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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여당 실세 국회의원 아들이 서울 강남 주택가에서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인 액상 대마를 구하려다가 적발됐다. 28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30대 남성 L 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대마 수수 미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L 씨는 지난해 10월 서울 서초구의 한 건물 화단에서 지인 2명과 함께 ‘던지기’ 수법으로 액상 대마를 받으려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 던지기란 특정 장소에 마약을 놔두면 찾아가는 방식이다. 경찰은 “수상한 사람들이 마약을 찾는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현장에서 액상 대마를 발견했고, 이후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분석해 L 씨 일당을 검거했다. L 씨는 조사에서 “대마를 받으러 현장에 갔지만 찾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약 간이 검사에서는 음성 반응이 나왔다. L 씨는 과거 대마 흡입 혐의로 처벌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 씨는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으로 꼽히는 국민의힘 현역 국회의원의 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다리만 믿었는데…. 그게 무너졌습니다.”세종포천고속도로 건설 현장 붕괴 사고에서 생존한 60대 중국인 남성은 26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동료들은 추락하며 돌에 머리를 부딪혀 모두 숨졌고, 나는 물렁한 흙에 떨어진 덕에 살아남았다”며 이렇게 말했다.이 남성은 얼굴과 코뼈, 광대뼈 등이 골절돼 경기 화성시 한림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뒤 회복 중이다. 교량 위에서 작업을 하다가 추락한 10명의 사상자 중 유일한 경상자다. 그는 다소 어눌한 한국어로 “일하던 중 갑자기 확 밑으로 꺼져 체감상 20∼30m에서 떨어진 것 같다. 7, 8분간 기절했었다 깼다”고 사고 당시를 설명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실제 중국인 남성이 떨어진 높이는 약 15m다. 그는 “다리를 믿고 그곳에 안전고리를 건 채 매일 조심하며 일했는데…”라며 망연자실했다.근로자들은 추락 방지용 안전고리를 늘 착용했고, 착용 여부를 확인하는 안전검사도 매일 받았다. 그러나 교량 자체가 무너지는 사고에서 안전고리는 무용지물이었다.서울에 살던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사고 현장에서 근무했다. 서울에선 건설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 돈을 벌러 내려왔다고 했다. 자신이 소개해 데리고 온 중국인 동료를 이번 사고로 잃었다는 그는 동료 얘기가 나오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이번 사고는 25일 세종포천고속도로 천안∼안성 구간 건설 현장 9공구에서 특수 장비(론칭 가설기)로 다리 기둥 위에 ‘거더(보)’를 올려두고 철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중국인 남성은 “현장은 거더 천지였고 거더를 실어다가 얹고 또 실어서 얹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며 “거더를 (특수 장비의) 밑에 대다가 무너졌다”고 증언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사고 당시 거더와 특수 장비의 접촉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분석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거더를 고정시키기 위한 또 다른 장비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했다.화성=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화성=최원영 기자 o0@donga.com}

“다리만 믿었는데…. 그게 무너졌습니다.”세종포천고속도로 건설 현장 붕괴 사고에서 생존한 60대 중국인 남성은 26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동료들은 추락하며 돌에 머리를 부딪혀 모두 숨졌고, 나는 물렁한 흙에 떨어진 덕에 살아남았다”며 이렇게 말했다.이 남성은 얼굴과 코뼈, 광대뼈 등이 골절돼 경기 화성시 한림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뒤 회복 중이다. 교량 위에서 작업을 하다가 추락한 10명의 사상자 중 유일한 경상자다. 그는 “일하던 중 갑자기 확 밑으로 꺼져 체감상 20~30m에서 떨어진 것 같다”며 “7, 8분간 기절했었다 깼다”고 사고 당시를 설명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실제 중국인 남성이 떨어진 높이는 약 15m다. 그는 “다리를 믿고 그곳에 안전고리를 건 채 매일 조심하며 일했는데…”라며 망연자실했다.근로자들은 추락 방지용 안전고리를 늘 착용했고, 착용 여부를 확인하는 안전 검사도 매일 받았다. 그러나 교량 자체가 무너지는 사고에서 안전고리는 무용지물이었다.서울에 살던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사고 현장에서 근무했다. 서울에선 건설 일자리가 구하기 어려워 돈을 벌러 내려왔다고 했다. 자신이 소개해 데리고 온 중국인 동료를 이번 사고로 잃었다는 그는 동료 얘기가 나오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이번 사고는 25일 세종포천고속도로 천안∼안성 구간 건설 현장 9공구에서 특수 장비(론칭 가설기)로 다리 기둥 위에 ‘거더(보)’를 올려두고 철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중국인 남성은 “현장은 거더 천지였고 거더를 실어 갖다가 얹고 또 실어서 얹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며 “거더를 (특수 장비의) 밑에 대다가 무너졌다”고 증언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사고 당시 거더와 특수 장비의 접촉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분석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거더를 고정시키기 위한 또 다른 장비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했다.화성=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화성=최원영 기자 o0@donga.com}

25일 세종포천고속도로 건설 현장 붕괴로 숨진 4명의 시신이 26일 부검됐다. 시신이 병원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로 이송되기 전 일부 유족들은 시신을 확인하고 눈물을 흘렸다.25일 오후 9시경 시신 검시 필증을 받은 사망자의 유족들은 모두 부검을 하기로 결정했다.검시 필증은, 사고사의 경우 의사와 검사가 시신을 검안해 유족에게 인계할 때 발급하는 사망 증명서다. 26일 새벽 일부 유족들은 경기 안성시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장례식장에서 시신들이 강원 원주시 국과수로 이송되기 전 시신을 확인했다. 이날 오전 5시 반경 하도급사 강산개발 40대 부장급 직원 사망자의 동생은 주검이 된 형의 모습을 확인하고 나와 “우리 형 아닌 것 같다”며 망연자실했다. 옆에 있던 강산개발 직원은 “형이 부어서 그렇다”고 답하며 달랬다. 4개월 된 손녀를 생전 애지중지했다는 50대 사망자의 사위는 혼자 장례식장을 찾아 장인 시신을 확인했다. 그는 “장인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제가 아닌 장모님이나 부인이 봤다면”이라며 눈물에 말을 잇지 못했다.부검이 끝나고 사망자 3명의 시신은 유족에게 인도될 예정이다. 유족들은 서울, 경기 안산시, 경북 영주시 등에 빈소를 마련할 예정이다. 다만 60대 중국인 사망자의 경우 검시 필증에 절차상 문제가 있어 당장 빈소 마련은 여의치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부검 결과가 나와 정확한 사망 원인이 밝혀지는 데에는 1, 2개월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한편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기동대를 중심으로 구성된 수사전담팀은 26일도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현장 감식과 관련자 조사를 이어나갔다.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 하도급사인 장헌산업과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들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안성=조승연 기자 cho@donga.com안성=최원영 기자 o0@donga.com안성=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안성=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이렇게 가버리는 게 어딨어, 아빠.” 25일 세종포천고속도로 건설 현장 붕괴로 근로자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친 가운데 희생자 빈소에서는 유족들이 오열했다. 갑자기 남편, 아버지, 동생 등 가족을 잃은 이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사망자 중 2명은 중국인인데 유족이 한국에 들어오기까지 시간이 걸려 빈소 마련도 지체됐다. 유족들은 철저한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가족과 가까이 지내려 일터 옮겼다가 참변” 이날 오후 3시 반경 경기 안성시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장례식장에 다급히 뛰어 들어온 한 중년 여성과 그의 두 딸은 의자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붕괴 사망자의 유족인 이들은 “이렇게 가버리는 게 어딨어”라고 외치며 바닥을 내리쳤다. 유족은 “불과 이틀 전 딸에게 야구장을 함께 갔던 사진을 보내주며 다시 (야구장에) 가자고 한 아버지”라며 “도로 공사를 한다고만 들었지 다리 공사인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50대 가장인 사망자는 4개월 된 손녀를 애지중지했다고 한다. 그는 해당 현장에서 일을 시작한 지 불과 열흘 만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원래 안성보다 훨씬 먼 경북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하다가 가족들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최근 안성으로 옮겨왔는데 사고를 당한 것”이라며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멀리서 일을 하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애통해했다. 50대 중국인 사망자의 시신도 이 병원이 안치됐다. 유족에 따르면 그는 약 30년 전 중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건설 일을 계속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장례를 치러야 하는 직계 유족은 아직 중국에 머물고 있어 빈소 마련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안성시 관계자는 “유족들이 도착하는 대로 빈소 위치를 논의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용직부터 하도급 건설사 부장까지 변 사상자 중에는 하도급사인 장헌산업, 강산개발 등의 근로자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강산개발 소속 한 부장급 직원도 이날 사고로 숨졌다. 강산개발 관계자는 “우리가 맡은 건 교량 아래 작업”이라며 “작업 중이던 부장이 매몰돼 현장에서 숨졌다는 사실을 오전에 접했다”고 전했다. 사상자 일부는 일용직 근로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 중 당초 유일하게 의식이 있는 상태로 발견됐던 중국인도 병원 이송 뒤 결국 숨졌다. 이 60대 중국인 근로자는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경기 평택시 굿모닝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사망했다. 중상자로 분류됐다가 병원에서 심장이 멎은 것이다. 사상자 10명 중 유일한 경상자인 또 다른 60대 중국인 근로자는 경기 화성시 한림대병원에서 회복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사상자들이 발견된 위치는 모두 사고가 난 교각 인근이었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세종 방향에 2명, 포천시 방향에 8명이 있었다”며 “사망자들이 어느 방면에 더 많았는지는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현장에 지난해부터 인부들을 파견해 오고 있는 충남 천안시 서북구의 한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해당 현장에 근무한 적이 있는 인부들 사이에서는 안전과 관련해선 오히려 너무 까다로워서 불만의 말이 나올 정도였다”고 전했다. 이어 “혈압도 매일 재서 전날 술 마신 사람들을 다 체크했다”며 “안전교육도 까다로웠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로 교량 위에서 작업 중이던 남성 근로자 10명이 추락해 4명이 숨지고 5명은 중상, 1명이 경상을 입었다. 사망자 4명 중 2명은 한국인, 2명은 중국인이다. 왼쪽 볼과 이마 등을 다친 경상자 1명은 추락 현장에서 스스로 걸어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사망자 4명 중 3명의 시신은 안성병원으로 옮겨졌다. 소방 당국이 이날 오후 2시 22분경 가장 마지막에 발견한 내국인 작업자도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소방 당국은 오후 2시 40분경 더 이상의 매몰 인원은 없다고 파악하고 수색 작업 종료를 발표했다.안성=조승연 기자 cho@donga.com안성=최원영 기자 o0@donga.com안성=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수백 명이던 학생이 줄어서 40명 남았어요.” 23일 인천 강화군 송해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이 마을 이장 조성환 씨(70)는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학교 앞으로 보이는 건 끝없이 펼쳐진 논밭, 낡은 주택, 비닐하우스, 철물점뿐이었다. 올해 이 학교 신입생은 0명이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올해 전국 초등학교 가운데 입학생이 한 명도 없는 학교는 184곳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157곳에서 27곳이 늘었다. 내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200곳을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폐교하는 초중고교도 49곳으로, 지난해 33곳보다 크게 늘었다. 문제는 학교 입학생 감소와 폐교가 단순히 학교와 학생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동네 소멸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17일 동아일보가 찾아간 경기 파주시 적암초등학교도 반경 1km 내에서 슈퍼마켓 하나 찾기 어려웠다. 학교에서 1.3km 떨어진 거리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정순옥 씨(73)는 “최근 몇 년간 문방구, 사진관이 하나씩 사라졌고, 물품 납품하는 업체는 ‘기름값도 안 나온다’며 지난가을부터는 물건도 안 갖다 준다”고 했다. 이 학교의 올해 입학생은 4명, 지난해 입학생은 0명이었다.초등 신입생 0명→폐교→상권 붕괴→동네 소멸 ‘도미노’ 비상전국 184개 초교 ‘신입생 0명’… 비수도권 학령인구 감소 두드러져지역 중고교도 연쇄적 존폐 위기… 주변 학원-문구점 등 폐업 속출“젊은 사람들 일자리 찾아 떠나… 장학금 지급 등 자구책 역부족”“학교와, 학교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학원 갈 때 빼곤 제 나이 애들 볼 일이 없어요.”17일 경기 파주시 적암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재학생 박모 군(11)이 말했다. 공터로 둘러싸인 적암초 주변은 적막했다. 문구점은 물론이고 상점 하나 찾기 어려웠다. 박 군은 “학교 근처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엔 아무것도 없어서 이동할 땐 항상 부모님 차로 다닌다”고 했다.● 올해 전국 초교 184곳 ‘신입생 0명’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입학생 0명’ 학교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2021년 112곳이었던 것이 2022년 126곳, 2023년 149곳, 2024년 157곳, 올해 184곳으로 늘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내년에는 처음으로 200곳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교육당국은 보고 있다.이 같은 현상은 학령인구 감소가 가속화되고 있는 비수도권 지역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올해 기준 경북에서 42곳의 초등학교가 입학생을 받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전남 32곳, 경남 26곳, 전북 25곳, 강원 21곳 순이었다.인천 강화군 송해초 인근에서 평생을 살아온 주민 이모 씨(89)는 “젊은 사람들은 다 객지로 떠나고 이곳엔 노인들만 남았다”고 했다. 올해 입학생이 없는 강화군 해명초에서 통학 버스를 운행하다 5년 전 퇴직한 정해영 씨(67)는 “5, 6년 전부터 학생 수가 조금씩 줄더니 이제는 마을에서 초등학생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며 “주변에 공업단지도 없고 먹고살 만한 일자리가 없다 보니 젊은 사람들이 다 떠나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 경제에 도미노 여파초등학교 입학생 ‘0명’의 여파는 단순히 해당 학교의 폐교로 끝나지 않는다. 학령인구가 줄어들면 중학교와 고등학교 역시 존폐 위기에 놓이고, 결국 지역사회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 실제로 전국 폐교된 초중고교는 2021년 24곳, 2022년 25곳, 2023년 22곳, 2024년 33곳, 2025년에는 49곳으로 증가하는 추세다.이 과정에서 지역 상권도 급격히 쇠락한다. 정 씨는 “예전에는 학교 앞에 태권도 학원과 피아노 학원 버스가 줄지어 서는 모습을 자주 봤다”며 “하지만 학생 수가 줄면서 학원들이 문을 닫았고, 동네 문구점과 구멍가게도 모두 사라졌다”고 밝혔다.이날 찾은 해명초 인근에서도 학생은 물론이고 주민조차 찾아보기 어려웠다. 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던 펜션 6곳도 모두 문을 굳게 닫은 상태였다. 적암초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모 씨(62)는 “4, 5년 전만 해도 초등학생들이 가게에 들러 간식을 사곤 했는데, 요즘은 그런 모습을 볼 수 없다”며 “손님이 줄어 폐업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기부금 유치하고 입학생에 장학금일부 학교들은 폐교 위기를 막기 위해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동문들을 통해 기부금을 유치하거나, 입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2020년부터 신입생이 없었던 충북의 한 중학교는 동문들의 기부금을 활용해 학생들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마련한 끝에 겨우 입학생을 유치했다.개별 학교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안으로 ‘공동(일방) 학구제’ 도입이 거론된다. 시·읍 지역의 학교와 면 단위 소규모 학교를 공동 학구로 지정해 주소 이전 없이 학생들이 소규모 학교로 전학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다만 이를 위해선 지역 인프라 개선, 학교 자체 프로그램 마련, 통학 차량 노선 확대 등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김희규 신라대 교육학과 교수는 “지역 초중고교의 폐교는 그 지역의 경제는 물론이고 소멸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소멸 위기 지역이 공동 학구제를 도입해 학생을 유치할 수 있도록 교육청과 지자체가 주위 인프라를 개선하고 학교 프로그램과 통학 차량을 마련하는 등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강화=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파주=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X 같으면 사회복무요원 괴롭힘으로 처벌해달라고 신문고 신고해라. 녹음, 증거 필요 없음” 사회복무요원들이 주로 이용하는 한 애플리케이션(앱)에 올라온 게시물 내용이다. 사회복무요원 부실 복무 의혹을 받는 가수 송민호 씨(32)의 검찰 송치 여부가 조만간 결정될 예정인 가운데, 사회복무요원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 거짓 병가, 편한 근무지 이동 방법 등 각종 근무 태만 편법이 공유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사회복무요원도 현역 장병처럼 국방부가 일괄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23일 동아일보가 사회복무요원들이 많이 이용하는 앱인 ‘공익인간’ 게시물을 살펴보니 근무를 제대로 하지 않는 방법을 소개한 글이 수두룩했다. 이들은 잦은 병가, ‘깽판치기(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 등을 통해 합법적으로 근무 시간을 줄이는 행위를 ‘개척’이라 칭하며 공유하고 있었다. 특히 꾀병으로 병가를 쓰는 이른바 ‘꾀병가’ 방법을 공유하는 글이 많았다. 한 게시글은 “병원 선택 후 증상 적고 이메일 주소 적고 환자보관용 처방전 달라고 적으라”며 비대면 진료 앱으로 처방전을 받는 방법을 안내했다. 안구건조증이나 목, 허리 통증 등 어떤 질환이 처방전을 받기 무난한지 소개한 글도 다수였다. 일하기 편한 근무지, 이른바 ‘꿀 근무지’로 이동하기 위한 편법을 소개한 글도 적지 않았다. ‘공익 생활 규칙’이라는 제목의 글엔 “시키는 거 다 하면 병X”이라며 공무원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신문고에 신고해 편한 근무지로 옮기는 방법이 소개돼 있었다. 이는 사회복무요원 복무관리 규정 중 ‘(괴롭힘) 조사 동안 피해 사회복무요원 등을 보호하기 위해 근무 장소 변경, 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악용한 것이었다. 근무 태만은 자랑거리였다. 14일에 올라온 ‘동사무소 공익 취침 들어갑니다’라는 제목의 글엔 한 사회복무요원이 침대에서 자는 듯한 모습이 담긴 ‘인증샷’이 첨부돼 있었다. 병무청에 따르면 2022∼2024년 사회복무요원 복무규정 위반 건수는 총 6059건에 달한다. 사회복무요원이었던 박모 씨(26)는 “함께했던 요원이 근무 시간에 청소 창고에서 숨어 자거나 배달 음식을 시켜 먹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국방부가 관리하는 현역 장병과는 달리, 사회복무요원은 군인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행정복지센터 등 근무처의 담당자가 관리한다. 근무처의 사회복무요원 담당 직원들은 권한도 없는 입장에서 원래 업무를 소화하며 사회복무요원까지 일일이 관리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경기 광주시의 한 특수학교 직원(38)은 “요원의 부실 복무가 드러나도 기관 측의 근무지 변경 요청은 잘 받아들여지지 않고 연장 복무에 처할 뿐”이라며 “서로 더 오래 보게 돼서 도리어 불편하다”라고 했다. 병역법에 따르면 복무이탈 일수가 7일 이내면 5배의 기간을 연장 복무해야 한다. 채성준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는 “요원 관리를 담당 기관에만 일임할 것이 아니라, 국방부에서 (현역 장병처럼) 일괄적 기준을 적용해 관리하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죽든 말든 알 게 뭐야. 음주운전 한 X 죽은 게 뭐 난리라고.” 배우 김새론 씨(25)가 16일 숨진 채 발견된 이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악성 댓글(악플)이다. 이 같은 악플은 김 씨를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음주운전 등 본인의 잘못과는 별개로 유명인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샌드백’처럼 희생양으로 삼는 사회 분위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꼬우면 음주운전 말든가”, 사망 후까지 악플 김 씨의 사망 이후에도 여전히 온라인에는 그를 비난하는 악플이 이어지고 있었다. 1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김새론 죽은 거 솔직히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아니)꼬우면 음주운전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김 씨의 죽음으로 악플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김 씨의 팬들은 16일 온라인 성명에서 “그는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하며, 다시 일어서기 위해 노력했다”며 “그 과정에서 그녀가 감당해야 했던 비난과 여론의 외면은 인간적인 한계를 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가수 미교(본명 전다혜)는 1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악플러들은 사람이 숨져야 손을 멈춘다”고 비판했다. 대학생 전수민 씨(25)는 “이슈 몰이하는 일부 누리꾼들에 의해서 한 사람의 삶이 끝난 게 비극적”이라며 “유명인이라고 범죄의 경중에 비해 너무 심한 책임을 묻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김 씨는 2022년 음주운전 사고를 낸 뒤 카페 아르바이트(알바) 등을 하며 방송 복귀를 준비했다. 하지만 온라인에는 김 씨를 비하하거나 인격적으로 모멸감을 주는 악플과 게시글이 계속 올라왔다. 특히 카페 알바를 한다는 소식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알려지자 ‘불쌍한 척한다’, ‘노출 연기로 복귀한다’ 등 조롱성 악플이 달렸다. 김 씨와 열애설이 난 남자 연예인에 대해선 ‘김새론이 차인 뒤 폐인이 돼서 음주운전 사고가 났다’ 등의 허위 사실이 퍼졌다. 지난해 김 씨와 함께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일했다는 A 씨는 17일 빈소에서 취재진에게 “김새론이 복귀한다고 뉴스가 뜨기만 하면 SNS에 ‘그새 기어나오냐’ 등의 악플이 많이 달려 (본인이) 굉장히 부담스러워했다”며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밝혔다.앞서 아이돌 가수 겸 배우 설리는 생전 마약 투약설, 불륜 의혹 악플에 시달렸다. 가수 구하라 역시 공개 열애 이후 악플을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9년부터 5년간 경찰이 접수한 악플 등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건수는 12만 건에 육박했다. 악플 문제가 심각해지자 네이버 등 국내 포털 사이트는 연예·스포츠 뉴스 댓글을 폐지했지만, 누리꾼들은 여전히 당사자의 SNS 게시물에 악플을 남기는 식으로 괴롭히고 있다.● 전문가 “우리 사회, 거대한 오징어게임 같아” 나종호 미국 예일대 의대 정신의학과 조교수는 17일 SNS에 “음주운전은 아주 큰 잘못”이라면서도 “실수하거나 낙오된 사람을 버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나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흡사 거대한 ‘오징어게임’ 같다”고 지적했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경제 악화 등 사회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익명의 온라인 문화와 결합되면서 누군가 잘못을 하면 집중포화 하는 문화가 확산됐다”고 밝혔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유명인들을 마치 샌드백처럼 삼아 자신의 스트레스를 푸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며 “사회가 어지러울 때 이런 현상이 더욱 극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습적 악플러’들이 사회적 규범을 무시하고 타인을 위협하는 특징을 지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심리학과 연구팀은 일반인 중 공격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이들을 연구한 결과 이들이 타인에게 고통을 가하는 것을 즐기고 사회적 규범을 무시하며 자기 중심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교정학과 교수는 “(악플을) 일종의 사이버테러로 규정해 엄정히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조영우 기자 jero@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죽든 말든 알 게 뭐야. 음주운전 한 X 죽은 게 뭐 난리라고.”배우 김새론 씨(25)가 16일 숨진 채 발견된 이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악성 댓글(악플)이다. 이 같은 악플은 김 씨를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음주운전 등 본인의 잘못과는 별개로 유명인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샌드백’처럼 희생양으로 삼는 사회 분위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꼬우면 음주운전 말던가”, 사망 후까지 악플김 씨의 사망 이후에도 여전히 온라인에는 그를 비난하는 악플이 이어지고 있었다. 1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김새론 죽은 거 솔직히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꼬우면 음주운전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김 씨의 죽음으로 악플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김 씨의 팬들은 16일 온라인 성명에서 “그는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하며, 다시 일어서기 위해 노력했다”며 “그 과정에서 그녀가 감당해야 했던 비난과 여론의 외면은 인간적인 한계를 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가수 미교(본명 전다혜)는 1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악플러들은 사람이 숨져야 손을 멈춘다”고 비판했다. 대학생 전수민 씨(25)는 “이슈 몰이하는 일부 누리꾼들에 의해서 한 사람 삶이 끝난 게 비극적”이라며 “유명인이라고 범죄의 경중에 비해 너무 심한 책임을 묻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김 씨는 2022년 음주 운전 사고를 낸 뒤 카페 아르바이트(알바) 등을 하며 방송 복귀를 준비했다. 하지만 온라인에는 김 씨를 비하하거나, 인격적으로 모멸감을 주는 악플과 게시글이 계속 올라왔다. 특히 카페 알바를 한다는 소식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알려지자 ‘불쌍한 척 한다’, ‘노출 연기로 복귀 한다’ 등 조롱성 악플이 달렸다. 김 씨와 열애설이 난 남자 연예인에 대해선 ‘김새론이 차인 뒤 폐인이 돼서 음주운전 사고가 났다’ 등의 허위 사실이 퍼졌다.지난해 김 씨와 함께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일했다는 A 씨는 17일 빈소에서 취재진에게 “김새론이 복귀한다고 뉴스가 뜨기만 하면 SNS에 ‘그새 기어나오냐’ 등의 악플이 많이 달려 (본인이) 굉장히 부담스러워 했다”며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밝혔다.앞서 아이돌가수 겸 배우 설리는 생전 마약 투약설, 불륜 의혹 악플에 시달렸다. 가수 구하라 역시 공개 열애 이후 악플을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9년부터 5년간 경찰이 접수한 악플 등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건수는 12만 건에 육박했다. 악플 문제가 심각해지자 네이버 등 국내 포털 사이트는 연예·스포츠 뉴스 댓글을 폐지했지만, 누리꾼들은 여전히 당사자의 SNS 게시물에 악플을 남기는 식으로 괴롭히고 있다.●전문가 “우리 사회, 거대한 오징어 게임 같아”나종호 미국 예일대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조교수는 17일 SNS에 “음주운전은 아주 큰 잘못”이라면서도 “실수하거나 낙오된 사람을 버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나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흡사 거대한 ‘오징어게임’ 같다”고 지적했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는 “경제 악화 등 사회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익명의 온라인 문화와 결합되면서 누군가 잘못을 하면 집중 포화하는 문화가 확산됐다”고 밝혔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유명인들을 마치 샌드백처럼 삼아 자신의 스트레스를 푸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며 “사회가 어지러울 때 이런 현상이 더욱 극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습적 악플러’들이 사회적 규범을 무시하고 타인을 위협하는 특징을 지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심리학과 연구팀은 일반인 중 공격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이들을 연구한 결과 타인에게 고통을 가하는 것을 즐기고, 사회적 규범을 무시하고 자기 중심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교정학과 교수는 “(악성 댓글을) 일종의 사이버테러로 규정해 엄정히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조영우 기자 jero@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시청각실은 친구들과 자주 지나가던 곳인데 앞으로 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13일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이 학교 재학생 신모 양(9)은 “학교로 돌아가기가 무섭다”며 이렇게 말했다. 사흘 전 이 학교에서는 1학년 김하늘 양(8)이 교사 명모 씨(48)의 흉기에 찔려 숨졌다. 명 씨의 범행이 알려지자 재학생들 사이에선 2차 정신적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학교 내 익숙한 공간에서 참극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학생들이 큰 충격을 받았지만, 교육당국은 트라우마와 관련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재학생 홍모 양(10)은 “학교에 오면 너무 무서울 것 같다”며 “선생님도 보기가 무섭다”고 말했다. 지금은 학교가 임시 휴업 중이지만 학생들은 17일 개학 이후를 우려하고 있었다. 한 학생은 “임시 방학이 더 길어지면 좋겠다”고 했다. 가해 교사의 상세한 범행 수법 등도 학생들 사이에서 이미 퍼졌다. 재학생 김모 양(12)은 “(또래) 단톡방을 통해서 하늘이 사건이 일어난 상황을 자세히 알고 있다”며 “범인 선생님 이름도 단톡방에 계속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재학생 학부모 윤모 씨(37)는 “학교에서 별다른 대책이 없으면 전학까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 박모 씨(39)는 “딸이 하늘이와 아는 사이라 심리적 충격이 훨씬 큰 상황”이라며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학생이 많은 만큼 학교 당국에서도 심리 치료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재학생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평생 남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권준수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석좌교수는 “부모님이 아이들이 이 사건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도록 사건에 대해 명확하고 객관적으로 설명해 주는 것도 아이의 트라우마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날 오전 10시경 대전 서구 건양대병원 장례식장에선 하늘 양의 입관식이 진행됐다. 영정사진 앞에서 유족 10여 명이 묵념을 마치자, 하늘 양의 아버지는 충혈된 눈으로 유족과 조문객들에게 “저희 하늘이 보러 가요. 여러분”이라고 말하며 입관실로 향했다. 2분 뒤 입관실에서는 통곡 소리가 흘러 나왔다. 하늘 양의 어머니는 생전 딸이 가지고 놀던 인형을 손에 든 채 사람들의 부축을 받으며 걸었다. 교사들도 빈소 곳곳에서 눈물을 흘렸다. 14일 오전 9시 반 발인 뒤 대전 정수원에서 화장 후 대전추모공원에 유해가 안치된다.대전=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대전=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대전=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저희 하늘이 보러 가요 여러분들” 13일 오전 10시경 대전 건양대병원 장례식장 김하늘 양(8)의 빈소 앞. 하늘 양이 여교사 명모 씨(48)의 흉기에 숨진 지 4일 된 이날 입관식을 앞두고 빈소에는 깊은 한숨 소리와 훌쩍이는 소리만 들렸다. 하늘 양의 영정사진 앞에서 유족 10여 명이 묵념을 마치자, 하늘 양의 아버지는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유족과 조문객들에게 “저희 하늘이 보러 가요 여러분들”이라고 말하며 입관실로 향했다. 유족과 지인들 40여 명은 입관실로 가는 계단에서부터 손을 떨며 내려갔다. 울음을 참으려 입술을 깨물거나 흐느끼는 이도 있었다. 오전 내내 애써 밝은 표정으로 조문객들을 맞았던 하늘 양의 친할머니는 입관실로 향하는 길에 가슴을 두드리며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이들이 장례식장 입관실에 들어간 후 2분도 채 지나지 않아 입관실에서는 통곡 소리가 흘러 나왔다. 절규에 가까운 외마디 비명과 바닥을 치는 소리 등이 한참 동안 벽을 뚫고 들렸다. 한 유족은 한 손에는 곰인형을 든 채 가족들의 부축을 받으며 입관실을 빠져나오기도 했다. 약 20분이 지나 입관식이 끝난 뒤 하늘 양의 아버지는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절뚝이며 주변 사람들의 부축을 받고 걸어 나왔다. 하늘 양의 할머니는 “우리 하늘아”를 연신 외치며 바닥에 쓰러져 통곡했다. 선유초 관계자들도 장례식장 2층 빈소 곳곳에서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하늘 양의 발인은 14일 오전 9시 반에 빈소가 마련된 건양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하늘 양의 유해는 대전추모공원에 안치된다. 대전=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대전=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하늘이 가는 길 간식이라도 챙겨주고 싶어요.” 12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의 흉기에 숨진 김하늘 양(8)의 건양대병원 장례식장 빈소에는 초등학생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애니메이션 ‘티니핑’ 음료와 간식 등이 배달됐다. 이를 배달한 배달 기사 이대용 씨(43)는 “춘천에서 아들 둘을 키우는 엄마라고 소개한 분이 ‘하늘이 가는 길에 간식이라도 챙기고 싶다’며 편의점에서 간식거리를 주문해 배달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씨가 보여준 배달 요청 문자에는 “아들만 둘이라 딸은 뭘 좋아하는지 몰라 티니핑으로 보낸다”며 “하늘이가 좋아하길 바란다. 하늘아 예쁜 별로 잘가”라고 적혀 있었다. 이 씨가 장례식장에 배달을 완료했다는 문자를 보내자 “메세지보고 눈물이 많이 나서 답장이 늦었다”며 “기사님과 제 마음이 아이의 부모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면 좋겠다”는 답장이 돌아왔다. 하늘 양의 소식이 알려진 뒤 전국에서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빈소가 차려진 전날부터 이날까지 시민들은 빈소를 찾아 조의를 표했다. 대전 서구에서 온 탁모 씨(39)는 “조카 또래인 하늘이 소식을 듣고 너무 가슴이 아파서 찾아왔다”며 “초소한 학교에 보낸 시간 만큼은 부모들이 안심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세종에서 온 장모 씨(30)는 “하늘이도 대전하나시티즌 팬이었다는 소식을 기사로 접했다”며 “같은 축구팀 팬으로서 남 일 같지 않아 오게됐다. 하늘이가 좋은 곳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가해 교사 명모 씨(48)에 대한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전날 체포 및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은 경찰은 이날 명 씨의 주거지와 차량 등을 압수수색했다.경찰은 명 씨의 휴대전화를 확보해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진행 중이다. 경찰은 입원 치료 중인 명 씨의 거동이 가능한 시점을 의료진과 조율해 체포영장을 집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대전=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항상 아이한테 얘기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부르면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선생님은 너희를 지켜주는 ‘슈퍼맨’이다. 그런데 학교 선생님이….” 11일 대전 건양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하늘 양(8)의 빈소에서 만난 하늘 양의 아버지 김민규 씨(38)는 끝내 울분을 토했다. 전날 하늘 양은 다니던 초등학교에서 같은 학교 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김 씨는 “외부인도 아니고 교사가 제 딸을 죽였다”며 “하늘이는 여러 군데에 칼을 찔렸고, 저항을 한 것 같은 칼자국들도 손에 많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가해 교사 명모 씨(48·여)가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씨에 따르면 김 양의 할머니가 먼저 학교에 도착해 시청각실에서 명 씨를 만났을 때 명 씨는 “애기(하늘 양)는 여기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씨는 “당시엔 (명 씨에게) 자해 흔적이 없었다고 한다”며 “이후 시청각실 문을 잠가서 강제 개방했을 때 피투성이였던 걸로 보아 (명 씨가) 들켜서 자해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해맑게 웃고 있는 딸의 영정 사진을 보며 “딸이 이제 학교도 안 가고 학원도 안 가고 계속 방학”이라며 눈물을 삼켰다. 김 씨는 “평소 제가 아침 7시에 출근하니까 하늘이는 아침 6시 40분에 일어나서 저를 배웅했었다”면서 “평소처럼 손을 흔들며 배웅하던 게 마지막 모습이 됐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하늘이는 2월 10일 죽었고, 하늘이 동생은 2월 9일이 생일이다”라며 “앞으로 동생 생일 파티는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다. 하늘 양은 커서 가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한다. 김 씨는 “하늘이의 꿈은 아이돌 그룹 아이브의 장원영이었다”며 “생일 선물로 포토카드를 사달라고 하고 모든 물품도 다 장원영이었다”고 했다. 하늘 양의 친할아버지 김형용 씨(64)는 “하늘이는 순해서 늘 동생한테도 져주는 아이였다”며 “춤도 참 잘 춰서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서 재롱도 많이 피우고 커서는 아이돌 가수가 되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아직 하늘 양의 소식을 모르는 동생(6)이 빈소에 도착하자 적막이 흘렀다. 김 씨는 “언니 이제 못 봐. 언니 없어 이제”라고 말하며 고개 숙였다. 김 씨는 “제2의 하늘이가 나오지 않도록 정부는 ‘하늘이 법’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대전=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대전=조영우 기자 jero@donga.com대전=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항상 아이한테 얘기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부르면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선생님은 너희를 지켜주는 ‘슈퍼맨’이다. 그런데 학교 선생님이….”11일 대전 건양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하늘 양(8)의 빈소에서 만난 하늘 양의 아버지 김민규 씨(38)는 끝내 울분을 토했다. 전날 하늘 양은 다니던 초등학교에서 같은 학교 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김 씨는 “외부인도 아니고 교사가 제 딸을 죽였다”며 “하늘이는 여러군 데에 칼을 찔렸고, 저항을 한 것 같은 칼자국들도 손에 많았다”고 말했다.김 씨는 가해 교사 명모 씨(48·여)가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씨에 따르면 김 양의 할머니가 먼저 학교에 도착해 시청각실에서 명 씨를 만났을 때 명 씨는 “애기(하늘 양)는 여기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씨는 “당시엔 (명 씨에게)》 자해 흔적이 없었다고 한다”며 “이후 시청각실 문을 잠가서 강제 개방했을 때 피투성이였던 걸로 보아 (명 씨가) 들켜서 자해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김 씨는 해맑게 웃고 있는 딸의 영정 사진을 보며 “딸이 이제 학교도 안 가고 학원도 안 가고 계속 방학”이라며 눈물을 삼켰다. 김 씨는 “평소 제가 아침 7시에 출근하니까 하늘이는 아침 6시 40분에 일어나서 저를 배웅했었다”면서 “평소처럼 손을 흔들며 배웅하던 게 마지막 모습이 됐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하늘이는 2월 10일 죽었고, 하늘이 동생은 2월 9일이 생일이다”라며 “앞으로 동생 생일 파티는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다. 하늘 양은 커서 가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한다. 김 씨는 “하늘이의 꿈은 아이돌 그룹 아이브의 장원영이었다”며 “생일 선물로 포토카드를 사달라고 하고 모든 물품도 다 장원영이었다”고 했다. 하늘 양의 친할아버지 김형용 씨(64)는 “하늘이는 순해서 늘 동생한테도 져주는 아이였다”며 “춤도 참 잘 춰서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서 재롱도 많이 피우고 커서는 아이돌 가수가 되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아직 하늘 양의 소식을 모르는 동생(6)이 빈소에 도착하자 적막이 흘렀다. 김 씨는 “언니 이제 못 봐. 언니 없어 이제”라고 말하며 고개 숙였다. 김 씨는 “제2의 하늘이가 나오지 않도록 정부는 ‘하늘이 법’을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대전=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대전=조영우 기자 jero@donga.com대전=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10일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김하늘 양(8)을 살해한 여교사 명모 씨(48)는 범행 직전에도 수 차례 이상행동을 보였지만 그를 막을 장치는 작동하지 않았다. 의사는 학교 복직에 문제가 없다고 진단했고, 학교와 교육청 등 교육당국은 소극적인 대처로 일관했다. 정부가 저출생 대책으로 적극 확대해 온 돌봄 교실에도 구멍이 뚫린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범행 전 컴퓨터 부수고 동료 목 졸라대전경찰청과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명 씨는 2018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 왔다. 2021년 3월 1일 현재 초등학교로 발령받은 그는 지난해 12월 한 의사로부터 받은 우울증 진단서를 첨부해 6개월 휴직계를 냈다. 21일 만에 같은 의사로부터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진단서를 받고 복직했지만,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학교 측은 명 씨가 휴직계를 내기 전까지 그의 정신질환 병력 등을 전혀 알지도 못했다.명 씨가 교내 소동을 벌인 것은 이달 5일부터다. 그는 교사 업무용 사이트 접속이 안 된다는 이유로 컴퓨터를 일부 파손했다. 다음 날인 6일 퇴근 무렵에는 자신에게 말을 건 동료 여교사에게 손목을 강하게 잡고 목을 조르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명 씨의 행동이 수위를 넘어섰지만, 학교 측은 교육청에 문의하는 것 외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학교 측은 7일에야 관할 교육청에 상황을 보고했고, 교육청에서 “경찰에 신고하라”고 권유했지만 신고하지 않았다. 교육청 관계자는 “‘교사끼리 일인데’라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사건 당일 오전 장학사 조사-오후 흉기 사건사건 당일인 10일 오전에는 교육청 장학사 2명이 현장 조사를 위해 학교를 방문했다. 그러나 씨를 조사하지 않고 교장과 교감만 만나고 돌아간 것으로 파악됐다. 〈명 씨를 “자극할 수도 있다”는 이유였다고 교육청은 밝혔다. 장학사들은 명 씨에 대해 연차, 병가 등 분리 조치를 하라고 권고했다. 학교 측은 일단 명 씨의 자리를 교감 옆자리로 옮기고 수업에서 빼도록 조치했지만 조퇴나 휴직 조치는 내리지 않았다.교육청이 교원의 건강 상태를 심사하고 직무 수행 가능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여는 질환교원심의위원회도 열리지 않았다. 11일 브리핑에서 최재모 대전시교육청 교육국장은 “위원회는 (이상행동이) 반복적일 경우 교직 수행이 가능한지 판단할 때 여는 것이지 이례적인 사건에 여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위원회는 2015년 이후 단 한 차례만 열린 것으로 확인됐다.● 교실 혼자 나서다… 돌봄 부실 지적도이날 하늘 양은 ‘미술학원 차가 왔다’는 돌봄 전담 교사의 말을 듣고 돌봄교실에서 교문까지 혼자 이동했다. 마지막으로 하교하던 학생이었음에도 돌봄전담사는 동행하지 않았다. 사건이 벌어진 시청각교실은 돌봄교실의 바로 옆에 있었다. 하늘 양 가족들은 “그렇게 가까운 거리인데 하늘이가 통증을 호소한다거나 소리를 지르는 것조차 듣지 못했다고 한다”며 “그 소리만 들었어도 죽진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돌봄교실의 안전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맘 카페 등에서도 “학원보다 안전하대서 학교 돌봄교실에 보낸 건데 불안하다”는 글이 이어졌다. 교육부에 따르면 늘봄(돌봄+방과후) 전담 인력은 9104명으로 학교당 평균 1.4명(지난해 8월 기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학생을 일일이 연계하는 게 어렵다. 일부 학교에서 운영하는 ‘안심 알리미’ 서비스 확대, 저학년 인계교사 배치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대전시교육청은 14일까지를 애도 기간으로 정했다. 본청과 각 교육지원청 위(Wee)센터를 연계해 학생 심리상담과 교육직원 대상 상담을 지원할 방침이다.대전=김태영 기자 live@donga.com대전=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대전=조영우 기자 jero@donga.com}

무안 제주항공 참사가 벌어지기 열흘 전에 열렸던 무안국제공항 조류충돌예방위원회에서 이미 새 떼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문제에 대한 경고가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의에서 작년보다 새 떼 충돌 건수는 늘었는데 대응할 인력과 장비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제주항공 측도 회의 참석 대상이었지만 불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전에 제기된 우려에 귀를 기울였다면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1일 동아일보가 확보한 ‘2024년도 하반기 무안공항 조류충돌예방위원회 개최 결과’ 문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9일 조류 충돌 우려를 논의하는 위원회가 전남 무안국제공항 내 사무실에서 열렸다. 한 참석자는 “조류가 종종 출몰하는데 어느 정도까지 조류 퇴치가 가능하냐”며 우려를 나타냈다. 조류 퇴치 업무 담당인 한국공항공사 자회사 측 참석자는 “최대한 퇴치 활동을 위해 노력하지만, 공항 내·외부 전체를 이동하기에는 인력과 차량이 부족하고 해변 등 원거리까지 확성기 소리가 미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답했다. 조류 퇴치 처리 실적이 작년보다 크게 줄어서 걱정된다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한 참석자는 “조류 포획 및 분산 실적이 작년 9335마리에서 올해 7991마리로 작년 동기 대비 약 14.4%(1344마리)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대응할 인력과 차량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공항은 취항사 등과 연 2차례 위원회를 여는데 제주항공은 지난해 2차례 모두 불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무안공항 복행때 새떼 충돌 위험… 확성기 성능 낮아 퇴치 한계”[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참사 열흘전 예방委 경고 쏟아져조류 퇴치 전년보다 14% 감소… “폭음탄 소리 가을부터 많이 줄어”제주항공, 7월-12월 회의도 불참… 전문가 “위험 알면서도 조치 안해”“복행 시 해변 쪽에서 조류 출몰이 종종 발생하는데 어느 정도까지 조류 퇴치가 가능한가.”“공항 내·외부 전체를 이동하기에는 인력과 차량이 부족하고 해변까지 확성기 소리가 미치기에는 한계가 있다.”지난해 12월 1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열린 ‘2024년도 하반기(7∼12월) 무안공항 조류충돌예방위원회’에서 참석자들은 공항 주변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를 둘러싼 우려를 쏟아냈다. 이미 작년보다 관련 사례가 늘었고, 반면 대응 여건은 부족하다는 판단도 내놨다. 조류 포획 등 처리 실적이 1년 전보다 1344마리나 줄었다는 구체적인 숫자까지 나왔다. 참여 대상 위원이었던 제주항공 측 관계자는 불참했다.그로부터 10일 뒤 12월 29일 무안 제주항공 참사로 방콕발 7C2216편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숨졌다. 사고 발단은 버드 스트라이크로 인한 오른쪽 엔진 고장이었다.● 참사 열흘 전 ‘복행 과정서 새 떼 충돌’ 우려 나와1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해당 회의 문건에 따르면, 당시 한 회의 참석자는 항공기가 무안공항 상공에서 ‘고어라운드(복행)’하며 새 떼와 마주치는 상황이 여러 번 발생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열흘 뒤 사고 당일 벌어진 상황을 예견한 듯한 문제 제기였다. 해당 참석자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사전에 조류 퇴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어느 정도까지 퇴치가 가능한지” 등을 물었다.이에 조류 퇴치 업무 담당인 한국공항공사 자회사 남부공항서비스(SAS) 측 참석자는 대응 인력 및 장비 부족 문제를 설명했다. 조류 퇴치 활동에 투입할 사람이 부족한 실정이고, 공항 안팎 이동에 쓸 차량도 여의치 않다는 하소연이었다. 시끄러운 소리를 통해 새 떼를 쫓는 확성기의 경우 소리 도달 거리가 짧아 충분치 않다는 문제도 지적했다.● 폭음경보기 설정 왜 바뀌었나조류 처리 실적이 2023년보다 크게 줄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류 충돌 방지 추진사항’ 관련 안건을 논의할 때 한 참석자는 “폭음경보기 작동 시간 설정 변경으로 인해 포획 및 분산 실적이 9335마리에서 7991마리로 작년(2023년) 동기 대비 약 14.4%(1344마리)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다만 폭음경보기 작동 시간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왜 바뀌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지난해 12월 진행된 국립생태원 조사에 따르면, 무안공항 인근에서 1만8886마리(무안 저수지 1792마리, 무안·목포 해안 4315마리, 현경면·운남면 1만2779마리)의 철새가 관찰됐다. 무안공항에 사무실을 둔 한 비행교육 회사 관계자는 “원래 새를 쫓는 폭음탄 소리가 ‘펑펑’ 자주 들려야 하는데 지난해 가을 이후 확연히 소리 빈도가 줄었다”고 전했다.제주항공 측 위원은 이날 회의는 물론 지난해 7월 회의에도 모두 불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항공 측은 회의 개최 결과 문건만 공문으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제주항공이 무안공항에서 17년 만에 부활한 정기 국제선 노선의 취항사인데, 버드 스트라이크 대책 회의에 불참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문가 “위험 알고도 조치 안 해”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예견된 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휘영 인하공전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공항이 조류 충돌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며 “바로 선제적 조치가 있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황호원 한국항공대 항공교통물류학부 교수는 “위원회까지 열어놓고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실행력의 문제”라며 “(제주항공이) 위원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무안=최원영 기자 o0@donga.com무안=조승연 기자 cho@donga.com무안=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무안=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무안 제주항공 참사 발생 10일 전에 열렸던 무안국제공항 조류충돌예방위원회에서 이미 새 떼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문제에 대한 우려와 경고가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의에서는 작년보다 새 떼 충돌 건수는 늘었는데 대응할 인력과 장비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제주항공 측도 이 위원회 참석 대상이었지만 불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전에 제기된 우려에 귀를 기울였다면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참사 열흘 전 회의에서 버드 스트라이크 우려 쏟아져1일 동아일보가 확보한 ‘2024년도 하반기 무안공항 조류충돌예방위원회 개최 결과’ 문건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조류 충돌 우려를 논의하는 위원회가 공항 내 사무실에서 열렸다. 여기서 한 참석자는 “조류 출몰이 종종 발생하는데 어느 정도까지 조류 퇴치가 가능하냐”며 우려를 나타냈다. 조류 퇴치 업무 담당인 한국공항공사 자회사 측 참석자는 “최대한 퇴치 활동을 위해 노력하지만, 공항 내·외부 전체를 이동하기에는 인력과 차량이 부족하고 해변 등 원거리까지 확성기 소리가 미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답했다.조류 처리 실적이 작년보다 크게 줄어서 걱정된다는 문제 제기도 회의에서 나왔다. 한 참석자는 “조류 포획 및 분산 실적이 작년 9335마리에서 올해 7991마리로 작년 동기 대비 약 14.4%(1344마리)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이와 관련해 대응할 인력과 차량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무안공항은 인근에 철새도래지 6곳이 있어 버드 스트라이크 위험이 큰 곳이다. 위원회는 조류 등 야생동물과 항공기 간 충돌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해당 업무 전문가 및 취항사 등 관련 기관 종사자로 구성됐다. 공항은 위원인 취항사 등과 연 2차례 위원회를 여는데 제주항공은 지난해 2차례 모두 불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고어라운드 하며 새 떼 여러번 마주쳐’ 지적… 그대로 사고 현실화“복행 시 해변 쪽에서 조류 출몰이 종종 발생하는데 어느 정도까지 조류 퇴치가 가능하냐.”“공항 내·외부 전체를 이동하기에는 인력과 차량이 부족하고 해변까지 확성기 소리가 미치기에는 한계가 있다.”지난달 12월 1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열린 ‘2024년도 하반기(7~12월) 무안공항 조류충돌예방위원회’에서 참석자들은 공항 주변 ‘버드 스트라이크(새떼 충돌)’를 둘러싼 우려를 쏟아냈다. 이들은 이미 작년보다 관련 사례가 늘었고, 반면 대응 여건은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놨다. 조류 포획 등 처리 실적이 1년 전보다 1344마리나 줄었다는 구체적인 숫자까지 나왔다. 참여 대상 위원이었던 제주항공 측 관계자는 불참했다.그로부터 10일 뒤 12월 29일 무안 제주항공 참사로 방콕발 7C2216편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숨졌다. 사고 발단은 버드 스트라이크로 인한 오른쪽 엔진 고장이었다.1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해당 회의 문건에 따르면, 당시 한 회의 참석자는 항공기가 무안공항 상공에서 ‘고어라운드(복행)’하며 새 떼와 마주치는 상황이 여러 번 발생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열흘 뒤 사고 당일 벌어진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해당 참석자는 이를 막기 위해서는 사전에 조류 퇴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어느 정도까지 퇴치가 가능한지” 물었다.이에 조류 퇴치 업무 담당인 한국공항공사 자회사 남부공항서비스(SAS) 측 참석자는 대응 인력 및 장비 부족 문제를 들었다. 조류 퇴치 활동에 투입될 사람이 부족한 실정이고, 또 공항 안팎을 이동한 차량도 여의찮다는 하소연이었다. 게다가 시끄러운 소리를 통해 새 떼를 쫓는 확성기의 경우, 소리가 도달하는 거리가 짧아 충분치 않다는 문제도 지적했다.● 폭음경보기 설정 왜 바꼈나조류 처리 실적이 2023년보다 크게 줄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류 충돌 방지 추진사항’ 관련 안건을 논의할 때 한 참석자는 “폭음경보기 작동시간 설정 변경으로 인해 포획 및 분산 실적이 9335마리에서 7991마리로 작년(2023년) 동기 대비 약 14.4%(1344마리)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다만 폭음경보기 작동 시간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왜 바뀌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지난달 진행된 국립생태원 조사에 따르면, 무안공항 인근에서 1만8886마리(무안 저수지 1792마리, 무안·목포 해안 4315마리, 현경면·운남면 1만2779마리)의 철새가 관찰됐다. 무안공항에 사무실을 둔 한 비행교육 회사 관계자는 “원래 새를 쫓는 폭음탄 소리가 ‘펑펑’ 자주 들려야 하는데 지난해 가을 이후 확연히 빈도가 줄었다”고 전했다.제주항공 측 위원은 이날 회의는 물론 지난해 7월 회의에도 모두 불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항공 측은 회의 개최 결과 문건만 공문으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제주항공이 무안공항에서 17년 만에 부활한 정기 국제선 노선의 항공사인데 버드 스트라이크 대책 회의에 불참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문가 “위험 알고도 조치 안 해”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예견된 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휘영 인하공전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공항이 조류 충돌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며 “바로 선제적 조치가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황호원 한국항공대 항공교통물류학부 교수는 “위원회까지 열어놓고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실행력의 문제”라며 “(제주항공이) 위원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도 지적했다.무안공항의 인력 부족 문제는 이전에도 제기된 바 있다. 정부 중앙사고수습대책본부에 따르면 공항별 조류 퇴치 인력은 김포 23명, 김해 16명, 제주 20명, 대구 8명, 광주 4명, 무안 4명, 사천·원주 2명 등이다. 국토교통부는 무안공항에 사고 당일 조류 인력이 2명이 있었다고 발표했지만 그중 1명은 현장이 아닌 사무실에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무안=최원영 기자 o0@donga.com무안=조승연 기자 cho@donga.com무안=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무안=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무안 제주항공 참사 사흘째인 31일 희생자 유족들의 장례 절차가 하나둘 시작됐다. 시신 대부분이 사고 당시 폭발의 충격으로 훼손됐지만 다행히 대부분 신원 확인에 성공하면서 유족들은 빈소를 차리기 시작했다. 이 중에는 ‘20년 지기’ 지인을 잃은 사연도 있었다. 이날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사고로 숨진 남성 A 씨의 장례는 그와 20년 넘게 알고 지낸 같은 교회 지인이 맡고 있다. 전날 오후 11시경 광주의 한 장례식장에서 기자와 만난 상조업체 대표 B 씨(57)는 “A 씨와 20년 넘게 알고 지냈다. 평생 봉사만 하던 따뜻한 사람”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그에 따르면 A 씨는 생전에 교회에서 주관하는 김장 봉사, 불우이웃 돕기, 식당 봉사, 동호회 봉사 등에 몸을 사리지 않고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그의 부인과도 알고 지내는 사이인데 슬퍼하시는 걸 보니 더 마음이 안 좋다”며 “조금이라도 편하게 있다가 가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다른 사망자들의 장례식도 시작됐다. 31일 오전 10시 반경 광주 광산구 만평장례식장에서는 태국인 사망자 둥마니 쫑룩 씨(45)의 장례식이 시작됐다.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사망자의 신원 확인 작업도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이날 오전 지문 대조, 유전자(DNA) 감식 등을 통해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는 총 174명이다. 나머지 5명은 아직 미확인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나머지 5명에 대해서는 오늘 중으로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광주=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무안=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무안 제주항공 참사 사흘째인 31일 희생자 유족들의 장례 절차가 하나 둘 시작됐다. 시신 대부분이 사고 당시 폭발의 충격으로 훼손됐지만 다행히 대부분 신원 확인에 성공하면서 일부 유족들은 빈소를 차리기 시작했다.‘20년 지기’ 지인을 잃은 사연도 있었다.이날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사고로 숨진 남성 A 씨의 장례는 그와 20년 넘게 알고 지낸 같은 교회 지인이 맡고 있다. 전날 오후 11시경 광주의 한 장례식장에서 기자와 만난 상조업체 대표 B 씨(57)는 “A 씨와 20년 넘게 알고 지냈다. 평생 봉사만 하던 따뜻한 사람“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교회에서 주관하는 김장 봉사, 불우이웃 돕기, 식당 봉사, 동호회 봉사 등 몸을 아끼지 않으면서 솔선수범하는 사람이었다”며 “그런 분에게 어쩌다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B 씨는 “A 씨의 부인과도 잘 알고 지내는 사이인데 슬퍼하시는 걸 보니 더 마음이 안 좋다. 조금이라도 편하게 있다가 가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예정”이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다른 장례식장에서도 사망자 빈소가 차려지고 있다. 31일 오전 10시 반경 광주 만평장례식장에서는 태국인 사망자 둥마니 쫑룩 씨(45)의 장례식이 열렸다. 쫑룩 씨의 한국인 남편이 장례식장을 지킨 가운데, 지인 및 친척 등 조문객 20여 명이 찾아와 작별 인사를 전했다.낮 12시경에는 강기정 광주시장도 빈소를 찾았다.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사망자의 신원 확인 작업도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지문 대조, 유전자(DNA) 감식 등을 통해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는 총 174명이다. 나머지 5명은 아직 미확인 상태다.경찰 관계자는 “나머지 5명에 대해서는 DNA 감정을 통해 신원 파악할 방침이며, 오늘 중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광주=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무안=임재혁 기자 he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