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희

소설희 기자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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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thee@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사회일반38%
사건·범죄20%
검찰-법원판결20%
인사일반7%
사고3%
국회3%
미담3%
지방뉴스3%
보건3%
  • 기억하겠습니다 ‘제복의 숭고한 피땀’

    “온몸이 망가져도 실종자를 가족들에게 보내야 한다는 사명감이 더 컸습니다. 수많은 동료들이 저와 같은 마음으로 헌신하고 있습니다. 동료들을 대신해 받는 상이라고 생각합니다.”‘제13회 영예로운 제복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해군 특수전전단 해난구조전대(SSU) 구조관 한덕수 준위(50)는 지난해 11월 제주 앞바다에서 침몰한 135금성호 실종자를 수색하던 순간을 떠올리며 말했다. 영예로운 제복상이 2012년 제정된 이래 SSU 대원이 대상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매년 해양 침몰 사고 등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최전선에서 생명 구조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한 준위는 1995년 해군 부사관으로 임관한 뒤 30년 가까이 심해잠수사로 복무하며 각종 해상 사건 사고 현장에 투입됐다. 그는 2002년 6월 제2연평해전 당시 북한군의 기습 포격에도 마지막까지 조타실을 지켰던 한상국 중사 시신을 수습하는 작업을 주도했다. 2010년 천안함 침몰 당시 두 달간 잠수를 하며 선체 내부 탐색 임무를 맡아 시신들을 수습했다. 지난해 제주 135금성호 침몰 현장에서도 시신 수습 작업에 나섰다.한 준위는 오랜 세월 잠수 작업을 반복한 탓에 고막이 손상돼 영구 이명(이상한 소리가 계속 들리는 것) 판정을 받았다. 그는 올 7월부터는 후방에서 후배 구조관을 지원하는 부서로 옮길 예정이다. 그는 “후배 교육 등을 담당하며 일선에서 최선을 다하는 동료들이 무사히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밝혔다.영예로운 제복상 시상식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친 제복 공무원의 노고를 기리기 위해 동아일보와 채널A가 2012년 제정했다. 13회째를 맞은 올해에는 대상 1명, 제복상 7명, 위민경찰관상 1명, 위민소방관상 2명, 위민해양경찰관상 1명 등 12명에게 시상했다.“자부심 강했던 경찰” 순직 남편 영상에, 말없이 상패만 바라본 아내보이지 않는 곳서 국민 위해 헌신… 경찰-소방관-군인 등 12명 수상“KF-21 전력화 임무 성공적 마무리”… “국민 위한 일, 소방에 뼈 묻고 싶어”수상자들 담담한 소감… 상금 기부도“우리나라가 만든 전투기가 이제는 안정적으로 비행할 수 있고 더 발전할 가능성도 보았다. 시험비행을 하는 내내 뭉클했다.” 공군 최초의 여성 개발시험비행 조종사인 공군 시험평가단 소속 정다정 소령(39)은 ‘제13회 영예로운 제복상’ 시상식이 열린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자신의 임무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 소령은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의 실전 배치를 1년 앞두고 무장 시험 등을 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날 제복상을 수상한 정 소령은 “동료들이 밤낮 가림 없이 안전하게 KF-21을 전력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성공적으로 이 임무를 마무리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가 개발 중인 다른 여러 항공기, 전투기에 대해서도 건설적인 피드백을 줘서 국방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상금은 사회적으로 어려운 분들을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기부를 하고 싶다”고 했다.제복상을 받은 중부해양경찰청 인천해양경찰서 김상범 경감(51)은 마약 사범 중 마약을 끊으려 노력하는 이들을 위해 상금을 사용하고 싶다는 뜻을 시상식장에서 밝혔다. 김 경감은 지난해 8월 서울 반포한강공원 주변에서 잠복한 끝에 국내에 잠입한 캐나다 마약 판매 총책을 검거했고, 이후 122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의 마약을 압수했다. 김 경감은 “마약 사범 중 마약을 끊고 싶어 하는데 전과가 있다 보니 취업도 잘 안되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위해 상금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 자격증 등을 따며 업무시간 외에도 끊임없이 공부한 수상자들도 있었다. 인천 중부소방서 소속 엄민규 소방장(43)은 원활한 구조 활동을 위해 소형선박 조종사, 초경량비행장치 조종자 등 20여 개의 자격증을 땄다.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것을 계기로 구조 활동에 대해 더 깊게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2019년엔 휴가 동안 멕시코에서 사비 1000만 원을 들여 동굴 재난 구조 노하우를 배우기도 했다. 경기 평택소방서 소속 고건웅 소방위(49)는 화학사고 대응능력 1급과 인명구조사 1급, 화재 대응능력 1급 등 인명 구조와 관련한 각종 자격증을 딴 데 이어 요즘에는 화재 감식 평가 기사 자격증을 위해 틈틈이 공부 중이다. 비번 날에도 로프 구조 동호회 활동을 하며 동료들과 함께 구조 훈련을 하는 등 현장 출동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고 소방위는 “공부를 해야 현장을 정확하게 볼 수 있다”며 “시민들의 안전은 물론이고 나와 동료들의 안전을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민경찰관상을 수상한 고 김우태 총경(순직 당시 50세)의 아내 신정주 씨(53)는 “남편은 경찰관으로서 자부심이 매우 강했다”며 “남들이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일을 만들어서 하는 열정 가득한 경찰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김 총경의 생전 사진들을 담은 영상이 스크린에 상영됐다. 이를 본 신 씨는 “영상을 통해 남편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뭉클하다”며 한동안 말없이 남편의 상패를 들여다봤다. 김 총경이 2023년 7월 경북 문경경찰서장으로 근무하던 당시 경북 예천, 봉화 등에는 역대급 폭우와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했다. 김 총경은 한 달간 현장에서 피해 상황을 살피고 복구 작업을 지원했고 그해 9월 과로로 인한 급성심근경색으로 순직했다. 신 씨는 “자녀들에게 고민이 생기면 자료도 직접 찾아주는 등 가정적인 아빠였다”며 “아이들도 아빠의 수상 소식을 듣고선 굉장히 자랑스러워했다”고 밝혔다. 위민소방관상을 받은 강원 속초소방서 간성소방파출소 소속 고 김영수 소방위(순직 당시 38세)는 2004년 3월 강원 고성군 간성읍 광산리에서 산불 현장에 출동하던 중 소방차 전복 사고로 순직했다. 그의 여동생인 김정숙 씨(51)는 “오빠는 평소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다. 수상 소식이 기쁘면서도 오빠가 곁에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이날 수상한 12명의 경찰, 소방관, 군인 중에선 업무를 수행하다 부상을 입은 이들도 있었다. 서울 광진소방서 소속 윤영흠 소방위(52)는 도로에 쓰러진 시민을 구급차에 태우다 추돌사고를 당하는 등 큰 사고를 두 차례 당했다. 윤 소방위는 “두 번이나 큰 사고를 겪은 후 소방관 말고 다른 일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도 많이 받았다”며 “하지만 살면서 (소방관만큼) 남한테 도움 줄 수 있는 일이 어디 있을까 싶어 소방에 뼈를 묻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윤 소방위는 현재도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위민해양경찰관상을 받은 동해해양경찰서 강릉파출소 소속의 강동진 순경(33)도 지난해 9월 발생한 9.77t급 어선 화재 현장에서 배와 배 사이에 발이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인대가 손상될 정도로 큰 부상이었다. 요즘도 종종 다친 부위에 통증을 느낀다는 강 순경은 “아프긴 했지만 다리가 완전히 망가진 것은 아니니 구조를 이어갈 수 있어 오히려 다행”이라고 했다.영예로운 제복상 수상자◇대상한덕수 준위(해군 특수전전단)◇제복상정다정 소령(공군 시험평가단)이강하 경위(서울경찰청 동작경찰서)유병률 경감(경기남부경찰청 오산경찰서)엄민규 소방장(인천소방본부 중부소방서)고건웅 소방위(경기소방본부 평택소방서)김홍윤 경정(동해해양경찰청 동해해양경찰서)김상범 경감(중부해양경찰청 인천해양경찰서)◇위민경찰관상故 김우태 총경(경북경찰청)◇위민소방관상윤영흠 소방위(서울소방본부 광진소방서)故 김영수 소방위(강원소방본부 속초소방서)◇위민해양경찰관상강동진 순경(동해해양경찰청 동해해양경찰서)심사위원김진태 전 검찰총장(심사위원장)백경학 푸르메재단 공동대표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정승은 대한영상의학회장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 2025-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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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감원 ‘홈플 사태’ MBK 검사… 불공정거래 조사도

    금융감독원이 19일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와 관련해 대주주 MBK파트너스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 국내 사모펀드(PEF)가 특정 사건으로 금감원 검사를 받는 것은 처음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홈플러스 사태로 제기된 여러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핵심 당사자인 MBK에 대해 검사, 불공정 거래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검사 범위는 최근 문제가 제기된 △MBK의 홈플러스 신용등급 하락 인지 시점 △홈플러스 회생 신청 계획 시기 △전자단기사채(ABSTB) 발행 판매 과정에서 부정 거래 의혹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권 양도 과정에서 국민연금 등 투자자(LP) 이익 침해 여부 등이다. 이 원장은 “수십조, 수백조 원 단위로 운영하는 선수들의 리그에 가급적 금융 당국이 끼지(개입하지) 않아야 한다는 취지로 사모펀드 제도가 설계돼 있어 검사권 행사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검사권을 행사하는 이상 제한을 두지 않고 보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특정 사안과 관련해 사모펀드를 전격 검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홈플러스 사태가 특정 기업의 구조조정 이슈를 넘어 부정 거래, 불완전 판매 의혹 등 사모펀드 업계의 부실 경영과 불법 의혹으로 확대된 점이 첫 검사 대상 배경이 됐다는 설명이다. 금감원은 이번 사태를 태영건설 워크아웃,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같은 중대 사안으로 보고, 자본시장·회계 부원장 산하의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금감원의 총역량을 가동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원장은 “홈플러스 회생절차 진행 경과와 민원 동향 등을 고려해 불완전 판매 여부에 대한 (검사) 시기와 강도 등도 조절할 예정”이라며 회생법원이 카드 대금 채권을 기초로 발행된 ABSTB를 상거래채권으로 분류할지, 채무자 구제 신청을 할지 여부 등을 지켜보며 조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상거래채권은 금융채권과 달리 우선 변제를 받을 수 있다. 회생법원에서 ABSTB가 상거래채권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투자자들은 원금의 10∼15% 수준밖에 구제받을 수 없게 되는데, 이 같은 손실이 발생할 경우 MBK 등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는 MBK 측의 대응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김병주 MBK 회장이 어제(18일) 정무위에 불출석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생각한다”며 “MBK 측에서 진정성이 있다면 그 선의를 신뢰할 수 있도록 검사 및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도 MBK에 칼끝을 겨누기 시작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는 이날 서울 중구의 한 법무법인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올 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 위반 혐의 등으로 MBK SS 소속 직원 A 씨를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A 씨는 한국앤컴퍼니 주식 공개매수 업무 수행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를 지인들에게 전달해 수억 원의 이득을 챙긴 것으로 파악됐는데,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자문을 맡았던 법무법인 소속 직원들도 부당 이익을 얻은 혐의를 받고 있다. MBK 관계자는 “해당 의혹과 관련해 회사나 직원은 조사를 받지도 않았고, 직원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거나 지인에게 전달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신무경 기자 yes@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 2025-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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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비부부는 ‘웨딩런’, 투병 아들과 ‘극복런’, 대만 자매도 ‘K런’

    쌀쌀한 날씨에 부슬비까지 내렸지만 러너들의 열정은 막을 수 없었다. ‘2025 서울마라톤 겸 제95회 동아마라톤’이 열린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마라톤 참가자들로 가득 찼다. 1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은 물론이고 대만 브라질 등 여러 국적의 참가자들은 광장을 뜨거운 열기로 수놓았다. 풀코스(42.195km) 1만9007명, 10km 코스 1만8615명 등 참가자는 3만7622명에 달했다. 이들은 광화문광장, 청계천, 한강, 잠실운동장 등 서울 도심과 랜드마크를 가로지르며 달렸다.● 결혼 앞둔 ‘웨딩런’, 근육병 알리는 ‘극복런’“뛰는 와중에 많은 분들께서 ‘결혼 축하한다’고 응원을 해주셨어요. 비가 와서 조금 힘들었지만 그만큼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이날 10km 코스를 완주한 구혜인 씨(37)와 박형민 씨(41)가 말했다. 이들은 약 2주 앞둔 결혼을 기념하고자 이번 대회에 참여했다. 2023년 러닝 동호회에서 만났다는 두 사람은 ‘we are getting married’, ‘우리 결혼해요’란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었다. 구 씨는 면사포를 쓰고 부케도 든 채 10km를 뛰었다.마라톤 10년 경력의 배종훈 씨(59)는 근육병을 앓고 있는 아들 재국 씨(29)와 함께 풀코스를 약 4시간 만에 완주했다. 배 씨는 아들의 휠체어를 끌고 달렸다. 배 씨는 “아들의 근육병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74세의 권오갑 HD현대 회장도 마라토너들과 함께했다. 꾸준히 동아마라톤에 참가하고 있는 권 회장은 해병대 공수유격대장 출신으로 골프, 수영, 암벽등반 등을 즐기는 스포츠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그는 “비도 오는데 주변 사람들이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고 자극을 받아 덩달아 평소보다 더 열심히 뛴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63)도 이날 풀코스 완주에 성공했다. 안 의원의 6번째 마라톤 풀코스 완주다. 2년 연속 풀코스를 뛴 가수 션(53)은 “오늘 목표는 3시간10분 내로 들어오는 것이었는데 3시간11분 만에 들어와 간발의 차이로 늦어 조금 아쉽다”며 웃었다.최근 직장인들의 최대 취미생활로 부상한 ‘러닝크루’도 많이 보였다.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일하는 직장인 신동원(46), 신영성(40), 김희진(41), 김제욱 씨(48)는 러닝크루를 결성해 매년 매달 1, 2회씩 마라톤에 참여 중이다. 신동원 씨는 “저희 직업의 특성상 ‘백도’가 없다. 앞으로만 달리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중증 지체 장애를 갖고 있는 박종석 씨(56)도 풀코스를 3시간26분 만에 완주했다. 그는 “나에게 마라톤은 제2의 인생이다. 폼이 엉성할 수 있지만 ‘풀코스도 뛰는데 못할 게 뭐냐’는 마인드가 생겼다. 따분하고 지루함만 있던 인생에 변화가 왔다”고 했다.● 13세부터 87세까지… “마라톤이 ‘의사’”참가자들은 마라톤을 통해 잃어버린 건강을 찾고,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경북 경산시에서 온 임재영 씨(45)는 “나는 콩팥이 하나가 없다. 마라톤을 접하게 되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건강을 찾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이종기 씨(62)는 “마라톤을 하면서 혈압약을 안 먹게 됐고 10년 동안 앓던 당뇨가 완치 수준으로 바뀌었다”고 했다.1시간22분9초 만에 10km 완주를 해낸 김재하 씨(87)는 “젊은 사람들과 함께 섞여 뛰면서 에너지를 얻는다”고 말했다. 10km 코스를 1시간15분 만에 완주한 박문수 씨(74)도 “나에게 마라톤은 ‘의사’다. 죽기 전까지 마라톤을 뛸 것”이라고 강조했다.아버지와 함께 마라톤에 참가한 10대 소년도 있었다. 정영우 군(13)은 “아빠와 함께 뛰니 더 힘도 나고 재밌는 것 같다. 힘들지만 대회도 나가고 친구들과 기록을 비교하는 재미도 있어서 즐겁게 한다. 아빠처럼 풀코스를 빨리 뛰어보고 싶다”고 말했다.마라톤 참가를 위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도 많았다. 대만인 자매 클라라 첸 씨(21)와 리사 첸 씨(22)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프랑스에서 날아왔다. 두 사람은 “처음 마라톤에 참여하는데 설렌다. 한국에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 브라질인 엘리사 마리아 씨(42)는 남편과 함께 마라톤에 참여하기 위해 경남 거제시에서 올라왔다. 그는 “남편은 풀코스를, 나는 10km를 뛰었지만 함께 참여할 수 있어 행복했다”고 전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 2025-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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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라인 정치글 맹신 20대… 확증 편향 빠지기 쉬워

    12·3 비상계엄 이후 탄핵 찬반 집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2030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다. 어릴 적부터 스마트폰, 컴퓨터, 모바일 기기 등을 자유자재로 이용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집회 정보를 빠르게 공유하며 결집력을 보였다. 특히 부모 세대인 5060에 비해 온라인 커뮤니티, 유튜브 영상 등을 많이 신뢰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게 되는 온라인 환경에서 성장한 2030세대가 자칫 자신의 의견만 옳다고 고집하는 ‘확증 편향’에 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13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7∼12일 2030세대 124명과 그의 부모뻘인 5060세대 109명을 집회 등에서 직접 만나 설문 조사한 결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정치 글들을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은 2030세대가 75.8%(33명 중 25명), 5060세대가 52.0%(25명 중 13명)였다. 2030세대가 5060세대에 비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높은 신뢰도를 보인 것이다. 2030세대 응답자들은 “다양한 정보와 의견을 접할 수 있어서”, “기성 언론에 비해 팩트를 좀 더 디테일하게 알려준다”는 이유 등으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신뢰했다. 경기 하남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 씨(32)는 계엄 이후 화장실에 가는 등 틈이 날 때마다 정치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의 글들을 챙겨 본다. 김 씨는 “계엄 이후 정치에 대한 관심도가 커졌다”며 “온라인 커뮤니티는 기성 언론에 비해 계엄의 정당성과 부정선거 의혹 등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해 주는 것 같아서 자주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5060세대는 “편향성이 높은 글들이 많다”, “거짓 정보가 많다” 등의 이유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신뢰하지 않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자료에 따르면 디지털에 익숙한 20대가 뉴스·시사정보 이용을 위해 사용하는 소셜미디어 개수는 평균 3.20개였다. 30대는 3.08개였다. 50대(1.99개), 60대(1.36개)보다 훨씬 많았다. 문제는 디지털 세대인 2030이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접하다 보니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만 받아들이는 확증 편향이 심화되고, 이에 빠진 강성 지지층 위주로 음모론이 재생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계엄 이후 불거진 부정선거 의혹이나 ‘서울서부지법 난입을 김건희 여사가 주도했다’는 주장 등도 확증 편향이 심화되며 나온 음모론들이었다. 전문가들은 음모론 유포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신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온라인의 경우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게 돼 있어 이것이 확증 편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바탕으로 음모론을 퍼뜨리는 이들을 강하게 처벌해 경각심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팀원 소설희 이수연 조승연 천종현 최효정 기자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 2025-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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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광장에 나온 이유는…” 분노한 2030세대의 목소리

    《12·3 비상계엄으로 정치·사회적 혼란이 100일 넘게 이어진 가운데 집회 현장에서는 과거와 달리 2030 젊은이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대학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놓고 찬반 집회가 이어졌다.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태에 가담한 이들 중 상당수 역시 2030세대였다. 무엇이 이들을 분노한 ‘앵그리 세대’로 만들었을까. 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은 이들이 왜 광장으로 나왔는지, 계엄과 탄핵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정치나 사회 관련 뉴스를 어디서 접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2030세대 124명을 설문조사하고, 그중 60명을 심층 인터뷰 했다.》“尹담화문 발언 믿어… 탄핵 막으려 싸울 것”25세 보수 최형준 씨3일 오후 서울 동작구 중앙대 캠퍼스 정문 앞. 숭실대 4학년 최형준(가명·25) 씨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현장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외쳤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란이다. 대통령을 지키자!” 이날 최 씨를 비롯한 대통령 지지자와 탄핵 찬성 측 시위대 100여 명은 왕복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향해 “빨갱이는 북한으로”, ”내란동조 세력 꺼져라”라고 소리쳤다. 최 씨가 처음부터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건 아니다. 지난해 12월 3일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을 때만 해도 최 씨는 대통령을 비판했었다. 그날 새벽에 느꼈던 공포 때문이다. 집에 머물고 있던 최 씨는 국회로 날아가는 헬기의 굉음을 들었다. 그는 “계엄군과 시민들이 국회에 몰린 상황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걱정됐다”고 회상했다. 최 씨가 180도 달라진 건 지난해 12월 12일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본 순간부터였다. 당시 윤 대통령은 “거대 야당의 탄핵 남발과 예산 삭감 등으로 국정이 마비됐으며 경고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고 주장했다. 의문이 든 최 씨는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유튜브, 신문 기사들을 매일 1∼2시간씩 뒤져 봤다. 며칠 뒤 최 씨는 윤 대통령의 주장이 진실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이는 민주당 등 야당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졌다. 그로부터 약 한 달 뒤인 1월 7일 최 씨는 생전 처음 정치적 의사 표현에 나섰다. 자신이 다니는 대학의 학생회관, 인문대 등 게시판들에 대자보를 붙이고 ‘탄핵 반대’ 시국선언을 주도했다. 그가 쓴 대자보에는 “반국가세력의 실존을 심각하게 깨달았다”, “부당한 체포영장을 청구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관할 법원이 아닌데도 영장을 발부한 사법부를 규탄한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후 최 씨의 유튜브 알고리즘엔 보수 성향 정치 유튜버들의 영상이 많아졌다. 계엄 전에 즐겨 봤던 게임, 독서, 음악 영상들은 목록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최 씨는 ‘선거관리위원회 부정선거 의혹’ 등이 담긴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며 “선거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확신하게 됐다”고 했다. 새로운 고정 일과도 생겼다. 유튜브와 언론사 뉴스를 1시간 40분 동안 차례대로 보는 것이다. 정치 글이 많이 올라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도 정독한다. 최 씨는 “유튜브에 가장 많은 시간을 쏟는다. 유튜브가 기존 언론보다 맥락을 더 많이 설명해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최 씨는 또래 친구를 만나 노는 것보다 윤 대통령의 탄핵을 막는 일이 주된 관심사가 됐다. 탄핵 외에 다른 얘기는 재미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다. 최 씨는 “호남 출신인 아버지는 ‘아들이 유튜브 가짜뉴스와 음모론에 심취했다’고 생각하지만 난 소신대로 탄핵 저지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김건희-明의혹 분노… 생전 처음 집회 나가”27세 진보 김가연 씨“윤석열을 파면하라! 구속 취소는 말도 안 된다!” 8일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인근 한 도로에 선 김가연(가명·27) 씨는 ‘내란종식 민주수호’가 적힌 손팻말을 높이 들고 소리쳤다. 김 씨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달에 1, 2번꼴로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에 나온다. 김 씨는 지난해 12월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을 때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 앞 금남로에 있었다. 탄핵안 통과 뉴스가 뜬 순간 김 씨는 도로를 가득 메운 2만여 명과 함께 환호성을 질렀다. 김 씨는 원래 집회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정치에 관심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광장에 나온 건 살면서 비상계엄 선포 이후가 처음이다. 그가 서울, 광주 등에서 탄핵 촉구 집회에 참여하게 된 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분노 때문이었다. 김 씨는 “대통령이 부인인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사건부터 이후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각종 의혹 등 본인에게 불리한 상황이 벌어지자 이를 강압적으로 해결하려 계엄을 선포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령을 내릴 만큼 위급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계엄 자체가 정당하지 않다”며 “대통령이 부정선거 등 여러 의혹을 믿을 만큼 편향된 생각을 가진 게 애초부터 잘못됐다”고 말했다. 김 씨는 계엄의 부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선택한 건 진보 성향 정치 유튜브 채널들이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정치 유튜브 영상을 찾아서 본 적이 거의 없었지만, 계엄 이후 이제는 매일 아침 출근길에 1시간씩 정치 유튜브 영상을 시청한다. 주로 계엄 선포 당시 국회 등 현장 상황을 생중계했던 진보 유튜버들의 영상을 꾸준히 찾아서 보고 있다. 김 여사나 명태균 씨를 둘러싼 의혹을 자세히 풀어주는 유튜브 영상도 김 씨의 주요 구독 목록에 있었다. 김 씨는 윤 대통령이 ‘명태균 게이트’ 의혹을 가라앉히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을 거란 의심을 품고 있다. 그는 “한 나라의 대통령이 부인 리스크와 공천 개입 등 개인적인 이유로 계엄을 선포했다고 믿고 싶진 않다”면서도 “주로 보는 유튜브 채널에서 관련 논란들을 심층적으로 다루다 보니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구금된 지 53일 만에 석방되면서 김 씨의 걱정은 깊어졌다. 구속 취소 결정을 계기로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뿐만 아니라 내란죄 관련 수사도 혹시나 영향을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김 씨는 “법원과 검찰, 경찰이 대통령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수사하고 심판할 수 있을까 의문이 생긴다”며 “‘내란의 밤’에 느꼈던 국민들의 공포가 반복되지 않길, 그간의 노력이 허탈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특별취재팀▽팀장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팀원 소설희 이수연 조승연 천종현 최효정 기자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 2025-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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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수 “줄탄핵 도 넘어” vs 진보 “법원 난입 잘못”

    윤석열 대통령 탄핵의 당위성을 둘러싼 20대 청년들의 인식이 보수, 진보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보수는 야당에 대한 반감이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로 이어진 반면 20대 진보는 대통령 지지자들과 대통령 부인에 대한 반감이 대통령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졌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윤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보수 20대 청년 30명, 반대한다는 진보 20대 청년 30명 등 총 60명을 대상으로 10∼11일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이 어떤 계기로 집회 현장에 나오게 됐는지, 어떻게 지금의 생각을 갖게 됐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특정 대상을 향한 ‘분노’가 청년들을 광장으로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심층 인터뷰 결과, 20대 보수와 진보를 탄핵 반대와 찬성으로 이끈 결정적 사건은 서로 달랐다. “탄핵에 대한 입장을 정하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보수 청년들은 대부분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소추안 통과’를 꼽았다. 야당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해서도 탄핵을 언급하는 것을 보고 화가 났다는 청년들도 많았다. 이상혁 씨(24)는 “윤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탄핵을 위한 탄핵’을 해왔다”며 “야당이 원하는 건 결국 정권 교체”라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비리 의혹’과 ‘민주당 간첩법 개정 반대’ ‘현역 대통령 체포’를 결정적 사건으로 꼽은 보수 청년들도 많았다. 진보 청년들은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태’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법원에 난입해 물건 등을 부순 지지자들에 대한 반감이 대통령 탄핵 찬성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김모 씨(27)는 “윤 대통령이야말로 전 국민을 위험으로 몰아세운 사람”이라며 “그런데 그 사람을 지키겠다고 수십 명이 폭력을 행사하고 그들을 옹호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며 탄핵 지지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 외에 ‘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수 의혹’과 명태균 게이트’ ‘의대 증원 정책’도 탄핵 찬성의 이유로 꼽혔다. 20대 보수·진보는 각각 야당과 대통령에게서 탄핵 정국의 원인을 찾고 있었다. 보수는 ‘부정선거’ ‘줄탄핵’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주요 키워드로 꼽았다. 진보는 ‘불통’ ‘무능력’ ‘헌법 질서 파괴’를 언급했다. 보수와 진보 모두 ‘독재’란 키워드도 꼽았으나 보수는 “거대 야당의 입법 독재”를, 진보는 “대통령 거부권 남용과 체포 불응 독재”를 지적했다.특별취재팀▽팀장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팀원 소설희 이수연 조승연 천종현 최효정 기자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 2025-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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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깨비시장 사고’ 피해자 행세… 700만원 뜯어낸 50대 남성 송치

    지난해 말 차량이 돌진해 1명이 사망한 서울 양천구 목동 깨비시장 사고 피해자인 척하며 보험사와 가해자로부터 700만 원을 챙긴 50대 남성이 검찰에 넘겨졌다.13일 서울 양천경찰서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및 사기 혐의로 57세 남성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남성은 지난해 12월 31일 양천구 목동 깨비시장 사고 현장 밖에 있다가 사고가 난 뒤 현장에 들어가 피해자 행세를 하며 금전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병원으로 옮겨진 그는 300만 원 상당의 치료를 받고, 보험사와 가해 운전자에게서 400만 원을 받아 생활비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경찰은 사고 당시 피해자들의 진단서를 확보하고,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남성이 전동휠체어를 타고 사고 지점과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는 장면을 확인했다. 이 남성은 초반에는 혐의를 부인했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거짓말이 탄로나자 장애 치료비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인정했다. 경찰은 지난달 27일 이 남성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건강 상태를 고려할 때 도주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허위 피해자가 밝혀지며 당초 12명으로 알려진 부상자는 11명이 됐다. 지난해 12월 31일 70대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목동 깨비시장으로 돌진하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 운전자는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 2025-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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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철규 아들 대마 구입 시도때 며느리도 車 동승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의 아들이 액상 대마를 구하려다 적발된 가운데 경찰이 이 의원의 며느리도 공범으로 지목해 함께 입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 부부는 범행 당시 렌터카에 동승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 의원의 아들인 30대 이모 씨가 범행에 이용한 차량에 아내 등 2명이 동승한 점을 확인하고 이들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지난해 10월 “수상한 사람들이 화단에서 마약을 찾는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차량 번호를 파악하고 부부의 신원을 특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아내 외에 또 다른 1명과 차량을 타고 범행 현장을 방문했는데, 이 차는 렌터카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에서 아내는 가족 관계를 묻는 말에 “시아버지가 이 의원”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씨는 지난해 10월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서울 서초구 주택가 화단에 묻힌 액상 대마를 찾으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는 체포 직후 간이 시약 검사에선 음성 반응을 보였지만,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이 씨 부부의 소변과 모발에 대한 정밀 감정도 의뢰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경찰은 3명이 공모했는지 등도 조사 중이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 2025-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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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당 친윤 국회의원 아들, ‘던지기’ 대마 찾다가 덜미

    현역 여당 실세 국회의원 아들이 서울 강남 주택가에서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인 액상 대마를 구하려다가 적발됐다. 28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30대 남성 L 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대마 수수 미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L 씨는 지난해 10월 서울 서초구의 한 건물 화단에서 지인 2명과 함께 ‘던지기’ 수법으로 액상 대마를 받으려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 던지기란 특정 장소에 마약을 놔두면 찾아가는 방식이다. 경찰은 “수상한 사람들이 마약을 찾는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현장에서 액상 대마를 발견했고, 이후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분석해 L 씨 일당을 검거했다. L 씨는 조사에서 “대마를 받으러 현장에 갔지만 찾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약 간이 검사에서는 음성 반응이 나왔다. L 씨는 과거 대마 흡입 혐의로 처벌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 씨는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으로 꼽히는 국민의힘 현역 국회의원의 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 2025-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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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년 의사도 환자에 배워… ‘내가 최고’ 오만 버려야”

    “다른 사람들의 처지를 듣고 이해하며, 서로 화합해 공동의 선을 찾아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2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관악 캠퍼스에서 열린 제79회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축사 연사로 선정된 김인권 서울예스병원장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 최선이라는 오만을 버려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센병 환자 치료에 헌신해온 김 원장은 한 환자와의 일화를 소개하며 “40년 전 척추결핵 환자를 치료하며, 환자의 처지는 생각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수혈을) 제공하려 한 오만함이 몸에 배어 있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며 “환자들은 제게 의사로서의 삶의 의미를 알려준 스승”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1975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1977년 국립소록도병원에서 근무하며 한센병 환자들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전공의들은 정부가 지정하는 무의촌에 가 6개월을 근무해야 전문의 시험을 볼 자격이 주어졌다고 한다. 이후 김 원장은 1980년 공중보건의 시절에도 국립소록도병원에 자원했고, 복무를 마친 1983년부터는 한센인 전문병원인 여수애양병원에서 근무하며 40년 넘게 한센병 환자 치료를 위해 전념했다. 앞서 김 원장은 한센병 환자 치료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에도 서울대 졸업식 축사 연사로 선정됐다. 당시 그는 좋은 직장 대신 마음이 끌리는 곳에 가라고 조언하며 “내가 동요 없이 30여년간 한센병 환자를 치료하는 곳에서 봉직하게 된 제일 큰 힘은 이 선택을 내 자신이 했고,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자부심”이라고 강조했다.유홍림 서울대 총장은 졸업생에게 용기와 함께 사는 삶의 태도를 강조하며 “서울대인의 자긍심을 마음에 품고 용기 있고 다부지게, 그러나 언제나 옆 사람과 함께, 앞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길 바란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졸업생 대표 연사로는 지체 장애를 앓으면서도 350시간의 봉사활동을 하는 등 사회공헌활동을 이어온 서울대 영어교육과 19학번 장세원 씨가 나섰다. 이날 서울대는 학사 2224명, 석사 1841명, 박사 887명 총 4952명에게 학위를 수여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 2025-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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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백억 가로챈 ‘코인왕 존버킴’ 사기혐의 추가 기소

    스캠(사기)코인을 발행해 시세를 조종한 뒤 수백억 원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른바 ‘코인왕 존버킴’이 추가로 기소됐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단장 박철완)은 이달 5일 사기 혐의로 박모 씨(44)를 추가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씨는 실제로 사업을 진행할 의사가 없는 가상화폐인 ‘포도코인’을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2억 원대의 피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박 씨가 투자자들에게 입힌 피해 금액이 5억 원을 넘지 않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을 적용하지 않고 형법상 사기 혐의만 적용해 기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법상 특경가법을 적용하려면 범죄로 벌어들인 금액이 5억 원 이상이어야 한다. 박 씨는 2021년 2월부터 2022년 4월까지 1년 2개월간 포도코인을 발행한 뒤 투자금 809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지난해 8월 구속 기소됐다가 지난달 22일 보석으로 석방됐다. 하지만 이후 박 씨는 또 다른 스캠코인인 ‘아튜브’ 코인을 발행하고 상장한 뒤 허위 공시, 시세 조종 등의 수법으로 투자자들로부터 2600억여 원을 편취한 혐의가 적발돼 재차 구속됐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 2025-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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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석 석방뒤 재구속된 ‘코인왕 존버킴’ 포도코인 사기 추가 기소

    스캠(사기)코인을 발행해 시세를 조종한 뒤 수백억 원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른바 ‘코인왕 존버킴’이 추가로 기소됐다.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단장 박철완)은 이달 5일 사기 혐의로 박모 씨(44)를 추가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씨는 실제로 사업을 진행할 의사가 없는 가상화폐인 ‘포도코인’을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2억 원대의 피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검찰은 박 씨가 투자자들에게 입힌 피해 금액이 5억 원을 넘지 않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을 적용하지 않고 형법상 사기 혐의만 적용해 기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법상 특경가법을 적용하려면 범죄로 벌어들인 금액이 5억 원 이상이어야 적용할 수 있다.박 씨는 2021년 2월부터 2022년 4월까지 1년 2개월간 포도코인을 발행한 뒤 투자금 809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지난해 8월 구속 기소됐다가 지난달 22일 보석으로 석방됐다. 하지만 이후 박 씨는 또 다른 스캠코인인 ‘아튜브’ 코인을 발행하고 상장한 뒤 허위 공시·시세 조종 등의 수법으로 투자자들로부터 2600억여 원을 편취한 혐의가 적발돼 재차 구속됐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 2025-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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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위정보-선동 저수지된 ‘디시’… 정치인들까지 퍼날라

    최근 국민의힘의 사과로 끝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음란 댓글 논란’은 12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이하 ‘디시’)에 올라온 조작 사진이 발단이었다. 마치 문 권한대행이 음란 게시물에 댓글을 단 것처럼 합성 조작한 사진이 이곳에 올라왔고, 이후 다른 게시판과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등으로 퍼져 정치권까지 가세했다. 디시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계엄과 탄핵 사태 이후 이러한 허위 정보뿐만 아니라 법원 난입을 모의하는 선동 글도 계속 올라오고 있다. 디시가 허위 정보, 선동 글의 ‘저수지’ 역할을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사이트 운영진 등에 대한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난입 선동-음모론, 몇 시간 만에 곳곳에 디시는 1999년 만들어진 온라인 커뮤니티다. 원래는 디지털 카메라 동호인 게시판을 기반으로 시작됐지만 정치, 사회, 연예, 국제 등 각 분야를 망라하는 대형 커뮤니티로 진화했다. 하루에 300만 명이 접속하고, 회원 수는 100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시 안에는 여러 ‘갤러리’라고 불리는 각 분야 게시판이 있는데 일부는 정치 글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18일 취재팀이 살펴본 결과 디시 내 일부 갤러리에는 허위 정보, 정부 기관 난입 선동 글 등이 여럿 있었다. 앞서 이달 6일 오후 8시 40분경 디시 ‘미국정치갤러리(미정갤)’에는 “월요일(10일) 국가인권위원회는 무조건 가자” 등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날짜는 인권위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방어권 보장 안건을 의결하기로 한 날이었다. 2시간여 뒤 일베 등에도 “정신 차려라. 10일 인권위(로 가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고, 실제로 10일에 인권위에는 윤 대통령 지지자가 몰려들어 직원들의 출입을 방해하는 등의 시위를 벌였다. 서울서부지방법원 난입 사건 다음 날인 지난달 20일에 미정갤에는 “모 언론사 기자들이 폭도인 척 (서부지법에) 난입했다”는 허위 글이 올라온 뒤 일베, X(옛 트위터) 등으로 퍼졌다. 탄핵에 찬성하거나 진보 성향 누리꾼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해 12월 30일 디시 ‘더불어민주당 마이너 갤러리(더민갤)’에는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푸른색 수의를 입은 합성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은 다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퍼졌다.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확보해 주변인에게 제보하라’는 선동 글도 더민갤에 게재된 뒤 여기저기 퍼졌다.● 계엄 후 글 폭증… “작성·운영자 모두 제재해야”디시의 가짜, 선동 글과 이미지를 ‘퍼나르는’ SNS 계정도 등장했다. X의 한 계정은 디시에 올라온 글을 인용해 다시 퍼뜨리며 “(한국) 사회 갈등은 간첩들 지령이다” “민주당, (윤석열) 대통령 암살 가능성” 등 음모론을 확산시키고 있었다. 19일 기준 이 계정은 7300여 명이 팔로(구독)하고 있었다. 계엄과 탄핵 정국에서 디시 게시글은 급증했다. 미정갤의 한 달 게시글은 지난해 11월 2547건이었는데 올 1월에 33만502건으로 늘었다. 2개월 만에 130배 가까이로 증가한 셈이다. 2월에도 18일간 15만9331건이 올라왔다. 디시가 가짜 정보와 음모론, 선동의 진원지로 변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디시 측은 최근 “개인 신상정보 유출, 음란물, 폭력 조장 게시물 작성 자제를 요청한다”며 “사유를 준수하지 않을 시 미국 정치 마이너 갤러리에 접근 제한될 수 있다”는 공지를 띄웠다. 전문가들은 글 작성자와 플랫폼 운영자 모두에게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재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습적으로 허위 글을 올리는 이들에 대해선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며 “글 작성자뿐만 아니라 유해한 커뮤니티나 사이트 역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경우 심의를 통해 폐쇄할 수 있도록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디시인사이드1999년 만들어진 온라인 커뮤니티. 디지털 카메라 동호인 게시판을 기반으로 시작했지만 사회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 대형 커뮤니티로 진화했다. 정치 글 비중이 늘면서 커뮤니티 성격도 정치 편향이나 혐오 등을 공격적으로 표출하는 식으로 변했다. 하루 접속자 약 300만 명, 국내 회원 1000만 명에 이른다. 계엄과 탄핵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 지지 글 등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조영우 기자 jero@donga.com}

    • 2025-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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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플 비극 반복돼도 처벌강화법은 하세월… 21대 국회서 11건 폐기, 22대도 5건 계류

    16일 숨진 배우 김새론 씨(25)가 생전 악플(악성 댓글)과 비방 유튜브 영상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를 예방하기 위한 법안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악플러(상습적으로 악플을 다는 사람)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법안은 지난 국회에서만 최소 11건 이상 폐기됐고, 이번 국회에서 최소 5건이 계류 중이다. 악플로 인해 유명인이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반복되는 만큼 정치권이 관련 법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1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제21대 국회에서는 사이버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 최소 11건 논의됐으나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여기에는 형법에 사이버폭력 처벌 규정을 명시하거나 사이버폭력에 대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등의 법안도 있었다. 이번 22대 국회에서도 5건 이상의 관련 법안이 발의돼 계류 중이다. 지난해 7월 ‘먹방 유튜버 쯔양’이 일명 ‘사이버 레커’로 불리는 악성 유튜버들에게 협박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는 자극적인 가짜 뉴스를 유포하는 이를 처벌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다. 사이버 폭력을 가중 처벌하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발의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모두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숨진 김 씨의 경우 2022년 음주운전 사고를 낸 뒤 악플에 시달렸다. 김 씨가 방송 출연을 중단한 기간에 온라인에는 ‘자숙 기간 중 생일파티를 했다’, ‘보여주기식으로 카페 아르바이트를 한다’ 등의 악플과 관련 유튜브 영상이 지속적으로 퍼졌다. 악플과 허위 유튜브 영상의 피해자가 늘고 있지만 가해자에 대한 수사와 처벌은 쉽지 않다. 아이돌그룹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 등 유명인을 비방하는 영상을 올려 온 유튜버 ‘탈덕수용소’는 수사기관이 수사 과정에서 관련 서버가 해외에 있어 신원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다. 전문가들은 악플러와 사이버 레커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플랫폼을 규제하는 법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있는 명예훼손죄 등 조항을 악플러들이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치지 않도록 보완해야 한다”며 “표현의 자유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댓글 실명제를 시행하거나, 불법 영상 등이 올라오는 플랫폼을 제재할 수 있는 법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 2025-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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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플러들, 사람 죽어야 멈춰… 스트레스 푸는 샌드백 삼아”

    “죽든 말든 알 게 뭐야. 음주운전 한 X 죽은 게 뭐 난리라고.” 배우 김새론 씨(25)가 16일 숨진 채 발견된 이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악성 댓글(악플)이다. 이 같은 악플은 김 씨를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음주운전 등 본인의 잘못과는 별개로 유명인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샌드백’처럼 희생양으로 삼는 사회 분위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꼬우면 음주운전 말든가”, 사망 후까지 악플 김 씨의 사망 이후에도 여전히 온라인에는 그를 비난하는 악플이 이어지고 있었다. 1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김새론 죽은 거 솔직히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아니)꼬우면 음주운전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김 씨의 죽음으로 악플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김 씨의 팬들은 16일 온라인 성명에서 “그는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하며, 다시 일어서기 위해 노력했다”며 “그 과정에서 그녀가 감당해야 했던 비난과 여론의 외면은 인간적인 한계를 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가수 미교(본명 전다혜)는 1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악플러들은 사람이 숨져야 손을 멈춘다”고 비판했다. 대학생 전수민 씨(25)는 “이슈 몰이하는 일부 누리꾼들에 의해서 한 사람의 삶이 끝난 게 비극적”이라며 “유명인이라고 범죄의 경중에 비해 너무 심한 책임을 묻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김 씨는 2022년 음주운전 사고를 낸 뒤 카페 아르바이트(알바) 등을 하며 방송 복귀를 준비했다. 하지만 온라인에는 김 씨를 비하하거나 인격적으로 모멸감을 주는 악플과 게시글이 계속 올라왔다. 특히 카페 알바를 한다는 소식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알려지자 ‘불쌍한 척한다’, ‘노출 연기로 복귀한다’ 등 조롱성 악플이 달렸다. 김 씨와 열애설이 난 남자 연예인에 대해선 ‘김새론이 차인 뒤 폐인이 돼서 음주운전 사고가 났다’ 등의 허위 사실이 퍼졌다. 지난해 김 씨와 함께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일했다는 A 씨는 17일 빈소에서 취재진에게 “김새론이 복귀한다고 뉴스가 뜨기만 하면 SNS에 ‘그새 기어나오냐’ 등의 악플이 많이 달려 (본인이) 굉장히 부담스러워했다”며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밝혔다.앞서 아이돌 가수 겸 배우 설리는 생전 마약 투약설, 불륜 의혹 악플에 시달렸다. 가수 구하라 역시 공개 열애 이후 악플을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9년부터 5년간 경찰이 접수한 악플 등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건수는 12만 건에 육박했다. 악플 문제가 심각해지자 네이버 등 국내 포털 사이트는 연예·스포츠 뉴스 댓글을 폐지했지만, 누리꾼들은 여전히 당사자의 SNS 게시물에 악플을 남기는 식으로 괴롭히고 있다.● 전문가 “우리 사회, 거대한 오징어게임 같아” 나종호 미국 예일대 의대 정신의학과 조교수는 17일 SNS에 “음주운전은 아주 큰 잘못”이라면서도 “실수하거나 낙오된 사람을 버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나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흡사 거대한 ‘오징어게임’ 같다”고 지적했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경제 악화 등 사회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익명의 온라인 문화와 결합되면서 누군가 잘못을 하면 집중포화 하는 문화가 확산됐다”고 밝혔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유명인들을 마치 샌드백처럼 삼아 자신의 스트레스를 푸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며 “사회가 어지러울 때 이런 현상이 더욱 극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습적 악플러’들이 사회적 규범을 무시하고 타인을 위협하는 특징을 지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심리학과 연구팀은 일반인 중 공격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이들을 연구한 결과 이들이 타인에게 고통을 가하는 것을 즐기고 사회적 규범을 무시하며 자기 중심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교정학과 교수는 “(악플을) 일종의 사이버테러로 규정해 엄정히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조영우 기자 jero@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 2025-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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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어야 멈추는 악플러…김새론 사망, 우리사회 오징어게임 같다”

    “죽든 말든 알 게 뭐야. 음주운전 한 X 죽은 게 뭐 난리라고.”배우 김새론 씨(25)가 16일 숨진 채 발견된 이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악성 댓글(악플)이다. 이 같은 악플은 김 씨를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음주운전 등 본인의 잘못과는 별개로 유명인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샌드백’처럼 희생양으로 삼는 사회 분위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꼬우면 음주운전 말던가”, 사망 후까지 악플김 씨의 사망 이후에도 여전히 온라인에는 그를 비난하는 악플이 이어지고 있었다. 1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김새론 죽은 거 솔직히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꼬우면 음주운전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김 씨의 죽음으로 악플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김 씨의 팬들은 16일 온라인 성명에서 “그는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하며, 다시 일어서기 위해 노력했다”며 “그 과정에서 그녀가 감당해야 했던 비난과 여론의 외면은 인간적인 한계를 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가수 미교(본명 전다혜)는 1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악플러들은 사람이 숨져야 손을 멈춘다”고 비판했다. 대학생 전수민 씨(25)는 “이슈 몰이하는 일부 누리꾼들에 의해서 한 사람 삶이 끝난 게 비극적”이라며 “유명인이라고 범죄의 경중에 비해 너무 심한 책임을 묻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김 씨는 2022년 음주 운전 사고를 낸 뒤 카페 아르바이트(알바) 등을 하며 방송 복귀를 준비했다. 하지만 온라인에는 김 씨를 비하하거나, 인격적으로 모멸감을 주는 악플과 게시글이 계속 올라왔다. 특히 카페 알바를 한다는 소식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알려지자 ‘불쌍한 척 한다’, ‘노출 연기로 복귀 한다’ 등 조롱성 악플이 달렸다. 김 씨와 열애설이 난 남자 연예인에 대해선 ‘김새론이 차인 뒤 폐인이 돼서 음주운전 사고가 났다’ 등의 허위 사실이 퍼졌다.지난해 김 씨와 함께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일했다는 A 씨는 17일 빈소에서 취재진에게 “김새론이 복귀한다고 뉴스가 뜨기만 하면 SNS에 ‘그새 기어나오냐’ 등의 악플이 많이 달려 (본인이) 굉장히 부담스러워 했다”며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밝혔다.앞서 아이돌가수 겸 배우 설리는 생전 마약 투약설, 불륜 의혹 악플에 시달렸다. 가수 구하라 역시 공개 열애 이후 악플을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9년부터 5년간 경찰이 접수한 악플 등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건수는 12만 건에 육박했다. 악플 문제가 심각해지자 네이버 등 국내 포털 사이트는 연예·스포츠 뉴스 댓글을 폐지했지만, 누리꾼들은 여전히 당사자의 SNS 게시물에 악플을 남기는 식으로 괴롭히고 있다.●전문가 “우리 사회, 거대한 오징어 게임 같아”나종호 미국 예일대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조교수는 17일 SNS에 “음주운전은 아주 큰 잘못”이라면서도 “실수하거나 낙오된 사람을 버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나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흡사 거대한 ‘오징어게임’ 같다”고 지적했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는 “경제 악화 등 사회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익명의 온라인 문화와 결합되면서 누군가 잘못을 하면 집중 포화하는 문화가 확산됐다”고 밝혔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유명인들을 마치 샌드백처럼 삼아 자신의 스트레스를 푸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며 “사회가 어지러울 때 이런 현상이 더욱 극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습적 악플러’들이 사회적 규범을 무시하고 타인을 위협하는 특징을 지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심리학과 연구팀은 일반인 중 공격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이들을 연구한 결과 타인에게 고통을 가하는 것을 즐기고, 사회적 규범을 무시하고 자기 중심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교정학과 교수는 “(악성 댓글을) 일종의 사이버테러로 규정해 엄정히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조영우 기자 jero@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 2025-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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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기야 잘 가, 엄마가 너무 사랑해”… 하늘양 발인식 엄수

    “애기야 잘 가. 엄마가 너무너무 사랑해.”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숨진 김하늘 양(8)의 발인식이 14일 대전 건양대병원 장례식장에 치러졌다. 발인이 시작되자 유족들은 해맑게 웃고 있는 김 양의 사진 앞에서 참아왔던 울음을 터뜨렸다. 10일 하늘이를 처음 발견한 할머니는 “오늘 하늘이 보내주는 마지막 날이다. 마음껏 울자”며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엎드려 통곡했다. 옆에서 흐느끼던 하늘 양의 어머니는 “하늘아 엄마가 너무너무 사랑해. 애기야 잘 가”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함께 발인식에 참여한 이들 역시 슬픔을 감추지 못한 채 휴지로 연신 눈물을 훔쳤다.유족들은 한동안 빈소를 뜨지 못했고, 하늘 양의 부모는 서로를 한참 동안 부둥켜안고 서 있었다. 이후 주변의 친인척들이 “하늘이를 위해서라도 힘을 내야 한다”며 유족들을 부축해 영결식장으로 이동했다. 이후 이어진 발인 예배에서 목사는 “하늘이가 하늘나라에서 하나님과 뛰어놀 것을 기대한다”며 “황망한 고난 속에서도 유족들이 두 손 붙잡고 이겨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예배를 마친 후 유족들은 비눗방울을 들고 환하게 웃고있는 하늘이 사진을 어루만지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하늘 양의 관이 운구 차량에 실리자 어머니는 “불쌍한 내 새끼”를 되뇌며 오열하다 결국 쓰러져 주변의 부축을 받고 운구차에 올랐다.이후 하늘 양을 실은 운구차는 화장터로 떠났다. 하늘이가 탄 운구차가 장례식장을 나가자 시민들과 학교 선생님들은 두 손으로 입을 막으며 믿을 수 없다는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하늘 양은 대전 추모 공원에 봉안돼 영면에 들었다.대전=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대전=조영우 기자 jero@donga.com}

    • 2025-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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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구들과 자주 지나던 시청각실인데…” ‘하늘이 사건’ 트라우마 시달리는 아이들

    “시청각실은 친구들과 자주 지나가던 곳인데 앞으로 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13일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이 학교 재학생 신모 양(9)은 “학교로 돌아가기가 무섭다”며 이렇게 말했다. 사흘 전 이 학교에서는 1학년 김하늘 양(8)이 교사 명모 씨(48)의 흉기에 찔려 숨졌다. 명 씨의 범행이 알려지자 재학생들 사이에선 2차 정신적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학교 내 익숙한 공간에서 참극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학생들이 큰 충격을 받았지만, 교육당국은 트라우마와 관련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재학생 홍모 양(10)은 “학교에 오면 너무 무서울 것 같다”며 “선생님도 보기가 무섭다”고 말했다. 지금은 학교가 임시 휴업 중이지만 학생들은 17일 개학 이후를 우려하고 있었다. 한 학생은 “임시 방학이 더 길어지면 좋겠다”고 했다. 가해 교사의 상세한 범행 수법 등도 학생들 사이에서 이미 퍼졌다. 재학생 김모 양(12)은 “(또래) 단톡방을 통해서 하늘이 사건이 일어난 상황을 자세히 알고 있다”며 “범인 선생님 이름도 단톡방에 계속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재학생 학부모 윤모 씨(37)는 “학교에서 별다른 대책이 없으면 전학까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 박모 씨(39)는 “딸이 하늘이와 아는 사이라 심리적 충격이 훨씬 큰 상황”이라며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학생이 많은 만큼 학교 당국에서도 심리 치료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재학생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평생 남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권준수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석좌교수는 “부모님이 아이들이 이 사건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도록 사건에 대해 명확하고 객관적으로 설명해 주는 것도 아이의 트라우마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날 오전 10시경 대전 서구 건양대병원 장례식장에선 하늘 양의 입관식이 진행됐다. 영정사진 앞에서 유족 10여 명이 묵념을 마치자, 하늘 양의 아버지는 충혈된 눈으로 유족과 조문객들에게 “저희 하늘이 보러 가요. 여러분”이라고 말하며 입관실로 향했다. 2분 뒤 입관실에서는 통곡 소리가 흘러 나왔다. 하늘 양의 어머니는 생전 딸이 가지고 놀던 인형을 손에 든 채 사람들의 부축을 받으며 걸었다. 교사들도 빈소 곳곳에서 눈물을 흘렸다. 14일 오전 9시 반 발인 뒤 대전 정수원에서 화장 후 대전추모공원에 유해가 안치된다.대전=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대전=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대전=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 2025-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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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모들 “교사가 아이 해치다니… 불안해서 어떻게 학교 보내나”

    “아가야 미안해. 어른들이 못 지켜줘서.”“어제 이 시간에는 해맑게 뛰어놀던 하늘이였거늘, 어른들의 잘못으로 어여쁜 너의 모습을 볼 수가 없겠구나.” 11일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 정문 앞에는 전날 교사의 흉기에 찔려 숨진 이 학교 1학년 김하늘 양(8)을 추모하는 편지와 메모가 빼곡히 붙어 있었다. 옆에는 꽃다발과 꽃송이, 생전 하늘 양이 좋아했을 만한 과자, 인형, 젤리, 초콜릿 등도 놓여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김태우 군(7)은 떨리는 목소리로 “아프지 말고 좋은 곳으로 가, 친구야”라고 읊조렸다. 주민 최모 씨(62)는 큰 소리로 엉엉 울면서 “어른들이 못 지켜줘서 미안해”라고 말했다. 초등학생부터 주부, 대학생, 인근 어르신들까지 찾아와 국화를 놓고 한동안 눈물을 흘렸다.● 학교 울타리에는 추모 쪽지, 빈소는 눈물바다초등생이 학교 안에서 교사의 손에 숨진 사건에 대전 지역은 비통함에 휩싸였다. 이날 긴급휴업한 초교 정문과 울타리에는 “하늘 가서는 꼭 행복하게 지내. 많이 아팠지? 편히 쉬어”, “이런 일이 다신 일어나선 안 되고 이 사건은 너의 잘못이 아니야. 6학년 7반 학생” 등의 추모 메모가 붙었다. 가수 토이의 ‘딸에게 보내는 노래’의 가사인 “사랑스런 너를 만나던 날, 바보처럼 아빤 울기만 하고 조심스레 너의 작은 손을 한참을 쥐고 인사를 했단다”를 적어 놓은 편지도 있었다. 학부모 임모 씨(38)는 “하늘이는 우리 딸과 함께 방과 후 수업으로 방송댄스 수업을 듣던 사이”라며 “아이도 충격이 크다. 다른 아이들도 모두 피해자가 될 수 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최모 씨(66)는 “손주가 6학년인데 이런 일이 벌어져서 너무 황망하다. 내 새끼가 이런 일을 당했다고 생각해 보니 계속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 재학 중인 진모 군(10)은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에 달려 왔다. 이런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같은 시간 대전 건양대병원 장례식장의 하늘 양 빈소는 눈물바다가 됐다. 영정 사진 속 하늘 양은 생전 해맑게 웃던 모습이었고, 옆에는 평소 좋아했던 지역축구팀 검은색 점퍼가 걸려 있었다. 부모와 함께 빈소를 찾은 하늘 양의 친구들은 아직 친구의 죽음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영정 사진 앞에서 어색한 표정을 지었고, 이를 본 조문객과 유족들은 눈물을 흘렸다. 하늘 양의 담임교사는 제자 영정 사진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며 “(하늘 양을) 못 보내겠어요”라고 말했다. 조문을 마친 교사들은 장례식장을 떠나지 못하고 복도에 서서 눈물을 흘렸다.● 학부모 “누구도 믿을 수 없어 불안” 이 사건으로 “학교에서 교사가 아이를 해치다니. 누구도 믿을 수 없다”며 불안해하는 학부모들이 많았다. 딸이 하늘 양과 같은 초교에 재학 중이라는 오모 씨(40)는 “다른 사람도 아니고 교사가 범인이라고 하니 충격”이라며 “오늘은 휴업이라 등교를 안 한다고 해도 앞으론 불안해서 학교에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들의 정신질환에 대해 당국의 책임 있는 대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 중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40대 직장인 김모 씨는 “뉴스를 보고 불안해서 잠이 오지 않았다. 아침까지 철야 근무를 하고 한참 잠을 잘 시간인데 아이를 데리러 나왔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의 한 학부모는 “평소엔 정문 앞에서 아이를 만나는데, 뉴스를 보고는 놀라서 정문 안까지 들어가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고 말했다. 다른 학교들도 대책 논의에 분주했다. 이날 서울 송파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보안관은 “어제는 학생이 학교 내에서 사망했지만, 학교 바깥도 위험할 수 있어 오늘 오전 교장선생님이 보안관까지 불러 회의를 열고 안전을 당부했다”고 밝혔다.대전=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 2025-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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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초등생 살해 교사, 범행 3시간 전 흉기 구입

    10일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40대 교사 A 씨가 8세 학생을 흉기로 살해하고 자해를 시도한 가운데 이 교사가 범행 약 3시간 전 학교 인근 주방용품 전문 마트에서 흉기를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동아일보가 확보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 29분경 A 씨는 학교에서 약 2.2km 떨어진 주방용품 전문 마트에 승용차를 몰고 도착했다. 영상에 따르면 마트로 들어간 가해 교사 A 씨는 흉기를 구입하고 약 6분 뒤인 1시 36분경 마트에서 나왔다. 그의 손에는 검은색 비닐봉지가 들려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마트에서 날 길이만 16cm에 달하는 흉기를 구매했다. 이윽고 그는 차를 몰고 다시 떠났다. 이날 A 씨는 오후 5시 50분경 근무하던 초등학교 건물 2층 시청각실에서 초등학생 김하늘 양(8)을 흉기로 살해했다.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진 김 양은 끝내 숨졌으며 A 씨는 현재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다. 대전=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대전=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 2025-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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