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윤

김기윤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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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 특파원

pep@donga.com

취재분야

2025-11-05~2025-12-05
문학/출판30%
인사일반22%
문화 일반11%
사회일반11%
음악7%
미술4%
교육4%
여행4%
만화4%
정당3%
  • 연극·영화 등 책 밖으로 뻗는 한강의 문장들…앞으로 더 탄력받을듯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유려한 문장들은 책 밖으로 나와 몇 차례 무대, 스크린 관객과도 만났다. 그의 텍스트에 기반한 작품들이 이미 국내외에서 호평받으면서 앞으로도 한강 작가의 원작을 각색한 연극과 영화 제작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소설 ‘소년이 온다’는 2019년 11월 서울 남산예술극장에서 ‘휴먼 푸가’라는 작품의 연극으로 각색돼 초연됐다. 한강의 문장이 배우들의 몸짓으로 재해석됐다.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와 공연창작집단 ‘뛰다’가 공동 제작한 작품으로 광주 5.18 민주화운동을 겪은 주인공들의 아픔을 연극, 춤과 결합해 풀어냈다. 한 사건의 고통이 여러 사람의 삶을 통해 반복되는 소설의 구조를 음악 형식 ‘푸가’와 접목했다. 이 작품은 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선정되는 등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당시 제작진과 만난 한강 작가는 배우들이 정형화된 극의 구조를 탈피해 몸으로 고통을 사유하는 표현 방식 등에 크게 만족감을 보였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소년이 온다’는 폴란드 무대에도 오르는 등 해외에서도 러브콜을 받았다. 폴란드 스타리 국립극장은 2019년 10월 ‘더 보이 이즈 커밍’이라는 제목의 연극을 무대에 올렸다. 해외에서 한강의 텍스트에 매력을 느끼고 먼저 무대화에 나선 셈이다. 이는 이후 한국으로 ‘역수출’돼 2020년 5월 공연 앞두고 있었으나 팬데믹으로 무산됐다. 해외에서 더 큰 인기를 끈 ‘채식주의자’도 무대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다. 2020년 국립극단과 벨기에 리에주극장이 작품을 공동제작했으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계획이 전면 취소됐다. 2년 뒤 공연 시도도 팬데믹 재확산으로 무산됐다. 영화계도 한강을 주목하고 있다. ‘채식주의자’는 2009년 동명의 영화로 제작돼 상영된 바 있다. 또 단편 소설집 ‘내 여자의 열매’에 수록된 중편 ‘아기 부처’를 원작으로 한 영화 ‘흉터’도 2011년 극장에서 개봉했다. 당시 두 영화 모두 임우성 감독이 연출을 맡았는데 큰 인기를 끌진 못했다. 한강 작가의 작품이 노벨상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검증받은 작품인 만큼 영화계가 다른 텍스트를 활용한 영화 제작에도 눈독을 들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작가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소년이 온다’의 경우 “영화화 제안이 온다면 흔쾌히 수락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사건 중심보다는 인물의 내면을 따라가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이 점은 줄거리 중심으로 제작되는 대중 영화 특성상 창작자들에게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이다. 한강의 작품이 다른 장르로 뻗어 나갈 잠재력은 충분하나 원작의 감성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은 창작자들에게 과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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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 시성’ 타고르-‘설국’ 日 야스나리 등 이어 亞 5번째 영광

    소설가 한강(54)은 아시아에서는 역대 5번째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됐다. 아시아에선 여성 작가로선 최초 수상이다. 앞선 수상자들이 역사에 이름을 남긴 대작가들인 만큼 한강이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마다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보다 한강이 먼저 수상한 것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10일 스웨덴 한림원에 따르면 아시아 출신으로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는 영국 식민지 통치 시기 인도의 시성(詩聖) 라빈드라나트 타고르(1913년)다. 시집 ‘기탄잘리(신께 바치는 노래)’가 깊으면서도 섬세한 글이라는 평을 받았다. 타고르는 1929년 일본 방문 시 한국을 소재로 한 짧은 시 ‘동방의 등촉’을 동아일보에 전하기도 했다. 일본의 최초 수상자는 1968년 가와바타 야스나리로 대표작 ‘설국’을 썼다. 이어 1994년 일본의 ‘행동하는 양심’으로 평가받는 오에 겐자부로가 두 번째로 수상했다. 2000년 중국 출신의 극작가 가오싱젠이 수상했지만 그는 1987년 프랑스로 망명해 프랑스 국적 수상자로 기록됐다. 이어 중국 출신의 모옌이 2012년 수상하면서 국적 기준으로 아시아 출신 수상자는 여태까지 4명에 불과했다. 이번 수상으로 한강이 일본의 대표 작가인 하루키보다 먼저 노벨 문학상을 거머쥔 점도 큰 성과로 주목받고 있다. 서구권에서는 ‘노르웨이의 숲’ 등을 펴낸 하루키가 대중성과 문학성을 동시에 인정받는 아시아 대표 작가로 거론돼 왔다. 역대 수상자 중 여성으로는 한강이 아시아 최초이자 18번째 수상을 하게 됐다. 그간 남성 위주의 수상자 선정에 대한 비판이 가중되자 스웨덴 한림원은 2012년 이후 매년 남녀를 번갈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해 왔다. 올해 중국 출신의 여성 작가 찬쉐(71)가 가장 유력한 수상자로 거론된 점도 이 때문이다. 한강의 작품은 여성 주인공의 아픔, 트라우마 등을 다뤄 주목받았다. 스웨덴 한림원은 이날 수상 발표에서 “그녀의 작품은 폭력, 슬픔 그리고 가부장제 등 다양한 장르를 탐구함으로써 경계를 넘나든다”고 평가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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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 한국작가 첫 노벨문학상 수상

    소설가 한강(54)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받은 것은 2000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아시아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2012년 중국의 모옌 이후 12년 만이다. 국적 기준으로 노벨상을 받은 아시아 작가는 라빈드라나트 타고르(1913년·인도), 가와바타 야스나리(1968년·일본), 오에 겐자부로(1994년·일본), 모옌(2012년·중국) 등에 이어 한강이 5번째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 시간) 한강을 수상자로 발표하면서 “한강의 작품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어 “한강은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에 맞서며, 작품마다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며 “그는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갖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한강은 한림원이 공개한 전화 인터뷰에서 “정말정말 감사하다. 너무 놀랐고, 영광이다”라며 “한국 독자들, 동료 작가들에게 좋은 소식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설가 한승원의 딸인 한강은 1993년 ‘문학과 사회’에서 시 ‘서울의 겨울’,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서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면서 작가의 길을 걸었다. 2016년 ‘채식주의자’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하면서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2017년 ‘소년이 온다’로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 2018년 ‘채식주의자’로 스페인 산클레멘테 문학상을 받았다. 2019년에는 문학적 공로를 인정받아 제33회 인촌상(언론·문화부문)을 수상했다.한강은 인간의 폭력성과 그에 따른 삶의 비극성을 집요하게 탐구해 온 작가로 꼽힌다. ‘채식주의자’ 외에 5·18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소년이 온다’(2014년), 말을 잃어가는 여자와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의 만남을 그린 ‘희랍어 시간’(2011년) 등의 작품을 썼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에게는 1100만 크로나(약 14억3000만 원)의 상금과 메달, 증서가 수여된다.인간 폭력성과 상처 집요한 탐구… “시적 현대 산문의 혁신가”한강의 작품 세계-수상 이유폭력적 본성 파헤친 ‘채식주의자’… 5·18 상처 보듬은 ‘소년이 온다’ 4·3 비극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 등… 한국 특수성 넘어 세계적 공감소설가 한강(54)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예측하는 사람은 적었다. 문학적 성취를 논외로 하더라도 노벨상을 받기에는 아직 젊다는 평가도 많았다. 한강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예측하는 영국 유명 온라인 베팅사이트 나이서오즈에서 순위권에도 오르지 않았다. 10일 오후 8시 수상 발표 이후 동아일보와 통화한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조차 “멍해질 정도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며 “본인에게 확인해 봐야겠다. 좋은 일인데, 좋은 일인지 모르겠다”며 몇 차례나 사실이냐고 되물었다.스웨덴 한림원은 그의 작품에 대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강렬한 시적 산문을 선보였다”고 평가했다. 세계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기 전부터 맨부커상(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등 국제 문학상을 두루 수상해 온 한강은 화려한 수상 경력에도 작가 특유의 겸손하면서도 수줍은 듯한 태도를 잃지 않아 왔다. 그는 국내 작가 최초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직후인 2016년 5월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상은 책을 쓴 다음 아주 먼 다음의 결과다. 그런 게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아제아제 바라아제’를 쓴 유명한 원로 작가 한승원의 딸인 한강은 어려서부터 문학과 친숙했다. 지천에 책이 널려 있던 집에서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책을 읽곤 했다. 인간의 내면을 파고드는 그의 날카로운 글쓰기가 그때부터 벼려졌다. 대학 재학 당시 시인 정현종의 시창작론 시간에 시 ‘이월’을 선보여 “무당기 같은 게 보인다”는 평을 들은 게 작가가 되는 계기였다고 본인은 회고한 바 있다.등단 후 30년 동안 그는 늘 인간의 폭력성과 그로 인한 상처를 집요하게 헤집어 왔다.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딸 한강의 문학세계에 대해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든지, 새로운 세계를 추구한다든지 하는 평을 하지만 그 아이는 사랑 문제를 이야기한다”며 “비극적인 사안을 묘사하고 인물들을 동원할지라도 결국은 큰 사랑을 기초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1998년 출간된 첫 장편소설 ‘검은 사슴’에서는 한낮에 도심을 알몸으로 달음박질하는 여자와 그녀를 찾아 강원도 오지를 헤매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인간의 광기 속에서 개인과 시대의 상처를 조명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한강 소설의 본류라는 평이 나온다. 이후 남편과의 의사소통에 실패하고 점차 식물화돼 가는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집 ‘내 여자의 열매’(창비·2000년), 인체를 석고로 뜨는 조각가를 통해 육체의 탈 속에 숨은 삶의 생채기를 드러낸 장편 ‘그대의 차가운 손’(문학과지성사·2002년) 등을 거치며 특유의 비극적이고 그로테스크한 색깔을 확립했다.맨부커상 수상작 ‘채식주의자’는 2004년 계간 ‘창작과비평’ 여름호에 처음 게재된 중편소설로 한 여자가 폭력을 거부하기 위해 육식을 멀리하고, 죽음에 다가가는 이야기다. 주인공 영혜는 폭력에 대항해 햇빛과 물만으로 살아가려 하고, 스스로 나무가 되어 간다고 생각한다. 결국 정신병원에까지 입원하게 되는 영혜를 통해 인간의 폭력적 본성에 대해 집요하게 파헤친 작품이다.‘채식주의자’는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 등 소설 3편을 하나로 연결한 연작 소설집이다. 2015년 미국, 영국에 번역 출간된 직후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등이 “한국 현대문학 중 가장 특별한 경험” “감성적 문체에 숨이 막힌다” 등의 호평을 받았다. 한강은 2016년 제41회 서울문학회에서 ‘채식주의자’에 대해 “인간은 선로에 떨어진 어린아이를 구하려고 목숨을 던질 수도 있는 존재이지만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잔인한 일을 저지르기도 한다”며 “인간성의 스펙트럼에 대한 고민에서 이 소설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4년 6개월에 걸쳐 쓴 소설은 우리가 폭력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세계를 견뎌낼 수 있는가에 대해 질문한다. 대답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완성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전문가들은 ‘채식주의자’가 폭력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한강 특유의 서정적 문장으로 풀어냈다고 평한다. 문학평론가 정과리 연세대 국문과 교수는 “‘채식주의자’는 인간의 오래된 미적 본능인 탐미주의를 극단까지 추구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인간 욕망의 추함을 극단적으로 거부하는 태도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2014년 ‘5월 광주’를 정면으로 다룬 ‘소년이 온다’는 독특한 방식으로 광주를 기록한다. 기존의 광주를 다룬 소설들이 르포 형식을 빌려 온 것과 달리 작가는 사망자들에게 빙의하는 방식을 택한다. 영국 인디펜던트지 문학 선임기자 보이드 톤킨은 “한강의 작품은 우아함과 강렬함이 동시에 묻어난다”며 “그의 작품에는 아름다움과 공포의 기괴한 조화가 이뤄진다”고 평가한 바 있다.‘한강 문학’은 한국의 특수성에 갇히지 않고 보편적인 문학 세계를 보여준다는 평도 나온다. 아버지 한승원은 “한강의 문학세계는 앞선 세대의 리얼리즘의 저항의식을 넘어선 신화적인 면모를 갖고 있다”며 “그것은 사람들을 사랑하는 데서 출발한 문학이고 아름다운 세계를 부활시키는 문학”이라고 말했다. ‘채식주의자’에서 탐미적 욕망에 저항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어떤 사회에서든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표면적으로 ‘육식’으로 표현된 욕망은 타인에 대한 폭력이자 사회구조의 폭력, 제도적 폭력을 상징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국 역사의 흐름 속에 짓밟힌 개인에 대해서도 꾸준히 이야기해 왔다. 지난해 메디치상 외국문학 부문을 받은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4·3사건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 냈으며, 소설가인 주인공 경하가 사고를 당해 입원한 친구 인선의 제주도 빈집에 내려가 인선 어머니의 기억에 의존한 아픈 과거사를 되짚는 작품이다.● 스웨덴 한림원이 밝힌 한강 수상 이유2024년 노벨 문학상은 한국의 작가 한강에게 수여됐습니다. 역사적 트라우마에 직면하고 인간 삶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을 쓴 작가입니다. 한강은 각 작품에서 인간 삶의 취약성을 폭로합니다. 그녀는 몸과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관계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에서 혁신자가 되었습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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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 한글날 방송서 ‘기역’→‘기억’으로 자막 오류

    KBS가 한글날 경축식 방송에서 한글 자막을 잇달아 잘못 표기해 논란이 일자 사과했다. KBS 1TV는 9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578돌 한글날 경축식’을 생중계했다. 행사 중 ‘서도밴드’가 민요 ‘한글뒤풀이’를 부를 때 가사 중 ‘기역 니은 디귿 리을’을 ‘기억 니은 디읃 리을’이라고 자막 표기해 내보냈다. 해당 가사 자막은 맞춤법이 틀린 채로 여러 차례 반복 등장했다. 이에 온라인상에서 비판이 이어졌고, KBS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도 문제를 지적하는 글이 올라왔다. 한 시청자는 “한글날 경축식에서 자막을 사전에 확인도 안 하고 내보냈나”라며 “국가 행사 방송을 이렇게 대충 해도 되는 거냐”라고 비판했다. KBS는 논란이 커지자 9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행사 기획사가 제공한 가사 자막에 오류가 있었으나 방송용으로 재제작하는 과정에서 걸러내지 못했다”며 “시청자 여러분께 불편을 끼친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KBS는 8월 15일 광복절에도 일본 기미가요가 나오는 오페라 ‘나비부인’ 공연을 방송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같은 날 ‘뉴스930’에서는 태극기의 건곤감리 좌우가 뒤바뀐 이미지를 내보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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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 여성 작가로 첫 수상… 한림원, 소수자성에 주목

    소설가 한강(54)은 아시아에서는 역대 5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됐다. 아시아에선 여성 작가로선 최초 수상이다. 앞선 수상자들이 역사에 이름을 남긴 대작가들인 만큼 한강이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마다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보다 앞서 한강이 먼저 수상한 것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10일 스웨덴 한림원에 따르면 아시아 출신으로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영국 식민지 통치 시기 인도의 시성(詩聖) 라빈드라나트 타고르(1913년)다. 시집 ‘기탄잘리(신께 바치는 노래)’가 깊으면서도 섬세한 글이라는 평을 받았다. 타고르는 1929년 일본 방문 시 한국을 소재로 한 짧은 시 ‘동방의 등촉’을 동아일보에 전하기도 했다. 일본의 최초 수상자는 1968년 가와바타 야스나리로 대표작 ‘설국’을 썼다. 이어 1994년 일본의 ‘행동하는 양심’으로 평가받는 오에 겐자부로가 두 번째로 수상했다. 2000년 중국 출신의 극작가 가오싱젠이 수상했지만 그는 1987년 프랑스로 망명해 프랑스 국적 수상자로 기록됐다. 이어 중국 출신의 모옌이 2012년 수상하면서 국적 기준으로 아시아 출신 수상자는 여태까지 4명에 불과했다. 이번 수상으로 한강이 일본의 대표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보다 더 먼저 노벨문학상을 거머쥔 점도 큰 성과로 주목받고 있다. 서구권에서는 ‘노르웨이의 숲’ 등을 펴낸 하루키가 대중성과 문학성을 동시에 인정받는 아시아 대표 작가로 거론돼 왔다. 역대 수상자 중 여성으로는 한강이 아시아 최초이자 18번째 수상을 하게 됐다. 그간 남성 위주의 수상자 선정에 대한 비판이 가중되자 스웨덴 한림원은 2012년 이후 매년 남녀를 번갈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해 왔다. 올해 중국 출신의 여성 작가 찬쉐(71)가 가장 유력한 수상자로 거론된 점도 이 때문이다. 한강의 작품은 여성 주인공의 아픔, 트라우마 등을 다뤄 주목받았다. 스웨덴 한림원은 이날 수상 발표에서 “그녀의 작품은 폭력, 슬픔 그리고 가부장제 등 다양한 장르를 탐구함으로써 경계를 넘나든다”고 평가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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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 韓 최초 노벨문학상…한림원 “역사적 트라우마 맞선 강렬한 시적 산문”

    소설가 한강(54‧사진)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받은 것은 200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아시아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2012년 중국의 모옌 이후 12년 만이다. 국적 기준으로 노벨상을 받은 아시아 작가는 라빈드라나트 타고르(1913년·인도), 가와바타 야스나리(1968년‧일본), 오에 겐자부로(1994년‧일본), 모옌(2012년‧중국) 등에 이어 한강이 6번째다.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 시간) 한강을 수상자로 발표하면서 “한강의 작품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어 “한강은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에 맞서며, 작품마다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며 “그는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갖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한림원은 특히 2007년 발표한 한강의 대표작 ‘채식주의자’를 높이 평가하며 그의 작품세계 전반을 소개했다.소설가 한승원의 딸인 한강은 1970년 전남 광주시 중흥동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소설에 익숙했던 그는 연세대에서 국문학을 공부했다. 1993년 ‘문학과 사회’에서 시 ‘서울의 겨울’,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면서 작가의 길을 걸었다. 2016년 ‘채식주의자’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면서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2017년 ‘소년이 온다’로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 2018년 ‘채식주의자’로 스페인 산클레멘테 문학상을 받았다. 2019년에는 문학적 공로를 인정 받아 제33회 인촌상(언론·문화부문)을 수상했다.한강의 작품은 인간의 폭력성과 그에 따른 삶의 비극성을 집요하게 탐구해 온 작가로 꼽힌다. ‘채식주의자’ 외에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소년이 온다(2014)’, 말을 잃어가는 여자와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의 만남을 그린 ‘희랍어 시간(2011)’ 등의 작품을 썼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에게는 1100만 크로나(약 13억4000만 원)의 상금과 메달, 증서가 수여된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 2024-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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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벨 문학상에 소설가 한강…한국 작가 최초 수상 쾌거

    소설가 한강(54‧사진)이 올해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 시간) 이같이 밝혔다. 한국 작가가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 작가로서는 2012년 중국 모옌 이후 12년 만이다. 국적 기준 노벨상을 받은 아시아 작가는 가와바타 야스나리(1968년‧일본), 오에 겐자부로(1994년‧일본), 모옌(2012년‧중국) 등 지금까지 3명에 불과했다. 소설가 한승원의 딸인 한 씨는 1970년 전남 광주시 중흥동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소설에 익숙했던 그는 연세대에서 국문학을 공부했고, 1993년 ‘문학과 사회’에서 시 ‘서울의 겨울’,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면서 작가의 길을 걸었다. 2016년 ‘채식주의자’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면서 유명해졌다. 이후 2017년 ‘소년이 온다’로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 2018년 ‘채식주의자’로 스페인 산클레멘테 문학상을 받을 만큼 국제적 명성을 확보했다.한강의 작품은 인간의 폭력성과 그에 따른 삶의 비극성을 집요하게 탐구해 온 작가로 꼽힌다. 채식주의자 외 대표작은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소년이 온다(2014)’, 말을 잃어가는 여자와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의 만남을 그린 ‘희랍어 시간(2011)’ 등이 있다. 상금은 1100만 크로나(약 14억2000만 원)이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4-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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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원한 바람따라 로컬100&코리아둘레길 한 바퀴 돌아볼까

    ‘한국판 산티아고 길이 열렸다.’ 대한민국 동해안과 남해안, 서해안, 접경지역을 잇는 ‘코리아둘레길’이 지난달 23일 완성되자 이런 평이 나왔다.그도 그럴 것이 총길이가 4530㎞로 스페인 북부 산티아고 순례길(약 1500㎞)의세 배가량이나 되기 때문. 하루에 20㎞ 걸어도 약 8개월이 꼬박 걸린다.걷기 마니아들에게는 완주가 ‘인생 도전’이 됐다. 매해 계획을 세워 ‘지역 순례’를 해야 되는만큼 그 지역의 관광지, 축제 등과 연결해 여행 계획을 짜 보면 어떨까.지역 곳곳의 볼거리, 즐길 거리 100개를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한 ‘로컬100(지역 문화 매력 100선)’을 살펴보자. 지역과 명소, 콘텐츠, 명인 등에 관한 정보가 가득하다. 국내 여행 계획을 좀 더 손쉽게 짤 수 있을 것이다.부산 남구-해운대구해파랑길 01 코스2000리 해파랑길을 시작하는 코스다. 길은 이기대, 광안리 해변, 동백섬,해운대 해변으로 이어진다. 드넓은 바다와 기암절벽, 고층 빌딩 숲이 어울려 만드는 풍광이 그림처럼 곱다.오륙도해맞이공원→동생말→광안리 해변→APEC하우스→해운대 관광안내소(총 이동 길이 16.9㎞ / 총 소요 시간 6시간 30분 / 난이도 보통)충남 태안군서해랑길 70 코스우리나라 최고 모래언덕인 신두리해안사구를 지나는 길이다. 자연이 만들어낸 풍경이 신비롭다. 먼동 해변은 겨울철 일몰 풍광이 특히 아름다운 곳이다. 걸음 끝에서 만나는 학암포 저녁노을은 오랫동안 가슴에 남는다.의항출장소→웅도→신두리해수욕장→구례포해수욕장→학암포해변(총 이동 길이 19.2㎞ / 총 소요 시간 6시간 / 난이도 보통)경남 통영시남파랑길 29 코스통영의 대표적인 역사문화 자원을 두루 만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동피랑·서피랑 마을과 통영세병관, 충렬사, 통영시립박물관 등 들를 곳, 볼 것이 많아 시간은 여유 있게 잡는 것이 좋다.남망산조각공원 입구→서피랑→통영대교→평림항→무전동 해변공원(총 이동 길이 17.7㎞ / 총 소요 시간 6시간 30분 / 난이도 보통)전남 해남군남파랑길 90 코스1470km 남파랑길 마지막 구간이다. 해남군이 만든 ‘달마고도’ 서쪽 구간을 따라간다. 미황사부터 땅끝 탑까지 대부분이 산길이다. 남파랑길을 따라 땅끝 탑에 닿으면 스스로가 자랑스럽게 느껴지고 묵직한 울림이 있다.미황사 천왕문 → 물고리재 → 땅끝전망대 → 땅끝탑(총 이동 길이 13.9㎞ / 총 소요 시간 7시간 / 난이도 매우 어려움)울산 북구-동구해파랑길 08 코스봄이면 벚꽃으로 환해지는 염포산을 넘는다. 산길에서 만나는 울산대교 전망대는 울산의 도시 정체성을 확인하는 곳이다. 방어진, 슬도,대왕암 공원을 차례로 지나면 고운 모래의 일산해수욕장에 닿는다.염포산입구→울산대교전망대→방어진항→대왕암공원→일산해수욕장(총 이동 길이 12.4㎞ / 총 소요 시간 4시간 30분 / 난이도 보통)강원 강릉시해파랑길 39 코스안목해변에서의 커피 한잔으로 기분 좋게 걷기를 시작해 보자. 해파랑길 최장 거리를 자랑하는 곰솔 숲길(3㎞)을 따라 다섯 개 달이 뜬다는 경포호를 돌아 나가면 경포해변이다. 조그만 해변 몇 개를 더 지나면 사천진항이다.솔바람다리→허균·허난설헌기념관→경포대→사천진해변공원(총 이동 길이 15.8㎞ / 총 소요 시간 5시간 30분 / 난이도 쉬움)인천 강화군소창체험관·동광직물 생활문화센터1970년대까지 인견, 비단 등을 직조하는 공장으로 번성했던 곳. 현재는 강화 직물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기 위한 체험관과 생활문화센터로 조성.서울 중구문화역서울2842004년에 (구)서울역사의 폐쇄 이후 2009년부터 원형 복원을 통해 100년 전 역사 내부 재현. 현재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경기 이천시이천쌀문화축제맑은 물과 기름진 흙 등 천혜의 자연 보유. 왕에게진상한 ‘이천쌀’을 활용한 쌀밥의 우수성과 농경문화의 전통을 느낄 수 있는 농산물 축제.강원 고성군DMZ 평화의길DMZ를 안보 교육관광의 현장으로 활용. 금강산과 설악산을 연결하는 고성 DMZ로 A 코스는 동해 바다를 따라 걷는 유일한 코스.강원 양구군양구군립 박수근미술관박수근 생가터에 조성된 미술관으로 박수근 작품 278점 보유. 박수근기념전시관, 현대미술관, 박수근파빌리온 등 5개 전시관으로 구성.강원 인제군속삭이는 자작나무 숲계절별로 다른 매력을 선보이는 순백의 자작나무 숲을 만나볼 수 있는 장소. 2008년 숲 유치원으로 개방돼 알려졌으며 현재 7개 코스의 탐방로 조성.대구 중구김광석다시그리기길김광석을 테마로 한 콘서트·뮤지컬·축제 창작의 원천. 전통시장 옆 거리를 김광석의 삶과 음악을 바탕으로 체험시설·아트숍 등 새로운 문화 공간 조성.부산 중구모퉁이극장상영작 선정, 기획전 운영, 부대 행사 등을 관객이 직접 만드는 지역 밀착형 동네 극장.경북 청도군운문사신라 진흥왕(560년) 창건 이후 원광국사가 중창하고 세속오계를 내려준 화랑정신의 발원지. 전국 최대 규모 비구니 승가 대학.경남 산청군동의보감촌한국의 전통 한의학 관련 교육, 문화 행사 및 한방 약초를 중심으로 한 웰니스 체험을 할 수 있는 장소.광주 남구인문학축제 굿모닝! 양림인물·공간·콘텐츠를 활용한 전시, 인문학 강의,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양림동 내 문화관광 자원인 우일선교사사택·양림미술관 등 연계.광주 동구남도달밤야시장예술작가가 참여하는 놀이동산형 야시장 축제로 매회 1만 명 이상 방문. 대인예술시장에서 토요일에 열리는 야시장으로 연간 15회로 12년째 운영 중.전남 나주시천연염색박물관영산강과 바닷물이 합류해 쪽 재배의 유리한 환경이 자연적으로 형성된 곳으로 천연 염색과 작물 생산의 명소. 2006년 개관해 랜드마크로 기능.전남 순천시순천시립 뿌리깊은나무박물관전남 출신 한창기가 발간한 ‘뿌리깊은 나무’ 잡지를 전시. 전남의 음식·풍습·예술 등 문화를 기록하고 있는 잡지로 지역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곳.전북 완주군삼례문화예술촌일제강점기 일본으로 양곡 반출 목적으로 만들어진 곡물창고를 문화예술 재생공간으로 재탄생. 예술촌은 등록문화재로 지정.대전 중구테미오래1932년 충남 도청 이전 후 지어진 ‘충남도지사 관사촌’으로 2012년까지 충남도지사와 공무원의 관사로 사용. 2019년부터 문화체험 공간으로 개조.충북 청주시문화제조창1946년부터 2004년까지 청주의 연초제조창으로 사용되던 건물을 2021년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충북 영동군영동난계국악축제·대한민국 와인축제국악의 3대 악성 난계 박연 선생을 추모하기 위해 개최되는 국내 유일 국악축제. 매년 10월 영동의 대표 과일 포도를 중심의 대한민국 와인축제와 함께 개최.충북 보은군보은대추축제보은 대추의 우수성을 엿볼 수 있는 축제. 보은 대추 및 보은 농특산물 판매, 다양한 문화 공연 및 체험 프로그램 운영.충북 제천시배론성지조선시대 천주교 탄압을 피한 은신처이자 천주교 원주교구의 성지. 우리나라 근대식 교육기관인 배론신학교 등 천주교 성지순례 장소.코리아둘레길QR코드를 스캔하면 코리아둘레길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로컬100QR코드를 스캔하면 로컬100(지역 문화매력 100선)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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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빛 단풍 옷 갈아입은 길… 한 걸음 내딛으면 가을이 물드네

    가을은 ‘단풍’이다. 언제 끝나는가 싶었던 여름이 물러가고 가을 숲들이 형형색색의 가을옷을 갈아입기에 바쁘다. 기다렸던 가을, 어디를 찾아야 온전히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을까.관광·지역문화 활성화 정책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추천을 받아 여행하기 좋은 계절인 가을에 꼭 찾아가 봐야 할 ‘로컬100’과 ‘코리아둘레길’을 추려봤다. 전남 담양에는 로컬100 ‘3대 명품 숲’이 있다. 담양을 대표하는 대나무가 약 31만 ㎢ 면적에 빼곡히 조성돼 있는 ‘죽녹원’, 관방천을 따라 약 2㎞의 풍치림(멋스러운 경치를 더하기 위해 가꾸는 나무숲)에 수령 300∼400년의 나무들이 줄지어 선 ‘관방제림’, 곧게 뻗은 메타세쿼이아들이 이국적인 정취를 불러일으키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 바로 그것이다. ‘3대 명품 숲’은 연간 15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곳. 4계절 모두 아름답지만 가을철에 찾아가기 제격이다. 관방제림에선 단풍에 물든 나무들과 그 나무들이 물에 비친 모습이 한데 어우러져 마치 동화의 한 장면에 들어온 것 같다. 또한 약 8㎞에 달하는 메타세쿼이아 길에 서면 마치 다른 세상으로 인도될 것 같다. 탁 트인 바다가 좋다면 가을 해안가를 걸어보자. ‘걷기 마니아’들의 해안가 둘레길 성지인 ‘해파랑길 01코스’는 사계절 내내 인기 코스.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출발해 동생말∼광안리해변∼수영교∼APEC하우스∼해운대관광안내소로 이어지는 총길이 16.9㎞(총 6시간30분 소요)다. 전 구간이 부담스럽다면 일부 구간만 걸어도 좋다. 특히 일몰에 맞춰 걸으면 부산의 황홀한 밤 풍경을 눈에 가득 넣을 수 있다. 국내 관광 핫스폿에 대한 정보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체계적이고 알아보기 쉽게 정리돼 있다. 문체부가 지역의 특색 있는 유·무형의 문화 자원 100가지를 알리는 ‘로컬100’은 선정 1주년을 맞았으며 각각의 정보는 문체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23일에는 ‘코리아둘레길’이 완성됐다.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대한민국 동해안과 남해안, 서해안, 접경지역을 잇는 길로 총거리가 4530㎞에 달한다. 동해의 ‘해파랑길’에서부터 남해의 ‘남파랑길’, 서해의 ‘서해랑길’, DMZ ‘평화의 길’까지. 골라 걷는 재미도 가득하다. 담양의 ‘3대 명품 숲’은 ‘로컬100’에 포함돼 있고 ‘해파랑길 01코스’는 ‘코리아둘레길’의 한 구간이다. 이외에도 ‘로컬100’ ‘코리아둘레길’에는 계절별로 찾기 좋은 명소가 가득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10∼12월 ‘여행가는 가을’ 특별 캠페인을 진행한다. 교통과 숙박, 여행상품에 대해 약 58만 명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이 가을, 떠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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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집단광기 빠진 마을, 그들은 ‘이식된 꿈’을 앓고 있다

    6월의 어느 무더운 여름날. 어슴푸레 저녁이 되자 정체를 알 수 없는 꿈이 중국의 한 시골 마을을 집어삼킨다. 꿈은 이 마을에 전염병처럼 퍼지더니 주민들이 하나둘씩 깊은 몽유(夢遊)에 빠져버린다. “들새들이 사람의 뇌 속으로 들어간” 듯 이성을 잃기 시작한 주민들은 점차 본능에 충실해진다. 밤이 깊어지자 누군가는 자살하고 다른 이들은 도둑질, 강간, 살인도 서슴지 않는다. 악몽으로 허우적대는 주민들을 지켜보는 건 14세 소년 ‘녠녠’과 아버지 ‘리톈바오’. 장례용품점을 운영하는 부자는 사람들이 죽어 나가자 때아닌 호황을 맞는다. 하지만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사람들을 가둬 놓은 이 꿈이 어쩌면 영원히 끝나지 않는 악몽이 될 수 있음을 직감한다. 부자는 중대 기로에 선다. 악몽을 방관할 것인가, 사람들을 꿈에서 깨워 마을을 구할 것인가. 노벨 문학상에 근접한 중국 작가로 평가받는 옌롄커(66)의 ‘해가 죽던 날’이 국내 출간됐다. 원제는 ‘일식(日熄)’. 2015년 대만에서 처음 출간된 뒤 중국어로 쓰인 작품에 수여하는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홍루몽상을 받았다. 높은 작품성을 인정받았지만, 정작 중국에선 이 책을 볼 수 없다. 전작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물처럼 당당하게’ ‘딩씨 마을의 꿈’ 등과 마찬가지로 국가 권력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풍자를 담고 있다는 이유로 중국 정부가 금서(禁書)로 지정했기 때문. 신간 역시 상징과 은유를 총동원해 중국의 비참한 현실을 겨냥했다. 작품을 관통하는 소재는 ‘꿈’이다. 짙은 안개처럼 꿈이 한 마을을 감싸고, 사람들이 집단 최면에 빠지듯 꿈에 취해 있다. 하룻밤 사이 꿈과 현실을 오가며 펼쳐지는 이야기는 구운몽 같은 설화를 읽는 듯한 느낌도 준다. 마을이 어둠으로 뒤덮이고, 아침이 됐는데 해가 계속 뜨지 않는 설정 등은 환상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지만 환상적 분위기는 비참한 현실을 강조하는 데 쓰인다. 이 작품에 대해 “마술적 리얼리즘의 수작”이라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주된 화자인 소년 녠녠은 “우리 마을에서 일어난 얘기를 좀 들어달라”며 독자들에게 거듭 읍소하는데 중국 어딘가에서 실제 벌어지는 비극을 전하듯 생생하게 읽힌다. 예컨대 이권 다툼에 골몰하고, 가난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옆 사람을 밀고해 이득을 챙기는 이야기가 나온다. 알 수 없는 꿈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설정이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꿈이 ‘집단 비이성’과 ‘광기’에 대한 은유임이 드러난다. 시진핑 국가주석과 중국공산당이 강조한 ‘중국몽’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후반부에서 소년은 마을에 덮친 몽유를 끝내기 위해 동네 산에 큰불을 낸다. 사람들은 큰불을 보며 아침이 찾아온 줄 알고 몽유에서 깨기 시작한다. 이 마을은 진정 꿈에서 깨어난 것일까. 작가는 본인과 같은 이름의 작중 인물 ‘옌롄커(閻連科)’를 소설에 등장시켜 이렇게 되묻는다. “자네 몽유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깨어 있는 건가?”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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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휠체어 타고 확장현실 게임으로 유산소 운동

    “사용자들에게 혁신적인 경험을 제공하겠습니다.” 26일 서울 성동구 공간 와디즈에서 열린 ‘2024 스타트업콘(Startup:Con)’의 ‘배틀필드’ 오디션 현장. 50여 개 스타트업 가운데 치열한 경쟁을 뚫고 결선에 올라온 7개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심사위원단과 청중 앞에서 자신들의 기업 역량과 시장 잠재력 등을 열정적으로 발표했다. 인공지능(AI) 오디오북 자동 제작 서비스, 지식재산권(IP) 거래, IP 활용 게임, 저작권 준수 영상 제작 서비스, 상호작용형 어학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들이 참여했다. 이날과 27일 이틀에 걸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개최한 스타트업콘은 국내 콘텐츠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기 위해 기획돼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결선을 통과한 3개 스타트업에 총 1억 원의 상금을 수여하는 ‘배틀필드’ 오디션을 비롯해 강연회, 워크숍, 일대일 상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이날 ‘배틀필드’ 오디션에서 대상을 수상한 캥스터즈 팀은 확장현실(XR) 게임을 접목해 휠체어 사용자들이 실내에서 안전하게 유산소 운동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휠리 엑스’를 선보였다. 이용자가 러닝머신처럼 제작된 기구에 올라 휠체어를 움직일 때 연결된 화면을 통해 육상 트랙이나 도로를 달리는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 발표자로 나선 이한별 캥스터즈 팀장은 “안전 문제로 야외 활동이 쉽지 않은 휠체어 이용자들이 실내에서 마음껏 유산소 운동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배틀필드’ 오디션은 치열한 경연인 동시에 스타트업들이 가진 아이디어를 응원하고 함께 고민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날 각 팀 발표가 끝나고 질문이 오간 뒤 약 100명의 참가자와 청중들이 서로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최근 콘텐츠 산업계의 키워드인 ‘테크텐트(Techtent·테크와 콘텐츠의 합성어)’를 주제로 열린 올해 스타트업콘에선 37명의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을 듣는 자리도 마련됐다. 타루 다히야 구글 클라우드 아태지역 총괄, 프란세스 리옹 구글 엔지니어, 두안 웨이 알리바바 엔터테인먼트 투자총괄 등이 주요 연사로 나섰다. 두안 웨이 투자총괄은 27일 강연에서 “콘텐츠 제작 역량이 뛰어난 한국 기업과 협업하면서 더 성공적인 글로벌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현석 콘텐츠진흥원 원장 직무대행은 “국내 유일의 글로벌 콘텐츠 스타트업 행사를 통해 한국 콘텐츠 스타트업의 세계 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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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세계 질서 재편한 ‘킹달러’ 설계자들

    “미국의 기준금리를 4.75∼5.0%로 0.5%포인트 인하하겠습니다.” 18일(현지 시간) 세계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입을 주목했다. 그의 금리 인하 발표와 동시에 ‘연준이 경기 침체를 우려했다’ ‘고용 지표가 악화됐다’ ‘상당수 국가도 금리 인하에 동참할 것이다’라는 온갖 해석이 뒤따랐다. 여러 경제지표도 꿈틀댔다. 파월 의장의 한마디에 세계 경제가 요동친 것은 독보적 지위의 기축통화인 ‘킹달러’의 위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연준이 발표하는 통화정책은 금리를 매개로 우리 가계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만큼 지구상 거의 모든 사람에게 도달하는 무기가 된 지 오래다. 미국 블룸버그통신 기자인 저자가 쓴 신간은 미국의 통화정책이 지난 30년 동안 어떻게 세계 질서를 만들며 달러 가치를 수호해 왔는지를 파헤친다. 원제는 달러화를 빗댄 ‘종이 군인들(Paper Soldiers)’. 2016년부터 미 재무부를 취재한 저자는 버락 오바마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당시 재무장관 3명(제이컵 루, 스티븐 므누신, 재닛 옐런)을 책에서 다룬다. 이와 함께 100여 명의 전현직 재무부, 연준, 백악관, 세계은행, 외교부 관료들과 나눈 대화와 관찰기도 담았다. 수치와 경제 원리가 난무하는 경제서가 아닌, 달러 정책 결정권자들의 생각과 말, 행동을 엿볼 수 있는 뒷이야기에 가까워 흥미롭게 읽힌다. 달러가 미국 경제의 무기가 되는 과정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연준의 행보뿐만 아니라 미 재무부의 작동 원리를 살펴봐야 한다. 달러의 독보적인 지위 뒤에는 달러의 설계자이자 수호자인 미 재무부가 있어서다. 많은 이들이 연준만 주목해 이를 종종 간과한다. 미국이 달러를 무기로 경제제재에 나선 사례로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대표적이다.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도록 설득하려는 전방위적 외교 압력이 실패하자, 미 행정부는 수천억 달러의 국방비가 드는 군대 파견 대신 값싸고 효과적인 경제제재를 택했다는 것. 미국의 제재 후 러시아의 많은 기업과 정치인들의 달러화 접근이 즉각 차단되면서 루블화는 한 달 만에 30%가량 폭락했다. 책에선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의 민낯도 그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반 미국 기업의 수출 확대를 위해 보좌진에게 금리 인하 카드를 자주 언급했다. 2018년 므누신 장관이 공개적으로 “달러 약세가 미국에 좋다”고 밝혀 외환시장이 혼란에 빠졌던 건 트럼프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었다. 복잡한 환율, 경제정책 얘기를 생생한 취재와 국제 이슈를 곁들여 비교적 쉽게 풀어낸 편이다. 해외 주식에 투자한 ‘서학 개미’나 국제 정세에 관심 있는 이라면 달러의 작동 원리를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올 수 있는 책이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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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임” TBS 대표, ‘전 직원 해고안’ 결재 논란

    TBS 교통방송 대표가 사임 의사를 밝히며 전 직원 해고 절차에 나섰다. 25일 TBS에 따르면 전날 이성구 TBS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실·본부장 등 임원들과 함께 참여한 단체 대화방에서 “TBS를 살려보려고 노력했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부족함을 느끼고 대표대행을 사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사임 의사를 이사회에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TBS 관계자는 “급여일인 오늘(25일) 전 직원에 대한 급여가 지급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임금 체불이 발생하면 형사 책임을 대표이사가 져야 하는데, 대표의 사임은 그 책임을 피하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대표는 다음 달 31일을 해고 예정일로 명시한 ‘재단 직원 전원에 대한 구조조정을 위한 해고 예고 계획안’도 결재했다. 계획안에는 “자구책 강구를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영상 전원 해고를 통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고 “무급휴업 운영 및 방송 유지 필수인력으로 필요한 직원에 대하여는 추후 조정하여 해고 제외 대상자를 법률 절차에 따라 통보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TBS 노동조합 측은 “전 직원 해고는 명백한 노동법 위반”이라고 반발했다. 서울시 산하 미디어재단이었던 TBS는 서울시의회 지원 조례 폐지 이후 서울시의 예산 지원이 끊기며 재정난을 겪어 왔다. 이달 11일부터는 서울시 출연 기관 지위를 잃고 민영화된 상태지만 아직 인수할 기업은 정해지지 않았다. TBS는 민간의 기부를 받기 위해 정관을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변경하기로 하고 지난달 28일 방송통신위원회의 허가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날 방통위는 TBS의 재단 지배구조 변경 등이 지상파 방송 사업자의 지배구조, 사업 운영 등에 대한 본질적인 내용을 변경하는 사항이라 방통위의 심의, 의결이 필요하다며 반려 입장을 밝혔다. 현재 방통위는 이진숙 위원장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에서 의결돼 위원장 직무가 정지된 상황이다.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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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BS 대표대행, 사임 밝히며 ‘전직원 해고’ 수순…노조 “노동법 위반 ”

    TBS 교통방송 대표가 사임 의사를 밝히며 전 직원 해고 절차에 나섰다.25일 TBS에 따르면 전날 이성구 TBS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실·본부장 등 임원들과 함께 참여한 단체 대화방에서 “TBS를 살려보려고 노력했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부족함으로 느끼고 대표대행을 사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사임 의사를 이사회에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TBS 관계자는 “급여일인 오늘(25일) 전 직원에 대한 급여가 지급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임금 체불이 발생하면 형사책임을 대표이사가 져야 하는데, 대표의 사임은 그 책임을 피하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고 했다.이 대표는 다음달 31일을 해고 예정일로 명시한 ‘재단 직원 전원에 대한 구조조정을 위한 해고 예고 계획안’에도 결재했다. 계획안에는 “자구책 강구를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영상 전원 해고를 통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며 “무급휴업 운영 및 방송유지 필수인력으로 필요한 직원에 대하여는 추후 조정하여 해고 제외대상자를 법률절차에 따라 통보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TBS 노동조합 측은 “전 직원 해고는 명백한 노동법 위반”이라고 반발했다. 서울시 산하 미디어재단이었던 TBS는 서울시의회 지원 조례 폐지 이후 서울시의 예산 지원이 끊기며 재정난을 겪어 왔다. 이달 11일부턴 서울시 출연 기관 지위를 잃고 민영화된 상태지만, 아직 인수할 기업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TBS는 민간의 기부를 받기 위해 정관을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변경하기로 하고 지난달 28일 방송통신위원회의 허가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날 방통위는 TBS의 재단 지배구조 변경 등이 지상파방송사업자의 지배구조, 사업운영 등에 대한 본질적인 내용을 변경하는 사항이라 방통위의 심의·의결이 필요하다며 반려 입장을 밝혔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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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 기자 성희롱 의혹’… 조선일보 논설위원 해임

    국가정보원 직원과 함께 후배 여성 기자들을 성희롱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조선일보 논설위원에 대한 해임이 확정됐다. 20일 언론계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앞서 12일 포상징계위원회를 열고 논설위원 A 씨에 대한 해임 징계를 결정했다. 이에 대한 A 씨의 이의신청 기한이 19일까지였으나 별다른 이의신청이 없어 해임 처분이 확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A 씨가 국정원 직원과 여성 기자들의 사진을 공유하며 이들을 성희롱하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는 의혹이 지난달 21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이에 조선일보는 A 씨를 직무 배제한 뒤 자체 진상 조사 및 외부 기관을 통한 추가 조사를 한 바 있다. 국정원은 지난달 26일 국회에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으나 추후 조치는 알려지지 않았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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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낭만적 질병’ 결핵, 18세기 후반 치명적 질병 된 까닭

    유럽에선 18세기 초반까지 결핵은 ‘미지의 질병’이었다. 천연두처럼 고름이 차거나 콜레라처럼 설사가 쏟아지는 등 결핵에선 눈에 띄는 증세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쇼팽, 파가니니, 체호프, 도스토옙스키 등 예술가나 귀족들이 결핵을 앓다 죽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부유층 사이에서 번지는 유전적 질환이라는 인식도 퍼졌다. 혹자는 한 발 더 나아가 결핵이 여성미를 부각한다고도 주장했다. 병세로 얼굴이 창백해지고 눈이 커진 것처럼 보이며, 열로 옅은 홍조를 띤 모습이 여성미를 강조한다는 것. 당대 일부 여성들이 일부러 결핵에 걸린 듯한 외모로 꾸미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18세기 후반이 되자 이는 완전히 뒤바뀐다. 산업혁명으로 노동자들과 도시 인구가 불어났다. 이들 사이에서 결핵이 감염병처럼 퍼지며 점차 ‘노동자의 질병’이 된다. 치사율이 높아지며 ‘백사병(White Death)’으로도 불렸다. 저자는 “결핵균의 생장이 매우 느려 증상도 더디게 나타나 ‘낭만적 질병’처럼 보였지만 인간이 만든 급격한 산업화, 도시화로 인해 결핵은 인구 밀집 지역에서 치명적 질병이 됐다”고 설명한다.성균관대 의대 미생물학교실에서 항생제 내성세균 등을 연구하는 저자가 인류와 공생하며 함께 진화해 온 미생물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맨눈으로는 관찰할 수 없는 작은 생물이란 뜻의 미생물은 통상 진균, 원생동물, 세균, 바이러스 등을 포함하는 개념. 고대 그리스 시기부터 산업혁명기, 제1·2차 세계대전, 현대까지 역사의 주요 변곡점마다 미생물이 인간 생활, 문화, 의학, 전쟁 등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짚는다. 지난해 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터에 쥐 떼가 들끓어 ‘한타 바이러스(Hanta Virus)’가 창궐한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랐다. 유행성출혈열의 일종인 이 바이러스는 과거 6·25전쟁 때도 확산하며 양측에 큰 피해를 끼쳤는데 서로가 ‘적이 세균전을 벌이고 있다’고 의심할 정도였다. 이 바이러스는 고려대 의대 이호왕 박사가 1970년대 실체를 밝혀냈는데, 6·25전쟁 격전지이자 바이러스를 발견했던 한탄강의 이름을 따 ‘한타’ 바이러스로 명명했다. 이 밖에도 매독균은 콜럼버스 항해선에 의해 아메리카 대륙에서 유럽으로 처음 옮겨지고, 아프리카 황열병은 노예무역선을 타고 전 세계로 퍼져 나가는 등 ‘미생물 역사’도 다채롭게 펼쳐진다. 책은 미생물을 단순히 질병의 원인으로만 인식하는 데서 벗어나 건강과 생명에 필수적인 존재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차피 미생물은 자기들이 할 일을 할 뿐 이를 유용하게 이용하거나 악용하는 건 사람들의 몫”이라고 설명한다. 막연하게 두려워하거나 반대로 중시하지 않았던 미생물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켜 준다. 미생물을 단순히 ‘좋은 것’ ‘나쁜 것’으로 구분하는 편협한 시각에서도 벗어나게 해 준다. 다만 바이러스의 학명, 유명 학자, 원전을 곳곳에서 인용하는 대목은 다소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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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 성희롱 논설위원 해임 징계 처분

    국정원 직원과 후배 여성 기자들을 성희롱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조선일보 현직 논설위원이 회사로부터 해임 징계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조선일보 관계자 등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12일 포상징계위원회를 열고 논설위원 A 씨에 대한 해임 징계를 결정했다. 이날은 의결 결과에 대한 A 씨의 이의신청 기한 마지막 날로, 징계 당사자가 이의신청을 하지 않아 해임 처분이 확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달 21일 한 언론사가 A 씨와 국정원 소속 직원이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등을 주고받으며 알고 지내던 여성 기자들과 관련한 성적 발언을 주고받았다고 보도하면서 A 씨의 성희롱 의혹이 불거졌다. 보도에 따르면 성희롱 대상이 된 여성 기자들은 A 씨보다 연차가 낮은 후배 기자들로 최소 3명의 피해 사례가 있었다. 이에 조선일보는 A 씨를 직무 배제한 뒤 자체 진상 조사 및 외부 기관을 통한 추가 조사를 실시했다. 조선일보 노동조합은 12일 발행한 노보에서 “‘나도 얼마든지 성범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줬다”며 사측에 조속한 피해 사실 파악 및 징계 결정을 촉구해왔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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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현관문 열고 나서면 어디든 자연이

    주말마다 산에 오르고, 휴가철마다 자연 속으로 떠나는 건 익숙한 풍경. 일상 대부분을 실내에서 보내고, 한 주의 대부분을 도시에 갇혀 사는 현대인들이 자연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선 작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문밖에 나가자마자 동네에서 접할 수 있는 ‘소량의 자연’만으로도 충분히 힐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다. 매일 출근길에서 마주하는 작은 잔디밭이나 점심시간에 누리는 짧은 산책 등이 그렇다. 환경과학 및 정책을 공부하고 환경운동가로 활동하는 저자는 “점차 실내 동물이 되어 가는 현대인들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연과 함께하는 법을 공유하고 싶다”고 집필 계기를 밝혔다. 이 중 ‘나무 한 그루와 친해지기’가 눈길을 끈다. 사무실이나 집 밖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자신만의 나무 한 그루를 고른 뒤 이곳을 지날 때마다 5분이라도 짧게 시간을 내서 적극적으로 관찰하는 방법이다. 나무의 질감과 결을 눈과 손으로 훑고 가지가 꺾이지 않았는지, 잎의 색이 변하진 않았는지 등을 세세히 살핀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 심호흡하며 흙과 나무의 냄새를 맡는 행위만으로도 에너지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것. 주변에 바다나 강이 없더라도 도심 속 분수나 인공폭포도 물의 에너지를 느끼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물의 소리와 흐름에 집중하면 긴장감을 해소할 수 있다. 공원 귀퉁이 잔디밭에 잠시 앉거나, 흙을 한 줌 집어 자연과 접촉하는 행위도 추천한다. 이마저도 시간을 내기 힘들 땐 파도 소리가 담긴 음원 파일을 듣는 것도 비슷한 효과를 내 몸의 긴장을 완화할 수 있다. 단순히 팁만 나열된 책은 아니다. 저자는 집필을 위해 생태연구가, 학자, 자연모험가 70여 명을 인터뷰하고 각종 실증 사례와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궁극적으로 자연과 도시라는 이분법적 구도에서 벗어나 자연을 보고 즐기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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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끊임없이 재해석”… 전집 번역본에 리커버 연이어 출간

    출판계에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영원한 스테디셀러’로 꼽힌다. 400년 넘게 전 세계 독자와 연구자들이 끊임없이 재해석하고 살을 붙이면서 지금도 여러 번역본과 해석서들이 나오고 있다. 셰익스피어 특유의 복합적인 서사와 입체적인 캐릭터가 현대 독자들의 흥미를 지속적으로 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번역본, 리커버 책들 속속 출간 셰익스피어 공연 연출가이자 희곡 번역가인 이현우 순천향대 영미학과 교수는 지난달 ‘한여름 밤의 꿈’(동인)을 내놨다. 약 2년에 걸친 운문 번역작이다. 이 교수는 “그간 주로 산문으로 소개된 셰익스피어 작품들을 원작에 가까운 운문 형태로 번역하는 작업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서는 최종철 연세대 명예교수가 셰익스피어의 모든 작품을 우리 시 운율로 번역한 ‘셰익스피어 전집’(총 10권·민음사)을 펴냈다. 최 명예교수가 1993년 맥베스 번역을 시작한 지 약 30년 만으로, 운문 번역을 통해 원전의 리듬감과 읽는 맛을 최대한 살린 게 특징. 전집은 4대 비극을 비롯해 비극 10편, 소네트 154편을 담았다. 셰익스피어 작품은 1920년대 일본을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됐는데, 이번 완간으로 100년간 이어진 일본식 번역의 영향에서 벗어났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셰익스피어 작품 속 특정 주제를 뽑아낸 기획 저서도 출간되고 있다. ‘사랑은 맹목적이다(Love is blind)’, ‘러브 레터(love letter)’ 등 사랑 관련 주제로 문장과 단어를 엮은 신간 ‘셰익스피어, 사랑에 대하여’(세창미디어)가 대표적이다. 이성모 동인 출판사 대표는 “셰익스피어 작품은 저작권 문제에서 자유로우면서도 연구자, 학회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출간 요청이 있다. 주로 4대 비극을 다룬 내용이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편”이라고 했다. 셰익스피어 책은 표지 디자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더스토리 출판사는 ‘1577년 홀린셰드의 연대기 초판본’이나 ‘1608년 오리지널 초판본 리어왕’ 등 옛 표지를 활용한 리커버 버전을 최근 출간했다.● 복합적 인간상 살아 숨쉬는 매력 셰익스피어 작품이 수백 년 동안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복합적인 서사와 캐릭터를 첫손에 꼽는다. 최종철 명예교수는 “‘햄릿’에서 주인공이 숙부 클로디어스를 죽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에서 복수 대신 그를 살려주며, 휘장 뒤에 숨어 있던 폴로니어스를 클로디어스로 생각해 아무런 주저 없이 찔러 죽이는 모습이 공존한다”며 “인물들의 모순과 결함, 인간적 양면성이 다양하게 그려진 게 매력”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셰익스피어학회장인 김태원 서강대 영미학부 교수는 셰익스피어 작품들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로 ‘타자와의 만남’을 꼽았다. 김 교수는 “현대인들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다른 세계나 사회, 타자와 빈번하게 접촉하고 있다”며 “‘맥베스’ ‘리어왕’ 등의 등장인물들이 타자와의 만남에서 겪는 슬픔, 번뇌, 고민, 행복은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금 한국의 시대상이 셰익스피어 비극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현우 교수는 “삶이 복잡다단할수록 정답을 얻기 위해 통찰이 담긴 고전에 기대는 경향이 있다”며 “해외에선 셰익스피어 작품 중 희극이 더 조명받는 편인데, 한국에서 유독 그의 비극이 인기를 끄는 건 한국이 고도성장 과정에서 놓친 존재론적 고민이 반영된 결과”라고 짚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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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방통위 ‘KBS 이사 임명 집행정지’ 재판부 기피신청 기각

    방송통신위원회가 KBS 이사 임명 효력 집행정지 여부를 판단할 재판부를 바꿔 달라며 제기한 기피신청이 기각됐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송각엽)는 방통위가 제기한 재판부 기피신청을 모두 기각한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때’라 함은 당사자가 불공정한 재판이 될지도 모른다고 추측할 만한 주관적인 사정이 있는 때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통상인의 판단으로서 법관과 사건과의 관계로 보아 불공정한 재판을 할 것이라는 의혹을 갖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인정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때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청인들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민사소송법 제43조 제1항 소정의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며 기각 결정을 밝혔다. 이에 따라 KBS 이사 임명 효력에 대한 집행정지 여부는 처음 사건을 배당받은 행정법원 제12부가 판단하게 됐다. 앞서 KBS 전임 이사들 가운데 야권으로 분류되는 4인은 방통위가 KBS 이사진을 추천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재가한 것에 대해 효력정지를 구하는 집행정지 신청 및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방통위는 이틀 뒤인 29일 “서울행정법원 제12재판부에 대하여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집행정지 관련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거나 그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처분의 효력을 정지할 긴급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함에도 인용 결정을 했다. 본 사건에서도 그와 같은 예단을 가지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며 기피신청을 낸 바 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4-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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