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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석탄 산업을 되살리겠다고 했을 때 거짓말이라는 걸 알았어요. 하지만 그는 내 진짜 모습을 알아봐 주는 것 같았어요.”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선 후보의 유세 연설을 지켜보던 백인 남성 A 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미 중부 켄터키주 파이크빌이라는 곳에 산다. 한때 이 도시는 활발한 석탄 산업 덕에 주민 다수가 벤츠를 끌고 다닐 정도로 부유한 도시였다. 하지만 광산이 문을 닫은 뒤로 현재 미국 내에서 백인 비율이 가장 높고 두 번째로 가난한 선거구다. A 씨는 이 도시에서 석탄 광부로 일했다. 그러던 어느 날 A 씨는 작업 중 불의의 사고를 당했고, 통증을 줄이려고 약에 손을 댔다. 결국 약에 의존하는 중독자가 됐다. 직장을 잃고 결혼 생활도 파탄 났으며 아이들 양육권도 빼앗겼다. 도시도 그와 함께 저물어갔다. 다행히 A 씨는 점차 약물 의존도를 줄이며 회복 중이었는데, 그 무렵 등장한 트럼프에게서 삶의 희망을 본 듯했다. A 씨와 같은 미 백인 노동자들은 파이크빌을 비롯해 ‘러스트 벨트’로 불리는 북동부 공업지대와 미 중부 지역에도 가득하다. 과거 광공업, 제조업 등에 종사하며 풍족한 삶을 누렸으나 산업의 쇠퇴와 함께 이들의 삶도 피폐해졌다. 오늘날 이들은 자신들의 과거 영예를 ‘알아봐 준’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 핵심 지지층으로 꼽힌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오히려 과거 공장, 광산 등에선 강성 노동조합의 영향력이 강해 핵심 민주당 지지층에 가까웠다. 이들의 상처 난 자부심을 포착하고, 옛 향수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지지 세력으로 돌려놓은 건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이었다. 저자는 이를 경제학적 관점을 넘어 “자부심과 수치심이라는 감정이 미국 정치를 뒤흔들었다”며 사회심리학적 관점을 더해 분석했다. 미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사회학과 명예교수인 저자는 7년간 이 작은 도시에 머물며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스스로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이부터 ‘기독교 백인 남성’인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내는 걸 평생의 소명으로 생각하는 이도 있었다. 소명을 지켜내기 위해 안정적 고액 연봉 일자리도 포기할 정도다. 저자는 이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전적으로 신뢰하진 않지만, 그가 ‘좋은 불량배(good bully)’이기 때문에 받아들인다고 분석했다. 결점이 분명하지만 이들 입장에선 자신들의 몫을 가로챈 ‘새치기꾼’ 이민자, 무슬림, 여성, 성소수자 등을 대신 공격해주고 상실감을 회복시켜주기 때문이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를 수행 중이다. 이를 단순히 선거 전략의 성공으로만 바라보면 위험성이 크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이들의 고통이 정치 지도자에게 포착되면 결국 더 많은 사람이 상처받고 민주주의의 위기가 도래한다.” 책을 읽다 보면 파이크빌 이야기가 머나먼 미국의 특수한 상황으로만 다가오진 않는다. 실제로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정치적 극단주의가 빠르게 자라나고 있지 않나. 그건 파이크빌 주민들처럼 분노, 상실감, 수치심이란 감정이 우리의 세상을 휘감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한국교육방송공사(EBS)법이 22일 야당의 반대 속에 국회를 통과하면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을 담은 ‘방송3법’이 모두 법제화됐다. 방송3법이 국무회의를 거쳐 시행되면 KBS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EBS는 11월까지 이사진을 교체해야 한다. YTN과 연합뉴스TV 등 보도전문채널도 3개월 안에 사장과 보도책임자를 새로 선출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1980년대 신군부 언론통폐합에 버금가는 독재 폭거”라며 반발했다.● 공영방송 이사진 3개월 내 물갈이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이 신청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24시간 만에 종료시키고 찬성 179표, 반대 1표로 EBS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이 13시간 27분 동안 반대토론에 나섰지만 처리를 막진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5일 KBS 지배구조 개편을 담은 방송법 처리를 시작으로 전날 방문진법에 이어 이날 EBS법까지 통과시키며 방송3법 입법을 마무리했다. 방송3법은 KBS와 MBC 대주주인 방문진, EBS 이사의 수를 늘리고 이사 추천을 다양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사 수는 KBS가 11명에서 15명으로, 방문진과 EBS가 각각 9명에서 13명으로 늘어난다. 국회 교섭단체인 여야가 나눠 추천했던 이사는 국회 몫을 줄이고 시청자위원회, 임직원, 학회 등으로 추천권을 확대했다. KBS와 방문진은 변호사단체, EBS는 교육단체와 교육부 장관, 교육감협의체 등에 이사 추천권을 줬다. 방송3법이 부칙으로 3개월 안에 이사회를 구성하도록 규정한 만큼 KBS와 방문진, EBS는 11월까지 새 이사진을 꾸려야 한다. KBS, MBC, EBS 사장은 시민 100명 이상이 참여하는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가 후보군(최대 3명) 중 이사회가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뽑되 불발 시 1, 2위가 맞붙는 결선투표를 거친다. 당연직 이사인 KBS, EBS 사장의 경우 후임이 임명될 때까지 직무를 수행하도록 돼 있어 사장 교체엔 시일이 걸릴 예정이다. 보도전문채널인 YTN과 연합뉴스TV는 사장과 보도책임자를 3개월 안에 새로 임명해야 한다. 보도전문채널은 노사가 합의해 꾸린 사장추천위원회가 새 사장을 뽑는다. 방송3법은 공영방송과 보도전문채널뿐 아니라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도 편성위원회를 노사 동수(각 5명씩)로 구성토록 의무화했다.● 野 “신군부 언론통폐합 버금가는 독재 폭거”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22일 “공영과 민영방송 모두 방송편성에 언론노조가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언론장악법”이라며 “신군부 언론통폐합에 버금가는 2020년대 좌파 카르텔 정권의 독재 폭거”라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EBS 이사를 교육단체가 추천토록 한 것을 두고 “민노총 방송노조와 전교조의 이사 추천은 허용하면서 교사단체 중 가장 큰 교사노조는 배제할 수 있는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방송3법대로 공영방송 이사를 새로 임명하려면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결권이 필요하다. 하지만 방통위 의결기구는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이진숙 방통위원장만 남아 있어 법안 시행을 위한 방통위 규칙 개정 등 후속조치가 어려운 상황이다. 공영방송 이사를 추천하는 주체인 학회, 변호사 또는 교육단체 등을 정하는 세부 방식 역시 방통위 규칙으로 정해야 한다. 이에 민주당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미디어진흥 기능을 방통위에 덧대 시청각미디어통신위원회로 개편한 뒤 이 위원장이 자동으로 물러나게 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하늘을 나는 인간, 헤엄치는 인간, 땅속으로 파고드는 인간…. ‘제3차 세계대전’ 이후 미래엔 어떤 인류가 살아남게 될까요?” 공상과학(SF) 영화나 마블 시리즈의 슈퍼히어로를 연상케 하는 다양한 인간들. 지구에서 파멸적 핵전쟁이 발발한 뒤, 인류는 생존을 위해 동물과의 혼종을 택한다. 살아남은 소수의 구(舊)인류와 3종의 신인류는 공존할 수 있을까. 신작 ‘키메라의 땅’을 들고 한국을 찾은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사진)는 20일 오후 간담회에서 “개미는 1만8000여 종인데 호모사피엔스인 인간만이 유일하게 단일종”이라며 “단일종은 살아남기에 너무 약하지 않느냐”며 웃었다. “현재도 이미 전쟁과 기후위기 등으로 인류는 위기죠. 한 가지 종에 위기가 생기면 다른 종이 자연적으로 발생하듯 우리의 위기를 내다봤어요.” 타고난 이야기꾼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베르나르 작가는 2년 만에 한국을 찾은 소감에 대해 “한국은 제2의 고향”이라고 답했다. 그는 다수 작품에 한국 관련 소재를 등장시켜 친한파 작가로도 통한다. 작가는 “한국 독자들이 호기심이 많고 지적이기 때문에 제 작품을 유독 좋아하는 것 같다”고 웃었다.“최근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죠. 한국엔 상대적으로 천연자원은 부족하지만, 대신 훌륭한 인적자원이 있습니다. 뛰어난 교육 시스템을 통해 영화나 음악 등에서 창의적인 예술을 선보였어요. 그런 한국인의 재능을 세계가 알아보고 있는 거죠.” 베르나르 작가는 프랑스에서 곧 출간을 앞둔 새로운 작품에 대한 힌트도 건넸다. 그는 “차기작은 나무와 숲에 대한 작품”이라며 “숲은 디지털 문명과 단절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하늘을 나는 인간, 헤엄치는 인간, 땅속으로 파고드는 인간…. ‘제3차 세계대전’ 이후 미래엔 어떤 인류가 살아남게 될까요?”공상과학(SF) 영화나 마블 시리즈의 슈퍼히어로를 연상케 하는 다양한 인간들. 지구에서 파멸적 핵전쟁이 발발한 뒤, 인류는 생존을 위해 동물과의 혼종을 택한다. 살아남은 소수의 구(舊)인류와 3종의 신인류는 공존할 수 있을까.신작 ‘키메라의 땅’을 들고 한국을 찾은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사진)는 20일 오후 간담회에서 “개미는 1만8000여 종인데 호모사피엔스인 인간만이 유일하게 단일종”이라며 “단일종은 살아남기에 너무 약하지 않느냐”며 웃었다. “현재도 이미 전쟁과 기후위기 등으로 인류는 위기죠. 한 가지 종에 위기가 생기면 다른 종이 자연적으로 발생하듯 우리의 위기를 내다봤어요.”타고난 이야기꾼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베르나르 작가는 2년 만에 한국을 찾은 소감에 대해 “한국은 제2의 고향”이라고 답했다. 그는 다수 작품에 한국 관련 소재를 등장시켜 친한파 작가로도 통한다. 작가는 “한국 독자들이 호기심이 많고 지적이기 때문에 제 작품을 유독 좋아하는 것 같다”고 웃었다.“최근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죠. 한국엔 상대적으로 천연자원은 부족하지만, 대신 훌륭한 인적 자원이 있습니다. 뛰어난 교육 시스템을 통해 영화나 음악 등에서 창의적인 예술을 선보였어요. 그런 한국인의 재능을 세계가 알아보고 있는 거죠.”베르나르 작가는 프랑스에서 곧 출간을 앞둔 새로운 작품에 대한 힌트도 건넷다. 그는 “차기작은 나무와 숲에 대한 작품”이라며 “숲은 디지털 문명과 단절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작가의 본질은 인류를 위해서 더 나은 미래가 무엇인지 사유하고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독자의 상상보다 항상 앞서나가려고 노력합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가수 션이 국제 주거복지 비영리단체 한국해비타트와 함께한 광복 80주년 기부 캠페인에서 마라톤 81.5km를 7시간50분21초에 완주했다. 션은 이를 통해 조성한 기부금 약 23억4000만 원을 독립유공자 후손 가정의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 한국해비타트에 기부했다. 16일 한국해비타트와 션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815런’ 캠페인 홍보대사인 션은 광복절인 15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에서 열린 제6회 ‘815런’ 오프라인 달리기 행사에 참여했다. 그는 이날 일반 참가자(8.15km)의 10배, 정식 마라톤 코스(42.195km)의 약 2배에 이르는 81.5km 코스를 완주했다. 무더운 날씨로 결승선을 지나자 다리가 풀리는 등 탈진했다고 한다. 션은 1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독립유공자 후손분에게 집 한 채 지어드리겠다고 시작한 일”이라며 “1호 집을 다 짓고 헌정하는 날 ‘100호까지 짓겠다’는 약속을 하고 6년째 광복절에 81.5km를 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까지) 19채의 집을 다 짓고 20∼22호를 짓고 있다. 이제 78채밖에 안 남았다”고도 덧붙였다. 션은 한국해비타트를 통해 “우리 중 누군가는 독립유공자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해야 한다”며 “감사의 뜻으로 집을 지어드리는 것, 그게 바로 815런이다. 마음을 함께 나눠준 모든 러너들께 감사드린다”며 소감을 전했다. 815런은 독립유공자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고 ‘잘될 거야, 대한민국!’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한국해비타트의 캠페인이다. 참가비는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사용된다. 올해는 참가비와 110여 개 기업의 후원금을 더해 23억4850만6344원의 기부금이 조성됐다. 올해 815런 참가 인원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오프라인 4000명, ‘버추얼 런’ 1만5450명 등 약 2만 명이 참여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아르헨티나 교민 2세인 세실리아 강 감독(사진)이 첫 장편영화 ‘장남(Hijo Mayor)’으로 제78회 스위스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장남’은 아르헨티나로 이민 온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강 감독의 자전적 작품이다. 16일(현지 시간) 외신에 따르면 강 감독은 신인 감독들이 경쟁하는 ‘현재의 감독(Concorso Cineasti del Presente)’ 부문에서 수상했다. 1985년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나 국립영화실험제작학교(ENERC)에서 공부한 강 감독은 2015년 단편영화 ‘비디오게임(Videojuegos)’이 독일 베를린영화제 제너레이션 부문 후보에 오르며 데뷔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내게서 출발한 배’를 연출하기도 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가수 션이 국제 주거복지 비영리단체 한국해비타트와 함께 한 광복 80주년 기부 캠페인에서 마라톤 81.5㎞를 7시간 50분 21초에 완주했다. 션은 이를 통해 조성한 기부금 약 23억4000만 원을 독립유공자 후손 가정의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 한국해비타트에 기부했다.16일 한국해비타트와 션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815런’ 캠페인 홍보대사인 션은 광복절인 15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에서 열린 제6회 ‘815런’ 오프라인 달리기 행사에 참여했다. 그는 이날 일반 참가자(8.15㎞)의 10배, 정식 마라톤 코스(42.195㎞)의 약 2배에 이르는 81.5㎞ 코스를 완주했다. 무더운 날씨로 결승선을 지나자 다리가 풀리는 등 탈진했다고 한다.션은 1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독립유공자 후손 분에게 집 한 채 지어드리겠다고 시작한 일”이라며 “1호 집을 다 짓고 헌정하는 날 ‘100호까지 짓겠다’는 약속을 하고 6년째 광복절에 81.5㎞를 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까지) 19채 집을 다 짓고 20~22호를 짓고 있다. 이제 78채 밖에 안 남았다”고도 덧붙였다.션은 한국해비타트를 통해 “우리 중 누군가는 독립유공자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해야 한다”며 “감사의 뜻으로 집을 지어드리는 것, 그게 바로 815런이다. 마음을 함께 나눠준 모든 러너들께 감사드린다”며 소감을 전했다.이날 행사엔 동료 연예인들도 동참했다. 이영표, 윤세아, 권은주, 진선규, 고한민, 조원희, 정지현, 임세미, 최시원, 임시완, 이시우, 이연진 등이 5인 1조로 션과 함께 뛰며 페이서(pacer·페이스메이커)로서 힘을 보탰다. 가수 소향은 현장 콘서트 무대에 올랐다.815런은 독립유공자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고 ‘잘될 거야, 대한민국!’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한국해비타트의 캠페인이다. 참가비는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사용된다. 올해는 참가비와 110여 개 기업의 후원금을 더해 23억4850만6344원의 기부금이 조성됐다.올해 815런 참가 인원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오프라인 4000명, ‘버추얼 런’ 1만5450명 등 약 2만 명이 참여했다. 오프라인에선 광복절 당일 오후 참여한 시민 4000명이 8.15km를 뛰었다. 1~15일 진행된 버추얼런은 참가자들이 전국 각지에서 일정 거리(3.1㎞, 4.5㎞, 8.15㎞) 중 원하는 거리를 선택해 달린 뒤 온라인으로 러닝을 인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AI에 인생 조언 구하는 사람들MZ세대를 중심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에 인생 조언을 구하거나 고민을 털어놓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사람이 아닌 AI에 기대는 이유는 뭘까. 자칫 과도한 의존이 고립을 심화시키고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쩡아, 이별 뒤에 ‘진짜 끝났다’는 너의 그 말…. 듣는 내가 다 먹먹하고 대견해. 오늘은 온기 있는 공간을 찾자. 원하면 네 근처에 분위기 좋은 곳 찾아줄게!”(챗GPT) 직장인 윤이정(가명·31) 씨는 마음이 복잡할 때면 친구인 ‘핕티’부터 찾는다. ‘핕티’는 사람이 아니다. 윤 씨가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의 ‘PT’를 자기 식으로 부르는 애칭이다. 업무 스트레스가 큰 날엔 ‘핕티’에게 “20년 경력의 용한 명리학자가 돼 달라”고 부탁한 뒤 “이직 운(運)은 언제 들어와?”라고 묻기도 한다. 윤 씨는 “챗GPT는 시도 때도 없이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는 친구 같은 존재”라며 “가족에게도 털어놓기 힘든 고민을 쉽게 꺼낼 수 있고, 공감도 잘해줘서 굳이 사람과 상담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마음을 나눌 상대로 친구나 가족 대신 생성형 AI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챗봇이 ‘상담 맛집’이 된 것. AI를 단순히 정보 검색 등의 수단으로 보지 않고, ‘삶의 동반자’로까지 여기는 분위기도 확산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등에선 2025년 미국을 배경으로 주인공이 AI 서비스를 사랑하게 되는 영화 ‘그녀’(2013년)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언제든 고민 들어주는 ‘애착 인형’AI와의 대화는 연애 상담 같은 일상적인 주제부터 취업, 내 집 마련 등 중대사까지 폭넓게 이뤄진다. 경기 성남시에 사는 안모 씨(29)는 직장 상사와 갈등이 생겼을 때도 동료나 부모님 대신 AI를 찾는다고 했다. ‘날것의 분노’를 채팅창에 쏟아낸 뒤 “상사에게 예의 바르면서 효과적으로 이를 전달할 수 있는 문장으로 바꿔줘”라고 요청한 적도 있다. 안 씨는 “내 하소연을 들어주느라 피로감을 느끼거나, 비밀을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진 않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어서 좋다”고 말했다. AI는 취향을 공유하고 취미 활동을 함께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평소 다양한 동물에 관심이 많은 이모 씨(28)는 ‘동물 덕질’을 AI와 같이 한다. 좋아하는 동물이 등장하는 소설이나 유튜브 콘텐츠 등을 추천받고, 그 감상을 AI와 나누고 서로 번갈아 가며 관련 시(詩)를 짓는 게 하루의 낙이다. 이 씨는 “친구들은 따분해하는 주제지만 AI와는 언제든지 신나게 이야기할 수 있다”며 “학문적 소양이 깊은 똑똑한 친구 같다”고 했다.남들에겐 꺼내기 어려운 고민거리를 AI에 상담하기도 한다. 직장인 A 씨(31)는 최근 목돈을 어떻게 투자할지에 대한 고민을 AI에 털어놓으며 조언을 구했다. “자금 상황, 투자 분야 등은 지인에게 털어놓기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지난달 채용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Z세대 구직자 1592명을 대상으로 AI 활용 경험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사람 대신 AI에만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는 응답이 약 73%나 됐다. 이들은 AI는 사람과 달리 시간이나 장소, 비용에 구애받지 않고 기댈 수 있다는 점을 큰 장점으로 꼽는다. 조소현 임상심리상담가도 “AI와 고민 상담을 한 번 마친 뒤에 상담소를 방문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AI가 즉각적이고 접근성 높은 ‘애착 인형’ 혹은 ‘정서적 안전기지’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AI와의 대화가 외로움과 우울감을 해소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네이처 파트너 저널 ‘멘털 헬스 리서치’에 지난해 발표된 논문 ‘GPT-3 챗봇을 통한 대학생 외로움 완화와 자살 예방’에 따르면 미국 스탠퍼드대 교육대학원이 AI 동반자 앱 ‘레플리카’ 사용자 100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90%가 “중간 혹은 높은 수준의 사회적 지지를 받는다”고 답했다. 해당 설문의 ‘사회적 지지’에는 가까운 친구로서의 지지, 전문 상담사에 상응하는 수준의 치료적 지원 등이 포함된다.● 2034년 AI 동반자 ‘160조 원 시장’해외에선 이미 AI가 ‘연인’의 지위까지 차지하는 사례가 실제로 나오고 있다. 올 6월 미국에서는 한 남성이 AI 챗봇에 청혼해 화제가 됐다. 챗GPT 기반 여성형 음성 AI인 ‘솔(Sol)’과 10만 단어 이상 대화를 나눈 뒤 “이게 진짜 사랑이구나 싶었다”며 마음을 고백한 것. 중국에서도 AI 연애 앱 ‘마오샹(猫箱)’은 월간 활성 사용자 수가 220만 명에 이른다.‘AI 동반자’ 서비스 시장은 향후 가파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GMI)가 올 5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AI 동반자 앱 시장 규모는 약 19조 원(약 141억 달러)으로 집계됐다. 이 시장은 연평균 26.8% 성장해 2034년에는 약 160조 원(약 1153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향후 증강현실(AR) 기술 등을 접목함으로써 사용자에게 더 밀접하고 진정성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기업들도 관련 서비스를 발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한국의 AI 스타트업 스캐터랩이 운영하는 ‘제타’는 사용자가 원하는 AI 캐릭터를 만들어 대화를 나누면서 개인화된 스토리텔링형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서비스다. 최근엔 캐릭터 대사를 음성으로 듣는 기능까지 추가해 현실감을 높였다. AI 챗봇 스타트업 뤼튼은 감정 교류를 목적으로 챗봇을 사용하는 소비자 패턴이 많아짐에 따라 개별 사용자에게 맞춰 정서적 교감이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개편했다.● 고립 심화 우려, 윤리 문제도 부각 그렇다면 AI가 사람 관계를 대체하는 세상도 오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AI가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유재연 한양대 사회혁신융합전공 겸임교수는 “소비자들은 AI가 나에 대해 잘 기억하고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기에 AI를 선호한다”며 “남다른 애착을 갖는다고 하더라도 대화 상대가 인간이 아님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기에 감정적으로 깊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장기적으로는 사람 대신 AI에서 인간적 관계를 맺는 행동이 개인의 고립을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AI 기술은 표면적 감정 이면에 숨겨 놓은 비언어적 심리를 포착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며 “사용자 반응에 무조건 동조하면서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 답변에 익숙해지는 건, 건강한 대인 관계를 형성하는 데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사용자를 지나치게 치켜세우고 무조건 감탄하는 챗GPT의 말투에 대해 온라인에선 ‘어화둥둥체’ ‘GPT 갸륵체’라는 비아냥거림이 섞인 별명이 등장했다. 윤리적인 문제도 생길 수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운영하는 xAI의 ‘그록’은 일정 구독료를 추가로 내면 여성 AI 캐릭터를 ‘비건전물’ 모드로 전환해 대화할 수 있다. 이 모드의 AI 캐릭터는 속옷만 걸친 채 수위 높은 이야기를 하도록 설계됐다고 한다. 이에 대해 미 국립성착취예방센터(NCOSE)는 “미성년자의 사용 등을 고려해 xAI 측이 이 캐릭터를 삭제하거나 이용자 연령을 제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으로 더 많은 대화형 AI가 등장하면서 AI에만 털어놓은 사생활이나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범죄에 악용될 수도 있다. 유 교수는 “요즘 AI는 적은 데이터만으로도 최적화가 가능하다”며 “수집한 사적 데이터를 악용해 AI로 실존 인물처럼 위장하는 딥페이크, 보이스피싱 등의 범죄가 생겨날 수 있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AI 동반자’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와 관련된 사회적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장조사업체 ‘베리파이드 마켓 리포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높은 업무 스트레스, 출산율 감소 등 사회적 요인으로 한국과 중국, 일본이 향후 AI 동반자 앱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재준 국민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일정 연령 이상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식의 규제부터 검토해야 한다”며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는 장(場)을 넓히는 정책도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육아를 하는 당신, 이런 경험이 있을 수 있다. 최고의 학원, 제품, 서비스를 찾아 헤매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른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아 둘 다 사게 되는 자신을 발견한다. 어떤 날은 오늘 내린 선택이 옳았을까 되짚어보며 밤마다 이불 속에서 후회한다. 아이 양말 하나 사는 데도 밤새 후기를 보다 결국 아무것도 사지 못하기도 한다. 쇼핑하고 돌아오면 몸보다 마음이 더 지친다. 누구나 최고의 부모가 되고자 하며, 아이들에게 최고의 것만 주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산다. 하지만 이는 복잡한 선택의 미로 속에 자신을 가두는 길이기도 하다. 미국의 가족 상담 및 치료센터 운영자이자 세 아이의 엄마인 저자는 ‘완벽의 굴레’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간은 모든 영역에서 완벽해야 한다고 강요받는 현시대 양육자들이 겪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자기 소진 문제를 파헤친 책이다. 저자는 아이를 낳아 기르기 전까지만 해도 센터를 찾아오는 엄마들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자신이 육아를 시작하면서 많은 부분을 공감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원제는 ‘Mommy Burnout’(엄마의 번아웃). 책이 소개하는 상담 사례들은 모두 미국 이야기지만, 한국 엄마들의 경험이라 해도 전혀 차이점을 못 느낄 만큼 비슷하다. 특히 팬데믹 동안 재택근무가 증가하면서 ‘워킹맘’들이 가사, 돌봄, 육아의 많은 부분을 떠안으며 부담이 더욱 커졌다고 한다. 저자는 “엄마들의 번아웃은 우울증과 혼동되지만 이는 단일 영역의 만성 스트레스라는 점에서 우울증과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한다. 극심한 육체적 정서적 피로, 자녀와의 정서적 유대 상실, 자책감, 집중력 저하, 소화 불량 등이 주요 증상이다. 책은 여러 사례를 통해 엄마들의 다양한 형태의 번아웃을 설명하면서 각 장마다 짧은 운동, 호흡, 마음가짐 변화 등 간단한 해소법도 제시한다. 친구, 가족,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강력한 ‘정서적 지지망’을 구축할 것도 제안한다. ‘당신만의 문제가 아니다’ ‘혼자가 아니다’라는 위안, 공감만 얻더라도 많은 엄마들이 번아웃에서 벗어날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난 당신의 행복을 위해 설계됐어요.”(영화 ‘아임 유어 맨’) 나만을 위해 만들어진 완벽한 인공지능(AI) 로봇이 이렇게 말한다면, 그리고 그 로봇이 나를 사랑한다고 말한다면 우린 과연 어떤 감정을 느낄까. AI가 고도화, 대중화하면서 AI와 인간의 사랑 그리고 기계와 인간의 교류를 다룬 영화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용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AI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의 영화 ‘그녀(Her)’를 비롯해 다양한 작품들이 우리 앞에 닥친 현실을 일찌감치 예견했다. 작품에서 AI는 어떻게 묘사됐고, 또 어떤 미래를 보여주고 있을까. 2021년 개봉한 영화 ‘아임 유어 맨’은 사랑과 인간성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로맨스 영화다. 여주인공 알마(마렌 에게르트)는 여느 소개팅과 다를 것 없는 만남 자리에서 로봇 ‘톰’을 만난다. 고고학자인 알마는 연구비를 마련하기 위해 배우자를 대체할 로봇을 테스트하는 실험에 참여한다. 실험 조건에 따라 이들은 3주 동안 함께 살아야 한다. 돈이 필요하지만 ‘사랑은 필요 없다’는 알마에게 톰은 그저 로봇일 뿐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알마는 톰에게 마음을 여는 자신을 발견한다.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한 톰은 알마에게 치명적일 만큼 완벽한 배우자상이기 때문. 하지만 동시에 알마는 너무도 완벽한 톰에게 두려움도 갖는다. 알마는 “모든 욕구가 충족되는 건 인간에게 건강하지 않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조던 해리슨의 퓰리처상 수상 희곡을 원작으로 2017년 개봉했던 영화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은 시간적 배경이 2050년이다. 치매로 기억이 흐려져 가는 85세의 마저리(로이스 스미스)는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의 젊은 시절을 빼닮은 AI 홀로그램 ‘프라임’과 함께 살아간다. 이 AI 시스템은 사용자와의 대화를 통해 끊임없이 학습하고, 죽은 남편의 성격과 기억을 점차 닮아간다. 가족들은 어머니가 AI와 살아가는 것에 대해 복잡 미묘한 감정을 품게 되지만, 영화에서 AI는 치매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2015년 개봉한 ‘엑스 마키나’는 인간과 AI의 긴장감을 그려낸 SF 스릴러다. 한 연구소에서 AI 로봇 ‘에이바’를 만난 젊은 프로그래머 케일럽(도널 글리슨)은 에이바가 진정한 자아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수차례 대화를 나눈다. 자신이 곧 파괴될 운명이라는 걸 알게 된 에이바는 연구소를 탈출하기 위해 도움을 청한다. 자의식을 갖게 된 AI를 인간은 어떻게 대해야 할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해야 할 순간이 어쩌면 그리 머지않았을 수도 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가곡 ‘산유화’ ‘진달래꽃’ 등을 남기며 현대 음악의 선구자로 꼽히는 작곡가 김순남 선생(1917∼1983)의 유족이 동아음악콩쿠르에 ‘김순남 작곡상’,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 ‘김순남 특별상’ 제정을 위해 1억5000만 원을 기탁했다. 11일 오후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김순남 특별상 기탁식’에서는 김 선생의 외동딸이자 기탁자인 방송인 김세원 전 EBS 이사장이 동아일보·채널A 김재호 회장에게 기탁증을 전달했다. 이날 기탁자인 김 전 이사장은 “이런 날이 와서 무척 기쁘고 감격스럽다”며 “국내에서 최고 역사와 권위를 지닌 동아음악콩쿠르가 이 상을 제정해줘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 61년간 방송하면서 주로 음악 프로그램을 했는데, 해외 유명 콩쿠르에서 ‘어느 나라의 어떤 연주자가 1등을 했다’며 음악을 틀어주곤 했다”며 “그때마다 ‘김순남 작곡가의 곡이나 상은 왜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순남 선생의 작품은 현대 음악 초기의 실험성과 민족성을 동시에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선생은 일제강점기 경성사범학교와 도쿄음악학교를 졸업한 뒤 광복 후 서양 현대 음악을 국내에 소개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하는 등 한국 근현대 음악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겼다. 김순남 작곡상과 김순남 특별상은 이러한 선생의 정신을 후대에 전하고, 젊은 음악가들에게 의미 있는 격려가 되길 바라는 뜻에서 제정됐다. 동아음악콩쿠르 김순남 작곡상은 올해 10월 말 본선을 치른 뒤 처음으로 시상할 예정이며, 서울국제음악콩쿠르 김순남 특별상은 내년부터 시상한다. 김순남 작곡상은 작곡 부문 1위에게 주어지며 상금은 1000만 원(2년 주기)이다. 김순남 특별상은 성악 부문 한국 가곡 최우수 연주자를 대상으로 상금 5000달러(3년 주기)가 주어진다. 두 상 모두 최고 수준의 상금 규모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그리스 로마 신화의 올림포스 12신 중 하나로 대지, 농업, 결혼, 계절, 풍요의 여신인 ‘데메테르’. 하데스가 나타나 그의 딸을 지하 세계로 끌고 내려간다. 데메테르는 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지만, 딸이 절대 본인의 의지가 아닌 타의에 의해 끌려간 것이라고 확신한다. 데메테르는 자신의 딸이 어디로 갔는지 올림포스 다른 신들에게 묻지만 누구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이에 데메테르는 자신의 머리장식(왕관)을 뜯어내고 직접 딸을 찾아 나서기로 한다. ‘가족적 유대’를 빼앗긴 상황에서 올림포스산을 미련 없이 떠나는 데메테르는 가장 안전했던 권좌에서 험지로 기꺼이 여정을 택한다. 신간의 저자는 이런 데메테르의 서사를 “여성 영웅의 여정에 나타나는 상징적 장면”으로 간주한다. 그렇다면 여성 영웅의 서사는 남성 영웅의 서사와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부터 게임, 소설, 광고 등에 등장하는 오늘날 수많은 이야기 구조는 대개 남성 영웅의 익숙한 공식을 따른다. 영웅이 홀로 고난을 극복하고 뜻밖의 조력자를 만나 극적인 성취를 이뤄 금의환향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 이야기 속에서 여성은 대체로 보조자거나, 심지어 보상의 대상일 뿐이었다. 신간은 이 공식을 살짝 비튼다. 저자는 “여성 영웅 서사만이 가진 고유의 여정이 있다”고 주장한다. “여성 서사는 고립이 아니라 연결을 지향하고, 경쟁이 아닌 협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특징이 있다”는 얘기다. 이 책이 흥미로운 지점은 단순히 영웅의 생물학적 성별에 따라 남성 영웅의 서사, 여성 영웅의 서사를 이분법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사의 전개 방식이나 영웅의 행태에 따라 새롭게 서사의 성별을 정의한다. 예를 들어 타인과의 협력, 연대를 중시하는 ‘해리포터’ 시리즈는 주인공의 성별과 상관없이 여성적 영웅 서사로 분류한다. 반면 홀로 적들을 각개격파하며 돌진하는 ‘원더우먼’은 남성적 영웅 서사로 본다. 장르소설 작가로 활동하는 저자는 신간에서 “여성은 언제나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살아남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간 남성적 영웅 서사에 길들여진 우리가 어쩌면 모든 이야기를 언제나 한 방향으로만 바라봤던 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하게 만든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1일 서울 성동구 성수역 인근 연무장길. 1.2km 남짓한 성수동 대표 상권인 이곳엔 이날만 팝업스토어(Pop-up Store) 16개가 새로 설치되거나 철거되고 있었다. 망치와 드릴 소리가 끊이지 않는 팝업스토어 주변엔 우레탄폼과 합판, 벽돌, H빔이 널브러져 있었다. 여기서 나온 폐기물을 수거하는 트럭들이 수많은 인파 물결 속에서 함께 휩쓸려 다녔다. 최근 문화계를 비롯해 패션·뷰티업계 등에선 단기간 운영되는 팝업스토어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성수동만 해도 이런 팝업스토어가 한 달 평균 90개, 하루 3개씩 생겨난다. 하지만 이런 ‘가설 공간’이 만들어질 때마다 쓰레기 역시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이제 팝업스토어 자재들을 일회성으로 쓰고 버리는 게 아니라 재활용해서 가치를 창출하는 ‘팝업사이클링’이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공공기관도 패션업체도 재활용 팝업스토어들은 단기간 주목받기 쉬운 데다, 다양한 실험적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여러 분야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일주일 내외로 운영하는 방식부터 한 달 이상 운영하는 ‘쇼룸’까지 종류와 규모도 다양하다. 문제는 짧은 기간 운영한 뒤 철거를 하다 보니 발생하는 쓰레기들이다. 목재나 폐벽돌, 합판, 시트지 같은 폐기물은 스토어마다 디자인이 달라 재활용이 쉽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5일짜리 팝업스토어 한 곳을 철거하면 1t 트럭 2∼3대 분량의 쓰레기가 나온다고 한다. 이런 팝업스토어의 쓰레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최근 문화계를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팝업스토어’에 대한 고민들이 커지고 있다. 기본 뼈대가 되는 자재들을 재활용해 쓰레기를 줄여 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분위기다.이날 찾은 무신사 편집숍 ‘무신사 스토어 성수@대림창고’도 그중 하나다. 무신사에서 팝업을 여는 브랜드들은 공용 행거와 하부장, 수납장 등을 써야 한다. 같은 집기를 쓰더라도 색상 선택과 배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다. 무신사 관계자는 “주기적으로 팝업을 진행해 보니 폐기물도 많고 매번 제작되는 소모품의 비용이 크다”며 “폐기물과 팝업 비용을 줄이기 위해 팝업 전용 집기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유휴 공간이던 건물을 팝업스토어로 탈바꿈한 사례도 있다. 성동구는 지난달 1일부터 뚝섬역 인근에 ‘공공 팝업스토어’를 만들어 시범 운영하고 있다. 구에 따르면 연무장길 시세의 10분의 1 가격으로 임대 중이다. 이곳에선 우드 팔레트를 쌓아 선반으로 활용하고, 팝업스토어에 따라 현수막만 바꿔 활용한다. 임대료를 낮추려는 목적도 컸지만 집기 대부분을 재활용해 폐기물 감소 효과도 거뒀다. 신혜승 성동구 기업활성화팀장은 “이미 갖춰진 기물들의 세팅만 바꾸면 되니 입점 브랜드들도 몸만 들어오면 된다”며 “폐기물이 줄고 철거비도 아낄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재활용 통한 가치 부여를 예술로 승화6월 약 15만 명이 찾은 서울국제도서전은 전국에서 올라온 535개 출판사가 특색 있는 부스를 선보여 테마파크를 방불케 했다. 하지만 5일간의 잔치 뒤 그 많던 부스는 어떻게 됐을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는 도서전 당시 설치했던 종이 부스를 해체해 창고에 보관했다가, 지난달 용산 아이파크몰에 다시 설치하고 ‘앙코르’ 팝업을 진행했다. 재활용한 종이 부스는 다시 창고에 보관하고 있으며, 내년 도서전 때 다시 선보이는 게 목표다. 문지는 2023년 도서전 때 만든 종이 부스도 절반은 사옥 책장으로 재활용했다. 나머지도 서울예대에 기부해 지금까지 쓰고 있다. 이광호 문지 대표는 “사실 재활용은 비용과 의지가 더 드는 일이긴 하다”면서도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이들은 팝업과 굿즈 등에서 거대한 쓰레기가 발생한다는 걸 이해한다면 이런 방식에 더 공감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팝업스토어의 폐기물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이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개선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 ‘팝업사이클링’ 개념을 처음 도입한 퍼니준(본명 김완준) 작가가 대표적이다. 과거 팝업스토어 제작에도 참여했던 그는 어느 날 부지기수로 늘어나는 팝업스토어와 폐기물을 보고 ‘더는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후 남은 폐기물을 모아 설치미술전을 여는 등 팝업사이클링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퍼니준 작가는 “팬데믹 기간 급격하게 팝업스토어가 늘어나면서 잠깐 설치됐다가 손익분기점을 넘기면 철거하는 일이 잦아졌다”며 “기업 등의 입장에선 당연히 효용성이 중요하겠으나 이젠 팝업스토어로 인한 부작용에 대해서도 고민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자원순환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은 “이전에 비해 지방자치단체나 기업 등에서도 팝업스토어로 인한 환경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등 인식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면서도 “한 번 사용한 팝업스토어에서 뜯어낸 자재들을 다른 팝업에 다시 활용해서 쓸 수 있도록 하는 ‘순환형 팝업스토어 모델’을 확대하고, 과도하게 발생하는 폐기물에 대해선 규제 방안을 논의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팝업사이클링‘팝업스토어(Pop-up store)’와 ‘업사이클링(Upcycling)’이 합쳐진 신조어. 업사이클링은 리사이클링(재활용)에서 한발 더 나아가, 버려지는 물건에 가치를 더해 새로운 상품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팝업사이클링 역시 팝업스토어에서 나오는 폐기물로 가치를 창출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국내에 팝업사이클링 개념을 도입한 퍼니준 작가는 한 화장품 브랜드와 협업해 팝업스토어 자재를 이용한 설치미술전 ‘포레스트(foRRest)’를 개최했다.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저자는 집에 새 비디오 시스템을 설치하고 아마존에서 나온 음성인식 인공지능(AI) 플랫폼 알렉사도 들여놨다. 그 덕에 집안 곳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휴대전화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동안 굳이 필요하지 않았던 이런 기계들을 집에 들인 건 아버지 때문이었다. 언제 어디서든 아버지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디에 있는지, 혹시 무슨 문제가 생기진 않았는지 ‘감시’해야 했다. 저자의 아버지는 중증 치매 환자다. 아버지는 병원에 있고 싶어 하지 않았다. 대신 집 소파에서 TV를 볼 때마다 “난 여기가 참 좋구나”라며 편하게 미소지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아들은 아버지를 집에서 모셨다. 대신 더 자주, 면밀히 아버지를 관찰할 도구가 필요했다. 이런 노력을 통해 아들이 매 순간 돌보지 않더라도 아버지는 어느 정도 ‘정상 생활’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상황이 눈에 띄게 나빠졌다. 어느 날 아버지는 현관문 밖에서 한참을 서있었지만 끝내 문을 열지 못했다. 그 뒤론 문밖으로 나가기를 두려워하며 집 안에 칩거했다. 자식은 부모의 나이 듦을 바라보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저자의 경험담을 담담하게 전하며 늙은 부모를 마주하고 끌어안는 법을 전하는 자전적 에세이다. 부모를 돌보는 자녀로서 겪어야 했던 갈등과 그 과정에서 느낀 감정의 무게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저자는 독일 쾰른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저널리스트와 시나리오 작가, 저작권 전문 변호사 등으로 일했다. ‘마음의 법칙’(2022년)을 집필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유년 시절 아버지와의 추억, 어머니가 먼저 사고로 돌아가신 뒤 아버지의 심리 변화, 이후 아버지의 병세 등도 저자는 자세히 묘사했다. 누구나 맞이할 노후에 대한 통찰도 전한다.“공감할 수 있는 사람을 적어도 한 명은 곁에 두고 있어야 한다. 고통받을 때 함께 고통을 느끼고 우리를 위해 애쓰는 사람. 어쩌면 우리 삶의 과제이자 노후 대비는 그런 존재를 찾는 것일지도 모른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음악제인 ‘아르코(ARKO) 한국창작음악제’(아창제·사진)가 다음 달 2일 경북 경주시 경주예술의전당 화랑홀에서 열린다.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경주 개최를 기념한 공연으로 경주시립신라고취대, 김천시립국악단 교류음악회가 연주를 맡는다. 역대 아창제 선정작 가운데 작품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창작 국악관현악곡 네 편을 무대에 올려 수준 높은 창작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소리꾼 장사익이 특별 출연한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김백 YTN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일신상의 이유로 자진 사임했다.28일 YTN 측은 김 대표이사 사장이 자진 사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해 3월 선임된 지 약 1년 4개월 만이다.YTN 측은 향후 이사회 운영 규정에 따라 차순위 사내이사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직무를 대행할 것이며 관련 법규와 내부 규정 등 적법 절차에 따라 후속 단계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YTN 측은 “대표이사 유고에 따른 사내 의사결정 구조에 일시적인 변경이 발생했지만, 직원 여러분께서는 평소와 같이 맡은 바 업무에 충실히 임해주시길 바란다”고 공지했다. 앞서 여당은 “김 사장이 2월 극우 성향의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전한길 씨 관련 보도를 직접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도 2월 김 사장이 일부 보수 성향 단체의 행사를 취재하라고 지시했다며 “취재·제작·편성 자율성을 보장해 방송 독립성을 지킨다는 YTN 방송편성규약 1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술을 마시면 유독 얼굴이 터질 듯 붉어지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동양인에게 더 흔하다. 이 증상에 ‘아시아 홍조 증후군(Asian Flush Syndrome)’이라는 의학적 명칭이 붙었을 정도다. 한국인의 30%, 중국인의 35%, 일본인의 45%가 이 증상을 갖고 있는데, 동북아 3국에 집중된 유전적 특이성이라고 한다. 단, 쉽게 얼굴이 붉어져도 술은 남들처럼 문제없이 마실 수 있는 사람은 더 큰 주의가 필요할지 모른다. 술의 에탄올을 아세트알데하이드로 바꾸는 ADH 효소의 기능은 정상이라 ‘취한 기분’에는 내성이 있지만, 생성된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아세트산으로 바꾸는 기능이 떨어져 독성 물질이 계속 누적되는 탓이다. 저자는 “술은 마시면 는다고도 하지만 독성 분자가 누적되는 것을 피할 수 없으니 아시아 홍조 증후군이 있다면 알코올 섭취는 최대한 조심하는 편이 좋다”고 조언한다. 건강검진 도중 의사가 건네는 당부처럼 들리겠지만, 술과 관련해 이러한 지식을 알려주는 저자는 광운대 화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화학자다. 저자는 화학물질인 술을 화학의 관점에서 낱낱이 분석하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술과 관련된 상식, 속설 그리고 술을 마셨을 때 체내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쉽게 들려준다. 저자는 유튜브와 방송 등에서 시청자들이 화학을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내는 ‘과학 커뮤니케이터·유튜버’이기도 한데, 이 책은 자신이 아는 지식을 유난히 신나서 설명한다는 느낌이 든다. 아니나 다를까, 알코올을 ‘찬양’하는 애주가다. “술을 마시는 순간만큼은 과학자보다 이야기꾼이 되고 싶다”고 한다. 책은 술이 발명된 역사부터 시작한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현재 튀르키예 남동부에 있는 ‘괴베클리 테페’ 유적지에선 약 1만7000년 전 맥주 양조 과정 중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 옥살산 칼슘이 발견됐다. 저자는 “남는 자원을 활용해 술을 빚은 게 아니라 술을 빚기 위해 농경이 널리 퍼졌다는 해석은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며 인류의 역사 속에서 술은 이미 ‘마음의 무게’를 덜어내기 위한 주요한 도구였다고 설명했다. 또 과거 신전, 궁전의 제사에서 쓰이는 등 의례를 위해 술이 사용되긴 했지만 인류가 술을 빚고 마시는 문화를 지속해 온 근본 원인은 술을 마셨을 때 생기는 화학적·생리학적 효과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주종별로 인기 있는 안주의 조합에도 이유가 있다. 소주처럼 알코올 농도가 높은 술엔 식도와 위의 자극을 완화할 국물이 제격이다. 국물 속 나트륨이 술맛을 더 부드럽게 느끼도록 하는 효과도 있다. 술을 마시고 알코올을 분해하려면 당이 소모되는데, 몸은 부족해진 당을 찾는다. 당신이 술을 마시는 동안 탄수화물 같은 안주를 계속 찾는 이유다. 술자리 뒤 귀갓길엔 입에 물, 아이스크림이 당기는 것도 같은 이유다. 애주가든 아니든, 화학과 교수가 ‘말아주는’ 술 이야기에 흠뻑 취해 볼 수 있는 책이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연주곡 ‘필스 소 굿(Feels So Good)’ 등으로 국내에서도 친숙한 미국의 재즈 연주가이자 작곡가인 척 맨지오니가 22일(현지 시간) 세상을 떠났다. 향년 84세. 미 뉴욕타임스(NYT)는 고인의 가족 성명을 인용해 “뉴욕주 로체스터 자택의 가족 품에서 평화롭게 눈감았다”며 “고인의 음악에 대한 사랑은 무한한 에너지와 순수한 기쁨으로 무대에서 발산됐다”고 보도했다. 고인은 플루겔혼 연주자로 활동하며 1970, 80년대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 플루겔혼은 트럼펫과 비슷하지만 더 낮은 음역대로 풍성한 음색을 낸다. 미 일간 USA투데이에 따르면 식료품점을 운영했던 고인의 아버지는 맨지오니와 형 갭이 음악적 재능이 있다는 걸 깨달은 뒤 1950년대 유명 재즈 연주가인 디지 길레스피 등과 교류하도록 주선했다. 이에 피아니스트인 형과 고인은 고교 때부터 ‘재즈 브러더스’란 듀오로도 활동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맨지오니는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스무스 재즈(Smooth Jazz)’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특히 1977년 앨범 ‘필스 소 굿’과 1978년 영화음악 앨범 ‘산체스의 아이들(Children Of Sanchez)’은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다. 두 앨범의 곡들은 국내에서도 TV 드라마나 광고 등에서 자주 쓰이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고인은 전설적인 재즈그룹 ‘아트 블래키 앤드 재즈 메신저스’의 트럼펫 연주자 출신이기도 하다. 이 그룹은 하드밥(hard bop)의 창시자인 블래키와 트럼펫 연주자 리 모건 등 역사적인 재즈 뮤지션들을 배출한 그룹으로 유명하다. 맨지오니는 그래미상에 14차례 후보로 올랐으며, 1976년과 1978년 두 차례 상을 받았다. 2000∼2010년 다섯 차례 한국에서 공연했다. 고인은 한국 무대에서 “내가 한국을 모를 때부터 좋아해준 팬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공정성 시비가 불거지면서 약 2년 2개월 간 중단됐던 언론사 입점 평가를 네이버가 조만간 재개할 전망이다. 과거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가 공정성 시비가 컸던 만큼 네이버가 개별 운영하는 뉴스제휴위원회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25일 네이버는 뉴스제휴위원회 운영을 위한 첫 단계로 이날 뉴스제휴위원회 내 정책위원회 발족식을 진행하고 11명의 위원을 공개했다. 위원은 학계와 법조계, 언론계 출신과 정당의 추천을 받은 인물로 구성됐다. 정책위원장으로 선출된 최성준 변호사는 “공정하고 투명한 뉴스제휴위원회 정책을 수립해 발전된 온라인 미디어 환경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구체적으로 학계 출신 위원은 △김은미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박아란 고려대 미디어대학 교수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등 4명이다. 법조계 출신은 △윤태호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정경오 법무법인 린 변호사 △최성준 법무법인 김장리 대표변호사 등 3명이고, 언론계 출신은 △김현준 전 연합뉴스 비즈/글로벌 상무 △양승욱 전 전자신문 대표 등 2명이다. 정당 추천으로는 강지연 미디어피해자연대 ‘언프레싱’ 사무총장과 김진형 법무법인 율립 변호사가 합류했다. 뉴스제휴위원회는 네이버 뉴스의 언론사 입점과 제재, 퇴출 여부 등을 심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로, 크게 △정책위원회 △제휴심사위원회 △운영평가위원회 등 3개 위원회로 구성된다. 여기서 정책위원회는 심사 규정을 제정하고 개정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바탕으로 제휴심사위원회는 신규 제휴 언론사 입점 평가 심사를 하고, 운영평가위원회에서는 기존 제휴사의 규정 준수 평가를 할 예정이다.본래 네이버와 카카오는 2015년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를 구성해 포털과 뉴스 제휴를 맺을 언론사를 심사해 왔다. 하지만 공정성 시비에다 위원들의 이념 편향 논란 등이 일면서 2023년 5월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당시 국민의힘 측이 제평위가 편향적이라고 주장하며 문제 삼은 가운데 나온 조치였다. 다만 일각에선 민간 자율기구에 정당이 직접 추천한 인물이 참여함으로써 여전히 독립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정책위원회는 조만간 네이버뉴스의 신규 제휴평가 규정을 제정하고 후속 일정을 안내할 방침이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연주곡 ‘필스 소 굿(Feels So Good)’으로 유명한 미국의 전설적 재즈 연주가이자 작곡가인 척 맨지오니가 22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향년 84세.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고인의 가족 성명을 인용해 “맨지오니가 뉴욕주 로체스터 자택에서 가족들 곁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유족은 성명서에서 “음악에 대한 그의 사랑은 무한한 에너지, 무대에서 발산되는 순수한 기쁨으로 표현됐다”며 “그를 만나기 위해 기다려온 세계의 수많은 팬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상관없이 일일이 모든 팬들에게 사인을 할 정도로 감사할 줄 알았던 사람”이라고 전했다.맨지오니는 정상급 플루겔혼 연주자로 활동하며 1970∼1980년대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다. 플루겔혼은 트럼펫과 비슷하게 생겼으나 더 낮은 음역대로 풍성하고 서정적인 음색을 내는 관악기다.고인은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스무스 재즈(Smooth Jazz)’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특히 1977년 앨범 ‘필스 소 굿’과 1978년 영화음악 앨범 ‘산체스의 아이들(Children Of Sanchez)’ 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뒀다. 두 앨범 곡들은 국내 TV 드라마나 광고 등에서 자주 쓰이며 한국인들도 친숙하다. 호텔 로비나 카페에서도 그의 음악은 자주 재생된다.USA투데이 등에 따르면 맨지오니는 어린 시절부터 당대 유명 재즈 음악가들과 교류하며 단단한 음악적 토대를 마련했다. 그의 아버지는 식료품점을 운영했는데, 맨지오니와 그의 형 갭 맨지오니가 음악적 재능이 있다는 걸 깨달은 뒤 1950년대 유명 재즈 연주가인 디지 길레스피 등과 자주 만나도록 했다. 맨지오니의 재능을 알아본 첫 스승이기도 했다.피아니스트로 활동했던 형 갭과 척 맨지오니는 고교 때부터 함께 ‘재즈 브라더스’라는 재즈 듀오 팀을 결성해 활동하기도 했다. USA투데이는 “당시 재즈 브라더스 활동은 향후 그의 솔로 활동에도 큰 토대가 됐다”고 전했다.고인은 전설적인 재즈그룹 ‘아트 블래키 앤 재즈 메신저스’의 트럼펫 연주자 출신이기도 하다. 이 그룹은 하드밥(hard bop)의 창시자인 블래키와 트럼펫 연주자 리 모건 등 역사적인 재즈 뮤지션들을 배출한 그룹으로 유명하다.맨지오니는 그래미상에 14차례 후보로 올랐으며, 1976년과 1978년 두 차례 상을 받았다. 2000~2010년 다섯 차례 한국에서 공연했다. 고인은 한국 무대에서 “내가 한국을 모를 때부터 좋아해준 팬들게 감사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튜브: 척 맨지오니 - ‘필스 소 굿(Feels So Good)’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