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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정치국 최고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야(62·사진)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31일 오전(현지 시간) 암살됐다. 이란과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한 가운데 지난해 10월 발발한 ‘가자전쟁’의 주도자 중 한 명으로 여겨져 왔고, 최근에는 휴전 협상에도 관여해 온 하니야의 사망으로 중동 내 긴장이 고조되고, 확전 가능성도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이란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성명을 통해 “범죄자이며 테러리스트인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이 (하니야를 암살해) 가혹한 징벌을 자초했다”고 밝혔다. 하마스도 이스라엘이 하니야를 암살했다며 보복을 천명했다.하니야는 전날 마수드 페제슈키안 신임 이란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테헤란을 방문했다. 이스라엘은 관련 논평을 내놓지 않았지만 외신과 전문가들은 이스라엘 소행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또 이스라엘군은 30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지역을 공습해 친이란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고위급 지휘관이며 대이스라엘 공격을 주도해온 푸아드 슈크르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헤즈볼라는 슈크르의 사망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우리는 그(이스마일 하니야)의 피에 대한 보복을 하는 것을 의무로 여겨야 한다.”31일(현지 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하마스 정치국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가 암살 당하자 이란 권력서열 1위인 알리 하메네이 국가최고지도자는 보복을 강조하며 이 같이 박혔다.이란은 자국 수도 한복판에서 그것도 신임 대통령 취임식 참석 직후 하니야가 암살당한 것에 분노하고 있다. 신정일치 국가 체제인 이란은 하니야가 암살당하기 불과 몇 시간 전까지 하메네이와 회동했던 것에도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중동에서 패권을 지향하는 자국 위상에 큰 타격일뿐 아니라 심각한 안보 위협에 노출돼 있다는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지난해 10월 발발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가자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란은 물론이고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등 친(親)이란, 시아파 무장단체와 이스라엘 간 충돌도 계속 발생하면서 중동 전체가 전쟁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하니야 사망 직후 하메네이와 이란 내 ‘정부 위의 정부’로 불리는 혁명수비대 고위 관계자들은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여기에는 혁명수비대 내에서 헤즈볼라, 하마스, 후티 같은 무장단체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쿠드스군 사령관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공격 주도한 하니야하니야는 1963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알샤티 난민캠프에서 태어났고, 대학생 시절 하마스 창설자인 아흐메드 야신(2004년 이스라엘 공격으로 사망)을 만나면서 본격적인 반이스라엘 투쟁에 가담했다. 1987년 하마스가 설립된 뒤 야신과 함께 팔레스타인 ‘인티파다(대규모 민중봉기)’를 주도했다.하니야는 2017년 하마스 정치국 최고지도자가 됐고, 한 해 뒤 미국으로부터 ‘테러범’으로 지정됐다. 그는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가 감행한 이스라엘 공격의 기획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당시 공격 첫날에만 약 1200명의 이스라엘 군인과 민간인이 숨졌다. 하마스를 포함해 반(反)이스라엘 무장단체의 공격으로 가장 많은 이스라엘인이 사망한 사건이다. 그동안 이스라엘은 하니야를 제거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올 4월 가자지구에 머물던 하니야의 세 아들과 네 손주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숨졌다.● 이-하마스 휴전 난망 및 헤즈볼라와 확전 우려하니야의 사망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가자지구 전쟁 휴전을 위한 협상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니야는 하마스 군사지도자 야흐야 신와르 등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온건, 실용주의 성향인 것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하니야는 ‘하마스 외교 정책의 얼굴’이었다”며 휴전이 어려워졌다고 평했다. 알자지라방송은 하니야 암살을 통해 이스라엘이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분석했다.이스라엘이 30일 헤즈볼라의 핵심 군 지휘자으로 대(對)이스라엘 공격을 주도해온 푸아드 슈크르 암살을 위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지역을 직접 공격하면서 확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스라엘군은 슈크르가 사망했다고 주장했지만, 헤즈볼라는 사망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은 최근 헤즈볼라가 감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골란고원(이스라엘 점령지)에 대한 공격으로 어린이 12명이 사망한 것에 따른 보복이다. 당초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하마스보다 군사력과 무기 수준이 월등한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 전면전을 우려해 왔다. 또 이스라엘에 베이루트 공격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일각에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극우 연정을 유지하기 위해 휴전보다 전쟁 지속을 선호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패 등 개인 비리로 이스라엘 현직 총리 최초로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네타냐후는 ‘전쟁 상황’ 유지를 통해 자국내 반대파의 반발을 제압하고, 자신의 정치 생명을 연장하려고 한다. 하마스 정치사무소가 자리잡고 있고, 가자전쟁 휴전 협상을 중재해온 카타르는 “하니야 암살은 추악한 범죄이자 위험한 긴장 고조 행위”라고 비난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국제사회가 이스라엘과 레바논 친이란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전면전 조짐에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가운데 양측 진영 간 긴장은 지속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 측은 27일(현지 시간) 골란고원의 한 축구장에 로켓포가 떨어져 어린이 등 12명이 숨진 일에 대한 보복으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폭격 방안까지 검토하는 등 어떤 방식으로든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30일 정식 취임하는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대응을 재차 경고하고 나섰다.29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일부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국제사회의 자제 촉구에도 불구하고 “가혹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 상황에선 이스라엘에서도 확전이 이롭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대응은 제한적”일 것이라고도 전했다. 이스라엘은 긴급 전시 내각 회의 끝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이 대응 방안을 결정하도록 권한을 부여한 상태다.앞서 이스라엘이 베이루트 타격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측은 “베이루트를 공격해선 안된다”고 만류했다. 수도인 베이루트 공격 시 대규모 인명 피해를 초래할 수 있으며 헤즈볼라가 설정한 레드라인을 넘어 전면전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분석이다.헤즈볼라는 여전히 공격의 책임 소재를 부인하는 가운데 헤즈볼라를 후원하는 이란 측도 연일 이스라엘의 공격을 경고하고 있다. 29일 이란 관영 IRNA통신에 따르면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공격할 경우 이스라엘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프랑스와 관계 개선도 준비 됐다”고 덧붙였다.마크롱 대통령은 이란에 핵 프로그램 확장 중단과 국제기구와 협력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알리 하마네이 최고지도자도 “이스라엘이 군사적 모험을 할 경우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공개 규탄한 바 있다.레바논 수도 베이루트가 공격당하는 것은 물론 전면전이 초읽기 단계라는 전망에 따라 현재 항공사들은 레바논 베이루트행 항공편을 대거 취소하고 있다.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로 오가는 5개 노선 운항을 다음 달 5일까지 중단한다고 밝혔다. 에어프랑스를 비롯해 터키항공, 에디오피아항공 등도 베이루트행 항공편을 잠정 취소했습니다.미국과 영국, 독일 등 주요국들은 레바논에 머무는 자국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리거나 여행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레바논에 있는 모든 독일 국민들이 출국 요청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제사회가) 확전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사태가 이어진다면 레바논을 떠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이스라엘이 점령 중인 골란고원의 한 축구장에 27일 로켓포가 떨어져 어린이 등 12명이 숨지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폭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공격 배후로 레바논의 친이란,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지목하고 있으나 헤즈볼라는 부인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베이루트를 공격하면 헤즈볼라와의 전면전은 물론이고 이란의 개입도 촉발할 수 있어 중동 전체에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28일 미국 정치매체 액시오스와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약 4시간 동안 진행된 이스라엘 안보회의에서는 헤즈볼라에 대한 군사 대응 방안 및 수위가 논의됐다. 이때 일부 참석자가 베이루트 폭격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골란고원을 찾아 “헤즈볼라가 부인했지만 이번 사건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보복을 천명했다. 또 이스라엘군은 29일 레바논 남부 치히네를 공습해 2명이 숨졌다. 미국과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공격이 일종의 ‘레드라인(red line·저지선)’을 넘는 일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에이머스 호크스타인 백악관 중동 담당 고문은 갈란트 장관과의 통화에서 베이루트를 폭격하면 “헤즈볼라 또한 이스라엘 본토를 장거리 미사일로 공격할 것”이라며 공격을 만류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통화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확전을 막겠다”고 했다. 프랑스는 과거 레바논을 통치했고 현재도 깊이 관여하고 있다. 다만 이스라엘 내에서는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후 단일 공격으로는 이스라엘 민간인이 가장 많이 숨졌다는 이유로 강경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중도 성향으로 꼽히는 야권 지도자 베니 간츠 또한 “레바논을 찢어버려야 한다”며 보복을 촉구했다. 이스라엘이 마지막으로 베이루트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감행한 건 2006년 헤즈볼라와의 34일간 전쟁 때다. 당시 전쟁은 헤즈볼라가 국경지대에서 이스라엘 군인을 납치해 발발했는데 베이루트 폭격 등으로 레바논에선 1000여 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한편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이스라엘은 군사적 모험(베이루트 공격)에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시오니스트 정권(이스라엘)은 범죄자, 살인자, 테러범 집단”이라고 반발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전쟁 범죄자 네타냐후, 인종 학살을 중단하라!” 24일 미국 워싱턴 도심의 유니언스테이션 앞 광장. 의회에서 불과 600m 떨어진 이곳에 반(反)이스라엘 시위대가 모였다. 미국을 방문 중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비판하며 ‘미국의 무기 지원 중단’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네타냐후 총리를 ‘피를 뒤집어쓴 악마’로 묘사한 대형 인형도 등장했다. 시위대는 미국산 무기가 네타냐후 정권의 팔레스타인 민간인 공격에 쓰이고 있는 만큼 즉각 지원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일부 시위대는 성조기를 불태우고 팔레스타인기를 흔들었다. 경찰은 일부 과격 시위대에 최루 가스를 발사하며 진압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약 52분의 상·하원 합동 연설을 통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에 미국산 무기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적은 미국의 적이며 우리의 싸움은 여러분의 싸움”이라고 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을 ‘문명’과 ‘야만’의 대결로 규정하며 “미국의 군사 지원이 전쟁을 신속하게 끝내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의회 밖 반이스라엘 시위대를 “이란을 돕는 바보들(Iran’s useful idiots)”로 비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를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중 한 모든 일에 감사하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0년 8월 이스라엘이 아랍권의 주요국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과 외교 관계를 수립하는 이른바 ‘아브라함 협정’을 추진했다. 또 이스라엘의 경제 중심지 텔아비브에 있던 미 대사관을 수도 겸 종교 분쟁지 예루살렘으로 옮겼다. 네타냐후 총리의 극우 연정에 속한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승리하는 것이 이스라엘에 더 좋다”고 노골적인 지지를 표했다. 이날 연설 동안 트럼프 후보가 속한 공화당 의원들은 대거 박수를 보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불참하거나 침묵을 지켰다. 사실상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됐으며 상원의장을 겸하고 있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인디애나주 대선 유세를 이유로 불참했다. 통상 상원의장이 외국 정상의 미 의회 연설을 주재했던 관행을 깨며 네타냐후 총리와의 ‘거리 두기’에 나섰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난민캠프가 밀집한 가자지구 남부 도시 칸유니스 인근 ‘인도주의 구역’에서 군사작전을 벌여 팔레스타인 주민 최소 70여 명이 숨졌다. 인도주의 구역은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대원들을 겨냥한 전투 과정에서 민간인 희생을 막기 위해 피란민들을 이곳으로 대피시키던 곳이다. 하지만 인도주의 구역에서도 공격으로 민간인 희생자가 지속적으로 속출하며 국제사회의 이스라엘 비판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로이터통신,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22일(현지 시간)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칸유니스의 동쪽 경계 지역을 인도주의 구역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하고 주민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이후 이곳에 공습을 퍼붓고 전차 부대를 진격시키며, 폭격을 퍼부었다. 공습 직후 이스라엘군은 “이스라엘 공군과 지상군 포병대가 칸유니스의 30개 이상 테러 기반 시설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해당 지역에서 로켓포 등 하마스 무장세력의 공격이 재개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이 공격으로 미처 대피하지 못한 일부 마을 주민 등 최소 77명이 목숨을 잃고 200명 이상이 부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더미 속에도 수십여 명이 갇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사상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팔레스타인 당국은 해당 지역에 주민 약 40만 명이 거주하고 있었으며 충분한 대피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스라엘이 설정했던 인도주의 지역에 대피령을 내리며 피란민 약 170만 명이 몰려 있는 인도주의 구역 면적은 65㎢에서 48㎢로 줄어들었다.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발발 이후 팔레스타인 측 사망자가 최소 3만9006명이라고 밝혔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22일부터 미국을 방문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대선 후보직 사퇴로 큰 딜레마에 빠졌다.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미 의회 연설 등이 예정된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를 사퇴하자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레임덕(lame duck·권력 누수)’까지 거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부터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은 최근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 등과도 치열한 교전을 벌이고 있다. 전선(戰線)이 확대되며 미국의 무기 지원이 더 절실해진 상황에서 미국 내 정치 격변으로 네타냐후 총리의 입지가 상당히 애매해졌다. 바이든 대통령, 바이든 대통령의 대체 후보가 될 차기 민주당 대선 후보는 물론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눈치까지 봐야 하는 그가 ‘조심스러운 줄타기’ 행보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 후보 사퇴한 바이든과 정상회담 네타냐후 총리는 23일 미 워싱턴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24일엔 미 의회 상·하원 합동 회의 연설에 나선다. 그는 22일 워싱턴으로 떠나기 전 취재진에 “미국 국민이 (11월 5일 대선에서) 다음 대통령으로 누구를 선택하든 (미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 친구들에게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없어서는 안 될, 가장 강력한 동맹국’이라고 말할 것”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당초 미 현지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후 대선 후보 사퇴를 발표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그의 출발 하루 전인 21일 바이든 대통령이 전격 사퇴했다. ‘레임덕’에 빠질 수 있는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해야 하는 것이다. 내년 1월까지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가 남아 있지만, 무기 지원 등 주요 사안을 논의하기엔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그간 이스라엘이 바이든 대통령의 휴전 협상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올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을 감안해 휴전 협상을 미뤘다는 것이다.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21일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 협상을 노골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 바이든이 레임덕으로 인해 휴전을 강하게 압박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후보의 재임 시절 돈독한 교분을 유지했다. 트럼프 후보 또한 당시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정착촌 확장을 막지 않는 등 친(親)이스라엘 정책을 견지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네타냐후 총리가 방미 중 트럼프 후보와의 회담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바이든-트럼프-국내 반대파 모두 만족 어려워” 네타냐후 총리의 상황이 녹록지는 않다. 팔레스타인 민간인 대량학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그의 사퇴와 조기 총선을 주장하는 반(反)정부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동시에 그의 정치적 기반인 극우 연정은 확전을 요구하고 있다. AP통신은 “네타냐후 총리가 극우 연정, 바이든 행정부, 트럼프 후보를 모두 만족시키긴 무척 어려울 것”이라며 “그가 정치적으로 벼랑 끝을 걷고 있다”고 진단했다. 북부 국경에서 헤즈볼라와의 전면전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후티와의 전면전 가능성이 높아진 것 또한 부담이다. 예멘과 이스라엘 사이에 위치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역내 긴장을 줄여야 한다”며 양측 모두에 자제를 촉구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사우디가 사실상 이스라엘의 예멘 공격을 묵인했다고 본다. 이스라엘군이 후티 공격에 쓴 최신예 전투기가 예멘으로 가려면 사우디 영공인 홍해 상공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 탓이다. 반이스라엘 정서가 팽배한 중동 곳곳에서 “사우디가 팔레스타인을 적대시하는 이스라엘 편을 들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이스라엘군이 F-15와 F-35 전투기들을 동원해 친(親)이란 무장단체인 예멘 후티 반군의 장악 지역을 20일 전격 공습했다. 전날 후티 반군이 무인기(드론)를 동원해 이스라엘의 제2도시이자 경제 중심지인 텔아비브를 공격해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데 따른 보복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후티 반군을 예멘에서 직접 공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후티 반군은 반(反)이스라엘 무장단체인 헤즈볼라(레바논)와 하마스(팔레스타인 가자지구)처럼 이란의 후원을 받고 있다. 이스라엘이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뒤 하마스, 헤즈볼라와 계속 충돌 중인 상황에서 약 2000km 떨어진 예멘의 후티 반군에 대한 직접 공격에 나섬에 따라 이스라엘과 반이스라엘 진영 간의 전쟁이 확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후티 반군은 21일 탄도미사일로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또 한번 감행했다.● 이스라엘군, 첫 예멘 영토 타격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후티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예멘 북부의 항구도시로 홍해에 접해 있는 호데이다를 공격해 정유와 전력 시설을 파괴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란에서 무기를 반입하는 과정에서 호데이다항이 반복적으로 이용됐기 때문에 합법적 군사 목표”라고 주장했다. 후티 반군이 운영하는 매체 알마시라TV도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최소 3명이 숨지고 87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이번 이스라엘군의 보복 공격은 예멘 후티 반군의 드론 공격 후 하루 만에 단행됐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19일 오전 3시 12분경 텔아비브 서쪽에서 날아온 드론 1기가 한 아파트 건물에 충돌해 폭발했다. 아파트에 거주하던 50대 남성 1명이 숨지고 최소 10명이 다쳤다. 당시 예멘 후티 반군은 성명을 통해 “우리가 텔아비브에 드론을 쐈다”고 공격 사실을 인정했다. 이스라엘군의 대규모 보복 뒤 후티는 이스라엘 남부 에일라트를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영공 밖에서 요격된 것으로 알려졌다. 후티 반군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시작된 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공격을 멈출 때까지 우리도 공격을 지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후티 반군은 홍해와 아덴만 일대에서 미국, 이스라엘 관련 선박을 공격해 왔다. 이스라엘 남부 항구도시 에일라트 인근에서 드론 공격을 벌였으나 인명 피해는 없었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후티 반군에 대해 직접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텔아비브의 민간 아파트가 공격당하고 사망자까지 발생하자 적극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20일 호데이다항 공격 사실을 밝히며 “적들에게 이스라엘군이 닿지 않는 곳은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줬다. 적들은 무거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 통제 범위 확대”… 커지는 확전 우려 이번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이스라엘군의 취약점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날 공격에 사용된 드론은 ‘사마드-3’으로 2000km 이상 비행할 수 있도록 개량된 무기다. 드론은 이집트 영공을 우회한 뒤 저고도로 비행하며 레이더 추적을 피해 텔아비브를 겨냥했다. 이스라엘군은 약 6분간 드론을 추적했는데 격추에 실패했다. 하마스, 헤즈볼라, 후티 반군과 직접적인 충돌이 이어지며 이스라엘의 전선은 더욱 넓어지고 부담도 커지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후티의 텔아비브 공격은 이스라엘이 억제해야 할 위협의 범위가 확대됐음을 보여준다. 하마스, 헤즈볼라와 대치 중인 상황에서 후티 반군까지 대응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란이 단기간에 핵무기 개발에 성공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AP통신에 따르면 19일 미 콜로라도주 애스펀에서 열린 ‘애스펀 안보포럼’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란이 핵무기를 위한 핵분열 물질 생산에 걸리는 시간은 최소 1년이 아니라 1주나 2주 정도일 것”이라며 “아직 이란이 핵무기를 생산하진 않았으나 핵분열 물질, 폭발 장치를 모두 합치면 핵무기를 갖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손님이 몰리는 시간대에 가게 문을 일찍 닫으면 수익은 누가 보상해주나요?” 8일(현지 시간) 이집트 카이로 인근 나스르시티의 번화가. 이곳에서 10년 넘게 옷가게를 운영하는 사메흐 씨(45)는 이달부터 오후 10시 전에 가게 문을 닫을 준비를 시작한다. 평소에는 오후 11시 반쯤 정리를 시작했다. 사메흐 씨가 이전보다 1시간 반 정도 일찍 가게 문을 닫는 것은 이집트 정부가 전력 사용을 줄이기 위해 상점들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정책을 내놓았기 때문. 그는 “영세 상인들과 서민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이집트 당국은 지난달 30일 국민의 전력 사용을 줄이기 위해 일부 식당, 필수 식료품점, 약국, 병원 등을 제외한 모든 상점의 평일 야간 운영 시간을 오후 10시까지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무더운 낮 시간대를 피해 주로 야간 쇼핑을 하는 이들로 북적이던 나스르시티의 여름 밤거리는 이날 오후 10시가 되자 차츰 한산해지기 시작했다. 사메흐 씨가 운영하는 옷가게 인근 카페의 종업원은 “손님이 제일 많은 밤에 영업을 막으면 돈을 벌지 말라는 얘기다. 6개월 안에 정부가 전력난을 해결하겠다고 했는데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영업 제한, 순환 정전에 사망 사고까지 이집트 정부가 전력난으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국민은 더욱 힘겨운 여름을 나고 있다. 특히 올해 전 세계적으로 극심한 고온 현상이 이어지며 이집트 카이로에도 40도, 남부 도시 아스완에는 심지어 50도에 가까운 불볕더위가 연일 계속되는 상황. 냉방용 전력 수요가 폭증하며 전력 공급을 한참 웃도는 데다 중동 지역의 전쟁 등으로 정부의 에너지 수입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집트 정부는 야간 영업시간 제한 정책을 내놓기 이전에는 필요할 때마다 ‘순환 정전(load-shedding)’을 시행했다. 지역별로 시간대를 나누고, 일일 3∼4시간씩 전력을 강제로 차단하는 정책이다. 하지만 시민들은 “정부 발표와 달리 하루 3∼4시간보다 훨씬 긴 6시간씩 전력이 끊기는 날도 있다. 정전 시간 사전 공지도 제대로 안 지켜진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때때로 전기 없이 밤낮을 보내야 하는 이집트 사람들은 부채나 작은 휴대용 선풍기에 의존한 채 가까스로 더위를 버티고 있다. 순환 정전으로 인한 혼란은 일상 곳곳에서 발생한다. 11일 오후 찾은 카이로의 한 전통 식당. 오후 3시경 갑자기 식당 내 조리기구가 작동을 멈추고, 조명들도 모두 꺼졌다. 곳곳에서 윙윙 소리를 내던 선풍기와 냉방장치도 멈췄다. 식당 구석 어두운 곳에 있던 직원들은 익숙한 듯 촛불을 꺼냈고, 테이블에 앉은 손님들에게 다가가 “전력이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 집에서 드시길 원하면 음식을 포장해 드리겠다”고 했다. 적잖은 사람들이 음식을 포장해 식당을 나섰다. 일부 쇼핑몰에서도 종종 정전이 발생하면서 손님과 직원들이 모두 우왕좌왕하는 일도 있다. 뉴카이로 지역의 한 쇼핑몰에서 식품 코너를 담당하는 직원 하마드 씨는 “정전 시간 동안 육류, 해산물이 상하지 않도록 요샌 얼음을 충분히 확보해 놓는 게 주 업무가 됐다”고 했다. 카이로 시내 한 아랍어학원에선 정전으로 실내 조명과 컴퓨터가 모두 꺼져 수업이 조기 종료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단순히 생활 불편을 넘어 인명 피해까지도 발생했다. 지난달 초 이집트 북부 도시 알렉산드리아에선 한 남성이 탑승한 엘리베이터가 정전으로 건물 8∼9층 사이에서 멈췄다. 어두운 엘리베이터 안에서 홀로 탈출하려던 그는 결국 틈 사이로 추락해 숨졌다.● “자국민보다 관광객들이 우선이냐” “다시 한번 정부가 사과드립니다. 이집트 가정들이 정전 문제로 얼마나 큰 고통을 겪고 있는지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지난달 25일 이집트의 무스타파 마드불리 총리는 TV 연설에서 전력난으로 인한 국민적 피해를 언급하며 이렇게 사과했다. 이어 국내 발전이나 송전에는 문제가 없으며 에너지 수입 차질, 외환 부족, 국제적 인플레이션 등이 전력난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집트 총리가 직접 나서 대국민 사과까지 했지만 국민들의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현재 이집트 정부가 시행 중인 전력 차단 및 순환 정전이 일부 최고급 호텔이나 외국인이 즐겨 찾는 관광시설에는 시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이집트 사람들이 “자국민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더 중요한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0년째 택시 기사로 일하는 아이만 씨(56)는 “이집트 정부가 관광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는 건 모두 알고 있다”면서도 “국민들에게 무조건적 고통 분담을 요구하며 일부 고급 시설에만 전력이 끊기지 않도록 하는 걸 보면 화가 난다”고 했다. 아이만 씨는 평일 택시 운전을 위해 자신이 외부에 나와 있는 사이 부인과 자녀는 집에서 정전 시간 동안 더위를 버텨야 해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파라그 씨는 “정부는 항상 외부 상황만 탓한다”며 “정부가 제대로 전력을 관리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친정부 성향으로 유명했던 저널리스트 라미스 알하디디도 X에 “전기는 사치가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권리다. 누가 이 모든 것에 대해 국민에게 보상할 것이냐”며 정부를 저격하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정전으로 인한 피해 양극화도 뚜렷하다. 카이로 구도심 곳곳에서 정전이 발생하는 사이 카이로 교외의 셰이크 자이드, 뉴카이로 등의 고급 주거단지에선 좀처럼 정전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대부분 부유층 주거시설의 경우 자체 발전기 등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예비 전력 등을 활용해 전력이 끊기지 않도록 갖췄기 때문이다. 실제 뉴카이로 지역 대부분 고급 주거단지 시설 내에선 에어컨 가동이 여름 내내 멈추지 않은 곳도 수두룩하다. 남부 도시 아스완 주변 교외 지역에선 거의 하루 내내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수십 명이 온열 질환으로 사망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스스로 전력 차단에 대비해야 하는 이들은 최근 중고 매물로 무중단전력공급장치(UPS)를 구매하고 있다. 컴퓨터 등 사무기기와 집 안 가전이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망가지지 않도록 하고, 업무를 이어가기 위한 장치다. 프리랜서 여행가이드로 일하는 무함마드 씨는 “컴퓨터가 갑자기 꺼지면서 여러 문서 자료 등이 지워진 적이 있다. 젊은층에선 값싼 UPS 중고품이라도 구매하는 게 인기”라고 말했다.● 이-헤즈볼라 분쟁 장기화 시 악화 우려 지난달 마드불리 총리는 순환 정전 계획 등을 발표할 당시 “이웃 국가에서 천연가스 공급이 갑자기 중단됐다”고 짧게 언급했다. 해당 국가는 이스라엘을 뜻하는데 이스라엘은 동부 지중해 타마르 유전의 천연가스를 2020년부터 이집트에 수출하고 있다. 이집트도 천연가스 생산국이지만 국내 공급을 충족할 만큼 생산하진 못하기에 이스라엘의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이후 정세가 불안정해지며 에너지 수입에도 차질이 생겼다. 현재는 재개됐으나 이스라엘 에너지부는 해상에 위치한 천연가스전을 목표로 무장세력이 공격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한때 생산 중단을 결정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집트 내에선 팔레스타인을 공격하는 이스라엘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천연가스를 수입해 이스라엘 정부에 자금이 흘러 들어가는 것에 대한 반발 여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최근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이 전면전까지 각오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어 상황은 더욱 불안정해졌다. 이집트의 에너지 전문 매체 ‘이집트 가스&오일’은 “현재 양측은 더 큰 지역 내 분쟁과 혼란을 불러올 수 있는 일촉즉발의 긴장 국면”이라며 “국제 에너지 시장도 원유, 가스 생산 차질을 우려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기윤 카이로 특파원 pep@donga.com}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66)이 15일(현지 시간) 치러진 선거에서 대통령 선거에서 압도적 득표율로 승리하며 4선이 확실시 된다. 사실상 비경쟁 구도로 치러진 이번 선거를 두고 야당 진영은 “민주주의와 거리가 먼 선거”라고 반발했다.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16일 르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의 개표작업이 79% 진행된 가운데 카가메 현 대통령이 99.1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대선에 도전한 야당 민주녹색당(DGP)의 프랑크 하비네자 후보와 무소속의 필리프 음파이마나 후보는 각각 0.53%와 0.32%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고 선관위는 밝혔다.카가메 대통령은 중간 집계 결과가 발표되자 “득표율은 나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다. 모든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길 희망한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공식 최종 개표 결과는 27일 발표되며 이전에 잠정 개표 결과가 20일 공개될 전망이다.소수 투치족 반군 지도자 출신인 카가메 대통령은 1994년 4월 다수인 후투족이 투치족과 온건파 후투족 약 80만 명을 상대로 저지른 ‘르완다 대학살’을 종결짓고 르완다를 통치했다. 2003년 대선에서 승리해 공식적으로 대통령에 취임했으며 2010년, 2017년 대선에서도 93% 이상의 득표율로 승리했다. 이번 선거운동 기간 중 야당을 탄압하고 저명인사의 출마도 막아 승리가 사실상 예고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경제 발전을 이뤘으나 독재·철권통치라는 논란도 잇따른다.르완다는 2015년 개헌을 통해 이번 대선부터 대통령이 5년 임기로 1차례 중임을 허용했다. 카가메 대통령이 중임 시 최장 2034년까지 대통령직에 머물 수 있다. 아울러 이날 대통령 선거와 함께 80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도 처음 치러졌다. 중간 집계 결과 야당은 2석 확보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한편, 15일 치러진 시리아의 총선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 바트당을 비롯한 여권의 압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3년 넘게 내전이 이어지는 시리아에서 내전 발발 이후 네 번째 총선이다.앞서 2020년 총선에서도 바트당과 여권 연합 정당이 각각 166석, 17석을 차지했으며 67석은 무소속 후보에게 돌아갔다. AP통신은 차기 의회는 알아사드 대통령의 연임을 위한 개헌을 추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2000년 아버지인 하페즈 알아사드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대통령직에 오른 이후 지금까지 권좌를 지키고 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피란민 캠프, 학교 등 대규모 공습으로 합의에 근접했던 휴전 협상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마스 지도부는 민간인 피해가 멈출 때 협상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군 지도부와 가자지구 공세를 놓고 불협화음을 노출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협상이 무위로 돌아갈 상황에서 더 큰 정치적 압박을 받게 됐다.14일(현지 시간) AFP통신은 하마스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이스마일 하니예 하마스 최고지도자는 하마스 지휘관 제거를 명분으로 이스라엘군이 민간인 밀집 구역을 폭격하는 건 ‘대량 학살’로 규정하고, 중재국에 휴전 협상 결렬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니예는 “이스라엘군이 휴전 협상에 진지하지 않으며 지속적인 협상 지연과 방해 전략으로 민간인을 학살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점은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이스라엘 측이 협상에 진지하게 임할 때 재개할 뜻을 내비쳤다. 앞서 협상을 중재한 이집트, 카타르 등 중재국은 이같은 상황을 우려해 이스라엘 측의 민간인 학살을 경계해왔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지도부를 제거하고 인질 석방도 이끌어내기 위해 최근 가자지구 전역에 대피령을 내리고, 피란민 캠프 등 공격해 국제사회의 공분을 샀다. 13, 14일 이틀 사이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최소 109명이 사망하고 350여 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공격에서 칸유니스 여단을 이끌던 라파 살라마를 겨냥해 14일 살라마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1의 목표였던 하마스의 알카삼 여단의 최고 지휘관이자 지난해 10월 7일 기습을 기획한 무함마드 데이프의 사망은 여전히 확인되지 않았다. 하마스 측은 “데이프가 무사하다”고 밝혔다.협상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계속됐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군의 대응이 충분치 않다고 지적하며 불협화음을 노출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13일 “몇 달 동안 (협상에) 진전이 없는 건 군사적 압박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이스라엘군의 헤르지 할레비 참모총장은 이튿날 이스라엘 팔마힘 공군기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질 석방을 위한 최상의 조건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압박을 가할 것”이라며 발을 맞으나 군 지휘부는 네타냐후 총리 등이 주장하는 ‘하마스 완전 섬멸’은 불가능한 임무라며 반발해왔다.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휴전 협상이 중단 위기에 처하면서 네타냐후 총리가 더 큰 압박을 받게 됐다고 전했다. WSJ는 “최근 이스라엘 및 중재국 관계자들 사이에서 휴전 협상 관련 낙관론이 퍼졌지만 무산될 경우 국제사회 및 국내 인질 가족들로부터 더욱 거센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이스라엘이 13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인근 알마와시 일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핵심 지휘관 무함마드 데이프(사진)를 노린 대규모 공습을 실시했다. 이로 인해 최소 91명의 민간인이 숨지고 30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다만 정작 데이프의 사망 여부는 확인되지 않은 데다 알마와시는 이스라엘이 직접 ‘안전지대’로 선포한 곳이어서 민간인 희생만 키웠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알마와시에서 최소 91명의 주민이 숨졌고 300여 명이 다쳤다. 최근 몇 주 사이 가장 많은 인명 피해”라고 밝혔다. 인근 나세르 병원 관계자들은 이날 공습 후 시신과 부상자들로 병원이 넘쳐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도 공습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이번 공격이 데이프, 또 다른 지휘관 라파 살라마의 제거를 목표로 이뤄졌으며 사망자 대부분은 민간인이 아닌 하마스 대원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데이프는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즉 ‘알아끄사 홍수’ 작전을 주도한 핵심 인사다. 당시 공개된 영상에서 스스로를 작전 책임자라고 언급하며 “총을 가진 사람은 모두 꺼내 들고 이스라엘 공격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본명은 무함마드 디압 이브라힘 마스리이지만 아랍어로 ‘손님’이라는 뜻의 ‘데이프’를 가명으로 쓴다. 이스라엘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매일 다른 동료의 집에서 지내는 관행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이번 공격에서 데이프의 사망 여부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공습 직후 기자회견에서 “데이프가 제거됐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밝혔다. 하마스 또한 “데이프는 무사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은 이번 공습에서 이스라엘군이 2000파운드급 초대형 폭탄인 ‘벙커버스터’ 등 대형 폭탄 5기를 사용했다며 “앞선 하마스 고위급 인사 암살 시도 때보다 많은 양”이라고 보도했다. 벙커버스터는 지하에 숨은 적을 공격하기 위해 콘크리트 구조물을 뚫고 들어가 터지도록 설계된 폭탄이다. 사용 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불가피하다. 이스라엘군은 민간인 사망에 관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막대한 인명 피해로 인한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스라엘은 최근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일대에서 지상전을 거듭하면서 많은 주민들에게 “알마와시로 대피하라”고 촉구했다. 아랍권은 이스라엘이 직접 안전지대로 설정한 곳에 초대형 폭탄을 들이부어 대규모 민간인 희생을 초래했다는 점에 분노하고 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윤석열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등 전세계 지도자들은 한 목소리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를 규탄했다.윤석열 대통령은 14일 “끔찍한 폭력에 충격을 받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또한 ‘X(옛 트위터)’에 “트럼프 후보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한다”고 썼다. 이 대표 역시 올 1월 흉기로 피습을 당했다.기시다 총리는 X를 통해 “민주주의에 도전하는 어떠한 폭력에도 굳건히 맞서야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쾌유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 역시 지난해 4월 와카야마현 보궐선거 유세 당시 20대의 폭발물 테러와 직면했다. 당시 기시다 총리는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다. 스타머 총리 또한 ‘X’에 에서 “어떠한 폭력도 용납되지 않는다. 이번 공격의 희생자 모두에게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역시 “정치 폭력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 행사장에 있던 이들, 모든 미국인에게 위로를 보낸다”고 강조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역시 “(11월 미 대선 전까지) 남은 몇 달 간 대화와 책임 의식이 증오와 폭력을 이기기를 바란다”고 했다.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2017년 2월~2021년 2월) 중 ‘친(親)이스라엘 정책’으로 큰 도움을 받았던 네타냐후 총리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의 안전과 신속한 쾌유를 기도한다”고 했다. 반(反)이민 등 보수 강경 정책으로 ‘유럽의 트럼프’로 불리는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위해 기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밀레이 대통령도 “그에게 모든 지지와 연대를 표한다”고 밝혔다.반트럼프 성향으로 좌파 정책을 강조해 온 중남미 주요 정상들도 한 목소리를 냈다. 루이스 이나시우 다실바 브라질 대통령와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은 암살 시도를 규탄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빠른 쾌유를 기원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레바논의 이슬람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전면전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발발한 후 하마스를 지지하며 거듭 이스라엘과 교전을 벌이고 있다. 9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이날 이스라엘 북부의 영유권 분쟁지 골란고원을 향해 여러 발의 로켓을 발사했다. 이로 인해 일대에서 차량을 타고 이동 중이던 민간인 2명이 숨졌다. 이날 공격은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지도자의 전 경호원 겸 측근이 최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숨진 데 따른 보복 차원에서 이뤄졌다. 이스라엘 또한 맞보복에 나섰다. 이스라엘군은 같은 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레바논 내 (헤즈볼라 관련) 군 시설, 무기 창고 등을 폭격했다”고 밝혔다. 홍해 일대에서는 헤즈볼라와 마찬가지로 하마스를 지지하는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가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후티가 운영하는 알마시라TV는 이날 탄도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로 이스라엘과 미국의 민간 화물선 3척을 공습했다고 전했다. 다만 아직 인명 피해 및 중대한 선박 피해는 알려지지 않았다. 헤즈볼라, 후티, 하마스의 후원자를 자처하는 이란 또한 이스라엘과 맞서기 위해 이들을 계속 지원할 뜻을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 당선인은 8일 나스랄라 헤즈볼라 지도자에게 보낸 공개 서한에서 “불법적인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에 대항하는 저항 세력에 대한 이란의 지원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5일 대선 결선 투표에서 승리한 페제슈키안 당선인은 서방과의 핵협상 복원을 공약한 개혁파다. 하지만 알리 하메네이 이란 국가최고지도자와 ‘정부 위의 정부’로 여겨지는 혁명수비대 등 보수진영과 마찬가지로 ‘반(反)이스라엘’ 노선을 이어갈 뜻을 밝힌 셈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내 민간 시설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9일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이스라엘군이 유엔 학교를 폭격해 최소 29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다쳤다. 이스라엘군은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가 피란처로 운영하는 이 학교에 하마스 조직원들이 은신하고 있다며 학교 공격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이 6일 중부 누세이라트의 학교를 시작으로 이날까지 나흘 연속 가자지구 각지의 학교를 공습한 것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UNRWA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유엔이 운영하는 학교, 캠프 등에서만 최소 500명 이상의 어린이와 여성이 숨졌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이란 정부의 ‘히잡 시위’ 강경 진압을 공개 규탄하는 등 정부 비판 발언을 해오던 변호사가 7일(현지 시간) 투옥됐다. 히잡 착용 단속 완화를 공약으로 내건 개혁파인 마수드 페제슈키안 대통령의 당선 확정 하루 만에 반(反)정부 인사가 투옥되면서 개혁 동력이 상실됐다는 우려가 나온다.이란 관영 사법 전문 매체인 미잔통신은 인권운동가 겸 변호사이자 이란 테헤란 대학의 형법 교수로 재직했던 모르센 보르하니(사진)가 “법원의 유죄 판결 후 명령 집행으로 감옥에 갇혔다”고 보도했다. 보르하니는 이번 이란 대통령 보궐선거 기간 중 페제슈키안 당선인을 지지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영국에 기반한 매체 이란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이란 당국은 보르하니의 정부 비판 및 ‘히잡 시위’ 지지 발언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그는 자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기관, 사람 중에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 정보국과 헌법수호위원회 위원, 경찰 관계자 등이 있다고 X(옛 트위터)를 통해 밝히며 “(소송이) 몇 대 1인가요?”라고 정부를 비꼬기도 했다. 정부의 소송 제기 한 달 만인 지난해 9월 그는 시위에 지지를 표하던 테헤란대 교수들과 함께 해고되기도 했다.보르하니는 2022년 22세였던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일로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들끓었을 때 당국을 비판해 유명세를 얻었다. 그는 X(옛 트위터)에 “히잡 미착용을 이유로 공공장소에 여성이 들어가는 것을 막는 것은 완전히 불법적 행위”라는 등 정부의 히잡 단속을 지속적으로 비판해왔다.여성 히잡 미착용 단속 등을 맡은 종교경찰의 활동 축소를 공약하며 여성 유권자의 표심을 얻은 페제슈키안이 당선된 지 하루 만에 보르하니가 체포되자 국내외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 한 이란 국민은 “이란 정권은 이슬람 공화국 개혁이 가능하다는 망상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그렇지 않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X에 올렸다.체포 전 보르하니는 전날 대선 결선 개표 관련해서도 “나는 히잡 문제와 관련해선 아흐마드 바하디 내무장관에 비판적이지만, 오늘은 국민들의 표를 지켜준 그에게 감사하다. 그는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X에 글을 올렸다. 이란 내 히잡 시위에 강경 대응을 주도한 바히디 내무장관이 개혁파 페제슈키안 대통령이 선출된 대선 과정을 관리한 상황을 비꼰 것으로 풀이된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 당선인(70)은 이란 북서부 서부아제르바이잔주(州) 마하바드에서 이란 내 소수 민족인 아제르바이잔인 아버지와 이란계 쿠르드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페르시아어 외에도 아제르바이잔어, 쿠르드어, 아랍어, 영어 등을 구사하며 이란 내 소수 민족의 권리 옹호 활동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이라크전쟁(1980∼1988년)에 참전한 뒤 타브리즈 의과대에 진학했고, 1993년 심장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그는 1997년 온건·개혁 성향의 모하마드 하타미 정부에서 보건부 차관으로 발탁돼 정치권에 입문했다. 2001∼2005년에는 보건장관을 지냈다. 이후 의회에 입성해 5선을 했다. 2022년 9월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당시 22세)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국에 체포된 뒤 사망해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을 땐 “독립 조직을 구성해 진상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아내는 산부인과 의사였고, 1993년 막내아들과 함께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이후 재혼하지 않고 남은 두 아들과 딸을 혼자 키웠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서방과의 대화 재개와 종교경찰 활동 축소로 표심을 잡았다.” 이란 중도 개혁파 대통령 후보인 마수드 페제슈키안(70)이 5일 치러진 대통령 보궐선거 2차 결선 투표에서 강경보수 성향의 사이드 잘릴리 후보(59)를 꺾었다. 페제슈키안 대통령 당선인은 이번 대선에 출마했던 후보 4명 중 유일한 개혁파였다. 당초 그는 보수 세력의 견제와 중도 개혁 진영의 소극적인 투표 참여로 당선이 어려울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1차 투표에서 깜짝 1위에 올랐고, 기세를 몰아 결선 투표에서도 승리했다. 반서방주의, 근본주의 이슬람 정책 등을 강조해 온 알리 하메네이 국가 최고지도자와 보수 세력에 대해 이란 국민들이 강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서방과의 대화를 통한 경제 살리기와 종교경찰 활동 제한 등을 주장한 페제슈키안의 유연한 정책에 젊은층이 호응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정일치 국가 이란은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권력 서열 1위로 외교안보 분야를 중심으로 주요 국가 정책을 결정하는 구조라 ‘권력 2인자’인 대통령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많다. ● “강경보수 막으려 청년 여성 표 몰려” 이란 내무부는 6일 “페제슈키안 당선인이 결선 투표에서 1638만4000여 표(득표율 54%)를 얻어 당선됐다”고 밝혔다. 하메네이의 외교 책사로 외교장관을 지냈고, 이란에서 ‘정부 위의 정부’로 통하는 혁명수비대(IRGC)에서 군복무를 했던 잘릴리는 1353만8000여 표(44%)를 얻는 데 그쳤다. 국영 IRNA통신은 “당선인은 22일부터 다음 달 5일 사이에 취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페제슈키안 후보는 당선 확정 뒤 이란의 신정일치 정치체제 창시자인 루홀라 호메이니의 묘소를 찾으며 공식 행보에 나섰다. 2021년 취임했던 에브라힘 라이시 전 대통령은 5월 갑작스러운 헬기 추락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이에 보궐선거로 치러진 이번 대선으로 이란에는 3년 만에 다시 개혁 성향 정부가 들어섰다. 2013∼2021년 대통령을 지낸 하산 로하니는 온건 개혁파로 분류된다. 페제슈키안은 “서방과 대화를 통한 핵 합의 복원” 공약 등으로 보수와의 차별화를 꾀했다. 또 2022년 마흐사 아미니의 ‘히잡 의문사’ 이후 누적된 여성 인권 탄압에 대한 불만 완화를 위해 히잡을 단속하는 종교경찰의 활동 축소도 공약으로 내세웠다. 로하니 전 대통령과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1997년 8월∼2005년 8월 재임) 등 온건 개혁파 인사들의 지지도 이끌어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당선 확정 뒤 페제슈키안의 고향인 타브리즈와 테헤란에선 춤추며 환호하는 젊은 유권자가 다수 목격됐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몇 년간 소외됐던 개혁 진영의 큰 승리”라며 “잘릴리의 당선을 막기 위해 투표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청년과 여성들의 공감을 얻었다”고 전했다.● “개혁 추구하는 그의 앞길은 지뢰밭” 민심은 페제슈키안을 택했으나, 이란의 내정이나 대외 정책 등에 큰 변화가 나타나는 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비롯해 이란의 핵심 정치 요직은 대부분 보수 세력들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최고지도자와 혁명수비대의 권한이 막강하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페제슈키안이 최고지도자의 뜻을 거스르진 못할 것”이라며 “특히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 노선을 바꾸기는 힘들다”고 내다봤다. 영국 가디언도 “페제슈키안의 개혁 앞엔 지뢰밭이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이란 전문가인 미주리과학기술대의 메르자드 보루제르디 교수는 WP에 “보수 정치인들이 취임 첫날부터 모든 시도에 제동을 걸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고지도자에게 수차례 충성을 맹세했고, 혁명수비대에 대해서도 지지 발언을 해 온 페제슈키안의 성향을 감안할 때 큰 변화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서방과의 대화 재개와 종교경찰 활동 축소로 표심을 잡았다.”이란 중도 개혁파 대통령 후보인 마수드 페제슈키안(70)이 5일 치러진 대통령 보궐선거 2차 결선 투표에서 강경보수 성향의 사이드 잘릴리 후보(59)를 꺾었다.페제슈키안 대통령 당선인은 이번 대선에 출마했던 후보 4명 중 유일한 개혁파였다. 당초 그는 보수 세력의 견제와 중도 개혁 진영의 소극적인 투표 참여로 당선이 어려울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1차 투표에서 깜짝 1위에 올랐고, 기세를 몰아 결선 투표에서도 승리했다. 반서방주의, 근본주의 이슬람 정책 등을 강조해온 알리 하메네이 국가 최고지도자와 보수 세력에 대해 이란 국민들이 강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특히 서방과의 대화를 통한 경제 살리기와 종교경찰 활동 제한 등을 주장한 페제슈키안의 유연한 정책에 젊은층이 호응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정일치 국가 이란은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권력 서열 1위로 외교안보 분야를 중심으로 주요 국가 정책을 결정하는 구조라 ‘권력 2인자’인 대통령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많다. ● “강경보수 막으려 청년 여성 표 몰려”이란 내무부는 6일 “페제슈키안 당선인이 결선 투표에서 1638만4000여 표(득표율 54%) 를 얻어 당선됐다”고 밝혔다. 하메네이의 외교 책사로 외교장관을 지냈고, 이란에서 ‘정부위의 정부’로 통하는 혁명수비대(IRGC)에서 군복무를 했던 잘릴리는 1353만8000여 표(44%)를 얻는 데 그쳤다. 국영 IRNA통신은 “당선인은 22일부터 다음 달 5일 사이에 취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페제슈키안 후보는 당선 확정 뒤 이란의 신정일치 정치체제 창시자인 루홀라 호메이니의 묘소를 찾으며 공식 행보에 나섰다. 2021년 취임했던 에브라힘 라이시 전 대통령은 5월 갑작스런 헬기 추락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이에 보궐선거로 치러진 이번 대선으로 이란에는 3년 만에 다시 개혁 성향 정부가 들어섰다. 2013~2021년 대통령을 지낸 하산 로하니는 온건 개혁파로 분류된다.페제슈키안은 “서방과 대화를 통한 핵 합의 복원” 공약 등으로 보수와의 차별화를 꾀했다. 또 2022년 마사 아미니의 ‘히잡 의문사’ 이후 누적된 여성 인권 탄압에 대한 불만 완화를 위해 히잡을 단속하는 종교경찰의 활동 축소도 공약으로 내세웠다. 로하니 전 대통령과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1997년 8월~2005년 8월 재임) 등 온건 개혁파 인사들의 지지도 이끌어냈다.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당선 확정 뒤 페제슈키안의 고향인 타브리즈와 테헤란에선 춤추며 환호하는 젊은 유권자가 다수 목격됐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몇 년간 소외됐던 개혁 진영의 큰 승리”라며 “잘릴리의 당선을 막기 위해 투표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청년과 여성들의 공감을 얻었다”고 전했다.● “개혁 추구하는 그의 앞길은 지뢰밭”민심은 페제슈키안을 택했으나, 이란의 내정이나 대외 정책 등에 큰 변화가 나타나는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비롯해 이란의 핵심 정치 요직은 대부분 보수 세력들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최고지도자와 혁명수비대의 권한이 막강하다.미 워싱턴포스트(WP)는 “페제슈키안이 최고지도자의 뜻을 거스르진 못할 것”이라며 “특히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 노선을 바꾸기는 힘들다”라고 내다봤다. 영국 가디언도 “페제슈키안의 개혁 앞엔 지뢰밭이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이란 전문가인 미주리과학기술대의 메르자드 보루제르디 교수는 WP에 “보수 정치인들이 취임 첫날부터 모든 시도에 제동을 걸 것”이라고 분석했다.최고지도자에게 수차례 충성을 맹세했고, 혁명수비대에 대해서도 지지 발언을 해온 페제슈키안의 성향을 감안할 때 큰 변화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이스라엘군이 북부 국경에서 교전 중인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고위급 지휘관을 3일 무인기(드론)로 사살했다. 헤즈볼라 또한 4일 이스라엘 북부의 군 기지를 향해 로켓과 드론 200기를 발사했다고 밝혔다. 양측의 전면전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전투에 투입됐던 지상군을 대거 레바논 국경지역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는 뜻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헤즈볼라와의 전면전에 집중하기 위해 가자지구에서의 군사 작전을 지금보다 줄일 수도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 항구도시 티레에서 무함마드 니마 나세르를 무인기로 제거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후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공격을 주도해 왔다. 나세르는 지난해 10월 이후 이스라엘이 살해한 헤즈볼라 지휘관들 가운데 가장 고위급에 속한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올 1월에도 각각 헤즈볼라 고위급 지휘관 탈레브 사미 압둘라, 위삼 알 타윌을 제거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최근 가자지구 분리장벽 인근 부대를 방문해 주변에 있던 탱크를 가리키며 “가자지구 작전에 투입됐던 이 탱크들이 리타니강에 갈 수 있다. (헤즈볼라와의) 합의를 원하지만 그러지 못한다면 어떻게 싸워야 할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레바논 남부의 리타니강은 이스라엘 국경과 약 16km 떨어져 있다. 헤즈볼라와의 외교적 해법을 추구하되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갈란트 장관은 지난달 26일 “레바논을 ‘석기시대’로 만들 수도 있다”며 헤즈볼라에 대한 강경 발언을 이어왔다. 헤즈볼라의 후원자를 자처하는 이란 또한 ‘총력전’을 예고했다. 카말 하라지 이란 최고지도자실 고문은 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공격한다면 모든 레바논 사람, 아랍 국가, 미국과 이스라엘에 맞선 ‘저항의 축’이 레바논을 지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측의 공세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가자 전쟁) 중재국으로부터 하마스의 새 휴전 제안을 받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논의는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하마스와의 휴전 돌파구를 찾으면 헤즈볼라의 대결 국면도 완화할 것이란 기대가 제기된다. 한편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당일 하마스에 납치됐다 지난달 8일 구출된 여성 인질 노아 아르가마니 씨(27)의 어머니 리오라 씨(61)가 딸과 재회한 후 약 3주 만인 1일 뇌암 투병 끝에 숨졌다. 중국계로 1994년 이스라엘에 정착한 리오라 씨는 지난해 11월 “암 환자인 나는 오래 살 수 없다. 죽기 전에 반드시 딸을 보고 싶다”고 애타게 호소해 큰 관심을 모았다. 노아 씨 또한 구출된 직후 제일 먼저 “어머니가 아직 살아계시냐”고 물을 정도로 어머니와 각별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이스라엘군이 북부 국경에서 교전 중인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고위급 지휘관을 3일 무인기(드론)로 사살했다. 헤즈볼라 또한 4일 이스라엘 북부의 군 기지를 향해 로켓과 드론 200기를 발사했다고 밝혔다. 양측의 전면전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전투에 투입됐던 지상군을 대거 레바논 국경지역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는 뜻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헤즈볼라와의 전면전에 집중하기 위해 가자지구에서의 군사 작전을 지금보다 줄일 수도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 항구도시 티레에서 무함마드 니마 나세르를 무인기로 제거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후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공격을 주도해 왔다. 나세르는 지난해 10월 이후 이스라엘이 살해한 헤즈볼라 지휘관들 가운데 가장 고위급에 속한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올 1월에도 각각 헤즈볼라 고위급 지휘관 탈레브 사미 압둘라, 위삼 알 타윌도 제거했다.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최근 가자지구 분리장벽 인근 부대를 방문해 주변에 있던 탱크를 가리키며 “가자지구 작전에 투입됐던 이 탱크들이 리타니강에 갈 수 있다. (헤즈볼라와의) 합의를 원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어떻게 싸워야 할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레바논 남부의 리타니강은 이스라엘 국경과 약 16km 떨어져 있다. 헤즈볼라와의 외교적 해법을 추구하되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갈란트 장관은 지난달 26일 “레바논을 ‘석기시대’로 만들 수도 있다”며 헤즈볼라에 대한 강경 발언을 이어왔다.헤즈볼라의 후원자를 자처하는 이란 또한 ‘총력전’을 예고했다. 카말 하라지 이란 최고지도자실 고문은 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공격한다면 모든 레바논 사람, 아랍 국가, 미국과 이스라엘에 맞선 ‘저항의 축’이 레바논을 지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양측의 공세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가자 전쟁) 중재국으로부터 하마스의 새 휴전 제안을 받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논의는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하마스와의 휴전 돌파구를 찾으면 헤즈볼라의 대결 국면도 완화할 것이란 기대가 제기된다.한편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당일 하마스에 납치됐다 지난달 8일 구출된 여성 인질 노아 아르가마니 씨(27)의 어머니 리오라 씨(61)가 딸과 재회한 후 약 3주 만인 1일 뇌암 투병 끝에 숨졌다.중국계로 1994년 이스라엘에 정착한 리오라 씨는 지난해 11월 “암 환자인 나는 오래 살 수 없다. 죽기 전에 반드시 딸을 보고 싶다”고 애타게 호소해 큰 관심을 모았다. 노아 씨 또한 구출된 직후 제일 먼저 “어머니가 아직 살아계시냐”고 물을 정도로 어머니와 각별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하마스가 우리 가족에게 준 아픔을 치유할 순 없겠지만 이번 소송이 정의 실현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기를 바랍니다.”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계 미국인인 어머니 에이드리엔 네타 씨(66)를 잃은 아들 나하르 네타 씨. 그는 하마스에 무기, 자금 등을 지원한 북한, 이란, 시리아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의 원고로 참여하며 이같이 밝혔다. 1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네타 씨를 포함해 하마스의 공격을 당한 피해자와 유가족 등 125명은 이날 “북한 이란 시리아가 재정, 군사, 전술 지원을 통해 하마스의 초법적인 살인 및 인질 납치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며 미국 워싱턴 연방법원에 최소 40억 달러(약 5조500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미 법원에서 하마스에 관한 사건으로 북한이 피소된 사례는 처음이다. 이번 소송은 미국 내 최대 유대계 단체 ‘반(反)명예훼손연맹(ADL)’이 대리한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기습 공격 당시 북한산 유탄발사기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하마스 대원이 북한산 대전차 무기 ‘F-7’을 소지한 사진, 북한제 122mm 방사포탄 또한 공개됐다. 이란은 하마스를 포함해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시리아와 이라크 내 시아파 무장단체 등에 무기와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시리아 또한 이런 이란을 직간접적으로 돕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원고들이 승소해도 세 나라로부터 직접적인 보상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주유엔 이란 대표부는 이번 소송에 관한 질의에 언급을 거부했다. 북한, 시리아 또한 응답하지 않고 있다. 다만 승소하면 테러 희생자를 지원하기 위한 미 법무부의 ‘테러지원국 피해기금(USVSST Fund)’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압수된 테러지원국의 자산, 벌금 등으로 운영되는 기금이다. 미 법무부는 해당 기금 중 9억4000만 달러(약 1조3000억 원)를 하마스 공격 피해자에게 분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