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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함경남도 신포조선소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준비로 볼 수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북한이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이어 15일 김일성 생일(태양절)을 전후해 신형 SLBM을 발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운영하는 북한 전문 사이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공개한 신포조선소 위성사진 8장에는 SLBM을 발사할 수 있는 고래급 잠수함 ‘8·24영웅함’과 예인선, SLBM 시험용 바지선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지난달 22일 촬영된 사진에는 예인선이 차양막 아래 숨어 있던 8·24영웅함의 선미를 끌고 나오는 모습이 찍혔다. 다음 날인 23일엔 8·24영웅함이 다시 차양막 아래 숨겨진 대신 예인선이 SLBM 시험용 바지선 옆에 정박했다. 8·24영웅함과 예인선, 바지선은 북한의 SLBM 시험 ‘3요소’로 꼽힌다. 북한은 SLBM을 발사할 때 예인선으로 바지선을 인근 해역으로 끌고 나가 수중 발사 실험을 한다. 이에 따라 북한이 ‘북극성-4·5ㅅ(수중)’형 등 신형 SLBM을 실험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2020년 10월 열병식에서 ‘북극성-4ㅅ’형, 지난해 1월엔 ‘북극성-5ㅅ’형을 공개했다. 북한이 지난달 16일 신형 ICBM 화성-17형 시험 발사에 실패한 것으로 파악된 가운데 신형 SLBM 발사로 무력을 과시하려 할 수 있다는 것. 군 소식통은 “미 본토 위협용 ICBM 무력 시위에 이어 주한, 주일 미군기지를 조준한 신형 SLBM 도발로 ‘강 대 강’ 대결의 기선 제압 효과를 노릴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필수 광물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6·25전쟁 당시 만든 국방물자조달법(DPA)을 발동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31일(한국 시간 4월 1일) DPA를 발동해 리튬 니켈 흑연 코발트 망간을 생산하는 미국 기업에 7억5000만 달러(약 9100억 원)를 지원하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DPA는 1950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6·25전쟁에 사용될 무기용 철강 생산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법이다. DPA가 발동되면 대통령이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한 물품을 생산 기업의 손실과 무관하게 우선 조달하도록 할 수 있다. DPA 발동 대상 광물들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것으로 미국은 대부분을 중국 등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전기차 확대를 추진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 견제를 위해 냉전시대 법까지 꺼내 든 셈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對)중국 무역정책 기조 전환 가능성도 내비쳤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미 하원 조세·무역위원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우리 전략은 중국의 불공정 정책과 행위로부터 (미국의) 가치와 경제적 이익 방어를 포함해야 한다”며 “중국의 행동 변화에 초점을 맞춘 낡은 각본의 장(章)을 넘길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야당인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 차남 헌터 바이든 변호사의 중국 유착 및 러시아 의혹 등을 부각하고 나섰다. 헌터는 미 연방수사국(FBI)으로부터 탈세 의혹 수사를 받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헌터가 분실한 노트북컴퓨터 하드드라이브에 저장된 e메일을 분석한 결과 헌터와 바이든 대통령 동생 제임스 바이든이 중국화신에너지(CEFC)로부터 2017년부터 14개월간 상담료와 수임료 480만 달러를 받았다고 전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스(Yes)맨’ 참모들에게 둘러싸여 러시아군 전황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듣고 있다고 미국 등 정보기관이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군과 정보기관 지도부를 숙청하는 등 내부 동요 조짐이 나타난 가운데 이 같은 첩보 분석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케이트 베딩필드 백악관 공보국장은 지난달 30일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군으로부터 (우크라이나 전황에 대해) 오도되고 있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며 “푸틴 대통령과 군 지도부 사이에 지속적인 긴장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베딩필드 공보국장은 “푸틴은 러시아군이 얼마나 나쁜 성과를 내고 있고, 제재로 러시아 경제가 얼마나 휘청거리는지 잘못된 정보를 받고 있다”며 “고위 참모들은 진실을 말하는 것을 너무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푸틴의 전쟁’이 러시아를 장기적으로 약화시키고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는 전략적 실수였음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도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얼마나 쇠퇴했는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영국 정보기관 GCHQ 제러미 플레밍 국장도 이날 호주국립대(ANU) 연설에서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황을 엄청나게(massively) 오판하고 있다”며 “러시아군은 무기가 부족하고 사기가 꺾여 군기가 엉망인 상태이며, 상관의 명령을 거부하거나 군수품을 일부러 파괴하는 군인도 있다”고 말했다. 또 “푸틴의 참모들이 작전 실패에 대해 거짓말을 하는 등 러시아군의 지휘통제 시스템이 혼란에 빠졌다”고 했다. 미국과 영국 정부가 푸틴 대통령의 ‘오판’이 잘못된 정보 때문이라는 첩보 분석 결과를 일제히 공개한 것은 러시아 내부 혼란을 유도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있다. 로이터통신은 “(정보 공개는) 푸틴 대통령이 누구를 믿어야 할지 재검토하게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와의 평화협상을 두고 러시아 내부에서 충돌이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협상단 수장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은 지난달 29일 우크라이나의 중립화 제안을 ‘중대 양보’로 평가했지만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협상은 돌파구를 전혀 만들어 내지 못했다”고 일축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미국이 향후 6개월간 1억8000만 배럴의 전략비축유를 방출하기로 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도 1일 전략비축유 방출을 발표할 예정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가 하루 100만 배럴씩 총 180일간 전략비축유를 방출하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3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충격을 줄이고 미국 가구를 위해 기름값을 낮추기 위한 미 행정부의 대책에 대한 대통령 연설이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가 전략비축유 추가 방출을 결정한 것은 러시아의 원유 수출 제재로 국제유가가 급등한 가운데 여름이 다가오면서 전력 소비량이 늘어나면 유가 급등세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까지 배럴당 90달러 대를 유지하던 국제유가는 이달 초 130달러까지 치솟으면서 2008년 이후 최고치로 급등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휘발유 가격도 30일 기준 평균 갤런 당 4.24 달러로 지난달보다 18% 가량 올랐다. 하루 100만 배럴은 경제제재로 감소한 러시아의 하루 원유 수출 감소량인 300만 배럴의 3분의 1수준이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5000만 배럴, 3월 3000만 배럴의 전략비축유를 방출한 바 있다. 미국은 현재 5억 6800만 배럴의 전략비축유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2002년 5월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로이터통신은 뉴질랜드 에너지부 장관을 인용해 미국 외에 IEA 회원국들도 1일 회의를 갖고 전략비축유 방출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산유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도 31일 석유장관 회의를 열고 석유 증산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OPEC 모하마드 사누시 바킨 사무총장은 30일 화상회의에서 회원국에 “안정된 원유공급을 계속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화교은행(OCBC) 하위 리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통신에 “전략비축유 방출은 한 호주머니에 있던 원유 공급 부족을 다른 호주머니로 옮기는 것”이라면서도 “당장 실물 경제에 필요한 원유공급 부족 문제를 경감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북한 함경남도 신포조선소에서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준비하는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포착됐다. 북한이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이어 다음달 15일 김일성 생일(태양절)을 앞두고 신형 SLBM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운영하는 북한 전문사이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이 30일(현지 시간) 공개한 8장의 신포조선소 위성사진에는 SLBM을 발사할 수 있는 고래급 잠수함 ‘8·24 영웅함’과 예인선, SLBM시험용 바지선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지난달 24일 촬영된 위성사진에는 북한이 8·24영웅함 수리를 위해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크레인이 제거됐으며, 이달 22일 촬영된 사진에는 예인선이 차양막 아래 숨겨져 있던 8·24 영웅호의 선미(船尾)를 끌고 나오는 모습이 포착됐다. 하지만 다음날인 23일에는 8·24영웅함이 다시 차양막 아래 숨겨진 대신 예인선이 SLBM시험용 바지선 옆에 정박됐다. 8·24영웅함과 예인선, SLBM시험용 바지선은 북한이 SLBM을 시험할 때 동원되는 ‘3요소’로 꼽힌다. 북한은 SLBM을 발사할 때 예인선으로 바지선을 끌고 나가 수중 발사실험을 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선박을 건조하거나 수리할 때 사용되는 ‘드라이독(dry dock)’이 통상 설치돼 있던 부두를 벗어나 진수대 확장을 위한 공사장 인근으로 옮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SLBM 시험발사 준비 움직임을 보였던 지난해 4월에도 같은 위치로 드라이독을 옮긴 바 있다. ‘분단을 넘어’는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8·24영웅함 개조 및 수리 작업이나 위성사진 포착을 염두에 둔 기만전술일 가능성과 함께 다가올 SLBM 실험을 위한 준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북극성-4·5ㅅ(수중)’형 등 신형 SLBM을 실험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2020년 10월 열병식에서 ‘북극성-4ㅅ’형, 지난해 1월엔 ‘북극성-5ㅅ’형을 공개한 바 있다. 북한이 16일 신형 ICBM인 화성-17형 시험발사를 실패한 가운데 신형 SLBM 발사로 무력을 과시하려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북한은 신포조선소에서 이들 신형 SLBM 탑재가 가능한 2300t급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다. 군 소식통은 “미 본토 위협용 ICBM 무력시위에 이어 한국·주일미군 기지를 조준한 신형 SLBM 도발로 ‘강 대 강’ 대결의 기선제압 효과를 노릴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에 새 건물이 들어서고 차량과 인원 움직임이 관측되는 등 핵실험용 3번 갱도를 굴착하는 정황이 민간위성 사진으로도 포착됐다. 후루카와 가쓰히사(古川勝久) 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위원은 28일(현지 시간) 민간연구단체 오픈뉴클리어네트워크(ONN)를 통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남측 3번 갱도 입구 등에서 복구 활동에 나섰다고 밝혔다. 미국의소리(VOA)는 이 내용을 보도하면서 활발한 핵실험 준비 정황이 포착됐다고 후루카와 전 위원이 밝혔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미국 상업위성업체 맥사가 이달 4일과 16, 23, 24일 촬영한 위성사진 분석 결과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 입구 인근에 지난해까지 없던 새 건축물이 들어섰으며 기존 반파된 건물 주변에서 통나무 더미 등 건축자재들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또 16, 23일 촬영된 위성사진에는 반파된 건물 주변 건축자재가 사라지고 건물 지붕이 일부 수리됐으며 새 건물 인근에 삼각형 형태 물체가 방수포에 덮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후루카와 전 위원은 이 삼각형 형태 물체는 2018년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일부 파괴하기 전 1, 2번 갱도 굴착과 관련된 건물 근처에 있던 물체와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또 24일 촬영된 위성사진에는 3번 갱도 주변에 굴착 흔적을 보여주는 흙더미가 최소 2곳 포착됐다. 후루카와 전 위원은 “이런 변화는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를 이미 시작했거나 복구 준비 과정에 들어갔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며 “3번 갱도 입구를 새로 굴착하는 것은 다가올 핵실험용 복구가 시작됐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앞서 한미 정보당국은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에서 새로운 통로 굴착에 들어가는 등 에서 복구 작업이 진행 중임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파로 무너져 내린 갱도 입구와 진입로를 보수하는 대신 갱도 내부로 향하는 지름길을 뚫고 있다는 것. 한국 군 당국은 현재 속도라면 북한이 한 달 이내에 갱도를 완전히 복구하고 7차 핵실험을 준비할 것으로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2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의 한 주유소를 찾았다. 일요일 오전 7시인데도 100여 대의 차량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다른 주유소에 비해 갤런당 약 30센트 싼 이곳에서 휘발유를 넣으려는 사람들이 일찍부터 몰려든 것이다.》집에서 20분가량 운전을 해 이 주유소를 찾았다는 얼리샤 씨는 “주말 아침이면 다들 잠을 자느라 주유소가 한적할 줄 알았는데 깜짝 놀랐다”며 한숨을 쉬었다. 에번 씨 역시 “치솟는 기름값도 미쳤고 이렇게 긴 줄도 미쳤다”며 “30분은 기다려야 할 것 같은데 말 그대로 시간을 태우는 것 같다”고 했다. 3월 미 전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사상 최고치인 갤런당 평균 4.322달러를 기록했다. 2008년 7월의 기존 최고치 갤런당 4.114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지난달 24일 주요 산유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약 한 달간 국제 유가는 29% 오르고 미 휘발유 가격 또한 갤런당 1.30달러 상승한 여파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기름값 안정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했지만 전문가들은 당분간 유가 안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서방이 러시아산 에너지의 수입을 금지하는 등 강도 높은 제재에 나섰고 공급망 교란 등 인플레이션을 부추겼던 상황도 아직 해소되지 않은 탓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바이든 행정부는 치솟는 기름값을 낮추기 위해 적성국가인 이란, 베네수엘라 등과의 관계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치솟는 기름값에 저소득층 타격 미국인은 기름값에 민감하다. 뉴욕 등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면 대중교통망이 극히 부족해 휘발유 구입 비용이 가계 지출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미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 가계는 월평균 200달러(약 25만 원)를 휘발유 구입에 썼다.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불과 3개월 만에 27%가 오른 휘발유값 때문에 매달 50달러 이상을 추가 지출해야 한다. 신용평가회사 무디스 또한 치솟는 기름값으로 미 가계가 1년에 1300달러(약 162만5000원)를 추가 지출할 것으로 예측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식료품 등 생필품 가격 상승까지 고려하면 가계 지출을 대폭 줄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미 50개 주 중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 일부 지역에서는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6달러를 넘어 저소득층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24일 미 자동차협회(AAA) 기준 캘리포니아 중서부 샌루이스오비스포에서는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6달러를 넘어섰다. 1갤런이 약 3.78L임을 감안하면 L당 2268원에 달한다.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달러 선을 넘은 주 역시 17개에 달한다. 이로 인해 최근 주차된 자동차의 주유구를 드릴로 뚫은 후 기름을 훔쳐가는 ‘휘발유 절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남부 텍사스주 휴스턴에선 바닥에 구멍을 뚫은 대형 차량을 주유소 지하 유류 저장고 위에 세워두고 저장고 문을 열어 기름을 훔쳐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플랫폼 노동자 또한 아우성이다. ABC뉴스에 따르면 16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레돈도 해변 인근에 있는 승차 공유업체 우버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 지사 앞에서는 우버 운전자와 아마존 배달원들이 ‘(연료통) 빈 채로 운행 중’ ‘우리는 기름값을 감당할 수 없다’는 문구가 쓰인 팻말을 들었다. 기름값 급등의 직격탄을 맞은 이들이 유가 보조를 요구하며 대형 플랫폼 업체를 상대로 시위에 나선 것이다. 홀로 두 자녀를 키우는 아마존 배달원 카트리나 코트 씨는 “기름값이 너무 든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회사에서 기름값을 지원해주지 않으면 생계가 막막하다고 호소했다.러 원유 대체재 못 찾는 美 2020년 기준 러시아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1050만 배럴로 미국(1860만 배럴), 사우디아라비아(1101만 배럴)에 이은 세계 3위다.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금지의 후폭풍을 상쇄하기 위해 전략비축유를 풀고 이란, 베네수엘라 등과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 대안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세계에서 원유 매장량이 가장 많은 베네수엘라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의 강도 높은 제재를 받아 채굴 및 정제 시설의 고도화 등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원유는 지천에 넘쳐나지만 이를 휘발유로 만들 수가 없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가 원유 생산량을 대폭 늘리려면 최소 4, 5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와 핵합의 복원 협상을 두고 막판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이란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세계 4위 원유 보유국인 이란은 베네수엘라보다 더 오랜 기간 서방의 제재를 받아 왔기에 생산량 확대를 위해서는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중동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 또한 미국의 증산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인권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전부터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연루된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 등을 강도 높게 비판해 왔다. 사우디 원유가 필요해지자 방공 무기를 지원하는 등 뒤늦게 관계 복원에 나섰지만 사우디 측은 바이든 대통령의 전화조차 받지 않고 있다. 사우디는 바이든 행정부가 청정에너지 정책을 내세우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 상당하다. 미국에 에너지 패권을 내줄 수 없다며 러시아까지 참여한 협의체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를 통해 세계 에너지 시장을 좌지우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바이든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져 유가 상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행정부의 목을 죄고 있다. 27일 NBC방송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집권 후 최저치인 40%를 기록했다. 응답자의 83%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기름값 상승 등 물가 급등으로 이어지는 것이 우려된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2월 7.9% 상승을 기록해 40년 최고치를 보인 미 소비자물가가 조만간 8.0%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야당 공화당 의원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청정에너지 정책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며 정치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휴전으로 마무리돼도 당분간 국제 유가의 안정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규제를 풀면서 전 세계에서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세를 잡지 못하면 바이든 행정부가 11월 중간선거에서 상하원 다수당 위치를 모두 공화당에 내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병기 워싱턴 특파원 weappon@donga.com}

국방부가 북한이 24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신형인 화성-17형이 아닌 화성-15형으로 평가한다고 밝힌 가운데 미국은 “북한의 마지막 미사일 실험을 아직 분석 중”이라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29일(현지 시간) “우리는 북한의 발사가 ICBM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며 “한국을 비롯한 동맹들과 긴밀히 협력해 계속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속적인 북한 핵과 탄도미사일 역량 향상 시도를 전적으로 우려한다”고 밝혔다. 제임스 제라드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참모장도 이날 민간 단체 주최 화상간담회에서 “(미사일을) 뭐라고 명명하든 북한의 역량 증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제라드 참모장은 북한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서도 “모든 정보가 누구도 그(김정은)의 목표 달성을 막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존 힐 미 국방부 미사일방어청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북한의 미사일이 진전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진화하는 위협은 공중 발사,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크루즈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등 모든 곳에서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9일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우려를 공유했다”며 “추가 도발을 삼가고 진지하며 일관된 외교를 위한 협상 테이블에 복귀하도록 북한에 촉구한다”고 말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한미 정보당국이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 작업에 나선 것으로 파악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민간위성 사진에서도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핵실험용 갱도 굴착 정황이 포착됐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이어 핵실험 재개에 나서려는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후루카와 가쓰히사(古川勝久) 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위원은 민간연구단체 오픈뉴클리어네트워크(ONN)를 통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남측 3번 갱도 입구 등에서 활발한 복구 활동에 나섰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미국 상업위성 업체 맥사가 이달 4일과 16, 23, 24일 촬영된 위성사진 분석 결과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 입구에서 굴착 흔적과 새 건물 건축 및 복구 활동 정황을 보여주는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분석했다. 4일 촬영된 위성사진에는 3번 갱도 입구 인근에 지난해까지 없었던 새로운 건축물이 건설됐으며 기존에 반파됐던 건물 주변에 통나무 더미 등 건축자재들이 발견됐다는 것. 또 3번 갱도 입구 주변에는 활발한 차량 이동의 흔적들도 포착됐다. 16일과 23일 촬영된 위성사진에는 반파됐던 건물 주변의 건축자재가 사라진 대신 건물 지붕들이 일부 수리됐다. 또 새 건물 인근에 삼각형 형태의 물체가 방수포에 덮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후루카와 전 위원은 이 삼각형 형태의 물체는 2018년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일부 파괴하기 전 1, 2번 갱도 굴착과 관련된 건물 인근에 놓여 있던 물체와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또 24일 촬영된 위성사진에는 3번 갱도 주변에 굴착의 흔적을 보여주는 최소 2곳의 흙더미가 포착됐다. 후루카와 전 위원은 3번 갱도와 중앙행정시설을 오간 차량의 흔적들이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후루카와 전 위원은 “이 같은 변화는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를 이미 시작했거나 복구를 위한 과정에 들어갔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며 “북한이 3번 갱도 입구를 새롭게 굴착하고 있는 것은 다가올 핵실험에 사용하기 위한 복구를 시작했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한미 정보당국은 앞서 북한이 3번 갱도에서 새로운 통로를 굴착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파로 무너져 내린 갱도 입구와 진입로를 보수하는 대신 갱도 내부로 향하는 지름길을 뚫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것. 한국 군 당국은 현재 속도라면 북한이 한 달 이내에 갱도를 완전히 복구하고 7차 핵실험을 준비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권좌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일자 “개인적으로 느낀 도덕적 분노를 표현했다”며 “개인적인 감정에 대해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무도 우리가 푸틴을 축출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며 “미국 지상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하고 러시아와 핵전쟁을 벌이는 것은 내가 가장 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이 푸틴을 자극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엔 “그(푸틴 대통령)가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다”며 “그가 가고 있는 길을 계속 간다면 그는 전 세계적으로 왕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6일 “제발 이 사람(푸틴 대통령)이 더는 권력을 유지해선 안 된다”며 러시아의 정권교체를 시사했다가 논란이 일자 다음 날 러시아 정권교체에 대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하루 만에 “내 발언을 철회할 생각이 없다”면서 러시아에 대한 강경 대응을 경고했다. 러시아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미국 내 강경론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사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우크라이나에 대해 푸틴 대통령과 협상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비판했다. 미 국방부는 전자전 핵심 장비인 EA-18G 그라울러 6대를 독일에 배치시킨다고 발표했다. 전자전 항공기인 그라울러는 레이더 신호를 교란하기 위한 항공기다. 전자전 항공기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항공기들이 러시아의 지대공 미사일의 표적이 되는 것을 막고 레이더 탐지를 통해 조기 경고 시스템 역할을 맡는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28일(현지 시간) 새 국방안보전략(NDS) 보고서에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대응을 최우선 순위로 제시하고 북한을 이란과 함께 지속적 위협으로 분류했다. 북한이 미 본토 전역을 타깃으로 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을 관리 대상 위협으로 제시하면서 북핵 대응 우선 순위가 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미 국방부는 이날 미국 최상위 안보전략 지침인 2022년 국방안보전략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면서 중국을 ‘다중적인 위협’, 러시아를 ‘급격한 위협’으로 규정했다. 국방부는 보고서에서 우선 순위로 중국의 위협에 맞선 미국 본토 방어,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전략적 공격 억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도전 및 유럽에서 러시아의 도전 억제, 탄력적인 합동 전력 구축 등을 제시했다. 미국의 안보 우선 과제로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대응을 꼽았다. 미 국방부는 “중국은 최우선 과제”라며 “가장 중요한 전략적 경쟁 상대”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와 관련해선 “잔혹하고 정당하지 않은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알 수 있듯 심각한 위협”이라며 “강력한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 및 파트너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북한은 이란, 폭력적 극단주의 단체와 함께 지속적인 위협으로 명시했다. 보고서는 “북한과 이란 및 다른 극단주의 폭력 단체들에 의한 지속적인 다른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역량을 유지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북한이 미국 본토 전역을 타깃으로 한 신형 ICBM 발사 및 핵실험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도 관리 대상 위협으로 분류한 것. 미국은 2018년 국방안보전략보고서에서는 북한을 현실적이고 임박한 위협으로 명시하고 중국, 러시아, 이란, 테러리스트와 함께 미국 안보의 5대 주요 위협으로 적시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중국의 부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한 등 지속적인 위협 대응을 근거로 2023회계연도 국방예산을 전년보다 8.1% 증액한 7730억 달러(약 947조 원)로 편성해 의회에 제출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번 예산은 국가 방위 전략과 중국 위협에 대한 대응 전략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또한 러시아를 포함해 북한과 이란 등 현재 우리가 직면한 위협에 대한 억지 태세 유지도 포함한다”고 밝혔다. 국방예산에는 차세대 탄도미사일 잠수함 개발에 63억 달러, 신형 B-21 전략폭격기 구입에 50억 달러를 배정했다. 북한 ICBM 방어를 위해 조기 배치 필요성이 거론된 차세대 요격 미사일 예산으로는 26억 달러를 배정했다. 미 국무부는 인도태평양 협력 강화를 위한 예산 18억 달러를 배정했으며 중국의 악의적 영향력 방어 기금에 4억 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이 러시아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를 시사한 즉흥 발언을 하루 만에 번복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불거진 잇단 설화(舌禍)에 미국과 서방에서 “끔찍한 실수”라며 비판이 커지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유럽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바이든 대통령은 27일(현지 시간) 워싱턴의 한 교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러시아 정권 교체를 촉구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 폴란드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권좌에 계속 남아있을 수 없다”며 푸틴 축출 필요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서방 정상들은 긴장을 고조시키는 발언을 자제해야 한다”며 비판했다.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이유로 핵위협 수위를 높이는 러시아에 확전 빌미를 줄 수 있다는 것.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대통령의 9개 단어로 된 애드리브가 세계적 대소동을 유발했다”고 보도했다. 마이클 왈츠 미 공화당 하원의원도 “바이든 대통령은 군통수권자로서 (실수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며 “푸틴 대통령의 선전에 먹잇감을 던져주는 것이고, 푸틴을 내부적으로 더 강하게 만들어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설화에 휩싸인 것은 벌써 세 번째다. 그는 올 1월 19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소규모일 경우 작은 규모의 대응을 불러올 것”이라고 했다가 러시아의 침공을 승인한 것이라는 비판에 휩싸였다. 또 이달 24일엔 러시아의 화학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해 “동일한 대응을 불러올 것”이라고 밝혀 서방의 화학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한 것 아니냐는 논란을 일으켰다. 바이든 대통령의 ‘레짐 체인지’ 시사 발언이 미국 내 강경론을 감안한 ‘계산된 실수’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NBC 방송의 27일 여론조사에선 응답자 82%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무기가 사용될 것’이라고 답했고, 74%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파병하게 될 것’이라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제대로 대처할 것으로 믿느냐’는 질문엔 28%만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를 시사한 즉흥 발언을 하루 만에 번복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불거진 잇단 설화(舌禍)에 미국과 서방에서 “끔찍한 실수”라며 비판이 커지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유럽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바이든 대통령은 27일(현지 시간) 워싱턴의 한 교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러시아 정권 교체를 촉구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 폴란드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권좌에 계속 남아있을 수 없다”며 푸틴 축출 필요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서방 정상들은 긴장을 고조시키는 발언을 자제해야 한다”며 비판했다.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이유로 핵위협 수위를 높이는 러시아에 확전 빌미를 줄 수 있다는 것.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대통령의 9개 단어로 된 애드리브가 세계적 대소동을 유발했다”고 보도했다. 마이클 왈츠 미 공화당 하원 의원도 “바이든 대통령은 군통수권자로서 (실수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며 “푸틴 대통령의 선전에 먹잇감을 던져주는 것이고, 푸틴을 내부적으로 더 강하게 만들어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설화에 휩싸인 것은 벌써 세 번째다. 그는 올 1월 19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소규모일 경우 작은 규모의 대응을 불러올 것”이라고 했다가 러시아의 침공을 승인한 것이라는 비판에 휩싸였다. 또 이달 24일엔 러시아의 화학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해 “동일한 대응을 불러올 것”이라고 밝혀 서방의 화학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한 것 아니냐는 논란을 일으켰다. 바이든 대통령의 ‘레짐 체인지’ 시사 발언이 미국 내 강경론을 감안한 ‘계산된 실수’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NBC 방송의 27일 여론조사에선 응답자 82%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무기가 사용될 것’이라고 답했고, 74%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파병하게 될 것’이라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제대로 대처할 것으로 믿느냐’는 질문엔 28%만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제재(자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저지할 수 없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제재가 (전쟁을) 억제하지 못했는데 무엇으로 푸틴 대통령이 달라질 것으로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당신은 나와 게임을 하려 하는군”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제재 유지를 통해 고통을 증가시켜야 하고, (특히) 제재가 올해 내내 유지될 것이라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그것이 푸틴을 막을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를 고사(枯死)시키려면 제재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미군 개입을 일축하면서도 푸틴 대통령을 전쟁범죄자에 이어 학살자로 규정하고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톈안먼(天安門) 사태에 비유하는 등 갈수록 발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러시아가 이미 친러시아 세력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와 2014년 이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크림반도 독립을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영토를 내줄 필요가 없다고 믿는다”며 러시아의 출구전략을 차단하고 있다. 미국 일각에선 이 같은 바이든 대통령의 러시아 대응을 두고 ‘바이든식 매파(hawkish·강경파)’ 전략이란 평가가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1999년 체첸 전쟁을 시작으로 2008년 조지아, 2015년 시리아에 이어 올해 우크라이나까지 미국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긴장을 고조시켜왔다. 미국과 유럽은 그때마다 러시아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양보를 택했다. 갈등을 피하려는 온건파 전략이 푸틴 대통령을 대담하게 만들어 위기 규모를 확대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매드맨’ 전략을 취하게 한 셈이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식 매파 전략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마자 러시아와의 외교 채널을 닫고, 러시아가 군사행동의 수위를 높일 때마다 추가 경제제재를 부과하는 전형적인 ‘팃포탯(맞대응)’ 전략을 따르고 있다. 러시아의 ‘믿을 구석’인 중국엔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 부과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바이든식 매파 전략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며 미국과의 장기적 대결을 선언한 북한에도 그대로 적용될 조짐이다. 지난해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에 경고를 보낸 바이든 행정부는 올 들어선 북한의 주요 도발 때마다 자체 제재를 부과하며 맞대응 전략을 펴고 있다. 북한의 신형 ICBM 체제 실험에 대한 첩보를 사전에 공개하고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지원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나선 것도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과 판박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역시 푸틴 대통령처럼 미국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긴장의 수위를 더욱 높이며 요구조건을 올려왔다. 문제는 바이든 행정부에 러시아와 달리 북한에 실질적인 효과를 낼 만한 제재 카드가 있느냐다. 러시아와 달리 이미 글로벌 경제 체제에서 고립된 북한엔 정권을 흔들 만한 유효한 제재 카드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한 워싱턴 외교 관계자는 “이제 북한에 쓸 만한 제재 카드는 원유공급 축소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다”며 “이마저 중국의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시 현실화되고 있는 북핵 위기 속에 바이든 행정부는 제재 맞대응으로 첫 수를 놨다. 하지만 위기를 한껏 고조시킬 북한을 되돌려 놓긴 역부족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초기 ‘제2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이란 평가를 뒤집은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 문제에 무기력하다는 평가도 반전시킬 수 있길 기대한다.문병기 워싱턴 특파원 weappon@donga.com}

북한이 25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전날 발사했다고 밝혔다. 발사 현장을 참관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 제국주의와의 장기적 대결을 철저히 준비할 것”이라며 핵·미사일 폭주를 본격화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도발로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경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ICBM 발사를 발표한 지 한 시간 만에 추가 대북 제재로 맞섰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진행된 화성-17형 시험발사 사실을 보도하며 “모든 정수들이 설계상 요구에 정확히 도달됐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발사 장소인 평양 순안비행장을 찾아 친필 명령서를 하달했다. 명령서에는 “용감히 쏘라”고 적었다. 북한은 화성-17형이 최대 6248.5km까지 상승해 1090km를 4052초(약 68분)간 날아갔다고 주장했다. 실제 북한이 공개한 화성-17형은 동체 크기는 물론이고 사거리와 추력 등이 이전 화성-15형(ICBM)에 비해 성능이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향후 북한은 미 본토 주요 도시들에 대한 동시다발 타격이 가능한 다탄두(MIRV) 기술 시험을 위해 ICBM을 정상각도(30∼45도)로 발사해 태평양에 낙하시키는 추가 시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ICBM을 개발한 제2자연과학원(현 국방과학원) 외무국과 리성철, 북한 미사일 개발을 지원한 러시아 기업 2곳 및 러시아 국적자 1명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5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추가 발사가 있을 것이다. 더 많은 도발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북한에 엄중하게 경고한다”고 밝혔다. 오후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첫 통화에서 “북한의 심각한 도발로 한반도 및 역내 긴장이 급격히 고조돼 국민적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다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는 “북한과의 문제는 강경 일변도로 해결될 수 없는 복합적인 문제”라며 북한 리스크 관리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중대 도발’에 나서자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하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군 단독으로 이뤄져온 맞대응을 향후 한미 연합 수준으로 강화하겠다는 것. 북한이 ‘괴물 ICBM’인 화성-17형을 전날 발사했다고 밝힌 25일 우리 군은 F-35A 스텔스기 28대가 활주로에서 밀집해 전진하는 ‘엘리펀트 워크’ 훈련을 전격 공개했다.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는 2018년부터 중단됐다. 당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훈풍이 불면서 북한이 매우 민감해하는 B-52, B-1B 전략폭격기나 항공모함 등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멈춰진 것. 하지만 북한의 도발 징후 등이 본격화되자 2020년 본토로 철수했던 B-52 전략폭격기 4대는 지난달 15일 괌 앤더슨 기지에 재배치됐다.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레이건함 에이브러햄링컨함은 서태평양 일대에서 작전을 수행 중이다. 링컨함은 북한의 ICBM 도발이 임박했던 14일 F-35C 스텔스기를 서해상으로 출격시키기도 했다. 글렌 밴허크 미 북부사령관은 24일(현지 시간)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앞으로 북한이 미국의 본토 방어 능력과 역량을 넘어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전략무기 개발로 차세대 요격기 조기 배치와 알래스카의 장거리 식별 레이더의 완전한 운영 역량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2028년까지 알래스카 포트그릴리 기지에 차세대 요격기 20기를 추가 배치할 계획이다. 우리 군은 북한 ICBM에 맞대응하는 차원에서 25일 F-35A 28대 등이 참가한 엘리펀트 워크 훈련을 진행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현장 지휘했다. 최대 무장을 장착한 전투기가 밀집 대형으로 이륙 직전 단계까지 지상에서 활주하는 훈련을 군이 실시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우리는 북한과 시리아에 민감한 품목과 기술을 제공하는 중국과 러시아 기관을 주목할 것이다.” 미 국무부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공식 발표한 뒤 1시간 만인 24일(현지 시간) ICBM을 개발하는 북한 국방과학원(옛 제2자연과학원)과 이를 지원한 러시아 기업 2곳, 러시아인 1명을 제재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대북 제재에 중국 기업과 개인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시리아에 생화학무기를 지원한 중국 기업을 제재했다는 점을 함께 밝히면서 중국에도 북한의 도발 책임을 물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북한 ICBM 발사에 대해 북-중-러를 동시에 정조준한 데 이어 한미일 공동 대응 전선을 구축하고 나섰다. 이날 미국은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가 동시다발적으로 긴박한 대응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레드라인(금지선)’을 넘는 ICBM 발사에 이어 미국과 장기적 대결을 선언한 데 따른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유럽 방문에 맞춰 김 위원장이 도발에 나서자 바이든 행정부에선 “도발을 위한 최적의 시기를 골랐다”며 “미국의 본토 방어 능력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와 영국 프랑스 등은 25일 북한 ICBM 발사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회의를 소집해 주목된다. 북한 도발 관련 안보리 공개회의는 2017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추가 원유와 정유제품 수입 금지 등 안보리 차원의 제재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안보리가 2017년 북한의 ICBM 도발에 대해 그해 12월 만장일치로 채택한 2397호 제재 결의안은 북한이 ICBM을 또다시 발사하면 ‘트리거(방아쇠)’ 조항에 따라 대북 유류 공급 상한선으로 제한한 원유 400만 배럴과 정유제품 50만 배럴을 자동으로 추가 감축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안보리 논의가 필요하지만 북한을 두둔해 온 중국과 러시아가 유류 제재 논의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다. 중-러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과 대립 중이다. 이 때문에 미국이 공개회의를 열어 여론전을 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안보리 이사국이 아닌 한국도 이해당사국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한다. 또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서욱 국방부 장관,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과 연쇄 통화를 하고 “한미일 3각 방위 협력의 중요성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미일 연합 군사행동 등을 통해 북한을 압박하겠다는 의미다.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유럽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중 따로 만나 북한의 책임 추궁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이날 ABC뉴스에 “북한이 미국 땅 어디에든 미사일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미 상하원 국방위원회 소속 공화당 의원 40명은 이날 “북한을 억제하는 데 진전이 없다”며 2023년 미국 국방비 예산 5% 증액을 촉구하는 서한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생화학무기를 사용할 경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이 개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나토 회원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생화학무기나 핵무기가 동원되면 ‘레드라인(Red line·금지선)’을 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미군이 직접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어서 주목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25일 우크라이나 인접국이자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국경지대에 위치한 미군기지와 난민 캠프를 전격 방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이 생화학무기를 사용하면 대응할 것”이라며 “어떻게 대응할지는 러시아가 어떤 무기를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를 주요 20개국(G20)에서 퇴출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도 “나의 대답은 ‘예스’”라며 “이는 G20에 달렸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등 일부 국가가 동의하지 않아 러시아를 퇴출시키지 못할 경우 우크라이나를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게 해 참관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서방 정상들은 중국을 향해 “러시아를 지원하지 말라”고 재차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은 자신의 경제가 러시아보다 서방에 훨씬 더 긴밀히 연결돼 있음을 이해한다”면서 “시진핑 주석이 러시아를 지원할 경우 유럽 미국과의 경제적 관계나 경제 성장 등의 목표가 큰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 편에 서 온 중국은 이날 “러시아와의 협력에도 마지노선이 있다”며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친강(秦剛) 미국 주재 중국대사는 24일 홍콩 펑황TV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에는 금지 구역이 없지만 마지노선은 존재한다”면서 “유엔 헌장 원칙, 공인된 국제법, 국제관계의 기본 원칙 등이 마지노선”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을 무차별 살상하고 있고 생화학무기나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러시아를 무조건 지지하기에는 부담이 커 ‘출구전략’을 고려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사교장을 개조한 미국 백악관 오벌오피스, ‘일일 클럽’이 열린 프랑스 엘리제궁, 의회와 도보 10분 거리인 영국 다우닝가 10번지…. 최고지도자 집무실의 개방성은 그 나라 민주주의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각국 정상의 ‘열린 집무실’ 지난해 2월 1일 미국 워싱턴 펜실베이니아 애비뉴 1600에 위치한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밋 롬니,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 등 야당 공화당 중진을 만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12일 만에 집권 민주당이 아닌 야당 의원을 먼저 백악관 내 집무실 ‘오벌오피스’로 초청해 화합을 강조했다. 그는 “집무실 문은 언제나 열려 있고 내 마음도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수도 한복판에 위치해 있고 일반인이 견학할 수 있는 백악관과 마찬가지로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주요국 정상의 거처와 집무실은 모두 수도 중심에 있다. 특히 의원내각제인 영국, 독일, 일본 등은 의회 근처에 총리 집무실을 설치해 총리가 수시로 의회와 국정을 논의할 수 있도록 했다. 프랑스 또한 국민에게 수시로 대통령 공관 엘리제궁을 개방하고 이곳을 ‘일일 클럽’으로 만드는 파격까지 선보였다. 반면 공산당이 통치하는 중국은 100만 m²에 달하는 국가주석의 공관 ‘중난하이’를 전혀 개방하지 않고 있다.○ 美, 사교장을 집무실로 바꿔 소통 강조미 백악관은 크게 3개 구역으로 나눠져 있다. 중앙 건물은 대통령과 가족이 사는 관저, 왼쪽은 오벌오피스가 있는 대통령의 집무 공간 웨스트윙, 오른쪽은 영부인 집무실과 연회장 등이 있는 이스트윙이다. 말 그대로 타원형의 건물인 오벌오피스는 웨스트윙의 서쪽 끝에 있다. 1909년 취임한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 대통령이 만들었다. 그는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사교 공간인 ‘블루룸’을 본뜬 타원형 공간을 조성하라고 지시했다. 이때만 해도 집무실로 쓰이지는 않았으나 4연임을 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이곳을 집무실로 바꾸면서 자연스레 후임자도 사용하기 시작했다. 당초 손님을 맞기 위해 설계된 개방형 공간을 집무실로 바꾼 터라 민주적 소통에 용이하다는 평을 얻고 있다. 오벌오피스의 창은 대통령이 기자회견 및 야외 행사를 하는 로즈가든 쪽을 향하고 있다. 창가에 대통령 전용 책상 ‘레졸루트 데스크’(Resolute Desk·결단의 책상)가 있고 정중앙에 3인용 소파 2개, 의자 4개가 놓여 있다. 오벌오피스에서는 주요 장관과 참모들이 대통령과 일반 가정집의 소파에서 차담을 나누듯 격의 없이 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통령 앞에서 다리를 꼬고 앉는 참석자 또한 적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로 최근 2년간 소파와 의자 군데군데를 비워두고 있지만 과거에는 참모들이 서로 소파를 차지하기 위해 쟁탈전을 벌일 정도로 이곳에서 자주 회의가 열렸다. 외국 정상과 귀빈을 맞는 공간이 따로 있지만 이들을 종종 오벌오피스로 초대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은 2018년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 그를 오벌오피스에서 만났다. 오벌오피스가 개방성에 중점을 두고 설계된 만큼 기밀 사안을 다루거나 사적 업무를 볼 때는 오벌오피스와 연결된 개인 서재, 관저 3층에 마련된 ‘트리티룸’을 쓴다.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은 퇴근 후 보고 자료, 다음 날 발표 자료 등을 읽기 위해 트리티룸을 자주 활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7년 6월 문재인 대통령과의 첫 한미 정상회담 당시 이곳에서 문 대통령을 만났다. 대부분의 대통령은 오벌오피스의 인테리어에 국정 철학과 자신의 소신 등을 반영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바닥 카펫을 민주당 당색인 파란색으로 바꿨다. 흑인 인권운동의 대부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 민주당의 대선 후보였지만 대통령 선거 직전 암살된 로버트 F 케네디 전 상원의원의 흉상을 들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 또한 정치적 롤모델로 삼았던 앤드루 잭슨 전 대통령의 초상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흉상을 들였다.○ 클럽으로 변신한 佛 엘리제궁… 英·獨은 의회 소통 중시프랑스 대통령의 관저와 집무실이 있는 엘리제궁은 파리 도심 한복판인 8구에 위치했다. 1만1179m²의 면적을 보유한 2층 건물로 1층에는 매주 국무회의가 열리는 대회의장 ‘살롱 뮈라’, 2층에 대통령 집무실이 있다. 이곳은 1722년 유명 건축가 아르망클로드 몰레의 설계로 만들어졌다. 왕족과 귀족의 저택 및 별장으로 쓰였고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불렸다. 1873년 대통령으로 선출된 파트리스 드 마크 마옹 대원수가 이듬해 엘리제궁에 정착하며 공관이 됐다. 프랑스는 매년 6월 21일 ‘음악 축제의 날’, 매년 9월 셋째 주 주말 ‘유럽문화 유산의 날’에는 엘리제궁을 개방한다. 이때 대통령 집무실 또한 볼 수 있다. 시민이 참여하는 각종 파티도 열린다. 2018년 6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엘리제궁에 유명 DJ들을 초대해 이곳을 나이트클럽으로 만들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당시 시민들과 어울려 춤을 추며 소통했다. 대통령이 반드시 엘리제궁에 거주해야 할 의무는 없다. 프랑수아 미테랑,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 등은 사택에서 잠을 자고 엘리제궁의 집무실로 출퇴근했다. 영국 총리의 집무실 역시 런던 도심 한복판인 다우닝가 10번지에 있다. 3층짜리 일반 주택으로 1층은 접대 공간, 2층은 국무회의실, 3층에 총리가 기거한다. 조지 2세가 1732년 초대 총리 겸 재무장관인 로버트 월폴에게 하사했고 1735년부터 공관으로 쓰였다. 바로 옆 다우닝가 9번지는 집권당 원내대표의 집무실, 11번지는 재무장관의 집무실, 12번지는 총리 공보실이다. 특히 총리와 재무장관의 공관은 안쪽으로 서로 연결돼 있어 언제든 국정을 논의할 수 있다. 공관에서 의회까지는 도보 10분 거리다. ‘분데스칸츨러암트’로 불리는 독일 총리 공관은 2001년 베를린 도심 슈프레 강변에 지어졌다. 8층짜리 대형 건물로 역시 총리와 의회의 소통을 중시한다. 총리실과 의회의 거리는 불과 500m로 도보 1분에 오갈 수 있다. 이 건물 7층에 총리 집무실, 한 층 아래인 6층에 각료 회의실이 있다. 4층에는 국가 위기 때 사용되는 비상대책회의실, 8층에 총리 처소가 있다. ○ 日 총리 집무실·의회·정부 부처 한 울타리일본 총리 집무실은 도쿄 중심지인 지요다구 나가타정에 있다. 일본에서는 총리 집무실만 ‘관저(官邸)’라는 고유명사로 부른다. 현 관저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시절인 2002년 완공됐다. 지하 1층, 지상 5층이며 유리로 둘러싸인 현대식 건물이다. 관저는 이 건물 5층에 있다. 내각 2인자인 관방장관의 사무실도 같은 층에 있다. 4층에는 국무회의실 격인 각의실, 해외 정상 등을 맞이하는 특별응접실, 대회의실 등 회의 공간이 집결돼 있다. 지하 1층에는 위기관리센터가 있다. 1층에는 기자회견실과 기자실이 있어 취재진이 상주한다. 관저 출입기자들은 1층 로비에서 총리 출퇴근 시에 매일 총리와 약식 인터뷰를 가질 수 있다. 서울 광화문, 경기 과천, 세종시 등에 각 부처가 흩어진 한국과 달리 일본은 정부 부처 대부분이 관저 반경 2km 내에 몰려 있다. 각 부처에서 관저와 협의할 일이 있으면 도보로 10분 안팎 걸리는 관저를 찾거나 국회에서 협의한 뒤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오면 된다. 국회의사당도 관저 옆에 있다. 총리 집무실, 국회, 정부 부처가 사실상 한 울타리에 있는 셈이다. 총리의 주거 공간은 관저 부지 내에 있는 별도 건물인 공저(公邸)다. 현 관저가 지어지기 전까지 관저로 쓰였다. 공저와 관저의 거리 역시 도보 1분이다. 지진 등 위기가 발생했을 때 총리가 자다가도 바로 관저로 이동해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다.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일본 최고 권력자 또한 반드시 공저에 거주하지는 않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는 일과 사생활을 분리하겠다며 시부야에 있는 사저에서 출퇴근했다. 북동부 아키타현이 고향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는 의회 인근 중의원 기숙사에서 살았다. 지난해 9월 취임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2012년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전 총리 이후 9년 만에 공저에 입주해 화제를 모았다. 공저에 입주했던 역대 총리들이 단명하거나 불운한 결말을 맞으면서 ‘터가 좋지 않다’ ‘귀신이 나온다’ 등 흉흉한 소문이 나돌았다. 아베 전 총리, 스가 전 총리 또한 이를 의식해 입주하지 않았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기시다 총리는 입주 당시 “공무에 전념하기 위해 이곳으로 왔다”고 밝혔다.○ 100만 m²의 호화 공관 中 중난하이… 시민 접근 차단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공관은 베이징 중난하이에 있는 친정뎬(勤政殿)이다. 청나라 최고 군주로 꼽혔던 강희제가 ‘정무(政)에 힘쓴다(勤)’란 뜻으로 직접 지은 이름이다. 자금성 서쪽과 붙어 있는 중난하이는 전체 면적이 100만 m²에 달해 주요국 최고 지도자의 공관 중 최대 규모라는 평을 얻고 있다. 중하이(中海)와 난하이(南海)라는 두 호수의 이름에서 유래한 명칭답게 전체 면적의 약 절반인 47만 m²가 호수다. 두 호수 주변에는 명·청 시대의 전각, 망루, 호화 저택이 있다. 친정뎬,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중앙서기처, 중앙판공청, 국무원 등 주요 당정기관이 모두 중난하이에 있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처음 집무실로 사용한 친정뎬은 중하이 호수를 등지고 난하이 호수를 바라보는 요지에 있다. 30여 개의 회의실이 있으며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주재하는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를 포함해 각종 회의와 외빈 접견이 이뤄진다. 장 전 주석이 1997년 미국을 방문한 직후 미 백악관과 연결되는 직통 전화도 개설했다. 중난하이에는 베이징에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소와 별도 전력선이 구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오쩌둥(毛澤東)의 주치의로 중난하이에서 22년간 거주한 리즈수이(李志綏) 박사에 따르면 핵 위기 등을 피할 수 있는 지하 터널도 있다. 트럭 4대가 동시에 통과할 수 있는 크기로 톈안먼(天安門) 광장, 인민대회당, 해방군 305의원(병원) 등 베이징 요지와 바로 연결된다. 권위주의 국가답게 중국은 중난하이를 일절 개방하지 않고 있다. 문화대혁명 직후인 1960년대 후반, 개혁개방 초기인 1980년대 초반 잠시 개방했지만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운동 이후 시민 접근을 완전히 차단했다. 경비가 워낙 삼엄해 ‘베이징에서 가장 은밀한 곳’으로 불린다. 내부 또한 베일에 싸여 있다. 중국 포털 바이두에서 친정뎬을 검색하면 한자가 같은 경복궁 근정전 사진과 설명이 더 많이 나온다. 소통, 개방을 중시한 서구 지도자의 공관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워싱턴=문병기 weappon@donga.com 파리=김윤종 기자 zozo@donga.com도쿄=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베이징 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생화학무기를 사용할 경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이 개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나토 회원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생화학무기나 핵무기가 동원되면 ‘레드라인(Red line·금지선)’을 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미군이 직접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어서 주목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이 생화학무기를 사용하면 대응할 것”이라며 “어떻게 대응할지는 러시아가 어떤 무기를 사용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G7 정상들도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푸틴은 생화학, 핵무기로 위협하지 말라. 필요에 따라 추가 조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를 주요 20개국(G20)에서 퇴출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도 “나의 대답은 ‘예스’”라며 “이는 G20에 달렸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등 일부 국가가 동의하지 않아 러시아를 퇴출시키지 못할 경우 우크라이나를 G20 정상회의에 참석시켜 참관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서방 정상들은 중국을 향해 “러시아를 지원하지 말라”고 재차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은 자신의 경제가 러시아보다 서방에 훨씬 더 긴밀히 연결돼 있음을 이해한다”면서 “시진핑 주석이 러시아를 지원할 경우 유럽 미국과의 경제적 관계나 경제성장 등의 목표가 큰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미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어기고 러시아와 거래하는 중국, 인도 등에 대해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의 편에 서온 중국은 이날 “러시아와 협력에도 마지노선이 있다”며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친강(秦剛) 미국 주재 중국대사는 24일 홍콩 펑황TV와 인터뷰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에는 금지 구역이 없지만 마지노선은 존재한다”면서 “유엔 헌장 원칙, 공인된 국제법, 국제관계의 기본 원칙 등이 마지노선”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을 무차별 살상하고 있고 생화학무기나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러시아를 무조건 지지하기에는 부담이 커 ‘출구 전략’을 고려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친강 대사는 서방의 ‘2차 제재’에 대해선 “발동된다면 맞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