더 풍요로운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관은 모든 작가의 작품이 영상이었다. 한국관은 1995년 마지막으로 자르디니 공원에 들어선 탓에 공간이 협소하다. 이에 작품들이 서로 겹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헤드셋과 가벽을 적절히 활용한 공간 배치가 눈길을 끌었다.○ 국제전, ‘분열의 긍정’ 총감독 랠프 루고프가 기획한 국제전은 사뭇 결이 달랐다. 한국관이 철저히 한쪽의 입장에서 역사의 복권을 주장했다면, 국제전은 한 사안을 두고도 주체에 따라 다양하게 파생되는 시각을 보여줬다. 기후 변화, 난민, 소셜미디어, 인종 문제 등 개인의 욕망이 폭발하고 정치적 요구가 늘어나는 시대에 ‘분열’ 자체가 축복이라는 듯한 뉘앙스였다. 우선 참여 작가 79명 모두가 전시장 두 곳(아르세날레, 자르디니)에 각기 다른 형태의 작품을 설치한 것이 눈에 띄었다. 그 결과 한 작가라도 공간과 분위기에 따라 전혀 다른 시각 언어를 선보일 수 있었다. 영국 작가 에드 앳킨스가 아르세날레에서는 가상 캐릭터를 활용한 영상과 설치 작품을, 자르디니에서는 자신을 타란툴라로 형상화한 회화를 전시하는 식이었다. 두 전시장의 입구를 양 갈래로 나눈 공간 구성도 ‘분열’을 형상화했다. 아르세날레는 두 인물이 서로를 노려보며 건배를 하는 조지 콘도의 ‘더블 엘비스’를 중심으로 입구가 두 갈래로 나뉘었다. 자르디니 전시관도 앙투안 카탈라의 설치 ‘It‘s Over’의 좌우로 난 복도 형태의 입구를 관람객이 선택해 입장한다. 한국 작가 이불과 강서경의 작품도 국제전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이불은 남북의 이데올로기 갈등 극복을 기원하는 듯한 기념비 ‘오바드V’를, 강서경은 정간보(井間譜), 화문석 등 한국 전통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설치 연작을 선보였다.베네치아=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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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가깝고도 먼 사이, 가족이란 무엇인가

    “경찰서입니다. 아버님이 사망하셨어요. 3, 4주 된 것 같습니다.” 30대 혜진은 예상치 못한 전화 한 통을 받는다. 따로 살던 아버지가 ‘고독사’했다는 소식. 그런데 그녀의 반응은 놀랄 만큼 기계적이다. 장례를 치러야 하나, 언니에게 전화를 해야 하나,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나…. 그녀는 덤덤하다. 슬픔을 찾아볼 수 없는 그녀의 태도엔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있다. 주식 투자에 실패하고 다단계에 빠져들며 방황한 아버지는 그녀에게 가정불화의 원인이다. 신용불량자로 사업을 할 수 없으니 명의를 빌려 달란 말을 거절한 뒤로 아버지는 연락이 두절됐다. 그런 아버지가 쓸쓸히 사망했지만 혜진은 슬퍼하는 방법조차 알지 못해 ‘기분이 없는 기분’이 된다. 가부장제는 아버지에게 권위를 줬지만 동시에 책임마저 모두 그에게 돌렸다. 그 짐을 감당하지 못한 아버지와, 그의 실패를 원망하는 딸 모두가 피해자다. 사실은 아버지도 삶의 모든 순간이 처음이고, 실패를 극복해내지 못할 수 있는 인간인데. 아버지를 늘 가장으로만 상정하는 가부장제는 그도 나와 같은 사람임을 받아들이기를 가로막는다. 급속도로 가치관이 변화한 한국 사회. 그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우리 모습을 저자의 경험에 비춰 솔직하게 그린 만화다. 혜진은 상담을 통해 어렵사리 다정했던 아빠의 모습을 떠올린다. 온갖 어려움에도 무엇이 가족을 지탱해주는 것인지 되돌아보게 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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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앤드루 숀 그리어 “소소한 이야기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해”

    ‘퓰리처상 100년 만의 가장 과감한 선택.’ 지난해 소설 ‘레스’의 퓰리처상 픽션 부문 수상은 미국 문단을 들썩이게 했다. 코맥 매카시 같은 무거운 주제를 선호하던 퓰리처가 읽는 내내 웃음 터지는 코믹 소설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런 퓰리처의 ‘깜짝 선택’은 소소한 이야기나 유머를 경시하는 비평의 권위적 태도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그럴 때가 됐다”, “이런 소설을 더 보고 싶다”는 평단의 환영을 받은 것은 물론이다. 2일 e메일로 만난 ‘레스’의 작가 앤드루 숀 그리어(49)는 “소소한 이야기의 힘은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고 말했다. “크고 진지한 주제의 소설은 읽는 사람에게 왕이나 정치인, 때론 살인자나 신을 쳐다보게 만들어요. 작은 이야기에서 우리는 비로소 우리 자신과 주변을 바라보게 됩니다.” 그러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이야기했다. “유럽 문학의 걸작인 프루스트의 책에선 평범한 디너파티, 오랜 정원 산책 외엔 별일이 일어나지 않죠. 심지어 제1차 세계대전에 관한 내용도 머리 위로 전투기가 날아가는 장면뿐이에요. 그럼에도 이 소설은 제가 아는 어떤 것보다 인간의 진실을 가장 많이 담고 있습니다.” 그의 소설 ‘레스’에서도 멋지거나 웅장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주인공 레스는 실연의 아픔을 끌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우스꽝스러운 해프닝을 겪는다. 그리어에게 ‘왜 그렇게 주인공을 힘들게 했느냐’고 물었다. “하하. 세상엔 이보다 더 힘든 일이 많다는 건 인정하시죠? 그러나 제가 주인공에게 굴욕적인 경험을 차례차례 안겨준 건 사실이에요. 여기엔 아주 강한 이유가 있었죠. 저는 ‘기쁨’에 관한 책을 쓰고 싶었거든요.” 기쁨과 굴욕이 어떤 관계가 있다는 걸까? “저도 처음엔 기쁨을 표현할 자신이 없었어요. 그런데 만약 등장인물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버린 뒤, 그걸 다시 하나하나 돌려준다면 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면 독자는 인물에 공감하고, 그와 함께 웃고, 때론 그를 향해 웃다가 마지막에 ‘행복 폭탄’을 맞게 되는 거죠.” 그리어의 유쾌한 유머는 굴욕적 상황에 처한 레스를 독자가 사랑하게 만드는 무기였다. 그는 “유머가 가혹한 비난이 되지 않는다면, 사람들을 연결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책에서 레스를 절대 폄하하지 않으려 노력했어요. 화자의 목소리는 시종일관 친절하죠. 제 책은 보잘것없는 사람에 대한 찬사이자 일종의 연애편지예요. 그 목소리 덕분에 저처럼 많은 사람들이 레스의 바보 같은 모습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의 유머가 마냥 즐겁고 기쁘기만 한 건 아니다. 문학 시상식을 ‘재능 없는 사람들의 닭싸움’이라거나, 프리랜서의 삶을 ‘따뜻하지만 다 덮어지지 않는 담요’라고 하는 등 날카로운 비유가 반짝였다. 사람이 언제 비참해지는지 너무 잘 아는 그리어에게 ‘당신은 냉소주의자인가?’를 물었다. “저는 감상주의자라고 생각해요. 물론 세상의 모든 징후들이 인류의 암울한 미래를 예견하고 있고, 세계가 점점 더 이상한 장소로 변하고 있으며 사람들은 더 이상 친절하지 않다는 걸 느껴요. 그 점에서 저는 현실주의자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희망은 있다는 믿음을 멈출 수 없어요. 제 책도 그런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잖아요?”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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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품보다 관객에 초점… 예술, 시대를 말하다

    “이번 비엔날레는 감동과 비판적 사고를 일으키는 예술의 사회적 기능을 조명할 것이다. 전시된 예술 작품보다 관객이 하게 되는 새로운 생각이 중요하다.” 11일 공식 개막하는 제58회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의 프리뷰가 8일 시작된다. 영국 헤이워드갤러리의 디렉터 랠프 루고프(62)가 총감독을 맡아 ‘당신이 흥미로운 시대에 살고 있기를(May You Live in Interesting Times)’을 주제로 국제전(본전시)을 선보인다. 각국 큐레이터가 담당하는 국가관은 총 91개다. 지난 베니스 비엔날레(2017년)의 주제는 ‘예술 만세’였다. 그러나 브렉시트, 난민 등 국제사회가 요동치는 가운데 예술만을 앞세운 전시는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이에 루고프 총감독은 “예술이 정치 문제를 당장 해결할 순 없지만, 간접적으로 사람들이 세계를 보는 방식을 변화시킬 순 있다”고 제안한다. 그래서 올해 본전시의 모든 작가는 생존 작가다. 루고프는 미국 아트뉴스페이퍼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관해 이야기하는 작가와 함께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17년 120명(팀)이었던 작가 수도 79명으로 현저히 줄었고, 절반이 여성 작가로 구성된 것도 특징이다. 베니스 비엔날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여전히 크다. 이에 대해 비엔날레 대표인 파올로 바라타(79)는 보도자료에서 “베니스를 향한 비판에 이솝 우화의 ‘당나귀’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한 부자(父子)가 당나귀를 끌고 마을로 갔다. 사람들은 아버지가 당나귀를 타자 ‘이기적’이라고 했고, 아들이 타자 ‘불효자’라고 했다. 부자가 함께 타자 ‘동물 학대’라고 비판받아 당나귀를 들고 가던 두 사람은 비웃음을 샀다. 비엔날레의 목표는 단 한 가지.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고 관람객이 예술을 깊이 느끼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끊임없는 비판에 장단을 맞추기보다 비엔날레의 목적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이런 해명의 배경엔 지난 10여 년간 베니스를 향해 꾸준히 제기돼 온 ‘서구 중심성’과 ‘상업성’에 대한 지적이 자리한다. 1895년 시작한 베니스 비엔날레는 제국주의 국가들의 ‘만국박람회’ 형태로 출발했다. 이런 역사에 자연스럽게 서구 선진국 국가관이 좋은 위치를 차지하는 등 ‘서구 중심의 문화를 전파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 더 심각하게 제기된 것은 상업성 문제다. 각 국가관의 전시 비용은 비엔날레 주최 측에서 지원하지 않는다. 여기에 정부 지원조차 줄어들어 사기업이나 상업 갤러리의 후원이 늘어나는 추세다. 베니스가 좋은 타이틀이 되기에, 특정 집단의 작가를 홍보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지는 이유다. 바라타 대표는 “우리는 미술시장에 끌려다녀서는 절대로 안 된다. 이들을 벗어나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시장은 엄연히 존재하고, 시장이 비엔날레를 이용하는 것도 알기에 필요하면 주류와 반대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한 미술평론가는 “베니스 비엔날레는 이탈리아가 미술 중심지로서 빼앗긴 명성을 되찾기 위한 움직임에서 시작했다”며 “참가국에 상을 주는 ‘줄 세우기’로 권위를 확보하는 전략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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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에 대한 연민, 박수근 휴머니즘과 통해”

    “평소 제 작품이 재료나 기법 면에서 특별할 것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저의 마음을 읽어주신 박수근미술상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4일 강원 양구군 박수근미술관에서 열린 ‘제4회 박수근미술상’ 시상식에서 수상자인 박미화 작가(62)는 “가족, 오랫동안 몸담아 온 할아텍(할 예술과 기술) 작가들, 꾸준히 초대해주는 화랑 대표에게 감사하다”며 “박수근 선생과 저의 공통적인 부분은 앞으로 작품을 통해 더 많이 보여드리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해로 네 번째 수상자를 낸 박수근미술상은 동아일보와 양구군, 강원일보, 동대문미래재단, 서울디자인재단, 박수근미술관 공동 주최로 박수근 화백(1914∼1965)의 예술 혼을 기리기 위해 제정했다. 이날 행사는 박 화백 기일을 맞아 마련한 야외시상식장에서 개최했다. 또 지난해 수상자인 이재삼 작가(59)의 개인전 개막식도 함께 열렸다. 이 작가는 “오늘 미술관 옆 박수근 선생 산소에 인사를 드렸다. 머리 깎고 옷도 갈아 입으셨더라”며 “이번 전시를 권투에서 가장 힘든 의무방어전처럼 준비했고, 왁자지껄한 전시가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박수근미술상 운영위원장인 조은정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장은 “심사위원단은 인간에 대한 연민의 시선을 담은 박미화 작가의 작업이 소박하지만 진지한 박수근의 작품 세계와 이어진다고 평가했다”며 “박수근 선생의 열망과 휴머니즘을 공유한 작가로 박미화를 다시 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박 작가에게는 상금 3000만 원과 조각 상패가 수여됐다. 내년 5월엔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갤러리문과 박수근미술관에서 수상 기념 개인전이 열린다. 시상식에는 조인묵 양구군수, 이상건 양구군의회 의장, 김순덕 동아일보 전무, 김동호 동대문미래재단 이사장, 박 화백의 장남 박성남 작가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양구=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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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도난, 밀거래… 다빈치 작품 둘러싼 검은 욕망

    불과 1만 달러(약 1170만 원)에 구입한 그림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것으로 밝혀진다면?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바로 2017년 미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4억5030만 달러(약 5268억5100만 원)에 낙찰된 ‘살바토르 문디’다. 다빈치를 평생 연구한 권위 있는 학자인 저자는 이 작품의 진위를 판단하는 과정에 참여했다. 그의 눈을 통해 다빈치를 둘러싼 여러 뒷이야기들이 속속 밝혀진다. 2003년에는 영국 스코틀랜드의 버클루 공작이 소장하던 ‘성모와 실패’ 도난 사건도 있었다. 관광객으로 위장한 도둑들은 도끼로 안전장치를 제거하고 그림을 떼어내 폭스바겐 골프를 타고 순식간에 달아난다. 도난 직후 전화를 받은 저자는 경찰의 수사에 협조하며 그림 환수를 돕는다. 결국 4년 뒤, 극비리에 신고를 받은 경찰은 밀거래 현장에서 그림을 되찾는다. 그러나 범인의 행방은 묘연하다. ‘다빈치 진품’으로 한몫 챙기려던 중개인들은 법의 허점을 이용해 처벌받지 않고 도리어 경찰을 맞고소한다. 오랜 시간이 지나 저자는 이 사건을 회고하며 아직도 법을 이해할 수 없다며 ‘절도와 강도 전문’임에도 사건을 멋지게 해결한 스코틀랜드 경찰의 노고를 높이 산다. 다빈치의 주변에는 천재 예술가에 대한 존경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가치 뒤에 돈을 향한 탐욕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저자는 이를 ‘레오나르도 다빈치 산업’이라고 정의한다. 여기에는 ‘살바토르 문디’ 같은 ‘잭팟’을 노리는 수집가는 물론이고 그림 속 미스터리를 좇는 아마추어 음모론자도 있다. 책에서 돋보이는 건 이런 ‘다빈치 산업’의 잘못된 상업성을 경계하는 학자의 태도다. 저자뿐 아니라 내셔널갤러리 같은 미술관은 전시하거나 연구하는 작품이 미술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을 늘 경계한다. 그들 같은 권위 있는 기관과 학자의 전시와 저술은 누군가의 사익과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위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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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겐 색채를 향한 욕망이 있다” 103세 현역 최고령 김병기 화백 개인전

    국내 최고령 현역 작가인 김병기 화백(103)의 개인전 ‘여기, 지금’이 서울 종로구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3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전시는 최근 작업한 새로운 회화 작품 20점을 선보인다. 100세가 넘은 나이에도 왕성한 창작욕을 보여준 그는 “이제 장수 비결에 대한 질문보다 그림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최근 작품에는 마스킹테이프를 붙여서 만든 선으로 공간을 분할하고, 노랑 빨강 주황 등 원색을 사용했다는 특징이 두드러진다. 또 ‘다섯 개의 감의 공간’이나 ‘역삼각형의 나부’ 등 구체적 형상을 담은 그림도 보인다. 그는 “우리 민족은 오방색을 갖고 컬러풀하게 살아왔기에 앞으로도 다양한 색채를 활용하고 싶다”며 “한국은 백색이 좋다고 말한 것은 일본인의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김 화백은 1933년 일본 가와바타 미술학교에서 공부하고 이듬해 일본 아방가르드양화연구소에서 추상과 초현실주의 미술을 접했다. 1939년 한국에 돌아와 ‘50년미술협회’를 결성하고, 1965년에는 8회 상파울루 비엔날레 커미셔너로 참가한 뒤 미국에 정착했다. 이후 다시 국내 화단에 복귀한 것은 70세가 넘어서였다. 전시는 5월 12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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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극단의 시대 제3의 길을 걷다…덴마크 작가 아스거 욘 展

    1950년대 세계 미술계에는 잭슨 폴록(1912∼1956) 같은 추상표현주의 작가만 있었을까? 답은 당연히 ‘아니다’이다. 덴마크 작가 아스거 욘(요른·1914∼1973) 역시 추상표현주의 작가로 분류되곤 했다. 폴록, 마크 로스코 등이 추상표현주의 ‘핵심’ 작가라면 욘은 그를 따르는 추종자 가운데 하나로 치부됐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대안적 언어―아스거 욘, 사회운동가로서의 예술가’는 이런 오해를 바로잡을 기회다.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욘의 ‘진면모’를 정리했다.○ 그림의 의미를 제거하다 이번에 만나는 ‘무제(미완의 형태 파괴)’나 ‘세속의 마리아’는 전통 서양화를 낙서로 덧칠한 작품이다. 마르셀 뒤샹이 ‘모나리자’의 얼굴에 수염을 그린 ‘L.H.O.O.Q’처럼 회화의 권위에 의문을 제기한다. 미술사에서 수백 년 동안 내려온 방식을 해체하고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원점에서 다시 생각한다. 전시를 기획한 박주원 학예연구사는 “예술의 의미를 해체하는 ‘다다’나 ‘초현실주의’의 영향이 엿보이는 작품”이라며 “욘이 결성한 대안 문화그룹 ‘코브라(CoBrA)’는 어린아이의 눈으로 보는 이미지가 가장 진실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해체’의 배경에는 제2차 세계대전이 있다. 덴마크에서 나치 지배를 겪고 절망한 욘은 저항예술그룹 ‘지옥의 말’을 결성했다. 자신들의 문화가 최고라 생각했던 유럽 사람들에게 전쟁은 허무와 의심을 일으켰다.○ 예술을 통한 사회 변화 ‘해체’의 관점에서 욘의 작업은 시기상 뒤떨어진 편이다. 뒤샹이나 만 레이 등 다다이즘 작가들이 1910년대에 이미 선보였기 때문이다. 욘은 오히려 사회활동에 참여하고, 북유럽 전통을 연구하며 ‘사상가’ 역할을 활발히 했다. 이번 전시도 이런 역할을 집중 조명했다. “욘은 유명 정치이론가 기 드보르와 함께 ‘상황주의 인터내셔널(SI)’을 결성한 멤버입니다. SI는 프랑스 68혁명에 이론적 배경을 제공했죠. 드보르와 의견 차이로 SI를 탈퇴한 뒤에는 그간 서유럽 중심 미술사에서 평가 절하된 북유럽 문화를 연구했습니다.” 첫 번째 전시장 쪽문을 통과하면 등장하는 공간에서 욘의 북유럽 이미지 연구를 확인할 수 있다. 칠하지 않은 날것의 벽과, 욘의 작품을 운송했던 박스를 그대로 활용한 전시 공간 디자인이 돋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최고 인기 코너는 욘이 구겐하임재단에 보낸 편지를 전시한 공간이다. 1963년 재단으로부터 국제상 수상자로 선정되자 욘은 “당신들의 어처구니없는 경기에 참가하지 않겠다”며 상을 거절했다. 한편 박 학예사가 이런 욘의 정치적 측면에 관심을 갖자 덴마크에선 의아한 반응이었다고 한다. 현지에서도 욘을 여전히 추상회화 작가로 자주 조명한다. 그러나 박 학예사는 미국·소련 중심의 이분법적 이데올로기를 거부하고, 제3세계 목소리를 높인 욘의 모습이 국내 관객에게 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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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세계 최대 공룡화석 ‘수’는 어떻게 박물관에 오게 됐나

    흔히 ‘큐레이터’라고 하면 떠올리는 미술관이나 갤러리의 전시 기획자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화석과 표본을 발굴, 채집하고 연구해 전시하는 자연사박물관의 큐레이터들에 관한 서사시가 펼쳐진다. 아주 오래된 과거를 탐구하는 사람들 일이라니 정적이고 고지식할 거라는 생각은 편견이다. 특히 16년 동안 2500만 명가량 다녀간 박물관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말이다. 저자는 미국 시카고 필드박물관에서 30여 년간 근무한 큐레이터이자 저명한 학자. 필드박물관은 미 3대 자연사박물관으로 꼽히며 영화 ‘쥬라기 공원’의 실제 모델인 공룡 티라노사우루스 ‘수(SUE)’가 전시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거대하고 화려한 이 화석이 필드박물관에 오기까지, 그리고 전시되기까지는 그 과정이 험난하기만 했다. ‘수’의 사나운 운명은 상업적 화석 사업체인 블랙힐스가 먼저 발굴하면서 시작됐다. 역사적 규모의 유물이 발견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땅 주인부터 지역 사회, 나중에는 연방정부까지 나서서 소유권 다툼을 벌였다. 이 사건에 증인으로 불려 다녔던 저자의 경험을 통해 다른 측면에서 ‘수’ 분쟁 사태를 읽어볼 수 있다. 더 흥미로운 건 여러 다툼 끝에 ‘수’가 필드박물관에 오기까지의 과정이다. 박물관은 달력용 사진을 소더비 측에 제공하다 우연히 경매에 ‘수’가 나온다는 사실을 안다. 당시 갓 취임한 대표는 ‘수’가 아이콘이 될 것임을 직감하고 ‘확보 작전’에 돌입한다. 디즈니, 맥도널드 등 후원 기업과 전문 딜러, 경매사 등 많은 사람이 합심한 작전이었다. 스미스소니언박물관도 비밀리에 참여한 가운데 승리는 필드박물관에 돌아갔다. 그 긴박한 과정을 엿보는 것만으로도 ‘박물관은 정적이다’는 편견을 깨부수기에 충분하다. 2000년 밀레니엄을 맞아 ‘수’를 공개하기 위한 준비 과정도 흥미롭다. 거대한 공룡 뼈를 전시하기 위한 방법을 찾으려고 박물관은 외주 입찰에 나선다. 다른 박물관에서 일하던 전문가가 가장 높은 가격에 제시한 방법이 채택된다. 뼈를 손상시키지 않고 모양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연구를 위해 하나씩 빼낼 수도 있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일하는 박물관에서 휴직을 허락하지 않자 그 전문가는 퇴직하고 업체를 따로 차린다. 또 ‘수’의 발 복원 조립을 마쳤을 때는 ‘쥬라기 공원’ 두 편을 완성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도 박물관을 찾았다. ‘수’는 현재 발견된 것 가운데 가장 큰 티라노사우루스였지만, 스필버그 감독은 뼈를 보고 “생각보다 작네”라고 했다고 한다. 그의 영화 속 티라노사우루스 크기를 감안하면 그럴 법한 반응이다. ‘수’ 말고도 박물관을 채우고, 사람들을 불러 모으며, 연구도 하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례를 저자는 친절히 들려준다. 새로운 연구를 위해 수십 쪽 분량의 보고서를 만들어 1년 동안 관련 재단을 설득한 일, 물고기 표본을 확보하기 위해 심해 낚시 대회에 가서 사람들에게 “살을 발라줄 테니 뼈를 달라”며 ‘딜’에 나서는 일 등 생각보다 낯설지 않은 일도 많다. 이렇게 박물관 속 다양한 인간 군상, 역동적인 모험, 치열한 경쟁을 통해 저자는 큐레이터의 일도 결코 고고한 연구만으로는 가능하지 않음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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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수근미술상 수상 박미화 작가 “유학도 복귀도 운명처럼 다가와”

    “5년 전 자동차가 반파돼 죽지 않은 게 기적이라 할 정도의 사고가 났어요. 그때 깨달음을 얻었죠. ‘내가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예의와 미안함이 필요가 없구나….’” 22일 인천 강화도 작업실에서 만난 제4회 박수근미술상 수상자 박미화 작가(62)는 “이곳에 오게 된 것이 운명”이라고 했다.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에 넓은 작업실은 엄두를 못 냈던 그는 사고를 겪은 뒤 뭔가에 휩쓸리듯 움직였다. “남편에게 ‘많이 생각했는데, 필요한 것 같아 계약했어’라고 통보했어요. 미친 짓을 한 게 아닌가 걱정도 했죠. 그런데 그 뒤로 작업도 인생도 바뀌고 있습니다.” 아내이자 엄마로 살았던 박 작가의 작업 활동엔 많은 ‘운명’이 작용해야만 했다. 그녀가 서른 살 무렵 미국 유학을 떠난 것도 우연한 기회였다. “처음 미국에 간 건 남편의 업무 때문이었어요. 그때 기회가 왔다는 생각이 들어 일하면서 준비를 했어요. 1년 뒤 한국에 돌아와 남편은 시댁에 보내고, 아이는 친정에 맡기고 2년 동안 유학을 떠났습니다.” 해외여행도 흔하지 않았던 1980년대의 일이다. 그는 “가정을 버리고 떠난, 한마디로 나쁜 여자였다”고 했다. 아이가 보고 싶어 눈물도 흘렸지만, 기회가 주어졌을 때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독하게 공부를 했다. 그러나 40대에 다시 한번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마음을 추스르고 개인전을 다시 연 것이 12년 만인 2007년. ‘늦깎이’ 전업 작가라 할 수 있는 그의 작품엔 여린 것들, 버려진 것에 대한 따스한 공감이 묻어난다. 박 작가의 작업실 한 구석에는 버려진 목재가 울타리처럼 세워져 있다. 이처럼 버려진 재료를 활용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데 흥미를 느낀다고 했다. “스티로폼을 활용한 ‘버드나무 비석’을 만들기도 했어요. 이미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 같은 물질이 있는데, 굳이 무언가를 새로 사고 소비할 필요가 있나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박수근미술상 심사위원단이 그의 작품에서 ‘휴머니즘’을 끄집어낸 것은 “신기했다”고 털어놨다. “특별히 ‘휴머니즘’을 의식하고 작업하진 않았어요. 그저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작업을 했을 뿐인데 그렇게 읽힌다니 신비로웠죠. 시각예술이 거짓말을 하기 힘든 장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피에타’ 도상은 세상의 모든 만물이 쓸쓸하고 불쌍한 어린 양이라는 생각에서 나온 이미지라고 했다. 또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관념보다는 몸으로 느껴지는 물질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도 했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자기 손가락이 다치면 아픈 것이 중요하잖아요. 그런 몸으로 하는 공감으로 다른 생명을 이해하면 평화가 좀 더 쉬워지지 않을까요.” 박 작가는 폐광촌에서 예술 활동을 펼치는 ‘할아텍(할 예술과 기술)’의 ‘철암 그리기’에도 10년 넘게 참여하고 있다. 할아텍은 2001년 작가 서용선, 이경희, 류장복이 설립한 비법인 문화활동단체. 다른 작가들과 교류하면서 성장했기에 수상 전화를 받았을 때도 “가장 먼저 할아텍이 생각났다”고 했다. “4, 5년 동안 꾸준히 달려와 잠시 작업을 쉴까 했는데, ‘박수근미술상’이 다시 채찍질을 해줬어요. 상을 주신 분들에게 죄송하지 않도록 해왔던 대로 열심히 작업하겠습니다.”강화도=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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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국적 고려인 화가 변월룡展… “통일 미술사에 남북의 연결고리 될 작가”

    러시아 국적의 고려인 화가 변월룡(1916∼1990)의 개인전 ‘우리가 되찾은 천재 화가, 변월룡’이 서울 종로구 학고재 갤러리에서 열린다. 6·25전쟁 이후 활동한 변월룡은 1950년대 평양미술대학의 학장 및 고문으로 파견돼 활동했다. 그러나 북한으로 귀화를 거부해 배척당했으며 남한에서는 그 존재가 잘 알려지지 않았다.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회고전이 첫 전시였다. 러시아 연해주에서 태어난 그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유년기를 보냈다. 러시아 동포 3세로 고려인 사회의 지원을 받아 스베르들롭스크(현 예카테린부르크) 미술학교에서 공부했다. 그러다 1937년 스탈린의 고려인 강제 이주 정책으로 가족과 헤어지고 재정 지원도 받지 못하게 된다. 담당 교수의 도움으로 러시아 예술아카데미(레핀 회화·조각·건축 예술대학)에 진학해 수석으로 졸업하고 교수 활동을 했다. 러시아 아카데미에서 활동한 만큼 작품 곳곳에서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교수가 되기 전에도 ‘파시즘을 타도하자’ 등의 선전 포스터를 그렸다. 인체나 풍경 표현에서 개성을 드러내기보다는 교과서적으로 풀어내는 방식도 엿보인다. 그는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를 존경했다고 한다. 전시는 유족 소장품 중 회화 64점, 판화 71점, 데생 54점 등 총 189점을 소개한다. 출품작 가운데 절반은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이다. 전시 기획은 25년 동안 변월룡을 연구한 문영대 미술평론가가 맡았다. 문 평론가는 “통일 한국미술사에서 남과 북을 잇는 연결고리 구실을 할 작가”라고 설명했다. 5월 19일까지. 3000∼5000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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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홀로코스트 이후 40년… 프리모 레비의 삶과 고통

    “프리모 레비는 아우슈비츠에서 죽었다. 그곳에서 나온 뒤 40년 뒤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자 작가인 엘리 위젤은 프리모 레비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이렇게 애도했다. 위젤과 같은 홀로코스트 생존자였던 레비는 1987년 4월 이탈리아 토리노의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화학자였던 그는 ‘이것이 인간인가’, ‘주기율표’ 등 문학 작품을 통해 참혹한 시대의 진상을 알린 것으로 유명하다. 스스로도 “이야기가 최고의 치료제”라며 과거를 극복하려 했던 레비는 끝내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책은 레비가 생을 마감하기 전 세 차례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담고 있다. 이탈리아의 문학 교수로, 레비와 10년 동안 우정을 나눈 조반니 테시오가 인터뷰어다. 두 사람은 레비의 자서전을 쓰기 위해 녹음기를 사이에 두고 과거를 차츰차츰 더듬는다. 세 번째 만남 이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의 이야기를 털어 놓기 직전, 레비의 사망으로 인터뷰는 중단됐다. 인터뷰는 매우 전통적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레비의 부모를 비롯한 가족의 이야기로 시작해 그의 유년 시절과 학창 시절 등 시간 순서대로 삶을 훑는다. 레비는 침착한 어조로 솔직하게 자신의 기억을 털어놓는다. 극도로 내성적인 성격 탓에 여성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거나, 주변 사람들에 대해 자신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도 말이다. 그러면서 고통스러운 기억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하길 꺼려하는 모습도 보인다. 갑작스레 멈춘 인터뷰 탓에 아우슈비츠에 관한 직접적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그의 책을 읽어보지 않은 독자라면, 작품을 먼저 보는 것이 더 와닿을 것 같다. 그러나 그의 글을 감명 깊게 본 독자라면, 책을 집필하게 된 다양한 내막을 짐작할 수 있어 흥미로울 듯하다. 또 직접적 언급이 없더라도 파시즘의 광풍이 어떻게 일상을 서서히 망가뜨리는지 간접적으로 그 분위기를 감지해볼 수 있다. 죽고 나서야 알려진 그의 우울증과 죄책감, 트라우마의 흔적도 어렴풋이 느껴진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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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렌 로리 관장 “뉴욕현대미술관, 美-유럽 위주서 벗어나 다양한 이야기 담겠다”

    “1980, 90년대 뉴욕현대미술관(MoMA)이 단선적인 내러티브를 이야기해 왔기에 이제 그 틀을 깨려고 합니다. 특정 역사를 강요하지 않고, 다양한 해석을 담는 플랫폼이 되고자 하는 것이죠.” 글렌 로리 미국 뉴욕현대미술관장은 앞으로 MoMA가 미국 모더니즘 중심의 미술사를 고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울 용산구의 한 공연장에서 16일 만난 그는 새롭게 증축해 개관할 MoMA가 기존에 공개하지 않았던 소장품을 선보일 것이라며 그 맥락을 설명했다. “MoMA는 30, 40년 동안 (미국과 유럽 중심의) 특정한 역사와 연결지어 생각돼 왔어요. 앞으로는 절대적인 사실을 이해시키려 하기보다는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할 겁니다.” 2017년 첫 증축 계획을 밝혔던 MoMA는 6월 15일부터 미술관 문을 닫고 10월 21일 재개관한다. 공사를 마치면 갤러리가 37% 확장되고 전시 방식도 바뀐다. 전통적 방식을 벗어나 회화 조각 드로잉 등을 혼합해 공간을 구성할 예정이다. 빈센트 반 고흐를 포함해 많은 관객이 찾는 인상파 화가의 작품은 계속 전시한다. 영국의 테이트 갤러리도 기존 미술사적 개념에 따른 소장품 전시를 지양하며 2017년 새 건물을 증축한 후 주류 미술사 이외 지역의 작가를 소개하고 있다. 로리 관장은 “MoMA의 풍부한 소장품 중 소개되지 않은 것들을 끄집어내 충돌을 일으키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새로운 미술관의 역할이 ‘답이 아닌 질문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미술관이 보여줬던 단선적인 미술사는 아주 간단해서, 강력했지만 그것이 예술을 대표하지는 못했습니다. 이해하긴 쉽지만 진실되지는 않았던 것이죠. 물론 MoMA가 모든 미술사를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가능한 한 많은 예술과 대화하고자 합니다.” 서울에서 이러한 계획을 발표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한국의 관객이 MoMA에도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름 휴가철 미술관이 문을 닫을 동안 MoMA는 일본 아르헨티나 프랑스 독일 등을 다니면서 새로운 미술관의 전략을 홍보할 예정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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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붉은 산수’의 화가 이세현 개인전 내달 4일까지

    ‘붉은 산수’로 알려진 화가 이세현(52)의 개인전이 대구 중구 갤러리분도에서 열린다. 경남 거제에서 태어나 통영을 오가며 어린 시절을 보낸 작가의 그림에서는 섬과 바다, 포구의 흔적이 남아 있다. 산수가 붉게 변한 것은 군 생활의 영향이라고 한다. 휴전선의 전방 부대에서 경계근무를 하며 적외선 투시경으로 바라본 풍경을 화폭으로 옮겼다. 마흔 살에 영국으로 유학을 떠난 것도 ‘붉은 산수’의 계기가 됐다. 서양 회화 전통과 개념미술 사이에서 한국인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니 지금의 스타일로 귀결됐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도 대중적으로 유명한 ‘붉은 산수’ 시리즈 위주로 구성됐다. 5월 4일까지.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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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靑田 산수’… 선과 형태 극도로 강조 ‘小亭 양식’

    근대 한국화를 대표하는 두 화백 청전 이상범(1897∼1972)과 소정 변관식(1899∼1976)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의 기획 전시 ‘한국화의 두 거장-청전(靑田)·소정(小亭)’은 두 화백의 1940년대부터 작고하기까지의 작품 8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현대화랑(구관)과 갤러리현대(신관)에서 각각 청전과 소정의 작품을 볼 수 있다. 현대화랑 1층은 청전의 1950, 60년대 대표작으로 구성했으며, 2층은 1940년대 작품이 주를 이룬다. 2층의 ‘효천귀로’는 일반에 처음 공개하는 작품이다. 갤러리현대 1층과 2층은 소정의 1960년대 작품을, 지하 1층은 1970년대 작품을 전시한다. 두 화백을 주제로 한 전시가 처음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아 서로의 화풍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청전은 전통 산수화 기법에 원근법적 요소를 수용해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산수’를 탄생시켰다. 한 덩어리처럼 흐르는 산등성이와 나무의 표현은 그림 속에서 부는 바람이 느껴진다. ‘청전양식’으로 불리는 산수가 때로 식민사관적 시각에서 ‘평범함’이나 ‘소박함’으로 평가절하되기도 한다. 그러나 청전은 기존 관념적 산수화의 방식을 답습하지 않은 독창적 화풍을 일궈냈다. 청전 화백은 1927년 동아일보 미술기자로 입사해 소설 삽화를 담당하기도 했다. 1936년에는 손기정 선수의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 소식을 보도하면서, 당시 체육부 이길용 기자와 상의해 일장기를 지운 주역이기도 하다. 이 사건으로 40일 동안 구속된 청전은 일제에 의해 ‘언론기관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고 강제로 동아일보를 떠나야 했다. 소정은 선과 형태를 극도로 강조한 화풍을 통해 개성을 추구했다. 특히 8년 동안 금강산을 사생하고, 이곳을 다양하게 변주해 ‘금강산 화가’로도 불린다. 이번 전시도 금강산의 독특한 바위나 나무의 일그러진 형태를 그린 작품들을 확인할 수 있다. 6월 16일까지. 3000∼5000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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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4회 박수근미술상 박미화 작가

    미술가 박미화 씨(62·사진)가 제4회 박수근미술상 수상자로 12일 선정됐다. 동아일보와 강원 양구군, 강원일보, 동대문미래재단, 서울디자인재단, 박수근미술관이 공동 주최하는 이 상은 박수근 화백(1914∼1965)의 예술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2016년 제정됐다. 서울 출신인 박 작가는 따뜻한 휴머니즘을 담은 도자와 회화, 설치 작업을 해왔다. 시상식은 박 화백 기일인 다음 달 6일 즈음인 4일(토) 강원 양구군 박수근미술관에서 열린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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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념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의 슬픔

    인공위성이 기록한 전남 진도 앞바다 사진 두 장. 2012년 사진 속 바다는 고요하지만 2014년 4월 23일 바다엔 작은 배들이 흰 먼지처럼 세월호를 에워싼다. 먼 하늘에서도 보이는 참사의 흔적은 마음속 응어리진 기억을 되살린다. 사진은 이의록 작가의 작품 ‘침묵의 거리’. 그는 “아무리 걷어내도 (우리의 감각은) 세월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경기 안산문화예술의전당과 서울 5개 전시공간에서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념전 ‘바다는 가라앉지 않는다’가 열리고 있다. 안산에서는 16일까지, 서울에서는 21일까지 열리는 짧은 일정이다. 서울에서는 종로구 일대의 공간일리와 통의동 보안여관, HArt, 공간291, 아트 스페이스 풀을 잇따라 방문하는 순례 형식으로 전시가 펼쳐진다. 전시는 세월호 참사가 뒤흔들어 놓은 우리의 감각을 조명한다. 달콤한 바나나우유는 팽목항에 놓이면서 간절한 바람이 되고(성남훈 ‘어서 돌아오렴 사랑한다_팽목항, 진도’), 거리의 학생 무리를 그린 그림은 미안함과 슬픔이 된다(최진욱 ‘북아현동 3’). 작가 흑표범의 ‘Drawings of the MOTHERS’와 ‘VEGA’는 주변을 맴돌지 않고 엄마들의 감정에 직접적으로 개입한 결과물이 돋보인다. 정치적 공방에 외면받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했던 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의 슬픔이다. 평온한 마음으로 보기 쉽지 않은 전시다. 하지만 예술에 대한 조예가 없어도 마음을 흔드는 경험은 흔치 않다. 전시 기간에 인근 공연장과 서점에서 강연, 공연, 낭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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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품 속에 녹아든 깊은 고뇌와 울림, 그리고 휴머니즘

    “평소 막연하게 박수근 화백의 이름을 딴 미술상이 가장 명예롭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지만 그 상을 받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너무 구식으로 작업하는 건 아닌지 의심했는데, 이런 상을 받게 되어 영광입니다.” 14일 오후 인천 강화도 작업실에서 전화를 받은 제4회 박수근미술상 수상자 박미화 작가(62)는 조금 떨리지만 차분한 목소리였다. 그는 ‘박수근미술상’의 존재는 알았지만, 자신과 거리가 먼 일로만 생각했단다. 심사 결과가 나온 12일에도 전화를 받지 않아 늦은 밤에야 수상 소식을 듣게 된 그는 깜짝 놀라 “어머, 저 상 신청도 안 했는데요!”라고 답했다. 박수근미술상은 신청 없이 심층 리서치를 통한 후보군을 추천받아 수상 작가를 선정한다. 박 작가는 서울대 미술대학과 미국 템플대 타일러 미술대학원을 졸업했다. 1989년 미국 필라델피아 펜로즈갤러리, 국내에서는 1991년 서울 금호미술관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이후 도예 작업은 물론이고 평면과 설치 작업을 함께 해왔다. 그의 작업은 상처 받은 사람을 어루만지는 손길이 두드러진다. 연민과 슬픔을 암시하는 ‘피에타’상이 작품에서 자주 등장한다. 또 그는 세월호 참사를 상징하거나 서대문형무소 달력을 보고 영감을 받은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대규모 폐광촌을 찾아 예술 작업으로 치유를 시도한 ‘철암 그리기’ 프로젝트, 전남 해남의 귀농 부부와 함께 연 갤러리 ‘베짱이농부네 예술창고’의 전시 등에도 참여했다. 올해 박수근미술상 심사위원회는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과 김영순 전 부산시립미술관장, 이영철 계원예술대 교수, 김영호 중앙대 교수, 김현숙 KISO 미술연구소장이 맡았다. 심사위원회는 추천위원의 심층 리서치로 추린 후보 작가 20명 중에서 수상 작가를 최종 선정했다. 심사위원단은 “박미화의 작품 세계에는 박수근의 작품에 담긴 깊은 고뇌와 울림, 따뜻한 휴머니즘이 녹아 있다”며 “인간적인 주제와 재료, 형식적 측면이 박수근 작품세계의 맥락과 이어진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심사위원회의 심의 진행을 맡은 조은정 박수근미술상운영위원장은 “각 시대마다 미술의 경향성과 유행을 따르는 작가가 있는데, 그런 것에 흔들리지 않고 우리가 생각하는 박수근에게 가까운 예술적 태도, 삶의 태도, 예술성이 부합하는 작가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시상식은 박수근 화백의 기일(1965년 5월 6일)에 맞춰 다음 달 4일 오후 2시 강원 양구군 박수근미술관에서 열린다. 박 작가에게는 상금 3000만 원과 조각 상패가 주어진다. 같은 날 제3회 박수근미술상 수상자인 이재삼 작가(59)의 개인전 개막식도 열린다. 이 작가의 개인전은 박수근미술관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갤러리문에서 동시에 진행한다. 박 작가의 수상작가전은 2020년 5월 열릴 예정이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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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버닝썬 사태’의 출발점, 강남 클럽문화를 들추다

    “돈을 냈으니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천민자본주의가 발동하고, 다른 사람들을 무턱대고 만지는 인간 사물화가 진행된다.” 그룹 ‘빅뱅’ 전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와 가수 정준영, 로이킴 등의 민낯을 드러낸 ‘버닝썬 사태’의 출발점은 바로 서울 강남 클럽이다. 강남 클럽을 대표하는 공간 ‘아레나’를 생생한 경험과 통찰로 풀어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한 저자는 아레나를 공간으로 먼저 접근한다. 옥외간판도 없고, 입구도 숨겨진 이곳은 은밀함을 지향한다. 경매 방식의 테이블 구매, 인형 뽑기 하듯 테이블로 여성을 끌어 올리는 성 상품화 등 룰에 동의하는 사람만 와야 하기 때문이다. 직접 경험해야 알 수 있는 사례들이 풍부하다. 클럽 ‘버닝썬’의 고액 주문자를 위한 전광판이 인기를 끌자, 아레나도 비율이 맞지 않는데 굳이 그 전광판을 설치한다. 아레나에서는 절대 색다르거나 다양한 음악이 나오지 않는다. 이런 음악은 오히려 영업에 찬물을 끼얹을 뿐이기 때문이다. ‘떼창’을 유도하면 2, 3년 전 유행한 음악도 끊임없이 튼다. 저자는 선정적 일화로만 알려졌던 클럽 문화를 냉소적으로 관조한다. 그의 시선을 통해 아레나는 ‘강남’ 속물적 문화의 극단이 모여드는 배출구임이 드러난다. 해외 도시와 비교해 서울 특유의 ‘욕망’에 관해 자세히 다룬 이야기도 이어지길 기대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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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암 여성구 서예전 ‘도필자적’ 전각 502방, 서예 402점 공개

    서예가 죽암 여성구(59)의 개인전 ‘도필자적’(刀筆自適·칼과 붓으로 유유자적을 즐긴다)이 서울 종로구 갤러리 라메르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중국 명나라 말기 홍자성의 어록 채근담 전문을 옮긴 작품을 포함한 전각 502방, 서예 402점을 공개한다. ‘나물 뿌리를 씹으며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뜻의 채근담은 유교 도교 불교 사상을 바탕으로 인생의 처세 등을 담고 있다. 한글로 쓴 이은상의 시 ‘조국강산’, ‘명심보감’ 계선편 구절 등도 전시한다. 여성구는 초등학교 시절 처음 서예를 접하고, 아버지가 글씨 쓰는 모습을 어깨너머로 보면서 36년간 서예 작업을 해왔다. 2004년과 2009년, 2014년에 이어 네 번째 개인전이다. 16일까지.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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