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김상훈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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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상훈 기자입니다.

corekim@donga.com

취재분야

2025-06-14~2025-07-14
건강80%
경제일반13%
산업7%
  • 회식뒤 막차 타려 달렸는데…몸 가렵더니 기절까지, 밀가루 때문?

    40대 직장인 박진수(가명) 씨는 얼마 전 저녁 회식 후 벌어진 악몽을 잊을 수 없다. 집으로 가는 마지막 버스를 타려고 달린 게 화근이었다. 갑자기 온 몸이 가려워지더니 숨이 막혔고, 결국 쇼크로 기절까지 했다. 버스기사가 급히 119에 신고한 덕분에 응급실에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처음에는 술이 원인인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여러 검사를 했지만 원인을 밝혀낼 수 없었다. 다음날 박 씨를 진료한 권혁수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밀가루 알레르기를 의심했다. 박 씨가 평소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는 데다 가끔 두드러기가 났다고 했기 때문이다. 혈액 검사와 피부 검사를 진행했다. 밀가루에 들어있는 글루텐 성분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예상대로 모두 양성 반응이 나왔다. 권 교수는 ‘밀가루 의존성 운동 유발성 아나필락시스’로 진단했다. 밀가루와 운동이 결합해 쇼크를 일으켰다는 뜻이다. 음식 섭취 후 예상치 못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례가 많다. 권 교수에게 대표적인 음식 알레르기에 대해 들어봤다. ●밀가루 음식이 쇼크 일으킬 수 있다?글루텐은 곡물에 들어있는 단백질이다. 소화 과정에서 글루텐이 원인이 돼 장에 가스가 차거나 복통, 설사가 나타나기도 한다. 밀가루 음식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이런 증세를 ‘글루텐 불내증’이라고 한다. 서양에서는 전체 인구의 10~20%가 글루텐 불내증 증세를 보인다. 이 때문에 글루텐이 없는 ‘글루텐 프리’ 음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밀가루 음식을 먹었을 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것도 이 글루텐 때문이다. 한국은 성인 1000명 중 1명꼴로 글루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루텐과 운동이 결합할 때 알레르기가 나타나는데, 심각한 상태가 될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박 씨가 경험했던 음식 의존성 운동 유발성 아나필락시스다. 글루텐은 쉽게 분해되거나 용해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장(腸)벽을 쉽게 통과하지 못한다. 하지만 운동 직후 혈류가 증가하면 순간적으로 장에 흡수된다. 이때 면역 시스템은 글루텐을 적으로 인식하고 공격하는 것이다. 이 알레르기는 국내의 성인 1만 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본인이 인식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증세가 나타났을 때 △평소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는지 △운동을 시작하고 30분 이내인지 △밀가루 음식을 먹고 4시간이 지나지 않았는지를 체크해야 한다. 이 세 가지 모두 해당한다면 알레르기로 봐야 한다. 대체로 갑자기 달리는 식의 격한 운동 후에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난다. 하지만 중년 이후에는 강도가 낮은 운동을 한 후에도 나타날 수 있다. 권 교수는 이밖에도 갑자기 혈류를 높일 수 있는 상황, 즉 △음주 △진통소염제 복용 △피로와 스트레스 △여성 생리 등도 이런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보조적 요인이 된다고 했다. ●과일 먹었는데 입술이 가렵다?사과나 복숭아 같은 과일, 견과류를 먹었을 때 입술, 혀, 목 안쪽이 가렵거나 붓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때로는 코 점막이 부풀어 오르거나 재채기를 자주 할 수도 있다. 대체로 음식을 먹고 난 후 1~2분 이내에 증세가 나타난다. 이 또한 일종의 알레르기다. 주로 입 안과 주변에서만 증세가 나타나기 때문에 구강알레르기증후군이라고 한다. 이 증후군은 꽃가루 알레르기의 변형이다. 꽃가루 알레르기는 우리 몸의 면역 세포가 꽃가루를 적으로 여겨 공격하면서 발생한다. 같은 원리로 식물에서 비롯된 이 식품을 꽃가루로 인식해 공격하면서 이 증후군이 나타나는 것이다. 면역 세포의 ‘착각’인 셈이다. 전체 국민의 5%,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의 40% 정도에서 발생할 만큼 흔하다. 다른 알레르기와 달리 전신 두드러기나 쇼크는 웬만하면 생기지 않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다만 △증세를 유발하는 과일을 빈속에 많이 먹거나 △제산제나 진통소염제를 복용하고 있거나 △과일 섭취 후 운동을 곧바로 했을 때는 드물게 전신 두드러기나 아나필락시스가 나타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음식을 익혀 먹으면 증세는 나타나지 않는다. 이를테면 사과 대신 사과잼을 먹는 식이다. 자연 치유가 되기도 하지만 불편이 크다면 항히스타민제를 먹거나 꽃가루 항원에 대한 면역 치료를 한다. 면역 치료로 50% 이상에서는 효과가 나타나며 3~5년 정도 치료를 계속하면 상태가 꽤 좋아진다. ●고기도 알레르기 유발할까?채소나 과일이 아닌 고기를 먹을 때도 알레르기가 생긴다. 하지만 매우 드물다는 게 권 교수의 설명이다. 이 알레르기를 적색육 알레르기라고 한다. 고기에 들어있는 올리고당(약자로 알파갈)의 이름을 따서 알파갈증후군이라고도 한다. 적색육 알레르기 체질이라면 쇠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등 이른바 적색육이나 여기에서 비롯된 우유를 먹고 나서 2~6시간 후에 증세가 나타난다. 증세는 두드러기, 가려움증, 북통, 구토, 설사, 어지럼증, 호흡 곤란, 쇼크 등으로 다양하다. 이 알레르기는 야생 진드기와 관련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적색육에 있는 알파갈과 유사한 물질이 야생 진드기에도 들어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야생 진드기에 물린 후에 이 알레르기가 나타날 때가 많다. 혹시 증세가 나타나기 1~2개월 전을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혹시 산에 갔는지, 야생 진드기에 물렸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야생 진드기에 물릴 경우 까만 딱지가 생기기도 하므로 몸을 잘 살필 필요가 있다. 이 알레르기는 닭고기, 오리고기, 생선을 먹었을 때는 나타나지 않는다. 가금류와 생선에는 알파갈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고기를 먹었을 때도 알레르기처럼 보이는 증세가 나타난다면 고기 알레르기가 아닐 확률이 높다. 알레르기 유발 물질 다양, 원인 물질부터 찾아야 갑자기 없던 음식 알레르기가 생길 수 있다. 체질이 변했을 수도 있고, 면역 조절 시스템에 변화가 생겼을 수도 있다. 권혁수 교수는 이를 ‘면역 체계의 착각’이라고 칭했다. 면역 체계가 특정 음식을 돌연 해롭다고 규정하면서 공격하기 때문에 과거에 없었던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치료하려면 알레르기 원인 물질부터 찾아야 한다. 피부 검사나 혈액 검사를 통해 면역글로불린E(IgE)라는 항체 수치를 확인한다. 이 항체가 있다면 알레르기 항원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검사만으로 원인 물질을 찾아내지 못할 때도 많다. 권 교수가 실제 사례를 들려줬다. 20대 여성 환자가 중국 식당에서 회식이 끝날 무렵 쇼크를 일으켰다. 처음에는 원인 물질을 찾지 못했다. 권 교수는 그 식당의 음식을 사와 알레르기 반응 검사를 했다. 하지만 끝내 원인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가 퇴원 당일에 환자가 다시 쇼크를 일으켰다. 친구가 사온 녹차 아이스크림을 먹은 후였다. 그제야 알레르기 원인 물질이 확인됐다. 녹차에 있던 천연색소 성분이었다. 중국 식당에 확인해 보니 디저트에 그 색소가 들어있는 시럽을 썼다고 했다. 비로소 알레르기 원인 물질을 찾아낸 것이다. 이런 사례는 또 있다. 30대 여성이 술을 마시다 똑같이 쇼크를 일으켜 병원을 찾았다. 처음에는 안주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더 검사해 보니 술에 들어있는 동물성 색소가 원인이었다. 이처럼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은 너무 다양하다. 문제는 하루에도 수많은 음식을 먹기 때문에 원인 물질을 찾아내기 어렵다는 데 있다. 권 교수는 ‘음식 일기’를 쓸 것을 권했다. 평소 알레르기가 의심된다면 자신이 먹은 음식을 꼼꼼히 적어두라는 것이다. 또한 원인 물질로 의심되는 음식을 가급적 피하는 것도 방법이다. 두드러기가 생기면 모두 알레르기 증세일까. 그건 아니다. 대체로 음식 알레르기는 식후 30분 안에 증세가 나타난다. 두드러기가 만성적으로 자주 생겨난다면 음식 알레르기가 아닌, 자가면역 질환일 가능성이 높다. 따로 검사를 해 볼 필요가 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2-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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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쉬지 않고 1시간 달리기… “요통 달아나고 뼈-심장도 튼튼”

    병리과 의사는 직접 환자를 진료하지 않는 비(非)임상 의사다. 주로 암과 같은 중증질환을 ‘최초 진단’한다. 환자에게서 채취한 조직을 현미경으로 관찰해 양성 종양인지 악성 종양인지, 병기(病期)는 어떤지 등을 판독한다. 정찬권 서울성모병원 병리과 교수(50)는 이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2021년 9월에는 미국 전문 기관의 발표에서 갑상샘유두암 분야 세계 최고 전문가 20위에 올랐다. 얼마 전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발간하는 종양 분류 시리즈 교과서에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국내 대형 국책 프로젝트 연구를 총괄하고 있기도 하다. 정 교수는 오후 10시 이전에 퇴근한 적이 별로 없다. 토요일에도 출근하는 날이 더 많다. 해야 할 연구가 쌓여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중독’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다. 젊었을 때는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연구를 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당연히 건강을 염려해 본 적도 없었다. 나이는 속일 수 없었던 걸까. 40대 후반으로 접어들 무렵인 4년 전 갑자기 허리 통증이 시작됐다. ○생애 처음으로 ‘꾸준한 운동’에 도전통증 때문에 현미경을 들여다보기 힘들었다. 발을 떼기도 어려워 질질 끌고 다닐 정도였다. 처음에는 수술을 고민했지만 이내 마음을 바꿨다. 의자에 쿠션을 둬 허리를 편하게 했고, 가급적 힘을 쓰지 않으려 했다. 덕분에 통증은 한 달 만에 잦아드는 듯했다. 하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그대로 두면 재발할 게 뻔했다. 동료 의사는 운동만이 답이라 했다. 정 교수는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30대 초반에 테니스나 골프를 잠시 했지만 실력이 늘지 않고 재미도 없어 곧 관뒀다. 그때를 빼곤 운동이란 걸 해 본 적이 없었다. 이젠 별수 없었다. 정 교수는 처음으로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건강을 위해 운동하자.” 어떤 운동을 할까. 3개의 기준을 세웠다. 첫째,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별도 트레이닝 없이 곧바로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퇴근 시간인 오후 10시 이후에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충족하는 운동은 딱 하나밖에 없었다. 달리기였다. 허리 통증이 사라지고 한 달이 지난 후 정 교수는 달리기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절대 쉬지 않기’가 달리기 제1원칙하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 무렵 고등학교 동문회 달리기 동호회 행사가 열린 게 행운이었다. 이 행사에 정 교수가 도전했다. 처음으로 달려보는 그에게 ‘달리기 선배’들의 조언이 콕 박혔다. “절대로 걷지 말고, 끝까지 달리기를 유지해라.” 정 교수는 20분 동안 쉬지 않고 달리기로 했다. 쉽지는 않았다. 걷고 싶은 유혹이 너무 강했다. 그래도 꾹 참았다. 덕분에 20분 동안 3km를 쉬지 않고 달리는 데 성공했다. 이날 이후 ‘달리는 도중에 쉬지 않기’는 정 교수의 달리기 제1원칙이 됐다. 이후 매주 3회씩 꼬박꼬박 달렸다. 4개월 후에는 7km를 쉬지 않고 달릴 수 있게 됐다. 그해 12월 고교 동창들과의 송년회에서 새해 목표를 밝혔다. “공식 마라톤대회에 2회 이상 출전하고, 10km를 50분 안에 완주하겠다.” 허언(虛言)이 되지 않으려면 노력해야 한다. 정 교수도 그랬다. 한 번에 10km 이상의 거리를 1시간 내외에 달리는 훈련을 거듭했다. 그 결과 2019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동아마라톤을 비롯해 3개의 대회에 출전해 10km를 달릴 수 있었다. 약속을 지킨 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2020년과 2021년에는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올 들어 다시 3개 대회에 출전했다. 요즘도 정 교수는 달린다. 평일에는 퇴근한 뒤 오후 10시쯤에 달린다. 그사이에 달리는 거리와 시간이 모두 늘었다. 평일에는 보통 10km, 일요일 아침에는 15∼20km를 쉬지 않고 달린다. 어림잡아 1시간∼1시간 반 동안 꾸준히 운동하는 셈이다. ○중년 달리기의 건강 효과정 교수는 달리기를 시작한 후 몸이 가벼워졌다고 했다. 다리가 튼튼해져서 오래 서 있어도 피곤하지 않다. 걷는 것을 좋아하게 돼 매일 1만 보를 채운다. 4층 연구실까지 엘리베이터를 타는 일도 없어졌다. 달리기의 효과가 또 있을까. 정 교수는 달리기를 시작한 후 ‘이게 최상일까’ 하는 호기심에 국내외 의학논문을 뒤진 적이 있다고 했다. 2020년의 해외 논문이 그중 하나다. 중년에 장거리 달리기를 하면 허리가 강해지고 디스크 증세도 완화된다는 내용이었다. 허리디스크는 퇴행성 질환이라 운동을 해도 효과가 작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이 논문에 따르면 오래 달렸을 때 신체에 지속적인 자극이 가해져 관절, 디스크 등이 강화된다. 달리기가 노화의 속도를 늦춘다는 이야기다. 달리기가 허리 건강에 좋다는 또 다른 논문도 발견했다. 매주 20∼40km를 달리는 사람과 거의 달리지 않은 사람의 허리를 자기공명영상(MRI) 촬영해 비교한 논문이었다. 꾸준히 달린 사람일수록 허리 근육과 디스크 상태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달리기가 무릎 관절에 좋지 않다는 속설은 사실일까. 정 교수는 2018년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발표된 논문을 제시하며 “아니다”라고 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마라톤 선수처럼 고강도로 달리는 경우라면 무릎 관절염 위험도가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건강을 위해 달리는 일반인에서는 무릎 관절염 발생이 증가한다는 증거가 발견된 게 없다. 오히려 뼈, 심장, 두뇌에 장기적으로 유익한 효과가 나타났다. 정 교수는 “전문 운동선수가 아니라면 달리기를 해도 무릎 건강을 크게 위협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천천히 중단없이 달리고 보폭은 짧게… 러닝 전용 제품, 안전에 도움부상 없이 달리려면정찬권 서울성모병원 병리과 교수는 4년째 큰 부상 없이 달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운동과는 담을 쌓았던 그가 안전하게 운동을 이어갈 수 있는 비결은 뭘까. 첫째, 속도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보다는 천천히 달리더라도 가급적 걷지 않으려 한다. 이런 운동 습관을 만들어 놓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달리는 거리와 시간이 모두 늘어난다는 것이다. 무릎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보폭을 짧게 한다. 발바닥 중앙부가 먼저 땅에 닿게 하면 무릎에 가해지는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빨리 달리려고 보폭을 크게 하면 발뒤꿈치가 먼저 땅에 닿는다. 둘째, 운동을 일시적으로라도 중단하면 안 된다. 가끔 쉬고 싶을 때에도 정 교수는 뛰러 나간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한 번의 휴식이 일주일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달리기를 중단할 수도 있다. 조금 싫더라도 일단 야외로 나가야 한다. 그러면 달리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 교수는 폭우가 쏟아지지 않는 한 야외 달리기를 강행한다. 셋째, 절대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 정 교수는 1주일에 3회를 넘지 않는다. 또한 2시간을 초과해 달리지 않는다. 4년의 달리기 경력을 감안하면 지금 수준이 최선이라는 생각에서다. 언젠가는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정 교수는 “풀코스 마라톤이 하프코스 마라톤보다 건강에 더 좋다는 의학적 근거를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며 웃었다. 넷째, 러닝 전용 제품을 쓴다. 정 교수는 “안전한 운동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 교수 또한 처음에 아무 운동화나 신었다가 발가락에서 피가 나고 물집이 잡힌 적이 있다. 대체로 30분 이상 뛰었을 때 발이 아프다면 전문업체에서 신발에 대해 상담해 볼 것을 권했다. 양말도 기왕이면 러닝 전용 제품을 쓴다. 그래야 신발 안에서 발이 겉돌지 않아 부상을 막을 수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2-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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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리통증’ 달리기로 잡은 의사, 4년간 터득한 운동 비결은?

    병리과 의사는 직접 환자를 진료하지 않는 비(非)임상 의사다. 주로 암과 같은 중증질환을 ‘최초 진단’한다. 환자에게서 채취한 조직을 현미경으로 관찰해 양성 종양인지 악성 종양인지, 병기(病期)는 어떤지 등을 판독한다. 정찬권 서울성모병원 병리과 교수(50)는 이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2021년 9월에는 미국 전문 기관의 발표에서 갑상샘유두암 분야 세계 최고 전문가 20위에 올랐다. 얼마 전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발간하는 종양 분류 시리즈 교과서에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국내 대형 국책 프로젝트 연구를 총괄하고 있기도 하다. 정 교수는 오후 10시 이전에 퇴근한 적이 별로 없다. 토요일에도 출근하는 날이 더 많다. 해야 할 연구가 쌓여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중독’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다. 젊었을 때는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연구를 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당연히 건강을 염려해 본 적도 없었다. 나이는 속일 수 없었던 걸까. 40대 후반으로 접어들 무렵인 4년 전 갑자기 허리 통증이 시작됐다. ● 생애 처음으로 ‘꾸준한 운동’에 도전통증 때문에 현미경을 들여다보기 힘들었다. 발을 떼기도 어려워 질질 끌고 다닐 정도였다. 처음에는 수술을 고민했지만 이내 마음을 바꿨다. 의자에 쿠션을 둬 허리를 편하게 했고, 가급적 힘을 쓰지 않으려 했다. 덕분에 통증은 한 달 만에 잦아드는 듯했다. 하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그대로 두면 재발할 게 뻔했다. 동료 의사는 운동만이 답이라 했다. 정 교수는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30대 초반에 테니스나 골프를 잠시 했지만 실력이 늘지 않고 재미도 없어 곧 관뒀다. 그때를 빼곤 운동이란 걸 해 본 적이 없었다. 이젠 별수 없었다. 정 교수는 처음으로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건강을 위해 운동하자.” 어떤 운동을 할까. 3개의 기준을 세웠다. 첫째,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별도 트레이닝 없이 곧바로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퇴근 시간인 오후 10시 이후에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충족하는 운동은 딱 하나밖에 없었다. 달리기였다. 허리 통증이 사라지고 한 달이 지난 후 정 교수는 달리기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 ‘절대 쉬지 않기’가 달리기 제1원칙 하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 무렵 고등학교 동문회 달리기 동호회 행사가 열린 게 행운이었다. 이 행사에 정 교수가 도전했다. 처음으로 달려보는 그에게 ‘달리기 선배’들의 조언이 콕 박혔다. “절대로 걷지 말고, 끝까지 달리기를 유지해라.” 정 교수는 20분 동안 쉬지 않고 달리기로 했다. 쉽지는 않았다. 걷고 싶은 유혹이 너무 강했다. 그래도 꾹 참았다. 덕분에 20분 동안 3km를 쉬지 않고 달리는 데 성공했다. 이날 이후 ‘달리는 도중에 쉬지 않기’는 정 교수의 달리기 제1원칙이 됐다. 이후 매주 3회씩 꼬박꼬박 달렸다. 4개월 후에는 7km를 쉬지 않고 달릴 수 있게 됐다. 그해 12월 고교 동창들과의 송년회에서 새해 목표를 밝혔다. “공식 마라톤대회에 2회 이상 출전하고, 10km를 50분 안에 완주하겠다.” 허언(虛言)이 되지 않으려면 노력해야 한다. 정 교수도 그랬다. 한 번에 10km 이상의 거리를 1시간 내외에 달리는 훈련을 거듭했다. 그 결과 2019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동아마라톤을 비롯해 3개의 대회에 출전해 10km를 달릴 수 있었다. 약속을 지킨 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2020년과 2021년에는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올 들어 다시 3개 대회에 출전했다. 요즘도 정 교수는 달린다. 평일에는 퇴근한 뒤 오후 10시쯤에 달린다. 그사이에 달리는 거리와 시간이 모두 늘었다. 평일에는 보통 10km, 일요일 아침에는 15~20km를 쉬지 않고 달린다. 어림잡아 1시간~1시간 반 동안 꾸준히 운동하는 셈이다. ● 중년 달리기의 건강 효과정 교수는 달리기를 시작한 후 몸이 가벼워졌다고 했다. 다리가 튼튼해져서 오래 서 있어도 피곤하지 않다. 걷는 것을 좋아하게 돼 매일 1만 보를 채운다. 4층 연구실까지 엘리베이터를 타는 일도 없어졌다. 달리기의 효과가 또 있을까. 정 교수는 달리기를 시작한 후 ‘이게 최상일까’ 하는 호기심에 국내외 의학논문을 뒤진 적이 있다고 했다. 2020년의 해외 논문이 그중 하나다. 중년에 장거리 달리기를 하면 허리가 강해지고 디스크 증세도 완화된다는 내용이었다. 허리디스크는 퇴행성 질환이라 운동을 해도 효과가 작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이 논문에 따르면 오래 달렸을 때 신체에 지속적인 자극이 가해져 관절, 디스크 등이 강화된다. 달리기가 노화의 속도를 늦춘다는 이야기다. 달리기가 허리 건강에 좋다는 또 다른 논문도 발견했다. 매주 20~40km를 달리는 사람과 거의 달리지 않은 사람의 허리를 자기공명영상(MRI) 촬영해 비교한 논문이었다. 꾸준히 달린 사람일수록 허리 근육과 디스크 상태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달리기가 무릎 관절에 좋지 않다는 속설은 사실일까. 정 교수는 2018년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발표된 논문을 제시하며 “아니다”라고 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마라톤 선수처럼 고강도로 달리는 경우라면 무릎 관절염 위험도가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건강을 위해 달리는 일반인에서는 무릎 관절염 발생이 증가한다는 증거가 발견된 게 없다. 오히려 뼈, 심장, 두뇌에 장기적으로 유익한 효과가 나타났다. 정 교수는 “전문 운동선수가 아니라면 달리기를 해도 무릎 건강을 크게 위협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정찬권 서울성모병원 병리과 교수는 4년째 큰 부상 없이 달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운동과는 담을 쌓았던 그가 안전하게 운동을 이어갈 수 있는 비결은 뭘까. 첫째, 속도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보다는 천천히 달리더라도 가급적 걷지 않으려 한다. 이런 운동 습관을 만들어 놓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달리는 거리와 시간이 모두 늘어난다는 것이다. 무릎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보폭을 짧게 한다. 발바닥 중앙부가 먼저 땅에 닿게 하면 무릎에 가해지는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빨리 달리려고 보폭을 크게 하면 발뒤꿈치가 먼저 땅에 닿는다. 둘째, 운동을 일시적으로라도 중단하면 안 된다. 가끔 쉬고 싶을 때에도 정 교수는 뛰러 나간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한 번의 휴식이 일주일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달리기를 중단할 수도 있다. 조금 싫더라도 일단 야외로 나가야 한다. 그러면 달리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 교수는 폭우가 쏟아지지 않는 한 야외 달리기를 강행한다. 셋째, 절대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 정 교수는 1주일에 3회를 넘지 않는다. 또한 2시간을 초과해 달리지 않는다. 4년의 달리기 경력을 감안하면 지금 수준이 최선이라는 생각에서다. 언젠가는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정 교수는 “풀코스 마라톤이 하프코스 마라톤보다 건강에 더 좋다는 의학적 근거를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며 웃었다. 넷째, 러닝 전용 제품을 쓴다. 정 교수는 “안전한 운동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 교수 또한 처음에 아무 운동화나 신었다가 발가락에서 피가 나고 물집이 잡힌 적이 있다. 대체로 30분 이상 뛰었을 때 발이 아프다면 전문업체에서 신발에 대해 상담해 볼 것을 권했다. 양말도 기왕이면 러닝 전용 제품을 쓴다. 그래야 신발 안에서 발이 겉돌지 않아 부상을 막을 수 있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 2022-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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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육 깨우기와 근육 이완… 운동 전후 스트레칭 달라야”

    스트레칭의 운동 효과는 여러 차례 증명됐다. 스포츠 활동을 하기 좋은 몸 상태로 만들어주거나 운동으로 뭉친 근육을 이완시켜 준다. 꾸준히 스트레칭을 하면 유연성과 신체활동 능력이 개선된다. 혈액 순환도 좋아져 근육으로 가는 혈류가 증가한다. 근육통이 줄어들고 몸의 컨디션을 회복하는 시간은 짧아진다. 요통과 두통을 감소시키기도 한다. 이런 점 때문에 스트레칭은 고령의 나이에도 가능한 운동으로 여겨진다. 다만 스트레칭을 제대로 알고 시행하는 이는 많지 않다. 물론 전혀 하지 않는 것보다는 허술하더라도 스트레칭을 하는 게 건강 유지에는 도움이 된다. 운동 효과를 높이려면 제대로 알고 해야 한다. 왕준호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에게 방법을 물었다. 왕 교수는 스포츠의학 분야에서 꽤 이름이 높다. 지난해 열린 도쿄 올림픽 축구대표팀의 팀닥터를 맡은 데 이어 올해 열릴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축구대표팀 팀닥터를 맡았다.○ 같은 자세라도 운동방법 따라 다른 스트레칭스트레칭은 크게 동적(動的) 스트레칭과 정적(靜的) 스트레칭으로 나뉜다. 말 그대로 동적 스트레칭은 움직이면서 하는 것이고, 정적 스트레칭은 움직임이 없는 스트레칭이다. 똑같은 자세라도 운동하는 방법에 따라 다른 스트레칭이 된다. 상체를 굽혀 발가락에 손을 대는 자세를 한다고 치자. 동적 스트레칭이라면 이때 반동을 이용해 상체를 굽혀 발가락에 손을 터치한다. 반면 정적 스트레칭이라면 굽힌 자세를 20초 이상 유지한다. 얼핏 보기에는 두 동작이 같지만 목적과 효과는 다르다. 동적 스트레칭은 잠들어 있는 근육을 ‘깨우기’ 위해서 한다. 운동하기 전에 동적 스트레칭을 하면 근육을 자극하고 체온을 높인다. 근육 활동을 저해하는 요소들도 제거해줘 이후 운동할 때 근육의 효율이 높아진다. 왕 교수는 “운동 전에 동적 스트레칭을 10분간 시행했을 때 공 던지기 거리나 점프 높이가 좋아지고 근육 활동도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적 스트레칭은 근육을 이완시키는 게 목적이다. 운동하는 과정에서 ‘흥분한’ 근육을 달랜다. 과도하게 운동하다가 갑자기 끝내버리면 근육 회복이 늦어지거나 심박수가 정상으로 떨어지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이런 몸 상태를 정상 상태로 돌려놓으려면 차분한 정적 스트레칭이 필요하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일반적으로 운동 전에는 동적 스트레칭을 하거나 두 스트레칭을 병행하는 게 좋다. 또 운동 후에는 정적 스트레칭이 더 낫다. ○운동 전에는 워밍업-스트레칭 순왕 교수는 운동하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가 하나 더 있다고 했다. 바로 ‘워밍업’이다. 왕 교수는 “사실 스트레칭보다 이 워밍업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운동하기 좋은 상태로 몸을 만드는 것으로 어떤 운동을 하느냐에 따라 방법은 다르다. 걷기나 달리기, 등산의 경우에는 사전에 10분 정도 천천히 걸으면서 몸을 풀어주면 된다. 왕 교수는 “워밍업을 한 후 동적 스트레칭을 하면 최적의 준비운동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만약 시속 6km로 1시간 걷기를 했다면 대체로 15분 정도 준비운동이 필요하다. 먼저 10분 정도는 절반 속도인 시속 3km로 걸으면서 워밍업을 한다. 이어 5분 정도 동적 스트레칭을 하면 된다. 골프의 경우도 티샷을 하기 전에 스트레칭부터 하는데, 왕 교수는 이때도 워밍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스트레칭하기 전에 제자리 뛰기나 팔 벌려 높이 뛰기 같은 워밍업을 5분 정도만 하면 비거리가 늘어나는 식의 운동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운동하기 전에 오랫동안 워밍업과 스트레칭을 하면 효과는 더 좋아질까. 왕 교수는 “그렇지 않다”며 “여러 연구에 따르면 사전 준비운동이 30분을 초과하면 운동 효과는 떨어진다”고 했다. ○ 운동 후-일상생활 때는 정적 스트레칭을정적 스트레칭은 가급적 운동 후에 하는 게 좋다. 물론 운동하기 전에 정적 스트레칭을 해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다만 효과 측면에서 단점이 나타난다. 왕 교수에 따르면 정적 스트레칭을 할 때 회당 30초씩 3회(총 90초) 이상 동일한 자세를 유지하면 근력이나 점프력, 달리는 속도 등에서 감소 현상이 나타난다. 다만 운동을 끝낸 후에는 90초 이상 동일한 자세를 유지해도 상관이 없다. 근육 이완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또 운동 후 스트레칭은 운동 전 스트레칭보다 대체로 짧게 한다. 운동 전 워밍업과 스트레칭 시간의 절반 정도가 좋다. 가령 사전에 10분 동안 워밍업과 스트레칭을 했다면 운동을 끝낸 후에는 5분 정도면 적당하다. 아침에 일어난 후 스트레칭을 하고 싶다면 정적 스트레칭이 좋다. 정적 스트레칭이 긴장된 근육과 관절을 유연하게 하고 가동 범위를 늘리기 때문이다. 10분 정도만 해도 밤새 굳은 근육을 푸는 데 도움이 된다. 걷기-달리기 걷기, 달리기, 등산 등을 할 때는 종아리와 허벅지 스트레칭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 그래야 무릎과 발목 부상을 줄일 수 있다. 다음의 두 동작은 반드시 하자. 동적 스트레칭을 할 때는 몸에 반동을 주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① 종아리 스트레칭=양손을 무릎에 대고 다리를 앞뒤로 벌린다. 앞쪽 다리를 구부린다. 이때 뒤쪽 다리가 완전히 펴지도록 체중을 앞으로 이동시킨다. 20초 동안 눌러준다. 이어 방향을 바꿔 반복한다. ② 넙다리 네갈래근 스트레칭=넙다리 네갈래근(대퇴사두근)은 허벅지 앞쪽 근육으로 무릎 관절의 움직임에 관여한다. 선 상태에서 한 발을 뒤로 하고 반대편 손으로 발등을 잡는다. 이어 엉덩이 쪽으로 잡아당긴다. 나머지 한 팔은 앞으로 쭉 뻗는다. 20초 동안 유지한 뒤 방향을 바꿔 반복한다. 만약 중심을 잡기 어렵다면 뻗는 팔은 벽에 대고 해도 좋다. 골프 골프를 할 때는 허리, 무릎, 어깨 모두에 신경을 써야 한다. 여러 스트레칭이 있지만 다음 세 가지 동작은 꼭 해 보자.③ 종아리 스트레칭=골프 클럽을 이용해 스트레칭을 한다. 양손을 골프 클럽에 대고 다리를 앞뒤로 벌린 뒤 앞쪽 다리를 구부린다. 이때 뒤쪽 다리가 완전히 펴지도록 체중을 앞으로 이동시킨다. 20초 동안 눌러준 뒤 방향을 바꿔 반복한다.④ 어깨 수평 스트레칭=왼팔은 가슴을 지나쳐 오른쪽으로 쭉 뻗는다. 오른팔로 왼팔을 감싸 안은 뒤 가슴 쪽으로 20초 당긴다. 이때 시선은 뻗은 팔의 반대 방향인 왼쪽을 향한다. 다음에는 방향을 바꿔 반복한다.⑤ 몸통 비틀기=어깨 너비로 선다. 하체를 고정한 채로 상체를 왼쪽으로 튼다. 몸통을 최대한 돌린다. 20초 동안 반동을 주면서 유지한다. 이어 방향을 바꿔 반복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2-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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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트레칭, 알고 하면 더 좋아…운동 효과 높이려면 이렇게”

    스트레칭의 운동 효과는 여러 차례 증명됐다. 스포츠 활동을 하기 좋은 몸 상태로 만들어주거나 운동으로 뭉친 근육을 이완시켜 준다. 꾸준히 스트레칭을 하면 유연성과 신체활동 능력이 개선된다. 혈액 순환도 좋아져 근육으로 가는 혈류가 증가한다. 근육통이 줄어들고 몸의 컨디션을 회복하는 시간은 짧아진다. 요통과 두통을 감소시키기도 한다. 이런 점 때문에 스트레칭은 고령의 나이에도 가능한 운동으로 여겨진다. 다만 스트레칭을 제대로 알고 시행하는 이는 많지 않다. 물론 전혀 하지 않는 것보다는 허술하더라도 스트레칭을 하는 게 건강 유지에는 도움이 된다. 운동 효과를 높이려면 제대로 알고 해야 한다. 왕준호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에게 방법을 물었다. 왕 교수는 스포츠의학 분야에서 꽤 이름이 높다. 지난해 열린 도쿄 올림픽 축구대표팀의 팀닥터를 맡은 데 이어 올해 열릴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축구대표팀 팀닥터를 맡았다. ● 운동 전후 스트레칭 달라야스트레칭은 크게 동적(動的) 스트레칭과 정적(靜的) 스트레칭으로 나뉜다. 말 그대로 동적 스트레칭은 움직이면서 하는 것이고, 정적 스트레칭은 움직임이 없는 스트레칭이다. 똑같은 자세라도 운동하는 방법에 따라 다른 스트레칭이 된다. 상체를 굽혀 발가락에 손을 대는 자세를 한다고 치자. 동적 스트레칭이라면 이때 반동을 이용해 상체를 굽혀 발가락에 손을 터치한다. 반면 정적 스트레칭이라면 굽힌 자세를 20초 이상 유지한다. 얼핏 보기에는 두 동작이 같지만 목적과 효과는 다르다. 동적 스트레칭은 잠들어 있는 근육을 ‘깨우기’ 위해서 한다. 운동하기 전에 동적 스트레칭을 하면 근육을 자극하고 체온을 높인다. 근육 활동을 저해하는 요소들도 제거해줘 이후 운동할 때 근육의 효율이 높아진다. 왕 교수는 “운동 전에 동적 스트레칭을 10분간 시행했을 때 공 던지기 거리나 점프 높이가 좋아지고 근육 활동도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적 스트레칭은 근육을 이완시키는 게 목적이다. 운동하는 과정에서 ‘흥분한’ 근육을 달랜다. 과도하게 운동하다가 갑자기 끝내버리면 근육 회복이 늦어지거나 심박수가 정상으로 떨어지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이런 몸 상태를 정상 상태로 돌려놓으려면 차분한 정적 스트레칭이 필요하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일반적으로 운동 전에는 동적 스트레칭을 하거나 두 스트레칭을 병행하는 게 좋다. 또 운동 후에는 정적 스트레칭이 더 낫다. ● 운동 전에는 워밍업-스트레칭 순왕 교수는 운동하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가 하나 더 있다고 했다. 바로 ‘워밍업’이다. 왕 교수는 “사실 스트레칭보다 이 워밍업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운동하기 좋은 상태로 몸을 만드는 것으로 어떤 운동을 하느냐에 따라 방법은 다르다. 걷기나 달리기, 등산의 경우에는 사전에 10분 정도 천천히 걸으면서 몸을 풀어주면 된다. 왕 교수는 “워밍업을 한 후 동적 스트레칭을 하면 최적의 준비운동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만약 시속 6㎞로 1시간 걷기를 했다면 대체로 15분 정도 준비운동이 필요하다. 먼저 10분 정도는 절반 속도인 시속 3㎞로 걸으면서 워밍업을 한다. 이어 5분 정도 동적 스트레칭을 하면 된다. 골프의 경우도 티샷을 하기 전에 스트레칭부터 하는데, 왕 교수는 이때도 워밍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스트레칭하기 전에 제자리 뛰기나 팔 벌려 높이 뛰기 같은 워밍업을 5분 정도만 하면 비거리가 늘어나는 식의 운동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운동하기 전에 오랫동안 워밍업과 스트레칭을 하면 효과는 더 좋아질까. 왕 교수는 “그렇지 않다”며 “여러 연구에 따르면 사전 준비운동이 30분을 초과하면 운동 효과는 떨어진다”고 했다. ● 운동 후-일상생활 때는 정적 스트레칭을정적 스트레칭은 가급적 운동 후에 하는 게 좋다. 물론 운동하기 전에 정적 스트레칭을 해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다만 효과 측면에서 단점이 나타난다. 왕 교수에 따르면 정적 스트레칭을 할 때 회당 30초씩 3회(총 90초) 이상 동일한 자세를 유지하면 근력이나 점프력, 달리는 속도 등에서 감소 현상이 나타난다. 다만 운동을 끝낸 후에는 90초 이상 동일한 자세를 유지해도 상관이 없다. 근육 이완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또 운동 후 스트레칭은 운동 전 스트레칭보다 대체로 짧게 한다. 운동 전 워밍업과 스트레칭 시간의 절반 정도가 좋다. 가령 사전에 10분 동안 워밍업과 스트레칭을 했다면 운동을 끝낸 후에는 5분 정도면 적당하다. 아침에 일어난 후 스트레칭을 하고 싶다면 정적 스트레칭이 좋다. 정적 스트레칭이 긴장된 근육과 관절을 유연하게 하고 가동 범위를 늘리기 때문이다. 10분 정도만 해도 밤새 굳은 근육을 푸는 데 도움이 된다.걷기 스트레칭 스트레칭도 어떤 운동을 하느냐에 따라 약간씩 달라진다. 걷기, 달리기, 등산 등을 할 때는 종아리와 허벅지 스트레칭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 그래야 무릎과 발목 부상을 줄일 수 있다. 다음의 두 동작은 반드시 하자. 동적 스트레칭을 할 때는 몸에 반동을 주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①종아리 스트레칭=양손을 무릎에 대고 다리를 앞뒤로 벌린다. 앞쪽 다리를 구부린다. 이때 뒤쪽 다리가 완전히 펴지도록 체중을 앞으로 이동시킨다. 20초 동안 눌러준다. 이어 방향을 바꿔 반복한다. ②넙다리 네갈래근 스트레칭=넙다리 네갈래근(대퇴사두근)은 허벅지 앞쪽 근육으로 무릎 관절의 움직임에 관여한다. 선 상태에서 한 발을 뒤로 하고 반대편 손으로 발등을 잡는다. 이어 엉덩이 쪽으로 잡아당긴다. 나머지 한 팔은 앞으로 쭉 뻗는다. 20초 동안 유지한 뒤 방향을 바꿔 반복한다. 만약 중심을 잡기 어렵다면 뻗는 팔은 벽에 대고 해도 좋다.골프 스트레칭 골프를 할 때는 허리, 무릎, 어깨 모두에 신경을 써야 한다. 여러 스트레칭이 있지만 다음 세 가지 동작은 꼭 해 보자. ③종아리 스트레칭=골프 클럽을 이용해 스트레칭을 한다. 양손을 골프 클럽에 대고 다리를 앞뒤로 벌린 뒤 앞쪽 다리를 구부린다. 이때 뒤쪽 다리가 완전히 펴지도록 체중을 앞으로 이동시킨다. 20초 동안 눌러준 뒤 방향을 바꿔 반복한다. ④어깨 수평 스트레칭=왼팔은 가슴을 지나쳐 오른쪽으로 쭉 뻗는다. 오른팔로 왼팔을 감싸 안은 뒤 가슴 쪽으로 20초 당긴다. 이때 시선은 뻗은 팔의 반대 방향인 왼쪽을 향한다. 다음에는 방향을 바꿔 반복한다. ⑤몸통 비틀기=어깨 너비로 선다. 하체를 고정한 채로 상체를 왼쪽으로 튼다. 몸통을 최대한 돌린다. 20초 동안 반동을 주면서 유지한다. 이어 방향을 바꿔 반복한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2-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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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로 더 쉽고, 편리하고, 새로운 금융을”

    “힘들게 시간을 내서 은행 영업점을 방문했는데 신분증이 없어서 발걸음을 돌렸어요.”“금융 거래를 하기 위해 많은 서류를 준비하고 작성하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금융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할 때 용어가 생소해 이해하기 어려웠어요.”금융 거래를 하는 고객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 경험하고 고민했을 내용이다. 신한금융그룹은 이런 고객의 고민을 해결하고, 고객이 금융을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다. 나아가 미래 금융을 이끌기 위해 새로운 디지털 기술의 개발과 접목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답은 고객에게…“금융을 더 쉽게”신한은행의 SOL 앱을 이용하면 실물 신분증 없이도 영업점을 방문해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 이른바 ‘간편 실명확인’ 서비스다. 또 미성년자 금융 거래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리틀 신한’ 서비스도 운영한다. SOL 앱을 통해 미리 서류를 안내받고 작성할 수 있다. 미성년자 금융 거래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도 제공한다. 은행 앱을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비대면 디지털채널 전담 조직(고객경험혁신센터)을 신설했다. 용어도 바꾸고 있다. ‘고지(告知)’라는 한자어를 ‘안내, 알림’ 등으로 순화하고, ‘T+1’로 표기되던 전문 용어는 ‘신청일 다음 날’로 변경해 고객이 쉽게 이해하도록 했다. 신한카드가 최근 내놓은 ‘터치결제 M’ 서비스는 고객의 결제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일부 아이폰 휴대전화 단말기의 경우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휴대전화 결제를 할 수 없었다. 신한카드는 고객의 스마트폰을 개선하는 방식이 아니라 가맹점 환경을 바꿈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다. 가맹점 단말기에 소형 디바이스를 부착해 아이폰 고객도 터치결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투자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MZ세대들에게 집중하고 있다. 초보 투자자 전용 심플 모드를 개발했다. 기능을 간소화하고 화면을 직관적으로 구성했다. 또 AI 얼굴 인식 기반 비대면 본인 인증을 적용했다. 심플함을 선호하는 MZ세대에 맞게 계좌 개설과 주식 거래 방식을 개선했다는 평가다. 신한라이프는 5월 기존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앱을 통합한 디지털 고객 서비스 플랫폼 ‘스퀘어’를 선보였다. 직관적인 화면과 간편한 로그인 프로세스, 자체 인증서를 통해 고객이 앱에서 손쉽게 보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신한금융그룹 관계자는 “더 쉽고 편안한 금융 서비스 이용은 고객에게 정답이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디지털 경험을 개선해나가겠다”고 밝혔다.320만 명이 선택한 신한금융의 마이데이터신한금융그룹은 미래 사업 추진에 있어 ‘데이터’를 핵심 경쟁력으로 인식하고 있다. 데이터의 경쟁력이 ‘더 쉬운’ 금융 서비스 이용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데이터 인프라 확충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주요 그룹사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그룹 ‘데이터 댐’을 구축하는 것도 이런 사업 중 하나다. 데이터 역량을 보유한 전문 기업과의 제휴도 확대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민간 데이터댐 사업 브랜드인 ‘GranData’를 통해 다양한 데이터의 확보와 결합도 추진하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데이터 인프라 확장과 활용 경험 축적이 고객에게 차별적인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의 마이데이터 서비스인 ‘머니버스’는 고객의 자산관리에 특화돼 있다. 공모주, 아파트 청약 등을 알려주는 MY캘린더 서비스는 ‘고객에게 돈이 되는 정보’를 즉시 제공해 주는 차별점이 돋보인다는 평이다. 신한은행은 자산관리 서비스와 오픈뱅킹 서비스를 결합해 종합 금융상품 중개 플랫폼으로 확장할 계획이다.신한카드는 소비 관리에 특화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고객이 선호하는 콘텐츠를 자동 제공하는 디스커버리 서비스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고객에게 마이데이터 기반의 정교한 소비 관리와 다양한 생활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신한pLay의 가치를 한 단계 높였다는 평이다.현재까지 320만 명의 고객이 신한금융의 마이데이터를 선택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고객의 소중한 데이터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고객의 데이터 가치를 고객에게 돌려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생활 밀착형 서비스…“누구나 편한 금융을 누리게”신한은행은 디지털 소외 계층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디지털 특화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신림동지점의 경우 금융권 최초로 시니어 맞춤 고객중심 점포로 변모해 화제가 됐다. 이 지점은 업무별로 색깔 안내선을 명확히 구분했다. 시각적 편의성도 높였다. ‘돈 찾기’, ‘돈 넣기’ 등 쉬운 용어를 사용했고 글씨 크기를 키웠다. 또한 기존 ATM 대비 70%의 느린 속도로 업무를 안내하는 느린 말 서비스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시니어 고객의 서비스 이용이 훨씬 쉬워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디지털에서 소외되기 쉬운 시니어 고객의 디지털기기 이용을 돕기 위해 디지털 공간 혁신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그룹은 신한카드를 중심으로 자동차 종합 플랫폼인 ‘신한 마이카’를 운영하며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통합한도조회 서비스’를 통해 최적의 상품 포트폴리오를 추천한다. 나아가 △온·오프라인 멀티 채널 △전담 콜센터 운영 △비대면 완결 서비스 제공을 통해 ‘고객편의 플랫폼’을 지향한다. 시장 반응도 좋았다. 서비스가 나온 지 1년여 만에 월 방문자 100만 명, 취급액 1조 원을 돌파했다. 신한카드는 원래 회원만 이용할 수 있었던 온라인 쇼핑 플랫폼 ‘올댓쇼핑’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개방성을 강화하니 고객이 크게 늘었다. 올 초 50만 명 수준이던 월 MAU(순이용자)가 80만 명으로 껑충 뛰었다. 마이카에 이어 신한금융에서 두 번째로 MAU 100만 명을 돌파하는 비(非)금융 생활 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고객이 보다 편리한 생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쇼핑 플랫폼의 기능을 지속적으로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배달앱 ‘땡겨요’를 1월 선보였다. ‘땡겨요’는 플랫폼 참여자에게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하는 상생 플랫폼을 표방하고 있다. 광고비 및 입점료 제로, 업계 최저 2% 중개수수료, 별도 이자나 수수료 없는 당일 판매대금 정산으로 소상공인의 자금 회전을 돕는다. 아울러 이용자에게도 기본 할인쿠폰, 다양한 포인트 적립 방법을 제공한다. 플랫폼 운영을 통해 확보된 데이터와 은행 고유 업무의 강점을 살려 입점 사업자 대상 대출 서비스 등 전용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점도 눈에 띈다.신한라이프는 지난해 12월 헬스케어 자회사 신한큐브온을 설립하고 ‘하우핏’ 앱을 통해 보험사 최초로 독자적인 홈트레이닝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하우핏은 AI 동작인식 기술과 라이브 서비스를 결합한 홈트레이닝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고 별도의 웨어러블 장비 없이 스마트폰을 통해 AI가 사용자 움직임을 분석해 운동 자세를 교정할 수 있게 했다. 향후 이와 같은 운동 관련 콘텐츠의 다양성을 높이고 헬스케어 관련 파트너사들과 협업해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아울러 신한라이프는 고객 생애주기 전부를 책임지는 ‘종합돌봄 서비스 제공자(Full Care Service Provider)’로서 고객이 일상에서 더 편리하게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디지털 신기술로 새롭게 경험하는 금융의 미래서울 중구 서소문에 있는 신한은행 디지로그브랜치의 풍경은 색다르다. ‘AI뱅커’가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AI뱅커는 고객이 관심을 가진 금융상품을 설명해주고, 요청한 중요 서류도 출력해 준다. 대기 시간은 없다. 고객은 AI 뱅커와 빠른 상담을 마치고 영업점을 나선다. AI뱅커는 신한은행이 선보인 미래형 서비스 중 하나다. 미국의 소비자가전 행사인 CES 2022에서 국내 금융권 최초로 선보였다. 영상합성과 음성인식 기술이 접목돼 있다. 신한의 AI뱅커는 미래 금융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앞으로도 다양한 디지털 신기술을 접목해 신한의 미래형 영업점을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신한금융이 금융권 최초로 선보인 NFT 서비스도 화제다. 블록체인 전문기업인 블록오디세이와 손을 잡았다. 고객은 신한카드 pLay앱의 ‘My NFT’를 이용해 사진이나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이미지를 등록할 수 있다. 출시 5개월 만에 등록 건수가 6만 건을 기록했다. 이 서비스는 생활결제 관점으로 NFT를 재해석했으며, 고객의 물건과 경험을 결제 플랫폼을 통해 디지털자산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메타버스 활용에도 적극적이다.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에 필요한 원천기술을 보유한 ‘핏펀즈’와 협업했다. 신한은행은 핏펀즈의 메타버스 원천기술을 SOL에 접목했다. 신한은행이 후원하는 KBO 프로야구를 메타버스 공간의 콘텐츠로 만들었다. 2만 명의 야구팬이 신한의 메타버스 야구장에서 국가대표 응원전에 참여했다. 이 밖에도 새로운 미래를 위한 신한금융그룹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우선 디지털 역량 강화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 고려대와 함께 디지털금융공학 석사과정을 개설해 고급 인력을 육성한다. 디지털 원천기술을 보유한 테크기업, 국내외 연구기관 등과 다양한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최근 주사업자로 선정된 부산스마트시티에 그룹의 디지털 역량을 집약할 계획이다. 자율주행 모빌리티 기반의 이동형 영업점, 로봇과 연계한 안면결제 서비스, 헬스케어존 도입 등 첨단 스마트금융 서비스를 선보인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금융서비스를 뛰어넘어 더 가치 있는 새로운 금융생활을 고객에게 제시하고 선도하겠다”고 말했다.신한은 2022년을 ‘디지털 전환 리부트’ 원년으로 삼았다. 디지털 부문을 전략과 혁신 조직으로 전문화하고, 전담 CDO를 영입해 디지털화 전략 체계도 갖췄다. 특히 ‘Digital to Value’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전 계열사가 유기적으로 융합하여 고객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디지털 사업을 실행하고 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2-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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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꾸준한 운동 밑천… “5개월 특훈으로 나이 예순에 몸짱”

    2018년 10월 어느 날 정진호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63)는 둘째 아들의 ‘보디빌딩 발표회’를 관람했다. 아들은 대학 입학 후 역도 동아리에 들어갔고, 그때부터 보디빌딩을 했다. 불끈불끈 솟아오른 아들의 근육질 몸매가 인상적이었고 무척이나 좋아 보였다. 발표회를 보고 나서 정 교수는 목표를 하나 세웠다. “나도 저런 몸을 만들겠다.” 정 교수는 예순 살 생일인 이듬해 3월에 맞춰 보디프로필 촬영을 하겠다고 가족에게 ‘선포’했다. 보디프로필 촬영은 근육질 몸매를 만든 뒤 촬영하는 것을 말한다. 젊은 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진다. 하지만 정 교수는 도전했다. 예순이란 나이는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곧바로 몸만들기에 돌입했다. ○ “나이 예순에 ‘몸짱’ 되다” 사실 그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20년 이상 헬스클럽에서 근력 운동을 해 온 터였다. 우람한 근육까지는 없더라도 어느 정도의 ‘기본 몸매’는 돼 있었다. 게다가 근력 운동 자체를 즐기는 편이었다. 운동량을 조금 더 늘리면 무난하게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도 힘든 과정이었다. 근육이 도드라져 보이게 하기 위해 5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근력 운동을 했다. 식사 조절은 다소 힘들었다. 무엇보다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여야 했다. 좋아하던 과자와 초콜릿은 끊었고, 점심과 저녁식사로 닭 가슴살을 먹었다. 회식 자리에서는 단백질 함량이 높은 음식만 골라 먹었다. 술도 거의 마시지 않았다. 이렇게 하니 5개월 새 7kg이 빠졌다. 근육은 더 단단해졌다. 마침내 60세가 되는 생일 당일에 정 교수는 보디프로필을 촬영했다. 꿈을 이루는 순간이었다. 보디프로필을 촬영해 본 이들 중 상당수는 “다시는 도전하고 싶지 않을 만큼 힘들었다”고 말한다. 정 교수는 “조금 힘들기는 했지만 고통스러운 정도는 아니었다”며 “오히려 재미있었다”면서 웃었다. 그래서일까. 정 교수는 정년인 65세를 기념해 보디프로필을 다시 촬영할까 생각 중이란다. ○“나이 들수록 근력 운동 필요”정 교수가 헬스클럽에서 근력 운동을 시작한 것은 2001년경. 그때부터 거의 매일 새벽 헬스클럽에 가서 1시간 정도 운동한다. 트레드밀(러닝머신) 위에서 걷거나 달리는 식의 유산소 운동도 가끔 하지만 근력 운동을 더 많이 한다. 처음 헬스클럽에 갔을 때는 기구를 사용하는 방법을 전혀 몰랐다. 1년 반 동안 트레이너에게 따로 운동 요령을 배웠다. 대부분의 기구를 능숙히 다룰 수 있게 된 후로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근력 운동을 한다. 정 교수가 특히 근력 운동에 전념하는 이유가 있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량을 유지해야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철학 때문이다. 실제로 근육량이 많으면 관절의 이탈을 막아준다. 근육을 쓸 때는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기 때문에 기초대사량이 늘어난다. 그 결과 비만 위험도 줄어든다. 덕분에 당뇨 같은 대사성질환에 걸릴 위험도 낮아진다. 근육량이 많으면 근력이 좋아져 오래 운동을 해도 덜 피곤하다. 근력 운동을 한 날과 하지 못한 날의 차이는 크다. 어쩌다 운동을 거른 날에는 아침부터 기운이 없고 축축 처진다고 한다. 허리가 잔뜩 경직된 느낌도 든다. 반면 충분히 근력 운동을 하면 몸에 기운이 생기고 컨디션이 좋다고 한다. 정 교수는 “이런 이유 때문에 가급적 새벽 근력 운동을 거르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40년 동안 운동 안 한 적 한 번도 없어” 정 교수는 40년 동안 체중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 가족력 때문에 콜레스테롤 수치가 조금 높지만 그것을 빼면 나머지 건강지표는 모두 정상치를 유지하고 있다. 비결이 뭘까. 정 교수는 “늘 운동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했다. 실제로 정 교수는 1978년 의대에 입학한 후 지금까지 운동을 하지 않았던 때가 단 한 번도 없다. 의대 입학 후에는 테니스 동아리에 가입했다. 매주 1, 2회는 2, 3시간씩 테니스를 했다. 전국 의대 테니스 대회에서 복식 우승과 준우승을 한 차례씩 했을 만큼 수준급 실력이었단다. 45년이 지난 지금도 격주에 한 번은 테니스를 즐긴다. 의대 테니스 동아리 지도교수도 맡고 있다. 레지던트 과정을 밟을 때는 테니스를 못 할 정도로 허리가 아팠다. 검사 결과 척추 디스크는 아니었다. 군의관 시절 정형외과 동료 의사가 살펴보더니 허리 근육이 너무 빈약하다고 했다. 코어 근육이 부족하니 테니스를 할 때마다 아프다는 것이다. 허리 치료를 위해 1990년 무렵부터 수영을 했다. 주로 허리 근육 강화에 좋은 자유형 위주로 수영을 했다. 그러다 보니 자유형 영법만으로 1시간 이상 수영할 수 있는 실력까지 올라갔다. 아픈 허리는 수영을 시작하고 2년 만에 완전히 나았다. 1997년 미국에 유학 갔을 때는 2년 동안 내내 새벽 조깅을 했다. 귀국한 후 2, 3년 동안 새벽 달리기를 이어가다 재미없어질 무렵 헬스클럽으로 향했다. 정 교수는 “테니스, 수영, 헬스 세 종목을 적절히 배합해 매주 충분히 운동한다. 그러니 건강한 게 아닐까”라며 웃었다. 아침 스트레칭 요령 정진호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가 매일 하는 운동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스트레칭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그 자리에서 15분 정도 몸을 풀어준다. 하루를 시작하는 운동인 셈이다. 주로 코어 근육을 풀어주고 강화하는 자세 위주로 한다. 정 교수는 “아침에 스트레칭을 해 두면 몸이 훨씬 가벼워진다”고 말했다. 몇 가지 자세만 따라해 보자.첫째, 등 펴주기다(①). 등과 바닥 사이에 베개(혹은 폼 롤러)를 넣고 상체를 쭉 편다. 허리, 등, 목으로 부위를 바꿔가면서 반복한다.둘째, 플랭크 자세다(②). 이 자세로 2분 버틴다. 잠시 쉰 뒤 3회를 채운다.셋째, 팔과 다리 뻗기다(③). 왼쪽 팔은 앞으로, 오른쪽 발은 뒤로 쭉 뻗는다. 그 자세로 2분간 버틴 후 팔과 발의 방향을 바꿔 반복한다.넷째, 허벅지 스트레칭이다(④). 왼발은 가부좌를 하고 오른발은 앞으로 쭉 뻗는다. 이어 오른팔을 뻗어 발가락을 잡는다. 왼팔로는 머리를 눌러준다. 좌우를 바꿔 반복한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2-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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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육 불끈 보디빌딩 보고 “나도 저렇게”…나이 예순에 ‘몸짱’된 비결은

    2018년 10월 어느 날 정진호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63)는 둘째 아들의 ‘보디빌딩 발표회’를 관람했다. 아들은 대학 입학 후 역도 동아리에 들어갔고, 그때부터 보디빌딩을 했다. 불끈불끈 솟아오른 아들의 근육질 몸매가 인상적이었고 무척이나 좋아 보였다. 발표회를 보고 나서 정 교수는 목표를 하나 세웠다. “나도 저런 몸을 만들겠다.” 정 교수는 예순 살 생일인 이듬해 3월에 맞춰 보디프로필 촬영을 하겠다고 가족에게 ‘선포’했다. 보디프로필 촬영은 근육질 몸매를 만든 뒤 촬영하는 것을 말한다. 젊은 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진다. 하지만 정 교수는 도전했다. 예순이란 나이는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곧바로 몸만들기에 돌입했다. ● “나이 예순에 ‘몸짱’ 되다”사실 그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20년 이상 헬스클럽에서 근력 운동을 해 온 터였다. 우람한 근육까지는 없더라도 어느 정도의 ‘기본 몸매’는 돼 있었다. 게다가 근력 운동 자체를 즐기는 편이었다. 운동량을 조금 더 늘리면 무난하게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도 힘든 과정이었다. 근육이 도드라져 보이기 위해 5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근력 운동을 했다. 식사 조절은 다소 힘들었다. 무엇보다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여야 했다. 좋아하던 과자와 초콜릿은 끊었고, 점심과 저녁식사로 닭 가슴살을 먹었다. 회식 자리에서는 단백질 함량이 높은 음식만 골라 먹었다. 술도 거의 마시지 않았다. 이렇게 하니 5개월 새 7kg이 빠졌다. 근육은 더 단단해졌다. 마침내 60세가 되는 생일 당일에 정 교수는 보디프로필을 촬영했다. 꿈을 이루는 순간이었다. 보디프로필을 촬영해 본 이들 중 상당수는 “다시는 도전하고 싶지 않을 만큼 힘들었다”고 말한다. 정 교수는 “조금 힘들기는 했지만 고통스러운 정도는 아니었다”며 “오히려 재미있었다”면서 웃었다. 그래서일까. 정 교수는 정년인 65세를 기념해 보디프로필을 다시 촬영할까 생각 중이란다. ● “나이 들수록 근력 운동 필요”정 교수가 헬스클럽에서 근력 운동을 시작한 것은 2001년경. 그때부터 거의 매일 새벽 헬스클럽에 가서 1시간 정도 운동한다. 트레드밀(러닝머신) 위에서 걷거나 달리는 식의 유산소 운동도 가끔 하지만 근력 운동을 더 많이 한다. 처음 헬스클럽에 갔을 때는 기구를 사용하는 방법을 전혀 몰랐다. 1년 반 동안 트레이너에게 따로 운동 요령을 배웠다. 대부분의 기구를 능숙히 다룰 수 있게 된 후로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근력 운동을 한다. 정 교수가 특히 근력 운동에 전념하는 이유가 있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량을 유지해야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철학 때문이다. 실제로 근육량이 많으면 관절의 이탈을 막아준다. 근육을 쓸 때는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기 때문에 기초대사량이 늘어난다. 그 결과 비만 위험도 줄어든다. 덕분에 당뇨 같은 대사성질환에 걸릴 위험도 낮아진다. 근육량이 많으면 근력이 좋아져 오래 운동을 해도 덜 피곤하다. 근력 운동을 한 날과 하지 못한 날의 차이는 크다. 어쩌다 운동을 거른 날에는 아침부터 기운이 없고 축축 처진다고 한다. 허리가 잔뜩 경직된 느낌도 든다. 반면 충분히 근력 운동을 하면 몸에 기운이 생기고 컨디션이 좋다고 한다. 정 교수는 “이런 이유 때문에 가급적 새벽 근력 운동을 거르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 “40년 동안 운동 안 한 적 한 번도 없어”정 교수는 40년 동안 체중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 가족력 때문에 콜레스테롤 수치가 조금 높지만 그것을 빼면 나머지 건강지표는 모두 정상치를 유지하고 있다. 비결이 뭘까. 정 교수는 “늘 운동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했다. 실제로 정 교수는 1978년 의대에 입학한 후 지금까지 운동을 하지 않았던 때가 단 한 번도 없다. 의대 입학 후에는 테니스 동아리에 가입했다. 매주 1, 2회는 2, 3시간씩 테니스를 했다. 전국 의대 테니스 대회에서 복식 우승과 준우승을 한 차례씩 했을 만큼 수준급 실력이었단다. 45년이 지난 지금도 격주에 한 번은 테니스를 즐긴다. 의대 테니스 동아리 지도교수도 맡고 있다. 레지던트 과정을 밟을 때는 테니스를 못 할 정도로 허리가 아팠다. 검사 결과 척추 디스크는 아니었다. 군의관 시절 정형외과 동료 의사가 살펴보더니 허리 근육이 너무 빈약하다고 했다. 코어 근육이 부족하니 테니스를 할 때마다 아프다는 것이다. 허리 치료를 위해 1990년 무렵부터 수영을 했다. 주로 허리 근육 강화에 좋은 자유형 위주로 수영을 했다. 그러다 보니 자유형 영법만으로 1시간 이상 수영할 수 있는 실력까지 올라갔다. 아픈 허리는 수영을 시작하고 2년 만에 완전히 나았다. 1997년 미국에 유학 갔을 때는 2년 동안 내내 새벽 조깅을 했다. 귀국한 후 2, 3년 동안 새벽 달리기를 이어가다 재미없어질 무렵 헬스클럽으로 향했다. 정 교수는 “테니스, 수영, 헬스 세 종목을 적절히 배합해 매주 충분히 운동한다. 그러니 건강한 게 아닐까”라며 웃었다. 스트레칭으로 하루 시작…“몸 가벼워져요”정진호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가 매일 하는 운동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스트레칭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그 자리에서 15분 정도 몸을 풀어준다. 하루를 시작하는 운동인 셈이다. 주로 코어 근육을 풀어주고 강화하는 자세 위주로 한다. 정 교수는 “아침에 스트레칭을 해 두면 몸이 훨씬 가벼워진다”고 말했다. 몇 가지 자세만 따라해 보자. 첫째, 등 펴주기다(①). 등과 바닥 사이에 베개(혹은 폼 롤러)를 넣고 상체를 쭉 편다. 허리, 등, 목으로 부위를 바꿔가면서 반복한다. 둘째, 플랭크 자세다(②). 이 자세로 2분 버틴다. 잠시 쉰 뒤 3회를 채운다. 셋째, 팔과 다리 뻗기다(③). 왼쪽 팔은 앞으로, 오른쪽 발은 뒤로 쭉 뻗는다. 그 자세로 2분간 버틴 후 팔과 발의 방향을 바꿔 반복한다. 넷째, 허벅지 스트레칭이다(④). 왼발은 가부좌를 하고 오른발은 앞으로 쭉 뻗는다. 이어 오른팔을 뻗어 발가락을 잡는다. 왼팔로는 머리를 눌러준다. 좌우를 바꿔 반복한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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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화로 변색된 치아, 집에서 6주만 치료해도 반짝반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치아 상태 때문에 마스크 벗기를 주저하는 이들도 있다. 50대 초반의 주부 강선미(가명) 씨도 그런 케이스다. 마스크를 내내 착용했던 2년 사이에 치아가 누렇게 변한 것 같아서다. 강 씨는 동네 치과를 찾아 치아 미백이 가능한지 물었다. 20, 30대의 젊은층이야 치아 미백이 효과가 있겠지만 50대에도 효과를 볼 수 있을지 궁금했다. 의사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지만 100% 신뢰할 수는 없었다. 중년 나이에도 치아 미백이 효과 있을까. 관련 분야에서 많은 연구를 진행한 장지현 경희대 치대병원 치과보존과 교수에게 질문했다. 장 교수는 “나이는 큰 상관이 없다”며 “오래된 치아 변색도 제대로 치료받으면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중년의 치아 미백 증가세 장 교수는 최근 치아 미백 치료를 받은 68세 여성 이명진(가명) 씨 사례를 들었다. 이 씨는 누런 치아가 콤플렉스였다고 했다. 하지만 치과는 충치를 뽑거나 염증을 치료할 때 가는 곳으로만 생각했다. 지인들은 요즘 치아 미백 효과가 좋다고 했지만 이 씨는 주저했다. 그러다 큰맘 먹고 장 교수를 찾았다. 장 교수는 집에서 스스로 하는 치료법인 ‘자가 미백’ 치료를 권했다. 처음 1주 동안은 아무런 변화도 느껴지지 않았다. 2주가 지나자 조금 달라진 것 같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별 반응이 없었다. 3주가 지나자 가까운 사람들이 “좀 달라진 것 같다”고 했다. 4주 지난 후에는 모임에서도 알아봤다. 최종적으로 6주 치료가 끝난 후에는 누런색이 꽤 제거됐고 하얀 빛까지 나기 시작했단다. 장 교수는 “이 씨는 미백 치료가 상당히 모범적으로 잘된 사례”라며 “최근 들어 이 씨처럼 치아 미백을 문의하는 중년 남녀가 많아졌다”고 했다. 장 교수에 따르면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중년 이후 남녀가 미백 치료를 받는 사례는 드물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미백 치료를 받는 사람의 10%가 50대 이후다. 장 교수는 “그들 대부분이 심리적 만족감을 얻기 위해 미백 치료를 받는다”며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점이 바로 이것”이라고 했다. 미적 만족감 외에도 정신 건강을 위해 미백 치료에 도전한다는 것이다. ○중년 치아 변색의 원인부터 알아야 치아 변색의 원인은 다양하다. 10대의 경우 수유 기간에 엄마가 먹은 항생제 영향으로 치아에 가로로 짙은 띠가 나타나거나 불소가 치아에 달라붙어 변색이 생길 수 있다. 드물게는 혈액 질환이 원인이 돼 치아 변색이 나타난다. 성인이 된 후에도 치아 외상이나 신경 치료 부작용으로 치아 색이 변할 수 있다. 이런 경우를 제외하면 중년 이후에 나타나는 치아 변색은 ‘노화’에 따른 것이다. 오래 치아를 쓰니 누런색 혹은 황갈색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치아 변색은 육체적 질병과는 대체로 무관하다. 다만 이로 인해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중년 이후 치아 변색은 식습관과 관련 있다. 커피, 와인, 홍차, 한약 등 짙은 색의 음료나 초콜릿과 같은 짙은 음식을 자주 먹었을 때 치아 색이 누런색이나 황갈색으로 변한다. 치석이나 니코틴이 달라붙었을 때도 변색이 나타난다. 이런 습관을 고친다 해도 치아 변색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그래도 늦출 수는 있다. 우선 가급적 금연하는 게 좋다. 둘째, 커피와 홍차를 마실 때는 입안에 오래 머금지 말아야 한다. 치아에 닿지 않고 바로 삼키는 게 좋다. 빨대 사용이 도움이 된다. 또한 색깔 음료를 마신 후에는 물로 입안을 헹구는 게 좋다. ○“치료 후 한 달부터 효과, 영구적이진 않아”치아 미백 치료에는 과산화수소 성분을 사용한다. 과산화수소는 상처 소독제나 제품 표백제의 성분으로 쓰인다. 과산화수소가 주성분인 미백 약품을 치아에 바르면 분해 과정에서 방출된 활성 산소가 착색된 물질을 제거하는 원리다. 치아 미백 치료는 병원에서 의사가 직접 시행하는 ‘전문가 미백’과 각자 집에서 시행하는 ‘자가 미백’으로 나눈다. 두 방법을 병행하기도 한다. 자가 미백은 병원에서 만든 마우스피스 형태의 트레이를 치아에 부착하는 방법이다. 그 안에 있는 약품이 치아 미백을 돕는다. 매일 4∼6시간을 이어 부착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은 잠잘 때 착용한다. 사람에 따라 불편함이 느껴질 수 있다. 전문가 미백은 변색의 정도가 심하거나 단기 효과를 노릴 때 시도한다. 치아 표면에 미백 약품을 바르는 것 외에 추가로 강한 빛이나 열을 가한다. 보통 1회에 30∼60분 치료하며 2, 3회로 끝낸다. 어느 방법이든지 한 달 전후로 미백 효과가 나타난다. 효과만 놓고 보면 미백 약품의 농도가 높은 전문가 미백이 월등하다. 자가 미백에 사용하는 약품의 농도는 7∼15%인 반면 전문가 미백에 사용하는 약품의 농도는 최대 30%에 이른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싼 것은 흠이다. 의원, 병원 등 규모에 따라 30만∼70만 원이 든다. 또한 치료 효과가 영구적이지 않다. 식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다시 변색된다. 이 경우 6개월 혹은 1년마다 다시 미백 치료를 받아야 효과를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치료 도중에 30% 정도는 일시적으로 치아 시림 증세를 경험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미백 치약, 약품 농도 낮아 극적 효과는 적어… 시림 개선 치약은 의학적 효과 입증”장지현 교수 기능성 치약 연구결과시중에 판매 중인 ‘기능성 치약’은 얼마나 효과가 좋을까. 장지현 경희대 치과병원 치과보존과 교수는 2020년 이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저널(저널 오브 덴티스트)에 실렸다. 장 교수팀은 미백 효과가 있다는 치약 3종류를 골랐다. 미백 성분의 농도는 A제품과 B제품이 각각 0.75%였고, C제품은 2.8%였다. 4주 정도 지나자 모든 제품 사용자에게서 ‘일반인도 알아챌 수 있는’ 정도의 미백 효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미백 치약을 오래 쓴다고 해서 효과가 더 커지지는 않았다. 8주, 12주까지 이런 치약을 써도 4주 당시 미백 효과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미백 약품의 농도가 가장 높은 C제품도 마찬가지였다. 장 교수는 “미백 치약은 의약외품으로 미백 약품의 농도가 3%를 초과할 수 없다”며 “이 때문에 초기에 효과를 보기는 하지만 장기적으로 극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미백 약품의 농도가 효과를 좌우한다는 얘기다. 제품의 제조연도도 미백 효과를 좌우했다. 장 교수는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제품일수록 미백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치약의 경우 미백 성분이 분해되기 때문에 효과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또 다른 기능성 치약인 시린 치아용 제품은 효과가 있을까. 장 교수는 “현재 시판 중인 시린 치아 기능성 치약의 경우 대부분 의학적으로 시림 개선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치약마다 작용 원리는 조금씩 다르지만 시린 치아 부위에 작용하면서 과민 반응을 낮춰준다는 것이다. 다만 장기간 써야 한다는 점은 알아둬야 한다. 장 교수에 따르면 시린 치아용 치약은 매일 2회 이상, 4∼8주를 사용할 때 효과를 볼 수 있다. 미백 치약과 마찬가지로 시린 치아용 치약 또한 유효기간이 끝나가는 제품일수록 효과가 적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2-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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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년 이후 누레진 치아, ‘노화’ 때문… 습관만 고치면 늦출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치아 상태 때문에 마스크 벗기를 주저하는 이들도 있다. 50대 초반의 주부 강선미(가명) 씨도 그런 케이스다. 마스크를 내내 착용했던 2년 사이에 치아가 누렇게 변한 것 같아서다. 강 씨는 동네 치과를 찾아 치아 미백이 가능한지 물었다. 20, 30대의 젊은층이야 치아 미백이 효과가 있겠지만 50대에도 효과를 볼 수 있을지 궁금했다. 의사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지만 100% 신뢰할 수는 없었다. 중년 나이에도 치아 미백이 효과 있을까. 관련 분야에서 많은 연구를 진행한 장지현 경희대 치대병원 치과보존과 교수에게 질문했다. 장 교수는 “나이는 큰 상관이 없다”며 “오래 된 치아 변색도 제대로 치료 받으면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중년의 치아 미백 증가세장 교수는 최근 치아 미백 치료를 받은 68세 여성 이명진(가명) 씨 사례를 들었다. 이 씨는 누런 치아가 콤플렉스였다고 했다. 하지만 치과는 충치를 뽑거나 염증을 치료할 때 가는 곳으로만 생각했다. 지인들은 요즘 치아 미백 효과가 좋다고 했지만 이 씨는 주저했다. 그러다 큰맘 먹고 장 교수를 찾았다. 장 교수는 집에서 스스로 하는 치료법인 ‘자가 미백’ 치료를 권했다. 처음 1주 동안은 아무런 변화도 느껴지지 않았다. 2주가 지나자 조금 달라진 것 같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별 반응이 없었다. 3주가 지나자 가까운 사람들이 “좀 달라진 것 같다”고 했다. 4주 지난 후에는 모임에서도 알아봤다. 최종적으로 6주 치료가 끝난 후에는 누런색이 꽤 제거됐고 하얀 빛까지 나기 시작했단다. 장 교수는 “이 씨는 미백 치료가 상당히 모범적으로 잘된 사례”라며 “최근 들어 이 씨처럼 치아 미백을 문의하는 중년 남녀가 많아졌다”고 했다. 장 교수에 따르면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중년 이후 남녀가 미백 치료를 받는 사례는 드물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미백 치료를 받는 사람의 10%가 50대 이후다. 장 교수는 “그들 대부분이 심리적 만족감을 얻기 위해 미백 치료를 받는다”며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점이 바로 이것”이라고 했다. 미적 만족감 외에도 정신 건강을 위해 미백 치료에 도전한다는 것이다. ●중년 치아 변색의 원인부터 알아야치아 변색의 원인은 다양하다. 10대의 경우 수유 기간에 엄마가 먹은 항생제 영향으로 치아에 가로로 짙은 띠가 나타나거나 불소가 치아에 달라붙어 변색이 생길 수 있다. 드물게는 혈액 질환이 원인이 돼 치아 변색이 나타난다. 성인이 된 후에도 치아 외상이나 신경 치료 부작용으로 치아 색이 변할 수 있다. 이런 경우를 제외하면 중년 이후에 나타나는 치아 변색은 ‘노화’에 따른 것이다. 오래 치아를 쓰니 누런색 혹은 황갈색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치아 변색은 육체적 질병과는 대체로 무관하다. 다만 이로 인해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중년 이후 치아 변색은 식습관과 관련 있다. 커피, 와인, 홍차, 한약 등 짙은 색의 음료나 초콜릿과 같은 짙은 음식을 자주 먹었을 때 치아 색이 누런색이나 황갈색으로 변한다. 치석이나 니코틴이 달라붙었을 때도 변색이 나타난다. 이런 습관을 고친다 해도 치아 변색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그래도 늦출 수는 있다. 우선 가급적 금연하는 게 좋다. 둘째, 커피와 홍차를 마실 때는 입안에 오래 머금지 말아야 한다. 치아에 닿지 않고 바로 삼키는 게 좋다. 빨대 사용이 도움이 된다. 또한 색깔 음료를 마신 후에는 물로 입안을 헹구는 게 좋다. ●“치료 후 한 달부터 효과, 영구적이진 않아”치아 미백 치료에는 과산화수소 성분을 사용한다. 과산화수소는 상처 소독제나 제품 표백제의 성분으로 쓰인다. 과산화수소가 주성분인 미백 약품을 치아에 바르면 분해 과정에서 방출된 활성 산소가 착색된 물질을 제거하는 원리다. 치아 미백 치료는 병원에서 의사가 직접 시행하는 ‘전문가 미백’과 각자 집에서 시행하는 ‘자가 미백’으로 나눈다. 두 방법을 병행하기도 한다. 자가 미백은 병원에서 만든 마우스피스 형태의 트레이를 치아에 부착하는 방법이다. 그 안에 있는 약품이 치아 미백을 돕는다. 매일 4~6시간을 이어 부착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은 잠잘 때 착용한다. 사람에 따라 불편함이 느껴질 수 있다. 전문가 미백은 변색의 정도가 심하거나 단기 효과를 노릴 때 시도한다. 치아 표면에 미백 약품을 바르는 것 외에 추가로 강한 빛이나 열을 가한다. 보통 1회에 30~60분 치료하며 2, 3회로 끝낸다. 어느 방법이든지 한 달 전후로 미백 효과가 나타난다. 효과만 놓고 보면 미백 약품의 농도가 높은 전문가 미백이 월등하다. 자가 미백에 사용하는 약품의 농도는 7~15%인 반면 전문가 미백에 사용하는 약품의 농도는 최대 30%에 이른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싼 것은 흠이다. 의원, 병원 등 규모에 따라 30만~70만 원이 든다. 또한 치료 효과가 영구적이지 않다. 식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다시 변색된다. 이 경우 6개월 혹은 1년마다 다시 미백 치료를 받아야 효과를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치료 도중에 30% 정도는 일시적으로 치아 시림 증세를 경험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시중에 판매 중인 ‘기능성 치약’의 효과는 시중에 판매 중인 ‘기능성 치약’은 얼마나 효과가 좋을까. 장지현 경희대 치과병원 치과보존과 교수는 2020년 이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저널(저널 오브 덴티스트)에 실렸다. 장 교수팀은 미백 효과가 있다는 치약 3종류를 골랐다. 미백 성분의 농도는 A제품과 B제품이 각각 0.75%였고, C제품은 2.8%였다. 4주 정도 지나자 모든 제품 사용자에게서 ‘일반인도 알아챌 수 있는’ 정도의 미백 효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미백 치약을 오래 쓴다고 해서 효과가 더 커지지는 않았다. 8주, 12주까지 이런 치약을 써도 4주 당시 미백 효과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미백 약품의 농도가 가장 높은 C제품도 마찬가지였다. 장 교수는 “미백 치약은 의약외품으로 미백 약품의 농도가 3%를 초과할 수 없다”며 “이 때문에 초기에 효과를 보기는 하지만 장기적으로 극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미백 약품의 농도가 효과를 좌우한다는 얘기다. 제품의 제조연도도 미백 효과를 좌우했다. 장 교수는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제품일수록 미백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치약의 경우 미백 성분이 분해되기 때문에 효과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또 다른 기능성 치약인 시린 치아용 제품은 효과가 있을까. 장 교수는 “현재 시판 중인 시린 치아 기능성 치약의 경우 대부분 의학적으로 시림 개선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치약마다 작용 원리는 조금씩 다르지만 시린 치아 부위에 작용하면서 과민 반응을 낮춰준다는 것이다. 다만 장기간 써야 한다는 점은 알아둬야 한다. 장 교수에 따르면 시린 치아용 치약은 매일 2회 이상, 4~8주를 사용할 때 효과를 볼 수 있다. 미백 치약과 마찬가지로 시린 치아용 치약 또한 유효기간이 끝나가는 제품일수록 효과가 적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2-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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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외 걷기로 당뇨 잡고 심신 안정… 풍경 감상은 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운동을 중단한 사람이 많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면서 헬스클럽과 운동시설 이용이 어려워진 때문이다. 건강이 악화된 사람도 적지 않다. 김영수 한양대병원 신경외과 교수(64)도 그랬다. 김 교수는 지난해 말 건강검진 결과표를 받아들고 충격을 받았다. 당화혈색소 농도가 6.8%였다. 당화혈색소는 당화(糖化)된 혈색소란 뜻이다. 이 농도가 6.0%를 넘으면 대체로 당뇨병 초기로 판단한다. 그뿐만 아니라 공복 혈당도 dL당 147mg이 나왔다. 정상 수치(dL당 100mg 이하), 공복 혈당 장애(100∼125mg)를 크게 넘어 당뇨병(126mg 이상) 단계에 해당됐다. 사실상 이미 당뇨병 환자인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콜레스테롤 수치도 240mg까지 올라갔다. 가까스로 총콜레스테롤 정상 범위(240mg 이하)를 유지했다. 이처럼 혈당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온 적은 없었다. 어쩌다 건강이 이렇게 나빠졌을까. 김 교수가 내린 결론은 ‘운동 부족’이었다. ○ ‘코로나 기간’, 당뇨병에 걸리다 2000년 11월 당시 40대 초반이던 김 교수는 안면 신경 종양 수술을 받았다. 양성 종양이기는 했지만 10시간이 걸리는 큰 수술이었다. 이후 한 달 동안 요양하느라 근력이 크게 떨어졌다. 운동으로 체력을 회복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달리기를 했다. 한때 마라톤 하프코스까지 뛰었지만 이후로는 흥미를 크게 느끼지 못했다. 헬스클럽으로 장소를 바꿨다. 매주 3회, 헬스클럽 트레드밀에서 30분을 달렸고, 추가로 30∼50분 동안 근력 운동을 했다. 이런 운동 습관을 10여 년 동안 유지했다. 그러다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다니던 헬스클럽이 간헐적으로 문을 닫았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지만 얼마 후 운동 습관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운동하지 않는 날이 많아졌다. 몸 상태가 나빠지고 있다는 사실을 어슴푸레 느끼고는 있었다. 밥만 먹으면 무기력증이 생겼다. 허리둘레가 늘어났고, 배가 볼록 튀어나왔다. 반대로 허벅지는 눈에 띄게 가늘어졌다. 어깨는 축 처졌다. 김 교수는 “운동을 하지 않으니 전형적인 ‘노인성 근 감소’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말 건강검진에서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약간의 방심이 당뇨병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김 교수는 “앞으로 10년 동안은 의사 일을 더 해야 하는데…. 정신이 확 들었다”고 말했다. ○야외를 걸으면서 심신을 달래다 이러다 큰일 날 것 같았다. 김 교수는 올 1월 본격적으로 당뇨병과의 싸움에 돌입했다. 우선 산책을 시작했다. 평일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2, 3회 대학교 운동장 트랙을 돌거나 병원 뒤쪽 중랑천 산책로를 걸었다. 주말 이틀 동안에는 집 근처 한강 둔치로 나가 아내와 함께 걸었다. 주 4, 5회 걷는 습관을 현재도 유지하고 있다. 시속 5.5km의 속도로 1시간 동안 걷는다. 느릿한 산책보다는 빠르고 파워워킹에는 못 미친다.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에는 약 8000보가 찍힌다. 지루함을 없애기 위해 평일과 주말 각각 3∼5개 코스를 만들었다.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코스를 달리해 걸으면 훨씬 재미있단다. 김 교수는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헬스클럽에서 운동했다. 요즘은 헬스클럽에 가는 일이 거의 없다. 일부러 찾아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싫어서다. 반면 야외 걷기는 티셔츠 하나만 걸치면 언제든지 가능하다. 게다가 자연 풍광을 즐기며 걷는 건 뒤늦게 발견한 즐거움이다. 김 교수는 “푸른 하늘과 흘러가는 강물을 보며 느긋하게 걷다 보면 마음도 편해지고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느낌”이라고 했다. 근력 운동은 주로 연구실과 집에서 한다. 연구실에서는 매일 1, 2회 팔굽혀펴기를 15회씩 5세트를 한다. 집에서는 매주 2회 TV를 시청하면서 아령 운동을 한다. 4, 7, 10kg짜리 아령을 각각 10분씩 총 30분 동안 이용해 상체 여러 부위의 근력 보강 운동을 한다. 이런 근력 운동은 효과가 있을까. 김 교수는 “5개월 동안 꾸준히 하니 구부정한 등도 펴지고 어깨 근육 뭉친 것도 해소됐다”고 말했다.○식이요법 병행 5개월 만에 혈당 잡았다운동만으로는 당뇨병을 잡을 수 없다. 약도 먹어야 하고 음식 조절도 해야 한다. 김 교수 또한 식이요법을 실천하고 있다. 식이요법의 기본은 탄수화물을 줄이는 것이다. 김 교수는 쌀, 밀가루, 설탕을 멀리 한다. 식사량을 줄이기 위해 미리 밥을 덜어 먹는다. 그 덕분에 종전보다 30% 정도 식사량이 줄었다. 추가로 매주 한두 번은 저녁 식사를 건너뛴다. 이른바 ‘간헐적 저녁 건너뛰기’다. 또 하나 달라진 점이 있다. 식사 시간이 길어졌다. 전에는 5분 만에 후딱 식사를 해치웠다. 지금은 최소한 15분을 채운다.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도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천천히 식사를 한다. 이렇게 하면 포만감을 느끼면서도 식사량을 줄일 수 있다.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한 5개월. 성적표는 어떨까. 우선 체중과 허리둘레 모두 줄었다. 아침에 일어날 때 상쾌함이 커졌다. 낮에도 식후 졸림 증세가 사라졌다. 객관적인 건강 지표도 달라졌다. 김 교수는 인터뷰 당일 혈액검사를 했다. 당화혈색소는 6.2%로 공복혈당은 127mg으로 떨어져 있었다. 당뇨병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콜레스테롤 수치는 정상을 회복했다. 김 교수는 “물론 약을 복용하고는 있지만 운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건강이 다시 좋아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앞으로 몸이 더 좋아지면 속도를 높여 달리기에도 도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보폭 20cm 넓게 잡고 발뒤꿈치 먼저 땅에… 시선은 약간 위로 걷기운동 제대로 하려면산책도 제대로만 하면 충분한 운동이 될 수 있다는 게 김영수 교수의 운동 철학이다. 무엇보다 걷기를 생활화할 것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치매와 파킨슨병 분야의 베스트 닥터다. 그에 따르면 걷는 습관을 정착시키면 이런 퇴행성 질환에 걸릴 확률이 줄어든다. 이뿐만 아니라 설령 병에 걸려도 걷기를 지속할 수 있다. 하지만 걷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뇌 기능이 떨어진 후에는 걷는 방법을 잊어버릴 수 있다. 김 교수는 “척수 안에 이른바 ‘워킹센터’라는 시스템이 있다. 평소에 많이 걸으면 뇌를 거치지 않고 이 센터가 바로 명령을 내린다. 따라서 파킨슨병에 걸리더라도 보행에 지장을 주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걷는 것이 좋을까. 워킹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김 교수는 대체로 평소 보폭보다 20cm 정도 더 크게 걷는다. 성큼성큼 걷는 모양새다. 발을 뻗을 때는 발뒤꿈치가 먼저 땅에 닿게 한다. 이어 발바닥으로 바닥을 누르듯이 한 뒤 발가락 끝으로 바닥을 쳐 주는 느낌으로 걷는다. 다만 보폭을 이렇게 키울 때 엉덩이 관절 쪽이 아플 수 있다. 이럴 때는 스쾃을 20회씩 3세트 정도 해 줄 것을 김 교수는 권했다. 운동 전후에는 스트레칭을 최소 5분 정도는 해 줘야 한다. 또 걸을 때 시선은 약간 위쪽을 향하는 게 좋다. 이렇게 하면 10∼15분 걸었을 때 등이 저절로 펴진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걷기 덕분에 김 교수는 외래 진료를 할 때 2, 3시간 동안 불편함 없이 등을 곧추세울 수 있다고 한다. 물을 마시는 것도 중요하다. 물을 미리 마시면 혈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김 교수는 걷기 전과 후 각각 500cc의 물을 마신다. 여름에는 모자를 착용하고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2-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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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기간 운동부족으로 건강 악화”… 산책으로 당뇨 잡은 의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운동을 중단한 사람이 많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면서 헬스클럽과 운동시설 이용이 어려워진 때문이다. 건강이 악화된 사람도 적지 않다. 김영수 한양대병원 신경외과 교수(64)도 그랬다. 김 교수는 지난해 말 건강검진 결과표를 받아들고 충격을 받았다. 당화혈색소 농도가 6.8%였다. 당화혈색소는 당화(糖化)된 혈색소란 뜻이다. 이 농도가 6.0%를 넘으면 대체로 당뇨병 초기로 판단한다. 그뿐만 아니라 공복 혈당도 dL당 147mg이 나왔다. 정상 수치(dL당 100mg 이하), 공복 혈당 장애(100~125mg)를 크게 넘어 당뇨병(126mg 이상) 단계에 해당됐다. 사실상 이미 당뇨병 환자인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콜레스테롤 수치도 240mg까지 올라갔다. 가까스로 총콜레스테롤 정상 범위(240mg 이하)를 유지했다. 이처럼 혈당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온 적은 없었다. 어쩌다 건강이 이렇게 나빠졌을까. 김 교수가 내린 결론은 ‘운동 부족’이었다. ● ‘코로나 기간’, 당뇨병에 걸리다 2000년 11월 당시 40대 초반이던 김 교수는 안면 신경 종양 수술을 받았다. 양성 종양이기는 했지만 10시간이 걸리는 큰 수술이었다. 이후 한 달 동안 요양하느라 근력이 크게 떨어졌다. 운동으로 체력을 회복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달리기를 했다. 한때 마라톤 하프코스까지 뛰었지만 이후로는 흥미를 크게 느끼지 못했다. 헬스클럽으로 장소를 바꿨다. 매주 3회, 헬스클럽 트레드밀에서 30분을 달렸고, 추가로 30~50분 동안 근력 운동을 했다. 이런 운동 습관을 10여 년 동안 유지했다. 그러다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다니던 헬스클럽이 간헐적으로 문을 닫았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지만 얼마 후 운동 습관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운동하지 않는 날이 많아졌다. 몸 상태가 나빠지고 있다는 사실을 어슴푸레 느끼고는 있었다. 밥만 먹으면 무기력증이 생겼다. 허리둘레가 늘어났고, 배가 볼록 튀어나왔다. 반대로 허벅지는 눈에 띄게 가늘어졌다. 어깨는 축 처졌다. 김 교수는 “운동을 하지 않으니 전형적인 ‘노인성 근 감소’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말 건강검진에서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약간의 방심이 당뇨병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김 교수는 “앞으로 10년 동안은 의사 일을 더 해야 하는데…. 정신이 확 들었다”고 말했다. ● 야외를 걸으면서 심신을 달래다 이러다 큰일 날 것 같았다. 김 교수는 올 1월 본격적으로 당뇨병과의 싸움에 돌입했다. 우선 산책을 시작했다. 평일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2, 3회 대학교 운동장 트랙을 돌거나 병원 뒤쪽 중랑천 산책로를 걸었다. 주말 이틀 동안에는 집 근처 한강 둔치로 나가 아내와 함께 걸었다. 주 4, 5회 걷는 습관을 현재도 유지하고 있다. 시속 5.5㎞의 속도로 1시간 동안 걷는다. 느릿한 산책보다는 빠르고 파워워킹에는 못 미친다.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에는 약 8000보가 찍힌다. 지루함을 없애기 위해 평일과 주말 각각 3~5개 코스를 만들었다.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코스를 달리해 걸으면 훨씬 재미있단다. 김 교수는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헬스클럽에서 운동했다. 요즘은 헬스클럽에 가는 일이 거의 없다. 일부러 찾아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싫어서다. 반면 야외 걷기는 티셔츠 하나만 걸치면 언제든지 가능하다. 게다가 자연 풍광을 즐기며 걷는 건 뒤늦게 발견한 즐거움이다. 김 교수는 “푸른 하늘과 흘러가는 강물을 보며 느긋하게 걷다 보면 마음도 편해지고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느낌”이라고 했다. 근력 운동은 주로 연구실과 집에서 한다. 연구실에서는 매일 1, 2회 팔굽혀펴기를 15회씩 5세트를 한다. 집에서는 매주 2회 TV를 시청하면서 아령 운동을 한다. 4, 7, 10㎏짜리 아령을 각각 10분씩 총 30분 동안 이용해 상체 여러 부위의 근력 보강 운동을 한다. 이런 근력 운동은 효과가 있을까. 김 교수는 “5개월 동안 꾸준히 하니 구부정한 등도 펴지고 어깨 근육 뭉친 것도 해소됐다”고 말했다. ● 식이요법 병행 5개월 만에 혈당 잡았다 운동만으로는 당뇨병을 잡을 수 없다. 약도 먹어야 하고 음식 조절도 해야 한다. 김 교수 또한 식이요법을 실천하고 있다. 식이요법의 기본은 탄수화물을 줄이는 것이다. 김 교수는 쌀, 밀가루, 설탕을 멀리 한다. 식사량을 줄이기 위해 미리 밥을 덜어 먹는다. 그 덕분에 종전보다 30% 정도 식사량이 줄었다. 추가로 매주 한두 번은 저녁 식사를 건너뛴다. 이른바 ‘간헐적 저녁 건너뛰기’다. 또 하나 달라진 점이 있다. 식사 시간이 길어졌다. 전에는 5분 만에 후딱 식사를 해치웠다. 지금은 최소한 15분을 채운다.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도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천천히 식사를 한다. 이렇게 하면 포만감을 느끼면서도 식사량을 줄일 수 있다.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한 5개월. 성적표는 어떨까. 우선 체중과 허리둘레 모두 줄었다. 아침에 일어날 때 상쾌함이 커졌다. 낮에도 식후 졸림 증세가 사라졌다. 객관적인 건강 지표도 달라졌다. 김 교수는 인터뷰 당일 혈액검사를 했다. 당화혈색소는 6.2%로 공복혈당은 127mg으로 떨어져 있었다. 당뇨병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콜레스테롤 수치는 정상을 회복했다. 김 교수는 “물론 약을 복용하고는 있지만 운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건강이 다시 좋아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앞으로 몸이 더 좋아지면 속도를 높여 달리기에도 도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산책도 충분한 운동…걷는 습관 정착땐 퇴행성 질환 걸릴 확률 낮아”산책도 제대로만 하면 충분한 운동이 될 수 있다는 게 김영수 교수의 운동 철학이다. 무엇보다 걷기를 생활화할 것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치매와 파킨슨병 분야의 베스트 닥터다. 그에 따르면 걷는 습관을 정착시키면 이런 퇴행성 질환에 걸릴 확률이 줄어든다. 이뿐만 아니라 설령 병에 걸려도 걷기를 지속할 수 있다. 하지만 걷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뇌 기능이 떨어진 후에는 걷는 방법을 잊어버릴 수 있다. 김 교수는 “척수 안에 이른바 ‘워킹센터’라는 시스템이 있다. 평소에 많이 걸으면 뇌를 거치지 않고 이 센터가 바로 명령을 내린다. 따라서 파킨슨병에 걸리더라도 보행에 지장을 주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걷는 것이 좋을까. 워킹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김 교수는 대체로 평소 보폭보다 20㎝ 정도 더 크게 걷는다. 성큼성큼 걷는 모양새다. 발을 뻗을 때는 발뒤꿈치가 먼저 땅에 닿게 한다. 이어 발바닥으로 바닥을 누르듯이 한 뒤 발가락 끝으로 바닥을 쳐 주는 느낌으로 걷는다. 다만 보폭을 이렇게 키울 때 엉덩이 관절 쪽이 아플 수 있다. 이럴 때는 스쾃을 20회씩 3세트 정도 해 줄 것을 김 교수는 권했다. 운동 전후에는 스트레칭을 최소 5분 정도는 해 줘야 한다. 또 걸을 때 시선은 약간 위쪽을 향하는 게 좋다. 이렇게 하면 10~15분 걸었을 때 등이 저절로 펴진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걷기 덕분에 김 교수는 외래 진료를 할 때 2, 3시간 동안 불편함 없이 등을 곧추세울 수 있다고 한다. 물을 마시는 것도 중요하다. 물을 미리 마시면 혈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김 교수는 걷기 전과 후 각각 500cc의 물을 마신다. 여름에는 모자를 착용하고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2-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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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북민 질병 연구부터 탄소중립 실천까지…“대상-분야 확대”

    ‘ESG 경영’이 산업계의 화두로 자리 잡고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용어다. 기업이 수익에만 골몰할 게 아니라 친(親)환경적 사업을 해야 하고, 사회적 책임을 지며, 지배구조를 개선해 투명경영을 하라는 뜻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ESG 경영이 국내 병원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ESG 조직을 신설한 병원들이 부쩍 늘었다. 고려대의료원도 적극적이다. 올해 안암, 구로, 안산 등 산하 3개 병원 모두에 ESG위원회를 만들었다. 기존 병원들 상당수가 임시 기구 형태로 운영하는 반면 고려대의료원은 상설조직으로 운영하고 있다. 고려대의료원의 ESG위원회는 다문화 가정과 소외계층의 의료 지원을 넘어 사회공헌 활동 영역을 넓게 잡았다. 가령 장애인과 비(非)장애인 간의 차별을 줄이기 위해 장애인 채용을 늘린다거나 조직 구성원들의 친환경 행동 실천을 적극 권장한다. 의사와 병원은 환자만 잘 치료하면 된다는 생각은 옛날 얘기다. 김영훈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사회 구성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사회적 약자를 돕는 것이 병원의 진짜 설립 취지”라며 “ESG위원회는 이 초심으로 돌아가려는 노력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사회공헌 활동 컨트롤타워 필요” 고려대의료원은 지난해 5월 사회공헌사업본부를 발족했다. 고려대의료원 산하 병원들의 사회공헌 활동을 체계화하고,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을 확보하며, 현장 활동을 관리하고 사업을 총괄한다. 사회공헌 컨트롤타워인 셈이다. 박건우 사회공헌사업본부장(고려대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은 “각 병원이 시행 중인 의료 봉사 활동은 그대로 진행하면 된다”면서도 “전염병이나 대형 산불과 같은 국가적 재난 사태 때 체계적으로 움직이려면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본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정점일 때 출범했다. 각 병원의 국내외 의료봉사 활동은 물론이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전염병 대책, 우크라이나 자원봉사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계획하고 조직했다. 가령 지난달 고려대 안암병원에 세운 ‘모듈병상’이 대표적이다. 이 병상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프로그램이다. 또다시 감염병이 유행할 때 감염병 전담병원을 설치하려면 시간도 촉박하고 예산도 부족하다. 이를 대비해 신속하게 모듈형으로 설치해 진단과 치료를 받도록 했다. 이 모듈병상은 현재도 운영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졌을 때 즉각 의료지원단을 파견하기로 결정한 것도 본부였다. 본부는 산하 병원 의료진을 상대로 지원자를 모집했고, 현지봉사 프로그램을 짰다.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이 국내에 왔을 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임신부의 출산을 지원하자는 아이디어도 본부가 낸 것이다. 본부가 가장 염두에 두는 사업이 또 있다. 조직 구성원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박 본부장은 “강제 혹은 의무적으로 하는 봉사로는 안 된다”며 “스스로 베풀고 헌신한다는 가치가 조직문화로 뿌리내려야 봉사가 지속적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본부는 조직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 및 지원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조직원들이 특정일을 정해 봉사 활동을 벌이는, 이른바 ‘나눔데이’도 본부가 연구 중인 아이템이다. 자발적 봉사 분위기를 확산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돼야 한다는 취지다. 박 본부장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조직적으로 지원하고 장려한다면 자연스럽게 봉사하는 문화가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 “사회공헌 활동, 대상과 지역 모두 확대”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면 병원들의 국내외 사회공헌 활동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려대의료원도 여러 활동 계획을 세워 추진하고 있다. 본부가 관심을 가지는 것이 ‘통일 의료’다. 탈북주민에 대한 의료봉사에 그치지 않고, 통일 이후의 보건의료 활동을 염두에 두고 있다. 지금까지 진행된 탈북민의 질병 코호트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새 사업도 염두에 두고 있다. 탈북 의사들과 진행할 공동 프로젝트도 이런 사업 중 하나다. 국내에서 의사면허를 딴 탈북자들과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을 피해 국내에 들어온 고려인을 대상으로 의료봉사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하반기부터는 동부 아프리카 지역에 의료봉사 활동을 떠날 예정이다. 현재 마다가스카르에서 진행 중인 사업을 인근 케냐와 탄자니아, 모잠비크까지 확대한다. 지금은 현지에 정착해 있는 한국인 조직과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단계다. 박 본부장은 “저개발 국가라 하더라도 무작정 가서 도와주겠다고 하면 현지 주민들의 자존심이 상한다”며 “제대로 성과를 내려면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쟁터로 변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도 이어간다. 전쟁 와중에 굶고 있는 현지 아이들을 주목하고 있다. 그대로 두면 굶주림은 물론이고 각종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현지 아이들이 먹을 음식을 국내에서 만들어 보내는 방안을 찾고 있다. 신(新)의료기술과 장비는 치료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수단이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계가 병원과 의학의 생리를 더 잘 이해해야 한다. 박 본부장은 “병원과 기업을 연결해주는 것도 사회공헌 활동 중 하나”라고 했다. 이를 위해 최고위과정을 9월에 선보인다. ○“활동 분야 다각도로 넓혀야” 3월 25일 고려대 의무부총장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고려대의료원 지부장 명의로 발표한 공동 선언이 화제가 됐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노사 공동선언’이다. 보통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 앉을 때 다루는 의제는 임금을 비롯해 근로 조건과 관련된 것이 많다. 이 공동선언은 이와 무관한 내용이다. 노사는 “기후위기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공동 노력하겠다”고 선언했다. 의료원은 각종 설비 장치의 에너지 효율화를 추진하고, 교직원을 대상으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교육과 캠페인 활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노사는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교직원 생활수칙’도 발표했다. △재활용 쓰레기를 올바르게 배출하기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가까운 거리는 걷거나 자전거 이용하기 △메일을 삭제하거나 화면을 절전 모드로 만드는 등 디지털탄소 발자국 줄이기 △난방 온도는 2도 낮추고 냉방 온도는 2도 높이기 △종이타월 대신 개인 손수건을,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를 사용하기 등이다. 박 본부장은 “앞으로 병원의 사회공헌 활동은 단순한 의료봉사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며 “환경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로 확대해야 하고, 실제로 그런 추세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본부는 병원에서 발생하는 의료 쓰레기와 폐기물에 대한 모니터링과 대처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가령 수없이 많은 코로나19 백신 주사기와 플라스틱 약품 통 등이 어디로 갔는지, 그것이 얼마나 환경을 오염시키는지 등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시기라는 것이다. 박 본부장은 “얼마나 많은 의료 쓰레기가 발생하고, 어떻게 처리되며, 어떻게 줄여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이 단순히 의료봉사에만 나설 게 아니라 의료 폐기물을 줄일 방법을 찾는 것이 과제”라고 덧붙였다. 앞으로는 에너지를 최대한 적게 쓰는 병원을 운영하는 것 또한 중요한 사회공헌 활동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본부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하반기에 대형 심포지엄을 연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2-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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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들의 꿈에 ♥를”… 함박웃음 선물한 아버지들

    아버지가 없는 아이들에게 ‘아빠의 미소’를 선물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단법인 함께하는아버지들의 ‘아빠미소멘토단’이다. 아빠미소멘토단은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꿈과 미래에 대한 멘토링을 한다. 멘토단은 대학생, 축구 코치, 요리사, 경찰관, 방송국 PD, 공무원, 국회의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종의 아빠미소멘토 90명으로 구성돼 있다. 1차 멘토링 대상은 동네마다 있는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아이들이다. 지역아동센터는 저소득, 조손(祖孫)부모, 다문화, 북한이탈 등 상대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이 주간 시간대에 이용하는 공부방 시설이다. 롯데지주는 2017년부터 전국의 지역아동센터 시설을 개선하는 ‘mom편한꿈다락’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80호점까지 늘어났다. 아빠미소멘토단은 꿈다락 사업이 진행된 아동센터 아이들을 대상으로 3년째 ‘꿈동행’ 멘토링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멘토단은 올 1∼4월 꿈동행을 진행했다. 아이들이 ‘꿈편지’를 쓰면 아빠미소멘토들이 답장을 한다. 답장은 실물 편지로 아이들에게 배달된다. 이어 여러 꿈편지 중에서 멘토들의 호응을 많이 받은 편지를 선정한다. 이때 선발된 아이들에게는 특별 프로그램이 추가로 진행된다. 선망의 대상과 아이들을 연결해주는 것인데, 이것이 심화멘토링인 꿈동행이다. 선발된 아이들은 꿈의 현장을 방문해 자신이 꿈꾸는 일들이 진행되는 과정을 체험해보고 롤모델도 직접 만난다. 올해의 경우 프로축구 선수를 꿈꾸는 아이 5명이 안양FC를 방문했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여중생은 사진작가의 스튜디오를 찾았고, 유튜버를 꿈꾸는 여중생은 유명 유튜버와 만났다. 멘토단은 작년에도 셰프, 변호사, 스튜어디스, 만화가를 꿈꾸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다. 작년에는 행정안전부 지원으로 탈북 청소년들이 다니는 대안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도 멘토링 사업을 진행했다. 2015년 출범한 사단법인 함께하는아버지들은 가족은 물론이고 공동체와 함께하는 아버지들이 주축이 된 비영리단체다. 아버지들의 아빠 역할을 돕고, 생물학적 아버지를 넘어선 사회적 아버지 역할을 통해 더 좋은 공동체를 만든다는 게 이 단체의 미션이다. 어른들이 후세에 물려줄 수 있는 유산(heritage) 중 이른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란 게 있다. 인간관계를 통해 개인이나 집단에 이익을 주는 무형의 자산이라는 말이다. 일종의 사회적 울타리인데, 아빠미소멘토단이 표방하는 ‘아빠미소’란 바로 이 같은 사회적 자본을 의미한다. 김혜준 함께하는아버지들 대표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고 요즘 들어 의미가 더 강해지는 ‘아빠미소 꿈 멘토링’ 사업은 개별 단체의 힘으로만 이뤄지지는 않는다”며 “롯데지주의 후원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 행정안전부의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사업 등 각종 기관이 함께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2-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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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 난민 진료로 생명 구조… 개도국엔 의료기술 전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지 3개월이 넘었다. 수많은 우크라이나 난민이 발생했고, 그들을 돕기 위해 지구촌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달려왔다. 종교단체, 의료단체, 시민단체…. 우크라이나 참상은 남의 일이 아닌 바로 자신의 일이었다. 무기는 총이 아니라 ‘인류애’였다. 사회공헌 활동은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국격에 맞춰 글로벌 사회공헌 활동을 늘려야 한다는 공감대도 커지고 있다. 실제 국내 몇몇 단체도 현지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의료봉사단도 눈에 띈다. 3월 중순에는 고려대의료원이 가장 먼저 우크라이나에 의료지원단을 파견했다. ○ “국제 재난·재해에 적극 관심 가져야” 고려대의료원은 러시아의 폭격으로 민간인 희생이 늘어나자 곧바로 의료지원단 파견을 검토했다. 개발도상국 의료봉사 경험이 많은 의료진의 참여 신청이 줄을 이었다. 폭격으로 삶의 터전이 파괴되고 시신이 널려 있는 전쟁터로 의료봉사를 떠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전쟁이 악화되면 의료지원단의 안전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파견을 결정한 이유는 명백했다. 위기에 처한 난민과 부상자를 돌보는 게 인류애이며 국제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지원단은 전문의 3명 외에 간호사와 약사, 사회복지사, 행정요원 등 12명으로 구성됐다. 3월 19일 폴란드에 입국했다. 우크라이나 입국이 허용되지 않아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서 활동했다. 의료지원단은 현지에 2주 남짓 머물면서 우크라이나 접경지역 10여 곳의 난민보호소에서 현지 비정부기구(NGO) 단체와 공조해 봉사활동을 벌였다. 한 중년 여성의 목에서 5cm의 혹을 발견하고 폴란드 병원으로 이송해 진료를 제대로 받게 했다. 자정 이후에 심정지로 찾아온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도 했다. 현장에 있던 한 의료진은 “넋이 빠진 부모 옆에서 아이들이 천진난만하게 뛰어노는 모습에 가슴이 미어졌다”며 “빨리 전쟁이 끝나 평화를 되찾기를 바란다”고 했다. 현지 고려인들에게는 상비약과 방역키트, 고추장, 된장, 김치 등 한국 식품도 전달했다. 고려대의료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결되면 재건 활동에도 힘을 보탤 계획이다. 박건우 고려대의료원 사회공헌사업본부장(안암병원 신경과 교수)의 이야기다. “우리도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 외국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제는 돌려줘야 할 때죠. 의료 봉사 등 사회공헌 활동 무대를 세계로 넓혀야 합니다.” ○ 꾸준한 의료기술 전수-현지봉사 사실 국내 대학병원들은 오래전부터 의료 영역에서 국제사회에 공헌해 왔다. 특히 개발도상국에 꾸준히 우수한 의료기술을 전수해 왔다. 매년 수백 명의 개발도상국 의사가 국내에서 의료 연수를 받는다. 연수 대상이 되는 진료과도 광범위하다. 최근에는 로봇 수술을 배우기 위해 오는 의사들도 많다. 고려대 안암병원의 경우 2018년 53명, 2019년 72명의 해외 의사가 1∼12개월 동안 연수를 받고 돌아갔다. 유럽에서 온 의사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 몽골, 필리핀, 베트남, 요르단, 이란, 말레이시아 등 개발도상국 출신이다. 고려대 안암병원에서는 국내 교수와 해외 연수 의사의 1 대 1 매칭 시스템을 통해 일종의 사제(師弟) 관계를 맺어 교육을 진행한다. 이런 연수 시스템의 목적은 수익이 아니다. 의료기술이 낙후된 나라에 선진 기술을 전수하는 게 목적이다. 고려대 안암병원 해외 의료진 연수 교육을 총괄하는 정재승 흉부외과 교수는 “개발도상국 의료진을 상대로 한 교육은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며 “의료 혜택을 못 받아 고통 받는 지구촌 형제들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개발도상국 현지로 직접 가서 의료봉사 활동을 하기도 한다. 고려대 안산병원은 2017년부터 인도네시아 파푸아주 메라우케군 울릴린 지역을 매년 찾아 봉사활동을 해왔다. 이 지역은 5000여 가구가 240여 개 마을을 형성한 곳이다. 봉사단은 가정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외과, 산부인과, 정형외과 등 여러 진료과 전문의 외에 간호사, 약사, 임상병리사 등으로 구성됐다. 봉사단은 현지의 1차 진료 담당 의사들과 함께 무료 봉사를 진행했다. 3년 동안 현지 주민 1000여 명이 무료 검사와 진료의 혜택을 받았다. 2018년 3월과 2019년 11월에는 캄보디아 프놈펜 헤브론메디컬센터에서 심장수술 의료봉사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흉부외과 외에도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이 봉사단에 합류했다. 총 12명을 수술했고, 30명에게는 심장초음파 검사와 심장 시술을 진행했다. 또 현지 직원들에게 소아 심장수술 후 해야 할 관리 교육을 해 지속적인 관리가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앞서 2012∼2017년에는 몽골, 볼리비아 등에서도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을 벌였다. 현지에서 설립되는 병원 운영 시스템과 프로세스 구축에 대해 컨설팅을 했고, 현지 의료진을 국내로 초청해 교육도 했다. ○ ‘코로나 막바지’ 글로벌 의료봉사 기지개 이런 병원의 국제적 사회공헌 활동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화하면서 크게 줄었다. 개발도상국 의사의 국내 연수에서 이 점을 알 수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의 경우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 2020년과 2021년 등 두 해 동안 연수를 받은 개발도상국 의사는 총 21명에 불과하다. 고려대의료원이 진행했던 해외봉사 활동 또한 2020년 이후 사실상 중단됐다. 올 들어 코로나 사태가 막바지로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이런 국제적 사회공헌 활동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일단 개발도상국 의사의 국내 연수가 급증하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만 하더라도 올 들어 현재까지 40여 명이 연수를 받고 있다. 해외 현지봉사 활동도 늘어나고 있다. 1∼3월 고려대의료원은 현대차정몽구재단과 함께 라오스 온드림 실명 예방 사업을 했다. 재단이 비용을 부담하고 고려대의료원은 현지 의사 교육과 수술 지원을 맡았다. 이런 방식을 통해 현지 의사가 직접 백내장을 비롯해 안과 질환을 수술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백내장 153건, 나머지 안과 질환 42건의 수술을 할 수 있었다. 별도로 고려대의료원은 2개월 동안 비대면으로 현지 안과 의사 교육을 진행했다. 또 현지 간호사, 교사, 공무원을 대상으로 보건교육도 진행했다. 45세 이상 현지 여성 주민에게는 돋보기를 지원했다. 현지 주민들의 호응은 컸다. 백내장 수술 혜택을 받은 한 현지 주민은 봉사단에게 “항상 안개가 낀 것처럼 시야가 흐릿했지만 수천 km 떨어진 병원에 갈 수도 없었고, 수술 비용도 마련하지 못해 포기했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5월부터는 마다가스카르에서 라오스 온드림 실명 예방 사업과 유사한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캄보디아에는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마스크 25만 장을 보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아프리카 부룬디의 최정숙여고 졸업생 2명의 국내 한국어 연수를 지원하기도 했다. 부룬디 최정숙여고는 아프리카 부룬디공화국 부반자 지역에 만들어진 부룬디의 첫 국립 여고다. 독립운동가이자 교육가, 의료인이었던 고(故) 최정숙 선생을 기리는 모임이 한국희망재단과 함께 2018년 현지에 세웠다. 최 선생은 고려대 의대 2회 졸업생이기도 하다. 이를 기려 고려대의료원이 졸업생들의 항공편과 어학연수비를 지원한 것이다. 최정숙을 기리는 모임은 졸업생들의 국내 체류 경비를 지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2-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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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 때도 팔 때도 관리까지 척척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세계적인 반도체 수급난으로 새 자동차를 사려면 장기간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신차에서 중고차로 눈길을 돌리며 중고차 거래 애플리케이션을 검색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편이다. 중고차 시장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저급한 물건만 판매하는 ‘레몬 마켓’으로 인식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인식 자체가 바뀌었다. 언제 어디서나 희망하는 중고차를 앱으로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 거래가 서비스도 좋고, 안전하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 KB차차차, 중고차 시장 변화 이끌어KB금융그룹의 여신전문금융 계열사인 KB캐피탈이 운영하는 KB차차차는 레몬마켓인 중고차 시장의 변화를 가져온 대표적인 중고차거래 플랫폼이다. KB차차차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중고차 국민 시세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2016년 6월 출범했다. 당시만 해도 중고차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좋지 않았다. 허위 매물이 많았고, 구매할 때도 성능과 상태를 보증 받기 어려웠다. 또 적정 가격에 중고차를 구매한 것인지,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고 차를 판매한 것인지도 알기 어려웠다. KB차차차는 중고차에 대한 정확한 시세 제공과 안심할 수 있는 보증서비스를 통해 이런 불안감을 해소했다. 2016년 9월에는 정부의 중고차 시장 선진화 방안에 따라 중고차 시세 제공 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제는 대표적인 중고차거래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국내 최대 매물-AI 시세정보 서비스평균 16만 대 이상의 국내 최대 매물을 갖고 있는 KB차차차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점점 더 고도화된 중고차 시세를 시장에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KB가 제공하는 중고차 시세로 거래 가격의 기준을 세울 수 있게 됐다. KB캐피탈은 보다 정확한 중고차 시세를 제공하기 위해 2019년에는 KAIST와 협력해 딥러닝 기반의 AI 시세가 제공되는 ‘KB차차차 중고차시세 고도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월에는 AI 전문기업인 엑스브레인과 중고차 시세 고도화를 위한 전략적 업무 제휴 협약을 맺으며 가격 정보의 신뢰성을 더했다. 토털 카라이프 플랫폼으로 진화올해 2월 KB캐피탈은 자동차금융 및 자동차 자산관리에 특화된 KB차차차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서비스 ‘차테크’를 선보였다. 중고차거래 플랫폼을 넘어 토털 카라이프 플랫폼으로 도약하는 과정이다. KB차차차는 중고차거래 플랫폼에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초(超)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변화를 시작했다. 차테크는 자동차에 특화된 마이데이터 서비스다. 고객의 개인 신용정보와 보유 중인 차량 정보를 분석한다. 차량 구매를 희망하는 고객에게는 자산을 기반으로 최적화된 구매 계획 수립을 지원하고, 차량 보유 고객에게는 최적 상태로 유지할 수 있도록 시세와 리콜 정보, 정기검사일 등 차량관리 정보를 제공한다. 아울러 고객의 금융자산과 자동차의 통합조회 서비스, 자동차대출 이용 정보, 소비자 생활에 도움이 되는 KB캐피탈의 저금리 대환대출 상품 정보도 제공한다. KB마이데이터, 한눈에 보이는 자산관리마이데이터는 분산돼 있는 고객의 금융 정보를 모아 내 자산에 대한 통합정보 조회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은행과 증권, 카드, 캐피털 등 여러 금융기관에서 관련 서비스를 하고 있다. KB차차차 마이데이터 서비스인 ‘차테크’는 KB차차차의 자동차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의 금융자산 통합관리, 자동차 구매, 판매 계획부터 차량 구매를 위한 대출한도 조회까지 자동차에 특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한꺼번에 제공한다. 이 서비스를 잘 활용하면 차별화된 자동차 자산과 통합된 본인의 금융자산 현황을 받을 수 있다. 자산관리를 효율적으로 하는 데 도움이 된다. KB차차차 차테크의 ‘내차구매’ 서비스는 마이데이터로 연동된 금융자산과 자동차 자산을 분석하고, 구매를 원하는 차량에 대한 구매 시뮬레이션을 제공한다. 원하는 차종을 입력하고 마이데이터를 통해 조회된 금융자산 중 차량구매 예산을 설정하면 최적의 KB차차차 매물 차량을 추천받을 수 있다. 예산이 부족한 경우에는 ‘마이크레딧’ 조회를 통해 자동차 구매에 필요한 대출 금액을 조회할 수도 있다. ‘내차금융’ 서비스는 고객의 자동차대출 이용 정보를 기반으로 맞춤형 금융상품을 소개해준다. 현재 이용하고 있는 자동차 대출의 원금과 잔액, 월납입금 등을 분석한다. 또 KB캐피탈의 저금리 대환대출 등 월납입금을 낮출 수 있는 상품을 소개한다. 현재 보유 중인 자동차를 담보로 하는 자동차담보대출도 ‘내차금융’ 서비스에서 금융상담 신청을 통해 바로 이용할 수 있다.‘내차고’ 서비스는 본인 소유의 차량번호 입력만으로 차량 시세, 리콜 정보, 정기검사일, 보험사고 이력, 자동차세 정보, 타이어 정보 등을 제공받을 수 있는 자동차 종합관리 서비스다. ‘내차고’에 차량을 등록하면 시세가 내 자산으로 반영돼 통합 자산관리가 가능하다. 또 내차구매 메뉴에서 차량구매 시뮬레이션도 할 수 있다. 내차고 서비스는 차량관리 편리성으로 인기가 높아 40만 명이 이용하고 있다. ‘내자산’ 서비스는 고객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통합 조회할 수 있다. 은행, 카드, 보험, 투자 등 금융자산 잔액 정보, 거래 정보 외 보유 차량의 시세정보를 반영한 전체 자산가치도 확인할 수 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2-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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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운영부터 아프간인 치료까지… “소외이웃에 재활 꿈 이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를 휩쓴 지난 2년 6개월 동안 의료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국내 처음으로 집단 감염이 발생한 대구 경북 지역에는 자원봉사를 하려는 의료인들이 전국에서 몰려들었다. 감염을 무릅쓴 의료인들의 희생과 노력 덕분에 코로나19 사태는 이제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사실 이번 사태에만 그랬던 건 아니다. 의료인과 병원들의 사회공헌 활동은 주목받지 못했을 뿐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코로나19 확산기에 잠시 주춤했던 의료인과 병원들의 사회공헌 활동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동아일보는 고려대의료원과 함께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의료 사회공헌 활동’ 시리즈를 게재한다.》 장기간 입원하는 어린이 환자는 학업을 이어가지 못할 수 있다. 또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거나 오랜 입원으로 인한 정서 불안 등의 문제를 겪을 수도 있다. 부모로서는 이보다 더 큰 걱정이 어디 있을까.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어린이 입원 환자를 위한 특수학급을 운영하는 병원들이 있다. 이른바 ‘병원학교’라 부른다. 아이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성장과 발달에 필요한 치료를 도와 퇴원 후 학교와 일상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돕기 위해 만들었다. 병원학교는 병원이 어린이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대표적 사회공헌 활동으로 꼽힌다. 현재 여러 대학병원과 국립병원이 이런 병원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주춤한 지금 확대하는 병원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병원학교는 실제로 어린이 환자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을까. 고려대의료원이 운영 중인 병원학교 사례를 살펴봤다.○ “아이들에겐 꼭 필요한 병원학교” 초등학교 5학년인 민철(가명) 군은 뼈가 제대로 성장하지 않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다. 수술도 여러 차례 했지만 여전히 극심한 통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제대로 걸을 수조차 없다. 오랜 투병 생활에 민철 군은 지칠 대로 지쳤고 활기도 잃었다. 그런 민철 군이 2019년 7월 병원학교를 다니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민철 군은 휠체어에 의존하기 때문에 교실에 갈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선생님이 직접 병실로 와 보드게임을 하면서 놀이치료를 했다. 민철 군은 처음엔 시큰둥했지만 곧 흥미를 갖고 놀이치료 시간을 기다리게 됐다. 영식(가명) 군은 구토와 장 마비 증세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8년째 매달 한두 번씩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학교에 빠지는 날도 많아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웠다. 마음에도 많은 상처를 받았다. 그랬던 영식 군도 병원학교에서 놀이치료와 음악치료를 받으면서 달라졌다. 영식 군의 어머니는 “어두웠던 아이가 많이 밝아졌고, 자유롭게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한다”고 했다. 게다가 학교에서 뒤처지기 쉬운 수학, 과학 등의 수업도 함께 받아 더욱 좋다고 한다. 이처럼 병실에 오래 ‘갇혀’ 있는 아이들에게는 병원학교가 ‘탈출구’ 역할을 한다. 실제로 고려대 안암병원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모니터링에서 “병원에 가니까 기분이 좋아졌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지석(가명) 군은 “병실에 있을 때도 병원학교 가는 시간만 기다렸다”고 했다. 민지(가명) 양은 “처음엔 긴장했는데, 지금은 퇴원하는 게 싫을 정도다. 밖의 학교보다 더 즐거워서 퇴원한 후에도 많이 그리울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려대의료원의 경우 산하 3개 병원 모두에서 병원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가장 먼저 2008년 구로병원이, 지난해 안암병원이 문을 열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주춤하면서 올 3월엔 안산병원 병원학교도 출범했다. 1박 2일 캠프나 학부모 프로그램이 별도로 진행된다. 최병민 고려대 안산병원 병원학교장(소아청소년과 교수)은 “맞춤형 교과 과정을 통해 아이들에게 학습할 기회와 심리적 정서적 안정감을 줌으로써 치료와 교육 효과가 커져 일상 회복이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취약계층 대상 의료봉사 기지개 병원들은 그동안 저소득층을 대상으로도 수시로 의료봉사 활동을 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시기에는 대면 의료봉사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이로 인한 피해는 의료 사각지대와 취약계층이 가장 컸다. 주로 저소득층, 홀몸노인, 다문화 가정, 국내 체류 외국인들이 고통을 겪었다. 고려대 안암병원과 구로병원은 2015년부터 정기적으로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 취약계층을 찾아 봉사 활동을 벌였다. 현지에서 혈액검사, 소변검사, X레이 촬영, 골밀도 검사 등 각종 검사를 진행했다. 필요할 경우에는 외래 진료를 하거나 물리치료를 했다. 복지 상담도 병행했다. 외부 재단(현대차정몽구재단)도 진료 버스를 지원하며 힘을 보탰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5만 명이 이 ‘이웃과 함께 하는 순회진료’ 서비스를 받았다. 고려대 안암병원 농촌봉사단은 2018년 초부터 전국 농촌 8개 지역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의료봉사 활동을 벌였다. 고려대 안산병원은 2016년부터 그 지역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 노동자 등을 대상으로 의료봉사 활동을 벌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고 감염 우려가 커지면서 이런 봉사 활동이 사실상 중단됐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 서울 구로구의 건강 계단 사업에 동참한 것이다. 구청에 설치된 계단을 이용할 때마다 1인당 20원의 기부금을 적립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50만 명이 이 ‘건강 계단’을 이용했다. 고려대의료원은 지난해 말에 기부금을 전달했고, 이 돈은 소외계층의 의료복지에 사용됐다. 올 들어 여러 병원의 사회공헌 활동이 다시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의료원 또한 이웃과 함께하는 순회진료, 농촌 봉사, 안산 지역 다문화 봉사를 재개했거나 하반기에 재개한다.○국내로 들어온 아프간인 정착도 지원 지난해 9월 탈레반의 핍박을 피해 390명의 아프가니스탄인이 국내로 들어왔다. 그들은 아프간 현지에 파병된 우리 군의 병원이나 기지에 근무했다. 이런 경력으로 인해 탈레반 점령 아래에서는 목숨을 잃을 우려가 컸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그들을 국내로 데려온 것이다. 그래서 그들을 ‘특별기여자’라 부른다.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은 입국 당시 충북 진천에 있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생활했다. 장기적으로 그들의 국내 정착을 도와야겠지만 당장 의료 서비스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아프간 특별기여자의 80%는 여성과 18세 미만의 아이들이었고, 임산부 7명이 포함돼 있었다. 특히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치과 분야의 의료 지원이 시급했다. 이때 고려대의료원이 인재개발원에 의료진을 파견해 6주 동안 의료봉사 활동을 벌였다. 컴퓨터단층 촬영(CT), X레이, 초음파 검사 등이 가능한 의료버스 2대도 현장에 배치했다. 고려대 의료진은 임산부 케어에 특히 신경을 썼다. 지속적으로 방문해 몸 상태를 체크했다. 얼마 후 A 씨가 출산을 앞두자 고려대 안암병원으로 이송해 제왕절개 수술을 했다. A 씨는 한국에서 첫 여자아이를 출산했다. 이후 고려대 안암병원은 또 다른 임신부 B 씨의 출산을 도왔고, C 씨의 부정맥 시술도 진행했다.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의 정착을 놓고 일각에선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국내로 들어온 이상 그들을 내국인과 동등하게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김영훈 고려대 의무부총장은 “지금은 이웃의 아픔이 나의 불행으로 귀결되는 ‘초연결사회’”라며 “국적을 떠나 다 함께 살기 위해 의료기관의 사회공헌 활동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2-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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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리기-자전거-산행 ‘야외3종’… “휴일이 즐거워집니다”

    한 가지 운동이라도 꾸준히 한다면 건강 증진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며칠 동안 날씨가 나쁘면 야외 자전거 타기 습관은 깨지고 만다. 전날 밤 늦게까지 일을 하거나 과음했다면 새벽 달리기는 무너진다. 송광섭 중앙대병원 정형외과 교수(51)는 이런 경우에 대비해 여러 운동을 병행한다. 달리기를 하지 못하면 야외 자전거 타기를 하거나 산에 간다. 이런 식으로 운동해 온 지 16년째다. 한때 부정맥이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건강지표가 정상을 가리킨다. 여러 종목을 병행하면서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비결이다. 체중도 놀랄 만한 수준으로 줄였다. 2006년 처음 자전거를 탔을 때 체중은 86kg이었지만 지금은 74kg으로 떨어졌다. 그나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이후 음식 섭취량이 늘어 살이 약간 붙은 것이란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69kg을 유지했다. ○ “테니스 하고 자전거 타고 헬스 하고” 사실 송 교수는 운동을 꽤 좋아하는 편이다. 대학 시절 테니스를 즐겼다. 병원의 테니스 동호회장도 맡았다. 격주로 주말마다 테니스 경기를 했다. 하지만 2013년부터 손목에 통증이 나타났다. 테니스를 관둘 수밖에 없었다. 테니스를 한창 즐기던 2006년 자전거에 입문했다. 우연한 기회에 투박한 자전거 한 대를 얻었다. 이참에 건강이나 챙겨 보자며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평일 중 하루를 골라 집에서 병원까지 왕복 28km 거리를 자전거로 출퇴근했다. 당시 습관 덕에 요즘도 주 1회는 자전거로 출퇴근하는데, 편도로 40여 분이 소요된다. 헬스클럽 1년 회원권을 끊고 운동하기도 했다. 다만 헬스클럽에서의 운동은 썩 즐겁지가 않았다. 1주일에 1회 정도 갈까 말까 했고, 설령 가더라도 30분을 넘기지 못했다. 이것저것 운동기구를 만져 보다 트레드밀에서 달리기를 하다 돌아오거나 목욕만 하고 돌아오는 날이 많았다. 결국 헬스클럽 가는 횟수가 서서히 줄더니 나중에는 완전히 발을 끊게 됐다. 2016년엔 유독 병원 업무로 스트레스가 많았다. 몸도 더 피곤하게 느껴졌다. 밤에 퇴근하던 중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밤에 혼자 할 수 있는 새로운 운동이 필요하다.’ 바로 달리기였다. ○달리기 입문 이듬해 마라톤 풀코스 도전 주중 하루를 골라 퇴근한 후 집 근처 한강공원에서 달렸다. 대략 10km 거리를 달렸다. 혼자 달리다 보니 명상을 하는 기분도 들었다. 운동을 끝내고 나면 개운했다. 짧은 시간에 이처럼 땀을 흘릴 수 있는 운동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잠도 더 깊이 들었다. 평발이라 달리기에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모든 점을 종합해 보니 만족도가 높았다. 송 교수는 추가로 주말에 10km를 달렸다. 만약 주중에 달리지 못하면 주말에 거리를 15∼20km로 늘렸다. 달리기 습관은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우연히 마라톤에 입문하게 됐다. 지금은 정년퇴직한 선배 교수와 점심 식사를 할 때였다. 선배가 “마라톤 해 보는 게 어때?”라고 제안했다. 이 한마디에 마라톤과 인연을 맺었다. 달리기를 시작한 지 3개월여 만에 마라톤대회 하프코스(약 21km) 달리기에 도전했다. 이듬해인 2017년에는 풀코스에도 도전했다. 이 도전 이후 2년 동안 풀코스를 10회 뛰었다. 평소에는 주중, 주말 1회씩 10km 정도를 달리지만 대회를 앞두고는 달리는 횟수와 거리를 모두 늘린다. 송 교수는 “이렇게 달리다 보니 일부러 체중을 빼야겠다는 생각 자체를 한 적이 없는데도 쫙쫙 빠졌다”고 했다. 체중이 69kg까지 떨어졌을 때가 이 무렵이었다. ○“휴일에는 무조건 산과 들로” 송 교수에게는 ‘휴일 원칙’이 있다. 주말 이틀 중 하루는 반드시 야외 활동을 한다. 달리기, 자전거 타기, 산행 등을 적절히 배합한다. 야외로 나가는 날에는 오전에 밀린 일을 끝낸다. 이어 점심 식사를 마치고 야외로 나간다. 평일 달리기는 대체로 오후 8∼10시에 하지만 주말 달리기는 오후 6시 무렵 시작한다. 예전에는 혼자 달렸지만 최근에는 아내와 달리는 날이 많아졌다. 간혹 달리기 대신 자전거를 타기도 한다. 출퇴근 용도가 아닌 야외 자전거 타기는 평균 매달 1회 정도 유지한다. 한강변을 따라 보통 30∼40km 거리를 달린다. 목적지에 도착한 후 돌아올 때는 전철을 이용한다. 이와 별도로 4∼6개월마다 강원 춘천을 비롯해 90∼100km의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간다. 이때도 전철을 이용해 늦은 귀가를 한다. 주말 휴일에 하는 활동이 또 있다. 바로 산행이다. 가급적 2주마다 한 번 정도는 산에 오르려고 한다. 주변에 있는 나지막한 산에 오른다. 꽤 빠른 속도로 걷거나 달리면서 시속 7∼8km를 지키려 한다. 이런 식으로 2시간 정도 산을 걷다 보면 땀이 뚝뚝 떨어진다. 최근에는 이 산행도 아내와 자주 하는 편이다. 이와 별도로 분기별로 1회 정도는 고도가 다소 높은 산도 오르려 한다. 송 교수는 “여러 운동을 병행하다 보면 주말 휴일 중 하루는 반드시 밖에서 활동할 수밖에 없다”며 “이야말로 스트레스도 날리고 건강도 챙기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라며 웃었다. 발바닥 중앙이 지면에 닿게 보폭 조절… 상체는 10도만 기울여야 관절 지키는 달리기 자세는마라톤이나 장거리 달리기가 무릎 관절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송광섭 교수는 “정형외과 의사 관점에서 봤을 때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제대로 요령을 알고 달린다면 80대가 돼도 장거리 달리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단 자신의 무릎 상태를 확인할 필요는 있다. △이미 무릎 치료와 수술을 받은 사람 △구조적 문제로 무릎이 휘어진 사람 △달릴 때마다 통증이 나타나는 사람은 의사와 상담한 뒤 달리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또한 이런 사람들은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해서는 안 된다. 대략 10km 정도가 좋고, 더 달리고 싶어도 하프코스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 기록에 무덤덤해져야 한다. 송 교수는 “절대로 빨리 뛰면 안 된다. 숨이 차고 헉헉대며, 무릎이 아픈데도 기록을 내려고 달리다 보면 반드시 관절에 무리가 간다”고 말했다. 속도나 기록보다는 오래 부드럽게 뛰는 데 신경을 쓰라는 것이다. 이 경우 달리는 자세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보폭을 줄여야 한다. 보폭이 크면 발뒤꿈치부터 지면에 닿는다. 이때 체중이 가하는 압박도 커진다. 발바닥 중앙 부위부터 지면에 닿도록 하는 게 좋다. 이렇게 하면 보폭이 줄어들고, 그만큼 무릎에 가해지는 압박도 감소한다. 달리기에 몰두하고 속도를 내다 보면 상체가 앞으로 기울게 된다. 이 또한 보폭을 늘리고 관절에 가하는 압박을 키우는 원인이다. 상체는 10도 정도만 앞으로 기울여야 한다. 송 교수는 “보폭을 줄이고 상체를 세우는 것만으로도 관절을 잘 지킬 수 있다”며 “이런 식으로 달리다 보면 근육과 뼈에 자극을 지속적으로 줄 수 있어 근감소증과 골다공증(뼈엉성증)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운동 전후 스트레칭은 필수다. 특히 운동 후에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뛰고 나면 지쳐 그냥 털썩 주저앉는다. 이때 무릎과 허벅지를 5분 이상 충분히 마사지해 주면 회복 속도가 빨라진다. 그는 “사소해 보이지만 이 마사지가 무척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2-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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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증권 국내첫 ‘버추얼애널리스트’ 유튜브 채널 론칭

    삼성증권이 국내 처음으로 ‘버추얼애널리스트’를 개발하고 이를 활용한 유튜브 콘텐츠를 최근 론칭했다고 17일 밝혔다. 버추얼애널리스트는 애널리스트의 모습과 음성 등을 인공지능(AI) 기술로 학습시켜 만든 가상 인간이다. 텍스트만 입력하면 실제 애널리스트가 방송을 진행하는 것처럼 투자 정보를 전한다. 현업에서 활약하는 애널리스트를 복제해 만든 가상 인간이 투자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처음이다. 삼성증권은 이 버추얼애널리스트를 AI 휴먼 전문기업 딥브레인과 함께 개발했다. 여기에 삼성증권이 서울대 휴먼인터페이스 연구실과 공동 개발한 음성합성 모델도 활용했다. 버추얼애널리스트 영상은 삼성증권 유튜브 채널(SamsungPOP)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말부터 이 콘텐츠를 제공했다. 국내 증시 투자자를 위해 정명지 투자정보팀장을 복제해 만든 버추얼애널리스트가 진행하는 ‘리서치 하이라이트’(사진)는 매일 오후 3시 삼성증권이 발간하는 리포트 중 베스트 리포트를 선택해 소개한다. 4월 19일 첫 방송 이후 누적 조회수가 6만 회에 이른다. 또한 해외증시 투자자를 위해 매일 오전 11시 반과 오후 2시 반, 각각 장효선 글로벌주식팀장을 복제해 만든 버추얼애널리스트가 ‘미국 주식 주간거래 체크포인트’와 ‘미국 주식 주간거래 스냅샷’을 진행한다. 삼성증권은 이 외에도 107만 구독자를 보유한 공식 유튜브 콘텐츠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올 들어 단순 시황 방송을 넘어 ‘워코노미’, ‘MBTI 투자 토크쇼’, ‘투자 동화’, ‘보캐노믹스 & 밈글리쉬’ 등 비시황성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취향 콘텐츠를 내놓았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2-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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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도한 탄수화물 제한, 근손실로 이어질 수도”

    쌀과 면 같은 탄수화물 위주의 식품을 유달리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탄수화물 중독’이란 말도 있을 정도다. 건강을 지키려면 탄수화물을 덜 먹고 단백질을 충분히 먹으라는 권유도 있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모두에게 옳은 지침도 아니다. 김광준 세브란스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탄수화물의 충분한 섭취를 주장한다. 특히 60대 이후 탄수화물을 과도하게 제한했다가 심각한 근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탄수화물을 혈당 상승과 체중 증가의 주범으로만 인식하는데,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제대로 탄수화물을 섭취해야 건강을 챙길 수 있다는 뜻이다.○ 탄수화물 무조건 줄여야 할까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은 3대 에너지원이다. 지방과 단백질은 인체 조직의 성분으로도 쓰인다. 반면 탄수화물은 거의 모두가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자동차 연료에 비유하자면 탄수화물은 효율이 가장 좋고 부산물은 적은 최상급 휘발유인 셈이다. 탄수화물을 넉넉히 섭취하면 에너지 결핍은 발생하지 않는다. 일부는 간과 근육에 ‘글리코겐’으로 저장됐다가 탄수화물을 제한할 때 보조 에너지로 쓰인다. 물론 이때 지방도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할 때 이런 지방을 꺼내 쓴다면 체중도 줄이고 비만 위험도 줄일 수 있다. 문제는 지방이 아니라 근육의 글리코겐을 꺼내 쓸 때 생긴다. 이 글리코겐마저 바닥이 나면 근육 안의 단백질을 꺼내게 된다. 그 결과 근 손실이 가속화한다. 이른바 배만 볼록하게 튀어나오는 ‘마른 비만’ 체형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탄수화물을 줄이면 지방에 대한 유혹이 커진다. 김 교수는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 민족은 호르몬 등의 영향으로 탄수화물 의존도가 높다”며 “탄수화물 섭취량이 줄어들면 지방으로 대리 만족하려는 욕구가 강해진다”고 말했다. 예컨대 밥을 줄이면 기름진 음식이 당기지, 퍽퍽한 살코기가 생각나지 않는다. 이 욕구에 굴복하면 지방 섭취량이 늘어난다. 결국 탄수화물을 줄이려다가 지방 섭취량만 늘리는 꼴이 될 수 있다. 탄수화물은 양질의 것을 먹는 게 좋다. 일반적으로 당지수(GI)가 낮고, 다당류이며 복합당인 식품이 좋다. 이런 식품들은 먹었을 때 서서히 흡수되기 때문에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지 않는다. 잡곡이나 통밀, 채소와 해조류가 여기에 포함된다.○ “60대 이후 근육 부족한 체질 많아” 김 교수는 근육과 지방량에 따른 체질을 크게 △1단계(근육량 많고 지방량 적음) △2단계(근육량과 지방량 모두 많음) △3단계(근육량 적고 지방량 많음) △4단계(근육량과 지방량 모두 적음) 등 네 유형으로 나눴다. 젊고 운동을 많이 할수록 1단계와 2단계 유형이 많다. 하지만 나이가 들거나 운동량이 줄어들면 근육이 크게 줄면서 3, 4단계로 체질이 바뀔 수 있다. 특히 60대 이후에 3, 4단계가 급격히 늘어난다. 마른 비만 유형 또한 3, 4단계에 해당한다. 김 교수는 “3, 4단계일 때는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탄수화물을 제한할 경우 대부분 근 손실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60대 초반의 여성 이옥임(가명) 씨는 파킨슨병 초기 환자다. 소화 불량으로 인해 음식 섭취량이 크게 줄었다. 특히 밥의 양이 줄었다. 극도의 탄수화물 제한 식이요법인 셈인데, 결과는 심각했다. 기력이 크게 떨어져 움직이기도 어려웠고, 근육 손실도 빨라졌다. 김 교수는 가장 먼저 영양 섭취량을 늘릴 것을 권했다. 양질의 단백질을 많이 먹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가족들의 질문에 김 교수는 고개를 저었다. 에너지가 부족한 상황이어서 탄수화물을 넉넉히 공급해 줘야 운동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단백질을 과잉 공급하면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독성 물질로 쌓일 수도 있다. 이런 점 때문에 김 교수는 60대 이후 환자들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섭취의 비율을 4 대 4 대 2로 할 것을 주문했다. ○ “당뇨병 환자도 탄수화물 너무 줄이면 안돼” 70대의 강석진(가명) 씨는 당뇨병 환자다. 의사는 운동량을 늘리라고 했지만 강 씨는 거의 운동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혈당을 관리하겠다며 탄수화물 섭취량을 크게 줄였다. 김 교수가 강 씨의 체질을 검사해 보니 3단계였다. 김 교수는 “이런 체질일 때 운동도 안 하고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이면 부작용이 커진다”고 말했다. 에너지원인 탄수화물 공급량이 줄어드니 우선 피곤해진다. 처음에는 근육에 저장된 글리코겐을 꺼내 쓰다가 나중에는 근육의 단백질까지 써 버린다. 그 결과 근 손실이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혈당도 급격하게 올라가면서 조절하기 어려워진다. 김 교수는 이 경우에도 탄수화물 섭취량을 늘리는 처방을 내렸다. 우선 충분한 에너지를 확보한 뒤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도록 했다. 유산소 운동을 하면 인슐린의 기능이 좋아져 근육을 포함해 탄수화물이 필요한 적재적소에 잘 공급된다. 당뇨병 환자가 이처럼 탄수화물을 충분히 먹어도 괜찮을까. 김 교수는 “탄수화물을 많이 먹어 당뇨병이 생기거나 악화되는 게 아니다”라며 “그 탄수화물이 적재적소에 가지 못해 혈액에 남아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탄수화물이 무조건 혈당을 올린다는 생각도 틀렸다. 이런 오해 때문에 탄수화물 제한→에너지 부족→근육 감소→만성 질환 악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양질의 탄수화물을 골라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하면서 약을 꾸준히 복용해 인슐린 기능을 향상시키는 게 최선의 치료”라고 말했다. 나는 ‘지방대사’ ‘근육대사’? 무조건적 절식보다 체질 파악이 먼저 탄수화물 섭취 줄여 살 빼려면다이어트를 할 때는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 섭취를 늘리면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김 교수는 “운동량이 많은 사람들에겐 이런 식이요법이 괜찮다. 하지만 운동량이 매우 적은 사람에게는 이런 식이요법이 독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특히 40, 50대의 중년 세대부터는 자신의 체질을 먼저 알고 식이요법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탄수화물 섭취를 줄일 때 어떤 사람은 지방, 어떤 사람은 근육의 글리코겐을 1차 보조 에너지원으로 가져다 쓴다. ‘지방 대사’ 체질과 ‘근육 대사’ 체질이 있는 셈이다. 이 체질은 정밀 검사를 통해서만 파악할 수 있다. 다만 스스로 가늠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첫째, 평상시에 운동을 많이 했을 때 피로감을 얼마나 느끼는지 체크한다. 피로감이 심하다면 대체로 지방 대사보다는 근육 대사를 더 많이 하는 유형일 확률이 높다. 이 경우에는 탄수화물 섭취량을 극도로 줄여서는 안 된다. 반대로 피로감이 별로 없다면 충분히 지방을 활용하는 유형이기 때문에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여도 괜찮다. 물론 이 경우에도 장기간 탄수화물을 제한하면 결국에는 근육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적절한 수준에서 제한하는 게 좋다. 둘째, 6개월마다 인바디 측정을 통해 체성분 변화를 체크한다. 만약 근육량이 그대로거나 다소 늘었다면 어느 정도 지방 대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해도 큰 문제가 없다. 반대로 근육량이 줄었다면 근육에서 에너지를 꺼내 쓰는 유형일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면 줄일수록 지방은 안 줄어들고 근 손실만 커질 수 있다. 셋째, 양손으로 허벅지 둘레를 측정한다. 양손으로 허벅지를 감쌀 수 있다면 근육량이 적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탄수화물 섭취량을 극도로 줄이면 근 손실이 올 수 있다. 탄수화물을 섭취하면서 운동을 병행하는 게 좋다. 넷째, 체질과 관계없이 대체로 40, 50대라면 균형감 있는 식사가 중요하다. 김 교수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을 4 대 3 대 3 비율로 섭취할 것을 권했다. 물론 탄수화물을 섭취할 때는 양질의 탄수화물이 좋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2-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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