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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대학 졸업생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8명이 평균 1445만 원의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시간당 최저임금(5580원)을 받고 주 40시간을 일하면 대출금을 상환하는 데 약 65주, 그러니까 1년 3개월이 걸린다. 물론 10원 한 장 쓰지 않고 ‘숨만 쉬고’ 산다고 가정했을 때다. 저자인 켄 일구나스(사진)도 상황이 심각했다. 미국에서 비교적 등록금이 저렴한 뉴욕주립대 버펄로캠퍼스를 다니며 마트 카트 정리, 잔디 깎기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졸업 시점인 2006년 상환해야 할 3만2000달러(약 3500만 원)의 학자금 대출만 남았다. 인문학을 전공한 저자는 기자를 꿈꾸며 전국의 신문사 인턴 자리에 지원하지만 모두 낙방한다. 저자는 이후 춥고 어두운 알래스카의 한 마을에서 모텔 청소부, 보조 조리사, 여행 가이드로 일하면서 착실하게 학자금 대출을 갚아 나간다. 멕시코 만 보호 봉사단원, 국립공원 산간 지역 관리원, 택배 배달원 등으로 3년여간 고군분투한 끝에 빚에서 자유로워진다. ‘어떻게 해서든 빚을 지지 않고 졸업하겠다.’ 듀크대 대학원 인문교양 프로그램에 진학한 저자는 이런 목표를 세운다. 그리고 중고 봉고차를 사서 대학교 주차장에 세워놓고 몰래 집 삼아 산다. 월든 호숫가에 작은 통나무집을 짓고 농사를 지었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처럼 극도로 소비를 제한하면서 말이다. 차를 달려 알래스카로 떠날 수도 없는 한국의 젊은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감성적인 청년들이 으레 그렇듯 호들갑스럽고 수다스럽지만 흔치 않은 경험을 익살스러운 문체로 풀어내 술술 읽힌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급성장하고 있는 국내 콘텐츠 큐레이션 업체 ‘피키캐스트’의 슬로건은 ‘우주의 얕은 재미’다. 하지만 피키캐스트가 남의 콘텐츠를 무단으로 가져다가 사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월 모바일 앱이 출시된 피키캐스트는 ‘먹어본 사람만 안다는 초밥계 숨겨진 다크호스’ ‘놓치면 후회하는 오늘의 짤(우스운 사진이나 동영상)’ ‘내일의 별자리 운세’ 등 재미 위주의 신변잡기적 콘텐츠로 젊은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피키캐스트 모바일 앱은 누적 다운로드가 지난달 900만 건을 돌파했다. 중복을 제외한 월간 순 피키캐스트 이용자 수는 올 3월 300만 명(코리안클릭 조사)에 이르렀다. 게시물별 조회 수도 수만∼수십만 건 수준으로 웬만한 언론사 닷컴에 필적한다. 》○ 이미지를 참조? 무단 도용? 그러나 피키캐스트가 콘텐츠를 골라서 보여주는(큐레이팅) 방식은 사실 콘텐츠 도둑질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콘텐츠 업체 대표는 “큐레이션은 양질의 정보를 선별해내는 서비스를 뜻하는데, 피키캐스트는 트래픽이 잘 나오는 콘텐츠를 불펌(사용 허락을 받지 않고 콘텐츠를 불법적으로 퍼오는 행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17∼22일 피키캐스트 게시글 중 20개에 사용된 사진, ‘움짤’(움직이는 짧은 동영상) 등 383개 이미지의 출처를 분석해 보니 별도의 사용 허락을 받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이미지가 232개(60.6%)였다. 피키캐스트는 이들 이미지의 출처를 표기할 때 ‘이미지 참조 ○○○’라고 표기하지만 실제로는 원이미지를 다운로드해 그대로 올리고 있다. 강정수 디지털사회연구소 대표는 “피키캐스트는 ‘우주의 콘텐츠를 베끼고, 교도소 담장을 오고 가면서’ 성장해 왔다”며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하자 불펌을 적발하거나 항의하기 어려운 해외 매체의 콘텐츠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피키캐스트가 사용한 이미지는 미국 지피닷컴(giphy.com)이나 레딧닷컴(reddit.com) 등 해외 인터넷 사이트가 많다.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 블로그 서비스인 텀블러 등에 올라온 콘텐츠 중 일부를 잘라내 올린 것도 상당했다. 불펌은 수많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누리꾼들이 놀이 삼아 하지만 피키캐스트는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소속 에디터들이 직접 올린다는 점에서 다르다. 피키캐스트는 불펌으로 트래픽을 확보한 뒤 네이티브 광고를 팔아 수익을 낸다. 피키캐스트 측은 “사업 초기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에는 자체 제작을 늘리는 한편 최대한 원출처를 찾아 제휴나 보상을 하고 있다”며 “원출처를 찾을 수 없는 콘텐츠 사용에 대해 사회적으로 보상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 중이며, 그를 위해 자문위원단을 구성했다”고 해명했다.○ 저작권 문제 해결하고 있어? 피키캐스트는 올해 ‘피키픽처스’를 설립해 일부 동영상 콘텐츠를 직접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일부 영상은 기존 방송 프로그램과 아이디어나 연출이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키픽처스가 만든 ‘여자가 남탕에 간다면’ 동영상은 출연자의 성별만 바뀌었을 뿐 tvN이 방영했던 ‘롤러코스터―남녀생활탐구백서 2화 공중목욕탕 편’과 유사했다. 이에 대해 피키캐스트 측은 “‘롤코’를 보고 만든 것은 아니며, 성별 역할 체인지에 착안해 일반적으로 많이 회자되는 이야기를 소재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장윤석 피키캐스트 대표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미 자체 제작 콘텐츠가 절반을 넘었다”고 말했다.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모방을 통해 창작할 수도 있지만 ‘플러스알파(+α)’를 통해 없던 것을 가미하면서 자기화해야 진정한 창작”이라며 “피키캐스트처럼 콘텐츠에 질적 변화를 주지 않고 그대로 가져오는 것은 퇴행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저작권 침해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하자 최근 피키캐스트는 문제의 소지가 있는 저작권 침해 콘텐츠를 슬쩍 삭제하기도 했다. 한때 피키캐스트는 일본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의 매 장면을 그대로 캡처해 드라마 내용을 보여준 시리즈물을 올려 인기를 끌었다. 이 게시물은 지금은 검색되지 않는다.○ 플랫폼화 성공하나? 피키캐스트에는 18일 ‘인터넷에 퍼지고 있는 틀린 메르스 예방법 3가지’가 올라왔다. 연합뉴스TV와 협약을 맺고 리포트를 전재한 것. 연합뉴스TV 관계자는 “시청층을 확대하기 위해 콘텐츠 사용을 허락했다”고 말했다. 피키캐스트는 최근 뉴스통신사, 언론사 등과도 제휴해 생활 밀착형 뉴스 콘텐츠를 올리고 있다. 엔터테인먼트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뉴스로도 일부 영역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피키캐스트는 “콘텐츠가 유통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 워스트’ 등을 운영하고 있는 이준행 씨는 “불펌 서비스가 호응을 얻고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저작권 기반의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며 “창작자가 아니라 창작물을 베낀 사람들이 돈을 벌게 되면 콘텐츠 업계는 공멸할 것”이라고 말했다.▼ 콘텐츠 ‘공정 이용’이란? ▼저작자 이익 부당하게 침해 않을 땐 보도 비평 교육 등 저작물 이용가능 저작권자가 있는 창작물도 특정한 경우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이를 ‘공정 이용(fair use)’이라고 하는데 국내 현행 저작권법에도 도입돼 있다. 저작권법은 저작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않는 경우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해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침해 여부 판단의 기준은 △영리성, 비영리성 등 이용의 목적과 성격 △저작물의 종류와 용도 △이용된 부분이 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그 중요성 △저작물의 이용이 그 저작물의 현재 및 잠재 시장에서의 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이다. 사용목적이 상업적인지는 특히 중요하다. 법원은 2008년 SBS의 한 예능 프로그램이 영화 ‘대괴수 용가리’의 저작권자에게 허락을 받지 않고 3분 가까이 영상을 사용한 것에 대해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SBS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유료로 판매된 점 등을 영리적 이용이라고 본 것이다. 강정수 디지털사회연구소 대표는 “누리꾼들이 방송 프로그램을 캡처해 새로운 콘텍스트를 만드는 것 등은 공정 이용의 범위 내에서 좀 더 폭넓게 허락돼야 하지만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 창작한 것을 베껴서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콘텐츠 큐레이션 ::미술관 큐레이터처럼 콘텐츠를 골라서 보여주는 서비스.:: 네이티브 광고 ::본 콘텐츠와 비슷한 형식으로 만든 광고. 본 콘텐츠와 분리된 배너 광고보다 사용자들의 관심을 적극적으로 유도한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지상파 첫 ‘예능 드라마’로 주목받은 KBS ‘프로듀사’(금, 토 오후 9시 15분)가 20일 최종회에서 18%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12회로 끝났다. KBS 예능국을 배경으로 PD와 프로그램을 실명으로 등장시키는 등 현실적 묘사와 김수현 등 톱스타 출연으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방영 시간을 자의적으로 늘린 고무줄 편성과 과도한 간접광고(PPL) 등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 고무줄 편성과 과도한 간접광고 ‘프로듀사’는 원래 80분으로 편성됐다. 광고가 완판됐을 경우 실제 드라마 본내용은 70분이 채 안 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프로듀사’ 마지막 회(90분 편성)는 본내용만 무려 106분이 방영됐다. 이는 광고까지 포함하면 편성표상 120분 방영 프로그램에 해당한다. 웬만한 미니시리즈 2편에 가까운 분량인 셈이다. KBS 편성국 측은 “당일 방송 시간에 임박해 넘어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상파의 한 PD는 “뒤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주는 만큼 예고 없이 방영 시간을 늘리는 것은 일종의 방송 사고”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비정상적인 시간 연장이 그동안 소화하지 못한 간접광고(PPL)를 넣기 위해서거나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꼼수라는 의혹도 나온다. ‘프로듀사’는 그동안 제품을 갑자기 클로즈업으로 잡는 등 PPL이 지나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프로듀사’의 관계자는 “시청률 올리기나 간접광고 유치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KBS 관계자는 “제작 일정이 촉박해 방송 시간에 맞추다 보니 분량을 줄여 편집할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 KBS 30억 원 넘는 ‘대박’ 지상파로는 처음으로 ‘금토 드라마’로 선보인 ‘프로듀사’의 시청률은 지난달 15일 첫 회 10.1%(닐슨코리아·전국 가구 기준)에서 꾸준히 올라 마지막 화에는 17.7%를 기록했다. 올해 방영된 주중 미니시리즈 중 15%를 넘은 드라마가 없었던 것을 고려하면 큰 성과다. ‘프로듀사’는 KBS에 지금까지 제작비를 빼고도 30억 원 이상을 벌어 준 것으로 추정된다. 제작비는 50억여 원(회당 4억여 원)이지만 광고가 초반을 제외하고 거의 완판된 데다(약 38억 원) 해외 방영권(약 26억 원)과 협찬 및 간접광고 수익(약 20억 원) 등을 합치면 매출이 84억 원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계속 늘어날 인터넷TV(IPTV)와 케이블TV의 주문형비디오(VOD) 매출 등은 뺀 금액이다. 이에 따라 ‘시즌2’ 제작도 관심거리다. 이미 인터넷 게시판 등에는 이를 요구하는 시청자 글이 잇따르고 있다. KBS 입장에서도 대박 콘텐츠의 후속 시즌을 제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예능국 현실에서 사랑 놀음으로 ‘프로듀사’는 초반 예능 PD와 톱스타 및 연예기획사의 갈등, 프로그램 폐지에 따른 파문 등 예능국 현실을 반영하는 내용이 많았다. 하지만 중반을 넘어서면서 예능국 현장은 사라지고 신디(아이유)→백승찬(김수현)→탁예진(공효진)→라준모(차태현)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4각 러브라인을 형성하며 네 사람 관계에 초점이 맞춰졌다. 프로그램 구성작가나 FD 등 방송사 비정규직의 애환이나 현실은 거의 다루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방송 작가는 “현실 속 막내 작가들은 박봉과 격무에 시달리는데 드라마 속에선 늘씬한 몸매로 시선을 끄는 캐릭터일 뿐이었다”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토니는 학계의 싸움꾼으로 이름을 알렸다. 토니의 위치는 진실이 아니라 재판을 이기는 것이 목표인 변호사의 자리에 있었다. (…) ‘20세기를 생각한다’는 대단한 책이 아니다.” 역사학의 거인 에릭 홉스봄이 죽기 8개월 전인 2012년 4월 ‘런던 리뷰 오브 북스’에 실은 ‘20세기를 생각한다’ 서평 중 일부다. 지은이 토니 주트가 마르크스주의자인 홉스봄에게 “가슴을 치며 당신이 실패했음을 대중 앞에 실토하라”고 했다는 것을 고려한다 해도 짜디짠 평가다. 사회민주주의적 자유주의자로서 공산주의를 맹렬하게 비판한 지은이 주트는 책에서 21세기의 시장 만능주의도 비판한다. 주트는 “독재와 폭력, 권위주의와 인권 억압은 사라졌으며 21세기는 최소화된 국가 안에서 모두가 세계화의 혜택을 입고 시장이 무제한의 자유를 누릴 것”이라는 시장만능주의자들의 주장에 대해 “20세기의 교훈과 기억은 어디로 사라져버렸는가”라고 묻는다. 국가의 개입이 전체주의를 초래한다는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논리는 ‘정치적 자폐성’에 불과하고 영국과 북구의 복지국가에서 보듯 오히려 파시즘을 막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주트가 역사가로서의 명성이 정점에 달하던 2008년 루게릭 병 진단을 받은 뒤 역사학자 티머시 스나이더와 나눈 대화를 정리했다. 주트의 지적 전기와 함께 20세기 정치사상의 한계와 도덕적 실패에 대한 사색이 담겼다. 앞서 소개한 홉스봄의 서평은 이렇게 끝맺는다. “그렇지만 이 책은 현대의 역사가들이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알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훌륭한 한 인간과 그가 살아내고자 했던 삶을 기록한 값진 기념비이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KBS2 드라마 ‘프로듀사’가 메르스 사태로 곤경에 빠진 한국 관광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최근 메르스 사태로 중국인 등 한류 관광객이 크게 줄어들자 한국관광공사가 KBS에 “‘프로듀사’ 촬영지에 한류 거리를 조성하고 출연진 팬미팅을 열자”고 제안했다. 현재 프로듀사는 중국 등에서 정식 방영되고 있지 않지만 김수현 출연작이라는 이유로 인기가 높은 점을 활용하자는 것. KBS 관계자는 “김수현 등 출연진의 초상권을 비롯한 선결 문제가 있지만 순차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15일 김수현 등 한류 스타들을 동원해 한국 관광을 유도하는 광고를 만들어 중화권 등에 방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누리꾼들 사이에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적 반응이 많았다. 한 누리꾼은 “아무리 한류의 인기가 높아도 외국인이 메르스 공포를 이길 수 있을까”라며 “인기 프로그램과 연예인으로 관광산업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발상이 우습다”고 썼다. 또 다른 누리꾼도 “관광공사의 처지는 이해하지만 지금 한국에서 무엇을 하든 외국인 관광객이 눈길을 주겠는가”라며 “먼저 메르스를 잡고 난 다음에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글이 줄을 이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겨울에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가다가 새벽 3시에 기름이 떨어진 적이 있어요. 갓길에 세우고 한참 손을 흔드니까 덤프트럭이 잠깐 서요. 사정을 듣더니 ‘아, 그래요’ 하고 그냥 가더라고요. 한참을 서 있는데, 멀리서 누가 걸어오는 거예요. 아까 그 트럭 기사 분이었어요. 톨게이트를 나가서 주유소에서 기름을 사서 페트병에 담아서 되돌아 걸어온 거죠. 족히 3km는 걸었겠더라고요.” 채널A 프로그램 ‘두근두근 카메라 미·사·고’(‘미사고’·일 오후 8시 20분)의 MC를 맡고 있는 개그맨 김국진 씨(50)와 이지애 전 KBS 아나운서(34)를 16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김 씨는 “이름도, 연락처도 모르는 그 기사분이 정말 미안하고 고마웠다”고 했다. ‘미사고’는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뜻. 평소 쉽게 말하지 못하는 이 단어를 표현할 수 있도록 몰래 이벤트를 벌여 감동을 전하는 프로그램이다. 14일 6회에는 17세 사위와 젊은 장모의 사연 등을 다뤘다. 독한 설정과 공격적인 말투의 예능 프로그램이 범람하는 상황에서 여전히 ‘점잖고 착하게’ 방송하고 있는 김 씨와 잘 어울린다. 김 씨는 “듣기만 해도 마음이 따듯해지는 제목만 보고 MC를 맡기로 결정했다”며 “진행하다 보면 출연자의 감정이 그대로 전해져 눈물을 참기 힘들다”고 말했다. ‘미사고’는 고부 갈등으로 시어머니와 2년 동안 연락을 끊은 며느리가 죄송하다며 화해를 청하거나 간 이식을 해 준 아들에게 아버지가 고마움을 표하는 등 출연자들의 감정이 밀도 높게 드러나는 상황이 많다. 김 씨는 “감정의 흐름을 봐서 두 사람 자체로 충분하다 싶으면 빠져 있다가 분위기를 풀어야겠다 싶으면 그 사이로 들어간다”며 “출연자 사이에 쌓인 감정의 매듭을 어느 한 부분 풀어 주면 나머지는 두 분이 알아서 푼다”고 말했다. 김 씨는 “제가 진행자 대신 출연자로 나서도 매번 다른 사연으로 6개월 치 방송 분량이 나올 것 같다”며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저도 미안하고 고마운 누군가에게 가슴에 품은 말을 털어놓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아나운서는 시한부 인생을 사는 아버지가 딸들에게 사랑을 표현했던 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 씨는 “독하고 센 프로그램은 잘할 자신이 없다”며 “KBS 입사했을 때부터 누군가의 얘기를 듣고 전해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이 프로그램으로 소원을 이뤘다”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최근 지상파 드라마는 ‘재벌 풍년’이다. 현재 지상파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는 모두 22개. 이 중 재벌과 상관없는 사극 2편과 농촌 드라마 1편을 제외한 19개 드라마 중 13개(68.4%)가 재벌이나 대기업을 극의 주요 배경으로 삼고 있다. 드라마 세 개 중 두 개꼴이다. “부자가 되는 길은 부자로 태어나는 거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 사랑이 있으면 뭘 해도 행복하다’(는 것은) 부모님 말씀이다. 난 속지 않는다. 가난하면 절대 행복할 수 없다.” 8일 처음 방영된 SBS 월화 드라마 ‘상류사회’ 중 가난한 집안에서 자란 유민그룹 대리 준기(성준)의 독백이다. 준기는 유민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 창수(박형식)와 태진퍼시픽 그룹 회장의 딸 윤하(유이)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인생 역전을 꿈꾼다. 한정환 책임PD는 “‘이수일과 심순애’ 스토리처럼 경제적인 환경이 아주 다른 재벌 가족 일원과 서민 사이에 조건을 떠난 진실한 사랑이 가능한가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준기의 독백은 재벌 드라마가 왜 많은지를 압축해 보여 준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극중 재벌가에는 ‘저렇게 되고 싶다’는 동경과 ‘노력해도 저렇게 부자가 될 수 없다’는 좌절감이 동시에 투영된다”며 “양면성을 모두 보여 줄 수 있어 극적인 갈등을 다루는 드라마의 좋은 소재”라고 말했다. 재벌이 등장하는 13개 드라마에 나오는 회사를 업종별로 분류해 본 결과 유통 소비재 산업이 많았다. 골프웨어를 비롯한 의류 제조·판매업이 4개, 외식업이 3개, 리조트가 2개, 백화점이 2개였다. 이는 드라마 협찬 기업과 무관치 않다. 협찬 기업을 드라마에 자연스럽게 녹여 넣어 홍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가 원래 썼던 극본 속 업종이 협찬 기업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계절별로 주요 소비재가 달라지기 때문에 드라마 속 기업의 업종도 이에 따라 바뀐다”며 “주인공 직업이 디자이너거나 사무실 배경이 디자인 회사가 많은 것도 의류업체가 협찬하는 드라마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극중 기업명이 협찬사를 연상하도록 지어지기도 한다. KBS ‘파랑새의 집’의 ‘누가 월드’나 MBC ‘여자를 울려’의 ‘우진 F&T’, SBS ‘상류사회’의 태진퍼시픽 등은 드라마 주요 협찬 회사명과 일부 글자가 같다.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가 고착화되면서 계층 상승이 어려워졌고 이를 TV 속에서 충족하고자 하는 욕망이 강해지면서 재벌가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가 늘어나는 것”이라며 “또 드라마의 간접 광고가 일반화되면서 고급 제품을 노출시키기 쉬운 화려한 재벌가 설정이 늘었다”라고 말했다. 드라마 속 재벌은 신데렐라 스토리나 복수극의 대상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식상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재벌의 속살을 비판적으로 조명하는 드라마도 선보이고 있다. 최근 종영한 SBS 월화극 ‘풍문으로 들었소’는 국내 최고 로펌을 배경으로 상류층의 생활을 블랙코미디로 다뤘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최근에는 재벌가가 어떻게 구성되고 그들만의 세계를 유지하는지를 다루면서 사회 이면의 시스템과 계층 의식을 드러내는 드라마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너, 내가 죽을 만큼 아픈 사람인 줄 알고 불쌍해서 그동안 옆에 있어 준 거야? 나 안 아파. 너 ‘죽을 때까지 내 꺼’라고 했지. 근데 이제 어떻게 하냐.”(‘맨도롱 또똣’ 이정주) “계속 네 꺼야. 죽을 때까지 네 꺼야.”(백건우) 4일 ‘제주도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개미와 베짱이의 사랑’을 소재로 한 MBC 수목 드라마 ‘맨도롱 또똣’ 8회의 한 장면이다. 이정주(강소라)가 죽을병에 걸린 것으로 오해했던 백건우(유연석)가 정주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며 정주를 껴안았다. 16부작 드라마의 반환점을 도는 중간 클라이맥스인데 어딘가 허전한 느낌이 없지 않다. 이 드라마는 ‘홍 자매’(홍정은, 홍미란 작가)의 작품. 홍 자매는 “여성의 판타지를 가장 잘 극화한다”는 평을 받으며 ‘로맨틱 코미디(로코) 드라마의 최고봉’으로도 불린다. 그러나 ‘맨도롱 또똣’의 시청률은 7% 안팎(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이다. 홍 자매의 이전 작품 ‘최고의 사랑’(MBC·2011년) ‘주군의 태양’(SBS·2013년) 등이 20%가 넘는 시청률을 보인 것에 비하면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성적이다. ‘알콩달콩한’ 사랑의 판타지마저 마음 편하게 즐기기 어려워진 걸까? 최근 TV 드라마에서 로코의 성적이 썩 좋지 않다. SBS 주말극 ‘이혼 변호사는 연애 중’도 7일 16회가 방영되며 주인공의 로맨스가 상당히 진전됐지만 시청률이 3%대다. 지난해에도 KBS ‘연애의 발견’ ‘트로트의 연인’, MBC ‘앙큼한 돌싱녀’, SBS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등이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로코의 시청률이 대체로 저조했다. 공희정 문화평론가는 “‘맨도롱 또똣’은 작품 자체만 놓고 보면 홍 자매의 이전 작품보다 재미가 덜하지 않다”며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시청자들의 관심이 달콤한 드라마에서 ‘펀치’(SBS)나 ‘풍문으로 들었소’(SBS)처럼 사회의 어둡고 구조적인 문제를 꼬집는 드라마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로코의 퇴조는 ‘3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는 말이 나올 만큼 팍팍한 최근 젊은이들의 현실을 반영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랑싸움에 감정 이입을 할 만큼 젊은이들이 처한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취업 등의 부담 탓에 연애가 일종의 판타지가 돼 버린 젊은이들은 로코를 즐길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다”며 “로코의 주 시청층인 이들이 실시간 TV를 이전보다 덜 보는 것도 로코 시청률 부진의 또 다른 이유”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장르와 혼합된 일부 로코물은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내기도 한다. 로코와 판타지 사극을 섞어 버무린 ‘빛나거나 미치거나’(MBC·2015년), 수사물과 혼합한 ‘너희들은 포위됐다’(SBS·2014년) 등이 그렇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만 담는 정통 로코 장르보다는 스릴러나 판타지, 사극 등 다른 장르와 버무려 줄거리 예측을 어렵게 하고 긴장감을 주는 복합장르 드라마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모바일이나 유료방송 주문형비디오(VOD)로 TV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가 많아지면서 시청률은 낮아도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되는 TV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16일 종영을 앞두고 있는 KBS 월화 드라마 ‘후아유―학교 2015’는 시청률이 7%(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안팎이지만 SNS상 반응은 뜨겁다. KBS 페이스북 계정 게시물의 ‘좋아요’ 수가 통상 수백∼수천 건인 데 비해 이 프로그램 관련 게시물에는 1만5000∼2만6000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트위터에 3000건이 넘는 관련 트윗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KBS는 최근 남자 주인공들의 캐릭터로 만든 이모티콘을 카카오톡에 출시했다. 지난달 15일 처음 방영된 KBS 금요 드라마 ‘오렌지 마말레이드’도 시청률은 3∼4%대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여론분석 회사인 ‘굿데이터 코퍼레이션’이 밝힌 온라인 여론지수에서는 방영 일주일 만에 드라마 부문 2위에 올랐다. 또 인터넷 뉴스구독, 검색량, SNS와 블로그 등에 언급된 정도를 종합해 순위를 매기는 콘텐츠 파워지수(CPI·CJ E&M 조사)에서도 전체 5위였다. KBS 관계자는 “방송 뒤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실시간으로 TV를 보지 않는 젊은 시청자의 증가와 관계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실시간 TV 시청자가 상대적으로 고령인 반면 인터넷TV(IPTV)나 모바일의 비(非)실시간 시청자는 비교적 젊다”며 “이 때문에 인터넷과 SNS에선 젊은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이 주류를 이룬다”고 말했다. 또 이들 프로그램은 비투비의 육성재, AOA의 설현 등 아이돌 그룹 멤버를 비롯해 10대 후반∼20대 중반의 배우가 주연을 맡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인터넷 화제 끌기에 초점을 맞추다 자극적인 장면을 걸러내지 않아 문제가 되는 프로그램도 나온다. 올 1∼3월 방영됐던 Mnet의 ‘언프리티 랩스타’는 시청률이 1% 남짓(케이블 시청 가구 기준)이었지만 래퍼 제시(본명 호현주)가 상대방을 비난하는 디스 랩 등으로 인터넷과 SNS에서 화제를 모았다. 이 프로그램은 방영 당시 CPI도 5∼13위로 상위권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7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욕설임을 충분히 알 수 있는 음성과 손가락 욕설 표현을 장시간 방송했다”며 ‘해당 방송 프로그램의 중지 및 관계자에 대한 징계’를 받았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가수 김연우가 복면 쓰고 노래하면 반칙? 7일 방영된 MBC ‘일밤-복면가왕’에서 지난달 24일에 이어 두 번째 가왕을 차지한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의 정체가 가수 김연우라는 의견이 절대 다수인 가운데 일부 시청자들은 “압도적인 가창력을 가진 김연우의 출연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까지 내놓고 있다.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에 대해 평가단 중 한 명인 작곡가 김형석은 “성악, 발라드, 록, R&B 등 모든 장르의 문을 열 수 있는 마스터키를 갖고 있는 장인”이라며 극찬했다.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클레오파트라의 정체에 대해 “김연우라는 것에 내 ‘손모가지’와 전 재산을 걸겠다”는 글이 올라오는 등 다들 김연우로 인정하는 분위기. “지난달 17일 클레오파트라가 부른 ‘오페라의 유령’ 무대와 김연우가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했을 때의 무대가 매우 비슷했다” “키나 인사하는 모습이 김연우와 판박이다” 등 근거를 제시하기도 한다. 심지어 7일 출연한 가수 조장혁이 클레오파트라를 가리켜 “저게” “저 꼬마” 등으로 편하게 부른 것도 김연우와 평소 친분이 두텁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KBS 금토 드라마 ‘프로듀사’가 코믹한 대본과 연기자들의 호연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8회가 방영된 6일 시청률은 13.4%(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였고 분당 최고 시청률은 18%까지 치솟았다. 특히 드라마에 묘사된 예능국의 모습이 현실과 얼마나 유사한지 시청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상파 예능 PD와 연예기획사 관계자에게 얼마나 같고, 또 다른지 들어봤다. 극중 먼저 눈에 뜨이는 것은 대형 연예기획사의 ‘파워’다. ‘뮤직뱅크’ 연출자 탁예진 PD(공효진)를 만나기 위해 방송사 앞 카페에 죽치고 있는 매니저들도 있지만 극중 톱가수 신디(아이유) 등을 데리고 있는 기획사 ‘변 엔터테인먼트’의 변미숙 대표(나영희)는 PD 앞에서도 ‘갑’이다. ‘1박 2일’ 라준모 PD(차태현)를 ‘당신’이라고 부르는가 하면 촬영 현장의 진행부터 프로그램 편집까지 사사건건 참견한다. 드라마에 기획사 대표로 출연한 박진영 JYP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극중 섭외 문제로 찾아온 라 PD를 한참 기다리게 하다가 겨우 영상 통화를 했으나 통화 품질을 핑계로 제대로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지상파 예능 PD A 씨는 “드라마 내용처럼 PD에게 함부로 하지는 않지만 출연에 있어서는 대형 기획사가 ‘갑’이 된 지 한참 됐다”고 말했다. 지상파 예능 PD인 B 씨는 “대형 연예기획사가 사이가 좋지 않은 모 지상파에 소속 연예인들을 한동안 출연시키지 않은 경우도 있다”며 “최근에야 관계가 회복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정 기획사가 인기 연예인의 출연을 걸고 신인을 ‘꽂아달라고’ 압력을 넣는 일도 벌어진다. 가수 매니저인 C 씨는 “아무리 톱스타를 보유한 기획사라고 해도 신인 연예인들을 방송에 노출시키려면 프로그램 담당 PD에게 잘 보여야 한다”며 “방송 내용은 과장됐다”고 말했다. 극중 탁예진 PD는 신디가 심의 기준보다 야한 의상을 고집하며 “옷을 갈아입느니 차라리 노래를 하지 않겠다”고 하자 사정하며 달래서 간신히 무대에 내보낸다. 이 장면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B 씨는 “매니저를 통해 불평할 수는 있어도 가수와 PD가 직접 부딪히는 일은 매우 드물다”며 “더구나 신디 연배의 젊은 가수가 메인 PD한테 대놓고 항의하는 일은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상파 PD인 D 씨는 “현장에서 갑자기 한 가수가 노래를 안 부르겠다고 하면 다른 가수로 대체하면 된다”고 말했다. 극중 신디는 백승찬(김수현)을 좋아하는 것으로 나온다. 연예인과 PD의 로맨스는 얼마나 현실적일까. MBC 예능 PD와 결혼한 스타 개그맨 신동엽과 드라마 PD와 결혼한 연기자 원미경의 사례가 있긴 하지만 실제로는 드물다. B 씨는 “예능 프로그램을 연출한 지 15년가량 됐는데 여자 연예인이 남자 PD를 짝사랑하는 일을 본 적이 없다”며 “드라마 촬영처럼 2∼3개월 PD와 연기자가 함께 현장에서 먹고 자는 경우 ‘눈이 맞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PD들은 드라마가 막내 PD의 바쁜 일상 등 예능국의 소소한 분위기는 비교적 잘 살려냈다고 평가했다. B 씨는 “막내 PD는 예고나 NG 컷 빼는 일 등 기초적인 편집을 주로 하는데 일주일에 2, 3일은 집에 못 가고 편집실에서 두세 시간 쪽잠을 자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제작진의 먹을거리에 대한 집착도 마찬가지다. 막내 PD 승찬은 과자나 호떡 같은 것을 사러 다니느라 바쁘다. 한 PD는 “예능 PD들은 의식주 중 입는 것과 자는 것에 대한 욕구가 충족이 안 되기 때문에 먹는 것에 집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드라마와 현실의 가장 큰 차이는 주인공의 외모와 패션이다. 한 여성 PD는 “실제 방송국에는 김수현처럼 잘생긴 PD가 없을 뿐 아니라 인물이 좀 되는 PD도 헐렁한 옷을 며칠씩 입고 다닌다”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배우 임수정은 카페 뒤쪽 출입구로 슬쩍 들어왔다. 매니저에게 “잠깐만, 여기 앉아 있다가 갈게요” 하더니 1층 창가에 앉아 통유리창 너머를 한동안 내다봤다. 한적하고, 특별할 것 없는 거리였다. 카페에 앉아 햇볕을 쬐는 것도 여배우에게는 쉬운 일만은 아닌 듯했다. “볕이 정말 좋은데, 마침 사람도 별로 없어서요. 6월 햇볕이 이렇게 사랑스럽구나. 그래서 (연예인들이 요즘) 결혼들을 하나? 결혼한 중학교 친구가 있거든요. ‘소박한 결혼’ 얘기가 나왔는데, 저한테 ‘너는 드레스 자주 입잖아!’ 그러더라고요. ‘그럼 결혼을 여러 번 하든지!’ 그랬죠. 차 한잔 하실래요?” 2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행인의 시선이 닿지 않는 카페 지하에서 그녀는 묻지도 않은 얘기를 재미있다는 듯이 했다. 4일 개봉하는 영화 ‘은밀한 유혹’에서 임수정은 위험하지만 큰돈을 만질 수 있는 제안을 받아들이는 여자 지연 역으로 나온다. 지연은 요트 위에서 평소의 자신과는 다른 모습으로 누군가를 유혹하게 된다. 평범한 일상을 포기하고 관객을 유혹하는 여배우라는 직업과 지연의 모습이 겹쳤다. “닮았네요. 배우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진짜 제 모습이 아닌 모습으로, 계속 다른 캐릭터로 사람들을 만나니까요. 내가 영화 속 지연이라면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는 않았을 거 같은데. 나를 드러내면서 솔직하게 사는 게 가장 행복한 거 아닐까요. 저도 평소 돌아다니고 싶을 때는 돌아다녀요. 전시회도 보러 가고, 운동도 하고, 꽃꽂이도 배우러 가고. 20대에는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양손을 한껏 펼치며) 이만큼 가득해서 진짜 나와의 괴리감이나 헛헛한 감정도 있었지만 지금은 마음에 여유가 생겼어요.” 임수정은 30대 중반이다. 캐릭터를 확장하며 ‘롱런’하는 배우와 대중의 기억 속으로 사라지는 배우가 갈리는 시기다. 그녀는 일찍부터 ‘사이보그지만 괜찮아’(2006년) ‘각설탕’(2006년) ‘김종욱 찾기’(2010년) ‘내 아내의 모든 것’(2012년) 등에서 정신질환자, 기수(騎手), 무대감독 등을 맡아 털털하거나 심지어 망가진 모습까지 연기해 왔다. 그러나 임수정의 연관검색어 1위는 아직도 ‘나이’다. 대중의 사랑을 받아 온 ‘동안 미모’가 역으로 다양한 배역을 맡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을 테다. “‘임수정’ 하면 그래도 임수정만의 색이 있다는 말을 듣고 싶었어요. 나름 고군분투하면서 여러 장르를 넘나들고, 마냥 예쁘지만은 않은 캐릭터를 하면서 노력해 왔어요. 지금 인정받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3년 만의 복귀작인 ‘은밀한 유혹’도 멜로에 스릴러가 혼합돼 있다. 그러나 영화 전반부 멜로의 심리묘사가 촘촘하지 못하고, 남자 주인공 성열(유연석)에게 이끌려가는 지연의 속내가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 임수정은 “연기하면서 ‘욕망을 어디까지 드러낼 것이냐’가 가장 어려웠다”며 “지연의 욕망이 연기에서 튀어나오려고 하면 감독님이 자꾸 ‘내려라’라며 드러내는 것을 자제하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임수정은 본인이 즐거워하는 배역과 대중이 원하는 캐릭터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행복’(감독 허진호)은 지금 봐도 좋은데, 그 영화 속 은희처럼 여리면서도 포용하는 모성적인 캐릭터를 대중이 나에게 원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누군가를 흉기로 ‘훅’ 찌르고 쓱 닦아낸 뒤 백에 넣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얌전히 앉아 있는 그런 ‘진짜 나쁜 여자’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조대현 KBS 사장이 KBS 수신료가 인상되면 평일 오후 9시까지 KBS 2TV에서 광고를 방송하지 않겠다고 1일 밝혔다. 조 사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KBS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신료 인상 시 평일 2TV 광고방송 시간대를 당초 계획보다 1시간 더 줄이겠다”고 말했다. KBS는 2013년 12월 이사회에서 수신료를 현행 25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리는 안을 의결하면서 평일 오전 1시∼오후 8시, 토일요일 오전 1시∼오후 2시 광고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수신료 인상안은 지난해 3월 국회에 제출돼 계류 중이다. 조 사장은 “제작비는 상승하는데 광고 매출은 하락해 양질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공적 서비스를 확대하려면 1981년 이후 그대로인 수신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KBS는 수신료 수입을 3900억 원가량 늘려 재원에서 수신료가 차지하는 비중을 현행 38%에서 53%까지 높일 계획이다. 광고 수입은 연간 4100억 원 수준으로 동결해 의존도를 낮출 방침이다. KBS의 광고 매출은 2009∼2013년 평균 약 6000억 원, 지난해에는 약 5300억 원이었다. 이에 따라 줄어드는 광고 매출은 1200억∼1900억 원가량 된다. 조 사장은 이날 “궁극적으로는 KBS 광고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로드맵은 제시하지 않았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여악(女樂)을 고치지 않고 잘못된 풍습을 그대로 따른다면 뒷날에도 ‘옛날 성대(盛代)에도 혁파하지 못한 것을 어찌 오늘에 이르러 갑자기 혁파하랴’라고 할 것입니다.” 세종 12년(1430년) 김종서가 세종에게 올린 충언은 그대로 적중했다. 세종 이후 조선의 왕들은 김종서의 예언과 같은 취지의 말을 반복하며 신하들의 여악 혁파 주장을 거부했다. 여악은 요즘으로 치면 걸그룹이다. 춤과 노래, 악기 연주 실력이 출중한 젊은 여인들로 구성돼 왕실과 지방관가 소속으로 연회에서 공연을 했다. 고려 8대 왕인 현종 즉위년(1009년)의 기록에 처음 등장한다. 언관들은 여악의 폐지를 계속 주장했지만 중국 사신 접대의 필요성 때문에 조선 왕조 내내 존속한다. 저자는 동아시아 풍류 정신의 원조로 공자를 꼽는다. 공자가 가르친 도(道)의 구체적 내용은 육예(六藝)인데, 그중에서도 예(禮)와 악(樂)을 가장 중시했다. 예와 악은 역할과 기능이 달라도 서로를 필요로 하는 보완적 관계다. 예는 악을 동반하고, 악 없는 예는 상상할 수 없다. 공자가 악을 즐긴 흔적은 논어 곳곳에서 발견된다. 공자는 제(齊)나라에 머물 때 소(韶)라는 음악에 도취해 3개월 동안 고기 맛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공자는 “악이 이러한 경지에 이를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공자가 편찬한 시경 중에도 불륜을 소재로 한 민요가 30여 편이나 된다. 동양철학, 미학 등을 강의하는 인문학자인 저자가 월간지에 기고한 글을 다듬어 엮었다. 도연명 왕희지 최치원 이규보를 비롯한 중국과 한국사 속 명사들의 풍류를 느낄 수 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아 씨, ×× 새끼들.”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유·39)이 27일 인터넷 방송을 통해 19일에 이어 두 번째로 미국 시민권 취득에 대해 해명했지만 화면이 꺼진 뒤 마이크가 꺼진 것으로 착각한 스태프들이 욕설을 한 내용이 그대로 방송돼 논란이 일었다. 유승준은 이날 오전 10시 아프리카TV를 통해 각종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13년 전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사죄하려고 나왔다, 이번에 (미국과 중국에)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한국에 가려고 한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승준이 방송을 마치고 화면이 꺼진 뒤 1분여간 현장의 대화가 방송에 그대로 흘러나왔다. “됐어(방송 끝났어)?”라는 유승준으로 추정되는 목소리가 나온 뒤 스태프들이 “지금 기사 계속 올라오네” “세 번째 이야기는 언제 하냐고 그러는데요?” 등의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욕설이 나왔다. 이들의 대화는 “이거 안 꺼졌잖아. 마이크 안 꺼졌네”라는 다급한 목소리가 나온 뒤 중단됐다. 이번 사과 방송을 만든 신현원프로덕션은 “시청자에게 한 욕설이 아니고 유승준은 욕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는 ‘유승준이 진심으로 사과하는 자리였다면 스태프의 분위기도 저렇지는 않았을 것’ 등의 비판 글이 올라왔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29일 당선작이 발표되는 CJ E&M의 드라마 극본 공모전에는 400편이 넘는 작품이 접수됐다. 입상 작품은 4편으로 경쟁률이 100 대 1이 넘는다. 기획안과 시놉시스, 회별 줄거리, 2회 분량의 대본 전체를 제출해야 하는 것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편수다. CJ E&M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자체 채널 tvN과 OCN에 방영할 미니시리즈 극본 공모전을 열고 있다”며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경험을 가진 지원자들이 응모했다”고 말했다. 케이블 채널과 외주제작사들이 지상파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드라마 극본 공모전을 잇달아 열고 있다. 드라마로 만들 수 있는 소설 만화 등의 원작권료가 상승하면서 참신한 극본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제작사 JS픽쳐스는 지난해 대상 상금 1억 원을 내걸고 극본 공모전을 열었다. 이 회사의 관계자는 “최근 방송가에서 웹툰 등의 콘텐츠에서 드라마 원작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많다”며 “직접 공모전을 여는 것은 진부하지 않은 소재와 신인 작가 발굴에서 한발 더 앞서 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스토리도 2011년부터 매년 공모전을 열고 있다. 이 회사는 “공동창작 시스템을 통해 안정적인 스토리의 드라마를 만들려고 세운 회사여서 공모전을 중시하고 있다”고 했다. 이 밖에 소규모 제작사들도 최근 산발적으로 공모전을 열고 있다. 공모전에서 당선된 극본이라고 모두 실제로 방송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실제 드라마로 만들어져 인기를 모으는 작품이 늘고 있다. 올해 방영된 MBC 미니시리즈 ‘앵그리맘’과 아침드라마 ‘폭풍의 여자’도 공모전 당선작이다. 케이블 채널과 외주제작사의 극본 공모가 늘자 지상파도 상금을 올리며 맞서고 있다. SBS의 드라마 극본 공모전 1등 상금은 2013년 2000만 원(대상)이었지만 SBS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지난해부터 5000만 원(최우수상)으로 올랐다. 이처럼 극본 공모의 열기가 뜨거운 것은 소설 만화 등 원작권료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지명도 등에 따라 다르지만 3년 전만 해도 원작권료는 3000만∼5000만 원 수준이었다. 시청률이 40%를 넘었던 인기 드라마 ‘해를 품은 달’(2012년 MBC)의 원작 판권료 역시 3000만 원 수준이었지만 최근엔 1.5배가량 올랐고 일부 인기 작가의 작품인 경우 원작료가 1억 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좌석이 흔들리고, 바람이 불고, 안개가 깔리고….’ 3D 화면에 스크린 속 상황에 맞춰 각종 자극을 추가한 4D 상영은 극장별로 얼마나 차이가 날까. 영화를 공부하고 있는 박상은 씨(28), 단편영화 제작 경험이 있는 유동권 씨(26), 영화 마니아인 대학원생 곽지윤 씨(25)와 기자가 25일 롯데시네마 청량리관(슈퍼4D)과 CGV 왕십리관(4DX)에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함께 보고 4D 시스템을 비교해봤다. 25점 만점(5개 항목, 각 5점)으로 점수를 매겨본 결과 왕십리관이 20점, 청량리관이 17점을 받았다. 왕십리관은 특수효과의 풍부함과 몰입감 등의 평가 항목에서 점수가 높게 나왔다. 유 씨는 “여주인공 퓨리오사의 발에 쇠사슬을 걸어 넘어뜨릴 때 발목을 줄(티클러)로 쳐서 걸린 듯한 느낌을 줬고 얼굴 등에 불어오는 바람의 세기나 횟수, 방향이 장면에 따라 다양해 실감났다”고 말했다. 좌석 이동의 박진감은 두 극장이 모두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 씨는 “자동차 충돌 장면 등에서 좌석의 움직임이 느낌을 적절하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장면에서는 관객의 생각과 무관하게 좌석이 움직였다는 지적도 있었다. 곽 씨는 “차의 회전 방향과 반대로 좌석이 기울어지거나, 멀리서 차가 지나가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도 좌석이 흔들리는 것은 과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좌석의 진동감은 청량리관이 평가가 좋았다. 박 씨는 “청량리관은 영화 중 차의 시동이 거칠게 걸릴 때 좌석에 강한 진동을 줘 극 중의 거친 느낌이 제대로 전달됐다”고 말했다. 일부 4D 기술은 불필요하거나 불편했다. 곽 씨는 “등장인물이 총에 맞을 때 피격 부위와 관계없이 엉덩이(청량리관)나 등(왕십리관)을 ‘쿡’ 하고 찌르는 것은 영화 몰입을 방해했다”고 말했다. 주인공이 물에 빠지는 장면 등에서 얼굴에 물이 분사되는 것도 호불호가 엇갈렸다. 기자의 경우 안경을 닦아야 해 영화 흐름을 순간 놓치는 점이 불편했다. 같은 극장 체인이라도 설치된 시기와 모델에 따라 4D 시설의 수준이 다르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청량리관은 롯데시네마 상영관 중 처음 4D가 설치된 초기 모델이고 이후 설치된 롯데월드 타워관과 수원관 등에는 최신 시스템이 적용돼 있다”며 “청량리관도 조만간 시설을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좌석이 흔들리고, 바람이 불고, 안개가 깔리고….’ 3D 화면에 스크린 속 상황에 맞춰 각종 자극을 추가한 4D 상영은 극장 별로 얼마나 차이가 날까. 영화를 공부하고 있는 박상은 씨(28), 단편영화 제작 경험이 있는 유동권 씨(26), 영화 마니아인 대학원생 곽지윤 씨(25)와 기자가 25일 롯데시네마 청량리관(수퍼4D)과 CGV 왕십리관(4DX)에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함께 보고 4D 시스템을 비교해봤다. 25점 만점 (5개 항목, 각 5점)으로 점수를 매겨본 결과 왕십리관이 20점, 청량리관이 17점을 받았다. 왕십리관은 특수효과의 풍부함과 몰입감 등 평가 항목에서 점수가 높게 나왔다. 유 씨는 “여주인공 퓨리오사의 발에 쇠사슬을 걸어 넘어뜨릴 때 발목을 줄(티클러)로 쳐서 걸린 듯한 느낌을 줬고 얼굴 등에 불어오는 바람의 세기나 횟수, 방향이 장면에 따라 다양해 실감났다”고 말했다. 좌석 이동의 박진감은 두 극장이 모두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 씨는 “자동차 충돌 장면 등에서 좌석의 움직임이 느낌을 적절하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장면에서는 관객의 생각과 무관하게 좌석이 움직였다는 지적도 있었다. 곽 씨는 “차의 회전방향과 반대로 좌석이 기울어지거나, 멀리서 차가 지나가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도 좌석이 흔들리는 것은 과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좌석의 진동감은 청량리관이 평가가 좋았다. 박 씨는 “청량리관은 영화 중 차의 시동이 거칠게 걸릴 때 좌석에 강한 진동을 줘 극중의 거친 느낌이 제대로 전달됐다”고 말했다. 일부 4D 기술은 불필요하거나 불편했다. 곽 씨는 “등장인물이 총에 맞을 때 피격 부위와 관계없이 엉덩이(청량리관)나 등(왕십리관)을 ‘쿡’하고 찌르는 것은 영화 몰입을 방해했다”고 말했다. 주인공이 물에 빠지는 장면 등에서 얼굴에 물이 분사되는 것도 호불호가 엇갈렸다. 기자의 경우 안경을 닦아야 해 영화 흐름을 순간 놓치는 점이 불편했다. 같은 극장 체인이라도 설치된 시기와 모델에 따라 4D시설의 수준이 다르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청량리관은 롯데시네마 상영관 중 처음 4D가 설치된 초기 모델이고 이후 설치된 롯데월드 타워관과 수원관 등에는 최신의 시스템이 적용돼 있다”며 “청량리관도 조만간 시설을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아이맥스3D로 보는 게 낫나요, 3D애트머스로 보는 게 낫나요? 아니면 4D?” 요즘 영화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나 게시판을 가보면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질문이다. 스크린이 대형화되고 3D, 4D 등 다양한 상영 방식이 나오면서 영화 성격에 맞는 극장을 고르려는 관객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종류도 많고 이름도 어려워 헷갈리기 일쑤. 여름 블록버스터 시즌을 앞두고 문화부 기자 4명이 전문가·영화 마니아와 함께 극장 상영관 11곳을 직접 비교 체험했다.》 블록버스터의 박력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스크린 크기가 중요하다. 기자는 지난 주말 CGV 왕십리의 아이맥스관과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의 슈퍼플렉스G, 메가박스 코엑스의 M2관에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모두 3D로 관람했다. CGV가 독점 공급하는 아이맥스의 경우 왕십리관은 수도권 아이맥스 상영관 중 스크린 크기가 가장 크다. 슈퍼플렉스G는 가로 34m, 세로 13.8m의 세계 최대 스크린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메가박스의 프리미엄관인 M2관은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 화질이 좋기로 소문 나 있다. 아이맥스의 경우 스크린과 객석이 가까워 몰입감이 높았다. 다만 매드맥스는 처음부터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하지 않고 후반작업을 통해 아이맥스로 변환한 영화다. 이 때문인지 화면 일부가 흐릿하게 보이거나 멀리 있는 인물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을 때가 있었다. CGV 측은 “아이맥스 스크린이 크고 가깝다보니 관객들이 일반 상영관보다 영화 화질 문제를 더욱 민감하게 느낀다”고 설명했다. 슈퍼플렉스G는 화면 크기에 비해 영상이 선명했다. 화질과 크기 둘 다 만족시키는 상영관인 셈이다. 롯데시네마 측은 “스크린이 클수록 화질 저하 현상이 일어나는 점을 방지하기 위해 슈퍼플렉스G에는 4K프로젝터(영사기)를 4대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M2관은 규모(450석)에 비해 화면 크기(가로 19m 세로 10.5m)는 크지 않은 편. 이 때문에 뒤쪽에 앉을 경우 스크린이 멀어 보인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화질은 가장 선명하게 느껴졌다. M2관 역시 화질을 높이기 위해 4K프로젝터(영사기)를 2대 배치했다. CGV 전국 10개 극장에서 틀 수 있는 스크린X 방식은 정면 스크린 뿐 아니라 양옆 벽면까지 스크린으로 활용해 3면으로 영화를 보도록 한 것이다. 22일 오후 CGV 여의도에서 장편영화로는 세계 최초로 스크린X 방식으로 틀어주는 ‘차이나타운’을 관람했다. 영화 상영시간 110분 중 20분 가량 스크린X 방식이 적용됐다. 주로 배경이 중요한 장면을 3면으로 확장해 넓은 공간감과 몰입감을 줬다. 혹은 중앙 화면에 나오는 장면을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것을 양옆 벽면에 동시에 비추기도 했다. 아직 실험 단계여서 아이맥스나 3D처럼 더 비싼 돈을 내고 볼 만큼 인상적이진 않았다. 좌우 화면은 스크린이 아니라 일반 벽면이어서 영상이 흐릿했기 때문이다. 벽에 설치된 시설물도 거슬렸다. ‘차이나타운’이 애초 스크린X를 염두에 두지 않고 만들었다는 한계도 있었다. 지하철 장면에서 정면에는 사람들이 걷고 있는데 양옆 화면에는 사람 그림자만 오가는 식이어서 실감이 나지 않았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보고 싶겠죠, 그건 어쩔 수 없겠죠∼.” 24일 MBC 예능 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에서 호루라기 모양 가면을 쓴 ‘상암동 호루라기’가 달콤한 미성으로 발라드 ‘인형’을 불렀다. 잠시 뒤 공개된 그의 정체는 강렬한 비트의 댄스곡을 주로 부르는 힙합 아이돌 그룹 ‘블락비’의 태일. 출연자가 복면을 쓰고 가창력을 겨루는 ‘복면가왕’이 화제다. 또 지난주 KBS가 드라마 ‘복면검사’를 시작하는 등 대중문화 코드로 ‘복면’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복면가왕’의 경우 복면 뒤에서 항상 예상 밖의 인물이 나타났다. 애절한 고음을 선보였던 1, 2대 가왕 ‘황금락카 두통썼네’의 정체는 걸그룹 ‘f(x)’의 루나였고, 폭발적인 가창력과 무대 매너를 선보인 3대 가왕 ‘딸랑딸랑 종달새’는 1990년대 ‘난 괜찮아’ 등으로 인기를 모았으나 한동안 잊혀졌던 가수 진주였다. 프로그램 시청률도 일밤의 이전 코너 ‘애니멀즈’보다 높아졌다. 24일에는 7.5%, 17일에는 9.6%(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였다. 동시간대 강자인 KBS2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는 20%에 육박하다 최근엔 10%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인터넷에는 “복면가왕 보느라 ‘삼둥이’(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못 봤어요”라는 글도 심심찮게 올라온다. 복면은 출연자의 얼굴을 감추면서 외모나 명성을 감춘 것은 물론이고 선입견도 막아줬다. 복면을 쓰지 않았다면 시청자들이 편견을 가지고 볼 수 있던 출연자에게 가창력만으로 승부를 하게 한 것. 평가단에게 ‘타고난 소리꾼’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꽃 피는 오골계’는 자신이 아이돌 그룹 ‘B1A4’의 산들이라는 것을 공개한 뒤 “아이돌이라는 이유로 나를 가뒀던 편견을 가면이 벗어나게 해줬다”고 말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복면이 음악과 창법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복면의 주인공이 누구인가 궁금증을 자아내 오디션 프로그램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간은 기존의 고정된 이미지를 통해 외부 자극을 한 번 걸러 인지하는데, 얼굴을 가리면 고정관념 없이 출연자의 진면목을 볼 수 있게 된다”라고 말했다. 프로그램의 인기는 편견 없는 세상을 바라는 대중의 열망을 반영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회에 만연한 선입견에서 비롯된 불공정함에 대한 불만을 프로그램이 건드렸다는 것이다. 인터넷 블로그 등에는 “이 프로그램처럼 채용에서도 스펙보다 실제 능력을 위주로 점수를 매기는 ‘블라인드 전형’이 확대돼야 한다”는 등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김혜순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는 성 연령 출신지 출신학교 인종 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강한 편”이라며 “개인의 능력보다 학벌 스펙 배경 연줄이 더 크게 작용하는 세태에 대중이 반감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20일 첫 방영한 KBS 수목 드라마 ‘복면검사’도 평소 속물 검사지만 실제로는 복면을 쓰고 악인을 처벌하려는 하대철(주상욱) 검사가 주인공이다. 대철은 “법이 못 잡으면 내가 잡는다”라고 말하며 검사 신분으로는 모을 수 없는 증거들을 복면을 쓰고 확보한다. 곽 교수는 “성격(personality)과 가면(persona)은 어원이 같다”며 “복면은 누구나 갖고 있는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드러내는 장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