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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의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때문에 지나치게 많은 요금이 청구됐다며 소비자들이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냈지만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4부(부장판사 송인권)는 17일 정모 씨 등 17명이 한전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한전이 주택용 전기요금에 누진제를 적용하는 이유가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택용 전력은 시간대별로 고정된 전력수요가 있어 시간대별 차등요금제를 채택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소비절약을 유도하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해 주택용 전기요금에 누진제를 적용한 것은 합리적 이유에 근거한 만큼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주택용 전력에 비해 산업용 전력의 판매수익률이 높은 것은 전압이 높을수록 원가가 낮아져 공급·관리 비용이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가정용 전력소비량과 비율이 낮은 것은 누진제 때문만이 아니라 제조업 비율이 높은 산업구조의 차이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원고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인강 곽상언 대표변호사(47·사법연수원 33기)는 즉각 상고할 뜻을 밝혔다. 한전은 주택용 전기요금을 부과할 때 전력 사용량이 많을수록 비싼 요금을 부과하는 누진제를 운영하고 있다. 한전은 2004년부터 요금 구간을 6단계로 나눠 누진제를 운영해왔다. 그러나 누진제 때문에 ‘폭탄 요금’, ‘무작위 요금’이 부과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자 2016년 12월부터는 요금 구간을 3단계로 축소했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누진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앞서 장 씨 등은 한전의 전기요금 체계가 부당해 피해를 봤다며 차액을 반환하라고 2014년 8월 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패소한 바 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1·사법연수원 19기) 측이 국회 증인 불출석 혐의에 대해 ‘관례’란 점을 들어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최순실 씨(62·구속 기소)의 국정 농단을 알면서도 묵인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우 전 수석은 2016년 10월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하라는 요구에도 불출석한 혐의까지 받고 있다. 우 전 수석 측은 국회 출석 요구를 받고 출석하지 않은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3)을 언급하며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다. 우 전 수석 측 변호인은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 심리로 열린 속행 공판에서 “관례로 민정수석은 국정감사에 출석 요구를 받아도 출석하지 않아 왔고 이 문제로 국회가 고발한 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정수석에 대한) 국회의 출석 요구는 부적법하므로 처벌할 수 없다”며 혐의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폈다. 우 전 수석 측은 지난해 11월 국회 운영위원회 증인 출석 요구를 받았으나 “업무 특성상 자리를 비우기 힘들다”며 불출석했다가 야권의 비판을 받은 조 수석을 거론하며 “현 정부의 민정수석도 동일한 사유를 근거로 불출석했지만 국회의 고발이 없어 처벌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검찰은 노무현 정부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국정감사에 여러 차례 출석한 전례를 암시하며 우 전 수석 측 논리를 반박했다. 검찰은 또 “당시 국회는 대통령비서실이라는 기관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우 전 수석은 비서실 구성원으로서 출석 의무가 있었다”며 우 전 수석 측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최근 신현식 변호사(42·변호사시험 2회)는 ‘프로야구 에이전트’ 공인 자격시험에 합격했다. 큰 결격사유가 없으면 올 2월 1일부터 프로야구 선수들의 연봉·광고계약을 중개하고 이에 따른 수수료를 벌 수 있다. 신 변호사는 “미국에는 변호사 출신 스포츠 에이전트가 흔하다”며 “변호사 업계의 새 영역을 개척하고 싶어 프로야구 에이전트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가 올해부터 프로야구 에이전트 제도를 시행한다. 그동안 프로야구는 공인 에이전트가 없어 계약 시즌 때마다 감독들과 친한 ‘비선 브로커’들이 활개를 쳤다. ‘오가는 술 한잔에 도장 찍자’는 식으로 주먹구구 계약을 하고 사후에 법적 분쟁이 벌어지는 경우도 잦았다. 이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선수협이 직접 에이전트를 뽑고 관리하기로 한 것이다. 선수협이 4일 발표한 합격자 94명 중에는 변호사가 41명(43.6%)이 포함됐다. 변호사시험(21명)뿐만 아니라 사법시험(17명) 출신도 상당수다. 군법무관시험, 일본 사법시험, 미국 법학석사(LLM) 출신도 각각 1명씩 합격했다. 일반인들은 시험 과목 중 하나인 ‘법률’(국민체육진흥법, 계약법)에서 많이 탈락했지만 법에 익숙한 변호사들은 오히려 이 과목에서 강점을 보였다. 변호사들이 에이전트 자격시험에 몰린 건 갈수록 심해지는 변호사 업계의 불황 때문이다. 수임이 줄어들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이 쏟아지며 변호사들 사이에선 ‘선망 직업이라는 건 옛말’이라는 자조가 나오고 있다.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 부여하는 규정이 폐지되는 등 기존 활동 영역이 줄어드는 불안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에이전트들은 보통 선수들의 계약을 돕는 대신 계약금의 약 5%를 수수료로 받는다. 지난해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의 몸값이 평균 1억3800여만 원인 것을 고려하면 선수 한 명의 계약을 도울 때마다 700만 원 안팎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 프로야구 등록선수는 약 600명이다. 김선웅 선수협 사무총장은 “류현진, 추신수 선수의 계약을 맡은 메이저리그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도 변호사”라며 “후원사, TV 광고 계약시장이 커지는 상황을 고려하면 시장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의 직역(職域)을 넓힐 수 있는 기회라는 시각도 있다. 김연아, 박태환, 장미란 선수의 에이전트를 맡았던 장달영 변호사(49·사법연수원 34기)는 “변호사는 여전히 직함만으로 의뢰인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직업”이라며 “법률적 지식만으로 승부를 보려 하기보다 선수들과의 정서적 교류가 뒷받침돼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사진)이 “‘법에도 눈물이 있다’는 말이 있는데 ‘헌법에 눈물이 있다’는 얘기는 없다”며 “헌법에도 눈물이 있다는 말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헌재가 딱딱한 법조문에 얽매인 결정을 내려 차별이나 억울한 일을 당하는 국민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이 헌재소장은 5일 출입기자단과 함께 서울 종로구 인왕산에 오르고 저녁 식사를 하면서 이렇게 강조했다. 또 “헌법은 피와 눈물로 만든 것이다. 지금의 민주주의 체제를 완성하기 위해서 얼마나 피를 많이 흘렸느냐”고 말했다. 그는 “(1972년) 10월 유신 때 (고등학교) 동급생 7명이 유인물을 배포한 혐의로 체포돼 고초를 겪었다”며 “그 전에는 상대를 갈 생각이었다. 법을 전공할 생각이 없었는데 그걸 보면서 처음으로 법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헌재소장은 경기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학과에 들어가 1977년 제1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이 헌재소장은 개헌이 헌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헌법이 바뀌면 새 헌법에 따라서 재판을 해야 한다”며 “간통죄가 합헌에서 위헌이 된 것처럼 헌법재판은 사회 변화를 수용할 줄 알아야 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헌법이 모두 불변이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3월 헌재의 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 기소) 탄핵 선고 당시 보충의견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의 이른바 ‘세월호 7시간’ 행적을 강하게 비판했던 배경을 설명했다. “변론에서 증인으로 나온 김규현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이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에 너무 바빠서 확인을 못 했다’는 식으로 증언했는데 그것이 대통령의 직무유기를 인정한 셈이 됐다”고 말했다. 또 탄핵 선고 당일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이 헤어롤을 머리에 매단 채 헌재에 출근한 일의 뒷얘기도 공개했다. 이 헌재소장은 “이 권한대행의 아이들이 전화를 걸어 ‘엄마 왜 그랬어?’라고 했다고 한다. 당시 이 권한대행이 점심을 먹으며 ‘창피하다’면서 전한 얘기”라고 밝혔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 사법부 내 ‘평생법관제’가 뿌리를 내려가고 있지만 정년을 채우고 법원을 떠나는 법관은 그리 흔치 않다. 1991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년퇴임한 법관의 수는 29명. 이 중 정년이 65세로 늘어난 2013년 이후에는 6명에 불과하다. 2일과 3일 생일을 맞은 두 명의 법관이 올해 첫 정년퇴임자로 영예롭게 법복을 벗었다. 바로 김정학 전 인천지법 부장판사(사법연수원 18기)와 홍성만 전 서울남부지법 판사(13기)다. 3일 동갑내기이자 서울대 법대 동기인 이들을 만나 지나온 인생과 사법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김정학 前 인천지법 부장판사“어제는 판사를 칭찬했다가, 오늘은 판사를 비난했다가 합니다. 이는 판사의 견해가 달라지거나 실력이 떨어진 게 아니라 정치적 색을 지닌 사람들이 불신을 조장하기 때문입니다.” 3일 문재인 대통령의 ‘50년 지기(知己)’로 화제가 된 김정학 전 인천지법 부장판사(65·사법연수원 18기)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법부 신뢰 하락에 대해 많은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최근 구속영장이 기각될 때마다 영장전담판사들에 대한 ‘신상 털기’가 일어나고, 각종 판결에 대한 정치적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을 염려한 것이다. 김 전 부장판사는 “최근에 사법 불신이 너무 넘쳐나고 사법부가 능멸당하고 있다. 퇴임식에서도 ‘사법은 신성하고 불가침한 일이라는 것을 마음에 새기고 재판을 하자’고 후배들에게 당부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판사 업무에 대한 자부심을 잃지 말고 성실히 재판하다 보면 사법부가 신뢰를 얻는 날이 올 것”이라고 후배 판사들을 격려했다. 김 전 부장판사는 2일 법복을 벗고 정년퇴임했다. 만 36세에 판사로 임관한 뒤 29년간 일선 법원에서 재판을 한 김 전 부장판사는 그간의 경험을 통해 ‘당사자 구제’를 특히 강조했다. 판결을 내릴 때 추상적 차원의 형식논리에 머무르다 당사자의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김 전 부장판사는 “재판에 임할 땐 법률에 매몰되기보다는 구체적인 사안에서 누구를 보호하는 게 옳은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부장판사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추진하고 있는 사법개혁에 대해서는 “총론은 다들 동의하고 있다. 고마운 일이다”며 방향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 전 부장판사는 문 대통령과의 인연으로도 유명하다. 사법시험도 문 대통령이 서적과 용돈을 대줘 볼 수 있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대통령 당선 후에도 직접 김 전 부장판사에게 전화해 ‘고맙다. 다른 동창 친구들에게도 고맙다고 전해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 전 부장판사는 “혹시 저를 통로로 삼아 여러 요구가 들어올까 봐 이후로는 재인이한테 연락을 하지 않았다”면서도 “당선 전부터 ‘여론을 전해야 할 때가 되면 내가 먼저 연락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 전 부장판사는 “평생을 법률가로서 밥 벌어왔으니 이젠 법률지식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생각해 변호사로 개업했다”며 “앞으로 소득보다는 서민을 위한 변호를 하고 싶다”고 계획을 밝혔다. ○ 홍성만 前 서울남부지법 판사“판사들이 너무 많은 사건을 처리하는 데 급급해 ‘형식적 진실’에 만족하고 넘어가는 일이 왕왕 있습니다. 이론적 뒷받침과 증거 확보가 미흡한 사회적 약자들은 또 다른 ‘실체적 진실’을 끌어안고 뒤에서 홀로 통곡하고 있음을 마음속에 되새겨야 합니다.” 홍성만 전 서울남부지법 판사(65·사법연수원 13기)는 3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후배 법관들에게 이같이 조언했다. ‘을’의 입장에서 스스로의 권리조차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서민들의 입장에서도 사건을 바라봐 달라는 당부였다. 홍 전 판사는 “사법부의 신뢰가 낮아진 것은 박근혜나 우병우 사건 때문이 아니다”라며 “‘을’의 위치에 있는 서민들이 패소한 뒤 갖는 판결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홍 전 판사는 일반 법관들과는 많이 다른 길을 걸어 왔다. 1983년 청주지법 판사로 임관해 11년간 판사로 일한 뒤 1994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변호사로 활동한 지 20년이 된 2013년 홍 전 판사는 소액사건 전임법관으로 임용돼 다시 법원으로 돌아왔다. 2012년부터 시행된 전담법관제도(특정 재판업무만 전담하는 법관에 15년 이상 법조 경력자를 임용하는 제도)가 홍 전 판사에게 기회를 열어준 것이다. 홍 전 판사는 전담법관제도를 통해 임용돼 정년퇴임하는 첫 법관이 됐다. 변호사를 경험한 홍 전 판사의 시선에는 법원에 대한 애정과 함께 ‘외부자’로서의 비판적 시각도 있다. 홍 전 판사는 최근 서울중앙지법의 구속적부심 결과에 대한 일부 판사들의 문제 제기에 대해 “사건 기록을 한 페이지도 보지 않은 판사가 다른 판사의 판단에 대해 비판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며 “해당 판사의 위상을 깎아내림으로써 법원 전체의 위상을 깎아내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홍 전 판사는 재조(법원 검찰)와 재야가 일원화하는 ‘법조 일원화’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그는 법조 일원화가 평생법관제의 정착에도 기여할 것으로 봤다. 홍 전 판사는 “변호사 생활을 하다가 판사에 임용된 사람들은 평생법관으로 일할 마음의 준비가 돼 있어 좌고우면할 필요가 없다”며 “이들이 소신껏 재판하다가 명예롭게 정년퇴임해 사법부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직 판사로 근무하는 딸을 둔 홍 전 판사는 후배 법관들의 업무 환경 개선에 대한 바람도 밝혔다. “법관의 수를 늘려 판사들이 보다 여유로운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재판의 질을 높이고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입니다.” :: 김정학 前 판사는… :: △인천(65) △경남고 △서울대 법학과 △사법연수원 18기 수료 △서울고법 판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인천지법 부장판사 :: 홍성만 前 판사는… :: △서울(65) △경복고 △서울대 법학과 △사법연수원 13기 수료 △청주지법 판사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 △서울남부지법 판사(전담법관)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사진)이 29일 2018년 신년사를 통해 “헌법재판소는 국민 여러분을 향해 활짝 열려 있다”며 “국민 여러분의 손을 잡아드리고 눈물을 닦아드리겠다”고 다짐했다. 또 “법령에 근거한 차별 대우 때문에 억울할 때, 국가를 상대로 정당한 권리를 주장해도 냉담한 대답이 돌아올 때, 혼자만의 용기로는 벗어날 수 없는 제도적인 굴레에 묶여 답답할 때 주저하지 마시고 헌법재판소의 문을 두드려 달라”고 말했다. 이 헌재소장은 이어 “이제는 출근길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즐거운 나라, 자신감과 포부에 찬 젊은이들이 자신의 손으로 미래를 일구는 나라, 남들과 다른 생각이나 외모, 피부색이 개성으로 존중받는 나라, 내 아이를 키우고 그 아이들이 자라나 살게 하고 싶은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헌재소장은 또 지난해 헌재 활동에 대해 “전직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하고 결정함으로써 위헌적이고도 위법적인 상황을 해소하고 법에 의한 정치권력의 교체를 이루어 내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김명수 대법원장(사진)이 2018년 신년사를 통해 “국민의 신뢰 없이는 사법부가 존재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며 “새해에는 사법부 혁신의 새로운 기틀을 다질 것”이라고 29일 밝혔다. 9월 25일 취임 이후 강조해 온 사법 개혁을 새해에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김 대법원장은 “전국의 법관들을 비롯한 법원 구성원 모두와 함께 국민을 위한 ‘좋은 재판’이 실현되는 ‘좋은 법원’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엇부터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재판 제도와 법관 인사, 사법 행정 등 전 분야에 걸쳐 철저히 국민의 시각에서 바탕부터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은 선진국 수준의 역량과 청렴성, 독립성을 갖춘 사법부를 목표로 제시했다. 또 “법원은 국민의 권리를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라며 “권리관계에 다툼이 있다면 누구나 쉽게 접근하여 정의의 선언을 받을 수 있고, 소송에 진 사람도 깨끗이 승복하는 충실한 재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모든 벌은 제게 주십시오. 다 제가 지고 가겠습니다.” 27일 오후 6시 45분 서울법원종합청사 312호 중법정.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이 피고인석에서 울먹이며 항소심 최후 진술을 마무리했다. A4용지보다 조금 작은 종이 2장에 직접 쓴 1500자 분량의 글을 9분 동안 읽었다. 종이를 든 손은 떨렸다.○ “실력으로 초일류 기업인 인정받고 싶었는데…” 이 부회장은 최후 진술에서 “문제는 (박근혜 전 대통령) 독대에서 시작됐다. 원해서 간 것도 아니고 오라니까 간 거지만 거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그 법적 책임은 모두 제가 지겠다”고 강조했다. 또 “제가 벌을 받아야 얽힌 실타래가 풀릴 것 같다. 최지성 실장(66·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사장(63·전 미래전략실 차장) 두 분은 제발 풀어주시고 그 벌을 저에게 다 엎어주십시오”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최후 진술을 시작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대한민국에서 저 이재용은 우리 사회에 제일 빚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부모 만나서 좋은 환경에서 받을 수 있는 최상의 교육을 받았다. 삼성이라는 글로벌 일류 기업에서 능력 있고 헌신적인 선후배들과 같이 일할 수 있는 행운까지 누렸다”고 말했다. 또 “10개월간 구치소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일을 겪으며 사회에서 접하지 못했던 사람들 인생 얘기를 들으며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혜택받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 부회장은 “제 인생의 꿈을 말씀드리고 싶다. 오로지 제 실력과 제 노력으로 세계 초일류 기업인으로 인정받고 싶었다”며 “이것은 전적으로 저한테 달린 일이고 제가 못하면 대통령 할아버지가 도와줘도 할 수 없다. 근데 제가 왜 대통령에게 청탁하겠나. 재판장님 이것만은 꼭 살펴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받기 위한 청탁을 했다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공소 사실을 강하게 부인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 회장 타이틀이나 지분 같은 건 의미 없었고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아버지 같이 셋째 아들도 아니고 외아들이다. 다른 기업과 같이 후계자 다툼 할 일도 없었다”며 “이런 제가 왜 승계를 위해 청탁을 하겠나. 이건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순간 이 부회장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했다. 이 부회장은 피고인 신문 도중 “앞으로 삼성그룹 회장이라는 타이틀은 없을 것이다”라며 출소하더라도 그룹 회장 직을 맡지 않을 뜻을 밝혔다. ○ “대통령 후원 요구 따른 게 실체적 진실” 이날 오전 10시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 심리로 시작된 이 부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 결심 공판은 오후 6시 55분까지 8시간 55분 동안 이어졌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해 1심 재판과 마찬가지로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이 부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 받았다. 특검은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법정 구속된 최 전 실장과 장 전 사장에게는 각각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또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모녀의 승마 지원에 관여한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64)에게는 징역 10년,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55)에게는 징역 7년을 구형했다. 박영수 특검은 2500자 분량의 논고문을 8분 동안 읽으며 “이 사건은 삼성이 경영권 승계 대가로 대통령과 측근에게 뇌물을 준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25분 동안 1만 자 분량의 최종 변론으로 맞섰다. 이인재 변호사(64)는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문화, 스포츠 융성 등 공익적 목적을 내세우며 지원을 요청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떻게 거절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또 “대통령으로부터 후원 요구를 받고 어쩔 수 없이 그대로 따른 게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 선고 공판은 내년 2월 5일 오후 2시에 열린다.○ 독대 횟수 놓고 공방 앞서 특검과 변호인단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을 몇 차례 독대했는지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특검이 안봉근 전 대통령국정홍보비서관(51·구속 기소)의 증언을 제시하며 “2014년 9월에도 독대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이 부회장은 “안가에서 안 전 비서관을 만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제가 이걸로 거짓말할 필요도 없다. 그걸 기억 못 하면 적절한 표현 같진 않지만 제가 치매”라고 했다. 이 부회장은 “청와대 안가에서 박 전 대통령과 만난 건 2015년 7월과 지난해 2월 두 차례뿐”이라고 말했다. 2014년 9월 15일 대구·경북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의 만남을 포함해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 횟수는 모두 3번이라는 것이다. 이호재 hoho@donga.com·권오혁·김지현 기자}

2009년 7월 23일 서울고법 형사3부는 부녀자 8명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살해하는 등 연쇄살인을 저지른 강호순(48)의 항소심에서 사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을 영원히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극형 선고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사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강호순은 상고를 포기했고 사형은 확정됐다. 당시 사형을 선고한 재판장은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60)이다. 그는 7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형제도 폐지를 검토해 달라’는 특별보고를 했다. 흉악범에게 사형을 선고했던 판사가 이제는 사형제 반대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8년 사이 그의 생각이 왜 바뀌었는지 26일 서울 중구 저동 인권위 사무실에서 만나 들어보았다. ―인권위가 2012년 3월 이후 5년 9개월 만에 대통령에게 특별보고를 했다. 무슨 이유였나. “한국은 현재 20년째 사형이 중단돼 실질적으로 사형이 폐지된 국가다. 그런데 ‘조두순 석방 반대’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거치며 사형 집행 재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 생각이 바뀌어 사형을 집행하라고 하면 사형이 집행될 상황이다. 사형 집행을 막기 위해 사형에 대해 공식 모라토리엄(집행 중단)을 선언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특별보고를 했다.” ―문 대통령의 반응은 어땠나. “문 대통령은 인권 변호사 출신이어서 인권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인권위 특별보고에 공감을 표시했다. (사형제 폐지는) 국민을 설득해야 하는 일이라며 인권위의 역할을 강조했다.” ―법관 시절인 2009년 강호순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당시에는 무슨 생각이었나. “법관도 사형 선고는 피하고 싶어 한다. 아내도 평소에 ‘사형 선고는 하지 말라’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국민에게 불안감을 준 사이코패스 사건이었다. 강호순은 반성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사형제가 존재하는 한 사형을 선고해야 했다. 술을 마시진 않았지만 선고가 끝나고 배석 판사들을 다독였다.” ―사형 선고를 한 데 대해 후회는 없었나. “강호순이 상고를 안 했다. 내가 최종 사형선고를 한 재판장이 됐다. ‘사형이 집행되면 내 판결로 죽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형 선고 다음 날 바로 집행을 하기도 했던 군사정부 시절이라면 더 부담이 컸을 것이다. 하지만 강호순에게 사형을 선고할 당시는 이미 사형 집행이 중단된 지 10년이 넘은 때였다. 사형이 실제 집행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사형 선고는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한다는 의미였다.” ―사형을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1980년대 초 검찰 시보를 하면서 중학생 제자 이윤상 군을 유괴해 살해한 체육교사 주영형(1985년 사형 집행)을 다룬 신문 과정을 지켜본 적이 있다. 보통 살인자는 악마가 아닐까 생각하지 않나. 그런데 주영형은 악마적 행위를 저질렀지만 평소에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사형 집행을 앞두고 두 눈과 콩팥을 기증하기도 했다. 악한 행동을 해도 모두 인간이다. 사형은 옳은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형제 폐지에 대해서는 반대 여론이 높다. “범죄 피해자 인권은 중요하다. 그러나 사형은 단지 보복 감정을 충족시킬 뿐이다. 조봉암 사건이나 인민혁명당 사건, 김대중 전 대통령 사형 판결처럼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최고형도 사형이 아닌 종신형이다. 결국 국민을 설득해야 할 문제다. 정치 지도자의 결단이 중요하다.” ―2010년 사형제 합헌 결정을 내렸던 헌법재판소도 이제는 상당수 재판관이 사형제에 부정적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한다. “법원을 벗어나 인권위에 와 보니 그동안 시야가 좁았다는 생각이 든다. 헌재와 대법원의 역할은 소수자 보호다. 대통령이나 국회가 못하는 일을 사법부가 해줘야 할 때가 있다. 사법부 지도자도 넓은 의미에서 이 나라의 지도자들이다. 유권자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분들이 용단을 내려줬으면 한다.” ―문재인 정부 임기 중에 사형제가 폐지될 수 있다고 보나. “현실적으로 국민 대다수가 사형제 폐지를 반대한다는 점을 잘 안다. 지금은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이다.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그래서 공식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단계적으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생명을 빼앗는 사형이 옳은가, 그른가는 국민들도 생각해 봐야 한다.” :: 이성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 서울대 법대 졸업 △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로스쿨 졸업△ 제22회 사법시험 합격 △ 대법원 재판연구관, 특허법원 수석부장판사,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원장, 서울중앙지법원장 △ 2015년 8월∼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장관급) 이호재 hoho@donga.com·김윤수 기자}

“한국은 이미 실질적으로 사형이 폐지된 국가다. 이제 사형제를 폐지할 때가 됐다.” 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사폐협) 대표 이상혁 변호사(82·고등고시 10회·사진)는 20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사형제 폐지를 공식화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1980년대 초반 신군부 치하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내란 예비음모 혐의 등으로 사형이 선고됐던 일을 거론하며 “김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사형수 아닌가. (김대중 정부를 계승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금이 사형제를 폐지할 적기”라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1989년 5월 문장식 목사(82)와 함께 사폐협을 결성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국제앰네스티의 영향으로 국내에 사형폐지 운동이 싹트던 시기였다. 그는 이후 29년째 줄곧 사형제 폐지 운동을 이끌고 있다. 사형제 폐지의 대안으로 이 변호사는 ‘여명(餘命·잔여 수명) 기준 종신형’을 꼽았다. 여명 기준 종신형은 기대여명(평균 수명―수감 당시 나이)의 3분의 2가량을 복역한 뒤 가석방 심사를 하는 제도다. 평균 수명이 80세라면 20세에 수감된 이들은 전체 여명(60년)의 3분의 2(40년)에 해당하는 형기를 마친 60세 무렵에 출소 심사를 받게 된다. 이 변호사는 “사형 판결을 내린 판사, 기소한 검사, 심리학자 등으로 위원회를 운영하면 된다. 그쯤 복역하고 나면 그 나이에 다시 범죄를 저지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인터뷰 도중 이 변호사는 한 사형수의 편지를 꺼내 보여줬다. 모든 잘못을 뉘우치고 있으며 매일 사형이 집행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변호사는 “죄수들은 사형보다 종신형을 더 무서워한다. 교화 가능성을 열어주자”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헌법재판소가 사형제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이진성 신임 헌재소장 등 대부분 재판관이 사형 제도에 부정적이다. 조만간 2010년(합헌 5 대 위헌 4로 사형제 합헌 결정)과는 다른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롯데그룹 총수 일가 비리 재판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2·사진)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재계 5위 롯데그룹은 기업 총수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면하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김상동)는 22일 신 회장에 대해 신격호 총괄회장(95)과 공모해 신 총괄회장의 사실혼 배우자 서미경 씨(58) 모녀에게 117억 원의 ‘공짜 급여’를 지급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일부 공소 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신 총괄회장에게는 징역 4년의 실형과 벌금 35억 원을 선고했지만 고령과 건강 상태를 감안해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신 회장과 신 총괄회장이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을 서 씨 등 가족에게 넘겨 회사에 770여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는 유죄로 인정했지만 구체적인 피해액을 산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75)에게는 징역 2년의 실형이, 서 씨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각각 선고됐다. 신 회장이 계열사들을 동원해 롯데피에스넷을 부당 지원해 회사에 471억 원가량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정상적인 경영상 판단이라는 이유로 무죄로 결론 냈다. 신 총괄회장이 신 이사장과 서 씨에게 차명주식을 증여한 혐의(조세포탈)도 무죄로 판단했다. 신 이사장은 공소시효가 남아 있지 않고 서 씨는 납세의무가 있는 국내 거주자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한국 롯데 계열사에서 391억 원의 ‘공짜 급여’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63)은 무죄 선고를 받았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롯데그룹 총수 일가가 기업을 사유화한 단면을 분명하게 보여준 사안이다. 신 회장 등의 사익 추구 범행은 성실하게 일한 임직원들에게 자괴감과 상실감을 주었고 롯데가 국민의 지지로부터 멀어지는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선고 직후 신 회장은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호재 hoho@donga.com·권오혁 기자}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20일 법정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을 상대로 거친 설전을 벌였다. 앞서 삼성 측에 딸 정유라 씨(21)의 승마지원을 요구한 혐의 등으로 1심 결심공판에서 징역 25년을 구형받은 최 씨는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 항소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특검은 최 씨에게 지난해 1월 삼성전자 황성수 전 전무(55)가 회사에 ‘그랑프리급 말을 구입해도 되느냐’고 보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제시하며 “증인이 삼성에 요구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최 씨는 “그런 사실이 없다. 승마 지원이 (딸) 유라를 위한 것이라는 전제로 물어보면 대답할 말이 없다”고 반박했다. 특검이 말 구입과 관련해 비슷한 질문을 계속하자 최 씨는 “답답하다. 독일을 한 번 갔다 오시든가, 말을 연구한 검사님이 나와야 한다”고 대응했다. 삼성이 지난해 초 말 ‘비타나’와 ‘라우싱’을 구입한 경위에 대해 최 씨는 “정유라가 타는 말이라고 콕 찍어 말할 수 없다. 삼성이 ‘(승마 유망주 육성) 중장기 로드맵’에 따라 선수들이 독일에 오면 사주기로 한 계약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최 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68)는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 씨 사건은 징역 45년까지 구형이 가능하다. 적어도 40년은 구형해야 했는데 그렇게 못했다. 특검이 공소사실에 대해 자신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 구형을 어떻게 할지 고민했을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 구형을) 최 씨보다 낮게 할 수는 없다 보니 25년을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현장 동영상을 보는 것이 이 사건을 이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검찰) “찍은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이 안 돼 신뢰하기 어렵다.”(탁현민 행정관 측)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탁현민 대통령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44)의 첫 공판에서는 검찰이 제출한 유튜브 동영상을 증거로 채택하는 문제를 두고 검찰과 탁 행정관 측이 뜨거운 공방을 벌였다. 이날 검찰은 대선 사흘 전인 5월 6일 서울지하철 홍대입구역 부근에서 열린 ‘프리허그’ 행사 현장 유튜브 동영상을 증거로 제출했다. 탁 행정관이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육성연설이 담긴 음원을 행사 배경 음향으로 사용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를 입증하기 위해서다. 검찰은 “행사의 사실관계를 보여주기 위해 유튜브 동영상을 증거로 제출한다”고 밝혔다. 탁 행정관 측은 이에 대해 “유튜브 동영상은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맞섰다. 유튜브는 계정만 있으면 누구나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공개 사이트다. 이 때문에 동영상 촬영자와 게시자를 확인할 수 없으므로 증거로 쓰기에는 신뢰도가 낮다는 것이다. 양측이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팽팽하게 맞서자 재판부는 “다른 사건에서도 유튜브 동영상의 증거능력이 문제되고 있다”며 이 문제를 내년 1월 9일 재판에서 다시 다루기로 했다. 최근 법정에서는 탁 행정관 재판에서처럼 유튜브 동영상이 사실관계를 다투는 데 중요한 증거로 등장하는 일이 잦다. 특히 난민 지위 인정을 요구하는 행정소송에서는 해외 현지 상황을 보여주는 유튜브 동영상이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되곤 한다. 서울행정법원 차지원 행정1단독판사는 앞서 8월 요르단인 A 씨의 난민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A 씨가 요르단 현지에서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모습이 찍힌 유튜브 동영상을 증거로 인정했다. 유튜브 동영상의 증거 채택에 반대하는 이들은 유튜브 동영상은 쉽게 조작이 가능하다는 점을 문제 삼는다. 촬영 원본과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이 같은 것이라는 ‘동일성’과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이 법정에 제출될 때까지 변경된 적이 없다는 ‘무결성’을 보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수사기관에는 사건 현장에서 미처 채증하지 못한 상황을 담은 유튜브 동영상은 포기하기 힘든 증거다. 증인 진술만으로는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구태언 변호사는 “디지털 증거는 촬영된 기계 자체를 제출하지 않는 한 다 사본으로 봐야 한다. 조작 사실이 증명되지 않는 한 증거능력이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 파면으로 이어진 국정 농단 사건의 주범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에게 검찰이 14일 열린 1심 결심 공판에서 징역 25년을 구형했다. 최 씨는 중형 구형에 분을 삭이지 못해 눈물을 쏟으며 검찰을 강하게 비난했다. 최 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68)는 최후 변론에서 “옥사(獄死)하라는 얘기냐”며 “최 씨가 온전하게 정신줄 잡고 재판을 버텨내는 게 기적”이라고 반발했다.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 씨 등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최 씨는 국정 농단 사태의 시작과 끝”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은 “최 씨는 박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이용해 ‘비선 실세’로서 정부 조직과 민간 기업의 질서를 어지럽히며 국정을 농단했다”고 지적했다. 또 “헌법 가치를 수호해야 할 대통령과 공모해 적법절차를 무시하며 사익을 추구해 국가 기강을 송두리째 흔들었다”며 징역 25년과 벌금 1185억 원, 추징금 77억9735만 원을 구형했다. 통상 검찰은 계획적 살인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에게 징역 25년 정도를 구형한다. 구형이 시작될 때만 해도 최 씨는 살짝 웃음을 지을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곧 낯빛이 어두워지고 흥분하는 기색을 보이자 최 씨의 변호인단은 휴정을 요청했다. 재판부가 휴정 결정을 내리면서 이 변호사는 최후변론을 잠시 중단해야 했다. 법정을 나서던 최 씨는 검찰 쪽을 향해 무언가 말을 하려다 교도관에게 제지를 당했다. 최 씨는 법정 밖 피고인 대기실에서도 “아아악!” 하며 괴성을 지르고 소동을 피웠다. 최 씨가 흥분을 가라앉히길 기다리느라 재판부는 25분 동안이나 휴정을 해야 했다. 재판이 시작된 후에도 최 씨는 연신 눈물을 흘리고 코를 훌쩍였다. 최 씨는 최후 진술에서 “이익을 취득한 일이 없다. 검찰에서 1000억 원대 세금과 벌금을 물리는 것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재산을 몰수하는 것보다도 더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을 40년간 지켜왔지만 그분은 단 한 푼도 받을 분이 아니고 검소함으로 살아온 분”이라고 주장했다. 또 “저를 정경유착으로 뒤집어씌우는 검찰의 발상은 그야말로 사기극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한다”며 검찰을 강하게 비난했다. 최 씨는 A4용지에 미리 적어온 글을 읽으며 소리 내어 흐느꼈다. 검찰은 최 씨와 함께 기소된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에게 징역 6년과 벌금 1억 원, 뇌물로 받은 가방 2개 몰수와 추징금 4000여만 원을 구형했다. 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2)에게는 징역 4년과 추징금 70억 원을 구형했다. 최 씨 등에 대한 선고 공판은 내년 1월 26일 열린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개그맨 김기리 씨(32·사진)가 자신의 퍼블리시티권이 침해당했다며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겼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6단독 문혜정 부장판사는 12일 김 씨가 ‘호식이 두마리 치킨’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광고 계약기간 외에 김 씨를 모델로 쓴 광고를 송출한 호식이 두마리 치킨은 김 씨에게 25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김 씨는 2013년 5월 호식이 두마리 치킨과 광고계약을 맺었다. 계약기간은 ‘지상파 첫 CF가 방영되는 날을 시작으로 1년으로 한다’로 계약서에 명시했다. 그러나 지상파에 처음 방영된 2014년 5월 1일 이전인 2013년 6월∼2014년 4월에 광고는 온라인과 케이블방송 등에 나왔다. 재판부는 “김 씨의 동의를 받지 않고서 성명이나 초상 등을 상업적으로 사용해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무단 사용한 광고가 이미 제작된 광고물이고, 계약기간 밖에서 광고를 방영한 매체가 지상파 방송보다 파급효과가 적은 케이블방송에 국한됐다며 청구액 6650만 원을 모두 인정하지는 않았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대법원이 1일 이일규 전 대법원장 추념식을 연 데 대해 현직 부장판사가 법원 내부 통신망에 공개적으로 비판 글을 올렸다. 이에 현직 판사인 김명수 대법원장의 아들이 반박 댓글을 달아 눈길을 끌었다. 12일 허용구 대구지법 부장판사(47·사법연수원 27기)는 법원 내부 통신망 코트넷에 이일규 전 대법원장 추념식 개최는 부적절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김 대법원장은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이 전 대법원장의 서세(逝世) 10주기 추념식에서 구속적부심의 의의와 재판 독립의 중요성 등을 강조해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일부 언론 보도에서 ‘이일규 전 대법원장이 1975년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 사건’에서 관련자 8명에게 사형 확정 판결을 할 때 유일하게 소수의견을 냈던 판사’라는 점을 언급한 일을 허 부장판사는 문제 삼았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은 당시 중앙정보부가 “북한의 지령을 받은 인혁당 재건위 조직이 전국민주청년학생연맹 배후에서 정부 전복 등을 기도했다”고 발표한 사건이다. 대법원 판결이 확정된 지 18시간 만에 관련자 8명에 대해 사형이 집행됐다. 그는 “인혁당 사건은 최악의 ‘사법살인’이라 불릴 만큼 피해자와 국민에게 큰 고통을 준 사건”이라며 “사법부로서는 사죄해도 모자랄 판국에 이를 법관의 치적이나 법원의 홍보 용도로 거론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추념식을 정부에서 거행한다면 우스꽝스러울 것”이라며 대법원이 공식적으로 전직 대법원장의 추념식을 연 일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군사정권에서 삼권분립의 한 축인 대법원장을 지낸 사람을 추도하는 것이 옳으냐는 것이다. 김 대법원장의 아들 김한철 전주지법 판사(31·42기)는 허 부장판사의 글에 긴 반박 댓글을 달았다. 김 판사는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서) 유일한 소수의견이 이일규 대법원 판사였다는 점은 알고 계시리라 생각한다. 판사 이일규의 생애에 관해 좀 더 찾아보면 노태우 전 대통령 급으로 매도할 정도의 분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실 수 있으실 거다”라고 적었다. 김 판사는 또 “아마도 법원에서 2007년에 최초로 법원장으로 장례식을 진행하기도 하였기에 대법원에서 추념식을 따로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어두운 시대를 판사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일까 고민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고 덧붙였다. 법원 내부에서는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 구속적부심, 구속영장 심사, 사법행정권 등 각종 사안에 대해 활발한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요즘 법원 내부 게시판에는 사회적 논란이 있는 사건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 판사끼리 서로 존중하며 논쟁하는 것은 법원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배석준 eulius@donga.com·이호재 기자}

배우 김보성 씨(51·사진)가 잇단 퍼블리시티권 침해 소송에서 승리했다. 퍼블리시티권은 이름이나 초상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2부(부장판사 함석천)는 12일 김 씨가 식품업체 풍년식품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계약기간 이후에도 김 씨 유행어를 딴 ‘의리의리한 집에 안창살’, ‘의리의리 떡갈비’를 판매한 풍년식품은 김 씨에게 로열티 67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또 풍년식품이 김 씨를 상대로 제기한 보증금 1억 원 반환 청구 소송에서도 “김 씨는 해당 식품 판매로 받아야 할 로열티 4200만 원을 제외한 5800만 원을 돌려주라”고 판단했다. 사실상 4267만 원을 퍼블리시티권 사용료로 간주한 것이다. 2014년 7월 김 씨는 풍년식품과 1년 광고계약을 맺고 해당 제품 수입의 약 5%를 로열티로 받기로 했다. 그러나 풍년식품이 계약기간이 만료된 2015년 7월 이후에도 광고를 중단하지 않자 올 6월 부당이익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어 허락 없이 김 씨 사진을 홍보 책자에 사용한 투자자문회사 한독투자자문은 김 씨에게 1억 원을 지급하고, 계약기간이 끝난 뒤에도 김 씨 광고를 무단으로 사용한 식품업체 ‘사나이’는 광고를 중단하라고 판결했다. 김 씨는 2014년 한 음료 광고를 통해 ‘으리’(의리를 재미있게 발음한 말)라는 유행어로 인기를 끌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일명 ‘돈봉투 만찬’ 사건으로 면직을 당하고 재판에 넘겨진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59·사법연수원 18기·사진)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무부에 근무하는 후배 검사들에게 식사를 접대한 것은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의 처벌 예외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조의연)는 올 4월 법무부 검찰국 검사들과의 만찬에서 부적절한 돈봉투와 식사를 제공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로 기소된 이 전 지검장에게 8일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전 지검장이 당시 법무부 이선욱 검찰과장(47·27기), 박세현 형사기획과장(42·29기)의 저녁 식대를 지불한 데 대해 “피고인과 법무부 과장들은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계층적 조직체계의 일원으로서 직무상 상하관계이므로 청탁금지법 예외 사유인 상급 공직자와 하급 공직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청탁금지법은 ‘상급 공직자 등이 위로, 격려, 포상 등의 목적으로 하급 공직자 등에게 제공하는 금품 등’을 예외로 규정하고 있다. 이 전 지검장이 식대를 계산한 것은 하급 기관(서울중앙지검)이 상급 기관(법무부)을 접대한 것이 아니라 후배인 법무부 과장들을 위로, 격려한 것으로 봐야 해 청탁금지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 전 지검장이 법무부 과장들에게 100만 원씩이 든 돈봉투를 건넨 데 대해 재판부는 “액수가 각 100만 원을 초과하지 않아 청탁금지법에 따른 형사처벌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유무죄 판단을 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 전 지검장이 법무부 과장들에게 돈봉투와 식대(1인당 9만5000원)를 합쳐 1인당 109만5000원의 금품을 제공했다고 기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식대 9만5000원 부분이 무죄이므로 나머지 100만 원은 형사처벌 기준인 ‘100만 원 초과’에 미달한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수수 금품 금액이 100만 원 이하일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한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가 문제될 뿐”이라고 덧붙였다. 무죄 선고 직후 이 전 지검장은 “법원 판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자세다. 법원이 이 전 지검장에게 무죄를 선고하자 검찰 내부에서는 “여론에 휩쓸려 무리하게 기소를 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 전 지검장이 후배들에게 제공한 금품 액수를 형사처벌 대상인 ‘100만 원 초과’에 맞추기 위해 저녁 식사 비용을 금품 제공 액수에 끼워넣은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날 판결이 이 전 지검장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51·20기)이 법무부를 상대로 낸 면직 처분 취소 소송에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법무부 감찰위원회는 6월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에게 ‘돈봉투 만찬’ 책임을 물어 면직 처분을 내렸다. 면직은 검사에 대한 징계 중 해임 다음으로 높은 수준의 중징계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서울중앙지법이 검찰이 제출한 구속영장 청구서를 반환할 때 청구서 상단의 ‘발부’ 및 ‘기각’란(사진)에 날인을 하지 않기로 했다. 도장을 찍다가 실수를 한 일이 외부에서는 자칫 불필요한 해석을 낳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영장담당 판사가 검찰에 구속영장 청구서를 되돌려줄 때 날인을 하지 않기로 내부방침을 정해 이번 주부터 시행 중”이라고 7일 밝혔다. 발부 및 기각 사유는 기존대로 적어서 반환하고 청구서에 도장 찍는 일만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구속영장 청구서에 날인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은 지난달 전병헌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59)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일이 계기가 됐다. 당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담당한 판사는 영장을 기각하면서 실수로 청구서의 발부란에 도장을 찍었다. 해당 판사는 잘못 찍은 도장을 수정테이프로 지우고 기각란에 다시 날인해 검찰에 청구서를 돌려줬다. 이후 그 같은 사실이 한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담당 판사가 구속영장을 발부하려고 했는데 외압이 들어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서울중앙지법은 “영장전담판사의 단순 실수였다. 도장을 잘못 찍는 일은 더러 있는 일”이라고 해명해야 했다. 구속영장 청구서의 발부, 기각란에 도장을 찍는 것은 전산시스템이 없던 과거에 생긴 관행이다. 판사가 찍은 도장으로 영장의 진위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재는 영장실질심사 결과를 전산으로 등록하기 때문에 날인을 할 필요가 없다. 서울중앙지법이 영장에 날인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은 전 전 수석 사건을 계기로 오해를 살 수 있는 불필요한 일을 아예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베일에 싸여 투명인간처럼 살아왔다.” 최순실 씨(61·구속 기소)는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자신이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과 뇌물죄의 공범이라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공소 사실을 반박한 것이다. 뇌물을 받을 정도의 드러나는 활동을 한 적이 없다는 의미였다. 최 씨는 “박 전 대통령과 저는 공범 관계를 형성한 위치에 있지 않고 공모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최 씨는 또 자신과 박 전 대통령이 ‘경제 공동체’가 아닌데도 특검팀이 그런 것처럼 몰아간다고 주장했다. 삼성에서 받은 승마 지원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로 보기 위해 특검팀이 자신과 박 전 대통령의 관계를 경제 공동체로 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실제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삼성에서 받은 돈은 없다. 최 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68)는 파워포인트(PPT)를 이용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경제 공동체라는 틀을 짜놓고 맞추려 하고 있다”며 “박 전 대통령과 최 씨 관계를 경제 공동체로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최 씨의 경제적 이익을 박 전 대통령의 경제적 이익으로 볼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이 변호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의 1심 재판부가 선고를 하면서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경제 공동체 여부를 명확히 판단하지 않은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특검팀은 “경제 공동체라는 말을 해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공소 사실에 명확하게 규정했지만 박 전 대통령과 최 씨는 경제 공동체가 아니라 뇌물을 공모해서 공동정범으로 기소한 것”이라며 “경제 공동체여야만 (뇌물죄가) 인정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주장 안 한 것을 주장했다고 하는 건 법정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최 씨가 직접 반론을 제기했다. “경제 공동체 문제를 전혀 이야기 안 했다는데 저는 (특검) 조사 때부터 경제 공동체 이야기를 고형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부장(47)에게 들었다. 경제 공동체로 합심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고 부부장은 특검팀에서 파견 근무를 했다. 최 씨는 또 “이런 것을 뇌물로 엮는다면 대한민국에서 뇌물로 엮일 사람이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의 국선 변호인인 강철구 변호사(47)는 최 씨 재판을 방청하며 박 전 대통령 재판을 준비했다. 최 씨의 결심 공판은 14일 열릴 예정이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