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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카카오의 평가 제도를 비판하는 직원들의 글이 속속 올라왔다. 카카오가 직원들에게 통보하는 인사평가 결과에는 ‘동료 리뷰’ 항목이 있다. 이 항목엔 ‘당신과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고 응답한 동료의 숫자와 비율이 명시된다. 카카오의 한 직원은 글에서 “조직 내부의 불신과 의심을 조장하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회사 측은 “동료 리뷰는 다면 평가로 인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강화하기 위해 2016년 직원들이 원해서 도입한 조치”라며 난감하다는 표정이다. 투명한 평가를 위해 추진한 제도인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공정성에 민감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원이 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업무환경 변화가 이어지면서 기업마다 인사평가를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보상과 성과 평가에 민감한 구성원들을 만족시킬 기준과 방식을 마련하기 위한 기업 인사담당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확산은 인사평가 홍역을 더욱 심화시켰다. 같은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며 동료의 근태나 업무를 자연스럽게 공유했던 과거와 달리, 각자 업무나 성과를 알지 못하는 깜깜이 근무체계로 인사 고과에 대한 갈등이 커진 것이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한 팀장급 직원은 “함께 일할 땐 야근이나 업무량이 몰리는 팀원을 평가에서 배려하는 게 당연했지만 원격근무에선 관리자만 성과를 비교할 수 있어 팀원들에게 평가 수용을 설득시키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은행 인사팀 관계자는 “과거에는 회식이나 회의 등 인사 불만이나 오해를 푸는 자리가 있었지만 요즘은 소통이 줄어 갈등이 더 심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성과급 등 보상과 연동되는 평가에 대한 불만으로 회사를 공개 비판하는 일도 잦아졌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각 기업 구성원들이 서로의 연봉, 성과급 등 처우와 인사평가 방식 등을 비교하기 쉬워졌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단순히 평가의 대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회사를 비교 평가하는 것. 이달 중순 한 10대 그룹 계열사 블라인드에는 퇴사 예정 직원이 “얼마 전 ○○사 10년 근속 직원 1000만 원 지급, 부럽다.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사람이 대접받을 수는 없느냐”는 글을 올려 직원들의 호응이 이어졌다. 최근 정보기술(IT) 업계에선 블라인드에 이어 음성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인기를 끌고 있는 클럽하우스에서 회사 비밀을 누설하거나 ‘뒷담화’를 하는 일이 늘어 기업 관계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회사 내 MZ세대 구성원 비율이 증가하는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기업 임원은 “MZ세대는 인사평가를 학교 다닐 때 성적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노력했는데 평가가 나쁘게 나오는 것을 못 참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MZ세대는 오랜 기간 근무하며 승진하는 것보다는, 연봉이나 성과급 등 단기적 이익에 집중하는 경향이 짙다”라며 “승진을 결정하는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보상’을 당연한 권리로 여기면서 연봉 및 성과급 체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당 고과나 연말연초 성과급 규모에 따른 ‘철새 이직’도 늘고 있다. 한 대기업그룹 자산운용사 과장 김모 씨는 “1990년생 팀 막내가 예전에 다니던 회사로 돌아가겠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닌다”고 전했다. 적절한 보상이 인재 확보와 직결되면서 그동안 결과만 통보하고 면담은 요식행위에 그쳤던 기업의 인사평가 풍경도 바꾸고 있다. 중견 IT기업 임원은 “얼마 전 연봉을 10% 인상한 직원에게 1시간 넘도록 ‘이것밖에 못 올려줘서 미안하다’며 달래느라 애먹었다. 설득 실패는 곧 인재 유출이고, 인재 유출은 관리자 무능으로 평가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성과 평가 불만이 많아지자 일부 스타트업 중에는 아예 과거 성과를 기준으로 한 평가 대신에 앞으로 어떤 업적을 낼 수 있는지 적극 어필하는 사람에게 유리한 평가를 하는 새로운 인사평가 실험을 하는 곳도 나오고 있다.신동진 shine@donga.com·곽도영 기자}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2017년 허리케인 하비가 동시에 온 격이다.” 30년 만의 기록적인 미국 텍사스주 한파와 일본 후쿠시마현 강진이 산업계를 덮쳤다. 정유설비와 반도체·태양광 패널 공장 등 주요 생산 설비가 멈춰 섰다. 가뜩이나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곡물가격에 더해 이번 한파로 유가 및 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까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도 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회복세를 기다리던 산업계에 ‘기후변화의 공격’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장 멈추고 유가 올라 18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주의 모티바, 엑손모빌 등 정유기업의 약 400만 배럴 규모 정제 설비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텍사스주는 영하 18도까지 떨어지며 한파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400만 배럴은 미국 일일 전체 생산량의 약 21%에 달하는 규모다. 2017년 허리케인 하비 이후 최악의 상황이 온 것으로 정유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앞서 13일에는 일본 후쿠시마현에서 일어난 리히터 규모 7.3의 지진으로 인해 현지 정유사 에네오스의 총 41만5000배럴 규모 정제 설비가 멈춰 섰다. 국내 한 정유사 관계자는 “원유 정제 설비는 한 번 멈춰서면 잔유량을 제거하고 재가동하기까지 최소 2, 3주가량이 소요된다. 고강도 지진 이후 여진의 위협도 남아 있어 한동안은 미국과 일본 상황에 따라 글로벌 석유 수급에 여파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현지 제조업 공장도 한파로 타격을 입었다. 16일 텍사스 오스틴 삼성전자, NXP, 인피니온 등 반도체기업 설비가 멈춘 데 이어 같은 날 LG전자의 현지 공장도 가동을 멈췄던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 관계자는 “미국 테네시주의 세탁기 공장과 태양광 패널 공장이 주 정부 긴급명령에 따라 16일 생산을 일시 중단했다가 17일 재가동에 들어갔다”며 “한파로 인한 피해 회복 정도에 따라 생산 중지 긴급명령이 또 이뤄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반기 체감 물가 인상으로 이어질 것” 기후변화와 맞물린 자연재해 여파는 주요 경제지표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미국 25개 주에 겨울폭풍 경보 등이 발령된 15일 다음 날인 16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이 하루 만에 배럴당 1.5달러에서 2달러 선으로 급등했다. 같은 날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60.05달러에 장을 마감하며 13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원자재 및 곡물 가격도 일제히 출렁였다. 1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통상 100만 BTU당 3달러 미만에서 거래되는 천연가스 현물 가격은 15일 이후 미국 현지에서 999달러 선까지 튀어 올랐다. 글로벌 천연가스 선물 가격도 꾸준히 올라 16일 3달러 선을 넘어섰다. 지난해 지구를 덮친 이상 더위와 추위로 이달 초 전년 대비 50%가량 폭등한 대두, 옥수수 등 주요 곡물 가격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곡물과 원자재의 불안정한 수급과 가격급등은 경제계에 일파만파 영향을 준다. 당장 유가 상승으로 인한 석유화학, 플라스틱 제품 가격 상승과 전기요금 인상 등 소비자 체감 경제에도 여파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위원은 “유가 상승은 단순히 난방유나 휘발유 가격에만 단기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전기요금 상승,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전반적인 물가 상승의 압박 요소로 이어진다”며 “올해 상반기(1∼6월) 시장에서 체감하는 물가 영향이 가시화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곽도영 now@donga.com·홍석호 기자}

‘제2의 D램 신화’를 이어갈 것으로 주목받고 있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부문에서 삼성전자가 새로운 전기를 열었다. 그간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만 주로 적용되던 AI 반도체를 세계 최초로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개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반도체 업계에선 “메모리 반도체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분석이 나온다. ○ 삼성전자, AI 메모리 반도체 개발 쾌거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에 AI 엔진을 결합한 신제품 AI 반도체 ‘HBM-PIM’을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중앙처리장치(CPU)를 위한 데이터 기억장치로만 존재했던 메모리가 직접 AI 연산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시스템 처리 속도는 2배로 빨라지고 전력 소비는 70% 이상 줄일 수 있게 됐다. AI 반도체는 학습과 추론 등 AI 기술에 필요한 연산을 위해 특화된 고성능 반도체 제품을 두루 일컫는 말이다. 스마트폰과 자율주행차, 음성인식 스피커 등을 통해 생활 속에 AI가 깊숙이 스며들면서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고 분석할 수 있는 AI 반도체의 필요성도 점차 커졌다. 이번 삼성전자의 HBM-PIM은 기존 비메모리 분야에서의 AI 반도체 고도화를 넘어 메모리 반도체에도 AI 엔진을 결합함으로써 이 시장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존에 메모리와 CPU 간에 대량의 데이터가 오가면서 병목현상이 나타났다면 이번 제품은 메모리가 자체적인 데이터 처리 기능을 갖추면서 이를 해소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AI 반도체, ‘제2의 D램’ 신화 쓸까 D램으로 대표되는 메모리 반도체의 뒤를 이어 AI 반도체가 향후 반도체 시장의 주력이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외 개발 속도도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다. AI라는 단어가 국내에 처음 널리 알려졌던 2016년 이세돌 9단-알파고 대국 당시 AI는 전용 반도체가 아닌 CPU 1920개와 그래픽처리장치(GPU) 176개를 사용해 AI 연산을 수행했다. 현재는 연산 속도가 훨씬 빠르고 전력 소모는 낮아진 AI 전용 반도체가 스마트폰, 자율주행차 등 개별 디바이스마다 탑재돼 각 서비스에 필요한 AI 연산을 맡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인 AI 반도체 시장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관련 업계의 경쟁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반도체 업체 외에도 SK텔레콤 등 AI 플랫폼을 갖춘 곳들도 자사 서비스 맞춤형 AI 반도체 개발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2310억 달러(약 256조 원)로 추산된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30년 3769억 달러(약 417조 원)까지 늘 것으로 전망됐다. 이달 초 정부는 올해 AI 반도체 기술 개발 분야에 지난해보다 약 400억 원을 늘린 1223억 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비메모리를 막론하고 AI 반도체는 급속도로 시장을 넓혀 가고 있다. 메모리에서도 AI 반도체 시장을 열기 위해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사진)에게 적용된 취업제한 규정이 이달 18일부로 종료됨에 따라 대표이사 복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회장은 2012년 8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돼 2014년 2월에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의 판결을 받았다. 판결 직후 김 회장은 회장직만 유지한 채 ㈜한화를 비롯한 총 7개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2019년 2월 집행유예가 종료됐지만 특경법에 따라 형이 종료된 날로부터 2년간 배임 해당 회사에 취업이 금지됐다. 김 회장이 다음 달 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로 복귀하면 2014년 판결 이후 7년 만의 귀환이 된다. 김 회장은 올 초 신년사를 통해 “혁신의 속도를 높여 K방산, K에너지, K금융 같은 분야의 진정한 글로벌 리더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등 그간에도 그룹 전반의 경영 전략을 지휘해 왔다. 이번 공식 복귀를 통해 미래 산업 확대와 후계 구도 정비 등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김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여부와 관련해 한화 측에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재계에서는 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한화 대표이사로의 복귀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글로벌 생활가전 시장 매출 1위 자리를 놓고 LG전자가 경쟁사인 미국 월풀을 매섭게 뒤쫓고 있다. 연초부터 월풀의 주력 시장인 미국 현지에서 공격적인 판촉 행사를 벌이며 1위 쟁탈전에 나섰다. LG전자는 15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 공휴일인 ‘대통령의 날’을 맞아 대규모 현지 판촉 행사를 연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매년 2월 셋째 주 월요일로 정해진 대통령의 날이 되면 각 업계는 할인행사를 통해 소비자 유치에 나선다. LG전자는 15일부터 24일까지 미국에서 판매 중인 노크온 인스타뷰 냉장고와 원바디 세탁건조기 워시타워, 의류관리기 스타일러, 오븐을 결합한 전기레인지, 무선청소기 코드제로 A9 등 주요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최대 500달러(약 55만 원)를 할인해준다고 밝혔다. 여러 제품을 동시에 구매할 경우 최대 10%의 캐시백도 추가로 제공한다. 77인치 LG 올레드 갤러리 TV와 38인치 LG 울트라기어 모니터, 그램, 사운드바 등을 구매하는 고객에게도 최대 2000달러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LG전자는 지난 2년간 월풀을 추격해 왔지만 번번이 1위 자리 등극에는 실패했다. 지난해 1∼9월 생활가전 누적 매출은 LG전자(16조7300억 원)가 월풀(16조3900억 원)을 근소한 차로 앞섰다. 하지만 4분기(10∼12월)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 특수(特需)에 밀려 연간 매출은 월풀(22조8700억 원)이 LG전자(22조2300억 원)를 이겼다. 다만 2019년에 비해 매출 격차를 1조7100억 원에서 6400억 원 수준으로 좁히는 데 성공했다. 올해 LG의 1위 등극 가능성이 주목받는 이유다. 새해 LG의 국내외 시장 주력 키워드는 라이프스타일, 디자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개별 소비자에게 특화된 디자인과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제품을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 1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1’에서 최초로 공개한 신제품 인스타뷰 냉장고는 글라스 마감 디자인과 음성인식 기능을 갖춰 눈길을 끌었다. 트롬 드럼세탁기, 공간 인테리어 가전 오브제 컬렉션 워시타워 등에 이어 인공지능 제품군도 점차 확대 중이다. 이달 16일에는 통돌이 세탁기에 처음으로 AI 기능을 도입한 ‘LG 통돌이 세탁기’ 신제품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LG전자 H&A사업본부 리빙어플라이언스사업부장 백승태 부사장은 “고객들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차별화된 기능과 편의성을 갖춘 AI 세탁기를 앞세워 프리미엄 생활가전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과의 전기자동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2019년 4월 말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의 제소로 시작돼 약 22개월간 첨예하게 이어져온 양 사 간 소송전은 이로써 일단락됐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수입 금지 조치가 발효되기 전까지 남은 60일 사이, 양 사의 극적 합의가 이뤄질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을 활용해 SK이노베이션이 생산한 리튬이온 배터리와 배터리 셀, 모듈, 팩, 소재의 미국 내 수입을 이 명령의 발효일로부터 10년간 금지한다.” 10일(현지 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전기자동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에 최종 패소 판결을 내렸다. 60일간의 대통령 심의기간 동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해당 판결은 곧바로 발효된다. 이 기간 동안 LG와 SK가 합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 SK에 중징계, 유예기간은 부여ITC는 수입금지 기간 ‘10년’을 명시하는 한편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셀과 모듈, 팩 및 관련 부품·소재의 미국 현지 내 수입, 판매, 영업 및 광고 등 사실상 모든 수입 관련 행위를 금지했다.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강력한 징벌적 조치로 평가된다. 배터리 원자재 수입도 막혀 SK가 3조 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배터리 1, 2 공장의 가동도 불투명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법률 전문가는 “미국 외 국가에서 만든 완성차에 실린 SK 배터리의 경우 당장 ITC의 제재 대상이 아니지만, 완성차 업체가 LG로부터의 잠재적인 소송 가능성을 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ITC는 미국 자동차 업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유예조치를 내렸다. 이미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 납품 계약이 완료돼 2022년, 2023년부터 양산을 시작하는 폭스바겐, 포드의 일부 전기차 기종에 대해 각각 2년, 4년간 배터리 납품을 허용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탑재해 미국에 수출된 기아 전기차의 배터리 교체 및 수리를 위한 수입도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ITC의 결정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은 “30여 년간 수십조 원을 투자해 쌓아온 지식재산권을 보호받게 됐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ITC의 결정은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실질적으로 밝히지 못한 것이어서 아쉽다. 대통령 심의기간 동안 SK배터리와 미국 조지아 공장이 미국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 중인 친환경 자동차 산업에 필수적이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조 원 합의금 격차 좁혀질까 남은 시나리오는 세 가지다. 첫째,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수입금지 조치 효력은 상실된다. 이럴 경우 양 사의 ‘배터리 소송’은 델라웨어 연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민사 소송에서 판가름 난다. 12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SK 공장이 위치한 미국 조지아주의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는 “ITC의 최근 결정은 팬데믹 상황에서 SK의 2600개 청정에너지 일자리와 혁신 제조업에 대한 투자를 위험에 빠뜨린다”며 바이든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600여 건의 ITC 소송 중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경우는 단 한 건이다. 2013년 삼성전자가 애플에 제기한 특허권 침해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자국 기업인 애플의 손을 들어줬었다. ITC가 미국 산업 보호를 위한 유예기간을 둬 거부권 행사의 명분이 작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수입금지 조치가 발효되면 SK이노베이션은 연방고등법원에 항소할 수 있다. 하지만 최종심이 끝나는 1년여 동안 SK이노베이션은 수입금지로 인한 손해를 고스란히 안고 가야 한다. 이 때문에 양 사가 곧바로 합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양 사가 합의하면 ITC 수입금지 조치는 무효화된다. 큰 타격이 예상되는 SK는 협상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다. LG도 법률 비용을 감안하면 ITC 결정을 지렛대로 삼아 빠른 시일 내에 합의하는 것이 낫다고 보고 있다. LG 측은 “(판결에) 부합하는 제안으로 하루 빨리 소송을 마무리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SK 측은 “유예기간 중에도 고객들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합의금이다. 지난 2년 동안 LG가 최대 3조 원, SK가 최대 5000억∼6000억 원 선을 제시해 협상이 무산돼 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합의금을 높이라며 SK이노베이션을 압박했다. LG 측은 ITC 결정 직후인 11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SK이노베이션의 기술 탈취 및 피해는 미국 지역에만 한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다른 지역에서의 소송은 기본적으로 SK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투자은행 크레디트 스위스도 ITC 최종 결정 이후 보고서에서 추가 소송 가능성을 들어 “합의금이 5조 원 이상 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배터리부문 매출이 1조6000억 원 수준에 그치고 아직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 수조 원에 이르는 합의금은 사실상 사업을 중단하란 뜻”이라며 LG의 요구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곽도영 now@donga.com·서동일·홍석호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을 활용해 SK이노베이션이 생산한 리튬이온 배터리와 배터리 셀, 모듈, 팩, 소재의 미국 내 수입을 이 명령의 발효일로부터 10년간 금지한다.” 10일(현지 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전기자동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에 최종 패소 판결을 내렸다. 60일간의 대통령 심의기간 동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해당 판결은 곧바로 발효된다. 이 기간 동안 LG와 SK가 합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 SK에 중징계, 유예기간은 부여ITC는 수입금지 기간 ‘10년’을 명시하는 한편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셀과 모듈, 팩 및 관련 부품·소재의 미국 현지 내 수입, 판매, 영업 및 광고 등 사실상 모든 수입 관련 행위를 금지했다.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강력한 징벌적 조치라는 평가다. 배터리 원자재 수입도 막혀 SK가 3조 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배터리 1·2 공장의 가동도 불투명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법률전문가는 “미국 외 국가에서 만든 완성차에 실린 SK 배터리의 경우 당장 ITC의 제재 대상이 아니지만, 완성차 업체가 LG로부터의 잠재적인 소송 가능성을 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ITC는 미국 자동차 업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유예조치를 내렸다. 이미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 납품 계약이 완료돼 2022년, 2023년부터 양산을 시작하는 폭스바겐, 포드의 일부 전기차 기종에 대해 각각 2년, 4년간 배터리 납품을 허용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탑재해 미국에 수출된 기아 전기차의 배터리 교체 및 수리를 위한 수입도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ITC의 결정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은 “30여 년간 수십조 원 투자해 쌓아온 지식재산권을 보호받게 됐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ITC의 결정은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실질적으로 밝히지 못한 것이어서 아쉽다. 대통령 심의기간 동안 SK배터리와 미국 조지아 공장이 미국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 중인 친환경 자동차 산업에 필수적이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 조원 합의금 격차 좁혀질까 남은 시나리오는 세 가지다. 첫째, 조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수입금지 조치 효력은 상실된다. 이럴 경우 양사의 ‘배터리 소송’은 델라웨어 연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민사 소송에서 판가름 난다. 12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SK 공장이 위치한 미국 조지아주의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는 “ITC의 최근 결정은 팬데믹 상황에서 SK의 2600개 청정에너지 일자리와 혁신 제조업에 대한 투자를 위험에 빠뜨린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600여 건의 ITC 소송 중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경우는 단 한 건이다. 2013년 삼성전자가 애플에 제기한 특허권 침해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자국 기업인 애플의 손을 들어줬었다. ITC가 미국 산업보호를 위한 유예기간을 둬 거부권 행사의 명분이 작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수입금지 조치가 발효되면 SK이노베이션은 연방고등법원에 항소할 수 있다. 하지만 최종심이 끝나는 1년여 동안 SK이노베이션은 수입금지로 인한 손해를 고스란히 안고 가야 한다. 이 때문에 양 사가 곧바로 합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양 사가 합의하면 ITC 수입금지 조치는 무효화된다. 큰 타격이 예상되는 SK는 협상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다. LG도 법률 비용을 감안하면 ITC 결정을 지렛대로 삼아 빠른 시일 내에 합의하는 것이 낫다고 보고 있다. LG측은 “(판결에) 부합하는 제안으로 하루 빨리 소송을 마무리하는데 적극 나서야한다”고 밝혔다. SK측은 “유예기간 중에도 고객들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합의금이다. 지난 2년 동안 LG가 최대 3조 원, SK가 최대 5000억~6000억 원 선을 제시해 협상이 무산돼 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합의금을 높이라며 SK이노베이션을 압박했다. LG 측은 ITC 결정 직후인 11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SK이노베이션의 기술 탈취 및 피해는 미국 지역에만 한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다른 지역에서의 소송은 기본적으로 SK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투자은행 크레디트 스위스도 ITC 최종 결정 이후 보고서에서 추가 소송 가능성을 들어 “합의금이 5조 원 이상 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배터리부문 매출이 1조6000억 원 수준에 그치고 아직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 수조 원에 이르는 합의금은 사실상 사업을 중단하란 뜻”이라며 LG의 요구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배터리 사업으로 우린 에너지 산업에서 글로벌 메이저가 될 수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19년 4월 19일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의 첫 생산 기지인 충남 서산 배터리 공장을 돌아본 뒤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이 2017년 중국 장쑤성, 2018년 헝가리 코마롬과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 공장 구축을 차례로 발표한 뒤였다. 그로부터 열흘 뒤인 4월 29일(현지 시간), SK이노베이션은 예상치 못한 사업적 변수를 맞닥뜨렸다. LG화학(당시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한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 후발 기업인 SK이노베이션이 자사 배터리 핵심기술을 포함한 영업비밀을 조직적으로 탈취했다”는 취지였다.● ‘핵심 인력 대거 이직’이 소송전의 도화선 소송전은 LG에너지솔루션을 떠나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을 택한 전기차 배터리 사업 관련 인력이 도화선이 됐다. LG 측은 2017, 2018년 2년간 자사 전지사업본부 소속 인력 100여 명이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했으며 이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 측이 조직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을 빼냈다고 주장했다. 입사 지원 서류에 전기차 배터리 관련 프로젝트 경험과 핵심 공정 기술, 동료의 이름 등 주요 영업비밀을 적도록 하는 방식으로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주장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인력 채용 과정에서 영업비밀이 매우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유출됐다고 판단했다”라며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이 급성장한 배경 또한 LG에너지솔루션 자사 기술이 바탕이 됐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소송전이 시작되면서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양사 모두 내부적으로 크게 술렁일 수밖에 없었다. 우선 SK이노베이션은 ITC 최종 판결 결과에 따라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1·2공장 투자금액 약 3조 원이 허공에 날아갈 위기에 처했다. 배터리 물량 수주를 계약한 포드, 폭스바겐 등 완성차업체와의 배상 문제도 피할 수 없는 수순이었다. SK이노베이션은 “경력직 이동은 공식 절차에 따라 당사자 의사로 진행됐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핵심 기술이 유출돼 실제 공정에 적용됐는지, 이로 인해 LG에너지솔루션이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는 밝히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을 견지하며 소송에 적극 대응했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소송을 제기한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는 크게 동요할 수밖에 없었다. SK이노베이션의 사업적 성장은 둘째치더라도 인력 유출 자체만으로 큰 타격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시 독일 완성차 업체와 거래를 담당하던 ‘독일팀’ 구성원들 상당수가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을 택해 사업 진행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또 내부적으로 “A 책임은 이직을 통해 연봉이 50% 이상 높아졌다”는 등의 소문이 퍼지는 탓에 조직 분위기 또한 엉망일 수밖에 없었다. ● 장외전, 맞소송 불사하며 ‘감정싸움’으로소송전 시작 후 양 사는 장외전, 맞소송도 불사하며 화력을 쏟았다. 2019년 9월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별개로 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LG에너지솔루션을 전기차 배터리 특허 침해로 제소하자 LG에너지솔루션이 곧바로 또 다른 특허 건 침해 맞소송을 제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SK이노베이션 및 인사담당 직원 등을 서울지방경찰청에 형사고소하고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물밑 여론전 역시 치열하게 이뤄졌다. 일부에서는 유럽 국가들의 배터리 내재화 결정,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성장 등을 근거로 “한국 기업끼리의 싸움은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국내 기업끼리의 소송전이 국익에 반한다는 여론이었다. 수천억 원에 달하는 양사의 ITC 소송비용을 이유로 “국내 기업끼리 불필요한 소모전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LG에너지솔루션 측은 “공정한 경쟁이 이뤄져야 글로벌 배터리 전쟁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핵심기술 및 영업비밀이 보호돼야만 한국 배터리 산업의 발전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양 측은 약 3년여에 걸친 소송 기간 동안 형사 고소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 수십 개의 보도자료와 입장문을 주고받았다. 서로의 입장문에는 ‘억지, 왜곡, 비하’ 등의 단어까지 등장하는 등 소송전은 수시로 ‘감정 싸움’으로 비화됐다.● 실패로 끝난 ‘협상 기회’양 사에 협상의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가장 기대를 모았던 협상은 2019년 9월에 있었다. 당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마주앉았다. 소송전 시작 5개월 만이었다. “합의의 노력을 하라”는 정부의 중재를 통해 마련된 자리였다. 하지만 이 만남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LG 측에서는 당시 정호영 LG화학 최고운영책임자(COO·현 LG디스플레이 사장)가 참석하겠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SK측 협상 파트너로는 당시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던 윤예선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의 참석을 요구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의 생각은 달랐다. SK이노베이션은 처음부터 김준 총괄사장의 참석을 생각했다. ‘결정권자’가 나와야 의미 있는 협상이 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만남은 시장의 기대와 달리 2시간 만에 끝났다. LG에너지솔루션은 ITC 소송을 제기할 때부터 요구해왔던 △공개적인 사과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 △합리적 보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인력 유출에 따른 피해 보상 등을 제한적으로 제시하며 협상의 실마리를 찾아보려 했지만 결국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두 기업의 대화는 엇갈리기만 했고, 의미 있는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이후 치열한 여론전을 반복해온 양사는 ITC의 최종 판결 결정이 다가올 때마다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았다. ITC는 소송 최종 판결일을 3차례 연기했다. 이 때마다 법무 담당팀 인사 위주로 구성된 양사의 협상팀이 만나 입장을 나눴다. 또 지난해 말에는 SK이노베이션 김준 사장과 LG에너지솔루션 김종현 사장이 직접 두 차례 협상을 위해 만나기도 했다. 정부도 중재에 나섰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 지난달에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LG와 SK가 3년째 소송을 하며 수천억 원의 소송비용을 쓰고 있다. K배터리의 미래가 앞으로 정말 크게 열릴 텐데 작은 파이를 놓고 싸우지 말고 큰 세계 시장을 향해 적극 나서는 상황을 빨리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합의를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원만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밝힐 뿐 합의금 수준에 대한 입장이 크게 엇갈리면서 합의를 보지 못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수차례 협상 테이블이 열렸지만 배상액 및 구체적 지급 방식 등에서 양사의 눈높이가 맞지 않았다”고 이유를 밝혔다. ● 결국 승기 잡은 LG…포드도 “LG-SK 합의하라” 결국 10일(현지 시간) ITC는 LG에너지솔루션이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앞서 지난해 2월 내렸던 SK이노베이션의 조기(예비)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다만 제한적으로 포드의 전기픽업트럭 F150향 배터리 부품·소재는 4년간, 폭스바겐 MEB향 배터리 부품·소재는 2년간 수입 유예를 허용했다. 각 제조사가 새로운 대체 배터리 회사를 찾을 시간을 줬다는 분석이다. 사실상 SK이노베이션은 장기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의 없이는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11일 ITC의 최종 판결로 중단됐던 양측의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협상의 주도권은 승소한 LG에너지솔루션이 잡은 상태다. SK이노베이션은 2018년 조지아주에 배터리 제1공장(연간 9.8GWh) 투자를 처음 결정하면서 지금까지 총 3조 원에 달하는 투자를 벌인 상태다. 만약 LG에너지솔루션과 합의를 하지 못할 경우 수조 원을 들여 건설한 배터리 공장은 수입 유예 기간인 2~4년이 지난 뒤 가동을 멈춰야 한다. SK이노베이션의 고객사도 합의를 종용하는 상태다. 실제로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11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회사의 합의는 궁극적으로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와 노동자들에게 최선의 이익이 된다”며 양사의 합의를 종용했다. ITC 최종 결정 이후 60일 이내에 미국 대통령이 자국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경우의 수가 남았지만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 지금까지 특허 침해가 아닌 영업비밀 침해 건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된 적은 없었다.서동일기자 dong@donga.com곽도영기자 now@donga.com}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전 LG화학 전지사업 부문)과의 전기자동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판결에서 10년 간 수입 금지 판결을 받았다. 단, 미국 내 제조사별로 2~4년 간 수입금지 행정명령은 유예됐다. 10일(현지 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앞서 2월 내렸던 조기(예비) 패소 판결을 확정하되 수입금지 조치는 유예한다고 판정했다. 제한적으로 포드의 전기픽업트럭 F150향 배터리 부품·소재는 4년간, 폭스바겐 MEB향 배터리 부품·소재는 2년간 수입을 허용했다. 또한 이미 판매 중인 기아 전기차용 배터리 수리 및 교체를 위한 전지 제품의 수입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미국 폭스바겐에 2023년까지, 포드에 2024년까지 배터리 공급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2019년 4월 말 LG 측의 제소로부터 햇수로 3년 간 첨예하게 이어온 양 사간 소송전은 일단락됐다. 미국의 정부 기관인 ITC는 주로 미국이 수입하는 해외 제품과 관련 업계의 통상 문제를 두고 예비 및 최종 판결 등 두 차례에 걸쳐 판결 및 수입금지 행정명령을 내린다. ITC가 SK이노베이션의 패소는 인정하되 유예기간을 둔 것은 ITC가 기본적으로 미국 산업의 이익 보호를 우선순위에 둔 정부 조사기관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잘못은 인정하되, 미국 산업의 실리는 챙겨야 한다는 의미다. SK이노베이션의 수입금지 조치가 발효 되는 2~4년까지 LG와 SK가 합의를 통해 풀어낼 시간도 주어지게 됐다. 앞서 폭스바겐 미국 법인과 포드 등은 ITC에 의견서를 통해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수입이 전면 금지되면 미국 내 전기차 생산에 차질이 생긴다. 이는 미국 전기차 경쟁력의 문제,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밝힌 바 있다. 미시간주 포드 공장, 테네시주 폭스바겐 공장은 전기차 생산에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배터리 셀과 모듈 등의 부품을 사용할 계획이라 지역 정치인들도 여러차례 우려를 전달해왔다. 이번 판결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은 “30여 년 수십 조 원 투자해 쌓아온 지식재산권을 보호받게 됐다”며 “SK이노베이션은 ITC 최종결정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에 부합하는 제안으로 하루 빨리 소송 마무리하는데 적극 나서야한다”고 밝혔다. 이어 “LG에너지솔루션은 침해된 영업비밀에 상응하고 주주와 투자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의안이 제시되지 않는 경우, ITC 최종 승소 결과를 토대로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품목에 대한 미국 내 사용 금지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임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은 측은 “이번 ITC 결정은 소송의 쟁점인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실질적으로 밝히지 못한 것이어서 유감”이라면서도 “다만 SK이노베이션 고객 보호를 위해 포드와 폭스바겐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도록 유예 기간을 둔 것은 다행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남은 대통령 심의기간 동안 안전성 높은 품질의 SK배터리와 미국 조지아 공장이 미국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중인 친환경 자동차 산업에 필수적이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전할 계획이다. 나아가 결정에서 주어진 유예기간 중에 그 후에도 고객들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로 중단됐던 양측의 협상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양사는 영업비밀 침해 여부 인정여부를 놓고 입장차를 보였고, 그에 따른 합의금 규모도 ‘수조 원(LG)’과 ‘수천억 원(SK)’의 격차를 좁히지 못해 사실상 대화가 중단된 상황이다. ITC 최종 결정 후 60일 동안 미국 대통령 심의기간이 있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대통령은 미국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지금까지 특허 침해가 아닌 영업비밀 침해 건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된 적은 없었다. ITC가 수입금지 유예기간을 줬기 때문에 당장 미국내 제조사 피해가 없다고 보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LG화학 입장문 이번 판결은 SK이노베이션의 기술 탈취 행위가 명백히 입증된 결과이자, LG에너지솔루션이 제기한 소송이 사업 및 주주가치 보호를 위해 당연히 취해야 할 법적 조치로써 30여 년 간 수십 조원의 투자로 쌓아온 지식재산권을 법적으로 정당하게 보호받게 되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또한 이번 판결로 배터리 산업에 있어 특허뿐만 아니라 영업비밀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 인식되었으며, 향후 글로벌 경쟁사들로부터 있을 수 있는 인력 및 기술 탈취 행태에 제동을 걸어 국내 배터리 업체의 기술력이 보호받고 인정받는 한편, 궁극적으로는 대한민국 전체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세계 배터리 업체들의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진 글로벌 선도 업체로서 지식재산권 보호를 더욱 강화하고, 과감한 투자를 계속 이어가며 우리나라 배터리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서 노력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 측이 이제라도 계속적으로 소송 상황을 왜곡해 온 행위를 멈추고, 이번 ITC 최종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에 부합하는 제안을 함으로써 하루빨리 소송을 마무리하는데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침해된 영업비밀에 상응하고 주주와 투자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의안이 제시되지 않는 경우, ITC 최종 승소 결과를 토대로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품목에 대한 미국 내 사용 금지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임해 나갈 수밖에 없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이 배임 논란에서도 벗어나기 위한 필요 조치이다.▶SK이노베이션 입장문 SK이노베이션은 이번 ITC 결정은 소송의 쟁점인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실질적으로 밝히지 못한 것이어서 유감스럽다. 다만, SK이노베이션 고객 보호를 위해 포드와 폭스바겐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도록 유예 기간을 둔 것은 다행이라고 판단한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내 배터리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앞으로 남은 절차(Presidential Review 등)를 통하여 안전성 높은 품질의 SK배터리와 미국 조지아 공장이 미국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중인 친환경 자동차 산업에 필수적이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 수천 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 등 공공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전할 계획이다. 나아가 결정에서 주어진 유예기간 중에 그 후에도 고객들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을 계획이다. ▶ITC란…미국 산업 보호 목적으로 설립된 조사기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미국 산업 보호와 발전을 위해 설립된 조사 기관이다.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거나 미국으로 수입된 특정 상품이 관련 업계에 피해를 주었는지 판정하고, 피해사실이 인정될 경우 즉각 수입규제 등 행정조치를 취할 수 있다. ITC는 일반 법원에서 벌이는 소송전과 유사한 절차와 과정을 두고 있어 관련 분쟁 사건이 등장할 때마다 ‘소송전’으로 표현되지만 ITC는 사법기관이 아닌 행정기관이다. 일반적으로 법원은 인적·물적 피해 사실을 판단하고, 이에 대한 금전적 손해배상액까지 판결을 내리지만 ITC는 피해 여부를 조사하고 수입규제 조치를 내릴 뿐이다. 다만 ITC는 지식재산권 피해 여부도 판단한다. ITC 소송 건수는 매년 증가세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 동안 총 580여 건의 소송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ITC는 일반 소송전에 비해 절대적인 분쟁 건수가 적어 전문 변호사도 드문 편이다. 이 때문에 변호사 선임 비용도 높다. LG화학, SK이노베이션이 이번 소송을 위해 낸 변호사 비용만 수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ITC 소송을 선호하는 것은 빠른 속도 때문이다. ITC는 소송을 제기한 시점부터 최대 18개월이면 결론이 내려진다. 보통 ‘예비결정(ID)’까지 12개월, ‘최종결정(FD)’까지 4개월이 소요된다. 최종 결정 이후에는 2개월의 시간을 둬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절차를 뒀다. 즉각 해당 품목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가 취해질 경우 파급효과가 너무 커질 수 있어서다. ITC는 최종 결정을 내리는 위원회(6명)와 예비결정을 내리는 행정판사(ALJ·6명), 독립적 조직으로서 의견을 내는 OUII 등 총 3개의 부서로 구분돼있다. 불공정수입조사국(OUII) 구성원은 비전문가지만 중립적인 입장에서 의견을 낸다. 예비결정을 내리는 ALJ는 OUII의 의견에 귀를 기울려 예비결정을 내린다. 앞서 ALJ는 SK이노베이션이 소송 전후로 광범위한 증거훼손 등을 이유로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판정을 내린 바 있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전 LG화학 전지사업 부문)과의 전기자동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판결에서 10년 간 수입 금지 판결을 받았다. 단, 미국 내 제조사별로 2~4년 간 수입금지 행정명령은 유예한다는 판정을 받았다. SK이노베이션의 패소는 인정하되 현지 관련 업계 타격이 크게 우려되므로 유예기간을 갖겠다는 의미다. 미국 내 폭스바겐 2년, 포드 4년 간 유예기간이 주어진다. 이로써 2019년 4월 말 LG 측의 제소로부터 햇수로 3년간 첨예하게 이어온 양 사간 소송전은 일단락됐다. 10일(현지 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앞서 2월 내렸던 조기(예비) 패소 판결을 확정하되 수입금지 조치는 유예한다고 판정했다. 미국의 정부 기관인 ITC는 주로 미국이 수입하는 해외 제품과 관련 업계의 통상 문제를 두고 예비 및 최종 판결 등 두 차례에 걸쳐 판결 및 수입금지 행정명령을 내린다. 이번 판정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최종 패소했지만 수입금지 조치 위협에서 2~4년은 벗어나게 됐다. 이어지는 공공 의견 청취 결과에 따라 수입금지 조치가 내려지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로 중단됐던 양측의 협상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영업비밀 침해 여부 인정여부를 놓고 입장차를 보였고, 그에 따른 합의금 규모도 ‘수조 원(LG)’과 ‘수천억 원(SK)’의 격차를 좁히지 못해 사실상 대화가 중단된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수입금지로 인한 납품불발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영업비밀 침해 자체는 최종적으로 인정됐기 때문에 협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ITC의 판결을 바탕으로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민사소송 등에서도 불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LG도 최근 정세균 국무총리가 공개적으로 “남 좋은 일만 시킨다”며 합의를 촉구한데다 각종 소송비용 등을 감안해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홍석호 기자 will@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칼바람이 불던 지난해 12월 초, 본보 히어로콘텐츠팀은 다시 부산에 갔었다. 39세에 사고로 부산대병원에서 뇌사 판정을 받고 심장과 신장 두 개를 기증한 고(故) 손현승 씨를 취재한 지 한 달여 만이었다. 현승 씨의 책상 위에 어머니는 여전히 매일 아침 아들의 밥상을 차리고 있었다. 김해에 있는 묘원 돌상 위에도 샌드위치와 캔맥주, 쥐포 같은 것들을 매일 새로 올렸다. “평소에도 엄마 힘들다고 맨날 이런 걸 즐겨 사왔었어…”라고 어머니는 읊조렸다. 지난해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을 맞아 꾸려진 히어로콘텐츠팀 2기의 ‘환생’ 시리즈가 9일 마무리됐다. 총 7화에 걸쳐 보도된 ‘환생’은 사랑하는 가족과의 영원한 이별 앞에서 다른 이들에게 생명을 이어준 뇌사 장기기증의 현장을 담았다. 100일 동안 취재팀은 현승 씨 어머니를 비롯해 故 고홍준 군의 아버지(2화), 故 김기석 군의 아버지, 故 박승현 씨의 어머니, 故 박주언 씨의 아내(이상 5화), 그리고 기사에 담지 못한 수많은 기증인과 기증인의 가족들을 만났다. 이들은 모두 우리네 일상 속 평범한 사람들이었지만 애끊는 작별의 순간에 다른 이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숭고한 선택을 했다. 그리고 그 뒤에 남은 아픔 역시 오롯이 감당해내고 있었다. 우리 사회의 영웅들은 조용히, 가장 평범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걸 ‘환생’을 취재하며 느꼈다. 시리즈가 보도되는 내내 많은 독자들의 응원과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취재팀으로서 가장 감사했던 건 기증 이후 남겨진 가족들이 기사를 통해 위로받았다는 말을 전해 올 때였다. 또 댓글에서나마 간접적으로 이식인이나 다른 기증인 가족들을 만나 서로를 보듬을 수 있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였다. 현행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상 기증인 가족과 이식인은 서로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게 돼 있다. 이번 시리즈가 가족을 보내고 외로운 섬처럼 남아있던 이들에게 마음으로나마 연결고리가 되어줄 수 있었다는 점에 감사했다. 보도 이후 어느 날 밤 故 고홍준 군의 아버지 전화가 취재팀에 걸려왔다. “홍준이 이야기 잘 전해줘서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만 반복하는 아버지의 목소리에 울음과 취기가 섞여 있었다. 함께 전송해온 사진들에는 홍준이가 떠나기 전에 함께 낚시 갔던 모습, 형들과 장난치는 모습이 생생했다. ‘환생’이 단순히 또 하나의 구호로 끝나지 않고 이런 평범한 영웅들을 진심으로 돌아보는 마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그 파동들이 모여 우리 사회가 조금은 따뜻해질 수 있다면 하는 것이 취재팀의 바람이었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우리가 기증인을 함께 추모할 수 있는 공원 또한 마련되어 남겨진 이들이 그곳에 자랑스러운 가족을 찾아올 수 있는 날을 그려 본다. 곽도영 히어로팀 기자 now@donga.com}
SK㈜는 9일 이사회를 열고 주당 6000원의 기말배당 지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실시한 중간배당(주당 1000원)을 합쳐 연간 주당 총 7000원을 배당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이는 전년 연간 배당액(5000원) 대비 40% 늘린 것으로 2015년 통합지주사 출범 이후 SK㈜가 실시한 배당 중 최대 금액이다. 배당액 확대 배경으로 SK㈜는 지난해 SK바이오팜 상장, 글로벌 물류 플랫폼 기업 ESR 지분 일부 매각 등 수익이 실현된 부분을 주주 가치 환원을 위해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SK㈜ 관계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중심의 사업모델 혁신과 투자 수익 실현을 통한 투자 선순환 구조 정착으로 회사 성장과 주주가치 확대를 함께 추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이자 소재 기업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국내 기업 최초로 국내 전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대체하는 ‘RE100’을 조기 실현했다고 9일 밝혔다. LG화학과 한화솔루션도 RE100 실현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9일 SKIET는 “국내 사업장에서 필요한 전력 100%를 친환경 전력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전날 한국전력으로부터 SKIET가 연간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인 180GWh의 재생에너지 전력을 낙찰 받아 충북 증평과 청주에 있는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 공장을 비롯한 국내 사업장에서 실제 사용하면서다. 지난해 11월 SK그룹 7개사와 함께 RE100 동참을 선언한 이래 그룹 관계사 중 가장 빨리 이를 실현한 셈이다. SKIET는 해외 사업장에도 순차적으로 친환경 전력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RE100은 2050년까지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대체하자는 운동이다. 2014년 발족해 현재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255개 기업이 동참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커지고 있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요구에 따라 RE100 선언이 속속 이어지는 추세다. LG화학은 지난해 7월 RE100 동참을 선언하며 일찍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에 속도를 내 왔다. 당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RE100 도입은 기업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중요한 전략”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올해 들어 LG화학은 일부 공장을 시작으로 RE100 전환을 달성 중이다. 한전으로부터 연간 120GWh 규모의 재생에너지 전력을 낙찰 받아 여수 공장과 오산 테크센터는 100% 전환에 성공했다. 청주 공장의 사용 전력 30%도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충당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사업 부문인 한화큐셀은 국내 재생에너지 기업 최초로 RE100 선언을 9일 발표했다. 한전의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입하는 한편 자체 태양광발전 전력도 활용할 계획이다. 현재 한화큐셀 진천 공장은 유휴부지인 주차장과 옥상을 활용해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해 왔고 향후 공장 건물 옥상에도 추가로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할 예정이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효성그룹의 친환경소재·섬유기업 효성티앤씨가 페트병에서 뽑아낸 섬유와 무농약 면화로 만든 면으로 된 티셔츠를 ‘G3H10’이란 브랜드로 8일 선보였다. 섬유 공급사인 효성티앤씨가 친환경 키워드를 앞세워 완성품 의류 제작에 처음으로 나선 것이다. G3H10은 패션디자인팀이 있는 ‘공덕역(G) 3번 출구, 효성빌딩(H) 10층’의 머리글자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해 옷 판매도 오프라인 매장이 아닌 온라인 크라우드 펀딩으로 진행한다. 효성티앤씨가 친환경 브랜드를 선보인 배경으로는 그룹 차원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략 확대 차원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고객들은 이미 높은 수준의 환경 인식과 책임을 기업에 요구하고 있다”며 그룹 전체가 나아갈 방향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효성의 ESG 행보에 시장도 호응하는 분위기다. 효성은 올 들어 주요 계열사 주가가 모두 큰 상승 폭을 그렸다. 2018년 주요 계열사를 쪼개며 전체 시가총액이 줄어들었지만 올해 들어 감소분을 모두 회복했다. 효성티앤씨 주가는 올 들어 이날까지 112.7% 올라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효성첨단소재는 93.7%, 효성화학은 54.9%, 효성중공업 32.5% 등 주요 계열사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효성 그룹주 또한 17.8% 오르며 국내 주요 그룹주 가운데 시장 호응을 얻고 있는 모양새다. 이 같은 성장 배경에는 인적분할 뒤 계열사별로 ‘변신’의 기회를 제대로 살려냈다는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효성티앤씨는 2008년 국내 최초로 페트병에서 추출한 섬유 브랜드 ‘리젠’을 내놓은 이래 최근 삼다수, 노스페이스 등 다양한 회사들과 MZ세대를 겨냥한 협업 제품을 차례로 발표했다. 효성첨단소재의 탄소섬유 투자, 효성중공업의 수소 인프라 구축 등 전 계열사가 친환경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28일 오전 11시 고 이건희 회장의 운구 차량이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장에 들어섰다. 고인의 ‘마지막 출근’이었다. 오전 9시부터 5000∼6000명의 임직원이 화성사업장 도로 양편에 서서 고인을 기다렸다. 이 회장이 생전 마지막으로 기공식(2010년)과 준공식(2011년) 행사에 참가했던 제16라인 공장 앞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 등 유족이 고인의 영정 사진을 들고 내렸다. 방진복을 입은 임직원들이 웨이퍼를 들고 유가족을 맞았다. 유족들은 고인이 16라인 공장을 방문했을 당시의 영상을 함께 지켜본 뒤 다시 차에 올랐다. 운구 차량은 이후 경기 수원시 가족 선영으로 향했다. 한국 최대 글로벌 기업을 일궈낸 거목은 영면에 들어갔다. 이 회장의 영결식은 이날 오전 7시 20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홍 전 관장과 이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사장과 함께 고인의 동생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아들 정용진 부회장, 조카인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빈소를 세 차례 찾았던 조카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이날 불참한 대신 부인 김희재 여사와 아들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영결식을 찾았다. ▼ “반도체 신화 이어가겠습니다”… 임직원들 3000송이 국화로 배웅 ▼‘반도체 성지’ 수원에 영면한국 최대 글로벌 기업을 일군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마지막 출근길은 ‘반도체의 성지’였다. 1974년 주변의 만류에도 사재를 털어 한국반도체를 인수한 후 평생 한국 반도체 산업의 기틀을 닦은 고인은 반도체 사업장에서 임직원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28일 오전 11시 이 회장을 태운 운구차량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출발점인 경기 화성시 반도체 사업장을 둘러본 뒤에야 장지로 향했다. 이곳은 이 회장이 생전에 가장 애착을 쏟았던 장소였다. 현장에는 임직원 5000∼6000명이 몰려 회사 측이 준비한 국화꽃 3000송이가 동이 났고 육아휴직한 직원들도 모습을 보였다. 화성사업장 곳곳에는 ‘회장님의 발자취를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반도체 100년을 향한 힘찬 도약을 회장님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반도체 신화 창조를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같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삼성 임직원 “잊지 않겠습니다” 화성사업장을 찾기에 앞서 오전 8시 20분 고 이건희 운구 차량은 이 회장이 거주하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과 이태원동 승지원, 리움미술관을 차례로 들렀다. 2014년 5월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6년 5개월 만에 ‘귀가’한 셈이다. 승지원은 삼성그룹의 영빈관으로 이 회장은 이곳을 집무실로 주로 사용했다. 좌우명이자 선대 회장이 선물한 ‘경청(傾聽)’이란 휘호, 고인이 아들 이재용 부회장에게 선물한 ‘삼고초려’ 그림도 이곳에 걸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화성사업장뿐만 아니라 삼성 계열사 곳곳에서 많은 임직원이 숙연한 분위기에서 고인을 애도했다. 서울 서초사옥에는 조기가 걸리기도 했다. 조문하지 못하는 임직원을 위한 삼성 온라인 추모관에는 14만여 명의 임직원이 방문해 3만여 개의 추모 글을 남겼다. 한 삼성전자 직원은 “코로나19로 대부분의 직원은 빈소에 들르지 못했다. 외부에서 볼 때 공과 과가 있다 하더라도 삼성에서 고인은 특별한 존재였다. 우리는 마음으로 애도하고 있다”고 했다. 고인은 오전 11시 55분 장지인 경기 수원시 선영에 도착해 영면에 들었다. 장지는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의 뜻에 따라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 선산은 이 회장의 조부모와 증조부모 등이 묻힌 곳이다. 발인에는 이학수 최지성 전 삼성전자 부회장, 권오현 상임고문, 김기남 부회장, 정현호 사장, 이인용 사장 등도 함께했다.○ 반도체 초석 닦은 이건희 회장 고인의 운구가 마지막으로 반도체 사업장을 찾은 것은 평생 반도체에 대한 애착과 긍지가 컸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1974년 이 회장이 반도체 사업 진출을 결심했을 당시 삼성 경영진은 “TV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상황에서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반도체를 만든다는 것은 꿈같은 이야기”라며 반대했지만 이 회장은 결심을 굽히지 않았다. 이 회장은 자원이 부족한 한국이 선진국과 경쟁하려면 ‘머리’를 쓰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기술산업에서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본 이 회장의 눈에 띈 사업이 반도체였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젊은 세대에게 심어주고 싶어 했다”며 “미국 일본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반도체 산업이야말로 도전해볼 가치가 있는 시장이라고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반도체 사업 진출 초기 전문 인력과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거의 매주 일본을 오가며 반도체 기술자를 만났다. 현직 일본 기술자를 주말에 몰래 한국으로 데려와 직원을 교육시킨 적도 많았다. 이 회장은 종종 반도체 산업의 핵심을 ‘타이밍’이라고 표현했다.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해 수조 원에 이르는 선행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사업에서 최적의 투자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피를 말리는 고통이 뒤따른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기도 했다. 가장 치열하게 고민했던 순간은 경기 용인시 기흥구 반도체 사업장에 8인치 웨이퍼 양산 라인 도입을 결정하던 1993년이었다. 당시 반도체 웨이퍼는 6인치가 표준이었다. 8인치를 택하면 생산량을 크게 늘릴 수 있지만 기술적 부담이 컸기 때문에 경쟁사 모두 머뭇거리던 때였다. 한 번의 실패로 수조 원 이상의 자금을 허공에 날릴 수도 있었다. 이 회장은 ‘머뭇거리면 영원히 기술 후진국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결국 이 선택으로 삼성전자는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 1위 기업이 될 수 있었다. 일본 도시바 등과 기술력은 비슷했지만 생산력에서 앞선 삼성전자는 1993년 10월 메모리 시장 1위에 올라섰다. 이 회장은 당시 삼성전자 최고경영진과 임직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목표를 뒤쫓아 가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 번 세계의 리더가 되면 목표를 자신이 찾지 않으면 안 됩니다. 또 리더의 자리는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치열한 고민과 경험을 바탕으로 임직원들에게 한 당부였지만 이 회장 스스로를 다지는 말이기도 했다. 결국 고인은 글로벌 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자랑하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초석을 닦았다.김현수 kimhs@donga.com·서동일 dong@donga.com·곽도영 기자}

25일 별세한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영결식이 28일 오전 7시 20분부터 엄수됐다. 영결식은 오전 7시 반경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삼성서울병원 암센터 지하 강당에서 비공개로 진행됐다. 영결식은 이수빈 삼성 상임고문(회장)의 약력보고에 이어 고인의 50년 지기인 김필규 전 KPK통상 회장이 추도사를 통해 고인과의 추억을 나누고, 참석자들의 헌화 순서로 진행했다. 이수빈 회장은 약력보고를 하면서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해 반도체산업의 초석을 다지고 신경영을 통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고 말을 이어가다 “영면에 드셨다”는 부분에서는 목이 멘 듯 한동안 말을 잊지 못했다. 김 전 회장은 “‘승어부’라는 말이 있다. 아버지를 능가한다는 말로, 이것이야말로 효도의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나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이건희 회장보다 ‘승어부’한 인물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창업자인 부친을 훨씬 뛰어넘는 부를 이뤘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은 또 이 회장이 도쿄 유학시절 지냈던 2층 방이 전축, 라디오, TV로 가득했을 뿐 아니라 이 회장이 이를 모두 분해해 재조립하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김 회장은 이어 “부친의 어깨 너머로 배운 이건희 회장이 부친을 능가하는 업적을 이루었듯이 이건희 회장의 어깨 너머로 배운 이재용 부회장은 새로운 역사를 쓰며 삼성을 더욱 탄탄하게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추모영상에서는 1987년 12월 삼성 회장 취임 이후 2014년 쓰러지기까지 변화와 도전을 통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경영인 이건희, 사물의 본질 탐구에 몰두하는 소년 이건희, 스포츠 외교와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대한민국에 기여한 이건희 등 이 회장의 다양한 면면을 조망했다. 영결식은 약 50분가량 진행돼 8시 20분경 종료됐다. 영결식을 마친 이재용 부회장과 홍라희 전 관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 김재열 사장 순으로 미니버스에 탑승해 장례식장으로 이동했다. 이 부회장은 수척한 얼굴로 정면을 보며 걸어 나왔고, 홍라희 전 관장과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은 고개를 숙인 채 나왔다. 이부진 사장은 감정이 복받친 듯 고개를 숙이고 오른손으로 마스크 쓴 입을 막기도 했다. 30분 뒤인 8시 50분경 지하주차장을 통해 운구차가 나갔다. 아무 장식이 없는 검정 리무진이 빠져나가는 동안 병원 관계자들과 삼성 관계자들이 예를 표했다. 운구차는 이건희 회장이 거주하던 용산구 한남동 자택과 이태원동 승지원(承志園), 리움미술관 등을 들른 뒤 이건희 회장이 사재를 털어 일군 화성 및 기흥 반도체 사업장에서 임직원들과 작별의 정을 나눈다. 화성·기흥 사업장은 이건희 회장이 1984년 기흥 삼성반도체통신 VLSI공장 준공식을 시작으로 4번의 행사에 참석할 정도로 애착이 깊던 곳이다. 이후 장지인 경기 수원시 가족 선영에서 영면에 든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25일 별세한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영결식 및 발인이 28일 엄수됐다. 영결식은 오전 7시 반경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삼성서울병원 암센터 지하 강당에서 비공개로 진행됐다. 암센터는 빈소가 차려진 장례식장에서 도보 3분 정도 거리에 떨어져 있다. 유가족들은 장례식장 지하주차장에서 미니버스를 타고 암센터로 이동해 통제된 엘리베이터를 통해 지하 강당으로 들어갔다. 영결식은 약 50분가량 진행돼 8시 20분경 종료됐다. 영결식을 마친 이재용 부회장과 홍라희 전 관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 김재열 사장 순으로 미니버스에 탑승해 장례식장으로 이동했다. 이 부회장은 수척한 얼굴로 정면을 보며 걸어 나왔고, 홍라희 전 관장과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은 고개를 숙인 채 나왔다. 이부진 사장은 감정이 복받친 듯 고개를 숙이고 오른손으로 마스크 쓴 입을 막기도 했다. 30분 뒤인 8시 50분경 지하주차장을 통해 운구차가 나갔다. 아무 장식이 없는 검정 리무진이 빠져나가는 동안 병원 관계자들과 삼성 관계자들이 예를 표했다. 운구차는 이건희 회장이 거주하던 용산구 한남동 자택과 이태원동 승지원(承志園), 리움미술관 등을 들른 뒤 이건희 회장이 사재를 털어 일군 화성 및 기흥 반도체 사업장에서 임직원들과 작별의 정을 나눈다. 화성·기흥 사업장은 이건희 회장이 1984년 기흥 삼성반도체통신 VLSI공장 준공식을 시작으로 4번의 행사에 참석할 정도로 애착이 깊던 곳이다. 이후 장지인 경기 수원시 가족 선영에서 영면에 든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

28일 오전 7시30분경 삼성서울병원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영결식 및 발인이 엄수됐다. 영결식은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삼성서울병원 암센터 지하강당에서 진행됐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지는 경기 수원시 선영이다.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26일(현지 시간)로 예정돼 있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LG화학-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판결일이 12월 10일로 또다시 연기됐다. 당초 10월 5일이던 최종 결정일이 26일로 연기된 데 이어 두 번째다. 양사는 지난해 4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한 이래 공방을 이어왔다. ITC는 판결을 연기한 배경이나 이유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다른 ITC 소송 건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두세 차례씩 연기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월 ITC는 양사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후 SK이노베이션의 이의 제기를 받아들여 전면 재검토 과정을 거친 뒤 이날 원심 확정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최종 판결이 또다시 유예됨에 따라 소송 기간과 양사의 소송전 비용도 더 늘어나게 됐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올해 2월 조기패소 판결 이후 합의를 위한 협상에 들어갔지만 최근까지 교착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보상 문제뿐 아니라 영업비밀 침해 범위 등에 대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LG화학은 “LG화학은 ITC 소송에 계속 성실하고 단호하게 임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입장문을 통해 “소송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없앨 수 있도록 양사가 현명하게 판단해 조속히 분쟁을 종료하고 사업 본연의 업무에 매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ITC는 미국 산업 보호와 발전을 위해 설립된 조사기관이다.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거나 미국으로 수입된 특정 상품이 관련 업계에 피해를 주었는지 판정하고, 피해 사실이 인정될 경우 즉각 수입규제 등 행정조치를 취할 수 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삼성 성공의 역설(The paradox of Samsung’s rise).‘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월간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 2011년 7월호에 삼성의 성공 방식을 담은 논문이 실렸다. 세계 유수 경영자들이 매달 탐독하는 HBR에 한국 기업이 성공 사례로 이름을 올린 것은 처음이었다. HBR은 2015년 9월호에 재차 ’삼성은 어떻게 디자인 강자가 되었나(How Samsung became a design powerhouse)‘라는 제목 하에 삼성의 디자인 경영 혁신을 집중 분석했다.소니나 데몬 등 글로벌 경쟁사를 ’패스트 팔로어‘ 전략으로 훌쩍 뛰어넘은 데 이어 삼성을 글로벌 디자인 기업으로 이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 방식은 글로벌 경영학계에서도 화두였다. HBR 2011년 논문은 “이건희 회장은 바뀌어야 할 것을 바꿨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방식을 사람들에게 확실히 이해시켰다”고 짚었다. 논문의 공동저자인 송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건희 회장은 90년대에 이미 연구개발(R&D), 디자인, 브랜드 마케팅 투자를 강조했다. 이들이 바로 최신 경영학에서 중시하는 소프트 경쟁력이지만, 당시만 해도 아무도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2004년 반도체 성공 사례는 하버드 경영전문대학원(MBA) 1학년 과정 필수과목으로 편성되기도 했다. 수강자만 1000여 명에 이르는 정규 과정이었다. 당시 반도체총괄사장이었던 황창규 전 KT 회장이 정규과목 채택을 기념해 하버드대에서 특강에 나서기도 했다. 또 다른 명문 MBA인 컬럼비아 경영대학원도 삼성전자의 마케팅 성공 사례를 2007년 경영 교재로 채택했다. 뉴욕 맨해튼 타임워너 빌딩에 설치된 삼성전자 체험전시관 ’삼성익스피어리언스‘를 체험 마케팅 강의의 필수 견학 코스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곽도영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