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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계획으로 급등했던 원-달러 환율이 크게 하락(원화가치는 상승)하면서 ‘버냉키 쇼크’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6원(0.85%) 내린 1132.4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 대비 하락폭은 2월 4일(12.8원 하락)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컸다. 환율이 하락한 것은 6월 무역수지가 17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한 데다 미국의 출구전략 우려가 완화된 영향이 컸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 계획을 밝힌 지난달 19일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지난달 19일 1130.8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버냉키 의장의 발언 직후 치솟아 지난달 24일에는 1161.6원까지 오른 바 있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의혹 및 국가정보원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를 둘러싼 여야 대치 정국이 상호 비방으로 얼룩지고 있다. 2012년 대선 전 ‘회의록 입수’ 의혹이 제기된 새누리당은 28일 전선을 NLL 포기 논란으로 끌고 가는 데 주력했다. 황우여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 영토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담은 여야 공동선언문을 만들어 국민 앞에 상신하자”고 말했다. 황 대표는 “NLL은 더는 외교가 아니라 영토주권에 대한 문제”라면서 “영토선이 걸린 국가 존립과 생존의 문제이니 여야 총의를 시급히 모을 것을 제안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황 대표의 제안을 우회적으로 거절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 당은 참여정부 당시 NLL 포기가 시도된 것도 아니고, 지금도 수호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NLL을 앞장서 사수하겠다는 게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NLL 포기 논란은 여당이 만든 것일 뿐 존재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국정원의 대대적인 개혁을 요구하는 동시에 정상회담 회의록의 일방적 공개와 왜곡 조작을 가리는 ‘NLL 청문회’ 개최를 주장하며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김한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이 정권 연장을 위해 벌인 조직적 정치공작의 전모가 양파 껍질 벗겨지듯 밝혀지고 있다”며 “진실을 소상하게 파헤쳐 국민에게 알리고 책임질 사람들은 예외 없이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 74명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7월 임시국회에서 ‘NLL 청문회’를 열어 관련 일체의 의혹과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회의록 공개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남재준 국정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민주당은 30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규탄하는 당원보고대회를 여는 등 원내외 병행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민주당 74명 의원 성명을 주도한 이원욱 의원은 회견에서 구한말 일본에 나라를 팔아넘긴 ‘을사오적(乙巳五賊)’에 빗대 새누리당 김무성 서상기 의원, 권영세 주중국 대사, 남재준 국정원장,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계사오적(癸巳五賊)’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표단회의에서 △NLL 상납 △북핵 두둔 △굴종적 태도 △업적 쌓기용 14조 원 퍼주기 △한미동맹 와해 공모 △빈손 귀국 및 과대 포장 △국군통수권자 지위 망각 등을 노 전 대통령의 ‘칠거지악(七去之惡)’으로 규정했다. 여야는 ‘국정원 선거개입 진상조사특위’에서도 강 대 강 대결을 예고했다. 새누리당은 특위 위원으로 권선동(간사) 이철우 김재원 정문헌 조명철 윤재옥 김태흠 김진태 이장우 의원 등 9명을 내정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정보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 및 검사 출신으로 포진시켜 논리 대결에서 승리하겠다는 구상이다. 민주당은 신기남 특위 위원장을 포함해 정청래(간사) 박영선 박범계 신경민 전해철 김현 진선미 의원 등 8명을 내정했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강한 전투력을 보여 온 의원들이다. 한편 한국갤럽이 26, 27일 성인 남녀 6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노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발언에 대해 ‘NLL 포기가 아니다’는 답변이 53%로, ‘NLL 포기’란 답변(24%)의 2배가 넘었다. 국정원의 회의록 공개에 대해선 ‘잘못한 일’ 45%, ‘잘한 일’ 35%로 나타났다. 20%는 의견을 유보했다.홍수영·이남희 기자 gaea@donga.com}
고위 공직자들이 최근 ‘전세대란’을 일으키는 데 ‘일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 계약을 갱신하거나 새로 계약할 때 보증금을 수억 원씩 올려 받은 것. ○…이달곤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본인 소유의 아파트 전세 계약이 끝난 뒤 새로 계약을 하며 4억4000만 원이던 보증금을 6억5000만 원으로 2억1000만 원이나 올려 받았다. 새누리당 황진하 의원은 본인이 소유한 강남구 논현동 건물을 전세 재계약하면서 10억1000만 원에서 12억6000만 원으로 보증금을 올렸다. ○…이색 재산을 신고한 이도 있었다. 유천호 인천 강화군수는 신라시대 3층석탑, 청동기시대 청동 말 모양 띠고리, 도자기 28점 등 10억4700만 원에 이르는 유물을 신고했다. 자신의 재산(12억7307만 원) 대부분이 유물인 셈. 박노욱 경북 봉화군수는 한우 200여 마리(5억6000만 원 상당)를,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2500만 원 상당의 경주마 1필을 신고했다. 유환준 세종시의회 의장은 1993년식 그랜저(112만 원 상당)와 1988년식 포니(18만 원 상당)를 소유해 골동품급 승용차를 애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이 억대의 보석을 소유하거나 배우자가 수천만 원짜리 다이아몬드를 갖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원경숙 경남도의회 의원은 총재산(4억9430만 원) 중 다이아몬드, 사파이어 등 총 1억1700만 원어치를 소유했다고 신고해 ‘보석 애호가’로 나타났다. 박지원 전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배우자가 3000만 원 상당의 3캐럿짜리 다이아몬드를 갖고 있었다. 배우자가 귀금속 가게를 운영하는 최용덕 인천시의회 의원은 4억3730만 원에 이르는 금(24k) 7.5kg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손효주·홍수영 기자 hjson@donga.com}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이성한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27일 인사청문회에서는 경찰이 수사 중인 건설업자 성접대 의혹 사건이 주요 논란거리였다. 민주통합당 이찬열 의원은 “(경찰청장의) 임기보장제가 있는데 권력의 눈치를 볼 이유가 뭐가 있느냐”며 “성접대 동영상도 확실하게 수사해 달라”고 요구했다.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은 “경찰이 성접대 의혹 동영상 분석 결과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통보받고 나서 3일간 숨긴 이유가 무엇이냐”며 “경찰이 이번 사건을 덮으려고 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새누리당 김기선 의원은 “새 정부의 주요 인사 이름이 거론되고 있으나 아직 경찰이 수사 중”이라면서 “사실관계 확인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구체적 상황을 보고받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불법행위가 있었다면 철저하게 수사해 지위고하에 관계없이 사법처리하겠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국가정보원 직원의 댓글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 상황도 관심 대상이었다. 민주당 김현 의원은 “경찰이 권력 눈치 보기에 급급해 제대로 수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신속한 수사 마무리를 촉구했다. 이 후보자가 부산경찰청장 재직 당시인 지난해 동국대 행정대학원에 제출한 경찰학 박사학위 논문의 표절 의혹에 대해서도 집중 추궁했다. 이 후보자는 “일부 인용부호가 빠진 데 대해 사려 깊지 못했다”면서도 “표절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여야 의원들의 잇따른 질타에도 “확인해보겠다”며 물러서지 않자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도덕성과 관련해 수차례 문제제기가 됐는데 자기 입장을 가지고 나왔어야지 이 자리에 나와 표절인지 아닌지 확인해보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동산 매입 과정에서 다운계약서 작성과 세금 탈루 의혹, 전매 금지 아파트에 대한 투기 의혹 등에 대해서는 “재산형성 과정에서 여러 의혹을 불러온 데 대해 제가 사려 깊게 행동하지 못한 점을 사과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처음 치러지는 4·24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최대 관심사는 ‘중량급 인사’들의 여의도 입성 여부가 됐다. 새누리당은 26일 공천심사위원회를 열어 이번에 재·보선이 확정된 국회의원 선거지역 3곳(서울 노원병, 부산 영도, 충남 부여-청양)의 후보를 확정했다.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여의도 입성을 노리는 서울 노원병에는 현 당협위원장인 허준영 전 경찰청장의 공천이 확정됐다. 민주통합당이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하면서 새누리당의 결정도 빨라졌다. 야권 성향 표의 분열 가능성을 내다보고 전략 공천할 ‘제3의 인물’을 찾으려다 기존 조직표의 결집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바꾼 것이다. 진보정의당에선 노회찬 공동대표의 부인 김지선 씨가, 통합진보당에선 정태흥 서울시당위원장이 나선다. 민주당의 무(無)공천 방침에도 ‘새누리당 대 복수의 야권 후보’ 구도인 셈이라 김 씨의 완주 여부와 안 전 교수의 득표력이 관전 포인트다. 현재로선 김 씨의 완주 의사가 강하다. 부산 영도에선 새누리당 김무성 전 의원이 민주당 김비오 지역위원장, 통합진보당 민병렬 최고위원과 겨룬다. 민 최고위원은 19대 총선 당시 이 지역의 야권 단일후보로 나서 37.6%의 득표율을 올렸지만 이번에는 3파전 구도로 치러지기 때문에 사정이 좀 다르다. 충남 부여-청양에서는 이완구 전 충남지사가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았다. 민주당은 27일까지 이틀 동안 이 지역의 공천 후보를 공모한다. 이곳은 여권 강세 지역이다. 19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김근태 후보가 43.5%로 당선됐고, 자유선진당의 득표율까지 합칠 경우 현 여권이 68.5%의 득표율을 기록한 셈이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 초반 불거진 인사 실패 논란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구도가 사실상 확정됐지만 민주당에서는 서울 노원병에 대한 ‘무공천 후폭풍’이 불고 있다. 야권 연대와 협력도 중요하지만 제1야당이 ‘불임 정당’으로 전락한 데 대한 자괴감과 4·24 재·보선에서 전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중첩된 상태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차기 당권 주자들까지 당의 결정과 다른 의견을 쏟아냈다.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이용섭 의원은 SBS 라디오에 출연해 “노원병 무공천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김한길 의원이 안 전 교수 지지 세력까지 껴안는 대통합을 강조한 데 대해 “안 전 교수와 공동신당을 만들고 합당을 추진하는 것이라면 당원을 분노케 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당권 주자인 강기정 의원은 평화방송에 나와 서울 노원병 무공천에 대해 “당의 기초가 허물어졌다”고 지적했다. 비주류 중진인 김영환 의원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노원병에서는 솔직히 후보를 (안 낸 것이 아니라) 못 낸 것”이라며 “민주당의 굴욕이 계속되고 있다”고 토로했다.홍수영·김기용 기자 gaea@donga.com}

‘국민행복시대’를 표방한 박근혜 정부를 출범 한 달 만에 국민이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25일 이번에는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다. 해외에 수십억 원대의 비자금 계좌를 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다. 한 전 후보자는 국내 대표적인 대형 로펌인 김앤장과 율촌 등에서 23년간 근무해 인선 직후 논란이 됐다. 주로 대기업을 변호해온 당사자가 경제민주화의 주무기관인 공정위 수장을 맡는 것이 적절하냐는 문제 제기였다. 한 전 후보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인선한 고위 공직자 가운데 낙마한 여섯 번째 인사다. 18일 황철주 전 중소기업청장 내정자를 시작으로 21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22일 김병관 전 국방부 장관 후보자 등 일주일여 만에 4명이 사퇴하는 전무후무한 기록도 세웠다. ‘자고 나면 한 명이 사퇴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박근혜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인사 참사’의 늪에 빠졌다.여야는 청와대 인사 검증 라인의 문책을 요구하며 모처럼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당이 정부 출범 초기부터 청와대와 각을 세우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여권의 위기감이 팽배하다는 방증이다. 여야의 십자포화는 인사 검증의 책임자인 곽상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향하고 있다. 누군가는 인사 실패의 총체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다.새누리당 서병수 사무총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사 실패 논란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떠나 집권당의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국민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했다. 이어 서 총장은 “제도 개선은 물론이고 필요하다면 관계자들에 대한 적절한 조치도 있어야 한다”며 문책론을 제기했다. 이상일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청와대는 반성해야 한다”며 “부실 검증의 책임이 있는 관계자는 문책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김병관 전 후보자의 임명을 놓고 당내 일각에서 문제 제기를 하던 때와는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는 얘기다. 친박(친박근혜)계 지도부까지 인선 실패의 책임론을 거론하면서 청와대는 사면초가에 빠졌다.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도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다” “인사 실책의 부담은 결국 당이 진다”며 청와대를 겨냥한 발언이 쏟아졌다고 한다. 한 친박 중진은 “인사를 주도했던 이정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친박계까지 들고일어난 것은 청와대의 인사와 관련한 당내 불만이 그만큼 깊고 오래됐다는 의미다. 당내 핵심 관계자는 “2주 전부터 당에서 ‘몇몇 후보자는 문제가 있다’고 알렸는데도 청와대는 근거를 묻지도, 해명을 하지도 않은 채 깜깜무소식”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국민 행복시대라더니… 국민 걱정시키는 새정부 ▼당내의 이런 반발은 박 대통령의 인선에서 국가미래연구원(미래연) 출신 등 전문가나 관료들이 대거 발탁되면서 친박계가 적지 않은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있다. 미래연 출신은 이날 사퇴한 한 후보자를 포함해 장관급만 5명이다. 또 인사 검증 책임자인 곽 민정수석도 미래연 출신이다.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새 정부 발목잡기’ 비판으로 수세에 몰렸던 민주통합당은 잇단 낙마 사태를 국면 전환의 기회로 삼겠다는 듯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공직 후보자들의 연이은 낙마로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의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며 “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기춘 원내대표도 “박 대통령의 ‘나 홀로 불통 인사’ 스타일과 구멍 난 인사 시스템이 불러온 필연적 결과”라고 쏘아붙였다.민주당의 강경 모드는 한 달도 남지 않은 4·24 재·보궐선거 구도를 ‘정권 견제와 심판’으로 끌고 가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당초 이번 선거는 새 정부 초기여서 ‘정권 심판론’ 프레임을 내세우기가 불가능했다”며 “하지만 최근 박 대통령의 잇따른 인사 실책 때문에 박근혜 정부의 오만에 대한 심판론이 작동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청와대 내부에서도 구멍 난 인사 검증 시스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김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은 경찰이 내사나 수사를 하기 이전이니 해명이라도 할 수 있지만 한 전 후보자 문제는 종합소득세를 뒤늦게 납부한 것이 국세청 자료로 확인되는 만큼 당연히 검증에서 걸러졌어야 한다”며 “이걸 민정수석실에서 잡아 내지 못한 것은 정말 아프다”고 말했다.궁지에 몰린 민정수석실은 이날 ‘월권 논란’에도 휩싸였다. 사정 당국과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민정수석실은 이날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행정관을 보내 성접대 의혹이 담긴 동영상에 대한 국과수의 분석 결과를 확인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과수는 통상 감정을 요구한 기관에만 분석 결과를 전달한다. 따라서 성접대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청 특수수사과를 통해 민정수석실이 보고받는 것은 가능하지만 국과수에 직접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게 사정 당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곽 민정수석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국과수에 별도의 확인 요청을 했는지는 대외적으로 알릴 사안이 아니다”며 “확인을 하면 월권이라고 하고, 확인을 안 하면 검증을 안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확인을 특정 기관에서만 하라는 규정이 있느냐.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확인하는 게 우리의 업무다”라고 덧붙였다.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논평에서 “해당 직원은 감정 결과 통보서를 컴퓨터 화면상으로만 확인하였고, 감정 의뢰물인 성접대 동영상을 직접 본 사실은 전혀 없다”며 “적법한 활동이다”라고 해명했다.청와대는 정치권에 밀리지는 않겠다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가 늦어져 임명장을 받지 못했던 대통령비서실장 등 실장 3명과 수석비서관 9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문책론의 중심에 있는 곽 민정수석도 이날 정식으로 임명장을 받았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문책론과 관련해 “(청와대에서는 그런 움직임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이재명·홍수영·김기용 기자 egija@donga.com}
“‘콘클라베(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 선거회)’처럼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이 방에서 나가지 않도록 합시다.”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17일 오후 2시경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 막바지 협상을 시작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와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 민주당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도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17일)을 넘기면 안 된다’는 협상 시한에 동의한 것이다. 오후 3시경 이한구, 박기춘 원내대표는 두 수석원내부대표를 밖으로 내보냈다. 간간이 고성(高聲)이 운영위원장실 밖으로 새어나왔다. 30여 분 뒤 두 수석원내부대표가 다시 들어갔다. 오후 4시경 사람 대신 타결 소식이 밖으로 흘러나왔다. 오후 4시 20분 양당 원내지도부는 국회 귀빈식당에서 합의문에 서명했다. 정부조직법이 국회에 제출된 지 46일 만,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20일 만이었다. 협상 타결의 극적인 2시간(오후 2∼4시)을 만들기 위해 여야는 15∼17일 사흘 동안 심야 회동을 이어가며 긴박하게 움직였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회동 직후인 15일 오후 9시 반 김기현,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가 국회에서 협상에 돌입했다. 이때만 해도 박 대통령의 요청 때문에 협상 전선이 오히려 확대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박 대통령이 기존 쟁점이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이외에 주파수, 개인정보보호 정책 관할권까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미래창조과학부로 옮겨와야 한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두 원내수석부대표는 타협점을 찾지 못했지만 “주말에도 계속 만나자”고 합의했다. 16일 같은 시간 두 원내수석부대표가 국회에서 다시 만났다. 이 자리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의 최대 쟁점인 SO 관할권의 미래부 이관 문제가 가닥이 잡혔다. 민주당이 방송 공정성 담보를 위한 해법을 찾는 쪽으로 방향을 돌린 것이다. 이달 3일 작성했던 잠정 합의문도 다시 꺼냈다. 당시 이견이 없던 부분을 살려내 합의문에 넣기로 했다. 그러나 방송 공정성 담보의 구체 방안 등을 놓고 새로운 진통이 시작됐다. 17일 이한구, 박기춘 원내대표가 이 문제에 대한 정치적 담판을 이뤄내면서 끝없이 표류하던 정부조직법 협상은 마침내 정착지를 찾게 됐다.홍수영·김기용 기자 gaea@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의 ‘과유불급(過猶不及)’ 패션은 브로치로 완성된다. 이 브로치들 중 상당수는 남대문시장 액세서리 도매상가인 우주상가에 입점한 ‘사리앙’의 저렴한 제품이다. 강혜성 사장은 15일 “박 대통령이 대선 전후로 즐겨 다는 브로치를 유심히 보다가 8개 가운데 4개가 여기서 제작한 것이라 놀랐다”고 말했다. 진주알이 박힌 은색 꽃 모양 브로치는 대표 상품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첫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할 때 달았다. 도매가 9000원으로, 소매점에서는 2, 3배 정도 높게 팔린다. 모조진주인 핵진주를 써 천연이나 양식진주에 비해 싸다. 백화점에서도 ‘박근혜 스타일 브로치’라는 홍보와 함께 비슷한 모양의 브로치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이 브로치를 디자인한 국민대 금속공예과 출신의 배병수 씨는 “수수하고 유행을 타지 않는 모양이라 2005년 시장에 처음 내놓은 뒤 꾸준히 팔리긴 했지만 최근에는 2배 늘려 하루에 200개씩 제작하는데도 물량이 달린다”고 말했다. “달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박 대통령의 당선 스토리를 달자 일본 등지로의 수출도 늘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0일 2차 TV토론에서 달았던 타원과 네모를 겹친 플라스틱 브로치는 도매가가 4500원이다. 1년 넘게 빨간 재킷을 입을 때마다 즐겨 활용해 왔다. 자연석인 황옥 꽃 모양 브로치는 그중 가격이 가장 비싸다. 도매가로 2만 원이다. 지난해 12월 4일 1차 TV토론에서 선보였으며 갈색 회색 등 어두운 재킷에 주로 매치한다. 배 씨는 “박 대통령이 하는 국산 브로치 하나가 알려져도 액세서리 제작에서 부품 납품, 공장, 판매업체까지 서민경제가 돌아가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관련 내용은 종합편성TV 채널A ‘스타일A’에서 17일 오전 7시 50분 방영된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19대 국회의원 298명이 지난해 모은 후원금은 모두 449억1486만 원으로 나타났다. 1인당 평균 1억5072만 원(연간 모금한도액 3억 원)에 해당하는 액수다. 1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2012년 국회의원의 후원금 현황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1인당 평균 1억6334만 원, 민주통합당은 1인당 평균 1억4595만 원을 모금했다. 대선을 앞둔 지난해 12월 10일 비례대표 국회의원직 사직서가 처리된 박근혜 대통령은 1억7554만 원의 후원금을 거뒀다. 전체 의원 가운데 112위다.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의 모금액은 1억7479만 원으로 116위였다. 여야 지도부의 후원금 실적은 천차만별이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2억3964만 원을 모금해 8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한구 원내대표의 모금액은 117위인 1억7354만 원이었다. 민주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7419만 원(206위), 박기춘 원내대표는 2억3532만 원(82위)을 모았다. 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3억1773만 원으로 모금액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같은 당의 유성엽(3억1749만 원), 김동철(3억1122만 원) 의원이 모금액 2, 3위를 차지했다. 국회에서는 대선에서 야권 단일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상당했던 상황에서 야권 중진들에게 ‘보험금’ 성격의 후원금이 많이 몰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친박(친박근혜) 핵심이나 대선 과정에서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의원들은 모두 한도액을 채웠다.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은 3억157만 원, 대선 특보단장이었던 이주영 의원은 3억122만 원, 수행단장이었던 윤상현 의원은 3억91만 원을 모금했다. 또 유정복 행정안전부 장관은 3억 원, 서병수 사무총장은 2억9956만 원, 최경환 의원은 2억9832만 원을 기록했다. 국회 상임위원장의 모금액은 평균 2억4486만 원으로 전체 평균보다 높았다. 모금액 20위 안에는 김정훈 정무위원장(3억940만 원), 안홍준 외교통상통일위원장(3억327만 원), 유승민 국방위원장(3억259만 원), 서상기 정보위원장(3억248만 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일부 고액 후원 가운데는 후원자와 의원 사이에 직간접적으로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도 있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구 지방의원이나 기초자치단체장에게 300만 원 이상의 고액 후원금을 받은 의원이 10명이 넘었다. 국회의원은 광역·기초의원들의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이들의 후원금은 ‘공천 보험금’이라는 비판이 있다.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은 김광철 경기도의원(500만 원)을 비롯해 8명의 광역·기초의원으로부터 각각 300만 원 이상의 후원금을 받았다. 김 의원은 통화에서 “도의상 받지 않는 게 옳다. 회계 책임자에게 확실히 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민주당 박혜자 의원은 지난해 9월 서복영 한려대 총장으로부터 500만 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한려대는 정부가 부실 사립대학을 구조조정하기 위해 선정한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이었다. 박 의원은 통화에서 “서 총장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며 “한려대에 유리한 쪽으로 의정 활동을 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홍수영·김기용 기자 gaea@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미래창조과학부로의 방송통신 융합 총괄기능 이관을 강조하며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거듭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디지털방송 솔루션 전문기업 ‘알티캐스트’를 방문해 “그동안 방송 따로, 통신 따로, 규제 따로, 진흥 따로 이렇게 분리돼 있었고, 또 합의를 거치느라고 정부의 결정이 적기에 이루어지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면서 “방송통신 융합 분야를 비롯해 정보기술(IT)과 미래 산업에 대한 각종 업무를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총괄해서 원스톱으로 지원이 이뤄지도록 해 세계 속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도록 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러 가지 이유로 진척이 늦어지고 있지만, 이것은 나라의 미래가 달린 문제이고 여러분 미래가 달린 중대한 일”이라면서 “타협과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여야는 이날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놓고 물밑 접촉도 중단한 채 공방전만 벌였다. 민주통합당은 가칭 ‘정보통신산업진흥특별법’ 제정을 주요 내용으로 한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활성화 방안을 전날 새누리당에 제안한 사실을 공개했다. 이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관련 업무를 방송통신위원회에 남겨두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해오라는 숙제는 해오지 않고 엉뚱한 과제물을 들고 왔다”며 거절했다. SO 인허가권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을 전제로 방송 공정성 확보 방안을 논의할 국회 특위를 구성하자고 제안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교착 상태 속에 민주당 4선 김영환 의원은 11일 블로그에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가 통 크게 양보할 수는 없는가”라고 밝혔다. 민주당 의원이 공개적으로 당의 양보를 촉구한 것은 처음이다. 한편 새누리당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한 뒤 개정 국회법(일명 ‘국회선진화법’)의 운영상 문제를 보완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핵심 당직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회선진화법이 법안 처리 발목잡기식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고, 정치문화와 법의 괴리를 어떻게 줄일지 등에 대해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수영·민동용 기자 gaea@donga.com}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37일째 국회에서 표류하는 가운데 여야가 제안-역제안을 주고받으며 ‘핑퐁 게임’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요청하자”고 민주통합당에 제안했다. 처리가 시급한 만큼 상임위원회의 심의 절차를 건너뛰고 바로 국회 본회의에서 매듭짓자는 것으로, 원안과 현재까지 합의된 사항을 반영한 수정안을 함께 상정해 표결에 부치자는 얘기다. ‘국회선진화법’(개정 국회법)은 직권상정 요건을 △천재지변 △전시, 사변,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 △여야 합의로 제한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여야가 합의해서 요청하자는 것”이라며 단독 처리를 위한 직권상정이 아님을 강조했다. 또 “대강 합의된 내용을 갖고 빨리 처리하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전날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의 양보 조건으로 민주당이 내건 방송의 공정성, 공공성 관련 3대 요건을 새누리당이 거부한 뒤 나온 ‘역제안’이었다. 방송의 공정성 문제에 대해선 “필요하다면 국회 내 ‘공정방송실현특별위원회’라도 설치하든지 새 정부가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으고 국민적 컨센서스를 마련하자”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낮다는 걸 알면서도 직권상정 처리를 제안한 데는 민주당이 제안한 3대 요건이 자승자박(自繩自縛)이 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민주당이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 원내대표의 제안에 대해 “원안 처리를 위한 변칙적 발상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하는 순간 새누리당이 다수당임을 내세워 원안을 날치기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인원이 많은 새누리당이 수정안과 원안을 함께 상정해 원안을 통과시키고 끝내겠다는 꼼수가 아니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공정방송실현특위 구성 제안에 대해서도 “그동안 경험으로 봐선 믿기 어렵다. 언론청문회 등 이전 합의도 안 지키고 있기 때문”이라며 “특위만 구성해 놓고 식물특위로 가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홍수영·이남희 기자 gaea@donga.com}

국회는 6일 류길재 통일부, 진영 보건복지부, 서승환 국토교통부, 이동필 농림축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이어 갔다. 류 후보자에게는 새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 대한 질의가 집중됐다. 그는 “6자회담을 재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동시에 미국, 중국 등 북핵 문제에 역할을 할 수 있는 나라들과의 대화와 협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 분야 실세 6명 가운데 3명이 육군참모총장 출신이라는 지적에는 “지금이 굉장히 엄중한 안보 국면임을 이해해야 한다”고 답했다. 진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박 대통령의 복지공약 ‘말 바꾸기’가 논란 대상이 됐다.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은 공약집과 TV 토론 등에서 ‘4대 중증질환에 대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와 간병비까지 모두 건강보험으로 급여를 추진한다’는 약속을 내걸었다. 그러나 인수위가 정리한 국정과제에는 ‘4대 중증질환 치료에 필수적인 의료서비스는 모두 건강보험을 적용한다’로 표현이 달라졌다. 이에 대해 진 후보자는 “4대 중증질환 보장 공약에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는 제외돼 있다고 대선 기간에도 여러 번 밝혔으나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며 공약 변경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캠페인과 정책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발언해 야당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서 후보자는 부동산 시장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현재 주택경기는 정상이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현재 거래가 살아나지 않는 것은 거래세 문제도 있기 때문에 취득세 감면 연장안의 적용 기간을 현행 6개월에서 1년으로 늘리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를 폐지하고 정상 세율로 돌려놔야 한다”고 했다. 분양가 상한제에 대해서는 “신축적으로 적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폐결핵으로 군 면제 판정을 받은 이 후보자는 병역 회피 의혹에 대해 “군에 가지 않기 위해 (병을) 치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라고 답했다. 한편 이날 류 후보자와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됐다. 이로써 17개 부처 장관 후보자 가운데 보고서가 채택된 후보자는 9명으로 늘어났다. 윤상직 지식경제부,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현오석 경제부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각각 7일, 8일, 13일 열릴 예정이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사진)이 6일 “답답하다. 파트너에게 굴종을 강요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며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 야당과 정면 대치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 의원은 트위터에서 “힘 있는 자가 양보하면 포용과 아량이 되지만 약한 자가 양보하면 굴종이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지금 힘이 어디에 있는지 국민은 알고 있다. 지금 무엇이 급하고 무엇이 중요한지 올바르게 봐야 한다. 지금은 누구든지 먼저 내려놓는 측이 박수를 받는다”며 박 대통령에게 양보를 촉구했다. 그는 또 “정치는 오기로 하는 것도 아니고, 혼자 하는 것도 아니다. 지도자일수록 목소리가 작아야 국민이 불안하지 않다”고 훈수를 뒀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4일 오전 9시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정론관 브리핑룸에 들어섰다. 장관 후보자가 국회를 찾는 게 이례적이긴 했지만 기자들은 대체로 정부조직 개편 협상의 최대 쟁점 부처 예비수장으로서 직접 정치권에 호소하러 왔을 거라 여겼다. 회견 전 그는 여유 있는 표정으로 들고 온 아이패드를 넘겨보기도 했다. 그만큼 그의 사퇴 발표는 전격적이었다. 새누리당 ‘과학통’인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이 “국회 과학기술혁신포럼 회장 자격으로 왔고, 김 후보자가 하고 싶다는 얘기가 있다고 해서 안내했다”며 그를 소개했다. 정론관에선 국회의원을 통해야만 기자회견을 열 수 있다. 단상에 선 김 후보자는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운을 뗀 뒤 미리 준비한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얼굴은 담담했지만 그는 “저의 꿈도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모든 것이 무너져 버렸다” 등 강한 표현을 사용해 자신의 심경을 전했다. 깜짝 사의 표명은 채 3분도 걸리지 않았다. 회견장은 술렁거렸지만 김 후보자는 고개를 깊이 숙여 인사한 뒤 곧바로 단상에서 내려왔다.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는 마음을 접으려 한다”는 말 이외에 ‘사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아 “사퇴하는 것이냐”고 기자들이 재확인하자 “네”라고 짧게 답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연락했느냐”, “언제 결심했느냐” 등 질문 세례에는 입을 굳게 다물었고 “다시 정치 활동을 할 것인가”에만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어 검은 승용차를 탄 뒤 국회를 떠났다. 김 후보자는 5일 아침 워싱턴DC행 비행편을 예약해 둬 한국을 떠날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석한 서 위원장은 놀랐다. 이날 오전 8시 김 후보자로부터 전화로 “국민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는 말과 함께 회견 주선 요청을 받았다. 하지만 여야에 대한 호소일 줄로만 알았지 사퇴 얘기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한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몰랐다. 김 후보자가 사퇴의 변을 읽고 있던 시간 황우여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미래부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모두발언 중이었다.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준비팀에서 함께 일했던 교육과학기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직원들도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최근 창조경제 정책 구상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장관직 준비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는 국회 정론관에 도착해서야 직원들에게 전화해 기자회견 사실을 알렸다. 김 후보자는 당초 연휴인 1∼3일 청문회 예행연습을 할 예정이었지만 “그런 것 하지 말고 창조경제를 준비하자”고 제안해 일정도 바꿨다. 첫날인 1일에는 오후 10시가 넘도록 장시간 토론을 주재했다. 청문회에 대한 고민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제기됐던 미국 중앙정보국(CIA) 자문위원회 경력 등에 대해선 고민을 내비친 적도 없었다고 한다. 김 후보자의 활약을 기대했던 미국 교민들은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 이번 사건이 해외 거주 한인의 모국 기여에 대한 제도와 문화 개선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천재 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많은 어려움을 감수하면서 조국을 위해 일을 하겠다고 나선 분이었는데 큰 흠집이 없었다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옳았다”며 “조국이 해외 동포들을 포용하는 계기가 될 수 있었는데 바람직하지 못한 선례로 끝난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함윤석 재미 변호사는 “한국 정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나머지 이를 견디지 못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 후보자가 한국을 잘 몰랐고 한국 정치에 대해 순진한 생각을 가졌던 결과라는 것이다.홍수영·김용석 기자·워싱턴=신석호 특파원 gaea@donga.com}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4·24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할 것이란 소식이 알려지자 여야는 촉각을 곤두세웠다. 민주통합당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당 혁신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안 전 교수의 재등장이 민주당의 근간까지 흔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윤관석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우리와 얘기한 것이 있는지 확인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노원병에 후보를 낼지를 놓고도 의견이 갈렸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소속 의원이 127명이나 되는 제1 야당이 후보를 내는 건 당연하다”고 했지만 문병호 비대위원은 “안 전 교수가 대선 때 후보직을 양보한 만큼 이번엔 민주당이 후보를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노회찬 공동대표가 지역구 의원으로 있던 이곳에서 의석을 잃은 진보정의당은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이정미 대변인은 “국민의 뜻을 수렴하고자 정치에 복귀하는 것은 환영하지만 그 첫 번째 무대가 노원병이라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일방적으로 출마를 선언한 것이 많은 국민이 기대하는 안 전 교수의 방식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진보신당 박은지 대변인은 “대선후보를 지낸 소위 거물급 정치인이 진보 정치인에 대한 탄압의 결과물인 재·보선지역에 출마를 한다는 것이 삼성이 동네 빵집을 내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당 핵심 관계자는 “4월 재·보선은 가급적 판을 작게 가져가려 했는데…”라며 “선거전략에 영향을 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남희·홍수영 기자 irun@donga.com}
새누리당은 지명직 최고위원에 유수택 광주시당위원장과 김경안 전북 익산갑 당협위원장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우여 대표는 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정현 최고위원과 김진선 최고위원이 각각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으로 임명돼 두 자리가 공석이 됐다”며 “모두 호남 인사들을 임명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선 때 새누리당이 호남에서 첫 두 자릿수 득표율(10.5%)을 기록한 만큼 호남을 더 배려하자는 취지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일단 청문회는 해야겠지만 현재 드러난 의혹이 사실이라면 군 통솔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동아일보가 28일 국방위 소속 여야 의원들을 상대로 긴급 설문을 실시한 결과다. 새누리당의 경우 해군 참모총장을 지낸 김성찬 의원은 “청문회를 하지도 않았는데 자격이 없다고 하는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핵실험 사태 등 안보 현안이 위중한 상황에서 김 후보자의 거취 문제를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면서 “문제가 많다고 나타나면 본인이 판단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군기무사령관을 지낸 송영근 의원은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을 갖고 장관직을 수행하게 되면 군령을 세우는 데 문제가 있다”고 우려했다. ‘선 청문회, 후 판단’을 주장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역시 기무사령관을 지낸 김종태 의원은 “청문회를 통해 국민이 심판할 것이고 의혹이 있으면 청문회 질의답변을 거쳐 박 대통령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위원장인 유승민 의원은 “김 후보자에 대한 개인적 의견은 밝히지 않겠다. 다만 철저한 청문회를 통해 도덕성 관련 의혹을 규명하고 안보위기 상황에 대처할 능력이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친박계인 유기준 의원은 “청문회를 실시한 뒤 적격 여부를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불가론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원내대표를 지낸 김진표 의원은 “무기 거래 로비스트로 일한 사람을 일국의 국방장관으로 추인해 줄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진성준 의원은 “역대 국방부 장관 후보자 중 이런 식으로 자질과 도덕성이 심각하게 문제가 된 사람은 지금까지 없었다”며 “자진 사퇴하거나 박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윤 의원도 “이런 상태에선 국방부 장관으로서 군령이 서지 않는다”며 “신뢰를 바탕으로 지휘권을 발동해야 하는데 김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되면 조직을 이끄는 데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광진 의원은 “김 후보자가 임명되면 현역 장성들과 관련된 문제가 터져 나올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군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선 청문회, 후 사퇴 판단’을 주장하는 민주당 의원들도 있었다. 육군 3군 사령관을 지낸 백군기 의원은 “김 후보자가 장관감인가”를 묻는 질문에 “답변을 유보하겠다”면서도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라면 군 통솔하는 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현 의원은 “여러 문제가 많아서 장관이 되기 힘들 것 같다. 하지만 청문회를 열어 본인이 해명할 기회를 달라고 하는데 청문회를 열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김기용·홍수영 기자 kky@donga.com}

국회는 28일 황교안 법무부, 윤병세 외교부, 서남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집중 검증을 벌였다. 가장 치열한 공방이 오간 곳은 황 후보자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청문회다. 황 후보자는 검찰 퇴임 후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17개월 동안 16억여 원의 보수를 받은 데 대해 전관예우 논란이 제기되자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많은 급여를 받은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몸을 낮췄다. 기부 의사를 묻는 질문엔 “그럴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1980년 피부병인 담마진(두드러기)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것과 관련해 진료 기록을 제출하라는 야당의 끈질긴 요구에는 “아파서 진료 받은 것인데 (병원에서) 자료가 없다고 하니 저도 참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5·16의 성격에 대해선 즉답을 피하다 서면답변을 통해 “대부분 초중고 교과서에는 5·16을 군사정변으로 표기하는 것으로 안다. 그 단어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윤 후보자에 대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청문회에서는 북핵 문제 해법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윤 후보자는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따른 유엔 제재와 관련해 “우리를 포함해 주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은 현재 군사적 제재를 검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미사일 능력은 최고 수준이고, 자립도도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새누리당 심윤조 의원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따라 당장 국제사회를 통해 (북한) 영유아를 지원해야 한다”며 견해를 묻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답했다. 윤 후보자는 대북 특사 파견이나 남북 정상회담 추진에 대해선 “현 시점에서 검토하는 것은 상당히 이르다”고 말했다. 외통위는 이날 인사청문회를 마친 뒤 윤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서 후보자는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청문회에서 “자립형사립고가 시대착오적이 아니냐”는 민주당 이상민 의원의 질문에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다만 자사고의 폐지에 대해선 “제도를 변경할 때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외국어고등학교를 유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원래 설립 의도에 맞도록 할 것”이라고 답했다. 입학사정관제에 대해서도 재점검 의사를 밝혔다. 그는 5·16군사정변에 대한 인식을 묻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을 회피해 이날 인사청문회가 중단됐다가 30여 분 후 속개되기도 했다.이남희·홍수영 기자 irun@donga.com}
이명박 정부의 간판 사업인 4대강 사업과 한식 세계화 지원 사업이 감사원의 감사를 받게 됐다. 국회는 26일 본회의를 열어 ‘4대강 수질 개선을 위한 총인처리시설 입찰 관련 감사요구안’과 ‘한식 세계화 지원 사업에 대한 감사요구안’을 각각 의결했다. 이 전 대통령이 퇴임한 지 이틀 만에 사실상 이 전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감사요구안을 처리한 묘한 모양새가 된 것. 감사원은 감사 요구를 받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감사를 마무리하고 국회에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특히 4대강 사업은 2009년 공사를 시작한 이후 세 차례의 감사원 감사를 받게 됐다. 앞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13일 “2010년부터 지방자치단체나 한국환경공단이 발주한 36개의 총인처리시설 설치 사업의 평균 낙찰률이 97.5%나 된다. 담합 의혹이 있다”며 감사요구안을 제출했다. 총인처리시설 설치 사업은 조류 발생의 원인이 되는 총인의 유입을 줄이기 위해 하수처리장의 처리 시설을 보강하는 사업이다. 또 농림수산식품위원회는 ‘뉴욕 플래그십 한식당’ 개설비 50억 원을 당초 계획대로 사용하지 않고 49억6000만 원을 다른 용도로 변경해 사용한 의혹 등이 있다면서 지난달 31일 감사요구안을 제출했다. 한식 세계화 사업은 이 전 대통령 재임 중에 부인 김윤옥 여사가 의욕을 갖고 추진해 ‘영부인 프로젝트’로 불렸다. 한편 이날 국회 본회의 법안 처리 과정에서는 경북 포항 출신인 이병석 국회부의장이 ‘쌍시옷’ 발음을 제대로 못해 웃음바다가 됐다. 강창희 국회의장을 대신해 이 부의장은 24번째 법률안인 ‘쌀 소득 등의 보전에 관한 법률안 일부 개정안’을 소개했다. 이때 ‘쌀’ 발음을 하지 못하고 거듭 ‘살’로 발음했다. 일부 의원들은 “쌀로 발음해요”라며 장난스레 호통을 쳤다. 이 부의장은 웃음보가 터져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음을 참았다가 다시 개정안을 읽으려 했지만, 연이어 웃음보가 터졌다. 의원들은 박장대소했다. 다시 호흡을 가다듬은 이 부의장이 “저는 죽을 때까지 두 발음(쌀과 살)을 구분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자 회의장은 또 한 번 웃음바다가 됐다. 민동용·홍수영 기자 mindy@donga.com}

정홍원 국무총리가 우여곡절 끝에 국회 임명동의의 관문을 넘고 26일 취임했지만 ‘책임 총리’ 역할을 제대로 할 것인지를 놓고는 관측이 엇갈린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을 앞둔 지난해 11월 “사문화돼 있는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과 장관의 부처 및 산하기관장에 대한 인사권도 보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정 총리가 헌법상 권한을 행사한다면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실질적인 위상을 갖게 된다. 하지만 책임총리의 실체는 “(대통령을 대신해) 책임만 지는 총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모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실적으로 헌법상 총리의 역할은 ‘대통령을 보좌하고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한다’고 정해져 있고, 총리에 대한 임면권도 대통령이 갖고 있어 실질적으로 장관제청권과 해임건의안을 소신 있게 행사할 수 있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역대 정부에서 김대중 정부의 김종필 총리, 노무현 정부의 이해찬 총리 등 몇 명을 제외하면 총리가 제청권을 실제로 행사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 설혹 있다 해도 제한적 제청권 행사에 머물렀다. 정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부처의 자율은 존중하되 부처 이기주의나 칸막이 행정은 방치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조정하겠다”며 “새 정부 첫 내각의 역할은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하루빨리 뿌리내리게 하고 국정목표들을 정책화해서 실행에 옮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임무에 대해서는 “윤활유 역할을 다하겠다” “새 정부의 주춧돌이 되겠다”고 했다. 정 총리는 방송사 인터뷰에서는 “책임총리는 헌법상의 용어가 아니라 근래에 정치적 용어로 등장한 것”이라며 “헌법 해석상으로는 총리에게 주어진 권한인 국무위원 제청권과 행정 각부 통할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여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며 그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그는 2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총리에게 부여된 헌법의 국무위원 제청권과 해임건의권을 충실히 행사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정 총리의 경우 법조계 경력이 사실상 전부여서 국정 장악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각종 정책과 갈등을 총리가 책임지고 조율하고 추진하기에는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회 인사청문특위는 인사청문 경과보고서에서 “책임총리로서의 국정 수행 의지가 강해 새 정부 국무총리에 요청되는 기본적인 능력과 자질을 갖췄다는 평가가 있다”면서도 “국정 현안에 대한 이해 부족이 드러나 총리로서 행정 각부 통할 등의 역할을 수행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정 총리는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취임사에서 “공급자 중심으로 이뤄져 온 고용과 복지서비스를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으로 전환하겠다”며 “복지서비스가 생애주기별로, 생활영역별로 정교하게 이뤄지도록 다듬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책의 구체적 방향을 제시하며 내각 총괄자로서의 위상을 과시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 총리는 지난해 4·11총선 때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장을 맡으면서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강단을 보여줬다”며 “박 대통령은 총리를 허수아비로 만들진 않겠다는 정치적 의지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통합당 정성호 대변인은 “대통령 국정 운영에 보완재 역할을 하는 명실상부한 ‘책임총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성호·홍수영 기자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